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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ts, Crustaceans, Jellyfish, Cells, and Soap Bubbles: Variations of Biomimicry

식물, 갑각류, 해파리, 세포, 그리고 비누거품: 생태모방의 변형

Yehre Suh

서예례

Presented at the <Biomimicry International Symposium> at the National Institute of Ecology,


South Korea, September 2017.
국립생태원 <생물모방 국제 심포지움>, 2017년 9월 발표.

1. 자연모방 / 생태모방

최근 많은 수의 건축 블로그, 윕사이트, 잡지, 서적들을 살펴보게 되면, 각양각색의 이름 모를 해저

생물체 혹은 이들 생물체의 장기 내부를 확대한 듯 한 형상의 이미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해파

리에서부터 바다가재, 갑오징어, 말미잘, 성게, 전복, 해초, 혹은 이와 같은 생물체의 내부 세포 구조

를 묘사한 듯 한 디지털 렌더링, 이미지들은 마치 건축 대신 생물공학, 유전공학, 혹은 해양 생물학

관련 출판물을 보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다. 인체 내부를 미시경으로 확대한 듯 한 공간

들을 묘사한 판타스틱 보이아지(Fantastic Voyage, 1966), 이너스페이스(Innerspace, 1987) 영화의

장면, 혹은 일부 사실, 그리고 일부 상상력에 기반을 둔 해저 생물체들을 묘사한 해저 2만리(20,000

Leagues Under the Sea, 1954), 그리고 실제 해저 생태계의 기묘한 풍경들을 보여주는 블루 플라넷

(The Blue Planet, 2001) BBC 다큐멘터리 등에서 봄직한 형태와 이미지들을 공간디자인 관련 이미

지 출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림1> 바다에서 갓 건져낸 듯 반질반질한 윤기가 도는 거대한

불가사리 형상의 구조물이 초록색 밀림 한 가운데에 솟아나는 듯 보이는 도시 조감도에서부터, 마치

해류에 따라 유유히 움직이는 깊은 바다속의 해초처럼 관람객의 움직임을 감지하며 미묘하게 흔들리

는 설치물까지, 유전자 돌연변이를 연상시키는 생물체 형상은 전자제품, 가구뿐만 아니라 공간 설치

물, 건축, 도시 디자인에까지 그 영향을 찾아 볼 수 있다. 유전자 엔지니어링 과정 중 배출된 실패작

같은 기형 생물체로 보이면서, 분명 인공적으로 생성된 이미지, 설치물들의 형태적 기원은 정확히 종

잡을 수는 없지만, 외형적으로 판단하였을 때 그 영감을 자연으로부터 얻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러한

이미지들에 첨부된 설명들을 보게 되면 자연의 모방, 모사, 유사, 해석, 적용, 그리고 유기체적, 유기

적, 유선형적, 생성적, 자기생성적, 동적, 역동적 등의 표현과 함께 항상 자연친화적, 혹은 환경친화적

이라는 용어가 사용됨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왜 자연의 형태를 모방하고 그 유사성을 강조하는 것이 환경친화적인가? 과연 강아

지의 형상을 그대로 모방한 로봇이 그렇지 않은 로봇보다 생태적으로 더 환경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

는가? 또한 인류의 역사는 그 시초부터 자연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어왔음을 보았을 때, 현시대에


있어 ‘자연’의 의미는 무엇이며, ‘자연’과 ‘생태계’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이와 관련
1

하여 과학, 예술, 미디어에서 생태모방이라는 의미의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2라는 용어가 특별히

상용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바이오미미크리가 의미하는 생태모방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공간디

자인적 측면에서 생태모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본 글은 우선 건축3에 있어 생태모방적 성향의 기원과 이와 관련되었던 과학, 예술, 철학적

이론들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최근 건축론에 있어 바이오미미크리의 위치와 그 방향에 대해 이야

기하고자 한다. 특히 건축에 있어 유기체론, 자기생성적 프로세스, 그리고 환경친화적 디자인에 관한

담론들을 통해 공간디자인에 있어 자연의 영향을 이해하고자 한다. 인간은 자연의 창조물이기에 인간

의 창조물 또한 당연히 자연적 논리에 따라 창출되어야 한다는 유기체론, 절대적 진리 대신 자연의

진화론 적용을 통해 새로운 창조적 가능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자기생성적 과정, 그리고 인간으로 인

한 자연 파괴에 대한 위기감을 바탕으로 생성된 자연친화적 디자인은 모두 바이오미미크리에 기반을

둔 개념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비록 서로 상이한 토픽들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은 공

간디자인에 있어 생태모방의 의미, 가치, 그리고 방향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2. 유기체론

공간디자인에 있어 생태모방의 기원과 이의 변천 과정은 비활성적 물질의 구성과 이의 미적 가능성을

실험하고, 인간의 주거, 생활공간을 창출하는 건축을 통해 이해해야 할 것이다. 예술, 과학, 철학에 있

어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으려는 시도는 무엇보다 건축의 역사를 통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고

대 시대에 있어 자연은 완벽한 비례와 기하학의 모태였으며, 인간의 창조물로서의 건축은 이러한 절

대적 진실을 반영하는 핵심적 매개체 역할을 하였다. 이렇듯 고대 시대에서부터 19세기까지 자연의

모방을 주 목적으로 삼았던 예술적 성향을 유기체론(Organicism)4이라 부를 수 있으며, 이는 건축의

역사를 살펴보는데 있어 유용한 이론적 잣대로 작용한다. 캐롤라인 반 이크(Caroline van Eck)의 저

서 <19세기 건축의 유기체론 Organicism in Nineteenth‐Century Architecture>은 건축에 있어 유기

체론의 중심적 영향을 고대 시대부터 19세기 근대까지 추적함으로써 생태모방에 대한 건축론의 변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이크에 의하면 유기체론은 기본적으로 자연의 무조건적 모방을 주장하기 보

다는 자연의 은유를 통해 무생물적 사물에 생기를 유발하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이는 자연 형태

(form)의 모방이 아닌 생태계의 시스템적 해석을 의미하였다.

건축에 있어 유기체론의 원조는 고대 로마 시대 건축의 유일한 기록으로 서양건축론의 기원

1 본 글에서 ‘자연’은 과학적 의미가 아닌 철학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규정된 ‘자연’을 의미한다. 따라서 본 글은 정치적 의미의 ‘자연 ’과 과학
으로서의 ‘생태계(ecosystem)’를 구분해서 사용한다. 생태학 (ecology)이라는 분야는 20세기 초 등장하여 1960년대에 들어 환경운동의 활성화와
함께 발전되었으며, 자연을 생물체, 비생물체를 포함하는 환경을 연구하는 과학이다 . 비록 생태학이 ‘자연 ’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이용되기는
하지만 그 자체적으로는 정치성을 배제한 자연을 지칭할 수 있는 용어이다.
2 현재 바이오미미크리를 번역할 때 ‘생체모방’, ‘자연모방 ’, 혹은 ‘생태모방 ’이라는 용어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 바이오미미크리는 우선 살
아있는 생물체에 국한되기 보다는 생물체와 비생물체를 모두 포괄한 생태계를 의미하며 , 각주 1에서 언급하였듯이 본 글에서는 정치적 ‘자연 ’
과 과학적 ‘생태계’를 구분하고자 한다 . 따라서 본 글에서는 바이오미미크리를 ‘생태모방 ’이라 번역한다 .
3 본 글은 건축이론과 건축사를 통해 공간디자인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건축은 공간디자인을 행하는 포괄적 분야로 이해한다 .
4 van Eck, C., Organicism in Nineteenth ‐Century Architecture: An Inquiry into its Theoretical and Philosophical Background, Amsterdam:
Architectura & Natura Press, 1994, p.20
이라 할 수 있는 비트리비우스(Vitruvius)의 <건축십서 De Architectura: Ten Books on

Architecture>로, 이에 의하면 건축은 자연으로부터 유래하였으며, 따라서 자연의 절대적 미를 추구하

는 것이 건축예술의 기본 규범이라 말하고 있다. 25BC경 쓰였다고 추정되는 이 저서는 15세기 르네

상스 시대에 발견되어 18세기까지 유기체론의 근본을 이루게 되었고, 나아가 르네상스 예술, 건축, 과

학의 근간이 되었다. 인체의 비례에 기반을 두어 규정되었던 그리스 시대의 건축 규범을 집대성한

<건축십서>를 기반으로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 다빈치(Leonardo da Vinci), 미켈란젤로

(Michalangelo) 등의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 건축가들은 자연의 원리를 과학, 기술적 측면에서 분

석, 연구하여 자연의 절대적 비례와 기하학적 원리를 건축에 적용하였다. 당시 다빈치가 제안한 하

늘을 나는 기계는 새의 비행 구조 분석을 통해 이루어졌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18세기 말에 들어서 계몽주의의 존 록(John Locke)과 에드워드 흄(Edward Hume)

의 인식론적(epistemological) 철학에서 자연에 기반을 둔 보편적 진실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

는 비트리비우스의 절대적 비례와 기하학을 기반으로 한 통합적 건 축론 대신, 개인의 주관적 경험에

기반을 둔 새로운 건 축론 등장의 계기를 마련하였으며5, 양식적 차원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표면적

형태의 모방 대신 끊임없는 다양성을 창출하는 원리와 방법의 모방이 추구되었다. 19세기 카르 프레

드릭 슁켈(Karl Friedrich Schinkel)과 카르 고트리브 빌헬름 보티쳐(Carl Gottlieb Wilhelm

Botticher)6는 장식(ornament)으로서 생태모방과 구조적(tectonic) 시스템으로서의 생태모방을 구분하

였다. 이들은 과거 스타일을 무조건 복제하기 보다는 새로운 형태를 구조적으로 개발하려 하였다. 따

라서 비록 그리스 혹은 고딕 스타일에 그 기반을 두고는 있었지만 건축의 자치성을 확립시키기 위해

생성적 방법론을 통해 유기체론을 이해하려 하였다. 고딕(Gothic) 스타일의 재생을 통해 유기체론을

종교적 경험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당시 영국의 존 러스킨(John Ruskin) 또한 자연의 방법과 이치

에 따라 지어진 고딕 건축의 독특한 특성인 식물 주제의 장식들은 장식을 위한 구조가 아닌 구조를

위한 장식이라고 주장하였다. 러스킨은 이론적으로나마 장식과 구조의 모방 방법을 구분하고자 하였

던 것이다.7 <그림2>

하지만 1859년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종의 기원 Origin of Species>이 출판된 이

후 생물과학 분야에 있어 기능에 근거한 목적론적, 혹은 생성론적 진화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건축의 유기체론에 있어서도 시각적 장식과 기능적 구조를 구분하고자 하는 노력이 대거 확산된다.

고딕건축에 있어 돌로 지어진 건물 구조를 나무의 구조에 비유하는 유기체론에 기반을 둔 시각적, 은

유적 이해에 제한된 건 축론 대신, 르네상스 시대의 과학적, 기계적 방법론에 기반을 두어, 돌, 나무,

혹은 철 등 각 재료의 기능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건축의 과학적 이해가 보편화되기 시작하였다.8 건

축이론을 진화론적 입장에서 접근하였던 19세기 독일 건축가, 이론가였던 고트프리드 젬퍼(Gottfried

5 ibid., pp.68‐69; Hume, D., “Beauty is no quality in things themselves; it exists merely in the mind which contemplates them … Each
mind perceives a different beauty,” from ‘Of the Standard of Taste’ in Essays Moral, Political and Literary, 1757, p.136
6 ibid., pp.163‐174; Carl Gottlieb Wilhelm Bötticher, Die Tektonik der Hellenen, 1844; 보티쳐는 고대 건축 양식을 은유적 방법이 아닌 유형
론에 기반을 두어 구분하였으며, 새로운 재료 철의 적용 가능성에 기반을 둔 건축유형의 변형 가능성을 서술하였다 .
7 Ruskin, J., The Seven Lamps of Architecture, London: J.M. Dent & Co., 1907, p.114; 첫 출판 1849. 1861 년 완공된 러스킨의 옥스퍼드 박
물관(Oxford Museum)은 그의 철학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
8 van Eck, C., op.cit., p.221; Léonce Reynaud, Encyclopedie Nouvelle, 1836‐41.
Semper)는 1851년 그의 저서 <건축의 네 가지 요소 The Four Elements of Architecture>를 통해

예술 아니면 기능이라는 이분법적 해석을 벗어난 ‘건축 순수론’을 주장하며, 재료, 의도, 시간, 환경,

특성 등의 요인들에 기반을 둔 건축 유형론(typology)을 주장한다. 당시 과학, 철학, 예술계에 목적론

적 생물 진화론을 통해 큰 영향을 끼쳤던 동물학자이자 자연학자인 조르쥬 쿠비에(Georges Cuvier)

와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과학적 논리를 참조하였던 젬퍼는 자신의 건축 유형론은 제한된 양

식과 형태를 기반으로 한 형태론적 진화를 통해, 내용 없이 무작위로 생산되는 스타일적 건축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생물의 비교해부학을 기반으로한 젬퍼의 창조와 해석의 전략은 건축에 있어서

새로운 자연모방론을 형성하였다.

과학적 방법론에 근거한 건축론은 비올레 르 듁(Viollet‐le‐Duc)의 건축에서도 찾아 볼 수 있

다. 젬퍼와 동시대의 프랑스 건축가이자 이론가였던 비올레 르 듁은 수학, 물리, 등 자연의 기능과 통

합성에 근거한 논리에 따라 그의 건축론을 전개한다. 그는 기능의 충족만으로 건축을 규정할 수 없으

며, 건축은 자연에 기반을 둔 전체적인 통합성의 추구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종교적, 추상적 언어 대신 기하학과 물리의 수량적 논리에 기반을 둔 자연의 형태를 통합적으로 해석

하고자 하였으며, 각 재료의 특성에 따른 “정직한” 건축론을 추구하였다. 활발한 건축가이며 사적보존

가로 활동하였던 비올레 르 듁은 주철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건축구조 디자인 등 다양한 실무관련

작업들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실천하였다. 모더니즘의 도래와 함께 비올레 르 듁 등의 건축론가들은

19세기 중반까지 고대건축과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양식에 기반을 두었던 건축 유기체론을 근대 과거

지향적 양식으로 여기게 되었고, 이는 객관성, 진실, 기능,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관심으로 대체되었

다. 재료를 불구하고 건물의 기둥을 무조건 나무와 같다고 볼 수 없듯이, 자연의 모방을 추구하는 예

술은 장식적 차원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19세기 말 근대로의 전환과 함께 장식으로서의 유기체론은 클래식 건축양식론에 기

반을 둔 자연모방 대신 과학생물학에 기반을 둔 생태모방 개념으로 대체되었다. 이의 가장 대표적 예

로는 1904년 출판한 <자연의 예술 형태 Kunstformen der Natur>를 볼 수 있다. 당시 저명한 생물

진화론자이자 탁월한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언스트 헤켈(Ernst Haeckel)9은 해저 생물체들의 형태들을

묘사한 화려한 삽화들을 통해 자연의 형태학적 다양성을 예술의 모티브로 제시하였다. <그림3><그림

4> 20세기 근대에 들어서면서 유기체론은 전통적 수사법과 시적 은유에 기반을 둔 클래식 양식론적

예술론으로부터 탈피하여, 전문적이고 과학적, 실용적 관점에서 자연을 보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새로

운 전문적 유기체론을 가장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건축 이론가였던 루이스 설리반(Louis Sullivan)은

1924년 그의 저서 <인간 능력에 관한 철학에 기반을 둔 건축 장식의 원리 The System of

Architectural Ornament According with a Philosophy of Man’s Powers>에서 자연을 생물

(animate), 그리고 무생물(inanimate)로 구분한다. 인간은 비유기체로부터 유기체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에 건축을 통해 무생물인 사물과 생물로서의 자연을 연결 지을 수 있으며, 자연의 창조적 측면

대신 인간의 창조성을 중시하는 유기체론을 주장하였다. 그리하여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9 헤켈은 1866년 그의 저서 <일반 형태학 General Morphology>에서 처음으로 생태학(ecology)이라는 용어를 사용, 정착시켰다.
follows function)”라는 문구를 세계적으로 유포시키게 되었다. 하지만 설리반의 “기능(function)”의

정의는 매우 광범위하였다. 건축 디자인에 있어 기능은 프로그램, 일광, 온도, 공기, 재료, 구조 등을

의미하면서도 미국의 첫 고층건물인 세인트루이스(St. Louis)의 웨인라이트 빌딩(Wainwright

Building, 1890) 디자인 과정을 설명하면서 설리반은 건물의 ‘우뚝 선(loftiness)’ 모습을 건물의 기능

중 하나로 서술한다. 그는 사물의 에센스, 혹은 특성에 기반을 둔 기능과 형태의 일치를 주장하였다.

“파도의 형태는 자연적으로 파도의 기능을 통해 결정되고 구름의 형태는 자연적으로 구름의 기능을

통해 결정된다.”라고 말하면서 기능과 형태의 필연적 관계를 설명한다. 비록 설리반의 기능의 정의는

모호하였지만, 그의 이론은 생명체로서의 자연을 벗어나 무생물의 생태계를 설명하는 유기체론의 전

개를 가능하게 하였다. 설리반이 주창한 자연과 인공의 생물, 비생물을 포함한 통합적 환경으로서의

유기체론은 인간 개인의 주체적 생성론을 의미하였다. 따라서 이는 당시 인본주의, 사회주의에 기반을

둔 건축을 지향하는 움직임에 의해 통합적, 사회적, 인본주의, 민주주의적 디자인을 지칭하는 양식의

명칭으로 사용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알바 알토(Alvar

Aalto) 등이 그 대표적 건축가들이다. 1941년 시그프리드 기디온(Siegfried Giedion)은 그의 <공간,

시간, 그리고 건축 Space, Time and Architecture>에서 건축의 역사는 이성적, 기하학적 축과 이에

반하는 반이성적, 유기적 축의 병행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설리반, 라이트, 알토 등의

유기적 건축(organic architecture)은 모더니즘의 기계주의적 기능주의에 반한 통합적 사회조직, 구조

를 추구하는 생태모방의 건축으로 규정되었다.10

근대 이전 자연모방으로부터 근대 이후 생태모방의 개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어 장식과

기능의 시스템적 연관관계는 항상 유기체론의 중심에 있었다. 유기적 건축이라는 개념 또한 통합적

시스템으로서 생태계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 인본주의적 사회공동체 환경을 의미한다. 하지만 근래의

유기체론은 자기생성적, 환경친화적이라는 용어들과 직결됨으로써 생체적, 곡선적, 혹은 대자연의 이

미지를 모티브로 한 장식적 의미로 격하되어 활성화되고 있다. 생태모방에 기반을 둔 유기적 건축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우리는 건축에 있어 자기생성적 프로세스와 환경친화론의 도래를 살펴보아야 한

다.

3. 자기생성적 프로세스

14‐17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인본주의, 그리고 18‐19세기의 근대화를 통해 유기체론을 중심으로 전개

되었던 건축에 있어 자연모방의 개념은 20세기 근대 생물과학의 선도적 연구를 중심으로 생태모방의

개념으로 전환되었다. 고대양식으로부터의 탈피를 추구하였던 근대 건축 아방가르드는 절대적 진리에

기반을 둔 건 축론 보다는 새로운 개념 창출이 가능한 생성적 과정을 추구하였다. 따라서 당시 자기

생성적 과정을 주장한 진화론은 예측 불가능하고 무궁무진한 창조의 가능성을 지닌 과정 중심적 방법

론을 모색했던 건축 이론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 하지만 건축에 있어 왜 자기생성적

과정이 선호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8세기 생물학의 전성설(preformation), 후성설(epigenesis),

10 Giedion, S., Space, Time and Architecture: The Growth of a New Tradition,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67, 초판 1941,
pp.414‐20
그리고 자기생성(self‐generative) 개념의 기원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11

헬뮤트 뮬러‐시애버즈(Helmut Müller‐Sievers)의 <자기생성: 1800년경 생물, 철학, 그리고

문학 Self‐Generation: Biology, Philosophy, and Literature Around 1800>에 의하면 17세기 근대

과학에서 의문시되었던 후성설은 18세기 갈릴레오(Galileo Galilei), 데카르트(René Descartes), 그리

고 뉴턴(Isaac Newton)의 기계적 이론의 등장과 함께 다시 대두되었다. 창조론과 연계되었던 전성설

은 각 난자, 정자마다 어른의 유기체가 축소형으로 이미 형성되어 있으며, 정자 혹은 난자의 성장을

통해 유기체의 형상이 미리 설정되어있다고 주장한다. 모든 유기체 조직은 하느님에 의해 세상 창조

시 이미 동시에 형성되었으므로, 전성설은 결국 자연의 자기생성적 능력을 부정하였다. 이에 반해 아

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철학에 기원을 두고 있는 후성설에 의하자면 유기체는 형태 추진성

(formative drive)에 의해 연속적 자기생성 과정을 거치게 된다.12 자기생성적 과정을 통한 비결정적

결과의 창출을 의미하였던 18세기 생물학계의 후성설 논리는 타학문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철학,

문학, 그리고 건축에 있어 후성설은 곧 절대적, 객관적 진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였으며, 존재의 기

원, 혹은 유례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유기체의 자기생성적, 유기적 과정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

고대 클래식 양식으로부터의 탈피를 추구하였던 근대 건축 아방가르드는 후성설의 논리에 기반을 두

어 새로운 개념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공업화와 대량생산의 논리가 산제한 상황에서 예정된 결과물

의 발견에 집착하기 보다는 프로세스를 통해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추진함으로써 보편적인 진리의 내

재성 보다는 발전적 과정의 초월성에 기반을 둔 세계관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데트리프 마틴스(Detlef Mertins)는 그의 글 “생체구조주의(Bioconstructivisms)”에서 근대

건축의 자기생성적 과정에 대한 논리의 기원을 헨드릭 페트루스 베를라헤(Hendrik Petrus Berlage)

의 작업에서 찾는다. 1900년경 베를라헤를 포함한 네덜란드의 몇 건축가들은 건축의 비례적, 기하학

적 기원의 이해를 통해 디자인의 생성적 과정을 추구하였다. 이들은 고대 클래식 건축뿐만 아니라 중

세, 그리고 이집트 시대의 건축까지 비례와 기하학에 기반을 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던 사실을 기

반으로, 미리 예정된 결과물로서의 건축이 아닌 보편적 논리를 근거로 하는 변형적 프로세스를 발견

하고자 하였다.13 자연에 근거한 기하학으로부터 추출한 형태의 객관적, 보편적 타당성은 확고하였다.

자연에 기반을 둔 기하학의 유연성과 다양성의 주장을 위해 베를라헤는 당시 자연의 형태와 이의 가

능성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에른스트 헤켈의 1904년 저서 <자연의 예술적 형태>를 인용

한다. 생물학자이자 탁월한 일러스트레이터였던 헤켈은 진실 된 자연의 형태들을 통해 순수, 응용예술

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단일 세포적 생물체의 기본 기하학은 자기생성적 시스템

을 통해 자연의 수많은 변형을 창출한다는 논리에 따라 생물체들을 형태학적으로 분류, 기록하였다.

<그림5>

건축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친 생물학자 달시 톰슨(D’Arcy Wentworth Thompson)의 1917년

11 Mertins, D., “Bioconstructivisms,” NOX: Machining Architecture, edited by Lars Spuybroek, London: Thames & Hudson, 2004, pp.360‐
369
12Müller‐Sievers, H., Self‐Generation: Biology, Philosophy and Literature Around 1800, Stanford: Stanford University Press, 1997, p.3; 뮬러
시애버즈에 의하면 근대 후성설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발견 , 실험 , 근거 없이 단지 기계주의를 반대한다는 명목 하에 지배 이데올로기
로 자리 잡게 되었다.
13 Berlage, H.P., Amsterdam Commodities Exchange, Amsterdam, The Netherlands, 1903, 참고.
출판된 저서 <성장과 형태 On Growth and Form>는 이러한 자기생성적 건축론 형성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톰슨은 생물체의 역학을 통해서 형태의 이해와 성장과 움직임의 변화 과정 등을 서

술한다. <그림6><그림7> 물 표면에 떨어지는 물방울의 모양을 해파리의 형태와 비교함으로써 무생물

과 생물의 역학관계를 형태학적으로 접근하였으며, 생태환경과 역학관계에 의해 일어나는 자연의 형

태 변화 과정을 연구한 톰슨의 저서는 생물과학계에 있어 새로운 장을 형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예술,

철학 분야에 있어서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림8><그림9> 1956년 기오르기 케페스

(György Kepes)의 <예술과 과학에 있어 새로운 지평 The New Landscape in Art and Science>,

그리고 안드레아스 파이닝거(Andreas Feininger)의 <자연의 해부학 The Anatomy of Nature: How

function shapes the form and design of animate and inanimate structures throughout the

universe> 등의 저서에 묘사된 자연의 무생물, 생물 형태의 유사성, 그리고 적용 가능성에 관한 연구

는 톰슨의 영향이 20세기 중반 예술계에 큰 영향으로 작용하였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그림10>

예술의 영감으로서 과학을 바라본 것은 예술인들만이 아니었다. 시스템 생물학의 기본을 형

성하고, 분자생물학이 등장하기 이전 발생생물학의 권위자인 콘라드 워딩턴(Conrad H. Waddington)

은 생물학자, 유전학자, 발생학자이자, 고생물학자, 그리고 철학가로, 문학과 시각 예술에도 깊은 조예

를 가졌다. 그는 1970년 출판된 <외형의 내면 Behind Appearance: A Study of the Relations

Between Painting and the Natural Sciences in this Century>에서 큐비즘과 상대성 이론 , 표현주

의 회화와 양자물리학에 있어 비결정적 과정의 비교를 겉으로 드러낸 생태계 외형과 그 내면에 숨겨

진 구조를 밝혀내는 과학과 예술의 유사성을 설명한다. <그림11> 이의 연장선상에서 현대 건축 이론

가인 스텐포드 퀸터(Stanford Kwinter)는 미래파 화가였던 움베르토 보치오니(Umberto Boccioni)의

삼부작 “스타티 다니모(Stati d’animo)”를 분석하면서 안정적 구조로부터 동력적 구조로의 전환 관계

를 다루는 과학연구와 미적 논리를 연관 지어 설명한다. 퀸터는 수학자 포앵카레(Henri Poincaré)에

의해 소개되었던 근대 위상기하학, 혹은 토폴로지(topology)를 언급하며 기하학을 사용하여 동력적 공

간의 형태학적 이해의 가능성을 “파국 이론(catastrophe theory)”와 연결시켜 설명한다. 파국이론은

자연적 진화 형태를 설명하는 방법 중 하나로, 기본적으로 토폴로지의 이해에 기반을 두어 역학의 시

간적 특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는 실생활의 여러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철골 구조의 실패, 파

도로 인하여 배가 엎어지는 현상, 발생학 등 일상적 생태계의 형태는 다양한 역학에 의해 형성되며

이는 단일적이기 보다는 각양각색의 요인들에 의해 형성된다는 이론이다. 퀸터는 포앵카레의 토폴로

지론과 수학자 르네 톰(René Thom)의 파국이론, 그리고 생물학자인 톰슨의 <성장과 형태>에 기반을

두어 건축에 있어 동력적 형태학(dynamic morphology)의 미적 해석을 제안한다. <그림12> 토폴로지

의 지속적 형태학적 변형 과정은 워딩턴의 “후생유전학적 지형(epigenetic landscape)”14 이론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발생과정을 산 정상에서 계곡을 타고 구슬이 굴러 내려가는 과정으로 설명한

다. 구슬이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갈림길을 만나면 어느 한쪽으로만 내려갈 수 있는데, 이 과정은 세

14 Waddington, C. H., The Strategy of the Genes: A Discussion of Some Aspects of Theoretical Biology, New York: Macmillian, 1957,
pp.26‐38
포가 다른 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에 비유된다. 하지만 계곡의 지형 이면에는 복잡한 유전자의 네트워

크가 형성되어 있으며, 세포의 운명은 이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 후생유전학적 지형에 의해 결

정된다. <그림13> 퀸터에게 이러한 형태학적 지형은 항시 변형적이며, 따라서 “스타디 다니모”와 같

은 그림이나 워딩턴의 후생유전학적 지형 모델은 건축 생성과정에 있어 정적인 절대적 공간을 벗어나

동력적 공간의 자기생성적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15

20세기 후반 건축에 있어 컴퓨터의 등장은 자기생성적 건축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

였다. 1990년대 그레그 린(Greg Lynn)을 선두로 등장했던 블라브(Blob) 건축은 톰슨, 르네, 그리고 워

딩턴의 형태역학적 접근방법을 건축의 디지털 스트립팅(scripting) 프로세스와 접목하여 건축에 있어

모더니즘에 기반을 둔 표준화 개념에 반한 변형(variation)의 개념을 대거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

련하게 되었다. 린은 “동적 형태(animate form)”를 이야기하며 데카르트적 공간에 기반을 둔 이상적,

중립적 공간의 이해에서 벗어나 역동적 움직임이 내제되어 있는 비선형적, 동적 공간으로의 전환을

선포한다. 배의 선체가 배의 방향에 따라 형태를 변하지는 않지만 배의 돛은 변동적 환경 요인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엔지니어링 되었듯이, 공간의 토폴로지적 이해는 지속적 표면을 통해 다양한 변

형 요인들을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16 그는 합성적 곡선과 스플라인(spline) 곡선의 생성

과정을 설명하면서 디지털 프로그램을 통해 가능해진 정적, 동적 프로세스의 차이를 설명한다. <그림

14> 이는 도구로서의 컴퓨터를 떠나 동적, 그리고 생성적인 프로세스로서 디지털 프로그램들의 가능

성을 추구하였으며, 프로그래밍, 혹은 스크립팅에 기반을 둔 파라메트릭(parametric) 디자인의 이해를

확장시켰다. 근래 건축계에서 활용되고 있는 그래스하퍼(Grasshopper) 혹은 레빗(Revit) 등의 프로그

램들은 단순히 2D, 3D 모델링, 프리젠테이션 도구로서의 기능을 떠나, 디자인 생성주체로서의 위치를

확립하게 되었다. 이러한 파라메트릭 프로그램들의 자기생성적 프로세스는 최근 자연의 자기생성적

과정과 비유되어 이해되어지고 있다. 자연환경의 파라미터(parameter)에 의해 생물체가 자기생성, 적

응하듯, 인공적 변수들의 파라미터를 기반으로 무한수의 디자인 옵션들이 자기생성된다. 따라서 파라

메트릭 디자인의 비생물적 생성물들이 대부분 자연에서 자라난 듯 한 생물체 같은 형상을 하고 있음

을 당연한 ‘자연적’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그림15> 하지만

인공적 도구인 파라메트릭 프로그램 자체가 ‘생체적’ 형태만을 선호할 수는 없는 것이다.17 이는 파라

메트릭 디자인의 주체로서의 개체에 의해 조정되는 파라미터 중 하나로, 변형의 생성과정 자체는 자

기생성적 과정에 의해 정당화 될 수 있지만, 파라미터의 제한과 궁극적 옵션의 선택에 있어 주관적

판단력의 필연적 개입은 기존 형태에 대한 개체의 선입견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앞서 19세기 유기체론의 다양한 논쟁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자연의 자기생성적 형태 변형

과정은 생체적 형상의 창출을 의미하지 않는다. 건축 구조에 있어 나무의 시스템을 참조하였다고 해

15 Kwinter, S., “Landscapes of Change: Boccioni’s “Stati d’animo” as a General Theory of Models,” Assemblage, No. 19 (Dec. 1992), pp.50‐
65
16 Lynn, G., Animate Form, New York: Princeton Architectural Press, 1999, pp.9 ‐43
17 그레그 린의 초기 프로젝트인 엠브리오닉 주거(Embryonic Houses)는 연속적 변형에 따른 거주 형태의 다양화를 통해 주거 유형의 재확립
을 제안한다. 이들의 블라브 형태는 하이앤드 모더니즘에 반하는 형태적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기적 역학적 생물체적 형상을
띠게 되었지만, 이는 결국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스타일적 편애의 시초를 형성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Lynn, G., Embryonic Houses,
2000, http://www.glform.com/embryonic/embryonic.htm
서 건물 자체가 나무의 몸체, 줄기, 나뭇잎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없듯이, 파라메트릭 디자인

또한 생물적 형태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또한 자기생성적 디자인을 통해 형태의 무궁무진한 변형이

가능해졌지만, 결국 파라메트릭 프로그램의 파라미터, 즉 데이터의 제한적 구조는 인위적으로 결정되

어질 수밖에 없으며, 파라미터가 주어진 후 자기생성적으로 무한한 변형을 창출하더라도 결국 인위적

판단을 통해 선택의 과정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자연 생물체의 자기생성적 논리를 설명한 다윈의 진

화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윈의 진화론은 돌연변이(mutation 혹은 inheritance), 변형(variation),

그리고 선택(selection), 세 가지 이론으로 구성된다.18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자기생성적 프로세스를

통해 돌연변이와 변형의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궁극적 선택의 과정은 개체로서의 작가에게 주어지게

된다. 따라서 자기생성적 프로세스를 통한 변형의 추구는 자연적 프로세스를 통한 절대적 주관성, 합

리성의 확립보다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변형의 가능성을 넓힘으로써 형태적, 기능적 가능성의 확장을

의미한다. 갑각류, 혹은 어느 생물체 장기의 내부처럼 보이는 건축 이미지의 난무는 컴퓨터 테크놀로

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공간 디자인의 제약을 보여준다.

4. 환경친화적 디자인

최근 환경친화적(sustainable) 라이프스타일과 디자인에 대한 높은 관심은 생태모방 개념에도 많은

영행을 미치고 있다. 대중매체의 위력에 힘입어 시스템적 관점에서 접근되었던 생태모방 개념은 이미

지 중심의 상품화 매개체로 돌변하였고, 글로벌 경제 마케팅 전략의 주 모티브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자연을 모방하였다고 해서 무조건 환경친화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초록색 나뭇잎이 그려진

자동차나, 나무 형상의 건물이 자연친화적이라고 할 수 없듯이 최근 생물체의 장기, 혹은 세포의 내부

구조처럼 보이는 건축 이미지, 바다에서 갓 건져낸 불가사리, 혹은 조개더미처럼 보이는 도시계획, 혹

은 초록색 정글이 하늘 높이 치솟는 듯 한 타워의 숲을 담은 이미지들은 자연의 시스템적 측면 대신

자연의 외형적 이미지만을 흉내 내고 있다. 과연 아스팔트, 콘크리트, 유리로 만들어진 도시를 초록색

풀로 덮고, 이름 모를 생물체의 형상과 비슷한 건물들을 모아놓았다고 해서 환경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흔히 미국 도심 밖 주거지역과 공원들의 일상적 풍경으로 그려지고 있는 잘 유지된 초록색

잔디밭이 사실상 도시 환경파괴의 주 원인19 중 하나임을 고려한다면 현대 미디어 중심의 세계에 있

어 ‘자연’의 정치성을 우리는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환경친화적 측면에서 생태모방과

관련하여 최근 사용되는 용어들의 유래와 그 의미들을 살펴봄으로써 생태모방을 통한 환경친화적 디

자인의 긍정적, 그리고 부정적 측면들을 살펴보도록 한다.

우선 최근 상용되기 시작한 바이오미메틱스(biomimetics)라는 용어의 기원을 살펴보도록 하

자. 과학계는 항상 생태계의 모방을 연구 방법론으로 사용하였으나, 20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학문의

세분화와 함께 드디어 독자적인 학문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바이오테크닉스(biotechnics), 바이오닉

스(bionics), 바이오미메틱스(biomimetics),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등의 용어들의 사용은 모두

18 Kirschner, M., “Variations in Evolutionary Biology,” in Research & Design: The Architecture of Variation, edited by Spuybroek, L.,
London: Thames & Hudson, 2009, pp.26‐33
19 Redesigning the American Lawn, eds. Bormann, F.H., Balmori, D., Geballe, G.T.,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93, 참고.
과학 분야에서 시작되었다. 1920년 라울 프랑세(Raoul Francé)는 그의 저서 <창조자로서의 식물

Plants as Inventors>에서 바이오테크닉스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식물과 동물의 독특한 특성들을

다른 과학에 적용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과 식물들에는 자연의 생존 경쟁에서 최적의 상태를 유

지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최고의 엔지니어링 디자인이 벌써 형상화 되어있다. 지금까

지 최적의 상태를 유지, 번식하지 못하면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생명체들이 그 오랜 기간 동안 존

속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특수한 능력의 ‘엔지니어링 디자인’을 통해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까지는 단순히 직감적 차원에서만 적용되었던 바이오테크닉스를 우리는 인류의 기본 생활 방식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다.”20 그 이후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구하는 과학을 지칭하는 바이오닉스는 1960년

항공 의학 연구실에 제직하고 있던 잭 스틸(Jack Steele)에 의해 현대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상용화되

었는데, 미군의 생물학 관련 연구용으로 처음 등장하여 생물학 저널에 기재되면서 사용되기 시작하였

다.21 이는 1962년 오토 슈미트(Otto H. Schmitt)에 의해 바이오미메틱스라는 용어로 개조되어 생물

학 연구 내용을 기술공학으로 전환시키는 연구를 위해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며, 현재에 와서는 바이

오미미크리와 대체 가능한 용어로 사용된다. 바이오미미크리라는 1997년 환경친화와 관련하여 재닌

베니어스(Janine M. Benyus)의 <바이오미미크리: 자연이 가져다준 혁신 Biomimicry: Innovation

Inspired by Nature>에 의해 대중화된 용어로, 생태계의 모방을 통해 에너지, 공해 문제 등, 인간으

로 인한 환경의 문제를 자연의 관점에서 환경친화적으로 해결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베니어스는

자연을 인류의 모델(model), 기준(measure), 그리고 선생(mentor)으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하며 바이

오미미크리를 자연친화적 입장에서 접근할 것을 주장한다. 가시 돋친 식물로 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벌크로의 개발, 철보다 다섯 배 더 강한 거미줄로부터 만든 섬유질, 등 자연의 원리를 적용한 과학기

술 개발 사례 예찬론은 바이오미미크리의 대중화를 선두 하였다.

물론 베니어스가 등장하기 전에 자연친화적 디자인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62년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은 당시 농약으로 인하여 파괴되는 새들의 생태계,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이야기하였는데, 이는 1972년 미국에서

DDT 농약 사용이 금지되는 계기로 작용하였으며, <침묵의 봄>이 세계의 환경보존 움직임을 시작하였

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968년에는 지구를 통합적 유기체로 인지되어야한다는 제임스 러브락

(James Lovelock)의 가이아(Gaia) 학설이 대중화되었으며, 1970년 그린피스(Greenpeace)의 형성과

함께 자연 생태계 위기설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같은 시기에 벅민스터 풀러

(Buckminster Fuller)는 측지선 돔(geodesic dome)등의 개발을 통해 자연의 미시적, 거시적 근본을

형성하는 기하학 연구에 기반을 두어 에너지와 재료의 효율적 사용, 그리고 구조적 역학에 기반을 둔

20 Francé, R., Plants as Inventors, New York: A. and C. Boni, 1923, 참고; 첫 출판 1920.
21 바이오닉이라는 용어는 1976‐77년 바이오닉 우먼(Bionic Woman)이라는 텔레비전 시리즈의 대중화를 통해 일상화되었다 . 사고로 일부 신
체기능을 손상한 테니스 선수를 하이테크 전자과학 기술로 향상시킴으로써 신체의 일부를 사이보그화 시킨다는 이야기로 1975년 인기를 끌
었던 육만 달러 사나이(The Six Million Dollar Man)에서 파생한 텔레비전 쇼였으며, 이는 마틴 칼딘(Martin Caldin)의 1972년 소설 <사이보
그>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 바이오닉스가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생물적 기능을 현대 기술과 엔지니어링을 통해 연구하는 과학임을 보았을
때 바이오닉 우먼 대신 일부 생물, 일부 인공적 부분으로 형성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사이보그 우먼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였을 것이다 .
이는 생물체와 비생물적 관계가 불분명해짐으로써 대중매체에 있어 생태계의 모방에 대한 개념의 혼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 디자인에 있어 시너제틱스(synergetics)의 중요성을 주장한다.22 이러한 배경 속에 조경건축가이

자 환경론자였던 이안 맥하그(Ian McHarg)는 1969년 생태계를 중점으로 둔 첫 도시계획 디자인론서

라 할 수 있는 <자연과의 디자인 Design with Nature>을 출판하였다. 그는 다윈의 “적합성(fitness)”

이론을 도시계획, 그리고 환경디자인에 적용함으로써 형태는 적합성의 형상화이며 따라서 생태적으로

적합한 형태를 찾아 디자인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1971년 “인간: 지구의 병(Man:

Planetary Disease)”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그는 인간은 자연을 강간, 파괴, 살해하고 있으며 따라

서 인간은 지구 생태계의 병이라 선포한다.23 이와 같은 해에 빅터 파파넥은 <인간을 위한 디자인

Design for the Real World>를 출판하였다. 생태계에 대한 섬세한 고려와 불우한 사람들, 제3세계,

그리고 장애인들을 위한 디자인을 주장하였던 파파넥은 스타일의 사소함을 벗어나 생태계에 이로운

“현실적” 디자인의 추구를 주장하였다.24 맥하그와 파파넥은 1960‐70년대 당시 한창 대중화의 물결을

타고 확산되었던 사회주의적, 환경친화적 디자인의 주축으로 활약하게 되었으며, 디자인을 통해 생태

학, 사회주의, 환경친화론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이들의 반소비사회적, 반소비인간적 디자인론을 기반으로 1980‐90년대 보팔(Bophal), 그리고

체르노빌(Chernobyl)과 같은 대형 생태계 파괴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자연위기설이 이슈화 되었고 이

는 환경보존운동이 정치적 움직임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따라서 그린파티의 등장과 여러

세계기구, 그리고 국제 위원회 등에서 선포되는 환경보존법 등을 통해 정치적 차원에서 자연의 보호

를 위한 움직임들이 시작되었고, 이와 동시에 인간을 배제한 자연에 대한 향수에 기반을 둔 위기의식

이 보편화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인류의 죄책감이 팽배한 1990년대 후반 베니어스의

바이오미미크리는 인간의 존재를 배타하는 자연 보다는 인간 중심적 생태계 발전에 주 관심을 둔 환

경친화적 디자인, 엔지니어링의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자연의 창조적 활용 방법을 선포하게 되었고 , 환

경친화의 개념을 산업적으로 일상화시키는 기점이 되었다. 베니어스의 인간과 자연의 긍정적 공존론

은 1990년대 세계 경제의 성황과 글로벌리즘의 확산과 함께 지역적, 그리고 국제적 산업, 경제, 문화,

정부 차원에서 활발히 적용, 전개될 수 있었던 것이다.25

이러한 환경친화적 디자인의 담론에서 우리는 ‘자연’이라는 용어의 정치적 기능을 유심히 살

펴보아야 할 것이다. 브루노 라투어(Bruno Latour)는 <자연의 정치성 Politics of Nature: How to

Bring the Sciences into Democracy>에서 ‘자연’의 죽음을 전재로 한 정치적 생태학(political

ecology)의 추구를 선포한다. 지구 생태계는 인간의 존재를 무시한 채 존재할 수 없으며, 대자연의

‘자연’은 더 이상 ‘자연적’일 수 없다는 정치적 생태학은 대자연으로서의 자연의 종말을 고한다.26 라

22 Fuller, B., with Applewhite, E.J., Synergetics: Explorations in the Geometry of Thinking, New York: Macmillan, 1979, 참고.
23 McHarg, I., “Man: Planetary Disease,” Morrison Memorial Lecture, Washington D.C.: U.S. Agricultural Research Service, 1971, 참고.
24 Papanek, V., Design for the Real World: Human Ecology and Social Change, New York: Pantheon Books, 1971, 참고; 파파넥은 그의 책
에서 방울뱀이 먹이를 인지하는데 온도 센서를 사용하는데 착안하여 제작된 GE의 온도 센서 미사일인 사이드윈더 (Sidewinder)프로젝트 등의
생태모방적 사례들을 언급한다.
25 최근의 경기 공항 이후 환경친화적 자본주의(sustainable capitalism)라는 용어의 등장은 환경친화성(Sustainability) 움직임의 정치적 유연성
을 보여준다. 전 미국 부대통령 알 고어의 글 참조; Al Gore and David Blood, “Toward a Sustainable Capitalism,” Washington Street Journal,
June 24, 2010, http://online.wsj.com/article/SB10001424052748704853404575323112076444850.html; 용어는 존 이카드의 저서를 통해 처음
등장하였다. John Ikerd, Sustainable Capitalism: A Matter of Common Sense, West Hartford: Kumarian Press, 2005.
26 Latour, B., Politics of Nature: How to Bring the Sciences into Democracy,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2004, p.25
투어는 환경친화적 생활문화의 구호가 “자연보호”이기는 하지만, 이는 결국 조직, 소비자, 기관, 비료,

가축, 부산물, 유통구조의 효율적 관리에 관한 이야기이며, 인간을 배제한 반역사적인 자연의 개념과

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정치적 생태학은 자연을 보호하지 않는다. 멸종 위기에 이른 북극곰의 보

호를 애원하며 인간으로부터 대자연을 보호하려 하는 환경보호론자들의 자연은 인간의 존재를 인정하

지 않으며, 인간을 배제한 자연은 더 이상 생태학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정치적 생태학은 자연을

위한 자연을 옹호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연의 연구와는 관계가 먼 각양각색의 정치, 문화, 과학 관련

조직 간의 연결 고리의 역할을 수행한다.27 최근 지구 온난화 현상을 옹호하는 과학계의 연구 데이터

개조 사실로 인하여 불거진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자연 보호 정책에 관련된 정치적 논란은 생태계

연구에 관한 과학의 불확실성과 이를 기반으로 한 환경보호론의 정치적 주관성을 보여준다.28 과연

지구 온난화 현상이 인간의 환경 파괴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지구 사이클의 필연적 현상에 불과한지

에 대한 과학적 논란은 계속될 것이지만, 정치적 생태학은 과학에 기반을 둔 논란을 벗어날 수 있기

에 이의 정치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설명하였듯, 자연모방적 경향은 건축의 역사, 그리고 근대 건축 담론에 깊숙이 내제되

어 있다. 인간 생태계와 생활 공간디자인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건축에 있어 자연과 생태학의 기

원과 이에 관련된 담론의 이해를 통해 정치적 생태학의 가능성을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자연을 보호, 모방하고자 하는 환경친화에 기반을 둔 자연모방적 경향, 자연의 이미지에 대한 무조건

적 신뢰성, 그리고 나투어폴리틱(Naturpolitik)29의 사회적, 도덕적 획일성 등, 생활환경 속 깊이 심어

진 자연의 이데올로기를 건축 담론을 통해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특히 최근

건축계에 있어 특수 전문 분야로 명시되어 학계와 실무에서 전문적으로 교육, 양성화되고 있는 환경

친화적 디자인의 제도화 과정의 문제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과연 한 가족을 위해 헬리콥터 착륙

장 3개와 168개의 주차공간을 갖추고 있는 인도의 24층짜리 주거건물이 친환경건축물 인증을 받았다

고 해서 환경친화적이라 할 수 있을까? 친환경건축디자인 면허 소지자만이 환경친화적 디자인을 실

행할 수 있는 것인가? 모든 디자인 행위가 근본적으로 생태계를 염두에 두고 친환경을 목적으로 이

루어져야 하지 않는가?30 결국 현 환경친화적 디자인의 체제화는 건축에 있어 자연을 마케팅적 측면

에서 해석한 부분들이 상제해 있으며, 생태계가 아닌 자연의 정치를 통해 형성된 환경친화론의 이데

올로기를 성립시키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5. 생태구조주의

27 이는 라투어의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 그는 기존 사회과학과 철학에서의 주관 ‐객관의 관계 설


정을 벗어나 인간, 동물, 기술, 도로 등의 인간과 비인간의 행위자들로 구성된 이질적 네트워크 (heterogeneous network)의 관계를 제안한다 ;
Latour, Bruno, Reassembling the Social: An Introduction to Actor‐Network‐Theory,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5.
28 Revkin, Andre C., “Hacked Email is New Fodder for Climate Dispute,” New York Times, November 20, 2009,
http://www.nytimes.com/2009/11/21/science/earth/21climate.html 참조. 지구온난화 논란의 정치성은 다음 두 다큐멘터리를 둘러싼 과학 , 정치,
대중미디어계의 반응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Davis Guggenheim and Al Gore, <The Inconvenient Truth>, 2006, Martine Durkin, <The
Great Global Warming Swindle>, 2007.
29 리알폴리틱(Realpolitik)을 모델로한 용어로, 정치적 생태학에서 일탈한 용어이다. 군사적 생태학 (militant ecology)의 상극적 의미로 , 대중생
활에 있어 마약처럼 작용하도록 창조된 자연의 개념 유지를 통해 대중생활의 활성화를 주장한다; Latour, B., op.cit., “Glossary,” p.245
30 http://dada.cca.edu/~mbaum/Readings/07/Ensuring_Sustainability.pdf와 http://www.slate.com/id/2180862 참조. 미국의 환경친화건축물 인
증 시스템인 LEED (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의 문제점들을 설명한다.
데트리프 마틴은 건축의 자기생성적 프로세스와 생태모방적 개념의 전개를 이야기하며 모방, 모사 , 등

의 용어 대신 생태구조주의(Bioconstructivism)를 얘기한다. 프랑세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던 바이오테

크닉이라는 용어는 인위적, 그리고 자연적 현상의 동형적 현상을 설명하였으며, 이러한 프랑세의 이론

은 1920년대 많은 수의 인터내셔널 구조주의 예술가, 건축가들에 의해 읽혀졌다고 마틴은 말한다. 엘

리시츠키(El Lissitzky), 라울 하우스만(Raoul Hausmann), 라슬로 모홀리 나기(László Moholy‐Nagy),

하네스 마이어(Hannes Meyer), 시그프리드 에브링(Siegfried Ebeling), 그리고 루드비그 미스 반 데

로(Ludwig Mies van der Rohe)등을 포함하는 그룹이었다.31 이들 구조주의자들에 의해 받아들여졌

던 바이오테크닉을 마틴은 생태구조주의라 칭하며, 구조주의적 생태모방 언어의 건축적 효시를 설명

한다.

생태구조주의의 가장 적합한 예로서는 1960년대 프레이 오토(Frei Otto)가 스튜트가르트 대

학(University of Stuttgart) 경량구조 연구소(Institute for Lightweight Structures)에서 전개하였던

환경역학과 건축, 도시구조의 비교 연구를 들 수 있다. 오토는 비누거품, 혹은 전자파와 철가루의 역

학적 구조연구를 통해 도시의 교통 연결망, 기반시설 구조 네트워크를 제시한다. 이는 형태적 측면에

서의 비유가 아닌 분석적 적용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자연의 복사가 아닌 자연의 형태 변형적 시스템

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한다.32 <그림16><그림17> 도시계획 시스템의 영감을 비누거품의 연구

를 통해 추출하는 방법론은 자연을 은유적, 형태적으로 보기보다는 그 역학을 순수한 시스템으로 분

석, 적용함으로써 전혀 상이한 스케일, 재료, 기능을 위해 채용될 수 있는 유연적 방법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림18> 이러한 분석적, 유추적 연구, 모방은 유기체론에서 주장하였던 시스템적 접근 방

법과 상통한다고 볼 수 있으며, 변형의 가능성은 자기생성적 과정이지만 선택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구조와 재료의 효율적 사용을 통해 환경친화적 디자인을 성취한다.

본 글은 공간디자인에 있어 생태계의 모방 경향을 유기체론, 자기생성적 프로세스, 그리고

환경친화적 개념을 통해 이해하려 하였다. 생태모방으로서의 바이오미미크리는 건축에 있어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다만 형태적 이미지의 복사를 지나 시스템적 적용을 추구하였을 때 결국 진정으로 유

기적이고, 자기생성적이며 환경친화적인 공간을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존재를 부인하는 자

연 대신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를 영감으로 하는 바어오미미크리는 이미지에 국한된 기능, 혹은 형태

가 아니라 시스템에 기반을 둔 기능과 형태이어야 한다.

비트리비우스에 의하면 건축은 견고성(firmness, firmitas), 실용성(utility, utilitas), 그리고

아름다움(beauty, venustas)으로 이루어진다. 형태와 기능의 창조적 생성욕구는 건축의 내재적 특성으

로, 생태계는 항상 그 근본 영감으로 작용하였다. 유기체론, 자기생성론, 환경친화론, 바이오미미크리,

생태구조주의는 결국 공간디자인의 근본을 이루는 생태모방 현상에 대한 시대적 관심을 반영하는 용

어들일 따름이다. 차후에 등장할 용어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이는 예술 , 과학, 철학, 정

31 Mertins, D., op.cit., pp.360‐369


32 Otto, F., Occupying and Connecting: Thoughts on Territories and Spheres of Influence with Particular Reference to Human Settlement,
Stuttgart/London: Edition Axel Menges, 2009, pp.39‐44
치, 사회, 문화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며, 형태와 기능적 현상을 계속 질문하고, 새로운 시스템적 가능

성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디자인의 유연성을 실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식물, 갑각류, 해파리, 세

포 등을 연상시키는 자연모방의 이미지가 난무하는 이때, 시스템을 통해 형태와 기능을 이해할 수 있

는 생태모방의 창조적 가능성에 대한 재고찰이 필요한 때이다. “바보야, 시스템이 문제라니까!”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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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운동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의해 유행하게 된 표현이다 ; “It's the economy,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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