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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1210
1201 1210
(1)
"그럼 남은 곳은⋯⋯."
"가주님?"
"당가는⋯⋯."
"가십니까?"
"⋯⋯."
"그게 그거 아닙니까?"
"어⋯⋯. 그⋯⋯."
"많아요?"
"많았었지. 그 많았던 사람들 가주님이 청명이랑 손잡고 싸그리 다 뒷방에 밀어 넣었
잖아."
"⋯⋯."
"직접이요?"
"아, 아니⋯⋯."
"무슨 문제요?"
"⋯⋯뭔가 있겠죠?"
"예?"
"⋯⋯."
"글쎄?"
당패의 이마에 식은땀이 배어나기 시작했다.
"아. 그럼 뭐."
"그건 인정이지."
"장로님들 중 한 분이⋯⋯."
"장로님요?"
"⋯⋯."
"⋯⋯제가 가겠습니다."
"소가주님이요?"
"크흠."
"⋯⋯."
"언제나처럼 오검인가?"
"아니, 뭔 말을 그렇게⋯⋯."
"좋겠지."
"⋯⋯상징이라니, 과하십니다."
"음? 모르는가?"
"예?"
"⋯⋯정말입니까?"
"물론 그 명성의 대부분은 화산검협의 것이지만, 자네를 비롯한 다른 오검들의 명성
도 이제는 후기지수의 수준에서 논할 바는 아닐세."
"⋯⋯."
"오? 별호!"
"⋯⋯좋으냐?"
"⋯⋯너까지는 굳이."
"갈 거예요."
"갈 거예요."
"⋯⋯방해만 될 것 같은데."
"간다고요."
"꼭?"
"그건⋯⋯."
"⋯⋯으음?"
"⋯⋯."
"감사합니다."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저기, 사숙."
"응?"
"응?"
"⋯⋯스님?"
"아, 아니 제가 뭘?"
"아⋯⋯."
"왜?"
"⋯⋯."
"⋯⋯."
아무도.
아무도.
“뭐......”
“혀, 협박이요?”
“.......그렇지요.”
“음.......”
“없......겠죠?”
“어....”
“...... ”
“그게 협박이지.”
“듣고 보니 그런데?”
“무섭다.”
“진짜 개무섭네.”
“나 같으면 지렸다.”
“예?”
“그, 그럼요?”
“그건 그냥 선행이지.”
“어?”
“그러네요?”
“아니야, 이 미친놈들아!”
“과연!”
“아, 아니라고!”
“하지만......”
다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더없이 뜨겁게.
***
“천우맹이 좀 과한 것 아닌가?”
"......그건 아니겠지.”
“그럼 당연히 힘을 합쳐 싸워야 할 것 아닌가? 내가 듣기로는 저 법정 대사께서 천우
맹에 굉장히 많은 걸 양보했다고 하더군. 그런데도 그 제안을 받지 않은 걸 보면 천우
맹도 다른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단 뜻 아니겠는 가?"
“다른 것이라니?”
“그야......”
“...... "
“뭐? 자네 말 다 했는가?"
“뭘! 내가 뭐 틀린 말 했는가?"
“이 사람이!”
둘의 언성이 격하게 높아지며 주루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주변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
리면서도 딱히 말리려 들진 않았다. 그들 역시 나름대로 생각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분타주!”
“어떠냐?”
“응?”
‘썩을 땡중 놈이.......’
홍대광이 이를 벅벅 갈아붙였다.
“천우맹에서는 별말 없습니까?"
"음....... 그건 그렇겠네요.”
“그거 기분 묘하네.”
동곽이 제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럼 뭘 어쩝니까?"
“에이, 씨발.”
"......안 받아 줄걸요?"
“에이, 씨!”
“뭐, 인마?”
"......"
“에이, 씨발.”
"......"
“처음으로 구파일방에서 이탈해 천우맹에 붙는 문파가 나오면 소림이 어떻게든 조지
려고 들 텐데, 그걸 무슨 수로 감당합니까? 특히나 우리 개방은 그거 감당 못 합니다.
다른 문파들이야 제 구역이 확실하지만, 우리 거지들은 천하 곳곳에서 빌어먹고 사는
놈들 아닙니까? 당장 하남에서만 쫓겨나도 몇천 명은 굶어 죽을 텐데.”
“그걸 누가 몰라!”
“아니......”
“에라!”
“아악!”
“어이쿠!”
“안 꺼져?”
“기분 더럽네.”
"흐음."
"누구 있느냐?"
사내의 앞에 선 이가 부르기 무섭게 즉각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비들이 안으로 들
어왔다.
"그리하겠습니다."
'흠."
"예, 예! 물론......"
"......그렇습니다."
“믿기 어려우십니까?"
"하하하핫"
"충성이라......"
"상인이 또는 것은 결국 이문."
"......"
"그렇지요?"
"용단......이라. 쿡쿡쿡쿡."
"......돕는다고 하시면?"
"간단하지요."
"단주님."
"예, 예! 련주님.."
당연히 옳은 말이다.
"그렇긴 합니다만......"
"그,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
"려, 련주......"
"아아."
"......"
"......과찬이십니다."
"......예?"
"하하하하하하하핫!"
"흐음."
"그리고."
"예, 예! 련주님!"
그 말에 심미경이 두 눈을 부릅떴다.
"조건은 한 가지."
"......그게 무엇인지?"
"......"
"약탈을 한다?"
"그게......"
"감수하세요."
"예?"
"별말씀을."
"......그런데......"
"흐음?"
"어찌하여 이런 선정(善政)을......"
"이상합니까?"
"......"
"아니면 그러면 안 된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 그건 아닙니다만."
"어떻습니까?"
"......"
"예?"
"갔니?"
"쯧."
"음?"
"그럼 내치시겠습니까?"
"끄응."
"이해하기 어려웠겠지요."
"......"
"......그렇긴 합니다만."
호가명은 쓰게 웃었다.
지배자가 폭군이 되는 이유는 욕심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단순히 멍청하기 때문이
다. 진정으로 욕심이 많은 왕은 법과 질서의 완벽한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
"......"
"늑대를 먹이로 길들여 개로 만들듯이, 사람은 선으로 길들여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지극히 옳은 말씀이십니다."
"다만......"
호가영이 피식 웃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핫!"
장일소가 광소를 터뜨렸다.
"음?"
하지만......
"신경 쓸 것 없다"
호가명의 우려에도 장일소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련주님, 그러다......"
"돈이 무엇이더냐?"
"......예?”
“황금은 또 무엇이고?"
“그건......”
"......"
“......그러합니다.”
'무의미하니까.'
“......이해했습니다.”
“좋구나.”
탁. 탁!
호가명의 어깨를 두 번 가볍게 두드린 장일소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탁자로 다가가
탁자에 놓인 잔을 들었다. 단숨에 술을 털어 넣은 그가 말했다.
"......예?”
“해남 말씀이시로군요.”
“흠?”
“네가?”
“흐음......”
“감사합니다.”
'해남이라.......’
“……고맙다.”
“그래. 잊지 않으마.”
“……말해 둘게.”
“쯧.”
……불편하다.
물론 백상이 항상 편하기만 한 사제는 아니었다. 어쨌거나 백상은 백자 배 중 둘째로,
백천이 당연히 존중해 줘야 할 위치였다. 게다가 예전에는 그의 수족으로서 수많은 일
을 해 준 존재이기도 했다.
“그…… 상아.”
“왜요?”
“……아니다.”
“…….”
“…….”
“이게 뭔 줄 아십니까?”
“……열쇠 같은데?”
“내, 내가 물었잖아…….”
“…….”
알지. 왜 모르겠니…….
“미, 미안하다.”
“에이, 진짜!”
“그래서!”
“응?”
“예! 무각주!”
“운검 사수우우우우우욱?”
“그럼 누굴 올릴 겁니까?”
“그건…….”
“…….”
“사형.”
“으…… 응?”
“제 말 똑바로 들으십시오.”
“가화만사성이라 했습니다.”
“…….”
“…….”
“해남 가는 길에 이거 읽으십시오.”
“……이게 뭐냐?”
“뭔 속 편한 소리를 하고 계십니까!”
“그, 그렇지.”
“그럼 적어도 문파의 수입이 어떻게 되고, 지출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중간에 새는
돈은 없는지, 장부 정도는 볼 줄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제가 딴마음 먹고 돈을 빼돌리
기라도 하면 어쩌실 겁니까?”
“……이건 또 뭔데?”
“…….”
“빠, 빠르네.”
“그건 맞는데…….”
“…….”
“그리고 이건…….”
턱! 턱! 턱! 턱!
“상아.”
“예?”
“……고맙다.”
새로 쓴 책이다.
“망할 놈 같으니…….”
가슴 한편이 묵직해졌다.
‘실망시키지 않으마.’
“히이이이이익!”
조용해지면…….
“정말…….”
“정말 괜찮겠느냐?”
“아니니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
“아니라니!”
결국 참지 못한 현종이 버럭 역정을 냈다.
“장문인.”
“……그건 무슨 말이냐?”
“…….”
운암이 작게 웃었다.
“착한 아이들입니다.”
“…….”
“…….”
“운암아.”
“…….”
“…….”
“운암아…….”
“장문인.”
“…….”
“장문인.”
“그래.”
“…….”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화산은 매화. 하지만 그 어떤 매화도 뿌리 내릴 터전이 없이는
피어나지 못하지 않습니까.”
현종이 눈을 감았다.
도기(道器).
“……청명이는?”
“말 같은 소리를…….”
“…….”
“…….”
“크흠, 그래.”
“…….”
“그저 자연스레 흘러가게 두면 될 일입니다, 장문인. 자연스러운 것을자연스럽지 못
하다고 여기는 건 그저 사람의 욕심 아니겠습니까?”
현종이 눈을 질끈 감았다.
“네가…….”
“…….”
운암이 작게 웃었다.
“그래……. 내 그러마.”
“운암아.”
“예, 장문인.”
“……고맙구나.”
“…….”
“감사합니다, 장문인.”
“으라차아아아아!”
카가가가강!
"...... 어째 힘이 넘치는구나?"
“당연하다고?”
“이렇게 늦으셔서야......”
“응?”
“......뭐가 다른데?”
“바로 선대께서 아직 정정하심에도 그 자리를 물려준 최초의 사례라는 거지요.”
“으으응?”
“잔아.”
“예?”
“.......개소리하지 말고 하던 거나 잘해라.”
“형님.”
“왜?”
"응?"
"이야아아아아아아압!”
“받아라아아아아아!”
‘미친놈들이......'
“못 피한 쪽이 잘못이죠!"
“오냐! 어디 해보자!"
“어디 가십니까?”
“개소리하지 마라!”
“그쪽도?"
“.......당가도 장난 아닌 모양이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남궁도 그러한가?”
“아시다시피 제가 매화도 이후 가문을 수습하는 데만 전력을 다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당가는 좀 나은 모양입니다.”
“나쁜 일은 아닌데.”
“그러게. 좋은 일인데.”
“그러게나 말일세."
“이게 다......”
"화산 때문이지요.”
“...... 도망 나오셨습니까?"
“...... 그러시죠.”
"...... 이쪽입니다.”
“아네! 안다니까?”
'똑같네.'
'같은 것들이네.'
“응?”
"...... 지금 다들 뭘 하고 있느냐?"
“아? 소, 소가주님!”
“수련하러 간다더니?”
남궁도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먼저 수련하러 갔던 이들이 시간 낭비 하는 모습을 보
았음에도 화를 내지 않은 까닭은, 연무장으로 출발하던 이들의 기세가 대단했었기 때
문이다. 분명 용이 나타나도 단숨에 때려잡아 탕을 끓여 먹을 기세였는데......
“응? 그건 무슨 소리냐?"
“꾸웨에에에에에에에엑!”
“조, 조걸 도장!”
“주, 죽었나?”
“그런 것 같은데?”
'처, 천마......?'
아니, 그럴 리가.
“......뭐?”
눈이 돌아간 그의 입이 열렸다. 살짝 벌어진 입술 새로 새하얀 증기가 새어 나오는 것
만 같았다.
"......무우각주우우?”
"......"
'어느 새끼냐?’
'죽인다! 내가 꼭 죽일 거다!'
“무각주? 장로오오오오?”
"......"
‘역시 차기 장문인!’
“.......좋은 일?”
쿠우우우우웅!
털썩.
“아이고, 윤종아아아아아!"
“히이이이익!”
“튀어! 빨리!"
“어딜 가, 이 새끼들아!"
청명이 벼락같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야 이놈의 자식아아아아아아아!"
커다란 호통이 들린다 싶더니, 홀연히 나타난 현종이 수염을 휘날리며 뛰어왔다!
“장문이이이이이인!”
“그러니까 따라오래도!"
"......소가주.”
“예?”
“오늘...... 오늘 밤이요.”
“그래. 그렇군.”
“힘내세.”
"......예."
“손!”
“청명아.”
"......"
“청명아!”
“.......눼.”
“뭐가 그리 불만이더냐?”
"......"
“아니, 뭐.......”
“제 말이 그겁니다! 제 말이!"
".......눼."
“문파에는 지엄한 법도가 있고, 지켜야 할 규범이 있는데!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라지
만, 어디 저런 새파란 것들이! 에잉! 나 때는 안 그랬는데!"
"......"
“장문인!”
“왜.......”
“정말이냐?”
“......어떤 문판데?”
“예?”
"그......!”
“그럴...... 아니, 그래도 그...... 아니, 장문인께서 말씀하시...... 아니, 그래도? 어?”
"......"
“......고맙구나.”
현종은 허허 웃어 버렸다.
“......오죽하겠느냐.”
"다 들린다.”
“크흠”
“청명아.”
“청명아.”
"......예."
“네 마음은 이해한다.”
"......"
“아니, 아는데요.”
“응? 그건 무슨 말이냐?"
“그렇지. 그게 자연이잖느냐.”
"......응?"
“그럼 이상하잖아요.”
“무엇이 말이냐?”
“예.”
“예!”
“예, 장문인!”
"......"
“......에이, 들켰네.”
“야, 이......!”
"......"
“그럼!”
걱정이다. 걱정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현종의 시선이 천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 동안, 말없이 천장만 바라보았
다.
"준비는 다 했느냐?”
“맞아.”
"......사고, 사고 짐은 제가 쌌잖아요.”
"......"
“준비는 끝났는데.”
“끝났는데?”
“침상에?”
“아뇨. 바닥에요.”
“응?”
“음, 그러셨지.”
“물론이다.”
“후.”
'긴장하지 말자.'
백천은 짧게 심호흡했다.
“장문인을 배알합니다!”
'그랬구나.......’
미련? 그런 건 없다.
“제자들은 듣거라.”
“예, 장문인!”
현종은 생각했다.
좋겠지.
'다행스러운 일이구나.'
새 시대의 화산은 과거의 화산이 그랬듯, 당당한 섬서의 명문이자 천하를 울릴 대문파
로서 그 체계를 갖추어 갈 것이었다. 그러니 그 시대에 어울리는 이가 장문인 자리에
오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없습니다!”
“없습니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그러니......
“운암!”
“예?”
"......어?"
도란 결국 마음이 가는 대로 따르는 것.
그의 마음이 말한다.
“어.......”
“자, 장문인......?”
“아!”
“어......?"
“없습니다. 장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