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essional Documents
Culture Documents
난쏘공 - 봉산탈춤 - 불모지 - 권태 평가원 기출 편집
난쏘공 - 봉산탈춤 - 불모지 - 권태 평가원 기출 편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조세희)
2005학년도 6월 모평
2014학년도 수능A
2009학년도 수능 출전 홍파 각색 희곡은 싣지 않았음.
봉산탈춤 딸각발이(이희승)
1996학년도 수능
불모지(차범석)
2018학년도 9월 모평
권태(이상)
2014학년도 수능AB
- 1 -
[33∼3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005학년도 6월) 어. 너도 그걸 배웠지? 국민학교 때부터 배웠어. 그런
데 우주에 관한 기본 법칙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말
그날 밤 승용차 안의 사나이가 우리 동네의 나머지 하는구나.”
입주권을 모두 사 버렸다. 그는 다른 투기업자들이 이 “그런데 누가 아버지를 달에 모시고 가겠대요?”
십이만 원에 사는 것을 이십오만 원씩 주고 모두 사 “지섭이 미국 휴스턴에 있는 존슨 우주 센터에 편지
버렸다. ㉠그날 밤에도 영희는 팬지 꽃 앞에 앉아 기타 를 냈다. 그곳 관리인 로스 씨가 답장을 보내올 거야.
를 쳤다. 영희는 팬지 꽃 두 송이를 따 하나는 기타에 후년에 우주 계획 전문가들과 함께 달에 가게 될 거
꽂고 하나는 머리에 꽂았다. 그리고, 꼼짝도 하지 않고 다.”
기타만 쳤다. 사나이가 아버지에게 담배를 권했다. “그 책을 돌려주세요.”
“이십오만 원이 분명하죠?” 내가 말했다.
어머니가 물었다. 사나이를 따라온 나이 든 사람이 “그리고, 그 사람 말을 믿지 마세요. 그는 미쳤어요.”
검은 가방을 열어 돈을 보여 주었다. 그는 마루에 앉아 “이 책의 사진을 봐라. 이 사람은 프란시스 베이컨이
매매계약서를 썼다.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가 서류가 든 고, 이 사람은 로버트 고다드다. 당시 사람들이 미치광
봉투와 도장을 가지고 나왔다. 아버지는 계약서 매도자 이로 지목했던 인물들이야. 이 미친 사람들이 어떤 업
란에 ‘金不伊’라고 쓰고 도장을 눌렀다. 나이 든 사람 적을 남겼는지 아니?”
은 아버지의 이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아버지 이름 “몰라요.”
이 갖는 아픈 바람의 뜻을 그가 알 리 없었다. 어머니 “넌 학교에서 죽은 교육을 받았어.”
는 소중하게 싸 두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넘겨주었다. “어쨌든 그 책을 돌려주세요.”
식칼 자국이 난 표찰, 아침 수저를 놓고 가슴을 세 “너희들은 내가 이 땅에서 끝까지 고생하다 바짝 마
번 치게 한 철거 계고장, 집을 헐값에 버리기 위해 른 몰골로 죽기를 바라고 있지? 힘든 일에 눌려 허우
생전 처음 내본 인감 증명 두 통, 미리 서명해 두 적거리다 숨을 거두기를 바라고 있는 것 아니냐?”
[A]
었던 명의 변경 신청서, 힘 하나 없는 식구들의 이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름과 나이가 차례대로 적혀 있는 주민 등록 등본 “너희들은 왜 지섭에게 아무것도 배울 생각을 하지
두 통. 않니?”
마당가 팬지 꽃 앞에 앉아 있던 영희가 고개를 숙 “도대체 뭘 배우라는 말씀예요?”
였다. 사나이가 돈을 내밀었다. 어머니는 머리를 저 “로스 씨의 편지를 받기 전에 보여 줄 것이 있다. 지
[B] 으며 뒤로 물러앉았다. 아버지가 그것을 받았다. 꼭 섭에게 말해서 쇠공을 쏘아 올려 보여 주마.”
삼 초 동안 들고 있다가 어머니에게 넘겨주었다. 어 ㉣“없지?”
머니는 두 손으로 돈을 받아 들었다. “네.”
㉡다음날 아침, 명희 어머니는 사람들을 시켜서 집을 “찾지도 못하면서 밤새도록 어디 가 있었니?”
헐었다. 어머니가 십오만 원을 갚았다. 두 부인은 손을 나는 돌멩이를 집어 다시 방죽을 향해 던졌다. 어머
마주 잡은 채 아무 말도 못 했다. 용달차가 좁은 골목 니도 기진해 다른 말을 못 했다. 형이 어머니의 등을
을 뚫고 들어와 명희네 짐을 실었다. 명희 어머니가 치 밀면서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조용한 아침이었다. 백
마를 올려 눈물을 닦았다. 여 채의 집이 헐리고 남은 것은 몇 채 안 되었다. 우
“에유, 정이란 게 뭔지!” 리도 영희만 집을 나가지 않았다면 전날 떠났을 것이
명희 어머니가 말했다. 다. 철거일을 어겨야 할 다른 이유는 없었다.
“정이란 게 이렇게 더러운 게라우.” 행복동 생활의 마지막 며칠은 우리에게 악몽과 같았
그 말이 우리의 눈에 고춧가루를 뿌렸다. 용달차가 다. 우리는 영희를 찾아 헤매었다. 영희를 본 사람은
집 앞을 지나갔다. 아버지는 오른손을 반쯤 올렸다 내 없었다. 영희는 가방도 들지 않고 집을 나갔다. 갖고
렸다. ㉢왼손에는 책이 들려 있었다. 지섭의 책에 아버 나간 것은 줄 끊어진 기타와 팬지 꽃 두 송이뿐이었다.
지의 손때가 까맣게 묻었다. 아버지와 지섭은 우리에게 ㉤나는 좀 큰 돌멩이를 집어 던졌다. 이번에도 소리를
대기권 밖을 날아다니는 사람들로 보였다. 두 사람은 들을 수 없었다. 잔물결이 수초 사이로 밀려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달을 왕복했다.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살기가 너무 힘들다.”
아버지가 말했었다.
“그래서 달에 가 천문대 일을 보기로 했다. 내가 할
일은 망원렌즈를 지키는 일야. 달에는 먼지가 없기 때
문에 렌즈 소제 같은 것도 할 필요가 없지. 그래도 렌
즈를 지켜야 할 사람은 필요하다.”
“아버지, 도대체 그런 일이 가능할 것 같아요?”
내가 말했다.
“넌 이때까지 뭘 배웠니?”
아버지가 말했다.
“뉴턴이 그 중요한 법칙을 발표하고 삼 세기가 지났
- 2 -
33. 위 글의 창작 과정을 알아보기 위하여 독자의 입장에 37. [B]를 <보기>와 같은 시나리오로 각색했을 때, 고려했
서 제기할 수 있는 질문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을 내용과 효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1점] <보 기>
① 아버지가 도달하고자 하는 세계를 달로 설정한 이유 S# 73. 김불이 집 마당(저녁)
는 무엇일까? 마당가 팬지 꽃 앞에 있던 영희, 슬픔을 참을 수 없다는
② 지섭을 통해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조정하려고 한 듯 집 밖으로 뛰어나간다.
이유는 무엇일까? 어머니, 사나이가 돈을 헤아리는 것을 바라본다. 돈을 헤
③ 철거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저항하지 않도록 아리는 모습 위에 O.L.*
한 이유는 무엇일까? 남편과 아이들이 도랑에서 돌을 지고 와서 그것으로 계단
④ 도시 빈민의 궁핍한 삶 가운데에서도 철거되는 집을 을 만들어 벽에 시멘트를 치던 모습.
소재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 있습니다.” 하는 소리에 다시 O.L.
⑤ 집을 비워 주어야 할 시기와 영희의 가출 시기를 맞 사나이가 돈을 내민다.
물리게 구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머니, 자신이 그 돈을 받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난다.
34.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아버지가 돈을 받는다. 아버지, 잠깐 돈을 들여다본다.
① ㉠: 이질적인 장면을 삽입하여 비극적 상황을 역설적 여기에 덮이는 지섭의 소리 ― “이게 뭡니까? 뭐가 잘못
으로 드러낸다. 된 게 분명하죠? 불공평하지 않으세요?”
② ㉡: 서술 시점을 바꿔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변화 어머니에게 돈을 넘겨주자 어머니는 두 손으로 그것을 받
를 준다. 는다.
③ ㉢: 책을 매개로 하여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계기를 어머니, 잠시 멍해진다. F.O.**
제공한다.
④ ㉣: 장면을 전환하여 회상에서 현실로 돌아왔음을 보 * O.L.(overlap) : 화면이 겹쳐지며 장면이 바뀌는 수법.
여 준다. ** F.O.(fade out) : 화면이 점차 어두워지는 것.
⑤ ㉤: 생각이 흘러가는 동안 행동도 함께 이루어짐을
보여 준다. ① 영희가 집 밖으로 뛰어나가는 모습을 통해, 집이 팔리
는 상황에서 영희가 느끼는 감정을 더욱 강조한다.
35. [A]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② 집을 파는 상황에서 어머니의 심경을 분명하게 드러
① 집을 파는 사건 그 자체에 주목하게 한다. 내기 위해, 그 집을 짓던 때의 행복했던 모습을 끼워
② 가족이 무력한 존재로 살아 왔음을 드러낸다. 넣는다.
③ 집을 파는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함을 보여 준다. ③ 처음 이곳에 정착했을 당시의 행복했던 모습은 단지
④ 떠돌이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가족의 숙명을 보여 준다. 지나간 과거의 한순간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⑤ 가족의 기억을 담고 있는 집이 표찰과 서류로 대체됨 사나이의 목소리로 회상 장면에서 돌아오도록 한다.
을 보여 준다. ④ 돈을 받는 상황에서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지
섭의 말을 끼워 넣는다.
36. <보기>를 참조하여 위 글을 해석할 때, 가장 적절한 ⑤ 어머니의 허탈하고 슬픈 표정을 어둡게 처리하여, 집
것은? [1점] 의 매매가 끝났음을 보여 줌과 동시에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도록 한다.
<보 기>
이상 세계를 꿈꾸는 것이 이상과 현실의 거리가 너무도
멀다는 자각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그것은 현실 비판의 표시
이다. 따라서 현실에 대한 대항 이미지로서의 이상 세계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려고 할 때, 그 이미지는 현실을 부정하는
힘이 되거나 현실을 극복해 가는 힘이 된다.
35. ‘어머니’와 관련하여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 37. ⓐ의 상황을 나타내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지 않은 것은? ① 유구무언(有口無言) ② 일구이언(一口二言)
① ㉠: 사건에 대한 ‘어머니’의 심리적 반응을 행동으로 ③ 중구난방(衆口難防) ④ 진퇴양난(進退兩難)
구체화하고 있다. ⑤ 횡설수설(橫說竪說)
② ㉡: ‘어머니’가 처한 현실과 상반된 지명이 현실의 모
순을 부각하고 있다.
③ ㉢: ‘어머니’에게 닥친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드러내고 있다.
④ ㉣: 생활의 의지마저 포기한 ‘어머니’의 절망적인 모
습을 보여주고 있다.
⑤ ㉤: ‘어머니’의 고조된 음성이 상황의 절박함을 암시
하고 있다.
(가) (나)
남산골 샌님들은 그다지 출입하는 일이 없다. 사람이 생 원:쉬이. (가락과 춤 멈춘다) 이놈, 말뚝아.
있든지 없든지 방 하나를 따로 차지하고 들어 앉아서, 말뚝이:예예, 아! 이 양반이 허리 꺾어 절반인지,
폐포파립(敝袍破笠)이나마 의관을 정제하고, 대개는 꿇 개다리소반인지, 꾸레미전에 백반인지, 말뚝이
어앉아서, 사서오경을 비롯한 수많은 유교 전적(典籍) ⓐ 꼴뚝아, 밭 가운데 최뚝아, 오뉴월에 밀뚝아,
을 얼음에 박 밀듯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내리 외는 잣대뚝에 메뚝아, 부러진 다리 절뚝아, 호도
것이 날마다 그의 과업이다. 이런 친구들은 집안 살림 엿장수 오는데 할애비 찾듯 왜 이리 찾소?
살이와는 아랑곳없다. 가다가 굴뚝에 연기를 내는 것도 생 원:네 이놈, ㉡양반을 모시고 나왔으면 새처를 정
안으로서 부인이 전당을 잡히든지 빚을 내든지. 이웃에 하는 것이 아니고 어디로 이리 돌아다니느냐?
서 꾸어 오든지 하여 겨우 연명이나 하는 것이다. 그러 말뚝이:(채찍을 가지고 원을 그으며 한 바퀴 돌면서)
노라니 쇠털같이 허구헌 날 그 실내의 고심이야 형용 예에, 이마만큼 터를 잡고 참나무 울장을 드문드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런 샌님의 생각으로는 청렴개 문 꽂고 깃을 푸근푸근히 두고 문을 하늘로 낸
결(淸廉介潔)을 생명으로 삼는 선비로서, 재물을 알아 새처를 잡아 놨습니다.
서는 안 된다. 어지 감히 이해를 따지고 가릴 것이냐? 생 원:이놈 뭐야!
겨울이 오니 땔나무가 있을 리 만무하다. 동지 설상 말뚝이:아, 그 ㉢양반 어찌 듣소.
(雪上) 삼 척 냉돌에다 변변치도 못한 이부자리를 깔
고 누웠으니, 사뭇 뼈가 저려 올라오고 다리 팔 마디에 <중 략>
서 오도독 소리가 나도록 온 몸이 곧아오는 판에, 사지
를 웅크릴 대로 웅크리고 꽁꽁 안간힘을 쓰면서 이를 생 원:쉬이, (음악과 춤을 멈춘다) 여보게 동생 우리
악물다 못해 박박 갈면서 하는 말이 “요놈, 요 괘씸한 가 본시 ㉣양반이라 이런 데 가만히 있자니 갑
추위란 놈 같으니, 네가 지금은 이렇게 기승을 부리지 갑도 하네. 우리 시조(時調) 한 수씩 불러 보세.
마는, 어디 내년 봄에 두고 보자.”하고 벼르더라는 이 서 방:형님, 그거 좋은 말씀입니다.
야기가 전하여 오지마는, 이것이 옛날 남산골 ‘딸깍발 양반들:(시조를 읊는다) “……반남아 늙었으니 다시
이’의 성격을 단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이야기다. 사실 젊지는 못하리라…….” 하하 (㉤양반들, 말뚝이
로는 졌지마는 마음으로는 안 졌다는 앙큼한 자존심, 모두 웃는다. 그 다음에 말뚝이가 자청하여 소리
꼬장꼬장한 고지식,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은 안 를 한다.)
쬔다는 지조(志操), 이 몇 가지가 그들의 생활 신조였다. 말뚝이:“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에…….”
<이희승, 딸깍발이> 생 원:다음은 글이나 한 수씩 지어 보세. 동생 한
귀 지어 보세.
서 방:그럼 형님이 운(韻)자를 하나 내십시오.
생 원:총자, 못잘세.
서 방:아, 그 운자 벽자로군. (한참 낑낑거리다가)
형님, 한마디 들어 보십시오. “짚세기 앞총은 헝
겊총하니 나막신 뒤축에 거멀못이라.”
말뚝이:샌님, 저도 한 수 지을 터이니 운자로 하나 불
러 주시오.
<봉산탈춤 대본>
- 6 -
47. ㉠~㉤ 중 그 쓰임이 <보기>의 밑줄 친 ‘양반’과 가장 50. (가)의 ‘양반’이 (나)의 ‘양반들’의 행동을 비판한다면,
가까운 것은? 그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 기> ① 호사한 사치를 탐하고 있다는 점
① ㉠ ② ㉡ ③ ㉢
④ ㉣ ⑤ ㉤
48. (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51. (나) ⓐ에서 말을 엮어 나가는 방식과 거리가 가장 먼
② 뒷문단은 앞 문단의 예화를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① 여보, 아주벰이고 도마뱀이고 세상이 다 귀찮아요. 언
④ 전체적으로 대상의 속성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고 ② 얘야! 밤낮 주야로 오매불망, 올망졸망하고 기다리던
- 7 -
[23∼26] 다음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018학년도 9월) 복덕방 : 난 그만 가 보겠소이다. 이런 일도 기분 문제
니까요! 다른 사람 골라서 공동묘지로 보내구려! 에
최 노인 : (화단 쪽을 가리키며) 저기 심어 놓은 화초 잇.
며 고추 모가 도무지 자라질 않는단 말이야! 아까도 최 노인 : 아 ㉢김 첨지! 김 선생! (하며 뒤를 쫓아 나
들여다보니까 고추 모에서 꽃이 핀 지는 벌써 오래 간다.)
전인데 열매가 열리지 않잖아! 이상하다 하고 생각 경수 : 제길 무슨 놈의 영감이 저래?
을 해 봤더니 저 멋없는 것이 좌우로 탁 들어 막아 어머니 : 네가 잘못이지 뭐니……
서 햇볕을 가렸으니 어디 자라날 재간이 있어야지! 경수 : 집을 팔지 말라고 했는데……
이러다간 땅에서 풀도 안 나는 세상이 될 게다!
㉠말세야 말세! 이때 최 노인 쌔근거리면서 등장하자 이 말을 듣고는
성을 더 낸다.
이때 경재 제복을 차려 입고 책을 들고 나와서 신을
신다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는 깔깔대고 웃는다. 최 노인 : 이눔아! ⓒ누가 이 집을 판다고 했어? 응?
경수 : 아니 그럼 이 집을 파시는 게 아니면 뭣 하러
경재 : 원 아버지두…… 복덕방은……
최 노인 : 이눔아 뭐가 우스워? 최 노인 : 저런 쓸개 빠진 녀석 봤나! 아니 내가 뭣 때
경재 : 지금 세상에 남의 집 고추 밭을 넘어다보며 집 문에 이 집을 팔아? 응? 옳아 네놈 취직 자본을 대
을 짓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기 위해서? 응?
최 노인 : ⓐ옛날엔 그렇지 않았어! 어머니 : 아니 그럼 이백오십만 환이란 무슨 얘깁니까?
경재 : 옛날 일이 오늘에 와서 무슨 소용이 있어요? 최 노인 : 네 따위 놈을 위해서 하나 남은 집마저 팔
오늘은 오늘이지. ㉡(웅변 연사의 흉을 내며) 역사는 아야만 속이 시원하겠니? 전세로 육 개월만 내놓겠
강처럼 쉴 새 없이 흐르고 인생은 뜬구름처럼 변화 다는 거야!
무쌍하다는 이 엄연한 사실을, 이 역사적인 사실을 경수 : 예? 전세라구요?
똑바로 볼 줄 아는 사람만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어머니와 경운은 서로 얼굴을 바라본다.)
수 있다는 사실을 최소한도로 아셔야 할 것입니다! 최 노인 : 왜 아주 안 파는 게 양에 안 차지? 이눔아!
에헴! 이 애비가 집도 절도 없는 거지가 되어서 죽는 꼴이
그렇게도 보고프냐?
(중략)
경수 : (당황하며) 아버지 아니에요! 저는……
경수 : 여보 영감님! 여긴 종로 한복판입니다. 게다가
최 노인 : 아니면 껍질이냐?
가게와 살림집이 붙었는데 그래 겨우 이백오십만 환
어머니 : ⓓ여보 그럼 집을 전세로 줘서 뭣 하시게요?
이라구요? ⓑ그런 당치도 않은 거짓말은 공동묘지에
최 노인 : 글쎄 아까 어떤 친구 얘기가 요즘 그 실내
서나 하시오.
에서 하는 그 뭐드라 ‘샤풀이뿔’이라든가……
복덕방 : 뭐 뭐요? 공동묘지에서라고? 예끼 버릇없는
경운 : ‘샤뿔뽀오드*’ 말씀이에요?
놈 같으니라구!
최 노인 : 그래 ‘샤뿔뽀오드’ 말이다! 그건 차리는 데
경수 : 아니 이 영감님이……
돈도 안 들고 수입이 괜찮다고 하면서 4가에 적당한
복덕방 : 그래 이눔아 너는 애비도 에미도 없는 놈이기
집이 있다기에 그걸 해 볼까 하고 이 집을 보였지.
에 나이 먹은 늙은이더러 공동묘지에 가라구? 이 천
그래 얘기가 거이 익어 가는 판인데 글쎄 다 되어
하에.
간 음식에 코 빠치기로 저 녀석이……
최 노인 : 여보 김 첨지. 젊은 애들이 말버릇이 나빠서
어머니 : 아니 그럼 전세로 이백오십만 환이란 말인가
그런 걸 가지고 탓할 게 뭐요?
요?
복덕방 : 그래 내가 집 거간이나 놓고 다니니까 뭐 사
최 노인 : 그렇지! 저 가게만 해도 백만 환은 받을 수
고무친한 외도토린 줄 아느냐? 이눔아! 나도 장성
있어!
같은 아들에다 딸이 육 남매여!
어머니 : 그런 걸 가지고 나는 괜히……
경수 : 아니 제가 뭐라고 했길래……
최 노인 : 뭐가 괜히야?
어머니 : 넌 잠자코 있어! 용서하시우. 요즘 젊은 놈들
경운 : ⓔ아버지께서 이 집을 팔으실 줄만 알았어요.
이란 아무 생각 없이 말을 하니까요…… 게다가 술
최 노인 : 흥! 너희들은 모두 한속이 되어서 어쩌든지
을 마셨다우.
내 일을 안 되게 하고 이 집을 날려 버릴 궁리들만
복덕방 : 음 이놈이 한낮부터 술 처먹고 어른에게 행패
하고 있구나! 이 천하에 못된 것들! (하며 불쑥 일어
구나! 이눔아! 내가 그렇게 만만하니?
선다.)
최 노인 : 김 첨지! 글쎄 진정하시라니까…… 내가 대
어머니 : 그럴 리가 있겠어요! 다만……
신 이렇게 사죄하겠소 원!
최 노인 : 듣기 싫어! ( 화초밭 으로 나오며) 이 집안에
복덕방 : 그러고 이백오십만 환이 터무니없는 값이라
서는 되는 거라곤 하나도 없어! 흔한 햇볕도 안 드
고? 이눔아 누군 돈이 바람 맞은 대추알이라던? 응?
는 집이 뭣이 된단 말이야! 뭣이 돼! (하며 화초밭을
그것도 잘 생각해서야! 음! 이런 분한 일이 있나!
함부로 작신작신 짓밟고 뽑아 헤친다.)
최 노인 : 글쎄 참으시고 이리 앉으세요.
- 8 -
어머니 : ㉤(맨발로 뛰어내리며) 여보! 이게 무슨 짓이
오! 그렇게 정성을 들여서 가꾼 것들을…… 원…… 25. <보기>와 ⓐ~ⓔ를 관련지어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당신도……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최 노인 : 내가 정성을 안 들인 게 뭐가 있어…… 나 <보 기>
는 모든 일에 정성을 들였지만 안 되지 않아! 하나 ‘발견’이란 인물이 극의 전개 과정에서 사건의 숨겨
도 씨도 말야! 진 측면을 알아차리는 계기를 드러내는 기법이다. ‘발
- 차범석, 「불모지」 - 견’의 대상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 물건이 될 수도 있
고 몰랐던 사실이나 새로운 가치, 인물의 다른 면 등
* 샤뿔뽀오드(shuffleboard) : 오락의 한 종류. 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발견’을 통해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바뀌기도 하고 인물들의 갈등 양상이 변모되
기도 한다.
23. 윗글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언어유희를 통해 인물 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① ‘경재’는 ⓐ를 통해 ‘최 노인’이 예전과 달라진 현실을
② 장면의 전환을 통해 각 인물의 내면이 부각되고 있다.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최 노인’
③ 인물들의 복장을 통해 인물들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에게 변화를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함을 드러내는군.
④ 인물의 등퇴장을 통해 인물의 성격 변화를 드러내고 ② ‘복덕방’은 ⓑ를 통해 ‘경수’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것을
있다. 발견함으로써, ‘최 노인’과의 흥정을 중지하게 되는군.
⑤ 실제 지명의 노출을 통해 극중 상황에 사실감을 부여 ③ ‘경수’는 ⓒ를 통해 ‘최 노인’이 집을 팔 의도가 없다
하고 있다. 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최 노인’에 대한 오해가 풀리
게 되는군.
④ ‘최 노인’은 ⓓ를 통해 자신의 계획을 ‘어머니’가 못마
땅해한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자신의 계획을 변경하
게 되는군.
⑤ ‘최 노인’은 ⓔ를 통해 집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도를
‘경운’이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가족
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군.
24.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26. 화초밭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 :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한 ‘최 노인’의 부정적 인 ① 경제적 안정에 대한 가족들의 희망이 드러나는 장소
식이 드러나 있다. 이다.
② ㉡ : ‘경재’의 말에 주목하게 하는 효과를 드러내고 ② 중심인물이 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있다. 장소이다.
③ ㉢ : 호칭을 달리하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돌리기 위 ③ 두 인물의 상반된 행동을 통해 인물 간의 갈등이 해
한 ‘최 노인’의 노력이 드러나 있다. 소되는 장소이다.
④ ㉣ : 두 인물이 ‘경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음 ④ 중심인물이 현재의 고통이 자신에게서 비롯되었음을
을 동시에 확인하고 있다. 자책하는 장소이다.
⑤ ㉤ : ‘어머니’의 다급한 심리를 행동을 통해 제시하고 ⑤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하여 허망해하는 중심
있다. 인물의 감정이 드러나는 장소이다.
- 9 -
[44~4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014학년도 수능)
44.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암소의 뿔은 수소의 그것보다도 한층 더 겸허하다. ① 비유를 활용하여 대상의 속성과 관련된 상념을 표현
이 애상적인 뿔이 나를 받을 리 없으니 나는 마음 놓 하고 있다.
고 그 곁 풀밭에 가 누워도 좋다. 나는 누워서 우선 ② 우화를 제시하여 글쓴이가 처한 부정적인 상황을 강
소를 본다. 조하고 있다.
소는 잠시 반추(反芻)를 그치고 나를 응시한다. ③ 설의적 표현을 통해 자연과 조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이 사람의 얼굴이 왜 이리 창백하냐. 아마 병인인가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보다. 내 생명에 위해를 가하려는 거나 아닌지 나는 조 ④ 과거의 삶과 현재의 삶을 대비하여 현대 사회에 대한
심해야 되지.’ 비판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소는 속으로 나를 심리(審理)하였으리라. 그 ⑤ 글쓴이의 생각을 타인의 생각과 비교하며 글쓴이가
러나 오 분 후에는 소는 다시 반추를 계속하였다. 소보 삶에서 깨달은 진리를 전달하고 있다.
다도 내가 마음을 놓는다.
소는 식욕의 즐거움조차를 냉대할 수 있는 지상 최대
의 권태자다. 얼마나 권태에 지질렸길래 이미 위에 들
어간 식물을 다시 게워 그 시금털털한 반소화물(半消化
物)의 미각을 역설적으로 향락하는 체해 보임이리오?
소의 체구가 크면 클수록 그의 권태도 크고 슬프다.
나는 소 앞에 누워 내 세균같이 사소한 고독을 겸손하
면서 나도 사색의 반추는 가능할는지 몰래 좀 생각해 45.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가장 적
본다. 절한 것은?
<보 기>
(중략) 윗글은 글쓴이가 일상의 시 · 공간, 자연, 인간 등을 탐색
하고 이를 통해 의미를 발견한 작품이다. 이를 도식화하면
그렇건만 내일이라는 것이 있다. 다시는 날이 새지 다음과 같다.
않은 것 같기도 한 밤 저쪽에 또 내일이라는 놈이 한
개 버티고 서 있다. 마치 흉맹한 형리(刑吏)처럼-나는 오늘 낮 오늘 밤
그 형리를 피할 수 없다. 오늘이 되어 버린 내일 속에
서 또 나는 질식할 만치 심심해 해야 되고 기막힐 만 ㉠풀밭 ㉢좁은 방
44. ① / 45. ④
-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