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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 과정철학 PDF
화엄 과정철학 PDF
大 同 논 문 집
제23집 2003. 12.
*
화엄의 불이사상과 과정 형이상학 1)
이 찬 훈**
2)
요 약 문
서구의 실체론적 사고에 대한 대안으로 각광받는 화이트헤드 철학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화엄불교와 화이트헤드의 과정 형이상학을 비교 연구하여 왔다. 그런데 그동안 이런 비교 연구
가 주로 화이트헤드의 입장에 서 있는 서구 학자들에 의해 행해지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도
드러나게 되었다. 본 논문은 이러한 문제점을 검토함으로써 화엄불교와 화이트헤드 철학이 보다
올바로 만날 수 있는 길을 열어보려는 시도이다. 스티브 오딘은 화엄철학과 과정 형이상학 사이
의 유사점을 인정하면서도 양자의 차이점을 강조한다. 그가 보기에 양자의 중대한 차이점은 인
과관계에 대한 설명방식이다. 그리고 오딘이 보기에는 과정 형이상학의 설명이 화엄철학의 설명
보다 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화이트헤드의 과정 형이상학의 입장에 서
서 화엄철학을 비판한다. 그 비판의 핵심은 화엄철학이 인과적 시간구조와 개별자의 독자성을
무시하고 부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엄철학에 대한 이런 일방적인 비판은 화엄철학의 개념들
과 그것을 관통하는 핵심적 사상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본 논문은
화엄철학의 핵심인 불이사상을 해명하고, 이에 기초해서 화엄철학의 근본적 관점을 밝히고 화엄
철학에 대한 오딘의 비판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드러내 보고자 한다. 또한 본 논문은 그 바탕 위
에서 화엄철학과 화이트헤드 과정 형이상학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새롭게 조명해 보고자 한다.
1. 서론
오랫동안 서구 사회를 지배해 온 세계관은 세상 만물을 고립된 실체로
간주하는 원자론적이고 기계론적인 세계관이었다. 이러한 세계관에서는
인간과 자연, 나와 너, 몸과 마음을 비롯한 세계의 온갖 것들을 고립된 것
으로 취급하였다. 이러한 세계관은 한편으로 이 세계를 엄밀하게 분석하
여 효과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도구적 이성을 주었다. 그러나 한때 찬란
한 물질문명의 발달을 촉진하면서 인간에게 눈부신 미래를 약속하는 것
같았던 도구적 이성의 대가는 생각보다 쓰라린 것이었다. 인간과 자연,
나와 너, 몸과 마음, 세상 만물을 고립되고 분리된 것으로 간주하는 이러
한 사고방식은 필연적으로 모든 것의 분리와 경쟁과 정복과 지배의 논리
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결국 생태계의 위기, 공
동체 붕괴의 위기, 인간적 삶의 상실과 같은 현대문명의 심각한 위기상황
을 초래하고 말았다.1)
그렇지만 서구에서도 이러한 원자론적이고 기계론적인 세계관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화이트헤드는 이런 세계관으로부터 벗어나
이 세계 전체를 상호의존적으로 통합된 전체와 과정으로 파악하는 유기
체적인 형이상학적 관점을 제시한 현대 서양의 대표적인 철학자 중의 한
사람이다. 이러한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 과정 형이상학은 서구의 원
자론적인 실체론에 대한 중요한 대안적 세계관으로서 많은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리고 화이트헤드 철학을 연구하는 수많은 학자들은 동양의 여러 철
학 사상들 그 중에서도 특히 불교의 화엄사상과 화이트헤드의 철학 사이
에는 상당한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서구의
많은 화이트헤드 학자들은 화엄불교와 화이트헤드의 과정 형이상학을 비
교 연구하여 왔다. 그런데 그동안 이런 비교 연구가 주로 화이트헤드의
입장에 서 있는 서구 학자들에 의해 행해지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
도 드러나게 되었다.2) 본 논문은 이러한 문제점을 검토함으로써 화엄불
1) 서구의 경쟁과 승리, 정복과 지배의 논리와 가치가 초래한 현대 문명의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이찬훈, 둘이 아닌 세상 , 이후, 2002, 3부 1장 참조.
2) 하와이 대학의 스티브 오딘을 가장 대표적인 경우로 들 수 있다. 오딘은 현대의 대표적인 화
이트헤드 학자 중의 한사람이자 화이트헤드 철학과 화엄불교의 비교연구에서 커다란 영향력
화엄의 불이사상과 과정 형이상학 3
3) F.H. Cook, Hua-yen Buddhism : The Jewel Net of Indra, The Pennsylvania State Univ.
Press, 1977, p. 73. 문찬주 옮김, 화엄불교의 세계 , 불교시대사, 1994년, 144쪽.
4) S. Odin, Process Metaphysics and Hua-yen Buddhism : A Critical Study of Cumulative
Penetration Vs. Interpenetration, State Univ. of New York Press, 1982, p. 2. 안형관 옮김,
과정형이상학과 화엄불교 , 이문출판사, 1999, 47쪽.
5) S. Odin, 같은 책, 같은 곳. 안형관 옮김, 앞의 책, 같은 곳.
화엄의 불이사상과 과정 형이상학 5
다.6)
이처럼 오딘은 화엄불교와 화이트헤드의 형이상학이 상당한 유사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양자 사이에 존재하는 중대한 차이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오딘이 양자의 중대한 차이점이라고 간
주하는 것은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이다. 그가 보기에 화엄불교와 화이트
헤드는 모두 만물이 인과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음을 주장하는 공통
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방식에서는 커다란 차이
를 보이고 있다.
오딘은 의상의 해인도를 분석하여 화엄불교의 인과관계론을 설명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화엄불교에서 모든 법(dharma)은 공간적 의미에서 상
입할 뿐 아니라 보다 엄격한 시간적 의미에서도 상입하여, 하나의 법은
그 선행하는 것들로부터 인과적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동시적인 것들과
후속하는 것들로부터도 마찬가지로 인과적 영향을 받는다.7) 즉 그가 보
기에 화엄의 입장에서 작용인은 과거, 현재, 미래의 방향에서 동일한 힘
으로 흘러나와 세 시간대에 있는 모든 사건들 사이에 동시상입의 조화와
무애 상호함용을 이룬다.8) 이러한 화엄불교의 입장을 오딘은 ‘전적으로
대칭적인 인과관계 이론’9)이라고 부른다.
오딘에 따르면 이에 반해서 화이트헤드의 과정이론에 의하면 과거, 현
재, 미래의 사건들은 화엄불교에서처럼 하나의 사건 속으로 모두 상입하
지 않는다. 모든 사건들은 과거에서 현재로 인과적 영향이 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그 후속자들에 누적적으로 진입한다.10) 즉 인과관계는 과거로
부터의 인과관계이거나 선행자들에 의해 조건지어진 것으로, 생기들 사
이의 진입이나 내재성은 구조적으로 항상 누적적이다.11) 이러한 입장을
오딘은 엄격히 비대칭적인 인과적 전이의 이론에 의해 구성된 ‘누적적 융
섭’, ‘누적적 내재성’, ‘누적적 진입’의 형이상학이라고 부른다.12)
오딘은 전적으로 대칭적인 양식으로 만물의 완전한 상입 또는 상호융
3. 화엄의 불이사상
화엄불교의 중요한 관심사는 상호인과적 관계에 의해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 있는 우주를 설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선 주의해야 하는 것은 여
기서 말하는 인과관계의 의미이다. 쿡의 지적처럼 화엄철학에서 인과관
계란 일반적으로 상호의존성 또는 상호조건성을 의미하는 것이다.23) 화
은 일다상용부동문( 多 同 )과 제법상즉자재문( )이
다. 먼저 법장은 일다상용부동문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起 等 具 起 同
화엄의 불이사상과 과정 형이상학 13
을 이렇게 설명한다.
30) 동국대학교 출판부 발행, 한국불교전서 (1979) 제2책, 1쪽에 실려 있는 의상의 화엄일승법
계도 참조. 多 , 多 . , . 劫
念, 念 劫. 九 , 亂隔 .
31) 이하 의상의 법성게에 대한 해석에 대해서는 이찬훈, 앞의 책, 164-165쪽 참조.
화엄의 불이사상과 과정 형이상학 15
4. 화엄철학과 과정 형이상학의 관점
이상에서 우리는 화엄불교에 대한 오딘의 비판이 화엄철학에 대한 상
당한 오해에 근거하고 있음을 밝혔다. 우리는 육상의에 대한 설명을 중심
으로 화엄철학에서 인과관계는 대체적으로 시간적 선후와 상관없이 사물
들의 상호의존관계를 나타낸다는 것, 그리고 상호의존관계에 있는 세상
만물은 불이적 관계라는 것을 보았다. 또한 우리는 사사무애법계를 설명
16 이 찬 훈
37) 불이적 통찰에 기초한 무애행과 보살행에 대해서는 이찬훈, 앞의 책, 3부, 4장을 참조.
38) A.N. 화이트헤드, 과정과 실재: 유기체적 세계관의 구성 , 오영환 옮김, 민음사, 1991, 39쪽.
39) 앞의 책, 41쪽.
40) 앞의 책, 50쪽.
화엄의 불이사상과 과정 형이상학 21
41) 앞의 책, 82쪽.
42) 같은 곳.
43) 같은 곳.
22 이 찬 훈
5. 결론
어떤 두 사상 체계가 대화를 나누는 의미는 서로 다르지 않은 공통의
관심사나 관점 같은 것을 확인하여 상대와의 동질감을 확대하고, 서로 같
지 않은 부분 중에서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상대로부터 빌려와 보완하
고, 서로 대립하는 부분은 상호 비판을 통해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 나
감으로써 둘 다 한 차원 높은 사상 체계로 발전해 나가는 데 있다.
그런데 두 사상 체계가 대화를 진행할 때 흔히 저지르기 쉬운 잘못 중
의 하나는 자신과 같지 않은 상대방의 견해를 넓게 포용하지 못하고 그
것을 끝까지 자신의 사상 틀에다 맞추어 재단해 버리려 하는 것이다. 많
은 경우 차이는 서로를 풍부하게 해 주고 보완해 줄 수 있는 것임에도 불
44) 앞의 책, 78쪽.
45) 같은 곳.
46) 앞의 책, 85쪽.
화엄의 불이사상과 과정 형이상학 23
참고 문 헌
, 敎 , 卷4. 大 45.
, 界圖 , 東國大 校 刊 內, 國 敎
, 國 敎 2, 1979.
이찬훈, 둘이 아닌 세상 , 이후, 2002.
, 經 決 答 , 東國大 校 刊 內, 國 敎
, 國 敎 2, 1979.
황규찬, 신라 표원의 화엄학 , 민족사, 1998.
A.N. 화이트헤드, 과정과 실재: 유기체적 세계관의 구성 , 오영환 옮김, 민음사,
1991.
A.N. Whitehead, Process and Reality : An Essay in Cosmology, ed. by D. R.
Griffin and D. W. Sherburne, The Free Press, New York 1978.
, Adventures of Ideas, Macmillan Company, New York 1933.
, The Concept of Natur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0.
, The Function of Reason, Beacon Press, 1958.
, Modes of Thought, The Free Press, 1968.
, Religion in the Making,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1927.
, Science and the Modern World, Macmillan Company, New York 1925.
화엄의 불이사상과 과정 형이상학 25
F.H. Cook, Hua-yen Buddhism : The Jewel Net of Indra, The Pennsylvania
State Univ. Press, 1977.
, 화엄불교의 세계 , 문찬주 옮김, 불교시대사, 1994.
S. Odin, Process Metaphysics and Hua-yen Buddhism : A Critical Study of
Cumulative Penetration Vs. Interpenetration, State Univ. of New York
Press, 1982.
, 과정형이상학과 화엄불교 , 안형관 옮김, 이문출판사, 1999.
Abstract
※ Key Words : Hua yen Buddhism, process metaphysics, Not Two Thoughts, mutual identity
and mutual intercausality, shih-shih-wu-ai, causal rel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