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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년

후부붑붑…

좋아요, 그럼! 친구예요.

그러니까 우리도 친구가 된다면 오래오래 진득하게! 숟가락으로 퍼낸 꿀과 같은 관계를 만들어 보는 게 좋겠어요.
끈적하고,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 같고, 손에 붙으면 기분이 더러운...

제가 자리에 앉는 실례를 좀 범하도록 할게요.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앉는다. 아주 반대편. 아주 멀리. 아주


반대편 멀리.)

제가 종종 그런 말을 듣긴 해요. 대가리가 꽃밭이냐는 둥, 혼자 속 편하게 뭐 하는 거냐는 둥.

하지만 친구가 없으면 외롭잖아요.

그럼... 친구 말고 따까리는 어때요?

신입생 절반에게 청혼을 하다니... 혹시 그런 타입이신가요? 그, 바람둥이? 아니면 백다리?

엄청 부려먹기 좋은 타입인데, 저!

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반응이 아닌 것은 별로 원하지 않아요. 감상이고 감정이고, 강제된 것은 퇴색한 의미만을
갖기 마련이니까요.

저는… 저는 꽥꽥대지 않아요! (하고 꽥! 소리친다.)

저는… 아기 오리가 아니랍니다.

친구에게 마구 집착하는 그런 구질구질한 스타일은 아니니까요!

저도 별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랑 결혼하는 건 별로라고 생각해요.

그레타, 솔직히 당신이 비극을 원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작품 내에서의 비극만을 원하는 것이라면
납득하겠지만, 그게 아니잖아요?

그 모습은… 내 인생조차 비극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제 인생이 완벽한 희극이 될 거라곤 생각지 않아요.

비관적 감정에서 당신은 어떤 것을 보나요?

아니, 분명 빗자루가 기숙사를 배정한다고 했는데.

여, 역시 빗자루로 배정하는 건 아니었던 건가… 그럼 비행용으로 쓰는 건 무엇이지… 가마솥?

‘엘리자베스그웬마리세실리아모르간칼리오페슈슈데른바테시케넌에시에르스위티파르페’가 이름이라면,
교수님께서도 한 번 이름을 부르는 데 엄청나게 고생하실 거예요.

제 이름은… 이제부터 아녜제엘리자베스그웬마리세실리아모르간칼리오페슈슈데른바테시케넌에시에르스위티파르페


드 로시인 거예요. 어떠세요? 마음에 들지 않나요? 막 이름을 부르고 싶은 의욕이 샘솟지 않으세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해요. 그저 나아가는 거예요.

뭍으로 걸어 나오면 섬이 있고,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어요.

암초는 늘 한결같지만 실은 파랑에 의해 한없이 깎이죠. 언젠가 스러질 것을 앎에도 그 자리를 지켜요. 길잡이가
되기 위해서.

우스운 일이네요. 무대 위에서 좌중을 내려봐야 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내뱉다니.

제가 본 모든 것들이 그 세계에 있죠. 더없이 사랑스러운 유기체와 무기체, 그리고 밉더라도 사랑하게 될 만한
것들. 그 안에는 당신도 있답니다.

마법사 아녜제는 많은 것을 짊어지지 않으니까요. 아직은 책임도 입증의 의무도 가지지 않아요. 해서 그 쪽의
제가 훨씬 편해요.

전 어여쁜 말들을 뱉어내는 재주가 그리 좋지는 못하답니다. 그것으로 제 감정을 온전히 전할 수 있었다면 작가가
되었겠죠.

그리스어가 원어인데, 순수나 희생, 사랑이란 말을 의미한대요. 뜻이 좋죠?

그럼요, 아까는 어휴, 여기가 호그와트인지 기차와트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니까요.

떫!!!! (혀 씹었다.) 아니... 뭐야? 부활해요?

(해치웠나?)

죽진 않아요. 버틸 수 있을 걸요. 그렇게 무겁진 않답니다.

가식이라 할지언정 칭송 속에 희망이란 말이 있으면 무게를 지탱하는 게 보다 더 수월해져요.

하지만 제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곡해하여 받아들이는 이를 보면 기분이 좋지 않아요. 해석은 평론가


나름대로지만, 제 진의를 깔끔히 무시한 것처럼 구는 사람 또한 존재하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솔직해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렵죠. 때로는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니까 말예요. 당장
저만 해도 완벽히 솔직하진 못한 걸요.

그래도! 페르세포네 앞에서는 거짓말 안 했답니다. 전부 진실이었어요. (그림자 드리울 구석 없는 낯이 밝다.)

저는 페르세포네도 빛난다고 생각해요.

전 페르세포네의 눈이 제 눈보다 좋은 걸요. 꼭 보석 같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해 질 무렵 강물을 닮았네요. 강


표면에 일렁이는 빛이 당신 눈에도 담겨 있으니까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아요. 제가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만 계속해서 헤아려 주세요. 저도 끊임없이
전달할 테니.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기에 아름답다니… (비극? 뭐 그런 거 하나?)

우리 이제야 만났는데 제가 진심으로 청혼할 리가 없잖아요?! 물론 말을 그렇게 하기는 했지만… 전 그런—금방


사랑에 빠지는—타입이 아니라구요. 저에게도 나름대로 선별 기준 같은 게 있단 말이에요.
그럼 사랑을 알게 되면 결혼 하시나요? (갑작스레 격정적으로 변해서 묻는다.)

슬픔과 비탄만이 지속되면 독자는 질려요. 빠져들기 쉽지만 그만큼 빠져나가기도 쉽죠. 인생은 비극이지만,
슬픔이나 부정의 연속이 될 수는 없기에.

모두 짙은 비극만을 여실하게 느끼도록 할 수는 없으니까. 희망 아는 자의 도리로 방관하고 싶지 않았답니다.

돌아오는 대답이 없으면 적적하긴 하죠. 혼자서 떠드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말이에요. (과거의 자신을 상기한다.
혼자 말하고 혼자 답하며 놀았었던... 갑자기 좀 처량해졌다.)

(으구~ 귀여워.)

(그토끼인형한테아녜제라고부르는게보고싶었는데...)

그럼요, 호그와트에서만이라도 따까리! 시켜 주시면 열심히 할게요.

그리고 무엇보다... 병아리 냄새가 나서. 근데 정말로 바닐라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코 한 번


쿨쩍인다.)

알고 있으셨다니! 역시 엄청나게 똑똑하고 영리한 분이신가 봐요.

하, 하하핫! 하하하하!

야행성이신가요?

글쎄요. 도태된 것들에 대한 앎은 제가 그것을 배워야만 상대를 기만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함부로 뱉은 말이 상대에게 어떤 가시가 되어 박히는지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요.

(길거리로 걸음을 옮기면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하루 끼니를 간신히 목 뒤로 넘겨야만 하는 빈민, 제 등 따뜻하고
배 부르면 그만인 상류층. 아녜제는 따지자면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부유하고 부족할 것 없는, 단란한 집.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저 방관하지 않는다는 점.)

(받은 것은 받은 대로. 필요한 이에게 돌려주는 것이 도리에 맞는 일이 아니겠는가.)

가만히 노래나 부르며 돈다발 위에 앉아 있고 싶은 것이 아니에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행위를 폄하한다.


가끔씩, 아녜제는 그런 활자를 찍어내는 사람이 미워지고는 했다. 그렇게 굴지 않으려 노력해도 어쩔 수
없었다.)

나누는 건 어렵지 않잖아요. 누구에게나.

그러니 멈추어선 순간에 당신이 무너지지 않도록 곁을 지킬 사람이 있음을 잊지 마세요.

(내가 보는 당신의 세계라. 중얼거림을 뱉고 시선을 굴린다. 객실 내부, 하늘과 아녜제의 사이를 틀어막고 있는
천장에서, 다시 바닥. 마침내 시선의 종착지는 붉은 눈이다.)

제 심장을 가열차게 뛰게 만든 것은 햇빛이고, 혈색이 돌게 만든 것은 잔디랍니다. 저를 저답게 만들어준 것은


다름아닌 제 가족과 몇 없던 친구들이구요. 그것들이 없다면 전 제가 될 수 없어요.

맞아요, 맞아요. 친구를 울리는 건 어마무시하게 못된 일이지요!


C 로 시작하는 카롤리나, 블루. 헉, 근데 블루인데…

당신은 제 영웅이시니까! (따란~.)

저도 그래요. 카롤리나는 저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거든요. 말의 높낮이라거나, 활동량이라거나!

무웨, 라니… 웃기네요, 그거! 저도 앞으로 자주 쓸게요.

자두를 닮았다는 건 칭찬이지요, 칭찬! 자두가 얼마나 땡글땡글 귀여운데요.

정말요? 기사영웅퍼펙트고졀스 카롤리나 블루인 거죠! (어쩐지 뿌듯한 얼굴로 코 밑을 쓱쓱 닦는다.)

영웅이 장담해 주니까 뭔가 확신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도 노력하면 마법에 능통한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

제 잘못이 아니라니까요, 그 지팡이가 그냥 좀 이상했던 것뿐인데!

하지만 제가 하는 트릭 비슷한 어필은… 딱히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는 걸요?

와, 저 진짜 깜짝 놀랐어요! 혹시 마법사들은 마음을 읽을 줄 아나요?

천재에 괴짜가 많다!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요. 뭔가 제가 아는 천재들은 다 제정신이 아니거든요!

후부부부부부붑.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오, 구리빈 도르.

저도, 저도 카롤리나의 오빠를 우상으로 삼고 싶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 갑자기 생각났는데... 그럼 방학 때... (놀까요?놀까요?놀까요?) (


놀아주세요놀아주세요!)

... 카롤리나는 자두처럼 땡글땡글하고 귀엽고 예쁘고, 빛나고, 멋지고, ... 잠시만요. 저 하고 싶은 게
있어요. (표정에서 웃음기를 지우기 시작한다. 샤샤샥.샥.) ... 카롤리나. 저 요즘 카롤리나한테서 벽이
느껴져요. (냉담한 얼굴...)

그런 걸 읽는 당신은 지니어스.

너무 멋있다! 뭐라고 할까... 지성인? 같아요!

백설 공주? (일부러 뿌듯하다는 듯 미소짓는다.)

엄청 멋있는 사람이네요, 당신! 팬 클럽도 있어요? 가입시켜주실 수 있는 건가요?

아아, 이제서야 제 우상을 찾은 것 같아요, 어머니!

그럼요, 그럼요! 당신이 못할 게 뭐가 있겠어요. 저처럼 답 없이 멍청한 어린아이에게도 가르침을 줄 수 있겠죠!

엥? 네? (지렁이??? 지렁이??? 지렁이???) 지렁이요? (기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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