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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성주의 이론들 제3세계 페미니즘의 이론적 함의
미국 여성주의 이론들 제3세계 페미니즘의 이론적 함의
2 현상과인식 2011 ▶ 겨울
의식은 서구 지식 생산에서 아시아 국가와 아시아 여성의 재현의 문제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었고(김 미덕, 2011ㄱ), 다른 한편에서 젠더 변수만으
로 여성의 정체성과 삶을 이해하는 주류 여성주의2)가 필자의 현실과 상황
을 잘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였다.
이 글의 목적은 미국 여성주의 이론을 살피면서 필자가 언급한 문제의식
들을 공유하고 있는 제3세계 페미니즘의 주장과 이론적 함의를 살피는 것
이다. 제3세계 페미니즘은 1960년대 이래 미국 여성학계에서 유색인종 여
성주의 학자들에 의해 체계화되었고 주류 여성주의의 젠더 본질주의
(gender essentialism) 연구 경향을 비판하였다. 구체적으로 여성 내부/간에
발생하는 인종, 계급, 민족 정체성에 기인한 위계질서를 문제제기하였고,
주류 여성주의가 가정하고 있는 여성 억압의 근본적인 제도인 가부장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부장제와 맞물려 있는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또한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hooks, 1989). 그런데 제3세계 페미
니즘에 대한 평가는, 이들이 제기하고 있는 주류 여성주의에 대한 비판과
2장에서 설명하고 있는 이론적 성과를 통해 논의되기 보다는 주류 여성주
의가 연구의 대상과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Thompson,
2002). 다시 말해 제3세계 페미니즘은 1990년대 이래‘차이,’'다양성,'‘다
문화주의’와 같은 언술로 설명되면서, 주류 여성주의가 젠더뿐만이 아니
라 인종과 계급 문제와 같은 쟁점들을 포괄하고 수용함으로써 여성주의가
인식의 지평을 확장한 것으로 평가되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 평가
와 달리, 제3세계 페미니즘은 시기의 측면에서는 이미 1960년대 태동하였
고 이론의 측면에서는‘경험과 지식’의 관계에 대한 문제제기와 더불어
2) 이 글에서 주류 여성주의는 맥락상 서구, 백인, 중산계급 배경의 여성주의를 뜻한다. 그런데 모든 범
주화의 시도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이 정의는 내용과 주체의 면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예컨대
제3세계 여성 지식인이 서구 학계에서는 비주류이지만 자국에서는 특권적인 주류 여성주의자일 수
있고, 또한 서구, 백인, 중산 계급 출신의 여성학자가 생산하는 지식이 반드시 주류 여성주의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러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내용의 면에서 주류 여성주의 입
장을, 성차별이 여성의 억압을 설명하는 궁극적인 변수라고 생각하는 젠더 본질주의 경향을 보이는
연구를 뜻하고 있음을 밝힌다. 즉 주류 여성주의는 서구, 백인, 중산계급 여성주의자의 자유주의 여
성주의가 대체적인 경향이지만 이러한 정체성에 기반을 둔 규정보다는 이론적 측면에서 인종과 계
급에 대한 천착 없이 성에 기인한 차별과 억압이 여성 억압의 근본적인 변수로 가정하고 있는 연구
를 뜻한다.
2. 여성주의 이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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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와 결부된 이론과 개념을 중심으로 시대 구분을 활용한 패러다임이다
(통, 1995; 재거, 1999). 후자의 역사적인 구분이 가장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자의 개념 중심의 분류들이 실제로 역사적인 구분을
통한 분류에서도 진행되고 있고, 무엇보다도 제3세계 페미니즘에 대한 인
식이 이 패러다임 속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후자의 논의를 통해 여성
주의 이론을 개괄하고자 한다.
물결담론의 통시적 구분은 대체로 동일 시대에 진행되었던 각 이론들 간
의 긴장과 유동성보다는(Aikau et al., 2007) 일체성이 전제된 채로 다음과 같
이 이해되고 있다. 제1 물결은 참정권 투쟁의 시기(1848-1920), 제2 물결은
남성과의 평등권을 확대하는 노력으로 정치적, 경제적, 교육의 평등을 추구
한 시기(1960s-1990s)이며, 제3의 물결은 여성 내부의 성, 인종, 계급, 문화의
차이가 화두로 등장한 1990년대 이후의 시기이다. 흔히 제2 물결은 서구 백
인 중산계급의 여성주의로(Thompson, 2002: 337; Aikau et al., 2007), 제3 물
결은 비서구 유색인종의 여성주의로 읽히며 다문화주의, 정체성, 차이 등의
언술들이 중심 개념으로 등장하였다(Gray/Boddy, 2010; 이 정희, 2004). 그리
고 세부적으로 물결담론의 두 번째 시기에 해당하는 1960년대부터 1980년
대까지 주류 패러다임이었던 하이픈 페미니즘(hyphen-feminism; 자유주의,
마르크시스트, 급진적∙문화적, 사회주의, 정신분석 페미니즘 등)이 또한 여성주
의 이론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이다(통, 1995; 재거, 1999; Grant, 1993).
이 하이픈 페미니즘은 연구자에 따라 분류가 다르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합의되는 수준에서 점검하고자 한다.3)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남성과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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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페미니즘은 제2 물결의 주류 여성주의를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주류
페미니즘은 계급과 인종에 대한 분석을 간과하거나 무시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주의의 목표로 남성과의 평등을 추구하고 사회변혁의 문제에 대해 정
의에 바탕을 둔 비전이라기보다는 (중산계급) 개인의 권리에 바탕을 둔 비
전이다”(Thompson, 2002: 337).
둘째로 하이픈 페미니즘을 포함한 물결담론 패러다임은 지식 생산의 역
사를 부당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직면하였다. 물결담론으로 여성
주의 이론을 이해하는 방식은 진보와 발전을 전제하고 있는 목적론적 역
사관을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대에 전개된 흑인 여성주의를 생
략했다는 것이다(Thompson, 2002: 337; Sandoval, 1991). 목적론적 역사관의
문제점은 시기적으로 후에 전개된 이론이 전자의 것보다 더 우월하거나
발전되었다고 인식하는 것인데(Thompson, 2002), 제3세계 페미니즘의 예
에서 알 수 있듯이 내용과 시기의 관계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무엇보
다도 이 도식은 동시대에 전개된 여성주의 이론들 간의 상호긴장 및 이론
적 비판들을 무화시키고 있다. 제3세계 페미니즘 연구자들은 제2 물결 시
기에 하이픈 페미니즘과 동시에 전개된 제3세계 페미니즘에 대한 생략이
우연이라기보다는 체계적이며 여성학계 내부에서의 긴장 속에서 발생하
였다고 지적하였다. 시카나 여성주의 학자들인 산도발(Sandoval, 1991)과
알라콘(Alarcón, 1990)이 예로 들고 있는 재거(Alison Jaggar)의「This Bridge
Called My Back」(1983; 이하「Bridge」)에 대한 논평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재거는 그녀의 저서「여성해방론과 인간본성」(1999)에서 시카나, 흑
인, 아시안 아메리칸 여성주의 연구자들이 시, 편지, 증언, 서사, 비망록 등
의 여러 장르로 자신들의 경험을 다룬「Bridge」(1983)가 이론이 아닌,“(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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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즘을 이해하고 다루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Grant, 1993). 페미니즘 개념
에 대한 내부의 논의들을 잠시 접어두고 페미니즘을 여성의 관점에서 출
발하는 이론이라고 제한적으로 이해했을 때조차 여성의 입장과 관점, 성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설정하지 못한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페미니
즘의 발전 과정에서 자유주의, 마르크시즘 등의 이론들이 상호 조응하는
관계에서 발전∙전개되었음을 인정하더라도 여성의 관점과 이해라는 문
제의식을 설정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이론상의 큰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물결담론과 하이픈 패러다임은 한국 여성학계에서 무척 익숙하고 이러
한 패러다임 지속의 근간이 되는 인식인, 여성주의 이론에서의 젠더 변수
의 중요성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많은 연구자들이 질문하고 있
듯이(조 희원, 2005; 정 희진, 2005; Johnson-Odim, 1991; Young, 1996), 여성
내부의 차이를 어떻게 규명해야 하는가? 기존 주류 여성주의에서는‘여
성’이라는 범주가 서구, 백인, 중산계급의 여성으로 국한되어 있다는 제3
세계 페미니즘의 비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을 해결하고 대안적인 패러다임을 구성하는 방식은 여성
주의‘이론들’의 동시대성을 인정하고 시기 구분을 그대로 활용하거나
‘여성,’‘경험’과 같은 페미니즘의 중심 개념들을 설명하는 패러다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존의 논쟁은 주로 여성주의의 핵심 개념인‘차이’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포함하여 여성 개념을 재구성하려는 시도 등으로 행
해져왔다(조 희원, 2005; Young, 1996). 그런데 위 질문들 및 논쟁의 핵심은
페미니즘을 어떻게 규정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개념의 문제로 되돌아간다.
페미니즘 개념 정의가 해결된 후 관련된 이론과 상황이 설명될 수 있기 때
문이다. 시카나 여성주의 학자 산도발은 이 점을 바로 파악하고 페미니즘
에 대한 정의와 역사를 피억압자의‘저항 의식의 역사’로 재규정함으로
써, 봉착해 있는 이 차이 논쟁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피억압자의 경험과 지식에 관한 연구를 통해‘인식론적 특권’을 주장하는
일련의 지적 흐름과 상통한 면이 있는데(김 미덕, 2011ㄴ) 산도발은 이 피억
압자의 저항 의식이라는 개념을 통해 기존 여성주의의 패러다임을 재구성
함으로써 여성 내부의 차이 논쟁에서 발생하는 이론의 보편주의와 상대주
의의 긴장을 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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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고 있는 다섯 번째 저항 의식의 지형은‘차이(differential)’로서 위 네
이데올로기 지형간의 유동성을 담보한 제3세계 페미니즘을 뜻한다
(Sandoval, 1991: 12-17). 이 저항 의식의 핵심은 여러 저항 의식들 중에서 특
정 지적 지형이 주류가 된다거나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이라는 주장을 경
계하고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는 것, 즉 대항하고자 하는 억압의 종류에 따
라 전략적인 주관성을 확보하는 정치적 수정(political revision)이라는 점이
다(Sandoval, 1991: 14). 따라서 이 지적 지형의 특징은 위 네 가지 저항 의식
들을 상호 적대적인 것으로 파악하지 않고 유동성과 동적인 관계를 강조하
는 것인데, 따라서 권력에 대한 상황을 잘 읽을 수 있는 능력과 이데올로기
적 대항을 자의적으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능력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여성주의 이론 및 주류 여성주의 패러다임과 관련하여 이러한 산도발의
작업은 많은 시사점이 있다. 먼저 산도발은 다른 제3세계 페미니즘 연구자
들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하이픈 페미니즘을 지탱하고 있는 젠더 본질주의
를 타당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치 현상 및 사회관계 분석에서 젠더 변수의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으나 이것이 여성의 삶과 정체성을 설명하는
근본적인 사회관계의 변수이며, 따라서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이 여성운동
의 가장 중심적인 아젠다가 되어야 한다는 젠더 본질주의의 문제점을 타
당하게 지적하고 있다. 산도발의 여성주의 패러다임의 재구성은 공통분모
로서의 여성을 가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특징인데, 피억압자의 저항 의
식의 일환으로 여성주의를 규정함으로써(Sandoval, 1991: 10-11) 여성주의
이론의 사상적 논의의 수위를 높이고 분석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즉 산도
발은 여성운동 내부에서 전개된 여성주의의 근본 개념을 저항의 역사로
재규정하면서 피억압자가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들의 유동성을 포착하
고, 피억압에서 발생하는 통찰력과 함께, 이를 제3세계 페미니즘의 중요한
특징으로 꼽고 있다. 이러한 재규정이 여성간의 연대를 폐기한다거나 연
대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언급하겠는데 산도발은
연대는 여성주의 전략의 일부분일 수 있지만 필연적으로 본질적인 전략일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Sandoval, 1990). 다시 말해 그녀의 저항 의식 개념
을 중심으로 한 패러다임은 젠더 본질주의의 한계를 인식하고 억압과 사
회관계에 작동하고 있는 다른 변수들과 과정 또한 염두하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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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두 편집자인 시카나 여성주의 학자들인 모라가(Cherríe Moraga)와 안잘
두아(Gloria Anzaldúa)는 책의 구성과 함의를 밝히면서 미국 제3세계 페미니
즘의 주된 관심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1) 유색인종 여성의 가시성
과 비가시성의 문제, 2) 제3세계 여성 자신의 인종적∙문화적 배경과 경험
으로부터 여성주의 정치이론을 도출하는 방식, 3) 여성운동에서 인종차별
이 끼치는 파괴적이고 비도덕적인 영향, 4) 유색인종 여성을 분화시키는 문
화적, 계급, 성애의 차이들, 5) 자기 보존과 혁명의 도구로서 제3세계 여성
의 글쓰기, 마지막으로 6) 제3세계 여성주의 미래의 수단과 방법(Moraga
/Anzaldua, 1983; xxiv). 같은 맥락에서 모한티(Chandra Talpade Mohanty) 또
한 제3세계 페미니즘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1) 사회적∙정
치적 주변성의 경험을 토대로 억압의 동시성을 이해하고 인종차별과 제국
주의 역사를 여성주의 정치학의 근간으로 이해한다, 2) (제3세계) 국가가 여
성의 일상적인 삶과 생존 전략 구사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본다, 3) 저항
적 주체성의 형성에서 기억과 글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4) 제3세계 여
성들의 조직과 공동체에 내재하는 차이, 갈등, 모순을 인지한다(Mohanty,
1991: 10). 양측의 설명에서 다양한 억압의 동시성과 여성 내부에 존재하는
갈등에 대한 인식은 공통적이며, 모한티의 도식에서 제3세계 국가의 여성
들의 삶을 설명하는 데 국가의 역할이 강조된 것에서 차이가 있다.
위 도식들은 제3세계 페미니즘의 주체, 내용, 형식에 대해 대략적인 틀을
잘 설명하고 있다. 혼돈이 있을 수 있는 주체의 문제를 명확히 하고 여성주
의 이론들 간의 긴장, 다시 말해 제3세계 페미니즘의 주류 여성주의에 대한
비판, 이들의 이론적 성과와 제3세계 페미니즘의 문제제기가 파생시킨 중
요한 문제들 중의 하나인 여성간의 연대의 문제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먼저 연구의 주체와 대상의 문제를 살펴보면, 제3세계 페미니즘은 미국
내의 유색인종 여성주의 학자들에 의해 형성된 지적 지형을 뜻하기도 하
고, 다른 한편에서 제3세계 출신의 여성주의자들에 의한 제3세계 국가의
여성에 대한 지식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자는 흑인 여성주의 학자들
을 중심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과 억압의 다층성∙교차성 논의를 전개
해왔다. 후자는‘제3세계’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지식을 뜻하는 것으로,
이 때문에 그레이와 보디(Gray/Boddy) 같은 학자들은 제3세계 페미니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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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엘리트주의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하여 억압∙삶의 동시성, 다층성 및
교차성 이론으로 발전되었다.‘다층성,’‘교차성’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들의 삶의 형태와 결은 젠더 변수로만 설명할 수 없으며 여러
정체성들의 모순과 복잡성에 의해 규정된다고 역설하였다. 흑인 여성주의
자들인 패트리샤 힐 콜린스(Patricia Hill Collins, 2004)의‘내부의 이방인’
(Outsider Inside), 바바라 스미스(Barbara Smith, 1983)의‘억압의 다층성’
(the multiplicity of Oppression), 시카나 여성주의 학자들인 안잘두아와 모
라가(Moraga/Anzaldúa, 1983)의‘육화된 이론’(a theory in the flesh) 등이 제
3세계 페미니즘 이론의 핵심을 잘 표현하고 있다.
‘억압의 다층성’은 데보라 킹(Deborah King, 1988), 벨 훅스(bell hooks,
1989), 바바라 스미스(Barbara Smith) 등의 흑인 여성주의 학자들이 지속적
으로 주장해왔으며 이후 킴벌리 크렌쇼(Kimberle Crenshaw)가 명명한 교차
성 이론으로 정립되었다(Crenshaw 1989). 억압의 다층성과 교차성 이론의
핵심은 일개인의 삶과 사회현상은 예컨대 젠더와 같은 특정의 한 변수만
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계급, 인종과 같은 다른 변수들이 동시에 작
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 한 변수 위에 다른 변수가 차곡차곡 쌓이는 누
적의 개념이 아니라 모든 변수들이 동시적∙교차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다. 변수들이 상호작용하여 억압과 특권이 발생할
때 특정 변수의 작용이 두드러질 수 있는데, 구조적인 제도뿐만 아니라 친
밀한 사적 공간에서도 일상적으로 드러나는 젠더 변수의 고유한 특성 때
문에 젠더가 여성의 삶을 설명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이해되곤 한다(김
미덕, 2011ㄴ). 안잘두아와 모라가도 유사한 맥락에서 경험의 모순성과 진
실성을‘육화된 이론’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백인 주도의 여성운동
내에서는 흑인이고 전체 사회에서는 여성주의자 그리고 이성애자들 사이
에서는 동성애자라는, 자신들의 모순적인 존재론적 입장이 생산하고자 하
는 이론과 융합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Moraga/Anzaldúa, 1983: 23을 재구
성). 콜린스(Collins)의‘내부의 이방인’은 표현 그대로 여성 공동체 내부에
서 이방인이라는 주변성과 그로 인한 통찰력을 시사하고 있다. 그녀는 흑
인 가정부의 비망록의 예를 통해 이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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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감정에 대한 지적인 가면이다. (그들이 실제로 갖고 있는) 감정은 공포이
다. 자신의 권력을 잃지 않으려는 공포, 비난받기 싫어하는 공포, 지위, 통
제, 지식의 상실에 대한 공포. 공포가 실재다. 아마도 이것이 반(反) 인종차
별 운동을 시작하게 된 백인 여성주의자들의 감정적, 비이론적인 시점일 것
이다(Moraga/Anzaldua, 198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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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신의 정체성과 멤버십에 기반을 두면서도 그것을 본질화하지 않으
며, 타자를 동질화하지 않고 상대방의 상황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과정이 중요
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대화가 횡단의 정치이다. 대화의 시작에서 동
일성을 가정하고 일반화하는 보편주의나(우리는 같다) 대화의 끝에서 지나
치게 특수성을 강조하여 배제로 끝나는 상대주의가 아니라, 보편화하지 않
는 특수를 지향한다… 횡단의 정치는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과 그 개인이 지
향하는 사회적 가치를 구별하며, 대화의 과정을 정치적 목표로 삼는다(정
희진, 2005: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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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은 이 같은 차이가 백인과 흑인의 차이를 더욱 크게 만드는 것이다. 인
종적, 성적, 계급‘차이들’을 지적하고 해부하려는 노력에서, 백인 여성들은
차이들을 대상화할 뿐만 아니라 인종위계적이고… 관조적 눈길로 차이들을
변화시켜 버린다(Anzaldúa, 1990: x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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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요약과 결론
7) 이 글은 여성주의 이론들에서 제3세계 페미니즘의 지위와 상황, 주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변혁의 비전’부분이 자세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예컨대 본문에서 언급된 창조적 원동력으로
서의 차이가 어떠한 의미이며, 생존과 변혁의 요구로서의 글쓰기가 어떤 것이고, 연대가 저항적 지
략의 일부분이라면 다른 저항의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하는 질문들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
어 있다. 이는 제3세계 페미니즘의 중요한 논의들 중의 하나로서 내용의 중요성과 방대함 때문에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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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다. 위계와 특권이 궁극적인 연대라는 명분 속에서 규명되지 않는 것
은 공동체 내부의 약자에 대한 희생을 당연시하고 묵인하는 것으로서 이
는 여성주의의 지향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요약하여 이 글은 젠더 본질주의의 한계를 비판하고 종속적 경험을 저항
의식과 방법의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비주류의 위치에 있으면서 부차
적인 것으로 이해되는 제3세계 페미니즘의 주장을 점검하였다. 제3세계
페미니즘은 기존의 통시적으로 분류해온 여성주의 이론 패러다임에서,
1990년대 이후 흑인 여성주의자들을 비롯한 제3세계 출신의 여성학자들
에 의해 제기되어 인종, 계급, 민족 문제 등의 차이를 다루는 이론으로 이
해되어왔다. 이 글은 이러한 분류가 역사적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그러
한 분류가 제3세계 페미니스트라고 불리는 일군의 학자들의 문제제기와
통찰력을 주류 여성주의자들이 포용한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을 바로 보고
자 하였다. 제3세계 페미니즘은 서구적,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지식이 보
편적인 기준과 지식으로 통용되는 데에 대한 여성주의 지식의 문제의식과
마찬가지로, 주류 여성주의자들의 젠더 본질주의와 특권에 대한 문제제기
없는 포섭, 포용 등을 포함한 연대 전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다.
페미니즘은 여성학계 외부에서는 여성의 관점과 입장으로 현상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리고 내부에서는 여성이라는 공통의 범주의 해체에 불
안해하며, 가부장제에서 남성의 특권이 자연화되어있는 것처럼 여성 내부
에서 작동하는 위계질서와 특권에 대해서 둔감하다. 이 글은 미국 여성주
의 이론들의 다양성과 긴장을 살펴봄으로써, 여성주의 지식에 대한 이해
를 돕고 여성 내부의 우정과 연대 형성에 대한 고민과 주류 여성주의 여성
내부에서의 특권과 억압을 직시할 수 있는 과정의 중요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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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uk Kim
Research Professor, Korean Women's Institute, Ewha Womans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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