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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ux de Massacre
Jeux de Massacre
(Jeux de massacre)
외젠 이오네스코 작
오세곤 역
1 장 광장에서
무대는 어느 도시의 광장이다. 현대풍도 아니고 고대풍도 아닌, 특징이 없는 도시여야 한다. 아마
1880 년에서 1920 년 사이의 도시풍이 가장 알맞을 것이다. 장날이다. 대극장이면 많은 인원이,
소극장이면 훨씬 적은 인원이 등장할 텐데, 인물간의 간격을 넓힌다든지, 또는 동일한 인물들이 반복
등장하며, 모자를 바꿔쓰거나, 우산을 들었다 안 들었다 하거나, 수염을 붙였다 떼었다 한다면,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인원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꽤 오랫동안 묵묵히들 걷는다. 특별히 즐거운 것도
슬픈 것도 없는 표정들이다. 모두들 장을 보러 오거나 보러 가는 길이다. 장을 보고 오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전부터 왁자지껄하게 물건을 팔고 사는 소리가 들려서 무대 안쪽에 시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척 생동감이 넘치는 가운데 종소리가 들린다. 만약 단역배우가 충분치 않다면 꼭둑각시나 큰
인형(마네킹)으로 대치해도 무방한데-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고- 꼭둑각시들은 실물인가
그림인가에 따라 움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제 1 장이 끝날 때, 실물 꼭둑각시라면
고민스러운 듯 돌아서서 관객을 마주보고 멈추든가, 아니면 차라리 정확하게 사건 현장을 직시하도록
할 것이며, 고정되거나 그려진 인형이라면 음침한 어둠 속으로 사라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때가 되면 이미 무대에 반쯤 어둠이 스며들어 설령 실물 꼭둑각시라 해도 희미한 가운데 그림자만
움직이는 듯할 것이다.) 주부 1 과 주부 2 가 등장하기 직전, 키가 무척 크고 검은 옷에 두건을 쓴
수도사 하나가 주부들이 등장하는 오른쪽으로 들어와 무대를 가로지르지만, 주부들 눈에는 띄지
않는다.
수도사 퇴장
주부 1,2 퇴장
주부 3,4 퇴장
[주부 5] (주부 6 과 함께 왼쪽으로 들어오며) 옛날엔 당근을 잘 안 씻어 먹으면 문둥병에
걸렸잖아요.
[주부 6] 요샌 감자가 당뇨병이나 비만증의 원인이 되고요. 시금치도 나쁘죠. 혈액과다가
되니까요.
렌즈콩엔 녹말이 너무 많고, 과일이나 야채는 날로 먹으면 결장염에 걸리고, 익히면
비타민과 효소 결핍으로 죽게 되고, 술은 중독이 돼서 나쁘지만, 물도 안 좋아요.
야채 다발에 묻은 정도도 안 되죠. 위가 붓거든요, 위 속에 개구리가 득실거리게 될
거예요.
[주부 5] 고기엔 요산이 들어있고, 생선을 먹으면 신경과민이 되죠.
[주부 6] 신경과민이요?
[주부 5] 네, 인 성분 때문에 신경이 터진대요.
[주부 6] 머리 속에서요?
[주부 5] 또 섭조개는 페스트를 옮기고, 굴이나 다른 조개도 그렇고요.
[주부 6] 저희 남편은 아스파라거스도 안 먹어요. 요통에 걸린다고요. 의사니까 잘 알겠죠.
환자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나 봐요.
[주부 5] 가지도 먹어 봐야 감기나 걸리죠.
[주부 6] 그건 페스트보다 더 싫어요.
[주부 5] 아참, 가지엔 발암물질도 있대요.
주부 5, 6 퇴장하며 주부 7, 8 등장
남자 5,6 퇴장. 여자 3,4 와 남자 3,4 등장. 역시 남자는 왼쪽, 여자는 오른쪽으로 등장한다. 남자
3,4 는 여전히 하나는 뜨개질을 하고, 하나는 유모차를 밀고 있다. 그러나 아까와는 반대로, 뜨개질을
하던 이가 유모차를 밀고, 유모차를 밀던 이가 뜨개질을 하고 있다.
여자 4 가 다가오고 그 뒤를 여자 3 이 따른다.
[여자 4] 안녕하세요?
[여자 3] 아직 전 댁의 쌍둥일 못 봤어요. 그렇게 예쁘다면서요?
[남자 4] 깨우지만 마세요. 딱 한 잔만 하고 올께요.
[남자 3] 네, 딱 한 잔씩만 할 겁니다.
[남자 4] 금방 올게요.
[남자 3] (미안하지만 제 거도 좀 봐 주세요.
[여자 4] (유모차 안을 보며) 금발이라더니 역시. 그런데 피부가 희진 않군요.
[남자 4] (남자 3 과 함께 안쪽 무대로 좀 가다가) 금발엔 피부가 좀 붉어야죠.
[여자 3] (유모차 안을 보며) 흙빛이네. 새까매요. 자나?
[남자 3] 흙빛이요?
[남자 4] 새까맣다고요?
[여자 3] (유모차 안의 아이들을 만져 보며) 추운가 봐요. 잘 좀 덮어야지.
[여자 4] 만져도 가만 있네.
[여자 3] (유모차 안을 보며) 아유, 귀여운 것들.
[여자 4] (아이들을 만져 보며) 왜 이렇게 차갑지? 에그머니나!
[남자 4] 왜 그래요?
[여자 3] 죽었어요.
[여자 4] 숨이 막혀 죽었어요. 에그!
[남자 3] 뭐요?
[남자 4] 멀쩡한 애들을 갖고. (유모차 안을 들여다보곤 비명을 지른다) 죽었어!
여자 3, 4 가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물러나는 것과 동시에 나머지 인물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일기
시작하고, 남자 4 가 악을 쓴다.
[여자 1] 누가 이런 짓을?
남자 6 이 남자 4 에게 거의 도달했을 때 남자 4 가 쓰러진다.
여자 8 이 쓰러져 죽는다.
남자 7 이 여자 6 위에 쓰러지며 죽는다.
[여자 1] 자비를!
[남자 1] 재앙이야, 대재앙!
[여자 3] 자비를!
[남자 2] 전 도둑질을 했습니다.
[여자 5] 신이시여, 자비를!
[남자 3] 전 존속살해를 했습니다.
[여자 5] 전 근친상간을 했습니다.
[남자 5] (무대 중앙에 쓰러지며) 자비를, 은총을, 자비를, 은총을!
[여자 7] 용서하소서!
[남자 1] 이건 지옥이야.
[여자 1] 속죄하겠습니다.
여자 1 이 남자 1 의 반대편에 쓰러진다.
여자 3 이 남자 1 뒤에 쓰러진다.
남자 2 가 여자 3 옆에 쓰러진다.
여자 4 가 남자 2 옆에 쓰러진다.
남자 3 이 여자 4 근처에 쓰러진다.
여자 5 와 여자 7 이 무대 양쪽 구석에 쓰러진다.
3 장 어느 집에서
빈 방, 한 사람이 장갑을 낀 채, 등받이와 팔걸이가 달린 둥근 의자를 날라오고 역시 장갑을 낀 다른
사람이 단(檀)을 가지고 들어온다. 오른쪽 벽 중앙에 단을 놓고 그 위에 의자를 놓는다. 안쪽 벽에는
밑에서 꼭대기까지 이르는 초대형 창문이 길을 향해 나 있다. 안쪽 벽 좌측으로는 출입문이 하나
있다. 하인들은 나갔다가 분무기를 들고 다시 들어온다. 세 번째 등장인물은 여자이다. 그녀 역시
분무기를 들고 들어온다. 모두들 벽과 의자와 단에 분무질을 한다. 또 다른 여자 하나가 작은 의자
두개를 들고 오른쪽 문으로 들어와 문 양쪽에 놓는다. 그녀도 가구들과 바닥, 벽, 천정 드에 분무질을
한다. 창문을 통해서 길에서 벌어지는 일이 보이는데, 면도도 하지 않고 반쯤 벌거벗은 사내 하나가
'제게 자비를 베푸소서!' 하고 외치며 안쪽 무대 한끝에서 다른 끝까지 달려가 사라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 뒤로는 검은 옷에 장갑을 끼고, 세균으로부터 코와 입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 두
사람이 곤봉을 든 채 쫑아간다. 쫑기던 사람이 길에 넘어졌는지 첫번째 추격자가 곤봉으로 내려친다.
비명 소리가 들린다. 한 명은 곤봉을 들고, 또 한 명은 들것에 축 늘어진 시체를 끌고 가며, 하나는 '
전염병 환자요'하고 외치고, 또 하나는 '비켜요. 비켜!' 하고 외친다. 집 주인이 등장한다. 갈색 머리에
키가 크고 마른 편의 남자인데, 짙은 양복 위에 실내가운을 걸치고, 챙 없는 모자를 썼으며, 혹시
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을까하는 희망에서 다른 이들처럼 장갑을 꼈다. 그는 무척 겁을 먹은듯
수시로 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꺼내 뚜껑을 열어 들이마시곤 다시 뚜껑을 닫는 행위를 반복한다.
창문을 통해 누더기를 걸친 여자 하나가 좀전의 남자의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다가 '전 제 자식을
죽였습니다. 제 영혼을 구원하소서.'하고 외치며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예의 추격자들이 쫑아가고
이어 그녀를 들것에 담아 끌고오며 길에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 명은 '전염병 환자요.' 또
한명은 '비켜요.'하고 외친다. 또 경관 복장의 남자 하나가 자신의 리스트와 집 주소를 대조한 뒤
분필을 꺼내서 정면으로 보이는 대문에 커다랗게 붉은 십자가를 그려 넣는 장면도 보인다. 누군가
안쪽에서 문을 열려고 하다가 경관이 권총으로 위협하며 '외출금지' 라고 외치자 문을 다시 닫는다.
잠시 후 그 남자가 창문으로 다시 나타나지만 경관의 총을 맞고 허수아비처럼 집안으로 쓰러지는
것이 보인다. 울부짖는 여인의 장면부터는 무대에 집 주인이 등장한 뒤에 이루어진다. 즉 이 장면들은
집안에서 벌어지는 장면과 동시에 행해진다. 집 주인은 소독을 위해 분무질을 하고 있는 하인들을
쳐다본다.
하인 1 은 칠을 한다.
[하인 2] 네, 유황칠도 합니다요.
하인 2 는 칠을 한다.
[간호원] 기절했어요.
간호원이 하나 지나간다.
간수 등장.
간수 퇴장.
장면 1
이 장면은 객석에서 보아 좌측에서 진행된다. 장면 2
첫번째 여인 쟌느가 걱정에 사로잡힌 듯 힘들게 이 장면은 객석에서 보아 우측에서 진행된다. 이
의자에서 일어난다. 이어 문 두드리는 소리가 장면의 여인 뤼시엔이 힘들게 의자에서
들린다. 쟌느가 달려가 문을 연다. 쟝이 일어난다. 이어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들어온다. 뤼시엔이 달려가 문을 연다. 삐에르가 들어온다.
[뤼시엔] 아니, 어떻게?
[쟌느] 아니, 어떻게? [삐에르] 밤을 틈타 감시병들 사이로 빠져
[쟝] 밤을 틈타 감시병들 사이로 빠져 나왔지. 오다가 순찰대한테 몇
나왔지. 오다가, 순찰대한테 몇 번이나 번이나 들킬 뻔했어.
들킬 뻔했어. [뤼시엔] 그냥 시골에 계시는 게 더
[쟌느] 그냥 시골에 계시는 게 더 안전했을 안전했을텐데. 하지만 당신이 오시니
텐데. 하지만 당신이 오시니 행복해요. 행복해요. 포기하고 있었는데.
포기하고 있었는데. 오셨으면 했지만, 오셨으면 했지만. 그래도 그냥
그래도 그냥 계시지 않고요. 계시지 않고요.
[쟝] 하여튼 난 왔소. 애들은 장인 장모께 [삐에르] 하여튼 난 왔소. 애들은 장인 장모께
맡겼고. 잘들 있으니까 걱정 마. 맡겼고 잘들 있으니 걱정 마.
[쟌느] 우린 어떻게 될까요? [뤼시엔] 우린 어떻게 될까요?
[쟝] 어찌 알겠소? 참, 집 앞에 수도사가 [삐에르] 어찌 알겠소? 참, 집 앞에 수도사가
있던데, 아는 사람이오? 있던데, 아는 사람이오?
[쟌느] 그냥 지나가는 거겠죠. [뤼시엔] 그냥 지나가는 거겠죠.
[쟝] 그렇겠지. 어쨌든 외출을 삼가요. 길도 [삐에르] 그렇겠지. 어쨌든 외출을 삼가요. 길도
쥐죽은 듯 고요해. 옆에 문 연 가게가 쥐죽은 듯 고요해. 옆에 문 연 가게가
있던데, 뭐 좀 사올께. 있던데, 뭐 좀 사올께.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딸은 일어난다. 비틀거린다.
오른쪽에서
왼쪽에서
[하녀] 사람 살려!
[어머니] 얼마나 행복했는데. 넌 없는게 없었어. 그런데, 아이고. (무섭게 비명을 지르며 창
쪽으로 갔다가 다시 딸 쪽으로 온다) 아이고, 살려 줘요! 살려 줘요! (딸의 침대에
몸을 던졌다가, 창 쪽으로 갔다가 다시 딸 쪽으로 와 침대에 몸을 던진다) 도와줘요.
오, 하느님!
[노래시작]
[의사 1] 생각해 볼 만한 주장이오.
[의사 2] 패배주의자 아니오?
[의사 3] 반동분자 아니오?
[의사 4] 난 죽음을 믿소.
[의사 5] 부끄러운 일이오.
[의사 6] 난 절대 안 죽소.
[의사 1] 내기합시다.
[의사 2] (의사 1 에게) 죽는 자는 나쁜 시민이오.
[의사 3] 죽는 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으니, 후손들에게 벌을 줍시다.
[의사 4] 죽으면 모든 것과 분리되는 법이오.
[의사 5] 하느니 진부한 생각뿐이군.
[의사 6] (의사 1 에게) 상식에서 얻을 건 거짓 진실뿐이오. 상식과 진실 사이엔 엄청난
간극이 있소.
[의사 1] 죽음을 생각하기 싫으시오? 죽음을 생각하시오. 죽음을 막을 순 없소.
[의사 2] 거짓말.
[의사 3] 거짓말.
[의사 4] 여러분들이 옳은 것 같소. 마음이 중요하오만, 난 용기가 없소. (일어난다)
용서하시오.
의사 4 가 쓰러진다.
[의사 5] 죽었소.
[의사 6] 난 안 놀랍소.
[의사 1] 나도 안 놀랍소.
[의사 2] 이유가 다를 거요.
[의사 3] 자기 잘못이오. 동의했던 거요. 기가 막힌 오시범이오. 이 죽음은 법칙이 아니고
예외요.
[의사 5] 오시범도 전염성이오.
[의사 6] 대중은 어리석소. 오시범도 따라할 거요. 계몽을 합시다.
[의사 1] 이 병은 전염성이오. 용서하시오. 미안하오.
의사 1 이 쓰러져 죽는다.
[의사 2] 보시오.
[의사 3] 보시오.
[의사 5] 보시오.
[의사 6] 보시오.
[의사 2] 죽어 마땅했소.
[의사 3] 죽음을 믿어서 죽은 거요.
[노래끝]
[노래시작]
[의사 5] 쓰러지지 마시오
쓰러지는 소리.
쓰러지는 소리.
쓰러지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