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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감상문

<독일문학과 영화 레포트>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는 모든 것을 오직 냄새로만 맡는다. 그의 모든 인식은 후각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영화에서는 이 점을 잘 못 다루었지만 책에서는 이것이 섬뜩하리만치 잘 나타난
다. 예컨대 책에서 그의 시선으로 장미를 이야기할 때, 그것의 색에대한 묘사 없이 ‘장미 향
기’라고만 나타나는 것이다.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그의 성격은 사악하고 교활하다. 그러나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기도
하다. 최고의 향수라는 목적을 위해 그 어떠한 것도 마다하지 않고 순수하게 그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시각, 청각보다 훨씬 더 원초적인 감각이 후각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정확히 지적
한다. 이 때문에 그루누이는 마치 한 마리의 짐승과 같다는 표현이 빈번하다. 이 점은 작품
전체에서 중요하다. 표면적으로 보면 포스트모던적으로, 모더니즘에 의해 무시되던 후각이 예
술의 영역으로까지 승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후각이라는 소재는 더 본질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나아가 그루누이의 존재와 연관되는 것이다. 냄새가 ‘덧없는 영역’이니만큼 순간의 숙
명을 지닌 향기를 영원히 간직하고자 열망하고 그르누이 본인의 본질로서의 향기를 찾으러 여
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그르누이는 후각에 대해서 거의 병적일 정도의 천재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기 자신
에게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동굴에서 이 사실을 깨달은 이후 자신의 향기, 최고의 향기를 찾
겠다는 목표가 구체화된다.

인간의 감각중에서 후각은 그야말로 원초적이다. 모더니즘에서는 오직 시각과 청각만이‘예술’


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그것을 뒤집는 포스트모던적인 발상이 주된 특징이 있다. 냄새를
중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냄새를 마침내 향수라는 예술의 영역으로 승화시킨다. 영화 기생충에
서도 끝까지 숨길 수 없었던 것은 냄새였다. 이 책 전반에 그것이 드러나고 그루누이라는 인
물을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이런 점들이 작가도, 독자도 그를 인간보다는 ‘짐승’같다는
인상을 받게끔 하는 것 같다. 또한 냄새는 ‘덧없는 영역’이라는 특징이 있다. 후각기관은 인간
의 가장 원초적인 동시에 취약한 기관이다. 가장 빨리 지칠 뿐만 아니라 가장 먼저 퇴화된다.
그루누이는 모든 것을 오직 냄새로만 맡는다. 그의 모든 인식은 후각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영화에서는 이 점을 잘 못 다루었지만 책에서는 이것이 섬뜩하리만치 잘 나타난다. 예컨대 책
에서 그의 시선으로 장미를 이야기할 때, 그것의 색이나 모양에대한 묘사 없이 ‘장미 향기’라
고만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형이상학적인 단어들-이를테면 사랑, 우정-을 이해하지 못한
다. 그는 인간보다는 짐승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데, 이것은 작품 전체에서 포스트모던적으로,
계몽주의와 대비되어 원초적으로 살아가는 그루누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그의 성격은 사악하고 교활하다. 그러나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기도 하다. 최고의
향수라는 목적을 위해 그 어떠한 것도 마다하지 않고 순수하게 그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내
가 이 책을 읽으면서 눈에 띤 점은 그가 굉장한 나르시시스트라는 것이다. 그는 오직 자기 자
신에만 관심이 있다. 소설에 나온 그 어떤 사람들도 그와 제대로 관계를 맺은 사람이 없다.
그를 좋아하는 이도 없다. 물론 본인도 그것을 바라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의식적으로는 말
이다. 심지어 사람 냄새로부터 도망쳐서 그 냄새가 없는 동굴을 찾아 거기에서 7년간 은둔생
활을 한다. 그 속에서 나르시시즘적인 면모가 가장 잘 나타난다. 그루누이는 자신이 향기의
왕이 되어서 추앙받는 위대한 자아이상을 환상속에서 실현하는 한편 가장 내밀한 곳에서는(작
가는 심장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이 배우고 저장해둔 냄새들을 꺼내서 맡는다. 여기에서는 심
지어 냄새라는 외부 타자 역시 그에게 있어서는 타자가 아니라 자신의 소유물로 변환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향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욕구와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체취는 없다. 그 사실은 그로 하여금 공포감에 떨게 만들고, 이전까
지는 막연히 향기를 배합하던 그에게 자신의 최고의 향기를 찾아서 손에 넣겠다는 야심을 갖
게하여 7년간의 동굴생활을 마치고 내려온다. 그리고 그는 이미 자신의 것이 되어버린 ‘경험’
이기에 다시 돌아올 생각을 이후에 하지 않는다. 그의 야심은 그의 체취이자 존재를 찾기 위
한 투쟁이었다. 결국 25명을 살해하는 것을 끝으로 그것을 손에 넣는다. 그리고 처형장에서
향수를 뿌림으로 심지어 피해자들의 부모까지도 그 아름다움에 굴복하고 도취하여 난교를 벌
이게 만든다. 하지만 그는 자아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이 그토록 많은 대가를 치르고 얻
은 향기의 주인인 자신만이 향기가 불러오는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한다.
사람들에게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에게 없던 체취를 만듦으로써 존재를 인정받고자 했지만 사
람들은 그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그르누이는 실망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향기를 뿌려 무(無)로 돌아간다. 관계를 통해 인정받지 못한 삶은 극한의 미에 도달해
욕구를 충족해도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그루누이가 동굴과 처형장에서 그토록 무서워하던 자기 체취의 구름은


사랑의 결핍
그에게 체취의 결핍은 존재의 결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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