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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 2013년재학생 작품공모
재학생 작품 공모 ◾ 유주연
- 유주연 (장려상/평론)
(당선작 - 평론)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문학과 영화의 만남-
/ 유주연 (교육대학원 영어교육전공)

1925년 발표된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위대한 개츠비』는


지금까지 여러 번 영화로 개작되어왔다. 이 작품에서 그려지고 있는 시대적
모습이 오늘날 현대인들이 무엇이든지 무작정 소비하고 향유하는 것과 다르
지 않기 때문일까? 바즈 루어만(Baz Luhrmann) 감독은 오래 전에 쓰여진 이
소설 속에서 현재를 보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감독은 레오나르도 디캐프
리오(Leonardo DiCaprio), 토비 맥과이어(Tobias Maguire), 그리고 캐리 멀
리건(Carey Mulligan)과 같은 헐리우드 배우를 앞세워 더할 나위 없이 화려
한 개츠비를 관객에게 선보였다. 이 영화를 관객이 소비하는 이유에는 각양
각색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원작은 모르지만 헐리우드 유명배우인 레오나르
도 디캐프리오를 열렬히 좋아해서 일수도 있고, 루어만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1996)>, <물랑루즈(2001)>와 같은 전작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 또
한 감독의 스타일을 또 한번 확인하기 위해서 관람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원작을 어떤 방법으로 영화화 했을지 호기
심과 기대감을 가지고 극장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모두 같은 문화를 소비한다는 것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라는
하나의 대중매체를 각 계층의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고, 이는 또 하나의 해
석 공동체(interpretive community)를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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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영화를 소비한 사람들은 어떠한 해석을 하였을까? 원작에 애


정이 있는 관객은 영화를 관람 후에 감독이 원작을 이해하려고 애쓴 흔적을
찾으며 후한 점수를 주기도 하였지만 영화평론가 이동진을 포함해서 비판적
인 시각의 지닌 관객들은 “로맨스는 없고 볼거리만 있다”라고 냉정하게 평
하고 있다. 그래서 개별적 소비자들의 취향과 반응을 반영하는 “별점”은
더 많은 대중을 관객으로 만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백만 이상의 관객이 이 영화를 관람하였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개봉 이후로 원작에 대한 관심과 구매는 국
가적 차원을 뛰어 넘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5월 11일자 워싱턴포스
트(WP)지는 “영화의 영향으로 『위대한 개츠비』가 아마존 베스트셀러 리스
트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5월 17일자 연합뉴스는 “번역본
2권이 영화 개봉과 동시에 단숨에 10위권에 오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고 전하면서 때 아닌 번역본 전쟁이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해주고 있다.
영화가 관객을 다시금 원작의 독자가 되도록 이끌기에는 충분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루어만 감독의 영화는 그 자체로는 어떠한 의미가 있
는 것일까? 지금까지 『위대한 개츠비』가 여러 번 영화화 되어 관객 앞에
공개되었을 때마다 지식인들은 영화가 관객을 끌어 들이기 위해 로맨스에
치중했다고 비판하고, 원작의 깊이를 재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실망을 했
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뛰어 넘고 싶어서였는지 감독은 그 동안 많은 감
독들이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원작의 깊이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기려고 시도
했다. 그래서 이 전까지의 영화들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
는 극 중 나레이터인 닉 캐러웨이(Nick Carraway)의 역할을 축소, 변형시킨
반면 루어만 감독은 나레이터로서의 닉의 역할을 원작과 유사한 비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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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해내고 있다. 물론 닉이 정신과의사에게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치


료의 일부분으로 (마치 글을 쓰는 것이 ‘본성의 행위’인 듯이) 개츠비에 관
해 과거의 경험을 글로 써나가는 설정은 소설에는 존재하지 않는 부분으로
루어만 감독 역시 원작에 약간의 수정을 가미하기는 했지만 그 설정이 원작
이 전달하고자 하는 중요 요소를 해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감독은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개츠비라는 인물과
그의 로맨스에 집중하지 않고, 영화 초반의 닉의 사설이 길다는 비판의 빌
미를 제공하면서 까지 이야기를 ‘쓰고 있는’ 닉의 캐릭터를 왜 축소하지 않
았던 것일까? 또한 화면을 지나치게 화려하게 장식하여 알맹이가 없어 보인
다는 비판 거리를 제공하였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선 원
작에서 닉(개츠비가 사랑하는 여인 데이지의 사촌)의 역할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이를 통해 감독의 의도를 확인해 본 후
화려함을 강조한 영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고
자 한다.
1920년대 작품인 『위대한 개츠비』가 세기를 뛰어 넘어 현재까지는 읽혀
지고, 영화화되고 있는 데에는 그 시대에 지배적이었던 자본주의 이데올로
기를 의식하고 있던 작가의 세계관이 그와 같은 문제의식을 이미 느끼고 있
던 대중과 만나 상상의 담론 공동체(imaginary community of discourse)를
시대와 국적을 초월하여 끊임없이 생산, 재생산시켜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드러내기 위해서 작가인
피츠제럴드는 극 중 캐릭터인 닉에게 내레이터의 역할을 부여한다. 다시 말
해서 작품에서 작가는 개츠비라는 특정한 인물의 삶의 방식을 보여줌으로써
그 당시 사회에서 충돌하고 있던 이데올로기를 보여주는데, 이 때 핵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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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개 역할을 해주는 인물이 바로 닉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독자는 소설을 읽을 때 닉의 시선을 따라 개츠비라는 인물을 간접적으로 경
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독자는 소설이 다루고자 하는 이 ‘문제적’ 인물에 스
스로를 감정이입 하기보다 비판적인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개츠비에게 있어서 닉은 데이지와의 만남을 성사시켜줄 수 있는 유
일한 수단이다. 개츠비가 그의 첫사랑, 되찾고 싶은 과거의 여인과 재회하
게 되는 곳은 그의 궁궐 같은 대 저택이 아니라 바로 닉의 집이었다. 한편
으로 닉은 개츠비와 독자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역할을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설 속에서 닉은 자신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임을 밝히면서 그
의 경험을 독자에게 전달해주고 있음을 재차 강조한다. 이는 독자 스스로가
거리를 두고 글을 읽도록 유도하는 장치 역할을 한다. 이뿐만 아니라 독자
는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한 닉의 관찰과 반응(response), 그리
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의 사유에 대한 수정을 지켜보면, 닉이라는 인물
은 스스로도 지각하듯이(I was within and without, simultaneously
enchanted and repelled by the inexhaustible variety of life, 35), 사건
안에서 혹은 밖에서 더 나아가 소설 내부에서 혹은 소설 외부에서 존재하지
만 그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정확하게 위치 지을 수 없는 독특한 인물이라
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닉이라는 캐릭터는 작가가
만들어낸 또 다른 자아일수도 있는데, 닉이 어디에 속해 있든지 그가 존재
하는 ‘인간적 실재(Human reality)’에서 충실히 글을 쓰며 자기 생산
(self-production)을 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개츠비와의 경험은 닉
으로 하여금 글을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고, 그의 상징 욕구는 곧 독자에
게 상징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러면서 개츠비 개인 차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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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많은 독자들과 공유됨으로써 인간 보편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더 나


아가 확장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설 속에서 닉의 이러한 역할
을 간파한 감독은 영화를 제작할 당시 닉이라는 인물을 소홀히 그려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감독은 원작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내고자 노력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평가를 포함한 대중의 “로맨스는 없고 볼거리만 있다”라는 평 또한 루
어만 감독이 원작을 그대로 표현해내고자 노력한 것의 방증으로 볼 수 있
다. 특히 영화가 초반에 사설이 길고, 주인공 개츠비의 등장이 늦다는 지적
이 주도적인데, 원작과 비교해보면 개츠비가 등장하기까지 나레이터 닉의
서두는 길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감독은 극을 이끄는 닉
이라는 인물을 충실히 그려내었고, 더불어 개츠비와 그의 첫사랑 데이지와
의 로맨스 또한 원작이 묘사하고 있는 정도로 표현해내고 있다. 원작이 쓰
여질 당시 작가는 처음부터 첫사랑을 쫓는 개츠비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
를 담아내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가진 것 하나 없고 순수했던 시절에 경험
했던 과거가 된 첫사랑에게로, 세상 위에 모든 것이 물화되기 이전의 삶으
로, 자본주의가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되기 전의 삶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그렇지만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낭만적
인 인물을 그려내고자 한 것이다.

“나라면 데이지에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겠습니다. 지나간 과거


를 돌이킬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나는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럼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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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아닙니다. 과거도 되풀이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마치 과거가 자신의 정원 어느 한구석에 숨어 있기라도 한 듯이 성
난 눈초리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모든 걸 예전처럼 되돌려 놓을 겁니다. 이제 두고 보면 알게 될 겁
니다.”1) 58)

데이지를 얻기 위한 개츠비의 사랑을 보다 못한 닉은 개츠비에게 “과거를


돌이킬 수 없다(You can’t repeat the past)”고 조언하지만 예전처럼 똑같
이 돌려놓겠다는 개츠비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개츠비의 욕망은 시작할
때부터 불가능한 시도였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그에게
서 우리는 ‘위대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상징적으로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서 그도 어쨌든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안에서 정당하지 못한 방
법으로 부를 축적한 ‘문제적 인물’이었지만 결국 주류사회에서 편입될 수 없
었고, 마지막에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였지만 생을 마감함으로써 자
본주의가 포착할 수 없는 인물로 남으며 소설은 끝이 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적 인물의 고유한 삶은 특수하지만 그래서 더욱 여느 리얼리즘 소설과
마찬가지로 전체 공동체의 삶의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드러내어 상상적 공동
체로 결집한 대중으로 하여금 이 문제적 개인의 삶을 자신의 정체성 속에
더 확고하게 각인시키고 참여시킨다.2)59)
이러한 묵직한 주제가 일관되게 소설을 관통하고 있다고 파악했기 때문에

1) F. Scott Fitzgerald, The Great Gatsby. New York: Scribner, 2004. 이하 번


역은『위대한 개츠비』황성식 역, 인디 북(2002)을 참조했음.
2) 여건종,「리얼리즘과 대중서사」,『신영어영문학』 42.(2009) 8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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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이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개츠비의 로맨스에만 중점을 둘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본에 민감한 영화산업에서 원작이 다루고 있는 정도로
만 로맨스를 그려내기에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기에 역부족일 수 있다. 그
렇기 때문에 감독은 관객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더욱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를 잘 드러낼 수 있었다고 본다. 우선 영화에서 ‘볼거
리’라고 한다면 단연 개츠비가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 벌인 파티장면을 빼놓
을 수 없다. 개츠비의 거대한 저택에서 열리는 화려한 파티는 개츠비가 등
장하기만을 기다리는 관객을 충분히 지치게 만들어 놓는다는 비판을 받는데
빌미를 제공했다. 화면을 과도하게 지배하고 있는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과
퍼포먼스들이 데이지의 남편 톰 뷰캐넌이 비아냥거리면서 말하는 것처럼
‘서커스가 따로 없는’ 장면으로 연출된다. 이러한 파티에 관한 자기비판적인
표현은 소설에서는 닉이 유명인의 이름을 의미 없이 나열하는 것으로도 표
현되고 있는데, 시각적으로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의 특성을 고
려해 볼 때, 감독의 그런 선택은 무의미함을 드러내는데 최선의 방법이었
다고 본다. 오히려 그 아무 의미 없는 피상적인 화려함이 영화 마지막에 개
츠비가 죽은 후의 텅 빈 저택과 대비되어 허무함을 더 극대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시끌벅적한 파티가 열릴 때는 누구
든지 익명성(anonymity) 속에서 파티를 즐길 수 있었지만 그러한 피상적인
인간관계는 결국 개츠비가 죽었을 때 아무도 찾아오지 않음으로써 개츠비의
죽음을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이와 더불어 인간을 더욱 소외시키는 장치로 전화 벨 소리와 자동차를 생
각해볼 수 있다. 극 중 인물들 간에 대화를 끊임없이 단절시키는 전화벨 소
리, 즉 기계음 소리는 소통의 단절과 인간소외 현상을 보여주는데 충분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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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데이지와 그녀의 친구인 조던 베이커, 남편 톰 뷰케넌, 닉이 저녁 식사


를 하는데 이들의 오붓한 시간을 질투라도 하는 듯이 울려 퍼지는 전화벨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데이지 남편의 정부, 머틀 윌슨이었다. 그리고 영화
는 조던과 닉의 대화를 통해 데이지의 남편에게 정부가 있음을 관객은 알게
된다. 또한 개츠비가 닉 또는 데이지와 함께 있을 때 항상 사업과 관련된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와서 이들의 대화를 단절시킨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이 무자비한 전화벨은 후에 개츠비가 하고 있던 밀주사업과 관련된 사
업전화로 1920년대 사회상을 넌지시 비춰주는 하나의 요소이다. 그렇지만
영화 마지막에 개츠비가 그토록 기다리는 데이지의 전화는 결국 오지 않음
으로써 한 남자를 더욱 외롭고 고독하게 그려내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뉴욕으로 가기 위해 개츠비의 노란색 고급 승용차를 타는
장면 또한 굉장히 속도감 있으면서 거칠고 화려하게 화면 속에 담겨있다.
이러한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속 인물들과 함께 속도감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지만 영화 후반부가 되어 이 노란 자동차가 톰 뷰개넌의 정부
인 머틀을 죽이는 무기로 변하는 시점에서 관객은 기계문명의 무자비한 이
중적 성질을 목격하게 된다. 이 뿐만 아니라 당시 운전하고 있던 사람은 술
에 약간 취한 데이지였다는 사실과 그리고 이 사건 이후에 데이지는 모든
책임을 뒤로한 채 다시 남편 톰의 그늘 안으로 숨고, 결국에 이스트 에그를
떠나버리는 모습은 지금까지 순백의 여린 이미지로 자신을 드러내었던 이
여성의 실체를 보여주는데 일조한다.
화려한 파티장면을 포함해서 기계문명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전화 벨
소리와 자동차와 같은 요소들이 관객(혹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보내는 신호
는 소비자본주의와 더불어 기계문명이 인간에게 가하는 공격성을 노출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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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다. 이러한 상징적 기호들을 미디어를 통해 목격했을 때, 이것이 과


연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상징적 창조성에 의해 생산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에 대해 여건종
(2010)은 폴 윌리스가 말하는 창조적 소비의 역동성에 주목하여 문화의 일
회적 소비 자체가 생산 행위, 즉 자기 생산 과정의 일부임을 강조하고 있
다.3)60)즉 영화라는 대중매체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가하여 대안적
주체를 어떻게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지고 이러한 미적 경
험이 촉매제가 되어 대중은 주체가 반응하고 생성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
이다. 우리는 개츠비의 말처럼 무조건 과거를 이 전과 똑같이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닉의 말처럼 과거를 돌이킬 수 없
다고 체념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여기서 바로 양극단 사이 어
느 지점에서 대안적 헤게모니-레이먼드 윌리엄즈가 말하는 “부상적 문화
(emergent culture)”와도 일맥상통한-를 강구해야 한다는 긴급한 요청을 감
지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감독은 이전의 영화와는 달리 로맨스 장면은 축소
하고, 쉽게 이미지로 보여줄 수 있는 영화의 특성을 잘 살려 화면을 과하도
록 화려하게 치장하면서도 곳곳에 기계문명에 대한 폭력성을 관객이 감지하
도록 해줌으로써 우리 시대가 경험하고 있는 시장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
를 의식하도록 만들고, 문제를 문제로써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로맨스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바라보고 싶은 대중에게 이 영화는 매력적일
수 없을 수도 있고, 그래서 더욱 파티의 화려함은 불편하게만 느껴졌을 것
이다. 그러나 화려한 파티장면은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화려한 제스처이

3) 여건종,「일상적 삶의 상징적 창조성: 심미적 인문주의와 유물론적 미학」,『안과 밖』


28 (2010)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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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데이지가 끝내 이해할 수 없었던 개츠비의 심원한 염원이었던 것이다.


즉, 루어만 감독은 이전에 개작된 영화처럼 한 쌍의 연인들의 가슴 설레는
사랑의 갈등을 보이면서 관객의 취향에 부합하려고 노력하는 멜로 드라마적
요소에 국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화려한 ‘볼거리’
를 제공해준 것이다. 여기서 지나치게 화려한 화면은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
켜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파티 장면
또한 그 시대의 자본주의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뿐
만 아니라 그 이면에는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이상을 현실 속에서 실현시
키고자 끝없이 노력하는 로맨스를 드러내고 있다. 좀 더 진지하게 다뤄져야
할 남녀의 진중한 로맨스가 가볍게 치장되어 노출됨으로써 관객은 불편함을
느끼지만 이것이 바로 감독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로맨
스를 화면 위에 피상적으로 터치하는 기법을 통해 감독은 우리 시대가 잃어
버린 가치를 상기시키고 동시에 원작의 깊이를 충분히 전달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러나 원작을 제대로 표현하고자 했던 감독의 욕망은 개츠비의 예
견된 종말처럼 그 시작부터 달성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소설에서 개츠비는 주류사회에 속해있던 데이지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지만 결국에는 지배문화에 수용되지 못
할 뿐만 아니라 데이지와의 사랑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면서 이야
기는 끝난다. 결국 작가 피츠제럴드는 자본주의가 포착할 수 없는 한 개인,
위대한 개츠비의 삶을 극 중 인물인 닉의 시선으로 독자에게 보여줌으로써
여전히 시장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의식을 일깨우고 있다.
그래서 독자는 주인공인 개츠비에 자신을 동일시하기 보다는 주인공으로부
터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는 닉의 관점에 개츠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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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나레이터로서의 닉의 역할을 꿰뚫은 감독은 영


화에서 개츠비의 이루지 못한 로맨스에 중점을 두기보다 닉이 스스로 지각
했던 것처럼 ‘안’에 있기도 하고 ‘밖’에도 있기도 한 닉의 역할을 충실히 표
현하였다. 그리하여 닉을 비중 있게 그려낸 영화를 통해서도 관객은 원작과
근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영화를 통
한 경험은 다시 원작의 경험을 요구하여 결국 원작의 오리지널리티적 성격
을 더 강화시키는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원작을 영화에 그대로 담고
싶었던 감독의 욕망은 처음부터 달성할 수 없는 시도였는지도 모른다. 결국
감독의 ‘화려한’ 시도는 이를 소비한 사람들로 하여금 원작소설과 대중문화
의 경계를 더욱 구분 짓는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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