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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전 상태에서
Gustav Mahler의 교향곡 9번 ‘이별과 죽음’ 이 낮게 흐르기 시작하고 화면 밝아지면...
사진과 함께 자막이 뜬다.
하지만
일부에서 촬영보다 먼저 소녀를 도왔어야 했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고 결국 그는 수상 후
3개월이 지난 1994년 7월 28일에 친구와 가족 앞으로 짤막한 편지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Title In “ 조용한 세상 ”
Prolog - 기인열전.(15년 전의 TV 쇼)
‘TV쇼 기인열전(奇人列傳)!’ 이라는 자막과 함께 음악과 방청객 박수가 흐르면...
-1-
사회자
(등장하며) 한 주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특별한 능력을 가진 분들을 찾아
전국을 누비는 ‘기인열전!’ 입니다. 평범하고 지루 할 수 있는 일상에서
오늘은 어떤 분이 저희를 놀라 게 해줄지 기대가 됩니다. 그럼 첫 번째
기인을 모셔보죠! (팔을 뻗으며) 류 정호씨 입니다.
[민희의 방]
Insert : ‘쿵쿵쿵’ 방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사내의 손.
사회자
오~! 잘생긴 소년이네요. (진행표를 보며) 자기소개 멋지게 부탁드려요!
정 호
(낯선 듯) 저는...
사회자
그럼 정호君이 보여주실 능력은요?
정 호
저는... (뜸을 들이다) 알 수 있습니다.
사회자
(정호를 보며) 정호君 정말 대단하네요! 대단해요... 혹시 별명 같은 거
있나요? 친구들이 지어 준 별명이나 애칭 같은 거...
민 희
-2-
(차갑게) ...괴물...
정 호
(망설이듯) ...괴물...
S#1. 인천공항. 노을
자막 - 15년 후...
[출국장]
로터리 사인이 돌아가며 ‘웰링턴(뉴질랜드)發 - 인천行’ 비행기의 도착을 표시한다.
화물을 토하는 컨베이어벨트에 몰려있는 여행객 무리에서 멀찍이 앉아있는 사내가 보이면
장신에 검은색 코트를 걸치고 있는 정호, 투명한 눈을 가진 20대 후반의 청년이다.
영문으로 된 책을 읽다가 짐을 찾는 여행객 사이로 보이는 커다란 은색 브리프케이스를 바
라보는 눈빛이 무심하다.
시간경과
[공중전화부스]
모던한 공항 건물을 배경으로 줄 서 있는 공중전화들이 보인다.
길게 이어지는 송화음... 착신이 된 듯 코인이 ‘딸그락~’ 떨어지면
정 호
지금 도착했습니다. 공항이에요...
정 호
(문득) ...듣고 계신 거죠?
-3-
S#2. 지하철 역사. 저녁
사내를 바라보던 정호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면, 차량이 진입하며 머리가 바람에 날리기 시
작하고...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벌리는 정호, 멈춰서는 차량에 맞은 편 사내가 가려지자
입을 굳게 다물어 버린다.
경쟁하듯 차에 오르는 승객들 뒤로 멍하니 서 있는 정호... 잠시 망설이다 뒤늦게 승차한다.
[차량 안]
가득 찬 사람들을 밀어내며 맞은 편 창을 향해 걸어가는 정호. 고개를 숙이고 있던 중년의
사내가 고갤 들어 눈을 마주친다.
[승강장]
중년 사내... 쓴 웃음을 지으며 멀리 달려오고 있는 지하철 불빛을 바라본다.
[차량 안]
주먹을 쥐는 정호, 시선을 돌려 건너편 철로로 진입하는 지하철을 바라본다.
[승강장]
멍한 눈의 중년사내, 얼굴이 불빛으로 점점 밝아지다... ‘끼이익~!’ 철로로 뛰어든다.
[차량 안]
덜컹거리며 출발하는 지하철 안, 괴로운 듯 눈을 감고 있는 정호의 얼굴.
S#3. 강남경찰서. 저녁
썰렁해 보이는 휴게실 소파에 길게 누워있는 사내가 보인다. 거칠게 자란 수염에 까치집이
된 머리를 한 삼십대 초반의 김 형사... 단잠인 듯 침이 길게 늘어져 소파를 적시고 있다.
순간, 김 형사를 흔드는 누군가의 손.
조 반장
(다정하게) 형! 형! 일어나셔야죠~!
김 형사
(귀찮은 듯) 야... 내비둬라... 좀만 더 자자...
-4-
조 반장
형~! 뭐야... 더럽게 침은 질질 흘러가지고...
김 형사
(짜증) 새끼... 내가 왜 니 형이냐? (갑자기 표정이 굳으며 벌떡 일어난
다) 어! 반장님!
시간경과
김 형사
아~ 달다!
조 반장
(어이없는 듯) 얼씨구? 뉴스까지 보시게?
김 형사
(말을 돌리며 홀짝인다) 음 맛있어... 누가 개발했나 몰러~! 그쵸?
조 반장
창배는? 인연파 새끼들 빨리 마무리 해야지 그 새끼 하나 못 잡아서 사건
을 질질 끄냐? (째려보며) 이 새낀 날이 갈수록 게을러져...
김 형사
걱정 마십쇼! 창배랑은 늘 함께 하니까... (전단을 다시 넣으며) 이렇게
간절한데 언젠간 만나지 않겠습니까?
아나운서
퇴근길 교통정보입니다. 조금 전인 오후 7시경에 충무로역에서 40대 남자
가 철로로 뛰어드는 사고가 일어나 그 여파로 4호선 운행이 전면 중단되
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은 다른 교통...
김 형사
(TV를 보며) 저런 건조한 년... 나쁜 년...
조 반장
(황당한 듯) 새꺄! 왜 욕이야? 이쁘기만 하구먼...
-5-
김 형사
사람이 죽었는데 퇴근이 중요합니까? 뉴스 참 꽃같이 하네...
조 반장
그럼 울기라도 해야 하냐?
김 형사
(잠시생각) 아니 뭐... 그럴 필요까지야 없지만... 사람이 죽어나가도
‘별 일 아니다!’라고 하는 거 같잖아요...
조 반장
(굳은 표정) 너나 잘하세요~! 예? (일어서며) 창배나 빨리 잡아와~! 요
즘 꿈자리가 뒤숭숭한 게 영~ 기분이 별로야... 꼭 이맘때면 큰 거 하나
씩 터지잖아..? 빨리 마무리 하자고!
김 형사
(건성으로) 예~ 예~ 곧 만납니다!
S#4. 정호의 집. 저녁
경비원
누구십니까?
경비원(E)
주인 내외가 갑자기 보름정도 출장을 가게 됐다구, 조카 분 오시면 키를
주라고 합디다. 연락을 계속 하셨다는데 걱정 많이 하시더라구요...
[정호의 방]
2층에 올라와 방문을 여는 정호. 오래 비워 놓은 듯 썰렁하지만 단정히 정리 되어 있다.
[암실]
가방에서 여러 종류의 카메라와 필름들을 꺼내는 정호. 벽에 붙어있는 사진들이 보이면 대
부분 10대 소녀들의 인물 숏이다. 웃기도, 찡그리기도, 무표정하기도 한 사진 속 인물들이
가지런히 걸려있는 액자들...
[2층 서재]
가득한 책들과 A/V 시스템이 갖춰진 서재.
-6-
한 쪽 벽에 커다랗게 걸린 ‘수단의 굶주린 소녀’ 사진을 바라보는 정호의 섬뜩한 무표정.
방 안의 불이 꺼지면 사진은 달빛을 받아 묘하게 느껴진다.
계단을 내려가는 정호... 뒷모습이 무겁다.
[거실]
소녀1을 소중히 안고 있는 피에로의 실루엣. 소름끼치는 웃음을 지으며 어디론가 향하며...
피에로
(기괴한 음성) 꼭꼭 숨어야지... 꼭! 꼭!...
[세탁실]
동그란 유리문이 달린 드럼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다.
무언가에 걸린 듯 ‘틱! 틱!’ 소리를 내며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세탁기.
유난스럽게 덜컹거리는 세탁기 속에서 피에로 인형이 돌아가고 있다.
꽃집 주인
(웃으며) 이것만 필요해?
수연
(밝게) 네! 엄마가 이 꽃만 보면... (뜸을 들이다) 웃으세요!
시간경과
-7-
햇살이 밝게 비추는 거리를 깡충깡충 달리는 수연. 커다란 가방이 무겁지도 않은지...
수연
(책가방을 열며) 내가 전학 가서 서운한 지 편지랑 선물이랑 잔뜩 이에요!
글짓기 한 거 상도 받았구...
편지, 조그만 선물들과 상장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수연. 반응이 없는 엄마의 모습에 감정
의 변화가 있는지 훌쩍거리지만 다시 밝게 웃기 시작한다.
수연
아줌마, 아저씨 두 분 다 대학교 선생님이래... 말도 잘 듣고 새 학교에
서도 공부 열심히 할꺼야...
(눈물을 훔치며) 글구 앞으론 안 울께! 약속!
S#8. 위탁보호센터. 낮
유진
(수연을 힐끔 보며) 우리 수연 양 떨려?
유진
(다정하게) 벌써부터 이러면 어떡해? 언니가 뭐라고 했지?
수연
(작게) 밝고 명랑하게...
유진
또?
수연
(유진을 돌아보며 힘을 낸다) 씩씩하게!
-8-
뿔테안경이 음산한 느낌을 준다.
담당관
(난처한 듯) 전화를 안 받는데...
유진
어쩌죠? (난처한 듯) 저는 서류 땜에 오후엔 자리를 비울 수 없는데...
담당관
어쩌긴? (누런 이빨을 보이며) 연락 될 때 까지 수연이가 아저씨랑 놀아
줘야지...
정호
(조심스레) 난 정호야! 류정호... 반가워.
민희
(대꾸 없이) ...
잠시 어색해진 분위기... 가방에서 책들을 꺼내는 민희의 모습을 바라보다 그대로 따라하는
정호. ‘힐끔’ 의식하던 민희가 노트를 펴자 따라 펴고, 연필을 꺼내자 역시 연필을 집는다.
새 짝꿍의 장난을 의식한 듯 슬며시 노트에 글씨를 쓰는 민희.
바보
-9-
너도...
편집장
기대 이상인데요? 사진들이 필이 강해서 좋아요... (얼굴을 붉히며) 물론
작가분도 필도 좋고... 이거 어렵게 섭외한 보람이 있는데요?
정호
(덤덤히) 감사합니다.
편집장
(사진첩을 넘겨보며) 이런 강렬함이 표준렌즈에서 오는 건가? (웃으며)
팬 자격으로 질문인데, 표준만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정호
(뜸을 들이다) 눈에 보이는 느낌들을 왜곡 시키고 싶지 않아서요... (편
집장을 똑바로 보며) 뭐랄까? 감당하기 힘들어서라고 할 수도 있겠고...
사뭇 진지한 정호의 모습에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편집장
덕분에 뉴질랜드 특집은 안심이네... (사진들을 챙기며) 언제 출국하시죠?
정호
한 달 정도 있을 생각입니다.
편집장
(아쉬운 듯) 그래요? 그럼 가시기 전까진 저희 쪽으로만 오픈해 주세요!
다음 호 기획회의 끝나면 한 번 더 모시게... (동의를 구하듯) 괜찮죠?
편집장
(힘차게 악수를 하며) 그럼 약속하신 겁니다! (장난스럽게) 기념으로 마
우리처럼 코 인사 한 번 할까요?
정호
...
-10-
미운 일곱 살
(괴성을 지르며) 우와~! 자자!!!
부인
야! 씻고 들어가!
부인
간만에 간 거 가지고 티를 내요 티를... (양말을 벗어 던지는 걸 보며)
어머! 또 저런다!
[세탁실]
세탁물을 잔뜩 챙겨 들고 분리를 하는 부인, 투덜거리며 드럼 세탁기 문을 열면 가득 차 있
던 물이 바닥으로 쏟아지며 피에로 인형이 바닥에 떨어진다. 물이 빠진 어둑한 드럼 속에
무언가의 형체가 보이고...
부인
(경악한 듯) 아악!!!
S#13. 도심거리. 낮
김 형사
(하품을 하며) 자도 자도 또 졸린다... 이거 무슨 병 아냐?
최 형사
(웃으며) 그거 병이지~! 강력반 5년에 산전수전 다 겪고 애인도 마누라도
없이 대충 사시니까 생기는 병이죠.
김 형사
(째려보며) 까분다.
최 형사
나라도 까불어야지 뭐~ 있나요?
김 형사
새끼 말대꾸는 자동이야... (창밖을 보며) 난 여기서 내릴 테니까 너는
장물 하는 애들이나 더 만나봐!
최 형사
왜? 어디 가시게? 같이 가요!
-11-
김 형사
(주머니에 꼽힌 수배전단을 어루만진다) 갑자기 가슴이 설레는 게... 아
무래도 창배가 지하에 계신 거 같다.
최 형사
(삐죽거리며) 그 놈의 감은... 맞는 날이 오시려나? (차를 대며) 또 아무
거나 때우지 말고 밥이나 같이 먹고 가세요!
김 형사
(최 형사를 보며) 엄니~! 됐슈! (내린다) 이따 봐!
시간경과
도심 지하철 역 입구... 오가는 사람들 속에 전단을 나눠주는 남루한 복장의 여인이 보인다.
무시하며 걷는 사람들에 주눅이 들어 전단을 내밀지 못하는 모습...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김 형사.
김 형사
(혼잣말로) 너무 눈에 띄나?
[다른 칸]
가속이 붙기 시작하는 전동차의 다른 칸. 구석 문가에 서서 책을 읽고 있는 정호가 보인다.
눈을 들어 전광판에 흐르는 역 표시를 보다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리면... 다른 칸에서 넘
어오는 건장한 사내 창배(김 형사의 수배전단 속 인물)가 어깨를 치고 지나간다.
건성으로 미안하다는 눈길을 보내고 기다리던 사내1, 2와 귓속말을 나누는 창배.
두 사내를 바라보는 정호의 눈... 뭔가를 속삭이는 모습을 보던 시선이 천천히 돌아가면 문
가에 서서 두툼한 핸드백을 ‘꼬옥~!’ 쥐고 있는 중년 부인이 보인다. 근심 어린 표정으로 전
화 중인 중년 부인의 표정과 핸드백을 번갈아 보던 정호, 낮게 한숨을 쉬며 다시 책을 읽는
다.
건너편 출입구에서 들어오는 김 형사, 주변을 살피며 발걸음을 옮기다 멀리 승객들 속 창배
를 보곤 재빨리 몸을 돌린다. 수배 전단을 꺼내 얼굴을 확인하곤 감동을 먹은 표정...
-12-
다가 갑자기 살기를 뿜기 시작하는 사내들... 마침 전동차가 멈추자 정호의 옷깃을 잡고 끌
어내린다.
김형사
(당황한 듯) 어라? (순간 멈추며) 아차차!!!
창배
(건들대며) 뭐하시는 분이세요? 어떻게 아셨어요?
사내2
(한발 짝 나서며) 형님이 묻잖아요~ 씹 새끼야!
정호, 날아오는 사내2의 주먹을 ‘턱!’ 하고 잡는다. ‘부르르~’ 주먹을 잡고 버티며 날카로워
지는 정호의 눈빛. ‘씨발~!’ 하며 다른 주먹을 날리는 사내2. 정호, 날아오는 주먹을 바라보
다 가볍게 피하면 뒤에 있던 핸드 드라이어가 박살난다.
사내2
(괴로운 듯) 아악!
창배
오호~ 좀 노셨나봐!
정호
(무섭게 노려보며) 그만들 하시죠!
사내3
그럴까요?
김 형사
(공손하게) 사장님들 그만 하시죠!
창배
(한발 짝 물러서며) 아~! 김 형사님이 여긴 웬일로?
-13-
공손히 전단을 내미는 김 형사의 행동에 당황하는 창배무리.
창배
(긴장을 감추며 웃는다) 개업하셨어요? 돈 좀 버셨나봐?
김 형사
박봉에 시달리다 부업 중이시다! (수갑을 던지며) 알아서 묶으셔!
수갑을 받아든 사내1, 창배의 눈치를 보다 한손에 수갑을 ‘척!’ 찬다. ‘저 새끼가...’ 하며
사내1을 째리던 창배, 사내2와 눈빛을 교환한다.
김 형사
(창배와 사내2를 보며) 자! 일대일이면 맞짱 뜨고 둘이 덤비면 쏜다!
창배
(멈칫하다) 포돌이가 총이 어딨어!
김 형사
(창배의 옷깃을 잡고 정호를 본다) 괜찮으세요?
창배
아... 아파요!
김 형사
(창배의 뒤통수를 때리며) 너 말고 임마!
김 형사
(재킷을 보며) 새끼 명품은... (사내1,2를 턱짓한다) 쟤들 좀 부탁합니다.
정호
(한숨을 쉬며) ...
-14-
S#16. 지하철 역 매표소. 낮
창배
(어이없는 듯) 그걸 왜 입고 있어!
김 형사
(어깨를 으쓱 하며) 야~! 딱 맞는다. 명품은 처음이야!
김 형사
(지친 듯) 야... 가자! 이게 뭔 짓이냐?
창배
(억울한 듯) 우리 새끼들 다 잡아갔잖아? 왜? 나까지 걸라고?
김 형사
내가 널 얼마나 그리워 한 지 알어?
김 형사
(창배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반장님?
창배
가지가지 한다...
김 형사
(놀란 듯) 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김 형사
창배씨... 오늘은 인연이 아닌가보다!
-15-
계단에 홀로 남겨진 창배, 사태파악이 안 되는 듯 머리를 긁적이다 구경꾼들을 의식한다.
S# 17. 논현동 양옥집. 노을
[세탁실]
소녀1의 시신이 담긴 듯 기다란 지퍼 백이 불룩해 보인다. 여전히 창배의 재킷을 입고 있는
김 형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현장을 둘러보고...
조 반장
8~9세 정도 되는 여아(女兒)야... 외상은 없고 세탁기 안에서 익사한 거
같아... (울먹이며) 꿈자리가 뒤숭숭한 게 내 이럴 줄 알았다. 승진 한
지 얼마나 됐다고... (혼잣말로) 바로 강등인가?
김 형사
(인상을 쓰며) 유괴된 건가?
조 반장
알아봐야지... 목격자도 지문도 없고... 일단 부검부터 해야 되니까 서로
가자고.
김 형사
(혼잣말로) 어떤 새끼가... 애를...
담당관
(짜증난 듯) 사무실 들렀다 퇴근해야 되는데...
경비원
오셨네!
시간경과
담당관
(땀을 닦으며) 교통사고로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2년 째 병원에
계십니다. 다행히 피해자라 금전적인 문제는 없는데... 다른 친척들이 없
어서 위탁보호를 받고 있어요...
-16-
정호
(냉정하게) 저는 집 주인이 아닙니다. 보름 정도 있다 오시는 게...
담당관
(말을 끊으며) 그게 좀 문제긴 한데... 전에 있던 천사의 집이 폐쇄 되서
당장 갈 곳이 없습니다. 저희 쪽 시설도 한계가 있어서... 얘가 똑똑해
서 문제는 없을 겁니다. 교육도 잘 받았구요... (고개를 숙이며) 부탁합
니다!
S#19. 정호의 집. 저녁
현관까지 배웅을 온 담당관, 긴장한 표정의 수연에게 가방을 건네주며 볼을 꼬집어 준다.
담당관
아저씨 이름이 정호래 류정호! 멋있는 아저씨랑 사니까 좋겠다!
수연
(책을 읽듯) 저는 박수연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고 9살입니다.
청소, 설거지, 빨래를 특히 잘하고 밥도 할 줄 압니다. 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호
그럼...
[거실]
고풍스런 집안 모습에 입이 벌어진 수연에게 방문을 열어주는 정호.
미리 준비된 듯 아담하게 꾸며진 방에 또 한번 입이 벌어지는 수연.
정호
(덤덤하게) 보름 정도 후에 오시니까 그동안 편히 쓰도록 해...
수연
(꾸벅 인사를 한다) 네! 감사합니다.
수연
저녁은 드셨습니까?
-17-
대답 없이 어둑한 2층으로 사라지는 정호. 두 번 연속 무시에 오기가 생긴 듯 입을 오므리
며 주먹을 쥐는 수연, 거실을 둘러보다 팔을 걷어붙인다.
[2층 서재]
책이 가득 꼽힌 서재 안.
소파에 앉는 정호, 오디오 리모컨을 들어 파워를 켜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며 앰프에 달
린 이퀄라이저가 음악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퀄라이저를 멍하니 바라보다 음악에 빠진 듯 눈을 감는 정호, 볼륨 버튼을 깊게 누르며
소파 팔걸이에 손바닥을 조심스럽게 댄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드럼소리에 미세하게 떨리는 팔걸이와 정호의 손.
음악과 함께 진동을 느끼는 듯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정호의 편안한 얼굴.
[거실]
‘웅~!’ 하는 소리의 정체는 진공청소기이다.
키보다 큰 봉을 잡고 이리 저리 밀고 다니는 수연... 마냥 아이 같은 모습이다.
잠시 소파 테이블을 정리하러 청소기 전원을 끄면 2층에서 흘러나오는 커다란 음악소리...
2층을 올려보다 음악을 흥얼거리는 수연, 테이블 위에 놓인 잡지들을 넘겨보며 눈이 간지러
운 듯 비비기 시작한다.
S#20. 강남 경찰서. 밤
최 형사
익사체라 사망추정이 힘들다는데 대략 72시간 내외라고 합니다. 신원은
아직도 미상이구요 외상없고, 성폭행 흔적도 없습니다. 영양 상태가 좋은
편이라 유괴 시점 역시 72시간 내외라고 판단했구... 옷을 봐서 중산층
이상 자녀고... 근데 좀 특이한건 혈액검사에서 마약성분이 검출 됐다는
겁니다.
조 반장
마약?
최 형사
네... 매직 머슈륨이라고 미국에선 환각성이 있는 버섯을 마약대신 사용
한답니다.
김 형사
매직... 그거 국내엔 아직 없어!
최 형사
(끄덕이며) 국내엔 아직 없지... 근데 말똥 버섯이라구 있데요... 아마도
그걸 거라고...
김 형사
-18-
그 재수 없는 인형은 뭐야?
최 형사
글쎄요... 아이 껄 수도 있고 범인이 준 걸 수도 있고... 암튼 국내에서
구하긴 힘든 거라던데...
김 형사
야! 뭔 보고가 그러냐? 대략에, 근데에, 아마도에... 쓰벌! (조 반장을
본다) 이거... 한 번에 끝날 거 같지 않은데요...
조 반장
(긴장한 듯) 그러게 괜히 떨린다.
김 형사
(생각난 듯) 아차차!!! 인연파!
[강력반 사무실]
김 형사의 책상에 머리를 기대고 졸고 있는 사내2. 손에 깁스를 한 사내1은 진지한 표정으
로 노트북에 타이핑을 하고 있다.
김 형사
야! 미안하다. (화면을 보며) 다 썼냐? 왜 니가 했어?
사내1
육하원칙으로 깔끔하게 정리 했습니다. (사내2를 보며) 이 새끼는 DOS도
몰라요!
김 형사
(뒤통수를 갈긴다) 일어나 임마! (내용을 보다) 응? 이게 뭔 소리야?
사내1
그게 그 소린데요?
김 형사
(진술서를 읽는다) 작전회의를 마치고 작업에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나
타난 무명(無名)씨가 ‘아주머니 아들 치료비니 그냥 두라!’ 는 말을 해서
당황한 저희는 일단 대화로 풀어보려 화장실로 향했고... 순간 갑자기 난
폭해진 무명씨가 저의 손을... (째려보며) 이 새끼가 사기치고 있어...
무명씨가 아줌마 아들이야?
김 형사
무명씨가 니들 알어?
역시 고개를 젓는 사내1, 2.
김 형사
-19-
그럼? 니들 소곤대는 걸 들은 거야?
김 형사
(어이없는 듯) 무명씨가 육백만 불 사나이냐?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사내1, 2
(동의하듯 동시에) 그러니까~? 희한하죠?
S#21. 정호의 집. 밤
방문을 노크하는 수연, 답이 없자 조심스럽게 문을 열면 소파에 앉아 있는 정호의 뒷모습과
케빈 카터의 ‘수단의 굶주린 소녀’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잠이 든 듯 한 정호의 뒷모습과 낯선 느낌의 사진을 보며 침을 ‘꼴깍~!’ 삼키는 수연.
[수연의 방]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 수연. 아직 꼬마라 실눈을 뜨다 말다, 몸을 꼼지락거리고 있다.
수연
엄마가 빨리 일어날 수 있게 해 주시고... 음... 위층 아저씨 안 무섭게
해 주세요...
[2층 서재]
서재 벽에 붙어 있는 ‘수단의 굶주린 소녀’ 사진이 잠든 정호를 내려 보는 듯 하다.
흑인 소녀를 노려보는 독수리의 눈이 매서워 보이고... 카메라 천천히 다가간다.
S#22.정호의 집.(악몽) 새벽
-20-
S#23. 정호의 집. 새벽/아침
비명을 지르며 눈을 뜨는 정호.
정호
아악~!
정호
(의아한 듯) ?
정호
(건조하게) 쓸데없이...
[1층 부엌]
잘 차려진 아침식사 앞에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수연.
맞은 편 정호가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으며 신문을 보고 있다.
수연
(실망한 듯) 그건 야식인데... 밥을 드셔야죠...
정호
(신문과 유진을 번갈아 보며) 이따 먹을게...
수연
(젓가락을 깨작대며) 점심도 해 놨는데...
편집장(E)
안녕하세요? (발음을 굴리며) 저 National Geographic 치프에디턴데요...
기획 회의 끝났습니다. 컨셉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10년 만에 돌아온 코스
모폴리탄이 모국의 수도를 스케치한다!’ 라고 할까? 암튼 자세한 건 메일
로 보냈구요... 내일 갤러리 현대에서 뵙죠! 괜찮은 사진전도 보고 느낌
도 공유하고...
-21-
초등학교 정문 앞. 가족의 배웅을 받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고, 혼자 교문 통과하는 수연
의 얼굴은 시무룩하다.
S#25. 연립 아파트. 아침
여 인
꺄아악~!!!
[옥상]
수도관을 타고 물탱크 안으로 울려오는 여러 사람들의 비명...
뚜껑이 반쯤 열려있는 물탱크 내부에 피에로 인형이 ‘둥둥~’ 떠있다.
S#26.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낮
시간경과
검시관
패턴이 같습니다.
최 형사
연령대랑 성별, 익사체인 점... 환각성분까지 정확해요...
김 형사
사망 시점은?
검시관
(어깨를 으쓱하며) 역시 익사체라 정확하진 않은데 부패 정도로 봐서 1차
사건 보다 최소 1주는 먼저입니다.
조 반장
-22-
(놀란 듯) 그럼 순서가 2차 1차가 되는 거야? 피해자가 더 있는 거야?
김 형사
씨 발... 신원파악도 안되고... (허공을 응시하며) 세상 삭막해지네...
후~!
조 반장
야! 어디가?
김 형사
어디든 가야죠! 물 있는데 다 뒤져 보던가...
[차 안]
투명한 수술용 장갑을 낀 채로 피에로 인형을 집는 누군가의 손. 짙게 코팅 된 창문이 열리
면 그네에 앉아있는 소녀가 보인다. 소녀의 눈에 들어오는 피에로 인형의 기괴한 얼굴.
담임
다른 애들은 그 동안 연습을 계속 했었는데... 수연인 뭘 잘해?
수연
(우물쭈물하다) 글짓기요... 저번 학교에서 상도 받았어요!
담임
(난처한 듯) 글짓기는 백일장이 따로 있는데... 혹시 노래 잘해? 노을이
랑 흰 구름 알아?
수연
(눈이 번쩍 뜨이며) 알아요! 노을! 흰 구름!
-23-
담임
그럼 이거 보호자한테 드리고 꼭 오시라고 해!
꽃집 주인
(다정하게) 꽃보고 인상 쓰면 금방 할머니 된다~!
꽃집 주인
(튤립다발을 내밀며) 누가 그러는데 이 꽃만 보면 웃게 된데...
S#31. 도심 스케치. 낮
시간경과
-24-
S#33. 연립 아파트. 낮
[방 안]
방 안에는 꼬마의 엄마로 보이는 여인의 시체가 이불에 덮혀 있고 이미 부패한 듯 검붉은
물기가 요를 적시고 있다.
슬픈 표정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정호... 순간 날이 선 식칼이 빛을 받아 번쩍인다.
S#34. 정호의 집. 낮
S#35. 연립아파트. 낮
거구
(술에 취한 듯) 나가! 나가란 말이야!
[주차장]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하는 차량에서 김 형사와 조 반장이 내린다.
폴리스 라인과 함께 경찰들의 모습이 펼쳐지며... 달려오는 최 형사.
김 형사
용의자라니?
최 형사
(수첩을 펼치며) 아이가 인질로 잡혀 있고 다른 사체도 발견 됐어.
30분 째 대치중인데 횡설수설이 말이 아니래요...
조 반장
그래? 그럼 비슷하네!
-25-
김 형사
일이 그렇게 쉽게 되나요...
[집 안]
앞장서 거실에 가득한 경찰을 헤치고 나가는 김 형사, 베란다의 정호를 보고 놀란다.
김 형사
어라? 저 친구!!!
거구
다들 나가!!! 우리 좀 내버려둬! 안 그러면...
정호
(고함을 치며) 그 손 내려놔!
거구
(절규하듯) 니가 무슨 상관이야! 다 필요 없으니까... 내 새끼 죽이든 살
리든 내 맘이야! 나가!!!
정호
(냉정하게) 그럼 죽여...
거구
(놀라며) 뭐?!!!
정호
(큰소리로) 뭐해! 죽이라고!!!
정호
그래... 죽여... 너 같은 놈이랑 사느니 죽는 게 나아!
거구
너... 너 뭐야?
-26-
정호, 흔들리는 남자의 눈빛을 바라보며 한 발씩 천천히 다가선다.
정호
애가 뭘 먹고 있었는지 알아?
거구
가... 가까이 오지 마!!!
정호
쓰레기... 먹다 남은 음식 쓰레기를 먹고 있었어...
거구
(두려운 듯 부들부들 떨며) 오... 오지마!!!
정호
지금 당신 꼴을 봐!!! 애가 무슨 죄를 졌길래... 저 어린 게 무슨 죄를
졌다고...
김 형사
(달래듯) 괜찮아... 괜찮아...
거구
마누라가 많이 아팠는데... 아무것도 못해주고... 아무도 안 도와주고...
[현관]
사람들을 비집고 나오는 김 형사,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정호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응급요
원이 꼬마를 대신 받아 안는다.
수갑을 차고 경찰차에 실려지는 거구를 바라보는 구경꾼들의 건조한 눈빛...
구경꾼1
그렇게 패 대더니 결국 마누라 잡았네... 내 그럴 줄 알았지...
구경꾼2
안 그래도 삭막한데 집 값 떨어지겠어... 쯔쯔...
-27-
김 형사
(큰소리로) 야이 새끼들아 뭘 안다고 지랄들이야?!!! 사람이 죽었는데 집
값이 걱정이냐? (젊은이들을 보며) 니들은 이게 재밌어? 재밌어 보여?!!!
S#36. 정호의 집. 저녁
정호
나와!
옷장이 슬며시 열리며 울먹거리는 수연이 나오면, 바닥에 책과 필름들을 던지는 정호.
정호
이게 뭐야!!! (언성을 높이며) 누가 아저씨 방에 들어오라고 그랬어? 엉?
어떻게 된 거야!
수연
죄송합니다. 아저씨 튤립 보고 웃으시라고...
정호
아저씨 똑바로 보고 말해! (수연을 흔들며) 어서!
수연
(울음을 터트린다) 죄송합니다! 아... 아저씨 웃으시라고... 흑... 근데
의자가 미끄러져서 넘어졌어요... 으앙~ 아저씨 아파요!
수연
(눈물이 계속 흐른다) 죄송합니다... 안 아파요... 안 울께요...
-28-
‘쾅!’ 하고 닫히는 현관 소리에 움찔하다 바닥에 웅크려 흐느끼는 수연의 작은 몸.
S#37. 도심 거리. 밤
[번화가]
비를 피해 사람들 사이를 달리다 정호와 부딪치는 어떤 청년... 눈이 마주친다.
청년(E)
뭐야 씨발! 짜증나게...
중년(E)
웬 비가 이렇게 오는 거야? 걱정이네...
거리에 가득한 인파들 속에서 비틀거리는 정호의 시선을 따라... 사람들의 생각과 근심, 행복,
울부짖음이 써 라운드 사운드로 들리며 이미지와 함께 몽타쥬 된다.
수연
너무 늦어서 안 올라구 했는데... 아저씨가 엄마한테 인사는 꼭 하고 다
니라고 하셔서...
수연
(자랑처럼) 내가 아저씨한테 꽃을 드렸는데 굉장히 좋아하셨다? 엄마도
봤어야 하는데...
수연
그럼? 얼마나 잘해주시는데... 학예회도 같이 가주신다고 했는데 내가 괜
찮다고 했어... 나중에 엄마랑 같이 가려구... (억지로 웃으며) 수연이
이쁘지?
-29-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수연의 눈. 엄마의 손에 볼을 기대고 슬며시 눈을 감는다.
수연
(혼잣말로) 따뜻해...
S#39. 강남 경찰서. 밤
최 형사
왜? 센치해요? (대답이 없자) 아까 갠 누구야? 아는 사람이야?
김 형사
아니... 창배 얘들 잡을 때 본 친군데... 좀 이상한 구석이 있어서...
최 형사
뭐가?
김 형사
(답답한 듯) 그걸 몰라서 이러고 있는 거 아니냐? 애들은 죽어 나가고 이
상한 놈이랑 계속 마주치고...
김 형사
(문득) 야! 세상이 좋아지고 있는 거냐?
최 형사
(창밖을 보며) 애들 신원파악이 안돼서 길어지겠어... 위에선 난리고 반
장님은 패닉이고... 그렇다고 애들 얼굴 TV에 때릴 수도 없는 거고요...
김 형사
(곰곰이 생각하며) 죽은 얘들은 어떤 애들이었을까? 실종신고도 없고...
가족들은 걱정도 없나?
최 형사
(연기를 뿜으며 가볍게) 가족이 없나보지...
최 형사
왜 그래...? 농담 한 거에요...
-30-
민망해하며 웃는 최 형사의 어깨를 꼭 잡는 김 형사.
김 형사
그래! 가족이 없는 거야! (‘미쳤어?’ 하는 표정의 최형사에게) 가족이 없
으니까 실종신고나 다른 연락이 없는 거야...
최 형사
(깨달은 듯) 고아?
김 형사
(힘이 난 듯) 오케이 비슷한 거 다 털어보자고!
바에 앉은 정호 앞에 위스키가 가득 담긴 잔이 놓여진다.
이미 취한 듯 눈이 풀려 있는 정호, 술을 단숨에 마시고 더 달라는 듯 테이블을 친다.
정호
(중얼거린다) 민희...
정호
나한테 말해... 다 애기하란 말야...
민희
도대체 뭐가 알고 싶은 거야?!!!
[옥상]
슬퍼지는 정호...
-31-
정호
난 알 수 있잖아...
울부짖는 민희...
민희
그래 새 아빠가 날 만졌어! 그걸 꼭 내가 말해줘야겠니? 속이 시원해?
(원망하듯) 니가 뭘 해줄 수 있다고... 나도 미치겠어... 소름끼쳐! 더
러워 죽겠단 말야!
정호
(떨리며) 민희야...
S#44. 정호의 집. 새벽
-32-
[거실]
거실 불이 켜지면 쓰레기통과 베개를 들고 경계의 눈빛을 하고 있는 수연이 보인다.
소파에 엎어져 있는 정호를 보고 안심하는 수연, 어떡할까 고민을 하다 어깨에 묶여있는 피
묻은 붕대를 보고 놀란다.
시간경과
정호
(잠꼬대처럼) 불쌍한 꼬마를 봤는데... 니 생각이 나서...
정호
미안해...
시간경과
[부엌]
샤워를 한 듯 편한 복장에 젖은 머리. 미안한 표정으로 식탁에 앉는 정호.
아직 삐져 있는 수연이 콩나물국이 든 커다란 그릇을 ‘탁!’ 놓는다.
꼬마의 신경질에 주눅이 든 정호... 순순히 콩나물국을 떠먹으며 맛을 음미한다.
정호
(수연의 눈치를 보며) 맛...있네...
정호
무가 많아서 국이 시원하다...
수연
(거듭 칭찬에 웃어버리며) 아저씨가 너무 무뚝뚝하셔서 무를 많이 넣었습
니다!
-33-
S#8의 담당관 유진이 두꺼운 자료들을 들고 ‘또각또각’ 걸어온다.
긴장된 표정의 김 형사와는 달리 유진의 몸매를 감상하는 최 형사.
유진
(걱정스런 표정) 새벽에 연락 받고 밤새 작업 했어요...
최 형사
(괜히) 감사합니다. 근데 이렇게 많나요?
유진
(두꺼운 쪽을 가리키며) 이쪽은 확인 된 가정이구요 (다른 파일을 들며)
이건 아이가 사라졌다고 통화된 세 군데 가정입니다.
김 형사
(눈이 빛난다) 맞지? (유진을 보며) 보호자들이 실종신고를 안 한 이유가
있을까요?
유진
(난처한 듯) 사실 위탁아동들이 적응에 실패해서 가출을 하는 경우가 있
거든요... 아마 이전 보호시설이나 다른 친척한테 간걸로 생각들 하셨을
겁니다.
최 형사
(괜히) 보호를 할 거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김 형사
(소녀3의 사진을 보며) 한 명이 더 있다... (최 형사를 보며) 이 사진 서
울에 뿌려... (유진을 보며) 나머지 자료들... 카피 받을 수 있겠죠?
[주차장]
자료들을 챙겨들고 차에 올라타는 김 형사, 최 형사.
최 형사
덕분에 술술 풀리겠어. (입을 벌리고) 얼굴은 순한데 몸이 완전 쭉빵이야!
김 형사
새끼...
-34-
유진
(어렵게) 사실 연락이 안 되는 가정이 있는데...
유진
위탁과정에서 저희 쪽 실수가 좀 있어서요... 원래 계약한 보호자가 안
계셨는데... (수습하려는 듯)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사무실]
주차장에서 얘기를 나누는 유진과 형사들을 보는 누군가의 뒷모습...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의 훔치는 모습이 낯익다.
[주차장]
유진을 빤히 쳐다보다 미소 짓는 김 형사.
김 형사
아무튼 감사합니다. (슬며시) 그리고 깜빡했는데 직원들 신상명세서 좀
보내 주실 수 있나요? (놀라는 유진을 보며) 아니... 그냥 참고용입니다.
원래 수사의 기본 원칙이라서...
S#46. 정호의 집. 아침
정호
케빈 카터라는 사진가가 찍은 거야.
정호
(독백하듯) 소녀는 지금 죽음 한 가운데 있어. 배고픔에 움직일 수도 없
고... 나약한 소녀를 독수리가 먹잇감으로 보고 있지...
수연
(놀라며) 네? 그럼 얼른 독수리를 쫓아버려야죠!
정호
(수연을 보며) 맞아... 그래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은 아저씨를 욕했어...
(슬픈 눈으로 사진을 본다) 먼저 저 소녀를 구했어야 했다고...
수연
-35-
(끄덕이며) 맞아요! 사진사 아저씨 나빠요!
정호
(말끝을 흐리며) 그래서 그 아저씬...
수연
(궁금한 듯) 어떻게 됐어요?
정호
2층은 아저씨가 청소할게... 수연인 학교 가야지?
수연
(생각난 듯) 아! 늦었다!
두꺼운 커튼이 쳐 있는 어두운 거실. ‘덜그럭’ 거리는 쇳소리가 들리다 현관문이 열린다.
주머니에 연장을 챙겨 넣고 가죽 장갑을 끼며 등장하는 창배, 거실 불을 켠다.
검소하게 꾸며진 집안 내부.
창배
(실망한 듯) 기대 좀 했더니 졸라 검소하네... (고개를 저으며) 나이 먹
어 감이 떨어 졌나~?
[안방]
장롱을 열고 이것저것 뒤져보는 창배. 네모난 상자를 보더니 ‘씨익~’ 웃는다.
상자 안에는 디지털 카메라와 6mm 비디오테이프 여러 개가 담겨있다.
창배
뭐야? (음흉하게 웃으며) 포...르노~?
[부엌]
작은 부엌 창 앞에는 각종 허브들과 버섯이 길러지고 있다.
냉장고를 열고 이것저것 꺼내 식탁에 올려놓고 커다란 냄비에 든 버섯스프를 떠먹는 창배.
아쉬운 듯 ‘뭐 더 없나?’ 하는 표정으로 싱크대를 살피며 냄비를 비운다.
S#48. 도심도로. 낮
-36-
창배
(침을 반쯤 흘리며) 헤...해해해...
창배
아... 이쁘다...
창배
히히... 명품! 이쁘다...
각선미
어머? 으악~!!!
창배
내꺼다~! 내꺼다~!
최 형사
(혼잣말로) 이것도 인연인가?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든다.
S#50. 정호의 집. 낮
경비원과 함께 정호의 집에 들어온 김 형사.
김 형사
(둘러보며) 워... 으리으리하네... (경비원을 보며) 좀 둘러 볼 테니까
잠깐 계세요!
-37-
김 형사
알아봤어?
최 형사
지금 통화 끝났는데... 현 보호자 이름은 류정호, 28세 남자, 양친은 초
등학교 때 교통사고로 사망, 집주인은 숙부인데 호적상 양아들이에요. 17
세 때 미국으로 가서 거기서 쭉~ 있었고... 전과도 없구요...
김 형사(E)
(2층으로 올라가며) 아이는? 박수연이라고 했나?
최 형사
무사해! 수업 중이야... 아무튼 빨리 와봐! 이 친구 보면 깜짝 놀랄걸요?
(웃으며) 놀란 표정 보고 싶네...
S#52. 정호의 집. 낮
정호의 방에서 이것저것 살피며 통화를 하는 김 형사.
김 형사
뭔 소리야? 암튼 여기도 별루니까 바로 그 쪽으로 갈께!
[암실]
문이 열리며 빛이 들어오면 어둑한 암실 벽에 가지런히 걸려있는 사진들이 보인다.
소녀들의 다양한 표정들과 묘한 느낌을 살피다 미간을 찡그리며...
김 형사
(의심스럽게) 롤리타?
[잔디밭]
초록색 잔디밭 구석에서 정호 쪽에 등을 보이고 앉아 있는 김 형사의 얼굴. 당황한 듯 반가
운 듯 이상한 듯... 여러 감정이 섞여있다.
김 형사
(멍하니) 내가 직업이 이래도 이유 없이 누굴 의심하고 그러지는 않잖아?
-38-
최 형사
(성의 없이) 그렇지...
김 형사
(머리를 긁적이며) 근데... 온갖 구린데만 다니는 우리랑 며칠째 동선이
붙으면 수상한 거 아니냐? 거기다 하는 짓들도 묘~하니 이상해요~?
최 형사
(약간 동의하듯) 그렇지...
김 형사
그지? 직업상 의심해 줘야지?
최 형사
(완전 동의하듯) 그렇지... 해줘야지...
김 형사
근데 스타일이 범죄 과는 아니잖아? 그렇지 않냐?
최 형사
(복잡한 듯) 그러니까~?
김 형사
하교 시간 됐으니까 넌 아이한테 가봐!
최 형사
(놀라서) 어디가?
김 형사
(당당하게) 정면 돌파!!!
[카페 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김 형사를 올려보는 정호.
정호
(놀란 듯) 김... 형사님?
시간경과
커피 잔을 놓고 마주 앉은 두 사람.
창 밖에 서 있는 최 형사는 ‘먼저 간다!’는 제스처를 남기고 사라진다.
김 형사
(어색하게 웃으며) 벌써 세 번째죠? 참...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는데...
-39-
테이블을 두들기는 손가락, 굳은 얼굴... 김 형사의 어색한 표정과 동작을 유심히 보는 정
호.
정호
제가 어떤 의심을 받고 있군요...
김 형사
(손가락을 멈추며) 어? 그렇게 티가 나나요? (무안한 듯) 하하하... 제가
궁금한 건 못 참는 성미라... 지하철 일도 그렇고... 인질극도 그렇고...
정호
(김 형사를 바라보며) ...
정호
저기 산... (김 형사를 보며) 보이시죠?
김 형사
산? (고개를 돌려보고) 네... 보이죠...
정호
아름답죠? 푸른 하늘, 단풍진 나무들... 누구나 바라보면 편안해지죠...
정호
그런데 산을 볼 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까지 알게 된다면 그렇게 편
하지만은 않겠죠? 가령... 그 속에서 짐승들이 먹고 먹히고... 썩어가
고... 그런 모든 걸 알게 된다면 어떨 거 같으세요? (씁쓸하게 독백하듯)
물론 나만 눈을 감고 있으면 세상은 조용해지겠지만...
정호
(김 형사를 보며) 저 연인들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세요?
김 형사
(유심히 보며) 글쎄요... 좋아 죽겠다는 거 같은데...
정호
보이는 것도... 우린 놓칠 때가 많죠...
김 형사, 자세히 보지만 도통 모르겠다는 듯... 연인들의 모습에 시선을 고정하는 정호.
정호
여자가 남자한테 행복하라고 하는군요... 자길 잊지는 말아달라고...
-40-
여자,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자 달래듯 손을 ‘꼭~!’ 잡아주며 고개를 숙이는 남자.
깜짝 놀라는 김 형사, 눈을 돌려 정호를 본다.
정호
말하는 투와 행동을 유심히 본다면 그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 짐작을 할
수가 있겠죠? 전 그냥 조금 더 아는 것 뿐입니다.
김 형사
수연이 알죠?
수연
아저씨가 콩나물국이 맛있다고 해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엄마의 얼굴
을 보며) 엄마도 일어나면 꼭 끓여드릴게요... (생각난 듯) 참! 내일 학
예회 때 부를 노래 불러줄까요?
수연
(노래를 부른다) 가을바람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수연
(당황한 듯) 엄마... 나... 이상해요...
[화장실]
상황을 모르는 최 형사, 시원한 표정을 지으며 소변을 보고 있다.
[병실]
바닥에 쓰러진 수연의 뒤로 천천히 열리는 병실 문. 안으로 들어오는 누군가의 그림자...
-41-
S#55. 정호의 집. 밤
김 형사
여자 아이만 대상으로 하는데, 전부 위탁아동들입니다. 수연이가 다음 대
상일 확률이 높아요... (시선을 피하며) 정호씰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당
분간 서울을 떠나지 마십쇼...
[암실]
걱정이 깊은 정호, 정신을 차리면 밧드 속 인화지가 까맣게 변해버렸다. 아쉬운 듯 짧게 한
숨을 쉬다가 시계를 보면 열 시를 넘어버린 시간.
[거실]
비어있는 수연의 방을 보다가 급히 현관으로 달리는 정호.
신발을 구겨 신고 문을 열면 초인종을 누르려다 깜짝 놀라는 담당관의 모습이 보인다.
서로 놀라는 두 사람... 정호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의사
순간적인 쇼크에요... 안정을 찾았으니까 링거 끝나면 데려가셔도 됩니다.
정호
쇼크라뇨?
의사
(의외라는 듯) 모르셨나요? 2년 전 사고로 안구에 미세한 출혈이 있었어
요. 그땐 너무 어렸고 보호자도 없는 상태라 수술시기를 놓쳤는데 (씁쓸
하게) 천천히 시력을 잃게 될 겁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곤히 자고 있는 수연.
[병실]
엄마의 병실을 찾은 정호, 아직 잠을 자고 있는 수연을 안고 있다.
안정을 찾은 듯 규칙적으로 흐르는 심전도 그래프...
물끄러미 수연엄마의 멍한 눈을 내려다보는 정호, 수연과 많이 닮은 인자한 얼굴과 눈매를
-42-
한참을 보다 슬며시 웃는다.
정호
걱정 마세요... 감기래요...
정호
그래요? (웃으며) 자랑스러우시죠?
정호
울긴요? 얼마나 씩씩한데요... 걱정 마시고 어렵더라도 좀 더 힘을 내세
요... 빨리 일어나셔야죠...
[로비]
수연을 소중히 안고 걸어가는 정호.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김 형사에게 최 형사가 다가온다.
최 형사
(휴대폰을 끊으며) 1차사건 실종날짜가 보름 전이고 저 친구 입국일은
4일 전이니까 아닌 건 아니네요...
김 형사
(다행이라는 듯) 거봐... 아니라니까...
김 형사
여보세요? 반장님?
S#57. 개인병원. 밤
간호사
신원파악 때문에 소지품을 봤는데... 지갑이 한 두 개가 아니더라고요...
혈액에서 환각물질도 검출됐고...
조 반장
(어이없는 듯) 새끼 이제 약도 건드려?
-43-
김 형사
(중얼중얼) 아무래도 로또나 한 번 해야겠다.
수연
(벌떡 일어나며) 아침밥!!!
[부엌]
부엌으로 달려온 수연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조리대 앞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는 정호의 뒷모습... 낯설어 보인다.
시간경과
수연
어떻게 된 거에요?
정호
(외면하며)수연이 영양실조래... 의사 선생님한테 혼났어! 잘 먹이라고...
정호
(고개를 들고) 나이프 쓸 수 있지?
수연
넵!
[거실]
소파에 앉아 식후 커피를 마시는 정호. 이리 저리 잡지들을 넘겨보다 문득 시계를 본다.
방에서 나와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수연을 보고 2층으로 올라가는 정호.
수연
(조그맣게) 아저씨...
-44-
등을 보인 정호, 못 들은 듯 2층으로 사라지면 실망한 표정으로 입을 내민다.
[정호의 방]
스웨터를 대충 걸치는 정호, 수연을 바래다주려는 듯...
[거실]
텅 빈 거실을 살피다 테라스로 달리는 정호.
창문을 열고 수연을 찾으면... 고개를 숙이고 멀리 걸어가는 수연이 보인다.
정호
(부르려다 멈칫) 수연...?
S#60. 강남 경찰서. 아침
조 반장
(서류를 보다) 그럼 이쪽으로 몰겠다는 거야?
김 형사
(끄덕이며) 40세 기혼남으로 전체적으로는 평범한데... 특이한건 작년에
딸 아이가 폐렴으로 죽었어요... 당시 나이가 10살, 초등학교 4학년으로
피해 아동들의 나이와 비슷합니다.
조 반장
최 형사는?
김 형사
다음 목표로 추정되는 아이한테 붙여놨습니다. 그 아이도 (프로필을 흔들
며) 이 놈이 담당이었거든요...
조 반장
류정혼가? 걔는 확실히 아닌 거지?
김 형사
(고개를 끄덕이며) 입국 날짜가 확인 돼서 확실 합니다.
조 반장
(담당관의 사진을 보며) 마약은 왜 먹인 거야? 기분 좋으라고? 아이들 영
양상태도 좋았고 비싼 옷에 잘 다듬어진 손톱... 그러다 심적 변화를 보
이고 아이를 죽인다?
김 형사
(곰곰이 생각하다) 뭔가 이상하죠? 죽기 전까지 잘 돌봐줬고 특별한 외상
이 없었다는 건 고의적인 살인이 아니라는 거고... (눈을 감으며) 범인은
-45-
아이가 행복해지길 원한다... 그래서 돌본다... 감춘다... 숨긴다...
김 형사
보호한다?
S#62. 정호의 집. 낮
담임
자 다음은 합창 순서입니다. 곡명은 흰 구름과 노을입니다. 크게 박수쳐
주세요~!
정호
(조용히) 노래 제목이 뭐죠?
아줌마
노을이요!
-46-
주위의 반응에 정신을 차리며 천천히 박수를 치는 정호.
시간경과
시간경과
담임
키 차이가 너무 나는데요?
S#64. 위탁보호센터. 낮
유진
잘 지냈어? (걱정스러운 듯) 별 일 없었지?
수연
네! 밝고! 명랑하고! 씩씩했습니다!
유진
(난처한 듯) 어떡하지? 언니가 지금 너무 바빠서 바로 들어가야 되는데...
수연
(실망한 듯) 언니랑 인사시켜주려고 아저씨 데리고 왔어요!
유진
(놀라며) 아저씨?
수연
네! 음료수 사러 가셨는데...
시간경과
-47-
수연
(아쉬운 듯) 제가 엄마 다음으로 제일 좋아하는 언닌데...
정호
그럼 아저씬 세 번째야?
미안한 듯 웃다가...
수연
학교에 와 주신 건 아저씨가 첨이에요... 엄마는... (이상한 듯) 어?
수연
(나아진 듯) 엄마는 주무시거든요. 의사 선생님이 아주 긴 잠이랬어요...
(눈물을 글썽인다) 근데 그건 의사 아저씨가 모르는 소리에요! 왜냐하면,
엄마는 제 말 다 알아들으시거든요...
정호
(뭉클하다) 엄마가...
정호
수연이 글짓기 상 받은 거 자랑스러워 하셔... 그래서 힘나신다고...
수연
(귀가 쫑긋) 엄마랑 얘기하셨어요?
정호
아저씨가 비밀 하나 가르쳐 줄까?
수연
(고개를 끄덕인다) 네! 비밀 좋아요!
수연
(모르겠다는 듯) ...???...
정호
(문득) 수연이 지금 제일 가고 싶은 곳이 어디야?
-48-
S#65. 롯데월드. 낮
수연
으아~~~악!
[매직 아일랜드]
석촌 호수가 보이는 산책길을 솜사탕을 들고 걷는 두 사람. 수연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자
‘왜?’ 하듯 쳐다보는 정호.
수연
(귀엽게) 저도 찰칵하는 거 가르쳐 주세요!
수연
어... 너무 무뚝뚝이다. 김치~! 해 주세요~.
[화장실]
화장실 앞에서 수연을 기다리는 정호,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고 있다.
참새 한 마리가 나무 주위를 날며 요란스럽게 지저귀는 모습에 다가서는 정호.
흙바닥에 떨어진 솜털이 보송한 참새 새끼가 부들부들 떨고 있다.
정호의 모습을 멀리서 보고 다가오는 수연,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로 정호를 찍으려 한다.
파인더로 보이는 정호의 모습...
안절부절 못하는 어미 새가 요란스럽지만 그냥 그대로 지켜보고 있다.
셔터를 누르다 이상한 듯 카메라를 내리는 수연.
새끼 새가 마지막 숨을 토하며 죽자 씁쓸한 표정으로 몸을 돌리는 정호, 수연을 본다.
눈물을 그렁거리며 정호를 보고 있는 수연.
수연
(놀란 듯) 도와주셨어야죠...
-49-
정호
(당황하는 눈빛으로) 어차피 죽을 거였어...
수연
(눈물을 흘린다) 그래도... 그래도...
정호
어쩔 수 없는 건 참견하는 게 아니야... (슬프게) 상처만 남으니까...
수연
그래도... 엄마 품에는 돌려줘야죠...
정호
모두 언젠가는 죽어... 아기 새도... 어미 새도... (변명하듯) 내가 뭘
해줄 수 있겠니?
수연
(큰소리로) 우리 엄마는 안 죽어!!! 아저씨... 독수리 아저씨처럼 나빠
요!!!
S#66. 교보문고. 저녁
기다란 서가에서 책들을 둘러보고 있는 담당관, 발걸음을 옮기다 아동서적과 간단한 놀이기
구들이 전시된걸 보며 슬픈 표정을 짓는다.
멀리서 감시하며 실눈을 뜨던 김 형사. 문득 가판에 놓여있는 심리학 서적에 손이 간다.
정호가 생각난 듯 이런 저런 제목을 둘러보다 하날 고르고...
S#67. 정호의 집. 저녁
수연
(슬프게) 엄마... 죽지 마요...
[암실]
붉은 빛을 받으며 나무집게에 걸려있는 필름들...
인화 액이 담긴 밧드(bath) 속에서 이미지가 올라오는 인화지가 보인다.
-50-
점 까맣게 변하는 인화지 속 자신의 얼굴...
정호
(중얼거린다) 넌 웃으면 안 돼...
화가 난 듯 나가버린다.
[정호의 방]
침대 옆 낮은 테이블에 물 잔과 감기약 박스가 열려있다.
고열에 시달리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정호... 선잠이 든 듯 계속 뒤척인다.
S#68. 주차장. 새벽
김 형사
(혼잣말로) 가을인데 독서 좀 해야지...
시간경과
S#69. 정호의 집. 아침
[정호의 방]
바싹 마른 입술, 이마에 가득한 식은 땀... 정호,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실]
책가방과 카메라를 매고 현관에 선 수연, 걱정스런 눈으로 2층을 올려보다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정호의 방]
창을 통해 수연의 등교 모습을 보는 정호.
뒤이어 걸어가는 김 형사에 안심하듯 미소를 짓다 ‘스스륵~!’ 바닥에 쓰러진다.
S#70. 위탁아동센터. 낮
-51-
S#71. 수연母 병원. 낮
김 형사
(튤립을 보며 괜히) 꽃이 참 이쁘다!
S#72. 도심도로. 낮
[골목]
여러 갈래로 뻗은 골목길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난처한 표정으로 담당관의 흔적을 찾는 최 형사, 하지만 쉽지가 않다.
최 형사
(주머니를 뒤지며) 앗! 휴대폰!
수연
아저씨가 학예회 와 주셨어요! (숨도 안 쉬며) 나, 노래 부르는 것도 찍
고, 롯데월드 가서 놀이기구도 타고, 솜사탕도 먹고, (목에 건 카메라를
들며) 찰칵하는 것도 가르쳐 주고... 이것도 주셨어요!
[주차장]
병원 로비를 나와 주차장을 걷는 수연. 보도블록을 따라 걷다가 문득 하늘을 본다.
쨍한 햇살에 눈을 찡그리다 시야가 흐려지며 ‘풀썩’ 쓰러지면... 멀리서 달려오는 김 형사.
순간 굉음 내며 돌진하는 흰 색 세단이 보이며 미처 피하지 못한 김 형사를 받아 버린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며 기절하는 김 형사.
쓰러져 있는 수연을 안고 차에 태우는 누군가... 다시 급출발을 한다.
-52-
S#74. 도심도로. 노을
[거실]
피에로 인형을 안고 소파에 잠들어 있는 수연.
정호
...?
정호
(떨리는 목소리로) 민희...
S#77. 정호의 집. 저녁
[거실]
계단을 내려오는 정호. 시끄럽게 울리던 전화벨이 멈추고... 어두운 거실에 스위치를 올리
면 꿈과는 달리 불이 들어온다. 안심하는 표정으로 수연의 방을 보는 정호.
[수연의 방]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 정호. 아무도 없자 불길한 예감이 드는 듯, 여덟 시를 훌쩍 넘긴 시
계 바늘을 본다.
-53-
S#78. 수연母 병원. 밤
정호
수연이! 수연이가 왔었나요?
정호
방과 후에... 혼자...
[주차장]
병원에서 나와 주위를 살펴보는 정호, 보도블록을 따라 천천히 걷다 순간 멈칫한다.
풀숲에 떨어져 있는 검은 물체를 집어 들면 자신이 준 소형 카메라다.
초조한 표정에 ‘부르르’ 떨리는 정호의 손. 순간 ‘툭!’ 하고 보도블록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음산하게 먹구름이 낀 하늘...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S#79. 도심도로. 밤
도심을 달리는 차 안.
팔에 깁스를 한 채 전화를 하는 김 형사와 심각한 표정으로 핸들을 돌리는 조 반장.
김 형사
(전화를 끊으며) 왜 안 받아! 이 새끼 저처럼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조 반장
(걱정되는 듯) 연락하겠지... 성질 좀 죽이고 기다려 보자고...
깍~깍~’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자동차 와이퍼.
김 형사
씨발... 까마귀도 아니구 재수 없게 깍깍거려...
조 반장
(운전대를 돌리며) ...
김 형사, 조 반장
어?
-54-
정호
(화를 내며) 수연이! 수연이 어딨어? 당신이 같이 있었잖아?
시간경과
정호
(놀란 듯) 그... 담당관?
김 형사
(고개를 끄덕인다) 정호씨 집에도 찾아가고 전활 계속 드렸는데 연락이
안됐어요... 범인한테 붙여 논 후배도 연락이 끊겼고... 저도 이 꼴이 되
버려서... (애써 힘내며) 일단 수연이 사진 뿌려놨고 범인도 백방으로
찾고 있으니까 곧 연락이 올 겁니다.
정호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군요... (고개를 숙이며) 제 잘못입니다. 제가
실망시켜서... 나 땜에 수연이가...
조 반장
(큰소리로) 뭐라고?
정호
(결심한 듯)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김 형사
(정호의 어깨를 잡고) 일단 집으로 가시죠... 용의잘 찾는 대로 바로 연
-55-
락드리겠습니다.
수연
아저씨...
S#82. 정호의 집. 밤
[수연의 방]
수연의 침대에 앉아 있는 정호. 잘 정리된 방 모습에 수연의 어른스러움이 새삼 느껴진다.
잘 개어진 이불, 가지런한 옷장 안, 바르게 꽂혀있는 책들... 그 중 ‘천사의 집’ 이라 써진
앨범이 눈에 띤다. 한 장씩 넘겨보면...
S#83. 도심도로. 밤
도심을 달리는 김 형사의 차 안, 순간 휴대폰이 울린다. 깁스한 팔로 전화를 받으려다 ‘에
잇!’ 하며 노견으로 핸들을 돌린다.
김 형사
(전화를 받으며) 누구십니까? (버럭) 너 어디야 이 새끼야!
S#84. 포장마차. 밤
-56-
최 형사
(조용히) 미안해! 너무 급해서 전화를 차에 놓고 내렸어요... (담당관을
슬쩍 보며) 야~! 종일 얼마나 싸돌아다니는지 다리 아파 죽겠어요...
S#85. 도심도로. 밤
뜻 밖의 정보에 당황하는 김 형사.
김 형사
종일? 계속 같이 있었어?
최 형사(E)
그렇다니까... 전화 못한 건 미안한데 저도 힘들었어요...
김 형사
확실해?
최 형사(E)
그럼? 고아원에 유치원에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데... (짜증내며) 차도
견인 됐을 텐데...
김 형사
차고 지랄이고 당장 서로 들어와!!!
S#86. 강남 경찰서. 밤
조 반장
(힘없이) 완전히 헛 다리 집었어...
최 형사
어디부터 다시 시작하죠? 머리가 돌지를 않네... (슬며시)
밥이나 먹을까?
김 형사
여자아이... 위탁아동... 익사체... 말똥 버섯... 초등학생...
-57-
순간 복도가 시끄러워지며 휠체어에 탄 창배와 의경이 등장한다.
창배
(의경을 보며) 살살 밀어... 나 지금 환자야! 환자!
조 반장
(반갑게) 오! 창배, 퇴원했냐?
창배
(눈치를 보며) 아... 반장으로 승진하셨다던 데... 늦었지만 축하드립니
다.
조 반장
(웃으며) 지금 축하받을 입장이 아니다.
창배
(눈치 없이) 왜 그러세요. .. 저도 이렇게 왔는데 승진 한 번 더하셔야
지...
김 형사
제발 좀 닥쳐라! (문득) 지금 이감 되냐?
창배
아니~! 지금 퇴원했는데? (웃으며) 형사님들한테 인사 쭉 돌려야쥐~!
김 형사
그래? 그럼 밥이나 먹고 하세요... (최 형사에게) 저 놈 꺼도 시켜라!
조 반장
그래 창배도 먹여야지... 뼈 붙으려면 사골이다! 설렁탕?
창배
옷 잘 어울린다. 형 가져!
시간경과
-58-
최 형사
(째리며) 흘리지 말고 먹어 임마! 밥 맛 떨어지게...
창배
(김 형사를 흘끔하며) 저분은 왜 저러셔요?
조 반장
몰라도 돼 임마! 골고루 먹어 새끼야... 가리긴...
창배
버섯은 안 먹어! (젓가락으로 버섯을 집으며) 내가 이 꼴 난 게 요거 먹
고 하이 된 거잖아? 거 기분 묘하데~! 크크...
시간경과
김 형사
너 이거 어디서 났어?
창배
양재동 그린 빌라 옆 단독주택인데...
조 반장
출동하자!!!
달리는 형사들.
S#87. 정호의 집. 밤
-59-
있는 수연엄마의 얼굴 등 어설프지만 느낌이 있는 사진들이다.
사진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정호.
[화장실]
눈물을 지우려 거칠게 세수하는 정호, 물기로 가득한 얼굴을 들어 거울을 바라본다.
거울 속 자신을 무섭게 노려보는 정호의 눈.
정호와 거울 속 정호의 눈이 교차되면서 빨려들어 갈 듯 보여지면...
소년 정호
니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정호
(고함치며) 그렇지 않아!!!
정호
(거울 속 자신을 노려보며) 더 이상 안 돼... 수연인 안 돼!
[거실]
거실을 울리는 전화벨... 무시하고 급히 집을 나서는 정호.
S#88. 도심도로. 새벽
김 형사
왜 안 받아?
[밀실]
두려운 듯 눈을 굴리는 모습, 막힌 공간을 이리저리 살피는 모습 등... 수연이 보이고 있는
조그만 화면들...
등을 보이고 있는 누군가가 장갑 낀 손가락을 테이블에 신경질적으로 두들기고 있다.
테이블 위 버섯 스프를 보는 수연의 화면에 손가락을 멈추고...
숟가락을 들던 수연, 겁먹은 듯 다시 내려놓으면 화난 듯 잡동사니들을 밀어버리는 누군가.
-60-
S#90 강남 경찰서. 새벽
정호 들어서는데, 형사들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여경 혼자 남아있다.
여경
왜 이제 오셨어요? 모두 출동 하셨어요.
정호
출동이요?
여경
새로운 용의자가 발견됐어요... (김형사 책상을 가리키며) 저기...
S#92. 강남 경찰서. 새벽
사진이 한 장씩 넘어가면 점점 클로즈업 되는 소녀1의 입술을 따라 발음하는 정호의 입술이
교차된다.
정호
(깨달은 듯) 언... 니...
수연
언니?
-61-
화장기 없는 창백한 얼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누군가는... 담당관 유진이다!!!
수연
(울먹이며) 무서워요... 집에 갈래요...
유진
(멍한 목소리로) 안돼... 집에는 아빠가 있어!!! 보호해 줄게... 내가 돌
봐줘야해...
[기동대 밴]
조 반장과 김 형사, 구식 리볼버에 든 총알을 확인하고 있다.
조 반장
상황이 위급하면 딴 건 제끼고 애부터 챙겨!
최 형사
(황당한 듯) 박유진이래요! 위탁센터!
김형사
(어이없는 듯) 누구? 그... 그 여자?!!
Insert : S#45의 유진, 두꺼운 자료를 들고 ‘또각또각’ 걸어오는 모습의 Slow Motion
S#95. 강남 경찰서. 새벽
-62-
정호
어디로 가셨다고 했죠?
여경
(당황한 듯) 양재동 집으로...
벌떡 일어서는 정호 달리기 시작한다.
[지하실]
총구를 들이대며 지하실 문을 여는 김 형사, 보면 평범한 보일러실이다.
내려오는 최 형사, 다시 올라오는 김 형사를 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김 형사
씨발~ 뭐야...!
김 형사
네... (놀란 듯) 뭐라구?
여경(E)
천사의 집이랬어요...
김 형사
이런 씨발~!
전화 끊고 달리는 김형사.
S#97. 도심도로. 새벽
[김 형사의 차]
클락숀을 울리며 미친 듯이 운전하는 김 형사. 신호위반을 하며 아슬아슬하게 달린다.
유진
-63-
천천히 잠이올 거야... 아무 걱정 말어...
눈을 감는 수연, 잠이 든다.
S#99. 천사의 집. 새벽
유진
(당황한 듯) 아빠?
S#101. 천사의 집. 새벽
정호
(큰소리로) 수연아!!!
[지하실]
정호의 외침에 놀라는 유진, 재빨리 수연의 입을 막아 세우고는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약물이 도는지 ‘축~’ 늘어지는 수연의 무게에 유진이 중심을 잃으며 세발자전거를 건드린다.
탄성을 받으며 구르던 자전거가 박스에 부딪히면 장난감들이 바닥에 쏟아진다.
‘우르르’ 쏟아지며 바닥을 때리는 진동이 1층 바닥으로 이어지고...
[1층 복도]
손바닥으로 벽을 짚고 있던 정호... 뭔가 미세한 진동을 느낀 듯 눈을 감는다.
잠시 정적이 이어지고...
손바닥을 댄 채로 눈을 뜨는 정호, 천천히 벽을 따라 바닥으로 시선을 내리면, 먼지가 쓸린
자국이 약하게 이어져 있는 게 보인다.
-64-
[지하실]
소동이 정리된 듯 고요한 지하실. 여전히 수연의 입을 막은 채로 죽은 듯 멈춰 있는 유진,
겁먹은 듯 한 눈동자만이 생생하다.
다시 ‘삐그덕~!’ 거리는 정호의 발소리가 머리 위로 다가오자 갑자기 눈빛이 변하는 유진.
유진
안돼... 오면 안돼!!!
[1층 복도]
먼지가 쓸린 자국이 끊겨진 바닥 위로 비스듬히 열린 문이 보인다.
호흡을 고르는 정호, 문을 조심스럽게 열면 지하로 뻗은 기다란 계단이 펼쳐지고...
계단 끝 구부러진 복도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는 걸 본 정호,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S#102. 도심도로. 새벽
비상등과 사이렌을 울리며 질주하는 김 형사의 차, 거칠게 앞의 차를 추월하는데 트럭에 앞
이 막힌다.
김 형사
(경적을 누르며) 차 빼! 씨발~!!!
정호
수연아!
정호
괜찮니?
수연
(힘겹게) 아... 저씨...
유진(E)
-65-
(음산한) 내 아이... 내 아이 만지면 안돼...
밀폐된 공간, 어지러운 TV의 불빛들... 약 기운이 도는 듯 혼란스러워 하는 정호.
순간, 철제의자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유진.
유진
그 손! 그 손 치워!!!
유진
(간절하게) 아가야~ 숨어야 돼... 빨리!!!
정호
이러지 마!!! 수연인 당신 애가 아니야!!!
유진
아빠, 안돼요!!! 제발 돌려줘요... 제발...
광기어린 눈빛의 유진을 보는 정호의 눈. 확장되는 정호의 동공에 유진의 얼굴이 맺힌다.
유진
(기괴한 음성) 더러워... 더러워...
미친 듯이 울부짖는다.
[지하실]
유진의 과거를 보고 충격을 받는 정호, 뭐라 해줄 말이 없다.
문득 유진이 들고 있는 송곳을 보고 결심한 듯 수연을 돌아본다.
정호
수연이... 뛸 수 있어?
기운이 조금 돌아온 듯 고개를 끄덕이는 수연.
정호
아저씨가 뛰라고 하면 무조건 달리는 거야... 알았지?
-66-
몸을 돌려 유진을 향해 팔을 내리는 정호, 천천히 다가간다. 눈빛이 변하며 달려드는 유진.
유진
더러워... 더러운 놈!!! 내 아기를 우리 아기를...
정호
수연아 뛰엇!!!
정호
(화를 내며) 뭐해! 빨리!!!
정호
(담담하게) 이제 마음이 편하세요?... 이해해요... 얼마나 힘들었을지...
외로웠을 지도... (유진의 눈을 바라보며) 이해해요...
유진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정호의 눈 천천히 흐려지며 표정이 편안해져 가는데... 흐려진 시야에 들어오는 수연의 발.
정호, 눈이 번쩍 뜨인다.
뜨거운 열기에 겁을 먹은 채로 힘겹게 계단을 내려오는 수연, 연기 때문인지 기침을 계속
해대며 정호를 찾는다.
수연
(힘없이) 아저씨... 앞이 안 보여요... 무서워요...
정호, 힘을 내야한다.
-67-
김 형사
(연기를 보고 놀라며) 뭐야?!!!
S#105. 천사의 집. 새벽
[식당]
식당에 뚫려있는 창을 통해 들어오던 김 형사, 폭발에 놀라며 미끄러진다.
[복도]
불길을 품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두꺼운 나무 벽들 사이로... 정호, 자신의 코트를 벗
어 수연을 감싼다. 갑자기, ‘우지끈’ 무너지는 기둥이 정호를 내리치면, 쓰러지며 한 쪽팔로
겨우 버티는 위급한 상황.
정호
수연아! 수연아!
정호
움직일 수 있겠어?
정호
수연아... 자면 안돼! 알았지?
수연, 힘없이 끄덕인다.
정호
(계속 말을 시킨다) 수연이가 물어 봤었지? 나쁜 사진작가 아저씨...
수연
... ?
정호
-68-
어떻게 됐냐고...
수연
(고개를 끄덕이며) 네...
정호
사실 그 아저씬 독수리가 무서워서 도망갔었어... (수연에게 웃어 보이며)
근데... 결국엔 용기를 내서 소녀를 구해 줬어...
수연
착한 아저씨네요...
정호
그래... 그 아저씬 착한 사람이야...
김 형사
(무게를 버티며) 정호씨! 괜찮아?
정호
김... 형사님...
정호
(이해한 듯) 전 괜찮습니다. 수연이를... 어서...
김 형사
(다급하다) 무슨 소리야! 힘을 내야지!
정호
(소리친다) 빨리... 시간이 없어요!
부릅뜬 눈으로 자신을 보는 정호와 길게 시선을 마주치는 김 형사.
호소하는 듯한 정호의 눈빛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인다.
정호
(수연을 보며) 수연아! 수연아!
정호
아저씨가 하는 말 잘 들어!
수연
응...
-69-
정호
지금부터 눈 꼭 감고, 속으로 아저씨 이름 백 번 말하는 거야! 알았지?
현관에 다다른 김 형사, 슬쩍 정호를 돌아보지만 시커먼 연기가 복도를 휘감아 버린다.
수연
(눈을 감은채로) 아저씨... 백 번 다 했는데... 아저씨?
수연
(불안한 듯) 아저씨?
김 형사
(안타깝다) 수연아... 아저씬...
수연
(울먹인다) 아저씨! 정호 아저씨는요? (힘이 빠지며) 아저씨... 어디 있
어요? 수연이 무서워요...
-70-
시간경과
조 반장
그만 가자구..
김 형사
(씁쓸히) 네..
소방관1
저렇게 희한하게 죽은 사람은 첨 봤어.
소방관2
그러게... 눈을 꼭 가리고 말야... 참...
김 형사
(놀란 듯) !!!
조 반장
야! 어디가
김 형사
정호씨...
김 형사
(큰소리로) 뭐해 새끼들아! 빨리 병원으로 옮겨! 빨리!!!
-71-
사회자
(당황한 듯) 정말 놀랍습니다. 상대방의 입모양과 눈빛을 읽는다는 건 정
말 대단한 게 아닐 수 없군요... 놀라워요...
사회자
(정호를 보며) 정호君 정말 대단하네요! 대단해요... 혹시 별명 같은 거
있나요? 친구들이 지어 준 별명이나 애칭 같은 거...
정호
(망설이듯) ...괴물...
사회자
(웃으며) 괴물이요? 하하하 그런 무시무시한 별명을 누가 지어줬나요?
정호
좋아하는 사람이요...
사회자
이런... 좋아하는 사람한테 그런 소릴 들었다면... (웃음) 좀 문제가 있
네요? 여기 나온 김에 한마디 해줄까요?
Epilog - 납골묘지.(5개월 후) 낮
김 형사
아저씨가 좋아하실 거야...
-72-
말이 없는 수연의 뒷모습.
나뭇가지에 앉은 새가 지저귀기 시작하면 수연, 천천히 눈을 떠 새를 올려본다.
정호처럼 유난히 투명한 눈동자.
김 형사
새소리, 바람소리가 참 좋다. (수연을 쓰다듬으며) 아저씨도 듣고 있겠지?
수연
아저씬... 못 들으세요...
[정호의 사실들]
S#1의 공중전화 : 동전이 떨어지면 자동응답기 안내가 흐르는 중에 말을 하는 정호.
수연(E)
어렸을 때 교통사고를 당해서 귀가 안 들리셨대요...
수연(E)
그치만 눈으로... 마음으로 사람들이랑 얘길 할 수 있다고 그랬어요...
[납골묘지]
김 형사, 놀라는 표정이 얼굴에 가득하다.
묘비에 박힌 정호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수연의 손.
수연
(정호에게 말하듯) 아저씬... 이제 나쁜 꿈은 안 꾸실 거예요... (미소를
지으며) 그쵸?
[언덕길]
언덕길을 내려가는 김 형사와 수연.
길에서 떨어진 묘지 앞에 슬퍼하는 사람들과 오열하는 가족들이 보인다.
상주가 들고 있는 사진은 앳된 여대생이다.
씁쓸히 바라보던 김 형사... 수연의 손을 잡고 길을 재촉하는데, 불어오는 바람이 수연의
머리를 훑고 지나간다.
순간, 무심코 묘지를 바라보는 수연. 사람들 속 한 남자를 보고 걸음을 멈춘다.
김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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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수연
(손가락을 들며) 저기...
김 형사, 수연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유난히 하얀 피부의 남자가 보인다.
창백한 얼굴로 영정을 바라보는 눈빛이 묘해 보이는데...
수연
저... 아저씬... 웃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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