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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 비행 하고 싶던 우리
강태훈 / 선유고등학교 / 3학년
[차하] 비행소녀의 키스
박승주 / 압구정고등학교 / 2학년
[차하] 비행
이서진 / 평촌고등학교 / 3학년
[입선] 그 아이
곽다연 / 서울여자고등학교 / 1학년
[입선] 센트럴 파크
곽소현 / 고양예술고등학교 / 2학년
[입선] 공원
권수민 / 진주여자고등학교 / 3학년
[입선] 비행
박수현 / 권선고등학교 / 3학년
[입선] 그를 위한 사회는 없다
이고은 / 전남여자고등학교 / 2학년
“삐 소리 이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노인은 허망하게 청년의 손에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가슴이 먹먹하였다. 일부러 남의 것으로 하였는데. 어찌 자식이 되어 아비에게
연락 한 번을 하지 않는 건지. 노인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연락이 안 되나 봐요? 그 나이 땐 다 그러니 상심하지 마세요.”
사람 좋아보이는 청년이 웃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스함에 노인은 그가
차라리 자신의 아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노인은 대답 대신 허탈한 웃음을 지
으며 청년의 손에서 도시락과 생수 하나를 받았다. 푸석푸석한 밥알은 입맛은커녕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지만 그는 웃으며 밥을 삼킨 뒤 뚜껑을 닫아 버렸다. 신발까
지 내려오는 바지의 밑단을 끌면서.
노인은 엄지에 침을 묻히며 지폐를 세었다. 분명 3만원은 넘을 양이었는데 그의
손에는 만 팔천 원만 들려 있었다. 노인이 주인을 쳐다보자 주인은 손을 들어 가득
쌓인 페지를 가리켰다. 값이 줄었다는 무언의 신호였다. 노인은 주인 몰래 침을 뱉
으며 그래도 오늘은 무사히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빨리 아들과 만나
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생활비가 떨어져 가고 있었다. 그는 주머니 속 돈을 꽉 쥐며
아들과 사이가 멀어졌을 때를 생각했다. 그가 201호 아저씨가 아닌 2 나 2034로 불
리던 그 당시를.
그는 여학생을 강간한 혐의로 15년을 구형받았었다. 콘크리트 벽에서 올라오는
한기는 차가웠고 그를 관리하는 교도관의 눈은 더 매서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
서웠던 것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아들의 행방이었다. 그는 아직 구치소에 있던
당시 뉴스에 나오던 아들을 보았다. 그는 확신 없는 눈동자에 대비되게 강한 어조
의 피켓을 들고 법원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다. 판사의 망치가 떨어지던 날부터
아들은 더 이상 돌아오지 않았다. 노인은 사회로 돌아가고 싶었다. 사회로 돌아가
아들의 앞에서 당당한 아버지의 노릇을 다시 하고 싶엇다. 그러나 발목을 옥죄이는
전자발찌의 LED 앞에서 교도소에서 배웠던 기술은 쓸모없었다. 혐오의 시선이 더해
지는 동안 그는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도망쳤다. 굶주림은 더 이상 문제가 되
지 않았다. 그는 아들을 찾아야 했다.
신호가 간다. 통화의 연결을 기다리며 노인은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왜 이
녀석에게 목 매달린 개처럼 헐떡여야 하는 건지, 그 녀석의 몸에 들어간 탄수화물
들은 자신이 벌어다 준 것일 텐데. 아들의 몸을 가를 수만 있다면 혈관 가득 들어
찬 아비의 사랑을 보일 수 있을 텐데. 그 순간 통화음이 끊겼다. 아들이 전화를 받
았다.
“진아, 너 왜 그동안 연락 한 번이 없었냐. 내가 교도소에 들어갔다고 가족인 너
마저 무시하는 거냐? 그건 그저 실수였을 뿐이라고 했잖아. 난 아무 짓도 하지 않
았어. 그 판사가….”
노인은 목소리를 원했다. 이 공허함을 끊어줄 목소리를. 그게 원망이든 비난이든
동정이든 말이다. 그러나 전화기에선 낯선 여자의 익숙한 말만 반복되었다.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이후….”
노인은 전화를 끊고 눈을 감았다. 눈이 떠져 있든 아니든 그에게는 다를 것이 없
었다. 아들을 찾아갈 순 없다. 찾아가는 순간 전자발찌의 소음이 그를 더 몰아넣을
것이다. 그는 그저 하루 빨리 이 기간이 끝나기를 빌며 다시 바지의 밑단을 잡고
걸었다. 살아야 할 시간이었다.
제26회 전국청소년백일장 수상작 <산문>
[입선] 비행
이예리 / 원광고등학교 / 3학년
[입선] 명령어
이윤서 / 고양예술고등학교 / 2학년
그래.
네가 아니면 누가 내 말을 들어주겠니.
나는 그렇게 사 층 교실에서 뛰어내렸다. 그때는 그냥 그 애의 말을 들어야 할
것만 같았다. 나에게 유일하게 답을 내어주는 존재. 시간을 빨랐는데, 장면은 더디
게 지나갔다. 빨리, 사라진 걸까. 여름은 전부 병원 침대에서 지나갔다. 몸이 움직이
지 않았다. 눈동자와 바싹 마른 입술만 달싹였고 난 아직 궁금한 게 많았다. 천장만
보였다. 나는 계속 같은 질문만 했고, 그 애는 같은 대답을 했다. 시간은 계속 끝나
가고 있는데.
“기가지니, 우리 친구 맞지?”
“잘 모르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실 때는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제26회 전국청소년백일장 수상작 <산문>
[입선] 뒷면에서의 운전
최윤형 / 고양예술고등학교 /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