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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우 ・ 박호영 ・ 선주원 ・ 이상구
박신영 ・ 오택환 ・ 이강빈 ・ 이준현

[비상] 문학교과서_0단원 (001~005).indd 1 18. 11. 23. 오후 6:12


구성과
활용 단원 학습

1
3

대단원 도입

2
1
소단원 도입
1 학습 목표
소단원에서 학습해야 하는 구체적인 학습 목표를 제
시하였습니다.

2 소단원 도입 글
작품의 이해와 감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본적인
문학 지식을 제시하였습니다. 하단에는 ‘스스로 질문’을
두어 단원 학습을 스스로 계획해 볼 수 있도록 하였습
니다.
1 대단원 도입 글
3 작품 안내
대단원 핵심 질문: 단원 학습 내용과 관련된 경험을 떠올리고 단원 학
소단원에서 감상할 작품과 감상의 방향을 안내하였
습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습니다.
길잡이 글: 단원 학습 내용을 안내하고, 단원 학습의 방향 및 단원
학습 후의 기대 효과를 제시하였습니다.

2 이 단원에서는 <교과 역량>


교과 역량: 단원 학습을 통해 기를 수 •비판적・창의적 사고 역량
•자료・정보 활용 역량
있는 교과 역량을 안내하였습니다.
•의사소통 역량
단원 학습 안내: 해당 소단원에서 감상 •공동체・대인 관계 역량
할 작품들과, 소단원에서 배울 학습 요 •문화 향유 역량
소를 제시하였습니다. •자기 성찰・계발 역량

[비상] 문학교과서_0단원 (001~005).indd 2 18. 11. 23. 오후 6:12


1

대단원 정리

작품
3
1 창의 문학 기술•가정
1
3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임과 이별한 여인의 심정을 통해 연군의 정을 표현한 가사이다. 조선 시대 서정
갈래의 전개와 작품의 표현 기법에 주목하여 작품을 감상해 보자. 융합 동동 에 나타난 세시 명절 속 한식 만들기 2에서 조사한 세시 명절 음식 중 하나를 선택하고, 조리법을 찾아본 뒤 요리해

활동 모둠별로 고려 가요 「동동」에 언급된 세시 명절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 명절


보자.

에 먹었던 음식을 만들어 보자.


도움말 | 세시 명절 음식을

속미인곡 續美人曲 정철
현대의 식생활과 접목하여 응
용한 음식을 만들어 볼 수도 준비물 요리 재료: 식용 국화꽃, 찹쌀가루 100g, 소금, 식용유, 꿀
요리 도구: 반죽 그릇, 비닐봉지, 휴대용 가스레인지, 프라이팬,

1
있다.
모둠별로 「동동」에 언급된 세시 명절 중 하나를 선택하여 어떤 의미의 명절인지 뒤집개, 숟가락, 접시

조사해 보자. 조리법 ① 준비한 식용 국화꽃을 흐르는 물에 씻고 물기를 제거한다.


② 찹쌀가루에 소금을 한 숟가락 섞고 끓는 물을 부어 가며 말랑말랑하게
현대어 풀이
반죽한다. 반죽된 것을 비닐봉지에 넣어 30분 정도 그대로 둔다.

2
예 세시 명절: 중양절 ③ 반죽을 꺼내 지름 3~4cm 정도 크기의 원으로 납작하게 빚는다.
뎨가 뎌 각시 본 듯도 뎌이고 저기 가는 저 각시 (어디서) 본 듯도 하구나 05 글란 각 마오 친 일이 이셔이다 그것일랑 생각 마오 (마음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조사 내용: 음력 9월 9일로 중국에서 유래한 명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 이래로 군 ④ ③의 반죽 위에 한쪽 면에만 꽃을 얹고 손으로 살짝 눌러 붙인다.
天텬上상 白 玉옥京경을 엇디 야 離니別별 고 임금 계시는 궁궐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임을 모시고 있어 임의 일을 내 알거니 신들의 연례 모임이 이날 행해졌으며, 특히 고려 때는 국가적인 향연을 벌였다. 조선 ⑤ 달군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④의 반죽을 약한 불에 굽는다.
세종 때는 중요 명절로 여기고, 늙은 대신들을 위한 잔치를 열거나 특별히 과거 시험 ⑥ 식용유를 묻힌 수저로 반죽을 눌렀을 때 푹신푹신하면 꺼낸다.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 고 해 다 저문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고 믈 얼굴이 편 실 적 몃 날일고 물같이 연약한 몸이 편하실 적이 몇 날일까
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⑦ 접시에 국화전을 담은 후 꿀을 그 위에 뿌린다.
어와 네여이고 이내 셜 드러 보오 어와 너로구나 이내 이야기를 들어 보오 春츈寒한 苦고熱열은 엇디 야 디내시며 봄 추위와 여름 더위는 어찌 지내시며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 즉 가마 내 얼굴과 이 거동이 임의 사랑을 받음 직한가마는 05 秋츄日일 冬동天텬은 뉘라셔 뫼셧 고 가을과 겨울의 날씨에는 누가 모셨는가

학습
세시 명절
ペ븍"룩염겠"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 어쩐지 날 보시고 너로구나 여기시기에 ペ븍"넘쟀겠10 粥쥭早조飯반 朝죠夕셕 뫼 녜와 티 셰시 가 아침 전의 죽과 아침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올리시는가
만들 음식

3
조사 내용
나도 님을 미더 군 디 젼혀 업서 나도 임을 믿어 다른 생각이 전혀 없어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 고 기나긴 밤에 잠은 어찌 주무시는가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에서 반복되는 재담의 구조를 정리해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준비물
이 야보자.
교 야어 러이 돗 디 아양과 교태로 어지럽게 하였던지
4 다음 작품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부분을 찾아보고,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의 계승이
님 다히 消쇼息식을 아므려나 아쟈 니 임 계신 곳의 소식을 어떻게 해서라도 알려고 하니


( )의 ( )의 ( )의 반기시
( )의 비치 녜와
( 엇디
)의 다 신고
반기시는 얼굴빛이 옛날과 어찌 다르신고 라는 측면에서 「봉산 탈춤」과 비교해 보자. 오 도 거의로다 알이나 사 올가 오늘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사람이 올까
조리법
위엄 조롱 호통 변명
누어 각 고 니러 안심
안자 혜여 니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앉아 헤아려 보니
참고 자료 | 「봄・봄」
10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내 마음 둘 데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인가

2
이 작품은 데릴사위인 ‘나’ 앞부분 줄거리 ‘나’는 점순이와 성례를 치르는 조건으로 장인의 집에서 데릴사위로 지내고 있
내 몸의 지은 죄 뫼 티 혀시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 쌓였으니 15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잡거니 밀거니 높은 산에 올라가니
와 장인이 혼인 문제로 겪는 우리 모둠이 선택한 세시 명절에는 어떤 풍속이 있었는지 조사해 보자.
다. 그러나 ‘나’는 삼 년 칠 개월 동안 머슴처럼 일만 시키는 장인에게 불만을 품는다. 그러던
하 히라 원망 며 사 이라 허믈 랴 하늘이라 원망하며 사람을
갈등을 다룬 탓할 것인가
소설이다. 구롬은 니와 안개 작품므 일고 구름은 물론이거니와 안개는 무슨 일인가
중에 점순이까지 ‘나’를 충동질하고, 결국 ‘나’는 성례 문제로 장인과 몸싸움을 벌인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셜워 플텨 혜니 造조物믈의 타시로다 서러워 (여러 가지를) 풀어 생각하니 조물주의 탓이로다 山산川쳔이 어둡거니 日일月월을 엇디 보며 산천이 어두운데 해와 달을 어찌 보며

2
예 ‘등고’라는 풍속이 있어서 산에 올라 시를 지으며 풍류를 즐겼음.
“아! 아! 이놈아! 놔라, 놔!”
이 작품이 현재의 연극과 다른 부분을 찾아보고, 민속극의 특징을 말해 보자. 가까운 거리도 모르는데 천 리를 바라보랴 각 가정에서는 국화를 넣어 국화전을 부쳐 먹었음.
咫지尺쳑을 모 거든 千쳔 里리 라보랴
장인님은 헛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질렀다. 놓긴 왜, 이왕 국화주나 국화를 띄운 술, 국화차를 마셨음.
감상의 정리
도움말 | 한국 문학 중 이면 호되게 혼을 내 주리라 생각하고 짓궂이 더 댕겼다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
「모란이 피기까지는」은 ‘모란’을 소재로 하여 인간의 소망과 슬픔을 노래한 순수 서정시이 정철(1536~1593)
민속극의 무대 구성 및 져서 눈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다.
등장인물과 관객 간의 소
통 방식에 주목해 본다.
다. 수미 상관의 구조로 되어 있는 이 작품에서 ‘봄’은 아름다움이자 소망으로 상징되는 ‘모란’
“할아버지! 놔라, 놔, 놔, 놔, 놔라!”
이 피어나는 순간이다. 화자는 봄을 기다리며 모란이 피기를 소망한다. 그 모란이 지면 상실감
조선 중기의 문신. 가사 문학의 대가로 우
리말의 묘미를 잘 살린 작품을 많이 남겼다.
세시 풍속
4 각 모둠이 만든 요리를 서로 나누어 먹고, 세시 명절 속 음식을 직접 먹어 본 소

그래도 안 되니까, 주요 작품으로는 「관동별곡」, 「사미인곡」 등 감을 말해 보자.


을 느끼지만, 절망에 빠지지 않고 화자는 다시 봄을 기다린다. 이처럼 이 작품은 모란이 피었
이 있다.
“얘, 점순아! 점순아!” 다 지는 것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노래하고 있다. 아름다운 모란이 피는 봄은 찬란한
이 악장에 안에 있었던 장모님과 점순이가
계절이지만, 헐레벌떡하고
그 찬란한 단숨에화자는
계절은 유한하며 뛰어나왔다.
그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이러한 화자의 인식
나의 생각에 장모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이 ‘찬란한 할는지도
슬픔의 봄’이라는모른다.
역설적인그러나
표현을점순이는
낳게 한 것이다.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내 편을 들어서 속으로 고소해서 하겠지……. 대체 이게 웬 속인지(지금까지도 난
3 ‘양반 삼 형제’의 놀이와 ‘말뚝이’의 말에 나타나는 특징을 파악해 보자.
214 4. 한국 문학의 역사 영문을 모른다.) 아버질 혼내 주기는 제가 내라 놓고 이제 와서는 달려들며, ( 2 ) 조선 시대의 문학 215 296 4. 한국 문학의 역사 창의 융합 활동 297
“에구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1 ‘양반 삼 형제’가 벌이는 놀이의 내용을 평가해 보자.
하고, 내 귀를 뒤로지식 창고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
잡아댕기며
시조 읊기 운자 놀이 파자 놀이
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았다.
김영랑의장모님도
작품 세계덤벼들어 한쪽 귀마저 뒤로 잡아
솔개미 ‘솔개’의 방언.
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 이렇게 꼼짝 못 하게 해 놓고 장인님은 지게막대기를 들
김영랑의 대표적인 시들은 대체로 일제 강점기에 발표되었다. 그의 작품 속에 슬픔과 한(恨),
연해 자꾸. 계속해서.
어서 사뭇 내려조졌다. 그러나상실과
나는 구태여 피하려지도
좌절의 정서가 깃들어않고
있는 암만해도 그속
것은 개인적인 알
삶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지만, 이상적
악장 악을 쓰며 싸우는 것.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자아를
들여다보았다.
실현할 수 없는 식민지의 시대적 상황 때문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그는 그 가운데서도
역성 옳고 그름에는 관계없

2 3
이 무조건 한쪽 편을 들어 주 “이 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아름다움을 해?”
추구했으며, 음악성을 지닌 시를 쓰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그의 시의 특성은 우리
도움말 | 작품에 나타난
2 ‘말뚝이’의 말에 나타나는 언어적 특징을 말해 보자. 는 일. 에게 널리 알려진 「모란이 피기까지는」에도 잘 나타나
- 김유정, 「봄・봄」있으며, 특히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는
주제 의식이나 가치관, 사뭇 거리낌 없이 마구. 구절은 그의 미의식이 효과적으로 드러난 표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어의 특수한 자질이 “개잘량이라는 ‘양’ 자에 개다리소반이라는 ‘반’ 자 쓰는 양반이 나
반영된 표현 등을 통해
오신단 말이오.” 문화 향유
5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을 이해해 본다.
“동은 여울이요, 서는 구월이라, 동여울 서구월 남드리 북향산 방방곡곡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중 ‘한의 정서’나 ‘자연 친화’가 잘 드러나는 작품을 찾아 소

대 한 권 책 읽기
(坊坊曲曲) 면면촌촌(面面村村)이, 바위 틈틈이, 모래 쨈쨈이, 참나 개해 보자.
더 읽어 보기 스스로 점검하기
무 결결이 다 찾아다녀도 샌님 비뚝한 놈도 없습디다.”


작가 표현 자기 점검 별점 주기
다음 활동을 통해 한 학기 동안
김영랑
문학의 미적・인식적・윤리적 기능을 이해하였는가? 읽을 책을 선정하고,
144 3. 한국 문학의 성격 ( 2 )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145

원마
독서 활동을 계획해 보자.
작품을 감상하며, 각 작품이 지닌 미적・인식적・윤리적 기능과 가치를
찾을 수 있는가?
「독을 차고」 김영랑 「달・포도・잎사귀」 장만영
문학을 자발적으로 향유하고, 다양한 문학 활동 속에서 삶의 질을 향상 한 학기에 책을 독서 활동 순서


시킬 수 있는가? 1. 어떤 책을 읽을까?
일제 강점기의 상황에서 부정적인 현 가을밤, 뜨락의 포도가 익어 가는 풍
한 권 선정하고, 2. 질문으로 깊이 읽기
실에 대한 대결 의지를 표현한 시. 작품 경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시. 표현상의
통합적인 독서 활동을 3. 문학 속 상황 체험하기


의 주제와 화자의 태도를 비교하며 감상 특징을 중심으로 미적 가치를 비교하며
해 보자. 감상해 보자. 경험해 보자. 4. 책 소개 영상 만들기 2
5. 나만의 독서 계획 세우기

3
16
4
1. 문학의 본질

1 모둠별로 한 학기 동안 읽을 문학 책을 한 권 선정하고, 준비해 보자.


스스로
나는 이 단원에서
보충하기
내용을 더 학습하고 싶어.
서점에서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책을 준비한다.
5
우리 모둠이 한 권 책 읽기를 위해
이 내용을 더 학습하기 위해 선정한 책은 (이)야.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청소년 추천 도서 목록이나 학교에서
해야겠어. 선정한 추천 도서 목록을 살펴볼 수 있다. 때문이야.

소단원 전개
2 모둠별로 3회 모임을 기준으로 하여, 1 에서 선정한 책을 읽기 위한 계획을 세워 보자.

1회 모임: 월 일에 쪽부터 쪽까지 읽고 123쪽 활동을 해 본다.


2회 모임: 월 일에 쪽부터 쪽까지 읽고 169쪽 활동을 해 본다.
스스로
3회 모임: 월 일에 쪽부터 쪽까지 읽고 299쪽 활동을 해 본다.
확장하기 한국 문학관 협회 이 단원의 학습 내용과 관련하여 ‘한국 문
학관 협회’ 누리집을 방문해 볼 수 있어. 이
누리집을 통해 우리나라 전 지역에 있는 문 정해 보자.
수행할 시간을
학관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지. ‘회원 문학 3 한 권 책 읽기를
관 소개’ 코너를 통해 관심 있는 문학관의 위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읽는다.
치, 누리집 주소, 전시 현황 등을 알아볼 수 선생님과 상의하여

1 작품 감상
있단다. 우리 지역에 있는 문학관을 찾아보 수업 시간의 몇 분을
고, 직접 방문해 볼 수 있겠지? 또한 문학관
정하여 읽는다.
에서 하는 행사나 문학 활동에도 적극적으 자기 전에 읽는다.
로 참여해 보면 좋을 것 같아.
나의 한 권 책 읽기 시간은 (이)야.
관련 누리집 http://www.munhakwan.com

‘감상 열기’와 ‘어휘 풀이’, ‘날개 질문’을 두어 작품의 깊이 있는 감상 34 1. 문학의 본질 대단원 마무리 35

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고, ‘나의 감상’을 통해 작품 감상의 결과를 내면


화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1 창의 융합 활동
단원 학습 내용을 바탕으로 국어 교과 내의 여러 영
2 학습 활동
역, 학교에서 다루는 여러 교과, 학교 내의 활동 및 학교
‘감상 모으기 - 감상 다지기’로 학습 활동을 단계화하여 작품에 대한
밖의 활동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학습자가 창의적이고
이해를 높이고 학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융합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3 감상을 마치며
2 대단원 마무리
작품의 해제를 제시하고, 작품과 관련하여 더 알아 두면 좋을 내용과
단원 학습의 결과를 스스로 점검하는 활동을 제시하
더 읽어 보면 좋을 작품을 제시하였습니다.
고, 단원 학습 내용을 보충하거나 확장하는 내용을 제시
하였습니다.

3 한 권 책 읽기
소단원 정리
한 학기에 한 권의 책을 선정하여 직접 문학 감상 활
정리하기 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다양한 활동을 구성하
소단원에서 학습한 주요 핵심 내 였습니다.
용을 요약하여 제시하였습니다. 또
한 ‘스스로 정리’를 두어 학습자가
자기 주도적으로 단원 학습을 정
리해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비상] 문학교과서_0단원 (001~005).indd 3 18. 11. 28. 오후 2:21


차례 문학의 본질
1 문학의 미적 기능
작품 모란이 피기까지는 _김영랑 12

2 문학의 인식적・윤리적 기능
작품 1 수오재기 _정약용 20
작품 2 산속에서 _나희덕 26

문학의 수용과 생산
1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작품 1 가는 길 _김소월 42
작품 2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_성석제 46

2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작품 1 눈물 _김현승 60
작품 2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_조세희 64
작품 3 참새 _윤오영 76

3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작품 1 꽃 _김춘수 86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87
켤 수 있다면 _장정일
작품 2 파수꾼 _이강백 91

4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작품 1 납작납작 - 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104
_김혜순
작품 2 메밀꽃 필 무렵 109
_이효석 원작, 동희선・홍윤정 각본

[비상] 문학교과서_0단원 (001~005).indd 4 18. 11. 23. 오후 6:13


한국 문학의 성격 문학에 관한 태도
1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 1 자아 성찰과 타자 이해
작품 정읍사 _작자 미상 130 작품 흐르는 북 _최일남 306

2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2 문학의 생활화와 공동체의 문화 발전


작품 봉산 탈춤 138 작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_푸시킨 318
_김진옥・민천식 구술, 이두현 채록

3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작품 춘향전 _작자 미상 150
로미오와 줄리엣 _셰익스피어 155

한국 문학의 역사 창의
융합
활동

1 상고 시대~고려 시대의 문학 나를 소개하는 노래 부르기 32


작품 1 주몽 신화 _작자 미상 178 「메밀꽃 필 무렵」 다시 보기 120
작품 2 제망매가 _월명사 184 「춘향전」을 소개하는 여행 기획하기 166
작품 3 동동 _작자 미상 188 「동동」에 나타난 세시 명절 속 한식 만들기 296
문학 행사 포스터 그리기 324
2 조선 시대의 문학
작품 1 이생규장전 _김시습 200
작품 2 208
시조 네 편 _성삼문 외
한 권 책 읽기
작품 3 속미인곡 _정철 214
작품 4 임경업전 _작자 미상 220
어떤 책을 읽을까? 35
질문으로 깊이 읽기 123
3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문학 속 상황 체험하기 169
작품 1 산돼지 _김우진 234 책 소개 영상 만들기 299
작품 2 태평천하 _채만식 243 나만의 독서 계획 세우기 327
작품 3 쉽게 씌어진 시 _윤동주 252

4 광복 이후의 문학
작품 1 광장 _최인훈 262
작품 2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_황지우 271
작품 3 새 출발점에 선 당신에게 _신영복 275

5 한국 문학의 발전상
작품 1 구부정 소나무 _리진 284
작품 2 소년을 위로해 줘 _은희경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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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본질
1 문학의 미적 기능

2 문학의 인식적・윤리적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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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무엇이며,
문학은 어떤 기능이 있을까?

문학은 언어를 매개로 한 예술이다. 다른 예술과 마


찬가지로 문학 역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문학이 펼
쳐 놓은 아름다운 세계에 이끌려 우리의 감정은 정서적
으로나 미적으로 고양될 수 있다. 또한 문학은 인간 세
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문학
을 통한 간접적인 체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폭
넓게 바라보게 해 주며, 우리를 깨우쳐 바른 삶의 길을
걷게 한다.
이 단원에서는 우리의 삶에서 문학이 지니는 의의를
살펴보고, 문학의 수용과 생산 활동이 인간의 삶에 어
떻게 기여하는지를 이해해 볼 것이다. 이러한 문학의
기능과 가치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는 자발적으로 문
학을 향유하고, 다양한 문학 활동 속에서 삶의 질을 향
상하려는 자세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8 1. 문학의 본질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8 18. 11. 23. 오후 6:41


교과 역량

비판적・ 자료・정보 의사소통 공동체・ 문화 향유 자기

이 단원에서는 창의적
사고
활용 대인 관계 성찰・계발

1
문학의 미적 기능

작품 모란이 피기까지는 _김영랑

22
문학의 미적 기능

문학의 인식적・윤리적 기능

작품 1 수오재기 _정약용
작품 2 산속에서 _나희덕

문학의 인식적 기능
문학의 윤리적 기능

문학의 본질

문학

창의 융합 활동 한 권 책 읽기
나를 소개하는 노래 부르기 어떤 책을 읽을까?

대단원 길잡이 9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18. 11. 23. 오후 6:41


1 [ 학습 목표 ]
•문학이 정서적・미적으로 삶을 고양함을 이해한다.
•문학의 미적 기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학 작품을 감상한다.

문학의
미적 기능
빎ピ패"
물겠

꽃이 벌써 피었네?
마치 긴 어둠을 뚫고 태어난
새 생명 같아.

방금 네가 한 말,
정말 아름답다!
참 문학적이야!

우리는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문장 표현에 흔히


문학적이라는 말을 쓴다.
그렇다면 우리가 문학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10 1. 문학의 본질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10 18. 11. 23. 오후 6:41


작품

_김영랑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의 요소에 주목하여


작품을 감상하기.

앞의 대화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의 말에 대해 문학적이라고 한 이유는 여학생의 말이


정보 전달을 위한 지시적인 언어가 아니라, 여학생의 생각이나 감정이 비유적이고 함축
적인 언어로 아름답게 표현됐기 때문일 것이다.
문학은 가치 있는 내용을 형상화한 언어 예술이다. 미술이나 음악 등 다른 예술과 마찬
가지로 문학 역시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언어를 표현 수단으로 한다는 점에서 예술의
다른 갈래와 차이가 있다. 또한 문학은 형상화를 통해 미적 가치를 추구한다. 가치 있는
내용을 언어로 표현했다고 해서 우리는 그것을 문학이라 부르지 않는다. 작가는 다양한
문학적 표현 수단과 형상화 방법, 자유로운 상상력 등을 통해 작품 속에서 미적 가치를
실현하게 된다. 그리고 독자는 작가가 작품 속에 표현해 놓은 미적 가치를 매개로 하여,
일상생활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심미적 쾌감과 감동, 즐거움 등의 정서적 충만감을 느끼
게 된다.
문학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것은 우리의 미적 감성을 만족시키고 우리 내면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그러므로 문학을 통해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경험한다면, 우리
의 삶은 정서적・미적으로 보다 풍요로워질
것이다. 해 보자.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것이 있을까?
감상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아름다움에는 어떤
문학 작품을

( 1 ) 문학의 미적 기능 11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11 18. 11. 23. 오후 6:41


작품

감상 열기 이 작품은 ‘모란’을 소재로 하여 화자의 정서를 형상화한 시이다.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아


름다움의 요소에 주목하여 작품을 감상해 보자.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1903~1950)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05
시인. 본명은 윤식(允植).
『시문학』 동인으로 참여하였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으며, 잘 다듬어진 언어로
한국적 정서를 담은 서정시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를 주로 썼다. 주요 작품으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로는 「끝없는 강물이 흐르
네」, 「독을 차고」 등이 있다.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10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기둘리고 기다리고.
하냥 늘.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15

가장 인상적인 표현과 그 이유 나의
감상

12 1. 문학의 본질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12 18. 11. 23. 오후 6:41


( 1 ) 문학의 미적 기능 13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13 18. 11. 23. 오후 6:41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모란’에 대한 화자의 정서를 정리해 보자. 이를 바탕으로 화자에


게 ‘모란’이란 어떤 의미인지 말해 보자.

동 1~2행 모란이 피기를 기다림.


화자에게 ‘모란’의 의미

3~10행

11~12행

문학의 미적 기능

2 이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다양하게 살펴보자.

1 이 작품의 어떤 요인들이 운율을 형성하고 있는지 말해 보자.

‘-ㄹ 테요 ’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운율을 형성하였다.

도움말 | ‘찬란한 ’은 긍
2 화자가 다음과 같은 모순된 감정을 보인 이유를 이야기해 보고, 자신도 이와 같은 감
정적인 대상에 사용하는 정을 느껴 본 적이 있는지 떠올려 보자.
단어이며, ‘슬픔’은 부정
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단
찬란한 슬픔의 봄
어이다. 따라서 ‘찬란한
슬픔 ’은 모순된 표현이
다. 화자가 이러한 모순 화자가 모순된 감정을 보인 이유:
된 감정을 보인 이유를
‘모란 ’과 ‘봄 ’의 관계를
이와 같은 감정을 느껴 본 경험:
바탕으로 생각해 본다.

3 이 작품의 형식이나 내용에서 아름다움이나 감동을 느낀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어


디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친구들에게 말해 보자.

14 1. 문학의 본질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14 18. 11. 23. 오후 6:42


ペ븍"넘쟀겠
문화 향유
3 다음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내용과 서술 방식 면에서
살펴보자.

참고 자료 | 「은전 한 닢」
이 작품은 오랜 노력 끝에 앞부분 줄거리 ‘나’는 상해에서 늙은 거지 하나가 여러 전장(錢莊)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갖
은전 한 닢을 얻고 기뻐하는
고 있는 은전의 진위를 확인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거지는 전장 사람의 대답을 초조하게 기다
‘거지’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리다가, 자신이 가진 동전이 은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무척 기뻐하며 황망히 달아난다. ‘나’
집착, 성취의 기쁨 등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는 수필 는 벽돌담 밑에서 돈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보고 있는 거지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이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내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
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빼앗아 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
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1원짜리를 줍니까? 각전(角錢) 한 닢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동전 한 닢 주
시는 분도 백에 한 분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얻은 돈에서 몇 닢씩 모
전장 중국에서, 환전(換錢)을 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여덟 닢을 각전 닢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
업으로 하던 상업 금융 기관.
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 다양[大洋]’ 한 푼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
진위 참과 거짓 또는 진짜
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와 가짜를 통틀어 이르는 말.

황망히 마음이 몹시 급하여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당황하고 허둥지둥하는 면이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얼 하려오?”
있게.
하고 물었다.
각전 예전에, 일 전이나 십
전 따위의 잔돈을 이르던 말.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다양 여기서는 중국에서 예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전에 유통되던 은화를 가리키 - 피천득, 「은전 한 닢」
는 말.

내용 면에서

서술 방식 면에서

( 1 ) 문학의 미적 기능 15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15 18. 11. 23. 오후 6:42


작품 모란이 피기까지는

감상의 정리
「모란이 피기까지는」은 ‘모란’을 소재로 하여 인간의 소망과 슬픔을 노래한 순수 서정시이
다. 수미 상관의 구조로 되어 있는 이 작품에서 ‘봄’은 아름다움이자 소망으로 상징되는 ‘모란’
이 피어나는 순간이다. 화자는 봄을 기다리며 모란이 피기를 소망한다. 그 모란이 지면 상실감
을 느끼지만, 절망에 빠지지 않고 화자는 다시 봄을 기다린다. 이처럼 이 작품은 모란이 피었
다 지는 것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노래하고 있다. 아름다운 모란이 피는 봄은 찬란한
계절이지만, 그 찬란한 계절은 유한하며 화자는 그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이러한 화자의 인식
이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을 낳게 한 것이다.

지식 창고
김영랑의 작품 세계
김영랑의 대표적인 시들은 대체로 일제 강점기에 발표되었다. 그의 작품 속에 슬픔과 한(恨),
상실과 좌절의 정서가 깃들어 있는 것은 개인적인 삶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지만, 이상적
자아를 실현할 수 없는 식민지의 시대적 상황 때문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그는 그 가운데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했으며, 음악성을 지닌 시를 쓰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그의 시의 특성은 우리
에게 널리 알려진 「모란이 피기까지는」에도 잘 나타나 있으며, 특히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는
구절은 그의 미의식이 효과적으로 드러난 표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더 읽어 보기

작가 표현
김영랑

「독을 차고」 김영랑 「달・포도・잎사귀」 장만영

일제 강점기의 상황에서 부정적인 현 가을밤, 뜨락의 포도가 익어 가는 풍


실에 대한 대결 의지를 표현한 시. 작품 경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시. 표현상의
의 주제와 화자의 태도를 비교하며 감상 특징을 중심으로 미적 가치를 비교하며
해 보자. 감상해 보자.

16 1. 문학의 본질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16 18. 11. 23. 오후 6:42


1 문학의 미적 기능

문학의 기능

미적 인식적 윤리적
기능 기능 기능

문학의 미적 기능

형식의 아름다움

치밀한 구성, 언어의 리듬감,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표현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말함.
문학은
정서적・미적으로
삶을 고양하는
내용의 아름다움 기능을 함.

새로운 사실의 인식과 발견이 주는 재미와 감동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말함.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11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우리는 문학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가가 치밀하게 구성한 형식 및 작품 속의 창의적인 표현, 작품이 주는 감동과 교훈 등
에서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된다.

( 1 ) 문학의 미적 기능 17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1 18. 11. 23. 오후 6:42


2
[ 학습 목표 ]
•문학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함을 이
해한다.
•문학의 기능과 가치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자발적으로 문학 활동을 하는
태도를 기른다.

문학의
인식적・윤리적
기능
빎ピ패"
물겠

즐거운 수학여행이야.
교과서에서 본
‘ 팔만대장경 ’을 실제로
보니 신기해.
그 방대한 양에서
나라를 위하는 고려인들의
간절한 마음을 알 수 있어. 이렇게 소중한
우리 문화재를
잘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합천 해인사

여행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달을 수 있다.
그렇다면 문학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18 1. 문학의 본질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18 18. 11. 23. 오후 6:42


작품 1 작품 2

_정약용 _나희덕

‘수오재’의 의미와 작가가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파 화자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삶의 자세가 무엇인지 생
악하며 작품을 감상하기. 각하며 작품을 감상하기.

여행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우리는 여행지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


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거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문학 작
품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사실을 이해하고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작가는 인간과 세계에 대해 자신이 가진 문제의식이나 자신이 근본적으로 지향하는 삶
의 진리 또는 가치 등을 작품 속에 구현한다. 우리는 작품 속에 구현된 작가의 고민과 생
각을 바탕으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
을 발견하거나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문학 작품을
감상하며 작품 속에 그려진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간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어
떤 것이 바람직한 삶인지, 나아가 자신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 등을 진지하게 생
각해 보기도 한다.
이렇듯 문학은 다양한 기능과 가치를 지닌다. 그러므로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문학
활동을 즐기며 문학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해 보자.
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의 질을 보다 향상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일까?
문학의 인식적 기능이란

( 2 ) 문학의 인식적・윤리적 기능 19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1 18. 11. 23. 오후 6:42


작품
1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수오재’라는 집의 이름을 통해 작가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깨달은 바를 밝힌
한문 수필이다. ‘수오재’의 의미와 작가가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파악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I
'
"
눈오재 라는 이름에 의문 제기


'
나 ' 를 귀켜야 하는 이유를 깨담음
승 ,

를 잃고 e 았던 고머의
'

전 '

T 드
결 수오래키

수오재기 守吾齋記 정약용

정약용 ‘수오재(守吾齋)’라는 이름은 큰형님이 자기 집에 붙인 이름이다. 나는 처


(1762~1836)
음에 이 이름을 듣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05
조선 후기의 학자. 호는 다
산(茶山). 주체적이고 근대적 “나와 굳게 맺어져 있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사물 가운데 나[吾]보다 더 절
인 시각으로 당시 사회를 개
혁하고자 하는 글을 주로 썼 실한 것은 없다. 그러니 굳이 지키지 않아도 어디로 가겠는가. 이상한 이름
다. 주요 저서로는 『목민심
이다.”
서』, 『경세유표』 등이 있다.
내가 장기로 귀양 온 뒤에 혼자 지내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하루는 갑

자기 이 의문점에 대해 해답을 얻게 되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10

작가가 ‘ 수오재 ’ 라는 이 “천하 만물 가운데 지킬 것은 하나도 없지만, 오직 나[吾]만은 지켜야 한다.


름을 듣고 이상하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 밭을 지고 달아날 자가 있는가. 밭은 지킬 필요가 없다. 내 집을 지고 달

아날 자가 있는가. 집도 지킬 필요가 없다. 내 정원의 여러 가지 꽃나무나 과

일나무들을 뽑아 갈 자가 있는가. 그 뿌리는 땅속에 깊이 박혔다. 내 책을 훔

쳐 없앨 자가 있는가. 성현의 경전이 세상에 퍼져 물이나 불처럼 흔한데, 누 15

가 감히 없앨 수 있겠는가. 내 옷이나 양식을 훔쳐서 나를 옹색하게 하겠는

가. 천하에 있는 실이 모두 내가 입을 옷이며, 천하에 있는 곡식이 모두 내가

먹을 양식이다. 도둑이 비록 훔쳐 간대야 한두 개에 지나지 않을 테니, 천하

의 모든 옷과 곡식을 없앨 수 있겠는가. 그러니 천하 만물은 모두 지킬 필요

수오재 나를 지키는 집. 가 없다. 20

큰형님 작가의 큰형인 ‘정 그런데 오직 나[吾]라는 것만은 잘 달아나서, 드나드는 데 일정한 법칙이
약현’을 가리킴.
장기 경상북도 포항 지역 없다. 아주 친밀하게 붙어 있어서 서로 배반하지 못할 것 같다가도, 잠시 살
의 옛 지명.
피지 않으면 어디든지 못 가는 곳이 없다. 이익으로 꾀면 떠나가고, 위험과
성현 성인(聖人)과 현인
(賢人)을 아울러 이르는 말. 재앙이 겁을 주어도 떠나간다.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만 들어도

20 1. 문학의 본질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20 18. 11. 23. 오후 6:42


떠나가며, 눈썹이 새까맣고 이가 하얀 미인의 요염한 모습만 보아도 떠나간

다. 한 번 가면 돌아올 줄을 몰라서, 붙잡아 만류할 수가 없다. 그러니 천하

에 나[吾]보다 더 잃어버리기 쉬운 것은 없다. 어찌 실과 끈으로 묶고 빗장

과 자물쇠로 잠가서 나를 굳게 지키지 않겠는가.”


05 나는 나를 잘못 간직했다가 잃어버렸던 자다. 어렸을 때 과거가 좋게 보여 ‘ 나 ’가 자신을 ‘ 나[吾]’를
잃은 자라고 말한 이유는
서, 10년 동안이나 과거 공부에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결국 처지가 바뀌어 조 무엇인가?
정에 나아가 검은 사모관대에 비단 도포를 입고, 12년 동안이나 대낮에 미친

듯이 큰길을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또 처지가 바뀌어 한강을 건너고 문경 새재 빗장 문빗장. 문을 닫고 가


로질러 잠그는 막대기.
를 넘게 되었다. 친척과 조상의 무덤을 버리고 곧바로 아득한 바닷가의 대나무
사모관대 예전에 벼슬아
10 숲에 달려와서야 멈추게 되었다. 이때에는 나[吾]에게 물었다. 치가 입던 옷과 모자.

( 2 ) 문학의 인식적・윤리적 기능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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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느냐? 여우나 도깨비에게 홀려서 끌려왔느

냐? 아니면 바다 귀신이 불러서 왔는가? 네 가정과 고향이 모두 초천에 있

는데, 왜 그 본바닥으로 돌아가지 않느냐?”

그러나 나[吾]는 끝내 멍하니 움직이지 않으며 돌아갈 줄을 몰랐다. 얼굴빛

을 보니 마치 얽매인 곳에 있어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하는 것 같았 05

다. 그래서 결국 붙잡아 이곳에 함께 머물렀다. 이때 둘째 형님도 나[吾]를 잃

고 나를 쫓아 남해 지방으로 왔는데, 역시 나[吾]를 붙잡아서 그곳에 함께 머물

렀다.

오직 내 큰형님만 나[吾]를 잃지 않고 편안히 단정하게 수오재에 앉아 계시

니, 본디부터 지키는 것이 있어서 나[吾]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 10

게 바로 큰형님이 그 거실에 수오재라고 이름 붙인 까닭일 것이다. 큰형님은

언제나 말씀하셨다.

“아버님께서 내게 태현(太玄)이라고 자를 지어 주셔서, 나는 오로지 내 태현

을 지키려고 했다네. 그래서 내 거실에다가 그렇게 이름을 붙인 거지.”


초천 현재 경기도 남양주
시 조안면 능내리로, 작가의 하지만 이것은 핑계다. 맹자가 말씀하시기를 “무엇을 지키는 것이 큰가? 몸 15

고향임.
을 지키는 것이 크다.”라고 했으니, 이 말씀이 진실이다. 내가 스스로 말한 내
태현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宇宙)의 본질’을 뜻함. 용을 써서 큰형님께 보이고, 수오재의 기로 삼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과 그 이유 나의
감상

22 1. 문학의 본질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22 18. 11. 23. 오후 6:42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의 중심 내용을 기승전결의 구조에 따라 정리해 보자.


구조 중심 내용

기 ‘ 수오재 ’라는 이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

문학의 인식적 기능

2 이 작품에 담긴 작가의 깨달음을 파악하고, 이를 자신의 삶과 연관 지어 새롭게 인식


해 보자.

도움말 | 이 작품에서 작
1 이 작품에 나타난 ‘나’의 두 가지 의미를 적어 보자.
가가 ‘나’를 찾게 된 계기
가 된 사건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나’의 두 ‘나’
가지 의미를 유추해 본다.

2 이 작품에 제시된 ‘천하 만물’과 ‘나[吾]’의 특성을 근거로, 작가가 다음처럼 말한 이유


를 생각해 보자.

“천하 만물 가운데 지킬 것은 하나도 없지만, 오직 나[吾]만은 지켜야 한다.”

‘천하 만물’ ‘나[吾]’

밭이나 집은 지고 달아날 자가 없음. 잘 달아나서, 드나드는 데 일정한 법칙이 없음.

지킬 필요가 없음.

( 2 ) 문학의 인식적・윤리적 기능 23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23 18. 11. 23. 오후 6:42


도움말 | 작품에 담긴 작가의 3 이 작품의 작가처럼 ‘나를 잘못 간직했다가 나를 잃은 경험’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
깨달음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나를 지킨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 보자.
발견하는 것, 그 깨달음을 통
해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새
롭게 인식하는 것 등은 모두 나를 잘못 간직했다가 나를 잃은 경험:
문학의 인식적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깨달음을 자
신의 삶과 연관 지어 보며, 문
학의 인식적 기능을 이해해
본다.
‘나를 지킨다.’는 것의 중요성:

ペ븍"넘쟀겠
자기 성찰 . 계발

3 자신의 삶에서 지침으로 삼고 싶은 좌우명을 정해서 휴대 전화 쪽지창에 메시지로 써


보고, 그에 어울리는 사진도 함께 올려 보자.

도움말 | 자신이 정한 좌우명


을 다른 사람에게 널리 소개하
고, 일상에서 지키며 지침으로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본다.


우물 밖 개구리
되자! ^0^

김혜미

24 1. 문학의 본질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24 18. 11. 23. 오후 6:42


2

작품 1 수오재기

감상의 정리
「수오재기」는 ‘나를 지키는 집’이라는 뜻의 당호(堂號)를 소재로 하여 작가가 깨달음을 얻은
과정을 기록한 한문 수필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내가 ‘나’를 지킨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모
순이라는 생각 때문에 처음에는 ‘수오재’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장기로 귀양을 간
것을 계기로,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수오재’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나’의 의미를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하나는 상황, 환경, 현실적 조건에
따라서 수시로 변하는 ‘현상적 자아’이고, 다른 하나는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변하거나 흔들리
지 않도록 지켜야 하는 ‘본질적 자아’이다. 작가는 이 ‘본질적 자아’를 지켜 나갈 때 세상의 바
람에 흔들리거나 미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음을 깨닫고, 비로소 ‘수오재’라는 당호를 지은 큰
형님의 뜻을 알게 되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지식 창고
고전 수필 ‘기(記)’의 특징
「수오재기」는 전통적인 한문 문학 양식의 하나인 ‘기’에 해당한다. ‘기’란 어떤 사건이나 경
험의 과정을 기록한 것으로, 독자에게 교훈이나 깨달음을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수오
재기」 역시 작가가 ‘수오재’라는 이름에 대해 성찰하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기록한 고전 수
필로, 독자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이처럼 옛 선조들은 일상의 경험이나 여행 혹은 학문에서
얻은 깨달음을 ‘기’의 형식을 빌려서 기록하였다. ‘기’의 대표적인 문학 작품으로는 박지원의
「일야구도하기」, 허균의 「통곡헌기」 등이 있다.

더 읽어 보기

소재 정약용
주제

「이옥설」 이규보 「무소유」 법정

퇴락한 행랑채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난초를 길렀던 작가의 경험을 통해 소


얻은 깨달음을 인간의 삶과 정치에 적용 유의 진정한 의미를 성찰한 수필. 작품
한 설(說). ‘집’이라는 소재를 다룬 두 작 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깨달음을 비교하
품의 내용을 비교하여 감상해 보자. 여 감상해 보자.

( 2 ) 문학의 인식적・윤리적 기능 25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25 20. 10. 30. 오후 4:27


작품
2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었던 화자의 경험과 그 경험으로부터 깨닫게 된 삶에 대
한 성찰을 노래한 시이다. 화자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삶의 자세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산속에서 나희덕

나희덕 길을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1966~)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05
시인, 대학교수. 대상을 따
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고, 생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명의 원리를 추구하는 서정
적인 작품을 주로 썼다. 주
요 저서로는 시집 『뿌리에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게』, 『어두워진다는 것』 등과
수필집 『반 통의 물』, 『저 불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빛들을 기억해』 등이 있다.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 본 사람은 알리라 10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 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15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26 1. 문학의 본질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26 18. 11. 23. 오후 6:42


가장 마음에 드는 시행과 그 이유 나의
감상

( 2 ) 문학의 인식적・윤리적 기능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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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시상 전개에 따른 화자의 경험과 그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에 대


해 알아보자.

동 화자의 경험 그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멀리
1연 2연
서 보이는 불빛에 따뜻함을 느낌.

3연 4연

문학의 윤리적 기능

2 이 작품에 담긴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삶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자.

1 다음 밑줄 친 시구의 의미를 비교해 보고, 이를 통해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도움말 |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과 ‘계속 걸어갈 삶의 자세를 적어 보자.
수 있게 하는 것’ 중 화자
가 무엇을 더 긍정적으로
먼 곳의 불빛은
생각하는지 살펴보고, 이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를 통해 화자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대하는 바람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직한 자세로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본다.
(나그네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
해 준다는 것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삶의 자세:

28 1. 문학의 본질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28 18. 11. 23. 오후 6:42


2 이 작품의 ‘나그네’와 같은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은 그 사람에게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 이야기해 보자.

ペ븍"넘쟀겠
문화 향유
3 자신이 감상했던 문학 작품 중에서 한 편을 정하여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 보자.

도움말 | 지금까지 학습한 내 1 자신에게 가르침이나 깨달음을 준 작품과, 즐거움이나 감동을 준 작품을 각각 한 편씩
용을 통해 문학의 기능과 가
뽑아 보고 그 이유를 말해 보자.
치를 인식하고, 자신의 문학
활동에 연결해 봄으로써 일상
에서 자발적으로 문학을 향유 가르침이나 깨달음을 준 작품 즐거움이나 감동을 준 작품
하려는 자세를 지니도록 한다.

2 ⑴에서 뽑은 작품 중 하나를 골라 다음 형식에 따라 소개해 보자.

이 작품을 에게(께) 추천합니다!

이 작품을 감상하고 저는

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저는 당신이

와/과 같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 2 ) 문학의 인식적・윤리적 기능 29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2 18. 11. 23. 오후 6:42


작품 2 산속에서

감상의 정리
「산속에서」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었던 화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따뜻한 힘에 관해 성찰한 시이다. 이 작품에서 ‘불빛’은 산속에서 길
을 잃은 사람에게 따뜻함과 안도감을 주는 존재,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우리가 의지하며 도움
을 받을 수 있는 존재,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 주는 포용력 있는 존재로 그려져 있다. 특히 이
작품의 4연에서 ‘불빛’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불빛이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쉬게 한다’는 것은 잠깐, 그리고 일시적으
로 나그네를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은 나그네가 지
속해서 움직일 수 있는 희망과 힘을 심어 준다는 것이다. 화자는 나그네가 계속 걸어갈 수 있도
록 해 주는 ‘불빛’을 긍정적인 존재로 인식하며, 우리 역시 실의에 빠진 누군가가 포기하지 않
고 계속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해 주는 ‘불빛’ 같은 존재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지식 창고
문학 당의정설(糖衣錠說)
문학의 즐거움은 알약에 껍질(옷)로 입혀 놓은 당분과 같고, 담겨 있는 심오한 이치는 쓴 약
알맹이와 같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문학의 쾌락적 요소는 유익한 사상 전달의 수
단으로 인식된다. 물론 인생의 심오한 진리나 의미를 깨닫는 것을 통해 문학의 즐거움이 더욱
깊어진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작품의 아름다움과 감동적 의미는 당분과 약 성분처럼 따로 나누
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문학의 쾌락적 기능과 교훈적 기능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어
느 한쪽만을 더 우월하게 보는 시각은 지양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한국 문학 평론가 협회, 『문학 비평 용어 사전 (상)』

더 읽어 보기

작가 나희덕
소재

「내 유년의 울타리는 탱자나무였다」 나희덕 「연탄 한 장」 안도현

탱자나무에 얽힌 작가의 경험을 바탕 연탄의 특성을 인간의 삶에 비유하여


으로 삶의 고통이 주는 의미를 성찰한 바람직한 삶의 자세에 대한 성찰을 촉구
수필. 두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는 작가의 한 시. ‘연탄’의 상징적 의미를 ‘불빛’의
가치관을 살펴보자. 의미와 비교하여 감상해 보자.

30 1. 문학의 본질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30 18. 11. 23. 오후 6:42


2 문학의 인식적・윤리적 기능

문학의 기능

미적 인식적 윤리적
기능 기능 기능

문학의 인식적 기능 문학의 윤리적 기능

작가 작품 속에 그려진 인물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본


받아야 하고, 어떤 삶의 모습을 지향해야 하는
문학 작품은 작가가 현실의 다양한 대상을 나
가를 분별해 보게 됨.
름대로 인식하고, 거기에서 새롭게 발견한 의미
의 결과를 담고 있음. 문학 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접
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바람직한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봄.

독자

문학 작품을 감상하며 이전에 미처 알지 못한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함.
문학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새롭게 인식함.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됨.

문학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도움.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19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문학의 인식적 기능은 문학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것을 말한다.

( 2 ) 문학의 인식적・윤리적 기능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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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 문학

융합 나를 소개하는 노래 부르기
활동 다음 활동을 통해 문학적인 표현을 담아 학급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노래
가사를 만들고 불러 보자.

1 이름, 성격, 취미, 외모 등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은 자신만의 특징을 떠올려


보자.

예 내 이름은 최수미이다. ‘빼어날 수(秀)’ 자에 ‘아름다울 미(美)’ 자를 써서, ‘빼어나게


아름답다’는 의미의 다소 민망한 이름이다. 처음에 할아버지께서 지어 주신 이름은 ‘빼어
날 수’ 자가 아니라 ‘닦을 수(修)’ 자로 ‘(아름답지 못하므로) 아름다움을 닦는다’는 정반대
의 의미였다고 한다. 그러나 출생 신고를 하러 동 주민 센터에 가신 아버지는 내 이름의
한자를 몰래 ‘빼어날 수’ 자로 바꾸셨다고 한다.

2 1에서 정리한 자신의 특징을 함축할 수 있는 단어 하나를 골라 보고, 그것을 고른


이유를 적어 보자.

도움말 | 자신에 대해 잘 알
지 못하는 학급 친구들에게 예 내가 고른 단어는 ‘부정’이다. 아버지께서는 할아버지께서 지어 주신 ‘아름다움을 닦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특징 는다’는 내 이름의 의미를 부정(否定)하셨다. 또한 아버지가 몰래 바꿔 둔 내 이름에는 아
적인 단어를 생각해 본다.
버지의 사랑, 즉 ‘부정(父情)’이 담뿍 담겨 있다.

32 1. 문학의 본질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32 18. 11. 23. 오후 6:42


3 자신을 소개하는 노래로 쓸 곡을 선정하고, 2에서 떠올린 단어를 이용하여 자신
을 인상 깊게 소개하는 가사를 써 보자.

도움말 | 이미 있는 노래의
가락을 바탕으로 가사를 바꾸 예 내 이름은 최수미. 몰래 가서 글자 하나 바꾸셨다네.
거나, 가사가 없는 가락에 가 아름다움을 닦는다는 뜻이었다네. 한 글자로 뜻이 완전히 바뀌었다네.
사를 새로 써서 노래로 만들
남들 눈엔 못난이, 아버지 눈엔 예쁜이. 좋아요. 동 주민 센터 나온 아버지 흡족하였네.
어 본다.
안 돼요. 아버지는 그 이름을 부정하셨네. 내 이름엔 부정이 담뿍 담겨 있다네.

내 이름은 최수미(원곡: 어머니와 고등어)

내이름 은 - 최-수 - 미- 아름다 움 을 닦는다는뜻 이었 다네 -

남들눈 - 엔 - 못-난 이 -- 아버지 눈 엔- 예쁜 이- -

제목

내 이름은 최
수미.
아름다움을
닦는다는
뜻이었다네
.

4 모둠별로 각자 만든 노래를 부르며 자신을 소개해 보고, 친구들이 부른 노래 중


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말해 보자.

창의 융합 활동 33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33 18. 11. 23. 오후 6:43


대 스스로 점검하기

단 자기 점검
문학의 미적・인식적・윤리적 기능을 이해하였는가?
별점 주기

원마
작품을 감상하며, 각 작품이 지닌 미적・인식적・윤리적 기능과 가치를
찾을 수 있는가?

문학을 자발적으로 향유하고, 다양한 문학 활동 속에서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가?


스스로
보충하기 나는 이 단원에서
내용을 더 학습하고 싶어.
이 내용을 더 학습하기 위해

해야겠어.

스스로
확장하기 한국 문학관 협회 이 단원의 학습 내용과 관련하여 ‘한국 문
학관 협회’ 누리집을 방문해 볼 수 있어. 이
누리집을 통해 우리나라 전 지역에 있는 문
학관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지. ‘회원 문학
관 소개’ 코너를 통해 관심 있는 문학관의 위
치, 누리집 주소, 전시 현황 등을 알아볼 수
있단다. 우리 지역에 있는 문학관을 찾아보
고, 직접 방문해 볼 수 있겠지? 또한 문학관
에서 하는 행사나 문학 활동에도 적극적으
로 참여해 보면 좋을 것 같아.

관련 누리집 http://www.munhakwan.com

34 1. 문학의 본질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34 18. 11. 23. 오후 6:43


한 권 책 읽기
다음 활동을 통해 한 학기 동안
읽을 책을 선정하고,
독서 활동을 계획해 보자.

한 학기에 책을 독서 활동 순서
1 . 어떤 책을 읽을까?
한 권 선정하고, 2 . 질문으로 깊이 읽기
통합적인 독서 활동을 3 . 문학 속 상황 체험하기
경험해 보자. 4 . 책 소개 영상 만들기 2
5 . 나만의 독서 계획 세우기

1 모둠별로 한 학기 동안 읽을 문학 책을 한 권 선정하고, 준비해 보자. 4


서점에서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책을 준비한다.
5
우리 모둠이 한 권 책 읽기를 위해
선정한 책은 (이)야.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청소년 추천 도서 목록이나 학교에서
선정한 추천 도서 목록을 살펴볼 수 있다. 때문이야.

2 모둠별로 3회 모임을 기준으로 하여, 1 에서 선정한 책을 읽기 위한 계획을 세워 보자.

1회 모임: 월 일에 쪽부터 쪽까지 읽고 123쪽 활동을 해 본다.


2회 모임: 월 일에 쪽부터 쪽까지 읽고 169쪽 활동을 해 본다.
3회 모임: 월 일에 쪽부터 쪽까지 읽고 299쪽 활동을 해 본다.

수행할 시간 을 정해 보자.
3 한 권 책 읽기를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읽는다.
선생님과 상의하여
수업 시간의 몇 분을
정하여 읽는다.
자기 전에 읽는다.

나의 한 권 책 읽기 시간은 (이)야.

대단원 마무리 35

문학교과서(006~035)1단원.indd 35 18. 11. 23. 오후 6:43


1.ind 36 18. 11. 23. 오후 6:21
문학의
수용과 생산
1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2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3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4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ind 3 18. 11. 23. 오후 6:21


문학 작품은 어떻게 읽고,
어떻게 써야 할까?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갈래의 문학 작품


과 만난다. 이렇게 만난 문학 작품은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하고, 삶에 대한 깨달음을 주기도 한
다. 이처럼 문학은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
고 있지만, 막상 문학 작품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또 문학 작품은 어떻게 창작해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있다.
이 단원에서는 문학 수용의 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
탕으로 하여 문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창조적으로
재구성하며, 주체적인 관점에서 창작해 볼 것이다. 또
한 문학이 인접 분야와 맺고 있는 관계는 어떠한지,
다양한 매체로 구현된 문학은 어떤 심미적 가치를 갖
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맥락
에서 문학 작품을 수용・생산하며, 문학 문화를 향유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38 18. 11. 23. 오후 6:21


교과 역량

비판적・ 자료・정보 의사소통 공동체・ 문화 향유 자기

이 단원에서는 창의적
사고
활용 대인 관계 성찰・계발

1 2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작품 1 가는 길 _김소월 작품 1 눈물 _김현승
작품 2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_성석제 작품 2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_조세희
작품 3 참새 _윤오영
내용과 형식의 관계
작품 감상의 맥락
(작가, 사회・문화적 배경, 상호 텍스트성)
작품의 공감적・비판적・창의적 수용

문학의
수용과 생산
3 4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작품 1 가 꽃 _김춘수 작품 1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나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위하여 _김혜순
켤 수 있다면 _장정일 작품 2 메밀꽃 필 무렵 _이효석 원작,
작품 2 파수꾼 _이강백 동희선・홍윤정 각본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


문학과 매체(창의적 표현 방법,
심미적 가치)

문학 학

창의 융합 활동 한 권 책 읽기
「메밀꽃 필 무렵」 다시 보기 질문으로 깊이 읽기

대단원 길잡이 39

1.ind 3 18. 11. 23. 오후 6:21


1 [ 학습 목표 ]
•문학 작품은 내용과 형식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이루어짐을 이해한다.
•내용과 형식의 긴밀한 연관성을 고려하여 문학 작품을 감상한다.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빎ピ패"
물겠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려면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손 글씨로 직접
편지를 써서 내 마음을
고백할 거야.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잘 전달하기 위해 나는 장미꽃 한 송이를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예쁘게 포장해서
그렇다면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선물할 거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고민할까?

4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40 18. 11. 23. 오후 6:21


작품 1 작품 2

_김소월 _성석제

운율과 표현이 화자의 정서와 어떤 관련성을 지니는 구성과 시점의 형식적 특징이 인물의 삶을 드러내는
지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하기. 데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며 작품을 감상하기.

누군가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할 때,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해야 자신의 마음이 잘


전달될지 고민한다. 이처럼 작가들 역시 문학 작품을 창작할 때,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형식을 고민한다.
이처럼 문학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내용’과 ‘형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내용
은 문학 작품의 재료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다양한 경험과 생각, 감정 중에서 작가가 구
현하고 싶은 가치관이나 세계관, 주제 의식 등이 바로 문학 작품의 내용이 된다. 그러나
내용만으로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온전히 구현할 수 없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작품에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적절한 형식을 선택하게 된
다. 서정, 서사, 극, 교술과 같은 갈래, 비유나 상징과 같은 문학적 표현 방법, 내용을 배
열하고 결합하는 구조 등을 모두 문학 작품의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
관되어 있다.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형
식이 달라질 수 있고, 또 어떤 형식을 사용하 해 보자.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느냐에 따라 내용을 전달하는 효과가 달라질
것들이 더 있을까?
문학 작품의 형식으로는 어떤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작품의 내용과 형식
의 유기적인 연관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려
하며 작품을 수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41

1.ind 41 18. 11. 23. 오후 6:21


작품
1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인 정한(情恨)을 진솔하게 표현한 시이다. 운율과 표현이
화자의 정서와 어떤 관련성을 지니는지 생각하면서 작품을 감상해 보자.

가는 길 김소월

김소월 그립다
(1902~1934)

시인. 본명은 정식(廷湜). 말을 할까 05

1922년 『개벽』에 대표작 「진


하니 그리워
달래꽃」을 발표하였고, 민요
적인 서정시를 주로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산유화」,
「접동새」 등이 있고, 시집으 그냥 갈까
로는 『진달래꽃』, 『소월 시
그래도
초』 등이 있다.

다시 더 한 번……

저 산(山)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10

서산(西山)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江)물, 뒤 강(江)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15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작품을 감상한 후 나의 한 줄 느낌 나의
감상

4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42 18. 11. 23. 오후 6:21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각 연의 중심 내용을 정리해 보자.


1연 이별의 안타까움. 2연

3연 떠나기를 재촉하는 까마귀. 4연

내용과 형식의 관계

2 이 작품의 형식이 작품의 내용과 어떤 관련성을 지니는지 알아보자.

도움말 | ‘까마귀 ’가 어 1 화자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하여 시어 ‘까마귀’와 ‘강물’이 작품에서 어떤


떻게 지저귀고 있는지,
기능을 하는지 생각해 보자.
‘강물 ’은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작품에서 살펴보
화자가 처한 상황
고, 이를 바탕으로 두 시
어의 기능을 생각해 본다. ‘까마귀’와 ‘강물’의
기능

2 가 는 1연이고, 나 는 4연의 일부이다. 가 와 나 의 시행 배열을 다음에 따라 정리해 보

고, 이러한 시행 배열이 주제 전달에 미치는 효과를 말해 보자.

가 그립다 나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말을 할까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하니 그리워

참고 자료 | 음보 가 나
시를 읽을 때 짧은 쉼
운율 한 행이 1음보를 이룸.
을 주어 끊어 읽게 되는
운율의 단위를 말한다. 시행의 길이
대체로 3~5음절이 한
호흡의 속도
음보를 이룬다.( ‘오백
년 / 도읍지를 / 필마로 /
돌아드니’ → 4음보)
이러한 시행 배열이 주제 전달에 미치는 효과: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43

1.ind 43 18. 11. 23. 오후 6:21


ペ븍"넘쟀겠
비판적 . 창의적 사고
3 다음 작품의 형식적 특성과 주제의 관련성을 살펴보고, 작품의 내용을 자신에게 적용
하여 창의적으로 수용해 보자.

참고 자료 | 「슬픔이 기쁨에
게」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이 작품은 ‘슬픔’을 화자로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하여 현대인의 이기적인 삶의
모습을 반성적으로 성찰한 시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이다.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1 시인이 ‘슬픔’을 화자로 하여 ‘기쁨’에게 말하는 형식을 사용한 의도를 작품의 주제와
관련하여 말해 보자.

2 이 작품의 ‘슬픔’이 현재의 자신에게 말을 건넨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지 상상하여 써


보자.

4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44 18. 11. 23. 오후 6:21


작품 1 가는 길

감상의 정리
「가는 길」은 이별한 뒤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화자의 미묘한 심리 상태가 잘 드러난 시
이다. 1~2연에서는 그리움과 아쉬움으로 망설이는 화자의 내면적 갈등을 표현하였고, 3~4연
에서는 ‘까마귀’와 ‘강물’을 통해 화자가 떠나기를 재촉하는 외면적 상황을 나타내어, 미련 때
문에 머뭇거리는 화자의 안타까운 심정을 더욱 부각하여 표현하였다. 또한 이 작품은 7・5조
와 3음보의 운율이 나타나며, 유음 ‘ㄹ’과 비음 ‘ㄴ, ㅁ, ㅇ’이 사용되어 음악성과 함께 강물이
흐르는 듯한 시적 효과를 얻고 있다.

지식 창고
정서 표현 방식으로서의 객관적 상관물
객관적 상관물이란 화자가 자신의 정서와 사상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가져오는 바깥
세계의 대상을 이르는 말이다. 객관적 상관물은 화자의 감정을 대변하는 대상일 때도 있고, 화
자의 감정과 일치하지 않는 대상일 때도 있다. 전자는 대상에 화자의 감정을 담아내는 ‘감정
이입’에 해당하는 표현으로, 김소월의 「길」에서 유랑하는 화자의 심정을 담은 시구 ‘까마귀 까
악까악 울며 새었소’의 ‘까마귀’를 예로 들 수 있다. 후자는 이별에 미련을 보이는 화자의 정서
와 달리 이별을 재촉하고 있는 「가는 길」의 ‘까마귀’와 ‘강물’을 예로 들 수 있다.

더 읽어 보기

화자 김소월
운율

「서경별곡」 작자 미상 「귀촉도」 서정주

서경(지금의 평양)에서 임과 이별하는 3음보의 운율을 바탕으로, 임과 사별


여인의 애틋한 심정을 노래한 고려 가 한 여인의 아픔과 정한을 귀촉도의 처절
요. 이별을 대하는 화자의 태도를 비교 한 울음소리를 빌려 표현한 시. 운율상
하며 감상해 보자. 의 특징을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45

1.ind 45 18. 11. 23. 오후 6:21


작품
2
감상 열기 이 작품은 농촌 마을에 사는 황만근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작품에 드러난 구성과 시점
의 형식적 특징이 인물의 삶을 드러내는 데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성석제 민씨
(1960~) 도시 생활을 하다가
황씨 집성촌인 신대
소설가. 해학과 풍자로 현 1리로 귀농한 인물.
대 사회의 다양한 인간성을
그려 낸 작품을 주로 썼다. 주
요 작품으로는 「새가 되었네」,
「내 고운 벗님」 등이 있다.

황만근 마을 사람들
신대 1리에서 나고 황만근과 같은
자란, 가난하고 동네에 살며, 같은 성을
어수룩한 농부. 가진 인물들.

황만근이 없어졌다. 새벽에 혼자 경운기를 타고 집을 나간 황만근은 늘 들일

을 나가면 돌아오는 시각인 저물녘에 돌아오지 않았다. 술을 마시고 취하더라 05

도 열두 시가 될락 말락 한 한밤이면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평생 단

하루 외박한 뒤 돌아왔던 그 시각, 횃대의 닭이 울음을 그치는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 회관 앞, 황만근이 직접 심어 놓은 등나무 덩굴 아래,

직접 짠 평상에 사람들이 모였다. 먼저 이장이 입을 열었다.


‘ 황만근 ’ 이 없어진 것에 “만그인지 반그인지 그 바보 자석 하나 따문에 소여물도 못 하러 가고 이기 10
대한 ‘ 이장 ’의 반응은 어떠
한가? 뭐라. 스무 바리나 되는 소가 한꺼분에 밥 굶는 기 중요한가, 바보 자석 하

나가 어데 가서 술 처먹고 집에 안 오는 기 중요한가, 써그랄.”

마을에서 연장자 축에 들고 가장 학식이 높아 해마다 한 번씩 지내는 용왕제


바리 ‘마리’의 방언.
초하는 글의 초안을 잡는. (龍王祭)에 축(祝)을 초(草)하는 황재석 씨가 받았다.

4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46 18. 11. 23. 오후 6:21


“그래도 질래 있던 사람이 없어지마 필시 연유가 있는 기라. 사람이 바늘이

라, 모래라. 기양 없어지는 기 어디 있어. 암만 그래도 우리 동네 사람 아이

라. 반그이, 아이다, 만그이가 여게서 나서 사는 동안 한 분도 밖에서 안 들

어온 적이 없는데 말이라.”
05 “아이지요, 어르신. 가가 군대 간다 캤을 때 여운지 토깨인지 하고 밤새도록

싸우니라고 하루는 안 들어왔심다.”

용왕제에서 집사 역을 하는 황동수가 우스개처럼 말을 이었다. 아침밥을 먹

기도 전 황만근의 아들이 찾아와 황만근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길래 얼

결에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하게 된 민 씨는 분위기가 이상하게


10 돌아간다 생각하고 참견을 했다.

“어제 궐기 대회 한다 하고 간 사람이 누구누구십니까. 황만근 씨하고 같이

간 사람은요? 궐기 대회 하는 동안 본 사람은 없나요?”

자리에 모인 대여섯 명의 황 씨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더니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15 “사람이라고 및 밍이나 되나. 군 전체 사람이 모도 모있다는 기 백 밍이 될라

나 말라나 한데 반그이는 돼지고기 반 근만 해서 그런지 안 보이더라칸께.”

이장은 계속 빈정거리듯 말을 이었다. 민 씨는 이장이 궐기 대회 전날 황만 ‘ 이장 ’이 궐기 대회 전날


‘ 황만근 ’을 따로 불러 건넨
근을 따로 불러 무슨 말을 건네던 것을 기억해 냈다. 말은 무엇인가?
“그제 밤에 내일 궐기 대회 한다고 사람들 모였을 때 이장님이 황만근 씨에
20 게 뭐라고 하셨죠, 모임 끝난 뒤에.”

이장은 민 씨를 흘기듯 노려보았다.

“왜, 농민보고 농민 궐기 대회 꼭 나오라 캤는데, 뭐가 잘못됐나.”

민 씨는 자기도 모르게 따지는 어조가 되었다. 집사 제사를 진행하는 동


안 필요한 잡무를 담당하는
“군 전체가 모두 모여도 몇 명 안 되었다면서요. 그런 자리에 황만근 씨가 꼭 사람.

25 가야 합니까. 아니, 황만근 씨만 가야 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따로 황만근 씨 궐기 대회 어떤 문제에 대


하여 해결책을 촉구하기 위
한테 부탁을 할 정도로.” 하여 뜻있는 사람들이 궐기
하는 모임.
“이 사람이 뭐라 카는 기라. 이장이 동민한테 농가 부채 탕감 촉구 전국 농
탕감 빚이나 요금, 세금 따
민 총궐기 대회가 있다, 꼭 참석해서 우리의 입장을 밝히자 카는데 뭐가 잘 위의 물어야 할 것을 삭쳐 줌.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47

1.ind 4 18. 11. 23. 오후 6:21


2

못됐다 말이라.”

“잘못이라는 게 아니고요, 다른 사람들은 다 돌아왔는데 왜 황만근 씨만 못

오고 있나 하는 겁니다.”

“내가 아나. 읍에 가 보이 장날이더라고. 보나 마나 어데서 술 처먹고 주질러

앉았을 끼라. 백 리 길을 깅운기를 끌고 갔으이 시간도 마이 걸릴 끼고.” 05

다른 사람들은 말이 없었고 민 씨와 이장만이 공을 주고받는 꼴이 되어 버렸다.

“글쎄, 그 자리에 꼭 황만근 씨만 경운기를 끌고 갔어야 했느냐 이 말입니다.

그것도 고장 난 경운기를.”

“깅운기를 끌고 오라는 기 내 말이라? 투쟁 방침이 그렇다 카이. 깅운기도

그렇지, 고장은 무신 고장, 만그이가 그걸 하루 이틀 몰았나. 남들이 못 몬다 10

뿌이지.”

“그럼 이장님은 왜 경운기를 안 타고 가고 트럭을 타고 가셨나요. 이장님부터

솔선수범을 해야지 다른 동민들이 따라 할 텐데, 지금 거꾸로 되었잖습니까.”

“내사 민사무소에서 인원 점검하고 다른 이장들하고 의논도 해야 되고 울매

나 바쁜 사람인데 깅운기를 타고 언제 가고 말고 자빠졌나. 다른 동네 이장 15

들도 민소 앞에서 모이 가이고 트럭 타고 갔는 거를. 진짜로 깅운기를 끌고

갔으마 군 대회에는 늦어도 한참 늦었지. 군청에 갔는데 비가 와 가이고 온

사람도 및 없더마. 소리마 및 분 지르고 왔지. 군청까지 깅운기를 타고 갈 수

나 있던가. 국도에 차들이 미치괘이맨구로 쌩쌩 달리는데 받치만 우얘라고.

다른 동네서는 자가용으로 간 사람도 쌨어.” 20

“그러니까 국도를 갈 때는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경운기를 여러 대 끌고 가

자는 거였잖습니까. 시위도 하고 의지도 보여 준다면서요. 허허, 나 참.”

“아침부터 바쁜 사람 불러내 놓더이, 사람 말을 알아듣도 못하고 엉뚱한 소

리만 해 싸. 누구맨구로 반동가리가 났나.”


‘ 민 씨 ’가 ‘ 이장 ’에게 버
럭 소리를 지른 이유는 무엇 기어이 민 씨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25
인가?
“ 반편은 누가 반편입니까. 이장이니 지도자니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방침을
반편 지능이 보통 사람보 정했으면 그대로 해야지, 양복 입고 자가용 타고 간 사람은 오고, 방침대로
다 모자라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경운기 타고 간 사람은 오지도 않고, 이게 무슨 경우냐구요.” <중략>

4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문학교과서(036~083)2단원 .indd 48 22. 8. 25. 오 :3


마을에서 젊은 축에 드는 마흔다섯 살의 황영석은 황만근이 벽돌을 찍고 구 ‘ 황만근 ’이 마을에서 한
일을 ‘ 황영석 ’, ‘ 여씨 노인 ’
덩이를 파서 지은 마을 회관 변소에서 분뇨를 퍼내면서 황만근의 부재를 알게 을 통해 서술한 것은 서술자
되었다. 가 직접 소개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만그이 자석이 있었으마 내가 돈을 백만 원 준다 캐도 이런 일을 안 할 낀
05 데. 아이구, 이 망할 놈의 똥 냄새. 여리가 싸 놔 그런지 독하기도 하네. 이기

곡석한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도 모르겠구마.”

황만근이 있었으면 군말 없이 했을 일이었다. 늘 그렇듯이 벙글벙글 웃으면서.

“만그이가 있었으모 저 거름이 우리 밭으로 올 낀데. 만그이가 도대체 어데

갔노.”
10 마을 회관 곁 조그만 밭에 채소를 심어 먹는 여씨 노인도 황만근의 부재를

알게 되었다. 황만근은 마을 공통의 분뇨를, 역시 자신이 판 마을 공통의 분뇨

장으로 가져가서 충분히 익힌 뒤에,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다. 황영석처럼 제가

펐다고 바로 제 밭에 가져다가 뿌리지는 않았다. 특히 여씨 노인처럼 일찍 남

편을 잃고 혼잣몸이 된 노인들에게는,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지 더 자주


15 거름을 가져다주었다.

“만그이한테 물어보자.”

아이들은 소꿉장난을 하다가 황만근의 부재를 알게 되었다. 공평무사한 것 ‘ 황만근 ’ 이 평생의 삶에


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황만근의 평생의 처사였다. 그에게는 판단 능력이 없는 듯했지만 시비를 무엇인가?
물으러 가면, 가노라면 언제나 공평무사한 자연의 이법에 대해 깨우치게 되고
20 분쟁은 종식되었다.

또는 물어보나 마나 명약관화한 일을 두고도 황만근을 들먹였다.

“만그이도 알 끼다.”

또한 동네에 오래도록 내려오는 노래, 구태여 제목을 붙이자면 ‘황만근가’를 자 공평무사한 공평하여 사
사로움이 없는.
기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되면서 사람들은 황만근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사 일을 처리함. 또는
25 황만근가, 황만근의 노래, 아니 황만근에 관한 노래는 이렇게 부른다. 먼저 그런 처리.
종식되었다 한때 매우 성
“황” 하고 단호하고 크게 소리쳐서 주의를 끈 다음, 한 박자를 쉰 뒤에 “마안- 하던 현상이나 일이 끝나거
나 없어졌다.
그은” 하고 두 박자로 느릿하게 부른다. 이어서 “백 분[번], 찝 원[십 원], 여 끈
명약관화한 불을 보듯 분
[열 근], 팔 푼, 두 바리[마리]” 하고 빠르게 센다. 마지막으로 “그래, 바안-그 명하고 뻔한.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49

1.ind 4 18. 11. 23. 오후 6:21


은” 하고 느긋하게 마친다. 이 노래에는 황만근의 일생이 들어 있고 모든 노래

가 그렇다시피 노래를 부르는 마을 사람들의 대체 경험과 정서가 녹아 있다.


‘ 황만근 ’ 이라는 이름이 황은 성을 말한다. 신대 1리는 황씨들이 오십여 호 모여 사는 집성촌이다. 2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년 전에 귀농한 민 씨 같은 타성바지는 황씨 집안에 데릴사위로 들어온 노 씨

를 포함 전체에서 두 가구밖에 되지 않는다. 신대(新垈), 새터는 이름이 암시하 05

듯 새로 생긴 마을이다. 황만근의 부친은 전쟁 중에 죽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

때 이미 그를 배고 있었는데 남편을 여의고 황만근을 낳은 까닭에 항렬을 따서

이름을 지어 줄 사람이 없어 집에서 우러러보이는 산, 만근산(萬根山)에서 이름

을 받았다. 만근산은 신대 1리에서 3리까지가 띠 모양으로 둘러 있는 천곡지(千

谷池)를 병풍처럼 에워싸서 물을 가두고 또한 사철 물을 대 주게 하는 역할을 하 10

고 있다. 만근산의 천곡이라는 이름의 계곡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고 계곡에서

흩어져 사는 사람들을 모아 한곳에 살게 한 곳이 바로 신대리이다. 이쯤만 해도

황만근이라는 이름이 곧 동네의 뿌리를 상징하는 이름임을 알 수 있다. <중략>

황만근의 어머니와 아들, 조손은 입맛이 까다로워 비린 반찬이 없으면 먹지를

않는가 하면 비린 반찬이 있으면 밥상머리에서 돌아앉았다. 한 끼에 두 번 상을 15

차리는 일이 예사였다. 어머니 한 상, 아들 한 상이었고 본인은 상이 없이 먹었

다. 황만근은 하루 일이 끝나면 반드시 경운기에 고기를 매달고 집으로 돌아왔

다. 일을 하는 동안 논 주변에서 잡은 붕어나 메기, 미꾸라지, 혹은 메뚜기, 방

아깨비라도 짚에 꿰어 들어왔다. 동네에서 이따금 잡는 소나 돼지, 개, 닭, 오

리, 토끼 같은 가축 모두 숨을 끊는 것에서부터 내장을 손질하고 뼈에서 살을 발 20

집성촌 같은 성(姓)을 가 라내는 포정( 丁)의 업(業)에는 황만근이 반드시 필요했다. 스스로의 필요에
진 사람이 모여 사는 촌락.
의해 오래도록 자주 하다 보니 어느새 전문가가 된 것이었다. 그는 그런 일을 해
타성바지 자기와 다른 성
(姓)을 가진 사람. 주고 얻어 온 고기를 뜨고 굽고 찌고 데치고 삶고 끓이는 데도 이골이 났다. 어
포정 소나 개, 돼지 따위
쩌다 그가 만든 음식에 숟가락을 대 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감탄을 하게 마련
를 잡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희한할세, 바보가.” 하는 말을 25
염습 시신을 씻긴 뒤 수의
를 갈아입히고 염포로 묶는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만들어져 있는 조미료를 몰랐지만 재료가 가
일.
지고 있는 맛을 흠뻑 우려내어 조화를 시킬 줄 알았다.
산역 시체를 묻고 뫼를 만
들거나 이장하는 일. 황만근은 또한 책에 나오는 예(禮)는 몰라도 염습과 산역(山役)같이 남이

5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50 18. 11. 23. 오후 6:21


꺼리는 일에는 누구보다 앞장을 섰고 동네 사람들도 서슴없이

그에게 그런 일을 맡겼다. 똥구덩이를 파고 우리를 짓고 벽돌

을 찍는 일 또한 황만근이 동네 사람 누구보다 많이 했다. 마

을 길 풀 깎기, 도랑 청소, 공동 우물 청소……. 용왕제에 쓸


05 돼지를 산 채로 묶어서 내다가 싫다고 요동질하는 돼지에

게 때때옷을 입히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일에는 그가

최고의 전문가였다. 동네의 일, 남의 일, 궂은일에는 언제나 그

가 있었다. 그런 일에 대한 대가는 없거나(동네일인 경우), 반값

이거나(다른 사람의 농사일을 하는 경우), 제값이면(경운기와 함


10 께하는 경우) 공치사가 따랐다.

“반근아, 너는 우리 동네 아이고 어데 인정 없는 대처 읍내 같은

데 갔으마 진작에 굶어 죽어도 죽었다. 암만

바보라도 고마와할 줄 알아야 사람이다. 아나

어른이나 너한테는 다 고마운 사람인께 상


15 찡그리지 말고 인사 잘하고 다니라. 아이?”

황만근은 황재석 씨의 이런 긴 사설을 들

을 때조차 벙글거렸다. 일이 끝나면 굽신굽

신 인사를 했다. 춤을 추듯이, 흥겹게.

그의 집에는 그가 수십 년 동안 만져 온
20 연장이 그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순서

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 연장들 역시

그의 집이나 어머니나 아들과 마찬가지

로 그가 매일 돌보는 덕분에 윤기가 흘

렀다. 그는 집에 있는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잘 알고 있
25 어서 대부분의 고장은 스스로 고쳤다. 특히 경운기는 초기에 나온 모델로 지금 공치사 남을 위하여 수고
한 것을 생색내며 스스로 자
은 부품도 제대로 없는 고물 중의 고물이었지만 자주 망가지는 수레만 열 번 넘 랑함.

게 갈았을 뿐, 엔진이 달려 있는 앞부분은 계속 고쳐 썼다. 그의 경운기는 구식 일목요연하게 한 번 보고


대번에 알 수 있을 만큼 분
인데다 하도 고친 데가 많아서 그가 아니면 운전은커녕 시동조차 걸 수 없었다. 명하고 뚜렷하게.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51

1.ind 51 18. 11. 23. 오후 6:22


1

중략 부분 줄거리 그러던 어느 날 농가 부채 해결을 촉구하는 농민 궐기 대회가 열리자, 마을 사람들


은 군청까지 경운기를 타고 가서 농민들의 결의를 보여 주자고 약속하였다. 황만근은 궐기 대회 전날
밤에 민 씨와 술을 마시며 욕심 없이 정직하게 농사를 짓겠다는 소신을 드러내고는, 다음 날 홀로 경
운기를 타고 궐기 대회가 열리는 군청으로 출발한 뒤로 소식이 끊겨 버렸다.

일주일 뒤에 황만근은 돌아왔다. 그의 아들이 그를 안고 돌아왔다. 한 항아 05

리밖에 안 되는 그의 뼈를 담고 돌아왔다. 경운기도 돌아왔다. 수레는 떼어 내

고 머리 부분만 트럭에 실려 돌아왔다. 황만근 아니면 그 누구도 작동시킬 수

없는 그 머리가, 바보처럼 주인을 태우지 않고 돌아왔다.

‘ 황만근 ’ 에 대한 서술자 황만근, 황 선생은 어리석게 태어났는지는 모르지만 해가 가며 차츰 신지


의 서술 방식이 어떻게 바뀌
었는가? (神智)가 돌아왔다. 하늘이 착한 사람을 따뜻이 덮어 주고 땅이 은혜롭게 부리 10

를 대어 알 껍질을 까 주었다. 그리하여 후년에는 그 누구보다 지혜로웠다. 그

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듯 그 지혜로 어떤 수고로운 가르침도 함부로

남기지 않았다. 스스로 땅의 자손을 자처하여 늘 부지런하고 근면하였다. 사

람들이 빚만 남는 농사에 공연히 뼈를 상한다고 하였으나 개의치 아니하였다.

사람 사이에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나 함께하였고 공에는 자신보다 남을 내세 15

워 뒷사람을 놀라게 했다. 하늘이 내린 효자로서 평생 어머니 봉양을 극진히

했다. 아들에게는 따뜻하고 이해심 많은 아버지였고 훈육을 할 때는 알아듣기

쉽게 하여 마음으로 감복시켰다.

선생은 천성이 술을 좋아하였는데 사람들은 선생이 가난한 것은 술 때문이라


신지 신령스럽고 기묘한
고 했다. 선생은 어느 농사꾼보다 부지런했고 농사일에도 익어 있었다. 문중 20
지혜.
자처하여 자기를 어떤 사 땅과 나이가 들어 농사가 힘에 부친 사람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었다. 농사를
람으로 여겨 그렇게 처신하
여. 짓되 땅에서 억지로 빼앗지 않고 남으면 술을 빚어 가벼운 기운은 하늘에 바치
문중 성과 본이 같은 가까
고 무거운 기운은 땅에 돌려주었다. 그러므로 선생은 술로써 망한 것이 아니라
운 집안.
사직 고대 중국에서, 새로 술의 물감으로 인생을 그려 나간 것이다. 선생이 마시는 막걸리는 밥이면서
나라를 세울 때 천자나 제후
가 제사를 지내던 토지신과
사직(社稷)의 신에게 바치는 헌주였다. 힘의 근원이고 낙천(樂天)의 뼈였다. 25

곡신.
전일에, 선생은 경운기를 끌고 면 소재지로 갔지만 경운기를 타고 온 사람이
낙천 세상과 인생을 즐겁
고 좋은 것으로 여김. 없어 같이 갈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선생은 다시 경운기를 끌고 백 리 길을 달

5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문학교과서(036~083)2단원 .indd 52 21. 8. 2 . 오후 4:05


려 약속 장소인 군청까지 갔다. 가는 동안 선생은 여러 번 차에 부딪힐 뻔했다.

마른 봄바람에 섞인 먼지가 눈을 괴롭혔다. 날은 흐렸고 추웠다. 이윽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경운기에는 비를 피할 만한 덮개가 없어서 선생은 뼛속까지

젖어 드는 추위에 몸을 떨었다. 선생이 군청 앞까지 갔을 때 이미 대회는 끝나


05 고 아무도 없었다. 어머니에게 가져다줄 생선을 사고 몸을 녹인 선생은 날이

어두워 오는 줄도 모르고 경운기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경운기에는 빠르게 달

리는 차량의 주의를 끌 만한 표지가 없어서 선생은 몇 번이나 사고를 당할 뻔

했다. 그때마다 멈추었다가 다시 출발하는 바람에 시간은 점점 늦어졌다. 어두

워지면서 경운기는 길옆의 논으로 떨어졌고 수레는 부서졌다. 결국 선생은 그


10 밤 안으로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선생은 경운기에 실려 있는 땅의

젖에 취하여 경운기 옆에 앉아 경운기를 지켰다. 그러나 경운기는 선생을 지켜

주지 않았다. 추위와 졸음으로부터 선생을 지켜 주지 못했다. 아아, 선생이 좀

더 살았더라면 난세의 혹염에 그늘의 덕을 널리 베푸는 큰 나무가 되었을 것

이다.
15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아니하고 감탄하지 않는 삶이었지만 선생은 깊고 그 서술자가 ‘ 황만근 ’을 ‘ 하
늘이 내고 땅이 일으켜 세운
윽한 경지를 이루었다. 보라. 남의 비웃음을 받으며 살면서도 비루하지 아니하 사람 ’이라고 말한 이유는 무
고 홀로 할 바를 이루어 초지를 일관하니 이 어찌 하늘이 낸 사람이라 아니할 엇인가?

수 있겠는가. 이 어찌 하늘이 내고 땅이 일으켜 세운 사람이 아니랴.

단기 사천삼백삼십 년 오월 스무날

20 본디 묘지에나 쓰일 것[묘비명(墓碑銘)]이지만 천지를 대영혼의 집으로 삼은

선생인지라 아무 쓸모도 없는 이 글을, 새터 말로 귀농하였다가 이룬 것 없이

다시 도시로 흘러가며, 남해인(南海人) 민순정(閔順晶)이 엎디어 쓰다.

작품을 감상한 후 나의 한 줄 느낌 나의
감상
난세 전쟁이나 무질서한
정치 따위로 어지러워 살기
힘든 세상.
혹염 혹서. 몹시 심한 더위.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53

1.ind 53 18. 11. 23. 오후 6:22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정리해 보자.


‘황만근’ ‘마을 사람들’ ‘민 씨’

마을의 궂은일을 황만근


에게 맡기면서도 생색을
무시 내거나 당연시하는 이해
타산적인 모습을 보임.
도움말 | 등장인물의 말
과 행동을 근거로, 등장인
물의 성격과 등장인물 간
의 관계를 파악해 본다.

내용과 형식의 관계

2 이 작품에 사용된 구성과 시점을 바탕으로, 내용과 형식의 관계를 살펴보자.

도움말 | ‘황만근 ’의 실
1 다음은 이 작품의 시작 부분이다. 주인공인 ‘황만근’의 실종으로 작품을 시작하는 구
종은 시간 순서상 제일 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처음 일어난 사건이 아님
에도, 작가가 이 부분으로
황만근이 없어졌다. 새벽에 혼자 경운기를 타고 집을 나간 황만근은 늘 들일
작품을 시작한 의도가 무
엇일지 ‘황만근 ’의 삶과 을 나가면 돌아오는 시각인 저물녘에 돌아오지 않았다. 술을 마시고 취하더라
관련하여 생각해 본다. 도 열두 시가 될락 말락 한 한밤이면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평생 단
하루 외박한 뒤 돌아왔던 그 시각, 횃대의 닭이 울음을 그치는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독자 측면의
효과

내용상의
효과

2 이 작품에서 사용한 시점을 파악하고, 해당 시점을 사용한 이유를 주제와 관련하여 말


해 보자.

5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54 18. 11. 23. 오후 6:22


ペ븍"넘쟀겠

3 다음 작품과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형식적 특징을 비교해 보고, 이와 같은 형식


이 대상을 형상화하는 데 어떤 효과를 얻고 있는지 말해 보자.

참고 자료 | 「공방전」
이 작품은 고려 무신 정권 공방의 사람됨은 겉은 둥그렇고 가운데는 네모나며, 세상의 변화에 잘 대응했
시기의 문인인 임춘이 지은
다. 공방은 한나라에서 벼슬하여 홍려경(鴻 卿)이 되었다. 당시에 오나라 임금
것으로, 돈(엽전)을 의인화하
여 돈의 폐해를 비판한 가전 인 비( )가 교만하고 참람하여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했는데, 공방이 비를 도와
이다. 이익을 취했다. 호제(虎帝) 때에 나라가 텅 비고 창고가 텅 비게 되었는데, 호제가

도움말 | 이 작품은 ‘전(傳)’으 이를 걱정하여 공방을 부민후(富民侯)로 임명했다. 그 무리인 염철승(鹽鐵丞) 근


로, 사람의 일대기를 요약적으 (僅)과 함께 조정에 있었는데, 근이 항상 공방을 가형(家兄)이라고 부르고 이름을
로 서술하여 교훈을 전하는
서사 갈래이다. 전에는 열전,
부르지 않았다. 공방은 성질이 탐욕스럽고 염치가 없었는데, 이미 국가의 재산을
사전, 가전, 탁전 등이 있는데, 총괄하면서 자모(子母)의 경중을 저울질하는 것을 좋아했다. 공방은 국가를 이롭
이 중 가전은 사물을 역사적
게 하는 것에는 도자기와 철을 주조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백성들과 함
인물처럼 의인화하여 생애・
성품 등을 기록한 것이다. ‘전’ 께 조그만 이익을 다투고, 물가를 올리고 내리고, 곡식을 천대하고, 화폐를 귀중
이라는 형식적 특징이 두 작 하게 여겼다. 그리하여 백성들이 근본을 버리고 끝을 좇도록 하고, 농사짓는 것을
품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방해했다. <중략>
살펴보자.
사신(史臣)은 다음과 같이 논평한다.
“다른 사람의 신하가 된 사람이 두 마음을 품고 큰 이익을 좇는다면 이 사람은
과연 충신인가? 공방이 때를 잘 만나고 좋은 주인을 만나 정신을 모아서 정중한
약속을 맺었고, 생각지도 못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연히 이로운 일을 생기게
하고 해로운 것을 제거하여 은덕을 갚아야 하지만, 비( )를 도와 권력을 마음
대로 하고 마침내 자신의 무리들을 심었다. 공방의 이러한 행동은 충신은 경계
바깥의 사귐은 없다는 말에 위배되는 것이다. 공방이 죽고 그의 무리들이 다시
송나라에서 기용되어 권력자에게 아부하고 올바른 사람들을 모함했었다. 비록
길고 짧은 이치가 하늘에 있다고 해도 원제(元帝)가 공우(貢禹)의 말을
받아들여 한꺼번에 공방의 무리들을 죽였다면, 뒷날의 근심을 모
두 없앨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공방의 무리들을 억제하기만 하
홍려경 외국에서 방문한 사
여 후세까지 그 폐단을 미치게 했으니, 어찌 일보다 말이 앞서
신을 접대하는 관직.

참람하여 분수에 넘쳐 너무 는 사람은 항상 믿지 못할까를 근심하지 않겠는가?”


지나쳐. - 임춘, 「공방전(孔方傳)」
염철승 국가가 전매하는 소
금과 철을 담당하는 관료.

자모 원금과 이자를 말함.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55

1.ind 55 18. 11. 23. 오후 6:22


작품 2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감상의 정리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1990년대 농촌을 배경으로, 농부 ‘황만근’의 일대기를 그려 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약간 모자라지만 선량하며 관용과 도량의 정신을 가진 ‘황만근’과, 이기
적이며 이해타산적인 마을 사람들을 대비하여 현대 사회의 비정함과 농촌의 모순된 현실을 비
판하고 있다. 또한 작품의 끝부분에서는 황만근에 대한 묘비명이 제시되는데, 이는 어떤 사람
의 독특한 행적을 기록하고 교훈적인 내용이나 비판을 덧붙이는 ‘전(傳)’의 양식과 매우 유사
하다. 이는 전통 서사 양식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식 창고
인물의 일대기적 구성 - ‘전(傳)’
‘전(傳)’은 한문 문학 양식의 하나로서 한 인물의 생애와 업적 등을 기록하여 후세에 전하는
글이다. 문학적인 측면보다 기록물적인 측면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왔으나, 최근에는 문학적인
각도에서 조명을 받고 있다.
본래 경전을 올바르게 해석하여 전하려는 목적의 글이었으나, 중국 한나라 때 사마천(司馬
遷)이 집필한 『사기(史記)』 열전(列傳) 이후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기록으로 정착하였다가 문인
들에게 보급되었다. 문인들은 정사(正史)에 기록되지 않은 백성들의 행적을 서술하였고, 사전
(私傳)이나 가전(假傳), 탁전(託傳) 등의 다양한 문장 형태가 등장하게 되었다. 열전이 주로 역
사상의 위인들을 다룬다면 사전은 일반인 중 미덕이나 선행을 베푼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가
전은 동식물이나 사물을 의인화한 전이며, 탁전은 작가 자신의 인생을 가상의 인물에 가탁하
여 서술한 것이다.

더 읽어 보기

구성 인물
성석제

「유자소전」 이문구 「미스터 방」 채만식

현대 사회의 물질 만능 주의 세태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신을 거듭한 인


비판한 소설. ‘전(傳)’의 양식을 차용한 물을 다룬 소설. 작품에 그려진 인물의
두 작품의 구성을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삶의 모습을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5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56 18. 11. 23. 오후 6:22


1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문학 작품의 내용

자신이 구현하고 싶은 가치관이나 세계관, 주제 의식 등의


작가
인간의 다양한 경험과 내용을 작품에 담아냄.
생각, 감정 중에서
작가가 선택한 제재 작품의 내용을 읽고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을 이해
독자
하게 됨.

문학 작품의 형식
문학 작품의 내용만으로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온전히 구현할 수 없으므로, 작가는 자신이 전달하고
자 하는 내용을 작품에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적절한 형식을 선택하게 된다.

서정, 서사, 극, 교술과 비유나 상징과 같은 내용을 배열하고


같은 갈래 문학적 표현 방법 결합하는 구조

문학의 형식은 문화적으로 형성된 문학 고유의 체계와 관습에 기반을 둠.


작품에 따라서는 문학 고유의 체계와 관습을 적절히 변형하여, 작품의 개별적 특성이 부각되는 경우도 있음.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의 관계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형식이 달라질 수 있고, 또 어떤 형식을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은 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내용을 전달하는 효과가 달라질 수 있음. 로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됨.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41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문학 작품의 형식으로는 서정 문학에서의 운율, 서사 문학에서의 배경, 시점, 문체 등을 들 수 있다.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57

1.ind 5 18. 11. 23. 오후 6:22


2
[ 학습 목표 ]
•작품을 작가, 사회・문화적 배경, 상호 텍스트성 등 다양한 맥락에서 이
해하고 감상한다.
•작품을 공감적・비판적・창의적으로 수용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상
호 소통한다.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빎ピ패"
물겠

가 나

비가 오네!
비가 오네!
우산 사세요!

가 와 나 는 같은 말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무엇 때문에 생기는 것이며,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5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58 18. 11. 23. 오후 6:22


작품 2
작품 1 작품 3

_김현승 _윤오영

_조세희
작가 맥락을 바탕으로 시어 ‘눈 작품에 나타난 작가의 삶의 태
물’의 함축적 의미를 파악하며 작 사회・문화적 배경 맥락을 바 도를 살펴보고, 상호 텍스트성 맥
품을 감상하고 공감적으로 수용 탕으로 갈등의 양상을 파악해 보 락을 바탕으로 작품을 창의적으
하기. 고, 작품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기. 로 수용하기.

가 와 나 에서는 “비가 오네!”라는 같은 말을 하고 있지만 가 는 실망감이나 안타까움


이 담긴 것으로, 나 는 기대감이나 즐거움이 담긴 것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같은 말임에
도 그 의미가 서로 다르게 이해되는 것은, 그 말이 표현된 상황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학 작품에 담긴 의미 역시 마찬가지이다. 문학 작품도 그것을 둘러싼 작가, 사회・문화
적 배경, 상호 텍스트성 등 다양한 맥락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형상화하여 표현
한다. 독자는 이렇게 표현된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며 작품을 공감적으로 수용해 볼 수 있
다. 그런데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가치관은 사람마다 다르며, 작품에 나타난
작가의 생각이나 가치관 역시 독자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문학 작품을 수용할 때는 작
가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관점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물음
을 던지면서 비판적・창의적으로 수용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수용의 결과를 다른 사
람과 소통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생각에만
갇히지 않고, 다른 사람에 대해 개방적이고 해 보자.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포용적인 자세를 갖출 수 있다.
무엇일까?
상호 텍스트성 맥락이란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59

1.ind 5 18. 11. 23. 오후 6:22


작품
1
감상 열기 이 작품은 화자가 ‘눈물’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 시이다. 작가 맥락을 바탕으로 시어 ‘눈물’
의 함축적 의미를 파악해 보고, 작품을 공감적으로 수용해 보자.

눈물 김현승

김현승 더러는
(1913~1975)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生命)이고저…… 05
시인. 초기에는 자연 예찬
의 낭만주의적 경향을 띠다
가 점차 사회 정의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였으며, 후기
흠도 티도
에는 기독교적ㆍ청교도적
금 가지 않은
신앙 세계를 표현하였다. 주
요 시집으로는 『옹호자의 노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래』, 『절대 고독』 등이 있다.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10

나의 가장 나아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것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15

가장 인상적인 시행과 그 이유 나의
옥토 농작물이 잘 자랄 수
감상
있는 영양분이 풍부한 좋은
땅.
나아중 나중. 순서상이나
시간상의 맨 끝.

6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60 18. 11. 23. 오후 6:22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화자의 태도와 시어의 함축적 의미를 파악해 보자.


1 ‘눈물’을 형상화한 표현을 찾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눈물’에 대한 화자의 태도가 어떠
한지 말해 보자.

‘눈물’을 형상화한 표현 화자의 태도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 눈물

2 이 작품에서 서로 대비되어 쓰인 시어를 찾고, 각 시어의 의미를 설명해 보자.

‘나무’ ‘나’ 시어의 의미

열매

작품 감상의 맥락(작가)

2 다음은 작가가 이 작품의 창작 배경을 밝힌 글이다. 이를 바탕으로 할 때, 작품의 내용


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말해 보자.

도움말 | 문학 작품은 작
이 시는 내가 그렇게도 아끼던 나의 어린 아들을 잃고 나서 애통하던 중 어느 날
가의 체험이나 사상, 감
정 등이 표현된 것이라 문득 얻어진 시다. 나는 내 가슴의 상처를 믿음으로 달래려고, 그러한 심정으로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학 썼다. ‘인간이 신 앞에 드릴 것이 있다면 그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변하기 쉬운 웃
작품을 감상할 때는 작가
음이 아니다. 이 지상에 오직 썩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 앞에서 흘리는 눈
의 생애나 가치관 등의
작가 맥락을 고려하며 감 물뿐일 것이다.’라는 것이 이 시의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는 눈
상해야 한다.
물을 좋아하는 나의 타고난 기질에도 잘 맞는다.
- 김현승, 「나의 시, 그 변모의 과정」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61

1.ind 61 18. 11. 23. 오후 6:22


ペ븍"넘쟀겠

3 다음 작품을 감상하고, 화자가 처한 상황과 이를 대하는 화자의 태도를 「눈물」과 비교


해 보자.
참고 자료 | 「유리창 1」
이 작품은 감각적인 이미지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를 구사하여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슬픔과 간절한 그리움을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노래한 시이다.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새처럼 날아갔구나!
- 정지용, 「유리창 1」

작품의 공감적 수용

4 「눈물」과 「유리창 1」 중 하나를 골라, 화자의 심정에 공감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써


보자.

도움말 | 다른 친구들과 편지
를 바꾸어 읽어 보고, 다른 친
님께
구들은 어떤 점에서 해당 화
자에 공감했는지 포용적인 자
세로 이해해 본다.

드림.

6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62 18. 11. 23. 오후 6:22


작품 1 눈물

감상의 정리
「눈물」은 시인이 자신의 어린 아들을 잃은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그 아픔과 슬픔을 극복하
고 종교적 믿음으로 승화시킨 시이다. 이 시에서 화자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열매’를 맺게 하
려고 신이 지어 준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눈물’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
인은 자신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슬픔을 밝히는 대신, 인간은 기쁨보다는 고통과 슬픔을 통
해서 성숙한다는 삶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지식 창고
사별(死別)을 주제로 한 시
인간의 삶에서 죽음은 가장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주제의 하나로서 오래도록 관심의 대상이
었다. 시가에서 죽음은 대개 ‘혈육과의 사별’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이라는 상황 속에
서 다루어진다. 「눈물」이나 「유리창 1」 외에도 조선 시대 허난설헌의 「곡자」, 김광균의 「은수저」
는 자식과의 사별을 다루고 있다. 또한 신라 시대 월명사의 「제망매가」, 송수권의 「산문에 기대
어」는 형제와의 사별을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이용악의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박목월
의 「만술 아비의 축문」은 부모와의 사별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들에는 사랑하는 혈육의 죽음
을 앞에 두고 느끼는 두려움과 안타까움이 표현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것을 통해 삶의 진
정한 의미를 성찰하는 화자의 태도가 드러나기도 한다.

더 읽어 보기

작가 김현승
화자

「가을의 기도」 김현승 「낙화」 이형기

가을을 맞아 고독을 통해 삶의 진실을 꽃이 지는 모습을 통해 이별에 대한 통


추구하려는 화자의 소망을 표현한 시. 찰을 표현한 시. 시적 상황이나 대상에
작가가 소재로 사용한 ‘열매’의 의미를 대한 화자의 인식 및 태도를 비교하며 감
‘눈물’의 의미와 비교해 보자. 상해 보자.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63

1.ind 63 18. 11. 23. 오후 6:22


작품
2
감상 열기 이 작품은 난쟁이 가족의 삶을 통해 산업화 시기 도시 빈민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사회・문
화적 배경 맥락을 바탕으로 갈등의 양상을 파악해 보고, 작품을 비판적으로 수용해 보자.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조세희

조세희
(1942~)

소설가. 사회의 소외된 계


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
라보는 작품들을 주로 썼다.
어머니
주요 작품으로는 「뫼비우스의
가족을 위해
띠」, 「시간 여행」 등이 있다.
희생하며 생계를
꾸려 나가기 위해
노력함.

아버지 영호 ‘나’(영수) 영희
철거민촌에 거주하고 있는 둘째 아들. 공장에서 노동자로 큰아들. 가족의 막내딸. 가족을
난쟁이. 온갖 궂은일을 하며 일하며 자신과 가족이 처한 생계를 위해 학업을 사랑하는 순수한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감. 현실의 문제에 불만을 느낌. 중단하고 공장에서 일함. 성품을 지님.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

쟁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 05

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어머니・영호・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

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 10
마다 지기만 했다.’가 의미
하는 바는 무엇인가? 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잘 참았다. 그러


통장 행정 구역의 단위인 나 그날 아침 일만은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통(統)을 대표하여 일을 맡
아보는 사람. “ 통장이 이걸 가져왔어요.”

6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64 18. 11. 23. 오후 6:22


내가 말했다. 어머니는 조각 마루 끝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게 뭐냐?”

“철거 계고장예요.”

“기어코 왔구나!”
05 어머니가 말했다.

“그러니까 집을 헐라는 거지? 우리가 꼭 받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이제 나

온 셈이구나!”

어머니는 식사를 중단했다. 나는 어머니의 밥상을 내려다보았다. 보리밥에 어머니의 밥상에서 짐작


할 수 있는 ‘ 나 ’의 가족의 처
까만 된장, 그리고 시든 고추 두어 개와 졸인 감자. 지는 어떠한가?
10 나는 어머니를 위해 철거 계고장을 천천히 읽었다.

주택: 444,1- 197×. 9. 10.

수신:

제목:

15

20 철거 대상 건물 표시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 46번지의 1839 구조 건평 평

어머니는 조각 마루 끝에 앉아 말이 없었다. 벽돌 공장의 높은 굴뚝 그림자

가 시멘트 담에서 꺾어지며 좁은 마당을 덮었다. 동네 사람들이 골목으로 나와


25 뭐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통장은 그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방죽 쪽으로 걸음
계고장 행정상의 의무 이
을 옮겼다. 어머니는 식사를 끝내지 않은 밥상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어 행을 재촉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
머니는 두 무릎을 곧추세우고 앉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부엌 바닥을 한 번 치
방죽 물이 밀려들어 오는
고 가슴을 한 번 쳤다. 나는 동사무소로 갔다. 행복동 주민들이 잔뜩 몰려들어 것을 막기 위하여 쌓은 둑.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65

1.ind 65 18. 11. 23. 오후 6:22


6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66 18. 11. 23. 오후 6:22


자기의 의견들을 큰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들을 사람은 두셋밖에 안 되는데

수십 명이 거의 동시에 떠들어 대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떠든다고 해

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바깥 게시판에 적혀 있는 공고문을 읽었다. 거기에는 아파트 입주 절 ‘ 주민들 ’과 ‘ 아파트 거간


꾼들 ’이 한데 뒤엉킨 이유는
05 차와 아파트 입주를 포기할 경우 탈 수 있는 이주 보조금 액수 등이 적혀 있었 무엇인가?
다. 동사무소 주위는 시장 바닥과 같았다. 주민들과 아파트 거간꾼들이 한데

뒤엉켜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고 했다. 나는 거기서 아버지와 두 동생을 만났

다. 아버지는 도장포 앞에 앉아 있었다. 영호는 내가 방금 물러선 게시판 앞으

로 갔다. 영희는 골목 입구에 세워 놓은 검정색 승용차 옆에 서 있었다. 아침


10 일찍 일들을 찾아 나섰다가 철거 계고장이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돌아온 것이

었다. 누군들 이런 날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아버지 옆으로 가 아버지의 공

구들이 들어 있는 부대를 둘러메었다. 영호가 다가오더니 나의 어깨에서 그

부대를 내려 옮겨 메었다.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것을 넘겨주면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영희를 보았다. 영희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몇 사람의


15 거간꾼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아파트 입주권을 팔라고 했다. 아버지가 책을 읽

고 있었다. 우리는 아버지가 책을 읽는 것을 처음 보았다. 표지를 쌌기 때문에

무슨 책을 읽는지도 알 수 없었다. 영희가 허리를 굽혀 아버지의 손을 잡아끌

었다. 아버지는 우리들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난쟁이가 간다.”라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말했다.


20 어머니는 대문 기둥에 붙어 있는 알루미늄 표찰을 떼기 위해 식칼로 못을 뽑

고 있었다. 내가 식칼을 받아 반대쪽 못을 뽑았다. 영호는 어머니와 내가 하는 일


공고문 널리 알리려는 의
이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 주기를 바랄
도로 쓴 글.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는 무허가 건물 번호가 새겨진 알루미늄 표찰을 빨리 거간꾼 사고파는 사람 사


이에 들어 흥정을 붙이는 일
떼어 간직하지 않으면 나중에 괴로운 일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을 하는 사람.

25 어머니는 손바닥에 놓인 표찰을 말없이 들여다보았다. 영희가 이번에는 어 도장포 도장을 돈을 받고


새겨 주는 가게.
머니의 손을 잡아끌었다. 부대 포대(包袋). 종이, 피
륙, 가죽 등으로 만든 큰 자루.
“너희들이 놀게 되지만 않았어도 난 별걱정을 안 했을 거다.”
표찰 거주자의 성명을 써
어머니가 말했다. 서 문 등에 걸어 놓는 표.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67

1.ind 6 18. 11. 23. 오후 6:22


“스무 날 안에 무슨 뾰족한 수가 생기겠니. 이제 하나하나 정리를 해야지.”
“입주권을 팔려고 그래요?”
영희가 물었다.
“팔긴 왜 팔아!”
영호가 큰 소리로 말했다. 05

“그럼 아파트 입주할 돈이 있어야지.”


“아파트로도 안 가.”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여기서 그냥 사는 거야. 여긴 우리 집이다.”
영호는 성큼성큼 돌계단을 올라가 아버지의 부대를 마루 밑에 놓았다. 10

“한 달 전만 해도 그런 이야길 하는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가 말했다. 어머니가 내준 철거 계고장을 막 읽고 난 참이었다.
“ 얘긴 그걸로 끝난 거다.” “시에서 아파트를 지어 놨다니까 얘긴 그걸로 끝난 거다.”
라는 아버지의 말은 무슨
의미인가?
“그건 우릴 위해서 지은 게 아녜요.”
영호가 말했다. 15

“돈도 많이 있어야 되잖아요?”


영희는 마당가 팬지꽃 앞에 서 있었다.
“우린 못 떠나. 갈 곳이 없어. 그렇지 큰오빠?”
“어떤 놈이든 집을 헐러 오는 놈은 그냥 놔두지 않을 테야.”
영호가 말했다. 20

“그만둬.”
내가 말했다.

6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68 18. 11. 23. 오후 6:22


“그들 옆엔 법이 있다.”

아버지 말대로 모든 이야기는 끝나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당가 팬지

꽃 앞에 서 있던 영희가 고개를 돌렸다. 영희는 울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영

희는 잘 울었다. 그때 나는 말했다.
05 “울지 마, 영희야.”

“자꾸 울음이 나와.”

“그럼, 소리를 내지 말고 울어.”

“응.”

그러나, 풀밭에서 영희는 소리를 내어 울었다. 나는 손으로 영희의 입을 막았 ‘ 나 ’는 주택가에서 나는


냄새에 대해 어머니에게 왜
10 다. 영희의 몸에서는 풀 냄새가 났다. 개천 건너 주택가 골목에서는 고기 굽는 냄 물어보았을까?
새가 났다. 나는 그것이 고기 굽는 냄새인 줄 알면서도 어머니에게 묻고는 했다.

“엄마, 이게 무슨 냄새야?”

어머니는 말없이 걸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엄마, 이게 무슨 냄새지?”
15 어머니는 나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는 걸음을 빨리하면서 말했다.

“고기 굽는 냄새란다. 우리도 나중에 해 먹자.”

“나중에 언제?”

“자, 빨리 가자.”

어머니는 말했다.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69

1.ind 6 18. 11. 23. 오후 6:22


“너도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집에 살 수 있고, 고기도 날마다 먹을 수 있

단다.”

“거짓말!”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면서 내가 말했다.


‘ 나 ’가 아버지를 ‘ 나쁜 사 “아버지는 나쁜 사람야.” 05
람 ’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
가? 어머니가 우뚝 섰다.

“너 방금 뭐라고 했니?”

“우리 아버지는 나쁜 사람야.”

“너 매 좀 맞아야겠구나. 아버지는 좋은 분이다.”

“나도 주머니가 달린 옷을 입고 싶어.” 10

“빨리 가자.”

“엄마는 왜 우리들 옷에 주머니를 안 달아 주지? 돈도 넣어 주지 못하고, 먹

을 것도 넣어 줄 게 없어서 그렇지?”

“아버지에 대해 말을 막 하면 너 매 맞을 줄 알아라.”

“아버지는 악당도 못 돼. 악당은 돈이나 많지.” 15

“아버지는 좋은 분이다.”

“알아.”

나는 말했다.

“수백 번도 더 들었어. 그렇지만 이젠 속지 않아.”

“엄마, 큰오빠는 말을 안 들어.” 20

영희는 부엌문 앞에 서서 말했다.

“엄마 몰래 또 고기 냄새 맡으러 갔었대. 나는 안 갔어.”

어머니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영희를 흘겨보았다. 영희는 또 말했다.

“엄마, 큰오빠가 고기 냄새 맡으러 갔었다고 말했더니 때리려고 그래.”

영희는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나는 영희의 입에서 손을 떼었다. 영희 25

를 풀밭으로 끌고 들어간 것이 잘못이었다. 영희를 때려 주고 나는 후회했다. 귀

여운 영희의 얼굴은 눈물로 젖었다. 우리는 그때 주머니 없는 옷을 입고 있었다.

아버지는 철거 계고장을 마루 끝에 놓고 책을 읽었다. 우리는 아버지에게서

7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0 18. 11. 23. 오후 6:22


무엇을 바라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그동안 충분히 일했다. 고생도 충분히 했

다. 아버지만 고생을 한 것이 아니다.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할아버지, 할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할아버지 -또- 대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들은 아버지보다 더 심한 고생을 했을 수도 있다. 나는 공장에서 이상한 매매


05 문서가 든 원고를 조판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의 일부를 짜기 위해 나는 열심히

손을 놀렸다. ‘婢 金伊德의 한 소생 奴 今同 庚寅生, 奴 今同의 양처 소생 奴


비 김 이 덕 노 금 동 경 인 생 노 금 동 노
金今伊 丁卯生, 奴 今同의 양처 소생 奴 德水 己巳生, 奴 今同의 양처 소생 奴
김 금 이 정 묘 생 노 금 동 노 덕 수 기 사 생 노 금 동 노
存世 辛未生, 奴 今同의 양처 소생 奴 永石 癸酉生, 奴 金今伊의 양처 소생 奴
존 세 신 미 생 노 금 동 노 영 석 계 유 생 노 김 금 이 노
鐵壽 丙戌生, 奴 金今伊의 양처 소생 奴 今山 戊子生.’ 나는 그때 이것이 무엇
철 수 병 술 생 노 김 금 이 노 금 산 무 자 생
10 인지 몰랐다. 그 판을 짜고 다음 판을 짜 나가다 겨우 알았다. 노비 매매 문서

의 한 부분이었다. 나는 열흘 동안 같은 책을 조판했다. 그 열흘 동안 나는 아

버지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하고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는 어머 ‘ 나 ’의 가문의 내력은 어


떠한가?
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할머니, 할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할머니들이 최

하층의 천인으로서 무슨 일을 해 왔는지 알고 있었다. 어머니라고 달라진 것은


15 없었다. 마음 편할 날 없고, 몸으로 치러야 하는 노역은 같았다. 우리의 조상은

세습하여 신역을 바쳤다. 우리의 조상은 상속・매매・기증・ 공출의 대상이었

다. 어느 날 어머니는 나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엄마를 잘못 두어 이 고생이다. 아버지하고는 상관이 없단다.”


조판한 원고에 따라서 골
어머니는 장남인 나에게만 말했다. 외할머니에게 들은 말을 나에게 전한 것 라 뽑은 활자를 원고의 지시
대로 순서, 행수, 자간, 행간,
20 이다. 천년을 두고 우리의 조상은 자손들에게 이 말을 남겼다. 그러나 나는 알
위치 따위를 맞추어 짠.
고 있었다. 아버지도 씨종의 자식이었다. 소생 자기가 낳은 아들이
나 딸.
할아버지의 아버지 대에 노비제는 사라졌다. 증조부 내외분은 아무것도 몰
양처 어질고 착한 아내.
랐다. 나중에서야 해방을 맞았다는 것을 알았으나 두 분이 한 말은 오히려 “저 신역 공천(公賤)과 사천
(私賤)이 치르던 구실. 즉,
희들을 내쫓지 마십시오.”였다. 할아버지는 달랐다. 할아버지는 유습에서 벗
종이 마땅히 해야 할 책임.
25 어나려고 했다. 늙은 주인은 할아버지에게 집과 땅을 주었다. 그러나 쓸데없는 공출 국민이 국가의 수요
에 따라 농업 생산물이나 기
일이었다. 모르는 면에서는 할아버지나 증조부나 같았다. 증조부 대까지는 선 물 따위를 의무적으로 정부
에 내어놓음.
조들이 살아온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나 할아버지 대에는 그것이 도움을 주지
유습 유속. 지금까지 남아
못했다. 할아버지에게는 어떤 교육도 없었고 경험도 없었다. 할아버지는 집과 있는 옛날의 풍속.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71

1.ind 1 18. 11. 23. 오후 6:22


땅을 잃었다.

“할아버지도 난쟁이였어?”

언젠가 영호가 물었다.

나는 영호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좀 큰 영호는 말했다. 05

“왜 지난 일처럼 쉬쉬하는 거야? 변한 것이 없는데 우습지도 않아?”

나는 가만있었다.

영희는 손수건을 꺼내 두 눈에 대었다 떼었다. 아버지는 계속 책을 읽었다.

어머니는 뒷집 명희 어머니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입주권을 “얼마에 파셨어요?” 10
파는 이유는 무엇인가?
“십칠만 원 받았어요.”

“그럼 시에서 주겠다는 이주 보조금보다 얼마 더 받은 셈이죠?”

“이만 원 더 받았어요. 영희네도 어차피 아파트로 못 갈 거 아녜요?”

“무슨 돈이 있다구!”

“분양 아파트는 오십팔만 원이구 임대 아파트는 삼십만 원이래요. 거기다 어 15

느 쪽으로 가든 매달 만 오천 원씩 내야 된대요.”

“그래 입주권을 다들 팔고 있나요?”

“영희네도 서두르세요.”

어머니는 괴로운 얼굴로 서 있었다.

뒷부분 줄거리 행복동 주민들 대부분은 투기업자에게 입주권을 팔고 동네를 떠난다. 아파트에 입주 20

할 능력이 안 되는 ‘나’의 가족들 역시 다른 이웃들처럼 입주권을 팔지만, 전세금을 빼 주느라 명희네

에게 빌린 돈을 갚고 나니 남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사 가기 전날 아버지와 영희는 사라지고, 이

후 영희는 자기네 집 입주권을 산 남자를 따라갔다가 그 남자의 집에서 돈과 입주권을 훔쳐 도망쳐

나온다. 혼자 동사무소에 가서 입주 신청을

한 영희는 예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오지만, 가장 인상적인 인물과 그 이유 나의 25


감상
가족들은 이미 다른 데로 이사를 가 버린 뒤

다. 영희는 동네 아주머니로부터 아버지가

그동안 일하던 벽돌 공장 굴뚝에 올라갔다

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7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2 18. 11. 23. 오후 6:22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에서 구분한 공간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표현과 그


의미를 정리해 보자.

동 공간 철거민 주거지 개천 건너 주택가

공간의
지옥
차이를
고기 굽는 냄새
나타내는
표현 주머니 없는 옷

의미

2 이 작품에서 ‘나’의 가족이 사는 곳을 ‘낙원구 행복동’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에 대해


말해 보자.

작품의 비판적 수용

3 다음은 이 작품의 내용과 관련하여 두 학생이 대화한 내용이다. 두 학생의 의견을 참


고하여 작품을 비판적으로 감상해 보고, 친구들의 생각과 비교해 보자.

도움말 | 등장인물들이
나는 이 작품을 읽고 고민이 많았어. 난 생각이 조금 달라.
주어진 상황에 어떻게 대
처하는지 살펴보고, 자신 철거 계고장을 받은 후 ‘아버지’와 ‘어머니’의 태도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판할 수 있을까?
의 가치관에 따라 평가해 현실에 체념하는 모습이었어. 꼭 그래야 했을까? 난쟁이 가족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본다. 또한 작품 속 문제 어려운 문제로 보여.
상황의 원인과 그 해결책
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73

1.ind 3 18. 11. 23. 오후 6:22


ペ븍"넘쟀겠
작품 감상의 맥락(사회・문화적 배경)
자료 . 정보 활용
4 다음은 이 작품이 발표된 1970년대의 사회 상황을 다룬 기사의 일부이다. 이 글을 읽
고 당시에 이 작품을 쓴 의도와, 이 작품과 관련된 오늘날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급속한 공업·산업·도시화로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로 노동자들이 유입되면서 1960년대


말부터 거대한 도시 빈민 주거지가 생겨났다. 이들은 서울의 청계천 변과 창신동, 용두동, 봉천
동 등에 무허가 판잣집을 짓고 생활하였다. 이로 인해 여러 도시 문제가 발생하자, 서울시는
이들을 집단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당시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에 350만 평의 땅(광주 대단지)
을 마련했다. 그리고 1969년 9월 1일부터 20평의 땅을 분양해 이곳에 철거민들을 강제 이주시
켰다. 신도시에 철거민을 이주시킬 계획이었으니 언덕이 많은 값싼 대지를 마련한 것이다.
게다가 철거민이 이주할 당시 이곳은 상·하수도 시설은 물론, 공중화장실마저 변변하게
마련돼 있지 않았다. 철거민들은 대충 언덕배기에 천막이나 판잣집을 짓고 살았다. 하지만 입

광주 대단지 주권, 즉 딱지가 전매되고 이 딱지를 얻기 위해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단대천 주변에 천막을 치
는 등 부동산 투기가 만연했다. 이렇게 성남시
에 몰린 인구는 1971년에 14만~16만 명까지 늘

었다.
- 『주간 경향』 1130호(2015. 6. 16.)

1 당시의 사회적 배경 맥락을 고려하였을 때, ‘난쟁이’가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이며 작


가가 이 작품을 쓴 의도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난쟁이’의 의미

작가가 이 작품을
쓴 의도

2 오늘날에는 이 작품을 어떤 문제와 관련지을 수 있을지, 최근 보도된 신문 기사나 텔


레비전 뉴스 등에서 찾아 발표해 보자.

7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4 18. 11. 23. 오후 6:23


작품 2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감상의 정리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난쟁이 일가를 통해 소외된 도시 빈민들의 애환과 삶을 그
린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70년대 가상의 공간인 ‘낙원구 행복동’이라는 서울의 재개발 지역을
배경으로, 철거 위기에 놓인 도시 빈민들의 비참한 삶과 좌절을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사회적
문제인 빈부 격차, 무분별한 재개발로 생기는 피해 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함으로써 사회 전반
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으며, 소외된 계층에게도 사람다운 삶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식 창고
연작 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12편의 소설들이 독립된 제목과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
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이야기가 어울려 하나의 장편을 이루며, 난쟁이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
의 삶을 전달한다. 그중 동명의 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네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
이다. 이처럼 독립적 완결 구조를 갖춘 각각의 작품들이 어떤 내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연쇄적
으로 묶여 있는 형식의 소설을 ‘연작 소설’이라고 한다. 연작 소설은 압축된 구성으로 인생의
한 단면을 제시하는 단편 소설의 장점과, 인간의 삶을 총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장편 소설의
장점을 아우르는 특징을 가진다.
한국 문학의 대표적인 연작 소설로는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비롯해 이문구의 『우리
동네』, 이청준의 『남도 사람』,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 김소진의 『장석조네 사람들』 등이 있다.

더 읽어 보기

시점 인물
조세희

「우주여행」 조세희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윤흥길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연작 1970년대 불합리한 도시 개발 정책에


소설 가운데 한 편. 작품의 서술 시점을 희생된 인물의 삶을 그린 소설. 작품 속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인물들의 삶의 모습을 비교해 보자.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75

1.ind 5 18. 11. 23. 오후 6:23


1

작품
3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참새’를 소재로 한국 전통의 정서를 회고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수필이다. 작품
에 나타난 작가의 삶의 태도를 살펴보고, 상호 텍스트성 맥락을 바탕으로 작품을 창의적으로 수용해 보자.

참새 윤오영

윤오영 짹짹 짹. 짹 짹. 뭇 참새의 조잘대는 소리. 반가운 소리다. 벌써 아침나절인


(1907~1976)
가. 오늘도 맑고 고운 아침. 울타리에 햇발이 들어 따스하고 명랑한 하루를 예 05
수필가. 수필 창작과 이론
전개에 힘써 현대 수필 문학 고해 주는 귀여운 것들의 조잘대는 소리다. 기지개를 켜며 눈을 비빈다. 캄캄
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
다. 주요 작품으로는 「방망이 한 밤이 아닌가. 전등의 스위치를 누르고 책상 위의 시계를 보니, 새로 세 시
깎던 노인」, 「달밤」, 「마고자」,
「곶감과 수필」 등이 있다.
다. 형광등만 훤하다. 다시 눈을 감아도 금방 들렸던 참새 소리는 없다. 눈은

멀거니 천장을 직시한다.

참새는 공작같이 화려하지도, 학같이 고귀하지도 않다. 꾀꼬리의 아름다운 10

노래도, 접동새의 구슬픈 노래도 모른다. 시인의 입에 오르내리지도, 완상가

에게 팔리지도 않는 새다. 그러나 그 조그만 몸매는 귀엽고도 매끈하고, 색깔

은 검소하면서도 조촐하다. 어린 소녀들처럼 모이면 조잘댄다. 아무 기교 없이

솔직하고 가벼운 음성으로 재깔재깔 조잘댄다. 쫓으면 후루룩 날아갔다가 금

방 다시 온다. 우리나라 방방곡곡, 마을마다 집집마다 없는 곳이 없다. 15

진달래꽃을 일명 참꽃이라 부르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삼천리강산 가는 곳

마다 이 연연한 꽃이 봄소식을 전해 주지 않는 데가 없어 기쁘든 슬프든 우리

의 생활과 떠날 수 없이 가까웠던 까닭이다.

민요 시인 김소월이 다른 꽃 다 버리고 오직 약산의 진달래를 노래한 것도 다


완상가 즐겨 구경하는 사
람. 이 나라의 시인인 까닭이다. 하고한 새가 많건만 이 새만을 참새라 부르는 것 20

연연한 빛이 엷고 산뜻하 도 같은 뜻에서다. 이 나라의 민요 시인이 새를 노래한다면 당연히 이 새가 앞


며 고운.
하고한 많고 많은. 설 것이다. 우리 집 추녀에서 보금자리를 하고 우리 집 울타리에서 자란 새가
미물 인간에 비하여 보잘 아닌가. 이 새 울음에 동창에 해가 들고 이 새 울음에 지붕에 박꽃이 피었다.
것없는 것이라는 뜻으로,
‘동물’을 이르는 말. 미물들도 우리와 친분이 같지가 않다. 제비는 반갑고 부엉새는 싫다. 까치

7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문학교과서(036~0 3)2단원 .indd 76 1 . . 27. 오후 5:57


소리는 반갑고 까마귀 소리는 싫다. 이 참새처럼 한집안 식구같이 살아온 새도 작가가 참새를 ‘ 한집안 식
구 ’ 같다고 표현한 이유는
없고, 이 참새 소리처럼 아침의 반가운 소리도 없다. 무엇일까?
“위혀어, 위혀어.” 긴 목소리로 새 쫓는 소리가 가을 들판에 메아리친다. 들

곡식을 축내는 새들을 쫓는 소리다. 그렇게 보면 참새도 우리에게 해로운 새일


05 지 모르지만 봄여름에는 벌레를 잡는다. 논에 허수아비를 해 앉히고 새를 쫓

아, 나락 먹는 것을 금하기는 하지만 쥐 잡듯 잡아 없애지는 않는다. 만일 참새

를 없애자면 그리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반드시 추녀 끝에 서식하기 때문이

다. 그러나 그렇게 매몰하지도 않았고, 이삭이나 북데기까리나 겨 속의 낟알,

수채의 밥풀에까지 인색하지는 아니했다. “새를 쫓는다.”라고 하지 않고 “새를


10 본다.”라고 하는 것도 애기같이 귀엽게 여긴 부드러운 말씨다. 그리하여 저녁

때는 다 같이 집으로 돌아온다.

지금 생각하면 황금빛 들판에서 푸른 하늘을 향하여 “위혀어, 위혀어.” 새

쫓는 소리도 유장하기만 하다. 새보는 일은 대개 소녀들의 일이다. 문득 목단

이 모습이 떠오른다. 목단이는 우리 집 앞 논에 새를 보러 매일 오는 아랫말 처


15 녀다. 나는 웃는 목단이가 공주 같다고 생각한 일이 있다. 나보다 너댓 살 손위

라 누나라고 불러 달라고 했지만, 나는 굳이 목단이라고 부르고 누나라고 불러

주지 아니했다. 그는 가끔 삶은 밤을 까서 나를 주곤 했다. 혼자서는 종일 심심

한 까닭에 내가 날마다 와서 같이 놀아 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그도 만일 지

금 살아 있다면 물론 할머니가 되었을 것이다.


20 패가한 집을 가리켜 “참새 한 마리 안 와 앉는 집”이라고 한다. 또 참새 많이 참새가 모이는 마을을 ‘ 복
마을 ’ 이라고 하는 이유는
모이는 마을을 복 마을이라고도 한다. 후덕스러운 말이요, 이유 있는 말이기 무엇인가?
도 하다. 참새는 양지바르고 잔풍한 곳을 택한다. 여러 집이 오밀조밀 모인 대
북데기 짚이나 풀 따위가

촌(大村)을 택하고 낟알이 풍족하고 방앗간이라도 있는 부유한 마을을 택하니 함부로 뒤섞여 엉클어진 뭉
텅이.
복지일 법도 하다. 풍족한 마을에서는 새한테도 각박하지가 않다. 언제인가 나 유장하기만 급하지 않고
느릿하기만.
25 는 어느 새 장수와 만난 적이 있었다. 조롱(鳥籠) 안에는 십자매, 잉꼬, 문조,
후덕스러운 보기에 덕이
카나리아 기타 이름 모를 새들도 많았다. 나는 “참새만 없네.” 하다가, 즉시 뉘 후한 데가 있는.
잔풍한 고요하고 잔잔한
우쳤다. 실은 참새가 잡히지 아니해서 다행인 것을……. 나는 어려서 조롱을
바람이 부는 듯한.
본 일이 없다. 시골서 새를 조롱에 넣어 기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제비 조롱 새장.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77

1.ind 18. 11. 23. 오후 6:23


는 찾아와서 『논어』를 읽어 주고, 까치는 찾아와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고, 꾀

꼬리는 문 앞 버들가지로 오르내리며 “머리 곱게 빗고 담배밭에 김매러 가라.”


괴석 괴상하게 생긴 돌. 라고 일깨워 주고, 또한 참새는 한집의 한 식구인데 조롱이 무엇이 필요하랴.
비명 슬피 욺. 또는 그런
뒷문을 열면 진달래 개나리가 창으로 들어오고, 발을 걷으면 복사꽃 살구꽃 가
울음소리.
살풍경 보잘것없이 메마 지각색 꽃이 철 따라 날고, 뜰 앞에 괴석에는 푸른 이끼가 이슬을 머금고 있다. 05
르고 스산한 풍경.
여기에 만일 꽃꽂이를 한다고 꽃가지를 꺾어 방 안에서 시들리고, 돌을 방구석
명맥 맥(脈)이나 목숨이
유지되는 근본. 에 옮겨 놓고 먼지를 앉혀 이끼를 말리고 또 새를 잡아 가두어 놓고 그 비명을
하계 천상계에 상대하여
사람이 사는 이 세상을 이르
향락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분명 악취미요, 그것은 살풍경이었을 것이다.
는 말.
그런데 이제는 이 참새도 씨가 져서 천연기념물로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는
양소유 조선 시대 김만중
이 지은 소설 『구운몽(九雲 이야기다. 세상에 참새들조차 명맥을 보존할 수가 없게 되었는가. 그동안 이 10

夢)』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의 이름.
렇게 세상이 변했는가. 생각하면 메마르고 삭막하고 윤기 없는 세상이다.
사바 괴로움이 많은 인간 달 속의 돌멩이까지 캐내도록 악착같이 발전해 가는 인간의 지혜가 위대하
세계.
다면 무한히 위대하지만, 한편 인간의 행복을 위하여 한 마리의 참새나마 다시
풍상 많이 겪은 세상의 어
려움과 고생을 비유적으로 금 아쉽고 그립지 아니한가.
이르는 말.
석장 승려가 짚고 다니는 연화봉(蓮花峯)에서 하계로 쫓겨난 양소유(楊少遊)가 사바 풍상을 다 겪 15

지팡이.
고 또 부귀공명을 한껏 누리다가, 석장(錫杖) 짚은 노승의 “성진아.” 한 마디
황연대각 환하게 모두 깨
달음. 에 황연대각, 옛 연화봉이 그리워 다시 연화봉으로 돌아갔다.

7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8 18. 11. 23. 오후 6:23


짹 짹 짹. 잠결에 스쳐 간 참새 소리는 나에게 무엇을 깨우쳐

주려는 것인가. 날더러 어디로 돌아가라는 것인가. 사십 년간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네 소리. 무슨 인연으로 사십 년

전 옛 추억`-. 가 버린 소년 시절, 고향 풍경을 이 오밤중에


05 불러일으켜 놓고 어디로 자취를 감춘 것이냐. 잠결에 몽롱하던

두 눈은 이제 씻은 듯 깨끗하다.

나는 문득 일어나 불을 피워 차를 달이며 고요히 책상머리에

앉는다.

작품을 감상한 후 나의 한 줄 느낌 나의
감상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79

1.ind 18. 11. 23. 오후 6:23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참새’에 관련된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자.

동 ‘참새’의 이미지
조그만 몸매가 귀엽고도 매끈함,
색깔이 검소하면서도 조촐함, 아무 기교 없이
‘참새’라 불린 까닭

솔직하고 가벼운 음성으로 조잘댐,


우리나라 방방곡곡 없는 곳이 없음.

‘참새’를 대하던 ‘참새’와 관련된


우리 민족의 태도 어린 시절의 추억

2 오늘날 ‘참새’의 현실에 대해 작가가 서술한 부분을 찾고, 그 부분에 담긴 작가의 태도


에 대해 말해 보자.

오늘날 ‘참새’에 대한 작가의 서술 작가의 태도

3 2의 내용을 고려하여, 작가가 ‘참새’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바를 파악해 보자.


도움말 | 대상에 대한 작
가의 관점이나 태도는 작
품의 주제와 긴밀히 연결
되어 있다. 과거와 오늘날
의 ‘참새’를 바라보는 작
가의 태도에 주목하여, 작
품의 주제를 파악해 본다.

8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80 18. 11. 23. 오후 6:23


작품 감상의 맥락(상호 텍스트성)

4 다음은 이 작품에 수용되어 있는 고전 소설 「구운몽」의 줄거리이다. 작가가 「구운몽」


의 독서 경험을 「참새」에 반영한 까닭을 이야기해 보자.

참고 자료 | 「구운몽」 중국 당나라 때 연화봉에서 육관 대사(六觀大師)를 스승으로 모시고 불도(佛道)를


이 작품은 조선 숙종 때에
닦던 성진(性眞)은 스승의 심부름으로 용궁에 다녀오다가, 남악 위부인의 시녀인 팔
문인 김만중이 지은 장편 소
설이다. 인생의 덧없음과 불법 선녀를 만나 복숭아꽃으로 구슬을 만들어 준다. 성진은 팔선녀를 그리워하며 속세
(佛法)을 통한 허무의 극복을 의 부귀영화를 생각하다가, 육관 대사의 명으로 팔선녀와 함께 인간 세상으로 추방
주제로 하고 있다.
되어 양소유(楊小游)로 환생한다.
양소유는 과거에 급제한 후 여러 공을 세우며 승상의 지위에 오르는 동안 팔선녀
가 환생한 사람을 차례로 만나 인연을 맺고 화려한 삶을 누린다. 벼슬에서도 물러나
한가로이 여생을 즐기던 양소유는 어느 가을날, 문득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는 때
마침 찾아온 한 도승에게 불도에 귀의할 뜻을 밝힌다. 도승이 흔쾌히 승낙하며 짚고
온 지팡이로 난간을 두드리자, 모든 것이 사라지고 손에 염주를 들고 중의 머리를
한 성진만이 남아 있다.
그 모든 부귀영화가 하룻밤의 꿈이었음을 깨달은 성진은 육관 대사의 법을 물려
받는다. 역시 육관 대사의 제자가 된 팔선녀도 성진과 함께 도를 잘 닦아 후에 아홉
사람은 모두 극락세계로 돌아간다.

ペ븍"넘쟀겠
작품의 창의적 수용
비판적 . 창의적 사고
5 다음 작품을 감상하고, ‘참새’에 대한 태도를 중심으로 「참새」를 창의적으로 수용해 보자.

참고 자료 | 「사리화」
이 작품은 고려 말기 학자 참새야 어디서 오가며 나느냐 黃雀何方來去飛
인 이제현이 민간에서 불리던
일 년 농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一年農事不曾知
노래를 한시로 번역한 것이다.
관(官)의 수탈 때문에 백성이 늙은 홀아비 홀로 갈고 맸는데 鰥翁獨自耕耘了
가난해지는 것을 참새가 곡식 밭의 벼며 기장을 다 없애다니 耗盡田中禾黍爲
을 쪼아 먹는 데에 비유하여
- 이제현, 「사리화(沙里花)」
풍자하였다.

1 이 작품의 화자가 ‘참새’를 대하는 태도를 「참새」의 작가와 비교해 보자.

2 「참새」의 작가가 이 작품의 화자와 ‘참새에 대한 나의 생각’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고 상상해 보고, 대화 내용을 적어 보자.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81

1.ind 81 18. 11. 23. 오후 6:23


작품 3 참새

감상의 정리
「참새」는 사라져 가는 옛것에 대한 그리움과 메마르고 삭막해서 윤기마저 사라진 현대 사회
에 대한 비판을 ‘참새’라는 소재를 통해 소박하게 그려 낸 수필이다. 한밤중에 들린 참새 소리
로 시작된 작가의 다양한 상념을 통해, 우리의 삶 속에서 ‘참새’가 어떤 존재인지를 예리한 관
찰력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조명하고 있다. 또한 ‘참새’라는 작고 보잘것없는 미물에게도 애정
과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그의 따뜻한 마음과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지식 창고
윤오영의 수필 세계
‘자연, 향수, 고독’은 윤오영의 수필 세계를 이루는 주요 주제이다. 「달밤」, 「산」, 「붕어」, 「까치」,
「조약돌」, 「염소」 등에서는 자연과 교감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자연 친화적 삶의 의미를 되짚
어 보게 한다. 「방망이 깎던 노인」, 「마고자」, 「촌가의 사랑방」, 「온돌의 정」 등에서는 우리 고유의
맛과 멋이 깃든 전통문화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향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행
화」, 「와병 수감」 등에서는 인간이 지닌 근원적인 고독과 그것의 의미를 통찰해 내고 있다.
이러한 주제들은 짙은 향토성과 서정적 이미지가 느껴지는 문장, 압축미를 느끼게 하는 간
결한 문체, 적절한 비유와 예시를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또한 윤오영의 수필은 평범한 생
활에서 얻은 발견이나 깨달음을 독자에게 단순히 전달하거나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독자의 정
서를 환기함으로써 독자가 마음껏 상상해 볼 수 있도록 한다.

더 읽어 보기

소재 윤오영
주제

「짜장면」 정진권 「설」 전숙희

짜장면에 대한 작가 자신의 경험과 추 ‘설’을 준비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회


억을 잔잔하게 그려 낸 수필. 중심 소재 상하며, ‘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은
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정서를 비교하며 수필. 작품에 담긴 작가의 주제 의식을
감상해 보자.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8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82 18. 11. 23. 오후 6:23


2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맥락을 고려한 문학 작품의 수용


문학 작품은 작가, 사회・문화적 배경, 상호 텍스트성 등 다양한 맥락과 연관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맥락들
을 고려하여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

작가 맥락 작품을 창작한 작가의 삶과 가치관, 관심 등을 고려하여 작품을 감상해야 함.

창작 당시의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적 배경, 문화적 현상 등을 고려하여 작품을


사회・문화적 배경 맥락
감상해야 함.

상호 텍스트성 맥락 여러 작품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고려하여 작품을 감상해야 함.

문학 작품을 꼼꼼히 읽으면서


작품과 관련된 여러 맥락에서 이해・감상・평가해야 함.

문학 작품의 공감적 비판적 창의적 수용

특정 상황에 놓인 작품 속 등장인물의 태도나 생각, 행동 등에 대해 이해함.


공감적 수용
작품 속에 나타난 작가의 관점이나 가치관 등에 대해 동의하거나 공감함.

작가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작품의 주제를 해석하
비판적 수용 고 평가하며 수용함.
작품의 주제뿐 아니라 작품의 형식에 대해서도 평가하고 비판하며 수용함.

창의적 수용 자신의 개성 있는 안목에 따라 작품의 미적 가치를 찾아내며 수용함.

작품 수용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 상호 소통


자신이 미처 이해하지 못했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에 대해 폭넓게 알 수 있어 작품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음.
자신의 생각에만 갇히지 않고, 다른 사람에 대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를 갖출 수 있음.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59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상호 텍스트성 맥락이란 하나의 글이 다른 글과 맺고 있는 관계나 연관을 의미한다.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83

1.ind 83 18. 11. 23. 오후 6:23


3 [ 학습 목표 ]
•문학 작품을 읽고 다양한 시각에서 재구성한다.
•문학 작품을 읽고 주체적인 관점에서 창작한다.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빎ピ패"
물겠

보테로의 그림은
원작보다 정교함이 나도 원작을 재구성하여
덜하지만, 고등학생 「모나리자」를
친근감이 느껴져. 창작해 보고 싶어.

위의 사진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그것을 재해석하여 표현한 보테로의 그림이다.
원작과 그것을 패러디한 작품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8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84 18. 11. 23. 오후 6:23


작품 1 작품 2

가 _김춘수 나 _이강백

_장정일
우화를 원작으로 하여 새롭게 창작한 작품을 통해,
작품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을 생각하며, 원 등장인물의 특성과 작품의 창작 의도를 파악하며 작품
작과 원작을 패러디한 작품을 비교하여 감상하기. 을 감상하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패러디한 보테로의 작품에서는 원작의 인물보다 풍


만함이 느껴진다. 그림의 의도를 묻는 사람들에게 보테로는 대상의 규모를 크게 하여 형
태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문학 작품을 감상하면서
다양한 시각에서 재구성하거나 주체적인 관점에서 창작해 볼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면
서 얻게 된 다양한 문학적 경험은 새로운 문학 생산 활동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문학 작품을 감상한 뒤에 다양한 시각에서 창의적으로 재구성해 보는 것은 적극적인
문학 활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작품을 재구성할 때는 원작의 내용이나, 형식, 표
현 등을 참신하게 바꾸어 볼 수 있다. 또는 작품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달리하여 맥락을
바꾸어 보거나, 작품이 소통되는 매체를 다르게 선택할 수도 있다.
한편 우리는 자신이 상상하거나 체험한 내용을 주체적인 관점에서 문학 작품으로 창작
해 볼 수 있다. 문학은 일상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나 정서, 생각을 담은 것이기에 우리와
밀접하고 가깝다. 따라서 문학 작품을 창작하
기 위해서는 평소 자신의 주변을 섬세하게 관 해 보자.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찰하고, 자신이 발견한 참신한 의미를 다양하 할까?
어떤 과정에 따라 써야
문학 작품을 창작하려면
게 표현해 보면서 작품 창작의 실마리를 얻으
려고 노력해야 한다.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85

1.ind 85 18. 11. 23. 오후 6:23


작품
1
감상 열기 가는 원작이고, 나는 가를 패러디한 시이다. 작품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을 생각하
며 두 작품을 비교하여 감상해 보자.

꽃 김춘수

김춘수
(1922~2004)

시인. 존재에 대한 본질적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인 의미를 탐구하는 시를 주
로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그는 다만 05

「꽃의 소묘」, 「샤갈의 마을에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리는 눈」 등이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10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15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8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86 18. 11. 23. 오후 6:23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장정일

- 김춘수의 꽃 을 변주하여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05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장정일
(1962~)

시인, 소설가. 소비 사회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에 처한 인간의 모습을 독창
적으로 형상화하는 작품을
그는 나에게로 와서
주로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전파가 되었다. 「햄버거에 대한 명상」, 「길


안에서의 택시 잡기」 등이
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10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속 버튼을 눌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15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가장 인상적인 표현과 그 이유 나의
감상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87

1.ind 8 18. 11. 23. 오후 6:23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작품 가를 감상하고, ‘존재’의 의미와 인식의 변화를 고려하여 중심 내용을 정리해 보자.


1연 사물을 인식하기 이전의 무의미한 존재.

2연

3연

4연

2 작품 나는 작품 가를 재구성한 것이다. 두 작품을 비교해 보고, 작품 나의 재구성 방


법을 생각해 보자.

도움말 | 작품 가 의시
1 작품 가의 시구에 대응하는 것을 작품 나의 시구에서 찾아 정리해 보자.
구가 위치한 시행을 참고
하여 작품 나 와 비교해 가 몸짓 꽃 이름을 불러 준 것 무엇
본다.

2 작품 가의 시구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과 대응하는 시구를 작품 나 에서 찾고,


그 의미를 바탕으로 각 작품에서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해 보자.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

도움말 | 시의 시상 전개
3 작품 가에 대해서, 작품 나가 어떻게 재구성되었는지 말해 보자.
과정, 문장의 구조, 상징
적 표현 방법 등 형식적
인 측면에서 비교해 본다.

3 원작 시를 재구성한 작품 나의 효과를 독자의 측면에서 다양하게 생각해 보자.

8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88 18. 11. 23. 오후 6:23


ペ븍"넘쟀겠
작품의 재구성
비판적 . 창의적 사고
4 다음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의 구조와 표현 방법을 활용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창
의적으로 재구성해 보자.

참고 자료 | 「프란츠 카프카」
이 작품은 세계적인 작가와 — MENU —
인문학자의 이름을 일상생활
에서 흔히 접하는 메뉴판의 샤를 보들레르 800원
형식을 빌려 나열한 시이다.
칼 샌드버그 800원
예술과 문학을 물질적 가치로
만 평가하는 오늘날의 황금만 프란츠 카프카 800원
능 시대를 풍자하고 있다.
이브 본느프와 1,000원
에리카 종 1,000원

가스통 바슐라르 1,200원


이하브 핫산 1,200원
제레미 리프킨 1,200원
위르겐 하버마스 1,200원

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
- 오규원, 「프란츠 카프카」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89

1.ind 8 18. 11. 23. 오후 6:23


작품 1 꽃/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감상의 정리
「꽃」은 ‘꽃’이라는 대상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인정받고, 존재의 본질에 가닿고자 하는 소
망을 표현한 시이다. 이러한 소망은 ‘나’에서 ‘우리’로 확대되는데, 이는 진정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삶에 대한 소망을 드러낸 것이다. 즉
이 작품에서 ‘꽃’은 구체적 실체가 아니라 관념으로서의 꽃으로, 존재 사이의 관계와 의
미가 만들어지는 순간을 의미한다.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은 김춘수의 「꽃」을 패러디한 시이다. 이 작품은
원작의 소재였던 ‘꽃’ 대신, ‘라디오’와 ‘버튼’, ‘전파’ 등 현대 문명이 발명한 소재를 활용
하여 관념적인 의미를 드러내었다. 이를 통해 라디오를 쉽게 켜고 끄는 행위처럼,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현대인들의 가벼운 사랑을 풍자한 것이다.

지식 창고
문학 작품에서의 패러디
‘패러디’란 한 작가의 스타일이나 기법 등을 흉내 내 원작을 우스꽝스럽게 개작하거나 변형
하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패러디는 특정 작품의 모방이되 원작과는 차이를 지닌 모방으로써,
원작을 생산적이고 창조적으로 재기능화하는 방법이다. 한때 패러디가 창조적 재능과 생명력
있는 독창성에 대한 교양 없는 적이라 하여 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지만, 최근 패러디
가 자기 반영의 중요한 형식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 서울대학교 국어교육연구소, 『국어 교육학 사전』

더 읽어 보기

작가 형식
김춘수/장정일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사평역」 임철우

샤갈의 그림 「나와 마을」을 소재로 그 간이역 대합실의 풍경을 이야기한 것


림에 대한 감상을 감각적인 언어로 표현 으로,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를 바탕
한 시. 작가의 작품 경향을 파악하며 감 으로 쓴 소설. 시를 소설로 재구성한 방
상해 보자. 식을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9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0 18. 11. 23. 오후 6:23


작품
2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양치기 소년과 늑대」 우화를 원작으로 하여 새롭게 창작한 희곡이다. 등장인물의
특성과 작품의 창작 의도를 파악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파수꾼 이강백

파수꾼 ‘가’ 파수꾼 ‘나’


망루 위에서 경계를 양철 북을 쳐서 마을 사람들에게
서다가 이리 떼가 이리 떼의 습격을 알리는 일을 함. 이강백
(1947~)
나타나면 소리를
질러 마을 사람들에게 촌장 극작가. 우화적인 기법을
알리는 일을 함. 마을을 다스리는 활용하여 현실 비판 의식을
통치자임. 드러내는 작품을 주로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북어 대가
리」, 「결혼」, 「느낌, 극락 같
파수꾼 ‘다’
은」 등이 있다.
파수꾼이 되기 위해
새로 파견됨.

앞부분 줄거리 파수꾼들은 마을 밖 황야에 세워진 망루에서 이리 떼가 나타나는지를 끊임없이 감


05 시한다. 마을 사람들은 파수꾼이 이리 떼가 나타났다고 양철 북을 두드리면 언제라도 대피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새로 파견된 파수꾼 ‘다’는 망루 아래서 이리 떼의 습격을 감시하는 일을
하는데, 이리 떼가 나타났다는 선임 파수꾼 ‘가’의 외침과 북소리에 항상 겁먹고 긴장한다. 마을에서
는 이리 떼가 나타났다는 신호에 겁을 먹고 피하다가 다리가 부러지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고, 한 아
이가 우물에 빠지는 일도 일어난다. 어느 날 저녁, 파수꾼 ‘다’는 다른 파수꾼들이 잠을 자는 사이에
10 망루에 올라갔다가 파수꾼 ‘가’가 외치는 이리 떼의 정체가 흰 구름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충격에
빠진다. 파수꾼 ‘다’는 촌장에게 편지를 써 이리 떼의 정체가 거짓임을 알린다.

해설자, 촌장이 되어 등장. 검은 옷차림. 이해심이 많아 보이는 얼굴과 정중한 태

도.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한다.

촌장 수고하시는군요, 파수꾼님.

15 나 아, 촌장님. 여긴 웬일이십니까? 파수꾼 경계하여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
촌장 추억을 더듬으러 왔습니다. 이 황야는 내가 어린 시절 야생 딸기를 따러 망루 적이나 주위의 동정
을 살피기 위해 높이 지은
오곤 했던 곳이지요. 그땐 이리가 무섭지도 않았나 봐요. 여기저기 덫이 깔
다락집.
려 있고 망루 위의 파수꾼이 외치는데도 어린 난 딸기 따기에만 열중했었으 황야 버려두어 거친 들판.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91

1.ind 1 18. 11. 23. 오후 6:23


‘ 추억을 상기시켜 주는 편 니까요. 그 즐거웠던 옛 추억, 오늘 아침 나는 그 추억을 상기시켜 주는 편지
지 ’의 내용은 무엇인가?
를 받았습니다. 그래 이곳엘 찾아온 겁니다.
나 잘 오셨습니다, 촌장님.

촌장 오래 뵙지 못했더니 그동안 흰머리가 더 많아지셨군요.

나 촌장님도요, 더 늙으셨어요. 05

촌장 오다 보니까 저쪽 덫에 이리가 치어 있었습니다.

나 이리요? 어느 쪽이죠?

촌장 저쪽요, 저쪽. 찔레 덩굴 밑이던가요…….

나 드디어 붙잡는군요!

파수꾼 ‘나’ 퇴장. 촌장은 편지를 꺼내 ‘다’에게 보인다. 10

촌장 이것, 네가 보낸 거냐?

다 네, 촌장님.

촌장 나를 이곳에 오도록 해서 고맙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건, 이 편지를 가

져온 운반인이 도중에 읽어 본 모양이더라. ‘이리 떼는 없고, 흰 구름뿐.’ 그

수다쟁이가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있단다. 조금 후엔 모두들 이곳으로 몰려 15

올 거야. 물론 네 탓은 아니다. 몰려오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불청객이지.

더구나 그들은 화가 나서 도끼라든가 망치를 들고 올 거다.


다 도끼와 망치는 왜 들고 와요?

촌장 망루를 부수려고 그러겠지. 그 성난 사람들만 오지 않는다면 난 너하고

딸기라도 따러 가고 싶다. 난 어디에 딸기가 많은지 알고 있거든. 이리 떼를 20

주의하라는 팻말 밑엔 으레 잘 익은 딸기가 가득하단다.


다 촌장님은 이리가 무섭지 않으세요?

촌장 없는 걸 왜 무서워하겠냐?

다 촌장님도 아시는군요?
유감스러운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 촌장 난 알고 있지. 25

러운 느낌이 남아 있는 듯한.
다 아셨으면서 왜 숨기셨죠? 모든 사람들에게, 저 덫을 보러 간 파수꾼에게,
불청객 오라고 청하지 않았
는데도 스스로 찾아온 손님. 왜 말하지 않는 거예요?

9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2 18. 11. 23. 오후 6:23


촌장 말해 주지 않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다 거짓말 마세요, 촌장님! 일생을 이 쓸쓸한 곳에서 보내는 것이 더 좋아요?

사람들도 그렇죠! ‘이리 떼가 몰려온다.’ 이 헛된 두려움에 시달리고 사는 게

그게 더 좋아요?
05 촌장 얘야, 이리 떼는 처음부터 없었다. 없는 걸 좀 두려워한다는 것이 뭐가 ‘ 촌장 ’이 말하는 ‘ 질서 ’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그렇게 나쁘다는 거냐?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이리에게 물리지 않았단다.

마을은 늘 안전했어. 그리고 사람들은 이리 떼에 대항하기 위해서 단결했

다. 난 질서를 만든 거야. 질서, 그게 뭔지 넌 알기나 하니? 모를 거야, 너는.

그건 마을을 지켜 주는 거란다. 물론 저 충직한 파수꾼에겐 미안해. 수천 개


10 의 쓸모없는 덫들을 보살피고 양철 북을 요란하게 두들겼다. 허나 말이다,

그의 일생이 그저 헛되다고만 할 순 없어. 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고귀하

게 희생한 거야. 난 네가 이러한 것들을 이해하여 주기 바란다. 만약 네가 새

벽에 보았다는 구름만을 고집한다면, 이런 것들은 모두 허사가 된다. 저 파

수꾼은 늙도록 헛북이나 친 것이 되고, 마을의 질서는 무너져 버린다. 얘야,


15 넌 이렇게 모든 걸 헛되게 하고 싶진 않겠지?
다 왜 제가 헛된 짓을 해요? 제가 본 흰 구름은 아름답고 평화로웠어요. 저는

그걸 보여 주려는 겁니다. 이제 곧 마을 사람들이 온다죠? 잘 됐어요. 저는

망루 위에 올라가서 외치겠어요.
촌장 뭐라고? (잠시 동안 굳은 표정으로 침묵) 사실 우습기도 해. 이리 떼? 그게

20 뭐냐? 있지도 않은 그걸 이 황야에 가득 길러 놓고, 마을엔 가시 울타리를

둘렀다. 망루도 세웠고, 양철 북도 두들기고, 마을 사람들은 무서워서 떨기

도 한다. 아하, 언제부터 내가 이런 거짓 놀이에 익숙해졌는지 모른다만, 나

도 알고는 있지. 이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다는 걸 말이다.


대항하기 굽히거나 지지
다 그럼 촌장님, 저와 같이 망루 위에 올라가요. 그리고 함께 외치세요. 않으려고 맞서서 버티거나
항거하기.
25 촌장 그래, 외치마.
단결했다 많은 사람이 마
다 아, 이젠 됐어요! 음과 힘을 한데 뭉쳤다.
충직한 충성스럽고 정직한.
촌장 (혼잣말처럼) …… 그러나 잘 될까? 흰 구름, 허공에 뜬 그것만으로 마을
허사 헛일. 보람을 얻지 못
이 잘 유지될까? 오히려 이리 떼가 더 좋은 건 아닐지 몰라. 하고 쓸데없이 한 노력.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93

1.ind 3 18. 11. 23. 오후 6:23


다 뭘 망설이시죠?

촌장 아냐, 아무것도……. 난 아직 안심이 안 돼서 그래. 사람들은 망루를 부

순 다음엔 속은 것에 더욱 화를 낼 거야! 아마 날 죽이려고 덤빌지도 몰라.

아니 꼭 그럴 거다. 그럼 뭐냐? 지금까진 이리에게 물려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흰 구름의 첫날 살인이 벌어진다. 05

다 살인이라고요?
‘ 촌장 ’ 은 파수꾼 ‘ 다 ’ 를 촌장 그래, 살인이지. (난폭하게) 생각해 보렴, 도끼에 찍히고 망치로 얻어맞
어떤 방법으로 설득하고 있
는가? 는 내 모습을. 살은 찢기고 피가 샘솟듯 흘러내릴 거다. 끔찍해. 얘, 너는 내

가 그런 꼴이 되길 바라고 있지?
다 아니에요, 그건! 10

촌장 아니라고? 그렇지만 내가 변명할 시간이 어디 있니? 난 마을 사람들에

게 왜 이리 떼를 만들었던가, 그걸 충분히 설명해 줘야 해. 그럼 그들도 날

이해할 거야.
다 네, 그렇게 말씀하세요.

촌장 허나 지금은 내가 말할 틈이 없다. 사람들이 오면, 넌 흰 구름이라 외칠 거 15

고, 사람들은 분노하여 도끼를 휘두를 테고, 그럼 나는, 나는…… (은밀한 목소


리로) 얘, 네가 본 그 흰 구름 있잖니, 그건 내일이면 사라지고 없는 거냐?

다 아뇨. 그렇지만 난 오늘 외치고 싶어요.

촌장 그것 봐. 넌 내가 끔찍하게 죽는 것을 보고 싶은 거야. 더구나 더 나쁜

건, 넌 흰 구름을 믿지도 않아. 내일이면 변할 것 같으니까, 오늘 꼭 외치려 20

고 그러는 거지. 아하, 넌 네가 본 그 아름다운 걸 믿지도 않는구나!


다 (창백해지며) 그건, 그건 아니에요!

‘ 촌장 ’이 진실을 말하려는 촌장 그래? 그럼 너는 내일까지 기다려야 해. (괴로워하는 파수꾼 ‘다’를 껴안으


파수꾼 ‘ 다 ’ 에게 내일까지
기다리라고 한 이유는 무엇
며) 오늘은 나에게 맡겨라. 그러면 나도 내일은 너를 따라 흰 구름이라 외칠
일까? 테니. 25

다 꼭 약속하시는 거죠?

촌장 물론 약속하지.

다 정말이죠, 정말?

9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4 18. 11. 23. 오후 6:23


촌장 그럼. 정말 약속한다니까.

파수꾼 ‘나’가 들어온다.

나 또, 헛치었습니다. 이리는 워낙 교활해서요, 친 것 같아도 가 보면 달아나

고 없어요.
05 촌장 다음에는 꼭 잡히겠지요.

나 미안합니다. 이번에 잡았더라면 그 껍질을 촌장님께 선사하고 싶었는

데…….
촌장 받은 거나 다름없이 감사합니다.

나 (촌장에게 안겨 있는 ‘다’를 가리키며) 그 앤 지금 몹시 아픕니다.

10 촌장 네. 열이 있는 것 같군요.

다 간밤에 담요를 덮지 않아서 병이 났어요.

촌장 이만한 나이 때 누구나 한 번씩은 앓는 병이겠지요.

나 내 잘못이었어요. 담요를 꼭 덮어 줘야 하는 건데. (‘다’에게) 얘야, 난 널

좋아해. 아픈 것 빨리 좀 나아 주렴.
15 다 고마워요…….

나 (관객석 쪽으로 돌아서다가, 흠칫 놀라며) 웬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오죠? 파수꾼 ‘ 나 ’가 관객석 쪽으


로 돌아선 의도는 무엇인가?
촌장 마을 사람들이죠.

나 마을 사람들요?

촌장 (관객들을 향해) 어서 오십시오, 주민 여

20 러분. 이 애가 그 말을 꺼낸 파수꾼입니다.

저기 편지를 공개한 식량 운반인, 이 애가 틀

림없지요? 네, 그렇다고 확인했습니다. 이리

떼인지 아니면 흰 구름인지, 직접 이 아이의

입을 통하여 들어 봅시다.

25 파수꾼 ‘다’, 쓰러질 것 같은 걸음으로 망루를

향해 걸어간다. ‘나’가 근심스럽게 쫓아간다.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95

1.ind 5 18. 11. 23. 오후 6:23


나 얘야, 괜찮겠니?

다 …… 네.

나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구나. 넌 이리 떼란 말만 들어도 벌벌 떠는 겁쟁이인

데. 망루 위에 올라가서 엎드리면 안 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널 보러 오지

않았니? 얼마나 큰 영광이냐. 이 기회에 말이다, 넌 너 자신이 파수꾼이라는 05

걸 힘껏 자랑해야 한다. 알았지, 응?


촌장 그만 올라가게 하십시오.

파수꾼 ‘다’는 망루 위에 올라간다. 긴 침묵. 마침내 부르짖는다.

다 이리 떼다, 이리 떼! 이리 떼가 몰려온다!

파수꾼 ‘가’의 손이 번쩍 들려지며 그도 외친다. 파수꾼 ‘나’는 신이 나서 양철 북 10

을 두드린다. 북소리, 한동안 계속된다.

가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촌장 주민 여러분! 이것으로 진상은 밝혀졌습니다. 흰 구름은 없으며 이리 떼

뿐입니다. 이 망루는 영구히 유지되어야겠지요. 양철 북도 계속 쳐야 할 것입

니다. 여러분, 다음 이리의 습격 때까진 잠시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그 틈 15

을 이용하여 돌아가십시오. 가시거든 마을

광장에 다시 모이시기 바랍니다. 수다쟁

이 운반인의 처벌을 논의합시다. 그럼

어서 돌아가십시오. 이리 떼가 여러분

을 물어뜯으러 옵니다. 20

망루 위에서 파수꾼 ‘다’가 내려온다.

나 난 네가 이렇게 용감해질 줄

은 몰랐구나.
촌장 고맙다. 정말 잘해 주었

다. 25

9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6 18. 11. 23. 오후 6:23


나 아냐, 난 몰랐던 건 아니었어. 넌 나에

게 용감한 사람이 되마고 약속

하질 않았니? 난 그때 이미 알

아본 거야, 넌 꼭 훌륭한 파수꾼이

05 될 거라고.
촌장 얘, 나 좀 보자. (한갓진 곳으로 데리고 가서) 너한테는

안됐다만, 넌 이곳에서 일생을 지내야 한다.


다 …… 네?

촌장 마을엔 오지 말아라.

10 바람 부는 소리가 거칠게 들려온다.

촌장 난 저 사람들이 싫어. 내 마음은 너와 함께 딸기 따기에 가 있다. 넌 내 ‘ 촌장 ’이 파수꾼 ‘ 다 ’에게


마을에 오지 말라고 한 이
추억이야. 너에게는 내가 늘 그리워하던 것이 있다. 유는 무엇일까?

사이.

촌장 …… 하지만, 여긴 너무 쓸쓸해.

15 사이.

촌장 그럼, 잘 있거라.

나 가시려고요, 촌장님?

촌장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나 제가 저만큼 바래다 드리지요. 덫도 좀 살펴볼 겸 해서요. (함께 걸어가며)

20 그런데 말입니다, 양철 북을 치던 내 모습이 멋있지 않던가요?

촌장과 파수꾼 ‘나’, 퇴장한다. 바람 소리만이 더욱 거칠어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와 그 이유 나의
감상
진다. 잠시 후, 망루 위의 파수꾼이 ‘이리 떼다!’ 외친다. 파수

꾼 ‘다’는 양철 북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막-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97

1.ind 18. 11. 23. 오후 6:23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등장인물의 특성을 파악해 보자.


인물 특성

촌장 ‘ 이리 떼 ’가 존재한다는 거짓말로 공포심을 조장하여 권력을 유지하는 인물.

파수꾼 ‘나’

파수꾼 ‘다’

마을 사람들

2 이 작품은 우화 「양치기 소년과 늑대」를 원작으로 하여 새롭게 창작한 것이다. 두 작품


의 내용을 비교해 보고, 작가가 이 작품을 창작한 의도를 생각해 보자.

참고 자료 | 「양치기 소
1 다음에 따라 두 작품의 내용을 비교해 보자.
년과 늑대」
「양치기 소년과 늑대」 「파수꾼」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하 거짓말을 주도하고 있는
여 마을 사람들을 놀리다 인물과 그 이유
가, 실제로 늑대가 나타
거짓말 때문에
났을 때는 아무도 소년의 일어나는 결과
말을 믿지 않았다는 내용
의 우화이다.

도움말 | 이 작품은 국가
2 작가가 우화 「양치기 소년과 늑대」를 원작으로 하여 새롭게 작품을 창작한 의도를 생
가 국민을 통제하려 했던 각해 보고, 그 효과를 말해 보자.
1970년대의 정치 상황을
빗대어 표현한 것임을 고
려해 본다.
공동체 .대인 관계
3 파수꾼 ‘다’처럼 대립되는 상황에서 한 가지만 선택해야 했던 경험이 있었는지 떠올려
보고, 그때 자신이 했던 선택에 대해 평가해 보자.

내가 처한 선택의 결과와 나의 평가
상황

나의 선택

9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1.ind 8 18. 11. 23. 오후 6:23


ペ븍"넘쟀겠
작품의 창작

4 3의 활동을 바탕으로, ‘나의 선택’을 소재로 하여 작품을 창작해 보자.

계획 1 자신이 창작할 작품을 구체적으로 구상해 보자.


하기

어떤 갈래의 작품을 창작할 것인지 선택하고, 그 갈래로 작


품을 완성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문학의 요소가 무엇인지 알
아보아야 해. 예를 들어, 소설을 창작하기로 결정했다면 주제,
인물, 사건, 배경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하지.

표현 2 자신이 구상한 내용을 작품으로 표현해 보자.


하기

고쳐 3 ⑵에서 창작한 작품에 자신이 의도한 내용이 잘 드러났는지 살펴보고 고쳐 써 보자.


쓰기

공유 4 자신이 쓴 작품을 학급 누리집에 게시하여 다른 친구들과 공유해 보자.


하기

친구들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이)야.

기억에 남는 이유는

때문이야.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99

1.ind 18. 11. 23. 오후 6:24


감상을
작품 2 파수꾼
마치며

감상의 정리
「파수꾼」은 우화적인 기법을 활용하여 1970년대의 사회 상황을 풍자하는 희곡이다. 이 작품
은 실재하지 않는 ‘이리 떼’를 악용하여 공포심을 조장하고 마을을 통제하는 ‘촌장’의 모습을
통해,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여 국민들을 지배하고 통제하려 했던 권력자의 본모습을
간접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또한 촌장의 교묘한 논리에 결국 진실을 왜곡하게 되는 파수꾼
‘다’의 모습을 통해,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찾은 진실의 의미를 말하기 위해서
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극적으로 드러나 있다.

지식 창고
우화적 희곡 「파수꾼」
「파수꾼」은 우화 「양치기 소년과 늑대」를 바탕으로 창작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미 널리 알려
진 우화를 활용하여, 진실이 통하지 않는 현실의 부조리한 세태를 풍자하며 작품의 주제 의식
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하였다. 「양치기 소년과 늑대」에서는 양치기 소년이 진실을 왜
곡하는 주체가 되어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을 한다. 이것은 심심풀이로 사람들을 놀리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 결과로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소년을 도와주지
않는다. 반면 「파수꾼」에서는 ‘촌장’이 진실을 왜곡하는 주체로 등장하여,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리 떼에 대한 사람들의 경계심을 부추기고 공포심을 증폭하여 마을을 독재적으로 통치
하는 수단으로 삼는다.

더 읽어 보기

작가 이강백
갈등

「북어 대가리」 이강백 「성난 기계」 차범석

‘자앙’과 ‘기임’이라는 두 창고지기를 현대 물질문명에 젖은 의사가 비정한


통해 현대 산업 사회의 획일화된 삶의 인간에게 분노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성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는 희곡. 작가의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희곡. 작품
작품 세계에 주목하여 감상해 보자. 에 나타난 갈등의 양상을 비교해 보자.

10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책1.indb 100 18. 11. 23. 오후 6:24


3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문학 작품의 재구성

작품의 내용을 바꾸어 보는 것으로, 시에서는 시구의 내용에 변화를 주어 주제를 바꾸어 볼
내용
수 있고 소설에서는 인물의 성격이나 결말 등을 바꾸어 볼 수 있음.

작품의 표현 방식이나 형식을 바꾸어 보는 것으로, 시에서는 운율이나 어조에 변화를 줄 수


표현과 형식
있고 소설에서는 시점을 바꾸어 볼 수 있음.

맥락이 작품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작품에 나타난 사회・문화적 배경을 바꾸어 재구성
맥락
해 볼 수 있음.

작품이 소통되는 매체를 바꾸어 보는 것으로, 인쇄 매체로 감상한 원작을 라디오, 인터넷, 영
매체
화 등의 매체로 바꾸어 볼 수 있음.

문학 작품의 창작 과정

계획하기 표현하기 고쳐쓰기

일상적인 경험에서 가치를 작품으로 표현하기 위해 초고를 살펴보며 자신이


발견하여 주제와 소재를 선택한 갈래의 특징을 표현하려는 주제가 잘
결정하고, 작품의 전체적인 고려하여 실제로 드러났는지 점검하고,
틀을 구상해 봄. 문학 작품을 써 봄. 부족한 부분을 고쳐 써 봄.

갈래별 문학 작품의 창작

자신의 일상에서 글감을 찾아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시어나



표현 기법, 운율 등을 고려하여 씀.

자신의 의도에 따라 인물, 사건, 배경 등을 설정하고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시점


소설
이나 서술 방식 등을 고려하여 씀.

주제를 정한 뒤 이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을 설정하고 구성 단계를 나누어 이야기를 배치


희곡
하며, 대사와 지시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함.

자신의 경험 가운데 가치 있는 내용을 적절하게 선정하여 자신만의 개성적인 문체로 진솔하


수필
게 표현함.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85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일반적으로 계획하기, 표현하기, 고쳐쓰기의 과정에 따라 문학 작품을 창작한다.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101

책1.indb 101 18. 11. 23. 오후 6:24


4
[ 학습 목표 ]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를 바탕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며 평가
한다.
•다양한 매체로 구현된 작품의 창의적 표현 방법과 심미적 가치를 문학
적 관점에서 수용하고 소통한다.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빎ピ패"
물겠

그렇다면
‘ 병자호란 ’이라는
내가 감명 깊게 역사적 사건과 관련이
읽은 소설 「남한산성」이 있겠구나.
영화로 상영된다니
기대돼.

위의 사진은 소설 「남한산성」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포스터이다. 이 작품을 영화로 감상할 때와
책으로 감상할 때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또, 이 작품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접 분야는 무엇일까?

10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책1.indb 102 18. 11. 23. 오후 6:24


작품 1 작품 2

_김혜순 _이효석 원작, 동희선・홍윤정 각본

문학이 미술이라는 인접 분야와 맺고 있는 관계를 바 매체의 성격에 따라 문학이 구현되는 방식을 비교하
탕으로, 박수근의 그림이 작품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며 며 작품을 감상하기.
작품을 감상하기.

소설 「남한산성」 은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창작된 작품이다. 그리고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영화 「남한산성」이 제작되었다. 이처럼 문학은 인접한 분야와
서로 관련을 맺고 있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새롭게 구현되기도 한다.
문학은 인간의 삶을 탐구하는 언어 활동이라는 점에서 역사와 철학 등 인문 분야와 관
련을 맺고 있으며, 인간을 둘러싼 시대적・사회적 상황을 반영하고 비판한다는 점에서 사
회나 문화 현상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문학은 원시 종합 예술에서 분화된 언어 예술로
서,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무용 등 다른 예술 분야의 동향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변화
해 왔다. 따라서 문학 작품을 깊이 있게 수용하고 생산하기 위해서는 문학이 인접 분야와
맺고 있는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은 문자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서적뿐만 아니라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애니메이션, 인터넷, 휴대 전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
런 여러 가지 매체는 각각의 특성이 있으므로,
해 보자.
같은 문학 작품이라도 어떤 매체로 구현되었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는지에 따라 미적 특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따 는 무엇일까?
예술 분야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이유
문학이 다른
라서 작품의 창의적 표현 방법과 심미적 가치
를 살펴볼 때는 전달 매체의 특성도 함께 고려
해야 한다.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03

책1.indb 103 18. 11. 23. 오후 6:24


작품
1
감상 열기 이 작품은 박수근의 화법을 제재로 한 시이다. 문학이 미술이라는 인접 분야와 맺고 있는 관
계를 바탕으로, 박수근의 그림이 이 작품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납작납작 - 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김혜순

김혜순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 내어


(1955~)
한 며칠 눌렀다가 05
시인, 대학교수. 풍부한 상
상력과 경쾌한 어조로 일상 벽에 걸어 놓고 바라본다.
의 부조리나 현실의 부정성
을 표현한 작품을 주로 썼다. 흰 하늘과 쭈그린 아낙네 둘이
주요 작품으로는 「별을 굽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 있다.
다」, 「나의 우파니샤드, 서
울」, 「당신의 첫」 등이 있다. 가끔 심심하면

여편네와 아이들도 10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붙여 놓고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발바닥도 없이 서성서성.

입술도 없이 슬그머니. 15

표정도 없이 슬그머니.

그렇게 웃고 나서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

그리곤 드디어 납작해진

천지 만물을 한 줄에 꿰어 놓고 가장 인상적인 표현과 그 이유 나의 20


감상
가이없이 한없이 펄렁 펄렁.

하나님, 보시니 마땅합니까?

10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책1.indb 104 18. 11. 23. 오후 6:24


▲ 박수근, 「세 여인」(위)・
「귀로」(왼쪽 아래)・
「아기 보는 소녀」(오른쪽 아래)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05

책1.indb 105 18. 11. 23. 오후 6:24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박수근의 그림을 본 느낌과 생각을 자유롭게 말해 보자.

동 그림 속 인물 및 인물의 행동:
색깔 및 질감:
전체적인 느낌과 생각: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

2 박수근의 그림과 이 작품을 감상하고, 문학과 다른 예술 분야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1 이 작품에서 시인이 박수근의 화법을 표현한 시구를 써 보자.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 내어 / 한 며칠 눌렀다가


화법을
표현한 시구

2 이 작품에 나타난 사람들의 모습을 바탕으로, 시인이 박수근의 화법에 주목한 이유와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의미를 말해 보자.

3 105쪽에 제시된 박수근의 그림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신의 감상이나 해석을 담아 삼


행의 시로 써 보자.

도움말 | 그림에 담긴 내
용을 주체적으로 해석한
후 짧은 시를 써 보며, 미
술을 문학으로 변환하는
활동을 해 본다.

10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책1.indb 106 18. 11. 23. 오후 6:24


1

ペ븍"넘쟀겠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

4 다음 작품을 감상하고, 문학과 다른 인문 분야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자.

참고 자료 | 「예덕선생전」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실학 앞부분 줄거리 선귤자(蟬橘子)에게는 예덕선생(穢德先生)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똥을
자인 연암 박지원이 지은 한문 져 나르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역부의 우두머리 엄 행수였다. 선귤자의 제자인 자목(子牧)은
소설이다. 똥을 져서 나르는
스승이 사대부가 아닌 비천한 엄 행수와 친하게 지내는 것에 불만의 뜻을 표시한다. 이에 선귤
일을 하는 ‘엄 행수’라는 인물
자는 웃으며 말한다.
을 ‘예덕선생’이라 높이 칭하
며, 무위도식하면서 허욕에 찬
“엄 행수는 똥을 져서 밥을 먹고 있으니 지극히 불결하다 하겠으나 그가 밥벌이
양반들의 생활을 비판하였다.
하는 일의 내용을 따져 보자면 지극히 향기로운 것이다. 그리고 그의 몸가짐은
더럽기 짝이 없지만 의로움을 지키는 자세는 가장 꿋꿋하다. 그러한 뜻을 확대
해 나간다면 비록 만종(萬鍾)의 녹봉을 받게 되더라도 지조를 바꾸지 않을 것
이다. 이 점에서 보면 깨끗한 가운데 불결한 것이 있고 더러운 가운데 청결한
것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음식에 곤란을 당해서 견디기 어려운 경우에는 매양 나보다 곤
궁한 사람들을 생각하는데, 엄 행수를 생각하면 견디지 못할 것이 없다. 참으로
마음속에 도둑질할 뜻이 없는 사람이라면 엄 행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이다. 이것을 확대해 나간다면 가히 성인의 경지에도 이를 것이다. 대저 선비
선귤자 「예덕선생전」에 등
가 궁한 생활이 얼굴에 드러나면 부끄러운 일이고 뜻을 얻어 출세하매 온몸에
장하는 학자. 조선 후기 실학
자인 이덕무의 별호이기도 함. 표가 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역부 삯을 받고 남의 일을 저 엄 행수를 보고 얼굴을 붉히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나는 엄
해 주는 사람.
행수를 선생이라 부르는 것이다. 어찌 감히 벗이라 하겠느냐. 그래서 나는 엄 행
만종(萬鍾)의 녹봉 아주 많
은 녹봉(祿俸). 수에 대해서 감히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예덕선생’이란 칭호를 바친 것이다.”
매양 번번이. - 박지원,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
대저 대체로 보아서.

1 ‘선귤자’가 ‘엄 행수’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말해 보자.

2 다음은 작가가 강조했던 실학 이념인 ‘이용후생’에 관한 내용이다. 이를 참고하여 작


가의 사상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이용후생 학파는 봉건적 신분 질서인 사농공상(士農工商)의 타파와 능력에 따


른 신분의 재편성을 주장했고, 상(商)을 중심으로 한 국가 경제 체제를 지향했다.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07

084 123 2 .indd 107 21. 8. 27. 오후 4:08


감상을
작품 1 납작납작 - 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마치며

감상의 정리
「납작납작 - 박수근 화법을 위하여」는 박수근의 화법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한 시이다. 이 작
품은 박수근의 표현 기법에 주목하여 그의 그림이 입체적인 세상의 모습을 납작하게 눌러놓았
다고 표현하고, 그림 속에 형상화된 인간의 모습에서 서민들의 삶의 애환과 그에 대한 연민을
읽어 낸다. 또한 각 연에서 ‘보시기 어떻습니까?’, ‘보시니 마땅합니까?’와 같은 설의적 표현을
통해 서민들의 힘겨운 삶이 마땅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작품은 미술 작품을 주요 제재
로 삼았다는 점과 미술 작품에서 나타나는 표현상의 기법을 시 속에서 언어로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문학이 다른 예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지식 창고
박수근 그림의 특징
박수근 그림의 특징은 ‘인물’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가 그린 인물들은 닫힌 공간이 아니
라 열린 공간, 즉 바깥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 바닥이 아니면 길 위에서 물건을 파는 사
람들,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 길 위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이처럼 박수
근의 관심은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박수근이 화가가 된 동기와
연관 지어 이해할 수 있다.
박수근이 밀레의 「만종」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아, 자신도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는 유명한 일화는 그가 그림을 통해 추구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밀레
가 애정 어린 눈으로 농민의 삶을 바라보고 있듯이, 박수근 역시 애정 짙은 대상으로서 서민의
삶을 구현한 것이다.

더 읽어 보기

소재 표현
김혜순

「박수근의 그림」 황동규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박수근의 그림을 통해 희망을 버리지 가난하기 때문에 인간이 가지고 누릴


않는 서민들의 삶을 노래한 시. 동일한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화자의
대상에 대하여 화자가 주목하는 점을 비 아픔을 노래한 시. 설의법의 효과에 주목
교하며 감상해 보자. 하며 감상해 보자.

10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책1.indb 108 18. 11. 23. 오후 6:24


작품
2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이효석 원작의 단편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각색한 시나리오이다. 매체의 성격
에 따라 문학이 구현되는 방식을 비교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원작, 동희선・홍윤정 각본

원도 봉평 이효석
0년대 강
~ 194
배경 1920 백근이
(1907~1942)

허 생원의 늙은 나귀로, 허 소설가. 초기에는 사회 문


생원의 사랑을 듬뿍 받음. 제를 드러내는 작품을 발표

조 선달(50대) 하다가, 점차 자연과의 교감


허 생원의 친구로 오랜 시간 을 묘사한 서정적인 작품을
동안 함께 장을 돌아다니면서 주로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물건을 팖. 「노령근해」, 「들」, 「화분」 등
이 있다.

허 생원(52세)
장돌림으로, 젊은 날 우연히 성 동희선・홍윤정
서방네 처녀와 하룻밤을 지냈던 시나리오 작가. 영화 「수
추억을 평생 동안 잊지 못함. 동이(24세) 상한 그녀」의 각본을 썼으며,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제19회 춘사 영화상 ’을 수
장돌림 생활을 하는 청년
상하였다.
임.

앞부분 줄거리 장돌림인 허 생원과 조 선달은 봉평 장에 도착한다. 허 생원은 객줏집에서 어린 장


05 돌림 동이가 충주댁과 농탕치는 것을 보고 혼을 낸다. 허 생원에게 혼이 나고 밖으로 나간 동이는 곧
돌아와 허 생원의 나귀가 동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그날 밤 허 생원과 조
선달은 짐을 싸서 대화 장으로 떠나고, 동이가 그 뒤를 따라온다.

S# 42. 메밀밭 사잇길(밤)


장돌림 여러 장으로 돌아
넓은 메밀밭을 가로지르는 끝없는 길. 그 위를 허 생원과 백근이, 조 선달이 지나고 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장수.

10 있고 그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귀를 데리고 따라오는 동이가 보인다. 틸트업 객줏집 예전에, 길 가는 나
그네들에게 술이나 음식을
(tiltup). 팔고 손님을 재우는 영업을
하던 집.

조 선달 (무심코 뒤를 돌아보고 놀란다.) 저, 저, 저, 동이 놈 아니야? 틸트업(tiltup) 카메라를


수직으로 위를 향하여 움직
허 생원 (조 선달의 시선을 따라 본다.) 어? 이면서 촬영하는 기법.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09

책1.indb 109 18. 11. 23. 오후 6:24


동이가 메밀밭을 둘러보며 자신의 나귀를 끌고 걸어오고 있다.

S#
43
S# 43. 메밀밭 다른 길(밤)
다른 구도의 메밀밭 오버랩(OL). 서두르며 길을 걷고 있는 허 생원과 조 선달.

허 생원 (숨차 하며) 아, 아직도 따라오는가?

조 선달 동이 녀석 속을 모르겠네. 도대체 왜 따라오는 거여? 05

허 생원 아, 저 녀석도 대화 장에 가려나?
조 선달 걸음도 빠르고 힘도 센 녀석이 충주댁에서 자고 내일 동이 틀 무렵에

발을 놔도 될 것을…….
허 생원 (놀란 목소리로) 아니 그럼 아까 충주집에서 나한테 따귀 맞은

그 일 때문에? 10

조 선달 (힐끗 뒤를 돌아보며) 그러게나 말이야. 저 녀석이 뒤따라오

면서 돌부리를 들고서 해코지를 하면 당해 낼 재간이 없잖여.


허 생원 (탄식하며) 아유.

허 생원과 조 선달, 더욱 빠르게 걷는다. 동이가 멈춰 서 허리를 숙인다.

조 선달 (뒤돌아서 동이를 가리키며) 어, 저, 저, 저, 저놈이. 15

허 생원과 조 선달이 놀란 표정으로 동이를 바라본다. 동이가 신발을 벗어 돌을 털

어 내고 있다.

조 선달 (허 생원을 바라보며) 우리가 걱정이 너무 심했나?

허 생원 (머쓱한 표정으로 숨을 고른다.)

조 선달 (동이를 향해 큰 소리로) 이거 봐, 동이! 20

동이 (계속 신발을 턴다.)

조 선달 (큰 소리로) 어딜 가나? 어느 장에 가냐고?


오버랩(OL: overlap) 하나
의 화면이 끝나기 전에 다음 동이 아직 안 정했어유. 생원 쪽은요?
화면이 겹치면서 먼저 화면
이 차차 사라지게 하는 기법. 조 선달 우리는, 저, (허 생원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우리들 신경 쓰지 말고 동이

11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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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데로 가라고! ‘ 조 선달 ’과 ‘ 허 생원 ’이
‘ 동이 ’를 신경 쓰는 이유는
동이 여기는 뭐 어차피 다 같이 빠져나가야 되는데요, 뭘. 무엇인가?
조 선달 (허 생원을 보며) 우리를 따라오는 게 아닌가 보네.

허 생원 (헛기침을 한다.)

05 허 생원과 조 선달은 다시 길을 걷는다.

조 선달 저, 동이 녀석 신경 쓰지 말고 (하늘을 가리키며) 이렇게 달 밝은 밤이

면 하는 이야기 있잖아. 그 이야기나 한 자락 뽑아 보지그려?


허 생원 (웃으며) 아, 물리지도 않았어? 허허.

조 선달 (웃으며) 물렸지, 물렸어. 허허. 그래도 이 달 밝은 밤에 그 이야기를

10 안 들으면 서운해서 아침에 동트기가 참 섭섭하네.


허 생원 (허공을 보며)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알 수

가 없어.

S# 44. 봉평 마을 입구(과거, 낮) S# 44
뙤약볕이 비춘다.

15 허 생원 ( 내레이션) 그날도 어지간히 더웠지.

젊은 허 생원이 백근이의 등에 짐을 싣고 걸어가

고 있다. 길 양옆으로 하얀 메밀꽃이 빼곡하다.

중략 부분 줄거리 이십 년 전, 봉평 장에서 허 생원은 형편이 어려워진 성 서방네의 헌 옷감을 손해


를 보고 사 준다. 그날 밤 더위를 식히러 간 물레방앗간에서 울고 있는 성 서방네 처녀를 만난 허 생
20 원은 손재주로 지푸라기를 꼬아 복조리를 만들어 주며 그녀를 위로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하룻밤의
인연을 맺는다. 하지만 다음 날 성 서방네 온 가족은 야반도주를 하고, 허 생원은 성 서방네 처녀를 찾 내레이션 장면에 나타나
지 않으면서 장면의 진행에
아 장을 돌아다닌다. 그러던 중, 허 생원은 성 서방네 처녀와 닮은 여인이 임신하여 배가 불러 있었다
따라 그 내용이나 줄거리를
는 이야기를 장에서 우연히 듣고 좌절하여 울음을 터뜨린다. 조 선달은 허 생원에게 언젠가는 반드시 장외(場外)에서 해설하는
성 서방네 처녀를 만나게 될 것이라며 위로를 한다. 일. 또는 그런 해설.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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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69. 메밀밭(현재, 밤)
고즈넉해진 얼굴로 걷고 있는 허 생원과 조 선달.

‘ 조 선달 ’이 ‘ 허 생원 ’에게 허 생원 자네 그 말이 그때는 나한테 참으로 많은 위안이 됐었다네.


해 주었던 말은 무엇이었을
까?
조 선달 지금은?
허 생원 한 이십 년 찾아도 없으니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05

말이야.
조 선달 그런데 말이야. 혹시 그때 그 사람이 성 서방네 처녀는 아닐까?
허 생원 누구?
조 선달 그 배불렀다는 딸 말이야.

허 생원 (픽 웃고) 사람, 싱겁기는! 10

조 선달 웃을 일이 아니라 정말로, 만에 하나 생원 애가 자라고 있다면 나이가

스물 서넛은 되었나? (뒤돌아보며) 저 정도 나이는 됐겠구먼. 생각해 보게. 저

런 아들 하나 있으면 어떨까 하고 말이야.

허 생원도 뒤돌아본다. 아직도 뚜벅뚜벅, 저만치 거리를 두고 따라오고 있는 동이

가 보인다. 15

S# 75. 길(밤)
절뚝이며 걸어가는 세 사람.

허 생원 계부 밑에서 자랐다니 생부는 어쩌다가 돌아가셨나?


동이 생부요? 애당초 없었구만유.
조 선달 생부가 없다니. 그런 법이 어딨어? 20

동이 부끄러워서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정말이라니께유. 제천에서 달도 차

지 않은 저를 낳고 어머니는 친정에서 쫓겨났대유. 친아버지 얼굴은 본 적도


계부 의붓아버지. 어머니가
없구유. 그러니 애당초 없는 게 아니겠슈?
개가함으로써 생긴 아버지.
생부 친아버지. 조 선달 (안타까운 듯) 오, 그랬구만.

11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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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77. 개울(밤)
난감한 표정으로 개울을 바라보고 선 세 사람.

허 생원 지난 장마 통에 떠내려간 널다리가 아직도 걸리지

않았구먼그래.
05 조 선달 (바지의 아랫부분을 접어 올리며) 할 수 없지, 뭐.

조 선달이 먼저 자신의 나귀를 끌고 강을 건넌다.

조 선달 (강을 다 건너고 뒤돌아보며) 어여 건너와.

허 생원 그려.

허 생원이 동이를 따라 강을 건넌다. 허 생원은 자신의 허벅지

10 까지 오는 강물에 몸을 가누기 힘들어한다.

S# 77
허 생원 모친은 원래 제천 분이신가?
동이 웬걸요. 원래부터 제천에 살지는 않으셨대유.
허 생원 (울렁거린다.) 아, 그럼 모친 고향이 어디야?

동이 시원스럽게 말은 안 해 주는데 봉평이라는 것만 들었슈.


15 허 생원 (놀라며) 봉평? 그럼 아버지 성씨는 뭔가?

동이 보지도 못했는데 알 수 있나요? 지푸라기로 뭘 잘 만들었다고 해서 초

서방이라고 했던가?
허 생원 (당황하며) 초, 초 서방?

순간, 허 생원이 발을 헛디뎌 풍덩 앞으로 고꾸라진다. 놀라는 동이. 허 생원이 물

20 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동이가 허 생원을 잡아 일으켜 준다.

동이 안 되겠구먼유. 자, 업혀유. 널다리 널빤지를 깔아서


놓은 다리.
허 생원 아, 괜찮아.
고꾸라진다 앞으로 고부
동이 아, 괜찮아유. 어서유. 라져 쓰러진다.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13

책1.indb 113 18. 11. 23. 오후 6:24


동이, 쉽게 허 생원을 들쳐 업는다.

동이 생각보다 해깝네유.

허 생원, 동이의 등이 편하다. 슬쩍 못 이기는 척 기댄다.

허 생원 이렇게까지 돼서 미안하네. 내가 오늘은 메밀꽃 향기에 듬뿍 취한 모

양일세. 05

동이 (그냥 웃는다.)

‘ 허 생원 ’ 이 ‘ 동이 ’ 에게 허 생원 그래, 모친은 아비를 찾지 않는 눈치인가?


모친에 관해 질문하는 이유
는 무엇일까?
동이 늘 한번 만나고 싶다고는 했는데…….
허 생원 그래, 지금 모친은 어디 계신가?
동이 아직 제천에 있지유. 가을에는 봉평에 모시고 올 생각인데유. 이를 물고 10

벌면 우리 두 식구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겠지유.

내내 조심조심 물을 건너는 동이와 그 등에 업힌 허 생원.

S# 78
S# 78. 모닥불 근처(밤)
타닥타닥 타고 있는 모닥불에 둘러앉아 젖은 옷

을 벗어 말리고 있는 세 사람. 15

조 선달 (웃으며) 오늘 참 이상하네. 어찌 물에

까지 빠지고 말이야. 무엇 때문에 그랬디야?


허 생원 실은 아까 나귀 생각을 했었어.
조 선달 (백근이를 쳐다보며) 나귀?

허 생원 그려. 저 못난 꼴을 해 가지고 새끼를 얻었잖아. 그것도 마을에서 제 20

일가는 피마에게서 말이야.


조 선달 (웃으며) 맞아. 생원이 장가가는 것보다 더 좋아했지.

허 생원 저 백근이 새끼 봤지? 귀를 쫑긋 세우고 달랑달랑 뛰어다니는 것이


해깝네유 가볍네요.
피마 다 자란 암말. 어찌나 귀여운지 말이야.

11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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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웃으며) 그래유?

조 선달 봉평에만 오면 슬그머니 없어지는 게 그것 때문이잖여.


동이 (웃으며) 아, 예.

허 생원 자, 가다가 보면 대충 마를 테니 부지런히들 가세나. 내일 대화 장 보


05 고는 제천으로 가세.
동이 생원도 제천으로유?
허 생원 어, 그래. 모처럼 한번 가 보고 싶구만. 같이 동행하려나, 동이?
동이 아, 그러지유. 가는 김에 어머니도 뵙구유.

동이, 먼저 돌아 왼손으로 나귀의 고삐를 잡는다.

10 조 선달 동이도 자네처럼 왼손잡이인가 보네.


동이 예, 어머니가 제 생부도 왼손잡이라고 그러셨어유.
조 선달 (놀란 표정으로) 그려?

허 생원 (놀란다.)

세 사람은 다시 길을 걷는다.

15 동이 다음에 나귀 새끼 보러 가실 때 저도 좀 데려가 주세유. 보고 싶네유.


허 생원 어, 이제는 나귀 새끼 같은 건 안 봐도 될 것 같네. 나귀 새끼를 안 봐도 될 것
같다는 ‘ 허 생원 ’의 말에서
조 선달 (웃으며) 왜? 팔렸나? 느껴지는 감정은 무엇인가?
허 생원 (웃으며) 허허, 글쎄.

조 선달 원, 사람도.
20 허 생원 나도 이제부터는 자네처럼 땅뙈기나 좀 사 볼까?

조 선달 자네가 땅을 사? 허허, 참 알다가도 모르겠네.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
가장 인상적인 대사와 그 이유 나의
하게 울린다. 세 사람이 가벼운 걸음
감상
땅뙈기 얼마 안 되는 자그
마한 땅. 주로 논밭을 가리
으로 달빛 기울어진 길을 걸어간다. 킨다.
청청하게 소리가 맑고 깨
끗하게.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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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에서 ‘허 생원’과 ‘동이’의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을 정리하고, 두 사람의 관계


를 써 보자.

동 ‘ 동이 ’의 어머니가 ‘ 동이 ’의 친아버지를 ‘ 초 서방 ’이라고 불렀다는 것.


사건

따라서 ‘ 허 생원 ’과 ‘ 동이 ’는 관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문학과 매체

2 전달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 작품의 창의적 표현 방법과 심미적 가치를 살펴보자.

도움말 | ‘S# 42~S# 44’


1 다음은 이 작품의 원작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일부분이다. 작품을 감상하고, 같은
의 장면과 비교해 보며, 작품을 인쇄 매체와 영상 매체로 감상했을 때의 차이점을 말해 보자.
동일한 작품이라도 전달
하는 매체의 성격에 따라
“달밤이었으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두 도무지 알 수 없어.”
심미적인 특성이나 감상
내용이 달라지는 것을 살 허 생원은 오늘 밤도 또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는 것이다. 조 선달은 친구
펴본다. 가 된 이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왔다. 그렇다고 싫증을 낼 수도 없었으나
허 생원은 시침을 떼고 되풀이할 대로는 되풀이하고야 말았다.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거든.”
조 선달 편을 바라는 보았으나 물론 미안해서가 아니라 달빛에 감동하여서
였다. 이지러는졌으나 보름을 가제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
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
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
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
가제 갓. 이제 막.
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대궁 ‘대 ’의 방언. ‘대 ’
-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는 식물의 줄기.

11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책1.indb 116 18. 11. 23. 오후 6:24


2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영상 매체로 바꾸면서 나타난 창의적 표현 방식을 찾아보자.

‘ 틸트업 ’의 촬영 방식을 활용하여 끝없이 펼쳐진 메밀밭의 공간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

ペ븍"넘쟀겠
문학과 매체

3 다음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만화로 제작한 것이다. 제시된 만화의 뒷부분을 그려


보고, 만화 매체의 특성을 생각해 보자.

도움말 | 제시된 만화는 ‘S#


77’의 장면이므로, 이어지는
장면을 그릴 때 해당 부분의
내용을 참고한다.

자료 . 정보 활용
4 문학 작품이 다양한 매체로 구현된 경우를 조사하고 발표해 보자.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17

책1.indb 117 18. 11. 23. 오후 6:24


감상을
작품 2 메밀꽃 필 무렵
마치며

감상의 정리
시나리오 「메밀꽃 필 무렵」은 원작 소설을 각색한 것으로, 특히 인물 간 관계에 대한 서사를
구체화함으로써 인물의 행동의 이유를 보다 설득력 있게 제시하였다. 또한 주인공 ‘허 생원’의
순수한 인물됨과 사랑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함으로써 인물에게 보다 강조점을 두었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장돌림의 삶을 통해 떠돌이 삶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메밀꽃이
핀 달밤의 풍경 묘사를 통해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며, 길 위에서 나누
는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남녀 간의 만남과 헤어짐, 혈육의 정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의 배경인 메밀꽃이 핀 달밤은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며, 남녀 간 사랑의
추억을 아름답게 부각하는 기능을 한다.

지식 창고
소설과 시나리오의 차이점
소설과 시나리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서술자의 존재 유무에 있다. 소설은 서술자가 사건의
내부 또는 외부에서 이를 기록하여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에 비해 시나리오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서술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등장인물이 직접 대사와 행동을 통해 관객에게 사
건을 전달하게 된다. 또한 소설은 문자를 통해 이야기가 전달되므로, 독자는 소설의 내용을 다
양한 사고력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감상해야 한다. 그러나 시나리오가 기반이 된 영화는 시・청
각적 방법을 통해 이야기가 전달되므로, 독자는 시나리오 속 장면을 보다 감각적으로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게 된다.

더 읽어 보기

인물 이효석 원작 / 배경
동희선・홍윤정 각본

「역마」 김동리 「서울, 1964년 겨울」 김승옥

토속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연대감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현대 사


사랑과 운명을 그린 소설. 운명에 대한 회의 인간 소외 현상을 이야기한 소설.
인물의 인식과 태도를 비교하며 감상해 작품 속 배경의 의미와 기능을 비교하며
보자. 감상해 보자.

11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책1.indb 118 18. 11. 23. 오후 6:24


4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문학과 인접 분야

문학은 언어 예술이라는 점에서 문화의 한 영역으로 존재하며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무용
문학과 예술
등 다른 예술 분야와 밀접한 관련을 맺음.

문학은 인간의 삶을 탐구하고 인간 문제에 대한 사유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역사, 철학 등 인


문학과 인문
문 분야와 관련을 맺음.

문학은 인간을 둘러싼 시대적・사회적 상황을 반영하고 비판한다는 점에서 사회・문화 현상


문학과 사회
등과 관련을 맺음.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를 이해함으로써 문학의 외연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입체적인 태도로 문학의 수용과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음.

다매체 시대와 문학의 소통

다매체 시대의 특성 같은 작품이라도


오늘날 문학 작품은 신문, 잡지, 단행본 등 기존의 매체 외에 텔레비전, 매체의 성격에 따라
영화, 애니메이션, 라디오, 인터넷, 휴대 전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통 작품의 미적인 특성이나
함. 감상 내용이 달라짐.

매체의 특성을 고려한 문학 작품의 수용

컷의 길이, 촬영 각도, 장면의 배치, 효과음 등 영화적 장치를 통해 구현되는 심미적 가치를 고
영화
려하여 수용해야 함.

만화 생략적인 수법으로 표현된 내용을 상상해 보고, 창의적인 표현 방식에 주목하여 수용해야 함.

음성 언어에만 의존하는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여,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 배


라디오
경 음악이나 효과음 등을 살피며 수용해야 함.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103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문학이 인간의 가치 있는 체험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19

책1.indb 119 18. 11. 23. 오후 6:24


창의 문학 통합과학

융합 메밀꽃 필 무렵 다시 보기
활동 다음 활동을 통해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내용을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
기해 보고, 소설의 결말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해 보자.

1 다음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결말 부분이다. ‘동이’와 ‘허 생원’의 혈연관계를


왼손잡이로 암시하는 설정에 대해,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자.

허 생원은 젖은 옷을 웬만큼 짜서 입었다. 이가 덜덜 갈리고 가슴이 떨리며


몹시도 추웠으나 마음은 알 수 없이 둥실둥실 가벼웠다.
“주막까지 부지런히들 가세나. 뜰에 불을 피우고 훗훗이 쉬어. 나귀에겐
더운물을 끓여 주고. 내일 대화 장 보고는 제천이다.”
“생원도 제천으로?”
“오래간만에 가 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
시니같이 눈이 어둡던 허 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
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도움말 | 통합과학에서 학습
1 왼손잡이의 유전에 대한 다양한 가설과 연구를 찾아보자.
한 유전자와 관련한 내용을
떠올려 본다.

아브라함 교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 작업이 오른손잡이


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특정 작업을 할 때 도구를 함께 쓰려면 같은
방향의 손을 쓰는 것이 효율이 좋기 때문에 왼손잡이라도 오른손잡
이로 바뀐다는 것이다. 인류가 처음 활동할 당시에는 왼손・오른손잡
이가 제각각이었는데, 진화하면서 큰 집단을 이뤄 협동할 일이 많아지
자 같은 쪽을 사용하도록 변화했다. <중략> 물론 왼손잡이에 대한 연구
는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유전적인 것인지, 환경적인 것인지 따지는 수많은
가설이 있고, 가설을 증명하려는 연구도 그만큼 많다. - 『과학 동아』 325호 (2013년 1월)

2 ⑴을 바탕으로, 소설에서 혈연관계를 왼손잡이로 암시하는 설정에 대해 자유롭


게 이야기해 보자.

12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책1.indb 120 18. 11. 23. 오후 6:24


2 생물학적 특성이 유전되는 경우를 찾아보고, 소설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해 보자.

1 생물학적 특성이 유전되는 경우를 찾아보자.

2 ⑴의 내용을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반영하여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재구성해


보자.

소설의 내용을
어떻게 바꾸어
볼까?

3 자신이 재구성한 글을 전달할 매체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표현 방법을 정리해 보자.

선정 매체

매체를 고려한
구체적인 표현 방법

4 자신이 재구성한 글을 3에서 정리한 내용에 따라 창의적으로 표현해 보고, 친구


들과 함께 감상해 보자.

창의 융합 활동 121

책1.indb 121 18. 11. 23. 오후 6:24


대 스스로 점검하기

단 자기 점검
문학 작품을 감상할 때 내용과 형식 및 다양한 맥락을 고려할 수 있는가?
별점 주기

원마
공감적・비판적・창의적으로 문학 작품을 수용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는가?

다양한 시각에서 문학 작품을 재구성하거나 주체적인 관점에서 창작할


수 있는가?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를 바탕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가?

다양한 매체로 구현된 작품의 창의적 표현 방법과 심미적 가치를 문학적


관점에서 수용하고 소통할 수 있는가?

스스로
보충하기 나는 이 단원에서
내용을 더 학습하고 싶어.
이 내용을 더 학습하기 위해

해야겠어.

스스로
확장하기 한국 영상 자료원 (4)단원의 「메밀꽃 필 무렵」과 관련하여
‘한국 영상 자료원’을 방문해 볼 수 있어. 이
곳의 ‘영상 도서관’에서는 희망하는 영화를
감상하거나 영화의 시나리오를 찾아볼 수
있고, ‘한국 영화 박물관’에서는 영화와 관련
된 전시물을 관람하고 교육에 참여해 볼 수
있단다. 특히 청소년들이 참여하여 직접 영
화를 만들어 보는 체험 활동도 있으니, 영화
제작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신청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관련 누리집 https://www.koreafilm.or.kr

12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책1.indb 122 18. 11. 23. 오후 6:25


한 권 책 읽기 기
다음 활동을 통해 책 내용에 대해
모둠원들과 서로 질문을 하며
이야기를 나눠 보자.

1 ‘한 권 책 읽기’를 계획대로 실행했는지 모둠원들과 함께 점검해 보자.

모둠원들이 읽은 분량을
확인하고 활동할
책을 읽지 못한 모둠원에게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적당한
2
부분을 정한다. 독서 분량을 정해 시간을 준다.
3
나는 쪽부터 쪽까지 책을 읽었어. 4
우리 모둠이 활동할 부분은 책의 쪽부터 까지야.

5
2 자신이 읽었던 책의 내용을 다시 훑어보면서 책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을 만들어 보자.

친구들과
질문 1. 자신이 읽었던 책에
이야기해 보고 싶은
표시해 둔 내용을
내용을 질문으로
다시 훑어본다.
질문 2. 만들어 본다.

질문 3.

3 서로 돌아가면서 자신의 질문을 발표하고, 제시된 질문에 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본다.

도서실이나
컴퓨터실을 이용하여
질문에 대한 답을
보충해 본다.
모둠원들의 발표를 듣고 가장
인상 깊은 질문을 선정해 본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이)야.

대단원 마무리 123

책1.indb 123 18. 11. 23. 오후 6:25


124 169 3 .indd 124 18. 11. 23. 오후 6:14
한국 문학의
성격
1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

2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3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124 169 3 .indd 125 18. 11. 23. 오후 6:14


한국 문학이란 무엇이고,
한국 문학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한국 문학은 한국인이 한국인의 사상과 감정을 한


국어로 표현한 문학을 말한다. 우리는 이 정의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어를 표기
할 수단이 없던 고대에 구전된 작품은 한국 문학으로
볼 수 있는가? 한글 창제 이전이나 이후에 한문으로
쓰인 작품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또한 ‘한국 문학
에서 나타나는 한국인의 고유한 사상과 감정이란 무
엇인가? 나아가 세계 문학 속에서 한국 문학이 차지
하는 보편성과 특수성은 무엇인가?’ 등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 단원에
서는 한국 문학의 성격을 이해하는 활동을 한다. 한국
문학의 개념은 무엇이고 범위는 어디까지로 보아야
하는지,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은 무엇인지,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은 무엇인지를 살펴볼 것이
다. 이렇게 한국 문학의 성격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한국 문학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126 3. 한국 문학의 성격

124 169 3 .indd 126 18. 11. 23. 오후 6:14


교과 역량

비판적・ 자료・정보 의사소통 공동체・ 문화 향유 자기

이 단원에서는 창의적
사고
활용 대인 관계 성찰・계발

1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
2
작품 정읍사 _작자 미상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작품 봉산 탈춤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
_김진옥・민천식 구술, 이두현 채록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3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한국 문학의
성격
작품 가 춘향전 _작자 미상
나 로미오와 줄리엣 _셰익스피어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문학 통합

창의 융합 활동 한 권 책 읽기
「춘향전」을 소개하는 여행 기획하기 문학 속 상황 체험하기

대단원 길잡이 127

124 169 3 .indd 127 18. 11. 23. 오후 6:14


1 [ 학습 목표 ]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를 이해한다.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를 이해하며 작품을 감상한다.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
빎ピ패"
물겠

온통 한자로
되어 있는
이 책은 뭐야?

이규보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이잖아.
위의 사진은 고려 시대 때 펴낸
이규보의 문집 『동국이상국집』이다.
이처럼 한글 창제 이전에 한자로 쓴 한문 문학은
한국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128 3. 한국 문학의 성격

124 169 3 .indd 128 18. 11. 23. 오후 6:14


작품

_작자 미상

구비 문학의 특징을 바탕으로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


위를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하기.

한글 창제 이전에 우리 민족은 동아시아의 공동 문어(文語)인 한자를 표기 수단으로 사


용하였다. 앞에서 살펴본 『동국이상국집』은 한글 창제 이전에 창작되었기 때문에 한자로
표현되었지만, 우리 민족의 고유한 생활과 의식을 담고 있으므로 한국 문학으로 볼 수 있
다. 이처럼 한국 문학은 한국인이 한국인의 사상과 감정을 한국어를 통하여 표현한 문학
을 말한다.
한국 문학은 전승 방식에 따라 구비 문학과 기록 문학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기록
문학은 표기 방식에 따라 한문 문학과 국문 문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구비 문학은 사
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 온 문학으로, 대체로 문자 생활을 누릴 수 없었던 피지배 계층을
중심으로 향유되었다. 한문 문학은 한자를 통해 한민족의 정서를 담아낸 문학으로 한시
나 한문 소설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국문 문학은 한글로 창작된 문학인데, 향찰과 이두
처럼 한자를 빌려 우리말을 표기한 차자(借字) 문학 역시 국문 문학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한국 문학은 오랜 시간 동안 구비 문
학, 한문 문학, 국문 문학이 서로 연관을 맺으 해 보자.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며 성장해 왔고, 오늘날에도 꾸준히 발전하고 것이 있을까?
국 문학의 갈래에는 어떤
구비 문학에 포함되는 한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를 이해할 때, 우리 문학을 한층 깊이 있
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 1 )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 129

124 169 3 .indd 129 18. 11. 23. 오후 6:14


작품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 가사가 전해지는 유일한 백제 가요이다. 구비 문학의 특징을 바탕으


로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를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정읍사 井邑詞 작자 미상

하 노피곰 도 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05

어긔야 어 됴리

아으 다 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 드 욜셰라

어긔야 어 됴리 10

어느 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 졈그롤셰라

어긔야 어 됴리

아으 다 디리

현대어 풀이 15

달님이시여, 높이높이 돋으시어


아! 멀리멀리 비치시라.
시장에 가 계신가요?
아! 진 곳을 디딜까 두려워라.
져재 저자에. 시장에.
어느 것이나 다 놓아 버리십시오. 20
즌 진 곳. 어두운 곳 혹
은 위험한 곳. 아! 내 임 가는 그 길 저물까 두려워라.

130 3. 한국 문학의 성격

124 169 3 .indd 130 18. 11. 23. 오후 6:14


작품을 감상한 후 나의 한 줄 느낌 나의
감상

( 1 )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 131

124 169 3 .indd 131 18. 11. 23. 오후 6:15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다음은 이 작품의 배경 설화이다. 이를 참고하여 작품에 나타난 시어의 상징적 의미를


파악해 보자.

동 정읍은 전주(全州)의 속현이다. 정읍 사람이 행상을 나가서 오래되어도 돌아오


지 않자 그 처가 산 위의 돌에 올라가 남편을 기다리면서, 남편이 밤길을 가다 해
를 입을까 두려워함을 진흙물의 더러움에 부쳐서 이 노래를 불렀다. 세상에 전하
기를 고개에 올라가면 망부석이 있다고 한다.
- 정인지 외, 『고려사』 권 71, 「악지 2」

‘ ’ ‘즌 ’

2 이 작품을 다음과 같이 나누었을 때, 각 부분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자.

1~4행 5~7행 8~11행

3 백제 시대의 노래인 이 작품을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도 향유할 수 있는 이유를


전승 과정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자.
참고 자료 | 「정읍사」의
문헌 정착
백제의 노래인 「정읍
사」는 조선 시대까지 구
전되어 오다가, 1493년에
이르러 한글로 문헌에 기
록되었다.

132 3. 한국 문학의 성격

124 169 3 .indd 132 18. 11. 23. 오후 6:15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

4 다음 작품을 「정읍사」와 비교하여 감상하고, 한국 문학의 범위를 생각해 보자.

참고 자료 | 「송인」
이 작품은 고려 시대의 문 비 갠 긴 둑에 풀빛 고운데 雨歇長堤草色多
인인 정지상의 한시로, 이별의
남포에서 임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送君南浦動悲歌
슬픔을 자연물에 대응시켜 표
현하였다. 대동강 물이야 언제 마르리. 大同江水何時盡
해마다 이별 눈물 푸른 물을 보태나니. 別淚年年添綠波
- 정지상, 「송인(送人)」

1 두 작품을 작가, 전승 방식, 내용의 측면에서 비교해 보자.

「송인」 「정읍사」

작가

전승 방식 한자로 기록되어 전함.

내용

2 ⑴을 바탕으로, 두 작품을 모두 한국 문학에 포함하는 이유를 말해 보자.

ペ븍"넘쟀겠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 의사소통

5 다음과 같은 작품을 한국 문학에 포함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한국 문학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선정해야 하는지 모둠별로 논의해 보자.

•재외 동포가 미국에서 영어로 쓴 작품.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외국어로 쓴 작품.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이주한 외국인이 한국어로 쓴 작품.

( 1 )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 133

124 169 3 .indd 133 18. 11. 23. 오후 6:15


1

감상을
작품 정읍사
마치며

감상의 정리
「정읍사」는 가사가 전하는 유일한 백제 가요로, 행상을 나가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걱정하는 아내의 심정을 노래한 것이다. 화자인 아내는 남편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
라는 간절한 소망을 ‘ ’에게 의탁하여 기원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해석상 몇몇 이설이 존재하는
데, ‘즌 ’를 ‘남편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위험’으로 보는 것과 ‘남편을 유혹하는 무엇’으로 보
는 것으로 집약된다. 전자로 보면 행상 나간 남편의 안전을 비는 아내의 애틋한 정서를 표출한
사랑 노래로 볼 수 있지만, 후자로 보면 남편이 다른 여인의 유혹에 빠질 것에 대한 의구심이
나 질투심을 드러낸 노래로도 볼 수 있다.

지식 창고
원형적 상징
원형적 상징이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모든 이가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상징을 뜻한다.
「정읍사」에서 ‘ ’은 ‘즌 ’를 밝혀 주는 대상이자 남편의 안전을 지켜 주는 것으로, 원형적 상
징으로서 ‘달’은 ‘광명’이나 ‘기원의 대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달’의 원형적 상징은 향가 「찬
기파랑가」, 「원왕생가」 등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찬기파랑가」에서의 ‘달’은 화자가 높이 우
러러보는 광명의 존재이고, 「원왕생가」에서의 ‘달’은 화자의 간절한 소망을 이루어 줄 수 있는
대상이다. 또한 원형적 상징은 ‘달’ 이외에도 ‘물(생명력, 정화)’, ‘불(밝음, 파괴)’, ‘해(광명, 희
망)’, ‘어둠(혼돈, 죽음)’ 등이 있다.

더 읽어 보기

화자 작자 미상
소재

「공무도하가」 작자 미상 「달밤」 윤오영

임을 잃은 슬픔을 애절하게 노래한 고 달이 밝게 뜬 밤에 우연히 만난 노인


대 가요. 이별에 대한 화자의 정서가 어 을 통해 느낀 인간의 정을 고백하는 수
떻게 표현되었는지 비교하며 감상해 보 필. 작품 속 달의 기능을 비교하며 감상
자. 해 보자.

134 3. 한국 문학의 성격

문학교과서(124~169)3단원.indd 134 19. 8. 27. 오후 6:02


1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

한국 문학의 개념

한국 문학의 개념 한민족이 한반도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 살면서
한국인이 한국인의 사상과 감정을 한국어를 통해 표현한 문
각 시대에 이루어 온
학을 말함.
문학의 총체임.

한국 문학의 범위
한국 문학은 전승 방식에 따라 구비 문학과 기록 문학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기록 문학은 표기 방식에
따라 다시 한문 문학과 국문 문학으로 나눌 수 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문학으로, 구비 문학에는 민요, 설화, 무가, 판소리, 민속극 등
구비 문학 이 있음.
•문자 언어가 등장하기 이전의 문학 행위는 모두 구비 전승 방식에 의존하였음.

•중국의 한자를 통해 한민족의 정서와 사상을 담아낸 문학으로, 한시, 한문 소설


한문 문학 등이 대표적임.
•한문 문학은 양반 계층의 정서와 사상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옴.
기록 문학
•한글 창제 이후 한글로 표기한 문학으로, 향찰과 이두처럼 한자를 빌려 우리말을
국문 문학 표기한 차자(借字) 문학도 포함함.
•조선 후기에 향유층이 확대되었고, 개화기 이후에는 한국 문학의 중심이 되었음.

한국 문학은 구비 문학, 한문 문학, 국문 문학의 세 영역 아래


서정, 서사, 극, 교술의 갈래가 다양한 역사적 갈래로 구현됨.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129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구비 문학에 포함되는 한국 문학의 갈래로는 민요, 설화, 무가, 판소리, 민속극 등이 있다.

( 1 )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 135

124 169 3 .indd 135 18. 11. 23. 오후 6:15


2 [ 학습 목표 ]
•대표적인 문학 작품을 통해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을 파악한다.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을 이해하며 문학 작품을 감상한다.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빎ピ패"
물겠
우리 집은 친척들이
모여서 함께 김장을 해.
가족 잔칫날이지.
우리 집은 이웃들과
함께 김장을 해.

나는 김장철마다
우리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위한
우리나라의 김장 문화가 김치 담그기 자원봉사에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참여하고 있어.
김치 자체가 아닌, 김치를 담그는
한국인의 행위를 의미 있게 본 것이다.
김장 문화에 담긴 우리 민족의 전통과 특질은 무엇일까?

136 3. 한국 문학의 성격

124 169 3 .indd 136 18. 11. 23. 오후 6:15


작품

_김진옥・민천식 구술, 이두현 채록

‘말뚝이’가 ‘양반 삼 형제’를 조롱하는 장면들을 통해


한국 문학의 특질을 파악하며 작품을 감상하기.

김장은 한국인들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한꺼번에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는 것으로,


우리 민족의 자연환경에 대한 이해와 조화로운 태도를 보여 주는 음식 문화이다. 또한 공
동 작업으로 김치를 담그고 그것을 나누어 먹는 것에서는 우리 민족의 협동과 나눔의 공
동체 정신을 살펴볼 수 있다. 이는 김장 문화에 담긴 우리 민족의 전통과 특질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 문학에도 우리 민족만의 풍습과 사상, 그리고 정서가 담겨 있다. 그래서
한국 문학은 그 나름의 고유한 특질을 지니게 되었고, 이러한 특질들은 대대로 이어져 내
려와 한국 문학의 전통이 되었다. 한국 문학의 특질은 주제 의식, 가치관, 표현 형식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몇 가
지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에는 ‘해학과 풍자’, ‘한(恨)의 정서’, ‘자연 친화’ 등이 있다.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한국 문학을 생산하고 수용하
여 내일의 한국 문학을 창의적으로 발전시키
는 데 밑거름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국 해 보자.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문학의 전통과 특질을 우리 민족만의 고유한 ?
을 형성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것으로서 잘 보존하여 계승하고 발전시키려 한국 문학에서 전통과 특질

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 2 )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137

124 169 3 .indd 137 18. 11. 23. 오후 6:15


작품

감상 열기 이 작품은 황해도 지방에서 전승되어 온 민속극이다. ‘말뚝이’가 ‘양반 삼 형제’를 조롱하는


장면들을 통해 한국 문학의 특질을 파악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봉산 鳳山 탈춤 김진옥・민천식 구술, 이두현 채록

도련님(도령)
코와 입이
취발이
삐뚤어져 있음.
얼굴이 붉고 이마에
샌님(생원) 올록볼록한 것이 많이
언청이로 보이는 줄이 서방님(서방) 나 있음.
두 개이며, 얼굴빛이 언청이로 보이는 줄 한 개가 말뚝이
창백함. 코까지 연결되어 있으며 얼굴이 까만 편이며
눈썹이 진하고 입이 큼. 이마와 뺨에 주름이 많음.

제6과장 양반춤

말뚝이 (벙거지를 쓰고 채찍을 들었다.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양반 삼 형제를 인도 05

하여 등장.)

양반 삼 형제 (말뚝이 뒤를 따라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점잔을 피우나, 어색하게 춤

을 추며 등장. 양반 삼 형제 맏이는 샌님[生員], 둘째는 서방님[書房], 끝은 도련님

[道令]이다. 샌님과 서방님은 흰 창옷에 관을 썼다. 도련님은 남색 쾌자에 복건을

썼다. 샌님과 서방님은 언청이이며(샌님은 언청이 두 줄, 서방님은 한 줄이다.) 부 10

굿거리장단 풍물놀이에
채와 장죽을 가지고 있고, 도련님은 입이 삐뚤어졌고 부채만 가졌다. 도련님은 일
쓰이는 느린 4박자의 장단.
일반적인 굿거리장단과 남도 절 대사는 없으며, 형들과 동작을 같이하면서 형들의 면상을 부채로 때리며 방정
굿거리장단이 있으며, 보통
행진곡과 춤의 반주에 쓴다. 맞게 군다.)

138 3. 한국 문학의 성격

124 169 3 .indd 138 18. 11. 23. 오후 6:15


말뚝이 (가운데쯤에 나와서) 쉬이. (음악과 춤 멈춘다.) 양반 나오신다아! 양반이 ‘ 말뚝이 ’의 대사 중 ‘ 쉬이 ’
의 효과는 무엇인가?
라고 하니까 노론(老論), 소론(少論), 호조(戶曹), 병조(兵曹), 옥당(玉堂)을 다

지내고 삼정승(三政丞), 육판서(六判書)를 다 지낸 퇴로(退老) 재상(宰相)으로

계신 양반인 줄 아지 마시오. 개잘량이라는 ‘양’ 자에 개다리소반이라는 ‘반’


05 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오.
양반들 야아, 이놈, 뭐야아!

말뚝이 아, 이 양반들, 어찌 듣는지 모르갔소. 노론, 소론, 호조, 병조, 옥당을


퇴로 늙어서 벼슬에서 물
다 지내고 삼정승, 육판서 다 지내고 퇴로 재상으로 계신 이 생원네 삼 형제
러남.
분이 나오신다고 그리하였소. 개잘량 털이 붙어 있는 채
로 무두질하여 다룬 개의 가
10 양반들 (합창) 이 생원이라네. (굿거리장단으로 모두 춤을 춘다. 도령은 때때로 형 죽.

들의 면상을 치며 논다. 끝까지 그런 행동을 한다.) 연죽전 담뱃대를 파는 가게.


양칠간죽 빨강, 파랑, 노
말뚝이 쉬이. (반주 그친다.) 여보, 구경하시는 양반들, 말씀 좀 들어 보시오. 랑의 빛깔로 알록지게 칠한

짤따란 곰방대로 잡숫지 말고 저 연죽전(煙竹廛)으로 가서 돈이 없으면 내게 담배설대.


자문죽 아롱진 무늬가 있
기별이래도 해서 양칠간죽(洋漆竿竹), 자문죽(自紋竹)을 한 발 가옷씩 되는 는 중국산 대나무. 흔히 담
뱃대로 쓴다.
15 것을 사다가 육모깍지 희자죽(喜子竹), 오동수복(烏銅壽福) 연변죽을 이리저
가옷 수량을 나타내는 표
리 맞추어 가지고 저 재령(載寧) 나무리 거이 낚시 걸듯 죽 걸어 놓고 잡수 현에 사용된 단위의 절반 정
도 분량의 뜻을 더하는 접미
시오. 사. ‘가웃’의 옛말.

양반들 뭐야아! 육모깍지 ‘육무깍지’의 와


전. 육각형 모양의 담뱃대.
말뚝이 아, 이 양반들, 어찌 듣소. 양반 나오시는데 담배와 훤화(喧譁)를 금하 희자죽 담뱃대를 만드는
데 쓰는 대나무의 일종.
20 라 그리하였소.
나무리 재령에 있는 평야
양반들 (합창) 훤화를 금하였다네. (굿거리장단으로 모두 춤을 춘다.) 이름.
거이 게.
말뚝이 쉬이. (춤과 반주 그친다.) 여보, 악공들 말씀 들으시오. 오음 육률(五
훤화 시끄럽게 지껄이며
音六律) 다 버리고 저 버드나무 홀뚜기 뽑아다 불고 바가지장단 좀 쳐 주오. 떠듦.

양반들 야아, 이놈, 뭐야! 오음 육률 예전에, 중국


음악의 다섯 가지 소리와 여
25 말뚝이 아, 이 양반들, 어찌 듣소. 용두 해금(奚琴), 북, 장고, 피리, 젓대 한 섯 가지 율(律).
홀뚜기 ‘호드기 ’의 방언.
가락도 뽑지 말고 건건드러지게 치라고 그리하였소.
봄철에 물오른 버드나무 가
양반들 (합창) 건건드러지게 치라네. (굿거리장단으로 춤을 춘다.) 지의 껍질을 고루 비틀어 뽑
은 껍질이나 짤막한 밀짚 토
생원 쉬이. (춤과 장단 그친다.) 말뚝아. 막 따위로 만든 피리.

( 2 )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139

124 169 3 .indd 139 18. 11. 23. 오후 6:15


말뚝이 예에.

생원 이놈, 너도 양반을 모시지 않고 어디로 그리 다니느냐?

말뚝이 예에, 양반을 찾으려고 찬밥 국 말어 일조식(日早食)하고, 마구간에

들어가 노새 원님을 끌어다가 등에 솔질을 솰솰 하여 말뚝이님 내가 타고 서

양(西洋) 영미(英美), 법덕(法德), 동양 삼국 무른 메주 밟듯 하고, 동은 여울 05

이요, 서는 구월이라, 동여울 서구월 남드리 북향산 방방곡곡(坊坊曲曲) 면면


일조식 아침 일찍 식사함. 촌촌(面面村村)이, 바위 틈틈이, 모래 쨈쨈이, 참나무 결결이 다 찾아다녀도
법덕 법국(法國)과 덕국
(德國)이라는 뜻으로, 예전
샌님 비뚝한 놈도 없습디다.
에 프랑스와 독일을 아울러
<중략>
이르던 말.
비뚝한 ‘비슷한’의 방언. 생원 네 이놈, 양반을 모시고 나왔으면 새처를 정하는 것이 아니고 어디로 10

새처 ‘사처 ’의 방언. 손님
이리 돌아다니느냐?
이 길을 가다가 묵는 집.
울장 울타리에 박은 긴 말뚝. 말뚝이 (채찍을 가지고 원을 그으며 한 바퀴 돌면서) 예에, 이마만큼 터를 잡고
자좌오향 북쪽을 등지고,
참나무 울장을 드문드문 꽂고, 깃을 푸근푸근히 두고, 문을 하늘로 낸 새처
남쪽을 향함. 정남향.
부벽서 벽에 붙이는 글. 를 잡아 놨습니다.
담박녕정 욕심이 없어 마 생원 이놈, 뭐야! 15
음이 깨끗하고 고요함.
백인당중유태화 백 번 참 말뚝이 아, 이 양반, 어찌 듣소. 자좌오향(子坐午向)에 터를 잡고, 난간 팔자
는 집안에 큰 평화가 있다.
(八字)로 오련각(五聯閣)과 입구(口) 자로 집을 짓되, 호박 주초(琥珀柱礎)에 산
용장 봉장 용이나 봉을 그
린 장. 호(珊瑚) 기둥에 비취 연목(翡翠椽木)에 금파(金波) 도리를 걸고 입구 자로 풀
두지 ‘뒤주’의 방언.
어 짓고, 쳐다보니 천판자(天板子)요, 내려다보니 장판방(壯版房)이라. 화문
함롱 옷을 넣는, 큰 함처
럼 생긴 농. 석(花紋席) 칫다 펴고 부벽서(付壁書)를 바라보니 동편에 붙은 것이 담박녕 20

정(澹泊寧靜) 네 글자가 분명하고, 서편을 바

라보니 백인당중유태화(百忍堂中有泰和)가

완연히 붙어 있고, 남편을 바라보니 인

의예지(仁義禮智)가, 북편을 바라보니

효제충신(孝悌忠信)이 분명하니, 이는 25

가위 양반의 새처방이 될 만하고, 문방

제구(文房諸具) 볼작시면 용장 봉장, 궤


(櫃), 두지, 자개 함롱(函籠), 반닫이, 샛별

140 3. 한국 문학의 성격

124 169 3 .indd 140 18. 11. 23. 오후 6:15


같은 놋요강, 놋대야 받쳐 요기 놓고, 양칠간죽, 자문죽을 이리저리 맞춰 놓

고, 삼털 같은 칼 담배를 저 평양 동푸루 선창에 돼지 똥물에다 축축 축여

놨습니다.
생원 이놈, 뭐야!

05 말뚝이 아, 이 양반, 어찌 듣소. 쇠털 같은 담배를 꿀물에다 축여 놨다 그리하

였소.
양반들 (합창) 꿀물에다 축여 놨다네. (굿거리장단에 맞춰 일제히 춤춘다. 한참 ‘ 말뚝이 ’와 ‘ 양반들 ’이 일
시적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추다가 춤과 음악이 끝나고 새처 방으로 들어간 양을 한다.)
방법은 무엇인가?
양반들 (새처 안에 앉는다.)

10 <중략>

생원 쉬이. (음악과 춤을 멈춘다.) 여보게, 동생. 우리가 본시 양반이라, 이런

데 가만히 있자니 갑갑도 하네. 우리 시조(時調) 한 수씩 불러 보세.


서방 형님, 그거 좋은 말씀입니다.

양반들 (시조를 읊는다.) “……반 남아 늙었으니 다시 젊지는 못하리라…….”

15 하하. (하고 웃는다. 양반 시조 다음에 말뚝이가 자청하여 소리를 한다.) 동푸루 지명.
운자 한시의 운으로 다는
말뚝이 “낙양성 십 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에…….”
글자.
생원 다음은 글이나 한 수씩 지어 보세. 영시 조로 시를 읊는 어조
로.
서방 그럼 형님이 먼저 지어 보시오.

생원 그러면 동생이 운자(韻字)를 내게.

20 서방 네, 제가 한번 내 드리겠습니다. ‘산’ 자, ‘영’

잡니다.
생원 아, 그것 어렵다. 여보게, 동생. 되고 안 되

고 내가 부를 터이니 들어 보게. ( 영시 조로)

“ 울룩줄룩 작대산(作大山)하니, 황주(黃州) 평


25 산(平山)에 동선령(洞仙嶺)이라.”
서방 하하. (형제, 같이 웃는다.) 거 형님, 잘

지었습니다.
생원 동생 한 귀 지어 보세.

( 2 )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141

124 169 3 .indd 141 18. 11. 23. 오후 6:15


서방 그럼 형님이 운자를 하나 내십시오.

생원 ‘총’ 자, ‘못’ 잘세.

서방 아, 그 운자 벽자(僻字)로군. (한참 낑낑거리다가) 형님, 한 마디 들어 보십

시오. (영시 조로) “짚세기 앞총은 헝겊총하니, 나막신 뒤축에 거멀못이라.”

<중략> 05

생원 그러면 이번엔 파자(破字)나 하여 보자. 주둥이는 하얗고 몸뚱이는 알락

달락한 자가 무슨 자냐?
서방 (한참 생각하다가) 네에, 거 운고옥편(韻考玉篇)에도 없는 자인데, 그것

참 어렵습니다. 그 피마자( )라고 하는 자가 아닙니까?

생원 아, 거 동생 참 용할세. 10

벽자 흔히 쓰지 아니하는
서방 형님, 내가 그럼 한 자 부르라우?
까다로운 글자.
앞총 ‘엄지총 ’의 잘못. 짚 생원 부르게.
신이나 미투리의 맨 앞 양편
으로 굵게 박은 낱낱의 울. 서방 논두렁에 살피 짚고 섰는 자가 무슨 잡니까?
헝겊총 신발의 앞부분에 생원 (한참 생각하다가) 아, 그것참 어려운 잘세. 그것은 논임자가 아닌가?
대는 헝겊.
거멀못 세간이나 나무 그 서방 하하, 그것 형님 참 잘 맞혔습니다. (이러는 동안에 취발이 살짝 들어와 한 15

릇의 금이 간 데나 떨어질
편 구석에 서 있다.)
염려가 있는 모퉁이에 걸쳐
대는 못. 생원 이놈, 말뚝아.
파자 한자의 자획을 나누
말뚝이 예에.
거나 합하며 맞히는 수수께
끼. 생원 나랏돈 노랑돈 칠 푼 잘라먹은 놈, 상통이 무르익은 대초빛 같고, 울
운고옥편 한자의 운자를
분류하여 풀어놓은 사전. 룩줄룩 배미 잔등 같은 놈을 잡아들여라. 20

피마자 아주까리. 말뚝이 그놈이 심(힘)이 무량대각(無量大角)이요, 날램이 비호(飛虎) 같은데,


살피 ‘살포 ’의 방언. 논에
물꼬를 트거나 막을 때 쓰는 샌님의 전령(傳令)이나 있으면 잡아 올는지 거저는 잡아 올 수 없습니다.
농기구.
생원 오오, 그리하여라. 옜다. 여기 전령 가지고 가거라. (종이에 무엇을 써서
노랑돈 몹시 아끼는 많지
않은 돈을 낮잡아 이르는 말. 준다.)
상통 ‘얼굴 ’을 속되게 이
말뚝이 (종이를 받아 들고 취발이한테로 가서) 당신 잡히었소. 25
르는 말.
대초빛 대춧빛. 취발이 어데, 전령 보자.
배미 뱀의.
말뚝이 (종이를 취발이에게 보인다.)
무량대각 그 큼을 헤아릴
수 없음을 뜻함. 취발이 (종이를 보더니 말뚝이에게 끌려 양반의 앞에 온다.)

142 3. 한국 문학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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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취발이 엉덩이를 양반 코 앞에 내밀게 하며) 그놈 잡아들였소.

생원 아, 이놈 말뚝아. 이게 무슨 냄새냐?

말뚝이 예, 이놈이 피신(避身)을 하여 다니기 때문에, 양치를 못 하여서 그렇

게 냄새가 나는 모양이외다.
05 생원 그러면 이놈의 모가지를 뽑아서 밑구녕에다 갖다 박아라.

<중략>
말뚝이 샌님, 말씀 들으시오. 시대가 금전이면 그만인데, 하필 이놈을 잡아다 ‘ 시대가 금전이면 그만인
데 ’에서 알 수 있는 시대 상
죽이면 뭣 하오? 돈이나 몇백 냥 내라고 하야 우리끼리 노나 쓰도록 하면, 황은 무엇인가?
샌님도 좋고 나도 돈냥이나 벌어 쓰지 않겠소. 그러니 샌님은 못 본 체하고
10 가만히 계시면 내 다 잘 처리하고 갈 것이니, 그리 알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과 그 이유 나의
계시오.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일제히 어울려서 한바탕 춤 감상
추다가 전원 퇴장한다.)

- 제6과장 끝 -

( 2 )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143

124 169 3 .indd 143 18. 11. 23. 오후 6:15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에서 반복되는 재담의 구조를 정리해 보자.


( )의 ( )의 ( )의 ( )의 ( )의
위엄 조롱 호통 변명 안심

2 이 작품이 현재의 연극과 다른 부분을 찾아보고, 민속극의 특징을 말해 보자.

도움말 | 한국 문학 중
민속극의 무대 구성 및
등장인물과 관객 간의 소
통 방식에 주목해 본다.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3 ‘양반 삼 형제’의 놀이와 ‘말뚝이’의 말에 나타나는 특징을 파악해 보자.

1 ‘양반 삼 형제’가 벌이는 놀이의 내용을 평가해 보자.

시조 읊기 운자 놀이 파자 놀이

도움말 | 작품에 나타난


2 ‘말뚝이’의 말에 나타나는 언어적 특징을 말해 보자.
주제 의식이나 가치관,
한국어의 특수한 자질이 “개잘량이라는 ‘양’ 자에 개다리소반이라는 ‘반’ 자 쓰는 양반이 나
반영된 표현 등을 통해
오신단 말이오.”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을 이해해 본다.
“동은 여울이요, 서는 구월이라, 동여울 서구월 남드리 북향산 방방곡곡
(坊坊曲曲) 면면촌촌(面面村村)이, 바위 틈틈이, 모래 쨈쨈이, 참나
무 결결이 다 찾아다녀도 샌님 비뚝한 놈도 없습디다.”

144 3. 한국 문학의 성격

124 169 3 .indd 144 18. 11. 23. 오후 6:15


ペ븍"넘쟀겠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4 다음 작품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부분을 찾아보고,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의 계승이


라는 측면에서 「봉산 탈춤」과 비교해 보자.

참고 자료 | 「봄・봄」
이 작품은 데릴사위인 ‘나’ 앞부분 줄거리 ‘나’는 점순이와 성례를 치르는 조건으로 장인의 집에서 데릴사위로 지내고 있
와 장인이 혼인 문제로 겪는 다. 그러나 ‘나’는 삼 년 칠 개월 동안 머슴처럼 일만 시키는 장인에게 불만을 품는다. 그러던
갈등을 다룬 소설이다.
중에 점순이까지 ‘나’를 충동질하고, 결국 ‘나’는 성례 문제로 장인과 몸싸움을 벌인다.

“아! 아! 이놈아! 놔라, 놔!”


장인님은 헛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질렀다. 놓긴 왜, 이왕
이면 호되게 혼을 내 주리라 생각하고 짓궂이 더 댕겼다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
져서 눈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다.
“할아버지! 놔라, 놔, 놔, 놔, 놔라!”
그래도 안 되니까,
“얘, 점순아! 점순아!”
이 악장에 안에 있었던 장모님과 점순이가 헐레벌떡하고 단숨에 뛰어나왔다.
나의 생각에 장모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순이는
내 편을 들어서 속으로 고소해서 하겠지……. 대체 이게 웬 속인지(지금까지도 난
영문을 모른다.) 아버질 혼내 주기는 제가 내라 놓고 이제 와서는 달려들며,
“에구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내 귀를 뒤로 잡아댕기며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
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았다. 장모님도 덤벼들어 한쪽 귀마저 뒤로 잡아
솔개미 ‘솔개’의 방언.
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 이렇게 꼼짝 못 하게 해 놓고 장인님은 지게막대기를 들
연해 자꾸. 계속해서.
어서 사뭇 내려조졌다. 그러나 나는 구태여 피하려지도 않고 암만해도 그 속 알
악장 악을 쓰며 싸우는 것.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 들여다보았다.
역성 옳고 그름에는 관계없
이 무조건 한쪽 편을 들어 주 “이 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는 일.
- 김유정, 「봄・봄」
사뭇 거리낌 없이 마구.

문화 향유
5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중 ‘한의 정서’나 ‘자연 친화’가 잘 드러나는 작품을 찾아 소
개해 보자.

( 2 )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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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을
작품 봉산 탈춤
마치며

감상의 정리
「봉산 탈춤」은 황해도 지방에서 전승되어 온 민속극으로, 전체 7개의 과장으로 구성된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가면극 가운데 하나이다. 가면극은 민속극의 하위 갈래로, 탈을 쓰고 하는 연
극을 말한다. 이 작품은 춤과 재담, 노래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어
서 관객이나 악공이 극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교과서에 실린 제6과장 ‘양
반춤’은 서민층을 대변하는 ‘말뚝이’가 지배층인 ‘양반 삼 형제’의 무능력과 이중성을 조롱하
고 비하하는 내용으로, 동음이의어에 의한 언어유희, 열거, 대구, 익살, 과장 등을 통한 풍자와
해학이 두드러진다. 여기에는 문학을 통해 모순되고 억압된 현실을 폭로하고, 한편으로 웃음
을 유발하여 감정을 정화하였던 한국 문학의 특질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식 창고
우리나라의 가면극
우리나라 가면극의 첫 번째 특징은 현실을 비판하는 주제 의식이다. 우리나라 가면극에서는
양반과 하인, 노승과 상좌, 남성과 여성이라는 당대의 고정적인 상하 관계가 뒤바뀌어 제시되
는 등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이 실현된다. 이는 가면의 힘을 빌려 실제 사회에서의 귀
천이나 상하 관계의 틀을 깨고 하층민의 울분을 해소하는 구실을 한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가면극에서 사용하는 언어이다. 우리나라 가면극에서는 말장난이 자주 등장
하는데, 이것은 구비 문학의 속성이자 언어유희로서 하나의 놀이적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특
성은 극에 재미를 주는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평소에 비판하고 싶었던 대상에 대한 신랄한 풍
자를 가능하게 한다.

더 읽어 보기

주제 김진옥・민천식 구술
형식

「양반전」 박지원 「양주 별산대놀이」 작자 미상

부자가 양반 신분을 사려다가 너무 까 경기도 양주 지방에서 전승된 가면극.


다로워 사양하였다는 내용의 고전 소설. 제7과장 ‘샌님춤’을 바탕으로 무능한 양
양반 계급의 허위와 부패를 폭로하는 내 반에 대한 풍자와 조롱의 방식을 비교하
용에 주목하여 감상해 보자. 며 살펴보자.

146 3. 한국 문학의 성격

124 169 3 .indd 146 18. 11. 23. 오후 6:15


2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한국 문학의 의의
한국 문학 작품을
문학은 한 사람의 개인은 물론 집단 전체의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 감상하면서
로 그들의 삶과 사상을 반영함. 따라서 한국 문학에는 한국인만의 고 한국 문학의 전통과
유한 풍습과 정서가 담겨 있음. 특질을 이해할 수 있음.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은 주제 의식, 가치관, 표현 형식 등 다양한 부문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에는 ‘해학과 풍자’, ‘한(恨)의 정
서’, ‘자연 친화’ 등이 있다.

‘해학’은 대상을 익살스럽고도 악의 없는 웃음으로 그려 내는 것을 말하고, ‘풍자’는 현실의


해학과 풍자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빗대어 비꼬면서 표현하는 것을 말함. 이러한 표현에는 답답하
고 고달픈 현실을 극복하는 선인들의 지혜가 담겨 있음.

‘한’은 몹시 원망스럽고 억울하거나 안타깝고 슬퍼 응어리진 마음을 말함. 주변국으로부터


한(恨)의 정서 침략을 받은 민족적 상황, 신분 사회였기에 존재했던 하층 계층의 설움, 가부장제 속에서 여성
으로서 겪었던 설움 등 우리 민족의 사회・역사적 상황과 관련이 깊음.

‘자연 친화’는 자연물을 관조와 사색의 대상으로 삼거나 자연물을 이용하여 정감을 표현하
자연 친화 는 것을 말함. 동양 사회 특유의 일반적인 인식으로, 서양에서와 달리 자연을 더불어 살아갈 존
재로 인식하는 데서 비롯함.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은 우리 민족만의 고유한 것으로서, 잘 보존하여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함.
내일의 한국 문학을 창의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을 잘 이해해야 함.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137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한국인만의 풍습과 사상 및 정서 등이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을 형성한다.

( 2 )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 147

124 169 3 .indd 147 18. 11. 23. 오후 6:15


3 [ 학습 목표 ]
•한국 문학과 외국 문학을 비교해서 읽고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을 파악한다.
•한국 문학과 외국 문학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감상한다.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빎ピ패"
물겠

우리나라의 동화
신데렐라는 「콩쥐 팥쥐」와 내용이 비슷해.
시계가 12시를 가리키자 콩쥐도 잔치에 갔다가
도망치듯 궁전을 빠져나오는데, 신 한 짝을 잃어버리잖아.
그때 유리 구두 한 짝을
떨어뜨려.

「신데렐라」와 「콩쥐 팥쥐」의 줄거리를 떠올려 보자.


두 이야기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무엇인가?
또한 두 이야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148 3. 한국 문학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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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가 _작자 미상

나 _셰익스피어

세계 문학으로서 한국 문학이 갖는 보편성과, 한국


문학이 지닌 특수성을 파악하며 두 작품을 감상하기.

「콩쥐 팥쥐」 는 계모에게 미움을 받다가 결국 신분이 높은 남성을 만나 행복해진다는 서


양의 「신데렐라」 이야기와 매우 유사하다. 이러한 내용의 이야기는 독일의 「재투성이 소
녀」, 프랑스의 「상드리용」, 중국의 「섭한」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견된다. 이처럼 「콩쥐
팥쥐」 와 유사한 이야기가 세계 여러 나라 문학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주제나 표현 방식 면
에서 세계 문학으로서 한국 문학이 갖는 보편성을 확인할 수 있는 예가 된다.
또한 한국 문학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쌓아 오면서 나름의 고유한 특수성을 형성해 왔
다. 예를 들어, ‘남북 분단’처럼 우리나라가 겪었던 특수한 역사적 상황은 ‘분단 문학’과
같은 한국 문학만의 고유한 영역을 형성하게 하였다. 또한 ‘악장’이나 ‘시조’, ‘가사’ 등과
같은 갈래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 문학만의 특성이다.
이처럼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이해하는 것은 한국 문학과 외국 문학의 관계
는 물론, 세계 문학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
문학은 세계 문학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보
편성과 나름의 특수성을 지니며 발전해 왔음 해 보자.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을 알고, 한국 문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태 이 있을까?
특수성에 영향을 준 특수한 역사적 상황에는 무엇
도를 지녀야 할 것이다. 한국 문학의

( 3 )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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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감상 열기 가와 나는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고전 소설과 희곡이다. 세계 문학으로서 한국 문학이 갖는


보편성과, 한국 문학이 지닌 특수성을 파악하며 두 작품을 감상해 보자.

춘향전 春香傳 작자 미상

성춘향
16세로, 퇴기
월매의 딸임.

이몽룡
16세로, 남원 부사의
아들임.

앞부분 줄거리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은 광한루에서 그네를 타는 퇴기 월매의 딸 성춘향에게 첫눈


에 반한다. 이몽룡은 자신이 부리는 방자에게 성춘향을 데려오라고 시킨다. 방자는 성춘향에게 다가 05

가 이몽룡의 뜻을 전한다.

춘향이 대답하되,

“네 말이 당연하나 오늘이 단옷날이라. 비단 나뿐이랴. 다른 집 처자들도 여

기 와서 함께 그네를 탔을 뿐 아니라, 설혹 내 말을 했을지라도 내가 지금 기

생이 아니니 예사 처녀를 함부로 부를 리도 없고 부른다 해도 갈 리도 없다. 10

퇴기 지금은 기생이 아니 당초에 네가 말을 잘못 들은 바라.”


지만 전에 기생 노릇을 하던
여자를 이르는 말. 방자 별수 없이 광한루로 돌아와 도련님께 여쭈오니 도련님 그 말 듣고,
전갈 사람을 시켜 말을 전 “기특한 사람이로다. 말인즉 옳도다. 다시 가 말을 하되 이리이리하여라.”
하거나 안부를 물음. 또는
전하는 말이나 안부. 방자 그 전갈을 가지고 춘향에게 건너가니, 그 사이에 제집으로 돌아갔다.

150 3. 한국 문학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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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집을 찾아가니 모녀간 마주 앉아 점심을 먹는구나. 방자 들어가니,

“너 왜 또 오느냐?”

“황송타. 도련님이 다시 전갈하시더라. 내가 너를 기생으로 안 것이 아니다.

들으니 네가 글을 잘한다기로 청하노라. 여염 처자 불러 보는 것이 민망한


05 일이지만 꺼리지 말고 잠깐 와 다녀가라 하시더라.”

춘향의 너그러운 마음에 연분이 되려고 그런지 갑자기 갈 마음이 난다. 모

친의 뜻을 몰라 한동안 말 않고 앉았더니, 춘향 어미 썩 나앉아 정신없이 말을

하되,

“꿈이라 하는 것이 모두 허사는 아니로다. 간밤에 꿈을 꾸니 난데없이 연못 ‘ 월매 ’ 가 ‘ 성춘향 ’ 에게


‘ 이몽룡 ’ 을 만나고 오라고
10 에 잠긴 청룡 하나 보이기에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하였더니 우연한 일 아 한 이유는 무엇인가?
니로다. 또한 들으니 사또 자제 도련님 이름이 몽룡이라 하니 ‘꿈 몽(夢) 자,

용 룡(龍) 자’ 신통하게 맞추었다. 그나저나 양반이 부르시는데 아니 갈 수

있겠느냐. 잠깐 다녀오라.”

춘향이가 그제야 못 이기는 모습으로 겨우 일어나 광한루 건너갈 제, 대명전


15 (大明殿) 대들보의 명매기걸음으로, 양지(陽地) 마당의 씨암탉걸음으로, 흰모

래 바다의 금자라 걸음으로, 달 같은 태도 꽃다운 용모로 천천히 건너간다. 월

(越)나라 서시(西施)가 배우던 걸음걸이로 흐늘흐늘 건너온다. 도련님 난간에

절반만 비켜서서 그윽이 바라보니 춘향이가 건너오는데 광한루 가까이 온지

라. 도련님 좋아라고 자세히 살펴보니 요염하고 정숙하여 그 아름다움이 세상


여염 백성의 살림집이 많
20 에 둘도 없는지라. 얼굴이 빼어나니 청강(淸江)에 노는 학이 설월(雪月)에 비친 이 모여 있는 곳.

것 같고, 흰 치아 붉은 입술이 반쯤 열렸으니 별도 같고 옥도 같다. 연지를 품 연분 서로 관계를 맺게 되


는 인연.
은 듯, 자줏빛 치마 고운 태도는 석양에 비치는 안개 같고, 푸른 치마가 영롱하
명매기걸음 맵시 있게 아

여 은하수 물결 같다. 고운 걸음 단정히 옮겨 천연히 누각에 올라 부끄러이 서 장거리며 걷는 걸음.


씨암탉걸음 아기작아기작
있거늘, 통인 불러 말한다. 가만히 걷는 걸음.

25 “앉으라고 일러라.” 서시 중국 춘추 시대 월나
라의 미인.
춘향의 고운 태도 단정하다. 앉는 거동 자세히 살펴보니, 갓 비가 내린 바다 연지 여자가 화장할 때에
입술이나 뺨에 찍는 붉은 빛
흰 물결에 목욕재계하고 앉은 제비가 사람을 보고 놀라는 듯, 별로 꾸민 것도
깔의 염료.
없는 천연한 절대 가인이라. 아름다운 얼굴을 대하니 구름 사이 명월이요, 붉 가인 미인.

( 3 )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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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입술 반쯤 여니 강 가운데 핀 연꽃이로다. 신선을 내 몰라도 하늘나라 선녀

가 죄를 입어 남원에 내렸으니, 달나라 궁궐의 선녀가 벗 하나를 잃었구나. 네

얼굴, 네 태도는 세상 인물이 아니로다.


‘ 이몽룡 ’에 대한 ‘ 성춘향 ’ 이때 춘향이 추파를 잠깐 들어 이 도령을 살펴보니 천하의 호걸(豪傑)이요
의 첫인상은 어떠한가?
세상의 기이한 남자라. 이마가 높았으니 젊은 나이에 공명을 얻을 것이요, 이 05

마며 턱이며 코와 광대뼈가 조화를 얻었으니 충신이 될 것이라. 흠모하여 눈

썹을 숙이고 무릎을 모아 단정히 앉을 뿐이로다. 이 도령 하는 말이,

“옛 성현도 같은 성끼리는 혼인하지 않는다 했으니 네 성은 무엇이며 나이는

몇 살이뇨?”

“성은 성(成)가옵고 나이는 십육 세로소이다.” 10


추파 미인의 맑고 아름다
운 눈길. 이 도령 거동 보소.
호걸 지혜와 용기가 뛰어나 “허허 그 말 반갑도다. 네 연세 들어보니 나와 동갑인 이팔이라. 성씨를 들어
고 기개와 풍모가 있는 사람.
흠모하여 기쁜 마음으로 보니 하늘이 정한 인연일시 분명하다. 혼인하여 좋은 연분 만들어 평생 같이
공경하며 사모하여.
즐겨 보자. 너의 부모 모두 살아 계시냐?”
편모슬하 홀로 남은 어머
니를 모시고 있는 처지. “ 편모슬하로소이다.” 15

152 3. 한국 문학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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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몇이나 되느냐?”

“올해 육십 세를 맞은 나의 모친이 무남독녀라. 나 하나요.”

“너도 귀한 딸이로다. 하늘이 정하신 연분으로 우리 둘이 만났으니 변치 않

는 즐거움을 이뤄 보자.”
05 춘향이 거동 보소. 고운 눈썹 찡그리며 붉은 입술 반쯤 열고 가는 목소리 겨

우 열어 고운 음성으로 여쭈오되,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열녀는 지아비를 바꾸지 않는다고 옛글에

일렀으니, 도련님은 귀공자요 소녀는 천한 계집이라. 한번 정을 맡긴 연후에

바로 버리시면 일편단심 이내 마음, 독수공방 홀로 누워 우는 한(恨)은 이


10 내 신세 내 아니면 누구일꼬? 그런 분부 마옵소서.”

이 도령 하는 말이,

“네 말을 들어 보니 어찌 아니 기특하랴. 우리 둘이 인연 맺을 적에 금석 같 ‘이몽룡’이 ‘성춘향’을 기특


하게 여긴 이유는 무엇인가?
은 맹세하리라. 네 집이 어드메냐?”

춘향이 여쭈오되,
15 “방자 불러 물으소서.”

이 도령 허허 웃고,

“내 너더러 묻는 일이 허황하다. 방자야!”

“예.”

“춘향의 집을 네 일러라.”
20 방자 손을 넌지시 들어 가리키는데,

“저기 저 건너 동산은 울울하고, 물고기 뛰노는 푸르고 푸른 연못 가운데 신 열녀 절개가 굳은 여자.


일편단심 한 조각의 붉은
비한 화초가 무성하고, 나무마다 앉은 새는 화려함을 자랑하고, 바위 위 굽
마음이라는 뜻으로, 진심에
은 솔에 맑은 바람이 건듯 부니 늙은 용이 서려 있는 듯, 있는 듯 없는 듯한 서 우러나오는 변치 아니하
는 마음을 이르는 말.
문 앞의 버들, 들쭉나무, 측백나무, 전나무며 그 가운데 행자목은 음양(陰陽)
독수공방 아내가 남편 없
25 을 좇아 마주 서고, 오동나무, 대추나무, 깊은 산중 물푸레나무, 포도, 다래, 이 혼자 지내는 것.
금석 쇠붙이와 돌이라는
덩굴나무 넌출 휘휘친친 감겨 담장 밖에 우뚝 솟았는데, 소나무 정자가 대 뜻으로, 매우 굳고 단단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나무 숲 사이로 은은히 보이는 게 춘향의 집일러라.”
넌출 길게 뻗어 나가 늘어
도련님 이른 말이, 진 식물의 줄기.

( 3 )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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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정결하고 송죽(松竹)이 울창하니 여자의 정절을 가히 알리로다.”

춘향이 일어나며 부끄러이 여쭈오되,

“세상인심 고약하니 그만 놀고 가야겠소.”

도련님 그 말을 듣고,
‘ 이몽룡 ’이 ‘ 성춘향 ’의 집 “기특하다. 그럴듯한 일이로다. 오늘 밤 퇴령 후에 너의 집에 갈 것이니 괄 05
에 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나 부디 마라.”

춘향이 대답하되,

“나는 몰라요.”

“네가 모르면 쓰겠느냐. 잘 가거라. 오늘 밤에 서로 만나자.”

누각에서 내려 건너가니 춘향 어미 마중 나와, 10

“애고 내 딸 다녀오냐. 도련님이 무엇이라 하시더냐?”

“무엇이라 하긴요. 조금 앉았다가 가겠다고 일어나니 저녁에 우리 집에 오시

마 하옵디다.”

“그래 어찌 대답하였느냐.”

“모른다 하였지요.” 15

“잘하였다.”

이때 도련님이 춘향을 서둘러 보낸 후에 잊을 수가 없어 공부방에 돌아와도

만사에 뜻이 없고 다만 생각이 춘향이라. 말소리 귀에 쟁쟁, 고운 태도 눈에

삼삼하다.

뒷부분 줄거리 그날 밤으로 성춘향의 집을 찾아온 이몽룡은 성춘향과 백년가약을 맺는다. 서로에 20

대한 마음이 깊어 가던 어느 날, 이몽룡의 아버지 이 부사가 승진하여 한양으로 부임지를 옮기게 되

정절 곧은 절개. 고, 이몽룡은 성춘향에게 후일을 약속하고 떠난다. 한편, 남원에 새로 부임한 사또인 변학도가 성춘향

퇴령 지방 관아에서 구실 에게 자신의 수청을 들라 강요하고, 이를 거절한 성춘향은 옥에 갇히게 된다. 한양으로 간 이몽룡은
아치와 사령들에게 물러가 과거에 장원 급제하여 암행어사가 되고, 남원으로 내려와 변 사또를 벌하고 성춘향을 구한다.
도록 허락하던 명령.
만사 여러 가지 온갖 일.
삼삼하다 잊히지 않고 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과 그 이유 나의
감상
앞에 보이는 듯 또렷하다.
백년가약 젊은 남녀가 부
부가 되어 평생을 같이 지낼
것을 굳게 다짐하는 아름다
운 언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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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

로미오
몬터규 가문의
셰익스피어
사람으로, 줄리엣을 (Shakespeare,
보고 첫눈에 반함.
William) (1564~1616)
영국의 극작가, 시인. 인
줄리엣 간의 심리를 깊게 통찰하는
캐풀렛 가문의 작품들을 주로 썼다. 주요
외동딸임.
작품으로는 「햄릿」, 「리어
왕」, 「맥베스」, 「오셀로」, 「베
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 등이 있다.
앞부분 줄거리 몬터규 가문과 캐풀렛 가문은 원수지간이다. 몬터규 가문의 사람인 로미오는 초대 받
지도 않은 캐풀렛 가문의 연회에 갔다가 줄리엣을 만난다. 두 사람은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서로가
원수의 가문이라는 사실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05 제2막 제2장 (베로나, 캐풀렛 집의 정원)

로미오, 앞으로 나온다.

로미오 상처를 입어 보지 않은 자가 남의 상처를 비웃는 거다. (줄리엣, 2층 무

대의 창문에 등장.) 가만! 저 창문에서 쏟아지는 빛은 무얼까? 저곳이 동쪽이

지. 그렇다면 줄리엣은 해님이로구나! 솟아라, 아름다운 해님. 시샘하는 달


10 을 없애라. 달의 시녀인 네가 달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달은 이미 병들고 슬

픔으로 창백하다. 달의 여신은 질투심이 많으니 시녀 노릇은 그만두라. 여신

의 시녀 옷은 병든 녹색이라, 광대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입는담. 벗어 버려.

너는 나의 임. 오, 너는 내 사랑! 아, 이 마음을 네가 알아주었으면! 입을 여

네. 아니, 말을 하지 않아. 그래도 상관없다. 저 눈이 말을 하는걸. 대답을 해 시샘하는 자기보다 잘되


거나 나은 사람을 공연히 미
15 야지. 내가 너무 뻔뻔해, 나한테 하는 것도 아닌데. 하늘에서 가장 아리따운 워하고 싫어하는.

( 3 )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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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별이 나들이 가면서, 돌아올 때까진 그 눈동자에게 대신 반짝여 달라고

간청을 한 거야. 그녀의 눈이 하늘에 있고, 별이 얼굴에 있다면? 그녀의 빛


방백 연극에서, 등장인물
나는 뺨이 별들을 무색하게 만들겠지. 대낮의 햇빛을 맞은 등불처럼 말이야.
이 말을 하지만 무대 위의
다른 인물에게는 들리지 않 하늘에 박힌 저 눈동자는 온 누리에 찬란히 빛날 것이며 새들도 밤이 아니라
고 관객만 들을 수 있는 것
으로 약속되어 있는 대사. 고 생각하며 노래하겠지. 저것 봐, 손에 볼을 고이고 있네. 오, 내가 저 손에 05

끼인 장갑이라면 그 뺨을 만져 볼 수 있으련만.
줄리엣 아아!

로미오 말을 한다! 오, 다시 한번 말해 다오, 빛나는 천사. 내 머리

위에서 이 밤을 빛내 주는 당신의 모습, 날개 돋친 하늘의 천사가

되어 서서히 흘러가는 구름을 밟고, 창공을 헤쳐 갈 때 놀라며 하얗 10

게 치뜬 눈으로 사람들은 너를 우러러보리라.


줄리엣 아, 로미오, 로미오! 왜 당신은 로미오예요? 아

버지를 잊어요. 그 이름을 버려요. 그것이 싫다면 날 사

랑한다고 맹세해요. 그럼 내가 캐풀렛 성을 버릴 거야.


로미오 ( 방백) 좀 더 들어 볼까, 말을 걸어 볼까? 15

줄리엣 당신 이름만이 나의 원수일 뿐. 비록 몬터규가 아니더라도 당신은 당

신이야. 몬터규가 뭔데? 손도 발도 팔도, 얼굴도 아니고, 사람 몸의 어떤 부

분도 아니잖아. 아, 딴 이름이 돼 주어요! 이름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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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을 딴 이름으로 불러도 향기는 역시 마찬가지잖아. 로미오도 같아. 로

미오란 이름으로 부르지 않아도, 당신이 갖고 있는 소중한 완벽함은 그대로

남을 것이오. 로미오, 그 이름을 버려요. 당신과 상관없는 그 이름 대신에 나

의 모든 것을 가져가요.
05 로미오 (줄리엣에게) 그 말대로 받아들이지. 날 애인이라 불러 줘.

그게 나의 새로운 세례명이야. 이제부터 난 절대로 로미오가

아니지.
줄리엣 당신은 누구요? 밤의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남의 비밀

을 엿들었으니.
10 로미오 내가 누구라고 내 이름으로는 말해 줄 수가 없어. 거룩

한 성자여, 이젠 내 이름이 미워. 그건 너의 원수니까. 종이에

쓰여 있다면 찢고 싶어.
줄리엣 내 귀는 백 마디도 네 말을 듣지 못했지만, 네 목소리를

알아. 넌 로미오잖아, 몬터규 댁의?


15 로미오 아름다운 아가씨, 네가 싫다면 둘 다 아냐.

줄리엣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왜 온 거야? 정원 담이 높아서 오르기 어려운

데. 네 신분을 생각할 때 우리 집 사람들한테 들키는 날이면 죽음의 장소가

될 것이야.
로미오 사랑의 가벼운 날개로 담을 넘어왔지만, 돌담이 어찌 사랑을 막을 수

( 3 )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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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겠어. 사랑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내. 그러니 너의 가족인들 날

막지는 못해.
줄리엣 들키는 날엔 너를 죽일 거야.

로미오 아아, 그들의 칼 스무 자루보다도 너의 눈동자가 더 두려워! 정다운

눈길로 반겨 줘. 그러면 그들의 적의쯤 끄떡도 안 할 거야. 05

‘ 줄리엣 ’이 ‘ 로미오 ’에 대 줄리엣 어떤 일이 있어도 여기서 들켜선 안 돼.


해 걱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로미오 들키지 않기 위해 밤의 외투를 걸치고 있어. 네가 날 사랑하지 않겠다

면 날 들키게 해 줘. 너의 사랑 없이 죽음을 미루며 사느니, 차라리 그들의

증오를 받고 목숨을 끊는 것이 한결 나아.


줄리엣 너는 누구의 안내로 여기까지 왔지? 10

로미오 사랑, 사랑이 찾으라고 떠밀었어. 사랑은 내게 충고를, 난 사랑에게

눈을 빌려주었어. 난 키잡이는 아니지만, 네가 바닷물이 넘실대는 천 리 길

의 먼 바닷가에 있다 해도 그 보배를 찾아 모험에 나설 거야.


‘ 로미오 ’가 엿듣게 된 ‘ 줄 줄리엣 내 얼굴에 밤의 가면이 씌워져 있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나
리엣 ’의 말은 무엇인가?
의 볼은 빨갛게 물들고 말았을 거야, 너는 오늘 밤에 내가 한 말을 엿들었으 15

니. 나도 체면은 차리고 싶고……. 정말, 정말이지 내 말을 거짓이라고 말하

고 싶어. 그러나 체면치렌 안녕이야! 날 사랑해? “그렇다.”라고 대답할 걸 알

고 있어. 그 말을 믿을 거야. 그렇지만 너의 맹세가 물거품이 될지 누가 알

아. 애인끼리 맹세를 깨도 주피터 신은 웃고 만다고 해. 아, 상냥한 로미오.

나를 사랑한다면, 진심을 말해 봐. 날 너무 쉽게 얻었다고 생각한다면, 얼굴 20

을 찡그리고 토라져 싫다고 할 거야. 물론 그렇게 해도 사랑한다고 하겠지

만. 그렇지 않다면 싫어. 멋진 몬터규, 난 참말이지, 너를 좋아하나 봐. 그러

니까 날 경박한 여자로 생각할지 몰라. 그러나 믿어 줘. 교활하게 새침데기

인 척하는 여자보다는 진실함이 있는 거야. 사실인즉 진정한 사랑의 고백을


적의 적대하는 마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네가 엿듣지만 않았다면, 나도 시침을 뗐어야 했는데. 25
키잡이 배의 키를 조종하
는 사람. 그러니까 날 용서하고 경박한 사랑이어서 이처럼 마음을 허락한 거라고 꾸
주피터 로마 신화에 나오 짖진 말아 줘. 나의 사랑이 탄로 난 것은 밤의 어둠 때문이야.
는 최고의 신.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Zeus)에 해당한다. 로미오 나의 임, 이 과일나무 꼭대기를 은빛으로 물들이는 저 청순한 달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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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맹세하겠어.

줄리엣 아, 변덕쟁이 달님을 두고 맹세하진 마. 달님은 한 달 내내 그 모습을

바꾸니, 너의 사랑마저 그렇게 변할까 두려워.

로미오 뭘 두고 맹세하지?

05 줄리엣 맹세할 건 없어. 정 하려거든 소중한 너 자신을 두고 해. 넌 내가 숭배

하는 신이니 너라면 믿겠어.

로미오 만약 내 마음속의 소중한 사랑이…….

줄리엣 맹세하지 마. 너를 만난 것은 기쁘지만, 오늘 밤 약속은 싫어. 너무나 ‘ 줄리엣 ’이 ‘ 로미오 ’에게


사랑을 맹세하지 말라고 한
성급하고, 분별이 없고, 갑작스러운걸. 마치 ‘번개 친다’고 말할 틈도 없이 이유는 무엇일까?
10 사라지는 번갯불과 너무도 같아. 사랑하는 임, 그럼 안녕! 사랑의 꽃봉오리

는 번성하게 하는 여름의 숨결에 마냥 부풀었다가, 다시 만날 땐 활짝 꽃필

거야. 잘 가, 안녕! 이 가슴에 있는 달콤한 평안함과 안식이 너의 가슴속에

도 깃들기를!

로미오 오, 이렇게 아쉽게 헤어져야 하나?

15 줄리엣 어떤 만족을 이 밤에 가지려고 하지?

로미오 너의 진정한 맹세를 나의 맹세와 바꾸는 일.

줄리엣 네가 청하기도 전에 이미 주었잖아. 하지만 또다시 주고 싶기도 해.

로미오 그럼 되찾아 가려는 건가? 왜 그래?

줄리엣 솔직히 말하면 또다시 주기 위해서야.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내

20 가 탐내고 있나 봐. 내 마음은 바다처럼 한없이 넓고 사랑도 한없이 깊어. 네

게 줄수록 가득가득 차게 돼. 둘 다 한이 없어. (유모가 안에서 부른다.) 안에

서 부른다. 사랑하는 임이여, 안녕! (유모에게) 곧 갈게, 유모! (로미오에게) 사

랑하는 로미오, 변하지 마. 잠깐 기다려, 다시 올게. (줄리엣, 창가를 떠나 안

으로 들어간다.)

25 로미오 아, 멋지고 멋진 밤! 두렵다. 지금은 밤인데 혹시 꿈이 아닌가? 지나친

행복에 겨워서 현실 같지 않다.


분별 세상 물정에 대한 바
른 생각이나 판단.
줄리엣, 다시 창가로 등장. 안식 편히 쉼.

( 3 )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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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 로미오, 세 마디만, 그리고 정말 헤어지는 거야. 네 사랑이 명예를 존

중하고, 결혼을 바란다면 내일 사람을 보낼 테니 그편에 회답을 보내 줘. 어

디서 언제 식을 올리는지 말이야. 그럼 난 모든 것을 너의 발밑에 바치고 이

세상 어디든 내 낭군, 너를 따라가겠어.


유모 (집 안에서) 아가씨! 05

줄리엣 곧 갈게! (로미오에게) 너의 말이 진심이 아니라면, 부탁이야 …….

유모 (집 안에서) 아가씨!

줄리엣 곧 간다니까! (계속하여 로미오에게) 아무 짓도 하지 마. 날 슬픔에 잠기

게 내버려 둬. 내일 사람을 보낼게.


로미오 내 영혼의 구원을 두고. 10

줄리엣 천만 번 안녕! (퇴장)

로미오 너의 빛을 잃으니 천배 아쉬운 밤이다! 애인을 만나러 갈 땐 수업을 마

친 학생들처럼 마음이 들떴는데, 애인과 헤어질 땐 등교 생도들처럼 우울하

다.

로미오가 막 떠나려고 할 때 줄리엣 다시 등장. 15

‘ 줄리엣 ’이 자신의 처지를 줄리엣 이봐! 로미오, 기다려! 아, 매사냥꾼의 목소리처럼, 훌륭한 수매를 다
‘ 매어져 있는 몸 ’이라고 표
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 불러들였으면! 매어져 있는 몸이라 쉰 소리밖에 내지 못해. 그렇잖다면

산울림의 요정이 살고 있는 동굴을 깨고 울려 퍼지는 그의 목소리가 내 것보

다 더 쉴 때까지 나의 로미오의 이름을 되풀이 불러 보겠다마는.


로미오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은 나의 영혼. 밤에 듣는 애인의 목소리는 은방울 20

처럼 감미롭고 귀 기울여 들으면 부드러운 음악 같다!


줄리엣 로미오!

로미오 내 사랑!

줄리엣 내일 몇 시에 사람을 보낼까?

로미오 아홉 시까지. 25

줄리엣 꼭 보낼게. 그때까지 이십 년이나 되는 것 같아. 내 임을 왜 다시 불렀

는지 잊었어.

160 3. 한국 문학의 성격

124 169 3 .indd 160 18. 11. 23. 오후 6:16


로미오 생각이 떠오를 때까지 여기 서 있을 거야.

줄리엣 잊어버린 채로 있을래, 계속 거기 서 있게 말이야. 같이 있기만 해도

얼마나 기쁜가를 생각한다고.


로미오 이대로 서 있겠어, 네가 잊은 채로 있도록. 여기 아닌 다른 집은 다 잊

05 어버리는 거야.
줄리엣 벌써 날이 새나 봐. 그만 돌아가라고. 하지만 장난꾸러기가 잡고 있는 ‘ 줄리엣 ’이 ‘ 장난꾸러기가
잡고 있는 새 ’보다 멀리 가지
새보다 멀리 가진 마라. 장난꾸러기는 손에서 새를 좀 늦춰 놓았다가도 사슬 말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에 묶인 불쌍한 죄수같이 그 발에 매인 비단 실을 다시 잡아당기는 거야, 사

랑하는 새가 자유를 찾는 것에 시샘해서지.


10 로미오 나도 너의 새가 되고 싶다.

줄리엣 나의 임, 나도 그랬으면 해. 하지만 너무 귀여워하다가 죽일지도 몰

라. 안녕히 가고, 안녕히 자고! 이별은 달콤한 슬픔, 날이 샐 때까지 안녕을

되풀이할래.
로미오 너의 눈엔 잠이, 가슴엔 평안함이 깃들기를! 나도 그런 잠이 되고 평
15 안하게 쉬면 얼마나 좋을까. (줄리엣 퇴장) 회색 눈의 아침이 찌푸린 밤에게

미소 지으며, 동쪽 하늘의 구름을 빛나는 빛줄기로 다채롭게 채색하고 있다.

얼룩진 암흑은 주정꾼처럼 비틀거리며 태양신의 수레바퀴가 만든 낮의 행로

에서 도망가고 있다. 이 길로 내 영혼의 인도자인 신부님이 계신 곳으로 가

자. 이 행운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도움을 청해야지. (퇴장)

20 뒷부분 줄거리 두 가문의 싸움으로 로미오가 도시에서 추방된다. 홀로 남은 줄리엣은 그녀를 좋은


가문에 강제로 결혼시키려는 부모님을 피해, 마시면 죽은 것처럼 보이는 약을 먹고 결혼식을 치르지
않는다. 그러나 줄리엣이 죽은 줄로 안 로미오는 상심하여 독약을 마신다. 약에서 깨어난 줄리엣은 죽
어 있는 로미오를 발견하고는 절망하여 오열하다 그의 뒤를 따라 세상을 떠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과 그 이유 나의
감상

( 3 )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161

124 169 3 .indd 161 18. 11. 23. 오후 6:16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다음 ‘성춘향’과 ‘줄리엣’의 말을 바탕으로, 작품


보자.
가와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

동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열녀는 지아비를 바꾸지 않는다고 당신 이름만이 나의 원수일 뿐. 비록
옛글에 일렀으니, 도련님은 귀공자요 소녀는 천한 몬터규가 아니더라도 당신은 당신이야.
계집이라. 한번 정을 맡긴 연후에 바로 버리시면 몬터규가 뭔데? 손도 발도 팔도,
일편단심 이내 마음, 독수공방 홀로 누워 얼굴도 아니고, 사람 몸의 어떤
우는 한( )은 이내 신세 내 아니면 부분도 아니잖아. 아, 딴
누구일꼬? 그런 분부 이름이 돼 주어요!
마옵소서.

1 작품 가 와 나 에서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2 제시된 항목에 따라 작품 가와 나의 차이점을 이야기해 보자.

•작품에 나타난 사회적 배경은 어떠한가?


•작품 속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제시된 말에 나타난 ‘성춘향’과 ‘줄리엣’의 태도는 각각 어떠한가?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2 1의 활동을 바탕으로, 한국 문학으로서 「춘향전」이 지니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말해 보자.

자료.정보 활용
3
도움말 | 문학의 보편성
과 특수성의 측면에서 한 한국 문학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경우를 조사해 보고, 그 이유가 무엇일지
국 문학이 다른 나라 사 이야기해 보자.
람들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162 3. 한국 문학의 성격

124 169 3 .indd 162 18. 11. 23. 오후 6:16


ペ븍"넘쟀겠
한국 문학의 특수성

4 다음 작품을 감상하고, 한국 문학의 갈래적 특수성에 대해 생각해 보자.

참고 자료 | 「용비어천가」
이 작품은 조선 세종 때, 선 해동(海東) 육룡(六龍)이 샤 일마다 천복(天福)이시니
조인 목조에서 태종에 이르는 고성(古聖)이 동부(同符) 시니
여섯 대의 행적을 노래한 서
사시이다. 또한 한글 창제를 불휘 기픈 남 매 아니 뮐 곶 됴코 여름 하 니
바탕으로 이루어진 우리 문학
미 기픈 므른 래 아니 그츨 내히 이러 바 래 가 니
사상 최초의 국문 시가이다.
현대어 풀이
해동의 여섯 용이 나시어, (하시는) 일마다 하늘의 복이시니라.
옛날의 성인과 부절을 합친 것과 같으시니라.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움직이지 아니하므로, 꽃 좋고 열매 많으니라.
샘이 깊은 물은 가물에 아니 그치므로, 내가 이루어져 바다에 가느니라.
- 정인지 외,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1 각 장의 중심 내용을 파악해 보자.

제1장

제2장

2 다음 설명을 바탕으로 「용비어천가」가 지닌 한국 문학의 갈래적 특수성을 말해 보자.

「용비어천가」는 훈민정음으로 쓴 최초의 작품이며, 악장의 대표작으로 모두


12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악장은 조선 왕조 개국의 당위성을 밝히고 번영을
기리는 내용을 담았으며, 나라의 제사나 잔치와 같은 공식 행사 때 궁중 음악
에 맞추어 불렀다.

( 3 )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163

124 169 3 .indd 163 18. 11. 23. 오후 6:16


감상을
작품 춘향전 / 로미오와 줄리엣
마치며

감상의 정리
「춘향전」은 주인공인 ‘성춘향’과 ‘이몽룡’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랑과 갈등, 이별과 재회
를 그린 판소리계 고전 소설이다. 이 작품은 당시 사회적 특권 계급의 횡포를 고발하고
춘향의 정절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전개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유연애에 대한 옹호,
서민의 신분 상승 욕구 등이 담겨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수 가문인 몬터규가와 캐풀렛가의 두 남녀, ‘로미오’와 ‘줄리엣’의
운명적인 사랑과 비극적인 죽음을 다룬 희곡이다. 이 작품은 전 세계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 오늘날에도 연극, 영화, 뮤지컬, 발레,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
로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있다.

지식 창고
판소리계 소설
판소리의 대본인 판소리 사설이 소설로 정착된 것을 일반적으로 판소리계 소설이라고 한다.
판소리계 소설은 산문과 운문이 혼합된 형태를 띠며, 풍자와 해학적인 표현으로 당대의 생활상
을 폭넓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주로 서민층을 중심으로 향유되다가 후대에 양반층
에게까지 폭넓게 향유됨으로써, 양반층의 언어와 서민층의 언어가 공존하는 점도 특징이다.
판소리계 소설인 「춘향전」은 판소리 사설 「춘향가」가 문자로 기록되어 정착된 것으로, 이후
신소설 「옥중화」로 이어진다. 이외에 대표적인 판소리계 소설로는 「흥부전」, 「심청전」, 「토끼
전」 등이 있다.

더 읽어 보기

갈래 작가
작자 미상/셰익스피어

「춘향가」 작자 미상 「베니스의 상인」 셰익스피어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는 판소리 다섯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와 그의 친


마당 가운데 하나인 판소리. ‘성춘향’과 구 ‘바사니오’의 우정을 통해 인간의 삶
‘이몽룡’이 만나는 장면을 소설과 비교 을 통찰력 있게 다룬 희곡. 작가가 의도
하며 감상해 보자. 한 결말을 비교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164 3. 한국 문학의 성격

124 169 3 .indd 164 18. 11. 23. 오후 6:16


3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세계 문학으로서의 한국 문학

문학이 인간의 문제를 언어로 형상화한 한국 문학도 주제나 표현 방식에서 세계


예술이라는 점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문학 문학과 공유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는 동
은 보편성을 지니는 동시에, 각 나라의 고 시에,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흐름이나 한국
유한 사회・문화・역사적 상황에서 형성된 문학의 갈래적인 측면에 영향을 받아 생긴
특수성도 지님. 한국 문학만의 특수성도 지님.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한국 문학의 보편성 한국 문학의 특수성

한국 문학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누구나 공감 한국 문학은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형
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룸. 사랑과 이별, 죽음과 삶, 성됨. 국권을 침탈당한 민족적 시련은 민족의 자
기쁨과 슬픔, 분노와 감사, 선과 악의 대립 등은 시 유를 추구하는 내용으로 형상화되었고, 광복 이후
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공감할 만한 내용임. 닥친 분단 현실은 ‘분단 문학’이라는 특수한 영역을
한국 문학과 세계 여러 나라 문학의 이야기 구조가 형성함.
비슷함. 건국 이야기, 영웅의 일대기, 계모 박해 한국 문학의 갈래는 구비 문학, 한문 문학, 국문 문
이야기 등의 서사 구조는 세계 여러 나라 문학에서 학의 세 영역 아래 서정, 서사, 극, 교술의 4대 갈래
두루 나타남. 가 다양한 하위 갈래로 구현됨. ‘악장’, ‘시조’,
‘가사’ 등과 같은 갈래는 한국 문학만의 특성임.

한국 문학의 고유한 특질을 더욱 발전시키면서도, 세계 여러 나라의 문학과 다채롭게 만나 그 다양성과 보편


성을 함께할 때 한국 문학은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음.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149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한국 문학의 특수성에 영향을 준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에는 국권 침탈, 분단 현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등이
있다.

( 3 )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 165

124 169 3 .indd 165 18. 11. 23. 오후 6:16


창의 문학 통합

융합 춘향전 을 소개하는 여행 기획하기


활동 다음 활동을 통해 외국인에게 소설 「춘향전」을 소개하는 여행을 기획해 보자.

1 소설 「춘향전」의 공간적 배경은 ‘전라북도 남원’이다. 해당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찾아보자.

공간적 배경 남원

지리적 특성

2 소설 「춘향전」을 소개하는 여행을 기획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자.

도움말 | 남원 시청 누리집 1 「춘향전」과 관련한 남원의 관광 명소나 지역 축제를 찾고, 어떤 활동을 할 수 있


(http://www.namwon.go.kr)
는지 정리해 보자.
의 ‘문화 관광 ’ 항목을 통해
다양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관광 명소 또는 축제 활동 내용
있다.

2 해당 지역의 특별한 먹을거리나 여행 기념품을 찾아보자.

166 3. 한국 문학의 성격

124 169 3 .indd 166 18. 11. 23. 오후 6:16


3 2의 활동을 바탕으로 여행 일정을 정리하고, 간단한 약도를 만들어 보자.

약도

시간 활동 내용 여행 일정

4 지금까지 기획한 여행을 외국인에게 알릴 수 있도록 짧은 편지글이나 광고문을


영어로 써 보자. 그리고 3의 내용을 첨부하여 누리 소통망(SNS)에 게시해 보자.

창의 융합 활동 167

124 169 3 .indd 167 18. 11. 23. 오후 6:16


대 스스로 점검하기

단 자기 점검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를 설명할 수 있는가?
별점 주기

원마
대표적인 문학 작품에 나타난 한국 문학의 전통과 특질을 파악하였는
가?

한국 문학과 외국 문학을 비교하여 한국 문학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설명


할 수 있는가?


스스로
보충하기 나는 이 단원에서
내용을 더 학습하고 싶어.
이 내용을 더 학습하기 위해

해야겠어.

스스로
확장하기 이 단원의 학습 내용과 관련하여 서울특별시
국립 민속 박물관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 민속 박물관’을 방문해
볼 수 있어. 상설 전시관에서는 한민족의 생활
사, 한국인의 일상, 한국인의 일생을 주제로 하
여 선사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
국립 민

향갑 노 박물관 족의 생활 모습과 관련한 대표적인 유물을 전
리개
시하고 있어. 이곳을 관람하며 한민족의 전통
문화를 느끼고 체험해 보면 좋을 것 같아. ‘국립
민속 박물관’ 누리집에서 ‘뮤지엄 뷰’ 항목을
선택하면 가상 박물관 체험이 가능하고, ‘영상
채널’ 항목을 통해 영상 자료를 볼 수 있단다.

관련 누리집 http://www.nfm.go.kr

168 3. 한국 문학의 성격

124 169 3 .indd 168 18. 11. 23. 오후 6:16


한 권 책 읽기 상 기
다음 활동을 통해
문학 속에 나타난 상황을
간접 체험해 보자.

1 ‘한 권 책 읽기’를 계획대로 실행했는지 모둠원들과 함께 점검해 보자.

나는 쪽부터 쪽까지 책을 읽었어. 2


우리 모둠이 활동할 부분은 책의 쪽부터 까지야.

3
2 자신이 읽었던 문학 작품의 내용을
다시 훑어보면서 작품 속 화자나 등장인물이
4
처한 상황을 정리해 보자.

산문 문학의 경우, 등장인물의 5


상황 1. 주된 갈등이 무엇인지 정리해 본다.

상황 2.

상황 3.
운문 문학의 경우, 화자가
처한 상황을 생각해 본다.

상황을
자신이 찾은 작품 속 화자나 등장인물이 처한
3 모둠원들에게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본다.
대해
소개하고, 제시된 상황에

화자의 처지에 대한 문학 작품 속
자신만의 등장인물의
대응 방법을 갈등에
생각해 본다. 공감해 본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상황은 (이)야.


난 이 상황에 대응할 것 같아.

대단원 마무리 169

124 169 3 .indd 169 18. 11. 23. 오후 6:16


책1.indb 170 18. 11. 23. 오후 6:27
한국 문학의
역사
1 상고 시대~고려 시대의 문학

2 조선 시대의 문학

3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4 광복 이후의 문학

5 한국 문학의 발전상

책1.indb 171 18. 11. 23. 오후 6:27


한국 문학은
시대별・갈래별로
어떤 특징이 있을까?

우리는 문학 작품을 통해 그 작품이 창작된 시대를


간접적으로 이해하고, 그 시대를 풍미했던 문학의 특
징을 발견한다.
이처럼 한국 문학의 역사를 탐구하는 것은 한국 문
학이 걸어온 발자취와 그 속에 담긴 문학적 특질을 이
해하는 과정이다. 더불어 문학에 반영된 당대의 시대
상황을 파악하고 문학과 역사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
법이다.
이 단원에서는 상고 시대부터 광복 이후에 이르는
시기까지 각 시대의 주요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 문학
의 갈래별 전개와 구현 양상을 탐구하고 감상해 볼 것
이다. 또한 작품에 반영된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문
학과 역사의 상호 영향 관계를 탐구해 볼 것이다. 이
를 통해 한국 문학에 대해 입체적・포괄적으로 이해해
보고, 미래의 한국 문학이 나아갈 바를 탐색해 보자.

172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172 18. 11. 23. 오후 6:27


3

교과 역량

비판적・ 자료・정보 의사소통 공동체・ 문화 향유 자기

이 단원에서는 창의적
사고
활용 대인 관계 성찰・계발

1
상고 시대~고려 시대의 문학
작품 1 주몽 신화 _작자 미상
작품 2 제망매가 _월명사
작품 3 동동 _작자 미상

상고 시대 ~ 고려 시대 문학의 갈래별
2 전개와 구현 양상 3
상고 시대 ~ 고려 시대의 문학과 시대
조선 시대의 문학 상황 및 문학과 역사의 관계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작품 1 이생규장전 _김시습 작품 1 산돼지 _김우진
작품 2 시조 네 편 _성삼문 외 작품 2 태평천하 _채만식
작품 3 속미인곡 _정철 작품 3 쉽게 씌어진 시 _윤동주
작품 4 임경업전 _작자 미상
개화기 ~ 일제 강점기 문학의 갈래별
조선 시대 문학의 갈래별 전개와 구현 양상 전개와 구현 양상
조선 시대의 문학과 시대 상황 및 개화기 ~ 일제 강점기의 문학과 시대
문학과 역사의 관계 한국 문학의 상황 및 문학과 역사의 관계

역사

4 5
광복 이후의 문학 한국 문학의 발전상
작품 1 광장 _최인훈 작품 1 구부정 소나무 _리진
작품 2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_황지우 작품 2 소년을 위로해 줘 _은희경
작품 3 새 출발점에 선 당신에게 _신영복
한국 문학의 변화와 발전
광복 이후 문학의 갈래별 전개와 구현 양상 (지역 문학과 한민족 문학,
광복 이후의 문학과 전통적 문학과 현대적 문학)
시대 상황 및 문학과 역사의 관계

문학

창의 융합 활동 한 권 책 읽기
「동동」에 나타난 세시 명절 속 한식 만들기 책 소개 영상 만들기

대단원 길잡이 173

문학교과서(170~229)4단원 .indd 173 20. 11. 2. 오 11:17


1
[ 학습 목표 ]
•상고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의 문학의 갈래별 전개와 구현 양상을 탐
구하고 감상한다.
•상고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의 문학 작품에 반영된 시대 상황을 이해
하고 문학과 역사의 상호 영향 관계를 탐구한다.

상고 시대~
고려 시대의
문학
빎ピ패"
물겠

글이 없던
시대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거북이와 아닐까?
물고기 모양이
보여.

고기가 많이 잡히기를
바라는 소망을 나타내는
그림이 아닐까?

위의 사진은 상고 시대의 사람들이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이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어떻게 문학 활동을 했을까?

174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174 18. 11. 23. 오후 6:27


작품 1 작품 2 작품 3

_작자 미상 _월명사 _작자 미상

서사 문학의 바탕이 되는 신화 10구체 향가에 나타난 서정성 화자의 정서와 고려 가요의 형


의 특징을 파악하며 작품을 감상 과 형식적 특징에 주목하여 작품 식적 특징에 주목하여 작품을 감
하기. 을 감상하기. 상하기.

상고 시대의 문학은 사냥, 농업 등 공동체 생활과 관련된 일을 노래하는 집단적인 주술 의


식과 함께 행해졌으며, 춤과 음악이 혼합된 원시 종합 예술의 형태를 보였다. 고대 국가가
형성되면서 건국 시조를 신성화한 건국 신화가 등장하였고, 사회가 발전하고 제의와 주술
의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점차 개인의 정서를 노래하는 고대 가요가 등장하였다.
삼국 시대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이 정립되었고, 각 국가는 효율적인 통치 체제
를 갖추기 위해서 한자, 불교 등의 외래문화를 수용하였다. 이에 따라 한문 문학이 등장하
고 발달했으며,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을 기록한 노래인 향가가 출현하였다.
고려 시대에는 과거 제도의 실시로 한문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계층이 나타나면서, 한
문 문학은 더욱 융성하게 되었다. 고려 중기에는 귀족들의 풍류와 자기 과시 등을 노래한
경기체가가 창작되었으며, 고려 말에는 설화와 소설을 이어 주는 가전(假傳)이 등장하였
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려 시대에 꽃을 피운 것은 고려 가요이다. 비록 당시에 우리의
문자가 없어 민간에서 구전되다가 훈민정음
창제 이후에 기록되었지만, 고려 가요는 평민 해 보자.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들의 생활 속 감정을 우리말로 진솔하게 담아 을까?
의 문학은 어떻게 기록되었
표기 수단이 없던 상고 시대
수준 높은 문학의 경지를 보여 주었다. 또한,
고려 말기 시조가 발생한 것도 의미 있는 성
과로 볼 수 있다.

( 1 ) 상고 시대 ~ 고려 시대의 문학 175

책1.indb 175 18. 11. 23. 오후 6:27


ж웃"를팔 갈래별 한눈에 보기

원시 종합 예술
상고 시대에 문학, 음악, 무용 등의 예술 삼국 시대 이전부터 삼국 시대 신라 때부터 고려 초기까지 향찰
영역이 분화되지 않은 채 연행된 예술의 초기에 걸쳐 불린 노래로, 우리말 로 지어진 서정시이다. 형식에 따
형태이다. 이후 노랫소리는 음악으로, 노랫 로 불리던 것이 후에 한자로 번역 라 4구체, 8구체, 10구체로 분류할
말은 문학으로, 춤과 몸짓은 무용과 연극으 되어 지금까지 전해진다. 이 시기 수 있고, 이 중 10구체 향가는 가장
로 분화되어 발전하였다. 의 고대 가요는 노래가 만들어진 정제된 형식으로 ‘사뇌가 ’라고도
배경 설화와 함께 전해지는 특성이 한다. 향가의 주된 작자층인 승려,
있으며, 집단적 노동요에서 개인적 화랑 등의 정신세계와 정서가 잘
인 서정요로 발전・분화되는 모습 표현되어 있다.
을 보인다. 주요 작품 4구체: 「서동요」, 「풍요」
주요 작품 「구지가」, 「해가」, 「공무도하 8구체: 「모죽지랑가」, 「처용가」
가」, 「황조가」 10구체: 「제망매가」, 「찬기파랑가」

운문

B.C. 2333 원시 종합 예술 B.C. 57 B.C. 37 B.C. 18 676


고조선 건국 신라 건국 고구려 건국 백제 건국 신라의 삼국 통일

산문
고대 국가의 성립과 함께 건국 신 삼국 시대에는 전설, 민담이 융
화가 등장하였다. 이들 신화는 제 성하였다. 불교의 이치를 쉽게 전
천 행사에서 서사시의 형태로 불리 달하기 위한 고승들의 일화와 상층
면서 안으로는 국가 구성원을 결속 과 하층, 남녀의 관계가 다양한 설
시키고, 밖으로는 나라에 대한 자 화로 전승되면서 서사 문학이 활기
긍심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를 띠었다. 고대 설화는 훗날 패관
주요 작품 「단군 신화」(고조선), 「주몽 문학과 가전을 거쳐 소설로 발전된
신화」(고구려), 「박혁거세 신화」(신 다. 이때의 작품들은 고려의 『삼국
라), 「수로 신화」(가야) 사기』(김부식), 『삼국유사』(일연)에
수록되어 전해진다.
주요 작품 「온달 설화」, 「호동 설화」,
「도미 설화」

176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176 18. 11. 23. 오후 6:27


1 상고 시대 ~ 고려 시대의 문학

고려 시대에 불린 다양한 시가
이다. 원래 민간에서 유포・전승되
다가 궁중 음악으로 수용되는 경 무신의 난 이후 신흥 사대부들이
향을 보이는데, 훈민정음 창제 이 향락적인 여흥을 읊은 노래이다.
후 『악학궤범』, 『악장가사』, 『시용 ‘경기체가’라는 명칭은 ‘위 ~ 경(景)
향악보』 등에 채록되어 전해지고 긔 엇더 니잇고’라는 구절이 되풀
중국의 한시를 받아들여 우리 고 있다. 주로 남녀 간의 사랑, 이별에 이되는 것에서 따온 것이다. 고려
유의 사상과 정서를 담아 표현하였 대한 안타까움, 삶에 대한 고뇌 등 가요와 더불어 고려 시대의 대표적
다. 한자로 지어졌기 때문에 주로 을 진솔하게 표현하였다. 인 문학 갈래였으나, 이후 조선 시
지배층의 문학으로 향유되었다. 대에 들어 쇠퇴하게 되었다.
주요 작품 「정과정」(정서), 「동동」, 「가
주요 작품 「추야우중」・「제가야산독서 시리」, 「청산별곡」, 「서경별곡」, 「정석 주요 작품 「한림별곡」(한림 제유), 「죽
당」(최치원) 가」, 「만전춘별사」, 「쌍화점」 계별곡」(안축)

향가의 쇠퇴

918 1170 1392


고려 건국 무신의 난 고려 멸망, 조선 건국

서민들이 참여했던 설화 문학과 사물을 의인화하여 가계(家系), 패관 문학은 항간에 떠도는 이야


달리 한문 문학은 지배층이 주도했 생애, 성품, 업적 등을 기록한 허구 기(설화)를 문인들이 한문으로 기
다. 삼국이 정립되면서 중국과의 적 전기 형식의 문학으로 주로 계 록한 문학을 말한다. 채록되는 과
문물 교류가 활발해지고, 통일 신 세징인(戒世懲人: 세상 사람들을 정에서 채록자의 창의성이 가미되
라 시대에 중국으로 유학생을 파견 경계하고 징벌함.)을 목적으로 지 어 윤색되기도 하였다.
하면서 특히 발전했다. 어진 이야기이다. 풍자성, 창의성 주요 작품 『파한집』(이
주요 작품 「화왕계」(설총), 「격황소서」 이 가미된 허구적 이야기이기 때문 인로), 『보한집』(최자),
(최치원), 『왕오천축국전』(혜초) 에 소설에 한 단계 더 접근한 문학 『역옹패설』(이제현)
양식으로 볼 수 있다.
주요 작품 「국선생전」(이규보), 「국순
전」・「공방전」(임춘), 「죽부인전」(이곡)

( 1 ) 상고 시대 ~ 고려 시대의 문학 177

책1.indb 177 18. 11. 23. 오후 6:27


작품
1
감상 열기 이 작품은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의 영웅적 일생을 다룬 건국 신화이다. 서사 문학의 바탕이
되는 신화의 특징을 파악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주몽 신화 朱蒙神話 작자 미상

주몽 유화
천제의 아들인 물을 맡아 다스리는
해모수와, 유화 신인 하백의 딸로
사이에서 태어남. 주몽을 낳음.

고구려는 곧 졸본 부여이다. 지금의 화주(和州), 또는 성주(成州)라고도 하나

이는 모두 잘못이다. 졸본주(卒本州)는 요동 방면에 있다. 05

『국사(國史)』 「고려본기(高麗本記)」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시조 동명 성제의 성은 고씨(高氏)이며, 이름은 주몽(朱蒙)이다. 이에 앞서

북부여의 왕 해부루가 이미 동부여로 피해 갔으며, 부루가 세상을 떠나자 금와

가 왕위를 계승했다. 이때 금와는 태백산 남쪽 우발수(優渤水)에서 한 여자를

만나 누구인가를 물으니 여자가 말하기를, 10

“나는 하백(河伯)의 딸로 이름은 유화(柳花)인데, 여러 아우들과 노닐고 있을

때에 한 남자가 나타나 자기는 천제의 아들 해모수라고 하면서 나를 웅신산

(熊神山) 밑 압록강 가에 있는 집 속으로 꾀어 남몰래 정을 통해 놓고 가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모는 내가 중매도 없이 혼인한 것을


태백산 이 작품에서는 ‘백
두산’을 가리킨다. 꾸짖어 마침내 이곳으로 귀양을 보낸 것입니다.” 15

중매 결혼이 이루어지도 라고 하였다.


록 중간에서 소개하는 일.
또는 그런 사람. 금와는 이를 이상하게 여겨 그 여인을 방 속에 가두어 두었더니, 햇빛이 방

178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178 18. 11. 23. 오후 6:27


1

속을 비췄다. 여인이 몸을 피하자 햇빛이 따라와 또 비췄다. 그로부터 태기가

있더니 알 하나를 낳았는데, 크기가 닷 되들이만 했다. 왕은 그것을 버려 개와

돼지에게 주었으나, 모두 먹지를 않았다. 그래서 길에 내다 버리게 하였더니,

소와 말이 모두 그 알을 피해서 지나갔다. 또 들에 내다 버리니, 새와 짐승이


05 오히려 덮어 주었다. 이에 왕이 알을 쪼개 보려고 했으나 깨뜨릴 수가 없어 마

침내 그 어머니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그 어머니는 알을 물건으로 싸서 따뜻한

곳에 두었더니, 한 아이가 껍질을 깨고 나왔는데, 골격과 외양이 영특하고 기

이하였다.

나이 겨우 일곱 살에 기골이 준수하니 범인(凡人)과 달랐다. 스스로 활과 화 ‘ 주몽 ’ 이라는 이름의 의


미는 무엇인가?
10 살을 만들어 쏘는데, 백 번 쏘면 백 번 다 적중하였다. 그 나라의 풍속에 활을

잘 쏘는 사람을 주몽이라 하였는데, 이런 연유로 해서 그는 주몽(朱蒙)이라 이

름하였다.

금와에게는 아들이 일곱이 있었는데, 언제나 주몽과 함께 놀았으나 그 재능 ‘ 주몽 ’ 에 대한 ‘ 대소 ’ 의


태도는 어떠한가?
이 주몽을 따르지 못하였다. 이에 장자인 대소(帶素)가 왕께 아뢰었다.
15 “주몽은 사람이 낳은 자식이 아니니 일찍 없애지 않으면 후환이 있을까 두렵

습니다.”

그러나 왕은 듣지 않고 주몽을 시켜 말을 기르게 하였다. 주몽은 곧 좋은 말

을 알아보았다. 그래서 좋은 말은 일부러 먹이를 적게 주어 여위게 하고, 나쁜

말은 먹이를 많이 주어 살찌게 하였다. 왕은 살찐 말은 자기가 타고 여윈 말은


20 주몽에게 주었다.

왕의 여러 아들과 여러 신하들이 주몽을 죽이려고 하니, 주몽의 어머니가 이

사실을 미리 알아차리고 주몽에게 이르기를,


태기 아이를 밴 기미.

“이 나라 사람들이 너를 죽이려고 하는데, 너의 재주와 지략으로 어디를 간 범인 평범한 사람.


장자 맏아들.
들 살지 못하겠느냐. 그러니, 빨리 여기를 벗어나라.”
여위게 몸의 살이 빠져 파
25 하였다. 리하게 되게.
지략 어떤 일이나 문제든
그리하여 주몽은 오이(烏伊) 등 세 사람을 벗으로 삼아 함께 도망하였는데,
지 명철하게 포착하고 분
엄수(淹水)에 이르러 물을 향해 고하기를, 석ㆍ평가하며 해결 대책을
능숙하게 세우는 뛰어난 슬
“나는 천제의 손자이며 하백의 외손자다. 오늘 도망해 가는데, 뒤쫓는 자들 기와 계략.

( 1 ) 상고 시대 ~ 고려 시대의 문학 179

책1.indb 179 18. 11. 23. 오후 6:27


이 거의 닥치게 되었으니 이를 어찌하리오.”

하였다.

이에 물고기와 자라가 솟아올라 다리를 만들어 주어 그들을 건너게 한 다음

흩어졌다. 이로써 뒤쫓아 오던 기마병은 건너지를 못하고 주몽은 무사히 졸본

주(현도군의 지경)에 이르러 이곳에 도읍을 정하였다. 그러나 미처 궁실을 지 05

을 겨를이 없어서 다만 비류수(沸流水) 위에 집을 지어 거처하면서 국호를 고

구려라고 정하였다. 인하여 고(高)로써 성을 삼았다. — 본성은 해(解)였으나, 천제


의 손자로 햇빛을 받고 낳았다 하여 스스로 고(高)로써 성을 삼았다. — 이때의 나이가

12세였는데, 한나라 효원제(孝元帝) 건소(建昭) 2년 갑신(甲申)에 즉위하여 왕

이라 일컬었다. 고구려가 제일 융성하던 때는 21만 5백 8호나 되었다. 10


궁실 궁전 안에 있는 방.
비류수 고구려의 영토에
있던 강. 고구려의 시조 주 가장 인상적인 장면과 그 이유 나의
몽이 이 강의 계곡인 홀본
감상
(忽本) 서쪽에 성을 쌓았다
는 설이 있다.
본성 성(姓)을 고치기 이
전에 본디 가졌던 성.

180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180 18. 11. 23. 오후 6:27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사건의 흐름에 따라 ‘주몽’의 생애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 보자.

동 고귀한 혈통

비정상적 출생

버려진 아이 ‘ 금와왕 ’이 ‘ 유화 ’가 낳은 알을 기이하게 여겨 내다 버림.

비범한 능력

‘ 주몽 ’의 능력을 시기하는 사람들에 의해 위험에 처함.


성장 후 시련

시련 극복

위업 성취

문학과 역사의 관계

2 다음 글을 참고하여, 이 작품이 고구려 백성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녔을지 말해 보자.

도움말 | 이 작품이 고구
건국 신화란 나라의 기원, 시조(始祖), 건국 등을 신성화한 이야기를 말한다. 신
려 백성들에게 어떤 의미
를 지녔을지 생각해 보 성화한다는 것은 특정 인물이나 그의 행위가 신적인 위상으로까지 떠받들어진다
며, 건국 신화의 기능을 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건국 신화는 특정 인물이 나라를 세웠다는 역사적 사실
파악해 본다.
에 기반을 둔 이야기이면서도, 그 인물의 건국 행위를 신성화하고 그를 신격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고구려 백성들에게 「주몽 신화」가 지녔을 의미:

( 1 ) 상고 시대 ~ 고려 시대의 문학 181

책1.indb 181 18. 11. 23. 오후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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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역사적 갈래
문화 향유
3 다음 작품을 읽고, 작품에 나타난 신화 속 주인공의 특성을 「주몽 신화」와 비교해 보자.

참고 자료 | 「단군 신화」
이 작품은 고조선의 건국 앞부분 줄거리 환인의 아들 환웅이 인간 세상에 관심을 두자, 환인은 환웅에게 인간 세상에
신화로, 단군의 탄생과 고조선 내려가서 사람들을 다스리라고 하였다. 환웅은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삼천 명의 무리를 이끌고
의 건국 내력을 밝히고 있다.
내려와, 인간의 일을 주관하며 인간 세계를 다스려 교화하였다.

이때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같은 굴에서 살았는데, 늘 환웅(桓雄)에게 사람


이 되기를 빌었다. 때마침 환웅이 신령한 쑥 한 심지와 마늘 스무 개를 주면서 말
했다.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백 날 동안 햇빛을 보지 않는다면 곧 사람이 될 것이다.”
곰과 범은 이것을 받아서 먹었다. 곰은 기(忌)한 지 이십일 일 만에 여자의 몸이
되었으나, 범은 능히 기하지 못했으므로, 사람이 되지 못했다. 여자가 된 곰은 그
와 혼인할 상대가 없었으므로 항상 단수(壇樹) 밑에서 아이 배기를 축원했다. 환
웅은 이에 임시로 변하여 그와 결혼해 주었더니, 그는 임신하여 아들을 낳았다.
이름을 단군왕검이라 일렀다.
왕검은 요임금이 왕위에 오른 지 오십 년인 경인년 —요임금의 즉위 원년은 무진이
니, 오십 년은 정사이지 경인은 아니다. 아마 그것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에 평양성 —지금의

서경(西京)— 에 도읍을 정하고 비로소 조선(朝鮮)이라 불렀다.

또다시 도읍을 백악산(白岳山) 아사달(阿斯達)에 옮겼다. 그곳을 궁홀산(弓忽


山) —혹은 궁이 방(方) 자로도 되어 있다.— 또는 금미달(今彌達)이라 한다. 그는 일천오
백 년 동안 여기서 나라를 다스렸다. 주나라 무왕(武王)이 왕위에 오른 기묘년에
무왕이 기자(箕子)를 조선에 봉(封)하니, 단군은 이에 장당경(藏唐京)으로 옮아갔
요임금 중국 고대 전설상의 다가 후에 돌아와 아사달에 숨어서 산신이 되었는데, 나이가 일천구백여덟 살이었
임금. 성덕을 갖춘 이상적인 다고 한다.
군주로 꼽힘.
- 작자 미상, 「단군 신화 (檀君神話)」
기자 고조선 때에 있었다고
하는 전설상의 기자 조선의
시조(始祖).

1 ‘단군’과 ‘주몽’의 생애를 통해 알 수 있는 신화 속 주인공의 특성을 말해 보자.

2 ⑴에서 정리한 주인공의 특성이 나타나는 한국 문학 작품을 더 찾아보자.

182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182 18. 11. 23. 오후 6:28


감상을
작품 1 주몽 신화
마치며

감상의 정리
「주몽 신화」는 고구려의 건국 시조인 ‘주몽’의 출생 및 성장 과정에서부터 부여를 탈출해서
고구려를 건국하기까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 건국 신화이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의 건국 신
화 중에서 난생(卵生)이라는 기이한 탄생 화소(話素: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에서, 이야기를 구
성하는 최소 단위)와 더불어 천손 강림(天孫降臨), 기아(棄兒), 태양 숭배 등 고대 서사 문학의
다양한 화소가 모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고대인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신화적 상징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에는 주몽의 생애를 통해 영웅의 일대기 구조가 나타나는데, 이것은 후
대 서사 문학에서 자주 나타나는 이야기의 요소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지식 창고
영웅의 일대기 구조
영웅 일대기 구조는 영웅적 인물의 일생을 다룬 이야기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서사 구조를
말한다. 영웅 일대기의 주요 서사 구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인공은 고귀한 혈통
으로, 비정상적으로 출생한다. 둘째, 주인공은 어려서부터 비범한 능력을 발휘한다. 셋째, 주인
공은 일찍 가족과 헤어지거나 버려지는 등의 고난에 부딪힌다. 넷째, 고난에 부딪힌 주인공은
구출자 또는 양육자를 만난다. 다섯째, 주인공은 다시 위기를 맞는다. 여섯째, 주인공은 위기를
극복하고 위업을 달성한다.
이러한 영웅 일대기 구조는 한국 문학에서 영웅 서사 문학의 기본 구조가 되었고, 신화, 영
웅 서사시, 영웅 소설, 신소설 등에서 두루 나타나게 되었다. 영웅 일대기 구조가 나타나는 대
표적인 작품으로는 「주몽 신화」 이외에도 「홍길동전」, 「유충렬전」 등이 있다.

더 읽어 보기

갈래 작자 미상
인물

「바리데기」 작자 미상 「동명왕편」 이규보

부모를 구하기 위한 바리데기의 영웅 고구려의 건국 시조인 동명왕의 신화


적 행위를 노래한 무속 신화. 주인공의 를 재창작한 서사시. 인물에 대한 서술
일대기를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을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 1 ) 상고 시대 ~ 고려 시대의 문학 183

책1.indb 183 18. 11. 23. 오후 6:28


작품
2
감상 열기 이 작품은 누이와의 사별을 노래한 향가이다. 10구체 향가에 나타난 서정성과
형식적 특징에 주목하여 작품을 감상해 보자.

제망매가 祭亡妹歌 월명사 지음, 김완진 해독

월명사 생사(生死) 길흔 生死路隱


(? ~ ?)
이 이샤매 머믓그리고, 此矣有阿米次 伊遣 05
신라 경덕왕 때의 승려.
향가를 잘 지었다고 전한다. 나 가 다 말ㅅ도 吾隱去內如辭叱都
경덕왕 19년(760)에 해가 둘
몯다 니르고 가 닛고. 毛如云遣去內尼叱古
나타나자 향가 「도솔가」를
지어 불러 괴변이 사라지게 어느 이른 매 於內秋察早隱風未
했으며, 죽은 누이의 영혼을
달래기 위하여 「제망매가」를 이 뎌 러딜 닙 . 此矣彼矣浮良落尸葉如
지었다.
가지라 나고 一等隱枝良出古 10

가논 곧 모 론뎌. 去奴隱處毛冬乎丁

아야 미타찰(彌 刹)아 맛보올 나 阿也 彌 刹良逢乎吾

도(道) 닷가 기드리고다. 道修良待是古如

현대어 풀이
생사 길은 15

예 있으매 머뭇거리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어찌 갑니까.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 저에 떨어질 잎처럼,
작품을 감상한 후 나의 한 줄 느낌 나의 20
감상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온저.
아아, 미타찰에서 만날 나
도 닦아 기다리겠노라.

184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184 18. 11. 23. 오후 6:28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시구의 의미와 비유적 표현의 효과를 파악해 보자.


1 다음 시구들이 무엇을 비유한 것인지 말해 보자.

어느 이른 매 이른 바람

이 뎌 러딜 닙 .
떨어질 잎
가지라 나고
가논 곧 모 론뎌. 한 가지

2 이 작품에서 비유적 표현의 시구들을 사용한 효과를 파악해 보자.

한국 문학의 역사적 갈래

2 화자의 정서에 따라 주요 내용을 정리하고, 이 작품의 형식적 특징을 알아보자.

1 이 작품을 화자의 정서에 따라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보고,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자.

1~4구 누이의 죽음에서 느낀 두려움과 애처로움.

2 제9구의 첫머리에 있는 감탄사 ‘아야’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말해 보자.

3 ⑴과 ⑵를 바탕으로 10구체 향가의 형식적 특징을 말해 보자.

10구체 향가의 형식적 특징은

(이)야.

( 1 ) 상고 시대 ~ 고려 시대의 문학 185

책1.indb 185 18. 11. 23. 오후 6:28


3 다음 글을 바탕으로 향가를 한국 문학으로 볼 수 있는 이유를 찾아보고, 향가의 의의
를 생각해 보자.

도움말 | 한국 문학의 개념과


범위를 떠올려 보고, 향가의 향가는 향찰(鄕札)이라는 특수한 문자로 표기된 시가 갈래다. 향찰이라는 글자
내용적・형식적 특징을 바탕
는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을 적은 문자다. 예컨대 ‘님은’을 표기하고자 할
으로 그것의 의의를 생각해
본다. 때에 앞의 글자는 한자의 뜻을 빌려 ‘主(임금 주)’로, 뒤의 글자는 한자의 음을 따
서 ‘隱(숨다 은)’으로 적은 것을 말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향찰은 삼국
중 신라에만 있었던 우리 식의 글자였다. 신라인들은 한자를 받아들여서 그것대로
쓰는 한편, 이를 곧 변용시켜서 향찰이라는 독창적인 문자를 창안해 내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신라인의 문화적인 주체성과 뛰어난 지혜를 만나게 된다.
- 박노준, 『옛사람 옛 노래 향가와 속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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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음 작품을 감상하고, 내용과 형식적인 측면에서 「제망매가」와 비교해 보자.

참고 자료 | 「모죽지랑가」
이 작품은 화랑이었던 ‘죽 간 봄 그리매 去隱春皆理米
지랑’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
모 것 우리 시름 毛冬居叱沙哭屋尸以憂音
의 인품에 대한 사모와 추모
의 정을 노래한 향가이다. 아 나토샤온 阿冬音乃叱好支賜烏隱
즈 살쯈 디니져 史年數就音墮支行齊
눈 돌칠 이예 目煙廻於尸七史伊衣
맛보 디 지 리 逢烏支惡知作乎下是
낭(郞)이여 그릴 녀올 길 郞也慕理尸心未行乎尸道尸
다봊 잘 밤 이시리 蓬次叱巷中宿尸夜音有叱下是

현대어 풀이

지나간 봄을 그리워하니 / 모든 것이 울게 하는 시름
아름다움을 나타내신 / 모습이 주름살 지는구나.
눈 돌릴 사이라도 / 만나 보기 이루리.
낭이여 그리는 마음에 가는 길 / 다북쑥 마을에서 잘 밤이 있으리.
- 득오 , 「모죽지랑가(慕竹旨郞歌)」

186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186 18. 11. 23. 오후 6:28


감상을
작품 2 제망매가
마치며

감상의 정리
「제망매가」는 신라 경덕왕 때, 승려인 월명사가 죽은 누이동생을 추모하는 성격의 향가이다.
이 작품은 세련되고 정제된 형식으로 10구체 향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으며, ‘이른
’, ‘ 러딜 닙’, ‘ 가지’ 등의 뛰어난 비유를 통해 젊은 나이에 죽은 누이동생에 대한 안
타까움, 슬픔, 허무감 등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마지막 제10구의 ‘도(道) 닷가 기
드리고다.’에서는 누이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개인적인 고뇌와 슬픔을 종교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화자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지식 창고
10구체 향가의 형식적 특성
향가의 형식에는 4구체, 8구체, 10구체가 있다. 4구체 향가는 신라의 민요가 정착된 것이고,
8구체 향가는 4구체 향가가 확대된 것이다. 10구체 향가는 8구체 향가에 2구를 더 보탠 것인
데, 대체로 시상을 ‘4구–4구–2구’의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마지막 2구의 첫 부분에
는 ‘아야’, ‘아으’ 등의 감탄사가 사용되는데, 이는 화자의 정서를 집약하고 시적 전환을 하는 수
법으로 대상을 자신의 내면에 정서화한다는 점에서 서정적 구조의 완결성을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감탄사는 조선 전기의 시조 종장 첫머리나 가사의 낙구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더 읽어 보기

형식 월명사
주제

「찬기파랑가」 충담사 「산문에 기대어」 송수권

‘기파랑’이라는 화랑의 고결한 인격을 죽은 누이에 대한 한을 새로운 만남에


노래한 10구체 향가. 작품의 형식을 비 대한 소망으로 노래한 시. 작품의 주제
교하며 감상해 보자. 를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 1 ) 상고 시대 ~ 고려 시대의 문학 187

책1.indb 187 18. 11. 23. 오후 6:28


작품
3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월령체 형식의 고려 가요이다. 화자의 정서와 작품의 형식적 특징에 주목하여 작
품을 감상해 보자.

동동 動動 작자 미상, 박병채 풀이

현대어 풀이

덕(德)으란 곰 예 받 고 덕일랑 신령님께 바치옵고 05

복(福)으란 림 예 받 고 복일랑 임에게 바칩니다.

덕(德)이여 복(福)이라 호 덕이며 복이며 하는 것을

나 라 오소 다 바치러 오십시오.

아으 동동(動動)다리 아으 동동다리

정월(正月)ㅅ 나릿 므른 정월의 냇물은 10

아으 어져 녹져 논 아아 얼고 녹고 하는데,

누릿 가온 나곤 세상 가운데 나서는

몸하 올로 녈셔 이 몸은 홀로 살아가네.

아으 동동(動動)다리 아으 동동다리

이월(二月)ㅅ 보로매 이월 보름에 15

아으 노피 현 아아 높이 켠

등(燈)ㅅ블 다호라 등불 같구나.

만인(萬人) 비취실 즈 샷다 만 사람 비추실 모습이시네.

아으 동동(動動)다리 아으 동동다리

188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188 18. 11. 23. 오후 6:28


삼월(三月) 나며 개(開) 삼월 지나며 핀

아으 만춘(滿春) 욋고지여 아아 봄 산 가득 진달래꽃.

브롤 즈 남들이 부러워할 모습을

디녀 나샷다 지녀 나셨네.

05 아으 동동(動動)다리 아으 동동다리

사월(四月) 아니 니저 사월 아니 잊어

아으 오실셔 곳고리 새여 아아 오시는구나 꾀꼬리 새여.

므슴다 녹사(錄事)니 어이타 녹사님은

녯나 닛고신뎌 옛날을 잊고 계신지요.

10 아으 동동(動動)다리 아으 동동다리

오월(五月) 오 일(五日)애 오월 오 일에

아으 수릿날 아 약(藥)은 아아 단옷날 아침 약은

즈믄 장존(長存) 샬 천년을 길이 사실

약(藥)이라 받 노 다 약이라 바치옵니다.

15 아으 동동(動動)다리 아으 동동다리

유월(六月)ㅅ 보로매 유월 보름에

아으 별해 룐 빗 다호라 아아 벼랑에 버린 빗과 같구나.

도라보실 니믈 돌아보실 임을

젹곰 좃니노 다 잠깐 좇아갑니다.

20 아으 동동(動動)다리 아으 동동다리

( 1 ) 상고 시대 ~ 고려 시대의 문학 189

책1.indb 189 18. 11. 23. 오후 6:28


칠월(七月)ㅅ 보로매 칠월 보름에

아으 백종(百種) 배(排) 야 두고 아아 백종 제물 차려 놓고

니믈 녀가져 임과 함께 가고 싶네.

원(願)을 비 노 다 원을 비옵니다.

아으 동동(動動)다리 아으 동동다리 05

팔월(八月)ㅅ 보로 팔월 보름은

아으 가배(嘉俳)니리마 아아 가윗날이지만

니믈 뫼셔 녀곤 임을 모시고 다니거든

오 낤 가배(嘉俳)샷다 오늘이 가위로구나.

아으 동동(動動)다리 아으 동동다리 10

구월(九月) 구 일(九日)에 구월 구 일에

아으 약(藥)이라 먹논 아아 약이라고 먹는

황화(黃花)고지 안해 드니 누런 국화꽃 안에 드니

새셔 가만 얘라 갈수록 아득하구나.

아으 동동(動動)다리 아으 동동다리 15

190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190 18. 11. 23. 오후 6:28


시월(十月)애 시월에

아으 져미연 다호라 아아 저며 놓은 고로쇠 같구나.

것거 리신 후(後)에 꺾어 버리신 후에

디니실 부니 업스샷다 지니실 한 분이 없네.

05 아으 동동(動動)다리 아으 동동다리

십일월(十一月)ㅅ 봉 자리예 십일월 봉당 자리에

아으 한삼(汗衫) 두퍼 누워 아아 한삼 덮어 누워

슬 라온뎌 슬픔을 사르고 있네.

고우닐 스싀옴 녈셔 고운 임 떨어져 살아가네.

10 아으 동동(動動)다리 아으 동동다리

십이월(十二月)ㅅ 분디남 로 갓곤 십이월 분디나무로 깎은

아으 나 반(盤) 져 다호라 아아 소반의 저(젓가락)와 같네.

니믜 알 드러 얼이노니 임의 앞에 가지런히 놓으니

소니 가재다 므 노 다 손이 가져다 무옵니다.

15 아으 동동(動動)다리 아으 동동다리

가장 인상적인 달과 그 이유 나의
감상

( 1 ) 상고 시대 ~ 고려 시대의 문학 191

책1.indb 191 18. 11. 23. 오후 6:28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에서 화자와 임을 비유한 표현을 찾아보자.


화자 임

동 6월: 버린 빗.

2 이 작품에 나오는 세시 명절을 정리해 보고, 작품의 전개 방식에 나타나는 특징을 살


펴보자.

도움말 | 세시 명절의 내
1 다음 여섯 개의 달에 나타나는 세시 명절을 정리해 보자.
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2월 5월 6월 7월 8월 9월
자료나 정보를 찾아 살펴
본다. 연등회 유두일 중양절

2 ⑴을 바탕으로 하여, 이 작품의 전개 방식에 나타나는 특징을 말해 보자.

3 고려 가요에 대한 다음 자료를 살펴보고, 이 작품의 전승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고려 가요는 조선 시대 때 궁중 연회에서 연행된 음악을 기록한 『악학궤범』, 『시


용향악보』, 『악장가사』 등의 악서(樂書)에 실려 전한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접
하는 고려 가요는 대부분 민간에서 구전되다가 궁중에 유입된 것으로, 훈민정음
창제 이후 기록되어 전승된 결과물이다.

1 이 작품에서 내용이나 정서가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과 이질적인 부분을 찾아보자.

2 ⑴과 같은 부분이 나타나는 이유를 고려 가요의 전승 과정과 관련지어 말해 보자.

192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192 18. 11. 23. 오후 6:28


한국 문학의 역사적 갈래

4 다음 작품을 「동동」과 비교하여 감상하고, 고려 가요의 갈래상 특징과 문학적 가치를


파악해 보자.

참고 자료 | 「가시리」
이 작품은 이별의 정한을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 잡 와 두어리마
간결한 형식과 직설적인 표현
리고 가시리잇고 나 선 면 아니 올셰라
으로 노래한 고려 가요이다.
위 증즐가 대평셩 (大平聖代) 위 증즐가 대평셩 (大平聖代)

날러는 엇디 살라 고 셜온 님 보내 노니 나
리고 가시리잇고 나 가시 도셔 오쇼셔 나
아니 올셰라 아니올까 두렵 위 증즐가 대평셩 (大平聖代) 위 증즐가 대평셩 (大平聖代)
습니다. - 작자 미상, 「가시리」
셜온 님 서러운 임.

1 두 작품에 나타난 고려 가요의 내용적 특징과 형식적 특징을 파악해 보자.


내용적 특징:
형식적 특징:

2 두 작품의 특징을 바탕으로 고려 가요의 문학적 가치를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자.

ペ븍"넘쟀겠
비판적 .창의적 사고
5 「동동」의 형식을 모방하여 월별 학교 행사와 그에 따른 학교생활을 담은 노래를 만들
어 보자.

1 월별 학교 행사와 그에 따른 자신의 학교생활을 정리해 보자.

도움말 | 「동동」은 달에 따라 2 ⑴의 내용과 어울리는 후렴구를 만들어 보고, 가사를 완성해 보자.
연이 구분되고 후렴구를 사용
하였다. 이를 고려하여 가사를
지어 본다.

( 1 ) 상고 시대 ~ 고려 시대의 문학 193

책1.indb 193 18. 11. 23. 오후 6:28


감상을
작품 3 동동
마치며

감상의 정리
「동동」은 임을 그리는 여인의 심정을 열두 달에 맞추어 노래한 고려 가요이다. 모두 13장으
로 되어 있으며, 고려 시대부터 구전되어 내려오다가 조선 시대에 문자로 정착되어 『악학궤범』
에 한글로 실려 있다. 이 작품은 임에게 버림받은 화자의 처지를 사물에 빗대어 표현하였고,
후렴구를 사용하여 연을 구분하고 음악적 흥취를 고조하였다.
임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다른 연과는 달리 1연은 서사로서 송축(頌祝)의 내용을 담고 있
는데, 이는 민간에서 불리던 노래가 궁중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덧붙여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각 연의 시상이 일관되지 않아 작가 한 사람이 표출한 정서로 보기 힘든데, 이 역시 구전
된 분연체(分聯體) 노래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

지식 창고
월령체(月令體)
월령체는 한 해 열두 달의 순서에 따라 노래하는 시가의 형식을 말하며, 달거리 형식이라고
도 한다. 일반적으로 각각의 달을 한 절로 노래하기 때문에 12개의 절로 나누어지는데, 작품에
따라서 서두 부분이 있을 경우에는 13개의 절이 되기도 한다. 각 절은 그 달의 자연 현상, 명절,
세시 풍속 등을 반영한다. 이러한 것이 「동동」에는 2월 연등회, 5월 단오, 6월 유두일, 7월 백
종, 8월 한가위, 9월 중양절로 나타나 있다. 이러한 월령체는 민요에서도 잘 드러나며, 이후 조
선 후기 가사인 정학유의 「농가월령가」에서도 나타난다.

더 읽어 보기

형식 작자 미상
갈래

「농가월령가」 정학유 「청산별곡」 작자 미상

농가에서 일 년 동안 할 일을 열두 달 고려 시대 민중들의 삶에 대한 비애와


의 순서에 따라 읊은 가사. 월령체라는 고뇌를 노래한 고려 가요. 고려 가요의
형식상 특징에 주목하며 감상해 보자. 갈래상 특징에 주목하여 감상해 보자.

194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194 18. 11. 23. 오후 6:28


1 상고 시대~고려 시대의 문학

상고 시대의 문학
집단적인 주술 의식과 함께 행해졌으며, 춤과 음악이 혼합된 원시 종합 예술의 형태였다.

고대 국가 형성과 건국 신화는 제천 행사에서 서사시의 형태로 불리면서 안으로는 국가 구성원을 결속


건국 신화의 등장 시키고, 밖으로는 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기능을 함.

고대 가요의 발생과 집단 가요로서 신화적 세계의 주술적 양상을 보이다가, 점차 개인의 정서를 노래하
서정 가요의 확대 는 서정시가 나타남.

삼국 시대와 통일 신라 시대의 문학
삼국의 각 나라는 효율적인 국가 통치 체제를 갖추기 위해 한자, 불교 등의 외래문화를 수용하였다.

삼국의 가요 한문 문학의 등장과 발달 향가의 출현

국가 지배 체제를 정비하면서 궁 한자가 수용되면서 등장한 것으 향찰로 지어 부른 것으로, 당대


중의 예악으로 사용할 새로운 노래 로, 빼어난 수준의 한문 문학을 발 지식인 계층의 정신세계와 정서가
를 창작함. 전시킴. 잘 표현됨.

고려 시대의 문학
과거제의 실시로 한문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지배층의 한문 문학과 피지배층의 구비 문학으로 나뉘어 발전
하였다.

•민간에서 구전되다가 궁중에 유입되었고, 훈민정음 창제 이후 기록되어 전해짐.


고려 가요 •주요 내용은 남녀 간의 사랑, 이별의 정한, 삶에 대한 고뇌 등으로 평민들의 생활과 감정을 진솔
하게 노래함.

각 장마다 여음이 반복되고 분절된다는 점에서 고려 가요와 공통점이 있지만, 주로 한문 구절을


경기체가
사용해 귀족들의 풍류와 자기 과시 등을 노래함.

가전 문학 전의 형식을 빌려 의인화된 사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 사물의 이치를 밝혀 교훈을 전달함.

시조 고려 중엽에 발생하여 고려 말엽에는 정착되었을 것으로 보이며, 이후 조선 시대에 융성하게 됨.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175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기록되지 못하고 민간에서 구전되다가, 훈민정음 창제 이후에 기록되어 전해지게 되었다.

( 1 ) 상고 시대 ~ 고려 시대의 문학 195

책1.indb 195 18. 11. 23. 오후 6:28


2 [ 학습 목표 ]
•조선 시대 문학의 갈래별 전개와 구현 양상을 탐구하고 감상한다.
•조선 시대 문학 작품에 반영된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문학과 역사의 상
호 영향 관계를 탐구한다.

조선 시대의
문학
빎ピ패"
물겠

훈민정음 덕분에
편리하게 글을 읽고 세종, 훈민정음
쓸 수 있게 되었어.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이래.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가 지은 회고록이래.
궁중 문학을 살펴볼까?

허균, 홍길동전

혜경궁 홍씨, 한중록


1443년에 세종 대왕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의 훈민정음을 창제하였다.
세종 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우리 문학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196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196 18. 11. 23. 오후 6:28


작품 1 작품 2 작품 3 작품 4

_김시습 _성삼문 외 _정철 _작자 미상

서사 갈래로서 작품이 지니 서정 갈래로서 작품의 시적 서정 갈래의 전개와 작품의 서사 갈래의 전개와 작품에
는 특징에 주목하여 작품을 감 형상화 방식과 주제 의식에 표현 기법에 주목하여 작품을 반영된 시대 상황에 주목하여
상하기. 주목하여 작품을 감상하기. 감상하기. 작품을 감상하기.

조선 시대에 세종 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국문 문학을 꽃피우게 했고, 이로써 우리 문학


은 한문 문학과 국문 문학으로 나뉘게 되었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서정 문학으로는 시조
와 가사를 꼽을 수 있다. 고려 말부터 이어져 온 시조는 간결하고 절제된 형식으로 사대
부 문학의 주요한 갈래로 자리를 잡았고, 이후 서민층까지 널리 즐기는 문학 형식이 되었
다. 가사는 행수(行數)에 제한이 없어, 복잡한 내용과 주제를 담아내기에는 시조보다 융통
성이 있었다. 조선 초기의 가사는 주로 군신 간의 충의를 읊거나 안빈낙도를 노래한 데 비
해, 후기의 가사는 체험과 견문, 유배의 심정, 삶의 궁핍함 등 현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서사 문학에서는 소설이라는 새로운 갈래가 등장한 것이 주목할 일이다. 패관 문학(稗
官文學), 전기 문학(傳記文學), 가전(假傳) 등 다양한 모색을 하던 기존의 산문 문학은 김
시습의 『금오신화(金鰲新話)』에 이르러 소설의 발생으로 이어졌다. 이후 허균의 「홍길동
전」 을 필두로 국문 소설의 창작이 활발해지면서 소설의 주제 영역은 크게 넓어졌다. 영웅
적 인물의 활약을 그려 낸 군담 소설과, 가족 구성원의 갈등과 해결을 다룬 가정 소설 등
이 그것이다. 한편 판소리를 소설의 형태로 기록한 판소리계 소설들도 널리 읽혔다. 이와
같은 국문 소설은 사대부가의 여성과 평민들
까지 향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소설의 독자 해 보자.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층이 다양해지고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다. 까?
소설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을
국문 소설로 창작된 군담

( 2 ) 조선 시대의 문학 197

책1.indb 197 18. 11. 23. 오후 6:28


ж웃"를팔 갈래별 한눈에 보기

간결하고 절제된 형식의 시조는 사대


부층의 미의식과 부합하여 문학의 주요
한 갈래로 자리를 잡았다. 왕조 교체기
조선 초기 궁중의 여러 의식과 행 훈민정음이 창제되자, 한문으로 전 에는 주로 우국충절(憂國忠節)의 내용
사에 쓰인 노래이다. 주로 조선 왕조 하던 유학과 불교의 경전, 문학 작품 을 담았고, 점차 자연 예찬, 유교 윤리
개국의 정당성을 밝히고, 번영을 송 등의 문헌을 조정에서 직접 관장하여 의 전파 등으로 내용이 확대되면서 연
축하는 내용이다. 한글로 번역했다. 이는 한글 보급에 시조의 형태를 보이기도 하였다. 또한
주요 작품 「신도가」(정도전), 「용비어천 기여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문자 생활 기녀들도 시조를 창작하였는데, 주로
가」(정인지 외) 을 가능하게 하였고, 한문 서적의 이 임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였다.
해를 도와 문화와 학문의 발달에 기여
주요 작품 「눈 마 휘어진 를」(원천석),
하였다. 「십 년을 경영 야」(송순), 「강호사시가」
주요 작품 『삼강행실도 언해본』, 『석보상 (맹사성), 「도산십이곡」(이황), 「동지ㅅ
절』, 『분류두공부시언해』 기나긴 밤을」(황진이)

운문

1392 1443 1592


조선 건국 훈민정음 창제 임진왜란

산문
민간의 이야기를 기록한 패관 문학, 고승전이나 열전 등의 ‘몽유록’은 꿈속에서 일어난 사건을
전기(傳記) 문학, 사물을 의인화한 가전 등 다양한 모색을 하 내용으로 하는 문학 작품으로, 서술자
던 이전까지의 산문 문학은 조선 전기에 이르러 소설의 발생 가 꿈속에서 일련의 일을 겪은 뒤에 현
으로 이어졌다. 이 시기의 소설은 초현실적이며 신비로운 세 실로 귀환하여 그 체험 내용을 서술한
계를 다룬 전기적(傳奇的)인 내용이 많았다. 또한 이 시기 한 것이다. 이 시기에 창작된 몽유록은 전
문 소설 가운데 고려 시대 가전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사물 대 몽유 설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작
이 아니라 인간의 심성을 의인화하여 서사적 갈등을 가의 이상과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형상화한 작품도 창작되었다. 표현했다.
주요 작품 전기(傳奇) 소설: 『금오신 주요 작품 「원생몽유록」(임제), 「달천몽유
화』(김시습), 「설공찬전」(채수), 록」(윤계선)
『기재기이』(신광한)
의인체 소설: 「천군전」(김우
옹), 「수성지」(임제)

198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198 18. 11. 23. 오후 6:28


2 조선 시대의 문학

행수(行數)에 제한이 없는 4음보의


시가로, 짧은 형식의 시조에 담을 수 없
는 길고 오랜 감흥이나 복잡하고 사실
주로 사대부들이 창작하던 시조는 김
적인 경험을 표현할 수 있어 시조와 상
이전 시기보다 주제와 표현 방식이 천택, 김수장, 안민영 등이 전문 가객으
호 보완적인 관계를 이루며 발전했다.
다양해졌다. 곤궁한 삶을 구체적으로 로 등장하면서 향유 양상이 달라졌다.
주로 사대부들이 창작하고 향유했으며,
형상화하거나, 체험과 견문을 자세히 이들은 가단(歌壇)을 이루어 활동하면
자연 친화의 내용이나 임금에 대한 그
기술하였는데 이는 사대부 가사의 변 서 시조 작품을 수집・정리하여 가집(歌
리움을 표현하는 내용이 많았다.
모를 잘 보여 준다. 또한 여성들 사이 集)을 편찬하였다. 한편, 시조의 작가층
주요 작품 「상춘곡」(정극인), 「면앙정가」(송 이 여성과 평민으로 확대되면서 평시조
에서 규방 가사가 성행하였는데, 여기
순), 「사미인곡」・「속미인곡」(정철) 가 주를 이루었던 이전 시기와는 달리
에는 당시 여성들의 삶의 애환이 잘 반
영되어 있다.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갖춘 사설시조가
등장하였다.
주요 작품 「동기로 세 몸 되어」(박인로), 「청 주요 작품 「누항사」(박인로), 「만언사」(안
산도 절로절로」(송시열), 「만흥」・「오우가」 조환), 「일동장유가」(김인겸), 「연행가」(홍 주요 작품 「님이 오마 거 」, 「싀어마님
・「어부사시사」(윤선도) 순학), 「춘유가」 며 라기 낫바 」, 「댁들에 동난지이 사오」

1636 1750 1894


병자호란 균역법 시행 동학 농민 운동, 갑오개혁

조선 후기의 사회 변동에 따라 개인의 조선 후기에는 박지원, 박제가, 정약용 상업이 발달하고 오락을 위한 공연 예술
체험이나 역사적 사실을 다룬 기록 문학 등 실학파를 중심으로 사대부의 허례허식 이 활성화되면서 민속극과 판소리가 발달
이 발달하였다. 또한 한글을 사용하여 섬 을 비판하고, 모순된 사회 현실을 사실적 하였다. 이 둘은 해학과 풍자를 바탕으로
세하고 우아하게 표현한 궁녀와 사대부 으로 반영하는 실학파 문학이 나타났다. 서민들의 의식 세계를 그려 내었다.
여성의 기록 문학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주요 작품 「허생전」・「양반전」(박지원), 「북학 주요 작품 민속극: 「봉산 탈춤」, 「통영 오광대」
주요 작품 『열하일기』(박지원), 『계축일기』, 의」(박제가) 판소리: 「춘향가」, 「흥부가」, 「심청가」
『한중록』(혜경궁 홍씨)

한글이 널리 보급되고 세책가나 전기수 등을 통해 소설의 유통이 주요 작품 군담 소설: 「임경업전」, 「박씨전」, 「유충렬전」, 「홍계
확대되면서, 사대부가의 여성과 평민들도 소설을 향유하였다. 「홍길동 월전」
전」을 비롯한 한글 소설이 창작되었으며, 군담 소설, 가정・가문 소설, 가정・가문 소설: 「사씨남정기」(김만중), 「창선감의록」(조성기)
판소리계 소설 등이 등장하였다. 한글 소설이 성행하던 중에도 한문 판소리계 소설: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소설은 꾸준히 창작되었는데 주로 애정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한문 소설: 「운영전」, 「최척전」(조위한)

( 2 ) 조선 시대의 문학 199

책1.indb 199 18. 11. 23. 오후 6:28


작품
1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이 서생’과 ‘최 여인’의 사랑을 다룬 전기 소설(傳奇小說)이다. 서사 갈래로서 작
품이 지니는 특징에 주목하여 작품을 감상해 보자.

이생규장전 李生窺牆傳 김시습

김시습
(1435~1493)

조선 전기의 문인. 호는
매월당(梅月堂). 생육신의 이 서생
열여덟 살의 양반가 자제로,
한 사람으로, 유불(儒佛) 정
글재주가 뛰어나 일찍이
신을 아우른 사상과 탁월한
국학(國學)에서 수학함.
문장으로 유명하다. 주요 저
서로는 『금오신화(金鰲新 최 여인
話)』, 『매월당집(梅月堂集)』 명문가의 규수로서
등이 있다. 자수와 시에 능하여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함.

앞부분 줄거리 송도(松都)의 국학에 다니는 이 서생은 공부하러 가던 도중 우연히 담 너머를 엿보


다가 시를 읊는 최 여인을 보게 된다. 최 여인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이 서생은 그녀에게 시를 써서 담 05

너머로 보내고, 이후 최 여인으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받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시를 주고받으
며 깊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아들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이 서생의 아버지는 이 서생을 지방으로
내려보내고, 최 여인은 상심 끝에 그만 병이 나고 만다. 이를 알게 된 최 여인의 부모는 이 서생과 최
여인을 혼인시키려 하지만, 이 서생의 아버지는 이 서생의 학업과 문벌의 차이를 들어 거절한다. 그러
나 최 여인 부모의 설득으로 이 서생의 아버지는 생각을 바꾸고, 이 서생과 최 여인은 혼인하여 행복 10

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신축년(辛丑年)에 홍건적의 난이 일어나, 양가의 부모는 물론 최 여인도


죽게 되고 간신히 이 서생만 살아남게 된다.

국학 고려 시대에 둔 중앙 한편 이 서생은 황폐한 들에 숨어서 목숨을 보전하다가 도적의 무리가 떠났


의 교육 기관.
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님이 살던 옛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집은 이미 병화에
송도 ‘개성(開城)’의 옛 이
름. 고려의 수도였음. 타 버리고 없었다. 다시 아내의 집에 가 보니 행랑채는 쓸쓸하고 집 안에는 쥐 15
신축년 고려 공민왕 10년
(1361)에 해당함. 이 시기에 들이 우글거리고 새들만 지저귈 뿐이었다. 그는 슬픔을 견디지 못해, 작은 누
홍건적이 압록강을 건너 고
각에 올라가서 눈물을 거두고 길게 한숨을 쉬며 날이 저물도록 앉아서 지난날
려를 자주 침범하였음.
병화 전쟁으로 인한 화재. 의 즐겁던 일들을 생각해 보니, 완연히 한바탕 꿈만 같았다. 밤중이 거의 되자

200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00 18. 11. 23. 오후 6:28


희미한 달빛이 들보를 비추는데, 낭하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

는 먼 데서 차차 가까이 다가왔다. 살펴보니 사랑하는 아내가 거기 있었다. 이

서생은 그녀가 이미 이승에 없는 사람임을 알고 있었으나 너무나 사랑하는 마

음에 반가움이 앞서 의심도 하지 않고 말했다.


05 “부인은 어디로 피란하여 목숨을 보전하였소?”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
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여인은 이 서생의 손을 잡고 한바탕 통곡하더니 곧 사정을 얘기했다.

“저는 본디 양가의 딸로서 어릴 때부터 가정의 교훈을 받아 자수와 바느질

에 힘썼고, 시서(詩書)와 예법을 배웠으므로 규중의 법도만 알았을 뿐 어찌

집 밖의 일을 알겠습니까? 그러나 낭군께서 붉은 살구꽃이 피어 있는 담 안


10 을 엿보게 되자, 저는 스스로 몸을 바쳤으며 꽃 앞에서 한 번 웃고 난 후 평

생의 가약을 맺었고, 휘장 속에서 거듭 만났을 때에는 정이 백 년을 넘쳤습

니다. 사세가 이렇게 되자 슬픔과 부끄러움을 차마 견딜 수 없었습니다. 장

차 백 년을 함께하려 했는데 어찌 횡액을 만나 구렁에 넘어질 줄 알았겠습

니까? 끝내 이리 같은 놈들에게 정조를 잃지는 않았지만, 몸뚱이는 진흙탕


15 에서 찢김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진실로 천성이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만, 인

정으로는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낭군과 궁벽한 산골에서 헤

어진 후로 짝 잃은 새가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집도 없어지고 부모님도 잃

었으니 피곤한 혼백의 의지할 곳 없음이 한스러웠습니다. 의리는 중하고 목

숨은 가벼우므로 쇠잔한 몸뚱이로써 치욕을 면한 것만은 다행이었습니다 낭하 복도. 건물 안에 다니


게 된 통로.
20 만, 누가 산산조각이 난 제 마음을 불쌍히 여겨 주겠습니까? 다만 갈기갈기 양가 지체가 있는 좋은 집안.

찢어진 썩은 창자에만 맺혀 있을 뿐입니다. 해골은 들판에 던져졌고 몸뚱이 규중 부녀자가 거처하는 곳.


횡액 뜻밖에 닥쳐오는 불행.
는 땅에 버려지고 말았으니, 생각하면 그 옛날의 즐거움은 오늘의 이 비운을
궁벽한 매우 후미지고 으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그러나 이제 봄바람이 깊은 골짜기 슥한.
쇠잔한 쇠하여 힘이나 세
에 불어와서 제 환신(幻身)이 이승에 되돌아왔습니다. 낭군과 저와는 삼세
력이 점점 약해진.
25 의 깊은 인연이 맺어져 있는 몸, 오랫동안 뵙지 못한 정을 이제 되살려서 결 환신 허깨비같이 허망하
고 덧없는 몸이라는 뜻으로,
코 옛날의 맹세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낭군께서 지금도 삼세의 인연을 알 사람의 몸을 비유적으로 이
르는 말.
아주신다면 끝내 고이 모실까 합니다. 낭군께서는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삼세 전세(前世), 현세(現
이 서생이 기쁘고 또 고마워서, 世), 내세(來世)의 세 가지.

( 2 ) 조선 시대의 문학 201

책1.indb 201 18. 11. 23. 오후 6:29


“그것은 본디 나의 소원이오.”

가산 한 집안의 재산. 하고는 서로 즐겁게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윽고 이야기가 가산(家産)에 미치


합장하고는 부부의 시체
자 여인은 말하였다.
를 한 무덤에 묻고는.
길흉사 경사스러운 일과 “조금도 잃지 않고 어떤 산골짜기에 묻어 두었습니다.”
흉하고 언짢은 일을 아울러
이르는 말.
“우리 두 집 부모님의 해골은 어디에 있소?” 05

“하는 수 없이 어떤 곳에 그냥 버려두었습니다.”

서로 쌓였던 이야기가 끝나고 잠자리를 같이하니 지극한 즐거

움은 옛날과 같았다.

이튿날 여인은 이 서생과 함께 가서 매장한 곳을 찾으니

거기에는 금은 몇 덩어리와 재물이 약간 있었다. 그들은 두 10

집 부모의 해골을 거두고 금은과 재물을 팔아서 각각 오관

산(五冠山) 기슭에 합장하고는 나무를 세우고 제사를 지내

모든 예절을 다 마쳤다.

그 후 이 서생은 벼슬을 구하지 않고 아내와 함께 살게

되니, 피란 갔던 노복들도 찾아왔다. 이 서생은 이로부터 인간 15

의 모든 일을 완전히 잊고서 친척과 손님의 길흉사(吉凶事)에도

문을 닫고 나가지 않았으며, 늘 아내와 함께 시구를 지어 주고받으

며 즐거이 세월을 보냈다.

어느덧 몇 해가 지난 어느 날 저녁에 여인은 이 서생에

게 말했다. 20

202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02 18. 11. 23. 오후 6:29


“세 번이나 가약을 맺었습니다마는,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으므로 즐거 ‘ 최 여인 ’이 말한 ‘ 세 번
의 가약 ’은 무엇을 의미하는
움도 다하기 전에 슬픈 이별이 갑자기 닥쳐왔습니다.” 가?
하고는 마침내 목메어 울었다. 이 서생은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무슨 까닭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오?”


05 여인은 대답하였다.

“저승길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저와 낭군의 연분이 끊어지지

않았고 또 전생에 아무런 죄악도 없었으므로, 이 몸을 환생시켜 잠시 낭군을

뵈어 시름을 풀게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인간 세상에 머물러 있으

면서 산 사람을 유혹할 수는 없습니다.”


10 하더니 시비에게 명하여 술을 올리게 하고는 옥루춘곡(玉樓春曲)에 맞추어 노 ‘ 최 여인 ’이 부른 노래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래를 지어 부르면서 이 서생에게 술을 권했다.

도적 떼 밀려와서 처참한 싸움터에


몰죽음당하니 원앙도 짝 잃었네 시비 곁에서 시중을 드는

여기저기 흩어진 해골 그 누가 묻어 주리 계집종.


유혼 죽은 사람의 넋이 육
15 피투성이 그 유혼은 하소연도 할 곳 없네 체를 벗어나 떠다님. 또는
그런 영혼.
슬프다 이내 몸은 무산 선녀 될 수 없고
깨진 거울 갈라지니 마음만 쓰라리네
이로부터 작별하면 둘이 모두 아득하네
저승과 이승 사이 소식조차 막히리라

( 2 ) 조선 시대의 문학 203

책1.indb 203 18. 11. 23. 오후 6:29


노래를 한 곡 부를 때마다 눈물에 목이 메어 거의 곡조를 이루지 못했다. 이

서생도 또한 슬픔을 걷잡지 못했다.

“나도 차라리 부인과 함께 황천으로 갔으면 하오. 어찌 무료히 홀로 여생을

보내겠소. 지난번에 난리를 겪고 난 후에 친척과 노복들이 각각 서로 흩어지

고, 돌아가신 부모님의 해골이 들판에 버려져 있을 때, 부인이 아니었더라면 05

누가 능히 장사를 지내 주었겠소. 옛사람의 말씀에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예절로써 섬기고 돌아가신 후에도 예절로써 장사 지내야 한다 했는데, 이런

일을 모두 부인이 실천했소. 그것은 부인이, 천성이 순효(純孝)하고 인정이

두터운 때문이니 감격해 마지않았으며, 스스로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였

소. 부인은 이승에서 오래 살다가 백 년 후에 같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어떻 10

겠소?”

여인은 대답했다.
‘ 이 서생 ’과 ‘ 최 여인 ’이 “낭군의 수명은 아직 남아 있으나, 저는 이미 저승의 명부(名簿)에 이름이
다시 이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실려 있으니 오래 머물러 있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 굳이 인간 세상을 그리

워해서 미련을 가진다면, 저승의 법에 위반됩니다. 그렇게 되면 죄가 저에게 15

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낭군님에게까지 그 허물이 미칠 것입니다. 다만 저의

유골이 아직 그곳에 흩어져 있으니, 만약 은혜를 베풀어 주시겠다면 유골을

거두어 비바람을 맞지 않게 해 주십시오.”

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잠시 후에 여인은 말했다.

“낭군님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20

말을 마치자 점점 사라져서 마침내 종적을 감추었다. 이 서생은 아내가 말한

대로 그녀의 해골을 거두어 부모의 무덤 곁에 장사를 지내 주었다.

그 후 이 서생은 아내를 지극히 생각한 나머지 병이 나서 두서너 달 만에 그


황천 저승. 사람이 죽은
도 세상을 떠났다.
뒤에 그 혼이 가서 산다고
하는 세상. 이 사실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작품을 감상한 후 나의 한 줄 느낌 나의 25
감상
순효하고 지극한 효성을
바치고. 슬퍼하고 탄식하면서, 그들의
명부 어떤 일에 관련된 사 절개를 사모하지 않는 사람이 없
람의 이름, 주소, 직업 따위
를 적어 놓은 장부. 었다.

204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04 18. 11. 23. 오후 6:29


2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의 주요 사건과 관련하여 등장인물의 특징을 파악해 보자.


시련의 원인 시련의 결과

첫 번째 ‘ 이 서생 ’의 아버지가 '이 서생 ’과 '최 여인 ’


시련 의 밀회를 눈치챔.

두 번째
‘ 최 여인 ’이 홍건적에게 죽임을 당함.
시련

세 번째
시련

‘이 서생’의 특징 ‘최 여인’의 특징

2 작가가 이 작품에 ‘최 여인’의 노래를 삽입한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도움말 | 노래가 등장하
는 장면의 전후 맥락과,
노래의 내용을 바탕으로
답을 해 본다.

3 이 작품에 나타난 전기적 요소를 찾아보고, 작가가 전기적 요소를 활용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자.

도움말 | 이 작품은 전반 이 작품에 나타난 전기적 요소 전기적 요소를 활용한 이유


부의 현실적 사건과 후반
부의 비현실적 사건으로
구성된다. 작가가 이처럼
사건을 구성한 이유는 무
엇일지 생각해 본다.

( 2 ) 조선 시대의 문학 205

문학교과서(170~229)4단원①.indd 205 20. 10. 30. 오후 4:27


한국 문학의 역사적 갈래

4 다음 설화와 비교하여, 「이생규장전」이 설화가 아니라 소설로 분류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참고 자료 | 소설에서의 자
아와 세계 신라 풍속에 매년 중춘(仲春, 음력 2월) 8일에서부터 15일에 이르기까지 도읍의
소설에서의 갈등은 인물, 남녀들이 다투어 흥륜사의 탑을 도는 복회(福會)를 열었다. 원성왕 때 김현이라는
즉 자아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낭군(郞君)이 있었는데, 밤늦도록 혼자 쉬지 않고 돌았다. 한 여자도 따라 돌고 있
그리고 이러한 욕망의 충족
과정에서는 그것에 대응하는 었는데, 현이 드디어 정을 통하여 그 여자를 따라갔다. 여자가 말하기를,
장애, 즉 세계의 횡포가 발생 “제가 내일 성내에 들어가서 해로운 일을 하면, 곧 왕은 반드시 좋은 벼슬을 걸
한다. 소설은 이와 같은 자아
고 사람들을 모아서 나를 잡으려고 할 것입니다. 당신은 겁내지 말고 북쪽의 숲
와 세계의 치열한 갈등을 다
루며, 그 과정에서 삶의 진실 속으로 나를 쫓아오십시오. 제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만 저를 위해 절을 지
을 그려 낸다. 어서 좋은 업보(業寶)를 얻게 해 주신다면, 곧 낭군의 은혜로 알겠습니다.”
하고, 드디어 서로 울면서 헤어졌다. 다음 날 과연 사나운 호랑이가 성에 들어왔
는데, 당할 사람이 없었다. 왕이 영을 내려,
“능히 호랑이를 사로잡는 사람에게는 2급의 벼슬을 주겠노라.”
하니, 김현이 대궐에 나아가 아뢰어 말하기를,
“제가 능히 할 수 있습니다.”
하고, 단검을 들고 북쪽의 숲으로 들어갔다. 호랑이가 낭자로 변해서 웃으며 말하
기를,
“어제의 곡진했던 사연을 오직 낭군께서는 잊어버리지 않으셨군요.”
하더니, 김현이 차고 있던 칼을 뽑아 스스로 목을 찌르고 쓰러지니 곧 호랑이였
다. 그 후 김현이 벼슬길에 오른 뒤 서쪽 냇가에 절을 짓고, 이름을 ‘호원사(虎願
寺)’라고 했다. - 작자 미상, 「호원(虎願)」

ペ븍"넘쟀겠
비판적 . 창의적 사고
5 ‘이 서생’이 죽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이생규장전」의 결말 부분을 자유롭게 상상하여
바꾸어 써 보자.

이 서생은 최 여인의 장사를 치른 후, 아내를 지극히 생각한 나머지 병이 나서 거의 죽을 뻔하였으


나 두서너 달 만에 겨우 몸을 추슬렀다.

206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06 18. 11. 23. 오후 6:29


감상을
작품 1 이생규장전
마치며

감상의 정리
「이생규장전」 은 ‘이 서생이 담장 안을 엿본 이야기’라는 뜻으로, 김시습의 한문 소설집인 『금
오신화』에 실려 있는 다섯 개의 이야기 중 하나이다. 이 작품에서 ‘이 서생’과 ‘최 여인’은 자신
에게 닥친 여러 가지 시련을 이겨 내면서 죽음까지 초월하여 사랑을 이루고자 한다. 이러한 과
정에서 환생이라는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사건이 나타나는데, 여기에는 비극적인 현실을 전기
적(傳奇的)인 방법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나타난다. 즉, 작가 김시습은 죽음까지
도 초월한 주인공을 통해 남녀 간의 지극한 사랑이라는 주제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현실 세계
의 질서에 대한 저항과 비판 의식도 드러낸 것이다.

지식 창고
전기 소설의 개념과 특징
전기(傳奇)는 ‘기이(奇異)한 것을 전(傳)한다’는 뜻으로, ‘전기 소설’은 실제로 일어나기 어려
운 기괴하고 신기한 일을 다룬 소설을 말한다. 주로 천상이나 용궁 등과 같은 비현실적 세계를
배경으로 하거나, 현실 속 인물이 신비롭고 환상적인 경험을 하는 식의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전기 소설의 비현실성은 일상적 세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작가의 의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설화와 차이를 보인다. 이를 통해 작가는 남녀의 자유분방한 애정 표현, 사회적 상황에 대한
비판 등 시대적・문화적 제약을 뛰어넘는 내용을 작품 속에 담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더 읽어 보기

구성 김시습
인물

「운영전」 작자 미상 「채봉감별곡」 작자 미상

‘유영’의 꿈속에 나타난 궁녀 ‘운영’과 ‘채봉’과 ‘강필성’이 시련을 극복하고


‘김 진사’의 슬픈 사랑을 이야기한 소설. 사랑을 성취한다는 내용의 소설. ‘채봉’
비극적 사랑을 다룬 두 작품의 구성을 과 ‘최 여인’, ‘강필성’과 ‘이 서생’의 성
비교해 보자. 격을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 2 ) 조선 시대의 문학 207

책1.indb 207 18. 11. 23. 오후 6:29


작품
2
감상 열기 이 작품들은 조선 시대에 널리 향유되었던 대표적 문학 갈래인 시조이다. 서정 갈래로서 작
품의 시적 형상화 방식과 작가의 주제 의식에 주목하여 작품을 감상해 보자.

시조 네 편 성삼문 외

가 성삼문 가 성삼문
(1418~1456)
수양산(首陽山) 라보며 이제(夷齊) 한(恨) 노라 05
조선 전기의 문신. 집현전
학사로 세종의 훈민정음 창 주려 주글진들 채미(採薇)도 것가
제를 도왔으며, 단종의 복위
를 꾀하다가 처형되었다. 비록애 푸새엣 거신들 긔 뉘 헤낫 니

나 계랑(1573~1610) 나 계랑

조선 중기의 기생. 호는
이화우(梨花雨) 흣 릴 제 울며 잡고 이별(離別) 님
매창(梅窓). 시, 노래, 거문고
에 뛰어나 당대 큰 명성을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날 각 가 10
얻었다.
천 리(千里)에 외로온 만 오락가락 노매

이제 중국 은나라 사람인
백이와 숙제를 아울러 이르
는 말.
채미 고사리를 캠.
푸새 산과 들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풀을 통틀어 이르는 말.

208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08 18. 11. 23. 오후 6:29


다 만흥(漫興) 윤선도 다 윤선도
(1587~1671)
산수 간(山水間) 바회 아래 뛰집을 짓노라 니 조선 중기의 문신. 호는
고산(孤山). 치열한 당쟁으
그 모론 들은 욷 다 다마
로 오랜 기간을 벽지의 유배
어리고 햐암의 뜻의 내 분(分)인가 노라 <제1수> 지에서 보내면서 자연을 제
재로 한 시조를 많이 남겼다.
주요 작품으로는 「견회요」,
05 보리밥 픗 을 알마초 머근 후(後)에
「어부사시사」 등이 있다.
바횟 긋 믉 의 슬 지 노니노라

그 나믄 녀나믄 일이야 부 줄이 이시랴 <제2수> 햐암 향암(鄕闇). 시골에


서 지내 온갖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사람.
누고셔 삼공(三公)도곤 낫다 더니 만승(萬乘)이 이만 랴
만승 만대의 병거(兵車)라
이제로 헤어든 소부(巢父) 허유(許由)ㅣ 냑돗더라 는 뜻으로, 천자 또는 천자
의 자리를 이르는 말.
10 아마도 임천한흥(林泉閑興)을 비길 곳이 업세라 <제4수>
소부 허유 고대 중국의 인
물들로, 속세에 나서지 않고
자연을 벗 삼아 즐기며 삶.
라 작자 미상
냑돗더라 영리하더라. 약
창(窓) 내고쟈 창(窓)을 내고쟈 이내 가슴에 창(窓) 내고쟈 았더라.
임천한흥 자연 속에서 느
고모장지 셰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돌져귀 수돌져귀 목걸새 크나큰 끼는 한가한 흥취.

쟝도리로 바가 이내 가슴에 창(窓) 내고쟈 고모장지~열장지 장지문


의 다양한 종류들을 나열함.
15 잇다감 하 답답 제면 여다져 볼가 노라 암돌져귀 수돌져귀 문짝
을 문설주에 달아 여닫는 데
쓰는 두 개의 쇠붙이.
가 ~ 라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과 그 이유 나의
감상 목걸새 문고리에 꿰는 쇠.

( 2 ) 조선 시대의 문학 209

책1.indb 209 18. 11. 23. 오후 6:29


학습 ペ븍"룩염겠"


문학과 시대 상황, 문학과 역사의 관계

1 작품 가를 감상하고, 내용상의 특징과 작품의 주제를 알아보자.

동 1 다음 내용을 참고하여, 화자가 ‘백이’와 ‘숙제’를 비판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본래 은나라 고죽국(孤竹國)의 왕자였는데, 아


버지가 죽은 뒤 서로 후계자가 되기를 사양하다가 나라를 떠났다. 그 무렵 은
나라의 주왕이 폭정을 일삼자 그 신하였던 무왕이 그를 정벌하려고 하였다. 백
이와 숙제는 무왕의 행위가 인의(仁義)에 위배되는 것이라 하며 이를 반대했으
나, 무왕은 끝내 새 왕조를 일으켰다. 그러자 두 사람은 주나라의 곡식을 먹기
를 거부하고,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어 먹고 지내다가 굶어 죽었다.

도움말 | 이 작품을 쓴
2 ‘수양산’에 담긴 중의적 의미를 파악해 보고, ⑴과 관련하여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
성삼문이 세조에게 왕위 말해 보자.
를 빼앗긴 단종의 복위를
꾀하였음을 고려하여 ‘수 ‘수양산’의 의미 작품의 주제
양산 ’의 의미를 생각해
‘ 백이 ’와 ‘숙제 ’가 몸을 숨기고 고사리를 캐어 먹던 장소.
본다.

2 작품 나에 제시된 다음 시어들이 무엇을 형상화하는지 생각해 보고, 화자의 정서와


관련하여 어떤 효과가 있는지 말해 보자.

봄에서 가을로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어 시 효과


이화우, 간적 거리감을 드러냄.
추풍낙엽

천리

210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10 18. 11. 23. 오후 6:29


3 작품 다를 감상하고, 화자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와 시어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1 ‘자연 속의 삶’과 ‘속세의 삶’을 드러내는 시구를 찾아보고, 각 수의 중심 내용을 정리


해 보자.

‘자연 속의 삶’ ‘속세의 삶’ 중심 내용

1수 분수에 맞는 삶.

2수 그 나믄 녀나믄 일

4수 임천한흥

도움말 | 화자가 ‘자연 속의 2 ⑴의 내용을 참고하여, 화자가 지향하는 삶은 어떠한지 말해 보자.


삶’과 ‘속세의 삶’ 중 어떤 것
을 지향하는지 생각해 본다.

4 작품 라를 감상하고, 내용과 형식의 특징을 살펴보자.

1 각 장의 중심 내용을 정리하고, 각 장에 나타난 표현상의 특징을 파악해 보자.

초장

중장 친근한 일상적 사물을 열거함.

종장 창을 여닫아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함.

2 작품 가~다와 비교할 때,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형식적인 특징은 무엇이며 어떤 효


과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 2 ) 조선 시대의 문학 211

책1.indb 211 18. 11. 23. 오후 6:29


한국 문학의 역사적 갈래

5 작품 가~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고, 조선 시대 시조의 전개 양상을 파악해 보자.


도움말 | 작품 가 ~ 라는 창
작품 가 나 다 라
작 시기의 순서대로 배열된
것이다. 이를 고려하여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천하는 시조의 작가의 신분 사대부
양상을 형식적, 내용적 측면에
서 살펴본다. 삶의 답답함에서
내용
벗어나고 싶은 마음.

형식 연시조

ペ븍"넘쟀겠
문화 향유
6 다음 작품을 감상하고, 조선 시대의 고시조와 어떤 차이점이 있으며 고시조의 어떤 점
을 계승하였는지 말해 보자.

참고 자료 | 「벽공」
‘벽공’은 ‘푸른 하늘’이라는 손톱으로 툭 튀기면
뜻으로, 이 작품은 가을 하늘
쨍하고 금이 갈 듯,
의 맑고 깨끗함을 다양한 감
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예찬
하고 있는 현대 시조이다.
새파랗게 고인 물이
만지면 출렁일 듯,
도움말 | 시조가 오늘날에도
이어지며 창작되고 있음을 확
저렇게 청정무구(淸淨無垢)를
인하고, 과거와 어떤 점이 달
라졌으며 오늘날까지도 향유 드리우고 있건만.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함께 - 이희승, 「벽공(碧空)」
생각해 본다.

고시조와의 차이점 고시조에서 계승한 점

212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12 18. 11. 23. 오후 6:29


감상을
작품 2 시조 네 편 마치며

감상의 정리
가 「수양산 라보며」는 수양 대군이 조카인 단종을 폐위시키고 스스로 왕위에 오른 계유정
난(癸酉靖難) 때에, 수양 대군에게 협조하지 않겠다는 작가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쓴 시조이다. 만고의 절의로 유명한 백이와 숙제를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절개가 누구와
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굳음을 강조하였다. 또한 ‘수양산’을 중의적 의미로 이용하여
이 작품이 수양 대군에게 뜻을 알리기 위한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
나 「이화우 흣 릴 제」는 임과의 이별, 그리움, 재회에 대한 소망을 여성의 섬세한 감각으로
그려 낸 시조이다. 초장과 중장의 ‘이화우’와 ‘추풍낙엽’은 계절의 변화를 통해 임과 헤어
진 시간적 거리감을 나타내는 동시에, 하강의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슬픔의 정서를 떠올
리게 한다. 또한 종장의 ‘천 리’는 임과 떨어진 공간적 거리감과 이별의 깊이를 나타내며
안타까움의 정서를 심화한다.
다 「만흥」은 ‘저절로 일어나는 흥취’라는 뜻으로, 작가가 해남 금쇄동에서 은거하고 있을 때
지은 연시조이다. 현실적 공간과 대비되는 이상적 공간으로 ‘자연’을 설정하고, 번잡한
속세를 벗어나 한가로움을 누리는 즐거움, 자연 속에서 자연과 친화하며 사는 삶의 즐거
움 등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전체적으로 한문 투의 표현이 없이 우리말의 묘미와 아름
다움을 잘 살려 표현하고 있다.
라 「창 내고쟈」는 고달픈 삶이나 근심으로 생기는 답답한 마음을 사방이 막힌 ‘방’으로 나타
내고, 자신의 가슴에 창이라도 내서 답답함을 풀고 싶다는 기발한 생각이 드러나는 사설
시조이다. 이 작품은 구체적이고 친근한 일상적인 사물을 다소 수다스럽게 열거함으로써
문제 상황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삶의 비애와 고통을 어둡게만 그리
지 않고 웃음으로 이를 풀어 나가려는 민중들의 건강한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더 읽어 보기

표현 성삼문 외
화자

「두터비 리를 물고」 작자 미상 「산이 날 에워싸고」 박목월

조선 후기 탐관오리의 부패상을 ‘두터 평화롭고 순수한 자연에 대한 동경을


비 ’, ‘파리 ’, ‘백송골 ’에 빗대어 풍자한 관조적이며 담담한 어조로 표현한 시.
사설시조. 작품 속 시어가 상징하는 의 자연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만흥」과 비
미에 주목하여 감상해 보자. 교해 보자.

( 2 ) 조선 시대의 문학 213

책1.indb 213 18. 11. 23. 오후 6:29


1

작품
3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임과 이별한 여인의 심정을 통해 연군의 정을 표현한 가사이다. 조선 시대 서정
갈래의 전개와 작품의 표현 기법에 주목하여 작품을 감상해 보자.

속미인곡 續美人曲 정철

현대어 풀이

뎨가 뎌 각시 본 듯도 뎌이고 저기 가는 저 각시 (어디서) 본 듯도 하구나 05

天텬上상 白 玉옥京경을 엇디 야 離니別별 고 임금 계시는 궁궐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 고 해 다 저문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고

어와 네여이고 이내 셜 드러 보오 어와 너로구나 이내 이야기를 들어 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 즉 가마 내 얼굴과 이 거동이 임의 사랑을 받음 직한가마는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 어쩐지 날 보시고 너로구나 여기시기에 10

나도 님을 미더 군 디 젼혀 업서 나도 임을 믿어 다른 생각이 전혀 없어

이 야 교 야 어 러이 돗 디 아양과 교태로 어지럽게 하였던지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다 신고 반기시는 얼굴빛이 옛날과 어찌 다르신고

누어 각 고 니러 안자 혜여 니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앉아 헤아려 보니

내 몸의 지은 죄 뫼 티 혀시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 쌓였으니 15

하 히라 원망 며 사 이라 허믈 랴 하늘이라 원망하며 사람을 탓할 것인가

셜워 플텨 혜니 造조物믈의 타시로다 서러워 (여러 가지를) 풀어 생각하니 조물주의 탓이로다

214 4. 한국 문학의 역사

170 229 4 .indd 214 18. 11. 28. 오후 2:23


1

글란 각 마오 친 일이 이셔이다 그것일랑 생각 마오 (마음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임을 모시고 있어 임의 일을 내 알거니

믈 얼굴이 편 실 적 몃 날일고 물같이 연약한 몸이 편하실 적이 몇 날일까

春츈寒한 苦고熱열은 엇디 야 디내시며 봄 추위와 여름 더위는 어찌 지내시며

05 秋츄日일 冬동天텬은 뉘라셔 뫼셧 고 가을과 겨울의 날씨에는 누가 모셨는가

粥쥭早조飯반 朝죠夕셕 뫼 녜와 티 셰시 가 아침 전의 죽과 아침저녁 진지는 옛날과 같이 올리시는가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 고 기나긴 밤에 잠은 어찌 주무시는가

님 다히 消쇼息식을 아므려나 아쟈 니 임 계신 곳의 소식을 어떻게 해서라도 알려고 하니

오 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오늘도 거의 지나갔구나 내일이나 사람이 올까

10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내 마음 둘 데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인가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잡거니 밀거니 높은 산에 올라가니

구롬은 니와 안개 므 일고 구름은 물론이거니와 안개는 무슨 일인가

山산川쳔이 어둡거니 日일月월을 엇디 보며 산천이 어두운데 해와 달을 어찌 보며

咫지尺쳑을 모 거든 千쳔 里리 라보랴 가까운 거리도 모르는데 천 리를 바라보랴

정철(1536~1593)
조선 중기의 문신. 가사 문학의 대가로 우
리말의 묘미를 잘 살린 작품을 많이 남겼다.
주요 작품으로는 「관동별곡」, 「사미인곡」 등
이 있다.

( 2 ) 조선 시대의 문학 215

170 229 4 .indd 215 21. 8. 27. 오후 4:09


1

하리 믈 의 가 길히나 보랴 니 차라리 물가에 가서 뱃길이나 보려 하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바람과 물결로 어수선하게 되었구나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 고 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걸렸는가

江강天텬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강가 하늘 아래 혼자 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님 다히 消쇼息식이 더옥 아득 뎌이고 임 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05

茅모 쳠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초가집 찬 자리에 밤 깊어 돌아오니

半반壁벽 靑청燈등은 눌 위 야 갓 고 벽 가운데 걸린 푸른 등은 누굴 위해 밝았는고

오 며 리며 헤 며 바자니니 오르며 내리며 헤매며 서성이니

져근덧 力녁盡진 야 풋 을 잠간 드니 어느덧 힘이 다해 풋잠을 잠깐 드니

精졍誠셩이 지극 야 의 님을 보니 정성이 지극하여 꿈에 임을 보니 10

玉옥 얼구리 半반이나마 늘거셰라 옥 같은 얼굴이 반나마 늙었어라

의 머근 말 슬 장 쟈 니 마음에 먹은 말씀을 실컷 올리자 하니

눈믈이 바라 나니 말 인들 어이 며 눈물이 연달아 나니 말인들 어이하며

情졍을 못다 야 목이조차 몌여 니 정을 못다 하여 목조차 메었는데

오뎐된 鷄계聲셩의 은 엇디 돗던고 방정맞은 닭 울음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고 15

어와 虛허事 로다 이 님이 어 간고 어와 헛된 일이로다 이 임이 어디 갔는고

결의 니러 안자 窓창을 열고 라보니 잠결에 일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가엾은 그림자가 날 좇을 뿐이로다

하리 싀여디여 落낙月월이나 되야이셔 차라리 죽어져서 지는 달이나 되어

님 겨신 窓창 안 번드시 비최리라 임 계신 창 안에 환히 비치리라 20

각시님 이야 니와 구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보다는 차라리 궂은비나 되소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시행과 그 이유 나의
감상

216 4. 한국 문학의 역사

170 229 4 .indd 216 18. 11. 28. 오후 2:24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화자를 ‘갑녀’와 ‘을녀’로 구분하여 내용을 정리해 보자.


{


‘갑녀’의 질문 백옥경을 떠난 이유를 물음.
서사
‘을녀’의 답변

‘갑녀’의 위로

임의 안부가 염려되고 소식이 궁금함.


본사
‘을녀’의 하소연

‘을녀’의 결심
결사
‘갑녀’의 조언

2 다음 시어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갑녀’와 ‘을녀’의 태도를 파악해 보자.

도움말 | ‘낙월’과 ‘구 시어 의미 화자의 태도


비 ’의 느낌이나 속성을 [을녀]
낙월
떠올리며 두 시어의 의미
를 파악해 본다.
임의 옷을 적시며 임과의 거리를 가깝게 밀착시킬 수 [갑녀]
구 비
있는 존재.

문학과 시대 상황

3 이 작품을 창작할 당시 작가의 상황을 고려하여, 작품의 창작 의도를 살펴보자.

도움말 | 이 작품은 작가 1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을녀’, ‘임’은 누구를 비유한 것인지 생각해 보고, 작가가 이 작품
가 당쟁에 휘말려 탄핵을
을 창작한 의도가 무엇일지 말해 보자.
받고 조정에서 물러나,
전라남도 창평에 내려가
있을 때 지은 것이다.
2 작품의 화자를 여성으로 설정한 이유와 그 효과를 말해 보자.

( 2 ) 조선 시대의 문학 217

책1.indb 217 18. 11. 23. 오후 6:29


2

한국 문학의 역사적 갈래

4 다음 작품을 감상하고, 형식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속미인곡」과 비교해 보자. 그리


고 이를 바탕으로 가사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자.

도움말 | 두 작품의 운율, 길이,


종결 형태 등을 비교해 본다. 내 버혀 내여 별 을 글고져
구만 리 당텬의 번드시 걸려 이셔
당텬 장천(長天). 끝없이 잇 고은 님 계신 고 가 비최여나 보리라 - 정철
닿아 멀고도 넓은 하늘.

시조 「내 버혀 내여」 가사 「속미인곡」

공통점

차이점

가사가 발생한 이유:

ペ븍"넘쟀겠

5 다음은 조선 후기의 가사 작품이다. 조선 전기 가사인 「속미인곡」과 비교하여, 내용과


주제 면에서 가사의 변화 양상을 파악해 보자.

참고 자료 | 「누항사」
이 작품은 조선 광해군 3년 와실(蝸室)에 드러간 잠이 와사 누어시랴
(1611)에 박인로가 지은 가사이
북창(北窓)을 비겨 안자 기다리니
다. 작가가 자신이 사는 형편
에 대해 지은 가사로, 임진왜 무정(無情) 대승(戴勝)은 이 한(恨)을 도우 다
란 이후 당면한 작가의 현실 종조(終朝) 추창( 愴) 며 먼 들흘 바라보니
이 잘 나타나 있다.
즐기 농가(農歌)도 흥(興) 업서 들리 다
세정(世情) 모 한숨은 그칠 줄을 모 다
아 온 져 소뷔 볏 보임도 됴 셰고
가시 엉긘 묵은 밧도 용이(容易)케 갈련마
와실 달팽이 집 같은 작고
초라한 집. 허당(虛堂) 반벽(半壁)에 슬듸업시 걸려고야
대승 봄에 밭 갈기를 독촉 춘경(春耕)도 거의거다 후러쳐 더뎌 두쟈
한다는 오디새.
- 박인로, 「누항사(陋巷詞)」
추창 며 실망하여 슬퍼하며.

218 4. 한국 문학의 역사

170 229 4 .indd 218 18. 11. 30. 오 11:53


감상을
작품 3 속미인곡
마치며

감상의 정리
「속미인곡」은 작가가 조정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에 지은 것으로, 신하가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두 여인의 대화체로 엮은 가사이다. 주로 ‘을녀’가 자신의 사연을 길게 얘기하고, ‘갑녀’
가 짧게 대답함으로써 내용을 전환하고 매듭짓는데, ‘을녀’가 토로하는 하소연은 작가 자신의
내면 의식을 문학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한자의 사용을 절제하고
임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심정을 소박하고 진솔한 우리말로 표현하여, 가사 문학의 백미(白眉)로
꼽히기도 한다.

지식 창고
가사에 담긴 주제 의식과 내용의 변화
조선 전기 가사에는 벼슬길에서 물러나 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이나 임금에 대한 은혜와
연모의 마음을 노래한 것이 많다. 정극인의 「상춘곡」이 전자의 대표적인 예이며, 송순의 「면앙
정가」는 자연에 묻혀 사는 즐거움과 더불어 임금의 은혜를 노래하였다.
조선 후기에 와서는 작품의 주제가 현실에 다가가는 경향을 보였다. 박인로의 「누항사」는 안
빈낙도를 표방하면서도 생활고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작품의 내용도 다양해져 「일동장유
가」와 같은 기행 가사, 「북천가」와 같은 유배 가사, 「농가월령가」나 「한양가」와 같은 풍속 가사
도 나타났다. 또한 양반가의 부녀자들도 가사 작가로 등장하여 가정의 규범과 교훈을 전하거
나, 여성 생활에 대한 고민과 정서를 호소하는 내용의 규방 가사를 활발하게 창작하였다.

더 읽어 보기

작가 정철
화자

「사미인곡」 정철 「님의 침묵」 한용운

속미인곡과 더불어 전후(前後) 미인곡 불교의 역설적 진리를 바탕으로 하여


(美人曲)으로 일컬어지는 가사. 연군의 임을 상실한 비애의 극복과 임에 대한
정서를 드러내기 위한 표현 방법에 주목 영원한 사랑을 노래한 시. 여성 화자의
하여 감상해 보자. 특징에 주목하여 감상해 보자.

( 2 ) 조선 시대의 문학 219

책1.indb 219 18. 11. 23. 오후 6:29


작품
4
감상 열기 이 작품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역사적 인물인 ‘임경업’의 일생을 그린 군담 소설이다. 서사
갈래의 전개와 작품에 반영된 시대 상황에 주목하여 작품을 감상해 보자.

임경업전 林慶業傳 작자 미상

인조
조선의 제16대
왕으로, 병자호란을
겪음.

김자점
역모를 꾀하는
인물로, 자신의
역모에 방해가 되는
임경업을 경계함.
임경업
무과에 장원 급제한,
용맹과 충의를 지닌
인물임.

앞부분 줄거리 임경업은 사신 이시백을 따라 명나라에 갔다가, 가달의 침략을 받고 명나라에 구원을
청한 호국을 도와 승리를 거두고 귀국한다. 이후 강성해진 호국은 조선을 침략하려 하고, 조정에서는 05

임경업을 의주 부윤으로 삼아 이를 막도록 한다. 임경업을 두려워한 호국은 의주를 피해 함경도로


돌아들어 와 인조의 항복을 받고 회군한다. 이에 격분한 임경업은 회군하는 적을 모조리 무찌르려고
하였으나, 호국에 인질로 잡혀가던 세자와 대군의 만류로 할 수 없이 길을 열어 준다. 이후 호왕은 명
나라를 치겠다며 조선에 청병을 하고, 임경업을 대장으로 보낼 것을 요구한다. 임경업은 이를 이용하
여 호국을 정벌하고자 하였으나, 부하의 배신으로 모든 계획이 들통나 호국으로 끌려가게 된다. 10

호왕이 크게 노하여 이르기를,


부윤 조선 시대의 지방 관 “네 목숨이 내게 달렸거늘 종시 굴하지 아니하느냐? 네가 항복하면 왕을 봉
아인 부(府)의 우두머리. 종
이품 문관의 외관직으로 영 하리라.”
흥부와 평양부, 의주부, 전
경업이 가로되,
주부, 경주부의 다섯 곳에
두었다. “ 병자년에 우리 주상이 종사(宗社)를 위하여 네게 항복하셨거니와 내 어찌 15
병자년 육십갑자의 열세
번째 해. 여기서는 1636년을 몸을 위하여 네게 항복하리요.”
의미함.
하니 호왕이 분통이 터져 군사에게 명하여,
종사 종묘와 사직이라는
뜻으로, ‘나라’를 이르는 말. “내어 베어라.”

220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20 18. 11. 23. 오후 6:30


하니 경업이 대꾸하여,

“내 명은 하늘에 있거니와 네 머리는 십보지하에 있느니라.”

하고 안색도 변하지 않고 무사를 보며, 바삐 죽이라 하니, 호왕이 경업의 강직함

을 보고 탄복(歎服)하여, 묶은 것을 풀고 손으로 이끌어 올려 앉히고 말하기를,


05 “장군이 나에게는 역신(逆臣)이나 조선에는 충신(忠臣)이라. 내 어찌 충절

을 해하리요. 장군의 원대로 하리라.”

하며,

“세자와 대군을 놓아 보내라.”

하더라.
10 이때 세자와 대군이 별궁에 계시면서 임 장군을 주야로 기다리는데, 문득 문 ‘ 세자 ’와 ‘ 대군 ’이 풀려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지키는 관원이 들어와 고하되 임 장군이 천자께 청하여 세자와 대군을 놓아 보

낸다 하거늘, 세자와 대군이 기뻐하여 궁문 밖으로 나와 기다리다 경업이 와서

울며 절하되, 세자와 대군이 경업의 손을 잡고 함께 들어가 호왕을 뵈오니 호

왕이 이르기를,
15 “경 등을 임경업이 생사 불구하고 구하여 돌아가려 하기로 내 경업의 충절에

감동하여 경 등을 보내노니 각각 소원을 말하면 내 정을 표하리라.”

하거늘 세자는 금은(金銀)을 청하고 대군은 조선에서 잡혀 온 사람을 청하며 ‘ 호왕 ’이 ‘ 대군 ’을 기특히


여긴 이유는 무엇인가?
쉬이 돌아가기를 원하니 호왕이 각각 원대로 하라 하고 대군을 기특히 여기더

라. 경업이 세자와 대군을 뫼시고 나와 하직하거늘, 세자와 대군이 울며 말하


20 기를,

“장군의 덕택으로 고국에 돌아가거니와 장군을 두고 가니 마음이 어두운지

라 어찌 슬프지 아니하리요, 바라건대 장군도 쉬이 돌아오기를 바라노라.”

하니 경업이 대답하기를,

“하늘이 도와 세자와 대군이 고국에 돌아가시니 불승 만행이오나, 모시고 탄복하여 매우 감탄하여


마음으로 따라.
25 가지 못하오니 가슴 아픔을 어찌 측량하오리까.”
역신 임금을 반역한 신하.
하니 세자가 가로되, 만행 아주 다행함.
결연함 모자라서 서운하
“장군과 동행하지 못하니 결연함이 비할 데 없는지라, 중로에서 기다릴 것
거나 불만족스러움.
이니 속히 돌아옴을 주선하라.” 중로 오가는 길의 중간.

( 2 ) 조선 시대의 문학 221

책1.indb 221 18. 11. 23. 오후 6:30


하니 경업이 탄식하며,

“바라건대 지체하지 마시고 바삐 가시면 신도 머지않아 갈 것이니 염려하지


주상하기를 임금에게 아 마소서.”
뢰기를.
반신 임금을 반역하거나 하거늘 세자와 대군이 경업과 이별하고 출발하여 백두산 아래 이르러 조선을
모반을 꾀한 신하.
바라보고 눈물을 흘리며 한탄하기를, 05
대역 국가와 사회의 질서
를 어지럽히는 큰 죄. “임 장군이 아니었던들 우리를 위하여 만리타국에 죽기를 돌보지 아니하고

구하는 자 뉘 있으며 우리를 보내고 장군은 돌아오지 못하니 어찌 슬프지 아

니하리요. 명천(明天)이 도와 쉬이 돌아오게 하소서.”

하더라. <중략>

이때에 김자점의 위세가 조정에 진동한지라. 경업이 돌아온다는 소문이 있 10

거늘 자점이 헤아리되 경업이 돌아오면 내게 이로움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상

께 주상하기를,

“경업은 반신이라 황명을 거역하고 도망하여 남경에 들어가 우리 조선을 치

고자 하다가 하늘이 무심하지 아니하사 북경에 잡

힌 바 되어 제 계교를 이루지 못하 15

매 할 수 없이 세자와 대군을 청

하여 보내고 이제 쫓아 나오니

어찌 이런 대역(大逆)을 그저 두리

이까.”

222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22 18. 11. 23. 오후 6:30


상이 크게 놀라 말씀하시기를,

“무슨 연고로 만고에 충신을 해하려 하느냐. 경업이 비록 과인을 해롭게 하

여도 아무도 해하지 못하리라.”

하시고 자점을 엄히 꾸짖어 나가라 하시니, 자점이 나와 동료와 의논하기를,


05 “경업이 의주에 오거든 역적으로 잡아 오너라.”

하더라. 이때에 경업이 데리고 갔던 격군과 호국 사신을 데리고 의주에 이르니

사자가 와서 이르되,
‘ 임경업 ’이 잡혀가는 모습
“장군이 반(反)한다 하여 역죄로 잡아 오라 하신다.”
을 본 의주 백성들의 반응은
하고 칼을 씌워 재촉하니 의주 백성들이 울며 이르기를, 어떠한가?

10 “우리 장군이 만리타국에서 이제야 돌아오거늘 무슨 연고로 잡혀가는고.”


만고 아주 오랜 세월 동안.
하거늘 경업이 말하되,

“모든 백성은 나의 형상을 보고 조금도 놀라지 말라. 나는 무죄히

잡혀가노라.”

하니 남녀노소 없이 아무 연고를 모르고 슬퍼만 하더라. 경업이 세별영에


15 다다라 전일을 생각하고 격군들을 불러,

( 2 ) 조선 시대의 문학 223

책1.indb 223 18. 11. 23. 오후 6:30


‘ 임경업 ’이 ‘ 격군 ’들에게 “너희들이 부모처자를 이별하고 만리타국에 갔다가 무사히 돌아오매 너희
하는 말에서 느껴지는 모습
은 무엇인가? 은혜를 만분의 일이라도 갚을까 하였더니 시운이 불행하여 죽게 되매 다시

보기 어려우니 여등(汝等)은 각각 돌아가 잘 있거라.”

하니 격군 등이 울며 말하기를,

“아무런 연유를 모르거니와 장군의 충성이 하늘에 사무쳤으니 설마 어떠하 05

리오. 과히 슬퍼 마소서.”

하며 차마 떠나지 못하더라. 경업이 삼각산을 우러러보고 슬퍼하며,

“장부가 세상에 태어나서, 평생 지기를 이루지 못하고 애매하게 죽게 되니

뉘라서 신원(伸 )하여 주리요.”

하고 통곡하니, 산천초목도 따라서 슬퍼하더라. 10

경업이 온다는 소문이 나라에 전하여지니, 상이 기뻐하사 승지로 하여금 위

로하여 말하기를,

“경이 무사히 돌아오매 기쁘고 다행하여 즉시 보고 싶으나, 먼 길을 왔으니

잘 쉬고 명일 입시(入侍)하라.”

하시니 승지가 자점이 두려워서 하교를 전하지 못한지라. 경업이 생각하되 나 15

라에 친임하시면 죽어도 한이 없을 것이요, 세자와 대군이 내 일을 알고 계신


시운 시대나 그때의 운수. 지 모르고 계신지 하여 주야로 번민하여 목이 말라 물을 구하나 옥졸이 물을
여등 ‘너희’를 문어적으로
이르는 말.
주지 아니하니 이는 자점의 흉계로 옥졸들에게 분부한 때문이리라. 경업이 이
신원하여 가슴에 맺힌 원 러한 형편을 보고 탄식하여 이르기를,
한을 풀어 버려.
명일 내일.
“옥졸들까지도 나를 미워하니, 이는 필시 하늘이 나를 죽게 하심이니 누구를 20

입시 대궐에 들어가서 임 원망하리오.”


금을 뵙던 일.
하더니 다음 날 상이 정좌하시고, 승전 내시 한 사람을 보내어 경업을 부르시
정좌하시고 몸을 바르게
하고 앉으시고. 니 그 사람 또한 자점의 동치라 자칫 죽을 줄 알고 주저하니라. 이때 마침 전
전옥 죄를 지은 사람을 가
두던 옥(獄). 옥(典獄) 관원이 경업의 애매함을 불쌍히 여겨 경업에게 일러 가로되,
모계 계교를 꾸밈. 또는 “장군을 역적으로 잡아 전옥에 가둔 것은 모두 자점의 모계(謀計)이니, 그대 25
그 계교.
통한하여 몹시 분하거나 는 잘 주선하여 누명을 벗게 하시오.”
억울하여 한스럽게 여겨.
하니 경업이 그제야 자점의 흉계인 줄 알고, 불승 통한(不勝痛恨)하여 바로 몸
청죄하오되 저지른 죄에
대하여 벌을 줄 것을 청하되. 을 날려 입궐하여 주상께 뵈옵고 관을 벗고 청죄(請罪)하오되, 상이 경업을 보

224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24 18. 11. 23. 오후 6:30


시고 반가와 친히 붙들려고 하시와 문득 청죄함을 보고 깜짝 놀라시어 가로되,

“경이 만리타국에 갔다가 이제 돌아옴에 반가운 마음 금하지 못하나 원로에 오랜만에 ‘ 임경업 ’ 을 보
게 된 ‘ 상 ’의 심정은 어떠했
고생이 많아서 이제야 보게 되니 안타까웁거늘, 하물며 청죄라니 그게 무슨 을까?
말이냐? 자세히 말하라.”
05 하시므로 경업이 돈수(頓首) 사죄(謝罪)하여 말씀 여쭙기를,

“소신이 무인년에 북경에 잡혀가옵다가 중로에서 도망하였는 바 그 죄는 만사

무석(萬死無惜)이오나, 대명과 합심하여 호국을 쳐서 호왕의 머리를 베어 병자

년 원수를 갚고, 세자와 대군을 모셔 오고자 하였더니 간악 무리에게 속아 북경

에 잡혀갔삽다가, 천행으로 돌아오더니 의주서부터 잡아 올리라 하고 목에 칼


10 을 씌어 끌려 올라오니 아무 까닭을 몰라 망극하옴을 이기지 못하고 전옥에 갇

혀 있다가 이제 다시 천안(天顔)을 뵈오니, 비록 죽사와도 한이 없습니다.”

하는지라. 상이 들으시고 매우 놀라시어 조신(朝臣)에게 알아 올리도록 명하

니, 자점이 하릴없이 도망치지 못하고 들어와 상께 아뢰기를,

“경업이 역신이옵기로 잡아 가두고 품달(稟達)하고자 하였나이다.” ‘ 김자점 ’이 ‘ 임경업 ’을 잡


아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15 하거늘, 경업이 큰 소리로 대척하여 이르기를,

“이 몹쓸 역적 놈아, 네 벼슬이 높고 국록(國祿)이 족하거늘 무엇이 더 부족

하여 찬역(簒逆)할 마음을 두어 나를 죽이려 하느뇨?”

자점이 묵묵무언이어늘, 상이 진노하여 꾸짖기를,


돈수 구배(九拜)의 하나. 머
“경업은 삼국에 유명한 장수요 또한 천고 충신이라 너희 놈이 무슨 뜻으로 리가 땅에 닿도록 하는 절.
만사무석 만 번 죽어도 아
20 죽이려 하느냐? 이는 반드시 부동(符同)을 꾀함이라.”
까울 것이 없음.
하시고, 자점과 그의 하수인들을 모조리 금부에 가두도록 하고 경업은 나가라 천안 용안. 임금의 얼굴을
높여 이르는 말.
고 하시어 자점이 경업과 함께 나오다가, 무사에게 분부하여 경업을 치라 하니
품달하고자 웃어른이나 상
무사들이 달려들어 경업을 무수히 난타질하니 거의 죽게 되며 전옥에 가두고 사에게 여쭙고자.
찬역할 임금의 자리를 빼
자점은 금부로 가더라.
앗으려고 반역할.
가장 인상적인 장면과 그 이유 나의 부동 그른 일에 어울려 한
감상
25 뒷부분 줄거리 임경업은 결국 죽음을 맞게 통속이 됨.
금부 의금부. 조선 시대
되고, 그 후 꿈속에서 임경업의 현신을 본 왕
에, 임금의 명령을 받들어
은 김자점을 처형한 뒤 임경업의 충의를 포 중죄인을 신문하는 일을 맡
상한다. 아 하던 관아.

( 2 ) 조선 시대의 문학 225

책1.indb 225 18. 11. 23. 오후 6:30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인물들의 갈등 양상과 그 결과를 정리해 보자.


인물들의 갈등 양상 갈등의 결과

‘호왕’ ‘임경업’
호국 항복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함.

‘김자점’ ‘임경업’
조선

문학과 시대 상황, 문학과 역사의 관계

2 다음은 이 작품이 창작될 당시의 시대 상황을 설명한 글이다. 이 글을 읽고, 작품에 담


긴 시대 상황에 대해 알아보자.

조선 인조 14년(1636년), 후금은 국호를 청으로 고친 뒤, 조선에 군신(君臣)의


예를 요구하였다. 조선이 이를 거부하자 청나라 태종이 20만 대군을 거느리고 침
략하였다.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란하여 청군에 대항했으나, 결국 청에 굴복하
고 말았다. 그동안 오랑캐로 여겨 왔던 여진족이 세운 나라에 신(臣)의 예를 행하
고, 임금이 굴욕적인 항복을 한 사실은 조선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후 오랑
캐에게 당한 수치를 씻고, 임진왜란 때 도와준 명에 대한 의리를 지켜 청에 복수
하자는 북벌 운동이 전개되었다.

참고 자료 | 군담 소설
1 작품이 창작된 당시의 시대 상황과 관련하여, 이 작품과 같은 군담 소설이 창작되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널리 읽힌 이유는 무엇일지 토의해 보자.
이후 발생하여 조선 후기
에 유행했던 한글 소설이
다. 전쟁에서 주인공의 2 소설이 당대 사람들의 인식을 반영한다고 할 때, 실제로 비극적 결말을 맞았던 인물인
활약상을 주요 내용으로 ‘임경업’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를 생각해 보자.
한다.

226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26 18. 11. 23. 오후 6:30


ペ븍"넘쟀겠

3 다음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특성과 활약상을 「임경업전」과 비교


해 보자.

참고 자료 | 「박씨전」
이 작품은 조선 후기 국문 박 씨가 옥렴을 드리우고, 좌수(左手)에 옥화선을 쥐고 불을 부치니, 화광이
본 여성 영웅 소설이다. 박색
호진을 충돌하여, 호진 장졸이 항오(行伍)를 잃고 타 죽고 밟혀 죽으며, 남은 군사
(薄色)인 박씨 부인이 뛰어난
학식과 재주로 남편 이시백을 는 살기를 도모하고 다 도망하는지라. 용골대가 할 길 없어,
평안 감사가 되게 한 후, 자신 “이미 화친을 받았으니 대공을 세웠거늘, 부질없이 조그만 계집을 시험하다가
도 허물을 벗고 미인이 되어
공연히 장졸만 다 죽였으니, 어찌 분한(憤恨)치 않으리오.”
외적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하고 회군(回軍)하여 발행할새, 왕대비와 세자, 대군이며 장안 미색(長安美色)을
데리고 가는지라.
박 씨 계화로 시켜 외치기를,
“무지한 오랑캐야, 너희 왕 놈이 무식하여 은혜지국(恩惠之國)을 침범하였거니
와, 우리 왕대비는 데려가지 못하리라. 만일 그런 뜻을 두면 너희들은 본국에
돌아가지 못하리라.”
옥렴 옥으로 장식한 발.
하니, 호장들이 가소롭게 여겨
옥화선 신비로운 부채의 일
종. “우리 이미 화친 언약을 받고, 또한 인물이 나의 장중(掌中)에 매였으니, 그런
화광 불빛. 말은 생심(生心)도 말라.”
장중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하며, 혹 질욕(叱辱)하며 듣지 아니하거늘, 박 씨가 또 계화를 시켜 외치기를,
권한이 미치는 테두리의 안.
“너희 일양 그러하려거든 내 재주를 구경하라.”
생심 어떤 일을 하려고 마
음을 먹음. 또는 그 마음. 하더니, 이윽고 공중으로 두 줄기 무지개 일어나며, 모진 비 천지 뒤덮게 오며, 음
질욕하며 꾸짖으며 욕하며. 풍(陰風)이 일어나며, 백설(白雪)이 날리며, 얼음이 얼어 호군 중 말 발이 땅에 붙
음풍 흐린 날씨에 음산하고 어 촌보(寸步)를 옮기지 못하는지라. - 작자 미상, 「박씨전(朴氏傳)」
싸늘하게 부는 바람.

1 두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특성과 활약상을 비교해 보자.

「박씨전」 「임경업전」

주인공의 특성

활약상

2 이 작품이 당대의 여성들에게 주었을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생각해 보자.

( 2 ) 조선 시대의 문학 227

책1.indb 227 18. 11. 23. 오후 6:30


감상을
작품 4 임경업전
마치며

감상의 정리
「임경업전」은 병자호란 때의 실존 인물인 ‘임경업’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군담 소설이다. 이
작품은 조선 시대에 창작된 군담 소설과 달리 역사적 사실과 허구적 내용이 섞여 있으며, ‘임
경업’의 업적을 변용・과장하여 민중적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하고 있다. ‘임경업’은 민중
적 영웅임에도 그 뜻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지배층인 ‘김자점’에 의해 원통하게 죽는데, 이
는 당시 민중들의 소망이 좌절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김자점’과 같이 개인
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간신 때문에 ‘임경업’과 같은 인물이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여 병자호란
과 같은 국치를 당하게 되었다는 비판적 인식이 나타난다.

지식 창고
군담 소설에 반영된 민중 의식
군담 소설이란 주인공이 전쟁을 통하여 영웅적 활약을 펼치는 내용을 담은 소설을 말한다.
군담 소설 중에서도 역사 군담 소설은 실재했던 전쟁을 소재로 한 것으로, 임진왜란을 배경으
로 한 「임진록」,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박씨전」과 「임경업전」 등이 있다. 이와 같은 군담 소
설의 출현에는 외적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를 바탕으로 위태로운 나라를 구하고 치욕을 갚아
줄 영웅의 출현을 바라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 있다. 현실적 패배와 고통을 허구의 이야기 속에
서나마 통쾌하게 복수하고 자긍심을 회복하려는 민중의 욕구는 실제로 패배한 전쟁임에도 작
품 속에서는 통쾌하게 승리하는 상황으로 변용되거나, 그 전쟁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민족
적 역량이 있었음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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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작자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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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렬전」 작자 미상 「임꺽정」 홍명희

위기를 극복하고 나라의 간신과 역적 역사적 인물 ‘임꺽정’을 통해 민중 의


을 처단하는 인물의 영웅적 활약이 드러 식을 드러낸 소설. 사회 변혁에 대한 민
난 군담 소설. 주인공인 ‘유충렬’과 ‘임 중의 열망이 작품 속에 어떻게 반영되어
경업’을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있는지 주목하여 감상해 보자.

228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28 18. 11. 23. 오후 6:30


2 조선 시대의 문학

조선 시대 문학의 갈래별 전개 양상
훈민정음의 창제로 한문 문학과 더불어 국문 문학이 발달하게 되었다.

•조선 왕조의 개국의 정당성을 밝히고 번영을 송축하기 위한 다양한 형식의 악장이 창작됨.
•사대부 문학의 주요한 갈래로 자리를 잡은 시조는 유교적 사상인 충의 내용에서 자연 예
조선 찬 등으로 내용이 확대되면서 연시조의 형태를 보이기도 하였고, 사대부와 가까웠던 기녀
전기 들도 시조를 창작하면서 향유 계층이 확대됨.
서정 •고려 말에 발생한 가사는 시조와 상보적 관계를 이루며 발전하였고, 사대부와 관련된 강
문학 호가도, 연군지정, 자연 친화 등의 내용이 담겼음.

•주로 사대부들에게 창작되던 시조는 중인층이 전문 가객으로 등장하였으며, 작가층이 여


조선 성과 평민으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갖춘 사설시조가 등장함.
후기 •가사는 조선 전기와는 달리 일상적・현실적 체험 등 구체적인 삶을 내용으로 다루었으며,
여성 작가층의 등장으로 규방 가사가 성행함.

조선 설화 문학, 패관 문학, 가전 등의 발달 과정에서 전기적(傳奇的) 요소를 지닌 한문 소설이


전기 등장하면서 고전 소설이 시작됨.
서사 •군담 소설, 가정・가문 소설, 판소리계 소설 등의 국문 소설과, 애정 갈등을 다루거나 실학
문학 조선 사상이 반영된 한문 소설 등이 창작됨.
후기 •한글이 널리 보급되면서 국문 소설의 유통이 확대되고, 사대부가의 여성과 평민들도 소설
을 향유함.

조선 시대 문학에 반영된 시대 상황

성리학의 조선 전기에는 성리학을 받아들였던 신진 사대부들이 문학에 ‘도’를 담아야 한다는 입장


수용 에서 세상을 바로잡는 실천적 활동과 문학을 연계시키면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 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패배 이후 전쟁을 배경으로 한 비범한 주인공의 활약과 승리를 다


임진왜란과
룬 소설이 많이 창작되었고, 전란을 계기로 성장한 민중 의식은 무능한 지배층에 대한 비판
병자호란
과 유교적・가부장적 가치관에 대한 거부로 드러남.

실학사상의 조선 후기에 대두되기 시작한 실학사상의 영향으로, 일부 문인들은 사회 모순을 비판하고


대두 평민들의 삶을 재조명하고자 함.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197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국문 소설로 창작된 군담 소설에는 「임경업전」, 「박씨전」, 「유충렬전」, 「홍계월전」 등이 있다.

( 2 ) 조선 시대의 문학 229

책1.indb 229 18. 11. 23. 오후 6:30


3
[ 학습 목표 ]
•개화기부터 일제 강점기까지의 문학의 갈래별 전개와 구현 양상을 탐
구하고 감상한다.
•개화기부터 일제 강점기까지의 문학 작품에 반영된 시대 상황을 이해
하고 문학과 역사의 상호 영향 관계를 탐구한다.

개화기~
일제 강점기의
문학
빎ピ패"
물겠

이 자동차는
전체적인
형태가 마차와
비슷하게
생겼어.

말이나 가마만
타던 사람들이
자동차를 보고 얼마나
놀랐을까?

당시 사람들은 자동차를
위의 사진은 개화를 하여 쇠가 움직인다고 해서
‘ 쇠귀신 ’이라고 불렀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던 때 순종이 탔던 자동차이다.
새로운 문물의 수용이
우리 문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230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30 18. 11. 23. 오후 6:30


작품 1 작품 2 작품 3

_김우진 _채만식 _윤동주

식민지 지식인 청년이 겪는 좌 작품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 작품 창작 당시의 시대 상황을


절과 갈등에 주목하여 작품을 감 여 등장인물의 현실 인식에 주목 바탕으로 화자의 현실 인식과 태
상하기. 하며 작품을 감상하기. 도를 이해하며 작품을 감상하기.

개항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문호 개방은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의식의 계기가 됨으로


써 문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 시기의 문학은 이전 문학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
도 시대의 상황을 반영하여 새로운 형식을 모색하였다. 또한 근대 문명을 추구하는 개화
사상과 대중의 각성을 촉구하는 계몽의 이념을 담았다. 이에 따라 이 시기에는 개화 가
사, 창가, 신체시 등의 개화기 시가와 서사 문학인 신소설이 등장하였다.
191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개화기 문학은 막을 내리고, 일제의 무단 통치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갈래별로 근대적인 모습을 갖춘 문학 작품이 창작되기 시작하였다. 1920년
대에는 3・1 운동의 실패로 인한 암담하고 절망적인 분위기가 반영된 문학 작품들이 나오
는 한편, 서구의 문예 사조가 유입되고 문학 동인지가 발간됨으로써 우리 문학은 문학적
기반을 닦게 된다. 이후 1930년대에 이르러서는 한결 더 세련된 표현 방법을 보여 준 작
품들이 등장하였으며, 시와 소설 전반에 걸쳐 다양한 수법과 주제를 다룬 문학 양식이 선
을 보였다. 그러나 1940년을 전후해서 해방
해 보자.
까지의 시기에는 일제의 민족 문화 말살 정책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으로 국어 사용이 금지되면서 실질적인 문학 무엇이 있을까?
까지 나타난 시적 경향에는
1930년대부터 광복 직전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 3 )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231

책1.indb 231 18. 11. 23. 오후 6:30


펼녈"를팔 별 한눈에 보기

개화기는 개항과 함께 서양 문물이 도입되어 근


대화로 이행되는 시기였다. 이 시기에는 고전 시가
양식과 근대시 양식이 공존하며 개화 가사, 창가,
신체시 등의 개화기 시가가 등장하였다. 개화 가사
는 가사의 형태를 계승하면서도 새 시대에 대한 인
식을 내용으로 담았으며, 창가는 개화 가사가 짧아
지고 후렴이 붙는 양식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문 1910년대의 시는 신체시와 같은 계몽 문학의 교
명개화의 필요성을 고취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체 술시에서 벗어나 개인의 내면을 그린 서정시가 점
시는 개화기 시가의 대표적 양식으로, 정형시의 율 차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으며, 기존의 정형성에서
격에서 탈피하고자 하였으나 자유시에는 이르지 벗어난 자유시의 형식이 시도되고 정착되었다.
못했다. 1919년에는 최초의 순수 문예 동인지
『창조』가 창간되면서 근대 문학으
주요 작품 개화 가사: 「애국하는 노래」(이필균), 「동심
로 발전하는 데 기여한다.
가」(이중원)

운문 창가: 「경부철도가」(최남선)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최남선)
주요 작품 「봄은 간다」(김억), 「불
놀이」(주요한)

(1876) (1910)

개화기 1910년대

(1894) (1919)

산문 개화기의 대표적인 서사 문학은 신소설이다. 신


소설이라는 용어는 조선 시대의 소설들과 구별하
1917년에 발표된 이광수의 「무정」에 의해 본격적인
근대 소설이 창작되기 시작하였다. 이 작품을 통해
여 개화기에 새롭게 등장한 소설이라는 의미에서 이광수는 자유연애와 점진적 민족주의 사상을 고취
사용되었다. 이들 작품은 대개 봉건 질서의 타파, 하고, 구어체 문장을 확립하고자 하였다.
개화, 계몽, 자주독립 사상의 내용을 담았다. 이 시기의 희곡은 서구와 일제의 영향을 받아 근
개화기의 희곡은 가면극, 판소리, 농악과 같은 민 대극의 형식을 지닌 작품들이 창작되기 시작했지만,
속극이 서구식 연극으로 전환되었다는 데에 그 의 일제의 검열이 다른 갈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했기
미가 있다. 특히 판소리는 여러 창자들이 배역을 때문에 그 성과는 크지 않았다.
맡아 연기하는 창극으로 바뀌었다. 주요 작품 소설: 「추월색」(최찬식), 『공진회』(안국선),
주요 작품 소설: 「혈의 누」・「귀의 성」・「은세계」(이인 「무정」(이광수)
직), 「금수회의록」(안국선), 희곡: 「병자 삼 인」(조중환), 「운명」(윤백남)
「자유종」(이해조)
희곡: 「소춘대유희」
수필: 「서유견문」(유길준)

232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32 18. 11. 23. 오후 6:30


3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본격적인 현대시가 출현한 시기로 다양한 시적 경향이


발생하였다. 김영랑, 정지용 등 시문학파의 시인들은 언어
적 감각과 문학의 순수성을 중심으로 하는 순수시를 강조
1920년대의 시는 감상적 낭만주의 하였다. 한편 이 시기에는 모더니즘 시가 많이 발표되었는
경향의 시와 신경향파의 시로 나누어 볼 데 김광균은 대상을 감각적 이미지로 표현하는 이미지즘
수 있다. 감상적 낭만주의 경향의 시는 조국을 상실한 암 의 경향을, 이상은 초현실주의 기법을 보여 주었다. 그러
담하고 절망적인 시대적 상황과, 프랑스 상징주의의 퇴폐 다 후반기에는 서정주, 유치환 등 생명파 시인들이 인간과
적 풍조에 영향을 받아 창작되었다. 또 하나의 주류인 신 생명의 탐구에 주력한 시를 발표하였고, 백석, 이용악 등
경향파의 시는 민중이 구심점이 된 시대적 배경에서 발생 과 같은 시인들은 민족의 전통적 의식을 형상화하여 서정
하였다. 민중을 중심으로 일어난 3・1 운동은 민중 계층의 성과 서사성을 아우르는 시를 창작하였다. 이 무렵, 일본
소중함을 인식하게 하였으며, 그에 따라 프롤레타리아 계 의 탄압이 극에 달하여 많은 문인들이 절필했지만, 이육사
층을 위한 문학이 전개된 것이다. 1925년에 결성된 ‘카프’ 나 윤동주는 저항 의식을 담은 시를 창작하여 지식인으로
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산실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한 서의 양심을 담아내었다. 한편 박두진, 조지훈, 박목월과
용운과 김소월은 독자적인 시 세계를 펼치며 활동하였다. 같은 청록파 시인들은 향토적인 소재를 통해 자연적인 이
상 세계를 주로 노래하였다.
주요 작품 낭만주의 경향: 「나는 왕이로소이다」(홍사용), 「나
의 침실로」(이상화) 주요 작품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유리창」(정지용), 「바
신경향파: 「우리 오빠와 화로」(임화) 다와 나비」(김기림), 「와사등」(김광균), 「오감도」(이상), 「자화
독자적 시 세계: 「님의 침묵」・「알 수 없어요」(한용운), 「산유 상」(서정주), 「깃발」(유치환), 「여우난골족」(백석), 「오랑캐꽃」
화」・「가는 길」(김소월) (이용악), 「광야」(이육사), 「쉽게 씌어진 시」(윤동주)

(1926) (1945)

1920년대 1930년대~광복 직전

(1921) (1931~1934)

1920년대 소설은 일제 강점기 현실에서 민족이 나아갈 길 1930년대는 일제의 억압이 더욱 심해지면서 반체제적 성
을 모색하였으며, 어두운 사회 현실을 비판적으로 묘사하는 격의 작가들이 검거되었다. 이로써 현실 비판적인 소설 창작
사실주의 소설이 주류를 이루었다. 한편 유미주의를 추구하 이 어려워졌고 도시 문명에 대한 모더니즘 소설, 농촌 현실
는 낭만주의 소설도 유행하였다. 그러다 후반기에는 러시아 과 농민의 삶을 다룬 소설, 역사 소설, 가족사 소설 등이 창
혁명 후 계급 사상이 도입되면서, 궁핍한 농민과 도시 노동 작되었다. 그러다가 1940년대에는 우리말을 아예 사용하지
자들을 소재로 삼은 경향 소설이 창작되었다. 못하게 되면서, 우리말로 된 소설은 거의 발표되지 못했다.
이 시기의 희곡은 자유연애와 결혼, 여권 신장, 사회적 부 이 시기의 희곡은 유치진, 서항석, 김진섭, 홍해성 등이 중
조리에 대한 묘사와 폭로 등을 다루었지만, 내용과 형식 면 심이 된 ‘극예술 연구회’ 등의 활동으로 크게 발전하였다. 수
에서는 아직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김우진을 중심으 필은 이 시기에 이르러서 하나의 갈래로 독자적 영역을 확보
로 한 ‘극예술 협회’와 박승희를 중심으로 한 ‘토월회’는 신 하게 되었다.
파극에서 벗어나 현대극을 정립하고자 노력하였다. 주요 작품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박태원), 날개(이상),
주요 작품 소설: 「배따라기」・「감자」(김동인), 「운수 「상록수」(심훈), 「사하촌」(김정한), 「메밀꽃 필 무렵」(이효석),
좋은 날」(현진건), 「만세전」(염상섭), 「화수 「동백꽃」(김유정), 「무영탑」(현진건), 「운현궁의 봄」(김동인),
분」(전영택), 「벙어리 삼룡이」(나도향), 「삼대」(염상섭), 「태평천하」(채만식)
「탈출기」(최서해) 희곡: 「토막」・「소」(유치진), 「동승」(함세덕)
희곡: 「김영일의 사(死)」(조명희), 「산 수필: 「청춘 예찬」(민태원), 「권태」(이상)
돼지」(김우진), 「아리랑 고개」(박승희)

( 3 )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233

책1.indb 233 18. 11. 23. 오후 6:30


작품
1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신파극에서 현대극으로 넘어오는 길목에 놓인 작품으로 평가되는 희곡이다. 식민
지 지식인 청년이 겪는 좌절과 갈등에 주목하여 작품을 감상해 보자.

산돼지 김우진

원봉이네 최 주사댁(58세) 최영순(20세) 차혁(28세)


김우진
(1897~1926) 최원봉의 친어머니. 최 최영순의 어머니로 남편 최 주사댁의 딸 청년회 일원이며 최
원봉의 꿈속에 등장함. 이 데려온 최원봉을 키움. 로 차혁을 좋아함. 원봉의 친구임.
연극인, 극작가. 최초로
연극에서 표현주의 극이 가
장 알맞은 창작 방법이라고
주장하였으며, 연극 동우회
를 조직하여 신극 발전을 위
하여 노력하였다. 주요 작품
으로는 「정오」, 「이영녀」 등
이 있다.

읍내
어떤 군
소 서 울 근교 최원봉(29세)

청년회 간부. 내적 갈등으로 신경 쇠약증을 보임.

앞부분 줄거리 청년회 간부인 최원봉은 바자회 수익금을 써 버린 일로 청년회 간부들에게 불신임을
당하고, 이를 견디지 못해 청년회 활동을 그만두려고 한다. 차혁은 최원봉에게 잘못한 일을 덮고 계속 05

청년회 활동을 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최원봉이 그것에 반대하며 두 사람은 감정이 상한다. 한편 최원
봉의 애인이었던 정숙은 최원봉을 배신하고 동네 청년 이광은과 일본으로 떠난다. 평소 최원봉과 정
숙의 만남을 반대하던 최 주사댁은 최원봉에게 정숙을 잊으라고 당부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로
최원봉은 심한 고통을 겪고 신경 쇠약증에 걸린다.

‘ 최원봉 ’은 자신과 ‘ 차혁 ’ 최원봉 흥, 나 같은 산돼지가 그런 소리밖에 더 지를라고요. 아니, 한마디 물 10


을 각각 무엇에 빗대어 표현
하였는가? 어봅시다. 나 죽으면 영순이를 어떤 데로 시집보내시려우?
최 주사댁 잠들기 어렵니? 잠 오는 약 먹여 주랴?
최원봉 천만에, 걱정 마세요. 이것 봐요. 혁이는 산돼지도 못 되고 집돼지예

요. 들돼지도 못 되고. 그러니까 더욱 탈이지요. (웃으며) 그런데 어머니 대답

234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34 18. 11. 23. 오후 6:30


좀 하세요. 처음에는 그 집돼지를 미워해서 그리 떼어 버리려고 애쓰더니 요

새 와서는 왜 또 그리 가까이하시려고 애쓰시오? 내 어머니 속은 참 모르겠

소. 영순이가 내 병 봐주느라고 항상 내 옆에 붙어 있으니까 집안일 봐줄 사람

이 없어서 그러시오? 아, 대답 좀 해 보세요. 혹은 집돼지가 진화를 해서 들돼


05 지가 되는 모양이오? 진화란 말을 아시오? 진보한단 말이야. 그러면 더 이상

하지. 산돼지가 들돼지로, 들돼지가 집돼지로 진화하는 법은 있지만, 집돼지 ‘ 최원봉 ’이 말하는 ‘ 집돼
지 ’의 특성은 무엇인가?
가 들돼지로 퇴화하는 수가 있소? 한번 집돼지가 되어서 구정물 얻어먹기 시

작하면 영영 집돼지로밖에 못 있는 거예요. 그런데 어머니는 왜 그렇게 시종

이 변해요? 왜 아무 말이 없어요? 대답 좀 해 보세요. 어머니는 “아이고, 내 가


10 슴이야.” 하지만, 내 가슴은 어떤 곡절인 줄을 몰라서 더 아파 못 견디겠소.
최 주사댁 너는 요새 와서 왜 그리 혁이를 미워하니? 그래도 처음에는 친하게

지내더니. 너부터 말 좀 해 봐라.


최원봉 (웃으며) 어머니는 부끄러워서 먼저 말 못 해 주시겠다고. 그러면 내가

말하리까?
15 최 주사댁 해 봐라.
최원봉 환한 일 아니에요? 제가 가지고 있던 보석이 이제야 값이 비싼 귀중한 ‘ 최원봉 ’이 ‘ 진주 ’와 관련
하여 속이 상한 이유는 무엇
것인 줄을 아니까 그런 것 아니에요. 돼지에게다가 진주를 내던져 준다는 말 인가?
이 있지 않습니까? 아까운 진주 같은 보석을 돼지 발밑에다 내던지는 것이 아

깝지 않아요? 더구나 그 위선자인 돼지가 내 진주를 뺏어 가려고 하니 내 속


20 이 어떻게 상하게요. 이왕 돼지 앞에 내던져 주시려 한들 그 더러운 집돼지에

게다! 더구나 그 진주는 내가 모르기 전부터 내 것으로 맡아 두었던 것을!


최 주사댁 (원봉이의 말을 못 들은 듯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가) 그게 모두 무
시종 처음과 끝을 아울러
슨 말뜻인지 한마디도 못 알아듣겠다. 이르는 말.
곡절 순조롭지 아니하게
최원봉 못 알아들으세요? 어머니가 곡절을 이야기 안 해 주시니까 내가 더 말
얽힌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
25 씀해 드릴까요? 이런 이야기가 있더랍니다. 옛날 옛적에 상놈 하나가 있는 이나 까닭.
위선자 겉으로만 착한 체
데 죽을 때 친구 되는 양반에게 삽살개 한 마리를 선사로 주었더래요. 이 양 하는 사람.

반님은 그걸 받아 가지고 어찌 귀여운지 보물과 음식을 넣어 둔 곳간 옆에다 선사 존경, 친근, 애정의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남에
가 매 두고 도적놈을 지키라고 했더래요. 그런데 그놈의 삽살개는 도적 지킬 게 선물을 줌.

( 3 )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235

책1.indb 235 18. 11. 23. 오후 6:30


줄을 알아야지요. 도리어 도적놈한테 몽둥이만 얻어맞고 한마디 짖지도 못

하고 있었더랍니다. 그러니 그 양반 놈의 속이 얼마나 상할 것이오? 호령을

해 말하기를 “삽살개에도 양반, 상놈이 있구나. 너는 도적 지킬 줄도 모르니

잡아서 개장이나 해 먹겠다.” 하고 나서는 불일내로 그 개 목숨이 떨어지게

되었더랍니다. 그 개는 그래도 목숨이 아까워서 다시는 아니 그러겠으니 살 05

려만 달라고 애걸복걸한 끝에 다시 보화 곳간 문지기 노릇을 하게 되었더랍

니다. 그런데 그 개가 그때에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가 지키고 있

다는 곳간 안에는 별별 보화와 산해진미가 들어 있는 줄 알게 되었소그려.

그래서 하룻밤은 문을 뜯어 열어젖히고 들어가서 한 번에 모두 내 것을 만들

려고 했더니 이번에는 도적놈이 나서서 방해를 치지 않겠소. 그 양반 주인이 10

이걸 보고서는 어찌 분이 났던지 곳간 문을 죄 열어젖히고 그 안에 든 것을

도적놈에게 내어 주었답니다.
최 주사댁 주인도 주인이지만 그런 개가 있더란 말이니?
최원봉 이건 내가 옛 때 옛 때 꿈속에서 들어 둔 이야기예요.
최 주사댁 (얼굴을 가리며) 별 이야기도 다 들어 두었구나. 15

최원봉 하하, 내 이야기가 그리 무서워요?


최 주사댁 (번쩍 고개를 들고) 누가 무섭다고 그러니? 너 그런데 또 한마디 대답

해 봐라. 혁이가 너만 못하니? 영순이에게 장가올 만한 자격이 못 돼서 그러니?


최원봉 왜 그리 시치미를 뚝 떼려고 드시오? (돌아누우며) 흥, 그렇지요. 그만

둡시다. 산돼지와 집돼지가 비교나 됩니까? 20

불일내 며칠 걸리지 아니 최 주사댁 너 왜 그리 돼지 말은 잘 내놓니? 무슨 돼지 무슨 돼지 이름까지 지어


하는 동안.
가면서. 귓속에 못이 박이다시피 듣고 나니까 나도 이제는 진저리가 난다.
애걸복걸한 소원 따위를
들어 달라고 애처롭게 사정 최원봉 그러니까 왜 이런 산돼지를 집 안에다가 두고 기르세요? 그게 벌써 틀
하며 간절히 빈.
린 일 아녀요?
산해진미 산과 바다에서
나는 온갖 진귀한 물건으로 최 주사댁 네가 하도 그러니까 나도 요새 와서는 밤이면 돼지꿈에 가위만 눌 25
차린, 맛이 좋은 음식.
진저리 몹시 싫증이 나거 려 못 견디겠다.
나 귀찮아 떨쳐지는 몸짓.
최원봉 그게 더욱 내 말이, 내 꿈이 거짓말이 아닌 증거예요. 그만둡시다. 일
가위 무서운 내용의 꿈. 또
는 꿈에 나타나는 무서운 것. 이란 되어 가는 대로밖에 더 될라고요.

236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36 18. 11. 23. 오후 6:30


최 주사댁 아무리 병이 들어 누웠기로 이 가슴속도 좀 알아 다오.
최원봉 (한참 있다가 누운 대로 상반신을 들어 주사댁 얼굴을 쳐다보면서) 어머니, ‘ 최원봉 ’은 ‘ 최 주사댁 ’이
자신에게 숨기는 것이 무엇
거짓말도 그만하고 눈치 따기도 그만하기로 합시다. 모자간에 서로 숨기고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있으면 그런 서먹서먹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05 최 주사댁 숨기기는 무엇을 숨겨?
최원봉 영순이와 내가 정말 친남매간입니까?
최 주사댁 (떨리는 소리로) 아이고, 너 미쳐 가는구나!

차혁 (밖에 마당에서) 계십니까? 계십니까? 영순 씨 계세요?

최영순 (안방에서 문 여는 소리 나며) 네, 계십니다.

10 최 주사댁 차 선생님이세요? 이리로 들어오세요. 여기 있습니다.


최원봉 (돌아누우며) 미친놈 누워 있는 방으로 데리고 오지

말아요.
최 주사댁 너 왜 그러니?
최원봉 나 그 자식 얼굴 보기 싫어요. 이리로 들어왔다
15 가는 산돼지 어금니 맛보여 줄 테니까 그리 아슈.

중략 부분 줄거리 최 주사댁은 차혁을 맞이하러 나간다. 최원봉은 최영


순의 간호를 받다가 잠이 들고, 과거에 일어난 일을 꿈으로 꾼다.

노래가 이어 가는 동안 원봉이는 잠들고 무대는 어두워진다. 그

리고 몽롱한 달빛 같은 창백색이 나타난다. 그러나 다만 여름철 그믐달

20 밤의 하늘과 같이 아무것도 안 보인다. 노래는 다시 누구의 소린지 바스와 합

창이 되어 가지고 되풀이해 나가는 동안 무대에는 무한한 공간만 채워 있는 것 같다.

몇 번 노래가 되풀이해 가다가 제1절이 끝나기 전부터 창백색이 좀 밝아 온다. 그


바스 베이스. 남성의 가장
러고 나타나는 것은 병실 대신에 동한 중의 벌판이 나타난다. 완경사의 야산이 나지
낮은 음역.

막해져 온 곳 중복에 무대가 놓인 셈이다. 왼편으로 숲, 잡목. 오른편으로 언덕. 여 동한 겨울철의 추위.
중복 산의 중턱.
25 기저기 석총. 회색 겨울 하늘이 낮게 걸려 있어서 전경을 금시라도 와 누를 것 같다.
석총 돌을 쌓아 올려 만든
지상과 언덕 위에는 약간 흰 눈이 덮여 있고 시시로 회오리바람과 싸라기눈. 높은 무덤.

( 3 )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237

책1.indb 237 18. 11. 23. 오후 6:30


팬터마임이 보여 주는 장 이하의 인물이 등장하기 전에 갑자년 동학당 전군 행렬의 팬터마임이 지나간다.
면은 무엇인가?
‘오만 년 수운대의(五萬年受運大義)’ 글자를 쓴 오색의 기치를 선두로 도중(道衆)의

어깨에는 ‘궁을(弓乙)’, 등에는 ‘동심의맹(同心義盟)’이라 박은 삼삼오오의 일대. 환

희와 서계(誓戒)와 격려와 혹은 혼란을 표시하는 팬터마임. 천천히 그러나 무거운

수천 리 걸어온 피로된 보조로 지나간다. 무대 한참 동안 공허. 05

병정 (산발한 원봉이네의 손목을 끌어 잡고 들어온다.) 썩썩 걸어라! 너하고 같이


팬터마임 무언극. 대사 없 가다가는 얼어 죽겠다.
이 표정과 몸짓만으로 내용
을 전달하는 연극. 원봉이네 (비틀비틀하며) 제발 살려 주시오. 죽으면 죽었지 다시는 더 못 나가겠
기치 예전에, 군대에서 쓰
습니다. (목멘 소리로) 제발 적선 좀 해 주시오. 저는 동학 역적 놈을 남편으로
던 깃발.
도중 길을 가는 무리. 둔 죄로 이 자리에서 참형을 당해도 원통할 것은 없습니다마는 이 배 속에 든 10

일대 많은 사람이나 짐승
어린 아기를 위해서 살려 주시오. 이 배 속 아기가 불쌍하지 않아요?
의 한 무리.
서계 나라의 큰 제사를 7일 병정 (따귀를 붙이며) 웬 잔소리야, 잔소리가! 그따위 소리는 관찰사님 앞에 가
앞두고 제관(祭官)들이 의정
부에 모여서 서약하던 일.
서 네 멋대로 지껄이라니까 못 들었니! 썩 걸어. 걷지 않겠니?
보조 걸음걸이의 속도나 원봉이네 (두 손으로 합장하며) 이 아기를 위해, 이 배 속에 든 어린 아기를 위
모양 따위의 상태.
해 제발 살려 주세요. 이 아기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15

238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38 18. 11. 23. 오후 6:30


병정 에잇, 귀찮아! 그러니까 누가 네 애를 죽인다니? 관가로 가기만 가잔 말

이야.
원봉이네 더 걸어가다가는 정말 둘이 다 죽겠습니다. 한 발자국도 떼어 놓지

못하겠어요. 만삭된 이 무거운 몸을 해 가지고 삼십 리나 걸어왔으니 아무리


05 몸이 튼튼한 사람이기로 당할 수가 있습니까?
병정 아이고, 이 경을 칠 것아! 너 왜 말을 안 듣니? 너 그러면 그 배 속에 든

애는 쏙 빼놓고 가자꾸나.
원봉이네 아이고, 그런 말씀 마시고 그저 이 아기 하나만을 위해 살려 주십시

오. 이 아기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10 병정 너 왜 그 아기가 죄가 없다고 하니? 아, 역적 놈 애비를 둔 자식이 죄가 ‘ 최원봉 ’의 친아버지에 대
해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없어? 그따위 소리를 누가 하더니? ‘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는 죄명을 모르

니? 경을 칠 것 같으니.(발길질한다.)
원봉이네 (비틀거리며 자빠지며) 이 아기가 무슨 죄가 있어요! 땅에 떨어지기

전부터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러시오! 오오오.

15 뒷부분 줄거리 최 주사댁이 쓰러져 있는 최원봉을 깨우자, 최원봉은 최 주사댁에게 자신을 왜 낳았


는지 물어본다. 최 주사댁은 최원봉에게 최원봉의 아버지인 박정식이 동학 운동을 하다가 붙잡혀 참
수를 당했고, 최원봉의 어머니(원봉이네)가 그를 낳고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최영순의 아버지와 최원봉의 아버지는 동학당에서 의형제를 맺은 사이라 최영순의 아버지가 최원봉
을 데려와 키웠으나, 최영순의 아버지도 동학 때 얻은 병으로 최영순이 태어나고 백일을 못 지내고
20 세상을 떠났다고 이야기한다. 최 주사댁은 자신도 처음에는 남편의 유언대로 최원봉과 최영순을 부부
로 맺어 주려고 했지만, 가정의 혼란을 막기 위해 최영순을 차혁과 맺어 주려고 했음을 고백한다. 최
원봉은 최 주사댁을 비난하고, 최 주사댁은 모든 것이 동학에서 잘못되었다고 절규한다. 결국 최영순
은 차혁과 약혼을 한다. 이후 일본에 갔던 정숙이 최원봉을 간호하겠다고 찾아오지만, 최원봉은 정숙
의 마음을 거절한다. 병이 나은 최원봉은 최영순의 결혼에도 우호적인 관심을 보이고, 정숙과도 각자
25 나아갈 삶의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경 묵형. 죄인의 이마나 팔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과 그 이유 나의 뚝 따위에 먹줄로 죄명을 써


감상 넣던 형벌이다.
사문난적 성리학에서, 교
리를 어지럽히고 사상에 어
긋나는 언행을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

( 3 )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239

책1.indb 239 18. 11. 23. 오후 6:30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최원봉’의 입장에서 인물 간의 관계와 갈등의 이유를 파악해 보자.


1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 간의 관계를 ‘최원봉’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자.

동학당
‘원봉이네’ ‘박정식’

‘최원봉’

양어머니

‘최 주사댁’ ‘차혁’
약혼자
‘최영순’

2 ⑴의 활동을 바탕으로, ‘최원봉’과 갈등하는 인물들을 찾고 그 이유를 말해 보자.

2 다음 ‘최원봉’의 대사에서 비유하는 인물을 찾고, 등장인물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까닭


을 생각해 보자.

도움말 | 이 작품에서
최원봉 옛날 옛적에 상놈 하나가 있는데 죽을 때 친구 되는 양반에게 삽살개 한
‘최원봉 ’은 동학군의 아
들로, 친어머니 ‘원봉이 마리를 선사로 주었더래요. 이 양반님은 그걸 받아 가지고 어찌 귀여운지 보물
네’가 죽어 ‘최 주사댁’에 과 음식을 넣어 둔 곳간 옆에다가 매 두고 도적놈을 지키라고 했더래요. 그런데
맡겨진다. ‘최영순’의 아
그 놈의 삽살개는 도적 지킬 줄을 알아야지요. 도리어 도적놈한테 몽둥이만 얻
버지인 ‘최 주사’는 죽을
때 ‘최원봉’과 ‘최영순’을 어맞고 한마디 짖지도 못하고 있었더랍니다. 그러니 그 양반 놈의 속이 얼마나
혼인시키라고 유언한다.
상할 것이오?
그러나 ‘최 주사댁’은 ‘최
영순’과 ‘차혁’을 이어 주
려고 한다. 상놈 양반 삽살개 보물과 음식 도적놈

‘ 최원봉’의 친아버지

등장인물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까닭:

240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40 18. 11. 23. 오후 6:30


문학과 시대 상황

3 다음은 앞의 본문에 제시되지 않은 내용으로, ‘최원봉’의 꿈속 장면이다. 이 내용을 통


해 ‘산돼지’의 의미와 당시 사회에 이 작품이 미친 영향을 생각해 보자.

최원봉 일전에 내가 어떤 무서운 꿈을 꾼지 아시오? 나는 어머니만큼이나 아버지


도 원망이오, 아버지도! 자기는 동학인가 무엇에 들어가지고 나라를 위해, 중생을
위해, 백성을 위해, 사회를 위해 죽었다지만 결국은 집 안에다 산돼지 한 마리 가
두어 놓고 만 셈이야! 반백이 된 머리털이 핏줄기 선 부릅뜬 눈 위에 흐트러져 가
지고 이를 악물고서는 대드는구려. “이놈, 네가 내 뜻을 받아 양반 놈들 탐관오리
들 썩어 가는 선비 놈들 모두 잡아 죽이고 내 평생소원이던 내 원수를 갚지 않으

부젓가락 화로에 꽂아 두고 면……. 흐흐흐흐, 산돼지 탈을 벗겨 주지 않겠다.”라고! 저승에 들어가서라도 그


불덩이를 집거나 불을 헤치는 산돼지 탈이 벗어지지 않게 얼굴에다가 못 박아 두겠다고 대들면서 부젓가락
데 쓰는 쇠로 만든 젓가락.
만 한 왜못에다가 주먹만 한 철퇴를 갖고 덤벼드는구려! 아버지 뜻을 받아 사
왜못 쇠로 만든 못의 하나.
회를 위해 민족을 위해 원수 갚고 반역하라고 가르쳐 주면서도 산돼지를 못난
철퇴 쇠몽둥이.

반역하라고 통치자에게서
이만 뒤끓는 집 안에다가 몰아넣고 잡아매어 두는구려. 울 안에다가 집어넣고
나라를 다스리는 권한을 빼앗 구정물도 변변히 주지 않으면서! 흐흐흐흐흐! 산돼지 산돼지 산돼지! 흐흐흐흐!
으라고.

1 ‘최원봉’의 친아버지와 ‘최원봉’의 의식의 차이점을 파악해 보자.

‘최원봉’의 친아버지 ‘최원봉’

2 ⑴을 바탕으로 ‘산돼지’의 의미를 파악해 보고, 그 의미와 관련하여 이 작품이 1920년


대 당시 지식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생각해 보자.

ペ븍"넘쟀겠

4 자신의 개성을 빗대어 표현하고 싶은 동물을 골라 보고, 그 이유를 말해 보자.

동물 이유

( 3 )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241

책1.indb 241 18. 11. 23. 오후 6:30


감상을
작품 1 산돼지
마치며

감상의 정리
「산돼지」는 일제 강점기 한 청년 지식인의 정신적 갈등과 식민지의 억압적 상황 및 봉건적
인습 속에서 몸부림치는 좌절을 형상화한 희곡으로, 제목인 ‘산돼지’는 사회 개혁에 대한 숙명
을 지녔으나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집돼지처럼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주인공
‘최원봉’의 모습을 의미한다. 이러한 ‘최원봉’의 내면적 갈등과 의식 세계는 표현주의 기법을
통해 몽환 장면으로 그려져 있다. 한편 ‘최원봉’은 꿈속에서 동학당이었던 아버지가 자신에게
산돼지 탈을 씌우려는 환상을 보는데, 이는 무력한 현실에서 아버지가 남긴 역사적 사명을 부
담스러워하는 ‘최원봉’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사명과 무기력
한 현실 사이에서 정신적 갈등을 겪던 당시 1920년대 식민지 지식인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지식 창고
극예술 협회
‘극예술 협회’는 일본 도쿄에서 공부 중이던 김우진, 조명희, 유춘섭 등의 유학생들이 1920년
에 조직한 연극 연구 단체이다. 이들은 주로 서양의 고전극과 근대극 작품을 연구하고 토론하
였다. 1921년에는 ‘극예술 협회’의 유학생들이 귀국하여 전국을 순회하면서 다양한 연극을 공
연하였는데, 이들의 공연 활동은 학생극 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또한 이전 시기의 신파극 공
연과는 다른 근대극의 토대를 마련하였고, 이들 중 대부분이 한국 근대극의 중심적 활동을 펼
쳤다는 점에서 연극사적 의의를 지닌다.

더 읽어 보기

갈래 김우진
인물

「소」 유치진 「국물 있사옵니다」 이근삼

1930년대 가난한 소작농과 마름의 갈 성실하던 청년이 인생관의 변화를 겪


등을 통해 농촌의 궁핍과 모순을 그린 으며 변해 가는 모습을 풍자한 희곡. 시
희곡. 일제 강점기에 쓰인 희곡이라는 측 대 상황에 대처하는 인물의 태도에 주목
면에서 두 작품의 주제를 비교해 보자. 하여 감상해 보자.

242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42 18. 11. 23. 오후 6:30


1

작품
2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작품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
여 등장인물들의 현실 인식에 주목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태평천하 太平天下 채만식

윤 직원 영감
서울의 대지주임. 독선적이고 채만식
인색하며 처세에 능함. (1902~1950)

소설가. 당시 지식인 사회
윤창식(윤 주사)
의 고민과 약점을 풍자하고,
윤 직원 영감의 아들로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함. 사회 부조리와 갈등을 사실
윤종학 적으로 묘사하는 작품을 주
윤종수 윤 직원 영감이 아끼는 손자로 로 썼다. 주요 작품으로 「레
윤 직원 영감의 일본 유학 중임. 디메이드 인생」, 「탁류(濁
손자로 방탕한 流)」 등이 있다.
생활을 함.

앞부분 줄거리 서울의 대지주인 윤 직원 영감은 인력거의 삯도 깎으려 하고, 기생을 데리고 다니면
05 서도 아무것도 주려고 하지 않는 구두쇠이다. 그런 그에게도 구한말 화적들에게 아버지가 죽임을 당
한 아픈 기억이 있다. 그래서 윤 직원 영감은 일본인들이 불한당을 막아 주고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고 생각하여, 진심으로 그들에게 고마워하며 경찰서 무도장을 짓는 데 아낌없이 기부한다. 그는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양반을 사고 족보에 도금을 하는 한편, 손자 윤종수와 윤종학을 군수와 경찰서장
으로 만들어 가문을 빛내고자 한다. 그러나 아들 윤창식은 노름을 하며 가산을 탕진하고, 손자 윤종수
10 또한 방탕한 생활을 한다. 며느리나 손자며느리도 고분고분하지가 않고 딸은 남편과 사별한 후 와서
같이 살고 있다. 윤 직원 영감은 일본에서 유학 중인 손자 윤종학에게 모든 기대를 걸고 있다.

직원 일제 강점기에, 향교
15. 망진자(亡秦者)는 호야(胡也)니라 나 경학원의 직무. 또는 그
직무를 맡아 하던 사람.
일찍이 윤 직원 영감은, 그의 소싯적 윤 두꺼비 시절에, 재갸 부친 말 대가
화적 불한당. 떼를 지어

리 윤용규가 화적의 손에 무참히 맞아 죽은 시체 옆에 서서, 노적이 불타느라 돌아다니며 재물을 마구 빼


앗는 사람들의 무리.
15 고 화광이 충천한 하늘을 우러러 재갸 자기 또는 자신을 뜻
함.
“이놈의 세상, 언제나 망하려느냐?”
노적 곡식 따위를 한데에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수북이 쌓음. 또는 그런 물건.

( 3 )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243

문학교과서(230~299)4단원 .indd 243 19. . 27. 오후 :04


하고 부르짖은 적이 있겠다요.

이미 반세기 전, 그리고 그것은 당시의 나한테 불리한 세상에 대한 격분된

저주요 겸하여 웅장한 투쟁의 선언이었습니다.


‘-겠다요 ’라는 어미의 반 해서 윤 직원 영감은 과연 승리를 했겠다요. 그런데…….
복에서 연상되는 전통적 갈
래는 무엇인가?

식구들은 시아버지 윤 직원 영감이 보기가 싫은 건넌방 고 씨만 빼놓고, 서 05

울 아씨, 태식이, 뒤채의 두 동서, 모두 안방에 모여 종수를 맞이하는 예를 표

하고, 그들의 옹위 아래 윤 직원 영감과 종수는 각기 아랫목과 뒷벽 앞으로 갈

라 앉았습니다. 방금 점심 밥상을 받을 참입니다.

“너 경손 애비, 부디 정신 채리라……!”

윤 직원 영감이 종수더러 곰곰이 훈계를 하던 것입니다. 안식구가 있는 데라 10

점잖게 경손 애비지요.

“……정신을 채리야 헐 것이 늬가 암만히여두 네 아우 종학이만 못히여! 종

학이는 그놈이 재주두 있고, 착실히여서, 너치름 허랑허지두 않고 그럴 뿐

더러 내년 내후년이머넌 대학교를 졸업허잖냐? 내후년이지?”

“네.” 15

‘ 윤 직원 영감 ’이 ‘ 윤종수 ’ “그렇지? 응, 그래, 내후년이먼 대학교 졸업을 허구 나와서, 삼 년이나 다직


와 ‘ 윤종학 ’에게 거는 기대
는 무엇인가? 사 년만 찌들어 나머넌 그놈은 지가 목적헌, 요새 그 목적이란 소리 잘 쓰더

구나, 응? 목적……. 목적헌 경부가 되야 각구서, 경찰서장이 된담 말이다!

응? 알겄어.”

옹위 주위를 둘러쌈. “네.” 20

허랑허지두 허랑하지도.
“그러닝개루 너두 정신을 바싹 채리 각구서, 어서어서 군수가 되야야 않겄
언행이나 상황 따위가 허황
하고 착실하지 못하지도. 냐? …… 아, 동생 놈은 버젓한 경찰서장인디, 형 놈은 게우 군 서기를 댕기
다직 ‘기껏 ’의 뜻을 나타
내는 말.
구 있담! 남부끄러서 어쩔 티여? 응? …… 아 글씨, 군수 되구 경찰서장 되구
경부 대한 제국 때에, 경 허머넌, 느덜 좋구 느덜 호강이지, 머 그 호강 날 주냐? 내가 이렇기 아등아
찰 고등관인 경시의 아래,
경부보의 위에 있던 판임 경 등 잔소리를 허넌 것두 다 느덜 위히여서 그러지, 나는 파리 족통만치두 상 25

찰관.
관읎서야! 알아듣냐?”
족통 ‘발 ’을 속되게 이르
는 말. “네—.”

244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44 18. 11. 23. 오후 6:30


“그놈 종학이는 참말루 쓰겄어! 그놈이 어려서버텀두 워너니 나를 자별허게

따르구, 재주두 있구 착실허구, 커서두 내 말을 잘 듣구……. 내가 그놈 하나

넌 꼭 믿넌다 꼭 믿어. 작년 올루 들어서 그놈이 돈을 어찌 좀 히피 쓰기는

허넝가 부더라마는, 그것두 허기사 네게다 대머는 안 쓰는 심이지. 사내자식


05 이 너처럼 허랑허지만 말구서, 제 줏대만 실헐 양이면 돈을 좀 써두 괜찮언

법이여……. 그리서 지난달에두 오백 원 꼭 쓸 디가 있다구 핀지히였길래,

두말 않고 보내 주었다!”

마침 이때, 마당에서 헴헴, 점잖은 밭은기침 소리가 납니다. 창식이 윤 주사

가 조금 아까야 일어나서, 간밤에 동경서 온 전보 때문에 억지로 억지로 큰댁


10 행보를 하던 것입니다.

윤 주사는 토방으로 내려서는 아들 종수더러 언제 왔느냐고 심상히 알은체

를 하면서, 역시 토방으로 내려서는 두 며느리의 삼가로운 무언의 인사와, 마

루까지만 나선 이복 누이동생 서울 아씨의 입인사를 받으면서, 방으로 들어가

서는 부친 윤 직원 영감한테 절을 한자리 꾸부리고서, 아들 종수한테 한자리


15 절과, 이복동생 태식이한테 경례를 받은 후, 비로소 한옆으로 꿇어앉습니다.

“해가 서쪽으서 뜨겄구나?” ‘윤 주사 ’를 대하는 ‘윤 직


원 영감 ’의 태도는 어떠한가?
윤 직원 영감은 아들의 이렇듯 부르지도 않은 걸음을, 더욱이나 안방에까지

들어온 것을 이상타고 꼬집는 소립니다.

“……멋허러 오냐? 돈 달라러 오지?”


자별허게 본디부터 남다
20 “동경서 전보가 왔는데요…….”
르고 특별하게.
지체를 바꾸어 윤 주사를 점잖고 너그러운 아버지로, 윤 직원 영감을 속 사 밭은기침 병이나 버릇으
로 소리도 크지 아니하고 힘
납고 경망스런 어린 아들로 둘러놓았으면 꼬옥 맞겠습니다.
도 그다지 들이지 않으며 자

“동경서? 전보?” 주 하는 기침.


심상히 대수롭지 않고 예
“종학이 놈이 경시청에 붙잽혔다구요!” 사롭게.

25 “으엉?” 한옆 한쪽 옆.
지체 어떤 집안이나 개인
외치는 소리도 컸거니와, 엉덩이를 꿍 찧는 바람에, 하마 방구들이 내려앉을 이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신분이나 지위.
뻔했습니다. 모여 선 온 식구가 제가끔 정도에 따라 제각기 놀란 것은 물론이
둘러놓았으면 방향을 바
구요. 꾸어 놓았으면.

( 3 )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245

책1.indb 245 18. 11. 23. 오후 6:30


윤 직원 영감은 마치 묵직한 몽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양, 정신이 멍해서

입을 벌리고 눈만 휘둥그랬지, 한동안 말을 못 하고 꼼짝도 않습니다.

그러다가 이윽고 으르렁거리면서 잔뜩 쪼글트리고 앉습니다.

“거, 웬 소리냐? 으응? 으응?…… 거 웬 소리여? 으응? 으응?”

“그놈 동무가 친 전본가 본데, 전보가 돼서 자세는 모르겠습니다.” 05

윤 주사는 조끼 호주머니에서 간밤의 그 전보를 꺼내어 부친한테 올립니다.

윤 직원 영감은 채듯 전보를 받아 쓰윽 들여다보더니 커다랗게 읽습

니다. 물론 원문은 일문이니까 몰라보고, 윤 주사네 서사 민 서

방이 번역한 그대로지요.

“종학, 사 — 상 관계 — 로, 경 — 시청에 피검!…… 이라 10

니? 이게 무슨 소리다냐?”

“종학이가 사상 관계로 경시청에 붙잽혔다는 뜻일 테

지요!”

“사상 관계라니?”

“그놈이 사회주의에 참예를…….” 15

“으엉?”

아까보다 더 크게 외치면서, 벌떡 뒤로 나동그라질 뻔하

다가 겨우 몸을 가눕니다.

윤 직원 영감은 먼저에는 몽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같이

멍했지만, 이번에는 앉아 있는 땅이 지함을 해서 수천 길 밑으로 꺼 20

져 내려가는 듯 정신이 아찔했습니다.


몽치 짤막하고 단단한 몽
그러나 그것은 결단코 자기가 믿고 사랑하고 하는 종학이의 신상을 여겨서
둥이.
서사 대서(代書)나 필사 가 아닙니다.
(筆寫)를 직업으로 하는 사
람. 윤 직원 영감은 시방 종학이가 사회주의를 한다는 그 한 가지 사실이 진실로
피검 수사 기관에 잡혀감. 옛날의 드세던 부랑당 패가 백 길 천 길로 침노하는 그것보다도 더 분하고, 물 25
지함 땅이 움푹 가라앉아
꺼짐. 론 무서웠던 것입니다.
침노하는 성가시게 달라 진(秦)나라를 망할 자 호(胡)라는 예언을 듣고서, 변방을 막으려 만리장성을
붙어 손해를 끼치거나 해치
는. 쌓던 진시황, 그는 진나라를 망한 자 호가 아니요, 그의 자식 호해(胡亥)임을

246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46 18. 11. 23. 오후 6:30


눈으로 보지 못하고 죽었으니, 오히려 행복이라 하겠습니다. ‘ 진시황 ’과 ‘ 호해 ’에 해당
하는 인물은 각각 누구인가?
“사회주의라니? 으응? 으응?…….”

윤 직원 영감은 사뭇 사람을 아무나 하나 잡아먹을 듯, 집이 떠나게 큰 소리

로 포효(咆哮)를 합니다.
05 “……으응? 그놈이 사회주의를 허다니! 으응? 그게, 참말이냐? 참말이여?”

“허긴 그놈이 작년 여름 방학에 나왔을 때버틈 그런 기미가 좀 뵈긴 했어

요!”

“그러머넌 참말이구나! 그러머넌 참말이여, 으응!…….”

윤 직원 영감은 이마로 얼굴로 땀이 방울방울 배어 오릅니다.


10 “……그런 쳐 죽일 놈이, 깎어 죽여두 아깝잖을 놈이! 그놈이 경찰서장 허라

닝개루, 생판 사회주의 허다가 뎁다 경찰서에 잽혀? 으응?…… 오사육시를

헐 놈이, 그놈이 그게 어디 당헌 것이라구 지가 사회주의를 히여? 부자 놈의

자식이 무엇이 대껴서 부랑당 패에 들어?…….”

아무도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섰기 아니면 앉았을 뿐,


15 윤 직원 영감이 잠깐 말을 그치자 방 안은 물을 친 듯이 조용합니다.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오죽이나…….”

윤 직원 영감은 팔을 부르걷은 주먹으로 방바닥을 땅 치면서 성난 황소가

영각을 하듯 고함을 지릅니다.

“화적패가 있너냐아? 부랑당 같은 수령(守令)들이 있더냐? ……. 재산이 있


20 대야 도적놈의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末世)넌 다 지내가고

오……. 자 부아라, 거리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헌 정사(政事), 오죽이

나 좋은 세상이여……. 남은 수십만 명 동병(動兵)을 히여서, 우리 조선 놈

보호히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으응?…… 제 것 지니고 앉어서 영각 소가 길게 우는 소리.


공명헌 공명한. 사사로움
편안허게 살 태평 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구 허는 것이여, 태평천하!…… 그 이나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
이 공정하고 명백한.
25 런디 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자 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왜 지가 떵떵거리
정사 정치 또는 행정상의
구 편안허게 살 것이지, 어찌서 지가 세상 망쳐 놀 부랑당 패에 참섭을 헌담 일.
동병 군사를 일으킴.
말이여, 으응?”
참섭 어떤 일에 끼어들어
땅 방바닥을 치면서 벌떡 일어섭니다. 그 몸짓이 어떻게도 요란스럽고 괄괄 간섭함.

( 3 )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247

책1.indb 247 18. 11. 23. 오후 6:30


한지, 방금 발광이 되는가

싶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모여 선 가권들은 방바닥 치

는 소리에도 놀랐지만, 이 어

른이 혹시 상성이 되지나 않는가 05

하는 의구의 빛이 눈에 나타남을 가

리지 못합니다.

“…… 착착 깎어 죽일 놈! …… 그놈을 내가 핀

지히여서, 백 년 지녁을 살리라구 헐걸! 백 년 지녁 살리라

구 헐 테여……. 오냐, 그놈을 삼천 석 거리는 직분[分財]히여 줄라구 히였더 10

니, 오냐, 그놈 삼천 석 거리를 톡톡 팔어서, 경찰서으다가, 사회주의 허는

놈 잡어 가두는 경찰서으다가 주어 버릴걸! 으응, 죽일 놈!”

마지막의 으응 죽일 놈 소리는 차라리 울음소리에 가깝습니다.

“…… 이 태평천하에! 이 태평천하에…….”

쿵쿵 발을 구르면서 마루로 나가고, 꿇어앉았던 윤 주사와 종수도 따라 일어 15

섭니다.

“……그놈이, 만석꾼의 집 자식이, 세상 망쳐 놀 사회주의 부랑당 패에 참섭

을 히여. 으응, 죽일 놈! 죽일 놈!”

연해 부르짖는 죽일 놈 소리가 차차로 사랑께로 멀리 사라집니다. 그러나 몹

시 사나운 그 포효가 뒤에 처져 있는 가권들의 귀에는 어쩐지 암담한 여운이 20

가권 호주나 가구주에게 스며들어, 가득히 어둔 얼굴들을 면면상고, 말할 바를 잊고, 몸 둘 곳을 둘러


딸린 식구.
보게 합니다. 마치 장수의 죽음을 만난 군졸들처럼…….
상성 본래의 성질을 잃어버
리고 전혀 다른 사람처럼 됨.
지녁 징역. 죄인을 교도소에
가두어 노동을 시키는 형벌.
만석꾼 곡식 만 섬가량을 가장 인상적인 인물과 그 이유 나의
감상
거두어들일 만한 논밭을 가
진 큰 부자를 비유적으로 이
르는 말.
면면상고 아무 말도 없이 서
로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봄.

248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48 18. 11. 23. 오후 6:30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하고, ‘윤 직원 영감’이 다른 인물들을 어떻


게 생각하는지 정리해 보자.

동 ‘윤 직원 영감 ’
3대

1대 2대
도움말 | ‘윤종학 ’에 대
해 평가할 때는, ‘윤 직원 부자 부자
영감 ’이 전보를 받기 전
관계 관계
‘윤종학’
과 받은 후의 태도를 각 3대
각 생각해 본다.

문학과 시대 상황

2 당대의 현실에 대한 ‘윤 직원 영감’의 인식을 찾아보고, 이러한 인물을 표현한 작가의


의도를 살펴보자.

1 ‘윤 직원 영감’이 인식하는 현실의 모습과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를 찾아보자.

현실의 모습 근거

화적패와 불한당 같은 수령이 없음.

2 ‘윤 직원 영감’이 인식하는 현실과 작품 창작 당시의 현실 간의 차이를 파악해 보고,


이를 통해 작가가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자.

‘윤 직원 영감’이 인식하는 현실과 작품이 창작된 당시의 현실 간의 차이

작가의
의도

( 3 )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249

책1.indb 249 18. 11. 23. 오후 6:30


3 다음 글을 바탕으로 작품에 나타난 서술상 특징을 정리하고, 그 효과를 생각해 보자.
참고 자료 | 편집자적 논평
작가가 서술자의 입을 통해 일찍이 윤 직원 영감은, 그의 소싯적 윤 두꺼비 시절에, 재갸 부친 말 대가리 윤
내용에 간여하여 주관적인 논
용규가 화적의 손에 무참히 맞아 죽은 시체 옆에 서서, 노적이 불타느라고 화광이
평을 하는 것으로, 고전 소설
의 전형적인 문체였으나 현대 충천한 하늘을 우러러
소설에도 다양한 형태로 응용 “이놈의 세상, 언제 망하려느냐?”
되곤 한다.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하고 부르짖은 적이 있겠다요.
이미 반세기 전, 그리고 그것은 당시의 나한테 불리한 세상에 대한 격분된 저주
요 겸하여 웅장한 투쟁의 선언이었습니다.
해서 윤 직원 영감은 과연 승리를 했겠다요. 그런데…….

서술자의 편집자적 논평이 나타남.


서술상 특징

효과

ペ븍"넘쟀겠
의사소통

4 오늘날의 시대상을 드러내는 신문 기사나 뉴스를 찾아 주요 내용을 쓰고, ‘ 천하’


라는 제목을 새롭게 만들어 발표해 보자.

출처: 날짜:

오늘날 우리 시대의 모습, 천하


기사 내용:

250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50 18. 11. 23. 오후 6:30


감상을
작품 2 태평천하
마치며

감상의 정리
「태평천하」는 일제 강점기의 상황을 살기 좋은 시절이라고 믿는 ‘윤 직원 영감’과 당대 사회
의 모순을 비판한 풍자 소설이다. 전체 15장으로 되어 있는 이 작품에는 각 장마다 제목이 붙
어 있고, 서술자는 ‘-입니다.’ 식의 경어체 문장을 통해 판소리하는 창자(唱者)처럼 독자와 가
까운 위치에서 인물을 조롱하고 희화화하고 있다. 또한 서술자가 작품에 개입함으로써 인물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판단이 보다 직접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부정적인 인
물일수록 희화적 풍자가 강해지는데, 풍자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인물은 둘째 손자인 ‘윤종학’뿐
이다. 이는 ‘윤종학’에 대한 작가의 긍정적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식 창고
채만식 소설에 나타나는 풍자
채만식의 소설에는 일제 강점기 지식인으로서 지녔던 시대 비판 정신을 풍자로 표현한 것이
많다. 풍자란 주어진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과장하고 왜곡하여 비꼼으로써 웃음
을 유발하는 방식이다. 해학의 웃음이 대상에 대해 동정적인 반면, 풍자의 웃음은 비판적이며
대상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면서 희화화한다. 채만식은 「태평천하」에서 민족의식이 결여되고 이
기적인 ‘윤 직원 영감’을 통해 1930년대 조선의 비극적인 상황을 깊이 인식하고 근원적으로
비판하였다. 「레디메이드 인생」에서는 일제 강점기 지식인이 겪는 경제적 고통과 지적 갈등을
지식인 스스로 풍자하는 형식으로 그려 내었으며, 「치숙」에서는 작가가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인물의 입을 통하여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인물을 부정하는 독특한 풍자 기법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더 읽어 보기

갈래 채만식
표현

「삼대」 염상섭 「흥부가」 작자 미상

일제 강점기에 할아버지, 아버지, 아 착한 동생 흥부와 욕심 많고 심술궂은


들 삼대가 살아가며 겪는 갈등과 대립을 형 놀부를 통해 권선징악의 주제를 이야
그린 소설. 가족사 소설의 특징을 살펴 기한 판소리. 판소리 사설의 문체상 특
보며 감상해 보자. 징에 주목하여 감상해 보자.

( 3 )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251

책1.indb 251 18. 11. 23. 오후 6:30


작품
3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시이다. 작품이 창작된 당시의 시대 상황을 바탕으로 화자
의 현실 인식과 자아 성찰적 태도를 이해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쉽게 씌어진 시 詩 윤동주

윤동주 창(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1917~1945)

시인. 암울한 시대를 살아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05

가는 지식인의 고뇌와 자기
성찰의 의식을 담은 작품을
주로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서시」, 「자화상」, 「별 헤는
밤」 등이 있다.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學費封套)를 받아

대학(大學) 노 — 트를 끼고 10

늙은 교수(敎授)의 강의(講義)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육첩방 일본식 다다미 6
장을 깔아 놓은 방. 다다미
는 보통 가로 석 자, 세로 여
나는 무얼 바라
섯 자 정도 크기임.
천명 타고난 운명.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15

252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52 18. 11. 23. 오후 6:31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05 창(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最初)의 악수(握手).

가장 인상적인 시행과 그 이유 나의
감상

( 3 )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253

책1.indb 253 18. 11. 23. 오후 6:31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의 배경을 나타내는 시구를 찾아보자. 그리고 이를 통해 화


자가 처한 상황을 파악해 보자.

동 시간적 배경을 나타내는 시구 공간적 배경을 나타내는 시구

화자의 상황:

2 이 작품의 각 연에 나타나는 화자의 정서를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자.

주요 내용

1~4연 암담한 현실에 괴로워하며 회의감을 느낌.

5~7연

8~10연

문학과 시대 상황
자료.정보 활용
3 이 작품이 창작된 당시의 시대 상황을 고려하여 시구의 의미를 파악해 보자.

1 이 작품이 창작된 당시의 시대 상황에 대해 알아보자.


도움말 | 책이나 인터넷
을 통해 당시의 시대 상
황을 살펴볼 수 있는 다
2 ⑴을 바탕으로 시구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과 ‘부끄러운 일’의 의미에 대해
양한 자료와 정보를 찾아
활용한다. 생각해 보자.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 ‘부끄러운 일’

254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54 18. 11. 23. 오후 6:31


ペ븍"넘쟀겠

4 다음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에 나타난 화자의 어조와 태도를 「쉽게 씌어진 시」와 비교
해 보자.

참고 자료 | 「광야」
이 작품은 광야의 모습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현하며, 까마득한 날에
일제 강점기의 절망적인 현실 하늘이 처음 열리고
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시이다.

도움말 | 시어가 주는 분위기 모든 산맥들이


나 서술어의 종결 어미 등을
통해 화자의 어조를 파악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본다. 또한 두 작품에서 화자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시구
를 찾아보고, 이를 통해 현실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을 대하는 화자의 태도를 짐
작해 본다.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육사, 「광야(曠野)」

「광야」 「쉽게 씌어진 시」

화자의 어조

현실에 대한
화자의 태도

( 3 )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255

책1.indb 255 18. 11. 23. 오후 6:31


감상을
작품 3 쉽게 씌어진 시
마치며

감상의 정리
「쉽게 씌어진 시」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서 유학한 시인의 생활 모습과 고민이 고백적으로
드러나 있는 시이다.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무기력한 자신의 처지에 대한 반성적 태도가 나타
나 있으며, 자아 성찰을 통해 어두운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적인 자세와 마침내 오게 될 광복
에 대한 믿음이 드러나 있다. 이 작품에는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육첩방’, ‘남의 나라’
에서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는 현실적 자아와, 시 쓰기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는 반성적 자아가
제시된다. 또한 ‘등불’, ‘어둠’, ‘아침’ 등 상징적 의미가 부여된 시어가 많이 쓰였으며, ‘시대처
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광복이 올 것이
라는 믿음과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지식 창고
윤동주 시에 표현된 ‘부끄러움’의 의미
윤동주의 시에는 ‘부끄러움’과 관련한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여기에는 일제 강점기의 암울
한 시대를 살아 내야 했던 지식인 청년의 끝없는 참회와 성찰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윤동주
는 이러한 자신의 감정을 ‘부끄러움’으로 나타내었고, 때로는 ‘욕됨, 미움, 괴로움’ 등의 정서로
연결하여 표현하였다. 윤동주 시에 나타난 이런 정서는 스스로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과 반성,
연민 의식에서 비롯되어 미래의 삶을 규정하게 된다. 윤동주는 이러한 ‘부끄러움’을 자신의 마
음과 행동의 규율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의 삶과 시를 지탱해 주는 근원적인 힘이었다
고 할 수 있다.

더 읽어 보기

시어 윤동주
배경

「거울」 이상 「봉황수」 조지훈

‘거울’이라는 소재로 자아 분열 양상 퇴락한 고궁의 옥좌 앞에서 비극적인


과 불안한 심리를 표현한 시. 두 시에서 역사에 대한 슬픔을 노래한 시. 일제 강
사용된 ‘악수’라는 시어의 의미를 비교 점기라는 암울한 역사를 어떻게 표현했
하며 감상해 보자. 는지 주목하여 감상해 보자.

256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56 18. 11. 23. 오후 6:31


3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개화기의 문학
강화도 조약에 따른 개항과 갑오개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호가 개방되었고, 이로써 근대 문학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서정 문학 개화 가사, 창가, 신체시 등이 발생함.

내용이나 형식 등에서 이전 소설과 차이를 보이며, 신소설을 중심으로 전개됨.


서사 문학
봉건 질서의 타파, 개화, 계몽, 자주독립 사상의 내용을 담음.

민속극이 서구식 연극으로 전환됨.


극 문학
판소리는 창극으로 바뀌었다가 신파극의 등장으로 쇠퇴함.

일제 강점기 문학
191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는 근대 문학이 형성되고 발전하였으며, 서구 사조의 유입과 다수의 동인지의
발간으로 문학적 기반을 닦게 되었다. 1930년대부터 광복 직전까지는 한결 더 세련된 표현 방법과 정신세계를
보여 주었으며, 다양한 유형의 소설이 등장하였다.

1910년대에는 율격, 내용 면에서 큰 변화를 보였으며 근대 자유시의 면모가 갖추어짐.


1920년대에는 감상적 낭만주의 시와 신경향파 시가 창작되고, 독자적인 시 세계를 펼친 시인들도
서정 문학 있었음.
1930년대부터 광복 직전까지는 시문학파의 순수시, 모더니즘 시, 생명파의 시, 민족의 전통적 의
식을 형상화한 시, 저항 의식을 담은 시 등이 창작됨.

1910년대에는 자유연애와 점진적 민족주의 사상을 고취하였으며, 구어체 문장을 확립하고자 함.


1920년대에는 유미주의 추구,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 기법상의 발전, 무산 계급을 위한 신경향
서사 문학
등을 보여 줌.
1930년대부터 광복 직전까지는 모더니즘 소설, 농촌 소설, 역사 소설, 가족사 소설 등이 창작됨.

1910년대에서 1920년대에는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묘사와 폭로 등의 주제를 다루었지만 내용과


극 문학 형식이 미숙하였고, ‘극예술 협회’와 ‘토월회’는 신파극에서 벗어나 현대극을 정립하고자 노력함.
1930년대부터 광복 직전까지는 ‘극예술 연구회’ 등의 활동으로 극 문학이 크게 발전하였음.

교술 문학 1930년대에서 광복 직전에 이르러 하나의 갈래로 독자적 영역을 확보함.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231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1930년대부터 광복 직전까지는 순수시, 모더니즘 시, 생명시, 민족의 전통적 의식을 형상화한 시, 저항시 등의 시적 경향
을 보였다.

( 3 ) 개화기~일제 강점기의 문학 257

책1.indb 257 18. 11. 23. 오후 6:31


4 [ 학습 목표 ]
•광복 이후 문학의 갈래별 전개와 구현 양상을 탐구하고 감상한다.
•광복 이후 문학 작품에 반영된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문학과 역사의 상
호 영향 관계를 탐구한다.

광복 이후의
문학
빎ピ패"
물겠


신도시 개
주화 운동
5・18 민
시대
산업화
6・25 전쟁

이 시대의 사람들은
짧은 기간에 많은
일을 경험했겠어.

광복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가 발생했어.

위의 사진은 광복 이후 우리나라의 시대 상황을


순차적으로 보여 준다.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우리 문학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

258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58 18. 11. 23. 오후 6:31


작품 2 작품 3
작품 1

_최인훈

_황지우 _신영복
인물이 처한 상황과 인물이 겪
는 내적 갈등을 살펴보고, 우리 작품에 반영된 시대 상황을 고 작가가 말하려는 바를 바탕으로
민족이 처한 분단 현실을 이해하 려하면서 화자의 현실 인식과 태 작품이 주는 교훈과 감동이 무엇
며 작품을 감상하기. 도에 주목하여 작품을 감상하기. 인지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하기.

광복 이후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나 기쁨과 감격을 누렸지만, 남북 분단과


6・25 전쟁을 비롯하여 혼란한 시대 상황 속에 놓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문학은
현대사의 다양한 사건을 그려 내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다채롭게 발전하였다.
남과 북의 분단을 고착화한 6・25 전쟁의 비극은 우리 문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전쟁을 겪은 작가들은 전쟁의 참상과 전후의 비참한 현실을 다루었으며, 인간성을 회복
하고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우리 문학은 급격한 도시화・산업화로 인
한 농촌 공동체의 붕괴 및 도시 빈민 문제, 열악한 노동 환경의 문제, 민주주의의 갈망 등
다양한 사회의 과제들 속에서 그 실상을 그려 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1990년대 이후 이러한 사회적・정치적 관심은 개인의 일상과 내면으로 옮
겨 가게 되었고, 작품의 주제 또한 환경과 생태, 여성, 소수자 문제, 다문화 문제 등으로
영역을 넓히게 되었다.
격동의 시기 속에서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이 시기의 문학은 시대의
증명이자, 우리 민족이 걸어온 삶의 발자취이기도 하다. 또한 앞으로의 우리 문학은 더욱
다양해진 소재와 기법을 통해 새로운 장을
열어 갈 것이다. 알고 싶은 것을 질문
해 보자.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는 무엇일까?
가 다양하게 변화한 이유
1990년대 이후 작품의 주제

( 4 ) 광복 이후의 문학 259

책1.indb 259 18. 11. 23. 오후 6:31


펼녈"를팔 별 한눈에 보기

1960년대는 4・19 혁명에서


1950년에 일어난 5・16 군사 정변으로 이어지는
6・25 전쟁으로 이 시기 격동기를 겪으며, 문학에서도
광복 이후 우리 민족은 극심 의 문학에는 전쟁의 비극 현실 참여라는 경향이 대두되
한 이념적 갈등을 겪는다. 이 적 체험과 전후의 혼란스러운 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러한 이념 대립은 문단에까지 사회, 분단 현실의 문제 등이 문학의 자율성을 옹호하면서
이어졌으며 6・25 전쟁 전까 주로 다루어졌다. 또한 전통 정치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
지 대립은 지속되었다. 이 시 적 서정 계열에 속하는 작품 워지고자 하는 경향이 형성되
기에는 청록파의 합동 시집 들과, 문명 비판적인 모더니 었다. 이 시기의 시는 불의와
『청록집』과 윤동주의 유고 시 즘 계열의 작품이 창작되기도 모순의 현실에 적극적인 목소
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하였다. 리를 낸 현실 참여시와 시 문
이육사의 유고 시집 『육사 시 학의 본질적 영역을 탐구한 순
주요 작품 「초토의 시」(구상), 「휴
집』 등이 발표되었다. 수 서정시로 구분되었다.
전선」(박봉우), 「울음이 타는 가
주요 작품 「꽃덤불」(신석정), 「나 을 강」(박재삼), 「목마와 숙녀」(박 주요 작품 「풀」・「폭포」・「눈」(김

운문 그네」・「산이 날 에워싸고」(박목
월), 「낙화」(조지훈), 「해」(박두진)
인환), 「나비와 광장」(김규동),
「꽃」(김춘수), 「눈물」(김현승)
수영), 「껍데기는 가라」(신동엽),
「추억에서」(박재삼)

(1945) (1950) (1960)

광복 직후 1950년대 1960년대

(1953) (1961)

산문 광복 직후 일제 강점기를
반성의 체험으로 승화시키려는
전쟁으로 인해 인간성이 상
실되거나 무기력해진 인물들을
남북 분단의 비극을 정면으
로 다루며 분단된 역사에 대한
자기반성적 작품과 순수 문학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 인식이 심화되었다. 또한 사회
지향한 작품들이 창작되었다. 거나 인간의 실존을 탐구하는 의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적으
또한 광복 이후의 사회 현실과 경향을 보였다. 또한 전쟁의 비 로 묘사하거나 현대인의 소외
인간의 근원적인 삶의 문제를 극을 다루면서도 인간에 대한 와 방황을 감각적인 문체로 표
다룬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애정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현한 작품이 발표되었다.
주요 작품 소설: 「논 이야기」(채 주요 작품 소설: 「비 오는 날」・ 주요 작품 소설: 「광장」(최인
만식), 「해방 전후」(이태준), 「역 「잉여 인간」(손창섭), 「학」・「너 훈), 「꺼삐딴 리」(전광용), 「모
마」(김동리), 「두 파산」(염상섭) 와 나만의 시간」(황순원), 「수 래톱 이야기」(김정한), 「서울,
희곡: 「고목」(함세덕), 「조국」 난이대」(하근찬), 「오발탄」(이 1964년 겨울」(김승옥)
(유치진), 「살아 있는 이중생 각 범선) 희곡: 「원고지」・「국물 있사옵
하」(오영진) 희곡: 「복날」(임희재), 「불모지」 니다」(이근삼)
수필: 『인생 예찬』(김 (차범석) 수필: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진섭), 「신록 예찬」 수필: 「목근통신」(김소운), 「벙어 (이어령), 「산정무한」(정비석)
(이양하) 리 냉가슴」・「딸깍발이」(이희승)

260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60 18. 11. 23. 오후 6:31


4 광복 이후의 문학

1980년대
에도 민주화에 대
한 열망은 이어졌
고, 당시 작가들에게
도 민주화는 중요한 과제였다. 이
1970년대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 시기의 시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고 1990년대 이후 문학은 정치적
시화로 인해 발생한 농촌 공동체의 발하거나 풍자하는 경향이 있었다. 관심보다는 주로 개인의 일상과 내
붕괴, 열악한 노동 환경 등의 문제 또한 기존 시의 형식을 벗어나 새로 면에 관심을 두어 전개되었으며,
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존재하던 운 형식을 실험하는 시가 많이 창작 환경과 생태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시기였다. 이 시기의 시는 노동자 되면서도, 시적 서정성 확립에 더욱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여성 작가의
나 농민, 도시 하층민 등 민중의 소 관심을 기울인 시인들도 있었다. 문학 활동이 확대되었고, 여성의 현
외된 현실을 고발하고 그 개선을 실 등을 문제 삼는 경향이 생겼다.
주요 작품 「대설주의보」(최승호), 「새
모색하는 것에 관심을 두었다. 들도 세상을 뜨는구나」(황지우), 「노 주요 작품 「성에꽃」(최두석), 「눈물은
주요 작품 「농무」・「목계 장터」(신경림), 동의 새벽」(박노해), 「프란츠 카프카」 왜 짠가」(함민복), 「산성 눈 내리네」
「저문 강에 삽을 씻고」(정희성), 「묘 (오규원),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 (이문재), 「산속에서」(나희덕), 「찬밥」
비명」(김광규) 고 켤 수 있다면」(장정일) (문정희), 「맨발」(문태준)

(1970) (1980) (1997)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이후

(1987) (2000)

1970년대의 모순된 현실의 반영 억압적인 사회 현실을 고발하는 1990년대 소설 역시 시와 마찬


은 소설에서도 이어졌다. 노동자들 작품이 창작되었고, 대하소설이 많 가지로 개인의 일상에 관심을 두었
의 투쟁이나 도시 빈민의 참상을 이 발표되었다. 또한 섬세한 서정성 고, 주제와 내용이 다양하게 변화
사실적으로 반영하였다. 또한 극 과 유려한 문체를 갖춘 여성 작가들 했다. 1980년대 운동권 이야기를
문학에서는 기법 면에서 혁신을 꾀 이 등장하였다. 극 문학에서는 마당 돌아보는 후일담 문학이 형성되었
하며 실험적인 연출이 시도되었고, 극을 계승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 으며, 2000년대 이후에는 디지털
전통의 현대적 수용이 이루어졌다. 었으며, 풍자극과 소극장 공연이 활 매체의 발달과 더불어 인터넷 연재
주요 작품 소설: 「객지」・「삼포 가는 성화되고 뮤지컬이 발전하였다. 소설과 같은 새로운 창작 방식의
길」(황석영),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 주요 작품 소설: 「흐르는 북」(최일 작품들이 등장하였다.
은 공」(조세희), 「관촌 수필」(이문구) 남),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 주요 작품 소설: 「자전거 도둑」(김소
희곡: 「노비 문서」(윤대성), 열), 「일어서는 땅」(문순태), 「붉은 진),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성석
「파수꾼」・「결혼」(이강백), 방」(임철우), 「태백산맥」(조정래), 제), 「소년을 위로해 줘」(은희경)
「둥둥 낙랑둥」(최인훈) 「엄마의 말뚝」(박완서), 「원미동 사 수필: 『나무야 나무
수필: 「무소유」(법정), 「방 람들」(양귀자) 야』(신영복), 「괜찮
망이 깎던 노인」・「참 희곡: 「방황하는 별들」(윤대성), 「꿈 아」・「미안합니다」
새」(윤오영), 「수필」(피 하늘」(차범석), 「칠산리」(이강백) (장영희)
천득) 수필: 「돌층계」(유경환), 「멋없는 세
상 멋있는 사람」(김태길)

( 4 ) 광복 이후의 문학 261

책1.indb 261 18. 11. 23. 오후 6:31


작품
1
감상 열기 이 작품은 남과 북의 이념적 대립 상황을 그려 낸 1960년대 소설이다. 인물이 처한 상황과
인물이 겪는 내적 갈등을 살펴보고, 우리 민족이 처한 분단 현실을 이해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광장 廣場 최인훈

윤애 은혜
최인훈 남한에서 명준이 사랑한 북한에서 명준이
(1936~2018) 여인. 명준이 월북한 후 사랑한 여인. 유학을
명준의 친구인 떠났다가 북한군 간호
소설가, 극작가. 현대인의
태식과 결혼함. 장교로 참전함.
고뇌와 불안을 꿈, 일기, 회
상, 내적 독백 등의 다채로
명준
운 기교를 통해 표현하였다.
월북한 아버지의
주요 작품으로는 소설 「회색 일로 고초를 겪다가
인」, 희곡 「옛날 옛적에 훠어 남한 사회에 환멸을
이 훠이」, 「둥둥 낙랑둥」 등 느껴 월북한 뒤
이 있다. 6・25 전쟁에 참전함.

앞부분 줄거리 평범한 대학생이던 명준은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치안 당국에 끌려가 고초를 겪은 뒤
풀려난다. 남한 사회에 환멸을 느낀 명준은 애인인 윤애를 남긴 채 월북하여 『노동 신문』의 기자로 일하 05

게 되지만, 현실 속에서 이념이 왜곡되어 개인의 개성과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획일적인 북한 사회의 현
실에 실망하고 방황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명준은 북에서 만난 은혜와의 사랑을 통해 삶의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 은혜가 유학을 떠나게 되면서 이마저도 좌절된다. 6・25 전쟁이 일어나 인민군 장교로
전쟁에 참여하게 된 명준은 간호 장교가 되어 참전한 은혜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은혜는 명준의 아
이를 가진 채 죽고, 명준은 포로가 되어 포로 송환을 위한 심사를 받는다. 10

방 안 생김새는, 통로보다 조금 높게 설득자들이 앉아 있고, 포로는 왼편에

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 있다. 네 사람의 공산군 장교와, 국민복을

입은 중공 대표가 한 사람, 합쳐서 다섯 명.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

에 앉은 장교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월북한 삼팔선 또는 휴전 “동무, 앉으시오.” 15
선의 북쪽으로 넘어간.
송환 포로나 불법으로 입 명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국한 사람 등을 본국으로 도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로 돌려보냄.
바른편 오른쪽. “중립국.”

262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62 18. 11. 23. 오후 6:31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장교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

밀면서, 말한다.

“동무, 중립국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나라요. 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낯

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05 “중립국.”

“다시 한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중립국.”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장교가 나앉는다.


10 “동무, 지금 인민 공화국에서는, 참전 용사들을 위한 연금 법령을 냈소. 동

무는 누구보다도 먼저 일터를 가지게 될 것이며, 인민의 영웅으로 존경받을

것이오. 전체 인민은 동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소. 고향의 초목도 동무

의 개선을 반길 거요.”

“중립국.”
15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장교가, 다시 입을 연다.

“동무의 심정도 잘 알겠소. 오랜 포로 생활에서, 제국주의자들의 간사한 꾀

임수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

지 마시오. 공화국은 동무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동무가 조국과 인


20 민에게 바친 충성을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

하오. 동무는…….”

“중립국.”

중공 대표가,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장교는, 증오에 찬 눈초리 장교가 ‘ 명준 ’을 노려본
이유는 무엇인가?
로 명준을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25 “좋아.”
인민 공화국 인민이 주권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포로에게 옮겨 버렸다.
을 갖고 직접 또는 대표 기
아까부터 그는 설득자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관을 통하여 주권을 행사하
는 국가. 사회주의 국가에서
다른 천막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 흔히 쓰는 말이다.

( 4 ) 광복 이후의 문학 263

책1.indb 263 18. 11. 23. 오후 6:31


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넨 어디 출신인가?”

“…….”

“음, 서울이군.”

설득자는,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05

“중립국이라지만 막연한 얘기요. 제 나라보다 나은 데가 어디 있겠어요. 외

국에 가 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밖에 나가 봐야 조국이 소중

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압니다.

대한민국이 과도기적인 여러 가지 모순을 가지고 있는 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대한민국엔 자유가 있습니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유가 소중한 것 10

입니다. 당신은 북한 생활과 포로 생활을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겁니

다. 인간은…….”
‘ 명준 ’ 이 “ 중립국.”이라 “중립국.”
는 말만 반복한 이유는 무
엇일까?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 나라 내 민족의 한 사람이, 타향

만 리 이국땅에 가겠다고 나서니, 동족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15

안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곳에 남한 2천만 동포의 부탁을 받고 온 것

264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64 18. 11. 23. 오후 6:31


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조국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중립국.”

“당신은 고등 교육까지 받은 지식인입니다. 조국은 지금 당신을 요구하고 있

습니다. 당신은 위기에 처한 조국을 버리고 떠나 버리렵니까?”


05 “중립국.”

“지식인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 ‘ 제 몸 ’과 ‘ 종기 ’가 의미


하는 것은 무엇일까?
겠습니까?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요. 당신 한 사람을 잃는 건, 무식한 사람

열을 잃는 것보다 더 큰 민족의 손실입니다. 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우리 사

회에는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를 약간 더 먹었다는 의


10 미에서, 친구로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조국의 품으로 돌아와서, 조국을 재

건하는 일꾼이 돼 주십시오. 낯선 땅에 가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

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나는 동

생처럼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만일 남한에 오는 경우에, 개인적인 조력을


15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명준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막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중립국.”

설득자는,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미군을


20 돌아볼 것이다. 미군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서기의 책상 위에 놓인 명부에 이름을 적고 천막을 나서 ‘ 명준 ’ 이 천막을 나서며


웃음을 터뜨린 이유는 무엇
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 일까?
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

음은 멎지 않았다. <중략>
25 …… 펼쳐진 부채가 있다. 부채의 끝 넓은 테두리 쪽을, 철학과 학생 이명준
재건하는 허물어진 건물
이 걸어간다. 가을이다. 겨드랑이에 낀 대학 신문을 꺼내 들여다본다. 약간 자 이나 조직 따위를 다시 일으
켜 세우는.
랑스러운 듯이. 여자를 깔보지는 않아도, 알 수 없는 동물이라고 여기고 있다.
조력 힘을 써 도와줌. 또
책을 모으고, 미라를 구경하러 다닌다. 는 그 힘.

( 4 ) 광복 이후의 문학 265

책1.indb 265 18. 11. 23. 오후 6:31


정치는 경멸하고 있다. 그 경멸이 실은 강한 관심과 아버지 일 때문에 그런

모양으로 나타난 것인 줄은 알고 있다. 다음에, 부채의 안쪽 좀 더 좁은 너비

에, 바다가 보이는 분지가 있다. 거기서 보면 갈매기가 날고 있다. 윤애에게 말

하고 있다. 윤애 날 믿어 줘. 알몸으로 날 믿어 줘. 고기 썩는 냄새가 역한 배

안에서 물결에 흔들리다가 깜빡 잠든 사이에, 유토피아의 꿈을 꾸고 있는 그 05

자신이 있다. 조선인 꼴호즈 숙소의 창에서 불타는 저녁놀의 힘을 부러운 듯

이 바라보고 있는 그도 있다. 구겨진 바바리코트 속에 시래기처럼 바랜 심장을

안고 은혜가 기다리는 하숙으로 돌아가고 있는 9월의 어느 저녁이 있다. 도어

에 뒤통수를 부딪치면서 악마도 되지 못한 자기를 언제까지나 웃고 있는 그가

있다. 그의 삶의 터는 부채꼴, 넓은 데서 점점 안으로 오므라들고 있었다. 마지 10

막으로 은혜와 둘이 안고 뒹굴던 동굴이 그 부채꼴 위에 있다. 사람이 안고 뒹

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어디선가 그런 소리도 들렸다. 그는 지금, 부

채의 사북 자리에 서 있다. 삶의 광장은 좁아지다 못해 끝내 그의 두 발바닥이

차지하는 넓이가 되고 말았다. 자 이제는? 모르는 나라, 아무도 자기를 알 리

없는 먼 나라로 가서, 전혀 새사람이 되기 위해 이 배를 탔다. 사람은, 모르는 15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 성격까지도 마음대로 골라잡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

성격을 골라잡다니! 모든 일이 잘될 터이었다. 다만 한 가지만 없었다면. 그는

두 마리 새들을 방금까지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무덤 속에서 몸을 푼 한 여

자의 용기를, 방금 태어난 아기를 한 팔로 보듬고 다른 팔로 무덤을 깨뜨리고

하늘 높이 치솟는 여자를, 그리고 마침내 그를 찾아내고야 만 그들의 사랑을. 20

‘ 푸른 광장 ’ 이 의미하는 돌아서서 마스트를 올려다본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바다를 본다. 큰 새


것은 무엇일까?
와 꼬마 새는 바다를 향하여 미끄러지듯 내려오고 있다. 바다. 그녀들이 마음

껏 날아다니는 광장을 명준은 처음 알아본다. 부채꼴 사북까지 뒷걸음질 친 그


꼴호즈 콜호스. 소련의 집
는 지금 핑그르 뒤로 돌아선다. 제정신이 든 눈에 비친 푸른 광장이 거기 있다.
단 농장.
사북 접었다 폈다 하는 부 자기가 무엇에 홀려 있음을 깨닫는다. 그 넉넉한 뱃길에 여태껏 알아보지 못 25
채의 아랫머리나 가위다리
의 교차된 곳에 박아 돌쩌귀 하고, 숨바꼭질을 하고, 피하려 하고 총으로 쏘려고까지 한 일을 생각하면, 무
처럼 쓰이는 물건.
엇에 씌었던 게 틀림없다. 큰일 날 뻔했다. 큰 새 작은 새는 좋아서 미칠 듯이,
마스트 배의 중심선 상의
갑판에 수직으로 세운 기둥. 물속에 가라앉을 듯, 탁 스치고 지나가는가 하면, 되돌아오면서, 그렇다고 한

266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66 18. 11. 23. 오후 6:31


다. 무덤을 이기고 온, 못 잊을 고운 각시들이, 손짓해 부른다. 내 딸아.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옛날, 어느 벌판에서 겪은 신내림이, 문득 떠오른다. 그러자,

언젠가 전에, 이렇게 이 배를 타고 가다가, 그 벌판을 지금처럼 떠올린 일이,

그리고 딸을 부르던 일이, 이렇게 마음이 놓이던 일이 떠올랐다. 거울 속에 비 ‘ 거울 속에 비친 남자 ’는


누구이며, 활짝 웃는 이유
05 친 남자는 활짝 웃고 있다. 는 무엇일까?

밤중.

선장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얼른 손목에 찬 야

광 시계를 보았다. 마카오에 닿자면 아직 일렀다.

“무슨 일이야?”
10 “석방자가 한 사람 행방불명이 됐습니다.”

“응?”

“지금 같은 방에 있는 사람이 신고해 와서, 인원을 파악해 봤습니다만, 배 안

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선장은 계단을 내려가면서 물었다.


15 “누구야, 없다는 게?”

“미스터 리 말입니다.”

이튿날.

타고르호는, 흰 페인트로 말쑥하게 칠한 3,000톤의 몸을 떨면서, 한 사람의

손님을 잃어버린 채 물체처럼 빼곡히 들어찬 남중국 바다의 훈김을 헤치며 미


20 끄러져 간다.

흰 바닷새들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마스트에도, 그 언저리 바다에도.


훈김 연기나 김 따위로 생
아마, 마카오에서, 다른 데로 가 버린 모양이다. 기는 훈훈한 기운.

작품을 감상한 후 나의 한 줄 느낌 나의
감상

( 4 ) 광복 이후의 문학 267

책1.indb 267 18. 11. 23. 오후 6:31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명준’을 설득하기 위해 북측과 남측이 내놓은 논리는 무엇인지


정리해 보자.

동 북측의 논리

남측의 논리

2 ‘명준’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여, 작품 속 소재의 의미를 파악해 보자.

도움말 | ‘명준 ’은 자신
1 ‘부채’와 ‘사북 자리’의 상징적 의미를 말해 보자.
의 삶의 터가 부채의 넓
은 테두리 쪽에서 점점 ‘부채’ ‘사북 자리’
안으로 오므라들고 있다
고 말한다. 점점 좁아지
는 삶의 터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지 ‘명준 ’이
현재 처한 상황을 바탕으
로 생각해 본다.

2 ‘두 마리 새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자.

3 다음은 이 작품의 서문이다. 이를 참고하여 작품의 제목인 ‘광장’의 의미를 ‘밀실’과


비교하여 생각해 보자.

도움말 | ‘광장’과 ‘밀실’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의 의미를 남북한의 상
황, ‘명준’의 이상향과 연 인간을 이 두 가지 공간의 어느 한쪽에 가두어 버릴 때, 그는 살 수 없다. 그럴
관 지어 파악해 본다. 때 광장에 폭동의 피가 흐르고 밀실에서 광란의 부르짖음이 새어 나온다. 우리는
분수가 터지고 밝은 햇빛 아래 뭇꽃이 피고 영웅과 신들의 동산으로 치장이 된 광
장에서 바다처럼 우람한 합창에 한몫 끼기를 원하며 그와 똑같은 진실로 개인의
일기장과 저녁에 벗어 놓은 채 새벽에 잊고 간 애인의 장갑이 얹힌 침대에 걸터앉
아서 광장을 잊어버릴 수 있는 시간을 원한다.

268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68 18. 11. 23. 오후 6:31


ペ븍"넘쟀겠
문학과 시대 상황

4 다음 신문 기사를 읽고, ‘명준’이 중립국을 선택한 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

제3국행 포로의 어제와 오늘


1954년 2월 21일, 6·25 전쟁 당시 전쟁 포로였던 88명이 인도행 배에 몸을 실었다. 북한군
과 남한군 포로 76명은 남과 북 어디로도 가기를 원하지 않았고, 중국군 포로 12명 또한 마찬
가지였다. 이들은 갈등과 대립의 한편에 서기를 거부하고 ‘제3의 선택’ 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뚜렷한 사상적 지향에 따라 ‘중립국’ 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전쟁이 없는 곳
으로 가고 싶어 ‘제3국’ 을 선택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인도, 브라질, 아르
헨티나 등으로 가 ‘이민 1세대’ 가 된 이들 가운데 일부는 현지에서 나름대로 탄탄한 기반을
잡았다. 그러나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전쟁의 상처를 보듬고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 『한겨레신문』(2003. 7. 9.)

1 ‘명준’이 중립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2 ‘명준’의 선택에 대해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보자.

비판적 . 창의적 사고
5 ‘명준’이 중립국에 도착했다고 가정하고, 모둠별로 이 작품의 결말을 상상하여 써 보자.

도움말 | 작품 전체의 줄거리


와 주제를 고려하여 결말을
자유롭게 상상하여 써 보고,
발표를 통해 다른 친구들의
생각도 공유해 본다.

( 4 ) 광복 이후의 문학 269

책1.indb 269 18. 11. 23. 오후 6:31


감상을
작품 1 광장
마치며

감상의 정리
「광장」은 남과 북의 이념적 대립 상황에서 고뇌하고 갈등하는 한 지식인의 모습을 통해, 분
단 현실에서 남북한 사회가 지닌 이념적 허상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소설이다. 이 작품에
서 주인공인 ‘명준’이 중립국을 선택했다가, ‘은혜’와 태어나지 못한 아이의 표상인 갈매기를
따라 바다에 몸을 던지는 것은 이 작품이 지닌 현실적 한계로 인식된다. 그렇지만 남북 분단
상황에 대해 정면으로 다루면서 이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지닌 인물을 그려 냈다는 점에서 의
의가 있다.

지식 창고
분단 소설
분단 소설이란 6・25 전쟁 이후 고착된 남북 분단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에 두고 창작된
소설을 일컫는다. 분단 소설은 주로 이념 갈등에 의한 분단의 모순과 문제, 이산가족의 아픔과
상처의 치유, 분단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과 노력 등을 주제로 다룬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는 최인훈의 「광장」을 비롯해 윤흥길의 「장마」, 박경리의 「시장과 전장」, 박완서의 「엄마의 말
뚝 2」, 황석영의 「한씨 연대기」, 김원일의 「노을」, 조정래의 「태백산맥」, 이문열의 「영웅 시대」,
임철우의 「아버지의 땅」, 전상국의 「아베의 가족」 등을 들 수 있다.

더 읽어 보기

인물 최인훈
갈등

「오발탄」 이범선 「모래톱 이야기」 김정한

6・25 전쟁 때 월남한 가족의 비참한 조마이 섬을 배경으로 비참하게 짓밟


처지를 통하여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그 히며 살아가는 농민들의 삶을 통해 부조
린 소설. 인물이 현실에 대처하는 태도 리한 현실을 그려 낸 소설. 작품에 나타
를 중심으로 감상해 보자. 난 갈등의 양상을 비교해 보자.

270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70 18. 11. 23. 오후 6:31


작품
2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암울하고 억압적인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1980년대의 시이다. 작품에 반영
된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서 화자의 현실 인식과 태도에 주목하여 작품을 감상해 보자.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영화(映 )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황지우


(1952~)
05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시인. 감성적인 서정시뿐

삼천리 화려 강산의 만 아니라 현실에 대한 대응


으로 전통적인 시 형식을 깨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뜨리는 풍자시를 많이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겨울–나
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 떼들이 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등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있다.
10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을숙도 부산광역시 사하


구에 속하는 섬. 낙동강 하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류의 철새 도래지로 널리 알
려져 있다.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15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20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가장 인상적인 표현과 그 이유 나의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감상

주저앉는다

( 4 ) 광복 이후의 문학 271

책1.indb 271 18. 11. 23. 오후 6:31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자.


주요 내용

1~2행 영화관에서 영화가 상영하기 전에 애국가를 경청함.

3~10행

11~20행

문학과 시대 상황

2 이 작품이 창작된 시대 상황을 고려하여, 시구의 의미와 어조의 효과를 파악해 보자.

도움말 | 이 작품이 창작
1 창작 당시의 시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다음 시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지 말해 보자.
된 1980년대는 광주 민
주화 운동 이후 군사 정 삼천리
권의 폭압적인 정치 속에 화려 강산
서 갈등과 억압을 겪어야
하는 시기였다. 일렬 이열
삼렬 횡대

이 세상 밖

2 새들이 날아가면서 내는 소리인 ‘끼룩’과 ‘낄낄’에 나타난 화자의 어조와 그 효과를 생


각해 보자.

‘끼룩’, ‘낄낄’에서 나는 이러한 어조는


느낌을 받았어.
이를 통해 화자의 어조가
알 수 있지.

효과가 있어.

272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72 18. 11. 23. 오후 6:32


3 스크린 속 상황과 객석 상황의 대비를 통해 나타나는 화자의 태도를 파악해 보자.

스크린 속 상황

객석 상황

화자의 태도

ペ븍"넘쟀겠
문학과 시대 상황

4 다음은 1970년대에 발표한 작품이다. 당시의 시대 상황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


지 살펴보고, 화자의 처지를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와 비교해 보자.

참고 자료 | 「농무」
이 작품은 1970년대의 급격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한 산업화 정책 때문에 파괴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무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되어 가던 농촌의 현실과 농
민들의 한을 노래한 시이다.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 친들 무엇하랴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꺽정이 임꺽정. 조선 명종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때의 의적. 백정 출신으로, 탐
관오리를 죽이고 그 재물을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빼앗아 빈민에게 나누어 주는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일을 함.
서림이 임꺽정의 참모로, 임
처녀 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한 다리를 들고 날나리를 불꺼나
꺽정을 배신한 인물.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쇠전 소를 사고파는 장.
- 신경림, 「농무(農舞)」
도수장 도살장.

1 이 작품이 창작될 당시의 시대 상황을 확인하고, 작품의 내용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보자.

2 이 작품의 화자의 처지를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와 비교해 보자.

( 4 ) 광복 이후의 문학 273

책1.indb 273 18. 11. 23. 오후 6:32


감상을
작품 2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마치며

감상의 정리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는 1980년대 영화관의 모습을 통해, 군사 독재로 인한 암울한 현실
과 이에 대한 무력감을 그려 낸 시이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울려 퍼지
는 애국가의 화면 속에 나오는 새 떼의 비상을 보며, 자신도 새 떼들처럼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 소망을 갖는다. 하지만 지상을 이륙하여 장대하게 날아오르는 새 떼와는 대
조적으로 현실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화자의 좌절감과 절망감을 드러냄으로써 당대의 억압
적인 현실을 풍자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지식 창고
음성 상징어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에서 사용된 ‘끼룩’, ‘낄낄’ 등의 음성 상징어는 현실에 대한 화자
의 냉소적 태도를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음성 상징어란 어떤 특정한 뜻이나 인상을 상징적인
음성으로 표현한 것이다. 대개 사람이나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낸 말인 ‘의성어’나 모양이나 움
직임을 흉내 낸 말인 ‘의태어’를 사용하여 표현한다. 음성 상징어를 구사하면 운율을 형성할
수 있고, 작품의 주제와 연결되어 강한 인상을 주는 효과가 있다.
박두진의 「청산도」 중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흐르는 골
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에서 음성 상징어 ‘철철철’, ‘줄줄줄’은
대상을 생동감 있게 나타낸다. 또한 정지용의 「향수」 중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
리는 곳’에서 음성 상징어 ‘도란도란’은 단란하고 행복한 시적 상황을 효과적으로 나타낸다.

더 읽어 보기

갈래 화자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원작 / 주인석 각본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정치・사회 고발적 성격이 짙은 황지 ‘물 ’과 ‘불 ’의 대립적 이미지를 통해


우의 시 50여 편을 골라 에피소드로 극 생명력이 충만한 삶을 맞이하자는 소망
화한 희곡. 시와 연극의 상관관계를 중 을 노래한 시. 화자가 꿈꾸는 세상의 모
심으로 감상해 보자. 습을 비교하여 감상해 보자.

274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74 18. 11. 23. 오후 6:32


작품
3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새 출발을 앞둔 사람들이 지녀야 할 자세를 당부한 수필이다. 작가가 말하려는 바
를 바탕으로 이 작품이 주는 교훈과 감동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새 출발점에 선 당신에게 신영복

나와 같이 징역살이를 한 노인 목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노인이 신영복


(1941~2016)
05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에서 내가 받은 충격
작가, 대학교수. 오랜 수
은 잊을 수 없습니다. 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붕부터 감 생활을 바탕으로 인생에
대한 사색과 성찰을 담은 글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거꾸로였습니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 을 남겼다. 주요 저서로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
도리・들보・서까래・지붕의 순서로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 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등이 있다.
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10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 온 나의 무심함이 부

끄러웠습니다. 나의 서가(書架)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낭패감이었습니다. 나는 ‘ 나의 서가 ’ 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낭패감이 든 이유
지금도 책을 읽다가 ‘건축’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한동안 그 노인의 얼굴을 상기 는 무엇일까?
합니다.

차치리(且置履)라는 사람이 어느 날 장에 신발을 사러 가기 위하여 발의 크


15 기를 본으로 떴습니다. 이를테면 종이 위에 발을 올려놓고 발의 윤곽을 그렸습

니다. 한자(漢字)로 그것을 탁(度)이라 합니다. 그러나 막상 그가 장에 갈 때는

깜박 잊고 탁을 집에 두고 갔습니다. 신발 가게 앞에 와서야 탁을 집에다 두고

온 것을 깨닫고는 탁을 가지러 집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제법 먼 길을 되돌아가

서 탁을 가지고 다시 장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장이 파하고 난 뒤였습니다.


20 그 사연을 듣고는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탁을 가지러 집에까지 갈 필요가 어디 있소. 당신의 발로 신어 보면 될 일이 판이하였기 비교 대상의


성질이나 모양, 상태 따위가
아니오.” 아주 달랐기.

차치리가 대답했습니다. 도리 서까래를 받치기 위


하여 기둥 위에 건너지르는
“아무려면 발이 탁만큼 정확하겠습니까?” 나무.

( 4 ) 광복 이후의 문학 275

책1.indb 275 18. 11. 23. 오후 6:32


주춧돌부터 집을 그리던 그 노인이 발로 신어 보고 신발을 사는 사람이라면

나는 탁을 가지러 집으로 가는 사람이었습니다.

탁(度)과 족(足), 교실과 공장, 종이와 망치, 의상(衣裳)과 사람, 화폐와 물건,

임금과 노동력, 이론과 실천……. 이러한 것들이 뒤바뀌어 있는 우리의 사고

(思考)를 다시 한번 반성케 하는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05

‘ 나 ’ 가 당신을 위로하지 나는 당신을 위로하기 위하여 이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로’는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진정한 애정이 아닙니다. 위로는 그 위로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가 위

로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확인케 함으로써 다시 한번 좌절하게 하는 것이기 때

문입니다.

나는 당신이 대학의 강의실에서 이 편지를 읽든 아니면 어느 공장의 작업대 10

옆에서 읽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어느 곳에 있건 탁이 아닌 발을 상대하고 있

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당신이 사회의 현장에 있다면 당신은 당신의 살아 있는 발로 서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당신이 대학의 교정에 있다면 당신은 더 많은 발을 깨

달을 수 있는 곳에 서 있는 것입니다. 대학은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15

‘종속의 땅’이기도 하지만 그 연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가능성의 땅’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그동안 못 했던 일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

을 찾아가겠다고 했습니다. 대학이 안겨 줄 자유와 낭만에 대한 당신의 꿈을

모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얽매여 있던 당신의 질곡을 모르지 않습니다. 당 20

신은 지금 그러한 꿈이 사라졌다고 실망하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됩니다.

그러나 ‘자유와 낭만’은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자유와 낭만은 ‘관계의 건설

공간’이란 말을 나는 좋아합니다. 우리들이 맺는 인간관계의 넓이가 곧 우리들

이 누릴 수 있는 자유와 낭만의 크기입니다. 그러기에 그것은 우리들의 일상

질곡 몹시 속박하여 자유 (日常)에 내장되어 있는 ‘안이한 연루(連累)’를 결별하고 사회와 역사와 미래 25


를 가질 수 없는 고통의 상
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를 보듬는 너른 품을 키우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연루 남이 저지른 범죄에 그리하여 당신이 그동안 만들지 않고도 공부할 수 있게 해 준 수많은 사람들의
연관됨. 여기서는 ‘관련 ’,
‘관계’를 말한다. 얼굴을 만나는 연대의 장소입니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발의 임자를 깨닫

276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76 18. 11. 23. 오후 6:32


게 하는 ‘교실’입니다. 만약 당신이 대학이 아닌 다른 현장에 있다면 더 쉽게 그

들의 얼굴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수능 시험 성적 100점은 그야말로 만점인 100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올해 당신과 함께 고등학교를 졸업한 67만 5천 명의 평균


05 점수입니다. 당신은 친구들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중간은 풍요한 자리입니다. 수많은 곳,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자리입니다. 그

보다 더 큰 자유와 낭만은 없습니다.

언젠가 우리는 늦은 밤 어두운 골목길을 더듬다가 넓고 밝은 길로 나오면서 ‘ 나 ’가 말하는 진정한 ‘ 합


격자 ’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뻐하였습니다. 아무리 작은 실개천도 이윽고 강을 만나고 드디어 바다를 만
10 나는 진리를 감사하였습니다. 주춧돌에서부터 집을 그리는 사람들의 견고한

믿음입니다. 당신이 비록 지금은 어둡고 좁은 골목길을 걷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발로 당신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한

언젠가는 넓은 길, 넓은 바다를 만나리

라고 믿고 있습니다. 드높은 삶을 ‘예비’ 가장 인상적인 문장과 그 이유 나의


감상
15 하는 진정한 ‘합격자 ’가 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의 어디쯤에서 당

신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4 ) 광복 이후의 문학 277

책1.indb 277 18. 11. 23. 오후 6:32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의 형식과 내용상의 특징을 파악해 보자.

동 형식

작가의 체험을 일화로 제시하고 있음.


내용상의
특징

2 이 작품의 처음 부분에 제시된 일화의 내용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한 바를 말해 보자.

도움말 | 작가가 자신의 본질인 것 본질이 아닌 것


깨달음을 효과적으로 전
달하기 위해 활용한 비유 ‘ 주춧돌 → 기둥 → 도리 → 들보 → 서
적 표현들을 파악하고, 노인 목수의
까래 → 지붕 ’과 같이 집을 짓는 순서
그림
작가의 의도에 따라 그 대로 그림.
대상들을 구분해 본다.

‘차치리’
이야기

작가가 전달하고자 한 바

3 이 작품에서 언급한 ‘당신’은 누구인지 생각해 보고, 이 작품이 ‘당신’ 이외의 사람들
에게도 교훈을 줄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지 말해 보자.

278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78 18. 11. 23. 오후 6:32


ペ븍"넘쟀겠
문학과 시대 상황

4 다음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에 반영된 당시 세태에 대한 작가의 비판 의식을 「새 출발


점에 선 당신에게」와 비교해 보자.

참고 자료 | 「우리 동네 구자
명 씨」 맞벌이 부부 우리 동네 구자명 씨 그래그래 저 십 분은
이 작품은 출근 버스에 오
르자마자 졸고 있는 구자명 씨
일곱 달 된 아기 엄마 구자명 씨는 새벽녘 만취해서 돌아온 남편을
를 통해 맞벌이 여성의 삶의 출근 버스에 오르기가 무섭게 위하여 버린 시간일 거야
모습을 그리고 있는 시이다.
아침 햇살 속에서 졸기 시작한다 고단한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잠 속에 흔들리는 팬지꽃 아픔
경적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식탁에 놓인 안개꽃 멍에
옆으로 앞으로 꾸벅꾸벅 존다 그러나 부엌문이 여닫히는 지붕
차창 밖으론 사계절이 흐르고 마다
진달래 피고 밤꽃 흐드러져도 꼭 여자가 받쳐 든 한 식구의 안식이
부처님처럼 졸고 있는 구자명 씨, 아무도 모르게
그래 저 십 분은 죽음의 잠을 향하여
간밤 아기에게 젖 물린 시간이고 거부의 화살을 당기고 있다
또 저 십 분은
멍에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간밤 시어머니 약시중 든 시간이고 - 고정희, 「우리 동네 구자명 씨」
구속이나 억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두 작품 속에 반영된 세태:

두 작품 속에 담긴 작가의 비판 의식:

자기 성찰 . 계발

5 ‘새 출발점에서 선 나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글을 써 보자. 이를


누리 소통망(SNS)에 공유해 보고, 친구들의 반응 중 인상 깊은 것을 소개해 보자.

( 4 ) 광복 이후의 문학 279

책1.indb 279 18. 11. 23. 오후 6:32


감상을
작품 3 새 출발점에 선 당신에게 마치며

감상의 정리
「새 출발점에 선 당신에게」는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시작할 때 갖추어야 할 삶의 자세에 대하
여 편지 형식으로 쓴 수필이다. 작가는 감옥에서의 경험과 고사(故事)에 나오는 인물인 ‘차치
리’의 이야기를 들어 추상적 관념에 의존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실천 속에서 살아가기를 당부하
고 있다. 이 작품에서 ‘당신’은 표면적으로는 대학에 합격한 예비 수험생을 의미하지만, 내면적
으로는 본질을 보지 못하고 겉모습과 형식에 집착하는 모든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세상에 나아갔을 때 중요한 것은 성적, 실력 등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많
은 사람들과의 연대이며, 이러한 삶을 실천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임을 깨우쳐 준다.

지식 창고
「가장 먼 여행」
생각은 가슴이 합니다. 생각은 가슴으로 그것을 포용하는 것이며, 관점을 달리한다면 내가
거기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생각은 가슴 두근거리는 용기입니다. 공부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애정과 공감입니다.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먼 여행이 남아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우리
가 발 딛고 있는 삶의 현장을 뜻합니다. 애정과 공감을 우리의 삶 속에서 실현하는 것입니다.
공부는 세계 인식과 인간에 대한 성찰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이 공부이고 공부가 삶이라
고 하는 까닭은 그것이 실천이고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세계를 변화시키고 자기를 변
화시키는 것입니다.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며, ‘가슴에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 신영복, 『담론: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더 읽어 보기

주제 구성
신영복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박완서 「미안합니다」 장영희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작가가 경험한 두 개의 일화를 통해


꼴찌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수필. 깨닫게 된 ‘미안합니다’라는 말의 가치
작품이 주는 교훈과 감동을 생각하며 감 를 이야기한 수필. 일화를 활용한 방식
상해 보자. 을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280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80 18. 11. 23. 오후 6:32


4 광복 이후의 문학

광복 직후 문학

극심한 이념적 자연 지향, 현실에 대한 인식 심화, 전통적 정서에 대한 관심 등의 내용을 다룬


대립과 갈등을 시가 창작됨.
겪게 됨. 광복 이후의 사회 현실과 인간의 근원적인 삶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 발표됨.

1950년대~1990년대 이후의 문학

6・25 전쟁의 비극적 체험과 전후 사회, 분단 문제 등이 다루어짐.


1950년대 전후시(戰後詩)와 전통적 서정 계열 및 모더니즘 계열의 시가 창작됨.
부조리한 현실 고발, 인간 실존 탐구, 인간에 대한 애정을 담은 소설이 창작됨.

4・19 혁명과 5・16 군사 정변을 겪으며 문학에서는 현실 참여와 자율성이 대두됨.


적극적인 참여의 목소리를 낸 현실 참여시와 시 문학의 본질적 영역을 탐구한 순수 서정시가 전
개됨.
1960년대
분단에 대한 인식이 심화되고,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묘사하거나 현대인의 소외와
방황을 다룬 소설이 창작됨.
사실주의극이 성행하고, 부조리극과 같은 새로운 양식이 도입됨.

급격한 산업화와 농촌 공동체의 붕괴, 열악한 노동 환경 문제, 민주화의 요구 등이 다루어졌으며,


노동자나 농민, 도시 하층민 등 민중의 소외된 현실을 고발하고 그 개선을 모색하는 것에 관심을
1970년대 둠.
희곡은 실험적인 연출과 전통의 현대적 수용이 이루어졌으며, 수필은 문학 시장이 확대되며 작자
층과 독자층이 확장됨.

5・18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민주화의 열망이 다루어짐.


시는 시대 상황에 대한 고발 및 풍자, 새로운 형식의 실험, 시적 서정성 확립 등의 양상을 보였으
1980년대
며, 소설은 사회 현실을 고발한 작품과 대하소설이 많이 발표됨.
마당극을 계승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풍자극이 활발히 창작됨.

이전 시기의 문학과 달리 개인의 일상과 내면에 관심을 두게 됨.


1990년대
여성 작가의 문학 활동이 확대되고, 환경과 생태에 대해 관심을 두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1980년
이후
대 운동권 이야기를 돌아보는 후일담 문학 등이 형성됨.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259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사람들의 삶이 다원화되었기 때문에 개인의 일상과 내면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었고, 문학 작품의 주제도 다양하게
변화하였다.

( 4 ) 광복 이후의 문학 281

책1.indb 281 18. 11. 23. 오후 6:32


5
[ 학습 목표 ]
•지역 문학과 한민족 문학, 전통적 문학과 현대적 문학 등 다양한 양태
를 중심으로 한국 문학의 발전상을 탐구한다.
•미래의 한국 문학이 나아갈 바를 탐구하고, 세계화와 더불어 한국 문학
의 개념이나 범위를 모색한다.

한국 문학의
발전상
빎ピ패"
물겠

나의 진로 탐색하기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지?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위의 상황은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기 위해


스스로를 살피고 이해하려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한국 문학의 미래를 탐색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살피고 이해해야 할까?

282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82 18. 11. 23. 오후 6:32


작품 1 작품 2

_리진 _은희경

한민족 문학의 개념과 그 의의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 디지털화된 새로운 문학의 특징과 전통적인 문학과
을 감상하기. 의 관계를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하기.

우리는 자신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살피고 이해해 봄으로써 자신이 나아갈 방향과 발
전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 문학이 나아갈 바를 탐색해 보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 문학의 내적 다양성과 외적 전개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한국 문학을 입체적이
고 포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문학과 한민족 문학이라는 공간적 상황과, 전통적 문학과 현대적 문학
이라는 시간적 상황 등의 다양한 양태를 중심으로 한국 문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
문학은 지역의 특수성과 독창성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한민족 문학은 해외로 이주한 우
리 국민들의 감정과 정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한국 문학의
바람직한 정립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또한 북한 문학에 대한 파악 역시 통일 시대를 대비
하여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적 문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대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이 사
회와 문화의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며, 이러한 추세에 따라 문학 역시 발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다. 인터넷 소설과 같이 디지털화된 현대적 문학과 문자로 기록된 전통
적인 문학의 관계를 파악하고, 그 변화 양상을
살펴보는 것은 미래의 한국 문학이 나아갈 방 해 보자.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향을 탐색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까지일까?
한민족 문학의 범주는 어디

( 5 ) 한국 문학의 발전상 283

책1.indb 283 18. 11. 23. 오후 6:32


작품
1
감상 열기 이 작품은 러시아에서 거주했던 시인이 그곳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를 보며 느낀 감정을
그려 낸 시이다. 한민족 문학의 개념과 그 의의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구부정 소나무 리진

리진 숲의 먼 끝에 한 그루 외따로
(1930~2004)

시인. 함경남도 함흥 출신
구부정 소나무가 서 있다 05

으로, 1957년 러시아로 망명


로씨야 땅에서 보기 드문
하였다. 1992년 해외 한국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주요 구부정 소나무가 서 있다
작품으로는 「윤선이」, 「싸리
섬은 무인도」, 「해돌이」 등이
있다. 그 곁을 지날 때면 언제나

가만히 눈물을 머금는다

저도 몰래 주먹을 쥔다 10

가슴이 소리 없이 외친다

멀리서 아끼는 사랑이

얼마나 애틋한지 아느냐

길 떠난 아들을 잊지 마라
로씨야 러시아. 구부정 소나무의 내 나라 15

작품을 감상한 후 나의 한 줄 느낌 나의
감상

284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84 18. 11. 23. 오후 6:33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화자가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말해 보자.

동 화자가 있는 곳:
화자가 보고 있는 것:

2 다음 시구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이를 통해 화자의 주된 정서를 파악해 보자.

시구 의미

가슴이 소리 없이 외친다

멀리서 아끼는 사랑

길 떠난 아들

구부정 소나무의 내 나라

화자의 주된 정서

한민족 문학

3 다음 항목에 해당하는 내용을 써 보고, 이를 근거로 이 작품이 한국 문학에 포함되는


이유와 한국 문학으로서 지니는 가치가 무엇인지 말해 보자.
도움말 | 해외 각 지역의
창작 주체 내용 및 정서 표기 방법
동포 문인들은 모국어에
대한 애착을 바탕으로,
민족적 동질성을 확보하
기 위해 많은 문학 작품
들을 창작하고 있음을 고
려해 본다. 한국 문학에
포함되는 이유

한국 문학으로서
지니는 가치

( 5 ) 한국 문학의 발전상 285

책1.indb 285 18. 11. 23. 오후 6:33


ペ븍"넘쟀겠
지역 문학

4 다음 작품에 나타나는 지역적 특징을 찾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문학이 지니는 가


치 및 의의를 말해 보자.

참고 자료 | 「여우난골족」
이 작품은 명절을 맞아 큰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
집으로 나서는 시점부터 다음
는 큰집으로 가면
날 아침까지의 이야기를 시간
의 흐름에 따라 서사적으로
드러낸 시이다. 시인은 자신의 얼굴에 별 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로에 베 한 필을 짠다
고향인 평안북도 정주의 모습 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을 토속어를 사용하여 생생하
작은 이녀(李女)
게 묘사하고 있다.
열여섯에 사십(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
도움말 | 한국 문학은 각 지
역의 문화를 기반으로 형성・
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
발전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여 山) 고무 고무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承)동이
지역 문학의 가치를 생각해
육십 리(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山)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본다.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든 말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 골 고
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洪)동이 작은 홍(洪)동이
배나무 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
디젓 담그려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 엄매 사춘 누이 사춘 동생들
포족족하니 빛깔이 고르지
않고 파르스름한 기운이 도는.

매감탕 엿을 고아 낸 솥을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 안에서는 새 옷의 내


씻은 단물. 또는 메주를 쑨 솥
음새가 나고
에 남은 걸쭉한 물.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은 잔
오리치 평북 지방에서 오리
사냥에 쓰이는 사냥 도구. 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여우난골족 여우난 골 부근 - 백석, 「 여우난골족」 중에서
에 사는 일가 친척들.

한국 문학의 변화와 발전 의사소통

도움말 | 분단 이후의 북한
5 한국 문학의 발전을 위한 관점에서, 한민족 문학이나 지역 문학을 대하는 우리의 바람
문학 역시 한민족 문학의 범 직한 자세에 대해 모둠별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주에 포함된다는 점을 함께
고려한다.

286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86 18. 11. 23. 오후 6:33


감상을
작품 1 구부정 소나무
마치며

감상의 정리
「구부정 소나무」는 시인이 러시아 망명 중, 고국에서 볼 수 있는 ‘구부정 소나무’를 보고 고
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시이다. 1연에서는 러시아 땅에서 본, 숲의 끝에 외따로 서 있는 구
부정 소나무의 모습을 제시하였고, 2연에서는 ‘눈물을 머금는다’, ‘주먹을 쥔다’, ‘소리 없이 외
친다’와 같이 소나무를 지날 때 점차 동요되는 격렬한 감정을 표현하였다. 3연에서는 조국에
대한 사랑을 ‘멀리서 아끼는 사랑’으로, 화자 자신을 ‘길 떠난 아들’로 표현하여 멀리서도 조국
을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화자의 심경을 잘 드러내고 있다.

지식 창고
지역 문학과 한민족 문학
각 지방의 지역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창작되어, 우리 민족의 정서와 사상적인 측면에서 보
편성과 공감대를 형성한 작품들을 ‘지역 문학’이라 한다. 각 지역의 「아리랑」은 대표적인 지역
문학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국인이 현지에 살면서 체험한
삶과 경험을 한국어로 창작한 작품을 ‘한민족 문학’이라고 한다. 남북 분단 이후 북한 문학 역
시 한민족 문학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한민족 문학은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
와 사상을 바탕으로 우리 민족이 추구하는 가치를 제시함으로써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
으며, 우리 문학의 범위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더 읽어 보기

주제 리진
갈래

「두만강 돌멩이」 윤청남 「황진이」 홍석중

두만강 강변에 있던 돌멩이들이 사라 ‘송도삼절’이라 불리었던 황진이의 일


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노래한 시. 중심 생을 새로운 시각에서 그린 소설. 한민
소재에 담겨 있는 상징적 의미와 작품의 족 문학에 포함되는 북한 문학의 의의에
주제를 비교하여 감상해 보자. 주목하여 감상해 보자.

( 5 ) 한국 문학의 발전상 287

책1.indb 287 18. 11. 23. 오후 6:33


작품
2
감상 열기 이 작품은 한 출판사의 인터넷 카페에 연재된 인터넷 소설이다. 디지털화된 새로운 문학의
특징과 전통적인 문학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소년을 위로해 줘 은희경

은희경 앞부분 줄거리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연우는 이사를 한 뒤, 학교를 배정받기 위해 전학을 추첨하
(1959~)
는 곳에 가게 된다. 연우가 원서를 쓸 때 앞에 서 있던 독고태수라는 아이는 처음 본 사이인데도 연우 05
소설가. 풍부한 상상력과
에게 친밀하게 말을 건다. 연우는 독고태수의 첫인상이 영 마땅찮았지만, 입술 위에 작은 흉터를 보고
감각적 문체를 구사한 작품
을 주로 썼다. 주요 작품으 는 독고태수가 순진한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연우는 독고태수를 또
로는 「새의 선물」, 「마지막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함께 버스를 탄다.
춤은 나와 함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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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일일 연재] 소년을 위로해 줘( 회) 전체 공개 2010. . . 10

주소 복사
은희경 (hiph*****) 1:1

“난 독고태수야.”
내가 강연우라고 이름을 말하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알아, 아까 접수 때 서류에서 이름 봤어.”
하긴 앞뒤로 서 있었으니 나만 독고태수의 이름을 봤으란 법은 없지. 신경이 쓰였든 관심이 갔든. 그거, 비 15

슷한 말인가?
몇 정류장 지나자 맨 뒷자리가 빈다. 독고태수와 나는 거기 나란히 앉는다. 안쪽에 서 있던 내가 창가 자리
이다. 별로 할 말은 없고, 그런데 참, 미스터 심드렁이라니, 좀 시큰둥해 보인다는 뜻인가?
내가 묻자마자 독고태수가 주머니에서 엠피스리(MP3)를 꺼낸다.
“노래 제목이야. 들어 볼래?” 20

288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88 18. 11. 23. 오후 6:33


그거였군.
나는 터치 패드를 밀며 엠피스리(MP3)에 저장된 곡을 찾기 시작하는 독고태수의 기다란 손가락을 본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책을 읽는다거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건 내 취향이 아니다. 저혈압인 엄마는 귓속의
무슨 관이 균형을 잘 잡지 못해 차 안에서 책을 못 읽는다고 핑계를 대곤 하는데, 나도 엄마를 닮아 그럴 거
05 라나. 하지만 나는 단지 창밖으로 스쳐 가는 경치를 보는 게 더 좋을 뿐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가수도 노래도
없고.
태수가 건네주는 커다란 헤드폰을 받아서 머리에 쓰며 나는 버스 안을 흘끔 살펴본다. 무슨 디제이도 아
니고 차 안에서 이런 걸 쓰자니 어색하기만 한데. 독고태수는 곡을 못 찾은 모양이다. 혼자 중얼거린다. 어디
갔지? 지웠나?
10 그때다. 분수대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방울들처럼 또렷하고 생기에 찬 목소리! 귓속으로 빠르게 쏟아져
들어온다.
“잠깐만.”
나는 태수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던 엠피스리(MP3)를 집어 든다.

15

그 목소리는 천둥처럼 나를 전율시킨다.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이건, 내 이야


기잖아! 한순간 온몸이 굳는다. 마치 누군가의 손이 나타나서 뻣뻣해진 내 몸을
20 낚아채 잡아끌기라도 한 듯이, 그대로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25 중간 부분 줄거리 연우가 이사하던 날 자신의 방을 유심히 쳐다보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그 아이는 같은 학교 동급생 채영이다. 채영
은 연우가 이사한 집에서 살던 민기훈과 좋아하던 사이였다. 그런데 채영은 그 사람이 이사 간 줄 모르고 연우의 집으로 엽서를 보냈
고, 연우는 그 엽서를 돌려주기 위해 채영과 만나기로 한다.

( 5 ) 한국 문학의 발전상 289

책1.indb 289 18. 11. 23. 오후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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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일일 연재] 소년을 위로해 줘( 회) 전체 공개 2010. . .

주소 복사
은희경 (hiph*****) 1:1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나는 문을 밀친다. 문틀에 달린 종이 경쾌한 소리를 낸다. 일요일 오후 네 시라는


시간 때문일까. 골목 쪽 테이블 하나에서 젊은 남녀가 이마를 맞대고 조용히 퍼즐을 맞추고 있을 뿐 카페 05

안에 다른 손님은 없다.
내가 카페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채영의 표정은 바뀌지 않는다. 나를 물끄러미 쳐다볼 뿐. 이제 그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야 할 텐데……. 누군가 나를 보고 있는 앞에서 걸음을 옮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군.
마침내 채영이 앉아 있는 테이블 앞.
“나 강연우야.” 10

그 말과 함께 나는 한 손에 들고 있던 엽서를 가볍게 들어 보인다. 채영이 입을 연다.


“알아.”
의자에 앉은 다음 테이블 위에 엽서를 내려놓는다. 카프카의 사진이 보이는 쪽으로. 엽서는 거들떠보
지도 않은 채 말을 잇는 채영.
“이사 오던 날 봤어.” 15

그날, 벽 쪽으로 몸을 붙여 숨긴 했지만 결국 내 모습을 들키고 만 모양이다.


“이삿짐센터 트럭에서 커다란 액자 같은 거 내릴 때. 옆에 서 있었지?”
다행이다. 창밖을 엿볼 때가 아니라 트럭에서 거울을 내릴 때군. 이삿짐 때문에 티셔츠도 지저분하고,
또 아저씨들이 물건을 거칠게 다루어 잔뜩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나저나 그럼 그때부
터 나를 알고 있었다는 건가? 20

채영이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전에 어디선가 나를 본 적 있어?”
“아니.”
“난 언젠가 너를 본 것 같아. 하지만 기억은 나지 않아. 아마…….”
잠깐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연 채영의 이마가 찡그려져 있다. 25

“아무것도 아닐 거야. 나는 늘 많은 걸 생각하지만 대부분을 틀리


니까. 그리고 뭘 잔뜩 써 놓은 다음에는 죄다 잊어버려.”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아 나는 고개를 조금 끄떡이고.
“내 엽서, 읽었지?”

290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90 18. 11. 23. 오후 6:33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또 얼른 대답을 하지 못한다. 잘못 배달된 엽서를 별생각 없이 읽어 본 것뿐이
지만 그래도 역시 미안한 일이긴 하다. 사과를 해야 하는 걸까?
그러나 당황하는 나와 달리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채영의 표정.
테이블 위의 엽서에 눈길을 한 번 준 다음 다시 나를 바라본다.
05 “내가 뭐라고 썼어?”
“응?”
“엽서에 뭘 썼는지 잊어버렸어.”
“그러니까……. 백조가 꽤나 시끄럽고 더럽다고.”
“맞아. 그랬었어! 발이 어찌나 더럽던지, 장화라도 신은 것 같
10 았다니까!”
다음 순간 나는 깜짝 놀란다. 채영이 깔깔 웃어서가 아니라
순간 실내가 환해지면서 내 가슴 한가운데에서도 연달아 전구가
켜지듯 웃음이 피어나 퍼져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채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말한다.
15 “내가 알아맞혀 볼게.”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애를 올려다보고,
“음, 탄산음료 마실 거지?”
뭘 마시겠냐고 묻는 건가. “뭐, 대충.” 이라고 대꾸한 뒤 나는 엉겁결에 고개까지 끄덕인다. 그리고 채
영이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하고 코발트색 나무 쟁반을 들고 돌아올 때까지, 뭐라도 해야 할
20 것 같은 불편한 기분이지만 그냥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다. 실은 탄산음료는 좋아하지 않는데……. 엄마
랑 왔을 때에도 애늙은이라는 핀잔을 들어 가며 홍차를 마셨다.
자리로 돌아온 채영이 테이블 위에 쟁반을 내려놓는다. 보라색 캔을 집더니 팔을 길게 뻗어 내게 내민
다. 어? 어! 캔은 생각보다 훨씬 차갑다. 캔을 따려다 말고 내 시선이 쟁반으로 간다. 아, 맞다. 잔에 따라
마셔야지. 얼음이 든 유리잔을 캔 옆에 내려놓는다. 채영은 의자 깊숙이 몸을 묻고 빨대로 카페라테를 마
25 시며 눈을 치켜뜬 채 나를 건너다보고 있다. 눈이 마주치자 빨대에서 입을 떼고 묻는다.
“역시 틀렸지?”
“응?”
“이 탄산음료 안 좋아하지, 그렇지?”
나도 모르게 어쩐지 웃음이 나와 버린 순간, 유리잔에 반쯤 따른 보라색 탄산음료가 얼음 사이를 빠져
30 나가며 시원하게 거품을 일으킨다. 유리잔을 가볍게 흔들며 내가 대답한다.
“아니, 좋아해. 딱 맞혔어.”

( 5 ) 한국 문학의 발전상 291

책1.indb 291 18. 11. 23. 오후 6:33


학습 ペ븍"룩염겠"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등장인물들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 성격을 파악해 보자.


말이나 행동 성격

‘연우’

‘독고태수’

‘채영’

2 이 작품에 삽입된 노래의 제목은 「소년을 위로해 줘」이다. 가사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작가가 이 노래를 삽입한 이유를 생각해 보자.

1 가사의 내용 중, 자신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면 말해 보자.

2 작가가 이 노래를 작품 속에 삽입한 의도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3 다음에 제시된 부분을 바탕으로, ‘연우’와 ‘채영’의 사이가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해 보
자. 그리고 이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을 작품에서 더 찾아보자.

도움말 | 좋아하던 사람
의자에 앉은 다음 테이블 위에 엽서를 내려놓는다. 카프카의 사진이 보이는 쪽으로.
에게 정성껏 썼던 엽서를
엽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말을 잇는 채영.
거들떠보지도 않고 ‘연
우’와 대화를 나누는 ‘채
영 ’의 태도를 근거로 생
각해 본다.
앞으로 전개될 ‘연우’와 ‘채영’의 사이 짐작할 수 있는 부분

292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92 18. 11. 23. 오후 6:33


ペ븍"넘쟀겠
전통적 문학, 현대적 문학

4 이 작품을 바탕으로 전통적 문학과 현대적 문학의 특징과 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도움말 | 인터넷에 연재되는 1 다음은 이 작품이 연재되었던 인터넷 카페에 달린 댓글들이다. 이와 같은 댓글이 작품
소설은 독자들이 댓글을 통해
의 생산과 수용의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말해 보자.
작품에 대한 생각을 적극적으
로 밝힐 수 있고, 작가는 자신
이 쓴 소설에 대한 반응을 바
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 룰루랄라 20 . . .
한 특성이 문학 작품의 생산 사춘기도 없이 보내 버린 내 어린 시절. 작품 속 아이들을 통해 다시 지나오는 느낌입니다.
과 수용에 미치는 영향을 생
각해 본다. 미운오리 20 . . .
연우와 태수의 인상적인 첫 만남! 전 태수가 참 매력적인 친구라는 생각이 드네요. 연재
초반이지만, 이 둘의 우정이 끈끈하게 쭉~~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열여덟순정 20 . . .
무엇다워야 한다는 것은 정말 누가 정한 걸까요? 진짜보다 더 강한 척하며 살아야 하는
세상! 힘들어! 이 글을 읽으며 위로받고 가네요. 앞으로도 소년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위로가
되어 주는 글, 기대합니다.

2 문자로 기록된 전통적 문학과 디지털화된 현대적 문학의 특성을 비교해 보고, 두 문학
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자.

전통적 문학

현대적 문학

두 문학의 관계:

한국 문학의 변화와 발전

5 디지털 환경 속에서 변화・발전하고 있는 한국 문학의 새로운 양상을 살펴보고, 앞으


로 한국 문학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할지 친구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자.

( 5 ) 한국 문학의 발전상 293

책1.indb 293 18. 11. 23. 오후 6:33


감상을
작품 2 소년을 위로해 줘 마치며

감상의 정리
「소년을 위로해 줘」는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17살 소년의 아픔과 성장을 통해 각자에게 어울
리는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 현대 소설이다. 작품의 제목과 같은 실제 힙합 노래의 가
사를 작품 속에 삽입하여 기존의 통념에 따르는 삶의 모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인물과 사
건의 전개를 매개하는 데에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 이 작품은 2010년 1월부터 7개월 동안 인
터넷에 연재되었으며, 이 기간 동안 작가는 ‘답글’이라는 이름의 편지글을 통해 독자들과 직접
소통했다.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이러한 글쓰기는 기존의 문학 작품 집필과 다른 방식이어서
독자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식 창고
인터넷 소설
인터넷 소설은 199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했던 ‘하이퍼 픽션(hyper fiction)’과 ‘팬 픽션
(fan fiction)’에서 시작된 것이라 본다. 하이퍼 픽션은 그래픽・사진・애니메이션・음향・음악을
사용하여 영화・소설의 재미와 예술성을 살린 컴퓨터 소설을 말한다. 그리고 팬 픽션은 대중적
으로 인기를 끄는 만화・소설・영화 등의 작품을 대상으로 팬들이 마음대로 재창작한 작품을
말한다.
인터넷 소설이 짧은 시간에 문학의 한 갈래로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을 활용하여 쌍
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젊은 독자층을 많이 확보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웹툰 역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디지털 매체를 활
용한 문학 갈래는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더 읽어 보기

작가 은희경
갈래

「새의 선물」 은희경 「개밥바라기 별」 황석영

12살 소녀의 시선으로 본, 어른들의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고교 1학년


삶의 이면을 그린 소설. 작품 속에 그려 때부터 군대 가기 전까지의 성장 과정을
진 어른들의 행동과 사회 현상을 비교하 그린 인터넷 연재소설. 디지털화된 문학
며 감상해 보자. 의 양상에 주목하여 감상해 보자.

294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94 18. 11. 23. 오후 6:33


5 한국 문학의 발전상

한민족 문학

분단 이후의 북한 문학과, 근대 전환기 이래 해외로 이주한 재외 국민 등이 한국어로 생산해 온


개념
문학을 말함.

한민족 문학의 수용과 생산 활동은 우리 문학뿐 아니라 세계 문학에도 기여함.


의의
한국 문학의 범위를 확장하고, 민족과 국가는 물론 세계 및 모국어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함.

지역 문학

지역의 정서나 생태 혹은 문화를 표현한 문학을 말함.


개념 지역의 말, 풍속, 역사를 기반으로 하여 창작됨.
그 지역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함과 동시에 한국 문학의 발전에 기여함.

국가 단위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각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 문학의 총체로서 한국 문학을 이해해야 함.

전통적 문학과 현대적 문학

전통적 문학 현대적 문학

문자로 기록하여 인쇄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방 디지털화되어 인터넷과 같은 매체에서 실시간


식을 취함. 으로 수용되고 소통됨.

새로운 문학의 관계 및 변화 양상을 이해하고


미래의 한국 문학이 나아갈 바를 탐색해야 함.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283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한민족 문학은 우리 민족이 한민족의 정서를 가지고 한국어로 창작한 문학으로, 분단 이후의 북한 문학과 재외 국민이 한
국어로 생산한 문학을 포함한다.

( 5 ) 한국 문학의 발전상 295

책1.indb 295 18. 11. 23. 오후 6:33


창의 문학 기술•가정

융합 동동 에 나타난 세시 명절 속 한식 만들기
활동 모둠별로 고려 가요 「동동」에 언급된 세시 명절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 명절
에 먹었던 음식을 만들어 보자.

1 모둠별로 「동동」에 언급된 세시 명절 중 하나를 선택하여 어떤 의미의 명절인지


조사해 보자.

예 세시 명절: 중양절
조사 내용: 음력 9월 9일로 중국에서 유래한 명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 이래로 군
신들의 연례 모임이 이날 행해졌으며, 특히 고려 때는 국가적인 향연을 벌였다. 조선
세종 때는 중요 명절로 여기고, 늙은 대신들을 위한 잔치를 열거나 특별히 과거 시험
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세시 명절

조사 내용

2 우리 모둠이 선택한 세시 명절에는 어떤 풍속이 있었는지 조사해 보자.

예 ‘등고’라는 풍속이 있어서 산에 올라 시를 지으며 풍류를 즐겼음.


각 가정에서는 국화를 넣어 국화전을 부쳐 먹었음.
국화주나 국화를 띄운 술, 국화차를 마셨음.

세시 풍속

296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96 18. 11. 23. 오후 6:33


3 2에서 조사한 세시 명절 음식 중 하나를 선택하고, 조리법을 찾아본 뒤 요리해
보자.

도움말 | 세시 명절 음식을
현대의 식생활과 접목하여 응
용한 음식을 만들어 볼 수도 준비물 요리 재료: 식용 국화꽃, 찹쌀가루 100g, 소금, 식용유, 꿀
있다. 요리 도구: 반죽 그릇, 비닐봉지, 휴대용 가스레인지, 프라이팬,
뒤집개, 숟가락, 접시

조리법 ① 준비한 식용 국화꽃을 흐르는 물에 씻고 물기를 제거한다.


② 찹쌀가루에 소금을 한 숟가락 섞고 끓는 물을 부어 가며 말랑말랑하게
반죽한다. 반죽된 것을 비닐봉지에 넣어 30분 정도 그대로 둔다.
③ 반죽을 꺼내 지름 3~4cm 정도 크기의 원으로 납작하게 빚는다.
④ ③의 반죽 위에 한쪽 면에만 꽃을 얹고 손으로 살짝 눌러 붙인다.
⑤ 달군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④의 반죽을 약한 불에 굽는다.
⑥ 식용유를 묻힌 수저로 반죽을 눌렀을 때 푹신푹신하면 꺼낸다.
⑦ 접시에 국화전을 담은 후 꿀을 그 위에 뿌린다.

만들 음식

준비물

조리법

4 각 모둠이 만든 요리를 서로 나누어 먹고, 세시 명절 속 음식을 직접 먹어 본 소


감을 말해 보자.

창의 융합 활동 297

책1.indb 297 18. 11. 23. 오후 6:33


대 스스로 점검하기

단 자기 점검
한국 문학의 갈래별 전개와 구현 양상을 설명할 수 있는가?
별점 주기

원마
문학 작품에 반영된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가?

문학과 역사의 상호 영향 관계를 이해하였는가?


지역 문학과 한민족 문학, 전통적 문학과 현대적 문학의 다양한 양태를
설명할 수 있는가?

미래의 한국 문학이 나아갈 바를 탐구하고 모색할 수 있는가?


스스로
보충하기 나는 이 단원에서
내용을 더 학습하고 싶어.
이 내용을 더 학습하기 위해

해야겠어.

스스로

한국 근대 문학
확장하기 이 단원의 학습 내용과 관련하여 한국 근대
문학관을 방문해 볼 수 있어. 한국 근대 문학관
에서는 당시의 중요한 문학 작품들을 직접 눈
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
로 한국의 근대 문학을 체험할 수 있어. 한국 근
대 문학의 성장을 주제로 한 상설전과 다양한
기획 전시를 관람할 수 있고, 학생과 시민을 대
상으로 한 문학과 인문학 강좌도 들을 수 있다
고 해.

관련 누리집 http://lit.ifac.or.kr

298 4. 한국 문학의 역사

책1.indb 298 18. 11. 23. 오후 6:34


한 권 책 읽기 상 기
다음 활동을 통해 모둠에서
읽은 문학 작품의 예고편 영상을
만들어 보자.

1 ‘한 권 책 읽기’를 계획대로 실행했는지 모둠원들과 함께 점검해 보자.

나는 쪽부터 쪽까지 책을 읽었어. 2


우리 모둠이 활동할 부분은 책의 쪽부터 까지야.

2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책 소개 영상을 감상해 보자. 4


‘책 소개 영상’ 5
또는 ‘북 트레일러’를
검색하면 참고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우리 모둠이 감상한 책 소개 영상은 (이)야.


책 소개 영상을 통해 할 수 있어.

해 보자.
책 소개 영상을 만들고, 친구들에게 소개
3 모둠원들과 함께 모둠별로 완성된 영상을 상영하고,
간단한 제작 발표회를 한다.
어떤 유형으로 만들 것인지
논의하고, 스토리보드를
작성한다.
계획에 따라
촬영을 하고,
2분 정도의 분량으로
영상을 편집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책 소개 영상은 (이)야.

대단원 마무리 299

책1.indb 299 18. 11. 23. 오후 6:34


책1.indb 300 18. 11. 23. 오후 6:36
문학에 관한
태도
1 자아 성찰과 타자 이해

2 문학의 생활화와 공동체의 문화 발전

책1.indb 301 18. 11. 23. 오후 6:36



단원
길 문학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이해하고,
어떤 태도를 길러야 할까?

문학은 인간의 가치 있는 체험을 소재로 한다. 그래
서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문제들이 문학 속에
서 다루어지며, 독자는 작품에서 다루는 삶의 문제를
고민하고 그 문제에 대한 의미를 탐색한다. 이러한 점
에서 문학은 인간과 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게 하
는 역할을 한다. 또한 독자는 문학 활동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자신의 삶과 연계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가꾸고 공동체의 문화 발전에 기여한다.
이 단원에서는 문학 활동을 통해 자아를 성찰하고
타자를 이해하며, 작품 감상의 결과를 공동체 구성원
들과 상호 소통하는 경험을 해 볼 것이다. 또한 다양
한 문학 활동에 직접 참여해 보고, 이것을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적이고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
을 논의해 볼 것이다. 이를 통해 문학 활동을 생활화
하여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고, 상생과 공존의 문화
를 발전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태도를 길러
보자.

302 5. 문학에 관한 태도

책1.indb 302 18. 11. 23. 오후 6:36


교과 역량

비판적・ 자료・정보 의사소통 공동체・ 문화 향유 자기

이 단원에서는 창의적
사고
활용 대인 관계 성찰・계발

1
자아 성찰과 타자 이해

작품 흐르는 북 _최일남

2
문학의 가치(자아 성찰, 타자 이해, 소통)

문학의 생활화와
공동체의 문화 발전

작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_푸시킨

문학의 생활화
문화 발전

문학에 관한
태도

문학 미술

창의 융합 활동 한 권 책 읽기
문학 행사 포스터 그리기 나만의 독서 계획 세우기

대단원 길잡이 303

책1.indb 303 18. 11. 23. 오후 6:36


1 [ 학습 목표 ]
•문학을 통하여 자아를 성찰하고 삶의 본질을 이해한다.
•문학을 통하여 타자를 이해하며 상호 소통하는 태도를 지닌다.

자아 성찰과
타자 이해
빎ピ패"
물겠

고흐,
귀에 붕대를 맨 자화상 (1889년)

그림에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

렘브란트, 자화상 (1640년)

윤두서, 자화상 (1710년)


자화상을 그리는
것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 같아.

위의 그림은 화가가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이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기 전,
자신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였을까?
또한,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을까?

304 5. 문학에 관한 태도

책1.indb 304 18. 11. 23. 오후 6:37


작품

_최일남

등장인물들의 태도와 가치관을 통해 세대 간 화합의


가능성을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하기.

사람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지닌 존재이다. 그러면서도 ‘나’ 아닌 ‘타자’들과 함께 어울


려 공동체에 속해 살아간다. 이때 문학은 우리가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루며 지내는 데 도
움을 줄 수 있다.
문학 작품 속에는 다양한 모습의 인물들이 존재하며, 작품 속에서 그들은 자신의 가치
관에 따라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이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과 생각에 견주어 작품 속
인물들과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평가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게 되는데, 이러한 자아 성찰을 통해 우리는 삶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며
성숙한 인간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또한 문학은 인간을 탐구하므로, 우리는 문학을 통해 자신과는 다른 인간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자신과는 다른 존재,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 타자의 다른 면모, 자신이 지향하
는 삶과는 다른 삶을 사는 타자의 모습 등을 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과 다
른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들이 지닌 다양한 삶과 가치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타자에 대해서 인식하고 삶의 다양성에 대해서 새로운 성찰을 하게 되는 것
은 그 자체로 소중할 뿐만 아니라, 타자의
존재에 대한 배려의 지혜도 얻을 수 있다는 알고 싶은 것을 질문
해 보자.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점에서 중요하다. 것이 있을까?
를 성찰하는 방법에는 어떤
문학 작품을 감상하며 나

( 1 ) 자아 성찰과 타자 이해 305

책1.indb 305 18. 11. 23. 오후 6:37


작품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전통적 가치로 상징되는 ‘북’을 둘러싼 세대 간의 갈등을 보여 주고 있는 소설이


다. 등장인물들의 태도와 가치관을 통해 세대 간 화합의 가능성을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흐르는 북 최일남

민 노인
북 치는 것에 대한
최일남 민대찬
열정을 지니고 있지만,
(1932~) 민 노인의 아들.
아들 때문에 숨기고
가정을 돌보지
소설가, 언론인. 산업화, 살고 있음.
않았던 아버지
현대화가 진행되는 사회에
때문에 힘겨운 어린
서의 개인의 삶, 가족의 삶 시절을 보냄.
의 양상과 그 변화를 비판적 민성규
민 노인의 손자. 대학생으로,
으로 그려 낸 작품을 주로
송 여사 대학교 동아리 탈춤반에서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노
민 노인의 며느리. 활동하고 있음.
새 두 마리」, 「서울 사람들」
등이 있다.

앞부분 줄거리 평생 북을 치며 방랑하던 민 노인은 아들 내외에게 얹혀산다. 민 노인의 아들인 민대


찬은 가정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 때문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민대찬은 자수성가하였지만, 민 노 05

인에 대한 원망 때문에 회복하기 힘든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다가 민대찬의 고향 친구들이 집으


로 놀러 와서 민 노인에게 북소리를 청해 듣고 간 일을 계기로, 민대찬은 민 노인 때문에 자신의 체면
이 깎였다며 민 노인이 북채를 잡는 것을 반대한다. 그 후로 민 노인은 집에 손님이 오는 날이면 밖으
로 자리를 피하는 습관이 생겼다. 가족 중에서 민 노인의 예술적 기질과 삶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손
자 성규뿐이다. 어느 날 성규는 할아버지에게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봉산 탈춤 공연에 참여해 달라는 10

제의를 하고, 민 노인은 고민 끝에 이를 수락한다.

공연을 마친 ‘ 민 노인 ’의 그날 밤, 민 노인은 근래에 흔치 않은 노곤함으로 깊은 잠을 잤다. 춤판이 끝


마음은 어떠했을까?
나고 아이들과 어울려 조금 과음한 까닭도 있을 것이었다. 더 많이는 오랜만에

돌아온 자기 몫을 제대로 해냈다는 느긋함이 꿈도 없는 잠을 거쳐 상큼한 아침

을 맞게 했을 것으로 믿었는데 그런 흐뭇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 저녁때가 15

되어 외출에서 돌아온 며느리는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성규를 찾았고, 그가 안

보이자 민 노인의 방문을 밀쳤다.

“아버님, 어저께 성규 학교에 가셨어요?”

예사로운 말씨와는 달리, 굳어 있는 표정 위로는 낭패의 그늘이 좍 깔려 있

306 5. 문학에 관한 태도

책1.indb 306 18. 11. 23. 오후 6:37


었다. 금방 대답을 못 하고 엉거주춤한 형세로 며느리를 올려다보는 민 노인의

면전에서 송 여사의 한숨 섞인 물음이 또 떨어졌다.

“북을 치셨다면서요.” ‘ 민 노인 ’ 이 가면극에서


북을 친 것에 대한 ‘ 송 여사 ’
“그랬다. 잘못했니?” 의 태도는 어떠한가?
05 우선은 죄인 다루듯 하는 며느리의 힐문에 부아가 꾸역꾸역 치솟고, 소문

이 빠르기도 하다는 놀라움이 그 뒤에 일었다.

“아이들 노는 데 구경 가시는 것까지는 몰라도, 걔들과 같이 어울려서 북 치

고 장구 치는 게 나이 자신 어른이 할 일인가요?”

“하면 어때서. 성규가 지성으로 청하기에 응한 것뿐이고, 나는 원래 그런 사


10 람 아니니. 이번에도 내가 늬들 체면 깎았냐.”

“아시니 다행이네요.”

송 여사는 후닥닥 문을 닫고 나갔다. 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며느리 ‘ 민대찬 ’ 이 ‘ 송 여사 ’ 의


이야기를 듣고도 ‘ 민 노인 ’
는 퇴근한 남편을 붙들고, 밖에 나갔다가 성규와 같은 과 학생인 진숙이 어머 에게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
니한테서 들었다는 얘기를 전했다. 진숙이 어머니는 민 노인이 가면극에 나왔 은 이유는 무엇일까?

15 더라는 귀띔에 잇대어, 성규 어머니는 그렇게 멋있는 시아버지를 두셔서 참 좋

겠다며 빈정거리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아들은 민 노인

에겐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냥 덤덤한 낯빛이다가 식구들이 저녁을 마

친 후에야 돌아온 성규를 사정없이 몰아붙였다.

“너더러 누가 그런 짓 하랬어.”
20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한 발자국 내딛는 순간, 노기를 한꺼번에 모은 호령이

그를 사로잡았다. 영문을 몰라 아버지와 어머니 쪽으로 눈알을 번갈아 돌리는

성규를 향해, 이번에는 어머니가 차디차게 말했다.

“잘하는 일이다. 할아버지를 끌어내지 않으면 늬네들 춤판은 성사가 안 되

니?”
힐문 트집을 잡아 따져 물
25 나는 또 뭐라고 하는 식의 가벼운 대응이 성규의 안면에 퍼지면서 입으로는
음.
씩 웃음을 흘렸다. 부아 노엽거나 분한 마음.
지성 지극한 정성.
“너 날 놀리는 거니?”
일쑤 드물지 아니하게 흔
첫마디와 달리 착 가라앉은 아버지의 음성에는 분에 떠는 사람에게 일쑤 있 히.

( 1 ) 자아 성찰과 타자 이해 307

책1.indb 307 18. 11. 23. 오후 6:37


음 직한, 삭지 않은 가래가 조금 끓었다. 정색을 하고 쳐드는 성규의 눈빛에도

서리가 내린 인상이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웃었잖아.”
‘ 민성규 ’ 가 ‘ 민 노인 ’ 의 “웃은 게 잘못이라면 사과할게요. 할아버지를 그런 자리에 모신 건, 그러나 05
일을 ‘ 민대찬 ’에게 사과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과할 것이 못 됩니다.”

“할아버지까지 동원한 게 잘한 짓이니?”

“동원이란 말이 싫습니다. 누가 누구를 동원한단 말입니까. 또 그 일이 어째

서 잘하고 잘못하고로 구별돼야 하는지, 저는 통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건 잘하고 잘못하고의 인식에서는 벗어나는 일입니다. 누군가가 어떤 일 10

에 합당한 재능을 갖고 있을 때, 한쪽은 그걸 표현할 기회를 주어야 마땅하

며, 한쪽은 기꺼이 그 기회에 편승해서, 일이 잘되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습니까.”

“너 이제 보니 참 똑똑하구나. 그래서, 일이 잘됐니?”

“대성공이었습니다.” 15

“할아버지는 기꺼이 응하지 않았을 게다. 네가 유혹했어.”

“결과는 마찬가지예요. 저는 그날 할아버지에게서 그걸 확인했습니다.”

“너는 할아버지와 나와의 관계에 대해, 특히 내가 취하고 있는 입장에 대단

히 불만이지?”

“그럴 것도 없습니다. 아버지의 할아버지에 대한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그 논 20

리를 그대로 저와 연결시키고 싶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편

이에요.”

“기특하구나. 그러니까 너만이라도 할아버지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겠다

는 거냐 뭐냐. 지금까지의 네 행동을 보면 그런 추측을 가능케 하더라만.”

“그것도 맞지 않는 말이에요. 도대체 할아버지와 저와는 갈등이 있었어야 말 25


동원한 어떤 목적을 달성
하고자 사람을 모은. 이죠. 처음부터 갈등이 없었는데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고 말고가 어디 있습
편승해서 세태나 남의 세 니까. 할아버지와의 갈등이 있었다면, 그건 아버지의 몫이지 저와는 상관이
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
을 거두어서. 없는 겁니다. 오히려 전 세대끼리의 갈등이 다음 세대에서 쾌적한 만남으로

308 5. 문학에 관한 태도

책1.indb 308 18. 11. 23. 오후 6:37


이어진다면, 그건 환영할 만한 일이고, 그게 또 역사의 의미 아니겠습니까?”

“뭐야. 이놈의 자식. 네가 나를 훈계하는 거얏!”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버지의 손바닥이 성규의 볼때기를 후려쳤다. 옆에

있던 어머니의 쇳소리가 그의 뺨에 달라붙었다.


05 “또박또박 말대답하는 것 좀 봐.”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에요. 그렇다고 아버지의 생각 속으로만 저

를 챙겨 넣으려고 하지 마세요.”

성규는 얻어맞은 자리를 어루만지지도 않고, 되레 풀죽은 목소리가 되었다.

“네가 알긴 뭘 알아. 네가 내 속을 어떻게 알아.”


10 “그런 말씀은 이제 그만 좀 하셨으면 해요. 안팎에서 듣는 그 말에 물릴 지경

이거든요. 너는 아직 모른다. 너도 내 나이가 되어 봐라……. 고깝게 듣지

마세요. 그때 가서 그 뜻을 알지언정, 지금부터 제 사고와 행동을 포기하고 싶

지는 않습니다. 그런 뜻에서 제가 할아버지를 우리 모임에 초청한 사실을 후회

하지 않을뿐더러,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심리적으로


15 격리시키려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해하려는 모순을 저도 이해합니다. 노

상 이기적인 현실에의 집착이 그걸 누르는 데 대한, 어쩔 수 없는 생활인의

감각까지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고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지 ‘ 민성규 ’ 는 ‘ 민 노인 ’ 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만, 제 나이는 또 할아버지의 생애를 이해합니다. 북으로 상징되는 할아버지 가?
의 삶을 놓고, 아버지와 제가 감정적으로 갈라서는 걸 비극의 차원에서 파악
20 할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할아버지가 자신의 광대 기질에 철저하여 가족을

버린 건 비난받아야 할 일이나, 예술의 이름으로는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쇳소리 쨍쨍 울릴 정도로


야무지고 날카로운 목소리
“그래서? 할아버지가 나름대로의 예술을 완성했니?”
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아버지의 입가에 냉소가 머물렀다. 고깝게 섭섭하고 야속하


여 마음이 언짢게.
“그건 인식하기 나름입니다. 다만 할아버지에게서 북을 뺏는 건 할아버지의
격리시키려 다른 것과 통
25 한(恨)을 배가시키고, 생의 마지막 의지를 짓밟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 하지 못하게 사이를 막거나
떼어 놓으려.
만은 갖고 있습니다.” 노상 언제나 변함없이 한
모양으로 줄곧.
방 안의 민 노인이 천천히 응접실로 나온 건 그때였다. 자기 때문에 성규가
배가시키고 갑절 또는 몇
궁지에 몰려 있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였는데, 아들은 집안의 분란을 더 배로 늘어나게 하고.

( 1 ) 자아 성찰과 타자 이해 309

책1.indb 309 18. 11. 23. 오후 6:37


키우고 싶지 않았던지, 민 노인 쪽엔 시선을 돌리지도 않은 채 성규에게만 소

리를 꽥 질렀다.

“건방 그만 떨고 어서 가서 잠이나 자. 다시 그런 짓을 했다간 이 정도로 끝

나지 않을 줄 알아.”

제 방으로 돌아가던 성규는 민 노인과 눈이 마주치자 재빠른 웃음을 보냈다. 05

음모꾼끼리의 신호 같았다.

정작 일이 크게 터진 건 그런 일이 있은 지 일주일쯤 후였다.

저녁 준비를 하다 말고, 성규의 친구로 짐작되는 학생의 전화를 받은 송 여

사는 대뜸 신음으로도 착각할 만한 의미 불명의 소리를 지르더니 이내 펄쩍펄

쩍 뛰었다. 10

“뭐라고? 우리 성규가 데모하다 잡혀갔다구. 언제 어디서. 지금 어딨어? 이

일을 어쩌지. 이 일을 어떡한다지.”

송 여사는 곧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고, 만날 장소를 약속하고는 허둥지

둥 밖으로 뛰쳐나갔다. 황급히 서두르다 지갑을 안 가지고 갔기 때문에 다시

되돌아왔을 때, 민 노인과 수경이가 자세히 말 좀 해 보라고 매달리는데도, 누 15

구 신경질만 돋우느냐는 투의 외마디 말을 남기고 사납게 문을 닫았다.

“난들 아니. 가 봐야지.”


‘ 민 노인 ’이 자신을 쳐다 며느리의 자기를 쳐다보던 눈이 사뭇 비뚤어져 있었다고 느낀 민 노인의 가
보던 ‘ 송 여사 ’의 눈이 비뚤
어져 있다고 느낀 이유는 무 슴에도 갑자기 구멍이 뚫리는 걸 의식했다.
엇일까? 아들 내외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도 걸려 오지 않았다. 민 노인 20

은 수경이를 시켜, 아들이 먹다 남은 양주를 찾아 안주도 없이 조금씩 조금씩

홀짝거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취기가 야금야금 전신으로 번지자, 민 노인은

극히 자연스럽게 북을 껴안고 북채를 잡았다. 뚝 딱 둥 둥. 둥둥둥 뚝딱. 북소

리를 듣고 들어온 수경이는, 북 한 번 할아버지의 눈 한 번씩을 교대로 쳐다보


데모하다 많은 사람이 공 고는 그전 모양 궁상맞다는 타박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소곳이 민 노인 옆 25
공연하게 의사를 표시하여
집회나 행진을 하며 위력을 으로 다가앉으며 엉뚱깽뚱한 질문을 했다.
나타내다.
“할아버지 이 북으로 팝송 반주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궁상맞다는 꾀죄죄하고
초라하다는. “수경아. 늬 오래비가 붙들려 간 게, 나나 이 북과도 관계가 있겠지.”

310 5. 문학에 관한 태도

책1.indb 310 18. 11. 23. 오후 6:37


둥 둥 둥 딱 뚝.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아니에요. 그보다도 궁금한 게 있어요. 오빠와 저와

는 네 살 터울이거든요. 그런데 오빠는 할아버지의 북소리에 푹 빠져 있고,

솔직히 저는 잡음으로만 들려요.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05 “아무래도 그 녀석이 내 역마살을 닮은 것 같아. 역마살과 데모는 어떻게 다 ‘ 민 노인 ’의 역마살과 ‘ 민
성규 ’ 의 데모가 닮은 점은
를까.” 무엇일까?
딱 둥둥 뚝.

“할아버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세요. 제 말은 들은 둥 만 둥 하구요.”

손녀의 새살거림을 한옆으로 제쳐 놓으며, 민 노인은 눈을 지그시 감고 더


10 크게 북을 두드렸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과 그 이유 나의
감상
역마살 늘 분주하게 이리
저리 떠돌아다니게 된 액운.
새살거림 샐샐 웃으면서
재미있게 자꾸 지껄임.

( 1 ) 자아 성찰과 타자 이해 311

책1.indb 311 18. 11. 23. 오후 6:37


ペ븍"룩염겠"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등장인물 간에 겪는 갈등의 원인을 정리해 보자.


‘민 노인’ ‘민대찬’ ‘민성규’

2 ‘북’에 대한 각 인물의 태도를 정리하고 이를 통해 각 인물의 가치관을 파악하며, ‘흐


르는 북’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1 ‘북’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각 인물의 가치관을 파악해 보자.

‘민 노인’ ‘민대찬’
생각 생각 과거에는 아버지가 가족을 돌보지
않고 방랑하게 만든 물건이었고, 현
재는 자신의 체면을 깎는 물건임.
가치관
가치관


‘민성규’
생각

가치관

도움말 | 이 작품에서
2 ⑴과 다음 내용을 참고하여, 이 작품의 제목인 ‘흐르는 북’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북’이 지닌 상징적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흐르다’의 “할아버지와의 갈등이 있었다면, 그건 아버지의 몫이지 저와는 상관이 없는
의미와 연관지어 제목의
겁니다. 오히려 전 세대끼리의 갈등이 다음 세대에서 쾌적한 만남으로 이어
의미를 이해해 본다.
진다면, 그건 환영할 만한 일이고, 그게 또 역사의 의미 아니겠습니까?”

312 5. 문학에 관한 태도

책1.indb 312 18. 11. 23. 오후 6:37


문학의 가치(타자 이해, 소통)
공동체 . 대인 관계
3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한 명을 골라 그 인물의 입장에서 <조건>에 맞는 일기를
써 보고, 각자 쓴 일기를 친구들과 바꾸어 읽어 보자.

도움말 | 작품 속 인물들의 삶 조건
과 가치관에 견주어 그들의 •‘민 노인’이 ‘민성규’의 학교에서 북을 친 다음 날, ‘민대찬’과 ‘민성규’가 갈등을
삶을 이해해 보고, 그 결과를
겪었던 일을 중심 내용으로 쓴다.
일기로 표현해 본다.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의 내용을 담아 쓴다.

의 일기 년 월 일

ペ븍"넘쟀겠
문학의 가치(자아 성찰) 자기 성찰 . 계발

4 이 작품에 나타난 상황처럼 다른 사람과 갈등을 겪었던 경험을 떠올려 보자. 그때 자


신이 어떤 행동과 말을 했는지 생각해 보고, 반성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찾아보자.

갈등의 원인과
갈등의 내용

자신의 말과 행동

반성할 점

( 1 ) 자아 성찰과 타자 이해 313

책1.indb 313 18. 11. 23. 오후 6:37


감상을
작품 흐르는 북
마치며

감상의 정리
「흐르는 북」은 ‘북’을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을 바탕으로, 1980년대 사회의 단면과 중산층 가
정의 세대별 삶의 방식을 보여 주고 있는 소설이다. 이 작품에는 평생 북을 치며 방랑하던 ‘민
노인’과 이로 인해 상처받은 아들 ‘민대찬’,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진보와 화합을 추구하고자
하는 손자 ‘민성규’의 모습이 제시되어 있다. 이는 전통 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이 새로운 세
대의 가치관을 통해 극복되고, 세대를 넘어서는 화합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지식 창고
「흐르는 북」의 서술상 특징
「흐르는 북」은 서술자가 사건의 속사정,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가치관, 심리 변화까지도 파악
하여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취하고 있다. 이 작품의 서술자는 각 등장인
물과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유독 ‘민 노인’의 심리와 감정을 세세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민 노인’을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들의 생각이나 감정은 대화나
행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이를 통해 서술자가 다른 등장인물보다 ‘민 노인’의
입장과 처지에 가깝게 위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읽어 보기

소재 최일남
인물

「양철 북」 귄터 그라스 「돌다리」 이태준

양철 북을 두드리며 높은 목소리로 유 ‘땅’의 가치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


리를 깨는 ‘오스카’의 이야기를 담은 외 와 물질 만능 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국 소설. ‘북’의 상징적 의미를 비교하며 소설. 등장인물의 가치관을 비교하며 감
감상해 보자. 상해 보자.

314 5. 문학에 관한 태도

책1.indb 314 18. 11. 23. 오후 6:37


1 자아 성찰과 타자 이해

문학을 통한 자아 성찰과 타자 이해
문학은 인간의 가치 있는 경험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문학 작품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존재하며 그들의 삶
과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다.

자아 성찰 타자 이해

문학 작품을 감상할 때, 자신의 삶과 생각 문학 작품을 감상할 때, 자신과 다른 다양한


에 견주어 작품 속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평 타자의 모습을 접할 수 있음. → 이러한 과정에
가해 봄. →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문학을 서 우리는 문학을 통해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
통해 자신을 성찰해 볼 수 있음. 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

문학을 통해 자아를 성찰하고, 삶의 본질이 문학을 통해 타자와, 그들이 지닌 다양한 삶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며 성숙한 인간의 모습을 의 가치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갖출 수
갖출 수 있음. 있음.

문학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삶의 본질을 이해하며, 자아와 세계의 관계 속에서 인생의 가치를 파악해 볼 수 있음.
즉, 인간과 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음.

문학을 통한 상호 소통

작품 감상의 결과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거나 문학을 통한 상호 소통 과정에서도 자신을 돌아볼 수


비교하고 소통해 볼 수 있음. 있으며, 동시에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음.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305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문학 작품을 감상하며 나를 성찰하는 방법으로는 작품 속 인물들의 삶에 견주어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는 것이 있다.

( 1 ) 자아 성찰과 타자 이해 315

책1.indb 315 18. 11. 23. 오후 6:37


2 [ 학습 목표 ]
•문학 활동을 생활화하여 인간다운 삶을 가꾼다.
•문학 활동을 생활화하여 공동체의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태도를 지닌다.

문학의
생활화와
공동체의 문화 발전
빎ピ패"
물겠

요즘은 자신의
누리 소통망(SNS)에 일상의 글배우
감정을 시로 써서 올린 것을
자주 볼 수 있어. 그래? 그렇다면
나도 한번 시를
써 볼까?

위의 사진은 한 청년이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위로를


자신의 누리 소통망(SNS)에 시로 써서 올린 것이다.
이와 같은 문학 활동은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316 5. 문학에 관한 태도

책1.indb 316 18. 11. 23. 오후 6:37


작품

_푸시킨

화자의 태도에 주목하여 이 작품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하기.

우리는 주변에서 문학 활동을 생활화하고, 이를 통해 공동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문학 활동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어렵고 까다로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상에서 우리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문학 활동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문학
작품을 감상하고 쓴 감상문이나 비평문을 누리집에 올려 보거나, 자신이 쓴 작품에 관해
친구들과 토의해 볼 수 있다. 또는 친구들과 거리 시화전을 열어 보거나, 학교 행사나 교
외 행사, 대중 매체나 문학 단체에서 개최하는 문학 관련 행사 등에도 참여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학 활동은 우리가 스스로를 성찰하고 삶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자아와 세계의 관계 속에서 인생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문학 활동의 결과
를 소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공동체 구성원과 정서적으로 교류하고, 상호 존중감과 유
대감을 높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적이고 자발적으로 문학 활동을 실천해야 한다.
문학 활동을 생활화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물론, 상생과 공존 해 보자.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이라는 공동체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방법이
있을까?
문학과 문화는 어떤 관련이
기 때문이다.

( 2 ) 문학의 생활화와 공동체의 문화 발전 317

책1.indb 317 18. 11. 23. 오후 6:37


작품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삶에 대한 화자의 긍정적인 자세를 드러낸 시이다. 화자의 태도에 주목하여 이 작


품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시킨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Pushkin,
Aleksandr Sergeyevich)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마라! 05

(1799~1837)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러시아의 시인, 소설가.
러시아 리얼리즘의 기초를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확립하여 러시아 근대 문학
의 시조로 불린다. 주요 작
품으로는 「예브게니 오네
가슴은 미래에 살고
긴」, 「대위의 딸」 등이 있다.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 사라지지만 10

가 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작품을 감상한 후 나의 한 줄 느낌 나의
감상

318 5. 문학에 관한 태도

책1.indb 318 18. 11. 23. 오후 6:37


( 2 ) 문학의 생활화와 공동체의 문화 발전 319

책1.indb 319 18. 11. 23. 오후 6:37


ペ븍"룩염겠"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각 연의 중심 내용을 정리해 보자.


1연

2연

2 다음 시구의 의미를 바탕으로 화자가 생각하는 삶의 본질이나 인생의 가치를 파악하


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 보자.

삶의 본질이나 인생의 가치
‘현재’

‘미래’

‘가 버린 것’

나의 생각:

3 이 작품을 추천해 주고 싶은 사람을 찾고, 추천하는 글을 써 보자.

1 주변 사람 중에서 이 작품을 추천해 주고 싶은 사람을 찾고, 그 이유를 말해 보자.

2 이 작품에 대한 자신의 감상 내용을 포함하여, 추천하는 글을 써 보자.

320 5. 문학에 관한 태도

책1.indb 320 18. 11. 23. 오후 6:37


ペ븍"넘쟀겠
문학의 생활화, 문화 발전
문화 향유
4 문학과 관련한 행사를 찾아 참여해 보고, 문학 활동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자.

도움말 | 학교 행사나 교외 행 1 자신의 주변에서 개최되는 문학과 관련한 행사를 찾아보고, 직접 참여해 보자.
사, 대중 매체나 문학 단체 등
에서 개최하는 문학 관련 행 행사 세부 내용
사에 참여하여 문학을 생활화
해 본다.
목적 나라 사랑의 마음을 키우고 호국 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개최하는 백일장
대회.
호국 문예 백일장
장소 국립 서울 현충원
일시 20 . . .

목적

장소

일시

2 ⑴의 활동을 바탕으로 문학과 관련한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말해 보자.

호국 문예 백일장에 나의 소감:
참여하면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나라 사랑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

3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적이고 자발적으로 문학 활동에 참여하는 방법과, 그것의 의의


문학 활동을 에 대해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자.
꾸준히 실천하기 위해
학급 독서 모임을 만들면
어떨까? 방법:

의의:

( 2 ) 문학의 생활화와 공동체의 문화 발전 321

책1.indb 321 18. 11. 23. 오후 6:38


감상을
작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마치며

감상의 정리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현실의 삶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다 할지라도 참고 견디면
반드시 즐거운 날이 올 것이라는,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가 드러난 시이다. 이 작품의 화자
는 인생의 본질이 무엇인지 관조하고, 인간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근원적인 고독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겪고 있는 고통도 시간이 지나간 뒤에는 소중한 것으로 남는다고
이야기하며, 삶에 대한 달관적인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이를 통해 화자는 고통스러운 현실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격려하고 그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지식 창고
푸시킨이 러시아 문학에 끼친 영향
러시아의 국민 시인이자,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로 칭송되는 푸시킨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많은 비평가들은 그가 러시아 문학의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한다고 이야기하며, 문
학의 발전뿐 아니라 러시아어 자체의 발전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러시아어로 나타내기 어
려운 표현에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고, 풍부한 감성을 아름다운 러시아어 문장으
로 구사하였다. 또한 푸시킨은 유럽의 다양한 문학 장르들을 러시아 문학에 도입하였다. 그는
서른여덟 살이라는 길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시, 희곡, 소설 등 다양한 문학 장르에 걸쳐 다채
로운 문학 작품을 창작하였다.

더 읽어 보기

화자 작가
푸시킨

「그대 생의 솔숲에서」 김용택 「예브게니 오네긴」 푸시킨

봄날 솔숲에서 묵은잎들이 떨어지고 화려한 사교계의 귀족 청년 오네긴의


새잎이 돋는 광경을 보면서 깨달은 내용 삶을 운문(韻文)으로 그린 장편 소설. 이
을 표현한 시. 삶에 대한 화자의 태도에 작품이 러시아 문학에서 중요하게 여겨
주목하여 감상해 보자. 지는 이유를 생각하며 감상해 보자.

322 5. 문학에 관한 태도

책1.indb 322 18. 11. 23. 오후 6:38


2 문학의 생활화와 공동체의 문화 발전

문학의 생활화

개념 일상생활에서 문학 작품의 수용과 생산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을 말함.

문학의 생활화를 문학 독서 노트 쓰기, 감상문 쓰기, 비평문 쓰기, 작품 쓰기, 작품 발표하기, 발표된 작품 토의
하기.
실천할 수 있는
시 낭송 대회 나가기, 문학 기행하기, 문학 강연 참석하기, 대중 매체나 문학 단체에서 개최
문학 활동의 예 하는 문학 관련 행사에 참여하기.

문학 활동의 개인적 의의

자신을 성찰하고 자아와 세계의 관계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삶의 본질을 이해함. 인생의 가치를 파악함. 가꿀 수 있음.

문학 활동의 공동체적 의의

문학과 문화의 관계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이 문학 활동을 즐기고 실천하면 문학은


문화가 의식적으로 의미와 가치를 발전하게 되며, 이는 사회 전체의 문화 발전에 이바지함.
추구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문학을 매개로 다양한 층위의 공동체 구성원들이 정서적으로
문화의 일부인 문학은 가장 적극적인 교류함으로써, 구성원들 사이에 상호 존중감과 유대감을 높일
문화 활동임. 수 있음.

공동체의 바람직한 가치를 발견하고,


공동체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함.

문학 활동의 바른 태도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문학 활동을 실천함으로써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도록 함.
•문학 활동을 생활화하여 상생과 공존의 공동체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에 적극적으로 참여함.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317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문화가 의식적으로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문화의 일부인 문학은 가장 적극적인 문화 활동이다.

( 2 ) 문학의 생활화와 공동체의 문화 발전 323

책1.indb 323 18. 11. 23. 오후 6:38


창의 문학 미술

융합 문학 행사 포스터 그리기
활동 다음 활동을 통해 모둠별로 우리 반의 문학 행사를 기획하고, 행사를 안내하는
포스터를 그려 보자.

1 매체를 활용하여 우리 주변의 다양한 문학 행사를 찾아보자.

2 1에서 찾은 활동 중, 우리 반의 문학 행사로 기획해 보고 싶은 것을 골라 보자.

우리 반의 문학 행사로 이유
기획해 보고 싶은 것

3 다음 질문을 바탕으로, 우리 반의 문학 행사를 위한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이야


기해 보자.

•문학 행사에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


•문학 행사를 어디서, 언제 진행할 것인가?
•문학 행사에 우리 반의 특성을 반영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문학 행사를 일회적인 활동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생활화하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문학 행사를 위해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무엇인가?

324 5. 문학에 관한 태도

책1.indb 324 18. 11. 23. 오후 6:38


4 3의 활동을 바탕으로, 우리 모둠에서 기획한 문학 행사를 안내하는 포스터를 만
들어 보자.

5 모둠별로 기획한 문학 행사의 내용을 포스터와 함께 발표해 보고, 다음 기준에


따라 서로 평가해 보자. 그리고 가장 기획이 잘된 문학 행사를 뽑아 보자.

평가 기준 점수
누구라도 흥미를 가지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가?

공동체의 삶과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는가?

일회적인 활동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생활화할 수 있는가?

가장 기획이 잘된 문학 행사: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창의 융합 활동 325

책1.indb 325 18. 11. 23. 오후 6:38


대 스스로 점검하기

단 자기 점검
문학을 통하여 자아를 성찰하고 삶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가?
별점 주기

원마
문학을 통하여 타자를 이해하고 작품 감상의 결과를 상호 소통할 수 있
는가?

다양한 문학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 결과를 자신의 삶과 연계할


수 있는가?

문학 활동을 생활화하여 공동체의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가?


스스로
보충하기 나는 이 단원에서
내용을 더 학습하고 싶어.
이 내용을 더 학습하기 위해

해야겠어.

스스로
확장하기 사이버 문학 광장 글틴 이 단원의 학습 내용과 관련하여 온라인
청소년 문학 공간인 ‘사이버 문학 광장 글
틴’ 누리집에 방문해 볼 수 있어. 이 누리집
에는 ‘감상&비평’, ‘수필’, ‘소설’, ‘시’ 게시
판이 있는데, 이 게시판을 통해 자신이 감상
한 문학 작품의 비평이나 직접 창작한 문학
작품을 게시할 수 있어. 게시한 글은 작가와
문학 평론가로 구성된 길잡이들의 감상과
평가를 받을 수 있단다. 또 ‘글틴 명예의 전
당’ 게시판에서는 매월 우수한 작품으로 뽑
힌 친구들의 글을 감상해 볼 수도 있어.

관련 누리집 http://teen.munjang.or.kr

326 5. 문학에 관한 태도

책1.indb 326 18. 11. 23. 오후 6:38


한 권 책 읽기 나만의 독서 계획 세우기
다음 활동을 통해 꾸준한 독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독서 계획을 세워 보자.

꾸준한
을 돌이켜 보고, 앞으로도
읽기 ’ 활동
1 지금까지의 ‘한 권 책 세워 보자.
자신만의 책 읽기 계획을
독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2
책 읽기를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한 권 책 읽기’를 통해 독서를 하며 방안을 고민해 본다. 3
힘들었던 점을 개선해 본다.

4
나의 독서 시간은 (이)야.

5
나의 독서 장소는 (이)야.

2 앞으로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찾아 목록으로 정리해 보자.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나
내가 읽어 보고 싶은 책은
분야의 책을 찾아본다.

‘한 권 책 읽기’를
하며 더 읽어 보고
싶었던 책이 있었는지
생각해 본다. (이)야.

활동을 생각 해 보자.
3 나만의 독서 후
독서 후 자신의
감상을
누리 소통망(SNS)에
게시해 본다.
독서 일지를 기록해 본다.

나는 독서 후의 활동으로 해 볼래.

대단원 마무리 327

책1.indb 327 18. 11. 23. 오후 6:38




책1.indb 328 18. 11. 23. 오후 6:38
문학의 본질
소단원명 제재명 저자 출처

⑴ 문학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동아일보사, 2008), 67쪽


미적 기능 은전 한 닢 피천득 『인연』((주)샘터사, 2008), 221~222쪽
수오재기 정약용 허경진 옮김, 『청소년을 위한 다산 정약용 산문집』(서해문집, 2010), 170~174쪽
⑵ 문학의
산속에서 나희덕 『창비 시선 125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주)창비, 2011), 73쪽
인식적・윤리적
기능 한국 문학 평론가
문학 당의정설 『문학 비평 용어 사전 (상)』(새미, 2006), 678~679쪽
협회
창의 융합 활동 33쪽 3번 악보 김창완 작곡 『레전드 100-송(악보집)』((주)스코어, 2014), 210쪽

문학의 수용과 생산
소단원명 제재명 저자 출처
가는 길 김소월 『김소월 전집』(문장사, 1981), 140쪽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시인생각, 2013), 13쪽
⑴ 문학 작품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주)창비, 2004), 8~11쪽, 13~15쪽, 28~30쪽,
내용과 형식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38~40쪽
공방전 임춘 이정훈 옮김, 『서하집』(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134~135쪽, 140~141쪽
눈물 김현승 정한모・김용직 공저, 『한국 현대시 요람』(박영사, 1987), 565~566쪽
나의 시, 그 변모의 과정 김현승 정한모・김용직 공저, 『한국 현대시 요람』(박영사, 1987), 577쪽
유리창 1 정지용 권영민 엮음, 『정지용 전집 1 시』((주)민음사, 2005), 82쪽
⑵ 문학 작품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조세희 『조세희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성과 힘, 2007), 80~89쪽
수용과 소통 74쪽 4번 자료 글 『주간 경향』 1130호(2015. 6. 16.)
참새 윤오영 정민 편집, 『윤오영 산문선 곶감과 수필』(태학사, 2010), 67~71쪽
우한용・박인기・정병헌・최병우 옮김, 『빛샘 한국 대표 문학 22 한국 대표 고
사리화 이제현
전 시가・제1권』(도서출판 빛샘, 2002), 195쪽
가 꽃 김춘수 『김춘수 자선 시화집 꽃인 듯 눈물인 듯』(예담출판사, 2005), 28쪽
나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장정일 『길 안에서의 택시 잡기』((주)민음사, 2005), 64쪽
있다면
⑶ 문학 작품의
프란츠 카프카 오규원 『오규원 시 전집Ⅰ』((주)문학과지성사, 2002), 407쪽
재구성과 창작
서울대학교
문학 작품에서의 패러디 『국어 교육학 사전』((주)대교출판, 2010), 757쪽
국어교육연구소
파수꾼 이강백 『이강백 희곡 전집 1』(평민사, 2001), 119~126쪽
납작납작 - 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김혜순 『또 다른 별에서』(문학과지성사, 1981), 13쪽
예덕선생전 박지원 이우성・박형택 옮김, 『이조 한문 단편집 (하)』(일조각, 1978), 259쪽
⑷ 문학의 동희선・홍윤정 각본, 「티브이(TV) 문학관 메밀꽃 필 무렵」, 『케이비에스
인접 분야와 시나리오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KBS)』(2015)
매체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한국 문학 전집 33 메밀꽃 필 무렵』((주)문학과지성사, 2012), 210~211쪽
만화 메밀꽃 필 무렵 오세영 『오세영-한국 단편 소설과 만남』(청년사, 2005), 575쪽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한국 문학 전집 33 메밀꽃 필 무렵』((주)문학과지성사, 2012), 216쪽
창의 융합 활동
120쪽 1 - ⑴번 자료 글 『과학 동아』 325호(2013년 1월), 97~98쪽

부록 329

책1.indb 329 18. 11. 23. 오후 6:38


한국 문학의 성격
소단원명 제재명 저자 출처
정읍사 작자 미상 김명준 엮음, 『개정판 고려 속요 집성』(도서출판 다운샘, 2008), 15쪽, 18쪽
⑴ 한국 문학의
132쪽 1번 자료 글 정인지 외 김명준 엮음, 『개정판 고려 속요 집성』(도서출판 다운샘, 2008), 20쪽
개념과 범위
송인 정지상 정민, 『한시 미학 산책』(솔출판사, 2003), 85쪽
김진옥・민천식 구
⑵ 한국 문학의 봉산 탈춤 『고등학교 국어 (상)』(교육 과학 기술부, 2010), 130~140쪽
술, 이두현 채록
전통과 특질
봄・봄 김유정 『동백꽃』(도서출판 열림원, 2006), 75~76쪽
가 춘향전 작자 미상 송성욱 옮김, 『세계 문학 전집 100 춘향전』((주)민음사, 2006), 28~34쪽
⑶ 한국 문학의 신정옥 옮김, 『셰익스피어 전집 로미오와 줄리엣』(도서출판 전예원, 2016),
보편성과 나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
특수성
64~73쪽
용비어천가 정인지 외 조규태 옮김, 『용비어천가』(한국문화사, 2010), 18~19쪽, 22~23쪽

한국 문학의 역사
소단원명 제재명 저자 출처
주몽 신화 작자 미상 김태곤・최운식・김진영 편저, 『한국의 신화』(시인사, 1988), 39~41쪽
단군 신화 작자 미상 일연 지음, 이재호 옮김, 『삼국유사 1』(솔출판사, 1997), 68~70쪽
김완진 해독, 『한국 문화 연구 총서 향가 해독법 연구』(서울대학교 출판부,
제망매가 월명사
2008), 123~124쪽, 127쪽
⑴ 상고 시대 ~
고려 시대의 186쪽 3번 자료 글 박노준 『옛사람 옛 노래 향가와 속요』(태학사, 2003), 18쪽
문학 모죽지랑가 득오 권두환 편, 『한국 문학 총서 1 고전 시가』((주)해냄출판사, 1997), 49~50쪽
김명준 엮음, 『개정판 고려 속요 집성』(도서출판 다운샘, 2008), 26~28쪽,
동동 작자 미상
43~45쪽
가시리 작자 미상 김명준 엮음, 『개정판 고려 속요 집성』(도서출판 다운샘, 2008), 195쪽
이생규장전 김시습 이재호 옮김, 『금오신화』(솔출판사, 1998), 85~91쪽
호원 작자 미상 박인량 지음, 이동근 옮김, 『수이전』(지만지, 2008), 105~107쪽
가 수양산 라보며 성삼문 김흥규 외 편저, 『고시조 대전』(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12), 589쪽
나 이화우 흣 릴 제 계랑 김흥규 외 편저, 『고시조 대전』(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12), 828쪽
김흥규 외 편저, 『고시조 대전』(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12), 497쪽,
다 만흥 윤선도
441쪽, 236쪽
라 창 내고쟈 창을 내고쟈 작자 미상 김흥규 외 편저, 『고시조 대전』(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12), 973쪽
⑵ 조선 시대의 벽공 이희승 신연우 편, 『가려 뽑은 우리 시조』((주)현암사, 2014), 216쪽
문학
속미인곡 정철 『표점증보 송강 전집』((사)송강 문화 진흥원, 2011), 442쪽
김대행 역주, 『한국 고전 문학 전집 1 시조 1』(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내 버혀 내어 정철
1993), 196쪽
누항사 박인로 이상보 편저, 『한국 가사 선집』(민속원, 2001), 322~323쪽
구인환 엮음,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임경업전』((주)신원문화사, 2004), 46~48쪽,
임경업전 작자 미상
50~54쪽
김기현 역주, 『한국 고전 문학 전집 15 박씨전/임장군전/배시황전』(고려대학교
박씨전 작자 미상
민족문화연구소, 1995), 211~213쪽

330 부록

책1.indb 330 18. 11. 23. 오후 6:38


소단원명 제재명 저자 출처
서연호・홍창수 편, 『김우진 전집 Ⅰ』(도서출판 연극과인간, 2000), 129~132쪽,
산돼지 김우진
134~137쪽
⑶ 개화기 ~ 산돼지 김우진 서연호・홍창수 편, 『김우진 전집 Ⅰ』(도서출판 연극과인간, 2000), 125~126쪽
일제 강점기의
태평천하 채만식 『한국 문학 전집 11 태평천하』((주)문학과지성사, 2005), 269~275쪽
문학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서정시학 문학집 2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서정시학, 2010), 211~212쪽
광야 이육사 『한국 대표 시인 초간본 총서 육사 시집』(열린책들, 2004), 44~45쪽
광장 최인훈 『최인훈 전집 1 광장/구운몽』((주)문학과지성사, 2008), 196~199쪽, 215~218쪽
268쪽 3번 자료 글 최인훈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광장/구운몽』((주)문학과지성사, 2010), 17쪽
269쪽 4번 자료 글 『한겨레신문』(2003. 7. 9.)
⑷ 광복 이후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문학과지성 시인선 32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주)문학과지성사, 2005), 37쪽
문학 농무 신경림 『농무』(창작과비평사, 1975), 16~17쪽
새 출발점에 선 당신에게 신영복 『나무야 나무야』(돌베개, 2003), 90~94쪽
우리 동네 구자명 씨 고정희 『문학과지성 시인선 64 지리산의 봄』((주)문학과지성사, 2016), 85~86쪽
가장 먼 여행 신영복 『담론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돌베개, 2016), 20쪽
구부정 소나무 리진 『하늘은 나에게 언제나 너그러웠다』((주)창작과비평사, 1999), 48쪽
⑸ 한국 문학의
여우난골족 백석 고형진 엮음, 『정본 백석 시집』((주)문학동네, 2007), 23쪽
발전상
소년을 위로해 줘 은희경 『소년을 위로해 줘』((주)문학동네, 2016), 51~53쪽, 124~127쪽

문학에 관한 태도
소단원명 제재명 저자 출처

⑴ 자아 성찰과
흐르는 북 최일남 『제10회 이상 문학상 작품집』(문학사상사, 2010), 33~38쪽
타자 이해
⑵ 문학의 생활화 신호등처럼 김동혁 『신호등처럼』(도서출판 답, 2016), 19쪽
와 공동체의
문화 발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시킨 석영중 옮김, 『잠 안 오는 밤에 쓴 시』(도서출판 열린책들, 1999), 196쪽

※ 집필진의 직접 집필인 경우 출처를 밝히지 않았음. 일부 글은 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수업 목표를 고려하여 그 내용이나 표현을 부분적으로 고치기도 하였음.

부록 331

책1.indb 331 18. 11. 23. 오후 6:38


문학의 본질 쪽 사진명 출처

10 나무 셔터스톡
10 꽃 셔터스톡
13 모란 게티이미지/이매진스
13 나비 셔터스톡
18 팔만대장경 토픽이미지스
18 해인사 게티이미지/이매진스
24 하늘 셔터스톡
34 한국 문학관 협회 한국 문학관 협회(http://www.munhakwan.com/)

문학의 수용과 쪽 사진명 출처

40
생산 40
꽃집
화분 액자
셔터스톡
셔터스톡
58 창문 셔터스톡
58 창문 밖 풍경 게티이미지/이매진스
58 우산 1, 우산 2 셔터스톡
62 유리창 토픽이미지스
74 광주 대단지 2장 성남시청
80 참새 셔터스톡
84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토픽이미지스
84 보테로, 「모나리자」 토픽이미지스
89 커피 잔 셔터스톡
102 「남한산성」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http://movie.naver.com)
105 세 여인 갤러리 현대(GALLERY HYUNDAI)
105 귀로 갤러리 현대(GALLERY HYUNDAI)
105 아기 보는 소녀 갤러리 현대(GALLERY HYUNDAI)
109~115 메밀꽃 필 무렵 영상 갈무리 14장 「티브이(TV) 문학관 메밀꽃 필 무렵」, 『케이비에스(KBS)」(2015)
120 펜을 쥔 손 게티이미지/이매진스
122 한국 영상 자료원 한국 영상 자료원(https://www.koreafilm.or.kr)

한국 문학의 쪽 사진명 출처

128
성격 136
동국이상국집
김치
토픽이미지스
이미지클릭
138 ~143 봉산 탈춤 4장 봉산 탈춤 보존회
144 말뚝이 봉산 탈춤 보존회
148 책 셔터스톡
167 약도 셔터스톡
168 국립 민속 박물관 국립 민속 박물관(http://www.nfm.go.kr)
168 향갑 노리개 국립 민속 박물관(http://www.nfm.go.kr)

332 부록

책1.indb 332 18. 11. 23. 오후 6:38


한국 문학의 쪽 사진명 출처

역사 174
196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훈민정음 해례본
『한국 미의 재발견-과학 문화』(솔출판사, 2008)
이미지클릭
196 홍길동전 이미지클릭
196 한중록 이미지클릭
212 가을 하늘 셔터스톡
230 순종 어차 국립 고궁 박물관(http://www.gogung.go.kr)
258 필름 셔터스톡
258 6・25 전쟁 토픽이미지스
258 청계천 피복 공장 『살아 있는 한국사 교과서 2』(휴머니스트, 2010)
258 5・18 민주화 운동 5・18 기념 재단(http://www.518.org)
258 신도시 개발 연합뉴스
268 부채 셔터스톡
282 칠판 셔터스톡
282 의자 셔터스톡
282 지구본과 책 셔터스톡
284 소나무 토픽이미지스
284 산 셔터스톡
289 이어폰 셔터스톡
290 커피 잔 셔터스톡
291 카프카 엽서 셔터스톡
297 국화 셔터스톡
297 국화전 토픽이미지스
298 한국 근대 문학관 한국 근대 문학관(http://lit.ifac.or.kr)

문학에 관한 쪽 사진명 출처

태도 304
304
렘브란트, 「자화상」
윤두서, 「자화상」
토픽이미지스
토픽이미지스
304 고흐, 「귀에 붕대를 맨 자화상」 토픽이미지스
312 북 토픽이미지스
326 사이버 문학 광장 글틴 사이버 문학 광장 글틴(http://teen.munjang.or.kr)

※ 출처 표시를 안 한 사진 및 삽화 등은 저작자 및 발행사에서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임.

부록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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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집필자 이력 한철우 현 한국교원대학교 국어교육과 명예 교수

박호영 현 한성대학교 한국어문학부 명예 교수

선주원 현 광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이상구 현 경남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박신영 현 성동고등학교 교사

오택환 현 면목고등학교 교사

이강빈 현 부산과학고등학교 교사

이준현 현 충주예성여자고등학교 교사

출판부문총괄 최대찬 개발총괄 조일현


개발책임 김호경 개발 이수미, 문나리, 유용한, 이장근
디자인책임 김재훈 디자인진행 유경미 본문디자인 서선미, 안상현 표지디자인 정세연
품질책임 석진안
삽화 이준호, 강미숙, 곽지선, 강산, 구교은, 김순호, 김은희, 김형준, 남동윤, 박수정, 박영찬, 박철민, 방인영, 성혜현, 신슬기, 유기훈, 윤종태, 이경하, 이연아, 이지은,
이진우, 이현주, 정은선, 조은영(그림숲), 천예랑(그림숲), 천은실, 최광민, 허지나, 홍미현
조판 (주)글사랑_고연주
사진 김진희

단원별 집필자
1 문학의 본질 한철우, 박호영, 선주원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박호영, 박신영, 오택환, 이준현, 이강빈

3 한국 문학의 성격 한철우, 이상구

4 한국 문학의 역사 이상구, 박신영, 오택환, 이준현, 이강빈

5 문학에 관한 태도 박호영, 선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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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검정심의회

[심의위원장]
박윤우(서경대학교)

[간사]
김현정(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내용조사>
정한기(전주교육대학교) 이민희(강원대학교) 노대원(제주대학교) 손민달(조선대학교)
최원오(광주교육대학교) 오준호(휘문고등학교) 박여미(양재고등학교) 김현숙(성남외국어고등학교)

<표기・표현>
김인균(대표, 신라대학교) 전은진(한양대학교) 장혜진(고려대학교) 이수연(국민대학교)
박혜진(숙명여자대학교) 황선희(중앙대학교) 노석은(고려대학교) 박종찬(주성고등학교)
현윤진(남악고등학교) 장동준(인천포스코고등학교) 이하나(광주고등학교) 유규상(유성고등학교)

[검정위원]
이정원(경기대학교) 조하연(아주대학교) 우신영(인천대학교) 민재원(전북대학교)
한지완(동화고등학교) 이은성(삼례공업고등학교) 박유진(경기여자고등학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박진용(검정심사관리위원회 위원장) 차조일(검정심사관리위원회 기획위원대표) 김성혜(검정심사관리위원회 기획위원) 문영주(검정심사관리위원회 기획위원)
안종욱(검정심사관리위원회 기획위원) 윤지훈(검정심사관리위원회 기획위원) 김종윤(검정심사관리위원회 기획위원) 정학준(검정심사관리위원회 운영위원대표)
강대민(검정심사관리위원회 심사지원팀장) 장일(검정심사관리위원회 심사진행팀장) 신동현(검정심사관리위원회 심사운영팀장) 허재영(검정심사관리위원회 운영위원)
임동주(검정심사관리위원회 운영위원)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검정 심사를 하였음.

고등학교

2019. 3. 1. 초판 발행 2023. 3. 1. 5쇄 발행 정가 원

지은이 | 한철우 외 7인
발행인 | (주)비상교육 서울특별시 구로구 디지털로33길 48별시 구로구 디지털로 33길48
인쇄인 | (주)테라북스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당재봉로 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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