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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ing Record ISSN 1226-7503

Psychoanalysis 2013;24:111-113 Copyright ⓒ 2013 Korean Association of Psychoanalysis

Essay on the 48th Congress of International


Psychoanalytical Association
Tae Won Yun
Psychiatric Clinic, Mokpo-city Public Medical Center, Mokpo, Korea

제48차 국제정신분석학회 참관기

윤 태 원
목포시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International Psychoanalytical Association(IPA)은 1910 월 3일 토요일로 이어지는 나흘 동안 진행되었다. 다양한 주


년 프로이트에 의해 독일의 뉘른베르크에서 창립되었다. 제를 가진 세미나가 주회의장을 포함한 10~15개의 방에서
1922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7차 때까지는 부정기적으로 동시에 열렸고, 목, 금, 토요일에는 매일 하나의 주제가 설정
개최되다가 이후에는 2년마다 열리고 있다. 이번 프라하 되어 이에 대해 11시부터 12시반 사이에 15개의 방에서 동시
IPA는 1936년 마리엔바드(체코 서부의 온천휴양도시) IPA 에 집중토론이 벌어졌다. 집중토론의 주제는 목요일엔 depres-
이후 체코에서 77년만에 개최되었다. 한국정신분석학회에 sion, 금요일엔 affect regulation, 토요일엔 symbolization이
서는 이번 프라하 IPA에 24명의 회원들이 참석하였는데 6명 었다. 지면상 모든 세미나를 다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
의 IPA member, 10명의 candidate, 8명의 allied member로 중 흥미로웠던 세미나를 각 요일별로 몇 개씩 소개하겠다.
구성되어 있었고, 약 24명의 회원 가족들을 동반하였다. 이
는 사상 최다 인원으로 한국정신분석학회의 IPA allied cen- 수요일
ter 가입, 국제분석가 교육과정 창설, 그리고 외국 IPA 회원
들과의 활발한 교류로 인해 드디어 세계로 나아가는 학회의 1) Mourning and Melancholia After the Holocaust
위치 상승을 의미한다. 프로이트는 멜랑콜리아를 ‘자아에 드리운 대상의 그림자’
필자는 IPA에 참석해 본 적이 없어서 이번 프라하 IPA에 라고 정의하였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여 홀로코스트 후의 자
가기 전 멀리까지 가서 배울 게 있을지 고민하며 참석을 망설 살을 인도주의적 세상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의 저하에 의한
였다. 그런데 노왕구 선생님이 프라하는 매우 아름다운 중세 악마적 대상에 대한 동일시와 자기 증오의 결과로 보았다.
풍의 도시로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영감을 줄 거고 학회
또한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는 조언에 참석을 결정하게 되었다. 2) Secrets from the Freud-Rank Letters
이번 프라하 IPA의 주제는 <Facing the Pain>이었다. 정신 초기의 위대한 3명의 분석가인 프로이트, 랑크, 페렌치가
적 통증은 환자가 심하게 겪고 있을 때조차 언어로 표현되 어떤 논쟁을 하였으며 어떻게 서로 갈라서게 되었는지, 정신
지 않아 치료자와의 의사소통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 보이지 분석 역사에 남아 있는 이 억압된 외상(repressed trauma)에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 정신적 통증에 대해 한 곳에 모여 대한 토론이다.
다루고 공유할 수 있어 이번 IPA는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
지고 있다. 학회는 7월 31일 수요일 오후 2시부터 시작해서 8 3) Beyond Neurosis
마음속에 있지만 표현, 상징화, 정신화 되지 않은 재료들을
Received: October 3, 2013 Revised: October 9, 2013
Accepted: October 11, 2013 환자가 얘기할 수 있도록 돕는 작업에 대한 토론이다.
Address for correspondence: Tae Won Yun, MD
Psychiatric Clinic, Mokpo-city Public Medical Center, 18 Iro-ro, Mokpo 530-
840, Korea 4) Opening Ceremony and Reception
Tel: +82-61-260-6432, Fax: +82-61-279-3242
E-mail: taewonnp@naver.com 학회 첫날 저녁에 열렸고 수많은 회원들과 그 가족들이 서

www.freud.or.kr 111
Essay on the 48th Congress of IPA

2) Terminable and Interminable Resentment


분노와 후회만 느끼는 사람은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
다. 그의 기억은 통증보다 쓰라림이 주가 되며, 그의 비탄은
훈습(working through)될 수 없다. 그는 끊임없는 고통에 시
달리다가 스스로가 또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복수, 비난, 불
평, 범죄, 그리고 언쟁을 일으킨다.

3) Interview with Glen Gabbard

4) Facing the Pain


상징화의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은 환자와 분석가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통증과 분열에 직면해 있음을 의미한다.
서 음료, 포도주, 간단한 음식을 즐기며 자유롭게 대화하였다.
5) The World is Looking East
목요일 아시아 지역 정신분석의 성장과 발전에 대한 토론회로 5개
국(중국, 인도, 일본, 대한민국, 대만)의 대표자가 참석하여
1) Mental Pain and Social Trauma 각 나라의 현재 상황과 미래에 대해 발표, 토론하였다. 특히
전쟁, 대량학살, 그리고 그 외 잔혹행위로 인한 정신적 외 정도언 교수님은 발표 서두에 비유를 위해 영어로 번역된
상, 문화 및 사회 지지체제가 사라진 사회 흐름에 적응하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을 낭송하고, 한국정신분석학회의 연
고 노력하는 소수집단에 대한 축적효과와 근대화 후 와해된 대기를 소개하면서 본 학회가 No name, Some name, Full
생태계 내의 개인과 집단에 대한 영향에 대한 토론이다. name에 이어 Respected name, Historical name을 미래에
갖게 될 것이라는 감동적인 내용의 발표를 하였다. 포스터룸
2) Growing Pains for Psychoanalysis 에 전시된 정도언 교수님의 포스터 제목은 <What do you
정신분석의 임상적 그리고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통합의 know about the Korean Psychoanalytic Movement for the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성인, 소아, 청소년의 임상 재료에 근 past half century?>였다.
거하여 이러한 프레임을 자세히 만들어 냈다.
토요일
3) Psychic Pain and the Analytic Setting
통증이 어디서 어떻게 억제되고 분출되느냐에 대한 기술 1) Symbolization
적인 문제와 이에 따른 분석 프레임의 수정에 대한 토론이다. 감정 경험의 정신적 변형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을 가진 환
자의 치료에서 직면하게 되는 정신적 통증과 그 어려움에 대
4) Ageing in Psychoanalytical Societies 한 토론이다. 특별한 상징화 실패가 환상과 꿈 사고의 발달
이탈리아가 경제적 위기 속에서 정신분석 단체를 유지할 장애와 연관된다.
수 있을지, 구성원들의 노화현상, 정신분석 단체에 적합한 다
른 시나리오의 제시에 대한 토론이다. 2) Black Swan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영화 블랙스완에 대한 정신분석 토
금요일 론이다. 인간의 무력함을 부인함으로써 나타나는 완벽주의
와 그것의 파괴적인 잠재력이 이 영화의 주제이다.
1) Affect Regulation
정서 조절 장애는 성격 형성, 주의력 결핍과 같은 광범위한 그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었으나 슬
영역의 질환에 해당하고, 넓게는 발달상의 장애라고 할 수 라이드를 사용하는 방이 많지 않아 이해하기 쉽지 않았고, 등
있다. 록비 외에 추가로 비용을 내야 하는 방이 많았으며, IPA mem-
ber와 candidate만 참석할 수 있는 방도 많았다. 오래 전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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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 Yun

국과 남미가 IPA에 신규 가입한 이후 현재 많은 회원을 보 간 정도 떨어진 체스키프룸로프에 다녀왔다. 리틀 프라하라


유하고 IPA를 개최할 정도로 성장하였듯이 우리나라 회원 불리는 그 마을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거리 모습이 완벽
들도 IPA에서 자주 발표하고 언젠가는 IPA를 개최할 수 있 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어 우리는 과거로 돌아간 시간여행을
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참고로 2년 후 IPA는 미국 보스턴에 하는 듯 했다. 199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곳이다.
서 열린다. 보스턴에 갈 예정이라면 일찌감치 보스턴심포니 우리는 프라하로 돌아와서 다 같이 한식당에서 식사한 후 헤
를 예약하자. 그 외 보스턴은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 하버드 어졌다. 금요일 저녁에는 시민회관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회
대학, MIT로 유명하다. 원들과 가족들의 단체 식사가 있었다. 원래 전원 참석 예정
이번 프라하 IPA가 8월 초에 열렸던 관계로 아내와 여행 이었으나 예정에 없던 아시아 지역 회원들 저녁 모임이 있어
겸 떠나온 일정이 여름의 한 복판에 가두어질 수밖에 없었다. 몇 분은 그 모임에 참석했다. 저녁식사 메뉴는 소고기요리(스
나는 두바이, 비엔나, 부다페스트, 잘츠부르크, 다시 비엔나 비치코바)와 돼지족발요리(꼴레노)였는데 외국요리임에도
를 거쳐 프라하로 가는 일정을 짰고, 다른 회원들도 각자 나 우리 입맛에 그런대로 맞았다. 그런데 에어컨을 틀지 않아
름대로 프라하 IPA 전후로 동유럽 여행 일정을 짰다. 비엔 레스토랑 안이 너무 더웠다. 비엔나도 그랬지만 프라하의 스
나에서는 프로이트 박물관을 방문했고 그 안에서 찍은 사진 타벅스, 카페, 레스토랑 등 거의 모든 매장이 문을 열어 놓고
들을 귀국 후 학회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 외 다른 도시들의 에어컨은 틀지 않았다. 하지만 식사 도중 회원들 간의 재미
이야기는 생략하고 학회가 열린 프라하에서 본 몇 가지 풍 있는 대화로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술과 음료를 많이 시켰
경들에 대해 소개하겠다. 는데 그 비용을 계산한 문경희 선생님에게 늦었지만 감사한
학회 참석 못지않게 이번 여행에서 거둔 값진 열매는 프 다. 아마도 2년 후 보스턴 IPA에서의 단체식사 메뉴는 보스
라하라는 고색창연한 도시의 탐색이다. 여러 건축 양식이 섞 턴의 대표 요리인 바닷가재가 될 것이다.
여 있고 극적인 역사적 순간들이 있었던 프라하 시내 곳곳은 식사 후 우리 부부는 유영식 선생님과 프라하 거리를 걸
이번 IPA의 주제인 정신적 통증을 말없이 안고 있다. 프라 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 학회 회원들 중 유선생님과 가장
하는 여러 명소를 걸어서 여행하기에 매우 좋은 도시였지만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다. 시민회관 앞에서 그분과 헤어졌는
방향을 잃으면 짧은 거리를 돌아서 가야 하는 미로로 얽혀 데 자상한 유선생님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같은 호텔에 묵어
있다. 우리는 호텔에 인접해 있는 바츨라프 광장을 시작으로 아침식사 때마다 만난 친절한 김의중 선생님과 전체 일정을
알폰스 무하 미술관, 하벨 시장, 구시가 광장, 카렐교, 카프카 기획하고 인솔해 준 박지은 선생님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박물관, 존 레논 벽, 데이비드 체르니의 거리 조각품들, 프라 프라하 여행의 극적인 순간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
하성 등을 다녔다. 뉴욕과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월트 리 카렐교를 건널 때이다. 결혼식을 올렸던 명동성당에서 하
디즈니 콘서트홀, MIT 센터 등을 설계한 세계적인 해체주의 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레드카펫을 걸었듯이 나는 밤에 아내
건축예술가 프랭크 게리의 작품이 프라하에도 있었다. 네덜 와 손을 잡고 카렐교를 건넜다. 수많은 인파가 다리 위를 오
란드 은행 건물로 남녀가 춤추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해서 가면서 성인 조각상들, 멀리 보이는 프라하성, 그 반대편의
일명 춤추는 건물 또는 프레드와 진저(미국 뮤지컬영화의 프라하 시내 야경을 보면서 프라하의 밤을 즐겼다. 다리 위
남여배우)로 불린다. 고풍스런 건물들이 많은 프라하에서 현 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아내 뒤에 앉아 있던 거지가 같이 찍
대적이고 기이한 외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고급 유리와 금 혀 내가 지우고 다시 찍자고 하자 아내가 거지도 우리와 같은
속으로 지은 건물 안에는 최고급 레스토랑도 자리하고 있다. 순례자이니 지우지 말라, 오히려 사진 모델이 되어 주었으니
목적지를 정하고 가기도 했고 걸어가다가 나중에 가기로 한 돈을 주자고 하며 거지에게 1달러를 갖다 주었다. 그러자 거
곳을 우연히 마주치기도 했다. 한여름이어서 매우 더워 늦은 지는 멀어져가는 우리에게 고개를 숙이며 계속 인사했다. 마
오후부터 저녁까지가 걷기에 좋은 시간이었다. 해질녁 한적 네의 그림 <아스파라거스 다발>처럼 내게 일상적이었던 아
한 프라하성을 산책하다가 돌기둥에 기대어 흘러간 나의 시 내가 갑자기 특별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보였다. 그 날 밤 카
간과 떠나간 많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외로운 황제처 렐교 산책은 학회 기간 중 다리를 세 번이나 건넜다는 이무
럼 쭈욱 늘어선 돌기둥들의 그림자를 딛고 복도를 하염없이 석 선생님 내외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매우 낭만적이었다.
걸어갔다. 비엔나에서 프라하로 가는 기차 안에서 밀란 쿤데라의 <참
이번 여행에서 우리나라 회원들과 같이 한 시간들은 행복 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20여 년 만에 다시 읽다가 문득 바
했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다. 학회 둘째날인 목요일에 라본 창 밖 풍경들이 생각난다. 끝없이 펼쳐진 동유럽의 밭
회원들과 가족들이 함께 전세버스를 타고 프라하에서 두 시 들-농부들은 간데없고-극적인 순간을 위한 휴식시간이었다.

www.freud.or.kr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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