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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산타클로스가 내 옆집에 산다면

2. 아이러니스트 , 상식의 반대편에 서다

3. 노스탤지어 ,
너와 나의 시간이 겹치는 곳

4. 마법 , 현실에 펼쳐진 노스탤지어

5. 마치며
산타클로스가
내 옆집에 산다면
안나라수마나라

가끔은 우리의 현실보다 더 나은 현실이


있다고 믿고 싶을 때가 있다 .

어렸을 적에는 1 년에 한 번 그런 날이
있었다 . 크리스마스 .

현실에서는 얻을 수 없는 행복감 . 조건
없는 선물 .

내가 무엇인가를 지키거나
열심히 하지 않아도 보상받는 날 .
안나라수마나라

우리는 가끔
산타를 만나고 싶어질 때가 있다 .

현실에서의 나의 역할이
버겁다고 생각할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나의 역할을 정해주는

그 ‘룰’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때 .


안나라수마나라

그 룰을 지키기 위해
내가 버려야만 했던 것들 ,
내가 잃어버린 시간들을

선물로 가져다줄 수 있는 사람 .

내 옆집에 사는 산타란 건
아마 그런 존재일 듯하다 .
안나라수마나라

< 안나라수마나라 > 는


마술이라는 소재를 가져와
그걸 믿느냐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아이와 어른을 구분한다 .

마치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는 아이와
그런 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른의
차이를

‘ 마술’로서 구분해내는 것 .
안나라수마나라

그다지 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마술 .

지위나 돈 같은 걸로 평가되는 사회 .

둘중에 마술을 선택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줄 알면서도
마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는 현실을
드라마는 보여줌 .

마술은 ‘잘못된 상식 뒤집기’의 장치로서


작용하는 것 .
아이러니스트 ,
상식의 반대편에 서다
안나라수마나라

모든 사람은 그들의 행위 , 그들의 신념 ,


그들의 인생을 정당화하기 위한 낱말들을 갖고
있다 . 그것들은 친구들에 대한 칭찬 ,
적들에 대한 욕설 , 가장 심오한 자기 의심 ,
고결한 희망을 담는 낱말들이다 .

그것들은 우리가 때로는 앞을 내다보면서


때로는 뒤를 돌아보면서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낱말들이다 . 하지만 그
낱말들에는 오직 어찌할 수 없는 수동성 혹은
힘에의 호소만 있을 따름이다 .

- 리처드 로티 『우연성 , 아이러니 , 연대』


안나라수마나라

상식 , 혹은 진리가
우리의 삶에서 배제해야 할 부분을
적절하게 규정해주는 경우도 있다 .

하지만 많은 경우 ,
그것은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에게만 호의적이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 적’으로 간주하는
준거틀이 되기도 한다 .
안나라수마나라

그래서 로티는
‘ 참’ ‘선’ ‘옮음’과 같은 단어에
절대적 권위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그에 해당하는 조금 더
구체적인 어휘를
우리 삶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그걸 찾는 이들이 바로 ‘아이러니스트’다
안나라수마나라

① 아이러니스트의 조건

그는 상식과 관련한 단어에 대해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의심을 갖는다 .

그는 자신이 가진 현재 단어들로는
이런 의심을 떠맡거나 해소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

그는 자신의 어휘가
자기 자신이 아닌 어떤 힘과
접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안나라수마나라

② 아이러니 , 상식의 반댓말

아이러니의 반대는 상식이다 .


왜냐하면 상식이야말로
중요한 모든 것을
아무런 자의식도 없이
절대적 어휘로 서술하는 사람들의
표어이기 때문 .

습관화된 상식적 어휘들이


사람들의 신념과 행위로
삶을 서술하고 판단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안나라수마나라

아이러니스트는 이러한 상식에 의해


사람들의 삶이 어떤 의미로 절대적으로
규정되거나 ,
또는 삶에 대한 자신만의 의견을 지닌
이들의 관점을
존중하는 이들이다 .

그들은 상식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


상식에 의해 규제된 자기 삶의 생생한
조건들을 긍정하는 것뿐이다 .
안나라수마나라

그러므로 아이러니스트는 진리에


반대하는 자이기보다는
오히려 진리를 그 자체로 존중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
절대적 진리라는 것은 함부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이며 ,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그리고 그들은 진리나 상식이


자기 삶의 근본적인 조건이
될 수 없으며 ,
삶의 구체성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노스탤지어 ,
너와 나의 시간이
겹치는 곳
안나라수마나라

복원형 노스탤지어는 과거의 영광을 전승하며


집단적 자아를 북돋우지만 , 또한 해묵은
상처와 모욕감을 되살리기도 한다 . 반대로 ,
반영형 노스탤지어는 잃어버린 황금기를
복원하려 하기보다 자욱한 과거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한다 . 복원형 노스탤지어는 훼손된
정치적 통일체를 복원할 수 있다고 믿으므로
위험하다 . 그러나 반영형 노스탤지어는 상실을
근본적으로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
즉 , 편안함을 느끼는 일부 소중한 순간에서
거듭 단절된다는 뜻이다 .

- 스베틀라나 보임 , 『노스탤지어의 미래』


안나라수마나라

우리는 자신이 오래전에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정확하게 모른 채로 무언가를
그리워하게 된다 .
정신분석학에서는 보통
인간의 최초 단절 과정 ( 어머니와의
단절 과정 ) 에 의해
이것이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

최초의 단절은
우리에게 채울 수 없는
근원적인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만든다 .
안나라수마나라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고향을 떠나왔을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
졸업을 하거나 , 연인과 헤어지거나 ,
존경하는 선생님이 돌아가시거나
하는 일뿐만 아니라
지지하는 정당이 선거에서 지거나 ,
자신이 내세우는 어떤 이론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도
무언가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

스베틀라나 보임은 이 모든 것을
‘ 노스탤지어’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
안나라수마나라

복원형 노스탤지어 주의자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어떠한 형식적 체계로 복원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

하지만 반영형 노스탤지어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복원하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
그 복원에의 의지를 통해
우리의 현실에서 부족한 무언가를
찾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춘다 .
안나라수마나라

잃어버린 것을
예전처럼 복원할 수 없으며 ,

단지 그 감각을 통해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듯하지만


분명 우리 삶에 존재하고 있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 것 .
안나라수마나라

반영형 노스탤지어 주의자들은


리처드 로티의 아이러니스트를 닮았음 .

그들에게는 삶의 원칙을 제공해줄


어떤 진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

자신의 삶이
그런 상식이나 진리에 의해
완전히 재구성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
안나라수마나라

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그런 상식이나 진리에 의해
현실에서 사라진 어떤 가치들 ,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그런 감정들과 단어들과 관계들이다 .
안나라수마나라

< 안나라수마나라 > 는 아이러니스트인


‘리을’이
그가 만난 아이들의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 상식’을 깨뜨리는 이야기 .
그리고 그 상식이 깨진 자리에
무질서나 비논리가 아니라
‘ 마법’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 .

노스탤지어를 향한
아이러니스트들의 여정 .
마법 ,
현실에 펼쳐진
노스탤지어
안나라수마나라

① 기억을 잃어버린 리을 , 기억을


조작하는 아이

리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마술사 .


30 세 .
자신의 삶을 무언가로
규정할 수 없는 사람 .
그래서 다른 사람의 행복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이유를 거꾸로
규정해나가는 사람 .
윤아이는 소녀가장 고등학생 .
부모님에 대한 미움을
자신의 소망으로 전치시켜 기억함 .
안나라수마나라

나일등은
앨리트 집안에서 자라난
전형적인 모범생 .

그러나 대를 이어
앨리트로 살아가야 한다는
압박감을 견딜 수 없는 상태 .
그의 삶에 대한 기억 중
자기 자신을 위한 건 하나도 없음 .
안나라수마나라

담임 , 교장 , 동급생들
( 백하나 , 김소희 등 ) 은
‘ 상식’을 믿는 이들 .
사람은 이익을 위해 살아가는 게
당연하고 ,
인간관계도 그렇게 이뤄졌고 ,
그런 생각들이 모여
사회적 룰이 된 것이
‘ 공익’이라는 관념이며 ,

그 공익적 관념 바깥에 있는 이들은


위험한 존재다 .
안나라수마나라

이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 채

어떤 원칙들에 의해
그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규정하려고 한다는 것 .
안나라수마나라

리을은 반영형 노스탤지어 주의자 .

담임 , 교장 , 동급생들은 냉소주의자
( 원칙 바깥에 있는 건 없다 . 그게
자본주의적이라고 해도 ).

윤아이와 나일등은
잃어버린 무언가를 상상할
분명한 기준점이 없는 상태 .
안나라수마나라

리을은 윤아이와 나일등에게 덧씌워진


일상적인 상식들 ,
냉소적인 삶에 대한 태도들을
‘ 덮어쓰는’ 방식으로

윤아이와 나일등에게 마술을


보여주거나 가르쳐줌 .
안나라수마나라

② ‘ 룰’을 덮어쓰는 마술

리을은 마술을 통해
윤아이와 나일등이 처한 곤경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 없음 .
하지만 윤아이와 나일등이
리을을 통해 접하게 되는 ‘마술’은
그들이 자신의 삶에서
‘ 가짜 마술 - 상식에 의해 구성된 세계’
에 의해
밀어내거나 왜곡해야 했던 기억들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함 .
안나라수마나라

나일등은
공부에 몰입할 수 없는
어떤 이유들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려고 했었지만 ,

마술을 통해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성공에 대한
강요에 의해 구성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음 .
안나라수마나라

그걸 깨닫기 전에는
돈으로 뭐든지 살 수 있다고 믿는
냉소주의자였으나 ,

‘ 마술’을 알게 된 뒤에는
자신이 근본적으로 잃어버린 것이
자기 삶을 스스로 살아나가고자 하는
어떤 의지임을 깨닫게 됨 .

지금은 설명 불가능하지만
언젠가 삶에서 실현될 희망들 .
안나라수마나라

[ 사랑의 감정 ,

질투로의 전환 ,

다시 상식에 대한 거부 - 리을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아버지에게 ,

윤아이와 리을에 대한 믿음 ,
스스로 꿈꿀 자유를 얻게 됨 ]
안나라수마나라

윤아이는 부모님을 원망하게 되면


자기 현실이 산산조각날 것임을 염려함 .

그래서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어떤 절대적인 믿음이나 사랑의
감정으로
억지로 조작함 .

그러나 부모님이 아이와 동생을


버리고 떠났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음 .
안나라수마나라

그래서 마음속에 가라앉아있던 원망의


감정이
현실을 계속 뒤흔들고 ,
동생을 돌보는 일 자체에 환멸감을
느끼게 됨 .

어른들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되는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
생계를 유지해나갈 여력도 없어지자
결국 윤아이도 냉소주의자가 됨 .
안나라수마나라

하지만 상식에 의해
살아가지 않는 리을이
그에게 계속 ‘마술 ( 스스로를 미워하거나
부모님을 왜곡해서 기억하지 않고도
자기 자신의 방식대로 자기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상상력들 )’ 을 보여주자 ,
그녀는 왜곡된 상식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도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걸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게 됨 .

그것이 어떤 구체적인 방법으로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
안나라수마나라

③ 마법이 현실을 지울 수 없는 이유

리을은 이렇게 윤아이와 나일등을 통해


‘ 상식’이라는 틀을 뒤집어쓴
돈과 권력과 관계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현실에서 지워나가려고 함 .

사실 그는 그것 때문에
자신의 유년기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
안나라수마나라

리을은 앨리트 집안의 수재였지만 ,


공부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점점 무너지기 시작함 .
그러다 결국 정신병에 걸려 입원하고
( 옥상에서 나비의 환각을 보고 옥상 밑으로
추락한다 . 그 뒤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
병원에서 탈출한 뒤
거기서 배운 마술을 통해 마술사가 됨 .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옭아맸던


부모와 사회의 압박에
정식으로 저항하지는 못했던 것 .
안나라수마나라

그가 믿는 마법이라는 건 ,

자신이 삶에서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어떤 삶에 대한 희망 같은 것 .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
순수하게 연결되고 ,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
안나라수마나라

그의 고등학교 동창 민지수 ,
그리고 그의 마술을 체험한
윤아이와 나일등은
적어도 그의 마법을 믿어주었음 .

그런 마법을 믿는 사람이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면 ,
그것은 분명 허구로만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할 수 있게 되었을 것 .
안나라수마나라

하지만 아이러니스트의 마법이란 건


현실의 상식처럼 절대성을 갖지 않는다 .

누군가의 삶을 바꿀
구체적인 원칙으로서
제시될 수 없고 ,
개개인의 삶의 구체성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보편화되기 어려우며 ,

논리적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
안나라수마나라

그것을 믿는 누군가에게만
마법은 마법으로서
작용할 수 있는 것 .

그리고 그것을 믿는 사람들만이


상식의 허구성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는 것 .
안나라수마나라

리을이 현실에 편입되기를


거부하는 건
그가 자신의 믿음을
상식의 세계에 빼앗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 .

마법에 대한 믿음은
이제 자기 자신만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

윤아이와 나일등과 민지수를


구원하게 되었기 때문에 .
안나라수마나라

그가 마법을 포기한다는 건
자신의 마법을 믿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것이 됨 .

그러므로 그는 그들의 믿음을


혼신의 힘을 다해 지키기 위해
현실로의 편입을 거부한 것 .

아이러니스트로서 .
안나라수마나라

이것은
현실의 모든 적대와 결핍 , 부조화를
자본의 논리로 연결지어 설명하려는
어떤 흐름과는
반대된다고 할 수 있을 것 .

우리의 현실적
성공의 지표로서 제시되는
돈과 권력 같은 것들이
우리의 모든 삶의 조건이
될 수는 없다는 것 .
안나라수마나라

그것으로 설명 불가능한
무언가가 있으며 ,

단순히 낭만적 감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


자신의 삶에 대해
아무것도 설명되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가야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에 의해
그 ‘마술’에 대한 믿음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 .
안나라수마나라

2000 년대 한국사회에 대해
얘기하는 서사들이

어쩌면 이런 마술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 .
마치며
안나라수마나라

2000 년대의 서사는 분명


재난과 공포와 분노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력들이
그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

그러나 그것을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


그런 감정 너머에서 우리가 무언가
다른 것들을 발견하고자 한다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
안나라수마나라

< 안나라수마나라 > 는


낭만적 바람들로 채워진
서사처럼 보이지만 ,

돈으로 설명될 수 없는
무언가를 믿는 순간이
우리가 자기 삶의
진정한 구심점을 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서사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함 .
안나라수마나라

이번 학기에 다루게 될
다른 작품에서도

이런 점들을 꾸준히
설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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