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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불량배에게 뺨을 맞아도 단지 기소(소추)할 수 있을 뿐이지 그 불량배를

교도소에 보낼 수 없다. 판사가 불량배에게 뺨을 맞아도 검사가 기소하지 않으면, 즉


재판에 회부하지 않으면 그 불량배를 교도소에 보낼 수 없다.

검사는 불량배를 구속해달라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지 구속을 하지는


못한다. 판사는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그 불량배를 구속할 수 없다.

근대 사법제도에서는 소추기관(검찰)과 심판기관(법원)을 분리시켜 놓았다. 소추하는


자와 재판하는 자가 같다면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춘향전의
변사또는 소추권한과 심판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춘향이에게 그런
횡포를 부릴 수 있었다.

재판은 법률을 적용하고 법률을 해석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검사나 판사 모두


법률가여야 한다.

민사소송에서 당사자(원고, 피고)를 대리하는 변호사가 있다. 소송대리인이라고


부른다.

형사소송에서 원고는 국가가 된다. 국가권력은 입법, 사법, 행정으로 나뉘는데


범죄자를 처벌해 달라고 법원에 요구하는 소추는 그 중 행정부가 담당하고 행정부는
검사를 통해서 소송을 수행한다. 즉 검사는 국가(행정부)의 소송대리인이다. 경찰의
수사결과물을 가지고 피고인에게 엄벌을 내려 달라고 법원에게 청구하는 일을 한다.

미국에서 검사를 US Attorney, 지방검사를 District Attorney 라고 부르는데 attorney


는 위임장을 power of attrney 라고 부르는 용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리인’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US Attorney 는 연방정부를 대리하는 대리인, District Attorney 는
주정부를 대리하는 대리인이라는 뜻이 된다.

검사의 첫번째 임무는 경찰이 수사한 결과물을 검토하여 기소가 가능한지, 즉


유죄를 받을 수 있는지 검토하는 일이다. 두 번째 임무는 법률요건에 맞게 공소장을
작성하여 공소를 제기(기소)하는 일이다. 세번째 임무는 기소한 내용이 공소장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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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정에서 입증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를 공소유지라고 한다.

그렇다면 검사는 수사를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나라에서 검사는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다. 수사는 경찰이 한다. 경찰관이 이렇게 수사하여 A 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으니 정부의 변호사인 검사에게 기소 및 공소유지를 해달라고 요청한다.
검사는 수사결과물을 검토한 후 이 정도의 증거로는 공소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할
때는 기소를 하지 않거나 경찰에게 보완수사를 요청한다. 그리고 그 경우에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경찰을 배제하고 검사가 처음부터 수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검사는 수사기관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954 년에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이래 2020. 12. 31.까지 약 70 년


동안은 그렇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도 하였고, 기소도 하고, 공소유지도 하였다.
검찰은 경찰과 조직이 다르므로 경찰의 상급기관은 아니었지만 해당 사건 수사에
관해서는 경찰을 지휘하였다.

2020. 2. 4.에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었다.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시행은 2021. 1. 1.


부터 하기로 하였다.

개정되기 전의 형사소송법(구 형사소송법) 제 196 조 제 1 항은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라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개정 형사소송법에는 이 조문이 삭제되었다. 이제
검사는 수사에 관하여 사법경찰관을 지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경찰은 스스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게 됐다. 2020. 12. 31.까지는 경찰은
수사종결, 즉 독자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할 수가 없었다. 모든 사건은 검찰에
송치하고 검사가 기소, 불기소를 결정하였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경찰은 기소가 필요한 경우에만 사건기록을


검찰에 송치하고, 그렇지 않을 때 스스로 무혐의 결정을 한다. 예전에는 검사가
수사의 주재자였기 때문에 무혐의 판단도 검사가 했지만 이제는 기소와 공소유지를
할 때만 검사의 역할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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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직도 일부 사건에 관해서는 검사에게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남겨
놓았다.

검찰청법 제 4 조 제 1 항은 검사의 직무에 관하여 원래 이렇게 규정되어 있었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 각 호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 (1.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2. 범죄수사에 관한 사법경찰관리 지휘ㆍ감독, 3.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 청구, 4. 재판 집행 지휘ㆍ감독, 5. 국가를 당사자
또는 참가인으로 하는 소송과 행정소송 수행 또는 그 수행에 관한 지휘ㆍ감독, 6.
다른 법령에 따라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

형사소송법이 2020. 2. 4.에 개정될 때 검찰청법도 같은 날 개정되면서 제 4 조 제 1


항은 다음과 같이 내용이 바뀌었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 각 호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 (1.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다만,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는
다음 각 목과 같다.[가.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나.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다.
가목ㆍ나목의 범죄 및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하여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2. 범죄수사에 관한 특별사법경찰관리 지휘ㆍ감독 3.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 청구 4. 재판 집행 지휘ㆍ감독 5. 국가를 당사자
또는 참가인으로 하는 소송과 행정소송 수행 또는 그 수행에 관한 지휘ㆍ감독 6.
다른 법령에 따라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

검찰청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검사는 모든 사건을 수사할 수 있었지만 개정 후에는


수사를 할 수 있는 범죄가 제한되었다. 또한 개정 전에는 모든 경찰관에 대하여
수사지휘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하여만 수사지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특벌사법경찰관이란 일반 공무원이 특정한 범죄에 대하여 수사권한을
가지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면 관세청 공무원은 관세법 위반 사건에 관하여,
고용노동부 공무원은 노동법 위반 사건에 관하여 수사권한을 갖는 경우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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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을 특별사법경찰관이라고 한다.

검찰청법 제 4 조는 2022. 5. 9. 다시 개정되었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범죄가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였는데 이것이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바뀌어서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가
빠졌다. 부패범죄, 경제범죄 외에는 검사는 수사를 하지 말라는 취지였지만 법문의
표현을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고 하는 바람에
대통령령으로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범죄를 폭넓게 정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이것은 형사소송법을 개정한 더불어민주당의 순전한 실수였다. 대통령령은
국회의 간섭을 받지 않고 대통령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검찰청법을 다시
개정한 의도는 검사의 수사권한을 축소시키는 것에 있었다.

한편 2022. 5. 9. 에 개정된 검찰청법 제 4 조에는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라는 새로운 조항이 추가되었다. A 검사가 B 의 부패범죄에
대하여 수사를 하였을 경우에 A 검사는 직접 기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즉 다른
검사가 A 검사의 수사결과물을 검토하여 기소할지, 말지를 판단하라는 것이다.

이로써 70 년간 변하지 않던 검사의 역할은 2021. 1. 1.부터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가히 검찰개혁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검찰개혁은 과연 국민을 위하여 잘된 일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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