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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자요 엄마 (엄 마, 안 녕 --- )

--- Night, Mother ---

소극장 산울림 개관13주년 기념공연 Ⅱ

극 단 산울림 제82회 공연

마샤 너만 / 작

윤여정 / 번역

김수현 / 각색

임영웅 / 연출

(이 작품은 1983년 3월 13일 뉴욕의 브로드웨이 죤 골든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등장인물)

[제씨 ․ 케이츠] 연령은 삼십대 후반 또는 사십대 초반. 창백한 얼굴에 전체적으로 산만한듯
하면서 불안하다. 제씨가 그나마 자신의 상태를 컨트럴 할 수 있게 된 것은 최근 일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특히 오늘밤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균형상태를 잘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
다고 굳게 결심하고 있다. 바지에 긴 검정 스웨터. 스웨터 주머니에 메모한 노우트 종이를
넣어 두었고, 귀 뒤에 연필을 꽂거나 아니면 다른 주머니에 펜을 찔러 놓거나, 제씨는 대체
로 별로 말이 없는 편이며, 또 그녀가 말을 한다 해도 다른 사람들에는 그녀의 궤변에 가까
운 유모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 오늘밤, 그녀의 행동은 지극히 평화스럽지만 그녀에게는 뚜
렷한 목적이 있고 시간 시간이 흐르는 것을 정확하게 의식하고 있다. 오늘밤만큼 제씨가 이
야기를 많이 한 적은 없다. 또 이 밤처럼 이야기를 즐겨 본 적도 없다. 제씨가 언제나 이런
것은 절대로 아니다. 여기 등장하는 두 여인의 친근감은 모녀가 둘이 오래 함께 살아서 생
긴 것이며, 시작만으로 이미 의사 소통이 되는 짧은 말투, 서로를 안됐어 하는 방법, 약 올
라하는 일 등등 틀에 박힌 듯, 습관적, 상투적인 부분이 있다.

[쎌마 ․ 케이츠] 제씨의 엄마 50대 후반, 또는 60대 초반 나이가 들어가는 걸 의식하면서부터


편안하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한다. 바른 말투에 수다스럽고 자기가 한번 그렇다고 한
것은 끝까지 믿고 그녀가 완강, 또는 건강해 보이는 것은 신체적이라기 보다 정신적인데 있
다. 수다에, 참견을 좋아하고 게다가 이곳은 그녀의 집이다.
(작가노우트)

바로 지금부터 시작되는 일이다. 무대의 시계는 8시 15분 무대가 시작되면서 시계는 관객에
게 보이는 곳에서 공연되는 동안 함께 움직여 가고 있어야 한다. 시계는 부엌과 거실의 테
이블에 놓아둔다. 막간은 없다.

(무대장치)

시골길에 있는 비교적 새 집. 거실과 부엌이 있고 가운데 복도가 침실쪽으로 연결된다.

천장에 잡아당길 수 있는 줄이 있어서 그것을 당기면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사닥다리가 내려


오게 되어 있다. 침실 한개는 복도 쪽으로 개방되어 있고 침실 입구가 관객들에게 보여야
한다. 이 침실이 전체 세트의 초점이다. 조명으로 어떤 때는 이 방을 완전히 안 보이게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리고 또 그저 다른 전체 세트의 일부로 보여지게도 해야 한다. (관객에게)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위협과 약속, 공포와 기대들을 상징하기 위해서다. 완전 허무로 통


하는 이 문은 그저 아주 평범한 문이라야 한다. (절대로) 이 문이 이극, 전체의 포인트다. 거
실은 뜨개질 책, 잡지, 재털이, 사탕그릇들로 차 있다. 엄마가 짠 뜨개질 쿠션, 담요, 조각 이
불, 화병받침, 깔개 등등이 적재 적소에 편안하게 놓여 있다. 화려하지도, 유난스럽지도 않
다. 제씨와 엄마의 의상, 세트에서 그들의 취향이라든지 지적 수준을 관객이 쉽게 눈치챌 수
없도록, 다시 말하면 아주 평범한 어느 소시민들이 우연히 이곳에 살고 있을 뿐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불필요한 특색을 덧붙이면 관객이 셀마와 제씨에게서 거리감을 느낄 것이며,
이것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다.

(엄마가 음정 박자도 없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찬장에 손만 집어넣어 더듬어서 무엇인가


를 열심히 찾는다. 그녀에게는 이것이 굉장한 운동일 수 있다. 마침내 컵케익 상자를 찾아
낸다. 케익이 비는 것을 발견하고 집 어디엔가 있을 제씨를 부른다.)

[엄마] 제씨! 제씨이!

(불러 놓고 컵 케익 종이를 벗기며 안보이는 딸에게 큰 소리로) 케익 이거 마지막이야 적어


놔라 응? 초콜렛두 떨어졌어. 땅콩 엿은 어따 뒀니! 아마 다슨한테 또 손 탔나봐 냉장고 문
에다 커다란 거울을 하나 붙여 놔야겠다 그럼 지놈두 함부로 못 열겠지. 그렇지? 듣냐?! (혼
잣소리로) 이놈의 코코낫가루, 딱 질색이야. 근데 이놈의 건 왜 이렇게 밤낮 떨어질까

(제씨 신문뭉치 들고 침실쪽에서 등장)

[제씨] 내버려두 아깝잖을 수건 없수?

[엄마] 거기 있잖니
[제씨] (신문 뭉치에 있던 수건 집으며) 수건, (하다가 느끼고) 더 안 잡술래요?

(케익 껍질 줏으며) 로렛타가 준 이 수영수건, 비취타월이라구 하지 참. 엄마 이거 쓸 거에


요?

[엄마] (고개 흔든다) --- 게서 뭘하구 있었니?

[제씨] 커다란 비닐 보자기 같은 거 뭐 없을까? 쓰레기 봉투면 되겠는데, 여유가 있으면 말


에요.

[엄마] 그만 어질러라 벌써 여덟시야.

[제씨] 가루비누 상자 속에 보너스루 딸려 왔던 담요조각 낡은거나 수건 같은 거 없어요.

[엄마] 그만 어질러 글쎄. 니 머리 그거 그 이상 까맣게는 안돼.

[제씨] (계속 부엌 장을 뒤진다. 수건을 두 세장 더 찾아 들고 있던 것 위에 덧얹으며) 머리


염색에 쓸려는 거 아니에요 엄마. 무슨 버려도 괜찮을 베개나 바깥 의자에 놨던 쿳션같은
게 좋겠는데

[엄마] 오늘 뭐하는 날인지 알지 응? (손가락 쳐들어 보이며) 다 벗겨졌어. 봐. 일주일 내내


기다렸다 제씨야, 토요일 밤이다 지금이.

[제씨] 알아요 알고 있어요.

[엄마] (거실을 가로 질르며) 지금 손 씻을래? 아님 니 염색 먼저 할래. (케익 상자 보며) 이


거 떨어졌다구 말했니 내가?

[제씨] 한 상자 주문해 놨으니까 내일 올 거에요.

[엄마] (TV 가이드 잠시 뒤적이며) 한상자 씩이나, 나중엔 뻣뻣하게 굳어서 못 먹어.

[제씨] 냉동실에 두구 먹으면 돼요. 아버지 총 어딨수?

[엄마] 다락

[제씨] 다락 어디? 엄마 낮잠 주무시는 동안 다 뒤져 봤는데 없던데요?

[엄마] 구두 상자 속에 있을텐데.

[제씨] 구두만 가득 들었든데요?


[엄마] 제대루 안 봤지 그럼. 병원 갔을 때 신었던 구두, 그 구두상자를 말야. 죽구나서 병원
에서 주길래 갖구 왔는데 암튼 난 그 구두 처음부터 마땅찮았다.

[제씨] (주머니에서 꺼내며) 총알을 찾았는데, 우유 깡통에 들어 있더군요.

(제씨가 복도로 가기 시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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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총은 다슨이 갖구 갔지 아마. 얘 바구니 좀 다우.

[제씨] (바구니 집어 주고) 다슨이 그걸 뭐하러 갖구 갔겠어요.

(움직이려는 제씨를 다시 멈추게 한다)

[엄마] 안경 좀 다우.

(제씨는 안경을 가지러 돌아온다)

[엄마] 다슨한테 고무장화두 갖구 가랬더니 그건 낚시하러 갈때나 신는 거라나? 그래서 그


럼 낚씨갈 때 신으려무나 했지.

(제씨 스프레이를 집어 안경에 뿜고 안경을 닦는다)

[제씨] 그애가 얼마나 게으름뱅이인데요. 다락까지 올라가기 귀찮아서 그랬을 거에요. 아니


면 마룻장이 부실한 거 알구 약게 논거든지.

[엄마] (뜨개질 거리 꺼내며) 마룻장이나 되니 어디 그게. 나무 판대기 엉성하게 그냥 걸쳐


만 논거지. 이것 좀 재 다우, 육인치만.

[제씨] (재면서) 거기 있는 헌 옷들 다슨이 입을 수 있겠수? 아님 딴 사람 누구 줘 버려요.


넘쳐 쏟아져 내리기 전에. 구세군한테 갖구 가라구 해요. 정확히 육인치유

[엄마] 걱정마라. 너만 오르락 내리락 안하면 쏟아져 내릴 염련 없다.

[제씨] (돌아서 다시 가려 하며) 난 늘 조심해요.

[엄마] 제씨, 근데 총은 왜 찾니?

[제씨] (복도 천장에 있는 줄을 당겨 사닥다리를 내린다) 호신용으로요.


(엄마가 말하는 동안 사닥다리를 붙잡고 서 있다)

[엄마] 넌 텔레비를 너무 심각하게 보드라. 원, 난 평생에 도둑이라군 맞아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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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석까지 뭘 훔치러 와. 이제까지 그런 놈 구경두 못했구먼.

[제씨] (사닥다리 한 칸 올라가며) 그럼 릭키는 뭐유?

[엄마] 걘 아직 뭐가 뭔지 아무 것도 몰라서 그러구 다니는 거지. 걔가 어디 도둑놈이냐?

[제씨] 금방 내려 올테니까 손이나 씻어놔요. 물길 완전히 없애요. 나 내려올 때까지 완전히


말려 노라구요. 알았죠?

[엄마] 다슨이 거기 올라가지 말라구 했잖니!

[제씨] (올라가며) 그랬었수?

[엄마] 난 그 총 꺼내는 거 반대야.

[제씨] (다락 위에서 아래로 소리 지른다) 어떤 구두상자인지 기억해요?

[엄마] 까만 거야.

[제씨] 상자가 까매요?

[엄마] 구두가 검정색이었단 말이다.

[제씨]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찾아요.

[엄마] 찾을거 없다구 글쎄.

(제씨 말 없다. 다락안)

[엄마] 얘 우리가 뭐 남이 탐낼만한 게 있는 사람들이냐? 날더러 온통 다 거저 가지래두 난


싫겠다.

[제씨] 알아요. 나두 싫으니까. 손이나 씻어요.


[엄마] (일어나 사닥다리 아래로 가 선다) 얘 제씨야 얼른 내려와. 또 발작 나기 전에. 내가
기어 올라가 널 끌어내릴 순 없다는거 너두 알지?

[제씨] 알아요.

[엄마] 그까짓것 도둑이 들면 뭐든지 달라는대루 다 주자구

[제씨] 좋은 생각이에요.

[엄마] 릭키두 맘 잡으면 아니 철들면 좋은 애 될 거야 제씨. 아 그런데 참 너한테 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릭키가 집에 총 있는걸 알게 할 필요는 없다.

[제씨] 여기 있네. 찾았어.

[엄마] 릭키가 그러는 건 한 때 그저 자라는 과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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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나쁜 친구들하구 놀아설거야.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 이제 복학을 하거나 어디 좋은


자리에 취직을 해서 어느날 전환 할 거야. "그 동안 말썽 부려 죄송합니다아." 하면서 정장
을 안하면 못 들어가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자구 말야.

[제씨] (층계에서 내려오며) 걱정마세요. 릭키 땜에 총 찾는게 아니라 내가 딴 일루 쓸 거에


요.

[엄마] 지 새낄 지 손으로 쏠까봐 하는 말이 아니야. 아니 그러구 싶을 때두 없잖아 있긴 하


지. 세상 누구나가 누굴 쏘구 싶을 때가 있으니까. 있구 말구. 그렇지만 그럴 수야 있니? 아
뭏든 내 생각엔 총이 아무래두.

[제씨] (중단시키며) 손 안 씻었죠? 메니큐어 할 거유 안할거유.

[엄마] 할 거야 그런데.

[제씨] (의자로 질러가며) 그럼 손 씻구 릭키 얘기는 그만 둬요. 지난번 그 반지 두개가 내


가 갖구 있던 귀중품의 전부였으니까. 지금쯤 아마 이집 저집 딴 사람들 집털일 시작했겠지.
제발 누가 신고해서 잡아넣었음 좋겠어. 어딨는줄만 알면 내가 집어 넣겠어.

[엄마] 그냥 해 보는 말이겠지.

[제씨] 그냥 말이 아니라 진짜 진심이에요. 손 씻어요. 손 씻으라 소리 나 더 이상 안할 거


유.
(제씨 앉아서 총을 닦기 시작한다. 탄장을 꺼내 탄실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작은 헝겊
에 기름을 묻혀 상자 속에서 막대기 꺼내 헝겊을 꿰어 총신에 넣어 닦는다. 엄마는 부엌으
로 가 손을 씻고 총에 대해서는 무관심을 가장한다)

[엄마] 우유 깡통 갖구 내려 오랄걸 그랬구나. 애그니스는 그걸 고물장사한테 사십불 받구


팔았다드라.

[제씨] 내려다 줄께요. 마차바퀴두 있구 우유 걸러내리던 통두 있던데 그것두 내려와요?

[엄마] (제씨 쪽으로 와서 들여다보며) 근데 너 뭐하는 거니?

[제씨] 닦아야겠어. 화약가루가 남아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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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닦냐구.

[제씨] 말했잖우.

[엄마] (총 잡으면서) 나두 말 했잖니. 여긴 도둑놈 안 들어와.

[제씨] (재빨리 총을 자신쪽으로 당기며) 내가 쓸거랬잖아요.

[엄마] 갖구 싶으면 가져. 나 죽으면 전부 다가 니껀데 왜 그러니?

[제씨] 난 내가 날 죽일려구 해요. 엄마 (자살로 바꾸지 말 것)

[엄마] (소파로 돌아가며) 그래? 참 재밌구나 그래.

[제씨] 정말이에요.

[엄마] (화나서 O.L) 시끄러 제씨! 그따위 소리 입에 담지두 마!

[제씨] 내가 암말 안 했으믄 엄만 몰랐잖어. 왜, 나중에 놀라는 편이 나을 뻔 했수? 엄마 방


에 누워 있다가? 아님 양치질 하다 총소리 듣구?

[엄마] 널 죽인다구?

[제씨] 날 쏜다구요. 한 두시간 안에.


[엄마] 얘 너 약먹을 시간인가부다.

[제씨] 벌써 먹었어요.

[엄마] 근데 왜 그래. 무슨 일이니?

[제씨] 아무 일두 아무것도 아니에요. 기분두 괜찮구요.

[엄마] 괜찮은데, 근데 니가 널 쏠거란 말이지.

[제씨] 사실은 내가 가장 괜찮을 때까지 기다렸던 거에요.

[엄마] 농담하지 마라. 너랑 농담할 기운 없어, 늙었어.

[제씨] 엄마 나 농담이 아니야.

[엄마] (제씨를 잠깐 본다. 조용히) 그거 고장난 거 너두 알지. 죽기 직전에 니 아버지가 고


장내켰어. 진창에 떨어뜨려서 말이다.

[제씨] 고장난 거 같지 않든데.

(제씨 탄창을 돌리고 겨냥해서 방아쇠를 당긴다. 탄환이 없는 총이기 때문에 탁 소리만 들
리고, 분명히 고장난 총은 아니다. 제씨는 고장난 총이 아닌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 그냥
해 보는 짓이다. 엄마는 말을 할 수가 없어진다)

[제씨] 나요, 씨슬것두 갖구 있었어요. 이거 못 찾을 경울 대비해서. 하지만 아무래두 아버지


껄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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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게 낫겠어요.

[엄마] 그 총알 아마 십오년두 더 된 걸거다.

[제씨] (딴 상자 당기며) 지난 주에 새루 산거에요.

[엄마] 그걸 어디서 샀어.

[제씨] 다슨이 가르쳐 준 사료 가게에서요.

[엄마] 다슨이!
[제씨] 좀 도둑땜에 총이 있어야겠다니까 좋은 생각이라구 어떤 총을 살건지까지 가르쳐 주
든데?

[엄마] 니가 어떤 생각을 하구 있는지 걔가 알었더라면.

[제씨] 좋게 생각하든데 걘? 아마 내가 무슨 일에 흥밀 갖기 시작한 걸루 보였나봐. 총알에


대해서두 자세하게 가르쳐 주면서 자주 만나 얘길 하두룩 하자구요.

[엄마] 그따위 수작들을 할 때 난 어디 있었니.

[제씨] 애그니스하구 통화중이었을 걸 아마? 우유깡통 얘길 하든데 그게 무슨 상관이유. 암


튼 다슨한테 내가 총알을 주문하면 보내 줄까 했더니 지가 주문하면 보내준다면서 전화 걸
어 뒀어요. 걔말이 맞았어요. 여기 이렇게 왔잖우.

[엄마] 그 녀석은 어쩜 그런 짓을 할수가 있니?

[제씨] 내 부탁 들어준 거 뿐이지 뭐.

[엄마] 그 녀석은 총알을 구해 주구 난 또 너한테 총 있는 델 가르쳐 주구.

[제씨] (이 말을 즐기듯) 네에. 모두 날 위해 자기 역할을 아주 잘해 줬어요.

[엄마] 너 그냥 호신용이라구 했잖아.

[제씨] 네 암튼 엄마 손톱은 해 줄께. 벽돌 색깔 한번 칠해 보겠수?

[엄마] 시끄럽다. 다슨한테 전활 걸어 볼란다. 그놈이 뭐라나 좀 들어보자. 이 난릴 꾸며 놓


구.

[제씨] 걘 이 난리하구 아무 상관 없어요.

[엄마] 니 동생이야.

[제씨] 그뿐이지 뭐.

[엄마] (일어서 전화쪽으로 움직이며) 이건 다슨이 막을 일이야. 총을 어디루 없애버려야 해.

걔가 해야 해.

[제씨] 내말 안 들으면 걔가 여기 오기전에 끝내 버릴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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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전화 끊자마자 방에 들어가 문 잠궈 버릴꺼야.

[엄마] 그렇겐 안돼! 이게 뭐야! 무슨 개수작이야!

[제씨] 걸어요. 그럼 다슨이 뒷처리하기 안성맞춤인 시간에 도착할 거에요. 경찰에두 걸구.

그담엔 장의사 한테두요. 그 뒤엔 로렛타한테 거세요. 엄마 손톱 칠해 줄 수 있나.

(엄마 곧장 전화 있는 곳으로 가서 다이얼을 돌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제씨가 더 빠르다. 엄


마 뒤로 와 수화기 빼앗아 다시 놓는다)

[제씨] (조용하나 딱딱하게) 내가 안된다구 했죠? 이건 내 문제에요. 다슨은 불청객이에요.

[엄마] 그럼 난!

[제씨] 아무두 못와요. 나랑 엄마만 있음 돼요. 만약 다슨이 오게 되믄 왜 내가 이짓을 십년


전에 해 치우지 못했나 싶어 나 자신이 더 더욱 병신 같아져요.

[엄마] 아무래두 너 --- 우리 의사한테 연락하자. 아님 앰블런스를 오라든지. 얘 참, 니가


좋다구 했던 앰블런스 운전기사 누구지? 티미야? 암튼 누구든 오라구 하자. 얘기 좀 할

[제씨] (자신의 의자로 돌아가며) 내 얘긴 끝났어요 엄마. 엄마만 있음 돼요. 누구도 필요 없


어요.

[엄마] 세상에 하구한날 밤하구 똑같이 가만 앉았다가 뭐라구? 갑자기 죽겠다니.

[제씨] (대답없다.)

[엄마] 너 제대루나 쏠 거 같니?

[제씨] (반응없다.)

[엄마] 식물인간이나 돼 버리면 그꼴 참 볼만하겠다. 아니면 귀만 날려 버리구 말래? 알지


의사가 흥분하면 안된다구 한거. 너 총 겨누다가 발작난다.

[제씨] 내가 나는 죽일 수있어 엄마.

[엄마] 너! 넌 못 쏴 제씨. 너 도대체 아무 이유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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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미소)

[엄마] (어투 바꾼다) 인간이라면 지가 목숨 끊는 짓, 그딴짓은 하는거 아냐 제씨. 그게 할짓


이니? 정신박약, 정신병자나 할 짓이지. 넌 정상이잖니 제씨야. 인간은 누구나 다 죽음을 두
려워하게 돼 있어.

[제씨] 난 틀려요 엄마. 언제나 틀렸죠. 난 언제나 그 누구나에 포함되지 않았죠.

[엄마] 말도 안되는 소리 주절거리지 마라.

[제씨] 이게, 죽는 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거예요. 캄캄하고 조용한 거요.

[엄마] 뒷마당도 캄캄하구 조용해. 눈 감구 귓구멍에 솜 틀어 막구 낮잠을 한번 자 봐라. 니


방두 조용해! 텔레비 소리가 싫다면 내 밤새 안트마.

[제씨] 그런 식으루 조용한 거, 글쎄 그게 조용한 걸까? 아뇨. 아무두 날 볼 수 없어야 해요.

[엄마] 넌 죽음이 어떤지 아니? 그렇게 조용하지만두 않을 거야. 누가 아니? 죽음이 자명종
울리는 거 모양 계에속 시끄러울지두 모르잖아. 넌 일어나 멈추게 할 수두 없을 거구. 영원
히 말이다.

[제씨] 죽음은 --- 모든 사람이 또 내가 아는 모든게 다 사라지는거 --- 사라져. 죽음은 아


무튼 지긋지긋하게 조용한거에요.

[엄마] 그건 죄악이야. 넌 지옥 갈거다.

[제씨] 아하! (과연 그럴까?)

[엄마] 간다.

[제씨] 예수두 자살했어요. 엄마 그사람이 어떻게 죽었나 나하나테 한번 물어봐요.

[엄마] 너 그 말 한마디 만으루두 지옥 가구두 남아.

[제씨] (자신도 놀라며) 어머, 내가 그렇게 생각하구 있는 줄은 나두 몰랐었네.

[엄마] 제씨.
(제씨, 대답없다. 총알을 잰 총, 상자에 넣고 부엌으로 간다. 엄마는 그녀가 방으로 갈까봐
두려워 당황한다)

[페이지] 012

[엄마] 너 내수건 못써! 내가 정든 거구 좋아하는 수건이야.

[제씨] 물었었잖우. 안쓴다구 했잖어.

[엄마] 그리구 너, 느이 아버지 총두 못 써. 그것두 내꺼야. 그리구 이 집에서두 못해.

[제씨] 엄마, (그러지마, 엄마, 달래듯)

[엄마] 안돼! 못해 너! 여기서 내가 그꼴을 볼줄 알아? 이건 내 명의루 된 내 집이야.

[제씨] 엄마 나 내방으루 들어가 문잠궈야 해요. 그래야 혹시 엄마가 날 죽인 건 아닌가 혐


읠 안받지. 경찰이 아마 화약반응검사 정도는 할거야. 화약이 묻었나 안묻었나, 그 걱정은
할 거 없구.

[엄마] 내 집에서는 못해 너!

[제씨] 엄마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으면 말 안하는 건데.

[엄마] 그럼 내가 어떻게 나와야 하는거니. 그래 쏘아라 허락해주구 말구 아가야, 나두 한번


해봐야겠구나, 그 결심을 왜 이제야 했니? 그러랴?

[제씨] 이제 이 문제루 더 이상 싸울 필요 없어요. 엄마, 됐어. 커피 마시겠수?

[엄마] 얘 제씨, 니 생일이 다 됐다. 우리가 생일선물루 뭘 준비했는지 알구 싶지않니?

[제씨] 엄마는 분을 샀구 로레타는 홈웨어, 분홍색이겠지, 다슨은 실내화, 물론 또 작겠지만,


내 까운 색깔에 맞추느라 그렇게 됐다 그렇겠지.

[엄마] (말을 못한다)

[제씨] 그렇죠. 맞죠? (맞았다) 금방 나올께요.

(제씨, 총 상자를 타월 뭉치와 비닐백 뭉치 위에 놓고 침실로 들어간다. 엄마, 잠시 동안 혼


자이다. 전화로 간다. 수화기 집어든다. 침실 쪽 본다. 다이얼 돌리기 시작하다가 다시 놓는
다. 제씨, 나온다. 엄마가 무엇을 하려다 말았는지 묻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다.)
[페이지] 013

[엄마] 다슨한테 전화 걸려다 말았다.

[제씨] 잘했어요. 고마와요.

[엄마] (다시 시도. 다른 방향으로) 근데 대체 이유가 뭐냐. 제씨야.

[제씨] 뭐가?

(제씨 계획된대로 진행해 나간다. 새 사탕으로 사탕병을 채우고, 초콜렛 껍질들을 상자에서
꺼내는등, 엄마는 보통은 이럴 때 먹곤 했었다. 오늘밤은 그럴 수가 없다.)

[엄마] 내가 뭘 --- 어떻게 --- 잘못했니?

[제씨] 아니, 엄마가 뭘? 캬라멜 잡술래요?

[엄마] 나한테 뭐 화난 일 있니?

[제씨] 털끝만큼두 없어요. 나, 엄마가 걱정돼요. 떠나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놓구 갈


려구요. 우리 오늘 밤 ---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순 없잖우. 그래서 여기 다 적어 놨어
요.

[엄마] 뭘.

[제씨] 세탁기 쓰는 법 뭐 그런 것들요.

[엄마] 야! 내가 너 더러운 옷입혀 키웠니?

[제씨] 아아니.

[엄마] 세탁기 쓸 줄 알어. 빨래 집어 넣구 가루 비누 뿌려 스위치 틀구 그리구 기다리기만


하면 돼!

[제씨] 또 있어요. 그저 기다리기만 하믄 안되죠.

[엄마] 뭘 하면서 기다리든 기다리는 건 기다리는 거다. 기다린다는 건 젤 더러운 일이지.


그 기다림이란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딴사람 시켜놓구 그리구 치르는 댓가야.

[제씨] (끄덕이며 심드렁하게) 맞아요. 빨래 비누는 어디 두는지 알아요?


[엄마] 찾을래믄 찾어.

[페이지] 014

[제씨] 그것 봐요.

[엄마] 너 빨래땜에 화나서 그러는 거면 로렛타한테 시키면 돼.

[제씨] (아유) 어어. 그래요? 금 살아볼까? 걔 빨래하는 거 구경하게.

[엄마] 그래, 안 할거야. 그게 뭐 하는게 있니? 할 거 같니?

[제씨] 아뇨.

[엄마] 그런데 걘 뭐가 문제니.

[제씨] 진 우리보다 나은 인간이라구 생각해요. 근데 아니거든.

[엄마] 아이구, 그놈의 노랑 옷이나 벗어던지지.

[제씨] 세탁기 고장나면 전화걸 데, 세탁기 옆에 써붙여 놨어요.

[엄마] 얘, 제씨. 로렛타, 여기 발그림자두 못하게 할께. 다슨두 혼자 오라구 하마. 그리구 다
슨이 널 귀찮게 하면 걔두 오랄 거 없다. 다슨이 널 귀찮게 한적 있니?

[제씨] 물론 있어요. 근데 엄마, 빨래 건조기 쓰구 난 뒤엔 먼지 받개 갈아주는 거 잊으면


안돼요. 그리구 건조기에 실내환 넣는거 아니에요. 고무 밑창이 녹아버려요.

[엄마] 다슨이 어떻게 귀찮게 굴든.

[제씨] 날 앞에 놓구 얘기하면서 제씨, 계속 내 이름을 지겹게 불러대요. 걘 내가 종일 뭘하


면서 지내는지가 궁금하구 신기한가봐요. 실은 나자신두 신기하니까. 하지만 그게 나의 하루
종일이에요. 신기함두 내꺼지 걔껀 아니에요.

[엄마] 가족은 계획에 의해서 만들어지는게 아니야. 그저 사고일 뿐이지. 다슨이 니 신경을
긁을려구 부러 그러는건 아닐거다. 괜히 억지루 가족인척 하느라 그러는 것두 아니구. 걔들
은 우리 식구 아니니.

[제씨] 아뭏든 쓸데없이 너무 많이 알어.

[엄마] 뭘 아는데?
[제씨] 엄마에 대해서두. 즈이꺼든 우리꺼든 상관없이 즈이가 받구 봐, 엄마 내가 주문한 브
라제어가 걔들 집으루 갔어요.

[페이지] 015

[엄마] 그건 착오지.

[제씨] 암튼, 암튼 뜯어 봤잖우. 거기 장미꽃 붙은거 까지 봤다잖아요. 박하 사탕 하나 잡술


래요. (다른 사탕 주면서)

[엄마] (고개 흔들며) 걔들이 너에 대해서 뭘 아니. 다시는 니얘기 입에 올리지 말라구 내
주의 줄께 근데 도대체 뭐니. 릭키에 대해서? 니 발작 껀? 니 머리가 빠진다는 거? 니가 커
피를 너무 마신다는 거? 아님 니가 집밖에 나가기 싫어한다는거? 응? 뭐야.

[제씨] 난 그냥 걔들 화제가 싫어요.

[엄마] 알았다. 이제 문제가 뭔지 감잡았어. 걔들 둘다 다시는 이집 문안에 못 들어오게 하


마.

[제씨] 걔들이 문제가 아니에요. 엄마. 단지 걔네들한테서 도망치기 위해서 내가 죽겠수?

[엄마] 어쨌든 걔들이 오면 넌 나가라.

[제씨] 내가 왜 나가. 걔들이 엄마보러 오지 나 보러 와요? 난 내 맘이에요.

[엄마] 그건 걔들이 왔을 때 내가 거의 방에 있으니까 넌 걔들이 싫다니까.

[제씨] 그만 둡시다. 걔들 문제가 아니에요.

[엄마] 그럼 뭐냐.

[제씨] (노트장의 리스트 체크하면서) 수퍼마켓에서는 토요일엔 이제 더이상 배달 안올 거에


요. 만일 엄마가 그날 오후에 배달 받구 싶음 오전 열시안에 주문해야 해요. 그리구 십오불
이하는 배달 안해줘요. 난 어떻게 하나 하믄요. 필요한 걸 먼저 불러주구. 십오불이 안되면
담밸 추가해서 채웠어요.

[엄마] 릭키때문이구나. 너 그앨 바로잡아 볼려구 했었구나.

[제씨] 그걸 할 수 있다구 생각했었음 살아요.


[엄마] 릭키가 하두 개망난이라 니가 죽는걸루 어떻게 걜 사람 만들어 볼까 하는 거니? 그
렇지?

[제씨] 걔두 날 가슴 아프게 했구 나두 걜 아프게 했구 피장파장이에요.

[엄마] 너 걔한테 살인해두 괜찮다는 걸 가르칠려구 그러니?

[페이지] 016

이제 살인까지 하게 할래? 뭐가 나뻐. 엄마두 했는데, 그러라구?

[제씨] 시간문제겠죠. 그런 연락이 오면 다슨한테 처리하라 그러세요.

[엄마] 얘애, 항상 나쁜 연락만 오라는 법 있니? 혹시 취직을 했다든지 결혼을 할 거라든지


또 누가 아니? 입댈할지두. 그럼 얼마나 좋겠니, 안그러니?

[제씨] 케익점에 배달이 있으면 수퍼주문전에 연락하세요. 그럼 수지가 케이크 수퍼마켓에


미리 갖다놔서 시장본 거하구 함께 배달 받을 수 있어요. 근데 꼭 수지한테 말해요. 언제쩍
처럼 시장보따리 맨밑에 케익 집어 너 엉망진창 만들지 말라구, 무슨 말인지 알겠수?

[엄마] 릭키가 지발루 기어들어올 수두 있다. 누가 아니, 바루 오늘 전화래두 할지.

[제씨] 릭키때문이 아니랬잖아요.

[엄마] 아니 혹시 또 누구 딴사람이래두 전화할지 아니?

[제씨] 토요일 밤엔 전화할 사람 아무두 없어요.

[엄마] 그럼 뭐니, 뭐야. 너 어디 아픈거 아니니? 혹시 또 잇몸이 부었니? 그럼 낼 아침에


치과 가자.

[제씨] 아녜요. 엄마! 엄마 약 혼자 주문할 수 있어요? 다슨한테 맡겨요? 걔한테 줄 메모가


있으니까 그러라면 적어 널께요.

[엄마] 얘 너 눈이 정상이 아니야. 어제부터 그렇게 생각했댔어.

[제씨] 아녜요. 잡초땜에 생긴 알레르기지 병은 아니에요.

[엄마] 간질은 병이야.

[제씨] 그걸루 죽지는 않아요. 죽는다면 내가 이럴 필요 없죠.


[엄마] 너 꼭 그래야만 되겠니?

[제씨] 야뇨, 꼭 그래야만 되는 건 아니죠. 나한테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게, 그점이 좋아요.

[엄마] 그럼 내가 못하게 할테다.

[제씨] 엄마 권한이 아니에요.

[엄마] 제씨!

[제씨] 아버지가 헛간에 "낚시 갔음" 이라구 써 붙였던 것처럼 나두 목에다 그런 걸 걸었음
좋겠어.

[엄마] 넌 여기가 싫지.

[페이지] 017

[제씨] 네 그래요.

[엄마] 내 말은 이 집이 말이다.

[제씨] 그렇게 말한 거 알아요.

[엄마] 여기루, 나하구 같이 살러 들어온게 잘못이야. 씨슬이 나간 후래두 그냥 니집을 갖구


있었든가, 아님 딴데루 이살 했었으면 좋았을걸. 그랬음 새 친구들두 생겼을거구. 니 일 니
생활이 있었을텐데.

[제씨] 그랬을지두 모르죠.

[엄마] 그치만 내가 널 강제루 끌어들인 건 아니잖니.

[제씨] 내가 여기 들어온 게 잘못이면 그건 엄마랑 나랑 같이 틀렸던 일이죠. 엄마가 날 받


아줬었구 난 또 그걸 고마워했었구요.

[엄마] 그땐 니가 혼자 살기엔 너무 그랬잖니. 암튼 여기서 멀든 가깝든 너만의 공간이 있었


어야지 다 자란 딸인데.

[제씨] 엄마 --- 그냥 사는 게 재미없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앞으루두 더 나빠졌지 좋아진


다는 보장두 없구요. 너무 지쳐서 피곤하구, 많이 상처입구, 서럽구, 뭔가에 이용당했다는 생
각 뿐이에요.
[엄마] 뭐에 지쳤니.

[제씨] 다, 여러가지루요.

[엄마] 다라니, 그게 무슨 뜻이야.

[제씨] 글쎄요, 더 잘 설명할수가 없네요.

[엄마] 아니야, 넌 훨씬 더 잘 설명해야 해. 그럴 때까지 내가 가만 안 놔둘 거야. 뭐야, 그


여러 가지라는 게. 상처입구. (제씨가 대답하기 전에) 너 나한테 퍼불려구 준비해뒀던 거야,
그렇지? 다 적어 놨던 말들이니? 얼마동안 생각하구 있던 일이니.

[제씨] 문득문득, 십년을요. 집중적으루는 크리스마스부터죠.

[엄마] 크리스마스에 무슨 일이 있었니?

[제씨] 아뇨, 아무일두.

[엄마] 그럼 왜 하필 크리스마스니?

[제씨] 그거에요. 바루 그거.

(엄마는 제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안다. 그녀도 함께 였으니까.)

[페이지] 018

[제씨] (사탕 봉지 치우며) 이것들 다 어디루 들어가는지 보세요. 매운 사탕들은 맨 앞이에


요, 신 사탕하구 이건 섞어서 한 봉지에 넣구요. 그리구 ---

[엄마] 다시 그 얘기 말이다. 뭐에 상처입었니.

[제씨] (잘 알면서 왜 그래요) 엄마.

[엄마] 그래, 그럼 뭐가 서럽니. 요새 갑자기 서러울 일 같은 거 하나두 없잖니. 것두 이혼


직후라든가 뭐 그럼 또 모르겠다.

[제씨] (리스트 보며 서랍연다) 자, 이 서랍에 다 있어요. 여기가 젤 나은 거 같아요. 전기코


드, 전지약, 라이터 샌드페이퍼, 풀, 압핀, 이런 것들요. 쥐덫은 싱크대 밑에 있는데 쥐가 치
이면 다슨 오래서 치워요.
[엄마] 뭐가 서럽냐구.

[제씨] 여러가지 일 돌아가는 게요.

[엄마] 그 말만으룬 충분치 않아. 여러가지 무슨 일.

[제씨] (한숨) 다, 모두가 다요. 엄마와 나와 중공까지요.

[엄마] 거기서 중공은 빼자.

[제씨] (뒤로 돌아 거실로 들어서며) 저기 복도 옷장에 보면 상자에 새 전구가 있어요. 그리


구 퓨즈 상자에 새 퓨즈두 두세개 있구요. 그치만 엄마, 불이 나가면 다슨한테 전화걸구 엄
만 한군데 가만 앉아 있어요. 그리구 냉장고 문은 열지 말아요. 그래야 차가운 채루 오래 가
요.

[엄마] 내가 물었다.

[제씨] 신문에두 좋아할만한 일이 하나두 없어요. 거기 실리는 얘기들두 여기보다 나을 게


하나두 없구요.

[엄마] 니가 죽는다는 게 신문 때문이니? 그럼 그건 나래두 해결할 수 있어.

[제씨] 게다가 TV는 더하죠.

[엄마] (TV를 발로 차며) 내다 버리자꾸나.

[제씨] 엄마 안될 껄?

[엄마] 두구 보렴.

[제씨] 하루 종일 엄만 뭐할꺼유?

[엄마] (필사적으로) 노래하지. (제씨 웃는다) 한다. 보구싶니? 낼 아침까지두 나 노래할께.


널 살아있게만 할 수 있다면 제씨야, 제발!

[페이지] 019

[제씨] 아아뇨, (상냥하게 애정을 담고) 근데 암튼 참 희한한 생각이유, 무슨 노래를 해애?

[엄마] (이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다) 우리 여기서 편안하게 잘살구 있잖니.


[제씨] (부엌으로 다시 움직이며) 오늘 신문 끊으라구 했어요. 일요판은 놔두구요. 엄마 그
퀴즈 풀어야잖우. 일요일껀 그냥 올 거에요.

[엄마] 우리 개를 다시 키우지. 그 킹 말야.

[제씨] (손 씻으며) 네, 나 킹 좋아했었어요.

[엄마] 이런, 난 왜 이렇게 멍텅구릴까. 그게 트랙터루 뛰어들었지, 참.

[제씨] 게기 멍텅구리지 왜 엄마가.

[엄마] 킹 얘길 꺼낸게 말이다.

[제씨] 상관 없어요. 행주랑 스폰지는 싱크 밑에 있어요.

[엄마] 강아지 한 마리 새루 사자. 안에서 키우자 응? 강아진 비싸지두 않어.

[제씨] (큰 약병 캐비닛에서 꺼낸다) 아뇨.

[엄마] 니가 보살필 게 있음 좋잖니.

[제씨] 엄마 맡았었잖아요. 내가

[엄마] (미친 듯이 약병에 약을 집어 넣으며) 그래. 나 때문에 너무 힘들지? 나두 하루 종일


약병에 약두 채울 수 있구 선반종이두 갈수 있구, 마루 걸레질두 할 수 있어. 넌 구경만 해
라. 나 보살필 거 없어. 하기 싫으면 손하나 깟딱 안해두 돼. 제씨야.

[제씨] 알아요. 나 심심할까봐 시켰을 뿐이죠. 그쵸?

[엄마] (실수 깨닫고) 그야, 내가 너만큼 잘하진 못하지. 내 말은 집안 일이 널 지치게 하구


니가 이용당하는 기분이 들구 그럼.

[제씨] 엄마 버스 타봤죠. 버스는 사람두 많구 덥구, 덜커덩 거리구 시끄럽구, 오로지 내려버
리구 싶은 생각 밖에는 안들어두 내릴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직두 더 가야만 자기
가 내리는 곳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죠. 근데, 난 내가 원하면 지금 내릴수 있어요. 왜냐구
요? 만일 오십년을 더 타구 가다가 내려두 내가 내리는 곳은 같은 장소에요. 충분히 탔다구
생각되는 순간, 언제라두 기분이 내키면 난 내릴 수 있어요.

[페이지] 020

그게 내 종점이에요. 난 충분히 탔어요.


[엄마] 니 자신이 비참해서 그러니?

[제씨] 하수도 막힌 거 뚫는 압착기두 씽크 아래 있어요.

[엄마] 좋은 릴이 없어서라구? 인생이라는 게, 누가 누구한테 당신은 좋은 일만 생길 거라는


약속을 할 수가 있는거니? 니 생각에 내 인생은 그렇게 좋았던 것 같냐?

[제씨] 엄마는 행복해 하는 편이에요. 네에, 엄마는 하구 싶은 일들이 있죠.

[엄마] 무슨 일.

[제씨] 뜨개질이라든가.

[엄마] 뜨개질 그거, 내 가르쳐주마.

[제씨] 난 잘 못해요 엄마.

[엄마] 좋은 일이 제발루 널 찾아오진 않아 제씨야. 너두 퀴즈두 풀수 있구 정원에 나가 일


을 하거나 수퍼마켓에두 갈수 있잖니. 얘, 우리 택시 불러 타구 지금 가자.

[제씨] 엄마가 두 주일동안 쓸거 벌써 다 사놨어요. 화장실 휴지는 추수감사절까진 안사두


될 거예요.

[엄마] 어쩜 꼭 싹수없는 애. 시건방떨듯 그럴 수가 있니? 너 자신한테 분통터지구, 모든 사


람이 다 따분하구, 할일두 아무것두 없구, 에미두 지긋지긋하구, 나가기두 안나가기두 싫구,
그렇다구 누구랑 전화질하는 것두 싫구, 텔레비젼두 안보구 그러구는 너는 비참해.

[제씨] 그래서 내가 --- 내가 뭘 할때에요.

[엄마] 그게 그래 자살이냐? 나 같으면 뭐, 뭐냐 그릇들을 다 바꿔본다든가 그러겠다. 참, 의


사가 너 운전해두 되니까 면허증 따라 그럴지두 몰라. 아니, 아니야 지금 바루 이 순간에 우
리가 할 일이 있다. 가구를 옮기자꾸나.

[제씨] 옮기구 싶음 내가 할게. 언제나 텔레비젼이 딴데 있었음 했어요. 그럼 낮에 햇빛때문


에 얼비쳐서 고생하는 일 없이 훨씬 좋을 거예요. 뭐든지 할께요. 떠나기전에 ---

[엄마] (그말에 매우 겁나서) 너 취직두 할 수 있잖어.

[페이지] 021
[제씨] 그래요. 전화기 판매원 했었죠. 거기서 번 돈으루 내 전화값두 못 물었구 --- 병원
앞 선물가게서두 일했었죠. 근데 내가 웃는게 손님들을 굉장히 거북하게 했대요.

[엄마] 너 장부정린 했었잖어. 니 아부지 장부

[제씨] 하지만 아무두 내가 제대루 했나 못했나 조사한 사람 없었죠.

[엄마] 니 아부지가 돌아가셨을때 왜 그, 계리사들이 조사 했잖아.

[제씨] 근데 그때 그사람들이 장불 나한테서 압수해 갔죠.

[엄마] 그건 니 아버지가 죽었으니까 필요없어서지 니가 잘못해서니?

[제씨] (약병 치우며) 엄만 내가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거 알죠? 나, 나는 아무것두 할 수가


없는 사람이예요. 내 주변엔 사람이 있어본 적이 없어요. 병원에 있을때 빼구는 그리구 발작
은 아무때나 일어나요. 내가 가질 수 있는 직업, 엄마두 알다시피 오죽해요? 그저 나 자신을
더 비참하게 느끼게나 하겠죠.

[엄마] 제씨.

[제씨] 진실이예요.

[엄마] 니가 너혼자 진실이라구 생각하는 거야.

[제씨] (그 적확에 얻어 맞았다) 그래요. 맞아요.

[엄마] (병적으로 흥분) 그렇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니?

[제씨] (조용히) 옳아요. 엄만 할 수 없어요. 그리구 나 역시 아무것두 할 수가 없어요. 내


인생을 바꿀수두, 더 의미 있게두, 그저 이만하면 쓸만하다 느끼게 조차 못해요. 아무것두
못해요. 그러나 내가 꺼버릴 수는 있어요. 막을 내려버리는 거예요. 듣구 싶지 않은게 나올
때 라디오 끄듯이 말예요.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예요. 꺼버리는 것, 그건 내맘대루 할
수 있어요. 그리구 그 뒤 무슨일이 일어날건가를 난 알 수 있어요. 꺼버리면 멈출 거예요.
그래서 꺼버릴려는 거예요. 자 엄마, 우리 남은 시간이나 잘 보냅시다.

[페이지] 022

[엄마] 잘 보내자구?

[제씨] 온 밤을 이것만으루 옥신각신 지샐 수는 없잖아요. 난 오래전부터 엄마한테 물어보구


싶었던 것들을 묻구, 엄만 나한테 핫초콜렛 만들어줘요. 구식으루요.
[엄마] (자포자기) 구식으루 만들려면 코코아가 있어야지 제씨.

[제씨] (캐비닛에서 꺼내며) 코코아 사놨어요. 엄마 그리구 캐러맬 애플 먹구 싶어요. 그 다


음에 매니큐어 해요.

[엄마] 너 저녁 입에 대지두 않었어.

[제씨] 그말 나 캐러맬 애플 못먹게 한다는 뜻이예요. 저녁 안 먹어서? 어렸을 때처럼 말예


요?

[엄마] 물론 내 말은 그게 아니야. (좀 웃으며) 만들어 줄께.

[제씨] 나두 그럴거라 생각했어요.

[엄마] 캐러맬 애플은 세상에서 내가 젤 잘만들거다.

[제씨] 알아요, 엄마 잘해요.

[엄마] 아니, 잘 만들었었지. 그리구 핫초콜렛두 옛날 내꺼 같은 건 어디서두 맛볼 수 없다


더이상.

[제씨] 알아요, 그런데 오래 걸리죠.

[엄마] 소금이 맛을 결정하는거야.

[제씨] 손 가구 복잡하구 전부 다가 문제겠죠.

[엄마] (뒤로 물러서 스토브 쪽으로) 복잡하긴 뭐가 복잡하니, 냄비에 넣구 섞기만 하면 되


는걸. 그래 좋아, 캐러맬 애플하구 핫초콜렛하구 그래.

(제씨는 담배 찾으러 가고 엄마는 적당한 냄비를 찾는다. 단순한 웃음. 비슷한 게 있을 수


있고 엄마는 목소리를 가다듬을 수도 있다. 관객은 잠깐 휴식이 (그다지 편치는 않은) 있을
수 있다. 계속 움직이던 제씨가 이제는 앉을만 하다. 엄마, 냄비를 찾다가 냄비를 하나하나
캐비닛에서 꺼내기 시작한다. 일부러 어지럽히는 의도가 엿보인다. 시간을 벌려는 노력.)

[제씨] 오늘 애그니스하구 통화했어요.

[엄마] 엉, 이번주부턴 공중전화루 걸드구나. 즈집 전화 잡음하나 없이 깨끗한데 무슨 짓꺼


린지 원.
[페이지] 023

[제씨] (웃으며) 요즘 어때?

[엄마] 요즘이 아니라 매일이 틀리지.

[제씨] 그 여자, 정말 이상한 사람이유 아니면 그냥 좀 우스운 사람이야.

[엄마] 아냐, 정말 이상해. 아마 또 불이 났나봐. 그래서 공중전활 쓰나봐.

[제씨] 엄마.

[엄마] 내가 왜 헛소릴 하니, 그 여잔 살던 집마다 불이 났었다. 여덟 번이야, 이제 아홉번째


날 차롄데 오늘 내일 한다구.

[제씨] (웃는다) 아무리.

[엄마] (자신의 이야기에 정말 심취해서) 또 불이 난대두, 난 코끝두 찌끗 안하겠지만.

[제씨] (웃는다) 근데 왜 그런 얘기 나한테 안해줬어요. 그렇담 왜 그 여잘 그대루 놔두? 체


포하지.

[엄마] 다친 사람이 없었으니까. 아마 불질러 놓구는 불이 붙자마자 사람들을 깨우나봐. 불


구경하라구.

[제씨] 굉장한 배련데. 그건?

[엄마] 한번은 불내구는 테라스 의자 내놓구 레모네이드 대접까지 했대드라.

[제씨] (머리 저으며) 진짜 레모네이들?

[엄마] 먼저 살던 집 말이다. 너두 알지, 금방 무너지기 직전 아니었니? 무너질때 까지 뭐하


러 기다려. 난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애그니스는 뭘 해냈다구 생각하길 좋아해.

[제씨] (잠깐 생각하다가) 자신한테는 좋은 거지.

[엄마] 갑자기 왜 애그니스 얘기를 묻니. 한잔? 두잔?

[제씨] 한잔, 엄마 친구니까. 머쉬멜론 넣지 말아요.

[엄마] (우유도 꺼내면서) 넣어야 제맛이 나지. 그게 진짜 구식이아. 두 개 널까? 세 개 널


까. 세 개가 낫다.

[제씨] 그럼 세 개요. 근데 그럼 집이 홀랑 다 탔었수? 옷이며 베개며 다? 난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페이지] 024

[엄마] 옛날 젊었을때지 최근이 아니구. 근데 그 여잔 지금두 그 끼가 있어, 그래 있어.

[제씨] 이젠 못하겠지. 어디루 가 죽은 버스터한테 새집 지어내랄 수두 없구, 어떻게 불을


내겠어.

[엄마] 지금두 그런다면 그야말루 구경 꺼리겠지. 하지만 또 모를 일이다. 낼지두

[제씨] 뭘 몰라 엄마. 그런 짓 안할거예요.

[엄마] (내키지 않게) 글세 --- 안하겠지.

[제씨] 또 뭐가 있지? 응, 근데 왜 그 호루라기들은 목에 걸구 다니우?

[엄마] 왜 집에 새가 가득 있는지?

[제씨] 몰랐어요. 새가 가득 있수?

[엄마] 그러엄 있지. 뭐 새가 그냥 집으루 날아 들어왔다는데 난 알아. 나중에 산 앵무새 값


아직두 꺼나가구 있을걸? 지 말루는 뭐 생활을 뭔가루 채워야 한다드구나. 암튼 무슨 썰이
많은 사람이니까.

(제씨는 웃는다. 엄마는 계속한다. 자기가 이야기를 딴 방향으로 끌고 가는데 성공하고 있다


고 확신하면서)

[엄마] 그놈의 끔찍한 채소, 오크란지 뭔질 먹어서 그런건지 원. 너 생각해봐. 어떻게 오크라
만 하루에 두끼를 먹어대니. 그러니 탈이 생기지. 그것땜에 좀 돌았나봐. 그 여자.

[제씨] 정말 오크랄 하루 두끼씩 먹우? 그럼 겨울엔 어디서 구해 먹우?

[엄마] 암튼 많이 먹어. 두끼씩은 아닐지 모르지만.

[제씨] 보통 사람보다 좀 많이겠죠.

[엄마] (약 오르기시작) 보통 사람이 얼만큼 먹는지 내가 정확히 아니?


[제씨] 그럼 애그니스가 얼마나 먹는지는 정확히 알우?

[엄마] 정확히는 모른다 왜.

[제씨] 그럼 새는 집에 몇 마리나 있수?

[엄마] 정확하게 두 마리다.

[제씨] 그럼 그 호루라기는 뭐에 쓰는거유?

[페이지] 025

[엄마] 진짜가 아니라 그냥 목걸이에 붙은 플라스틱인데 빙고게임 상품으루 받은거야. 내가


그따위 소릴한건 너 좀 한번 웃겨보려구야. 다 사실이 아니드래두 제씨, 날마다 반드시 사실
만 정확히 얘기하라는 법이 어딨니?

[제씨] 근데 그여자 왜 우리집에 안 오지?

(엄마, 갑자기 조용해지며 그러나 코코아와 우유는 냄비에 준비가 되어 있다. 스토브에 불을
붙이고 냄비를 젓기 시작한다.)

[엄마] 얘 너 참 잘 생각했다. 핫초콜렛 자주 먹어야 해. 몸에 좋은거야.

[제씨] 근데 엄만 우율 싫어하잖어.

[엄마] (다른 이야기를 시도, 그러나 아까만큼 기운차지는 못하다) 아유, 우유는 딱 질색이
야. 오크라만큼이나, 그게 목에 끼잖어. 아휴우. 징그럽구 싫어.

[제씨] 나 때문이지, 그렇지? (애그니스가 안오는 이유)

[엄마] 얘 제씨, 아냐 그건.

[제씨] 맞아요. 엄마

[엄마] 좋아 그래. 그럼 그렇다. 어쨌든 애그니스는 이상해? 아니 미쳤어. 그게 미친거지 딴


게 미친거니? 정신병자야.

[제씨] 정확한 이유가 뭐유?

내가 뭐 실언한거 있수? 아님 나 발작하는 꼴 또 보게 될까봐?


[엄마] 내 생각으루는 ---

[제씨] 뭐유? 물어본 적 있수? 이유가 있을거 아뉴.

[엄마] 니 손이 차갑댄다.

[제씨] 그래서 그게 무슨 상관이래?

[엄마] 뭐 시체같이 차가 와서 널 보면 지가 곧 죽을 거 같대나.

[제씨] 말두 안돼. 정말 돌았네.

[엄마] 글쎄 그렇다니까. 제씨를 보면 섬칫해. 나두 꼭 무슨 일 당할 것 같이 말유.

[페이지] 026

나 전염되면 어떡해. 쎌마 그러니까 당신이 이핼하든 말든 나 당신집에 더 못가겠어. 내 문


앞까지는 갈께. 그러드라.

[제씨] (안도의 웃음) 내가 싫어서 안오는줄 알았드니 무서워서? 그래. 날 무서워 해서였구
나.

[엄마] 얘, 내가 오라면 또 와. 지금 새 데리구 오라구 전화하자. 난 니가 애그니스한테 관심


있는 줄은 몰랐다. 오라구 할께. 금방 올거다. 나한테 빚진거 있어. 지가 올차례거든.

[제씨] 아냐, 그럴 필요 없어. 그저 잠깐 생각나서 물어본 거예요. 내가 병원에 가 있을때는


와요?

[엄마] 그집 부엌이 콧구멍만 하잖니. 여기 오면 우리 부엌이 (목소리 좀 낮추며) 사람이라


는 게 다 남의 떡이 커보이잖니.

[제씨] (건성 대꾸) 그러엄 게다가 여긴 푸드둑거리는 새두 없으니까.

[엄마] 아유 난 그 새들, 꼴두 보기싫다. 뭐 내가 새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라나? 새를 알구


모르구 할게 뭐 있냐.

[제씨] 왜 있지. 첫째 애그니스는 새들을 좋아하구, 그러니까 새들은 도망갈 수두 있는데 안


가구, 그 여자랑 함께 있잖아요. 또 물을 얼마나 줘야 되는지두 알구, 재재거리는 소리루두
무슨 뜻인줄 알아채구. 또 걔들두 애그니스가 누군지두 알아주구.
[엄마] 넌 왜 그렇게 모든 일을 다 알아야 하니. 난 도대체 눈에 걸리는 일들이 없드라.

[제씨] 눈에 걸리는 일은 있어두 얘기꺼릴 삼을만한 일은 없는 거겠죠. 근데 애그니스에 대


해서는 거짓말 할 필요 없었는데, 왜 하우.

[엄마]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니? 니가 언제 물어보기나 했니?

[제씨] 안했수? 집에 불질렀다는거, 새가 몇마리라는거, 오크라를 얼만큼 먹는다는거, 우리


집에 안오는 이유, 다! 내가 작정하구 꼬치꼬치 캐면 아마 밤을 새두 모자랄거유.

[엄마] 그래 해 보자꾸나. 난 하나두 안졸려.

[페이지] 027

[제씨] 엄마 ---

[엄마] 좋아. 해보자구. 물어봐라. 뭐든지. 자!

(잠깐 묘한 공백. 핫초콜렛 준비 끝났고 엄마, 받을준비 돼있는 제씨 컵에 따른다. 있는데도)

[제씨] (엄마가 한 모금 마실때) 엄만 아버지 사랑했수?

[엄마] 아니.

[제씨] (엄마가 정직한 것에 기분이 나아지며) 나두 그렇게 생각했어요. 정말 열다섯살에 결


혼했수?

[엄마] 느이 아버지가 그랬었잖니, 진창에 빠져있던 날 부엌에다 모셔다 놨다구. 그리하여


지금까지란다.

[제씨] 네, 그러셨죠.

[엄마] 아냐, 그건 전부가 새빨간 거짓말이야. 자기 딴에는 그렇게 말하는게 굉장한 유머였
나부지. 맙소사, 이 우유.

[제씨] 코코아땜에 우유맛은 별루 모르겠는데.

[엄마] (적어도 이말에만이라도 동조를 받은 것이 기뻐서) 코코알 더 널걸 그랬어 그치? 아


직두 우유맛이 나잖니, 아니니?

[제씨] 응, 이 우유갔어. 난 내가 산 날짜를 잘못 알았나 했더니 아냐. 상했어, 응. 맞어


[엄마] 코코아만 버렸다. 먹지 마라.

[제씨] (컵 놓는다) 괜히 애만 썼수.

[엄마] 애당초 시작을 말걸 그랬다. 내 알었지. 좋아할리가 없지. 니가 언제 좋아한적 있니?

[제씨]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았수, 아님 무슨 일이 있어서 사랑안하게 된거유, 뭐유?

[엄마] 날 만난걸 후회했어. 자긴 그저 평범한 시골여자 만나서 살려구 했는데, 내가 그렇지


않다구 평생 부르짖었으니까. 느이 아버지에 맞춰 변해줬으면 좋았을걸. 하루는 말이다, 테
라스에 웃통을 벗구 서 있길래 셔츠라두 걸치랬더니 들어가 입구 나와서 한다는 소리가, 그
래 어쨌든 이번에두 당신이 옳아.

[페이지] 028

신이 인간더러 빨가벗구 다니라구는 안했어. 그러니까 우리 태어날때 모두 옷입구 나왔잖소.

[제씨] (엄마의 상처를 이해하며) 뭐 그렇게 굉장한 뜻이 있었겠수?

[엄마] 그 남잔 꼭 할만한 하던 사람이다. 그날두 아마 하루 왼종일 그말 밖에는 안했을걸.


그 남자 입에서 나온 말에는 꼭 뭔가가 있어. 근데 난 여태까지두 무슨 뜻으루 그말을 했는
지 몰라. 무슨 뜻이니.

[제씨] 나두 모르겠어요. 내가 엄마보다는 아버질 좋아했지만, 아버질 모르기는 엄마나 매일


반이야.

[엄마] 내가 어떻게 그 남잘 사랑할 수가 있었겠니. 그 남자가 원하는게 나한텐 하나두 없었


어.

[제씨] (대답없다)

[엄마] 그래두 그 남잔 저 누릴건 다 누렸다. 니가 내 몫까지 사랑해줬구, 너 느이 아버질


좀 쫄쫄 쫓아 --- 얘 농삿군들이 평생 농살 짓구 있으면서두 꿈은 늘상 이걸 누구한테 팔
아넘기구 농살 때려엎을까 하는데, 누구나 다가 말이다. 근데 느이 아버지는 그것두 없었어.
허구한날 그저 그냥 앉아서.

[제씨] 파이프 쑤시개 철사루 내 남자 친구나 만들어 주셨죠. 그리구 그 철사인형이 금방 춤


이라두 출것같이 느긋하게 앉아서 좋아하셨구. 난 또 그걸 얼마나 재밌어 했었는지. 언젠가
앓는 소를 지키느라 밤을 꼴딱 새면서 만든 코끼리를 머리맡에 놔 주셨죠.
[엄마] 아니면 그것두 안하구 그냥 앉어 있든지.

[제씨] 난 가만히 있는 아버지가 좋았어요. 의자에 앉아 있는 덩치 큰, 빛바랜 진을 입은 남


자, 조용했구요.

[엄마] 너희부녀 말시키는 것보단 애그니스가 지 새 말시켜 대답듣는게 아마 더 많을걸. 낚


시갔음이란 판때기는 딴 데 걸거없이 자기 목에 걸구 앉아 있는게 나았을 걸. 머엉하니 물
을 향해 앉아 날이 갰다 흐렸다하는걸 바라보구 있는 니 아버질 지켜보노라면, 나조차두 배
가 보이는것 같은 착각이 들때까지두 가봤지만, 넌 느이 아버지가 뭘 생각했는지 넌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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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말좀 해다우.

[제씨] 나두 잘 몰라. 글쎄, 아버지 인생, 아버지 옥수수 농사. 아버지 장화. 또 우리들, 또
무슨 다른 일들, 그런 거였겠지. 왜 몰루?

[엄마] 난 모른다. 매일 저녁 밥 먹구나면 느이 부녀 수근수근 했잖니, 뭘 쑥덕거렸니?

[제씨] 쑥덕거린게 아니죠. 엄마두. 방건너 편에 있었잖우.

[엄마] 무슨 얘기들을 했니?

[제씨] 검정 양말이 왜 파란 양말보다 따신가, 그걸 엄마한테 가서 얘기해야겠수? 엄만 괜히


꼴보기 싫어했던 거예요. 내가 엄마랑 설겆이나 해야는데 아버지하구 얘기만 하니까.

[엄마] 니가 어떤 딴 일보다 늬 아버지하구 얘기하는 걸 좋아했기 때문이야.

(제씨, 테이블 건너편에 작은 시계를 집어 테엽감는다)

[엄마] 늬 아버지 대신 내가 죽었드라면 늬 아버진 나처럼 널 끌구 들어오지는 않았었겠지.

[제씨] 나 역시 아버지한텐 기대두 안했을 거구.

[엄마] 그럼 넌 어땠을까.

[제씨] 가끔 아버지 보러 왔겠지.

[엄마] 응 그래 알었다. 니 아버지가 죽어 날 떠맡게 돼 그것땜에 화가 난 거구나.

[제씨] (테이블에서 일어나며) 더 이상 그만 둡시다. 아버지가 죽구 싶어 죽은거 아니잖우.


또 내가 여기 꼭 안들어왔어두 되는거구, 이 얘긴 아까 다 했잖아.

[엄마] 넌 니 생각에는 내가 느이 아부질 쪼끔만, 아니 털끝만큼이라두 사랑했다면, 느이 아


부지가 아직 안죽구 살어 있을 거 같지. 그렇지?

[제씨] 그렇게는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엄마] 니 아부지두 널 한심해 했어. 까불지마. 너 낳자마자 그랬다. 얜 어째 살성싶잖다구.

[제씨] (설탕 그릇에 설탕을 채우며) 아버지가 날 사랑했던 거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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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요.

[엄마] 그래서 그게 뭘 바꿔 놀 수 있었니.

[제씨] 꼭 뭘 어떻게 할 필요 없죠. 그저 내가 아버질 그리워하는 거지

[엄마] 너두 알지? 니 아버지 정말 한번두 단 한번두 낚시한적 없는거. 낚시 바구니는 씹는


담배루 채워져 있었구 한거라구는 호숫가루 차몰구가 그냥 차안에 앉어 있던 거야. 다슨이
그러드라 낚싯밥 가게 베니가 다슨한테 니 아버지 정말 웃긴다구 하드래. 그리구 낚시해 왔
다구 해서 보면 맨 그 철사루 만든 일가족이었다. 닭, 돼지들, 이상한 다리를 한 개 따위, 얼
마나 흉칙하구 싫었는지, 그것들이 날 미치고 팔짝 뛰게 했어. 그래 그눔의 파이프 소제하는
철사를 몇번 숨겨두 봤는데 어디서 나오는지 새게 또 나오드라.

[제씨] 내 생각에는 아버지가 죽은 후 엄만 훨씬 나아졌잖우. 딴 일에 취미 붙일 수두 있구


숨두 맘대루 쉴 수 있구 뭔가 좀 바꼈잖아.

[엄마] 뭘루? 여왕으루? 구둣가게 점원으루? 왜! 내가 뭐하러? 니 아버지가 원해서, 니가 원


해서.

[제씨] (고개 흔든다.)

[엄마] 난 니 아버질 위해서 태어난 게 아니야. 널 위해서두 아니구, 나두 모른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 그리구 난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두 안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으며)
그러나 분명한 건, 넌 아버지가 살았드라면 자살은 안 할 거다 그렇지?

[제씨] (꿀벌을 채우며) 그렇지 않아요.

[엄마] 아냐? 그럼 왜 갑자기 아버지 얘길 하니? 왜 내가 아버질 사랑했는지 어쨌는지를 알


아야 하니?

[제씨] 그저 단지 엄만 그렇지 않았다구 생각했을 뿐이에요.

[엄마] 좋다 그럼. 니 생각이 맞았다 이제 속이 시원하니?

[제씨] (꿀병을 조심스럽게 닦으며) 뭘 맞췄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군요.

[엄마] 그건 상관없는 일이야. 아버질 사랑했든 안했든. 나하구두 니 아버지하구두 상관 없


었어. 그리구 그게 꼭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얘기두 아냐.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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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런 것에 대해 얘길 한 적이 없어. (찬장에서 냄비들을 끌어내며) 이것들 다 테라스에


내 놔라.

[제씨] 뭐하게요.

[엄마] 이거 하나만 남겨. (포크 서랍 벌컥 열며) 칼 하나, 포크 하나, 큰숟갈 하나, 깡통따개
만 어디 손쉬운데 내 놓구 다 치워버려.

(큰 냄비에 숟갈, 포크, 칼등을 집어넣기 시작한다)

[제씨] 엄마 그러지마, 그 서랍 다 정리한 거야.

[엄마] (냄비 씽크대에 던진다) 접시랑 컵들두 다 버려. 나 종이루 된거 쓸란다. 로렛타 갖구
싶은 거 있음 골라가지라 그러구 나머진 다슨이 팔 수 있겠지.

[제씨] (조용히) 뭐 하는 거에요?

[엄마] 나 밥 안 해 먹을 거야. 밥 하는거 취미 있어본 적두 없구 사탕이나 먹지 뭐. 깡통


참치나 먹구, 난 그거 좋아해. 그래, 깡통 참치나 먹으면 되지, 고맙다.

[제씨] (씽크대에서 냄비를 꺼내며) 혹시 사과 버터 만들구 싶으면 어떡할라구요. 쬐끄만 대


단 안되잖우. 그리구 혹시 당근 삶다가 냄비 태우면요.

[엄마] 당근 싫어해.

[제씨] 딸기가 잘 돼서 그걸루 뭘 만들구 싶어져 애그니스랑 딸기 따러 갈지 누가 알우.

[엄마] 그 여자더러 냄비 갖구 오라면 돼. 나 원하는대루 다 해줄 거랬지. 찬장에서 냄비 덜


그럭거리는 거 싫다. 더군다나 난 그 아래까지 꾸부릴 수두 없어. 어쨌든 버려 다!

[제씨] (냄비를 모으며) 도루 다 집어넣을 거에요. 테라스에 안 내놔요. 쓰게 되면 다 여기


있어요. 엄마 꾸부리구 꺼낼 수 있어요. 아까 코코아 만들 때 꾸부려서 꺼낸 거 같이요. 그
리구 만일 딴 사람이 여기 와 뭘 하드라두 쓸 그릇은 있어야지, 자, 인제 끝냅시다.

[엄마] 누가 여기 와서 요릴 해?

[제씨] 애그니스

[엄마] 내 그릇에다? 내 눈 시퍼런 동안은 어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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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둘이 못 살 이유가 없을텐데. 피차 돈두 적게 들구 외롭지 않구, 새가 싫으면 하루


날잡아 애그니스 미장원 간 새, 새들 데리구 나가 내버리구 엄마 혼자 들어 옴 되잖아.

[엄마] (숟갈들 다 정리하면서) 오오, 그래서 애그니스 껀으루 날 못살게 굴었구나. 날 위해


새 유모를 구해 놓구 가면 너 편히 쉴 거 같지. 근데 난 애그니스 하군 살고 싶지 않다. 애
그니스하군 말두 하기 싫어. 그 여잔 그냥 이웃이구 오래 알았구 그게 다야. 내가 그 여잘
내집에 들여놀 거 같니? 너 내 손아귀에서 그렇게 쉽게 못 빠져나가.

[제씨] 그래요? 생각해 볼 문젠데요. 그럼.

[엄마] 생각해야 되는 일들은 난 싫어. 그냥 돼가는 일이 좋아.

[제씨] (숟갈 서랍 닫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엄마한테 뭐라구 하셨는지 알구 싶어요.


그날 엄만 그 방에서 뛰쳐나오며 니가 저기 같이 있을 걸 그랬다구 했었어요. 물론 엄마 텔
레비젼 볼 시간두 됐었지만, "건 스모크" 아버지가 뭐라구 했수.

[엄마] 끝까지 할말이 아무것두 없나부드라 그래서 나왔다 단 한마디두 안하드라 흐흥, 그게
나한테 말 안할 마지막 기횐데 느이 아버지가 그걸 놓칠 사람이냐?

[제씨] (잠시 있다가) 엄마가 아버질 사랑하지 않았던 건 참 딱한 일이에요. 내말을 엄마한
테 안됐다는 뜻이에요. 아버지 좋은 남자였잖우.

[엄마] (제씨가 냉장고로 갈때) 이제 캐러맬 애플 만들어 먹을 수 있겠니?

[제씨] 네 금방 여기 마저 하구.

[엄마] 얘, 넌 사과두 싫어하지. 만들어 봤자 그것두 코코아짝 나겠지. 넌 아뭏든 먹는 건 싫


어해. 안 그러니? 뭘먹구 여태까지 살었니, 치약 먹었니?

[제씨] (냉장고 정리 시작하며) 자아, 우유 배달부가 매주 수요일하구 토요일에 오구, 주문


쪽지는 달걀 상자에 넣어 노믄 되구, 돈은 한달에 한번 다슨 주면돼요.

[엄마] 그 사람들 아직두 오렌지 맛 나는 쥬스 만드니?

[제씨] 오렌지 맛이 아니라 진짜 오렌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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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것 좀 마셔야겠다. 생산이 중지된 줄 알았더니 니가 주문을 안했었구나.

[제씨] 엄만 우율 좀 마셔야 해요.

[엄마] 그 핫 초콜렛이 끝이야 우윤 인제 쫑이야.

[제씨] (쓰레기 통, 씽크 아래서 꺼내며) 그 사람들한테 엄마가 뭐라든 일주일에 한명씩은


꼭 넣으라고 했어요. 우유를 꼭 드시게 하라구요. 설마 엄마가 땅에 부어버리지는 않을테니
까.

[엄마] (제씨 말을 받아) 니가 더 이상 주문을 안 할 거라는 얘기두 해 줬니?

[제씨] 엄마 시중 드는 일 좀 쉴려구 휴가 좀 간댔어요.

[엄마] 이상해 안하구 믿디? 문밖으론 한 발짝두 안 내놓는 널 알텐데.

[제씨] (이 이야기를 즐기며, 웃지는 않는다) 가실 때두 됐죠 하든데? 근데 왜 엄만 안모시


구 가냐구. 엄마는 여행을 싫어 한다구 했더니, 네 그럼요, 사람마다 다 쉬는 방법도 다르니
까요. 합디다.

[엄마] 흐흥, 니 생각엔 그게 그렇게 재밌냐?

[제씨] (냉장고에서 병들을 꺼내며) 나 때문에 앰블런스 부를 필요 없었다는 거 엄마 알우?


병원에서 나한테 해 준거라군 응급실에서 내가 깨어나기 기다리는 것뿐이었어. 나 여기서두
깨날 수 있었어요. 자 필요 있나 없나만 대답하세요. 피클은 엄마 좋아하니까 놔두죠, 케찹
은.

[엄마] 버리지 말구 둬.

[제씨] 작년 독립기념일부터 있던 거에요.


[엄마] 그래두 그냥 둬, 다.

[제씨] 아무 것두 안 만들어 먹을거니까 냄비두 필요없다면서 이건 왜 둘려구 하우, 그냥 마


실꺼유? 다 썩어요.

[엄마] 그저 뭐든지 넌 내가 다 못마땅하지. 왜냐, 왠지 이유 좀 알자.

[제씨] 그렇지 않아요.

[엄마] 그리구 또 궁금한 건 너 그런 감정으루 여기서 어떻게 이리두 오래 살았냐.

[제씨] 엄만 내 감정이 어떤지 도저히 이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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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떻게 알겠니. 넌 저어기, 정말 저어어기 딴데 있어 제씨,

[제씨] 저기 어디요.

[엄마] 거기 너 있는덴 어떠냐. 언제나 옳은일만 하구 원하는건 뭐든 다 가질 수 있는데 말


이다.

[제씨] 무슨 얘기유?

[엄마] 신문은 왜 보니. 나두 물어볼 말 많다. 내가 짜준 스웨터는 왜 안 입니, 넌 내가 어땠


었다는 거 기억하니, 아님 애당초 옛날옛적부터 이렇게 늙은 할망구였니, 발작 때 뭐가 보이
니, 별이니, 아님 뭐가 보이냐구. 말에선 왜 떨어졌니, 솔직히 말해, 씨슬하구는 왜 헤어졌니,
내 고물 안경은 어따 뒀니.

[제씨] (맹렬하게 놀라서) 안경은 엄마옷장 맨 아랫서랍 헌 변비약 상자 안에 있어요. 씨슬


하구는 그 남자가 자기와 담배 둘 중에 하날 택하라구 했어요.

[엄마] 말도 안되는 억지야, 그건.

[제씨]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왜 나 담배 피는 걸 그렇게 싫어했는지. 내가 좋아하는 건


데. 내가 아는 오직 하나 변함없이 똑같은 거, 또 변함없이 똑같을 거는, 담배 피는 거유. 담
배는 이미 폈든 맛이나, 이제 피울 맛이나 똑 같애요. 내가 원할 때 거기 있어주고 또 말없
이 조용해요.

[엄마] 담배한테 핑곌 돌리지 마라. 니 발작이 씨슬을 진절머리 나게 했던 거야. 너두 알아


왜 딴소리 해.

[제씨] 증상이라구 하세요. 발작이 아니라 증상이에요.

[엄마] 그게 그거야 같은 소리라구. 병원에선 증상이라구 할지 모르지만 난 발작이다. 발작


은 나 같은 사람이 쓰는 말이야.

[제씨] 그 남자, 그걸 상관하지는 않았어요. 그날 말 타자구 한 것두 그이에요. 나두 작정만


하면 뭐든 할 수 있어요. 말고삐 잡는 법을 몰라서 떨어진 거에요. 내가 말에서 떨어진 게
사고인것처럼 씨슬이 떠난 이유두 거의 같은 거에요.

[엄마] 딴 여자가 있었어 제씨, 그 여자하구 창고에 있는데 내가 들이닥친 적두 있어.

[제씨] (잠시 후) 좋아요. 그렇다구 칩시다. (담배불 붙이고) 그 여자 이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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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 여자랄 거 없어. 애그니스 딸 칼린이다. 니가 판단하려무나 이쁜지 어쩐지.

[제씨] (거실로 움직이며) 그래서 엄마랑 애그니스랑 그 문제에 대해 협정했었수? 하 (콧방


귀)

[엄마] 나두 씨슬이 너한테 어울리는 상대라구는 한번두 생각해 본적 없어. 테네시 촌놈인거
내가 왜 몰라.

[제씨] 무슨 얘길 하는 거에요. 나보다 엄마가 더 좋아했잖아. 엄마가 쑤석거려 여기 테라스


짓게 했잖어. 안 그랬음 내가 어디서 그 남잘 만나요. 엄마 꿍꿍이룬 그 남자가 이것저것 도
와 주구 들어와 커피 마시며 엄마 말벗두 되구, 하늘은 알지 엄마 속셈, 맙소사 그 곱슬머리
하구,

[엄마] 걔 만큼 손재주 좋은 사람두 드물어. 걔가 진 느이집 지구가 박살이나두 그건 안 무


너질거다.

[제씨] 이집에 테라스가 필요 있었수?

[엄마] 그래! 너 시집보낼려구 그랬다.

[제씨] 네, 내 능력으룬 처녀 귀신이 될테니까 그럼요.

[엄마] 안 그랬음 어떻게 남편을 얻을려구 했니. 사람까지는 관두구, 도무지 살아 움직이는
뭐에두 입떼 본적 있니?
[제씨] 그래요, 난 말이 없어요, 말재주두 없구요, 그게 어때서요?

[엄마] 그래애, 널 여기 그냥 앉혀만 놨었어야하는 건데, 그렇지, 너희 아버지처럼 여기 그냥


앉어 있는거.

[제씨] 그랬을런지두 모르죠.

[엄마]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제씨] 뭘 알아서요.

[엄마] 내가 언제 뭘 많이 안다구 한 적 있니? 그런 적 없다. 여기서 이렇게 살면서 뭘 배울


게 있니. 또, 난 일생동안 내가 한 일 중에 알구 한건 반두 안돼. 사는동안 일은, 그냥 당하
는 거야, 아는 게 아니라.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만큼 처리하는거구 그리구 다음에는 또 닥
쳐올 일을 기다리는 거야. 좋아. 너한테 맞지 않는 남잘 골라 결혼 시켰다. 인정하마. 그래서
그 남자가 널 버렸을 때 내가 널 맡았어. 그게 잘못이냐?

[제씨] 맞지 않는 남자는 아니었어요.

[엄마] 씨슬은 널 사랑 안했어 제씨. 그렇잖음 왜 널 버렸겠니.

[페이지] 036

[제씨] 안맞는 남자는 아니었다구요. 난 씨슬을 많이 사랑했어요. 그래서 그 남자가 원하는


건 다 하려구 했었어요. 운동두 하구 밖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 남자라 나두 바깥을 좋아
해 볼려구 또 함께 있을려구 꽤 많이 노력 했었죠, 하지만 그 남잔 내가 정말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좋아해볼려구 애쓰구 있다는 걸 알았던 거에요. 그래서 어긋났던 거에요.

[엄마] 뭐랄까, 좀 이기주의야, 한번은 나한테 그러드구나. 지가 지어도 집에 사람들이 이사


들어가는 길 보는 게 아주 싫대. 다 망가뜨려 놓는 거 같애서.

[제씨] 집 뒤 개울에 걸쳐놓은 다리, 나 참 좋아했었다우, 그냥 나무 쪽 두개 쯤 걸쳐놔두


되는 건데 그걸 소나물 쓰구 빼파루 갈구,

[엄마] 그 사람 그래두 여기선 책임같은 게 있었어. 마누라두 있구 자식두 있구 --- 헌데


그 책임에서, 좌절같은 걸 느꼈겠지.

[제씨] 그 애기 침대, 릭키꺼 말유. 내가 그랬어요 그렇게 애쓸거 없다구, 그래두 이백 파운


드는 견디게 만들어야 한다구 야단이드니 다 만들어 논 뒤에 옮길 수가 없었어요. 애기 침
대가 얼마나 견고해야 하냐구 물었었어요. 그래두 암튼 그 남잔 그걸 그렇게 튼튼하게 만들
어 노면 릭키를 마냥 죽 애긴채루 데리구 있을 수 있는 줄 알았나봐.

[엄마] 릭키는 지 애빌 너무 닮았어.

[제씨] 아녜요, 릭키는 오히려 내 사진이에요. 우린 옷 사이즈두 똑같잖우, 이것두 아마 걔걸


거에요.

[엄마] 옷 치수 같은 거하구 사람 닮은 거 하구 무슨 상관이야.

[제씨] 얼굴두 말하는 것두 나에요. 세상을 보는 관점두, 또 보는것들두 같은걸 봐요. 우습


죠? 걔하구 내가 다른 점은 걘 세상하구 싸우죠. 아무두 못 믿는 것두 날 닮은 거에요. 취직
안할려구 하는 것두 누굴 닮았겠구. 세상살일 꼭 이빠진 마룻장위를 걷듯이 그런데 그 마룻
장을 누가 다 줬겠수, 나얘요.

[엄마] 릭키가 아주 가망없는 건 아니야. 걔가 어떻게 변할진 너두 모르는 일이야.

[제씨] (부엌으로 돌아가며) 아뇨, 나두 씨슬두 알아요. 릭키라는

[페이지] 037

작은 아이 속에 언제나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거에요. 것두 그 작은 아이 속에서 서로


잡아 끌면서, 그게 안 보인다면 엄마는 장님이에요.

[엄마] 좀 기다려 봐. 시간을 줘라 제씨.

[제씨] 아, 네 기다리면 충분히 보람이 있을 거에요. 허위 날조죄루 5년 무기 소지죄루 10년,

[엄마] (겁나서) 그만해! (변호하며) 제씨. 씨슬이 다시 살자구 할지두 몰라. 그런 사람들 많
드라, 시내루 나가 만나서 얘길해 봐. 니가 얼마나 좋은 짝이었는지 몰랐었던 거야. 지금쯤
아마 생각이 달라졌을 거야. 근데 남잘 봐야 알지, 전화해 봐 지금 집에 있을지두 모르잖니.

[제씨] 그래서 뭐라구 해? 아무 것두 틀려진 건 없어요. 그냥 얼굴 좀 볼려구, 괜찮겠어요?


그만 둬요. 그 남자두 날 사랑했어요. 다만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다 무너져 가는 걸 몰랐
을 뿐이에요. 그 남자가 옳은 선택을 했어요. 자기두 자신을 딴 곳에서 찾아 볼려구 한게 이
유의 전불거에요. 데려가 달라구 애걸했었어요. 데려가만 줬다면 릭키두 엄마두, 여기 모든
걸 다 버릴 수 있었을거에요. 그렇지만 그 남자 그럴 수 없었구, 나두 이해해요. (사이) 그때
엄마한테 보여줬던 쪽지, 내가 쓴 거에요. 내가, 씨슬이 아니라 내가 썼어요. <미안해 제씨,
내가 능력이 모자라, 당신한텐> 그리구 항상 사랑한다구 쓴 것두 씨슬이 아니었어요. 하지
만 난 알아요. 그게 그 남자의 심정이었을 게에요.

[엄마] 그렇다면 걔가 널 데리구 갔어야지.


[제씨] (쓰레기 통속에 쓰레기 찬 비닐봉투 빼내면서) 엄마, 이사할 때 쓰레기 싸들구 가진
않죠.

[엄마] 제씨! 저 자신을 쓰레기라구 부르진 않는 거야.

[제씨] (봉투를 큰 쓰레기통을 가져가며) 그냥 그렇게 비유하는 거에요. 나 지금 내가 써논


메모 생각해요. (깡통 뚜껑 열고 쓰레기 넣고 뚜껑 꼭 닫는다) 아냐, 씨슬하구 그만둔 얘길
정확하게 하다 보니까 --- 암튼 한편으룬 잘된 거에요. 난 그 남자가 원했던 여자가 아니에
요. 내가 없는 편이 훨씬 나을 거에요.

[엄마] 캐러맬 애플 만들랜다 지금.

[제씨] 괜찮아요. 그만 두세요. 매니큐어 할 거 갖구와요. 금방

[페이지] 038

갈께요.

(제씨 큰 쓰레기 비닐 봉투 묶어 내 놓고, 싱크 밑에다 작은 봉투를 새로 넣는다. 그러는 동


안 안정을 다시 찾으려고 필사적으로 애쓴다. 엄마, 조금 떨어진 곳에서 놓치지 않고 본다.

엄마, 무의식적으로 전화대로 손이 간다. 그러나 더 좋은 생각이 있다. 아니면 마지막으로


더 시도해 볼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 일이 꼭 효과를 볼 것이라고 확신했는지도
모른다.)

[엄마] 제씨. 어쩌면 느이 아버지두 약간.

[제씨] (말 끊는다) 쓰레기차 오는 날은 화요일이에요. 쓰레기통 되도록이면 월요일 밤 늦게


내 놔요. 아니믄 데이비스네 개가 와 온통 수라장을 만들어요. (씽크 밑에 있는 쓰레기 비닐
봉지 바꾼다) 비닐봉툰 계속 두껍구 까만 걸루 사써요. 싼게 비지떡 아뉴. 그리구 묶는 끈은
망치랑 그런 것들 두는데 놔요. 새거 뜯자마자 끈은 몽땅꺼내 이 서랍에 넣어노세요. 금방
그래 놓지 않으면 다 잃어버려요. 잃어버리면 고무줄이나 뭐 딴걸루는 안돼요.

[엄마] 내 생각엔 말이다 느이 아버지두 간질기가 있었어.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잠깐씩 발작


을 했었던 것 같애. 옛날에 아주 가벼운 간질기에 대해 잡지에서 읽었는데 그냥 살짝 깜빡
하는 거래. 어떨땐 눈두 그냥 뜬 채 말이다. 그래서 뭐 그저 현기증 정도루 말한다드라.

[제씨] (빨래 바구니에서 소파 카바를 꺼내며) 매니큐어 안하구 싶죠. 이거 빨았어요. 씌울려
면 둘이 해야 해.
[엄마] 나 늬 아버지 눈 봤다. 맞어 그거 그거였어. 책에서 그러는데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그 병인줄두 모른다드라.

[제씨] 아버지가 간질있다면 아버지는 아셨었겠죠. 엄마.

[엄마] 그 책에 나온 여잔 자기 발작횟수를 다 세어놨는데 십 일년 동안 팔만번이나 되드라.

[제씨] 다음 번 이 카바 빨거든요. 아직 좀 축축할 때 씌워서 말려요 그게 나아.

[페이지] 039

[엄마] 제씨. 내 말 들어. 그 여자 말이다. 하루에 다섯벗에서 오백번을 발작을 했었다는 얘


긴데 한번에 그저 십오초 정도 였든거야. 그럼 그걸 평생에서 계산해 빼면 정신 잃은건 겨
우 두주일 밖에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 여자는 정상적으로 비서직에 근무하구 아이큐는 백
이십 이라드라.

[제씨] 엄마. 간질 얘기가 그렇게 하구 싶으세요. 그래요?

[엄마] 그래. 맞어. 내가 말하구 싶은 건.

[제씨] (자르며) 난 내가 발작을 했는지두 거의 몰라요. 깨어났을 땐 다른 옷을 입구 있구


파김치가 된 것 같은 아주 더럽게 지쳐 있는 느낌이 들뿐이예요. 어떤 땐 머리가, 빙글빙글
돌거나 내가 악쓰는 소릴 들어요. 또 어떤 땐 아주 몹씨 불쾌하게 어지러운 기분이 들어요.
그건 발작 바루 전이겠죠. 엄마는 TV를 틀고 있는데 그걸 못 느낄수도 있어요.

(제씨와 엄마가 소파카바를 씌우며 털실로 짠 쿠션 따위를 의자에 놓을 때. 마치 몸으로도


싸우는 듯한 감정이 표현된다.)

[엄마] 난 니가. 하기 직전에 알 수 있어. 니 눈이 이렇게 커지면서 그런데 제씨. 너 요샌 한


번두.

[제씨] (도전적) 그래 그게 어떻게 보여요? 그게 말예요.

[엄마] (더듬듯) 매번 조금씩 달러 제씨.

[제씨] 그러우? 그럼 그 중에 하날골라 보시구려. 맘에드는 걸루요. 나두 알구 싶어요.

[엄마] 뭐 그렇게 떠들어댈 만큼은 아니야. 그냥 푹 고꾸라져 마치 인형극에 나오는 인형 조


종줄을 누가 한꺼번에 싹둑 끊어버린 것처럼. 아니믄 무슨 멕시코 영화 같은데 나오는 사형
집행인들이 총살 할 때 --- 암튼 벽에서 미끄러져 내리면서. 무슨 소린지 알지? 넌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 아니 근데 어떻게 니가 모를수가 있니?
[제씨] 그땐 난 굉장히 바쁘거든요.

[엄마] 이럴 때 실실거리는 거 아냐.

[제씨] 실실거리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요. 내 머리가 빙빙돌구, 그리고 고꾸라지구 그 다음


엔 어떻게 돼요?

[페이지] 040

[엄마] 가슴이 답답한 듯이 목에 뭐가 걸린 것같이 말이다. 숨을 암튼 아주 가빠해.

[제씨] 한번 해 봐요. 소리두 내보구. 날 위해서요.

[엄마] 싫다. 아주 흉해 암튼.

[제씨] 그렇군요. 아주 흉할 것 같애. 그러군 어떻게 하우?

[엄마] 턱을 들까부니까 혀를 못 깨물도록 되도록 빨리 손을 써야지. 안그럼 니가 널 깨무니


[제씨] 아님 엄말 물우? 엄마두 깨물죠. 그렇죠?

[엄마] 한번 아주 지독하게 물었었다. 파상풍 주살 맞았을 정도니까. 이젠 어떻게 처치해야


하는지 아니까 그런 일은 없다만 그리구. 새파래지면서 몸을 (동작을 움찔 움찔하면서) 이렇
게 마치 내가 무슨 꼬챙이루 널 찌른것 같이 아니면 전기 올른 것 같이 말이다.

[제씨] 미친 개모양 게거품을 뿜으면서.

[엄마] 거품이면 거품이지 무슨 게거품이냐 원 세상에. 그럼 난 물수건을 갖구오면 돼. 그럼,


경련이 좀 진정되구. 오줌싸구 나면 끝난거다. 길어야 이분이야.

[제씨] 침대룬 어떻게 가우?

[엄마] 어떻게 갈 거 같니.

[제씨] 꽤 무거울텐데 엄마가 날 어떻게 옮겨?

[엄마] 다슨을 불러. 그애 오기전에 널 다 깨끗이 해놓구 그리구 물론 너 깨기 전에 걘 보


내.
[제씨] 그냥 바닥에 놔두죠 왜?

[엄마] 깨끗한 데서 깨나라구. 됐냐? (어조 바꿔 성실한 노력) 그런데 제씨. 내가 이 얘길 시


작한건. 너 일년동안 한번두 그런일 없잖니. 일년 내내 안그래?

[제씨] 네. 그 훼노바쁘 약 때문일거에요.

[엄마] 그래. 아마 이제 다시는 안하게 될 거야. 인제 완전히 나은걸거야.

[제씨] 글쎄. 그럴수도 있겠죠.

[엄마] 그래. 이제 다 난 거야.

[제씨] 네. 기분상태두 아주 좋아요. 정말요. 삼촌이 이중으로 보이는 일두 없구 잇몸두 안


붓구요. 몸에 뭐가 아는 일두 없어요. 아무렇지두 않아요. 평생 이렇게 기분 좋았던 일이 없
었어요. 이젠 뭘 걱정할수두 있구 화두 낼 수 있을 것 같애

[페이지] 041

요. 발작이 난다해두 겁나지 않구요. 발작이 나면 또, 그까짓 것 하면 되겠죠.

[엄마] 그래. 그럼 해. 너 나한테 악써두 된다. 쓰구 싶으믄. 다 받아줄 수 있어 제씨. 남의


집처럼 생각하지마. 제발 그러지 마라. 이거 니집두 돼.

[제씨] 제일 기분 좋은건 기억력이 돌아온 거에요.

[엄마] 니 기억력 언제나 좋았어. 언제 뭘 기억못한 게 있었니? 내가 할일 언제나 니가 챙겨


줬는데.

[제씨] 그건 언제나 모든 걸 다 메모해 놨었으니까죠. 그래두 전엔 부엌행주라구 써논 메몰


보면서두 이게 내가 빨라고 한건지. 산다는 건지. 찾아야 한다는 건지 몰랐어요. 왜냐믄 행
줄빨아서 어디 뒀는지두 기억 못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젠 개켜놔야 한다는 건지 로렛타
생일 선물루 사야된다는 건지를 알 수 있어요. (소파 씌우는 거 끝냈다)

[엄마] 넌 늘 니가 써논 메모를 찾군 했어. 나두 눈치채구 있었단다. 그래두 그게 어디 있는


지를 늘 알드라. (갑자기 걱정하며) 참 로레타 생일이 금방이구나. 그렇지?

[제씨] 사람들 생일 다 적어 놨어요. 엄마것 까지두. (미소) 그러니까 로렛타한테 전화루 엄


마 생일이 가까워 온다고 슬쩍 옆구릴 찌를 수두 있어요.

[엄마] 로렛타 생일에 로렛타 데리구 우리 하워트 죤슨에 가 조개후라이 먹자. 너 그거 좋아


하잖니.

[제씨] (잠깐 사이) 나 그때 여기 없죠. 엄마.

[엄마] 여태 우리가 무슨 얘길 했니! 너 여기 있을 거다 제씨. 이제 괜찮을 거야. 왜 또다시


시작하니 니 입으로 말했잖아. 모든걸 다 기억할 수 있다구! 그리구

[제씨] 나 여기 없어요. 만일 내가 지금처럼 모든 걸 다 제대루 생각할 수 있었다면 벌써 오


래전에 여기 없게 됐었을 거에요.

[엄마] (명령조) 안돼 제씨!

[제씨] (나머지 빨래 개면서) 한번 기억하기 시작하니까. 그 기억들을 다 끌어모아 보니까


이제 보여요. 그게 뭘 의미하는지.

[엄마] 발작은 완전히 끝난거야.

[제씨] 발작이 문제가 아니에요.

[페이지] 042

[엄마] 그럼 나니? 내가 너한테 물련준 유전이라? 하지만 난 아니다. 내가 준게 아니야.

[제씨] 발작이 아니라니까요. 엄마두 그랬죠. 약이 좋아서 이젠 약으루 다 된다구.

[엄마] (막으며) 니 아버지 쪽에서 받은거야. 니 아버지 쪽에서 니 눈은 녹색이구. 니 머린


곱쓸이 아니냐. 내 잘못이 아니야!

[제씨] 그래요? 만일 아버지한테 가벼운 간질기가 있었대두 그건 유전 안돼요. 내가 말에서


떨어진 탓이에요. 그리구 그건 사고였어요.

[엄마] 그게 아니야 제씨. 너 다섯살때 발작한 일이 있어.

[제씨] 아녜요. 그런 적 없어요.

[엄마] 그랬어. 아이스케키 먹다 갑자기. 니 아버지가 물려 준거야. 그 남자 잘못이야. 내가


아냐.

[제씨] 그래요? 그럼 왜 나한테 이 얘길 하기까지 이토록 오랜 세월이 걸렸죠?

[엄마] 다섯 살짜리한테 어떻게 그 얘길 하니.


[제씨] 그때 의산 뭐라구 했어요?

[엄마] 애들 때는 그러는 수가 많으니까 또 그러나 안그러나 뾰족한 수 없다구 했었다.

[제씨] 그런데 그런 일 다시는 일어난 적 없었죠.

(침 묵)

[제씨] 그럼 엄마말은 내가 어렸을적부터 간질이었는데 내가 어디서 떨어지나 다른 사고가


생길 때까지 기다렸단 거유. 입다물구? 그래서 사람들이, 씨슬이 저 여자가 왜 저러나 할 때
까지 기다렸단 말유?

[엄마] 쭉 그랬었든건 아니야 제씨. 학교 가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변했어. 니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 그때가 좋았던 때야. 니 아버지랑 니가 여기 앉아 낄낄거리다 싸우다.

[제씨] 그래서 발작을 몇번이나 했수?

[엄마] 너를 다치게 한일은 한번두 없다. 너한테서 눈을 뗀 적이 없었으니까. 번번이 내가


잡었다.

[페이지] 043

[제씨] 엄만 누구한테두 비밀이었죠.

[엄마] 딴 사람들이 알 필요가 어딨니.

[제씨] 챙피해서 였겠지.

[엄마] 난 누구두 모르길 바랬어. 너까지두.

[제씨] 나까지두요? 그건 내껀데 내가 알아야죠 엄마! 엄마것이 아니잖아요. 아버지는 알았


수 그럼?

[엄마] 아버진 니가 --- 니가 또 잘 넘어졌었어. 그래 그냥 그런 줄 아셨지. 니가 조심성이


없다구. 아니믄 또 모르지. 그 남잔 내가 널 팬다구 생각했었는지두, 모르겠다. 그 남자가 어
떻게 생각했었는지 그 남잔 그런 거에 대해 아무 생각두 안했을거다.

[제씨] 엄마가 아버지한테 얘기 안했기 때문이죠.

[엄마] 그래. 만약 내가 니 아버지한테 니 얘기를 했었다면 난 그남자 모든 것에 대해서두


얘길 했어야 했어.

[제씨] 나 싫어! 나 (신경질적으로) 이런 얘기 정말 싫어! 정말 지겨워요.

[엄마] 이런 얘길 좋아할거라군 나두 생각안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가만 있었어.

[제씨] 엄마. 내가 간질병이라는 걸 알았었다면 미쳤다구 말을 탓겠어요?

[엄마] 그럼 내가 널 그런 벼엉신을 느끼게 해줬어야 했단 말이니?

[제씨] 매니큐어 할 바구니나 갖구와 앉으세요.

[엄마] (바구니 마루에 던지며) 안해.

[제씨] 네. 안하구 싶은거 같애요.

[엄마] 아마 내가 널 떨어뜨린 적이 있나부다. 나두 모르지.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제씨] 엄마가 안 그랬다면 맞겠죠.

[엄마] (꺽이기 시작하면서) 뭘 잘못먹였든가. 고열이 났을 때 손을 빨리 못 썼든가 아님 내


가 진 죄값이든가.

[제씨] 무슨 죄?

[엄마] 나두 몰라. 늬 아버지가 싫어서 아일 더 안 날라고 했었든 거에 대한 벌이든가. 아님


널 배구 담배를 너무 피웠다든가 안 먹을걸 먹었든가 어쨌든 내가 한짓 때문이겠지.

[제씨] 그게 무슨 상관이유. 간질은 병이지 저주가 아니에요. 간질이외 다른 의미 따윈 없어


요. 그저 간질병일뿐이에요.

[페이지] 044

[엄마] 지금 간질병 정의내리는 거 아니다 제씨. 니 자살에 대해 얘기하는 거야. 나 때문이


야 모든 게. 이 모든 지난일이 없었다면 니가 왜 자살을 한다겠니. 내가 너한테 숨겼던거,
널 어울리지 않는 남자와 결혼시켰던거. 또 널 이집으루 끌어들인 거. 그래서 너한테서 니
생활을 뺐은거 이게 다 합쳐진 결과야. 근데 나두 모르겠다. 내가 왜 그랬는지. 그러나 분명
히 내가 한짓이라는 건 알아. 이게 다 내 잘못이다 제씨. 그런데 이제 이걸 내가 어떻게 수
습해야 될지를 난 몰라!

[제씨] (이 말을 다시 되풀이해야 하는 것에 격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엄마하구는 아무


상관이 없다구요!

[엄마] 니가 하는 모든 일이 전부다 나하구 상관 있어! 너는 나야! 니가 세수를 해두 손톱


하날 깎아두 그건 결국 내꺼야. 그래 좋아. 널 죽이는 것처럼 나두 죽여라. 우린 같은 거야.
그것두 같이 하자.

[제씨] 그렇다면. 모든 게 엄마랑 상관 있는 일이라면, 내가 소유한게 엄마 뿐이구 그 엄마


가 나는 불만이라면 엄마만 없으면 나머진 다 견뎌낼 수 있는 일이라면. 엄마한테서 영원히
도망칠 수 있는 길이 오직 날 죽이는 일뿐이라면 그리구 이게 다 사실이라면 그럼 나 죽어
두 돼요?

[엄마] (필사적으로 눈물) 제씨! 날 버리지 마라! (제씨, 잠깐 서 있다가 침실 쪽으로 향한


다) 안돼.

[엄마] (제씨의 팔을 잡는다)

[제씨] (조심스럽게 그녀의 팔을 치운다) 내가 사람들한테 나눠 주구 싶은거 챙겨놨어요. 그


거 가지러 가는 거에요. 일분이면 돼요.

(제씨 사라지고 엄마, 전화쪽으로 그러나 이번에는 수화기를 잡을 수조차 없다. 대신 쟁반에
서 쏟아진 병들 치우려 꾸부리고 앉는다. 제씨 슈퍼에서 온 봉투들고 돌아온다. 엄마 아직도
마루에 엎드려 바닥 정리한다. 그녀가 깨끗이 청소를 하면 혹시 제씨가 머물러줄까 하는 희
망으로)

[엄마] 제씨. 너없이 내가 여기서 어떻게 살겠니. 난 니가 있어야 해. 니가 있어서 설땐 똑바


루 스라 그러구. 분홍이 어울린다구두 해주구 우유듀 마시라 그러구. 밤이면 문단속으루 한

[페이지] 045

바퀴 돌아 안심하게 해주구. 아침에 깨어나면 니가 커피를 끓이구 있구. 내가 날마다 늙어가


는 걸 봐줘야 하구. 그리구 때가 오면 나 죽는걸 도와줘야잖니. 난 혼자 할 수 없어. 제씨.
난 너하구 틀려 난 조용한게 무섭구 죽구 싶지 않어. 내가 어떻게 널 떠나보낼수가 있니 제
씨. 어떻게 내가 --- (잠시 사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매일 아침 눈을 뜰 수가 있니. 니가
더 이상 상처받을 수 없어 자살을 했다는걸 알면서 말이다. 게다가 늘 너랑 같이 지내면서
눈치두 못채구. 그리구 나한테 널 붙잡을 수 있는 기회를 이렇게 줬는데두 천치같이 난 아
무것도 못했던 걸 알면서. 이일 담에 내가 어떻게 살수가 있니. 제씨!

[제씨] 내가 가야하는 이유를 설명한것 뿐이에요. 엄마 자신을 자책하지 말라구요. 가여워하


지두 말구요. 엄만 무슨 말루두 내 마음을 바꾸게 할 수가 없는거예요. 엄마가 날 구해 주길
바라지 않았어요. 그저 알구만 있으면 했었어요.
[엄마] 조금만 더 같이 있어다우. 몇년이래두. 나두 그렇게 오래 남아있진 않을거 같애 제씨.
나 죽거든 그때 니맘대루 하면 되잖니. 어쩌면 내가 떠난 뒤엔 니가 원하는 조용함이 여기
있을 거야. 그럼 어느날 앞쪽 화단에 배거니알심구, 여름 내내 비두 잘와 줄거야. 그때 쯤
릭키는 결혼해 손주새끼들 데리구 오구, 넌 그애 부부 몰래 애들 사탕두 주구. 그리구 개들
이 다 즈이집으루 돌아간 뒤 넌 너 좋아하는 조용함과 다시 만날 수 있구.

[제씨] 봐요 엄마. 내가 하는 일은 뭐든지 이렇게 꼬여요. 왜 엄마가 날 이해할 거라구 생각


했지? 엄마가 매니큐얼 하구 싶어하는 줄 알았든 것두 또 잘못이구 엄만 그냥 손톱칠할 자
세루 손들구 앉었다가 내 총소리 듣는게 그 편이 나을 뻔 했수? 미안해요. 엄마. 그렇지만
어쩔 수 없어요. 난 꼭 해야 해.

[엄마] 자살할 용기가 있다면 제씨. 살 용기두 있는거야.

[제씨] 건 알아요. 문제는 내가 어느쪽을 택하느냐 뿐이에요.

[엄마] 내가. 니가 어째야 하는질 궁리해낼 순 없을지두 몰라. 그렇다구 해서 꼭 아무 해결


책이 없는 건 아니잖겠니? 니가 찾어봐. 뭔가 생각해 봐. 너 스스루 용기를 갖구 좀더

[페이지] 046

노력할 수 있어. 포기할 필요없어 응?

[제씨] 포기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시도해 볼 다른 일이 있다는걸 나두 알아요. 어쩜 성공


할지두 모르는 일 말예요. 하지만 어쩌면 성공할지두 모른다는 정도룬 이제아서 충분치 못
해요. 나한테 지금 필요한 건 꼭 성공할 일이에요. 그래서 선택한거에요.

[엄마] 그렇지만 니가 꼭 뭔갈 안해두 딴일이 너한테 일어나 줄수두 있는 거 아니니? 뭔가


모든 걸 한꺼번에 바뀌게 해줄수 있는 일 말이다. 누가 알겠니 그게 뭔지. 기다려 보는게 마
냥 소용없지만은 않을지두 모르잖니?

[제씨] (반응없다)

[엄마] 이 주일만 더 기다려 보자. 우리가 지금같은 얘길 더 할수두 없잖니?

[제씨] 아뇨. 엄마.

[엄마] 내가 너한테 관심을 보이마 응? 니 질문에 사실대루 대답하구 그리고 내 얘기만 들


으라구 안하구 니 얘기두 들을께.

[제씨] 아녜요 엄마. 오늘 밤같은 얘긴 더 이상 안될 거에요. 없을 거에요. 끝이 있어서 이


부분이 이렇게 좋을 수 있어요. 이게 내가 할 얘기구, 내 생각 전부에요. 그리구 내 대답은
노예요. 다슨, 로렛타, 중공, 간질병, 릭키, 씨슬, 엄마, 나 그리고 희망 내가 할 대답은 노에
요. (소파에 있는 엄마에게로) 편하게 가게 해줘요. 엄마.

[엄마] 내가 어떻게 널 가게 하니?

[제씨] 할 수 있어요. 해야 하니까.

[엄마] 넌 내새끼야.

[제씨] 우연히 엄마 딸루 태어났던 것 뿐이에요.

[엄마] (대답 못한다)

[제씨] 애깃적 옛날사진을 본적 있어요. 내가 아닌 딴 사람, 토실토실한 분홍색 피부에 병이


뭔지, 외로움이 뭔지 들어본 일조차 없는, 주면 먹구, 안으면 안겨있구, 발길질을 해두 누구
하나 다치게 못하는, 자라면 눈감구, 눕히면 눕구, 흔들어주면 웃구, 매일 새로운 재롱을 피
우구, 이불에 침흘리구, 엄마가 이불을 잡아주면 그걸 느꼈었던, 그런 시작을 했던 내가 지
금, 이런 나루 남은 거에요. (자기연민 삭제)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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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제의 핵심이에요. 그때 그 아이를 난 잃었어요. 그래요 나 자신을 잃어버린 거에요. 내


가 되고자했던 나, 하지만 될수 없었구 끝내 안돼줬던, 그리구 영원히 될수 없는 나를 기다
렸었던 거에요. 자 보세요. 그러니 세상이 이집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게 나하구 무슨 상
관이 있겠어요. 잃어버린 날 기다렸던 것두 나, 기다릴수 없었던 것두 나였구, 나, 나에요.
또 다른 나를 만들 수 있었을지두 모르는것두 나자신, 그런데 그렇게 된다해두 사람들한테
그걸 꼭 보여줄 필요가 뭐 있수. 여기 머무를 이유가 아무 것두 없어요. 엄마의, 당신의 상
대루 남는 거 외엔. 근데 그게 --- 그 이유만으룬 남을 이유가 충분치 못해요. 또 난, ---
좋은 상대두 못돼요. (사이) 그렇죠?

[엄마]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걸 알고) 그래 알아. 나두 니 좋은 상대는 못되구.

[제씨] 참 우스운 생각을 했었다우. 뭐 그다지 안 우스울수두 있지만. 어쨌든 크리스마스 이


후, 자살 결심을 한 후 말에요. 가끔 궁금했었어요. 무엇이 날 이 세상에 붙잡아 둘수가 있
을까, 무엇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까, 무엇이었는지 알아요? 내가 뭔가를 좋아한다면 라
이스푸딩이나 큰 훌레이크나 뭐 그런걸 굉장히 좋아한다면 그것만으루두 충분한 이유가 아
닐까 하구요.

[엄마] 라이스 푸딩 맛있지.

[제씨] 난 맛없어요.
[엄마] 두렵지 않니?

[제씨] 뭐가 두려워요?

[엄마] 난 두려워. 내가, 내 말은 죽을때가 오면, 물론 이미 오구 있지만, 그렇지만 ---

[제씨] 그게 언젤지 누구두 모르죠. 공포영화처럼.

[엄마] 그래. 공포영화에서 탈옥한 살인범이 내가 손에 뭘 잔뜩 들어 옴짝달싹 못할땔 기다


리며 뒷뜰에 숨어 날 지켜보구 있는 거같이 말이다. 그럼 난 어느틈에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하는 건가, 어떤 얼굴루 무슨 소릴 내며 내 뒤를 쫓을 것인가. 고통을 많이 줄건가, 죽이는
데 오래 걸릴건가, 또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내 할일을 다 못해노면 어쩔건가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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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엄만 준비할 시간 충분히 남았어요.

[엄마] 근데 난 뭘 해놔야 하는지를 몰라. 그때까지. 또 언제까진지두. 뭘 위해서.

[제씨] 닥쳐올 일들을 위해서, 모르겠어요. 남은 시간을 위해서? 애그니스가 또 한번 불낼


때를 기다리기 위해? 다슨이 머리칼이 빠진다는 소릴 듣기 위해 --- ?

[엄마] (O.L) 제씨, 나 여기 그냥 이렇게 앉아서, 그래 좋다. 네가 원한다면 죽어라 할 순 없


다.

[제씨] 할 수 있어요. 지금 금방 말했잖아요. 다시 해봐요.

[엄마] (소스라치게 놀라며) 제씨! (조용한 공포) 니가 어떻게, (사납게 노려보며) 어떻게 감
히 TV보다 싫음 그만두듯 여길 떠날 수 있다구 생각할 수가 있니. 안된다 제씨. 그럴 순
없어. 넌 살아남을 날 병신으로 만들구 있어. 아가야. 넌 잘못됐어 틀렸어. 그래, 난 여기가
좋다. 그래서 난 여기 남을 거다. 신이 날 가게 할때까지, 악쓰며 소리 질르며 무덤으로 끌
려갈 때까지. 그래 넌 참 똑똑하다. 잘났다! 나 죽기전에 도망가는거. 오냐 그래, 내가 죽음
에 뒷덜밀 끌려갈 땐 니 평생에 첨 듣는 악을 쓸테니까. (제씨 돌아선다) 나 지금 누구랑 얘
기하는 거니. 넌 벌써 가버린 애지 그렇지? 내가 못 막지? 벌써 딴데루 가버린 사람이니까.
나두 니 속 다 꿰뚫어 볼 수 있어. 너 죽은 뒤 사람들이 뭐라구들 할까 그거 생각하지 지
금! 니 생각엔 이짓이 사람들을 굉장히 혼란시킬거라구 믿지? 오오 그럼, 크리스마스 때부
터 너혼자 속으루 웃었겠지. 이 사람들이 얼마나 놀랠까. 흥! 아무두 놀랠 사람 없다. 이 일
두 너답게 해. 쉽게 하지 말구 어렵게 해. 그러엄, 그래야 내 딸이지. (제씨, 부엌으로 간다.
엄마, 그녀 따라 가면서) 딴 사람들이 누굴 안됐어할지 너두 알지? 나다. 어떠냐, 니가 아니
야. 나야. 넌 욕해. 수치야. 다슨한테 누가 니 얘길 꺼내 봐라. 아마 금방 딴 얘기루 바꿀걸?
창피해서. 요새 주차비가 얼마 올랐나 하는 식으루.

[제씨] 제발 날 내버려 둬요!

[엄마] 사실을 말하는 거야.

[제씨] 그냥 쪽지 한장만 남기는건데 잘못했어요.

[엄마] 그래애! (그리고는 갑자기 제씨의 말을 이해하며, 생각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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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도 거의 마비가 되어 제씨쪽으로 천천히 얼굴 돌리면서 작게 속삭인다) 아니야, 아냐. 그


랬다면 아마 난 오늘 밤 니 얘기들을 하나두, 암것두 몰랐을거야.

[제씨] 괜찮아요.

(엄마, 몇분 동안의 정신적 황폐로 인해 거의 넋이 나갔다. 부엌 테이블 의자에 앉는다. 고


통과 분노와 무서운 공포, 그러나 거의 감정이 없는 상태로 보인다. 그녀는 고통에서 훨씬
넘어선 사실상 건드릴 수 없는 상태이다. 제씨는 그것을 안다. 조용히 이야기한다. 엄마가
다시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제씨 씽크대에서 손을 씻는다.

[제씨] 엄마, 아버지 장례식 맡았던 목사님 좋아했죠. 생각나세요? 그분한테 부탁하구 싶으
면 나두 상관없어.

[엄마] (대답이 아닌 그냥 소리) 뭘.

[제씨] (손에 로션을 바르며 말한다) 그리구 엄마 좋아하는 노래 하나 골라요. 아님 애그니


스더러 골르라든지. 어떤 노래가 어울릴지 잘 알거에요. 참! 엄마, 아버지 장례식 때 입었던
옷, 세탁해 놨어요. 그거 엄마한테 잘 어울렸었어요.

[엄마] 생각 안난다.

[제씨] 장례에 엄마 친구들이 오기 시작하면서부턴 그다지 힘들지 않을 거에요. 오랫동안 못


만난 친구들두 보게 될 거구요. 엄마가 문상을 받을때 허둥거리지 말라구 할말을 생각해 놨
어요. 그 사람이 들어올때 ---

[엄마] (간단히 반복조) 들어오세요.

[제씨] 모시고 들어가서 꽃들을 보여줘요. 좋아할 거에요. 참 안됐습니다. 하거든 엄만 그냥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니, 그리군 그 사람들 정원에 꽃이 잘 자라나, 아님 추수감사절엔
뭘 할건지 아님 애들 안부를 묻구.

[엄마] 그 사람들 자식 안부는 안 묻는게 좋겠구나. 그냥 요즘 뭘 했냐구 물을 거다. 언제나


그게 무난해. 그리구 뜨개질할 걸 갖구 앉아 있을 거다.

[제씨] 애그니스가 같이 있을 테니까 엄만 아마 아무 얘기두 할 필요 없을지두 몰라요.

[엄마] 코니 리챠드가 오면 그 아이리쉬 털실을 어디서 사냐 물을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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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자기 아이리쉬 털실이라지만 내가 알어. 정말 아일랜드에서 오는 건 아니야. 그거 아마


흔하디 흔한 녹색 포장지에 싸여 있는 걸꺼야.

[제씨] 식이 끝난 뒤에 꼭 사람들이 집에 오도록 해요. 음식 넉넉하게 장만해서 충분히 먹게


하구. 엄마 것두 남겨 놀수 있게, 집에 싸갖구 가지는 못하게 해요. 특히 로렛타요.

[엄마] 음식은 로렛타가 다 할텐데, 마카로니 정도는 싸줘야지.

[제씨] 아녜요 엄마. 인제부터는 엄만 엄마 생각만 해야 해요. (엄마와 같이 앉으며) 자, 이


제 말에요. 누가, 주책 없이 내가 왜 자살을 했냐 물으면 엄만 그저 모른다구 하세요. 엄만
날 사랑했구, 엄마두 알죠. 내가 엄말 사랑한 걸. 그냥 여늬날 밤하구 마찬가지루 같이 앉아
있다가 내가 엄마한테 키쓰하면서 안녕히 주무세요 엄마. 그랬다구, 엄마는 내가 내방문 닫
는 소리를 들었는데 총소리가 난 거에요. 그리구, 이유가 어쨌든 엄마 생각으룬 그 이유는
내가 가지구 간 거에요.

[엄마] (조용히) 그건 당사자 사정이었다구.

[제씨] 그래요. 그게 좋아요, 엄마.

[엄마] 그래, 그럼 그렇게 말할께.

[제씨] 당사자 사정 --- 네.

[엄마] 다슨이랑 로렛타한테두 똑같이 말하는 거냐? 둘이 그냥 앉아 있다가 니가 나한테 키


쓰하구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걔들이 믿겠니? 뭔가 더 있다구 생각하겠지.

[제씨] 그럼 우리가 한 일들을 말하세요. 사탕병을 채우구 냉장고 청소두 하구 핫 초콜렛두


만들어 먹구 소파 카버두 바꾸구, 엄만 전혀 눈치못챈 거에요. 알죠? 그게 훨씬 나아요. 우
리가 이 문젤 서루 얘기한줄 알면 걔들 그야말루 정말 이해 못해요. 엄마가 어떻게 날 그냥
내버려 뒀냐구. (엄마 대답없다) 이건 비밀이에요. 엄마하구 나만의 밤이에요. 누구두 나눠
가질수 없어요.

[엄마] 알았다. 그럼.

[제씨] (엄마 뒤에 서서 그녀의 어깨를 잡고) 총소리가 들리면 엄마 내방에 들어오지 말아


요. 일어나기 힘들테니까 애쓰지 마세요. 다슨한테 전화해요. 그리구 경찰, 그리구 애그니스
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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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요. 그담엔 누가 올때까지 할일이 있어야 해요. 핫 초콜렛 만든 냄빌 닦아요. 한 시간이


걸리는 한이 있어두 계속 닦구 있어요.

[엄마] 그냥 앉아 있을랜다. 할일까지 필요하진 않아. 경찰들은 무슨 질문을 할거니?

[제씨] 화약반응검살 할 게에요. 그리구 무슨 일이 있었냐구 물을 거에요. 앰블런스가 와서


날 실어낼 거구. 그건 엄마두 알죠. 어떻게 하는지. 엄만 여기 다슨 부부하구 함께 있어요.
꼭 다슨하구 같이 방 바깥에 있으세요. 다슨이 아니구 경찰이 먼저 내방에 들어오게 해 주
세요. 꼭요.

[엄마] 만일 다슨네가 날 즈이 집으루 가자구 하면?

[제씨] (거실로 돌아가며) 그건 엄마 맘대루 해요.

[엄마] 여기 있는게 나을거야 걔들 집에는 커피두 쌍카만 마시구 또 ---

[제씨] 며칠간은 애그니스가 와서 같이 있어줄 거에요.

[엄마] 아무래두 나 혼자가 나을 거같다.

(제씨가 아까 갖다 놓은 상자 쪽으로 움직여가면서)

[엄마] 사람들 나눠줄 거니?

[제씨] (둘이 소파에 앉아 제씨 무릎에 상자 놓고) 이 계산기, 로렛타 주세요. 다슨이 저 쓸


려구 산건데 엄마두 알죠? 더 좋은 걸 사군 두갤 다 즈이 집으루 갖구 갈 수가 없으니까,
로렛타가 일원 한 장에 떨면서 따지잖우, 그래서 나 하나 준건데 로렛탈 주면 좀 우습겠죠.
그리구 내 실내화, 몽땅 다 자루에 넣어 옷장에 뒀어요. 한번두 안신은 거에요. 다 맞을 거
야, 다슨 있는데서 얘기해요. 다슨이 로렛탈 끔찍히 사랑해서 다행이에요. 그것두 알겠지. 로
렛타 발이 흔한 싸이즈가 아니라는 거.
[엄마] (계산기 잡으며) 알았다.

[제씨] (상자에서 꺼내며) 이건 다슨 주세요. 거의 엄마에 관한 얘기니까 읽구 싶음 읽구요.


엄마 생일하구 크리스마스때 줄 선물 목록두 앞으로 한 이십년 후꺼까지 썼어요. 엄마가 따
루 특별히 원하는게 있으면 다슨 주기전에 더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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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어요. 선물 받으면서 그냥 놀래면서 받구 싶거든 읽지 말구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거의


집에 필요한 선물들을 받을 거에요. 목욕탕 카펫이든지 뭐 편물루 만든 거든지, 그런 거요.
내년 크리스마스껀 좀 비싼 것들이에요. 다슨이 꽤 깨질 걸요? 엄마가 굉장히 좋아하는 것
들이에요. 상상할 수 없는 것들.

[엄마] 다슨이 비싼 걸 사줄건 같니?

[제씨] 이렇게 다 써 놨는데 안하면 지가 아마 좀 깨름직 할 거에요. 그리구 이건 씨슬 전화


번호에요. 지난 주 여기루 걸었드니 받드라구요. 아직 거기 살 거에요.

[엄마] 뭐라구 해야 하니.

[제씨] 내가 그사람 얘기 --- 좋은 얘기만 하드라구요. 중요한 건 릭키 찾아 내 소식 전하


구, 엄마가 그애 몫으로 남겨둔 걸 맡아 가지구 있으니까 와서 갖구 가라구 하세요. (상자에
서 봉투 꺼내며)

[엄마] (빈 봉투인 것 같은 느낌에) 그게 뭐냐?

[제씨] (꺼내며) 내 시계에요.

(봉투에 시계 넣고 속에서 리본 꺼내 묶는다)

[엄마] 팔아 먹을 걸 뭐.

[제씨] 그러라구요. 아직까지 안 훔쳐간 것만두 고마운데 뭐. 내가 뭐 맛있는걸 사먹였으면


좋았을텐데.

[엄마] 그걸루 마리화나나 사겠지.

[제씨] 그럼 그거라두 좋은 걸루 사서함 되겠죠. 나머지는 엄마꺼에요. (상자를 엄마에게 건


네 주고 엄마, 이것저것 만지며 들여다본다)

[엄마] (놀라며) 이걸 언제 다 했니. 응, 나 낮잠잘 때 했겠구나.


[제씨] 시끄럽지 않게 하려구 애썼어요. (엄마, 선물들이라는 것에 석연치 않다)

[엄마] 별거 아니에요. 그저 엄마가 좋아할 그림이라든지 엄만 잃어버렸다구 생각했던 시시


한 것들이에요. 엄마 껀지두 모르구 있던 것들요. 보면 알거에요.

[엄마] 내가 이걸 갖구 있구 싶을지 의문이다. 니 생각만 나게 할걸.

[제씨] 안 그럴 거에요. 샘플 치약같은 것들이니까. 구석구석 쳐박혀 있던 거 찾아낸 거에요.

[엄마] 오, 그래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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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아마 거기 하나는 괜찮을 거에요. 할머니가 주신 반진데 엄마 좋아할 거에요. 근데,


지금 주면 엄마 안 낄 거 같아서요.

[엄마] (상자 테이블 근처에 놓으며) 그래, 못낄 거다. 나 이제 매니큐어해두 될 것 같다. 손


새루 씻으랴?

[제씨] (일어서며) 이제 그만 들어가야 해요.

[엄마] (빠르게) 안돼, 제씨! 아직 밤이 멀었다.

[제씨] (엄마, 제씨 잡았을 때) 안돼요, 엄마.

[엄마] 아직 열시두 안됐잖니.

[제씨] (조용히) 가게 두세요.

[엄마] 난 못한다. 넌 갈 수 없어! 니가 어떻게 이럴수가 있니! 이렇게 빠를 거라구 언제 말


했니! 난 무섭다 응? 제씨! 난 널 사랑해 아직.

[제씨] (뿌리치며) 가게 해 주세요 엄마. 할 말 끝났어요.

[엄마] (꼼짝 않고 잠깐 서 있다가) 너 내 손톱 해 준댔지.

[제씨] (조금 뒤로 물러서며) 이젠 못해요. 너무 늦었어요.

[엄마] 늦긴 뭐가 늦니.
[제씨] 엄마가 전화걸 때 다슨네 잠에서 깨게 하구 싶지 않아요. 잠자리에 들기 전이라야 금
방 올 수 있잖아. (뒤로 물러서며)

[엄마] (그녀 가까이 움직이며 조심스럽게) 깨야할땐 걔들 잠귀 밝어. 걔들은 이집하구 별상


관 없는 애들이다. 너하구 난 상관있어.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아직두 정리해야 할 게 잔뜩
남었다. 난 내 약처방이 어딨는지두 모르구. 넌 닥터 데이비스가 전화하면 내가 할말두 아직
안 해 줬어. 그리구 릭키한테두 어디까지 얘길해야 하는지두 모르구 낙엽 긁을 때가 되면
누굴 불르는 지두.

[제씨] 날 막을려구 애쓰지 마 엄마, 엄마 안돼.

[엄마] (그녀 다시 잡으며, 이번에는 세차게) 왜 안돼! 왜 못해! 내가, 이렇게 버티구 있는데
넌 날 빠져나갈 수 없어. (실갱이질 하며) 갈려면 제씨, 날 넘어뜨려야 해. 나 아직 널 그냥,

(문 앞에서 둘이 잡고 뿌리치고 하다가 제씨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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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거의 속삭임) 안녕히 주무세요 엄마.

(제씨, 자기 방으로 사라지고 엄마, 문 앞에 왔을 때 문 잠그는 소리 들린다)

[엄마] (악쓴다) 제씨! (두들긴다) 제씨! 문 열어라. 제발 이러지 마라 제씨. 니가 나한테 시


킨대루 나 하나두 안하면 너 어쩔래. 씨슬한테 니가 나쁜놈이라 그러드라구 할거야. 그래서
니가 이렇게 된 거라구! 릭키 주라는 시계는 다슨 줄란다! 그렇게 못하게 할려면 니가 나와
서 날, 제씨! (두드린다) 제씨 그만 둬! 내가 몰랐어! 내가 줄곧 너하구 같이였는데 어떻게
그토록 너혼자 외로왔다는 걸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니.

(엄마, 잠깐 쉰다. 숨이 차다. 귀를 문에 댄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자 뒤로 조금 물러나 똑바


로 서서 다시 한번 악쓴다)

[엄마] 제씨야! 제발!

(그 대답인 것처럼 총소리 들린다. 엄마, 문 앞에서 무너지듯 주저앉는다. 눈물 줄기가 그녀


얼굴에 흘러내린다. 그러나 더 이상 소리는 지르지 않는다.)

[엄마] 제씨, 제씨, 내 아가. 날 용서해 다우. (사이) 난 니가 내껀줄 알았었다.

(문에서 떠나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거실의 가구 근처를 어딘지도 모르는 채 움직이다


가 그러다 마침내 부엌 렌지 위에 냄비를 (핫 초콜렛을 만들었던) 들고 전화로 간다. 다이얼
을 돌리는 동안에 그 냄비를 꼭 쥔채, 내려다본다. 다시 꽉 잡는다. 냄비에 그녀의 목숨이
달려 있는듯이. 로렛타의 대답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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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로렛타. 다슨 좀 바꿔다우.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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