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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1호 2022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소
Ewha Womans University Ceramic Research institute
편집위원회 연구위원회
편집위원장 김지혜 이화여자대학교 연구위원장 엄승희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소
편집위원 김태완 KCDF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초빙연구위원 김세린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문화연구원
이화여자대학교 김예성 이화여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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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위원 민지희 여주대학교 정소희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소
오창윤 제주대학교
정두섭 양구백자박물관

제 31호 2022

2022년 11월 25일 인쇄


2022년 12월 10일 발행

발행처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소


발행인 김미경
제 작 도서출판 온샘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소
03760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관 B동 2층 도예연구소
Tel. 02-3277-3254
hἀp://my.ewha.ac.kr/ceramic

Ceramic Research Institute


52, Ewhayeodae-gil, Seodaemun-gu, Seoul, 120-750, Korea
Tel +82-2-3277-3254

ISSN 2383-7918
정가 12,000원
-본 학술지는 전 한향림옹기박물관 부관장이신 이혜정선생님(제 2회)의 후원을 받았습니다.
제 31호 2022

목차 특집논문 : 2022 추계 학술대회 논문

식물존재
007 강윤경
: 아브젝트에 대한 식물적 사유

029 흔적의 본질 고승연

047 유약표현을 통한 현대 도예의 모노크롬 연구 고형지

살아있는 기억
067 김현지
: 뉴미디어

물질에 의미가 거주하는 방식에 대하여


087 이지영
: 물질문화의 파괴와 실존의 관계를 중심으로

주체로 살아가기
109 조영선
: 몸(Body)에서 몸(Soma)으로

133 연구소 소식

136 뺷陶藝硏究뺸 간행규정

139 뺷陶藝硏究뺸 논문투고 규정

144 뺷陶藝硏究뺸 윤리규정




陶藝硏究
제31호 2022

특집논문 : 2022 추계 학술대회 논문

식물존재
: 아브젝트에 대한 식물적 사유

강 윤 경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도자예술전공 석사과정 졸업)

Ⅰ. 머리말

Ⅱ. 아브젝트 감각하기
1. 아브젝트와 타자
2. 아브젝트 그릇

Ⅲ. 식물로 생각하기
1. 식물적 아브젝트
2. 식물존재 되기

Ⅳ. 맺음말
Ⅰ. 머리말 *1

우리 시대의 모든 개인은 고유한 존재이기에 개인의 존재를 구분 짓거나 어떤 범주에 맞


추어 재단하는 것은 불필요하거나 낡은 방식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도 어떠한 지
배 구조가 개인에게 강제하는 정상성은 사회에 잔존하며 여기에 해소될 수 없는 불편함이
있다. 이에 개인은 정상의 경계에서 불안함을 느끼게 되지만 이를 규명하기는 어렵다.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의 아브젝트(abject)1는 규정짓기 어려운 경계에 관한 개념이다. 연구자
는 아브젝트에 대한 연구를 통해 불분명한 자아의 경계선에 있는 불편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개인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하였다. 또한, 불편함의 근원에 있는 아브
젝트의 기능과 이를 감각하는 것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하여 조형 연구를 진행하였다. 주체가
자아의 경계선에서 겪는 불안과 혐오를 도자 조형 작품으로 표현하였으며 이를 통해 우리 사
회의 불편함으로 존재하는 혐오의 기획과 우리 시대의 아브젝트를 감각해 보고자 하였다.
나아가 타자와 공존하는 방식을 ‘식물존재’2라는 표현을 통해 제안하고자 한다. 조형 연구
의 과정은 식물을 타자의 은유로 사용한 식물적 아브젝트에 대한 사유로 이어졌으며, 유목적
으로 사유하는 ‘식물존재’에 대한 작업으로 전개되었다. ‘식물존재’는 식물적 이미지를 차용하
여 혼종적이고 추상적인 형상으로 표현한 것으로, 다른 어떤 것과도 겹칠 수 없는 지점에 존
재하는 고유한 개체를 표현한 것이다. 이는 경계의 아브젝트와 타자를 승화의 방식으로 수용
하고자 하는 주체를 표현한 연구자의 도자 조형 작업이다.
‘식물존재’에는 공예와 연접하는 지점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도자의 재료와 기법으로
조형 작업을 진행하였다. 동시대 도자예술은 공예의 범주 안에서 도자를 해석하는 것이 일반
적이며 공예는 예술계에서 비주류의 위치를 점하고 있기에3, 타자와 소수자성에 관해 이야기
하기 적합한 매체로 간주하였다. 한편, 연구자에게 있어 도자의 언어는 가시적으로 작품 위에

* 본 논문은 연구자의 석사논문인 「식물존재 : 아브젝트와 주체에 대한 유목적 사유」(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대학
석사학위논문, 2021)을 재구성, 보완하여 실었다.
1 아브젝트는 1.주체와 반대되는 것 2.비천한 것의 중의적 의미에서 ‘비체’로 번역되기도 하고 국내 문헌에서는 애브젝트, 압
젝트 등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아브젝시옹은 상상계(크리스테바에 따르면 기호계)의 미성숙한 주체가 상징계로 진입하지
못하는 것, 또는 그러한 상태를 뜻한다. 여기에서는 『공포의 권력』의 표기를 따라 ‘abject’는 아브젝트로, ‘abjection’은 아브
젝시옹이라고 기술한다.
2 식물존재라는 표현은 뤼스 이리가레와 마이클 마더의 『Through Vegetal Being(한역 : 식물의 사유)』에서 차용하였다. 원저에
서는 우리 세계에 식물로 존재하는 생명들을 의미하지만 연구자는 식물의 형상에서 파생한 형상으로 작업한 작업물을 지
칭하기 위한 표현으로 사용하였다. 뤼스 이리가레・마이클 마더 저, 이명호・김지은 역, 『식물의 사유』(경기 : 알렙, 2020).
3 글렌 아담슨(Glenn Adamson)은 권위적 예술계를 파열시키는 수단으로써 공예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 초에 ‘비천한’ 위
치를 이용하는 전략으로 미술가들의 관심을 끌어왔다고 하였다. 공예의 대리보충성과 물질성이 아브젝트의 다른 비유들(신
체 내부, 배설물, 외설 등)과 공예를 나란히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공예는 키치 또는 아브젝트로 미술시
장에 등장하여 미술계를 교란시킨다.

8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표출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조형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감각하는 것이다. 도자용 점토는
흔히 알려진 인식처럼 생명력이 잠재해있다거나 ‘숨을 쉬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다만 점토에서 손으로 느껴지는 감각은 작업자에게는 우리 세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러나 흙이라는 물질의 언어로 들려온다. 그렇다면 ‘식물존재’는 어떤 언어로 말하는가? 연구자
는 물질이 전달하는 언어를 최대한 감지하여 보는 것 또한 염두에 두고 작업을 진행하였다.

Ⅱ. 아브젝트 감각하기

1. 아브젝트와 타자

아브젝트에 대한 논의는 조르주 바타이유(Georges Bataille)의 유물론에서 비롯된 낮은 물질


의 비천함에서 시작한다.4 아브젝트는 더러움, 오염, 배설물, 찌꺼기 등 주체에게서 떨어져나
온 것으로 타자와의 경계에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비체로 표현된다. 아브젝트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즉, 모호함이다. 아브젝트는 내 쪽에 있는 것도, 타자화된
저편에 있는 것도 아닌, 경계에 존재하는 것이자 경계 그 자체이기도 하다.5
크리스테바의 아브젝트 이론은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거울 단계와 상
징계 이론에 기초하는 것으로 1970년대의 프랑스 현대 여성 철학6과 함께 읽을 수 있다. 크리
스테바는 라캉의 상상계와 상징계를 개념적 도구로써 활용하지만, 기호계를 새롭게 부각하여
언어의 구조적 범주를 확장한다. 그녀는 상상계의 자아가 상징계로 진입하기 이전의 모성적
공간(기호계)에서 형성된다고 본다.7 크리스테바에 의하면 상징계는 문법적이고 논리적인 표

4 이은경, 「현시대 미술에 나타난 압젝트 아트에 관한 연구 :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압젝시옹 이론을 중심으로」(경성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5), p. 31.
5 크리스테바는 이에 대하여 “경계선임에 틀림없는 아브젝트는 경계선 중에서도 모호한 것”이라고 하였다. 줄리아 크리스테
바 저, 서민원 역, 『공포의 권력』(서울 : 동문선, 2001), p. 32.
6 프렌치 페미니즘(French Feminism)은 특히 프랑스의 여성주의적 움직임 중에서도 미국 여성학계가 수용한 프랑스의 여성학
을 가리킬 때 쓰이는 용어이다. 그 중에서도, 이는 1970년대 중반 이후로 등장한 정신분석학, 여성적 글쓰기의 실천, 성차
의 페미니즘을 화두로 하는 주장들을 가리키며, 여성의 고유한 특성을 긍정하고 성차를 말하는 페미니즘, 그리고 타자라는
개념을 통한 소수의 중요성에 대한 부각을 특징으로 한다. 크리스테바는 엘렌 식수, 뤼스 이리가레 등과 함께 프렌치 페
미니스트의 주요 인물로 간주된다. 크리스테바는 말기에 차이의 페미니즘에서 한계를 인지하고 해체의 페미니즘을 주장하
기도 했다. 김희영, 「프랑스 페미니즘 문학-차이의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프랑스학 연구』 제27권(프랑스학회, 2003),
pp. 61-89.
7 라캉이 어머니의 상상계, 아버지의 상징계라고 하였던 것과는 다르게 크리스테바는 기호계를 말한다. 그녀는 상징계에서
주체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상상계에서 이미 형성되었다고 본다. 크리스테바에게는 상상계가 아니라 기호계가 중요한
것이다. 플라톤의 저서 티마이오스에서 세계가 존재하는 공간을 ‘코라’라고 표현하였으며 크리스테바는 이를 차용해 기호
적 코라(thesemioticchora)를 기호계의 의미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곳으로 사용한다. 코라는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이며 어떤
정립이나 위치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크리스테바는 기호계 코라에서 의미가 구성되는 과정을 발견한다. 이은경, 위의

식물존재 : 아브젝트에 대한 식물적 사유 9


현이며, 기호계는 문학이나 시에서 쓰일 수 있는 언어이다. 기호계는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에
기초하며, 상징계에 선행하여 아이가 주체 형성 과정에서 언어를 획득하는 공간이기도 하다.8
라캉의 이론에서처럼 아이9는 스스로를 인식하여 주체가 되어야하기에 상징계로 진입하여야
하는데, 크리스테바는 이러한 과정에서 아브젝시옹(abjection)이 발생한다고 본다.
크리스테바가 말하는 아브젝트는 자아가 기호계에 머무르도록 유혹하기도 하고, 상징계
로 진입하여 성장하려는 자아에게 경계를 무너뜨리겠다고 위협하고 경계선을 가로지르려 하
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체를 매혹하는 것도 아브젝트의 특징이다. 아이의 기원이자 안락한 쉼
터였던 어머니의 공간은 규범의 공간인 상징계로 진입하기 위해 억압하고 추방해야 하는 아
브젝트가 되어 아이로부터 분리되어 자아의 경계에 위치하게 된다. 아브젝트에 대한 혐오감
은 주체에게 더러운 것에서 멀어지게 하고 피해가게 하지만 역설적으로 주체를 보호하여 안
정적으로 상징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다.
아브젝트와 밀접한 상태의 주체는 대상과의 경계가 모호하다. 크리스테바는 “아브젝시옹
에는 주체도 대상도 없다. 그것이 대상이라면 나에 대항하는 것이라는 의미만을 갖는다”라고
하였다.10 추방된 아브젝트는 그것이 존재하는 경계(이전에는 주체였으나 대상이 된 아브젝트
와의 경계)의 바깥쪽에서 끊임없이 주체를 유혹하며 헤매게 하고, 아이는 경계에서 스스로
타자화 되어 위협받게 된다. 아브젝트는 나에게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나의 일부였던 것이
며, 아브젝시옹은 그러한 아브젝트를 버리는 것에 대한, 혹은 반대로 내가 버려지는 것에 대
한 것이다. 주체가 아브젝시옹에 포위당할 때 그것은 끈적하게 달라붙어 불쾌가 지속되게 한
다. 아브젝트는 결코 해소되지 않으며, 여기에는 주체가 침범당할 수 있다는 불쾌함과 불안함
이 항상 따른다.
이에 아브젝트에 대한 혐오는 ‘나’와 다른 것을 배제하고자 하는 욕구와 상통한다. 우리가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특정한 대상을 타자화하거나 터부시해온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집단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배제할 대상을
찾는 것이다. 사회적 소수자를 괴물로 묘사하는 신화적인 기획은 인류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온 것이며 공동체를 견고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이질적인 것들을 배제하고 동질적인 것들
로만 사회를 구성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공동체

논문, pp. 45-47. 크리스테바가 말하는 “기호적 코라”는 어머니의 공간을 의미한다. 이는 부정성의 장소로 주체가 생성되기
도 하고 부정되기도 하는 장소이다.
8 이은경, 위의 논문(2015), pp. 43-44.
9 ‘아이’는 정신분석학에서 오이디푸스 삼각형에 대해 말할 때 쓰이는 비유로, 오이디푸스 삼각형에서 만들어진 욕망의 대상
에 대하여 말할 때, 아버지는 법칙이고 어머니는 대상의 원형이다. 어머니는 주체로서 아이의 존재를 보증하는 대상이자
또 다른 주체이다. 또한, 아이가 최초로 욕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크리스테바, 위의 책(2001), p. 65.
10 크리스테바, 위의 책(2001), p. 22.

10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는 허상의 정상성을 끊임없이 갈구하게 된다. 아브젝트는 ‘나’와 다른 타자이고,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기에 공포와 혼란을 준다. 주체는 아브젝트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이며 그것을 혐오스러운 것으로 간주한다.11 결국, 아브젝트가 되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나
로부터 타자화되는 것이며, 그것은 부적절한 것이라기보다는 경계를 붕괴시키고 기존 질서를
교란하는 것에 가깝다. 아브젝트를 배제함으로써 획득한 안정성은 사회 구성원들이 터부시하
는 것들이 사회 안에 여전히 익숙하게 잔존하는 것을 목격할 때 쉽사리 위협당하기도 한다.
결국에는 그 경계선은 명확히 그어두는 것이 불가능해지며 사회규범의 기획은 결국 혐오를
재생산한다. 그렇다면 불분명한 경계선의 아브젝트와 마주한 주체는 어떻게 되는가? 주체는
그 자신이 아브젝트로 전락하지 않기 위하여 어떻게 아브젝트를 감각하여야 할까?
크리스테바의 아브젝트 이론은 단지 시각적 충격을 주는 것 또는 불쾌한 것으로만 읽힐
여지가 있는 현대미술을 다른 방향에서 해석할 수 있는 이론적 도구가 되기도 한다. 아브젝트
미술은 일반적으로는 신체와 그 규범에 대한 감각을 위협하거나 벗어나는 주제를 다루는 작
품을 설명하기 위한 용어로 쓰이고 있다. 가령 몸의 권위를 더럽히는 일차적 소재인 배설물
등의 소재를 사용하여 관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작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경계에 있는 아브젝
트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할 때 잔여물로 남는 모순을 생성하는데, 이는 경계를 위반하는
것이 된다. 그렇기에 경계에 남은 잔여물을 직면할 때 주체는 불안에 휩싸인다. 우리는 아브젝
트가 놓여있던 위치를 통해 깨끗하거나 더러운, 혹은 부정하거나 성스러운 이분법적 경계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경계에 있는 아브젝트를 예술로 표현하는 작품들은 불편하고 괴롭게
까지 느껴지기도 하지만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마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관객에게 아
브젝트가 위반하는 것을 감각하게 하는 종류의 미술은 이전 시대의 미술에 존재했던 절대적
인 미적 기반에 충격을 주어 관람자가 고정관념의 틀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모더니즘
과 그 이전의 미술 이외에도 이성 중심주의, 자본주의, 가부장제 등 기존 사회 전반을 지배하
던 가치관이나 고정적이고 절대적인 관념을 분쇄하는 것이 아브젝트 미술이다.

2. 아브젝트 그릇

연구자는 ‘나’와 ‘타자’의 모호한 경계가 어디인지 감각하는 과정과 ‘나’에게서 밀려져 나
온 아브젝트를 직면함으로부터 발생하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대하여 고민하였으며
이에 아브젝트 그릇이라는 부제를 붙여 작업하였다. 아브젝트 그릇은 몸에서 비롯한 아브젝

11 크리스테바, 위의 책(2001), pp. 27-28.

식물존재 : 아브젝트에 대한 식물적 사유 11


트를 그릇을 매개체로 감각하여 보는
작업이다. 우리의 몸속은 아브젝트로
가득하다. 몸에서 흘러나온 것을 보며
더럽다고 느끼면서도 그것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까닭은 그것이 스스로에
게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음
식물과 배설물은 육체의 경계를 가로
지르는 아브젝트이다. 인간은 음식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고 소화한 후 남

도 1 <타호> 2021 stoneware, glaze, dimension variable, 2021 은 찌꺼기를 배설을 통해 배출해내는
과정을 거쳐 삶을 유지한다. 신체는 땀
이나 피지, 털과 같은 피부의 분비물, 상처에서 흐르는 피, 오줌이나 똥처럼 소화 과정의 끝에
서 배출되는 배설물 등, 더러운 물질들을 배출하지 않으면 적절하게 기능할 수 없다. 그러나
몸에서 배출되는 것의 공통점은 몸 안에 있을 때는 나의 일부였던 것이지만 몸 밖으로 배출된
직후부터 더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브젝트가 위치한 가장 명확한 경계는 몸의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곳 혹은 나와 타인을
가르는 경계이고 신체의 내・외부 경계에는 분비물과 배설물이 남는다. 스스로가 아브젝트한
존재임을 깨닫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손바닥 위에 침을 뱉어보는 것이다. 입안에 있을 때는
나의 일부였지만 손바닥 위에 뱉은 침은 입에서 나온 순간 더럽고 위험한 오염물질이자 감염
의 매개체가 된다. <타호>12는 나의 몸의 내부와 외부의 경계에 위치한다(도 1).
음식을 담기 위한 그릇, 그것도 공들여 만든 그릇에 침을 뱉는다면 어떨까? 그런 행위는
작가에게는 모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호는 실내에서 거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는 편
의를 위하여 침을 뱉도록 만들어진 그릇이다. 뱉기 위한 그릇을 만듦으로써 아브젝트와 작업
자, 또는 침을 뱉는 사람 스스로의 정체성을 아브젝트와 혼동될 수 있도록 하였다. 관객은
전시장에 침을 뱉기 위해 마련된 그릇을 보는 것에서 아브젝트한 스스로의 모습을 상상하며
자아의 경계를 재확인할 수 있다.
경계는 주체의 감정의 안팎에도 존재하며 <내장병>은 두 가지 감정적 증상을 표현하며 이를
말하고자 하였다(도 2).

12 타호(唾壺)는 침을 뱉는 용도로 사용된 그릇으로 동양의 도자 문화권에서 시대를 막론하고 다양한 기법으로 만들어진 그
릇의 한 종류이다. 문헌에는 침 뱉는 그릇, 타구, 타담호 등으로 기록되기도 하였다. 넓적한 접시 형태 아래에 오목한 그
릇이 접합된 형태가 일반적이다. 침을 뱉는 것이 기본 용도로 알려져 있으나 동물의 뼈, 차 찌꺼기 등 음식물을 버리는
용도로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홈페이지(http://www.emuseum.go.kr) 참조.

12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도 2 <내장병> 2019 stoneware, glaze, 2019 35x35x50(h)cm(내장)(왼쪽)
stoneware, glaze, 2019 35x30x50(h)cm(심장)(오른쪽)

병(bottle)과 병(illness)은 같은 발음을 공유하기에 이를 시각화하여 표현하고자 한 작업이다.


언어는 문명의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이며 이름을 붙이는 행위에는 어떤 것을 지배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재하여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언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증상도 있다. 그렇기
에 연구자는 도자의 언어로 이를 표현해보고자 하였다. 이 병의 입구가 막혀있는 까닭은 이것은
무엇을 담거나 따르기 위한 병이 아니며 몸 안에 있는 증상이 밖으로 뒤집혀 내보여진 것을 표
현했기 때문이다. 병은 무언가를 담기 위한 컨테이너(container)이지만 이 병은 입구가 막혀있어
어떤 것도 담을 수가 없으며 그저 병이라고 이름 붙인 것뿐이다.
어떤 증상을 자각하고 실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보편적인 언어 그릇에
그것을 담아야 한다. 추상적 증상에 이름을 붙일 때 그것은 질병이 된다.13 증상에 가능한 한
가깝도록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언어로 묘사하거나 이름을 붙이면 그것은 순식간에 치료법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질병으로 변이하는 것이다. 어떤 이름은 그것을 아예 실체화하고 그러면
그것은 더 이상 두려운 증상이 아니게 된다. <내장병>은 병의 입구를 막은 형태로 제작하였다.
이는 무언가를 담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이야기하고 막힌 입구를 뚫어버리면 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며 망설이는 주체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주체가 불편함을 말할 수 있게 되는 순간에
막혀버린 <내장병>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증상이 병이 된 까닭은 불편함을
감각할 수만 있을 뿐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음에 있다. 아브젝트도 이처럼 사라지지 않고

13 최은주, 『질병, 영원한 추상성』(서울 : 은행나무, 2014), p. 18.

식물존재 : 아브젝트에 대한 식물적 사유 13


경계에 불편하게 존재한다.
한편, 나의 외부 세계인 타인과의
경계에도 역시 잔여물이 남는다. 그것
은 ‘나’와 타자 사이의 끈끈한 그 무엇
이다. 예컨대, 인간중심주의적 사고는
자연을 타자의 위치에 배치하며 자본
주의는 자본으로써 타자를 생산한다.
이렇게 규정된 타자들이 ‘나’와 완전
도 3 <각자의 성배> 2020 stoneware, thread, 히 분리될 수는 없는 까닭은 ‘나’에게
dimension variable, 2020
타자의 잔여물이 언제나 존재하기 때
문이다. 이것은 개인과 사회의 무의식에 존재하며 우리는 그것을 감각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확인하고, 경계에 남겨진 것을 보며 타자를 분리해낸다. 또한, 아브젝트가 위치한 경계
로써 개인을 규정하고 구분 지으며 불안을 매개로 권력을 생산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관념이
생산하는 권력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권력의 반대에 있는 것도 필요한 법이기에 누군가는 아
브젝트가 된다. 어린이, 장애인, 성소수자 등 어떤 사람들은 ‘정상’사회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타자의 위치에 놓이는 것은 나에게 부재한 것이다. 예컨대, 가부장제가 지배적 이데올로기인
이성 중심주의에서 여성성은 부재의 기호이며 남성 주체에게는 타자의 위치에 놓인다.
<각자의 성배>는 이를 언급하기 위한 작업으로 여성성이 아브젝트라고 할 수 있는지 고민
해 보게 한다(도 3).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제를 살아가는 여성은 누구라도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을 인지하게 되는 시점과 스스로를 아브젝트하게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연구자는
한 달에 한 번씩 불가항력으로 자궁 안쪽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생리혈의 감각이 여성 스스로
가 ‘괴물적’임을 포착한 상황에서 느낀 감각과 유사하다고 보았다. 여성이 주체가 되기 위해
서 그녀는 모체로부터 벗어나야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어머니가 되어야만 하는 모순에 처한
다. 그러한 모순을 깨달은 여성 주체는 자궁 내벽에서 떨어져 나오는 피 덩어리 같은 존재가
되어 스스로가 분열한다. 어떤 사람들에게 아직도 월경은 불쾌한 것이다.
이 잔은 생리컵(menstrual cup)14의 모양을 생각하며 만들었고, 성배의 은유는 남성의 피는
성스럽고 여성의 피는 비천한 것으로 보는 시각에서 빌려왔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는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
고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는 성전(聖

14 월경컵이라고도 하며, 생리대 및 탐폰 등과 마찬가지로 월경 시 사용할 수 있는 월경용품이다. 의료용 실리콘 소재로 자


궁 경부 내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내는 형태이며 대부분 제품은 종 모양의 컵 형태로 제작된다.

14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傳)으로 기록되었지만, 여성이 매달 흘리는 피에 대해서는 성스러운 기록을 찾기 힘들므로
둘을 대비시켜보았다. 이 잔은 여성 주체들 각자의 월경을 위한, 각자의 자궁을 위한 각자의
성배이며 이 잔에 담긴 것을 마시고 기억하여 행하는 것은 관람자의 선택으로 남겨두었다.
아브젝트를 감각하여 드러내는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의 경계에 위치하여 불안을 일으키
는 것은 무엇이며 사회적 규범은 어떻게 생성되는지 미루어볼 수 있었다. 아브젝트는 우리가
경계라고 부르는 곳에 잔류하며 주체와 줄다리기를 한다. 이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주체의
이편과 저편에 있는 것이 결국은 모두 같은 곳에서 비롯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무언가
혐오하는 마음은 자신이 부정하는 자신의 모습을 경계로부터 밀어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
하고, 자아가 속한 공동체의 규범 역시 타자를 배제하는 규범을 통해 견고해지기도 한다. 그
렇기에 이러한 규범은 절대적이지 않다. 즉, 아브젝트를 감각하는 것은 절대성의 한계를 확인
하는 것이기도 하다. 크리스테바는 우리가 경계에서 서서 아브젝트와 대면할 때 그것은 침식
되고 파기되고 버려져 희극적으로 변모한다고 하였다.15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 아브젝트
의 승화는 과거에는 종교가 수행하는 기능이었던 것이지만, 미술의 영역 안에서는 낯설고 이
질적인 것을 수용하고 미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감정적인 동요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작품과 관련된 상황에 몰입하게 하며 숭고미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이는 아브젝트 미술이
미에 반대되는 끔찍한 것, 비본질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아니라 미와 추의 경계를 넘나드
는 미술작품을 통해 또 다른 방식의 즐거움을 생산할 수 있게 함을 의미한다. 연구자의 ‘아브
젝트 그릇’을 통해 스스로에게서 버리고자 하는 ‘아브젝트’와 무언가를 담는 ‘그릇’의 경계를
감각해보는 것에서 느껴지는 희열과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한다.

Ⅲ. 식물로 생각하기

1. 식물적 아브젝트

본 장은 연구자가 아브젝트 미술의 사례를 접하며 가졌던 의문 중 이성 중심주의에 대항


하는 신체 담론이 결국 또 이성 또는 신체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결과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
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하였다. 몸은 주체에 대한 다양한 언어의 교차지점이고16, 주체는 추상
적인 존재가 아니라 물질적으로 체현되는 것이며, 몸은 문화적으로 코드화된 것이다. 그러나,

15 크리스테바, 위의 책(2001), pp. 315-316.


16 로지 브라이도티 저, 박미선 역, 『유목적 주체』(서울 : 도서출판 여이연, 2004), p. 359.

식물존재 : 아브젝트에 대한 식물적 사유 15


육체적 물질성을 갖는 신체는 자아를 물질로 구현되게
함에도 이로 인해 자아가 완전히 이해되거나 재현될
수는 없다.17 우리는 자신의 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몸은 주체를 구성하는 것이지만 온전하게 그
러한가? 이에 연구자는 몸을 소재로 하는 작업을 의식
적으로 회피하면서도 동시에 타자성에 대한 사유를
발전시키고자 아브젝트와 식물이라는 주제어에서 교
차하는 지점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즉, 본 장에서 소개
하는 연구자의 작업은 식물에서 차용한 이미지와 언
어, 그로부터 파생한 생각들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는
모두 주체와 아브젝트에 대한 사유의 과정이자 결과
물이기에 각각의 작업에 대한 병렬적인, 그러나 다양

도 4 <몽우리> 2020 stoneware, 2020


체를 대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의 이해를 요청하고
40x40x95(h)cm 자 한다.18
<몽우리>는 다육식물의 이미지를 차용하였고, 봉오리와 몽우리의 언어적, 형상적 유사성을
통해 식물적이고 아브젝트한 이미지로 표현하였다(도 4). 여성의 가슴에 생기는 몽우리는 성장
기를 겪는 여성이 경험하게 되는 것 중 하나이다. 다육식물의 봉오리는 따로 떼어 심어도 이
내 자라기 시작한다. 이는 마치 자기 자신에게서 태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식물에게는 동물처
럼 낳아주고 키워주는 부모가 존재하지 않는다. 씨앗을 내놓았다고 해서 다음 세대의 어머니
가 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타자(부모)로부터 기원한 것이라고 인식할 필요가 없다는 환상
은 ‘어머니’를 부정하게 한다.19 그러나 식물에는 그런 인식이 필요하지 않다. 이 봉오리(이자
몽우리)는 스스로 생명력을 잠재한 것이고 계속해서 자라날 것이다.
<생강>은 연구자의 자화상 격인 작업으로, 연구자가 스스로를 투영하여 표현한 것이자 연
구 내용과 관련된 담론들 사이를 오가며 개념적으로, 혹은 형상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와 사
유들의 연접지점들을 찾아보고자 하는 시도를 표현한 것이다(도 5). 생강은 줄기의 끝에서 불
규칙한 결절의 형상으로 자라나는 덩이줄기 식물의 한 종류이다. 생강과 같은 덩이줄기의 형

17 브라이도티, 앞의 책(2004), pp. 258-259.


18 들뢰즈의 존재론적 개념인 다양체(multiplicité)는 하나, 또는 여럿과 같은 존재의 이원론적인 구분에서 탈피하게 한다. 다양
체는 무의식을 이루는 각각의 요소가 끊임없이 변화하며 다른 요소들과 거리를 변경하게 하는데 이때 각 요소들은 본성이
바뀌지만 변화되지 않는 각 요소의 내포적인 성격도 존재한다. 질 들뢰즈 저, 김재인 역, 『천개의 고원』(서울 : 새물결, 2003),
pp. 60-72.
19 브라이도티, 위의 책(2004), p. 120.

16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태는 직관적으로 또는 개념적으로 리좀(rhizome)을
연상하게 한다. ‘리좀’은 들뢰즈와 가타리의 저서인
『천개의 고원』의 서론에 등장하는 은유적 개념으로,
땅속줄기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리좀은 모든 방향
으로 자라날 수 있는 뿌리이며 들뢰즈는 나무뿌리와
리좀을 비교하여 리좀적 사유를 서구의 지배적인 수
직적 구조주의와 대립시키기도 한다.20 리좀은 시작
하지도 않고 끝나지도 않으며 중간에 있고 사물들
사이에 있는 사이-존재이다.21 이처럼 선행관계가
없으며 모든 지점에서 잔가지로 연결되는 리좀적 사
유를 브라이도티는 유목민의 목적 없는 이행들을 활
도 5 <생강> 2020 stoneware, 2020
성화하는 것의 예시로 들기도 하였다. 이는 작업을 55x45x100(h)cm

통해 아브젝트와 타자에 대해 고민하고 계속 사유를


이어가고자 하는 연구자의 태도와 유사하였다. 연구
자의 사유 역시 어떤 형식의 단정이나 결론짓기는
적합하지 않기에 작업의 방법으로 유목적이고 리좀
적인 사유방식을 참고하기로 하였으며 본 작업은 이
를 생강의 형상을 빌려 표현한 것이다.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의 타자성에 대하여
생각해 본 작업이다(도 6). 병에 무언가를 담아 마시
는 것은 입에 금속을 넣지 않는 방법으로 영양분을
섭취하는 방법이기에 채식주의자의 은유로 병 형태
의 조형 작업을 하였다. 조형 작업에는 네펜데스
(Nepenthes)22의 이미지를 참고하였는데, 이와 같은
식충식물은 육식을 하는 식물이며 빛과 수분만이 아
도 6 <채식주의자> 2021 stoneware,
dimension variable, 2021
20 브라이도티, 위의 책(2004), p. 60.
21 들뢰즈, 위의 책(2003), pp. 54-55.
22 네펜데스는 식충식물의 일종으로, 달콤한 향으로 곤충을 유혹해 입구가 좁은 호리병 모양의 통 안에 가두고 소화액을 이
용해 갇힌 곤충의 시체를 분해시키는 벌레잡이통속에 속한 식물이다. “곤충을 사냥하는 식충식물 네펜데스의
비밀”, 홍주일보, 2017년 7월 1일 수정, 2021년 12월 4일 검색, http://www.hj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28
004.

식물존재 : 아브젝트에 대한 식물적 사유 17


니라 동물성 단백질인 곤충을 양분으
로 삼아 자란다. <채식주의자>와 같이
입구가 좁고 네펜데스를 닮은 병에
담긴 동물성의 물질을 표현하고자 핏
빛의 적색 유약을 사용하였다. 문명사
회의 육식 문화에 존재하는 윤리적,
환경적, 개인적인 문제는 지구상의
동식물이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로 묶여있다고 하더라도 의식적으로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 타당하게
도 7 <열과> 2021 stoneware, glaze, mixed media, dimension
variable, 2021
여겨지게끔 한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채식주의자들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 육식을 하지 않는다. 생명의 권리는 지구상의 모든 종에
게 평등하지 않아서 인간이라는 이유로 다른 종을 음식 재료 등으로 소비해도 된다고 생각하
는 것이 정당하게 여겨지기에, 채식을 하는 것은 이에 대한 반대선언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인간을 비롯한 유기체의 삶에서 식문화를 분리한다면 그 어떤 생물도 삶을 유지할 수 없다.
식물처럼 남을 파괴하지 않고 에너지를 얻는 것이 가능한가? 채식주의자는 인간이며 그 자신
이 식물이 될 수도 없기에 딜레마와 아브젝트가 지속된다. 채식에도 피가 흐르지 않을 수는
없다. 우리가 먹는 것에 어떠한 차별도 폭력도 없이 자라나는 것이 있을까? 인간의 관점에서
동물의 권리, 더 나아가 곤충의 권리까지 주장할 수 있는 정당성이 있을까? 채식주의자는 어
떤 언어로 말해야 하는가?
<열과>는 주체로부터 밀려 나와 버려야 하는 감정에 대한 작업이다(도 7). 열과란 떨어지
거나 상해 갈라진 과일을 의미한다. 과일은 무른 곳부터 터지고 썩으며 껍질 사이로 벌어져
나온 과육은 곧 먹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브젝트에 대한 감정은 죄책감과 닮아있다. 타자를 판단하는 마음은 곧잘 상해서 흘러내
리곤 한다. 우리는 그것을 덮어두었다가 금방 잊어버리기도 하고, 부정하여 밖으로 밀어내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을 자신으로부터 제거하는 작업이다. 이는 스스로를 온
전하게 해보려는 시도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개인만의 것이 아니고, 주체
성을 확립하기 위한 과정 중에 조금만 시선을 돌려본다면, 낯 모를 타인도 ‘나’로부터 떨어져
나온 ‘타자’와 같은 것을 밀어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나’는 그가 ‘나’를 보는 시선이
‘내’가 ‘타자’를 보는 시선과 같음을 알아차린다. 그러나 타자를 공유하였다고 하여 ‘우리’는

18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같은 존재가 되는가? 어떤 열매는 익으면 껍질이 저절로 벌어져 스스로 양분이 되고 씨앗을
뿌리기도 한다. 썩은 열매의 과육은 흘러나와 또 다른 열매의 양분이 될 지도 모르는 것이다.

2. 식물존재 되기

연구자는 식물에 대한 사유를 거쳐 아브젝트를 다른 방식으로 수용하는 주체를 재형상화


하여 ‘식물존재’라는 표현을 제시하고자 하였다.23 ‘식물존재’는 연구자의 여성 주체성에 대한
유목적 사유과정의 결과물이자 타자의 은유로서의 여성의 형상화이다. 또한, 아브젝트를 수용
하여 돌연변이적 개체가 되어 종의 경계를 교란하는 것이다. 즉, ‘식물존재’는 특정 상태에 고
정되지 않으며 주체가 아브젝트로 간주하는 것들을 받아들여 자신의 기반을 변화시켜 자라나
는 것의 은유이다. ‘식물존재’에 대한 작업은 식물의 특성에 대한 고찰과 이에서 비롯한 종합적
인 인상에서 시작하였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줄기, 통로관, 덩이뿌리, 포자 등의 식물에서 연상
가능한 특징적인 이미지를 조형적으로 참조하였다. 그러나 다른 어떤 생명체가 연상되지 않는
형태로 보이길 원하였기에 다소 혼종적인 존재로 보일 수 있도록 모호하게 표현하였다.
<식물존재 : 구근>은 아브젝트를 수용해 ‘식물존재’로 재생성되는 과정의 단초이다(도 8).
연구자는 아브젝트에 대한 연구를
통해 주체와 타자가 위치한 모호한
경계선을 감각하는 과정에서 주체에
대하여 재고해보았다. 주체는 스스로
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알 수 없으며
주체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그 외의 것들을 타자화하는 작업이
불가피하기에 스스로의 존재를 정의
하기 위해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을 소
거해 나가기도 한다. 아브젝트를 마
주한 ‘나’는 스스로에게서 떨어져 나 도 8 <식물존재 : 구근> 2021 stoneware, dimension variable, 2021

23 재형상화란 브라이도티의 형상화(figuration)를 통해 대안적인 주체성을 설명하기 위한 방식이다. 재형상화를 통해 주체에게


남근 중심적인 시각을 벗어나게 하거나 이를 표현할 수 있다. 예컨대 도나 해러웨이가 페미니즘 주체의 새로운 재형상화
로 제시한 것이 사이보그이다. 한편, 들뢰즈는 사유하는 행위를 이미지화하고자 하였고 이는 리좀적 형상화라고 할 수 있
다. 이것은 유목적이고 분리된 자아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탐색하는 것, 감각과 가치로 이루어진 사유이며 즉 새로운 이미
지와 새로운 재현을 발견하는 것이다. 로지 브라이도티 저, 박미선 역, 『유목적 주체』(서울 : 도서출판 여이연, 2004), p.26;
pp. 167-171.

식물존재 : 아브젝트에 대한 식물적 사유 19


간 위치에 있는 대상을 바라본다. 그것은 ‘나’에게서 고의로 탈락된 것이고 그것이 없기에 ‘나’
는 안전하게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것은 ‘나’에게 불편한 것이다. 그러나 그
런 아브젝트를 밀쳐내거나 삭제하고자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체의 토양에 심고 개인
의 가치관을 양분 삼아 틔워낸다면 그 싹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에너지원을 파괴하지 않아도 생장하기 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구근은 자신의 내부에 양분을 축적하여 담아둔 것이기에 새로운 곳에 옮겨 심어 물만
주어도 자라나 꽃을 피운다. <식물존재 : 구근>은 생장의 동력을 얻기 위해 무엇인가를 완전
히 파괴하여 삼키는 동물의 방식에서 탈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아브젝트한 기억의 잔여물을
양분으로 삼아보고자 하는 바람을 담은 작업이다. 크고 작은 기억을 한 조각씩 둘러 생성한
구근에서는 부정한 감정의 아브젝트를 정화할 ‘식물존재’의 싹이 틀 것이다.
<식물존재 : 자궁>은 아브젝트한 여성성을 승화한 주체를 표현한 작업이다(도 9). 여성은
서구 과학 담론에서 일반적으로 괴물, 비정상성, 차이의 기호로 표현된다.24 지난 세기 일관성
없는 증상을 드러내는 이해하기 어려운 질병에 히
스테리아(Hysteria)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증상은
단지 여성에게만 나타나기 때문에 ‘자궁’을 의미하
는 히스테리아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었다. 즉,
“남성주체가 그 반대의 성에게서 찾은 불가사의하
고 감당할 수 없는 모든 것에 대한 극적인 의학적
은유”이다.25 여성 신체는 임신과 출산으로 형태가
변이할 수 있어 괴물스러우며, 여성의 몸을 괴물스
럽게 하는 것의 근원에 자궁이 있다. 크리스테바에
의하면 모체는 생명을 부여하는 사람이자 죽음을
주는 이로, 동시에 숭배와 공포의 대상인 원초적 어
머니이다.26 원초적 어머니는 남근성에 기대지 않고
도 9 <식물존재 : 자궁> 2021 stoneware, glaze,
2021 35x50x65(h)cm 여성성을 정의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27 즉, 여성

24 브라이도티, 앞의 책(2004), p. 138.


25 김석원, 「아브젝트 미술에 관한 연구-<키키 스미스>의 신체에 나타난 감정의 역할을 중심으로-」, 『예술과 미디어』 13-1호
(예술과 미디어학회, 2014), p. 177.
26 원초적 어머니는 모든 것을 삼키겠다고 위협하는 구멍이자 모든 것을 탄생시키는 구멍인 자궁으로 구성된 생식하는 어머
니이다. 자궁은 가득 차 있고 텅 비어 있으며 스스로가 스스로를 참조하는 대상이다. 매혹과 혐오를 동시에 일으키는 전
능한 어머니의 신체는 괴물적이고 비정상적인 아브젝트의 형상이 된다. 바바라 크리드 저, 손희정 역, 『여성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영화, 페미니즘, 정신분석학-』(서울 : 도서출판 여이연, 2008), p. 62.
27 바바라 크리드, 앞의 책(2008), p. 62.

20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성은 남성성이 부재할 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서 비롯한 것
이라고 보는 관점에서, 여성성의
은유인 자궁을 남성의 부재로써 해
석하지 않기 위하여 춤추듯 요동치
는 모습으로, 그러나 아브젝트한
모습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식물존재>는 연구자의 타자이
자 돌연변이적 존재로, 연구자가
타인의 사례를 듣거나 직접 경험한
도 10 <식물존재> 2021 stoneware, glaze, 2021
혐오의 토양에서 틔워 올린 존재이 35x40x85(h)cm
stoneware, glaze, 2021
다(도 10). 이들은 변종적이고 혼종 20x20x35(h)cm
적 성격을 가진 개체들, 식물도 동 stoneware, glaze, 2021
20x10x35(h)cm
물도 아닌 오로지 간소화된 형태적
특징만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로 표현하였다. 『식물의 사유』의 공동 저자인 마이클 마더
(Michael Marder)는 비인간세계인 식물 세계에 대하여 사유하며 타자와의 소통에 대한 답을
식물 세계에서 구하고자 하였다고 말한 바 있다.28 ‘식물존재’는 타자의 언어인 식물의 언어로
말하고자, 또는 듣고자 하는 시도를 시각적인 형상을 통해 돕기 위한 것(visual-aids)이기도 하다.
도자의 언어와 식물의 언어를 병치하여 표현한 ‘식물존재’라는 형상화를 통해 아브젝트를 밀어
내지 않고 수용하기 위한 시도를 가시화하며, 타자의 언어를 듣고자 함으로써 차이를 배제하지
않는 주체로의 이행을 다짐하는 것이다.
한편 <순환의 고리>는 ‘식물존재’가 되어 유목적으로 사유하는 주체를 표현한 것이다(도 11).
연구자가 참조한 여성학 이론가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 1954-)의 유목적 주체는 기존
의 범주들과 경험의 층위들을 가로지르며 사유하는 주체이며, 상이한 층위에 있는 경험을 묶
어낼 수 있도록 사유하는 주체이다.29 브라이도티는 유목적 사유방식으로 여성 정체성을 위한
새로운 경계를 연결하고 협상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유목적 주체가 될 것을 주장하였
다. 즉, 사회적으로 코드화된 사유방식이나 행동방식에 안착하기를 거부하고 (여성) 주체성에
대한 관습적인 관점과 재현을 전복하고자 하였다. 연구자는 유목적 주체의 재형상화로 ‘식물
존재’를 제안한다. 브라이도티의 유목주의란 끊임없이 존재의 고정성을 침해하고 위반하고자

28 루스 이리가레, 마이클 마더, 위의 책(2020), pp. 174-180.


29 브라이도티, 위의 책(2004), pp. 31-33.

식물존재 : 아브젝트에 대한 식물적 사유 21


하는 것이며30 유목민은 특정한 상태에 고착하지
않고 유목하며 만나는 변화들을 수용하여 스스로
도 변화하고자 하는 주체의 은유이다.
가장 오래된 식물의 한 종류인 고사리와 같은
양치식물은 꽃도 씨앗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러
나 그들은 포자로 번식하므로 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지 않는다. 버섯으로 대표되는 균사체는 흙이나
다른 생명체에 가느다란 관의 형태로 연결되어 퍼
져나가며 양분을 얻으며 성장한다. 이들은 그물망
처럼 뻗어 나가며 포자를 흩뿌려 번식한다. 이것은
인류에게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없다면
지구상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개체가 있을까?
포자로 번식하는 것은 유목적 생성이 되는 것과 유
도 11 <순환의 고리> stoneware, 2021 사할지도 모른다. 고사리와 버섯의 형태를 생각하
35x40x55(h)cm
며 작업한 비고정적인 형태의 고리는 유목적인 주
체의 은유이다. 연구자는 유목하며 순환하는 식물존재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고리들이 비고정
적인 흐름으로 마주치며 순환하고 교류하는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식물존재’가 되는 것은 재
생산도 모방도 아니며 이 순환의 고리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Ⅳ. 맺음말

연구자는 본 연구를 통해 주체로서, 그리고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며 느꼈던 불안


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경계에 있는 아브젝트는 주체도 대상도 아닌 모호한 것으로, 아브
젝트는 주체로부터 떨어져나와 타자와의 경계에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비체로 표현된다.
이때 주체가 아브젝트에 침범당할 수 있다는 위협에서 불안이 발생한다. 연구자는 우리 사회의
불안으로 존재하는 아브젝트와 그것을 통한 혐오의 기획을 감지하였으나 연구를 통해 존재의
개별적 차이를 규정하고 혐오를 재생산하는 범주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아브젝트를 감각하는 것은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어떤 개인을 배제하지 않으며 모든 개인을

30 브라이도티, 위의 책(2004), p. 78.

22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아우르는 다양성을 드러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떤 지배적 관념체계는 개인을 타자화하고 이는 개인의 존재 방식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에 따르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아브젝트의 승화과정을 참고할 수 있다. 주체가
아브젝트를 목격하고 타자와의 경계가 불분명함을 수용할 때 아브젝트는 승화의 가능성을 획
득한다. 아브젝트가 주체와의 경계에서 벌이는 작용은 지배적인 가치 체계를 파괴하는 원동
력이 되기도 한다. 또한, 아브젝트는 예술적 표현을 통해 승화의 가능성을 획득하기도 한다.
아브젝트 미술은 과거에 종교적 기능을 수행하던 희생제가 그러하였듯, 관람자에게 감정의
동요나 숭고함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주체가 신체의 경계에서, 또는 외부세계와의 경계에서
마주하는 아브젝트가 승화하는 과정에서 고정관념을 전복할 수 있는 위력이 발생한다. 아브
젝트 미술은 전통적 미학으로부터 이질적인 것을 미술 안으로 수용하여 관람자에게 새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아브젝트 미술에 관한 연구를 통해 절대적인 규범은 존재하지 않
으며 혐오와 차별의 대상 역시 비고정적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본 논문에서 연구의 결과로 소개하는 작업은 아브젝트에 대한 연구로부터 이어지는 사유
와, 이를 통해 ‘식물존재’로 주체를 재형상화한 것이다. 마더는 식물은 다른 개체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지 않으며 타자화된 것을 소진하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식물은 환원할 수 없는 다양체이자 한가지로 규정할 수 없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자신의
모든 부분에서 자라나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종결과 완성에 이르지 않는다고 하였다.31 연구
자는 아브젝트와 타자를 승화의 방식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주체를 표현하기 위하여 연구를
지속해왔으며 ‘식물존재’는 타자성에 대해 유목적으로 사유하고 소통하기 위한 시도이다. ‘식
물존재’가 되는 상상으로부터 우리가 혐오의 경계선을 불분명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기를 바
라며, 언젠가 어디에서는 우리 모두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불편함 없이 공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주제어(key words):
아브젝트(abject),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esteva), 주체(subject), 공예(Craft), 예술(Art), 도자(ceramics), 현대도예
(Contemporary Ceramic Art)

31 루스 이리가레・마이클 마더 저, 위의 책(2020), pp. 280-288.

식물존재 : 아브젝트에 대한 식물적 사유 23


참고문헌

한국어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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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
국립중앙박물관 이뮤지엄 홈페이지 : http://www.emuseum.go.kr

24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국문초록

본 논문은 주체와 타자의 경계에 위치한 아브젝트(abject)에 대한 사유를 식물존재라는 은유적 표현을
통해 작업한 연구과정을 담은 논고이다. 아브젝트는 주체에서 추방되어 타자와의 경계에 잔류하며 주체
를 위협한다. 또한 해소되지 않는 불안을 내포하고 있으며 주체와의 경계선을 명확히 그어두는 것이 불가
능하다. 아브젝트가 주체를 매혹하고 끌어당기기에 주체는 혼란스럽고 두려운 감정까지 느끼게 된다. 주
체가 아브젝트를 밀어내는 것은 자신으로부터 이질적인 것을 타자화하는 경험이다. 연구자는 우리가 살
아가는 공동체를 견고하게 하기 위한 규범 또한 이질적인 것들을 배제하고 동질적인 것들로만 사회를
구성하고 싶은 지배체계의 욕망에서 비롯한다고 보았다.
개념에 관한 연구에서 더 나아가, 아브젝트를 표현한 예술을 살펴보았다. 아브젝트 미술(abject art)은
신체의 규범을 위반하는 것과 혐오감이 드는 대상을 소재로 한다. 신체는 주체의 경계가 드러나는 곳이기
에 신체에서 벌어지는 아브젝트의 작용을 표현한 예술작품을 통해 주체의 경계에 있는 아브젝트를 감각
할 수 있다. 아브젝트 미술은 우리의 전통적이고도 절대적인 미적 기반에 충격을 주어 관람자로 하여금
고정관념의 틀에서 탈피할 수 있게 하기도 하며, 종교의 희생제의와 유사하게 관람자가 작품의 상황에
몰입할 때 감정적인 동요를 불러일으키거나 숭고미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아브젝트와 주체에 대한 연구를 심화하는 과정에서 연구자는 혐오와 차별 없이 소통하기 위한 시도
로 식물존재를 제안하였다. 이는 관념적으로 고정되지 않은 위치에서 타자에 대해 사유하기 위한 것이다.
식물존재로 대표하여 소개하는 연구자의 작업은 아브젝트와 주체에 대한 사유과정을 통해 우리 세계의
아브젝트를 감각하고, 타자를 차별이 아닌 차이로 수용하는 것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식물존재는 도자
의 재료와 기법으로 제작하였다. 식물존재의 언어에 대해 상상하는 것이 도자의 재료인 점토에서 느껴지
는 비언어적인 감각을 감지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연구를 통해 연구자는 정체성의 범주와 공동체의 규범에는 절대성이 존재할 수 없으며 차이에만 매
진하지 않고도 주체가 타자와 관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였다. 모든 개인이 자신만의 고유성을 가
진 존재의 의미를 찾기를 희망한다.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경계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차별과 혐오의
구조를 인식하며, 각각의 다름을 차이로 수용할 수 있는 삶의 가능성을 제시함에 본고의 의의가 있다.

식물존재 : 아브젝트에 대한 식물적 사유 25


Abstract

The Vegetal Being


: Nomadic Thought on the Abject and Subject

Yoonkyung Kang*32

This study covers an research process of contemplating the abject at the boundary between the subject
and the other using the metaphorical expression, The Vegetal Being. The abject is expelled from the subject,
remains at the borderline with the other, and threatens the subject. The abject embeds unresolved anxiety,
and it is impossible to draw a clear line with the abject and the subject. Since abject fascinates the subject,
the subject feels confusion and even fear. The subject pushing out the abject is otherizing what is different
from itself. The researcher regards that the regulations that solidify the community in which we live also arise
from the desire of the system to organize the society only with a homogeneous identity.
Further from reviewing concept of the abject, the research moved to abject art that expresses abjection.
The abject art features violations on the borderline of body and various objects that evoke a sense of disgust.
Since the body is the place where the boundary of subject is revealed, through artworks that expressing
abjection we can sense what exists on the body. The abject art shocks so called traditional and absolute
aesthetics and helps us to break free from their frame of stereotypes. Instead of religious sacrificial rite, the
abject arts can provoke emotional agitation or state in a sublime when the audience immerse themselves in
a situation that art presents.
Exploring the abject and subject, the researcher proposed the Vegetal Being as an attempt to communicate
without hatred and discrimination. This is the way to think about the other from a position that is not ideally
fixed. The artwork of researcher represented by the Vegetal Being suggests to sense the abject in our world
through the process of contemplating the abject and subject and also to practice accepting others as differences
rather than discriminations. The Vegetal Being is made with clay materials and ceramic techniques. This is
because imagining the language of the Vegetal Being was similar to detecting the nonverbal sensations felt in
clay which is the material of ceramics.
Throughout the exploration, the researcher recognized that absoluteness cannot exist in the categories of

* M.A. in Department of Ceramic Art, Ewha Womans University.

26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identities and the regulations of a community, and that the subject can establish a relationship with the other
without being buried in differences. The researcher hopes that all individuals will find the meaning of existence
with their own uniqueness. The significance of this study is to recognize the structure of discrimination and
hatred without denying the borders that make individuals exist, and to present possibility of a life that can
accept each difference as a difference.

식물존재 : 아브젝트에 대한 식물적 사유 27




陶藝硏究
제31호 2022

특집논문 : 2022 추계 학술대회 논문

흔적의 본질

고 승 연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도자예술전공 석사과정 졸업)

Ⅰ. 머리말

Ⅱ. 흔적의 조건
1. 세계; 시간과 공간
2. 행위의 흔적

Ⅲ. 세계와 신체를 잇는 흙; 흔적의 본질

Ⅳ. 흔적의 형태

Ⅴ. 맺음말

식물존재 : 아브젝트에 대한 식물적 사유 29


Ⅰ. 머리말 *33

생명을 이루는 세계에서 물질성은 강하다. 이 세계 안의 삶과 죽음 사이에는 매개체가 있


고 매개체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의 영혼과 사고가 힘을 가지려면 그를 이행할 구체
적인 물질로 이루어진 신체가 필요하다. 사람에게 의식이 중요한 이유는 그 성품이 낳는 행동
의 결과가 본디 세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악한 정신도 참된 정신도 육체가 있고
난 후에서부터 세상에 유의미하게 작동한다.
사람은 살면서 끊임없이 선택하고 행동한다. 그리고 그 모든 행동은 무엇 하나 빠짐없이
찰나에 있으며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그림을 그리고 사랑을 하고 죄를 짓는 것
은 그 행위를 하는 순간에 가까이 있어야만 총괄적으로 목격할 수 있다. 행동은 영사기의 장
면처럼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지나쳐 사라지지만 없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존재
하고 있다. 이는 물질로 이루어진 신체의 행동이 세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모래를 밟으면
바닥에 자국이 남듯이 신체의 행동은 곧장 세계에 다양한 형태로 자국을 남긴다. 이러한 사실
은 연구자가 목표 성취 후에 느껴 온 반복되는 회의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고 주체적으로
움직이게 하였다.
연구자는 일상에 크고 작은 부딪힘, 행동에서 비롯되는 보이지 않는 흔적을 도자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비가시적인 행동의 지나침을 도자기의 흔적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그
에 대한 또 다른 가능성의 세계로 이어지도록 한다.

Ⅱ. 흔적의 조건

본 장 안에서 먼저 “세계”라는 명칭에 대해 정의하고자 한다. 세계란 삶이 이루어지는 현


존의 장으로 신체가 자리하여 움직일 수 있는 흐르는 시간 속 모든 공간을 명시한다. 즉, 연구
안에서 세계는 우리가 살면서 하는 모든 움직임이 자국으로 그려질 하나의 공간 및 배경과
같다. 연구자는 시간과 공간으로 짜여진 세계를 앙리 베르그손(Henri Bergson)의 철학적 사유
를 연구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베르그손이 지속의 개념을 이야기할 때 시간과 공
간을 분리한 사유를 살펴보고, 다시 그 둘을 교차시키며 지속의 행위를 통해 형성되는 세계의
밑그림을 그려보고자 한다.

* 본 논문은 연구자의 석사논문인 「현재로 향하는 흔적」(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대학 석사학위논문, 2022)을 재구성,
보완하여 실었다.

30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1. 세계; 시간과 공간

베르그손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측면이 아닌 존재론적이며 형이상학적 측면에서 지속에


대한 사유를 전개한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지속(durée)’ 속에서, 이미지로서의 물질과 신체적
운동성에 기초하는 인간 정신의 지각과 기억에 관한 이론을 실재에 대한 토대 위에서 체계화
시킨 것이다.1
지속을 말하기 위해서는 베르그손은 먼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사유를 이야기하는데, 시간
과 공간은 서로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바탕으로 하는 그의 이원론적 사유는 지속과 더불어
그의 철학에서 중요한 쟁점이 된다. 과거의 철학자들이 주장해오던 ‘시간은 공간을 통해서 세
어지고 표상될 수 있다’고 하는 것에 반해 그는 시간과 공간은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근본적인
구조상의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하며 시간과 공간을 구분한다.2 그가 존재를 말할 때 단순히
공간 속에서의 존재가 아닌 시간을 고려한 공간에서의 존재를 말하는 것이다. 공간이란 시간
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대상을 고정화 시키는 지성화의 개념으로,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
한 물질적 대상을 편리하고 유용하게 다루기 위해 만든 표시나 기호와 같은 추상적인 표현이
다.3 베르그손은 시간이 공간에 의해 충분히 표상될 수 없고, 흐르는 시간 안에서는 더욱 일어
날 수 없다고 말한다.
공간은 공간의 표상 안에서 수적인 많음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반면에 시간의
지속은 어떠한 표상도 하지 않으며 의식에 의해 그 본성이 나타난다. 따라서 그는 시간이 공
간으로 표상될 수 없는 이유로 공간이 텅 비어있는 틀이며 분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베르그손은 시간은 물리학이나 자연과학에서 다루는 것처럼 정지하고 있어서 좌표축의 공간
위에 정확한 위치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는 변화와 생성의 도상에 놓
여 있다고 주장하며4 진정한 시간의 모습을 매번 새로움과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자유로움이
며 창조성이라고 하고 있다.5 또한 시간의 흐름 안에서 일어나는 의식의 현상 그 자체가 시간
의 형식이 되기 때문에 다양한 시간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시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다양성
의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지속으로서 시간은 그저 시간의 연속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시간을
종합적으로 형성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의식이 오로지 ‘실질적인 행위’인 시간을 통

1 하정현. 「잠재의식과 시각 표현의 상관성 연구와 작품 표현」(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3), p. 22.
2 노연경, 「베르그손의 지속이론을 바탕으로 한 무용창작작품 「지금의 지평」의 시간성 표현에 관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21), p. 67.
3 하정현, 앞의 책, p. 22.
4 앙리 베르그손, 『시간과 자유의지』(정석해 역, 삼성출판사, 1990), p. 198.
5 노연경, 앞의 책, p. 76 참조.

흔적의 본질 31
해서만 자신을 인식하고 규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6
시간은 공간과 동일한 것이 아니며, 진정한 시간의 개념은 외부세계의 특성과 공간성을
제거했을 때에만 비로소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인식이라는 것은 우리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우리 자신 그 자체이지만, 너무 가깝게 있기에 오히려 직접적으로
보지 못하고 항상 외부세계로부터 빌려온 형식과 틀, 특히 공간적인 사유에 의해서만 볼 수밖
에 없었다.7 그리하여 연구자는 우리에게 제공된 세계의 형태를 시공간을 나누어 살펴보고 의
식적으로 인식해보고자 하였다.
공간 속에서 지속적인 시간을 종합적으로 형성하며, 베르그손은 시간과 공간을 통한 지속
(durée)의 개념을 부연한다. 베르그손이 말한 지속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베르그손은
지속을 경험이라고 말한다. 지속은 확장되고 넘어선 경험이며 이를 사유하는 것은 시간과 공
간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표상의 지배적인 습관을 넘어서 사유한다고 설명한다.8 지속은 과거,
현재, 미래를 서로 다르게 응축하며 매 순간 마주하는 시간의 의미를 새롭게 만든다.
이러한 지속의 세계는 정확한 윤곽이 없고 수학적 시간이 아닌, 순수 변화 즉 서로 의지하
고 상호 침투하는 질적 변화들의 연속이다. 베르그손은 지속을 삶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과거-현재-미래의 시간, 과정을 함께 펼쳐 볼 수 있는 열린 시간성의 개념을
주장한다. 열린 시간성은 점진적인 변화 속에서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며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다시 말하여 지속은 시간을 측정하는 단위가 아니라 삶의 경험이라는 관점
에서 보는 것으로 비결정적 시간으로서의 새로운 의미를 창조적으로 생성해 나간다.9
이렇듯 지속이란 과거가 미래를 잠식하고 확장되면서 전진하는 연속적인 전진이며 끊임
없이 증대하는 과거가 한없이 축적되는 것이다.10 의식 속 현재의 순간들은 과거로 축적되어
가 지속은 불가역하다. 왜냐하면 쌓여가는 과거는 현재를 끊임없이 변화하게 만들고 또 과거
를 분리하여 현재를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11 그러므로 지속은 유동적인 특성을 가지며 항
상 새로운 움직임을 가지고 확장되는 변화이다. 우리의 의식적인 행위는 물질의 터전 위에서
이미지들과 결합하며 실재적으로 일어난다. 베르그손은 이러한 실재성을 고정적이고 인과적
인 측면에서보다는 변화와 역동성에서 찾았다. 즉 지속은 운동을 통해 현실화되고 생성되는
것으로 운동 그 자체로 추상물이 아닌 진정으로 실재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행위를 멈출 수는

6 노연경, 위의 책, pp. 73-74 참조.


7 앙리 베르그손,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최화 역, 아카넷, 2001), p. 361.
8 노연경, 위의 책, p. 75 참조.
9 김지혜. 「현대 도시 공간의 표현에 있어서 비결정성과 시간성에 관한 연구:연구 작품 <다중도시>와 <탈 경계의 도시>를
중심으로」(홍익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4), p. 55.
10 김지혜, 앞의 책, p. 44 참조.
11 노연경, 위의 책, p. 81 참조.

32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없다. 우리는 지속을 하며 과거의 행적을 되돌아보고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우리의 의식이
있어야 할 곳은 우리의 행위가 닿아 형성하고 있는 현재의 세계가 될 것이다.

2. 행위의 흔적

이 세계에서 우리는 과거를 축적하고 지속적인 운동을 예외 없이 “현재” 속에서 하고 있


으며 운동의 주체는 우리 의식의 주체인 몸이다.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 Ponty)12
는 세계에 거주하는 것은 정신으로서의 내가 아닌 구체적이고 살아있는 신체를 가진 나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몸은 우리가 세계를 해석하는 작업에 있어 사건이 발생하는 시작점이 되어
준다. 지속의 경험도 세계와 의식의 경계면에 위치한 몸에서 발생한다. 퐁티에 따르면 세계와
존재의 만남은 직접적인 접촉이므로 어떤 매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13 몸과 세계는 계속 맞
닿고 접촉하며 양방향으로 변화해간다. 우리가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계속되는 변
화 속에도 자기 자신임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몸이 연속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
리의 몸 또한 멈추지 않고 변화하지만 우리의 과거가 기억으로 우리의 동일성을 지켜주고
현재의 방향으로 행위를 하게 한다. 본인의 모든 의식과 외부 세계로부터 건네지는 움직임은
본인의 몸을 매개로 만나 세계에 흔적을 남긴다. 세계와 우리의 신체를 시공간을 벗어나 한
발짝 뒤에서 관조해보면 우리의 모든 움직임은 세계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주고 있으며
우리 몸에도 그 흔적이 남고 있다는 것이 보이게 될 것이다. 마치 나비의 작은 날개짓에도
날씨는 영향을 받아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은 흐르는 시간 속에 존재하면서, 과거의 총체이자 기억인 잠재적 무의식 세계를 통
해 사유하고 행동하며, 이는 무수한 질적 변화를 창조해내는 끊임없는 지속을 가능하게 한다.
실재하는 빈공간을 우리가 신체를 통해 지각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 새로운 현재를 행위를
통해 계속해서 만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행적이 세계에 발현되고 있다고 환원
되어 해석할 수 있다. 실재의 공간에 우리의 의식적인 경험이 실재성과 결합하여 세계에 나타
나고 있고 연구자는 행위를 통한 변화되는 세계의 모습이 곧 흔적으로 현재하는 가능성을
찾게 된다.
지금까지 세계와 삶을 이루는 시간, 공간의 개념을 분리하여 살펴보았고 이것을 다시 지

12 모리스 메를로-퐁티 (Maurice Merleau-Ponty 1908-1961) 프랑스의 실존적 현상학자이며 대표작으로는 지각의 현상학이 있다.
주체가 대상을 인식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원천을. 정신, 생각, 반성 등과 같은 ‘사유’가 아닌 ‘신체’에 두었다는 것은 메를
로퐁티의 현상학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평가되며, 그의 철학을 ‘신체의 철학’이라 고 일컫는 계기가 된다. (『현대 철
학의 흐름』, 박정호, 양운덕, 이봉재, 조광제 엮음, 동녘, 1996, p. 89.)
13 심귀연, 『몸과 살의 철학자 메를로-퐁티』(서울 : 필로소픽:푸른커뮤니케이션, 2019), p. 12.

흔적의 본질 33
속을 통해 교차시키며 우리의 행위에 대한 인식을 의식적으로 재고하고자 하였다. 멈추지 않
는 행위로 인해서 지금 형성하고 있는 현재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성질을 갖고 있으며 변화는
곧 우리의 행위가 세계에 다양한 형태로 남고 있다는 토대를 마련해준다. 연구자는 이 변화의
흔적을 흙을 통해 실재로 표현하여 보여주고자 한다.

Ⅲ. 세계와 신체를 잇는 흙; 흔적의 본질

우수의 여신 쿠라는 어느 날 시름에 잠겨 흐르는 시냇가에 앉아 손으로 진흙을 만지다


하나의 형상을 빚어낸다. 마침 지나가던 주신 주피터에게 쿠라는 그 형상에 생명을 불어 넣을
것을 간청한다. 주피터는 그 청을 받아들이나 대신 그 형상이 자기 소유가 되길 주장한다. 쿠
라는 그에 대항해 항변한다. 그러던 중 두 신의 다툼을 목격하던 대지의 신 텔루스가 그들
틈에 끼어들어 그 형상이 흙(대지)으로 빚어진 것임을 상기시키면서 자기 몫의 소유권을 주
장하게 되어 그들 셋은 심판관 사투른의 지혜를 빌리게 된다. 시간의 신 사투른은 셋 모두에
게 공평히 그 형상의 몫들을 분배해 준다. 즉 그 형상에 생명의 힘을 불어넣은 주피터는 그
형상이 죽은 후 영혼을 찾게 될 것이다. 대지의 신인 텔루스는 그 형상의 죽은 육체와 뼈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그 형상에 숨이 붙어 있는 동안, 무덤으로 들어가는 그 날까지
매일처럼 그 형상은 자신의 어미인 우수의 여신 쿠라를 닮아 시름에 잠겨 지내게 될 것이다.
운명의 선언은 이로써 끝이 났다. ‘흙(humus)’으로 만들어진 그 형상은 이때부터 ‘인간(homo)’
이라 불리게 되었으며 그리하여 생시에는 우수(Cura=care)에, 사후에는 흙과 신에게 속하는 피
조물이 되었다.14
위의 이야기는 <존재와 시간>(p.197)에서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가 인용한 고
대 로마 히기누스의(Hyginus)의 쿠라(Cura)의 신화이다. 하이데거는 이 이야기를 인간의 현존
재적인 의미를 서술하고자 하여 이용했지만 연구자는 보다 물질적인 관점으로 이 신화를 통
해서 인간을 ‘호모(homo)’라고 했을 때 흙으로 빚은 존재를 의미하는 것을 밝히고자 차용했다.
또 성서에서는 신은 태초의 인간의 육체를 흙으로 빚었다고 쓰여 있으며 그리스로마신화의
대홍수 신화에서는 데우칼리온과 퓌라의 부부가 어깨너머로 던진 돌에서 새 인류가 시작되었
다.15 이와 같이 우리의 기원을 이야기해주는 신화와 성서에서 찾을 수 있듯이 흙과 인간의

14 김세리, 『알베르 카뮈의 미학』(파주:한국학술정보, 2008), pp. 82-83.


15 인간의 오만이 극에 치닫자 제우스는 인간 세상에 대홍수로 세계를 뒤덮는데 의로운 인간 데우칼리온과 퓌라 부부만이 살
아남는다. 부부는 지혜로운 여신 테미스에게 인류가 절멸한 이땅을 구원하고자 빌었다.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커다란 어

34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육체는 굉장히 닮아있다. 연구자는 커다란 문화권이 담고 있는 오래된 이야기가 가진 힘을
빌어 대지와 육체를 잇는 물질적인 질료로 흙이 적절하다고 보았다. 흙은 또한 압력을 주면
즉각적으로 자국이 남는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현재의 행위를 모든 순간마다 담게 된다. 이
세계를 잇는 물질, 흙으로 현재를 형성하며 자국을 남기는 행위는 연구자를 삶에 대한 진정한
몰입으로 이끌게 된다.
연구자의 작업에서 흙은 근원적인 물질로서 대지, 우리의 행위가 남겨지는 세계의 공간을
의미하고, 몸을 이용해 흙에 자국을 내는 것은 곧 땅, 삶에 대한 행위 자체를 의미하게 된다.
행동은 곧장 세계에 자국을 남기고 우리가 망각하는 동안에도 살아있다. 연구자는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연속적인 비가시적인 행동을 흙에 남기고 흙에 남긴 자국을 가마에서 굉장히 높
은 온도로 소성하여 과정과 행위의 부재를 고정시킨다.
결국 연구자에게 작업의 형태는 자국을 담는 틀이며 본질은 형태를 이루는 표면의 흔적에
있다. 사람은 자기가 바라는 이상적인 목적 혹은 자아가 있고 그로 나아가는 데에는 삶 속에
서 무수히 많은 선택과 행동이 뒤따른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작업의 형태를 정하면 그것을
가소성이 좋은 상태인 흙을 이용해 만든다.16 의도했던 이상적인 형태를 목적을 향하여 만들
면 흙의 표면에는 일련의 행동들 즉 손자국이 의도와 관계없이 필연적으로 찍힌다. 형상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이상일 때 그로 향해 가는 과정의 손자국이 바로 현재를 의미한다.
우리는 어떠한 목적을 설정하고 향해갈 때 행위를 멈추지 않고 현재를 형성하게 된다. 그 과
정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수많은 행동이 지속적으로 층층이 쌓이고 하나의 결과를 이
뤄낸다. 가시적인 흔적의 드러냄은 그 목적에 대한 결과 뿐 아니라 모든 행위가 일어나는 시
간에 대해 공평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구자는 현재의 희생을 묵인하는
태도, 자신의 과오를 포함한 행적을 외면하는 태도를 거부함으로써 말랑했던 흙에 남은 자국
이나 흔적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드러나게 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현재의 시간을 공평하
게 의식하고 존중하고자 한다. 연구자의 작업에서 흙은 근원적인 물질로서 대지, 우리의 행위
가 남겨지는 세계의 공간을 의미하고, 몸을 이용해 흙에 자국을 내는 것은 곧 땅, 삶에 대한
행위 자체를 의미하게 된다. 행동은 곧장 세계에 자국을 남기고 우리가 망각하는 동안에도
살아있다.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연속적인 비가시적인 행동을 흙에 남기고 흙에 남긴 자국을
가마에서 굉장히 높은 온도로 소성하여 과정과 행위의 부재를 고정시킨다.

머니의 뼈를 어깨 너머로 던져라.” 라고 신탁이 돌아왔다. 신탁에서 커다란 어머니는 만물의 어머니인 대지이고 뼈는 대지
에 있는 바위와 돌이었다. 그들이 어깨너머로 돌을 던지자 즉시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들은 이렇게 새 인류의 조
상이 되었다.
16 점토는 적당한 습도를 가하였을 때 일단 만들어진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이 성질을 가소성이라 한다(다니엘 로드, 『도
예가를 위한 점토와 유약』, 이부연[외]공역개정판(서울 : 한양대학교출판부, 2014), p. 89.

흔적의 본질 35
Ⅳ. 흔적의 형태

흔적은 우리의 움직임의 연속과 같이 단일하게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의 작품, 개체


안에 속해져 나타난다. 작품을 구성하는 표면에 나타난 흔적은 시간적으로는 과거의 것이지
만 자국의 형태를 다시 바라보게 함으로써 그것이 찍혔던 순간에 대해 환기하며 역설적으로
는 현재의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연구자에게 흔적을 주지하는 것은 무기력의 상태에
서 끌어 올려주고 땅에서 움직이는 현재의 성실함에 대한 고찰로 나아가게 한다. 땅에 대한
성실함은 취사를 선택하여 특정한 것을 편애하는 것이 아닌, 이 땅 위에서 몸을 통해 행위
하는 모든 자국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다. 그러한 태도는 곧 현세에 대한 몰입으로 이어진
다. 연구자는 현재의 순간을 향한 몰입을 통해 찰나의 모든 행적들을 기록하고 대지에 대한
열정을 행위로서 써 내려가는 태도로 작업에 임했다.
<Alibi series 1>는 그리스 토기(도 1)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재창조한 작품이다(도 2). 그리스
토기의 표면에는 신화의 장면이나 그리스 시대의 일상을 보여주는 삽화와 같은 것이 기록으
로 그려져 있다. 연구자는 그리스 토기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흔적, 이미지를 지우고 본인의

도 1 그리스도자기모음 도 2 고승연, <Alibi series 1> stoneware,


2019-2020 / 60x5x70(h)cm / 27x4x38(h)cm /
42x5x38(h)cm / 20x27x20(h)cm

36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행위를 흔적을 통해 개인의 신화로써 기록했다. 글을 읽고 문장을 이해할 수 있기 시작한 무
렵 연구자는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으면서 도덕성을 비롯한 가치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어린 시절 성경이나 지침서와 같은 책들을 보며 형성된 가치관은 부모님의 법과 같이 거를
힘이 없이 흡수되어 뿌리 박혀있고 그 기원을 찾기 힘들다. 어린 시절은 시행착오의 과정이
많으며 상처를 많이 주고 실수도 많이 한다. 이 작품은 개인이 인지하지 못한 채 형성된 가치
관과 그에 따른 행동을 인정하는 시도다. 점토로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손자국 가득한 표면은 연구자의 기억과는 상관없이, 누군가의 기억에 있든 없든 연구자 본인
이 수없이 남긴 행동을 찾고 부정하지 않겠다는 회개의 성격을 담는다. 연구자가 어린 시절에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그것이 용서받았다고 하여도 이 세상에는 분명히 존재
함을 되짚고 넘어가고자 했으며 이러한 행위를 지우려고 흔적에 물칠을 할수록 흔적의 형태
는 더욱 선명해져 간다.
<Alibi series 3> 또한 사라진 행위의 흔적을 통해 가시적으로 표현한 작업으로 사랑의 흔적
을 담은 작업이다(도 3). 세상에는 다양한 사랑이 존재하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서 깊은
친밀감을 주고 서로 상처를 주는 사랑은 연인 사이의 사랑일 것이다. 연구자가 사랑과 함께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극강의 행복은 극강의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사랑했던 사람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현실은 근본적으로 사랑의 존재에 대해 절망하게 했다. 하지만 우리
가 사랑했던 그 강렬한 순간들이 눈에 보이
지 않을지라도 삶에 이미 존재했다는 건 부
정할 수 없다. 둘의 사랑이 그저 증발한 것
이 아니라 남아있다. 이 작업은 연구자가
그 시절의 사랑이 구체적으로 보이는 물질
형태로 남기기 위해 만든 기념비적인 성격
을 띤다. 매끈한 윗면은 판 형태로 원래 맨
밑에 있는 부분이었다. 판은 우리가 사랑할
수 있었던 지상의 세계, 우리에게 주어졌던
대지의 공간과 시간이며 그 위로 쌓은 자국
의 흔적은 우리가 함께 쌓아 올린 그 당시
의 현재를 의미한다. 성형을 마치고 작품을
뒤집음으로써 우리의 기저가 돼준 바닥이
도 3 고승연, <Alibi series 3>, stoneware,
다시 위로 가게 두었다. 그것은 사랑이 끝
glaze, 2020-2021,
났다는 이 세상의 순리 아래 순응하겠다는 25x20x35(h)cm, 17x12x30(h)cm

흔적의 본질 37
굴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땅 아래에, 나
의 신체에 사랑은 여전히 남아있다.
<Portrait>는 몸을 형상화 한 연구자의 신체,
자아로 흔적을 남기는 행위의 주체다(도 4). 몸
은 정신과 신체가 얽혀있는 존재로 메를로-퐁
티의 용어로 말하자면 ‘체화된 의식(embodied
consciousness)’이다.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
도 4 고승연, <Portrait>, stoneware, acrylic, 은 정신과 같은 투명한 의식에 의해 일어나
2020, 35x15x40(h)cm, 16x5x20(h)cm
는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몸에 의한 접촉
을 통해 일어난다.17 연구자는 본인의 주체, 자아를 흙을 통해 몸으로 표현했다. 몸에는 다양한
흔적들이 있고 흔적은 자아가 살아온 진실과 같다. 연구자는 회의적이고 삶에 대해 의문이 들
때 완전히 새로운 자아를 꿈꾸고 변하는 상상을 하며 하얀 백지처럼 다시 시작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새로운 자아를 꿈꾼다는 것은 자신이 해온 행적들과 남겨온 흔적들을 왜곡하는 것이며
그러한 사고는 무력함을 벗어나 올바르게 나아갈 수 없다. 몸에 쌓여있는 흔적을 없애는 것은
‘나’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다른 물질을 하얗게 덧바를수록 어두웠던 원래의 태토의 색과는 더
멀어진다. 큰 몸 안에는 형태는 같지만 크기가 작은 몸의 조형물이 들어있다. 원래 태토의 색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더 두껍게 덧발라져 있고 연구자임을 암시하는 이름이 쓰여있다.
<Trophy>는 이어 이러한 주체를 통해 만들어가는 현재에 대한 가치를 의식하고자 표현한
작업이다(도 5). 살면서 트로피를 받을만한 순간이 있다면 기억하고 남기고 싶은 무언가를 이
뤘을 때 일 것이다. 우리는 삶 속에서 멈추지
않고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기
대하는 희망으로 자주 현재를 놓치며 산다.
목표의 성공 여부에 따른 결과로 행복의 상
태를 미리 염려하여 불안해하지 말고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의 여정도 자신의 삶의 순간임
을 인식하려고 해야 한다. 과거의 의식적 삶
은 현재 상태에 녹아들어 현재를 구성하게
도 5 고승연, <Trophy> stoneware,
2021,20x12x25(h)cm, 40x14x20(h)cm 되고 과거의 모든 경험들과 사고들이 축척되
27x15x35(h)cm 어 형성된 것이 바로 현재이다. 현재의 행적

17 김선경, 「메를로-퐁티의 예술론에서 '공간'의 역할」(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5), pp. 18-19.

38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을 올바르게 긍정하는 자세는 좋은 것과 나
쁜 것을 모두 우리를 구성하는 것으로 공평
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다. <Trophy>에
서 양쪽 끝에 있는 작업은 완성된 형태의 트
로피이며 가운데에는 절단된 듯한 형태의 작
업물이 있다. 무엇을 향한 목적인지 잃었을
때, 중단되었거나 이루지 못했다고 하여도
스스로에게도, 세계에도 그 행위는 남아있음 도 6 고승연, <Trophy 2>, stoneware,
glaze,2021, 35x17x6(h)cm, 7x5x10(h)cm
을 의미한다. 당신의 미완성도 세상은 이미
품었다. 이어지는 작업 <Trophy 2>는 앞의 작
품의 연속으로, 목표의 성취에 대한 보상을
트로피라고 할 때 그 트로피를 의도적으로
완성의 형태로 보여지게 만들지 않고 거친
상태로 마감하였다(도 6). 도자기는 과정이
이성적인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소성을
마칠 때마다 물리적으로도 화학적으로도 변
화가 뚜렷하다. 점토가 2차 재벌까지 이루어 도 7 고승연, <하트>, stoneware,
glaze, 2021, 20x23x58(h)cm
지면 강도를 가지며 도자기의 성질을 획득하
게 된다. 따라서 성형이 잘 끝나도 건조과정
에서 갈라지거나 1차 소성에서 깨지게 되면
버려지는 일이 흔히 일어나기 때문에 모든
점토가 도자기가 되진 못한다. <Trophy 2>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완성형의 도자기의 마
감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거칠고 찢어진
형태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은 상태로 시유와
2차 소성까지 끝냈다는 것은 연구자가 작업
을 의도하고 진행했음을 읽을 수 있다.
<하트>작품은 흔적의 토대를 마련해주는
땅에 대한 경외가 삶에 대한 경외임을 보여
준다. 작업은 보는 방향에 따라 하트의 형상 도 8 고승연, <하트>, stoneware,
을 찾을 수 있다(도 7, 8). 연구자는 흔적의 glaze, 2021, 20x20x40(h)cm

흔적의 본질 39
의미에 대한 탐구를 진행하면서 현재의 시간을 공평
하게 받아들이고 현재 주어진 것을 토대로 행위 하는
것이 이 땅에 대한 열정임을 알게 되었다. 땅에 대한
올바른 열정은 움직임에서 시작되고 이것은 삶을 향
한 커다란 의미의 사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움직임조차 흔적으로 남을 수 있음은 무기
력한 상태에서 다시 움직이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흙을 빚어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직관적으
로 세계에 행동을 남기는 것과 동일하다. 하트의 도
상은 대지를 향한 성실함, 열정을 의미하며 점토를
대지에서 솟아난 듯 쌓아 올려 표현했다.
같은 맥락으로 <서 있는 대지>는 주체로 행위를
도 9 고승연, <서있는 대지>, stoneware, 쌓기 이전에 우리에겐 세계의 환경에 대한 작업이다
2021, 55x12x62(h)cm
(도 9). 이 작품은 지면 위에 삶을 쌓는 행위를 보여
주는 덩어리다. 대지의 흙의 물성을 더 잘 드러내면서 흔적을 쌓는 방법에 대한 고찰에서 시
작되었다. <서 있는 대지>는 세 개의 판을 한 번에 그대로 이어 붙이고는 다듬거나 수정하지
않았다. 점토의 표면은 연구자가 손으로는 의도할 수 없는 흙의 물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것
은 그 시간에만 나올 수 있는 화면이며 당시의 현재라는 시간성과 더불어 흙의 물성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구겨진 살갗 같기도 한 점토를 이어 붙인 판을 바닥으로 두고
그 위에 점토를 쌓아 올렸다. 연구자의 작업에서 주어진 장에서 행위를 쌓는 것은 우리의 삶
을 살아가는 직접적인 의미로 작용한다. 우리의 터전이 되는 현재의 순간적인 성질과 대지,
흙의 결합으로 존재하는 바닥을 세워 놓음으로써 우리가 자국을 남기게 되는 세계의 배경과
현재에 대한 가치를 의식해보고자 한다.
<Act>는 위를 종합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세계의 근원적인 질료와 연구자의 신체가 만나
삶의 행위를 이루는 작업이다(도 10, 11). <Act>는 여러 종류의 흙과 안료, 유약으로 구성한
평면의 그림과 같은 것으로 세계와 신체의 접촉을 통해 신체의 행위를 더 적극적으로 개입시
키고자 했다. 연구자는 흙을 회화적으로 풀어 그 물성은 더욱 드러내 보이고 대지를 누르는
듯한 표면을 나타냈다. 안료를 넣고 지우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과정에서 흔적을 다시 새기고
틈이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연구자가 행위를 통해 만들어지는 흙의 형상이 평면적으로 변하
여 공간이 사라졌고, 흔적은 조금 더 과감해진 선과 질감으로 드러난다. <Act>는 질료와 행위
만 오롯이 담겨있다. 연구자는 스스로가 하고 있는 행위가 모두 살아있다고 의식하면서 현재

40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도 10 고승연, <Act>, stoneware,2021, 도 11 고승연, <Act>, stoneware, LED wire,
43x41(h)cm 2021, 40x40(h)cm

에 몰입하여 흙에 자국을 낸다. 계속 언급했듯 흙에 자국을 내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행위로


연결된다. 현재를 꾹꾹 누르며 행위를 하는 것은 현재에 대한 몰입이며 현세에 대한 열망이다.
따라서 흙에 자국을 내는 성실함은 삶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식이 된다. <Act>는 신체의 행위
를 넘어 의식적인 사색을 즉흥적으로 함께 표현하여 의식의 신체와 세계가 흙을 통해 동일화
를 향해 간다. 이 작업은 앞으로 연구자가 작업을 풀어나갈 방향성을 보여주었다.

Ⅴ. 맺음말

본 논문을 통해 연구자는 대지를 이루는 물질 돌, 흙과 같이 인간 또한 물질로 이루어진


존재로서, 우리의 행위가 곧바로 세계에 자국을 남기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보고자 하였다. 행
위가 남는 것은 삶에 대해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도록 하였고 주체성과 책임감과
함께 움직이는 동기를 부여해주었다. 연구자의 작은 움직임일지라도 크나큰 세상에 자국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 있게 느껴졌고 이를 눈에 보이는 흔적을 중심으로 탐구하여 삶에
대한 태도로 확장하고자 하였다.
우리의 모든 행적이 세계에 어떠한 형태로든 남는다는 점은 과거의 행적에 대해서부터
소급하여 받아들이게 하였으며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해왔던 행동, 경험을 부정하지 않고
올바르게 시인하는 것은 현재에 몰입하기 이전에 필요했던 단계임을 깨닫게 되었다. 스스로
의 행적을 인정하는 것은 현재의 행위에 대해서도 올바르게 긍정하는 힘을 주었다. 이것은
삶을 향한 긍정적인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삶 속에 불행과 행복의 행적에 대해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올바른 긍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긍정은 현재로 행위 하는 흔적에 대한

흔적의 본질 41
몰입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우리가 존재하고 눈 앞에 주어진 것은 현재이며 자국을 내며 행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함께 진행된 도자 작업은 위에서 언급한 흔적에 대한 고찰
의 내용적 흐름이 담겨 있다. 흙에 자국을 내고 그 자국을 감추지 않음으로써 연구자는 작업
의 행위 안에서도 현존을 확인하는 적극적인 개입을 추구하게 되었다.
세상에 남겨지는 우리의 지속적인 움직임이 행동이 되고, 행동은 무수히 쌓여 삶을 이루
게 된다. 지상을 향해 열정을 다하는 것은 성실하게 시간과 순간을 의식하고 움직이는 것이며
연구자가 남기는 흔적은 현재에 집중하고 그 순간에 살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대지 위,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성실함을 발견하고 ‘몸’을 소진하여 삶에 열중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감각을 일깨우고 더욱 생을 현재 속에서 성실하게 빚어
나가고자 한다.

주제어(key words):
흔적(traces), 행위(behaviors), 물질(materials), 현재(present), 운동(movement), 예술(Art), 도자(ceramic), 현대 도예
(Contemporary Ceramic Art)

42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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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
https://namu.wiki/w/데우칼리온

흔적의 본질 43
국문초록

본 연구는 흙에 대한 작업이 대지와 삶에 대한 열정의 태도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은 논고이다. 우리


의 행동은 연쇄 작용과 같이 계속해서 다른 움직임을 낳는다. 삶은 직선적인 시간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보단 밤, 낮 안에서 행동의 주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에 더 가까울 것이다. 따라서 반복적으로 계속 이루어
지는 행동에 대해서는 민감도가 떨어지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몸으로 하는 아주 사소한 행동일지라도
땅 위에는 압력이 가해진다. 그러므로 행동의 흔적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서 정말로 그 행동이 사라진
것인지 단언할 수는 없다. 연구자는 살면서 계속해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거나 혹은 목표한 일을
마칠 때마다 매 번 강하게 밀려오는 회의감으로 인해 오랜 시간 무력감을 느껴왔다. 하지만 물성으로 가
득한 세계에서 몸을 움직이는 한 모든 행적이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은 삶에 대해 의욕을 잃었던 연구자에
게 다시 움직이도록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연구자는 행위의 흔적에 대해 탐구하여 목적만을 향한
미래적인 사고를 지양하고 삶에 대한 회의감에서 벗어나 행동에 대한 건강한 활력을 찾고자 하였다.
이에 연구자는 행동 및 운동의 흔적이 실재로서 표현이 가능한 배경을 앙리 베르그손(Henri Bergson)
의 지속(durée)의 개념과 함께 살펴보았다. 베르그손은 현상들이 의식과 동시에 나타나고 사라지지만 이것
은 지속이 없는 어떤 실재 공간에 있다고 말한다. 베르그손의 시공간 속 지속을 통하여 우리의 행위를
중심으로 세계를 흔적이 그려지는 공간으로 인식해보고자 한다.
신체의 운동이 세계에 발현되고 흔적이 남는 것을 앞서 밝힌 후 흔적을 가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물질로 흙을 다루고자 한다. 흙은 세계와 신체를 이루어주는 근원적인 물질이 되어주고 연구자가 흙에
자국을 내는 것은 곧 세계에 자국을 내는 의미가 된다. 이어 그리스 사상에 대해 살펴보고 그리스 철학에
기저하는 현세에 대한 존중과 열정은 연구자에게 흙과 흔적에 관한 작업의 의미가 삶에 대한 태도로 확
장되어 나타나게 한다.
본 연구를 통해 연구자는 스치는 찰나와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현재에 대한 흔적을 도자 작업으로
제시한다. 연구자에게 도자 작업은 흙이라는 물성에 자국과 흔적을 이용하여 일종의 기록과 창조 행위의
시간을 담은 작업이다. 도자기에 쌓이는 날 것의 흔적과 그것에 대한 의도적인 드러냄은 자신의 행위를
현재의 시간에서 의식하게 하고 올바르게 긍정할 수 있는 동기가 되었다. 행위의 흔적은 현재를 몰입하여
살아내는 것이 이 삶을 향한 지속적인 열정임을 보여준 점에 본고의 의의를 두고자 한다.

44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Abstract

Nature of Traces

Seungyeon Ko*18

This study describes how artwork using natural materials such as soils leads to a stronger passion for
the earth and life. Our behaviors have domino effects, triggering subsequent consequences. Living life is more
like repeating behavioral patterns day and night rather than moving forward in a linear timeline, which is why
we tend to be less sensitive to repetitive acts. However, even a simple body movement puts pressure on earth.
Thus it cannot be asserted that behavior that does not leave a visible trace has disappeared. The strong
skepticism gives the researcher feeling of powerless after achieving the goals. But the fact that any movement
of our body leaves a trace in the world full of matters served as a driving force for our lives. The researcher
sought to ditch the purpose- and future-oriented mindset and skepticism and gain positive energy by studying
the behavioral trace.
To that end, she looked into the background where traces of activity or body movement can be expressed
in reality based on Henri Bergson (1859-1941)’s continuity theory. He says that a phenomenon appears as
we become conscious about it and then disappears, but it exists in a place without continuity. In this study,
it will be explored to perceive this world, focusing on our body, as a space of traces based on his
spatiotemporal continuity.
First of all, it shows how body movement is manifested in the world with a trace by using clay made
from natural materials to represent it. Earth is a fundamental matter that links the world and the body. Leaving
a trace behind on a clay equals leaving a trace in the world.
In the study, the researcher presents ceramic work as a means of expressing a trace of passing moments
and a constant continuation of the present. It means to record the present while making a creation by using
traces on earth. Raw traces accumulated on the ceramics and their explicit expression make us more mindful
of our present behavior and have positive thinking. This study is significant in showing that focusing on the
present by using behavioral traces means a continued passion for our life.

* M.A. in Department of Ceramic Art, Ewha Womans University.

흔적의 본질 45


陶藝硏究
제31호 2022

특집논문 : 2022 추계 학술대회 논문

유약표현을 통한 현대 도예의
모노크롬 연구

고 형 지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도자예술전공 박사과정수료)

Ⅰ. 머리말

Ⅱ. 서구의 모노크롬과 한국의 단색화 비교연구


1. 서구미술에서의 모노크롬 전개와 이브 클랭의 푸른 모노크롬
2. 한국 단색화의 등장과 정상화의 수행적 모노크롬

Ⅲ. 도자예술에서의 모노크롬 연구
1. 도자예술에서의 모노크롬 정의와 작가 사례
2. 유약표현을 통한 모노크롬 연구 : 연구자의 작업활동을 중심으로

Ⅳ. 맺음말

흔적의 본질 47
Ⅰ. 머리말

모노크롬은 20세기 초 말레비치와 로드첸코를 시작으로 회화의 영역에서 존재하였다. 한


국의 모노크롬이라 알려진 단색화는 서구의 모노크롬과 비교하여 외형은 유사하다 할 수 있
으나 단색 속의 다색을 가진 독창적인 정체성을 추구하며 발전해왔다.
연구자는 도자기 유약의 회화미(繪畵美)에 관한 연구에서 다양한 산화물을 첨가하여 발색
되는 색유 제작을 진행하였고 지난 2019년 개인전 《Light Pillar》를 시작으로 산화물이 갖는 본
연의 색 위에 빛을 입힘으로써 발색되는 유약의 심미성에 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도자기 유약의 발색은 동일한 유약을 시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형태나 표면의 질감 변화
혹은 빛의 굴절에 의해 다양한 색상으로 나타난다. 또한 주어진 환경에 의해서도 시시각각
달리 보여진다. 색유를 입은 도자기는 한 계열의 유약으로 마치 단색화를 그리듯 표현된다.
연구자는 이점을 주목하고 현대 도자예술에서 발견되는 모노크롬에 관해 정의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우선 서구의 모노크롬과 한국의 단색화를 살펴보고 이를 비교, 분석하였다.
이후 현대도자예술 영역에서의 모노크롬에 관해 정의한 다음 이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자
행위와 과정을 중심으로 작업한 동시대의 도예 작가들의 작품 사례를 연구하였다. 나아가 유
약에 관한 이론적 고찰을 시작으로 연구자의 작업을 바탕으로 유약표현을 통한 현대 도예의
모노크롬에 관해 설명하였다.

Ⅱ. 서구의 모노크롬과 한국의 단색화 비교연구

한국의 단색화는 서구의 모노크롬 예술과는 다른 단색 속 다색을 가진 특징이 있다.1 한국


의 단색화에서 ‘백색’이란 ‘한국적인 색’으로 인식된다. 단색화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백색의
모노크롬’은 하나의 색으로 표현되는 서구의 모노크롬 혹은 일본의 모노하와 달리 표면적 형

1 2014년 김미경은 《한국 모노톤아트를 다시 말하며》라는 주제로 진행된 강연에서 단색화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
색화(Dansaekwha)’는 문자 그대로 ‘단색’(單色) 즉, ‘한 가지 색깔’이라는 모노크롬의 개념도 벗어날 수 없고 ‘그림 화(畵)로
서의 그림’이라는 개념적 한계도 벗어날 수 없다. 한국의 ‘모노톤 아트’가 ‘한가지 색깔로 된 그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
두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의 색깔로 된 그림’이라는 뜻의 ‘단색화’라는 말을 사용하기에 적절한가? 거기에는
여러 가지 색조(tone)가 있고 그린버그 식의 ‘모더니스트 페인팅’이나 ‘아메리칸 타입 페인팅’과 같은 모더니즘적인 ‘그림
(회화)’개념의 평면성을 뛰어넘는 시공간의 물질장소성의 프로세스 문제가 담겨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진지하게 자각해야
한다. 윤형근, 박서보, 정창섭, 정상화의 작품 일부를 모더니즘 회화 개념으로 다룰 수는 있겠지만 하종현이나 최병소, 심
지어 김창섭이나 김용익의 평면 오브게, 심문섭의 평면적 작업들까지 ‘단색화’라는 말로 다룰 수 있겠는가” 김미경, 「한국
모노톤 아트를 다시 말하며」‘ 『KIFA 오픈라운드테이블, 2014』, 정윤미, 「미술비평 분석을 통한 단색화의 정체성 연구」(홍익
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6), p. 22. 에서 재인용.

48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태보다 작업의 과정을 중시한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적 미’,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양식이
라 불리며 발전되어왔다.2
서구의 모노크롬이 모더니즘의 형식적 환원에 의해 색채를 배제해 나가는 과정의 결과였
다면 한국 단색화에서의 백색은 아무것도 가공하지 않은 질료 자체가 지닌 무색이라 할 수
있다.3 한국의 단색화에서 나타나는 행위의 반복과 재료의 물성이 갖는 촉각성이야 말로 시각
중심적인 서구의 미니멀리즘과의 큰 차이라 할 수 있다.4 1970년대 한국 미술계에 나타난 단
색조 계열의 미술사조인 단색화의 특징은 결국 작업과정에서 나타나는 ‘행위의 반복성’과 재
료의 물성에서 드러나는 ‘촉각성’이며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적’이라 할 수 있다.5

1. 서구미술에서의 모노크롬 전개와 이브 클랭의 푸른 모노크롬

서구의 20세기 미술은 비물질화 경향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이브 클랭(Yves Kiein)은 비물


질적 요소를 작품에 수용하는 양상과 개념미술과 같은 구상을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 두 가지
의 주류 모두를 포함한다.6 모노크롬은 특정 예술가에 의해 독자적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르네상스 이래 형태에 종속된 것으로서 색채 개념을 거부하는 오랜 실험의 결과이다. 이러한
모노크롬 회화의 시작은 1960년 레베쿠젠의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모노크롬 회화》 전시회로
볼 수 있다.7 모리스 베세(Maurics Besset)는 “모노크롬이란 일반적인 회화의 구성 체계인 선,
형태, 색채로 이루어진 ‘관계들로 된 체계’로서의 회화가 아니라 ‘분화되지 않은 단일성’을
나타내는 표면”8 이라고 정의했다.
전통적으로 회화는 독립된 부분들이 구조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것으로 표현되어 왔고 구
조는 형태, 선, 면, 색채 등의 결합이었다. 이와 달리 모노크롬은 부분의 결합으로서 구성의
질서를 추구하는 전통적인 예술개념에 반하여 ‘전체주의적(Wholistic)’ 사상을 의미한다.9 토머
스 매캐빌리(Thomas McEvilley)는 형이상학적인 이원론을 회화의 ‘바탕’과 ‘형상’으로 전환 시
켜 말하며 단일성은 회화의 바탕으로 보고 다수성은 회화의 형상으로 비교하였다. 다시 말해

2 나카하라유스케,《한국의 5인의 작가, 다섯가지의 흰색》(도쿄화랑, 1975). 전시도록 중에서 서문 참고..


3 윤진이, 「한국 모노크롬 미술의 ‘정체성 담론’에 대한 탈식민주의적 고찰」, 『인문논총』 제63집(서울대학교 인문학 연구원,
2010), p. 119.
4 윤진섭, 「마음의 풍경」, 『한국의 단색화전 학술심포지엄』(국립현대미술관, 2012), p. 15.
5 윤진섭, 앞의 도록, p. 15.
6 이정실, 『추상미술 읽기』, 윤난지 엮음(미진사, 2010), p. 183.
7 이정실, 앞의 책, p. 183.
8 Maurice Besset,“Note sul la Préparation de l’Exposition,” Catalogue de La Couleur Seule : L ‘Experience du Monochrome,(Lyon; Musée
Saint Pierre Art Contemporain, 1989), p. 10.
9 이정실, 위의 책, p. 183.

유약표현을 통한 현대 도예의 모노크롬 연구 49


모노크롬 회화는 형상 없이 바탕만을 그린 것으로 관객은 단색의 화면을 바라보고 단일한
세계와 일치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한다.10
20세기 초 서구에서는 카지미르 말레비치(Kasimir Malevich)와 알렉산더 로드첸코(Alexandre
Rodchenko)의 작업을 통해 모노크롬 회화가 대두되기 시작한다. 이 둘을 비교해보면 말레비치
가 ‘형이상학적(Metaphysique) 모노크롬’으로서 작가의 ‘주체’ 혹은 ‘관객’에게 초점을 맞추었
다면11 이와 달리 로드첸코는 ‘물질주의적(Materialiste) 모노크롬’으로서 작품의 ‘객체’에 중점
을 둔다.12 또 다른 차이로 말레비치가 정신성을 지향했다면 로드첸코는 1921년 구축주의의
기초가 되었던 《5x5=25》 전시에서 〈빨강, 노랑, 파랑의 세 가지 모노크롬 회화〉를 제시하며
물질로서의 기본색을 표명했다.13 이로써 이 둘의 방향은 상반되는 속성으로 두 계보로 나뉘
어졌다. 나아가 말레비치가 색채보다 형태에 집중했다면 이브 클랭(Yves Kiein)은 색채의 효과
에 더 관심을 보였고 로드첸코가 색채에서 재료의 물질에 관여했다면 클랭은 물질에서의 제
식적인 의미를 부여14했다고 볼 수 있다 (도 1) (도 2).

도 1 카지미르 말레비치, 흰색 위에 흰색, 도 2 알렉산더 로드첸코,


1981, 79.4cm x 79.4cm, <순수한빨강>,<순수한노랑>,<순수한파랑>, 1921
The Museum of Modern Art

10 Thomas McEvilley, “La Peinture Monochrome”, in La Couleur Seule(Lyon; Musée Saint Pierre Art Contemporain, 1988), p. 15.
11 “말레비치는 「비대상의 세계」라는 글에서 “익숙한 대상의 윤곽은 배경으로 사라져서 세계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현실
과 유사한 것’이나 이상적 이미지는 사라지고 ‘사막’뿐이다. 그러나 이 사막은 모든 것에 퍼져 있는 ‘비대상적 감각의 정
신’으로 채워져 있다”라고 언급하며 시각적인 형태가 제거된 순수한 무(無)의 영역을 강조한다.” 이정실, 위의 책, p. 184.
에서 인용.
12 이정실, 위의 책, p. 184.
13 “본래 구축주의의 목표는 실제 재료를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기에 외관상 절대주의처럼 기
하학적 형태로 보여질 수 있지만 그 의도는 다르다. 로드첸코의 단색화는 색체가 주는 주관적이고 정신적인 의미를 부정
하고 회화 표면을 하나의 물질적 표면으로 취급하였다.” Gérard Conio, Le Constructivism Russe, Lausanne(L’Aged’Homme, 1987),
p. 387. 에서 인용.
14 이정실, 위의 책, p. 185.

50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서구의 대표적인 모노크롬 작가는 미국의 경우 애드
라인하르트(Ad Reinhar), 로버트 라이먼(Rovert Ryman), 마
그네스 마틴(Agnes Martin) 등이 있고 유럽의 경우 이브 클
랭의 푸른 모노크롬과 피에르 만조니의 백색 모노크롬을
대표로 들 수 있다. 또한 1960-1970년대 미국의 미니멀 아
트 작품들의 대다수가 이에 속한다.15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이브 클랭(Yves Kiein,1928-1962)을
예시로 들어 분석하고자 한다. 그는 선과 색채의 속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색채를 통해서 자유로운
공간과 완벽한 일치의 감정을 느낀다. 색채는 우리의 감수
성을 떠맡으면서 자유롭게 공간 안에 용해된다. 반면 선은 도 3 이브 클랭,
<인터내셔널 클라인즈 블루 IKB>
순수한 공간을 분할하며 심리적 감옥의 창살과도 같은 우
리의 사슬이다.”16 클랭은 1955년부터 분말 형태의 안료를 그대로 사용하며 그 안에서 순수한
색채를 발견한다. 나아가 2차원의 평면보다 3차원의 오브제로 보이고자 했다(도 3). 1956년 이
후로는 다양한 색채로 모노크롬을 표현하기보다 푸른색 한 가지만을 사용하였고17 후에 종교적
인 성향을 보여주는 삼원 체계의 모노크롬을 제작한다. 푸른색, 금색, 핑크색을 같이 제시함으
로서 총체적인 상징적 의미를 주고자 하였으며 이를 삼원 체계의 모노크롬이라 칭했다. 그에게
있어 푸른색은 정신성, 금색은 절대성, 핑크색은 삶을 의미하였다. 이 세 가지의 색이 생명력의
총체를 이룬다고 생각하였으며 모노크롬의 물질과 정신을 종합하려는 의도로 금이라는 재료를
사용하였다 (도 4).18
그의 모노크롬 회화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신진예술가
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개념 자체를 작품으로 간주하는 클
랭의 태도는 1970년 개념미술로 이어졌다. 1970년 밥 로우
(Bob Low)는 검은 모노크롬을 “회화에서 개념으로 전이(轉
移)되는 과정”이라 일컬으며 모노크롬 회화의 개념적인 측
도 4 이브 클랭, <카시아의 (성녀)리타를
면을 강조하였다.19 나아가 1950-60년대 미국의 모노톤 예술 위한 봉헌물>, 1961

15 윤진섭, 위의 도록, p. 17.


16 Yves Klein(1983), “L Aventure Monochrome,” Yves Klein, Centre Georges Pompidou, Paris, Musée National d’Art Moderne, p. 172.
17 “그는 푸른색이 색채 중에서 가장 비물질적인 것을 상징하고 3차원적인 현상계를 초월하는 ‘초자연적인 상징성 때문이라고
했다.”, 이정실, 위의 책, p. 186. 에서 인용.
18 이정실, 위의 책, p. 187.
19 이정실, 위의 책, p. 190.

유약표현을 통한 현대 도예의 모노크롬 연구 51


의 선구자들 애드라인하르트(Ad Reinhardt), 바넷 뉴먼(Barnett Newman), 마크로스코(Mark
Rothko), 클리포드 스틸(Clyfford Still) 등은 추상미술이 지향하는 형식주의의 궁극적 귀결로 볼
수 있다. 1970년대 들어서 모노크롬 회화는 지속적인 양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외형상 유사할
지라도 작가의 서로 다른 의도와 정신을 수반하였으며 작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회화로서의
자격 부여”라는 필수 요건을 갖추게 된다.20

2. 한국 단색화의 등장과 정상화의 수행적 모노크롬

1970년 초 한국의 모노크롬이 ‘단색화(Danseakhwa)’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후 단색화의


개념에 관한 논쟁과 더불어 ‘Danseakwha’라는 표기21에 관한 비평뿐 아니라, 독창적인 한국의
정체성에 관해 많은 담론이 이어져 왔다.22
단색화의 시작을 찾자면 김환기의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시작으로
1970년대 초 김기린, 정상화의 흑색과 백색의 작품이 단색화의 표면적 등장이라 볼 수 있다.23
1975년 도쿄화랑에서 열린 전시《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의 흰색 展, 권영우, 서승원, 박서
보, 허황, 이동엽》는 단색화의 공식적인 시발점이었다.24 이 외에도 한국의 단색화 작가로 윤
형근, 하종현, 김창열, 이우환, 정창섭 등이 있다. 1973년 윤형근과 박서보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내 외 화랑에서 많은 전시가 개최되자 단색화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1988
년 서울올림픽의 영향으로 미술작품의 수요가 늘어가면서 미술작품에 대한 투자붐까지 일어
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단색화를 해외로 꾸준히 알리는 계기가 된다.
2005년 후반 세계미술시장은 세계 경제의 영향으로 호황을 맞고 있었기에 한국 미술시장
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일어났으며 2012년 부터는 단색화의 붐이 일어났다. 2012년 국립현대
미술관 과천관에서 《단색화展》를 통해 국내 아트페어와 전시에서 단색화 작품이 끊임없이 등
장한다. 국내 대형 갤러리에서는 단색화의 작품을 계속 소개하며 한국 내 수집가뿐 아니라
해외의 평론가와 수집가들에게도 단색화를 알리게 된다.25
단색화 작가들을 분류해보면 ‘행위의 과정’을 중심으로 작업한 작가로는 권영우, 김기린,

20 이정실, 위의 책, p. 190.
21 “2000년 <제3회 광주비엔날레의 특별전>에서 있었던 윤진섭 큐레이터의 간담회는 한국과 일본의 단색화와 모노화를 비교
하는 한일 현대미술전을 통해 한국의 단색화[Dansaekhwa]라는 용어가 통용된 시발점으로 해석 되어진다.”, 정윤미, 「미술비
평 분석을 통한 단색화의 정체성 연구」(홍익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6), p. 22.
22 정윤미, 앞의 논문, p. 30.
23 오광수, 「단색화와 한국 현대미술」, 『한국의 단색화전 학술심포지엄』(국립현대미술관 도록, 2012), p. 20.
24 서성록, 「한국 단색화의 미적 특질」, 『한국의 단색화전 학술심포지엄』(국립현대미술관 도록, 2012), p. 24.
25 정윤미, 위의 논문 p. 25.

52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김장섭, 박서보, 윤명로, 윤형근, 이동엽, 이우환, 정상화, 정창섭, 최병소, 하종현, 허황, 김춘
수, 김태호, 김택상, 문범, 안정숙, 이강소, 이배 등이 속해있으며 ‘패턴의 반복’이 보여지는
작가로는 곽인식, 김환기, 서승원, 최명영, 고산금, 남춘모, 노상균, 이인현, 장승택, 천광엽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26 다음의 <표 1>을 참고한다.

표 1 단색화 작가 분류

권영우, <무제>, 1980 김기린, 〈안과 밖〉, 1984

김환기, <산울림 19-II-73 #307>, 1973 박서보, <묘법 No.24-76>, 1977

서승원, 〈동시성 82-120〉, 1983 이동엽, <사이(間) ; Inter Space>

26 윤진섭, 위의 도록, p. 15.

유약표현을 통한 현대 도예의 모노크롬 연구 53


윤형근, <청다색>, 1973 이우환, <점으로부터>, 1974

정상화, <무제 73-3>, 1973 하종현, <접합 92-45>, 1992

정창섭, <귀-80-C>, 1980 허황, <variable consciousness 03330F-2>, 2003

단색화 작가들의 색, 행위, 자연으로부터 구현되는 힘은 서양의 모노크롬과 다르게 자연


스럽게 생겨난 것이다. 서구의 모노크롬은 모더니즘의 형식적 환원에 의해 색채를 배재해 나
가는 과정이라면 한국의 단색화에서 보이는 흰색은 가공되지 않은 질료 자체가 지닌 무색으
로 볼 수 있다.27

27 윤진이, 앞의 논문, p. 119.

54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도 5 정상화, 무제<87-2-10>, 1987 도 6 정상화, 무제<82-10-c, 세부>,1982

이러한 가운데 1970년대 한국 작가들의 움직임은 서양의 현대미술을 모방하면서도 자신


의 문화와 경험을 통해 표출하고자 하였다. 예컨대 정상화 역시 ‘실재’에 관한 탐구를 시작한
작가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의 작업은 서구 모노크롬에서 시작된 또 다른 독창적인 세
계를 보여준다. 정상화의 작업을 유럽의 미술 용어 카테고리에서 찾자면 앵포르멜(Informel)28
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도 5).29 그의 독창성은 단연 작품의 표면에 고령토와 아크릴
물감을 쌓고 다시 제거하는 독특한 재료의 사용과 제작(making)과 탈-제작(un-making)이라는
특별한 방법이다. 정상화는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물질적 실천으로 회화를 탐구하는 자
세를 중시하면서도 앵포르멜의 어떤 묘사도 없이 흔적 및 질감을 쌓고자 하는 평면으로서의
회화 개념을 구축하며 표면의 물질성에 관해 새로운 시각을 열었다(도 6).30 그의 작업은 한국
단색화 작가들의 모습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지만, 특정 표면을 쌓아가는 과정은 신체적 행위
이자 수행(performance)을 앞세우며 나아가 작가의 신체 동작의 흔적을 기록한다.31 정상화의
회화는 점차 한층 더 체계적이고 과감하게 변화했다. 캔버스 앞면에는 아크릴 물감과 고령토
를 이용해 밑 작업을 하고 원단 뒷면에는 격자 선을 표시하여 캔버스의 주름을 잡는다. 겹겹이
쌓인 층을 제거하고 아크릴물감을 더하며 정상화는 자신의 계획된 의식적인 행위와 우연성 사
이의 균형을 맞춰나간다(도 7). 이는 회화의 표면과 신체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이자 반복적

28 ‘부정형(不定形)인 것’이란 뜻으로 프랑스의 비평가 미셀 타피에로에 의해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새로운 회화운동 두산백과, 미술대사전(용어편) 참고.
29 사이먼 몰리, 『접촉.정상화와 모노크롬』(국립현대미술관 도록, 2021), p. 27.
30 사이먼 몰리, 앞의 도록, p. 29.
31 사이먼 몰리, 위의 도록, p. 29.

유약표현을 통한 현대 도예의 모노크롬 연구 55


인 노동 중심의 과정이었다. 작가이자
비평가인 사이먼 몰리(Simon Morley)는
이 과정을 가리켜 공예가의 행위란 밭
갈기와 같은 경작 및 농경 행위와도 같
다.”32라고 말했다. 그의 수행과도 같은
작업과정은 마치 예술적 자유, 창의성,
주체성과 같이 서구 예술사상의 현대
적 관념에서 보이는 것들과 달리 의례 도 7 정상화, 국립현대미술관 정상화 전시 전경

적으로 반복하는 육체적인 기본을 중시하는 작업이다.

Ⅲ. 도자예술에서의 모노크롬 연구

1. 도자예술에서의 모노크롬 정의와 작가 사례

서구의 모노크롬 예술은 모더니즘의 형식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33 서구 모노


크롬이 색채를 배제함으로 얻게 된 결과라면 한국의 단색화는 서구의 모노크롬과 달리 작업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위의 반복과 재료의 물성에서 그려내는 촉각성에 집중한다. 이와 유사
하게도 도자예술에서 나타나는 모노크롬은 작업의 개념을 표현하는 과정이 중시되며 적극적
으로 신체를 활용한다.34 또한, 반복되는 행위와 더불어 재료의 물성을 바탕으로 한 과정 중심
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현대 도자예술에서 나타난 모노크롬 작업은 서구의 모노크롬
예술과도, 한국의 단색화와도 다른 투광성과 색의 깊이감이라는 미적 개념을 보인다. 회화에
서의 모노크롬이 불투명한 색채를 갖는 데 비해 도자기는 점토 본연의 색감 안에서도 다양성
을 찾을 수 있으며 유약을 사용할 경우 시유과정에 따라 투광성에 변화가 생긴다. 또한, 단색
화에서의 단색이 회화의 양감에서 느껴지는 덩어리감35이라면 도자예술에서의 모노크롬은 다

32 사이먼 몰리, 위의 도록, p. 29.


33 “미국의 모노크롬 화가 로버트 라이먼 (Roert Ryman)은 1970년대 초 모노크롬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림이 없
기 때문에, 이야기가 없다. 그리고 신화가 없으며, 무엇보다도 환영이 없다. 선은 실재이며, 공간은 실재이고, 평면은 실재
다.” Robert Eyman, “on Painting”(1991), quoted in Robert Storr in “Simple Gifts.”, Robert Storr,ed, Robert Ryman, exh.cat.(London:
Tate Gallery, 1993), p. 32. 에서 인용.
34 김현우, 「20세기 이후 미술에 나타난 시각예술작품과 행위의 교차성 연구 : 사례 작가 고찰과 본인 작품 해석을 중심으로」
(서울시립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5), p. 6.
35 회화영역에서의 양감은 부피감, 무게감, 덩어리감을 의미하며 덩어리는 입체적이라는 뜻을 갖는다. 회화에서는 색채나 형
태를 풍부하게 하여 양감을 표현하며 사실적 묘사와 추상적 작품 모두에서 나타난다. 음악미술 개념사전 참고.

56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채로운 색의 깊이감이라는 차이를 갖는다. 이와 같은 이유로 도자예술 영역에서의 모노크롬
은 서구의 모노크롬 예술과도 한국의 단색화와는 다른 또 하나의 미적 개념으로 존재하며
연구자는 이를 도자예술의 모노크롬이라 정의하였다.

표 2 회화에서의 모노크롬과 현대도예의 모노크롬 비교

서구의 모노크롬 한국의 단색화 현대 도예의 모노크롬


투광성
하나의 색 단색 속 다색
다채로운 색의 깊이감
표면적 형태 중심적 과정 중심적 신체적 운동감 작품에 표현
모더니즘 형식으로부터 시작 행위의 반복과 재료의 물성이 갖는
고유한 물성을 바탕으로 과정 중심적
형식적 환원에 의한 색채를 배제 촉각성
재료 자체의 본연의 색
불투명한 색채와 양감에서의 덩어리감
가마소성 우연성

1) 도자예술에서 색의 표현
연구자는 도자예술에서 색이 주는 심미적 기능에 주목하였다. 도자에서의 모노크롬이란
소지, 표현기법, 제작과정, 시유의 유무 등에 의한 명도의 차이를 비롯해 유사한 색상 안에서
도 다양함을 찾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의 사례로 고려청자를 살펴보면 유약의 두께에 의
해 색의 표현이 달라지고 변화되며 그 깊이가 다르다. 이러한 특징은 역사적 배경에 의해 시
대순으로 청자의 색감이 달라진 것에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점이다. 고려청자는 고려시대
의 대표적인 도자기로 형태와 색, 문양을 통해 고려시대의 전반적인 사회 문화의 변화를 보여
준다. 빛, 두께, 밀도, 점토와의 반응에 의한 색상에 차이가 생기며 재료 성분의 차이로도 달
라진다. 청자토의 원료인 도석과의 반응으로 생성되는 깊은 물색은 하나의 유약으로 시유되
었지만 어느 한 부분도 같은 색이라 할 수 없는, 단색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유약의 특징이
라 할 수 있다.36

2) 동시대의 도예가들의 모노크롬 예술


도자기에서 색이란 태토가 갖는 성분과 유약 조합에 따라 다르며 동일한 점토와 유약을
사용했을지라도 제작과정 및 소성온도와 소성방법에 의해 발색에 차이를 갖는다. 본 연구자
는 앞서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도자예술분야에서 보여지는 모노크롬의 특징을 찾고자 동시대
의 한국 도예작가들의 사례를 다음과 같이 살펴보았다.

36 수잔 피터슨 저, 김순배 역, 『도자의 기술과 예술』(예경, 2001), p. 134.

유약표현을 통한 현대 도예의 모노크롬 연구 57


표 3 동시대의 도예가들의 모노크롬 사례

강석영, <무제>

윤광조, 좌) <혼돈>, 우) <산동>

신광석, <자연_지리>

58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도예가 강석영의 도자작업에서 보이는 백색은 화장토나 유약의 효과가 아닌 점토 본연의
색감을 살린 것으로 작가에게 백색은 색이라기 보다 재료 자체를 의미한다. 오랜 시간 반복된
작업의 표현기법을 통해 얻어진 작가의 움직임과 재료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인위적인 자연성
은 감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한다.37 자연을 닮은 유기적인 생명체의 모습을 형상화한 그의 작
업은 순간적 혹은 우연적인 효과로서 표면을 긁고 뚫는 행위이자 작가의 물리적인 힘으로
우연에 의한 변형으로 나타난다.38
1979년 통인화랑 전시에서 ‘생활용기’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도예가 윤광조는 “공예는 생
활과 함께 있어야 하며 용(用)과 미(美)가 더불어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쓰임을 배제한 아름
다움이라든가 아름다움을 떠난 쓰임만의 것이란 있을 수 없다.”라고 언급하였다.39 점토에 연
탄재를 섞어 빚고 분청 위에 유약을 붓고 뿌리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작가는 자유를 만난다.40
점토 위에 분청이 덮인 그의 모노크롬 작업은 흘러내리는 유약과 거친 점토의 표면을 통해
자유와 자연 모두를 품고 있다.
도예가 신광석은 과거 경덕진에서의 작업을 바탕으로 청화(靑華)라는 채료(彩料)와 백자
라는 백색의 조화를 통해 색채가 갖는 원천적인 힘에 대한 인식을 독창적인 기법으로 표현한
다. ‘페이퍼 마스킹 테크닉’(Paper masking technic)이라 불리는 그의 기법은 붓으로 색을 칠하는
일반적인 청화백자와 달리 도판 위에 물을 매개로 한지를 붙여 형태를 만드는 과정으로 시작
된다. 종이가 덮인 부분을 제외하고 색을 칠하는 과정을 4~5회 반복하며 청화의 농담을 만들
어낸다. 여러 번 칠해진 색은 공간의 깊이를 만들고 형태들이 생겨난다.41 작가의 움직임으로
형성되는 신체적 운동감은 청화와 백자의 조합으로 나타나며 나아가 긴장과 이완, 공간구성
의 조밀함과 여유로 표현된다. 반복의 과정 즉 수행과도 같은 행위로서 드러나는 형상과 운율
감은 곧 실존적 경험으로 이어진다.42
도예가에게 행위란 삶의 연결점이며 작업의 방향으로 이어진다.43 도예가가 제작하는 기
물의 형태는 동일한 선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작가에 의해 차이를 갖는다. 각기 다른 타고난

37 김지혜, 『강석영도예전』(이길이구 갤러리 도록), p. 23. 에서 인용.


38 백운아, 『강석영도예전』(이길이구 갤러리 도록), p. 9. 에서 인용.
39 「도예 세계 변천사 한눈에..김익영・윤광조 회고전 / 김익영(국민대명예교수)」, 『한국경제』, 2004.11.15.,
https://kyungsang.kookmin.ac.kr/kookmin/press/1071072?pn=422 에서 참고.
40 서울경제, 도예계의 백남준' 윤광조 '분청, 거칠어도 자유・자연 모두 품었죠, 2022.5.8.,
https://www.sedaily.com/NewsView/265W33WJRV 에서 참고..
41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박세연 큐레이터는 신광석의 작품에 대해 “가시적인 대상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비
가시적 차원에 대한 사변(思辨)을 감정의 절제 내지 정화를 기저로 한 깊은 정서로 걸러서 심미의 세계를 보여준다”고 평
한다. 「신광석, 청화백자판화(靑華白瓷板畵) 전시회」, 『뉴스1』, 2014.5.11., https://www.news1.kr/articles/?1668915 에서 인용.
42 「신광석, 청화백자판화(靑華白瓷板畵) 전시회」, 『뉴스1』, 2014.5.11., https://www.news1.kr/articles/?1668915 에서 참고.
43 “미술에서 행위의 등장은 작품에서 예술가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하고 일상의 삶을 은유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행
위가 등장한다.” 김현우, 앞의 논문, p. 1. 에서 인용.

유약표현을 통한 현대 도예의 모노크롬 연구 59


본인의 습성을 품고 있으며 무의식적인 행위에 의해 제작된 기물로부터 이전에 보아왔던 대
상을 떠올린다.44 이처럼 도자예술 영역에서의 모노크롬은 지극히 과정 중심적이며 반복적인
행위와 재료가 갖는 고유한 물성을 바탕으로 한다.

2. 유약표현을 통한 모노크롬 연구 : 연구자의 작품활동을 중심으로

예술에서 색채가 갖는 비중이 큰 만큼 도자기에서 색은 점토의 성분과 유약의 성분에 의


해 구분된다. 동일한 점토를 사용했을지라도 소성온도나 소성방법의 차이 혹은 유약의 사용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백색의 소지를 고온에서 완전 소결시켰을 때의 단단함에서 우러나오
는 표면의 색은 마치 단색화에서 보이는 한국적인 색과도 닮았다. 소성방법에 의한 색상의
차이 역시 산화 소성인지 환원 소성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유약은 기능적인 역할 뿐 아니라 아름다움을 주는 심미적 기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도자
기에서 유약은 두께로 인한 명도 차이로도 다양한 변화를 보이며 다른 유약끼리의 조화로움
으로 또 다른 색채미를 보이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색의 어울림은 도자기 유약만의 특별한
시각적 효과라 할 수 있다.
유약의 원료는 유리의 형성 요소인 실리카와 이것을 녹게 하는 융제 그리고 알루미나 이
다. 여기에 발색제나 유탁제, 결정생성제 등을 첨가하여 각각의 색상을 갖는다.45 유약의 성분
은 점토의 성분과 매우 유사하나 유약의 성분이 점토의 성분에 비해 빨리 유리질이 될 수
있도록 유약 조성 원료 중에 용매제를 많이 포함하는 것46이 둘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유약은
입혀지는 점토의 성분과 소성 방식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동일한 유약을 사용했다 하더라
도 가마 분위기에 따라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 투명유의 계열인 청자유가 사용된 고려청자의
비취색은 그 자체의 색상보다 점토에 함유되어 있는 철분이 환원작용에 의하여 비색을 띄며
유약의 철분이 환원작용을 하여 푸른색으로 보여지게 된다.
유약이 용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반응으로 인해 생성되는 ‘공유영역’은 유약이
점토 표면에 단단하게 접착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유약과 점토의 결합 역시 중요하며 원료끼
리의 화학적 반응에 관해 이론적 연구와 실험을 통해 작품 표현에 있어 다양한 결과로 남는다.47
이러한 이유로 도자기에 있어 점토와 표현기법, 유약의 사용 등은 중요한 장식 역할을 한다.

44 「강석영 Artist Interview」, 『이길이구갤러리』, 2022.5.9., https://www.youtube.com/watch?v=0AJ6zFyt1_Y 에서 참고.


45 한길홍, 박선우, 권영식, 김종현, 이명아, 『도자조형예술』(미진사, 2009), p. 164.
46 천모위안, 「고려・송대 청자의 조형 분석을 통한 현대 도자 연구」(전남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7), p. 85.
47 다니엘로드 저, 이부연, 김두식 외 5인 역, 『도예가를 위한 점토와 유약』(한양대학교 출판부, 2014), p. 107.

60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또한 예술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원료에 대한 연구가 수반되어야 하며 표현하고자 하는 색과
표면의 질감에 따라 제작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장식표현이 가능해진다. 원료의 까다로운 성질과
소성 조건에 따라 표면의 균열, 기포, 핀홀, 벗겨짐, 부서지는 결점, 말림 등의 문제가 발생되기
도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축적된 자료가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정된 결과
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에 따라 부작용은 새로운 표면 장식의 시작이기도 하다.
도자기에서 시유방법의 정석은 초벌 된 기물의 표면을 정돈하여 시유하고 기물의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자 작업의 특징은 반복되는 시유과정에 있다.
1차 시유에서 유약이 기물의 표면에 고르게 발리도록 하고 2차, 3차 시유과정을 통해 유약의
첨가된 산화물과 원료에 차이를 주어 붓고 뿌리기를 반복한다. 갈라지고 떨어져 나온 시유의
흔적 역시 고스란히 남겨진다. 이러한 시유과정을 거쳐 다양한 유약의 두께와 촉감을 바탕으
로 색이 만들어진다. 온도변화에 민감한 도자기의 특성상 두껍게 시유된 기물은 48시간 이상
천천히 냉각시킨다. 가마소성 후 자연 냉각되는 과정에서 표면의 변화가 관찰되는데 유약 두
께의 차이나 시유방법 또는 환경 요건이 변화함에 따라 유약이 탈락되거나 갈라지는 현상이
발생되기도 한다. 이러한 부작용은 연구자의 작업에 있어 새로운 장식의 효과로 탈바꿈한다.
도자기에서 유약의 예술적 가치는 다채로운 색을 투명한 깊이감으로 표현함에 있다. 회화
의 단색과는 다른 유약의 특성으로 인해 생겨나는 두께에서 오는 깊이 그리고 그에 따른 투명
성이야말로 단색 속에 다색을 갖는 도자기 유약만의 모노크롬이 갖는 특별함이라 할 수 있겠
다(도 8).
자연의 모든 대상은 빛에 의해 다양한 색을 띄며
대상이 갖는 색은 우리가 바라보는 빛의 스펙트럼 안
에서 다양한 색을 갖는다. 이를 빛의 현상계라 말한다.
연구자에게 있어 기독교 성경에 등장하는 ‘빛이 있으
라’는 성경구절은 큰 의미를 갖으며 연구자는 ‘빛의 현
상학’을 창조주의 의해 창조되어진 세상의 만물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 푸른 유약색은 자연광 아래에서 빛의
굴절에 의해 다양한 색으로 보여지고 현상계의 빛은 도 8 고형지, Light pillar, 2019

계속 변화한다. 결국 대상의 색은 실제의 색이 아닌 빛


에 의한 우리의 시각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빛에 의해
어둠으로부터 벗어날 때 자연의 대상이 존재하게 되며,
빛에 의해 존재하는 대상을 볼 수 있다(도 9).
연구자는 결과물의 미적인 측면보다 반복적인 작업 도 9 고형지, Light pillar, 2019

유약표현을 통한 현대 도예의 모노크롬 연구 61


행위 과정에 중점을 둔다.48 판을 두드려 형태를 만들고 여
러 번의 시유와 소성과정은 수행성의 개념을 통해서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에리카 피셔-리히테(Erika Fischer-Lichte)
는 그의 저서 『수행성의 미학 aesthetics of performance』을 통
해 “수행성이란 ‘자기 지시적이고 현실 구성적인 행위’라
고 정의하고 있으며49 수행성의 미학은 지각 주체가 지각
대상과의 역치적 경험을 통해 변화한다”고 설명한다.50 나
아가 연구자의 독창적인 유약표현기법은 관객과의 거리를
도 10 고형지, Light pillar, 2019 좁히고 넓히기를 반복하며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도 10)
(도 11).
연구자에게 있어 작업행위란 즉흥적이면서도 늘 가까
이 했던 것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일상의 삶을 은유하듯 표
현한다.51 이는 지극히 수행적인 반복성을 가지며 예측 불
허이지만 자연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움직임
위에 유약표현의 심미적 효과를 입힘으로써 모노크롬의
도 11 고형지, 개인전, Light pillar, 2019
작업이 완성된다. 도자기 유약의 특성상 결과를 완벽히 예
측할 수 없지만, 작가는 재료의 물성을 이해하고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우연성이 만들어진다. 작가는 물성의 결과를 예측하여 의도하고 재료 본연의 성
질, 즉 물성이 갖는 본연의 습성 위에 가마소성이라는 우연성을 얹어 완성한다.

Ⅳ. 맺음말

본 연구자는 현대 도자예술 영역에서의 모노크롬에 관해 정의하고자 반복적인 작업행위

48 제2차 세계 대전(1941-1945) 이후 1950년대부터 1960년대의 유럽과 미국에서는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존 케이지(John
Milton CageJr), 알렌 캐프로우(Allan Kaprow)와 같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행위(Action)의 형식을 적극적
으로 사용하여 작품 활동을 하였다. 이들은 작품의 결과물보다 과정을 중시하면서 신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김현우,
위의 논문, p. 6. 에서 인용.
49 에리카 피셔-리히테의 논의는 존 오스틴(John L. Austin)이 『말과 행위(How to do thing with Words)』에서 사용한 언어철학적
의미의 ‘수행성’ 개념과,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의 젠더 수행성 개념을 참조한다. 기존의 수행성에 대한 이론에 새로운
퍼포먼스/공연의 미학적 이론을 첨부함으로써, 퍼포먼스 연구에서 자신만의 이론을 구축했다. 에리카 피셔-리히테 저, 김정
숙 역, 『수행성의 미학』(문학과지성사, 2017), p. 55. 에서 재인용.
50 에리카 피셔-리히테 저, 김정숙 역, 앞의 책, p. 479. 에서 인용.
51 김현우, 위의 논문, p. 1.

62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와 더불어 수행적 과정을 갖는 작가들의 작품 사례를 연구하였다. 또한 유약표현을 중심으로
한 연구자의 작업을 분석한 결과 동일한 유약을 시유했을지라도 소성 후 결과에 있어 가마
분위기, 유리질화, 빛의 반사 등의 이유로 표면의 다양성이 매우 광범위하다는 사실을 확인하
였다. 이와 같은 이유로 도자예술 영역에서의 모노크롬은 단순히 단색이라는 표현은 적합하
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노크롬 예술은 서구의 모더니즘의 형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이는 색채를
배제함으로 얻게 된 결과라 할 수 있으며 한국의 단색화는 서구의 모노크롬과 달리 작업과정
에서 나타나는 행위의 반복과 재료의 물성에서 그려내는 촉각성의 결과였다. 동시대의 도자
예술 영역에서 보이는 모노크롬은 서구의 모노크롬 예술과도 한국의 단색화 작업과도 다른
또 하나의 미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단색화가 촉각성을 바탕으로 한 행위 중심의
예술이라면 도자에서의 모노크롬은 작가의 행위에 의한 과정 중심적 특징을 갖는다. 뿐만 아
니라 도자예술에서의 모노크롬이 갖는 정체성은 의도하지 않은, 의도 할 수 없는 가마소성이
라는 과정을 지나야 비로소 완성된다. 도예가의 손길을 떠나 소성과정에 의해 발생되는 심미
적 효과는 의도한 것과 의도하지 않은 것 사이 어딘가에서 생겨나는 또 다른 예술성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자는 향후 작업행위에서 보이는 수행성의 개념과 더불어 유약표현을 통한 도자예
술에서의 모노크롬에 관한 연구를 이어가고자 한다.

주제어(key words):
모노크롬 회화(Monochrome painting), 단색화(Dansaekhwa), 현대 도예(Contemporary Ceramics), 도자예술(Ceramic
arts), 유약(Glaze), 도자예술에서의 모노크롬(Monochrome by ceramic arts), 행위의 반복(repetition of action), 과정중
심적(process-centered)

유약표현을 통한 현대 도예의 모노크롬 연구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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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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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국문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동시대의 도자예술 영역에서 보이는 모노크롬에 대해 정의하고자 함이다. 먼저 이


론적 배경으로 서구 모노크롬에서 형이상학적 모노크롬과 물질주의적 모노크롬에 관해 조사하고 한국의
단색화에서 행위의 반복과 재료의 물성을 주제로 한 작가들의 작업을 분류하였다. 이를 토대로 회화 영역
에서의 모노크롬을 분석하였다.
회화에서의 모노크롬이 불투명한 색채를 갖는다면 도자예술에서 모노크롬은 점토와 유약, 성형방법
과 소성과정에 따라 투광성에 변화가 생긴다. 또한, 단색화에서의 단색이 회화의 양감 즉 덩어리감이라면
도자예술에서의 모노크롬은 다채로운 색의 깊이감이라는 차이를 갖는다. 이처럼 도자예술 영역에서의 모
노크롬은 서구의 모노크롬 예술과도 한국의 단색화와는 다른 또 하나의 미적 개념으로 존재하며 연구자
는 이를 도자예술에서의 모노크롬이라 정의하였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동시대의 도자예술에서 보이는 모노크롬의 양상을 살펴보고 앞서 언급한 회화
영역의 모노크롬과의 차이를 구분하였다. 나아가 연구자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반복적 행위와 유약표현을
바탕으로 도자예술에서의 모노크롬을 설명하였다.

유약표현을 통한 현대 도예의 모노크롬 연구 65


Abstract

The study on Monochrome in Contemporary Ceramics :


Based on the glaze expression

Hyung Jee Ko *52

The purpose of this research is to study the monochrome in contemporary ceramics. First, as a theoretical
background, this research investigates two branches of ideas in Western monochrome, metaphysical
monochrome and materialist monochrome. Then, to analyze monochrome in paintings, the research categorizes
the works of Dansaekhwa (Korean monochrome painting) which explored the theme of repetition of actions
and materiality of medium.
While monochrome in paintings appears in opaque colors, monochrome in ceramics shows changes in
translucency depending on a glaze application process. In addition, while a color in a monochrome painting
evokes the sense of thickness, related to mass and volume as the elements of a painting, it expresses the
variations of color depth in ceramics. To elaborate, the color of the glaze creates different feelings depending
on the shape of an object or by refraction of light. In this sense, monochrome in ceramics has its own unique
aesthetic meaning, distinguished from that in Western art and in Korean paintings. For this reason, this
research defines this unique aesthetic as "monochrome in ceramics."
As a method of this research, it first examines the aspects of monochrome in ceramics and differentiates
these aspects from the aforementioned characteristics of monochrome in paintings. Furthermore, it explains
monochrome in ceramics by focusing on how the repetition of actions and the use of glaze are expressed
in the researcher’s own ceramic works.

* Ph.D Candidate, Department of Ceramic Art, Ewha Womans University.

66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陶藝硏究
제31호 2022

특집논문 : 2022 추계 학술대회 논문

살아있는 기억
: 뉴미디어

김 현 지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도자예술전공 석사과정 졸업)

Ⅰ. 머리말 : 미디어란 무엇인가?

Ⅱ. 뉴미디어의 본질과 특성
1. 뉴미디어의 정의
2. 뉴미디어의 작동원리
3. 미디어 의식

Ⅲ. 감각의 재구성
1. 가상으로 옮겨가는 물질들
2. 이질적 감각 경험
3. 신체의 끝에서 유영하는 데이터

Ⅳ. 맺음말 : 다시 물질적 세계로

유약표현을 통한 현대 도예의 모노크롬 연구 67


Ⅰ. 머리말 : 미디어란 무엇인가? * 53

미디어란 무엇인가? 동시대의 우리는 미디어와 떼어낼 수 없는 존재이고, 미디어는 ‘매개


체’라는 지위를 넘어 우리 ‘신체의 연장’1이 되었다. 인간이 태어나 읽고 쓰는 방법을 터득하
는 것과 같이, 동시대의 우리는 미디어와 관련된 정보교환과정을 소통 능력으로써 획득한다.
즉 오늘날의 디지털 매체, 혹은 미디어는 인간 삶에서 언어와 같은 위치를 얻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베르나르 스티글러(Bernard Stiegler)는 우리 삶의 기본적이고 작은 요소들까지 디지
털 장치들과 서비스들에 위임할수록 우리는 점점 잉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2 이는 현대의
우리가 전보다 더 많은 인식적 기능을 미디어에 의지하면서 그에 따르는 딜레마를 맞이하게
되었음을 암시한다.
더욱이 동시대 인간 기술의 전반적인 형식이 뉴미디어로 모습을 굳히면서 사회는 자연스
레 컴퓨터적인 사고3를 지향하게 되었다. 컴퓨터 혹은 스마트 기기를 다룰 줄 아는 역량은
필수가 되었고, 전자 디바이스가 없는 개인은 사회에서도 멀어진다. 미디어에 옮겨진 기억들
은 인류의 지식을 끊임없이 기술적으로 확장하면서, 그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우리를 초월하
고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다. 이때 우리는 미디어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연구자는 뉴미디어에 대해 낯섦, 가능성 혹은 회의감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할 미디어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해
야 하는지, 혹은 어디까지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들었다. 연구자는 이 같은
물음들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작업으로써 나타내고자 한다. 연구자의 작업들은 동
시대 미디어를 보다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의 과정을 연구자의 관점에서 소화해낸 결과
물이다. 연구자는 작품의 표면에 순간의 기억들을 데이터화하고 ‘흔적’으로써 남기는데, 이는
뉴미디어에 우리의 사고를 ‘외재화’4하는 것과 유사하다. 연구자는 뉴미디어 시스템의 외재화

* 본 논문은 연구자의 석사논문인 「살아있는 기억 : 뉴미디어」(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대학 석사학위논문, 2022)을


재구성, 보완하여 실었다.
1 맥루한은 저서 『미디어의 이해』에서 모든 미디어는 인간 감각의 확장이며, 그것들은 인간 활동들의 규모를 확대하고 속도
를 가속화 했다고 설명한다. 마셜 맥루한, 『미디어의 이해』, pp. 32.
2 베르나르 스티글러는 프랑스의 철학자로 현상학과 푸코, 데리다, 시몽동, 들뢰즈 철학의 영향을 받았으면, 현대 테크놀로
지를 통해 철학적・정치적 문제의 분열을 다루고, 현대 세계의 기관학과 약리학 연구를 시도한다.
3 컴퓨터적인 사고란 우리가 현실에서 하는 다양한 생각과 사고들을 컴퓨터로 옮기기 수월하도록 애초부터 단순화하거나 데
이터화하여 사고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사진을 찍을 때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하기 적합하도록 (당시의 감상
과 필요와는 별개로) 사진 비율을 애초부터 조정하여 촬영하기도 한다.
4 뉴미디어에 사고를 외재화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신경 시스템의 구조를 미디어에 적용한다는 의
미이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들이 개발되었는데, 이것들은 우리의 뇌가 정보들을 조합하고 재배열
하는 작업을 미디어가 대신하게 됨을 시사한다.

68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가 작가 자신의 생각을 작품에 투영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구조적 유사성을
토대로 도자의 물성적 특성이 동시대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작업을 통해 고민
해보았다.

Ⅱ. 뉴미디어의 본질과 특성

본 장에서는 뉴미디어란 본질적으로 무엇인지, 뉴미디어만의 특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


아볼 것이다. 연구자는 마크 핸슨(Mark B.N. Hansen)5과 레브 마노비치(Lev Manovich)6의 뉴미
디어 이론을 참고하여 뉴미디어의 정의는 무엇이며 또 그것들은 어떠한 원리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어서 닉 콜드리(Nick Couldry)7의 미디어 의식 개념을 통해 미디어와
관련된 우리의 행위 안의 내재적 의미를 파악하여 뉴미디어에 대해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고민하고자 한다.

1. 뉴미디어의 정의

뉴미디어는 동시대의 주된 매체다. 그러나 우리는 자칫 뉴미디어를 기존의 디지털 기술


(기존의 미디어)과 혼돈하기 쉽다. 과거의 우리는 미디어를 둘러싼 차가운 기계 덩어리조차
미디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TV나 라디오와 같은 기계 덩어리들을 겹겹이 쌓아 올린 백
남준의 미디어아트가 그 예이다. 이와 같이 기존의 미디어는 산업화의 파생물로서 다소 물질적
으로 표현되곤 했다. 반면, 뉴미디어는 비물질적이다. 뉴미디어는 미디어를 감싸는 물질적 프레
임보다 미디어 속의 공유 시스템과 그 속에서 발생하는 광대한 연결성을 강조한다<표 1>. 즉,
뉴미디어는 제 모습을 고철 프레임과 같은 것들로 나타내지 않으며 광대한 연결망으로써 존
재한다. 내용보다 형식을 중시함으로써 뉴미디어는 기존 미디어보다도 훨씬 유리하게 시・공
간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를 공유하거나 배열할 수 있다. 이는 뉴미디어의 다른 주요한 특성들
을 파생하는데, 영향력(Influence), 자의(Self-thinking), 동시성(Simultaneity)이 그것이다.

5 마크 핸슨은 인간 존재 의미 안의 끊임없는 기술적 외재화 과정을 탐구하며, 산업 혁명에서부터 디지털 혁명까지 시각 예


술과 문학을 통한 기술의 문화적 적용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6 레브 마노비치는 컴퓨터 미디어 분야에서 컴퓨터 애니메이터, 디자이너, 프로그래머로 활약해왔다. 그의 저서 『뉴미디어
언어』(커뮤니케이션북스, 2014)에서는 뉴미디어의 심층 문법을 정리했다. 미디어 진화와 변이 과정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을 했다.
7 닉 콜드리는 미디어 제도 권력이 어떻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윤리 질서 형성에 기여하는가의 문제에 집중해왔다. 미
디어 철학과 사회학, 미디어 윤리와 문화 분야에 걸쳐 영향력 있는 논문과 책을 여럿 발표했다.

살아있는 기억 : 뉴미디어 69
표 1 기존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특성

구분 기존 미디어 뉴미디어

기능 정보의 저장・전달 정보의 공유・확산

방향 일방향 쌍방향

우선 뉴미디어의 가장 큰 특징은 ‘영향력’이다. 뉴미디어는 정보의 공유라는 목적 아래 발


생하는 광대한 연결성으로 다양하고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또 다른 콘텐츠를 생산해낸다.
즉, 연결성만으로 무한히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지대
하다. 마크 핸슨(Mark B.N. Hansen)은 새로운 미디어가 매개하는 것은 사용자들이 업로드 하는
콘텐츠라기보다 ‘연결성’이라고 했다. 이는 현대 미디어에 대해 마셜 맥루한(Herbet Marshall
McLuhan)8이 ‘매개를 매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연결된다. 즉, 미디어는 이제 내용보단
매개 그 자체를 중요시함으로써 ‘뉴미디어’가 된 것이다. 또한 기존의 미디어가 인간 경험을
저장하고 기록하는 데서 그 기능이 그쳤다면, 뉴미디어는 저장되고 기록된 데이터들을 통해
또 다른 데이터를 ‘생산’하는 영역에도 기능을 확장했음을 시사한다. 예컨대, 동시대에 우리는
공유된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문화나 트렌드를 만들기도 한다. 유명한 소셜미디어 인플루언
서를 통해 공유된 장소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재방문 되어 그 장소가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
고, 여러 랜드마크가 모여 거대한 문화적 흐름을 형성하는 것이 그 예이다. 결과적으로 뉴미
디어는 무한한 연결성으로 인해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보다도 훨씬 범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다.
또 하나 근래 뉴미디어는 ‘자의’를 가지게 되었다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9 방대한 양의 정
보를 통해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뉴미디어는 (물론 그 알고리즘은 인간이 주입한 것들이지만)
인간이 기억할 수 있는 범주를 뛰어넘기 때문에 단지 ‘시키는 일만 하는 기계’라고 할 수 없다.
프로그래밍과 코딩으로 형성된 알고리즘은 우리로 하여금 미디어가 스스로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이러한 뉴미디어의 ‘자의성’은 우리로 하여금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10와 같은

8 마셜 맥 루한은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 연구자로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와 기술에
대한 그의 은유들은 미디어를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하는 동기를 만들어 냈는데, 특히 광고, 정치, 언론, 예술 그리고 미디
어에 관련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그의 작업은 미디어 연구, 현대 예술, 기호학 등 아직도 많은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9 인공지능의 상용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그것의 알고리즘에 의한 정보 구성 방식에 대해 ‘자의(self-thinking)’가 있다고 느
끼고 있다.
10 인간이로봇등인간이아닌존재를볼때, 그것과인간사이의유사성이높을수록호감도도높아지지만, 일정수준에다다르면오히려
불쾌감을느낀다는이론이다. 이는 같은 뜻의 영어 ‘언캐니 밸리’라고도 불리는데, 1970년일본로봇공학자모리마사히로가소개
한이론으로, 여기서불쾌함(uncanny)이란개념은1906년독일의정신과의사에른스트옌치가먼저사용한것이다. 이'불쾌함'은'살아
있는것처럼보이는존재가정말로살아있는게맞는지, 아니면살아있지않아보이는존재가사실살아있는것은아닌지'에대한의심
을뜻한다. pmg, 지식엔진연구소, http://www.pmg.co.kr.

70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감정이 유발되는 것은 뉴미디어가 기존의 낡은 미디어와
는 다른 매커니즘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기존의 시퀀스(Sequence) 혹은 영화
의 서사 구조와 같이 연속적이고 연대기적인 구성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뉴미디어는
‘사건(event)’ 중심적이고 ‘무작위적’이며 ‘비 연대기적’인 방식들을 사용하여 정보를 구성한다.
따라서 서사적인 정보 구성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뉴미디어는 비맥락적으로 느껴지고,
그것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뉴미디어는 동시성을 띤다. 정보를 저장한 뒤 수신자들에게 전달하던 기존의
미디어와는 달리 뉴미디어의 정보 교환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많
은 대중의 참여를 허용하면서, ‘쌍방향 소통방식11’과 같은 특징들이 파생되었다. 볼프강 에른
스트(Wolfgang Ernst)는 미디어 기술이 인간과 단절된 독자적 역사를 구성한다고 했다.12 이는
뉴미디어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나름의 시간성으로 ‘독자적’인 시간
성을 형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예로, 최근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Youtube)는 실시간 동영
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실시간 동영상은 한정된 동영상의 길이가 없고, 하나의 동
영상이 무한히 반복 재생되는 동영상 서비스이다. 이 동영상은 ‘실시간’으로 송출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동시에 접속하기만 하면 같은 구간의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즉, 시・공간의
구애받지 않았던 미디어의 기능이 더욱 확장되어, 24시간 혹은 365일과 같은 인간이 만든 시
간 개념을 떠나 독자적인 시간성을 갖게 되었다.
이렇듯 뉴미디어는 분명 기존 미디어 기술의 연장선상에 있으나 완전히 다른 기술적 경험
을 제공하여, 우리가 세상을 전혀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반면, 우리의
생활 전반으로 퍼진 미디어의 접근성에 따라 일부 사람들을 소외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
한 것은 바로 세상을 구성하는 기반과 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그 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미디어가 우리의 감각과 경험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사용자
들이 다른 결과물을 양산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이 뉴미디어는 어떠한 원리와
방식으로 작동하는가?

11 미디어의 쌍방향성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주입’하던 과거의 미디어와는 다르게 지금의 미디어는 보다 ‘다양한’ 개인의 취
향과 욕구를 반영하여 대중의 요구를 더 수용하는 미디어가 된 특성을 의미한다.
12 에른스트는 또한 시간 결정적 미디어는 고유한 방식으로 시간을 나누고 기록하고 조작하며 각자의 시간성을 생산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지구상에는 인간의 시간만이 아닌 미디어만의 시간으로도 가득하다고도 설명한다. 그 일례로 기계적 저장
미디어인 사진, 축음기, 영화는 간헐적, 순간적, 반복적이라는 불연속적이고 단절적인 시간성을 문명에 선사했다고 설명한
다. 이감문해력연구소, 『21세기 사상의 최전선』(이성과감성, 2020), p. 193.

살아있는 기억 : 뉴미디어 71
2. 뉴미디어의 작동원리

우리는 보다 비판적으로 뉴미디어를 인지하기 위해 그 속성을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컴퓨터의 어떤 사용 방식이 컴퓨터를 소위 ‘뉴미디어’로 만드는 것일까? 이는 뉴미
디어를 작동시키는 원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레브 마노비치는 그의 저서 <뉴미디어의
언어>에서 뉴미디어의 원리를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했는데, 수적 재현, 모듈성, 자동화, 가
변성, 부호 변환이 그것이다.

수적 재현
뉴미디어 객체는 형식적 (수학적) 으로 기술될 수 있으며, 프로그램화 (연산에 의해 조작)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미지나 형태는 수학적 함수를 사용해서 기술될 수 있고, 적절한 연산
을 적용함으로써 사진의 잡티를 제거하거나, 색의 대비를 높이거나, 형태의 테두리를 잡아내
거나, 배율을 바꿀 수 있다. 이는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이 사진이나 스캔을 통해서 수적으로
데이터화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13

모듈성
이미지, 음향, 형태 또는 움직임이라는 미디어 요소들은 화소(pixel), 문자, 스크립트(script)
등과 같은 불연속적인 샘플들을 집합으로써 재현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더 큰 객체로 모아질
때 각각 구별되는 정체성을 유지한다. 예를 들어 ‘영화’는 개별적으로 저장되었다가 상영 시
에 많은 스틸 이미지와 영상들과 음향들로 합쳐질 수 있다. 모든 요소들은 독립적으로 저장되
기 때문에 그것들은 ‘영화’ 그 자체의 본질의 변화 없이 언제라도 수정될 수 있다.14

자동화
컴퓨터 사용자들이 템플릿(template) 또는 간단한 알고리즘을 사용해 미디어 객체를 수정
하고 제작하는 것은 미디어 제작에서 ‘낮은 단계’의 자동화라 할 수 있다. 미디어 제작의 보다
‘높은 단계’의 자동화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그 예가 된다. 쉽게 말해 컴퓨터가 우
리가 주입한 정보들을 통계 분석하여 예측하고 이후의 유사한 정보에 대한 처리 방식을 기억
하여 자동화하는 것이다.15

13 Lev Manovich, The Language of New Media, (MIT Press, 2014), p. 35.
14 Manovich, 앞의 책, p. 39.
15 Manovich, 위의 책, p. 42.

72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가변성
미디어의 가변적인 속성의 구체적인 경우는 가지형(branching-type) 상호작용이다 (‘메뉴 기
반’ 상호작용이라고도 불린다). 이 상호작용은 사용자가 선택 항목에 이르렀을 때, 사용자가
어떤 어떠한 항목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프로그램의 구성이 달라진다.16 즉, 사용자에 따라 같
은 프로그램을 사용하더라도 다른 미디어 경험을 하게 됨을 시사한다.

부호 변환
뉴미디어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에서 무언가를 '부호 변환'한다는 것은 그것을 다른 형식
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즉, 문화적 범주와 개념은 의미와 혹은 언어의 차원에서 컴퓨터
의 존재론, 인식론 그리고 화용론에서 도출된 새로운 것들로 대체된다.17

이와 같은 뉴미디어의 작동원리들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많은 일상적 행위들이 뉴


미디어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행위들을 행하는 대중은 그것
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가? 그리고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함께 변화하는 미디어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하는가?

3. 미디어 의식

동시대에 들어서 우리의 많은 행위들은 뉴미


디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미디어
에 대한 우리의 사고와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연구자는 정보가 구성되는 방식과 그것
이 유통되는 시스템 자체에 큰 변화가 있는 만
큼 뉴미디어에 대한 우리의 태도 또한 재고되어
야 한다고 본다. 연구자는 뉴미디어의 내재적 속
성에 대해 온전히 파악할 수 있어야만 그에 적
도 1 미디어 의식 개념 도식
합한 태도 또한 고민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연구자는 뉴미디어와 관련된 우리의 행위가 현대 사회에서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그 내재석 속성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고 보았고, 이에 따라 미디어 의

16 Manovich. 위의 책. p. 48.
17 Manovich. 위의 책, p. 62.

살아있는 기억 : 뉴미디어 73
식에 대해 연구하였다(도 1).
미디어 의식(Media Rituals)은 미디어와 관련된 것들로 조직된 유형화된 행위이다. 닉 콜드
리는 우리가 사회 구성원임을 확인하기 위해 미디어가 그 역할을 하는 모든 종류의 상황을
미디어 의식이라 지칭한다.18 전통 사회에서 우리는 제례나 종교 행위와 같은 의식 행위에 참
여함으로써 사회의 구성원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 행위들이 현대에서는 소셜미
디어의 활용과 같은 미디어 행위들로 대체되고 있다. 미디어 기술이 다양화되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미디어와 깊숙이 결부된 우리의 행태는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서서 우리
가 예측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의미를 내포하게 되었다. 미디어 의식을 통해 미디어에 관련
된 가치들에 동의함을 간접적으로 표명하는 것이다.19 이렇듯 미디어 의식을 통한 사회화 과
정 속에서 많은 행위들이 유형화되고, 우리의 행동과 사고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친다.20 이것
이 연구자가 확인한 미디어 의식이 지니는 영향력이자 사회적 기능이다.
그러나 이렇게 뉴미디어가 이미 우리와 깊숙이 얽혀 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기존의 미디
어를 대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 예로, 우리는 어떠한 과도기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곧 ‘지나갈’ 상황으로 인식하고, 결국에는 안정적인 상황으로 귀결될 것임을 예견하고 희망한
다.21 그러나 뉴미디어 시대에선 어떠한 상황이든지 그것이 변화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
문에 언제나 과도기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모든 상황을 종결된 ‘사건(event)’으로 인식
하기보단 그저 하나의 일시적인 ‘상태(state)’로 인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연구자는 이러한
태도가 뉴미디어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체적으로 다자 간, 사물 간
의 소통을 꾀할 수 있다고 보았다.
본 장을 통해서 연구자는 뉴미디어의 정의를 규정하고 그 작동원리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리고 미디어 의식 개념을 통해 뉴미디어의 사회적 기능은 무엇이고, 우리는 그것에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변화하는 미디어 체계에 대하여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미
디어를 활용해야할지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뉴미디어를 통해 모든 것이 매개되고 우리의 많

18 미디어 의식은 의식화된 텔레비전 시청, 텔레비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대화,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 자주 보던 유명인사
가 눈에 띄자마자 자동적으로 심하게 집중하게 되는 현상 등 매우 다양한 행위를 망라한다. 닉 콜드리, 『미디어는 어떻게
신화가 되었는가』(커뮤니케이션북스, 2003) p. 37.
19 예컨대 사용자가 SNS(Social Media Service)를 활용한다는 것은 SNS가 제공할 수 있는 무작위적인 연결성과 국제적인 네트워
킹 혹은 가능성이라는 가치에 동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20 닉 콜드리(Nick Couldry), 『미디어는 어떻게 신화가 되었는가』(커뮤니케이션북스, 2003). p. 48.
21 반 겐넵의 이론은 인류학자 빅터 터너(Victor W. Turner) 에 의해 심화된다. 터너는 통과의례의 과정 중 전이 단계(liminality)
의 속성은 필연적으로 애매하다고 보았다. ‘중간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여기에도 저기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들의 애매
하고 중간자적인 속성은 사회적ㆍ문화적 전이들을 제의화(祭儀化)한 많은 사회 속에서 풍부한 상징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전이 단계(liminality)는 종종 죽음․ 어머니의 모태, 불가시적인 것, 어두움, 양성적인 것, 황무지, 그리고 일식과 월식에 비유
된다. 아놀드 반 겐넵 저 ・ 전경수 역. 『통과의례』(서울 : 을유문화사, 1995), p. 6.

74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은 신체적이고 사회적인 기능을 의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술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Ⅲ. 감각의 재구성

비물질성은 뉴미디어를 가장 광범위하게 아우르는 속성으로, 우리 손에 잡히지 않는 뉴미


디어를 적절히 대변하는 특성이다. 뉴미디어의 영향력이 광범위할 수 있는 것도, 그리고 그
영향력이 우리 안으로 깊숙이 들어올 수 있는 것도 모두 뉴미디어의 비물질적 특성에 기인한
다. 이에 따라 연구자는 작가 연구를 통해 뉴미디어 시대에 예술의 역할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가상화폐 시스템을 통해 작업을 시도한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물질적 자극을 통
해 비물질적인 감각 과정을 뒤흔들어 놓는 아니쉬 카푸어(Arnish Kapoor), 그리고 감각 정보
그 자체를 작업으로 제시한 김수자 작가의 작업을 통해 동시대 예술의 역할을 제안하고자
한다.

1. 가상으로 옮겨가는 물질들

뉴미디어 세상에서 물질들의 가치는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고, 산업 구조의 전반이 가상의
세계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자연히 미디어 속에서 우리는 물질적인 것의 한계를 인식한다. 코
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한계적 상황에 의한 한시적 변화일 수도 있지만, 대중 또한 온라인에서
의 경제활동이나 관계가 훨씬 효용 가치가 있음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예술 시장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데미안 허스트는 자신의 작품을 ‘NFT(Non-Fungible Token)’22 라는 가상화폐 시스템을 통
해 판매했다. 그의 작품 <The Currency>는 2016년에 제작된 A4용지 사이즈 10,000장으로 2021
년 7월 21일에 한 장에 $2,000 가격에 판매되었다. 그리고 10,000장의 그림은 각각 고유의 번
호를 부여받고, 구매자들은 2022년 7월 22일 BST(British Summer Time)를 기준으로 오후 3시까

22 NFT(Non-Fungible Token)란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으로, 블록체인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가상자산을 말한다. 이는자산 소유권을 명확히 함으로써 게임・예술품・부동산 등의 기존 자산을 디지털 토큰화하는 수단이
다. NFT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소유권과 판매 이력 등의 관련 정보가 모두 블록체인에 저장되며, 따라서 최초
발행자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어 위조 등이 불가능하다. 또기존암호화폐등의 가상자산이 발행처에 따라 균등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반면NFT는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담고 있어 서로 교환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예컨대비트코인1개
당 가격은 동일하지만NFT가 적용될 경우 하나의 코인은 다른 코인과 대체 불가능한 별도의 인식 값을 갖게 된다. 시사상
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http://www.pmg.co.kr.

살아있는 기억 : 뉴미디어 75
지 실물 그림과 NFT 중에서 선택해야만 한다. 이 때 실물 그림을 선택하면 NFT는 파기되고
반대로 NFT를 선택하면 실물 그림은 파기된다. NFT로 판매된 그림의 특성은 바로 거래가
이루어질 때마다 5%의 수수료가 예술가에게 돌아간다. 즉 거래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때마
다 작가는 지속적으로 수입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작품이 예술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예술가는 수익을 얻을 수 없었던 기존 거래 방식과는 매우 큰 차이이다.

“예술이 변화되어 화폐가 되고 그리고 화폐가 예술이 될 때 ...”

-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도 2 Damien Hirst, <The Currency>, 2016

위의 인용은 <The Currency>에 대한 허스트의 설명으로, NFT 방식을 매우 적절히 설명한


다(도 2). <The Currency>의 각각의 그림은 마치 화폐처럼 워터마크, 사인, 홀로그램, 스탬프
등으로 이루어진 위조 방지 장치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허스트의 인용처럼 마치 작품이 화폐
가 되고 화폐가 또 작품이 되는 구조 자체가 작품 안에 오롯이 표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예술작품의 아우라의 상실을 지적한 벤야민의 기조를 넘어선다. 즉 뉴미디어 시대의 예
술은 복제본조차도 존재하지 않고 가상에 머무름으로써 존재가치를 결정하는 ‘실재성
(Existence)’ 뿐만이 아닌 물리적인 ‘실제성(Reality)’ 또한 잃고 있다.23 만약 예술품의 가치 또한
가상으로 옮겨가고 있다면, 예술 작품의 가치에는 어디에서 오는가?
연구자가 뉴미디어의 비물질성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물질세계의 전멸이 아닌, 뉴미
디어를 통한 물질세계의 확장 가능성이다. 이는 매개하는 기술들이 인간을 확장한다는 맥루
한의 주장과도 연결된다. 물질과 감각을 모두 포기하기엔 우리조차 지극히 물질이며, 우리는

23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기술의 복제가 가능해지면서 원본과 재현본의 경계가 흐려지고 예술 작품이 ‘아
우라’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벤야민이 당시에 지적한 것은 아우라의 상실 혹은 ‘실재성’의 상실이었다면, 뉴미디어 시대에
예술은 재현본조차도 없는 ‘실제성’마저 잃고 있다는 것이다. 신혜경. 『대중문화의 기만 혹은 해방』,(김영사, 2009). p. 175.

76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물질적 경험을 통해 살아간다. 다만 뉴미디어를 통해 기존에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던 매커니
즘에 질문하고, 우리가 몰랐던 세계와 감각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뉴미디
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감각으로부터의 영원한 탈피가 아닌 ‘감각의 재구성’24 이다.

2. 이질적 감각 경험

3차원 세계 혹은 오감과 같은 말들은 “이제까지” 우리가 눈에 보이는 세상과 우리 신체가


경험할 수 있는 감각들을 규정해놓은 것이다. 인류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발견해왔고 그를
통해 세상에 대한 식견을 넓혀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외의 세계와 감각이 있을 가능성
에 초점을 맞춘다고 가정할 때, 예술이 감각에 충격을 주어 감각 경험의 폭을 확장하고 재구
성하는 예시로 아니쉬 카푸어의 작업이 있다.

도 3 Arnish Kapoor, <My Red Homeland>, 2003

<untitled>는 카푸어의 2013년도 작업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판을 여러 조각으로 분할한 오


목한 형태의 작업이다(도 3). 오목거울 형태 앞의 상은 뒤집혀서 비추어지며 거울처럼 상이
또렷하게 반사되지 않고 뿌옇게 나타난다. 그리고 수백, 수천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진 스틸
판은 상을 여러 면으로 쪼개어 비춘다. 관객은 이와 같이 뿔뿔이 흩어지고 뒤집어진 자신의

24 감각의 재구성은 1990년대의 일상적 가상성 (휴대전화, 무선 인터넷, 월드와이드웹, 스트리밍 미디어, 휴대용 컴퓨터의 형
태로 나타난다.) 과 함께 일어났으며, 인간의 사물로 돌아가고자 하는 강박적 현상이 함께 등장했다. 촉각적 도구들에 대
한 향수를 가진 학자들의 사물에 대한 하이데거적 분석, 문화적 연구를 통해 발전되었다. 이러한 재형성은 ‘감각 연구’를
통해 예술계에 대한 비디오의 가상적 지배에 대응했는데, 이러한 활동은 아날 학파의 미시사와 마르크스주의적 생산 비판,
그리고 페미니스트의 ‘몸에 대한 글쓰기’가 혼합된 시각・문화 연구의 분파다. 캐럴라인 존스. 『미디어 비평용어 21』,(미진
사, 2016), p. 128.

살아있는 기억 : 뉴미디어 77
모습을 관찰하면서 당혹감을 느끼고, 시선은 길을 잃는다. 또한 오목한 형태의 스틸 매체 바
로 앞에서의 소리는 공명을 일으키는데, 이는 지극히 시각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
던 관객에게 감각 충격을 준다. 즉 하나의 시각 매체를 통해 다양한 감각이 이질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이렇듯 카푸어의 작업은 관객이 사물을 익숙한 방식으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일종
의 장애를 부여한다. 따라서 관객은 우리 앞의 낯선 대상을 어떤 방식으로 인지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카푸어가 관객의 감각에 충격을 주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바로 스케일과 감각을 자극하는
매체다. 위 사진은 카푸어의 2003년 작인 <My Red Homeland>이다(도 4). 이 작업의 스케일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대형 전시관을 홀로 채울 만큼 거대하다. 또한 응고된 피를 연상케
하는 색깔의 왁스는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기계에 의해 눌려지고, 다져지고, 옆으로 밀려나
쌓인다. 관객이 예술 작품을 통한 이와 같은 스케일 경험을 하는 것은 흔하지 않다. 더욱이
폭력적인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매체와 컬러는 관객이 작품을 감상할 때 당황함과 동시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듯 카푸어의 작업들은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 사용했던 오감의 메커니즘
을 뒤흔들어놓는다. 그의 작업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시・청각적 자극과 비맥락적인 경로를
통해 느껴지는 촉각은 관객을 당혹스럽게 한다. 그의 작업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오감이 어떻
게 작동하는지 다시금 느끼고 그것들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또한 하나의 작업에
서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동시에 체험하면서 관객은 오감을 넘어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따
라서 연구자는 카푸어의 작업이 뉴미디어가 도입되는 시기에 우리가 감각을 재형성할 수 있
도록 돕는 예술의 역할을 보여준다고 보았다.

도 4 Arnish Kapoor, <My Red Homeland>, 2003

78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3. 신체의 끝에서 유영하는 데이터

점토는 제작자가 물질을 손으로 경험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필연적이다. 중력을 거스르고
안정적으로 점토를 쌓도록 연구해야 하며 원하는 형태를 표현하기 위해서 점토의 물성을 잘
파악하고 손을 단련해야 한다. 또한, 점토는 작업 과정 안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감각 데이터
의 가능성을 함유하고 있다.25 연구자는 다른 예술 매체에 비해 도자가 상대적으로 다수의 감
각과 관련된 정보를 포함하고 있고, 그것을 관객에게 전달하기에 유리한 매체라고 보았다. 점
토는 구성성분과 초벌과 재벌 소성 여부에 따라 그 물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작가는 다양한
감각 정보26를 양산할 수 있다. 연구자는 뉴미디어 시대의 예술을 통해 우리와 물질적 것과의
관계를 파악하여 감각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동시대 예술의 소명이라고 보았다. 따라
서 연구자는 김수자의 작업을 통해 우리 감각 경험들이 어떠한 시각적 물질로 환산되는지,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그것들이 관객에게 전달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김수자의 <구의 궤적>은 전시장을 채운 지름 19m의 커다란 원형 테이블에 관객이 만든
찰흙 공들이 무수히 쌓여가는 관객 참여 작업이다(도 5). “마음을 생각하면서 공을 만들면 됩
니다.” 전시장의 직원들이 관객들에게 찰흙을 나누어주며 안내하는 말이다. <구의 궤적>을 통
해 관객은 마음이라는 비물질적 요소를 점토라는 물질적 요소 안에 만지고 굴리고 다듬는
과정을 통해 담는다. 점토를 만지고 굴리는 행위는 일반 관객들이 일상 속에서 쉽게 경험하지
못한다. 따라서 연구자는 <구의 궤적>이 점토라는 물성을 통해 잊고 있던 우리의 미세한 감각

도 5 김수자, <구의 궤적>, 2016

25 감각 데이터란 우리가 물질적인 것들과 관계하면서 얻는 감각과 관련된 모든 정보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보들은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데 매우 주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형상이 없기 때문에 (비물질적이기 때문에) 이를 전달하거나 공유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예컨대, 우리가 고층 건물의 높이를 이해하는 과정과 같다. 우리가 고층건물의 높이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과거에 그와 같은 고층 전물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으며, 언젠가는 올라가본 적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이성이나 추상적 지식이라기보다는 관습과 경험의 힘 덕분이다.
캐럴라인 존스, 『미디어 비평용어 21』,(미진사, 2016). p. 122.
26 연구자가 논하는 예술의 감각정보는 다양한 시각적 매체를 통해 제작자가 얻을 수 있는 경험적인 지식을 의미하며, 관객
은 작품 감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와 관련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살아있는 기억 : 뉴미디어 79
을 소생시킬 수 있는 기점이 된다
고 보았다. 연구자는 <구의 궤적>
에서 ‘감각 경험’에 집중하는데, 이
는 연구자가 찾은 동시대 예술 역
할의 주된 키워드이다. 백과사전
도 6 김수자, <몸의 기하학>, 2006-2015
편찬자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
에 의하면, 인간의 이성적 추론 과정이란 감각 데이터를 끌어 모으는 축적 과정, 즉 매개 과
정이다.27 감각 정보가 뉴미디어를 통해 광범위하게 매개되었을 때, 사람들에게 사물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우리 감각을 재정비 하도록 도울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따라서 관객은 <구의
궤적>을 통해 감각 데이터를 획득하고, 그것들을 통해 소실했던 감각을 다시 일깨운다. 그리
고 그것들을 또다시 공유하고 확산시킬 수 있다.
이어서 비물질과 물질 사이의 순환 과정을 통해 감각 데이터를 생산하는 또 다른 작업,
<몸의 기하학>을 살펴보고자 한다. <몸의 기하학>은 작가가 10년 동안 사용한 요가매트로, 오랜
시간 요가 동작을 통해 발생하는 물리적인 마찰로써 자신의 육체를 흔적으로써 남긴다(도 6).
그리고 손과 발, 엉덩이 등 작가의 육체가 닿은 지점들을 요가 매트는 시간의 형식으로 기록
한다. 작가가 비물질적인 정신적 수행과정과 육체를 단련하는 과정을 물질적인 ’측량’ 혹은
‘기록’으로써 남기는 것의 의미는 감각적이고 경험적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들 대한 추억
이자 추모이다.
김수자 작가는 <구의 궤적>과 <몸의 기하학> 두 작품을 통해 마음과 정신적 수행과정이라
는 비물질적 요소를 흙공과 요가 매트라는 물질적 요소로 변환시킨다. 즉, 비물질적인 데이터
가 물리적인 흔적으로 남아 그것이 작업이 된다. 그리고 관객들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가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그것으로 (작품의 질감이나 시각적 자극을 감상함에 따라 발생
하는) 2차적인 감각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 안에서 김수자의 작업은 우리의
감각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우리와 감각 간의 관계를 재정립할 것을 권한다.
김수자의 작업을 통해 연구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작업이 가지는 감각 데이터의 질과
양이다. 이는 작업이 가지는 감각 데이터가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풍부할수록 해당 작품이
가상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공유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연구자가 매체의 감각 정
보의 질과 양28에 초점을 맞추는 또 다른 이유는 앞서 언급한 ‘감각의 재구성’에 있다. 연구자

27 캐럴라인 존스. 『미디어 비평용어 21』(미진사, 2015). p. 123.


28 미디어가 지닐 수 있는 정보나 데이터의 양과 질을 맥루한은 뜨거운 미디어와 차가운 미디어로 구별하였다. 뜨거운 미디
어란 단일한 감각을 “고밀도”로 확장시키는 미디어고 라디오와 같은 미디어를 일컫고 (여기서 고밀도란 데이터로 가득 찬

80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는 오로지 물성에 집중하여 감각적이고 경험적인 정보 그 자체를 드러냄으로써, 관객을 작업
안으로 끌어들여 보다 풍부한 감각 정보 교환을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 글렌 아담슨(Glenn
Adamson)은 숙련된 제작자가 자신의 작업에 대한 요구와 반응을 예상하는 것처럼, 매우 세심
한 사용자는 어떤 물건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했다.29 따라서
관객은 숙련된 제작자가 아니더라도 작업을 통한 간접적인 체험을 통해 감각 데이터를 수집
한다. 결과적으로 <구의 궤적>과 <몸의 기하학> 모두 작가가 관객들과 나누고자 했던 ‘마음’
이나 ‘수행 과정’을 물질적인 매체인 ‘흙공’이나 ‘요가 매트’에 투영함으로써 관객과 감각의
공유를 이루면서 완성된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러한 경험으로 감각 그 자체를 추억할 수 있다.

Ⅳ. 맺음말 : 다시 물질적 세계로

본 연구를 통해 연구자는 동시대를 관통하는 미디어인 뉴미디어를 수동적 태도로 받아들


이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태도로 수용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뉴미디어는 기존미디어에 비해
형식과 체계를 중시하고 연결성에 가치를 둔다. 또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다루고 그것을
범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지대한 파급력을 지니게 되었다. 또한 우리 삶의 여러 요소들을 미
디어 안에서 편리하게 사용하고 공유하기 위해 단순화하고 유형화한다. 이때, 단순화되고 유
형화된 정보들에 익숙해진 우리는 유형화된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는 미
디어를 통해 오히려 우리 삶의 가능성을 축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뉴미디어를 보다 주체적으
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뉴미디어의 시스템과 연결성이 중시되어 그 외형이 사라짐에 따라, 연구자는 동시대 예술
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였다. 그에 대한 답을 작가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었는데, 데미안
허스트의 작업을 통해 원본마저 사라진, 즉 작품의 물리적 부재도 새로운 예술의 형식으로서
존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아니쉬 카푸어의 작업에서 우리 감각에 혼란을 주는 작업을
통해 뉴미디어 시대에 걸맞는 감각 재구성의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김수자의 작업을
통해서는 비물질적인 감각 경험의 흔적을 물리적으로 작업에 남기는 것으로 감각을 공유하고
추억할 수 있는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도 볼 수 있었다.

상태를 말한다.) 반면 차가운 미디어는 저밀도의 미디어로서 주어지는 정보량이 빈약해 듣는 사람이 보충해야 하는 전화
가 있다. 마셜 매클루언, 『미디어의 이해』, p. 60.
29 글렌 아담슨, 「물질적 지능의 필요성」,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 국제 공예 콜로키움 자료집』(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
2021), p.137.

살아있는 기억 : 뉴미디어 81
뉴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연구자는 비판적이고 사회적인 시선을 통해 바
라본 뉴미디어 연구 과정을 조형적으로 구현하였다. 전통적 매체와 동시대의 매체, 기존의 관
습와 요즘의 행태, 직선과 곡선과 같은 상반되는 요소들을 하나의 오브제 안에 병치시킴으로
써 뉴미디어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을 드러내었다. 또한, 도자가 점토의 구성성분과 소성 여부
에 따라 물성이 달라지는 점을 활용하여 감각 데이터의 흔적을 작업 표면에 남기고, 감각 데
이터 공유의 가능성을 확장하고자 하였다.
여기서 연구자는 다시금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돌아가 질문을 복기 해보려 한다. 동
시대의 미디어, 뉴미디어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이며, 매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 미디어는 역사적으로 우리 안의 복잡한 정보들은 바깥으
로 꺼내어 기록하거나 저장하는 기술을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왔다. 기술이 더 발전
한 지금은 우리 신경 시스템 내의 복잡한 정보들을 세상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되었고, 뉴미디
어라는 미디어도 존재하게 되었다. 우리가 우리 밖에 존재하는 미디어를 이해하려는 것은 우
리 스스로를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는 빌 브라운(Bill Brown)의 언
급을 빌려와 본 연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뉴미디어는 일상적 의식 이면에 자리한 물질적 세계의 인상학적인 측면들 (익숙한 사물 들을 숨겨진 세부 사항,

물질의 새로운 구조 등)을 드러내어 지각의 장을 풍부하게 한다.”

-빌 브라운(Bill Brown)

이렇듯 우리가 뉴미디어라는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지는 것은 모든 사물


과 대상을 다르게 보는 눈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물을 보는 사고방식이나 관점이 변하
는 것은 우리 외부의 것들이 그 외형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전폭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를 통해 연구자는 새로운 미디어가 열어줄 수 있는 시각을 확인하고,
우리 삶을 바라보는 혜안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주제어(key words):
뉴미디어(New Media), 미디어(Media), 미디어 의식(Media Rituals), 비물질성(Immateriality), 가상(Virtuallity)

82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참고문헌

한국어 문헌
문성준, 『그림의 눈 철학의 말』, 새잎, 2019.
신혜경, 『 대중문화의 기만 혹은 해방』, 김영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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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어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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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nn Adamson, The case for Material Intelligenc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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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J. T. Mitchell, Mark B. N. Hansen,, Critical Terms for Media Studies, 2010.
Marchell McLuhan, Understanding Media : The Extensions of Man, 2003.

웹사이트
지식엔진연구소 홈페이지 : http://www.pmg.co.kr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665832&cid=43667&categoryId=43667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226820&cid=43667&categoryId=43667

살아있는 기억 : 뉴미디어 83
국문초록

본 연구는 뉴미디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대한 연
구를 바탕으로 한 작업을 서술한 논고이다. 정보의 전달을 중시했던 기존 미디어와는 달리, 뉴미디어는
매개의 시스템과 연결성 그 자체를 중시한다. 이에 따라 뉴미디어를 통한 무한한 정보의 공유 및 확산과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뉴미디어를 통해 자동적으로 재배열된 정보 즉, 우리의 기억은 살아 있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이때, 우리는 뉴미디어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 압도되고 때로는 저항감을
느낀다. 연구자 또한 뉴미디어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와 같은 양가적 감정을 느꼈고, 우리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뉴미디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태도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뉴미디어 시대에 가상 시스
템들이 주목 받음에 따라 모든 것이 비 물질화될 수 있음을 확인하면서 물질적 작업의 당위성을 확인하
고자 하였다.
뉴미디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고 저장하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가 스스로 사회의 구성원임을 확인
하고, 우리의 사회화를 돕는 사회적 장치이다. 한편, 뉴미디어는 우리 삶의 유동적이고 연속적인 정보들을
수적 재현과 모듈성이라는 뉴미디어의 원리에 따라 디지털 단위로 환원시킨다. 이때, 우리의 실제적 삶과
사고 또한 단순화되고 유형화될 위험이 있다. 단순화되고 유형화된 사고는 다시 수동이고 무비판적인 미
디어 사용을 초래하는데, 이는 우리 삶의 가능성을 축소시킬 위험이 있다.
뉴미디어를 통해 우리 삶의 모든 정보들이 유형화되고 디지털화될 때, 예술 또한 그 입지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동시대에는 시각적으로 존재하지 않아도 어떠한 가상 시스템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새로
운 예술의 형태로 인정되기도 한다. 또한, 매체의 물성을 활용하여 감각에 충격을 줌으로써 우리의 감각을
재구성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감각과 관련된 데이터를 물리적 흔적으
로 남김으로써 감각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감각 경험을 보존하고 공유하는 뉴미디어 시대 예술의 역할에 따라, 연구자는 점토를 활용
하여 뉴미디어에 대한 연구자의 감정을 시각화하였다. 점토는 작업 단계에 따라 그 물성이 변화하고, 이는
타 매체에 비해 풍부한 감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작용한다. 연구자는 이러한 점토의 특성
을 활용하여 연구 초반에는 경계심, 우려, 기대와 같은 뉴미디어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표현하였고, 연구
가 진행됨에 따라 뉴미디어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연구 과정을 통해 연구자는
뉴미디어에 대한 부정적 관점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뉴미디어를 바라보게 되었다. 결국 본 논고는 새로
운 미디어에 적합한 시각과 감각을 얻는 과정이다.

84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Abstract

Living Mermories : New Media

Hyunjee Kim*30

This study is a thesis that describes work based on research on what new media is and how it affects
us. Unlike former media that emphasized the delivery of information, new media values the connection itself
of the media system. As a result, it becomes possible to share and connect infinite information and
automatically rearrange information through new media. That is, our memories feels as if they are alive.
Therefore, we are overwhelmed by the wide influence of new media and vast amounts of data and sometimes
feel resistant. The researcher also felt ambivalent feelings such as anxiety and expectations towards new media.
And thought that we need a new perspective and attitude toward new media which is closely related to our
lives. In addition, in the new media era, as virtual systems got evolved, everything can be de-materialized. So
the justification for material work should be justified.
New media not only delivers and stores information, but also confirms that we are a member of society
and helps us socialize. Meanwhile, new media transforms continuous information in our lives to digital units
according to the principle of new media which is numerical and modularized. At this time, there is a risk
that our actual lives and thoughts will also be simplified and categorized. However, simplified and categorized
thinking leads us to passive and uncritical use of media.
When all the information in our lives is categorized and digitized through new media, art also needs to
reorganize its position. In this time, artworks that don’t exist visually recognized as a new form of art just
by presenting the virtual system. Also, we can induce reconstruction of our senses by using the physical
material to impact the senses. And it can also evoke nostalgia for the senses by leaving physical traces on
the surface of the artwork.
In this way, according to the role of art in the new media era in preserving and sharing sensory
experiences, this thesis contains visualized feelings about new media using clay. The property of matter in clay
changes according to the working stage, which acts as an advantage that it can provide abundant sensory
experience than other media. Through these features of clay, at first, researcher expressed ambivalent feelings
about new media such as vigilance, concern, and expectation, and as the study progressed, expressed an
objective view of new media. As a result, researcher came to look at new media objectively, away from the

* M.A. in Department of Ceramic Art, Ewha Womans University.

살아있는 기억 : 뉴미디어 85
negative perspective on new media. In the end, this paper is the process of obtaining a view and sense suitable
for new media.

86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陶藝硏究
제31호 2022

특집논문 : 2022 추계 학술대회 논문

물질에 의미가 거주하는 방식에


대하여
: 물질문화의 파괴와 실존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 지 영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도자예술전공 강사)

Ⅰ. 머리말

Ⅱ. 물질성과 존재의 얽힘
1. 뿌리, 기억, 흔적
2. 집과 몸

Ⅲ. 동시대 예술의 관점에서


1. 집의 흔적으로부터
2. 몸의 흔적으로부터

Ⅳ. 맺음말

살아있는 기억 : 뉴미디어 87
Ⅰ. 머리말 * 31

연구자는 인류가 이미지, 사물, 공간, 풍경 등을 포괄하여 ‘물질문화(material culture)’로 통


칭되는 물질성을 가진 것들에 의미를 담는 관계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인류는 작은 사물에서부
터 커다란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에 의미를 담아 왔다. 예를 들어 우리는 결혼반지나
편지, 사진, 가족의 유품, 어릴 때 살았던 집과 동네를 특별한 것으로 여긴다. 나아가 박물관
에 소장되어 있는 유물이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장소 등 자연스럽게 우리의 것이라 인식하
고 있는 역사・문화적 의미를 지닌 수많은 물질적 형상들을 특별하게 여긴다.
2008년, 대한민국의 국보 1호인 서울 숭례문이 한 70대 남성의 방화로 하룻밤 사이 전소
되었다. 1398년에 건립된 숭례문은 오랫동안 서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고유한 풍경을 만들어
왔다. 사건 다음날 아침, 국민들은 620년 이상을 그 자리에 굳건히 존재했던 역사적 상징물이
한 인간에 의해 단 몇 시간 만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낯선 모습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숭례문
이 불길에 휩싸여 무너지는 과정과 끝내 숯으로 변해버린 목재와 검게 그을린 석재만 남은
황량한 이미지가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중계되었다. 숭례문을 그렇게 재생산된 이미지로
접할 뿐만 아니라 날마다 마주치며 생활했던 사람들에게는 이 사건의 충격이 누구보다도 살
에 와 닿았을 것이다. 자신의 삶터를 구성하던 익숙한 풍경이 한순간에 그토록 기이하게 변형
된 것을 계속해서 직접 눈으로 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 비현실적인 사건은 늘 견고하다고
여겨왔던 건축물의 물질성이 언제든 파손될 수 있는 연약한 것이며 그것에 담긴 의미 또한
순식간에 소실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새로 건축하다시피 했던 약 6년에
걸친 복구 작업 이후, 마침내 최대한 흡사하게 재건된 숭례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본래의
숭례문이 가지고 있던 상징성은 재현된 숭례문에 의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으나 원본성
(originality)은 상실되었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인류는 자신의 뿌리를 담고 있는 문화유산에 자긍심을 갖고 그것을
소중하게 여긴다. 문화유산은 개인을 넘어서 민족의 뿌리라는 개념을 상징하는 중요한 물질
문화가 된다. 때문에 특정 문화유산이 갖는 상징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공동의 뿌리와 강하게
결속되어 있다. 뿌리는 근원(origin)으로 향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특정한 물질적 공간에 사람
들의 정체성을 단단하게 접착시킨다. 만약 숭례문이 대한민국 국적이 아닌 주체에 의해 파괴
되었다면,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대한 테러 문제처럼 거센 정치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되었을 것이다.

* 본 연구는 연구자의 박사학위논문 「거주, 흔적, 서사에 관한 작품 연구」 (홍익대학교 대학원, 2019)에서 다루었던 거주지와
인간 정체성의 문제를 인류학의 물질문화의 관점에서 재구성하였다.

88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비슷한 맥락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Islamic extremist group)가 세계문화유산을 수차례
파괴하고 있는 상황을 살펴보자. 그들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테러 대상 지역에 강력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영악하게 모색해왔다. 그들에게는 ‘유일신만이 존재하며, 그 외의
것을 신성시하는 행위는 모두 금지되어야만 한다’라는 굳은 신념이 있었다. 따라서 그들에겐
테러 대상지의 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고 숭배하는 물리적인 우상들을 파괴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었다. 게다가 이것은 그 우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관광을 통해 그럭저럭 생계를 꾸려
가고 있던 가난한 공동체에 행해진 경제적 파괴이기도 했기에, 그들은 주민들의 삶을 총체적
으로 파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파괴된 장소 중 하나인 서아프리
카 말리(Mali)의 팀북투(Timbuktu)에 위치한 모스크(mosque)는 사람들이 매일 기도를 드리는
장소였다. 주지하다시피 우리가 특정 장소와 일상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을수록 우리의 몸과
공간은 더 깊이 얽히게 된다. 따라서 그들의 무자비한 파괴 행위는 누군가의 민족적 뿌리뿐만
아니라 일상을 구축하는 한 세계 전체를 소멸시켜버리는 차원의 것이었다.1
연구자는 본고에서 특정 물질문화의 파괴 행위에 얽힌 정치나 윤리적 쟁점을 다루기보다
어떤 것의 파괴가 우리의 실존과 직결되어 있는가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식물이
어느 지대에 뿌리를 내리듯 인류가 물질의 영역에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담고 뿌리내리게
되는 관계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그리고 연구자의 과거 작품을 통해 동시대 예술의 영역에서
물질적 형상과 실존의 얽힘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탐구하고 있는지를 다루고자 한다.

Ⅱ. 물질성과 존재의 얽힘

각자의 실존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물이나 공간이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모두가


다른 대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장에서는 우리의 존재와 가장 내밀하면서 보편적인 최소
단위의 물질적 형상이라 상정할 수 있는 집과 몸을 통해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1. 뿌리, 기억, 흔적

우리에게는 어떤 사물이 지닌 객관적 가치보다 그것에 담긴 주관적 의미와 기억이 더 중


요한 문제가 된다. 하물며 가족이라도 자신의 실존적 의미를 담은 물질적 형상은 저마다 다를

1 이 단락은 Charlotte Joy 「Crimes Against Cultural Heritage in Timbuktu」, 『Anthropology Today』 Vol.34, No. 1, February, 2018, p.
17를 참조함

물질에 의미가 거주하는 방식에 대하여 : 물질문화의 파괴와 실존의 관계를 중심으로 89
수밖에 없다. 드라마 「파친코(Pachinko)」에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오래된 집을 좋은 조건에 구
입하려는 한 회사에 계약을 하러 갔지만 끝내는 팔지 못하는 재일교포 2세대 노인 ‘금자’가
등장한다. 그녀는 “당시 일본에서는 한국인을 땅 속에 다시 처박아야 하는 바퀴벌레라 불렀으
며 더럽고 시끄럽다 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아무도 한국인에게 집을 빌려주지 않
았고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기에 한 방에 두세 가구가 모여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라
고 말했다. 금자에게 그 집은 일본에서 광산 노동자로 일하다 죽은 아버지가 마침내 쟁취해낸
장소이자 같은 처지에 놓여 있었던 한국인 광산 노동자들이 일궈낸 고된 삶이 고스란히 육화
된 장소였다.
리사 말키(Liisa H. Malkki)는 뿌리를 갖는다는 것의 은유적 개념이 인간과 장소의 내밀한
결합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았다(Malkki, 1997). 뿌리를 가진 인간은 한 장소와 오랜 시간에 걸친
관계 맺기를 통해 그 장소에서 삶을 지속시켜나갈 수 있다는 신뢰와 안정감을 갖고 있다. 따라
서 자신의 내밀한 장소를 상실하게 될 수도 있는 금자가 처한 상황은 그녀 자신의 ‘뿌리가 뽑
혀 나가게 된(uprooted)’ 상태와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피가 끓어오를 듯 숭고한 그 집의 의미
를 피력하는 순간에 자식들은 계약서의 서명란 위에서 펜을 멈추고 쓸데없이 장황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금자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금자의 기억은 자식들이 경험하지 않은 지나간 과거의
사건일 뿐이다. 그들의 관점에서 100억이라는 부동산 상품의 가치는 낡아빠진 집에 담긴 한
이민자 노인의 애환 섞인 불편한 푸념과 자질구레한 추억이 결코 넘어설 수 없다.
금자와 그녀의 후손이 집에 대해 느끼는 바는 동일하기 어렵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유년 시절의 집이 가진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의 기억 너머, 우리
가 태어났던 집은 우리 내면에 육체적으로 각인되어 있다(Bachelard, 1957). 그러나 이것은 여
전히 유효한 발언인가? 이 문장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는 태어났던 집이 내면에 각인되어 있
는가? 도시에서 출생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집이 현재
까지 남아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 것이다. 이제 집은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머무르는
안식처가 아니라 언제든 팔아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상품으로 변모했다. 도시 거주민들은
자신의 집이 영원토록 남아 있기보다 재개발 대상으로 지정되어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을 선호
하게 되었고 거주지가 구역단위로 철거되는 풍경에도 무감각해지고 있다. 게오르그 짐멜
(Georg Simmel)은 도시 거주자들이 사물의 차이가 지닌 의미와 가치를 무의미한 것으로 인식
하게 된다고 하였는데(Simmel, 1950), 이것은 도시에서 반복적으로 장소의 탈취가 발생하며
우리의 몸과 장소의 관계를 계속해서 단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에 인류는 집이
라는 공간과 얼마나 친밀하고 견고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시몬 웨일(Simone Weil)은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아마도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덜 인지된 인간 영혼의 요구라고 하였다(Weil,

90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1987). 그러나 현재 보통의 도시 거주민은 과연 온전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가질 수 있는가?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도시에서 미약한 개인이 자신의 뿌리로 여길 수 있는
장소를 가지고 그곳을 존속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우리가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외부의 압력에 의해 거주지가 곧 철거되
어 강제로 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가정해보자. 느닷없이 강제철거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 집이라는 물질적 형상은 어느 때보다도 우리에게 간절하고 중차대한 장소
로 바뀐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공동세계의 그 어떤 것보다 사적 소유물이 우리에
게 가장 절박하며, 사적 소유의 네 벽이 공적세계로부터 숨을 수 있는 유일한 벽을 제공한다’2
고 하였다. 따라서 우리가 강제철거에 대항하여 거주지를 지켜내는 것은 존재론적(ontological)
투쟁이 되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중요한 사실을 비로소 드러낸다. 즉, 탈취된 거주지는
그곳에 육화되어 있었던 정체성과 기억이 뿌리 뽑히게 되었을 때에야 역설적으로 우리가 그
장소에 얼마나 내밀하게 뿌리내리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오토 프리드리히 볼노오(Otto
Friedrich Bollnow)는 인간이 자신의 삶의 터전이라는 실질적인 공간을 건립하여 외부 세계의
공격에 맞서는 존재라 보았다. 그는 거주지가 탈취되면 인간의 내면은 붕괴한다고 단언하였
다.3 이것은 집이 거주를 위한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우리의 존재를 구성하는 장소라는
것을 뜻한다. 철거민들은 그 장소에서 거주하는 동안 이룩한 집 내부의 질서와 그곳에서 체험
된 모든 일을 상실하지 않고자 저항한다. 오로지 집 안에서만 우리는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방식을 실현할 수 있으며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된 집과의 내밀한 결합이 파괴되면 인간의 내
면이 붕괴되는 것이다. 이렇듯 거주에 대한 볼노오의 투쟁적 관점에서 볼 때 금자 또한 자신의
실존과 직결된 집이라는 장소를 단단히 움켜쥐고 외부의 위협에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존재하는 동안 필연적으로 사물과 공간에 흔적을 남기게 되며 그렇게 집에 남겨진
익숙한 흔적들로부터 안정감을 느낀다. 흔적이라는 물질적 형상은 또한 지금 부재한 사람이
나 관계, 사건을 회상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Hallam and Hockey, 2001). 그리고 기억은 명백하
게 사라져버린 어떤 것에 대한 대용, 혹은 대리이거나 위안을 주는데(Davis and Starn, 1989),
이처럼 기억과 흔적은 유사한 속성을 갖는 것처럼 서술된다. 우리는 흔적이 촉발하는 기억을
통해 그 흔적이 남겨지게 된 사물과 공간을 소유하게 된다. 기억과 역사를 비교하며 피에르
노라(Pierre Nora)는 기억은 공간, 제스처, 이미지, 사물에 실제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다고 하였
다(Nora, 1989). 다시 말해 기억은 우리가 보고 만질 수 있는 물질성을 가진, 즉 흔적이 각인

2 한나 아렌트 저・이진우 역, 『인간의 조건』 (한길사, 2017), p. 145-146.


3 볼노오에 대한 서술은 각주 1번에 언급한 이지영 「거주, 흔적, 서사에 관한 작품 연구」(홍익대학교 대학원, 디자인공예학
과 도예전공 박사학위 논문, 2019) p. 15, p. 19를 참조함

물질에 의미가 거주하는 방식에 대하여 : 물질문화의 파괴와 실존의 관계를 중심으로 91
될 수 있는 것에 쉽게 뿌리를 내리고 보존된다. 예를 들어 죽은 자의 물건과 기억은 계속해서
그를 ‘현재에 존재하는 물질적 형상(Hallam and Hockey, 2001)’으로 만들어 준다. 그러한 물질
적 형상이 파괴되면 기억을 보관하던 그릇이 파괴되는 것처럼 거기에 붙잡아 두었던 죽은
자의 존재 또한 사라져 버리게 된다. 유한한 존재로서 인간은 기억을 안전하게 뿌리내리게
하고 영속시켜줄 수 있는 사물과 공간을 보존하고자 한다. 따라서 금자가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는 집을 이루고 있는 견고한 물질성의 파괴와 더불어 아버지를 포함한 한국인 광산 노동
자 전체의 애환에 대한 기억 또한 산산조각 내도록 승인을 하는 일이 된다.
또한 기억은 정체성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개인의 정체성은 기억에 의해 구
성되기에, 기억상실증은 자기 존재를 탈취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Hacking 1994). 우리는
실존적 의미가 담겨있는 사물들을 상실하게 되더라도 기억을 통해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물질적 형상의 도움을 받게 될 때 기억은 더욱 견고하게 보존된다. 파킨(Parkin)은
강제 이주를 앞둔 피난민들이 선택한 사물이 개인적・문화적 정체성의 지속을 보장해주는 것
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Hallam and Hockey, 2001). 피난민이 자신의 정체성을 특정 사물에 붙
잡아두려 한 것처럼 금자에게는 이민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기억이 담긴 집이 자
신의 몸처럼 가장 절박하게 지켜야 하는 사물인 것이다.
한편, 금자와 일부 포개어지는 시대를 살았던 연구자의 조부모 세대는 1950년에 발발한
한국 전쟁을 경험하였다. 남북분단 이후 대한민국은 소위 개발도상국이었다. 그리고 전쟁 이
후 출생한 베이비 부머(baby boomer)인 연구자의 부모 세대가 결혼했던 시기인 1980년대에는
지금처럼 어디에나 빽빽하게 들어서있는 아파트가 일반적인 주거지의 양식은 아니었다. 연구
자는 유년기에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과 두세 가구가 한 건물에 거주하는 다세대주택에 살다
가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2000년 즈음이 되어서야 아파트로 이사를 하였다. 그러다가 연구자의
가족은 2012년에 아파트 근처에 새로운 집을 한 채 더 얻어 조부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3년
후 조부는 별세하였고 이 사건을 계기로 연구자는 물질성과 정체성의 강한 얽힘(entanglement)
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1921년에 태어난 조부는 대한민국의 지난 세기에서 전환점으로 기록될만한 사회적 격변
을 모두 겪었다. 그는 태어나서 성인이 되는 시기까지 일제 식민지를 겪었고 일본식 이름도
부여받았다. 조부는 서울에서도 일본어로 교육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도쿄에서 음악을 공부
했기에 완벽한 이중 언어 사용자였다. 첫 아이를 키우기 시작할 당시 서울 시내에서 일하고
있었던 그는 한국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고 급히 자전거로 먼 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
다. 그리고 징집을 피하기 위해 몇 달을 동굴에 숨어 지내기도 했다. 그러한 시기를 견디며
아내와 함께 어렵게 여섯 남매를 키워냈던 그의 집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그 후 그가

92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아파트로 이사를 가기 전 마지막으로 살았던 단독주택에서 연구자가 태어났다. 조모와 사별
한 후 조부는 두세 차례의 이사와 함께 가족 구성원의 변화를 겪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의
아버지가 마련한 집으로 이사 올 때 그의 짐은 방 하나를 채울 정도로 단출해졌다.
그에게는 독특한 수집벽과 정리벽이 있었다. 그는 도서관이나 박물관 수장고를 연상시키
는 방식으로 물건들을 질서 있게 정리해 놓았다. 심지어는 조명 스위치에까지도 한국어나 일
본어로 라벨을 붙였다. 선반에도 라벨을 붙여 일본 음악 CD와 카세트테이프, 손수 가사를 적
은 종이를 찾기 쉽도록 분류해 놓았다. 그런데 그의 수집품 중에는 버려도 될 것 같은 사물도
꽤 있었다. 예를 들면 마지막으로 갔던 일본 여행지에서 탔던 선박에서 나누어준 안내문이라
든지 손주사위가 운영하는 기업의 소개 책자 같은 것이었다. 때때로 조부는 그것들을 꺼내어
마치 처음 보는 내용처럼 꼼꼼하게 찬찬히 읽었다. 그리고 그는 예전부터 사용해왔던 자신의
수저와 그릇, 가구만을 고집스럽게 사용했다. 모든 것들이 그의 몸과 함께 닳아져 있었다. 그
와 달리 물자가 풍부한 시대를 살게 된 탓인지 연구자의 가족은 새로운 것들을 거리낌 없이
사서 썼다. 그러나 어머니가 새로 산 수저와 식기에 식사를 차려 대접하면 조부는 본인의 것
으로 다시 바꾸어 내오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어느 날 조부는 아버지가 사온 블라인드가 마
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신의 방 창문 이곳저곳에 신문지와 전단지를 붙여 놓기도 했다. 그가
창문을 그렇게 해놓은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다들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오로지 자신의 방 안에서만 생활하려 했고 결국에는 식사까지 책상에서 하게 되었다.
조부의 내면에는 자신의 지속을 보장하지 못하는 국가의 불안정한 상황에서 비롯된 기억
들이 각인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집을 끝내 자신의 몸을 통해 안전하고 내
밀한 장소로 변화시키지 못하였다. 조부는 유일하게 안정감을 주는 자신의 방을 제외한 낯선
환경에서 자신의 실존을 위협받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물건들
이 가진 견고한 물질성에 의지하여 기억을 보존하여 안정을 얻고자 했다. 이는 자신의 몸이
노쇠해지고 있음의 지각과 더불어 위협받는 정체성을 지속가능한 물리적 형상에 붙잡아 두려
는 시도였다. 그것은 특히 죽음에 임박하여 나타난 원초적인 존재론적 투쟁이었다. 그러한 상
황에서 누군가 그의 몸과 동화(embedded)된 것과 같은 그의 물건을 파괴한다면 그것은 당연
히 그의 몸을 파괴하는 것, 즉 그의 세계 전체를 파괴하는 것과 다름없었을 것이다.

2. 집과 몸

금자에게 집은 아버지와 민족에 대한 그녀의 기억과 정체성이 육화된 장소로 대체 불가능


한 차이를 갖는 물질적 형상이다. 그러한 집이 파괴되고 나면 결국에는 가장 근본적인 공간인

물질에 의미가 거주하는 방식에 대하여 : 물질문화의 파괴와 실존의 관계를 중심으로 93
그녀의 몸 밖에 남지 않게 된다. 연구자의 조부와 마찬가지로 노인인 금자 또한 자신의 늙고
쇠약한 몸보다 견고한 물질성을 가진 집이 더욱 절실한 것이 되었을지 모른다. 이 절에서는
몸과 집의 내밀한 관계를 살펴보고 몸 자체를 물질적 영역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빅터 부클리(Victor Buchli)는 카스텐과 휴 존스를 인용하며 몸과 집을 끊어내는 것이 얼마
나 어려운 일인지에 주목하였다. 몸과 집 모두 가장 내밀한 일상적 환경을 구성하고 있으며
종종 서로를 비유하기 때문에 때로는 집이 몸을 위한 것인지, 몸이 집을 위한 것인지, 무엇이
무엇을 위한 은유인지 불명확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Carsten and Hugh-Jones, 1995).4 이렇듯 집
과 몸은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 친밀하게 얽혀 있다.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는 우리가 ‘습관적 신체 기억’에 의해 낯선 공간을 몸을 통해 점점 친숙하게 느
끼게 되고 친밀성을 갖게 된다고 보았다. 이렇듯 몸의 지각 능력에 의해 어떤 공간은 그곳을
사용하는 몸에 익숙해지며 마침내 친숙한 ‘장소’로 인식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러한
친숙함은 기억에 의해 발생되며 흔적의 물질성에 의해 촉발된다. 또한 메를로퐁티는 우리의
살(flesh)이 세계의 살과 섬세하게 맞물려 공간의 특질을 창조한다고 하였다. 즉, 우리와 마찬
가지로 공간의 정체성 또한 몸과의 관계에 의해, 즉 그 공간을 생동하게 하는 몸의 특질에
의해 형성된다. 몸을 물질적 관점에서 보았던 엘리자베스 할람과 제니 하키(Elizabeth Hallam
and Jenny Hockey)는 메를로퐁티와 비슷한 관점을 취하고 있다. 다음에 인용된 몸과 물질적
영역, 기억의 관계에 대한 그들의 관찰에는 앞서 이루어진 논의들이 함축되어 있다.

만약 몸이 물질적 사물과 공간(몸과의 유대에 의해 그 자체로 어느 정도의 주체성이 스며들어 있는 물질들)과

의 연결망들 내에 뿌리내린 상태(embeddedness)를 획득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 관계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기억이

물질적 영역 속으로 들어와 거주하는 방식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Elizabeth Hallam and Jenny Hockey, 2001).5

그들은 물질적 영역에 속한 사물과 공간, 그리고 기억에 주체성을 부여하여 기억이 물질
에 존재하는 방식을 관찰하였다. 사물과 공간은 몸과의 유대관계에 의해 주체성을 획득하고,
동시에 몸은 그러한 사물과 공간과의 연결망 안에 뿌리를 내린 상태를 획득하는 이러한 관계
는 몇 현상학자들이 거주를 통해 우리가 세계에 존재하는 방식을 사유했던 바와 상통한다.
메를로퐁티는 ‘인간이 사물에 거주한다’고 보았는데, 이것은 인간이 사물과 내적으로 연결되
어 있어 사물이 인간에게 외부 대상이 아니라 존재의 담지자로 인간의 삶에 깊게 관여하고

4 Victor Buchli, 『An Anthropology of Architecture』:Chapter 3 (Routledge, 2013), p. 73에서 재인용


5 If the body was to retain its embeddedness within networks of material objects and spaces(themselves materials that, by association
with the body, were infused with a degree of subjectivity) it is to these relations that we must attend if we are to appreciate the
ways in which memories come to reside within the material domain(Elizabeth Hallam and Jenny Hockey, 2001).

94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볼노오는 이것의 의미를 ‘감정이 이입된 상태에서는 우
리가 타인의 몸에 거주한다’는 견지를 바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보았다. 나아가 볼노오는 우
리가 세계에 거주한다는 것은 인간이 세계와 신뢰 관계로 얽혀 있는 것이라 하였다. 따라서
몸과 물질적 사물과 공간 간의 끊어낼 수 없는 이러한 관계는 ‘기억이 거주하러 오는’ 신뢰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6
덧붙여 엘리자베스 할람과 제니 하키는 죽어있든지 살아있든지 몸을 기억을 지속시킬 수
있는 물질로 보았다(Hallam and Hockey, 2001). 삶과 죽음에 의해 상태가 바뀜에도 불구하고
몸을 기억을 지속시킬 수 있는 특수한 물질로 간주한 그들의 관점에 주목할 만하다. 그들에게
몸은 필멸의 물질이 아니라 기억을 영속시킬 수 있는 불멸의 물질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몸
과 죽은 몸은 기억을 소유한 주체가 전도된다. 우리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동안에는 인식의
주체가 되어 몸과 기억을 소유하게 된다. 반면 죽은 몸이라는 물질적 형상은 사물로 변화되어
다른 주체가 기억을 주입할 수 있게 된다. 가족의 유골처럼 죽은 몸의 물질성에 의미를 담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고 만질 수 있는 주체이지 그 몸의 원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은 몸이 어딘가에 매장되어 있을 때에는 원래 몸의 주인이 이 세계에 부재하더
라도 여전히 그의 것이다. 반면 우리가 지난 시대의 흔적을 찾아 어떤 이의 무덤을 발굴할
때 꺼내어진 몸은 더 이상 본래의 주인만 소유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아니게 된다. 누군가
의 일기장이었던 몸은 이제부터 그의 몸에 남은 모든 흔적을 면밀히 추적하는 자들이 낱낱이
주석을 달고 종국에는 역사책의 일부로 편입될 것이다.

Ⅲ. 동시대 예술의 관점에서

동시대의 예술가들은 일상적 사물과 공간을 사용하여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누군가의


몸에 본래 기입되어 있었던 텍스트에 새로운 의미의 층위를 덧씌우는 일과 유사한 방식의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 장에서는 몸과 흔적의 물질적 형상, 기억의 관계에 입각하여 제작된
연구자의 작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집의 흔적으로부터

이 절에서는 과거에 연구자가 거주지가 대량으로 파괴되는 현장을 목도하며 갖게 된 문제

6 이 단락의 현상학적 사유에 대한 서술은 연구자의 박사학위논문 p. 16-20을 참조함

물질에 의미가 거주하는 방식에 대하여 : 물질문화의 파괴와 실존의 관계를 중심으로 95
도 1 이지영, 공사장에서 수집한 부서진 건물의 파편

의식과 조부의 별세를 통해 거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성과 실존의 얽힘에 대해 탐구했던


2014~5년의 작품을 보고자 한다.7 이 과정에서 사물과 공간을 사용하여 흔적을 강조하는 작품
의 제작기법뿐만 아니라, 연구자가 장소의 선택에 대해 고민하고 실험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도 1).
연구자는 2014년 집 근처의 공사장에서 철거과정에서 부서진 건물의 파편과 오랫동안 건
물 아래의 흙 속에 묻혀 있었다가 모습을 드러낸 돌과 사물을 수집하였다. 그리고 그것들의
틀을 떠서 자기(porcelain)로 주조(casting)하였다. 한때 실내를 장식했던 타일이 붙어 있는 콘크
리트 조각에 간직되어 있던 모든 흔적이 자기의 표면에 면밀하게 전사되었다. 이 무거운 콘크
리트 조각은 건축과정에서 땅 속에 묻히거나 폐기될 운명으로 도시의 공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가 되었기에 하얗고 가벼운 자기로 주조되었다. 이 자기 복제품은 대량으
로 원본을 복제해낼 수 있는 주조기법을 통해 제작되어 현재까지도 연구자의 작업에서 다양
한 맥락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일하고 연속적인 풍경>에는 이윤 지향적 도시기획
에 의해 아파트 단지처럼 반복적으로 균질한 공간을 주조해내는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개인의 몸과 깊은 관계를 맺고 생동하며 고유한 차이를 지니게 되었던 거주 공간들은
도시기획에 의해 지역에 새로운 자본이 유입됨과 동시에 파괴되어 파편화된다. 그리고 부서지
기 쉬운 자기의 속성처럼 그렇게 주변부로 밀려나게 된 주체들의 삶 또한 파괴되기 쉬운 상태
에 놓이게 된다. 이렇듯 얇고 연약한 자기처럼 연구자의 작품을 구성하는 파손되기 쉬운 물질
성은 살로 즉각 체험되는 미묘한 긴장감을 유발하여 삶의 위태로운 위치를 보여준다(도 2).

7 Ⅲ장에서다루는 작품은 김해 클레이아크 미술관(2014), 캔 파운데이션의 오래된 집(2015), 미테-우그로에서 지하 전시장과


스튜디오로 사용했던 1층 점포와 2층 집(2015)에서 전시되었음

96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아현동 재개발이 진행될 당시 연구자
는 대학생이었고 근처에 살았기에 아현
동에 종종 가보았다. 난생 처음으로 마주
하게 된 대규모 철거의 풍경은 전쟁 폐허
를 연상시켰다. 차례로 쳐부수어진 집의
콘크리트 파편과 뭉개어진 철근 더미가
거대한 산을 이룬 곳에 굴삭기가 육중한
탱크처럼 올라 앉아 있었다. 미처 박살나
도 2 이지영 <단일하고 연속적인 풍경> 2015
지 않은 대량으로 탈취된 거주지는 모두
부서진 집의 파편과 자기(porcelain) 복제품, 가변설치
비어있었고 떠나간 주인이 남긴 시계와 *미테-우그로

거울, 달력이 빛바랜 벽지 위에 아직 붙어 있었다. 그 후로는 서울을 비롯해 다른 도시들에서


도 파괴와 재건을 반복하며 동질화된 공간이 주조되는 풍경을 수차례 목격하게 되었다. 뿌리
가 뽑혀나간 철거민들의 목숨을 건 투쟁에 관한 기사도 끊이질 않았다. 낡은 집은 늙은 몸과
같았다. 그렇게 오래된 집들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모습은 세대가 교체되
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조부의 몸과 더불어 이제는 구식이 되어 버린 그가 향유하던 문
화가 그가 살던 집이나 그가 친밀하게 느끼는 장소들과 함께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여기에서는 연구자가 누군가가 거주했던 공간에 남은 흔적을 사용했던 작품들의 사례를
비교하고자 한다. 공간를 사용할 때 연구자는 장소의 역사성을 지워 내거나 보존하는 방식을
통해 작품의 맥락을 구성해왔다. 연구자는 2014년에 김해 클레이아크 미술관에 입주 작가로
있었고 결과보고 전시에서 <가자, 나의 삶이 있는 곳으로>라는 작품을 발표하였다. 당시에는
미술관의 전시장을 연구자의 거주 공간으로 변용하였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나 아렌트는
이 세계의 어떤 것보다 사적 소유물이 우
리에게 가장 절박하며, 사적 소유의 네
벽이 공적세계로부터 숨을 수 있는 유일
한 벽을 제공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미술
관이라는 중성적인 공적 공간에 연구자의
살이 맞물려 있는 사적 공간을 구축하는
시도였다. 그리고 이것을 계기로 실제로
누군가가 거주했던 공간을 전시 장소로 도 3 이지영 <가자, 나의 삶이 있는 곳으로> 2014
사용하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다(도 3). 김해 클레이아크 미술관 레지던시에서 사용하던 침구,
버려진 베개, 가변설치
마침 성북동에 위치한 캔 파운데이션 *김해 클레이아크 미술관

물질에 의미가 거주하는 방식에 대하여 : 물질문화의 파괴와 실존의 관계를 중심으로 97
(CAN FOUNDATION)에서 한 고택을 ‘오래된 집’이라는 이름의 전시장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곳에서 동일한 작업을 다른 맥락으로 제시하게 되었다. 김해 클레이아
크 미술관에서는 연구자의 몸을 통해 전시장을 사적 공간으로 점유하고자 했던 반면 오래된
집에서는 사적 공간을 공적 공간으로 전환하여 장소가 탈취되고 그곳에 거주했던 주체들의
삶이 집 밖으로 밀려나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따라서 새롭게 유입된 자본에 의해 누군가의
낡은 집이 철거되고 균질화된 공간으로 변모되는 상황을 관람객이 살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하고자 했다.
연구자는 커피숍의 유입이 도시의 미관을 개조하고 지대를 상승시키며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에 일조하고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러한 흐름을 부추기고 있는 거대한 기업
중 하나인 스타벅스(Starbucks)에서 사용된 원두커피가루를 철거된 공사장에서 드러난 흙처럼
보이도록 집 내부의 바닥에 두껍게 덮었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의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
는다. 그런데 누군가 거주했던 흔적이 완연한 집의 내부가 온통 흙으로 뒤덮여 있는 낯선 풍
경을 보며 실내에서 흙을 밟으며 이동하게 되면 사람이 떠나 가버린 폐허 속을 걷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원두커피가루 위에는 부서진 집의 파편을 자기로 복제한 작품이 설치되었
다. 이 설치는 ‘단일하고 연속적인 풍경’이라는 작품의 제목처럼 동질화된 풍경을 끝없이 주
조해내는 도시의 재개발 풍경을 표현하였다. 반면 밥상과 식기를 포함하여 우리의 삶과 관계
된 일상적 사물들은 집 바깥으로 내몰린 것처럼 마당의 바닥에 설치하였다. 이것은 철거민들
이 삶의 터전에서 뿌리 뽑혀나가 자신의 집 바깥으로 내몰린 것과 같은 형상을 묘사하고 있었
다. 이렇듯 오래된 집에서의 전시는 장소에 간직된 흔적을 보존하면서도 일부를 지워내는 방
식을 취했다.
한편 부서진 건물의 파편과 자기
복제품은 <밤의 연금술>에서도 다른
맥락으로 사용되었다(도 4). 이 작품은
조부가 살아있는 동안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을 시기를 상상하며 구성
되었다. 당시 연구자는 관람객이 각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하나의 방향
으로 유도하기 위해 구체적인 동선을
도 4 이지영 <단일하고 연속적인 풍경> 2015 지시하는 텍스트를 병치하여 전체 작
부서진 집의 파편의 자기(porcelain) 복제품,
품의 서사를 구성하였다.8 이 작품에
원두커피가루, 가변설치
*오래된 집 병치된 텍스트는 연인에게 고백을 하

98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는 편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으며 죽음을 암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연구자의 조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엔카(enka)를 부르는 모임에 다녀오는 것을 즐겼다. 어느 날 그는 모임이
끝나고 나와 길 위에 쓰러졌고 그가 운명할 때 다행히 연인이 그의 곁을 지켜주었다.
조부가 살아있는 시점으로 설정되어 있었던 이 작품은 오래된 집의 전시에서보다 축소된
규모의 <단일하고 연속적인 풍경>이 설치된 계단을 내려가서 있는 지하에 설치되었다. 여기
서 지상에서 지하로의 이동은 작품 간 시점과 어조를 변화시키는 공간적 장치로 고안되었다.
이 지하 공간은 예전에 댄스홀이었으며 당시에도 사용했던 나무로 제작된 무대가 그대로 남
아 있었다. 이 작품에서는 공간에 기입된 흔적을 고스란히 보존하는 방식을 취했기에 장소
자체가 주된 재료로 사용되었다. 이 장소에는 연구자의 조부나 부모 세대가 주로 이용했을
댄스홀에 남겨진 흔적과 이후 연구자 세대의 신진 작가들이 작품을 설치하며 남겨진 흔적들
이 중첩되어 있었다. 조부의 늙은 몸과 함께 사라져버릴 그의 체취가 묻은 사물과 공간처럼
그가 향유하던 문화 또한 주류 세대의 것으로 대체되며 그에게 내밀한 장소들이 탈취되고
있었다. 이 공간에는 눈에 띄지 않는 흰색의 자기로 복제된 부서진 건물의 파편들이 암전된
무대 위 흰색 벽면에 한 몸처럼 설치되었다. 이따금씩 아른거리며 느리게 회전하는 가느다란
빛이 어두운 공간의 윤곽과 무수한 이들이 마룻바닥의 표면에 남긴 흔적과 먼지를 잠시 비추
고 사라졌다(도 5).
이렇듯 연구자는 일상적 환경에 의해 생성된 평범한 장소에 눈에 거의 띄지 않도록 동화
되며 장소가 가진 기존의 맥락에 새로
운 사물과 서사가 미묘하게 얽히게 하
는 설치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자
는 또한 일상적 사물의 설치를 통해
사물과 그것이 설치된 공간, 그리고
관람자의 몸을 통해 작품에 대한 총체
적 경험을 이끌어내는 설치미술의 형
식을 따르고 있다. 즉 설치미술은 몸
을 포함한 물질적 영역 내에서 이루어
도 5 이지영 <밤의 연금술> 2015
지는 관계망을 탐구하는 예술적 형식 빛, 커튼, 거울, 모터, 부서진 집의 파편 두 점의 자기(porcelain)
복제품, 습기, 눅눅한 냄새, 먼지, 거미줄, 작은 곤충과 똥,
이다. 현상학자들이 밝혔던 바와 같이
가변설치
우리의 몸은 이미 공간적일 뿐만 아니 *미테-우그로

8 여기에서 언급된 작품들에 병치된 텍스트 전문은 연구자의 박사학위논문 p.116-9에 수록되어 있음

물질에 의미가 거주하는 방식에 대하여 : 물질문화의 파괴와 실존의 관계를 중심으로 99
라 몸을 통해 일정한 공간을 점유하면서 세계와 관계를 맺으며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
서 사물을 공간에 놓아두는 ‘설치(installation)’ 행위를 통해 공간은 이미 예술 작품에 포섭될
수밖에 없게 된다. ‘공간 그 자체’의 성질은 설치미술의 물질성을 담보한다(Groys, 2009).9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일한 작품이더라도 설치되는 장소에 의해 다른 맥락을 획득하게
된다. 이처럼 장소가 가진 고유한 역사와 특질 자체를 작품에 포섭하여 관람객에게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설치의 방식은 장소 특정적(site specific)이라 명명되어 동시대 예술에
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현 형식의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공간 그 자체와 공간에 설치된
사물, 우리의 몸 사이에서 발생하는 작용을 토대로 의미의 맥락을 설계하는 장소 특정적 예술
은 설치미술에 바탕을 둔다.

2. 몸의 흔적으로부터

이 절에서는 동일한 시기의 작품들 중 몸의 흔적으로부터 만들어진 물질적 형상을 사용한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장소의 특질을 포섭하는 장소특정성과 마찬가지로 사물이
갖는 특질에 주목하는 예술적 표현의 방식에 대해 다룰 것이다.
연구자는 사람들이 사용했던 일상적 사물과 공간을 작품의 주된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체액이 스며든 침구, 누군가 살았던 집, 가족의 유품이나 누군가 버렸거나 잃어버
린 물건처럼 몸에 의해 만들어진 흔적이 담긴 사물에 주목해왔다. 주지하다시피 연구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예술가들이 파운드 오브제(found object)라 불리는, 삶을 통해 형성된 흔적을
간직한 일상적 사물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파운드 오브제는 어떤 사물이 가진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성질을 발견하여 제시하는 작품의 제작방식이다. 장소 특정적 예술과
같이 파운드 오브제 또한 사물 자체에 기입된 역사와 특질이 작품의 맥락을 구성하는 주된
요소가 된다. 따라서 예술가는 수집가처럼 사물을 선택하고 그것을 새로운 맥락을 가진 환경
에 둠으로써 작품의 의미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구자는 장소도 파운드 오브제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적 형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작품을 구성하기 위한 요소로 대체 불가
한 특질을 지닌 공간 또한 예술가에 의해 사물처럼 선택되어 새로운 맥락에서 제시되기 때문
이다. 이러한 파운드 오브제의 용법을 토대로 누군가가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사물과 공간에
남은 흔적을 통해 그 주체가 부재한 상황을 드러내는 설치가 이루어졌던 작품을 다루고자
한다.

9 히토 슈타이얼 저・김실비 역 『스크린의 추방자들』 (Workroom Press, 2016) p. 99에서 재인용

100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작품 <스며들기 쉬운 밀도의 통
로>에 사용된 가장 특징적인 파운드
오브제는 조모가 오랫동안 사용했던
침구였다(도 6). 이 작품과 병치된 텍
스트에는 병들고 노쇠한 몸을 가진 누
군가의 소변을 버리는 이야기가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었다. 이 작품은
조모가 수술을 하고 거동을 할 수 없
게 되자 생식기에 소변줄을 꽂고 누워 도 6 이지영 <스며들기 쉬운 밀도의 통로> 2015
있어야 했기에 연구자가 그녀를 돌보 이부자리, 조모의 체액, 쌀, 흙, 곰팡이,
쌀점을 위한 무속인의 탁자, 가변설치
았던 경험을 토대로 구상되었다. 침구
는 우리가 태어나고 매일 잠드는 안식
의 공간이자 영면의 순간을 상징하는
사물이다. 그리고 침구는 몸과 가장
내밀하게 관계하는 사물로 거기에는
조모의 체액이 스며들어 만들어낸 여
러 겹의 커다란 얼룩이 있었다. 엘리
자베스 할람과 제니 하키가 죽은 자의
물건과 기억이 계속해서 그를 ‘현재에
존재하는 물질적 형상’으로 만들어 준 도 7 이지영 <스며들기 쉬운 밀도의 통로>, <예견된 슬픔의 방>,
<현자의 말> 설치전경, 2015
다고 보았던 것처럼, 조모의 체액이
만들어낸 흔적은 거기에 없는 조모를 현재에 존재하는 형상으로 끌어왔다(도 7).
또한 연구자는 끊임없이 섭취하고 배설하는 몸의 순환적 활동과 관련된 재료들을 써왔다.
<스며들기 쉬운 밀도의 통로>의 침구 위에는 쌀점을 칠 때 사용하는 무속인의 탁자와 흙과
쌀로 만든 밥그릇 형태의 작품이 놓여 있었다. 이 작품에는 쌀이 이의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동양 문화권에서 쌀은 가장 기본적 단위의 식량으로 인류의 목숨을 부지해주는 신성한 물질
로 간주되어 왔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집에 깃들어 집안 곳곳을 지키며 가정을 돌보는 가신
(家神)을 믿는 신앙이 있었다. 가신의 신체(神體)는 주로 그 해에 수확한 쌀이었고 사람들은
쌀을 단지에 담아 집 안에 정결하게 보관하며 복을 빌었다. 또한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불확
실한 미래에 대해 염려하며 점술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자 했다. 이 작품에
사용된 탁자는 성스러운 쌀을 뿌려 미래의 길흉화복을 점치기 위한 무구(巫具)였다. 그 탁자

물질에 의미가 거주하는 방식에 대하여 : 물질문화의 파괴와 실존의 관계를 중심으로 101
위에 놓인 밥그릇 형태의 작품에는 흙과 쌀이 맞닿는 부분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이 작품
에서 곰팡이는 죽은 몸에 피어나는 것이기에 한 주체의 죽음을 상징하면서 또 다른 주체의
삶이 시작된 상태를 나타냈다.
이 작품과 같은 공간에는 <예견된 슬픔의 방>과 <현자의 말>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두
작품은 조부를 은유했다. <예견된 슬픔의 방>에는 <스며들기 쉬운 밀도의 통로>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흙과 쌀로 만든 곰팡이가 핀 96개의 밥그릇이 설치되었다. <예견된 슬픔의 방>이
설치된 공간은 누군가의 방으로 사용되던 곳이었으며 작품은 바닥에 설치되었다. 이것은 96세
의 나이로 별세한 조부의 몸을 은유했으며 죽은 자의 몸이 바닥에 뉘여 있는 상태를 의미했다.
이 작품과 병치된 텍스트에는 조부가 식사를 하던 모습이 묘사되어 있었다. 밥을 먹는 것은
몸의 생장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로, 이 작품에서는 흙이 몸을 은유하면서 모든 것이
흙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흙으로 돌아간다는 순환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 방의 왼쪽 입구에 설치된 <현자의 말>을 구성하는 거울과 텍스트는 조부가 생전에 사
용하던 것이었다. 조부는 문 옆에 붙여 놓았던 그 거울을 통해 늘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곤
했다. 그 거울과 병치된 텍스트는 조부의 책상에서 발견된 것으로, 거기에는 ‘비참하지 않은
노후를 위한 행동지침’ 여덟 가지가 통렬한 어조로 적혀 있었다. 연구자는 스스로의 모습을
그러한 계명에 맞추어 바라보았을 조부를 떠올렸고 그것을 거울에 붙여 놓았다. 그 거울로부
터 관람객은 조부의 존재와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듯 이 방에 설치된 사
물들은 본래 주인의 몸에 의해 남겨진 흔적들을 통해 그것을 사용했던 주체의 부재와 존재를
동시에 드러냈다(도 8).
이 작품의 위층에는 <소풍하기 좋은 장소>
가 설치되었다. 이 공간은 어떤 가족이 거주했
던 낡은 집으로 연구자는 광주 미테-우그로에
입주 작가로 있으면서 그곳을 스튜디오로 사용
하였다. 곳곳에 전 주인이 두고 간 장식장이나
소파, 신발장, 욕조 같은 것들이 먼지가 쌓인 채
남아 있었다. 나무와 유리로 만들어진 창틀이나
현관의 바닥 타일이 연구자가 예전에 살았던 유
년 시절의 집을 떠올리게 하였다. 그곳에 몇 달

도 8 이지영 <현자의 말> 2015


간 머물렀으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끝나면 떠
조부의 유품(비참하지 않은 노후의 삶을 위한 나야하는 임시적인 사용처였고 입주 기간 내내
행동지침, 거울), 가변설치
*미테-우그로 그곳은 사적으로 소유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102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연구자는 그 공간에서 그러한 임시 거
주의 불안정한 상태를 강조하는 설치
를 구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소풍하기
좋은 장소>에서 연구자와 조부의 거주
상태를 중첩하는 방식을 취했다. 연구
자와 마찬가지로 조부 또한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새로운 공간에 한시적으로
거주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의 관점에서 조부에게는 도 9 이지영 <소풍하기 좋은 장소> 2015
자신의 방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은 자 흙으로 만든 간이 테이블 상판과 식기, 길에서 사용하던 간이 테
이블 다리, 분무기 머리, 모터와 구조물, 물, 요강, 창문으로 통하
신이 숨을 수 없는 세계 그 자체인 공 는 나무 구조물, 소성하지 않은 예전 흙 작업을 가루 낸 것, 공사
장에서 찾은 사물의 자기(porcelain) 복제품, 현재는 door
적세계와 다르지 않았다. 연구자는 조
stopper로 기능하는 예전 도자 작업, 인조식물, 가변설치
부처럼 새로운 공간과 친밀해지지 않 *미테-우그로

는 방식으로 그 공간과 관계를 맺었으며 그곳은 끝내 연구자의 살과 맞물려 장소화되지 못했


다(도 9).
만약 우리가 누군가가 살았던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면 아마 실내 곳곳에서 전 주인의
흔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 친밀했던 공간을 점유하게 될 때 우리는 이제부터
그곳을 친숙하게 느끼기 위해 공간을 먼저 면밀히 살펴 그 공간의 세세한 특징을 기억하고자
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흔적이 생긴 시점과 사건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공간을 익숙하
게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자는 그 공간을 친밀하게 만들기 위해 연구자의 몸에
편안함을 주는 질서를 부여하고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 수 없는 흔적들을 덮지 않았다. 천장의
조명 주위로 겹겹이 뜯겨나간 벽지처럼 예전에 머물렀던 다양한 주체들의 몸이 그 공간에
남겨놓은 일상적 흔적을 고스란히 두었다. 그리고 오히려 공간 전체를 공적세계로 변모시키
기 위해 내부와 외부의 영역을 연결했다. 사람이 실제 출입하는 통로였던 현관문은 잠궈 놓았
지만 관람객이 원한다면 불법침입을 하듯 작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창문을 떼어냈고 이웃의
생활 소음과 겨울의 냉기가 작품 전체에 스며들게 하였다. 이렇듯 <소풍하기 좋은 장소>에는
연구자의 몸뿐만 아니라 이 장소에 머물렀던 다양한 주체들의 몸에 의해 생성된 흔적들이
주된 재료로 사용되었다.
또한 그곳에 이미 있던 가구와 함께 보통 임시적인 상황에서 사용하는 간이가구를 작품에
사용하였다. 주조기법을 사용하여 그곳에 있던 간이테이블의 상판을 흙으로 떠냈고, 일회용
식기의 인상을 따서 연구자의 지문이 잘 남겨지도록 손으로 얇게 눌러 성형한 1인용 식기를

물질에 의미가 거주하는 방식에 대하여 : 물질문화의 파괴와 실존의 관계를 중심으로 103
그 위에 두었다. 그렇게 연구자의 임시적 거주상태를 나타내는 흙으로 만든 간이테이블과 식
기 위로 요강에 담긴 물이 분사되어 그것의 존속을 위태롭게 하였다. 이 작품에서도 흙은 연
구자의 몸을 상징했으며 영양분이 흡수되고 배설되는 일처럼 생장과 소멸의 순환적 리듬을
보여주었다. 머지않아 그 건물을 포함하여 점점 슬럼화 되어가는 구역 전체가 언젠가는 사라
져 흙으로 돌아가게 될 것처럼 보였다.

Ⅳ. 맺음말

지금까지 인간의 실존과 관계된 물질적 형상인 집과 몸을 인류학과 현상학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거주의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일상적 사물과 공간에 담긴 흔적과 의미를
작품을 구성하는 핵심적 요소로 사용하는 동시대 예술의 영역의 표현방식과 연관지어 보았다.
엘리자베스 할람과 제니 하키가 기억이 물질에 존재하는 방식을 관찰했던 바와 같이 사물
과 공간은 몸과의 유대에 의해 주체성을 획득하여 우리의 존재를 지켜주는 담지자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망 안에 안전하게 뿌리 내린 상태를 획득할 때 우리는 본질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할람과 제니 하키는 그러한 관계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기
억이 물질적 영역 속으로 들어와 거주하는 방식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 표현은 물질에 의미가 거주하는 방식에 대해 밝히고자 하는 본 연구의 제목이 되었다. 물
질에 의미가 거주한다는 것은 기억을 소유한 주체가 그를 둘러싼 사물과 공간과 내밀한 관계
를 맺으며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즉, 볼노오의 표현처럼 우리가 세계와
의 신뢰를 통해 얽혀 있는 상태가 지속될 수 있어야만 우리는 비로소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근본적인 거주의 상태가 파괴되고 뿌리가 뽑혀 나가는 상황에서 드러나는
유한하고 미약한 개인의 존재론적 투쟁에 주목하여 우리의 실존과 직결되어 있는 관계의 망
을 살펴보는 과정이 되었다.
앞서 다루었던 연구자의 작업은 도시기획에 의해 거주지가 대량으로 탈취되는 현상을 목
격하게 된 경험과 맞물려 조부와 살게 되면서 관찰하게 된 집과 몸의 끊어낼 수 없는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달리 말해 자신들의 삶이 육화된 장소인 집을 지키려는 철거민들의 투쟁과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물건에 집착하던 조부를 통해 공통된 실존적 문제를 발견하였고 우리
에게 가장 내밀하고 절박한 물질적 형상이 무엇인지 질문해왔다. 또한 연구자의 작업에는 개
인적인 기억뿐만 아니라 작품에 포섭된 사물과 공간에 기입된 다양한 주체의 기억들이 중첩
되어 있다. 그렇기에 연구자에게 있어서 전시는 그 다양한 주체들의 거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104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주변 세계와의 얽힘을 현현하는 물질적 형상들을 통해 작은 세계를 건립하는 일이 된다. 연구
자는 또한 도자의 재료인 물과 흙처럼 근원적인 물질을 바탕으로 미생물이나 균의 서식에
의해 발생하는 생성과 소멸의 변화에 열려 있는 조각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연구자의 작품은
미생물같은 비인간 존재뿐만 아니라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자들에 의해 구축된다. 따라
서 연구자가 건립한 작은 세계에는 다양한 주체들의 원초적인 존재론적 투쟁과 기억과 감정,
염원이 뒤섞여 있다. 연구자는 이처럼 전시가 유발하는 특수한 상황을 통해 우리가 실제로
보고 만지고 감각할 수 있는 흔적에 밀착되어 있는 누군가의 사소한 기억들을 눈여겨 볼 가치
가 있는 심대한 사건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주제어(key words):
실존(existence), 뿌리(root), 기억(memory), 흔적(trace), 물질성(materiality), 물질문화(material culture), 거주(dwell), 집
(house), 몸(body), 장소 특정적(site-specific), 파운드 오브제(found-object)

물질에 의미가 거주하는 방식에 대하여 : 물질문화의 파괴와 실존의 관계를 중심으로 105
참고문헌

한국어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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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
드라마 「파친코(Pachinko)」, 2022. Apple Inc.
https://tv.apple.com/kr/show/pachinko/umc.cmc.17vf6g68dy89kk1l1nnb6min4

106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국문초록

연구자는 물질문화에 인류의 정체성과 기억이 얽혀 있는 관계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집을 물질적


형상과 인류가 맺고 있는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뿌리로 보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우리의 실존과 가장
내밀하게 얽혀있는 근원적 공간인 집과 몸을 통해 논의를 전개한다. 이에 인간 존재의 본질을 밝히는 현
상학적 거주의 개념을 토대로 집이 갖는 중요성을 살펴본다. 본질적 의미의 거주는 몸과 사물, 공간이
맺는 가장 친밀한 관계에 의해 실현되며 인간이 이 세계에 존재하는 방식 그 자체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거주지의 파괴가 실존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어 인류가 물질적 형상에 우리 존재의 담지자로서 깊은 의미
를 담는 방식을 살펴본다.
연구자는 일상적 환경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관찰하며 자전적 방식의 작업을 해오고 있다. 2012-5년에
걸쳐 일어난 조부의 전거와 별세뿐만 아니라 도시공간의 재개발과정에서 거주지가 탈취되고 장소의 차이
들이 말살되는 현상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면서 실존과 관계된 여러 문제들을 자각하게 되었다. 본 연구에
서는 물질문화에 관한 인류학적 접근을 토대로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연구자의 작품을 살펴본다.
그리고 몸과 사물, 공간이 깊은 유대관계를 통해 얽혀있으며 우리의 몸 또한 그러한 관계의 망 안에 뿌리
를 내리듯 존재하고 있음에 주목하여 동시대 예술에서 사물과 공간이 사용되는 방식에 대해 다룬다.

물질에 의미가 거주하는 방식에 대하여 : 물질문화의 파괴와 실존의 관계를 중심으로 107
Abstract

The ways in which meanings come to reside within materials


:Based on the relations between the destruction of material culture
and existence

Jeeyoung Lee*10

The author pays attention to how human identity and memory are intertwined within the material culture
and considers a house a root to understand the relationship between material forms and humanity. In this
study, the discussion is developed through a house and a body which are entwined with existence in the most
intimate way. The importance of a house is examined based on a phenomenological dwelling that clarifies
the nature of human existence. The dwelling in essential meaning is realized by the most intimate relationship
among the body, object, and space and is the way humanity exists in this world itself. Therefore, this study
covers the effect of the destruction of dwelling on existence and inspects the way humanity gives meaning
to material forms as a bear of existence.
The author has been performing autobiographical work by observing incidents in everyday environments.
The author came to realize different matters regarding existence while experiencing her grandfather's move and
death in the years 2012 through 2015 and looking at residences being stolen and spatial differences being
annihilated in the process of urban redevelopment. The author's works of art led by this awareness is examined
in this study based on an anthropological approach to material culture. This study also deals with the way
objects and spaces are used in contemporary art, while focusing on that the body, object, and space are
intimately entangled with their deep bonding and that our body exists as it roots into the network of the
relationship as well.

* Lecturer, Department of Ceramic Art, Ewha Womans Universtiy

108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陶藝硏究
제31호 2022

특집논문 : 2022 추계 학술대회 논문

주체로 살아가기
: 몸(Body)에서 몸(Soma)으로

조 영 선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도자예술전공 석사과정 졸업)

Ⅰ. 머리말

Ⅱ. 몸의 주체 변화
1. 인식하기 : 자기 대상화
2. 표출하기 : 카타르시스
3. 확장하기 : 소마

Ⅲ. 몸의 주체 변화 과정
1. 경험하기 : 니키 드 생팔
2. 드러내기 : 주디 시카고
3. 받아들이기 : 조지아 오키프

Ⅳ. 주체로서 살아가기 : 몸학(Soma)

Ⅴ. 맺음말

물질에 의미가 거주하는 방식에 대하여 : 물질문화의 파괴와 실존의 관계를 중심으로 109
Ⅰ. 머리말 * 11

연구자의 작업은 연구자의 몸에 대하여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인식


함으로써 전개되었다. 몸에 관해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지식이 부족했기에 어릴 적 2차 성징에
의해 처음 겪는 신체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는 연구자 본인의 신체를 대하는 태도
와 인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 두려움과 수치심이 기반이 된 몸(Body)으로 살아가게 했다.
인간은 누구나 몸을 완전히 드러내는 행위에 수치심을 느끼기 때문에 옷을 입어 몸을 가
리고 보호한다. 이를 통해 인간은 신체 수치심이 있다고 짐작해볼 수 있다. 또한, 우리는 가정,
학교 등 다양한 환경 안에서, 폐쇄된 교육에 영향을 받아 신체에 대한 또 다른 수치심이 생긴
다. 이러한 사회 안에서 우리는 몸을 그 자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보다는 고정된 시각으
로 바라보게 되어 온전한 사고를 할 수 없게 되며, 이것은 두려움과 불편함, 불안감과 같은
감정들을 야기시킨다. 따라서 우리는 몸의 순수성과 자연스러움을 잃은 채 부정적인 감정의
상태를 지닌다. 본 논고는 몸에 대한 긍정적인 수용의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눈으로 신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주체성을 가진 존재로 인식이 전환되며, 이는
몸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된다.
역사, 책, 예술,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에서는 여성의 몸을 ‘신비로움’의 대상으로 여기며,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하는 신체의 변화들은 신비로움과 거리가
멀고, 이 변화는 실생활에서도 부끄럽고 감춰져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성에 대한
고정화된 생각으로 인해 연구자는 성인이 되어서도 몸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
하게 되며 두려움의 감정으로 느끼며 산다.
본 논고는 몸에 대한 두려움과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함으로써 시작
된다. 이러한 감정을 정화하기 위해 몸에서 들여다보지 못했던 부분을 표현함으로써 표출하
여 유연한 사고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신체를 온전히 수용하는 과정을 작업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이는 몸에 대하여 회피하는 것이 아닌 긍정적으로 수용할 때 능동적 사고로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고자 함이다. 즉 신체에 대한 진정한 주체성을 찾는 경험을 제안하고자 한다.

* 본 논문은 연구자의 석사논문인 「주체로 살아가기 : 몸(Body)에서 몸(Soma)으로」(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대학 석사


학위논문, 2021)을 재구성, 보완하여 실었다.

110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Ⅱ. 몸의 주체 변화

1. 인식하기 : 자기 대상화

성(性)에 대한 폐쇄적인 교육은 몸의 변화와 인식을 수치심의 감정으로 느끼게 한다. 결국


‘자연스러움’으로 바라볼 수 있는 몸이 아닌 ‘수치심’, ‘부끄러움’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또한, TV나 인터넷 등의 미디어에서의 몸에 대한 이미지와 말들은 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보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 매우 많다. 그리고 이는 더 나아가 몸을 대상화
하여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하는데 바바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과 토미안 로버츠
(Tomian Roberts)는 이 과정을 ‘대상화 이론(Objectification theory)’으로 설명한다.
프레드릭슨과 로버츠가 말하는 ‘대상화’는 여성의 성적인 특성과 신체적 매력을 강조하며
한 사람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성적 대상화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여성의 신체
를 성적으로 대상화시키는 사회문화적 배경 때문에 여성으로서 겪는 내면적 경험이 중요하다
고 생각했다.1 이렇듯 교육, 미디어 등 사회문화적으로 규정해놓은 틀 안에서 몸은 대상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2차 성징 때 처음으로 경험하는 가슴이 커지거나 생리
하는 등의 몸의 변화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고, 이는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나아가 성인이 된 후에도 이와 같은 몸의 부정적인 감정을 내재하고 살아간다.
결국, 계속하여 본인의 몸을 감시함으로써 대상화 과정을 겪는다.
자기 대상화의 과정에서 ‘신체 감시(Body Surveillance)’는 타자의 시선이 자신을 감시하는
것처럼 자신의 몸을 사회문화적 신체 표준상에 기준을 두고 그 시선에서 자신을 평가하고
감시하는 것으로, 신체는 ‘자기애’의 대상이 아닌 ‘통제’의 대상이 되는 경험을 말한다.2

표 1 자기 대상화 이론(Self-Objectification Theory) 모형(Fredrickson&Roberts, 1997)

1 선안남, 「자기 대상화, 신체 수치심이 여대생의 섭식 행동에 미치는 영향 : 성역할 정체감 유형에 따른 비교」(이화여자대
학교 대학원 심리학과 석사학위 논문, 2008), p. 15.
2 김완석 & 유연재 & 박은아, 「한국판 객체화 신체 의식 척도(K-OBCS) : 개발과 타당화」, 『한국심리학회지』 26(2007), p.
331.

주체로 살아가기 : 몸(Body)에서 몸(Soma)으로 111


신체 감시로 이어지는 경로는 심리학자 프레드릭슨과 로버츠가 제시한 ‘자기 대상화 이론
(Self-Objectification Theory)모형’을 통하여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그들은 자기 대상화를 외
부의 지속적인 압력으로 인하여 제 3자의 시선을 내면화하고, 자신의 신체를 그 시선으로 바
라보는 행위라고 정의하였다. 이러한 행위가 반복될수록 자신의 신체와 외모에 관한 감시성
을 불러일으킨다고 하였다. 자기 대상화를 경험하고 난 후 이루어진 신체 감시는 자신의 신체
가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이상적인 신체상에 부합하지 않다는 경험을 토대로 하며, 이때 파
생되는 부정적 감정들은 신체 수치심(Body Shame), 신체 불안(Body Anxiety)을 초래한다.3
학교나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 우리가 접하는 다양한 매체는 성(性)에 대해 폐쇄
적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이는 유년 시절의 성에 관한 사고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끼치고, 2차
성징으로 인해 처음 마주하는 몸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한다. 그 결과 성의
인식에 대한 궁금증이나 호기심을 창피한 일로 규정한다. 이는 성에 대해, 나아가 몸의 변화
를 자연스러움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부끄러움 또는 수치스러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한다. 이러한 감정의 원인은 몸에 대해 주체성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앞서
언급한 사회문화적으로 규정해놓은 틀 안에서 객관화된 신체의식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
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이는 곧 몸에 대한 감정이 수치심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결국, 자신과 신체의 관계를 외부 관찰자와 객체와의 관계로 인식하면서 타자의 눈으로
감시하게 되는 것이다. 외부로부터 작용하는 지속적인 신체에 대한 감시는 주체성을 결여되
게 하고, 이는 자신의 신체에 대하여 긍정적인 인식보다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자리 잡게 한다.
결국, 몸에 대한 존중감은 현저히 낮아지며 그로 인해 불안감이라는 감정이 심화 된다. 본인
의 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은 폐쇄된 교육과 사회문화적으로 규정되어 온 것들로 인해
심화되며, 이는‘신체 감시(Body Surveilance)’에 따른 부정적 경험의 인지 진행 중에 드러나는
‘신체 수치심(Body Shame)’의 감정으로 느끼게 한다.
자기 대상화 이론의 과정에서 ‘신체 수치심(Body Shame)’은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이상적
인 신체상에 자신이 적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자신의 신체에 느끼는 부끄러운 감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자신 혹은 자신의 행동에 주목하여 이상적인 기준과 자신의 신체를 비교
하며 간극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이어지지만, 이때의 불일치를 줄이지 못하게 되면 여성은 부
정적인 신체 경험을 겪게 된다. 가중된 신체 수치심은 사회문화적 신체 상이 외부로의 압력이
라기보다 여성의 내부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게 하며,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형성되었다고
인지하게 된다. 또한,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사회문화적 신체 상을 내면화한 여성은 그 표준의

3 선안남, 앞의 논문, p. 16.

112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성취 여부를 정체성과 관련시키게 되고, 이를 성취하지 못하였을 때는 수치감을 느낀다.4
성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2차 성징 중 처음 마주하게 되는 신체의 변화인 가
슴 크기의 변화와 월경의 시작과 같은 몸의 변화는 몸을 마주하는 감정과 생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성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몸을
자연스러운 존재로 생각하지 못하고 창피함과 부끄러움의 대상으로 여겨 브래지어를 착용하
고, 생리대를 사용하는 새로운 경험은 다른 사람에게 숨겨야 할 비밀 같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로 인해 어릴 적 마주하는 신체의 변화를 자연스러운 사건으로 받아들이기에 어려움을 겪
는다. 이는 곧 처음 겪는 몸의 변화 안에서 ‘수치심’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된다.
나아가 신체 수치심을 경험하게 되면 자신에 대한 존중감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외모에 대한 절망감을 느끼며 신체뿐 아니라 자아 개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5
또한, 사회문화적 표준에 부합하지 않는 자신을 타자의 시선이 응시할 것이라는 자극으로 인
한 사회적 불안감 역시 급속도로 증가하게 된다. 특히나 어릴 적 신체에 대한 존중감이 낮아
지는 경험은 자신의 신체 자체를 대하는 태도와 생각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
도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어릴 적의 신체에 대한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렵고,
계속해서 불편함, 두려움의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본 절에서는 몸을 바라보는 인식이 부정적으로 된 과정을 자기 대상화 이론의 신체 감시
와 신체 수치심에 대한 개념과 특성을 살펴보며 이해될 수 있다. 또한, 몸에 대한 불안한 감정
의 근원은 몸을 대상화하여 바라보는 시각에서 오는 것이고, 이는 신체를 계속해서 감시하고
결국 수치심까지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
연구자의 몸에 대한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을 찾음으로써 본인이
만들어낸 감정이기보다는 본질적인 이유를 사회 문화라는 범위 안에서 찾아내는 기회가 되었
고,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자기 대상화라는 큰 굴레 안에서 신체 감시의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신체 수치심에 대한 인식
으로만 다룬다면 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덜어내지 못한다는 한계점을 가질 수밖에 없
다. 따라서 다음 절에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덜어
내고 해소의 과정을 맞이하기 위해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카타르시스(catharsis) 이론
을 가져와 설명하고자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의 개념을 다루는 것은 몸에 대하
여 수치심으로 느꼈던 불안감을 인식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감정을 순수한 감정으로 돌려놓

4 N. M. Mckinley & J. S. Hyde, “The Objectified Body Consciousness Scale”, Psychology of Woman 20(1996), p. 184.
5 박은아, 「신체 존중감이 주관적 안녕감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비교문화 연구 : 한국과 미국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국심
리학회지』 22(2003), p. 37.

주체로 살아가기 : 몸(Body)에서 몸(Soma)으로 113


음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자 한다. 또한, 신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들을 사회 문화
라는 틀 안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있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주체성을 가지고 능동적인 존재
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2. 표출하기 : 카타르시스

비극은 양념을 친 온갖 언어를 곳곳에 배치해, 낭송이 아니라 배우의 연기를 통해, 훌륭하고 위대한 하나의 완결

된 사건6을 모방하여 연민과 공포를 느끼게 함으로써 그 감정의 정화7를 이루어내는 방식이다.8

앞 절에서 이야기했던 몸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들에서 머물지 않고, 이 감정들을 표현하


고 표출함으로써 기존의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하여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를 이해하고자 아
리스토텔레스가 주장했던 카타르시스 이론을 전제로 하여 감정을 전환하고자 한다. 또한, 그
가 말하는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는 배설(purgation)과 정화(purification)의 과정을
거쳐야 만이 감정의 정화와 해소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하며,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카타르시스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는 수많은 해석을 유발하므로 우선 용어의 해
석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카타르시스는 고대 그리스어로 정화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배설
의 의미도 있다. 연극과 예술의 관조를 배설(기분을 배출하는 기계적 행위)로 간주하는지 정
화(관조에 의한 지성적 도덕적 고양)로 간주하는지에 따라 그 지위는 완전히 달라진다.9 이렇
듯 카타르시스의 개념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예술철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배설과 정화에 대한
각각의 내용을 알아보고자 한다.

아우로스(aulos)10는 영향력을 가지지만 교훈을 주는(윤리적인) 것이 아니라 자극적인(디오니소스적인)것이어서,

이것은 교훈보다는 배설(catharsis)의 효과를 갖는 연극과 같은 경우를 위해 보류해야 한다.

-정치학, VIII, 1341b11

6 여기에서 “사건”으로 번역한 단어는 ‘프락시스’로 “행위”로도 번역된다. 프락시스는 우리 말의 ‘행위’와는 달리 목적지향적
이고 가치지향적인 행동을 가리키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사건을 일으키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행위는 곧
사건이다. 따라서 이 단어를 문맥에 따라 행위 또는 사건으로 번역했다.
7 “정화”로 번역한 카타르시스는 원래 종교적으로 부정한 것을 제의를 통해 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연민과 공포의
감정을 정화한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그러한 감정을 배설한다는 의미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다.
8 아리스토텔레스,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박문재 역, 『아리스토텔레스 시학』(현대지성, 2021), p. 27.
9 시릴 모라나, 에릭 우댕[공], 한의정 역, 『예술철학 : 플라톤에서 들뢰즈까지』(미술문화, 2013), p. 67.
10 고대 그리스인들이 사용하던 더블리드의 목관 피리로 그 소리는 오보에와 비슷하다.
11 아리스토텔레스,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박문재 역, 『아리스토텔레스 시학』(현대지성, 2021), p. 27.

114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첫 번째로, 배설의 개념으로 본 카타르시스이다. 여기서 말하듯이 예술은 혼란한 영혼에
배설, 휴식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예술적 연극을 통해 일종의 치료, 글자 그대로 배출함으로써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어떤 도덕적 고양을 목표하지 않고 영혼의 두려움
이나 연민을 배출하는 것일 수 있으며, 쾌를 불러일으킴으로써 관객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
다. 이 쾌는 그것을 느끼는 자에게 아무런 손해를 입히지 않으며 오히려 카타르시스는 치료,
즉 육체와 정신의 건강에 속한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민감한 비극의 관객은 이런 식으로 연극
에서 일종의 유사요법 치료가 제안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감정에 의해 감정이 치료되고
악에 의해 악이 치료되는데, 이를테면 주인공의 불행한 운명을 마주한 관객의 눈물은 그를
진정시키고 그것으로 인해 치료됨을 상징하는 것이다.12
이처럼 카타르시스에서의 배설은 육체적,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개념으로 설명되며
감정을 순화시킨다. 이러한 의미를 바탕으로 부자연스러운 존재로 인식하는 몸의 부분을 끊
임없이 반복하여 자연스러운 존재로 표출하는 것은 그 감정에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
인 감정들을 마주하는 행위이다. 이는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감정 표출을 함으로써 감정을 순
화시킨다. 실질적으로 감히 표현할 수 없는 몸의 부분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식을 행하는
행위 자체가 쾌를 얻는 배설의 과정이며 정화의 단계로 넘어가 진정한 의미의 카타르시스를
맞이할 수 있는 통로로써 배설의 의미로 나아갈 수 있다.
두 번째로 정화는 카타르시스에 대하여 예술의 모방적 본질과 그 대상인 인간 삶에 토대
를 두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카타르시스를 말할 때 그는 비극을 가리킨다. 비극
의 주인공이 가상의 이야기 속 인물이라 해도, 그는 인간 조건의 상징이며 의미를 담고 있다
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비극은 영혼의 단순한 재창조가 아니라 우리에게 인간의 본질을 새롭
게 보기를 권한다. 비극이 우리 안에서 불러일으키는 정서인 연민과 두려움은 우리를 파괴하
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화해시키며 인간이 살고 행동하고 있는 우주와 화해시킨다. 즉 비극
에 의해서 인간은 그가 처해 있는 더욱 깊이 있는 의미에 접근하며 고양되고, 자신을 반성하
므로 순수해지고 정화된다. 그러므로 예술은 미학적인(마음에 들므로) 동시에 형이상학적(실
재와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므로) 이다.13 이를 통해 정화로써의 카타르시스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본질을 나타내는 근원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순수한 본질로 이끄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위의 내용과 같이 카타르시스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중 하나인 정화는 비극 안에서 느껴
지는 감정들을 새롭게 보고 인간 또는 우주와 화해시킨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감정의 정
화는 단순히 자기만족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미덕과 인격을 형성하는데 이바지함으

12 시릴 모라나, 에릭 우댕[공], 앞의 책, p. 68.


13 시릴 모라나, 위의 책, p. 69.

주체로 살아가기 : 몸(Body)에서 몸(Soma)으로 115


로, 철학이 추구하는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하나의 길을 제시한다.
정화란 불순하거나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함14이라는 사전적 의미이다. 또한, 아리스토텔
레스의 뺷시학(時學)뺸에서 정화란 두려움과 우울감, 그리고 긴장감과 같은 감정이 해소되면서
마음을 정화하는 일을 말한다. 이는 인간이 삶을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것들에서 느낄 수 있는
안 좋은 감정들을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이겨낼 힘을 줄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연구자는 성(性)에 대한 폐쇄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고, 이 관점은 2차 성징으로 인해 시작
되었던 몸에 대한 부끄러움 또는 수치심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했다. 결국, 연구자 본인의
신체를 바라보는 인식에 대하여 유연한 생각을 할 수 없었고, 이는 몸에 대한 끝없는 불안감
을 형성했다. 이러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로 신체 부위 중 언급하기 꺼려지
고 굳이 드러내지 않는 몸의 부분을 계속해서 드러내어 보여줌으로써 성에 대한 고정화되어
온 생각들을 자연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게 된 시간이었다. 몸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시작으
로 그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과 인식들을 직접적인 방식으로 드러내고 표출함으로써 감정의
전환을 맞이했고, 성에 대한 불완전한 주체의식은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 이론에 따른 직접적인 표출의 방식은 몸에 대하여 과거의
불안했던 감정을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카타르시스의 기능 중 하나
로 언급한 승화는 감정을 표출하여 기존의 감정들을 긍정적으로 해소하는 것에 그쳐 한계점
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음 절에서는 연구자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토마스 하나(Thomas Hanna)의 몸학(Somatics) 이론을 참고하여 신체의 주체성으로 설
명하고자 한다. 몸학 이론에 대한 견해를 다루는 것은 카타르시스라는 단순한 감정의 해소와
정화의 의미를 넘어서서 몸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과 주관적인 경험을 통해 주체성을 가짐으
로써 긍정적인 의미로 신체를 인식하고, 나아가 연구자 자신의 몸을 자연스러운 존재로 마주
하고자 한다.

3. 확장하기 : 소마

몸학은 1975년 토마스 하나(Thomas Hanna)15가 창안한 학문으로 영육의 통일체로서의 살

14 [네이버 국어사전] “정화”, https://ko.dict.naver.com, 검색일 : 2021.10.28.


15 박진아, 「발레작품 「Tendu+α」에 관한 연구 : 소마각성(Somatic awareness)을 기반으로」(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무용학과 석사
학위 청구논문, 2019), p. 9.
토마스 하나(Thomas hanna, 1928~1990)는 소매틱스와 소마교육을 창안한 철학자이자 몸(Soma) 전문가이다. 그는 인간이 육
체적으로나 지적으로 자유롭게 될 방법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보였다. 1958년 시카고 대학에서는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였
고 1965년에는 플로리다 대학에서 신경학을 공부하였다. 철학, 신학 그리고 신경학에 이르는 그의 공부는 모든 삶의 경험
이 몸에서부터 기인한다는 생각을 이끌었다. 그는 본격적인 몸 공부와 수련을 위하여 1975년에 노바토 연구소를 설립하였

116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아있는 몸’에 관한 학문을 뜻하는 표현으로써 ‘몸’을 통하여 이루어 나가는 ‘앎’을 추구하는
철학이며16 이러한 몸을 ‘소마(Soma)17라고 한다.

몸학이란 용어는 ‘살아있는 몸’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소마(Soma)로부터 나온 것으로,

소마는 사전적 정의로는 ‘몸’을 뜻하며, 한사람이 살았고 경험했던 몸,

즉 개인의 경험과 분리될 수 없으며 그 사람에게 고유한 몸이자 한 개인의 주관적인 몸을 뜻한다.18

토마스 하나는 소마에 대해 “단순히 육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몸적 존재인 나 자신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처럼 몸학에서는 신체(Body)와 소마(Soma)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는 게 기본 전제이자


핵심이다.
몸학은 서양의 지성사에서 오랫동안 지속하였던 심신 이원론이 해체되고 몸의 중요성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몸과 정신이 통일되어 있다는 심신 일원론을 연구하는 분야로 등장
하였다. 소마는 신체와 마음과 영혼이 통합된 상태의 몸을 뜻하는 그리스어를 사용한 것으로
‘전체 안에서 살아나가는 과정으로서의 ‘몸’을 의미한다.19 그러나 신체는 타인의 관점에서 몸
을 객관적으로 관찰했을 때 드러나는 몸을 일컫는다. 이러한 관점은 주로 의학, 심리학, 물리
학, 생리학 등의 과학 분야에서 몸을 대상화하여 객관적으로 관찰할 때 쓰인다. 그러므로 신
체는 하나의 대상이나 물체라는 의미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몸은 육체성과
더불어 감각과 지성 그리고 영성이 모두 포함되어 살아 움직인다. 이 때문에 인간의 몸을 객
관적인 입장에서만 이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20
이처럼 몸학은 객관화된 대상으로 규정되고 취급되어온 몸을 주체적이고, 살아있고, 생각
하는 몸으로 인식하고 있다.21 몸을 새롭게 이해하게 된 바탕에는 심신 이원론에 대한 비판이
자리하고 있는데, 심신 이원론은 서구 전통 철학인 형이상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서구
형이상학은 인간 주체가 몸/마음, 자연/문화, 외연/사고, 감정/이성이라는 상반되는 양대 특
징으로 구성된다고 보고 몸을 내부의 본질을 가리는 외부의 껍질에 불과하며 이성과 영혼의

고 1976년에는 몸의 인식 분야를 규정하기 위하여 '소매틱스(Somatics)'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다. 에센셜 소매틱스
http://essentialsomatics.com. 검색일 : 2018.12.16. 위 논문의 각주 재인용.
16 Hanna. T, “The Body of Life : Creating New Pathways for Sensory Awareness and Fluid Movement.”, NY : Alfred A. Knopf(1985),
pp. 5-6. 논문의 15번 각주 재인용.
17 소마(Soma) : 토마스 하나는 감각, 감성, 지성 그리고 영성으로 통합된 살아있는 몸과 단순한 육체적인 몸을 구별하기 위
하여 ‘소마’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소마는 그리스어인 ‘소마’에서 기인한 것으로 ‘총체성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몸’을 뜻
한다. Hanna. T, 앞의 논문, pp. 5-6. 논문의 15번 각주 재인용.
18 Fraleigh S.(1996), Dance and the Lived Body. University of Pittsburgh Press, p. 9.
19 Hanna, 앞의 논문(1985), p. 18, 15번 각주 재인용.
20 Hanna, T, “What is somatics?”, Journal of Behavioral Optometry Vol 2(1991), p. 31.
21 Fraleigh, S.(1996), Dance and the lived Body, University of Pitts burgh Press, p. 9.

주체로 살아가기 : 몸(Body)에서 몸(Soma)으로 117


작용을 방해하는 원천으로 간주해왔다.22
이러한 이원론은 다양한 대립 쌍들을 낳으면서 결국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으로 귀결되었
으며, 여성을 몸으로써 표상해왔다.23 이에 따라 여성의 몸은 규정해놓은 틀 안에서 몸에 대한
억압된 인식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이는 자신의 몸을 대하는 태도와 의식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존재의 위계적 이원화에 대한 몸학의 비판은 여성주의에서 몸과 마음의 위계질서를 변
화시키고 몸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여성 주체의 모델을 수립하기 위한 시도들과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24
이러한 사고에서 벗어나 자신이 수동적으로 관찰되는 것을 알고 자각하는 몸을 소마라고
하며, 이는 관찰되는 동시에 능동적, 자율적으로 변화하는 존재이기도 하다.25 우리의 일상생
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몸은 환경의 변화가 일어나거나 누군가에 의해 주목을 받게 되면
변화를 일으킨다. 다시 말해 몸 그 자체가 움직임을 통하여 자율적 과정에 참여하여 주체성을
갖게 된다.
인위적으로 조작되고 교육되어온 객관화된 몸은 주체성을 잃은 채로 존재한다. 그러나 몸
학의 이론적 배경을 통해 이분법적 사고에 의한 수동적 존재로서의 몸이 아닌 자발적 능동
성26과 자율성을 추구하며 온전히 몸을 받아들여 주체성을 가진 긍정적인 존재로 사유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몸을 고정화된 존재로 인식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끊임없이 움직이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를 통해 초반의 연구 과정을 통해 밝혔
던 몸(Body)에 대한 의미와 생각들을 진정한 몸(Soma)으로 인식하고, 교육받은 수치심의 감정
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몸을 긍정적인 존재로 받아들이게 된다.

Ⅲ. 몸의 주체 변화 과정

앞 장에서 살펴보았듯 인간은 태어나면서 생물학적으로 구분되는 성(sex)을 가진 몸으로


태어나 다양한 경험과 환경을 통해 몸에 대한 인식을 정립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인식은 끊임

22 정화열, 『몸의 정치와 예술, 그리고 생태학』, 아카넷, 2005.


23 박진아, 「성인 여성의 몸 활동 학습 경험에 관한 연구:평생교육 그룹 운동 프로그램 참여자를 중심으로」(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박사학위 청구논문, 2008), p. 30.
24 Hanna, 앞의 논문(1985), p. 18. 재인용.
25 김정명, 『예술지성, 소마의 논리』(명지대학교 출판부, 2006), pp. 116-117.
26 현대 철학에서, 의식과 신체를 가지는 존재가 자기의 의사로 행동하면서 주위 상황에 적응하여 나가는 특성, [네이버 표준
국어대사전] “자발적 능동성”, https://ko.dict.naver.com, 검색일 : 2021.11.2.

118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없이 마주하는 사회라는 틀 안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본인의 몸의 기준을 맞추고, 이는 몸을
유연하게 사고하여 주체성을 갖고 살기보다는 암묵적으로 규정해놓은 틀 안에서 객관화된 신
체로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인식하고 몸에 관한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내어 작품으로 표출하
고 표현함으로써 몸의 주체성을 찾아 나가는 과정의 예술을 볼 수 있다.
본 장에서는 몸에 대한 낯선 경험으로부터 시작된 부정적인 인식과 태도가 왜 존재하는지
에 대한 물음표로부터 이를 인지하고 감정을 표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몸을 수용하는 느낌
표까지의 과정을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1. 경험하기 : 니키 드 생팔

인간은 특정한 성(sex)을 가진 존재로 태어나 살아가지만 부딪히는 사회 안에서의 교육,


기대 등의 영향으로 인해 규정되어 있는 틀에서 성(gender) 역할을 마주한다. 이는 곧 자신의
성에 대해 고민할 여지가 없이 이미 확립해놓은 기준 안에서 본인의 몸을 바라보며, 이는 계
속해서 본인의 몸을 객관화하여 대상화하기 때문에 몸에서 나타나는 변화에 대해 불편한 생
각들이 내면화된다. 결국, 고정화된 인식 안에서 몸은 온전한 주체성을 잃는다. 이러한 인식은
몸을 그 자체로써 바라보기에 어려움이 있고, 이는 몸의 변화를 긍정적인 감정으로 느낄 수
없게 된다. 이처럼 가정, 학교 등 사회 안에서의 인식과 교육은 성에 관한 생각과 나아가 몸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립하게 된다.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Pahalle)의 집안은 매우 엄격하고 보수적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카톨릭 신앙과 전통적인 프랑스 귀족의 교육 방침을 따르고자 하였고, 자식들이 잘못하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심한 매질을 가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아들과 딸을 구분하여 서로 다른 성
역할을 가르쳤으며, 딸은 전문적인 교육이나 사회적인 성공이 불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팔은 가정과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어른들이 요구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인가에 대해 늘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녀는 보수적인 교육, 남성 중심적인 가정과 사회의
구조와 그에 대한 무조건적인 순응을 강요하는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없었으며, 전통적인 여
성의 성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하였다.27

“내 작업은 언제나 내 문제를 표현한 후 그것을 극복하는 방식이었다.”

27 Jo Ortel, Re-creation, Self-creation : A Feminist Analysis of the early art and life of Niki de Saint Phalle (Ph. D, Stanford University,
1992), p. 38.

주체로 살아가기 : 몸(Body)에서 몸(Soma)으로 119


이는 그녀가 자신을 계속해서 구속하고 있는 성적 상처
의 개인적인 기억과 사회적으로 폐쇄된 여성에 대한 감정
과 생각을 거칠고 녹슨 작업의 재료를 사용하여 상처를 대
변하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한다(도 1). 그녀는 감정과 생각
을 진솔하게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과거의 경험에 대한 감정의 표현을 시각적으로 보
여주고 관람자와 공유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좋지 않은 기
억과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가 되는 것이다.

도 1 Niki de Saint-Phalle, <Parmesan


2. 드러내기 : 주디 시카고
Grater>, 1959-1960

미국의 화가이자 작가인 주디 시카고(Judy Chicago)28의 디너 파티 (Dinner Party)29는 여성


의 신체 이미지를 작품에 노골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여성의 몸에 대한 편견과 남성 위주의
사고에 정면으로 대항하였다(도 2).30 특히 미술에서 표현해서는 안 되는 불순한 소재인 ‘여성
성기’라는 몸의 부분을 작품으로 드러냄으로써 여성의 생식기가 잘 드러나지 않았던 전통미
술 안에서의 누드의 묘사를 비판하며 음란, 불결하다고 생각하는 성차별적 편견에 반하는 태
도를 작업으로 표현한다. 그녀는 전통적인 사고와 관습 내에서 존재하는 여성의 몸에 대한
틀에 맞춰진 인식에서 탈피하여 여성으로서
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성의
성기를 작업의 주제로 가져왔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시카고는 당시에 그녀를 둘러싼 생물학
적 성(sex)과 사회가 정해놓은 성(gender)이라
는 두 가지의 관계 속에 여성의 몸을 가진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
도 2 Judy Chicago, <Dinner Party>, 1974-1979 하여 생각했다. 그녀는 폐쇄적인 사회적 분

28 미국의 현대 미술가이며 제1세대 페미니즘 미술가이다. 시카고는 미국의 페리즈노 주립대학과 로스앤젤레스 여성학 센터에
최초로 페미니즘 미술 과목을 개설했고, 캘리포니아 미술학교에서 페미니즘 미술 프로그램을 주도한 열혈 페미니스트이다.
29 시카고의 디자인과 기획, 지도 아래 1973년부터 시작되어 직업적인 산업디자이너와 100여명의 여성 참여자의 수놓기와 도
자기 제조 등으로 이루어진 협동작업의 소산으로 1978년에 완성되었다. 이 파티에 초대된 39명의 여성은 신화나 역사적인
인물로부터 미국의 흑인 노예 폐지론자까지 다양하며, 이것은 1978년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에서 전시되었다.
30 네이버 지식백과, “디너파티”, https://terms.naver.com, 검색일 : 2021.11.05.

120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위기 내에서 두려움, 회피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로 본인의 몸을 가둬두지 않는다. 또한, 시
카고는 작업에 여성의 성기라는 금기시되었던 당시의 소재로 가져와 억압된 사회의 분위기와
자신의 감정들을 표현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들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여성의 몸에
국한되지 않고 본인의 몸 자체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몸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을 보여준다.

3. 받아들이기 : 조지아 오키프

자연을 확대하여 많은 작품을 남긴 미국


의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31의
회화 주제는 늘 그녀의 일상과 내면을 포함
한 자기 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Narcissa’s
Last Orchid>는 직접적인 여성 음부의 형상을
지니는 것으로 해석된다(도 3). 이처럼 리얼
한 식물의 이미지를 통하여 여성의 신체를
은유적으로 나타냄으로써 오키프는 여성의
신체적인 경험과 관련된 여성의 본질에 대해
도 3 Georgia O’Keeffe, <Narcissa’s Last Orchid>, 1940
진솔한 모습을 자연에 투영하며 자신의 경험
을 구체화하였다.32 그녀는 확대한 꽃의 모습을 보여주어 여성의 성기와 같은 형상을 연상하
게 하며 이를 통해 나약함보다는 생명력이 있는 꽃의 모습으로 마주하게 된다.

나는 조지아 오키프를 회고하면서, 여성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그녀를 최초의 위대한 여성 미술가

라 여긴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녀의 작품에 나타난, 여성 성기와 같은 이미지에 가장 먼저 이끌린다. 남성들은 말한다.

“와, 저 그림들 좀 봐, 꼭 여성의 성기 같잖아.”라고.

물론 그녀의 그림들은 여성의 성기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여성을 활동적이고 적극적이며 창조적인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든 여성 미술가들은 여성의 본질을 정의하는 것을 자신들의 첫 번째 투쟁으로 삼기 때문이다.33

시카고가 오키프의 작업을 접하고 말했던 구절이다. 꽃을 확대한 그녀의 작업이 여성의

31 조지아 오키프에 대한 연구자의 세부적인 설명.


32 박수지, 「조지아 오키프와 주디 시카고의 작품에 내재된 페미니즘적 성향 비교연구」(강릉원주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석사
학위논문, 2016), p. 36.
33 윤난지 엮음,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 페미니즘과 미술』(눈빛, 2009), p. 263.

주체로 살아가기 : 몸(Body)에서 몸(Soma)으로 121


성기로 보이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고 이는 사회와 미술 안에서의 여성에 대한 폐쇄적
인 인식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나 오키프는 꽃으로 여성의 성기를 표현했다고 말하지 않으
며, 자신의 그림이 여성의 성기처럼 보이는 점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떠한 대상의 아름
다움을 자세히 보지 않는 사람들의 사고를 인지하고, 꽃이라는 자연물의 정밀한 확대를 통해
그 자체가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존재로서 받아들이고자 했다. 이렇듯 확대를 통하여 자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묘사했듯이 여성의 성기도 신체의 일부로 자연스러운 존
재 중 하나임을 깨닫고, 능동적인 신체를 가진 존재로 거듭난다.

Ⅳ. 주체로서 살아가기 : 몸학(Soma)

연구자는 성에 대한 폐쇄적 인식으로 몸에 대한 두려움과 혼란이라는 감정도 동반했다.


그리고 앞 장의 예술가들이 그러했듯 몸에 관한 경험과 생각, 감정 등을 조형 언어로 표현하
는 일은 감정을 꺼내어 표출하는 방법이 되었다. 본 장에서는 성과 몸에 대한 과거의 인식으
로 인해 느끼는 혼란스러움과 이러한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직접적인 표현을 통해 감정을 해
소하고, 결과적으로 몸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사고가 전환된 연구자의 인식과 감정의 변화 과
정을 시각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과정들은 조형 연구를 통해 시각화되었을 때 명확하
게 드러나므로 과거의 고정화된 생각들에서 탈피할 수 있게 된다.
연구 작업의 흐름은 유년 시절 가지고 있었던 성(性)에 관한 생각과 이를 토대로 형성되
었던 몸의 변화에 대하여 좋지 않은 감정들이 있다는 점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감
정을 토대로 신체에서 가장 궁금했지만 들춰볼 수 없었던 몸의 부분을 사실적이고 구체적으
로 표현해보면서 과거에 느꼈던 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여 정화하는 단계를 보여
준다. 또한, 전개의 마지막에는 연구자가 거시적으로는 ‘성’과 미시적으로는‘몸’에 대하여 주
체성을 가질 수 있었고, 이는 성과 몸에 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나의 몸은 ‘여성’이라는 성(sex)과 성(gender)에 얽매여 살아가지 않고 몸을 그 자체
의 자연스러운 존재로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나아가 무한한 변화와 가능성의 공
간으로 보고자 한다. 몸에서 가장 드러나지 않는 부분의 과감한 표현을 통해 수치심, 두려움
과 같은 감정들의 해소와 정화를 표현하는 작업, 나아가 자연스럽게 몸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관객으로 하여금 느끼도록 하고자 한다.
<벗어나고 싶어>는 연구자가 어릴 적 처음 겪었던 신체적 변화에 대한 감정을 나타낸다
(도 4). 학교나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 다양한 매체는 몸에 대해 폐쇄적으로 인식하

122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도 4 조영선 <벗어나고 싶어>, 316x18x10(h)cm, 도 4 조영선 <벗어나고 싶어>, 316x18x10(h)cm,
stoneware, 2020 stoneware, 2020

게 한다. 이는 어린 시절의 몸에 변화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결론적으


로 부끄러움과 수치심과 같은 감정을 느낀다. 성장 변화 중 하나는 가슴이 점점 자라는 것이
었다. 친구들보다 신체적 변화가 빨랐던 나는 가슴이 크면서 브래지어라는 속옷을 착용해야
했다. 나만 브래지어를 했다는 생각에 민망함이 앞섰고 그것은 나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리고 옷을 입으면 속옷이 옷에 비춰 보일까 전전긍긍했다. 처음 착용했을 때, 입지 않던
꽉 조이는 옷을 하나 더 입으니 엄청난 답답함을 느꼈다. 이러한 답답함을 액자의 사전적 의
미와 결합해보았다. 액자는 사진이나 그림 따위를 걸어두는 틀을 의미한다. 액자의 틀과 유사
한 벽들은 브래지어를 상징화하였다. 그 안에는 속옷을 처음 접했던 때의 답답한 감정을 나타
낼 뿐만 아니라 속옷이 없을 때와는 다르게 느껴졌던 가슴을 누르는 듯한 불편함은 서로 엉켜
있는 많은 가슴의 형상으로 나타냈다. 액자의 틀 안에 있는 나의 가슴은 답답함에서 벗어나려
고 애쓴다. 그러나 속옷의 불편함과 답답함을 참고, 계속해서 착용해야 한다는 사실에서 오는
심리적, 신체적 부담감과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를 표현했다.
<너에게 가까이>, 이 작품은 몸에서 들여다보지 못했던 신체의 부분에 대하여 사실적으로
드러낸다(도 5). 이로써 성에 대한 고정된 인식으로 인해 마주하는 몸은 두려움과 수치심의
감정을 느꼈고, 이러한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다. 두려움의 감정을 느끼는 존재에게 익숙
해지기 위해서는 피하지 않고 마주해야 한다. 그동안 다리와 다리 사이에 있는 신체 부분인
생식기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몸에서 깊게 궁금해하지 않는 곳으로 생각하여 회
피하게 된다. 이러한 생각의 틀은 두려움, 수치심, 회피의 감정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킬 것이
다. 이러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버자이너(vagina)의 모습을 다양한 크기와 각각 형태의
미묘한 차이가 있도록 제작하였다. 몸에서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하는 부분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고, 반복하는 작업의 방식을 통해 시각적으로 익숙해지고자 하였다. 또

주체로 살아가기 : 몸(Body)에서 몸(Soma)으로 123


도 5 조영선 <너에게 가까이>, 96x130x7(h)cm, stoneware, 2020

한, 아직은 고정된 인식의 틀과 익숙하지 않은 신체에 대하여 두려움의 감정이 남아있음에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여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버자이너를 자연스러운 신체의 부분으로 인식
하고자 하는 과정을 표현하였다.
<감히 너를, 과감히 너를>은 몸에서 터부시되어 여기는 생식기를 표현함으로써 시각적으
로 익숙해지고 나아가 자연스러운 몸의 부분으로 받아들여 사고를 전환하고자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도 6). 두려움을 느끼기에 회피하고 있는 버자이너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굳이 들
여다보지 않았던 몸의 장소를 표현하였다. 이는 조형으로 표현하면서 끊임없이 신체와 마주
함으로써 예술이 혼란한 감정에 휴식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던 카타르시스의 배설 단계
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책과
그림 등을 통해 버자이너의 사실적이
고 구체적인 모습, 반대로 추상적이고
단순화한 표현 등 다양하게 찾아보았
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조형 표현에 세세한
묘사로 사실성을 담아냈고, 이러한 과
정은 사진에서 사진의 앞쪽에 놓인 분

도 6 조영선 <감히 너를, 과감히 너를>, 50x45x45(h)cm,


홍색 계열의 작업에서 볼 수 있다. 그
40x35x40(h)cmstoneware, glaze, 2019 리고 흰색의 작업은 앞의 작업과는 달

124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리 단순화하여 표현함으로써 하나의
‘공간’으로써 인식함을 나타내었다. 궁
금증과 불안함, 두려움의 감정으로 둘
러싸여 있었기에 온전히 마주할 수 없
었던 신체의 부분을 또다시 인지한다.
이처럼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감
정을 순화하고, 배설, 정화 시켜 카타
르시스를 느끼고자 한다.
<너, 그곳에>는 다리와 다리 사이 도 7 조영선 <너, 그곳에>, 47x30x55(h)cm,
35x30x45(h)cm stoneware, 2021
의 안쪽에 존재하는 그곳의 인지로부
터 시작하여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일어나는 곳이라는 장소를 드러내는 작업이다(도 7). ‘성
기’라는 신체의 부분은 몸의 부분으로 항상 함께한다. 그러나 궁금증을 가지면 안 될 곳으로
치부해버리고, 이러한 감정과 인식에서 벗어나고자 끊임없이 표현, 표출함으로써 긍정적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과정에 끊임없이 참여하고 있다. 감정을 완전히 정화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있음’을 표현해야 했고, 이를 실제 다리와 다리 사이에 존재하는 성기를 있음의‘장소’로써
조형 언어를 구사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고자 하였다. 두 다리 사이의 작은 공간은 그림
자로 인해 내부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둠의 공간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어둠의 공간
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가까이 가서 어둠 속
을 들여다봄으로써 이곳이 존재함을 편안하게
느끼는 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너를>은 몸에 대하여 폐쇄적이고 억
압된 인식에서 자연스러움의 존재로 사고할 수
있도록 전환되었고, 이를 버자이너라는 형상화
한 공간을 통해 표현하였다(도 8). 우리는 사실
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된 대상을 통해 느끼는
감정과 이 사물을 통해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
등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이처럼 몸의
특정 부분을 사실적으로 묘사된 하나의 대상으
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공간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무언가로 채 도 8 조영선 <이제, 너를>, 50x60x65(h)cm, stoneware,
워진 공간이 아니라 비어있는 공간은 부정적인 2020

주체로 살아가기 : 몸(Body)에서 몸(Soma)으로 125


감정의 해소됨을 나타내고자 하였으며, 자연스
러운 신체의 부분으로 성기를 받아들이고 있는
감정을 조형적 언어로 표현하고자 했다.
앞에서 살펴보았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몸
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인식을 표현, 표출함으로
써 해소하였다. 이 공간은 구체적인 형상으로부
터 몸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고가 자연스러워졌
고, 이는 마음 속에 보여지는 자연스러운 시선으
로의 버자이너 형상이다. 단순히 보여지는 공간
으로써가 아니라 잘 드러나지 않는 신체의 부분
도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여 몸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해주는 공간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
도 9 조영선 <나의 공간>, 45x45x105(h)cm,
40x40x70(h)cm, stoneware, acrylic box, 였다.
2021 <나의 공간>은 신체에서 인식하지 않는 구멍
에 대해 자연스러운 신체의 일부로 인식하고자 한 작업이다(도 9). 귓구멍, 입구멍, 콧구멍
등 신체에는 다양한 구멍이 존재한다. 그러나 여성이 가지고 있는 구멍, 즉 ‘질’에는 구멍이라
는 인식을 잘 하지 않는다. 귓구멍, 입구멍, 콧구멍과 같은 구멍은 몸의 부분으로써 자연스럽
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이 구멍에 대해서도 자연스러운 신체 중 하나로 인식하고자 하였다.
‘공간’은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를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를 차용하여 나의 공간, 즉 내가 인식하고 있는 공간을 아크릴 박스로 표현했고,
그 안에 버자이너 내부의 실제 모습을 형상화하여 깊이감 있는 공간으로 표현해보고자 하였
다. 이 공간은 생리의 혈을 배출하는 공간,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공간, 균을 내보낼 수
있는 공간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를 통해 버자이너와 연결되어 있는 질 내부
의 공간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이곳을 능동성과 가능성이 있는 존재로서 자연스러운 신체
의 하나로 받아들인다. 몸에서 관심이 없었던 신체의 부분에 대하여 인식을 전환한 것처럼
삶에서 어떠한 대상을 그 자체로써 자연스러움의 존재로 수용할 수 있는 사고가 확장되기를
바란다.

126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Ⅴ. 맺음말

수치심은 타인이 존재함을 인식하고, 그들의 시선에 영향을 받아 생기는 감정이다. 또한,
인간은 누구나 몸을 온전하게 드러내는 행위에 수치심을 느끼기에 옷을 입어 몸을 가리며,
이는 신체에 관한 수치심이 인간이 가진 면 중 하나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그러나 학교와
가정의 폐쇄적인 교육과 여러 방면의 환경적 영향을 받아 또 다른 몸의 수치심이 생긴다. 이
렇듯 사회 안에서의 고정된 시각으로 인해 몸을 인식할 때, 두려움과 수치심과 같은 감정이
기반이 되어 결국, 몸의 주체성을 잃게 된다. 이 감정에 머물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
고 인식을 전환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신체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자 했다.
연구 과정에서 살펴본 자기 대상화 이론을 통하여 두려움, 수치심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
으로 신체(Body)를 바라보는 이유가 사회문화적으로 규정된 틀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몸(Body)에 대한 감정들을 해소하는 수단으로써 카타르시스의 이론은 긍정
적 인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주었다. 그리고 몸학 이론을 통해 몸(Body)이 아닌 몸(Soma)의
능동적 존재로서 주체성을 갖고, 나아가 신체를 자연스러움의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다. 또한,
성에 대해 폐쇄적이고 고정된 사회의 분위기를 비판하고,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한 작가
들과 대상의 확대를 통해 마주함으로써 진정한 본질을 찾는 행위를 통해 몸을 자연스러움의
존재로 생각할 수 있게 했다.
끊임없이 몸을 탐구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 가지고 있었던 두려움이라는 감정의 덩어리를
경험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해소과정 안에 각각에 있었던 작가들의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나아가 몸에 대한 수치심과 두려움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잘 들여다
보지 않고, 수치심을 느끼는 신체의 부분인 여성의 성기를 구체적인 조형적 언어로 표현하였
다. 이는 단순히 성적 표현이 아닌 대상을 자세하게 표현함으로써 여성의 버자이너도 자연스
러운 몸의 부분임을 깨닫고, 몸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시간이 되었다. ‘성’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마주하고 본인의 몸에 대해 자세하게 관찰해보면서 이를 조형
적 언어로까지 표현한다는 것은 큰 용기이자 도전이었다. 또한, 신체의 탐구를 통해 조형 언
어로 진솔하게 표현함으로써 몸을 받아들이는 인식과 태도가 긍정적으로 전환되었다.
본 연구를 통해 몸에 대한 경험에서 느꼈던 감정으로 시작하여 지속적인 탐구 과정을 거
쳐 불편함, 두려움으로 인식되었던 감정들을 마주하고 표출하며 이를 통해 몸을 긍정적으로
대하는 연구자의 변화된 인식의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살아가면서 몸은 거부할 수 없는 존재
로서‘나’라는 것, 그리고 몸(Body)으로서가 아닌 능동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통해 주체적인 몸
(Soma)으로써의 경험을 유의미하게 생각한다. 더 나아가 무엇이든 그것을 고정된 사고로 바라

주체로 살아가기 : 몸(Body)에서 몸(Soma)으로 127


보지 않고, 그 자체로써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고가 삶의 방식에 ‘자연스럽게’ 연
결되어 긍정적 사고방식의 확장을 기대해본다.

주제어(key words):
주체(Subject), 몸(Body, Soma), 수치심(Shame), 버자이너(vagina), 현대 도예(Contemporary Ceramic Art)

128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참고문헌

한국어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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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한국심리학회지』 2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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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안남, 「자기 대상화, 신체 수치심이 여대생의 섭식 행동에 미치는 영향 : 성역할 정체감 유형에 따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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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어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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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
[네이버 국어사전] 정화
[네이버 표준국어대사전] 자발적 능동성
[네이버 지식백과], 디너파티

주체로 살아가기 : 몸(Body)에서 몸(Soma)으로 129


국문초록

본 논문은 우리가 몸을 수치심으로 느끼는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은 논고이다. 인간


은 태어나면서 성(性)이 결정되어 진다. 어릴 적 가정과 학교에서는 성에 관해 폐쇄적으로 교육하며, 이러
한 사회적 분위기 안에서 몸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가 우리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로 인해 우리는
몸에 대하여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더 나아가 두려움, 불안함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기저를 이루기에 몸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기 어렵다. 주체성이 상실된 대상으로 여겨지는 사고에서 벗어
나 몸을 자연스러운 존재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인식을 변화하고자 한다.
성에 대한 고정된 인식으로 인하여 신체를 대하는 두려움의 근거를 탐구해보기 위해 바바라 프레드
릭슨(Barbara Fredrickson)과 토미안 로버츠(Tomian Roberts)의 자기 대상화 경험 이론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자 한다. 이는 몸을 사회문화적으로 규정되어 온 틀 안에서 주체성이 결여된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보았
기 때문이라는 점을 확인해준다. 또한, 두려움과 수치심이라는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과정들을 아리
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 이론 안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감정의 변화 이후 몸 자체에 대하여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가 되어준 토마스 하나(Thomas Hanna)의 몸학(Soma) 이론을 통해 몸을 주체성을 가진 긍정
적인 존재로 전환하고 인식하여 신체 자체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된다.
이처럼 경험에 의한 작가들의 다양한 관점을 예술작업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몸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 수치심과 같은 감정들이 기저가 되어 조형 언어로 나타내며, 여성의 몸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끊임없이 표현하는 행위를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몸을 긍정적인 인식으로 전
환하고자 한다. 이러한 유연한 생각의 변화를 통해 몸을 자연스러운 존재로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작업이다.
본 연구를 통하여 성에 대한 폐쇄된 틀 안에서 몸에 대하여 수치심, 두려움으로 인식되는 감정들을
마주하고 해소하며, 이를 통해 몸을 긍정적으로 대하는 전환된 인식의 과정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몸은
그 자체로‘나’라는 것, 그리고 몸(Body)으로서가 아닌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몸(Soma)으로써 자연스러운 존
재로 수용하게 되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자 한다. 나아가 무엇이든 고정된 사고로 바라보지 않고, ‘자연
스러움’으로 받아들이는 인식과 태도가 삶과 연결되어 긍정적 사고방식의 확장을 기대해보고자 한다.

130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Abstract

Living as a Subject
: From Body(Body) to Body(Soma)

Yeongseon Cho*34

This study is an article about the process of positively changing the perception of the body that we feel
as shame. A person's sex is determined at birth. Education about sex in childhood homes and schools is not
open. In this social atmosphere, negative thoughts about the body naturally permeate into us. Because of this,
we live without fully understanding the body, and furthermore, it is difficult to perceive the body positively
because negative emotions such as fear and anxiety form the basis. I want to change our perception so that
we can look at the body as a natural being, away from thinking that is regarded as an object that has lost
its subjectivity.
The researcher intends to study based on the empirical theory of self-objectification of Fredrickson&
Roberts in order to explore the basis of fear in dealing with the body due to the fixed perception of sex.
This study confirms that it is because the body was viewed as an object of fear lacking subjectivity within
the framework that has been defined socially and culturally. Also, I would like to examine the processes of
humans who wanted to escape from the emotions of fear and shame in Aristotle's catharsis theory. After
purifying negative emotions about the body, through Thomas Hanna's Soma theory, which became the basis
for accepting the body itself, the body itself is naturally accepted by changing the perception of the body
as a positive being with subjectivity.
Based on the experiences I felt as a woman and the way I looked at things, I would like to examine
the various perspectives of the artists who produce them through their artistic work. In addition, emotions
such as fear and shame about changes in the body become the basis and are expressed in formative language,
and by expressing negative emotions through the act of constantly expressing the hidden parts of a woman's
body, I want to transform the body into a positive perception. This work is the process of accepting the
body as a natural being through this flexible change of thinking.
Through this study, it is possible to face and resolve the emotions perceived as shame and fear for the
body within the closed frame of sex, and through this, we can see the process of converted perception to

* M.A. in Department of Ceramic Art, Ewha Womans University.

주체로 살아가기 : 몸(Body)에서 몸(Soma)으로 131


treat the body positively. And I would like to place significance in the fact that the body itself is 'I' and that
it is accepted as a natural existence as an active and subjective soma, not as a body. Furthermore, we would
like to anticipate the expansion of a positive mindset in which perceptions and attitudes that are accepted
as 'natural' rather than looking at anything as fixed thoughts are connected to life.

132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연구소 소식

2022 도예연구소 사업 보고

도예연구소 규정 제 3조(사업)에 근거하여 연구소는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수행

1. 도자예술전공 수업지원
(1) 소성(가스가마 및 전기가마)
(2) 유약실험, 유약제조 및 관리

2.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
(1) ‘세라믹클래스’ 사업
・일시 : 2022년 4월 1일-6월 30일
・대상 : 이화여자대학교 교직원 및 계약직원 대상
・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B동 202, 203호
・수업 인원 : 총 60명

(2) ‘이화토요미술교실’ 사업
・일시 : 2022년 9월 1일-12월 31일
・대상 :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 부설초등학교 재학생 대상
・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B동 도예연구소 202, 203호
・수업 인원 : 총 26명

3. 학술연구사업
(1) 2022년 춘계학술대회 개최
・일시 : 2022년 9월 28일 수요일 오후 7:00-9:00
・참가 인원 : 최대 42명
・진행 : 줌(ZOOM) 온라인 학술대회
・발표 순서 및 내용
-축사 : 최유미(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장)
-개회사 : 김미경(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소 소장)
-사회 : 조은미(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연구소 소식 133
-발표
① 이지영(이화여자대학교 도자예술전공 강사)
물질에 의미가 거주하는 방식에 대하여:물질문화의 파괴와 실존의 관계를 중심으로
② 고형지(이화여자대학교 도자예술전공 박사)
유약표현을 통한 현대도예의 모노크롬 연구
③ 강윤경(이화여자대학교 도자예술전공 석사)
식물 존재:아브젝트에 대한 식물적 사유
④ 김현지(이화여자대학교 도자예술전공 석사)
살아있는 기억:뉴미디어
⑤ 고승연(이화여자대학교 도자예술전공 석사)
흔적의 본질
⑥ 조영선(이화여자대학교 도자예술전공 석사)
주체로 살아가기:몸(Body)에서 몸(Soma)으로
-종합토론 좌장 : 전주희(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소 초빙연구위원)

4. 도자제품 기획 및 제작
(1) 다양한 유약 실험개발
(2) 이화여자대학교 상징적인 기념품 ‘이화의 종’ 청자유를 사용한 현대적인 재해석

2022 뺷陶藝硏究뺸 연구위원회 회의 보고

1. 1차 운영위원회 회의 개최
・일시 : 2022년 8월 31일 수요일 오전 11:00-12:00
・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관 B동 305호
・회의 내용 : 1) 2022년 춘계학술대회 개최
2) 학술연구사업 『陶藝硏究』 제 31호 투고자 명단 확정
3) 연구위원 명칭 변경 및 연구위원 재위촉건
4) ‘이화토요미술교실’ 사업 진행건

2. 2차 운영위원회 회의 개최
・일시 : 2022년 9월 7일 수요일 오후 1:00-2:00

134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관 B동 305호
・회의 내용 : 1) 2022년 춘계학술대회 개최 및 홍보
2) 청자유에 대한 현대화 논의

3. 3차 운영위원회 회의 개최
・일시 : 2022년 10월 19일 수요일 오후 3:00-4:00
・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관 B동 305호
・회의 내용 : 1) 도예연구소 규정 재정건
2) 학술연구사업 『陶藝硏究』 제 31호 학술지 출판사 재지정
도서출판 온샘으로 확정
3) 학술지 발행 부수와 전자저널 대중화 검토

연구소 소식 135
뺷陶藝硏究뺸 간행규정

제1조∣목적
본 규정은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소에서 발간하는 『陶藝硏究』의 간행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
로 한다.

제2조∣간행일자
학술지의 간행은 매년 1회로 하며, 발행일은 12월 10일로 한다.

제3조∣논문투고
가. 학술지에 도자예술, 도자사, 도예평론, 도자문화사, 도자원료학 등 다방면의 도예 관련 연구 논문 이외
에도 서평, 전시평, 보고서, 자료집, 연구 및 분석사례 등을 수록할 수 있다.
나. 논문의 투고 자격은 석사학위 이상, 혹은 그에 준하는 자격을 갖춘 국내외의 연구자 및 해당분야 학술
전문가를 원칙으로 한다.
다. 본 학술지에 투고하는 논문은 국내외 학술지, 잡지 등에 발표되지 않은 글이어야 한다.
라. 예외적으로 해외에서 발간된 논문의 경우, 학술적 기여도와 중요성이 인정되면 편집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번역 후 게재할 수 있으나, 이 경우 해당 글에 대한 출판사항을 반드시 각 주 1에 명기하고 투고방
식은 학술지의 「논문투고규정」에 준수하여 작성한다.
마. 논문 투고자는 논문제출 2개월 전인 6월 20일까지 논문투고신청서와 국문초록을 제출하고, 8월 20일까
지 윤리서약서, 저작권이양동의서, 카피킬러 표절률 확인서, 심사논문 일체 (국문, 영문초록 포함)를 도
예연구소 전용 메일로 제출해야 한다.
바. 투고 논문의 작성 및 제출방식에 관한 사항은 「논문투고규정」에서 정한다.
사. 게재료는 「논문투고규정」에서 정한다.

제4조∣편집위원회의 구성과 역할
가. 학회지 간행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편집위원회를 둔다.
나. 편집위원회는 편집위원장과 국내외 편집위원 5인 이상으로 구성한다.
다. 편집위원장은 본 연구소의 소장 혹은 본교 학술담당 전임교수로 한다.
라. 편집위원은 학문적 업적과 경력,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편집위원회 업무수행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자를 선임한다.
마. 편집위원장과 편집위원의 임기는 2년을 원칙으로 하며 연임할 수 있다.
바. 편집위원회의 실무를 위해 편집간사 및 연구원을 둔다.

제5조∣편집위원회의 운영
가. 편집위원장과 편집위원회는 『陶藝硏究』 발간을 위한 회의, 심사, 자문, 논문 모집, 심사 및 게재 여부,
편집, 간행, 심사위원 위촉 등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심의 결정한다.
나. 편집위원회 소집은 연구소 소장과 편집위원장의 명의로 하며, 매년 1회 이상 개최한다. 편집위원장은 적합
한 사유에 따라 임시위원회를 해당 위원에 한해 소집할 수 있다.

136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다. 편집위원회의 의결은 편집위원 1/2 이상의 출석과 출석 위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한다. 다만 참석이
어려운 편집위원은 위임장으로 대신할 수 있다.
라. 편집간사 및 연구원은 편집위원회 회의록을 작성하고 이를 편집위원에게 보고한다. 편집회의결과보고서
는 회의 종료 1주일 이내 각 편집위원들에게 이메일로 송부한다.

제6조∣논문 작성의 총체적인 기준


가. 투고논문은 본 연구소의 학술 목적과 발간 취지에 부합하는 분야를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 투고
지침에 의거한 형식 및 분량을 준수하였는지에 대한 적합성을 가져야한다.
나. 투고된 논문을 다음과 같은 기준에 부합하도록 작성한다.
① 새로운 논제와 자료의 발굴
② 논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논문 구성과 논점을 제시
③ 참조문헌, 인용문, 이미지 자료에 대한 성실한 제시
④ 관련 학계의 기여도와 후속 연구의 제시
다. 편집위원회를 통해 수정 요구를 받은 투고자는 성실하게 수정에 임한다.
라. 투고가 확정된 논문이라 하더라도 연구소 사정에 따라 이월 게재할 수 있다.

제7조∣저작권
가. 학술지 게재 논문에 대한 일체의 저작권은 본 연구소에 귀속된다.
나. 다만 도판의 저작권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저자에게 있다.
다. 본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내규와 관례를 따른다.

제8조∣윤리위원회의 운영
가. 연구소는 논문의 투고 및 심사에 관한 정당성과 투명성을 위해 윤리위원회를 조직한다.
나. 윤리위원회는 윤리위원장을 비롯해 윤리위원 5인 이상으로 구성한다.
다. 윤리위원은 학술적 심의평가에 적극 참여한다.
라. 윤리위원의 1명 이상은 본 연구소 소속 이외의 위원을 반드시 위촉한다.
마. 윤리위원회는 위원장의 요구에 따라 임시 회의를 수시 개최할 수 있다.
바. 윤리위원은 연구소 소장이 위촉하며 임기는 2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

제9조∣연구위원회의 운영
가. 연구소는 원활한 학술연구와 학술행사, 학술지 편집 및 기획, 출판 등을 추진하기 위해 연구위원회를
운영한다.
나. 연구위원회는 연구위원장을 비롯해 초빙연구위원 5인 이상으로 구성하며 실무를 위해 간사를 선임할
수 있다.
다. 초빙연구위원은 본 연구소에서 추진하는 학술 관련 사업 및 행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라. 연구위원회는 춘, 추계 총회를 개최하고 위원장의 요구에 따라 임시 회의를 수시 개최할 수 있다.
마. 연구위원장과 초빙연구위원은 연구소 소장 및 연구위원장이 위촉하며, 임기는 2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
바. 초빙연구위원은 해당 학술분야에 박사 수료 이상의 신진 연구자를 임명하지만, 석사급 이상 연구자 가
운데 탁월한 학술 및 업무 수행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예외적으로 임명할 수 있다.

137
부칙
제1조(시행일자) 본 규정은 2014년 9월 1일부터 발효한다
제2조(시행일자) 본 규정은 2017년 6월 1일부터 발효한다.
제3조(규정설정) 본 규정은 도예연구소에서 의결된 내용으로 모든 사항은 그 효력이 인정된다.
제4조(시행일자) 본 규정은 2018년 11월 1일부터 발효한다.
제5조(시행일자) 본 규정은 2019년 9월 1일부터 발효한다.
제6조(시행일자) 본 규정은 2020년 8월1일부터 발효한다.
제6조(시행일자) 본 규정은 2022년 10월1일부터 발효한다.

138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뺷陶藝硏究뺸 논문투고 규정

제1조∣총칙
가. 이 규정은 뺷陶藝硏究뺸 논문투고 규정이라 한다.
나. 이 규정은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소에서 발간하는 학회지인 도예연구의 투고와 관련된 절차 및 원고
작성요령, 윤리 등을 규정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한다.

제2조∣투고자격과 내용
가. 논문투고는 자유투고가 원칙이지만, 편집위원회 동의와 도예연구소 임원 회의에 따라 위촉된 자에 대해
서도 투고할 수 있다.
나. 논문투고 주제의 범위는 도예연구, 도자사, 도예문화 등 도자 관련 전 분야에 걸친 학술적 내용으로
한다. 필요할 경우 인접 학문의 논문도 게재할 수 있다.
① 도예연구소에서 주관하는 학술 심포지엄 및 행사에서 발표한 내용
② 연구논문, 비평논문 등

제3조∣투고규정의 원칙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규정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가. 자유투고를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편집위원회에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위촉, 청탁 논문을 게재할
수 있다.
나. 학술지에 투고할 논문은 미발표된 것이어야 하며, 동일한 논문을 국내외의 다른 학술지, 저서, 저널 등
에 게재할 수 없다.
다. 석사학위 및 박사학위의 논문 일부를 문구 손질만 하여 논문으로 투고할 수 없다. 다만 학위논문을 재구
성, 보안, 수정하여 투고할 경우, 각주 1에 이 내용을 밝힌다.
라. 중복투고 및 표절논문으로 확인될 경우 게재를 불가한다.
마. 논문 투고자는 도예연구소 편집위원회의 수정, 보완 요구사항을 존중해야 한다.
바. 공동연구인 경우, 연구공헌도에 따라 저자 표기를 구분 명시한다.
사. 동일 필자는 한 호에 한 편의 논문만 투고할 수 있다. 논문투고의 간기는 특별히 지정하지 않는다.
아. 투고기일 미준수, 수정기간 지연 등으로 당 호 학회지에 게재가 어려운 경우, 필자와의 논의를 거쳐
이월 게재할 수 있다.

제4조∣투고 방식
가. 논문 작성 형식을 따라 원고를 작성한다. 이때 ‘논문제목(영문 포함)’, ‘성함(영문 포함)’, ‘소속과 직위
(영문 포함)’, ‘초록(국문, 영문)’, ‘본문(도판, 캡션이 첨부된 논문)’, ‘목차’, ‘각주’, ‘참고문헌’, ‘주제어
(국문, 영문 각 10내 이내)’, ‘도판(표) 설명파일’ -모두 hwp로 작성, ‘출판용 도판 원본(jpg, Zip파일)’ 을
모두 작성하여 보낸다. 투고 논문은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소 논문투고규정」을 반드시 따른다.
나. 본문, 각주, 참고문헌 등의 작성이 규정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편집과정에서 본 연구소의 임의로 수정
할 수 있으나, 필자 스스로가 원고 재수정에 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139
다. 투고된 논문은 반환하지 않는다.

제5조∣논문의 분량 및 도판 매수
가. 투고 논문의 원고는 영문초록과 참고문헌을 제외하고 200자 원고지로 환산 120매(최대 24,000자에 해당)
를 상한으로 한다.
나. 도판 매수는 20매를 상한으로 하고, 도판의 이미지는 본문에 삽입하지 않고 별도의 파일로 제출한다.
다. 논문은 미발표 논제를 원칙으로 한다.
라. 필자가 게재할 논문 및 도판 등은 도예연구소 전용 메일로 각자 제출한다.
마. 정해진 분량을 초과하는 논문은 초과 게재료를 납부한다. 단 편집위원회에서 인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일부 초과 분량을 허용할 수 있다.

제6조∣게재료
가. 자유 투고자는 게재료 5만원을 최종본을 제출한 후 10일 이내에 본회 은행계좌로 온라인 납부해야 한다.
다만 연구소에서 위촉된 논문 투고자에 한해서는 게재료를 연구소에서 부담할 수 있다.
나. 게재가 확정된 논문(자유, 위촉 모두 포함)이 정해진 분량을 초과할 경우 편집위원회는 추가 출판비용을
투고자에게 요구한다. 초과 게재료는 논문 본문의 경우(도표 포함, 참고문헌, 초록 생략), 200자 원고지
기준 120매를 초과할 시 원고지 1페이지 당 2,000원 추가하고, 도판은 20매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 매수
당 5,000원을 추가한다.
● 은행계좌: 신한은행 100-028-575606 (예금주 : 이화여자대학교)
다. 게재된 논문에 대해서 학회지 2부를 필자에게 제공한다. 논문 원본은 연구소 홈페이지와 기타 포털사이
트에 공개된다. 필요시에는 필자에게 PDF파일을 제공할 수 있다.

제7조∣원고작성 형식
1. 원고 작성의 세부 기준
가. 모든 원고는 한글파일(신명조체 혹은 함초롱체 권장, hwp)로 작성한다. 본문은 10포인트, 자간은 0,
행간은 160으로 한다. 각주는 9포인트, 행간은 130으로 한다.
나. 논문은 한글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의미의 혼동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 )안에 漢字 또는 原語를
병기한다.
다. 저자표시
① 단독논문 : 저자의 성명과 소속을 표시한다.
② 공동논문 : 표시 형태는 단독 저자와 같고, 그 역할의 비중에 따라 제1저자, 공동연구자 순으로
표시한다.
라. 논문은 국문으로 작성하고(hwp), 논문 말미에 10개 이내의 주제어를 반드시 표시한다.
2. 제목, 이름
필자 교정을 마친 최종본 제출 시, 논문 첫 페이지에 제목, 이름, 소속을 표기하고 영문초록에는 영문으로
된 제목, 이름, 소속을 표기한다. 소속은 구체적으로 밝히고 각주처리한다.
(예)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도자예술전공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소 객원연구원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석사과정 졸업 등

140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3. 목차
가. 제목 아래에 목차를 제시한다.
나. 장·절의 구분은 I, 1, 1), (1), 가나다순으로 한다.
4. 인용문
필요하면 주에 원문 혹은 번역문을 병기한다. 인용문은 글자크기를 1포인트 줄이고, 위, 아래 한 칸 씩 띄운
다.
5. 도판과 표
가. 도판과 표는 본문과 함께 배열하지 않고, 별도의 문서(hwp)로 작성하거나 논문의 말미에 첨부한다.
아래의 방식 중 택1하여 작성.
* 논문 원본(hwp)의 말미에 도판과 캡션을 첨부하는 방식
* 별도의 도판과 캡션을 단 한글파일을 정리하여 제출하는 방식
나. 도판(사진, 그림, 도면 등)은 포괄하여 일련번호로 제시하되, (도 1)과 같은 식으로 붙인다.
다. 표에는 별도의 일련번호를 붙이고 <표 1>과 같은 식으로 표기할 수 있다.
라. 본문에서는 (도 1), <표 1>과 같이 지시한다.
마. 도판설명은 ‘(도 1) 작가(있을 경우), <작품명>, 제작연도 또는 시대, 재료, 크기, 소장처’의 순으로
표기한다.
바. 도판은 디지털데이터 형식으로 제출해야 한다. 각 도판은 해상도 300dpi, jpeg(jpg) 타입, 2~3MB 내외
의 사양을 권장한다.
사. 도록 등 출판된 문헌의 사진을 이용할 경우 도판 설명 뒤의 괄호 안에 (저자, 책 제목, 도판 번호나
쪽수) 순으로 출처를 밝힌다.
6. 주석
가. 주석은 각주로 표기한다.
나. 한국 및 동양 문헌
① 저서
최공호, 『한국 근대 공예사론 : 산업과 예술의 기로에서』(미술문화, 2008), p. 130.
김윤정 외, 『한국 도자 사전』(경인문화사, 2015), pp. 59-58.
② 번역서
글렌 아담슨 저 · 임미선 등 역, 『공예로 생각하기』(미진사, 2016), pp. 101-105.
③ 학술지 논문
김혜정, 「도자 조형의 신체론적 연구」, 『도예연구』 24(이화여대 도예연구소, 2015), pp.119-120.
④ 계속되는 인용
김지혜, 앞의 책, p. 100.
위의 책, p. 150.
엄승희, 앞의 논문, p. 12.
위의 논문, p. 20.
⑤ 동일 저자의 논문(저서)을 여러 편 인용할 경우, 각 저작물의 출판연도를 ( )에 표기한다.
김미경, 앞의 논문(2015), p. 120.
최윤정, 앞의 책(2017), pp. 23-26.
다. 서양서

141
① 저서
Margaret Whitford, Luce Irigaray : Philosophy in the Feminine (Lodon and New York: Routledge, 1991),
p. 20.
② 번역서
Dietrich Seckel, The Art of Buddhism, trans. Ann E. Keep (New York: Crown, 1964), p. 208.
③ 학술지 논문
Elizabeth Reichert, “Nicole Cherubin’s Art Pots”, Ceramics: Art and Perception 77(2009), p. 11.
④ 계속되는 인용
Whitford, 앞의 책, p. 20
Levey, 앞의 책, p. 108.
Reichert, 앞의 논문, p. 120.
7. 참고문헌
가. 참고문헌의 정렬은 사료, 한국어 문헌, 동양어 문헌, 서양어 문헌의 순서를 따르며, 동양어 문헌의
경우 한자의 한글 발음 순서대로 배열한다. 학술지 논문과 저서, 도록 등 자료의 성격에 따라 구분하
여 정렬하지 않는다.
나. 한국 및 동양 문헌
① 저서
엄승희, 『일제강점기 도자사 연구』, 경인문화사, 2015.
김정기 외, 『한국미술의 미의식』 정신문화문고 3, 고려원, 1984.② 번역서
글렌 아담슨 저, 임미선 등 역, 『공예로 생각하기』 , 미진사, 2016.
③ 학술지 논문
김지혜, 「현대도예에 나타난 촉각성」, 『도예연구』 23, 이화여대 도예연구소, 2014.
다. 서양서
① 저서
Whitford. Margaret, Luce Irigaray : Philosophy in the Feminine, Lodon and New York: Routledge, 1991.
② 번역서
Seckel. Dietrich, The Art of Buddhism, trans. Ann E. Keep, New York: Crown, 1964.
③ 정기간행물
Reichert. Elizabeth, “Nicole Cherubin’s Art Pots”, Ceramics: Art and Perception 77, 2009.
8. 본문의 부호 및 약호
가. 단행본, 문집, 신문, 잡지, 전집류 등 → 『 』
나. 논문명 → 「 」
다. 작품명 → 〈 〉
라. 전시명→ 《 》
마. 원문 인용, 대화 → 뺵 뺶
바. 강조 → 뺳 뺴
사. 기타 사항은 논저 저술의 일반적 원칙을 따른다.
9. 기타 표기

142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가. 문장의 서술 중 각주는 되도록 문맥이 끝나는 곳이나 그 내용이 문장 속에서 끝나는 부분에 넣도록
한다.
나. 도판이 문장의 끝에 들어갈 경우, 마침표는 도판번호 뒤에 넣는다.
다. 외국의 고유명사를 쓰는 경우는 처음 나올 때에 괄호 안에 발음을 반드시 병기한다.
10. 주제어 제시
가. 논문의 주요 개념이나 주제어를 본문의 맨 끝에 10단어 내외로 ‘한글(영문)’으로 표기한다.
나. 한국어 명칭의 로마자 표기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00년에 고시한 표기법에 따른다. 상세한 사항은
국립국어원 홈페이지를 참고할 수 있다.
11. 국문 초록 및 영문 초록
가. 투고 논문은 국문 초록을 첨부해야 한다. 분량은 원고지 7매(최대 1300자에 해당) 이내로 제한한다.
나. 영문 초록(Abstract)은 국문 초록을 기초로 하여 650단어 이내로 작성한다.
다. 초록의 원고량이 초과할 경우, 초과 원고비를 필자에게 요구한다(논문 원고비와 동일).

제8조∣문의 내용
연구 논문 이외에 서평, 자료집, 보고서, 답사기 등과 같은 글도 위의 논문 작성 형식에 준하여 원고를 작성
한다.

제9조∣기타
가. 필자의 자택 및 직장의 주소와 전화번호, 핸드폰 번호, e-mail 주소를 원고 말미에 명기하여야 한다.
나. 필자의 최종 수정을 마친 논문이라도 논문투고 규정에 어긋난다고 판단될 경우, 필자에게 논문을 재발
송하여 수정 요청을 할 수 있다. 그 외 본 지침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편집위원회의 결정을 따른다.
다. 게재 확정된 논문은 필자의 출판사 원고 교정(PDF파일)을 2회로 한정한다.

부칙
제1조(시행일자) 본 규정은 2014년 9월 1일부터 발효한다
제2조(시행일자) 본 규정은 2017년 6월 1일부터 발효한다.
제3조(규정설정) 본 규정은 도예연구소에서 의결된 내용으로 모든 사항은 그 효력이 인정된다.
제4조(시행일자) 본 규정은 2018년 6월1일부터 발효한다.
제5조(시행일자) 본 규정은 2019년 9월1일부터 발효한다.
제6조(시행일자) 존 규정은 2020년 8월1일부터 발효한다.

143
뺷陶藝硏究뺸 윤리 규정

제1조∣총칙
가. 이 규정은 뺷陶藝硏究뺸 윤리 규정이라 한다.
나. 윤리 규정은 뺷陶藝硏究뺸 투고자의 연구윤리를 구현하며 연구와 관련된 부정행위 방지와 투명성, 공정성
있는 학술을 정진하기 위한 기준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연구자 윤리
가. 논문 투고자는 본 규정을 주지하고 진실성을 확보한 논문만을 투고해야한다.
나. 투고자는 공개된 학술 자료를 인용할 경우 정확한 정보를 기입하고 출처를 명확히 명시한다. 활용된
이미지 자료는 사용 정보처를 공개하며, 특히 개인적으로 수집한 자료는 자료 제공자로부터 확실한 동
의를 받은 후에 사용할 수 있다.
다. 투고자는 게재한 논문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며 논문 제출 시에 윤리서약서, 저작권이양동의서를
함께 제출한다.

제3조∣편집위원 윤리
가. 편집위원은 투고 논문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하며, 투고자, 편집위원 사이에 공정성을 유지
한다.
나. 편집위원은 논문 투고과정에 대해 외부에 일체 공개해서는 안 되며, 공개할 경우 편집위원 회의를 거처
제재를 받는다.
다. 편집위원은 게재 논문의 윤리에 문제를 발견하면 연구소에 고지하고 편집회의에 건의하여 적절하게 대
처하도록 협력한다.

제4조∣연구의 부정행위
가. 부재한 자료, 데이터베이스, 연구 성과 등을 활용하여 연구를 조작한 행위.
나. 타인의 창의적인 연구내용이나 연구결과 등을 정당한 승인절차 없이 도용하거나 인용 없이 서술하는
행위.
다. 국・내외의 타 학술지나 저서에 이미 실린 내용을 새로운 발굴내용으로 인용, 표현, 번역하는 행위. 특히
투고자는 물론 타인이 국외에서 출판된 저서, 논문, 저널 등에 실린 내용들을 표절, 문구 손질 등으로
인용하여 자신의 논문으로 투고하는 행위. 다만 논문 이외 서평, 자료 보고서, 연구 및 분석사례 등은
예외적으로 규정하며, 학술적인 가치가 인정되는 자신의 해외 논문의 경우, 편집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번역하여 게재할 수 있다(간행규정 제3조 ‘라’항 참고)
라. 학계나 연구자 사이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위.

제5조∣연구부정행위의 제보 접수
게재논문과 관련하여 연구부정행위가 의심되면 대상에 구분 없이 본 연구소에 서면 혹은 유선 상으로 제보
하고 조사와 진상규명을 요구할 수 있다. 연구소에서는 제보가 접수되면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조사에 착수
한다.

144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


제6조∣부정행위에 대한 대처
가. 제6조에 따라 연구 부정행위의 제보가 접수되면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소 회의를 구성하여 논의한다.
나. 연구 부정행위에 대해 충분한 증거자료를 편집위원회를 통해 확보한다.
다. 조사내용에 따라 부정행위 여부를 결정하며 해당 투고자에 대한 제재를 결정한다.

제7조∣제보자의 권리 및 보호
가. 부정행위의 제보자는 익명으로 반드시 보호하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보자와 충분하게 상의한다.
나. 편집위원회는 부정행위의 여부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제보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다. 제보자와 투고자의 의견진술, 이의제기, 변론의 권리 및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한다.

제8조∣부정행위 투고자에 대한 처우
부정행위 투고자에 대해서는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주며, 차후 소명 방식과 개선에 대해 연구소와 협의하여
결정할 수 있다.

제9조∣제재 조치
가. 부정행위 의결 내용과 사유를 제보자와 투고자에게 판정일로부터 10일 이내에 통보한다.
나. 연구부정행위가 있는 것으로 판정된 논문 투고자에 대해서는 학술지 게재취소와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논문을 삭제하며 해당 학술지에 일정기간 투고를 금지한다. 이 사실은 도예연구
소 홈페이지에 고지한다.

제10조∣재심의
가. 제보자와 투고자가 부정행위 결정에 불복할 경우 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편집위원회에
관련 사유를 서면으로 제출하며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나. 연구소는 재심의 요청을 접수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재심 여부를 결정한다.

부칙
제1조(시행일자) 본 규정은 2017년 6월 1일부터 발효한다.
제2조(시행일자) 본 규정은 2020년 8월1일부터 발효한다.
제3조(규정설정) 본 규정은 도예연구소에서 의결된 내용으로 모든 사항은 그 효력이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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