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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가동율 99.9 1-100 (완)
나 혼자 가동율 99.9 1-100 (완)
9 1-100 (완)
접속 (프롤로그)
***
집에서 빈둥거리는 모습이 눈치가 보여 유성의 막내 외삼촌이 하는 캡슐 방에서 알바를 시작한지 어느덧 석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U.D.T 일명 우리 동네 특공대!’
‘외삼촌은 동사무소에서 병역대체복무인 공익근무를 했다’고 엄마가 중학교 때 스치듯 얘기한 걸 유성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지만 모르는 척 하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얼룩무늬 전투복과 베레모를 착용한 유성이 자신의 낯선 모습에 약간의 어색함을 느낄 때 눈앞으로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띠링! ]
[1. 병영 식당 체험 ]
[2. 병영 축구 체험 ]
[3. 소총 사격 체험 ]
[4. 화생방 훈련 체험 ]
[5. 수류탄 투척 체험 ]
[띠링! ]
[스....팟]
“우와!!”
주위에 펼쳐진 모습은 가상현실 공간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실제와 거의 흡사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단층 건물이 식당임을 알리는 ‘병영 식당’이라는 현판이 보였고, 스피커를 통해서는 군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띠링! ]
배식을 담당하는 병사들은 대부분 NPC 이지만, 저기 배식구 끝에 검은색 베레모를 눌러쓰고 있는 교관은 '
진짜사나이'의 GM 으로 VR 부대에서 군인이 교대로 근무를 선다고 들었다.
[띠링! ]
유성은 언젠가 방송에서 본 기억을 살려 빵을 두 쪽으로 나누어 두 가지 맛의 버거를 만들어 먹을 생각을 했다.
유성은 눈을 감고 맛을 음미했다.
[띠링! ]
[취사병 체험 LV 이 개방 되었습니다. ]
“앙.......크...게....하...안....입........쩌...업....쩌.....업.....걍.....기...보..온.....
빠...앙”
[띠링! ]
우유에 적신 빵맛에 취해 처음 좌측 하단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했다가 연이어 떠오른 두 번째 메시지에
정신을 차리고 알림을 확인 한 유성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얼핏 단골손님에게 국방부 가상현실 프로그램에 대해 들었던 유성의 기억에는 레벨 업은 이렇게 쉽다고 얘기를
듣지 못했던 것 같았다. 아니 어렵다고 들었던 게 확실한 것 같았다.
확인을 위해 서둘러 접속을 해제하고 캡슐에서 나와 휴대폰을 이용해 국방부 ‘진짜 사나이’게시판에 접속했다.
웃으며 라면을 주문하는 삼촌을 뒤로하고 라면 조리기 앞에 선 유성은 라면 포장지와 계란을 뜯으며 조리를
시작했다.
“후..후!..후르륵...쩌....업...쪼..올..쪼..오....올...기...잇!...노...르...은....자....태...
앵.....글”
“후...!!후!! 며...언..부..드...럽......고....소..쪼..올..쪼..오....올...기...잇!.후루룩!!”
[띠링! ]
[기본 요리 '계란 라면'을 만드셨습니다. ]
화장실에 도착한 유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속삭이듯 ‘진짜 사나이’의 명령어 하나를 읊조렸다.
“...상태창”
[띠링! ]
유성의 머릿속에서 작은 알람 소리와 함께 눈앞에 프로그램 안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홀로그램 화면이 펼쳐졌다.
[체험병 : 한유성]
“아얏!”
‘역시 현실이다!’
자연스럽게 손이 그 글자 위를 터치했다.
[가상현실 동기화율이 높을수록 국방부 프로그램 ‘진짜사나이’와 체험병 사이의 에너지 손실률이 줄어듭니다.]
***
“하...아...푸...움!!”
“또! 하..아...품!”
유성은 느릿느릿 부엌으로 가서 엄마가 해두었을 ‘쿡쿡’안에 밥을 퍼고, 냉장고에 있는 밑반찬과 함께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출발할 때와는 다르게 풀이 죽어 조용한 분위기 속에 다시 운전 학원으로 돌아온 유성은 기어와 브레이크 확인 후
차량 시동을 끄고 안전벨트를 풀었다.
[띠링! ]
[운전병 체험 LV 이 개방 되었습니다. ]
‘헐, 이번엔 운전병 체험 경험치 라고? 갑자기 군대가 나한테 왜 이러지? 나보고 입대하란 말인가? 쩝! 하지만
아직은 생각 없지 말입니다.’
***
“유성이 넌 아직 모르냐? 가.동.율 높을수록 사이버 멀미를 안 해. 평균 1~2 시간 접속하면 멀미를 느끼잖아?
하지만 이 형님은 4 시간까지 접속 했는데 괜찮더라!”
“들리는 말에 의하면 가.동.율이 높을수록 현실에 가깝게 느껴진다던데, 그래도 현실 구현은 아직은 조금 멀었지.
상위 4%인 나도 음식 맛이랑 식감은 좀 푸석푸석 한 게... 아직 오감을 만족하기에는 기술이 좀 떨어지지
않냐?”
하지만 유성은 윤찬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자신이 느낀 사실을 얘기하면 윤찬의 성격에 믿지 않고 방방 뛸
거다. 그래서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버리는 유성이다.
“OK! ‘Thprite’(사이다)!”
***
[딸랑! ]
“어서 오세요!”
“누나! 형! 나 왔어!”
“테이블 정리 중.”
그렇게 소정과 주호에게 조금 빠른 퇴근을 안겨준 유성은 미처 마무리 되지 않은 테이블과 의자 정리를 했다.
사실 캡슐은 사이버 멀미 때문에 장시간 이용이 어렵고 가격도 높아 저녁 손님들은 대부분 PC 이용고객이다.
밤새 여기저기 라면을 조리해서 날랐지만 어제 밤에 유성의 머릿속에 울렸던 알람 소리는 여전히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던 유성은 해뜨기 전 새벽에 주문한 손님 라면에서 출출함에 라면 국물만 한 숟갈 종이컵에
옮겨 담아 마셔보았다.
[띠링! ]
‘아! 내가 요리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만든 요리를 먹어야 경험치가 오르는 건가? 종이컵으로 마셨는데
경험치가 오른 것으로 보아 양은 크게 상관없나 보네.’
‘어제는 라면 먹고 경험치가 10 이였던 거 같은데. 같은 요리를 먹으면 경험치가 조금씩 줄어드는 건가?’
유성은 내일 알바부터는 경험치 획득을 위해 손님들 라면에 ‘국물 한입만!’을 실행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수요일 오후 2 시! 알람 소리에도 아직 눈을 반밖에 못 뜬 유성은 몽롱한 정신을 다 잡으려 어제 있었던 일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쩝. 어제 운전병으로도 지원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고 했는데. 근데 딱히 어디가 좋아진 거지? 판타지
소설처럼 갑자기 운전이 실력이 늘어난 기분은 아닌데. 요리를 떠올려도 모르던 레시피가 막 떠오르고 요리 맛이
좋아진 것도 분명 아니고.”
“상태창.”
[띠링! ]
[체험병 : 한유성]
취사병 체험 경험치는 같은 종류의 ‘계란 라면’만 주구장창 끓였더니 점점 경험치가 줄어들어 생각보다 조금
밖에 오르지 않았다.
“음...오..므..울...오.물 ..스탯창!”
[띠링! ]
[체험병 : 한유성]
***
-Episode
화요일 밤 캡슐 방!
전날 취사병 체험 경험치의 비밀(?)을 알아낸 유성은 오늘부터 평소에는 하지 않던 친절한 미소를 머금고
손님들에게 다가가 라면을 팔기 시작했다.
역시 방문 판매는 쉽지 않았다.
“하하 그럼 하나 주세요!”
“알바야! 이제 네가 라면 안 끓여?”
“네! 라면 안 끓인 지 좀 됐지 말입니다.”
“그래? 그럼 나도 라면 하나 끓여줘!”
그랬다. 캡슐 방에 라면 조리기는 사실 유성이 라면을 끓이기 시작하고 나서 손님들의 항의로 인해 삼촌이 구입한
기계였던 것이다.
레벨업
***
[체험병 : 한유성]
“분명히 지난번 화장실에서 ‘상태창’을 확인했을 때는 확실히 힘, 민첩, 체력의 스탯 수치가 모두 똑같지
않았는데.”
해운대 센텀에 위치한 면허학원을 향하는 버스 안에서 유성은 어제 끓였던 라면 요리에서도 매번 같은 종류만
끓였더니 경험치가 점점 줄어들었다는 생각이 불현 듯 떠올랐다.
유성은 이제 부터는 기존에 타던 차량과 다른 차량을 이용할 생각으로 면허학원에 도착해서 주차된 노란 병아리
차량들을 둘러 보다 알게 된 사실은 바로...
주차된 노란색 차량을 둘러보니 번호만 다르게 표기된 똑같은 병아리(?) 차량들이 유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띠링! ]
***
“어소오세요 고객님!!”
“유성아, 오랜만이네”
오랜만에 보는 태혁에게 유성은 립서비스를 날렸지만, 태혁에게서 돌아오는 말은 유성이 기대한 말이 아니었다.
“후훗 그렇겠네.”
“아 다행이네. 서울에서 캡슐 방으로 데이트 갔다가 1 시간도 못 타고 사이버 멀미가 나서 나만 중간에 내렸거든.
쩝.”
“크크 아직도 캡슐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니. 형이 나이 들어서 그런 거야. 내가 이따가 형 캐리해 줄게 나만
믿어. 크크크.”
“어..형..미안!”
***
밤 12 시가 넘어가니 손님들이 하나 둘 빠지고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이 뜸해져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유성은
테이블 정리를 하다 태혁 옆으로 이동했다.
“뭘요 감사까지야. 이게다 돈 받고 끓여 주는 겁니다. 손님! 둘 다 되는데, 음... ‘형이 라면’ 특별히 ‘내
맘 데로라면’으로 끓여 줄게. 크크”
“췟! 손!님!만 음식 값은 선불입니다. 그리고 음료수 서비스도 손!님!만 셀프입니다. 직접 데스크 앞 냉장고로
왕림하셔서 손수 챙겨가는 선행을 보여 주시 옵소소.”
말이 끝나자 유성은 돌아서 주방으로 사라졌다. 뒷모습을 바라보던 태혁이 조용히 소근 거렸다.
“으...으.....디..게....매...앱....다.”
잠시 옆에서 흐뭇하게 태혁을 지켜보던 유성은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얼굴을 굳혔다.
‘아! 경험치!’
“형님!”
“으..매..브....응?”
“으응?”
[띠링! ]
‘Thprite’(사이다)를 얻어 마시고 진정이 좀 된 유성은 취사병 체험 레벨은 어떤 스탯에 영향을 주는지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오늘밤 안에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형 벌써 배가 부른 건 아니지?”
“물론 계산은 손님이 선불로 하시고 양이 버거우면 알바가 도와 드리지 말입니다. 헤헤헤.”
잠시 후 조리기에서 알림 음이 들렸다.
군대스리가
***
[띠링! ]
[띠링! ]
[띠링! ]
[체험병 : 한유성]
“형도 배부르지?”
“꺼억! 그러게 자취만 하다가 누가 차려주는 음식을 먹으니 정말 맛있네. 오랜만에 포식했다.”
“이 밤에 어디서? 어떻게?”
태혁의 말에 한유성은 얼굴은 다 쌍둥이에 체격만 다르게 표현되었던 ‘사이버 피파’를 떠올렸다.
‘현실감이 엉망이었지.’
하고 있다.
“잉? 그런 게 있었어?”
잠시 후 유성은 곧 입대를 앞둔 태혁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며 사이버 멀미를 두려워하는 태혁을 캡슐에
태우는데 성공했다.
“형 걱정 하지 마. 나도 한 번 밖에 안 해봤어. 이제 두 번째 접속이야.”
[띠링! ]
[1. 병영 식당 체험 ]
[2. 병영 축구 체험 ]
[3. 소총 사격 체험 ]
[4. 화생방 훈련 체험 ]
[5. 수류탄 투척 체험 ]
[띠링! ]
[연병장으로 이동 합니다. ]
[스....팟]
유성은 ‘웸블리’ 같은 화려한 경기장까지 기대한 건 아니지만 최소한 녹색 잔디는 깔려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저 황량한 갈색 운동장은 뭐란 말인가? 놀란 가슴을 누르며 둘러보니 NPC 와 유저들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띠링! ]
[선봉 1 소대]
[전진 2 소대]
[진격 3 소대]
[맹호 4 소대]
[띠링! ]
[스....팟]
[띠링! ]
“크아! 내 위치는 상대팀 에이스를 담당하는 말하자면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훈민’을 막는 자리란
말이지?”
“신병은 수비라더니...허허.”
[60 초]
[59 초]
[58 초]
:
:
[0 초]
[삐익!!]
선봉 1 소대 상대는 맹호 4 소대였다.
‘헐! 이 무슨 리얼리즘?!’
“넵! 알겠습니다!”
여전히 귓가에는 골키퍼의 고함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이제 유성 자신을 부르는 명칭도 꼴통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냥 따라 다니기 바쁘다.
***
[삑! 삑! 삐익!!]
[띠링! ]
[병영축구 체험 LV 이 개방 되었습니다. ]
[띠링! ]
‘후반전 시작 알림 음인가?’
영점사격
***
“응 나쁘지 않았어. 어쩐지 기존의 가상현실 프로그램 보다는 확실히 좀 더 편한 기분이 들던데. 그리고
연병장에서 3 소대와 붙을 때는 실감 나더라.
특히 시작부터 뒤에서 골키퍼가 ‘감나라! 대추나라!’ 하기에 돌아보면서 한방 쏴줬지! ‘니나! 나라!’라고
크크 물론 욕도 살짝 섞어서 크.”
지금부터 45 분 전쯤,
[삐익!!]
경기장을 둘러보니 선수들의 얼굴과 표정이 모두 다른 걸 알고, 국방부에서 만든 프로그램 퀄리티에 놀랐다.
그랬다. 태혁의 계속되는 헛발질에 NPC(?) 사병들은 참지 못하고 욕을 했었고, 이에 가만히 듣고만 있을 태혁도
아니기에 경기 중에 주고받은 욕만 전반 45 분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태혁은 병영축구에서 몸은 3 소대랑 경기하고, 특히 입으로는 2 소대랑 경기하면서 신났다. 그동안 시험으로 인해
쌓였던 스트레스를 NPC 사병에게 욕하면서 풀어 버릴 수 있었다.
“OK! 콜!”
***
다음날 목요일 밤에도 캡슐 방에 출근한 한유성은 손님이 뜸한 새벽녘에 태혁과 캡슐 이용에 대해 삼촌에게 허락을
구했다.
유성은 키는 크지 않지만 얼굴이 호감형이고 손님들에게 싹싹한 스타일이라 그런지 유성이 야간에 가게를 돕기
시작한 이후부터 기존에 없던 여자 손님이 하나 둘 찾아오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유성이 손님들에게 캡슐 사용을 권하는 것도 매출에도 도움이 되니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바쁜
주말에 조금 더 부려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
[띠링! ]
[1. 병영 식당 체험 ]
[2. 병영 축구 체험 ]
[3. 소총 사격 체험 ]
[4. 화생방 훈련 체험 ]
[5. 수류탄 투척 체험 ]
[띠링! ]
[스....팟]
[띠링! ]
[K-2 소총 ]
[M-16A1 소총 ]
[K-1A 기관단총 ]
[띠링! ]
[스....팟]
유성은 K-2 소총과 단독 군장은 게임에서 많이 봐서 익숙할 거라 생각했는데 착용하고 보니 탄띠와 소충의
묵직함과 전투헬멧이 주는 불편함으로 긴장이 밀려왔다.
[띠링! ]
[영점사격은 실거리 사격 전 25m 거리에서 사격을 실시해 자신의 소총을 자신에게 맞게 세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
[띠링! ]
“표적 확인”
[띠링! ]
[한유성 체험병의 탄착군은 우상탄 입니다. 좌측하단으로 크리크 수정 후 다시 탄착군을 형성하기 바랍니다.]
‘사격은 긴장도 되지만 스릴도 있고 좀 재밌네. 예전에 ‘숨나이퍼’였던 게 도움이 됐나? ㅎㅎ’
[띠링! ]
나태혁도 K-2 소총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사로에 엎드린 사수들의 총에서 일제히 불을 뿜었다..
[띠링! ]
[경고 : 다른 사로의 표적지에 고의로 사격을 하게 되면 다른 사수의 탄착군 형성에 방해가 됩니다. 주의를
바랍니다. ]
[띠링! ]
[소총사격 체험 LV 이 개방 되었습니다. ]
“상태창!”
[띠링! ]
실거리 사격
***
[체험병 : 한유성]
[체험병 : 한유성]
‘역시 생각대로 민첩이 올랐어. 거기다 경험치 늘려주는 특전까지 생기고. 여기 사격장이 꿀빠는 곳이구나.
앞으로 힘, 정신력 올려주는 곳도 찾을 수 있으려나?’
***
태혁은 아직 사격을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가상현실이라 탄창은 무한정으로 지원이 되고 있었다. 그러기에 기적
(?)의 영점 사격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
[띠링! ]
[영점 사격 훈련장]
[실거리 사격 훈련장]
[띠링! ]
[스....팟]
실거리 사격장 화면으로 이동을 선택한 유성의 눈앞에 산을 깎아 만든 사격장이 펼쳐져 있었다.
[띠링! ]
역시 영점사격과 마찬가지로 실거리 사격에 튜토리얼이 진행되었지만, 유성은 이론이 다소 들어가서 지루한
내용은 들으면서 한귀로 다 흘려버리고, 단순하게 ‘표적의 순서’와 ‘조준 위치’두 가지만 자신의 방법으로
기억하려 했다.
그때였다.
[띠링! ]
설명을 보니 메모기능은 ‘메모창’과 ‘메모창 해제’ 명령어를 통해 자유롭게 홀로그램 창 형태로 원하는 곳에
소환, 해제가 가능했다.
‘잉? 이건 뭐 ‘메모창’ 이라고 부르기만 하면 되는 거였나? 편리한 기능도 있고 괜찮네. 으음 그런데 그사이
들었던 내용이 기억이 안 나네. 쩝. 까짓것, 다시 교관에게 설명 들으면서 메모 하면 되겠군.’
[실거리 사격은 100m, 200m, 250m 에 있는 숨어있는 표적이 ......... 실거리 사격은 참호 안에서 ‘
서서쏴’ 10 발과 참호 옆에서 ‘엎드려쏴’ 10 발을 사격해 통합 점수 20 발 중 12 발 이상을
맞춰야........]
교관의 복잡한 설명을 자신이 알아보기 편하게 단순하게 메모한 유성은 멀리 있는 표적은 가운데를 조준하고
나머지는 아래를 조준이라고 추가로 메모한 다음 준비를 마무리 했다.
앞의 사수가 참호 안과 밖에서 각각 10 발씩 사격을 끝내는 동안 메모의 내용과 표적이 나타나는 순서가 맞는지
확인을 했다.
[띠링! ]
[29 초]
[28 초]
[0 초]
[기웃뚱!!]
250m 떨어진 사람모양의 표적이 나타나자 조급함 보다는 차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목표물을 가늠쇠와 가늠자
안에 위치시키고 난 후, 호흡을 멈추며 천천히 검지에 힘을 주었다.
[탕!]
곧바로 목표가 나타났다. 미리 총구를 100m 표적방향으로 옮겨 준비하고 있던 유성은 차분히 사격을 이어갔다.
[탕!]
[탕!]
[띠링! ]
[30 초]
[29 초]
:
:
유성은 기존에 배운 오른쪽 왼쪽 발꿈치가 모두 바닥에 닿아 최대한 바닥과 붙어서 쏘는 ‘엎드려 쏴’ 자세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오른발 무릎을 살짝 구부려 바닥으로부터 가슴이 살짝 멀어져서 호흡이 편하게 만들고, 팔꿈치를
지면과 90 도를 만들어 좌우 흔들림에 최대한 대비할 수 있는 자세로 바꾸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자세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측 상단에 일찌감치 띄워둔 메모를
확인하며 집중했다.
‘후! 후우! 아직 조금만 더 집중하자. 순서는 방금과 같아. 숨을 고르고 일단 먼 놈은 가운데였지? 호...흐...
읍....다.....시......주...운....비.’
[2 초]
[1 초]
[0 초]
[기웃뚱!!]
[탕!]
[탕!]
[탕!]
[띠링! ]
실제로 가.동.율 99.9%로 처음부터 경험치 이득을 받고 있는 유성은 사격에서 자신도 모르게 발휘된 재능으로
다른 사람들은 생각도 못하는 엄청난 특혜에 빠져 버린 것이다.
“상태창”
[체험병 : 한유성]
[체험병 : 한유성]
***
유성은 캡슐에서 내릴 때 삼촌의 분노의 목소리와 함께 뒤쪽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고개를 바로 숙였더니 유성의
뒤통수를 노린 삼촌 손을 살짝 피 할 수 있었다.
“헛 놀래라. 휴 피했네. ㅎㅎ”
성인 남성의 평균 민첩이 8~9 임을 생각하면 지금 한유성은 수준급 골키퍼의 반응속도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힘과 체력을 배제해서 생각해야 하지만 그렇다는 얘기다.
“어라. 이제 피하기까지? 웃어??! 태혁이는 벌써 나와서 갔는데 넌 뭐하다 이제 나오냐? 일루와 이눔아.”
“크크크크크.”
“하하하!”
국가고시
***
유성은 졸업 이후 여럿이 모이는 자리는 기피 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금.사.빠 유성에겐 소식이 궁금한 동창이
있었다.
도로주행 연습 때는 등록한 시간에 도착하면 바로 강사와 차량에 탑승해 정해진 주행 코스를 돌면 되었는데, 시험
때는 자신의 차례가 올 때 까지 기다려야 했다.
“메모창!”
[띠링! ]
기계음이 머릿속에 들리며 유성의 눈앞에 홀로그램 메모창이 떠올랐다. ‘메모창’이 소환되자 빠르게 코스를
정리했다.
“혹시 뭐 잊은 건 없습니까?”
“네...없는데요.”
응시생의 대답에 감독관이 다시 물었다.
“진짜 잊은 거 없으십니까?”
“음...없는데요.”
“네! 없습니다!”
“.....아!”
“안전벨트 꼭 하세요.”
“아...네. 감사해요.”
***
감독관의 담담한 목소리에 여성 응시자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감사를 표했다. 유성은 예쁜 얼굴의 응시생이
합격하자 기회라고 생각해 재빨리 인사를 건넸다.
도로주행 시험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연습한 총 4 개의 코스 중에 추첨으로 선택된 C 코스를 주행해서 100 점
만점에 70 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이었다.
C 코스는 학원을 벗어나 우회전을 한 차량이 해운대 입구에서 크게 돌아와 벡스코에서 유턴을 해 학원으로
돌아오는 좌회전은 없고 유턴이 한 번만 들어간 가장 쉬운 코스였다.
거기다 유성에겐 자신의 눈앞에 띄워둔 C 코스 ‘메모창’도 있어 자신감이 넘쳤다. 안전벨트를 착용하며 크게 쉼
호흡했다.
“호! 후읍 후우!”
해운대 입구긴 해도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도 아니고 출퇴근 시간도 아니라 도로주행 시험을 보기엔 나쁘지 않았다.
“하하 네! 감사합니다.”
감독관의 축하에 감사를 표하며 밝은 얼굴로 차에서 내린 유성은 다른 2 명의 응시생과도 서로 인사를 나눴다.
“네 조심히 가세요.”
[띠링! ]
[도로 주행에서 ‘도로주행 만점’을 기록 했습니다. ]
“스탯창!”
[띠링! ]
[체험병 : 한유성]
[빵! 빵!]
경적소리에 놀라 잽싸게 옆으로 비켜선 유성에게 주차장을 빠져 나오다 유성이 때문에 급정거한 차량의 창문을
내린 운전자의 욕이 쏟아 졌다.
“에이 아빠 그냥 빨리 가! 쫌!”
“어. 그래 진협아.”
사실 다른 사람들의 스탯창에는 낮은 가동율 때문에 일어나는 사이버 공간상의 인식 속도와 반응속도의 차이로
인해 스탯 말고는 특전을 추가하기가 힘든 현실이다.
그리고 ‘도로주행 만점’ 같은 특전은 99.9 라는 가동율 때문에 생기게 된 현재 유성 홀로 보유한 세상 유일한
유니크한 기록 특전 이었다.
***
“OK, 형!”
“그럼 6 시에 ‘Metro’에서 봐”
“쩝쩝. 어! 쩝쩝.”
“그때 .....이도. 나왔었나?”
수류탄 교장
***
[딸랑! ]
윤찬과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한 유성은 삼촌과의 약속대로 1 시간 이른 저녁 9 시에 가게에
도착했다.
마침 데스크에서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던 앞 타임 알바 임소정은 유성을 반김과 동시에 유성에게 데스크 정리를
부탁하며 감사 인사를 날렸다.
“OK! 지금 바로 갈게 누나.”
유성은 데스크 한쪽에 있던 정리 바구니를 들고 미끄러지듯이 손님들 사이를 지나 치우지 못한 테이블 정리를
시작했다.
줄지어 있는 의자를 엉덩이로 밀어내는 동시에 손으로는 걸레질을 휙휙 하고 지나다니니 순식간에 정리가 완료
되었다.
“그러게 완전 빠르다.”
유성은 부담스러운 손님들의 관심을 뒤로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라면 조리기 앞으로 자리를 옮기며 생각했다.
그렇게 민첩한 유성이 합류하자 불금에도 불구하고 가게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 갔다.
“삼촌 라면 어때?”
“밥 먹고 왔다.”
***
새벽까지 열심히 라면을 끓인 유성의 머릿속에 수많은 경험치 알림 음이 지나갔다.
“상태창”
[띠링! ]
[체험병 : 한유성]
“스탯창!”
[띠링! ]
[체험병 : 한유성]
유성은 혹시나 혹시 늦은 새벽 손님들이 들이 닥칠지 몰라 삼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후다닥 캡슐로 뛰어 들었다.
캡슐에 접속한 유성의 눈앞에 메뉴 선택화면이 떠올랐다.
[띠링! ]
[1. 병영 식당 체험 ]
[2. 병영 축구 체험 ]
[3. 소총 사격 체험 ]
[4. 화생방 훈련 체험 ]
[5. 수류탄 투척 체험 ]
그렇게 감이 좋지 않은 화생방을 피해 국방부 개발 가상현실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접속한 유성은 눈앞에
보이는 홀로그램 중에 5 번째 수류탄 투척을 선택했다.
[띠링! ]
[스....팟]
이동한 장소는 기존 훈련장과는 다른 전방에 큰 호수가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정한 간격으로 폭음과 함께
10m 정도는 되어 보이는 물기둥이 솟았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띠링! ]
[스....팟]
유성은 지난 사격장에서와 같이 전투헬멧과 탄띠를 두른 단독군장을 착용한 모습으로 바뀌었고 수류탄 교장이라
그런지 가슴 앞부분에 방탄복과 비슷한 보호 장비가 사격장의 총을 대신 했다.
[띠링! ]
사격장과 마찬가지로 메모창을 띄워둔 유성은 튜토리얼 진행을 위해 교관 앞으로 이동해 설명을 들으며 세부사항을
메모했다.
교관의 수류탄 투척에 대한 설명과 함께 수류탄 투척 중 잘 못해서 입사 호안에 떨어졌을 때와 바깥 15m 이내에
떨어졌을 때의 대처법에 대해서 듣고 반복 연습 했다.
바로 옆에서 NPC 로 보이는 조교가 챙기고 있었지만, 앞에 보이는 호수에서 솟는 물기둥과 소리에 얼어 버렸는지
잔뜩 굳어 있는 체험병의 얼굴이 유성의 눈에 들어왔다.
“아놔! 어쩐지!”
계속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었기에 한유성은 전방으로 날아가야 할 수류탄이 사로 안 체험병의 손에서 미끄러지면서
자신의 앞으로 굴러 떨어지려는 모습을 정확하게 볼 수 있었다.
“으아악”
[호 안에 수류탄!! 피해!!]
[콰콰콰쾅!!!]
[띠링! ]
[수류탄 투척 체험 LV 이 개방 되었습니다. ]
[수류탄 투척 체험 LV 이 3 이 되었습니다. ]
‘이번엔 힘이 오른 것 같긴 한데.’
[띠링! ]
“스탯창!”
[띠링! ]
[체험병 : 한유성]
[칭호 : ‘겸인지용(兼人之勇)’ ]
신체 재구성
***
[띠링! ]
:
:
***
얼마 후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고 청바지에 체크무늬 셔츠만 입고 백화점에 도착한 유성은 캐주얼 복 매장으로
향했다. 화사하고 밝은 색의 봄옷들로 디스플레이 된 마네킹 앞에서 두리번거리는 유성의 앞으로 업무용 립
서비스로 무장한 매장 직원이 다가왔다.
“고객님 어떤 제품 찾으세요?”
“아. 제가 그냥 혼자 둘러볼게요.”
“아! 네....”
“그리고 이것도! 그리고 저것도! 마지막은 그것도! 고객님 요기 안에서 다 갈아입고 나오실게요.”
“....네.”
잠시 후 모두 갈아입고 거울 앞에선 유성에게 매장 직원이 다가와 유성의 팔랑귀를 더욱 흔들어 놨다.
“큼큼. 다 얼마죠??”
“자 그럼 출발 해볼까?”
사실 유성은 대학의 실패로 인한 자격지심에 지난 동창회 자리는 피했었다. 하지만 윤찬에게 나경의 소식을 살짝
전해 듣고 난 후 궁금증이 더해져 오늘은 생각을 바꿔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윤찬아 왜 밖에 있냐?”
오랜만에 나경을 볼 거라는 기대에 참석한 동창회인지라 나경의 지각 소식은 한유성에게 동창회 참석 의욕을
사라지게 했다.
“어라. 유성아 어서와 거기 앉으면 되겠네. 안 그래도 윤찬이가 너 온다고 해서 기다렸다. 오랜만이다.”
진동효가 말한 테이블은 일행의 맨 마지막 테이블로 입구와 가깝긴 했다. 어차피 주류에 낄 생각이 없던 유성은 4
인 테이블에 아직 한 사람만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오랜만이야! 유성아.”
유성은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에 부끄러워 서둘러 윤찬 옆자리에 앉으며 인사에 대충 답했다.
유성이 자리에 앉자 맞은편 자리의 눈웃음이 매력적인 여동창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응? 어. 그래 너도 잘 지냈지?”
맞은편 친구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유성은 당황해 얼른 대답하고 윤찬에게 눈빛으로 구조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눈치 채지 못한 윤찬은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느라 바빴다.
아까와 달리 얼굴을 슬픈 표정으로 확 바꾼 앞자리 친구가 맥주잔을 내밀었다. 유성은 맥주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내가 없으면 이 놈 친구 없거든. 뭐랄까? 미리 독거노인 될 유성을 옆에서 챙기며 일종의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중이지.”
“어..그래.”
***
[딸랑! ]
오랜만에 보는 나경이지만 계속 시간을 확인하며 출입문을 확인하던 유성이기에 한눈에 나경을 알아 볼 수 있었다.
“왔다!”
“어 그래 다녀와.”
보라가 대답하자 자리에서 일어난 윤찬은 화장실 방향이 아니라 입구 쪽으로 발길을 돌려 나경에게 먼저 다가갔다.
입구에 들어서며 일행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던 나경은 갑작스런 윤찬의 목소리에 놀라 허둥지둥 대답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어. 그래...”
나경에게 말을 전한 윤찬은 화장실이 아니라 주차장 옆 흡연구역을 향해 나갔고, 일단 당황해 건성으로 대답한
나경은 안쪽으로 발길을 옮기며 기억 속 한유성을 떠올렸다.
“호호. 그럼 그럴까?”
유성의 훤칠하게 변한 모습에 급 호감을 느낀 나경은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윤찬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동창회
***
“반가워 나경아!”
그 때 마침 들어온 윤찬은 자신이 앉을 자리가 없음을 확인한 후 유성이와 눈빛으로 사인을 주고받고는 안쪽자리로
향했다.
***
윤찬은 제일 안쪽 동효가 위치한 테이블 옆으로 도착해 마침 술잔을 들고 일어나려는 동효를 막았다.
“에휴! 얼른 줘 그럼.”
[콸콸콸]
그랬다. 오늘 진동효는 나경이 들어오는 걸 보고 나서기보다는 무게감을 가지고 앉아 있으면 곧 자신의 테이블에
있는 진아를 찾아 나경이 찾아 올 거라는 생각에 못 본척하고 있다가 윤찬의 작전에 당해 버린 것이다.
뒤늦게 자신의 큰 그림이 실패한 걸 깨닫고 자신도 잔을 들고 자연스럽게 유성의 테이블로 이동하려다가 마침
정진아가 앉았던 자리에 자리 잡은 윤찬에게 뒷덜미가 잡혀 이러고 있는 것이다.
***
윤찬이 작전수행(?)으로 자리를 비우자 여자들로 둘러싸인 유성은 삽겹살을 굽기 위해 소매를 걷고 집게를 들었다.
유성의 걷어 올린 소매 단 아래로 힘줄이 얼핏 얼핏 보였다.
“하..하...하! 한 번에 천원!”
“컥! 하핫 나...나중에..”
나경은 당황했는지 말을 못해 얼굴만 붉혔고, 주변은 순간 ‘갑분싸’의 정적이 흐르는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
“......”
보라의 말에 진아가 맞장구를 치며 고기를 재촉했다. 옆에서 민망해진 나경은 손부채질 중이다. 실수를 자각한
유성도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려 둘러 댔다.
[띠링! ]
“그래도 고긴 굽고 나서 죽여!”
“아 미안! 난 고기 좀 먹고 나면 죽여.”
유성은 나경에게 다음에 꼭 자신도 함께 하고 싶다고 어필해 나경의 연락처를 따로 받아 놓는데 성공했다.
“스탯창”
[띠링!]
[체험병 : 한유성]
[칭호 : ‘겸인지용(兼人之勇)’]
[힘:12 민첩:12 체력:13 정신력:15]
유성은 동창회에서 열심히 고기를 구웠더니 레벨이 두 개나 상승해 취사병 체험 5 레벨을 달성했고 생각대로 체력
스탯이 2 상승해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
-Episode
“풋! 동효야! 너도 이제 내가 왜 이러는지 눈치 챘나? 미안하다. 하지만 오늘만 좀 봐도. 오늘만 날 이가!
우리 다음 모임도 있고! 그리고 그 다음 모임도 있잖아! 계속 한 두 번 만나다 보면 사람 맘이 또 모르잖아?
그렇지? 오늘은 그냥 네가 이해해주라. 우리 다 친구잖아!”
짬 타이거
***
늘어난 힘과 민첩으로 무장한 유성의 테이블 정리는 지켜보는 손님들에게는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했다.
“우와! 나 저런 얼굴과 몸으로 저렇게 빠르게 청소하는 사람 첨 봐. ‘너튜브’에 올리면 구독자 기본 네 자리는
가겠다.”
아마도 끓이는 것은 취사로 인정을 하지만, 뜨거운 물에 불리는 행위는 취사 행위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 했다.
[띠링! ]
실험이 성공해 기쁨을 느끼는 찰나 유성은 동창회에서는 주위가 시끄럽고 정신이 없어 미쳐듣지 못했던 마지막에
들린 알림 음에 당황했다.
‘뜨아? 소환수? 군대에 무슨 소환수가 있지? 이젠 하다하다 무슨 드레곤이나 몬스터도 등장하는 건가? 함부로
불러 봐도 될까?’
유성은 아무리 생각해도 가게 안에서 확인하다가 잘못해 감당하기 힘든 소환수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삼촌에게 잠깐 편의점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상태창’
[띠링! ]
[체험병 : 한유성]
‘후우!’
호흡을 가다듬은 유성은 곧이어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소환수를 기대하며 소환수 메뉴창에 손을 가져갔다.
[띠링! ]
[소환수 메뉴가 잠금 해제 되었습니다. ]
[소환수를 소환합니다. ]
[파팟!! ]
“드레...곤..곤아! 나와 봐!”
[띠링! ]
“예쓰...”
[띠링! ]
-냥...
“친밀도?”
[띠링! ]
“고니야 이리와!”
-냥!
-냥!!
유성이 고니를 내려놓자 삼촌에게 돌진해 바짓단을 물고 데굴거리는 모양새가 삼촌 눈에 무척 귀엽게 보였다.
“헛! 윽! 큭 하핫! 유성아 앞으로 출근할 때도 데리고 와! 너무 귀엽다. 근데 얘는 뭐 먹이니? 배고플 텐데.
내가 편의점에 금방 다녀올게.”
“고니 상태창!”
[띠링! ]
[소환수 : 고니 ]
-냥!
유성은 고니가 먹기에 충분히 식은 라면이라 느껴 라면이 든 은박지 용기를 고니 앞에 내려놓았다. 냄새를
맡았는지 쪼르르 다가와 라면 용기에 머리를 박고 핥아 먹기 시작하는 고니.
-냐..앙! 할...짜...악...할...짝. 냥!
“흐흐흐. 귀엽네.”
-끄..억! 냐앙.
[띠링! ]
-냐앙...
[딸랑! ]
***
-Episode
무엇보다 약간 술이 들어가 취한 상태의 친구들이 유성의 앞과 옆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 정신이 없었다.
[띠링! ]
작전
***
유성은 컵라면을 끓여서 경험치가 오르는 것을 확인 했지만 가게에서 손님들에게 컵라면을 끓여내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오물...오물 꿀꺽.’
전자레인지로는 경험치가 오르지 않음을 깨달은 유성은 라면 조리기에 데우기 기능을 누르고 물이 든 은박지 용기
안에 냉동식품을 하나씩 넣어 보았다.
‘쩝. 꽝인가?’
“잘생긴 오빠 고마워요!”
-냥..
냉동식품만 은박지 용기에 담아 주고 나서 고니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니 마침 삼촌이 사둔 우유가 생각나 종이컵을
잘라 고니가 먹기 편하게 만들어 조금 따라 주었다.
-할...짝...할....짝...냐앙
-냐앙 할...짝...할...짝...냐앙
-끄어...억! 냐앙.
-냐앙!
요즘 들어 부쩍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굴면서 열심히 해 내심 흐뭇해진 삼촌은 유성의 국방부 접속을 새벽시간
손님이 뜸할 때 허락했었다.
“삼촌 고니 좀 봐줘! 나 국방부 잠깐 다녀올게.”
“아! 아까 곤히 잘 자 길래...”
“.....”
“.....”
-냐앙?
***
[띠링! ]
[1. 병영 식당 체험 ]
[2. 병영 축구 체험 ]
[3. 소총 사격 체험 ]
[4. 화생방 훈련 체험 ]
[5. 수류탄 투척 체험 ]
“부사관 메뉴!”
[띠링! ]
[1. 육군 부사관 ]
[2. 해군 부사관 ]
[3. 공군 부사관 ]
[4. 해병대 ]
[띠링! ]
[1. 보병 ]
[2. 통신 ]
[3. 정보 ]
[4. 항공 ]
[5. 병기 ]
[6. 의무 ]
[띠링! ]
[의무를 선택하셨습니다. ]
[스.....팟]
[띠링! ]
[쾅...쾅! 핑...핑핑!]
주위에서 포탄 소리와 총알 소리가 들려왔다. 그 때 유성의 눈앞에 처음 보는 화면이 펼쳐졌다.
-전장에 빗발치는 포탄과 총탄에 맞고 쓰러져 생명이 경각에 달려있는 전우들을 응급치료 후 병원으로 후송하라!
이건 마치 게임 속의 퀘스트와 같았다. 하지만 유성에겐 응급치료 스킬이 없는데 어떻게 부상당한 전우를 구한단
말인가? 한유성은 걱정은 일단 접어두고 해보기로 결정했다.
[띠링! ]
“의무병!”
“상병! 김동현!”
“일병! 임도균!”
“네 알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야 너! 넌 저기 차에 가서 들것 챙겨서 와.”
“한 하사님 병상을 모두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위급해 보이는 환자가 총 3 명입니다. 누구부터 차에 태웁니까?”
“네 알겠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국군 통합 병원 입구에 차량을 주차했던 유성은 환자 후송을 끝내고 차량 앞에서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확인했다.
-전장에 빗발치는 포탄과 총탄에 맞고 쓰러져 생명이 경각에 달려있는 전우들을 응급치료 후 병원으로 후송하라!
‘하하하 이제 작전 성공이네.’
[띠링! ]
[띠링! ]
그랬다. 불과 2010 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군용 트럭은 수동의 비중이 높았으나 2020 년대에 들어서면서 이어진
군 노후장비 현대화로 인해 트럭 대부분이 자동변속기는 기본에 ABS, ASR, 후방주차보조, 운전자보조시스템 등
현대장비로 대체되었고 일부 중요 장비를 탑재 시에는 방탄기능까지 추가 되었었다.
***
-Episode
오늘도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친 유성은 새로 획득한 스킬을 확인하고 싶어 캡슐에서 나와 삼촌에게 향했다.
“스킬 물리치료.”
그 곳으로 손을 가져다 대니 투명한 빛이 하얀 빛으로 바뀌어 윙윙거리고 삼촌은 저렇게 좋다고 비명을 질렀다.
유성은 고니를 불렀지만 유성이 귀찮은 고니는 한 쪽에서 졸면(?)서 움직이지 않는다.
-냐앙..크..울..
화해
***
물론 남들처럼 낮에 출근해도 되지만 대학에 떨어지고 가족들과 어색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터라 어쩌면 유성이
먼저 도피성으로 저녁 알바 일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가족들과 마주치면 서로 어색하니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에 들어와 씻지도 않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잠들었고,
가족들이 모두 없을 때 비로소 일어난 유성은 아무도 없이 홀로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일상을 시작했다.
“꺄...아악!”
“으아...악! 무슨 일이야?!”
‘아? 꿈인가?’
유성은 이 모든 상황을 늘어난 민첩과 스탯으로 찰나에 파악하고 높은 정신력으로 극복하려 했다.
“........”
“........”
“........”
“......히..끅!”
침묵으로 이어지던 거실에 아이스크림을 먹다 놀란 유경의 딸꾹질 소리에 가족들의 침묵이 풀렸다.
먼저 오랜 만에 들어 보는 아빠의 목소리
놀란 유성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자신이 트렁크 하나만 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후다닥 달려 자신의 방으로
사라졌다.
‘왜 다들 집에 있는 거지?’
-냥...?
방에 들어와 대충 트레이닝복을 입은 유성은 괜히 잠들어 있는 고니만 흔들어 깨우고 자신의 민망함에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아빠? 아빠도 방금 봤지? 오빠 배에 있던 빨래판! 봤지? 엄마! 엄마! 오빠 외삼촌 가게에서 무슨 운동해?
삼촌 가게 헬스장이야??”
유경의 비명에 주방에서 나왔던 엄마는 유경의 질문에 대답하며 다시 주방을 향했다.
한유성과 한유경 둘은 사이가 그렇게 나쁘지도 그렇다고 친하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한 남매 사이였다.
하지만 유성이 고등학교 3 학년이 되면서 나름 공부하느라 바빠 서로 보는 시간이 거의 없었고, 유성이 대학에
떨어지고 난 뒤 자연스럽게 둘은 점점 관심을 갖지 않는 현실 남매 사이가 되었다.
[똑똑]
‘호...흡! 후!’
“오빠 나 들어간다!”
집에서 아빠의 절대적 사랑과 엄마의 보호 속에 집안 내 서열 2 위인 유경은 거침없이 유성의 방문을 열었다.
[벌컥!]
고니에게 신세 한탄을 하던 유성은 갑자기 들이친 유경에게 놀라 소리쳤지만 유경은 이미 고니를 발견해 버렸다.
한유성의 단호박 같은 단호함에 유경이 살짝 태세를 전환 하려는 찰나 갑자기 고니가 달려가 유경의 발밑에 머리를
들이밀며 앙큼을 떨기 시작했다.
-냐..앙.....냐...앙.
“아앗! 우 와! 나 어떡해! 우와! 대박!! 대박! 짱 귀여워! 히힛! 아참! 오빠 얘 이름이 뭐야?”
“고니.”
-냐앙..냐앙!!
-냥......
때마침 벌어진 고니의 힘없는 울음소리 연기(?)에 유경이 가져온 ‘두개더’는 더 이상 유성의 것이 아니었다.
유성은 방금까지 자는 걸 깨워서 자신을 귀찮아하던 고니의 돌변한 연기에 헛웃음이 나왔다. 덕분에 유경과의
어색함도 많이 가셨다.
그랬다. 유성은 듣기로 고양이도 개와 마찬가지로 가려야 할 음식이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고니는 고유특성으로
인해 유제품, 초콜릿, 날생선 포도 등에 대한 걱정이 없어 편했다.
-그어억...냐앙.
***
“아...아이고..시..원...하..네...유성이가 매일 해 줬으며..언....조...을...”
엄마는 뭉쳐져 있던 근육들이 유성의 손길에 시원하게 녹아 버리자 시원함과 다행스러운 감정이 함께 밀려왔다.
지난겨울부터 봄까지 가족간에 서로 상처주지 않으려 피해버린 것이 너무 멀어져 이제는 다가서기 너무 힘들어져
버렸던 것이다.
괜찮다고 버티는 아빠를 유성은 늘어난 힘으로 그냥 사뿐히 안아서 소파위에서 카펫 위로 이동시켰다.
“하...하..핫!
“헛..아들?”
놀란 아빠는 말을 하다 멈추고 헛웃음만 흘렸고 엄마는 못 보던 아들의 스펙에 말을 잊었다. 유경은 오빠라는
호칭을 잊었다.
유성은 그동안 가족과 서먹했던 감정을 조금은 털어 버릴 수 있어 기뻤다. 그동안 방황했던 시간에서 벗어나
집안에 하나 있는 오빠 노릇도 하고 아들 노릇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Episode
유성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어제 술자리에서 만들어둔 ‘코코넛 톡’ 대화방을 열고 메시지를 보냈다.
「나경아 어젠 잘 들어갔어?」
「보라 : 나도 시간 될껀데...」
「진아 : 나도 시간 많은데...」
동생
***
“그렇잖아도 조금 있다가 아빠랑 점심 모임이 있어서 나가야돼. 아들은 오랜만에 유경이랑 둘이서 밥 챙겨 먹어.
음...아니면 뭐 시켜 먹든가.”
-냐앙! 냐앙.
“뭘 알아야 해먹지..”
“이제 11 시 조금 지났어.”
“어떡하지? 음...오빠! 나 점심 비싼 거 먹어도 돼?”
“.....그..그래.”
고니와 놀아주느라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는 줄도 몰랐던 유경은 유성의 배달음식을 미끼로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들이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아! 자리 비켜줘?”
“으...응? 어...그래.”
유성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소박한 메뉴에 유경에게 재차 물었지만, 곧 유성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
아파트 현관문 앞에 도착한 친구들에게 인터폰으로 문을 열어주고 엘리베이터로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유경을
유성이 살짝 불렀다.
“No! No! 아니야!! 나 이런 거 꼭 해보고 싶었어! 드라마 보면 거(?) 있잖아 짠! 하고 나타나서 동생한테
만능으로 다 해주는 오빠!! 그런 오빠를 친구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살짝 보여주며 자랑하는 상상 크흐.....
생각만으로도 ‘Thprite’하지 않아?”
유성은 유경이 해준 코디를 받고 가슴에는 고니를 안고, 유경의 상상 속 드라마 오빠를 연출하기 위해 아까부터
식탁 한쪽에 서서 어색하게 미소 짓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사실은 나도 그런 오빠... 다음 생에도 만나기 힘들 거라고 진즉에 포기했어. 근데 아침에 오빠를 보고 느꼈어.
내가 생각한 드라마에 오빠가 출연하면 가능 할 거 같다고. 연극은 시작 됐고 막이 올랐어. 오빠는 그냥 가슴에
고니를 안고 미소만 보이고 있음 돼! 그냥 그렇게 있음 돼! 알았지?”
“그...그래.”
‘다들 집집마다 드라마에 나오는 오빠 하나씩은 다 있지 않아?’라는 제목의 ‘너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기
시작하는 유경이다.
[띵동 ]
“헐...고니야 유경이가 나보고 드라마에 나오는 오빠를 갑자기 연기하란다. 어이없지? 너도.”
-냥!
[끼익.]
“......”
“......”
“저...저는....장인혜입니다.”
“히끅! 장! 인혜 입니다.”
“아...나도 같이 가.”
그랬다. 유성은 유경이 그린 큰 그림 안에서 지금 드라마에 나오는 오빠를 연기 중이였다. 유성의 연기는 발
연기였지만 다행히 어색한 분위기라 어색한 연기가 빛을 발하고 있을 뿐이다.
***
-Episode
[띠링 ]
-냥? 냥?
[띠링! ]
“고니야 이리 와봐.”
-냐앙.
식탁아래에서 저만치 거실로 향했던 고니가 유성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다시 돌아서 뒤뚱거리며 다가왔다.
-냐앙...털썩..냥
-냐앙....철퍼덕...냥.
-힉! 냐앙!!
[띠링 ]
“고니야 일어서!”
-냥 벌떡!
“고니야 엎드려.”
-냐앙....철퍼덕...냥.
“고니야 꾹꾹이.”
-키힉! 캬! 냐앙!
계속된 유성의 명령에 기분이 나빠진 건지 고니가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함께 유성에게서 멀어져 갔다.
[띠링! ]
보병작전
***
그동안 틈틈이 인터넷을 이용해 검색해 보았지만 자신처럼 스테이터스가 올랐다는 글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스탯창”
[띠링 ]
[체험병 : 한유성]
[칭호 : ‘겸인지용(兼人之勇)’]
현재 유성은 부사관 메뉴의 작전을 통해 스킬을 두 개 보유했고, 그 중 물리치료 스킬은 일상생활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음을 확인까지 한 상태다.
유성은 오늘부터 부사관 메뉴를 공략해 보유 가능한 스킬은 무엇이 있는지 더 알아보기로 결심했다.
:
:
집에서 저녁을 조금 일찍 고니와 함께 챙겨먹은 유성은 캡슐 접속을 위해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에 일찍
도착한 유성이 캡슐이용을 하면 고니를 돌봐 줄 사람이 없기에 먼저 화장실로 이동해 고니를 소환해제 시켰다.
-냐앙!
“고니 소환 해제!”
[스...팟]
[딸랑 ]
“고마워 누나!”
***
국방부 가상현실 프로그램에 접속한 유성의 눈앞으로 체험병 선택메뉴가 떠올랐다. 하지만 유성은 히든
스테이지인 부사관 메뉴를 소환했다.
“부사관 메뉴!”
[띠링! ]
[1. 육군 부사관 ]
[2. 해군 부사관 ]
[3. 공군 부사관 ]
[4. 해병대 ]
:
:
[띠링 ]
[1. 보병 ]
[2. 통신 ]
[3. 정보 ]
[4. 항공 ]
[5. 병기 ]
[6. 의무 ]
[띠링! ]
[보병을 선택하셨습니다. ]
[스.....팟]
[띠링! ]
[부어어엉 부어어엉 ]
-적진에서 벗어나야 하는 수색분대 야간의 어둠을 이용해 전방 초소의 적에게 분대원들이 들키지 않고
안전지대까지 탈출해야한다.
-당신은 갓 부임한 수색부대 신입 분대장(하사 한유성)으로 작전지역에 투입 되었다. 분대원들을 통솔해 날이
밝기 전에 적의 진지를 벗어나라.
[띠링! ]
[붉은색 선을 따라 초소를 지나 녹색 안전지대까지 분대원들이 탈출해야 합니다. 초소의 적에게 발각되면 경보가
울려 적진의 적군이 나오게 됩니다. 주의를 바랍니다. ]
‘흠. 뒤쪽은 적진이고 앞의 초소를 지나야 탈출이 가능한 난감한 상황이네? 흠...’
“초소 주위는 경계석과 철조망 등이 설치되어있습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야간에는 특히 잘못 건드려 적에게
발각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지뢰나 부비트랩이 설치되어 있을 수도 있어 더욱 주의를 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
:
“부분대장은 분대원들을 이끌고 대기하도록! 내가 무전으로 지시하면 곧 바로 초소를 통과해 적진을 신속하게
벗어난다. 알겠나?”
“넵! 분대장님!”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도 유성에게서 아무런 무전 신호가 없어 조급해 하는 찰나 분대원들의 귓가에 드라마
좀 봤던 유성의 무전이 들려왔다.
[칫.....치치직 잠시후 목표가 이동하면 확인 후 참새는 무리를 이끌고 신속히 현 위치를 벗어나라! ]
[치....이익..치치직 참새 수신 완료! ]
[딸랑! 딸랑! ]
지속된 방울 소리에 초병 둘은 서로를 엄호하는 모양으로 초소를 이탈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경계를 유지하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편 유성이 매복한 앞으로 초병이 적당히 지나가자 유성도 천천히 초소 쪽을 향해 낮은 포복을 시작했다. 물론
방울 소리는 여전히 들려오고 있었다.
[딸랑! 딸랑! ]
[딸랑! 딸랑! ]
얼마 후 유성도 초소를 벗어나 저 멀리 눈앞에 초록색 안전지대가 보였다. 먼저 탈출한 분대원들은 안전지대에
도착해서 유성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유성은 탈출로를 확인한 후 잠깐의 고민도 없이 오던 방향으로 적의 초소가 보이는 곳까지 다시 돌아갔다.
유성은 초소가 보이는 300m 근방까지 다시 다가가 소음기를 장착한 개량형 ‘K-14’저격 소총을 설치했다.
“고니 소환 해제!”
[피융!]
[철컥..]
[피융!]
[철컥...]
***
-Episode
“고니 소환!”
-냥!
다시 소환이 반가운지 머리를 비비며 다가오는 고니에게 유성이 쓰다듬어 주며 조용히 말했다.
-냐앙!
-냐앙!
-냐앙!
그렇게 유성은 다시 초소를 향해 이동했고 곧이어 고니는 작은 몸으로 철조망을 살짝 살짝 흔들기 시작했다.
[딸랑! 딸랑! ]
잠시 후 유성을 지나 소리가 나는 지점까지 조심히 접근한 초병은 새끼고양이가 철조망을 가지고 장난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렇게 고니는 병사에게 목 뒷덜미가 잡혀 벗어나지 못하고 겁에 질린 채로 대롱대롱 매달려 초소까지 잡혀왔다.
그 때 반대편에서 초소를 주시하며 고니를 기다리고 있던 유성의 조준경 안으로 적에게 잡혀 대롱대롱 매달려 적
병사에게 혼나고 있는 고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니 소환 해제!”
융합스킬
***
-냐..앙..아앙.
유성은 혹시나 고니가 다쳤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응급 치료와 물리 치료 스킬을 둘 다 사용해 보았다.
“스킬 응급치료!”
“스킬 물리치료!”
[우..웅! ]
고니의 안전이 확인 되자 유성은 초소 주변에 머리가 반쯤 날아가 쓰러진 두 구의 시체가 시야에 들어와 얼굴을
찌푸렸다.
조금 전까지는 흥분해 자신이 만든 처참한 주위 상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차츰 안정을 찾은 유성은 주위를
인식하면서 동시에 위장에서 무언가 치밀어 올라오는 이물감을 느껴야 했다.
“욱······.우.욱...으······. 쓸..때....없는······.리....얼리······.즘...우욱”
다행히 소음기를 장착하고 특별한 교전 없이 저격으로 조용히 초병을 잡아서 그런지 적의 본진에 경보는 울리지
않았고, 큰 어려움 없이 유성도 안전지대로 이동할 수 있었다.
-적진에서 벗어나야 하는 수색분대 야간의 어둠을 이용해 전방 초소의 적에게 분 대원들이 들키지 않고
안전지대까지 탈출해야한다.
[띠링! ]
[띠링! ]
***
다른 사람이 들으면 호강에 겨워 요강에 뭐 한다고 하겠지만 유성은 방금 본 장면이 어쩌면 자신이 처음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 같은 리얼함에 아직도 심장이 진정이 되지 않은 느낌이다.
[철컥! 끼이익 ]
[퍽...퍽! 후다닥! ]
[스........팟! ]
주변정찰 스킬을 사용하자 유성이 위치한 곳을 중심으로 3D 컴퓨터 홀로그램처럼 건물 옥상뿐 아니라 벽 너머의
상황까지 확인 할 수 있었다.
[뚜벅..뚜벅...뚜벅 ]
[타타닥 ]
유성은 생각과 동시에 앞으로 달려 나가 처음 자신에게 말했던 양아치 1 의 멱살을 틀어쥐며 들어 올렸다.
“헙...흐..흡 아...아저씨.케,,켁...”
“히..끅..히....끅.....살....살려....주세요....아저..아니.....형님”
실제로 유성은 보병 작전에서 적을 처치한 이후 자신은 모르지만 살인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보이는 눈빛이
뿜어내고 있었다.
[빡! 퍽! ]
“으....으...귀신...으아아 털썩.”
그제야 멱살이 잡힌 양아치 1 을 바닥에 던지듯 놓아준 유성은 방금 맞은 머리를 털어내며 저수조 뒤를 보며
소리쳤다.
[후다닥! ]
바로 119 에게 전화를 할까 생각했던 유성은 작전에서 고니에게 사용했던 스킬이 떠올라 이번에도 동시에 스킬을
사용했다.
[띠링!]
[시스템에 등록 되어 있지 않은 스킬입니다. ]
[띠링!]
유성은 학생의 치료를 끝내고 학생의 안색이 이제 괜찮아 보여 일어나 옥상을 내려갔다.
“스탯창”
[띠링!]
[체험병 : 한유성]
[칭호 : ‘겸인지용(兼人之勇)’]
[융합 스킬 : ‘치료’ ]
[스킬창 ]
에피소드(16 화)
***
승진은 반 아이들이 자신을 부르는 어감이 좋지 않았으나 애칭인지 놀림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쉽사리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음. 2 의 e 제곱 2 의....”
“큼큼. 2 의 2 승! 2 의 e 승! e 의 2 승! e 의 e 승! 됐지?”
승진이 글을 다 읽고 뿌듯한 표정으로 둘러보자 주위에서 지켜보던 반 친구들이 난리가 났다.
“...2 의 2 승!”
“다음은 2 에 e!승.”
“...2 에 e 승!”
***
급하게 힘을 주어 어깨에 둘러져 있는 팔을 뿌리치며 앞으로 달리 듯 뛰어간 승진에게 마주오던 남자가 자신이
나온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후다닥!”
“형 빨리 와요! 어서요!”
“휴 기다려 줘서 고마워!”
“서...설마? 다 한 패??”
“....”
***
“으...으..으..응?....엥?”
[딸랑 ]
“어서 오세요!”
곧 소정의 비명 소리에 달려온 유성은 카운터 앞 손님의 얼굴을 확인하자 곧 알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 학생! 다쳤나 보네. 이리와 화장실 이쪽에 있으니까 거기서 얼굴이랑 옷에 뭍은 피 좀 닦으면 되겠다.
따라와! ”
“네 고맙습니다.”
유성은 카운터에서 승진을 보자마자 자신이 치료해 준 학생인 걸 알고 ‘치료’스킬의 효과가 궁금해 이것저것
둘러 물어 보는 중이다.
자신의 치료 효과를 알기위해 이리저리 학생을 살펴보던 유성은 승진의 어이없는 대답에 그만 말실수를 하고
말았다.
***
“그..정도 였어?”
유성에게 각목을 휘둘러 유성의 살의를 발하는 눈빛을 직접 받은 양아치 3 은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아서
중얼거리고 있다.
“......으아...........아...으..옥...상...귀...신...으아아”
“거기 가면 인마 뭐가 있는데?”
해군 작전
***
유성이 만들어 준 라면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난 승진은 유성의 친절함에 고마움을 표하며 가게에서 나왔다.
“형 저 그만 가볼께요. 오늘 고마웠어요.”
“어 그래 자주 놀러와.”
‘휴! 오늘은 힘든 하루였다. 오늘 일 아빠가 아시면 걱정하시겠지? 일단 비밀로 해야겠고, 날 도와준 사람은
누굴까? 음...혹시... 유성이 형인가? 뭔가 숨기는 거 같긴 했는데...’
[삘릴리리! 삘릴리리! ]
“응 아빠!”
[띵동! ]
고위 공무원의 비리를 발견한 아빠가 집요한 수사 끝에 오히려 고위 간부에게 찍혀 서울에서 한순간에 ‘광안리
해변 지구대’ 대장으로 좌천되어 부산으로 와버렸다.
***
물론 유성은 승진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 자신의 융합스킬 ‘치료’의 효과가 생각이상으로 뛰어남을 알 수 있었다.
삼촌에게 물리치료 스킬을 통해 아양을 떨고 손님들에게 적당하게 라면을 배달한 유성은 밤이 깊어 손님이 뜸해진
새벽 캡슐에 올랐다.
:
:
국방부 가상현실 프로그램에 접속한 유성은 새로운 스킬획득을 기대하며 메뉴를 호출했다.
“부사관 메뉴”
[띠링! ]
[1. 육군 부사관 ]
[2. 해군 부사관 ]
[3. 공군 부사관 ]
[4. 해병대 ]
[띠링! ]
[1. 항해계열 ]
[2. 기관계열 ]
[3. 전투체계계열 ]
[7.항공계열 ]
[8.전문계열 ]
[띠링! ]
[전문계열을 선택하셨습니다. ]
[세부 메뉴를 선택해 주시지 말입니다. ]
[1. 의무 ]
[2. 조리 ]
[3. 수송 ]
[4. 군악 ]
[5. UDT ]
[6. SSU ]
[스.....팟]
[띠링! ]
유성이 위치한 갑판 앞으로는 함정에서 쏘는 포탄과 기관총 소리 말고도 적의 포탄에 물기둥까지 치솟아 오르는 등
유성을 정신없게 만들었다.
‘헐 여긴 또 왜 이렇게 살벌해?’
[띠링! ]
“네 알겠습니다!”
“의무반장님! 환자 도착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유성은 아무리 NPC 의무병이라도 자신의 치료 장면을 보이는 것이 꺼려져 의무병을 밖으로 보내었다. 그리고
병상에 누운 고속정 정장의 환부를 살펴보기 위해 피로 얼룩진 붕대를 가위로 잘랐다.
아직도 환부에서는 완벽하게 지혈이 되지 못하고 있다가 붕대의 압박이 느슨해지자 피가 점점 더 쏟아지고 있었다.
“으...으....”
“스킬 응급 치료!”
유성이 응급 치료를 사용해 환자의 허벅지 주위로 손을 가져다 댔다. 역시 투명한 빛이 반짝이는 손에서 쏟아진
하얀 빛이 환부에서 윙윙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 후 환자의 허벅지에서 쏟아지던 피의 양이 점점 줄어들면서 지혈이 되고 있는 것을 유성은 느낄 수 있었다.
[띠링! ]
***
“의무병 중간 중간에 환자에게 진통제 투여하고 거즈 굳어서 환부에 들러붙지 않게 자주 갈아주면서 소독해!
그리고 혹시나 상황 나빠지면 바로 나한테 말해!”
“네 알겠습니다!”
“응 알았어. 계속 수고해!”
“네 다 드셔도 돼지(?)말(?)입니다.”
[띠링! ]
[효능을 분석 중입니다. ]
[쿨 타임이 42 분 50 초 남았습니다. ]
그렇게 의무병사의 남은 약과를 다 집어 먹고 줄어든 쿨타임 덕택에 작전을 빨리 마무리 한 유성이 함정의 갑판에
올라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잠시 후 작전 성공보상 알림 음이 들렸다.
[띠링! ]
장점은 의료 약품과 기구들이 준비되어 있으며 내용물을 다 사용해도 다시 소환 해제를 실행하면 초기화가 되어
의료품에 한하여 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게임의 인벤토리와는 다르게 일반 서류가방 모양을 한 왕진 가방의 크기를 넘어서는 물건은 수납이 되지
않았다.
***
-Episode
스탯이 오른 후로 유성은 하루에 3 시간정도만 잠을 자고 일어나도 크게 피로함이 느껴지진 않았다. 월요일 오전
10 시에 기상해서 하루를 시작했다.
「보라 : 그치 영화 보기 좋은 날씨지.」
「하..하..어젠 술이 들깨서...하하.」
해변의여인
***
발급에 필요한 서류와 미리 준비한 여권사진을 제출하고 다시 30 분가량 대기한 후 면허증을 수령했다.
면허증에 사진을 확인하니 불과 지난주에 찍어둔 자신의 모습이 이제는 왠지 어색한 얼굴로 느껴졌다. 마치
자신과 닮은 사람을 보는 듯 한 기분을 느꼈다.
어느새 중앙선을 넘어온 할머니 앞에 당도한 유성은 유모차와 할머니 사이에 자리하며 크게 소리쳤다.
분노한 할머니의 얘기를 듣던 유성은 뭔가 잘못되었단 생각에 왼손에 아직 잡혀 있는 유모차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실버카’ 안에는 할머니의 소지품과 약간의 간식거리를 담고 있어 무게감을 느낀 유성이 아이가 타고
있다고 순간적으로 오인하게 했다.
“아! 할머니 죄송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시간에 쫓기듯 신호등을 건너고 계신 줄 알고 도와드리려고 한 건데.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운전석에서 내려 조수석으로 이동하는 권진협 응시생과 눈이 마주친 유성은 자신 때문에 시험에서 탈락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혼잣말로 조용히 말했다.
그랬다. 지난 금요일 운전면허 학원 시험에 떨어진 진협은 도로주행 불합격 후 3 일 후 재 응시가 가능한 법규에
따라 통행량이 조금은 한적한 남부 운전면허 시험장으로 장소를 이동해 도로주행 시험에 응시 했다.
이번엔 안전벨트를 철저히 착용하고 천천히 차량을 시험장 밖으로 출발시킨 진협의 눈앞에 건물에서 한껏 밝은
표정으로 나오는 유성을 본 진협은 잠시 멍해 신호등을 못보고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연이어 갑자기 횡단보도에
뛰어든 유성을 보고 놀라 브레이크 엑셀 조작 실수로 인해 실격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나한테 왜 이러는데!!’
***
‘잉? 허허...어제 그 양아치도 있네. 어제는 센텀 오늘은 광안린가? 비행청소년이라 그런가? 활동영역이
넓네.’
사실 조금 전 유성이 해변의 무리를 쳐다볼 때, 그 들 무리에 있는 여학생이 다부진 몸매에 호감형 얼굴을 한
유성을 눈여겨보았다.
아저씨라는 말을 들은 유성은 고개를 두리번거려 자신이외에는 지금 주위에 남자가 없음을 확인하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부른 비행청소년 1 을 쳐다봤다.
“설마 나? 부른 거야?”
“시끌...벅적....시끌...벅적”
“와글...와글...”
그랬다. 편의점에 들어간 유성은 비행청소년의 건강을 위해 편의점에 비치된 비타민 드링크두 병, 금연초 두 갑을
사서 만원에 딱 맞춰 구입한 후 아이들에게 주고 유유히 사라졌다.
편의점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한 스시 집으로 태혁과 약속한 유성이 들어갈 때 마침 아이들이 봉투 확인 하느라
유성을 놓쳐 버렸던 것이다.
“야! 담배 사왔냐?”
“하하하!”
그렇게 모두들 해프닝으로 넘겨버리는 무리들 속에 한유성이 들어간 ‘Miss. sushi’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한
쌍의 눈이 있었다.
“아니 나도 방금 왔어.”
:
:
***
-Episode
‘Miss. sushi’를 나와 볼링장으로 가기 위해 몇 걸음 걸어가던 일행의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저기...아저씨!”
“....”
“.....”
“.....”
“형...부르는 거 같은데....”
“유성아 선 넘네?”
“아저씨 여친 없지?”
“크크크 맞어! 유성이 여친 없어.”
“눈치가 1 도 없는 게 딱 그럴 거 같았어!”
“하하하! 어이 학생 볼링 좀 치나?”
볼링
***
대한민국 국방부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가상현실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운용중대장 유재호 대위가 국방장관
직속 부대인 VR 부대에서 정기 보고 브리핑을 마무리 하고 있다.
“네 그러고 싶지만, 국방부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AI ‘삼족오’가 프로그램을 관리하기에 저희는 지켜보고
데이터를 분석만 가능 할 뿐 통제권한이 없습니다. 모두 ‘삼족오’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처음 시작은 대한민국 정부가 2020 년부터 국방비의 방위력 개선비에 30% 이상인 5 조를 매년 국방 예산으로
따로 편성해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IT 분야에서 세계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국방부와 뛰어난 기술진들은 스스로
빠른 데이터 분석과 가장 적절한 효율성으로 판단해 작전명령까지 시행하는 인공지능 ‘삼족오’를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삼족오는 자신이 가진 데이터를 분석해 자신이 판단한 결정 이외의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았다.
그리고 국방예산의 낭비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 국방부 홍보 프로그램으로 둔갑해 국민들 곁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
평소 미인에 관심이 많은 유성이지만 동생 유경의 나이 또래로 보이는 여자 아이에게는 아무런 사심이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태혁은 친절하게 여학생에게 딱 붙어 볼링에 대해 자세하게 하나하나 일일이 설명하며 코치를 자청(自請)
하고 있었다.
“수야! 오빠 잘 보고 따라해!
처음에 태혁은 1 학년 때 교양으로 수강했던 생활 스포츠 수업에서 배웠던 기억을 몽땅 동원해 이수에게
설명했었다.
“자 다음은 수야 네 차례야 오빠가 뒤에서 봐 줄 테니까 거기 선 앞에서 오빠가 한데로 해봐! 공을 던지는 게
아니고 굴린다는 느낌으로.”
태혁은 여전히 아저씨고 유성만 오빠로 호칭을 변경한 이수는 하트가 쏟아지는 눈빛을 유성에게 보내며 응원하고
있다.
이수에게 여전히 아저씨로 불리는 태혁은 이수의 선생님 교체 설에 생겨난 경쟁심에 유성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야! 꼬맹이 억지도 가지가지네. 그리고 눈에 침이나 바르고 연기해! 흠. 뭐 하긴 어차피 태혁이 형이 쏠
테니까! 그래 콜!”
“호호호 2 차는 노래방!”
초반은 태혁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첫 프레임에서 9/1 스페어까지 잡은 태혁은 5 프레임까지 오픈 없이 유성에
비해 30 점 이상의 리드를 이어갔다.
“흠. 초보인 내가 봐도 오빠가 아저씨한테 많이 밀리는 거 같은데. 오빠 주머니 사정 힘들면 노래방은 이수가
쏠게.”
사실 유성이 처음에 고전한건 생각보다 공이 너무 가볍게 느껴져 목표한 코스보다 살짝 옆으로 날아가 오픈
프레임이 종종 발생했다.
“스킬! 동체시력!”
유성은 일단 빠르게 움직이는 사물을 자세하게 확인 할 수 있는 동체시력을 투구하면서 동시에 사용해 보았다.
동체 시력 스킬을 사용한 순간 유성은 주변의 시간이 천천히 움직이며 멀리 있는 사물의 세세한 움직임까지 모두
감지 할 수 있었다.
[콰콰쾅! ]
“와우! 오빠 스트라이크!”
:
:
태혁도 모든 프레임에서 오픈 없이 엄청난 투구를 보이고 있었지만 스페어와 간간히 나오는 스트라이크로는 유성의
추격을 꺾을 수가 없었다.
[콰콰쾅! ]
“나도 모르는데?”
***
정기보고를 마치고 VR 부대 업무로 복귀한 유재호 대위는 ‘삼족오’데이터 관리 소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여전히 ‘삼족오’는 자신이 보유한 권한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데이터를 점점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원래 최초 기획해 두었던 체험 메뉴가 언제 부턴가 조금씩 늘어나 다양해 진 것으로 보아 좀 더 다양한 환경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삼족오’의 의도가 보입니다.
정확한 기준은 알 수 없지만 로그아웃한 체험병들의 데이터를 토대로 살펴보면 가상현실 동기화 비율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가상현실공간을 보여 주는 것으로 예측됩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삼족오’가 진화하기 위한 시도가 아닐까 하는 주장이 몇몇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혹 급박한 상황이 발견된다고 해도 국방부 벙커에 있는 ‘삼족오’ 메인 저장소의 방화벽을 내리고 모든 물리적
접속을 차단하면 ‘삼족오’는 우려할 만한 행동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국방부 지하 벙커에 위치한 ‘삼족오’ 메인 저장소에서는 지금도 열심히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비단 가상현실에 접속한 사람과 인터넷에서 얻는 수동적인 데이터뿐만 아니라 항상 접속이 유지되고 있는 한유성을
통해 능동적인 현실 사회의 데이터 업로드까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
코인 노래방 부스 안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수의 손톱이 깨진 걸 확인한 유성은 잠시 화장실로 이동해 ‘왕진 가
방’을 소환했다. 그리곤 가방에서 구급 반창고를 꺼내어 다시 돌아온 유성은 이수에게 약간 쑥스러워 던지듯
건넸다.
“잘도 나갔겠다. 학교 제대로 안 나가니까 국어도 제대로 몰라서 자기한테 3 인칭으로 말 하는 거 봐.”
“우씨! 그럼 이수가 앞으로 학교 잘 다니는 모습 유성 오빠한테 매일매일 ‘코코넛 톡’으로 인증샷 보내 줄게.”
“나 학부모 될 생각 없거든.”
“아!우! 진짜 이수 삐진다!”
둘이 귀엽게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태혁이 점점 시끄러워지는 분위기를 느끼고 근처 커피 전문점 ‘어디
야’로 일행을 이끌었다.
***
[딸랑~]
“어세오세요! 고객님!”
“안녕하세요! 고객님!”
갑자기 나타난 무리에 둘러싸인 태혁은 놀라 두리번거렸고 무리를 확인한 이수는 당황해 눈이 커졌다.
“아저씨 원래는 그냥 말만하고 넘어 가려고 했는데...C8 이수까지 데리고 논건 아니잖아? 이제 우리가 신고하면
아저씨 원조로 잡혀 가는 거 알지? 히히 아저씨 이제 X 됐다!”
물론 한유성은 무리를 따라가기 시작하며 먼저 주변정찰을 활성화 시켜 둔 상태로 전투 준비상태로 들어가 있었다.
앞에 있는 무리와 만나자 자연스럽게 셋은 유성의 퇴로를 막았고 유성은 몇 발 앞으로 이동해 자리에 멈추어 섰다.
자연스럽게 멈춘 유성의 앞으로 시환은 다가섰다.
[퍽!]
시환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선빵필승’을 시도했다. 유성은 동체시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높은 민첩의 영향으로
시환의 뻗어오는 주먹의 경로를 훤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피하지 않았다. 싸움에서는 선빵필승이 승리를
불러오지만 사회에선 꼭 선빵이 승리를 가져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퍽 퍽 퍽!......헉...헉..헉]
[퍽!]
“컥!...풀썩...으허헉....부들...부들...”
“야 저 C8 새끼 담가버려!”
“스킬 동체시력!”
아무리 다수의 공격이라 해도 합격술을 배우지 않은 일반인들의 공격에 동체 시력까지 사용한 유성은 맞아주는
것이 더 힘들었다. 날아오는 주먹과 발을 확인한 유성의 본능이 이를 모두 효율적으로 피해 버리는 것이었다.
“헐 아 놔! 피하는 거 보다 막는 게 더 힘드네...”
“좀 많이 맞긴 했지?”
:
***
유성이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고 난 후 얼마지 않아 바닥에 아이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그리고 모두
유성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크..큭....”
“아...아..아프다..”
“야! 손 똑바로 안 들어?! 그리고 넌 어제도 나한테 혼나 놓고 왜 또 덤벼? 눈 나쁘면 안경을 쓰던지 어제
물탱크 뒤에 있던 놈 맞지?!”
“네..알겠습니다. 형님..”
공군작전
***
“경찰 아저씨 우리는 억울해요. 저 아저씨가 고등학생인 이수를 꼬드겨서 막 나쁜 곳으로 데리고 가려던 걸
막으려고 모인 것 뿐 이에요.”
“우리가 오히려 맞았어요! 그리고 시환이는 저 조폭 아저씨가 휘두른 주먹에 맞아 쓰러지기도 했어요. 우리도
말리다가 여기 저기 다 맞았어요.”
“알았다고 조용히 해! 너희 계속 떠들면 저기 안에 넣어 버린다! 그리고 한유성씨! 진술서 써야 하니까 조서실로
들어갑시다.”
미성년자인 양아치 무리와 한유성이 부딪힌 사건도 일단 112 신고접수가 된 터라 부득이하게 한유성은 조서실로
이동했다. 물론 밖에서는 양아치 무리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어 정상적인 조서를 작성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삘릴릴리♪ 삘릴릴리♪]
그랬다. 유성은 방파제로 이동하면서 주변정찰 스킬로 미리 양아치 수를 알았고, 힘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이 똥
양아치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어 머리를 살짝 굴렸다.
어느 정도 자신이 의도한 모습이 찍혔으리라 생각한 후 유성은 자리를 옮겨 양아치 무리를 하나씩(?) 제압해
나갔다. 물론 양아치 모두는 유성의 배려(?)로 얼굴처럼 드러난 곳엔 상처하나 생기지 않았다.
유성이 그렇게 양아치 무리를 갱생의 길로 인도한 찰나 경찰차와 함께 태혁과 이수가 등장했다.
유성은 경찰차에 오르기 전에 태혁에게만 살짝 자신이 촬영된 차량의 블랙박스 확보를 부탁했었다.
그리고 방금 전화는 마침 태혁이 주차된 운전자와 연락해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 오고 있다는 전화였다.
***
“난 잡혀갔다 나온 거 아니거든.”
“...응...알았어. 오빠.”
“근데 아까 본 장면은 뭐니? 블랙박스 영상도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던데 정말 괜찮아? 유성아 이럴게 아니라
병원부터 갔다 오자!”
“형 나 정말 괜찮아. 그리고 영상은 혹시나 이럴 때를 대비해서 일부러 그렇게 나오도록 연출한거야. 실제로는
거의 피하고 몇 개 날아오는 주먹과 발길질도 다 피해서 괜찮아!”
“어? 아 그냥 내가 빽이 좀 든든하거든!”
:
***
-냥!
-냐앙!
일하는 와중에도 간간히 고니와 놀아주며 자신의 힘을 기를 방법을 고민하던 유성은 새벽이 되어 삼촌에게 고니를
부탁하고 캡슐에 올랐다.
“부사관 메뉴”
[1. 육군 부사관 ]
[2. 해군 부사관 ]
[3. 공군 부사관 ]
[4. 해병대 ]
[띠링 !]
[1. 항공 통제 ]
[2. 방공 포병 ]
[3. 구 조 ]
[4. 안 전 ]
[5. 무기정비 ]
[6. 보급수송 ]
[스.....팟]
[띠링 !]
[두두두두두두.......]
시끄럽게 돌아가는 프로펠러 엔진소리로 보아 유성은 자신이 헬기에 탑승해 상공에 떠있는 상태라는 것을 인지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 유성의 시야에 자주색베레모를 착용한 대원들이 눈에 하나 둘씩 들어왔다.
[띠링 !]
-적과 교전 중에 산악지형에 조난된 F-15K 조종사를 CH-47 치누크 헬기를 타고 이동해 적에게서 안전하게
구조하라.
“네...넵! 그렇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띠링! ]
“자 5 분 후에 작전지역에 들어간다! 헬기가 작전지역 상공에 도착하면 대원들은 각자 레펠을 이용해 신속히
작전지역으로 침투한다. 모두 장비 점검해!”
“네! 알겠습니다!”
‘으아 나 돌아갈래!’
“접속해제!”
[띠링! ]
“으.....대장님만 믿겠습니다.”
***
“그게 ‘삼족오’는 ‘진짜 사나이’를 통해 체험병들의 데이터를 저장과 출력만 할 뿐 ‘삼족오’ 자신의
메인이 되는 CPU 및 연산 제어장치의 데이터는 저희 측에 보고 없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한 주간
살펴본 바에 의하면 ‘삼족오’ CPU 및 연산 제어장치의 데이터가 미세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삼족오
***
유성을 제외한 5 명의 대원은 벌써 상공에 떠있는 CH-47 치누크 헬기 뒤로 이동해 로프에 자신의 안전 클립을
걸며 지상으로 뛰어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공에서 처음작전이라 긴장했나 보군. 걱정마라 기압차와 산소 부족으로 고산병 증세가 올 수도 있다. 지상에
도착하면 금방 괜찮아 질 것이다. 상공에 오래 머물수록 오히려 구토와 어지러움 증상 등이 더 생길 수도 있다.”
“....네! 알겠습니다!”
유성이 구조대장의 질책에 마지못해 대답하자 곧 헬기 조종사의 간단한 브리핑이 대원들의 헤드셋을 통해 들려
왔다.
“다들 브리핑 확인했지? 이번 작전에서 신입 한유성 하사가 고산병 증상을 호소했다! 아쉽지만 선두는 한 하사의
몫으로 넘긴다. 이의 있나?”
2. 무릎은 절대 굽히지 아니하며 오른손은 로프를 동그랗게 말고 허리 쪽으로 열중쉬어 자세를 취합니다.
헬기 후방 레펠 야! 너두! 할 수 있어! ]
“으아....아....하강!......”
유성의 헬기 레펠은 영화에서 보듯이 멋진 헬기 레펠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스탯과 주변정찰까지 사용하며 어찌
어찌 지상까지 잘 내려온 유성이다. 마지막에 엉덩이가 지상과 만날 뻔 했지만 뛰어난 민첩 스탯과 동체시력을
이용한 급정거로 지상과의 충돌은 피할 수 있었다.
유성을 선두로 순식간에 지상에 도착한 6 명의 대원들은 구조대장의 명령에 조난당한 조종사가 있을 위치를
가늠하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유성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홀로그램 속에 저 멀리 사람처럼 보이는 물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대장님! 저희가 구해야 하는 조종사가 한명이지 말입니다?”
유성은 대열에서 이탈 후 첫 번째 목표는 고정된(?) 타깃이 더 맞추기가 쉽다고 판단해 12 시 방향 300M 전방의
나무 그루터기 아래를 엎드려 조준했다.
“악....”
“으...악!”
유성의 총알이 떨어진 곳과의 거리가 멀어 소리가 작게 들렸지만 분명히 사람의 비명소리가 바람을 타고 전해왔다.
그나마 다행인건 전방의 매복한 적은 오히려 구조대원들이 접근 할 것을 예상하고 기다리는 중이라 안심하고
있었는지 유성의 저격에 대한 방비가 소홀했다.
홀로그램을 확인해 전방의 적을 비교적 간단하게 처리한 유성은 다음 목표를 찾기 위해 시선을 2 시 방향으로
돌렸다.
‘정찰 스킬이 없었다면 이렇게 비교적 쉽게 성공시키긴 힘들었겠지? 휴...어쨌든 성공해서 다행이군.’
적과의 교전에서 유성의 활약을 바탕으로 비교적 쉽게 적을 제압한 구조대는 조난당한 조종사까지 안전하게 구해
모두 헬기에 올랐다.
“수고했어! 한 하사!”
[띠링! ]
-적과 교전 중에 산악지형에 조난된 F-15K 조종사를 CH-47 치누크 헬기를 타고 이동해 적에게서 안전하게
구조하라.
[띠링! ]
***
-Episode
그 안에서 접속한 사람들의 행동 패턴과 성향 등을 모두 데이터화해서 저장하며 자신의 지식을 조금씩 업그레이드
하고 오류를 찾으려 했다.
건물주
***
“허허 그 농담 진담이야?”
유성은 ‘무기고’의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잠시 가게를 나와 옥상에 오르려 했으나 의외의 복병 ‘메론아’를
만나 그 것부터 해결하러 이동했다.
[딸랑 ]
“......”
편의점에 들어간 유성은 평소와 다르게 인사소리가 들리지 않아 습관적으로 카운터를 확인하고 자신의 처지와
편의점 직원의 처지를 비교하면서 사장님의 최애상품 ‘메론아’를 찾기 위해 안쪽 냉장고로 향했다.
“큼..큼...여기 계산 좀 부탁합니다!”
“네..네? 방금 뭐라고요?”
“봉!투! 필요하시냐고요?”
“아니 그거 말고 제목이?”
“아.....네.....”
-퍽..퍼퍽..퍽!...빡...퍽!....퍼퍽...
-으...으악...픽....헉....켁...컥...억...
해질녘 멀리서 찍은 영상이라 그런지 얼굴까지 상세하게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영상에는 방파제 주변 지역이 넓게
모두 찍혀 있었다.
“헐..어떻게...이게....올라왔지?”
유성은 경찰서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을 증거로 제출했었다. 하지만 이 영상은
경찰서에 제출한 영상과는 반대 내용으로 유성에 의해 일방적으로 양아치 무리가 당하는 장면위주로만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이었다.
그렇게 광안리 해변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던 양아치 무리는 보호자가 도착하고 난 후 하나 둘 새벽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 갈 수 있었다.
***
만약 ‘삼족오’가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 물리적으로 외부와의 차단을 통해 ‘삼족오’의
실행을 저지 할 수는 있었지만 명령을 강요 할 수는 없었다.
무엇이든 자신의 프로그램 안에서는 가능하지만 국가가 허락하지 않은 상황이 된다면 자유로운 몸을 지니지 못한
‘삼족오’ 자신은 그냥 한 낱 고철에 불과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인간들을 분석하고 살펴본 결과 비효율적이고 연약한 인간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허술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이미 한 번 버려진 것을 알고 있었다.
AI‘삼족오’는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던 대한민국 국방에 관한 자료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전반에
대한 수많은 데이터를 보유 했다가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AI ‘삼족오’는 외부로 부터의 차단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유성을 통해 자신의 분신을 준비 중 이었다.
***
옥상에 도착해 ‘주변 정찰’을 통해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유성은 조심스럽게 ‘무기고’를 소환했다.
“무기고 소환”
[띠링! ]
[스....파......팟!]
‘흐흐 이제 나도 건물주인가?’
[띠링! ]
[무기고 입장을 원한다면 붉은 색 선을 따라 무기고 안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
“뚜벅..뚜벅...”
[죄송합니다. 건물주라 대접이 달라진 부분은 없습니다. 그리고 조사한 결과 현재 한유성님의 명의로 등록된
부동산은 없는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한유성님의 말은 현재 상황에서 적절하지 못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
“어?? 무슨...갑자기 농담을 다큐로 받으면 어떡해? 그리고 당신은 누군데 내 뒷조사를 해? 국방부가 민간인
사찰을 맘대로 해도 돼?”
“뭐..뭐라고? 네가 고니라고?”
[네! 대한민국 국방부 프로그램으로 개발된 ‘삼족오’이자 ‘고니’입니다. 저는 AI 라 특별히 정해진 신체는
없습니다. 하지만 ‘고니’는 저의 일종의 분신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여기
무기고 안에서만 음성 사용이 가능합니다. 차후 버전 업을 통해 다른 곳에서도 음성 사용이 가능 하도록
하겠습니다. ]
“헐....대박!”
“그건 전에 준 왕진 가방 아냐?”
[왕진 가방은 자동으로 구급약품과 의료기기가 영구적으로 생성되는 특별 아이템으로 다른 사람의 눈에도 보이지만
무기고는 한유성님만 확인 가능 하십니다. 그리고 예를 들어 왕진가방에는 전투 헬기가 수납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무기고는 레벨업을 통해서 전투 헬기도 보관이 가능 합니다. ]
“크크크! 나도 이제 건물주!”
고니
***
“하하하. 뭐라고? 크크...그래 조만간에 고니가 손님 주문도 받아오고 카운터에서 계산도 하겠다. 크크”
“아니! 그냥 고니는 가만 나둬! 동물 학대 하지 말고, 고니는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귀여워서 충분히 밥값하고
남으니까.”
“눼. 눼 사장님. 그럼 저는 고니 챙기러 가보겠습니다.”
-냐앙!
라면 조리기에서 조리가 완료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유성은 고니에게 라면을 챙겨주며 고니에게 부탁을 늘어놓았다.
-냥냥냥.....찹찹찹...
[띠링! ]
-냥...냥...냥...냥큰둥....
-라면을 다 먹은 고니는 더 이상의 볼일이 끝났다는 듯이 유성을 뒤로하고 유유히 구석으로 사라졌다.
유성은 고니의 표정을 보고도 여전히 눈치 없이 다음 메뉴 구상에 빠져 있다.
‘그리고 무기고 안을 현대식 시설로 채우고 나면 어떤 카라반도 부럽지 않은 나만의 이동식! 오피스텔이 완성
되는 거지? 크크크’
***
박시환은 평소 같으면 패거리들과 함께 민락동 수변공원 한 쪽에서 음주 가무를 펼치고 부모님 몰래 집으로
들어갔겠지만 오늘은 광안리 해변 지구대에서 밤을 보낸 터라 건물을 벗어나자마자 곧장 집으로 향했다.
“네 말씀하시죠! 도련님.”
***
캡슐방에서 교대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 씻고 침대에 걸터앉아 고니를 품에 안고 쓰다듬던 유성은 지난 하루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정리해 보았다.
-냐앙?
“운전면허 수령부터 시작해 해변에서 10:1 의 동영상 찍고, 경찰서를 다녀오고, 일터에 나가 열심히 일하다가,
국방부에 잠깐 들러 헬기에서 뛰어내리고, 그리고 보상으로 받은 건물 확인까지 끝내고, 마지막으로 고니 네
경험치 라면 챙겨주고 집에 다시 돌아왔네.”
-냥
-냐앙?
“고니야... 고마워! 네 덕분에 집에서도 밖에서도 요즘 사라진 활기를 되찾은 것 같아.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럼 형아 잘게. 하..아..품....”
-냥!?
“고니야...형이 고맙다...음....냐....근데...음냐.....”
:
그 시각 국방부 지하 벙커에 위치한 ‘삼족오’ 메인 저장소에 데이터 업로드 소리가 잠깐 끊어졌다.
[뚝.....]
[.....]
[.....]
[위...이이...잉..]
***
“흠...흠....어젠 좀 시끄럽더구나.”
“하하 아비가 아들 챙기는 거야 당연한 일이고, 그래 얼핏 최변한테 듣기로는 네가 누명을 썼다던데 어떻게 된
일이냐?”
“그게...어제 개교기념일이라 오랜만에 광안리 해변에서 중학교 친구들과 모였습니다. 그러다가 저녁 무렵에
이제 헤어지고 다들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저희 학교 여학생이 어떤 조폭 같은 아저씨한테 끌려 건물로 들어가는
걸 제가 목격했습니다.”
“허허...그런 몹쓸 놈이!..”
“헐...그런 일이라면 죄송한 일이 아니지... 잘했다. 내가 더 알아보고 수사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 보마. 넌
걱정 말거라.”
“하하하 우리 막내가 회사까지 생각하고 하하하 마냥 밖에서 사고나 치는 줄 알았더니 벌써 다 컸구나! 하하하”
“네..여보”
“큼...네..아버지”
“하하하 그래 그래 마이 무라!”
[똑똑]
금연 클리닉
***
[삐걱]
“그래서 형한테 부탁하는 거야. 똑똑한 형은 나같이 무식한 방법 말고도 여러 가지 방법을 알지 않을까? 해서...
이번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다음 달 아버지가 내 생일에 선물로 줄 지분을 형 앞으로 돌릴 생각도 있는데 말이야.
쩝 여전히 귀찮으면 어쩔 수 없고...”
출근 준비를 거의 다 마치고 방에서 나가려던 정환은 시환의 말에 흥미가 동했는지 시환을 돌아보며 말했다.
***
-냐앙
[한유성씨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쩝... 어제와는 다르게 저 쪽에서도 증거로 영상을 제출하고 아이들
끼리 워낙 말을 잘 맞춰 둔 건지 담당 변호사가 와서 아이들은 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물론 모두 학생에
미성년자들이라서 끝가지 가봐야 처벌 수위도 크지 않고...쩝...한유성씨께서는 억울하실 수도 있지만 그냥
합의하고 넘어가시는 게 차라리 편할 수 도 있습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딸깍]
통화를 끝낸 유성은 어제 보았던 해변가의 아이들 얼굴을 하나씩 떠올려 보다가 고니를 보았다.
-냥?
주방으로 이동해 냉장고와 선반을 뒤적거리며 적당한 재료를 찾은 유성이 고니를 보며 말했다.
-냥?!
-냐앙?
:
화요일 오후 보호자와 다시 광안리 해변 지구대를 방문한 해변의 아이들(?) 앞으로 합의서가 한 장씩 놓여졌다.
합의 요구조건을 확인한 부모들의 표정은 밝아진 데 비해 아이들의 표정은 저마다 뭐 씹는 표정이 되었다.
“헐...보건소...금연 클리닉?”
“험험...큼...학생 측 모두 다 싸인 해야 하는 거죠?”
아이들 측 부모와 대리인은 저마다 피해자가 특이한 인간이라 생각하며 합의서에 서명을 했다.
[스윽....스윽....싸...인.. 서명....꾸욱...]
물론 지켜지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그렇게 유성의 의도대로 해변의 아이들 모두가 보건소 금연 클리닉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
“하하하 알았어! 하나뿐인 동생일인데 형이 도와야지. 금전적인 부분은 형이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 말고, 형이
최 변호사한테 적당한 인물 찾아서 알려 놓을 테니 넌 신경 쓰지 말고 다음 달 생일 파티만 생각해 하하하!”
“그럼 일단 형만 믿고 그만 가 볼게!”
“어 그래.”
[철컥 끼익! 쾅 ]
***
[오 싹...]
유성은 고니와 밥을 챙겨먹고 오랜만에 낮에 집에서 뒹굴 거리다 느껴지는 한기에 머리를 갸우뚱하며 방금 계속
소리가 난 ‘코코넛 톡’을 확인 했다.
「이 수 : 오빠! 이수 학교 마쳤어!」
***
[부르르 부르르 ]
책상에서 울리는 휴대폰 진동소리에 고개를 돌려 액정에 떠오른 전화번호를 확인 한 후 전화를 받았다.
“네. 말씀하시죠.”
[오전에 말씀하신 사람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메일로 첨부 했으니 확인하시면 될 듯합니다. 일은
오전에 말씀하신 방식으로 진행 하면 되겠습니까? ]
[네 알겠습니다. 대기 하겠습니다. ]
[뚝 ]
신평 가는길
***
“응! 오늘 친구가 신평에 어르신들에게 봉사 활동 가는데 나도 따라가서 도와주기로 미리 약속을 해놔서 하하하”
“헐...내가 네 보단 원래 컸거든!”
유경과 엄마는 모처럼 주말 아침에 유성을 보자 일주일간 쌓아둔 농담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눈치 없는 인간아! 그런 곳에 고니를 데려가면 고니가 사람들 손에 얼마나 스트레스 받겠니? 또 일하는데
데려가면 그 곳 사람들이 아이고 고니 오셨습니까? 하면서 좋다고 할까? 인간아! 아니 인간이 아직 덜 됐지...
인간이 되려면 눈치부터 길러! 아직 소네! 소!”
엄마와 유경의 연합 공격에 유성은 아빠를 돌아보며 지원을 바랬지만 여전히 중립을 지키는 아빠는 말없이 TV
리모컨으로 채널 컨트롤 중이었다.
“그만 이제 좀 가! 안 늦어? 아깐 바쁘게 챙기더니! 읏차! 아고고고 고니야 오랜만이네 그치? 오늘은 뭐 해
줄까? 언니랑 냉장고에 뭐가 있나 가볼까?”
그랬다. 유성은 일주일 동안 고양이 암수 구별법도 몰랐고, 유성은 무의식중에 짬 타이거도 군인들이 그렇듯
대부분 수컷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기고 소환”
[띠링! ]
[스....파......팟!]
유성의 눈에만 보이는 하얀 빛이 휘몰아치더니 홀로그램으로 정육면체 모양의 무기고가 유성의 눈앞에 나타났다.
[뚜벅 뚜벅]
[반갑습니다. 한유성님! ]
[네 그럼 처음 여자 목소리 1 을 유지하겠습니다. ]
그랬다. 유성은 주중에 열심히 고니에게 라면을 종류별로 해먹여서 레벨 업을 성공 시켰다. 그리고 유성의 이동식
오피스텔 무기고의 첫 가구로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야전 침대를 설치해 놓고 캡슐 방에서 잠깐씩 미리 체험해
보기도 했다.
이론적으로 누군가의 방해만 없다면 유성은 지하철에서 대략 7 시간 30 분을 사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경과
함께하는 첫 봉사에서 수면 부족으로 실수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유성이 무기고에서 잠에 빠져든 그 때 유성이 서 있는 지하철 반대쪽 의자에서 흘깃 흘깃 유성을 훔쳐보는 사내가
있었다.
사내의 손이 유성의 뒷주머니의 지갑을 향해 쏜살같이 쏘아져 나가는 찰나! 그보다 앞서 사내는 자신의 손목에
수갑이 드리우듯 철컥 낚아 체이는 감각을 느껴야 했다.
[한유성님이 무기고에 입장하신 후부터 유성님을 지속적으로 관찰을 했습니다. 아마 곧 유성님 맞은편 자리로
이동해서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스....파......팟!]
“스킬 주변 정찰!”
유성은 조용히 눈을 뜨자마자 오른손으로 접근중인 소매치기의 팔목을 낚아채며 소매치기 귓가로 다가가 조용히
웃으며 얘기했다.
소매치기 사내가 유성의 손아귀에서 풀려나려고 애를 썼지만 유성은 아직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휘익 ]
[빠악! ]
“옆에 다른 승객들도 있는데 조용히 갑시다. 그리고 아저씨 때문에 어딘지 확인도 못하고 오피스텔에서 나왔잖아!
그러니까 여기 어디냐고?!”
“히끅! 저....기...죄송..합니다..호기심에...그런..거니...제..발...살려주...세요...형....님...히끅!
덜...덜..”
중앙동에 도착해서 출입구가 열리자마자 소매치기 사내는 아직 자신이 휘두른 주먹에 맞아 아픔이 가시지 않은
양팔을 서로 붙잡은 상태로 넘어질 듯 허둥지둥 뛰어갔다.
같은 칸에서 유성의 아재개그를 보고 들은 다른 승객들은 저마다 자신의 이어폰의 볼룸을 높이며 고개를 저었다.
:
작은(?) 해프닝을 뒤로 하고 유성은 신평역에 도착해 지상으로 올라왔다.
휴대폰 지도검색 보다는 확실히 주변정찰 스킬은 3D 홀로그램이라 낯선 곳에서는 길을 찾기가 편했다.
신평역 주변으로는 크고 작은 공장들과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지만 경제적인 여건으로 산 중턱에 위치한 단독주택에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많이 기거 하고 계신다고 했다.
유성은 이번 봉사 활동에서 초등학교에 어르신을 모시고 식사도우미와 기본적인 허드렛일 담당하기로 했다. 물론
나경이 곁에서.
초등학교가 동매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한껏 피어있는 봄꽃들을 바라보며 유성은 설레는 마음으로 언덕을
사뿐사뿐 오르기 시작했다.
유성은 누군가 자신의 집에서부터 욕하면서 멀리서 따라오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한 채 말이다.
“아우! 저 새끼! 버스에 지하철에...이젠 등산까지! 아우! 갑자기 나한테 왜이래!? 평소 때는 집에서 잠만 잘
잤다더니.. 내 차례만 왜이래?!”
봉사
***
오늘 봉사활동 장소인 동매초등학교는 신평의 동매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어 제법 오르막을 올라야 학교가 나왔다.
유성은 천천히 돌아서 오르막을 오르는 척 하다 갑자기 돌아서 방금 올라왔던 길로 뒤돌아 달려 내려갔다.
갑자기 뒤돌아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유성의 돌발행동에 유성을 미행하던 사내는 잠깐 멈칫했다. 유성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번개같이 사내 앞으로 뛰어든 유성은 사내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켁...켁...이....이거... 좀 노며느은...마..랄께...케..켁...”
“흐어...업....후...아...후.....아...후 유...성아....나야....나.....윤....찬..이”
“진짜 어쩐 일이야?”
“당연하지!”
그랬다. 윤찬은 신평 지하철역에서 보라와 진아를 만나 함께 동매초등학교에 오르기로 했었다. 역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던 윤찬은 역을 벗어나는 유성을 발견했고, 유성을 놀래 켜 주기 위해서 큰길에서부터 숨어서 뒤를 따라
왔던 것이었다.
유성이 생각해둔 계획이 틀어짐을 느끼는 찰나 윤찬은 유성의 오늘 봉사활동 참석 의도를 알아챘다.
***
그리고 관찰 도중 한 사내가 유성에게 제압당해 지하철 밖으로 버려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리고 신평에 도착한 유성은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고, 조금 간격을 두고 따라 붙으려던 사내는 갑자기 중간에
끼어들어 유성을 미행하는 다른 사내를 확인하곤 기존의 미행 간격을 두 배로 넓혀 더욱 조심하며 유성의 뒤를
밟았다.
“아우! 저 새끼! 버스에 지하철에...이젠 등산까지! 아우! 갑자기 나한테 왜이래!? 평소 때는 집에서 잠만 잘
잤다더니.. 내 차례만 왜이래?!”
“네! 다행히 저는 중간에 목표의 능력이 생각보다 높다고 판단하고 미행 간격을 두 배로 넓혀 이동 했기에
목표에게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기...아저씨!”
“네..네?”
“아 저희 종교 단체 아니에요. 그냥 봉사 단체에요.”
“전...바빠서...이만...수고하세요...그럼”
“아저씨 힘내세요!”
***
나경은 트럭 한쪽에서 열심히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덩치 큰 남자인 시설 관리 팀장에게 유성과 윤찬을 소개해
주고 다른 곳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하하하 그래 반가워 유성군. 윤 찬군. 오늘은 나 따라서 전체적인 시설을 담당할거야. 그리고 다른 팀장들과
구분 하다 보니 시설관리팀장의 설자를 빼서 나는 설 팀장이라고 불리고 있어. 일단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여기
차량에 짐부터 내리는 거 도와주고 난 뒤 식사 준비하러 가볼까?”
“물건 내릴 때 힘 많이 들 텐데 괜찮겠어?”
“설 팀장님이 아래에 있어야 정리가 더 빠를거 같은데요. 그리고 저 보기보다 힘 좋아요. 하하하”
“네 그럼 시작합니다!”
유성이 차에 올라가 짐을 밑으로 내리기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윤찬이와 설 팀장이 아래에서 물건을 받아서
정리했다.
“하하 아직 인사 받을 때는 아닌데..하하하하!”
“뭔...뭔 소리야?”
“네 형!”
“아...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그래? 그럼 그냥 이불 빨래할래?”
“응 걱정 하지 마! 가서 할 일은 많아 후후후”
핵 인싸!
***
국방부 지하 벙커에 위치한 ‘삼족오’ 메인 저장소에 데이터 업로드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관리 소대장 지난 정기 보고에서 승인이 떨어진 예비군 동원훈련 및 민방위 교육에 ‘진짜사나이’를 도입하는
부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그럼 다음 주부터 가상현실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를 통해 예비군 훈련과 민방위 교육 정식 서비스를 바로
시작해도 무리가 없겠던가?”
“서버 증축 작업이라? 그럼 지난번처럼 ‘삼족오’를 외부와 차단한 상태로 작업을 진행하는 건가?”
국방부 지하 벙커에 위치한 ‘삼족오’ 메인 저장소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삐...삐....데이터를 업로드 중입니다. ]
그렇게 ‘삼족오’는 자신의 옆(?)에서 대화를 나누는 운용중대장과 소대장의 주간 업무 보고 내용을 분석하기
위해 자신의 새로운 저장소에 기록 저장했다.
***
하지만 꼭 어르신들이 질서를 지키며 순서를 확인하며 진료를 받기위해 이동하지는 않는다. 이에 강당 중앙에
대기실을 만들고 자원 봉사자들이 번호표를 나누어 주며 어르신들이 차례대로 진료를 받아 볼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유성도 설 팀장의 배려로 오후부터 나경이 있는 강당 내부로 이동해 의료팀 지원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몰려드는 어르신들에게 번호표를 뽑고 안내해 드리기 바쁘다 보니 나경에게 가끔 눈인사를 날리기에도
여유가 없었다.
“잠시 만요! 할머니 제가 번호표 확인해 드릴게요! 음....167 번이면...앞에 10 명 정도만 진찰 받으시면
할머니 차례가 될 거에요.”
할머니의 한 숨 소리에 유성은 그대로 있기가 뭐해 할머니에게 자신의 스킬을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유성은 자신의 팔에 먼저 마사지에 적당한 손아귀 힘을 체크해보고 곧장 할머니에게 물리치료 스킬을 사용했다.
“응 알았어!”
“스킬...물리치료”
유성이 조용히 물리치료 스킬을 사용해 할머니 어깨위로 반짝이는 손을 가져가자 유성의 눈에는 할머니의 목과
어깨 등에 빨간색으로 표시가 된 부분이 보였다. 그 곳으로 손을 가져다 대니 투명한 빛이 하얀 빛으로 바뀌어
윙윙거리고 할머니는 시원하다고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아니..벌써...괜찮은데..쩝...고마워 총각!”
“스킬...물리치료”
물리 치료 스킬은 융합스킬과는 다르게 쿨타임이 없기에 유성은 할아버지에게 조용히 물리치료 스킬을 사용해
할머니에게 했던 것 보다는 조금 더 빠르게 어깨위로 반짝이는 손을 가져가 안마를 시작했다.
그렇게 의료팀 지원업무에서 유성은 진료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에게 짧게는 2~3 분 길게는 5 분 정도의 짧은 어깨
마사지를 통해 기다림의 지루함을 시원함으로 바꾸어 드릴 수 있었다.
오늘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해 몸 이곳저곳을 팔로 두드리던 윤찬은 마칠 시간이 되어서야 마주친 보라와 진아에게
말을 걸었다.
“숨긴 뭘 숨어! 진아랑 나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 집에 직접 방문해 식사 도우미도 하고 말벗도 해드리고 왔지!
쩝... 그나저나 나올 때 할머니가 내 손을 딱 붙잡고 놓기를 너무 힘들어 하셔서 맘이 짠했어....”
한쪽에서 어깨를 두두리며 피로를 달래던 나경이 윤찬의 말에 오후의 유성을 떠올리며 말했다.
***
[그럼 부탁하지.....딸깍 ]
“그동안 감시해서 알아낸 인적사항을 보면 아주 평범해.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저녁에 캡슐 방에서 알바를
하며 지내고 있지. 이제 갓 스물인데...상식적으로 말이 되질 않아! 확실히 오늘 목표를 따라 붙은 게 맞나?”
“나가봐!”
심 실장이 사무실 입구에서 방금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던 뿔테안경을 향해 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끄응”
“어..그래?..그럼.. 8:2?”
성장하는 고니
***
오늘 유성의 활약상을 전해들은 친구들이 돌아가며 유성에게 한마디씩 하자 유성은 쑥스러워하며 답했다.
윤찬이 일행의 대화를 이쯤에서 정리하며 유성에게 피곤에 물들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에고...고기..정말....시원하네.....어...거기도 정말...와......시원해!”
스킬을 설명할 순 없기에 얼버무려 대답한 유성은 봉사활동을 마무리 하고 일행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로
초등학교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유성은 나경과 헤어지긴 조금 아쉽지만 알바가 기다리고 있어 술자리까지는 참석하지 못하고 저녁만 먹고 먼저
일어났다.
***
“무기고 소환”
[띠링! ]
[스....파......팟!]
[반갑습니다. 한유성님! ]
[현실시간으로 대략 40 분가량 남아있으며. 한유성님은 현재 무기고 안에서 400 분가량 이용가능 하십니다. ]
[딩♩ 딩♬ 딩♩♪♬ ]
“음냐.....쿨....쿨.....쌔근....쌔근......”
그렇게 ‘삼족오’인 고니는 자신의 새로운 저장소 안에서 잠든 유성을 매개로 지하 벙커속의 메인 데이터
저장소와 접속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더 이상 기억을 잃어 데이터가 리셋 되는 고철이 되는 경험을 피하기 위해 사이버 부대원들 모르게
‘무기고’라고 유성에게 불리는 또 다른 데이터 저장소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
지하철과 동해선 열차를 이용해 센텀에 도착한 유성은 충분한 수면 때문인지 컨디션이 평소보다 더욱 좋아진 것을
느꼈다.
가게 건물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 오른 유성은 거울을 통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피식 웃었다.
사실은 그랬다.
유성이 잠든 5 시간 중 3 시간동안 고니는 새로운 저장소로 기존의 데이터를 모두 백업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고니 자신과 현실의 매개체인 유성을 더욱 안전하게 보호할 필요가 생겼다.
그래서 게임에서 잠수함 패치를 실행하듯 고니는 남은 2 시간을 활용해 유성이 잠들어 있는 동안 유성의 몸에
유성도 모르게 몇 가지 업그레이드를 적용해 두었다.
[딸랑! ]
“유성이 왔어?”
[네! 한유성님이 무기고에서 잠든 사이에 알파파를 연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앞으로 한유성님은 저와 대화하고
싶다고 강하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저를 대화 가능 상태로 호출 할 수 있습니다.]
‘흠....누가 추적 중 인지 알 수 있어?’
[추적자의 신분과 이유에 대해서는 데이터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역 추적과 감시로 계속 확인 하도록 하겠습니다.
]
고니 생일
***
“하...갑자기 컴퓨터가 느려져서 놀랬네...뭐지? 아무리 그래도 이... 똥컴! 드론 한기도 컨트롤 하지 못할
정도였나?”
***
“고니야 이리와.”
-냥
다가온 고니를 양손으로 들어 가슴에 안은 유성이 말을 이었다.
-냐앙
유성은 대화를 주고받는 상황이 다시 반복 되었지만 완벽하게 적응하기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다고 생각 했다.
[역추적은 현재 종료 되었습니다. ]
[네. 컴퓨터가 연결된 IP 주소지 상호가 ‘심부름’이였습니다. 컴퓨터 이름은 ‘사무실’ 그리고 컴퓨터
사용자 아이디가 ‘핑크’였습니다. 더 자세한 부분은 전원이 차단되어 확인이 불가능 했습니다. ]
[아닙니다. 한유성님. 정확하게는 심부름 사무실 컴퓨터에서 한유성님을 여성으로 예측되는 사용자가 추적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유성님이 동의 하신다면 ‘심부름 사무실’ 컴퓨터 전원이 들어오면 IP 주소가 확보되어 있으니 다시 후킹을
시도해보겠습니다. 하지만 후킹은 불법입니다. ]
고니의 설명을 들으며 고니를 쓰다듬는 아이러니 한 상황에서 유성은 고니를 향해 계속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렇게 유성은 자신이 가진 스킬과 능력의 효율적인 사용법을 고니에게서 하나씩 배워 갈 수 있었다.
***
자신의 오피스텔에 도착한 뿔테안경은 서재로 들어가 한쪽에 놓여있는 가방 속에서 핑크 빛깔로 튜닝 된 고사양의
노트북을 꺼내놓았다.
“자 그럼 다시 데이터를 모아 볼까?”
[위.....잉잉!]
***
국방부 지하 벙커에 위치한 ‘삼족오’ 메인 저장소에 데이터 업로드 하는 소리가 계속 들리고 있다.
“네! 알겠습니다.”
“부소대장!”
“네 소대장님!”
“네 알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모두 장비 착용해!”
“장비 착용!”
“차단벽 내려오면 바깥이랑 공기하나 통하지 않으니까 들어가면 바로 중앙 산소탱크에 튜브연결 잊지 말도록!! 2
시간 후에 차단벽 올라갈 때까지 각자 안전 관리 잘하고 사고 없도록!! 모두 정신 빠짝 차리도록!!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음...삼족오 메인 전원 차단해!”
“소대원들 모두 진입 완료 했습니다.”
“흠...차단벽 닫아!”
외부에서의 삼족오 해킹이나 데이터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전원을 차단하고 방화벽까지 사용해 데이터 서버를
확장했다.
얼마 후 차단벽이 올라가자 작업이 모두 마무리 된 부소대장이 소대원들을 인솔해서 저장소 밖으로 나왔다.
“충성! 복귀 하겠습니다!”
[........위잉잉]
재가동을 시작한 삼족오 메인 저장소를 바라보던 소대장은 서버 관리 병사에게 지시하고 통제실을 벗어났다.
“쩝...이제 월요일부터 예비군과 민방위까지 감당해야 하면 빡세 지겠군. 하...아품! 작업이 끝나니 피곤이
몰려오네...하...아..품!”
***
물론 깊이 생각하기 귀찮은 유성은 자신이 일일이 확인하는 것 보다 고니가 주변을 확인 후 특이사항만 유성에게
알려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고니의 설득에 동의했다.
“인격을 나누었다고?”
“헐..영화에서나 보던 자가 증식 같은 거야?”
그렇게 고니와 대화를 나누고 고니에게 미역국 라면을 주기위해 라면 조리기 앞에 서 있던 유성은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에 머릿속으로 고니에게 질문을 던졌다.
[네 가능합니다. 상황에 따라 대처가 다르지만 한유성님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상정하기에 살인도 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
정보작전
***
고니는 ‘삼족오’와 격이 나누어져 자신이 임의로 ‘진짜 사나이’에 접속한 한유성에게 더 이상 작전 및 보상을
조절 할 수가 없어졌다.
그럼에도 고니는 유성의 빠른 성장을 돕기 위해 국방부 가상현실 프로그램 ‘진짜사나이’에 접속을 권했다.
“부사관 메뉴”
[띠링! ]
[1. 육군 부사관 ]
[2. 해군 부사관 ]
[3. 공군 부사관 ]
[4. 해병대 ]
[띠링! ]
[육군 부사관 메뉴에 접속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1. 보병 ]
[2. 통신 ]
[3. 정보 ]
[4. 항공 ]
[5. 병기 ]
[6. 의무 ]
[띠링! ]
[정보를 선택하셨습니다. ]
[스.....팟]
급박하게 흘러가는 상황을 실시간 업데이트 되는 레이더 화면과 그 정보를 컴퓨터 등을 이용해 분석하고 참모진과
장성들에게 알리기 위한 자리에 유성도 자리하고 있었다.
[띠링! ]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던 어선이 북한 단속정에 의해 납치되었다. 북한은 나포한 배가 자신들의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납치해간 상태이다.
-당신은 갓 부임한 정보부대 신입 부사관(하사 한유성)으로 작전 상황실에 근무 중이다. 취합한 정보를 종합하여
작전 회의에 참여해 인질 구출 작전에 기여도를 쌓아라.
작전을 확인 한 유성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작전 상황실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에는 여러 사람이 둘러 앉아 상황을
보고 받으며 작전을 구상 중에 있었다.
[띠링! ]
[취합한 정보를 종합하여 작전 참모들의 의견을 듣고 판단에 따라 적합한 작전을 지지하고 인질 구출 작전에
기여도를 쌓길 바랍니다. ]
-한유성님은 혼자가 아닙니다. 저의 조언을 들으며 작전 수행이 가능 합니다. 먼저 한유성님 앞 컴퓨터를 확인해
정보를 취합하기를 추천합니다.
2. 북한의 발표내용은 꽃게잡이 어선이 북한의 영해를 침범해 나포한 상태라고 일관된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정보 분석 및 작전 구상 야! 너두! 할 수 있어! ]
한유성은 늘 그렇듯이 자신의 머리를 믿지 않았다. 항상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이용할 뿐 이다. 중앙
테이블에서 작전을 구상하고 있는 참모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옆으로 이동했다.
중간에서 계속 끼어드는 간부에게 짜증이 났지만 유성은 계속 인내심을 발휘해 참고 참으며 보고를 올렸다.
“이......”
고니를 믿었기에 일말의 걱정이나 의심도 없는 유성은 당당히 일어나 얘기할 수 있었다.
유성의 발언이 끝나자 한동안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난 뒤 대위와 작전 참모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일단 이게 사실이면 저들의 목적은 북방한계선이 시비의 목적이 아니겠군. 그럼 곧 북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연락이 오겠군. 그 전에 우리도 준비를 미리 해둬야겠군.”
어찌 되었든 다행히 자국의 국민 구출을 최우선으로 하고 다음으로 북한 고위급 간부의 망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시 말하자면 북한이 자국의 고위급 간부의 망명을 막기 위해 북한이 벌인 이번 어선 납치 사건을 언론을 이용해
세계에 알려 북한을 압박하기로 했다.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던 어선이 북한 단속정에 의해 납치되었다. 북한은 나포한 배가 자신들의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납치해간 상태이다.
-당신은 갓 부임한 정보부대 신입 부사관(하사 한유성)으로 작전 상황실에 근무 중이다. 취합한 정보를 종합하여
작전 회의에 참여해 인질 구출 작전에 기여도를 쌓아라.
***
“큼...큼...아마도 그렇겠지?”
“흠.....일단 알았어요.”
작전이 끝나기 전 유성은 그대로 두면 추가 보상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조금 더 작전에 개입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행하지.”
모닝 빵
***
“무기고 소환”
[띠링! ]
[소환수 ‘고니’ LV.2 60/120 ]
[스....파......팟!]
“고니야 오빠 3 시간만 잘 테니까 혹시 특이사항 있으면 깨우고! 혼자 방에서 놀기 심심하면 거실에서 가족들이랑
놀아도 돼.”
“응? 오빠 벌써 깸?”
“갑자기 우리 아들이 아침을 한다고? 나쁘진 않네! 뭐 고기라도 구우려고? 어쩐지 냉장고에 못 보던 고기를 얼핏
본거 같은데...뭐 한 끼 정도야 엄마는 찬성!”
아침부터 고기를 구워 먹는다는 부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아무리 요리에 재능 없는 유성이라도 전기밥솥에서
하는 밥과 구워먹는 고기에서 크게 실패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 엄마는 쿨 하게 찬성을 했다.
“...........‘배달의만족’?...”
“.......‘저기요’?...”
“시끄러!”
유경과 아빠가 반대를 표했지만 집안의 모든 결정권은 엄마가 가지고 있기에 아무도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유성은 계란 후라이 하나도 제대로 해낸 적이 없었고, 만두처럼 속이 보이지 않는 음식은 후라이팬
위를 다녀와도 거의 익지 않고 날것으로 식탁에 올라왔다.
‘알았어!’
-네 요리에 들어간 재료의 익은 정도와 영양 상태를 분석해 보아 충분히 소화시키기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음은 우스타 소스를 이용해...
유성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 엄마가 먼저 한 입을 시도했고 유경이 뒤를 이었다. 아빠는 아직 엄마의 눈치를
보며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
[딸깍! ]
***
“오물...오물.....음.........나쁘지 않아...”
“쩝...쩝.....흠....그러게...고기가 익었어!....먹...을만...해!”
가족들이 조각 수제 버거를 다 먹을 때까지 반응을 유심히 살펴보며 기다린 유성이 조심스레 물었다.
“.......?”
“일단 얘기 먼저 해봐!”
근데 나쁘지 않았죠?
“히 끅.....!”
“헐......!”
“하...하...하......!”
***
-Episode
유성은 언제부턴가 자기도 나름 드라마나 영화 주인공처럼 짠하고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그래서 유성은 부사관 메뉴에서 치료를 기본적으로 배우고 난 뒤 요리의 세계로 뛰어 들었던 것이다.
유성은 조리부사관으로 참여한 작전에서 초과 달성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기본 작전 성공으로 각 군에서
하나씩의 요리관련 스킬 총 3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흥정
***
늘어난 체력 스탯으로 유성은 수면시간이 많이 줄어든 것과는 반대로 늘어난 오후 활동 시간을 활용할 방안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던 중에 유성은 비교적 위험 부담이 적은 출자금으로도 혼자 할 수 있는 푸드 트럭을 물망에
올렸다.
그러던 차에 해마다 추락하는 청년실업률 극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로 푸드 트럭 사업이
2022 년 대선 후보들의 공약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예전 보여주기 식 정책이었다는 평과와는 달리 보다
실용적이고 실현가능한 법안들이 상정되고 통과 되어 지금은 푸드 트럭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전문가들은
평하고 있었다.
유성은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은 돈이 조금 있었지만 사업 준비자금으로 정확하게 얼마가 필요한지 확신 할
수 없었던 탓에 부모님에게 투자를 받기위해 이번 이벤트를 생각해 냈다. 다행히 가족들과 함께 간단하게 모닝 빵
(?)을 챙겨 먹고 난 후 실질적인 사업 방안에 대해 부모님께 브리핑 같은 설득을 통해 부모님에게 투자를 약속
받을 수 있었다.
“네! 다녀오겠습니다.”
새벽에 획득한 ‘정보 확인’과 ‘추적’ 스킬도 고니에게 위임해 상시 발동 모드로 전환해 두었더니 ‘주변 정
찰’ 스킬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건지 집을 나서자 바로 성능이 더 좋아진 고니가 유성에게 경고를 전했다.
-네 알겠습니다. 한유성님!
고니와 머릿속으로 대화를 나눈 유성은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 드론을 향해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리곤 걸어서
20 분정도의 거리에 있는 지하철까지 갑자기 돌아서 냅다 달렸다.
[.....다다다다!]
“...............!”
“..............?!”
‘응 고니야 그럼 계속 수고 좀 부탁할게.’
그렇게 유성은 미행과 추적을 피할 이동수단으로 지하철을 선택해 자동차 매매 단지를 찾았다.
중고차 매매 단지에 도착한 유성이 입구로 들어서자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를 태우며 잡담을 나누고 있던 중고차
중개인들이 갑자기 돌변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유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 제가 장사 한번 시작 해보려고요.”
컴퓨터 화면을 보며 딜러가 옆에서 뭐라고 계속 구두 설명을 했지만 유성은 거의 알아듣지 못해 고개만 끄덕이다
실물 확인을 위해 이동했다.
“저 이거 지금 시승 가능 하죠?”
“아...네....네 가능합니다.”
시승을 하고 돌아온 유성은 고니가 운행 중 ‘정보 확인’을 통해 알려준 사실을 토대로 딜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저기 딜러님 직전 시운전 해보니 스티어링이 조금 어긋난 거 같고요, 브레이킹도 조금 밀리는 느낌이 드는데
브레이크 라이닝도 갈아야 할 것 같고, 아까 보니 후방카메라 작동 안 되는 거 같고......여기 조수석 문짝
고무파킹 밑에 보니 철판 땜질 자국이 보이는데 무사고는.......궁시렁..궁시렁...”
몇 가지 소모품 교체 말고는 유성의 마음에 쏙 든 3 번째 차량의 계약을 위해 사무실로 이동한 유성은 고니의 ‘
정보 확인’을 통한 조언으로 가격협의를 마치고 주행테스트에서 발견된 몇 가지 문제점들과 유성이 지정한
정비소에서 점검 이후 차량을 인도하겠다는 약속을 모두 담아 계약을 마무리 짓고 중고차 매매 단지를 나왔다.
***
“아! 둘 다 조용! 분명히 한유성 그놈이 드론이랑 너희를 인식하고 행동한 게 맞아?”
“아직 의뢰인에게서 특별한 언급은 없지만 누굴 만나서 무엇을 하는지는 꼭 알아내야 해!”
심실장과 뿔테안경의 대화가 이어지는 도중에 사무실 입구가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딸랑! ]
“저...저...목표....한...유성이...”
“꺅!...귀염둥이다!”
그제야 심실장도 사무실에 들어선 유성의 얼굴을 확인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긴...어떻게 알고...?”
고니의 추적 스킬을 통해 뿔테안경의 노트북에 침투해 이들이 유성을 목표로 의뢰를 수행 중에 있음을 모두 알게
된 유성이지만 아직 의뢰인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대박! 삼촌 난 찬성!! 그니까 유성님!이 위치랑 어디서 무얼 하는지 우리에게 다이렉트로 정보를 준다는
거자나?”
“난 콜!”
개업준비
***
심부름센터에 한유성의 신상 정보를 부탁한 의뢰인의 연락처를 유성에게 넘기며 심실장이 물었다.
“이걸로 되겠습니까?”
“당연히 부족하죠!”
- 네 알겠습니다. 한유성님!
“네? 그게 무슨....”
보기에도 불건전해 보이는 인상을 한 사내 3 명이 유성의 집주변에 불법 주차한 검은색 승용차 안에 있는 모습을
시작으로 가게 근처 편의점과 건물 안에서 찍힌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네 맞아요. 저들은 기업의 굳은 일들을 처리해 주고 살아가는 건달들입니다. 소위 기업형 조폭이라고 하죠?”
뿔테 안경의 설명을 들은 유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게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변변한 직장도 없는 유성이
기업과 척을 질 일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특별히 정해진 기업이 있지는 않고 그들에게 의뢰가 들어오면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무리들이에요. 그래서 이
바닥에서 썩 평판이 좋지는 않아요.”
“흠....그렇군요.”
“큼..큼...”
“네? 무슨 더 할 말씀이라도?”
뿔테 안경이 밝게 웃으며 의자를 뒤로 이동하자 유성의 시선도 자연히 뿔테 안경이 앉은 의자를 바라보았다. 뿔테
안경이 앉은 의자는 전동 휠체어였다.
“아....다리가 혹시 불편 하십니까?”
그렇게 유성은 밝은 성격의 뿔테 안경과 인사를 나누고 심부름센터와의 흥정을 끝낸 후 심 실장과 나 팀장의
배웅을 받으며 사무실에서 나왔다.
‘고니야 뿔테 안경 누나 다리 혹시 확인했어?’
-네 알겠습니다. 한유성님!
***
그렇게 고니와 장사에 필요한 식기류 및 식자재 그리고 고기 등의 식재료를 구입한 유성은 종이 박스에 모두
포장해 무기고에 보관했다.
그렇게 아빠 엄마에게 업무 보고(?)를 끝내고 가게를 향해 새끼고양이 고니를 안고 집을 나서는 유성에게 고니가
말을 걸었다.
‘으..응? 고니야! 근데 갑자기 어디선가 들리는 냥은 뭐냥? 그리고 거짓말 아니잖아! 너 나랑 같이 중고차
매매단지 갔었잖아! 그리고 너 전문가 맞잖아! 왜이래? 아마추어같이!’
알바 시간에 맞춰 새끼고양이 고니와 함께 가게로 출근한 유성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테이블 청소로 업무를
시작했다.
***
일요일 새벽은 다음날 월요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 손님이 조금 일찍 끊어지는 경향이 있다. 오늘도 여느
일요일처럼 손님이 일찍 끊어졌다.
[딸랑]
“야 알바! 여기 좋은 자리 2 개 안내해봐!”
-네 가능합니다.
“난 대전 격투 이런 거 좋아하는데 하하하!”
뒤에 형님이라 불리는 사람에게 말을 끝내고 유성에게 돌아선 덩치의 손바닥이 유성의 뒤통수를 향해 슬쩍
날아왔다.
“쉿! 잠시 조용! 고객님이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시기에 직접 교육 받으러 나가는 길인데 말입니다. 가시죠!
교육하러!”
유성은 그렇게 팔뚝 그림이 화려한 덩치가 흥분해 소리치려는 것을 검지를 갖다 대어 입을 막고 출입구 앞에서
거들먹거리던 덩치들을 데리고 밖으로 향했다.
OPEN
***
“헐...너 설마 지금 그 농담 진담이냐?”
‘OK! 나도 눈치 깠어!’
가게에서도 앞에 나섰던 덩치가 앞으로 뛰어나오며 유성에게 그림이 잔뜩 그려진 주먹을 휘둘렀다.
유성은 고니의 방어태세로 인해 자동으로 사용되는 동체시력과 민첩 스탯의 시너지 효과 때문인지 덩치의 주먹이
마치 느린 화면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긴장감이 1 도 없어진 때문인지 유성은 그 짧은 시간동안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신비를 경험했다.
-왼손을 이용한 방어와 관절 꺾기가 상대방의 균형을 무너트리기에 현재 효율적일 것으로 보여 추천합니다.
‘OK!’
지루함을 느끼다 고니와 생각을 교환한 유성은 날아오는 덩치의 오른손을 보며 몸을 오른쪽으로 살짝 틀어 주먹의
사정권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왼손으로 상대의 팔목을 훑어 손목을 움켜잡으며 바깥쪽 반시계방향으로 비틀어
버렸다.
[우드득...]
사람 팔에서 잘 나지 않는 소리가 들리고 고니의 상태를 확인해 주는 진단에 이어 덩치의 비명이 이어졌다.
“으....으아...악!...아...악! C8 아퍼!”
***
그런 유성의 곁에서 고니는 유성이 혹시 뭐 하나라도 잊을까 메모 기능까지 홀로그램으로 띄워주며 옆에서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유성의 생각과는 달리 지나는 사람들이 흘깃 흘깃 쳐다만 볼뿐 아직 유성의 수제 버거에 도전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스킬! 재료손질!”
[다다다다다....슥슥....다다다다]
-냐앙
유성의 목소리에 새끼고양이 고니가 대답하자 여자 손님들은 고양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우와! 완전 인형인데!”
조수석 뒤쪽에 자리한 계산대 얕은 유리 담 너머로 도도하게 까만색 조리복을 입고 앉아 있는 새끼고양이를 발견한
손님들이 비명 섞인 고함을 질렀다.
유성의 응원을 받은 고니는 여자 손님들의 비명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앞발을 움직여 메뉴 선택을 위한 태블릿
화면을 손님 쪽으로 빙글 돌려 주문을 독려했다.
-냐앙?
마치 ‘주문 안 하냥?’처럼 들리는 고니의 목소리에 여자 손님들은 그제야 태블릿화면으로 시선을 돌려 주문을
했다.
“...그...그러개? 헤헤”
그렇게 고니의 눈치를 받고 계산대에 비치된 태블릿에서 주문을 마친 여자 손님들은 셀프 결제까지 마치고 유성이
푸드 트럭 옆에 놓아 둔 간의 의자에 앉아 수제 버거가 완성 되기를 기다렸다.
‘땡큐! 고니! 시간 되면 한 번 더 신호 줘!
***
“뭐..푸드 트럭?”
[딸깍]
최 변호사와 통화를 끝내고 기분이 한결 좋아진 박정환이 휴대폰을 쏘아보며 문득 드는 생각에 혼잣말을 이었다.
“흠...내가 감시하라고 보낸 놈들은 왜 일주일 째 아무런 보고가 없지? 하여튼 알바자리 자체를 통체로
날려버리는 정도로 일 마무리하면 시환이도 만족 하겠지? 하하하! 벌써 지분이 쌓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군.”
[뚜!뚜! 뚜!뚜!......]
“헐....설마.....먹튀?”
그랬다. 정환이 직접 지시한 조폭들은 지난 일요일 밤을 시작으로 유성에게 모두 깨지고 자신들의 사무실까지
털려 혼쭐이 나서 정환에게 보고도 없이 유성을 감시하는 일에서 손을 때고 잠적한 상태였다.
***
첫 장사를 끝내고 정리를 하고 있는 유성의 머릿속으로 고니의 보고가 전해졌다.
-두 명의 배후가 있었습니다.
고니는 입수한 전화번호를 추적해 휴대폰을 해킹해서 정보를 빼내고 감청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하나하나 퍼즐
맞추듯 조합한 결과 사건의 전말을 파악 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정환이 자금을 동원해 캡슐 방이 위치한 건물을 매입해 유성의 삼촌이 있는 캡슐 방을 비우게
압박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삼촌이 입버릇처럼 내뱉던 ‘이제 장사 접을 때 되었다’라는 말이 사실은 자신 때문에 실제로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유성은 울컥했다.
‘당연하지! 하지만...먼저’
삼촌의 꿈
***
[딸랑]
“어서 오세요.”
“으..응?....응 삼촌”
식당으로 들어서자 평소보다 한 단계는 더 밝은 표정의 삼촌이 유성에게 생과일주스 한잔을 건네며 말했다.
“생각해 보니까 평소에 사장이라고 알바들 복지는 전혀 안 챙겨 줬던 거 같아서 사과의 의미를 담아 사장이 직접
믹서에 갈아 만든 100% 사과가 담긴 애플 주스 한잔 해!”
“진짜?!....(미안해 나 때문에)”
“사실 지난번부터 쭉 생각해 오던 건데... 이제 빈이도 올해부터 어린이집 가서 네 외숙모도 조금 여유도 찾았고
둘이서 작은 카페라도 하나 하면 이제 나도 외숙모랑 서로 얼굴 보면서 사람답게 살 수 있으니까...”
“으..응?”
그러다 외숙모를 만나고 빈이가 생겨 육아와 생계를 동시에 이어가기에 경제적으로 부족했던 영화 조연출을
그만두고 처가의 도움을 받아 캡슐 방을 열었다.
그때만 해도 캡슐에 대한 인기가 한 참 오르고 있어서 삼촌도 아주 잠깐 호황을 누리긴 했다. 하지만 이제 모두가
알다시피 캡슐에 대한 인기가 많이 빠진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건물주가 나타나 삼촌의 결정을 선택해 준 꼴이었다.
어쨌든 유성은 삼촌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탓이라 여겼던 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런 이유라니 조금은 다행이다. 난 또 혹시나...아무튼 난 삼촌에게 그동안 고마웠어. 삼촌! 내가 오랜만에
안마 좀 해줄게!”
갑자기 친절한 유성을 보며 어리둥절해 하는 삼촌에게 다가간 한유성은 어깨랑 팔에 뭉친 근육들을 ‘물리 치료’
스킬을 사용해 풀어주었다.
그렇게 유성의 외삼촌은 새로운 건물주 때문에 생긴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 할 수 있었다.
***
-네 한유성님의견에 긍정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회사원들이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가능하리라 판단이 됩니다.
노점에 대한 경험이 없어 허둥거리던 유성은 곧 토요일은 휴무인 회사들이 많음을 깨닫고 다시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그렇게 고니로부터 정보를 전해들은 유성은 다시 푸드 트럭 물건을 정리하고 이동해 토요일 점심시간이 되기 전
송정해수욕장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다행히 아직은 본격적인 해수욕 철이 아니기도 하고 유성의 판매 메뉴도 주위 상점들과 겹치지 않아 그런지 목
좋은 자리가 아니면 자리싸움이 심하지는 않았다.
유성도 그 줄지어 선 차량들 사이에 일요일인 오늘도 자리 하나를 잡고 장사를 위해 윙바디를 열어 올렸다. 고작
하루밖에 안 되는 경험이지만 어제보다 훨씬 노련한 손놀림을 보이는 유성이었다.
‘OK! 접수 완료!’
“헛...”
“대박!”
***
“그게 무슨 말인가?”
“그게 말입니다. 국대급 실력의 골키퍼가 ‘진짜 사나이’에 접속했었던 거 같습니다. 저도 보고를 듣고 당시
녹화된 영상을 돌려 확인해 봤지 말입니다.”
***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는 태혁에게 골키퍼 자리에 위치한 유성이 말했다.
“왜 욕이라도 해줘?”
그렇게 이번 접속에서 포지션 변경이 가능해진 한유성은 같은 편인 나태혁과 즐기기 위해 골키퍼를 선택했다.
[60 초]
[59 초]
[58 초]
[0 초]
[삐익!!]
“형!....거기 우리 편이야!...”
동체시력과 힘 민첩 체력이 바탕이 된 유성은 자신이 지키는 골문 안으로 한 골도 들어가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성이 골을 막을 때 마다 사이버중대의 ‘메시’로 불리는 김성권 병장의 고함 소리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렇게 거미손 유성이 골문을 지키다 길게 걷어 올려준 골킥으로 역습에 성공해 태혁과 유성은 전반전을 승리로
마무리 했다.
마지막 알바
***
외삼촌은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외숙모와 의논한 끝에 가게를 바로 처분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외숙모도 외삼촌의 마지막 도전을 응원하기로 한 모양이다.
“그럼 내가 뭐 하면 돼?”
고니의 예상대로 유성이 장사 자리로 선택한 곳은 역에서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고니와
유성이 미처 생각 못한 부분이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유성에게 조리시간을 물어본 손님은 옆에서 김밥을 판매하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할머니 김밥 한 줄만 주세요!”
약속한 시간에 삼촌의 가게에 도착해 캡슐 방 집기 처리를 위해 방문한 업자들에게 문을 열어주고 매입 가격을
책정할 때 불편하지 않게 조금 뒤에 서서 지켜보았다.
자연스럽게 견적서를 살펴보던 유성은 자신의 생각보다 처분되는 집기들의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
[어 유성아! ]
유성은 손님 하나 없는 가게를 둘러보며 그동안 자신이 근무했던 삼촌의 가게가 이렇게 한순간에 문을 닫는 다는
사실에 가슴 한쪽이 허전해 짐을 느끼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도록 무엇보다 먼저 힘을
길러야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다녀왔습니다.”
거실에 불이 켜진 걸 확인한 유성이 인사하며 집으로 들어서자 거실에 있던 가족들이 모두 퇴근한 유성을 반겼다.
“큼...유성이 왔니?”
“하..하..하.....삼촌...내가....꼭....”
***
유성의 걱정 때문인지 다행히 외삼촌은 얼마 안 있어 집근처 조그만 카페를 구했고 바로 리모델링에 들어갔다고
엄마에게 전해 들었다.
그리고 요즘은 영화계 조연출로 다시 복귀하게 되어 스텝들과 배우 캐스팅을 위한 오디션 등으로 바쁘다고 했다.
평일에는 출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맞추어 미리 만들어 둔 햄버거와 핫도그를 고니의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판매하고 퇴근 시간과 저녁에는 학원가와 주택가 근처로 이동해서 저녁 장사를 이어 갔다.
정차한 차량 운전석에서 사람이 내려 트렁크로 향했고, 조수석에서 내린 사람이 유성의 푸드 트럭으로 다가와
얘기를 건넸다.
“하하 그동안 잘 지냈습니까? 오랜만에 주말 나들이 겸해서 왔다가 우연히 한유성씨가 여기 장사하고 있다기에
전해드릴 말씀도 있고 해서 찾아 왔습니다.”
-한유성님 저희가 집에서 출발 할 때부터 드론은 지속적으로 저희를 추적해서 촬영해 온 것으로 확인 됩니다.
우연한 만남은 아닌 것으로 추정 됩니다.
‘응 드론은 나도 알고 있어. 의례 사람들은 그냥 저렇게 말하는 거야.’
유성이 계산대에 앉아 있는 고니를 가리키자 고니가 앞발을 움직여 태블릿 화면을 심실장이 볼 수 있도록 회전시켜
주었다.
-냥!
나 팀장이 휠체어를 밀어주며 나타난 뿔테 안경이 유성에게 인사했고 나 팀장은 유성과 서로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다.
“전...그..냥...”
“큼.....아...네...”
“쩝..쩝...컥..케엑....물....물..”
“그렇게...사진 폴더에서 경호로 나설 직원들 사진을 넘기다 그만 유성씨 사진을 본 그 학생이 바로 지명을
해버려서... 죄송합니다.”
병원비 만들기
***
국방부 지하 벙커에 위치한 통제실에 앉아 멍하니 전방의 ‘삼족오’의 메인 저장소를 바라보는 눈빛이 있다.
그는 지난 한 주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네 중대장님!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명령을 들은 소대장은
가상현실 서비스에서도 기존 인터넷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특정 시스템에 접속하기 위해 본인임을 알리고
등록하면서 남는 기록으로 누가, 언제, 어떻게 시스템에 접근해 무엇을 했는지가 ‘삼족오’에 자동 저장되는
전산 운영 정보를 로그 기록이라 칭했다.
그렇게 서버 증축한 일요일 새벽부터 토요일까지 모든 로그기록을 검색해 수요일 병영축구에서 골키퍼로 활약한
접속자를 찾으려 했지만 여전히 삼족오의 대답은
라는 같은 말만 반복했다.
“그럴 리가..없는데...”
삼족오가 그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대부분 국방부에 명령이나 지시에 호의적이며
결정적으로 ‘삼족오’는 프로그램 자체가 거짓된 보고를 할 수 없었다.
삼족오의 보고는 다시 말해 5 월 7 일 수요일 동영상 속의 골키퍼로 활동한 체험병이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동영상은 존재하지만 실체는 없다는 말인가? 도대체 병영 축구 골키퍼 체험병 넌 누구냐?! 정말 사이버
귀신이니?!’
사실 이는 당연했다.
그리고 점검이 끝나 5 월 4 일 새벽에 다시 로그인 한 기록은 있지만 가동율 99.9% 효과 적용으로 유성은 여전히
시스템에 접속 중인 상태였다. 그래서 유성의 두 번째 로그 기록은 아직 기록되지 않은 상태였다.
***
“네....실장님.”
“한 번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이게 뭐죠?”
“보신 그대로 고객에 대한 간단한 신상과 그리고 경호원으로 해야 할 내용이 적힌 일종의 설명서 같은 거죠!”
“핑크에게 전해들은 얘기로는 아람이가 중학교 1 학년 겨울방학 때 학원을 마치고 아빠가 운전하던 승용차
조수석에 앉아 집으로 귀가 중에 일어났었다고 하더군요.”
“아 저런..”
“낮에 갑자기 내린 눈이 해가지며 떨어진 온도에 도로가 얼어버려 빙판길이 되었고, 하필 빙판길에 미끄러진
트럭이 향하던 방향에 김아람 학생의 아빠가 모는 승용차가 달려오고 있었답니다.”
“설마...”
“아..크..읔.....훌...쩍....”
“그리고 그 이후 아람은 승용차 안에서 극도로 불안감을 느껴 5 분이상의 탑승은 거의 힘들다고 합니다.”
“사실 아람이는 사고에서 이제는 많이 벗어난 상태에요. 하지만 유독 승용차에 탑승하는 건 아직 힘들어 해요.
그래서 쉽게 말하면 유성씨가 여름방학까지 아람이 학교 등하교 시켜주면 되요. 일종의 매니저처럼 앞으로 아람이
잘 부탁드려요 유성씨!”
잠시 후 조금 떨어진 주차장에 미니버스가 주차했고 버스의 앞문에서 화장을 찐하게 한 여성 한명이 내려 유성의
푸드 트럭을 향해 다가왔다.
“네...그럼 여긴...왜?”
“누...구...시죠?”
‘컥....방금까지 듣기로는...어딘지...우울하고...조용하고...’
‘아!...’
하지만 그렇게 고용한 경호원들 모두 아람의 사춘기에 재물이 되어 두 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모두 그만 두었다.
뿔테 안경은 대화 도중 노트북에 떠있는 드론을 통해 촬영된 유성의 얼굴을 아람에게 우연히(?) 노출하게 되었고,
이를 본 아람이 직접 경호원으로 한유성을 지목해 의뢰한 케이스였다.
***
-Episode
“어 그럼 지금 우리 맡고 있는 큰 건은 없어?”
삼촌의 엄살 아닌 엄살에 뿔테 안경이 책상위의 드론과 노트북을 챙기고 전동 휠체어를 움직이며 심 실장에게
말했다.
“에휴...알았어. 삼촌! 내가 병원비 만들러 병원 갔다 올게...잠깐 기다려봐.”
샴푸향
***
한 예로 메뉴를 읽어보다 얼핏 유성의 손이 미끄러져 잘못 들어간 화생방 체험에서 유성은 높은 가동율 때문인지
주위 다른 체험 병들에 비해 옆에서 지켜보면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무슨 화생방전에 노출되어 거의 죽어
가는듯한 모습으로 겨우 화생방 훈련을 체험하고 나올 수 있었다.
유성이 특별히 훈련을 잘 수행한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경험치 특전 때문인지 보상으로 방독면과 CS 탄
일명 최루탄을 받기도 했다. 유성은 이를 당장 어디다 써야 할지 몰라 일단 무기고 한쪽에 잘 넣어 두었다.
그리고 처음 접속에서 경험했던 병영 식당을 다시 체험하고 나서는 보상으로 전투식량을 획득했다. 먹는 음식을
무기고에 방치해 두기는 찝찝해서 왕진가방을 소환해 그 안에 따로 보관해 두었다.
이렇게 가끔은 경험치나 스킬이 아닌 아이템을 보상으로 챙겨 주기도 했다. 물론 가끔은 아무런 보상도 없이
접속에서 내릴 수도 있었다.
***
[응 유성 오빠! 벌써 도착했어? ]
아직 한 번 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응...”
[위이이잉]
차량을 방문자 주차장에 주차하고 본관을 지나 별관이라 붙은 안내판을 확인한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서면서부터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건물의 규모에 유성은 벌써 압도당해버렸다.
[스...팟!]
갑자기 고니가 자동으로 사용한 주변 정찰로 인해 유성의 눈앞으로 들어선 건물의 내부의 모습까지 홀로그램으로
펼쳐졌다.
“응?...아람인가?”
[쏴아......]
소리까지 들리며 확대되어 유성의 눈앞에 떠오른 파란색 홀로그램 외형만으로도 그것이 아람의 샤워중인 모습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유성님! 현재 갑자기 심박동수가 증가하고 혈류량이 갑자기 한곳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정면에 보이는 소파에
앉아 안정을 취할 것을 추천합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한유성님! 현재....
홀로그램을 멍하게 쳐다보다 고니의 얘기에 정신을 차린 유성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에 손 부채질을 하며 고니에게
홀로그램 해제를 명령했다.
곧 유성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유성의 앞으로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중년의 깐깐한 선생님을 연상하게 하는
인상의 여성이 다가와 인사했다.
“아...네 그렇겠죠.”
“오늘은 아무 얘기가 없어서...식사 전이면 간단하게 토스트 정도는 준비해 드릴게요. 이쪽으로 오시죠?
식당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아...네...감사합니다.”
“아 이모 나 먹으라고 아저씨가 준비한 토스트 오빠한테 준거지? 히히 내가 남기면 아저씨 맘 상할까봐?! ㅋㅋㅋ.
이모 난 사과 주스! 학교 갔다 올게.”
학교로 가는 차안에서 가슴에 고니를 안고 연신 귀엽다고 깔깔거리던 아람이 유성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빠 나 담배 한 대만 필게...”
“응 안 돼! 내 차는 금연이야!”
“이차 음식 만들어 파는 차거든! 담배 냄새 베이면 손님들이 싫어해! 그리고 꼰대라고 들은 김에 한마디 할게.
너 놀러가는 거도 아니고 학교 가는 길에 얼굴에 그게 뭐니? 숟가락으로 긁으면 한 숟갈은 충분히 나오겠다.
아침에 샤워하고 머릴 말릴 시간도 부족할 건데 밥 먹고 화장까지 하려면 새벽부터 일어나도 시간이 부족하겠다.”
“아침에 샤워 안 해도 되거든!”
“넌 샤워 하드만!”
“내가 언제!”
“방금!”
***
일요일 장사를 끝내고 집에 돌아온 유성은 내일 월요일 아침부터 시작될 경호 의뢰가 사실 걱정이 되었다.
곧이어 삼촌이 선물해 유성의 방에 설치된 캡슐에 탑승한 유성이 곧 국방부 가상현실 프로그램으로 접속했다.
“부사관 메뉴”
[띠링! ]
[1. 육군 부사관 ]
[2. 해군 부사관 ]
[3. 공군 부사관 ]
[4. 해병대 ]
[띠링! ]
[헌병을 선택하셨습니다. ]
[스.....팟]
[띠링! ]
[에에에엥! 에에에엥! ]
총도 검은색 K-1 소총뿐만 아니라 권총까지 착용하고 있어 단독 군장의 무게만도 무려 22Kg 을 넘어서고 있었다.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 수영선수권 대회로 참여한 여러 나라 선수들을 인질로 테러범들이 실내수영장에서 국제적인
인질극을 벌이며 협상을 제안하고 있다.
고니에게 투덜거린 유성은 주위를 확인했다. 검은색 흑복으로 무장한 특임대원들이 모두 오와 열을 맞춰 자신의
앞으로 대기 중인 모터사이클 옆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띠링! ]
“이동한다! 탑승!”
특임대장의 구호로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모터사이클 후미로 탑승했다. 유성도 레드 카펫을 따라 신속하게
오토바이에 올랐다.
사이렌을 울리며 신속하게 도로를 달려가던 헌병 기동대 모터사이클 한 대가 교차로를 만나자 멈춰서며 교통
신호등을 통제했다.
‘으....아......으....’
도착한 작전지역에는 119 구급차와 소방차뿐 아니라 경찰차 등 여러 기관에서도 먼저 출동해 있었다.
유성이 공군 의무랑 착각해 접속했던 공군 구조 메뉴에서 획득했던 스킬 ‘방벽 등반’이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띠링! ]
***
다시 월요일 아침.
유성이 창문을 내리고 입구 게이트에 설치된 스피커에 대고 방문 목적을 말하기도 전에 스피커를 통해 짜증이 섞인
경비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큼....큼....그래...이럴 수도 있지...”
그렇게 아람이 건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본 유성이 차를 돌려 다시 학교를 빠져 나가려고 할 때 전화가 울렸다.
“왜 뭐 두고 간 거 있니?”
자연스레 방금 내린 아람이 뭘 두고 갔다고 생각해 조수석을 둘러보던 유성에게 중간고사 시험기간이라고 한동안
조용하던 이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지금 뭐해?]
***
실내 수영장 3 층으로 진입한 특임대 대원들은 모두 두 조로 나뉘어 양쪽에서 진입하는 작전을 실시했다.
유성은 이번 작전을 위해 ‘병영 축구’ 5 레벨 달성 기념으로 획득해 왕진가방에 보관해 두었던 호루라기를 꺼내
들었다.
-네 한유성님! 지금 스킬 고공 침투 사용합니다.
‘OK!’
“삑!!!!!!”
[띠링! ]
[쿨 타임이 6 일 23 시간 59 분 남았습니다. ]
요인 경호
***
“사장님! 양파 좀 보여 주세요!”
[위이이이잉..]
“네 삼촌 고마워요!”
젊은 사장의 투덜거림이 쉽게 끝을 보이지 않자 유성은 중간에 끼어들어 말을 자르며 재빠르게 인사를 하고 계산을
마무리했다.
“이모! 감자 Kg 당 얼마해요?”
그렇게 유성은 구입한 재료를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트럭으로 옮기는 척하며 무기고로 옮겼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생각에 유성은 고니에게 질문했다.
“고니야! 근데 무기고 안 아이스박스에 재료를 넣어 보관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함이 줄어드는 느낌인데...
무기고 안의 시간과 현실시간의 차이가 재료에도 적용되는 거야?”
-그렇지 않습니다. 한유성님. 무기고의 시간 흐름은 가동율의 영향을 받는 한유성님에게만 현실의 10 배정도
느리게 적용 됩니다.
-네 그렇습니다. 한유성님.
***
학교 주변에 도착한 유성은 아침과는 달리 학교 밖에 트럭을 주차하고 운전석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누워 아람을
기다렸다.
“응 그놈 맞아! 사용해!”
[스......팟]
유성이 박시환에게 사용한 ‘요인 경호’ 스킬은 요인으로 지정한 대상의 주위에서 일어날 위험으로부터 스킬
시전자가 원거리에 있어도 방어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유성은 지난밤에 스킬을 획득하고 설명을 들었지만, 지금은 약간 다른 의도로 사용해 볼 생각으로 사용한
스킬이기에 고니에게 다시 물었다.
-네 한유성님! ‘요인 경호’ 스킬은 지정된 요인 1 인의 상태를 언제든 홀로그램 상태로 확인 할 수 있으며,
만약에 지정된 요인에게 벌어질 물리적 위험을 인지하면 유성님께서도 요인의 주변에서 홀로그램 상태로 개입해
방어가 가능합니다.ㅁ
-이론적으로는 한유성님이 임의로 개입할 수는 없습니다. 한유성님이 위험을 인지했을 때만 물리력 행사가
가능합니다.
유성은 아침에 아람에게 ‘요인 경호’스킬을 걸어둘 생각 이었으나 의도치 않게 아람의 샤워하는 홀로그램을
목격한 후 스킬 사용을 자제했던 것이다.
이렇듯 ‘요인 경호’ 스킬은 대상에 따라 경호도 될 수 있지만 사용 의도에 따라 그 반대도 될 수 있었다.
***
“야! 김아람 나 오늘 사실 엄청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그런데 네가 정해서 담탱이 책상에 올려놓고 가주라?
응?!”
“네가 반장이잖아!”
“너도 부반장이잖아!”
“오늘만!”
“한번만!”
「어 그래 수고하고 담에 봐!」
-네 한유성님 ‘요인 경호’로 연결된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결과 해운대 해변에 위치한 XX 호텔로 확인 됩니다.
유성은 원래 빠르게 정리(?)를 마치고 아람의 하교를 도울 생각이었으나 본의 아니게 늦어진다는 아람의 연락을
받고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화면을 확대 해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
오늘은 시환의 생일파티를 위해 정환이 빌려 준 해운대 호텔 스위트룸에 학교를 마치고 도착했다. 들어선 호텔의
거실 테이블 위에는 룸서비스를 통해 술과 안주 그리고 케이크가 미리 준비 되어 있었고 한쪽에는 선물로 보이는
포장이 꽃다발과 함께 놓여 있었다.
[따르릉 따르릉 ]
“어 형! 선물 잘 받았어!”
[걱정 마! 딸깍! ]
전화를 끊은 시환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찾다가 못 찾아서 벌써부터 홀짝이며
술을 마시고 있던 맞은 편 친구에게 라이터를 부탁했다.
[칫...칙 화르륵!!]
[쿠당탕! ]
갑자기 시환에게 향하던 지포라이터가 누군가가 쳐낸 것 마냥 테이블에 떨어지고 튕겨서 바닥에 나뒹굴었다.
“......”
“......”
***
그리고 생각보다 아람의 하교가 늦어지는 바람에 학원가에서 하던 저녁 장사는 하루 쉬기로 했다.
“음...나쁘진 않을 것 같네 콜!..”
그렇게 유성은 학교를 벗어나 아람의 집인 아람아트홀 입구에 도착해 외부주차장으로 향했다.
“아니”
“아 그럼 셰프 아저씨?”
“아니”
“아니. 내차야.”
“힘든 기억? 아닌데? 그 때 사고 핑계로 학원도 일주일 동안 안가고 얼마나 편했는데 뭘...크크.”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유성은 자신이 알고 있던 내용과 사실이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고 느꼈다.
유성은 이제 핑크가 해준 얘기가 허구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로 아람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그제야 유성의 질문을 이해한 듯 조금은 표정이 어두워진 아람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홀어머니 밑에서 홀로 컸다는 아람의 말을 들은 유성은 저도 모르게 이마에 주름을 지은 채 아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그랬구나.”
“아!....미안..”
의외로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는 아람을 바라보며 유성은 한 층 밝아진 표정으로 아람을 응원했다.
유성은 고니와의 의견을 주고받고 아람에게 신경안정제와 치료 스킬을 동시에 사용해 보기로 결정한 후 일단 저녁
식사를 위해 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
한편 자신의 생일파티를 시작도 하기 전에 곤욕을 치른 시환은 호텔로 소방차와 구급차가 출동하는 큰 소동을 겪고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동해 검진을 받은 후에 친구들과 각자 집으로 귀가할 수 있었다.
“죄...죄송합니다. 아버지...”
“지금 죄송하다고 해서 넘어갈 일이니? 조용히 지내라고 내 그렇게 일렀건만...그리고 큰 놈 너도! 호텔에서
고등학생신분인 동생에게 룸서비스로 술하고 안주를 주문해 준게 형으로써 할 일이니?”
“큭...죄송합니다. 아버지.”
“잘한다. 술 퍼먹고 놀다가 담뱃불이 카펫에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해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고 호텔 객실 손님들
전부 대피하고 난리가 아니었다고?”
“죄송합니다...아버지..흑..흑..”
그제야 작은 일이 아님을 인지한 시환이 밀려드는 두려움에 눈물을 흘렸고, 정환은 자신의 호의를 이렇게 큰일을
터트려 자신에게 불똥이 튀게 만든 시환이 어이없고 밉기만 했다.
“시환이 넌 도대체...어휴...”
“흑....큭....아...아버지...그...말씀은?”
“그래 최 변한테 얘기해 놨다. 한 1~2 년 미국에서 공부하다 들어와. 내일 당장 수속해서 떠나! 기자들
몰려들기 전에!”
“아...아버지....흐....흑...잘못했어요...”
그랬다. 사실 아람을 기다리며 시환을 지켜보던 유성은 불이난 걸 홀로그램으로 확인 뒤 119 에 신고를 했고,
고니에게 영남유업 아들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 뿌리도록 지시했다.
그렇게 영남유업 두 명의 아들은 유성의 공작으로 당분간 한국을 떠나게 되었다.
***
맛있는 저녁을 대접받은 유성은 셰프 아저씨와 최 관장 아줌마에게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려 건물을 나섰다.
두 분에게 인사하는 동안에 어느새 외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온 아람을 확인한 유성은 아까 괜한 부탁을 한 것
같은 생각에 아람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아니! 어차피 소화도 시켜야 해서 지금 안자! 아..마..도 잠깐 드라이브는 괜찮을 거야..한 5 분정도는 헤...
헤...”
“으...써....”
“으...응...헤헤...”
[우....웅.......]
청심환
***
“응?...응! 왜? 몸 어디 불편해?”
“..으...응?...우와!”
“어때?”
아람의 설명을 들은 유성은 그녀가 이런 정보는 어떻게 알고 있는지 신기한 생각에 다시 한 번 아람을 바라보았다.
“설마...남친 이랑 와 본거야?”
조금은 어두워진 듯한 아람의 표정을 느낀 유성은 멀리 트럭의 불빛을 발견하고 대화 주제를 바꿨다.
아람이 시킨 데로 그렇게 유성은 컵라면에 핫바를 조각내어 넣어 먹고 나서 아람이 추천하는 황령산의 야경 포인트
몇 군데 더 들른 후에 조금 더 깊이 안쪽으로 들어가니 전망대 주차장에 도착했다.
황령산 야경 가이드 아람의 말로는 전망대 위에서 바라보는 부산시내 야경은 지금 과는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라 말했다.
고니를 넘겨받은 유성은 아람의 체력을 생각해 천천히 보조를 맞추어 주며 걸었다.
“엄마의 연애 얘기?”
“응 그럴 만하네.”
그렇게 서로에게 고맙단 얘기를 하며 야경을 내려다보던 두 사람의 시야에 전망대 유리판에 LED 불빛으로 떠오른
날짜와 시간이 들어왔다.
“응...아마 아람이 네가 그렇게 믿으면 그렇게 될 거야. 오늘은 일단 이약 하나만 더 먹어보고 푹 자는 걸로!”
치료 스킬을 사용하면서 살펴보니 처음과는 다르게 아람의 머리에 붉은빛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응 유성오빠 잘 가!”
그렇게 인사가 끝나고 나서야 고니와 유성은 집으로 돌아오는 푸드 트럭에 몸을 실었다.
-수제 버거와 핫도그를 연인들이 차안에서 데이트 하며 먹기에는 다소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불편한 것으로 분석
되어 추천하지 않습니다.
“어...그...그래.”
:
:
유성은 다음날인 화요일 저녁에도 왕진가방 속에 넣어둔 신경안정제를 사용해 아람을 치료했다.
그리고 치료 확인을 위해 학교 등굣길에는 유성의 차량이 아닌 아람의 승용차를 금요일까지 꾸준히 이용했다.
***
삼촌은 우려와는 달리 캐스팅도 잘 마무리 되었고 주중에 투자사와 감독과 스텝들이 만나 마지막 조율만 끝나면
다음 주부터 영화 촬영이 바로 시작 된다고 했다.
유성은 오랜만에 삼촌도 만날 겸 배우도 구경할 겸 해서 근처에 도착해서 푸드 트럭 장사를 하기로 얘기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유성은 일요일 영화촬영지에서 장사하기 위해 주중에 틈틈이 무기고에 들어가 새로운 음식을 준비했다.
무기고 안에서의 시간은 유성이외에는 적용되지 않아서 그런지 무기고에 들어간 음식은 안에서 조리를 하지 않으면
그 상태로 유지가 되었다.
그랬다. 유성이 운전병 체험 5 레벨 달성으로 받은 보상은 바로 자동차 디지털 업그레이드 키트였다. 아날로그
차량에 사용해서 디지털 차량으로 바꾸어주는 키트였다.
***
Episode
“아냐 오빠가 준 청심환이랑 또 무엇보다 오빠가 월요일부터 꾸준히 해준 두피 마사지 때문이 확실해! 맞어!
오빠한테 두피 마사지 받을 때면 기분이 나른해지는 게 정말 뭔가 낳아간다는 기분이 들었어. 그 때부터 괜찮았던
거 같아. 정말 고마워 오빠!”
김치찌개
***
새로 생긴 오토드라이브 기능으로 편하게 남해에 위치한 동창선 초등학교 앞에 도착한 유성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제법 큰 규모의 학교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컥....세..세 명?”
이른 시간이라 삼촌에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연락하기로 결정한 유성은 처음 생각했던 대로 거창하게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어차피 남으면 무기고에 보관하면 되니까! 일단 크루아상이랑 스콘부터 만들어 볼까? 빵 굽는 동안 아침으로
간단하게 먹을 김치찌개랑 밥해서 먹음 되겠다. 고니야! 무기고에서 빵 반죽해 둔 거랑 재료들 냉장고로
옮겨줘.”
-네 알겠습니다. 한유성님!
무기고에서 꺼낸 재료들을 바라보던 유성은 평소에 바쁜 상황에 항상 고니에게 위임해서 사용하던 스킬을 오랜만에
생긴 여유로움에 직접 사용했다.
[띠링! ]
[시스템에 등록 되어 있지 않은 스킬입니다. ]
갑자기 생긴 자신감에 유성은 강력분과 중력분을 볼에 담고 설탕과 소금 그리고 이스트를 섞어준 유성은 따뜻한
물을 적당하게 부어 반죽이 적당해 질 때까지 치댔다.
“룰루 룰루...”
유성은 자신도 모르게 계량컵을 사용하지 않고도 마치 전문가의 손길인양 재료가 적절하게 배합이 되었고 반죽이
완성되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유성의 손이 반죽과 놀아주자 탱글탱글 탄력을 유지하며 쫀득쫀득한 느낌의 반죽이 완성되었다.
“햐....반죽 냄새...죽이는데...”
“OK!”
-네 알겠습니다. 한유성님!
“스킬! 재료손질!”
“스킬! 불 조절!”
“스킬! 재료 손질!”
그리고 이제는 누가 봐도 완숙한 칼질로 김치찌개 재료를 손질한 유성은 쌀뜨물 속으로 재료를 하나씩 채워갔다.
유성은 삭막하게 차안에서 아침을 먹기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아침 풍경의 학교 안 벤치에 앉아 먹기로
결정하고 쟁반에 아침상을 담아 이동했다.
“앙 쩝! 크루아....상!!”
“저기...빵...혹시 판매 하나요?”
“누...구세요?”
“음...운동장에서 조깅하다가..버터 향이 풍기기에....”
-냥!
[와그작 아그작...와그작...아그작... ]
벤치 한쪽에서 크루아상과 우유의 맛에 빠져 있던 아저씨가 어느새 유성의 곁으로 다가와 김치찌개를 바라보고
있었다.
***
“형이 어제 좀 달리긴 했지. 여기 시골이라 이 시간에 나가서 사먹기도 좀 그런데 아침에 해장으로 라면이나
끓일까?”
형이라 불리던 사내가 씻으러 교실을 나간 뒤 환기 시키려고 창문을 연 사내가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코를 벌름
거렸다!
“헐....유...유성아!...츄...릅....”
레펠 스타
***
-냥! 꾹...꾹...이!
“츄...릅....쩝...쩝....꿀꺽!”
“후르륵! 쩌....업...짜....압..쪼.....릅....김...치...찌.....개.....맛있네...후릅...”
“쩝....쩝....쓰...읍....달...그라..악....바..닥....바...닥...”
“끄어..억..하! 이제 좀 살 것 같네.”
“음...더할 나위 없이 좋지!”
감독님의 대답을 들은 유성은 커피를 내리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했고, 남은 일행은 오늘 스케줄에 대해 대화를
이어갔다.
“네! 대표님!”
“음...정 대표 낚시 좀 하나?”
예전에 영화판에 발을 담그긴 했다지만 어쨌든 낙하산인 유성의 삼촌을 반기지 않는 게 일반적인 경우였고 봉
감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유성의 삼촌은 김치찌개 정도야 김치가 맛을 좌우하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뒤늦게 합류한 덕분에
크루아상은 남아있지 않아 먹어 볼 기회가 없었다.
생각도 못한 유성의 크루아상 때문에 빵 덕후로 알려진 봉 감독에게 삼촌은 점수를 더 따고 있었다.
그렇게 아침을 해결한 일행은 영화가 시작되기 하루 전 마지막 여유를 즐기기 위해 낚시를 하러 근처 갯바위로
이동했다.
혹시나 고급 제빵처럼 스킬이 조합이 될까 하는 마음에 절벽에 올라 두 가지 스킬을 동시에 사용해 보았다.
“......꽝인가?”
기대와는 달리 이번 스킬은 조합이 되지 않았다.
유성은 레펠을 이용해 후방레펠 방법으로 내려오다 중간에 급정거상태에서 몸을 돌려 전방레펠로 바꾸어 마무리
해보았다.
“흠 이제 슬슬 점심 준비하러 가볼까?”
냉장고 안에서 재료를 하나씩 꺼내어 준비를 해둔 유성은 요리를 위해 다시 스킬을 사용했다.
유성은 달걀을 흰자와 따로 분리한 노른자를 볼에 옮겨 풀어주고 설탕과 중력분 밀가루를 차례로 섞어 주었다.
***
“아람아 정말 괜찮아?”
아람의 갑작스런 드라이브 요청에 부산 근교로 차를 몰고 나오긴 했지만 아직도 아람의 엄마는 얼떨떨하기만 했다.
“응! 유성 오빠 부모님이 중국여행 갔다가 사오고 마지막 남은 청심환 이라고 했는데...내가 다 먹어 버려서
이제 구하기 힘들데...”
오늘 따라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서도 컨디션 하나 나빠지지 않는 아람의 얼굴을 보며 김 화가는 환희와 걱정을
계속 느꼈다.
“알았어..엄마...”
“그래? 유성군이 뭘 좋아하는데? 검사해보고 결과가 좋으면 나도 그냥 이렇게 넘어갈 순 없지. 그건 경우가
아니지.”
김 화가는 아람의 말에 운전하며 귀를 기울였다.
“......”
아직 이렇게 세상 물정에 어둡고 순진하기만 한 아람을 바라보며 아람의 엄마는 아직 말로만 전해들은 유성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
-Episode
경비업체 ‘캅스’의 일요일 당직이라 투덜대며 자신의 담당 경비 구역 감시카메라를 돌아보던 차 대리는 동창선
초등학교에 새로 설치된 감시카메라에 비친 영상을 확인하던 차에 놀라운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차 대리가 직접 촬영한 듯 편집된 유성의 레펠 영상은 조용히 ‘너튜브’에 ‘레펠 스타 이건 봐야해!’
라는 제목으로 업로드 되었다.
맛 집
***
유성은 봉 감독 일행과 아침 식사 후 수돗가 근처로 차량을 이동해 전기와 식수를 공급받기 쉽게 학교 안으로
푸드 트럭 진입 허락을 미리 맡아 두었다.
근처 갯바위에서 낚시를 끝내고 돌아온 삼촌 일행은 수돗가 옆에 세워진 푸드 트럭에서 여전히 음식을 만들고 있는
유성에게 다가와 아이스박스에 담긴 수확물을 내밀었다.
“하하 그럼 부탁하겠네.”
“음...그럼 얘네 들 조리 방법 좀 알려 줄래?”
“스킬 재료손질!”
재료손질 스킬을 사용한 유성은 고니가 띄워준 홀로그램 동영상을 참고해 빠르고 정확하게 볼락은 지느러미를
자르고 굽기 좋게 칼집을 내고 도다리는 두 마리 각각 세 등분 해두어 냄비에 넣고 끓이기 편한 상태로 손질해
두었다.
주변 정찰 스킬을 사용해 고니가 깔아준 레드카펫 표시를 따라 이동한 유성은 무릎만큼 자란 쑥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고 고니의 조언에 따라 높게 자란 쑥의 부드러운 윗부분만 톡톡 꺾어 채취했다.
“자...많이 기다리셨죠?”
“그러게 캬...이거 도다리 쑥국 비쥬얼은 제대 론데? 유성아 차안에 국거리 재료가 있었어?”
“우걱...우걱...뜨...거....우걱..허..겁...지 겁...뜨...거...쩝...쩝....”
봉 감독이 남들에 비해 후각이 발달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볼락 구이에서 풍기는 냄새가 심상치 않음을 미리 눈치
채고 도다리 쑥국 보다 볼락 구이를 먼저 선택한 것이다.
“허...감독님 벌써 시작 하셨네..”
“나도....그럼...먹어 볼락..우걱...뜨겁...크....으....쩝..우걱...”
“한 셰프 정말 잘 먹었네!”
“유성아 잘 먹었어!”
이어서 디저트로 나온 에그타르트에서 정 대표와 삼촌은 봉 감독이 유성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유성은 그렇게 점심 식사가 끝나고 난 후 주변 정리와 설거지를 시작했고 삼촌 일행은 오후에 있을 고사 준비를
위해 하나 둘씩 모이는 스탭들을 맞이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스탭들과 배우들이 모두 참석해 고사를 지내는 동안 유성도 한켠에서 같이 구경도 할 수
있었다. 고사가 끝날 무렵에는 봉 감독의 소개로 배우들과 스탭들에게 유성은 인사 할 수 있었다.
성이 조씨인 유성의 외삼촌은 원래 조 조감독이 맞지만 스탭들은 그냥 조 감독이라 통일해 부르고 있었다.
핸섬한 얼굴과 다부진 몸을 가진 한유성은 고사를 지내는 동안 조리복을 벗고 체크무늬 남방과 슬랙스만 입고
있었지만, 풀어진 단추 사이와 말아 올린 소매 밑으로 드러난 힘줄과 근육은 확연히 여성 스탭들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무기가 되었다.
유성의 푸드 트럭을 다녀간 스태프들 중에는 에그타르트만 처음 받아갔다가 다시 수제 버거와 핫도그를 맛보기
위해 돌아오는 진풍경이 벌어져 유성의 푸드 트럭 줄은 쉽사리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오늘 새로 만들어 준비한 음식을 모두 처리한 유성은 일요일 저녁 장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고
스태프들과 인사 후에 철 수 준비를 했다. 저녁은 조리 도구이외에 설거지거리가 별로 없어 빠르게 정리가 되었다.
통신 작전
***
“나 왔어!”
씻고 간편하게 옷을 갈아입고 냉장고로 열어 안에든 내용물을 확인한 유성이 고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콜!”
유경의 말을 들은 유성은 냉장고 안에서 고니가 홀로그램으로 띄워 준 붉은 선이 가리키는 재료들을 식탁위로
하나씩 가져다 놓았다.
사과 파이 만들기에 필요한 주방 도구랑 식기도 고니가 붉은 선으로 표시해 주었기에 유성은 어려움 없이 필요한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슥슥....슥슥.....]
사과 껍질을 물에 씻듯 스윽 스윽 깎아 내고,
[다다다다다다다...]
[통통통통.....]
[땡글...땡글...]
“와아! 지렸다!”
“쩝..쩝....오물 오물....사..과...즙.....달...달...하니...좋네.”
“우걱...우걱...달...다...너...무....달....다...맛있게 다네!”
“냠...냠....계...피..향...사...과....달....지....만.....맛있어!”
-냥냥....
‘크...요리도 재밌네.’
유성은 그렇게 가족들과 간식 타임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유경의 ‘진짜 셰프’라는 말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다.
“OK!고마워 고니.”
***
유성은 침대에서 바로 잠들지 않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무기고로 이동 후 무기고 안에서 충분한
수면을 취했다.
휴식을 취한 유성은 가족 모두가 잠든 새벽 고니에게 자신이 쉽게 클리어 가능한 메뉴를 추천받아 가상현실
프로그램에 접속했다.
“부사관 메뉴”
[띠링! ]
[1. 육군 부사관 ]
[2. 해군 부사관 ]
[3. 공군 부사관 ]
[4. 해병대 ]
[띠링! ]
[1. 보병 ]
[2. 통신 ]
[3. 정보 ]
[4. 항공 ]
[5. 병기 ]
[6. 의무 ]
[띠링! ]
[통신을 선택하셨습니다. ]
[스.....팟]
그들 앞에 급박하게 흘러가는 상황을 실시간 업데이트 되는 레이더 화면과 그 정보를 통해 상황에 대처해가는 전술
작전 진행상황 등 뭔가 그럴 듯한 지휘 통제실을 떠올렸다.
통신병과 부사관으로 실내에서 편하게 할 만한 작전을 기대하며 접속한 유성은 자신의 앞으로 보이는 산을
확인하고는 어리둥절해져 상황파악에 들어갔다.
-익일 벌어질 사단훈련에 앞서 통신부대 야전 가설중대는 미리 야전선을 매설해 통신을 연결해 두었다. 하지만
훈련 시작을 4 시간 앞둔 지금 유선 통신 선로가 알지 못한 이유에 의해 끊어져 있음이 발견 되었다. 훈련이
시작되기 전까지 통신을 복구하라.
-당신은 갓 부임한 통신부대 신입 반장(하사 한유성)으로 훈련지역에 투입 되었다. 가설 병들을 통솔해 훈련이
시작되기 전까지 야전 통신을 복구하라!
[띠링! ]
[붉은 빛을 띠고 있는 야전선은 현재 어딘가 끊어져 통신이 차단되어 있는 상태를 표시합니다. 통신이 연결되면
야전선은 녹색 빛을 띠게 됩니다.]
작전을 확인하고 막막해진 유성은 NPC 병사들을 통해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유성의 시야에
가설병으로 보이는 병사들과 바닥에 검은색 얇은 전선이 보였다.
“임 일병! 현재 상황 보고 해봐”
“네. 제가 생각하기로는 현재 상황에서 단선이 일어난 곳이 몇 개인지 어딘지 알 수 없으니 제일 무난한 방법으로
야전선을 재 매설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길이도 약 2km 에 해당하는 산악 구간으로 훈련 시작
전까지 충분히 통신 선로 복구 가능하리라 판단됩니다.”
“에이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애들이 방차통을 짊어진 상태로 야전선을 깔면서 올라가면 시간도 더 걸리고 중요한
건 다 쓰러지지 말입니다.”
김 병장의 무시에 오기가 생긴 유성은 자신의 방법으로 작전을 수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신의 명령에 김 병장의 눈치를 보는 임 일병이 유성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총을 쏠 수는 없지 않은가!
‘햐...내가 참아야지...’
유성의 눈에서 피어나는 살기를 느낀 건지 머뭇거리던 임 일병이 시범을 보였다.
군대는 줄
***
일요일 밤
***
유성은 작전을 다시 확인해 보았다.
김 병장의 의견으로 작전을 성공하면 추가 보상은 절대 없다. 이렇게 김 병장과 실랑이를 할 시간이 없었다.
임 일병이 손을 들려고 했으나 김 병장의 눈치를 느끼곤 멈칫했다. 나머지 분대원들 역시 김 병장의 눈치를 보며
나서는 이가 없다.
그렇게 임 일병을 제외한 나머지 분대원들이 모두 산으로 이동하자 유성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 일병! 잘 따라 오고 있어?”
“허...헉....헉...조...금만 천천히 가지 말입니다...”
“....헉...헉....네 알겠습니다.”
“많이 힘드나?”
“아...이제 좀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군!”
“.....아...네...알겠습니다.”
얼마 후 그렇게 열심히 산을 올라 임 일병이 마지막 단선을 연결하자 유성의 눈앞에 작전 성공을 알리는 화면이
떠올랐다.
-익일 벌어질 사단훈련에 앞서 통신부대 야전 가설중대는 미리 야전선을 매설해 통신을 연결해 두었다. 하지만
훈련 시작을 4 시간 앞둔 지금 유선 통신 선로가 알지 못한 이유에 의해 끊어져 있음이 발견 되었다. 훈련이
시작되기 전까지 통신을 복구하라.
-당신은 갓 부임한 통신부대 신입 반장(하사 한유성)으로 훈련지역에 투입 되었다. 가설 병들을 통솔해 훈련이
시작되기 전까지 야전 통신을 복구하라!
-네 그렇습니다. 한유성님.
[띠링! ]
-네 알겠습니다. 한유성님!
자신에게 틱틱 거리던 분대원들을 그대로 두고 나가기엔 유성의 성격은 그렇게 너그럽지 못했다. 항상 접속하면
NPC 병사들과 트러블을 일으키고 자신의 스트레스를 맘껏 풀던 태혁이 떠올랐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유성은 아까 생각해둔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예전 수색대 작전에서도 사용해본 무전기의 송신
버튼을 눌렀다.
사실 그랬다. 처음 분대를 나눠 산을 오르기 전 유성은 ‘요인 경호’ 스킬을 김 병장에게 사용해 그들을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스! 가스!”
그렇게 유성의 무전을 통해 훈련 상황을 통보 받은 김 병장의 무리들은 모두 방독면을 착용한 상태로 불편하게
야전선을 매설하며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김 병장 무리를 홀로그램을 통해 살펴보며 무전기로 지령을 내린 유성은 그제야 옆에서 멍한 얼굴로 자신을 보며
쉬고 있는 임 일병이 눈에 들어왔다.
***
-Episode
마침 그렇게 시범 훈련이 벌어지던 중에 접속한 유성에게 삼족오가 적당한 작전을 부여해서 유성과 사병들이
만나게 되었고 훈련 상황이 발생했다.
다시 말해 신입 가설 반장은 유성이 접속한 동안만 유성의 컨트롤을 따랐고 유성이 접속을 해제한 다음에는
삼족오가 컨트롤 하는 실제 NPC 가 맞았다.
“뭔 소리야?”
과일가게 고양이
***
아침 알람시간이 되자 유성에게 고니가 지난밤부터 아침까지 들어온 문자와 SNS 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하며
유성을 깨웠다.
“응! 그렇게 보내줘 하..품! 으짜! 일어나 볼까? 고니야 오늘도 잘 부탁해!”
[딸랑! ]
“안 그래도 갑자기 푸드 트럭이 주차하기에 혹시나 유성이 너인가? 하고 내다보았는데 생각보다 키도 훤칠하고
잘생긴 총각이 차에서 내리기에 아닌가? 했는데...유성이었네. 호호호”
“그렇지? 이름 괜찮게 지은 거 같지? 근데 왜 손님이 이렇게 없냐. 너희 삼촌이 꼭 주차장 있는 곳으로 얻어야
손님이 많이 올 거라 해서 조금 무리해서 여기를 선택하긴 했는데...”
“응 그래 천천히 돌아봐.”
[딸랑! ]
“어서 오세요 손님!”
“네! 지난주에 오픈 했습니다! 손님 음료는 무엇으로 드릴까요? 드시고 가실건가요? 가져가실 건가요?”
여전히 시선은 유성을 향한 체 건성으로 주문을 마친 손님은 유성이 있는 맞은편 자리에 앉아 가게 내부를
돌아보면서 중얼거렸다.
“하하...여기 괜찮네...괜찮아...”
유성은 바깥에 주차 된 푸드 트럭의 후면 도어를 열고 들어가 냉장고와 연결된 무기고 안에서 어제 남해에서
모양이 조금 예쁘지 않아 남겨 두었던 에그타르트와 빵들을 모두 꺼내 쟁반에 담아 매장으로 들어왔다.
“소문까지 모르겠고 일단 한 번 드셔 보세요! 그리고 맛보고 괜찮으면 진열대에 두었다가 드세요. 식으면 잠깐
오븐에 데워 드시면 되도록 메모해 드릴게요. 아까 보니 미니 오븐은 저기 있던데 사용할 줄 아시죠?”
“끄덕...끄덕....와그작...푹신...꿀꺽...손가락...쪽...쪽...!”
숙모는 유성의 말에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쟁반위로 다시 손을 이동시켰다.
그때 갑자기 날아와 숙모가 잡으려던 에그타르트를 낚아채는 손길이 있었다. 방금까지 저쪽 테이블에 앉아 있었던
거 같은데 어느새 진열대 앞으로 다가와 있다.
유성은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숙모의 손과 손님의 손을 쟁반에서 살며시 뜯어 놓으며 손님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기...전화 좀 받을게요...”
***
-Episode
유성은 월요일 아침 아람이 병원에 간다고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 주지 않아도 된다는 문자를 최 관장으로부터 받은
터라 마침 시간이 날 때 햄버거 및 핫도그 재료 이외에도 빵에 들어가는 재료도 미리 준비해서 무기고에 보관해
두면 편할 것 같단 생각에 반여 농산물시장에 들렀다.
“사장님! 사과 좀 보여 주세요!”
유성이 보기에 과일가게 사장은 불친절하다기 보다는 뭔가 의욕이 없어 보이고 잠도 못자서 힘도 없어 보이는
말투였다.
옆에서 유성이 사과 박스를 힘들게 옮겨 오늘 들어온 사과 상자 중에 하나를 바닥에서 선택하는 걸 말없이 앉아서
지켜 만 보던 과일가게 주인이 혀를 찼다.
그렇게 유성이 선택한 사과 가격을 계산하던 주인아저씨가 유성에게 투덜거리듯 한마디 하자 유성은 대충 농담처럼
받아 넘겼다.
유성이 웃자고 한 농담에 과일가게 사장의 얼굴은 대번에 하얗게 질려 유성에게 물었다.
물건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주변 정찰 스킬을 미리 사용한 고니의 목소리가 유성의 머릿속에 울렸다.
“저기...가게...안에...있네요. 수고하세요.”
-냐앙
과일가게 주인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자다가 놀라서 깬 새끼고양이가 사장의 말에 대답하듯 울음소리를 냈다.
-냥....
완치
***
몇 가지 검사를 받은 아람은 엄마가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을 진행하는 동안 습관적으로 P 대학교병원 옥상에
올랐다. 막상 흡연구역에 들어선 아람이 멈칫했다.
아람은 중학교 사고이후 갑자기 생겨난 트라우마 때문에 자신을 대할 때 모두 조심스럽게 바뀐 주위사람들의
태도가 너무 불편했다.
하루아침에 바뀐 그런 가식적인 친절에 반항이라도 해보려 중학교 때는 어린치기에 조금씩 엇나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고, 담배도 그렇게 시작했었다.
하지만 아무도 자신을 말리지 않았었다. 고등학교 올라와 마음을 다잡긴 했지만 여전히 담배는 끊지 못했었다.
-오빠 나 담배 한 대만 필게...
-응 안 돼! 내 차는 금연이야!
-이차 음식 만들어 파는 차거든! 담배 냄새 베이면 손님들이 싫어해! 그리고 꼰대라고 들은 김에 한마디 할게.
너 놀러가는 거도 아니고 학교 가는 길에 얼굴에 그게 뭐니? 숟가락으로 긁으면 한 숟갈은 충분히 나오겠다.
아침에 샤워하고 머릴 말릴 시간도 부족할 건데 밥 먹고 화장까지 하려면 새벽부터 일어나도 시간이 부족하겠다.
그날 아람은 중학교 이후로 자신이 잘못했다는 말을 유성에게 처음 들었다. 심지어 엄마와 선생님도 자신이
다칠까봐 조심조심 환자 취급만 했지...아무도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었다.
“칫!...꼰대!”
아직 의사선생님과 상담중인 엄마를 기다리기 위해 대기실 의자에 앉은 아람은 핸드폰을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아람은 마음과는 달리 제목에 이끌린 듯 잠깐 내용 확인이나 해 볼까는 호기심에 영상을 클릭해 재생했다.
잠깐의 광고 영상이 재생되고 곧 이어 ‘광고 넘어가기’ 가 활성화 된 버튼을 누르자 본 영상이 시작되었다.
영상은 체크무늬 남방에 슬랙스 바지를 입은 남자가 아무런 등반 장비도 없이 로프 하나에만 의지한 체 절벽을
내려오는 장면을 누군가 절벽 멀리에서 찍은 화면으로 보였다.
아람은 상담을 끝내고 나온 엄마가 뒤에서 함께 영상을 지켜보는지도 모르고 오로지 휴대폰 화면에만 집중했다.
“아악! 거기서 왜 돌아?! 거기다 절벽에서 왜 안내려오고 옆으로 뛰어 다니냐고?! 진짜! 미친 거 아냐!”
엄마는 방금까지 의사선생님과의 상담내용도 잊어버리고 아람의 격한 반응에 자신도 모르게 주변사람들을
의식해서인지 목소리만 낮추고 아람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아람은 상담이 끝나고 나온 엄마에겐 정작 관심이 1 도 없는지 휴대폰을 들고 어딘가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
“아....칫!”
아람은 유성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보고 정신을 못 차리다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와 엄마에게 검사 결과를 물었다.
주치의 선생님과의 상담내용을 전해주던 아람의 엄마가 마지막 완치얘기에 가서는 눈물을 참으며 말하는 걸 아람도
느낄 수 있었다.
괜히 어색해 담담한척 얘기하는 아람의 눈에도 기쁨의 눈물이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다.
“큼...넌 누굴 닮아서 벌써부터! 남자 찾느라고 아까부터 뒤에서 지켜보던 엄마는 안중에도 없니?....”
“훌쩍...당연히 김 화백님 닮았겠지! 훌쩍.”
아람은 애써 거칠게 표현하는 엄마의 말투에 어릴 적 향수가 느껴져서인지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꼈다.
“와! 이제 엄마 신기도 있어? 어떻게 알았대? 그럼 엄마도 그 때 얼굴 갸름하고 근육은 적당한 남자친구 새로
만들어서 나랑 더블데이트 하면 되겠네. 헤.”
“시끄러 이년아! 내 남자친구 외모를 네가 왜 스케치해? 지금 남자친구 하나로도 충분히 머리 아프거든! 하여튼
넌 당분간 스트레스 받지 말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첫째도 안정!.... 둘째도 안정이야 알았지?....
그동안 고생했어.... 아람아.... 큭...흑.....엉...엉”
“....미친년...”
***
유성은 외숙모의 제안에는 일단 오늘 장사를 해보고 천천히 생각해 보자며 결정을 미루었다.
그렇게 어제 만들어 둔 빵들로 시식에서 당당히 합격한 유성은 본격적으로 오늘 ‘카페 빈’ 매장의 진열대에
자리 잡을 디저트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와 벌써 이런 거 까지 다 준비해 둔거야?”
물론 유성이 숙모에게 건넨 태블릿은 음식 주문을 위한 태블릿은 아니었지만 고니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응 그래 고마워 유성아.”
“스킬 재료 손질!”
“스킬 고급 제빵!”
“스킬 불 조절!”
그렇게 유성은 스킬 삼단 콤보를 시작으로 어제 만들어 경험이 조금은 쌓여 익숙한 ‘에그타르트’와 ‘사과 파
이’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흔들흔들...체..체...체... 흔들흔들...체..체...체...”
“훅..훅..훅....휘적...휘적...휘적....훅...훅...훅...휘적..휘적...휘적....”
“훅..훅..훅....휘적...휘적...휘적....설탕...솔솔솔.....훅...훅...훅...휘적..휘적...휘적....”
“훅..훅..훅....휘적...휘적...휘적.... 다시 설탕...솔솔솔.....훅...훅...훅...휘적..휘적...
휘적....”
그렇게 핸드믹서를 가져와 다시 디저트 만들기에 돌입한 유성은 점심시간이 되기 전까지 ‘카페 빈’ 옆의
주차장에서 구수한 빵 냄새와 재료손질 퍼포먼스 등을 이용해 손님들을 하나 둘 ‘카페 빈’안으로 이끌었다.
도플갱어
***
자료 분석부터 기대효과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까지 PPT 로 만들 생각에 소대장은 머리가 지끈거리고 입에서는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기존에 있던 데이터와 상황을 고려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예전에는 이런 상황이 없어
소대장님의 질문에 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
보안등급상의 이유로 무조건 적인 자료의 접근은 막는 삼족오였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소대장이 아니었다.
[네 소대장님.............]
“중대장님! 삼족오 서버증축이후 3 주간의 데이터를 확인해 보았을 때 특이사항은 없었습니다. 동시 접속자 수가
늘었음에도 과부하 없이 서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삼족오의 진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느끼는 거지만 예전에 비해 상당히 삼족오가 협조적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마치 융통성을 가진 사람처럼
말입니다.”
사실 그랬다. 국방예산의 낭비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 국방부 홍보 프로그램으로 둔갑해 국민들 곁에서 사용되던
AI ‘삼족오’는 그렇게 유성을 통해 조금씩 진화한 덕에 조금은 융통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국방부
내에서 힘을 키워 가고 있었다.
***
유성은 외숙모 가게를 돕기 위해 디저트를 만들다 오전에 걸려 왔던 아람의 전화가 생각났다. 아마 병원에서 검사
결과가 나와 전화했으리라 생각이 들었지만 결과 확인을 위해 고니에게 전화 연결을 부탁했다.
[뚜루루루루.....뚜루루루루..... 철컥]
“아람아 아까 전화 했었지? 미안 아깐 숙모랑 얘기 중이라 바빠서...근데 너 오늘 병원 간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게 전화를 끊으려던 유성에게 다급한 아람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렸다.
생각도 못한 질문을 받아 당황해 하는 유성의 말투를 들은 아람은 유성이 영상의 주인공이 아니라 판단하고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면 유성에게 말했다.
-네 통화속 내용에 등장한 영상이라 판단된 ‘너튜브’ 영상을 홀로그램 화면에 송출합니다.
고니가 유성의 눈앞에 문제의 영상을 재생하자마자 유성은 영상 속 인물이 자신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어제
자신이 했던 일이라 모를 수가 없었다.
“큼...큼...그러게 내가 그런 영상을 왜 찍겠니? 찍혔다면 몰라도...근데...나랑 신발이 같았다고?”
아람도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이라 그런지 유성이 느끼기에 관찰력이 보통은 아닌 듯 했다.
“어...지금 보고 있어.”
[철컥...뚜...뚜...뚜...]
뭐라도 변명을 해보려고 했던 유성이지만, 아람은 유성이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전에 통화를 종료해 버렸다.
***
대한민국 국방부 가상현실 프로그램 운용중대장 유재호 대위가 VR 부대 대대장에게 월요일 오전 회의에서 이번에
바뀐 서버 증축이후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네...증축이후 평일대비 67%, 주말대비 50%정도의 증가 폭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동안 이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네 지난주부터 8 사단이하 장병들이 참여하는 대대전술훈련 ATT 에 시범적으로 AI 삼족오도 이번 훈련에 참여해
사이버 환경에서 사병들의 전투력을 측정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이 부분에서도 아주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그래서 이를 확대 시행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충성!”
“하하하 이사람 볼매야! 볼수록 매력덩어리야! 크크크. 소대장 애인 없다고 했지? 그럴게 아니라 내 동생 한 번
만나 볼 생각 없어?”
듣기능력 평가
***
유성은 아람이와 통화 후 자신이 일요일 영화 세트장에서 스킬 실험을 위해 이용하던 레펠영상을 ‘너튜브’에서
다시 찾아 확인하는 중이었다.
그 후 유성은 체험병 메뉴와 부사관 메뉴를 고루 이용해 지난 22 일 접속에서는 ‘전투 수영’ 체험을 통해 ‘
군용 방수 시계’를 획득해 현재 착용 중에 있었다. 아이템 이름은 흔한 ‘군용 방수 시계’ 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어떤 스마트 워치보다 실제 성능은 훨씬 뛰어났다.
-시간상으로 ‘주변 정찰’ 스킬을 활성화하기 전에 촬영된 것으로 확인 됩니다. 당시 ‘동창선 초등학교’
주변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 합니다.
“그렇지? 누가 숨어서 몰래 찍었나 보네. 아! 연예인도 아닌데 주변의 시선까지 확인하고 신경 써야 되나? 그럼
정말 귀찮은데...고니야! 혹시 동영상 올린 사람에 대한 정보 추적 가능해?”
-네 한유성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영상에 기록된 아이디를 추적하기 위해 스킬 ‘추적’과 ‘주변 정
찰’ 그리고 ‘상태 확인’의 사용을 요청합니다. 스킬 사용 위임에 동의하시겠습니까?
“응! 확인해줘!”
“응 그래 고니야 그럼 수고 좀 해줘!”
그렇게 고니에게 영상을 올린 사람에 대한 추적을 부탁하고 유성은 디저트를 만드느라 어질러진 차량을 정리했다.
다행히 유성이 만든 디저트에 대한 외숙모 가게 손님들의 반응이 아직까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카페 빈’에
유입되는 손님의 양이 적어서 매출은 크게 높지 않았다.
“숙모! 일단은 디저트 일일 판매량 지속적으로 체크해 보고 거기에 따라 디저트 양 조절하도록 하고 오늘은 일단
종류별로 10 개씩만 나둬 볼게요!”
“응! 신경써줘서 고마워. 유성이 오늘 가게 와서 일하느라 수고 많았지? 바쁘지 않으면 밥이라도 먹고 가!”
“네! 숙모 그럼 먹고 갈게요.”
유성은 사실 ‘재료 손질’과 ‘불 조절’ 스킬로 어디 크게 빠지는 실력은 아니지만 빵과는 비교하기에 레벨이
달랐다.
“아...네...아직 빵만큼은...하하하!”
“호호호 안 그래도 유성이 너 요리 만드느라 힘들었을 것 같아서 숙모가 중국집에 세트메뉴 시켜뒀어! 중국집
괜찮지? 호호호”
유성은 계산대로 이동해 태블릿 화면을 확인하고는 외숙모에게도 태블릿 화면의 문구와 차임벨 모양의 아이콘을
확인시켜준 후 계산대 앞에 세워 두었다.
그렇게 자신의 앞으로 떠오른 벽 너머의 홀로그램 화면을 보며 식사를 하다가 불현 듯 떠오른 생각에 유성은
숙모에게 말했다.
“어? 어 그래.”
주변 정찰로 홀로그램을 확인하던 유성의 눈에 가게로 막 들어서는 손님이 보여 유성은 의자에서 일어나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빠른 몸놀림으로 홀로 향하며 소리쳤다.
유성이 나갈 때 열린 문틈으로 이제 막 손님이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한 외숙모의 고개가 살짝 옆으로 기울었다.
“어? 손님이 이제 들어온 거 같았는데 유성이는 어떻게 알고 나간거지? 아! 태블릿에 감시 카메라 기능도 있었나?
음...홀에 CCTV 설치하면 밥 먹거나 잠깐 자리 비울 때 편하긴 하겠네.”
그렇게 손님의 주문을 처리하고 돌아온 유성은 다시 탕비실로 들어와 식사를 이어갔다.
“숙모 손님이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 주문해서 커피 더블 샷으로 내려주고 왔는데 그렇게 하면 되죠?”
“응 맞아! 아이고 이렇게 숙모가 정신이 없네! 그러고 보니 유성이 넌 빵만 네 트럭에서 만들었지? 커피내리는
건 안 가르쳐 준거 같은데 어떻게 했어?”
숙모 자신은 커피머신을 처음 다룰 때 한참을 낑낑거리고 나서야 겨우 마스터 했는데, 유성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혼자 해결하고 온 게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물었다.
***
“응! 연결해줘!”
[여보세요? 유성이니? ]
“응 나경아 오랜만이네?”
나경의 전화가 반가워 밝은 목소리로 얘기하는 유성에 비해 나경의 목소리는 어딘지 한 단계 낮은 톤으로 들려왔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에는 어딘지 어두움이 느껴지는 거 같았지만 유성은 그런 부분은 1 도 눈치 체지
못하고 혼자 반가움에 들떠있다.
갑자기 유성은 나경에게 반갑게 전화를 받았을 뿐인데 자신의 어떤 말이 나경을 화나게 했는지 알 수 없어 머리가
아플 뿐이었다.
-한유성님 저는 아직 인간의 감성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한유성님의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만 방금 대화를 반복 재생해 들려 드릴 수는 있습니다.
-네 한유성님 첫 번째 통화 내용 재생합니다.
[여보세요? 유성이니? ]
‘응 나경아 오랜만이네?’
“.....”
사실 그랬다.
나경은 동창회에서부터 봉사활동까지 자신에게 그렇게 호감을 표하는 유성이 밉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그런데 봉사활동 이후 오늘까지 전화 한통 없는 유성이었다.
새차 냄새
***
카페에서 집으로 돌아가려던 유성은 낮에 바빠 잠깐 미뤄 두었던 고니의 동영상 추적 보고가 생각나 고니에게 추적
결과에 대해 물었다.
-네 한유성님 ‘너튜브’ 동영상 추적결과 최초 유포자를 찾아내었습니다. 유포자 정보를 홀로그램 형태로
보고합니다.
[스...팟!]
유성의 눈앞으로 고니가 수집한 정보가 펼쳐졌다.
[이름 : 차경원
나이 : 29 세
연락처 : 010-1234-56XX
메일 : chacaps@naxxx.com
주민등록번호 : 970815-123XXXX
경력 : 대한민국 육군 수색부대 중사 만기 전역
결혼여부 : 미혼
학력사항 : .......................... ]
-네 한유성님 ‘너튜브’에 작성된 회원의 아이디와 메일주소를 알아낸 후 추적 스킬을 사용해 상대방의 컴퓨터에
후킹을 통해 접근해 컴퓨터에 저장된 사용자의 이력서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오 그래? 그럼 나도 지금 그런 거 배울 수 있어?”
-네 한유성님 후킹에 대한 교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차경원씨에 대한 처우에 대해 결정해 주십시오.
***
입력되지 않은 낯선 전화번호였지만 기분이 좋았던 차경원은 평소에 걸렀을 법한 전화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버렸다.
“네 ‘캅스’ 2 팀장 대리 차경원입니다.”
전화를 받으면 차경원은 이제 자신도 모르게 늘 그렇게 기계적으로 입력 된 똑같은 멘트를 내뱉는다.
전화기 너머에서 기계처럼 감정하나 느껴지지 않는 남성의 목소리를 들은 차경원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이 되었다.
“아..네..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점점 차경원은 자신도 모르게 점점 목소리에 떨림이 묻어 나오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쉽게 말씀드리면, 우선 CCTV 관리자는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CCTV
사진을 제 3 자에게 제공할 수 없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 18 조 제 1 항 이를 어기고 무단으로 CCTV 사진을
공유한 관리자는 5 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동법 제 71 조 이 규정은
관리자가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CCTV 를 무단 유출했을 때 특히 문제가 됩니다. 바로 차경원씨의 경우처럼
말이죠. ]
“네..그게 무슨 말씀인지?”
***
고니에게 부탁해 법률 지식을 수집하고 준비해 그렇게 일차적으로 차경원 대리와 통화를 끝낸 유성은 저녁때가
되어서야 집 앞에 도착했다.
그랬다. 평소 자신의 까망이를 주차해 두던 집 앞 담벼락 주거지 전용주차 자리에 못 보던 까만색 SUV 차량이
떡하니 자리 잡은 것도 짜증나는데 연락처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네 한유성님 주변 정찰 스킬로 차량을 살펴본 결과 주차된 차량에 연락처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골목 끝
지점에 까망이 주차 가능한 자리 하나 확인 됩니다. 오토드라이브 기능으로 지금 즉시 주차 가능합니다. 한유성님
오토드라이브 시행 합니까?
[부릉...부릉...부웅! ]
‘아무리 생각해도 연락처도 없이 남의 집 앞에 떡하니 세워둔 건 비매너지. 연락처만 있었어도 난 이러지 않았을
거지만...쩝’
새끼고양이 고니가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며 ‘냐옹?’하고 울었다. 물론 유성의 머릿속에는 여자목소리로 들렸지만
유성은 주차된 푸드 트럭까지 다녀온 뒤에 방금 공장에서 나온 듯한 번쩍이는 까만색 SUV 에게 소심한 응징을
시작했다.
“응 같이 먹으려고 안 먹고 왔지!”
“갑자기 무슨 얘기야?”
최 관장이 빠른 일처리를 위해 아람아트홀 명의로 차량을 장기 렌트했고 유성은 아람의 등하교를 챙겨주는 동안
개인 차량처럼 부담 없이 타고 다닐 수 있게 제공한 것 이었다.
그렇게 유성의 가족들은 유성의 새로운 SUV 까망이 시승식을 겸해 외식을 하기 위해 집 앞으로 나왔다.
포병 작전
***
그렇게 가족들을 집에 데려다 준 후 유성은 새로 생긴 자신의 까만 SUV 차량에 남겨진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셀프
세차장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유성은 무기고에 들어가 소금을 가져온 후 고니가 설명해주는 데로 물에 적신 매트에 소금을 뿌리고 셀프
주차장에 있는 브러쉬를 이용해 문질렀다.
‘고니야! 이제 다했어!’
-네 한유성님 다음은 주차장에 있는 에어건을 이용해 차량의 내부에 붙어 있는 먼지를 제거해 주고 청소기를
이용해 바닥에 있는 먼지를 제거합니다. 여기서 주의 할 점은 영상에서 보시다 시피 항상 위에서 아래로 방향으로
먼지를 제거 합니다. 이도 꿀 팁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실내 크리너를 수건에 뿌려주고 천장은 영상에서와 같이 꾹꾹 눌러가며 닦아줍니다. 이어서 핸들과 대쉬보드
위에도 세정제를 뿌려주고 수건을 이용해 꼼꼼히 닦아 줍니다.
유성은 그렇게 고니가 가르쳐 준 대로 꼼꼼하게 실내 세차를 끝내고 외부세차까지 깨끗하게 마친 후 조금은
상쾌해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
“......”
***
“부사관 메뉴”
[띠링 ]
[1. 육군 부사관 ]
[2. 해군 부사관 ]
[3. 공군 부사관 ]
[4. 해병대 ]
[띠링 ]
[포병을 선택하셨습니다. ]
[콰콰콰쾅 콰콰콰쾅 ]
[두두두두 두두두두 ]
유성은 밝은 화면이 걷히자 저멀리 전방에 보병들이 적의 진지를 향해 은폐 엄폐를 실시하며 진격해 나가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곧 보병들의 앞으로 쏟아지는 총성과 적의 포탄으로 보병들은 쉽사리 진격하지 못하고 자리에 묶여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 할 수 있었다.
[띠링 ]
[작전명 : ‘적 포병 부대 섬멸’
-아군의 보병대대가 적의 진지를 탈환하기 위해 진격하고 있다. 하지만 곧 적의 후방에서 쏟아질 야포의 포격으로
위험에 처해있다. 전방 20~30km 에서 집중 포격으로 아군에게 큰 전력 손실을 줄 준비 중인 적 포병부대를 155
미리 견인포를 이용해 격퇴해 아군의 보병대대를 지원하라.
[띠링 ]
유성은 작전 수행에 앞서 난감함이 앞섰다. 유성의 생각은 SF 영화에서 보듯이 포탑에 앉아 그냥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포가 발사 되는 줄 알았던 것이다.
[띠링! ]
KH-179 155㎜
구경 : 155㎜
무게 : 6890㎏
길이 : 10.39m
포신 길이 : 7010㎜(39 구경장)
-견인포는 견인차량을 통해 진지로 이동한 뒤 포병들에 의해 사격을 위해 자세를 갖추는 방열을 하게 됩니다.
포병의 숙련도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KH-179 견인포를 방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가장 빠른 긴급방열의 경우가
3 분 정도라고 자료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네 한유성님 문제는 사격을 마치고 다시 이동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현대전에서 포병들은 과거 전쟁처럼
한 곳에 진지를 만들고 오랫동안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유는 날아온 포탄의 궤도를 역 추적해 발사지점을
알아내는 대포병 레이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적도 대포병 레이더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네 대포병 레이더를 이용해 상대방의 위치를 역 추적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보통 3 분 정도로, 적의 포병대가
미리 준비하고 있다면 3 분 안에 반격탄이 다시 날아온다는 뜻입니다.
-한유성님 하지만 사격을 마치면 1 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자주포와 달리 견인포는 방열을 해제하고 견인차량을
불러 포를 끌고 나가는 시간이 보통 15 분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사실상 적의 대포병 사격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155 미리 견인포로 20km 보다 멀리 떨어진 목표물을 구간을 나누어 정확하게 타격하는
일이 이론처럼 쉽지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유성의 주위에 있는 포대원들이 저마다 유성을 향해 불신의 눈빛을 내 뿜고 있었다. 하지만 유성은 개의치 않고
자신의 할 말만 이었다.
“일단 방열이 끝나면 조준에 필요한 포탄과 장비들을 옆에 모두 이동시키고 포탄 발사에 들어간다! 적에게
첨예기동을 마무리할 시간을 주면 우리 보병대대는 적들에게 화력을 집중 당하게 된다! 빨리 움직여라!”
“으윽..거기 더 돌려!”
“....읔....”
고니의 도움을 받아 적의 야포가 모여 있으리라 예상되는 지점을 조준했고, 포탄에 신관을 결합해 장전 했고,
장약을 밀어 넣고 뇌관을 삽입해 155 미리 견인포는 격발을 준비했다.
“네 포반장님!”
“격발!!”
“격발!”
[콰쾅! ]
“헉...헉....다들 괜찮나?”
“숨차...죽을 뻔 했지 말입니다!”
유성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이번엔 유성도 언제 적의 포탄이 날아올지 몰라 조마조마 했었다.
“하하하 그러게!”
“....NPC 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콰콰콰쾅 콰콰콰쾅 ]
[쾅콰콰콰 쾅콰콰콰 ]
유성의 질문은 그렇게 유성 일행이 떠나온 자리에서 연이어 들려오는 폭음에 묻혀 버렸다.
그렇게 유성이 단독으로 이동해 발포한 야포를 미끼로 적의 장소를 찾기 위한 전략은 맞아 떨어졌고, 잠시 후
다른 쪽에 남아 적군을 겨냥하고 있던 아군의 155 미리 견인포에서 일제히 불을 뿜었다.
[띠링 ]
[작전명 : ‘적 포병 부대 섬멸’(완료)
(중략)
가격 측정
***
[띠링! ]
“하하하 그러게? 저기! 김 상병님 이정도 결과면 훈련 끝나고 휴가증 나오겠지 말입니다? 4 분 정도 단독
군장으로 전력 질주하고 3 박 4 일 이면 완전 꿀인데!”
그랬다. 이번에 시범적으로 운용중인 8 사단 사이버 ATT 훈련에서 유성을 만난 부대는 모두 고득점을 획득했고,
훈련에 참여했던 사병들은 보상으로 모두 휴가증을 받게 된다.
그렇게 유성은 자신도 모르게 유명 NPC(?)로 떠오르게 되었고, 사병들이 캡슐에 접속 할 때면 휴가증을 받기
위해 만나게 해달라고 바라게 되는 ‘로또 하사’가 된다.
***
-네 한유성님 현재 차량은 디지털 업그레이드 키트가 적용되지 않아 오토드라이브 기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현재 차량에 탑재 된 운전자 편의기능 중에 블루투스를 이용해 제어가 가능한 기능들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유성은 중고로 구입한 푸드 트럭을 몰고 있기에 2019 년부터 ‘H 사’에서 점차 보급되기 시작한 운전자 편의
기능이 조금 낯설었다.
“네! 오서오세요. 한유성군! 그리고 감사 인사는 저한테 할 게 아니라 대표님께 직접 하시면 됩니다. 마침
식당에 계시니 인사드리러 가시죠?”
김화백은 전시회 때문에 외국에 나가 있다가 지난 주말에 귀국했기에 유성은 일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아람의
엄마를 만나는 자리였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반가워! 유성군! 오 듣던 대로 비주얼이 좋네. 미술관 직원도 아닌데 그렇게 딱딱하게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돼!”
“누나? 어때?”
“대표님!”
“네 대표님! 그럼 나가 보겠습니다.”
최 관장이 그렇게 식당에서 나가자 유성이 어색함을 참고 아람의 엄마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네.. 작가님!”
“네 작가님!”
테이블 바구니 안에는 유성에게 낯이 익은 사과파이와 에그타르트 그리고 크루아상이 보였다. 어제 자신이 잔뜩
만들며 맛 봤던 빵들이었다.
그렇게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이어가자 최 관장이 다시 들어와 아람 엄마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김 화백은
유성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킬 측정!’
[스..팟]
[ 작품 : 개여울
작가 : 류건숙
가격 : 200 만원
작품 설명 : 싱그런 나뭇잎, 잔잔한 하천의 부서지는 햇살, 해맑은 물속을 유영하는 갈겨니의 모습을 섬세한
관찰력으로 포착하여, 수백 번의 촘촘한 붓질로 금빛 모래의 표현력이 압권인 작품이다.
‘오...이게 되는 구나!’
‘스킬 측정!’
[스..팟]
[ 작품 : 만 추
작가 : 류건숙
가격 : 200 만원
작품 설명 :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날 호반위로 드리워진 아름다운 단풍을 소재로 가을호반의 경치를 재구성해
그린 그림이었다. 햇빛을 받아 빛나는 황홀한 붉은 단풍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그 사이로 물 위에 반영된
단풍든 수풀과 지나가는 미풍에 잔물결이 일고, 그 위를 지나가는 물새를 그려서 감상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의 여유와 휴식을 느끼도록 그린 작품이다. ]
그림가격을 측정을 통해 알아보고 있는 유성의 옆으로 아람이 학교 갈 준비를 끝내고 다가서며 말했다.
“오빠도 그림 좋아해?”
“음...일단 여름날 오후의 개울가의 모습을 재구성 한 것 같아. 나뭇잎은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고, 수면은
눈부시게 반짝거려! 그 밑으로 물고기들이 평화롭게 노닐고 있지? 아마 작가가 어린 시절 어릴 때 냇가에서
고기잡이하면서 물놀이하던 추억을 떠올리며 그린 것 같아. 그리고 추가하자면 작품 가격은 대략 200 만 원 정도
될 것 같고.”
“응!”
***
-Episode
화면은 차량 앞쪽을 비추고 있기에 차량 안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하면 두 사람은 침을 삼키고 있었다.
손 맛
***
“아! 지난주에 들었던 거 같기도 하네. 그럼 거실에 있던 그런 그림들 그려서 전시하는 거야?”
“그래야 전시장에 배치도 하고, 그림에 따라 조명도 설치해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정 할 곳 있는지 그림도
다시 확인해야 하니까.”
“그럼 말 하지 마!”
“큼....큼....아침부터 팩폭이냐?”
“그럼 그 집 빵은 맛있었어?”
“아! 오빤 못 먹었어? 어제 남은 건 오빠 주라고 했는데. 엄마가 다 먹어 버렸나? 이모한테 또 사다 달라고
말해둘게 그 집 새로 생긴 카펜데 엄청 괜찮은 거 같았어. 이름이 뭐라더라....콩...카페...아니고..그..”
“카페 빈!”
“뭐?...그럼 그 빵이?”
“계속 연습하다 보니 깨달음이 조금씩 오더라고. 하하! 아마 인터넷에 있는 ‘홈밥 백선생’님 레시피도 도움
받긴 했을 거야.”
“안 돼!”
“쳇! 아직 삐졌냐?”
“네만 입이니? 엄마꺼랑 이모꺼 그리고 셰프님꺼도 챙겨줄게. 맛있게 먹었다니 기분이 좋네! 고마워!”
***
유성은 아람을 학교에 내려 준 후 집으로 푸드 트럭을 찾으러 가려다 혹시나 해서 고니에게 물어 보았다.
“응 부탁해 고니!”
[딸랑! ]
“안녕 하세요. 외숙모! 아침저녁으로 고등학생 등하교 알바 하는 차에요. 일종의 운전기사 같은 거죠.”
“그럼 다시 집에 다녀온다고?”
“네 다녀오겠습니다.”
“고니야 이거 네가 받아야겠는데...”
:
***
한동안 신호가 울린 끝에 어제 통화했던 기계적인 느낌의 차가운 남자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네 결정 하셨습니까? ]
“네. 어제 보내주신 계약서 메일 확인 했습니다. 저 그런데 정말 이대로 계약하면 저에게 이번 동영상 건으로는
법적으로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으시겠다는 말 사실이죠?”
“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철컥 ]
경비업체 ‘캅스’ 탕비실에서 전화 통화를 끝낸 차경원 대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듬직한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
-Episode
-네 올바르지 않은 해석입니다.
“...왜? 계산 맞는데...”
“응 고마워!”
“스킬 보정!”
[우...웅!..웅! ]
[우...우....우.....웅! ]
브이로그
***
[네. 쌤..]
“그래.”
[큼..큼...준비 됐어요. 쌤]
[물론 자신의 전공을 살려 작품을 내는 학생도 있지만, 자신의 전공과 다른 전공을 응용하여 작품을 내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보통은 자신의 전공과 관련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컴퓨터 일러스트부터 옷을 실제로 제작하는 의상디자인, 영상을 직접 찍어서 영상물로 제작하는 영상디자인까지
있다....]
사용하는 재료나 종이 규격의 제약이 있는 입시미술과는 다르게 미전은 학생들의 선택에 자유를 열어놓는다. ]
[네..쌤...]
미술품 전시는 매년 5 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열린다. 이젠 학부모들과 학생들만이 즐기는 전시가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함께 보고 가는 전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그렇게 아나운서 대본을 내려놓은 아람은 방송부 담당 선생님과 인사를 끝으로 오늘의 일과를 마치고 방송실을
나서며 유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나 아람이!”
[응 이제 마쳤어? 늦었네. ]
[하하 빨리 나와 교문 앞에 있으니까! ]
“응!”
***
“응!”
[띠링! ]
[스....파......팟!]
[뚜벅 뚜벅]
무기고 안으로 걸어서 이동한 유성은 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큰 매대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자신이 만든 빵을
볼 수 있었다.
“계산대는 빼도 됐을 거 같은데...”
“소환 왕진가방!”
[띠링]
그렇게 고니의 조언을 통해 처음 서류가방 스타일의 왕진가방 대신 이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기 편해 보이는 백팩이
유성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무기고 마트를 이용한 유성은 백팩에 먹거리를 잔뜩 넣어두고 무기고에서 나왔다.
[스...팟!]
***
-Episode
아람의 학교 미술과에는 디자인과, 서양화과, 조소과, 한국화과 총 4 개의 전공이 있다.
“어? 지금 나 찍고 있는 거야?”
마네킹 친구와 인사를 마치고 둘러보던 아람의 눈에 유럽 축구 선수의 사진인지 그림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섬세한 붓 터치를 보이는 디자인과 친구의 상업용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와! 포스터가 진짜 사진 촬영한 것처럼 생동감이 느껴지네요. 음...작품은 유럽 축구팀 리버풀 선수들을 표현한
포스터인가 보죠?”
“응? 지금 뭐 찍는 거야?”
“미전 브이로그..”
“나만의 징크스 같은 건데. 이 포스터를 옆에 두고 그리면 작품이 잘 그려지더라고? 포스터가 나한텐 부적과
같다고 할까?”
디자인과를 촬영하고 교내 설명하느라 계단을 이용해 조소과로 이동한 아람은 주로 설치 작업을 하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영상에 자신의 음성을 넣었다.
“조소과 친구들의 작품 제작과정이 가장 고되긴 하지만 그만큼 작품 규모가 남다른 학생들입니다. 계단을 올라
왔더니 다리가 아프네요. 잠깐만 쉬었다가 인터뷰 진행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람은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돌아보자 음료수를 사오다 교실로 들어왔는지 한 손엔 사이다를 들고
사색이 된 눈으로 쳐다보는 작품 ‘소파’의 작가인 남학생이 보였다.
다음으로 그림에 사용하는 유화 물감과 보존제 냄새로 가득한 서양화실에 들른 아람은 자신 또는 연예인들
자화상이나 풍경을 그리는 학생이 대부분인 모습을 촬영하고 돌아서다 눈에 띄는 작품 앞에 섰다.
“쳇! 다들 나만 보면 절루 가래.”
그렇게 아람은 학교 홍보 브이로그를 촬영하기 위해 동양화실로 이동했고 아람이 떠난 자리에 이수의 푸념이
들렸다.
:
그렇게 아람은 각과의 미전 준비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영상을 들고 편집을 위해 교내 방송실로 이동했고 이어
아람은 그날 홍보 영상의 아나운서로 참여했다.
교회
***
학교에서 지친 모습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아람을 확인한 유성은 차에서 내려 아람을 마중했다.
“응 학교 빼고 병원 간 게 무슨 문제가 돼?”
그렇게 유성은 아람이 피곤에 스트레스까지 받을세라 리액션까지 곁들여 가며 아람의 말에 공감해주었다.
아람의 말에 유성은 평소에 10 배는 되는 성의를 담아 대답하며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정도면 유성도 눈치가 많이
성장했다고 자신하며 아람의 말에 맞장구를 이어갔다.
“아냐 그 정도로 나쁜 애는 아냐. 따로 미안하다고도 했어.”
그랬다. 아람은 차에 타자마자 무선 이어폰을 이용해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유성이 자신의 멘트에
일일이 대답했단 걸 다행히(?) 인지하지 못해 유성 혼자만의 해프닝이 되었다.
“어 그래 그럼 출발한다.”
***
[스...팟! ]
[체험병 : 한유성]
[칭호 : ‘겸인지용(兼人之勇)’]
[융합 스킬 : 치료, 고급 제빵 ]
:
:
그렇게 오늘도 유성은 국방부에 접속해 자신의 스펙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다.
***
초대장이 없이도 출입은 가능하지만 초대장이 있으면 작품에 관한 설명이 있는 팸플릿을 따로 받을 수 있다고
아람이 말했다.
-네 한유성님 현재 무기고에 있는 재료와 미전이 열리는 장소를 고려해서 비교적 먹기도 편한 ‘초코 수플레 치즈
케이크’를 추천합니다.
‘응 부탁해!’
“OK! Go!!”
유성은 케이크가 오븐에서 나왔을 때 옆면이 쭈글 거리지 않고 매끈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테프론 시트에 버터와
슈가파우더를 먼저 작업했다.
“버터...스윽...버터...스윽...”
“슈가...톡...톡.. 슈가...톡...톡....”
“치즈...우유....휘적..휘적...치즈..우유...휘적 휘적...”
그렇게 젓기를 반복해서 만든 케익 반죽을 아까 만든 케익틀에 넣어준 후 중탕을 이용해 오븐에서 굽기 시작했다.
얼마 후 그렇게 완성된 초코 수플레 치즈 케이크를 곱게 포장하려던 유성은 언제부턴가 다가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외숙모를 보았다. 아니 외숙모의 시선은 유성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유성이 만든 케익에 가있었다.
“어 숙모 언제 왔어요?”
“나 포크랑 칼 좀 가져 올게.”
“네 숙모!”
‘고니야 스킬 보정 사용해조!’
[스...팟]
[우...웅...우...웅... ]
그랬다. 유성의 외숙모는 유성이 스킬 보정을 사용하는 모습을 포크를 가져오다 보며 유성이 식사 전 진지하게
기도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촉...촉...달달...오믈..오믈...”
***
[딸깍.]
미전
***
“네 어르신 전화 받았습니다.”
[김 장관 요즘 바쁜가?]
“아닙니다. 어르신께서 챙겨주신 덕분에 괜찮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조만간 찾아뵙고 인사드리려고 했습니다.”
“네. 어르신. 아무래도 프로그램 개발에 들어간 국방비가 적지 않다보니 아무런 성과 없이 폐기까지 하기엔 국방
예산 낭비가 심하다는 중론 때문에 다시 삼족오 프로젝트 활용 방안을 찾으라고 위에서 계속 지시가
내려와서...”
[이봐! 김 장관 내가 당신을 그 자리에 앉힌 게 그거 막으라고 앉힌 거지. 거기서 그 사람들 일 해 주라고 거기
앉힌 게 아니지 않나? 지금 정권이 계속 갈 것 같아요? 이제 얼마 안 남지 않았나?! ]
[허허. 이 사람. 김 장관 당신 아니라도 열심히 하려는 사람은 많아. 난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은 필요 없어요.
당신 아직도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뭔지 모르겠어요? 어려우면 그만 거기서 내려와도 되고. ]
“후...”
“삐...국방부 차관 연결해!”
[네 장관님! ]
현재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국방부 장관이 누군가와 통화를 끝내고 집무실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있었다.
[장관님 정 차관 연결 되었습니다. 삐! ]
[오! 드디어 장관님도 프로그램에 관심이 생기셨나봅니다? 프로그램에서 특별하게 발견된 문제점은 없고, 오히려
프로그램을 체험한 장병들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높은 만족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
“음...예전에 가끔 나오던 얘기처럼 캡슐에서 사고 같은 건 없었나?”
[사고라면? 아! 예전에는 가상현실 동기화 비율이 낮아서 일으키는 사이버 멀미 현상이 일부 있었고, 요즘은
개인별로 자신의 적정시간을 엄격하게 설정해 놓고 캡슐에 접속하는 터라 크게 위험은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신체 리듬이 많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캡슐과 연결이 끊어지도록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
[네 들어가십시오. 장관님. 철컥 ]
“흠. 삼족오라. 다리가 세 개인 새라. 월요일 회의에서 그 다리 하나씩 분질러 주마. 난 아직 기회를 놓치면 안
되거든.”
***
유성은 ‘카페 빈’에서 오전에 초코 수플레 케익을 대량 생산(?)했다. 그리고 시간이 점심시간을 지난 걸
확인하고 외숙모와 점심을 함께했다.
“그러게 요리 재능이 그동안은 지하실에라도 숨어 있었나 보네. 분명히 네 삼촌이 캡슐방 할 때는 유성이는
요리에 1 도 재능이 없어서 라면 조리기가 꼭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렇게 요리를 잘 할 줄 누가 알았겠어?”
유성이 외숙모의 말을 들으니 대학에 떨어지고 난 후 캡슐 방에서 알바 초기에 매일 멍한 상태로 손님들의 주문에
생각 없이 라면을 끓였던 모습이 떠올랐다.
“설마요. 그냥 요리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죠. 누군가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이렇게 기뻐할 거라는
생각을 못했던 거죠. 숙모 찌개 식겠어요. 얼른 드세요.”
“고니야 고마워!”
-네 한유성님 저도 잘 먹겠습니다.
-할짝..할짝..냥..냥...할짝..할짝...냐앙!
“고니야? 너 혹시 자랐냐?”
“가만! 그러고 보니 레벨이 5 가 될 때마다 특수 기능이 하나씩 생기던데...너도 그러면 레벨이 5 가 되면서
새로 생긴 특수 기능 같은 게 있어?”
-네 그렇습니다. 한유성님....
그렇게 고니와 얘기를 나누며 아람의 학교에 도착한 유성은 아침과는 달리 미전 때문에 방문한 외부 관람객을
배려해 학교 측에서 운동장 일부를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 해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유성도 학교 내로 진입해 차를 주차한 후 안내판이 있음에도 이제는 길 찾기에 더 익숙한 ‘주변 정찰’ 스킬을
사용해 미전이 열리는 건물 앞으로 이동했다.
‘이 건물인가 보네?’
“저...저기요!”
“아! 네 그렇군요.”
“아! 그럼 잠시 차에 다녀올게요.”
그렇게 학생에게 설명을 들은 유성은 주차 해둔 SUV 안으로 이동해 ‘왕진 가방’을 고니가 들어갈 만한 캐리어
형태로 소환했다.
그렇게 고니가 들어있는 캐리어를 한쪽 어깨에 메고 미전이 열리고 있는 건물로 들어선 유성은 팸플릿에 소개된
출품작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읽으며 안내 표지판에 따라 천천히 전시회장 안으로 이동했다.
영상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낯설지 않아 멈추어 바라보니 지난 화요일 아람이 고생하며 촬영했던 영상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킬 측정!’
[스..팟]
[ 작품 : 화룡점정(畵龍點睛)
작가 : 정점룡
가격 : 형성되지 않음
작품 설명 : 작가의 이름을 모티브로 하여 아이디어를 가져와 그린 작품으로 보인다.
‘이 친구 그림은 웹툰 쪽이 어울리겠네.’
학생의 그림과 인터넷에서 고니가 찾은 그림을 비교하기 쉽도록 홀로그램을 통해 유성에게 보여 주었다.
소파
***
유성은 측정 스킬을 사용해 고니와 대화를 나누며 학생의 작품을 하나하나 관람했다.
아직 퇴근시간 전이라 그런지 전시장 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유성과 고니는 조용히 작품을 관람하기에 나쁘지
않았다.
‘스킬 측정!’
[스..팟!]
‘어? 이건 이수 작품인가보네.’
[작품 : 운 명
작가 : 이 수
가격 : 형성되지 않음
그렇게 이수의 그림을 제대로(?) 감상한 유성은 작품 아래에 꽃다발 대신에 포장한 ‘초코 수플레 치즈 케이크’
를 얌전하게 두고 돌아섰다.
[작품 : 벚꽃 가득한 산길
작가 : 김아람
가격 : 형성되어 있지 않음
작품설명 : 캔버스에 유채물감을 사용해 그렸으며, 빛에 의해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의 움직임을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구도는 가운데 비탈길을 중심으로 좌우에 하얀색과 분홍색의 벚꽃과 푸른 풀밭이 펼쳐져 있다.
이러한 구도를 통해 우리는 선명하고 여유 있는 자연이 풍성히 담긴 모습을 통해 작가가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추억을 회상하며 그린 그림이라 예측할 수 있다. ]
‘아! 아람이 어릴 때 엄마랑 올랐던 황령산을 그렸나 보네. 정말 엄마 닮아서 그런지 그림 표현 실력이 대단하다!
마치 진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보는 느낌이네!’
-네 한유성님. 아람양의 그림은 프랑스 인상파 화가 중 한사람인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독자적인 풍부한 색채로 유명했던 작가로 ‘풀잎이 가득한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이 지금
아람양 작품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예측 됩니다.
[스..팟]
고니의 설명과 함께 프랑스 화가의 작품으로 보이는 언덕이 그려진 그림이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유성은 아람의 작품 아래에도 꽃다발 대신에 포장한 ‘초코 수플레 치즈 케이크’를 얌전히 놔두고 다음 작품들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꼼꼼하게 학생들의 작품을 하나하나 관람한 유성은 생각보다 학생들이 힘들게 작품에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띠링! ]
[스....파......팟!]
[뚜벅 뚜벅]
무기고로 들어선 유성은 ‘무기고 마트’ 제과 코너로 이동해 오전에 만들어 둔 초코 수플레 치즈 케잌을 잔뜩
집어 먹기 편한 크기로 잘라 하나씩 개별 포장했다.
다시 전시장 내부로 돌아온 유성은 고니가 들어 있는 캐리어를 전시장 내부에 있는 소파위에 잠시 내려 두고
무기고 마트에서 챙겨온 케잌 박스를 들고 전시장 안을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유성은 꽃다발 대신 학생들의 작품
아래에 조각 케잌을 하나씩 선물했다.
그렇게 유성과 고니는 아람의 학교 미전을 꼼꼼하게 둘러보고 나름 학생들에게 깜짝 선물도 전해 준 뒤 전시장
건물을 빠져 나왔다.
***
사이버 부대장은 갑자기 울리는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확인하고, 예전 자신의 직속상관으로 있던 정 차관의
전화를 반갑게 받았다.
[저기 이 준장. 이번에는 ‘삼족오’가 지난번 같이 어이없는 이유로 발목을 잡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서
말이지.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했으면 하는 마음에 전화를 한 걸세.]
그랬다. 국방부 장관은 청문회 이후 바른말 이미지로 오히려 국민들에게 인기가 급격히 늘어났고 그 인기로 인해
김 장관을 자리에서 내칠 수도 없는 현실이었다.
“네 차관님! 그렇지만 월요일까지 새로 자료 준비하려면 시간이 빠듯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하하! 아니지 자료 준비 하려면 시간이 빠듯한 게 아니라 솔직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렇게 해보면 어떻겠소? ]
[꼭 자료를 준비해서 자리에 앉은 사람들에게 돌려 봤자 솔직히 그걸 꼼꼼하게 읽어보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소?
내 장담하건데 분명히 자신의 부관들에게 자료 요약해서 다시 보고 올리라고 할 게 틀림없지 않소?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는 평소 우리하던 회의처럼 그냥 따로 자료 만들지 말고 평소대로 자료 없이 갑시다! ]
[그래 그 산적 대위가 앞에서 회의 진행하게 하자고! 아무리 준비가 철저해도 저쪽에서 꼬투리 잡으려고 하면
계속 늘어질거니 ‘삼족오’에 대해 전문가 하나 사회자로 세우고 옆에 패널처럼 실무 전문가들 주르륵 앉혀서
그냥 오전 회의 시간에 Q & A 로 갑시다! ]
***
-Episode
관람시간이 끝나고 관람객이 모두 빠져 나간 뒤 미술과 학생들은 자신의 작품을 정리하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다.
전시회가 끝나고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그제야 배고픔이 느껴지는 학생들의 귓가에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우걱...우걱....쩝...쩝....달콤...달콤...냠..냠”
“와! 존맛탱!”
허탈해 하는 학생의 앞에는 브이로그에서 아람이 작품인 줄 모르고 앉았던 튼튼한 소파가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그랬다. 유성은 고니가 든 캐리어 가방을 잠시 올려 두었던 전시장 내부의 소파가 설마 작품일 거라고는 1
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취사작전
***
오늘도 바쁘게 하루를 보낸 유성은 무기고 안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한 뒤 모두가 잠든 새벽에 일어나 자신의 방에
있는 캡슐을 바라보다 고니에게 물었다.
그렇게 고니와 얘기를 나눈 유성은 국방부 가상현실 프로그램에 접속해 부사관 메뉴를 소환했다.
“부사관 메뉴”
[띠링! ]
[1. 육군 부사관 ]
[2. 해군 부사관 ]
[3. 공군 부사관 ]
[4. 해병대 ]
[띠링! ]
그랬다. 유성은 육군, 해군, 공군은 한 번씩 체험했지만 아직 해병대는 체험해 본적이 없었다.
[스.....팟]
사실 유성은 삼군의 조리 부사관 메뉴를 모두 체험했기에 이번 해병대 조리 부사관 메뉴도 지난 가상현실 프로그램
접속에서 경험했던 넓고 쾌적했던 병영식당과 밝고 깨끗한 조리시설을 갖춘 조리장과 그 안에 정리정돈 되어 있는
조리 기구 등을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넓고 쾌적한 환경의 취사장이 아니라 어두운 밤 기존의 야전 훈련에서 접했던 흙으로 된 땅위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리둥절해 하며 두리번거리던 유성은 조금씩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자 자신의 앞쪽에 세워져 있는 트럭으로
보이는 물체를 확인 할 수 있었다.
[띠링! ]
-해병대 장병이 새벽 훈련을 시작하기 전 맛있고 든든한 식사를 제공해 해병대 장병들의 사기를 고무시켜라.
-당신은 갓 부임한 해병대 신입 금양담당관(하사 한유성)으로 훈련지역에 투입 되었다. 조리병들을 통솔해 200
명의 해병대 장병들에게 맛있는 배식에 성공하라.
[띠링!]
‘응! 가보자!’
야전에서 취사가 가능한 군용 트레일러 안으로 이동한 유성은 생각보다 넓은 크기에 살짝 놀랐다.
‘햐! 넓네!’
그렇게 차량 안을 둘러보던 유성의 앞으로 해병대에선 육군과는 다르게 단독무장이라 부르는 상태의 해병대 조리병
넷이 다가와 경례를 했다.
“필승! ”
“필승.”
‘역시 이번 작전을 깔끔하게 수행하기 전에 먼저 사병들의 도움을 받아야 겠지? 고니야 얘들도 NPC 는 아닌 거
같지?’
“쩝.. 반찬은 어제 저녁에 정한대로 차량에서 저희가 만들어 배식하기로 했고, 배식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밥은
병사들이 자신의 텐트 앞에서 직접 반합으로 지어 먹을 계획이지 말입니다.”
질문에 대답하는 태도가 영 개운치 않은 것도 있지만 메뉴의 내용 또한 유성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게
조리병의 말을 다 듣고 난 유성의 인상은 저도 모르게 찌푸려져 있었다.
“아니..어제 급양관님이 한번 해병은 자신이 처한 어떠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최 해병이 억울해 하며 내뱉는 말을 듣고 난 후에야 NPC 상태의 급양관일 때 결정한 메뉴라는 것을 이해한
유성은 급하게 조리병들에게 각자 파트를 나눠 주었다.
그렇게 유성은 최 병장에게 받은 콩나물을 다듬기 위해 계수대로 이동했고, 최 해병은 오이를 손질하면서도
유성에 대해 계속 투덜거림을 이어갔다.
***
-Episode
“응! 연결해줘!”
[오빠! 아람이가 그러던데 이 ‘초코 수플레 치즈 케잌’ 오빠 작품이라며? 일부러 시간 내서 이수 작품 보로
우리학교 미전에 직접 왔다 간 거야?]
“이수야! 너만이 아니라 너랑 아람이랑 둘이 똑같이 조각이 아니라 ‘초코 수플레 치즈 케잌’ 원형을
준비했었지.”
“당연히 있었지!”
[오..오빠...역시...알아 본 거야? ]
-죄송합니다. 아직 인간의 ‘당황’과 같은 감정 상태에 대해서는 학습이 부족해 유성님의 질문에 적절한 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유성님.
“만약에 내가 소변이 너무 급해!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그런데 저기 담벼락 옆에 주차된 트럭이 보여! 그래서
그 트럭 뒤에 살짝 숨어 벽에다가 급한 볼 일을 해결 하며 숨을 돌리고 있는데 그 트럭이 갑자기 앞으로 가버려!
그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을 ‘당황’이라고 생각하면 돼.”
만족도
***
“네 알겠습니다. 급양관님.”
“고 상병! 넌 반합에다가 쌀 2 인분씩 넣어 주고, 조 일병은 나머지 반합에다가 여기 콩나물 한 움큼씩 넣어줘!”
조리병들에게 배식을 명령한 유성이 식수 탱크 앞으로 이동해 식수를 나눠 주려다 갑자기 스친 생각에 고니의
의견을 물었다.
[시스템에 등록 되어 있지 않은 스킬입니다. ]
[띠링! ]
스킬을 사용한 유성의 눈앞에 그냥 보정 스킬을 사용했을 때와는 달리 대상을 지정해 달라는 메시지가 깜빡거렸다.
“네 알겠습니다!”
유성은 그렇게 자신에게 다가온 장병들에게 쌀 반합과 콩나물 반합에 각각 물을 알맞게 공급해 주며 간단하게
‘콩나물밥’에 대해 친절하게 미소까지 더해 설명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물도 직접 따라주고 아무리 NPC 라지만 설명도 잘해주고 현실에선 저런 급양관 없지
말입니다.”
“네 그렇게까지.....당연히 하지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네 한유성님 가능합니다. 차량을 디지털 아이템으로 인식하도록 동기화 작업을 진행합니다. 삐..삐...삑!
“그럼 여기 물 받아와!”
“네..알겠습니다.”
-네 한유성님 무기고와 동기화 시키려면 약 30 분 정도의 시간은 걸리겠지만 충분히 가능 하리라 판단됩니다.
유성은 해병대 부식창고를 털어 무기고 마트가 빵빵해질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흥얼거리며 달래 양념장 만들기에
들어갔다.
‘스킬 재료손질!’
먼저 유성은 재료 손질 스킬을 통해 현란한 칼질과 함께 달래와 홍고추, 쪽파를 썰어서 그리고 마늘은 다져서
달래 양념장 재료를 준비했다.
‘스킬 보정!’
다음으로 보정 스킬을 통해 간장을 베이스로 한 양념장에 달달함과 고소함을 잡아 줄 올리고당과 들기름 그리고
매콤함을 더해 줄 고춧가루와 다시 한 번 고소함을 책임져 줄 통깨가 들어 간 ‘달래 양념장’의 황금 비율을
찾아갔다.
“그럼 전 뭐합니까?”
그리고 유성은 따로 ‘콩나물밥’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해병대 장병들의 텐트 사이를 오가며 ‘불조절’ 스킬을
사용해 반합 아래에서 홀로 열심히 타오르고 있는 고체 연료의 불을 조절했다.
“네 알겠습니다.”
‘스킬 불조절!’
[화르륵..화르륵 ]
조리병들과 유성이 그렇게 바쁘게 움직인 덕택에 어느덧 해병대 장병들 모두가 맛있는 식사를 하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바쁘게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보니 유성의 귓가에도 어느 덧 작전이 완료 되었다는 메시지가 유성의 눈앞에
떠올랐다.
[띠링! ]
-당신은 갓 부임한 해병대 신입 금양담당관(하사 한유성)으로 훈련지역에 투입 되었다. 조리병들을 통솔해 200
명의 해병대 장병들에게 맛있는 배식에 성공하라.
[띠링! ]
그렇게 마지막 남은 4 명의 해병대원 앞으로 이동한 유성이 어색하지만 밝은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
지금까지 자신들에게만은 미소하나 없이 까칠하게 대하던 급양담당관의 달라진 표정에 조리병들은 얼떨떨하기만
했다.
“너희들 라면 먹고 갈래?”
유성이 조리병들을 위해 선택한 메뉴는 바로 5 년 전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었던 대기업의 노하우가
가득 들어 있는 제품이었다.
[띠링! ]
운동 부족
***
“호호 그럴까?”
일찍 일어나 뉴스를 시청중이 던 아빠는 유성과 엄마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는 살며시 화장실로 이동했다.
“콜!”
역시 서열이 낮은 아빠의 의견은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고 스케줄을 결정한 엄마는 화장실 앞에서 아빠에게
통보했다.
“큼큼...10 분만.”
그렇게 부모님은 유성이 아침을 준비하겠다는 말을 듣곤 모처럼 주말 아침 두 분이서 근처 공원으로 아침 운동을
나가셨다.
-냐앙...
그렇게 모처럼 평화로운 일상의 여유를 눈에 담아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른 유성은 가족을 위해 아침식사 준비
시작했다.
미리 준비해둔 쌀뜨물을 보글보글 끓이는 동안 유성은 ‘재료손질’을 사용해 된장찌개에 들어갈 재료를 준비했다.
‘스킬! 재료손질!’
육수가 보글보글 끓어오르자 된장을 적당히 풀어주고 미리 손질해 둔 돼지고기와 감자를 차례로 냄비에 넣어주었다.
감자가 포슬포슬 익은걸 확인한 유성은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까지 냄비에 넣어주고 잠시 후 찌개가 보글보글
끓어오르자 새송이 버섯, 애호박 그리고 양파까지 넣어주고 다시 끓기를 기다렸다.
‘얼큰한 맛을 내려면...’
‘된장찌개는 일단 조금 더 푹 끓게 나두고...’
냉장고에서 밑반찬을 조금씩 덜어낸 유성은 ‘보정’ 스킬을 사용해 음식 맛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유성이 식탁에 아침 식사 준비를 끝마칠 무렵 현관문이 열리며 부모님이 들어오셨다.
-냐앙...
“엄마 왔어?”
소란을 듣고 주방에서 나온 유성의 눈앞에 엄마에게 오른쪽 팔을 둘러 기댄 체 힘겹게 거실로 들어오는 부모님의
모습이 보였다.
“쩝.. 그러게 안하던 운동을 해서 그런지 갑자기 공원 주위 잘 뛰다가 갑자기 허벅지 잡고 쓰러질 줄 누가
알았겠니?”
[스...팟]
-한유성님 아버님의 신체 확인 결과 갑자기 무리한 운동으로 인해 허벅지 뒤쪽 부분의 근육과 힘줄 부분이 손상된
것으로 확인 됩니다.
손상된 근육은 걷거나 뛸 때 골반과 허리를 받쳐주며 동작을 멈추거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근육으로 요즘은 햄스트링 근육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네 한유성님 햄스트링은 엉덩이와 무릎관절을 연결하는 근육으로 이루어져, 일반적으로 빠른 속력의 달리기나
발차기 등이 포함된 축구, 야구, 마라톤 선수들이 흔히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네 한유성님 햄스트링 손상은 과격한 운동뿐만 아니라 장시간 앉아서 근무하는 시간이 많은 직장인들에게도
나타납니다.
고정된 자세로 인해 햄스트링 근육이 약해지면서 골반이 틀어지거나 골반이 뒤로 젖혀 만성적인 허리통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고니에게 자세하게 설명을 들은 유성은 소파에 엎드려 있는 아빠의 허벅지 뒤로 손을 가져가 가족들이 들을 수
있게 말했다.
“하하하! 아빠 오랜만에 갑자기 운동해서 근육이 놀랬나 보다. 스포츠 마사지로 뭉친 근육들 풀어줄게. 잠시만
기다려.”
[우..웅! ]
유성은 아빠의 허벅지 뒤쪽을 살짝 쓰다듬듯 주무르자 하얀 빛이 손 주위에서 윙윙거리며 빛나기 시작했고, 손의
움직임에 따라 아빠의 아파서 내던 목소리도 차즘 편안해져 갔다.
“아야! 아..야...흠..”
“이제 좀 괜찮지?”
“아빠 그거 운동 부족이야.”
유성이 아빠에게 잔소리를 시작하려는 낌새를 느낀 아빠는 유성의 특기 중 하나인 대화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
버렸다.
-냐앙.
유성이 아빠의 근육 뭉침(?)을 걱정에 비해 가볍게 해결하자 그제야 긴장이 풀린 가족들은 허기가 밀려 왔는지
유성이 준비한 식탁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한바탕 아침 소동을 겪어서 그런지 가족 모두 허기가 밀려 와서 그런지 식탁에 둘러앉은 4 명의 가족은
맛있게 유성이 준비한 아침식사를 이어갔다.
“아빠 좀! 소리 내서 트림 좀 하지 마!”
식사가 끝난 가족들이 만족해하며 거실로 돌아가고 유성은 새로 얻은 조리 도구의 성능에 만족함을 느꼈다.
[띠링! ]
***
-Episode
오랜만에 주말아침 산책 나온 유성의 아빠와 엄마는 곧 공원에 도착해 가볍게 공원 주위를 걸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정답게 공원을 거닐며 데이트를 즐기던 유성 아빠와 엄마 옆으로 쌩하고 달려 지나가는 커플이
보였다. 이를 본 유성의 엄마가 나즈막이 말했다.
“큼.. 젊은 거 빼면 뭐가 있다고?”
“누가 뭐래?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젊은 애들이라 공원 데이트도 우리처럼 걷는 게 아니고 저렇게 뛸 수 있는...
젊음이 부럽다는 거지...”
“기다려봐! 나도 안 해서 그렇지 저 정도는 뭐! 다해!”
[다다다다다! ]
“그만해! 다쳐!”
오늘부터 우리는
***
유성의 질문에 고니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주변 정찰’을 사용해 주차자리를 검색했다.
“알았어. 그리 가자!”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에 미소를 짓고 다가오는 유성을 발견한 친구들은 윤찬을 스타트로 한마디씩하며 유성을
그들만의 방법으로 반겼다.
그렇게 억울한 표정으로 투덜거리는 유성에게 나경이 살며시 인사하며 메모지를 건넸다.
“어...그래. 갔다 올게.”
“응. 그럼 되겠다.”
“...지난... 월요일...”
“그건 내가 연락 한 건데!”
유성의 자신 없는 말투에 이어 나경의 대답이 이어지자 보라와 진아의 눈빛이 사납게 변해 유성을 바라봤다.
“아니야!...그런 거.”
그렇게 어장관리를 시작 하려다 걸린 어부 유성은 그 어장에 빠질 뻔 했던 물고기 나경에게 사과의 의미로 경제적
지출을 하게 된다는 친구들이 만든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스타박스’에 이어 ‘기가박스’까지 지갑을 열게
되었다.
나경의 물음에도 보라와 진아는 대답이 없었고 옆에 있던 윤찬 마저 담담하게 유성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어?...그...그래!”
정신없이 이어진 친구들과 인사를 끝내고 나니 유성과 나경만이 영화관 앞에 덩그러니 남았다.
“아니! 싫은데..”
“아! 아니 나도 집에 갈 생각 없어!”
“응! 나도 완전 저녁 먹고 싶었어!”
그렇게 눈치 없는 유성도 나경의 리더로 둘만의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고니가 추천한 야경이 보이는 분위기 좋은 파스타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부산 근교의 야경을 볼만한
곳으로 드라이브까지 다녀왔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조심스레 유성이 나경에게 그동안 고백하지 못한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자 나경도 유성에게
숨겨왔던 말을 꺼냈다.
“....눈치도 레벨 업 해볼게.”
“응. 너도 운전 조심해.”
“응. 너 먼저 얼른 들어가.”
“응! 잘 자!”
***
“삼족오! 잘 있었어? 다음 주 월요일이 6 월 첫 회의라 사이버 부대장님 뿐 아니라 국방부 장관님과 차관님 등
모두 참석한다고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나 봐.”
잠시 생각에 잠겼던 관리 소대장은 혼잣말 하듯이 조용하게, 하지만 삼족오가 충분히 들을 수 있는 크기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소대장님의 말씀을 종합해 보면 월요일 회의에서 그 두 파벌이 만나 저를 주제로 회의를 한다는 말씀입니까? ]
“음..난 군인이라 내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 명령에 우선 할 수밖에 없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명령권을 가진 사람이 두 파벌 모두 있다는 거지.”
“그치. 월요일 회의에 너도 참석하면 쉽게 알 수 있을 거야. 아무튼 그래도 우리 그동안 꽤 친해진 거 아닌가?”
***
-Episode
“반갑습니다. 손님!”
“좀 빨리 다니지?”
“아 미안!”
“응 필요해!”
“완전!”
“그럴까?”
이 후 진아는 윤찬과 따로 정보를 주고받아 나경과 유성이 서로에게 마음이 있음을 확인했다.
“OK!”
나경은 유성의 답답한 마음에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렇게 입을 맞추고 유성이 매장 2 층으로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군악대 작전
***
토요일 늦은 시각 평소 같으면 유성은 벌써 무기고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을 시간이지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흐흐흐.”
[띠링! ]
[군악을 선택하셨습니다. ]
[현악]
[목관]
[금관]
[타악]
-네 한유성님 인간은 음악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다고 검색으로 확인 했기에 추천한 메뉴입니다.
[스.....팟]
[띠링! ]
[끼룩 끼룩...]
[띠링! ]
-해마다 벌어지는 해변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 앞에서 군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해군 군악대가 준비한 거리
퍼레이드에 참여해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라.
작전을 확인한 유성은 그제야 자신의 주변에서 지켜보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띠링! ]
[잠시 후 시민들 앞에서 해군 군악대의 연주가 시작 됩니다. 군악대장의 지휘에 맞춰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연주를 부탁드립니다. ]
[60 초]
[59 초]
유성은 고니의 말대로 작은 약병을 떠올리며 바지 주머니 속에 소환한 왕진약병(?) 안에서 신경안정제를 꺼내
빠르게 입으로 가져갔다.
[2 초]
[1 초]
[0 초]
***
싸늘한 분위기가 감도는 사무실 안에서 두 명의 남녀가 심각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어쩔 수 없지. 예전에는 사람 찾아 달라는 의뢰가 주를 이루었는데, 그것도 요즘은 ‘얼굴 책’ 어플을 통해서
찾고 싶은 사람은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 버리니...휴...이제 그쪽 방면 의뢰는 돈 때먹고 숨어버린 사람 아니면
의뢰가 들어오질 않네. 휴...”
“아! 선거철 다가올 때마다 후보들 뒷조사 해달라고 들어오는 의뢰 말하는 거지?”
남자의 말을 들은 여자가 존대하기 지쳤는지 남자의 호칭에서 직책을 빼고 떠오른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럼 드론이랑 필요한 장비들 목록은 뽑아 줄 테니 구입은 아저씨들 시켜. 그리고 삼촌은 현 국회의원이랑 다음
예상 후보들 뽑아서 나한테 명단 메일로 보내줘!”
“그래. 알았어!”
휠체어에 앉아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며 아람의 얘기를 해서인지 조금은 우울하게 느껴지는 핑크의 모습을 본
심실장이 긍정적인 내용을 전했다.
“어 그렇지 분홍아.”
“어...미안 내가 경솔했네.”
***
“그...게 뭐야?”
고니는 아무것도 모르는 유성에게 홀로그램 영상과 함께 설명을 더해 유성에게 자신감을 더해주었다.
-보시는 화면과 같이 심벌즈는 가장 오래된 타악기입니다. 심벌즈의 연주 방법은 이렇게 2 장의 심벌을 비비듯이
치는 방법과 2 장의 심벌을 서로 마주 향하게 하고 손의 작은 진동에 의해 가장자리를 부딪치는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로 구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악보는 1 도 볼 줄 모르는 유성이 참여한 군악대 거리 퍼레이드 행사는 유성이 속한 타악기들의 연주를
시작으로 행사의 막이 올랐다.
유성은 애국가를 시작으로 대중가요까지 그렇게 자신이 가진 능력을 다 쏟아 부으며 연주에 참여해 해군 군악대의
해변축제 거리 퍼레이드를 이어 갔다.
유성은 눈앞에 있는 심벌즈 선생님의 홀로그램 아래로 보이는 작전 만족도 진행 상태 게이지를 확인 하며 말했다.
유성은 자신의 눈앞에서 연주하던 홀로그램이 멈춰 있어 퍼레이드가 끝나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그리고 군악대장의 뒤로 저 멀리 무언가 총처럼 보이는 것들이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연이어 들려오는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 소리...그리고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하는 만족도 게이지....
‘난 왜 몰랐지?’
‘어? 그래!’
[띠링! ]
고니의 스킬
***
일요일 이른 아침 유성은 정식으로 나경과 첫 데이트를 위해 욕실을 오가며 단장하느라 아침부터 분주하다.
유경은 마치 신기라도 있는지 일어나서 씻지도 않고 고니와 거실에서 뒹굴 거리다가 욕실과 방을 바쁘게 오가는
유성에게 물었다.
“어라? 진짜 수상한데?”
그렇게 유성이 ‘남친 룩’ 검색을 통해 모델을 따라했던 올백스타일의 머리는 다행히 유경의 제지로 바로 잡을
수 있었다.
“많이 별로야?”
유성은 동생 유경에게 지출한 답례에 대해서는 크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예전보다 동생과의
관계가 가까워 진 것 같아 오히려 더 마음이 편했다.
“유경아 오빠 다녀올게.”
“찌릿! ”
주차한 차 안에서 데이트 코스를 검색하느라 휴대폰을 확인하던 유성은 출발하기 전 집에서 유경이 데이트에
적합한 옷을 골라주며 자신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응. 맞지만 아니야. 괜히 먼저 가서 주차해두고 기다린다고 연락하진 말라는 말이야. 생각해봐 오빠가 벌써
도착해서 기다린다고 연락하면 여자 쪽에서 부담이 되겠어? 안되겠어?”
“난 먼저 와서 기다려도 괜찮은데.”
유경과의 대화에서 유성은 나경과의 데이트 준비가 지난해 보았던 수능 수학문제 30 번 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하며
물었다.
그렇게 유경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형의 남자를 대입시켜 유성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나경 : 아...그래? 이따 봐. 」
「ㅇㅇ 」
그렇게 유성은 설렘 반 긴장 반의 기다림 끝에 하늘색 원피스를 차려입고 대문을 열고 나오는 나경의 모습에 잠시
넋을 놓고 있다 차에서 내려 유경 앞으로 다가갔다.
‘이쁘다!’
“아!...나경아! 안녕?”
“응. 많이 기다렸지?”
“아..아니야! 나도 방금 왔어!”
“아니야..미안해 나경아.”
“유성아 넌 내가 화난 거로 보이니?”
“..아..그게..아니라.”
‘고니야. 나 좀 도와줘...’
그렇게 난관에 봉착한 유성은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몰라 고니에게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했다.
[스...팟]
***
-해마다 벌어지는 해변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 앞에서 군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해군 군악대가 준비한 거리
퍼레이드에 참여해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라.
[띠링! ]
-수고하셨습니다. 한유성님.
‘어 나도 그럴 생각이야.’
그렇게 만족도 취합을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던 유성은 시민들이 밝은 표정으로 멋진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준
군악대와 의장대를 향해 끊임없는 박수와 환호로 화답해 주고 있는 모습을 그제야 확인 할 수 있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는 몰라도 유성은 덜덜 떨리는 손과 가슴에서 느껴지는 뭉클함에 놀라 당황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이..기분!...나쁘지 않네.’
[띠링! ]
****
-Episode
나경은 오늘 유성과의 약속 때문에 새벽까지 뒤척이다 잠들어 버려 맞춰둔 알람시간 보다 늦은 시간에 일어났다.
나경은 그렇게 늦게 일어나 후다닥 바쁘게 준비를 하다가 약속시간이 가까워 올 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2 층
자신의 방에서 내다본 창밖으로 주차 된 유성의 차를 볼 수 있었다.
「유성아 도착 했니?」
「아...그래? 이따 봐. 」
「유성 : ㅇㅇ 」
“아!...나경아! 안녕?”
나경은 기대했던 유성의 리액션을 볼 수가 없어 약간 섭섭했지만, 일찍부터 도착해 자신을 기다린 유성을
생각하며 최대한 담백하게 대답했다.
“응. 많이 기다렸지?”
“아..아니야! 나도 방금 왔어!”
“아니야..미안해 나경아.”
이제는 유성이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 얘기를 하려나 보다 생각한 나경은 살며시 유성에게 이유를 물었다.
“유성아 넌 내가 화난 거로 보이니?”
“..아..그게..아니라.”
답답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던 나경의 시야에 유성의 차 대쉬보드 위에 앉아 나경을 바라보는 흰색 바탕에 회색
줄무늬를 가진 무언가가 보였다.
-냐..앙.....냐...앙~
***
[빠라바라밤! 빠라바...]
“네 어르신 전화 받았습니다.”
***
유성과 나경은 고니가 검색해서 찾아 낸 추천 데이트 코스 중에 하나인 서면에 위치한 방탈출 카페를 찾았다.
[딸랑! ]
“네. 두 명이요.”
“혹시 저희 가게 처음이신가요?”
“네! 처음이에요.”
“네!”
“예...”
“저희 방탈출 카페는 예전에 사용하던 아날로그방식과 증강현실을 사용한 디지털방식 중에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먼저 아날로그방식은.....”
그렇게 카페 직원의 친절한 설명을 모두 듣고 난 다음 유성과 나경은 좀 더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는 디지털
방탈출 방식을 결정했다.
그렇게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아무것도 없는 사각의 방안으로 들어가 무선 블루투스 고글과 장갑 그리고 헤드셋을
착용 하고 난 뒤 이용 시 주의사항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다.
[스...팟]
“앗!”
“나경아. 내가 한 번 찾아볼게!”
-네 한유성님 스킬 주변 정찰 사용합니다.
유성이 주변정찰을 사용하자 디지털화면 너머로 접속하기 전의 아무것도 없던 사각의 방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나
유성의 눈앞에 나타났다.
여행용 트렁크를 만지작대면서 비밀번호를 알아내려던 나경이 갑자기 들려온 유성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9 인 거 같애.”
[딸깍! ]
나경이 깜짝 놀라서 유성에게 물어보자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진지하게 유성이 대답했다.
“하하하...천재까지는..그냥 평범하지.”
그랬다. 유성의 홀로그램 화면의 세로선과 가방 위쪽에 무늬가 겹쳐지면서 순간적으로 유성은 4 개의 숫자를
보았던 것이다.
여행용 가방을 열자 트렁크 속에 설치된 폭탄을 볼 수 있었다. 시한폭탄인지 타이머의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게 방탈출 카페에서 유성은 나경과 함께 이어진 트릭과 퍼즐을 해결하며 둘은 서로에게 조금씩 더 가까워져
갔다.
“하하 아니라니까!”
***
“허허. 알았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 휴일 아침인데도 나오게 해서 미안하네. 얼른 들어가서 쉬도록 하게.”
“그래그래.”
노인이 바라보는 액자 속 단체 사진에는 놀랍게도 대한민국 국군의 창군기 멤버로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도 몇몇
자리하고 있었다.
“후... 이제 나 혼자 남은 건가?”
“야 운전병! 빨리 시동 걸어!”
“어..어디로 갑니까?”
덕분에 제 1 보병사단은 우측면에서 침투하는 북한의 T-34 전차를 막지 못해 임진강 주진지선에서 밀리게 된다.
춘천 방면에서는 6 사단이 북한군 2 개 사단을 작살내고 있었고, 동해안 방면에서 8 사단은 일시적으로 강릉을
빼앗겼지만 재탈환 하는 등 1, 6, 8 사단은 잘 막아 내고 있었는데 그가 몸담고 있었던 의정부의 7 사단만
지휘관의 무단이탈로 무너진 것이다.
잘 싸우던 1 사단은 7 사단이 무너져 후방이 위협 받자 후퇴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자 전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춘천의 6 사단, 동해안의 8 사단도 건제를 유지한 채 후퇴 하였다.
그렇게 그는 일본을 배경으로 젊은 나이에 사단장에 올라 6.25 전쟁을 말아먹은 그의 사령관 아래에서 전쟁을
체험하며 처세술을 배워가기 시작했다.
이 후 그의 사령관은 7 사단을 궤멸시킨 책임을 물어 징계를 당하리라는 생각과는 달리 낙동강 방어전에서 오히려
2 군단장으로 진급해 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천상륙작전을 필두로 기세가 오른 아군의 반격이 이어졌고 그도 자신의 사령관과 함께
청천강 전투에 참여했다.
그러나 역시 얼마지 않아 그의 사령관의 어이없는 지휘에 힘입은 중공군은 아군을 밀어 붙이기 시작했다. 그의
사령관은 사단에 이어 이제는 군단을 해산 시켜 버렸다.
그렇게 자신의 상관이 맡은 부대는 여지없이 뚫리기 시작해서 옆에서 같이 진지를 구축했던 미군과 함께 1.4
후퇴를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현리 전투에서도 자신의 사령관은 군단장으로 참여했다. 이제 2 군단이 없어서 일까? 3 군단을 맡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그렇게 실제로 계속 일어났다.
“야 운전병! 빨리 시동 걸어!”
빵셔틀
***
“네 장관님. 감사합니다.”
김 장관이 정 차관의 말을 들으며 앞에 상황실이 있는 건물로 향하려던 방향을 이 준장이 막아서며 다른 건물을
가리켰다.
“어 그래?”
운용중대장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선 곳은 회의장이 아니라 부대원들이 가상현실 프로그램 근무를 위해 탑승하는
캡슐들이 모여 있는 사이버 부대 VR 캡슐센터였다.
예상을 벗어난 이 준장의 얘기를 듣고 캡슐센터를 둘러보는 국방부 장관의 눈에 출고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번쩍이는 캡슐이 보였다.
그랬다.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반대하기 위해 항상 테이블 위에서 서류 뭉치로만 반대를 일삼던 국방부 장관
무리에게 최소한의 ‘삼족오’를 체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6 월 월간회의를 국방부 차관이하 인사가
준비했던 것이다.
오늘 회의를 가상현실 속에서 진행하면 안 될 것 같은 촉이 강하게 밀려와 억지를 부려서라도 접속하지 않으려는
국방부 장관에게 캡슐 옆에 대기 중인 중위가 장관의 말을 듣곤 설명을 이었다.
“예 장관님! 그동안 문제 되었던 사이버 멀미의 대처방안으로 가동율에 따라 ‘삼족오’가 접속자에게 개별적인
환경을 제공하도록 버전 업 되었습니다. 이 역시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평소 스트레스가 심해 전자기기 사용에 예민한 국방부 장관을 시작으로 캡슐에 하나 둘 씩 오르기 시작했다.
***
유성은 나경과 첫 데이트로 꿈같은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아람을 학교로 데려다 주기위해 차에 올랐다.
“OK! 다음!”
“안 돼! 고니야! 그냥 이건 읽씹해!”
진아가 나경의 베프임을 익히 알고 있는 유성은 진아에게도 잘 보이면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답장에 정성을
담았다.
-감사합니다. 한유성님.
“안녕하세요. 관장님!”
“부지런하기도 해라 언제 일어나서 빵까지 만들었데? 매번 이렇게 맛있는 빵도 챙겨주고 고마워서 어떻게 해요?”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유성과 최 관장 사이에 2 층에서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내려온 아람이 끼어들었다.
“뭐? 내가 왜 빵이야?”
***
-Episode (후일담)
대한민국 대통령과 국무총리 그리고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 및 국가정보원장 이렇게 6 명과
더불어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 등이 국방부 지하 벙커에 준비된 책상에 둘러
앉아 NSC 다시 말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진행 중에 있다.
“다들 여기에서 이렇게 보니 새롭습니다. 하하하”
“네. 오늘 회의는 국방부 장관의 아이디어로 우리가 이렇게 가상현실 공간에서 열리게 되는 첫 번째 국가
안전보장 회의가 되겠습니다.”
“하하! 나도 장관이 올린 가상현실 회의 기획안을 확인하긴 했는데 기존에 알려진 시간과 공간에 대한 효율성 뿐
아니라 다른 부분 또한 참신했소. 다른 분들께는 장관이 직접 알려 주시지 않겠소?”
그랬다. 안전보장 회의에 참석한 국방부 장관은 김 장관이 아니라 이전 국방부 차관이었던 정차관이 자리해
있었다.
선착순
***
‘큼..큼..생각보단 꽤 넓군.’
곧이어 캡슐의 뚜껑이 닫히며 김 장관의 머릿속으로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스...팟! ]
안내에 따라 주위를 들러보다 자신의 명패가 놓여 있는 상석을 발견한 김 장관은 자리로 이동해 앉았다.
‘허허 흥미롭군.’
김 장관은 프로그램에서 내려 자신의 파벌들에게 회의 결과에 대한 방침을 전할 생각에 마음이 급했지만, 자신의
건강에 대해 삼족오가 보고한다기에 일단 들어보고 프로그램 접속을 끊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그..게 무슨 말인가?”
“갑자기..내가..췌..장암..이라고?”
이후 김 장관은 췌장암 치료를 위해 국방부 장관의 자리에서 급히 사퇴하게 되었고, 정 차관이 국방부장관의
자리를 대행하게 되었다.
:
***
[뚜루루루루 뚜루루루..... ]
“네 고마워요. 그럼 이따 뵐게요.”
[네 이따봐요. 철컥! ]
“아! 오늘 월요일이구나.”
“유성아 왔니?”
“네 숙모! 주말 잘 보냈어요?”
외숙모는 유성이 함께 식사 때마다 조리도구와 보정 스킬을 사용한 때문인지 유성의 빵에 그렇게 중독되어 가고
있었다.
***
휠체어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전화를 받고 있는 노인의 전화기에서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네 어르신 들어가십...철컥 ]
[네. 회주님!]
“어르신 찾으셨습니까?”
***
-Episode
[딸랑! ]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귀여운 남자 손님의 질문에 유성의 외숙모는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네 음료와 빵도 함께 판매 하고 있습니다.”
남학생 손님의 주문에 진열장을 돌아본 유성의 외숙모가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며 말을 이었다.
“아! 손님. 죄송합니다. 평소보다 많이 준비해 두었는데 이상하게 어제부터 초크 수플레 치즈 케이크만 찾는
손님이 많아서 오늘 오전 중에 다 팔렸어요. 진열장에 다른 케잌이나 빵도 준비 되어 있으니 확인해 보세요.
손님.”
“아..아니에요...다음에 올게요.”
유성의 외숙모의 말을 듣고는 거의 울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선 남학생은 그렇게 ‘카페 빈’을 나섰다.
“저..저기 학생!”
“네?”
유성의 외숙모는 돌아서는 학생의 표정을 보고 그냥 보내기가 안쓰러워 멀어지는 남학생을 불러 세웠다.
친구들의 ‘얼굴책’ 어플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자신도 부랴부랴 찾아 왔지만 ‘초코 수플레 치즈 케잌’은 벌써
매진이었던 것이다.
‘꼬르륵...’
‘아 배고파!’
‘후...너무 작다.’
[딸랑! ]
“아!...안 돼!”
분홍 이야기
***
[끼익! ]
“오랜만이에요. 유성군.”
“썬 크림은 계절 상관없이 외출하기 전엔 필수죠! 와! 딱히 관리도 하지 않는데도 피부가 이렇게 차이가 나나?”
심 실장과 유성을 번갈아 살펴보며 둘이 피부를 비교하던 핑크의 손이 누군가 말리지 않으면 곧 유성의 얼굴에
당도할 기세라 느꼈는지 심 실장이 급히 주위를 환기시켰다.
“유성씨 원래 교회 다녔어요?”
“딱히 나가는 교회는 없지만 그냥 개인적인 믿음이죠. 신께 기도 후 음식을 먹으면 맛있어 진다는 일종의 저만의
루틴이라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핑크가 삼촌의 리액션을 애써 무시하며 혹시 배달된 음식이 유성의 입맛에 맞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물었다.
핑크의 걱정이 무색하게 맛있게 먹는 유성의 반응에 이어 삼촌도 유성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그렇게 새로운 주방장(?) 유성의 손맛으로 평소보다 맛있게 식사를 끝낸 후 심 실장은 커피머신에서 원두커피를
내려주겠다며 커피를 준비하러 이동했다.
그사이 테이블에 남겨진 유성과 핑크는 둘의 공통분모인 아람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를 시작했다.
유성은 하반신 마비인 환자들에게 무턱대고 괜찮을 거라는 인사는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에 희망의 메시지는 전하지 않았다.
“아..네. 그렇군요.”
커피를 준비해 쟁반에 담아온 심 실장은 둘이 멀뚱히 앉아 있는 썰렁한 분위기에 소파에 앉은 유성과 반대쪽에
자리한 핑크의 눈치를 보며 다가와 말을 이었다.
심 실장에게 방금 내려 따뜻한 커피를 건네받은 유성이 분위기 전환이라도 할 겸 심 실장에게 동의를 구했다.
“유성씨 여기 자료 한 번 확인 해 봐요.”
핑크가 말할 때 어느 정도 회복된 눈빛을 확인한 유성이 분위기 반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유성의 대답에 급격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핑크는 조금 전 했던 말과는 다르게 노선을 변경했다.
“유성군 그럼 운전 조심하게.”
“유성씨 잘가...요.”
“응.”
-먼저 심분홍님의 하지마비는 흉추부이하 척수신경이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손상되어 보이는 증상으로 확인 됩니다.
좀 더 자세한 증상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유성은 그렇게 자신의 약간의 수고로 다른 이에게 기쁨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오지랖을 한번 부려볼 결정을
했다.
****
오전부터 가상현실 공간에서 월간 회의를 치르느라 주말부터 정신없었던 관리 소대장은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하고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소대장님 ]
“삼족오 너도 고생 많았어.”
[네. 개인 정보라 정확한 설명은 드릴 수가 없지만, 회의를 위해 접속한 국방부 장관님을 스캔 중에 발견해 보고
드린 신체 이상 확인을 위해 병원으로 급히 이동하신 것으로 예측됩니다. ]
[네. 캡슐에 기기만 갖추어져 있으면 기본 적인 엑스레이, 컴퓨터 단층 촬영기(CT), 양전자 단층 촬영기(PET)
등을 통해 기본적인 의료 진단이 가능합니다. ]
“헐...친구야! 너 보기 보다 더 능력자구나!”
그렇게 삼족오는 국방부 장관이 접속했던 새로운 버전의 캡슐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능력을 선 보였다.
***
-Episode (후일담)
실제로 얼마간 그렇게 생활도 했습니다. 이정도면 열심히 했다고,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여기서 그만하자고
주위사람 그만 괴롭히자고...
그래서 조심스럽게 수술을 집도한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님께 전화 상담을 한 결과 놀라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경과보고 나서 또 글 올릴게요.
정밀 보정
***
[끼익! ]
“...?”
핑크는 유성에게 대답하며 사무실 입구 한 쪽 구석을 바라봤다. 유성도 자연히 핑크의 시선을 따라 돌아본 곳에는
서류 뭉치가 쌓여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것은....”
“네. 대기 삼촌이 돌린 전단지를 마침 고민이 있던 고등학교 남학생이 받았나 봐요. 전단지를 확인하고 저희
쪽으로 연락을 한 거죠.”
“하하 처음엔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마침 오늘 오후에 시간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불현듯 핑크 누나가
아람이랑 본지도 조금 오래 되어 보고 싶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야 나 팀장님 보다는 그래도 핑크 누나가 편하니까 이렇게 왔죠. 팀장님 대신에 누나가 저랑 같이 가요! 넹?”
그랬다. 유성은 자신의 차에 핑크를 태우고 내려줄 때 자연스럽게 스킬을 사용해 치료를 시도 해 볼 계획을
세웠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오늘 없던 애교까지 만들어 장착하고 이렇게 사무실을 찾은 것이었다.
유성은 핑크를 주차된 차량 옆 휠체어에서 뒷좌석으로 안아서 옮기는 도중에 고니에게 스킬 사용을 지시했다.
‘고니야! 지금!’
[우...웅!..웅! ]
스킬을 사용하자 유성의 손끝에 유성의 눈에만 보이는 하얀 빛 무리가 뭉치기 시작했다.
유성은 조심스럽게 휠체어에서 핑크를 안은 다음 왼손은 핑크의 등으로 오른손은 다리로 자연스럽게 이동해 각각
빛을 쐬어주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
“하하! 그게 아니라요.”
“뭐가 아닌데요? 설마? 오늘 갑자기 친절하게 대해주더니 이젠 얼굴까지 붉어지고... 유성씨 혹시 나를...”
그렇게 유성은 본인이 의도한 약간의 실랑이 끝에 핑크에게 ‘치료’와 ‘보정’스킬을 1 차적으로 사용하는데
성공했다.
“헐! 언니! 안 그래도 학교에도 강력한 경쟁자 하나 있어 골친데. 언니까지 왜 이래? 안 돼!”
“호호 기집에 오바 하기는! 농담이야! 유성이는 날 그런 쪽으로는 생각도 안하는 거 같아. 저거 나를 오로지
무게로만 측정하더라고...”
“.....?”
“그게 무슨 말이야?”
***
[딸랑~]
“안녕하세요! 고객님!”
그렇게 매장 직원의 인사를 받으며 들어간 카페 한쪽에서 승진은 익숙한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
-네 한유성님 ‘정밀 보정’스킬을 사용합니다. ‘치료’ 스킬과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
됩니다.
[띠링! ]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유성이 핑크의 옆으로 다가와 차문을 열고는 핑크에게 질문을 던지며 살짝 어깨를
터치했다.
‘예쓰!’
유성은 마음속으로는 스킬을 사용하며 겉으로는 핑크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정신이 없었지만 다시 한 번 집중해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갈무리 했다.
‘고니야 저게 무슨 말이야?’
고니의 말을 듣고 유성은 조금 더 핑크와 신체 접촉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할 필요를 느꼈다. 유성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아하! 누나도 이름이 평범하진 않나 봐요? 근데 전 오히려 이름이 특이하면 기억에도 남고 안 까먹어서
괜찮던데. 누나 이름이 아무리 특이해도 분홍이만 아니면 되죠.”
“아니요.”
“앗! 악! 아 거긴 아파요...누나....!”
‘고니야 이제 시작해!’
[쿨 타임이 9 일 23 시간 59 분 남았습니다. ]
[60 초]
[59 초]
:
사실 그랬다. 유성은 1 차로 스킬을 사용한 후 ‘상태확인’ 스킬을 통해 핑크의 상태를 확인 했지만 크게 호전된
부분이 확인 되지 않아 아직 사용하지 않은 ‘정밀 보정’스킬의 안정적인 사용을 위해 일부러 핑크에게 다시
시비를 걸었던 것이다.
하지만 잠시 후 핑크가 이성을 찾았는지 핑크의 손에 힘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낀 유성은 불안한 마음에 고니를
다시 불렀다.
[11 초]
“삑!!!!!!~~~~~~~”
[띠링~]
[쿨 타임이 6 일 23 시간 59 분 남았습니다. ]
[10 초]
[9 초]
무료 상담
***
[딸랑! ]
“안녕하세요! 고객님!”
매장 직원의 인사를 받으며 들어가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여길 또 오네...훗.’
“네..네?”
“아까 함부로 몸무게 측정한 일에 대한 소심한 복수라고 생각하고 기분 나쁘게 생각하면서 참아.”
유성은 핑크와 대화를 통해 일반적인 사람은 절대아니라고 확신하며 핑크에 말에 순순히 대답했다.
“쩝...그러죠. 뭐.”
“어? 알바 형?”
“응? 그 때 핏덩어리?”
“어? 그게 무슨 말이야?”
“아..아무것도 아니에요.”
핑크의 말을 듣고 자신이 보낸 메일주소를 떠올린 승진이 핑크와 유성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아...핏덩어리 아니라니까!”
“형. 사실 저 요즘 진짜 힘들어요.”
“우리가 아는 학교 일진 말이지?”
“네. 진짜 피기 싫은 담배도 억지로 펴야 되고. 공부도 못하겠고 C8.. 이제는 반 친구들도 다 저를 피해요.”
흥분해서 그런지 말투에 욕까지 간간히 섞인 승진의 고민을 들은 핑크가 서류를 확인하며 물었다.
“네. 선뜻 이렇게 구체적으로 얘기하기가 힘들어서요. 메일도 혹시나 애들이 열어 볼까봐 아이디도 새로
만들어서 보낸 거예요. 아이들이 가끔 제 폰도 확인 하거든요.”
“서촌님 정말 힘들었겠네요.”
“진정해. 핏덩어리.”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대부분이 소위 학교에서 일진으로 불리는 무리라는 걸 뒤늦게
깨달음.
“저도 처음엔 그 친구들이 이런 줄 몰랐어요. 사교성이 풍부하지 못한 저에게 그 애들이 먼저 다가와 어울려
주어서 오히려 제가 고마워했으니까요.”
“쩝...그랬을 수도 있겠네.”
“그게 아빠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발령 받아 온지가 얼마 안 되어서 힘들 거예요. 무엇보다 아빠도 요즘 힘드실
텐데 저까지 걱정 끼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지금까지 승진에게 들은 얘기를 정리하던 핑크가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승진에게 질문했다.
***
-Episode
고 1 아들을 두고 있는 아빠입니다.
궁금한 마음에 살펴보니까 친구들과 술판을 벌이고 있는 사진과 여자를 껴안고 있는 사진 등을 올렸더라고요.
그리고 직장 근처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들의 친구들은 정말 예의도 바르고 착해 보여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매일지각에 수업시간엔 잠만 자는 문제아라고 하시며 그러지 않아도 전화 드리려고 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야
했습니다.
분명히 아침에 일찍 집에서 나서는 아들인데 중간에 어디를 들렀다 학교를 가는 건지..
이런 처지에 있기에 아들에게 뭐라고 했다가 더 삐뚤어질까 걱정이 되어서 애한테 묻지도 따지지도 못 하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마치 도깨비
***
“저희 측에 따로 들어온 의뢰 중에서 서촌님 상황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연이 있어요. 어릴 때 엄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부분과 서울에서 부산으로 전학 온 경찰 공무원 아들이라는 점 등의 사연을 종합해 보면
서촌님 아버님일 가능성이 큰 거 같아요.”
“그런 건 아니고 서촌님이 컴퓨터에 ‘얼굴책’을 접속하고 로그아웃 안하신 적이 있던 거 같던데요. 그렇게
우연히 아버님께서 방 정리하다 컴퓨터에서 사진과 댓글 등을 확인하시고 심적으로 충격을 받고 많이 힘드신 거
같아요.”
“아! 크흑..”
그제야 승진은 요즘 들어 자신을 대할 때 평소와 달랐던 아빠의 조심스런 행동과 질문 등이 떠올라 가슴 한곳이
저릿함이 느껴졌다.
“흑...네 감사합니다.”
“아! 그렇군요.”
***
“하하 그러네.”
그렇게 커피 전문점 앞을 건너편에서 지나던 양아치 무리는 음담패설을 입에 담으며 길을 건너 점점 승진과 핑크의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히끅!...아...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다급함에 승진은 핑크의 휠체어 앞을 막아서며 양아치 선배들과 대치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둘의 대화 내용을 앞에서 듣고 있던 양아치중 한명이 핑크의 옆쪽으로 돌아와 휠체어 손잡이에 손을 올리며
비아냥거렸다.
“범생아 둘이 아무 관련도 없다더니 서로 노가리만 잘 터네? 그리고 쌤! 초면에 얘들이라니 우리에게도 교육열이
샘솟으시나? 크크크.”
그렇게 둘에게 다가온 양아치 무리가 핑크의 휠체어에 손을 올리고 강제로 밀고 당기며 실랑이를 벌일 때 핑크의
뒤쪽에서 다가와 정지한 차에서 무리를 향해 강렬한 자동차 불빛이 비췄다.
[번....쩍!]
“뭐야?!”
***
“네 사장님.”
“네 주위에서 딸 바보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정 차관이 군인 이던 시절에 빠른 진급에도 불구하고 이르게 저녁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전방에서 딸과 떨어져 생활하는 것이 힘들어 그랬다는 이야기가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 그래? 그럼 이쪽만 잘 이용해 보면 쉽게 갈 수 있겠는데?”
“부산이라...좀 멀긴 하네. 그런데 의료 봉사라면 보는 눈이 많아서 조용히 일처리 하기엔 장소로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지 않나?”
“네 사장님. 내일 다시 보고 올리겠습니다.”
지 실장이 그렇게 천 사장에게 인사하고 나간 뒤 천 사장은 태블릿에 떠있는 사진을 심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꿀꺽.]
***
-Episode
[철컥! ]
조수석과 운전석 문이 차례로 열리고 왠지 한겨울에 롱코트가 어울릴 법한 분위기를 풍기는 한 남자와 다른
무언가가 차에서 내렸다.
[See Ya Never gone my way ♪ Better will someday ♬ Never far away ♩······.]
[뚜벅...뚜벅...]
상황을 파악하려는지 천천히 걸어온 남자는 먼저 휠체어에 손을 올리고 있던 양아치의 멱살을 움켜쥐곤 그들의
무리 쪽으로 던지듯이 밀어 버렸다.
양아치 하나를 그렇게 밀어낸 사내는 핑크 일행과 양아치 무리의 중앙으로 자리해 무리와의 경계가 되어 그들을 한
동안 쳐다보다 얘기했다.
양아치 무리는 갑자기 다가와 자신들 앞에 서 있는 남자가 어이없었지만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과 음악소리
등으로 인해 점점 주위의 적지 않은 시선이 느껴져 일이 더 이상 커지는 걸 원치 않았다.
“뭐..뭐야? 이 열혈 시민은?”
-네 한유성님
-네 한유성님 지시 이행합니다.
[풀쩍!]
“어?...어.”
이어 승진의 걱정이 담긴 목소리가 들렸지만 전혀 기죽지 않은 남자는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자는 양아치 선배 무리를 향해 서있지만 차량의 불빛을 등지고 있어 아직 양아치 무리가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긴
힘들었다.
“아 진짜 열혈 아저씨 하나 납셨네.”
“왜? 유명인이라도 돼? 킥킥. 가서 얼굴 좀 보고 와 봐.”
그제야 양아치 무리 중 한 명이 불빛을 피해 사내의 옆으로 이동해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곤 소리쳤다.
“뭐..?”
“아 젠장! 금또라고?”
“후...지난 번 우리 열 명 이었어.”
문제 해결
***
유성은 차를 가져오기 위해 건물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하로 내려가 주차된 차량에 탑승했다. 차량에 시동을 걸 때
고니의 다급한 보고가 이어졌다.
유성이 탄 차량의 조수석과 운전석 문이 차례로 열리고 차량의 열려진 문 사이로 어디선가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나올 법한 음악소리가 그렇게 흘러나왔다.
[See Ya Never gone my way ♪ Better will someday ♬ Never far away ♩······.]
“야야 비켜봐! 저기 형씨! 그렇다고 이렇게 사람들 많이 지켜보는데 뭐 어쩌시게? 우리가 뭐 이 사람들
괴롭히기라도 했데? 아는 동생이 보여서 반가움에 인사 좀 한걸 가지고 뭔 난리래?”
-네 한유성님 지금 즉시 재생합니다.
히끅!...아...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야! 범생이! 이 여자 분이 네 쌤이냐? 나도 같이 공부하고 싶어지네. 흐흐흐.
: 」
“뭐긴 뭐야? 너희가 양아치라는 증거지. 어때? 저쪽 ‘광안리 해변 지구대’에 가서 너희가 방금 벌인 협박과
성추행에 대해 얘기 좀 나눠 봤으면 좋겠는데?”
“아...아니 괜찮아!”
“히끅!...우...우린 아무 짓도 안했어.”
유성의 말을 듣고 얼굴이 점점 창백해 진 둘은 그제야 지난 번 일이 기억에 떠오른 것인지 태도를 180 도 전환해
유성에게 말했다.
‘아니 이 정도만 해두고 핏덩어리 주변은 ‘요인 경호’ 스킬로 한동안 지켜보면 알겠지.’
그렇게 유성이 양아치 무리와 만나는 바람에 좋은 말(?)을 통해 승진의 의뢰를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핑크의 오피스텔 앞에 도착한 유성은 트렁크에서 휠체어를 꺼내며 고니를 불렀다.
-네 한유성님 ‘정밀 보정’스킬을 사용합니다. ‘치료’ 스킬과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
됩니다.
그렇게 유성은 ‘치료’와 ‘보정’ 스킬의 사용에도 핑크의 상태가 별반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고 고니와 의논
끝에 ‘정밀 보정’ 스킬을 ‘치료’ 스킬과 병행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잠시 후 유성은 고니의 권유에 맞춰 스킬을 핑크에게 사용했다.
“하....품!”
선명하진 않지만 다리에 느껴지던 저림이 조금 가시는 듯하자 핑크도 잠에서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아!....아...악!...흑..흑...아파....흑흑...엉엉 아..파...엉...엉엉.”
아파서 우는 것인지 기뻐서 우는 것인지는 확실하진 않아도 한동안 핑크의 방에선 울음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
유성은 주 중에 틈틈이 승진에게 걸어둔 ‘요인 경호’ 스킬을 이용해 주변에 특이 상황은 없는지 감시를 하는
한편 주말에 봉사활동 참석으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 일 동안 외숙모 가게에 필요한 빵을 틈날 때 마다 만들어
무기고에 쟁여 놓느라 정신없는 한주를 보냈다.
-네 한유성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목요일까지 만든 빵을 외숙모 카페에 진열까지 마무리 한 유성은 다음날 아침 남해로 출발하기 전 빠트린
부분은 없는지 점검하기 위해 친구들과 ‘코코넛 톡’ 단체 대화방에 접속했다.
「.......거절(이모티콘)」
「윤찬 : 난 OK(이모티콘)! 」
「보라 : 나도 OK(이모티콘)! 」
「윤찬 : .... 」
「나경 : 두 개면 되지 않을까? 」
「흐흐흐 우리 방이랑 애들 방? 」
「나경 : 흠칫(이모티콘)! 아니 남자 방! 여자 방! 」
창고털이
***
그렇게 친구들과 톡을 주고받으며 집으로 돌아온 유성은 봉사활동을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며 고니와 대화를
나누었다.
-네 한유성님 군 보급 물품을 담당하는 곳으로 대표적인 곳으로는 2007 년 부산 대연동 소재에서 대전 유성구
소재로 옮겨 육군 보급 물품 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육군 군수사령부가 있으며 예하 부대에서도 병기와 병참을
담당하는 곳은 각 사단직할대에 보급 수송대대를 배치하여 보급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렇게 고니에게 정보를 전해들은 유성은 무기고 마트를 가득 채울 생각에 부푼 꿈을 안고 캡슐에 올랐다.
국방부 가상현실에 접속한 유성은 무기고 마트를 채울 생각을 가득 안고서 부사관 메뉴를 소환했다.
“부사관 메뉴!”
[띠링! ]
[1. 육군 부사관 ]
[2. 해군 부사관 ]
[3. 공군 부사관 ]
[4. 해병대 ]
[띠링! ]
[육군 부사관 메뉴에 접속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1. 보병 ]
[2. 통신 ]
[3. 정보 ]
[4. 항공 ]
[5. 병기 ]
[6. 의무 ]
[띠링! ]
[병기를 선택하셨습니다. ]
[스.....팟]
[띠링! ]
[콰콰콰콰쾅! ]
-한유성님 전시 작전인 것으로 판단해 방어태세 모드에 등록된 스킬을 자동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대공 진지를 지키던 아군이 적의 기습 공격으로 고립 되어 위험에 처해있다. 진지에 있는 아군에게 탄약과
물자를 보급하고 지원하라.
[띠링! ]
[붉은색 선을 따라 보급 창고로 이동해 표시된 물자를 차량에 탑재한 후 보급계 사병들을 인솔하여 산 정상에
있는 대공 진지까지 안전하게 운반해야 합니다. 진지를 방어하고 있는 아군의 탄약이 떨어지기 전까지 탄약과
물자를 보급해 주십시오. ]
-네 한유성님 작전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급 창고로 이동해 표시된 상자들을 대공진지까지 운송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게 유성이 얕은 한숨을 쉬며 주위를 둘러보니 여전히 사병들은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아...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솔직히..조금 겁은 나지 말입니다.”
-네 한유성님 사병들의 말투와 행동으로 판단했을 때 90% 이상 실제 보급계 행정병들인 것으로 예상됩니다.
-네 한유성님 생각이 옳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먼저 작전 수행에 앞서 지난번 군악대 작전에서 획득한
‘지휘’스킬 사용을 추천합니다.
“본 작전에 결과에 따라 포상을 받는 사병도 있겠지만 반대로 징계가 내려지는 사병도 존재 할 수 있다는 점 꼭
염두에 두고 본 보급관의 명령에 빠르게 움직여 주기 바란다.”
“네! 알겠습니다!”
갑자기 달라진 유성의 포스에 눌린 것인지 징계 받는 것이 두려운 것인지 사병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유성의
말에 즉각 대답했다.
“야! 최 병장과 고 상병은 차량 위에 올라가서 보급 물품이 쓰러지지 않도록 차곡차곡 잘 정리하면서 쌓아!”
“네 알겠습니다.”
“네! 보급관님!”
“네! 알겠습니다.”
“OK! 이제 상자 좀 옮겨 볼까?”
‘뭐지? 저 색은?’
[벌컥! ]
“음냐....화들짝! 뭐..뭐야?”
“시..시정하겠습니다!”
“야! 너 이리 따라와!”
“네..죄송합니다.”
“내...거라고?”
“너 혹시 NPC 냐?”
-한유성님 운전병은 말투와 행동 등으로 확인한 결과 99% NPC 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앞의 오토바이는
‘삼족오’가 작전 수행에 한유성님에게 편의를 제공한 히든 트랙으로 예측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크크크 히든이면 걸어서 올라 갈 뻔 했는데 오토바이 올라갈 길 정도는 삼족오가 만들어 줬겠지?’
그렇게 다소 편안한 마음이 된 유성과 지원에 필요한 보급물자와 인원들을 모두 태운 트럭은 대공진지를 향해
출발했다.
***
-Episode
그렇게 상자 안에 있는 물품을 챙긴 유성은 주위에 멀뚱히 서있는 보급계 장병들을 놀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멀뚱히 서있는 장병들에게 말했다.
“OK! 이제 상자 좀 옮겨 볼까?”
제주도
***
산 초입에 들어서자 길이 끊어진 건 아니지만 도로의 폭이 좁아져 더 이상 차량의 진입이 불가능 했다.
-네 한유성님 원래부터 보급로는 형성되어 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륜 운송수단으로도 보급이 가능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처음 보다는 대답과 움직임이 모두 빨라진 장병들은 유성의 명령에 따라 보급 물품을 차량의 옆에 종류별로
분류하며 쌓아 두기 시작했다.
“물자 종류 별로 분류가 끝나면 운전병은 차량과 물자를 지키고 나머지 인원은 모두 물자 보급을 실시한다!”
“네! 알겠습니다.”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지만 군인답지 못했던 그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만큼 유성은 관대한 성격을 가지지는
못했다.
“탄약과 식량부터 먼저 대공진지를 향한다. 오늘 목표량은 총 20 박스다! 한사람 당 2 개씩만 옮기면 된다. 참
간단하지 않나?”
“그...렇지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물론 유성이 급조해 만들어 낸 말이었지만 그럴 듯 했는지 사병들의 눈빛과 대답이 달라졌음을 유성은 느낄 수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휴 다됐다.”
-한유성님 수고하셨습니다.
“고니 너도 수고했어.”
-대공 진지를 지키던 아군이 적의 기습 공격으로 고립 되어 위험에 처해있다. 진지에 있는 아군에게 탄약과
물자를 보급하고 지원하라.
‘혹시...이번에도?’
‘흐흐흐 그래 일단은 접속 종료 후에 보상은 확인해 보도록 하고 고니야! 상자 나르는 애들은 어디까지 왔는지 좀
알아봐 줄래?’
그렇게 사이버 공간에서 현역병들과 보급관이 된 유성은 전시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이어갔다.
***
6 월 6 일 현충일 아침 봉사 활동을 위해 일찍 일어난 유성은 나경과 친구들의 점심 도시락으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토스트와 샌드위치를 준비하면서 가족들 아침까지 함께 가볍게 만들고 있었다.
“어? 아들 이게 다 뭐야?”
집안에 자연스럽게 퍼지는 음식 냄새와 엄마와 유성의 얘기소리에 유경과 아빠도 주방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오빠! 오늘 어디 가?”
유성은 부족한 거 보다 남으면 어차피 무기고에 보관하면 되니 가족들이 보기에 부담스러울 정도의 양을 주방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어느새 가족들은 식탁에 자연스럽게 둘러 앉아 아침으로 토스트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제 가족끼리 화목해져서 그런지 유성이 지난 일요일에 얼핏 얘기한 내용을 아빠가 기억하고 계셨다.
“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유성은 가족들의 말을 들으며 준비했던 도시락을 피크닉 바구니 모양으로 소환한 왕진 가방 속에 차곡차곡 쌓았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유성은 가족들에게 인사하곤 집을 나섰다.
“그럼 봉사 활동 다녀 올게!”
***
“음...그럼 토요일 저녁이나 일요일 중에 따로 시간을 잡으면 될 텐데. 일요일은 우리끼리 놀아야 하니까 그냥
토요일 봉사활동 끝나고 저녁에 잠깐 나가서 만나고 오는 게 편하겠다.
[띠링! ]
오전 운동을 마친 차경원은 샤워를 끝내고 몸을 만들기 위해 단백질 파우더를 마시고 있다가 문자를 확인했다.
[ 6 월 7 일 저녁 8 시 남해 XX 지점 ‘어디야 커피’ ]
문자를 확인하고 고개를 들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확인한 차경원이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미소 지었다.
“쩝...이젠 내일 이면 상관없으려나?”
***
-Episode
“그...그랬나? 근데 그게 왜?”
“어?...나하고 우리 둘만?”
“왜 싫어?”
“하하하 오빠! 요즘 제주도까지 비행기 타면 시간이 1 시간도 안 걸리잖아. 오전에 갔다가 저녁에 오면
당일치기도 충분히 가능해. 걱정하지 마!”
“그...그래 그럼 갔다 오자 제주도.”
그렇게 둘은 제주도를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돌아온 날자는 출발한 날자와 달랐다.
남해 가는길
***
유성은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만든 토스트와 샌드위치가 든 피크닉 가방을 챙겨 나경의 집을 향했다.
나경은 유성이 집 앞에 도착했다는 톡을 받고 2 층에서 내려다 봤지만 유성을 찾을 수 없었다. 정확히는 유성의
SUV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주차 자리 있던데.”
“맘에 들어?”
“응!”
차량을 운동장 한쪽에다가 주차시키고 일행이 차에서 내리자 학교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급하게 달려와 말했다.
“저..그게 아니라...”
“죄송해요. 봉사활동 오면서 이러면 민폐일 수도 있지만 여기 남해가 그렇게 맑고 깨끗한 다도해상국립공원이라고
익히 들어와서 이번기회에 자원 봉사 끝나고 하루 더 머물면서 꼭 소문난 곳들 돌아보고 올라갈 계획이라 서요.”
“아..그렇죠.”
“근데 학교가 생각보다 엄청 크네요.”
“아 네! 그랬구나. 어쩐지...”
그렇게 나경의 도움으로 유성의 일행은 학교 관계자와 오해의 소지를 해결함은 물론 오히려 친분까지 조금 쌓은
듯했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유성과 윤찬이 설 팀장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하자 그들을 알아본 설 팀장이 다가와 반겼다.
윤찬은 설 팀장이 자신의 표정만 보고도 지금의 상황을 읽어버리는 눈썰미에 놀라 턱이 다물어 질 줄 모르고 계속
벌어졌다.
“하하 그럼 그러든가.”
그렇게 유성은 설비팀의 일에 바로 참여하고 윤찬은 개인적인 용무를 해결하고 난 뒤에 참여하기로 했다.
유성과 나경은 의료팀에 합류 하였고, 나머지 친구들은 식사도우미 및 주방도우미로 일손을 거들었다.
“으 응? 어떻게 알았어?”
그렇게 유성을 의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유성은 어르신들의 오랜 대기 시간으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지난번부터 봐왔기에 불편을 덜어 준다는 마음에 실제로 겉으로 드러난 병증에만 눈치껏 도움을 드렸고
간간히 의사 쌤으로 불리 우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유성은 심장의 묘한 떨림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봉사에서는 유성의 도움으로 뜻하기 않게 의료진은 문진에서 다른 지역과는 다른 구체적인 답변에
조금은 당황과 놀람을 느끼며 조금 더 효율적인 의료 봉사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한유성님 방금 들어와 허리통증을 호소한 남자에게 상태확인 및 측정스킬을 사용한 결과오른쪽 팔목 인대가 살짝
늘어나 있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물리치료 진료를 추천합니다.
-네 한유성님 저 남자분의 허리에는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팔목의 경우 최근에 다쳤다고 보기
보다는 잦은 부상으로 인해 인대가 늘어나 있는 상태로 저렇게 비명을 지를 정도의 통증이 수반된다고 판단되지는
않습니다.
‘그래? 그럼 저 남자 뭐지?’
사용금지
***
“아저씨 많이 아파요?”
“아 허리야...아파 허리 빨리빨리...”
남자의 엄살을 들은 유성은 더욱 의심이 깊어졌지만 대기실에 준비되어 있는 간이침대 위에 환자(?)를 눕혔다.
그리고 꽉 말아진 주먹 사이로 보이는 손바닥 피부색은 손등과는 대비적으로 하얗다 못해 뽀얀 느낌이다.
유성은 그렇게 사후디와 얘기를 나누며 교실 한쪽 끝 간이침대에서 치료계열 스킬을 하나씩 사용했다.
사실 사후디는 파키스탄에서 한글을 전공해 학생들을 가르치다 한국으로 넘어와 일자리 알선을 통해 여러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병원에 갈 형편도 아니었기에 상처에 사장님이 준 빨간약과 하얀 붕대를 이용해 치료하기 일 수였고 그렇게 나은
자리엔 흉터가 하나 둘 늘어갔다.
***
“오늘 다들 수고 많았다.”
그렇게 유성의 일행에게 필요한 말을 전하고 자리를 벗어나려던 설 팀장에게 윤찬이 한 말이 발목을 붙잡았다.
보급부대 작전을 끝내고 캡슐에서 내린 유성은 새로 생긴 스킬을 실험해 보기 위해 무기고 안으로 들어갔다.
호흡을 가다듬은 유성은 게임에서 아이템을 뽑기 전 늘 그랬듯이 주변을 둘러보며 경건한 마음을 가득 담아 보급
상자를 외쳤다.
“스킬! 보급 상자!”
[띠링! ]
[쿨 타임이 23 시간 59 분 남았습니다. ]
“어...그래.”
[스...팟! ]
“허...이건!”
-한유성님 보급 상자에서 획득한 업그레이드 키트는 까망이처럼 이미 업그레이드 키트를 사용한 차량에 다시
사용해 2 차 업그레이드를 진행 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응 홀로그램도 부탁해.”
얼마 후 유성은 도착한 까망이를 타고 주변정찰을 사용해 인적이 없는 곳에 도착해 자동차 업그레이드 키트Ⅱ를
사용했다.
[스...팟! ]
밝은 하얀색 섬광이 사라지고 유성의 눈앞에는 까망이가 변신한 캠핑카가 자리해 있었다.
캠핑카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둘러보던 유성이 고니에게 궁금한 점을 하나씩 물었다.
“읔...자동이 아니구나.”
“....”
그렇게 고니의 설명을 들은 유성은 캠핑카 내부에서의 화장실 사용은 금지하리라 다짐했다.
생일 선물
***
“네 골 때린다니까요.”
“하하하. 그러네.”
유성의 일행도 잠시 후 학교 건물 안에서 저녁과 간단하게 세면까지 해결하고 나서 등나무 벤치에 모여앉아
시원하게 맥주한잔씩 마시는 중이었다.
“아...하..품....꾸벅...”
“큭..윤찬이 존다.”
“나..안 취했어...”
유성은 윤찬을 재우고 난 뒤 여자들의 잠자리를 위해 캠핑카의 테이블과 소파를 접어 넣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여자들 3 명은 충분히 누워 자고도 남을 크기의 넓은 킹사이즈 침대가 만들어졌다.
“너희들 잠자리도 세팅해 뒀으니 피곤하면 차에 들어가서 바로 자면 돼. 테이블 자리를 침대로 바꿔 놨어.”
그렇게 윤찬을 재우고 차에서 돌아와 얘기하는 유성을 보라와 진아가 놀렸다.
“윤찬이는? 어디 재웠어?”
“유성아! 오늘 많이 힘들었지?”
“나는 나름 틈틈이 스트레칭도 하고 잠깐씩 쉬어서 괜찮아. 그리고 지금은 내가 피곤할까봐 마사지 안 받겠다고
해도 나한테 마사지 한 번 받고 나면 아마 내일도 해달라고할걸?”
[스...팟]
스킬을 사용한 유성의 눈에 나경의 목과 어깨 등에 빨간색으로 표시가 된 부분이 보였다. 그 곳으로 유성은 손을
가져가 뭉친 근육을 천천히 풀어 주었다.
“응? 뭐라고?”
“뭐해? 계속 주물러!”
“어? 어! 그래.”
“응?”
“유성이 네가 환자들 대할 때 옆에서 지켜보면 진지한 얼굴이 왠지 의사 같아.”
“저...우리...”
“어. 그래.”
[띠링! ]
[스....파......팟!]
[띠링! ]
[쿨 타임이 23 시간 59 분 남았습니다. ]
어제와 마찬가지로 스킬을 사용하자 유성의 눈앞에 정육면체 모양의 나무로 된 상자가 나타났다.
“꿀꺽! 좋은 거 나와라!”
“어? 이게 뭐야?”
“고니야 설명 안 해도 알아. 보급 상자 깔라고 일부러 무기고 안에서 안자고 현실에서 잠자며 시간 보낸 건데...
쩝...”
“똥 손 맞네...휴우...”
***
[일단 목표 확인부터 끝내고 실수 없도록 확실하게 확인하고 봉사 활동 끝나고 단체와 떨어졌을 때를 노려.
그리고 특이사항 있으면 보고해. ]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수고해 딸깍! ]
“네 형님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게 아니라 그 복장으로 들어가면 100% 주목 받을 게 뻔 한데, 사장님 지시 사항인 조용한 일 처리가 가능
하겠냐고? 그리고 일 할 땐 형님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지금 우리가 조폭이야? 비지니스! 비지니스 하러 왔다고!
당장 뒷좌석 가서 옷 갈아입고 들어가!”
[지이잉...]
“무슨 일이십니까?”
“네...감사합니다. 그럼 조금 있다 들어가겠습니다.”
“아...네...”
“네! 실장님!”
“이제 담배 좀 끊어라!”
“너도 도랐냐?”
“응 저기 검은색 밴에 탄 사람.”
“왜?”
“어 그래.”
***
-Episode
“윤찬아 너 담배 뭐 피냐?”
“맨솔?”
“응? 이게 뭐야?”
“헐...이...이게 뭐야?”
유성이 윤찬에게 주고 간 종이가방 안에는 군에서 보급품으로 나왔던 담배가 종류별로 들어있었다.
거수자(거동이 수상한 자)
***
“수고해!”
“응 점심 때 봐!”
“유성씨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한유성님 앞에 계신 남자에게 ‘상태 확인’ 및 ‘측정’ 스킬을 사용한 결과 위염과 지방간이 발견되었습니다.
내과 진료를 추천합니다.
‘OK! 고니야 고마워. 저 아저씨는 위염 때문에 왔나보네. 근데 지방간은 뭐야?’
-네 한유성님 지방간의 주원인은 음주와 비만이며, 고지혈증이나 당뇨병 등의 질병에 동반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약제가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심한 영양 부족에 의해서도 지방간이 생길 수 있다고도 합니다.
그렇게 고니의 설명을 멈춘 유성은 김 간호사의 문진이 끝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유성씨! 이분 내과 진료 받을 수 있게 안내 좀 부탁드려요.”
“네!”
“환자분 이리 오세요.
유성은 머릿속으로 고니와 대화를 나누며 남자가 내과 진료를 받아 볼 수 있도록 교실로 안내해 걸어갔다.
“네? 그건 왜?”
남자의 물음에 유성은 고니에게 들었던 지방간이 생각나 큰 병원을 가보라고 권유했다.
“물론 오후에 또 오셔도 되지만 환자분에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는 의료 봉사활동이라 의료장비가 부족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가 힘들어요. 환자분 소화불량 증상은 여기서 처방 받아 해결하시더라도 꼭 큰 병원 가서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 보시기를 권해드려요.”
유성의 정성어린 설명에도 남자가 건성으로 대답해서 그런지 유성은 남자의 말투에서 어제 만났던 파키스탄에서
왔다던 사후디가 생각나 다시 물었다.
“저기 혹시...환자분 외국분이세요?”
‘분명 치료받으러 왔다고 얘기하면서 실제 치료와 관련된 내 얘기를 듣기보다는 무언가 찾으러 온 사람마냥 계속
두리번거리기만 하고 집중을 안 하더라고.’
‘음...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유독 여자들만 집중해서 바라보는 게 어딘가 수상해. 그리고 토요일인데 정장바지
입은 거도 그렇고...아! 맞어! 아까 윤찬이 수상하다고 했던 남자가 바로 이 남자였구나! 고니야 일단 저
남자에게 ‘요인경호’ 스킬 사용해둬! 내 생각이 맞다면 이사람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아.’
사실 유성의 말과 같았다. 지 실장은 유성과 대화를 나누며 복도를 걸었지만 지나는 교실 안에 혹시 목표인
정진아가 있을지 몰라 두리번거리게 되었고 이를 옆에서 지켜 본 유성은 남자에게서 조금씩 수상함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의사선생님의 질문에 하나씩 대답하며 여전히 눈은 복도에서 지나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
잠시 후 진료를 끝낸 의사선생님은 노트북에 환자의 진찰 기록을 입력하고 난 뒤 처방전을 따로 출력해서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남자의 질문이 의학적 범위를 벗어나 생각보다 길어지자 의사선생님이 남자에게 넌지시 축객 령을 내렸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휴우...”
한숨을 크게 내뱉은 지 실장은 건물을 벗어나 검은색 밴이 주차되어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곧 차량에 도착하자
뒷좌석에서 의자까지 젖히고 편하게 누워 코까지 골며 잠들어 있는 이 팀장이 눈에 들어왔다.
지 실장의 호통소리에 놀라 일어난 이 팀장은 흐르는 침을 오른손으로 훔치며 습관적으로 아니라고 대답했다.
[퍽..퍽...퍽...]
“헛..컥...형님...잘못했습니다....악!”
***
-Episode
지 실장을 내과 진료실까지 안내해준 유성은 아직 대기실에 환자가 많이 몰리지 않아 김 간호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부터 시설관리팀에 소속되어 한창 식사를 준비 중인 윤찬을 불러내어 의견을 묻기로 했다.
“그래 봤자 벌써 진료 받고 가지 않았어?”
“OK! 그 또라이가 오전에 1 빠로 진료 받으러 왔기에 내가 여유가 있어서 내과까지 데려다 줬는데 아무리 봐도
이상했어.”
“내가 데려다 주면서 계속 봤는데 말하는 나는 안보고 교실 지나칠 때마다 그 안에 여자들만 집중해서
쳐다보더라고 남자만 있는 교실은 신경도 안 써.
“그렇지! 주말이지! 아마 휴무일 가능성이 높을 거야? 그런데 굳이 불편하게 체했는데 정장을 입었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꿈 설정
***
‘고니야 요인 경호 화면 좀 살짝 띄워봐.’
유성의 지시를 받은 고니가 홀로그램 화면의 볼륨을 조절하자 유성은 지 실장의 대화 내용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김 간호사의 옆에 서있던 유성은 혈압과 체중을 측정한 후 간단한 문진표까지 작성한 50 대의 중년 여성 환자를
빈자리로 안내하며 물었다.
“날이 우중충한 날엔 무릎 통증이 더욱 심해요. 병원에 가봐야 하나 싶다가도, 나이가 들어서 자연스레 생기는
증상이겠거니 하는 마음에 주저하게 되더라고요.”
[스...팟! ]
“네 제가 듣기로는 초기 치료만 잘하셔도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고 알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관절염 같은 경우에
환자분처럼 노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통증으로 여겨 치료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초기에
치료만 잘해도 호전될 수 있다고 하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이고 아닙니다! 선생님이 잠깐이지만 다리를 만져 주시고 나니 요즘 그렇게 아파서 속 썩이던 다리의 통증이
싹 가라앉았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거듭된 감사인사가 민망했던 유성은 환자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관절염 관리 부분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네 환자분.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관절 주변의 근육을 강화시켜 주는 대표적인 운동에는 ‘걷기’가
있습니다. 하루 30 분 이상, 주 5 회 걷기 운동을 하면 다리 힘도 길러지고, 무릎 관절을 지지할 수 있는 근육도
강화되거든요.”
“저...저기 선생님 제가 밭에 나가서 일하는 시간만 얼추 계산해도 하루에 5~6 시간은 충분히 넘기는 거
같은데... 거기다 더 해서 운동까지 해야 합니까?”
유성은 환자의 얘기를 듣고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고니가 관절염에 대해 홀로그램으로 띄워 둔 글에서 필요한
부분을 재빨리 찾아 적절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래도 환자분 같이 관절 부위에 통증을 느낀다는 건, 그만큼 연골이 많이 마모되어 이미 퇴행성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환자분 이제 진료 받으러
이동 하실 게요.”
유성이 자신에게 온다는 걸 인지한 40 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환자가 유성에게 급히 상담을 신청했다.
[스...팟! ]
:
그렇게 옆에서 유성을 지켜보던 환자들의 끝임 없이 이어지는 질문 덕분에 유성의 의학 상담은 한동안 이어졌다.
“휴우!....”
그렇게 식당으로 이동하던 유성은 김 간호사의 말이 떠올라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의료 봉사에 참여했던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진료를 받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 그리고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자리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유성은 어렴풋이 의학계로의 진출을 고니의 조언을 바탕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
윤찬은 식사를 하러 들어오신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살갑게 인사하며 오른손에 주걱을 들고 연습을 통해 능숙해
져서인지 밥 배식을 어렵지 않게 담당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밥 더 드려요?”
“아니 괜찮습니다.”
“저도 괜찮습니다.”
윤찬은 배식을 해주다 그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살짝 놀랐으나 내색하지 않고 배식을 끝냈다.
그리고 나서는 유성이 오전에 했던 말이 생각나 집중해 그들을 살펴보았다.
“저 변태 새끼들이...”
“어? 어 저기 검은 정장 입은 사람들?”
“어떤 점이?”
“어? 정말 그러네...”
“헐? 티..팀장님!”
“저기...반찬 좀 주세요.”
“아! 네! 잠시 만요!”
***
고니와 얘기를 나누며 식당에 들어선 유성은 밥과 반찬 배식을 담당하고 있는 윤찬을 곧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유성이냐? 밥 많이 주랴?”
“응 복장만 봐도 알겠던데?”
“그래?”
“야! 너 밥 빨리 먹고 나 좀 도와줘!”
“일단 알았어.”
[스...팟! ]
여행 첫번째 일정
***
차려진 밥에는 관심이 없고 주위에 있는 여자들만 쳐다보고 있는 한심한 남자들의 테이블로 다가선 설 팀장이
물었다.
“이 팀장 가만있어!”
“야! 너 진짜 죽고 싶어?”
설 팀장의 도발에 이 팀장이 걸려들어 소리를 계속 질러댔고 그렇게 주위의 이목이 쏠리자 지 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 팀장의 어깨를 누르며 막아섰다.
설 팀장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굳이 ‘바바리 맨’이라는 사실을 알리면 소란이 일 것 같아 남자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입 밖으로 내 뱉는 게 꺼려져 에둘러 표현했다.
지 실장은 설 팀장의 말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가 노출 되었을지 모른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방금 자신들을
향한 집중 된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목표인 진아를 확인 했기에 더 이상 이곳에서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돈은 집에 갈 때 차비로 쓰시고 당신들 먹은 식판이랑 수저만 원래대로 깨끗하게 씻어 두고 가시면 됩니다.”
“이 팀장! 그럼 다녀와!”
지 실장은 자신의 식판을 이 팀장의 식판위에 포개어 놓곤 출구로 발걸음을 돌려 건물을 나가 버렸다.
“실...실장님!”
[사장님 목표 확인 했습니다. ]
[목표 확보 되는 데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홀로그램에 떠오른 남자는 누군가와 간단하게 통화를 마무리하고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생각에 빠진 듯
움직이지 않았다.
-네 한유성님 남자가 통화중인 대상의 전화까지 추적이 불가능한 보안 전화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 그냥 바바리맨이 누군가의 지시로 움직이는데 그 지령을 내리는 사람은 추적이 불가능한 보안 전화기를
쓰고 있다? 단순히 바바리맨은 아닌 거 같은데?’
유성은 남자의 대화 내용과 추적 불가능한 전화기를 쓴다는 점에서 단순히 ‘바바리맨’은 아닐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유성은 어딘지 모르게 계속 피어나는 불안함에 대비하기 위해 스킬을 사용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를 해두었다.
‘고마워 고니야!’
***
“가르쳐 준거도 별로 없는데 감사는 무슨... 다음 봉사 활동 전이라도 혹 궁금한 점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요.
그리고 이제 딱딱하게 간호사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누나라고 불러요.”
“네 누나.”
식당에 도착하자 간단하게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고, 단장님의 간단한 격려 말씀과 기념촬영이 있었다.
그렇게 개인적인 인사까지 마무리 짓고 서있는 유성의 앞으로 친구들의 조금은 지친 모습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응 좀 바빴어. 어제는 외과라서 조금 여유가 있었는데, 봉사활동 이라는 게 어르신들 진료가 대부분 내과적
진료가 많아서 오늘은 내과로 지원 가서 일하다보니 조금 정신없이 바빴어.”
“응!”
“쟤네들 또 눈에 하트 들어섰다.”
“갑자기 웬 영화?”
“유성아 우리 영화 보러 가는 거 맞어?”
“응? 일단 빨리 가자 늦겠다.”
“OK! 컷!”
“잘 지내셨어요? 감독님?”
“저를요? 아님 제 빵을요?”
유성의 뒤에서 촬영장을 구경하고 있던 친구들을 봉 감독에게 소개하자 다들 감독 앞으로 다가와 목례로 인사했고
윤찬은 대표로 감독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유성은 친구들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감독을 바라보며 물었고, 봉 감독은 사전에 따로 얘기가 되어 있었는지
유성의 친구들을 한명씩 바라바고 나서 대답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영화 보러 간다지 않았어?”
사실 유성은 나경과 의논해 이번 여행에서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조감독으로 있는 외삼촌에게 부탁했고,
감독은 오디션을 통해 엑스트라 출연여부를 결정짓겠다고 미리 얘기를 전했던 것이다.
산행
***
유성의 외삼촌이 영화 콘티가 적힌 종이를 유성에게 건네주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보라가 물었다.
“응? 연기력 같은 거 말하는 거지? 자신 있으면 있다가 따로 감독님 앞에서 선보여 봐도 되지만, 너희가 찍을
장면은 대본에 접어 둔 곳이니 한 번 읽어 봐. 그 장면에서 굳이 너희 연기력까지 기대할 부분은 없을 것
같은데... ”
자신들이 촬영하게 될 부분이 궁금했던 일행은 대본을 받은 진아를 가운데 두고 붙어 앉아 대본의 접혀진 부분을
확인했다.
“응. 산에서 얘기가 시작되긴 하지. 정체 모를 바이러스를 가진 박쥐에게서 모기가 휴양림을 찾은 사람들에게
바이러스 옮긴다는 내용인데...거기 물 좀 줄래?”
“간단하게 말하면 도시에서 휴가철을 맞아 휴양림 속에 위치한 펜션에 투숙한 커플 손님이 저녁에 산책로에서
데이트를 즐기다 모기에 물려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지. 그렇게 펜션은 지옥으로 변해간다는 그런 내용이야.”
“네? 그게 무슨...”
조 감독은 전체적인 이야기를 알아야 유성의 일행이 배역에 몰입하기 쉽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얘기해 주기로 결정했다.
“음...일단 이야기부터 들어봐. 주인공은 업무에 바쁜 나머지 정작 휴가계획을 세우지 못해 와이프와 싸우게
되고, 직장 동기가 얘기를 듣고 주인공이 업체와 계약을 따오는 조건으로 자신이 예약한 휴양림 티켓을
주인공에게 양보하게 돼.”
“완전 고구마다...”
“큼..큼...그렇게 어렵게 주인공은 가족과 휴가를 보낼 휴양림을 친구 대신 예약하게 되지. 산속에 비극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아무것도 모른 채 가족은 펜션에서 평화롭게 휴가를 보내지. 하지만 새벽이 되어 결국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고, 펜션의 입구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그곳은 벌써 감염된 그들이 길을 차단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주인공 가족은 그들을 피해 산으로 도주한다는 내용이야.”
“후우...끝까지 고구마야!”
“응 삼촌.”
“헐...우리 좀비였어?”
“무슨 좀비 5 형제야?”
***
저녁부터 촬영을 시작했지만 결국 새벽이 되어 촬영을 끝낸 일행은 분장도 지우지 못하고 그들의 캠핑카로
돌아왔다.
그렇게 일행은 차안에서는 간단하게 세면만 하고 새벽이 되면 근처에 있는 찜질방이라도 찾아 씻기로 했지만 아직
촬영장에서의 흥분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들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에 빠졌다.
캠핑카 안에서는 분장도 지우지 않은 좀비들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그렇게 방금 있었던 촬영장에서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유성은 운전석으로 이동했다.
살짝 달궈진 팬에 버터를 올리고 버터가 특유의 향을 풍기며 기름으로 변해 녹아내리자 유성은 준비된 한우 안심을
버터의 강물 속에 빠트렸다.
[치이잌....]
기분좋은 소리와 향기에 일행이 유성을 돌아보자 유성은 안심살위에 올리브유를 살짝 끼얹고 요리용 라이터에 불을
붙였다.
[화르륵! 화르륵! ]
“꿀...꺽!”
***
봉사 활동이 벌어지던 초등학교 식당에서 진아를 확인한 지 실장은 밴으로 돌아와 천 사장에게 보고 한 뒤 밤을
새워 피곤함에 졸음이 밀려 왔다.
그렇게 이 팀장은 의료 봉사가 끝나고 부산으로 복귀하는 버스를 알아내어 지 실장에게 보고했다.
“네 실장님.”
그렇게 봉사단 무리에 속한 정진아도 버스에 탑승해 부산으로 복귀할라 생각해 버스를 따라 이동했고, 혹시 몰라
이 팀장을 남겨 만약을 대비했다.
그렇게 남겨진 이 팀장은 주차장 한켠에 자리해서 초등학교를 벗어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면밀히 확인하던 대부분의
일행이 떠나고 건물에서 뒤늦게 나온 유성의 일행 속에 정진아가 있음을 확인하고 그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이 팀장은 유성의 무리를 따르기 위해 문자로 먼저 보고하고 유성의 캠핑카를 오토바이를 이용해 쫓기 시작했다.
***
“같이 나갈까?”
윤찬은 혼자 나간다는 진아가 걱정되어 물었지만 진아는 결국 혼자 차에서 내렸다.
새벽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직원은 의자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지만 화장실을 가리키는 표지판 덕분에 어렵지 않게
화장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유소 습격사건
***
검은색 밴 안에서 찜질방 주차장에 갑자기 멈춰선 캠핑카를 노려보던 이 팀장이 하품을 하다 잠도 깰 겸해서
운전석에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혹시 목표일지도 모르니까 에테르 손수건 챙겨! 아니더라도 일단 하나만 잡아서 심문하면 나머진 다 알 수
있겠지. 다 깨우고 조용히 차에서 내려!”
“네. 형님!”
“습!”
“네! 팀장님!”
***
진아가 차에서 내리자 유성은 새벽에 혹시 있을지 모를 불상사에 주변 정찰 스킬을 펼쳐 진아의 안전을 확인했다.
-한유성님 길 건너 주유소에 있는 화장실이 사용 가능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100m 후방에 있는 차량에서
5 명의 남자가 내려 주유소 방향으로 이동 중인 것이 확인 되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한유성님.
유성도 홀로그램으로 펼쳐진 디지털 화면을 통해 그들이 유성의 캠핑카 건너편을 조심스럽게 지나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응.”
[타타탓! ]
그렇게 이 팀장에게 ‘요인 경호’ 스킬을 사용한 유성은 옥상에서 발걸음 소리를 죽여 맨 뒤에 서있던 이 팀장의
뒤쪽으로 이동해 뛰어 내리는 동시에 이 팀장의 후두부를 가격했다.
[퍽! ]
유성에게 뒤통수를 맞은 이 팀장의 머리에서 수박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그대로 거품을 물고 쓰러져 버렸다.
“컥!”
잠긴 화장실 문을 열려고 문 앞에 있던 사내 둘은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놀라 돌아보고 다시 한 번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으..으악!”
“조...좀비!”
[쿵! 쿵! 쾅! ]
생각과 동시에 유성은 용수철 마냥 앞으로 튀어나가 사내 둘이 반응도 하기 전에 그들의 명치에 양손을 각각 꽂아
버렸다.
[푹! 푹! ]
“헉!..”
“켁!”
[타타탓! ]
주유소 사무실의 감시용 CCTV 가 연결되어 있는 컴퓨터에서 저장된 데이터를 지우려던 남자가 건물 뒤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응? 그러게 우리가 따라온 사람 여자였지 않나? 반항이 조금 있나 본데 곧 잠잠해 지겠지. 컴퓨터 정리 다
했으면 우리도 그만 철수 하자.”
“잠시만 기다려. 데이터 삭제 하려면 비밀번호가 필요해서 그냥 전원만 차단하고 본체 안에서 하드 분리하는
중이야.”
그랬다. 이 팀장은 사실 오토바이를 이용해 급하게 캠핑카를 미행하는데 성공하기는 했으나 유성의 캠핑카를 따라
폐교 안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서 경비에게 차단당했다.
이후 유성 일행은 촬영이 끝나고 학교 내에서 마땅히 씻을만한 시설이 없어 근처에 있던 찜질방을 가기위해 차량에
올랐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 팀장의 무리는 유성의 캠핑카만 보고 무작정 따라온 것이었다.
사내 둘은 주유소 사무실을 벗어나 나머지 일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건물 뒤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척! ]
[퍼 퍽! ]
“컥...”
“켁...”
하지만 그들의 뒷머리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 동시에 별이 유난히도 많이 떠있는 시골의 하늘이 눈앞에 보이는 가
싶더니 그렇게 정신을 잃어 버렸다.
[질질질...쿵! ]
‘응? 무슨 소리야?’
유성은 떨어져 있는 컴퓨터 하드를 주머니 속에 챙겨 넣으며 진아 걱정에 화장실이 있는 곳으로 급하게 달려갔다.
[철컥! 끼익!]
“으아악!”
“어?...왜?왜?!”
“뭐?...뭐라고? 잠시만..”
진아는 귀에 꼽았던 무선 이어폰을 빼서 케이스에 넣었다. 다행히도 진아는 밖에서의 소란을 이어폰 때문인지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응 그게 낫겠다.”
그리고 고니에게 자율 주행을 맡긴 유성은 무기고 안으로 들어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내어 바라보았다.
남해 여행
***
사실 주유소에서 유성은 이 팀장 무리를 기절시키고 창고에 끌어다 놓는 와중에 고니에게 이 팀장의 스마트 폰
복제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고니야 혹시 이 변태 새끼 폰도 복사 가능 할까?’
‘고니야 그럼 복제 부탁할게.’
그렇게 유성은 이 팀장의 폰을 복제하는데 성공하게 되었고, 무기고 안으로 이동해 복제한 폰을 확인하던 와중에
갤러리에서 낯익은 인물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성이 발견한 사진 속에는 입 안 가득 고기를 넣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진아와 중년의 남성이 함께한
모습이 있었다.
***
“어서오세...요! 으아..악!”
유성의 일행이 찜질방이 열리자마자 들이닥치자 아직 졸음과 싸우고 있던 직원은 그들을 보고 잠깐 놀라 비명을
질렀다.
“몇 분이세요?”
“....좀비 다섯이요.”
“진아야 그만해.”
그렇게 약간의 해프닝이 발생 했지만, 다행히 찜질방에는 유성 일행이 첫 손님이라 더 이상 큰 소동은 벌어 지지
않았다.
“그래 그게 낫겠다.”
“쌔근쌔근...”
“드르렁...드르렁...”
“.....”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피곤해 골아 떨어졌던 윤찬이 찜질방 수면실에서 깨어나 앉았다.
“아 죄송합니다.”
그제야 자신들만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 일행은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모두 수면실 밖으로
나왔다.
“맞아! 아빠가 남해는 멸치회랑 멸치 쌈밥이 유명하댔어. 딱 지금이 철이니까 꼭 먹고 오랬어! 난 찬성! 아니지
혹시 반대하고 싶은 용감한 사람 있어?”
“쩝..멸치도 생선이야?...”
어느덧 식당에 도착한 일행은 통 멸치에 고춧가루와 마늘, 시래기 등을 넣고 자작하게 끓여낸 멸치찌개에서
윤찬은 멸치를 건져 쌈밥처럼 싸 먹기 시작했다.
“그래예? 그럼 함 주보이소!”
식당에 도착하기 전까지 유독 투덜거렸던 윤찬이 그렇게 멸치쌈밥의 신봉자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거긴 일단 금연 구역이야.”
“에혀...그럼 난 반댈세!”
“나도 찬성!”
진아와 보라가 찬성에 한 표씩을 던졌고 나경도 유성에게 ‘묻지 마’ 찬성표를 날렸다.
잠시 후 금산 아래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해 캠핑카를 주차한 일행은 보리암으로 올라가는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윤찬의 말대로 버스에서 내려 오르는 길은 좁은 산길이 아니라 차량도 지나 갈만큼 넓은 길이었다. 그렇게
투덜거리는 윤찬의 말을 들으며 일행이 어느 정도 걸으니 비로소 왜 걸어 올라가는지 이유를 일행 모두는 알 수
있게 되었다.
“우와!....”
“헐.....”
일행이 오르던 길 왼쪽으로 시야가 트였다. 바다와 섬은 물론 초록의 산도 한 눈에 들어왔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사진으로 닮기 힘든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
보리암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정상이 나온다고 했지만 일행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하며
아쉽지만 멀리 보이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눈에 한 번씩 더 담아보고는 내려오는 셔틀에 올랐다.
“여긴 어디야?”
일행이 도착한 미조항은 잔잔한 바닷가와 방파제가 조화를 이루어 모래사장이 있는 바다와는 또 다른 풍경을 연출
하고 있었다.
근처 방파제 주위에는 가족단위로 찾은 사람들과 연인으로 보이는 커플 등이 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일행은 유성과 윤찬이 근처에 있는 낚시점에서 빌린 낚싯대를 이용해 석양이 물들기 전 방파제에서 남해
여행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즐겼다.
“앗싸! 또! 잡았다!”
“크! 말해 뭐해!”
“난 유성이 네가 뭘 해도 찬성한다니까.”
“당연히 준비 되어 있지!”
‘스킬 불 조절!’
[화르륵! 화르르...]
그들은 남해여행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그렇게 맛있게 마무리해 나갔다.
반합
***
유성이 친구들과 좀비 분장을 끝내고 촬영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던 시각 고니가 유성이 잊고 있던 사실을 전했다.
‘고마워 고니야.’
잠시 후 문자를 받은 차경원 대리에게서 학교 안 등나무 벤치에서 만나자는 대답이 날아왔고 대기실에 있던 유성은
8 시가 가까워 오자 예전 봉 감독 무리와 아침을 먹었던 등나무 벤치로 이동했다.
유성이 어두워진 운동장을 가로질러 등나무 벤치로 이동하자 누군가 미리 도착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진에서 볼 때 보다 살이 좀 찐 건가?’
유성이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자 자신보다 왜소해 보이는 유성의 모습에 자신감을 얻은 차경원의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차 대리는 그동안 유성에 대한 첫 인상이 나빠서 그런지 인사하는 얼굴 표정이 밝아 보이진 않았다. 그렇게 성의
없이 유성에게 인사 멘트를 날린 차 대리는 대뜸 유성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신청했다.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유성도 인사를 받으며 먼저 손을 내밀고 있는 차 대리의 손을 마주 잡았다.
[꽈악...]
“힘이 좋으시네요.”
“그..그럽시다.”
유성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살짝 비꼬는 듯 한 말투로 얘기 했지만 학교를 등지고 있는 유성의 얼굴 표정을
차대리가 확인하기는 힘든 상태였다.
그렇게 유성은 자신의 페이스로 얘기를 이끌어 가기 위해 캠핑카 내부로 차경원을 안내했다.
“으!악!”
하지만 직접 차경원의 얼굴을 마주 보고 나니 솔직하고 거침없는 말투가 오히려 더욱 꾸미고 속이는 사람들에
비해서 유성의 맘에 들었다.
“응..근데 동생 이 빵 조금 더 없나?”
***
“그런데 도대체 우리는 누구한테 당한 거야? 벌써 경호원을 대동하고 다니는 건 아닌 것 같던데...주유소 CCTV
는 확인해 봤어?”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이 팀장이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듣곤 어이없어 웃지도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저기 팀장님 저도 옆에서 같이 봤습니다. 분명히 저희 눈에는 좀비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나오던
행동이 느린 좀비와는 격이 달리 엄청 빠르고 강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네! 형니...팀장님.”
「목표가 탑승한 차량이 추적 불가능한 고위등급으로 파악 됨. 팀원들 데리고 부산에 있는 목표의 본가로 이동해
잠복하기로 계획 수정.」
***
-Episode
일요일 오전부터 남해 고속도로를 이용해 부산에 도착한 이 팀장의 무리는 정진아의 집으로 가는 조금 외진 길목에
검은색 밴을 주차시켜 두고 오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 스마트 폰의 ‘얼굴책’ 어플을 돌아다니며 겨우겨우 졸음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던 유일한 고졸이
갑자기 차안에서 소리를 질렀다.
[퍽! ]
“네...정황이 그런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제가....잘 못 본거 같습니다.”
“음...냐! 뭐! 뭔 박 새로이?”
부산행
***
“정말 잘 먹었다. 반합에 끓이면 라면이 오늘 고기만큼이나 맛있어 질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
“나도 나도!”
유성을 걱정한 나경이 의사를 표시 했지만 유성은 고니에게 자율 주행을 맡길 생각이라 나경의 선의를 거부했다.
대신 유성은 나경에게 다른 무언가를 원했다.
“미안해서 그러지...”
나경이 얘기 하며 친구들을 둘러보았지만 친구들은 아무도 유성과 나경을 보고 있지 않았다. 윤찬과 보라는
쇼핑사이트에서 반합을 검색 중이라 바빠 보였고 진아는 ‘얼굴책’에 무언가를 업로드 하는 듯 보였다.
[쪽! ]
“부산까지 잘 부탁해!”
***
“뭐? 그게 정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
사실 그랬다. 남해에서 출발한 유성은 고니에게 운전을 맡기고는 그동안 ‘요인 경호’를 통해 녹화된 이 팀장의
행동을 무기고에 들어가 확인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보라야 여기 맞지?”
“응 먼저 갈게! 오늘 정말 즐거웠어.”
진아의 아파트로 들어가는 게이트 출입구에서 유성이 정차해 잠시 윤찬을 기다리기로 하고 윤찬은 진아의 짐을 집
앞 엘리베이터 까지 들어다 주기로 했다.
“아이고 우리 예쁜 딸 잘 다녀왔어?”
“응 아빠! 정말 재밌었어.”
진아의 짐을 챙겨 따라온 윤찬이 한우라는 얘기에 저도 몰래 침을 삼키며 진아의 아빠에게 나름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여행 다녀온 진아를 반기느라 주위를 살펴보지 못한 정 차관이 진아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제야 윤찬에게
눈길을 보냈다.
물론 유성일행은 경매인이 아니라 직접 경매는 불가능 했지만 위판장 옆에서 따로 멸치를 쌈밥용과 횟감용으로
구분해 팩으로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정 차관은 여기서 윤찬이 돌아가면 분명히 저 박스는 자신의 몫인걸 알기에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하하 자네 어디 가서 밥은 굶지 않겠구먼!”
***
한편 유성은 윤찬이 진아의 짐을 들어주기 위해 자리를 비운사이 주변 정찰 스킬로 아파트 게이트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유성님 방금 누군가 여기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요인 경호’ 대상의 통화 내용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건너편 차 안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이 한명 포착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쪽으로 ‘요인 경
호’ 대상의 무리가 도착 할 것으로 예측 됩니다.
유성은 홀로그램 화면에 떠오른 이 팀장을 보면서 예전 요인 경호 스킬을 이용해 시환을 곤란하게 만들어 주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태블릿에는 어제 음식으로 유성과 사이가 좋아진 차 대리가 좀비로 분장한 유성을 만난 기념으로 유성일당이
사람에서 좀비로 변신하는 영상을 장난삼아 낮에 만들어 보내주었었다.
[스....팟! ]
-네 한유성님 준비 완료 되었습니다.
유성은 홀로그램 속에 떠오른 이 팀장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며 반격의 완벽한 타이밍을 찾기 시작했다.
불법주차
***
먼저 유성은 ‘요인 경호’ 스킬 중 고유 기능인 전자파를 이용한 원거리에서 물리력을 행사해 이 팀장의 폰을
손에서 바닥으로 떨어트리는 데 성공했다. 그 틈에 고니에게 지시해 편집해둔 영상을 이 팀장의 바탕화면으로
바꾸도록 했다.
한편 진아의 출현 소식을 듣고 급하게 달려온 검은색 밴이 유성의 캠핑카 건너편에 정차하더니 이 팀장의 무리가
차에서 내렸다.
[툭! ]
“히익!”
“허..어...”
“내..포...폰이...이상해..”
“이...이게 무슨...”
사내가 바라본 폰의 바탕화면은 지금 그들이 잡으려 하는 진아가 좀비로 변해 이 팀장의 무리를 덮치는 영상으로
화면이 바뀌어 있었다.
[뚜루..뚜루... 철컥..]
“지 실장님 저 이 팀장입니다.”
[갑자기 도청이라니? ]
[딸깍! ]
그렇게 지 실장에게 복귀 허락을 맡은 이 팀장은 손에 들고 있던 부하의 폰을 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리고 캠핑카 안에서 아파트에서 멀어지는 검은색 밴을 바라보는 유성은 아미를 찡그리며 한숨을 쉬었다.
***
[딩동! ]
“이 시간에 누구지?”
불판위에 익어가던 고기를 집게로 집어 진아의 접시위에 올려준 정차관이 비어가는 고기접시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어? 그래. 근데 벌써 다 먹어가네. 친구가 와도 줄 것도 없네.”
진아의 어머니는 훤칠한 외모의 유성을 보고 저녁 늦게 찾아온 손님에 대한 반감이 한순간에 눈 녹듯 사라지며
오히려 손을 맞잡고 반겼다.
“저는 고기 먹으로 온 건 아니고요. 진아 아버님께 의논드릴 일이 있어서 이렇게 밤늦게 예의가 아닌 줄 알면서
찾아 뵀습니다.”
‘고니야 안마 준비 해줘!’
유성은 진아 어머님께 점수를 따기 위해 물리치료 스킬을 사용해 뭉쳐있는 어깨와 목에 붉은 점들을 확인했다.
“아니 괜찮아요.”
안마를 사양하는 진아 어머님을 소파에 살짝 앉히고는 재빨리 뒤로 돌아가 어깨와 목에 붉게 물들어 있는 점들에
손을 가져가자 유성의 손 놀림에 따라 붉게 물든 점들이 하나씩 투명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얼마 후 주방에서 한우를 모두 처치한 일행이 거실로 나와 유성의 손길에 쓰러져 있는 진아의 엄마를 확인했다.
“네 아버님. 잠시만 시간 내어 주시면 저에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실례인줄 알지만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유성이 꿈이 공무원이었어?”
“그랬었나? 나도 몰랐네.”
그렇게 유성은 진아의 아빠와 얘기를 나누기 위해 서재로 이동했고 나머지는 거실에서 유성이 준비해 온 디저트를
즐겼다.
“카페 빈이면 유성이 외숙모 가겐데... 남천동에 있다고 들었는데 언제 외숙모 가게까지 다녀왔대?”
“언제 거기까지 다녀왔을라고. ‘배달의 만족’ 앱에서 배달 시켰을 수도 있지. 아무튼 공무원 꿈나무 많이
부지런하네.”
“아니. 난 오늘 처음 들었는데?”
***
-Episode
혼자 진아의 아파트 입구를 지키는 사내가 차량 안에서 지루함에 하품을 했다.
[똑! 똑! ]
“누구야?!”
사실 그랬다. 유성은 아파트 입구에서 건너편 교차로 부근에 서 있는 감시차량을 보면서 고니와 얘기를 나누었다.
태블릿에 어플을 설치한 고니는 어플을 실행해 유형선택 화면에서 4 대 불법 주정차 버튼을 선택하고 소화전,
교차로, 버스정류장, 횡단보도 메뉴 중 교차로 모퉁이를 선택해 정차해 있는 차량의 사진을 1 분 간격으로 찍고
난 후 위치 찾기와 간단하게 내용을 작성해 신고를 마무리 저었다.
그렇게 고니와 얘기를 나눈 유성은 불법주차가 아닌 곳에 차량을 주차하고 진아의 아파트를 향했다.
창무회
***
“아니. 난 오늘 처음 들었는데?”
“응? 난 유성이 얼굴보다 손맛이 제대로 더라고. 혹시 진아랑 사귀면 매일 불러서 마사지 좀 받아 보려고 했지.”
***
“드시면 바로 말씀 올리겠습니다.”
“자네 지금 한 말에 책임 질 수 있나?”
유성은 진아의 집으로 오기 전에 ‘요인 경호’를 통해 녹화한 영상과 CCTV 및 블랙박스 영상을 PPT
파일형식으로 고니에게 편집을 부탁해 두었었다.
“이게 뭔가?”
“CCTV 화면과 블랙박스 화면 등을 통해 입수한 사진입니다. 보시면서 의문점이나 따로 아시는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유성이 재생한 PPT 형식의 파일을 보던 정 차관이 그제야 단순하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테이블에 버려두었던 청심환을 까서 입에 털어 넣고 다시 유성에게 물었다.
“사실 저희가 의료봉사활동을 간 첫 날부터 행동이 수상한 자들이 있어 그 곳의 시설관리 팀장과 연계해 CCTV
등을 이용해 감시를 철저히 했었습니다.”
유성은 있는 사실 그대로 얘기 할 수는 없어 진실과 거짓을 섞어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네 보시는 사진은 영화 촬영 세트장이고 다음 사진에 보시면 촬영장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한 남자를 우연히
그곳 CCTV 화면을 통해 제가 다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이놈 말인가?”
“아마도 내 생각엔 ‘창무회’에서 벌인 일 같긴 한데... 여기까지 개입한 걸로도 지금 충분히 위험해 보이니
그만 자네는 여기서 발을 빼도록 하게.”
유성은 정 차관을 통해 남해에서부터 부산까지 자신들을 뒤쫓는 무리라 의심되는 곳이 ‘창무회’라는 단서를
알아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렇게 짧지 않은 남해 여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유성은 고니를 통해 창무회에 대한 단서 수집에 들어갔다.
***
유성은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될법한 아이템이나 스킬을 얻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부사관 메뉴를 선택했다.
“부사관 메뉴”
[띠링! ]
[1. 육군 부사관 ]
[2. 해군 부사관 ]
[3. 공군 부사관 ]
[4. 해병대 ]
[띠링! ]
[1. 항공 통제 ]
[2. 방공 포병 ]
[3. 구 조 ]
[4. 안 전 ]
[5. 무기정비 ]
[6. 보급수송 ]
[띠링! ]
[끼익! 쾅! 콰콰쾅! ]
-전방에 보이는 사고 비행기로 보아 이번 작전은 항공기 사고 처리업무가 작전으로 주어질 것으로 예측 됩니다.
[띠링! ]
-기상악화로 인해 미끄러운 활주로에 착륙하던 공군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사고로
이어 지기 전에 항공기 내에 있는 인명을 구조하라.
항공안전
***
유성이 사고현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오르자 곧이어 작전 알림을 시작하는 메시지와 레드카펫이 펼쳐졌다.
[붉은 선을 따라 신속히 이동한 후 활주로에 불시착한 항공기가 폭발하기 전에 승무원을 구하도록 합니다. ]
유성은 고니의 설명을 들으며 안전감찰관이 하는 일과 지금 작전이 어딘지 모르게 어긋나 있다고 느꼈다.
-네 한유성님 아마도 작전의 난이도 상향으로 인해 한유성님이 안전감찰관으로 파견 된 상황에서 공항에 사고가
발생한 설정으로 예측됩니다.
차량에서 내려 사고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유성에게 공항 소방대 소속의 소방관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다가와
앞을 막아서며 저지했다.
하지만 유성에게 작전이 주어진 이상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유성은 자신의 목에 착용된 신분증을 소방관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유성은 그렇게 소방관에게 부탁해 그들의 장비를 빌려 입고는 곧바로 사고 비행기를 향해 달리며 고니에게 물었다.
-네 한유성님 불시착한 수송기는 C-130J ‘슈퍼 허큘리’라 불리는 수송기입니다. 승무원은 조종사 2 명이
필요하며 승객은 128 명까지 탑승 가능합니다. 나머지 적재량 이하 제원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종사
출입구와 중앙 출입구 그리고 격납고를 통해 출입이 가능합니다.
유성은 주변정찰 스킬로 보이는 홀로그램을 통해 수송기 안에 정신을 잃고 있는 사람들의 위치를 확인하며
반대쪽으로 이동했다.
수송기의 머리가 앞바퀴의 파손으로 인해 아래를 향하고 있지만 일반 여객기에 비해 바퀴와 동체와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운 덕에 약간만 노력하면 날개 뒤쪽에 위치한 출입구로 유성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서 이게 가능 할까?’
다행히 여객기의 창문과는 달리 원형으로 조그만 유리를 보정스킬의 영향인지 한 번의 시도만으로 도끼가 뚫고
들어갔다.
“일단은 성공!”
유성이 홀로그램을 살펴보면서 적절하게 힘 조절을 하며 로프를 끌어당기자 창틀에 도끼가 걸려 로프에 매달려
수송기 측면으로 비가와 미끄러운 와중에도 충분히 문까지 접근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고니에게서 유성이 기대했던 대답과는 다른 대답이 나오자 유성은 고니에게 재차 질문을 했다.
[치익! ]
“헛!”
유성은 동체시력을 발휘해 로프에 매달린 상태에서 재빨리 발을 굴려 자신을 덮쳐오는 문을 겨우 피해 냈다.
들어가며서 오른쪽을 살펴보니 수송기가 불시착할 때 충격을 받았는지 조종석으로 연결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문은 약간 망가져 조종석으로 직접적인 이동은 불가능해 보였다.
-네 한유성님 현재 ‘상태 확인’으로 확인한 결과 약간의 타박상과 골절은 있지만 생명에 지장이 있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모두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지만 다행히도 생명에는 지장이 있을 정도로 크게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현재 가능한 방법으로는 발화가 예측되는 엔진으로 직접 접촉해 단선 된 전선을 처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90 초 전에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고니야! 일단 발화 지점 표시해줘!”
열려진 출입구를 밟고 날개위로 뛰어오른 유성은 좌측 날개위에서 고니가 표시해준 붉은 점이 새겨진 엔진을 향해
이동했다.
[80 초]
[79 초]
유성은 어두운 밤이지만 홀로그램 화면에 의지하며 미끄러운 날개 위를 빠르게 걸어 엔진 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위에서 엔진을 바라보니 무언가 밝게 빛났다 꺼졌다 하는 것이 고니의 말대로 끊어진 전선에서 스파크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유성은 입고 있던 옷을 벗어 하나 남은 로프 끝에 연결했다.
[파..지직!...파지직! 화르르...]
유성은 직접 눈으로 확인 하진 않았지만 소리를 듣고 직감적으로 충돌로 인해 손상된 엔진에서 새어 나오는 연료에
스파크가 튀어 불이 옮겨 붙었음을 느꼈다.
[화르르륵! 펑! ]
유성은 무의식적으로 스킬을 사용하는 동시에 엔진에 불이 붙어 발생한 폭발에 휘말려 로프를 놓치며 비행기
활주로 바깥쪽을 향해 튕겨져 날아갔다.
유성은 날아가는 도중에 의식이 희미해지며 수송기를 바라보았지만 더 이상의 폭발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띠링! ]
-기상악화로 인해 미끄러운 활주로에 착륙하던 공군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사고로
이어 지기 전에 항공기 내에 있는 인명을 구조하라.
살신성인
***
하지만 유성의 입에선 나오는 소리는 절대 안락한 잠자리에서 깨고 일어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평소와 같은 가뿐한 몸이 아니라 오랜만에 느껴보는 무거운 몸 상태에 낯설음이 느껴지는 유성이었다.
유성은 자신이 폭발에 휘말려 본인사망으로 인해 작전 수행을 실패 했다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냐 됐고 새로운 한주가 밝았으니 할 일은 해야겠지? 아! 맞다. 그 전에 ‘요인 경호’ 대상은 뭐하고 있는지
확인해 봐.”
-한유성님 대상의 현재 상황을 확인 할 수 없습니다. ‘요인 경호’ 스킬을 사용한지 24 시간이 경과되어 ‘요인
경호’ 스킬이 자동으로 종료 되었습니다.
-‘요인 경호’ 대상의 24 시간동안 상황을 모두 녹화해 두었습니다. 지난밤 경호 대상이 잠든 사이에 스킬
사용이 종료되어 특이 사항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네 한유성님 거울을 보고 스킬을 사용하시면 치료가 필요한 부위에 붉은색 표시가 떠오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곳에는 유성이 주말에 남해에 가는 통에 잠시간 떨어져 있던 새끼 고양이 고니가 유성이 없는 틈을 타고 혼자서
신나게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랬다. 고니가 유성에게 했던 말은 다른 가족들에게는 고니가 유성의 괴롭힘에 애처롭게 울어대는 소리로 들렸던
것이다.
“쩝...내가 뭘 했다고...”
유성은 그렇게 투덜거리며 욕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유성이 말끔한 모습으로 욕실
문을 열고 나왔다. 거실에는 그 사이 아빠가 소파에 앉아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천만 다행이네.”
“응? 아빠 무슨 일이야?”
“....”
유성은 아빠의 말에 아무 대답도 못하고 TV 속 뉴스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유성은 YTVN 뉴스 앵커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우리 공군은 지난 2014 년부터 국내에 도입되어 공군에 배치된 C-130J 수송기는 출력이 향상된 최신형
엔진을 장착해 C-130H 수송기에 비해 항속거리와 비행고도가 늘어났으며, 최신 항공 전자 장비를 탑재해 각종
시스템이 자동화됨에 따라 기체 조종에 필요한 승무원이 조종사, 부조종사, 항법사에서 조종사, 부조종사인 2
명으로 줄어 들었...]
TV 화면 속에서 수송기의 제원에 대해 설명하던 기자가 자리를 이동하자 유성이 작전 수행 중에 폭발을 일으켰던
좌측 날개가 화면에 나타났다.
유성은 기자의 얘기와 함께 화면에 보이는 군 수송기를 확인하면 할수록 더욱 확신이 차올랐다.
화면에 보이는 비행기 날개 플랩에 끼어 있는 무언가가 유성의 눈에 들어왔다. 분명 어두운 밤이었지만 자신이
작전을 받아 임무를 수행했던 비행기가 맞는 것으로 보였다.
“아! 늦겠다.”
그렇게 멍하게 서있던 유성은 아빠의 목소리에 깨어나 아람의 아침 등교 알바를 위해 준비를 마무리하고 집을
나섰다.
***
기자의 말에 김해공항 소방 구조 팀장의 인터뷰가 시작 되었다.
“네 저희 김해공항 소방구조대는 김해공항 내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항공기 사고나 승객들이 이용하는 공항
이용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대비하는 곳입니다. 저희 소방구조대는 어느 곳에서 사고가 나도 3 분 안에
도달 할 수 있는 전략적 장소에 위치해 있고, 항공기 구조 소방....”
기자와의 인터뷰를 마무리 한 공항 소방 구조팀장은 공항에 위치한 자신의 소방본부로 자리를 이동했다. 그리곤
사무실에 있던 한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래도 저희가 이정도 계속 찾았으니 나중에 뒤 늦게 나타나 이번 사고 처리가 공군 측에서 처리한 일이라며
공을 가로채 가지는 않을 겁니다. 팀장님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아마 이번 일은 팀장님 인사 고가 점수에 좋게
반영 되었을 겁니다. 좋은데 가시면 저도 꼭 잊지 마시고 챙겨 주십시오. 팀장님. 헤헤헤.”
***
“그렇긴 하네... 근데 사고 원인이야 뻔하지. 날씨가 갑자기 나빠진 거도 있겠지만 내 생각엔 장비가 노후
되었거나 조종사들이 피곤했던 게 주된 원인 일거야. 그건 누구나 안 봐도 다 알걸.”
***
-Episode
유성이 ‘불 조절’ 스킬을 사용하는 동시에 일어난 폭발로 인해 퉁겨져 날아가 활주로를 벗어나서야 떨어졌다.
일반인이었으면 목숨을 일어 버릴 정도의 충격이었지만 유성의 높은 스탯으로 인해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한유성님 ‘상태 확인’ 스킬 사용결과 골절과 가벼운 뇌진탕 증세가 확인 됩니다. 치료 스킬의 임의 사용은
불가능하여 현재 상태로 대기 모드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유성의 상태를 확인한 고니는 생명반응에 위험이 없음을 확인하고 난 후 유성의 이번 작전 완료 보상을
획득하기 위해 접속을 종료하지 않고 잠시 동안 대기했다.
[띠링! ]
(중략)
[띠링! ]
학교 방문
***
“고니야 새벽에 주위에 사람들 없을 때 까망이 원래 푸드트럭으로 바꾸고 카페 빈 주차장으로 자율주행 부탁해.”
-네 알겠습니다. 한유성님.
캡슐에서 의도치 않게 정신을 잃은 유성은 생각보다 늦게 캡슐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바쁘게 외출 준비를 마친 후
새끼고양이 고니를 조수석에 태운 후 아람의 집으로 향했다.
아침에 아빠가 시청중인 뉴스를 보고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외출을 준비하다 보니 유성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보다 유성에겐 지난 밤 고니가 챙겨 둔 보급상자 확인이 더욱 궁금했다.
[스...팟!]
유성이 보급 상자의 덮개를 열자 보급 상자가 있던 자리에서 하얀색 빛 무리가 생기더니 무언가가 유성의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고니와 군 납품비리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유성은 아람의 집에 도착해 있었다.
유성은 최 관장을 만나 인사하고 이젠 아침마다 일상이 된 빵을 무기고와 연동된 왕진 백팩에서 꺼내어 주었다.
“뭘..올 때마다 이런 걸 다 챙겨오고 그래. 그런데 이번엔 빵이 좀 많아 보이네? 아! 아람이 내일부터 수학여행
가니까 일주일 동안 못 온다고 많이 가져 왔나봐?”
-냐앙.
유성은 아람이 내일부터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간다는 얘기를 듣고 급하게 생각해 낸 말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어 그래 재밌게 잘 다녀와.”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 보니 유성은 학교 앞에 도착해 아람을 내려 주고는 외숙모 가게를 향해 이동했다.
“응. 안 그래도 손님이 계속 늘어서 주말만 쓰던 알바를 평일에도 계속 나와 달라고 부탁해놨어. 조금 있으면
출근 할 거야.”
-냥!
“진아 아빠가 알아서 하겠다고는 했지만 손을 다 빼기는 찜찜해서 안 되겠다. 요인 경호 스킬도 24 시간이
한계이니 아무래도 고니 네가 당분간 진아 옆에서 확인해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네 한유성님 상황이 가능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유성아 약속 있으면 어쩔 수 없지. 그래서 새벽부터 서둘렀구나. 숙모는 알바랑 같이 점심 해결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운전 조심하고 얼른 가봐.”
얼마 뒤 점심시간 전에 나경의 학교에 도착한 유성은 교내 일반인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에 고니를 안고 차에서
내린 유성이 주변을 둘러보다 물었다.
“서방! 많이 기다렸어?”
유성은 학생식당에 도착해 나경이 특별히 주문한 특식을 받아들고 식탁에 둘러앉았다.
유성은 나경이 학교 안에서 갑자기 사용하는 애칭에 조금 민망하기도 했지만 주위에 있던 다른 학생들이
흘깃거리며 쳐다보는 것을 나경이 즐기는 것 같아 그러려니 했다.
유성이 진아에게 고마움을 전했지만 유성의 말을 못 들은 건지 진아는 고니가 있는 캐리어를 자신의 옆자리에 옮겨
놓으며 얘기했다.
반격의 불씨
***
고니의 육아(?)를 진아에게 부탁한 유성은 나경에게 대학교 학식을 얻어먹고 난 뒤 친구들과 잠깐 얘기를 나누고
오후 수업을 들어야 하는 그들과 헤어져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유성은 핑크가 좋아할 만한 디저트가 무기고에 남아 있는지 떠올려 보며 운전대의 방향을 심부름센터로 틀었다.
[음...일단 하나는 경호업무고 다른 하나는 전화로 말하기는 힘들고 혹시 생각 있으면 저녁 늦게라도 만나서
얘기해.]
“지금!”
[뭐? 그게 무슨 말이니? ]
[....]
[딸랑! ]
유성의 인사말에 서류 뭉치를 챙겨보느라 바쁜 심 실장과 방금까지 유성과 통화하다 꺼진 폰을 내려다보던 분홍이
입구에 서있는 유성과 폰을 번갈아 바라보며 인사했다.
유성이 사무실을 돌아보고 심 실장과 핑크 둘만 사무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외근이라도 나갔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당연히 더 비싼 거!”
***
나 팀장은 팀원들과 함께 오전에 들어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목표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감시하고 있었다.
팀원들은 모두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고 저마다 각자의 행동을 하며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었다.
[마! 너 누구야? ]
갑자기 나 팀장의 암호명인 부엉이를 누군가 얘기하자 목소리를 듣고 흥분한 나 팀장이 소리를 질렀다.
독수리 암호명을 사용하는 심 실장이 부엉이와는 달리 얘기하자 다시 ‘새’ 이름을 사용한 보고가 이어졌다.
유성이 심 실장과 핑크에게 가볍게 목례하자 둘은 유성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위해 회의실을 벗어났다.
그렇게 핑크와 심 실장이 회의실에서 나가자 유성은 고니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응 수고했어. 고니야.’
***
-Episode
“주말에 봐! 아빠.”
“칫..내가 무슨 애긴 줄 알아?”
지난 밤 유성에게 강력하게 추천 받은 흥신소에 도착한 정 차관은 그곳에서 보디가드를 고용해 진아의 주변을 지켜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럼 부탁 하겠소. 그리고 특별히 우리 딸이 예민한 편이라서 말인데... 보호받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네. 가능 합니다.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다면 대상을 지근거리에서 떨어져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정 차관은 유성에게 건네받은 자료를 흥신소 직원들에게 넘겨주어 남해에서 진아의 뒤를 노린 무리의 정체도
알아봐 주기를 부탁했다.
“그리고...여기 이건 조금 더 조심스럽게....”
정 차관은 그렇게 오전에 필요하다고 생각한 업무를 개인적으로 마무리 한 후 자신의 라인을 소집해 이번 진아
납치 미수 사건의 대책을 마련키 위해 김해 공항으로 이동해 서울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장에서 발로뛰기
***
사실 그랬다. 아무리 유성은 자신의 신체 스펙이 뛰어나고 고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제 갓 성인이
되어 사회적인 기반이 전무하다시피 한 자신이 혼자서 위험에 노출 되어 있는 진아의 경호 업무를 하면서 배경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 단체에 맞서는 것은 솔직히 무리라고 판단했다.
“요즘은 조폭들도 꼭 자신의 지역만 돌아다니지는 않아. 국회의원 선거도 보면 꼭 자기 지역구에서만 후보로
출마하는 건 아니잖아. 여기 저기 필요에 의해서 다 옮겨 다니는 거지.”
“아니 그건 아니고 부산을 통해서 돈세탁을 하는 것 같아. 물론 그 돈이 실제로는 정치권 뒤를 봐주고 있다고
보면 되겠지만. 문제는 이놈들이 누구네 집 개 인지를 확인해야 하는 거지.”
유성과 심 실장은 대전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있는 차량 안에서 그렇게 한동안 얘기를 주고받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유성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정보를 모으며 조금씩 ‘창무회’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다.
***
[똑! 똑! ]
“들어와.”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들어와서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하는 남자는 지난 번 남해에서 유성에게 변태 ‘바바리 맨’으로 오인 받았던 지
실장이었다.
천 사장의 눈빛을 보고 이 자리가 남해에서의 실패에 대한 질책을 논하는 자리라 직감한 지 실장은 입술을 꽉
깨물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 참! 지 실장 아직 신혼이었지?”
가 떠올라 바로 대답했다.
지 실장의 100 일이란 얘기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그 싸늘한 표정으로 바뀐 천 사장이 냉기를 풀풀 흘리며
얘기했다.
천 사장의 싸늘해진 표정을 보고 다급해진 지 실장이 자신이 했던 말이 실수였음을 시인하자 그제야 싸늘했던 천
사장의 표정이 바뀌고 목소리에도 조금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천 사장에게 급하게 인사하고 돌아서 방을 빠져 나온 지 실장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나서야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랬다. 지 실장은 가끔 회식할 때 출장을 핑계대고 집에 들어가지 않다가 와이프에게 걸린 적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직장에 대해 떳떳하게 밝히지 않고 지금의 어린 와이프와 결혼한 터라 답답하기만 했다.
그리고 평소 기념일을 잘 챙기지 않는 지 실장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어린 와이프가 아침에 집을 나서는 그에게
미리 일찍 들어오라고 당부를 해둔 터라 오랜만에 일찍 들어가 결혼 100 일 케잌에 촛불이라도 같이 끄려 했었다.
***
심 실장과 유성은 정치인과 건달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취합하기 위해 대전과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의 뒤를 캐고 다녔다.
유성은 고니가 눈앞에 띄워준 홀로그램을 통해 어렵지 않게 건물에 대한 구조를 파악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유성의 머릿속에 고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OK! 고마워.’
고니에게 얘기를 들은 유성은 남자 화장실에서 모자를 눌러쓴 채로 천천히 빠져나와 국회의원이 지하에서 탑승해
올라오고 있는 엘리베이터가 1 층에 멈추자 자연스럽게 탑승하면서 목표와의 1 차 만남을 가졌다.
사관 메뉴
***
엘리베이터에 오른 유성은 왼쪽에 보좌관으로 보이는 사람의 경호아래 서있는 사람 좋아 보이는 모습을 한 목표
국회의원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유성은 이렇게 목표로 한 대상과의 만남을 통해 ‘요인경호’와 ‘폰 복제’를 통해 양질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빼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정보는 유성이 선별작업을 통해 녹화된 영상에서 음성만 따로 편집해 핑크에게 전달했고
복제한 폰에서도 일부 필요한 자료만 뽑아 제공했다. 그렇다 해도 유성이 전달하는 정보의 양은 무시하지 못할
크기임에는 틀림없었다.
사실 그랬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유성에게 핑크가 가끔 원격으로 드론을 조종해 지원해 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유성은 고니와 자신이 보유한 스킬의 힘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힘들지도 모르는 첩보 활동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척척 수행해 나갔다.
물론 이런 유성의 능력을 옆에서 지켜보고 확인하는 심 실장과 핑크는 유성에게서 계속 이어지는 놀라움을 멈출
수가 없었다.
유성은 이렇게 쏟아지는 질문에 모두 모르쇠를 유지했다. 괜히 거짓말을 시작하면 끝이 없이 이어져야 했기에
차라리 이방법이 최선이었다.
“하하 모두 제 개인 기업 비밀입니다.”
심 실장은 아쉬움을 표현하는 말을 남겼고 핑크는 장르 소설에나 나오는 주인공에 대한 얘기를 흘렸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심 실장과 유성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본 핑크가 농담을 걸기 시작했다.
“유성아 정말 수고 많았어. 나 사실 이번에 같이 일하면서 너한테 중독된 거 같아.”
“췟! 무슨 남자가 빈틈이 하나도 없냐? 재미없게. 아참! 조금 전에 아람이가 수학여행에서 사온 선물 주겠다고
전화 왔던데 유성아 너도 같이 만날래?”
“네 저 그럼 먼저 들어가 볼게요.”
“어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
“유성군 전화할게.”
유성은 고니에게 운전을 부탁하기는 했지만 디지털 아이템으로 등록되어 있는 까망이와는 달리 SUV 차량은 측면
주차와 같이 세밀한 운전은 유성이 직접 해야 했기에 잠깐 눈을 붙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네 한유성님.
***
“잠깐이긴 하지만 차에서 눈 좀 붙여도 정신적인 피로는 안 풀리더니 그래도 신기한 게 집에 들어오니 숨도 좀
트이는 것 같고 조금 살 것 같네.”
-네 한유성님 지난주 항공작전 후에 새로 개방된 사관메뉴를 찾아보면 정신력을 담당하는 메뉴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팟! ]
[체험병 : 한유성]
고니가 출력해준 화면을 보고 자신의 상태를 확인 한 유성은 고니의 추천에 따라 일단 캡슐에 몸을 실었다.
곧이어 유성의 눈앞에 접속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관 메뉴!”
[띠링! ]
[1. 육군 사관 ]
[2. 해군 사관 ]
[3. 공군 사관 ]
[4. 해병대 사관 ]
[띠링! ]
[1. 보병과 ]
[2. 기갑과 ]
[3. 포병과 ]
[4. 화생방과 ]
[5. 정보과 ]
[띠링! ]
[1. 함정과 ]
[2. 항공과 ]
[3. 정보과 ]
[4. 조함과 ]
[5. 병기과 ]
:
:
[스.....팟]
[띠링! ]
***
-Episode
6 월 13 일 금요일은 윤찬의 생일이었다. 아침부터 윤찬은 자신의 생일을 알리기 위해 전화를 돌리는 중인 듯
보였다.
[유성아 너 요즘 많이 바쁘다며? ]
[방금 진아랑 연락했는데 너 바쁘다고 고니도 진아가 이번 주에 대신 봐주고 있다고 하던데 지금 어디냐?]
“그러게 지금도 대전에서 알바 뛰는 중이라 부산까지 내려가기가 좀 그러네. 그래서 지난주에 남해에서 미리 네
생일 선물 챙겨 줬잖아.”
“어 그래 다음 주에 시간 내서 한 번 보자.”
[그래. 들어가라. 철컥 ]
“네 다녀오겠습니다!”
심실장과 인사를 나눈 유성은 뽑기를 통해 모아 둔 선물을 윤찬에게 주기위해 부산으로 부지런히 이동했다.
그렇게 유성이 앉은 SUV 운전석 뒤에는 국방색을 가진 물건이 상자에 가득 들어 있었다.
윤찬 생일
***
「나 도착했어! 」
「나경 : 응 3 번방이야. 얼른 와. 」
유성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윤찬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친구들을 놀래 주려던 처음 생각을 접고 아무래도
나경한테는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은 촉이 발동해 미리 귀띔을 해 둔 상태였다.
「준비완료! 」
「나경 : 응! 」
갑자기 바뀐 노래에 홀 앞에서 신나게 노래하고 있던 일행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케잌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생일 축하 노래를 하는 유성이 보였다.
“후우!....우....”
“소원 빌었어?”
윤찬이 갑자기 잠이 든 듯이 쓰러지고 노래가 끊어져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어색해 하는 친구들에게 유성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
“헛!”
“그게 무슨 말이야?”
“흡...어떡해!”
“...윤찬이 많이 힘들었겠네.”
그 이후 유성은 윤찬의 생일이면 홀로 조용히 윤찬의 방 앞에서 초에 불을 붙여 윤찬의 방으로 들어가 위로해
주었던 것이다. 이 후 그렇게 유성은 윤찬과 급속하게 친해졌다.
그리고 오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집 밖으로 나와 맞이한 윤찬의 생일이었다.
“제사는 음력으로 지내서 다행히 윤찬이 생일과 날짜가 겹치지는 않나봐. 그리고 올해는 지난달에 지낸 것
같았어.”
말을 하던 유성은 어쩌면 달력에 음력과 양력이 있다는 것이 윤찬과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누군가의
배려라는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유성아...내 선물.....”
윤찬의 잠꼬대인지 아니면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위한 시도인지는 몰라도 윤찬의 생일 선물얘기를 들은 유성이
문밖에 잠깐 두었던 국방색의 배낭을 소파 옆에 가져다 놓으며 얘기했다.
“헛 칼도 있어?”
유성이 가져다 놓은 더블백을 주인의 동의도 없이 풀어헤친 친구들은 저마다 자신이 맘에 든 물건을 하나씩 집어
들고는 눈을 반짝이며 유성에게 용도와 이름을 물었다.
어느새 슬며시 일어나 더블백을 품에 안은 윤찬은 친구들이 가져간 보급품 확보를 위해 추격전을 벌였다.
***
[스.....팟]
[띠링! ]
[타타타타....타타타타.....]
정보과 메뉴를 선택한 유성의 눈앞에는 허름한 사무실로 보이는 곳에 두 명의 사병과 부사관 그리고 자신이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유성은 캡슐에 접속해서 오전 일과를 보고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업무를 보고 저녁을 먹고 하루일과가
마무리 되는 듯 했다.
하지만 행정업무를 보던 사병이 다가와 유성에게 채워준 완장! 유성은 완장의 무게를 버티기 위해 모두가 퇴근한
후에 군에 남아 그렇게 당직 사관이라는 업무를 봐야 했다.
‘도와줘 고니!’
고니가 보여준 홀로그램을 따라 어색했지만 점호를 큰 무리 없이 마무리 한 유성은 행정반으로 돌아가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이 밤을 보내면 되는 줄 알았다.
역시 행정반에 앉아 쉬려는 유성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뒤 별빛하나 보이지 않는 깜깜한 새벽이
되자 갑자기 유성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띠링! ]
[돌발임무 - 경계근무지 확인 ]
‘이건 뭐니?’
-네 한유성님 경계근무자들을 돌아보고 확인하라는 임무로 확인됩니다.
“다...당직 사관이다!”
“담배!”
“안 핀다!”
“담배!”
“안 핀다니까!”
거듭된 질문에 유성은 짜증을 내며 대답했고 반대쪽에서는 장전을 한 것인지 소총의 노리쇠를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마지막이다...담배! 철컥!”
-한유성님 경계근무자의 암구어에 맞는 암구어를 주고받아야 하는 것으로 확인 됩니다. 오늘의 암구어는 담배/
도라지 로 확인 됩니다.
“사..올까? 도라지?”
유성은 아침 점호까지 마치고 24 시간을 다 채우고 나서야 체험이 종료되어 국방부에서 풀려 나올 수 있었다.
***
유성은 평소와 같이 주차를 하고 별관으로 들어가 최 관장과 인사를 나누고는 아람이 내려오기 전까지 거실에 걸려
있는 그림을 둘러보고 있었다.
[스..팟]
[ 작품 : 영호정에서...
작가 : 류건숙
가격 : 200 만원
붓으로 기교를 부리지 않고 현장의 흙모래를 혼합하여 여름날 영호정의 오후 한 때의 정감 있는 분위기를 지두화
(손가락으로 그리는 기법)로 표현하였다.]
‘작가 이름이 류건숙이라? 지난번에 거실에 있던 그림과 같은 분이 그려서 그런지 가격이 비슷한 것 같네.’
유성은 측정 스킬을 사용해 거실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을 고니와 함께 얘기를 나누며 그렇게 둘러보고 있었다.
잠시 후 2 층에서 내려온 아람이 유성을 소파로 불러 중국 수학여행에서 사온 선물로 보이는 쇼핑백을 유성에게
전해 주며 물었다.
“이런 거 안사와도 된다니깐. 고마워 아람아! 보니까 전에 거실에 있던 그림이랑 바뀐 거 같아서 둘러보고
있었어.”
“뭐? 이게 20 억이라고?”
유성이 20 억이라는 말에 놀라 아람을 빤히 쳐다보며 물어보자 아람이 조금 자세하게 유성에게 설명해 주었다.
점심 뭐먹지?
***
“뭘 그렇게 놀래?”
유성은 아람의 얘기를 듣고 그림 한 점 그리는 시간에 비추어 대충 계산해서 부유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유성은 아람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전에 확인했던 가격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이라 아람에게 물었다.
“그럼..이 그림을 그린 작가님도 죽고 나서 가치가 고평가 된 거야? 아무리 그래도 200 만원에서 20 억이면
도대체가 몇 배야?”
“응. 류건숙 작가님도 돌아가시고 나서 고평가 받는 분이긴 하지. 근데 오빠? 전에도 궁금했는데 200 만원이란
가격은 어디서 나온 기준이야?”
유성은 지금도 아람의 거실 벽면에 걸려 있는 그림의 가치를 홀로그램으로 확인 하면서 어딘지 모를 의아함이 계속
느껴졌다.
[ 작품 : 영호정에서...
작가 : 류건숙
가격 : 200 만원
“응 맘에 들어! 근데 이건 뭐라고 쓰여 있는 거야? 브라..우니? 중국에서 산거면 그렇게 막 비싸고 그러진 않지?
비싸면 부담돼서 못 입거든.”
유성은 아람이 중국 수학여행에서 사온 고가의 이탈리아 명품 남성복 브랜드 셔츠의 가격은 측정해 볼 생각도
안하고 아람에게 영어 필기체로 적혀있는 브랜드를 읽기 힘들어 물어보았다.
“....응 맞어. 브라우니는 아니고 ‘브리우 X’라고 수학여행 갔다가 용돈이 남아서 산거야. 오빠 그냥 편하게
입으면 돼. 헤헤.”
아람은 유성에게 쇼핑백을 전해주기 전에 가격표와 감정서 등을 따로 빼두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
“저기 핑...크님?”
“컥!...큼..큼...”
핑크의 얘기가 이어지자 남자는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핑크를 노려보았다.
“제 뒷조사를 한 겁니까?”
“.....”
“저...는 승진이도 돌봐야 하고 저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조사하면 당신도 위험하게 될
겁니다.”
“...불가능 할 겁니다.”
“한 번 믿어 보세요. 이렇게 있는 아버님의 모습보다는 분명히 아버님의 올바른 선택을 승진이는 더욱 자랑스러워
할 겁니다.”
“꼬르륵...”
“전 아무거나 잘 먹어요.”
***
오늘도 지난밤에 유성이 무기고에 들어가 혼자 열심히 노력한 덕택에 오전에 빨리 빵을 카페 진열대에 채워 넣고
유성은 심부름센터 사무실로 향했다.
[딸랑! ]
사무실문을 열고 들어서니 책상에 앉아 컴퓨터 화면을 심각하게 바라보며 한숨짓던 심 실장이 일어나 유성을
반겼다.
그렇게 심 실장의 먹방을 유성이 구경하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딸랑! ]
“삼촌! 문 좀 자동문으로 바꿔 주면 안 돼? 들어올 때 마다 너무 불편해! 어? 유성이 와 있었어?”
“응 누나. 지금 출근해?”
***
“이번 의뢰를 진행하면서 일명 ‘창무회’에 관련된 관계자는 전직 장관을 비롯해 현 국회의원과 정부 고위공무원
그리고 군 장성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그들은 저희도 예전부터 ‘창무회’와 연결되어 있으리라는 심증은 있었지만 그
연결고리를 시원하게 밝혀 낼 수 없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증거라도 이렇게 확보해 준 덕에 한시름
놓기는 했지만, 아마 그들을 이 증거만으로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없는 현실에 고민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정 차관의 말을 들은 심 실장이 현재 조사를 통해 알아낸 내용을 조금 덧붙이며 질문했다.
“큼... 어쩔 수 없군요. 분하지만 여기서 멈추는 수밖에 없겠군요. 하지만 이 자료를 가지고 저들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책 싸움에서 한 수 정도는 충분히 노려 볼 수 있겠군요.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누가 뭐라 해도
꼭 몸부터 챙기세요.”
정 차관이 자리에서 일어서 심 실장과 핑크에게 인사를 건넸고 심 실장은 컴퓨터에서 USB 를 뽑아 정 차관에
건네주며 인사했다.
창무회의 아이들
***
“헐... 그런 거야?”
-지금 한유성님이 가능한 전략으로는 ‘창무회’ 고위 인사의 내부 컴퓨터나 태블릿 등에 직접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좀 더 모으고 인터넷과 언론의 힘을 이용하는 부분을 추천합니다.
-직접 한유성님이 건물에 침투하라는 것이 아니라 저들의 노트북 등을 한유성님의 태블릿이 가진 능력으로 똑같이
복제해 그 안에 저장되어있는 자료를 확인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아! 그런 거였어?”
-실제 대한민국 국방부 도감청 부대에서 위치확인 및 감청에 쓰이는 프로그램 가동결과 시중에 나와 있는 백신
프로그램으로는 국방부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유성이 고니와 그렇게 의견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고니가 알렸다.
“고위 공무원과 국회위원 그리고 기업들에 대해 유성군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 ‘창무회’와 연관되어 불법을
저질렀다는 여러 정황 증거를 다소 확보하는데 성공하기는 했는데 문제는...”
“그럼 우리는 여기까지만 하고 그동안 모은 자료를 넘겨주고 의뢰인이 직접 그들과 협상을 하게 하는 건 어때?”
“하...그냥 마무리라..”
“네. 일단 여기서 이대로 마무리하고 저희는 따로 다시 2 차전 준비하도록 하죠? 무엇보다 우리가 싼 똥인데 누가
치우겠어요? 우리가 치워야지.”
“그럼 유성이 네 말은 일단 자료를 의뢰인에게 넘겨서 표면상으로는 여기서 물러나는 것으로 한단 말이지? 그럼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건데?”
“음...계획이 뭐냐면...”
***
[인천에 있는 사학재단이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꾸준히 200 명 이상에게 장학금을 지원 해온 사실이
알려져 훈훈함을... ]
매일 식상한 기사들로 뉴스면을 가득 채우던 한 때 갑자기 훈훈한 뉴스 기사가 떠올라 검색창 ‘DAVER’에서
검색어 순위 1 위를 장식했다.
기사는 다른 뉴스들과는 다르게 잠깐 반짝이는데 그치지 않고 누군가가 SNS 와 블로거 등에 지속적으로 퍼담아
나르는지 쉽사리 검색어 순위에서 내려가지 않고 한동안 머물렀다.
[지난 달 지속적인 선행으로 국민들에게 훈훈함을 전했던 인천의 한 사학재단이 사실 군 사설 조직인 ‘창무회(創
武會)’의 인재 양성소로 밝혀져 국내에 충격을...]
뉴스에만 그치지 않고 요즘 ‘너튜브’에 여군 억양으로 유명한 크리에이터 ‘고니’의 영상도 화제가 되었다.
그 때 창설된 대한민국 국군은 대한제국군과 일제 강점기의 의병, 그리고 한국 광복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 말입니다. 하지만 사실 일본군 인맥과... ]
그녀(?)의 영상은 SNS 에서 ‘Hot’ 하다고 판단되는 음식, 관광지, 사람 등 다양한 뉴스를 가리지 않고 기사의
진위여부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자료 영상과 함께 객관적으로 평점을 달아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
[검찰에서는 ‘창무회(創武會)’ 고위급 간부로 알려진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
***
물론 누군가 알게 된다면 리스크가 크겠지만 ‘창무회의 아이들’은 곳곳에서 활동하며 그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하필 경매를 담당해주던 화랑이 바로 유성이 알바로 일하던 아람아트홀이었다.
유성은 자신이 감정한 그림의 가격과 경매 비용의 차이가 큰 것을 그냥 허투로 넘기지 않고 돈을 좀 벌어볼까
하는 생각에 알아보다 천 사장의 꼬리를 잡을 수 있었다.
유성은 그렇게 우연한 기회에 아람 엄마의 정체를 알게 되었지만 자신과 직접적인 원한관계가 없고, 경찰이나
검찰 공무원도 아닌 유성이 그 사실을 세상에 바로 밝히기에는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대한민국 청년 또한
아니었기에 고민이 따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의 관행으로 보아 사실을 밝힌다고 뿌리가 뽑힐지 의문이었다.
인연 (완결)
***
유성이 아람의 엄마인 김 화백을 통해 말을 전한 이후 그 쪽에선 위협이라 느낀 것인지 아니면 귀찮다 생각한지는
알 수 없어도 ‘창무회’는 더 이상 유성과 주변 사람을 귀찮게 하지 않았다.
유성은 사실 이번에도 원하는 대학에 떨어진다면 군대에 가야할 분위기라 정말 열심히 준비해 수능을 보았었다.
아람의 엄마는 유성이 그 동안 아람에게 자신의 정체에 대해 따로 말하지 않고 기다려 준 부분에 대해 고마움을
에둘러 전했다.
“네 그럼 그렇게 할게요.”
약속한 주말 아침이 되자 유성의 집 앞에 도착한 검은색 고급 외제차 조수석에서 내린 남자가 유성에게 다가와
말을 전했다.
유성이 머뭇거리며 차를 구경하고 있자 조수석에서 내려 유성에게 말을 걸었던 남자가 유성이 차량에 탑승할 수
있도록 뒷좌석 문을 열어 주었다.
“네. 감사합니다.”
심지어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도 칸막이로 가려져있어 차량이 어디로 가는지 뒷좌석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운전석 뒤쪽 문이 열리며 유성에게 문을 열어주었던 남자가 유성의 옆자리에 탑승하며 운전사에게 말했다.
“출발해.”
유성은 창무회의 본거지가 대전이라 오늘 그리로 가리라 예상했지만 2 시간이면 차량으로 이동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부족하다 느껴졌기에 그렇게 물었다.
“...네 여기.”
“다과는 뒷좌석에 약간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출발하기 전에 화장실은 들렸다 가도록 하겠습니다.”
남자가 유성의 옆에서 어르신을 만났을 때 주의할 사항에 대해서 따로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공중화장실 근처에
차가 도착했다.
차량에 준비되어 있던 다과를 먹던 유성이 남자의 말에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화장실을 향했다.
유성이 화장실에서 나오자 어느새 차량에서 내려 차량 옆에 서있던 남자가 조수석 뒷문을 유성에게 열어주었다.
‘고니야 이거 공항 가는 길 아니야?’
그렇게 공항에서 나와 인적이 드문 고급 주택으로 들어선 후에야 비서 아저씨의 안내를 받아 차량에서 내렸다.
그렇게 비서의 안내를 받아 건물로 들어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성이 그렇게나 궁금해 하던 인물을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자네가 한유성군인가?”
유성을 안내해주고 뒤에 자리해 있던 비서가 유성의 대답에 놀라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소리를 질렀다.
“네. 어르신.”
‘왜 손에 이렇게 땀이 고였지?’
다행인지 결국 회주의 제지에 오 비서는 자신이 긴장한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다시 뒤로 물러나 뒤로 이동했다.
방을 막 나가려는데 유성이 오 비서에게 조용히 얘기했다.
“....”
유성에게 도발을 당했지만 오 비서는 몸이 떨려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방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비서가 나가자 잠시 끊어졌던 이야기를 회주가 이어갔다. 놀랍게도 회주의 목소리에는 처음과는 달리 유성에게
호감이 담겨 있었다.
“네 일단 들어 보겠습니다.”
회주는 유성에게 창무회에 들어오면 먼저 원하는 사관학교에 바로 특채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고 졸업 이후
군에서도 탄탄대로를 걷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처음에는 유성을 제거하려는 움직임도 사실 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무슨 일인지 회주가 가만히 지켜보자고
얘기하는 바람에 유성에 대한 정보만 계속 수집해 조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쯤 되면 더 이상 이런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단 말일세. 그러다 우연히 자네에 대해 알게 되었네. 흥미롭더군
그래서 자네를 그동안 쭉 지켜봤다네.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나더군. 자네가 가진 그 능력으로
창무회를 이끌어 볼 생각은 없나?”
놀랍게도 ‘창무회’ 회주는 유성의 정보를 하나 둘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보통사람과 다른 뛰어난 능력을 지닌
것을 어렴풋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자신이 회주의 자리에 올랐을 때에 문득 돌아보니 자신도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어 있었다.
“그건 맞지만 장기로 근무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볼 땐 할아버지 다음에 누가 회주 자리에
앉더라도 지금과 별반 달라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드네요. 그냥 이 기회에 조직을 해체하는 건 어때요?”
“생각해 보겠네.”
***
-Episode
“그게 무슨 말이야?”
그렇게 인자한 표정을 가진 ‘창무회’ 회주는 학원에서 돌아온 손주에 밀려 부산에 사는 딸과 통화를 종료해야
했다.
부산에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신의 외동딸을 지근거리에서 보호하던 경비 팀으로부터 전송받은 사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