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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깡패같은 애인
내 깡패같은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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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차역 / 새벽
저만치 보이는 옅은 안개 속의 새벽녘의 바닷가. 그리고 그 옆의 어촌 풍경. 그
한쪽에 플랫폼이 보이고 조그마한 역사가 위치해 있다.
개찰구에서는 역무원이 표를 팔고 있고, 장에 가는지 보따리를 든 촌로들 한 둘
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여중생 몇 명이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플랫폼 위에는 역무원 한 명이 무전기를
들고 서 있고, 그 옆 의자에는 세진이 짐가방 두 개를 옆에 놓고 벤치에 앉아있
다.
세진 아빠 갈게요.
세진부 그려. (하는데 얼굴 표정이 어둡다)
세진 왜요 또.
세진부 나는 아직도 네가 서울에 가는 게 잘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세진 어렵게 겨우 취직했더니 무슨 말이에요.
다른 부모들은 닫힌 문도 열어줄려고 하는데, 아빠는 열린 문도 닫으려고 하네?
세진부 누가 문을 닫는다고 그랴? 걱정되니까 그러지.
세진 아빠도 참. 내 나이가 몇 인데.
세진부 남자 조심햐. 괜히 엄한 놈 만나지 말고.
세진 (핏 웃는)
CUT TO : 시간 경과
기차의 문이 서서히 닫힌다. 기차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세진과 세진부. 세진부
문이 다 닫혔는지 보는데 세진이 세진부를 부른다. 하지만 그 소리는 세진부에
게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 세진부가 세진을 보는데,
세진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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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세진. 기차가 움직이고 세진부의 모습이 멀어져 간다. 이제 역사는 안개 속
으로 사라져 간다.
2. 한강 철교 / D
창밖으로 서울의 강변 풍경이 펼쳐진다.
3. 세진의 회사 / 사무실 / D
새로 나온 명함통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보는 세진. 한세진 이름이 새겨진 명함.
CUT TO
회의 중에 발표를 하고 있는 세진.
세진(N) 새 일을 시작하고,
CUT TO
직원들과 모여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세진. 누군가 농담을 한 듯 사람들이 와
하하 웃는다.
그때 세진이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얼굴이 빨개진다.
CUT TO
운전을 하고 있는 경준. 경준 뭐라 계속해서 세진에게 얘기를 하고, 세진 웃으며
그런 경준을 본다.
CUT TO
세진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노호혼이 햇빛을 받아 움직이고 있다.
세진(N) 나는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인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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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거리 / D
출근길의 직장인들. 그 속의 두터운 겨울 점퍼를 입은 세진. 눈이 내리고 있다.
5. 세진의 회사 / 엘리베이터 앞 / D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세진이 내린다.
6. 세진의 회사 / 사무실 / D
세진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다른 직원들은 모두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다.
세진 무슨 일이에요?
직원 부도래.
세진 부도요?
놀란 세진의 얼굴 위로 화면 어두워진다.
『내 깡패같은 애인』
7. 언덕길 / D
화면 다시 밝아지면, 언덕길을 오르는 이삿짐 차.
이삿짐센터 직원 둘의 옆 자리에 앉아있는 세진. 세진의 시야로 보이는 언덕길의
복잡하게 얽힌 전선들과 그에 대비되는 파란 하늘. 라디오에서는 손담비의 “토
요일밤에”가 흘러나오고 있다. 트럭이 연립 앞에 멈춰 선다.
8. 세진의 방 / D
불이 켜진다. 방안을 둘러보는 세진. 허름한 반지하방. 인부 중 한 명이 계단을
내려온다. 그 남자는 머리를 빡빡 깎고 있다.
세진 이 방이에요.
인부 반지하네? 반지하면 반지하라고 말을 했어야지요.
세진 예?
인부 계단 있으면 돈 더 줘야 돼요.
세진 얼마나 더 드려야 되는데요?
인부 이만원 더 줘요.
세진 그런 게 어딨어요? 계단이 몇 개나 된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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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부 몇 개든 계단 있으면 더 줘야 된다니까요.
아무튼 원칙이 그래요. 싫음 혼자 옮기든가.
세진 (어처구니가 없다) 알았어요. 놓고 가요.
인부 ?
세진 내가 옮길 테니까 내려 놓구 가라구요.
인부 그러시든지.
9. 연립 복도 / D
계단을 내려오는데 몸이 뒤뚱하며 수납함이 쓰러진다. 꽈당 소리와 함께 좌르르
바닥에 쓰러지는 물건들. 세진 얼른 물건들을 수납함에 주워 담는다.
옆집의 문이 덜컹 열린다. 그 바람에 세진이 문에 부딪혀 뒤로 벌렁 넘어진다. 문
을 나오는 한 남자. 동철이다. 동철, 뭐냐는 얼굴로 세진을 보는데, 세진이 노트,
연필 따위를 수납함 안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10. 연립 앞 / D
밖으로 나오는 세진. 그런데 짐들 속에서 동철이 무언가를 보고 있다. 세진의 이
력서다.
동철 한세진? 남자 이름 같네.
세진 (빼앗아 뒤로 감추며) 왜 남의 걸 함부로 보고 그래요.
동철 2년제면 전문대 나온 거냐?
세진 대학원 나왔어요.
동철 (놀라서 보는) 대학원? 와. 대학원 나온 사람이랑 얘기 첨하네.
세진 !
동철 (분위기 깨며) 그런데 왜 백수냐?
세진 ! (발끈해서 보다가) 왜 반말이세요?
동철 나보다 한참 어리구만 뭘.
세진 (기분 나쁘다는 얼굴로 이력서를 감추고는 매트리스를 옮기려는데)
동철 이사는 어디 가구 혼자 옮겨?
세진 계단 있다고 돈 더 달래잖아요. 그래서 그냥 가라고 했어요.
동철 돈 뜯어낼라고 그랬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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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 (울컥한다) 네.
동철 여자 혼자 이걸 혼자 언제 다 옮기라구.
세진 (살짝 말씨가 고와지며) 그러게 말에요.
동철 이삿짐 새끼들. 하여튼. (하고는 그냥 가버린다)
세진 (황당한 듯 보며 사투리로) 뭐 저런 게 다 있어라?
동철 애들 다 어디 갔어요?
김사장 파견 갔다.
동철 뭔데요?
김사장 재개발 용역이지 뭐야.
동철 (털썩 앉으며) 나한텐 연락 없었는데?
김사장 오늘은 몸 풀 일 없다고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하더라.
종서가 너 챙겨주는 거 반만큼만 해라 이 새끼야.
동철 새끼가 그래도 예의를 알아요.
김사장 좋~단다.
동철 그런데 형님 그거 언제 해 줄 건데요.
김사장 뭐얼.
동철 왜 처음 들어보는 소리처럼 얘기해요.
업소 언제 해주냐구요.
김사장 기달려 봐. 그게 나 혼자서 되니? 종서가 지금 준비하고 있으니까.
동철 언제까지 기달려요. 나도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네요.
돈도 다 떨어져 가는데.
김사장 그러니까 일을 해. 수금 다니고 그럼 돈 준다니까.
동철 씨발. 가오가 있지 내가 이 나이에 빚쟁이들이나 쫓아다녀야겠어요?
김사장 아, 몰라. 나도 할 만큼 하고 있어 새끼야.
12. 룸살롱 /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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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오는 동철. 마담이 동철 쪽으로 재빨리 뛰어온다. 저쪽에서 아가씨들
이 웅성웅성 모여있다.
마담 가짜 양주 판다고 지랄이잖아.
동철 어떤 새끼들이길래 진짜 임페리얼 맛을 알어?
마담 첨보는 놈들인데 합기도장 사범들이래.
동철 합기도장 사범?
동철 (당황해서) 뭐, 뭐야.
동철 씨발 새끼들. 주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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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장 잘됐다. 너 돈도 없는데 진단서 끊어서 합의금이나 받아내.
동철 어디 사는 놈인지 알아야지요.
그리고 진단서 끊으믄 지는 거지 씨발.
어우 왜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일어나냐?
크득 크득 웃는 사내들.
종서 어떤 새끼가 웃어.
그 합기도장 새끼들 때문에 가게 다 망가지고, 가짜 양주 판다고 소문나서 단골
들 다 떨어지게 생길 판이야 새끼들아.
사내들 (뚝 그치는)
동철 (한쪽에 서 있는 애 보고는) 넌 누구냐?
봉수 오늘 새로 들어왔습니다.
재영 (겸손, 구십도로 숙이며) 안녕하십니까! 이재영입니다.
동철 너 어디서 나 본 적 없냐?
재영 예? (생각을 하다가) 죄송합니다!
동철 죄송할 게 뭐 있어 새끼야. 본적이 없나보지.
재영 (어쩌란 말이냐)?
동철 아무튼 이 새끼들 잡히기만 해봐.
14. 세진의 방 / D
어느 정도 정리된 집안. 옷걸이에는 정장들 몇 벌이 걸려있다. 방은 예전에 쓰던
짐들을 그대로 가져와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앉은뱅이 책상을 놓고 이메일을 확인하는 세진. 마치 화투패를 까듯 모니터 화면
을 손으로 가리고 있다가 천천히 내린다. 그 위로 들리는 세진의 전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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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를 클릭해 즐겨찾기의 구인란으로 들어가는 세진.
15. 골목 / D
동철이 저만치 앞에 걸어 내려가고 있다. 그 뒤를 따라가는 세진. 동철은 아직 세
진이 뒤에 따라오는 걸 알지 못한다. 그때 부동산 차가 가다가 멈춰선다.
세진 어? 안녕하세요?
부동산 방은 괜찮지? 높은데 있어서 그렇지 그만한 돈에 구하기 힘든 집이야.
세진 예... 그런데요 아저씨. 혹시 저희 옆방에 사는 남자 뭐 하는 사람인지 아세요?
부동산 옆 방? 거긴 내가 안 내놔서 모르는데?
세진 그래요...?
16. 라면 가게 / D
동네 근처의 허름한 분식집. 꺄르르 웃으며 수다를 떨고 있는 여고생들의 얼굴.
문이 열리며 세진이 안으로 들어온다. 세진 어디에 앉을지 돌아보는데, 마침 물병
을 가져온 아줌마 세진을 보고는
동철 어? 라면 먹으러 왔냐?
아줌마 (동철에게) 아는 사이야?
동철 옆방 여자에요.
아줌마 그래? 그럼 잘 됐네.
동철 (버럭) 시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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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철 아줌마. 라면 하나 달래요. 계란 빼고.
아줌마 알았어.
동철 아직도 노냐?
세진 예? 노는 게 아니라...
동철 요새 취직하기 힘들다든데. 불황 아니냐 불황.
그래도 우리나라 백수들은 착해요.
뉴스 보니까 프랑스서는 백수들이 일자리 내놓으라고 다 때려부수고 난리든데.
우리나라 백수들은 그게 다 지 탓인줄 알어. 새끼들 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
너도 취직 못한다고 욕 하고 그러지 마라.
정부가 다 잘못해서 그런 거야 이게. 니 탓이 아니라구.
그러니까 당당하게 살어.
세진 (코에서 콧바람이 후~ 나온다)
CUT TO : 시간경과
한 무리 여학생들 나가고 나면 다른 여학생들이 안으로 들어와 앉는다. 후루루룩
라면을 먹는 동철.
동철 아줌마 여기 얼마에요?
아줌마 라면 두 개? 오천원.
동철 아니, 두 개가 아니라.
17. 라면 가게 밖 / D
밖으로 나오는 세진. 문 한쪽에 동철이 세진을 기다리고 있다.
세진 안 그래도 되는데...
동철 (손을 내밀며) 줘.
세진 예?
동철 라면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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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 어이없다는 얼굴로 지갑을 꺼내서는 천원짜리 두 장과 백원짜리 동전 다섯
개를 건네준다. 동철, 돈을 주머니에 슥 넣고 돌아서는데,
세진 저기요.
동철 (돌아보며) 왜.
세진 그런데 무슨 일 해요? 그렇게 다쳐갖고 다니고?
(픽 웃으며) 꼭 깡패 같애요.
동철 (동철 잠시 세진을 빤히 보더니) 나 깡패야.
세진 !
18. 세진의 방 / D
택배 상자를 여는 세진. 그 안에 들어있는 건 립스틱 모양의 호신용 가스 분사기
다. 사용법을 읽어보는 세진.
세진 이걸 누르는 건가?
19. 편의점 앞 / N
동철이 편의점 쪽으로 다가간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서 보고는 안으로 들어
가려다가 보면 진열대의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세진이 보인다. 동철, ?하는 얼굴
로 들어가려는데 그때 고등학교 1진쯤으로 보이는 아이 둘이 동철을 부른다.
아이1 삼촌.
동철 (귀찮다는 듯) 뭐.
아이1 (동철의 외모에도 꿀리지 않고) 죄송한데요. 담배 한 갑만 뚫어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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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철 뭘 뚫어?
아이2 담배 한 갑만 사 달라구요.
아이1 담배 살라고 하는데 저 씨발년이 민증 없다고 안 팔잖아요.
동철 (세진 보며) 저 씨발년이?
아이2 예. 존나게 깐깐해요.
동철 (얼른) 돈 줘봐.
아이1 (삼천원을 동철에게 준다) 레죵요.
20. 편의점 안 / N
세진의 눈이 동철을 지켜본다. 진열대에서 우유를 집어드는 동철. 세진의 손이 옆
에 놓여있는 핸드백을 향한다. 가스분사기를 꺼내는 세진. 동철 세진 쪽으로 온다.
동철 담배.
세진 무슨 담배요?
동철 담배는 마세이지.
세진 마세이요?
동철 마일드- 세븐.
세진 (담배를 꺼내 바코드를 찍는데)
동철 여기 취직한 거냐?
세진 !
아르바이트 하는 거에요.
삼천이백원이에요.
동철 이백원?
21. 편의점 앞 / N
세진 유리가로 와서 동철과 아이들의 하는 양을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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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1 씨발년. 그럼 우리가 못 살줄 알고.
아이2 고마워요 삼촌.
아이1 (동철의 손에 든 마일드세븐을 보고) 레죵 사다 달랬는데.
동철 담배는 마세이지 씨발. (하고는 우유를 내민다)
아이1 (엉겁결에 받아드는데)
동철 (네이티브 발음으로) 미으크나 마셔 새끼들아.
아이2 담배는요?
동철 (아이들의 머리통을 때리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들이.
머리 썩어 머리. 공부 안 해?
아이1 에이 씨발.
동철 씨발?
요 좆만한 새끼가 어디서 씨발이야.
동철 뭐긴 뭐야 이 새끼야. 니들 삼촌이지.
동철 저 새끼들 저거 뭐가 될라고.
니들 담부터 이 근처서 얼쩡거리다 걸리면 죽어!
(신발을 집어 던지며) 가서 엄마 젖이나 쳐 먹어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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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2 씨발탱이야. 너는 여자 젖이나 만져봤냐?
동철 만져 봤다 새끼야.
(손으로 이상한 걸 만지는 흉내를 내며) 이따만한 거 만져봤다.
세진 (그 소리를 듣고 질겁을 하는) !
아이1 야이 개 좆만아!
아이2 야이 씨방새야!
동철 이런 썅 호로 개떡같은 새끼들아.
세진 (기가 막힌 얼굴로 보는)
22. 회사 / D
복도를 걸어가는 세진. 그녀를 안내하고 있는 한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한 곳에 다다르자 여자가 세진을 향해 문을 열어준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는 세진.
햇살이 가득 메우고 있는 사무실 저쪽에 실루엣으로 보이는 몇 명의 남자들.
그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세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23. 편의점 / N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말하는 세진. 그러다가 벌떡
일어난다.
24. 언덕길 / D
비가 내리고 있다. 드라이를 맡긴 정장을 찾아 언덕길을 올라가는 세진. 그녀가
지나는 곳 근처에 피아노 학원이 있다. 피아노 학원에서는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
오고 있다.
25. 연립 복도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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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내려오는 세진. 우산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물이 바닥에 떨어지자
잠시 문밖에 내놓는다.
26. 세진의 방 안 / D
정장을 갈아입고 있는 세진. 머리를 다듬고, 옷매무새를 손본다. 가방을 들고 밖
으로 나가는 세진.
27. 연립 복도 / D
세진, 문을 나오는데, 우산이 없다. 주위를 돌아보는 세진. 그러다 현관 쪽을 보면
비는 아직 퍼붓고 있다.
28. 연립 앞 / D
세진, 현관으로 나와 시계를 본다. 망설이다가 결국 빗속으로 뛰어드는 세진.
29. 언덕길 / D
세진, 언덕길을 뛰어내려온다.
그러나, 이미 온몸이 비에 젖어버렸다.
언덕길 중간쯤을 내려올 때 문득 세진의 얼굴이 굳어진다.
저만치에 동철이 세진의 우산을 쓰고, 한 손에는 라면과 두루마리 화장지 두 개
를 들고 언덕을 올라오고 있다.
세진, 동철 앞에 멈춰선다.
세진 저기요.
동철 어?
세진 (우산을 보면)
동철 뭐.
세진 그 우산... 제 거 아니에요?
동철 어, 이거? 뭐 좀 사러 갈려고 하는데, 비가 오잖아. 산성비를 맞을 수도 없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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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철 잠깐. 나 집에 까지 데려다 주고 가야지.
세진 예?
동철 나보고 비 맞구 가란 말야?
세진 (버럭) 지금 늦었단 말이에요!
동철 어? 야!
동철 어우 씨발.
30. 면접장 / D
회사 전경 위로 한 여자가 영어로 떠듬떠듬 무언가를 얘기하고 있는 소리가 들린
다. 비는 이미 그쳐 있다.
CUT TO
무심하게 듣고 있는 면접관들.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면접생들. 영어
로 얘기하는 여자의 옆에 앉아 머리를 매만지는 세진. 그녀의 옷은 비에 젖어 후
줄근해져 있다. 자기의 행색을 살펴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세진.
면접관1 잘 들었어요.
면접관1 강동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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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 저...
세진 저한테는 질문 안 하셨는데요.
면접관1 아, 시간이 별로 없어서. 다른 사람들 하고 시간이 남으면 그때 물어볼게요.
됐죠?
세진 예?...
31. 부동산 / N
소파에 앉아있는 세진. 부동산 세진이 내민 방 열쇠를 집어든다.
32. 연립 복도 / N
세진,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오는데 문이 열리며 동철이 밖으로 나온다. 세진, 문
을 열려고 하는데, 동철 계단으로 가다가
동철 야, 옆방 여자!
세진 (돌아보면)
동철 면접 잘 봤냐?
세진 그쪽 때문에 다 망쳤어요.
동철 그게 왜 나 때문이야.
세진 비 맞아서 옷 다 버렸잖아요.
면접에서 인상이 얼마나 중요한 줄 알아요?
동철 (찔끔해서는 다시 계단을 올라간다.)
종서 배째란다고 그냥 오냐? 그냥 와?
봉수 아 진짜 웃통 까고 뱃가죽을 들이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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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서 그럼 째야지 새끼야. 병신새끼.
동철 왜 그래요?
김사장 (잘 됐다는 듯) 동철이 너 오랜만에 솜씨 좀 발휘해 봐라.
이 새끼가 엄청 끈질기게 구는 모양인데 그거 받아오면 오프로 줄게.
동철 아이 애들 놔두고 내가 그걸 왜 해요.
종서 (끼어들며) 동철아 이거 일 억짜리다.
동철 (눈동자 굴리며 계산하는데) 일억의 오프로면 얼마야.
오백?
종서 내 차 타고 갔다 와라.
(재영에게) 재영이 너 동철이 형님 따라 가서 일 좀 배워.
이 형님이 어떻게 하는지 보라구.
재영 예!
34. 차 안 / N
그랜저에 타서 담배를 피며 조수석에 앉아있는 동철. 운전하고 있는 재영.
동철 재영이.
재영 예. 형님.
동철 넌 새끼야. 왜 이런데 들어올라고 그러냐? 곱상하게 생겨갖구.
재영 학교서 짤리고 나니까 마땅히 할 것도 없고 해서요.
동철 학교서 짤렸으면 검정고시를 보면 되지 새끼야.
8월은 물 건너갔고 공부해서 내년 4월에 검정고시 봐 새끼야.
내 경험으로 보면 말이야. 지 나이 때 할 거 안하면 후회하는 법이야 마.
재영 학원도 가봤지만 공부는 적성이 아닌 거 같습니다 형님.
동철 그럼 차라리 다른 일을 하든지 새끼야. 어디 가서 발레라도 해.
재영 발레를 말입니까?
동철 발레파킹 말이야 새끼야.
아직 창창한 새끼가.
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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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철 수금하러 왔습니다. (하다가 동철의 표정이 굳는)
동철 가만있어 새끼야.
박반장 앞으로 여기 또 얼씬 거리면 니네 조직 다 엮는다.
알었냐?
동철 ...
박반장 알았냐구 이 새끼야.
재영 형님.
동철 가만 안 있어?
박반장 얼마전에 니네 술집에 합기도장 애들 찾아갔었지?
김사장한테 전해라. 전처럼 안하면 계속 걸리적거릴 거라고.
동철 !
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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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솜으로 틀어막고 있는 동철.
종서 괜찮냐?
동철 씨발. 마가 끼었나?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종서 이거 넣어둬라.
동철 (보면 현금 뭉치다) 병신새끼 장난 하냐? 네가 이런 걸 왜 줘 새끼야.
종서 받아 마. 돈이 있어야 동생들 밥이라도 사주고 할 거 아냐.
예의라는 게 동생들만 차리는 게 아냐 마.
형님이 동생들 밥 챙겨주고 그게 예의인 거지.
예의 안차리다간 동생들한테 무시당해 새끼야.
알지? 이 바닥에서 동생들한테 무시당하면 어떻게 되는지.
동철 그래서. 내가 예의를 안 차리면 동생들이 나를 깔지도 모른다는거냐 지금?
종서 야 이 새끼야 누가 그렇대?
새끼 말을 해도 할 말 못 할 말이 따로 있지.
동철 (피식 웃으며) 농담이다 새끼야.
(돈을 주머니에 넣으며) 암튼 담부턴 이런 쓸데없는 짓 하지마 새끼야.
종서 저 새끼는 꿍시렁대면서 돈은 다 가져가요.
동철 (돈을 바닥에 집어 던지며) 야 이 씹새야 그럼 도로 가져가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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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서 그냥 한 말이다 마.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하며 다시 돈을 주머니에 찔러 넣
어주면)
동철 지 성의 생각해서 받아주니까 새끼가.
종서 알았다. 알았어. 고맙다. 생각해줘서.
동철 간다.
종서 타. 태워다 줄게.
동철 (뒤도 안 보고) 됐어 새끼야.
38. 동철의 방 / D
반쯤 열어놓은 창밖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 위로 들
려오는 알람 소리.
이불을 머리 위까지 뒤집어쓰고 자고 있는 동철. 몸을 뒤척인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난다.
39. 연립 복도 / D
쾅쾅 문을 두드리는 동철.
동철 야. 야. 야! 야!
세진의 방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런데 부동산이 한 여자를 데리고 계단을
내려온다.
동철 뭐요?
부동산 집 보러 왔는데요?
동철 집 내놨어요?
부동산 옆방 깡패 때문에 못 살겠대요.
동철 !
여자 (놀라서) 옆방에 깡패 살아요?
부동산 (당황해서 얼른 문을 열며) 에이 그럴 리가 있어요?
일단 방이나 보시구.
(하다가) 그런데 누구신지?
동철 (말없이 옆방 문을 열며) 알람이나 꺼줘요.
부동산 (잠시 당황한 듯 문을 열고는 여자에게) 들어와요.
여자 (마땅찮은 듯 동철을 보다가 방안을 보고는 갑자기 악! 비명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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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뭐, 뭐야.
동철 왜 이래요?
40. 언덕길 / D
세진을 들쳐 업고 나오는 동철.
41. 병원 로비 / D
간호사들이 이동침대를 가져와 세진을 뉘인다. 세진을 진찰하는 의사. 땀에 흠뻑
젖은 동철 세진을 흔든다.
동철 야! 정신 차려봐!
의사 어떻게 된 겁니까?
동철 (약병을 꺼내 보이며) 이거 먹은 거 같아요.
의사 그게 뭔데요?
동철 모르겠는데요? (혼잣말로) 그걸 알면 내가 의사하지 씨발.
의사 (약병을 보고는 단호하게) 뉴트리션!
간호사2 (놀라서는 약병을 받아들며 챠트에 기록한다) 뉴트리션요?
동철 (안타깝고 화가 나서) 이 병신아 아무리 취직이 안 돼도 그렇지.
뉴트션을 왜 먹어!
-22-
간호사1 밖에 나가 계세요.
동철 (조금 진정이 되어) 그런데 뉴트션이 뭐요?
간호사1 뉴트리션요? 영양제요.
동철 영양제 먹어도 죽어요?
간호사1 영양이 좋아지죠.
CUT TO : 시간 경과
대기 의자에 앉아있는 동철. 간호사가 동철에게 다가온다.
42. 병원 / 응급실 안 / D
링거를 맞고 있는 세진. 무심코 고개를 돌리는데 커튼 사이에서 동철이 머리를
들이민다.
세진 (놀라는) 여긴 왜 왔어요?
동철 너 내가 데리고 왔다.
어떻게 된 건지 기억 안나?
세진 영양제 먹는데 알람 울린 거 빼고는...
내가 방에 쓰러져 있었어요?
동철 그래.
세진 내 방에... 들어왔다고요? (보다가 긴장하는) 내 방엔 어찌해서...
동철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다는 듯 가만히 보다가 갑자기 인생이 피곤해진다)
부동산이 방 보러 왔다가 너 발견했다.
네가 나 때문에 방 내놨다매.
세진 (무안하니까 꾀병 부린다) 아~ 또 쓰러질 거 같애.
동철 (버럭) 누워있는데 어떻게 쓰러져!
-23-
세진 (같이 버럭) 아픈 사람한테 왜 소리를 질러요!
동철 (서로를 노려보는) !
세진 !
43. 언덕길 / N
앞서 걷고 있는 동철.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세진.
세진 그런데요, 정말 깡패 맞아요?
동철 왜 아닌 거 같애?
세진 무슨 깡패가 매일 맞고 다녀요?
동철 (자존심이 상하는) 깡패라고 안 맞냐?
그게 씨발 성질 급한 일반화의 오류야.
동철 짜증난다는 앞서 걸어간다.
44. 동철의 방 / D
TV에서 교육방송이 나오고 있다. 고등학교 국어 강의가 끝난다. 리모컨으로 TV를
끄는 동철. 일어나서 옷을 걸쳐 입는다.
45. 연립 복도 / D
문이 열리며 동철이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세진이 현관 쪽에 서 있는 게 보인다. 면접 복장을 하고 있다. 세진 동철
을 흘끔 보고는 긴장하며 외면하는데,
-24-
동철 있으면 네 걸 썼겠냐?
왜. 우산 또 없어졌어?
세진 저번에 면접 갔을 때 놓고 왔나 봐요.
동철 돈 줘봐.
세진 예?
동철 우산 사다줄게.
세진 ... (약간 의심) 정말요?
동철 (이게 하는 얼굴로 보면)
세진 (얼른 돈을 꺼내준다) 제일 싼 걸루요.
46. 언덕길 / D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동철이 슬리퍼를 신고 “철벅철벅” 소리를 내며 달려간다.
그때마다 언덕 위를 흐르던 빗물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런데, 동철이 언덕을 거의 중간쯤 내려갔을 때 그만 슬리퍼가 벗겨지며 동철의
발이 지이익 미끄러지면서 동철의 몸이 그대로 허공에 떠올랐다가 바닥에 떨어
진다. 쿵 소리와 함께 엉덩이를 찧는 동철.
비는 계속 쏟아져 내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동철의 움직임은 완전히 멈춰있다.
47. 연립 앞 / D
세진이 초조하게 동철을 기다리고 있다. 시계를 들여다본다. (이렇게 늦을 리가
없는데...)
세진 잠시 망설이다가 빗속으로 잠시 나가볼까 하지만, 빗방울이 굵어 다시 얼른
현관 안으로 들어온다.
세진, 원망하듯 하늘을 올려다본다.
세진, 다시 빗속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세진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며
미소가 인다.
저만치서 희미하게 동철이 달려오고 있다.
그의 손에는 우산이 들려져 있다.
동철은 우산을 피지도 않고 접힌 그대로 들고 오고 있다. 동철이 세진에게 우산
-25-
을 건네준다. 세진 우산을 들고 재빨리 빗속으로 달려간다.
동철, 잠시 서운한 듯 그 모습을 보다가 엉덩이를 만져본다. 무척 고통스런 표정
이다.
그런데, 그때 세진이 갑자기 돌아선다. 세진이 큰 소리로 동철을 부른다.
세진 저기요.
동철 왜?
세진 고맙습니다.
동철 어? 어. 면접 잘 보고 와.
세진 예...
동철 고향은.
재영 마포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서울에서 보냈습니다.
봉수 유년시절이 뭐냐?
사내1 어린 시절입니다.
동철 가족은?
재영 외아들로 태어나서 엄격한 아버지와 너그러운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자랐
습니다.
김사장 동철이 쟤 간만에 일찍 나와서 뭐하는 짓이냐?
종서 면접 본답니다.
동철 이 새끼 여기 있을 놈이 아닌 거 같아서요. 그래서 면접 한번 볼라 구.
너 이 새끼 똑바로 대답 안하면 안 받아줘.
재영 예!
동철 그래서 어쩌다 여기까지 왔냐.
재영 고등학교 때 친구랑 싸우다 학교에서 쫓겨났습니다.
동철 왜 싸웠는데?
-26-
재영 윤미를 친구새끼가 뺏어갔습니다.
동철 윤미가 누군데? 네 이거냐?
재영 예...
동철 여자 때문에 인생을 망친 거네?
종서 (장난으로) 넌 새끼야 안 되겠다.
재영 예?
종서 이 바닥은 여자 생기면 끝인거야 마.
재영 왜 끝입니까?
종서 여자 있는 놈이 일을 제대로 하겠어?
일을 소홀히 한다 그럼 그날로 까이는 거지.
재영 앞으로는 절대로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겠습니다.
일단 한번 믿고 써주신다면 100프로 만족시켜 드리겠습니다.
면접관1(E) 마지막인가?
면접관2(E) 예.
CUT TO
세진의 얼굴 위로,
-27-
면접관1 한세진씨, 노래 잘해?
세진 예?
면접관1 손담비 토요일밤에 알어?
세진 토요일밤에요?
면접관1 어, 그거.
세진 (자신있게) 예. 압니다.
면접관1 한번 해봐요? 춤추면서?
세진 여기서요?
면접관2 왜요. 못하겠어요?
세진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세진 토요일밤에. 토요일밤에...
면접관1 왜. 계속하지.
-28-
동철 뭐요 이게?
김사장 네가 이것 좀 붙여라.
동철 내가 이딴 걸 왜 해요.
김사장 아가씨가 딸려서 가게가 안 돌아간다잖니.
애들 다 일 나가고 없잖아.
빈둥거리고만 있지 말고 이럴 때라도 네가 좀 도와줘 새끼야.
동철 아우 씨발. 진짜 가오 상하게.
51. 유흥가 거리 / N
동철 테이프와 광고지를 들고는 한 장 한 장 광고 전단을 붙이고 있다.
전봇대며, 공중전화며, 쓰레기통이며 죽죽 전단이 붙여진다.
동철 씨바 왜 이렇게 많어.
-29-
동철 (창피해서 뒤로 감추며) 돈 받고 하는 거 아니다.
그냥 우리 업무 중 하나야.
동철 가려고 하는데,
52. 라면 가게 / N
라면을 먹고 있는 세진과 동철.
동철 고작 산다는 게 라면이냐?
맨날 이딴 거나 쳐 먹으니까 픽 픽 쓰러지지.
세진 취직할 때까지 버티려면 한 푼이라도 아껴야죠!
동철 그런데 너 라면에 원래 계란 안 넣어서 먹냐?
세진 예. 왜요?
동철 나도 그런데.
동철 옆방 세입자?
-30-
동철 (그러다가 생각난 듯) 너 빨리 취직하고 싶니? 내가 취직하는 법 알려줄까?
세진 ?
동철 면접 볼 때 사장 앞에 가서 무릎 꿇고 빌어. 울면서 무조건 비는 거야. 제발 취
직 좀 시켜 달라고.
세진 (어이없다는 듯 보는데)
동철 하긴 가오가 있지.
세진 그렇게 하고 싶어도 이제 면접 볼 데도 없어요...
동철 ...
과장 내가 인사과장인데요? 무슨 일로?
세진 안녕하세요? 이거 드릴려구요.
과장 (봉투를 열어보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다. 흘깃 보고는) 우리 회사는 경력직만
뽑는데?
세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 신입사원 뽑게 되시면 연락 부탁드린다구요.
과장 여자들은 취직하기 더 힘든 거 알죠?
세진 예...
과장 대학을 지방에서 나왔네요?
세진 4년간 성적 우수 장학금 받고 다녔구요. 여기 석사 학위랑, 자격증 리스트랑 그
리고 토익도 상위 3프로 안에 들어요.
과장 알았어요. 놓고 가요.
세진 그럼 부탁 드리겠습니다.
기호 과장님 누구에요?
과장 어? 원서 내러 왔다나봐.
54. 빌딩가 거리 / D
빌딩들이 길게 늘어선 거리를 터덜터덜 걸어가는 세진. 그녀의 주위를 지나치는
몇 명의 여자 직장인들.
-31-
55. 편의점 / N
안으로 들어오는 동철. 세진이 동철을 보며 씨익 웃고 있다.
동철 왜 미친년처럼 웃냐?
세진 어쩌면 나 취직할지 모르겠어요.
동철 뭐? 진짜야? 어떻게?
세진 (다시 한번 씩 웃는데)
56. 까페 / N
실내에서 들려오는 재즈풍의 음악 소리. 세진과 기호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
고 있다. 기호의 명함이 커피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그 위로,
감격하는 세진.
-32-
세진 아니에요. 괜찮아요.
57. 모텔 주차장 / 차안 / N
모텔 전경 위로 자동차 한 대가 안으로 들어간다.
CUT TO
기호가 세진의 손을 잡고 있다.
세진 이거 놔요.
기호 왜 싫어?
-33-
한번만 눈 딱 감으면 돼.
세진 ...
세진 이러지 마요.
세진 이러지 말라니까요.
58. 거리 / N
세진이 터덜터덜 밤길을 걷는다. 그녀의 주위로 걸어가는 많은 사람들.
59. 복도 / N
세진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오는데 문이 벌컥 열린다. 동철이다.
동철 야, 어떻게 됐어.
세진 뭐가요?
동철 뭐긴 뭐야 씨발. 취직. 누가 너 취직 시켜준다고 했다매.
세진 (명함을 꺼내 보여주며) 이 사람이요. 자기랑 자주면 취직 시켜주겠다잖아요.
동철 (당황해서는) 뭐? (하다가) 하 씨발새끼. 그거 웃기는 놈이네. 그래서 자고 오느
라구 늦은 거냐?
그럼 이제 취직 하는 거야?
세진 (노려보는)
동철 (당황하는) 안 잤냐?
세진 (명함을 확 집어 던지고는)
그래서 나도 후회하는 중이에요!
세진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간다.
-34-
동철 후회되면 씨발 다시 연락을 해보든지!
60. 사무실 / D
동철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다.
문가에 있는 여사원에게 뭐라고 묻자 여사원이 한쪽을 가리킨다.
그곳에서 기호가 일을 하고 있다.
동철 기호 쪽으로 다가간다.
61. 지구대 / N
세진이 자리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쇠문이 열리고 동철이 경찰을 따라 안으로 들어온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세진.
경찰1 동철의 손에 묶인 수갑을 풀어준다.
경찰1 오동철씨.
저쪽에서도 잘못한 게 있으니까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해서 특별히 봐주는 거요.
전과도 있던데 다시 이런 일로 들어오면 그땐 못 나가요.
알아요?
-35-
대답하지 않는 동철.
세진 가요.
동철 ...
세진 (버럭) 빨리 가요!
62. 동철의 방 / N
맥주캔을 홀짝이는 세진. 동철도 말없이 맥주캔만 들이킨다.
세진 왜 그랬어요?
동철 뭘.
세진 혹시 나 좋아해요?
동철 미쳤나 이게.
CUT TO : 시간 경과
멍하니 교육방송을 보고 있는 동철.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세진.
세진 교육방송은 뭐 하러 봐요?
동철 (화들짝 놀라며) 그냥 보는 거다. 요새 애들은 뭐 배우나 궁금해서.
다른 거 볼래?
-36-
는 세진. 동철 얘가 왜 이러나? 하는 얼굴로 보는데,
동철 (휴지를 건네면)
세진 (그걸 받아 눈물을 닦는다)
동철 (기다렸다가 다시 휴지를 뜯어서 건네면)
세진 (그걸로 닦고)
동철 (세진 앞에 앉아) 심호흡해봐. 심호흡. 후~
세진 후~
동철 후~
세진 후~
동철 안 되겠지...?
세진 돼요...
-37-
지 않는다.
CUT TO : 시간 경과 : D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 세진. 동철은 일어나지 않고 이불로 몸을 감싸고 있다.
문 쪽으로 가는 세진. 이불로 몸을 감싸고 있던 동철 일어난다. 그의 뒷모습이 어
렴풋이 보인다. 등에 새겨진 문신.
63. 연립 복도 / N
세진의 방문이 열린다. 세진이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잠시 후 밖으로 나오는 동
철. 둘이 시선이 부딪힌다. 어색해 하는 두 사람. 세진 계단을 올라가버린다.
64. 연립 앞 / 언덕길 / N
밖으로 나오는 세진. 잠시 후 따라 나오는 동철.
동철 너... 내가 처음이냐?
세진 (잠시 멈칫 보았다가 고개 돌리는) 그럴 리가 있겠어요?
동철 그렇지? 아하하. 난 또 괜히 걱정했잖아.
세진 저기요.
동철 응?
세진 앞으로 그런 일 다신 없을 거에요.
에스키모인들은요. 너무 추운 밤에는 혼자 자지 않고 개를 끌어안고 잔대요.
그래야만 얼어 죽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추운 밤을 그들은 ‘개의 밤’이라고 부른
대요.
나한테는 그러니까 어제가 바로 개의 밤이었어요.
동철 야, 씨발. 그럼 내가 개라는 거냐?
세진 아 왜 이러세요. 창피하게.
동철 씨발 누가 듣는다구. 말해봐. 내가 개냐구.
세진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거예요.
비유가 뭔진 알죠?
동철 그러니까 아무튼 내가 개라는 거잖아.
그럼 너는 씨발 개랑 한 거냐? 응?
세진 내가 개랑 하긴 뭘 해요.
동철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거야.
비유하자면 너는 개랑 한 거라구.
세진 왜 이래요 진짜 저질스럽게.
-38-
달려가는 세진. 동철 쫓아가며 소리 지른다.
동철 내가 저질이면 너는 고질이냐?
박반장 잘 있었냐?
동철 (대답 없이 외면하는데)
박반장 새끼.
김사장 왔냐?
동철 (못마땅한 듯 보다가) 돈 뜯겼어요?
김사장 종서가 일단은 그냥 주래잖아.
동철 그런다고 줘요? 형님은 가오도 없어요?
김사장 (안으로 들어가며) 없어 새끼야.
동철 아우 씨발. 건달 망신은 다 시키고들 있네.
67. 이미지 / D
한강 철교. 그 위로 찬바람이 불고, 낙엽이 날린다.
동철 왜 전화질이냐?
세진(E) 뭐 해요?
동철 라면 사들고 집에 간다. 너는 뭐 하냐?
세진(E) 나도 집에 가는 길이에요.
동철 어디 갔다 오는데?
-39-
세진(E) 도서관. 자료 찾으러.
동철 무슨 자료?
세진(E) 취직 자료.
동철 면접 볼 데도 없다매?
세진(E) 그래도 준비는 해야죠.
근데 있잖아요. 내 앞에 가는 사람 똥꼬에 바지 꼈다.
동철 지지배가 똥꼬가 뭐냐 똥꼬가.
근데 존나 웃기겠다.
세진 뭘 그렇게 봐요?
69. 합기도장 앞 / N
동철과 재영, 길 건너 합기도장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다.
동철 여기냐?
재영 예. 제가 등록하러 온 척 하고 미리 들어가 봤는데요. 사범이 세 놈 있는데 형님
이 말씀하신 인상착의 하고 똑같았습니다.
동철 새끼들. 바로 코앞에 있는 걸 몰랐네.
잘 했다 새끼야. 너 졸라 마음에 든다. 응? 재영아.
재영 저도 형님이 좋습니다. 다른 형님들 같지 않고, 진짜 친형님 같습니다.
동철 (흐뭇한 듯) 새끼.
재영 형님. 쳐 들어갈까요?
동철 재영아.
재영 예, 형님.
-40-
동철 저 새끼들은 그냥은 못 당해.
무조건 기선제압이다.
재영 기선제압요?
동철 그래. 가자.
그들 건물 안쪽으로 사라진다.
70. 합기도장 안 / N
도복을 입은 합기도 사범들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그때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
어오는 동철과 재영.
동철 어이. 오랜만이다.
사범1 뭐야 늬들?
동철 가자.
-41-
합기도 사범들. 동철과 재영 신이 나 있다.
71. 언덕 위 / D
동철 어슬렁어슬렁 걸어온다. 세진이 저만치 한강 철교를 바라보고 있다.
세진 웃으며 동철 앞에 종이 한 장을 내놓는다.
세진 봐요.
동철 이게 뭔데.
세진 1차 합격증.
내가 보여줄려고 출력해 왔어요.
동철 너 면접도 안 봤잖아.
세진 또 떨어질까봐 말 안하고 봤죠.
동철 그럼 취직한 거야?
세진 1차 합격이라니까요.
2차까지 붙어야 돼요.
동철 뭐야 씨발. 난 또 취직한 줄 알고.
세진 이번에는 면접만 잘 보면 붙을 가능성이 있어요. 이 회사 사장님은요 학벌이니
남자니 여자니 이런 거 상관 안하고 실력으로만 뽑는대요.
내가 1차에 합격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동철 진짜야?
세진 예. 그리고 거기 연봉도 많이 준대요.
동철 얼마나?
세진 초봉이 3천만원이 넘는대요.
동철 삼천?
우와 씨발. 그럼 거기 취직하기만 하면 반지하방서 안 살아도 되겠네?
세진 말이라고 해요?
(가면서) 취직하면 당장 집부터 옮겨야지.
햇빛 잘 드는 집으로...
-42-
세진 한 장 뿐이겠어요? 한 통이라도 주지.
동철 한통을 내가 어디에 쓰냐?
72. 세진의 회사 로비 / D
건물 회전문이 열리고 세진이 뛰어 들어온다. 저만치 앞에 세진부가 경비실 앞에
서 있다가 세진을 발견한다. 얼른 달려가는 세진.
73. 연립 복도 / D
동철. 세진을 빤히 바라본다.
세진 오동철씨!
동철 아무튼 나는 안 해. 내가 왜. 나 못해. 딴 놈한테 알아 봐.
세진 이러다간 취직도 못하고 꼼짝 없이 고향으로 내려가야 된단 말에요.
동철 잘 됐네. 이 기회에 차라리 내려가. 되지도 않을 취직한다고 그러고 있지 말구.
세진 (화가 난) 오동철씨 정말 이럴 거에요?
우리가 남도 아니구.
동철 남이 아니면.
-43-
세진 (당황해서) 같은 세입자잖아요. 세입자끼리 그런 거 하나 못 해줘요.
동철 세입자가 그런 걸 왜 해.
세진 단순 세입자가 아니잖아요.
동철 아니면.
세진 나랑 잤잖아요!
동철 (띵하다)
74. 동철의 방 / D
넥타이를 매고 돌아서는 동철. 세진 동철의 양복에 붙은 세탁소 꼬리표를 떼 준
다.
동철 이거 주인이 회사원이란다.
어떠냐? 회사원 같냐?
75. 기차 안 / D
학생처럼 얌전하게 세진 옆에 앉아있는 동철.
세진 부서가 뭐라고요?
동철 전산부우.
세진 하는 일은?
동철 컴퓨터 프로그래머.
세진 그게 뭐하는 거라구요?
동철 뭐긴 뭐야. 컴퓨터 프로그램 만드는 거지.
세진 자세하게요.
동철 다 알아.
세진 (할 수 없이) 부모님은?
동철 아버지는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 어머니는 집에서 살림.
세진 아버지는 전에 무슨 과목 가르치셨는데요?
동철 무용. (하다가) 야 좀 이상하지 않냐? 남자가 무슨 무용을 가르쳐.
교련이면 몰라도.
세진 왜냐고 묻지 말고 그냥 외워요. 형제는?
동철 이남 일녀. 형은 꽃집하고, 조카가 둘.
누나는... 뭐한다고 했지?
세진 동사무소 직원하고 작년에 결혼.
-44-
동철 (좀 기분이 상한다) 근데 내가 왜 이딴 거나 외우고 있어야 되는 거냐?
세진 (후, 한숨을 쉬다가)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했죠?
동철 될 수 있는대로 말을 하지 말 것.
CUT TO : 시간 경과
-45-
76. 기차역 / 역무원실 / D
옷을 갈아입고 있는 세진부.
세진부 앉게.
동철 예.
세진부 그래, 고향이 어디라고?
세진 서울이에요.
세진부 누가 너한테 물었냐?
동철 고향은 서울입니다.
세진부 그건 얘가 말했잖아.
동철 (당황해서) 그, 그럼 다른 걸 말씀 드리자면,
저는 저, 전산부에서 컴퓨터 (말문이 막힌다)
세진 컴퓨터 프로그램 만드는 일 해요.
동철 맞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족에 관해서 말하자면 저희 어머니는 예전에는 무용 선생님이었는데,
지금은 교장선생님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집에서 살림을 하고 계시고요.
형제는 이남하고 일년데, 형은 조카가 둘이고,
조카들은 지금 꽃집을 하고 있습니다.
누나는 작년에 동사무소에서 결혼을 했구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사실은 별로 말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저는 말을 별로 하지 않겠습니다.
세진 (당황하며 세진부를 보면)
세진부 자네..
-46-
긴장해서 서로를 보는 동철과 세진.
78. 횟집 / N
바닷가의 작은 횟집. 동철과 세진부가 소주를 기울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떠들썩
하게 러브샷을 하고 있는 대기 일행이 보인다.
동철에게 소주를 따르는 세진부.
79. 방파제 / N
물끄러미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세진. 그때 저쪽에서 동철의 목소리가 들린다.
동철 야, 너 거기서 뭐해?
돌아보는 세진.
동철 여기 있었네. 한참 찾았다, 야.
그런데 아버님이 내가 아주 맘에 들었나봐.
사람 보는 눈이 있으신 거 같애.
세진 이왕 이렇게 된 거 일단 결혼한다고 할까요? 그리고 나중에.
동철 (끊으며) 우리가 왜 결혼을 해!
세진 ?
동철 지금 뭐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냐?
-47-
너 우리가 여기 왜 온지 잊어버렸어?
세진 (기분이 상한다) 누가 진짜 한대요?
난 그냥 아빠가 원하시니까...
그냥 한다고 했다가 아니다 싶으면 안 해도 되니까 그런 거잖아요!
동철 근데 너는 왜 다른 사람이랑 있을 땐 얌전 다 떨다가 나랑 있을 때만 바락바락
대드냐?
세진 깡패한테 지기 싫어서 그래요!
동철 그런다구 이겨?
세진 내가 못 이길 거 같애요?
동철 아이구 이걸 확.
세진 (빤히 보는)
동철 확!
세진 (꿈쩍 않는) !
동철 (그래도 꿈쩍 않는) 확!
하는데 세진 동철의 입술에 키스를 한다. 붙어있는 동철의 입술과 세진의 입술.
굳은 듯 그렇게 있다. 동철 먼저 입술을 떼고는 세진을 보는데,
동철 나 깡패야...
80. 횟집 앞 / N
동철 횟집 쪽으로 걸어간다. 횟집 안에 보이는 세진부와 세진. 가만히 세진을 보
는 동철. 혼란스럽다. 동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그때 핸드폰이 울린다.
횟집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는 동철. 저쪽으로 대기의 자동차와, 그 곁에서 대기
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들이 보인다.
81. 룸살롱 / N
우르르 안으로 들어오는 정복 경찰들과 사복 경찰들. 마담과 웨이터가 놀라서 다
-48-
가간다.
마담 무슨 일이세요?
사복 (영장 보여주며) 가짜 양주를 판다는 제보를 받고 왔습니다.
여기 영장.
마담 도대체 누가 그런 제보를 했어요!
사복 샅샅이 뒤져!
마담 이보세요.
82. 룸살롱 밖 / N
종서의 고급 승용차가 끼익 멈춰 선다. 전화를 하며 차에서 내리는 종서.
83. 횟집 앞 / N
전화를 하고 있는 동철.
동철 무슨 일인데.
84. 룸살롱 밖 / N
룸살롱을 향해 걸어가는 종서. 그 뒤를 따르는 사내들.
종서 너 합기도장 애들 건드렸대매?
너 때문에 지금 룸살롱에 경찰 떴어 새끼야.
박반장이 경찰 동원해서 쳐들어왔다고.
당장 튀어와 새끼야.
85. 횟집 앞 / N
동철 지금 안 돼.
종서(E) 어디 있는 건데 새끼야.
동철 ... 어쨌든 나 지금은 못가.
-49-
종서(E) 너 자꾸 이렇게 할래? 어디냐니까.
동철 아무튼 못가 새끼야.
동철 전화를 끊는다.
86. 룸살롱 밖 / N
종서 황당한 듯 핸드폰을 끊고는 룸살롱 입간판을 발로 걷어찬다.
87. 횟집 앞 / N
동철 짜증이 나는지 넥타이를 헐겁게 맨다. 기분이 안 좋은 듯 담배를 물어 피우
는데 라이터가 없다. 그때 동철 곁을 지나치는 대기.
동철 (대기에게) 불 좀 빌립시다.
대기 예.
대기 어이.
동철 (돌아보면)
대기 시방 뭐 하는 짓거리다냐?
동철 (영문을 모른 채) 뭘...?
-50-
대기 (갑자기 동철의 뺨을 치며) 씨발놈이 똑바로 못 허냐?
동철 (황당해서 보는데)
대기 뭘 봐 이 새끼야. 해 보자는겨?
동철 (횟집 쪽을 흘끔 보고는) 죄송합니다. 됐습니까?
대기 (다시 동철의 뺨을 치며) 되긴 뭐가 되어 새끼야.
무릎 꿇어라잉.
대기 어딜 가?
동철 (슥 보고는) 그만 하지요(하고는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대기 그만 하긴 뭘 그만 해 이 새끼야. (동철의 팔목을 잡고 매달리며)
동철 놔요.
대기 안 논다. 못 논다 이 새끼야.
동철 (나즈막이) 놔라.
대기 못 놔.
동철 놓으라니까?
대기 안 놔!
대기 어딜 가 이 새끼야.
동철 에이 씨발.
동철 이 개새끼가.
-51-
신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본다. 그 속에 보이는 세진. 동철과 세진의 눈이 마주친
다. 동철 더 이상 세진의 눈을 마주보지 못하고 사람들을 향해,
동철 뭘 봐 씨발. 깡패 첨 봐?
88. 플랫폼 / N
참담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는 동철. 기차가 들어오는 게 보인다.
-52-
서울은 사람 읍댜? 그 많은 사람들 놔두고 너 뽑아줄 회사라면 뻔하지 뭐.
세진 아빠!
딸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저를 그렇게 못 믿어요?
세진부 못 믿는게 아니고 부아가 나서 그라제.
세상이 너를 안 알아주니께.
분하고 억울해서...
세진 아빠...
91. 사무실 안 / D
동철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데 사내들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리에
앉아있는 종서.
-53-
김사장 뭐해 새끼들아! 안 말려?
봉수 형님. 그만 하세요!
동철 뭘 봐! 뭘 봐 새끼들아!
-54-
김사장 새끼야. 이게 다 너 땜에 이렇게 된 거 아냐.
동철 씨발. 가오가 있지 건달이 어떻게 무릎을 꿇어요.
김사장 분위기 파악이 그렇게 안 되냐? 이러다간 동생들이 너 깔 거야 임마.
동철 나를 까요?
김사장 너 깐다는 게 뭔지 알아?
담근다는 거야!
박반장한테 가서 무릎 꿇고 이 일 수습해.
동철아, 이게 마지막 기회다.
동철 !
93. 연립 복도 / D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오는 동철. 그런데 이삿짐들이 짐을 싸고 있다.
동철 뭐요?
부동산 고향으로 짐을 부쳐달라고 하길래.
저번에는 집 안 내논다더니.
이번에는 방 빠지기도 전에 이사를 하고. 별 일이네.
94. 세진의 방 / D
사내들이 세진의 옷가지며, 서랍이며를 빼든다. 그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오는 동
철. 주위를 돌아보는 동철. 벽에 가득히 붙어있는 회사의 자료들. 책상 위에도, 그
리고 방바닥에도... 잡지 오린 것부터 시작해서 신문 스크랩까지. 회사의 모든 것
들이 조사돼 상자에 담겨있다. 동철 인부들을 보면, 인부들이 성의 없이 짐들을
상자에 담고 있다.
95. 세진의 고향 집 / 옥상 / D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세진.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 세진의 치마와 머리카락을 날
린다.
-55-
김사장 앞에 서있는 동철과 재영, 그리고 사내들과 저만치 앉아있는 종서.
97. 차 안 / D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동철. 그때, 라디오에서 들리는 사연.
동철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재영 금요일입니다, 형님.
동철 ...
세진 여보세요?
동철(E) 이사 갔드라.
세진 네...
동철(E) 그럼 취직은? 여기서 끝내는 거야?
세진 ...
-56-
동철(E) 면접 보기만 하면 붙을 수 있다며.
세진 ...
동철(E) 하고 싶어했잖아.
세진 어차피 지금 가도 늦었어요.
동철(E) 내가 어떻게 해볼게.
세진 (화가 나는) 뭘 어떻게 해요.
동철(E) (풀이 죽어) 아무튼 어떻게든 해본다니까...
세진 그만 해요. 그게 오동철씨랑 무슨 상관이라구!
오동철씨는 깡패잖아요. 깡패 인생을 살아요.
난 내 인생을 살 거니까!
동철(E) ...
세진 ...
동철(E) 그래. 나 깡패다. 너랑 아무 상관없는 깡패.
그렇지만,
네가 오든 안 오든 나는 가서 기다린다. 너랑 상관없이.
세진 오동철씨!
99. 거리 / D
동철 차 세워.
재영 예?
동철 차 세워 새끼야.
재영 형님. 그럼 박반장은요.
-57-
100. 플랫폼 / D
기차가 안으로 들어온다. 출입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내린다. 그리고 다시 출입문
이 닫힌다.
101. 역무원실 / D
CCTV로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던 세진부. 그때 무전기에서 들려
오는 소리.
-58-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103. 회사 / 이미지 / D
면접장을 안내하는 화살표를 붙이는 직원들.
CUT TO
사무실 한쪽의 집기들을 옮겨서 면접장을 만드는 직원들.
CUT TO
정장을 입은 채 엘리베이터를 내려 복도를 걸어오는 면접생들.
김사장 동철이 아직 연락 안 돼?
봉수 전화 안 받습니다.
105. 대기실 / D
대기실의 면접생들 틈에 앉아있는 동철. 다른 면접자들, 동철을 흘끔흘끔 돌아보
고 있다. 안내가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고 호명된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간다. 초조
하게 세진을 기다리고 있는 동철.
CUT TO : 시간 경과
또 다시 들어오고 나가는 면접생들.
CUT TO : 시간 경과
일군의 면접생들이 밖으로 나온다. 이제 면접생들은 반 밖에 남지 않았다.
-59-
안내 33번, 정상훈씨.
상훈 예!
안내 34번 이미려씨?
미려 예!
안내 35번 김도훈씨?
도훈 예!
안내 36번 한세진씨?
동철 번쩍 고개를 든다.
106. 기차 안 / D
창문 너머로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초조하게 시계를 보는 세진. 그 위로,
안내(E) 한세진씨?
107. 회사 / 대기실 / D
동철이 안내를 향해 다가간다.
안내 한세진...씨세요?
안내 이보세요. 어디 가는 거에요.
안내 이보세요.
흘끔 그쪽을 보는 면접생들.
108. 회사 / 면접실 / D
면접실 안으로 들어오는 동철. 면접관들 무슨 일인가 보는데,
-60-
안내, 동철의 기세에 바짝 쫀다. 동철 면접장 안에 놓여있는 의자를 번쩍 집어든
다.
허걱 놀라는 안내와 면접관들.
동철 의자를 질질 끌며 문 쪽으로 가서는 문을 걸어 잠근다.
굳어버리는 면접관들.
CUT TO : 시간 경과
동철, 의자를 뒤로 돌려 앉아있다.
CUT TO : 시간경과
의자를 뒤로 돌린 채 앉아있는 동철. 그리고 면접관들. 누군가의 핸드폰이 울린다.
동철 째려보면 얼른 핸드폰을 끄는 면접관.
109. 서울역 / D
기차가 멈추고 세진이 기차에서 뛰어 내린다.
에스컬레이터를 달려 올라가는 세진.
110. 회사 대기실 / D
술렁대는 면접생들.
111. 면접장 / D
면접생 한명이 문을 두드린다. 그 주위에 둘러서 있는 또 다른 면접생 한 명.
-61-
동철이 의자에 앉아 문 쪽을 돌아본다. 긴장해서 문 쪽을 보는 면접관들. 면접관
한 명 뭐라고 하려고 하는데 동철 다시 의자를 집어 올린다.
경비 뭐 뭡니까?
면접관2 쫓아내.
동철 저리 가. 저리 가 씨발.
직원1 잡아!
-62-
동철 그런데요. 한 애가 있는데요. 걘 나랑은 진짜 다른 앤데요. 그냥 놔두면 꼭 나처
럼 되겠드라구요. 그게 아까워요. 그래서요 내가 걔를 위해서 뭔가를 좀 해주고
싶은데,
나는 아는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그러니까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사람이란게 그런 거 아네요. 누군가를 위해서 뭔가를 하라고 태어난 거 아니에
요?
그래서 나도 좀 뭔가 해주고 싶은데, 나는 이런 거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사장 당신이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 누구를 위해서라는 거요?
동철 그게요. 그냥 그런 애가 있어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이러고 있게 해주세요.
내가 이렇게 무릎 꿇고 빌잖아요. 예?
사장 (가만히 동철을 보는)
동철 (애원하듯 보는)
사장 뭐해. 빨리 내쫓아.
동철 사장님. 사장님.
발버둥을 치는 동철.
112. 회사 건물 / D
세진이 회사 건물을 향해 뛰어간다.
113. 회사 로비 / D
세진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온다. 엘리베이터를 누르는 세진.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내려온다.
114. 복도 / D
세진이 헐레벌떡 뛰어온다. 그런데 대기실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어두워지는
세진의 얼굴. 그런데 그때 저쪽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동철(E) 놔. 안 놔?
직원1 가만 안 있어?
직원2 미친 놈 아냐 이거.
-63-
하고 발을 구르기도 하고 별별 짓을 다 하고 있다. 직원들 동철의 머리를 찍어
누르는데 그때 동철의 눈으로 세진이 들어온다. 그 순간 동철이 발버둥을 멈춘다.
면접생1 저 사람 뭐에요?
안내 몰라요. 갑자기 들어와서 문을 걸어 잠그잖아요.
면접관1 다시 시작하지.
안내 다른 분들은 대기실로 돌아가시구요.
33번, 정상훈씨.
상훈 예!
안내 34번 이미려씨?
미려 예!
안내 35번 김도훈씨?
도훈 예!
동철과 세진이 서로를 지나쳐 간다. 말없이 동철을 바라보는 세진. 그리고 세진을
보는 동철. 그들의 시선이 교차한다. 고개를 돌리는 동철. 가만히 동철의 뒷모습
을 바라보는 세진. 동철이 점점 멀어져 간다. 사운드 오프 상태에서 누군가 부르
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점점 또렷해진다.
안내 36번 한세진씨?
세진 예!
그 말에 돌아보는 세진.
115. 면접장 / D
세진, 의자에 앉아 있고 면접관들, 서류를 살펴본다.
-64-
긴장한 얼굴로 보는 면접생들, 그리고 세진.
116. 건물 앞 / D
직원들이 동철을 건물 밖으로 밀어낸다. 걸어나오는 동철. 물끄러미 건물을 올려
다 본다.
117. 면접실 / D
세진, 의자에 앉아 있고 면접관들, 서류를 살펴본다.
-65-
너 땜에 수억 날리게 됐단 말야 새끼야. 룸살롱 영업 취소야 이 새끼야.
동철 (굳은 얼굴로) 종서야. 박반장 내가 담근다.
김사장 뭐 담궈?
담그긴 뭘 담궈 새끼야. 세상이 어느 땐데 지금.
동철 건달새끼들이 근성이 없어!
그깐 놈들한테 그럼 평생 밟히고 살 거에요?
내가 보여줄 겁니다. 건달이 뭔지.
김사장 이 새끼가 미쳤나 이게.
종서 새끼. 역시 오동철이다.
동철이 말이 맞아요. 그런 새끼들한테 뜯기다간 우리 남어나는 거 없어요.
건달은 건달식으로 하는 거지.
그렇지 오동철?
동철 내 대신 빵에 갈 놈이나 하나 골라줘.
종서 칼은 재영이가 갖고 들어가면 돼.
동철 (멈칫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 꼭 재영이가 해야 되냐?
재영이 그 새끼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구.
종서 그래서 그래. 아직 짭새 라인에 안 잡혔으니까 그냥 단순 강도 살인으로 하면
돼. 그래야 우리가 의심을 안 받어.
재영이 그 새끼 지금 하라면 뭐라도 할 걸?
동철 ...
종서 그렇게 하시지요 형님.
김사장 ...
동철 ...
-66-
동철 인사 똑바로 안해 이 새끼들아?
동철 나 들어간다.
사내들 드, 들어가십시오 형님.
종서 동철아.
동철 (돌아보면)
종서 애들 신경 쓰지 마라. 내가 알아듣게 얘기할 테니까.
동철 씨발. 누가 신경 쓴대 새끼야?
두고봐 이 새끼야. 내가 저 새끼들한테 건달이 뭔지 제대로 보여줄테니까.
간다.
종서 그래. 가라.
121. 연립 앞 / N
동철이 터벅터벅 걸어온다. 현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저만치 계단 한쪽에
세진이 등을 보이고 앉아있다. 멈칫하는 동철. 가만히 그 모습을 보다가 돌아선다.
언덕길을 다시 내려가는 동철.
122. 거리 / D
-67-
잔뜩 찌푸린 하늘. 거리를 달리는 차 안에 앉아있는 종서, 동철, 재영.
종서 동철아.
동철 (보면)
종서 성공해라.
동철 너 새끼. 너도 나 못 믿냐?
종서 믿는다.
동철 어떻게 한다구?
재영 형님이 박반장을 담그면 그 칼을 갖고 경찰서를 찾아갑니다.
동철 너 씹새끼 똑바로 해라.
경찰서 가서 횡설수설했다간 우리 조직 개박살나는 거야 새끼야.
알았어?
재영 예, 형님.
동철 씨발 새끼 병신 새끼.
재영 뭐 찾으십니까?
동철 오줌마려워서 그런다 새끼야.
-68-
123. 골목 / D
돌아서 있는 동철의 뒷모습.
동철 뭐해 이 새끼야.
재영 형님, 오늘 눈이 올까요?
동철 뭐?
재영 아까 라디오에서 오늘 첫눈 온다고 했거든요.
동철 ...
재영 죄송합니다, 형님...
재영 형님. 왜 그러십니까?
동철 재영아.
재영 예, 형님.
동철 너 가라. 이거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재영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동철 너 이 일이 어떤 건지 알고 있어?
재영 알고 있습니다.
동철 병신새끼. 알긴 뭘 알어 이 새끼야.
너 이러고 갔다오면 잘 될 거 같지? 세상이 널 기다릴 거 같지?
그런데 내 경험으로 보면 말이야. 세상이 그렇지가 않어.
차라리 다른 일을 찾아 봐. 기술 없으면 세차라도 하든지.
그럼 밥은 떳떳이 먹어.
재영 형님... 왜 이러세요.
동철 가라고 이 새끼야!
-69-
동철 다짜고짜 재영의 배를 발로 걷어차는 동철. 재영 뒤로 콰당 넘어진다.
재영 형님 저 잘 할 수 있습니다. 믿어주세요.
동철 잘 하긴 뭘 잘 해 이 새끼야.
124. 건물 안 / D
동철 지하 계단을 내려 와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빛이 잘 비치지 않아 주위는
어두컴컴하다. 룸살롱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는 듯 내부는 잔뜩 어질러져 있고,
벽 한쪽엔 각종 색깔의 페인트가 쌓여있다. 한쪽에 몸을 숨기는 동철.
125. 건물 앞 / D
흰색 승용차가 한 건물 앞에 멈춰서고, 박반장이 차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
가는 게 보인다.
126. 건물 안 / D
동철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 그때 박반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70-
박반장 돈 주기 전에 못해? 진짜 그런 식으로 나올거야? 이거 되게 서운하네.
알았어. 알았어. 당신이 내 사정 안 봐주면 누가 봐주나.
뭐? 그래. 내 이번 주 안에 확실히 해결해줄게. 빨리 인테리어가 끝나야 돈을 벌
어들이든지 말든지 할 거 아냐.
-71-
박반장 이성을 잃고는 다시 한번 동철을 연거푸 찌른다.
고통으로 털썩 쓰러지는 동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박반장 당황해하며 황급히 지하를 뛰어 나간다.
127. 건물 밖 / D
텅빈 계단. 그 위로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재영이 주위를 돌아보며 걱정스러운 듯 계단 쪽으로 온다. 재영 어둠 속을 응시
하는데, 누군가 터덜터덜 계단을 올라온다. 동철이다.
그러나, 동철의 배에 칼이 꽂혀 있다.
그것이 페인트인지 피인지 모를 만큼 새빨간 액체들이 주르르 흐르고 있다.
동철, 자신의 배를 감싼다.
그러나, 힘이 빠지는 것 같다.
동철 좆같네 씨발...
재영 형님!
동철 그냥 가. 가 이 새끼야. 빨리.
재영 형님...
동철 가라니까.
128. 연립 앞 / D
-72-
진눈개비가 연립 현관문 위로 쏟아져 내린다. 현관 밖으로 나오는 세진. 진눈개비
를 올려다본다.
화면 어두워진다.
129. 이미지
화면 다시 밝아지면 연립 복도, 계단, 현관문, 연립 외관, 동네 풍경, 그리고 한강
대교 위를 달리는 기차 등이 보여지며 그 위로 세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130. 세진의 새 회사 / 복도 / D
화면 다시 밝아지면,
누군가의 시점으로 보이는 넓은 사무실의 모습.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다. 남직원의 얼굴이 카메라에 나타난다.
하고 주위를 살피는데,
세진 어머. 신입사원들이에요?
남직원 응. 그럼 인사를 시작할까? 이쪽은 우리 회사 최연소 대리 한세진 대리.
-73-
사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본다.
세진의 눈가가 뜨거워진다.
131. 편의점 앞 / D
세진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운다.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
오는 세진.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며 물건들을 고른다.
세진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132. 세진의 새 회사 / D
텅빈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동철과 세진.
동철 니가 이 회사를 다닌다고?
세진 예.
동철 그럼 진짜 취직한 거냐?
세진 (브이자를 그리며) 취직 했어요.
-74-
동철 야. 취직 했구나.
세진 네. 했어요.
동철 잘됐다. 정말 잘 됐어.
세진 (미소 짓는데)
동철 그럼 명함도 있어?
세진 명함요?
동철 취직 했으면 명함 한 장 줘야지.
세진 (명함통에서 명함을 꺼내) 여기요 명함.
동철 우와 차장이네? 차장이면 높은 거잖아 씨발.
CUT TO
세진이 눈을 뜬다. 주위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세진. 실루엣으로 보이는 창밖 풍
경.
-75-
세진의 쓸쓸한 얼굴.
재영 형님, 빨리 안 닦고 뭐 하고 있어요.
- 끝 -
-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