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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 아몬틸라도

[BL]

제작일 | 2019.09.17
지은이 | 스탕
펴낸곳 | (주)피플앤스토리
전자책값 | 2,000원
전자책_(주)블루마운틴소프트
www.ebookclub.co.kr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어떠한 수단으로도 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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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

01

02

03

04

05

06

07

08

09

10

11
[BL] 독주 아몬틸라도
0

포르투나토의 허리에 쇠사슬을 감고 그것을 바짝 졸라매는 데 불과 몇 초


도 걸리지 않았다.

나는 이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형이 나를 만지고 있다. 여름 장마의 공기처럼 끈적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 말도 안 돼.’

속눈썹과 함께 온몸이 떨려왔다. 형이 나를 만지고 있다. 브리프 위를 형의


손길이 부드럽게 스쳤다. 모아쥐었다가, 문질렀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
았다.
형이 내가 깨어 있다는 것을 눈치채면 안 되는데, 숨은 한꺼번에 파르르 흩
어지며 마치 천둥 같은 소리를 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
다.
형의 손이 속옷 위로 내 물건을 쥐었다. 그리고 훑었다. 얇은 천 아래로 그
섬세한 손길이 느껴졌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
제는…….
움찔움찔움찔.
……내가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눈을 감고도 떠올릴 수 있는 형의 시원시원하게 길쭉한 손가락이 날 문지


르고 쥘 때마다 속옷 아래로 내 물건이 점점 모양을 갖춰 가고 있었다. 기분
이 너무 이상했다.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은데 눈을 감아서 그런지 더더욱 형이 만지는
부위로 신경이 쏠렸다.
나는 허우적거렸다. 그 이상한 감각에서 헤어나올 방법을 도저히 찾지 못
했다.
그러는 동안 오랫동안 자극을 잊었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어떻게든
신경을 분산시켜 보려 했지만 형의 손은 점점 더 집요해졌다. 혀끝에서 허덕
이는 소리가 났다.
내 것이 점점 일어서는 게 느껴졌다. 정신이 없었다. 속옷을 빠듯하게 밀어
올리는 감각에 나는 울 것 같았다.


“ ….”

잠결에 뒤척이는 척 하며 그 손에서 벗어나려 해 봤지만 다시 돌려 세워졌


다. 미묘한 손길로 스치던 손은 내 동작에 오히려 더더욱 적극적이 되었다.
형의 두 손이 내 허벅지를 활짝 벌렸다. 동그랗게, 속옷이 젖었다. 끝이 젖
은 손이 내 허벅지를 무릎 부근에서부터 스윽 속옷 위까지 쓸어올렸다.

“ 흐읏…….”

형의 손에 쥐어진 내 다리는 이제 떨림을 주체하지 못했다.

‘ 어떻게 해야 하지?’

보통 이럴 땐 소리를 질러 누군가한테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그러나 누구


한테?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소리 지를 수가 없었다.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하지? 형한테? 아니
면 이미 돌아가시고 없는 부모님한테? 이 집엔 부모님이 없었다.
나는 부모님 대신 살아 있는 거니까.

“ … 흐 으…….”

심지어 부모님이 계신 집이라 하더라도… 내가 이 상황에서 소리칠 수 있


었을까? 소리를 질러 나한테 이상한 짓을 하는 형을 고발할 수 있었을까?
내가 감히……?
“흐으, 으. 으….”

악문 잇새로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두 손가락의 끝이 속옷 위의 물건을 문


질렀다.
내 물건은 이제 형태를 다 갖추고 있었다. 젖어 끝부분이 피부에 달라붙기
시작한 속옷 끝을 형이 손톱으로 집어 올렸다. 눈을 감아도 그 섬세한 동작
을 느낄 수 있었다.


“ …….”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잘게 몸부림쳤다. 남의 손이 탄 곳 없는 곳이 바짝,


솟아올라 속옷을 완전히 들어 올렸을 때였다.

“흐으, 아…….”

손이 이젠 젖은 속옷 안으로 쑥 들어왔다. 안을 훑은 손가락이 내 것을 감싸


쥐었다. 끓어오르는 신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허벅지를 오므리려 했지만 안
으로 들어온 손이 내 다리를 벌렸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흡 흐, 흡…….”
“ ,

다리 사이로 들어온 손이 허벅지 아래까지 속옷을 벗겼다.


“ ….”

형의 손안에 내 발기한 물건이 있었다. 그대로 마치 장난감이 주물러지듯


이 만지작거려졌다. 거친 손길이었다. 겁을 먹었는데도 그 손가락의 느낌에
흥분했다.
그 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할딱할딱 거친 숨을 내쉬는 소리가 내 귓가
에 들렸다. 형의 엄지, 검지, 중지, 약지, 모든 게 느껴졌다.


“ ……!”

힘을 주었다 풀었다 만지작대던 손의 끝이 민감한 끝부분을 훑었다.


바지는 벗겨지고 속옷은 내려진 채 엄지손가락이 내 젖은 끝을 문질러 비
비는 순간 나는 바짝 몸을 조였다.
스윽스윽.


“ …….”
손가락들이 날 움켜쥐고 훑었다. 그 순간 나는 빳빳하게 몸을 굳히며 사정
했다.
투툭, 속옷에서 성기가 꺼내져서 형의 손안에 쥐어져서, 배에 뜨끈한 액체
가 흘렀다.
그 일련의 과정 동안,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게 현실이란 말이야?
손은 사정하고 난 뒤에도 내 성기를 단단히 쥐고 있었다. 한참 동안. 떨림이
잦아들기를 기다린 듯했다. 그 손의 압력에 움찔거리면서, 나는 그대로 굳어
있었다.
손이 곧 내 페니스에서 떨어졌다. 아랫배를 뭔가가 물기 있는 것이 닦았을
때 내 몸은 거의 펄쩍 뛰어올랐다. 그런데도 손은 조금도 놀란 기미 없이 배
에 묻은 것을 다 닦고 파자마 웃옷을 내려 주었다.
그리고 다시 조금 젖은 속옷을 입힌 뒤 파자마 바지를 다시 발목 위로 끌어
올렸다.
마치 인형 옷을 갈아입히듯이…….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 올려준 손길은 이윽고 내 몸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침대를 내리눌렀던 무게도 덜어졌다. 꼭 남자 한 사람 분의 무게만큼, 그리
고 문이 닫혔다.
그 기척을 듣고 느끼고서도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눈을 뜨면
이 일은 정말로 현실이 되고 말 테니까.
‘ 믿을 수 없어.’

그 손은 알고 있었다. 내가 한참 전부터 깨어 있었다는 걸.


힘이 쭉 빠진 채로 나는 억지로 잠을 청했다. 잠은 금방 몰려왔다. 사정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 정신이 한시라도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길 원해
서였는지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나는 비척비척 걸어 식탁에 앉았다.

“ 일어났어?”

이 일이 도대체 왜 일어나고 있는 거지?


식탁에 앉는데 어젯밤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얼굴로 형이 미소지었다.
나는 그 얼굴에 대고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나도 그 일이 아예 일어나지
않은 일이길 원했으니까.
형이 매일 밤 나를 만지고 있다.
누가 믿겠는가?
그러나 바로 이날이 시작이었다. 매일 밤 억지로 청한 잠에 들 새도 없이,
문이 열리고 손에 내 몸 온 곳이 구석구석 만져지게 된 것은. 나는 그 손에 온
몸이 탔다.
피부 모든 곳에 형의 손이 달라붙었다. 움찔거리는 곳은 곧 집요하게 만져
지고 쓸렸다. 예민한 곳, 입술이나 성기나, 유두…… 달라붙는 것은 손뿐만
이 아니었다. 가끔은 뜨거운 입안으로 삼켜질 때도 있었다.
손가락이나 가슴이나 아랫배, 허벅지 안쪽 무릎과 정강이, 발목, 연한 살이
빨리며 성기에 손이 닿기 전부터 속옷을 푹 적신 적도 있었다.
모든 게 너무 강렬한 자극이었다. 몇 번이나 허벅지를 굳혀도 손이 떨어지
지 않는 때도 있었다.
어느 날 바지와 속옷이 한 번에 내려진 뒤에 두 다리가 활짝 벌려져 그곳
이…… 그러니까…….

“ , 흑 흡, 흐읍, 으…… 아…!”

힘주어 빨리기도 하고. 난 몇 초도 되지 않아 사정했다. 형의 입안에서, 도


리가 없었다. 빨아당기는 압력에 형이 빨아 주면서 어디를 만지는지도 몰랐
다.
신음을 참지 못하는데도, 형은 멈추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상황은 심각해
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한밤중 일어나는 모든 일이 무
척이나 비현실적이고 비윤리적이었다. 게다가 그 모든 걸 다 제외하더라도
믿을 수 없기도 했다.

‘ 형이? 모든 게 완벽한 형이, 나한테?’


형이 날 만지다니, 내가 형의 손길에 매일 밤 사정하다니.
하지만 모든 일이 다 현실이었다.
01

형에 대해서 말해 보자.

***

우린 모두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그림자가 우리를 가진지도 모른다.
검은 몸을 자유자재로 길게도 또 가늘게도 늘어뜨리는 그림자가 사실은 우
리의 본질이고 태양 아래서 웃고 있는 우리는 그들이 조종하는 인형인지도
모른다.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한 번 그 검은 웅덩이에
시선을 던지면 헤어날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은 빛이 아니라 어둠이 우리를 지배한다. 결핍과 갈망과 죄책감, 남들에
겐 감히 드러낼 수 없는 우리의 속마음이…….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어진다. 빛, 혹은 그림자, 그게 내겐 형이었다.
차우성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존재가 자연스레 사방에 드리우는 영향
력이 내 그늘이었다.
나와 여덟 살 차이가 나는 형은 너무나 완벽해서 오히려 이 세상에 존재해
서는 안 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너무 완벽해서 이질적인 사람 있잖은가?

‘ 난 형이랑 정말 같은 배에서 나왔는지 모르겠어.’

난 형한테 한 번도 동질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함께 있으면 사람들은 늘


형을 보며 찬사를 던졌다. 난 안중에도 없이.
사람들의 태도가 화가 나거나 싫진 않았다. 이해가 되었으니까. 내가 생각
하기에도 형은 정말 잘났다. 내가 형이란 존재를 의식한 때부터 말이다. 형
은 완벽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걸 가지고 있었다.
근사한 외모, 훤칠한 키, 뛰어난 두뇌를 바탕으로 한 좋은 성적, 훌륭한 몸
에 자연스레 깃든 운동 신경, 그리고 심지어 성격도 좋았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형이 사람한테 화를 내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저런
사람을 바로 부모님의 자랑이 되는 아들이라고 하겠지.
형은 언제나 내게 늘 잘해 주었는데, 내가 느낀 것은 오히려 묘한 두려움이
었다.
나는 형과 친해지지 못했다. 형이 자기가 가진 것을 다 주어 가며 나와 놀아
주려 하는데도 나는 늘 낯을 가리며 부모님 뒤로 숨었다.
나한테 화를 내거나 차라리 좀 더 무심했다면 다가가기 쉬웠을 텐데.

“ 너도 내가 싫니?”
형은 가끔 웃으며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무섭니?”

부드럽게,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나이 차만큼이나 키 차이도 그랬다. 내게


형은 마치 그림자가 없는 사람 같았다.
아무리 대외적으론 완벽하게 보이는 사람이더라도 함께 살다 보면 흠결이
보인다던데.
아마 우리가 피를 나누지 않았으면, 나는 형을 꺼림칙하게 여기며 피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과 형제다 보니 게다가 형이다 보니, 나는 자연
스럽게 형의 영향력 아래 속하게 되었다.
키 큰 나무 아래 떨어진 씨앗이 원래 제 몸짓이 무엇이든 햇볕을 받지 못해
앉은뱅이가 되는 것처럼, 나는 남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편안한 점도 있었다.
내가 형의 동생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 아무도 내게 많은 걸 기대하지 않았
으니까. 나는 머리도 꽤 좋았다. 운동도 싫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해도 그것은 이미 나보다 몇 년을 앞서간 형이 월등히
우수하게 해낸 것이었으므로, 사람들은 다소 실망한 뒤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 ‘기대하지 않음’이 내게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기대,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처음부터 없었는지, 아니면 없어졌는
지는 나도 몰랐다. 다만 그 상황이 편안하단 것밖엔.
부모님은 가끔 그런 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너와 네 형은 전혀 다른 사람이야.”

아마 내가 상처받으리라 생각해서였겠지?

“그 무엇으로도 형과 널 비교하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단다.”

하지만 난 상처받지 않았다. 형에게 열등감을 느끼거나 싫어하지도 않았


다. 그냥 살짝,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뿐. 길고 짧은 걸 대어 보는 건 엇비슷할
때 이야기가 아닌가?
게다가 기억 속 형은, 늘 바빠 자리를 비우는 부모님보다 훨씬 나를 잘 챙겨
주었다. 바빠 죽겠는데도 굳이 아침을 챙겨 주고 비가 오는 날이면 늘 우산
을 들고 정문에 서 있었다.

“데이트 할까?”

가끔 보고 싶던 공연 티켓을 어디서인지 구해 와 소파에서 뒹굴뒹굴하는


나를 토닥여 끌어내는 것도 형이었다.
그걸 우연히 알게 된 친구들은 놀라곤 했다. 유난이라고, 아니 형과 그렇게
친한 사람이 어디 있냐고, 그게 형이라면 난 형 없다고, 머리 위로 줄줄이 형
이 딸린 친구가 질색하는 얼굴로 말했다.

‘ 그게 사이가…… 좋은 건가?’

여덟의 나이 차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한텐 오히려 멍 자국을 달고 이 새끼 저 새끼하며 형과 싸움박질한 이야
기를 급식 시간에 늘어놓는 친구들이 훨씬 형들과 감정적으로 가까운 것으
로 여겨졌는데 사람들은 형과 내 관계가 친밀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친밀감과는 다른 묘한 이질감을 설명하지 못했다. 나한테
도 설명할 수가 없었으니까.
아무튼 유년 시절 내게 형은 조금 이상하고도 완벽한 사람이었다.

“형은 여자친구 안 사귀어?”


“왜? 소개라도 시켜 주려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어느 날 대학을 다니는 형한테 여자친구는 없느냐 물었더니 형이 피식 웃


었다. 그리고 멍하니 형의 무릎에 누워 있던 내 머리칼을 헝클어뜨렸다.

“ ? 왜 그러지 않으면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겼어?”


형의 새카만 눈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 아니.”

형이 고개를 숙이자 형의 앞머리칼이 늘어져 높은 코에 그림자가 생겼다.

“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말해? 상담해 줄 테니까……”

한 배에서 났으니 분명 같은 재료일 텐데, 어쩌면 이렇게 달라? 만약 우리


가 한 덩이의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두 인간이라면 가장 좋은 것을 쓰고 남
은 여분으로 날 빚었는지도 모른다.

‘ 형과 널 비교할 필요는 없어.’

부모님의 우려와 달리 나는 오히려 형을 마음 한구석 찝찝하게 느끼는 내


게 죄책감을 가졌던 것 같다. 나한테 이렇게 잘해 주는데.
아, 맞다. 딱 하나. 형에겐 딱 하나 인간다운 구석이 있었다. 그건 형에게 알
레르기가 있어 내가 좋아하는 동물들을 집에서 키우지 못한다는 사실이었
다. 털이 있고 따스한 포유류, 강아지, 고양이, 토끼, 햄스터…….
“좋아하는데 나 때문에 못 키워서 어떡해?”

그 점에 있어선 형이 사람답게 느껴졌다. 내가 친구 집에 가서 검은 옷을 흰


털투성이로 만들고 돌아오는 날이면 형은 아름다운 눈썹을 축 늘어뜨렸다.

“괜찮아, 부모님도 싫어하시는걸.”

나는 오래전부터 수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형만큼은 아니어도 열심


히 공부해서 성적을 유지하는 건 그 때문이었다.
형한테는 공부 말고 취미가 하나 있었다. 요리였다.


“ .”

요리책 사진으로 등장해도 좋을 만큼 잘 튀겨진 유린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멍하니 바라보다 내가 웅얼거렸다.

응 왜?”
“ ,

“형은 힘들지도 않아?”

“뭐가? 취업?”
형은 이제 곧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학년이었다. 나는 형이 어련히 알아서
잘할까 생각했다. 형은 앞치마를 벗고 물기를 닦은 손을 매만지며 자리에 앉
았다.
그리고 수저를 드는 대신 나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다음 말을 해 보란 무
언의 제스처였다.

“ 그러니까…… 사람들의 시선 말이야.”

내 생각에 형은 마치…… 무대 위에서 태어난 사람 같달까? 커튼 뒤에서 숨


돌릴 틈도 없이…… 무슨 역할놀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완벽한 아들, 완벽
한 형, 완벽한 대학 선배나 후배 말이다. 그런데 만약 연극을 한다면 누구를
위해? 누구 때문에? 그런단 말인가?

‘여긴 집이잖아. 적어도 여기선 편할 수 있는 거잖아.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


고 그냥 자신답게…….’

나는 의아했다. 집에선 그냥 형 자신이어도 괜찮다, 그래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인 공간에선 조금쯤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도? 그런다고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데?

“ 내 말은 조금은…… 긴장을 풀어도 좋을 것 같아서.”


내 말에 형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제자리로 들어왔다. 형은 이내 부드럽
게 미소지었다.

“사람들 누구?”
“…….”

“내가 누구 시선에 부응하려고 긴장하려는 것처럼 보이는데?”

진지하게 물으니 할 말이 궁색해졌다. 나는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다 젓가


락으로 집은 유린기를 얼른 입에 물었다.
바삭, 뜨거웠다. 나는 바삭거리는 닭튀김을 씹었는데 침묵이 쉽사리 지워
지질 않았다. 결국 입안에 있는 걸 다 삼키고 말했다.

“그냥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다…… 나는 형이 힘들 것 같아서.”

우물쭈물하는 내 모습을 보더니 형이 가느다란 긴장의 끈을 툭, 하고 풀었


다.

“난 괜찮아.”
“……응.”

“그거 소스 괜찮아?”
사실 형 괜찮으라 한 말이 아니었다. 나 괜찮으라고 한 말이었지, 집에서 나
좀 편하자고……. 형의 손이 저 멀리서부터 여기까지 뻗어왔다.
손길에 머리칼이 헝클어졌다.

“머리 좀 길었다.”
“…….”

“자르러 갈까? 나도 머리 해야 하는데. 여기서 하고 갈까.”

사이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친하다, 친한데, 왜 이렇게 숨이 막힐까? 특히


단둘이 있을 때,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는 괜찮은데, 나는 이럴 때마다 미안
했다.
요샌 형과 전처럼 붙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정신의학과 의사 선생님이자 교수님이셨다. 그런데 부


모님의 뒤를 밟을 줄 알았던 형은 생명과학으로 빠졌다. 사실 형의 대학 입
학 후 나는 숨이 좀 트였다.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으니까, 아주 바빠져서 방학 때만 가끔 만났다. 사실
형이 몇 학년인지도 분명치 않았다. 월반을 몇 번 했던 것 같은데…… 지금
은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고 했고…… 기업에서도 몇 년 일했고…… 나와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형의 그늘 아래 있었지만 이젠 완전히 갈라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형이 완전히 독립을 하고 나면 강아지를 키워야지, 나는 그런 생각이나 하
고 있었다.

‘실은 부모님도 동물을 그리 싫어하진 않으니까, 형이 완전히 독립하면 강


아지 정도는 키워도 된다고 했고…….’

그러나 우리는 한 치 앞을 모른다. 같은 나무에 붙어 있어도 다른 방향으로


뻗는 가지처럼 다른 삶을 향해 나아갈 줄 알았던 형과 나는 갑자기 뒤엉켰
다.
내가 막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되려던 해에.

***

아직도 생각난다. 날은 습하기 그지없었다. 때는 여름 장마의 중간을 통과


하고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밤이었다.
차는 외할머니의 장례식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분은 친가와 외가 통틀어
단 한 분 남은 웃어른이셨다. ‘마침’이라고 하기도 뭣하지만 부고 소식을 들
었던 날 형도 집에 있었다.
짧은 방학 중 한숨 돌리려 집에 있던 형과 나, 부모님, 우리 가족은 함께 차
에 탔다. 뒷좌석에 탔을 때 멍하니 있는 내게 형이 안전벨트를 매어 주던 것
이 생생하다.

어 어?”
“ ,

“뒷좌석이라도 매고 있어야지. 빗길에 위험하잖아.”

그때 난 날 유난히 아껴 주었던 외할머니의 부고 소식에 그냥 멍, 했다. 그


러니까 그날 형이 직접 내 몸을 껴안듯 매어 주었던 안전벨트가 아니었더라
면 사고 즉시 죽었을 수도 있었다.
만약 그랬다면 어땠을까?
내가 죽는 대신 적어도 엄마, 아빠 둘 중 한 분이 살았더라면.
어둡고 비가 내리고 구불구불하는 길을 돌아가느라 차는 휘청거렸고 더군
다나 그날은 바람이 거셌다. 와이퍼를 작동해도 시야가 보이지 않았다.
결말을 알고 나니 더더욱 위험천만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라디오조
차 틀지 않아 차는 적막했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던 것 같았다.
그리고 갑자기 빛이 쏟아졌다.
형이 내 몸을 고정시키듯 잡고 나서야 나는 눈을 떠 우리 차로 돌진해 오는
차량을 발견했다.
엄청나게 하얀 불빛이었다.
그 다음 기억은 부서져 조각나 있다. 깨닫고 보면 형이 나를 안아 차에서 끌
어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푹 수그린 앞좌석의 부모님을 보았다. 뒤에서
본 옆얼굴이 피범벅이었다.


“ ……?”

기억은 퍼즐 조각 같다. 나는 아직도 그것을 짜 맞출 엄두가 나질 않았다.


코끝을 스치는 매캐한 냄새와 고통, 그리고 날 바라보던 형의 시선, 제대로
쉬어지지 않던 숨.
숨을 쉬는데 배가 쥐어짜이듯 아팠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헐떡거렸
다.

“…… 엄마, 헉, 아빠는? 형?”

형은 우선 나부터 차에서 꺼냈다. 나는 겁에 질려 물에 빠진 사람처럼 날 도


로 근처 풀숲에 눕히는 형을 붙잡았다. 그리고 물었다. 동시에 펑! 하는 소리
가 귀를 찢을 듯이 때렸다.
형은 뒤를 돌아보았다. 나도 그곳을 바라보았다.
우리의 시선이 향한 곳엔 불타는 차가 있었다.
퍼펑! 펑!
차가 폭발하며 불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형은 그날 이후 그 사건에 대해 한 번도 자기 감정을 드러낸 일이 없었다.
그 누구한테도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어땠는지 말하지 않았고, 나한테도 묻
지 않았다. 나는 차마 형의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감정을 물을 수가 없었다.
나 자신한테도, 그리고 형한테도.
그래서 그 일은 암묵적으로…… 우리 둘만의 비밀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 살아야 했던 건 내가 아니었다.
부모님이었어야지.
형도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 다음부터 한 번도 제정신으로
잠든 일이 없었다.

‘ 형은 잘못된 선택을 한 일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을까?’

한 번도 나를 원망하고 증오한 적이 없었을까?


아빠나 엄마가 아니라 아무 쓸모도 없고, 자기 인생에 짐짝이나 될 날 선택
한 일을?

‘ 차라리 원망을 하고 미워를 하지.’

형이 날 원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형한테 ‘왜 날 살렸어?’하는 말을 단


한마디도 꺼낼 수 없었다. 형이 날 살렸기 때문에 그 이후 나는 영영 형한테
속하게 되었다.
내가 숨길 수밖에 없는 비밀이 있었기 때문에, 그 사건에서 내 일부가 죽어
함께 사라진 것 같았기 때문에.
형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면 형이 나를 위해 희생한 것만큼을 되갚아 주어
야 했는데 나는 형한테 너무 많은 걸 잃게 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세상의 그 무엇으로도 갚아 줄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사건 이후 내게 형은 부모님 이상의 존재, 그야말로 신이 되었고, 바로
그 일에 대한 죄책감이…… 내가 갇힌 벽감의 입구를 쌓아 올리는 회벽돌의
초석(礎⽯)이 되었다.
《아몬틸라도의 술통》이었다.
02

그 사건 이후 나는 오래도록 기절해 있었다.


흐려진 정신 속을 헤매다가 깨어나 보니 종합병원의 1인실이었다. 창밖으
로 낯선 도로와 건물이 보였다. 병원복을 입고 있었고 곁엔 누군가가 엎드려
있었다. 형이었다.
나는 정신이 끊어지기 전 마지막 기억이 꿈이길 바랐으나, 형은 향냄새가
밴 검은 양복 차림이었다.

“수빈아?”

내가 몸을 일으키자마자 인기척을 느꼈던지 형이 따라 일어났다. 나는 아


무 말도 못 하고 몸을 떨었다.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나는…….”
“괜찮아.”

형이 그보다 먼저 나를 끌어안았다.
“괜찮아, 괜찮아. 수빈아.”

하지만 나는 괜찮지 않았다. 기억나는 모든 것들이 끔찍했다. 나는 형을 꽉


끌어안았다. 형이 나를 토닥였다. 통증이 닥쳐왔다. 형이 나를 다시 눕혔는
데 나는 형의 옷깃에 매달렸다.

“엄마는?”

그리고 물었다.

형 엄마는? 아빠는?”
“ ,

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시간은 그 사건으로부터 몇 달이나 지나 있었다. 나는 부모님의 장례식조
차 보지 못했다.
사고 당시의 충격은 운전석과 바로 그 뒤에 타고 있는 내가 심하게 받았다
고 했다. 그래서 비교적 멀쩡했던 형이 날 구할 수 있었다고.
그 후로 재활에만 일 년이 걸렸던 것 같다. 나는 장애를 얻었다. 눈에 띄는
장애는 아니었지만 왼쪽 다리가 부서져서 철심을 박고 몇 번이나 수술을 받
은 뒤 그 다리를 절 수밖에 없었다.
장마는 매년 찾아왔다.
비가 오는 밤이면 나는 다리가 쑤셔 견딜 수 없었다. 사건은 그런 식으로 나
의 몸에 영구적인 흉터를 남겼다.
사건이 일어났던 해 형은 스물여섯, 법적 성인이 되기에 충분한 나이였다.
자연스럽게 형은 나의 법적 후견인이 되었다.
형은 모든 일을 이성적으로 처리했다. 너무도 이성적으로, 자칫 냉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나는? 나는 정말로 비이성적이었다.
부모님의 재산에 얹어진 거액의 보험금을 보고 나는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이 일이 있고 나서 형은 한 번도 운 적이 없는데, 울고 싶은 것은
오히려 형일 텐데, 형이 감정적으로 굴었던 것은 병문안을 겸해 친척들이 찾
아왔을 때뿐이었다.

“수빈이 안정을 취해야 하는 것 안 보이세요?”

형은 삼촌들을 밖으로 내몰았다.

“수빈아, 날 믿지?”

형은 나중에 내게 말했다.

“이제 우린 하나야. 믿을 건 서로밖에 없어.”


“…….”

“ 남한테 의지할 생각하지 말자. 알겠지?”

형이 병문안 온 삼촌들을 병실 바깥으로 떠밀었기에 오고간 대화를 짐작할


수 없었지만, 높아지는 언성에 난 아마 돈 문제가 끼어 있을 것이라고 짐작
했다.
친척들 가운데 돈으로 궁핍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데도.
그러게, 믿을 건 형밖에 없는데. 그 기간은 내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꼈던
공백이었다. 그 공백 속에 외할머니의 장례식, 부모님의 죽음, 그리고 친척
들과의 단절이 있었다.

“…… .” 흑

‘ 내가 뭘 잘했다고 울어.’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형이 나를 끌어안았다.

‘ 형은 또 왜 날 위로하고 있고.’

울면 안 되는 걸 아는데도 눈물이 났다.


‘ 나를 누가 용서해 줬으면 좋겠어. 그 일을 누군가…….’

하지만 그 일을 누구한테 고백할 수 있을까. 모든 걸 아는 형 말고는.

‘ 나를 원망하지?’

하고 싶은 말이 혀끝에서 맴돌았다.

‘ 형 선택을 원망하지?’?

나는 묻고 싶었지만 형이 그렇게 두지 않았다. 형이 입버릇처럼 말했다.

“수빈아, 마음 단단히 먹자.”


“이제 이 세상엔 우리 단둘밖에 없어.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

“나는…….”

나는 뭔가 말하고 싶었다.
“ 그건 사고였어, 수빈아.”

말하고 싶었지만…… 형은 그 말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 사고였다는 걸 너도 알잖아. 이 사고에 네 책임은 하나도 없어.”

머리로는 나도 알아. 하지만 차라리 그때 형이 내가 뭔가 말하게 두었더라


면. 뒤죽박죽이더라도 내 고해를 듣고 나를 용서해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
을까.

‘ 형도 후회하지? 왜 나였어?’

나는 결국 그 말을 할 수 없었고, 매일 밤 잠을 설쳤다. 잠을 잘 수 없었다.


사고는 잠을 앗아갔다. 불면의 밤이었다. 나는 살이 빠졌고 자주 정신을 잃
었다.
그리고 형은 그동안 날 내버려 두지 않았다.

“ 함께 내려가자.”?
나를 혼자 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겠지, 나는 형을 따라 형의 학교
근처로 순순히 이사를 갔다.

“다 가져갈 순 없어. 거기도 짐이 많으니까.”

형은 집을 떠나면서 내게 많은 걸 버리게 했다. 예를 들면 정리할 엄두를 내


지 못해 그대로 유품이 되어 버린 부모님의 물품과 옷가지와 추억이 배어 있
는 침구, 침대, 가구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앨범.
최근 사진 몇 장만 남기고 형은 부모님과의 기억을 모두 내다 버리려 했다.

“왜 이걸 버려야 해? 그러지 마.”


“이게 널 괴롭히잖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걸 버리지 않으면 넌 계속 과거 속에만 잠겨 있을 거잖아.”


“…….”

“그렇게 살면 안 돼, 수빈아.”

정론이었다.
“잃어버린 것들을 곱씹지 마. 그런다고 돌아오지 않아. 산 사람들은 살아야
지 부모님도 네가 그러길 바라실 거야.”
.

정론이었지만…… 나는 형 몰래 겨우 사진 몇 장만 챙길 수 있었다. 가족사


진들이었다.

***

나는 사고가 난 다음 해, 그 사고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틈바구


니 속에 정착했다. 고등학생이 되어 대전에 내려온 나를 그 해 사귄 친구들
은 이상하게 여겼다.

“ 좋은 학군이었잖아. 보통은 위장 전입을 해서라도 거기에 남아 있지 않


나?”

“ 그냥…….”

나는 비밀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 비밀은 아주 조금씩, 그러나 자연스럽게,


새로 사귄 친구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 가족… 이랑 같이 있고 싶었거든.”
모든 것이 사건을 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잊을 수
있을까, 모든 걸 버리고 떠나와도 그 일을 나와 형이 기억하는데.
형이란 존재를 통해 다시 내가 기억하는데, 과거에 찍힌 사진을 보고 내가
그날이 불러일으키는 추억을 기억하는 것처럼.
사실 갈라서야 하는 건, 버려야 하는 건 유품들이 아니라 형이었다.
하지만 그걸 깨닫기 앞서 우리의 그림자는 하나로 용해되었다. 형의 말대
로, 우린 이제 하나였다. 서로에게 섞여 떨어질 수 없었다.
사건 이후, 형은 변했다. 형은, 그러니까 그 사건 이후부터 나를 강박적으로
싸고 돌았다. 마치 편집증이라도 생긴 듯했다.
형은 내 안의 엄마와 아빠의 자리를 차지하려 들었다. 그 빈 공간을 메꿀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도, 형은 내 보호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했
다.
내게 아침과 저녁, 용돈을 챙기고 정기적으로 신발과 옷을 사 입히고 입학
식 때 꽃을 들고 학교로 왔다. 성적을 신경 쓰는 것도 이제 형의 몫이 되었다.
형은 그 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형의 학비를 지원하던 회사에 입사
했다. 생각해 보면 나보다 훨씬 바빴을 텐데, 나를 챙기는 것은 여전히 형이
었다.

“학교는 잘 다니고 있어? 학원은 필요 없고?”


“응…….”
“친구는 사귀었고?”

그동안 나는 그냥 멍했다.

“그냥…….”

밥 먹는 애들은 있다고 대답하니 그게 누구인데 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답


하기 궁색해서 나는 오히려 되물었다.

“형은?”
“나?”

“형은 같이 밥 먹는 사람 있어?”

“…….”

“술 마시고, 함께 놀고. ……사귀거나 하는 사람은?”

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던 내가 말했다.

형 집에 늦게 들어와도 괜찮아, 나 어린애 아냐, 나 때문에 형 삶을 살지


“ ,
않을 이유는 없어. 아무리 내가 형 눈에는 어리게 보여도…….”
내 앞가림은 할 수 있다고 말하려던 때였다. 성인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로
는 컸다고.
나는 그 일로 비뚤어질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내가 살아남음을 스스로 원망하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들었으니까, 내가
비뚤어지고 엇나가면, 나 대신 살 수 있었던 부모님의 죽음은 그야말로… 아
무것도 아니게 되지 않는가.

“너 때문에 그러는 거 아냐.”

형이 식탁에 앉아 턱을 괴며 말했다.

“내가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나는 형의 눈치를 보았다.

“넌 내 문제에 대해 신경 쓸 필요 없어.”

이제 우리 둘의 관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전이라면 흘리거나 코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일들도 나는 그러질 못했다. 부채감, 죄책감, 내가 눈치를 보는
걸 알아차린 형이 미소지었다. 담백한 미소였다.

“알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

“그래도 너무 공부만 하는 건 좋지 않으니까 이번 주에 어디 놀러 갈까?”

“으응.”

“하고 싶은 거 있어?”

나는 그 미소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어디 가고 싶은 데는?”

형의 마음은 속이 보이지 않는 바다 같았다. 그 깊이를 가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나는 형의 말은 무엇이든 따랐다. 형은 이 도시에서 자연스럽게 차
를 몰았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차에 타 안전벨트를 할 때마다 등골에 식은땀
이 흘러내렸다.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은 사건이었다. 어떻게 형은 차를 몰 수
있는 걸까?
형은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선뜩하지 않을까?
형한테 도대체 그 사건은 무엇일까?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는 걸까.
형의 속마음을 알고 싶으면서도, 차마 묻지 못했다. 이 도시에 와서도 나는
여전히 잠을 잘 자지 못했다. 휴식을 얻지 못하자 점차 밤이 무서워졌다.

‘ 내가 언젠가 제대로 잠을 잘 날이 올까? 오긴 할까?’

어둠 속에서 잠 대신 하는 생각들은 대부분 절망적이었다.

‘살아서 행복할 자격이 있을까? 누군가와 깊이 교감할, 그래서 나의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 너덜너덜해진 이 죄책감을 보여 줄 자격이 있을까?’

생각을 하다 보면 밤이 가고 낮이 오곤 했다. 나는 이 마음을 누구도 모르리


라고 생각했다.

“…….”

내가 형의 마음을 모르는 것처럼, 나도 아무 말을 하지 않으니 형도 내 마음


을 짐작하지 못하리라고. 그러던 어느 날 밤의 일이다.
잠을 청하고 싶어하는 몽롱한 정신과 싸우다 나는 공부를 그만두고 자리에
누웠다.
잠을 자지 못해도 눈이라도 감고 있어야 학교에서 흐린 정신으로 보내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잠과 현실의 중간에 있었다.
그래서 방문을 밀고 누군가가 들어오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을 때, 이 집에
형과 나 단둘밖에 없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밤이 깊
었고, 형이 내가 잘 자고 있다고 믿게 만들고 싶었으므로.
그리고 일어난다 한들 형과 이 한밤중 무슨 대화를 나눠야 할지 알 수 없었
으므로.
침대에 한 사람분의 무게가 더 얹어졌다. 내 허리 근처였다. 손길이 부드럽
게 이마를 쓸었을 때 난 조금 움찔했다. 분명 그건 형의 손이었다. 이마를 쓰
다듬던 손은 이내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마치 나를 아주 살짝 건드려 잠에서 부드럽게 깨우려는 듯이. 하지만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정신은 잠에 빠지지 않아도 몸은 침대에 흐느적거리며 달
라붙어 있었다.
마치 유체이탈을 한 것만 같다… 생각하던 때였다.
뺨을 만지던 손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목을 문지르며 파자마 옷깃까
지 내려갔다.
톡, 토독….
단추가 풀리고 파자마가 풀어 헤쳐지며 옷이 벗겨진 가슴이 선뜩해졌다.
형의 손이 파자마 안으로 들어왔다. 순간 소름이 쫙 끼쳤다.
‘ 뭐야?’

생각했다.

‘ 뭐야? 뭐야?’

하지만 가위에 눌린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 뺨을 만졌던 것과 똑같은 무게로 그 손이 내 가슴을 어루만졌다. 부드럽
게, 천천히…….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뺨과 달리 그 손길…… 그 손길은 분명히 성적
인 의도를 담고 있었다. 손이 내 피부 온 곳을 타고 지나갔다.
손바닥으로 배를 쓸어 보기도 하고 또 가슴께를 한쪽, 한쪽 어루만지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젖꼭지를 꼬집었을 때, 나는 움찔 하고 몸을 떨었
다.
간지럽고 기분이 이상하고 속이 울렁거렸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뺨에 부딪치는 게 느껴졌다. 내 가슴이 불규칙하
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내가 깨 있는 걸 형이 알면 어떡하지, 생각하던 그 때 손은 물 흐르듯이 흘
러 나의 반대편 가슴으로 안착했다. 섬세하게, 그러나 내가 깨든 깨지 않든
상관없다는 듯이 손바닥은 천천히 내 밋밋한 가슴의 촉감을 음미하듯이 어
루만졌다.
거긴 아무것도 없는데…… 꼬집은 젖꼭지를 딱딱해질 때까지 비벼보기도
하고 빙글빙글 돌려보기도 하고 만지고 주무르고 또…….
움찔…!
뭔가 말캉하고 부드럽고 축축한 것이 피부에 닿았다. 혀였다.

‘ 이게 뭐야?’?

말도 안 된다, 생각하며 나는 헐떡거렸다. 눈을 뜨지도 못한 채로.


하지만 형은 나를 애무하고 분명 빨고 있었다. 입안에 집어넣어 혀끝으로
핥고 혓바닥으로 뭉개듯이 문지르고 또 힘주어 빨아당기기도 하고… 턱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반대편 가슴은 손에 의해 주물러지고 있었다. 어깨와 아랫배
가 딱딱해질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피부가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뜨거운
입은 내 반대편 가슴으로 옮겨 갔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머릿속이 하얗게 노이즈처럼 일그러졌다.
헐떡거리며 내가 생각했던 건 제발…… 서지 마라, 서지 마라, 하는 것이었
다.

‘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다음 날 아침, 나는 떨면서 일어났다. 무슨 꿈을 꾼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당
연히 현실일 리 없었다. 일어나서 허겁지겁 욕실로 들어갔을 때 화장실 거울
에 비친 내 파자마 단추는 원래대로 목까지 채워져 있었다.
나는 떨면서 단추를 풀어 내 가슴을 만져 보았다.
모르겠다,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았다.
그래,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안심하려 했다. 그건 분명 꿈이었다고. 거울 속엔 파자마를 풀어헤친
내 모습이 비쳤다. 마르고 볼품없어 보이는 소년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날 아침 식탁에 앉았다.

“왜 이렇게 잠을 설친 표정이야? 악몽이라도 꿨어?”

반찬거리를 식탁 위에 늘어놓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들여다보는


형의 얼굴을 나는 낯선 사람이라도 보는 것처럼 빤히 바라보았다.

왜 나 뭐 묻었어?”
“ ?

형이 의아한 듯이 뺨을 문질러 닦았다. 갸웃, 고개를 까닥이는 형을 바라보


며 나는 생각했다. 어제 그날 밤의 일이 사실이라면 형이 연기를 이렇게 잘
할 수는 없으리라고.
…… 아니겠지. 그럴 리 없지. 그럴 수가 없지. 미쳤나 봐,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이야.

‘ 내가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

입맛도 없는데 밥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 만약 밥을 남기면 형이 걱정할 테


고, 형이 왜 그러냐고 물으면 물을수록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을 것이었
으므로. 밥을 씹는데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마치 모래알을 씹는 것만 같았
다.
가끔 무슨 이런 꿈을 꾸었나 싶을 정도로 찝찝한 꿈을 꿀 때가 있다. 심지어
그 꿈이 현실적이기까지 해서 사람을 더 당혹시킬 때가 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나? 싶을 정도의 꿈. 바로 난 그런 꿈을 꾼 것이다. 촉각
조차 생생한 꿈 말이다. 나는 정신을 차리려 했다.
정신을 제대로 차려야 그런 꿈을 다시는 꾸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그날 학
교에서 한 과목을 포기하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그날, 낮잠을 잤기 때문인지 밤에 침대에 누웠을 때 난 정신이 더 말똥했다.
잠이 오질 않았다.

‘ 오늘 잠은 다 잤다.’?
왜 이렇게 될 걸 몰랐을까, 후회하며 일어나 밀린 공부라도 하려던 찰나였
다.
끼익―
방문이 밀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방 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침대에 앉았
다.

‘ 이 집에 있는 사람은 형밖에 없는데…….’

그리고 이제 그 손은 내 파자마 윗부분을 가슴까지 젖힌 다음 바지 밴딩 안


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그리고 아랫배를 쓸었다 한 번 빠져나와 내 허리를
붙잡았다. 이제 손은 두 개였다. 심장이 마구 방망이질 쳤다.


‘ …….’

손이 천천히 바지를 벗겼다. 살이 빠져 헐렁한 감이 있던 파자마 바지가 허


벅지와 무릎과 발목을 스치고 빠져나갔다.
바지가 벗겨졌다.

‘ 말도 안 돼.’
그리고 속옷 위를 덮는 따스한 손.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았다. 두 눈이 마치 목공예 풀로 붙인 듯 파르르 떨
리면서도 떨어지지 않았다.
형이 나를 만지고 있다. 만지고 있다. 만지고…….

‘ 어째서…?’

나는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03

속눈썹이 떨리듯 온몸이 떨려왔다. 분명히, 형이 나를 만지고 있었다.


브리프 위를 형의 손길이 부드럽게 스쳤다. 모아쥐었다가, 문질렀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눈치채면 안 되는데, 그런데 그보다 더 심각한 문
제가 있었다.
형의 손이 속옷 위로 내 페니스를 쥐었을 때 나는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 형
이 속옷 위로 내 것을 훑었다. 얇은 천 위로 그 섬세한 손길이 느껴졌다. 더
큰 문제는….
움찔움찔움찔.
내가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눈을 감고도 떠올릴 수 있는 형의 시원시원하게 길쭉한 손가락이 날 문지
르고 쥘 때마다 속옷 아래로 내 물건이 점점 모양을 갖춰 가고 있었다. 기분
이 너무 이상했다.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은데 눈을 감아서 그런지 더더욱 신경이 쏠렸다.

헉 허억…….’
‘ ,
나는 허우적거렸다. 헤어나올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오랫동안 자극을 잊었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참아 보려
했지만 형의 손은 점점 더 집요해졌다. 혀끝에서 허덕이는 소리가 났다. 내
것이 점점 일어서는 게 느껴졌다.
정신이 없었다. 속옷을 빠듯하게 밀어 올리는 감각에 나는 울 것 같았다.


“ …….”

잠결에 뒤척이는 척 하며 그 손에서 벗어나려 해 봤지만 형의 손에 의해 다


시 돌려 세워졌다.
미묘한 손길로 스치던 손은 내 동작에 오히려 더더욱 적극적이 되어 갔다.
형의 두 손이 내 허벅지를 활짝 벌렸다. 동그랗게, 속옷이 젖었다. 끝이 젖은
손이 내 허벅지를 무릎 부근에서부터 스윽 속옷 위까지 쓸어올렸다.
형의 손에 쥐어진 내 다리는 이제 떨림을 주체하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보통 이럴 땐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그러나 누구한테? 나는
알 수가 없었다.
형한테?
이 집엔 부모님이 없었다.
나는 부모님 대신 살아 있는 거니까.
흐 으….”
“ …

심지어 부모님이 계신 집이라 하더라도… 나는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소


리를 지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형을, 내가? 고발한다고? 부모님의 완벽
한 형을?

“흐으, 으. 으….”

악문 잇새로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두 손의 엄지가 속옷 위의 물건을 문질


렀다. 내 물건은 이제 형태를 다 갖추고 있었다.
젖어 끝부분이 피부에 달라붙기 시작한 속옷 끝을 손톱으로 집어 올렸다.
나는 잘게 몸부림쳤다. 남의 손이 탄 곳 없는 곳이 바짝, 솟아올라 속옷을 완
전히 들어 올렸을 때였다.

“흐으.”

손이 속옷 안으로 들어왔다. 안을 훑은 손가락이 내 것을 감싸 쥐었다. 끓어


오르는 신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허벅지를 오므리려 했지만 안으로 들어온
손이 내 다리 사이를 벌렸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흡 흐, 흡…….”
“ ,

다리 사이로 들어온 손이 허벅지 아래까지 속옷을 벗겼다.


“ ….”

형의 손안에 내 발기한 물건이 있었다. 만지작만지작거려졌다. 겁을 먹었


는데도 그 손가락의 느낌에 흥분했다. 그 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할딱할딱 숨 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형의 엄지, 검지, 중지, 약지, 모든
게 느껴졌다. 힘을 주었다 풀었다 만지작대던 손의 엄지가 민감한 끝부분을
훑었다.
바지는 벗겨지고 속옷은 내려진 채 엄지손가락이 내 젖은 끝을 문질러 비
비는 순간 나는 바짝 몸을 조였다.
스윽스윽.


“ ….”

손가락들이 날 움켜쥐고 훑었다. 그 순간 나는 빳빳하게 몸을 굳히며 사정


했다.
투툭, 속옷에서 성기가 꺼내져 형의 손안에 쥐어져서, 배에 뜨끈한 액체가
흘렀다.
믿을 수가 없었다.
손은 사정하고 난 뒤에도 내 것을 쥐고 있었다. 한참 동안. 떨림이 잦아들기
를 기다린 듯했다.
패닉에 빠졌다. 손이 떨어졌다. 아랫배를 뭔가가 물기 있는 것이 닦았을 때
내 몸은 거의 펄쩍 뛰어올랐다.
그런데도 손은 조금도 놀란 기미 없이 배에 묻은 것을 다 닦고 파자마 웃옷
을 내려 주었다. 그리고 다시 조금 젖은 속옷을 입힌 뒤 파자마 바지를 다시
발목 위로 끌어올렸다.
마치 인형의 옷을 갈아입히듯이….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 올려준 손길은 내 몸에서 사라졌다. 침대에서 무게
도 덜어졌다. 꼭 한 사람 남자분의 무게만큼, 그리고 문이 닫혔다.
그 기척을 듣고 느끼고서도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눈을 뜨면
이 일은 정말로 현실이 되고 말 테니까.
그 손은 알고 있었다. 내가 한참 전부터 깨어 있었다는 걸.
힘이 쭉 빠진 채로 나는 억지로 잠을 청했다. 잠이 몰려왔다. 사정했기 때문
인지….
다음 날 나는 비척비척 걸어 식탁에 앉았다. 어제와 마찬가지인 얼굴로 형
이 미소지었다.
“일어났어?”

나는 그 얼굴에 대고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날부터였다. 억지로 청한 잠에 들 새도 없이, 문이 열리고 손에 내 몸 온
곳이 구석구석 만져지게 된 것은. 나는 그 손에 온몸이 탔다. 피부 온 곳에 형
의 손이 달라붙었다.
움찔거리는 곳은 곧 집요하게 만져지고 쓸렸다. 예민한 곳, 입술이나 성기
나, 유두…… 달라붙는 것은 손뿐만이 아니었다. 가끔은 뜨거운 입안에 삼켜
질 때도 있었다.
손가락이나 가슴이나 아랫배, 허벅지 안쪽 무릎과 정강이, 발목, 연한 살이
빨리며 성기에 손이 닿기 전부터 속옷을 푹 적신 적도 있었다.
모든 게 너무 강렬한 자극이었다. 몇 번이나 허벅지를 굳혀도 손이 떨어지
지 않는 때도 있었다.
어느 날 바지와 속옷이 한 번에 내려진 뒤에 두 다리가 활짝 벌려져 그곳
이…… 그러니까…….

흑 흡, 흐읍, 으…….”
“ ,

힘주어 빨리기도 하고.

어 어떡해.’
‘ ,
따뜻함과 습윤함. 그 강렬한 감각에, 무슨 짓을 당했는지도 모르게 사정했
다. 형의 입안에서, 도리가 없었다. 빨아당기는 압력에 형이 빨아 주면서 어
디를 만지는지도 몰랐다. 날이 갈수록 상황은 심각해졌다. 뜨거운 형과 손가
락에 탈출구가 꽉 막힌 채로 나는 길들여져 갔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성기 끝이 혀로 핥아지면서 엄지로 아랫부분이 문질러질 때, 집요하게, 오
로지 나의 쾌락을 위해 손가락들이 섬세하게 날 만져갈 때, 겁이 났는데 의
지할 곳이 이 손가락밖에 없을 때, 나는 절망적으로 몸을 뒤틀었다.
아주 혹시나 이게 호기심이라면… 모르는 척 할 수 있으니까 언젠가 끝나
기를 빌었다.
거의 매일 밤 형의 손에 쥐어져 단단하게 몸을 굳히다 허물어지기를 반복
한지가 벌써 몇 달이었다.
형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그리고 난 왜 만지면 만져진다고, 또 빨리고 핥아지면 핥아진다고, 정신없
이 쥐어짜이며 쾌감에 헐떡대는 것일까, 형인데, 처음엔 겁에 질려 냈던 신
음에 점차 무엇인가 섞였다. 소리를 참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
나는 내 몸이 무서웠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매일 밤이 가까워질 때마다 정신이 없어졌다.
이게 공포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알 수 없어서…….
‘ 제발…….’

내가 매일 밤 문이 열리지 않기를 기도하는지 아니면 그 반대를 바라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채로 인기척을 기다렸다. 이제 다른 의미로 나는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매일 밤 형의 손이 날 들쑤셨다. 점점 더 숨이 막힐 정도로 짙어지는 이 행
위가 언제 선을 넘을지, 아니면 이미 선을 한참이나 훌쩍 넘었는지 알 수 없
는 채 나는 매일 밤 어둠에 휩싸였다.
나는 형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매일 밤 형의 검은 마음속에서 조금씩 젖어 들어가면서도.

***

나는 심한 불면에 시달렸다. 형의 손과 입술이 한낮에도 내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입과 손으로 쓸고 쥐고 밀어 올리고 문지르고,
젖은 손으로 내 물건을 훑어가면서 아랫배를 꾹꾹 눌러 사정을 종용할 때도
있었다.


“ ……!”

그러면 나는 저항도 못하고 힘이 쭉 빠졌다.


나는 사람의 손에 만져져 온몸에 화상을 입은 물고기 같았다.
이 일이 반복되자 열상을 입은 것처럼 온몸에, 특히 오랫동안 손과 입이 머
물렀던 가슴과 그곳에 짙게 열감이 배어들었다. 흥분감을 닮은, 아니 흥분감
을 그대로 떠안은 채 나는 매일 아침 식탁에 앉아야 했다.
그리고 형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빙긋이 미소 짓고 있었다.

‘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멈출 수 있을까?’

머릿속이 시끄러웠다.
누군가한테 도움을 청할까? 그런데 누구한테? 학교에? 혹은 경찰? 할 수 있
더라도 도대체 뭐라고 하지? 친형이 매일 밤 방에 찾아와 나를 더듬는다고?
나는 그 손에 매일 밤 발기하고? 할 수 있다 한들 그 다음에? 나한테는 형밖
에 없는데?
나는 한때 부모님의 영광이었던 형을 흠집 낼 수 없었다.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수치스럽고 증명할 수도 없는 일을 도저히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다. 이 일을 믿고 털어놓을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 주에 있던 시험을 완
전히 망쳤다.
성적을 확인한 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 수빈아, 너 어떡하려고 이래.”?


“…….”
“ 시험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줄 알면서.”

‘ 알면서?’

나는 형의 말에 당황했다. 이 성적이 무엇에 영향을 받았는지 전혀 모르겠


다는 투의 물음에, 나는 내가 밤마다 심각한 악몽을 꾸나, 정말로 잠을 못 자
다 보니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 내가 미쳐가는 걸까?’

그럴지도 몰랐다. 실은 형은 멀쩡하고 내가 부모님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점차 미쳐가는 걸지도.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갔다. 내 몸 구석구석에 그저 닿는 것만
으로 만족했던 아니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던 손길에 몇 달 더 만져졌을 때였
다.
나는 그즈음 이걸 다행이라 할지 불행이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형이 날 더듬어도 전처럼 펄쩍 뛰며 놀라지 않았다. 힘을 빼든
빼지 않든 소용이 없었다. 나는 그저 눈을 감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저 이 일
이 빨리 끝나기를…….
그런데 그 날은 좀 달랐다.
나를 훑던 손이 내가 달뜬 숨을 내쉬며 사정감이 아랫배로 몰려오기 직전
떨어졌다.
그리고 의아하던 내가 그 손에서 물러나려 몸을 뒤집으려던 때였다. 손이
허리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 내 허리 아래 베개를 끼워 넣었다.

“……?”

허리가 붕 떴다.

‘…… ?’어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뭔가 끈적하고 질척질척한 액체가 묻은 손가락이


내 엉덩이골 사이를, 그리고 한 번도 의식해 본 일이 없던 그 안쪽을 문지르
며 꾹꾹 눌렀다.
손가락 한 마디가 내 안을 꾸욱 파고들었다. 허리가 덜덜덜덜 떨렸다.

흑 흡, 흐으…….”
“ ,

눈앞이 하얘졌다. 손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크게 한 바퀴 굴리


듯이 휘저었다. 이건 정말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손가락이 뿌리 끝까
지 파고들어 다른 손가락들이 둔부에 닿았다.

“수빈아.”
다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파?”

그 목소리가 금제를 깼다. 그 순간 내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많이 아프지?”

지금까지 나는 눈을 감고 있었고 형은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


를 만지면서… 말이다. 나는 이 일이 꿈이 아닌 줄 알면서도 꿈이라고 치부
하고 싶었다. 내가 미쳤다고 치부하고 싶었다.


“ …….”

아픔과 두려움에 성기가 풀이 죽었다. 안에 넣은 것과 마찬가지로 끈적한


손이 힘을 잃은 내 성기를 쥐어 문질렀다.

“겁먹지 마. 괜찮아질 거야.”


내 안에 들어간 손가락을 더 꾹꾹 안으로 집어넣으려고 노력하면서, 나는
이제 흐느낌을 멈출 수가 없었다. 형이 무서웠다. 내가 모르는 사람 같았다.

“ , 흑 흐흑…….”

그 옆에 있던 손가락이 안을 비집고 들어왔다. 압박감과 공포에 숨도 쉴 수


없었다. 안쪽을 깊숙이 더듬어오는 손가락. 형의 다리가 내 무릎을 짓눌렀
다.

“ , 흑 흐흡, 흡…….”

어느 순간 강하게 내벽을 문질러 오는 통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흡 아, 아흑…….”
“ ,

“옳지.”

그건 단순히 피부 위를 만지고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생소한 자극이었다.


몸의 떨림이 진해졌다. 허리가 뒤틀렸다.
“여기가 좋구나, 그치?”

마치 실금하듯 뭔가를 뚝뚝 흘리면서도 한참 뒤에야 나는 내가 사정한 줄


알았다.
내가 두 번째로 그었던 선을, 형이 아무렇지도 않게 밟고 들어왔다. 그러니
까 만지기만 하면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일어나지 않은 척 하겠다는 내 마음
속 금제를 말이다. 난 그게 우리 둘 사이를 관통하는 암묵적인 동의인 줄로
만 알았다.
아니었다.
그 다음 날부터 손가락은 착실히 개수를 늘려갔다.

“기분 좋을 거야. 여기에는 무척이나 예민한 신경이 몰려 있으니까….”

나는 이제 외면해 왔던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전립선이라거나.”

단순히 이 행위가 만지는 데서 끝나지 않으리란 것.


“흐읏……아압…….”

나를 파고드는 손가락이 언젠가 형의 물건으로 바뀔지도 모르리란 것을.

“기분 좋지?”

형이 나를 정말로 원하고 있다는 것, 그것도 성적으로…….


나는 형의 말에 답을 할 수 없는데, 좋으냐고 형이 말을 걸었다. 머리끝까지
척추를 타고 흐르는 쾌감에 참지 못하고 바르르 떨면서 형의 말을 듣는데,
공포가 나를 덮쳐 왔다.
형을 이해할 수도 알지도 못한다는 데서 오는, 미지의 공포였다.
04

“ 수빈아…….”

형은 내게 말을 걸었다. 형이 내게 속삭여 올 때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


다.

‘ 왜 나한테 말을 걸지?’

내가 깨어 있다는 걸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을 이제 와서 내게 알려 줘서 뭘


어쩌려는 것일까. 난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다. 안다고 해서 어째야 할지
몰랐다.

‘ 반항하라고? 아니면… 그도 아니면? 대답을 하라고?’

나는 그럴수록 눈을 뜨지 않았다. 눈을 뜨면 직면하게 될 현실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형은 말을 걸었다.
“여기 이렇게 만져 주면 기분 좋지?”
“흐흡, 흡…….”

“그냥 겉을 만져 주는 것보다 속을 휘저어 주는 게 휠씬 더? 그치?”

“헉, 아, 으, 읍.”

“좋을 거야. 이렇게 선 거 봐.”

그런 말을 들으면 어째야 할지 몰랐다. 한때 나는 형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었다. 풀어진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남들과 별다른 바 없는 모
습이었지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다.
태양의 뒷면은 공허했다. 나는 마치 외계인이 사는 행성을 본 것만 같았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형은 그냥 형이었다.
밤과 낮, 그 사이에 자리 잡은 엄청난 균열을 채울 방법을 나는 도저히 찾지
못했다.
이 행위에 있어서 그나마, 겨우 간신히 긍정적인 점을 찾자면 내게 다시 잠
이 돌아온 것뿐이었다. 만져지고 안에 뭔가 들어오고 몇 번이나 토정하고 힘
이 쭉 빠진 뒤에 수마가 몰아닥쳤다.
점점 부피를 더해가는 긴장감에 집에 있는 것이 숨이 막혔다. 나는 공부에
매달렸다, 다시. 그것만이 나를 현실에 있게 해 줄 유일한 방법 같았다.
성적이 다시 돌아오자 형은 만족스러워했다.
봐 하면 되잖아.”
“ ,

그러나 뭘 하면 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


는 건지, 언제 끝날 건지. 그러는 사이 뭉텅 하고 시간이 흘러갔다.
나는 이 학년이 되었다.
내가 그들보다 한 살 많은지도 모르는 아이들 틈바구니 속에서.
그리고 처음엔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행위도 익숙해졌다. 내 안을 찌르듯
밀려 들어오던 손가락이 무언가 다른 질감과 부피를 가진 물체로 바뀌기 전
까진 그랬다.
형은 또 선을 밟았다. 이 행위 전체가 내가 그으면 밟고 들어오고, 또 그으
면 밟고 들어오고의 반복이었다.

헉 흐으… 읏….”
“ ,

원래대로였다면 수능을 치렀어야 할 해, 법적으론 생일을 넘겨 성년이 되


었던 그해 겨울의 끝자락, 내 안을 넓히던 손가락들이 빠져나오고 그 다음에
들어온 것은 손가락과 마찬가지로 끈적거리는 뭔가를 바른 무언가였다.
여전히 이 행위 중에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게 무엇인지 짐작조
차 하지 못했다. 몸이 펄쩍 뛰었다. 내 반응을 이미 짐작했던지 손은 아랫배
를 눌렀다.
쑤욱.
입구를 비비던 무엇이 들어왔다. 손가락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질량을 가
진……. 안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이게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한 내가 헐떡
이며 울기 시작했다.

“ , 흑 흐윽, 흐아아….”

오히려 형이 나를 쑤셔 박는 편이 덜 충격적일 터였다. 형의 목소리가 귓가


근처에서 들려왔다. 잠에 들지 못하고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
였다.

“ 울지 마, 응, 무서운 거 아니야. 작잖아.”

‘ 뭐가…? 뭐에 비해?’

그건 실리콘 막대기였다. 그러니까 AV에 가끔 등장하지만 실제로 사용하


게 되리라곤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것 말이다. 남자보다도 여자의 안에 삽입
하게 되어 있는, 그게 비틀리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압박감에 숨도 쉴 수 없
는데 내 뱃속 안에 들어온 것이…….
우우웅―
소리를 내며 진동했다.
흡 아흡, 흑, 아….”
“ ,

실리콘으로 된 모조 성기가 내 뱃속 안으로 들어와 나를 헤집었다.

“흐악, 형! 혀엉!”

나는 형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싫어, 아, 으아…….”?

어둠 속에서 나는 형을 마구 긁었다. 처음엔 내가 감당할 수 있으리라 믿을


만큼 완만히 진행되었던 행위가 이제 감당하지 못할 곳으로 치닫고 있었다.
토할 것 같은 압박감에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더 깊숙이 내 살 안으로 제 몸을 파묻었다. 근육이 풀
린 곳이 그것을 받아 삼켰다. 진동하며 아래로 빠지나 싶더니 다시 밀려들어
오길 반복했다.

“그만해…!”
나는 손을 아래로 내려 형의 손을 막아보려 했다. 하지만 형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내가 두려워하던 것과 유사하게 닮아 있었다. 쉬이, 달래는 듯한
목소리.

“ 그만, 그만… 흑, 제발, 형, 혀엉.”

“ 겁먹지 마. 겁먹을 필요가 없는 일이야.”

이게 지금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모르겠는데, 형은 단호하게 말했다.

“처음엔 다 그래, 무서운 거 아니야.”?


“흐어엉….”

“착하다.”

‘ 그런 뜻이 아니야, 제발 그만둬 줘.’

내 말은 형한테 닿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금제는 이미 깨져 있었다. 아무리


내 이름을 불러도 형한테 말을 걸지 않을 것, 두 눈을 꾹 감고 잠든 척 할 것.
나는 어떻게 해야 형이 더 이상 날 더듬지 않을지, 내 안으로 침입하지 않을
지, 부모님이 있던 시절 형제 관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헉 허억, 헉……!”
“ ,

매번 만져지면 익숙하게 사정해 버리는 곳이 짓눌러졌다.

“괜찮아, 무서워서 그래. 착하지.”

배 안쪽이 망가지는 것 같았다. 내 몸을 누르던 손이 물건을 쥐었다. 찌르


르, 뭔가가 등뼈를 타고 올라왔다. 쾌감이었다. 나는 저항이 무색할 정도로
쉽게 사정했다.

봐 훨씬 기분 좋잖아.”
“ ,

모멸감이 몰려왔다. 허벅지를 질척거리게 하며 그것이 빠져나왔다. 귀를


괴롭히던 진동음이 멈췄다. 온몸이 땀에 뒤덮여 있었다.
형은 늘 그렇듯 내 몸을 따뜻하게 적신 물수건으로 닦아 주고 벗긴 속옷과
파자마를 입혔다. 감은 눈 아래로 줄줄 눈물이 흐르는 눈가에 형의 엄지가
스쳤다.
“ 그러다 내일 눈 붓겠다, 수빈아.”

형은 제정신이 아니다. 미친 건 형이었다.


형이 나가고 나서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 이대론 안 돼.’

형은 선을 넘었다. 아니 선은 이미 예전부터 넘어 있었다. 나는 더 이상은


감당할 수 없었다. 지금 당장 형의 영향력 아래서 벗어나야 했다.
형이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다가와 나를 부숴 버리기 전에.

“ , 혀 형….”

그날 아침 식탁에 앉은 나는 있는 용기 없는 용기를 다 쥐어 짜내어 형한테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 . 응 왜?”

형이 물었다.
이제… 그만하면 안 돼?”

“…….”

나 나 정말로 못할 것 같아. 이제 제발 그만하면….”


“ ,

나를 바라보는 형의 눈이 가늘어졌다.


“ ?”

“…….”

형이 햇살 아래서 미소지었다. 나는 그 말에 명치를 턱 얻어맞은 듯했다.

나더러 뭘 그만하라는 건데?”


뭘 그만하냐니…….

구체적으로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아야 내가 들어주지.”


뭘…? 나는 형의 말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 수빈아.”

형이 말했다.

“ 질질 짜지 말고 말을 해 봐. 어?”

내가 알던 형은 어디로 간 걸까?
그 사건과 함께 내가 알던 형은 죽어 버린 걸까?
생각해 보니 법적으로 나는 성인이었다.

‘ 나 때문에 형이 이상해진 건지도 몰라.’

돈이라면 좀 있었다. 형이 매달 주는 용돈을 쓸 곳이 없어 별생각 없이 남기


고 남기다 보니 꽤. 나는 형이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자마자 방으로 들어갔
다. 그리고 짐을 챙겼다.

‘ 우리가 좀 떨어져 있어야 형이 제정신을 차릴지도 몰라.’


겨울 방학이어서 다행이었다.

‘ 아니면 나라도 정신을 차릴지도 몰라.’

나는 침대 아래 서랍장 안에 있는 옷을 여행용 캐리어 안에 쑤셔 넣었다. 무


서웠다. 이다음 일어날 일을 상상하며 도저히 이 침대에 누워 있을 수는 없
었다.
짐을 챙기고, 형이 준 체크카드와 현금을 챙기고, 또 뭘 챙겨야 할까 두리번
거리던 때였다.
삐삐삐삐―
귓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문의 도어락을 여는 소리였다. 그리고 형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일부러 구둣발을 세워 걷는 듯한 소리, 달칵.
캐리어를 숨길 새도 없었다. 문고리를 쥔 형이 문밖에서 내가 하는 일을 빤
히 바라보았다. 형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펼쳐진 캐리어, 깊은 밤, 검은 밤
하늘 위 비틀린 초승달 같은 미소였다.

“ 이럴 줄 알았다.”

형이 밤의 별처럼 눈을 빛냈다.

“ 어딜 가려고?”
구둣발로 문지방을 턱 밟고 형이 들어왔다. 회색 코트 차림, 검은 머플러,
형이 내 멱살을 잡아 올렸고 나는 침대에 처박혔다.

“날 두고 어딜 가려고?”

형이 내 몸 위를 타고 올랐다. 뭐라 손쓸 새도 없이 형의 주먹이 턱으로 날


아왔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순간 정신이 핑 돌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 몰랐다.


“ ?”

형이 초점을 잃은 내 턱을 쥐어 들어 올렸다. 그리고 또 한 대, 이번엔 뺨을


솥뚜껑 같은 손바닥으로 맞았다.
입이 터졌다. 단 두 대를 맞았을 뿐인데 찝찔한 피맛이 입안에 가득 쳤다.
충격으로 온몸이 떨려왔다.

“네가 이러면 내가 뭐가 돼?”

그런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형 제발…….”
“ ,

형은 내가 빌 때까지 나를 때렸다. 제발, 아프다고, 하지 말라고, 결국엔―

내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어.”
“ ,

잘못을 빌 때까지 말이다.

뭘 잘못했는데?”

그러자 형이 물었다.

미 미안, 형, 흑. 미안….”
“ ,

형이 턱을 쥐어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뭐가 미안한데?”

나는 형을 차마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검은 눈이 나를 삼킬 듯했다.


“네가 뭘 잘못했는데?”

그리고 그날 내가 이 일이 일어난 순간부터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벌어졌


다.
그것도 아침에, 두 눈을 뜬 채로.
형이 내 헐렁한 바지를 속옷과 한 번에 벗겼다. 파자마 윗부분은 한 번에 힘
주어 뜯었다. 단추들이 굴러떨어졌다.

“제발….”

나는 형을 밀어내려다 형이 올린 손에 덜덜 떨며 몸을 굳혔다. 누군가한테


맞아 보는 건 처음이었다. 힘 차이를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골이 다 울렸다.
두 눈이 뜨거웠다.
울컥울컥 눈물을 흘리자 바지를 벗긴 형이 내 두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로
들어왔다.

“그러지 마….”

그게 내가 한 저항의 전부였다. 방 안, 창밖엔 아침 햇살이 들이치고 침대


밑바닥에는 캐리어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 , 형 제발, 제발….”

형은 코트를 벗어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두 무릎 내 허벅지를 짓누른 뒤 나


를 바라보며 천천히, 바지의 벨트를 풀었다.
나를 바라보는 형은 무표정했다.
형의 머릿속을 나는 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

‘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

나는 형 동생인데?
형한테는 금기가 없어 보였다. 예전엔, 부모님이 살아계실 적엔 이런 형이
아니었는데.
그 일이 형을 미치게 만든 걸까? 겉으론 보이지 않지만 머릿속을 뒤흔들어
서 형을 돌아 버리게 한 걸까?
나는 두 손으로 엉망진창이 된 얼굴을 가렸다. 그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 눈을 뜨지 않으면, 이 상황이 해결되니?”

다정해서 더 무섭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형의 셔츠가 내 몸 위로 떨어졌다.
형의 몸이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어젯밤 그것처럼 말이다. 순식간에 형과
내 살이 섞였다.
심지어 풀어 주는 일도 없이…….

“아파! 아파……. 으으윽……!”

맞았을 때와는 다른 의미로 나는 떨었다. 어제 받아들인 것의 무게와 부피


와는 전혀 달랐다. 고통에 짓눌려 나는 헐떡였다. 어떻게든 침대 위로 올라
가 형의 것을 빼내려 했지만 형이 내 허리를 두 팔로 꽉 쥐었다.

아 아…!”
“ ,

엉덩이가 들렸다. 형이 체중을 실어 끝까지 밀어 넣었다. 내장이 망가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투툭,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분명히 상
처를 입었을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형은 형의 허리와 내 허리, 그리고 배가 맞닿을 때까지 꾸
역꾸역 자신을 밀어 넣었다.
내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눈물이 줄줄 흘러서 형이 뿌옇게 보였다.

“흐으, 힉, 히익…!”
형이 배와 배가 맞닿은 곳 안으로 손을 넣어 흐물흐물한 성기를 감싸 쥐었
다. 그 익숙한 감촉에 나는 흐느꼈다.

힉 싫어어.”
“ ……

“울지 마. 응?”

접합부를 붙인 채 형이 몸을 조금 일으켰다. 그리고 내 것을 쥐고 익숙하게,


한참이나 만지고 흔들었다.

“아으, 아, 아…….”

나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 감각에 떨면서 매달렸다. 마치 고통을 피하기


위해 마약에 가까운 진통제에 매달리는 것처럼…….

“수빈아, 눈 떠.”

형이 머리 위에서 속삭였다.

“힘 풀어야 형이 움직이지, 이러면 아무것도 안 끝나.”


05

나는 형이 뭐라는지도 몰랐다. 머리가 윙윙 울렸다.

“허윽, 헉, 흐아…….”

나는 입에 고인 침을 꿀꺽 삼키며 고통 섞인 신음을 내쉬었다. 형은 내 것을


훑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시야의 초점이 풀렸다 맞춰지기를 반복했다. 만져
주는데도 너무 아파서 제대로 서질 못했다.

“잘해 줄 테니까 걱정 마.”

형의 말에 울음이 터졌다.

아 아파, 아파, 흑, 싫어, 흐어어엉……. 형, 혀엉.”


“ ,

매달릴 곳이 형밖에 없었다, 나를 아프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바로 형


인데, 형이 내 물건을 쥔 손을 놓더니 나를 빤히 바라보며 자신의 손바닥을
핥았다. 형의 얼굴을 차마 바라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 …….”

젖은 손에 다시 내 것이 쥐어졌다.

“쉬이.”

형이 어르듯이 말했다.

“여기 좋아하지? 집중해, 여기에 집중해야 안 아프지.”

손바닥의 압력과 젖은 촉감에 허벅지가 떨렸다.

읏 우…… 으응.”
“ ,

“응? 아픈 거 싫잖아. 싫어하잖아, 수빈아.”

엄지로 끝부분을 뭉근하게 짓뭉개 오는 손길에 나는 벌벌 떨었다. 형의 손


이 내 것의 표피를 벗겨왔다. 형의 목소리가 점점 더 나긋해져 가는 것과 별
개로 물건을 훑는 힘이 빨라졌다.

“아픈 거 싫으면 긴장 풀어, 만져 주는 거 좋아하잖아.”

그 말대로 한 번에 긴장이 쭉 풀리며 아래에 힘이 들어갔다. 물건이 딱딱해


지면서 반대로 형이 파고든 틈의 근육이 풀리는 것 같았다. 힉, 힉, 손으로 시
트를 쥐어뜯으면서 나는 그 감촉에 나도 모르게 집중했다.

아 으앙…….”
“ ,

온몸이 붕 떠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아랫배에 내 정액을 흘렸다. 어느


새 형의 손에 사정하는 데에 대한 저항감은 없었다. 사정감의 여운이 가실
때까지 형의 손이 나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리고 손을 뗐다.
젖은 손으로 내 허리를 쥐고 형이 다시 접합부를 밀어 붙여왔다.


“ ……!”

“이제 좀 긴장 풀려?”
형이 뭉근히 허리를 흔들었다. 맞은 곳이 달아오르면서 정신이 몽롱해졌
다. 형이 아직 예민한 감각이 남아 있는 내 것을 다시 쥐고 흔들었다.

아 아아……?”
“ ,

나는 정신없어하며 형의 손에 아래를 세웠다. 쏟아져 들어오는 시각적 자


극에 눈이 멀 것 같았다. 형이 시트를 쥐었다 풀던 내 손목을 움켜잡았다.

학 흐악, 아……!”
“ ,

그리고 허리를 털었다. 나는 머리를 흔들며 벗어나려 했지만 몸이 짓눌려


서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내벽의 살이 형의 물건을 따라 밀려 나왔다 다
시 안으로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감당할 수 없는 자극에 나는 마구 몸부림쳤다.

아 안 돼, 안 돼.”
“ ,

술에 취한 사람처럼 나는 웅얼거렸다.

“착하다, 응?”
형은 허리를 굴려 내 안쪽을 뭉근히 문지르며 망쳐놓았다. 내 입이 벌어졌
다. 가득 고였던 군침이 밖으로 흘렀다.

압 아읍, 아, 아…….”
“ ,

순간, 무엇인가 온몸을 뚫고 지나갔다. 그동안 한 번도 낸 적 없는, 저 아래


서부터 밀려 나오는 억눌린 신음이 입에서 타고 흘렀다. 나는 고개를 젖히고
눈을 뒤집었다. 형이 조금 몸을 떼더니 다시 내 것을 쥐었다.
마치 신경의 단면이 직접 만져지는 것 같았다. 너무 예민해진 난 그 다음부
터 울기 시작했다.

아 안 돼, 하지 마, 만지지 마아…!”?
“ ,

“만지지 마?”

딱딱하게 선 내 것을 주물주물 주무르며 형이 물었다.

흑 으윽…….”
“ ,

“왜? 기분이 이상해서?”


형이 허리를 물렸다 다시 찔러왔다.

아 아흑, 아, 그만. 그만해. 아아…….”


“ ,

나는 풀려난 손으로 형을 할퀴었다. 맞닿은 접합부를 밀어내 보려고도 했


다. 형은 돌덩이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눈이 가늘어졌다. 내 것을 발기시키고 손을 뗀 형이 다시 내 팔을
쥐었다.
그리고 허리를 털며 속삭였다.

헉 으흑, 아, 아, 아아……!”
“ ,

“형이 잘못했어.”

다정한 목소리였다.

“여기지? 부드럽게 해 줄게. 전보다 기분 좋게.”

나는 눈이 마구 돌아갔다. 억지로 간지럽힘을 당하는 것 같았다. 감당도 할


수 없이 강제로 주입되는, 고통과 닮은 자극에 젖혀지는 고개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으앙, 아으아아아…….”

형이 날 주의 깊게 바라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마치 이게 뭔지 가
르쳐 주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춘 듯한 행위에 줄줄 울면서 쾌감을 쫓았다. 한
번 레일 위에 올려진 기차처럼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멈출 수가 없었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뒤덮였다.
형이 내 브레이크를 부순 듯했다.
발기한 성기가 내 아랫배와 형의 아랫배 사이에 끼어 비벼졌다. 나는 두 번
째로 사정했다.

“싫어, 싫어어…….”?

사정하고도 행위는 한참이나 끝나지 않아 그만하라고, 제발 쉬게 해 달라


고, 엉엉 울었다.
그 다음부터 나는 정신 없이 형의 아래에서 흔들렸다.
한참 뒤, 배 안에서 형의 것이 꿀럭꿀럭 흘렀다. 나는 그게 무슨 감각인지도
몰랐다. 한참 뒤에야 형이 내 안에 사정했다는 걸 알았다.

흑 흐흑…….”
“ ,
날 위에서부터 짓눌렀던 형의 몸이 떨어져 나갔다. 나는 형이 내게서 떨어
지자마자 몸을 돌려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악몽이라면 어서 깨고 싶었다.
머리도 어질어질하고 토할 것 같고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형이 빨리 밖으
로 나가 줬으면 싶었다. 혼자서 울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정리를 하고 싶었
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형의 손이 내 허리를 짚었다. 그리고 엉덩이골 사이로 무엇인가 들어왔다.
그리고 화끈거리는 내 안쪽으로 뭔가 차갑고 끈적거리는 것이 쭉 짜서 발라
졌다. 겔(gel) 같은 것이었다.
매일 손가락에 발려 내 안을 적시던…. 놀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가 다시 짓눌렀다.
퉁퉁 부은 그곳에 뜨끈한 형의 물건이 다시 파묻혔다. 단단하게, 힘이 실려.

아 아냐, 아냐. 안 돼. 안 돼.”


“ ,

침대와 형의 단단한 몸 사이에 끼어 나는 허우적거렸다. 끄윽, 하는 신음이


다리 사이에 파고든 것에 밀려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니야? 뭐가 아닌데?”
뭐가 안 되는데? 양손으로 허리를 움켜쥔 형이 내 위로 엎어지며 물었다.
나는 손에 잡히는 걸 쥐어뜯었다. 끼익, 끼익, 아까부터 나던 소리가 있었다.
침대 스프링이 망가지는 소리였다. 내 몸을 단단히 침대에 눌러 붙이고 형
이 쑤욱 안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머리 끝부분만 내 안에 남긴 채로 다시
쑤욱 안으로 파고들었다.
꼬챙이 꿰이듯 어딘가가 찔려 나는 순식간에 발기했다.

아 아… 아…?”
“ ,

토막토막 끊어지는 신음을 흘리는 내 등 뒤에서 형이 허리를 털며 속삭였


다.

“아깐 처음이라 그래. 이번엔 더 괜찮을 거야.”


“헉, 아, 아, 아…….”

나는 입을 벌리며 침을 줄줄 흘렸다. 귓가에 살이 부딪치며 철퍽대는 소리


와 스프링이 끼익거리는 소리가 섞였다. 침대 시트에 발기한 성기가 밀려 끝
의 표피가 뒤집혔다. 순간 눈이 돌아갔다.
정신이 하얗게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부턴 형과 살을 섞었다는 생
각조차 들지 않았다.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자극에 나는 발발 떨었다. 형의 몸이 나를 짓눌러
뭉갰다. 몸과 몸이 포개졌을 때, 형이 고통과 쾌감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내게 뭐라고 했다.

읍 아, 으아,”
“ ,

“그런데 수빈아.”

귓불을 물고 귓바퀴를 핥는 혀의 감촉과 함께 이윽고 형의 말이 내 귓속에


밀려들어 왔다.

“왜 가출하려고 그랬어?”

형이 물었다.


“ ?”

형이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 내장이 파헤쳐지는 감각에 나는 버튼이 눌린


듯이 엉엉 울었다.

“으헉, 엉, 아, 으아아앙……!”
형이 두 손으로 내 머리를 꾹 눌러 내 입을 침대에 묻었다. 형의 물건이 리
드미컬하게 내 안을 훑으며 밀고 들어왔다 다시 빠져나갔다. 허리를 터는 움
직임이 빨라졌다. 형이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형 두고 어디 가려고, 나한텐 너밖에 없는데.”

입안 가득 밀려들어 온 이불 새로 신음이 부서졌다. 나는 뒤로 밀려온 자극


에 떠밀리듯이 시트에 대고 사정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형의 행위는 계속되
었다.

흡 흐흡, 흡, 읏, 우, 으앙, 으아아…….”


“ ,

달아오른 것이 식을 시간도 주지 않고… 나는 정말로 죽을 것만 같았다.


나는 기절했다 깨어났다. 교통사고를 겪은 것처럼 온몸이 부서진 듯 아팠
다. 다리도, 그리고 행위 중 한계까지 벌려졌던 엉덩이 사이도, 나는 제대로
눕지도 못했다.
깨어나고 나서 처음 떠올린 기억은 침대 코너에 몰려 줄줄 울면서 허리를
들고 형한테 박히던 것이었다. 머리가 쿵쿵 부딪치자 형의 손이 내 뒤통수를
감싸 쥐었다.
다른 손으론 내 것을 흔들면서, 형은 두 눈으로 내가 입을 벌리고 우는 것을
바라보았다.
빤히, 마치 할 수만 있다면 눈으로 집어삼키고 싶다는 듯이.
나는 다시 잠들었다. 온몸을 타고 흐르는 열감에 못 이겨, 내 몸은 녹초가
되어 있었다. 형의 구둣발이 나를 자근자근 밟았어도 이보다 아프진 않을 것
같았다.
비몽사몽하다 깨어 보니 한밤, 인기척에 나는 놀라 일어나려 했다. 침대 머
리맡에 앉아 있던 형이 부드럽게, 그러나 강한 힘으로 나를 눌러 앉혔다.

“열이 좀 있네.”

그리고 내 머리 위에 차가운 물수건을 올려놓았다.


땀은 좀 흘렸어도 행위 중에 흘린 끈적거림 하나 없이 온몸이 깨끗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온몸 곳곳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어디가 아픈지도 알 수 없었다.

“상처에 약도 좀 발랐어.”

속삭이는 목소리.

“학원에 안 다녀서 다행이지, 며칠 좀 누워 있어.”


머리칼을 형의 손이 쓸었다.

“ 아프겠다, 이렇게 때리는 게 아니었는데.”

그건… 마치 처음 손을 올린 것만이 후회된다는 투였다. 형의 말이 너무 무


서웠다.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렸다.

“ 여기 죽 두고 가니까, 배고플 때 먹고, 알겠지?”

이불 위를 몇 차례 쓸던 형이 사라졌다. 형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는 이불


을 조금 열어젖히고 문밖을 나서는 형의 너른 등을 보았다.
문은 가벼운 소리를 내며 닫혔다.
식은땀이 새로 온몸을 뒤덮었다. 정신없던 행위, 내가 여기까진 다가오지
말라며 긋고 또 긋던 선은 이제 형의 발에 짓밟히고 문질러져 온데간데없었
다.
내가 행위 중에 헐떡이며 들었던 건 오히려 원망 섞인 물음이었다.

‘왜 가출하려고 그랬어.’
‘형 두고 어디 가려고, 나한텐 너밖에 없는데.’
나는 그 말에 무력해졌다.
사고로 형은 미쳐 버린 건지도 모른다. 내 다리에 박힌 철심처럼, 형도 무엇
인가 도움이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정신의 지지대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다음 날이 되어서야 겨우 침대에서 나올 수 있었다. 입을 벌렸는데 목이 쉬
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비틀비틀 걸으며 욕실로 들어가 보니 화장실 거울에
얼룩덜룩한 내 얼굴이 비쳤다. 시커먼 멍이 들어 있었다.

“아야…….”

조심조심 세수를 한 뒤 양치를 하고 양칫물을 뱉으니 침이 섞여 있었고, 입


안이 다 터졌다. 그러나 더 심한 건 옷을 벗은 다음이었다.
속옷엔 피가 묻어 있었다.

“…….”

그 어떤 형제 싸움도 이런 결과를 낳진 않을 터였다.


샤워기 물줄기조차 아팠다. 모든 것이 너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중에
야 나는 캐리어가 통째로 사라졌단 사실을 알아차렸다.
어떻게 해야 이 일을 되돌릴 수 있을까, 그 다음부터 나는 몸을 사렸다. 반
항은 부질없다는 사실을 그날 일로 깨우쳤기 때문이었다. 형은, 여전히 우리
사이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행동했다. 마치 무대 위의 배우처
럼… 그날의 일은 단순한 해프닝이었다는 듯이…….
그리고 나도 그러기로 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제 가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 다음에
형과 어떻게 더 어그러질지 짐작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천히 섞여 가던 밤과 낮의 경계선이 완전히 허물어진 것은 아마 이 순간
부터였을 것이다.

‘ 어쩌면 형은 미친 게 아니라…… 나한테 화가 난 게 아닐까?’

형이 잘못된 것은 나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잠식해 갔던 것도


바로 이 순간부터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억눌렀던 분노가 어떤 형태든지 폭력으로 드러난 게


아닐까?’

형이 만약 이 사고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면, 그 원망의 대상은 나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형이 다시 되돌아올 때까지 그 분노를 받아주는 수밖에…… 없는 걸까?
미쳐가는 게 나인지 형인지 모르겠다. 나는 한밤중 울었다. 우리는 어떻게
된 걸까,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과거의 기억은 전생처럼 멀고, 앞날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날부터 나는 매일 밤 방문을 잠갔다. 그게 아무런 소용이 없으리란 걸 알
면서도, 그 다음 이 주 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형도 그 일을 후회하고 있는 것일까? 나를 때리고 강간한 일을? 나는 그러
기를 희망하면서 매일 밤 다시는 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빌었다.
하지만 이 주 후 상처가 다 아물었을 무렵, 방문은 다시 열렸다. 형이 내 침
대 맡에 앉았다. 그리고 이마를 쓸어 앞머리를 넘겨 주며 물었다.


“ ?”

천천히 바지가 벗겨졌다. 형은 침대 협탁 위의 미등을 켰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수빈아, 자?”

형의 그림자가 내 위를 덮었다.
참자, 나는 생각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고3이었다. 형이 만일 화가 난 거라면 내가 받아 주면
언젠가 이 일이 끝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라도 믿고 싶었다. 형이 정상으
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번 해가 끝나기 전에. 만약 이번 해가 끝나도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대
학으로 도망치자고, 나는 생각했다.
1년은 길었다. 그래도 끝이 있다고 생각하니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형이 내게 품는 게 무엇이든, 형의 영향력 아래서 벗어나자. 우리가 떨어지


면 형도 정상으로 돌아올 거야……. 나는 희망에 희망을 거듭했다.
머릿속 복잡한 생각과 달리 몸은 단순했다. 그것이 고통이든 쾌락이든 그
저 받아들이기 바빴다.

아 아으, 하…….”
“ ,

나는 형이 만져 주는 손에 금방 섰다. 형이 매일 밤 나를 만져 준 뒤로 난 한
번도 내 몸을 만져 본 일이 없었다. 매일 밤 끝도 없이 사정했다, 적어도 두어
번은. 형의 손이 몸에서 떨어지자마자 수마에 빠져들고, 지쳐서 눈물이 다
날 정도였다.
그런데 이 주간 안 만져졌다가 다시 만져지고 나니…….

“기분 좋지?”

형의 손길에 내가 꼼짝도 하지 못하자 손바닥으로 내 것을 감싸 쥐고 살덩


이를 늘리듯이 문지르던 형은 날 뒤집어엎었다.
내 둔부를 가르듯 벌렸을 때 나는 나름의 각오를 했지만 그 다음 다가온 것
은 내가 예상하던 것과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벌려진 살 안쪽에 뜨거운 숨이 닿았다. 형이 갈라진 둔부를 두 손으로 쥐어
꽉 눌렀다. 그리고 숨을 불어넣더니 혀를 갖다 대었다. 물컹한 살덩이. 형이
회음부부터 시작해 그 안쪽을 스윽 혀로 쓸어올렸다.


“… !”

그리고 빨아당기며 핥기 시작했다. 믿기지가 않았다. 아무리 씻었다고 해


도 형은 빨고 핥고 그 안쪽으로 혀까지 집어넣으려 들었다.

하 하지 마! 하지 마!”?
“ ,

베개에 얼굴을 묻고 나는 발버둥쳤다. 아래선 찌꺽이는 물소리가 났다. 그


감각이 너무 기분 나쁘고 소름 끼쳤다. 나는 손으로 침대를 짚어 일어나려
하다 형의 힘에 엎어졌다.
아직 살짝 부어 있는 그곳이 핥아지는 동안 머리는 하얗게 변하고 아랫배
엔 힘이 들어갔다.

훅 욱, 우으….”
“ ,

“괜찮아, 이상한 거 아니야.”


내 그곳에서 입을 뗀 형이 말했다.


“ ……!”

잔뜩 빨린 다음 젤을 묻힌 끈적한 손가락이 당연한 순서처럼 내 안을 파고


들었다.
갈고리처럼 구부러지는 손가락에 찔려 나는 두 다리를 덜덜 떨었다. 내가
부르르 떨자 형은 내 아랫배 밑에 손을 밀어 넣어 상황을 확인하더니 손가락
을 빼고 엉덩이를 물려 자신의 물건을 내 입구에 맞췄다.

“힘 빼.”?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안 빼면 너만 다쳐, 알잖아. 응?”

틈을 주지 않고 형의 것이 주욱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나는 꼴깍꼴깍 울면


서 형이 말하는 대로 어떻게든 힘을 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덜 아플 것 같아서…….
아 아파. 아파, 아파…….”
“ ,

“참아.”

형이 뿌리 끝까지 파고들었다. 긴장으로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형이 내


어깨를 어루만지다 머리칼에 코를 묻었다. 단단히 뭉친 어깨를 주무르다 허
리를 치받았다.

“ … 흐 흐으….”

형이 등 뒤에서 허리를 털어왔다.

“ …!힉 아, 아, 아……!”

별을 본 듯이 눈앞이 번쩍거렸다. 줄줄 눈물이 나고 입을 도무지 다물 수가


없었다.

‘ 대학에만 가면…….’
대학에만 가면, 기숙사에라도 들어가서 형과 떨어지면 이 일이 끝나겠지?
아니 그 전에라도 형이 여친만 생기면, 그러니까 날 대체할 사람이 생기면
이 일도 끝이 나겠지?

“무슨 생각해?”

다시 눈앞에 별이 반짝였다. 나는 뺨을 옆으로 붙인 채 입을 헤 하고 벌렸


다. 형의 손가락이 내 입안을 휘저었다. 입천장을 긁는 손에 나는 신음도 내
지 못했다.
형이 엎드린 날 모로 눕혔다. 그리고 젖은 손으로 반쯤 선 내 것을 손에 쥐
고 훑었다.

응 생각할 여유가 있어?”


“ ?

“으아, 아, 아…….”

나는 두 손으로 내 물건을 쥔 형의 손을 떼어내 보려고 했지만, 타고 흐르는


자극에 발끝이 곱아들고 손에서 힘이 풀렸다.

***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점차 반 아이들과 겉돌았다.


이제 어둠은 낮에도 나를 완전히 휘감았다. 나의 변화가 반에서 눈에 띄지
않았던 이유는 모두가 한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해 나는
오히려 성적이 올랐다.
봄이 가고 유달리 무더웠던 여름이 왔다 지나가고 가을이 왔다.
수시 철이었다.

“그래서 어디에 원서를 넣고 싶은데?”

형이 물었다.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미래에 뭐가 되고 싶은데, 수빈아?”


06

그러고 보니 꿈이 있었다.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들, 나는 사람보다 동물들과 더 편하게 지냈
다. 유치원에서도 초등학교에서도 토끼를 키웠는데 나는 당번을 자처해서
맡고 내 동물처럼 키웠다.
부모님도 동물을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내가 부모님께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땐 시간이 무
한한 줄 알았다.
적어도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진 부모님과 함께 있을 줄 알았다.

“…… 의사.”

나는 웅얼거렸다.

“수의사가…… 되고 싶어.”
형은 테이블에 앉아 턱을 괴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
다.

“그래, 열심히 하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

그 다음으로 한 말에 난 조금 놀랐던 것 같다.

“나도 동물들을 좋아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면 형은 내가 알던 형 같았는데, 내가 아는 형이 지


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속을 알 수 없는 저 형 안에 들어 있는 것 같았는데.

“부모님이 기르는 걸 반대하셨지만… 어쩌면 너와 나는 닮았는지도 모르


겠다.”

큰 사고를 겪은 이후 성격이나 사고가 달라지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사고


전엔 온화하고 친절하던 사람이 뇌진탕을 겪은 이후 난폭해졌다거나. 하지
만 내게 하는 일을 제외하고 형은 평온한 듯 보였다.

“하기야 당연하겠지, 우린 형제니까. 아참, 그리고 나, 마음이 맞는 사람들


과 회사를 차리기로 했어. 생체 공학 쪽으로. 바이오 업체 회사야.”
“…….”

“혹시나 해서 말인데 네 몫의 유산은 잘 관리되고 있어. 너는 네가 하고 싶


은 걸 하면 돼. 원하는 건 형이 뭐든 지원해 줄게.”

나는 그 방면으론 형을 완전히 믿었다. 낮의 형은, 여전히 내가 신뢰하는 형


이었다.

“그래서 어느 대학에 가고 싶은데?”

나는 수의학과가 있는, 서울 소재의 대학을 골랐다. 이곳과 멀리 떨어진 곳.


형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지만 고개를 끄덕이곤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나는 형이 내 계획을 방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형은 오히려
날 전적으로 서포트해 주었다.
형은 내가 면접을 가자고 하면 면접 장소로 데려다주고, 면접 준비도 도와
주었다. 같은 전공은 아니어도 박사 과정을 밟았던 형은 면접 준비를 세심하
게 지켜봤다.

“사람들은 첫인상을 중요하게 여겨, 자기 생각보다도 훨씬. 그러니까 당당


한 게 중요해. 긴장한 것처럼 보이지 마.”

이럴 땐 형이 형 같았다. 사실 이 점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만일 사고가


형을 완전히 바꾸었다면, 형의 머릿속을 이상하게 만들었다면 왜 때때로 형
은 형 같을까?
한 사람을 지킬과 하이드로 분리했던 약처럼 형은 형의 머릿속에서 분리되
어 있는 것일까? 낮과 밤, 빛과 어둠, 어쩌면 한몸 같은 그것이 우리의 눈엔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듯이?
……나는 아무튼 형의 빛과 같은 면만 보고 싶었다. 형과 나를 분리하면 그
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학에 가면, 형과 떨어지면.
밤의 형은 내가 알던 사람과 전혀 다른 사람이니까.

***

일 년, 나는 형과 자는 것이 익숙해졌다. 모든 일이 그런 식으로 길이 드는
법이다. 처음엔 발에 물집이 나게 하던 구두도 이내 길이 들 듯이.
차라리 익숙해지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흑 으흡, 으…….”
“ ,

나는 이제 잠에 든 척 하는 일을 그만뒀다. 매일 밤 형이 내 침대 위에 올라
와 내 몸을 꾹꾹 밀고 들어와 두 쪽으로 갈라올 때면 몸을 뒤틀며 비명을 지
르지 않곤 견딜 수 없었다.
형과의 이 행위에서 내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뚝뚝 땀을 흘리며 머리를 침대에 문대다가 형이 만
져 주는 손길에 다시 아래를 세웠다. 형의 손길은 나를 이 행위에 동참하도
록 강요하고 있었다. 집요했다.
내가 하루에 몇 번이나 느끼고 또 사정하는지 어제의 자신과 내기라도 하
고 있는 것 같았다.
가끔은 다시 도구를 사용하는 일도 있었다. 그 일에 대해선 설명하고 싶지
않다. 뒤로는 형의 물건이 박힌 채 앞이 쥐어짜이던 날 나는 정말로 별을 보
았다.
내가 하도 패닉에 빠져 울기에 그 다음 그걸 사용하는 일은 없었지만……
나는 형이 나한테 썼던 그 장난감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차라리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 편했다.
생각을 하면 고통스러웠다.

“무슨 생각해?”

형이 내게 하는 일도,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 말을 거는 일도.


형이 뿌리 끝부터 얼마 남지 않은 치약을 밀어 올리듯 내 물건을 쭉 짜내며
내게 물었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앗 아아, 아, 아파, 으앙, 아…….”


“ ,
고통에 섞인 쾌감에 쩔쩔매며 나는 눈물을 짰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길어
지는지, 잠은 자야 하는데…….

그 그만하고 싶어, 쉬고 싶어. 형, 쉴래. 아, 아…!”


“ ,

이번이 벌써 세 번째였다.

“알았어. 이거 끝나고 쉬게 해 줄게. 응?”

프리컴으로 젖은 손이 빠르게 단단해진 성기를 훑었다. 사정감에 순간 눈


이 뒤집혔다.

흡 으흡, 압, 자, 잠깐, 잠깐만…….”


“ ,

사정하며 허리가 무너지자 형의 두 손이 내 아랫배와 허리를 받쳐 쥐었다.

“허리 들어, 다친다.”?


“아으아아아…….”
나는 언제나 입에서 나오는 신음을 억누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상하
다. 생각해 보니 아무리 크게 비명을 질러도, 이 비명을 들을 사람은 이 집에
형과 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월, 나는 원하던 대학의 합격자가 되었다. 기숙사 생활이 필수일


수밖에 없는 대학이었다. 그날 형은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내 생각엔…
진심이었던 것 같았다.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수능을 보던 날도 똑같았다. 그날, 날은 별로 춥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형이
싸준 도시락을 먹는데, 뭔가 허망한 기분이 들었다.

‘ 이제 끝이야.’

여러모로… 기분이 이상했다. 정말로… 이게 무슨 감정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후련하고 기분 좋을 줄로만 알았는데…….

“… .”형

시험을 치른 학생들과 한데 섞여 밖으로 나오니 날은 어둑한 저녁이었고


긴장된 얼굴을 한 학부모들 틈바구니 사이로 머리 하나 더 큰 형이 검은색
코트를 입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발견하자 사람들을 헤치고 형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수빈아.”

그리고 나를 끌어안았다.

고생했어.”

그 말에 눈물이 났다.
형이 예약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다.

“어땠어?”
“그냥…… 그랬어.”

“잘 본 것 같아?”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잘 모르겠어.”
“그래, 그렇겠지. 천천히 먹어, 체한다.”
이럴 때 우리는 마치 평범한 형제, 아니 가족…… 부모 자식 사이 같기도
했다.
나는 형이 여전히 내가 아는 형이라고 믿고 싶었다. 바로 이럴 때는.
이 망가진 관계를 어떻게든 되돌리고 싶었다. 이제 이 세상엔 우리 둘밖에
없으니까, 돌아가신 부모님도 그걸 원하실 것이다. 밤만 함께 보내지 않으면
형은 아직도 내게 너무도 완벽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잘 모른다고 대답하긴 했지만, 성적은 내가 예상하던 대로 나왔다. 나는 드
디어 이 문제에 대해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이제 학교도 가니까… 혼자 살아 보려고.”

형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어서 무서웠다.

“기숙사 신청을 해야 하는데…….”


“기숙사?”

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어?”
“ 요즘 듣기로는 기숙사 경쟁률도 높고, 한 방을 몇 명이서 함께 생활해야
할 텐데. 얼마나 스트레스겠어.”
“그렇다고, 통학할 순 없잖아.”

내 말에 형이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형은 피식 웃었


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하지. 누가 너더러 이렇게 먼 거리를 통학하


래 혼자선 차도 못 타면서.”
.

일은 내가 머릿속으로 몇백 번이나 시물레이션하던 것과 다른 내용으로 흘


러갔다.

“너도 이제 성인이니 독립하는 게 어떨까?”

나는 그 말이 형의 입에서 나올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

“물론 네 몫의 돈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그건 옳지 못해. 넌 아직 대학생인


데 독립자금은 다 내가 지원해 줄게. 대학 근처에 집 보러 다니자, 우선은 계
약은 이 년 정도로 하고. 월세보다는 전세가 낫겠다, 그렇지?”
내가 대학을 어떻게 다닐지 생각을 하는 동안 형도 나름의 생각을 했겠지,
이게 그 결과 같았다. 나는 할 말이 점차 없어졌다.

“그렇겠지, 그런 걸로 하자. 지금부터 집 보려면 바쁘겠다.”

형은 오히려 내가 못 미더운 듯이, 그야말로 손아래의 혈육을 독립시키는


어른다운 얼굴로 물어왔다.

“ 그런데 너 밥은 해 먹을 줄 아나?”
“……어?”

“아참, 아르바이트는 할 생각하지 마, 용돈을 더 챙겨 줄게. 이제 혼자 살림


도 꾸려야 할 텐데 공부와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힘들 거야. 괜히 너 혼자 다
하려고 했다가 몸 상하지 말고, 너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해, 형이 너 지원해 줄
돈 정도는 얼마든지 있어.”
“…….”

“부모님이 살아계셨어도 나와 같은 말을 했을 거야.”

나는 그 말에 아무 저항도 하지 못했다.
“알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 말에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던 형이 일어섰다.

“고생했어.”

역광이었다, 형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내 몸으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형이


손을 뻗어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고생했어, 수빈아.”

그해 겨울, 우리는 집을 보러 다녔다. 형은 무슨 생각일까, 나는 머리가 터


질 것 같았다. 마치 기약 없이 갇혀 있다 변덕스러운 윗분의 말 한마디에 감
옥에서 풀려난 죄수 같은 심정이었다.
또 다른 변덕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구를 사고, 전자 제품을 사
고, 자취 용품으로 해도 된다는데 굳이 굳이 형은 혼수 물품에 가까운 모델
을 선택했다.
형이 고른 집도 혼자 살기엔 너무 넓었다.

“난 그냥 원룸이면 돼.”
왜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 ?

26평짜리 아파트였다. 형은 물건을 꼼꼼하게 고르면서도 마뜩잖은 듯 숨을


내쉬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전에 살던 집을 놔둘걸. 하필 기간이 일 년은 더


남은 바람에.”

형의 한숨에 나는 흠칫했다.

“전에 살던 집이라니?”
“서울 집 말이야.”

“안 팔았어?”

내려올 때 마치 유품을 정리하듯 많은 물건을 버려야 했다. 나는 그래서 그


때 집도 함께 정리한 줄 알았다.

“그래, 내가 왜 그러겠니. 두고 있으면 언제든 값이 오르는 게 서울 부동산


인데.”
그럼 앨범과 사진과 편지들과 옷과 다른 것들은? 나는 그 말에 기분이 이상
해졌다.

‘…… 그런 뜻이 아니잖아.’

이럴 때 형은 너무 이상했다. 그곳은 우리의 추억이 녹아들었던 장소였다.


지금은 계시지 않은 부모님과 함께, 그런데 그건 형한텐 단순히 그건…….

‘ 아니야.’

나는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형한테도 그곳은 너무도 고통스러운 추억의


장소이니 그럴 것이라 애써 이 찝찝함을 넘겼다.
낮의 일만 서술하니 형은 언제나 이성적이었다. 그렇다면 밤에는?
그런데 그렇다고 밤의, 이해할 수 없는 학대가 끝이 난 건 아니었다.

“ 으흑….”

아니, 오히려 형이 독립을 결정하고 나서 그날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져 갈


수록 행위는 내 생각으론 어째서인지 더 가학적으로 변했다. 마치 겨울이 오
면 올수록 밤이 길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서울의 집과 앞으로 펼쳐질 형 없는 밤과 대학 생활을 생각하면, 참
을 수 있을 만했다.
그래, 나는 처음으로 이 행위가 참을 만해졌다.
다시 문을 잠그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다.
왜냐하면 아무 소용이 없었으니까. 침대 위에 누워 멍하니 있다 보면 형이
왔다. 나는 언젠가부터 안대를 착용했다. 형은 내게 왜 안대를 하느냐고 묻
지 않았고 굳이 그것을 벗기려 들지도 않았다.

“입 벌려야지… 수빈아.”

여전히 말은 걸었지만 말이다. 형의 뜨거운 물건이 내 입술 윤곽을 덧그렸


다. 형은 이제 전희로 내가 형의 물건을 물기를 원했다. 물고 핥고 빨기를, 이
행위에 나도 능동적으로 참여하기를.


“ …!”

내가 입을 벌리지 않자 형이 내 코를 쥐어 숨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내가 입


을 뻐끔거리자마자 제 물건을 쑤셔 넣었다.

읍 흐, 후으…!”
“ ,
나는 형의 허벅지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형
의 것을 입안 깊숙이 받아들었다. 입가로 고였던 침이 줄줄 흘렀다.
형이 버둥거리는 내 두 손에 깍지를 끼워 내리눌렀다. 그리고 천천히, 힘을
주어 가며 허리를 털었다. 턱이 뻐근하게 벌어졌다. 맛과 향과, 그 부피에 나
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흡 흐윽, 흑…….”
“ ,

목구멍 안까지 형의 것이 찔러왔다. 내 입술과 코를 형의 체모가 간질였다.


형의 것이 내 입안에서 점차 크기를 늘려 갔고, 안대가 축축하게 젖어 들었
다.
만족할 만큼 내 입안을 헤집은 형이 자신의 것을 뽑았다. 숨 쉴 기회가 주어
지자마자 나는 컥컥 기침을 뱉었다. 형이 나를 무릎 위에 앉혔다. 뒤에서부
터 형이 들어왔다.
내 상반신은 형의 두 팔에 단단히 쥐어진 채였다. 별 전희도 없이 나의 입구
는 형을 빨아들이듯이 받아들였다.
입구라고?
나는 이제 그곳을 입구라고 이따금 생각하는 나 자신을 견딜 수 없었다. 너
무 깊이 들어와서 내장이 망가질 것 같았다. 형이 반쯤 선 내 것이 빳빳해지
도록 쥐고 흔들었다.
꼴깍꼴깍 숨을 삼키며 떨었다. 형이 만족할 만큼 내가 딱딱해지자 형이 내
유두를 애무하며 뒤에서 허리를 흔들어 왔다.
흑 흐윽… 읏… 읍, 아, 아아…!”
“ ,

방안을 더운 공기가 가득 채웠다. 형의 살과 나의 살이 섞이며 부딪쳤다. 형


의 단단한 뼈와 탄탄한 육체가 등으로 느껴졌다. 눈을 감았는데, 아니 눈을
감아서 그런지 더욱 더 자극적이었다. 형의 입술이 내 귀를 빨았다.

“수빈아…….”

이름을 불러 주는 바람에 나는 그대로 떨면서 사정했다. 형이 그대로 날 침


대 위에 엎었다. 뒤에서부터 밀고 들어왔다. 둔부와 장골이 부딪쳐 철썩이는
소리가 났다. 안대가 벗겨질세라 나는 두 눈을 꼭 감았다.

***


2 .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저녁, 나는 대학 입학에 앞서 자취 집이라고 생각하


기엔 너무 비싼 가구와 집기가 들어찬 집에 도착했다.
독립하기까지 형의 방해가 있으면 어떡하나 마음을 졸였던 것은 기우였다.
형은 순순히 나를 놓아주었다. 아니 오히려 등을 떠밀기까지 했다.
마치 이 순간만을 바라왔다는 투였다.
“아무리 독립했다고 해도 집 자주 비우지 말고 사람 아무나 들이지 말고,
밥도 잘 해 먹고 문단속도 잘 하고, 그럴 수 있지?”

형은 내 머리칼을 헝클어뜨리듯 쓸면서 말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형


은 한 차례 미소 짓고, ‘그럼’ 하면서 집을 나섰다.
탕.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 이게… 끝이야?’

나는 생각했다.
수능 시험을 치고 난 후와 같은 심정이었다. 이토록 허망하게 삼 년 만에 나
는 형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것이다.

‘ 정말로?’

이 순간을 간절히 바라왔다.


하지만 막상 이 순간이 되고 나니, 나는 덩그러니 빈 집에 남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

그리고 대학 생활이 시작되었다.


형이 사라진 공간에서 나는 혼자 지내는 동안 형한테서 무엇을 빼앗겼는
지, 아니 잃었는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깨달아가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중 하나는 포르노였다.
07

포르노그라피(Pornography).
사람의 성적 행위를 묘사한 책이나 영화나 사진, 그림. 내 또래의 남자애들
은 다 즐겨 보는 것들, 성적인 환상을 자극하는 모든 산물들. 나도 당연히 그
런 걸 봤다. 보고 얼굴을 붉히며 자위에 열중했던 적도 있었다.
난 처음에 그걸 잃었는지도 몰랐다.
학교생활에 열중했기 때문이었다.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생활이 캠퍼스 속에서 펼쳐졌다. 수강 신청과 개
강과 OT와 MT, 강의를 듣고 말고까지 모든 것을 한 사람의 자율에 맡기는
나날들, 그곳엔 내가 형과 무슨 짓을 했는지 지금까지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
는지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술이 있었다.
나는 엉망진창이 된 게임의 리셋 버튼을 누른 것처럼 탁 하고 숨통이 트였
다.
형의 말을 내가 들을 게 뭐야, 형은 여기 없는데.
여긴 일탈이 가능한 세상이었다.
개강 후 몇 주간은 고삐 풀린 말처럼 대학에서 빠르게 사귄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새벽에 집에 들어왔다. 집이 가까워 친구들을 재워 준 일도 있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는 친구들은 집을 보더니 부러워했다.

“여기서 산다고?”
“야, 이건 거의 신혼집 아니냐? 너희 집 부자야?”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아니라고 말하려던 나는 갑자기 그에 대해 깊게 생


각하게 되었다.

‘ 우리 집이 부자인가? 그냥 먹고 살 만한 중산층이 아니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문제였다. 고등학생 땐 모두가 같은 교복을 입었


으니까…….
기억을 더듬어 보니 한 번도 부족하겐 살아 본 적이 없었다. 형이 가계를 맡
게 된 이후엔 더더욱 그랬다. 유산이 있었겠지만…….
그러고 보니 형이 전에 회사를 차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도 있는
데……. 그러다가 대답할 타이밍을 놓쳤다. 나는 말끝을 흐렸다.

“ 부자… 그런 거 아냐.”?
처음엔 엉망진창으로 살면서도 판옵티콘 속 죄수처럼 혹시 잠을 자고 있을
때 형이 몰래 내 방문을 밀고 들어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당연하다. 형은 형의 일로 바쁘다. 이제 형의 그림자가 내게 드
리우기에 우리의 물리적 거리는 너무도 멀었다.
나는 곧 익숙해졌다, 형이 없는 삶이 말이다.

‘ 형도 내가 질린 거야.’

나는 도무지 이해할 길이 없던 형의 마음속을 나 편리하게 해석했다.


그래, 형도 지쳤겠지, 동생 뒷바라지하고 매일 밤 억눌린 분노를 일그러진
형태로 푸는 것도 언젠간 끝내야지, 하고 나처럼 생각하고 있었을지 몰랐다.
나의 대학 입학이 형한테도 나를 놓아줄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왜 진작 나는 독립한다고 말을 못했을까… 차라리 처음부터 이랬어야 할


걸….’

나는 후회하기까지 했다.
그러는 동안 긴장은 점점 풀어졌다. 형이란 그늘이 치워지자 따스한 볕이
직접적으로 내 머리 위에 드리우는 것 같았고, 대학생이 되어 새로 하는 것
중 재미없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질색하며 대학 친구들의 장단을 맞춰 주긴 했지만 사실 강의와 과제조차도
너무 재미있었다.
형의 빈 자리를 술과 공부와 친구들과 빼곡한 과제, 그리고 퀴즈가 채웠다.
첫 중간고사, 나는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을 받았다. 전액 장학금은 아니어도
장학금을 받을 만큼은 되었다.
자랑할 만한 성적이 떴을 때 나는 신이 나서 무심코 형한테 전화를 걸려 했
다.
하지만 그러려다 멈칫했다.
통화음이 세 번 가기 직전 나는 전화를 끊었다.

“…….”

장학금을 받았다는 소식을 형한테 알려야 했다. 형은 이미 내가 한 달에 작


정하고 써도 다 쓸 수 없는 돈을 보내오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부모님께
자랑하는 것처럼 자랑할 수 없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부재중 전화가 뜨지 않았을까? 형에게서 전화가 다시 걸려오는 일은 없었
다.
그리고 문제는 그 모든 일들이 익숙해지자 나타났다. 술을 마시고 사람들
과 어울리고 공부를 하는 것도 잠시였다, 혼자 지내는 집은 점점 적막해졌
다.
나는 침대에서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 오
랜만에…… 몸이 동했다.
‘ 한 번 빼고 나면 잠이 오지 않을까?’?

사실 이전엔 늘 잠을 자기 위해 자위하고 자곤 했으니까.


속옷 위로 자연스럽게 손이 옮겨갔던 건 그런 생각에서였다. 난 눈을 감고
속옷 안으로 내 손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내 것을 쥐고 속옷 밖으로 꺼냈다.
흔들었다.

“…….”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봤던 영상의 한 장면을 떠올리려 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떠오른 머릿속 생각은 그게 아니었다.
움찔!
나는 자지러지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질겁하며 성기에서 손을 뗐다. 방금
전 떠오른 생각에 정신이 없어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비누로 내 손을 씻었다.
다시 자리에 누웠다.

“…….”
놀란 가슴이 가라앉지 않았다.

‘ 말도 안 돼.’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어둠 속에서 나를 만져오던 형이었다. 심장이 불


규칙하게 박동하는 소리가 내 귓가까지 들었다. 나는 두 눈을 감으려다가 흠
칫하고 떴다.
어둠 속 검은 천장이 보였다.
나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럴 수는 없다고, 없는 거라고.
하지만 그게 불면의 시작이었다.
나는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와 노트북에 영상 몇 개를 다운받아 자리에 앉
았다. 그리고 어젯밤 떠오른 생각을 시각적 자극으로 지워버리려 했다.
영상을 켜자 금방 살색 화면이 펼쳐지며 자극적인 소리가 끈적끈적하게 귓
가를 타고 흘렀다. 하지만 의자에 앉은 나는 손으로 내 물건을 쥔 채 그 영상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포르노그라피, 사람의 성욕을 빠르게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 환상 앞
에서…… 나는 형을 떠올렸던 것이다.
역설적으로 나는 포르노를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불어 자위도. 자
기 위로조차도.
그 두 개는 환상의 영역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보다 더 더럽고 자극적
인 것이다.
오로지 상상을 충족시켜 성욕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수단과 도구, 영상
을 보고 하든 아니면 손으로 물건을 붙잡고 문지르며 상상을 하든, 그건 현
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일이기 때문에 더럽고 끔찍해도 괜찮았다.
그런데 눈앞에서 펼쳐지는 남자와 여자가 하는 영상은…….
예전에 내가 형과 했던 행위와 닮아 있었다.
오히려 제3자의 눈으로 촬영된 영상에 속이 울렁거렸다. 나는 얼른 영상을
껐다. 그리고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역겨웠다.

‘ 끔찍해.’

심지어 그 영상을 보고 흥분하려던 나 자신이 기분 나빴다. 나는 전에도 그


랬듯 눈을 꽉 감았다. 그래서 그 장면에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눈을 감으
니 방금 봤던 영상이 더 아른거렸다.

‘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나는 그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내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길이 잘 든 구두처럼 형의 몸을, 형이 내게 했던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직면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을 그제야 맞닥뜨
렸다.
나는 형에게 어둠을 빼앗겼다. 형은 나의 그림자를 훔쳐 갔다. 밤의 시간,
몇 분의 쾌감 후 다가오는 안식, 혹은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몇 시간의 수면,
나의 밤은 여전히 형에게 있었다.
내 포르노와 마스터베이션과 밤과 잠은 형의 소유였다.
부재, 나는 잃은 것들에 사로잡혔다.

‘ 내가 그걸 원한다고?’

내가 그걸 갈망하다니…… 그날 밤 내 안에서 뭔가가 소리 없이 무너졌다.


때마침 방학이 된 것은 다행이었을까, 불행이었을까.
종강 파티 이후 깊은 우울감이 닥쳐왔다. 친구들의 연락에 답장을 고민하
다 때를 놓쳐 버리는 일들이 늘어갔다. 집 밖엔 나가질 않았다.
게임을 하는 데 열중해 보았지만 이내 그것도 시들해졌다. 도피할 수가 없
었다. 아무리 빛을 밝혀도 매일 밤이 나를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결국 몇 달 만에 다시 내 물건을 쥐었던 날, 나는 형을 상상했다.
정확히 말하면 형이 나한테 했던 모든 일들을 상상했다. 그 뜨거움, 습윤함,
휘몰아치는 감각, 압력과 힘, 내 손이 도저히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살색 화면을 켜놓고도 그때 그 감각을 떠올리기 위해 나는 눈을 감아야 했
다.
끔찍했다.

‘ 말도 안 돼.’

내 손은 어떻게든 형이 나를 쥐었던 그때 그 움직임을 닮으려 노력하고 있


었다. 하다가 눈물이 났다. 안쪽이 근질거렸다. 나는 그곳을 의식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 거길 의식하고 건드리면, 다시는 되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
서.
충동을 못 이겼다기보단 한 번 해소하고 나면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한 일
이었다.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더 생각났다. 머릿속이 근질거릴 정도였다.
그러나 영상 속에서 나오는 끈적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나는 좀처럼 사정
하지 못했다. 내 그곳은 빳빳하게 몸을 일으켰다가도 다시 물렁물렁해지기
를 반복했다.
마치 뭔가에 꽉 틀어막힌 듯했다.
형만 없으면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 포기하고 침대에 누워야 했다. 나는 다시 잠을 자려고 노력했다. 잠이
오질 않았다. 공백과 부재가 나를 괴롭혔다. 부모님, 형, 그리고 형이 주
던…….

‘ 그만 생각하자.’
머리를 젓는데 문득 형이 풀숲에 나를 눕히며 짓던 표정이 기억났다. 그 표
정은 인간다웠다. 형은 그때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다
음에 일어난 모든 해석 불가능한 일들, 도대체 형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알 수 없었다.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것도 알 수 없었다.

‘ 형은… 형은 나를 이만큼 생각이나 할까? 내가 형을 생각하는 것만큼…?’

나는 형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은 미친 건 나인지도 모른다. 예전


병실에 누워 재활 훈련을 받고 있을 때 형 몰래 찾아온 삼촌이 나한테 심리
상담을 권한 적이 있었다.
너희는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큰 일을 겪었다고, 네 형 말을 들을 게 아니라
고, 다른 사람들과 약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부모님이 정신과 의사니 더더욱 잘 알지 않니,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


야.’

형은 거절했지만,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는지도 몰랐다.


나 혼자선 이겨낼 수 없는 일이었다.

‘ 그런데 이제 난 어떻게 하지?’


시간이 손안에 쥔 물처럼 흘러갔다. 집은 점차 쓰레기장이 되어갔다. 나는
나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방학이 끝났다. 몇 월 며칠에 수강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론 알았지만 하지 못했다.
며칠이 흘렀을까, 깜깜하던 휴대전화에 불이 붙었다. 그러나 그것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나는 이불 속에 파묻혔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고 하고 싶지 않았다.
쾅쾅쾅!
언젠가 누가 내 집 문을 거세게 두드렸다.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 ! 야 너 거기 있어? 차수빈! 거기 있느냐고!”

며칠간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 일도 곧 그쳤다.


계절 감각마저 잊었던 듯하다.

‘ 이제 난 어떻게 하면 좋지?’

이젠 나한텐 목표도 없었다. 차라리 이러다 죽었으면 좋겠다, 싶었던 어느


날이었다.
삐빅―
나는 그때도 방 안에 있었다. 며칠간 먹지 않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
런데 환청일까?
저 밖에서 뭔가가 철컹, 하고 소리를 냈다. 문이 열릴 때 나는 소리였다.
이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나와 형 말고는…….
거기까지 깨닫자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뚜벅뚜벅뚜벅.
그리고 발소리.
끼익, 문이 열렸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차수빈.”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렸을까, 아니면 기다리지 않았을까?


누군가 내 이불을 뺏어 방 한구석에 처박았다. 내 이불을 뺏은 사람이 물었
다.

“눈 떠, 너 안 자는 거 다 알아.”

나는 대답하는 대신 두 팔을 교차시켜 내 얼굴을 가렸다. 머리 위에서 목소


리가 들렸다.
“내가 너 이러라고 독립시켰니?”

화가 난 듯한 음성이었다.

“너 이 꼴 보자고 내가 널? 눈 떠. 파내기 전에.”

무언가를 억누르는 듯한 음성이었다. 나는 아랫입술을 꾹 물었다가 뗐다.


그리고 눈을 떴다. 헤링본 코트 차림의 형이 보였다. 차가운 눈빛이 나를 샅
샅이 훑었다.
형은 고개를 돌리고 한숨을 쉬었다.

“…… 가자.”

그리고 나를 움켜쥐었다.


“ !”

그 순간 나는 폭발했다.
날 이렇게 만든 게 누군데, 형이면서.

“놓으라고!”

나도 한 번도 형을 상대로 이렇게 분노해 본 일이 없었다.

“그냥 내버려 두면 되잖아! 나한테 왜 이래! 나한테 왜!”

나는 형을 뿌리치려 발버둥쳤다. 하지만 형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한심하게 살든 말든 이대로 내버려 두라고! 날 이렇게 만든 건 형이


면서! 형이면서! 형 호모야 뭐야!”

내 말에 형의 턱이 꽉 다물렸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형한테 이런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발악했던 건지도 몰랐
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형은 눈을 빛내며 잠잠히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내가 제풀에 지쳐 멈추자
마자 말했다.

“수빈아.”

바로 그 때를 기다렸단 듯이.

“내가 한 번이라도 네 탓 한 적 있니?”

나는 그 말에 하려던 말을 모두 잃었다.


“ ?”

“…….”

“그래, 지금 내 탓 해 보니까 속이 시원해?”

형이 내게 조각 같은 얼굴을 들이밀었다. 표정이 없어서 그런지 형의 얼굴


은 더더욱 무기질적으로 보였다.

“너도 즐겼으면서?”
형이 새카만 동공에 내가 비쳤다.

“…….”

아주 작은, 그러나 망연자실한 게 확실히 보이는 얼굴이 비쳤다.


형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봤을 때, 나는 그 순간, 태양의 흑점을 본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 뜨거운 태양 가운데서도 더 높은, 사람은 도저히 살
수 없는 불모지의 단면을…….

“그래.”

형은 고개를 돌리며 내게 기울였던 몸을 일으켰다.

“그럴 수도 있지. 학교가 쉬고 싶은 거면 말을 하지 그랬어. 너 휴학 신청하


느라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들한테 고개를 숙였는지 알아?”

형은 꽉 틀어쥐었던 어깨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방 안을 둘러보았다. 엉망


진창이 된 방을 보고 형은 마치 부모님 역할을 연기하는 연극배우처럼 또다
시 한숨을 내쉬었다.
“짐 챙겨.”

형이 내린 결론이었다.

“너 데리고 집에 들어가야겠다.”

그 말에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 ,시 싫어.”

난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형과 함께 살던 때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나는 침대 모퉁이에 달라붙어 중얼거렸다.

“그럼 네가 뭘 어쩔 건데.”

형이 싸늘한 얼굴로 물었다.

“학교도 가지 않고 그렇다고 다른 걸 하는 것도 아니고 너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도 않으면서, 쓰레기통의 쓰레기처럼, 도대체 뭐가 하고 싶은 건데?
반항?”
마치 멍청한 어린아이라도 다루는 것처럼 말이다.

“ 수의사가 되겠다는 네 목표는 어디로 간 거야?”

형은 다시 내게 다가와 이번엔 이불처럼 나를 침대 밖으로 낚아챘다.

“ 지금 널 봐.”

그리고 내 귓가에 속삭였다.

“ 널 보라고. 남 탓이나 하면서 네 인생을 망치고 있잖아. 난 너 그렇겐 못


둬.”

난 무어라 말해 보려 했다. 하지만 형이 먼저였다.

“ 내가 널 어떻게 살렸는데, 무슨 대가를 치르고.”


나는 그 말에 휘청였다. 그래도 가고 싶지 않았다. 팔을 빼내 보려다가 나는
형한테 손바닥으로 몇 대 맞았다. 힘이 엄청났다. 나는 축 늘어져 버렸다. 겨
우 몇 대만에.

“괜히 힘 빼지 말자.”

날 방 밖으로 끌고 나오며 형이 말했다.

“네 마음대로 하고 싶었으면 나한테 이런 모습을 보여 주지 말았어야지.”

그건 싸움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훈육이었지.


멍한 나를 형이 차 뒷좌석에 태웠다. 형의 차는 옛날에 TV에서나 보던 외
제 차로 바뀌어 있었다. 형도 뒷좌석에 탔다. 나는 운전석에 탄 운전기사를
보았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형이 타자마자 차는 달려나갔다.
08

나는 다시 형과 살던 대전으로 내려갈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형이 나를 뒷


좌석에 밀어 넣고 난 뒤 차는 얼마 가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집이
었다.

뭐 뭐야?”
“ ,

“뭐긴.”

다시 차 밖으로 끌려나가며 나는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형은 흔연한 어조


로 말했다.

“ 회사 서울로 옮겼어. 넌 내가 하는 일에 관심도 없었겠지만 말이야. 사업


을 하기엔 거기보다 여기가 나아서, 잘 됐지?”
“…어, 어?”

“그동안 회사가 좀 잘 됐어.”


나는 팔뚝이 잡혀 질질 끌려가며 형의 회사 일에 대해 들었다. 듣는다고 해
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친절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게 무슨 뜻인지는
알았다.
난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형과 나의 거리가 그대로 벌어져 있을 거라고 생
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 괜찮아질 거야, 넌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내가 방 한구석에서 망가져 가는 동안 형은 여기서 새로 뿌리내릴 준비를


마친 것이다.
한때 우리가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이 집에서 말이다.
집의 겉면만 같았지 안은 달랐다. 안은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꾸며져 있
었다.

‘ 언제 준비를 다 끝낸 걸까?’

나는 이전에 내 방이었던 공간에 놓여 있는 침대에 눕혀지며 생각했다.

‘ 언제부터?’
형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썩어가고 있으리란 걸 짐작했던 게 아닐까? 하
지만 그 생각을 형이 했던 말이 막아섰다.

‘내가 한 번이라도 네 탓 한 적 있니?’


‘그래, 지금 내 탓 해 보니까 속이 시원해?’

내 몸 위로 형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졌다. 형은 코트를 벗어 책상 위에 올


려놓으며 말했다.

“ 씻기 전에 한 번 할까?”

그 말에 온몸의 피가 싹 빠져나갔다. 나는 창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시 싫어.”
“… ,

“넌 나 만나서 싫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어?”

형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법과 도덕, 암묵적인 금제들, 사회적인 약속들, 형한테는 처음부터 그게 아
무런 의미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은 선을 이렇게 쉽게
뛰어넘는 건지도 모른다. 형한테 금기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게 아닐
까.

“이제…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형과 함께 있으면 내 생각조차 이상해졌다. 형이 너무 뻔뻔해서, 형이 하는


일들은 다 그래도 되는 일 같고, 오히려 내가 더 혼란스러워졌다.

“뭐가?”

형이 손가락으로 고리를 걸어 넥타이를 풀었다. 그것을 왼손에 둘둘 감으


면서 내게 다가왔다. 나는 벽에 내 등을 붙였다. 무릎을 배에 붙이고 온몸을
웅크렸다. 더 이상 물러설 수가 없었다.

“그걸 알면 몇 년 전에 말하지 그랬어.”

형의 목소리엔 아무 감정이 들어 있지 않았다.

형 이제부터라도….”
“ ,

“아까 네가 나한테 말했잖아.”


형이 내 침대 위로 올라왔다.

“나한테 호모냐며.”

나는 그 말을 단박에 후회했다.
형은 그런 것조차 아닌 것처럼 보였다. 형의 두 손이 내 어깨에 얹어졌다가
이내 꽈악 짓눌렀다. 형의 혀가 내 귓불을 깨물었다.

응 수빈아.”
“ ?

온몸이 떨려왔다. 형이 물어 빨아당기는 부분부터 시작해 열이 퍼져나갔


다. 마치 혈관을 파고들어 주입된 독액이 혈맥을 따라 퍼지는 것처럼.
그동안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나는 몽정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 손바
닥에 넥타이를 감아쥔 형의 손이 내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었다. 그 자극에
나는 거의 쌀 뻔했다.
내 머리와 다른 몸의 반응이 미칠 것 같았다. 몸을 더더욱 웅크렸지만 소용
이 없었다.

“그만해 줘….”
“ 왜 그래야 하는데?”

따뜻한 혀가 귓바퀴와 귓불 그리고 그 안쪽을 깊숙이 핥아 왔다. 어깨가 바


짝 긴장되었다. 형이 또다시 속삭여 왔다.

“ 오늘 한 번 알아보자, 네가 호모인지 내가 호모인지, 아니면 우리 둘 다인


지.”

어깨를 잡은 손이 팔뚝과 손목을 거쳐 내 허리에 닿았다. 형이 나를 끌어내


려 그의 아래 눕혔다. 그리고 엎드리게 했다.
나는 덫에 걸린 짐승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 라텍스 장갑 낀 손에 쥐어지
는 실험실 속 쥐처럼 느껴졌다. 형이 내 두 손목을 엇갈리게 해 넥타이로 묶
었다. 나는 말을 잃었다.
내가 하는 말이 형에게 하나도 닿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형이 바지와 속옷째로 내 하의를 쑥 벗겼다. 살갗을 형의 손바닥이 문질렀
다.

“ 바디로션 좀 발라야겠다.”

등 뒤에서 형이 움직였다. 어째서인지 이번엔 눈이 감기지 않았다. 무슨 소


리가 들려왔다. 일 년 전 매일 형의 손가락이 내 안을 쑤시기 전에 나던 소리
였다.
튜브에 든 액체를 짜낼 때의 소리….
내 기억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먼저 더듬었다.


“ ….”

꼬리뼈 부근부터 둔부 안쪽으로 미끄러지는 손가락이 골 안쪽으로 쑤욱 밀


려 들어왔다.

“으흐….”
“힘 풀어, 알잖아.”

“흑….”

깊숙이 들어온 손가락이 내 안쪽을 헤집었다. 잊지 않고 있었다는 듯 내 안


쪽의 일점을 꾹꾹 눌러 문질러오는 손가락에 순간 머릿속에서 번쩍하고 부
싯돌이 튀는 것 같았다.

“여기 기분 좋지?”
말도 잇질 못할 만큼의 쾌감이었다. 형의 무릎에 무릎 뒤쪽이 짓눌린 채로
나는 입을 뻐끔뻐끔 벌렸다.

“… 흐아….”

찌꺽찌꺽, 물소리가 났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마치 죽기 직전까지 물 한


방울 구경하지 못하던 혀끝에, 비로소 물 한 방울이 떨어진 것 같았다.
아랫입술을 아무리 깨물어도 입에서 흐르는 신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
는 흐물흐물하게 힘을 잃었던 아래를 뻣뻣하게 세웠다. 형의 몸과 침대에 눌
려 갑갑했다.
아, 아, 하고 떨면서 나는 형이 살 틈새로 손가락을 넣고 휘젓고 떨어주는
감각에 질질 끌려갔다.
머리 위 조명 불빛보다 눈앞이 더 번쩍거렸다.

아 아으, 윽, 아… 아아… 흡… 하앙….”


“ ,

일 년간 참았던 것이 한순간에 폭발하는 듯했다.


죽을 것 같았다.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좋아?”
아으아아앙, 전립선이 헤집어진 내가 결국 소리 내어 울자 형이 손가락 개
수를 늘려가며 물었다. 머리를 박고 비비는 침대의 시트가 동그랗게 젖어 갔
다. 눈물과 섞인 침 때문이었다.
그리고 허리 아래도, 뒤로 느끼면 나는 제대로 세우지도 못하고 전립선액
을 흘리곤 했는데 지금이 그랬다.
형의 손가락이 세 개가 되었을 때였다. 나는 바짝 몸을 굳히며 온몸을 벌벌
떨었다.

“많이 굶었네.”

동공이 풀릴 정도로 흥분해서 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몰랐다. 갑자기


눈앞에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형이 엎드린 날 뒤집었다. 나는 형의 얼
굴을 보았다.
형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묶인 두 손 위로 체중이 실렸다. 형이 내 두 다리를 활짝 벌렸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입맛을 다시며 형이 내가 입고 있던 윗옷을 걷어 올렸다.

“내가 오늘 정말로 기분 좋게 해 줄게. 빨아도 주고 만져도 주고…….”


유두를 밀 듯이 스치는 손끝에 나는 사정의 여운을 음미할 틈도 없이 다시
발기했다. 나를 다시 꾹 하고 밀어 눕힌 형이 이번엔 자신의 셔츠 단추를 풀
었다.
탄탄한 근육질의 상반신, 나는 멍하니 그 몸을 바라보았다. 형이 바지 혁대
를 풀었을 때야, 정신을 차렸다.
형이 바지를 내렸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형의 걸… 제대로 보았다.


“ ….”

두 무릎 안쪽에 손을 넣은 형이 제 물건을 입구에 끼워 맞추며 위에서 아래


로 짓눌렀다. 입구가 활짝 벌려지며 형의 것을 받아들였다.

아 아파, 아파.”
“ ,

꺽, 꺽, 하는 신음이 튀어나왔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형이 밀어붙여서 한


계까지 벌어지는 접합부를 보았다.

흐 흐악.”
“ ,

“처음도 아니잖아, 겁먹지 마.”


안의 것이 서서히 밀려드는 게 그대로 보였다. 혈관까지 표면에 띄운 형의
물건이 안으로 쑤욱 밀려 들어왔다….
공포 영화의 잔인한 장면에서 시선을 뗄 수 없는 것처럼 나는 그 광경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전보다 말랐지. 살 좀 쪄야겠다.”

단단한 몸에 밀려 두 다리가 달랑거리며 들렸다.

헉 흐읏, 앗, 아.”
“ ….

형이 다시 반쯤 일어선 내 것을 쥐고 만지작거렸다. 엄지로 끝부분을 뭉개


듯 미는 손에 나도 모르게 아랫배를 조이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흐 흐아아…….”
“ ,

“좋아? 눈 돌아가는 거 봐.”

엄청난 쾌감에 헉헉 소리만 났다. 내 것을 쥐어 늘리듯이 흔들며 형이 다정


하게 물었다. 그때 내가 머릿속에 떠올린 것은, 집을 떠나와 처음 자위를 시
도했을 때 봤던 살색 영상이었다.
그 영상에서도 두 손이 묶인 여자가 마치 꼬챙이에 꿰인 고기처럼 남자의
단단한 허리에 꿰여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것을 떠올린 순간 나는 유황불이 들끓는 지옥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리고 그 대가는 그야말로 뇌를 구워 녹일 듯한 보상이었다. 쾌감에 미칠
것만 같았다. 형의 허리에 꿰여서 깊은 곳이 찔려지자 피가 도는 온 곳이 저
릿저릿했다.
입안에 침이 고이고 초점이 흐려졌다 맞춰졌다는 반복했다. 앞까지 쥐어지
고 훑어지는 통에 나는 넋을 잃고 떨었다. 도망갈 곳이 없었다.
머리 위엔 불빛과 즐거움에 겨워 구부러진 형의 눈이 보였다.

아 아… 아!”
“ ,

이내 아랫배가 뭉치듯이 사정감이 몰려왔다. 허리가 뜨고 휘어졌을 때였


다. 형이 내 것을 뿌리에서부터 꽉 틀어쥐었다.

헉 아, 으아? 잠깐, 아…!”


“ ,

뭉쳐진 사정감이 해갈되지 않았다. 고통에 머릿속이 까맣게 일그러졌다.


그 손에서 벗어나 보려 몸을 비틀었지만 형이 내 배를 꽉 눌렀다. 천천히 허
리를 털어 궁지로 몰아넣으며 말이다.
아픔과 쾌감으로 숨도 쉬기 어려워졌다.
“놔줘, 손… 손 놔줘… 아, 아파, 아으, 아.”

넥타이 끈이 가늘게 조여들며 손목 깊숙이 파고들었다.

왜 뭐가 하고 싶은데?”
“ ?

형이 한 손으로 내 것을 단단히 틀어쥐고 배를 눌렀던 손으로 젖은 끝부분


을 손바닥으로 쥐어 문질렀다. 열감에 나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머리가 어
질어질했다.

흡 흐아아…….”?
“ ,

입 밖으로 무슨 소리가 나왔는데 처음엔 내가 내는 소리인지도 몰랐다. 한


번 나오고 나니까 계속, 숨소리에 섞여 나왔다. 끈적끈적한 숨이었다.

빼 빼애, 그만, 헉, 허윽, 아…….”


“ ,

“말 뭉개지 말고. 제대로 말해야지.”

형의 손이 선단의 갈라진 틈을 비집고 들어갈 듯이 만지고 또 훑었다.


“흐아……!”

나는 허리를 젖히며 젓던 고개를 뒤로 꺾었다.

“못 알아듣겠어. 말을 제대로 해야 내가 들어 주지, 수빈아.”

조곤조곤 말하는 목소리에 죽을 것만 같았다.

소 손 놔줘, 손…….”
“ ,

“왜?”

“흡… 흐으아, 아, 아아! 악! 아!”

형이 허리를 뒤로 뺐다 강하게 치받았다. 양말에 감싸인 발이 허공에서 벌


벌 떨리다 곱아 들었다.

아 아아…….”
“ ,
나는 형의 마음에 드는 말을 하지 않으면 이 일이 끝나지 않을 것이란 걸 깨
달았다. 사정감에 지금 내 두 손목을 파고드는 넥타이끈처럼 죄어져 나는 제
정신이 아닌 채로 웅얼거렸다.

미 미안, 놔, 놔줘. 싸게 해줘, 형, 아으, 형, 풀어줘. 풀어줘, 형.”


“ ,

형의 손아귀 힘은 강해지기만 했다.

“아파, 아, 아파아……. 미안해. 미안, 아. 제발, 아아…….”

형의 눈은 가늘어졌다. 고개를 돌린 채 숨을 제대로 토하려고 노력했지만,


아프고, 정신없고, 게다가 약은 오르고…… 하고 싶고…… 머릿속에 하고
싶다는 생각만 꽉 차서 머리가 몽롱해지기까지 했다.

아 싸, 싸고 싶어, 쌀 거 같아, 형, 미, 미안, 미안, 미안…….”


“ ,

난 뭐가 미안한지도 모르고 아프다는 말과 사과를 반복했다.

혀 혀엉. 형. 미안해. 미안해. 살려줘… 아앙… 앙.”


“ ,
그 말에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손의 힘이 풀리며 슥슥 훑어졌다.

힉 히익…!”
“ ,

어떤 기교도 없는 동작에 쾌감에 등을 떠밀려 벼랑 끝으로 떨어지는 감각


을 느끼며 나는 사정했다. 배에 투둑 하고 액이 떨어졌다.

“흐아아…….”

입안에 고인 침을 그대로 줄줄 흘리며 말이다. 허리 아래가 내 것이 아닌 것


만 같았다. 두 팔을 짚으며 형이 내 입 위에 제 입을 맞췄다.
형에게 입술이 빨리면서 난 내가 무슨 일을 당하는 줄도 몰랐다.

***

“흐악!”

그 다음 나는 머리가 침대 헤드에 부딪힐 정도로 강하게 쳐올려 졌다. 아래


를 들락날락하는 물건에 치받혀 나는 몇 번이고 사정했다. 눈앞에 별이 반짝
이며 튀었다.
형과 연결된 곳부터 완전히 녹아내리는 듯했다.

“ , 헉 으응, 헉…!”

살과 살이 부딪치고 겹쳐졌다. 둥글려졌다. 나는 갈증에 시달린 사람이 배


가 터지는지도 모르고 물을 받아먹듯이 쾌감을 흡수하고 그대로 아래로 내
뱉었다.
일 년간의 금욕 생활을 이런 식으로 청산하게 될 줄은 몰랐다. 시간이 얼마
나 흘렀을까. 형의 것이 허벅지에 끈적한 액을 그리며 빠져나왔다. 형의 고
개가 아래로 숙여졌다.

‘ 이제 다 끝났어…….’

나는 추욱 늘어졌다. 형이 흐물흐물해진 내 것을 쥘 때까지도 난 이제 모든


게 끝났단 생각에 눈을 감고 있었다. 내 것이 형의 입안에 삼켜졌다.
형의 뜨거운 입안이 내 것을 빈틈없이 감쌌다…….

“ , 시 싫어, 안 할래, 그만, 그만…….”

그대로 아래가 빨렸다.


이제 나는 몇 번이나 사정했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헉 흐억….”
“ ,

허리가 빠질 정도로 녹았다. 형한테 아래서부터 잡아먹히는 것 같았다. 내


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피가 안 통해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묶인 손을 바르
작대며 떠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점차 그럴 힘조차 없어졌다.

싸 쌀 거 같아…….”
“ ,

혀로 핥아지며 빨리다가 형의 입안에 흐느적거리며 사정했다. 형이 내 것


을 꿀꺽 하고 삼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한껏 돌려 침대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형이 스윽 손등으로 입을 닦으며 다시 배를 맞췄다. 밀고 들어오는 형의 것
에 입을 벌리며 고개를 뒤로 젖혀 꺾었다.

“아흐…… 아아…….”
“옳지, 착하다.”
할 힘이 없었는데… 아까보다 더 아래가 잘 받아먹는 게 느껴졌다. 힘을 잃
고 흔들리는 머리를 형의 커다란 손이 받쳐 쥐어 고정시켰다.
장골과 장골이 다시 붙었다.

“허윽…….”

형의 입안에서 질척하고 말랑해졌던 것이 다시 손에 쥐어지자 눈물이 왈칵


터졌다.
이젠 더는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으 으윽, 아, 아, 만지지 마…….”


“ ,

“왜, 오늘 너 얼마까지 하나 해 보자. 수빈아.”

내 것을 꾹 말아쥔 채로 형이 허리를 쳐올리며 웃었다.

“너 좋을 때까지, 응?”

나는 형의 화가 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전에도 나를 짓누르며 이런 표정을 했을까. 나는 완전히 겁에 질렸다.
“미안해, 형, 미안, 아, 정말 잘, 잘못했어….”
“이번엔 안 괴롭힐 테니까 그대로 가 봐.”

“아, 아, 아….”?

나는 만지면 삑삑 소리를 내는 인형처럼 토막토막 비명을 지르며 형을 받


았다. 온몸을 붙이고 허리만 놀려 내 안으로 단단해진 물건을 처박던 형은
하던 중간에 자신의 물건을 뽑았다.
나를 뒤집어엎은 형은 허벅지 안쪽에 물건을 슥슥 비비다 입구에 제 것을
맞춘 뒤 두 손으로 둔부 바로 위의 허리를 쥐어 짓누르며 그 안으로 물건을
밀어 넣었다.

헉 읍. 으응….”
“ .

나는 시트에 머리를 마구 비볐다. 형의 게 아까와는 다른 각도로 들어와서,


그게 더…….

“아까 목소리 좋던데, 더 내 봐. 응?”

너무 깊이 들어와서 배 안쪽이 망가질 것 같은데…… 그게 너무 좋았다.


장골이 둔부와 깊이 맞닿았다 떨어졌다 또 맞닿았다…… 떨어졌다.
철퍽철퍽. 형의 허리짓이 강해져 왔다.

“으앙….”

뒤로는 형의 물건이 들어오고, 빳빳이 세워진 앞은 침대에 쓸리고 밀리고,


더 이상 살색 영상은 생각나지 않았다. 척추와 연결된 머리까지 녹는 것 같
았다.
형과 나 사이를 그은 선이 녹아내렸다.
완전히, 말랑말랑하게…….
09

중간부터 기억이 끊겨 있었다. 기절했던 것 같다. 일어나니 한낮이었다. 두


들겨 맞은 샌드백처럼 온몸이 아팠다. 하지만 몸은 깨끗이 닦여 있었다. 심
지어 입안조차 깨끗했다.
눈물과 섞인 군침과 땀에 범벅된 것이 기억의 마지막이었는데…….


“ !”

나는 샤워를 하려다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


았다.
샤워기 물줄기가 머리 위에 떨어졌다. 형한테 뺨을 맞은 얼굴은 부풀어 있
고 눈은 퉁퉁 부었다. 나는 손등으로 눈을 슥슥 쓸다가 움찔했다. 손목에 뱀
이 기어간 자국 같은 게 나 있었다.
조여드는 넥타이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친 흔적이었다. 발치에 흐르는
샤워기 물줄기가 한순간 붉어졌다 다시 투명하게 변했다. 어디에 난 상처에
서 흐른 피인지 짐작이 갔다.
문을 열고 나가니 저 먼 곳에서 달그락 접시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밥 냄새가 풍겼다. 나는 아주 찰나 부모
님이 돌아오신 듯한 착각이 들었다.
실은, 부모님이 계셨을 때조차 부모님이 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거의 없었
는데도. 그곳은 형의 영역이었다.
홀린 듯이 그곳에 들어가자, 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어났어? 앉아.”

익숙한 것 가운데 이질적인 것, 내게 형이 그랬다. 형은 너무… 제대로 된


사람처럼 보였다.
품위 있고 당당하고 완벽해 보였다. 어제 일에 죄책감과 혼란스러움을 느
끼는 건 오로지 나뿐이었다.
오히려 잘못된 건 나처럼 느껴졌다.
아일랜드 식탁에는 음식이 가득했다. 나는 홀린 듯이 마련된 자리에 앉았
다.
문득 형은 처음부터 이런 식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때 형이 마치 무대 위에 오른 배우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형의 입가
엔 늘 부드러운 미소가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나는 그때조차 형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지 못했다. 마
치 대리석 조각, 혹은 기계 같았다. 인간이 이럴 수는 없는데,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나는 형의 상대역으로 무대 위에 강제적으로 올려진 듯했다.
내가 원하지 않던 배역이었다. 멍하니 형을 바라보는데 형은 걱정스러운 얼
굴을 하고 물었다.

“ 그런데 왜?”

‘ 왜냐니?’

“ 학교에 다녀보니 적성에 안 맞았어?”


“…….”

“내가 미리 알았기 망정이지, 너 그대로 제적당할 뻔 했어. 첫 학기 성적은


좋았는데 왜?”
“…….”

“ 장학금까지 받았으면서, 해 보니 네가 원하던 일 같지가 않아?”

나는 부르튼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잠깐 떨어뜨렸다가 다시 붙였다.


형이 말했다.

“그래,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지, 우선 너 쉬고 싶은 만큼 쉬어. 다음 일


은 천천히 생각해 보자, 시간은 많으니까…….”
나를 앞에 두고 형은 자신의 대사를 읊고 있었다. 이게 만일 무대라면 형이
쥔 대본엔 내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나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대본을 쥐고 있지 않는데, 이 상황에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는데…….
몸의 상태와는 다른 의미로 식은땀이 났다.
형은 무슨 생각일까, 내 손엔 대본이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애드립밖에
없는데 말이다.
내가 짧은 대학 생활 중에 얻은 것은 실패뿐이었다. 독립만 하면 마법처럼
해결될 줄 알았던 일들은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일 년 중 실제로 얻은 건 형의 도움 없이는 자위 하나 제대로 할 수 없
는 몸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된 것, 그리고 우울증이었다.

“쉬어. 알겠지?”

형의 말은 달콤했다. 그 모든 일의 근원인 형은 내게 쉬라고 했다. 네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게 되었다면, 잠깐 쉬어가자고.
형은 동생을 안위를 걱정하는 ‘형’처럼 말했다.

“네가 쉬지 못할 이유가 뭐야? 네가 남처럼 돈을 벌어서 네 생계를 책임져


야 하는 것도 아니고, 네 또래 애들도 요즘 휴학 같은 거 하잖아. 내가 보기에
도 넌 너무 지쳤어.”

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 나한테 왜 이래?’

울부짖고 싶기도 했고, 용서를 빌고 싶기도 했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날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우린 형


제잖아, 게다가 형은 나 말고도 얼마든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잖아. 그런
데 왜 나야! 내가 형한텐 포르노 영상 속 여자처럼 보이기라도 하는 거야?’

그것이 실은 가장 먼저 해야 했던 고민이었다.
왜 나지?
왜 나인가?

***

형은 왜 나한테 욕정하는가?
욕망하는가? 집착하는가?
혹은 분노하는가?
통제하려 하는가?
…망가뜨리려 하는가?

왜?

***

하지만 답을 탐구하기엔 난 너무 지쳐 있었다.


“ …….”

나는 푹 고개를 숙였다. 나는 형의 폭력과 갈망에 길들여져 있었다.

“…… 그럴게.”

나는 이미 쉰다고 해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나는 이 사실을 형


이 알지 못하기를 바랐다. 무엇이 어찌 되었든, 또 무엇 때문이든 내가 형 아
니면 그 무엇에도 발정하지 못하는 불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더 이상
아무 손도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형은 미소지었다.
그 다음부터 나의 삶은 결과적으로 형의 통제하에 놓였다. 나는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쥐기를 포기했다. 그래서 형이 그 자리에 앉았다. 형은 부드러
운 미소를 지으며 달렸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

《아몬틸라도의 술통》이다.
나는 생각했다.
이게 무대고, 나와 형이 배우라면, 극의 대본은 《아몬틸라도의 술통》이
다.
이 무대는《아몬틸라도의 술통》일 수밖에 없다. 나는 형의 저택 아래 지
하 감옥 속에 갇힌 것 같았다. 형은 회반죽을 바른 회벽돌을 내 발치에 쌓아
올리고 있고, 나는 쇠사슬에 묶여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형한테 울면서 ‘아몬틸라도의 술통’은 어디에 있냐고 묻고 있었다. 하지만
실은 ‘아몬틸라도의 술통’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
실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형도 알고 나도 알고 있었다.
나는 형의 ‘포르투나토’였다.

***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 《아몬틸라도의 술통》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복수를 할 땐 절대로 처벌을 당해선 안 된다.


복수하는 자가 징벌을 받는다면 그건 제대로 복수를 했다고 할 수 없지 않
은가?
하지만 동시에 복수하는 사람이 지난날 원수를 진 상대한테 지금 이것이야
말로 보복을 당하는 것이란 걸 통감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참된 복
수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친구인 포르투나토한테 알게 모르게 많은 모욕을 받았다.


그리고 그 모욕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을 때 그는 복수를 계획했다.
주인공은 포르투나토한테 아름다운 말과 웃는 얼굴로 다가갔다.
그리고 사육제의 축제 때 술에 얼큰하게 취한 그를 특별히 귀중한 술통이
자신의 집 지하실에 있다며 유혹했다. 좋은 술을 한 통 받았는데 진위가 의
심된다는 말에 포르투나토는 홀렸다. 그게 바로 ‘아몬틸라도의 술통’이었다.
둘은 횃불을 하나씩 움켜쥐고 주인공의 지하 술통 저장고에 내려갔다. 그
곳은 깊게 파인 토굴이었다. 길이 점차 어두워질수록 포르투나토는 주저했
지만, 주인공은 술을 한 잔씩 권하며 더더욱 깊은 곳으로 안내했다.
길의 막다른 곳에서 포르투나토는 인사불성이 되어 비틀거렸다. 주인공은
길의 끝, 막다른 동굴 벽에 붙은 쇠사슬로 단숨에 포르투나토를 묶었다.
포르투나토의 허리에 쇠사슬을 감고 그것을 바짝 졸라매는 데 불과 몇 초
도 걸리지 않았다. 포르투나토는 순식간에 주인공의 포로가 되었다.
그리고 주인공은 어리둥절한 포르투나토를 두고 준비해둔 재료로 토굴 입
구에 벽돌을 한 장씩 쌓아 올렸다. 포르투나토는 곧 이 상황이 무엇인지 눈
치챘다.
하지만 이미 꼼짝없이 붙들린 뒤다.
포르투나토는 이 상황을 믿고 싶지 않았다. 너무도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눈 가리고 아웅하고 싶었다. 때문에 계속해서 주인공한테 물었다.

「헤헤헤, 참 멋진 농담이다. 그래서 아몬틸라도의 술통은 어디 있는가?」

― 아몬틸라도의 술통은 어디 있느냐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보이지 않는 사슬 같은 쾌락에 단단히 묶여 있었
고, 형은 내가 보는 앞에서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몸도 가눌 수가 없었다.
그저 이 광경을 바라보며 물을 수밖에 없었다.
형에게 파묻혀가면서도, 지금 이 상황이 최악이 아니길 바라며 말이다.
―아몬틸라도 술은? 아몬틸라도 술통은?

하고 멍청하게 묻고만 있었다.


소설 속에서 물음은 곧 애원으로 변했다.
「너무 늦지 않았나, 집안 식구들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잖나. 돌아가
세.」
「네, 돌아갑시다.」

벽돌을 쌓아 올리며 주인공이 말했다.

「제발 비네, 몬트레쇼 군. 우리 돌아가세.」


「그래요, 우리 돌아가고 말고요.」

주인공이 말했다. 하지만 회반죽이 발린 벽돌을 쌓아 올리는 손길은 멈추


질 않았다.
그런데 이것이 《아몬틸라도의 술통》의 재현이라면 형은 도대체 내게 무
엇을 보복하고 싶은 것일까?
나를 싸구려 술처럼 취하게 하는 것은 형이 주는 쾌락이 아니라 그 속에 섞
인 독약 같은 증오일까?
그런데 왜?
나는 포르투나토처럼 어리둥절했다.

***
집에 다시 돌아와 한 섹스 이후 형은 행위 중 나를 묶는 것을 즐기게 되었
다. 나는 그런 형의 손길에 툭 하면 눈물을 터뜨리며 빌게 되었다.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나는 정말 형이 용서해 주길 바랐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형은 그런 내 모습이 꽤 재미있는 듯했다.

“으아. 아. 아, 흐악, 미안…….”

나는 오뉴월 개처럼 형의 밑에서 헐떡거렸다. 형이 말했다.

“너 미안한 거 하나도 없어. 뭐가 미안한데.”

목소리엔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묶는 것은 두 손뿐이 아니었다. 형은 내 사정을 통제하길 원했다.

“으악… 악….”
길쭉한 카테터가 처음 발기한 성기의 요도 안으로 밀려 들어왔을 때 나는
반쯤 정신을 잃고 목을 놓아 울었다.

사 살려줘… 아앙…….”
“ ,

그 안으로 뭐가 들어올 수 있으리란 걸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다. 발기한 성


기 안에 차가운 금속관을 파묻은 채 나는 엉엉 울면서 형한테 매달렸다.
두 손으로 어떻게 안에 들어온 걸 빼 보고 싶었지만 손은 등 뒤로 돌려 묶인
채였다.

“살려줘, 아파, 아파아… 도와줘… 형, 아흑, 살려줘…….”

역설적으로 매달릴 곳이 나를 이렇게 만든 형밖에 없었다. 형이 나의 징벌


자였다. 나는 벌의 강도를 제발 조금만 줄여 달라 애원하는 죄수였다.

“으앙, 형, 혀엉, 혀어엉…….”

나는 나의 젖은 뺨을 부드럽게 쓸어 주는 형의 손바닥에 마구 비볐다. 하지


만 그 애원에도 불구하고 형의 것이 내 뒤로 파고들었다.
그 다음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강렬한 자극에 몸부림치며 발기하고, 사
정하려 하면 형이 내 요도에 파묻힌 쇠막대를 다시 안으로 꾸욱 밀어 넣었
다.

흑 흐아악…!”
“ ,

엄청난 자극에 형의 손바닥 안에 마구마구 머리를 비비며 자비를 바랐다.

“아응, 형, 아, 아파. 아파요. 아, 형……. 아앙, 아…….”


“아프기만 해? 여긴 바짝 섰는데.”

“아, 아니, 형, 용서해줘. 용서해줘.”

사정이 통제당하는 감각이 끔찍했다. 나는 곧 헐떡이며 형한테 무엇이든


빌게 되었다. 살려달라고, 무엇이든 하겠다고, 지금 이 감각에서 놓아주기만
하면 무엇이든 되겠다고…….

“귀엽다. 수빈아. 정신 차려야지.”

그대로 형의 걸 받았다. 뒤에서 가해지는 피스톤질에, 물에 검은 잉크가 퍼


지듯 고통에 쾌감이 번져 들다 이내 한데 엉켜 섞였다. 나는 이제 그 둘을 구
분할 수가 없었다.
주어지는 고통에 성기가 발기하기도 했다. 가장 민감한 안쪽으로 밀려 들
어오는 물건들, 나는 몸 안이 다치기 직전까지 자극받았고, 매번 허벅지를
덜덜 떨면서 액을 흘렸다.

앗 아아, 아아앗……!”
“ ,

고통의 보상으로 다가오는 쾌감이 이전에 알던 쾌감과 비할 바가 아니었


다.

“… 좋아?”

형이 허리를 털었다. 내 것을 쥐고 가볍게 흔들어 주는 손에도 나는 마구 울


부짖었다.

“기분 좋구나. 응?”

쾌감이 엄청났다. 매번 할 때마다 머리가 조금씩 망가지는 것 같았다.


모든 쾌감은, 한 번 앞으로 나아가면 뒤로 물러설 줄을 몰랐다. 한 번 쾌감
의 극을 넘어간 다음엔, 다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이런 걸 느끼고 또 겪고도 다른 누군가와 앞으로 평범한 관계를 맺을 수 있
을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내가 이제 누군가와 긴밀하게 관계 맺을 수 있을까?
형과 나는 물에 탄 포도주처럼 섞였다. 한 번 섞이고 나면 갈라질 수 없는
액체처럼, 하지만 그래도 우릴 강제적으로 갈라놓을 분기점이 있긴 했다.
예를 들면 남자라면 모두가 한 번 이 년간 세상 모든 것과 격리되는 공간 말
이다.
군대.
내가 그 다음해 군대라도 갈 수 있었다면 이 다음 어떻게 되었을까? 누군가
억지로라도 형과 거리를 벌릴 수 있을 만한 공간과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시간을 줄 수 있었더라면….
하지만 이전에 당했던 사고가 내 발목을 잡았다.
나는 교통사고에서 이미 한 번 부서졌었다. 그 일로 수술을 몇 번이나 받고
다리에 긴 철심을 받았다. 그 일이 이렇게 발목을 잡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
했다.
신검 통지서가 날아왔을 때 내가 느꼈던 건 안도감이었지만, 대학 때처럼
의뭉스레 아무 내색 않고 있던 형은 신검 당일, 수북한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뭐야?”

정말로 몰라서 물었다. 형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네가 신검에 가져갈 병사용 진단서야. 의사 소견서도 있고, 십자인대 재건


술 기록도 있고…….”
그건 병무청에서 정한 서식에 따라 기재된 진단서였다. 내가 겪었던 병원
생활이 그곳에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걸 읽던 나는 한참 동안 멍했
다.

“이게 뭔데……?”
“뭐긴. 네가 정상적으로 군대 생활을 할 수 없으리란 증거지.”

형이 테이블에 턱을 괴며 웃었다.

“몸도 성치 않은 애가 무슨 군대야, 그렇게 큰일을 겪었는데.”


“나는… 가고 싶은데….”

나는 겨우 말을 쥐어 짜냈다.

“그럴 필요 없어. 시간 낭비야. 안 갈 수 있는 방법이 눈앞에 빤히 있는데 왜


곧게 갈 수 있는 길을 돌아가려 그래.”

형이 말했다. 나는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형은 언제부터 이것을 준비하고


있었을까?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손을 썼을까?
나는 그걸 들고 가서 면제 판정을 받았다. 형은 상쾌하고 후련한 표정으로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것 봐.”

나는 계속 술에 취한 듯이 몽롱했다. 내 삶은 나와 멀리 떠나 있었다. 내가
아무 반응을 하지 못하자 형이 내 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 ?”

나는 형이 뭘 묻는지 몰랐다. 형이 되물었다.

“뭐가 억울해?”
“……”

“뭐가 억울해서 그런 표정을 지어? 이 결과가 싫어?”

형의 검은 눈동자 속에 절망한 내 얼굴이 비쳤다. 형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


보노라니, 예전엔 애매하고 희미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모두 명확해져 갔
다. 내 뺨에 무언가 뜨거운 게 흘렀다. 형이 물었다.
“ 뭐가 억울해서 우는데?”?

‘ 이제 난 어떻게 되는 거야?’

나는 무서워서 묻지도 못했다.

‘ 형이 원하는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거야?’

형은 나를 깊이, 아주 깊이 원망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말로는 내 인생을 망치게 둘 수 없다고 하면서도, 형은 내가 무너
진 뒤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제 마음대로 내 멱살을 쥐고 질질 끌
면서 어디론가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나를 인사불성으로 만들어서…….

“……”

결국은 쇠사슬에 묶어 회벽돌 감옥에 가두려는 것일까?

‘ 나를 말려 죽이고 싶어서……?’
나는 형이 언젠가 나한테서 질릴 줄 알았다. 형은 여자든 남자든 원하는 사
람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형이 품고 있는 게 나에 대한 호기
심이라면, 언젠가는 식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형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햇수로 이미 오 년 이상이 흐르
고 있다.

“ 울지 마.”

형이 다가와 내 눈가에 입술을 눌러 붙였다.

“ 괜찮아.”

‘ 뭐가?’

뭐가 괜찮은데? 나는 묻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형이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형의 품에 꼭 안겼다.
언제까지 형의 상대역을 해야 할까? 이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할까?
《아몬틸라도의 술통》에서는 그 기한을 주인공의 입을 빌어 간략히 명시
해 놓았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친구를 쇠사슬로 묶어 벽과 벽 사이에 가둔
뒤, 이 지하실이 사람들한테 발견되기까지는 족히 50년은 걸릴 것이라고 생
각했다.
그것은 소설이 태어난 시대 배경을 감안한다면 평생이란 뜻이었다.
그렇다.
주인공은 포르투나토가 지하 감옥에서 영면하길 바랐다.
10

형은 날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영원히 답을 얻지 못할 물음이었다.


형은 내게 하나뿐인 가족인 동시에 징벌자였다. 보호자이자 내 유일무이한
경험 상대였다. 시간은 뭉텅뭉텅 흘러갔다. 나는 이제 형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이게 옳지 못하다는 생각까지 흐려질 만한 시간이었다.
깨달아 보니 내 곁엔 형 말고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 누구와도 제대로 된 관계 맺기를 하지 못했다. 형은 내게 독한 술
같았다. 점점 더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가 없었다. 형은 인사불성인 내 멱살
을 쥐고 흥얼거리며 지하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게 내 삶이었다.

헉 아, 아, 으아아… 읍…….”
“ …

헉헉거리며 형의 손에 틀어 잡히다 보면 그리고 머리를 박은 채로 뭘 어떻


게 빌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엎드려 빌다 보면, 꾹꾹 밀어 붙여지는 섹스에
애무받다 사정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갔다.
그것들이 모여,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었다. 처음에 우리의 방은 두 개였
다. 형의 방과 내 방, 하지만 몸을 섞듯이 이내 방도 섞였다.
처음 부모님이 쓰시던 안방의 커다란 침대에 눕혀졌을 때 나는 거의 마지
막으로 격렬하게 저항했다. 아무리 인테리어가 달라도 그곳은 한때 부모님
이 주무시던 곳이었다.
이건 아닌 것 같았다. 술에 취한 듯 몽롱한 머리로도 이건 정말 잘못된 것
같았다. 나는 빌었다.

“싫어… 다른 데서 할래… 형, 제발…….”

나는 애걸복걸했다.

왜 뭐가 어때서?”
“ ?

형이 쓴웃음을 지었다.

“싫으면 눈이라도 가려줄까? 전처럼?”

내 머리칼을 쓸고 눌러 붙이는 입술에 나는 그대로 삼켜졌다. 형은 미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과 아예 궤가 다른 사람 같다. 뭔가 사고 자체
가 다른 것 같다.
언젠가 형한테 자신 안에 있는 것을 좀 풀어놓으라고 아무것도 모르고 말
했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 나는 형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지금 형은 자신 안에
기르고 있던 짐승을 나한테 꺼내놓고 있었고, 나는 그 짐승의 먹이가 되고
있었다.

‘ 형한테 부모님은 아무것도 아니었을까…?’

그런데 이제 내 곁엔 그 짐승밖에 없었다.

‘ 아무것도?’

나를 가둔 공간의 입구에 쌓아 올려진 회벽돌 담은 이미 내 허리 위에 올라


와 있었다.

“ 무슨 생각해?”

형이 내 옷을 사탕 껍질 벗기듯 벗기며 물었다. 형의 혀가 내 입안을 탐욕스


럽게 채웠다. 나는 곧 쾌락에 휩쓸렸다. 킹사이즈 침대에 눕혀져, 마치 형의
아내처럼…….
행위가 끝나고 나를 끌어안은 형이 내 머리칼을 손끝으로 매만졌다.
“머리 많이 길었네.”

머리칼이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이번 주 토요일에 머리 자르고 벚꽃 보러 갈까?”

언제 봄이 된 거지? 형의 그 물음에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머


리칼을 만지작대던 손은 귓가를 쓸었다. 어깨를 은근슬쩍 다시 움켜쥐어오
는 손길에 휘말리며, 나는 처음으로 의식하지 못했던 것을 눈치챘다.
이 집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이 집엔 시계가 없었다. 달력도 없었다.
이 집엔 시간의 흐름이 지워져 있었다. 시간의 흐름은 이따금 길어진 머리
칼이나 벚꽃으로 불쑥 나타날 뿐이었다.
이 흐름에 휘말려 떠내려가기 전에 뭔가를 하긴 해야 했다.
점점 무력해지다 꿀통에 빠진 벌처럼 질식하기 전에…….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따금 물에 빠진 사람처럼
호흡을 하기 위해 수면 위로 나오려 발버둥쳤다. 그 노력 중 하나는 다시 시
험을 쳐 대학에 다니는 일이었다.
몇 년 후 나는 학교로 돌아가는 대신 자퇴 서류를 제출하고 다시 시험을 쳐
서울 근교의 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졸업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대로 시간을 보내면 안 될 것 같단 생각에 사로잡혔
다. 형은 그 일을 막지 않았다. 하지만 전에 내가 가졌던 목표는 어디 있을
까? 꿈은? 나는 성적에 맞춰 들어간 학과를 어영부영 졸업했다.

‘ 난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그동안 돈에 대한 절박함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나는 한참 전에 성


인이 되었는데도, 가끔 형이 내 명의로 된 이런저런 동산과 부동산, 앞으로
의 자산운용 계획을 알려주기도 했다.
형이 돈을 어떻게 불려 놓은 건지 평생을 써도 다 못 쓸 재산이 내 명의의
재산이 되었다. 하지만 난 내 돈으로 세금을 내 본 일도 없었다. 모든 일은 형
의 세무사이기도 한 사람이 처리했다. 나는 화수분처럼 돈이 나오는 체크카
드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형의 곁에 있으면 딱히 돈을 쓸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나는 머리끝부터 형의 취향인 옷과 시계와 구두를 신게 되었다. 형은 정말
아주 많이 만족스러워했다. 남들의 눈에 이런 우리 관계가 불성실하긴커녕
나이 차 많은 사이 좋은 형제처럼 보일지도 몰랐다.
형한테 묘하게 퉁명스러운 동생과, 그런 동생한테 무엇이든 해 주기 위해
안달이 난, 부유한 형.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형의 애인이자 장난감이란 것을.

‘다시 독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을 돌보면서……?’
그러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독립하면서 느꼈던 것은 형과 물리적인 거리
를 벌려 봤자, 형의 그림자에서 달아날 수 없다는 사실뿐이었다.
나는 햇볕을 받지 못해 제대로 자라지 못한 식물이었다. 형의 그늘 속엔 비
바람도 태풍도 없었지만,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물도 없었다.
아무튼, 다른 사람 눈에 그래도 내가 사람 구실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그
건 형의 공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 난 한참 동안 취업하지 못했다. 성적에 맞춰 간 학과
와 나의 재능의 괴리감, 사시사철 한파라고 불리는 취업난 때문이기도 했지
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이력서에서부터 숨이 막혔다.
「성장 배경」
나의 성장 배경은 형의 지배하에 있었다. 나는 한 줄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자기소개서에서 ‘자기’를 소개할 수가 없었다. 자소서가 아니라 자소설이라
고 해도 그랬다.
수시 면접을 볼 땐 적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때 그 교통사고가 아니었더라면 이 일이 시작되지 않았으리란 건 분명했
지만, 그 일의 어떤 점이 형을 변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형은 그 일로
미쳐버린 걸까? 아니면 분노한 걸까?
아니면 예전부터 그랬던 걸까?
이력서도 제대로 쓰지 못하니 취업을 할 수 있을 리가.
“수빈아, 대학을 졸업했으면 사람 구실을 해야지.”
“…….”

“내 생각엔… 우리 회사에서 네가 할 일이 있을 것 같은데.”

나는 형의 권유에 따라 형의 회사에 취직했다. 형의 회사는 내 시간이 멈춰


있는 사이, 쑥쑥 성장해 이제 제법 건실한 중견 회사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
회사에 그저 이력서를 내지 않아도 되었기에 입사했다.
형의 비서로.
그리고 나름의 일을 해서 돈을 벌었다. 하지만 이미 돈은 많아서, 버는 돈이
가치 있지 않았다.

“수빈아, 함께 일하니 너무 좋다.”

형은 가끔 회장실에서 나를 무릎에 앉혀놓고 등을 쓸면서 입을 맞췄다, 그


러면 나는 혹시 형에게 몸을 파는 일로 돈을 벌고 있나 하는 착각마저 들었
다.
아니 어쩌면 착각이 아닌지도 몰랐다.
형은 나이 먹었어도, 아니 나이가 먹어가며 더더욱 근사한 미혼 남성으로
보였다. 여자 냄새도 남자 냄새도 나지 않는 형한테 많은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이 내 눈에도 뻔히 보였다.
그 사람들한텐 아마 내가 형에게 달린 혹처럼 여겨졌는지도 몰랐다.
나는 이제 정말로 형의 혹, 형의 일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 이제 와 형이 사라지면?’

그럼 어떻게 될까?
나는 예전에 내 인생에서 형이 사라지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이제 내가
두려운 것은…… 그 반대였다. 지지대를 잃은 덩굴식물은 어떻게 될까?
이제 나는 형이 사라진 내 삶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형이 해 주는 것들, 형
은 내가 형의 영향력 안에서 벗어날 생각만 하지 않으면 다정했다.

“ 수빈아. 수빈아…….”

나를 올려놓은 형의 손바닥은 폭신했다. 형이 발톱을 드러내고 폭력을 휘


두를 때는 내가 반항할 때뿐이었다. 때문에, 반항은, 특히 침대 위에서 반항
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수빈 씨.”
“네?”

“소개팅 혹시 안 해 볼래요? 수빈 씨한테 어울릴 만한 상대가 있는데요.”


그러니까 내가 영업 팀 희선 씨의 제안을 받아들인 건 형에 대한 반항이 아
니었다. 반항이 아니라… 대비였다. 어떤 대비.
형은 내가 형을 떠나려 작정하고 대학에 가든 뭘 하든 기본적으로 반대하
는 일이 없었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론 이렇게 되었어도… 나는 형이 분노하
리라곤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 나는 지루하기 그지없었던 소개팅 도중 형한테 어깨를 붙잡혔다. 형
이 여길 어떻게 알고 왔는지보다도 얼굴에 스쳐 지나가는 표정을 보고 놀랐
다.
형은 다정한 어투로 소개팅 상대방한테 설명했다.

“실례합니다만―”

자신이 나의 친형인데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겨 이 아이를 데려가 봐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데?”

나는 그러고도 형이 화난 줄 정말 몰랐다.
팔목을 붙잡은 손아귀 힘이 너무 아팠다. 나는 당황했다. 집안일이라는 게
뭔데? 집안이라고 해봤자 가족은 우리 둘뿐이잖아…….
“아파! 형, 아파. 아파, 무슨 일인데?”

형의 턱에 핏줄이 불거졌다. 형은 나를 집 침대 위에다 처박을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네가 발버둥 쳐 봤자 여자와 잘 수 있겠어?”

나를 침대에 눕히고, 혁대를 풀면서 형이 물었다.

“이제 와서?”
“…….”

“아니면 남자와는? 나 말고 다른 남자와는 잘 수 있겠어?”

나는 형의 말에 형이 조곤조곤하게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 저 밖에서 뭘 찾고 있는 거야?”
“무슨 뜻이야?”

“네가 아까 그 여자와 호텔로 들어갔다 한들, 그 여자 앞에서 세울 수 있느


냐고 물어보는 거야.”
그 말에 아주 오랜만에 훅 하고 머리가 뜨거워졌다.
형은 정말로 나를 완전히 자기 집 지하실에 가둘 심산인 듯했다. 투명해서
밖이 보이지만 그 누구와도 제대로 닿을 수 없는 곳에, 말이다.
형 말곤 결국 그 누구도 없는 곳에. 그런데 벽돌을 다 올려 입구를 막고,
《아몬틸라도의 술통》의 주인공처럼 형이 떠나면, 나는? 남겨진 나는?

‘ 혼자서 말라 죽으란 거야?’

코끝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를 영영 가둘 것을 알면서도 없는 술통을 찾


는 주정뱅이처럼 나는 형한테 물었다.

“ 그래서 나는?”

내 말에 형은 동작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 그럼 난?”

나는 울었다. 이 울음이 형한테 닿지 않으리란 건 확실했다. 경험으로 알았


다.
“나는 여자한테 세울 수 없으니까… 죽으라고?”
“수빈아?”

“그럼 나는?”

나는 반항을 하려는 게 아니었다. 절망스러웠다.

“형이 없으면 나는?”

남자와 여자, 그 누구와도 특별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그렇다고 혼자서 제


대로 살지도 못하고, 형 없이는 아무것도 스스로 해내지 못하고, 그러다 형
이 사라지면 나는?

“나는…? 형이 없으면 나는?”

이제 와 내가 무서운 것은 내 힘으로 형한테서 달아날 수 없으리라는 사실


을 재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형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형 없이 혼자가 되는
게 무서웠다.

“나를 굶겨 죽이려는 거야?”


형이 이제 와 나 말고 다른 사람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형의 부재로 나를? 목말라 죽게 만들려거든 차라리 지금 죽여, 내가 밉고


싫어서 복수하려면…….”

옷을 벗으려던 형이 내게 다가왔다.

“내가 왜 없어?”

형이 물었다. 내가 무릎을 배에 붙이고 거기에 고개를 묻자 형이 억지로 내


머리를 들어 올렸다.
나는 술주정뱅이처럼 울고 있었다. 울면서 한 말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형이 정신 차리라는 듯이 내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수빈아, 내가 왜 없어?”

형은 내가 초점을 형의 눈에 맞추자 형이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


“내가 지금 여기 있잖아, 내가 있는데 뭘 걱정하는 거야.”

형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달랬다. 하지만 나는 절망에 빠져 있었다. 나


는 이제…….
하늘이 땅이고, 땅이 하늘이고, 나는 이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형이
내 턱을 쥐었다.

“쉬이….”

그 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나는 부모님과는 달라, 수빈아. 날 봐.”

나는 형을 바라보았다.

“난 널 안 떠나.”

형이 말했다.
네 곁에 있을 거야. 앞으로도 내 가족은 너뿐이야. 뭘 걱정하는 거야.”

형의 눈이 태양처럼 반짝였다.

난 네 거야. 네가 내 것인 것과 마찬가지로…. 그렇지?”


그리고 나는 이제 형의 별이었다. 형에게 속한.

나한테 널 책임지라고 말하는 거지?”


형이 물었다. 그 순간 나는 추락을 예감했다.

그럴게.”

바닥이 없는 깊은 구덩이, 무저갱 속으로 말이다.

내가 책임져줄게, 끝까지.”

형이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단둘이 함께 있자.”

예전에 이 말을 들었다면 소름 끼쳤을 거다. 발광했을 거다. 도망치려고 있


는 힘껏 노력했을 거다. 그런데 이제 그 말이 그저 달았다.

“…정말?”
“그래, 정말. 그러니까 이제 그런 짓 하지 마.”

이 순간 내가 느낀 것은 안도감이었다.

“안 할 거지?”

형이 나를 끌어안고 쓰러졌다.

“내가 언제 너한테 무책임하게 군 적 있어?”

그리고 내 귓가에 입을 눌러 붙이고 문지르며 속삭였다. 역시 그때 난 죽어


야 했다.
그랬다면 나중에 죽어 부모님을 뵐 때 면목이 있었을 텐데.

“내가 언제 돌봐야 할 것을 돌보지 않는 거 봤어?”

그때 화염 속에 있지 못해 지금 있는 것 같았다.

“나한테 널 맡겨.”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화염이 이젠 따스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독주처


럼 내 이성을 잃게 만드는 따스함이었다.
11

‘ 짐승으로 태어나는 것이 잘못인가?’

차우성은 한때 적잖이 궁금했다. 마음이 없이 태어난 것이 나의 죄인가?

‘ 어째서?’

애초에 이렇게 태어난 건 내 의지가 아닌데?


우선 죄의 개념이라는 것부터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죄라는 것은
법으로부터 비롯되는데 법은 사회 구성원 간의 약속이었다. 하지만 사회의
약속이라 할 때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나?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양심은? 양심이란 것은 누가 정하나. 죄를
지을 땐 양심의 가책이란 것이 따라온다는데, 양심의 가책이라는 것은 도대
체 무엇인가?
어린 시절 우성은 알 수 없었다.
선과 악.
악보를 보고 음계를 알고 그것을 연주까지 할 수 있어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는 없는 것처럼 선과 악은 우성에게 이해의 개념이 아니었다. 학습이었지.
다행히 이해는 하지 못해도 그 법을 알고 지킬 수는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
는 바를 밖으로 드러내면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고 나서 그것을 잘 갈무리해
숨겼다.
마치 맹수가 발톱을 숨기듯이.
사회적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사회 구성원의 신뢰를 받을 수 없으니 말이
다. 마치 부모님이 죽기 직전까지 그를 마음속 한구석 신뢰하지 못했던 것처
럼…….
그리고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부모님의 죽음은 우성과 수빈, 형제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 사건이 없었
더라면 그 다음 일어난 일들이 우성에게 이렇게 순조롭진 않았을 것이다. 아
예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성은 일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수빈은 아니겠지만 우성은
이 변화가 싫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시선의 쇠사슬이 끊긴 것이. 풀려난 짐승이 된 일이 우성은 마
음에 들었으니까.
우성이 짐승이라고 의심하는 것은 부모님밖에 없었다. 아주 어렸을 때 동
물들을 괴롭힌 것은 아주 사소한 사건이었는데도 정신과 의사인 부모님은
의심의 시선을 떼지 않았다.
특히 수빈이 태어나고 난 이후로는 더했다.
하지만 우성은 수빈을 좋아했다. 수빈은 마치 햄스터처럼 귀여웠다. 작고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데가 있었다. 수빈이 태어나자 우성은 자신에게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사랑스러움. 그리고 모방하려야 모방할 수 없는 자연스러움이었다.
우성은 이제 궁금하다.
너는 그걸 갖고 태어났는데 왜 나는 갖고 태어나지 못했던 걸까.
우성은 마치 그림자가 없는 인간 같았다.

***

수빈이 태어났을 때 우성은 여덟 살이었다. 아기용 침대에 뉘어진 수빈은


얌전했다. 우는 일이 거의 없었고 사람들을 수빈을 바라보면 그게 누구인지
도 모르면서 웃었다.
우성은 나이 차 많이 나는 동생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
신에겐 없는 것이 동생한텐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려서 그런 건지도
몰랐다.
부모님은 어린 동생을 안아볼 기회를 주지 않았다. 마치 짐승, 도사견과 아
이를 단둘이 두는 것을 두려워하듯 둘을 함께 두려 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안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우성은 정말로 동생이 사랑스러웠는데도, 해칠 생각은 없었는데도.
그리고 작고 귀여운, 마치 햄스터나 토끼 같은 짐승처럼 느껴지던 동생은
부모님이 계실 적 그의 손아귀 밖이었다.
여섯 살 때 처음 그가 길렀던 짐승, 햄스터들의 목을 가위로 수차례 잘랐던
일을 들켰을 때 부모님은 비명을 질렀고 그 다음부터 그를 마치 인간이 아닌
것처럼 바라보았다.
우성은 수십 번 상담을 받고, 자신이 인간이란 걸 증명해야 했다.
눈앞에 앉은 부모님의 동료인 정신과 의사란 사람을 속이는 일로부터 우성
은 사회 구성원의 신뢰를 받아야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실수였는데.’

하지만 부모님은 좀처럼 속지 않았다. 부모님은 우성을 영리한 사이코패스


라고 생각했다. 그 일이 결코 어린아이가 아무것도 모르고 한 장난이라고 생
각하지 않았다.

‘ 원래 어린아이들은 다 잔인하지 않아?’

우성은 부모님의 시선에 사로잡혔다. 그건 감시였다.


참 나, 정말 어려서 할 수밖에 없었던 실수였다. 모두가 실수로부터 배우고,
또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흐르지 않았나, 지금이라면 절대로 그런 짓을 들키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정신과 의사라는 족속들한테는…….
그리고 사고가 터졌다.
우성은 사고를 이렇게 기억한다. 같은 사고를 겪었지만 두 형제의 기억은
아마 다를 것이다.
폭발과 화염.

“수빈아, 괜찮니? 괜찮아?”

그때 우성은 정신을 잃은 수빈을 도로 위에 눕히고 초점이 흐려진 수빈의


뺨을 문지르고 두드리고 있었다. 수빈은 웅얼거렸다. 정신을 잃으면 위험할
것 같았다.
구급차가 올 때까지 수빈의 정신을 차리게 해야 했다. 휴대전화로 구급차
를 부르려 했던 때였다.
뒤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펑!
우성은 고개를 돌려 등 뒤를 바라보았다. 무엇 때문인지 차가 화염에 휩싸
여 있었다. 수빈이 헐떡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형 무슨,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 ,

우성은 대답 대신 제 동생의 눈을 손등으로 덮었다.


‘ 죽었어.’

심장이 뛰었다. 살면서 이렇게 동요해본 일이 있던가?

“…….”

처음엔 그게 무슨 감정이었는지 우성도 몰랐다. 부모님은 차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 차가 폭발했다. 지금쯤 죽었을 것이다.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 나는 자유야.’

뒤이어 우성의 마음은 환희로 가득 찼다.

‘ 이제 내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

우성은 생각했다. 부모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이건 정말 사고일 뿐이다, 자


신이 죽인 것도 아니지 않는가. 우연이었다. 그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우
연…….
그는 마음을 다잡고 휴대전화로 구급차를 불렀다.
이번엔 제대로 당황과 슬픔을 가장할 수 있었다. 우성은 전화를 끊고 난 뒤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린 수빈을 내려다보았다.
구급차가 도착한 이후에야 우성은 눈물 젖은 얼굴로 이미 다 타 버린 차로
달려가려 했다.
당연하겠지만 사람들이 그를 막아섰다. 우성은 동생이라도 살려 달라고 애
걸했다. 하지만 수빈이 죽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장례식과 병문안들, 친족들은 그에게 아직 중학생일 뿐인 수빈이 특히 트
라우마에 휩싸일 수 있으니 함께 상담을 받아보라 권유했다. 우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굳이? 라고 생각했지만 드러내진 않으려 노력했다. 집안이 줄줄이 의사다.

“ 제 동생인데 제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요.”

그는 이미 성인이었다. 도움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 그래, 내가 네 곁에 있잖아. 남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뭐가 있겠어?’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성은 수빈이 누워 있는 병실에 가, 죽은 듯 잠든
동생의 손을 붙들고 있었다. 함께 하는 삶이 기대되었다.

‘ 이제 이 세상엔 너와 나 둘뿐이야.’

남들의 눈엔 그저 사이좋은 형제로 보였을 것이다.


수빈은 부모님이 제게 준 것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유산이었다. 우성에게 수
빈은 제 살 중의 살, 뼈 중의 뼈로 보였다. 수빈은 정말로 귀여웠다. 사랑스러
웠다.
우성은 이런 감정을 생에 단 한 번 느꼈고 그 외에는 그 누구한테도 느끼지
못했다.

***

그 일로 수빈은 많이 다쳤다, 몸도 마음도. 우성은 멀쩡한데도.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수빈은 그를 보더니 많이 울었다. 믿기지 않는 듯
이 부모님에 대해 물었다. 우성은 차분히 수빈이 잠들어 있던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너무 냉정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설명했다. 수빈은 떨었다. 죄책
감을 느끼는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 얼굴이야, 우성은 생각했다.
‘ 너는 내게 없는… 그러나 나의 일부로 만들어진 거야.’

이제 부모님의 것은 우성의 것이었다.


우는 수빈을 끌어안고 ‘괜찮아, 괜찮아’ 말하던 때 부모님께 받은 가장 큰
유산은 사람들의 호감을 쉽게 사는 외모와 두뇌가 아니라 바로 수빈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 수빈아, 마음 단단히 먹자.”

우성이 수빈을 타일렀다.

“이제 이 세상엔 우리 단둘밖에 없어.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


“형, 나는…….”

그 말로 그는 수빈이 고해성사를 할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

“ 사고였어.”

고의였다. 우성은 떨면서 자신에게 꼼짝도 하지 못하는 수빈의 얼굴이, 실


은 너무 좋았다.
“ 사고였다는 걸 너도 알잖아. 이 사고에 네 책임은 하나도 없어.”

그 해, 우성은 수빈에게서 부모님의 흔적을 몰아내었다. 그래야 그가 빈자


리를 차지할 수 있을 테니까, 부모 대신 영향력을 얻고 돌보고, 지배할 수 있
을 테니까.
우성은 수빈을 그의 집으로 끌고 내려갔다. 그리고 때를 기다려 수빈이 잠
들지 못하던 어느 날 밤 그의 방으로 가, 수빈을 쓰다듬었다. 사실 우성은 수
빈이 그를 거부하지 못하리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 정말로 귀엽고 깜찍하지, 아무리 말하고 표현해도 부족해.’

수빈은 자신의 행동에 혼란스러워했다. 마치 갑자기 미로에 놓인 시험실


속의 쥐처럼.
며칠 뒤 수빈이 그의 손에 끼잉 흐느끼며 사정했을 때, 우성은 아랫배가 뜨
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일찍이 그 누구한테도 느끼지 못했던 욕망이었다. 그
는 입맛을 다셨다.
이제야 부모님이 어째서 수빈이 거의 다 자라고 난 뒤에도 단둘이 두지 않
으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라도 그러지 않겠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됐으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성은 수빈을 천천히 길들였다…. 한밤중에, 수빈이 우성이 누구인지 알
아도 도망치지 못하게, 반항하지 못하게, 완전히 손바닥 안에서 그의 것이
되도록, 매일 밤 우성의 손안에서 수빈은 어찌할 바 모르고 달아올랐다.
눈을 뜨지 않으려는 게 귀여웠다, 더 나아가고 싶었다.
우성은 욕망을 꾹 내리누르고 수빈을 정신없이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수빈
은 금방 손만 닿아도 반응하게 되었다. 얼마나 예민한지, 우성은 어둠 속에
서 수빈의 구석구석을 핥듯이 바라보았다.
물론 삽입부터는 수빈도 상당한 저항이 있었다. 손가락으로 다치지 않게
살펴주고 제 것보다 훨씬 작은 모조 성기를 밀어 넣었을 때 수빈은 겁에 질
려 엉엉 울며 매달렸다.

“ 그만, 그만….”

마치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는 듯이, 여기까진 정말로 상상


도 못 해 봤다는 투였다. 그 해가 수빈이 성인이 되었던 해였나.

“ 처음엔 다 그래, 무서운 거 아니야.”?

수빈을 달래며 우성은 생각했다.

‘ 왜 상상을 못 해? 난 너한테 이거보다 더한 걸 할 텐데.’


그 조그만 머릿속으로 하는 생각이 궁금하고 또 사랑스럽기도 했다.

‘나중에 내 아래에 누워도 이렇게 눈도 못 뜨고 울까? 눈을 뜨지 않으면 현


실이 아니라는 듯이 굴면서?’

바로 이런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기르는 게 아닐까?

혀 형….”
“ ,

“응. 왜?”

“그만하면 안 돼?”

“…….”

나 나 정말로 못할 것 같아. 이제 제발 그만하면….”


“ ,

“뭘?”

“…….”

“뭘 그만하라는 건데?”
“구체적으로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아야 내가 들어주지.”

“수빈아. 질질 짜지 말고 말을 해 봐. 어?”
하지만 그날 아침 식탁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수빈이 짐을 싸 도망치려
했을 때 우성은 잠시 핀트가 나갔다.
아침의 반응에 이럴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그걸 아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
과는 별개였다.

‘ 내가 너한테 뭘 얼마나 잘못했다고.’

캐리어를 보자 활화산 같은 분노가 끓어올랐다.

“ 어딜 가려고?”

내가 널 얼마나 기다려 주고 있는데,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너한테 뭘 하고


싶은지 네가 알기나 해? 우성은 이성을 잃으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참자. 죽이면 안 돼. 죽이면 다시 볼 수 없으니까. 오래 두고 볼 건 소중하


게 다뤄야 하는 거니까.’

지금 심정 같아선 이 집에 가둬놓고 알몸에 개목걸이만 채워 기르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우성은 고분고분한 수빈이 좋았다.
수빈은 우성의 작고 약하고 부드러운 부분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우성
한텐 없는 그 부분을 그는 어째서인지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제 그는 성인이고, 완전히 망가뜨린 것을 다시 고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니까.
우성이 원하는 건 투명한 아크릴 상자에 햄스터처럼 귀엽게 앉아 만지고
예뻐해 주면 파르르 떨며 가엽게 우는 어린 동생이었다.
몇 대 때리자 수빈은 축 늘어졌다. 우성은 더 이상 수빈을 봐줄 필요성을 느
끼지 못했다. 형 제발, 제발, 하면서 우는 수빈의 옷을 벗기고 수빈의 안으로
온몸을 밀어 넣었다.
수빈은 금세 눈물범벅이 되었다. 우성은 수빈의 물건을 손안에 쥐었다.
이미 동생이 어디를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
그날 밤 우성은 수빈이 발을 빼지 못하도록 착실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억눌렀던 욕망의 일부를 동생의 몸에 풀어헤치면서, 정말 너무 기분이 좋다
고 생각했다. 점점 여유가 없어졌다…….
우성은 웃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수빈의 몸 안에 제 몸을 밀어 넣었다.
그 순간 우성은 비로소 완전함을 느꼈다. 결여되어 있던 부분이 완전히 채
워지는 감각이었다.
행위가 끝나고 나자 시트가 엉망이 되었다. 우성은 축 늘어져서 그가 만지
는 대로 흐느적거리는 수빈의 몸 위에서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몸을 떨어
뜨렸다.
더 하다간 수빈이 망가질 것 같았다. 우성은 물수건으로 우성의 몸을 꼼꼼
하게 닦은 뒤 제 방으로 수빈을 옮겨놓고 시트를 새로 갈았다.
침구를 정리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빈은 심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친형과 살을 섞다니.
하지만 우성에게 금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부모의 죽음도, 수빈의 눈물도, 우성에겐 닿지 않았다. 애초에 수빈이 무엇
때문에 자신에게 쩔쩔매고 있는지 알면서도 우성은 동생이 그 사건을 이겨
내고 회복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자신이 왜 그러겠는가?
그게 수빈을 옭아매는 목줄이란 걸 아주 잘 아는데.

“형 두고 어디 가려고, 나한텐 너밖에 없는데.”

그 말을 했을 때 수빈이 짓던 표정이 우성은 마음에 들었다.


깨끗하게 정리한 침대 위에 수빈을 다시 올려놓았다. 상처 입은 곳에 약을
바르고 우성은 수빈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다음 날 아침 수빈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상처가 다 아물기를 기다려, 우성은 수빈을 다시 안았다. 기분이 좋았다. 쾌
락에 약한 동생은 금방 삽입에 적응했다. 마른 아랫배에 제가 박아넣은 물건
의 윤곽이 떠올랐다.
아랫배와 허벅지를 떨면서 수빈은 하루에 몇 번이고 울컥울컥 배를 더럽혔
다. 우성은 한껏 동생의 몸을 예뻐해 주었다. 머릿속과 살, 그리고 뼈를 쾌감
으로 지글지글 끓고 녹게 만들었다.
수빈이 곧 대학생이 되려 하고 있었다. 우성은 수빈의 그 작은 머릿속이 훤
했다. 수빈이 자신에게서 달아나기 전에 그는 자신 없는 단 하루도 밤을 제
대로 보내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이유가 뭐야? 나한테 도망가고 싶겠지
만 네가 도대체 어디서 나만큼 속속들이 너를 아는 파트너를 둘 수 있겠어.
그 알량한 대학 생활에서 나만 한 사람을 어떻게 찾을 수 있겠어?
9월, 수시를 넣는 꼴을 보아하니 뻔했다. 하지만 우성은 알고 있었다. 인간
의 뇌는 더더욱 강렬한 자극을 선호한다. 수빈은 제가 우성한테 중독되고 있
단 사실을 전혀 몰랐다.
내가 없는 생활 동안 수빈이 얼마나 저를 생각하게 될까, 생각하니 우성은
기대되기까지 했다.
대학에 가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겠지? 마법처럼? 네가 이미 나와 함께 넘
은 선이 돌아올 것 같겠지?
수빈은 수의학과에 가고 싶다고 했다. 멍청한 생각이었다. 동물을 좋아한
다면 그 학과에 가서는 안 됐다. 수의사가 되어서 볼 수 있는 건 죽어가는 짐
승들뿐이다.
하지만 우성은 머릿속 생각을 굳이 꺼내지 않았다. 그러라고 했다. 어차피
실패할 테니까.
실패하지 않으면 실패하게 만들 테니까.
수빈이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주저하며 말을 꺼냈을 때, 우성은 미소
지으며 아예 독립을 하는 건 어떻냐고 제안했다. 어디 한 번 노력해 보라고
생각했다.
“아참, 아르바이트는 할 생각 하지 마, 용돈을 더 챙겨 줄게. 이제 혼자 살림
도 꾸려야 할 텐데 공부와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힘들 거야. 괜히 너 혼자 다
하려고 했다가 몸 상하지 말고, 너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해, 형이 너 지원해 줄
돈 정도는 얼마든지 있어.”

기숙사 생활보다는 자취를, 아르바이트보단 공부를 권했던 건 수빈이 다른


사람과 어떤 형태로든 제대로 된 관계 맺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우성
은 천천히 수빈을 고립시키고 싶었다.
그래야 나한테 의지할 테니까….

“부모님이 살아계셨어도 나와 같은 말을 했을 거야.”

그건 마법의 문장이었다. 수빈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대학에 들어간 뒤 한동안 수빈은 좋아 보였다. 그 사이 우성은 차린 회사를
궤도에 올려놓았다.
자본금은 얼마든지 있었고 투자금도 꽤 받았다. 우성은 특허를 아주 많이
받아놓았다. 회사가 자연스레 굴러갈 수 있도록, 우성은 사회에 속해 누군가
가 그를 감시하고 지배하길 원하지 않았다.
그런 존재는 부모님이면 충분했다. 왜 다시 족쇄를 차겠는가?
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우성은 얼마든지 시간과 노력을 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수빈이 뭘 하는지는 꼬박꼬박 정기적으로 사람을 통해 받아보았다. 예상대
로 수빈은 망가져 갔다.
아마도 자신이 무엇에 중독되어 있었는지 지금쯤이면 눈치챘겠지, 하는 즈
음에 우성은 구원자처럼 등장하기로 했다.
지저분한 집, 그것이 수빈의 정신 상태를 보여 주고 있었다.

“ 그냥 내버려 두면 되잖아! 나한테 왜 이래! 나한테 왜!”


“내가 한심하게 살든 말든 이대로 내버려 두라고! 날 이렇게 만든 건 형이
면서! 형이면서! 형 호모야 뭐야!”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때를 봐 수빈을 데리러 왔을 때, 수빈은 이미 궁지에 몰려 있었다. 동생이


외쳤다.

“수빈아. 내가 한 번이라도 네 탓 한 적 있니?”

우성이 말했다.

“그래, 지금 내 탓 해 보니까 속이 시원해?”


수빈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 너도 즐겼으면서?”

우성은 자신이 하는 말이 우스웠다. 발악하는 꼴이 마지막 몸부림처럼 보


여 귀엽게만 느껴졌다.
우성은 수빈의 죄책감을 건드렸다. 그러면 수빈이 꼼짝 못하리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수빈은 우성이 한 말에 흐물흐물해져 버렸다. 우성은 수빈을
잡아끌었다.

“학교도 가지 않고 그렇다고 다른 걸 하는 것도 아니고 너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도 않으면서, 쓰레기통의 쓰레기처럼, 도대체 뭐가 하고 싶은 건데?”

그리고 집에 가자, 하고 말했다.

“ 널 보라고. 남 탓이나 하면서 네 인생을 망치고 있잖아. 난 너 그렇겐 못


둬.”

‘ 이 정도면 충분하잖니.’
우성은 생각했다.

“ 내가 널 어떻게 살렸는데, 무슨 대가를 치르고.”

내가 키운 것을 내가 잡아먹는 것이 왜 죄가 되느냐고. 우성은 수빈을 살렸


다.

‘ 너는 내 거야, 내가 그렇게 정했어.’

그러니 수빈은 그의 것이었다.

***

서울의 거처를 좀 더 좋은 곳으로 정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절의 집으로 돌아온 이유는, 바로 이곳이 수빈의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수빈이 도망치려 했던 이후, 우성의 설계는 좀 더 정교해졌다.
수빈이 도망칠 엄두도 내지 않을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 수빈이 살 방은 이
미 만들어두었다. 결국은 방을 합치게 되겠지만… 침대에 눕히자 수빈은 패
닉에 빠졌다.
“ 오늘 한 번 알아보자, 네가 호모인지 내가 호모인지, 아니면 우리 둘 다인
지.”

도망칠 궁리를 하는 그 머리를 고쳐주기 위해 일 년간을 참았다. 그도 한계


였다. 두 손을 묶어 놓았던 건 더 이상 손을 대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우성은 그 날 수빈이 눈물, 콧물과 함께 아래로도 물을 다 빼낼 때까지 가르
치며 예뻐해 주었다.

“ , 아 싸, 싸고 싶어, 쌀 거 같아, 형, 미, 미안, 미안, 미안…….”

먼저 수빈의 입에서 미안, 미안, 내가 잘못했어, 소리가 나오게 만든 뒤에.

“ , 왜 오늘 너 얼마까지 하나 해 보자. 수빈아.”

사정감을 통제하자 수빈은 그날 빽빽 소리를 내며 울었다. 만져 주지 않은


동안 더 민감해졌는지… 그날 우성은 등 뒤에 돌려 묶인 손을 바르작바르작
떨면서 엉엉 울며 쾌감에 절절 끌려가는 수빈의 표정을 보고 이 행위에 재미
를 붙였다.
며칠 뒤 수빈이 버둥대다 다치지 않게 묶은 뒤 조심하면서 요도 카테터를
발기한 수빈의 발기한 성기에 대고 요도구 안쪽으로 밀어 넣자 애교를 부리
듯이 젖은 얼굴을 손바닥에 대고 비볐다.
“살려줘, 아파, 아파아… 도와줘….”

물에 빠진 사람 꼴과 똑같았다. 사정감이 몰려올 때마다 정액이 이물질을


밀어내는지 민감한 살덩이 안으로 푹 파묻었던 카테터가 밀려 나왔다.
그럴 때마다 꾹 안쪽으로 눌러 주면 수빈의 눈이 터질 정도로 크게 뜨였다.

“으앙….”

몇 번 그걸 반복하자 고통에 물들었던 수빈의 동공이 확 하고 풀렸다.


드라이 오르가즘이 온 모양이었다.

“기분 좋구나. 응?”

우성은 정신적인 쾌감에 사로잡혔다.

아 아아……? 아, 아.”
“ ,

수빈은 제대로 듣지도 못하는 듯했다. 고통과 쾌감에 몽롱해진 표정으로


달달 떠는 수빈의 안이 자를 듯이 제 것을 조여왔다.
‘ 귀여워.’

쪽쪽 물고 빨고 예뻐해 주면서 평범한 섹스로는 얻을 수 없는 자극에 입을


벌리고 떠는 수빈의 안에 토정 했다.

“ 살려줘… 살려줘….”

주어지는 자극이 감당이 되질 않는지 수빈은 행위 중에 자주 넋을 놓고 이


성을 잃었다.
그 다음부터는 쉬웠다. 이제 수빈은 침대 위에서 완전히 녹아내렸다. 뒤만
건드려도 제 물건을 세우고 사정했다.
우성은 일을 마치고 난 뒤 집에 돌아오면 마치 아내처럼 수빈이 현관에 나
와 자신을 마중하는 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곧 수빈의 두 팔엔 끈 자국이 남게 되었다.
괜히 흰 피부에 필요하지 않은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우성은 몇 가지 물건
을 구입했다.
손목이나 발목을 묶어두는 도구, 혹은 사정감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것들
이었다. 우성은 수빈이 행위 중 사정할 때 허락을 맡도록 했다.

“… , 앗 아, 으아, 학, 형, 혀엉… 하게 해줘, 하게, 하게….”


수빈은 애무를 받을 때마다 이제 겁을 잔뜩 먹은 표정을 짓게 되었다. 완벽
하게 통제당하는 감각에 수빈이 굴복하는 데까진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수
빈은 알지 못했지만 가벼운 SM 플레이였다. 특별히 지배욕이 없더라도 즐
기는 사람들도 있는.
다만 세이프 워드는 없었다.

아 아파, 살려줘, 으앙, 앗…….”


“ ,

끈적끈적 녹아드는 수빈의 신음을 즐기며 생각했다. 왜 그게 필요할까? 귀


여운 동생이 반항만 하지 않는다면, 우성은 수빈을 상처입히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침대 위에서든 그 밖에서든 우성은 수빈을 세심하게 보살폈다.
그 중엔 수빈의 군대 문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도망치길 포기하지 않은 건
지, 아니면 그냥 미련한 건지, 성치도 않은 몸으로 남들 다 안 가려고 노력하
는 곳을 무슨 이유로 기어들어 가려는 건지 알긴 해도 이해하진 못했다.

“네가 신검에 가져갈 병사용 진단서야. 의사 소견서도 있고, 십자인대 재건


술 기록도 있고……”

그때 수빈이 짓던 표정은 부모님이 언젠가 자신을 바라보던 표정과 닮아


있었다.
“ 나는… 가고 싶은데….”
“그럴 필요 없어. 시간 낭비야. 안 갈 수 있는 방법이 눈앞에 빤히 있는데 왜
곧게 갈 수 있는 길을 돌아가려 그래.”

우성은 그날 벌 주듯 수빈을 안았다.


그 이후로 수빈은 완전히 넋을 놓았다. 우성은 점차 허물어지는 수빈을 볼
때마다 만족스러웠다.
이윽고 우성은 수빈과 방을 합쳤다. 보는 눈도 없는데 매일 밤 수빈의 작은
침대로 건너가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번 주 토요일이 머리 자르고 벚꽃 보러 갈까?”

고분고분하게만 굴어준다면 착한 형 노릇을 할 생각도 얼마든지 있었다.


혹은 남들 눈을 피해 연인처럼 굴어 줄 생각도, 우성은 수빈이 이성을 잃길
바랐다.
마음 같아선 제 집에서 귀여움만 받기를 바랐다.
몇 달 후 수빈은 다니던 대학에 자퇴 서류를 제출하고 시험을 쳐 그보다 훨
씬 급이 낮은 대학에 입학했다. 우성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것도 나
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기야 네가 대학을 가지 못하면 부모님이 얼마나 슬퍼하시겠어.
내가 널 보살핀 보람도 없고.
남들 눈에 수빈이 책잡힐 만한 흠집이 있는 건 우성도 조금 기분이 그랬다.
오랜 시간 동안 유사 부모님 역할을 해 와서인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몇 년
후 제 회사에 입사시키고 싶기도 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몇 년 후 수빈이 대학을 졸업한 뒤, 우성은 취업을 하지 못해 우울해하는 수
빈을 달래어 자신의 회사에 입사시켰다.
늘 눈에 보이는 곳에 있으니 보기 좋았다. 가끔 우성은 수빈을 불러 제 무릎
위에 앉히고 동생을 귀여워했다.

‘ 내 인생은 완벽해.’

우성은 생각했다.

‘ 완벽하고, 달콤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

그런데 사람들은 가끔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결혼하지 않느냐고, 특별한 상대를 만나지 못했느냐고.

‘ 제가 왜 결혼을 하겠습니까.’
우성은 속마음을 말하는 대신 미소지었다.
몇 달 전 그 몰래 소개팅을 하려다 실패한 동생이 엉엉 울며 말했다.

“형이 없으면 나는?”

한때 제 인생에서 어떻게든 그를 몰아내려던 동생이었다.

“형이 없으면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이제 동생은 자신이 그의 인생에서 사라지는 걸 무서워하며 쩔쩔맸다. 우


성은 그 순간이 정말 감격스러웠다. 수빈한테 소개팅을 권했던 여자는 당장
해고하고 그 뒤에도 인생을 망쳐놓았지만 말이다.
우성은 넘치는 기쁨을 억누르며 답했다.

“아직 일이 좋아서요.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겠고.”

이젠 내가 사라지는 게 무서워서 엉엉 우는 귀여운 동생이 있는데요, 그런


말은 할 수 없었다.
***

아 정말 귀여워 죽겠어.’
‘ ,

수빈아, 내가 왜 없어?”

그날 밤 우성은 수빈을 살살 달랬다.

“내가 지금 여기 있잖아, 내가 있는데 뭘 걱정하는 거야.”


“쉬이…. 나는 부모님과는 달라, 수빈아. 날 봐.”

자신을 바라보는 수빈의 젖은 눈이 흔들렸다.

난 널 안 떠나.”

그 눈을 보고 알았다. 수빈은 완벽히 자신의 것이었다.

난 네 거야. 네가 내 것인 것과 마찬가지로….”

진심이었다.

“ 나한테 널 맡겨.”

그 말에 안심했는지, 수빈의 안에 파고들어 눌러 주면 기뻐하는 곳을 꾹꾹


누르며 이쁘다고 쓰다듬어 주자 수빈의 눈이 달달 떨리며 쾌감에 끓어올랐
다. 포르르, 버튼을 누르면 끓는 주전자처럼…….
쾌감에 피아가 흐려지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우성은 생각했다. 정말 사랑스
럽다고.

‘ 난 네가 너무너무 귀여워.’

너는 내가 가지지 못한 걸 가졌고, 그래서인지 아니면 같은 피가 우리 둘 사


이를 통과하며 흘러서인지, 요람에서 봤을 때부터 쭉 말도 못 하게 사랑스러
웠다고.
특별했다고.

‘ 귀여워, 귀여워, 정말 너무…… 귀여워.’?

아주 예전부터 이렇게 해 주고 싶었다고.


도대체 그 사고에 왜 죄책감을 가지는 거야? 우성은 생각했다.
어차피 사람은 죽고 그 일은 나한테 행운이었는데.
다시 한 번 몇 년 전으로 돌아가 셋 중에 하나를 살릴 기회를 주어도 나는
너일 텐데, 하지만 거기까지 말해줄 생각은 없었다.
바로 이 죄책감이 수빈의 목을 죄는 목걸이일 테니까.
그리고 그 목줄을 쥔 것은 우성이었다.
우성은 수빈을 처음 만났을 때 하고 싶었던 대로, 그의 동생을 끌어안고 이
마에 키스를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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