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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kwaehan Hanyeo Marisa PDF Ceonmyeonggwan 1 1
Yukwaehan Hanyeo Marisa PDF Ceonmyeonggwan 1 1
그런데
도 남편은 마치 내가 그를 잘 알고 있다는 듯 틈만 나면 프랭크에 대한 이
야기를 늘어놓는다.
두 사람은 어릴 때 바로 앞뒷집에서 친형제처럼 자랐고, 함께 공수도
도장엘 다녔으며, 좀더 나이가 들어서는 그들이 살던 동네뿐만 아니라 앞
뒷동네까지도 휩쓸고 다녔다. 그러다 이십 년 전, 프랭크는 캐나다로 이
민을 가서 작은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정확하게 그는 남편의 아버지의
누나의 아들, 즉 고종사촌이다. 그는 캐나다로 가면서 이름을 프랭크라고
바꿨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남편의 사촌형, 프랭크에 대한 모든 정보이다.
남편이 늘어놓는, 그의 사촌형에 대한 이야기의 패턴은 대개 비슷비슷하
다. 대충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여자!
맞아요. 그게 바로 그 복잡한 퍼즐의 해답이었어요. 당신에겐 여자가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취재를 간다는 핑계로 정부와 함께 생트로페로 여
행을 떠난 거고요.
토마스, 이제 와서 부정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날 시청 문화국에서
주최한 전시회에 당신은 혼자 가지 않았어요. 나에겐 전시회에 초청을 받
았다는 사실조차 말하지 않고 평소에 마음에 담아두었던 어떤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겠죠. 매사에 소심하기만 한 당신에겐 분명 큰 용기가 필요했
을 테지만 야수파의 미술전시회는 꽤나 그럴듯한 핑곗거리가 됐을 거예
요. 그리고 둘이 전시회에 가서 그림을 봤겠죠. 난 그날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을지도 상상할 수 있어요. 고매하신 작가 옆에서 산 게
벌써 몇년이에요?
왜 야수파들은 생트로페 항구를 그렇게 많이 그렸을까요?
그건 아마도 모델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서로 마주 보며 웃었겠죠. 두 사람 사이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한 호르몬이 아우성을 쳤을 테고요.
토마스, 당신은 사랑에 배신당한 여자를 당신의 소설 속에 등장시킨 적
이 있나요? 그날 나는 수면제를 다섯 알이나 먹고도 밤새도록 한숨도 못
잤어요. 처음엔 나의 직감이 어긋났다고 믿고 싶었어요. 시간이 너무 많
은 주부가 흔히 상상해볼 만한 일이라고 말예요. 그래서 시트콤에 나오는
대로 엉뚱한 오해가 불러일으킨 해프닝으로 끝나길 바랐어요. 하지만 불
행하게도 그 작은 후추씨는 하룻밤 새에 거대한 숲으로 자라나 나를 꼼짝
못하게 가두고 말았어요.
“이거 얼마예요?”
여러 종류로 묶어놓은 꽃다발 중에서 중간쯤 되는 크기의 꽃다발을 가
리키며 묻는다. 중간쯤이라고 해봐야 국화 서너 송이에 안개꽃이 한 줌
석인 정도이다.
“이만원요.” 청바지를 입은,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무표
정하게 대답한다. 그녀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지만 얼굴은 이미 갈
색으로 그을어 있다.
“비싸네. 이럴 줄 알았으면 서울에서 사오는 건데……”
대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며 여자아이의 얼굴을 쳐다보지
만 그녀의 얼굴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아무리 불평을 늘어놓아봐야
깎아줄 리도 없고 다른 데도 가격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때, 경아가 문
을 열고 차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경아야, 들어가 있어!” 대서는 경아에게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경아
는 어느새 밖으로 뛰어나와 커다란 꽃바구니를 만지고 있다.
“얘, 그거 만지면 안 돼.” 여자아이가 경아를 제지한다.
“아빠, 나 이거 사줘.” 경아가 커다란 꽃바구니를 가리키며 말한다.
“알았어. 아빠가 사가지고 갈 테니가 넌 빨리 차에 가 있어.”
“뭐 해. 빨리 아무거나 사지.” 숙영이 창문을 내리고 말한다.
“그럼, 이건?” 대서는 조금 작아 보이는 꽃다발을 가리키며 여자애에게
묻는다.
“만오천원요.” 역시 여자아이가 무표정하게 대답한다.
“그럼, 이건?” 대서는 꽃다발이라고 해도 되는지 모를 만큼 작은 꽃묶
음을 가리키며 묻는다.
“만원요.”
대서는 아버지 무덤 앞에 이만원을 바쳐야 할지 만원을 바쳐야 할지 잠
시 망설이다 곧 만오천원으로 결정한다.
3
대서는 동생의 얼굴을 본지 사 년이 넘었다. 아이들을 상대로 합기도
도장을 운영하던 성민은 당시 무리하게 큰 도장을 얻는 바람에 경제적으
로 매우 쪼들렸다. 그는 대서에게 엄마가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은행에
서 돈을 얻어달라고 했다. 하지만 대서는 동생의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
었다. 무슨 일이든 저질러놓고 늘 뒷감당에는 대책이 없는 성민이 미덥지
가 않았던 것이다. 동생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완곡하게 거절을
했지만 결국 말다툼이 오갔고, 목소리가 커지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되어갔다. 대서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바락바락 대드는 성민의 따귀를 올
려붙였고, 성민은 대서를 노려보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가 버렸다.
아무 때나 울뚝불뚝하는 대신 뒤끝이 없는 동생이라 시간이 지나면 곧 풀
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성민은 두 번 다시 대서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고 집에 찾아오지도 않았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대서가 먼저 화해를 시도했지만 성민은 아예 전
화를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말투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알고 보니 그가
대서에게 서운해하는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성민이 결혼하기 전 대
서의 집에 얹혀살 때 대서와 숙영이 보여준 태도나 성민이 결혼했을 때
보태준 돈의 액수, 심지어는 아버지의 장례식 때 들어온 부조금의 처리
문제 등, 여러 가지로 대서에 대해 감정이 뒤틀려 있었다. 그는 대서가 걸
핏하면 자신을 무시하고 매사에 이기적으로 행동해왔다고 생각하고 있었
다. 대서는 그가 오래 전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앙금의 두께가 만만치 않
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동생이 서운하기도 했지
만 무엇보다 먼저 오해를 풀고 자신을 해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성
민은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잠근 뒤였다. 가족의 유대라는 게 이렇게 혀
약했나 싶어 참담하기도 했지만 더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이후, 숙영은 성민의 아내와 가끔 전화도 하고 대서의 엄마는 두 달에
한 번꼴로 성민네 집에 가서 며칠씩 지내다 돌아오곤 했지만 성민은 절대
로 대서와 직접 대면하지 않았다. 당연히 명절이나 제사 같은 행사도 대
서가 혼자 치러야 했고 그럴 때마다 길게 내쉬는 엄마의 한숨소리가 대서
의 귀에 가시처럼 날아와 박혔다.
4
길게 늘어선 차들의 행렬은 도무지 움직일 기미조차 안 보인다. 이따금
씩 맞은편으로 지나가는 차들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씀벅거리는 대서의
눈을 자극한다. 대서는 백미러를 힐끗 쳐다본다. 숙영은 입을 조금 벌리
고 머리를 뒤로 기댄 채 눈을 감고 있고, 경아는 숙영에게 기대 잠들어 있
다. 광주를 조금 벗어나 들른 순두부집에서 경아는 음식 투정을 부리다
급기야 숙영에게 혼이 나 울음보를 터뜨렸다. 대서는 식당에서 얼마 먹지
도 않은 순두부가 얹히는 느낌에 손바닥으로 배를 문지른다.
“그래도 정말 다행이야.” 순두부집에서 숙영이 김치를 한 쪽 집어 입에
넣고 와삭와삭 씹으며 말했다.
“뭐가?”
대서가 물을 마시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는 사고현장을 애써 외면했
지만 보지도 않은 끔찍한 광경들이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순두부
와 밥을 반도 먹지 않고 남겼다.
“만약에 우리가 조금만 일찍 출발했더라면 아까 그 차 대신에 우리가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잖아.”
“그런 게 어디 있어?”
대서는 하얀 순두부를 보는 것만으로도 인체의 어느 한 부분이 연상되
어 순두부가 담겨 있는 그릇을 옆으로 슬쩍 밀어놓았다.
“그렇잖아. 우리는 진짜 운이 좋은 거야.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해.”
대서는 뻐근해진 뒷목을 어루만진다. 슬금슬금 기다시피 진행하는 앞
차의 꽁무니를 따라가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선 길가에 부서진 채 처박혀
있는 자동차의 비극과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그때 그냥 동생에게 돈을
얻어줄 걸 그랬다는 새삼스런 후회와 동생에 대한 서운함 등 여러 생각과
감정들이 구더기처럼 바글거린다. 오, 하나님. 제발 차가 막히지 않게 이
길을 삼십차선쯤으로 뻥 뚫어주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미용사는 미용실의 맨 안쪽 자리를 가리킨다. 그가 자리에 앉자 그의
목에 흰색 가운이 둘러진다. 가운은 군데군데 얼룩이 묻어 있어 지저분해
보인다. 남자는 거울을 통해 하얀 가운 위에 생뚱맞게 얹혀 있는 자신의
덥수룩한 머리를 쳐다본다. 좁고 지저분한 미용실엔 그와 여자, 두 사람
말고는 아무도 없다. 이런 곳을 소위 동네 미장원이라고 하는 모양이군,
하고 그는 생각한다.
“살다보니까 세상엔 참 별일이 다 있더라고요.”
미용사가 그의 머리에 분무기로 물을 뿌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
그럼 시작해보시지. 남자는 의자에 등을 기댄다.
“어제 어떤 여자가 와서 파마를 하고 갔거든요. 자리에 앉혀놓고 보니
까 어찌나 미용실을 안 다녔는지 머리가 아주 엉망이더라고요. 그런데 가
만히 보니까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인 거예요. 그래서 어디서 봤을까 하
고 암만 생각을 해봐도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봤다가 아니면 괜히 손님한테 실례잖아요.”
“그거야 그렇죠.”
남자가 장단을 맞추며 거울을 통해 여자를 쳐다본다. 삼십대 후반쯤 되
어 보이는 여자는 각이 진 얼굴에 광대뼈가 튀어나와 남자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검은 바지 위로 드러난 팽팽한 엉덩이는 그녀가 아직 생식
능력이 충분한 암컷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가 미용실에 들어온
것은 바로 그 엉덩이 때문이었다.
“그러다 파마를 다 하고 머리를 풀어주는데 갑자기 딱 생각이 난 거예
요.” 여자는 머리를 깎던 손을 멈추고 말을 잇는다. “그게 누구였는지 알
아요? 알고 보니까 바로 학교 다닐 때 내 친구였지 뭐예요, 글쎄!”
흥분을 했는지 여자의 목소리가 커진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몰라봤어요?”
“별로 친한 사이가 아녔거든요. 그리고 애가 많이 변했더라고요. 옛날
엔 참 예뻤는데……” 여자는 입을 삐쭉하며 말을 잇는다. “살도 찌고 얼굴
이 많이 상해서 몰라봤나봐요. 행색도 추레한 게 보니까 어디 식당 같은
데서 일하는 것 같던데, 그렇게 예뻤던 애가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 있는
지……”
“그래서 아는 척을 했어요?”
“아뇨, 처음엔 아는 척을 할까 했지만 별로 친하지도 않았는데 괜히 어
색하기만 할 것 같아서……”
남자는 차츰 미용실 분위기에 익숙해진다. 그는 원래 이발소에 갈 작정
이었다. 그런데 마침 그가 평소에 다니던 단골 이발소가 쉬는 날이어서
다른 이발소를 찾아다니다 한 낡은 상가건물 앞에서 수건을 널고 있던 여
자를 발견하고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뒤를 따라 미용실로 들어온 것이다.
“그럼, 그쪽에서도 이쪽을 몰라봤나보죠?” 남자가 묻는다.
“글쎄, 눈치를 보니까 걔도 나를 알아본 것 같기는 한데 끝까지 아는 척
을 안 하더라고요. 하긴, 자기도 사는 게 그러니까 별로 아는 척하고 싶진
않았을 거예요.” 여자는 잠시 뜸을 들였다 다시 말을 잇는다. “그런데 사
람 마음이 참 이상하더라고요.”
“왜요?”
“학교 다닐 때 걔가 엄청 도도했거든요. 예쁜 애들이 원래 다 그러잖아
요. 그래서 나나 친구들이 걔를 되게 싫어했는데 막상 그렇게 사는 걸 보
니까 마음이 좋진 않더라고요. 나는 걔가 우리 같은 애들하고는 다른 인
생을 살 줄 알았는데……”
“그런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
“몰라요. 그냥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닐곱 살 때였을까?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 전, 현실에서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 분간
할 수 없는 장면이 평상 위에서 잠든 대서의 꿈속으로 찾아든다. 대서의
아버지는 논두렁에 콩을 심고 있다. 논갈이를 한 논은 모를 내기 전이라
물만 그득하다. 아버지는 테두리에 영화필름이 감긴 밀짚모자를 쓰고 있
지만, 이미 봄볕에 얼굴이 까맣게 그을어 모자 아래가 컴컴하다. 아직 학
교에 다니지 않는 어린 대서는 새로 가래질을 한 논두렁 위에 주저앉아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다. 아버지는 뾰족한 막대기로 논
두렁 가장자리를 쿡 쑤셔 구멍을 내고는 삼태기에서 재를 한 줌 집어 그
안에 넣는다. 그리고 그 위에 콩을 서너 알 떨어뜨린 다음 막대기로 툭 쳐
서 구멍을 막는다. 작업은 간단하지만 콩이 가득 담긴 종다래끼가 허리에
매달려 있는데다 재가 든 삼태기를 끌고 다녀야 하니 쉬운 일만은 아니
다. 더구나 논두렁이 좁고 낮은 탓에 아버지는 아예 바지를 걷고 논에 들
어가 콩을 심고 있는데, 모를 내기 전 곡우 무렵이라 무릎까지 잠긴 물이
아직 차갑다.
처음에 대서는 고집을 부려, 삼태기를 끌고 다니며 아버지가 찔러놓은
구멍에 재를 한 줌씩 넣는 일을 맡았다. 하지만 삼태기를 엎어 재를 쏟는
통에 일거리를 뺏기고 말았다. 그래서 제 딴엔 한답시고 하는 일이, 논두
렁 위를 깡충거리고 뛰어다니며 한 발짝씩 미리 앞질러가서 아버지가 콩
을 심을 자리를 맡아놓고 발로 밟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이늠아, 그건 너무 밭아’ 라거나 아니면 ‘그건 너무 멀다’ 라고 한마디씩
논평을 한다. 그러다 이따금씩 ‘이번엔 딱 맞췄네’ 라며 허리를 펴고 주름
이 가득 잡힌 얼굴로 환하게 웃는다. 대서는 아버지의 그 웃음이 좋아서
제대로 간격을 맞추려고 애쓰지만 들쭉날쭉 매번 간격이 달라진다.
하지만 그나마도 곧 싫증이 나 논두렁에서 껌 대용품으로 씹는 고양이
풀을 찾아다닌다. 입안 가득 고양이풀을 우물거리며 올챙이를 쫓다 문득
돌아보면, 아버지는 여전히 논두렁에 붙어서 콩을 심고 있다. 좀처럼 자
리가 바뀌지 않는다. 대서는 큰 소리로 아버지를 부른다.
아부지!
그러면 아버지는 허리도 펴지 않은 채 큰 소리로 대답한다.
왜에!
아버지의 목소리가 대서네 논을 품은 골짜기에서 메아리친다.
왜애!
대서는 메아리가 재밌어 다시 길게 아버지를 부른다.
아부지이이!
왜애애애!
아버지도 길게 대답한다.
메아리도 길게 뒤따라온다.
왜애애애애!
부지직!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설사가 쏟아져나왔다. 애초에 발가벗
고 있었으니 따로 바지를 내릴 것도 없었다. 물 속에 대여섯 번 넘게 들어
갔다 나온 뒤끝이었다. 누군가 창자를 비틀어대는 것처럼 아랫배가 요동
을 쳐 다급하게 연못 위 풀숲으로 뛰어들었다. 볼일을 보는 동안, 아래쪽
연못가에서 아이들이 키득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병철이 새끼, 고구마 찌나보다.”
“와, 엄청 독하네. 여기까지 구린내가 나.”
몇 번 요란하게 설사를 하고 나니 얼마 안 남은 기운마저 항문을 통해
모두 빠져나간 듯 했다. 어디선가 금세 냄새를 맡고 파리가 날아와 엉덩
이 사이를 윙윙거리며 날아다녔다. 다리 사이를 내려보니 고추가 찬물에
잔뜩 쪼그라들어 초라하게 매달려 있었다. 그렇게 발가벗은 채 수풀 속에
쭈그려앉아 있으려니 처량하고 참담한 기분이 들어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너 이 새끼!”
잔뜩 화가 난 동오가 나를 향해 대뜸 주먹을 날렸다. 나는 바닥에 쓰러
졌다. 동오는 나를 깔고 앉아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눈앞에서 번갯불이
튀고 얼굴이 얼얼했지만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나는 안간힘을 다해 일어
나 동오의 허리를 껴안고 넘어졌다. 우리 두 사람은 한데 엉킨 채 풀밭을
뒹굴었다. 서로 주먹을 날렸지만 내 주먹은 대부분 빗나갔고 주로 맞는
건 나였다. 코피가 터져 입안으로 찝찔한 피가 흘러들었다. 그래도 난 미
친 듯이 팔을 휘둘렀고, 가끔 주먹이 동오의 얼굴을 맞힐 때도 있었다.
그러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당황해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싸움도 말
려야 했고 연못 속에 잠긴 자루도 빨리 건져내야 했다. 결국 재승은 자루
를 건진다며 옷을 벗고 연못으로 들어갔고 문교와 영태는 나와 동오를 각
각 붙잡아 떼어냈다. 떨어져서 보니 동오도 코피가 흘러 얼굴이 피로 잔
뜩 범벅이 되어 있었다.
“저 새끼, 내가 오늘 죽여버릴 거야! 이거 놔!”
코에서 피가 나는 걸 확인한 동오는 허리를 잡고 있는 영태를 뿌리치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동오의 발길질에 허리를 차여 쓰러졌다. 동오는
바닥에 쓰러진 나를 붙잡고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나는 팔을 떼어내려고
애를 썼지만 단단한 팔뚝은 더욱 억세게 목을 죄어왔다. 정말 나를 죽일
것 같은 기세였다. 곧 숨이 막히고 질식할 것 같은 괴로움에 닭뼈가 목에
걸린 개처럼 캑캑거렸다. 그러다 겨우 팔뚝 밑으로 턱을 빼낼 수 있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동오의 팔뚝을 이빨로 힘껏 깨물었다. 동오는 비명을
지르며 내게서 떨어져나갔다. 영태와 문교가 다시 우리 둘의 허리를 껴안
고 싸움을 뜯어말렸다. 동오의 팔뚝에 난 선명한 이빨 자국에서 피가 흐
르고 있었다. 나의 서슬에 놀랐는지 동오도 잠시 주춤하며 팔뚝을 감싸
쥔채 나를 노려보았다.
―토머스 칼라일
―거기 무슨 일예요?
노숙자들이 웅성대며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자 식당에서 완장을 차고
자원봉사를 하던 한 중년의 사내가 다가왔다. 그는 종종 일어나는 다툼이
라고 생각하며 위압적인 태도로 노숙자들을 둘러보았다.
―이 사람이 숟가락을 구부렸어요.
노숙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대답했다.
―아니, 왜 밥 먹다 말고 멀쩡한 숟가락을 구부려요. 뭐, 불만 있어요?
자원봉사자는 짜증을 내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게 아니고요, 그냥 구부러졌어요. 손도 안 댔다고요. 정말이에요.
이 사람이 눈으로 노려보기만 했는데 숟가락이 구부러졌다니까요. 못 믿
겠으면 이 사람들한테 한번 물어봐요.
방금 전 대답한 사내가 다시 대답했다. 자원봉사자는 잠시 그의 손에
들린 숟가락과 그를 번갈아 쳐다보며 짧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 골치 아픈 사람, 여기 또하나 있구먼.
그는 자원봉사자가 한 말이 무슨 뜻인가 싶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올
려다보았다.
―앞으로 그런 짓 하지 마세요. 다 쓸데없는 짓거리라고요. 아셨어요?
―아니, 이 사람이 진짜로 구부렸어요. 우리가 다 봤다니까요.
다른 노숙자가 나섰다.
―글쎄, 알아요. 누가 안 구부렸대요? 근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냐고
요? 그까짓 숟가락을 구부리면 돈이 나와요, 쌀이 나와요?
그와 다른 노숙자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원봉사자
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
했다.
―지금 여기에 손 안 대고 숟가락 구부릴 줄 아는 사람이 이 양반뿐인
줄 아슈? 당신들은 여기 처음 들어와서 잘 모르나본데 이 보호시설 안에
만 해도 그런 사람이 열 명은 넘어요. 저쪽에서 밥 먹는 사람 보이죠?
그는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중년의 사내를 가리켰다.
머리카락이 뒤통수에만 겨우 남아 있는 그는 식판에 고개를 처박고 며칠
굶은 개처럼 게걸스럽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숟가락은 저 사람도 구부릴 줄 알아요. 그런데 저 타령이라고요. 그
따위 재주는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안 돼요. 그리고 저쪽에 앉아 있는 노
인네 보이죠?
자원봉사자가 가리키는 자리엔 머리가 하얗게 센 늙은 노숙자가 혼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는데 눈엔 아무런 빛도 없어 마치 죽은 시체처럼 느
껴졌다.
―저 사람은 그냥 눈으로 쳐다보기만 해도 식탁이 저절로 움직여요. 지
난번엔 아마 한 삼십 센티쯤 움직였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기술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요, 차라리 열관리자격증 같은 거라도 한 장 있는 게 낫지.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내가 가리킨 노숙자들을 번갈
아 보았다. 자원봉사자는 할 수 없다는 듯 게걸스럽게 밥을 먹고 있는 대
머리의 사내를 불렀다.
―어이, 김씨. 숟가락 한번 구부려봐.
그러자 대머리의 사내는 ‘씨발, 왜 또 하필이면 나냐’는 듯 짜증스럽게
손을 내저었다.
―이봐, 이 사람들이 못 믿어서 그러니까, 거 비싸게 굴지 말고 한번만
보여줘봐.
자원봉사자가 재촉하자 대머리의 사내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숟가락을
들고 슬쩍 한번 쳐다보았다. 그러자 숟가락은 너무나도 쉽게 기역자로 구
부러졌다. 자원봉사자는 놀라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노숙자들을 향해 말했
다.
―자, 봤죠. 그러니까 이제부터 쓸데없는 생각들 하지 말고 빨리 여기
서 나가 취직할 궁리들이나 해요.
1
사람들은 왜 나를 싫어하지?
어느 날, 그녀는 카페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자 안경 너
머, 눈가의 주름이 얼굴 중심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유선
형의 가는 은테 안경은 부와 원숙함을 드러내 보이는 것 이외에 예민함과
조급함, 그리고 희미한 윤곽선으로 인해 어딘가 불완전해 보이는 얼굴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감추고 있었다.
드라마작가인 그녀는 쉰두 살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적어도 자신의 나
이보다 다섯 살 이상 젊게 보였으며 말을 할 때마다 옆으로 살짝 비틀리
는 얇은 입술엔 아직도 뚜렷한 성욕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푸른 정맥과
갈색의 검버섯으로 뒤덮여가고 있는 손만이 그녀의 나이를 정직하게 말
해주고 있었다. 살과 온기가 다 빠져나간 손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커
피잔을 매만지며 끊임없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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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딸 부부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녀는 그들이 곧 아이를
데려갈 거라는 생각에 신경이 잔뜩 예민해져서 딸이 늘어놓는 선물 따위
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사위는 인테리어 소품을 수입하는 일이 잘
안 됐다고 했다. 그는 간단하게, 가격이 안 맞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그
녀는 어처구니가 없어 도대체 무슨 일을 그런 식으로 하냐고, 그런 거라
면 여기서도 알아볼 수 있을 텐데 뭐 하러 이태리까지 갔다 왔냐고 단숨
에 면박을 주었다. 머쓱해진 사위가 먼저 집에 가서 청소를 해놓겠다며
나가자, 딸이 곧 그녀에게 말을 왜 그런 식으로밖에 못하냐고 대들었다.
결국 두 사람은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딸은 그녀에게 ‘그러니까 사람들
이 엄마를 싫어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급기야 눈물이 글썽이며
그녀를 원망하는 투로 내뱉었다.
―엄만 내가 저 사람이랑 이혼하고 엄마처럼 혼자 이상한 여자로 늙어
가길 바라는 거야?
딸의 말이 그녀의 귀에 비수처럼 날아와 박혔다. 딸이 돌아간 뒤, 적막
한 거실에 혼자 앉아 있던 그녀는 딸의 말대로 정말 자신이 점점 더 이상
한 여자가 되어가고 있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된장찌개를 끓여 혼
자 저녁을 먹었다. 그후 목욕을 하고 텔레비전 드라마를 한 편 보고 나서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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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 마침내 그녀는 동창이 가르쳐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죽은 동창생, 유소영의 전남편이었다. 그녀는 그의 이름을 머릿속에 되뇌
며 망설임을 밀어내듯 전화기 버튼을 힘주어 꾹꾹 눌렀다. 몇 번의 신호
가 울리고 한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여자의 목소리는 마치 봄 하늘의 공
기처럼 가벼웠다.
―여보세요?
그녀는 기대치 않은 여자의 목소리에 잠깐 당황했다.
―거기 윤명구씨 계세요?
그녀는 차라리 그녀가 찾는 사람이 없어 자신의 이 엉뚱한 호기심이 종
결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여자가 곧바로 물어왔다.
―어디신데요?
―네, 그냥 아는 사람인데요.
세상에는 호칭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관계가 얼마나 많은가. 그녀는
당장이라도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대답했다.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여자가 자신 없는 투로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욱 가벼워져 수화
기를 통과하는 순간 공기중에 곧 흩어져버릴 것 같았다. 잠시 후, 한 남자
가 전화를 받았다.
―네, 윤명굽니다.
남자의 목소리는 뜻밖에 밝고 힘이 있어 그녀는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여보세요?
남자가 차분한 목소리로 이쪽의 대답을 채근했다.
―저, 유소영이란 사람 아시죠?
그녀가 말했다. 수화기 저편에서 침묵이 흘렀다.
―누구신데요?
잠시 후, 남자가 물었다.
―저는 소영이 친구예요.
그녀는 미리 준비해둔 말을 꺼냈다. 하지만 남자는 딱딱하게 되물었다.
―그런데요?
―제가 외국에 가 있느라 연락이 끊어졌다 얼마 전에 얘기를 들었어요.
그녀가 말을 해놓고 잠시 남자의 반응을 기다렸다. 남자는 말이 없었
다.
―그냥, 얘기 좀 나눌까 해서요. 학교 다닐 때 소영이랑 친했거든요.
―전 할 얘기 없습니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나는 것도 없고요.
남자의 목소리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녀는 왠지 그의 목소리에서
희미한 원망이 느껴졌다.
―실례지만 두 분 왜 이혼하셨는지 여쭤봐도 돼요?
그녀가 내친 김에 밀고 나갔다. 그가 대답을 안 해줘도 상관없다는 심
정이었다. 과연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죄송해요. 그냥 소영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래요. 아무
얘기나……
―제가 지금 바빠서 통화를 할 수가 없거든요. 이만 끊을게요.
남자가 그녀의 말꼬리를 잘랐다.
―그럼, 제가 연락처를 가르쳐드릴 테니까 나중에라도 전화해줄 수 있
어요?
그녀가 다급하게 말했다. 남자가 잠깐 망설이다 물었다.
―몇 번예요?
그녀는 자신의 집 전화번호를 불러준 뒤 전화를 끊었다. 그가 전화를
해올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것 말고는 유소영에 대
한 이야기는 아무 진전도 없는 셈이었다.
―그때, 우린 가난했어요.
그녀는 그가 계속 말을 할 수 있도록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난 늘 미안한 마음이었죠. 그런데 그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
다보니 결국 싸움이 되곤 했어요.
남자의 얘기를 듣는 동안, 그녀의 몸 속 깊은 곳에서 조그만 진동이 시
작되고 있었다.
―우린 둘 다 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인생에서 중요한 게 뭔지 잘 몰랐
죠.
―혹시, 살던 데가 어디예요?
그녀가 목울대를 밀고 올라오는 진동을 억누르며 물었다.
―소영이가 다니던 학교 바로 옆 동네예요. 처음엔 소영이도 학교를 계
속 다닐 생각이었으니까요.
―학교 옆 산동네를 말하는 건가요?
―네, 맞아요.
―그럼, 학교 옆의 언덕길을 따라서 걸어올라갔겠군요.
―네.
―둘이 손을 잡고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멀리 학교 앞 거리가
내려다보이지 않았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무언가가 바람처럼 부드러운
힘으로, 그녀의 등을 천천히 떠다밀고 있었다. 남자는 잠깐 망설이다 물
었다.
―혹시 저하고 만난 적이 있던가요?
―아니요. 언젠간 소영이가 그랬어요. 밤에 혼자 나와서 언덕 밑을 내
려다보면 시내의 자잘한 불빛들이 뭔가 재밌는 얘기를 소곤거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맞아요. 소영이는 언덕에 앉아 있는 걸 좋아했죠. 집이 워낙 좁았기
때문에 둘이 있는 것도 답답해했거든요. 밤에 자다 깨서 나가보면 소영이
가 혼자 앉아서 멍하게 불빛을 내려다보곤 했어요.
몸 안 진동이 점점 더 넓게 번져나갔다. 마침내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가 밀려나왔다.
―그러면 당신은 슬그머니 다가와 내 옆에 앉아 담배를 피워물었죠? 나
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밤공기에 실려오는 당신의 담배연기를 좋아
했고요? 그랬죠? 그렇지 않았어요?
어느새 그녀는 울고 있었고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말없이 수화기를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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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녀는 카페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한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
다. 그들은 이틀 전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자살한 동창생의 두 번째
남자였다. 그의 전화번호를 가르쳐준 것은 그녀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
던 동창생의 전남편이었다. 두 번째 남자 역시 처음에는 동창에 대한 얘
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약속
을 잡았던 것이다. 소영은 결국 그 남자로부터도 떠났다고 했다. 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찾아 떠났던 것일까. 그녀의 드라마는 어디로 이어질지 알
수 없었다.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이 삼십 분이나 지나 있었다. 그녀는 지나가는 종
업원에게 차를 주문하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날씨가 너무 더운 탓인지 거
리엔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세상은 햇볕에 한껏 달구어진 사물들이
녹아내려 서로의 경계가 흐려진 느낌이었다.
― 셰익스피어, 『햄릿』
제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2. 짐작할 수 없는 일들
(『고래』, 310쪽)
민다. (……) 물체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서 전체의 윤곽이 드러나자, 대서는
(「세일링」, 99쪽)
지면과 오랜 시간, 그리고 고통을 감당할 용기와 눈물이 필요한 일이므로. (『고
래』, 130쪽)
지은이 천명관
펴낸이 강병선
책임편집 조연주 장영선 디자인 송윤형 유현아
마케팅 신정민 서유경 정소영 강병주 온라인마케팅 김희숙 김상만 이원주 한수진
제작 서동관 김애진 임현식 전자책 개발 최종수 채유담 박지훈 허수빈
펴낸곳 (주)문학동네
출판등록 1993년 10월 22일 제406-2003-0000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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