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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존재의 문명과

관상적 활동
정경일
01_ 여는 시_ 墨畵(묵화)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_김종삼
02_ 팬데믹의 ‘초기 기억’

• 재난의 공포와 경이
- 인간 : 초연결 시대의 전 지구적 고통
- 자연 : 산업혁명 후 260년 만의 휴식
• 지구적 상호의존성의 ‘신체적’ 감각
- “우리는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고 연약하고 길을 잃은 사
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모두 같이 노를 젓고 격
려가필요한가난한사람들이라는사실을알게됐습니다…우리
는 혼자서는 한치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오로지 함께해야 한
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혼자서는 파선하고 맙니다.” _교황 프
란치스코, 〈Urbi et Orbi(도시와 세계에게)〉 중에서
• ‘팬데믹 이후-문명’의 선택
- 산업성장문명으로 돌아갈 것인가? (회귀/경로의존성)
- 상호존재(inter-being)문명으로 돌아설 것인가? (회심/
전환)
03_ 불안과 외로움의 팬데믹

• 신자유주의의 윤리
-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개인주의)
-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생존주의)
- “화폐의 노예가 되라.” (물질주의)
-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소비주의)
• 신자유주의의 지배방식 : 유혹과 공모
- “악령은 아름답습니다/ 악령은 고상하며 인자스럽고 악령은 언제
나 매혹적이며 우아하고/ 악령은 언제나 오래 기다리며 유혹적이며/
악령은 언제나 당당하고 너그러운 승리자의 모습으로 우리를 일단
제압한 뒤/ 우리의 밥그릇에 들어앉습니다/ 악령은 또 하나의 신념
입니다. _고정희, 〈다시 악령의 시대를 묵상함〉 (부분)
- “나는 아무에게도 이 게임을 강요한 적이 없어. 자네도 제 발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나.” _ 〈오징어게임〉 중 일남
03_ 불안과 외로움의 팬데믹

텐트 뒤에서 책 몇 권을 발견했다. 이세상에 캠핑을 온 것처럼 실로


간단한 살림을 꾸리면서도 그녀의 곁을 지켜 준 책이 무엇일까 궁금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참 소중한 너라서』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아주 조금 울었다』
『내 마음도 모르면서』
모두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을 위한 책이다. […] 그녀 마음의 아
주 사소한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는 동료가 알아채지 못하게
눈물을 훔치고 책들을 서둘러 자루에 쏟아부었다. _ 김완, 『죽은 자
의 집 청소』 중에서
04_ 신자유주의 신학과 영성

• 유일절대신 맘몬의 신학
- 시장의 전지성omniscience, 전능성omnipotence,편재성
omnipresence ※ BUT! ‘전적 선함’omnibenevolence의 결여
- 자본주의-소비주의 : “추종자들이 그들이 하도록 요구 받은 것
을 실제로 행하는 역사상 최초의 종교” _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중에서
• 신자유주의의 영성
- 영성의 사사화私事化 : 개인주의, 영적 이기주의
- 영성의 상품화 : 기복주의, ‘번영복음’, 힐링 산업
- 영성의 영성화 : 이원론, 도피주의, 탈역사적 내면주의, 무관심,
영적 엘리트주의
- 영성의 정치화 : 근본주의, 극단주의, 배타주의, 차별과 혐오,
적대
파괴를 지연시키기 위한 행동

“지난날에는 자아의 변화와 세계의 변화는


별개로 치부되었고, 이것 아니면 저것의 문
제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지금 대전환의 이 생명 지속가능 사회

야기에서 이 둘은 서로를 보강해 주고 서로


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거대한 전환
있습니다.” _조애너 메이시, 『액티브 호프』
중에서
의식의 변화
산업성장문명

05_ 거대한 전환
대안적 삶을 위한 구조적 변화
06_ 권정생의 전환

우리 집 건너편 고속도로로 지나다니는 자동차를 세어 보면 10분


동안 백 대가 넘을 때도 있다. 저 많은 자동차 때문에 중동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생각하니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다. 20년 전 빌뱅이
이 집으로 이사 와서 4년 동안 전깃불이 없어 호롱불 켜고 살았는
데 그것 때문에 답답하다는 생각은 못했다. 오히려 밤에 별빛과 달
빛이 더 밝아 좋았는데 지금은 밤하늘 별빛도 많이 흐려져 버렸다.
세상엔 하늘에 별이 있고 달이 뜨고, 봄에 꽃 피고 새 울고, 여름엔
숲이 우거지고, 단풍잎이 예쁜 가을이 있고, 이것만 해도 살아가는
기쁨이 있는데 제발 모두 욕심 그만 부렸으면 좋겠다. 이따금 눈물
흘리는 건 괜찮지만 남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해 가면서 살아서는
안 되지 않니. 조금 적게 먹고 조금 춥게, 그리고 조금은 외롭게 살
아야만 세상은 깨끗해진다고 본다. _〈민들레교회 이야기〉 557호
(2004년 3월 28일) 부분.
“복음은 그리스도인 삶의 핵심이다. 복음은 그 안에 관상적 차원을 07_ 관상과 의식의 변화
가진다. 이 차원은 모든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초대인데, 예수 그리
스도를 통해 하느님의 바로 그 본성을 나누고자 하시는 초대인 것이
다. 그것은 귀로, 눈으로, 마음으로 듣는 방법으로 시작된다. 그것은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의 사랑에 들어가고자 하는 열망으로 자란다.
이는 자기의 죽음으로써 혹은 자기를 비움으로써 가능해지는데, 이
로써 하느님을 향한 철저한 비움과 하느님의 사랑의 경험이 일어난
다. 우리가 관상기도라고 부르는 하느님 안에 머무르는 방식을 통해,
의식의 변화가 일어난다. 하느님 본성의 이 역동적 나눔은 각 인격을
형성하고 그리스도의 마음과 생명을 그들에게 개방한다. 세계 속에
서 하느님의 사랑과 에너지의 도구가 되라고 그들을 도전하면서 말
이다. 이 관상적 의식은 각 인격을 하느님과의 일치 안에 그리고 모
든 다른 인격들과의 일치 안에 묶어준다. 그것은 그들로 하여금 모든
일들 속에 현존해 계시는 하느님을 발견하도록 해준다.” _신시아 부
조,『마음의 길 : 향심기도와 깨어나기』 중에서
• 고독으로/부터의 연대
08_ 고독과 침묵
- 고독solitude → 공동체community→ 사역ministry _헨리 나우웬
• 고독과 공동체
- “고립된 삶 속에서 성화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절대적 고독 속에서 완덕
에 이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며 그들의 약점과 부족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진정한 관상가가 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다
른 사람 안에서 하나님을 찾을 수 없는 사람 안에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을 것입니
다.” _토머스 머튼, 『새 명상의 씨』 중에서
- “[자매]형제들의 공동체를 경멸한다면, 당신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거절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의 고독은 당신에게 그저 상처일 뿐입니다. _디
트리히 본회퍼, 『 성도의 공동생활』 중에서
• ‘침묵의 성사’ sacrament of silence
- “침묵은 언어의 약점이 아니다. 반대로 침묵은 언어의 강점이다. 이 사실을 알
지 못하는 것이 언어의 약점이다.” _에드먼드 자베스
- "침묵의 성사는 본질적으로 우리가 믿고 말하는 언어의 더 깊은 내적 의미를
듣기 위해 말과 정신의 침묵을 이용하는 일종의 영적 수행을 뜻한다.” _폴 니터
• 하느님과 악마
- “어젯밤 자고 있는 동안 누군가 찾아왔어.” 그는 마치 그 사람이 아직 거기 있
09_ 식별
으면서 그의 말을 듣고 있는 것처럼 숨죽여 중얼거렸다. “누군가 왔었어. 확실히
그는 하느님이었어. 하느님 … 아니면 악마였을까? 그가 하느님인지 악마인지
누가 구분할 수 있을까? 그들은 얼굴을 바꾸지. 하느님은 때로는 온통 어둠으로
나타나고 악마는 온통 빛으로 나타나지. 그러니 사람의 정신이 혼란에 빠지는 거
야.” 두 가지 길이 있었다. 어느 길로 가야 할까,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까? _니코
스 카잔차키스, 『최후의 유혹』 중에서
• 개인적 식별
- 영의 식별
: “여러분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 아닌지 잘 살펴보십시오.” (루가, 11:35)
※ ‘선한 영’과 ‘악한 영’ _성 이냐시오
※ '전쟁'과 '평화’ _성 프란치스코
- 소명의 식별
: “소명의 장소는 세상의 깊은 갈망 deep hunger 과 나의 깊은 기쁨 deep
gladness이 만나는 곳이다.” _프레드릭 뷰크너
• 탈진실post-truth과 인포데믹infodemic 시대
09_ 식별 - "인지적 무기력” :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에 대한 무관심 _레나타 살레
츨, 『알고 싶지 않은 마음』
- ‘개소리’ bullshit
: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한 무관심”
: “그[개소리쟁이]는 거짓말쟁이와는 달리 진리의 권위를 부정하지도, 그것에
맞서지도 않는다.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 점
때문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 _해리 G. 프랭크퍼트,
『개소리에 대하여』 On Bullshit 중에서
• 사회적 식별
- 보고see, 판단하고judge, 행동하기act의 ‘해석학적 순환’
- “우리는 우리의 물상화되고 자아 중심적인 생각과 두려움이 어떻게 물상화된
사회 또는 정치체제가 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마음챙김social mindfulness이 필요
하다. 불자들이 마음챙김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리스도교 해방신학자들이 사회분
석이라고 부르는 것에 의해 강화될 필요가 있다.” _폴 니터Paul Knitter
• “활동과 관상은 하나의 삶, 하나의 일치로 함께 성장한다.
활동과 관상은 같은 것의 두 측면이다. 활동은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사랑이고, 관상은 자신의 신성한 근원으로 향하는
사랑이다. 활동은 시냇물stream이고 관상은 샘spring이다. 샘
은 시냇물보다 더 중요하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사랑이 솟
아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_토머스 머튼, No Man is an Island
중에서
• “계속 절에서 수행해야 할까, 아니면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
기 위해 선방(禪房)을 떠나야 할까? 주의 깊은 성찰 끝에 우
리는 그 둘을 동시에 하기로 결정했다. 마을로 가서 사람들을
돕되, 그것을 마음챙겨 행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참여
불교’Engaged Buddhism 라고 불렀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반드시 세상에 참여해야 한다.” _틱낫한
• 관상기도를 통해 내적 침묵을 발견할 때 연민이 샘솟는다.
침묵이 깊어지면 타자에 대한 연민도 깊어진다.” _마틴 레어
10_ 관상과 활동 드, 『침묵수업』 중에서
11_ 세상을 위한 관상가

많은 활동가들, 즉 거리에 있던 우리 같은 사람들은


[…] 토머스 머튼의 소명을 이해하고 소중히 여겼다.
아주 많은 활동가들이 사라져갈 때, 머튼의 소명은
우리가 인내할 수 있도록 했다. 나는 종종, 우리의
뒤를 받쳐주는 수도원의 헌신적인 영혼들이 없었다
면, 우리가 한 일들을 이루어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Alexander Calder, Mobile and Stabile
말했다. 머튼은 실재에 닻을 내렸고, 우리는 그를
바라보면서 우리의 균형과 실재감을 유지했다. […]
절망의 때가 찾아왔을 때, 아무것도 성취하고 있지
안은 것 같을 때, 머튼 신부나 그와 같은 부류의 사
람들이 우리를 구출해 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
다. 우리를 구출해 줄 사람들은 전략가나 사회학자
들이 아니라, 영적 차원이 매우 높은 사람들이었다.
_존 하워드 그리핀
12_ 불안한 밤의 위안
• 활동-가 活動家

[명사]

1.어떤 일의 성과를 거두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힘쓰는 사람. 흔히 정치 활동에 적극적


인 사람을 이른다.
2. 번아웃(消盡; 燒盡) 상태에서도 계속 자신을 태워가며 일하는 사람
3. 아파야 쉬는 사람
• 어둠과 사랑의 신비가 마더 테레사
- “어둠은 너무나 심해서 저는 마음으로도 이성으로도 아무것도 보지 못합니다. 제 안에
는 하느님이 안 계십니다.”
- "하느님께서는 제 안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제 자신의 것이 아
니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무슨 일이든 하실 수 있습니 다. 제가 하느님께 계속 미소를
짓도록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 “수녀님, 당신은 어둠의 세상을 밝히는 빛의 한 원천이었습니다.” (Mother, you were a
source of light in this world of darkness.) ※ 장례식 중 한 현수막
• ‘황폐함 중의 활동’ action in desolation
12_ 불안한 밤의 위안
• 상처받은 치유자 : 헨리 나웬
-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 사람의 상처이며,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하는 것이다.”
- “고통을 통해 얻은 상처가 다른 사람들을 치유하는 원천으로 이용되는 방법을 사역자가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사역은 이루어 질 수 없을 것이다.”
• 어둠으로의 여행 : 파커 파머
- “나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을 나타내는 징후는 소위 번아웃이라고 하는 상태이다. 대개
는 너무 많은 것을 준 것으로부터 번아웃이 온다고 하지만 내 경험상 번아웃은 내가 갖지
않은 것을 주려고 할 때 나오는 결과이다. “
- “훌륭한 리더쉽은 자기 내부의 어둠을 꿰뚫고 지나가 사람들과 하나가 되는 지점에까
지 도달한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그들은 이미 어둠을 경험했고 길을 알고 있기에 다른 사람
들을 온전함으로 이끌 수 있다. “
- “당신은 우울증을 당신을 망가뜨리려는 적의 손아귀로 보는 것 같군요. 그러지 말고 당
신을 안전한 땅으로 내려서게 하려는 친구의 손길로 생각할 수 있겠어요?”
- “빛으로 가득한 성지에 이르기 전에 반드시 어둠의 여행을 거쳐야만 한다.”
13_ 기후우울과
취약한 이들의 우애

이혜정(가명)씨는 일회용 기저귀를 쓸 때 죄책감을 느낀다.


“큰애는 천 기저귀를 쓰다가 몇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둘째
는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는데 쓰레기가 무더기로 나오는
걸 볼 때마다 내가 지구에 해를 끼치는 존재인 것만 같아 괴
롭다.” [...] 이씨는 최근 지인에게서 위로의 말을 들었다. “기
저귀 사용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더니 지인이 ‘일회용 기저귀
써. 내가 쓰레기 배출을 줄일게’라고 하더라. 굉장히 큰 위로
가 됐다.” _장수경, “방치할 수 없는 ‘기후우울’ MZ세대가 더
많이 아팠다.” 한겨레(2022.7.16)
공룡이 사라졌잖아.
어.
14_ 에필로그 멸종했잖아.
멸종했지.
계속해보겠습니다 멸종이라서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것 같지만 실은 천만년이 걸렸다.
그랬대?
천만년에 걸쳐 서서히 사라진 거야.
꽤 기네.
길지. 그렇게 금방 망하지 않아. 세계는.
그렇게 길게 망해가면 고통스럽지 않을까.
단번에 망하는 게 좋아?
아니.
그럼 길게 망해가자.
망해야 돼?
그렇게 금방 망하지는 않겠다는 얘기야.
[…]
아기는 이제 잠잠합니다. 소라도 오라버니도 잠을 자느라고 편안하게 숨
쉬고 있습니다. 모두 잠들었습니다. 어둠속에서 그들의 기척을 듣습니다.
오래지 않아 날이 밝을 것입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_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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