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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nous’개념 *
티마이오스 편을 중심으로 -
1)
김 윤 동(경북대)
[논문개요]
소크라테스는 아낙사고라스의 nous 개념에서 드러난 기계론적 세계관의
한계를 극복하여 목적론적 세계관을 수립하였다. 이를 철학적 유산으로
물려받은 플라톤은 목적론의 범위를 우주론에까지 확장하였다. 그의 만년의
우주론적 저작 티마이오스 는 목적론적 세계관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우주는 창조자의 창조작업에 의한 결과물로서, 이전의 무질서하고 혼돈
가운데 있는 물질적 질료에 기하학적 비례가 부여됨으로써 질서 있고 조화
로운 상태가 되었다. 우주의 창조자 혹은 제작자인 데미우르고스가 이렇게
아름다운 우주를 만들게 된 동기는 자신의 선함(to agathon)을 모든 것이
닮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는 영원하고 완전한 선의 이데아를 본
으로 삼아 비한정적인 물질적 재료들에게 적도(to metrion)를 한정시킴으로
써 선하고 아름다운 우주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주의 제작자
데미우르고스는 측정술(metrētikē)을 행사하는 탁월한 장인(匠人)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구체적인 작업에서 우주 몸체가 물 불 공기 흙이라는 4원소를 통
해서 만들어지고, 다음으로 우주혼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적용되는 수학적
비례가 대단히 난해하다. 여하간 우주몸체 안에 우주혼이 들어감으로써,
운동하고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우주가 탄생하게 되고, 플라톤은 이것을
살아있는 신(神)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런데 플라톤은 nous가 혼과 떨어져
있을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nous와 혼의 관계 그리고 데미우르고스의 정
체성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플라톤은 티마이오스 를 통해서, 이 우주가 신(神)
* 이 논문은 2013학년도 경북대학교 학술연구비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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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목적론적 계획 아래 만들어졌으며, 신의 선함(좋음)과 아름다움을 가장
많이 닮은 유일한 천구(天球)임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우주 안에 깃든
질서와 조화를 인간이 마땅히 본받을 때, 개인과 국가의 선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임을 말하고 있다. 개인과 국가는 우주가 그러하듯이 선한
nous의 통치와 지배 아래 있을 때, 궁극적으로 신의 목적과 계획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 주제분야 : 서양철학, 존재론, 우주론
* 주 제 어 : 창조, 우주지성, 우주혼, 신, 데미우르고스
Ⅰ. nous와 아르케(archē)
철학 곧 philosophia(지혜사랑)는 가시적인 현상세계의 이면에 있는 본질
내지 근원을 묻고, 이에 답하려는 지적 활동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종말을 맞을 것인가? 아니면 이 세계
는 시작과 끝이 없이 영원토록 존재할 것인가? 이 세계는 저절로 있게 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창조된 것인가? 형이상학적 동물인 인간은
이러한 궁극적 문제를 묻지 않으려야 묻지 않을 수 없고, 그 물음에 대답
하려야 대답할 수 없어서 고뇌하는 존재이다. 고대 그리스인들도 예외 없이
이러한 세계의 기원문제 앞에서 그들의 상상력과 추리력을 최대한 발휘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탄생한 것이 그들의 창조신화였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神統記)에 따르면, 땅의 여신 Gaia가 하늘의 신
Ouranos와 결합하여 많은 것들이 탄생되었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발설되었는지 알기 어려운 신(神)에 관한 이야기(mythos) 즉 신화(神話)는
그 내용을 확장해가면서 긴 세월동안 희랍인들의 정신세계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인간 정신의 성숙과 그리스 문명의 진보로 말미암아 신화적 종
교 안에서의 맹목적 신앙의 아성(牙城)은 허물어질 수밖에 없었다. 과학적
탐구와 논리적 사고는 세계 내지 우주의 아르케(archē)를 새로운 각도에서
찾기 시작하였다. 종교에서 철학에로, 뮈토스(mythos)에서 로고스(logos)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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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하고 독배를 기다리는 현상에 대해서, 기계론은 그의 뼈, 힘줄, 살,
피부의 어떠함으로 인해 감옥에 앉아있다고 설명할 뿐이다(98c-d). 이유인
즉 원래 아나사고라스가 nous를 우주질서의 원인으로 상정할 때, 단지 혼
돈상태에서 운동이 결여된 물질의 덩어리에 최초의 회전운동을 일으킨
원동자(原動者)로만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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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하다. 그러므로 그의 nous는 우주의 질서와 균형과 조화에서 비롯되는
우주적 선(to agathon)의 시작과 원리(archē)이자 원인(aitia)이 된다.
Ⅱ. nous와 선한 우주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플라톤의 nous는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원인일
뿐 아니라 그것들에 질서를 부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아낙사고라스의
nous는 우주의 질서부여자로 상정되었지만, 정작 명실상부한 기능을 발휘
하지 못하고 말았다. 파이돈 (97c)에서 대화의 주인공 소크라테스는 ‘만물에
질서를 부여하고 질서의 원인이 되는 것은 nous라고 말한 아낙사고라스에
대해 비판하였으나, 정작 nous가 만물에 질서를 부여하는 구체적 방법과
절차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플라톤은 티마이오스 뿐만 아니라 다른 후기 대화편들에서도 nous가
질서부여의 원인이라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모든 것과 이 우주는 비이성적이며 무계획적인 힘과 우발적인 것이 지배
한다고 우리는 말해야 할까, 아니면 반대로 우리의 선인(先人)들이 말했듯이,
nous와 어떤 놀랍고 질서를 잡아주는 지혜(phronesis)가 조종한다고 말해야
할까?
nous가 바로 모든 것에 질서를 부여한다고 말하는 것은 우주와 해, 달, 별들
그리고 모든 회전운동의 광경에 대해 합당하거니와, 그것들에 대해서 저로
서는 결코 달리 말하지도 달리 생각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 필레보스 28d-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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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생성의 본, 생성된 우주라는 3요소가 그의 우주론의 중심축을 이룬다.
그리고 플라톤은 이 삼자(三者)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언급하고 있다.
“이 우주(to pan)의 창조자(poiētēs)와 아버지 (patēr)를 찾아내는 것은 힘든
일이거니와, 찾아낸다 하더라도 모두를 상대로 이를 말해준다는 것은 불
가능합니다. ... 만약에 이 우주(kosmos)가 과연 아름답고 이를 만든 이
(dēmiourgos) 또한 훌륭하다면, 그가 영원한 것(to aidion)을 바라보고서 그랬을
것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 왜냐하면 생겨난 것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우주이며, 원인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것이 그걸 만든 이이기 때문
입니다.”(28c-29a)
여기서 ‘영원한 것’이란 다름 아닌 ‘선(善)의 이데아이다. 자기 동일성
을 갖는 불변의 영원한 실재는 선 혹은 좋음 그 자체이기 때문에, 훌륭한
장인(匠人)이 이를 본으로 삼아 만든 이 우주는 가장 아름다울 수밖에 없
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우주를 만드는 데미우르고스는 티마이오스 에
서 아버지(patēr), 제작자(poitēs), 지성(nous), 신(theos) 등으로 명명되는데,
통상적으로 우주 생성과 질서 부여의 원인이 되는 nous를 의인화(擬人化)한
것으로 이해한다. 이는 플라톤이 만듦의 관점에서 우주생성을 설명하고,
만듦이 성립하려면 무엇보다 만듦의 원인(aitia)이 되는 장본인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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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창조 신화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비
유적으로 해석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를 두고 고래로부터 끊임없는 논
쟁이 있어왔다. 다시 말하자면 플라톤이 우주의 창조를 실제적 사건으로
믿었는지, 아니면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설명하기 위한 방편으로 창조 신
화를 동원한 것인지의 문제이다. 이러한 쟁점은 티마이오스 의 저작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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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nous와 측정술(metrētikē)
플라톤은 이제 구체적인 제작의 원리를 우주의 몸체(cosmic body)을 만
드는 데에 적용시킨다(31b-34a). 상당히 복잡하게 설명되는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 우주가 유일성의 측면에서 ‘완전히 살아
있는 것’을 닮도록 하기 위해서, 하나의 천구(ouranos)가 생겨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 제작의 본(本)이 하나이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닮은
우주는 당연이 하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단일성은 완전
성을 의미하는 바, 우주가 단일할 때 더 좋은 것이 된다(33a). 이제 물질
을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 물 불 공기 흙을 기하학적 비율에 따라 결합
시키고, 이것을 결합시킨 이(ho syndēsas) 말고는 다른 어떤 것에 의해서도
해체되지 않게 하였다. 이렇게 하나뿐인 유일한 우주는 전체로서 살아있
는 완전한 것으로서 늙지도 병들지도 않게 구성되었다. 그리고 이 우주는
자신 안에 살아있는 모든 것을 포용하기 위해서 구형(球形)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리하여 구성한 이(ho syntheis)는 모든 것을 자신 안에서 스스로
겪기도 하고 작용을 미치게도 하게끔 자족적(自足的)이게 하였다. 그리고
전후 상하 좌우 회전이라는 7가지 운동 가운데 지성(nous)과 지혜(phronēsis)
에 가장 많이 연관되어 있는 운동 즉 같은 방식으로 같은 곳에서 그리고
자신 안에서 도는 회전운동을 하게 하였다(34a). 그런데 우주의 몸체가 회전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혼이 자리 잡고, 몸체 전체에 뻗쳐 있을
뿐만 아니라 몸체를 밖에서 혼으로 감싸야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회전하는
유일한 우주는 자기 이외에 다른 것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자신과 어울려
지낼 수 있는 행복한 신(神)으로 탄생하였다(3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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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데미우르고스는 우주 혼을 제작하는 일에 착수하는데, 이 작업의
설명도 우주 몸체 못지 않게 복잡하고 난해하다. 그러나 이 두 영역에 공
통적인 원리는 기하학적 비례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우주 혼과 우주 몸의
양자관계에서, 전자는 후자보다 출생에서나 훌륭함에서나 앞서고 혼이 몸
의 주인이고 몸을 다스리는 자임을 먼저 밝히고 있다(34c). 그리고 나서
데미우르고스는 ‘불가분적이고 언제나 같은 상태로 있는 존재(ousia)’와
‘물체들에 있어서 생성되고 가분적인 존재’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셋째
종류의 존재’를 혼합한다. 그리고 ‘동일성’과 ‘타자성’을 ‘존재’와 함께 혼
합하여 하나의 전체를 만들고, 다시 각 부분으로 분할하여 1,2,4,8의 2배
간격과 1,3,9,27의 3배 간격이 되게 한다.
그리고 이 전체 구조를 길이로 둘로 가르고, 그 둘을 x자 모양으로 중점
이 서로 교차하도록 한 다음, 그 각각이 원형으로 하나를 이루게 구부린
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 원을 하나는 바깥쪽으로, 다른 하나는 안쪽으로
돌게 하였는데, 전자를 ‘동일성의 운동’, 후자를 ‘타자성의 운동’이라고
명명하였다(35a-39c).
혼은 천구(天球)의 중심에서 바깥쪽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향으로 엮이어
“
있고 또한 천구를 바깥쪽에서 둥글게 에워싸고 있어서, 자신 안에서 스스로
회전하면서 영원히 끝나지 않는 슬기로운 삶의 성스러운 시작을 보게 되었
습니다.”(37e)
우주 혼과 우주 몸체라는 ‘nous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의 작업특징을
말하자면 전체로서의 단일성과 기하학적 비례에 따른 결합과 분할이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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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nous와 데미우르고스
티마이오스 는 이 우주가 어떻게 생성되었으며 또 어떤 목적으로 지어
졌는가를 밝히는 플라톤의 우주론적 저술이다. 이 우주는 누군가의 창조
작업에 의해 생겨난 제작물이며, 그 이전에는 무질서 가운데서 혼돈상태에
있는 물질적 재료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창조 혹은 제작에는 세 요소가
필수적이다. 이는 제작을 위해 주어져야 하는 물질적 재료와 제작의 본(本),
그리고 제작을 이행하는 데미우르고스이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서 가장
논란거리가 되는 대상이 데미우르고스 개념이다. 다시 말해 데미우르고스의
정체 혹은 존재론적 위상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티마이오스 연구가들
사이에서 큰 이견의 편차를 보이고 있다.
제일 먼저 데미우르고스와 선의 이데아의 관계 문제이다. 앞서 살펴보
았듯이(29e), 우주를 구성한 자 곧 데미우르고스가 모든 것이 자신의 선함
과 최대한 닮은 상태가 되기를 바라는 동기에서 이 우주가 생성되었다고
하였다. 따라서 ‘똑같은 방식으로 한결같은 상태로 있는 것’ 즉 ‘영원한
것’(to aidion)을 바라보고 만들었다는 것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이 본(本)
은 선의 이데아이다. 그렇다면 데미우르고스의 선함과 선의 이데아의 선
함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양자를 별개의 것으로 설정할 때, 이런 곤란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데미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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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와 선의 이데아를 동일시하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 유리하다. 말하자
면 데미우르고스의 맞은편에 본으로서의 선의 이데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바로 그 본이며, 동시에 세계를 생성시키는 원인도
자기 자신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인식과 인식 대상, 주체와 객체가 하나를
이룬다.
이러한 해석의 배경에는 기독교적 신관이 자리 잡고 있는지 모른다. 구
약성경의 창세기 에서,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
람을 만들고”(창1:26)라고 했을 때, 그 형상과 모양은 곧 하나님 자신을
일컫는다. 인간을 포함한 천지 창조의 본도 하나님 자신이고 창조의 원인
즉 작용인(作用因)도 자기 자신이다. 한편, 이와는 조금 다른 노선에서 우주
제작자와 제작의 본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있다. Archer-Hind는 티마이오스
가 유일하게 플라톤주의가 완전하고도 치밀한 일원론적 관념론(monistic
idealism)의 체계임을 인지시켜준다고 하였다. 그의 무리하게 보이는 이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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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데미우르고스와 우주혼의 관계가 진지하게 숙고될 필요가 있다.
글자 그대로의 표현을 받아들인다면, 데미우르고스가 우주 몸체 안에 우주
혼을 넣고, 또 우주 혼 안에 nous 곧 우주 지성을 넣었으니까 데미우르고
스, nous, 혼이라는 세 가지 존재가 된다. 하지만 플라톤은 티마이오스
에서 데미우르고스와 nous 그리고 신(神)을 혼용하고 있으므로, nous와 혼의
관계가 문제로 남는다. 그런데 “nous는 혼(psychē)과 떨어져서는 어떤 것
에도 있을 수 없다.”(30b)는 선포를 수용하면, 결국 데미우르고스가 혼에
내재하는 셈이므로 데미우르고스는 우주 혼 안에 들어 있는 nous가 된다.
그리고 데미우르고스의 창조 내지 제작활동이 사물에 질서를 부여하고
살아있는 것이 되게 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활동 곧 운동은 혼의 본성이
아니겠는가? 요컨대 운동의 원인이 혼이고 데미우르고스의 작업도 운동
이라면, 혼 안에 깃든 nous 곧 데미우르고스는 다름 아닌 혼이 아닌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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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은 이 세계의 기원과 원리를 밝히려는 작업에서 왜 신화의 형식
을 취했으며, 데미우르고스를 인격신처럼 묘사하였을까? 희랍 신화는 아
르케를 탐구하는 희랍인들의 최초의 표현양식이었다. 그들이 그려 놓은
원인으로서의 신들은 단지 논리성(logos)을 결여한 이야기로서의 초월적
존재였다. 이후 희랍자연철학은 뮈토스를 로고스로 대체하여 세계에 대한
합리적 설명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막바지에 이른 유물론적 기계론은 세계
내 사물들의 인과적 연관성을 해명하는데 집착한 나머지, 세계의 목적론
적 존재 이유를 놓치고 말았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존재 이유를
목적론적 관점에서 찾았고, 플라톤은 이를 우주적 스케일로 확장하였다.
플라톤은 세계의 존재이유를 밝히기 위해서 세계 밖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었고, 디아렉티케의 힘든 탐구 끝에, 드디어 선의 이데아를 발견(인식)
하였다. 그런데 영원한 본(本)으로서의 이데아는 어떻게 이 세계(현상계)에
현상(現像) 혹은 분유(分有)되었으며, 이 세계는 어떻게 이데아에 참여하게
되었을까? 이 문제를 플라톤은 티마이오스 에서 해명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이 우주 곧 현상계의 시초(archē)를 밝히려는 일에서, 불가
피하게 신화적 형식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문학적 효과를 노
려서가 아니라 세계의 시작과 창조자의 영역까지는 로고스 즉 합리적 설
명과 사고가 미칠 수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티마이오스
의 우주론이 ‘그럴듯한 이야기’(eikōs mythos)에 불과하고, 그것을 넘어 더
이상은 탐구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한다(29d). 어쨌든 티마이오스
에 나타난 그의 우주론은 헬레니즘 시대를 지나 중세 기독교에 이르기까지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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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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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哲學硏究 第137輯
<Abstract>
Kim, Youn-dong
Plato learned of teleology from his teacher Socrates and expanded it to its
application in cosmology. His cosmological work Timaeus was the final
edition of teleological view. The motive that Demiurge created the cosmos
was in resemblance of his goodness. He then modeled the idea of the Good
imposing limit to the Forms of Good in a material world. In this sense,
Demiurge was an excellent creator and created the Good cosmos.
The cosmic body was made from four elements (water, fire, air, earth)
and the cosmic soul entered the cosmic body and the cosmic intelligence
(nous) entered the cosmic soul. According to these steps, this cosmos was
created and named a living god. In conclusion, Plato asserts that this
cosmos was created by God’s teleological project, and resembles the
goodness of a god. When man followed the order and balance in the
cosmos, the good of the individual and the state would be accomplished.
* http://dx.doi.org/10.20293/jokps.2016.137.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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