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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시간

인절미 시집
가는 날
김아인 글.그림
국민서관, 2015
“얘들아, 할머니 나가셨어. 다들 일어나.”
마당에 있던 절구가 외쳤어요.
부뚜막에 구겨져 있던 베보자기가 치맛자락을 풀럭이며 말했어요.
“할머니도 안 계신데 뭐 재미난 일 없을까?”
“우리끼리 요리를 해 보는 건 어때? 뭐가 있나 한번 찾아보자!”
채반의 말에 주걱과 숟가락이 부엌 구석구석을 살폈어요.
찰밥 완성!
베보자기가 떡판 위에
찰밥을 순풍 올려놓았어요.

이번에는 떡매가 나설 차례예요!


“으랏차차!”
치고 또 치고, 찰밥이 점점 쫄깃해졌어요.
“쿵덕 쿵더쿵 콩닥 콩다콩, 찰떡 철떡 떡을 치세.”
떡메가 힘껏 내리치자,
조그만 찰떡이 톡 나왔어요.
“우아, 예쁘다!”
부엌살림들은 한눈에 반해 버렸어요.
부엌살림들은 찰떡에게 선물을 한가득 주었어요.
찰떡은 그중에서 알록달록한 비단옷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베보자기가 찰떡에게 콩고물, 팥고물로 화장을 해 주자,
찰떡은 어느새 어여쁜 인절미가 되었어요.
소쿠리와 채반이 인절미를 꽃가마에 태웠어요.
“인절미 아가씨가 시집간대요.”
다들 신이 나 있는데, 갑자기 주걱이 소리쳤어요.
“잠깐, 시집가는 새색시한테 신랑이 없잖아!”
“어, 진짜네. 그럼 얼른 신랑감을 찾아보자.”
“동글동글한 감자가 좋을까?”
베보자기가 말했어요.
“감자는 너무 뚱뚱해.”
인절미가 고개를 저었어요.
“그럼 홀쭉한 오이는 어때?”
채반이 자신만만하게 말했어요.
“오이는 너무 길쭉해.”
인절미는 이번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내가 총각무를 찾아볼게.”
베보자기가 얼른 부엌으로 달려갔어요.
“누가 내 단점을 방해하는 거야?”
시끌시끌한 소리에 총각무가 잠에서 깼어요.
총각무는 후드득 소금물을 털며 일어났어요.

“인절미한테 어울릴 만한 총각이 어디 없을까?”


부엌살림들은 모두 마루에 모여 골똘히 생각했어요.
“총각… 총각이라…… 아, 총각무가 있잖아!”
절구가 큰 소리로 말했어요.
부엌살림들은 바쁘게 움직였어요.
총각무를 멋진 새신랑으로 꾸며 줘야 하니까요.

빠알간 고춧물이 준비되자,


총각무가 풍덩 뛰어들었어요.
어느덧 새신랑도 준비를 마쳤어요. 인절미가 수줍게 미소 지었어요.
부엌살림들은 인절미에게 새신랑을 데려왔어요. 총각무도 얼굴이 빨개졌지요.
“어서 잔치 준비하자. 인절미 시집보내야지.”
시루가 큰 소리로 외쳤어요.
“그래그래. 총각무 장가보내야지.”
베보자기가 호들갑을 떨었어요.
덩 더 덩더쿵덕 얼 쑤 얼쑤 좋다!
덩실덩실 어깨춤이 절로 났어요.
하얀 인절미가
시집간다고
콩고물에
팥고물에
분을 바르고
빨간 쟁반에
올라앉아서
어여차 어서 가자
목구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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