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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대체 과제 2021112075 김의진

1, 대학에 입학하여 기숙사에 살게 되었음

2, 병식이라는 동거인을 만남

3, 병식이에게 악의를 품게됨

제목: 악의

옛날 옛적, 1999년 그렇다고는 해도 고작 스무 해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나는 어느 기숙


사에서 지냈다. 열여덟, 막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었다. 서울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는데다
혼자 생활하는 것도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던 부모가 그 기숙사를 알아봐 주었다. 거기서라면
식사도 해결되고 여러 가지 시설도 갖춰 놓아 세상모르는 열여덟 살 소년이라도 살아갈수 있
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기숙사 방 배치는 세 평 정도 넓이로 창 앞에 책상과 의자가 나란히
놓였다. 입구 왼쪽에는 철제 2층 침대가 있었다. 회칠 벽에는 보통 어디서 뜯어 온 포르노 영
화 포스터 따위가 붙었다. 남자만의 공간이라 방 안은 대체로 무지 더러웠다. 쓰레기통 바닥
에는 곰팡이가 슨 귤껍질이 달라붙어 있고, 재떨이 빈깡통에는 꽁초가 쌓여 있고, 거기에 불
이라도 붙으면 커피나 맥주 따위로 끄다 보니 절어도 심하게 절어 지독한 냄새가 요동쳤다.
그런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도 치명적인 전염병이 용케도 퍼지지 않았다니 지금 생각해도 신기
하기 짝이 없었다. 그에 비하면 내 방은 시체 안치실만큼 청결했다. 바닥에 먼지 하나 없고
얼룩 한 점 없는 유리창에 일주일에 한번 이불을 빨래하고 커튼도 한 달에 한 번은 빨았다.
나의 동거인이 병적일 정도로 청결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다른 학생들에게

석대: “그 자식 커튼까지 빨아” 라고 말해도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또 내방 벽에는 핀업 사진 한 장 붙지 않았다.
그 대신 암스테르담 운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내가 누드 사진을 붙였더니

병식: 저, 저, 석대야 나, 나는 이런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하더니 그 사진을 때어 버리고 운하 사진으로 갈아 치웠다.


나도 누드사진에 목을 매는 타입이 아니어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내방에 놀러 온 친구들은 하나같이 물었다.
“뭐야, 이거?” “병식이 자식 이걸 보면서 느끼거든” 나는 그렇게 말한다.
농담으로 한말인데 다들 그냥 믿어 버렸다. 너무 간단히 믿는 통에 어느새 나까지 진짜
그럴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병식이는 어느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했다.
병식: 난 말이야, 지, 지, 지도 공부를 해.

처음 만났을 떄 그가 말했다.

석대: 지도를 좋아해?


병식: 응 대학 졸업하면 국토 지리원에 들어가서 지, 지, 지도를 만들거야.

과연 이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종류의 희망과 인생의 목적이 있다고 나는 새삼 감탄 했다.

병식: 너, 너는 전공이 뭐야? 그가 내게 물었다.


석대: 연극
병식: 연극이라면, 연기를 해?
석대: 아니, 그런게 아니고 말이야. 희곡을 읽기도 하면서 연구를 하는거야. 라신이라든지 이
오네스코, 또는 셰익스피어 같은거.
병식: 어쩄거나 그런걸 좋아한다는 거네?
석대: 별로 좋아하는 건 아냐.

그 대답은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혼란에 빠지면 말을 더 심하게 더듬는다.

그는 정말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병식: 내,내, 내 경우는 지, 지 지도가 좋은니까 공부를 하는거야 그래서 일부러 서, 서울에
있는 대학까지 와서 공부하고 돈을 부쳐 받는거야 그런데 너는 그런 게 아니라니까....

그의 말이 옳았다. 나는 설명을 포기 했다.

또 그는 매일 아침 6시에 라디오를 켜고 음악에 맞춰 체조를 시작한다. 나는 대체로 밤늦게


까지 책을 읽고 아침 8시 까지 푹 자는 터라 그가 일어나 부스런거리건 라디오를 켜고 체조
를 하건, 그냥 곤히 참에 빠져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때도 라디오 체조가 도약부분에
이르면 반드시 눈을 뜨게 되었다. 도저히 눈을 안뜨고는 배길 수 없었다. 그는 뛰어오를 때마
다 아주 높게 뛰어올랐는데, 그진동으로 침대가 아래위로 흔들렸기 때문이다.

사흘간, 나는 참았다. 공동 생활에는 어느 정도 인내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 그러


나 사흘째 아침, 더는 참을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석대: 미안하지만 라디오 체조는 옥상 같은 데서 해 줄래? 잠을 잘 수 없어.

나는 단오한 어투로 말했다.

병식: 하지만 6시 반이나 됐는데. 그는 믿을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석대: 나도 알아, 그건. 6시 반이잖아? 나한테 6시 반은 아직 잘시간이야.
병식: 안돼. 옥상에서 하면 3층 사람들이 불평할 거야 여기는 아래층 창고니까 아무도 불평하
지 않아.
석대: 그럼 정원에 나가서 해. 잔디밭에서.
나치: 그것도 안돼. 라디오가 전원을 연결해야 해.

그러고 보니 그의 라디오는 오래된 전원식 라디오였다. 어이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석대: 그럼 절충하자. 라디오 체조를 해도 좋아. 그 대신 뜀박질만은 참아줘. 그거, 정말 시끄


러우니까. 그거면 되지?
병식: 뛰, 뜀밤질? 뜀박질 이라니, 그게 뭔데? 그가 깜짝 놀라 말했다.
석대: 뜀박질은 뜀박질이지. 껑충껑충 뛰어오르는거.
병식: 그런거 없는데,

나는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단 말이 나왔으니 확실한 결론을 내리는 편이 좋을


것같아서 라디오 체조의 첫 번째 소절을 흥얼거리면서 바닥위를 쿵쿵 뛰어올랐다.

석대: 봐 이거말이야, 분명히 있잖아?


병식: 그, 그러네, 있긴 있네 모,몰랐어.
석대: “그러니까 말이야” 나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 그 부분만 생략해줘. 다른 부분은
내가 참을게.

병식: 그건 안돼

그는 아주 산뜻하게 일축해 버렸다.

병식: 한 부분만 빠뜨릴 수는 없는거야. 십년이나 매일매일 한 거라서 하나를 빼면 전, 전부


망쳐 버려

나는 더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거기서 무슨말을 더 하겠는가? 내가 할말을 잃고 멍하니


침대에 걸터 앉자, 그가 방긋방긋 웃으면서 나를 위로 해 주었다.

병식: 석,석대야 우리 같이 일어나서 체조하면 좋겠는데.

그말을 남기고 그는 아침을 먹으러 가 버렸다.

기말 과제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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