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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영화 (Color In Movie)

경계 김나연

1. 들어가며
‘스타일리쉬(Stylish)하다.’

6 월 28 일,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ㅣ김혜수 특별전에 참석해 영화 <타짜>를 감상했다. 여러


관객들과 박수를 치는 동안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 ‘이 영화 정말 스타일리쉬하다’
그리고 한국적이다. (동시에 “한국적”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의문이 생겼다)

Stylish. 직역하면, ‘유행을 따른’ ‘멋진’ ‘우아한’ 이지만. 내가 느낀 감정은 이 세


단어를 모두 포괄하는 단어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 들어가 정신 없이 흘러간 2 시간
19 분은 stylish 함의 연속이었다.

나레이션으로 완성된 수미상관 식 구조와 배우 김혜수의 아우라, 캐릭터의 탄탄함이 이 영화를


스타일리쉬하게 만들었겠거니, 하고 스터디를 준비했다. 스터디를 준비하며 영화를 다시 보니
새롭게 보이는 것. 바로 색(Color)이었다.

배우 김혜수가 연기한 ‘정마담’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노란색과 검정색이 떠올랐고, 영화 속


공간을 떠올리자니 푸른색과 검정색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무의식적으로 떠오른 색의 연속들은
영화를 보며 느꼈던 긴장감과 흥미로움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확실히 영화 <타짜>는 나(혹은 경계)가 추구하는 영화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영화는 어쩐지 나와 맞지 않는 영화이며 상업영화이기에 거리를 멀리하자 다짐해왔다.
그러나 이 다짐 또한 경계의 일부였고, 내가 뛰어넘어야할 경계 중 하나일 뿐이었다.

연출자(감독)는 자신의 생각과 미학을 영화로 녹여내야 한다.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스스로와
배우, 관객을 매혹시키는 것이 연출자로서의 의무고 권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껏 연출자의
능력으로 고려해왔던 요소는 스토리 전개 방식, 캐릭터의 단담함, 촬영 구도 뿐이었지 않은가?
연출자로서 필히 고민해야 하는 영역에서 ‘색’은 배제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컬러 시대에서 살아온, 살아가는 우리는 ‘색’을 너무나도 당연한 존재로 여겨왔다. 그러나
연출자는 그저 현실의 복제로서 컬러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를 매혹적이게 만들고, 배우를
매혹적이게 만들고, 관객을 매혹시키는 힘. 그 힘의 중심에 ‘색’을 두고 이를 조절하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작용하는‘색채 심리’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영화 자체를 다체롭게 만들 뿐만
아니라, 관객과 극 중 인물의 심리에 효과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로 객관적으로,
때로는 주관적으로 여러 색에 심리적 영향을 받는다. 이번 스터디를 통해 살펴 볼 영화 4 편
(타짜, 라라랜드, 올드 보이, Her)을 통해 영화 속 색채가 가진 기능과 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스터디를 진행하며 영화 속에 담겨있는 색채 심리를 분석하다보면, ‘너무 끼워


맞추는데?’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색채 심리야 말로, 우리(감독)가 연출할 수 있는 영역 중
가장 범위가 넓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스터디를 통해 우리가 좀 더 영화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에 가까워지길 바란다.


(대표 참고 문헌 : 영화 색채 미학, 강성률 2017)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는 무엇일까? 연기자와 연기를 영상이라는 도구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영화와 드라마는 분명 다른 매체다. … (중략)… 이보다 더 중요한 차이점은
영화가 ‘시각’으로 주제를 표현하다면, 드라마는 ‘대사’로 많은 것을 표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영화는 시각을 중시하는 매체고, 드라마는 대사를 중시하는 매체라는 차이점이 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특정 장면의 인상이 강하게 남는 반면, 드라마는 특정 상황의 대사가 강하게
남는다. 이 말을 다르게 하면, 영화는 사진술이 확장된 매체고, 드라마는 소설이 발전해 영상과
결합한 매체라고 할 수 있다.

2. 색채는 심리고 기호며 문화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보시라.

우리가 보는 것 가운데 색채로 표현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색채에 대해 그리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색채가 일상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있다는 것은 색채가
우리의 환경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색채는 인간의 환경이고 이로 인해 우리는 색채의 성벽에
둘러쌓여 있다.

우리가 색채에 반응하는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고 즉흥적이고 직관적이다. 이러한 색채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무의식적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어떤 색채에 대해서는 집단무의식적이기까지 하다.
북구 지방의 사람들에게는 순백색이 이상적인 종족상, 동양에서는 순노란색과 황금색, 흑인들
사이에서는 검은색이 이상적인 종족상을 나타내는 표상이었다.

동시에 색채는 이면적인 정신 또한 지니고 있다. 즉, 한 색채는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면적 정신은 색채의 대립을 불러일으킨다.

[칸딘스키의 색채 대립]

1. 노랑과 파랑 : 지상의 색채 / 하늘의 색채, 원심력 / 구심력

2. 하양과 검정 : 영원한 저항 / 가능성이 없는 저항, 탄생 / 죽음

3. 빨강과 초록 : 자기 내부 진동 / 정지된 부동성

4. 주황과 보라 : 가장 인간에게 친숙한 것 / 가장 인간에게 낯선 것

색채에 대해 파악하기 전 우리는 각각의 색채가 지닌 원심력과 구심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빨간 색과 파란 색을 예로 들 수 있다. 연출자가 영화 속에 빨간 색을 사용할 경우,
이 색은 관객과 배우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원심적인 힘을 발휘한다.(돌출하는 힘) 반면, 파란
색을 사용할 경우, 이 색은 관객과 배우에게서 멀어져가며 구심적인 힘을 발휘한다.

색채는 언어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격노하다 (see red)”, “새빨간 거짓말” “빨갱이”
등을 보면 빨간 색은 긍정적이기보다 매우 강한 부정적 어조로 쓰임을 알 수 있다. “파란
월요일 (blue Monday), 파랑새, 청신호” 등의 언어를 통해 이상향적 동경과 우울의 정서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음도 파악할 수 있다.
3. 빨강 (Red)
- 타짜 속 정마담의 빨간 매니큐어, 도박판에 튀기는 새빨간 선혈

- 오대수와 미도의 빨간 옷, 붉은 감금실과 모텔 방

- 테오도르의 옷과 사무실

빨강은 피의 색이다. 그러므로 생명의 색이면서 경고의 색이다.(생명을 살리는 색이면서 생명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는 색채) 젊고 강한 에너지의 색인 빨강은 사랑의
열정을 재현하기도 한다.

빨간색의 에너지는 내부에서 강렬하게 진동한다. 빨강은 강렬한 내부 운동을 하는 색이다.


빨간색은 기장, 흥분, 각성을 일으키는 작용을 한다. (오한이 나거나 체온이 떨어지는 환자들에게
쓰인다) 즉, 빨간색을 통해 인간은 에너지를 얻는다.

<타짜>

영화 타짜가 스타일리쉬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로, 탁월한 색채 활용, 즉 대비를 들 수 있겠다.


극 중 고니가 곽철용의 부하에게 쫓기는 시퀀스를 예시로 들어보자. 푸른 지하의 배경으로
공포감과 서늘함을 조성한 후 등장한 빨간 색 옷을 입은 곽철용의 부하는 관객들로 하여금
적대감과 공포를 느끼게 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그 어느 존재보다 공포스럽게 느껴지도록.

정마담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매니큐어는 그녀의 욕망과 열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준다.

<올드보이>

극 중 오대수의 대표색을 떠올리라 하면 단연 빨간색을 떠올릴 것이다. 그가 15 년간 갇혀있던


감금실의 벽지도 빨강, 그가 자주 입는 셔츠도 빨강이기 때문이다. 빨강은 공포와 공격, 분노를
담고 있다. 빨간색은 공포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공격성을 불러온다.

빨간 감금실이 오대수의 분노와 복수심을 불태우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했다면, 빨간 모텔과


빨간 미도의 방은 미도와 오대수의 사랑을 보여줬다. 최면이 아직 이어져 오대수를 여전히
사랑하는 미도의 빨간 모자와 빨간 코드, 빨간 장갑은 아직도 열렬한 그녀의 사랑을 보여주는
반면, 최면에서 깨어난 오대수는 회색빛을 띈다. 이도저도 못하는 회색빛.

<테오도르>

사랑을 갈구하는 인물인 테오도르. 그는 극 내내 빨간 계열의 옷을 입는다.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편지를 대필하는 직업을 가진 그의 사무실도 핑크 빛. 그가 새롭게 만나게 된 운영체제의
색도 빨강 계열(주홍빛)이다. 이는 사만다가 그의 사랑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될 것임을 암시한다.

특히 그가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이후부터는 노골적으로 빨강색, 핑크색, 주황색 옷을 입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가 사랑과 멀어진 상황에서는 노란색, 초록색 빛깔의 옷을 입고 영화의 톤앤
매너도 이 빛깔로 변한다.
2. 노랑 (Yellow)
노랑은 전형적인 지상의 색채며, 풍요의 색채다. 노랑이 풍요를 상징하는 것은 이가 황금의
색채이고, 태양의 색채이기 때문이다.

노란 병아리. 노란 개나리. 노릇노릇한 전. 누런 황구. 특히 한국인에게 있어 노랑이 가진


따뜻함의 정서는 더욱 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행복했던 유년시절을 회상하거나 로맨틱한
분위기를 형성할 때 오토바이 불빛이나 동네 가로등의 불빛은 꽤나 효과적인 효과를 양상한다.
탁월한 회귀적, 향수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노랑은 꽤나 취약한(vulnerable) 색상이다. 노란색은 명료도가 매우 높아, 망막에


뚜렷한 상을 맺게 하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쾌하고 찬란하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데. 이
때문에 상쾌하고 찬란하지 않은 색과의 대조가 효과적으로 일어난다. 이를 ‘시인성’이라고
칭하고, 이 원리를 활용해 많은 안전표지판과 영화 포스터, 시각 디자인 등에 노란색이 쓰이는
까닭도 이에 해당한다.

또한 노란색은 중심에서 주변으로 방사하는 색, 즉 밖으로 내뿜어지는 열기를 지닌 색상이다.


이는 광기와 유사하다. 공포가 빨강이라면 광기는 노랑이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노란색을
좋아한다면 욕구불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아기들은 노란색에 빠른
반응을 봉고, 특히 반 고흐의 그림을 보면 불안감에 휩싸인 그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

<타짜>

영화 타짜와정마담의 대표 색은 노란색이다. 도박판의 누런 바닥도 노랑, 도박장의 벽도 노랑.


정마담이 내내 존재하는 공간의 빛도 모두 노란색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의 권력자(처럼
보이고), 판을 설계하는 최대 설계자는 그 권력과 풍요를 상징하기라도 하듯 항상 노란 빛에
둘러 쌓여있다.

노란색은 앞서 말했듯 따뜻하고(때로는 여리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실제로 밝은


명도를 이용해 화려함과 권력, 고귀함을 상징한다. 도박판의 화려함과 권력의 이미지가 관객에게
더욱 각인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밝은 명도는 취약함을 유발하기도 해서, 작은 오염에도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유발해낸다. 특히 타짜에는 이를 이용해 노랑색과 검정색의 대조를 극적으로 보여주었는데,
정마담의 대표 색은 노란색이면서도 항상 함께 보이는 그녀의 진한 검정색의 머리색과 눈동자,
블랙 칼라의 옷은 한 순간도 긴장감을 잃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함께하는 도박판의 남자들도 대부분 검정색 수트를 입어 극 중 벌어지는 그녀와의


갈등을 더욱 긴장감있게 보여주었다. 또한 극 후반, 불타는 노란 빛의 불은 정마담의 광기를
증폭시키고, 그녀의 총성에 더욱 타당성을 부여한다.
3. 주황 (Orange)
주황은 빨강에 노랑을 혼합한 색이다. 내부에서 강렬하게 진동하고 있는 빨강에, 앞으로
나아가는 돌출형 색상인 노랑을 더한 것이다. 이것은 단지 화학적 결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결합이다. 운동적 에너지인 빨강에 원심력의 노랑을 더하면 따뜻하면서 강한 주황이 된다.
내부 진동을 완화시키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빨강의 강함과 노랑의 역동성이 만나
긍정적인 따뜻함을 만들어낸다.

요하네스 이텐은 “주황색은 높은 온도의 백열이라든지 지는 해의 부드러운 광휘를 나타내며


눈에 온기와 환희의 느낌을 준다 그러므로 주황색의 주위 환경은 안락한 느낌을 준다”라고 했다.

<Her>

새로운 운영체계 OS “사만다”의 대표 컬러는 주황색이다. 사만다와 테오도르가 사랑에 빠지는


씬 들은 대부분 주황색의 온화한 빛을 띈다. 이러한 컬러 배치는 포근하고 따뜻한 공간을
연출하고, 이러한 공간의 연출은 관객들이 극 중 인물의 심리를 받아들이는 것을 쉽게 만들어
준다. 인간에게서 위로를 받지 못한 그가 얼마나 포근한 연애를 하고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더욱
강조하며 인간과 os 의 사랑에 대한 거부감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타짜>

밝은 명도의 노란색 배경에 위치한 정마담에게는 여느때보다 강렬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녀가 유일하게 긴장을 푸는 상대였던 고니와 함께 있는 순간에 밝은 명도의 노란색은
찾아보기 어렵다. 노랑의 명도를 매우 낮춰 주홍 빛에 가까워진 배경은 관객과 정마담의 긴장을
완화시킨다.

명도가 낮은 노랑, 주황빛에 가까운 톤은 노랑을 취약하게 만들었던 Black 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먹고 살기 힘들다” 라며 유일하게 정마담이 약해진 씬에서 그녀는 yellow 에 덮여있으나
수축되어 있는 black 의 형태를 띈다. 그녀가 끝까지 검정색을 일힞 못한 이유에 그녀의 강인함과
어둠도 한 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4. 초록 (Green)
초록은 자연의 색이다. 원색인 노랑과 파랑이 결합해 형성한 색이 바로 초록색이다. 노랑의
돌출하는 느낌과 파랑의 후퇴하는 느낌이 만나 초록에서 정지한다. 그러나 초록색이 언제나
평안과 자연, 순수와 풋풋함의 의미만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초록이 지닌 이면적 의미 중에는 정지, 공포의 의미도 있는데, 타 색채와 달리 이러한 이중적
의미는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기 보다는 그것에 반응하는 인간들의 심리 때문에 이중적인 색채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서구권 문화에서는 초록색이 굉장히 위협적이고 공포적인 색상으로 쓰이곤 한다. 영화
<헐크>, <마스크> 등에 등장하는 외계인과 괴물들의 색상이 대부분 초록색을 띄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이 초록색을 경계하게 된 것에는 오스만 제국의 침입과 연관이 있다. 이슬람
국가들은 대부분 사막 지역에 있어 초록색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었고 이를 숭배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초록색을 국기로 걸고 오스만튀르크는 유럽을 침입, 정복했다.
이때부터 유럽 국가들에게 침입자의 색상은 대부분 초록색을 띄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올드보이>

영화 <타짜>의 대표색이 노란색이라면, 영화 <올드보이>의 대표색은 초록색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올드보이의 감독 박찬욱은 “상록고등학교” “에버그린” “이우진의 누나가 죽은 저수지”
“펜트하우스의 초록 조명” “감금실의 녹색 복도” “초록빛의 인공 건축물”을 통해
노골적으로 초록빛을 영화의 메인 컬러로 등장시켰다.

푸른 숲, 푸른 들판 등 자유와 광야를 상징하는 색인 초록색은 어둠의 새채와 결합하는 순간


좀처럼 탈출을 꿈꿀 수 없는 무서운 공간으로 변해버린다. 마치 산에 어둠이 찾아오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것 처럼, 초록 빛과 어둠이 결합하는 순간 한번 들어가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문명과 떨어져 있는 공포의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극 중 초록색은
어둠과 밀접하게 닿아있다.

오대수는 15 년간 탈출을 꿈꿀 수 없었고, 그가 빠져나온 이후 수많은 조폭들과 싸움을 펼치는


곳도 매우 폐쇄적인 공간의 양상을 띈다. 극 중 이진우가 살고 있는 펜트하우스가 초록 빛인
이유는 그의 누이가 죽음을 맞이한 곳이 초록빛의 저수지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 초록빛의
기억에 갇혀, 복수심에 휩쌓인 인생을 살아온 그는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일 수 있다. 그의 삶도
오대수의 삶처럼 폐쇄적이었던 것이다. 박찬욱은 이를 초록빛의 폐쇄성을 이용해 표현해내었다.

<라라랜드>

영화 <라라랜드> 속 미아의 초기 메인 색상은 단연 그린이었다고 생각한다. 풋풋한 그녀의


모습과, 아직 꿈을 향한 열정을 잃지 않은 순수한 미아의 모습은 초록빛의 드레스, 초록빛의 배경,
초록빛의 리본으로 드러났다.

세바스찬과 미아의 사랑이 풋풋하던 연애 초기의 초록빛은 생기를 띄지만, 같은 공간 속에서


어둠이 결합하자마자 그들의 사랑은 위태로워지고 살벌해진다.
5. 파랑 (Blue)
파랑은 이상향적 동경과 극단적 우울을 동시에 내장하고 있는, 어떻게 보면 여러 색채 가운데
가장 노골적으로 이중적이고, 아이러니한 색채이다. 많은 영화는 파랑의 우울한 정서에 기대어
분위기를 만들고, 캐릭터를 움직이고 서사를 전개한다. 파랑은 ‘우울한 이상향’의 세계다.

파랑이 우울의 색채를 띄는 것은 빨강과 정반대의 성질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파란 빛은


식물의 성장을 지연시키고 인체기관 에 작용할 경우 혈압과 맥박수를 낮춰주기도 한다. 이러한
파랑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린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 속에는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하층민의 슬픔과 고독이 파란빛과 함께 녹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파란색은 전형적인 하늘색으로 이상향의 색채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을


무한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순수에 대한 동경과 초감각적인 것에 대한 동경을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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