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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동 샛말 이야기

소금장수의 행복 비법
샛말에 사는 소금장수는 유명인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없죠.
왜냐하면, 외동딸 별이가 눈이 부실만큼 아름답다는 소문이
시장에 쫙 퍼졌거든요.

소금장수는 사랑스러운 딸을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장사를 나갈 때마다 별이를 방안에
가두어 두고 문을 밖에서 잠그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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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내 딸 별아, 내가 돌아올 때까지 절대 문밖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

하지만 언제까지 방에 갇혀 지낼 수는 없어요. 저도 결혼하면


결국 아버지 곁을 떠나야 하는걸요.

별이가 떠난다니요! 소금장수는 그럴 바에야 가까이에 사는


돈 많은 정씨와 결혼시키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늘 곁에서 볼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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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로 말할 것 같으면 돈만 많을 뿐, 성격 급하고 이기적인
장사꾼입니다. 별이가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어요. 예의
바르고 웃는 얼굴이 정말 순수한 젊은이랍니다. 그러나
아버지께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아버지처럼 소금을 팔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거든요.
아버지는 분명 싫어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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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5월의 어느 날입니다. 오늘도 소금장수는 별이를 방
안에 둔 채 아침 일찍부터 마포나루에 나와 있습니다. 소금
배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소금을 빨리 받아서 서둘러
한탄강을 건너야 소금을 황태로 바꿀 수 있거든요. 배를
기다리며 이리저리 서성이고 있을 때였어요. 등 뒤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르신 안녕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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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가 사랑하는 바로 그 젊은이입니다.

아니 이 사람, 어디 갔었나? 왜 이리 뜸했어?

한동안 농사짓느라 장사를 못 다녔어요. 어르신,


원산으로 가실 거면 저랑 함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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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배가 도착하자 소금장수와 젊은이는 제일 먼저
소금을 받아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걸어 한탄강에 도착했는데, 이게 어찌 된 거죠?
다리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정씨라는 사람이 불량배 여럿을 데리고 와서
다리를 끊어 놓았다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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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에 모인 장사꾼들은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정씨가 일부러 그런 거잖소. 우리들이 장사를 못 하게 하려고


말이오.

에잇, 천벌을 받을 놈. 어디 잘 먹고 잘사는지 보자.

모두들 술에 잔뜩 취해서 투덜거리고 있을 때, 젊은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주막 안으로 뛰어들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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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계신 여러분들,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주위에 버려진
통나무가 많아요. 우리가 힘을 합하면 다리 하나쯤은 거뜬히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젊은이 말이 맞소. 이대로 있다가는 정씨가 원하는 대로 되고


말 거요.

얼른 다리를 만들어서 우리도 시장에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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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장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앉아서 화만 낼 것이
아니라 다리를 만들어 건너면 되는 거였어요. 소금장수는
갑자기 젊은이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젊은이를 옆에 두고 사랑하는 별이를 돈만 많은 정씨에게
시집보내려 했다니, 자신이 정말 어리석었다고 생각했어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혜와 용기구나. 저 젊은이를 보니 이제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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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별이와 젊은이를 서둘러
결혼시켰습니다. 행복의 비법이 돈이 아님을 알았거든요.
그 후 이들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한 뼘 더 높이

옛날 샛말 사람들은 마포나루에서
소금을 사다가 함경도로 가서 황태
와 바꾸었어요. 그러고는 다시 황
태를 동대문 시장에 내다 팔았지
요. 노원 지역은 남쪽과 북쪽을 잇
는 중요한 교통의 중심지였기 때문
에 장사꾼들이 많이 오갔대요. 활
기찬 노원의 옛 거리, 우리 함께 상
상해 봐요.

조선시대 소금장수,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사진 출처: e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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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아, 수락아!' 수락이를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수락산을 가득 채우게 된 이야기

수락이 아버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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