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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샤노먼- 잘자요 엄마 대본
마샤노먼- 잘자요 엄마 대본
극 단 산울림 제82회 공연
마샤 너만 / 작
윤여정 / 번역
김수현 / 각색
임영웅 / 연출
(등장인물)
[제씨 ․ 케이츠] 연령은 삼십대 후반 또는 사십대 초반. 창백한 얼굴에 전체적으로 산만한듯
하면서 불안하다. 제씨가 그나마 자신의 상태를 컨트럴 할 수 있게 된 것은 최근 일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특히 오늘밤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균형상태를 잘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
다고 굳게 결심하고 있다. 바지에 긴 검정 스웨터. 스웨터 주머니에 메모한 노우트 종이를
넣어 두었고, 귀 뒤에 연필을 꽂거나 아니면 다른 주머니에 펜을 찔러 놓거나, 제씨는 대체
로 별로 말이 없는 편이며, 또 그녀가 말을 한다 해도 다른 사람들에는 그녀의 궤변에 가까
운 유모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 오늘밤, 그녀의 행동은 지극히 평화스럽지만 그녀에게는 뚜
렷한 목적이 있고 시간 시간이 흐르는 것을 정확하게 의식하고 있다. 오늘밤만큼 제씨가 이
야기를 많이 한 적은 없다. 또 이 밤처럼 이야기를 즐겨 본 적도 없다. 제씨가 언제나 이런
것은 절대로 아니다. 여기 등장하는 두 여인의 친근감은 모녀가 둘이 오래 함께 살아서 생
긴 것이며, 시작만으로 이미 의사 소통이 되는 짧은 말투, 서로를 안됐어 하는 방법, 약 올
라하는 일 등등 틀에 박힌 듯, 습관적, 상투적인 부분이 있다.
바로 지금부터 시작되는 일이다. 무대의 시계는 8시 15분 무대가 시작되면서 시계는 관객에
게 보이는 곳에서 공연되는 동안 함께 움직여 가고 있어야 한다. 시계는 부엌과 거실의 테
이블에 놓아둔다. 막간은 없다.
(무대장치)
[엄마] 거기 있잖니
[제씨] (신문 뭉치에 있던 수건 집으며) 수건, (하다가 느끼고) 더 안 잡술래요?
[엄마] (TV 가이드 잠시 뒤적이며) 한상자 씩이나, 나중엔 뻣뻣하게 굳어서 못 먹어.
[엄마] 다락
[엄마] 구두 상자 속에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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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안경 좀 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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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까만 거야.
[제씨] 알아요.
[제씨] 좋은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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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할 거야 그런데.
[엄마] 그냥 해 보는 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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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닦냐구.
[제씨] 말했잖우.
[제씨] 정말이에요.
[엄마] 널 죽인다구?
[제씨] 벌써 먹었어요.
(제씨 탄창을 돌리고 겨냥해서 방아쇠를 당긴다. 탄환이 없는 총이기 때문에 탁 소리만 들
리고, 분명히 고장난 총은 아니다. 제씨는 고장난 총이 아닌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 그냥
해 보는 짓이다. 엄마는 말을 할 수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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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게 낫겠어요.
[엄마] 다슨이!
[제씨] 좀 도둑땜에 총이 있어야겠다니까 좋은 생각이라구 어떤 총을 살건지까지 가르쳐 주
든데?
[엄마] 니 동생이야.
[제씨] 그뿐이지 뭐.
걔가 해야 해.
[제씨] 걸어요. 그럼 다슨이 뒷처리하기 안성맞춤인 시간에 도착할 거에요. 경찰에두 걸구.
[엄마] 그럼 난!
[제씨] (대답없다.)
[제씨] (반응없다.)
[제씨] (미소)
[엄마] 넌 죽음이 어떤지 아니? 그렇게 조용하지만두 않을 거야. 누가 아니? 죽음이 자명종
울리는 거 모양 계에속 시끄러울지두 모르잖아. 넌 일어나 멈추게 할 수두 없을 거구. 영원
히 말이다.
[엄마] 간다.
[엄마] 제씨.
(제씨, 대답없다. 총알을 잰 총, 상자에 넣고 부엌으로 간다. 엄마는 그녀가 방으로 갈까봐
두려워 당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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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 집에서는 못해 너!
[제씨] 뭐가?
(제씨 계획된대로 진행해 나간다. 새 사탕으로 사탕병을 채우고, 초콜렛 껍질들을 상자에서
꺼내는등, 엄마는 보통은 이럴 때 먹곤 했었다. 오늘밤은 그럴 수가 없다.)
[엄마] 뭘.
[제씨] 아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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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그것 봐요.
[제씨] 아뇨.
[엄마] 얘, 제씨. 로렛타, 여기 발그림자두 못하게 할께. 다슨두 혼자 오라구 하마. 그리구 다
슨이 널 귀찮게 하면 걔두 오랄 거 없다. 다슨이 널 귀찮게 한적 있니?
[엄마] 가족은 계획에 의해서 만들어지는게 아니야. 그저 사고일 뿐이지. 다슨이 니 신경을
긁을려구 부러 그러는건 아닐거다. 괜히 억지루 가족인척 하느라 그러는 것두 아니구. 걔들
은 우리 식구 아니니.
[엄마] 뭘 아는데?
[제씨] 엄마에 대해서두. 즈이꺼든 우리꺼든 상관없이 즈이가 받구 봐, 엄마 내가 주문한 브
라제어가 걔들 집으루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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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건 착오지.
[엄마] (고개 흔들며) 걔들이 너에 대해서 뭘 아니. 다시는 니얘기 입에 올리지 말라구 내
주의 줄께 근데 도대체 뭐니. 릭키에 대해서? 니 발작 껀? 니 머리가 빠진다는 거? 니가 커
피를 너무 마신다는 거? 아님 니가 집밖에 나가기 싫어한다는거? 응? 뭐야.
[엄마] 그럼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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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야뇨, 꼭 그래야만 되는 건 아니죠. 나한테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게, 그점이 좋아요.
[엄마] 제씨!
[제씨] 아버지가 헛간에 "낚시 갔음" 이라구 써 붙였던 것처럼 나두 목에다 그런 걸 걸었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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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네 그래요.
[엄마] 내 말은 이 집이 말이다.
[제씨] 다, 여러가지루요.
[엄마] 그럼 왜 하필 크리스마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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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물었다.
[제씨] 엄마 안될 껄?
[엄마] 두구 보렴.
[제씨] 하루 종일 엄만 뭐할꺼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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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엄마 맡았었잖아요. 내가
[제씨] 엄마 버스 타봤죠. 버스는 사람두 많구 덥구, 덜커덩 거리구 시끄럽구, 오로지 내려버
리구 싶은 생각 밖에는 안들어두 내릴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직두 더 가야만 자기
가 내리는 곳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죠. 근데, 난 내가 원하면 지금 내릴수 있어요. 왜냐구
요? 만일 오십년을 더 타구 가다가 내려두 내가 내리는 곳은 같은 장소에요. 충분히 탔다구
생각되는 순간, 언제라두 기분이 내키면 난 내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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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무슨 일.
[제씨] 뜨개질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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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그래요. 전화기 판매원 했었죠. 거기서 번 돈으루 내 전화값두 못 물었구 --- 병원
앞 선물가게서두 일했었죠. 근데 내가 웃는게 손님들을 굉장히 거북하게 했대요.
[엄마] 제씨.
[제씨] 진실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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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잘 보내자구?
[제씨]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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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집에 새가 가득 있는지?
[엄마] 그놈의 끔찍한 채소, 오크란지 뭔질 먹어서 그런건지 원. 너 생각해봐. 어떻게 오크라
만 하루에 두끼를 먹어대니. 그러니 탈이 생기지. 그것땜에 좀 돌았나봐.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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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갑자기 조용해지며 그러나 코코아와 우유는 냄비에 준비가 되어 있다. 스토브에 불을
붙이고 냄비를 젓기 시작한다.)
[제씨] 근데 엄만 우율 싫어하잖어.
[엄마] (다른 이야기를 시도, 그러나 아까만큼 기운차지는 못하다) 아유, 우유는 딱 질색이
야. 오크라만큼이나, 그게 목에 끼잖어. 아휴우. 징그럽구 싫어.
[제씨] 맞아요. 엄마
[엄마] 니 손이 차갑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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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안도의 웃음) 내가 싫어서 안오는줄 알았드니 무서워서? 그래. 날 무서워 해서였구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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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엄마 ---
[엄마] 아니.
[제씨] 네, 그러셨죠.
[엄마] 아냐, 그건 전부가 새빨간 거짓말이야. 자기 딴에는 그렇게 말하는게 굉장한 유머였
나부지. 맙소사, 이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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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대답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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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말좀 해다우.
[제씨] 나두 잘 몰라. 글쎄, 아버지 인생, 아버지 옥수수 농사. 아버지 장화. 또 우리들, 또
무슨 다른 일들, 그런 거였겠지. 왜 몰루?
[엄마] 그럼 넌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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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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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뭐하게요.
[엄마] 이거 하나만 남겨. (포크 서랍 벌컥 열며) 칼 하나, 포크 하나, 큰숟갈 하나, 깡통따개
만 어디 손쉬운데 내 놓구 다 치워버려.
[엄마] (냄비 씽크대에 던진다) 접시랑 컵들두 다 버려. 나 종이루 된거 쓸란다. 로렛타 갖구
싶은 거 있음 골라가지라 그러구 나머진 다슨이 팔 수 있겠지.
[엄마] 당근 싫어해.
[엄마] 누가 여기 와서 요릴 해?
[제씨] 애그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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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끝까지 할말이 아무것두 없나부드라 그래서 나왔다 단 한마디두 안하드라 흐흥, 그게
나한테 말 안할 마지막 기횐데 느이 아버지가 그걸 놓칠 사람이냐?
[제씨] (잠시 있다가) 엄마가 아버질 사랑하지 않았던 건 참 딱한 일이에요. 내말을 엄마한
테 안됐다는 뜻이에요. 아버지 좋은 남자였잖우.
[제씨] 네 금방 여기 마저 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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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버리지 말구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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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저기 어디요.
[제씨] 무슨 얘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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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두 씨슬이 너한테 어울리는 상대라구는 한번두 생각해 본적 없어. 테네시 촌놈인거
내가 왜 몰라.
[엄마] 안 그랬음 어떻게 남편을 얻을려구 했니. 사람까지는 관두구, 도무지 살아 움직이는
뭐에두 입떼 본적 있니?
[제씨] 그래요, 난 말이 없어요, 말재주두 없구요, 그게 어때서요?
[제씨] 뭘 알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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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겁나서) 그만해! (변호하며) 제씨. 씨슬이 다시 살자구 할지두 몰라. 그런 사람들 많
드라, 시내루 나가 만나서 얘길해 봐. 니가 얼마나 좋은 짝이었는지 몰랐었던 거야. 지금쯤
아마 생각이 달라졌을 거야. 근데 남잘 봐야 알지, 전화해 봐 지금 집에 있을지두 모르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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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께요.
[제씨] (빨래 바구니에서 소파 카바를 꺼내며) 매니큐어 안하구 싶죠. 이거 빨았어요. 씌울려
면 둘이 해야 해.
[엄마] 나 늬 아버지 눈 봤다. 맞어 그거 그거였어. 책에서 그러는데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그 병인줄두 모른다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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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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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무슨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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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사라지고 엄마, 전화쪽으로 그러나 이번에는 수화기를 잡을 수조차 없다. 대신 쟁반에
서 쏟아진 병들 치우려 꾸부리고 앉는다. 제씨 슈퍼에서 온 봉투들고 돌아온다. 엄마 아직도
마루에 엎드려 바닥 정리한다. 그녀가 깨끗이 청소를 하면 혹시 제씨가 머물러줄까 하는 희
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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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반응없다)
[엄마] 넌 내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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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난 맛없어요.
[엄마] 두렵지 않니?
[제씨] 뭐가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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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소스라치게 놀라며) 제씨! (조용한 공포) 니가 어떻게, (사납게 노려보며) 어떻게 감
히 TV보다 싫음 그만두듯 여길 떠날 수 있다구 생각할 수가 있니. 안된다 제씨. 그럴 순
없어. 넌 살아남을 날 병신으로 만들구 있어. 아가야. 넌 잘못됐어 틀렸어. 그래, 난 여기가
좋다. 그래서 난 여기 남을 거다. 신이 날 가게 할때까지, 악쓰며 소리 질르며 무덤으로 끌
려갈 때까지. 그래 넌 참 똑똑하다. 잘났다! 나 죽기전에 도망가는거. 오냐 그래, 내가 죽음
에 뒷덜밀 끌려갈 땐 니 평생에 첨 듣는 악을 쓸테니까. (제씨 돌아선다) 나 지금 누구랑 얘
기하는 거니. 넌 벌써 가버린 애지 그렇지? 내가 못 막지? 벌써 딴데루 가버린 사람이니까.
나두 니 속 다 꿰뚫어 볼 수 있어. 너 죽은 뒤 사람들이 뭐라구들 할까 그거 생각하지 지
금! 니 생각엔 이짓이 사람들을 굉장히 혼란시킬거라구 믿지? 오오 그럼, 크리스마스 때부
터 너혼자 속으루 웃었겠지. 이 사람들이 얼마나 놀랠까. 흥! 아무두 놀랠 사람 없다. 이 일
두 너답게 해. 쉽게 하지 말구 어렵게 해. 그러엄, 그래야 내 딸이지. (제씨, 부엌으로 간다.
엄마, 그녀 따라 가면서) 딴 사람들이 누굴 안됐어할지 너두 알지? 나다. 어떠냐, 니가 아니
야. 나야. 넌 욕해. 수치야. 다슨한테 누가 니 얘길 꺼내 봐라. 아마 금방 딴 얘기루 바꿀걸?
창피해서. 요새 주차비가 얼마 올랐나 하는 식으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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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씨] 괜찮아요.
[제씨] 엄마, 아버지 장례식 맡았던 목사님 좋아했죠. 생각나세요? 그분한테 부탁하구 싶으
면 나두 상관없어.
[엄마] 생각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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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팔아 먹을 걸 뭐.
[엄마] 오, 그래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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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늦긴 뭐가 늦니.
[제씨] 엄마가 전화걸 때 다슨네 잠에서 깨게 하구 싶지 않아요. 잠자리에 들기 전이라야 금
방 올 수 있잖아. (뒤로 물러서며)
[엄마] (그녀 다시 잡으며, 이번에는 세차게) 왜 안돼! 왜 못해! 내가, 이렇게 버티구 있는데
넌 날 빠져나갈 수 없어. (실갱이질 하며) 갈려면 제씨, 날 넘어뜨려야 해. 나 아직 널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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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