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essional Documents
Culture Documents
31
박상순 시의 ‘소외’ 양상 연구
초기 시집에 나타난 ‘반복’을 통해
1)
김선우*
국문초록
1. 서론
응한다.
오형엽은 박상순이 시작 활동을 개시하였던 1990년대의 한국시를 ‘대
중문화의 패러디’, ‘테크놀로지적 상상력’, ‘무의식적 타자성의 시’로 크
게 유형화하였다. 그 중 ‘테크놀로지적 상상력’과 ‘무의식적 타자성의 시’
가 본격적이고 심층적으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꼬집으면서 박상순의 시를
‘무의식적 타자성의 시’에 포함시키고, 프로이트(Sigmund Freud)와 라캉
(Jacques Lacan)이 제기한 꿈의 문법인 압축과 전위, 은유와 환유의 연쇄
구조를 통해 시적 논리를 평론하였다. 나아가, 들뢰즈(Gilles Deleuze)와
가타리(Félix Guattari)의 ‘-되기’ 및 변신 담론을 부기하여서 박상순 시의
독특한 시적 국면을 비평하였다.4) 이처럼, 박상순의 시는 1990년대 ‘무
의식적 타자성의 시’로서의 특징 및 그만의 독특한 시적 양상을 통해 해
석의 난해와 해명의 유예를 나타낸 바 있다.
이와 유관하게, 빅상순의 시는 난해한 시적 논리를 규명하고, 시 해석
을 위한 구조 및 논리 틀을 밝히거나 설정하고자 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
다. 요컨대, 기호학적 관점 및 상호텍스트성을 통한 바르트(Roland
Barthes), 퍼스(Charles Sanders Peirce), 리파테르(Michael Riffaterre) 등의
담론을 참조한 신화화와 자연화, 텍스트 간의 오인과 재오인에 관한 논
의, 이미지의 관점을 통한 들뢰즈의 운동-이미지와 시간-이미지를 참조한
논의 등, 기호 및 이미지의 시적 표지 차원에서 난해성·실험성·모호성·전
위성 등이 발현하는 이유를 다소간 해제하고 고찰하기 위한 연구가 주요
하였던 것이다.5) 그런데 박상순의 시를 이상의 내용만으로 갈음하기에
는, 풍요한 고찰을 유보하겠다는 경구가 아닐는지 우려가 남는다. 박상순
의 시를 자세히 살피면, ‘소외’ 혹은 ‘분열’의 궤적을 오롯하게 그리고 있
다. 소외와 분열은 애초에 짝을 이루고, 주체 형성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6) 김석, 에크리: 라캉으로 이끄는 마법의 문자들 , 살림, 2007, 110쪽 참조.
7) 이승훈, 결핍의 공간에서 태어나는 자아 (해설), 6은 나무 7은 돌고래 , 민음사, 199
3, 97쪽.
8) 상상계는 거울 단계에서의 자아 형성에서 시작된다. 자아는 영상( ) 또는 유사자와
맺는 동일시에서 형성된다. 자아의 소외는 자아와 상상계 자체가 근본적인 소외의 장
소임을 의미한다. 소외는 상상계를 구성하며, 나르시시즘적 특징을 보인다. 또한, 상상
계는 이미지와 상상, 기만과 현혹물의 영역이고, 상상계에서의 착각은 전체성, 통합성,
자율성, 이원성, 유사성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즉, 상상계는 자신의 신체와 맺는 관계
에서 기인한다. 딜런 에반스(Dylan Evans), 라캉 정신분석 사전 , 김종주 외 역, 인간
사랑, 1998, 175~177쪽 참조.
9) 상징계는 레비-스트로스가 인류학적 개념으로 언급한 선물교환에서 차용한 ‘상징적
기능’의 세계이다. 교환은 의사소통을 통해 이루어지고, 법과 구조의 개념은 언어 없
이 형성될 수 없으므로, 상징계는 필연적으로 언어적인 영역이다. 또한, 상징계는 타
자성의 영역이고, 무의식은 대타자의 담론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규제하는 법
과 질서의 영역이기도 하다. 상상계가 이자 관계의 세계라면, 상징계는 삼자 구조를
나타낸다. 위의 책, 178~180쪽 참조.
10) 실재계는 애초에, 이미지의 영역에 대치되는 개념이었지만, 1953년이 되면서 상상계,
상징계와 함께 이론적 범주에 위치하게 된다. 실재계는 상상계의 반대가 아니며, 상
징계를 넘어서 위치한다. 상징계는 일군의 분화되고 분리된 요소들의 구성이라면, 실
재계는 분화되지 않은 채 상징화에 절대적으로 대항한다. 즉, 상징화 밖에 존재하는
무엇이든 실재계와 관계한다. 실재계는 불가능한 것이며, 상상할 수도 없고, 상징계
에 통합될 수도 없다. 위의 책, 216~218쪽 참조.
박상순 시의 소외 양상 연구 초기 시집에 나타난 반복 을 통해 김선우
11) 로이스 타이슨(Lois Tyson), 비평 이론의 모든 것 , 윤동구 역, 앨피, 2019, 78면 참조.
12) 김석, 앞의 책, 155~158쪽.
13) “거울 단계는 약 6개월과 18개월 사이에 일어나며 프로이트의 단계들 중 일차적 자
기애의 시기에 상응한다. ( ) 거울 단계를 거치며 아이는 거울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봄으로써 처음으로 그/그녀의 신체가 전체의 형태를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 )
이 동일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것 없이 아이는 자신을 완전하고 전체적인
존재로서 인식하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숀 호머(Sean Homer), 라캉
읽기 (개정판), 김서영 역, 은행나무, 2014, 46쪽.
14) “라캉에 따르면, 상징계에서의 첫 번째 규칙은 대문자 어머니(Mother)는 내가 아닌
대문자 아버지(Father)의 소유라는 것이다. ( ) 그러한 의미에서 라캉은 상징계가 어
머니의 욕망/어머니에 대한 욕망이 아버지의 이름으로 교체되는 지점이라고 주장한
다. ( ) 우리는 언어를 통해 사회 규칙과 금지 사항을 인식하고 이로써 사회적으로
길들여지는데, 그러한 규칙과 금지 사항을 만들어내고 계속 유지시키는 존재는 대문
자 아버지, 즉 권력자로서의 남성이기 때문이다.” 로이스 타이슨, 앞의 책, 86쪽.
한국학연구
기차가 지나갔다
어느 날 오후, 사람이 적게 죽은 날
무덤과 묘비는 묘지에서 술을 마셨다.
별이 빛나는 밤 부분36)
나는 포장지를 뜯는 사람
숲을 뜯너낸다
너는 나에게 우송된 사람
내 복도를 달린다
나는 포장지만 뜯는 사람
썩은 복도에 앉아 너를 만난다
나의 바다는 모래
서걱이는 돌가루
나의 바다는 모래
밤마다 돌아가는 발전기
나의 바다는 모래
내 혀를 갈아내는 기계
바다를 입에 물고 너를 만난다 전문38)
38) 위의 책, 28쪽.
39) 6은 나무 7은 돌고래 의 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 , 변전소의 엘리베이터에서 가
까운 곳 , 눈 덮인 추억의 의자 , 빵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5년 뒤 등, 마
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의 거울에게 전하는 말 , 형광등 공장의 고추잠자리 ,
내가 본 마지막 겨울 , 가는 길, 철공소 옆 등의 시에서 상징계를 표상하는 대상
한국학연구
45) 위의 책, 87쪽.
46) “로제 카이와(Roger Caillois)에 따르면 놀이는 생활의 진지함과 반대되는 행위이며,
그것은 노동과 반대되는 낭비된 시간으로 인식된다. ( ) 즉 놀이는 실질적 보상이
없는 무상성( )을 근본으로 한다. ( ) 놀이는 잠시 동안 하는 현실의 억압을
끊어버린다. ( ) 이러한 놀이의 가치와 진실은 모든 예술에 잠복되어 있는 중요한
동력이다.” 엄경희, 앞의 책, 49쪽.
한국학연구
약병 안에 붉은 벌레 /벌레의 작은 등에
떠다니는 검은 배 /검은 돛대의 /둥근 배
붉은 등이 날개 치면 /흰 파도
솟았다가 /가라앉는 흰 파도에 둥근 배 /사라지고
떠오르는 배 부분47)
5. 결론
48) 박상순, 이상, 에필로그 (해설),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 , 민음사, 2019, 379쪽.
49) 마단 사럽(Madan Sarup), 알기 쉬운 자끄 라깡 , 김해수 역, 백의, 1994, 48~48쪽 참조.
박상순 시의 소외 양상 연구 초기 시집에 나타난 반복 을 통해 김선우
참고문헌
기본자료
박상순, 6은 나무 7은 돌고래 , 민음사, 1993.
______,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 세계사, 1996.
______, 슬픈 감자 200그램 , 난다, 2017.
______, 이승훈 엮음, 그림카드와 종이놀이 , 한국현대대표시론 , 태학사, 2008.
______, 소프라노와 시와 우산과 나와 , 시와세계 53호, 시와세계, 2016.
박상순, 이상, 에필로그 (해설), 나는 장난감 신부와 결혼한다 , 민음사, 2019.
김석, 에크리: 라캉으로 이끄는 마법의 문자들 , 살림, 2007.
딜런 에반스(Dylan Evans), 라깡 정신분석 사전 , 김종주 외 역, 인간사랑, 1998.
로이스 타이슨(Lois Tyson), 비평 이론의 모든 것 , 윤동구 역, 앨피, 2019.
마단 사럽(Madan Sarup), 알기 쉬운 자끄 라깡 , 김해수 역, 백의, 1994.
숀 호머(Sean Homer), 라깡 읽기 , 김서영 역, 은행나무, 2020.
참고논저
단행본
박갑수, 국어문체론 , 대한교과서, 1994.
엄경희, 은유 , 모악, 2019.
오형엽, 반복, 변주, 변신, 생성 박상순론 , 주름과 기억 , 시작, 2004.
이종오, 문체론 , 살림, 2006.
이혜원, 김종훈 외, 현대시론 , 서정시학, 2020.
한국문학평론가협회, 인문학용어대사전 , 국학자료원, 2018.
제임스 크로스화이트(James Crosswhite), 이성의 수사학: 글쓰기와 논증의 매력 ,
오형엽 역, 고려대학교출판부, 2001.
논문
이기주, 박상순 시에 나타난 영화 이미지 연구 , 한민족문화연구 73호, 한민족
문화학회, 2021.
정민구, 박상순 시의 기호학적 읽기: 텍스트의 의미화 과정과 상호-텍스트성을
중심으로 , 용봉인문논총 38호,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소, 2011.
한국학연구
Abstracts
Kim, Seon-Woo
(Korea University)
Key words: Park Sangsoon, Six is a Tree and Seven is a Dolphin , Marana, the
김선우
소 속: 고려대학교 대학원
전자우편: ert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