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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치학회보 27집 3호 http://doi.org/10.34221/KJPS.2019.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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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ore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ISSN 1229-5469(Print)
2019년 8월:19~42 ISSN 2671-5384(Online)

북극해 영유권 갈등의 정치학 :


동아시아 지역에 주는 시사점*
1)

박 영 민**

•요 약•

본 본문은 북극권 지역에서의 영유권 갈등과 관할권 해결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북극의 해빙이 가속화되면서 북극해에서의 갈등 양상은 북극권 8개국을 포함하여 중
국과 영국까지 가세하는 등 국가 간 각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본 논문은 북극
해의 영해갈등이 아・태지역에서의 영해 갈등과 어떤 차이와 유사점을 지니는 지를 살펴
갈등 해결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연구 목적이 있다. 영유권과 관할권 갈등은 국제레
짐(international regime)을 통한 규범적 해결의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인지를 논의한다.
이에 북극해 영유권 갈등의 해결 모델서 1920년 체결된 ‘스발바르조약(The Svalbard
Treaty)’이 지닌 의의를 검토한다. 당초 14개 국가들 간에 체결된 이 조약은 북극 스
발바르 제도를 비무장지대로 설정하고 노르웨이의 자치권을 인정하지만, 노르웨이 법
률 전체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점을 담고 있다. 따라서 현재 44개국에 이르는
모든 서명국은 군도에서 평등하게 경제 활동을 할 권리를 지닌다. 2012년 노르웨이와
러시아는 이 권리를 행사하였다. 스발바르 제도 사례는 동아시아 지역의 영유권 갈등
에 대한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러시아와 노르웨이는 40년 간 이뤄진 협상과정
에서 상호 신뢰를 축적하였으며, 그 결과 공동의 이해를 도출할 수 있었다. 즉, ‘공동 이
익의 딜레마(dilemma of common interests)’를 통한 해결이 이뤄진 것이다. 반면 최
근 남중국해에서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관련국 간 영유권 분쟁을 넘어 해로이용
의 자유와 동맹국의 군사개입 등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으로 전개되고 있다.
요컨대 본 논문은 북극지역 영유권 갈등의 협력적 변화 모델로서 ‘스발바르조약’은 북
극권 지역의 여타 영유권 갈등해결의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아・태지역의
영유권 갈등 해결을 위한 참고 모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제어:북극해, 영유권 갈등, 국제레짐, 공동이익의 딜레마, 스발바르조약

** 이 논문은 2016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6S1A5B5A0


7921303)
** 대진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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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政治學會報(第27輯 3號)

I. 서 론

1990년대 초반 소련이 해체되고 동유럽이 분화하면서 다수의 민족국가가 독립하면서


국제정치의 핵심의제를 이뤄 왔던 영토문제와 지정학은 고전적 주제로 취급되어 큰 주목
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21세기 10년을 거치는 동안 ‘국가 중심적(state-centric)’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영토문제가 국제정치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으며, 주로 해양 관할권 문제가
그 중심 고리를 이루고 있다. 최근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과 중
국의 ‘일대일로’가 길항하면서 구조적 단층선을 이루고 있다. 남중국해에서의 중국과 베
트남, 필리핀 사이의 갈등이 거세지고 있으며, 동중국해에서는 중국과 일본 간의 댜오위
다오/센카쿠열도 갈등이 간헐적으로 재현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한국의 동해 해저지명
표기문제를 포함한 독도수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영유권 갈등은 동아시아 지역을 넘어 미국, 러시아, 캐나다 사이의 이해가 대립하
는 베링해(Bering Sea)와 축치해(Chukchi Sea) 지역, 영국과 프랑스 간의 ‘채널(Channel)’
과 영국 해협(English Channel)/라망슈 해협(La Manche)1), 그리고 러시아와 노르웨이
사이의 바렌츠해(Barents Sea)와 스발바르 제도(Svalbard islands) 등 다양한 지역에 걸쳐
있다. 특히 금세기 이후 북극해 해빙이 가속화되면서 북극권에서는 잠재해 있던 북극 국
가 간 영유권 분쟁은 거대한 갈등의 축이 되고 있다.
북극해는 냉전기간 군사안보적 대치로 인해 항로의 이용이 폐쇄된 상태에 머물러 왔
다. 그러나 1987년 10월 1일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북극항로의 상업적 개방과 평
화지역 설립 제안을 담은 ‘무르만스크 선언(Murmansk Initiatives)’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되었다. 이후 1991년부터 외국선박에 북동항로가 개방되는 등 북극권에서의
국가 간 협력은 본격화 되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노르웨이, 덴마크/그린란드, 미국, 캐
나다 등 5개 북극 연안국(Arctic-5)과 북극권에 영토를 두고 있는 스웨덴, 핀란드, 아이
슬란드를 포함한 비연안 8개국(Arctic-8)은 1996년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를 구성
하여 북극권 협력을 주도해 왔다. 그런데 이때까지 북극 지역에서 영유권을 강조한 국가
는 그린란드에 대한 관할권을 줄곧 주장해 온 덴마크를 포함해 러시아, 캐나다 정도였다.

1) 영국 해협/라망슈 해협은 영국의 그레이트브리튼 섬과 프랑스 사이를 잇는 폭 240km, 길이 563km 구간


의 바다이다. 이중 가장 좁은 구간은 35.4km에 불과한 ‘채널(Channel)’로서 영・불 해협의 공식 명칭이다.
이곳을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도버 해협(strait of Dover), 칼레 해협(Pas de Calais)으로 부르고 있다.
‘채널’은 영국과 프랑스의 영해로 이뤄져 있지만,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제38조 1의 규정에 따라 통과통항권이 준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 해협에서는
군함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통과통항은 물론 군용 항공기의 상공비행과 잠수함의 잠항통항까지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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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영유권 갈등의 정치학 : 동아시아 지역에 주는 시사점 (박영민)

그러나 2008년 5월 28일 북극 연안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5개 연안국의 배타적 주권이


발표되면서 북극권에서의 영유권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북극권 영유권을
둘러싼 열강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군사적 대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는 2015
년에 북극사령부를 창설하였으며, 추가로 북극 작전을 위한 4개의 특수부대를 구성하였다.
여기에 중국은 2018년 1월 26일 「중국의 북극 정책백서(≪中国的北极政策≫白皮书)」2)를
발표하면서 스스로 ‘근북극국가(近北极国家, Near-Arctic state)’로 규정하였다. 이에 대
해 미국 국방부는 2019년 6월 공개한 ‘북극 방어전략(Report to Congress Department
of Defense Arctic Strategy)’3)에서 북극권 8개국 이외 국가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나아가 북극권에서의 미국의 독자적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동맹국과의
연합훈련 실시 계획을 밝히고 있다. 캐나다도 북극의 주권 수호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
였으며, 영국도 2018년 9월 30일 ‘신 북극방어 전략(new Defence Arctic Strategy)’을 발
표하였다.
이처럼 북극권에서의 갈등 국면은 국제정치의 새로운 단층선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점증하는 북극해 영유권 갈등과 아・태지역 영유권 갈등을 비교하고자 한다.
특히 새로운 국면을 보이고 있는 북극해 관할권 갈등 양상에 주목하고자 한다. 다만, 이
러한 갈등을 해결할 협력적 다자틀로서 해양 레짐(maritime regime)의 가능성을 살피고,
오랜 협상을 통해 갈등 해결을 모색해 온 러시아와 노르웨이 사이의 양자 간 분쟁 해결
과정을 검토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북극해 관할권 갈등이 동아시아 지역에 주는 의미와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II. 북극권 국제정치와 해양 국제레짐

1. 선행연구 검토

영해 갈등에 대한 국내 연구는 상당이 많은 성과가 발견되고 있다. 대표적 연구로서


장노순(2003)의 “중국과 동아시아 해양분쟁: 스프라틀리 군도와 센카쿠/댜오위다오 분쟁
을 중심으로”는 1970년대 이후 동아시아 해양 분쟁의 원인과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 그

2) “中国的北极政策”, http://paper.people.com.cn/rmrb/page/2018-01/27/11/rmrb2018012711.pdf(검색일:
2019.5.20).
3) Report to Congress Department of Defense Arctic Strategy, https://media.defense.gov/2019/Jun/06/2
002141657/-1/-1/1/2019-DOD-ARCTIC-STRATEGY.PDF(검색일: 2019.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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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政治學會報(第27輯 3號)

러나 이 연구는 중국의 해양 전략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갈등의 원인을 파


악하는 데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만 갈등 해결을 위한 이해를 제공하고 있지는 못하
다. 또한 남궁영・김원규4)의 “센카쿠제도를 둘러싼 중・일간 분쟁의 함의: 공격적 현실주
의적 접근”은 중일 간 영해갈등을 연구대상으로 상정하고는 있으나 존 미어셰이머(John
Mearsheimer)의 공격적 현실주의의 이론적 가정을 검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여타 지역에서의 영해 갈등을 다룬 연구로서 이종오5)는 “영국-프랑스의 영토 갈
등 및 분쟁에 관한 고찰”을 들 수 있다. 이종오의 연구는 영국 해협과 도버 해협의 오랜
역사적 갈등 사례를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 내용 및 협약문을 토대로 다루고 있다는 점
에서 국제규범의 중재가 지닌 의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달리 영해 갈등이 지닌 이론적 의미를 탐색하고 있는 연구로는 최운도・배진수6)
의 “민족주의와 영토분쟁: 이론적 논의와 경험적 분석”과 이상환7)의 “신지정학적 관점에
서 본 동북아 영토갈등 문제”를 들 수 있다. 이들 연구는 영토 분쟁의 원인과 성격, 그리
고 국가의 전략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시각을 제공한다.
그러나 본 논문이 다루는 북극권 영해 갈등 문제를 다룬 연구는 크게 빈곤한 실정이
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와 달리 북극해 지역에서의 러시아-노르웨이 간의 바렌츠해 갈
등 해결이 민족주의적, 지정학적・지경학적 차원의 요인에도 불구하고 아・태지역 영해갈
등 해결에 시사점을 주는 지를 살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2. 해양 영유권/관할권 갈등의 동학 : 북극권과 동아시아

탈냉전 이후 국제정치의 고전적 의제로 간주되었던 영토주권 문제가 해양에서의 영유


권 문제로 재현되고 있다. 특히 북극해에 대한 관할권 주장과 영향력 확대를 둘러싼 국
가 간 경쟁은 거대한 게임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유엔 해양법협약」은 북극해
에 대한 개별 국가의 배타적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고 북극해 연안 5개국(미국, 러시아,
노르웨이, 캐나다, 덴마크)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권한만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북

4) 남궁영・김원규, “센카쿠제도를 둘러싼 중・일간 분쟁의 함의: 공격적 현실주의적 접근”, 세계지역연구논
총 , 제31권 1호, 한국세계지역학회, 2013.
5) 이종오, “영국-프랑스의 영토 갈등 및 분쟁에 관한 고찰: 영국해협과 도버해협의 경우”, 아태연구 ,
vol.16, no.2,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2009.
6) 최운도・배진수, “민족주의와 영토분쟁: 이론적 논의와 경험적 분석”, 영토해양연구 , 제10권, 동북아역사
재단, 2015.
7) 이상환, “신지정학적 관점에서 본 동북아 영토갈등 문제”, 정치・정보연구 , 제19권 1호, 한국정치정보학
회,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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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영유권 갈등의 정치학 : 동아시아 지역에 주는 시사점 (박영민)

극해 연안 5개국은 2008년 5월 ‘일룰리삿 선언(Ilulissat Declaration)’을 통해 북극 지역


에 대한 배타적 관할권을 소유한다는 원칙을 확인함으로써 연안국 중심주의(coast state-
centrism)를 공식화 했다.8) 즉, 이들 연안 5개국은 북극해에 대해 주권적 지위를 보유하
고 있으며, 분쟁에 대해서는 5개국 당사자 간 협의에 의한 해결을 서약하였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가 먼저 자국의 이익 확장에 적극적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러시
아는 북극해에 가장 긴 연안을 가지고 있는 ‘북극권 핵심적 행위자’로서의 위치를 더욱
강화하는 데 주력하였다. 2008년 9월 당시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대통령은 「2020
년까지와 그 이후 북극에서 러시아연방 국가정책의 기조」(이하, ‘2008 북극정책기조’)를
승인하였으며, 2009년 5월에는 「2020년까지 러시아연방 국가안보전략」(이하, ‘2009 국가
안보전략’)이 공포되었다.9)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취한 두 가지의 ‘2008 북극정책기조’와
‘2009 국가안보전략’은 2001년 푸틴 대통령이 승인한 「2020년까지 러시아연방 해양 독
트린」(이하, ‘2001 해양 독트린’)의 연장선에서 취해진 조치였다. ‘2001 해양 독트린’에서
는 해양 정책의 핵심지역 지역으로 북극해를 지목하고, 북극해에서 장기적으로 해결되어
야 할 국가적 과제로 ‘북극해 연안국들과의 해양 공간 및 해저 경계획정 과정에서 러시
아의 이익 준수’가 명시되었다. 또한 러시아의 국경안보 과제중 하나로 ‘북극지대에서 국
경 방어의 효율성 제고’가 제시되었다.10)
2013년 2월 푸틴 대통령은「2020년까지 러시아연방 북극지대 발전 및 국가안보전략」
(이하, ‘2013 국가안보전략’)을 새로이 공포하였다. 이에 따라 로고진(Dmitry Rogojin) 부
총리가 위원장을 있는 ‘북극개발을 위한 국가 위원회(State Commission for the Development
of the Arctic)’를 중심으로 북극권 인프라 정비와 에너지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러시아의 북극정책은 에너지 개발에 국한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2013년
12월 북극 상주 부대 창설을 지시하였으며, 2014년부터 북극해 지역에서 러시아의 군사
력 강화 조치는 본격적으로 추진되었으며, 2014년 12월 1일 ‘북극통합전략사령부(Arctic
Joint Strategic Command)’인 ‘세베르(Север)’의 활동을 개시하였다. 그 밖에도 북극해
지역에서의 군사인프라 발전과 지상군 안보태세 유지, 북해 함대 증강과 같은 해군 전력
을 강화에도 주력하였다. 노바야 제믈랴(Novya Zemlya), 프란츠-요셉 제도(Franz Josef

8) 박영민, “중국의 해양 정책과 북극전략연구”, 대한정치학회보 , 제26집 3호, 대한정치학회, 2018, p.77.
9) 제성훈・민지영, 러시아의 북극개발전략과 한・러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 , 서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3,
p.50.
10) 위의 책,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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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政治學會報(第27輯 3號)

Land), 브란겔랴 섬(Wrangel Island), 알렉산드라 랜드(Aleksandra Land), 슈미트 곶


(Cape Schmidt) 등에는 군사도시를 건설하였으며, 비행장 복구, 북극해 지역 상황 센터
등 군사 인프라의 현대화를 추진하였다. 그리고 북극항로 보호를 위해 브란겔랴 섬과 슈
미트 곶에 전자전 부대와 항공부대를 배치하였다. 방공역량 강화를 위해 함재기 연대, 대
공미사일연대, 공군 및 방공 연합부대도 창설되었다.11) 2018년 8월 북극권 랍테프 해
(More Laptevykh) 연안에 위치한 사하공화국 틱시(Tiksi)에 미사일 부대를 배치하였다.
이로써 러시아는 북극권에서의 통합 군사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여기에 세르게이 쇼이
구(Sergei Shoygu) 국방장관은 2014년 10월 21일 바렌츠 해 무르만스크(Murmansk)에
서 극동의 추코트카(Chukotka)에 이르는 4,700km 북극해안 전체에 부대를 배치하겠다
고 선언한 바 있다.12)

* 출처: Russia’s New Arctic Military Bases, https://limacharlienews.com/russia/russia-arctic-military-


bases/(검색일: 2019.6.30.)
<그림 1> 북극해 러시아 군사기지

11) 여시재, “[이슈브리프]러시아의 북극전략과 최근 정책방향 전망”, https://www.yeosijae.org/posts/242


(검색일: 2019.6.30).
12) Arctic Strategic Command Sever (North) Unified Strategic Command (USC), https://www.globalsec
urity.org/military/world/russia/vo-northern.htm(검색일: 201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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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영유권 갈등의 정치학 : 동아시아 지역에 주는 시사점 (박영민)

러시아의 북극권 군사전력 강화에 관련국의 대응도 강화되었다. 2016년 3월 2일 미국


은 과거 ‘테러와의 전쟁’으로 중단되었던 북극권 해군 훈련인 아이스엑스(ICEX: Ice
Exercise)를 다시 실시하였다. 덴마크도 ‘북극통합사령부(Joint Arctic Commander)’를
창설했고, 노르웨이는 북극해 순찰을 담당하는 첨단 정찰선을 도입했다. 2018년 4월
러시아 국방부는 북극 횡단 통신 케이블을 개설하였다. 통신 케이블은 세베로모르스크
(Severomorsk)에서 추코트카 안디르(Anadyr)와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트스키(Petropa-
vlovsk-Kamchatsky)를 지나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가설되
었으며, 북극지역(5,700km)과 극동지역(7,000km)을 합쳐 총 연장은 12,700km에 달한
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를 통해 노르웨이에서 중국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의 작전 상황
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가 있게 되었다.
한편 비 북극권 국가의 북극 진출도 공세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선 2013년 북극이사
회 정식 옵서버 지위를 획득한 중국은 ‘북극의 비영토적 이해당사국’(non-territorial arctic
stakeholder)이지만, 관여의 수준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북극정책의 방
향은 2018년 1월 26일 발표한 「중국의 북극정책」 백서에 잘 나타나 있다. 중국은 국가
전략으로 추진 중인 ‘일대일로’에 북극항로를 ‘빙상실크로드(冰上丝绸之路)’로 개척하겠다
는 의지를 분명히 표방하고 러시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13) 일본은 북극에 대한 관심
의 초점을 환경적 대응에서 경제적 이익 추구로, 나아가 군사안보적 대응으로 점차 정책
적 관여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한편,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해양 갈등은 역내 핵심적 안보쟁점이 되고 있다. 동중국해
에서는 댜오위다오/센카쿠제도를 둘러싼 중일 간의 영유권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
으며, 남중국해에서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사이의 갈등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14)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Treaty of Peace with Japan,
San Francisco Peace Treaty)」이 체결됨으로써 일단락되었다.15) 그러나 1968년 유엔(UN
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에서 남중국 일대에 대규모
유전이 매립되었다는 보고서 발표 이후 이 해역에 대한 경제적 관심이 증대되기 시작했
다.16)

13) 박영민(2018), pp.82-84.


14)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는 중국과 필리핀 간의 남사군도(南沙群島)/스프래틀리제도(Spratly Islands), 중국과
베트남 간의 서사군도(西沙群島)/파라셀제도(Paracel Islands) 영유권 갈등이 대표적이다.
15) 「샌프라시스코 강화조약」 제2장 2조는 ‘일본은 남사군도(南沙群島)와 서사군도(西沙群島)에 대한 모든 권
리와 소유권 및 청구권을 포기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6) 남중국해 자원갈등의 전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고할 것. Micah S. Muscolino, “Past and Pre
sent Resource Disputes in the South China Sea: The Case of Reed Bank”, Cross-Currents: East A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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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政治學會報(第27輯 3號)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부터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은 미중 간 대립으로 발전하는 양


상을 띠게 되었다. 그간 중국의 해양진출에 대해 우려하던 미국의 억제는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전략’이 맞서는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특히 EEZ에서의 제3국 군함의 활
동에 대한 적법성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입장 차이가 경합하게 되었다. 미국은
EEZ 내에서 제3국의 군사 활동은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관
할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였다. 남중국해 분쟁은 관련국 간 영유권 분
쟁을 넘어 해로이용의 자유와 동맹국의 군사개입 등의 문제를 둘러싼 강대국 간의 갈등
으로 전개되고 있다.

3. 해양 국제레짐의 가능성과 한계

일반적으로 국제레짐이 발전되는 과정은 4단계를 거친다. 첫째, 문제인지 사실 발견 및


의제설정 단계이고, 둘째 단계는 협상과 흥정 및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한 합의단계이고,
셋째는 공식적 채택단계이며, 넷째 단계는 집행 감시 평가 및 강화단계로서 레짐이 수립
되어 원활한 기능을 수행하는 단계이다.17)
김태완 외의 연구에 따르면, 국제 해양 레짐의 발전은 다음과 같다. 현재의 국제 해양
질서의 규범적 근간이 되고 있는 유엔해양법협약은 의제설정 단계에 따라 태동된 것이다.
이후 1958년 제1차 유엔해양법회의, 1960년 제2차 유엔해양법회의는 협상과 흥정 및 행
동 합의단계에 해당하며, 1973년 제3차 유엔해양법회의(1973~1982)는 공식적 채택 단계,
마지막으로 집행 감시 평가 및 강화단계는 유엔해양법협약이 공식적으로 발효된 1994년
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발렌시아(Mark J. Valencia)는 아시아 안보와 해양문제 관심을 두고 해양법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국가 간 배타적 권리의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 지역 해양에서의 평화적이고 안정적으로 조정 기구로서 동아시아 지역 해양레짐의 필
요성을 제기하였다.18) 발렌시아 등에 따르면, 해양 레짐은 해양에서의 국가 간 갈등을 완
화하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쟁 해결수단으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19)

an History and Culture Review, E-Journal No. 8, 2013, http://cross-currents.berkeley.edu/e-journal


/issue-8(검색일: 2019.7.3).
17) 김태완・전용주・김도경・김상원, “한중일 해양갈등 연구: 갈등완화와 해양협력을 위한 제안”, 국제정치연
구 , 제13집 1호, 동아시아국제정치학회, 2010, pp.81-82.
18) Mark J. Valencia, “Regional Maritime Regime Building: Prospects in Northeast and Southeast Asia,”
Ocean Development & International Law, vol.31, issue 3, 2000.
19) Mark J. Valencia, ed., Maritime Regime Building: Lessons Learned and Their Relevance for Northe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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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영유권 갈등의 정치학 : 동아시아 지역에 주는 시사점 (박영민)

특히 레짐은 부담(imposition), 자연스러운 과정(spontaneous process), 협상(negotiation)


을 계기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참여하는 행위자들이 수행해야 하는 바가 충족된 가
운데 당사자 간 합의가 존재할 때 성립된다.20) 가령 특정한 지역에서의 공동 개발이 행
위자에 이익을 가져다 줄 때 각 행위자들은 협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 상
황 내지 위협에 대한 공유된 인식이 레짐을 형성하고 강화시키기도 한다. 가령 특정 국
가의 독자적 능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해양오염, 해적, 불법이민, 해상 조난 등에 대한
공동 대응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러한 점에서 레짐은 ‘공동 이익의 딜레마(dilemma of
common interests)’ 혹은 ‘공동 혐오의 딜레마(dilemma of common aversion)’의 조건에
서 성립될 수 있으며, 조정(coordination) 또는 협력(collaboration)을 통해 이뤄진다.21)
해양과 관련된 기존 레짐들은 대체로 공동 이익의 딜레마와 관련하여 ‘협력’을 매개로 이
뤄지지만, 공동 혐오의 딜레마에 따른 조정이 매개하기도 한다.
한편 해양레짐은 하나의 거버넌스로서 기능한다. 특히 해양과 관련한 협의는 구조
(structure), 목적(objectives), 기능(functions), 권력(powers), 과정(processes), 프로그램
(programs)의 다섯 가지 기본 요소로 이뤄진다.22) 첫째, 구조는 활동 범위(activity area),
지리적 범주(geographic coverage), 제도적 가입(institutional affiliation), 구성원(member-
ship), 행정적 틀(administration framework)을 구성요소로 한다.
둘째, 해양 거버넌스의 목적은, 보호(conservation), 관리(management), 발전(develop-
ment)의 범주로 구성된다.23) 여기에서 ‘보호’의 대상은 수질, 해양생물자원, 습지, 해양보
호구역, 멸종위기 종, 풍치지대 등이다. ‘관리’는 해양환경 활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
하기 위한 계획과 실행 프로그램, 그리고 해양 이용에 따른 분쟁의 관리까지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발전’은 생물 및 무생물 자원, 해변 공간, 해로, 해양시설, 쓰레기 투기문제
등에 관심을 기울이며, 해양 부문과 관련된 지식의 습득과 이해를 포함한다.
셋째, 기능과 권력은 해양 거버넌스에 있어 가장 핵심적 요소로서 시스템의 범위와 성
취될 통합의 정도를 포함한다. 이러한 기능은 서비스, 규범 창출과 배분, 규칙준수, 조직

Asia, The Hague: Martinus Nijhoff Publishers, 2001; Min Gyo Koo, Island Disputes and Maritime
Regime Building in East Asia (New York: Springer, 2010); Edgardo Sobenes Obregon, “Historic
Waters Regime: A potential Legal Solution to Sea Level Rise,” International Journal of Maritime
Affairs and Fisheries, vol.7, issue 1, 2015.
20) op. cit, p.223.
21) Arthur A. Stein, “Coordination and Collaboration: regimes in an anarchic world,” International
Organization, vol. 36, no. 2, 1982, pp.299-324
22) Lewis M. Alexander, “Marine regionalism in Southeast Asian Sea,” East-West Environment and
Policy Institute Research Report, no. 11, 1982, p.8.
23) ibid,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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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政治學會報(第27輯 3號)

의 작동 수준(단계)으로 이뤄진다. 첫째, 서비스 단계이다. 서비스는 정보교환, 자료수


집・분석, 협의, 프로그램 사용 편의와 조정, 공동 기획과 관련된다. 둘째, 규범 창출과
배분 단계이다. 이 수준에서는 표준과 규칙을 정하는 것과 비용편익을 배분한다. 그런데
해양 거버넌스가 이 수준에 도달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남태평양어업회의기구
(South Pacific Forum Fisheries Agency)’와 같은 소수의 지역 해양기구만이 이 단계에 도
달했을 뿐이다. 셋째, 규칙준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지역 기구에 의한 규범, 그리고
합의된 기준의 감시와 이행이 이뤄진다. 넷째, 기구의 활동 단계이다. 여기에서는 다자간
기구가 구성되어 자원탐사와 채굴, 기술지원, 연구 및 분석 등의 관리 규범이 실제로 이
행된다.24)
넷째, 과정은 지역 시스템 내에서의 통합과 분열, 기구의 성장 또는 해산, 지역 시스템
내 또는 다른 지리적 범주에서 동일한 기구와의 연계, 기구의 본질적 영향력, 해양을 넘
어선 영활동 영역의 확장 등을 포함한다.
다섯째,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적시성에 따라 지역기구의 성공과 실패가 달려 있
다. 특히 기구가 지닌 중요한 사항을 알리고, 기능과 힘을 부과하고, 명확한 지침과 프로
그램 수행에 필요한 자금조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982년 12월 체결된 유엔해양법협약은 해양 문제에 대한 국제규범으로서 기능과 더불
어 지역적 다자 관계, 양자 관계를 규율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특히 해양 관리에 있어서
폐쇄해와 반폐쇄해(semi-enclosed sea)의 문제에 대해 명시함으로써 해양에서 국가 간
문제해결의 국제법적 규범이 되고 있다.25) 따라서 최근 영유권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남
중국해에서의 해양레짐의 기능적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 해양레짐은 대부분 해양관련 포괄적인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 문제 해결에는 한계를 보여 왔다.26) 특히 동아시아 지역 해양에서의 영유
권 문제의 경우, 역내 강대국 간 안보 갈등과 직결됨으로써 협력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는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관점에서, 동아시아 지역 해양에서 해양레짐은 국가안보라는

24) 배규성, “동북아 해양 레짐의 가능성: 이론과 현실”, 독도연구 , 제14호, 영남대학교 독도연구소, 2013,
pp.74-75.
25) 유엔해양법협약 제13조는 폐쇄해와 반폐쇄해 연안국 간의 협력(Cooperation of States bordering enclosed
or semi-enclosed seas)을 명시하고 있다. 제123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폐쇄해 또는 반폐쇄해 연안국은
이 협약에 따른 권리행사와 의무이행에 있어서 서로 협력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이들 국가는 직접
적으로 또는 적절한 지역기구를 통하여 다음을 위하여 노력한다. (a) 해양생물자원의 관리・보존・탐사 및
이용 조정, (b) 해양환경보호・보전에 관한 권리의무 이행의 조정, (c) 과학조사정책의 조정 및 적절한 경
우 해역에서의 공동과학조사계획의 실시, (d) 이 조의 규정을 시행함에 있어서 적절한 경우 서로 협력하
기 위한 다른 이해 관계국이나 국제기구의 초청”.
26) 김태완 외(2010),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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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영유권 갈등의 정치학 : 동아시아 지역에 주는 시사점 (박영민)

범주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따라서 아・태지역에서 해양 협력을 창출할 수 있는 공동 이


익의 딜레마, 공동 혐오의 딜레마가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이 구축되지 않는 한 영유권 해
결을 위한 레짐은 설립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다만, 북극해의 경우는 다르다. 북극해는
해빙과 더불어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근본적 문제와 직결된다. 따라서, 북극권 관련 해양
환경 보호 등의 공동관리 레짐의 창출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III. 북극해 관할권 갈등의 맥락

1. 북극해 갈등 구조

북극해 지역에서의 갈등은 영유권 갈등과 관할권 갈등의 두 차원으로 구분된다. 영유


권 갈등은 대륙붕과 해상경계선 획정을 둘러싼 관련 국가 간의 이해구조, 갈등의 양태
및 수준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며, 해양관할권 갈등은 그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연안국의
주장이 경합하면서 심화되고 있다.27) 오랫동안 북극해 영유권 갈등의 핵심지역은 북극점
을 기준으로 서쪽에 위치한 바렌츠해(Barents Sea) 지역이었다. 바렌츠해는 노르웨이 본
토 북부와 러시아 사이의 대륙붕 지역으로, 풍부한 수산자원과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
다. 바렌츠해 지역은 러시아와 노르웨이 간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 수역이 겹쳐져 있
어 이러한 지리적 특성이 영유권 분쟁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북극해 영유권 문제에 있어 해양경계가 획정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쟁지역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북극해 지역의 영유권 문제는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이 채택되면
서 상당 부분 해결되었다. 그러나 <표 1>과 같이 여전히 미확정 지역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다만, 북극 지역에서 치열한 분쟁은 대체적으로 ‘해양관할권’의 확장과
관련된다.

27) 해양 갈등은 ‘해양관할권(maritime jurisdiction)’의 ‘점진적 확대(creeping jurisdiction)’ 문제로 집약된다.


즉, 영해 범위의 확대, 배타적 경제수역과 심해저제도의 확립, 대륙붕 한계의 확장, 공해자유의 제한 등의
문제와 관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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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政治學會報(第27輯 3號)

<표 1> 북극해 해양경계 확정/미확정 지역


경계획정 합의 여부 행위자 해당 지역
미국-러시아 베링해/북극해
러시아-노르웨이 바렌츠해
확정
캐나다-덴마크 배핀(Baffin)만 (한스 섬 제외)
덴마크(그린란드)-노르웨이 북극해
미국-캐나다 보퍼트해
러시아-캐나다 북극해
미확정 상태
캐나다-덴마크(그린란드) 북극해
러시아-노르웨이 북극해
* 출처: 박영길, “북극해 연안국의 북극점 확보 경쟁과 동아시아에 대한 함의”, JPI 정책포럼 , No.2014-21,
제주평화연구원, 2014, p.4.를 바탕으로 재작성.

* 출처: https://www.reddit.com/r/MapPorn/comments/asyuog/territorial_claims_of_the_north_pole
/(검색일: 2019.05.30.)
<그림 2> 북극 연안국의 관할권 주장

북극해 해양관할권 확장을 위해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국가는 러시아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연안국 대부분의 국가와 관할권 분쟁을 겪고 있는데, 북극지역에 가장 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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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영유권 갈등의 정치학 : 동아시아 지역에 주는 시사점 (박영민)

은 면적을 접하고 있어 갈등의 중심에 위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관할권


확대에 주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북극해 지역의 자원개발과 북극항로의 상시
화에 따른 경제적 이익과 이를 보호하려는 안보적 중요성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러시
아는 북극 지역에 대한 군사・안보적 관여 의지를 현실화해 나갈 수밖에 없다. 실제 러시
아는 1992년 이후 소련 해체 후의 변화된 상황에서 자국의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
운 국경선 협정을 진행하였고, ‘이해 지대(sphere of interest)’에 대한 개념의 정비에 착
수했다. 특히 2000년대 이후에는 북극 및 해양에 대한 관심을 강화해 국가적 해양 정책
과 전략을 착실히 정비해 왔다. 이를 발판으로 북극해 해저 대륙붕 및 그 연장 지역에
대한 경계선 획정에 권리 및 주권행사의 정당성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28)
북극해 관할권 갈등은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째, 국가 간 합의에 의거한 갈등
의 해결 사례이다. 둘째, 국가 간의 이해갈등이 표면화 된 채 진행되고 있는 사례이다.
셋째, 갈등이 일시적으로 봉합된 상태에 있거나, 갈등 요인이 내재돼 있으면서도 본격적
협의가 개시되지 못한 사례이다.

2. 대륙붕 갈등과 로모노소프 해령

로모노소프 해령(Lomonosov Ridge)은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간의 해양관할권 주장


이 상충하고 있는 지역이다. 로모노소프 해령은 러시아 쪽 대륙붕인 뉴시베리아 제도
(New Siberian Islands) 북쪽으로부터 그린란드 대륙붕과 북극점을 지나 캐나다의 엘즈
미어 섬(Ellesmere Island)에 이르는 길이 1,800km의 좁고 긴 해저산맥이다. 특히 이 지
역은 북극점(north pole)의 해저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서 국가 간 북극권 중심국가의
위상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29)
러시아, 덴마크, 캐나다는 로모노소프 해령이 자국 대륙붕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러시아는 이 해령이 서 시베리아 대륙붕의 자연적 연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1년 12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 United Nations Commission on the Limits of
the Continental Shelf)’에 200해리 밖의 대륙붕 경계획정 문서를 제출(로모노소프 해령

28) 러시아는 2001년 12월 20일 대륙붕한계위원회(Commission on the Limits of the Continental Shelf)에
북극해 지역에서의 자신들의 대륙붕 연장 지역에 대한 권리 인정 신청을 제기한 데 이어 2007년엔 아르
투르 칠린가로프(Artur Chilingarov)가 이끄는 탐험대를 보내 북극해 심해에 티타늄으로 된 러시아 깃발
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권리 인정 및 권한 행사를 추구 중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유
엔 대륙붕한계위원회 보도자료 (Press Release, CLCS) U.N. Doc. SEA/1729 (Dec. 21, 2001), www.un.
org/News/Press/docs/2001/sea1729.doc.htm. BBC NEWS, Aug. 1, 2007, http://news.bbc.co.uk/2/hi/i
n_depth/6925853.stm (검색일: 2018.05.25) 등 참고.
29) 김기순, “CLCS와 남・북극의 해양경계획정”, Polar Brief , No.5(제5호), 극지연구소, 2015,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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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政治學會報(第27輯 3號)

* 출처: Arctic Koala, https://arctickoalablog.wordpress.com/2016/08/05/


arctic-ocean-2016-sites-of-interest/(검색일: 2019.7.1).
<그림 3> 북극해 대륙붕

이 위치한 중앙 북극해에 대한 자료와 정보)하였으나 2002년 과학적 증거 부족으로 반려


되었다. 그러나 2015년 들어 러시아는 여태까지와 달리 더욱 확장된 해역에 대한 관할권
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유엔에 제출하였다.30) 2015년 12월 4일 러시아는 북극
해안으로부터 350해리 이상 확장된 1,200만 ㎢의 대륙붕 수역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하
고 나섰다.
캐나다는 엘즈미어 섬의 대륙붕이 로모노소프 해령에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캐나다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이 지역의 지도를 작성하고, 덴마크와 로모노소프 해령에
대한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캐나다와 덴마크는 2005년 양해각서(MOU)를 체
결하고 엘즈미어 섬 북부 지역과 그린란드에서 해저 자료 수집과 연구를 공동수행하기로
합의하고, 2006년부터 공동탐험 지리적 조사를 수행하기 시작하였다. 덴마크도 로모
노소프 해령이 그린란드의 자연적 연장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이를 입증하기 위
해 ‘2007~2008 세계 북극의 해(International Polar Year)’ 프로그램에 속하는 LORITA
(Lomonosov Ridge Test of Appurtenance) 프로그램과 LOMROG(Lomonosov Ridge

30) Arctic Geopolitics: Russia’s territorial claims, UNCLOS, the Lomonosov Ridge, https://exploringgeo
politics.org/publication_efferink_van_leonhardt_arctic_geopolitics_russian_territorial_claims_unclos_lom
onosov_ridge_exclusive_economic_zones_baselines_flag_planting_north_pole_navy/(검색일: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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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영유권 갈등의 정치학 : 동아시아 지역에 주는 시사점 (박영민)

off Greenland) 탐험을 통해 그린란드 주변해역의 지각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2007년 4


월에는 로모노소프 해령의 지도를 그리기 위해 캐나다와 러시아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파
견되었다.

* 출처: Denmark challenges Russia and Canada over North Pole, https://www.
bbc.com/news/world-europe-30481309(검색일: 2019.07.01).
<그림 4> 로모노소프 해령과 관할권 주장

IV. 바렌츠 해 갈등과 스발바르조약

1. 바렌츠해 영유권/관할권 갈등과 규범적 해결

바렌츠해(Barents Sea) 영유권/관할권 갈등 해결은 두 지역의 해결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나는, 바랑게르피오르(Varangerfjord)와 루프홀(Loop Hole)에서 노르웨이와 러시아 간의
분쟁이다. 러시아와 노르웨이는 이 지역에서 해양관할권이 중첩됨에 따라 오랫동안 분쟁
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2010년 ‘해양경계협력협정(Agreement on maritime delimitation
and cooperation in the Barents Sea and the Arctic Ocean)’ 체결을 통해 두 국가 간의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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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政治學會報(第27輯 3號)

쟁은 해소되었다. 다른 하나는, 스발바르 제도를 들 수 있다. 스발바르 제도는 1596년 네덜


란드 사람인 윌리엄 바렌츠(William Barents)가 발견한 지역으로 스피츠베르겐(Spitsbergen),
베어 아일랜드(Bear Island), 호펜(Hopen) 등 3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20세기 이
후 상당량의 석탄 및 철광석 매장 사실이 확인되면서 여러 국가들의 경제적 관심 대상으
로 떠올랐다. 바렌츠해는 러시아와 북유럽 및 북대서양 간 중요한 운송 중간지점이다. 또
한 북극해 항로는 바렌츠해와 카라해의 가장자리에서 시작하여 동쪽으로 이어진다. 특히
바렌츠해에 위치한 스발바르 제도는 해군기지 건설이 가능한 지역으로 주목받기 시작했
다. 이에 따라 스발바르는 경제적, 군사적 측면에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으며, 이 지
역에 대한 소유권 쟁탈전과 적절한 법적 통제권의 부재로 인해 노르웨이와 러시아 간의
해역 분쟁이 발생하게 되었다.
스발바르 제도가 노르웨이의 ‘완전하고 절대적인(full and absolute)’ 주권으로 인정받
게 된 계기는 1920년 2월 9일 「스발바르조약(Treaty concerning the Archipelago of
Spitsbergen, and Protocol, Paris, 9 February 1920)」이 체결되면서 부터이다. 이 조약에
따라 노르웨이는 해군기지 등 군사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의무를 지며, 조약 당사국들은
스발바르 해역과 피요르드, 항구에서의 자유로운 접근과 항해, 어업활동, 수렵, 채광권,
무역활동 등을 보장받게 되었다. 1944년 구소련은 노르웨이에 스발바르 지역에 군사시설
설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조약의 수정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1946년 노르웨이는
소련의 제안이 전략적 이해 증진에 목적이 있다고 보고 거부 입장을 표명하였다. 북극이
사회 회원국, 중국, 일본, 그리고 대부분의 유럽연합 국가들이 포함된 40여 국가들이 당
사국으로 되어 있다.
「스발바르조약」 이후에도 러시아를 포함한 조약 당사국들은 바렌츠해 지역에서의 어업
권 확대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노르웨이와 구소련은 이
지역에 대한 탐사를 벌이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르웨이가 1977년 스발바르
제도 해역에 200해리 어업수역을 선포하였다. 이는 바렌츠해에서 갈등의 계기가 되었다.
특히 러시아와 노르웨이는 동등한 경제적 접근권이 미치는 수역의 범위 문제로 갈등을
벌이게 되었다. 러시아는 노르웨이에 대해 ‘접근권’은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 수역에
도 적용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반해 노르웨이는 「스발바르조약」체결 당시 배타적 경제
수역과 대륙붕 수역의 개념은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들어 조약 제2조 및 3조 규
정에 따라 접근권의 적용범위는 섬과 영해에 국한된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나아가 스
발바르 제도 대륙붕이 노르웨이 본토의 대륙붕 일부라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관련 국제규
범은 1958년 「대륙붕협약」(Continental Self Convention)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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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영유권 갈등의 정치학 : 동아시아 지역에 주는 시사점 (박영민)

특히 노르웨이는 「스발바르조약」이 영해 내에서 동등한 개발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


에 영해 밖의 다른 수역과는 관련이 없으며, 스발바르 제도는 노르웨이의 주권지역이기
때문에 배타적 경제수역과 200해리 이원의 대륙붕수역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동시에 보
유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에 대해 러시아, 아이슬란드, 스페인 등 조약당사국은 스발바
르 제도는 자체의 대륙붕을 가지고 있으며, 비차별적 원칙이 스발바르 제도의 ‘인접한 대
륙붕수역’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맞섰다. 이후 1980년대 들어 바렌츠해 지역에서의 탐
사 및 개발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수년간 노르웨이와 러시아 간의 협상은 부침을 겪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반 양국 간은 빈번한 갈등을 경험했다. 그 이유는 노르웨이가 생태학적 이유를 들어 러
시아에게 엄격한 어업 관련 규정 및 할당량을 정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노르웨이 해상
경비대가 러시아 어선을 탑승 검사하는 사건으로 인해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었다.

2. 새로운 갈등과 2010년 합의

2007년에 들어 러시아와 노르웨이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러시아와 노르


웨이는 바랑게르피요르드(Varangerfjord) 해역의 해상경계선을 노르웨이가 주장하는 중간
선과 러시아가 주장하는 부채꼴 선을 가로지르는 북쪽으로 연장하여 1957년 협약의 수
정안에 합의한 바 있다.
노르웨이는 일부 영토에 대한 주장을 철회했고 러시아는 175,000km2의 분쟁지역을 공
유할 수 있다는 데 대해 동의했다. 이 협약을 통해 러시아는 러시아 해안 200해리 밖에 있
는 경계선 동쪽의 지역에서 주권 및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신규 협약의 효
력이 발휘되면서 1978년 ‘회색지대 협약(The Norwegian–Soviet Grey Zone Agreement
of 1978)’31)은 자동적으로 효력이 상실되었다. 새로운 협약으로 인해 노르웨이-러시아
공동 어업 위원회를 통해 어업권 문제는 조정되며 양국 간의 어업갈등은 협력관계로 변
화하였다. 2010년 협약을 통해 1980년대의 탄화수소 자원 탐사 및 개발 관련 모라토리
움도 종료되었다.
2010년 협약이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만장일치로 비준한 노르웨이와 달리 러시아
는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정치적 진통을 겪었다. 결국 통합러시아당(United Russia)의 과

31) 러시아와 노르웨이 간의 1978년 ‘회색지대 협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을 참고. Kristoffer Stabrun,
“The Grey Zone Agreement of 1978: Fishery Concerns, Security Challenges and Territorial Interests”,
FNI Report 13/2009, Fridtjof Nansen Institute, http://citeseerx.ist.psu.edu/viewdoc/download?doi=1
0.1.1.732.3729&rep=rep1&type=pdf(검색일: 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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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政治學會報(第27輯 3號)

* 출처: http://www.bbc.co.uk/news/business-11299024 (검색일: 2019.05.20.)

<그림 5> 2010년 노르웨이-러시아 협약에 따른 바렌츠해 해양경계선 결정

반수 찬성으로 인해 겨우 비준할 수 있었지만, 협약 비준과정에서 정치권 및 시민사회의


강경한 반대에 직면하기도 하였다. 2010년 협약에 반대하는 주장은, 러시아가 노르웨이
에 대해 ‘부당한 양보’를 한 것이며, 협약에 서명할 유일한 이유는 탄화수소 채취 가능성
인데 이는 실제로 장기적 측면에서만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의 요나스 가르
스퇴레(Jonas Gahr Støre) 외교장관은 나아가 새로운 협약이 “바렌츠해 내의 겹치는 영
역에 대한 주장에 대해서도 협의할 수 있는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0
년 4월, 당시 노르웨이의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 총리와 러시아의 메드베데
프 대통령은 일부 세부적인 면을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협상이 완료되었다고 발표했다.
최종 협약은 러시아의 무르만스크에서 2013년 9월 15일에 체결되었으며, 양국 국회의
승인까지 받았다. 그런데 노르웨이가 200해리 이원의 대륙붕 수역의 관할권을 주장하면
서 러시아, 스페인 등 스발바르조약 회원국과 갈등이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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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영유권 갈등의 정치학 : 동아시아 지역에 주는 시사점 (박영민)

V. 결 론

국제정치의 전통적 갈등 의제였던 영토주의가 해양 관할권을 둘러싸고 재현되고 있다.


이는 북극권에서의 갈등과 동아시아 지역의 해양에서 치열한 양상을 띠고 있다. 북극해
에서의 갈등은 북극권 연안국과 이 지역에 영토를 가진 북극 8개국을 넘어 비 북극 국가
들까지 가세하고 있는 모양새다. 2019년 5월 6일 열린 제17차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극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공격적 행동’에 대한 견제 의지를 분명
히 하고 나섰다.
한편, 북극권 연안 5개국은 영해 갈등에 대해 서로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
는, 모든 해양을 5개 국가들이 분할하는 방안이다. 캐나다와 덴마크가 제시하고 있는 ‘중
간선 방식(median line method)’이다. 이 방식은 북극해를 연안국에서 가장 근접한 해안
선 길이에 따라 분할하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영역분할 방식(sector methods)’으로
북극을 중심으로 경도를 따라 분할하는 안이다. 이 경우, 캐나다가 상당 부분의 관할권을
양보하게 되고 노르웨이가 가장 많은 지역을 점유하게 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방식 모
두 영유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북극해
에서의 국가 간 영유권 분할은 용이하지 않다. 오히려 갈등은 관련국 사이의 공동의 이
해에 기초한 공유가 타당한 방식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례는 러시아와 노르웨이의 스발
바르조약에 근거한 합의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러시아와 노르웨이는 1920년 스발바르
조약에도 불구하고 바렌츠 해에서 갈등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2010년 합의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러시아와 노르웨이 양국이 합의에 도달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
르웨이와 러시아는 각각 1996년과 1997년에 1982년 유엔해양법에 서명・비준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대륙붕 및 EEZ의 경계선 결정에 적용되는 규정을 수정하였다.
둘째, 1990년대와 2000년대 국제사법재판소(ICJ)와 특별임명재판소에서 해안국가에 지
침을 제공하고 중요한 관련 원칙을 발표했다. 특히 ICJ에서는 각국의 해안선 길이의 차
이를 고려한 객관적인 지리적 특성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판정했다. 노르웨이와 러시아
양국은 바렌츠해 관련 분쟁 해소를 위해 이러한 ICJ의 결정을 참고했다.
셋째, 러시아와 노르웨이에게는 합의에 도달해야 하는 정치적 이유가 있었다. 노르웨이
에게는 북극해에서의 러시아와의 갈등이 마지막 사안이 되고 있었었다. 2006년에는 북동
대서양에서 200해리를 벗어난 공동 대륙붕의 경계 결정에 대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덴마크 및 페로제도 협정이 체결되었기 때문이다. 2009년에 노르웨이는 유엔대륙붕한계
결정위원회(CLCS)로부터 바렌츠해 외의 북극해 내 노르웨이 대륙붕과 배타적 경제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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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政治學會報(第27輯 3號)

에 대해 경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결정을 받았다. 이로써 노르웨이 스발바르 군도


의 외부 대륙붕과 그린란드 간의 해양경계선 문제만이 북극해와 관련된 노르웨이의 마지
막 문제가 되었다. 노르웨이는 러시아와 바렌츠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탄화수소 자원이
풍부하고 덴마크 및 캐나다와 충돌이 발생하는 심해의 로모노소프 해령에 대한 관할권
유지를 지속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넷째, 러시아와 노르웨이 간의 합의에는 경제적 이해의 일치가 작용하였다. 노르웨이의
경우 2001년 이후 노르웨이 대륙붕의 원유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분쟁지역 내 탄화수소
매장량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1980년대의 탄화수소 탐사 및 개발에 대한 모리
토리움이 종료되면서 이러한 활동이 재개되고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
었다. 러시아로서도 노르웨이 정도는 수요는 아니지만 충분한 탄화수소를 개발할 수 있
게 되었다. 사실 러시아가 노르웨이와의 협상을 타결한 데는 원유와 가스 매장량이 높은
이 지역에 대한 통제력 유지라는 전략적 배경이 깔려 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와 노르웨이의 40년 동안 지속된 협상에서 얻은 상호 이해와 경험
은 협상 타결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이처럼 쌍무적 관계에서의 영유권 갈등이 타결로
이어진 사례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2010년 협약은 몇 가지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제공하고 있다. 첫째, 협약 과정
에서 러시아와 노르웨이는 바렌츠해 지역 내 경제협력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갈등적
요인을 해소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스발바르 제도와 관련하여 1920년에 체결된
‘파리 협약’의 해석에 대한 남은 분쟁도 앞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
에서 의의는 작지 않다. 둘째, 2010년 협약은 양국 간 영토 분쟁 해결에 있어 유엔 해양
법 협약을 기반으로 한 평화적 수단을 통해 북극 연안 5개국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셋째, 러시아와 노르웨이는 북극 연안 5개국에게 분쟁 해소에 대해 공통적인 정
책을 도입함으로써 유럽연합을 비롯한 비 북극권 국가들에 북극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
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2010년 노르웨이와 러시아 간의 영유권 합의 사례는 동아시아 지역의 영유권 갈등에
대한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러시아와 노르웨이는 40년의 협상과정에서 상호 신
뢰를 축적하였으며, 그 결과 공동의 이해를 도출할 수 있었다. 러시아는 노르웨이와의 소
모적 갈등보다 북극이 제공하는 장기적 이익을 선택하였다는 점이다. 아울러 2010년 러
시아와 노르웨이는 물론 북극해 비연안국에게도 자유 항해와 더불어 어업에 대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북극권의 ‘협력 이미지’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는 여타 북극권 지역의 영유
권 갈등해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며, 동아시아 지역의 영유권 갈등의 협력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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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영유권 갈등의 정치학 : 동아시아 지역에 주는 시사점 (박영민)

로도 충분한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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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政治學會報(第27輯 3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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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영유권 갈등의 정치학 : 동아시아 지역에 주는 시사점 (박영민)

【 Abstract 】

Politics of a Conflict Regarding Sovereignty in the Arctic Ocean :


Implications to the East Asia

Park, Young-min

In this study, a conflict regarding the sovereignty and jurisdiction in the Arctic Circle
and its solutions are discussed. Due to the accelerated melting of Arctic sea ice, a
conflict in the Arctic Ocean between eight countries in the Arctic Circle as well as China
and the UK is being more intensified.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plore
the possibility to resolve such conflicts by reviewing the differences and similarities
between the conflict regarding the territorial waters in the Arctic Ocean and the conflict
regarding the territorial waters in the East Asia. For the conflict regarding sovereignty, the
possibility of a normative resolution through international regime and its limitations are
discussed. Therefore, the significance of the Svalbard Treaty concluded in 1920 is
reviewed for the settlement model of the conflict regarding sovereignty in the Arctic
Ocean. This Treaty, which was originally concluded by 14 countries, contains the contents
indicating that Svalbard in the Arctic Ocean is demilitarized and the autonomy of Norway
is acknowledged but the entire Norwegian law does not apply. Therefore, all 44 signatories
have the right to conduct economic activities equally in the Svalbard archipelago. Norway
and Russia exercised this right in 2012. The case of Svalbard archipelago provides
significant implications for the conflict regarding the territorial waters in the Asia Pacific
region. Russia and Norway have accumulated mutual trust through negotiation processes
over 40 years, and as a result, they were able to draw common interests. In other words,
the conflict was settled through the dilemma of common interests. On the other hand, the
conflict regarding the sovereignty between relevant countries including China, Vietnam,
and the Philippines in the South China Sea has been developed into a conflict between
the U.S. and China regarding the freedom to use the sea routes and the mili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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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韓政治學會報(第27輯 3號)

intervention by allies. In short, it is expected in this study that the Svalbard Treaty will
be a standard for the settlement of the conflict regarding sovereignty in the Arctic Circle
as a collaborative change model for the conflict regarding the sovereignty in the Arctic
region. In addition, such model will become a reference model for the settlement of the
conflict regarding the sovereignty in the Asia Pacific region.

Key Words : The Arctic Ocean, Conflict Regarding Sovereignty, International Regime,
Dilemma of Common interests, The Svalbard Treaty

32)

• 논문투고일:2019년 7월 15일 / 논문심사완료일:2019년 8월 14일 / 게재확정일:2019년 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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