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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전) 교도소 복도 / 오후

화면 열리면, 어둡고 음산한 느낌의 교도소 복도가 펼쳐진다.

교도관 둘이 서재혁을 양쪽에서 붙잡고 가고 있다.

서재혁, 시선 너머에 ‘사형 집행실’ 명패를 보자 다리에 힘이 풀려 무너진다.

2. (비전) 사형 집행실 / 오후

교도관들, 서재혁의 목에 밧줄을 건다.

화면, 뒤로 빠지면 유리창 너머로 집행 과정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 진우(22세)도 있다!

서재혁 (진우 발견하고 반항하기 시작하는) 진우야. 저 사람들한테 말해.

내가 범인 아니라고!!!

교도관까지 뿌리치고 유리창을 꽝꽝 두드리는 서재혁.

서재혁 (절규하는) 진우야. 나 여기서 꺼내준다고 약속했잖아. 나 좀 꺼내

줘!!

진우 (교도소 간부에게 애원하는)우리 아빠 좀 살려주세요.

교도관들, 진우를 완력으로 끌어내고 서재혁을 잡아다 목에 밧줄을 다시 건다.

진우의 절박한 눈빛. 교도관, 빨간 집행 버튼을 누른다.

덜커덩! 소리와 함께 마루가 꺼지며 서재혁이 밑으로 툭 떨어지는 그 순간-

진우 안 돼!!

3. 변두리 로펌 사무실 / 오전

헉- 눈을 뜨는 진우 (22세). 꿈이었다. 얼굴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숨을 고르고 고개를 돌리다 달력을 보게되는 진우.

달력에는 빨간 동그라미 하나가 쳐 있다.

4. 교도소 접견실 / 오전

창문 사이로 새어드는 햇살. 눈부시게 화창한 날씨다.

양복차림의 진우(22)가 접견을 기다리고 있다.

‘철커덕’ 육중한 철문이 열리면서 수의 입은 서재혁(52)이 들어선다.

수인번호가 박혀있는 붉은 번호표. 온화한 인상을 타고 났지만, 지치고 초췌해 보인다.

서재혁 (진우를 보더니) 기억나지 않네요. 초면이 아니라면 미안합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진우는 수많은 감정이 스친다. 바로 대답하지 못하다-

진우 서진우라고 합니다. 서재혁씨 법적대리인이죠.4년 만에 다시 열리는

재심을 변호하게 됐습니다.

서재혁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변호사치곤 좀 어려 보이는데... 실례지만 나이가?

진우 스물 둘입니다. 자격증이 급해서 빨리 땄죠.

서재혁 변호사면 제가 사형수인 것도, 제 병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겠네요?

진우 알고 있습니다.

진우, 서류가방을 열어 서류파일들을 꺼내는데,

‘서촌여대생 살해사건 재판 기록’, ‘서촌여대생 살해사건 증거물’ 등이 보인다.

진우 내일 재심재판이 열립니다. 그때 준비하셔야 할 것들 (하는데)

서재혁 (말 끊고) 인생에서 남는 건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고...

기억일 겁니다. 저한테는 그 기억마저 남지 않겠지만요.

진우 ....

서재혁 여기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난 정말 죄질이 나쁜 놈이라고. 갓 스물

넘은 여대생을 죽였다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 기억엔 없습니

다.

(잠시) 변호사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4년 만에 열린다는 그 재


판...

진우 (보는)

서재혁 하지 않겠습니다.

들고 있던 서류를 테이블에 탁 내려놓는 진우.

진우 제가 너무 어려서.. 경험이 부족해 보여서 걱정되시나요?

솔직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서재혁 (대답 없는)

진우 믿으세요. 저 이길 자신 있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둘의 모습이 묘하게 닮아있다.

그 침묵을 깨고 들어오는 서재혁.

서재혁 변호사님은 잘 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억에 없다고 해서 제가

지은 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여기서 하루 세끼 밥

먹고

있는 것도... 숨 쉬고 있는 것도 한없이 죄스럽습니다.

진우 (보는)

서재혁 사람 죽인 죗값 받겠습니다. 여기서 참회하고 속죄하겠습니다.

그 말에 진우,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다.

서재혁 별로 놀라지 않으시네요.

진우 (보는)

서재혁 (곰곰이 생각하더니) 우리가 이런 대화를 몇 번이나 나눴나요?

진우 항소하지 않겠단 말은 일곱, 죗값 달게 받겠단 말은 아홉, 절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잘할 거 같다는 말은... 열 번 쨉니다.

서재혁 (무안한) 그걸 다 외웠어요?

진우 (겸연쩍게 웃으며) 제가 좀 기억력이 좋아서.

둘 사이, 어색한 침묵이 돈다.


진우 우리가 내일 또 이 대화를 똑같이 나누더라도 잘 들으세요.

서재혁씨는 결백합니다. 누명을 쓰고4년이나 거기에 있었던 겁니

다.

재판 안하겠다느니 포기하겠다느니 하는 말은 하지 마세요.

무책임 한 겁니다.

진우, 점점 차오르는 감정을 자제하며-

진우 기억 못해도 기억하세요. 전 서재혁씨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만

변호하는 게 아니에요. 그 자리에 있어야할 사람은 따로 있어요.

그 사람이 벌 받게 할 겁니다.

서재혁 (고개 숙이는)

진우 (떨리는 목소리) 서재혁씨 변호인으로 제 모든 걸 걸고 거기서 꺼낼

거니까.. 그러니까 약속하세요. 그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네?

고개를 들어 진우를 보는 서재혁. 진우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

진우의 감정이 전해졌기 때문일까? 서재혁의 귓가에 고등학생 진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진우) (울먹이는) 아빠... 조금만 기다려. 내가 꺼내 줄 거야.

5. (과거) 교도소 면회실 / 오전

면회 시간이 종료되어 삐- 소리 울리자 교도관이 서재혁을 자리에서 억지로 일으킨다.

면회창 너머로 고등학생 진우가 울먹이고 있다.

진우 (흐느끼는) 나 변호사 될 거야.

서재혁 (그 말에 걸음 멈추는)

진우 아빠 사형되기 전에 무죄 밝혀낼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서재혁, 교도관들에게 강제로 끌려 들어간다.


진우 약속해!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절대!!!

끌려 들어가는 서재혁과 면회창 너머의 진우, 서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6. 교도소 접견실 / 오전

찰나의 기억이 남긴 잔상 때문인지 눈가 촉촉해진 서재혁. 진우의 얼굴을 뜯어본다.

서재혁 변호사님. 혹시.. 저한테 아들이 있었습니까?

그 말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친다. 뜨거워진다.

진우 잘 기억해보세요. 잃어버린 기억처럼 아주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7. 교도소 앞 / 오후

교도소 철문 열리면서 진우가 걸어 나온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

자유롭게 날갯짓 하는 새를 바라보는 진우의 얼굴에서-

자막- 4년 전

8. 진우의 동네 전경 / 아침

서민풍의 구옥들이 들어선 동네. 참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9. 진우의 집-거실 / 아침

거실 한 켠에서는 서재혁(48)이 진우의 옷을 정성스레 다림질하고 있다.

가운데에는 작은 상에 계란말이와 김치 등 소박한 아침상이 놓여 있다.

방에서 나오는 까치머리의진우(18), 계란말이를 보고는 금세 환해진다.

진우 (상 앞에 앉으며) 아빠, 이건 또 언제 했어?


(계란말이 한입 먹더니 미소 가득) 이야~

서재혁 (환히 웃으며 다가와) 안 짜?

진우 (오물거리며) 완전 딱. (건네며) 아빠도 좀 먹어봐봐.

서재혁 (미소 지으며 먹는) 근데 방송국 준비는 다 했어?

진우 준비랄 게 뭐 있어? 거기서 문제 내면, 기억나는 대로 말하면 되지..

진우, 커다란 김치를 집더니 맛나게 먹는다.

진우 (눈이 커다래지며) 우와, 제대로 익었네~ 아빠,

서재혁 응?

진우 내가 이따 방송국 다녀와서 계란말이에 대한 헌정으로

진우표 김치찜, 간만에 실력 발휘한다!!

서재혁 허허. 오늘은 별 수 없이 더 일찍 퇴근해야겠네. 허허허~

진우, 서재혁을 보며 환하게 웃는다. 이때, 초인종 소리-

10. 진우의 집-대문 앞 / 아침

진우가 대문을 열면, 조깅복 차림의오정아(23)와 오정아 아버지(50대)가

다정하게 서 있다.

진우 어? (꾸벅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집 안을 향해) 아빠!

오정아 어쭈! 진우가 이젠 점점 남자 티가 나는데?

진우 누난~ 내가 그럼 남자지. 언젠 여자였나?

서재혁 아이구. 어쩐 일이야. 부녀가 나란히~

오정아부 (투명한 봉지 건네며) 이거 호박고구만데, 어제 시장 갔더니

실하고 싸길래 한 박스 샀거든~

서재혁 아유~ 매번 이런 걸.. 안 그래도 되는데...

진우 (봉지 안을 보더니) 이야~ 아빠! 이거 쪄서 아까 김치에

같이 먹으면 완전 (엄지 척)

서재혁 (진우 향해) 으이구.. 알았어~


오정아와 오정아 아버지도 진우와 서재혁을 보며 환하게 웃는다.

서재혁 (부녀의 차림을 보고는) 오늘도 뒷산에 운동 가?

오정아부 우리 정아가 벌써부터 나 나잇살 먹는다고 구박이다.

오정아 아빤~ 다 큰 처녀 보디가드 한다고 한 게 누군데~

오정아부 괜히 머리 긁적인다. 넷의 웃음소리 이어지고-

11. 박동호의 오피스텔-샤워실 / 아침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샤워 하는박동호(36).

트로트 <네박자>를 휘파람 불며 샤워 중이다. 욕실 전신거울에 단단한 근육질의 상체가

비친다. 등판에 똬리를 틀고 있는 용 문신과목에 보이는 굵은 금목걸이.

12. 박동호의 오피스텔-드레스룸 / 아침

드레스 룸으로 들어온 박동호.

촌스러운 스타일의 양복 두 벌을 놓고 고심한다.

침대 시트를 가운처럼 두르고 다가오는 여자(까운녀).

박동호 어떤 게 낫노? 함 골라봐라.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박동호. 까운녀는 드레스룸 가득한 양복을 보고 놀란다.

까운녀가 고심을 거듭하다가 직접 양복 상의를 입혀준다.

약간의 스킨쉽. 좀 섹시한 분위기 풍기고-

까운녀 오늘 나랑 같이 있는다고 약속 했잖아.

박동호 너... 니체 아나? 니체가 그랬다드라. 사람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킬만한

기억력 정도는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꼬. 내는 니하고 그런

약속을 한 기억이 읍데이.

까운녀 (실망한) 치. 오빠 와이프한테 가는 구나?

박동호 와이프? 그런 거 읍다. 인생 독고다이로 혼자 가는 거 아이가?


오늘은 재판 있는 날이라 바쁘다.

까운녀 재판?

박동호 법정 나가봐야 한데이.

까운녀 오빤 어느 쪽인데? 수갑 차는 쪽, 채우는 쪽?

박동호 어느 쪽으로 비나?

까운녀 솔직히 말할 거니까 상처 받지 마.

박동호 퍼뜩 말해라.

까운녀 등딱지에 용 키우는 판검사가 어딨어?

(박동호를 훑더니) 암만 봐도 수갑 채우는 쪽은 아냐.

박동호가 입은 와이셔츠 안으로 용 문신이 희미하게 비친다.

박동호 (껄껄 웃으며) 그쟈? 그렇게 보이지? 하하.

박동호, 양복을 입고 도끼빗으로 머리를 빗는다. 변호사라기보다는 사채꾼같다.

박동호, 옷매무새 가다듬으며 선글라스까지 걸친다.

박동호 내는 착한 놈이든 범죄자든 누구든 수갑 풀어주는 사람이다.

까운녀가 걸치고 있는 침대시트 틈에 명함 꽂으며-

까운녀 (명함 보고 놀라서) 변호사?

박동호 나중에 수갑 찰 일 있으면 불러라.

그때, 박동호의 핸드폰이 울린다. 받아들더니 표정 심각해지는데-

박동호 형님. 쪼매만 기다리소. 금방 가겠십니더.

그 위로 깔리는-

(교수) 한 남자가 자기 친구와 친구의 애인을 안방에 재웠다.


13. 대학교 법대 전경 / 오전

14. 법대 강의실 / 오전

학생들로 가득한 강의실.

교수 남자는 이들이 잠들었다는 생각에 안방에 들어가 친구 애인이 덮고

있던 이불을 들춰 손으로 가슴을 더듬고, 민감한 부위를 만졌다.

여자는 잠에서 깨어나면 난처해질까봐 잠든 척했다면 이 남자의

죄목은 뭐지?

여경(23)을 비롯해 여기저기 수강생들 손든다. 여경을 지목하는 교수.

차갑고 세련된 인상의 여경이 일어난다.

여경 무죕니다.

여경의 대답에 여기저기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교수 이유는?

여경 남자가 추행 전 이불을 들추는 행동을 통해 추행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따라서 추행이 기습적으로 실현되지 않았고 항거

불가능한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교수 그러니까 학생은 강제추행을 물을 수 없다는 건데.. 다른 의견?

인아(23), 혼자만 불쑥 손을 든다. 학생들 시선 집중되고, 교수 인아를 지목한다.

밝고 캐주얼한 느낌의 인아가 일어선다.

인아 강제추행이 성립되지 않더라도 남자가 여성이 잠들었다고 생각해

추행을 한 점에서 심신상실 · 항거불능인 상대방을 추행한 경우에

적용되는 ‘준 강제추행’에 해당합니다.

여경 (단단하게) 하지만 실제는 여성이 깨어있었다는 점에서 준 강제추행죄


가 성립되기 위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습니다.

인아 (밀리지 않고) 그래도 이 경우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여성의 남자 친

구가 추행 남성의 부하 직원이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여성이

저항할 경우, 남자 친구에게 불이익이 가해질 지도 모른다고 우려

했음 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여경 (인아를 가르치듯) 아쉽게도 우리 형법은 이 경우에도 미성년자에 대한

위계 · 위 력 간음만 처벌하고 있으므로, 성인인 여성이 사실상 위력

을 느꼈다 해도 이에 대해 이 남성을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인아 (여경을 차분히 바라보며) 저는 법을 위해 인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인간을 위해 법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

경우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 강제 추행 등 어떤 조항으로도 남성의 죄

목을 물을 수 없다면, 그 법은 조항들만 가득한 죽은 법이라고 생각합니

다.

둘의 논박에 놀란 학생들. 인아의 마지막 말에 교수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교수의 표정을 읽은 여경, 자존심이 상한다. 인아의 옆모습을 차갑게 바라보는 여경.

15. 경찰서 외경 / 오후

박동호의 세단이 들어선다. 편상호 사무장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곧이어 사채꾼 차림의 박동호가 건들거리며 내린다.

16. 유치장 접견실 / 오후

박동호가 접견실에 들어서면 수갑 차고 앉아있는 석주일(50)이 보인다.

석주일 동호야. 우야된 사정인지 들었나?

박동호 오면서 들었심더. 어제 클럽에서 옆 테이블 넘들하고 쌈박질 났다고요?

석주일, 그때 생각나는지 울화통 터져 테이블을 쾅 친다. 주의를 주는 접견실 정리.


석주일 웬 어린 노무 시끼가 하도 시끄럽게 떠들길래 쪼매 문질러 줬더니 전치

30주란다. 의사 놈도 한통속이 분명하다. 얼굴에 기스 하나 안 났

는데 어찌 30주가 나오노?

박동호 중요한 건 그게 아입니더.

석주일 그럼 뭔데?

박동호 형님한테 얻어터진 놈이 하필 일호그룹 외아들이라는 겁니더.

조만간 일호생명 부사장으로 승진할 거라 카데요.

석주일 그 어린 노무 시끼가 보험회사 부사장이라꼬? 일호 생명?

거기 내도 서너 개 들어놨는데.

박동호 올해로 서른이랍니더.어제가 유럽연수 마치고 3년 만에 귀국한

날이었고요.

석주일 그럼.... 심각한 거 맞나?

박동호 심각합니더. 형님이 재벌 3세를 건드린 겁니더. 돈으로 합의하는 건

물 건너갔심더. 콩밥 멕인다꼬 벼르고 있습니더.

석주일 (후우 한숨 쉬는) ...

박동호 게다가 담당이 탁영진 검사더라고요.

석주일 돈이든 뭐든 먹여봐야 안되겠나?

17. 몽타주

-화면 열리면, 탁 검사(38)의 꼬장꼬장한 모습이 펼쳐진다.

-고급일식집. 비타민 음료박스를 넌지시 내미는 청탁남.

탁 검사, 박스를 열어보자 5만원권이 가득하다.

박스 채로 청탁남의 얼굴을 마구 후려치는 탁 검사.

(박동호) 돈 안 통합니더. 검사들 사이에선 꼴통이라 유명합니더.

(석주일) 그럼 가시나는? 가시나 싫어하는 남자 있나?

-골프장. 호쾌한 스윙 날리는 탁 검사. 동행한 미모의 여성이 탁 검사 팔짱을 끼며 유 혹

한다. 잠시 뒤, 여성만 그라운드에 남겨놓고 홀연히 사라지는 탁 검사와 일행들.

(박동호) 여자도 안 먹인힌답니더. 어설프게 접근했다간 죽도 밥도 안 됩니


더.

18. 유치장 접견실 / 오후

석주일 (인상 구겨지며) 그럼 우야겠노? 별을 달더라도 별다운 별을 달아야지

얼라한테 고함 함 지르고 빵 드가면 내 모냥새가우째 되겠노?

박동호 (고심하는 표정)

석주일 내 지금 집행유예 기간 아이가. 가중 처벌이라꼬.

박동호 (돌파구가 떠올랐는지) 형님. 쪼매 진정하이소. 제가 뭐라 켔습니까?

좋은 변호사는 법정에서 무죄 받아내는 변호사고....

19. 경찰서 앞 / 오후

휘파람 불며 건들건들 걸어 나오는 박동호. 그때, 수갑 채워져 우르르 들어가는

양아치들 무리와 섞인다. 전혀 위화감이 없어 보이는 박동호의 행색. 그 위로-

(박동호) 최고의 변호사는 의뢰인을 법정에 세우지 않는 변호사라꼬.

뒷주머니에서 빗을 꺼내 머리를 빗는다.

20. 고급별장 외경 / 오후

숲의 전경이 가득 펼쳐진다. 그 위로 딴 세상처럼 우뚝 서 있는 고급 별장.

21. 남규만의 별장 / 오후

파티 준비가 한창인 별장 내부.

각종 음식재료들이 들어오고, 메인 홀을 무대로 꾸미는 작업이 한창이다.

서재혁은 파티장 주변을 구석구석 청소하고 있다.

핸드폰이 울리고, 액정화면에 ‘아들’ 찍힌다. 진우와 영상 통화하는 서재혁.


서재혁 (환한 얼굴로) 어 그래 아들. 방송국 가고 있어?

22. 버스 정류장 / 오후

버스 기다리며 서재혁과 영상통화 중인 고등학생 진우.

진우 지금 버스 타려구.

(서재혁) 우리 아들 방송 타는데 애비가 되서 응원도 못 가고.

그때, 정류장에 나타나는 인아.

진우 오늘 갑자기 일거리 생겼다면서.

(서재혁) 그러게. 여기 난리도 아니다. 진우야, 좀만 더 비춰 줘봐.

오늘 우리 아들 얼마나 멋진가 보게.

진우 아침에도 봤잖아~ (못 이긴 척, 팔 멀리 뻗으며) 자, 잘 보여?

그때, 서재혁의 뒤로 이동식 행거가 지나간다. 드레스 서너 벌이 일렬로 걸려있다.

제일 앞에 걸려있는 빨간 드레스, 까만색 꽃코사지가 가슴에 달려있다.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 곧이어 전주댁이 서재혁 뒤로 보인다.

(전주댁) 서씨! 이거 여기 두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진우 어! 아줌마 안녕하세요!

(전주댁) 어유, 진우야. 오늘 니 아버지 까마귀 고기 자셨나 보다.

(서재혁) 미안해요. 내가 깜빡했네. (진우 보고) 이따 다시 전화하마.

19-1. 달리는 버스 / 오후

버스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23. 버스 안 / 오후

뒷자리에 있던 진우.

정차 벨을 누르고 내리려는데 인아와 부딪혀 핸드백이 바닥에 떨어진다.

핸드백을 주워주는 진우. 진우, 내리려는데 별안간 인아가 소리 지른다.

인아 (당황하며) 내 지갑 어딨어? (카터칼로 찢어진 핸드백을 보고)

이 버스 아무도 못 내려요. (진우 콕 집어서) 학생 너도 못 내려.

승객들, 웅성거리고-

인아 기사님. 뒷문 앞문 닫아요. 지갑 훔쳐간 놈 잡아야 돼요.

기사 손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승객 분들 못 내리게 하시면...

승객들, 말도 안 된다는 표정들이다. 인아, 가방에 있던 형사법 교재 꺼내들며-

인아 형사소송법 제 4조 5항. 범죄사건의 결정적인 증거가 있는 현장은

인위적인 요인으로 변질될 수 있으니 반드시 보전해야 한다!

진우, 그 말에 피식 웃는다.

인아 여기 사람들 모두 잠재적인 용의자고, 이 버스는 범죄 현장이에요.

경찰서로 가요. 지금 당장.

버스 기사, 어쩔 수 없이 문 닫고 출발한다. 승객들의 집단적인 아우성. 그 위로-

(형사) 그러니까 이 중에 범인이 있다는 거죠?

24. 경찰서 / 오후

진우와 승객들이 경찰서 안에 가득하다. 진우는 버릇처럼 경찰서 내부를 둘러본다.


인아 확실히 있어요.

형사 1 버스 CCTV로는 확인이 안 되는데... 혹시 의심 가는 사람 있어요?

승객들을 한 명 한 명 진지하게 둘러보는 인아. 그러다 진우를 보게 되는.

인서트>

진우와 부딪혀 핸드백이 바닥에 떨어진다. 미소 지으며 핸드백 주워주는 진우.

현실>

인아 (날카로운 눈빛으로) 학생이지?

진우 (황당한) 저요? 내가 왜?

인아 아까 일부러 부딪혔죠? 아직도 그런 쌍팔년도 수법을 써요?

당장 내놔요. 내 지갑.

진우 저 아니래두요.

인아 학생 맞잖아~ 내가 다 기억하고 있거든?

진우 (눈 반짝이며) 기억이요? 그쪽 기억이 그렇게 좋아요?

인아 그래. 확실히 기억해요. 학생이 일부러 나랑 부딪히고 가방 찢고 지갑

훔쳐갔잖아요!

진우 그럼 저랑 부딪힌 시간이 정확히 몇 시 몇 분이었는데요?

인아 시.. 시간? (시계 보더니) 3시 10분에서 15분 사이. 아니. 20분 쯤?

진우 틀렸어요. 옆에는 누가 있었어요? 옷차림은?

인아 (떠올리려다 생각나지 않자) 그런 것까지 어떻게 기억해요?

진우, 집중하는 표정.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진우 정확히 3시 8분. 5674번 버스. 서울 21바에 7202. 그쪽 옆에 있던

승객은 나이 이십대 후반. 키 165 이상, 머리길이 어깨, 하얀색 헤

드폰 끼고 있었고, 곤색 자켓에 하의는 하늘색 레깅스. 블랙명품 백.

진우, 승객들 모여 있는 곳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조건에 맞는 승객이 맨 뒤에 있다.

진우 (해당 승객에게) 지금 억지 피우고 있는 저 여자 옆에 있었죠?


승객 1 네. 맞아요.

진우 (인아에게) 다 기억한다면서? 옆 사람도 몰라요?

인아 그런 사소한 것까지 무슨 수로 기억해?

진우 아주 사소한 것들... 그게 가장 중요한 거예요.

뭔가 의미심장한 진우의 말. 인아, 잠시 동요할 뻔하다가-

인아 난 못 믿어.

진우 조금 있으면 믿게 될 거에요. 제 기억은 하나도 놓치지 않으니까.

진우의 말이 흥미로워 경찰서 안 승객들과 형사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집중된다.

진우, 보란 듯이 기억나는 것들을 말하기 시작한다.

25. (기억) 버스 안 / 오후

조금 전, 버스 안이다.

뒷자리에 앉아있는 진우가 보이고, 기억을 불러내는 진우가 그 공간에 나타난다.

(진우가 기억의 현장에 직접 들어가 둘러보는 비주얼)

인아는 핸드폰 통화 중이고, 진우는 하차 벨을 누른다.

잠시 뒤, 인아와 부딪힌다. 바닥에 떨어지는 핸드백.

(진우) 여기서 스톱.

진우 기억속의 시공간이 스틸사진처럼 정지한다.

(진우) 나하고 부딪혔을 때, 버스는 우체국 사거리를 막 지나고 있었고...

버스 창밖으로 우체국이 보인다.

(진우) 잠깐...

진우, 바닥에 떨어진 핸드백을 보는데 이미 옆구리가 칼로 그어져있다.


(진우) 부딪히기 전부터 찢어져 있었어요. 버스가 아니라 다른 데서

이미 찢어졌다는 건데... 혹시 정류장?

26. (기억) 버스 정류장 / 오후

진우의 시점으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인아가 보인다.

그때, 인아 옆을 스치고 가는 남자. 핸드백을 면도칼로 베고 지갑을 꺼내간다.

손목에 찬 롤렉스시계.

(진우) 후줄근한 국방색 패딩, 청바지, 롤렉스시계 찬 놈이 범인. 그리고...

롤렉스남, 버스차선에 정차 중인 승합차에 탄다.

(진우) 버스 타지 않고... 미리 준비된 검은색 승합차 로 갔어요.

진우, 기억 속에서 차량 번호를 들여다본다.

(진우) 차량번호 23 서에 9173번. 타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롤렉스남이 승합차에 타면서 핸드폰에 대고 말한다.

롤렉스남 한 시간 있다 국세청에서 만나.

27. 경찰서 / 오후

현실로 돌아온 진우. 경찰서에 있는 모든 사람들, 뭔가에 홀린 얼굴이다.

진우 한 시간 후 국세청.

인아 학생, 소설 잘 들었어. 근데 어떡하죠? 생각나는 거 막 써 제낀다고

형사 아저씨들이 퍽도 믿어줄 거(하는데)

형사 2 차량번호 조회했더니.... 도난차량으로 나오는데요.

인아 (헉) !!!
형사 1 김 형사 정말이야?

형사 2 네. 틀림없습니다.

형사 1 이야 학생 대단해. 기억 확실하네. 확실해.

진우 아직 안 끝났어요.

형사 1 뭐가 더 있어?

진우 가장 중요한 거. 범인이 이 안에 있어요.

인아 (크게 웃으며) 하하. 학생, 소설을 쓰려면 앞뒤를 맞춰야지.

범인 아까 차타고 갔다면서요? 근데 이 안에 있다고?

진우 아까는 내 기억 못 믿는다면서요? 이젠 믿겨요?

인아 (이런)

진우 암튼... 이 안에 있는 거 확실해요.

진우의 확신 가득한 표정에 형사들, 승객들 모두 긴장한다.

진우, 버스 승객들 얼굴을 한 명씩 둘러보며 물색한다.

모두들 침 꿀꺽 삼키며 긴장하는 얼굴. 그러다가-

진우 여기 있네요.

진우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 벽에 부착된 지명수배범 리스트.

진우 소매치기 전과 15범. 오종수.

28. (기억) 버스 정류장 / 오후

차에 타는 롤렉스남. 그의 얼굴이 진우의 기억에 각인된다.

29. 경찰서/ 오후

진우의 말에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버스 승객들 박수치며 놀라워한다.

진우 제 기억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 정확해요.


놀라우면서 한편으로는 민망해하는 인아의 표정에서-

30. 검찰청 외경 / 오후

박동호의 세단이 검찰청에 들어가고 있다.

31. 검찰청 로비 + 엘리베이터 앞 / 오후

검찰청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 앞에 서는 박동호. 땡 소리에 문 열리자 안에 남자가 있다.

그 남자 발견하자 박동호의 표정이 차갑게 변한다.

박동호 !!!

홍무석 검사(44)다. 날카로운 눈빛의 깡마른 중년.금테 안경을 끼고 있다.

상대를 압도하는 차가운 카리스마.

홍무석 변호사 한단 소린 들었어요.

박동호 오랜만입니더. 검사님. 그간 무탈하셨는교?

홍무석 이런데서 다 보네요. 언제고 만날 것 같긴 했어요.

(박동호가 머뭇거리자) 못 올 데 온 것도 아니고... 타요. 어서.

박동호 (내키지 않지만 타는)

32. 앨리베이터 안 / 오후

불편한 기색으로 층수 보고 있는 박동호. 상대적으로 여유로워 보이는 홍무석.

홍무석 아직도 부천 석주일 사장 밑에 있어요?

박동호 밑이라뇨? 말이 좀 껄쩍지근하네예. 검사님.

홍무석 내가 실수했네.

박동호 (실수가 아니라는 걸 안다)

홍무석 기회 되면 재판에서 함 붙어봅시다. 원래 악연은 서로 이바구까며


풀어야 제대로 풀리는 거니까.

엘리베이터 문 열리자 내리는 홍무석.

자신을 알아본 게 기분 나쁜 박동호, 주머니에서 짙은 선글라스를 꺼내 걸친다.

33. 검찰청-화장실 / 오후

화장실에 들어오는 탁영진 검사. 뒤를 따라 박동호가 들어온다.

탁 검사가 눈치 채지 못하게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근다.

소변 보고 있는 탁 검사 옆에 서는 선글라스 낀 박동호.

탁 검사 (볼 일 보는데 신경 쓰이는)

박동호 탁영진 검사님이시죠? (변기 위에 명함을 탁 올리며)

석주일씨 법률대리인 박동호라고 합니더.

탁 검사, 명함을 본다. ‘형사소송 100퍼센트 승소’라는 문구.

탁 검사 형사소송 백전백승? 문구 잘 뽑으셨네. 그동안 방어율 관리 잘해

왔는데

어쩌나. 이번 타석에 홈런 하나 맞고 강판 당하겠네.

박동호 제 방어율 걱정되시면 검사님이 강판되지 않게 도와주시면 되겠네예.

탁 검사 흐음... 도와 달라? 간이 배 밖으로 나오셨어. 이건 용감한 거야?

무모한 거야?

박동호 무모할 정도로 용감한 깁니더. (뻔뻔하게 웃는)

탁 검사 (어이없어 피식) 농담 까는 건 여기까지만 하십시다. 일호생명 남

규만 상무 누군지 알죠?

볼일을 다 봤는지, 세면대 쪽으로 가서 손을 씻는 탁 검사.

탁 검사 빠져나올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시고... 아무리 못해도 미니멈 3년은

콩밥 먹게 될 거니까(하는데)

박동호 (말 끊고) 요즘은 콩밥 안 나옵니더. 콩 값이 억수로 올라가


백프로 백미로만 나온다 카데예.

탁 검사 (버럭) 이 사람이 지금 검사하고 말장난 하잔 거야!

박동호 근데 검사님.. 콩밥 먹기 전에예.. 부산에서 대규모 마약거래가

있습니더. 중국 일본까지 달려들어서 판이 커진 거랩니더.

탁 검사 (듣는)

박동호 제대로 엮으시면 1년 치 고가는 너끈히 채우실 깁니더. 한 달 전

인사이동 때 시원하게 물 먹으셨다면서요? 우리 탁 검사님이 실력

최곤데 족보 끈 짧은 게 유일한 흠 아입니꺼?

탁 검사, 세면대 거울 뒤로 보이는 화장실 출입문 쪽을 힐끗 본다.

문이 잠겨있다. 그 행동은 입질이 왔다는 것.

박동호 탁 검사님도 날개 확 펼치셔야지요. 제가 날개까지는 힘들어도

깃털 몇 가닥은 달아드릴 수 있습니더.

탁 검사 (말투 좀 누그러진) 지금 거래하자는 거요?

박동호 거래라니요? 감히 일개 변호사 나부랭이가 대한민국 검사랑 거래를

합니까? 누가 들을까 겁나네요. 아주 쪼매라도 정의사회가 구현되

바라는 시민의 제보라고 생각해주세요.

탁 검사 바라는 게 뭡니까?

박동호 우리 고객 입건유예처리.

탁 검사 (이걸 물어도 되나 고심하는 눈치)

박동호 탁 검사님께서 탁탁 대답을 안 주시네요. 탁 까놓고 말씀드리면 검사님

제끼고 부장검사님한테 가는 게 일이 더 쉽습니더. 압니다. 아는데

...

탁 검사님 비전을 보고 이참에 인연 엮어 볼라꼬 온 겁니더. (채근

하듯) 부장검사님 방 한 층만 올라가면 되지요?

탁 검사 (마음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박동호 지는 올라 갑니더. 담에 보입시더.

박동호, 뒤도 안돌아 보고 나간다. 탁 검사 한참을 고민하고 서 있는데.


34. 경찰서 앞 / 오후

빠른 걸음으로 경찰서를 나오는 진우.

인아가 헐레벌떡 따라와 진우 앞에 선다.

인아 무슨 어린 애가 그렇게 인정머리가 없어?

진우 (그 말에 걸음 멈춰서는)

인아 (따져 묻듯) 내가 그렇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용서를 구했으면

사과를 받아줘야지!

진우 누구 좋으라고 용서를 해요?

진우 (인아 버려두고 다시 걷는)

인아 (따라 붙으며) 야! 미안하다구! 사람이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

(혼잣말처럼) 어쩌다 오해 한번 한 거 가지고.

진우 (걸음 멈추고 황당한 표정으로) 오해 한번? 나는 떨어진 지갑

주워준 것 밖에 없는데... 그쪽에서 그냥 날 맘대로 도둑 취급했잖

아요!

인아 ....

진우 아까 내가 진짜 범인 기억 못했으면... 지금도 형사들 앞에서 조사받고

있겠죠. 사람들 손가락질 받으면서...

인아 (뜨끔하고 할 말 없는)

진우 앞으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판단하지 마요.

누군가의 인생이 달린 일이라면... 법대생이라면 더더욱!

인아,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쌩하고 돌아서 가다 멈추는 진우, 뒤돌더니-

진우 형사소송법 제 4조 5항? (피식 웃으며) 형사소송법 4조는

토지관할에 대한 내용이에요. 그리고... 3항까지 밖에 없거든요.

더는 할 말 없는 인아의 표정에서-

35. 돼지국밥집 / 오후
후르륵- 돼지국밥 하얀 국물을 단번에 들이키는 박동호. 탁 검사는 반도 안 먹었다.

탁 검사 사람 참 성격 급하시네.

박동호 (씨익 미소) 정확한 날짜랑 장소는 문자로 갑니다.

탁 검사 내가 족보끈 짧은 건 어떻게 아셨데?

박동호 통밥으로 잰 겁니다.

탁 검사 통밥?

박동호 이런 통밥 있으니까 형사소송 100퍼센트가 가능한 깁니더. 그리고...

탁 검사님 이미지가 딱 고독한 늑대 아입니꺼?

탁 검사 소주잔 채워주는 박동호.

박동호 고독한 늑대는 멀리서 보기엔 간지날 지 몰라도 혼자 돌아만 댕겨서는

숲속의 왕좌를 차지할 수 없다 아입니꺼?

탁 검사 (듣는)

박동호 앞으로 이런 정보 토스해 드리면서 방패도 되어 드리겠심더.

사이좋게 소주잔 마주치는 두 사람.

탁 검사 (소주잔 털어 넣으며) 크하 죽인다. 근데 고소인측은 어쩌려고?

남규만 말이야.

박동호 생각 중입니더.

탁 검사 남규만 그 놈이 돈 권력 다 가졌는데 딱 하나가 없어. 그게 뭔지 알

아?

박동호 ?

탁 검사 인간성. 그 정도 돈 권력 가졌으면 가정교육 받은 게 있어서 매너

몸에 배거든. 헌데 그 놈은 DNA에 결함이 있는 건지... 지 성질

뻗치는 대로 저질러. 회사 법무팀에 사고전담반이 있을 정도니까.

박동호 흐음....

탁 검사 내가 박변 제안 슬쩍 받아들인 이유 그거 그 놈 좋은 일 해주기

싫은 것도 있어. (잠시) 방법 있어?


박동호, 치실을 꺼내 이빨을 슥슥 쑤신다.

박동호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어야지요. 내 아까 말했지요. 승률 100프로

그거 거저 생긴 거 아니라꼬.

탁 검사, 점점 박동호에 호기심 생기는 -

36. 일호 그룹 / 오후

한가로운 풍경의 건물 로비 모습.

VIP 전용 엘리베이터가 내려오자 로비에 있던 사원들이 갑자기 분주해진다.

건물 입구까지 길게 줄을 만드는 사원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남규만이 달걀로 얼굴을 문지르며 걸어 나온다.

30대 초반의 안하무인 성격. 남규만이 걸어 갈 때마다 허리를 90도로 굽히는 사원들.

37. 차 안 / 오후

석주일한테 맞은 작은 타박상 난 얼굴을 거울로 보고 있는 남규만.

달걀은 옆에 놓여있다.

남규만 (옆자리 안 실장에게) 깡패새끼 고소건 어떻게 돼 가고 있어?

안 실장 잘 처리되고 있습니다.

남규만 우리끼리 있을 땐 말 놓으라니까. 회사에서야 내 밑이지 친구사이에

위아래가 어딨어?

안 실장 (잠시 주저하다) 그래.

남규만 검사는?

안 실장 우리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배정됐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일은 없을 거야.

남규만 음.... 그게 다야?

안 실장 응?

남규만 그걸로 충분한가? 아. 너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 거구나.

안 실장 (침 꿀꺽)
남규만 (운전석을 향해) 야. 차 세워.

자동차 전용도로에 급브레이크 밟고 서는 남규만의 외제 차량.

남규만이 손가락 까딱 하자 안 실장 차 밖으로 내린다. 한두 번이 아닌 듯 자연스러움.

남규만 (유리창 너머로) 수범아. 뇌가 있으면 생각을 좀 해봐. 내가 절친들

보는 앞에서 모욕을 당했잖아. 감옥에 처넣는 걸로 셈이 맞을 거

같아?

안 실장 (창문 밖에서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남규만 내 말 씹냐? 아까 내가 뭐라고 그랬어? 말 놓으라고 새끼야. 친구한테

따박따박 높임 받으면 내가 너 꼬봉 취급하는 거 밖에 더 되냐고? 응?

안 실장 (굴욕적인) 죄송... 하다. 내가 생각이 짧았어.

남규만 깡패새끼, 자식이 어떻게 돼?

안 실장 딸 하나 있을 거야.

남규만 (비릿한 웃음) 칼쓰는 놈 좀 찾아놔. 감히 나 남규만에게 덤빈 벌을

받아야지. 거기까지 가줘야 셈이 맞아.

안 실장 그렇게 처리할게.

남규만 조선시대 같았음 법이고 뭐고 눈치 안 보는 건데. 법이 좋다. 좋아.

건 그렇고.... 그 일은?

안 실장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며) 면세점 입찰 건은...

남규만 아까부터 자꾸 눈치 없게 굴래? 내 귀국파티 말야. 깡패새끼가 망쳐서

오늘 밤에 다시 한다고 했잖아.

안 실장 친구 분들한텐 다 연락했고 서촌 별장은 세팅 중이야.

남규만 뽕짝 간드러지게 부르는 여자애 하나 섭외해. 그게 젤로 중요해.

안 실장 가수?

남규만 얼굴 안 알려진 애로. 유럽에 있다 보니까 뽕끼나는 멜로디가 듣고

싶어졌어. (운전석을 향해) 야. 출발해.

도로 위에 안 실장 남겨두고 출발하는 남규만의 차량.

이때, 거리 두고 뒤에 정차한 차 안에서 그 모습 지켜보고 있는 남자가 있다. 박동호다.

38. 박동호의 차안 / 오후
조수석, 편 사무장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다.

박동호 잘 찍고 있나?

편 사무장 네.

박동호 거참 또라이 새끼. 만만치 않겠네.

39. 인아네 피자가게 / 저녁

15평 남짓의 작은 피자가게.인아 부는 한쪽에서 도우에 토핑을 올리고 있고,

인아 모는 연지(여, 6)를 재우며 TV를 보고 있다. 마침 인아가 들어온다.

TV에서 진우가 나온다.

- 이하 방송화면.

(진행자) 외우는 게 아닙니다. 포토그래픽 메모리. 사진 기억술이라고 하죠.

뒤편 액정 화면에 떠 있는 원주율 숫자. 끝도 없이 숫자가 이어져 있다.

(진우) 3점 14.... 1592653589793238462643383279502884197169...

스튜디오 방청객 놀라는 리액션 나오고

(진행자) 놀랍습니다. 마치 화면을 보고 읽는 듯한 기억력이네요.

언제부터 이런 기억력을 가지게 되신거죠?

인아 모 이야~ 인아야, 쟤좀 봐라. 법전도 통째로 외우겠다야.

인아 (진우 임을 확인하고 눈이 커다래지는) !!!

인아 모 맘만 먹으면 사시는 뭐, 일도 아니겠네.

인아 (짜증) 엄만 사시가 무슨 법전 받아쓰긴 줄 알아?

인아. 신경질 내며 채널을 돌린다. 그러자, 뉴스가 나온다.


(앵커) 지명수배 중이던 전과 15범 오모씨가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체포과정에서 한 고등학생의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밝혀

져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 고등학생은...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진우. 인아, 텔레비전 확 꺼버리고 방에 들어가 버린다.

40. 숲길 / 밤

헤드라이트를 밝히며 어두운 숲길을 질주하는 차량.

멀리 웅장한 별장의 모습이 드러난다.

41. 차안/밤
운전하고 있는 안 실장. 뒤에는청바지에 흰색 반코트 차림의 오정아가 보인다.

오정아, 언뜻 보기에도 상당한 미모다.

42. 별장 입구 / 밤

주차장에 외제차들이 속속 도착한다. 차에서 내리는 재벌 3세들. 서재혁, 별장에서

나와 그들을 마주칠 때마다 고개 숙인다. 이때 별장에 들어오는 오정아의 차량.

오정아 (창문 밖으로 서재혁 발견하고) 어?

안 실장 저 사람 알아?

오정아 아버지 동네 친구 분이세요.

멀어지는 서재혁을 유심히 쳐다보는 안 실장.

안실장과 오정아 차에서 내려 대화하며 걸어간다.

안 실장 저번처럼 노래 몇 곡만 부르고 나와. 레파토리는 현장에서 정해질

거고.

여기 오는 거 아무한테도 말 안했지?

오정아 네. 아무도.... 우리 아버지도 몰라요.

안 실장 잘했어.
오정아 근데 어떤 사람들 앞에서 부르는 거예요? 알면 안 되는 사람들이에요?

안 실장 알고 싶니?

오정아 (말없이 끄덕이는)

43. 별장 파티장 / 밤

오정아의 동선을 따라 별장 내부까지 이동하는 카메라.

화려한 파티장 내부 모습. 눈앞에 무대가 마련되어 있다.

럭셔리하면서도 가족파티 같은 소규모라 은밀한 분위기를 풍긴다.

떨리는 표정으로 안에 들어서는 오정아.

메이드 복장의 늘씬한 서버들이 술과 안주를 나르고 있다.

양 옆에 야한 복장의 여자 둘을 끼고 있는 재벌남, 배철주.

술잔에 맥주와 양주를 가득 섞고는 함께 원샷한다.

안 실장, 그 모습을 보며 오정아를 대기실로 안내한다.

44. 별장 드레스룸 / 밤

간단한 메이크업과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곳이다.

안 실장 (정아의 초라한 옷을 보며) 갈아입어.

오정아 노래만 부르고 갈게요. 옷까지 갈아입는 건.. 좀 그래요.

안 실장 (표정 굳어지는) 싫다고?

오정아 (지지 않으려는) ...네.

안 실장 누군지 알고 싶다고 했지? 여기 모인 사람들.

안 실장, 드레스룸 문을 살짝 열어서 파티장을 보여준다.

조금 전 폭탄주를 원샷했던 배철주, 여자와 진하게 키스하고 있다.

안 실장 재벌 3세들이야. 장관 아들도 있고 총리 오래했던 사람 아들도 있

고,

언론사 사주 아들. (문을 닫으며) 다들 금수저 물고 태어난 인생들


이지.

오정아 (듣는)

안 실장 니가 오늘 하루 종일 먹고 입고 타고 다니면서 쓴 돈이 다 저 사람

주머니로 들어가는 거야. 지금은 어떤 집안, 누구 아들로 불리지만

...

십년 후에 저기 모인 멤버들이 고스란히 사회지도층이 돼.

오정아 (긴장해서 입술을 깨문다)

안 실장 누군지 알면 떨려서 박자도 못 맞출 걸? 그래서 말 안한 거야.

오정아 ... 모르는 게 나을 뻔 했네요. (잠시) 저... 저 오늘 그냥 가면 안돼요?

전 저번이랑 같은 알바인 줄 알았어요.

안 실장 오늘 잘만 하면 한 학기 등록금 정도는 받을 수 있는데도?

오정아 (눈을 질끈 감는)

안 실장 이런 자리에선 생각이 너무 많으면 안 돼.

너 혹시 금줄 잡을 생각은 없니?

오정아 금줄이요?

안 실장 인생을 완전히 갈아탈 수 있는 줄. 니가 하기에 따라서...

(아니다 싶은지 말 끊고) ... 화장도 좀 해.

안 실장, 오정아 남겨두고 나간다. 혼자가 되자 드레스룸을 둘러보는 오정아.

드레스룸 행거에는 백화점 쇼윈도에서 보던 고급 드레스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와 비교될 정도로 초라한 차림의 오정아. 잠시 생각에 잠긴다.

45. 별장 외부 / 밤

남규만이 보디가드를 대동하고 별장에 도착한다.

재벌남 몇몇이 호들갑 떨며 남규만을 맞이하는 모습들 이어지고-

입구 화단을 정리하던 서재혁도 남규만을 발견했다.

서재혁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하는)

남규만 (뒤늦게 뛰어온 안 실장에게) 수범아, 정말 이럴래?

안 실장 (당황해서) ...왜?
남규만 (서재혁 가리키며) 치워. 치우라구. 술맛 떨어지잖아.

우리 멤버들 말고는 지금 다 치워버려.

안 실장 그럼 시중들 사람이 없는데....

남규만 너 있잖아.

안 실장 (바로 대답 못하는)

남규만 그럼 내가 할까?

안 실장 무슨 말씀을.. 알았어. (서재혁에게) 아저씨 퇴근하세요.

서재혁 ...네

남규만 다 왔어?

안 실장 강 장관님 아드님이 좀 늦는다고 연락 왔어.

남규만 그 새끼 아버지 청와대 찍혀서 짤린 게 언젠데 장관 아들은 무슨...

영양가 떨어졌으니까 담부턴 부르지 마. (들어가며) 가수는?

안 실장 준비 다 됐어.

남규만 안 실장과 별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 자리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서재혁의 모습에서-

46. 별장 드레스룸 / 밤

어깨와 가슴라인 훤히 드러나는 빨간색 미니드레스를 입은 오정아.

붉은 립스틱까지 바르자, 한층 미모가 돋보인다.

거울속의 자신을 보는데 스스로도 낯설고 부끄러운지 고개를 젓는다.

다시 드레스를 벗기 시작하는데- 이때 문이 턱 열리며 남규만이 안 실장과 들어온다.

오정아 (당황해서 옷으로 몸을 가리는)

남규만 얘야?

안 실장 네.

남규만, 오정아가 맘에 드는지 흡족한 얼굴로 쳐다본다.

47. 진우의 집-거실 / 밤


작은 상에는 김치찜이 모락모락 김을 내며 놓여 있다.

진우, 김치찜을 보며 아빠 생각에 절로 미소 짓는다.

잠시 후, TV 탁상 위 시계를 보니 이미 8시가 넘어가고 있다.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는 진우, 아빠에게 전화를 건다.

시계 옆으로 새 핸드폰 박스가 놓여 있는 게 보인다.

48. 핸드폰 매장 / 밤

핸드폰 가게에 들어가는 서재혁. 다양한 핸드폰이 진열되어 있다.

핸드폰 진동이 울리고 있지만, 서재혁은 전화 온 줄 모르고 있다.

서재혁 아들이 고등학생인데 쓸 만한 핸드폰 있습니까? 액정 깨진 걸 오래

쓰고 있네요.

점원 (서재혁의 얼굴 보더니) 고객님... 며칠 전에도 오셔서 아드님 핸드폰

구입해 가셨잖아요? 벌써세번째에요.

서재혁 에이~ 사장님이 손님 헷갈리나 부네... 저 아니에요.

49. 별장 파티장 / 밤

깊어진 분위기. 비교적 얌전한 드레스를 고른 오정아가 무대에 오른다.

앳되고 청순한 미모에 순간 재벌남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만취해 소파에 몸을 파묻었던 남규만도 서서히 고개를 든다.

달콤한 멜로디 발라드 팝송 반주 흘러나오자 오정아 팝송을 부르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보이스까지 더해지자 재벌남들의 시선이 온통 오정아에게 쏠린다. 그 순간-

남규만 (소리치는) 노래 꺼.

반주 갑자기 꺼진다. 찬물 끼얹듯 얼어붙은 파티장 분위기.

남규만,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비틀거리며 오정아에게 다가간다.

남규만 (버럭) 너 지금 대학 축제 왔냐? 뽕짝 몰라? 뽕짝? 내가 불어를 하도


많이 듣다 와서 속이 느글느글거린다고!

오정아 (떨며) 죄송합니다. 저는 이런 노래를 좋아하실 줄 알고...

안 실장이 눈짓을 하자 밴드가 반주를 다시 시작한다. 장윤정의 <어머나>다.

첫 소절 놓쳤지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오정아.

그런데 수줍은 모습은 없고 간드러지게 트로트를 뽑는 모습에 매료되는 재벌남들.

오정아의 반전 무대에 재벌남들은 앵콜을 외치고 수표를 뿌린다.

남규만도 한껏 달아올랐다. 비릿하게 오정아를 쳐다보는 남규만.

남규만의 시선과 마주치자 수치심에 눈을 질끈 감는 오정아의 모습에서-

50. 별장 전경 / 밤

51. 서촌별장 – 드레스 룸 / 밤

노래가 끝나 대기실에 들어온 오정아.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화장을 급히 지우기 시작한다.

그 순간, 문이 열리면서 남규만이 불쑥 들어온다. 만취해 눈동자가 완전히 풀린 남규만.

양 손에는 와인병과 와인잔을 든 채 비틀거리고 있다.

오프너 나이프로 와인을 따며, 오정아에게 다가가는 남규만.

능글거리게 웃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52. 진우 동네 전경 / 새벽

동이 터오고 있다.

53. 진우의 집-거실+숲길 / 새벽

진우의 집 거실. 식어버린 김치찜이 그대로 놓여있다.

진우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상 옆에 웅크려 있던 진우, 일어난다.


진우 (화내며) 아빠, 내가 전활 몇 번을 했는데..

서재혁 전화? 난 못 들었는데...

진우 아빠,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어? 지금 어디야?

숲길 한 가운데 멈춰있는 서재혁.

서재혁 (당황해서) 여기가 어디지?

헌데, 손에 들고 있는 종이백엔 새로 산 핸드폰 박스가 있다!

서재혁 니 핸드폰 산 거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서재혁, 처음 온 길을 보는 것처럼 자리에 멈춰 주위를 계속 두리번거린다.

갑자기 혼란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리는 서재혁. 기억이 뒤죽박죽이다.

진우 (불길함을 예감하고) 아빠. 침착해. 내가 찾아갈게.

난감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서재혁의 표정에서-

50-1. 진우네 동네 / 새벽

집에서 나와 달려가는 진우.

54. 다른 숲길 / 새벽

서재혁, 숲길을 좀 더 걷다가 문득 자리에 멈춘다. 뭔가가 있다. 사람으로 보인다.

이상한 느낌에 가까이 가보니 여자가 바위 틈 사이에 있다. 바닥에는 핏자국 보이고-

서재혁 (새파랗게 질려) 이봐요. 이봐요. 눈 좀 떠봐요. 눈 좀....

자세히 보니 아는 얼굴이다. 오정아다!


서재혁 (부들부들 떨리는) 정아야....! 정아야.. 정신 차려.

하지만 차갑게 굳어있는 오정아의 시체.

잔뜩 긴장하게 고개 돌리는 서재혁. 하지만 아무도 없다!

서재혁, 다시 핸드폰 꺼내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버튼을 누른다.

비밀번호 오류 메시지!!

서재혁 (낭패감 어린 표정으로 덜덜 떨며) 방금 전에 분명히 눌렀는데...

번호를 몇 번 더 눌러도 계속 오류가 난다. 이마에 땀이 맺히고 머릿속이 하얗다.

서재혁 기억이 안 나.

스스로를 질책하는 표정이 이어지고- 그때, 뒤에서 들리는 소리.

(진우) 아빠!

진우가 나타난다.

진우 (오정아 발견하고 경악하는) 정아 누나!

핸드폰 꺼내 번호를 누르려는데- 서재혁, 갑자기 시야가 흐릿해지고 숨이 막혀 온다.

급격한 패닉이 몰려오는데.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55. 병원 / 오후

병원침대에 누워있는 서재혁. 서서히 깨어난다. 진우 얼굴이 보인다.

진우 아빠 괜찮아? 정신이 들어?

서재혁 (힘없이 끄덕이는) ...

그때, 병실에 들어오는 형사 둘. 40대 초중반의 곽 형사다.


곽 형사 최초 목격자분 되시죠? 의사선생님이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해서

...

여기서 몇 가지 질문 드릴게요. 현장엔 왜 가셨습니까?

서재혁 (곰곰이 생각하며) 계속 걷다가 거기까지 간 거 같습니다.

곽 형사 계속 걸었다구요? (뭐가 의심쩍은 표정) 제보 장소부터 댁까지

1.3킬로입니다. 그 정도면 도보 18분거린데 아침까지 계속 걸었

다고요?

서재혁 저도 실은 그게....

서재혁과 형사의 대화가 이어질수록, 취조 분위기로 변해간다.

곽 형사 현장에 도착했을 때 서재혁씨도 피살자 옆에 쓰러져 있었는데

그건 왜 그런 거죠?

서재혁 (바로 대답 못하는)

곽 형사 (몰아붙이듯) 솔직하게 대답하셔야 되요. 아주 중요한 문제니까.

그러자, 뒤에 듣고 있던 진우가 끼어든다.

진우 지금 취조하시는 건 아니죠?

곽 형사 (표정 굳는)

진우 참고인 조사 시, 강제로 신문 당해서는 안 되고 설령 허위진술을 해도

아무런 법적 제제가 없다고 형사소송법 221조에 나와 있는데...

지금 아저씨들은 용의자를 불러다 취조하듯 진술을 강요하고 있잖

아요.

딱 부러지듯 말하는 진우. 곽 형사는 뭐라 반박을 하지 못하겠다는 표정.

서재혁 아들놈이 법전을 읽고 있나 봅니다. 한 번 읽은 건 다 기억하죠.

곽 형사 (누그러져서)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라.

(서재혁에게) 죽은 오정아씨는 아는 사람이었습니까?

서재혁 처음 본 사람입니다.

진우 (표정이 굳어지며) 정아 누나잖아!


곽 형사 확실하십니까?

서재혁 네. 기억에 없는 사람이에요. 사실 아무 것도 기억 안 납니다.

큰 도움 못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때, 진우의 눈에 탁자 위 아버지의 핸드폰 종이백이 보인다!

뭔가 생각하는 진우.

56. 진우의 집 / 오후

진우가 집안으로 뛰어 들어온다. 집 곳곳을 미친 듯이 뒤지는 진우.

그러다 TV 시계 옆 새 핸드폰 케이스에 시선이 멈춘다!

불길함에 서랍을 여는 진우. 똑같은 핸드폰 케이스가 또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서랍 안에는 전기면도기, 면도크림, 소화제 등등.. 반복해서 구입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진우 (충격에 빠진) !!!

그 위로-

(서재혁) 얼굴은 낯이 익은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어요.

57. 신경과 진료실 / 오후

의사, 동물 그림이 그려진 그림판을 보여준다.

의사 몇 가지 테스트를 해볼게요. 동물 이름을 말해보세요.

서재혁 (의사가 보여주는 그림판을 보며) 사자, 코끼리, 하마, 코뿔소.

의사 (그림판을 덮더니 진우를 보는) 아들이죠?

서재혁 네.

의사 본인 이름과 아들 이름을 말해주세요.

서재혁 서재혁, 서진우.

의사 붙여서 거꾸로 말해보세요.

서재혁 (잠시 생각하더니) 우진서혁재서...


수월하게 답하고 있는 서재혁.

그 모습을 지켜보는 진우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쳐가고-.

(앵커)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이

미궁에 빠졌습니다.

58. 몽타주 / 오후

진우의 집. 인아네 피자가게에서 나오는 뉴스.

(앵커) 피해자 오양이 평소 학비를 벌어 대학을 힘들게 다녔던 사정이 밝혀

지면서 피해자 가족뿐 아니라 전 국민의 원성이 높아진 상황 입니다.

대통령 또한 예정 없이 검찰청을 방문하여 사건해결에 지지부진한

검찰을 강도 높게 질타했습니다.

59. 검찰청 외경 / 오후

60. 홍무석 검사실 / 오후

검사 홍무석이라 적힌 패찰이 방문에 걸려있다.

수사관들이 들락거리며 사건자료박스를 실어 나르고 있다. 그 위로-

(앵커) 이에 검찰총장은 기존 검찰 팀을 전원교체하며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대통령에게 약속했습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검경 모두 특별수사팀을

꾸릴 예정으로 밝혀졌습니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검찰과 경

찰 모두 사건 조사에 있어서 신중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자리에 앉아 뉴스를 보고 있는 홍무석 검사

그 때 검사실로 들어서는 곽 형사.


곽 형사 (조심스러운) 부르셨습니까?

홍무석 이번 사건 인계하게 된 홍무석 검삽니다. 초동수사 꼼꼼하게 하고

용의자들도 꽤 확보했던데 결과가 없네요.

곽 형사 딱 이거다 하는 증거는 없었습니다. 숲속이라 CCTV 단서도 없었

DNA 훼손이 너무 심해서 국과수 애들도 별 도움이 못 됐구요.

홍무석 (서류철 하나를 올려놓으며) 읽어봐요. 내가 대충 몇 명 추려봤어요.

페이지 넘겨가며 읽어내려가는 곽 형사. 용의자 사진과 함께 신상명세로 가득하다.

곽 형사 이놈들 저희가 다 심문했는데 별다른 혐의점 없었습니다.

곽 형사, 페이지 넘기지 않고 테이블에 파일 내려놓는다.

곽 형사 뉴페이스가 뜨지 않는 한 기존 리스트에서 찾는 건 헛수곱니다. 검

사님.

홍무석 (안경 살짝 올리며) 헛수고라...

곽 형사 (말해 놓고 눈치 보는)

홍무석 이 사건 말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총장님 방에 행차해서 범인 당장

잡아 내지 않으면 줄줄이 목 날려버리겠다고 엄포한 사건이에요.

곽 형사 (위축되는)

홍무석 난 일주일 안에 판사 얼굴 볼 겁니다. 내 시간 축내는 버러지 같은

것들은 형사고 뭐고... 다 쓸어버릴 거니까.... (흥분을 가라앉히는)

거기... 맨 마지막 페이지 넘겨보세요.

잔뜩 위축된 얼굴로 서류를 들어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보는 곽 형사.

곽형사의 눈이 커다래진다. 서재혁의 사진이다.

61. 장례식장 외경 / 밤

장례식장 하늘 위의 먹장구름이 쉴 새 없이 비를 쏟아낸다.


62. 장례식장 / 밤

침통한 분위기의 장례식장. 오정아의 영정사진이 걸려있다.

진우와 서재혁이 들어와 예를 갖춘다.

오정아 부 (서재혁에게) 고맙다. 그래도 니가 우리 정아 발견해서 이렇게

장례라도 치른다. 못난 애비 만나서 고생만 하다 가고...(눈물 흐른

다)

서재혁 이럴 때일수록 마음 굳게 먹어야지. 아직 범인 안 잡혔잖아...

오정아 부 내 그 놈 낯짝 볼 때까지는 정신줄 단단히 붙잡고 있을 거다.

그래야 정아 원도 풀릴 거고...

아픈 마음으로 서재혁과 오정아 부를 보는 진우.

63. 장례식장 입구 / 밤

경찰승합차가 장례식장 건물 입구에 도착하더니 형사들이 뛰어 내린다. 그 위로-

(홍무석) 자백 받아내는 데까지 3일 줍니다.

64. 장례식장 / 밤

오정아 부를 위로하고 있는 서재혁. 이때 형사들이 들이닥친다. 난장판 되는 장례식장.

곽 형사가 서재혁에게 다가온다. 며칠 전 봤을 때와 사뭇 다른 위압적인 느낌.

곽 형사 서재혁씨를 오정아씨 살해혐의로 체포합니다.

그 말이 서재혁과 진우의 귀에 청천벽력처럼 내리 꽂힌다. 오정아 부의 귀에도.

곽 형사 (수갑을 채우며) 지금부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서재혁 (잡혀가는 와중에 진우가 걱정되어) 진우아 걱정 하지 마.

뭔가 잘못 된 거야. 아빠 금방 올 거니까 집에서 기다려.

진우 (곽 형사에게 달려들며)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진우를 거칠게 떼어내는 곽 형사.

체포되어 끌려가는 서재혁을 넋 나간 표정으로 보고 있는 오정아 부.

65. 장례식장 입구 / 밤

수갑을 차고 경찰승합차에 태워지는 서재혁. 장례식장에서 진우가 달려 나온다.

출발하는 차를 따라가 보지만 그대로 멀어져 간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는 진우.

66. 경찰승합차 안 / 밤

사이렌 울리며 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승합차.

곽 형사 박 형사. 사이렌 꺼.

갑작스레 꺼지는 사이렌. 유리창으로 이를 눈치 챈 서재혁.

불길한 느낌이 전신을 타고 흐른다.

서재혁 어디로 가는 거죠? 경찰서 가는 거 아닙니까?

67. 공장지대 / 밤

시내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외곽 공장지대.

문을 닫은 낡은 폐창고가 보인다. 그 앞에 서는 경찰승합차.

68. 진우의 집-거실 / 밤

불이 켜지고 진우가 들어선다. 이미 난장판이 된 집안. 형사들이 다녀간 흔적이다.


엎어진 서랍장 주위로 서재혁이 반복적으로 사왔던 물건들이 바닥에 널려있다.

그 물건들을 바라보는 진우의 참담한 표정에서-

자막- 3일 후

69. 인아네 피자가게 / 오후

TV에서 뉴스속보가 나온다.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범인 체포’ 자막.

(앵커) 속보입니다.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범인으로 체포된 서재혁이 범행사실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 검찰청에 나가 있는 김정주

기자를 연결합니다.

동생 연지에게 밥을 먹이고 있는 인아. 인아 모는 바닥을 쓸다가 TV 앞으로 다가온다.

인아 부도 도우 반죽을 하다가 놀라서 TV 앞으로 걸어 나오는데 -

뉴스 화면에 홍무석 검사의 브리핑 모습이 나온다.

뉴스화면에 흐르는 기자 오디오

(기자) 현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 나와있습니다.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용

의자 서재혁의 범행사실 자백과 관련해 검찰측은 현재 기자 브리핑을

앞두고 있습니다. 검찰의 사건 수사 보고 내용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

고 있습니다.

70. 검찰청 기자실 / 오후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 속에서 홍무석 검사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홍무석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수사관련 보고드리겠습니다. 피의자 서재혁은 오

정아를 강간 및 살해했으며 이와 관련된 일체의 내용을 모두 자백했습

니다. 현재 자술서를 포함한 증거와 증인을 확보했으며 법원에 공소장

을 접수한 상태입니다.
홍무석이 잠시 마이크를 놓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기자 1 서재혁씨가 오정아씨 시체 발견자로 조사를 받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홍무석 초동수사에 혼선을 주기위한 행동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기자 2 서재혁씨가 범인일 만한 분명한 증거가 있습니까?

홍무석 네. 재판 과정에서 낱낱이 밝혀질 것입니다.

기자 3 서재혁씨의 사건 발생일 행적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

데요?

홍무석 그 부분은 현재 서재혁이 재판을 본인이 유리한 쪽으로 몰고가기 위해

펼치는 심리전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기자 4 서재혁씨의 살인동기는 파악되었습니까?

홍무석 현재 용의자의 주변을 중심으로 피해자와의 이해관계를 조사 중에 있습

니다.

71. 인아네 피자가게 / 오후

TV 앞에 모여 있는 인아와인아 모, 인아 부.

화면에서는 홍무석 브리핑 후, 서재혁의 사진이 나오고 있다. 다들 표정이 어둡다.

인아 부 (혼잣말처럼) 저 분이... 절대 그럴 리가 없는데...

인아 (놀라서) 아빠 아는 분이에요?

인아 부 저 위에 아들이랑 단 둘이 살아. 내가 몇 번 배달도 갔었어.

정말 순박한 분인데 저런 끔찍한...

인아 모 인아야, 오정아 걔 아니니? 있잖아 왜...

너랑 5학년 땐가.. 같은 반이었지 아마...

인아 (그제야 떠오르는) 정아?? 그 정아라구??

72. 구치소 면회실 / 오후

진우, 초조한 표정으로 면회실 철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윽고, 철문이 열리면서 짙푸른 재소복의 서재혁이 들어온다.

바스러질 듯 마르고 초췌한 몰골.

진우 (믿기지 않는) !!!

진우, 어떤 말이든 해야 하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경계하는 자세로 다가와 의자에 앉았는데, 진우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는 서재혁.

진우 (떨리는 목소리로) 이게.. 이게 어떻게...

서재혁, 진우와 눈이 마주친다. 그러자-

서재혁 누.... 누구? 너 누구야?

진우 (눈시울 붉어지며) 아빠. 왜 그래. 나잖아.

서재혁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아빠?

진우 왜 그래? 나야...진우....

서재혁 (진우 보며) 아들? 내 아들...?

진우 (울먹이며) 아빠 ....

서재혁의 떨리는 손. 진우가 그 손을 잡아준다.

그제야, 진우를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서재혁.

진우 (흐느끼며) 이제 알아보겠어?

서재혁, 고개 끄덕인다. 아들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밀려온다.

그의 축 처진 어깨가 흔들린다. 참았던 감정이 복받쳐 오르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온다.

진우 (간신히 울음을 삼키며) 미안해하지 마. 괜찮아. 이제 괜찮아.

그런 서재혁을 보는 진우의 모습에서-

73. 법원 앞 광장 / 오후
취재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법원 앞 광장.

‘인간의 탈을 쓴 살인마에게 사형을’ 이라는 팻말을 든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 나온 사람이 앞에 나와 확성기에 대고 소리친다.

시민단체 살인마 서재혁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법의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합니다.

이때 호송차가 들어서고 서재혁이 내린다.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시위대가 몰려들자 청경들이 이들을 막느라 진땀을 쏟는다.

인파 속에 섞여 그 모습을 참담하게 바라보는 진우.

거리 두고, 인아가 법원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 뒤로 여경도 보이고-

그들 틈에서 인아가 진우를 발견한다.

인아 (슬며시 다가가) 학생! (대답 없자) 나 기억 안나?

(실망한) 에이... 잘난 기억력도 별 거 아니네. 근데 왜 여길...

진우 (쓰러질 듯 초췌한 얼굴) ....

인아 (뭔가 의외다) ??

그 순간, 시위대 중에 한 명이 진우를 보고 소리친다.

시위 1 저기! 서재혁 아들이다! 살인마 아들!!!

순식간에 시위대가 몰려들고 그 중 한 명이 진우의 멱살을 강하게 붙잡는다.

청경이 달려들어 멱살남을 떼어내는데, 순간 진우의 목에서 목걸이가 떨어진다!

목걸이에 시선이 가는 인아. 사람들의 광기어린 상황에 입을 막는다.

이때, 누군가 진우를 향해 날계란을 던지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떨어지는 날계란들.

인아가 보는 앞에서 계란 세례를 받는 진우. 인아의 눈동자가 강하게 떨린다.

-1부 끝
Remember 02

1. 구치소 접견실 / 오후

책상을 마주하고 앉은 진우와 서재혁. 서재혁 얼굴에 파인 주름이 더욱 깊게 보인다.

서재혁 진우야. 미안하다.

진우 그런 소리마. 재판 가면 억울한 거 변호사가 다 풀어줄 거야.

나라에서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 위해서 국선 변호사 선임해 주

거든. 사명감 갖고 열심히 하는 분들많대.

그때, 접견실에 들어오는 국선변호사. 말쑥한 양복차림의 고지식한 느낌을 풍긴다.

송 국선 (눈도 안 마주치며) 안녕하세요. 국선 변호사 송재익 입니다.

서재혁과 진우, 고개 숙여 인사한다. 간절함이 묻어나 있다.

송 국선 (진우 보며) 자제분인가요? 재판 관련된 이야기를 할 거라

둘만 있었으면 싶은데.

진우 재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되요.아빠한텐 저밖에 없어요.

송 국선 뭐... 좋습니다. 검찰 조사 받아봐서 알겠지만 상당히 어려운

재판입니다. 증거도 그렇고.... 자술서까지 쓰셔가지고.

서재혁 그 자술서, 강제로 쓴 겁니다.

송 국선 강제요? 그런 얘긴 못 들었는데. (건성건성) 강제든 자의든

마찬가집니다. 지금이라도 범행 인정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 말에 표정 굳는 서재혁과 진우.

송 국선 잘못 뉘우치고, 선처 호소하면 형량을 1년이라도 줄일 수 있어요.

서재혁 아니요. 응하지 않겠습니다.

송 국선 (감정 없이 사무적으로) 결과는 책임 못 집니다. 국민 참여 재판 신


하셨고... 재판 들어가면 판사가 유무죄여부 물어볼 겁니다. 제가

대신 대답할 거니까 대답하지 말고 결백한 척 앉아있으면 됩니다.

서재혁 결백한 척이라뇨? 저 진짜 결백합니다.

송 국선 (서재혁의 표정을 보더니) 백점이네요. 백점. 방금 그 표정으로 갑

시다.

진우 (불쑥 끼어드는) 우리 아빠 안 믿죠?

송 국선 (당황해서) 뭐?

진우 아빠 대신 법정에서 싸워줄 유일한 사람이 변호사 아닌가요?

변호사가 믿지 않으면... 누가 믿어요? 네?

송 국선 (마지못해 대답하는) 믿... 믿어야지. 아니... 믿는다.

진우, 얼굴에 불안함과 답답함이 가득하다.

2. 법원 앞 광장 / 오후

취재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법원 앞. 시위대들도 보인다.

인아, 주변을 살피며 법원으로 들어가려는데 입구에 고급 외제차가 선다. 여경이 내린다.

인아 (놀라서) 여긴 무슨 일이야?

여경 (어이없고) 내가 일일이 너한테 보고하며 다녀야 돼?

나 배심원으로 뽑혔어. 재판하는 거 재밌잖아.

인아 (황당) 넌 재판을 재미로 생각하니?

여경 누군가는 반드시 이기고, 누군가는 반드시 지는 게 재판이잖아.

그냥 게임 같은 거야.

인아, 여경을 심란한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이때 호송차가 들어서고 서재혁이 내린다.

기자와 시위대가 달려들며 아수라장이 되고, 인아와 여경은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본다.

그들 틈에서 진우를 발견하는 인아!!

인아 (가까이 다가가) 학생! (대답 없자) 나 기억 안나?

(실망한) 에이... 잘난 기억력도 별 거 아니네. 근데 왜 여길...

진우 (쓰러질 듯 초췌한 얼굴) ....


인아 (뭔가 의외다) ??

그 순간, 시위대 중에 한 명이 진우를 보고 소리친다.

시위 1 저기! 서재혁 아들이다! 살인마 아들!!!

순식간에 시위대가 몰려들고 그 중 한 명이 진우의 멱살을 강하게 붙잡는다.

청경이 달려들어 멱살남을 떼어내는데, 순간 진우의 목에서 목걸이가 떨어진다!

목걸이에 시선이 가는 인아. 사람들의 광기어린 상황에 입을 막는다.

이때, 누군가 진우를 향해 날계란을 던지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떨어지는 날계란들.

인아가 보는 앞에서 계란 세례를 받는 진우. 인아의 눈동자가 강하게 떨린다.

3. 법원 화장실 / 오후

화장실에 들어오는 박동호. 대변칸 에서 우웩하는 소리가 들린다.

양변기를 붙잡고 토악질을 하고 있는 남자. 서재혁의 변호인, 송 국선이다.

송 국선 (토하다말고 박동호를 보고) 박동호 선배님이시죠?

저는 송재익 변호사라고 합니다.

박동호 (등을 두드려주며) 그래! 변론 앞두고 술 먹고 왔을 리는 없꼬...

법정 상투 트는 날이가?

송 국선 (우웨엑~~) 티 안내려고 무지 (우엑~) 노력했는데...

박동호 (어이없어서 웃는) 국선?

송 국선 국선인 것도 티 납니까? (입가에 묻은 이물질 제거하며)

박동호 무슨 재판이고?

송 국선 오정아 살인사건이요. 국민 참여 재판입니다.

그때, 화장실 입구에 들어서는 진우. 송 국선의 목소리를 듣고 멈춰 선다.

박동호 아 그 사건? 초짜 국선이 큰 거 물었네.

송 국선 국선 수임이니까 맡았지 누가 이런 사람을 변론 하겠습니까?


입구에서 그 말을 듣는 진우.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송 국선 (우황청심환을 꺼내 씹으며) 이거 참... 심장이 벌렁거려서...

박동호 누구랑 붙는데?

국선 홍무석 검사요. 아세요?

박동호 (입 꼬리 올라가며) 좀 알지. 성격 깐깐에... 소설가 뺨치게 스토리도

잘 꿰고... 내하고도 악연으로 묶여있고....

송 국선 악연이요?

박동호 (악연이 떠올라 쓴 웃음 지으며) 그런 기 있다. 근데..

그 인간 배심원 맴 흔들고 구워삶는 게 특긴데 와 배심재로 갔노?

송 국선 피고인 뜻입니다.

박동호 싸우면 백퍼센트 진다. 싸우지 말고 검사판사하꼬 양형 쇼부봐라.

피살자 가족한테 백배사죄하는 코스프레도 좀 해주고...

빵에서 모범수로 잘 견디면 또 아나? 살아서 세상 구경할지...

송 국선 제 말이 그겁니다. 진짜 무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저러는 건

지...

박동호 (코웃음치며) 무죄? 여기 오는 인간들 치고 억울하지 않은 인간이

어딨노? 다들 억울한 척... 사연 있는 척, 죄 없는 척 하기 바쁘제.

근데, 심장 떨리는 거 말고 딴 문제는 없나?

송 국선 그게... 하나가 있는데....

박동호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4. 형사합의부 법정 / 오후

사람들로 빼곡한 재판정. 배심원들이 일제히 들어오면 그 중에 여경도 보인다.

인아, 방청석에서 진우를 발견했다. 계란 뒤집어 쓴 모습.

인아, 얼굴이 어두워지며 조심스레 진우의 뒤쪽 방청석에 앉는다.

이때 법정 문이 열리면서 서재혁이 들어온다. 방청석에서 야유 소리가 쏟아진다.

이 모든 상황이 감당되지 않는 듯 힘겹게 발을 내딛어 피고인석에 앉는 서재혁.

진우 (가슴이 무너지며) (E)아빠...


보랏빛 법복을 입은 판사가 들어와 착석한다.

판사 지금부터 서울 지방법원 형사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입니다. 먼저 배심원 대표 선서해주세요.

배심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배심원 대표 여경이 선서를 시작한다.

여경 본 배심원들은 이 재판에 있어 사실을 정당하게 판단할 것과 이 법정이

설명하는 법과 증거에 의해 진실하게 판결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

니다.

판사 검찰 측 최초의견 진술해주세요.

홍무석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오며)2011년 11월 2일 발생한 오정아

살인사건에 대해 피고인 서재혁을 살인죄로 기소합니다.

차갑게 미소 짓는 홍무석의 얼굴에서-

5. (과거) 홍무석 검사실 / 오후

1부 58씬의 상황. 곽 형사가 파일에서 서재혁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홍무석 피해자와 이웃에 아버지랑은 친구라면서요. 잘 아는 사이면서

모른다고 진술했고.. 다른 기억도 오락가락하고...

곽 형사 기억상실 부분은 지금 신경과에서 진단 중이라 (하는데)

홍무석 (말 끊고) 이 시간부로 수사지침 내립니다. 유력한 용의자 서재혁이

어떻게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혐의를 벗어났는지 그걸 파요.

6. 형사합의부 법정 / 오후

다시 현재. 비릿한 웃음이 스쳐가는 홍무석의 얼굴.

그때, 재판정에 들어오는 박동호. 빈자리를 찾아 슬그머니 앉는다.

그 앞줄에는 진지한 표정으로 인아가 앉아 있다.


판사 변호인 측 주장 말하세요.

배심원들이 숨을 죽이고 변호인의 말에 집중한다.

송 국선 (자리에서 일어나며) 저희는... (애써 한 글자씩 겨우 내뱉는)

검.. 사... 측이... 제시한... 모든. 공.소.사.실을.... 이이이인... 정..

하지

않..습니..다. (힘들게 말을 끝내고 덧붙이는) 무죄.. 주장..하겠..

습니다.

(털썩 자리에 앉는)

변호사가 심각한 말더듬이라는 사실에 방청석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판사 (판결봉 두드리며) 방청객 조용하세요. 변호인. 제대로 변론할 수

있겠습니까? 좀 심각해 보이는데...

송 국선 괘애애... 괜찮습니다.

박동호 (방청석에서 피식) 말 더듬는다 해서 구경 왔더니... 재밌네.

팔짱 끼고 본격적으로 재판을 구경하기 시작하는 박동호.

재판정 앞에 스크린이 설치된다. 앞으로 걸어 나오는 홍무석.

홍무석 오정아양은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됐습니다. 여성의 질 내부가 심하게

훼손된 흔적이 있었지만 범인의 정액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7. (인서트) 숲 / 아침

숲길에서 발견된 오정아의 시체 컷.

8. 형사합의부 법정 / 오후

홍무석, 배심원석을 한번 쭉 둘러보더니.


홍무석 피고인 서재혁이 피임도구를 착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발적인

살인이 아니라 사전에 계획된 범행으로 추론할 수 있는 대목입니

다.

박동호 (방청석에서 혼잣말하는) 증거 있나?

홍무석 피고인 서재혁은 오정아씨를 성폭행 한 후, 살해하기로 결심합니다.

먼저 오정아씨의 얼굴을 가격한 후, 목을 조르기 시작합니다.

9. (인서트) 숲 / 새벽

서재혁이 오정아의 얼굴을 때리고 목을 조른다.

(홍무석) 미리 준비해 온 흉기로 오정아양의 가슴을 찌릅니다. 이 부분 역시

피고인의 계획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10. 형사합의부 법정 / 오후

박동호 (혼잣말) 전부 추측 아이가? 소설 쓰지 말고 팩트를 가져 와야제.

홍무석 몇 번이나 찔렀을까요? 한 번? 두 번? 세 번? 아닙니다.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한 배심원석. 잔뜩 긴장한 표정의 인아.

홍무석 국과수 부검 결과 오정아 양은 처음 찌른 타격에 이미 숨을 거뒀다는

사인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은 무려 십여 차례나 오정아

양의

몸 구석구석을 흉기로 찔렀습니다.

11. (인서트) 숲길 / 새벽

서재혁이 오정아의 몸을 계속 찌른다. 일그러진 서재혁의 얼굴.

12. 형사합의부 법정 / 오후
홍무석이 포인터를 누르자 스크린에 사진이 뜬다.

오정아 몸 구석구석이 자상흔적으로 처참하다. 인아, 충격에 눈을 감아 버린다.

박동호 (혼잣말) 국선은 뭐하노? 살해도구 찾았냐고 브레끄 걸어야제?

하면서 송 국선 보면,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다.

홍무석 찌르고. 또 찌르고 계속 찔렀습니다. 죽은 걸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요?

거기서 쾌락을 느낀 겁니다.

그러자, 자리에서 일어나 반론하는 송 국선.

송 국선 (마음은 급한데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 지....지금... 발언은 검...

사의...

추추추추추.... (잠시 쉬고서 다시) 추추추추 추측에 불과... 합니다

홍무석 (들었으면서 모른 척) 잘 못 들어서 그러는데 추? 뭐라고요?

송 국선 (심하게 더듬으며) 추추추추추추... 측이라고 했... 습...니다.

송 국선의 어수룩한 말투 때문에 여기저기기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방청석엔 오정아 부도 있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서재혁을 노려보고 있다.

홍무석 아. 추측. 이건 추측이 아니라 보통의 상식에 의한 추론입니다.

판사 인정합니다. 검사는 증거에 입각해 발언해주세요. 잠시 휴정합니다.

13. 법원 복도 / 오후

박동호, 송 국선에게 자판기 커피 건네고 있다.

박동호 이기는 건 둘째 치고 그래가꼬 변론이나 제대로 하겠나?

송 국선 (주위를 살피더니 아무도 없는 거 확인하고) 법정공포증이랍니다.

연수원 모의재판 때는 문제없었는데 필드에 나오니까 이러네요.


박동호 (쳐다보는)

송 국선 닥터 하는 말이 이건 약 먹어선 안 되고 법정에 계속 서 봐야 된다

네요.

박동호 니 더듬병 치료하는 동안 누구는 골로 가겠구만.

송 국선 뭐 어쩔 수 없죠.

박동호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며) 어쩔 수 없다?

14. 형사 합의부 법정/ 오후

휴정 중이라 사람들 몇 없는 법정. 인아가 조심스레 진우에게 다가간다.

인아 (목걸이 조심스레 건네며) 이거.. 아까..

진우, 보면 법원 앞에서 떨어져 나간 자신의 목걸이다.

목걸이를 쥐어 잡더니, 고개 떨어뜨리며 흐느끼는 진우.

인아, 안쓰러워 진우 향해 손을 뻗다가 주저하며 거둔다.

15. 법원 외경 / 오후

재판이 열리고 있는 법원 외경. 그 위로-

(판사) 피고인 나와 주세요.

16. 형사합의부 법정 / 오후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증인석으로 걸어 나가는 서재혁.

아버지의 지치고 힘든 걸음걸이를 차마 보지 못해 고개 돌리는 진우.

홍무석 처음 오정아 양을 발견한 자가 피고인 맞습니까?

서재혁 네.

홍무석 오정아 양과는 이웃에 살면서 10년 넘게 알고 지내던 사이가 맞습니까?

서재혁 네.
홍무석 형사에게 목격진술을 했을 때는 오정아씨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죠?

서재혁 그때는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렇게 대답했지만 지금은 기억이 (하는데)

홍무석 (말 끊고) 네 아니오로만 대답하세요.

서재혁 ...네.

홍무석 오정아 양이 살해되었을 거라 추정되는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에

피고인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서재혁 (주저하는) ...그건...

홍무석 이번 대답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할 겁니까?

망설이는 서재혁을 보는 진우. 서재혁이 오정아 시체를 발견한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17. (과거) 진우의 집-거실+숲길 /새벽

1부 51씬. 서재혁이 오정아 시체를 발견하기 직전 상황이다.

핸드폰 진동음이 울린다. 액정에‘아빠’ 찍히고-

진우 (화내며) 내가 전활 몇 번을 했는데...

서재혁 전화? 난 못 들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며) 여기가 어디지?

핸드폰 종이백을 들고 멈춰 서 있는 서재혁.

처음 온 길을 보는 것처럼 계속 두리번거린다. 기억이 뒤죽박죽이다.

진우 (불길함 예감하고) 아빠, 침착해. 내가 찾아갈게.

18. 형사합의부 법정 / 오후

여전히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서재혁.

홍무석 (더욱 몰아붙이는) 다시 묻겠습니다. 피고인은 사건발생 시각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배심원석의 여경, 방청석의 인아와 진우, 박동호 모두 초조하게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박동호 (혼잣말) 거짓말이라도 해라. 기억 난다꼬!!

서재혁 (입을 열더니)....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방청석에서 들리는 탄식. 방청석의 오정아 부, 분노하는 표정이다.

홍무석 그러니까 사건발생 시각 피고인이 어디서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거죠?

서재혁 ...네.

홍무석 기억상실이라... 참 편리하군요. 결정적인 순간은 기억 안 난다하고.

이번 재판... 계속 기억상실로 밀어 붙일 생각인가본데...

(몰아붙이는) 살해한 사실 자체를 기억 못하는 건 아닙니까?

서재혁 아닙니다. 제가 죽이지 않았습니다.

홍무석 기억 못하는데 죽이지 않았다는 건 어떻게 확신하죠?

서재혁 (대답 못하는)

홍무석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판사를 보며) 대답을 못하는 군요.

절망적인 눈빛의 서재혁. 홍무석, 배심원들을 바라본다. 여경과 눈이 마주친다.

홍무석 (여경을 바라보며) 배심원 여러분. 피고인이 그날의 기억은 지웠을지

몰라도... 그날의 진실까지는 지울 수 없을 겁니다. 정의가 살아있

는 한.

배심원들, 동요하는 눈치다. 진우, 어깨가 더 움츠러든다.

인아, 그런 진우의 뒷모습을 보며 표정이 더 어두워진다.

박동호 (어이없는 표정으로 혼잣말) 저 양반 진짜 죽인 거 아이가?

그 순간, 방청석에서 들리는 소리. ‘뭐 기억이 안나?’

오정아 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증인석으로 달려든다.

막아서는 법원경위도 밀어내고, 서재혁을 잡아챈다.

급기야 몰래 들여온 칼을 꺼내 서재혁의 목에 들이댄다.

법원 경위가 뛰어오고- 법정은 아수라장이 된다.


오정아 부 (울부짖는) 니가 어떻게 내 딸한테 그럴 수 있어?

내 딸이 너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서재혁 나 아니야. 정말 아니야.

오정아 부 재판이고 뭐고 필요 없어. 내 딸은.. 지금 내 딸은 죽어서 차가운

땅바닥에 묻혔는데.. 이 살인마 새끼는 여기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

뻔뻔하게... 뭐? 기억이 안나?

법원경위 (진압봉 들고 다가가며) 진정하고 칼 내려놓으세요.

오정아 부 오지마. 더 이상 다가오면 이 살인마 새끼 죽여 버릴 거야.

그 말에 자극받은 오정아 부, 서재혁 목에 들이댔던 칼날을 약간 밀어 넣는다.

거리 유지하는 법원경위들. 진우, 인아, 박동호, 여경 반응 컷들.

오정아 부 판사. (핏발 선 눈으로) 당장 사형 때려. 내가 보는 앞에서 사형 때리라

구!

홍무석, 오정아 부의 행동이 재판에 이득이 될 거라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돌고 -

오정아 부, 서재혁 목에 들이댔던 칼을 찔러 넣으려하자-

어느새 뒤로 다가왔던 박동호가 오정아 부의 손을 탁 잡아챈다.

깜짝 놀라는 오정아 부, 눈빛이 강하게 흔들린다. 상당한 힘의 박동호.

오정아 부 이거 안 놔!!!

박동호 죽이고 싶은 맴은 백번 만번 이해합니다마는....

오정아 부 (절규하며) 이거 놓으라고!!

박동호 이러다 딸내미 죽인 놈보다 먼저 감옥 드갑니더.

그렇게 말하며 딱 버티고 서는 박동호. 오정아 부는 더 이상 칼을 찔러 넣지 못한다.

순간, 박동호 얼굴을 본 진우의 기억 속에 팍! 하고 스파크가 튄다.

19. (비주얼) 기억의 방


진우 뇌 안으로 파고드는 비주얼.

수천 개가 넘는 기억의 방들을 빛의 속도로 찾아 들어간다.

20. (과거) 납골당 / 오후

고등학생 진우가 서재혁과 함께 납골함 앞에 서있다.

인기척에 진우가 고개 돌리면, 촌스러운 양복을 빼입은 남자가 보인다.

그가 기억의 방에서 찾아낸 박동호다.

21. 형사합의부 법정 / 오후

진우, 기억 속에서 찾은 박동호의 얼굴을 보고 있다.

그 박동호가 아버지를 위기에서 구해주고 있다!

박동호, 오정아 아버지의 팔을 꺾어 칼을 바닥에 떨어뜨리게 한다.

법원경위들이 오정아 부에게 달려들면서 인질극 상황이 종료된다.

땅바닥에 쓰러져 오열하는 오정아 부.

박동호 (명함 꽂아주며) 변호사 필요할 깁니더. 특별히 반값에 해드릴게예.

박동호, 구겨진 양복 상의를 추스르고, 넥타이 바로 잡는다.

22. 법원 복도-> 밖 / 오후

수갑 채워진 서재혁이 법원 경위를 따라 복도를 나가고 있다.

뒤에서 따라붙어 서재혁과 필사적으로 대화하는 진우.

진우 아빠! 목에서 피나.

서재혁 아빠 괜찮으니까 걱정 하지 마. 오늘 기일인거 알지? 엄마랑연우

꼭 보러가라. 안가면 하늘에서 서운할 거야.

진우 (고개 끄덕이며) 알았어. 꼭 갈게.

호송차에 태워지는 서재혁. 할 말이 더 남았는지 창문에 바짝 붙어서-


서재혁 아빠 방 옷장 열어봐. 오늘 엄마한테 갈 때 입히려고 양복 다려놨어.

진우 (마음 울컥해지는)

호송차, 출발한다.

23. 법원 밖 / 오후

호송차에 태워지는 서재혁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보고 있는 인아. 여경이 다가온다.

여경 이참에 우리 내기 할래?

인아 뭐?

여경 수갑 채워져서 끌려가는 저 살인마 누명이 벗겨질지

아님 죗값 치르러 감옥에 들어갈지.

인아 그런 내기를 내가 왜 해야 하는데?

여경 난 저 사람이 범인 같거든. 증거, 자술서 모두 확실하고.

근데 넌, 아까 보니까 또 그 잘난 감정이 앞서는 거 같아서..

인아 (진지하게) 내기 같은 거 할 생각 없어. 그리고.. 남여경...

재판 이제 막 시작했어. 피고인 얘긴 자세히 들어보지도 않았는데

죽였다고 판단 내버린 거면.. 넌..배심원 자격 없어. 그만 둬.

여경 (한방 맞은 듯) !!

인아 아무리 사람 죽인 범죄자라도... 법정에선 자기 삶에 대한

공평한 기회를 가져야 하는 거잖아.

여경 그래. 그건 니 말이 맞아. 앞으로 이 재판... 내 선입견이 뒤집힐지

아님 구질구질한 변명을 듣게 될지 잘 들어볼게. 덕분에 이 재판

더 재밌어졌는데? (차가 앞에 도착하자 타는)

인아, 그런 여경을 바라보는데 어두운 표정이다.

24. 법원 근처 버스정류장 / 오후

진우,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생각난 듯,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아까 바닥에 떨어졌던 박동호의 명함이다. ‘형사소송 100퍼센트 승소’라는 문구!


핸드폰으로 박동호 변호사 관련 기사를 검색해본다.

-박동호가가 수임했던 사건들. 경력, 물의를 일으켰지만 승소했던 사건들이 나온다.

-최근 변론은 ‘유전무죄 승소’ ‘금수저는 진리인가?’ 등등의 기사가 실린 재벌 사모님 사건

버스가 도착하고 진우가 탑승한다.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겨우 차에 오르는 인아. 둘은 서로를 발견하지 못한다.

25. 버스 안 / 오후

진우와 인아가 탄 버스가 시내도로를 달린다. 빌딩 옥상 전광판에 뜨는 뉴스.

기자 1 검찰발표에 따르면 서재혁은 오정아씨를 성폭행 한 뒤 잔인하게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서재혁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

으며...

진우, 창밖으로 전광판 뉴스 발견하자, 위축되어 고개를 푹 숙인다.

진우 뒤에 앉아있던 인아도 핸드폰으로 뉴스를 확인한다.

‘피살자 아버지, 법원에서 인질극 벌여!’ ‘비극의 인질극, 과연 누가 죄인인가?’

‘광분한 네티즌, 배심원에 사형 선고 내리도록 서명운동 시작.’

인아, 심란한 마음에 창밖을 보려다, 앞에 앉아 있는 진우를 발견한다.

인아, 진우를 지켜보는데- 진우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이더니 작게 흐느끼고 있다.

시간경과>

버스 안에 진우와 인아 밖에 없다. 인아, 용기를 내서 진우 곁으로 다가가 앉는다.

진우 놀라서 돌아본다. 인아다.

인아 (손수건을 건넨다.)

진우 동정 필요 없어요.
인아 아직 고딩이라 잘 모르겠지만.. 너, 사실과 진실이 다른 건 알지?

암튼... 법, 그리고 판결이라는 거.. 결국 사실과 진실 같은 거야...

진실은 사실을 이길 수 있다....

진우 위로도 필요 없어요.

인아 나도 아직 뭐가 진실인지는 몰라. 근데...

우리 아빠가 그랬어. 너네 아버지 정말 그럴 분 아니라고....

진우 (그제야 천천히 고개 들어 인아를 보는)

인아 이제 시작이잖아. 끝난 건 아무 것도 없어.

진우, 인아가 준 손수건을 가만히 쥐어 본다.

26. 동네 버스정류장 / 오후

진우가 내린다. 인아도 내린다.

인아 저~ 위쪽이지?

진우 (그걸 어떻게) ?

인아 (반대쪽 가리키며) 난 저쪽 조 밑에 피자집 알지? 거기가 우리 가게야

가끔은 내가 스쿠터 끌고 배달 나가. 니가 시키면 누나가 특별히

치즈 토핑 두껍게 올려줄게. 너 기억력 좋지? 514에 6776.

진우 (희미하게 웃으며 가버리는) ....

인아 (가는 진우의 뒤에 대고) 야. 고삐리 어깨 펴.

누나가 신상 피자 한 판 갖다 줄까?

진우 (고개도 안 돌리고 가면서) 고삐리가 뭐에요~ 나 서진우이야. 서진우!

인아 그래. 서진우! 힘내라. 기도해. 진실은 사실을 이긴다.

진우, 계속 걸어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인아의 모습에서-

27. 남규만의 집무실 / 오후

집무실에 설치된 TV를 보고 있는 남규만.왼쪽 턱 아래엔 밴드가 붙여져 있다.


기자 피해자 오정아씨의 아버지가 재판도중 인질극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오늘 국민참여 재판은 연기됐습니다.

그때 걸려오는 핸드폰 받아들면-

남규만 안 그래도 지금 보고 있다. 뭐? 거기로 지금 오라고?

28. 일호그룹 입구 / 오후

남규만이 외제 승용차에 오르자 출발한다.

거리 두고 주차되어 있던 박동호의 차량도 따라서 움직인다.

29. 박동호의 차안+구치소 / 오후

박동호가 타고 있는 차량 내부. 운전 중인 편 사무장. 남규만의 차를 미행하고 있다.

박동호, 창밖을 보며 <네박자> 특정 부분을 휘파람으로 부른다.

곧이어 박동호의 핸드폰이 울린다.

박동호 네. 형님.

구치소에서 통화 중인 석주일.

석주일 남규만 그 놈은 만나봤나?

박중호 (앞에서 주행하는 남규만 차량 보며) 지금 끝장 볼라꼬예.

형님은 퇴소 준비 하고 있으면 됩니더.

30. 일호빌딩 공사현장 외경 / 오후

철근 골조에 콘크리트만 덮인 앙상한 건물 외경.

먼저 와 있던 외제차량 한 대가 보인다. 남규만 차량이 도착한다.

멀리 떨어져 박동호의 차도 선다.


31. 일호빌딩 공사현장 최상층 / 오후

최상층에 도착하는 공사용 엘리베이터. 남규만 일행(수행원과 안 실장)이 내린다.

미리 와 있던 배철주.

배철주 뭔 혹들을 이렇게 달고 왔냐? 사람 좀 물려봐라.

(규만 귀에 대고) 우리 지난 번 파티....

남규만, 안 실장에게 손짓하자, 수행원들과 작업하던 인부들 일제히 내려간다.

배철주 그때 노래 불렀던 애. 요즘 시끄러운 그 재판 맞지?

죽은 날짜 보니까 파티 했던 그 날이던데.

남규만 그게 뭐?

배철주 (잠시 고민하다가) 너.. 혹시... 아니지?

남규만이 뭐라 대답하려는 그 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한다.

문 열리면서 모습 드러내는 박동호. 저지하려는 안 실장.

박동호 남규만 상무님이시지예? 어? 친구 분도 같이 계셨네예?

당황하는 기색의 남규만과 배철주.

박동호 유명하신 분들을 이렇게 한꺼번에 뵙게 되다니 이런 횡재가 또

있습니꺼? (고개 푹 숙여 인사한다) 기념으로 사진 한 장만.

만류할 사이도 없이 잽싸게 찰칵 찍어버리는 박동호.

남규만 (버럭) 이 새끼가.. 사진 지워 새끼야. 너 뭐야?

박동호 박동호 변호사라고 합니더.

남규만 (박동호 복장을 보더니) 변호사? 웃기고 있네. 빨리 안 내려가?

박동호 어제부로 석주일씨에게선임됐십니더.

상무님이 룸싸롱에서 얼굴 만져준 사람 있잖습니꺼?


남규만 (급흥분해서) 여기가 개나 소나 다 들어오는 데야? 저 새끼 당장 치워!!

안 실장이 무전기에 뭐라고 말하자, 아래층에서 인부들이 우르르 올라온다.

박동호 (인부들에게 끌려 나가는 와중에 핸드폰 꺼내는) 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면 이리 박한 대접은 못할 긴데... (흔들림 없는)

남규만 미친 새끼. (억지로 흥분 가라앉히며) 저 새끼 데려와 봐.

인부들이 박동호를 끌고 온다.

남규만 너는 새끼야, 핸드폰 안에 뭐가 있어도 죽고.. 없어도 죽는다.

박동호 (실실 웃고만 있는)..

남규만 (황당) 뭐야? 약 빨았어?

박동호 약은 상무님이 하셨을 깁니더.

남규만 뭐?

박동호 저희 의뢰인과 약간의 물리적 다툼이 있던 그날 밤 여기 계신 친구분과

메토톤 나눠 마신 거 다 압니더.

남규만 (표정 일그러지는)

박동호 유럽에 오래 계셔서 깜빡하신갑네예. 메토톤을 들여오거나 복용하면

무기 또는 5년! 군대 면죄 받으셨지예? 군대 가는 맴으로 쉬다오

이소.

남규만 너 지금 나 협박하냐?

박동호, 남규만과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는 모습에서-

32. 인아네 피자가게 / 오후

인아 부는 도우에 토핑을 올리고 있고, 인아 모는연지의 머리를 빗겨 주고 있다.

인아가 들어서자, 금세 인아 곁으로 다가오는 인아 부와 인아 모.

인아 부 인아야, 진짜 그 분이 그런 거 맞아?

인아 (힘없이 앉으며) 나도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어...


인아 모 에휴.. 그 여자 애 아부지는 이제 뭔 낙으로 살겠어...

하필이면 우리 동네에서 이런 일이..

인아 근데 법정에서 보니까 그 분 정말 결백해 보였어.

(곰곰이) 그냥 있는 그대로 진실 되게 말하는 거 같았거든...

인아 모 그래도 동네 사람들은 다~들 그 아저씨가 죽였다던데?

야휴... 여기저기 동네 집값 어떡하냐며 다들 난리야 난리~

인아 부 (묵묵히 토핑 올리며)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너무 하네..

같이 한 동네에서 살 부비고 산 게 얼만데... 판결도 안 났구만...

인아, 동생 연지의 머리를 매만지는데 생각이 복잡한 표정.

33. 일호빌딩 공사현장 최상층 / 오후

박동호 (핸드폰에서 사진폴더 터치하며) 범행현장 담은 씨씨티비 동영상하나면

뭐, 게임 오바 아니겠습니꺼?

남규만 (얼굴이 굳어지는) ...

박동호 아, 또 하나. 서촌별장에서도 2차로 귀국파티 하셨더라고요.

여기 계신 분하고예.

‘귀국파티’라는 말에 궁지에 몰린 동물처럼 무섭게 번득이는 남규만의 눈빛.

순간, 박동호의 얼굴에 꽂히는 주먹. 한 대 두 대 연이어 주먹을 박아 넣는다.

급기야 박동호가 쓰러지자 마구 발길질한다.

남규만 (발로 밟으며) 너, 잘못 건드렸어. 내가 누군지 알아?

어디 변호사 나부랭이가 설치고 있어. (퍽퍽)

분이 안 풀리는지 발길질이 점점 거칠어진다. 반항하지 않고 맞기만 하는 박동호.

남규만 너 같은 새끼는 내가 맨손으로 찢어 죽이고.. 밞아 죽일 수 있어. (퍽퍽)

분이 조금 풀렸는지 발길질을 멈추는 남규만. 바닥에 떨어진 박동호 핸드폰을 집어 든다.


남규만 (핸드폰 터치하며) 복사본 있지? 그것도 내놔. 안 내놓으면

변호사 인생 끝장 날 줄 알아.

박동호의 핸드폰을 터치한다. 조금 전 박동호가 찍은 자기 사진 외에 아무 것도 없다.

남규만 뭐야? 왜 없어? 동영상 어딨냐고?

박동호, 피 섞인 침을 뱉자 부러진 이빨 서 너 개가 떨어진다.

박동호가 이빨하나를 줍는다. 코와 입술에서 피가 터져 처참한 모습.

박동호 (고통스러워하며) 복사본 그딴 거없십니더.

남규만 뭐?

박동호 원본 자체가 없으니까예. 동영상 있었으면 지 몸 상하는 방법을 쓰진

않았겠죠. (부러진 이빨 주워들며) 이가 없으면.. 잇몸 아닙니꺼?

남규만 (기가 막히는)

남규만, 박동호의 멱살을 잡아 난간 쪽으로 끌고 간다.

공사 중인 건물이라 펜스가 없다. 한 발짝만 잘못 내딛어도 바로 60층 아래.

남규만 너 같은 새낀 여기서 던져버려도 아무도 몰라.

박동호 (60층 아래 바라보는데 까마득하다.)

남규만 왜? 내가 못할 거 같애?

박동호 꼭 말투가 옛날에도 몇 번 그래본 말툽니더.

남규만 (움찔한) 뭐? 이 새끼가.

박동호 그거 아십니꺼? 하바드 법대생 사이에 이런 얘기가 있다카데요.

살인을 하고도 빠져 나올 수 있어야 하바드 법대생으로 인정해준

다꼬.

상무님 권력이라면 하바드 법대생이 하는 건 충분히 하실 수 있겠

지요.

남규만, 당장이라도 박동호 잡은 손을 놓아버릴 것 같은데.

그때, 건너편 건물에서 핸드폰으로 그 모습 찍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남규만을 향해 손까지 흔든다. 박동호의 부하들이다.

박동호 이걸 우짜노. 구경꾼들이 쪼매 있네예.

남규만 (할 수 없이 손을 놓는) ...

박동호 석 사장님 건은 합의해주시라믿겠십니더.

남규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그 양아치가 니 애비라도 돼?

비틀거리며 걸어가다 ‘아버지’라는 말에 걸음 멈추는 박동호

34. 일호빌딩 공사현장 앞 / 오후

박동호가 비틀비틀 걸어 나온다.

박동호 부하들이 조폭 두목 모시듯 허리를 90도로 굽힌다.

엉망진창인 얼굴로 차에 타는 박동호. 운전석에는 편 사무장.

박동호 (힘겹게) 형님 기다리시겠다. 깊이 밟아라.

35. 박동호의 차안 / 오후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 박동호 얼굴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창밖을 응시한다.

박동호 아버지라...

생각에 깊이 잠기는 박동호의 얼굴 위로-

36. (과거) 장례식장 / 오후

문상객 하나 없는 쓸쓸한 장례식장. 조화조차 하나도 없다.

참담한 표정으로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보고 있는 대학생박동호(24). 그때-

조화 가득 든 덩치들과 석주일이 입장한다.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지는 장례식장 분위기.

석주일, 박동호 아버지의 영정사진에 정중하게 절을 올린다.


박동호 지 꼬맹이 때 각그렌저 끌고 자주 왔었지예?

석주일 (웃으며) 기억나나? 그래... 대학교 댕길 학자금은 있고?

박동호 돈 벌어 학교 다니는 게 이득일지, 취업하는 게 이득일지 계산기

뚜드려 볼 깁니더.

석주일 계산기 뚜드러 볼 필요 없다. 어? 학교 안 가면 내같이 된다.

내가 뭐로 보이나? (대답 없자) 와 대답이 없노?

박동호 (머뭇거리며) 건달 양아치 조폭 중에 덜 실례되는 말이 뭡니꺼?

석주일 (웃으며) 내가 건달생활을 스물에 시작했다. 딱 니 만할 때다.

박동호 이리 쓸쓸한 장례식장 보셨십니꺼? 차라리 건달이 낫겠네예.

울 아버지처럼만 안 되면 됩니더. 죽었는데도 한명도 없다 아닙니

꺼.

막상 그렇게 말했지만 눈시울 붉어지는 박동호. 소매로 눈물을 훔친다.

석주일 눈에 영정사진 옆 권투대회 트로피가 보인다.

석주일 느그 아부지. 원하던 권투 원 없이 하다 갔으니 한풀이는 됐을 기다.

여기 계산 다 했으니까 아부지 마지막까지 잘 보내드리라.

석주일, 테이블에 두툼한 하얀 봉투 내려놓는다.

석주일 이걸로 학자금 해라. 남은 걸로는 영어도 배우고, 데이트도 쫌 하고.

(나가려는데)

박동호 지도 같이 갈랍니다.

석주일 (걸음 멈추는) 내랑 간다꼬? (잠시, 쳐다보다가) 내랑 같이 가면...

세상 단맛 쓴맛 짠맛 똥맛까지 다 볼 낀데....

박동호 쓴맛 똥맛은 이미 압니더. 아등바등 밑바닥 치며 사는 것도

지겹습니더. 지도 이제 단맛이 뭔지는알아야겠십니더.

석사장 (쓰리게 웃는)

박동호 아버지가 지한테 물려준 기 딱 두 개 있습니더....

하나는 사채빚 5천. 그리고 주먹입니더. 받아 주이소.

석주일 니 주먹 세나?

박동호 (고개 크게 끄덕인다)


석주일 (냉랭한) 니 잘못 알고 있다. 진짜 센 주먹은 그게 아이다.

동호 버려두고 나가는 석주일과 건달들. 남겨진 동호, 혼란스럽다.

37. (과거) 장례식장 외부 / 오후

장대비가 퍼붓고 있다.

석주일 차량이 빗물을 튀기며 출발하자 두 손을 펼치고 막아서는 박동호.

박동호 지는 왜 안 됩니꺼? 아부지가 그랬심더. 주먹으로 세상을 때리 눕히지

못하면 그 주먹으로 눈물을 닦게 된다꼬!!! 망할 놈의 세상!

아부지하고 내 깔봤던 인간들 다 때리눕힐 깁니더!

박동호의 눈에서 눈물이 빗물과 함께 흘러내린다.

석주일 니 동호라켔지? 동호야. 니 주먹으론 어림도 없다. 세상이고 사람이고

맨바닥에 때리 눕히는 센 주먹은 말이다. 법을 주물럭거리는 주먹

이다.

박동호 법말입니꺼?

석주일 내 겪어 봤더니 그만한 주먹이 읎다. 내 같은 건달들은 법 주물럭

거리는 넘들한텐 죽었다 깨나도 절대 못 이긴다. 생각 있나?

있으면 타고?

박동호 (전혀 생각지 못한 제안에 갈등하는) 지보고 법을 배우란 말입니꺼?

석주일 비 들어온다. 빨리 결정해라.

박동호 (갈등하는)

석주일 그쟈? 니 머리로는 무리지?

박동호 남겨두고 출발하는 차량. 수많은 생각이 스치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38. 유치장 앞 / 오후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 담배꽁초들.


박동호, 마저 한 대 더 피우려 꺼내려는데 덜컹- 철문 열리는 소리.

석주일 나오자 둘이 얼싸안는다.

석주일 동호야 애썼다. (동호의 엉망진창인 얼굴을 봤다) 얼굴이 와 이렇노?

박동호 (쓰리게 웃으며) 이게 다 형님한테 배운 스킬아입니꺼?

법전만 파는 샌님들은 흉내도 못 내지요.

박동호가 어떻게 자신을 꺼냈는지 짐작이 가자 더욱 꼭 끌어안는다.

석주일 고맙데이. 참말로 고맙데이.

차량이 주차된 곳까지 걸어가며 대화하는 둘.

석주일 역시 내 감이 보통 감이 아이다. 주먹질 하겠다는 니 설득해서

변호사 맨든 게 오늘처럼 뿌듯한 적이읎데이~

석주일 차 앞에 도착하자-

박동호 오늘 좀 일이 있어서 여기까지만배웅하겠십니더.

석주일 (가만히 생각하더니) 아 오늘이 아부지 기일이지?

박동호 네.

석주일 니 변호사 되서 잘 나가고 있는 거 아부지도 하늘에서 대견해하고

있을 기다. 내 안부도 전해라.

39. 진우의 집 / 오후

진우, 옷장 문을 연다. 서재혁이 다려놓은 양복 두 벌이 걸려있다.

콧노래 부르며 양복을 정성스레 다짐질 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진우의 기억 속에서

떠올랐다 사라진다! 양복을 바라보는 진우의 눈동자가 슬픔으로 떨린다.

그 위로 서재혁의 목소리-

(서재혁) 얘들아. 놀이공원까지 20분 남았다.


40. (과거) 차 안 / 오후

낡은 경차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도로를 달리고 있다.

운전대는 서재혁이. 조수석엔 진우 모가, 뒷자리엔진우 형 연우(8)와 진우(6)가 앉아있다

진우 모의 목에는 법원 앞에서 떨어졌던 진우의 목걸이가 걸려 있다!

진우 아빠. 20분 아니야. 횡단보도에서 16번 멈췄던 날은 25분 걸렸어.

진우 모 (웃으며) 신호등 말고 기억나는 거 또 있어?

진우 기억나는 게 너무 많은데... 다 말해도 돼? 커피가게가 23개, 빵가게는

12개, 모자 쓴 사람이 29명이었고... 가방 맨 사람이 12명... (하는

데)

연우 뻥이지? 그걸 다 어떻게 외워?

진우 외우는 게 아니라니까. 사진으로 찍는 거야. 그 다음에는... 머릿속에

방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중에 하나 골라서 사진을 집어넣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거라고.

창밖 풍경을 보는 진우. 도로 가득한 자동차 번호판의 숫자들,

빌딩 간판의 수많은 글자들이 공중에 떠올라 진우의 머릿속에 빨려 들어간다.

방처럼 나눠진 구역에 기억의 조각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비주얼. (씬 23의 기억의 방)

진우 모 좋은 기억이 많으면 부자야.

진우 좋은 기억? 그럼... 엄마는?

진우 모 당연히 엄마도 부자지. 엄마는 아빠랑 결혼하고, 진우랑 연우가

태어난 날부터 지금까지 좋은 기억이 얼마나 많은데.

진우, 연우 와, 우리 가족 부자다. 부자야.

사거리 신호 받고 멈추는 차량.

진우 모 멋 훗날 어른 됐을 때 진우가 가진 능력으로 사람들 행복하게 해주

고 힘든 일로 괴로워하는 사람은 도와주라고.. 하나님이 주신 거 아닐

까?
신호등 바뀌어 출발하는 서재혁.

그 순간, 반대편 차선에서 트럭이 신호를 어기고 달려든다. 쾅!!!

귀를 찢는 파열음과 함께 차량 측면을 들이박는다.

41. (과거) 도로 / 오후

당장이라도 터질 듯 검은 연기 뿜으며 도로에 멈춰서 있는 진우 가족의 차.

42. (과거) 차 안 / 오후

정신을 차리는 진우. 엄마와 형의 몸이 트럭 차체에 끼어있다. 둘은 이미 죽었다.

운전석의 서재혁도 의식을 잃었다.

진우 (서재혁 흔들며) 아빠 정신 차려.

(형 흔들며) 형아! 일어나. 빨리 일어나. 엉엉.

(엄마 흔들며) 엄마, 눈 뜨라고 제발. 안 돼.

힘겹게 눈을 뜨는 서재혁의 눈에 절규하는 진우.

죽은 진우 모의 손에 걸려있는 반지.

43. (현재) 납골당 / 오후

진우의 목걸이 체인이 진우 모의 반지다.

검은 양복 차림의 진우가 납골함 앞에 서 있다. 환하게 웃는 사진 속 어머니와 형.

진우 엄마. 형. 미안해. 아빠랑 같이 못 왔어.

들고 있던 국화꽃을 내려놓는 진우. 진우의 손에는 엄마의 유품, 목걸이가 쥐어져 있다.

진우 (목걸이 움켜잡으며, 눈시울 붉어져서) 그치만.. 걱정 하지 마.

내가 어떡해서든... 아빠 구할 거니까. 그러려면...

변호사가 필요해. 누명 풀어줄 변호사.


그때, 납골함에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가 울린다.

소리의 정체는 박동호다! 진우가 서 있는 납골함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박동호.

그 위로-

진우 재판 무조건 이겨줄 변호사.

박동호, 진우 바로 옆 칸에 멈춰 선다. 얻어터진 흔적으로 엉망진창인 얼굴.

그런 박동호를 쳐다보는 진우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두 사람 눈이 마주쳤다.

박동호 니도 혼자 왔나 부네.

진우 아저씨도 오늘이 기일이죠?

박동호 그래. 느그 가족도 오늘이가?

진우 아저씨.. 변호사죠?

박동호 (뿌듯한 표정으로) 내 얼굴이 벌써 그렇게 팔렸드나?

진우 아저씨가 변호사 처음 된 날... 여기 왔었죠?

박동호 (멈칫) !!!

진우 그때 아저씨... 오늘처럼 검은색 정장에... 파란색 넥타이, 구두는

지금보다 더 촌스러운 하얀색. 술에 취해있었고... 변호사 자격증

나온

날이라고 기뻐했어요. 그런데...

박동호 ?

진우, 두 눈을 감고 기억을 떠올린다.

44. (기억) 납골당 / 오후

납골함 속 사진엔 진우 모와 형이 환하게 웃고 있다.

진우(16),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아 보려고 숨을 훅훅 내쉰다. 진우를 감싸주는 서재혁.

그 옆 코너에 들어서는 촌스러운 양복의 남자.박동호(34)다.

아버지 납골함 앞에서 변호사 자격증 들고 서 있는 박동호. 그 모습을 보는 진우.

박동호 아버지. 내 변호사 됐습니더. 여기 이름 박혀있는 거 보입니꺼?


변호사 박동호라꼬!

유리함 사진 속 박동호 부가 웃고 있다.

박동호 이제 아부지처럼 살 일은 없을 깁니더. 아부지가 평생 번 돈을 내는...

하루 만에도 벌 수 있을 깁니더. 두고 보이소. 내는 돈을 벌낍니더.

박동호, 기분이 벅차오른다. 하지만 갑자기 얼굴에 서글픔이 밀려온다.

박동호 (눈물 차오르며) 근데.. 그게 와이리 슬픈지 모르겠네예.

그 위로 진우의 목소리가 흐른다.

(진우) 울고 있었어요. 아주 서럽게.

45. 납골당 / 오후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박동호 그래. 내가 그랬던 것 같다. 느그 기억력 쓸 만하네.

우리의 우연도 재밌고. (하는데)

진우 아빠가 누명을 썼어요.

박동호 누명?

진우 변호사는 있는데 실력이 없어요.

박동호 변호사는 실력 없으면 바로바로 갈아야한다. 재판이라는 기 인생 걸린

도박 아이가?

진우 아저씬 아무리 범죄자라도 불법 편법 합법 모두 동원해서 풀어주는 변

호사라는 거 알아요.

박동호 (살짝 빈정 상하는 얼굴) !!

진우 그런 능력이면 우리 아빠처럼 누명 쓴 사람은 더 쉽겠죠?

박동호 근데 우짜노? 내는 죄 있는 의뢰인이 더 좋다. 죄가 있어야 수임료를

따따쁠로 받는다 아이가? 알았나? 집에 돈은 좀 있나?


진우 (대답 못하는)

박동호 그래. 느그 아부지 뭔 누명 썼는데?

진우 아까 법정에서 아저씨가 구해준 사람이 우리아빠에요.

그 말에 놀라는 표정 되는 박동호. 이내, 실망하는 표정으로 변한다.

박동호 우연치곤 재밌네. 그래. 잘 들었다. (가는)

진우 (가려는 박동호 붙잡고) 어디 가세요?우리 아빠 변호해주세요.

박동호 느그 집 돈 없제? 그래서 국선 썼제? 뭐 내하고는 볼 일 없겠네.

쌩 하니 가버리는 박동호.

46. 납골당 밖 / 저녁

박동호가 탄 차가 출발한다. 진우가 앞을 막아서자, 급브레이크 밟는 박동호.

두 팔 벌려 박동호의 차를 막아서는 진우.

진우 (절박하게) 우리 아빤 죄 없어요. 감옥 가게 둘 수 없어요.

박동호 (건조하게, 감정 없는 눈빛) 원래 죄 없는 사람도 감옥 간다.

진우 아저씨가 해주세요.

박동호 딴 변호사 찾아라. 다치기 싫으면 나와라.

진우 부탁드려요.

그때, 절박하게 차를 막아서고 있는 진우의 모습에서

석주일 차를 막아섰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41씬 상황) 하지만-

박동호 내는 다 필요 없고... 돈이다. 알았나?

진우 (절망적인 표정)

박동호 아부지한테 가서 전해라. 쓸 만한 변호사 살 돈 없으면 죄 짓고

살지 말라꼬. (차를 출발시킨다.)

혼자 남겨진 진우의 모습에서-


47. 진우의 집 / 밤

힘없이 집에 들어서는 진우. 그때- 갑자기 와장창 거실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거실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있다.

진우, 밖으로 뛰어나간다.

48. 진우의 집-대문 앞 / 밤

진우가 뛰어나오면- 속도를 내서 사라지는 오토바이가 보인다.

대문과 벽에 써있는 빨간 글씨들. ‘살인마 죽어버려.’ 사형 당해도 싸다.‘ 등등의 욕설들.

진우, 착잡한 얼굴로 바라본다. 이때, 진우 곁으로 점점 몰려드는 동네 사람들.

진우를 위협적으로 에워싼 마을 사람들. 삼삼오오 수군대기 시작한다.

주민 1 진짜 낯짝도 두껍네. 그런 짓을 저지르고...

주민 2 벌써 옆 동네에도 소문 쫙 났잖아요. 이쪽으론 다니지도 말자고..

진우, 한 마디 말도 없이 고개 숙인 채 서 있다.

주민 3 진짜 사람 속은 한 치도 할 수 없는 거야...

겉으론 그렇~게 사람 좋은 척 다 하더니...

진우 (울분 터지며) 당신들이 뭘 알아!! 우리 아버지는 아니라구요!!!

49. 골목 / 밤

어둠이 길게 드리워진 골목. 피자배달 스쿠터를 운전하던 인아.

인아 (헤드셋에 대고) 네네. 금방 갑니다. 거의 다 왔어요.

멀리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인아, 뭐지 싶어 스쿠터를 튼다.

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진우의 모습을 보게 되는 인아!!


인아 안 돼!!

그대로 인아의 스쿠터가 진우를 향해 질주한다.

50. 진우의 집-대문 앞 / 밤

진우 앞으로 돌진해 멈춰서는 스쿠터. 사람들 스쿠터를 피하느라 진우에게서 떨어진다.

인아 이게 무슨 짓들이에요? 얘가 뭘 잘못했다고 이래요?

(손가락으로 콕콕 집으며) 당신 당신 당신.. 내가 얼굴 다 기억했어

경찰에 신고할 거야.

위협하듯 핸드폰 꺼내 번호 누르자, 순식간에 사라지는 동네사람들.

인아와 진우만 남았다. 쓰고 있던 헬멧 벗어 던지고 진우를 부축해 일으키는 인아.

진우, 인아의 손 빼내고 대문 안의 어둠으로 비틀비틀 걸어 들어간다.

인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를 쫓으며) ...진우아!

잠시 간의 침묵이 흐르고-

집안에서 진우가 절규하는 소리가 들린다.그 소리에 마음 쓰이는 인아.

51. 진우의 집+인아의 집 교차/ 밤

벽에 몸을 기대고 있는 진우. 목걸이를 쥐고 있다.

절망이 바닥까지 내려간 슬픈 얼굴. 진우의 눈에 아버지가 다려놓은 양복이 보인다.

인아는 스탠드 불빛 아래서 책을 보고 있지만 집중이 되지 않는 얼굴이다.

책을 덮고 유리창 너머 밤하늘을 쳐다본다.

다른 곳에서 슬픔에 빠져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52. 진우의 동네 외경 / 새벽

동이 터오는 새벽하늘.

53. 진우의 집 - 거실 / 오전

성인남자 스타일의 슈트. 등에는 백팩을 멘 진우가 대문을 나선다.

뭔가 이전과 다르게 부쩍 어른스러운 느낌이다.

대문 앞에 피자 한 상자가 놓여있다.

진우 (누가 놓고 갔는지 알 것 같은)

54. 사거리 / 오전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 진우. 택시를 잡아서 타려는데, 누군가 막아선다. 인아다.

인아 진우야. (잡는다)

진우 이거 놔요. 왜 자꾸 쫓아다니는데?

인아 너 못가. (꼭 잡는다)

진우 이거 놓으라니까.

인아 (택시 기사에게) 아저씨 먼저 가세요. (택시 떠나자) 어디 가는 거야?

진우 왜 이래요!

인아, 급히 진우의 백팩을 낚아챈다. 지퍼를 쫙 열자 텅텅 비었다!

인아 가방이 텅 비었네. 여기에 뭐 채우려고? 응? 옷도 갑자기 왜

이런 거 입었어?

진우 (표정 굳는)

인아 그거 하지 마. 무슨 짓 하려는 건지 모르지만....그거 나쁜 짓이잖아.

하지 마.

진우 당신이 뭔 상관인데?

인아 너 지금 정신 나갔어. 판단 제대로 못하고 있는 거야. 그러다 잘못


되기라도 하면 아버지 재판에 나쁜 영향 끼친다는 거 몰라?

너.. 분명히 후회해.

진우 (표정 굳어져서) 후회? 누난 가장 소중한 사람, 손 쓸 기회 없이

잃어봤어? 그런 아픔 겪은 적 있냐고?

인아 ....

진우 엄마랑 우리 형 죽는 모습이 방금 전 일어난 일처럼 아직도 생생해.

절대로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지 아무도 몰라...

인아 (흔들리는 눈빛. 백팩을 잡고 있던 인아의 손에 힘이 풀린다)..

진우 아빠만 구할 수 있다면 어떤 짓도 다 할 수 있어.

(강하게 백팩을 뺏는)

진우 앞에 끼이익- 서는 택시. 택시 타고 가버리는 진우.

인아 (택시 뒷모습 보며 자책하듯) 인아야. 정말 그 분이 범인일 수도 있어.

쟤랑 자꾸 엮이면 안 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잠시 후 스쿠터에 시동 걸고 택시를 뒤쫓기 시작하는 인아.

55. 박동호 변호사 사무실 / 오후

사무실에 들어서는 진우, 변호사 사무실인지 건달 사무실인지 구별을 할 수 없다.

편 사무장 아그야. 니 무슨 일로 왔냐?

창가에 서 있던 박동호, 진우 발견했다.

박동호 니... 또 왔나?

진우 우리 아빠 변호해주세요.

박동호 또 그 소리네. 귓구녕에 못 박았나? 돈 가져오라니까.

진우 얼마면 변호해줄 건데요?

박동호 (피식) 얼마? 니 지갑에 있는 거 다 내놔봐.


진우, 지갑 꺼내서 탈탈 턴다. 만 원짜리 두 장과 천 원짜리 몇 장이 전부다.

박동호 그 봐라. 그봐. 그거 밖에 없잖아. 니 자꾸 무죄니 결백이니 해쌌는데

내한테 오는 의뢰인들은 말이다 자기가 결백하다는 걸 니처럼 말


싹 때우는 게 아니라 지갑을 열어서 증명한다. 알았나? 사무장.

이 놈 내보내.

편 사무장이 진우를 잡아챈다.

진우, 편 사무장 손을 뿌리치더니 바닥에 내려놓았던 백팩을 집어 든다.

뭐하나 싶은 표정으로 보는 박동호. 그때- 백팩 지퍼를 확 여는 진우.

백팩 안에 한가득 담긴만원, 5만원권 지폐 다발을 바닥에 후드득 쏟아버린다.

1억 상당의 돈이 바닥에 쏴 흩어지는데-

진우 (감정 터지며) 이 돈이면 증명 됐어요? 우리아빠 결백?

진우를 끌어내려던 편 사무장, 하던 행동을 멈추고-

진우 이젠 변호해줄 수 있죠?

박동호 (이거 봐라?)

그런 박동호를 팽팽하게, 간절하게 노려보는 진우의 얼굴.

박동호 이 돈 어떻게 구했노?

진우 제가 벌었어요.

박동호 (의혹에 찬 눈으로) 니 같은 고삐리가 이 돈을 벌었다꼬?

이거 버는데 얼마나 걸렸노?

진우 반나절.

박동호 아놔!! 반나절? 미치겄다. 지금 그 말을 내보고 믿으라꼬?

그러자 진우,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진우 한번 본 건 뭐든 다 기억해요. 이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까짓 돈 버는 건 아무 것도 아니에요.

박동호 니 기억력 좋은 건 어제 충분히 감상했다. 그걸로 어떻게 돈을 버는데?

진우 카드 나오는 순서를 외울 수 있어요.

박동호 카드 순서? 도박으로 이 돈을 땄다는 기가?

그 말에 솔깃한 표정되는 박동호. 그 위로-

56. 사설 도박장 외경 / 오후

간판도 떨어져나간 낡고 허름한 건물. 택시가 정차하고, 백팩 멘 진우가 내린다.

57. 사설 도박장 내부 / 오후

실내 가득 찬 담배연기. 테이블마다 상품권 다발이 가득 놓인 이곳은 사설 도박장이다.

포커부터 시작해, 고스톱, 마작, 블랙잭, 원카드 등등 각양각색의 판이 펼쳐져있다.

블랙잭 코너에 자리를 잡은 진우.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카드를 받아든다. 바로 그때-

뒤편 어딘가에서 와장창 판을 뒤집는 소리가 들린다.

노름꾼 왜 내 패만 다 나가리야? 이거 사기지? 내가 지금 여기 꼴아 박은 돈이

얼만지 알아!!! 사천이야 사천. 내 돈 내놔!!

잔뜩 흥분해서 맥주병 던지며 난동부리는 노름꾼.

그러자, 건달들이 일제히 튀어 나와 노름꾼을 일거에 제압한다.

바닥에 시체처럼 쓰러진 노름꾼을 질질 끌고 나가는 건달들.

진우, 그 모습 보며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딜러 (자주 있는 일인 듯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자 카드 돌리겠습니다.

딜러가 테이블에 카드를 올려놓으면서 시작되는 블랙잭.

58. 몽타주 / 오후
-테이블에 빠르게 뿌려지고 회수되는 카드들.

-이미 나온 카드와 다음에 나올 카드가 진우의 머릿속에 차곡차곡 입력된다.

-뒤집혀진 카드가 진우의 눈에는 어떤 모양, 어떤 숫자인지 훤히 보인다.

-포커페이스 유지하면서 베팅 금액을 점점 올리는 진우.

-점프컷으로 계속해서 이기는 모습의 진우.

-시간이 지날수록, 진우 옆에 수북하게 쌓이는 돈다발들.

-진우가 판을 완전히 휘어잡는다. 같은 테이블의 사람들, 딜러까지 점점 놀라는 모습들.

59. 사설 도박장 입구 / 오후

건물 앞에 인아의 피자배달 스쿠터가 멈춘다.

인아 (헬멧 딱 벗고 여기저기 둘러보며) 아우씨. 벌써 2시간 돌고 있네.

얘는 대체 어디서 내린 거야?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는데, 남자 서넛이 폐업 표지판 달린 철문을 두드린다.

문이 열리자 남자들이 슬그머니 건물 내부로 들어간다. 인아, 진우가 저기에 있을 것 같다!

한참 주저하던 인아. 잠시 후, 도박장으로 향한다.

60. 사설 도박장 CCTV실 / 오후

모니터로 도박장 내부를 감시하고 있던 조폭들.

도박장조폭 1 저 새끼 수상한데요?

도박장두목 뭐가?

진우가 돈 따는 장면을 앞뒤로 돌려가며 반복해서 체크하는 도박장 조폭.

도박장조폭 1 지금까지 딴 돈이 1억이 넘어요. 아무래도 카드 세는 거 같습니다.

도박장두목 카드를 센다고? 그게 가능해?

61. 사설 도박장 입구 / 오후
쾅쾅- 철문 두드리는 소리에 건달들이 문을 열고 나온다.

앞에 인아가 쭈뼛거리며 서 있다.

건달 1 뭐야?

인아 (피자 박스 들이밀며, 떨리지만 꾹 참고) 피.. 피자 배달 왔어요.

건달 1 여기서 시킨 거 확실해?

인아 그럼요. 주소 두 번이나 불러줬어요. 식기 전에 빨리 갖다 달라고.

인아를 의구심 가득한 표정으로 보는 건달. 긴장감에 침 꿀꺽 삼키는 인아의 모습에서-

62. 사설 도박장 내부 / 오후

테이블 위에 가득한 현금다발을 백팩에 쓸어담는 진우. 급히 자리를 뜨려는데,

도박장조폭 1 어이! 그 돈 가지고 일루 와. (칼 빼들고 다가오며)

너 카드 셌잖아. 아냐?

진우 (대답 못하는)

도박장조폭 1 니가 운이 억수로 좋은 건지, 그 전설로만 전해지는 카드 세는

타짜인지 얘기 좀 해보자니까.

진우, 뒤를 힐끔 돌아보는데 퇴로를 건달이 막고 있다. 꼼짝없이 붙잡힐 위기에 빠진 진우.

이때, 피자 박스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인아, 진우와 눈이 마주친다!

인아 어.. 어떡하지. (하다가)

피자 박스 들고 달려드는 인아. 진우를 압박해 들어가는 조폭들.

난데없이 끼어든 인아 모습에 당황한다. 당황한 건 인아도 마찬가지.

진우, 그 틈을 이용해 인아의 손목을 잡아채더니 상층부 계단으로 도망친다.

도박장조폭 1 저 새끼 잡아!!!

63. 사설 도박장 계단 / 오후
위로 이어진 계단을 타고 달리는 진우와 인아.

조폭들도 몇 층 아래에서 추격해 올라오고 있다.

진우 여긴 왜 왔어요? 위험하잖아.

인아 그걸 알면서 넌 왜 왔는데?

둘이 정신없이 계단을 올라가는-

64. 사설 도박장 옥상 / 오후

옥상 철문 열고 나오는 진우와 인아. 문을 잠그려고 하는데 망가졌다.

문을 막을 만한 도구도 옥상에 없다. 결국 옥상 난간에 올라서는 진우와 인아.

인아 (울먹이는) 어떡해! 여기 너무 높아.

잠시 후, 옥상에 올라온 조폭들.

도박장조폭 1 뛰어내리면 평생 휠체어 탄다. 그니까 어여와.

진우, 뛰어내릴 생각으로 다시 내려다보는데.. 너무 높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난간에서 내려오려는데, 그때-

지상에 대형 트럭이 다가오고 있다. 기호를 포착한 진우.

진우 (인아의 손을 꼭 잡는다.)

인아 (순간, 가슴이 살짝 떨리는)

진우 누나. 나 믿어요?

인아 이 판국에 내가 널 믿지 누굴 믿어? 근데... (아래쪽 내려다보자)

믿고 싶지 않아. 으아아~ 뭘 어쩌려고? 나 무서워.

진우 누나, 나 믿어야 돼. 그래야 살아.

진우, 머릿속에 복잡한 수학공식이 떠오르고-

진우가 서 있는 난간과 다가오는 트럭 사이에 거대한 사선이 그어진다.


트럭의 속도와 건물의 높이를 계산해 뛰어내릴 시간이 나온다.

순간 인아의 손을 잡고 뛰어내리는 진우. 트럭 짐칸에 아슬아슬하게 착지하는 진우와 인아

65. 박동호 변호사 사무실 / 오후

다시, 박동호 변호사 사무실이다.만원, 5만원 다발 가득한 백팩을 바라보던 박동호.

박동호 이 돈 모두 다해서 얼마나 되드나?

진우 1억이에요.

박동호 내 쓰려면 1억에 천만원 더 있어야 된다. 필요 없다. 나가라.

진우 (물러서지 않는) 그럼 기다려요. 천만원 더 구해올게요.

박동호 니가 1억천 구해 온다꼬? 그럼 내가 필요한 건 1억 2천이다.

진우 (표정 굳는)

박동호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긌나? 게임 끝났다. 나가라.

순간 수많은 생각이 스치는 진우. 마치 한 대 얻어맞은 얼굴이다.

시간경과>

창밖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박동호. 백팩을 멘 진우가 힘없이 걸어 나가고 있다.

편 사무장 (다가와서) 형님. 와 거절하신 깁니꺼? 섭섭지 않은 금액인데예.

박동호 떨어지는 칼날은 잡는 게 아이지. (잠시) 알아보라는 건 어떻게 됐노?

편 사무장 남규만 별장파티 건 말이지요? 내일 중으로 뭐든 하나 나올 깁니더.

66. 형사합의부 법정 / 오후

속속 법정에 들어오는 방청객들.

까칠한 수염, 메말라 부르튼 입술의 서재혁의 피고인석에 착석한다.

변호인석은 첫날처럼 송 국선이 들어와 앉는다.

배심원 석에는 여경이, 방청석에는 진우와 인아가 앞뒤로 앉아 있다.


67. 호텔 커피숍 / 오후

고객과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박동호. 한없이 여유로워 보인다.

이때 편 사무장이 들어와 박동호 귀에 뭐라 속삭인다. 박동호의 얼굴이 오묘하게 바뀐다.

68. 형사합의부 법정 / 오후

착잡한 표정으로 변호인석을 보고 있는 진우.

인아, 배심원석의 여경과 눈이 마주친다. 차갑게 웃음 짓는 여경.

판사 어제 진행하려던 검사측 증인 심문 시작하겠습니다. (문서 뒤적이더니)

헌데... 변호인측 증인 신청이 한 명도 없네요. 서류가 누락된 겁니

까?

송 국선 (여전히 말 더듬는) 혀혀혀..현재.. 로선... 증인이 없습..니...다.

판사 흐음.. 한 명도 없다...

못 마땅한 표정의 판사. 그때- 재판정 정문 벌컥 열리면서 등장하는 남자.

박동호다. 방청석의 진우, 박동호와 눈빛 마주친다.

박동호 (앞으로 걸어 들어가며 진우 향해) 내 왔다. 많이 기다렸제?

진우 (금세 밝아지는 얼굴) ...

박동호 서재혁 피고인의 변호인입니더. 오늘부터.

-2부 끝
Remember 03

1. 박동호 변호사 사무실 앞 / 오후

계단 앞의 인아. 열려진 문틈으로 보이는 사무실 분위기.

평범한 변호사 사무실 느낌이 아니다. 덩치들도 보이고-

그러다 한 켠에 진우와 박동호가 보인다. 진우가 백팩에서 돈다발을 바닥에 쏟아버리는데

눈동자 휘둥그레지는 인아의 얼굴에서-

2. 박동호 변호사 사무실+문 밖 / 오후 (교차)

바닥에 만원권, 5만원권이 흩어져 있다. 그걸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박동호.

박동호 내 쓰려면 1억에 천만원 더 있어야 된다.

진우 (물러서지 않는) 그럼 기다려요. 더 구해올 테니까.

박동호 니가 천을 더 구해 온다꼬? 그럼 내가 필요한 건 1억 2천이다.

진우 (표정 굳는)

박동호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나? 게임 끝났다. 가라. (편 사무장에게 눈짓)

편 사무장이 덩치들에게 내보내라고 손짓한다. 덩치들, 진우 양 옆으로 붙잡고

끌어내려 한다. 문 밖에서 그 모습 보던 인아, 망설이다 허겁지겁 들어온다.

의아한 얼굴로 인아 보는 박동호와 편 사무장.

진우 (끌려가는 와중에 인아를 보자 눈이 커다래지고) !

인아 (덩치들에게) 이거 놔요! 얘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요?

박동호 (흥미롭게) 그럼 아가씨가 얼른 데리고 가이소. 내도 저 고삐리한테

일 없으니까.

인아 (박동호 노려보더니, 진우 부축하며) 진우야. 가자.

하지만, 진우 오히려 인아의 팔을 뿌리치고 박동호를 향해 달려든다.


진우 (울분에 찬) 다 필요 없고 돈이라며! 죄 없는 거 돈으로 증명하라면서!

근데 내 돈은 왜 안 돼! 왜!!!

박동호, 진우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참다못한 덩치들이, 진우와 인아를 함께 문밖으로 거세게 밀어낸다!

3. 박동호 변호사 사무실 건물 앞 / 오후 (교차)

문 밖으로 순식간에 내동댕이쳐지는 진우와 인아.

인아 (아파하며) 아!!

진우 앞으로 백팩을 던져 버리는 편사무장. 그럼에도 진우, 포기하지 않고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편사무장이 문을 잠가버린다.

진우 (문 거세게 두드리며) 문 열어!! 문 열라고!!!

편 사무장 (사무실 안에서) 아놔 어린놈이 지독허네.

4. 박동호 변호사 사무실 밖 / 오후

백팩을 매고 걸어가는 진우. 팔을 문지르며 거리 두고 걷던 인아가 진우 앞에 선다.

인아 너, 저 사람이 뭐 길래 이렇게까지 하는데?

진우 내 일이야. 신경 쓰지 마. (걸어가 버리는)

인아 (다시 앞에 서서) 왜 하필 저 사람이야? 진짜 변호사 맞아?

진우 (화가 나서) 그 쪽이 뭔 상관인데? 내가 누굴 만나든 말든!

진우, 인아 내버려두고 먼저 간다.

멀어지는 진우 모습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인아 얼굴에서-

5. 박동호 사무실 / 밤
불 꺼진 박동호 사무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는 박동호의 얼굴 위로-

인서트>

2부 41씬 상황이다. 장례식장 외부.

장대비가 퍼붓고 있다. 석주일 차량이 출발하자 두 손을 펼치고 막아서는 박동호.

박동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인서트>

2부 50씬 상황이다. 납골당 밖.

박동호가 탄 차가 출발하자 두 팔 벌려 차를 막아서는 진우. 진우의 절박한 표정.

(진우) 다 필요 없고 돈이라며! 죄 없는 거 돈으로 증명하라면서!

그 위로, 편 사무장의 목소리가 끼어든다.

(편 사무장) 행님. 뭔 걱정 있으십니꺼?

다시 현재 박동호 사무실이다. 천천히 눈을 뜨는 박동호.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에서-

6. 형사합의부 법정 / 오전

자막 - 국민참여재판 공판 기일 제 2일

까칠한 수염, 메말라 부르튼 입술을 한 서재혁이 피고인석에 앉아있다.

판사 변호인 측 증인 신청이 한 명도 없네요. 서류가 누락된 겁니까?

송 국선 (여전히 말 더듬는) 혀혀혀..현재.. 로선... 증인이 없습..니...다.

판사, 송 국선이 한심하다는 듯 두 눈을 감는다. 방청석의 인아는 진우를 안타깝게 본다.

7. 호텔 커피숍 / 오전
박동호가 스테이크를 썰고 있다. 맞은편 고객(이하, 재벌사모)은 핸드폰을 보고 있다.

카메라 든 남자들이 침대 위의 속옷차림 남녀에게 들이닥친다. 한바탕 벌어지는 소동.

박동호 강남역에 있는 20층 빌딩. 소송 끝나면 사모님 앞으로 등기 치게

되실 겁니더. 회장님하고 사는 동안 당하신 설움들. 원금에 이자까

탈탈 털어 받아야지요.

재벌사모 (얼굴에 화색이 돌며) 박변만 믿을게요. 재판 때 제가 준비할 건요

박동호 법정에서 지금 보신 영상 틀 겁니더. 판사가 사모님 쪽으로 고개

돌릴 때 눈물만 쪼매 흘려주시면 됩니더. 제 백 마디보다 사모님

눈물

한 방울이 효과 직방입니데이. 연습해두이소.

박동호, 스테이크를 다 먹어치우더니 냉수로 입안을 헹군다.

그때, 박동호의 핸드폰 진동음이 울린다. ‘편 사무장’이라고 찍혔다. 받아드는-

편 사무장 행님 촉이 맞았십니더.

박동호 내 뭐라캤나? 남규만이가 공사판옥상까지 기어 올라간 이유가

있다니까.

편 사무장 오정아 아십니까?

박동호 갑자기 그 이름이 여서 와 튀 나오노?

편 사무장 들으면 행님 더듬이가 바짝 서실 겁니더.

박동호 뜸 들이지 말고 퍼뜩 말해라.

편 사무장 그 오정아가 말입니데이...

사무장의 다음 말에 초집중하는 박동호의 표정에서-

8. 도로 위 / 오전

굉음을 울리며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박동호의 고급세단. 그 위로-


(박동호) 그니까... 남규만이 열었던 금수저 파티에 오정아가 초대 받았단

아이가? 그것도 살해된 전날 밤에.

9. 법원 로비-> 복도 / 오전

법원 로비에 들어서는 박동호. 형사합의부 법정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간다.

이어셋으로 편 사무장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편 사무장) 애들이 남규만 미행하다 별장에 들어가는 것까지 봤다고 합니더.

박동호 확실하나?

(편 사무장) 확실합니더. 헌데... 행님 지금 어디십니꺼?

박동호 이제 몇 발짝만 더 가면 고삐리 법정이다.

(편 사무장) (놀라서) 예에? 그 재판 안한다면서요?

핸드폰을 툭 끊고 심호흡 한번 하더니, 굳게 닫힌 법정의 문을 열어젖히는 박동호.

10. 형사합의부 법정 / 오전

법정 정문으로 당당히 등장하는 박동호.

판사부터 홍무석, 배심원석의 여경까지 고개를 돌려 박동호를 바라본다.

인아 (눈 커다래지며) 어?

박동호의 등장으로 혼란스러운 표정되는 인아. 진우도 놀란다.

박동호 (앞으로 걸어 들어가며 진우 향해) 내 왔다. 많이 기다렸제?

진우 (금세 밝아지는 얼굴) !!!

박동호 (판사에게) 서재혁 피고인의 변호인입니더. 오늘부터.

방청석에서 그 말을 들은 인아.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다.

박동호, 변호인석에 선다. 홍무석 검사와 눈빛 마주친다. 둘 사이 팽팽한 기운 지나가고-


판사 (서재혁에게) 공동 변호인, 사전에 합의된 사항입니까?

판사의 질문에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되는 서재혁. 뭐라 답할지 모르겠다.

박동호, 서재혁에게 둘만 들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박동호 박동호 변호사라고 합니더. 오늘 날짜로 아드님에게 서재혁씨

변호인으로 선임됐십니더.

서재혁, 여전히 어리둥절하다. 송 국선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송 국선 (버럭) 선배님.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이 자리 내 자리라구요!

박동호 멀쩡하네. 이젠 말 안 더듬나?

송 국선 변론할 때만 더듬는다고 말했잖아요.

박동호 우리 후배님이 눈치가 너무 없으시네. 내가 판 뒤집었다 아이가.

청심환 챙겨 집에 가란 소리다!

판사 (둘의 실랑이를 보다가 땅땅) 둘은 정숙하세요! (서재혁에게) 피고인의

변호사가 맞습니까? 아니면 법정 소란죄로 내보내겠습니다.

박동호, 가방에서 수임계약서를 꺼내 서재혁 앞에 내민다.

박동호 이거 수임계약섭니더. 여기에 싸인 하면 이 법정에서 서재혁씨를

위해 싸울겁니더.

서재혁, 방청석의 진우를 쳐다보자, 서명하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서재혁 (서명을 하며, 판사에게) 제 변호인이 맞습니다.

그 말에 의자를 걷어차고 법정 밖으로 나가버리는 송 국선.

방청석의 인아, 놀라서 눈동자가 커진다!

박동호 (방청석 맨 앞에 있는 진우에게 다가서며) 니 이름 뭐라 했노?

진우 서.. 서진우요.
박동호 그래. 진우야. 점심 좀 먹고 오느라 쪼매 늦었다. 내가 허기가 지면

말빨이 딸리거든. 그래도 그렇게 나쁜 타이밍은 아니제?

진우 (울컥해지는 감정) 첫 등장... 나쁘지 않아요. 근데 안 온다면서요?

박동호 가까이 와봐라. (진우가 가까이 오자 속삭이는) 진우야.

잘 들으래이. 니는... 감당하지 못할 어마어마한 놈이 이 재판하고

연루돼 있다. 알겠나?

진우 (영문 몰라서) 네?

박동호 (한층 날카로운 표정으로) 내가 냄새를 맡았다 아이가!!!

진우와 박동호, 두 사람의 눈빛이 뜨겁게 부딪힌다.

그 모습 방청석에서 바라보던 검은 양복 남자. 핸드폰 꺼내며 밖으로 나간다.

11. 남규만 집무실 / 오전

출장 마사지사가 남규만에게 안마를 해주고 있다.

뒤에 있던 안 실장, 핸드폰 통화를 마치더니 굳은 표정 된다.

안 실장 변호사가 교체됐답니다.

남규만 (성가신) 그게 뭐?

안 실장 바뀐 변호사가... 하필... 그때 그 놈입니다.

마사지 받느라 누워있던 남규만.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데-

12. 형사합의부 법정 / 오전

땅땅! 판사가 판결봉을 내리친다.

판사 변호인! 변호인석으로 돌아오세요. 경고하겠습니다.

박동호, 그 말 들으며 느긋하게 변호인석으로 향한다.

판사 (심기 불편하지만) 변호인 변론 시작하세요.


박동호 (기다렸다는 듯) 재판 연기를 신청합니더.

박동호의 말에 전체 분위기가 술렁거린다. 인아는 황당한 표정이다.

판사 (화가 나서) 변호인으로 첫 발언이 고작 재판 연기입니까?

박동호 그렇습니더.

판사 뭡니까? 이유가?

박동호 재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증인이 있는데 현재 소재파악 중입니더.

판사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소재 파악 중이라고요?

박동호 하루면 됩니더. (힘주어)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더.

판사 검사, 변호인의 재판 연기 신청에 이의 있습니까?

홍무석 저도 그 증인 얼굴이 궁금하네요. 이의 없습니다.

방청석의 인아, 박동호를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데-

13. 법원 복도 / 오후

2차 공판이 끝나고 술렁거리는 분위기. 공판이 끝나 복도로 나오는 박동호.

진우 지나쳐 먼저 나온 홍무석에게 다가간다.

박동호 홍무석 검사님. 일전에 그랬지요. 악연은 서로 이바구 까면서

푸는 거라꼬. 말이 씨가 됐네요.

홍무석 그러게요. 박변하고 내가 같은 법조인이 된 것도 신기한데 이렇게

같은 재판으로 붙는다는 게... 뭐랄까 참 재밌네요.

박동호 같은 생각입니더. 재판다운 재판 함 해보입시더.

홍무석 근데... 증인같은 거 없죠?

그 말에 옆에 있던 진우의 표정이 굳는다.

박동호 (웃으며) 눈치 채셨으면서 재판 연기 동의하신 이유가 궁금하네요.

홍무석 5분 전에 합류했으니 경찰 수사기록도 못 읽었을 거고... 승부를 보려면

공평하게 해야죠.
박동호 제가 증인 구해올지 아니면... 아예 진짜 범인을 잡아다 법정에

세울지는 두고 보면 아실 겁니더.

홍무석 내가 잘못 들었나? 방금... 진범이라고 한 겁니까?

박동호 맞게 들으셨네요. 다음 공판 때 보입시더. (거리 두고 떨어져있던

진우에게) 진우야. 가자. 아부지 보러 가야지.

박동호 뒤를 따라가는 진우.

14. 법원 앞 길가 / 오후

재판이 끝나고 몰려나오는 방청객과 배심원들. 그 속에 인아와 여경도 있다.

여경 재판이 무슨 쇼야? 말더듬이에 이젠 양아치까지. 저런 인간이 무슨

변호사라구... 격 떨어져.

인아 (혼잣말) 저 사람 분명히 거절했는데.....

여경 (그 말 듣고) 너, 저 변호사 알아?

인아 (당황해서) 알긴...

여경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째려보는) ...

인아 그냥.. 다들 꺼리는 사건 맡은 게 이상하잖아.

여경 꺼리는 사건 맡은 이유가 뭐겠어?

인아 (보는) ...

여경 돈이지 뭐. 저 인간 이쪽 바닥에선 질 안 좋은 변호사로 유명해.

수임료만 많이 주면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달려드는 인간이라구.

여경, 앞에 차가 멈추더니 태워간다. 남겨진 인아, 여경 말이 계속 신경 쓰이는 얼굴이다.

이때 박동호 차량이 인아를 지나친다. 뒷좌석의 진우를 보게 되는 인아. 표정이 어둡다.

15. 구치소 변호사 접견실 / 오후

마주앉은 서재혁과 박동호. 진우도 뒤에 있다.

박동호 인사가 늦었습니더. 박동호라고 합니더.


서재혁 서재혁입니다.

박동호 자랑은 아니지만... 형사 사건에서 져 본적이 없습니더.

이번에 서재혁씨 덕분에 기록 깨지게 생겼지만.

서재혁 (고개 푹 숙이며) 죄송합니다.

박동호 (사람 좋게 웃으며) 농담도 몬하겠네. 지가 뭐 억지로 맡은 것도

아이고. 진우가 참 똑똑하네요. 아들 참 잘 두셨습니더.

서재혁 (그제야 환하게 웃는) 고맙습니다.

진우, 서재혁의 손을 꼭 잡는다. 따뜻한 시선을 나누는 두 사람.

박동호, 가방에서 서류철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박동호 재판 들어가기 전에 정확히 답해 주실 게 있습니더. 여긴 법정이

아니니까... 사실대로 말씀 하이소.

서재혁 네.

박동호 (갑자기 눈빛 매서워지더니) 서재혁씨가 오정아 죽인 거 맞지요?

서재혁 (표정 굳는)

박동호 오정아 죽여 놓고 기억 안 난다는 작전으로 나갈 거라면 변호사하고

손발을 맞춰야지요. 제가 그런 거는 억수로 마이 해봐서 장단 맞춰

드릴 수 있습니더.

서재혁 (격양된) 변호사님!

박동호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 비밀유지의무 형법 제 317조에 적혀 있습니더.

변호사법 제 26조에도 따로 있고요. 변호사 또는 변호사였던 자는

그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분위기가 험악하다. 보다 못한 진우가 끼어든다.

진우 우리 아빠 못 믿어요? 아저씨까지 이러면 형사 검사하고 뭐가 달라요?

박동호 (버럭) 입 다물어라! 니 아버지 변호인은 내다. 넌 끼어들지 마.

진우, 그 기세에 더는 끼어들지 못한다. 박동호, 날카롭게 서재혁을 다시 몰아붙인다.

박동호 오정아 죽였다고 고백해도 제가 어디 가서 말 못합니더. 대신 진실이


알고 싶습니더. (테이블 위 자술서 들이밀며) 이 자술서에 뭐라 쓰

있습니꺼? 오정아 죽였다고 적었지요? 이래도 발뺌하실 겁니꺼?

서재혁 (입술을 꾹 깨무는)

박동호 대답 못할 거면 살인한 거 인정 하이소. 그래야 심신미약 우발적

살인으로 작전 짤 거 아입니꺼? 아무리 형사들이 강압적으로

취조했다 해서 사람 죽인 걸 허위로 인정하는 사람이 세상 천지에

어딨습니꺼? 예?

서재혁의 잔뜩 말라있던 입술이 쩍 갈라진다.

서재혁 (부들부들 떨며) 제가 도저히 버틸 수 없는 협박을 당했습니다.

화면은 서재혁이 형사들에게 체포되었던 날로 간다.

16. (과거) 폐창고 전경 / 밤

인적이 거의 없는 도로에 버려진 건물.

17. (과거) 폐창고 / 밤

차가운 바닥에서 눈을 뜨는 서재혁. 문 열리면서 곽 형사가 들어온다.

곽 형사 아직도 자술서에 뭐 적을지 생각 안 났어요?

서재혁 ...적을 게 없습니다.

곽 형사, 갑자기 권총을 꺼내더니 서재혁 이마에 총구를 댄다.

두려움에 떨리는 서재혁의 눈동자.

곽 형사 사람 죽였으면서... 적을 게 없다?

서재혁 (필사적으로) 죽이지 않았어요. 정말입니다.


곽 형사가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듯 위협해도 서재혁은 버틴다.

결국, 권총을 테이블에 올려놓는 곽 형사.

곽 형사 서재혁씨. 1년에 실종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9만 명 넘어요.

그 중에 8만 9천명이 집에 돌아오는데.. 천 명은 돌아오지 않아.

영원히. (사이) 가족이 아들 하나였던가?

그 말에 폐공장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진다.

곽 형사, 서류철에서 뭔가를 꺼내 보여준다. 몰래 찍은 진우 사진들이다.

곽 형사 우리가 실종자 찾는 사람들인데... 실종자 명단에 아들 이름 하나

끼워 넣어 드릴까?

서재혁 (벌벌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보는)

곽 형사 한강 다리 밑에 시체 하나 떠올라도... 신원미상으로 처리하면 그

만이고!

그러자, 곽 형사에게 달려드는 서재혁. 비명과 함께 발악을 한다.

서재혁 우리 아들은 아무 것도 몰라! (애원이 울부짖음으로 변하는)

아무 잘못도 없다고!!

곽 형사 (입 꼬리 올리는) 그니까 오정아 죽인 거 인정한다고 몇 줄만 쓰라

고.

바닥을 기어 볼펜을 잡는 서재혁, 실성한 사람처럼 백지를 마구 채워 넣는다. 그 위로-

18. 구치소 변호사 접견실 / 오후

가만히 떨리는 서재혁의 어깨. 참담한 얼굴로 고개 숙이고 있다.

젖은 눈으로 보던 진우, 서재혁의 어깨를 안아준다. 서재혁의 어깨가 더욱 들썩인다.

박동호, 부자의 모습을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


서재혁 (고개 들어서) 변호사님. 머리에 기억되지 않아도... 마음에 새겨지는

기억이 있습니다.

박동호 (보는)

서재혁 제 말이 우습게 들릴 겁니다. 이렇게 밖에 말하지 못하는 저도

괴롭습니다. 하지만 죽은 정아를 떠올릴 때마다 죽이지 않았다는

느끼는데 어떡합니까! 전... 죽이지 않았습니다. (눈시울 붉어지며

절 믿지 못하겠으면 변론 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말하는 서재혁을 말없이 바라보던 박동호. 진우, 숨죽여 박동호의 대답을 기다린다

박동호 좋습니더. 끝까지 함 가보입시더.

19. 박동호 사무실 전경 / 저녁

어둑해지는 거리. 사무실 간판에 불이 들어온다.

20. 박동호 변호사 사무실 / 저녁

테이블을 마주하고 있는 박동호와 진우.

진우 (매고 있던 백팩을 벗어서 내밀며) 수임료 드릴게요.

박동호의 눈에 잠시 갈등하는 빛이 스치다가, 백팩을 진우에게 밀어 준다.

박동호 약속 하나만 하자. 아버지 몸 성히 꺼내주면 니가 가진 능력, 오직 내를

위해서만 쓴다꼬.

진우 (생각지 못한 제안이라) 네?

박동호 그... 뭐랬더라? 절대기억력? 과잉기억 증후군? 니가 마음만 먹으면

내가 10년 걸려 딴 변호사 자격증도 속성으로 딸 수 있을 기고...


진우를 보는 박동호의 얼굴에 묘한 생기가 돈다. 박동호, 백팩에서 지폐 5만원 한 장만

쏙 뽑아 볼펜으로 뭔가를 적는다. 그 행동, 의문스럽게 바라보는 진우.

박동호 (5만원권 확 들이밀며) 자. 계약서다. 싸인 해라.

진우 절 5만원에 사려구요?

박동호 나도 5만원 받고 법정에 서잖아. 얼마나 공평하노?

진우, 박동호를 잠시 보더니 결심한 듯 5만원권 계약서에 슥슥 서명을 한다.

박동호 (흡족한 표정으로) 오케이. 거래 성사. 이건 내가 갖는다. 그리고...

진우 (보는)

박동호 돈은 돌려주는 게 좋을 기다.

진우 그럴게요. (잠시) 갑자기 마음 돌린 이유가 뭐에요? 돈도 아니라면....

박동호 니가 변호해달라면서 내 차 막고 서 있을 때... 한 사람이 떠올랐다.

진우 그 사람도 저처럼 무모하고... 절박했어요?

박동호 그래. 너하고 닮았다.

진우 그게 누군데요?

박동호 그건 니가 알 거 없다.

그렇게 대답을 들었지만, 진우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은 표정에서-

21. 인아의 방 / 저녁

인터넷 검색창에 ‘박동호 변호사’라 치는 인아.

(여경) 저 인간 이쪽 바닥에선 질 안 좋은 변호사로 유명해.

인아, 스크롤을 내리면-

‘승률 100% 뒤에 가려진 더러운 진실’

‘김우선 검사 ‘박동호는 돈만 주면 다 하는 속물’ 인터뷰’

‘박동호, 돈이 없으면 죄도 짓지 말아야! 발언 변협 파문’ 등의 기사가 보인다.


박동호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서 점점 심각한 표정이 되는 인아.

인아 (노트북 확 덮어 버리며) 아! 신경 쓰지 말자. 누가 변호를 하던

나랑 상관없잖아.

인아, 덮은 노트북을 응시하다가 다시 노트북을 열 거 같은 행동을 하는데-

이내 정신 차린 인아가 고개를 저으며 노트북 위에 엎드린다.

인아 아냐. 이럼 안 돼... 안... (하다가 고개를 들며) 한번 보기만 (하다)...

복잡한 마음에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는 인아의 모습에서-

22. 박동호 변호사 사무실 / 밤

진우 근데... 아까 법정에서 말한... 제가 감당하지 못할 그 사람.

그거 정아 누나 죽인 사람 말하는 거죠?

박동호 앞서 가지 마라. 내는 니 아버지 무죄 밝히는 사람이지, 진범 잡는

형사는 아이다.

진우 진범 잡아야 아버지 무죄가 밝혀지잖아요.

박동호 아직 심증만 있으니까 확실해지면 말해줄게. (잠시) 니는 지금부터

내하고 할 일이 있다. 니 기억력을 총동원해서 아버지가 집에

안 들어온 날 이후부터 기억하는 모든 걸 말해라. 사소한 것까지

모두 다 정확하게.

진우, 집중하는 모습에서-

23. 인아의 방 + 박동호 변호사 사무실 / 밤 (교차)

인아의 방. 탁상시계는 어느덧 AM 2시를 넘어가고 있고- 책상에 쌓여있는 커피 잔들.

인아, 퀭한 눈에 머리도 헝클어져 있다. 졸음을 쫓으려 기지개를 켜는 인아.

노트북 화면에 ‘서촌여대생살인사건’ 관련 자료와 사건현장 지도가 떠있다.


벽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사건을 구성해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벽이 채워져 가고-

박동호 변호사 사무실. 진우가 뭔가를 계속 말하고 있고,

박동호는 눈을 빛내며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칠판에메모하고 있다.

진우 아빠 체포한 형사가 차고 있던 권총. 정아 누나 장례식 때 봤어요.

박동호 (눈빛이 번뜩이는)

각기 다른 공간에서 밤을 지새우는 인아와 진우, 박동호의 모습에서-

24. 도시 전경 / 아침

날이 밝는다.

25. 호텔 사우나 / 오전

사우나 내부가 뜨거운 증기로 뿌옇다. 석주일의 벗은 상체가 온통 용 문신으로 덮여있다.

사우나에 들어오는 손님들, 석주일의 용 문신을 보고 흠칫 놀란다.

그 뒤로 들어서는 박동호의 용 문신까지 보더니 슬그머니 나가는 손님들.

석주일 밤새 뭘 했길래 꼴이 그 모양이고?

박동호 진술 정리하느라 밤 꼴딱 샜습니더.

석주일 뭔 재판인대?

박동호 실은 행님 똥줄 타게 만든 남규만이가 이 재판하고 연결돼 있습니더.

석주일 (눈 커지며) 확실한 기가?

박동호 남규만이가 자기 별장에 금수저 친구들 싹 다 불러가 지랄병 떨었는데

경찰 조사 때 누구 하나 이름 오르내리지 않았습니더. 근처에서 사

람이

죽었는데 말이지요.

석주일 암만 꾸린내를 풍겨도... 그 놈아는 쉽지 않을 거다. 겁 안나나?

박동호 (웃으며) 탯줄 믿고 덤비는 놈, 얼마든지 오라 하이소. 내가 겁내나!

석주일 그럼 니... 그 후레자식 때문에 재판 맡았나?


박동호 딱히... 그건 아입니다.

석주일 그라믄 이유가 뭔데?

박동호 완전 사기 캐릭터 한 놈 있습니더. 뭐든 기억하고, 놓친 거 하나라도

있으면, 다시 돌아가 기억하고...

석주일 가가 돈이라도 된다 그 말이가?

박동호 (진우 생각나 웃으며) 고삐리 한 놈하고 비싼 계약 좀 했습니더.

입가에 미소 돋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26. 숲 길 (살인현장) / 오후

오정아 시체가 발견된 현장을 중심으로 폴리스라인이 쳐있다.

이곳에 도착하는 박동호와 편 사무장.

박동호 (사방을 둘러보며) 이리저리 꿰맞춘 사건이라면 현장에

답이 있을 텐데... 통 모르겠네.

편 사무장 그럼 어떡합니꺼?

박동호 망원경 가온나.

사무장이 미리 준비한 망원경을 건넨다.

박동호, 망원경으로 멀리 떨어진 남규만 별장을 본다.

박동호 저 별장이 여서 얼마나 떨어져 있노?

편 사무장 직선거리로 1.5킬로 정도 될 겁니다.

박동호 살해된 장소는 여기고, 오정아가 그날 밤 별장에 왔었다는 건데...

살해당일 오정아의 동선이 상상된다는 박동호의 표정에서-

27. 법정 복도 / 오후

박동호, 휘파람을 불며 여유롭게 법원 안으로 들어선다.

그 앞에 인아, 사뭇 긴장된 표정이다. 짧게 심호흡 한 번 하더니 박동호를 가로 막는다.


박동호 (살짝 놀라며) 아가씨 내한테 관심 있어요?

(인아 위아래로 스캔하더니) 내 스타일은 아인데...

인아 (기가 막히고) 돌려 말하지 않을게요. 그거 그 애 돈 아니에요.

박동호 진우요?

인아 아무리 돈이 좋아도, 상황 봐 가면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린 애 간절한 맘까지 등쳐먹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 만하잖아

요!

그렇게 당당하게 말했지만 식은 땀 흘리며 용기 내고 있는 인아.

박동호 (눈썹 찌푸리며) 요즘 뒤통수가 억수로 가렵다했더니...

(섬뜩한 표정으로) 아가씨.... 내 뒷조사 하고 다녔나?

인아 (침 꿀꺽 삼키며 태연한 척 애쓰지만 얼굴에 드러나는) ...

박동호 (씨익 미소 지으며) 내 의뢰인이랑 뭔 사인지 몰라도...

오늘 재판 끝까지 보고 가이소.

인아를 향해 뒤돌아서 손 흔들며 사라지는 박동호. 휘파람이 다시 이어진다.

인아, 반감이 서린 눈빛으로 박동호 뒷모습 보는. 그 위로, 판사의 격양된 목소리.

(판사) 변호인! 이게 뭐하자는 겁니까! 증인이 있다면서요?

28. 형사합의부 법정 / 오후

자막 - 국민참여재판 공판 기일 제 3일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판사의 얼굴.

박동호 (여유부리며) 금방 나올 겁니더.

판사 (불쾌한 얼굴로) 그럼 검사 측 증인 나오세요.

서재혁을 체포했던 곽 형사가 걸어나와 앉는다. 방청석엔 인아, 배심원석에 여경이 보인다

.
곽 형사 피고인을 체포하고 진술서를 받아낸 곽한수 형사라고 합니다.

홍무석 피고인을 체포하게 된 경위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곽 형사 동네에서 오래 살았단 양반이 자기 집 앞에서 길을 잃었다는 게

의심스러웠습니다. 죽은 오정아도 잘 알면서 기억 못한다고 했고.

홍무석 피고인의 집과 살인현장이 3킬로 내외라고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곽 형사 네.

방청석의 진우와 인아, 배심원석의 여경의 모습 보이고-

홍무석 피고인을 현장에서 발견했을 당시 특이사항이 있었다고 했죠?

곽 형사 피고인이 술에 잔뜩 취해있었습니다. 술 냄새가 풀풀 났죠.

홍무석 경찰에 신고했을 당시 피고인이 만취 상태였다는 거군요.

방청석의 진우, 말도 안 된다는 표정 짓는다.

박동호 (일어나서) 피고인의 음주 여부는 경찰조서에 없는 사항입니더.

증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니 기록에서 삭제해 주이소.

홍무석 당시 피고인은 용의자가 아닌 참고인으로 조사받아 조서에 없던

겁니다. 증인의 말은 신빙성이 있습니다.

팽팽하게 맞서는 박동호와 홍무석.

판사 검사 측 계속하세요.

홍무석 이런 추론이 가능하군요. 만취 상태였던 피고인 서재혁은 오정아 양을

살해한 뒤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혹은 기억하지 못하는 척

한다?

곽 형사 같은 생각입니다.

홍무석 이상 질문 마칩니다.

판사 변호인 측은 증인 없는 거죠?

박동호 (걸어 나오며) 있습니더. 제가 나온다고 했지요?

저희 증인은 바로 저 형사님입니더.

판사 (황당한 표정)
박동호 증언에 앞서 말씀드립니더. 위증을 할 경우 중한 처벌 받는 거 알지예?곽

형사 네.

박동호 좋십니더. 피고인을 3일 동안 불법 구금해서 자술서를 강제로 쓰게

했죠?

곽 형사 (단호하게) 그런 사실 없습니다.

박동호 정말 피고인을 강제로 감금한 사실이 없습니꺼?

곽 형사 저 범인 잡느라 바쁜 형삽니다. 거짓말 하러 여기까지 왜 나옵니까

방청석에서 분노하는 진우의 얼굴. 지켜보는 홍무석, 입가에 미소 스친다.

박동호 자술서 받아내는 과정에서 총구를 피고인 이마에 대고 협박한

사실은요?

곽 형사 피의자를 취조할 때는 권총을 소지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박동호 취조실에 권총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말입니꺼?

곽 형사 네.

그 말에 서재혁이 벌떡 일어나 울분을 토한다.

서재혁 왜 거짓말 해? 사실을 말해! 사실을!

판사 (땅땅)

법정정리들 달려와 서재혁을 강제로 앉힌다.

박동호 법정출석도 공무 중이니 권총을 휴대하고 있지요? 잠깐 보여주시죠?

곽 형사 (재킷 지퍼를 열려는데)

박동호 잠깐! (곽 형사 행동 멈추자) 혹시 그 권총이 38구경에 총알 6발

들어가는 리볼버 권총 아닙니꺼?

곽 형사 네. 우리나라 형사들한테 지급되는 권총 중 열에 여덟이 그겁니다.

박동호 그라믄 지가 쪼매 더 맞춰볼까요?

이때, 증인석의 진우. 어제 박동호에게 말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29. (과거) 박동호 변호사 사무실 / 밤

진우가 기억들을 최대한 떠올리고 있다.

박동호 그러다 머리 터지는 거 아이가?

박동호 말처럼, 과부하가 된 것처럼 진우 이마에 땀이 흥건하다.

진우 권총 손잡이 부분이 불에 탄 것처럼 검게 그을려 있고...그 중심부에

하얀색 네임펜으로 G.H.S라는 이니셜이 적혀있는데...

30. 형사합의부 법정 / 오후

전 씬의 진우 말 이어서 말하고 있는 박동호.

박동호 제일 끝에 S글자는 거의....지워져서 보일랑 말랑 하지 않나요?

G.H.S. 형사님 이름 곽한수. (잠시) 이젠 권총을 보여주시지요.

곽 형사의 눈빛이 흔들리자, 그 찰나를 포착하는 박동호.

곽 형사, 재킷 지퍼를 열어 권총집에 있던 권총을 보여준다. 박동호가 말한 그대로다!

박동호 똑같지요? 제가 어떻게 형사님의 총 모양을 이리 정확하게 알겠습니꺼?

라면서, 보란 듯이 방청석의 인아에게 시선을 맞추며 변론한다.

박동호 (쐐기 박듯) 피고인이 자백을 강요당할 때 봤던 총 모양을 말해준

겁니더.

곽 형사 (말 문 막힌) !!!

박동호 증인은... 아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겠다고 협박 했지요?

인아 (박동호의 시선을 받아내며, 적잖이 놀라는 얼굴)

홍무석에게 제대로 카운터펀치 날린 박동호.


홍무석 이의 있습니다. 지금 변호인은 유도신문을 하고 있습니다.

박동호 (버럭) 유도라뇨? 형사소송규칙 2항 4호. 거짓증언을 가려내려는

신문이라 문제없습니더!

판사 (난감해하는 표정)

박동호 (배심원의 여경을 바라보며) 배심원 여러분. 어느 부모가 자식이 위험에

처하는데 끝까지 협박을 견딘단 말입니꺼? 강요와 협박으로 작성

자술서는 증거로 사용되어선 안 됩니더. 철회를 요구합니더.

인아, 박동호의 그 모습을 인상적으로 본다.

희망을 발견한 진우가 서재혁과 밝은 시선을 맞춘다.

31. 법원 앞 로비 / 오후

박동호가 로비로 나오자 기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든다. 기자들에게 에워싸인 박동호.

박동호 자술서를 강제로 작성한 형사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더.

그라고... 진범은 따로 있습니더!!

그 말이 나오자 박동호 얼굴에 카메라 플래시가 격렬히 터진다.

박동호 이 뉴스를 보고 있다면... 당장 죄를 뉘우치고 자수 하이소.

안그라믄... 내가 찾아갑니데이!

그 모습, 멀리서 홍무석이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32. 법원 1층 주차장 / 오후

밖으로 나오는 박동호와 진우. 기다리던 홍무석이 박동호에게 다가간다.

홍무석 재판 재밌어지네요.

박동호 앞으론 더 재밌어 질 겁니더. (옆에 있는 진우 보고) 우리 의뢰인 없는


죄 덮어씌운 거까지 밝혀지면 말이지요. 그럼 바빠서 먼저 갑니데이.

홍무석 어이! (돌아서는 박동호 향해) 진짜 속셈이 뭐야? 도무지 파악이

안 되네. 당신... 돈 안 되는 거 절대 안 하나는 변호사잖아.

박동호 (걸어 나가다 멈춰 서는)

홍무석 이제 돈은 벌만큼 벌었으니까 명성 좀 얻겠다는 건가? (피식 웃으며)

진우 (홍무석을 노려본다)

박동호 지금 마음껏 웃어 두이소. (진우와 어깨동무하며) 나는 재판 이기고

마지막에 딱 한번 웃을 테니까!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홍무석 가버리자-

박동호 (진우에게) 니도 내랑 마지막에 같이 웃는 거다.

진우 (미소 지으며) 네.

박동호 (따라 미소 짓는)

진우 근데... 변호사가 법정에서 거짓말 해도 되요?

박동호 (보는)

진우 총 모양... 아버지가 아니라 제가 기억한 거잖아요.

박동호 저 놈들 한 만큼 고대로 돌려준 기다. 없는 사실 강제로 쓰게

만든 놈들인데 이 정도는 암 것도 아이지.

진우 (입가에 엶은 미소가)

박동호 내 먼저 간데이. 가는 길에 양복도 좀 맞추고...

박동호, 진우 머리 털 듯 쓰다듬어주고는 걸어간다. 그때, 진우 핸드폰이 울린다.

진우 (표정 심각해져서) 지금 바로 갈게요!

33. 병원 전경 / 오후

34. 병원 / 오후

뇌 단층 사진이 여러 장 붙어 있다.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진우.


의사 알츠하이머성 치매다. 보통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나타나는 병인데

아버지처럼 이른 나이에 증상이 나타나면 진행이 몇 배 더 빨라.

진우 (충격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혹시 아버지가 선고를 받고...

(떨리는) 그래서 감옥에 가면 어떻게 되죠?

의사 감옥에서는 치료를 제대로 받기 힘들다.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진우 (무너지는 느낌이다)

의사 법정에서 의사로서 내 소견이 필요하면 불러라. 증언할게.

진우 (인사 꾸벅하며) 고맙습니다.

35. 거리 / 오후

거리를 걷고 있는 진우. 얼굴에 슬픔이 가득하다. 이하, 서재혁의 알츠하이머 증상 장면-

인서트>

1부 53씬 상황이다.

진우, 서랍장을 급하게 연다. TV에 있는새 핸드폰 박스와 똑같은 게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서랍 안에는 전기면도기, 면도크림, 소화제 등등.. 반복해서

구입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충격에 빠진 진우의 얼굴.

인서트>

1부 52씬 상황이다. 병원.

곽 형사 (서재혁에게) 죽은 오정아씨는 아는 사람이었습니까?

서재혁 처음 본 사람입니다.

진우 (표정이 굳어지며) 아빠, 정아 누나잖아!

다시 현재. 거리를 걷고 있는 진우, 눈동자가 슬픔으로 떨리고 있다.

36. 구치소 면회실 / 오후

서재혁과 마주한 채 앉아 있는 진우.


서재혁 진우야. 변호사님 정말 잘 하시더라.

재판이후, 처음으로 밝은 얼굴의 서재혁. 그런 서재혁을 보는 진우, 슬픔이 밀려온다.

진우 (꾹 참고) 그치? 한 번도 져본 적 없대. 아빠 곧 풀려날 거야.

서재혁 (갑자기 생각난 듯) 근데 정아 아버진 어떻게 됐니?

법정에서 끌려갔잖아.

진우 구치소에서 오늘 나오실 거야.... 남은 재판은 보지 못한대...

서재혁 (안타깝고) 나라도... 널 그렇게 잃었으면... 그런 짓 했다고 믿는 놈...

그냥 법정에서 보고만 있진 못했을 거다.

진우 아빠...

서재혁 하나밖에 없는 내 새끼 그렇게 한 놈... 어떻게 용서해?

그 마음 다 안다는 듯 희미하게 미소짓는 진우. 서재혁을 바라보며 계속 머뭇거리다가-.

진우 근데... 오늘 의사 선생님이 (하는데)

순간, 서재혁의 눈빛이 멍해진다.

진우 (걱정 돼서) 아빠, 왜 그래?

서재혁 아냐 아무 것도... (사이) 내가 여기서 나가면...

당장 핸드폰 사줄게. 최신형으로. (순하게 미소 짓는)

진우 (눈빛 흔들리며) 아빠....

서재혁 액정 깨진 거 모를 줄 알았지? 난 우리 진우 일이라면 다~ 안다.

진우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

서재혁 내내 마음이 쓰이더라. 진작에 핸드폰 사줄 걸.

슬픔 꾹 참아가며 서재혁을 바라보는 진우의 얼굴에서-

37. 오정아의 집 대문 앞 / 저녁

진우, 오정아의 집 대문 앞에 서있다.


잠시 후, 초췌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오정아 부가 보인다.

진우 (다가가며) 아저씨.

오정아 부 (무시하고 지나가는)

진우 (붙잡고) 아저씨. 우리 아빠가 안 그랬어요.

그 말에 오정아 부가 진우를 거세게 내팽개친다.

오정아 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썩 꺼져.

진우 (흔들리는 시선) ...

오정아 부 니 애비는 내 딸만 죽인 게 아니야. 나까지 죽인 거야.

오정아 부, 울분 가득한 얼굴로 대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린다.

진우, 대문을 두드리며 소리친다. 이때, 걸어오던 인아가 진우를 발견하는데-

진우 아저씨! 저 우리 아빠 무죄인 거 꼭 밝힐 거예요!

뒤에서 그 모습 흔들리는 눈빛으로 지켜보는 인아.

진우 약속할게요! 진범도 찾아서 그 죗값 꼭 받게 한다고... 아저씨랑...

정아누나한테 제가 약속할게요. 기다려 주세요!

진우, 오정아의 집을 슬픈 얼굴로 본다. 그런 진우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인아.

38. 남일호 저택 전경 / 오전

39. 남일호의 서재 / 오전

남일호 회장이 일상을 보내고, 집무를 보는 공간이다. 앤틱한 느낌의 가구들.

일각에 TV를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소파가 있고, 검도 투구와 죽도가 벽에 걸려 있다.

커다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는 남일호. 여경이 남일호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다.


여경 내가 어제 다 풀어놨는데 그새 또 뭉쳤네.

그때, 남규만이 들어온다.

남규만 (평소와는 다르게 깍듯한) 부르셨습니까?

남일호 (맘에 안 드는 듯) 너는 요즘 뭐 하고 다니는 거냐?

여경 (남규만 들으라는 듯) 오빠 또 사고 쳤지? 그래서 아빠 어깨가

이렇게 뭉친 거지?

남규만 (싫은 표정으로 여경 바라보는)

남일호 저 녀석 사고 칠 때마다 아주 담이 걸릴 지경이야.

여경 그때마다 내가 풀어주면 되잖아.

남일호 (눈 지그시 감으며) 아이고.. 시원하네.

남규만, 애교부리는 여경을 아니꼽게 본다. 이때, TV에서 재판 관련 뉴스가 나온다.

여경 내가 배심원 한다는 거 있잖아. 저 재판이야.

남규만 (그 말에 멈칫하는) !!!

남일호 (다정하게) 그랬어?

TV 뉴스에서 박동호가 취재진 앞에서 소리치는 뉴스가 나온다.

(박동호) 진범은 따로 있습니더! 이 뉴스를 보고 있다면... 당장 죄를 뉘우치

자수 하이소. 안그라믄... 내가 찾아갑니데이!

남규만, 가슴이 쿵 내려앉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쓴다.

남일호 (낮은 목소리로) 규만이 너.

남규만 (화들짝 놀라서) 네?

남일호 그룹 승계 과정 진행되고 있으니까 제발 몸 좀 사려라.

어디든 빈틈 생기면 치고 들어온다는 거 잘 알잖아!


뭔가 경고하는 듯한 남일호의 음성. 이때, 남규만 핸드폰에서 경박한 벨소리가 울린다.

남규만, 급히 끄려다 긴장해서 핸드폰, 바닥에 떨어뜨린다. 액정에 ‘배철주’ 찍히고-.

남일호 (못마땅한 눈으로 보는)

여경 (고소한 표정으로 보는)

남규만 (조아리며) 쉬세요. 아버지. (주눅 든 채 나가는)

40. 남규만의 방 / 오후

남규만, 안 실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규만 그 새끼가 TV앞에서 지껄인 거 들었지? 뭔 냄새 맡고 저러는 거 아냐?

안 실장 그놈 수법 알잖아. 뻥카 치는 거야. 저번처럼 말려들면 안 돼.

남규만 뻥카 아니고 진짜라면 어떡할래?

안 실장 (표정 굳는)

남규만 아버지 귀에 들어가는 일 없도록 해. 난.... 법정에 서는 것보다

아버지한테 찍히는 게 더 살 떨리니까.

안 실장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럼~ 잘 알지.

41. 박동호 변호사 사무실 / 오후

박동호, 의자에 기대어 앉아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옆에는 편 사무장.

박동호 니 오늘 알바 안 할래? 오빠가 일당 많이 쳐주께. 퍼뜩 온나.

박동호, 전화 끊자 진우가 들어온다. 많이 초췌해 보인다.

박동호 (무슨 일인가 싶고) ?

진우, 눈으로 편 사무장을 의식하고 있다. 박동호, 뭔가 있다 싶어 편 사무장에게

눈짓 보낸다. 밖으로 나가는 편 사무장.


진우 아빠... 검사 결과 나왔어요.

박동호 (불길함 직감하고) 아부지.. 마이 안 좋드나?

진우 .... 알츠하이머래요.

박동호 !! (쉽게 말 꺼내지 못하고)... 설마 싶었는데.. 우째 따블로 맞바람이

몰아치노...

진우 (고개 떨군 채 말이 없는)...

박동호 진우야, 그래도 넘 걱정마라. 아직 아부지 나이 젊으시고..

지금 이런 말 그렇지만.... 재판엔 유리할 기다. 내도 의사 함 만나

볼게.

진우 고맙습니다.

박동호 (가엾게 보며) 근데... 니 밥은 묵었나?

42. 식당 / 오후

진우와 박동호 앞에 삼계탕이 놓여 있다. 아버지 생각에 제대로 먹지 못하는 진우.

박동호 팍팍 먹으래이. 아버지 돌아오실 텐데... 건강한 모습 보여줘야지?

진우 ...네. (박동호 말에 숟가락 드는)

박동호 내 처음 봤을 때 다짜고짜 했던 말 기억나나? 그때 납골당에서.

진우 어떤 범죄자라도 모두 풀어주는 변호사라고 그랬잖아요.

그때, 생각나는지 박동호 입가에 엷은 미소가-

박동호 내가 나쁜 놈 같제? 근데 말이다. 만약에 살인범이 칼에 찔려 병원에

실려 왔다 치자.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죽는다. 니가 의사라면,

살인범을 치료할 기가, 아님 죽게 내버려 둘 기가?

진우 (고민하더니) .... 치료해야겠죠.

박동호 와?

진우 의사니까요.

박동호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판단 안 한다. 판사가

하지. 그래서 내는 의뢰인들한테 진실을 물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
진우 (보는)

박동호 니 아부지한텐 물어보고 싶었데이. 이번만은 유죄라고 생각하면서 변호

하긴 싫었다. (분위기 돌리듯) 가뜩이나 5만원 받고 하는데...

진우, 박동호의 말에 진심이 느껴져서 엶은 미소를 짓는다.

박동호 진우야. 내는 니가 참 부럽다.

진우 (고개 들어 보는)

박동호 이 세상에 지키고 싶은 아버지가 있다는 거.

그 말에 새삼 박동호를 보는 진우. 따뜻하게 웃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43. 동네 정류장 / 오후

버스가 멈추고 인아가 내린다. 걸어가려다 문득 멈칫한다.

저만치 박동호 차에서 진우가 내리고 있다.

박동호가 힘내라는 의미로 진우의 어깨를 툭툭 쳐주는 모습 보이고-

인아, 그런 진우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는데.

44. 동네 골목길 / 오후

집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는 진우. 그 뒤를 조심스레 따라가던 인아.

뭔가 결심한 듯 인아가 진우를 향해 말을 건넨다.

인아 그 변호사 너무 믿진 마.

진우 (놀라서 뒤돌아보는) ....

인아 내가 알아봤는데 평판이 안 좋아.

진우 (담담하게) 지금 나한테 제일 필요한 사람은 그 아저씨야.

우리 아빠 무죄 밝혀줄 사람.

인아 나도 너희 아버지가 범인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그치만, 아직 뭐가

진실인지는 아무도 모르잖아.

진우 (표정 굳어지며) 진실?


인아 내 말이 냉정하게 들리는 거 알아. 그치만 계속 기억이 안 난다고

하시잖아. 다른 사람들 보기에 그게 어떨 거 같애? 정말 기억 못하

는 건 맞나 의심할 수도 있다구!!

그 말이 진우의 가슴에 아프게 박힌다. 잠시 진우,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진우 (힘겹게) .... 우리 아빠... 알츠하이머야.

인아 (그 말에 충격을 받는) !!!

진우 기억 못 하는 척 하는 게 아니라.. 정말 기억 못 한다구...

인아 (놀라서 봤다가 마음이 아파지는) ....

진우 (차오르는 슬픔과 두려움을 애써 누르는)

진우, 인아를 두고 가버린다. 무거운 시선으로 진우 뒤를 쫓는 인아의 얼굴에서-

45. 권투 체육관 / 오후

권투복 차림의 박동호. 땀에 흠뻑 젖은 채 상대와 스파링을 하고 있다.

젊고 날렵한 상대지만, 박동호는 빈틈을 노려 회심의 펀치를 날린다.

수고했다는 의미로 스파링상대의 헬멧 탕 쳐주고 링 밖으로 나온다.

편 사무장 (허겁지겁 달려와서) 행님. 준비 다 됐습니더.

박동호 (글러브 벗으며) 그래, 함 가보자.

편 사무장 근데... 이거 불법 아입니꺼?

박동호 문디 자슥아. 내가 하면 다 합법이다. 퍼뜩 가자!

46. 고급 룸살롱 전경 / 밤

도착하는 남규만의 고급 승용차. 차키를 돌리며 걸어 들어간다.

47. 고급 룸살롱 / 밤

남규만이 아가씨들을 끼고 술을 마시고 있다. 테이블에 올려놓은 차키를 집어 든다.


남규만 니들 이거 갖고 싶냐? 그럼 개처럼 짖어!

안주가 담긴 접시에 양주와 맥주를 부으며-

남규만 멍멍 왈왈 소리 내면서 마시면... 퇴근할 때 이 차 끌고 간다.

남규만, 아가씨들을 보며 계속 ‘멍멍’ ‘왈왈’ 거린다. 아가씨들 얼굴에 굴욕감이 가득하다.

누구하나 나서지 않는 분위기에 한 아가씨가 나선다. 1부 9씬에 나온 박동호의 까운녀다.

남규만 너 누구니? 처음 보는 앤데?

까운녀 (쿨하게) 돈 벌려구 나왔어요.

까운녀, 개 짖는 소리를 내며 접시에 담긴 폭탄주를 혀로 핥는다.

좋다는 소리 연발하는 남규만. 까운녀는 굴욕감을 참아가며 완수한다.

까운녀 주세요. 차키.

남규만 도전 실패!

까운녀 (어이없어서) 시킨 거 다 했잖아요.

남규만 개처럼 네 발로 엎드려 먹었어야지. 꼬리도 살살 흔들고. (낄낄 거리며)

한심하다. 한심해. 그래서 니들이 안 되는 거야.

그런 남규만을 증오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까운녀. 그때, 남규만 친구 배철주가 들어온다

남규만 (아가씨들에게) 야! 니들 다 나가있어.

까운녀가 담뱃갑을 일부러 놓고 간다.

48. 박동호의 차 안 / 밤

남규만 룸에서 나온 까운녀가 룸살롱 앞에 주차된 차로 들어간다.

박동호와 편 사무장이 있다. 까운녀, 박동호에게 울먹이며 안긴다.


까운녀 (서러움이 복받쳐) 오빠. 엉엉. 저 미친놈이... 나한테... 나한테...

박동호 (등 두르려 주며) 뚝! 니가 당한 건 오빠가 백배 천배로 갚아 줄게.

편 사무장 얘기 시작합니더.

편 사무장이 보고 있는 핸드폰 화면에 남규만 룸이 보인다.

49. 고급 룸살롱 / 밤

룸 안에 남규만과 배철주 둘 만 있다.

남규만 (짜증 가득한) 오정아 그 년이 내 기분을 잡치잖아. 젠틀하게 해주는데

지 주제도 모르고... 나 뚜껑 열리면 어떻게 되는 지 모르냐?

배철주 그래서 죽였어?

남규만, 목이 타는지 양주를 물처럼 벌컥벌컥 들이킨다.

까운녀가 놓고 간 담뱃갑 몰카가 대화를 고스란히 촬영하고 있다.

남규만 걔가 먼저 내 얼굴 확 그었거든?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을지 내가

알았겠냐?

배철주 하여간... 미친놈. 니 대신 감방 가게 생긴 사람은 또 뭔 죄냐?

남규만 쥐뿔도 없는 게 그 인간 죄야. 누가 대신 감방 가달랬냐?

뭣도 없으니까 그 모양이지.

배철주 (테이블 위의 담뱃갑 들며) 뉴스에 나온 그 변호사 놈. 그 때 너한테

얻어터진 그 놈 맞지?

헌데, 들고 있던 담뱃갑이 이상하다. 담배 상표 부분에 숨겨진 렌즈를 발견한다. 그 위로-

(편 사무장) 아이고 아까버라. 저게 얼마 짜린데?

50. 박동호의 차 안 / 밤

박동호가 보고 있던 화면이 끊긴다. 아쉬운 표정의 편 사무장.


편 사무장 형님. 들켜버렸네요.

박동호 상관없다. 빼도 박도 몬할 멘트는 땄다. 이젠... 저 놈아가 알아서

찾아 올 거다.

편 사무장 그걸 우예 장담 하십니꺼?

박동호 찔리는 게 많고.. 잃을 게 많은 놈 아이가?

확신에 찬 박동호의 얼굴에서-

51. 인아의 방 / 밤

뒤척이며 잠 못 이루고 있는 인아. 자세를 계속 바꿔보다가 이내 몸을 일으킨다.

어두운 방, 벽에 기대어 앉는 인아. 복잡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는데-

그 위로 들리는 진우의 목소리.

(진우) 기억 못 하는 척 하는 게 아니라.. 정말 기억 못 한다구...

인아 (마른세수하다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하아...

52. 진우의 동네 전경 / 아침

푸르스름하게 날이 밝아오고 있다.

53. 진우의 집 앞 / 오전

이른 아침. 제대로 못 자서 푸석해 보이는 인아의 얼굴. 주저하다가 초인종을 조심스레

누른다. 그 옆으로 서재혁에 대한 욕설로 가득한 담벼락을 바라보는 인아.

인아, 낙서들을 살필수록 얼굴이 어두워진다. 이때 대문 열리는 소리.

진우 (또 무슨 일인가 싶고)...

인아 (힘겹게) 진우야....

54. 동네 놀이터 / 오전
놀이터에는 진우와 인아만 있다. 나란히 그네에 앉아 있는 둘.

진우는 땅에만 시선을 두고 있다. 인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가-.

인아 너... 소매치기로 오해했을 때, 그때 니가 그랬어.

앞으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판단하지 말라고...

진우 (조금 고개를 드는) ....

인아 누군가의 인생이 달린 일이라면 더더욱....

진우 (인아를 슬며시 바라보는) ....

인아 진우야... 미안해. 네 아버지... 왜 기억 못하냐고 했던 말 (하는데)

진우 (일어서며) 나도 우리 아빠가 아니었다면... 계속 기억 안 난다는데,

다른 사람들처럼 의심했을 거야. 분명히...

인아 진우야...

진우 (인아 돌아보며) 그래도 무조건 범인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건 아니잖아.

인아 (살짝 미소) 분명 다른 진실이 있을 거야. 나... 이번 만큼은..

내 눈으로 정확히 본 걸 믿고 싶어. 진짜 진실.... 알고 싶어.

진우도 그 마음 조금은 알 거 같다. 진우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머문다.

55. 박동호 사무실 앞 / 오전

남규만의 고급 차량이 도착한다. 뒷좌석에서 내리는 남규만.

56. 박동호 사무실 / 오전

책상에서 서류 작업을 하고 있던 박동호. 문 열리면서 남규만과 안 실장이 들어온다.

박동호 아이고, 남규만 상무님. 이래 누추한 곳까지 직접 와주셨네예.

지가 찾아간다켔는데 말이지요.

남규만 (박동호 앞까지 와서 멈추는)

박동호 내일 재판인 거 아시지요? 마침 재판 서면 준비하고 있습니더.

방금 따끈따끈한 증거물이 입수됐는데.. 함 들어보실랍니꺼?


책상에 있던 ‘증거물 1호’ 라벨 붙여진 하얀색 CD를 노트북에 넣으며-

박동호 마태복음 10장 26절에 이런 말이 있지예.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남규만이 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노트북 화면 돌려주며-

박동호 아무 죄 없는 사람, 살인자 맨든 기분은 어떻습니꺼?

노트북에서 남규만과 배철주 몰카 화면이 나온다. 그러자 남규만, 머리 꼭지가 돌아

노트북을 집어서 바닥에 던져 부숴버린다. 뒤에서 지켜보던 안 실장의 표정도 굳고-

박동호 (서랍에서 하얀 CD 꺼내 놀리듯) 여기 복사본 또 있네요!

남규만, 설득조로 나온다.

남규만 너 돈 좋아하지? 이 재판 얼마 받고 해? 니가 받은 수임료에 공 두 개

더 붙여서 줄게.

박동호 아이고야! 공을 두 개나 붙여서 주신다고요? (웃으며) 지가 얼마 받고

이 재판 하는지 아시면 놀라 까무라치실 겁니더.

박동호, 자리에서 일어나 남규만에게 다가가며-

박동호 이번에 지하고 내기한번 한번 하실랍니꺼?

남규만 뭐?

박동호 지가 한때는 도박을 엄청 좋아했는데.. 변호사 되고 나서 싹 다 끊었다

아입니꺼?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꺼? (더 몰아붙이는) 재판이

라는

거 사람 인생 걸고 하는 도박 아입니꺼? 평생을 빵에서 썩을 수도

있고... 평생 모은 돈을 다 털릴 수도 있지예. 제 말 한 마디에!

남규만 (표정 굳는)

박동호 그게 얼마나 스릴있는 건지 상무님은 모를 겁니더. 이번 판에 누구


목숨이 달려있을까요?

박동호, 남규만에게 천천히 다가와 얼굴을 바짝 들이댄다.

박동호 어느 쪽에 걸겠습니꺼? 내가 이기는 쪽에 걸겠습니꺼?

그 말에 흥분한 남규만, 박동호에게 달려들자 편 사무장이 막는다.

그러자 안 실장이 남규만을 보호한다. 잔뜩 일그러진 남규만의 얼굴에서-

57. 달리는 남규만의 차안 / 오전

남규만,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어서 주체를 못한다. 옆에 있는 안 실장에게.

남규만 저 똘아이 새끼. 어떻게 죽여 버릴 수도 없고! (초조해서)

이거 가만히 놔둘 거야? 나한테 피해가는 일 없다며!

안 실장 (생각에 잠긴)

남규만 (버럭) 야. 대답 안 해? 내 말 씹어?

안 실장 내가 잘 처리할게.

남규만 그때 그거는 어떡했어?

안 실장 지문도 깨끗이 닦아서 잘 버렸어.

남규만 너 못 믿어. 내가 직접 간다. 별장으로 차 돌려.

58. 서촌별장 근처 / 오전

모퉁이에서 고개를 스윽 내미는 인아와 진우. 별장 정문을 지키고 선 경호원들이 보인다.

인아 그 날...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있던 곳이 여기라고?

진우, 고개 끄덕인다. 하지만 쉽사리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둘의 모습에서-

59. 서촌별장 진입로 / 오전


고급세단이 잘 정리된 진입로에 들어선다. 차 안, 뒷좌석에는 남규만과 안 실장이

타고 있다. 남규만의 시선이 저만치 별장 입구를 향한다.

60. 서촌별장 근처 / 오전

-정문 앞에 남규만의 세단이 도착한다. 경호원이 차문을 열어준다. 남규만과 안 실장이

내린다. 경호원들이 남규만와 안 실장을 따라 별장 내부로 같이 들어간다.

-잠시 동안 입구가 비어있다. 절호의 타이밍을 잡은 진우와 인아. 그 틈을 이용해

별장 내부로 쏜살같이 뛰어 들어가는데-

61. 서촌별장 복도->파티장 / 오전

-인기척 없는 긴 복도를 조용히 걷고 있는 인아와 진우.

-파티장에 인아와 진우가 들어선다.

깔끔하게 정리된 내부 모습이 펼쳐지고.

-그때, 다른 쪽 문 열리더니 남규만과 안 실장이 들어선다!

놀라서 그 자리에 굳어버리는 인아. 진우가 인아를 끌어다 커다란 테이블 아래 숨는다.

-숨죽인 채 테이블 아래에 숨어있는 인아와 진우. 남규만과 안 실장이 지나쳐간다.

62. 서촌별장 드레스 룸 / 오전

인아와 진우, 드레스 룸에 들어선다. 꽤나 고급스럽게 꾸며진 거울과 옷장들.

날카로운 눈빛으로 드레스 룸을 둘러보던 진우. 옷장을 열자 고급 드레스들이 걸려있다.

그러다 멈칫하는 진우.

진우 이 드레스들.... 봤던 기억이 나.

인아 정말? 언제?
진우, 기억의 방으로 들어간다.

63. (기억) 버스 정류장 / 오후

1부 19씬 상황이다. 버스정류장.

진우가 아버지와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 그 순간 진우가 보고 있는 핸드폰 화면,

즉 화상 통화하는 서재혁의 배경 뒤로 이동식 행거가 지나간다. 드레스 서너벌이

일렬로 걸려있다. 제일 앞에 걸려있는 빨간색 드레스. 까만색 꽃코사지가 가슴에 달려있다

진우, 찰나에 보였던 기억의 단서들을 놓치지 않는다.

64. 서촌별장, 드레스룸 / 오전

다시 드레스 룸으로 돌아온 진우. 옷장의 옷들을 살펴본다.

진우 그런데 옷 하나가 없어.

65. (기억) 숲 / 오전

1부 51씬 상황. 아버지의 연락을 받고 숲길에 도착한 진우. 오정아의 시체가 보인다.

죽은 오정아가 입고 있는 빨간 드레스. 까만색 꽃코사지까지! 그 위로, 진우의 목소리-

(진우) 정아 누나가... 죽기 전에.... 이 별장에 있었어.

66. 서촌별장, 드레스룸 / 오전

다시 현재로 돌아온 진우. 기억을 한꺼번에 불러들이느라 지친 기색이다.

인아 정아가 여기에 있었다고?

진우 여기 있던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니까!!

인아 (놀라서 커지는 눈으로) 정아가 죽기 직전에 여기 있었다면...


그때- 복도를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인아 (작은 목소리로 진우에게) 누가 왔나봐!

67. 서촌별장 내부 / 오전

별장에 들어오는 남규만과 안 실장.

남규만 (주변 둘러보며) 경찰들 낌새나 매스컴은...?

안 실장 둘 다 조용해. 다들 엄한 놈한테 눈 돌아가 있잖아.

남규만 (머리 마구 헝클어트리며) 아우씨. 그 조폭 똘아이 새끼한테만

안 걸렸어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건데...

그때, 쿵- 드레스 룸 쪽에서 소리가 들린다.

남규만 (놀라며) 뭐야?

안 실장 내가 가볼게.

안 실장. 근처에 있는 골프채를 들고 밖으로 나선다.

68. 서촌별장 드레스 룸 / 오전

바닥에 떨어져있는 폴행거. 놀란 표정의 진우와 인아.

문 밖으로 안 실장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진우, 문 밖으로 살며시 살피는데 안 실장이 골프채를 든 채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다.

인아 (깜짝 놀라 진우를 보는) !!

이때, 안 실장이 드레스 룸 손잡이를 잡는다. 손잡이 돌아가고-

진우, 측면에 나있는 다른 문을 열고 인아의 손을 잡아끌며 뛰어 나간다.

간발의 차이로 안 실장이 드레스 룸에 들어온다. 안에는 아무도 없다.


69. 서촌별장 주방 / 오전

아까 그 문은 드레스 룸에서 주방으로 나 있는 문이었다.

텅 빈 주방을 가로질러 밖으로 나가는 인아와 진우.

70. 서촌별장 게스트 룸 / 오전

가운데 퀸 사이즈 침대가 놓인 게스트 룸에 들어온 안 실장.

몸을 숙여 침대 밑으로 손을 뻗는다. 헝겊에 쌓인 뭔가를 조심조심 꺼낸다.

겉을 두르고 있는 헝겊을 풀면, 혈흔이 말라붙어 있는 ‘오프너 나이프'

안 실장, 핸드폰을 꺼내드는 모습에서-

71. 박동호의 사무실 앞 / 오후

사무실에 급하게 들어오는 인아와 진우. 매우 분주한 분위기다.

덩치들 서넛이 창고에서 쇠파이프를 꺼내고, 배에다 철판을 대는 모습들.

그 모습 황당하게 보는 인아. 그 사이에 편 사무장이 보인다.

편 사무장 진우 왔나?

진우 (마음이 급해) 변호사 아저씨는요?

편 사무장 일보러 나가셨다. 우짠 일인데? (하는데)

준비 다 끝낸 덩치들이 우르르 나가고, 그 중 한명이 편 사무장에게-

덩치 1 행님은 뭐합니꺼? 쪽수 모자릅니더! (억지로 쇠파이프 쥐어주는)

엉겁결에 쇠파이프 들고 같이 나가게 되는 편 사무장. 나가면서 진우에게-

편 사무장 (사뭇 비장한) 내 살아 돌아올 때까지, 사무실 좀 잘 지키고 있어라.

사무실에 남겨진 진우와 인아.


시간경과>

박동호 사무실 구경하는 인아. 벽은 온갖 자료가 두서없이 덕지덕지 도배가 되어있고,

책상에 파일과 서류더미가 선처럼 쌓여있다. 그러다 한 쪽에 있는 서류를 보고 멈칫한다.

‘서촌여대생살인사건 재판자료’ 파일이다!

인아, 진우 쪽을 보는데 진우는 반대편에서 박동호의 사진과 트로피를 보고 있다.

맨 첫 장을 살짝 넘겨보는 인아. 깨알 같은 글씨로 적힌 재판관련 서류들이 나오고-

그러다 남규만의 파파라치컷들이 나온다!

인아 (혼잣말) 누구지? 이 사람?

호기심 당기는 인아. 남규만 사진을 넘겨보는 손이 빨라진다.

그러다 (사건당일) 서촌별장 파티장에 들어오는 남규만 사진에서 일순 멈춘다!

인아 여기? 별장인데... (사진 밑의 날짜를 확인하는) 날짜는...

(눈동자 커지며) 정아 죽은 날?

이제는 호기심을 넘어 본능적인 이끌림으로 서류를 몇 장씩 넘겨가던 인아.

그러다, 증인 목록에 ‘ㅇㅇ병원 신경정신과 ㅇㅇㅇ원장.’ 그리고...

‘증거 1호’라는 라벨이 붙은 하얀색 CD가 서류에 끼어있다.

떨리는 손으로 CD를 집어드는 인아.

한편, 사무실 반대편에서 박동호가 아버지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던 진우. 그때-

(남규만) 오정아 그 년이 내 기분을 잡치잖아!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도는 진우. 노트북 스피커에서 나온 남규만의 목소리다.

인아 앞으로 달려와 노트북 화면을 보는 진우. 몰카 화면에 남규만과 배철주가 나온다.

남규만 지 주제도 모르고... 나 뚜껑 열리면 어떻게 되는 지 모르냐?

배철주 그래서 죽였어?

남규만 걔가 먼저 내 얼굴 확 그었거든?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을지 내가


알았겠냐?

인아, 자기도 모르게 마우스를 꼭 움켜잡는다. 진우의 눈빛은 파르르 떨리고 있다.

화면 속 남규만을 보던 진우.

배철주 하여간... 미친놈. 니 대신 감방 가게 생긴 사람은 또 뭔 죄냐?

남규만 쥐뿔도 없는 게 그 인간 죄야. 누가 대신 감방 가달랬냐?

뭣도 없으니까 그 모양이지.

인아, 고개를 돌려 진우를 본다. 진우의 눈빛이 분노로 이글이글거린다.

핸드폰 들어 박동호에게 거는 모습에서-

72. 한옥 요정 전경 / 오후

고급스러운 한옥 요정 전경.

73. 한옥 요정 룸 / 오후

한복을 입은 여자 종업원이 쟁반 들고 룸에 들어온다. 정갈하게 담겨진 음식을

상에 내려놓으면 박동호가 보인다. 핸드폰 진동음이 울린다.

박동호 (받아들면)

진우 (떨리는 목소리로) 정아 누나 죽인 그놈... 남규만 맞죠?

핸드폰 들고 있는 박동호. 흔들리는 눈빛. 그러다 차분하게 대답한다.

박동호 진우야. 쪼매 있다 통화해야겠다.

조용히 핸드폰 끊는 박동호. 아예 핸드폰 전원을 끊어버린다.

화면, 넓게 빠지면 박동호 앞에 남일호 회장이 앉아있다!

특유의 포커페이스로 박동호를 보던 남일호. 마침내 입을 연다.


남일호 (묵직한) 난 자넬 도울 수 있고... 자넨 날 도울 수 있네.

웃음기 하나 없는 박동호의 묘한 표정에서-

74. 박동호 변호사 사무실 / 오후

끊어진 핸드폰 들고 있는 진우. 다시 박동호 번호를 눌러보지만

‘전원이 꺼져있다’는 멘트만 흐른다.

핸드폰 들고 있는 진우의 손이 크게 떨린다. 그런 진우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인아.

진우와 인아, 남일호 앞에 있는 박동호를 분할로 나눈 화면에서-

-3부 끝
Remember 04

1. 박동호 사무실 / 낮

진우, 눈빛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진우가 보는 노트북 화면에 남규만이 나온다.

배철주 하여간... 미친놈. 니 대신 감방 가게 생긴 사람은 또 뭔 죄냐?

남규만 쥐뿔도 없는 게 그 인간 죄야. 누가 대신 감방 가달랬냐?

뭣도 없으니까 그 모양이지.

같이 화면을 보던 인아도 믿기지 않은 얼굴. 고개를 돌려 진우를 본다.

진우의 눈빛이 분노로 이글거리고 온몸이 떨리고 있다. 핸드폰 들어 박동호에게 거는데-

2. 한옥 요정 룸 / 낮

한복을 입은 여자 종업원이 쟁반 들고 룸에 들어온다. 정갈하게 담겨진 음식을

상에 내려놓으면 박동호가 보인다.

박동호 박동호라고 합니더.

맞은편의 남일호, 속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박동호를 본다. 박동호,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진우 (E) (떨리는 목소리로) 정아 누나 죽인 그놈... 남규만 맞죠?

핸드폰 들고 있는 박동호. 흔들리는 눈빛. 그러다 차분하게 대답한다.

박동호 진우야. 쪼매 있다 통화해야겠다. (핸드폰 전원까지 꺼버리는)

남일호 (묵직한) 난 자넬 도울 수 있고... 자넨 날 도울 수 있네.

박동호 (웃음기 하나 없는 묘한 표정으로 보는)

남일호 (대답을 기다리며 팽팽하게 보는)

박동호 초장부터 훅 들어오시네요.

남일호 내 연락 받고 선뜻 왔지 않나? 자네가.


박동호 회장님 설득하러 온 겁니더.

남일호 나한테 설득 당하러 온건 아니고?

박동호와 남일호, 대결을 하는 듯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모습에서-

3. 남규만의 차 안 / 낮

화면 가득, 초조하고 불안해 동공까지 흔들리는 남규만.

남규만 내가 재판에 서는 거 무서워서 이러는 줄 알아? 이번 일로 아버지

눈 밖에 나는 게 나한텐 사형이야! 사형!

안 실장 (운전석에서 백미러로 눈치 살피는)

남규만 가뜩이나 그룹 승계처리 때문에 숨죽여 있으라고 신신당부했는데...

하필 그 년이 재수 없이 죽어버리는 바람에...

안 실장 (떨리는 눈으로) 이미 알고 계신다. 회장님.

남규만 (멈칫) 뭐?

안 실장 내가 보고 드렸어. 죽은 오정아 처리는... 내 선을 넘는 일이었다.

남규만 (서슬 퍼래져서) 차 세워.

안 실장, 올 게 왔다는 얼굴로 급브레이크 밟는다.

4. 갓길 / 낮

차문이 부서질 듯 쾅 닫고 내리는 남규만. 넥타이를 거칠게 풀며 안 실장에게 다가간다.

두려움에 침을 꼴깍 삼키는 안 실장. 남규만, 안 실장의 목을 조른다.

남규만 (눈알이 희번덕 돌아가서) 니가 아주 미쳤구나.

안 실장 (숨 막혀 컥컥 거리는)

남규만 아버지한테 (조르는) 보고하지 말라고 (더 조르는) 몇 번을 말했어?

안 실장, 눈이 벌게지며 목 전체에 퍼렇게 핏줄이 올라온다.


안 실장 회장님이 손쓰지 않았으면 넌 이미...

남규만 (그 말에 조르던 손을 놓으며) 아버지가 손을 썼다고?

안 실장 (헉헉 거리며) 경찰, 언론에서 니 이름 회사이름이 한 번도 언급되

않은 이유. 수사가 별장까지 미치지 않았던 게... 순전히 운이 좋아

라고 생각했던 거야?

남규만 (눈앞이 캄캄한)

안 실장 넌 어떻게... 나보다 니 아버질 모르냐?

어찌할 바 모르겠는 남규만의 얼굴.

5. 한옥 요정 룸 / 낮

전 장면 안 실장의 목소리가 깔리며-

안 실장 (E) 아마 지금쯤 변호사 만나서 해결 보고 계실 거다.

남일호, 옅은 냉소로 박동호를 보다 천천히 입을 연다.

남일호 내 아들이 찍혔다는 그 동영상, 그게 정말 재판을 뒤집을 만큼

결정적이라 보는 건가?

박동호 (그 시선 팽팽히 받으며) 좋은 질문이십니더. 당사자 간의 녹음이

아니라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남일호 잘 아는군.

박동호 회장님... 근데 말이지요. 운동화 속에 들어간 작은 조약돌 하나가

달리기를 망치는 법입니더.

남일호 (표정 굳는)

박동호 (점점 소리 높아지는) 법정에서 인정 안한다고 하믄.. 방송국, 신문사,

인터넷에 싹 다 뿌릴 겁니더. 시간당 백 만통씩 스팸 뿌려대는

애들한테도 시킬 거고요.

남일호 ....
박동호 이 박동호가... 대한민국 방방곡곡... 두메산골 영감탱이까지 동영상

보게 만들 겁니더!

남일호 (눈빛이 무서워진다.)

박동호 재판이 뒤집히겠냐고요? 아주 센세이션이 일어날 깁니더.

대 일호그룹 후계자께서 한 짓이 만천하에 밝혀지면 말이지요.

남일호 (묵직하게) 얼마를 원하나? 달라는 대로 다 주겠네.

박동호 원하는 건 딱 하나. 오늘 재판 시작 전에 아드님더러 자수하라 하이소.

남일호 (표정 굳는) !!!

박동호 발악하다 잡혀가느니 제 발로 자수하는 게 서로 간에 못 볼 꼴 안 보고

젠틀하게 해결하는 겁니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는 박동호. 갑자기 생각난 듯, 멈춰서더니.

박동호 한 마디만 더 해야겠네요. 부자지간이 쌍으로 돈돈 거리시는데...

지가 아무리 걸레 빠는 양동이에 담겼어도... 여기까지만이다

하는 건 있십니더. (능청스럽게) 오늘 계산은 지가 합니데이!

그렇게 쐐기 박고 나오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6. 박동호 사무실 전경 / 밤

7. 박동호 사무실 / 밤

사무실을 분주히 왔다 갔다 하며 분을 삼키고 있는 인아.

인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 변호사는 왜 전화를 안 받구?

진우 (그 말에 불안한 눈빛 되는) ...

인아 끊을 이유가 없잖아. 전원까지 꺼놓은 것도 이상하고. 뭔가 딴 꿍꿍이

있는 거 (하는데)

박동호 지금 꿍꿍이라 했습니꺼?

인아, 움찔하면서 고개 돌리면 박동호가 문 열며 들어오고 있다.


스프링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박동호에게 달려가는 진우.

진우 동영상 봤어요. 그 놈 얼굴도, 그 놈 한 말 모두 다!

박동호 (보는)

진우 별장에 정아 누나가 왔던 것도 알아냈어요! 거기서 남규만도 봤고.

박동호 내가 돈 처바르고, 애들 뿌려서 얻은 걸 니하고... (하다가 인아 보며)

저 아가씨가 알아낸 기가?

그 말에 뻘쭘한 표정 짓는 인아. 진우, 고개를 끄덕인다.

박동호 내일 공판에서 동영상 공개할 기다. 의사 선생도 불러다가 느그 아버지

기억에 문제 있는 거 밝히면 재판 분명히 뒤집힌다. 내 믿어라.

인아 근데... 동영상 어떻게 찍었어요?

박동호 아가씨. 맛집이 비법 공개하는 거 봤어요? 업무상 비밀입니데이.

인아 이거 증거 효력 있는 거 맞죠?

박동호 최소한 피고인석에 앉아있어야 할 사람 정도는 바꿀 수 있을 겁니더.

진우 그럼... 우리 아빠 풀려나는 거죠?

인아와 진우, 기대에 찬 표정으로 박동호를 바라본다.

박동호 (진우에게) 그래 니 솔직히... 재판 보면서 당장 증인석에 올라가...

우리 아부지 범인 아니라고... 당신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소리치고 싶었재?

진우 (고개 끄덕이는)

박동호 내도 잘 안다. 아부지가 하지도 않은 일로 피고인석에 앉고...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티비에서 떠드는 말만 믿고 욕하고, 짐승 취급

까지

한다 아이가. 재판이 원래 그렇다. 인생을 걸고 싸우는 기다.

진우 (마음이 저리는)

인아 (박동호의 진지한 모습을 눈에 담아두는)

박동호 내만 믿어라. (진우 어깨 토닥이며) 느그 아부지... 곧 집에 갈 수 있다.


기쁨에 미소짓는 진우. 인아도 표정이 풀린다. 그 말에 엷은 미소짓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8. 남일호 서재 / 밤

서재 책상에 앉아있던 남일호. 여경이 책 한권을 들고 들어온다.

여경 나 오늘 서점 갔다가 아빠 책 봤다?

책을 보여주는 여경. ‘꿈이 있는 곳에 실패란 없다.’ 남일호 얼굴이 표지에 박혀 있다.

남일호 녀석... 쑥스럽게 이걸 굳이 사왔어?

여경 왜? 난 서점에서 아빠 얼굴 보니까 더 반갑던데?

남일호 (웃음) 집에서 아빠 매일 보는 건 별로고?

여경 에이.. 나랑 또 밀당하는 거야? (급히 페이지 넘기더니) 나..

이 구절에서 감동 먹었어.

남일호, 안경 올리며 보려는데 노크소리 들리면서 남규만이 들어선다. 초조한 표정이다.

따라 들어온 안 실장의 긴장한 얼굴을 보고 상황을 직감한 남일호.

남일호 여경아, 잠깐 나가 있거라.

여경, 뭔 일인지 묻고 싶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남규만을 흘긋 보고 나가는 여경.

안 실장도 나간다. 남규만, 무릎 꿇은 채 머리 떨군다. 둘 사이, 무섭도록 냉랭한 분위기 이

어지고- 남일호, 벽에 걸려있던 검도 투구와 죽도를 바닥에 던진다.

남규만 (올 것이 왔다는 두려운 얼굴) ...아버지.

남일호 써.

남규만 (애처럼 두 손으로 싹싹 빌며) 아버지.. 잘못했어요...

남일호 (서슬 퍼런) 써!!

남규만, 벌벌 떨며 투구를 쓴다. 죽도를 들어 올리는 남일호의 광기어린 얼굴에서-


9. 남일호 서재 문 앞 / 밤

남규만 (E) 으아악~~! 으악~~!!!

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안 실장. 남규만의 비명소리에 눈을 질끈 감는다.

그 옆에 여경, 팔짱낀 채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다.

여경 (고소한 듯) 오빠, 또 무슨 사고 쳤어?

안 실장 (눈 뜨며 사무적으로) 작은 실수가 있었을 뿐입니다.

괜한 상상 말아주십시오.

안 실장의 단호한 말투에 기분 상해 가버리는 여경. 못마땅한 얼굴로 여경을 보는 안 실장.

10. 남일호 서재 / 밤

죽도가 바닥에 툭! 떨어진다. 남일호, 남규만의 투구를 한 손으로 휙! 벗겨낸다.

남규만의 얼굴은 공포와 고통에 찌들어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남일호 말해. 처음부터 끝까지. 니 입으로.

남규만, 고개를 돌리면 서재 거울에 자기 얼굴이 비친다.

이야기는 남규만의 귀국파티가 있었던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11. (과거) 서촌별장 전경 / 밤

파티가 끝나서 고급 외제차량들이 별장 밖으로 나가고 있다.

12. (과거) 서촌별장 - 드레스 룸 / 밤

거울을 보고 있는 남규만.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넘기고, 엉망인 옷매무새를 추스른다.

그 뒤로, (이미 성폭행을 당해) 옷이 찢겨져 처참하게 쓰러져있는 오정아가 보인다.


남규만 (지갑에서 수표를 꺼내 한 장 한 장 바닥에 던지며) 이건 노래 부른 값.

이건 집에 갈 차비. (또 한 장 꺼내 던지며) 그리고 이건 방금 니가

날 위해서... (하면서 키득거리는)

오정아 (모멸감으로 새어나오는 흐느낌, 눈물범벅인) 흐흐흑...

그때, 문이 열리면서 배철주가 얼굴을 내민다.

배철주 (누워있는 오정아 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쏘리. (남규만에게) 먼저 간다.

남규만이 배철주에게 시선을 돌리는 사이, 몸을 일으키는 오정아.

배철주가 문을 닫고 가자, 테이블에 있던 커다란 와인 잔을 깨트려 유리조각을 쥔다.

남규만 (약에 잔뜩 취해 흐리멍덩한 눈으로) 뭐..야아? 그걸로 이 오빠

찌를려구? (혀도 꼬인) 찌르세요. (배를 내밀며) 제발 찔러주세요.

오정아 (분노로) 개자식.

오정아, 눈 부릅뜨고 유리조각을 휘두르다 남규만의 왼쪽 턱 아래를 긋는다.

남규만 이 미친년이. 돌았나?

남규만, 오정아의 따귀를 때리고 벽으로 내던진다. 바닥에 나뒹굴며 고통을 느끼는 오정아

그때, 시야에 주방으로 연결되는 출입문을 발견한다. 약에 취해 비틀거리는 남규만을

밀친 뒤, 문을 열고 도망치는 오정아의 모습에서-

13. (과거) 서촌별장 주방->복도 / 밤

어둠에 잠긴 주방을 필사적으로 내달리는 오정아.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하다.

오정아, 복도로 나오는데 별장 안에 아무도 없다.

복도를 따라 달리다 급히 현관문을 여는데- 그 뒤로, 나타나는 남규만.

남규만 (약에 취해) 여기서 도망칠 수 있을 거 같아? 넌... 잡히면 죽는다!!


손에는 ‘오프너 나이프’가 들려있다.

14. (과거) 숲길 / 밤->새벽

어두운 숲길을 겁에 질려 뛰고 있는 오정아. 등 뒤로 불 밝힌 별장의 모습이 보인다.

거리 두고, 남규만이 쫓고 있다. 오정아, 뒤를 신경 쓰다 돌부리에 걸려 심하게 넘어진다.

다리가 부러진 듯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런 오정아를 향해 섬뜩한 얼굴로 다가오는 남규만

오정아 (두려워 턱을 덜덜 떨며) 아빠...

남규만, ‘오프너 나이프’로 오정아를 찌른다. 계속 찌른다.

오정아의 감긴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절명한다.

약에 취한 남규만, 이내 죽은 오정아 옆에 쓰러져 잠들어 버린다.

시간경과>

동이 터온다. 눈을 뜨는 남규만. 옆에 죽은 오정아가 누워있다.

기겁한 남규만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든다.

남규만 (떨리는음성으로) 나좀 도와줘야겠다. 수범아

시간경과>

현장에 헐레벌떡 뛰어오는 안 실장. 죽은 오정아를 보고 놀란다.

남규만 이거 치워. 나한테 피해 안 가게.

안 실장 (넋이 나가 감당 안 되는 표정으로 보는)

남규만 뭐해? 내 말 안 들려?

안 실장 (정신 차리고 핸드폰 꺼내며) 119 먼저 연락 (하는데)

남규만 (안 실장 핸드폰 거세게 치며) 이 새끼가 미쳤나?

안 실장 (덜덜 떨리는 눈빛으로 보는) 아직 살았을 지도 모르잖아.

남규만 너... 나 대신 이거 뒤집어쓸래?

안 실장 (보면)
남규만 아니잖아.... (안 실장 얼굴 기분 나쁘게 툭툭 치며) 넌 오지랖 떨지

말고 나나 신경 써.

안 실장, 그 말에 모멸감을 느끼지만 꾹 참는다.

남규만 (시신 옆의 오프너 나이프를 발로 툭 차며) 이것도 잘 처리하고.

안 실장, 멀어지는 남규만의 뒷모습을 죽일 듯이 노려본다.

잠시 후,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오프너 나이프’ 끝 부분을 집는 안 실장.

14-1 서촌별장 주방 / 새벽

텅 빈 주방에 들어서는 안 실장. 주방 집기류를 모아놓은 서랍들을 정신없이 연다.

포크, 나이프, 스푼, 냅킨 등등이 보인다. 그러다 마지막 서랍에 대 여섯 개의

다양한 ‘오프너 나이프’가 있다. 그 중 한 개를 냅킨으로 감싸 집어 드는 안 실장.

오정아를 죽인 ‘오프너 나이프’와 똑같다.

테이블에 놓인 똑같은 ‘두 개의 오프너 나이프’를 보며 음모를 꾸미는 듯한

안 실장의 얼굴에서-

15. 남일호 서재 / 밤

다시 현재다.

남규만 죽일 생각은 없었어요.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는 줄도 몰랐어요.

남일호 (메마른, 낮은) 고작 여자 하나야.

남규만 네?

남일호 앞으로 니 결정 하나에 수만 목숨이 왔다 갔다 하게 될 텐데... 고작

여자 죽은 걸로 벌벌 떨고.. 질질 짜면 회사는 어떻게 감당할 거야?

응?

남규만 죄송합니다.

남일호 (잠시 눈을 감는다. 생각에 잠긴다. 이내 뜨고는) 넌 나가고...

안 실장 들어오라 그래.
남일호, 여러 가지 궁리를 하고 있는 듯한 얼굴에서-

16. 진우의 동네 전경 / 낮

동네 집들 위로 아침볕이 든다.

17. 진우네 집-대문 앞 / 낮

인아, 물과 수세미가 담긴 양동이를 앞에 내려놓는다.

인아 (대문을 두드리며 소리치는) 야! 서진우! 진우야!

진우 (대문을 열고 나오며)

인아 (다짜고짜 수세미를 던지며) 받아.

진우 (엉겁결에 수세미 받아들면)

인아 아버지 오시기 전엔 지워놔야 할 거 아냐.

인아, 두 팔을 걷고 수세미로 담벼락에 적힌 욕들을 지우기 시작한다.

인아 (지우며) 이거 다 명예훼손에 재물손괴죄인 건 아나 몰라.

그냥 콱 이 사람들 다 벌금 먹여버릴까?

진우 (그런 인아를 미소로 보다가 이내 옆에 가서 따라 지우며)

변호사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인아 (그 말에 웃음 지으며, 담벼락 열심히 지우다가) 아, 간만에 힘썼더니

완전 배고프네. 너도 아직 안 먹었지?

미소로 대신 대답하는 진우의 밝은 얼굴에서-

18. 남일호 서재 / 낮

서재에 남 회장과 안 실장 둘 만 있다.

남일호 일이 생각보다 너무 커져버렸어. 규만이 대신 죄를 뒤집어쓸 놈이


있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아. 영원히 세상에 못 나오게 만들어야 돼

(잠시) 그 물건은?

안 실장 명령하신 대로... 잘 보관해두고 있습니다.

남일호 흐름은 정해놨으니까... 적당한 타이밍에 터트리면 돼.

안 실장 (고개 숙이며) 네. 회장님.

남일호 (만족스러운) 남은 건, 변호사 잡놈 하난데.... 앞뒤 안 가리고 덤비다

구정물이라도 튀기면 일을 그르칠 수 있어. 어딘가 약점이 있을 거

야.

안 실장 (서류 내밀며) 석주일이라고 친분 이상의 관계를 가진 조폭이 있습

니다.

지난 번 남 상무님 소송 때 보니 아버지처럼 따르는 것 같았습니다

남일호 석주일?

남 일호, 서류를 펼쳐본다. 석주일의 사진과 간략한 신상명세, 전과기록들이 적혀있다.

안 실장 부천에서 작은 조직을 꾸리고 있습니다. 소문에는 호적 깨끗하고

머리 좀 돌아가는 조직원 찾다가 박동호를 변호사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남일호 그게 사실이면... 건달치고는 야망이 있는 놈일 거야.

안 실장 네. 조직을 서울로 확장하고 싶은데 자금줄이 없어서 물주를 구하

있는데 쉽지 않나 봅니다.

남일호 (고심하더니) 그 잡놈. 자기 의뢰인과 자기 아버지같은 놈이

둘 다 절벽 끝에 있다면... 누굴 구하고, 누굴 포기할까?

음모를 꾸미는 남일호의 얼굴에서-

19. 박동호의 사무실 / 낮

법정에 갈 채비를 끝낸 박동호. 양복 상의를 걸치는데 편 사무장 들어온다.


편 사무장 벌써 나갑니꺼?

박동호 오늘 재판 장난 아일기다. 미리 나가서 양복도 좀 맞추고...

때 빼고 광도 내야지 안카나?

편 사무장 행님. 기분 좋으신가 봅니더. 다른 재판하고는 좀 다르네예.

박동호 (웃으며) 그렇드나?

그때, 핸드폰 진동 울리고, 보면 액정에 ‘탁영진 검사’

탁 검사 (E) 박 변, 점심 먹었나?

20. 돼지 국밥집 / 낮

국밥을 시원하게 먹고 있는 박동호와 탁 검사.

탁 검사 오늘 재판도 국밥처럼 시원하게 말아 먹었네.

박동호 (웃는) 그래서 국밥 묵자 했슴니꺼.

이 때, TV에 나오는 남일호 회장 관련 뉴스. ‘남일호 회장, 희망 양육원 방문해 3억 기부’

타이틀 보인다. 그 순간, 탁 검사가 먹던 숟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탁 검사 아, 저 인간. 밥 맛 떨어지게 하네. (먹던 거 쓰레기통에 탁 뱉는)

박동호 남 회장말입니꺼?

탁 검사 저거 다 쇼야. 앞에선 저렇게 착한 짓 하면서, 뒤에선 지 그룹 위해

얄짤 없는 놈이야. 문태식 검사 알지? 그 선배도 저 인간 잡겠다고

동분서주하다 물 먹은 것만 8년이다. 8년.

박동호 그래도 한 번 쯤은 들어갔겠지예.

탁 검사 무슨. 이 양반이 정권 바뀌면 바뀌는 족족 청와대에 발 걸치고,

대법원에 경찰청장까지 아예 싹 다 휘어잡고 있다니까.

박동호 그래도 그런 양반들이 작은 돌부리에 걸리기만 하면, 크게

고꾸라지는 법 아니겠십니꺼.
소주잔 주고받는 두 사람.

탁 검사 이따 재판이지? 뒤집을 수 있겠어? 이번에 승률 떨어지는 거 아냐

박동호 야구에서 제일 유명한 말이 뭔지 아십니꺼?

탁 검사 (보는)

박동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이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박동호를 보는 탁 검사.

21. 인아의 집-마루 / 낮

된장찌개와 정갈한 반찬들이 가득하다. 상 가운데 진우를 중심으로 둘러앉은 인아 가족들.

진우가 옆에 있는 연지의 수저를 살뜰히 챙기며 미소 짓는다. 다들 식사를 시작하는데-

인아 모 에휴... 근데 동네 사람들도 그렇구, 뉴스 보면 또 그게 맞는 말같

구..

그 말에 인아가 인아 모의 옆구리를 쿡 찌르고, 인아 부는 슬쩍 진우 눈치를 본다.

인아 엄만... 맞긴 뭐가 맞어? 아저씨 곧 무죄로 풀릴 거야.

인아 모 (보면)

인아 범인 따로 있었거든. 변호사가 누명 벗겨줄 증거 찾았어.

인아 모 진우야, 진짜야?

진우 네. 변호사가 열심히 해줬어요.

인아 겉모습이 조~금 남달라서 그렇지. (웃음)

인아 부 정말 잘 됐다. 그동안 아버지 걱정에... 동네방네 사람들 땜에

니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는데...

진우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언젠간 꼭 밝혀질 거라 믿었어요.

(덤덤히) 우리 아빠는 그런 적 없으니까.

인아 모 (언제 그랬냐는 듯) 아휴... 난 진작부터 알았다. 니 아버지 관상을

좀 봐라. 어디 그런 숭악한 일 저지를 양반인가?


진우와 인아, 피식 웃는다. 그런 진우를 보며, 인아 부가 조용히 진우의 등을 쓸어내린다.

22. 진우의 집 앞 / 낮

나란히 걸어오는 진우와 인아. 예전과 달리 담벼락이 깨끗해져 있다.

인아 (담벼락 보며) 이야...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진다. 그치?

진우 진작에 지워버렸으면 될 걸... 괜히 눈에 들어오면 화나고

아빠가 집에 없다는 게 더 생각나서... 그냥 피하고만 있었어.

인아 (진우의 어깨를 툭 치며) 근데 아저씨 집에 돌아오시면, 제일 먼저

뭐 하고 싶어?

진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 김치찜...

인아 ?

진우 아빠 퇴근하면 내가 김치찜 해주겠다고 약속했었거든...

인아 (코 끝 찡해지는) 야, 고삐리~. (진우의 목을 감으며) 이번에 김치찜

만들 때는 넉넉히 좀 해~ 무슨 말인지 알지? 이따 보자.

손들어 보이며 사라지는 인아. 진우, 멀어지는 인아를 보며 미소 짓는다.

23. 구치소 면회실 전경 / 낮

24. 구치소 면회실 / 낮

면회실 창문 앞에 진우가 앉아있다. 기대감 가득한 표정.

서재혁이 들어서자, 창 쪽으로 바짝 다가서는 진우.

진우 (서재혁 몸을 살피며) 몸은 좀 괜찮아?

서재혁 (힘없이 미소 지으며) 응~ (진우 살피며) 우리 아들도 몸 성하구?

진우 (크게 끄덕이며) 그럼! (환해지며) 좀만 더 참아요.

오늘 재판만 끝나면... 아빠 이제 집에 갈 수 있을 거 같애.

서재혁 (영문을 모르겠고) !!!

진우 변호사 아저씨만 믿으면 돼. 내가 그랬잖아. 아저씨 정말 실력 있고


좋은 변호사라고.

서재혁 (기쁨과 안도) 진우야, 사실 그동안 아빠... 평생 이곳에 있게 될까봐

너무 무서웠어.

진우 아무 잘못도 안했는데 왜 있어?

서재혁 (애써 웃으며) 그래... 우리 아들이 정말 못난 애비 땜에 고생이 많다.

서로 따뜻한 시선을 나누는 두 부자의 모습에서-

25. 법정 복도 / 낮

법정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 박동호. 복도 끝에 석주일이 보인다.

박동호 (의아한) 어라? 형님이 여긴 웬일입니꺼? 연락도 없이?

석주일 아우야. 시간 있나?

박동호 지금 재판 들어가야 되는데... 급한 일이라도 있습니꺼?

석주일 담배 한 대 필 시간이면 된다. 따라 온나!

전에 없이 심각한 석주일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는 박동호.

26. 형사합의부 법정 / 낮

자막 - 국민참여재판 공판 기일 제 4일

방청석이 사람들로 채워지는 모습들. 진우와 인아도 자리를 잡아 앉는다.

홍무석이 들어와 검사석에 앉는다.아직 비어있는 변호인석.

27. 법원 옥상 / 낮

법원 옥상에 서 있는 두 사람. 석주일, 입에 담배를 물고 있다.

박동호,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려는데-

석주일 아우야. 이 재판 져라!


박동호 (얼굴 굳으며 멈추는)

석주일 이 재판 이기면 변호사로 니 출세길은 딱 거기까지다.

박동호 남일호 회장 만나셨습니꺼? 행님더러 설득하라꼬?

석주일 니가 지금은 승률 좋은 변호사일지 몰라도... 결국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한테는 못 당하는 기라.

박동호 행님 지금 무슨 말 하십니꺼? 안 들은 걸로 하겠습니더.

쌩하니 가버리는 박동호, 덩그러니 남겨진 석주일의 모습에서-

28. 형사합의부법정 / 낮

법정 문을 열고, 변호인석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박동호.

방청석에 있던 진우와 인아를 발견하고 살짝 미소 짓는다.

시간경과>

증인석에 의사가 앉아있다.

박동호 피고인 서재혁의 신경과 진료를 본 적이 있습니꺼?

의사 네.

박동호 피고인의 현재 상태에 대해 의학적 소견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꺼?

의사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피고인은 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입니다.

의사, 잠시 말을 멈추더니 마침내 입을 연다.

의사 하지만...

박동호 (멈칫하는)

의사 보통 성인 남자의 인지력, 기억력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박동호 (당황해서) 뭐라꼬요?

의사 혹시 알츠하이머 증상을 의심하고 계신 거라면... 어떤 일관된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 말에 방청석의 진우와 인아, 충격 받은 얼굴이 된다.


그때, 2층 문 열고 들어서는 석주일. 2층 방청석 자리에 앉는다.

박동호 증인은 법정에서 위증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 있습니꺼?

의사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박동호 (보는)

의사 피고인 아들이 찾아와 병명을 알츠하이머로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 말에 웅성거리는 배심원석.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 짓는 여경.

방청석의 진우, 충격에 표정이 굳는다. 박동호, 감정 격해지며-

박동호 분명히 피고인한테 알츠하이머라 하지 않았습니꺼! 구라치지 마이소!

의사 (단호한) 그런 적 없습니다.

박동호, 기가 막혀하는데 2층에 앉아있는 석주일과 눈이 마주친다.

판사 (판결봉 땅땅 치며) 변호인, 법정에서 예의를 지키세요.

검사는 반대 신문 하세요.

홍무석 (일어나서) 반대 신문 대신 증인의 말을 확인하기위해 피고인의 아들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박동호 (일어나서) 사전에 예정되어 있지 않은 증인 신청입니더.

홍무석 (팽팽히 맞서는) 피고인은 아들을 시켜 의사를 매수하려했습니다.

그 정황을 밝히는 것은 이번 재판의 중요한 쟁점입니다.

판사 인정합니다.

그 순간, 법정 안의 모든 시선이 진우에게 쏠린다.

인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우를 본다. 여경의 얼굴엔 흥미로운 미소가 돋는데-

판사 잠시 휴정 후, 검사 측 증인 신문 시작하겠습니다. (땅땅)

29. 법원 옥상 / 낮

박동호, 흥분한 얼굴로 석주일을 보고 있는데-


석주일 어차피 이 재판 처음부터 니가 이길 수 없는 재판이다.

박동호 (표정 굳어져서) 그게 무슨 말입니꺼?

석주일 지금 판 돌아가는 꼴 보믄 모르나? 니가 동영상 공개하는 건

똥물 튀기는 것밖에 안 된다 이 말이다.

그 말에 박동호의 얼굴이 일그러지는데-

박동호 행님 뭐 약속 받은 거 있십니꺼?

석주일 (대답 못하는)

박동호 말 하이소.

석주일 (주저하다) 일호건설에서 명동 한복판에 짓는 쇼핑몰 공사건을

우리한테 주기로 했다.

박동호 남일호.. 이 능구렁이 같은 영감탱이.

석주일 니 내 꿈 잘 알지 않나? 내가 언제까지 룸살롱 나이트 관리하고

포장마차 삥이나 뜯어 먹고 살아야겠노?

박동호 ..행님.

석주일 그게 얼매나 드럽고 치사한 일인지.. 그래서 니 변호사 맨든 거 아이가?

박동호 (강하게 나오는 석주일 때문에 곤란한) ....

석주일 내도 이젠 서울에 올라가 형사검사 놈들 눈치 안보고 떳떳한 비즈니스

좀 해보자. 일호그룹만 등에 업으면 평생 내 꿈이 이뤄진다카이.

박동호, 마음이 복잡해 보이는 얼굴에서-

30. 법정 화장실 / 낮

세면대 앞에 서 있는 박동호. 그 위로 석주일의 목소리 깔리고-

석주일 (E) 느그 아버지 그리 가뿔고... 니 거둔 게 누구고?

박동호, 거울 속의 자기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면- 이야기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31. (과거) 달리는 트럭 안 / 낮


사이드미러에 비친 어린 박동호(24)의 얼굴이 잔뜩 불안해 보인다.

초조한 얼굴로 운전대 붙잡고 있는 박동호 부. 과하게 사이드미러로 후방을 확인한다.

박동호 아부지. 오늘 따라 와 이럽니꺼?

그 순간, 전방에 음주단속 현장이 보인다. 급브레이크 밟는 박동호 부.

급정거 소리가 음주단속 경찰들에게까지 들린다.

32. (과거) 도로 위 / 낮

급히 유턴해 반대차선으로 도주하는 박동호 부의 트럭. 경찰차가 사이렌을 켜고 추격한다.

33. (과거) 달리는 트럭 안 / 낮

잔뜩 긴장한 박동호의 표정.

박동호 아버지! 와 도망칩니꺼? 술도 안 먹었으면서.

사이드미러 뒤로, 경찰차가 추격해온다. 박동호는 불안해 미치겠다.

박동호 이러다 사고납니더!

박동호 부 (불쑥 입을 여는) 동호야. 아부지 이러는 거 다 이유가 있다.

니한테 말 못할 이유가 있단 말이다.

박동호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꺼? 퍼뜩 말해 보이소.

박동호 부 (캐비닛 가리키며) 거기 열어봐라.

열어보면, 비행기 티켓이 있다.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의 박동호.

박동호 부 미국 가는 비행기표다.

박동호 표 살 돈이 갑자기 어디서...

박동호 아버지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툭 하고 눈물이 떨어진다.


박동호 부 동호야. 죽이고 싶도록 미워도... 결국 용서할 수밖에 없는 게 가족이다.

우리 버리고 떠난 엄마..... 만나면 용서해줘라.

박동호 갑자기 그 여자 얘기는 와 합니꺼?

박동호 부 니 석주일 삼촌 알지?

박동호 각그렌져 끄는 아저씨요?

박동호 부 (흔들리는 시선으로) 내 없으면 그 삼촌이 니 아부지다. 알았나?

평소와 다른 아버지 모습에 박동호는 점점 더 불안하다. 그러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박동호 부 근데... 아부지 비행기 표가 와 한 장입니꺼?

그때- 전방에 사거리 붉은 신호등 들어온다.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는 박동호 아버지. 그 순간 쾅-

시간경과>

정신 차리는 박동호. 운전석의 아버지는 죽었다.

박동호 (울먹이며) 아부지. 아부지 일어나이소. 퍼뜩 일어나란 말입니더.

아버지를 흔들어보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박동호 무너지듯 통곡한다.

박동호 이리 혼자 가믄 지 혼자 어찌살란 말입니꺼!! 일어 나이소! 제발!!!

34. (과거) 도로 위 / 낮

트럭 안에서 절규하는 박동호. 카메라 멀어지면-

사고 난 상대편 차량 안에서 울먹이는 어린 진우가 보인다!

경찰차와 앰뷸런스 도착하는 그 현장에서 점차 멀어지는 화면.

35. 법정 화장실 / 낮

다시 현재다. 아버지가 죽었던 기억에 얼굴이 어두워진 박동호.


넥타이를 바로 잡고, 옷깃을 정리하며 밖으로 나간다.

36. 형사합의부 법정 / 낮

박동호, 법정 문을 열고 들어온다. 방청석의 인아, 박동호에게 뭔가 말하려고 일어나는데,

냉랭하게 지나쳐가는 박동호.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복잡한 얼굴이다!

전과 다른 박동호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는 인아.

시간경과>

증인석에 앉아 피고인석의 아버지를 보는 진우. 두 부자, 서로를 보며 가슴이 메어온다.

홍무석 증인은 의사에게 병명을 조작해줄 것을 요구했습니까?

진우 의사 선생님께서 테스트를 하셨고... 제게 분명히 알츠 (하는데)

홍무석 (말 끊고) 묻는 말에만 답하세요. 있습니까? 없습니까?

진우 ...없습니다.

홍무석 지금 피고인은 살인당시의 기억이 없다고 말하는 상황입니다.

이 사실을 뒷받침하기위해 의사에게 부탁을 한 적이 없다는 말인

가요?

진우 네. 없습니다.

홍무석 그럼 피고인의 아들과... 피고인과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의사 둘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데.. 그게 누굴까요?

인아는 홍무석을 노려보고, 여경은 흥미로운 듯 바라본다. 박동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동호 이의있습니더. 지금 검사는 교묘한 일반화의 오류로 증인의

증언 자체를 불신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더.

홍무석 (맞서는) 보통의 상식으로 판단해보자는 얘깁니다.

박동호 (지지 않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검사의 추측에 불과합니더.

팽팽하게 맞서는 박동호와 홍무석. 그러자, 진우가 작정한 얼굴로 소리친다.

진우 정아 누나를 죽인 사람은 따로 있어요!!!


홍무석 (놀라는) !!

진우 남규만!

홍무석 (안경을 살짝 올리며 표정 관리하는)

진우 일호생명 남규만이 죽였어요!

그 말에 웅성거리는 배심원단과 방청석. 서재혁의 두 눈이 크게 흔들린다.

박동호의 낯빛이 변한다. 여경은 자기 귀를 의심하고, 인아는 두 손을 꼭 모은다.

홍무석 증인! 증거가 있습니까?

진우 (홍무석 노려보며) 그 사람이 정아 누나 죽였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있어요. (박동호에게) 지금 빨리 동영상 틀어요!

박동호 (고민에 빠진) ....

홍무석 지금 증인은 위증을 넘어 무고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진우 (박동호에게) 아저씨 뭐하고 있어요? 튼다고 했잖아요!

박동호 (수많은 생각이 스치는 듯한 얼굴로)

판사 (박동호에게) 변호인. 증인이 말하는 동영상이 있습니까?

진우, 인아, 여경을 포함한 법정 안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일순, 박동호에게 몰린다.

박동호, 진우의 애타는 얼굴을 본다. 서재혁도 박동호를 간절한 시선으로 보고-

판사 변호인! 대답하세요.

박동호 (진우 얼굴 외면하고, 힘겹게 입을 떼는) ...동영상 같은 거 없습니더.

진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

인아 (눈이 커지며 충격에 빠지는) !!!

여경 (의심을 풀었지만, 그럼에도 못미더운) ...

박동호 (쐐기를 박듯) 증인이 뭔가 잘못 알았나 봅니더. 판사님.

그러자, 진우가 증인석에 뛰어나가 박동호에게 달려든다.

진우 동영상 어딨어요! 오늘 튼다고 했잖아요!

판사 (판결봉 두드리며) 정리. 증인을 지금 즉시 법정소란죄로 퇴정시키세요.


그 말에 피고인석에서 벌떡 일어나는 서재혁.

정리들이 진우를 박동호에게서 떼어 놓으려 애쓴다. 발악하며 끝까지 소리치는 진우.

진우 우리 아빠 구해주겠다고 약속했잖아! 나만 믿으라면서!!

양팔을 붙잡혀 질질 끌려가는 진우. 인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진우에게 가려하지만,

방청객들에게 막힌다. 서재혁, 진우 향해 달려들며 절규한다.

서재혁 진우야!!!

진우와 서재혁, 둘 다 정리에 제압된다. 순식간에 아수라장되는 법정 모습에서-

37. 법원 앞 / 낮

차에 타려는 여경. 갑자기 달려온 인아가 차문을 붙잡는다.

여경 지금 뭐하는 거야?

인아 너도 들었지? 진짜 범인 이름?

여경 (표정 애써 감추며) 그래서 뭐?

인아 당장 니 오빠한테 전해. 자수하라고.

여경 (버럭) 뱉으면 그게 다 말인 줄 알아?

인아 (지지 않고 노려보며) 니 오빠 나오는 동영상 봤어! 정아 죽였다고

말하는 거 내가 봤다고!

여경, 인아의 손을 거세게 쳐내며 차에 탄다.

남겨진 인아, 떠나는 여경의 차를 분노에 차서 바라본다. 그 위로-

(기자)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재판 도중, 일호생명 남규만 상무 이름이

언급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38. 남일호의 서재 / 낮
쇼파에 앉아 TV 를 보고 있는 남일호.

기자 검찰 관계자는 재판과 전혀 상관없는 피고인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어떤 추측성 기사도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남일호, 표정을 알 수 없는 얼굴이다.

39. 일호생명 복도 / 낮

또각또각 구둣발 거세게 내며 복도를 빠르게 걷고 있는 여경.

40. 남규만 집무실 / 낮

마스크팩 붙이고 누워 있는 남규만. 피부관리사가 석고팩을 떠서 남규만 얼굴에

발라주려는데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여경.

여경 왜 니 이름이 그 재판에서 나와?

남규만, 피부 관리사에게 나가라는 제스처 취한다.

여경 동영상이 뭐야? 진짜 그런 거 있는 거야? 뭐야?

남규만 (태연히 팩을 떼어내며) 이런 구설수가 한 두 번이냐?

여경 그 애가 니 이름을 어떻게 아는데?

남규만 TV나 인터넷에서 봤겠지. 아님 찌라시에서 봤던가. 내가 좀 유명하냐?

여경 (냉랭한) 지금 나, 장난할 기분 아니거든?

남규만 아이씨! 걔 아버지가 우리 별장 관리인이라 소설 써 제끼는 거잖아!

여경 (보는)

남규만 야, 내가 아무리 망나니에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해도...

사람까지 죽이겠냐? 안 그래?

태연한 얼굴의 남규만. 그런 모습에 더는 대꾸하지 못하는 여경의 얼굴에서-


41. 법원 입구 / 밤

입구 계단을 넋이 나간 얼굴로 내려오는 진우. 계단 밑에서 인아가 기다리고 있다.

인아 (진우를 발견하고 달려와서)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진우 (넋이 나가 있는) 믿을 수 없어. 뭔가 잘못된 거야.

인아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진우 어제하고 완전히 딴 사람이야.

42. 박동호 사무실 앞 / 밤

문을 세게 흔드는 진우. 하지만 사무실은 불이 꺼져 있고, 잠겨 있다.

진우, 박동호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신호만 계속 이어질 뿐이다.

분노가 차올라 문을 세게 걷어차는 진우. 인아가 진우를 애써 말린다.

43. 오정아의 집 전경 / 밤

가로등 불빛 아래 오정아의 집.

44. 오정아의 집-거실 / 밤

DVD플레이어에 DVD를 넣는 오정아 부.

-이하, DVD 영상이 재생된다. 7살의 어린 오정아가 보인다.

선생님 정아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어린 오정아 아빠요. 좋아하는 사람도 아빠. 제일 소중한 사람도 아빠.

선생님 정아는 꿈이 뭐야?

어린 오정아 보아 언니처럼 가수가 되서 아빠랑 단 둘이 세계여행 가고 싶어요.

오정아 부, 울음과 절규. 그동안 가둬놨던 슬픔을 한꺼번에 토해낸다.

오정아 부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는) 정아야...


45. 오정아의 집-오정아의 방 / 밤

오정아 부, 조심스레 오정아의 방문을 연다. 딸이 앉았던 책상에 앉아 본다.

벽에 부착된 딸 사진을 만지작거리는 오정아 부. 구석에 놓인 다이어리를 발견한다.

책갈피로 표시된 부분을 펼쳐보는데-

달력 페이지의 마지막 날짜에 ‘010‑XXXX‑XXXX' 노래 알바' 라고 적혀있다!

오정아 부 (의구심 가득한 얼굴 되는)

다이어리를 더 살펴보는데, 맨 앞장에 명함 한 장이 꽂혀있다.

손가락을 뻗어 명함을 빼내는데. ‘일호생명 안수범 비서실장’

46. 고급 일식집 / 밤

화면 가득, 홍무석 검사의 얼굴이 보인다. 누군가에게 접대를 받고 있는 듯,

자유롭게 술잔이 오고가는 분위기다. 그때 핸드폰 진동음 울린다. 받아드는-

홍무석 홍무석입니다.

오정아 부 (E) 검사님. 저.. 오정아 애빕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홍무석 네. 말씀하세요.

오정아 부 (E) 제가 정아 잃고 나서 정신이 좀 없었어요. 그러다 이제 겨우 정신 좀

차려서 정아 유품을 정리하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홍무석 이상한 거요?

오정아 부 (E) 아무래도... 이번 사건... 일호생명과 관련된 것 같습니다.

홍무석 !!!

47. 오정아의 집-오정아의 방 / 밤

오정아 부, 안 실장의 명함을 보면서 통화하고 있다.

오정아 부 정아가 사건 벌어졌던 날.. 일호그룹 쪽 사람이 주선한 일을 하러

갔던 것 같아요.
홍무석 (E) 그게 따님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거죠?

오정아 부 오늘 재판 때 진우가 그랬다면서요! 진범은 일호생명 남규만 상무라고!

홍무석 (E) 그건... 피고인 아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오정아 부 (단호한) 아니요. 검사님. 제가 가방끈이 짧아 배운 게 없지만 이게

우연일 수는 없습니다!

홍무석 (E) !!!

오정아 부 검사님. 저, 정말 내 새끼 그렇게 죽은 거 너무 원통하고, 아직도

하루에도 몇 번씩 까무러치지만요. 저요... 정말...

오정아 부, 눈시울 붉어지더니 얼굴이 일그러지며 울먹이기 시작한다.

오정아 부 우리 정아 죽인 사람 벌을... 죄 없는 사람이 받는 건... 원치 않습니다.

오정아와 함께 찍은 사진 매만지며-

오정아 부 그게 우리 착한 딸이 바라는 것도 아닐 거고요. (핸드폰 두 손으로 잡고

간절히) 검사님께서 일호생명 잘 조사하셔서, 우리 정아 고통스럽게

죽게 한 진짜 범인, 꼭 좀 잡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흐느끼는)

48. 고급 일식집 / 밤

통화 중인 홍무석에게 사케를 따르고 있는 남일호.

홍무석 네, 잘 알겠습니다.

조용히 핸드폰 끊은 홍무석. 사케병을 집어 남일호 술잔에 예를 갖춰 채운다.

조용히 술잔을 비우는 홍무석. 그 모습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남일호의 얼굴에서

49. 진우의 동네 전경 / 낮

점점 날이 밝는다. 진우, 인아, 오정아 부의 집에도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그 위로-


앵커 (E) 속보입니다. 서촌여대생살인사건 피해자 아버지 오 씨가 오늘 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50. 몽타주 / 낮

앵커의 보도 위로, 곳곳에서의 사람들 반응이 지나간다.

앵커 (E) 경찰에 따르면 오 씨는 딸의 방에서 목을 매단 채 숨져 있었으며

오 씨가 딸의 사망이후 심적으로 괴로워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증


언이

있습니다. 또한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자살에 무게를 두고

...

-진우의 집 / 이불을 개고 있던 진우. TV 뉴스 속보를 보고는, 넋 나간 얼굴이 된다.

-버스 정류장 / 전광판에 뜬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피해자 아버지 오 모씨 숨진 채

발견돼.‘가 지나가고- 학생, 직장인들 모두 놀란 표정들.

-인아네 피자가게 / 바닥 대걸레질 하고 있던 인아 모. 도우를 펴고 있던 인아 부,

TV에서 뉴스 속보를 보며 충격을 받는다.

-전철 안 / 스마트 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는 승객들. 모두 충격에 빠져 있고, SNS로

기사를 마구 나르며, ‘헐 대박...’, ‘왜 피해자들만 계속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거죠?’,

 ‘나라도 딸 잃으면, 모진 생각할 수 있을 듯...”, “판사는 당장 사형 때려라!!” 등등의

충격과 분노의 댓글들이 이어진다.

-인아의 집 /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뉴스들을 검색하는 인아.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피해자 아버지 결국 자살‘, ’네티즌들 진짜 뿔났다., ‘성폭력 근절 운동 시민단체들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성명 발표‘ 등의 기사들을 보며 얼굴이 점점 굳어진다.

51. 박동호의 사무실 / 낮


사무실에서 TV를 보던 박동호도 오정아 아버지 뉴스를 보고 있다. 그러다 끼어드는 뉴스.

앵커 이어지는 서촌여대생살인사건 속보입니다. 시민의 제보로 피고인

서재혁씨가 일하는 서촌별장을 지금 수색하고 있습니다.

사건 당일 피고인을 현장에서 봤다는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뉴스를 보는 박동호의 얼굴이 굳어있다.

52. 형사합의부법정 / 낮

자막 - 국민참여재판 공판 기일 제 5일(마지막 날)

위의 화면 받아서 재판정 스크린에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인서트>

화면 내용. 서촌별장을 수색하던 경찰들. 관리인 휴게실을 뒤지다 환풍기를 뜯어낸다.

그 안에서 헝겊에 쌓인 무언가가 나온다.

화면, 재생 끝나자 홍무석의 손에 들려있는 증거용 비닐봉투. 그 안에 오프너 나이프!!

홍무석 이 흉기에서 발견된 혈흔이 오정아양 혈흔과 일치한다는 국과수의

소견서를 증거로 제출합니다.

홍무석, 판사에게 서류를 제출한다. 굳은 표정으로 보는 박동호.

홍무석 흉기와 관련해 제보자 김현옥씨를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법정 문 열리면서... 50대 초반의 여자(이하, 전주댁)가 나타난다.

방청석에 있던 진우, 그녀를 보자 기억이 떠오른다.

53. (기억) 버스정류장 / 낮


1부 19씬. 서재혁과 화상통화 중인 진우. 곧이어 전주댁이 서재혁 뒤로 보인다.

전주댁 (E) 서씨! 이거 여기 두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진우 어! 아줌마 안녕하세요!

전주댁 (E) 어유, 진우야. 오늘 니 아버지 까마귀 고기 자셨나 보다.

54. 형사합의부법정 / 낮

진우, 증인석에 앉아있는 전주댁을 불안한 시선으로 본다.

전주댁 그날 서씨를 봤었어요. 출근하던 길이었는데... 휴게실에 뭔가를

숨기는 거 같더라고요.

홍무석 지금에서야 제보를 한 이유가 뭡니까?

전주댁 처음엔... 동료를 신고한다는 게 내키지 않아 주저했어요. 하지만...

암만 생각해봐도... 어린 학생이랑... 그 아버지까지 죽었는데...

(잠시) 서씨가 죗값 달게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에 법정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판사 (땅땅) 방청석 조용히 하세요. 변호인. 반대 신문 있습니까?

박동호 (한참 머뭇거리더니) ....없습니다.

진우와 인아, 박동호의 그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시간경과>

판사 검사 최후 진술하세요.

홍무석, 자리에서 일어나 배심원석으로 다가간다. 최후 진술이 시작된다.

홍무석 배심원 여러분. 피고인 서재혁의 얼굴을 잘 보십시오.

하면서 서재혁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홍무석 피고인의 선량해 보이는 얼굴 뒤에는... 평소 딸처럼 친했던 여대생을

강간하기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 얼굴이... 경찰수사를 혼선에

빠트리기 위해 사건 제보자를 가장한 얼굴이...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알츠하이머환자로 위장한 악랄한 얼굴이 숨어 있습니다.

참담한 서재혁의 얼굴. 방청석의 진우, 인아, 배심원석의 여경 보여주는 컷컷.

홍무석 그리고... 오늘 아침... 또 한 명이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말에 피고인석의 서재혁, 눈시울이 붉어진다.

홍무석 존경하는 재판장님. 배심원 여러분. 이 땅에 정의가 있다면... 법의 힘을

이용해 피고인에게 마땅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본 검사는

오정아 양의 부친이 유서에 남긴 말로 진술을 마칠까 합니다.

비닐에 담긴 유서를 들고 읽는 홍무석.

홍무석 내 딸을 죽인 서재혁에게 엄중한 판결이 내려지길 바란다!

서재혁, 눈을 질끈 감는다. 눈물이 흐른다. 크게 동요하는 배심원단 모습들 컷컷.

판사 변호인 최후변론하세요.

박동호 존경하는 재판장님. 넓으신 재량으로 선처 부탁드립니더.

단지 그렇게만 말하고 자리에 앉는 박동호. 차갑도록 무서운 무표정이다.

박동호가 최후변론을 마치자, 판사는 판결을 위해 휴정을 외친다.

시간경과>

판사가 판결문을 꺼내들자 법정이 조용해진다. 초조한 표정의 진우와 인아.

판사 배심원 대표 일어나서 판결해주세요.


여경 (자리에서 일어나며) 배심원단 만장일치로... 피고인의 유죄

결정했습니다.

여경, 말을 끝내곤 방청석 인아를 보란듯이 쳐다본다. 인아의 절명적인 얼굴.

판사 판결하겠습니다.

법정 안의 모든 사람들 숨죽이며 판사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판사 피고인 서재혁은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했고, 범행 후에도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는 등 개전의 정이 전혀 없다. 비록 사형이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반인륜적 처벌일지라도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없다. 이에 본 법정은 피고인 서재혁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이하, 판사 대사 위로 깔리는 인물 모습들)

박동호가 고개를 숙인다. 판사의 망치소리 세게 울리자 지그시 눈을 감는데-

그것을 시작으로 요동치는 재판장. 박수를 치는 방청객도 보인다.

빠른 걸음으로 법정을 나가는 판사. 홍무석도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뒤를 따른다.

진우는 붙박인 듯 그 자리에 서 있다. 감당할 수 없는 분노와 무력감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진우의 눈에 수갑 채워져 재판장 밖으로 끌려 나가는 서재혁이 보인다.

달려가 서재혁을 붙잡는 진우. 법정정리가 진우를 거세게 밀며 떼어 놓는다.

그래도 달려들자, 진우의 양쪽 어깨를 잡아 바닥에 무릎을 꿇린다.

서재혁, 끌려 나가며 진우를 향해 절규한다.

그 모습, 외면하며 무거운 걸음으로 나가는 박동호. 인아가 박동호에게 달려간다.

인아 (박동호 붙잡고) 진우한테 약속했잖아요! 진짜 범인 잡아서

진우 아버지 무죄 밝혀준다고! 집에 보내준다고!

박동호 (애써 외면한다)

인아 (절규하는) 당신이 이래도 변호사야? 말해봐. 당신이 변호사냐구?


붙잡고 늘어지는 인아를 박동호가 거세게 뿌리친다. 빠른 걸음으로 재판장 나가는 박동호.

55. 법원 로비 / 낮

무거운 걸음으로 법원 로비를 나오던 박동호.

홍무석 어이 박변.

박동호 (걸음 멈추고 돌아보면)

홍무석,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다가와 악수를 청한다. 박동호, 악수를 받지 않는다.

홍무석 (박동호 손 끌어당겨 악수하며) 조만간 자리 한번 마련합시다.

(귓속말로) 이번 재판... 박변 역할 컸단 거.. 회장님도 알고 계시니

까.

그때, 법원정리들에게 붙잡혀 로비로 나오는 진우. 끌려가는 와중에 먼발치에서

박동호와 홍무석이 악수하는 모습을 봤다! 소리 지르며 반항하는 진우.

그 때문에 박동호도 진우를 봤다. 죄책감에 진우와 더 이상 눈 마주치지 못하는-

56. 법원 밖 / 낮

절망적인 얼굴로 법원을 나오는 인아. 앞에 여경이 팔짱을 낀 채 기다리고 있다.

인아, 말할 힘도 없어 그냥 지나쳐 가려는데-

여경 (비꼬듯) 니가 원하는 사람, 범인 아니라 아쉽겠어?

인아 (무시하고 지나가려는데)

여경 (인아 잡아 세우며 차갑게) 사과해.

인아 (그 말에 울컥해서) 넌.... 이게 진실이라고 생각해?

여경 너도 참.. 지독하다. 니 말대로 피고인한테 공평한 기회 줬고,

이제 판결까지 난 마당에 아직도 진실타령이야?

인아, 가슴이 무너진다. 주먹을 쥔 손이 주체 없이 떨린다.


한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여경, 인아의 반응에 이상함을 느낀다.

인아 (눈물 흘리며) 어떻게 그렇게 다들 쉽게 믿어버릴 수 있어?

그냥 눈에 보이는 힘없는 사람 미워하는 게 편해서 그런 거잖아.

여경 (울먹이는 인아 모습에 동요하는 눈빛)

인아 니가 게임으로 생각하는 재판으로 이제... (울음 삼키며)

누군가의 인생 전체가... 주저앉아 버렸어. 아들까지도...

인아, 그대로 가버린다. 그런 인아의 뒷모습을 한동안 보고 있는 여경의 모습.

57. 포장마차 / 밤

박동호의 빈 잔을 채워주는 석주일. 말없이 소주잔을 쓰리게 들이키는 박동호

석주일 애썼다.

박동호 (스스로 잔을 채워 들이키며) 행님. 오늘 따라 술이 억수로 쓰네예.

말없이 빈잔 채워주는 석주일의 모습 위로-

인서트>

(과거) 남일호의 차 안.

뒷좌석에 석주일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그 옆으로 보이는 남일호.

남일호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재판에 박변이 들어온 겁니다.

석주일 그런 협박 우리 동호한테는 씨알도 안 먹힙니더.

남일호 그럼 다르게 말해보지요.

석주일 ....

남일호 내 아들 동영상을 꺼내는 순간, 그 재판은...

박변의 마지막 재판이 될 겁 니다.

석주일 (순간 어두워지는 얼굴) .....

다시 현재다. 박동호가 석주일의 잔을 채우고 있다.


애잔한 얼굴로 박동호를 바라보는 석주일. 그러다가-

박동호 행님 때문만은 아입니더.

석주일 (의아한 얼굴로) 니 뭐라 했나?

박동호 (소주잔 쓰리게 삼키며) 더는 묻지 마이소. 그렇게만 알고 있으면

됩니더.

박동호의 그 말, 그 눈빛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석주일의 얼굴에서-

58. 진우의 집 전경 / 밤

59. 진우의 집-거실 / 밤

캄캄한 진우의 집, 거실. 기진맥진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온 진우.

힘없이 불을 켠다. 금세 환해지는 집안. 하지만, 아버지가 없어 삭막하기만 하다.

이때, 진우의 눈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낡은 밥상이 들어온다.

인서트>

진우의 집. 1부 6씬 상황. 진우가 낡은 밥상 앞에 앉아 있고, 서재혁은 옆에서

진우의 옷을 다림질하고 있다.

진우 (상 앞에 앉으며) 아빠, 이건 또 언제 했어?

(계란말이 한입 먹더니 미소 가득) 이야~

서재혁 (환히 웃으며 다가와) 안 짜?

진우 (오물거리며) 완전 딱. (건네며) 아빠도 좀 먹어봐봐.

미소 지으며 맛있게 먹는 서재혁의 모습에서-.

인서트>

버스정류장. 1부 19씬 상황. 버스 기다리며 서재혁과 영상통화중인 진우.


서재혁 진우야, 좀만 더 비춰 줘봐. 오늘 우리 아들 얼마나 멋진가 보게.

진우 아침에도 봤잖아~ (못 이긴 척, 팔 멀리 뻗으며) 자, 잘 보여?

영상 속, 진우의 모습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서재혁의 얼굴에서-.

다시 현재다. 텅 빈 거실에 걸려 있는 진우의 옷이 보인다.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걸음으로 다가가는 진우.

아버지를 대하듯,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옷을 만지기 시작한다.

어느새 옷을 꼭 부여잡은 채 오열하는 진우.

휑한 거실에 홀로 울고 있는 진우의 작은 몸이 부서질 듯 위태롭고 슬퍼 보인다.

60. 박동호 사무실 / 밤

불 꺼진 사무실 안. 박동호, 진우와 서명을 주고받은 5만원권을 보고 있다.

많은 생각이 스치는 듯 눈을 감는다.

인서트>

3부 20씬 상황이다. 박동호 변호사 사무실. 박동호, 백팩에서 5만원권 다발 하나

꺼내 지폐 한 장만 쏙 뽑는다. 볼펜으로 뭔가를 열심히 적어댄다.

박동호 (5만원권 확 들이밀며) 자. 계약서다. 싸인 해라.

진우 절 5만원에 사려구요?

박동호 내도 5만원 받고 법정에 서잖아. 이기 공평한 기다.

진우, 박동호를 잠시 보더니 이내 결심한 듯 5만원권 계약서에 슥슥 서명을 한다.

박동호 오케이. 거래 성사. 이건 내가 갖는데이.

흡족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박동호와 진우의 모습.


다시 현재다. 5만원권을 보던 박동호, 곱게 펴서 지갑에 소중이 넣는다!

그때, 문 열고 들어오는 남규만. 박동호의 표정이 차갑게 굳는다.

남규만 (능글능글한) 내가 못 올 데 온 거 아니죠? 박동호 변호사니임~~

박동호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 하지 않는)

남규만 근데, 나한테.. 고맙다고 안 해요? 아버지가 회사 로펌에 꽂아줬다

던데..

박동호 (보는)

남규만 아버지가 그러더라고. 호랑이 새끼가 여우 밑에 있는 꼴이라고.

박변이 독고다이로 나오면... 석주일 사장은 바로 팽 당해. 당신이

아버지처럼 따르는 양반... 끈 떨어진 연 신세 만들지 말라고.

박동호 그 말 하러 왔습니꺼?

남규만 아니. 진짜 이유는 따로 있죠. 내 목숨 값 받아야지.

남규만, 박동호에게 손을 내민다. 박동호가 USB를 건넨다.

남규만 (USB를 챙기며) 촌스럽게 또 복사본 있는 건 아니죠?

박동호 (차갑게 바라보는)

남규만 좋든 싫든 이제 우리... 같이 가보죠? (비릿하게 웃는)

뒤로 손 흔들며 나가는 남규만. 혼자 남은 박동호, 책상 위의 있던 전화기를 부숴버린다.

61. 박동호 건물 입구 / 밤

박동호 사무실 건물로 걸어오던 진우. 주차된 차량에 남규만이 타는 모습을 본다.

분노로 따라가 보지만 이미 속력내서 사라지는 남규만의 차량.

진우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헉헉 거리는)

그때, 건물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박동호가 보인다.

진우, 분노로 박동호 앞에 가더니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휘청 박동호의 머리가 돌아가는데-


진우 (소리치는) 이번만큼은 유죄라고 생각하면서 변호하기 싫었다며!

박동호 (터진 입술 말없이 훔치는)

진우 당신은 정아 누나 죽인 놈보다 더 나쁜 놈이야!

박동호 진우야. 니 아버지 아직 살아있다. 니 아버지 죽기 전까지 재판은

끝나지 않은 거다.

진우 (그 말에 분노로 노려보는)

박동호 니 아부지 살릴 사람은... 그래도 변호사다. 어쩔 수 없다.

진우 아니! (절규하는) 이제 변호사 따윈.. 믿지 않아! 어느 누구도!

박동호 (마음이 저리는) ....

진우 당신이 시작한 일... 내가 끝낼 거야. 내가 우리 아버지 구할 거야.

그렇게 말하는 진우의 얼굴에 절박함이 묻어나는데-

62. 교도소 전경 / 낮

교도소 건물을 배경으로 날이 밝는다.

63. 교도소 면회실 / 낮

면회 창을 두고 마주한 진우와 서재혁. 고개를 숙인 진우. 애써 눈물을 참고 있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서재혁. 그런 진우를 바라본다.

서재혁 진우야.

진우 ...응, 아빠.

서재혁 이제 오랫동안 아빠가 같이 있어주지 못할 것 같다.

진우 (애써 참는) ...나 너무 걱정하지 마.

서재혁 계란말이 부치는 거랑 된장찌개 끓이는 법 알지?

우리 진우 좋아하는 건데... 이제 아빠가 못 해줘서 어떡하지...?

진우 (목메는) 왜 내 걱정을 해. 아빠나 거기 있는 동안 밥 잘 챙겨

먹고 있어. 맛없다고 굶지 말고.

서재혁 우리 아들 다 컸네. 아빠 위할 줄도 알구.

진우 (애써 참지만 흐르는 눈물) ...그럼 아빠 아들 다 컸지.


서재혁 (목 메인) 진우야. 아빠랑 약속 하나만 할래?

진우 (계속 흐르는 눈물) ...

서재혁 오늘 집에 가면 아빠구두 꺼내 현관 앞에 놔둬. 이제 매일 너 혼자

밤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무도 없으면 위험하잖아. 까만색 구두 알

지?

면회 시간이 종료되어 삐- 소리 울리자 교도관이 서재혁을 자리에서 억지로 일으킨다.

진우, 서재혁 따라 벌떡 일어나 면회 창에 바짝 다가간다.

- 이하 1부 2씬과 동일 상황이다.

진우 (눈물 닦으며 흐느끼는) 아빠!! 나 변호사 될 거야!!!

서재혁 (그 말에 걸음 멈추는)

진우 아빠 사형되기 전에 무죄 밝혀낼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서재혁, 교도관들에게 강제로 끌려 들어간다.

진우 약속해!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절대!!!

끌려 들어가는 서재혁과 면회 창 너머의 진우, 서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64. 진우의 집 안 / 낮

신발장 앞에 서있는 검은 정장의 진우. 손과 어깨에는 큰 백팩과 캐리어가 들려있다.

진우, 깨끗하게 정돈된 집 안을 보고는, 신발장에서 아버지 까만 구두를 꺼내 앞에 놓는다.

65. 진우의 집 – 대문 앞 / 낮

진우, 집에서 나와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근다.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에서-

66. 장례식장 입구 앞 / 낮
진우가 장례식장 입구 앞에 서있다.

67. 오정아 부의 장례식장 / 낮

오정아 부의 영정 사진이 보인다. 인아와 인아 모는 상을 정리하고 있다.

이어 진우가 신발을 벗고 빈소에 들어선다.

진우를 보고 수군거리는 사람들. 벌떡 일어나 진우에게 삿대질 하는 사람도 보인다.

인아 (수군거림에 진우 쪽을 보고) ...진우?

검은색 상복을 입은 오정아 부 여동생이 흥분해서 소리친다.

여동생 저 놈이 미쳤나! 얼굴을 어따 디밀어?

주민 1 세상에. 잘 살던 가족 다 죽여 놓고는 뻔뻔하다 뻔뻔해...

진우, 사람들에게 치이면서도, 꿋꿋이 향을 피운다.

순간 오정아 부 여동생이 진우의 뺨을 후려친다. 진우의 고개가 확 돌아간다.

여동생 더러운 손으로 만진 걸 어디에 올려?

인아 (달려가 진우 앞에 서며) 아줌마! 애를 왜 때려요!

주민 2 편들지 말어. 씹어 먹어도 모자를 판에. 이 아저씨가 얼~~매나

억울했으믄 이래 목숨을 끊겠노?

주민 1 이 양반이 누구 때문에 죽었는데. 그 착한 애가 누구 때문에 죽었는데!

인아 (진우에게) 괜찮아?

인아, 진우의 얼굴을 살펴보려는데, 진우가 인아의 손길을 피한다.

주민2 당장 소금 뿌려!

진우 (울컥해서) ...아저씨!!

일순간 조용해지는 빈소 안. 진우가 무릎을 꿇는다.


진우 (묵묵히) 저 진우에요. 약속... 못 지켜서 죄송해요. 진짜 너무...

너무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진우, 절을 올리는데... 바닥에 숙인 고개를 들지 못한다.

인아가 그런 진우를 안쓰럽다는 듯 바라본다.

68. 장례식장 앞 / 낮

캐리어를 끌며 밖으로 나온 진우. 인아가 뒤따라 나와 진우를 붙잡는다.

인아 너 진짜 왜 이래. 어디 가는 거야? 응?

진우 (묵묵히 가려는)

인아 내가 아저씨 무죄 밝혀줄 진짜 변호사... 꼭 찾아줄게. 가지 마.

진우 (인아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그런 변호사는 없어.

인아 !!

진우 절벽 끝에 서 있던 우리 아버지. 밀어 버린 게 변호사야.

인아 (안타까운) 진우야...

진우 죄 없는 사람이 사형수가 되는 게 법이야? 왜 내가 살인마 아들인데?

난 그냥 우리 아버지 아들인데, 대체 왜! 내가 살인마 아들이냐구!

왜!!

인아 (대답하지 못하고) ....

진우 사람이 왜 약해지는지 알아? 잃을게 있어서 그래. 소중한 게 남아

있어서 그래. (잠시) 난 이제 잃을 게 없어.

처참한 얼굴로 캐리어 끌고 가는 진우. 인아가 그런 진우를 차마 붙잡지 못한다.

인아, 떠나가는 진우의 뒷모습을 슬픈 얼굴로 본다.

69. 납골당 전경 / 낮

박동호의 차량이 들어온다.

70. 납골당 / 낮
아버지의 납골함 앞에 선 박동호. 사진 속에서 박동호 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박동호 아부지 만나러 올 땐, 항상 자랑거리만 들고 올라켔는데...

이번엔 이리 되고 말았네예. (왠지 슬퍼 보이는)

박동호 손에 쥐어져 있는 진우와의 5만 원 지폐 보며-

박동호 하지만 이 계약...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더.

지... 이대로는 제 의뢰인 포기 몬 합니더!

뭔가를 결심한 듯한 박동호의 형형한 눈빛 위로-

화면, 천천히 어두워진다.

타이틀- 4년 후

71. 인아의 동네 전경 / 낮

천천히 밝아지면 동네 전경이 보인다.

72. 인아의 집-거실 / 낮

인아(27), 숄더백을 어깨에 메고 머리를 묶으며 방에서 나온다.

연지(10)의 등교를 위해 책가방 싸느라 분주한 인아 모.

인아 부, 인아에게 바나나 하나 건네주고- 인아, 받아 든 뒤 급히 집을 나선다.

73. 법원-인아의 집무실 / 낮

인아, 옷걸이에 걸려있는 검정색 검사 법복으로 갈아입는다.

74. 법원 복도 / 낮
깔끔한 검은 색 슈트를 입고 복도를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

길쭉한 기럭지에 슈트 핏이 딱 맞는다. 거침없이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

75. 형사단독부 법정 / 낮

검사석에서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인아. 변호인석은 아직 비어있다.

법정정리 기립! 재판장님 이하 배석판사님 입장하십니다.

보랏빛 법복을 입은 판사, 석규가 입장한다.

석규 피고인 측 변호인은 아직 자리하지 않았습니까?

인아가 변호인석을 보면, 정말 비어있다. 그때 법정 문 열리면서, 나타나는 변호인.

인아 (눈이 커지며 놀라는)

진우가 법정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인아를 보고도 놀라지 않는 표정이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변호사가 된 진우.

4년 만에 한 재판에 변호인과 검사로 만나는 진우와 인아 모습에서-

-4부 끝
Remember 05

1. 도로 위 / 낮

자막- 4년 후

경쾌한 음악- 도로 위를 질주하는 차량. 운전자 보여주지 않고.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기자(E) 오늘 서울 고등법원에서는 연북동 K 빌라 경비원 박 씨 재판이

열립니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박 씨의 사망이 과로로

인한

업무상 재해임을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내서...

2. 법원 앞 / 낮

경비원들이 과로사와 관련된 피켓을 들고 법원 앞에 몰려있다.

그 모습을 걸고 뉴스 멘트를 하고 있는 기자.

기자 1심에서는 이미 과로사를 인정한다며 2억원의 원고 승소 판결이

난 가운데 피고 측인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로 2심이 진행될 예정입

니다.

근처에서 핸드폰 통화 중인 송 변(2부의 송 국선).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이다.

송변 사무장님. 5분 있다 재판 시작이라구요. 대체 언제 오는 겁니까?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씹고 말이야!

연 사무장 (E) 재판 하나 뛰고... 빌라 관리사무소 들렸다 간댔어. 좀만 더 기다려

봐.

송변 (버럭) 아니 이게 얼마짜리 재판인데 연타로 뛰어요?

이 자식 아주 그냥 돈독이 올랐어.

연 사무장 (E) 한두 번도 아니면서 뭘 그래? 무대 올라가서 시간 좀 끌어줘.

자기도 변호사잖아.
송변 (당황해서) 제 상태 알면서 그런 말이 나와요? 말했잖아요. 지금은

이렇게 멀쩡한 것처럼 보여도... 법정에서 판사 얼굴 보는 순간 (하

는데)

연 사무장 (E) (말 끊고) 어쩌겠어? 그 병 고칠 때까지 서 변 옆에 붙어있으려면

우리 송 변도 밥값 해야지? 안 그래?

송변 (버럭) 사무장니임!!!

화면 가득 난감한 송 변의 얼굴에서-

3. 재판정 / 낮

판사석에 강석규가 앉아있다. 선명한 이목구비에 강단 있어 보이는 인상.

피고 대리인석에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앉아있는 송 변. 방청석엔 경비원들이 다수 보인다.

증인석에 원고(사망한 경비원 아내)가 앉아있다.

송변 (울상인 얼굴로) 망인께....서는 주 70시간의... 고용....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 90시..간을 근무했죠?

원고 네.

송변 (약간 더듬으며) 추추가 근무무 수당....을 받았죠?

원고 아니요.

송변 (당황해서 더 더듬는) 모오 못 받았..다.. 구요?

원고 네. 한 푼도 못 받았어요.

송 변, 말문이 막혀 자리에 털썩 앉아 버린다.

기가 막히는 듯 송 변을 바라보는 판사 강석규. 원고 대리인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피고석에 양복 입은 남자들, 못마땅한 표정이 된다.

4. 법원 앞 ->로비 / 낮

법원 앞에 미끄러지듯 멈춰서는 진우의 차. 운전석에서 블랙수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진우가 내린다. 과로사 피켓을 든 시위대를 가로질러 가는 진우.


원고 (E) 야간 근무 때는 휴식 시간에도....

5. 재판정 / 낮

원고가 증언을 하고 있다. 석규가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는데-

원고 가수면 상태로 있으라며 지키지 않으면 재계약 안 해주겠다고 했어요.

원고 대리인 과한 업무를 지속적으로 종용받고 있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면 망인의 사망원인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원고 (훌쩍이며) 남편은 평소 B형 간염을 앓다가.... 이 빌라에서

일하면서부터 건강이 더 나빠졌어요. 그러다 결국 간암으로...

송변 (벌떡 일어나서) 지지... 금 증언은 추추.. 추측에 불과.. 합니다.

원고 대리인 (서기에서 서류 제출하며) 망인의 의료기록입니다. 근무 기간동안

B형 간염이 간암으로 악화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송 변, 눈을 질끈 감으며 자포자기한 얼굴인데-

그때, 진우가 문을 열고 법정에 들어선다. 송 변, 진우를 보자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다.

석규, 피고 대리인석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오는 진우를 의아하게 본다.

석규 피고 대리인입니까?

진우 늦어서 죄송합니다. 반대신문 하겠습니다.

진중하게 진우를 보는 석규. 원고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는 진우의 모습에서-

6. 고시텔 앞 / 낮

정장 차림의 인아가 고시텔 앞으로 걸어온다.

핸드폰에서 지도를 보고 위치 확인하더니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7. 고시텔 / 낮

인아가 안으로 들어서는데, 형사들 둘이 짜장면을 먹고 있고,


몇몇은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다. 금세 인아의 얼굴이 굳어진다.

다짜고짜 폴리스 라인을 뜯고는 고시텔 방 안으로 들어가는 인아.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게임 중이던 형사 1이 그 모습을 보고 다가온다.

형사 1 아가씨. 나가요. 여긴 도난사건 현장이야.

인아 (대꾸 없이 자기 일에 집중하는)

형사 1 (버럭) 내 말 못 들었어? 아가씨 이거 공무집행 방해 (하는데)

인아 (신분증 꺼내 보이며)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이인아 검사라고 합니다.

그때, 고참 형사가 안에 들어와 인아를 발견했다. 순간 짜증이 팍 나지만 표정 관리하며-

고참 형사 아이고. 이 검사님. 또 오셨네요~

인아 이 고시텔에서만 8곳 털렸다면서요? 조서엔 4층은 피해 없다더니

와서 보니까 4층도 두 곳 털렸고.

고참 형사 (할 말 없는)

인아 조서 이딴 식으로 작성할 겁니까?

고참 형사 ...

인아 (한심한 듯 쳐다보며) 안 되겠네요.. 서장님 서에 계시죠?

8. 재판정 / 낮

진우가 원고 앞으로 다가간다.

진우 망인은 B형 간염을 앓고 있었는데 과로 때문에 간암으로 악화되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지요?

원고 네.

진우, 테이블에 있던 논문집을 들어 석규에게 보여준다.

진우 세계적인 생명과학 학술지 셀에 실린 논문입니다. 만성 B형 간염은

자연적으로 간암으로 진행되는 예가 매우 흔하고, 과로나 스트레


자체가 악화 요인으로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원고 대리인의 표정이 굳는다. 방청객들 몇 명 술렁이기 시작하고-

진우 또한, 망인은 B형 간염을 앓고 있었던 만큼 건강이 악화되고 있었다면

노동시간 단축을 관리소 측에 요구할 책임이 있습니다.

원고 (울먹이며) 말했잖아요! 계약직이라 싫은 소리하면 바로 해고 된다고!

진우 오히려 망인은 단축근무가 아닌 자발적으로 추가 근무를 하며 건강을

악화시켰습니다.

원고 (분개하며 벌떡 일어나) 근데 그 돈도 못 받았다구요!

석규 증인, 법정에선 예의를 갖추세요.

진우 하지만, 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망인께서는 추가 근무에 대한

수당을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증거 자료 제출하겠습니다.

원고 대리인 (벌떡 일어나며) 사전에 제출되지 않아 증거인부를 할 수 없습니다

진우 망인께서 추가 수당을 받았음을 증명하는 수당 지급 내역서입니다.

이 재판의 쟁점과 관련된 중요한 증거입니다.

석규 (고심하더니) 제출하세요.

진우, 서기에게 자료를 제출한다. 서기가 석규에게 자료를 건넨다.

진우 뿐만 아닙니다. (서류 들며) 이 서류를 보시면 망인께서는 평소 추가

근무 수당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뒷돈을 챙겨 왔음을 알 수 있습

니다.

원고 (당황해서) 네?

진우 일례로 망인은 주민들이 생활폐기물을 배출 할 때 5천원을 받아

스티커를 붙여왔습니다. 시중에서 약 3천원에 파는 스티커를 말입

니다.

원고 대리인 (일어나며) 근거 없는 진술입니다.

진우 빌라 입주자들의 서명서입니다. 입주자 80퍼센트가 망인이 평소

이런 행동을 상습적으로 해왔다고 서명했습니다.

원고 (울먹이며) 뭐라구요?
진우 계산해보면 스티커 한 장당 2천원, 망인이 근무한 11개월 동안 폐기물

처리건은 2317건으로 약 463만 4천원의 부당이득을 취해 온 것

입니다.

방청객들, 그 말에 크게 웅성댄다. 원고, 무너질 듯 떨고 있다.

석규, 진우의 말과 서류를 번갈아 신중히 확인하는데-

진우 이는 모두 망인의 따님이 올해 미대에 입학하여, 부담되는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망인이 자발적으로 한 행동입니다.

방청석에 앉아 있는 원고의 딸,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진우를 노려본다.

진우 따라서 사망의 원인인 간암은 과로와 무관하며, 망인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결과이므로 피고측에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냉정한 얼굴로 발언을 마치는 진우의 얼굴에서-

9. 경찰서장 집무실 / 낮

문을 열고 당당히 안으로 들어서는 인아. 뒤에는 고참 형사가 할 수 없이 따라와 서 있다.

경찰서장, 고참 형사와 눈이 마주치고는 꾸욱 참으며 일어서는데-

경찰서장 아니, 바쁘신 이 검사님께서 또 무슨 일로...

인아 도연동 고시텔 절도사건 현장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경찰서장 아~ 근데 그런 작은 사건은 저희한테 맡기시고

검사님은 티비에서 나오는 큰 사건 지휘하셔야 (하는데)

인아 사건에 크고 작음이 있다는 말인가요? 어떤 사건이든

발생하면 피해자가 늘 있다는 거 모릅니까?

경찰서장 저희 서에서만 살인에 강도, 강간, 폭력까지... 매일 쏟아지는

큰 사건들이 얼만지 모르십니까?

인아 (맞서서) 만약, 서장님 가족이 똑같은 절도 피해를 당했어도

작은 사건이라며 대충 하실 건가요?
경찰서장, 더는 대꾸 못하고 고참 형사를 괜히 노려보면, 고참 형사 머리 조아리는데-

인아 시민들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제일 먼저 응답해야 하는 게

경찰의 존재 이유입니다.

경찰서장 ...

인아 두 번 다시 저희 관할에서 똑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장 범인 잡아 오세요.

10. 경찰서 복도 / 낮

복도를 걸어가는 인아. 이때, 형사 하나를 붙잡고 애원하고 있는

김한나가 보인다. 20대 중반의 수수한 외모다.

김한나 제 돈 어떻게 되는 거예요? 저 그 돈 없으면 큰 일 나요!

형사 (성가셔서) 아이고, 범인 잡혀봐야 안 다니까요. 몇 번을 말해?

김한나 언제 잡히는데요? 잡으면 제 돈 찾을 수 있는 거예요?

인아 (김한나에게 다가가) 고시텔 절도사건 피해자세요?

김한나 (누구냐는 듯 보면)

인아 담당 검사입니다. 지금 현장 조사하고 오는 길이에요.

김한나 검사님이요? (인아 손 꼭 잡으며) 검사님, 제발 제 돈 좀 찾아주세요...

김한나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인아의 얼굴에서-.

11. 경찰서-휴게실 / 낮

커피 두 잔 가지고 들어오는 인아. 벤치에 앉아 있는 김한나에게 건넨다.

김한나 엄마 수술비에... 돈 되는 건 다 가져갔어요. 노트북에 반지까지..

인아 범인 잡아서 어머님 수술비 돌려 받게 해줄게요.

김한나 (고마움에 눈물 뚝뚝)

인아, 김한나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본다. 명찰에 ‘일호생명’이라 쓰여있다.


인아 일호 생명 다니나 봐요?

김한나 (씁쓸하게 웃으며) 인턴이에요. 이번 달 끝나면 딴 직장 알아봐야 해

요.

인아 (조심스레) 실적에 따라 정직원 채용되는 거 아니에요?

김한나 (허탈하게 웃으며) 요즘 인턴은 그냥 인턴일 뿐이에요. 회사가 어디든

6개월 이리저리 써먹다가, 씹던 껌처럼 버리면 그만이니까.

인아 (안쓰럽게 보는)

김한나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졸업했는데.. 어디부터 제 인생이 꼬여버렸는지...

인아 한나씨, 제가 범인, 꼭 잡을게요. 약속해요.

인아의 진심을 느낀 김한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머문다.

김한나의 손을 잡으며 다독이는 인아의 모습에서-

12. 법원 입구 / 낮

택시 멈추고 인아가 내린다. 서류파일 등을 품에 안고 급히 법원 건물로 향하는데-

인아 (통화하며) 반장님. 고시텔 주인한테 방범시설 규정대로 보강하라고

전하시구요. 사건현장 일대 야간 순찰 강화해주세요.

이때 인아의 품에서 펜이 떨어진다. 이를 법원에서 나오던 석규가 보고는-

석규 저...

정신없이 법원으로 들어가는 인아. 머쓱해하며 석규가 펜을 챙긴다.

이때 진우와 송 변이 법원 밖으로 나온다. 간발의 차이로 스쳐 지나가는 진우와 인아.

송변 에휴. 누구는 일에 치여 죽고, 누구는 일 못 구해서 죽고...

(잠시) 근데, 왜 갑자기 주민들이 등을 돌린 거야?

진우 거기 입주자 대표가 뒤가 구린 인간이에요. 난방비 문제 들추겠다고

하니까 바로 협조해줬어요.

송변 (머뭇거리다) 이렇게까지 해서 이겨야 하나?


진우 (일부러 화제 돌려) 지금 사무실 갈 거예요. 연 사무장님도 부르세요.

송변 지금? 어디다 얻었는데?

법원 앞에 서 있던 원고의 딸, 진우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는다.

석규, 가려다가 이를 지켜보는데-

원고 딸 (눈시울 붉어져서) 아까 한 말 다시 해봐. 다 아빠 책임이라고?

송 변, 원고 딸을 막으려 한다. 진우가 내버려두라는 의미로 손을 든다.

원고 딸 (울먹이며) 우리 아빠, 열심히 산 게 죄야? 자식은 당신보다

더 공부시키겠다고 밤낮없이 일한 게 죄냐구!

진우 (말없이 듣는)

원고 딸 우리 아빠... 뒷돈 챙기다 죽은 사람으로 만들면서까지 이기고 싶

었어?

진우 (잠시) 저도 유감입니다.

원고 딸 (그 표현에 더 화가 나는) 뭐?

진우 하지만... 어딘가에 분풀이 하고 싶다면 상대를 다시 찾으세요.

원고 딸 (울음이 터질 듯 노려보는)

진우 (냉랭한) 제가 아니라 일을 제대로 못한 당신네 변호사한테 가서

따지라구요. 아님, 이런 판결 나오게 만든 이 나라 법한테 따지시

던가.

그렇게 말하고 싸늘하게 돌아서는 진우.

원고 딸 (경멸에 찬 눈으로 진우의 뒷모습을 향해) 우리 아빠, 돈 많은 인간

비위 맞추며 하인처럼 일하다 개죽음 당했어!

진우 (멈칫) ...

원고 딸 당신처럼 돈만 아는 변호사가 우리 맘을 알아? 이게 당신들이 말

하는

정의냐고!!!!
원고 딸, 흐느끼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송 변, 본능적으로 원고 딸에게 다가간다.

석규, 진우를 보는데, 냉랭함 풍기며 그냥 가버리는 진우의 모습에서-

13. 법원 로비 / 낮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다. 잠시 후, 누군가 로비로 나오자 경쟁하듯 달려든다.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지면서 드러나는 컬러풀한 양복의 남자, 박동호다!

그 뒤로 편 사무장. 취재진이 박동호를 에워싸며 일제히 마이크를 들이댄다.

박동호 (가벼운 미소로) 법원에서 내린 판결은 무죕니더. 저희 의뢰인은

죄가 없습니더.

기자 1 현장에서 배철주씨와 같이 체포된 세 명에겐 마약투약 혐의로 실형이

선고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2 배철주씨 자택에서 주사기도 다량 발견 됐구요.

박동호 (여유롭게) 법정에서 모두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내려고 하자 박동호가 손을 들어 막으며-

박동호 중요한 건, 검찰의 과잉수사로 장래가 촉망되는 한 젊은이의 삶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겁니더.

그때, 로비에 배철주가 나온다. 취재진이 몰려들자 박동호와 편사무장이 배철주를

가드하며 앞으로 로비를 빠져나가는데-

14. 남규만의 차 안 / 낮

남규만, 태블릿PC로 배철주 관련 기사를 보고 있다. ‘마약파티에서 체포된 세현그룹

재벌 3세, 배 모씨 무죄 판결 받아!’ 그때 울리는 핸드폰. 받아들면-

남규만 안 그래도 뉴스 보고 있었다. 우리 에이스 믿으랬잖아.

박변만 출동하면 뭐든 깔끔하게 처리된다고.

배철주 (E) 앞으로도 종종 빌려 쓸게.


남규만 하여간 약쟁이 새끼. (끊는)

15. 일호그룹 외경 / 낮

도심 한복판에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는 일호그룹 건물.

건물 옥상에는 일호그룹 대형 홍보 간판이 보인다. ‘더 좋은 세상을 생각하는 일호그룹’

(일호로펌은 일호그룹 안에 있다는 설정.)

16. 일호로펌 안 / 낮

박동호와 편 사무장이 로펌 안으로 들어선다. 인포메이션을 지나 사무실로 향하는데-

직원들이 박동호를 보자, 일어나서 인사한다. 여유롭게 목인사로 답하며 지나가는 박동호

17.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안 / 낮

편 사무장이 문을 열어주면, 박동호가 안에 들어선다.

배철주, 배철주 부(60대 중반)가 앉아있다.

배철주 부 (반기며) 박 변, 어서 와. 애 많이 썼네.

박동호 (자리에 앉으며) 남규만 사장님 친구 분이라 신경 쪼매 더 썼습니더.

배철주 (가볍게 미소 짓는)

박동호 검사가 항소도 안 할 겁니더. 앞으로 이 일과 관련해 맴 푹 놓고

살아도 된단 얘기지요.

배철주 수고하셨습니다. 역시 일호로펌 에이스답네요.

박동호 (능글맞게 웃으며) 과찬이십니더.

배철주 부 남일호 회장이 아주 든든하겠어. 박변이 일호 들어온 뒤로,

규만이 단속도 잘 되고 있고....

배철주 (슬쩍 입꼬리 올라가는)

박동호 마, 변호사 안 보고 무탈하게 사는 기 제일 좋은 거지만서도...

어디 세상 일이 그렇습니꺼? 아드님 일이든, 회사 일이든 언제든

불러만 주이소.
자신만만한 박동호의 얼굴에서-

18. 일호그룹 대회의실 / 낮

‘일호그룹 사장단 회의’라고 붙은 플래카드. 연단에 위치한 남일호를 중심으로

‘일호푸드’, ‘일호홈쇼핑’, ‘일호전자’, ‘일호생명’, ‘일호물산’.... 등의 명패가 보인다.

일호생명에는 남규만과 부사장이 앉아 있고, 그 옆으로 ‘일호물산’에는 석주일이 보인다.

남규만은 석주일에게 형식적으로 목인사를 할 뿐, 여전 불편한 기색이다.

석주일, 남규만이 못마땅해 헛기침을 한다. 이때 남일호, 4분기 실적 그래프를 가리키며-

남일호 우리 일호그룹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27조, 영업 이익은 약 8조

이상 증가해 실적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사장단 모두 일제히 박수를 친다.

남일호 특히 일호생명의 성장이 괄목할 만합니다. 단숨에 업계 2위로

만들어 놓은 일등공신 (하는데)

그 말에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남규만. 그런데-

남일호 강만수 부사장.

남일호의 손과 시선이 부사장쪽으로 향하면, 사장단 박수의 방향이 부사장에게 몰린다.

민망함에 어정쩡한 자세로 부사장을 향해 박수를 치는 남규만.

석주일, 그런 남규만을 보며 피식 비웃는다. 자리에서 일어나 답례를 올리는 부사장.

석주일 (부사장 가까이) 짧은 시간에.. 정말 대단하십니더.

부사장 과찬이십니다.

석주일 저희 일호물산도 은제든 부사장님 뫼실 수 있도록 문 활짝

열어 두겠습니더.
석주일에게 미소로 답하는 부사장. 자리에 앉아있는 남규만, 모멸감에 손이 부르르 떨린다

19. 남규만 집무실 / 낮

집무실로 돌아온 남규만이 순식간에 책상을 엎어버린다.

안 실장 크게 놀라지도 않고 자연스레 물건들을 줍기 시작하는데-

남규만 (넥타이 풀어 제끼며) 아우. 아버지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갈아

마셔버리는 건데...

안 실장 (물건들 주우며) 그래도... 능력 없는 것보다는 낫잖아.

남규만 (순간 노려보며) 야, 너 지금 부사장 편드냐?

안 실장 (당황해서 멈추고는) 아니... 그니까 내 말은 (하는데)

남규만 (말 자르며) 아버지가 오냐오냐 해주니까.. 이젠 지가 오너라도

되는 줄 알고 설친단 말야.

안 실장 (눈치 보다 다시 물건들 주우며) ....

남규만 암튼... 내 눈에 작은 먼지 하나라도 띄기만 해봐.

20. 진우의 차 안 / 낮

도로를 달리고 있는 진우의 차. 높은 빌딩들로 즐비한 도심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진우가 운전하고, 연 사무장이 조수석, 송 변은 뒷좌석에 앉아있다.

송변 (가운데로 얼굴 들이밀며) 여기에 사무실 얻었다고?

임대료 장난 아닐 텐데. (연 사무장에게) 사무장님은 알고 있었어

요?

연 사무장 나도 몰랐지. (진우에게)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21. 옥탑 사무실 건물 앞 / 낮

주변의 높다란 신식 건물과 대비되는 허름한 건물.

그 앞에 서 있는 세 사람. 송 변의 표정은 이미 실망으로 가득하다.


송변 그럼 그렇지... (주위를 둘러보더니) 엘리베이터는?

진우 계단은 저 쪽이에요.

먼저 들어가는 진우. 연 사무장도 진우 뒤를 따른다. 송 변, 마지못해 따라가는데-

22. 옥탑 사무실 / 낮

계단을 올라오느라 지친 얼굴로 옥상 문을 힘겹게 여는 송 변.

송 변 얼굴에 낭패감이 퍼진다. 오래된 건물 꼭대기에 있는 낡은 옥탑이다.

송 변이 사무실 문을 건드는데, 문짝이 툭하고 쓰러진다.

송변 서 변이 착각했나 봐. 잘못 올라왔어. 빽! 다시 빽! (돌아가려는데)

진우 여기가 우리 사무실이에요.

송변 하하, 우리 서 변이 이젠 농담도 하네? 이거 몰래카메라지? 그치?

연 사무장 (주위 둘러보더니) 알 것 같다. 자리 잘 잡았네.

진우 (연 사무장 보며 고개 끄덕이는)

송변 또 둘이서만 짝짝꿍한다. 나만 자꾸 왕따시키지? (진우에게) 뭔데? 응?

(연 사무장 보고) 뭘 알 것 같은데요~ 나도 알려줘!

진우와 연 사무장, 송 변을 무시하고 잡동사니들을 치우기 시작한다.

송변 (삐져서) 에이, 더럽고 치사해서 안 한다! 안 해! 배 째!!

송 변, 평상 위로 엎어져 배 째라는 듯 눕는다. 이에 송 변의 등짝을 후려치는 연 사무장.

연 사무장 이 화상아, 밥값을 못하면 진상 짓은 말아야지.

송변 (울먹이며) 왜 나만 미워해요!

그런 송 변과 연 사무장을 보고는 피식 웃는 진우의 모습에서-

23. 진우의 집 앞 / 밤
진우의 집 앞으로 걸어가는 인아. 대문 앞에는 우편물이 잔뜩 쌓여있다.

대문을 열어보려는 인아. 하지만 굳게 닫혀있다. 인아의 걱정스러운 얼굴 위로-

인아 (E) 내가 아저씨 무죄 밝혀줄 진짜 변호사...

인서트>

과거 4년 전. 4부 68씬 장례식장 상황. 진우가 인아를 싸늘하게 노려보고 있다.

인아 꼭 찾아줄게. 가지 마.

진우 그런 변호사는 없어. 절벽 끝에 서 있던 우리 아버지. 밀어 버린 게

변호사야.

인아 (안타까운) 진우야...

진우 죄 없는 사람이 사형수가 되는 게 법이야? 왜 내가 살인마 아들인데?

난 그냥 우리 아버지 아들인데, 대체 왜! 내가 살인마 아들이냐구!

왜!!

인아 (대답하지 못하고) ....

진우 사람이 왜 약해지는지 알아? 잃을게 있어서 그래. 소중한 게 남아

있어서 그래. (잠시) 난 이제 잃을 게 없어.

처참한 얼굴로 캐리어 끌고 가는 진우. 인아가 그런 진우를 차마 붙잡지 못한다.

인아, 떠나가는 진우의 뒷모습을 슬픈 얼굴로 본다.

/다시 현재. 굳게 닫힌 문을 심란한 얼굴로 보고 있는 인아.

인아 얘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24. 옥탑 사무실 / 밤

어둡고, 아무도 없는 옥탑 사무실, 아직 집기류가 들어오지 않아 휑하다.

화면, 불빛이 희미하게 들어오는 공간으로 파고 들어가면-

25. 옥탑 사무실-비밀의 방 / 밤
작은 방 안에서 진우가 뭔가를 붙이고 있다. 진우의 손끝을 따라 가면 벽 전체가

각종 자료들도 가득 채워져 있다. ‘남씨 일가 가계도’ ‘일호그룹 계열사’ ‘일호생명 조직도’

‘일호로펌 변호사 리스트(박동호 사진 포함)’ ‘서촌여대생 관련 신문기사들’

남규만을 몰래 찍은 사진들도 보이고, 그 밑으로 일호생명 부사장 사진도 언뜻 스치는데-

26. 인아의 집 / 밤

인아 부는 뉴스를 보고 있고, 인아 모는 주방에서 설거지 중이다.

인아 부 옆에서는 스마트폰 게임을 하며 과자를 먹고 있는 연지가 보인다.

인아 (지친 목소리로) 다녀왔습니다.

인아 모 (고무장갑 낀 채로 헐레벌떡 다가와) 아이구~ 우리 이 검, 왔어?

그 말이 듣기 싫어 귀를 꽉 막는 인아. 게임 중이던 연지도 인아모를 흘기며 바라본다.

인아 부 인아가 그렇게 부르지 말래두...

인아 모 아니, 검사한테 검사라고 하는 게 뭐가 잘못이야~ 그럼 영감님이

라고

부를까? 드라마 보니까 검사한테 다~들 그렇게 부르더만.

연지 (고개 절레절레 흔들며) 우리 김 여사를 누가 말려.

인아 부 누가 보면 당신이 검사된 줄 알겠어. 너무 그러면, 동네 사람들도

지 자식 자랑만 한다고 수군거려.

그러거나 말거나 핸드폰을 들고 인아에게 보여주는 인아 모. 남자 사진이다.

인아 모 봐봐. 너 검사되니까 중매쟁이들이 줄을 선다. 줄을 서.

인아 (살려달라는 듯 인아 부를 쳐다보는) ..아빠...

인아 부 애 아직 어린데 왜 시집 못 보내서 안달이야?

인아 모 아니 이번엔 의산데 잘생기기까지 했다니까.

인아 나 한 달에 처리하는 사건만 천 건이 넘어. 일할 시간도 모자라.

인아 모 (계속 핸드폰 들이밀며) 에이, 암만 바빠도 연애는 해야지!


그 모습을 흘겨보며 고개를 흔드는 연지.

27. 서울중앙지검 외경 / 낮

28. 서울중앙지검 로비 / 낮

수수하게 차려입은 인아가 입구에 들어선다. 신분증 대고 게이트를 통과하려는데-

옆 게이트에서 여경도 통과하고 있다. 화려한 정장을 입고 있는 여경.

의경의 경례에 고개 숙여 답하는 인아와 달리, 여경은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지나간다.

여경 (툭 내뱉듯) 너, 어제는 경찰서까지 갔다며?

인아 (맞서며) 어. 간 김에 서장까지 만나고 왔다. 왜?

여경 (어이없고) 현장에, 경찰서까지 드나들 거면, 형사하지 왜 검사해?

인아 남이사 형사를 하든 검사를 하든... 뭔 상관?

쌩하니 돌아서 가려는 인아. 어이없는 여경. 이때-

석규 여경아!

여경과 인아가 보면, 석규가 환히 웃으며 둘의 곁으로 오고 있다.

여경 오빠 좀 늦는다며.

석규 일이 일찍 끝났어. (인아에게) 안녕하세요. 요즘 많이 바빠

보이시던데요?

인아 (머쓱해 하며) 사건들 맡을 때마다 매번 만만치 않네요.

여경 (인아가 신경 쓰여서) 오빠, 나 커피 사준댔잖아.

여경이 석규를 잡아끌고 걸어가는데. 석규, 인아에게 가볍게 인사한다.

인아도 가볍게 미소 지으며 반대쪽으로 걸어간다.

29. 서울중앙지검 야외 휴게실 / 낮


여경과 석규, 커피를 마시며 걸어오고 있다.

여경 둘이 친해?

석규 누구?

여경 이인아 검사.

석규 그냥 오다가다 인사하는 사이야.

그때, 근처에서 탁영진의 버럭하는 소리가 들린다.

탁영진 (E) (버럭) 니가 무슨 검사야?

석규와 여경, 고개를 돌려보면- 열중 쉬어 자세로 고개 숙이고 있는 인아가 보인다.

탁영진 검사하려고 청춘 다 바쳐 끔찍한 공부 한 거 아냐?

인아 (고개 푹 숙이고 있는)

탁영진 (버럭) 형사들이 조서 쓴 거 못 믿어서 걸핏하면 현장 나가고, 일일이

다 확인하고! 지난 주엔 형사들 잠복근무까지 따라 나갔다며?

지금 관할서에서 불만사항 민원 넣고 난리도 아니야!

인아 (당당히) 검사라고 현장 나가지 말라는 법은 법전에 없는 걸로 압니다.

탁영진 야. 법 너만 배웠어? 업무분담 말하는 거잖아. 업무분담! 형사는

현장에서 운동화 밑창 떨어질 때까지 범인 잡고, 검사는 수사 지휘

해서

판사 책상 앞에 무사히 납품하고! 응?

인아 (가만히 듣는)

탁영진 이렇게 각자의 나와바리가 있다는 거 아는 놈이 현장에 기어코 나가는

이유가 대체 뭐야?

석규, 인아의 대답을 기다린다. 여경, 그런 석규의 얼굴을 쳐다보는데-

인아 사람이라서 그렇습니다.

탁영진 뭐?

인아 수사는 결국 사람이 하는 거고... 형사도 사람이고...


사람이면 언젠가는... 실수를 하고 놓치기도 하는 법입니다.

석규, 인아의 진지한 모습에 시선 간다.

인아 잘못된 판결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 남구요.

저 그거 막고 싶어서 검사된 겁니다. 저 현장 계속 나갈 거예요.

탁영진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다.)

인아 대신 검찰로서 품위는 지키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씨익- 미워할 수 없는 미소를 짓는 인아. ‘어이구 이걸’ 하는 느낌으로 보는 탁영진.

석규도 옅은 미소를 짓는다. 그 모습 보던 여경은 괜히 신경이 쓰이는데-

30. 단란주점 외경 / 밤

일호생명 근처에 위치한 단란주점 건물이 보인다.

31. 단란주점 화장실 / 밤

김한나가 세면대 앞에서 연거푸 세수를 하고 있다.

잠시 후, 세면대를 붙잡고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김한나 (양 볼을 가볍게 치면서) 김한나, 정신 차리자.

32. 단란주점 / 밤

회식자리가 한창이다. 부사장이 상석에 앉아있고- 김한나가 들어오자, 남자 직원 한 명이

호들갑을 떤다.

남직원 아이고, 한나씨 어디 갔다 이제 온 거야? 여기 비었으니까 얼른 와~

김한나 (부사장 옆자리 빈 걸 보고) 네?

남직원 (머뭇거리는 김한나에게) 부사장님한테 잘 보이면 좋잖아? 안 그래?


남직원, 김한나를 끌어 당겨 부사장 옆에 앉힌다.

당황한 김한나. 별 수 없이 부사장에게 살짝 목례하며 앉는다.

부사장 (웃으며) 괜찮아요?

김한나 (치마를 더 내리며 어색한 미소) 네...

이때 폭탄주를 만들어 부사장과 김한나에게 건네는 남직원.

남직원 자자~ 러브샷 들어갑니다!

부사장과 김한나가 괜찮다며, 손사래 치는데, 남직원이 바람을 넣기 시작하자-

직원들(모두)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 쭉쭉쭉쭉!

직원들 시선이 둘에게 쏠리며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남직원, 김한나에게 어서 하라며

눈치 준다. 할 수 없이 러브샷을 하는 김한나와 부사장. 직원들 환호하는 모습에서-

33.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밤

소파에 앉아 캔 맥주를 마시는 박동호, 그 앞에 석주일.

석주일 남규만 딱가리는 할 만 하드나?

박동호 (되받아치듯) 남일호 회장 시다바리는 괘안습니꺼?

석주일 (쓰게 웃으며) 맞다, 우리 둘 다 꼬봉이다. 그래두 내는 사장 명패

달았고, 니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비싼 변호사 아이가?

석주일, 캔 맥주 한 모금 삼킨다.

석주일 술이 말이다. 어느 날은 쓰고, 어느 날은 달짝지근하고...

박동호 (따라 한 모금 삼키며 말 이어받아) 어느 날은 한 잔만 마셔도 가뿔고...

어느 날은 병나발을 암만 불어도 말짱하고!


쿵짝이 잘 맞는 박동호와 석주일. 서로를 바라보며 씨익 웃는다.

석주일 (지긋이 바라보며) 왜 그런 거 같나?

박동호 술맛은 그대론데... 이 혓바닥이 간사해서 그러는 겁니더.

석주일 혀로 돈 쓸어 담는 변호사 양반이 그런 소리 하면 욕 먹는다 안카나?

박동호 (쓰리게 웃더니) 그 놈아도 변호사 됐다캅니더.

석주일 그 놈이 누꼬?

박동호 지가.. 딱 한번 진 재판에... 그 놈아 말입니더.

그 말에 석주일, 조금 놀라고. 쓰리게 맥주를 넘기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34. 경찰서 / 밤

경찰서에 김한나가 뛰어 들어온다. 맨발에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눈물범벅이 된 상태!

치마도 찢어져 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울먹이고 있는 김한나.

놀란 형사들이 한 걸음에 달려와 김한나를 부축하는데-

35. 단란주점 지하주차장 / 밤

운전석 차안에서 잠들어있는 부사장. 이때, 거칠게 차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놀란 부사장의 얼굴. 비몽사몽인 채로 차문을 여는데, 다짜고짜 수갑을 채우는 형사.

형사 강만수씨, 당신을 김한나씨 성추행 혐의로 체포합니다.

부사장 네?

형사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황당함에 저항 한 번 제대로 못하고 그대로 끌려가는 부사장의 모습.

36. 서울중앙지검 / 낮

날이 밝았다.
37. 탁영진 검사실 / 낮

탁영진 책상에 사건 파일을 탁 올려놓는 인아. 뭔가 비장한 얼굴이다.

인아 이 사건 저 주십시오.

탁영진 이거 피의자가 일호생명 부사장이야. 언론에서 벌써 냄새 맡고

펌프질하고 있어. 니 짬밥으론 감당 못 해.

인아 감당합니다. 주세요.

탁영진 안 되면 안 되는 줄 알아!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리는 탁영진. 인아, 물러섬 없는 얼굴로 뒤따라 나간다.

38. 서울중앙지검 남자 화장실 / 낮

소변을 보고 있는 탁영진. 그때, 인아가 거침없이 들어오더니 탁영진 옆에 선다.

옆에서 소변 보고 있는 남자들도 얼음처럼 일제히 굳는다.

탁영진 (깜짝 놀라 몸을 소변기에 밀착하며) 야! 여길 왜 들어와? 안 나가?

인아 저 잘 할 수 있습니다!

탁영진 너 말귀 못 알아듣는 애였냐?

옆의 남자들, 서둘러 마치고 모두 밖으로 나가면- 탁영진, 급히 바지를 추스른다.

탁영진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인아 성추행 당했다는 인턴, 도연동 고시텔 절도 사건에서 만난 피해자에요.

탁영진 뭐?

인아 김한나씨, 힘든 일 생기면 제가 도와준다고 약속했어요. 이거 제 손으로

해결 못하면... 검사하는 동안 내내 한으로 남을 거 같아요.

탁영진, 고개 돌려 인아를 본다. 간절한 인아의 얼굴.

39. 옥탑 사무실 / 낮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진우가 신문을 들고 사무실로 내려온다. 송 변, 콧노래 부르며

연 사무장에게 커피를 건넨다. 송 변이 진우에게도 다가와 깍듯이 커피를 건넨다.

진우 (테이블에 신문 내려놓으며) 이 사건 좀 알아봐요.

‘일호생명 부사장 강모씨 성추행 혐의 입건’ 이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송변 (의아한 얼굴로) 이거 하게?

진우 (차분히 커피를 마시며) 역시 송 변 커피가 최고네요.

송변 당연하지. 근데, 아무리 서 변이라도 이건 힘들어. 매스컴에서 이미

두들겨 맞은 사건은 90프로쯤 지고 시작하는 재판이라구.

(연 사무장에게) 우리 사무장님 생각은 어때요?

연 사무장 (곰곰이 생각하다) 서 변 생각이 곧, 내 생각이지.

진우 (말없이 미소 짓는)

송변 (일어서며) 뭐야, 이번에도 나만 따야? (진우의 커피 잔 뺐으며)

서 변 그만 마셔. (사무장 커피도 뺐으며) 사무장님도~

연 사무장 으이구.. 이런 쫌생이. 그래, 다 마셔서 속 새카매져 버려라~

송변 가만... 이거 일호생명이잖아. 당연히 일호로펌 갈 텐데?

신문의 기사를 내려다보며 여러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한 진우의 얼굴에서-

40. 남일호 저택 / 낮

남일호, 남규만, 여경이 식사를 하고 있다. 가사도우미가 음식들을 나르고 있다.

여경 다른 사건도 아니고 부사장님이 성추행? 말도 안 돼. 아빠 그죠?

남일호 (여경 무시하고, 남규만에게) 회사 분위기는 잘 단도리 하고 있냐?

남규만 그럼요. 문제없습니다.

여경 (남일호에게) 아빠, 부사장님 걱정은 안 돼요?

남일호 (덤덤히 밥을 먹으며) 한 번 때 탄 사람은 다시 곁에 두는 게 아니야.

남일호의 대답에 말문이 막힌 여경.


남규만 (엷은 미소로) 그래도 20년 넘게 우리 그룹에 인생 바친 분이신데....

좋은 변호사 써서 잘 해결하겠습니다.

남일호 이 일로 힘들게 쌓은 회사 이미지, 망가지는 일 없도록 해.

남규만, 고개 끄덕이며 식사를 이어간다.

41. 교도소 외경 / 낮

42. 변호사 접견실 / 낮

진우가 접견실에 앉아 있다. 잠시 후, 서재혁이 들어온다.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서재혁 새로 온 변호사님입니까? (진우를 유심히 보며) 기억엔 없지만...

그래도 저한테 참 좋은 사람이었다는 느낌이 드네요.

진우, 애써 슬픔을 참으며 옷깃 사이에 있던 어머니의 반지 목걸이를

서재혁의 손에 쥐어준다. 가만히 들여다보는 서재혁.

서재혁 이게... 어디서 많이... 본... (두 눈이 커지며) ...진우야!!!

서재혁, 그제서야 진우의 두 손을 꼭 잡는다.

서재혁 진우야.. 미안하다. 미안해. 내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도 몰라보고...

진우 아냐. 난 괜찮아. 이렇게 아버지 손, 잡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서재혁 근데 왜 이렇게 야위었어. 공부 많이 힘들지? 그니까 왜 변호사

된다고 그래서...

진우 아냐. (옷깃의 변호사 뱃지 보이며) 아버지, 나 변호사 됐어.

서재혁 (환히 웃으며) 뭐? (뱃지 다시 보며) 우리 아들이 해냈구나!!

드디어 해냈어!! (진우의 두 팔을 잡고 기쁨에 환호하는)

하지만 진우의 표정에는 그늘이 스치는데- 애써 웃어 보이는 진우.

그런데 크게 기뻐하던 표정의 서재혁- 순간 표정이 멍해졌다가 금세 굳어진다.


진우의 팔을 천천히 내려놓는다.

서재혁 ... 진우야. 아빠 저번에도 이런 적 있지? 맞지?

진우 (애써 거짓말하며) 아냐. 없어. 오늘 변호사 자격증 나와서

아버지 만나러 온 거야.

서재혁 (고개 저으며) 아냐. 너 저번에도 뱃지 보여줬잖아. 변호사 됐다고.

진우 ...아빠, 이제 나만 믿으면 돼.

서재혁 (눈시울 붉어지는)

진우 (E) (서재혁의 손을 감싸 쥐며)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어.

아빠, 이제 시작이야.

43. 납골당 외경 / 낮

44. 납골당 / 낮

고요함이 흐르는 공간. 화면, 칸칸이 납골함을 훑다가 멈추면,

검은 양복의 진우가 보인다. 어머니의 반지 목걸이를 올려놓았다.

진우 (덤덤히 엄마와 형의 사진을 바라보는)

그때, 먼발치에서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가 들린다.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박동호가 걸어오고 있다! 옆에는 편 사무장이 있다.

박동호 하필이면 부모님 기일도 같고.... 우리 인연 참 드럽제?

진우 (가만히 보는)

박동호 오늘 여 오면 니 만날 거 같아서 안 올라 그랬다. 근데... 기일이

지나서 오는 건 불효 아이가? (잠시) 변호사 됐다면서?

진우 네.

박동호 아버지는 어떻노?

진우 (그 말에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박동호 변호사 됐으니까... 이제 아버지 꺼낼 기가?

진우 (여유 있게 미소 짓는) 일단, 돈부터 벌고요. 힘들게 변호사 된 거니까.


뜻밖의 대답에 박동호의 표정이 굳는다. 진우, 명함을 꺼내 박동호에게 건넨다.

진우 사무실 개업했어요.

박동호, 명함 보면 ‘이기는 진실이 되어 드립니다. 변호사 서진우’

45. 진우의 차 안 / 낮

진우, 심란한 얼굴로 운전하다가 갑자기 핸들을 확 돌리며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46. 갓길/낮

차문을 쾅 닫고 나오는 진우. 먼 곳을 굳은 얼굴로 응시하는데-

인서트>

4부 61씬의 박동호 사무실 앞.

진우, 분노로 박동호 앞에 가더니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휘청 박동호의 머리가 돌아가는데-

진우 (소리치는) 이번만큼은 유죄라고 생각하면서 변호하기 싫었다며!

박동호 (터진 입술 말없이 훔치는)

진우 당신은 정아 누나 죽인 놈보다 더 나쁜 놈이야!

박동호 진우야. 니 아버지 아직 살아있다. 니 아버지 죽기 전까지 재판은

끝나지 않은 거다.

진우 (그 말에 분노로 노려보는)

박동호 니 아부지 살릴 사람은... 그래도 변호사다. 어쩔 수 없다.

진우 아니! (절규하는) 이제 변호사 따윈.. 믿지 않아! 어느 누구도!

박동호 (마음이 저리는) ....

진우 당신이 시작한 일... 내가 끝낼 거야. 내가 우리 아버지 구할 거야.

그렇게 말하는 진우의 얼굴에 절박함이 묻어난다.


/다시 현재, 미동 없이 차갑게 빛나는 진우의 눈빛에서-

47. 일호그룹 외경 / 낮

48. 일호로펌 복도 / 낮

복도를 걷고 있는 박동호와 편 사무장.

편 사무장 진우 말입니더... 뭐랄까 꼭 행님 같았습니더.

박동호 나 같았다꼬?

편 사무장 옛날에.... 행님이 변호사 딱지 막 달았을 때 말입니더.

온갖 사건 다 맡고 댕기지 않았습니꺼?

박동호, 진우 생각하며 자신의 사무실로 향한다.

49.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낮

편 사무장이 문을 열면, 박동호의 집무 의자에 남규만이 보란 듯이 앉아 있다.

얼굴이 굳는 박동호.

남규만 많이 바쁘신가 봐요?

남규만에게 목례하고는 나가는 편 사무장.

남규만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박변처럼 변호사 오래하면 의뢰인이 무죄인지

유죄인지... 한눈에 보고도 알 수 있나?

박동호 사람 속을 우째 알겠습니꺼?

남규만 (잠시) 사건 들으셨죠? 그래서 말인데... 박 변이 부사장님 변호 좀

맡아줘요.

차분히 남규만을 바라보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50. 일호그룹 건물 앞 / 낮

편 사무장, 밖으로 나와 두리번거린다. 한 쪽에 쪼그려 앉아있던 안 실장이 손 흔들며-

안 실장 형! 여기에요!

편 사무장이 다가오자 안 실장, ‘부사장 성추행 관련 재판자료’ 서류파일을 건넨다.

편 사무장, 서류파일 챙기는데, 안 실장이 품속에서 호빵 하나를 꺼내며 웃어 보인다.

안 실장 짜잔!

편 사무장 (좋아하며) 이야, 역시 겨울엔 호빵이재!

안 실장 (호빵 반으로 쪼개며) 지갑을 차에 두고 와서 하나밖에 못 샀어요.

편 사무장 괘안타. 우린 콩 한 짝도 나눠먹는 사이 아이가.

편 사무장, 호빵을 받아 한 입 먹으려는데, 팥 앙금이 튀어나와 화들짝 놀란다.

편 사무장 핫 뜨거!

안 실장 형! (떨어지기 직전의 팥 가리키며) 팥! 팥!

편 사무장 (재빠르게 주워 먹는)

안 실장과 편 사무장, 서로를 보고 씨익 웃으며 사이좋게 쪼그려 앉아 호빵을 먹는다.

안 실장 글쎄, 나 어제 또 남규만 그 자식한테 멱살 잡혔잖아요.

일 똑바로 안 하냐고. 자기 할 일을 왜 나한테 시켜? 내가 지 똥개

야?

편 사무장 똥개라니. 우리 안 실장 정도면 명품견이재.

안 실장 그니까! 솔직히 나 아니면 벌써 끝났을 놈이잖아요. 맨날 술이나

먹고, 여자나 옆에 끼고 있는 놈이 뭘 할 줄 알겠어.

편 사무장 (어깨 다독이며) 동상, 니가 고생이 억수로 많다.

안 실장 내가 진짜 매일 남규만 저 파파보이만 생각하면... 아오!

(화 삭히며 호빵 먹고) 형은요? 형도 말해 봐요.

편 사무장 (사람 좋게 웃으며) 내는 없다. (얄밉게 호빵을 한 입에 다 넣는)


그 모습에 말문이 막히며 괜히 억울한 안 실장의 얼굴에서-

51.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낮

박동호가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그때 편 사무장이 들어온다.

편 사무장 재판 자료 받았는데 이름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더.

박동호 (보면)

편 사무장 사건 담당 검사가 말입니데이. 쪼매 깔짝지근합니더.

박동호 와?

편 사무장 행님도 아는 사람입니더. 서울중앙지검...

다음 말 기다리는 박동호의 얼굴 위로, 진우의 목소리가 깔린다.

진우 (E) 이인아 검사라구요?

52. 단란주점 지하주차장 (현재 과거 교차)

화면 가득 진우의 놀라는 얼굴. 화면 뒤로 빠지면 진우와 송 변이

단란주점 지하주차장에 서 있다. 송 변은 사건 파일을 들고 있다.

송변 봐봐 여기 재판 자료에 나와 있잖아. 이인아 검사라고.

(진우 기색 보고) 혹시 아는 검사?

진우 아니에요. (송 변이 들고 있던 재판 파일을 뺏어드는)

송변 하기야 서 변이 여검사를 알 리가 있나? 글쎄 내가 대검부터 지검까지

여검사 리스트는 쫙 꿰고 있거든. 내 데이터에 없는 걸 보니 딱 초

짜네.

송 변을 내버려두고, 현장을 둘러보는 진우. 파일을 읽어가며 당시 상황을 유추해본다.

진우 술에 취한 부사장을 피해자 김한나가 주차장까지 부축해서 나온다.


-이하, 진우의 설명과 함께 과거 상황이 재연된다.

부사장 차량이 주차 되어 있다.

진우 (E) 김한나가 부사장을 부축하고 들어서면.

잠시 뒤, 주차장에 김한나가 부사장을 부축하고 들어선다.

진우 (E) 두 사람이 부사장의 차에 탄다.

부사장과 김한나가 차량 앞좌석에 탄다.

진우 (E) 잠시 후, 성추행 당한 김한나가 차에서 뛰쳐나온다.

차량이 들썩거린다. 잠시 후, 치마가 찢긴 모습으로 조수석에서 튀어 나오는 김한나.

그대로 주차장 밖으로 뛰어나간다. 과거 상황 재연 끝.

고심하고 있는 진우의 얼굴에서-

53. 단란주점 입구 / 낮

인아와 수사관, 형사까지 서넛이 단란주점 입구에 들어선다.

54. 단란주점 지하주차장 / 낮

여전히 수다를 떨고 있는 송 변.

송변 근데 이거... 일호로펌 박동호 변호사가 맡았잖아. 이러고 조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모르겠네. 사건 뺏어올 거 아니라면...

그때, 주차장 출입구 쪽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이 검사님 이 쪽입니다.’하는 소리 들리고-

진우, 송 변을 붙잡아 코너로 몸을 숨긴다. 인아와 형사들이 한꺼번에 내려온다.


주차장을 둘러보는 인아. 천장에 달려있는 CCTV가 눈에 들어온다.

인아 CCTV 화면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거죠?

형사 2 네. 사건 발생 장소가 사각지대라서.

인아 그럼 사건 발생시간에 주차장 출입했던 모든 차량 전수 조사하세요.

차량에 있는 블랙박스 확보해서 걸리는 거 있으면 다 긁어오시구

요.

형사들에게 지시하는 인아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보고 있는 진우 모습에서-

55. 옥탑 사무실-비밀의 방 / 낮

‘일호 생명 조직도’에서 밑에 있는 ‘김준식 부장’의 사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진우.

56. 구치소 변호사 접견실 / 낮

박동호가 부사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동호 그니까... 회식이 끝나고 김한나의 부축을 받아서 주점 밖으로

나온 것까지는 기억한다는 겁니꺼? 눈 떠보니 차 안이었고?

부사장 그렇습니다.

진위를 확인하듯 부사장 얼굴을 살펴보던 박동호. 그러더니-

박동호 지는 팩트에는 관심 없습니더. 다만 작전 짜는 데는 팩트가

중요합니더.

부사장 기억에는 없지만...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박동호 기억에 없다라...

인서트>

3부 18씬. 구치소 변호사 접견실.

박동호, 진우와 서재혁의 모습을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


서재혁 변호사님. 머리에 기억되지 않아도... 마음에 새겨지는 기억이 있습니다.

박동호 (보는)

서재혁 제 말이 우습게 들릴 겁니다. 이렇게 밖에 말하지 못하는 저도

괴롭습니다. 하지만 죽은 정아를 떠올릴 때마다 죽이지 않았다는

느끼는데 어떡합니까! 전... 죽이지 않았습니다. (눈시울 붉어지며

절 믿지 못하겠으면 변론 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시 현재다. 부사장을 보던 박동호, 입을 연다.

박동호 (부사장에게) 알겠습니더. 법정에서 보입시더.

57. 카페 / 낮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진우.

이때 김 부장(55씬의 남자)이 호들갑을 떨며 진우 곁으로 다가온다.

진우 (반갑게 일어나 악수하며) 부장님, 못 뵌 사이 얼굴이 더 좋아지셨네요.

김 부장 이게 다 서 변 덕분이지 뭐. 그때 세입자 문제로 골치 썩었는데,

서 변이 통쾌하게 이겨줬잖아.

진우 (미소 짓는)

김 부장 근데 여긴 어쩐 일이야?

진우 근처에 일이 좀 있어서요. (조심스레) 부사장... 구속 됐다면서요?

김 부장 아휴, 말도 마. 여직원들 죄다 들고 일어나서 남자들은 찍소리도

못 해.

진우 남규만 사장도 골치 좀 아프겠어요?

김 부장 글쎄...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진우에게 바짝 다가가서는 조심스레 얘기를 시작하는 김 부장의 모습에서-

58. (과거) 남규만 집무실 / 낮


남규만과 부사장이 앉아 있고, 김 부장은 둘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테이블에 놓인 서류에 쓰여있는 ‘보험사별 민원공시’

부사장 지난 분기 보험사들 중 우리 회사 민원 건수가 제일 높다는 말일세

..

남규만 기업이 실적 올리려다 보면 잡음이 일어나는 건 당연하죠. 이런 문제

해결하려고 TF팀도 만든 거 아닙니까?

부사장 그래도 이렇게 묻지마식 영업을 계속하면 우리 회사 이미지가 (하는데)

남규만 (말 끊으며) 부사장님. 이 회사 사장은 나, 남규만이에요. 그깟 소비자들

불평불만 무서워서 팔짱 끼고 있을까요?

부사장 (남규만 무겁게 바라보며) ...

남규만의 얼굴이 무서울 정도로 굳는다. 김 부장, 둘 사이 좌불안석하고 있는 모습에서-

59. 카페 / 낮

얘기를 다 마친 부장, 목이 타는 듯 음료를 원샷한다.

부장 부사장님, 다 좋은데... 늘 옳은 말을 곧이곧대로 하시는 게 문제야.

뭔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진우의 얼굴에서-

60. (몽타주) 일호생명 / 낮

- 여성 휴게실/ 인아가 일호생명 여직원들을 일 대 일로 대면 조사하고 있다.

한 명씩 다른 여직원들이 휴게실로 들어와 인아에게 진술한다.

수첩에 여직원들의 진술 내용을 메모하고, 녹음도 하고 있는 인아.

- 구내식당/ 여직원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로 가 인사하며 명함을 건네는 인아.

부사장의 평소 행동이나 습관에 대해 물어보고 있는 인아의 모습에서-


61. 일호생명 엘리베이터 안 / 낮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인아. 그러다 엘리베이터가 멈춘다. 남규만이 들어선다.

3층을 누르는 남규만. 남규만 얼굴을 보고 인아, 얼굴이 굳어지는데-

인서트>

3부 74씬의 상황. 동영상에서 오정아 살해를 실토하고 있는 남규만.

남규만 지 주제도 모르고... 나 뚜껑 열리면 어떻게 되는 지 모르냐?

배철주 그래서 죽였어?

남규만 걔가 먼저 내 얼굴 확 그었거든?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을지 내가

알았겠냐?

/ 다시 현재. 인아의 눈빛이 흔들린다. 남규만이 인아를 위아래로 음흉하게

훑어보다 문이 열리자 내린다. 남겨진 인아의 얼어붙은 얼굴에서-

62. 옥탑 사무실 / 밤

창밖을 보고 있는 진우. 건너편 건물을 바라보는데, 점점 의미심장해지는 얼굴.

진우가 보는 시야 너머로 일호로펌이 보인다. 외벽에 달린 일호로펌 간판.

연 사무장 (다가오며)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거야?

진우 (그 의미 곰곰이 되뇌며) 시작이라....

진우, ‘더 좋은 세상을 생각하는 일호그룹’ 이라는 대형 간판을 본다.

진우 ...시작은 이미 4년 전에 했어요.

63. 인아의 검사실 / 밤

인아의 재판 준비 모습들. 성추행 사건 개요도를 슬라이드 화면으로 띄워놓는다.

사건 현장인 주차장 사진들. 김한나의 진술서 녹취록들을 놓고 고심 중인 모습.


64. 서울중앙지검 외경 / 낮

65. 서울중앙지검 여자화장실 / 낮

푸석한 얼굴의 인아,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고 있다. 이때, 들어오는 여경.

여경 니가 자청해서 맡았다며? 핫한 사건 잡아서라도 주목받고 싶었니?

인아 (무시한 채 보란 듯 크게 가글하더니 물을 뱉으며) 넌, 나 볼 때마다

태클 거는 게 그렇게 좋아?

여경 (질색하며 뒤로 물러나) 부사장님 어릴 때부터 봐 왔어. 그럴 분 아

냐.

인아 (덤덤히) 그럼 누명이라도 썼다는 거야?

여경 감정에 또 휘둘리지 말라는 거야. 너 한 번 이상한 데 꽂히면

앞뒤 못 보고 달려들잖아. 4년 전에도 그랬고.

인아 너, 설마 니네 그룹 계열사 일이라 민감한 거야?

여경 (살짝 당황해서) 뭐?

인아 아!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수사압력인가? (여경 보며) 맞지?

여경 (표정 굳는)

인아 검사복 입고 있는 동안 언젠가는 받을 줄 알았는데,

너한테 받으니까 느낌이 특히나 남다르다야...

여경 말 함부로 하지 마. 너한테 압력 넣은 적 없어.

인아 압력이란 건 말야. 당사자가 느끼면 그게 압력이거든.

지금 이 사건 피해자가 느낀 것처럼.

인아, 밖으로 나가더니 다시 얼굴만 내밀고는.

인아 걱정 마. 못 들은 걸로 할게. 그래도 우리 인연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사라지는 인아. 부사장 재판이 계속 신경 쓰이는 여경의 얼굴에서-

66. 법원 외경 / 낮
67. 법원 복도 / 낮

복도에 들어서는 인아. 그때,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박동호를 발견한다. 뒤로 편 사무장.

박동호 (손 내밀며) 오랜만입니더.

인아 (악수 받지 않는)

박동호 (손 다시 집어넣으며) 사건이 좀 구질구질 하지요? 이왕이면 폼나는

사건으로 붙었으면 좋았을 긴데 말입니더.

인아 잘 나가고 있다면서요? 의뢰인 포기한 대가로!

박동호 (표정 굳는)

인아 부끄러워해야죠? 당신이 진짜 변호사라면.

박동호 아직 유죄로 확정되지 않은 우리 의뢰인, 사방천지에 신상 까발린 거,

그거 부끄러워 해야지요. 진짜 검사라면.

인아의 공세에 밀리지 않는 박동호. 응수하듯 노려보는 인아.

68. 재판정 / 낮

인아,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 앉는다. 판사 석규가 들어온다.

부사장과 박동호도 굳은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다.

석규 사건번호 2015 고단 5697서울중앙지법 제 1형사 단독부 공판을

시작합니다. 검사 측 모두 진술 하세요.

인아 (일어나며) 피고인 강만수를 성추행으로 공소 제기합니다.

석규 변호인, 공소사실을 인정합니까?

박동호 (일어나며) 인정하지 않습니더.

설치된 스크린 앞으로 걸어 나오는 인아.

인아 피고인 강만수와 피해자 김한나는 한 술집에서

직원들과 2차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인서트>

32씬. 회식 당시의 모습들 컷컷 이어지고-

인아 이후, 강만수는 술에 취했다며 김한나에게 차가 주차된 곳까지

부축해 달라고 합니다.

인서트>

지하주차장. 김한나가 부사장을 부축하고 들어선다.

인아 밖에 운전기사가 있을 거라고 했지만 주차장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강만수는 기사가 올 때까지 있어달라며 김한나를 차안으로 유도합

니다.

인서트>

부사장과 김한나가 차량 앞좌석에 탄다.

인아 하지만 핸드폰 기록엔 운전기사와 통화한 내역 자체가 없었습니다.

증거자료로 강만수의 사건 당일 통화 기록을 제출합니다.

스크린 화면에 강만수의 통화 내역서가 뜬다. 이를 덤덤히 바라보고 있는 박동호.

인아 차안에서 강만수는 김한나에게 성추행을 시도합니다.

인서트>

부사장의 차량이 들썩거린다. 잠시 후, 치마가 찢긴 모습으로 조수석에서 튀어 나오는

김한나. 그대로 주차장 밖으로 뛰어나간다.

인아 피해자 김한나를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이때, 2층 방청석에 들어와 앉는 진우. 앞 사람이 키가 커서 1층의 인아는

진우를 볼 수 없다. 김한나가 증언대에 앉는다.


인아 피고인이 평소에도 과도하게 몸을 접촉했다고 들었습니다. 맞나요?

김한나 어깨가 뭉쳤다며 원하지도 않았는데 어깨를 주물러주기도 했어요.

너무 싫었지만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부사장 (벌떡 일어나며) 내가 언제 그랬습니까!!

박동호 (부사장 진정시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입니더.

인아 직장 내 성추행은 확실한 증거를 제출하기 힘듭니다.

박동호 피해자가 맘만 먹고 소설 써 제끼면 일호생명 남자 직원들 다

이 재판 받게 될 겁니더. 인정할 수 없습니더.

팽팽하게 맞서는 인아와 박동호. 이를 유심히 지켜보는 진우.

석규 증인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특히 유념해 듣겠습니다.

인아 (김한나에게) 차에서 나가기 직전, 피고인이 김한나씨에게 뭐라고 했죠?

김한나 경찰에 간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바로 해고하겠다고 경고했어요.

인아 비정규직이니까 언제든 마음 내키면 해고 할 수 있다는 말도 했죠?

김한나 네.

그 말을 마치고 끝내 눈물을 흘리는 김한나. 억울함에 눈을 질끈 감는 부사장.

인아, 눈물 흘리는 김한나를 보며 맘 아프지만, 꾹 참고 발언 이어간다.

인아 (석규를 보며) 직장 내 성추행의 본질은 권력에 관한 문제입니다.

강만수씨에겐 있지만... 김한나씨에게는 없는 그런 권력 말입니다.

석규, 인아의 발언을 인상적으로 본다.

시간경과>

공판이 끝나고 방청객들이 퇴장한다. 박동호, 검사석의 인아에게 다가온다.

박동호 꽤 하십니데이. 그럼 다음 공판도 기대하겠심더. (돌아서는)

인아 진우 아버지 재판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박동호 (가다가 그 말에 돌아서는)

인아 진우 아버지 무죄, 제가 밝힐 거예요. 당신이 받들고 있는 남규만,


그 인간도 죗값 받게 할 거고. 당신 포함해서.

박동호 그래서 이 재판 맡으신 겁니꺼? 남규만 사장 측근 한 방 멕일려고?

인아 (대답 없이 보는)

박동호 그런 말 술술 나오는 거 보니 우리 검사님 아직 때가 덜 묻었심더.

인아 ...

박동호 쉽진 않을 깁니더. 이 놈의 세상이 그리 간단치는 않습니데이.

여유롭게 나가는 박동호.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다 2층에서 누군가를 보게 되는 인아.

자세히 보려는데, 2층 방청객들에 가려 그 남자가 보였다 사라진다.

인아 혹시... 진우?

인아, 급하게 밖으로 뛰어나가는 모습에서-

69. 법원 로비 / 낮

로비로 뛰어나온 인아. 삼삼오오 몰려 나가는 방청객들 사이에서 진우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찾을 수가 없다. 그때, 등 뒤에서 들리는 석규의 목소리.

석규 이 검사님!

인아 (뒤돌면)

석규 (환한 얼굴로) 오늘 재판,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아 (진우가 간 쪽 바라보며) 아직.. 재판 끝나지 않았어요.

인아, 다시 진우 사라진 쪽으로 가려는데-

석규 검사님.

인아 (돌아보면)

석규 (12씬에서 인아가 떨어뜨린 펜을 건네며) 저번에 이거...

인아 아, 감사합니다.

석규, 옅게 미소 짓는데. 급히 돌아서서 가려는 인아.


진우가 사라진 쪽 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실망하는 인아의 얼굴에서-

70. 구치소 외경 / 낮

71. 구치소 면회실 / 낮

진우와 부사장, 면회실 유리창 너머로 서로를 보고 있다. 팽팽한 기운이 감돈다.

부사장 재판을 달라는 말인가?

진우 네. 이대로 가면 재판 집니다.

부사장 내가 자네한테 재판을 맡겨야 하는 이유, 한 가지라도 대봐.

진우, 부사장을 쳐다보며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말한다.

진우 첫째, 부사장님은 남규만한테 이미 버림받았습니다.

둘째, 박동호 변호사는 이길 생각이 없습니다.

셋째, 저는 재판에서 만날 강석규 판사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부사장, 여전히 진우를 못 믿겠다는 얼굴인데. 진우가 부사장에게 문서를 꺼내 보여준다.

인서트>

진우의 차 안. 조수석에 진우와 카페에서 만났던 김 부장이 앉아 있는데-

김 부장, 진우에게 문서 하나를 건네고 있다.

김 부장 이거 아직은 내부 비밀 문건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다시 현재. 부사장, 문서를 보면 ‘일호생명 차기 부사장 후보 명단’이라고 쓰여 있다.

부사장의 손이 쉼 없이 떨리고 있다. 힘없이 문서를 내려놓는다.

부사장 아냐.. 박 변이 그랬어. 남 사장이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진우 그 말이 진심이었으면 한 번쯤은 남규만 사장이 면회 왔었겠죠.

부사장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다) !


진우 이제 부사장님은 이 재판에서 져도 일호에서 버림받고,

이겨도 일호에서 버림받는 신세가 된 겁니다.

부사장 (혼란 가득한 얼굴) ...

진우 (잠시) 강석규 판사, 2년 전 성추행사건 맡은 적 있어요. 그런데

강 판사한테 유죄 판결 받은 남자가 자신은 무고하다면서 자살했

죠.

부사장 (두려움과 갈등이 공존하는) ...

진우 두 번 실수 안 하려고 가장 확실한 증거를 원할 겁니다.

전 그걸 공략할 거구요. 그리고 이인아 검사는...

부사장 (고개 들어 진우를 바라보는)

진우 ...제가 잘 압니다.

부사장과 진우, 서로의 눈빛이 오고가는 모습에서-

72. 일호그룹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73. 일호로펌 박동호 사무실 / 낮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박동호. 그 위로 남규만의 목소리가 깔린다.

남규만 (E) 박 변. 사람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알아요?

인서트>

49씬 상황이다. 사무실에 박동호와 남규만 단 둘만 있고-

남규만 여직원이 당했든 말든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재판에서 지는 게

이득일까요? 이기는 게 이득일까요?

박동호 그래서... 계산기 두드러보셨습니꺼?

남규만, 잠시 말을 멈추더니 박동호를 쳐다보며-


남규만 재판 져요. 부사장을 성추행범으로 만드세요. 그게 제 지시사항입니다.

박동호 (굳은 표정으로 보는)

남규만 날 위해 의뢰인 포기하는 거.... 그거 새삼스러운 일 아니잖아요?

다시 현재다. 고민에 빠져있는 박동호 모습. 그때 편 사무장이 문을 열고 급하게 들어온다.

편 사무장 부사장이 선임 취소를 하겠답니더.

박동호 (멈칫하더니) 뭐라꼬?

부사장 (신기한 듯) 나이가 굉장히 어린 변호사라카던데요.

박동호의 얼굴에 놀라움과 의구심이 함께 번진다.

74. 재판정 / 낮

검사석의 인아. 변호인석은 아직 비어있다. 곧이어 판사, 석규가 입장한다.

석규 피고인 측 변호인은 아직 자리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법정 문 열리면서 진우가 들어온다. 인아,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인아 진우야...!

진우가 법정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진우.

실내에서 울리는 진우의 구둣발 소리. 앳된 분위기는 사라지고, 냉철한 눈빛과 표정이

낯설 정도다. 진우, 뚫어지게 보는 인아의 시선 외면하고 변호인석에 선다.

진우 오늘부터 제가 강만수 씨 변호인, 서진우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인아를 똑바로 쳐다보는 진우. 인아, 난감함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때, 2층 방청석에 들어서는 박동호. 검사와 변호인으로 만난 인아와 진우를 지켜본다.

세 사람을 각기 분할화면으로 걸고 엔딩!


-5부 끝
Remember 06

1. 재판정 / 낮

화면 가득 진우의 얼굴이 보인다. 냉철한 눈빛으로 변호인석에 서는 진우.

진우 오늘부터 제가 강만수씨 변호인, 서진우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인아를 똑바로 보는 진우. 인아, 난감함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이때, 2층 방청석에 박동호가 들어선다. 변호사와 검사로 마주 선 진우와 인아를 보는데-

시간경과>

증인석에 김한나가 앉아 있다.

김한나 혹시.. 이 모든 게 제 잘못은 아닐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제가 너무 싫고... 죽고 싶었어요. (고개 떨

구는)

인아 고개 드세요. 김한나씨는 잘못 한 게 없습니다.

김한나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정말 몰랐어요. (부사장 보며) 저 사람과 지금

한 공간에 있는 것도.... 너무 끔찍하고 무서워요...

김한나의 뺨에서 눈물이 흐르고, 방청석이 동요한다. 그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는 박동호.

석규 (진우 보며) 변호인 반대신문 있습니까?

진우 없습니다. 저희측 증인 신문하겠습니다.

석규 알겠습니다. 변호인측 증인 나오세요.

증인석에 30대 남자가(이하, 증인남)가 앉아있다. 그 증인을 보고 눈이 커다래지는 김한나

진우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증인남 서명대학교 경영학부에서 조교수로 있습니다.


진우 김한나씨와는 어떤 사이였습니까?

증인남 한나가 대학생일 때, 전공 강사였습니다.

진우 그때 김한나씨가 증인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죠?

증인남 네. 맞습니다.

그 대답에 방청석이 조금 동요한다. 등 뒤로, 반응 감지한 진우.

진우 그럼, 고소건으로 증인이 재판에 섰습니까?

증인남 아닙니다. 합의금을 주자 즉각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김한나 (벌떡 일어나) 아니에요! 합의금 같은 건 없었어요!

진우 (서류 제출하는) 당시 증인과 김한나씨 사이에, 합의금으로 오고 간

계좌이체 내역입니다.

인아 (벌떡 일어나며) 이의 있습니다. 지금 변호인은 본 재판과 하등

관계없는 사건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습니다.

진우 김한나씨에게 이와 유사한 성추행 사건이 또 있었다는 사실은

이 재판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입니다.

석규 (고심하더니) 변호인, 계속하세요.

인아, 불만 가득한 눈으로 석규를 바라보고, 방청석의 박동호는 흥미롭게 진우를 보는데-

진우 증인, 사제관계 외에 김한나씨와는 정말 어떤 관계였습니까?

증인남 (잠시) 연인 사이였습니다.

그 말에 충격에 빠진 인아. 옆의 김한나의 표정은 사색이 된다. 방청석 더욱 반응한다.

진우 그러니까... 김한나씨가 애인을 성추행범으로 고소했었다구요?

증인남 네.

김한나 (벌떡 일어나 증인남 향해 소리치며) 당신이 유부남인 거 숨긴 채

만났던 거잖아!! 날 갖고 논 거였잖아!!

증인남 (김한나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떨군다)

김한나 (석규 향해) 판사님, 저는 정말 사랑했었는데, 저 사람이 날 속이고

만나왔다는 게 너무 괘씸하고 분했어요... 그래서 고소했던 거예요


..

석규 (냉정히) 진정하세요.

감정 추스르려 애쓰며 간신히 앉는 김한나. 김한나를 보는 인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진우 합의금 얘기를 제일 먼저 꺼낸 건 누구였습니까?

증인남 한나였습니다. 한나가 돈을 요구했어요.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은 진우. 표정 감추며, 석규와 인아를 번갈아 본다.

진우 이 재판은 회사와 가족을 위해 성실하게 살아온 한 남자의 인생이

걸린 재판입니다. (쐐기 박듯) 과거 성추행 혐의로 돈을 요구했던

김한나씨의 거짓말로, 한 남자의 인생이 무너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상입니다.

인아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져 있다. 망연자실함에 고개 떨구고 있는 김한나.

시간경과>

인아가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는 진우의 곁으로 다가간다. 감정의 날을 세우는 인아.

인아 서진우, 너 이 재판 왜 하는 거야? 일호생명이 누구 회산지 몰라?

진우 (묵묵히 서류들을 가방에 넣다가) ... 부사장이 날 변호사로 택했으니까.

인아 (황당한) 뭐?

진우 (자리에서 일어나며) 변호사는 의뢰인이 죄를 졌더라도 무조건

이겨야 해. 다른 이유는 없어.

재판정 밖으로 향하는 진우. 인아는 진우의 태연한 말투와 태도에 놀라는 얼굴인데-

2. 법원 복도 / 낮

복도를 걷고 있는 박동호, 코너를 돌면 주저앉아 울고 있는 김한나와 인아가 보인다.


인아 그런 일 있었으면 저한테 먼저 말했어야죠.

김한나 (울먹이며) 이미 끝난 일이잖아요. 그 사람이 성추행범 되면 강단에

영원히 설 수 없다고... 빌고 또 빌어서 취하해 준 건데.

인아 합의금 받은 건요?

김한나 합의금 아니에요. 그 사람, 가정 있는 거 숨겨 미안하다고...

위로금으로 보내온 거라구요.

인아 (답답해서) 이 재판, 한나씨 진술이 절대적인 상황이에요. 근데...

이렇게 아무 대비 없이 당하면 끌고 나가기 힘들다구요.

김한나, 얼굴을 감싸 쥐며 무너진다. 답답한 얼굴의 인아.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박동호.

3. 법원 지하 주차장 / 낮

진우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차 안 글로브박스에서 서류봉투를 꺼내는 진우.

차 밖에 서 있는 증인남에게 건넨다. 증인남, 급하게 내용물 꺼내면-

도박장 출입 모습이 찍힌 증인남 사진들과 서류 몇 장이 있다.

증인남 하나만 물읍시다. 어떻게 안 겁니까?

진우 염수동 시장골목 끼고 두 번 돌아서 나오는 건물. 4년 전엔 거기

도박장 들락거렸죠?

증인남 (놀라는) !!

진우 그때 당신 입은 옷도 기억나지만 그건 뭐 중요한 건 아니고...

그때, 주차장에 나타난 박동호를 발견한 진우.

진우 (증인남에게) 가요. 다시는 얼굴 볼 일 없으니까.

서류 챙겨들고 서둘러 가는 증인남. 앞에서 걸어오던 박동호가 진우에게 다가간다.

박동호 니도 승률 백프로라믄서? 내랑 많이 닮았네.

진우 (얼굴에 불쾌감 번지지만) 그런가요?

박동호 이 재판 왜 맡은 기가?
진우 이런 성추행 사건들, 변호사 잘못 만나 유죄 판결 받으면 그걸로

인생 끝이에요. 내 의뢰인 그렇게 만들지 않을 겁니다.

아직은 온화함을 유지하는 진우. 박동호가 피식 웃으며-

박동호 그런 접대용 멘트는 의뢰인 대접할 때나 쓰고... 내한텐 진짜를 말해라.

진우 (멈칫하는 표정)

박동호 니가 변호사 된 거, 아버지 때문 아이가? 아버지 구하려면 진범을

밝혀야겠지. (잠시) 남규만 잡으려고 이 재판 맡았나?

진우 (여유롭게) 그것 말고 다른 이유가 더 필요해요?

진우가 가버린다. 박동호의 눈빛이 흔들리는데-

4. 국밥집 / 낮

인아, 뜨거운 국밥을 후루룩 넘기며 맛있게 먹고 있다. 그 앞에 탁영진.

탁영진 (흐뭇하게 보며) 그래 그래 어이구 잘 먹는다.

(잠시) 앞으로도 재판 말아 먹으면 여기 와서 속풀이 해.

인아 (입맛 떨어져서 숟가락 탁 내려놓으며) 검사님!!!

탁영진 내 말 틀렸냐? 어린 변호사한테 대판 깨졌다며?

인아 (할 말 없어서 고개 팍 숙이고 묵묵히 국밥 넘기는)

그때, TV에서 야구경기가 방송되고 있다. 흘끗 시선을 두던 탁영진.

탁영진 (보더니) 인아야. 야구는 말이다.... 오래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냐.

마지막에 딱 한 번만 이기면 되는 거야. 9회만 이기면 경기를 먹거

든.

인아 ...네.

탁영진 오늘 깨진 거는 싹 다 잊고.... 다음 공판 준비해라. 그때 이겨.

또 여기 와서 국밥 말아 먹을 일 만들지 말고.
씨익 웃는 인아. 그때, 탁영진의 전화가 울린다. 받아드는-

탁영진 네. 알겠습니다. (전화 끊더니) 올라오랜다.

인아 누군데요?

탁영진 (편치 못한 얼굴로) 새로 온 부장검사.

궁금한 얼굴로 탁영진을 바라보는 인아 모습에서-

5. 수영장 / 낮

물살을 헤쳐 나가는 남규만. 수영을 끝내고 위로 올라오면 박동호가 기다리고 있다.

안 실장이 다가와 남규만에게 타월을 덮어준다.

남규만 (물안경 벗으며) 안 실장한테 상황 보고 받았어요.

대체 검사가 누굽니까? 다 차려준 밥상도 못 먹고.

박동호 이인아 검사라고. 초임입니더.

남규만 (앞으로 걸어가며) 미치겠다. 초임이 이 재판 맡았다구요?

(잠시) 바뀐 변호사는 누군데요?

박동호 지도 알고.... 사장님도 잘 아는 사람의 아들입니더.

남규만 (흥미로운)

박동호 서재혁, 기억 하십니꺼?

남규만 서재혁? (잠깐 생각하더니) ...(모르겠다는 얼굴로 실실 쪼개며)

내가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이름도 있나?

박동호 사형수 서재혁말입니더. 사장님 대신.... 감옥 드가 있는.

남규만이 그 말에 멈춘다. 뒤따르던 안 실장도 놀란 표정으로 멈추는데-

박동호 서재혁 아들이 변호사가 돼서 돌아왔습니더.

그 말에 얼굴이 살짝 구겨지는 남규만. 박동호가 그런 남규만을 본다.

6. 서울중앙지검 외경 / 낮
7. 홍무석 검사실 / 낮

탁영진이 먼저 들어서고 그 뒤로 인아가 뒤따른다. 인아가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그런데, 고개를 들면 앞에 홍무석이 앉아 있다!

4년 전 기억이 떠오르는 인아.

인서트>

2부 8씬의 상황. 형사합의부 법정.

홍무석 2011년 11월 2일 발생한 오정아 살인사건에 대해 피고 서재혁을

살인죄로 기소합니다.

차갑게 미소 짓는 홍무석의 얼굴.

/ 다시 현재. 인아의 얼굴이 무겁게 굳어 있다. 그 위로 탁영진의 목소리가 끼어든다.

탁영진 이인아 검사, 뭐해? 새로 부임한 홍무석 부장검사님이시다.

이인아 (주저하다 겨우 인사하며) 이인아 검사입니다.

홍무석 (인아 쓰윽 살피더니) 초임인가요? 한창 열정적으로 일할 때죠?

이인아 (굳은 얼굴로) 네...

홍무석 (탁영진에게) 언제 회포도 풀 겸 식사, 어떻습니까?

탁영진 (잠시) 회포야 언제든 못 풀겠습니까. 제가 요즘은 일이 좀 많아서...

홍무석 탁 검사 일 많은 거야 이 바닥에서 유명하죠.무죄판결도 그만큼 많구요.

불편한 탁영진, 괜히 헛기침한다. 인아는 홍무석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굳어있는데-

홍무석 (탁영진에게) 오랜만에 한솥밥 먹게 됐는데... 잘 따라와 줄 거라

믿겠습니다. (인아에게 악수 건네며) 이 검사도 잘 해 봅시다.

인아, 주저하다 할 수 없이 홍무석과 악수한다. 떨떠름한 인아의 얼굴에서-

8. 인아의 검사실 / 낮
심란한 얼굴로 재판 관련 서류를 읽어 내려가는 인아.

집중이 안 되는지 서류를 탁 내려놓는다. 다른 책상에서 일하던 수사관에게-

인아 계장님. 피고인 변호사 연락처 좀 알아보세요.

9. 카페 / 낮

인아가 테이블에 앉아있다. 카페에 들어오던 진우, 인아를 발견한다.

인아에게 다가가 앉는데, 둘 사이 잠시 어색한 기운이 오고가더니-

인아 ...아깐 재판 때문에 경황이 없었어.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진우 (대답 없이 보는)

인아 연락도 안 되고... 걱정 많이 했어. 변호사 된 줄 알았으면 진작에

찾아보는 건데...

진우 (냉랭하게) 잡담이나 하려고 부른 거라면 먼저 일어날게.

인아 진우야.

진우 변호사가 재판에서 붙는 검사하고 이런 자리에 있는 거,

상당히 불편하거든. 법정에서 봐.

인아 (자리에서 일어나는 진우에게) 너... 내가 알던 그 진우... 맞니?

진우 (냉소적으로) 예전에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해? 진실은 사실을 이긴다.

인아 (보는)

진우 아냐. 알고 보니 진실도 상대적인 거였어. 상대적인 거라서..

난 언제나 이기는 쪽 진실에 설 거야.

표정이 굳는 인아. 진우가 일어나서 가려고 하는데-

인아 오늘 부장검사가 새로 왔는데, 홍무석이야.

진우 (그 말에 멈춰서는)

인아 나.... 4년 전 너희 아버지 재판, 잊은 적 없어. 그 말, 하고 싶었어.

진우, 그 말 들었지만 그대로 가버린다. 인아의 얼굴이 무겁게 굳어 있는데-


10. 옥탑 사무실 외경 / 밤

11. 옥탑 사무실 / 밤

사무실에 들어오는 진우. 마침 라면을 먹고 있던 송 변과 연 사무장이 보인다.

연 사무장 서 변 왔어?

진우 이번 공판에서 김한나 진술 흔들렸으니까... 검사 쪽에서

결정적인 증거 찾으려고 할 거예요.

연 사무장 (그릇에 라면 담으며) 예를 들면?

진우 성추행 현장이 찍힌 동영상.

송변 (라면 호호 불며) CCTV 자료라면 증거 목록에 없었어. 부사장 차량에

있던 블랙박스는 기기결함으로 아무 것도 녹화되지 않았고.

진우 사건 당시 주변에 주차된 차량 어딘가에 녹화됐을 수도 있어요.

검사는 그걸 찾고 있을 거예요.

송변 (보면)

진우 사건 당일 주차장 출입기록자료 확보하세요. 사건현장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 반드시 찾아야 해요.

송변 시간 꽤 걸릴 텐데?

연 사무장 (등짝 때리며) 으이구, 시간 걸리는 일이니까 송 변이 해야지.

얼른 갔다 와. 라면은 갔다 와서 먹구.

송 변, 할 수 없이 라면 그릇 내려놓으며 사무실을 나간다.

서재에 숨겨진 버튼을 누르는 진우. 비밀의 방이 열리면서, 진우가 안으로 들어선다.

12. 옥탑 사무실–비밀의 방/ 밤

진우가 여경을 몰래 찍은 사진들을 유심히 보고 있다. 뒤로 연 사무장이 다가온다.

연 사무장 남여경 검사. 남규만 동생이지? 남일호 회장이 애지중지한다는 막내딸.

진우 네.

연 사무장 (걱정스레) 그러다 잘못되면 문젯거리 생기는 거 순식간이야.


진우 그래도 남규만 정보를 얻기엔 남여경 쪽이 가장 확실하고 빨라요.

연 사무장 (보는) 시작부터 너무 깊숙이 들어가는 거 아냐?

진우 하루에 한 걸음씩 걸어가기엔... 저한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아요.

그 말 뜻 이해한 연 사무장,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진다. 여경의 사진을 유심히 보는 진우.

연 사무장 근데... 지금 만나고 온 사람... 이인아 검사 맞지? 아버지 재판 받을 때,

끝까지 믿어줬다는....

그 말에 시선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진우 모습에서-

13. 한강 고수부지 / 낮

남규만과 홍무석이 한강을 바라보며 나란히 서 있다.

그들 뒤로, 멀리 둘의 차가 서 있고 안 실장이 둘을 바라보고 있다.

남규만 저희 회사 부사장님 사건, 이인아라는 초임 검사가 맡았다구요?

홍무석 네. 그 검사가 자청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남규만 홍 검사님.. 저희 일호생명. 깨끗하고 신뢰할 만한 회사라는

이미지.. 그거 하나 만들겠다고 일 년에 몇 백억씩 광고에 들이 붓

는데..

홍무석 (조용히 남규만을 보는)

남규만 매스컴에서 더는 떠들지 않게 빨리 처리됐으면 좋겠습니다.

(홍무석 보며) 더 솜씨 좋은 검사들도 많지 않습니까?

홍무석 (흔쾌히) 그럼요. 사건 막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죄지은 사람,

제대로 벌 받게 해달라는 건데... 그게 저희들 일이죠.

당장 베테랑 검사로 붙여드리겠습니다.

한강을 보며 비릿하게 웃고 있는 남규만과 홍무석의 모습에서-

14. 레스토랑 밖 / 낮
석규와 여경이 레스토랑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 먼발치, 진우의 차가 서 있다. 몰래 여경을 주시하고 있는 진우의 모습에서-

15. 진우의 차 안 / 밤

운전 중인 진우. 핸드폰이 울린다. 액정에 ‘이인아’라고 뜬다. 받으면-

인아 (E) (술에 취한 목소리로) 야... 너, 당장 튀어와..

진우 (살짝 당황스럽고) 술 마셨어?

인아 (E) 그래 마셨다... 너, 지금.. 나 취조하냐? 음냐음냐...

진우 거기 어딘데?

인아 (E) 아이 씨 오라면 오지 뭔 말이 많아~~ 아줌마~ 여기 소주 한 병 더

요...

좀 더 속도를 올리는 진우의 모습에서-

16. 선술집 / 밤

크리스마스장식이 되어 있는 선술집. 인아가 혼자 기우뚱하게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다.

주변에는 삼삼오오 커플들이 서로 다정하게 앉아 안주도 떠주고, 셀카도 찍고 있다.

그 모습을 유심히 구경하던 인아. 다정하게 얼굴을 맞대고 셀카 찍고 있는 커플을 향해-

인아 거기 여자분, 얼굴 더 뒤로~ 쭉~~ 얼굴... 남친보다 완전 커보여.

배시시 웃으며 다시 소주를 마시는 인아. 이때, 진우가 가게 안으로 들어선다.

남자손님 (벌떡 일어나 인아 앞으로 다가오며) 당신, 지금 말 다했어?

인아는 남자손님을 멀뚱히 보며 소주만 홀짝이고 있다. 진우가 급히 그 사이로 들어간다.

진우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남자손님 겨우 돌아가면)

인아 (잔 채우며) 아휴, 내가 크리스마스에 여기서 뭐하는 짓이냐...


술 따르다가 뒤늦게 진우를 발견한 인아. 눈은 이미 많이 풀려 있다.

인아 (다짜고짜) 야, 서진우. (혀가 풀려) 넌 내가 검사 쉽게 된 걸로 보여?

진우 (자리에 앉은 뒤 인아를 가만히 바라본다)

인아 넌, 한 번 보면 다 기억하니까.. 사시도 쉽게 붙었을 거 아냐..

근데 난 아냐. 난 봤던 거 열 번에 서른 번도 넘게 보며 공부했다구

...

인아가 다시 소주잔에 비틀거리며 소주를 따르는데-

진우 (소주병 뺐으며) 그만해. 많이 마셨어.

인아 (진우 손 뿌리치며) 이거 놔! (눈 부릅뜨며) 너.. 어떻게 일호그룹을

변호할 수 있어? 아버지는 어떡하구... 뭐, 이기는 게 진실이라구?

(삿대질하며) 니가 무슨 박동호야?

인아가 비틀거리며 쓰러질 듯 위태롭다. 진우가 급히 다가간다.

진우 (인아 부축하며) 일어나.

인아 (진우 뿌리치며 울컥) 내가 왜 검사가 됐는데? 진우.. 네 아버지

억울한 거.. 싸워주고 싶었어... (갑자기 목이 메는지) 나... 널 위해

대신 싸워주고 싶었다구!!!

진우 (눈빛이 떨리는)

인아 (눈시울 붉어져서) 근데, 같이 싸우지는 못할망정... 왜...

우리가 싸워야하는데...

인아, 말을 잇다 이내 테이블에 머리를 박으며 잠든다. 진우, 그런 인아를 말없이 보는데-

17. 거리 / 밤

진우가 인아를 업은 채 걸어가고 있다.

인아는 잠이 들었고, 진우는 천천히 거리를 걸어가며 상념에 잠기는데-


인서트>

인아네 집 근처 / 밤

정장차림에 가게 안으로 향하는 인아가 보인다. 인아의 핸드폰이 울린다.

인아 여보세요. (대답이 없다) 여보세요?

인아, 무반응에 전화를 끊고 가게 안으로 들어선다. 안에는 인아네 가족들이 보인다.

화면 빠지면, 먼발치에서 인아를 바라보고 있는 진우.

핸드폰을 내려놓는데 ‘이인아’ 이름이 보인다. 진우의 손에는 변호사자격증이 들려 있다.

/다시 현재. 진우의 귓가에 잠든 인아의 잠꼬대가 이어진다.

인아 다시 돌아와 줘서... 고마워...

그 말을 들은 진우, 마음이 저려온다. 인아를 업은 채 말없이 걸어가는 진우의 모습에서-

18. 인아네 피자가게 / 밤

인아를 업은 진우가 피자가게 앞에 멈춰 선다.

가게 문을 닫고 있던 인아 부와 인아 모, 연지가 진우를 본다.

인아 모 (진우인 줄 모르고) 아따, 듬직하네.

연지 (진우한테 업힌 인아 보더니) 아빠, 저거.. 언니 아냐?

인아 식구들, 업힌 여자를 유심히 살피더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인아 부 (뛰어가 인아를 안으며) 인아야! (잠시) 아우.. 술 냄새..

진우 (인아 부를 보고는 머뭇거리다가) 아저씨... 안녕하세요..

인아 부 (진우를 보더니 놀라움과 반가움에) 진우야! 진우 맞지?

이때 연지, 진우의 훤칠한 외모와 미소를 보고는 첫눈에 반한 얼굴인데-


인아 모 (헐레벌떡 다가와 진우 얼굴 살피며) 어머머.. 정말 그 진우야?

인아 (술주정으로 중얼거리는) ... 3차 가자. 3차... 음냐음냐..

인아 부와 진우가 쓰러질 듯한 인아를 서둘러 양쪽으로 부축한다.

연지는 잽싸게 진우에게서 인아의 가방을 빼앗아 든다.

진우와 팔이 스치자 발그레해진 연지. 그 뒤를 인아 모가 뒤따라 걸어가는데-

19. 인아네 집-인아의 방 / 밤

늘어진 몸의 인아를 낑낑대며 침대에 눕히고 있는 진우와 인아 부.

인아는 대자로 뻗은 채 달게 자기 시작한다.

인아 부 (허리를 펴며) 아우.. 내 딸이지만 진짜 무겁다.

진우와 인아 부, 서로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20. 인아네 집-거실 / 밤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는 진우와 인아 부. 인아 모가 쟁반을 들고 와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인아 모가 진우에게 차를 건네려는데, 연지가 급히 빼앗아 두 손으로 진우에게 건넨다.

진우가 미소 짓자 발그레해진 연지, 괜히 부끄러워 트리 쪽으로 간다.

인아 모 요즘 좀 잠잠했지. 선 볼 시간 없다면서 술은 저 지경으로 마셔대

고...

인아 부 (진우에게) 그래, 변호사 됐다구?

연지 (트리 장식하다가, 변호사라는 말에 눈이 커다래진다) !

진우 네.

인아 모 아유.. 잘 됐다. 정말... 넌 변호사 되고, 우리 인아는 검사님이 되고

...

연지 (인아 모 흘겨보며 궁시렁) 그저 검사님.. 검사님...

진우, 그 말에 차를 마시며 조용히 웃는다.


인아 부 (조심스레) 아버지 건강은 좀 어떠시니?

진우 (애써 감추며) 괜찮으세요.

인아 모 하여간, 우리 인아가 너희 아버지 재판 겪고 나서 완전 딴 사람이

됐잖아~ (차 마시며) 그 덕분에 검사님까지 되고...

인아 부 (눈치 주며) 거, 당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민망해 하는 인아 부. 인아 모도 뒤늦게 미안해 괜히 마른기침을 한다.

트리장식을 끝낸 연지가 트리전구의 전원을 켠다. 반짝거리는 트리.

연지 와~ 쩐다! 쩔어~~~

이때, 트리를 보며 생각에 잠기는 진우의 모습 위로-

진우 (E) 와~ 대박! 이거 봐봐!

21. (과거) 진우의 집-거실 / 밤

불 꺼진 집안에 반짝거리고 있는 트리. 서재혁이 귤을 들고 진우의 곁으로 다가온다.

서재혁 (놀리는 투로) 진우야, 너는 크리스마스이븐데 만나는 여자애도 없냐?

진우 설마 내가 없을까봐? 나, 인기 많아~

서재혁 (귤 까서 진우에게 건네며) 근데 왜 나랑 여기서 이러고 있어?

진우 (귤을 씹어 먹으며) 솔로 아빠, 외로울까봐 그런다.

서재혁 (진우의 어깨 끌어안으며) 우리 내년엔 남자 둘이 진짜 이러지 말자.

진우 아빠만 잘하면 돼~

서로 환하게 웃으며 트리를 보고 있는 진우와 서재혁의 모습에서-

22. 인아네 집-거실 / 밤

다시 현재. 연지가 만든 트리를 씁쓸하게 보고 있는 진우.


23. 진우의 집 앞 / 밤

걸어오던 진우. 아버지와 살던 집 앞에 선다. 우두커니 서서 문 닫힌 대문을 바라보며-

진우 (다짐하듯) 나 아빠랑 같이 돌아올 때까지... 이곳에 오지 않을 거야.

목에 건 반지목걸이를 손에 꽉 쥐는 진우의 모습에서-

24. 인아네 동네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25. 인아네 집-인아의 방 / 낮

침대에서 일어나는 인아. 머리는 산발이고, 두통이 몰려오는지 머리를 붙잡은 채 찡그린다

이때, 연지가 꿀물을 들고 들어온다. 인아, 잔을 받아 단숨에 마신다.

인아 나.. 어제.. 어떻게 된 거야?

연지 어제 진우오빠 아니었으면, 언니 길바닥에서 입 돌아갔을 걸?

인아 (눈이 커다래지며) 누구? 진우?

연지 (한심하다는 듯) 으이구.. 진짜.. 누구랑 마셨는지도 몰라?

인아, 그 말에 곰곰이 어젯밤을 떠올려 보는데-

인서트>

16씬 선술집 상황. 인아, 자신을 부축하는 진우를 뿌리친다.

인아 내가 왜 검사가 됐는데? 진우, 네 아버지 억울한 거.. 싸워주고 싶었어...

(갑자기 목이 메는지) 나... 널 위해 대신 싸워주고 싶었다구!!!

근데, 같이 싸우지는 못할망정... 왜... 우리가 싸워야 하는데...


/ 다시 현재. 인아가 자신이 했던 말들을 떠올리고는 괴로워한다.

인아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으아~ 쪽팔려. 재판 때 진우 어떻게 봐~

연지, ‘쯧쯧’하며 인아를 한심하게 보더니, 나가버린다.

민망함에 머리 붙잡은 채 방 곳곳을 뱅뱅 돌고 있는 인아의 모습에서-

26. 교도소 외경 / 낮

27. 변호사 접견실 / 낮

홀로 앉아 있는 진우. 이내 서재혁이 접견실에 들어선다.

서재혁 (꾸벅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서재혁이라고 합니다.

아... 제 변호사님 맞으시죠? (웃는) 생각보다 많이 젊으시네요.

진우, 서재혁을 애틋하게 바라보다가 반지목걸이를 서재혁의 손에 쥐어준다.

서재혁 (반지를 살펴보며) 이건 무슨 반지인가요? 참 예쁩니다.

진우 ...엄마한테 고백할 때 준 선물이잖아. 잘 봐봐.

서재혁 아, 어머님 반지인가요? 아버님께서 고르실 때 신경 꽤나 쓰셨겠네요.

진우 (울컥해서) 아버지... 나 모르겠어? 진우잖아. 아버지 아들 서진우!!!

서재혁, 놀란 얼굴로 말없이 진우를 빤히 보는데-

진우 (서재혁의 손을 잡으며) 제발... 아버지... 내 얼굴 잘 봐봐... 응?

서재혁 변호사님께서 잘못 찾아 오셨나 보네요.

진우에게 조용히 반지목걸이를 건네는 서재혁. 입술을 깨무는 진우, 눈시울이 붉어진다.

서재혁 저는... 아들이 없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진우의 눈빛. 결국, 진우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 위로 안 실장의 목소리가 깔린다.

안 실장 (E) 이름 서진우. 고등학교 중퇴했고, 바로 사법시험 봐서 합격.

22살 나이에 국내 최연소 변호사가 됐어.

28. 남규만 집무실 / 낮

남규만이 진우의 신상명세가 담긴 서류를 보고 있다. 진우의 사진도 첨부되어 있다.

안 실장 변호사 뱃지 달고 필드에 나온 지 1년도 안 됐는데, 꽤 잘 나가나봐

무엇보다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는데...

남규만 (흥미로워서) 능력? 그게 뭔데?

안 실장 기억력이 좋대.

남규만 (피식) 난 뭐, 눈에서 레이저라도 나오는 줄 알았네.

기억력 그게 뭐 어쨌다고?

안 실장 그냥 기억력이 좋은 게 아니라... 절대기억. 한 번 본 건 무조건 다

기억하는 거야. 그 나이에 변호사 된 것도 다 절대기억때문이고.

남규만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안 실장 들리는 얘기로는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재심재판 준비하고 있대.

관련자들도 만나러 다니고...

남규만 (신경 쓰이는) 서재혁 상태는? 알츠하이머라며.

안 실장 이젠 아들 얼굴도 못 알아보나봐.

남규만 (생각에 잠기다) 애비는 기억을 못하는데, 아들은 너무 많이 기억한다...

이건 뭐, 시트콤도 아니고. 재밌네. 재밌어.

남규만이 천천히 진우의 서류들을 찢기 시작한다. 안 실장은 묵묵히 종잇조각들을 줍고-

남규만 (계속 찢으며) 막판에 날파리 하나가 여러 사람 귀찮게 하네.

놔두면 어차피 금방 뒈질 목숨인데..


29. 남일호 저택 외경 / 밤

30. 남일호 저택-응접실 / 밤

박동호, 응접실 안으로 들어선다. 안에 남일호와 석주일이 양주를 마시고 있다.

남일호에게 정중히 인사한 뒤, 석주일 옆자리로 가 앉는 박동호.

박동호 (석주일에게) 행님도 계셨습니꺼?

석주일 (눈으로 인사하는)

박동호에게 술을 따르는 남일호. 박동호, 두 손으로 공손히 술잔을 받는다.

남일호 박 변, 부사장이 재판에서 이길 것 같다고?

박동호 아직 공판이 두 번 남았습니다만... 재판을 완전히 뒤집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그렇게 될 거 같습니더.

남일호 규만이가 원하는 그림은 아니겠구만. (잠시 생각하다, 석 사장 보며)

부사장이 재판 이기게 놔두면 안 되겠지, 석 사장?

석주일 그렇습니더.

남일호 계획대로 실행해. 박 변한테는 알아듣게 설명하고 같이 움직이게.

석주일 (고개 숙이며) 회장님 뜻대로 하겠습니더.

물음표 가득 차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31. 포장마차 / 밤

포장마차에서 어묵탕 하나 놓고 소주를 마시고 있는 박동호와 석주일.

박동호 남일호 회장이 부사장 사건에 언제부터 개입된 겁니꺼?

석주일 (한 잔 들이키더니) 처음부터다.

박동호 그럼 부사장 사건을 남일호 회장이 모두 다 계획한 거란 말입니꺼?

석주일 지금까지 그래왔다. 아들 놈 앞날에 티클 맨치라도 방해 되는 것들은

가차 없이 제거해 온 게 남일호 회장이다.


박동호 행님까지 개입된 거, 왜 지한테 숨겼습니꺼?

석주일 남일호가 이 일을 와, 지 아들도 모르게 했겠노?

박동호 (보는)

석주일 아들한테 쪼매라도 피해가 가는 걸 용납 못해서다. (박동호 보며)

내도 같은 맴이었다. 그래서 니한테 말 안한기다.

박동호 행님.

석주일 니가 지금 그 자리에 우째 올라왔는데.... 니 다치는 꼴은 절대

못 본다. 동호야. (잠시) 그래봤자 이래 엮이고 말았다만...

소주잔 들이키는 석주일. 그 마음이 느껴져 쓰린 눈빛으로 보던 박동호.

박동호 남일호 회장이 말한 다음 단계가 뭡니꺼?

석주일 빼도 박도 몬할 증거가 있데이.

의아한 눈빛의 박동호 얼굴에서-

32.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밤

모두 퇴근해 한적한 일호로펌. 박동호가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있다.

화면 가까이 가면, 5만원권 지폐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인서트>

3부 20씬. 박동호 변호사 사무실.

박동호, 백팩에서 지폐 5만원 한 장만 쏙 뽑아 볼펜으로 뭔가를 적는다.

박동호 (5만원권 확 들이밀며) 자. 계약서다. 싸인 해라.

진우 절 5만원에 사려구요?

박동호 나도 5만원 받고 법정에 서잖아. 얼마나 공평하노?

진우, 박동호를 잠시 보더니 결심한 듯 5만원권 계약서에 슥슥 서명을 한다.

박동호 오케이. 거래 성사. 이건 내가 갖는다.


/ 다시 현재. 상념에 잡힌 박동호. 그때, 편 사무장이 들어온다.

편 사무장 행님, 부르셨습니꺼?

박동호 (잠시 고민하더니) 진우 좀 지켜봐라. 재판 끝날 때까지.

33. 법원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34. 법원 앞 / 낮

법원에서 나오던 인아, 법원으로 가던 석규와 마주친다. 인아, 가볍게 목례하고 가려는데-

석규 이 검사님, 혹시 커피 좋아하세요?

인아 저요?

석규 (끄덕이면)

인아 제가 강 판사님 재판, 담당 검사인 건 알고 계시죠?

미소로 대답하는 석규. 인아, 의아한 표정으로 석규를 바라보는데-

35. 카페 / 낮

커피를 마시고 있는 인아와 석규.

석규 성추행 사건... 재판 준비하는 거, 힘들지 않아요?

인아 그래도 피해자가 겪고 있을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에요.

석규 (잠시) 2년 전, 대기업 여성임원이 부하직원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해

재판한 적이 있어요.

인아 (보면)

석규 피해자는 부하직원이 자신의 거부의사를 무시한 채 성추행했다며

눈물로 호소했어요. 당시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면

서요..
인아 ... 유죄판결이 났나요?

석규 네... 그런데 얼마 안 돼서 가해자 남성이 자살했어요.

인아 (눈 커다래지며) 네?

석규 벌금형에 그쳤지만, 판결 후에 회사에서 불명예 해고되고, 신상정보

공개 고지처분까지 받게 되자 견디지 못했던 것 같아요.

씁쓸한 얼굴로 커피를 마시는 석규. 인아, 석규를 말없이 바라보는데-

석규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 여성임원이 꾸민 일이었어요.

인아 (말문 막히는) !!

석규 실은 합의하에 스킨십을 했던 건데, 그게 소문나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봐 두려워 성추행으로 고소했던 거다...

인아 (묵묵히 보는)

석규 성추행 사건은 상반된 양측의 진술 위주로 실체적 진실을

파악해야 해서 판사입장에서도 늘 어렵네요.

인아 ...

석규 (차분히) 이 재판... 가장 확실한 증거를 판결의 기준으로 삼을 겁니다.

제 판단으로 더 이상 억울한 사람이 생기는 일은 막고 싶어요.

인아, 커피 잔만 매만지며 깊은 고민에 빠진다.

36. 일호 갤러리 / 낮

소규모의 남여경 개인전시회다. 진우가 한 그림만 유심히 보고 있다.

여경, 지인들(40대 중반 여성 2명)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계속 진우 쪽을 흘깃 본다.

지인 1 여경인 나랏일 하느라 바쁠 텐데, 언제 또 그림을 다 그렸어?

여경 틈틈이 그려왔던 거예요. 요즘은 일 때문에 많이 못 그리구요.

지인 2 여경이 그림 우리 집에 하나 두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될까?

여경 (웃는) 천천히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거 말씀해주세요.

여경, 사람들과 인사하고는 진우에게 다가가 그 옆에 선다.


여경 아까부터 이 그림만 보고 계시네요?

진우 짙은 푸른색에서... 깊은 슬픔이 느껴져서요....

여경 (살짝 놀란 얼굴로) 슬픔요?

진우 ‘평생토록 그녀는 나의 그림이었습니다.’ 샤갈이 정말 사랑한 여인이

죽었을 때 한 말이에요. 샤갈도 슬픔에 빠져 푸른색을 주로 썼거든

요.

여경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건 뭘까요?

진우 어제까진 빛나던 세상이... 한 순간에 어두워져 버리는 거겠죠.

샤갈이 푸른색에 빠져버렸던 것처럼.

상념에 잠긴 얼굴로 그림을 보는 진우. 그런 진우를 호기심 어린 얼굴로 보는 여경.

37. 일호 갤러리 앞 / 낮

건물 입구 쪽으로 진우가 팜플렛을 든 채 여경과 걸어 나오고 있다.

앞에서 여경과 가볍게 인사 나누고 돌아서는 진우. 여경은 다시 안으로 들어가고-

진우는 앞으로 향하는데, 이때 박동호가 나타나 진우 앞으로 다가온다.

박동호 둘이 언제부터 알았나? 남규만 사장이 알면 놀라 자빠질 기다.

진우 (무시하고 지나치려는데)

박동호 니가 부사장 재판 맡은 이유... 내 모를 줄 알았드나?

진우 (걸음 멈추는)

박동호 부사장이 남일호 회장 밑에서 오랫동안 돈 관리했다 아이가. 회사가

크든 작든... 돈 관리한 넘들이 비밀을 가장 많이 알기 마련이고.

니는 부사장한테 수임료 대신 비자금 장부 달라 그랬겠지.

진우 (정면으로 노려보며) 왜? 겁나요? 남규만 다음 차례는... 당신이야.

진우, 강하게 노려본다. 그 눈빛에 전혀 밀리지 않는 눈으로 맞서는 박동호.

진우 향해 몇 걸음 더 다가선다.

박동호 내는 우리 계약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꼬 생각해 왔다. 이건 진심이다.

진우 (팽팽히 노려보는)
박동호 하지만 진우야, 더 이상 선은 넘지 마라. 이건 경고다.

진우 그 계약은 이미 끝났어. 한때 당신을 믿었다는 게 미치도록 후회 돼.

박동호 남겨두고 가버리는 진우. 박동호, 굳은 얼굴로 진우를 바라보는데-

38. 바 외경 / 밤

39. 바/밤

석규가 바 안으로 들어선다. 은은한 조명에 드문드문 사람들 보인다.

이때 바텐더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술 마시고 있던 남규만과 안 실장이 보인다.

남규만, 석규를 보자 한 걸음에 다가가 얼싸 안는다. 안 실장은 미소로 인사를 대신하고-

안 실장, 남규만, 석규 순으로 나란히 앉는다.

남규만 (석규에게) 두세 번은 연락해야 얼굴 보여 주냐? 짜식이...

석규 (웃으며) 같이 학교 다닐 때랑 지금이랑 같겠어... 미안하다.

(안 실장 얼굴 살피더니) 수범인 더 핼쑥해진 거 같다?

안 실장 나? (남규만 눈치 보며) 아냐~ 기분 탓이야.

(석규에게) 넌 요즘 어떻게 (하는데)

남규만 (말 자르며) 안 그래도 들었다. 니가 우리 부사장님 재판 맡았다고..

석규 혹시 규만이 너, 그 재판 청탁하려고 나 부른 거면 (급히 일어서는데)

남규만 (석규 앉히며) 야, 장난해? 나, 남규만이야. 일호생명 사장 남규만~

안 실장, 남규만 몰래 삐죽대며 말없이 술 마신다.

남규만 (잠시) 정말 만약에 내가 손을 썼대도, 너보다 몇 곱절은 위 아니겠냐?

석규 나도 너희 둘 만날 때만큼은, 아무 긴장 없이 만나고 싶다.

남규만 (석규에게 술 따라주며) 이제야 진짜 친구 같네. 판결은 그냥 너

꼴리는 대로 하세요....

안 실장 넌 요즘도 만나는 사람 없어? 판사님이면 선도 많이 들어올 텐데...

석규 (잠시) 실은 요즘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게... 자꾸 맘 가는 사람이 있어.

남규만 니가 웬일이냐? 그렇게 여자들이 추파를 날려도 초식남처럼 굴더니.


근데 이거... 여경이가 알면, 좀 서운하겠다야...

석규 (웃으며) 나한테 여경인 그냥 친한 동생이지. 술이나 먹자.

건배를 권하는 석규의 모습에서-

40. 바 화장실 / 밤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는 석규. 볼 일을 마친 안 실장이 석규 쪽으로 걸어온다.

석규 수범이 넌, 만나는 사람 없어?

안 실장 (손 씻으며) 24시간 남규만 대기존데 연애는 무슨...

버라이어티한 규만이 땜에 사리가 매일... 쌓인다 쌓여....

석규 규만이야말로 좋은 사람 만나면, 훨씬 부드러워질 텐데...

안 실장 (나직이) 석규야.. 넌 규만이를 진짜 너~무 몰라.

석규 (안 실장에게 장난스레 헤드락 걸며) 말해 봐. 내가 뭘 모르는데~~ 어?

캑캑 대며 팔을 젓는 안 실장과 환하게 웃고 있는 석규의 모습에서-

41. 옥탑 사무실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42. 옥탑 사무실 / 낮

진우, 서류들을 확인하고 있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송 변.

송변 (떨며) 어휴, 추워 죽겄다.

진우 블랙박스 영상 찾았어요?

송변 (난로에 다가가 몸을 녹이며) 출입기록 보면서 차들 하나씩 털어

보고는 있는데, 아직 못 찾았어. 차가 좀 많아야지.

진우 중요하니까 계속 확인해주세요.

송변 오케이!
진우, 진지한 얼굴로 다시 서류들을 보는 모습에서-

43. 서울중앙지검 외경 / 낮

44. 서울중앙지검-홍무석의 검사실 / 낮

홍무석은 앉아 있고, 그 앞에 인아가 서 있다. 둘 사이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데-

홍무석 오늘 안에 일호생명 부사장 관련 자료, 증언, 모두 넘기고

재판에서 손 떼요.

인아 (강하게)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럴 이유도 없구요.

홍무석 초임이라 아직 내 파악이 덜 된 거 같은데... 나, 우리 형사부무죄율

높아지는 거.. 팔짱낀 채 구경만 하고 있진 못합니다.

인아 (표정이 확 굳는)

홍무석 담당 검사는 오늘 중에 배정될 거고.. 이 검사한텐 적당히 말랑한

사건 줄 거니까...

그때, 인아의 핸드폰에 문자가 온다. 급히 확인하는-

‘검사님, 블랙박스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인아의 입가에 엷게 미소가 돋는다.

인아 오늘 공판 못 뒤집으면 깨끗이 손 떼겠습니다.

(확신에 차서) 저 이 재판 꼭 이길 겁니다.

안경을 살짝 올리며 인아를 보는 홍무석. 물러서지 않는 인아의 모습에서-

45. 차안/낮

수사관 1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조수석에 앉아 ‘주차장 출입기록리스트’를

읽어 내려가고 있던 인아. 뒷자리에 수사관 둘이 타고 있다.

수사관 주차장 출입 기록엔 있었는데 계속 위치 파악이 안 되던

차량이었습니다.
인아 제보자가 재판뉴스 보고 전화한 거구요?

수사관 네.

인아 더 밟아요. 오늘 이 블랙박스는 우리가 무조건 확보합니다.

강한 의지를 다지는 인아가 서류를 넘긴다. 입구 CCTV에서 해당 차량이

주차장을 나갈 때 찍힌 사진이 보인다.

46. 지하 주차장 / 낮

전 씬에서 인아가 보던 사진과 같은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인아와 수사관 앞으로 덩치 큰 남자(차주)가 다가온다.

블랙박스 차주 재판 뉴스보고 혹시나 해서 뒤져봤어요. 그 건물에 주차했던 기억이

나서 확인해봤더니.... (하면서 메모리 건네는)

인아 제보 감사드립니다. (수사관에게) 이거 지금 확인해 볼 수 있죠?

수사관, ‘네’하며 태블릿PC를 꺼낸다. 인아에게 메모리 받아 태블릿PC에 삽입하는데-

그 모습, 먼발치에서 쳐다보고 있는 박동호!

인아가 보는 태블릿PC 화면에 블랙박스 영상이 뜬다.

부사장이 김한나의 부축을 받아 주차장에 나타나는데-

47. 재판정 / 낮

재판장 스크린에 블랙박스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동영상 속으로 들어가는 화면.

인서트>

단란주점 지하 주차장.

김한나가 부사장을 부축하고 주차장에 들어선다. 둘 다, 앞좌석에 탄다.

잠시 후, 부사장이 김한나에게 과한 스킨쉽을 한다. 결국 달려들고-

김한나, 부사장을 밀어내고 차 밖으로 도망친다. (부사장 얼굴은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
/ 다시 재판정.

김한나, 비참함에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만다. 방청석도 동요한다.

특히, 부사장과 방청석의 부사장 가족들(아내, 딸)은 충격에 빠져있다.

진우, 전세가 뒤집힌 상황에 표정이 굳는다. 반면, 엶은 미소를 짓는 인아의 얼굴에서-

48. 구치소 변호사 접견실 / 낮

진우가 앉아 있으면, 부사장이 안으로 들어선다.많이 지쳐있고 낙담한 얼굴이다.

부사장 서 변, 우리 가족들은 잘 갔나?

진우 네. (잠시) 사모님께서 부사장님 걱정 많이 하셨습니다.

부사장 (생각에 잠기더니) 처음 구속됐을 때는 그저 황당하고,

금방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어. 난 떳떳했으니까...

진우 (보는)

부사장 하지만 아까 동영상을 보니까... 내 믿음과는 상관없이 정말...

그런 끔찍한 일을 내가 한 건 아닐까..그때부터 내 자신이 두려워

졌어...

진우 부사장님, 이런 사건에서는 특히나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 됩니다.

판사가 마지막 판결 내리기 전까지 부사장님은 무죄에요.

부사장 (잠시) 서 변, 지금 난 회사도, 세상 그 누구도 무섭지 않아. 하지만...

진우 (조용히 부사장을 바라보는)

부사장 아내랑 딸아이가 제일 무서워. (눈빛 심하게 흔들리며)

이젠 날 벌레처럼 볼까봐.. 날 떠나 버릴까봐...

괴로움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고개 떨구고 마는 부사장. 심란한 진우의 얼굴에서-

49. 공사현장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50. 공사현장 / 낮
안전모를 쓴 김한나 부, 시멘트 포대(혹은 벽돌)를 등에 메고 공사현장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진우가 먼발치에 그 모습을 보고 있다.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는 김한나 부. 그때, 진우가 다가온다.

진우 김종인씨 되시죠?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진우를 보는 김한나 부.

51. 함바집 / 낮

식판에 가득 담긴 밥과 반찬을 김한나 부가 허겁지겁 먹고 있다.

진우가 맞은편에 앉아있다.

김한나 부 (밥 먹으며) 그런데 젊은 사람이 나한테는 무슨 볼 일이에요?

(진우 보면)

진우 김한나씨 아버지 되시죠?

김한나 부 !!! (천천히 수저 내려놓고, 경계하며) 당신이 우리 딸을 어떻게...

진우 김한나씨와 잘 아는 사람입니다.

시간경과>

김한나 부의 소주잔을 채워주는 진우.

김한나 부 (한 잔 들이키더니 조심스럽게) 우리 딸은 잘 지내나요?

진우 네. 얼마 전에 대학도 졸업하고... 지금은 큰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김한나 부 (대견스럽다, 울먹이며) 네.. 잘 커줬군요.

진우 왜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으시죠?

김한나 부 (감정 북받쳐서) 갈 수 있었으면 진작에 갔겠죠.

(잠시) 저는... 죄인입니다.

진우 (보면)

김한나 부 회사 부도 처리되면서 빚쟁이들 피해 혼자 야반도주한 그 날부터요.

그런데 이제 와 무슨 염치로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진우 따님이 보고 싶진 않으세요?
김한나 부 (씁쓸히 웃으며) 왜 안보고 싶겠습니까? 매일 밤 꿈을 꾸면, 가족들과

함께 했던 그때를 기억합니다.

진우 (말없이 보는)

김한나 부 (아련하게 딸 생각하며) 그 좋았던 기억을 다시 만들고 싶어서...

힘들지만 다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진우 ....

진우, 그 말에 마음이 저려오는데-

김한나 부 (그 말에 눈시울 붉어지더니) 꼭 우리 딸에게 전해주세요.

이 애비가 곁에 있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고.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안타까운 얼굴로 김한나 부를 바라보는 진우의 얼굴에서-

52. 옥탑사무실 외경 / 밤

53. 옥탑사무실 / 밤

진우, 재판에서 인아가 틀었던 블랙박스 동영상을 보고 있다.

마우스를 이리저리 클릭하며 특정장면을 반복해서 보고 있는데-

김한나가 차 밖으로 뛰어나가기 직전, 화면에 잡힌 부사장의 모습.

(초점이 안 맞거나 각도 때문에 부사장 얼굴은 잘 보이지는 않는다.)

이 구간을 반복 재생하는 진우 모습. 그러다 핸들을 잡고 있는 부사장 모습에서 정지!

부사장이 반지를 끼고 있지 않다. 진우, 눈을 또렷이 뜨며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인서트>

48씬. 구치소 변호사 접견실.

진우가 부사장을 면회하고 있다.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며 괴로워하는 부사장 모습.

약지 손가락에 반지를 꼈던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 다시 현재. 진우, 핸드폰을 꺼내 들더니-


진우 사모님, 서진우 변호사입니다. 여쭤볼 게 하나 있습니다.

실마리를 잡은 듯한 진우의 얼굴에서-

54. 옥탑 사무실 앞 / 낮

날이 밝는다. 진우가 나와 차에 올라탄다.

55. 차안/낮

송 변과 통화하고 있는 진우. 급히 이동 중이다.

진우 지금 당장 블랙박스 제보자 위치 찾아봐요.

송 변 (E) 응? 그건 왜?

진우 그 영상 가짜예요. 제보자가 이 사건의 키구요.

송 변 (E) (화들짝 놀라며) 뭐?

56. 지하 주차장 / 낮

블랙박스 차주가 집 밖으로 나온다. 커다란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있다.

자신의 차가 주차된 곳까지 걸어가는데-

먼발치, 차안에 진우가 있다. 블랙박스 차주의 얼굴을 집중해서 본다.

인서트>

수십, 수백 명의 얼굴이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비주얼. 그러다 정확히 일치하는

한 명의 얼굴이 남는다. 그 얼굴에 집중해 들어가는 화면.

화면, 빠지면 3부 71씬에서 박동호 사무실에 있던 조폭이다!

/ 다시 현재.

확신을 얻은 진우. 블랙박스 차주가 차를 타고 움직이자, 뒤를 따르기 시작하는데-

57. 도로 위 / 낮
블랙박스 차주의 차를 뒤쫓고 있는 진우의 차. 그 뒤로... 또 한 대가 그들을

미행하고 있다. 편 사무장이다. 부지런히 진우 차 쫓으며 핸드폰 통화 버튼을 누르는데-

58. 일호로펌-박동호 집무실 / 낮

5만원권을 보고 있던 박동호. 핸드폰 진동음이 울린다. 받아들면-

편 사무장 (E) 행님. 돌아가는 모양새가 진우, 지대로 사고 칠 거 같습니더.

박동호 (낮게) 알았다.

핸드폰 끊는 박동호. 뭔가 결심한 듯 한 얼굴에서-

59. 인천 선착장 / 밤

선착장 앞에 도착하는 블랙박스 차주의 차량. 미리 정차해있던 차량에서 석주일과

덩치들이 나온다. 블랙박스 차주와 또 한 남자(대역남)가 석주일 앞에 고개를 숙인다.

석주일 (남자 둘을 끌어안으며) 수고했다.

차주, 대역남 네, 형님.

석주일 내일이믄 재판 끝난다. 잠잠해지면 연락 할 끼고.

먼발치, 지형지물 뒤에 숨어 그 모습 지켜보고 있는 진우. 대역남을 집중해서 보는데-

사건의 전말을 유추해 들어가는 진우.

인서트>

-단란주점 계단/ 쓰러져 잠든 부사장. 블랙박스 차주와 대역남이 부사장을 끌고 간다.

-단란주점 주차장/ 봉고차에 부사장을 집어넣는 차주와 대역남.

-단란주점 주차장/ 차주가 신호를 하자 김한나와 부사장을 닮은 대역남이 부사장

차에 오른다. 그 모습을 찍고 있는 건너편 차량 블랙박스.

/ 다시 현재. 작은 고깃배가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블랙박스 차주와 대역남이


고깃배에 올라선다. 진우, 더는 기다릴 수 없어 그쪽으로 달려가려하는데-

그때, 박동호가 나타난다! 멈칫 멈춰서는 진우.

박동호 (진우 쪽으로 걸어오며) 진우야. 내는 분명히 경고했데이.

진우 (표정 굳는)

선착장에 고깃배가 떠나려고 한다. 마음이 급한 진우, 박동호 밀치고 가려는데 이때-

박동호가 손짓하자 대여섯의 덩치들이 몰려든다. 진우를 붙잡아 내동댕이치는 덩치들.

진우 (벌떡 일어나며) 비켜! (덩치가 붙잡자) 이거 놔!!

진우, 덩치를 뿌리치고 선착장 쪽으로 가려는데 덩치 하나가 진우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쓰러진 진우를 마구 밞고, 때리기 시작한다. 진우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터진다.

고깃배가 선착장에서 멀어지는 걸 확인한 박동호.

박동호 고마해라.

덩치들, 진우에게서 물러나면 웅크린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진우가 보인다.

박동호 (다가가서) 이제 남규만 잡을 생각은 깨끗이 접어라. 알았나?

진우 (터진 입술을 닦으며) 개자식.

진우 남겨두고 떠나는 박동호. 그런 박동호를 노려보는 상처투성이 진우 모습에서-

60. 병원 외경 / 밤

61. 병원 로비 / 밤

OMIT

62. 병동-수술실 앞 / 밤
김한나를 찾아 수술실 향해 걸어가고 있는 진우. ‘수술중’ 불이 들어와 있는 수술실 앞.

그 앞 복도에 김한나가 초조한 얼굴로 서 있는 것을 발견한다. 진우, 다가가려는데-

수술실 문 열리면서 카트와 의료진이 나온다. 김한나, 달려가면-

의사 어머님 수술 잘 끝났습니다. 안심하세요.

김한나 (눈시울 붉어져서)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마취에 취해 잠든 엄마 보자, 울컥 눈물이 쏟아지는 김한나.

김한나 (흐느끼며) 엄마, 많이 힘들었지? 이젠 됐어. 다 끝났어.

김한나, 움직이는 카트를 따라가다 복도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진우와 마주친다.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놀라는 김한나의 얼굴에서-

63. 회복실 앞 / 밤

회복실에서 나오는 김한나. 그 앞에 진우가 앉아있다. 김한나, 진우를 외면하고 가려는데-

진우 김한나씨...

김한나 (멈추는)

진우 어머님 빨리 완쾌되시길 바랄게요. 진심입니다... (잠시) 하지만.

김한나 (고개 돌려 진우 보면)

진우 김한나씨는 당신의 어머니를 지키겠다고... 다른 아이의 아버지를

빼앗은 겁니다. 그건... 잊지 마세요.

심란한 얼굴로 진우를 지나쳐가는 김한나. 그런 김한나를 보는 진우의 모습에서-

64. 남일호 저택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65. 남일호 저택-주방 / 낮


남일호와 여경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옆에는 가사 도우미가 음식들을 나르고-

여경 아빠, 오늘 부사장님 마지막 공판이야.

남일호 (묵묵히 식사하는)

여경 (여러 생각하다 수저 내려놓으며) 아.. 아무래도 불안해.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뭐든 이상하면 문제제기할 거야.

남일호 사건 동영상까지 나온 마당에, 부사장... 원래 자리로 돌아오기엔

너무 멀리 가버렸어.

여경 (섭섭함에) 아빠!

남일호 내가 어떻게 키우고 가꿔 온 회산데, (감정 오르며) 엄한 놈이

내 면상에 더러운 재를 뿌려? (애써 다시 마음을 진정시키는)

식사를 이어가는 남일호. 그런 남일호를 놀란 얼굴로 바라보는 여경에서-

66. 남규만 집무실 / 낮

책상에 다리를 쭉 뻗어 서류를 보고 있는 남규만. 그 옆에 안 실장이 서 있다.

안 실장 최종적으로 부사장 후보들 다시 추려봤어.

남규만 (서류 넘기며) 이 중에 제일 말 잘 듣는 놈이 누구야?

안 실장 이영호 상무. 기라면 기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낼 거야.

남규만 (비릿하게 웃으며) 박변은?

안 실장 법정 갔어. 판결나면 보고해 준다고 했어.

남규만 알았어. 가봐.

안 실장, 문 닫고 나가면 남규만이 핸드폰을 누른다. 연결되면-

남규만 야! 오늘 밤에 나와. 기분 좋게 술이나 빨자.

배철주 (E) 왜? 뭔 일인데?

남규만 오늘 부사장 털리는 날이다.

히죽거리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67. 법원 외경 / 낮

68. 재판정 / 낮

재판정에 걸어 들어오는 진우. 상처투성이 얼굴로 변호인석에 앉는다. 이어, 부사장이

법원정리들과 함께 들어온다.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얼굴로 진우 옆에 앉는 부사장.

부사장 ...오늘 유죄판결 받으면 바로 수감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진우 (담담하게) 맞습니다.

부사장 (품에서 편지를 꺼내며) 이 편지... 가족들한테 전해줄 수 있겠나?

진우 (고개 들어 보면)

부사장 세상 사람들 모두가 욕해도... 아버지를 믿어달라고....

진우, 부사장에게 편지를 받아든다.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돌려준다.

진우 재판 지는 일 없습니다. 직접 전해주세요.

방청석의 김한나, 고개를 돌려 부사장 쪽을 바라본다.

부사장 가족들(아내와 딸)이 보인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김한나의 눈동자.

69. 법원 복도 / 낮

복도를 울리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 여경이 재판정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70. 재판정 / 낮

석규, 들어와 판사석에 착석한다.

석규 마지막 공판을 시작합니다.

스크린에 블랙박스 화면이 영사된다. 인아가 47씬에서 틀었던 증거화면이다.


진우 거기서 정지!

화면 정지하면, 부사장의 손이 핸들을 붙잡고 있는 화면이다.

진우 검사 측에서 제시한 블랙박스 증거 자료입니다. 화면을 보면, 저희

피고인이 반지를 끼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은 결혼 이후

집 밖에서는 단 한 번도 반지를 빼본 적이 없습니다.

그 말에 눈이 커다래지는 김한나. 진우, 서기에게 증거서류를 제출한다.

진우 증인이 체포되었을 당시, 경찰이 작성한 영치품 목록입니다.

리스트에 분명, 반지가 있다고 나옵니다만 보시는 바와 같이

블랙박스 화면에서 피고인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습니다.

인아 피고인이 죄책감 때문에 반지를 주머니에 넣었다는 생각은 안 드나요?

석규 지금 변호인 발언의 의도가 뭡니까? 검사측이 제시한 증거가

가짜라는 겁니까?

진우 네. 블랙박스 화면에 있는 남자는 저희 피고인이 아닙니다.

인아 (자리에서 일어나) 피고인이 아니면.. 제가 대역을 써서 동영상을

가짜로 만들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정말 황당하네요.

진우 가짜로 만든 영상을 제보 받은 겁니다. 동영상의 진위 여부를 위해

김한나씨를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그 말에 김한나의 눈빛이 급격히 흔들린다.

그때, 여경이 들어온다. 방청석에 앉는데, 변호인석의 진우를 보고 놀란다.

71. 법원 복도 / 낮

박동호가 복도를 걷고 있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박동호의 굳은 얼굴에서-

72. 재판정 / 낮
박동호, 재판정에 들어오면 김한나가 증인석에 앉아있다. 김한나에게 다가가는 진우.

진우 증인은 한 달 있으면 일호 생명 인턴직이 끝나죠? 아직 새 직장도

못 구했구요?

김한나 ...네.

진우 최근엔 증인이 사는 고시텔에 도둑이 들었죠?

인아 (일어나며) 증인은 본 사건과 관련 없는 질문들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석규 핵심만 짚어서 질문하세요. 변호인.

진우 (잠시) 최근 증인은 어머니 수술비로 모은 돈을 모두 도난당했습니다.

그런데 증인의 어머니는 위암 때문에 어제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진우, 갑자기 매서운 눈빛으로 변한다. 방청석의 여경, 진우의 돌변한 모습이 흥미롭다.

진우 어머님 수술은 잘 끝났습니까?

김한나 (당황하는)

진우 질문이 어렵나요? 어머님 수술이 잘 끝났냐고 물었습니다.

김한나 (굳은 얼굴로 망설이다) ...네.

진우 9개월치 월급을 한 푼 안 쓰고 모아도 부족한 금액일 텐데...

돈이 갑자기 어디서 났습니까?

김한나 (대답 못하는)

진우 수술비는커녕 입원비 낼 돈도 없지 않았습니까? 학자금 대출 받은 거

아직 반의 반도 상환하지 못해서 추가 대출은 막혀있구요!

김한나 ....

진우 (윽박지르듯) 다시 묻겠습니다. 수술비를 어떻게 구했습니까?

돈이 필요해서 부사장을 이용한 게 아닙니까?

김한나, 대답 못하고 고개를 숙이자 인아가 황급히 일어난다.

인아 이의 있습니다. 지금 변호인은 본 재판과 전혀 관련 없는 건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습니다.

석규 변호인 경고 합니다.
마음을 졸이며, 방청석에 있는 부사장 아내와 고등학생 딸 보이고-

진우 어머니께서 지금 증인의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 것 같습니까?

인아 이의 있습니다.

석규 (버럭) 그만하세요. 변호인! 법정모독으로 처벌하겠습니다.

진우 (굴하지 않고) 어머니께서 당신 딸이, 이런 방법까지 써가며 수술받기를

정말 원했을까요?

김한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는)

진우 (쐐기 박듯) 김한나씨, 저 동영상에 찍힌 남자가 부사장이

정말 맞습니까? 대답하세요!

정적으로 가득찬 재판정. 모두들 김한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때 김한나, 부사장의 딸과 눈이 마주친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딸의 얼굴인데-

김한나 (눈시울 붉어져서) 부사장님은 아무 잘못 없어요.

그 말에 진우, 인아, 석규의 시선이 일제히 김한나에게 향한다.

김한나 저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흑흑) 죄송해요.

전... 정말... 이 방법 밖에는...

그 말에 허탈한 표정되는 인아. 방청석이 금세 시끄러워진다. 박동호도, 여경도 놀란다.

방청석에 있던 가족들이 달려와 부사장에게 안긴다. 그동안 참아온 감정을 터트리는

부사장과 가족들. 그 모습을 엶은 미소로 보는 진우와 복잡한 얼굴로 보는 인아.

73. 재판정 복도 / 낮

복도로 나오는 진우. 인아가 달려가 진우 앞에 선다. 진우, 무시하고 가려는데-

인아 이 자작극, 김한나 혼자 벌였을 리가 없어!

진우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야. 의뢰인 무죄 밝혀냈으니까.. 내 할 일은

이제 끝났어.
인아 (표정 굳는)

진우 이 사건 꼭대기에 누가 있는지 밝혀내는 건, 당신 몫이야.

당신 검사잖아.

그 말 남기고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진우. 거리 두고 남겨진 인아. 그때-

여경 서진우 변호사님.

그 말에 인아, 고개 돌려 본다. 저만치 진우 곁으로 다가가는 여경이 보인다.

여경 저희 부사장님 변호인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걱정스레) 근데 얼굴이...

진우 별 일 아니에요.

여경 사실, 오늘 유죄판결 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멋지게 변론해 줘서 고마워요.

진우 (엷게 미소 짓는)

여경 제가 감사표시로 술 한 잔 사고 싶은데 어때요?

여경의 말에 웃으며 여경과 함께 가는 진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인아의 복잡한 표정에서-

74. 국밥집 / 낮

홀에는 손님이 몇 없다. 그 사이로 인아가 국밥을 말없이 내려다보며 한참동안 있다.

이때, 인아 앞으로 와 서는 남자. 인아, 고개를 올려보면 박동호다.

박동호, 인아의 앞에 앉는다. 얼굴이 금세 굳어지는 인아.

박동호 (종업원 향해) 아지매~ 여기 국밥 한 그릇 더 주이소~

인아 (차갑게) 나, 오늘.. 당신 마주하고 밥먹을 기분 아냐..

박동호 탁 검사님이 재판 말아 묵으면, 시원~하게 여기 국밥도

말아 묵으라고 하지 않았습니꺼..

인아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이때, 국밥 한 그릇이 박동호 앞에 놓인다.


박동호 (국밥을 수저로 저으며) 아이고야... 억수로 맛나것다..

(잠시) 나도 이 검도, 결국 진우한테 까였다 아입니꺼..

인아 (그 말에 눈빛이 흔들리는) ...

박동호 이 정도믄 다정하게 국밥 한 그릇도 같이 먹을 수 (하는데)

인아 (말 자르며, 벌떡 일어나) 당신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함부로 생각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이야. 다신 아는 척 하지마.

밖으로 나가버리는 인아. 방금 전과 달리 덤덤히 국밥을 먹는 박동호 모습에서-

75. 남일호의 서재 / 밤

TV 뉴스를 보고 있는 남일호. 그 옆에는 석주일이 좌불안석으로 앉아있다.

뉴스에서는 ‘일호생명 부사장 강 모씨 무죄 판결’ 타이틀이 크게 보인다.

기자 오늘 서울중앙지법은 인턴 여직원을 성추행 한 혐의로 기소된 일호생명

부사장 강 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강씨는...

TV를 보던 남일호. 리모컨으로 티비를 끄더니 머리를 쇼파 뒤로 댄다.

석주일 (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면목 없습니더. 회장님.

남일호 (위압적으로) 규만이 옷에 얼룩 하나라도 묻는 일은 없겠지?

석주일 걱정 안하셔도 됩니더. 박변하고 제 선에 끝나는 일입니더.

천천히 눈을 감는 남일호. 그 위로 박동호의 목소리가 선행된다.

박동호 (E) 부사장이 재판 이겼습니더.

76. 바/밤

남규만 앞에서 보고를 올리고 있는 박동호가 보인다. 옆에는 배철주도 보인다.

남규만, 잔을 쥐고 있는 손이 분노로 떨리기 시작한다.


남규만 다시 말해 봐요.

박동호 부사장한테 무죄 떨어졌습니더.

분노에 차서 양주잔을 집어 던지는 남규만. 옆에 있던 배철주 얼굴도 경직되고-

남규만 누가 재판 그렇게 만들었어?

박동호 (대답 없이 어두운 표정으로 보는)

남규만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그 변호사 새끼, 당장 데려와! 내 앞에 당장!

이때, 진우가 여경과 바에 들어선다. 남규만과 배철주를 발견한 진우.

인서트>

3부 74씬의 상황. 동영상에서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이야기를 하는 남규만과 배철주.

남규만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을지 내가 알았겠냐?

배철주 하여간... 미친놈. 니 대신 감방 가게 생긴 사람은 또 뭔 죄냐?

남규만 쥐뿔도 없는 게 그 인간 죄야. 누가 대신 감방 가달랬냐?

뭣도 없으니까 그 모양이지.

/ 다시 현재. 진우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규만을 보고 있다. 여경도 남규만을 발견하고-

여경 어, 오빠? (뒤늦게 이상한 분위기 감지하며)

남규만, 씩씩거리다가 고개 돌려 여경을 보는데- 그 옆에 있는 진우를 발견한다.

박동호도 진우 보고 얼굴이 굳는다. 진우를 노려보는 남규만. 순간 팽팽해지는 분위기.

남규만 뭐야?

진우 (천천히 다가가서) 남규만 사장님. 저, 아시죠?

남규만 (비릿하게 얼굴이 구겨진다) !!!

둘 사이, 심상치 않은 기색 느끼는 여경. 서로를 매섭게 노려보는 남규만과 진우.

둘을 무거운 얼굴로 바라보는 박동호. 세 사람의 분할화면에서 엔딩!


-6부 끝
Remember 07

1. 전주댁 딸의 집 / 낮

화면 가득, 진우의 놀란 얼굴이 보인다. 눈앞에 전주댁이 누워있다.

진우, 떨리는 손으로 전주댁의 숨결을 확인한다. 급격히 굳어지는 진우의 얼굴.

순간, 진우는 전주댁의 목을 두르는 희미한 궤적(낚싯줄 흔적)을 본다!

본능적으로 전주댁의 집을 빠르게 스캔하고 있는데-

그때, 형사들이 문을 박차고 집안으로 들어온다. 맨 앞에 곽 형사가 있다.

곽 형사 이게 누구신가? 서진우 변호사님?

진우 (표정 굳는) !!!

곽 형사 (죽어있는 전주댁 보더니) 사람 죽이셨어요?

진우 ....

곽 형사 (형사들에게) 현행범이다. 체포해!

형사들이 진우를 압박해 들어간다.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진우의 급박한 모습 위로-

2. 바/밤

자막- 4일 전

남규만 앞에서 보고를 올리고 있는 박동호가 보인다. 옆에는 배철주도 있다.

남규만, 잔을 쥐고 있는 손이 분노로 떨리기 시작한다.

남규만 다시 말해 봐요.

박동호 부사장한테 무죄 떨어졌습니더.

분노에 차서 양주잔을 집어 던지는 남규만. 옆에 있던 배철주 얼굴도 경직되고-

남규만 누가 재판 그렇게 만들었어?

박동호 (대답 없이 어두운 표정으로 보는)


남규만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그 변호사 새끼, 당장 데려와! 내 앞에 당장!

이때, 진우가 여경과 바에 들어선다. 남규만과 배철주를 발견한 진우.

여경 어, 오빠? (뒤늦게 이상한 분위기 감지하며)

남규만, 씩씩거리다가 고개 돌려 여경을 보는데- 그 옆에 있는 진우를 발견한다.

박동호도 진우 보고 얼굴이 굳는다. 진우를 노려보는 남규만. 순간 팽팽해지는 분위기.

남규만 뭐야?

진우 (천천히 다가가서) 남규만 사장님. 저, 아시죠?

남규만 (비릿하게 얼굴이 구겨진다) !!!

둘 사이, 심상치 않은 기색 느끼는 여경. 서로를 매섭게 노려보는 남규만과 진우.

둘을 무거운 얼굴로 바라보는 박동호.

배철주 (남규만에게) 누구야?

진우 (적의를 감추고) 부사장님 변호했던 서진우라고 합니다.

남규만 (여경 때문에 속내를 감추지만 적의에 차서 보며) 재판...얘기 들었어요.

나이도 어린분이 실력 좋으시네. 운이 좋은 건가? 아, 칭찬이에요.

칭찬.

진우 법정에서는 나이순이 아니니까요.

맞받아치는 진우를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박동호.

배철주도 진우와 남규만의 팽팽한 대화에 긴장한 얼굴이다.

남규만 (빈정대는) 덕분에 우리 회사, 구사일생으로 이미지 살렸네.

이거 어떡하지? 펌에 자리라도 하나 만들어 줘야 되나?

라며, 슬쩍 박동호를 본다. 박동호 굳은 표정으로 남규만의 시선을 받는다.

진우 호의는 감사합니다만, 저도 로펌을 갖고 있어서요.


박동호 자, 남사장님... (진우 보며 은근히) 많이 드셨는데 이쯤에서

파하는 게 어떻겠습니꺼? (남규만 일으켜 세우며) 가시지요.

박동호와 함께 못마땅한 얼굴로 나가는 남규만. 배철주도 따라 나선다. 그때-

진우 남규만 사장님.

남규만, 멈춰 선다. 진우가 테이블에 있던 남규만 핸드폰 집어 들더니 남규만 쪽으로 간다.

진우 (남규만 얼굴 똑바로 쳐다보면서) 4년 만인데...

(핸드폰 건네주는) 벌써 가신다니 아쉽네요.

남규만 (이거봐라 하는 얼굴로 핸드폰 받으며) 나 보고 싶으면 직접 회사로

오든지.

진우 (남규만만 듣도록 가까이 가서) 다음엔... 법정에서 보게 될 거야.

내가 너, 법정에 세울 거니까.

그 말에 남규만 표정 일그러지는데, 뒤에 있는 여경 발견하고 억지로 억누른다.

박동호에게 이끌려 밖으로 나가는 남규만. 배철주도 나간다.

3. 박동호의 차 안 / 밤

운전대 잡고 있는 편 사무장. 뒤에 앉아있는 남규만과 박동호.

의자를 땅땅 치며 분을 못 참고 있는 남규만. 편 사무장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다.

남규만 저 새끼, 내가 당장 죽여 버릴 거야.

박동호 그러다 사장님한테 똥물이라도 튀기면 어쩌실라 그럽니꺼?

남규만 부사장 재판, 망친 게 저 새끼잖아. 이게 어떻게 찾아온 기횐데...

박동호 (차분히) 그 기회, 누가 만들었다꼬 생각하십니꺼?

남규만 (보면)

박동호 회장님입니더.

남규만 (의아한 얼굴로) 그건 또 뭔 소리야?

박동호 부사장한테 누명 씌운 거, 처음부터 회장님 계획이었습니더.


남규만 (눈 커다래지며) 아버지가? 부사장을 얼마나 아꼈는데?

박동호 그래봤자 회장님한테 부사장은 그저 일 잘하는 머슴 아입니꺼?

남규만 (여전히 못 믿겠다는 얼굴로) 아버지가 왜 나한테?

박동호 일호그룹, 살점 하나 뜯기지 않고 사장님한테 물려주려고

밤낮으로 애쓰는 분이... 바로 회장님입니더.

남규만 ....

박동호 이젠 진짜 매사에 맴을 다스리시고, 자중하셔야 합니더.

남규만, 눈빛이 흔들리고 있다. 이때, 박동호의 핸드폰이 울린다. 가만히 받아들면-

석주일 (E) (텁텁한 목소리로) 동호야, 고급지게 술 한잔 어떻나?

4. 바 외부 / 밤

여경과 진우가 바에서 나온다. 바 앞에서 차를 기다리는 둘.

여경 오늘 즐거웠어요.

진우 (살짝 미소 지으며) 네. 저도.

여경 ...원래 오빠가 좀 다혈질이에요. 아까는 또 뭐가 맘에 안 들어 난린지..

진우 큰 회사 이끌어 가다 보면, 맘 쓸 일이 한 둘이 아니겠죠.

그러다 보면 괜한 곳에서 감정이 터질 수도 있구요.

여경 그렇게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사실 아까 오빠 모습, 좀 민망했거든요.

여경의 차가 다가와서 둘 앞에 멈춘다.

진우 (차 문 열어주며) 신경 쓰지 마요. 오히려 여경씨 덕분에

남규만 사장님과 인사할 기회가 생겨 좋았어요.

여경 (살짝 놀라며) 우리 오빠, 만나보고 싶었어요?

진우 네, (의도 감추고) 장차 일호그룹 회장이 되실 분이니까요.

여경 (웃으며) 의외로 권력욕도 있으시네요. (아쉬워하며 차에 타는)

우리 또 만날 수 있겠죠?

진우 (미소 지으며) 그럼요. 조심해서 가요.


여경, 살짝 미소 지으며 출발한다. 멀어지는 여경의 차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는 진우.

5. 옥탑사무실 / 밤

어두운 조명의 옥탑 사무실. 진우가 힘없이 걸어 들어온다.

소파에 앉아있던 연 사무장, 진우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진우 오늘... 남규만 만났어요.

진우, 자기 책상 앞으로 가 앉는다. 놀라며 진우에게 다가가는 연 사무장.

연 사무장 어떻게? 그 놈이 찾아 온 거야?

진우 아뇨, 우연히 만났어요. (잠시) 이제야 진짜 시작인데, 정말 이 날만

기다렸는데... (떨리는 목소리) 근데 아버지가 절... 기억 못해요.

붉어지는 진우의 눈시울. 진우의 시선이 책상 위 사진액자에 머문다.

과거, 아버지와 함께 환히 웃으며 찍은 사진이다. 그런 진우를 연 사무장이 안쓰럽게 본다.

진우 억지로 아버지 기억 떠올리게 하면... 더 힘들어 하실 거 같아요.

연 사무장 (잠시) 원래 기억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 남아 있는 거야.

진우 (눈물 삼키며 액자 속 아버지의 얼굴을 매만지는) ...

연 사무장 아버지가 기억 못한다고 하셔도... 여전히 가슴 속에는 서 변이

남아 있을 거야. 난 그렇게 믿어.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마는 진우. 연 사무장이 진우의 어깨를 말없이 감싸며 다독인다.

6. 일호로펌-회의실 / 밤

기다란 회의테이블에서 후르륵 소리가 크게 들린다.

화면 빠지면, 사발면에 소주로 반주하고 있는 박동호와 석주일.

박동호 그 언젠가 용필이 행님이 노래하셨지 않습니꺼?


석주일 (술잔 넘기려다) 그 행님 노래가 어디 한둘이가?

박동호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는다꼬...

석주일 (그 말 들으며 술잔 넘기는) 니... 진우 그놈아 때문에 이러는 기가?

박동호, 대답 없이 술잔만 넘긴다.

석주일 그놈 아버지를 위해 싸웠던 건 옛날 일이고... 니나 내나 이제는

남씨 일가한테 밥줄 대고 사는 신세 아이가?

박동호 안 그래도.. 진우가 남규만 정면으로 들이 박았습니더.

석주일 (놀라서) 뭐라꼬?

박동호 남규만이... 진우 당장 죽여버린다꼬 난리 치는 거 겨우 막았습니더.

석주일 그기 남규만 막는다꼬 될 일이가? 진우 갸를 막아야제.

박동호 아들이... 아버지 살리겠다고 저러는 긴데...

그걸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꺼?

석주일, 술잔을 내려놓더니 의미심장한 얼굴로-

석주일 동호야. 이거 하나는 잊지 말그래이.

남씨 일가의 적은... 니나 내한테도 적일 뿐이다.

생각이 복잡한 박동호의 얼굴에서-

7. 남일호 저택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8. 남일호 저택-다이닝 룸 / 낮

남일호가 남규만, 여경과 식사 중이다. 남규만은 전날 박동호가 해준 말이 떠오르고-

모른 척 식사를 하는 남일호의 얼굴 위로-

박동호 (E) 일호그룹, 살점 하나 뜯기지 않고 사장님한테 물려주려고


밤낮으로 애쓰는 분이... 바로 회장님입니더.

남규만이 남일호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용기를 내서 입을 연다.

남규만 근데.. 강 부사장 재판에서 아버지가... 절 위해서... (하는데)

남일호 (말 끊는) 부사장 사표는 수리했다. 사장된 액땜했다 쳐.

남규만 (빙긋 웃으며) 네.

남일호 사람은 도구로만 쓰는 거다. 오래 쓰면 그만큼 닳는 법이고...

도구는 항상 바꿔가면서 써라.

남규만 (밥 먹다가 일어나 고개 숙이며) 명심하겠습니다. 아버지.

차분히 식사를 이어가는 남일호. 그때, 여경이 들어온다.

여경 (자리에 앉으며 애교부리는) 아빠 오늘 넥타이 멋지다.

5년은 젊어 보여.

남일호 (허허 웃으며) 니가 사준 거라고 생색내는 거지?

여경 (새초롬하게 웃으며 수저를 드는)

남규만 (가식적으로 여경을 보며) 너 어제 몇 시에 왔냐?

여자애가 일찍 일찍 좀 다녀.

여경, 같잖다는 얼굴로 규만을 바라보는데. 규만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하다.

9. 남일호 저택 앞 / 낮

수행비서가 차로 다가가려하자, 규만이 재빨리 나서서 차문을 열어준다.

남일호, 규만의 어깨를 한 번 만져준 뒤 차에 오른다.

남규만과 여경, 나란히 서서 인사를 한다. 차가 떠나자 고개를 드는 둘.

남규만 휘파람 불더니 여경을 못 마땅하게 보며-

남규만 (표정 변하며) 서진우 그 새끼, 가까이 하지 마.

여경 (피식 웃으며) 왜? 언제부터 니가 나한테 관심 있었어?

남규만 변호사랍시고 그 새끼 말빨에 너 혹한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여경 나도 검사고 눈 있어. 진우씨 진중하고 능력있는 사람이야. 왜, 질투나?

남규만 (황당해서) 뭐?

이때, 여경의 차가 앞에 와서 선다. 여경, 차문을 열며-

여경 아빠 항상 하는 말 기억하지? 언제나 평상심을 잃지 마라.

차에 올라타 쌩하고 가버리는 여경. 남규만, ‘저걸 확’ 하는 표정에서-

10. 진우의 차 안 / 낮

차 안, 앞좌석에 진우와 부사장이 있다. 부사장, 가방에서 USB 메모리를 꺼낸다.

부사장 (건네며) 수임료 대신 약속했던 거네. 일호생명에서 오고갔던 비자금

내역이 다 담겨있어.

진우 (받으며) 이젠 어떻게 하실 거죠?

부사장 이 나라를 떠야지. 30년 일하고 받은 댓가가 결국 배신이라면...

이제 일호에는 아무런 미련이 없어.

진우 (보는)

부사장 차라리 잘 됐어. 회사 때문에 딸애가 크는 걸 제대로 못 봤거든.

이제라도 진짜 아빠, 남편 노릇 제대로 해보고 싶어.

그 말에 아버지 생각이 나면서 씁쓸함이 스쳐가는 진우의 얼굴.

이때, 진우의 핸드폰이 울린다. 진우, 핸드폰을 들면-

목격자 (E) 저기, 현수막 보고 전화하는데~

예사롭지 않은 진우의 눈빛에서-

11. 편의점 앞 / 낮

진우가 한 노인 (70대 남)과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아 대화중이다.


노인 옆으로 폐지들을 실은 리어카가 보이고 노인은 빵과 우유를 급히 먹고 있다.

그들 뒤로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제보자를 찾습니다’라는 현수막 보이고-

진우 정말 그때 우리 아버지를 보셨다구요?

노인 아, 몇 번을 말해? 내가 원래 초저녁에 자고 새벽 2시면 일어나

아침까정 폐지 줍고 다니는데, 새벽에 분명히 봤다니까.

진우 (미심쩍은 얼굴로) 근데 어떻게 지금도 기억하세요?

노인 아, 사람이 좀~ 이상했어야지. 뭔 종이가방하나 달랑 들고는

동네를 아침까정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정신 나간 거 같기도 하고

..

진우 (안타까움에) 근데 왜 진작 연락하지 않으셨어요?

노인 내가 빙판길에 자빠져서 한동안 아들네 가 있었거든.

(뒤에 현수막 보며) 근데 지금도 안 끝난 줄은 몰랐지..

진우 (표정 어두워지는데) ...

노인 (조심스레) 근데, 총각. (잠시) 사례금은 얼마나 줄 건데?

뭔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듯한 진우의 얼굴에서-

12. 옥탑사무실 외경 / 밤

13. 옥탑사무실 / 밤

송 변과 연 사무장, 소파에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다.

연 사무장 송 변이 서 변 아버지 변호했던 적 있지?

송변 (먹다가 멈추며 죄스런 얼굴로) ...저한텐 잊고 싶은 기억이죠.

연 사무장 재심 가능성 있어 보여?

송변 될까요? 이미 끝난 재판이잖아요.

연 사무장 그래도 서 변에게는 끝난 게 아니니까.

송 변, 햄버거를 다 먹고는 믹스커피를 타기 시작한다.


송변 대체 사무장님은 서 변이랑 언제 만난 거예요?

연 사무장 서변, 고시 공부할 때. (웃는) 그때 진우 참 싸가지 없었는데.

송변 그건 뭐 지금도...

그때, 인아가 조심스레 사무실 안으로 얼굴을 내민다. 손에는 작은 화분을 들고 있다.

인아 저기...

송변 (벌떡 일어나며) 상담 받으시게요? (인아 알아보고) 어?

연 사무장 (인아를 유심히 보는데)

인아 (주변 둘러보며, 화분 내려놓더니) 서진우 변호사 만나러 왔는데요.

송변 이인아 검사님 맞죠? 일호생명 부사장 재판... 서 변한테 진...

인아 괜히 머쓱해지고, 연 사무장은 송 변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시간경과>

인아는 가운데 소파에 연 사무장과 마주보고 앉아 있다.

송변 (둘에게 커피 건네며) 바리스타 송의 노 슈가~ 레알 아메~리카노!

인아가 눈인사하며 커피 받아들자, 송 변 친한 척 인아 옆에 찰싹 가서 앉는다.

살짝 놀라는 인아. 연 사무장은 송 변에게 눈치를 주는데, 송 변은 예쁜 인아만 보며

그저 싱글벙글이다.

송변 근데, 검사님은 우리 서 변이랑 어떤 사이에요?

인아 네?

송변 애인...이라기엔 나이 차이가 나보이는데...

단순 검사와 변호사 사이? 라기엔 좀 가까워 보이고...

인아 (당황스럽고)

연 사무장 (송 변 등짝 후려치고, 인아에게 미소지으며) 편하게 기다려요.

인아 (엷은 미소로 고개 끄덕이는)

연 사무장, 송변을 잡아 끌고 탕비실 쪽으로 향하는데-


14. 옥탑 사무실-탕비실 / 밤

나란히 창문 앞에 붙어 서서 남은 햄버거를 먹고 있는 연 사무장과 송 변.

창문 밖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진우를 기다리고 있는 인아의 모습이 보인다.

송변 (인아 계속 보며) 서 변, 요거요거... 하여간 재주도 많아...

언제 또 썸까지 타고 있었지?

연 사무장 (인아 차분히 보며) 진우도 숨 쉴 사람 한 명쯤은 있어야지...

송 변, 뭔 말인가 싶어 궁금한 얼굴로 다시 인아를 뚫어지게 바라보는데-

창문 너머로 사무실에 들어오는 진우 모습 보인다.

송 변, 호들갑 떨며 나가려고 한다. 연 사무장, 송 변의 목덜미를 잡아끄는데-

15. 옥탑사무실 / 밤

옥탑사무실에 들어서는 진우. 소파에 앉아있던 인아를 보고 멈칫한다.

인아 사무실은 잘 차려놨네. (화분 건네며) 자, 개업선물.

진우 (화분 받아들며) 여긴 어쩐 일이야?

인아 (진우 얼굴 보더니) 넌 변호사가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짓 하고 다니 길래...

진우 (무의식적으로)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오지랖 넓은 건 똑같네.

둘 다, 엷게 웃는다.

인아 (조심스레) 아버지는... 좀 어떠셔?

진우,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잠시 인아를 바라보더니-

진우 ...괜찮아. 아직까지는...

인아 (엷은 미소) 다행이다.


진우 나.. 재심 신청할 거야. 아버지 알리바이 증명해줄 증인, 찾았어.

인아 (놀라며) 정말?

진우 이번엔 아버지 무죄 꼭 밝힐 거야. 그게 억울하게 죽은 누나. 그 누나...

(이름이 생각 안 나는)

인아 누나? 누구? (어이없다) 혹시.. 정아?

진우 (이제서야 기억난 이름에 놀라서) ... 나, 할 일 남았어. 다음에 얘기해.

진우, 급히 걸어가 사무실 문을 연다. 할 수 없이 나가면서 뭔가 의아한 인아의 얼굴에서-

16. 옥탑사무실 앞 / 밤

밖으로 내쫓기듯 나온 인아. 서운한 얼굴인데, 이때 인아의 핸드폰이 울린다. 받아들면-

17. 카페 / 밤

인아와 석규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인아 매번 누군가의 인생이 걸린 판결을 하는 거 힘들지 않으세요?

석규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힘든 일이구요. 다만 이런 생각은 해요.

판결에 나는 없다. 오로지 법전만 있다. 직업인으로 충실하자.

인아 (따라 웃는)

석규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늘 문제가 생기고 그만큼 억울한 사람들이 생기니까.

인아 (말없이 석규를 보는)

석규 (잠시) 서진우 변호사 하고는... 어떤 사이에요?

인아 (살짝 당황하고) 네?

석규 (조심스레) 그냥 재판 때문에 만난 사이 같아 보이진 않았거든요.

인아 (커피 마시더니) 사실, 저... 진우 아버지 재판 때문에 검사된 거예요.

4년 전,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인아는 생각에 잠기고, 석규는 인아의 말에 살짝 놀라는데-


석규 4년 전이면.. 제가 미국 연수중일 때라...

인아 그때 저는 진우 아버지가 결백하다고 믿고 있었어요. 그래서 재판에선

분명 진실이 밝혀질 거라 믿었었는데, 결과는.. 그게 아니었어요.

석규 (잠시) 그래서 인아씨가 검사 되서, 다시 제대로 재판하고 싶었어요?

인아 (조금 민망해 하며) 그때 충격이 컸었나 봐요.

석규 ...

인아 모르겠어요. 진우, 많이 변한 거 같은데 그래도 그때 생각하면

여전히 맘이 좀 그렇네요. 아직도 모든 게 끝난 것 같지 않구요.

석규 변호사와 검사사이로서만 ...그런 거죠?

인아 네? (묻는 석규 의중을 잘 모르겠다) 네에...

석규, 따뜻한 눈으로 인아를 보는데- 이런 석규와 눈 마주치자 당황해 시선 피하는 인아.

18. 남일호 저택 외경 / 밤

박동호의 차가 도착한다.

19. 남일호 저택-바 응접실 / 밤

양주를 마시고 있는 남규만. 박동호가 들어선다.

남규만 박 변, (자기 옆 의자 두드리며) 앉아요.

박동호 (자리에 앉고 나서) 무슨 일 있습니꺼?

남규만 (잠시 생각하더니) 아무래도 계속 찝찝해서 말야.

박동호 (보면)

남규만 서진우.

박동호 (굳은 얼굴로) 지 보고 서진우 뒤를 캐란 말입니꺼?

남규만 나 위해 딴 놈들 뒤 캐는 거, 처음 아니잖아?

박동호 갸는 한갓 애송이일 뿐입니더. 그 사건도 4년 전에 이미 끝났고예.

남규만 (박동호, 차분히 보며) 그건 박 변 생각이고.

박동호 ....

남규만 나보고 자중하라며. 나도 진짜 조용히 살고 싶거든?


그니까 박변이 그 놈 잘 좀 주시해요.

어두워지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20. 남일호 저택 앞 / 밤

남일호 저택을 나오는 박동호. 생각이 복잡한 얼굴이다. 휴대폰 꺼내 드는데-

박동호 탁 검사님, 오늘 지랑 한 잔 땡기지 않을 랍니꺼?

탁영진 (E) 어이구~ 내가 일호로펌 간판이랑 술은 왜 마셔?

박동호 아따. 튕기지 마시고, 간만에 그 비싼 얼굴 좀 보입시더.

탁영진 (E) 나 한 잔 하고 있는데 여기로 오시던가.

21. 국밥집 / 밤

탁영진과 박동호가 국밥과 함께 소주를 마시고 있다.

탁영진 거, 술김에 하나만 물어봅시다.

박동호 (보면)

탁영진 나름 잘나갔었잖아. 근데 왜 일호 밑에 있는 건데?

박동호 (씁쓸하게 웃더니) 탁 검사님,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건 뭡니꺼?

탁영진 왜? 뜬금없이?

박동호 (소주잔 쓰리게 넘기며) 가족 아니겠습니꺼. (잠시) 지도 마찬가집니더.

탁영진 석주일 사장? (피식 웃으며) 막말로... 박 변 진짜 아버지도 아니잖아.

박동호 꼭 피가 섞여야만 가족입니꺼?

탁영진 (보는)

박동호 (소주잔 들어보며) 행님이랑 지가... 피보다 진한 이 소주....

그동안 나눠 마시며 생사고락 한 것만 근 20년입니더.

탁영진 그래서 일호에 있는 거야? 남규만 사고처리반 하면서?

박동호 지 변호사 맨들어준 것도 행님인데, 지가 행님 날개 꺾지는 말아야지요.

탁영진 (말없이 박동호의 잔을 채워주는)

박동호 (의미심장한) 그라고... 아직 끝나지 않은 계약도 있고예.


탁영진 계약?

박동호 (탁영진의 잔을 채우며) 아주 비싼 계약 하나 있습니더.

두 사람 짠 하며 소주잔 넘긴다.

22. 옥탑 사무실-비밀의 방 / 밤

진우, 구석 밑 서랍에 부사장 USB를 집어넣는다.

이 때, 연 사무장이 책꽂이를 밀고 비밀의 방 안으로 들어온다.

연 사무장 인아씨가 걱정 많이 하더라. 왜 말 다 안했어?

진우 그 사람이 다치는 건 원하지 않아요.

연 사무장 (진우를 가만히 보면)

진우 나랑 아버지... 유일하게 믿어줬던 사람이잖아요

진우, 한 쪽 벽에 붙은 사진, 기사 등을 보며-

진우 이건 내 전쟁이니까...

진우를 안쓰럽게 보는 연 사무장. 비장한 진우의 얼굴에서-

진우 오늘 목격자 만났어요. 새로운 목격자라서 이번엔 확실히

재심 사유가 될 거예요.

연 사무장 (진우 손잡으며 기뻐서) 정말? 잘 됐다. 그럼 내일 법원에

재심 신청하는 거야?

환히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진우 모습에서-

23. 법원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24. 법원 서류 접수처 / 낮

재심재판 서류를 접수하고 있는 진우 모습.

25. 법원 로비 / 낮

법원 로비로 나오던 진우, 홍무석과 마주친다. 얼굴이 굳는 진우.

홍무석 (놀라지만 여유 있게) 이게 누구신가. 이젠 서 변이라고 불러야죠?

진우 (차분히) 못 본 사이 얼굴이 더 좋아지셨네요. 홍 검사님.

홍무석 (잠시) 아버지는 건강하신가?

진우 (똑바로 쳐다보며) 방금 재심 신청했습니다.

홍무석 (여유롭게 무시하며) 아들 변호사 됐다고 교도소에서 자랑 많이

하셨을 텐데... 거, 잘 됐네요. 재판이 열릴지는 모르겠지만.

진우 (맞서서) 이번엔 다를 겁니다. 진범 잡아야죠.

홍무석 (웃으며) 원래 햇병아리 시절에는 의욕이 넘치기 마련이죠.

재심 준비 하느라 많이 바쁘겠네. 얼른 가 보세요.

홍무석, 안경을 살짝 올리며 진우를 지나쳐 간다.

홍무석의 뒷모습을 말없이 노려보는 진우, 주먹 쥔 두 손이 떨리고 있다.

26. 일호생명 회의실 / 낮

기다란 테이블을 마주하고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있는 남규만과 외국인 바이어.

남규만, 서명을 끝내자 미소 지으며 외국인과 악수를 한다.

바이어 Let's both try to keep a good business partnership. (앞으로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도록 서로 노력해봅시다.)

남규만 You won’t regret your decision. (후회 없으실 겁니다.) ILHO Life

will be your life partner which is more than just a

business

partner. (일호생명이 앞으로 비즈니스 파트너를 넘어 인생의 파


트너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악수하며 기자들을 향해 미소 짓는 남규만. 뒤에 있던 기자들, 연신 플래시를 터트리고-

27. 일호생명 복도 / 낮

사람들과 함께 회의실에서 나오는 남규만.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안 실장이 달려온다.

남규만, 여유롭게 사람들과 인사하고는 안 실장과 복도를 걸어가며-

남규만 야, 넌 내가 왜 이 계약을 메이저언론들까지 불러가며 서두른 것 같냐?

안 실장 (눈치 보며) 잘... 해보려고?

남규만 (한심하다는 듯) 수범아. 넌 진짜 머리가 장식이냐? 내가 오직 한 사람,

아버지한테 알리려는 거 아냐. 부사장 없어도, 나 혼자 제대로 회

이끌 수 있다. 나 아버지 아들 남규만이다! 응?

안 실장 (마지못해) 그럼... 확실히 어필될 거야.

28. 서울중앙지검-엘리베이터 / 낮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인아. 문이 열리면서 여경이 들어선다.

둘 다 층 숫자만 올려다보고 있는데-

인아 너... 서진우 변호사 어떻게 알아?

여경 왜 너도 관심 있어? 다들 진우씨한테 관심이 많네.

인아 (어이없어하며) 허, 진우씨이?

여경 아 맞다. 너.. 진우씨랑 붙어서 제대로 깨졌지?

여경, 비웃으며 휙 내린다. 인아, 제대로 열이 오른 얼굴에서-

29. 석규의 집무실 / 낮

석규가 집무실에 들어오는데, 책상 가운데에 파일 하나가 놓여 있다.


석규, 파일을 펼쳐보면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재심 신청서다. 그 위로-

인아 (E) 사실, 저... 진우 아버지 재판 때문에 검사된 거예요.

4년 전,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석규, 유심히 서류를 살피기 시작한다. 피해자 오정아, 피고인에 서재혁이 보이고,

재심 신청인에는 ‘서진우(아들)’라고 쓰여 있는 것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그때, 석규의 핸드폰이 울린다.

30. 바 외경 / 밤

31. 바/밤

박동호가 바에 들어온다. 남규만과 안 실장, 그리고 석규가 있다.

남규만 소개할게. 우리 로펌 에이스 박동호 변호사. 아, 둘은 구면이겠네?

박동호 (석규에게) 박동호라고 합니더.

석규 강석규라고 합니다. 안 그래도 오늘 재심 신청 서류 봤는데 그 사건

변호사가 박 변호사님이더군요.

그 말에 박동호의 얼굴이 굳어진다. 어떤 재판인지 알겠다는 표정이다. 반면-

남규만 무슨 재판인데? 우리 박 변 손, 거쳐 간 사건이 좀 많아야지.

석규 (남규만에게) 4년 전, 서촌여대생살인사건 알아?

남규만 (표정 차갑게 굳어버리는)

안 실장 (남규만 눈치 살피며 긴장하는 얼굴)

석규 박 변호사님이 패소했던 사건이라 마음에 남아있겠어요.

박동호 (속마음 숨긴 채) 지는 이미 끝난 일엔 미련따윈 두지 않는 타입입니더.

남규만, 말없이 잔만 돌리고 있다. 안실장은 그저 남규만이 조마조마한데-

석규 아들이 재심 신청을 했더군요. 사형수 아버지 구하겠다고


변호사 됐다는 소문도 들리고.

그 말에 남규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지어보지만, 신경이 곤두서 있다.

32. 남규만의 차 안 / 밤

남규만, 굳은 얼굴로 옆에 앉은 안 실장에게-

남규만 (짜증나서) 아, 이제 맘 좀 다스리면서 살려고 했는데...

서진우 그 새끼가 도와주질 않네. 야, 사람들 다 불러 모아.

안 실장 사람들? ...누구?

남규만 (화가 오르고) 너, 귓구멍 막혔어? 그 새끼 재심 신청했다잖아!!

안 실장 (눈 내리깔며) 아.. 그래. 바로 전화 돌릴게.

남규만 그리고 넌, 서진우 동선 체크하고 있어.

안 실장 응.

안 실장, 급히 전화 돌리기 시작한다. 불안감에 휩싸인 남규만의 얼굴에서-

33. 교도소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34. 교도소-일반 면회실 / 낮

인아가 누군가를 초조히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면회실에 서재혁이 걸어 들어온다.

4년 전보다 초췌하고 쇠한 모습의 서재혁. 인아, 벌떡 일어나 넙죽 고개 숙인다.

인아 (다시 앉으며) 진작에 찾아 뵀어야 하는데... 많이 늦었네요.

서재혁 (인아를 멀뚱히 보며) 날... 알아요?

인아 (머쓱해하며) 아저씨는 절 모르시는 게 당연해요. 저랑 얘기 해본 적도

없으시거든요. (서재혁 살피며) 건강은 괜찮으시죠?

서재혁 (대답은 없고 계속 인아를 이리저리 살피는데) ...


인아 저, 이인아라고 해요. 진우랑은 좀... (말 고르다가) 아는 사이구요.

서재혁 (눈 살짝 커지며) 진우.. 라뇨?

인아 (환히 웃으며) 아저씨 아들, 서진우요.

서재혁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아가씨.. 난 아들이 없어요.

인아 (한 대 맞은 느낌이다) !!

서재혁 진우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봐요.

(인아 가까이 다가가며) 아가씨가 찾아온 사람이 나, 맞아요?

서재혁을 바라보는 인아. 큰 충격에 빠진 얼굴에서-

35. 교도소-의무과장실 / 낮

인아가 벌컥 문을 열고 의무 과장실 안으로 들어선다. 교도관이 달려와 말리지만 소용없다

안에서는 의무과장이 골프채를 든 채 스윙 연습하다가 인아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데-

인아 (다짜고짜) 지금 재소자들 건강관리를 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 겁니까?

의무과장 (거만하게) 아니, 당신 뭔데 어디서 행패야? 교도관!!

교도관 둘이 달려와 인아를 붙잡으려 하는데-

인아 (명찰 보이며) 서울 중앙지검 형사부 이인아 검사입니다.

의무과장 서울 중앙지검? (피식 웃으며) 아니, 그래서 뭐 어쨌다는 겁니까?

인아 (숨 고르더니) 3729번 서재혁씨.

의무과장 (얼굴이 굳는다) !

인아 당신, 지금 서재혁씨 알츠하이머 증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나 해요?

제대로 약 처방이나 치료는 하고 있냐구요!!

의무과장 (헛기침하며 대꾸 못하는)..

인아 재소자도 사람인데, 이건 명백한 책임방기야. 내가 가만있진 않겠어요.

인아, 차오르는 분노와 슬픔을 애써 누르며 황급히 방을 나가는데-


36. 교도소-복도 / 낮

인아가 분을 삭이며 걸어가고 있는데 이때 맞은 편에서 걸어오던 진우와 마주친다!

진우 (놀라서) 여긴.. 어쩐 일이야?

인아 (머뭇거리다가) 어, 그게.. 뭐 좀 조사할 게 있어서..

진우 (인아 얼굴을 살피며) 혹시.. 우리 아버지.. 만났어?

인아 (태연한 척) 아냐. 아저씨랑 옛날부터 알던 사이도 아니고, 어색하게...

(말 돌리며) 참, 너 재심 서류는 확실히 준비해서 제출한 거 맞지?

진우 (끄덕이며) 어.

인아 (미소띤) 아저씨가 변호사 아들 둬서 든든하시겠다.

진우 어깨를 툭툭 치고는 사라지는 인아. 진우, 그런 인아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본다.

그때, 문자가 온다. 문자를 확인하면, ‘전주댁 위치 알아냈어.’

37. 진우의 차 안 / 낮

도로를 달리는 진우의 차. 운전대 잡고, 이어셋 통화중인 진우.

진우 그 여자, 중국에 있어서 소재 파악 안 되는 거 아니었어요?

연 사무장 (E) 디스크 수술 때문에 귀국했더라고. 지금 딸네 집에 있대.

이어셋을 뽑고는 더 액셀을 밟는 진우의 긴박한 모습에서-

38. 전주댁 딸의 집 앞 / 낮

전주댁이 딸과 함께 집을 나온다. 차에 타는 모습.

그 모습을 뒤의 차 안에서 보고 있는 진우. 전주댁 얼굴 화면에 잡히면서-

인서트>

4부 54씬 재판정 장면. 진우, 증인석에 앉아있는 전주댁을 불안한 시선으로 본다.
전주댁 처음엔... 동료를 신고한다는 게 내키지 않아 주저했어요. 하지만...

암만 생각해봐도... 어린 학생이랑... 그 아버지까지 죽었는데...

(잠시) 서씨가 죗값 달게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 다시 현재. 생각에 잠긴 진우 얼굴. 전주댁 차가 출발하자 진우의 차도 출발한다.

39. 마트 주차장 / 낮

카트에 장을 가득 보고 나오는 전주댁과 딸.

전주댁 딸 내 정신 좀 봐. 기저귀 산단 걸 깜빡했네. 엄만 차에 들어가 있어.

딸이 마트 안으로 들어가자, 전주댁은 카트를 끌며 딸의 차 앞으로 간다.

이때, 진우가 나타난다. 순간 흠칫 놀라는 전주댁. 하지만 이내 멀쩡한 척 안색을 바꾼다.

진우 예전보다 더 건강해 보이네요.

전주댁 너...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이래?

진우 중국에서 잘 사나 봐요? 우리 아버진 당신 위증 때문에

아직도 죄인으로 고통 받고 있는데.

전주댁 (당황한 투로) 누.. 누가 위증했다 그래? 증거 있어?

진우 당신, 흔들리는 눈빛이 그 증거야. (잠시)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해요.

전주댁 (오리발 내밀며) 얘가, 지금 뭔 소릴 하는 거야? 난 할 말 없어.

(핸드폰 꺼내며) 자꾸 이러면 경찰 부를 거야.

진우, 전주댁을 노려보고는 뒤돌아 간다.

그때, 저 앞에서 전주댁 딸이 기저귀를 들고 걸어오고 있다.

진우를 지나쳐 가려는 전주댁 딸.

진우 (전주댁 딸을 향해) 저기요.

전주댁 딸이 걸음을 멈춰 진우를 돌아본다. 뒤에서 그 모습 보는 전주댁 잔뜩 긴장한다.

진우, 차가운 얼굴로 전주댁 딸에게 다가간다.


진우 (명함 건네며) 어머니께 마음 바뀌면 연락하라고 하세요. 언제든.

엉겁결에 명함 받는 딸. 진우는 냉랭히 가버린다. 딸은 진우 쪽에 계속 시선이 가고-

전주댁 딸 (전주댁 앞에 가서) 엄마, 저 사람 누구야? 아는 사람이야?

그 모습, 거리 두고 주차된 차 안에서 지켜보고 있는 안 실장의 모습에서-

40. 한식 요정 외경 / 밤

41. 한식 요정 / 밤

한식상을 마주하고 있는 남규만과 홍무석, 그 옆에 한껏 긴장한 곽형사 보인다.

홍무석 그때 사건 잘 처리해 준 형사입니다.

곽 형사의 얼굴 위로-

인서트>

4년 전. 3부 28씬 상황. 형사합의부 법정. 증인석에 곽형사가 앉아 있다.

곽 형사 피고를 체포하고 진술서를 받아낸 곽한수 형사라고 합니다.

/ 다시 현재. 곽 형사가 남규만에게 90도로 인사한다.

곽 형사 처음 뵙겠습니다.

남규만 (고개 까딱한 뒤, 홍무석에게) 재심재판 신청 소식, 들었어요?

홍무석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문을 열고 박동호가 들어선다.

박동호 (남규만 향해 목례하며) 쪼매 늦었습니더.


박동호, 홍무석과 곽 형사를 확인하고는 얼굴이 굳는다.

홍무석과 곽형사는 박동호를 보더니 비릿하게 웃는데, 잠시 후-

곽 형사 (남규만에게) 변호사 명함 돌리고 다녀도.. 제 눈엔 사형수 아들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누가 그 놈이 하는 말을 듣겠습니까?

박동호 (그 말에 멈칫하는) ...

남규만 그 놈이 자꾸만 내가 익스큐즈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니까 문제지.

곽 형사 회사경영하기도 바쁘실 텐데 남 사장님께서 이런 일까지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나오는 곽 형사. 홍무석, ‘이놈 봐라’ 하는 얼굴로 곽형사를 보더니-

홍무석 (남규만에게) 언제든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바로 연락주십시오.

곽 형사 저도 대충 그림만 그려지면 제 부분은 확실히 채워 넣겠습니다.

든든한 눈빛으로 홍무석과 곽 형사를 보는 남규만. 반면, 박동호의 얼굴은 어두운데-

42. 한식요정 앞 / 밤

차를 기다리고 있는 남규만과 박동호. 뒤로 홍무석, 편 사무장도 보인다.

박동호 너무 걱정 마이소. 형사소송에서 재심 받아들여질 확률, 희박합니더.

현 대법관이 내렸던 판결 아입니꺼? 그거 뒤집을 만한 판사, 없습

니더.

남규만 석규 그 놈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런 거 안 따지는 놈이예요.

선배 등에 칼 꽂는 거 우습지. 걔한테는.

그때, 안 실장이 운전하는 남규만의 차가 도착한다. 차에 타는 남규만.

차가 떠나자 요정에서 나오는 홍무석. 박동호가 여유부리며 홍무석에게 다가간다.

박동호 (웃으며) 예전엔 지가 석 사장님 밑에 있었는데... 이제는 홍 검사님도


남규만 사장님 밑에 계시네요.

홍무석 (웃으며) 박 변, 말씀을 참 껄끄럽게 하시네요.

박동호 어제의 악연이 오늘은 인연이 되고.... 세상사가 참 요지경입니더.

홍무석 또 언제 다시 악연이 될지 모르죠. 하지만 지금만큼은 ‘우리’ 아닙니까?

일호그룹의 은혜를 받아먹고 사는...

홍무석, 비릿한 미소로 박동호를 바라보는데, 홍무석의 차가 앞에 와서 선다.

홍무석, 차에 탄 뒤 가버리면 편 사무장이 다가온다.

편 사무장 어디로 모실까요?

박동호 가자, 진우 만나러

편 사무장 (의아한 얼굴로) 네?

43. 옥탑사무실 앞-박동호의 차 안 / 밤

박동호의 차가 멈춰 선다. 뒷 좌석의 박동호가 내리려는데, 운전석의 편사무장-

편 사무장 행님, 여긴 무슨 맴으로 온 겁니꺼? 그렇게 진우 겁나게 쥐패놓고..

박동호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게 진우가 사는 길이었다.

편 사무장 (눈 동그래지며) 와 그렇습니꺼?

박동호 남규만한테는 진우가 숨은 적인데, 그 적이 대놓고 지를 이겨뿔면

남규만이 그거 좋아라 지켜만 보고 있겠나?

편 사무장 (크게 끄덕이며) 아...

박동호 그럼 뭐하노. 진우 그 놈아 남규만 이겨뿔고, 지 발로 남 사장 앞에

나타나 버렸다 아이가. (차 문 열며) 쪼매만 기다리래이.

차 밖으로 나가는 박동호. 남겨진 편 사무장, 이젠 이해했다는 표정인데-

44.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밤

진우, 기존의 전주댁 구역에 새로 전주댁과 딸을 찍은 사진들을 붙이고 있다.


45. 옥탑사무실 / 밤

비밀의 방에서 나오는 진우, 책꽂이를 밀어 닫고 있는데- 그때, 안에 들어서는 박동호.

박동호 진우야... 내다. (사무실 둘러보며) 첨 오는데 빈 손이네. 미안타.

진우 (여유롭게) 잘 가나는 변호사가 여긴 왜 왔어요?

박동호 부사장 재판을 니가 그리 이기뿌면 우야노. 내 그리 막았는데...

진우 (능글거리며) 이번엔 어떻게 나를 막으시려나? 아버지 재심까지

들어가면?

박동호 남규만 사장, 남일호 회장... 둘 다 니 생각을 뛰어넘어 있는 놈들이다.

진우 (노려보는)

박동호 4년 전, 느그 아부지 재판은 애초에 내가 이길 수 있는 판이 아니었다.

이미 모든 세팅이 풀코스로 끝나 있었다 이 말이다.

진우 그랬겠죠. 눈 딱 감고 재판 한 번 지면 되는 거였으니까. 단번에 돈이랑

권력, 다 쥘 수 있는데, 돈 없고 빽 없는 우리 아버지 인생 같은 거,

그게 뭐 대수였겠어요?

박동호, 말없이 진우를 가만히 바라보는데-

46. 남일호의 저택 외경 / 밤

47. 남일호의 저택-서재 / 밤

서재 집무실에 들어오는 남규만. 그 뒤로 안 실장이 따라 들어온다.

남규만 (주위를 둘러보며) 아버지는?

안 실장 전경련 회장단 신년모임 때문에 늦으신대.

남규만, 집무책상의자에 남일호 흉내내며 근엄하게 앉는다.

안 실장, 어이없지만 내색하지 않고-

남규만 (의자에 한껏 기대어 앉아) 보고할 거 있다며? 해봐.


안 실장 서진우가 그 여자를 찾아냈어.

남규만 그 여자가 누군데?

안 실장 오정아 죽였던 흉기.. 그거 서재혁한테 뒤집어씌울 수 있었던 게,

다 그 여자 증언 덕분이었어.

남규만 (노려보며) 야, 요점만 말해.

안 실장 서진우한테 설득 당해서.. 위증했다고 말하기라도 하면...

남규만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 들며) 재심 다시 열릴 수 있단 소리냐?

안 실장 (크게 끄덕이며) 어.

곰곰이 생각하던 남규만. 안 실장에게 다가오라며 손짓한다. 안 실장, 잽싸게 다가가면-

남규만 그 여자 죽여. 쥐도 새도 모르게.

안 실장 (표정 굳는)

남규만 4년 전엔 아버지가 해결했어도.. 이번만큼은 내 손으로 해야지.

안 실장 (보면)

남규만 니가 직접 하든... 사람을 쓰든... 뒤탈 없게 처리해.

안 실장 (갑자기 눈 질끈 감으며) 규만아! 난 못 한다!

남규만 (황당하고) 뭐?

안 실장 내가 딴 일은 정말 다 하겠는데... 사람 죽이는 일은 진짜 못하겠다

남규만 니 손에 피 안 묻혀도 된다고. 적당한 사람 찾아봐.

안 실장 (물러서지 않고) 그것도 못하겠다. 더 이상은.

그 말에 남규만, 안색이 변해 자리에서 일어나 죽도가 걸려있는 쪽으로 간다.

안 실장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며) 그 아줌마는 내가 잘 설득할게. 그때 돈

주니까 군말 없었어. 적당히 겁 좀 줘서 외국으로 보내거나 할게.

남규만, 집어든 죽도를 바닥에 질질 끌며 위협적으로 다가간다.

뒤로 물러서다 벽까지 몰리는 안 실장, 온 몸 떨면서도 굽히지 않고-

안 실장 그래 규만아, 차라리 날 때려. 그래서 분이 풀린다면 마구 때려.


더 이상 사람은 죽이지 말고 (하는데)

남규만, 죽도를 휘두른다. 자리에 주저앉는 안 실장. 죽도로 안 실장의 몸을 내치더니-

남규만 (퍽) 더 이상! (퍽) 더 이상! (퍽퍽) 아! 그 말 참, 사람 돌게 만드네!

몸 웅크린 채 비명 지르며 남규만에게 얻어터지는 안 실장의 모습에서-

48. 서울중앙지검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49. 홍무석의 검사실 / 낮

홍무석이 누군가와 은밀히 통화중이다.

홍무석 알겠습니다, 의무과장님. 서재혁, 우리 가이드라인 넘지 않게

계속 주시해주십시오.

홍무석이 통화를 끝내는데, 인아가 들어선다. 홍무석 앞에 가서 서는 인아.

인아 (목례하며) 부르셨습니까.

홍무석 검사면 뭐든 함부로 요구하고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아 (당황스러워) 무슨 말씀이신지..

홍무석 재판 진 것만으로 부족했습니까? 여기저기 분란 일으켜서 검사들

모두 욕먹게 만들어요?

인아 (알아채고) 부장검사님, 분명 서재혁씨는 현재 건강상태가 (하는데)

홍무석 (말 끊으며) 이 검은 늘 자신이 믿는 것만 당위적이라 생각하는 군요.

인아 (얼굴이 굳는)

홍무석 감정에 휩싸여 본인 날뛰는 공명심 채우려고 검사복 입은 겁니까?

인아 부장검사님.
이때, 노크소리 들리며 탁영진이 들어선다. 목례하며 들어와 인아 옆에 서고는-

탁영진 부르셨습니까.

홍무석 (탁영진에게) 탁 검께서 책임지고 이 검이 진행 중인 모든 사건에서

손 떼게 하세요. 그리고.. 우리 지검 지난 5년간 장기미제사건들

모두

이 검에게 넘기고.

탁영진 (별 수 없이) 알겠습니다.

무겁게 굳어있는 인아의 얼굴에서-

50. 인아의 검사실 / 낮

수사관들이 인아 책상에 서류 상자를 탁탁 올려놓는다. 책상에 산처럼 쌓이는 서류들.

그 중 몇 개를 집어 펼쳐보는 탁 검사.

탁영진 (수사관에게) 야, 이건 공소시효도 거의 다 된 미제 사건이잖아.

증거도 없고.

수사관 그것도 부장검사님이 검토해보라고 지시하셨습니다.

탁영진 (짜증나서) 놓고 가.

인아 저 괜찮습니다. 이 사건들 어차피 누군가가 다 해결해야 하잖아요.

탁영진, 안쓰럽게 인아를 보는데-

시간경과>

커피잔을 들고 소파에 마주 앉아있는 인아와 탁영진.

인아 근데 홍무석 검사는 어떤 사람이에요?

탁영진 4년 전,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알지?

인아 (표정 어두워지며) 네.

탁영진 서재혁, 사형수로 만든 후부터 저 양반 그야말로 탄탄대로야.

인아 (말없이 커피 마시는) ...


탁영진 검찰 내에서도 그 재판, 무리한 판결이었다고 얘기되는 재판이야.

에휴. 그러면 뭐해. 사형 받게 만든 검사는 차기 지검장 후보고,

사형 때린 판사는 지금 대법관까지 올라갔는데. (커피 마시는)

인아 선배님, 저 그 사건 재조사하고 싶어요.

탁영진 (커피 마시다가 놀라서) 뭐?

인아 (간절히) 죄 지은 사람 잡아 넣는 것만 검사 일은 아니잖아요.

죄 없는 사람 누명 벗겨주는 일도 검사 일이라고 배웠어요.

탁영진 (우려 섞인 눈으로) 홍무석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인아 저는 여전히 서재혁씨가 진범이 아니라고 믿고 있어요.

탁영진, 인아를 가만히 보더니 씁쓸한 얼굴로-

탁영진 이 검. 그 재판은 이미 끝났어... 미제 사건 자료나 다시 검토해 봐.

인아의 어두워진 얼굴에서-

51. 전주댁 딸의 집 앞 / 낮

전주댁 딸이 대문을 연다. 대문 앞에 진우가 서 있다.

기저귀 박스를 들고 있다 건네는 진우.

전주댁 딸 (의아한) 어, 또 오셨네요? 엄마 지금 안 계신데?

진우 어머님께 증인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전주댁 딸 (경계하는) 증인이요?

진우 4년 전에 어머니가 저희 아버지 재판에서 위증을 하셨거든요.

전주댁 딸 (그 말에 알아차리고 말 자르는) 다 끝난 일을 이제 와서 왜 또

들먹거려요?

진우 어머니 양심은 알고 있을 겁니다. 누군가 시켜서 위증한 것도 알고 있

구요. 잘 생각해보라고 전해주세요. (가는데)

계단 아래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전주댁. 내려오던 진우가 전주댁과 마주친다.

불안한 얼굴로 진우를 보는 전주댁. 그런 전주댁을 유유히 지나쳐가는 진우의 모습에서-


52. 남규만 집무실 / 낮

석주일이 집무실에 들어선다. 60대의 양복 입은 중역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손을 바짝 들고 서 있다. 뜨악한 얼굴로 보며 들어오는 석주일.

남규만 (석주일 들어온 거 보더니 중역들에게) 손 내려요. (중역들, 힘겹게

손 내리면) 돌아가요. 내준 숙제들은 확실히 해서 검사 받고.

(석주일 향해) 앉아요. 석 사장님.

머리를 조아리며 나가는 중역들. 석주일은 불편한 얼굴로 소파에 앉는데-

남규만 박 변한테 들었어요. 이번 부사장 사건 때문에 애 많이 쓰셨다구요.

석주일 (공손히) 회장님 분부인데 당연히 따라야지요.

남규만 (여유롭게) 아버지 도와줬으니까... 이번엔 저도 한 번 도와줘요.

석주일 (굳은 얼굴로 보면)

남규만 처리할 일이 하나 있는데, 우리 사람 손 타는 건 좀 그래.

(엷게 웃으며) 석 사장 선에서 해결 좀 봤음 싶은데..

석주일 (의미 알아채고)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더. (일어나 가려는데)

남규만 석 사장이 도와주지 않겠다면, 난 또, 박 변한테 가야 되나?

석주일 (멈추는)

남규만 박 변, 석사장에겐 자식같은 분이죠? 근데, 이런 일 제가 맡겨도

괜찮으시겠어요? 석사장님?

석주일 (표정 굳는)

남규만 두 분 모두 살얼음판 기어서 한발 한발 여기까지 오셨잖아요.

그 얼음판 깨트릴 수 있는 사람이 나란 건, 절대 잊지 말아야지.

비열하게 웃음 짓는 남규만. 그런 남규만을 무겁게 바라보는 석주일의 얼굴에서-

53. 일호로펌-자료실 / 낮

자료들을 찾고 있는 편 사무장. 그 때 편 사무장 등 뒤로 안 실장이 다가온다.


안 실장 형...

편 사무장 (안 실장 얼굴 보고 놀라서) 니 또 남규만한테 맞았나? (화나서)

이번엔 뭘로 맞았나? 내 똑같은 거 들고 가, 줘 패주께. 퍼뜩 말해

라.

안 실장 (망설이다가) 죽도...

편 사무장 (흥분해서) 죽도? 이 자슥이 죽도로.. 사람을 죽도록 패삔나.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가려는데) 더는 못 참겄다!

안 실장 (편 사무장 붙잡으며) 형, 알잖아요. 이러다 형까지 규만이한테 맞

아.

편 사무장 (갑자기 주저하며) 그렇재...? 나도 가면 맞겠재...?

안 실장 (끄덕이며) 응... 규만이 걘 성격이 더러운 게 아니라 성격장애거든

요.

분노 조절이 아예 안 돼...

편 사무장, 안주머니 깊은 곳에서 뭔가를 꺼내, 안 실장의 손에 꽉 쥐어준다.

편 사무장 미안타. 형이 해줄 수 있는 건 없꼬... 이걸로 달달헌 거 먹고

맘 달래라... (주먹 쥐며) 수범 동상, 힘!

안 실장 형...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찡해서) 힘!

편 사무장, 안 실장을 토닥여주고는 간다. 안 실장, 인사한 뒤 기대감으로 손 펴보면...

‘도장 10개 찍힌 커피 쿠폰’이다. 얼떨떨한 얼굴로 쿠폰 보다가, 피식 웃는 안 실장.

54. 새림동 시계방 외경 / 낮

낡고 허름한 저층 건물들 사이에 위치한 시계방 건물 외경.

55. 새림동 시계방 / 낮

문을 열고 시계방 안으로 들어서는 석주일. 시계를 고치던 남자(40대)가 고개를 든다.

석주일 시계 좀 고치러 왔습니더.


시계 진열 테이블에 두툼한 돈 봉투를 올려놓으며-

석주일 다시는 탈나는 일 없도록.

하면서, 사진 한 장을 내미는 석주일. 시계 고치던 남자가 사진을 집으려 손을 내밀면

손목에 기다란 전갈문신이 드러난다. 사진에는 전주댁의 얼굴이 보인다!

56. 전주댁 딸의 집 / 밤

전 씬의 사진 속 전주댁이 보인다. 딸과 함께 티비를 보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면, 문 밖에 안 실장이 서 있다.

57. 전주댁 딸의 집 앞 / 밤

전주댁은 불안한 얼굴이고, 안 실장은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전주댁을 내려보고 있다.

안 실장 아줌마, 서진우 만났지?

전주댁 (대답 대신 두려운 얼굴로 안 실장을 보는) 저기 그게 (하는데)

안 실장 (말 끊으며 협박조로) 아줌마, 잘 처신해요. 손주 손녀, 유치원 가

대학가는 거까지 성한 몸으로 보고 싶으면...

얼굴 가득, 두려움이 퍼져 있는 전주댁의 얼굴에서-

58. (교차) 옥탑 사무실, 인아네 집-인아의 방 / 밤

/ 옥탑 사무실.

재심재판을 위해 서촌여대생 살인 사건 자료를 보고 있는 진우.

자료를 하나씩 확인해가며 재심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 인아네 집-인아의 방

책상 위에 산처럼 쌓인 장기미제사건서류들. 인아가 서류들을 하나씩 다 확인하고 있다.


인아, 서류를 확인하다가 뻐근한 듯 일어나 스트레칭도 하고는, 다시 서류를 본다.

59. 옥탑 사무실-2층 / 밤

야근 중이던 연 사무장. 컴퓨터를 끈 뒤, 숄더백을 매고는 복층으로 향한다.

연 사무장이 보면, 진우가 작은 간이침대에 모로 누워 자고 있다.

안쓰러운 얼굴로 담요를 덮어주고 가는 연 사무장.

천천히 눈을 뜨는 진우. 과거를 회상한다.

60. (과거) 진우네 집-거실 / 낮

햇살이 비치는 거실. 서재혁이 거울을 보며 혼자 흰머리를 뽑고 있다.

서재혁 (혼자 뽑다가) 진우야! 나와서 아빠 흰머리 좀 뽑아줘!

진우 (방에서 나오며) 흰머리 하나당 1000원 되겠습니다, 손님.

서재혁 치사하게... 알았어.

서재혁 뒤에 앉아 흰머리를 뽑기 시작하는 진우.

진우 흰머리 밭이네... (뽑으며) 지난번에는 열 다섯 개였는데.. 오늘은

스물 두 개네. 요새 신경 쓰이는 일 있어?

서재혁 (기가 막혀 웃는) 그런 것도 기억이 나?

진우 그럼. 내가 내일 염색약 사올게.

서재혁 에이, 아냐. 흰머리가 있어야 남자가 중후해보이고 연륜도 있어

보이지... 사실 아빠 너무 동안이어서 고민이었어. (흐흐 웃고)

진우 (뽑다 멈추며) 그럼 더 뽑지 마? 벌써 2만원 어치 뽑았는데.

서재혁 너 너무 덤탱이 씌우는 거 아냐? 아빠 돈 없는데.

햇살 아래 행복하게 웃는 서재혁과 진우의 모습에서-

61. 옥탑사무실 / 밤
간이침대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진우. 반지 목걸이를 쥐고 있는 모습에서-

62. 인아의 집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63. 인아의 집-주방 / 낮

계란 후라이를 하고 있는 인아 부. 식탁에는 연지, 인아 모가 앉아 밥을 먹고 있다.

인아가 방에서 나오는데-

인아 부 큰 딸! 오늘은 완숙? 반숙?

인아 (앉으며) 반숙!

연지 (훅 들어가는) 언니, 진우 오빠랑 사겨?

인아 (물마시다가 풉하며) 뭐?

인아 모 (휘둥그레) 인아 너 진우랑 사겨?

인아 부 (프라이팬 들고 식탁 쪽으로 오며) 그래서 진우가 너 술 취했을 때

업고 왔구나? 어쩐지... 둘 사이가 묘해 보이더니.

인아 무슨!! 아니거든!!

인아 부, 가족들 밥 위에 계란 후라이를 올려준다.

인아 부 아빠는 너네 둘 응원한다.

인아 모 엄마는 반대. 변호사는 우리 딸 레벨에 안 맞아.

연지 나도 반대다.

인아 (연지에게) 야, 넌 왜?

연지 나 진우 오빠 좋아해.

인아 (기가 차서) 뭐??

인아 모 (놀라며) 어머머, 얘 좀 봐!

인아 부 어이구. 진우는 복 터졌네. 울 예쁜 딸 둘 다 진우를 좋아하니.

인아 (화들짝) 아빠!! 나 진우 안 좋아한다니까?!

연지 그럼 진우 오빠 내 꺼다? 딴 말하기 없기?


연지, 배시시 웃는다. 얼빠진 얼굴로 그런 연지를 보는 인아의 얼굴에서-

64. 교도소 외경 / 낮

65. 교도소-변호사 접견실 복도 / 낮

진우, 교도관에게 구급상자를 건넨다. 구급상자 바닥엔 흰 봉투가 부착되어 있다.

구급상자를 검사하는 척하며, 능수능란하게 흰 봉투를 빼 자기 주머니에 넣는 교도관.

교도관 아휴. 지난 번에 서 변 여자친구 때문에 여기 완전 뒤집어진 거 알아?

진우 (의아해서) 여자 친구요?

교도관 검사 여자친구 말야. 서 변 아버지 면회하고는 의무과장 만나서

제대로 한 판 했어. (진우 툭 치며) 성격 진짜 화끈하던데?

누군지 알겠다는 얼굴의 진우, 교도관에게 구급상자를 받아 접견실 안으로 들어간다.

66. 교도소-변호사 접견실 / 낮

진우가 구급상자를 펼쳐든다. 밥과 계란말이, 어묵볶음, 시금치 무침이 담겨 있다.

잠시 후, 접견실에 들어오는 서재혁.

서재혁 (누구냐는 눈빛으로) 우리가 언제 만났었나요?

진우 .... 전... 그러니까... (힘들지만 슬픔 꾹 누르며) ...서진우라고 합니다.

서재혁씨... 변호인입니다.

서재혁 아... 그렇군요. (구급상자 보더니) 근데 이 음식들은 다 뭔가요?

진우 이번에 서재혁씨 재판, 재심 신청했습니다. 기념으로 준비해 봤어요.

서재혁 (두리번거리며) 여기서 이렇게 먹어도 되나요?

진우 네. 괜찮습니다.

서재혁 (급하게 이것저것 집어 먹으며) 어떻게.. 제 입맛에 이렇게 딱 맞는

음식들만 싸오셨네요.

진우 (물병 주며) 천천히... 천천히.. 그러다 체하세요. (마음 아픈)


서재혁 (먹다가, 조심스럽게) 변호사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진우 제가 아는 건 다 말씀드릴게요.

서재혁 그게.... 그러니까... 전...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그 말에 진우의 눈빛이 흔들린다.

서재혁 이곳에서는 사람은 보지 않고 범죄만 기억하더군요. 전 사람 서재혁이

아니라 3729번 사형수일 뿐입니다. 영원히 사형수로 기억되겠죠.

근데.. 저는 사형수가 되기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모르니까...

진우 (눈시울 붉어져서 보는)

서재혁 (머쓱해하며) 제가 괜한 질문을 드렸네요. 죄송합니다.

진우 이거 하나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잠시) 서재혁씨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버지였습니다.

서재혁 (놀라며) 저한테 아들이 있습니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럼...

제 아들에게 이 말 좀 전해주세요. 매일매일... 정말 보고 싶다구요

그런 서재혁의 말에 눈물 한줄기 흐르는 진우의 얼굴에서-

67. 전주댁 딸의 집 / 낮

전주댁과 딸이 통화 중이다.

전주댁 딸 (E) 나 오늘 야근이라 좀 늦어. 이따 엄마 좋아하는 옛날 통닭 사갈게.

전주댁 (웃으며) 우리 딸 밖에 없네.

그때, 집안에 들어서는 누군가. 시계 안의 크라운(용두)을 잡아당기자 질긴 낚싯줄이 뽑혀

나오는데-

68. 서울중앙지검 복도 / 낮

인아, 복도를 걸어 나온다. 맞은 편에서 오고 있던 박동호와 마주친다.


박동호 하이고~ 이 검사님~ 여서 또 보네예~

인아 (잠시 박동호 들여다보더니) 진우가 재심 재판 신청한 거 알죠?

당신이 4년 전에 외면해 버린 진실, 이제 곧 밝혀질 거예요.

박동호 (여유 잃지 않고 살살 웃으며) 검사 아가씨, 진실이 뭐라꼬 생각합

니꺼?

그때, 복도에 진우가 들어선다. 대화하고 있는 박동호와 인아를 발견한다.

박동호 힘있는 사람들이 지들 입맛에 따라 그때그때 보고 판단하는.. 그게

진실입니더. (잠시) 애초에 변치 않는 진실 같은 건, 이 세상에 없

고예.

인아 변치 않는 진실이 왜 없어요? 진우 아버지 무죄인 거, 그게 진실이야.

그 말을 듣고 있는 진우의 모습.

박동호 (답답하다는 듯) 진실을 밝히고 싶으면, 지금처럼 말로만 해쌌지 말고,

먼저 힘을 가져야지요. 그게 세상입니더. (웃는) 지는 갑니데이.

박동호, 손 흔들며 간다. 진우, 둘의 대화를 듣다가 혼자 남은 인아에게 다가간다.

인아 (진우 발견하고) 어? 진우야?

69. 서울중앙지검 휴게실 / 낮

캔커피를 들고 있는 진우와 인아.

진우 아버지 면회 가서 한 바탕 했다며?

인아 (살짝 민망해서) 그 말 하러 여기까지 온 거야?

진우 (보면)

인아 (여전히 민망해서) 그래 했다. 어쩔래?

진우 (엷은 미소) 우리 아버지, 매일 나만 보다가..

웬 아가씨가 왔나 놀랐겠다.
인아 ... 그렇게 많이 아프신 줄 몰랐어. 아저씨 형 집행정지 받아서

정밀 검사도 받고 전문 치료도 받으면 (하는데)

진우 그동안 집행정지 신청서에 소명 자료도 수없이 냈지만 소용없었어.

인아 ...

진우 힘 있는 사람들은 검사장 빽에 기대서 거의 탈옥시켜주는 수준인데.

인아 그래도 아저씨 저 상태로 계속 교도소에 계시면..

진우 (단호히) 재심밖에 없어. 하루라도 빨리 재심 열어서 아버지

무죄 받을 거야. 다른 길은 없어.

인아 진우야...

진우 (머뭇거리다) 그래도... 고마워. 아버지 만나줘서...

인아, ‘고맙다’는 진우의 말에 눈빛이 떨려 온다. 이때, 진우의 핸드폰이 울린다.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는 진우. ‘지금 우리 딸네 집으로 오면, 듣고 싶었던 말, 해줄게’

순간 매서워지는 진우의 눈빛. 급히 일어나 밖으로 향한다. 인아의 의아한 얼굴에서-

70. 동네 골목 / 낮

전주댁 딸의 집으로 가고 있는 진우. 몇몇 사람들이 지나쳐가고-

(8부의 해결사(살인청부업자)도 핸드폰 통화를 하며 진우 옆을 지나쳐간다.)

71. 전주댁 딸의 집 입구 / 낮

진우, 전주댁 딸의 집(다세대 빌라 2층)으로 들어간다.

72. 전주댁 딸의 집 / 낮

진우, 전주댁 딸의 집 대문 앞에 선다. 문을 두드리려는데 문이 살짝 열려있다.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는 진우. 한걸음씩 안으로 내딛는데-

(1씬 상황) 화면 가득, 진우의 놀란 얼굴이 보인다. 눈앞에 전주댁이 누워있다.

진우, 떨리는 손으로 전주댁의 숨결을 확인한다. 급격히 굳어지는 진우의 얼굴.

순간, 진우는 전주댁의 목을 두르는 희미한 궤적(낚싯줄 흔적)을 본다!


본능적으로 전주댁의 집을 빠르게 스캔하고 있는데-

그때, 형사들이 문을 박차고 집안으로 들어온다. 맨 앞에 곽 형사가 있다.

곽 형사 이게 누구신가? 서진우 변호사님?

진우 (표정 굳는) !!!

곽 형사 (죽어있는 전주댁 보더니) 사람 죽이셨어요?

진우 ....

곽 형사 (형사들에게) 현행범이다. 체포해!

다른 형사들이 진우를 압박해 들어간다.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진우.

그때, 진우의 시선에 창문이 보인다!

73. 전주댁 딸의 집 외부 / 낮

4층 다세대 건물의 2층 유리창이 깨지면서 튀어나오는 진우.

진우의 몸이 중심을 잃고 바닥을 구르면서 벽에 처박힌다. 서둘러 일어나는 진우.

깨진 유리창 너머로 곽 형사의 흥분한 얼굴이 보인다. 바로 총을 꺼내 도망치는 진우를 겨

눈다.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기려하지만, 근처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포기한다.

도망치는 진우를 향해 크게 소리치는 곽 형사.

곽 형사 저 새끼 잡아!

74. 골목 / 낮

사람들을 헤치며 골목길을 달리는 진우. 저만치 쫓아오는 곽 형사 일행들.

좁은 골목을 굽이굽이 달리고, 얼마 멀지 않는 뒤에 곽 형사 일행들이 쫓아오고 있다.

앞에서 자전거가 달려오고- 진우, 자전거와 부딪혀 나뒹군다.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이

벌떡 일어나 다시 달린다.

곽 형사, 골목 삼거리에 도달하자 손짓으로 형사들을 나누어 쫓게 지시한다.

형사들 흩어지며 뒤에 있던 용달 트럭 화물칸에 숨어있는 진우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75. 국밥집 외경 / 밤

76. 국밥집 / 밤

국밥 한 그릇씩 먹고 있는 박동호와 편 사무장.

그때, TV에 크게 나오는 진우 사진. ‘정산동 살인사건, 용의자는 현직 변호사.’ 타이틀이다

편 사무장 (TV를 보더니) 저거... 진우 아입니꺼?

박동호, 국밥 먹다 고개 들며 티비를 확인한다. 두 눈이 커지는데-

77. 서울중앙지검-구내식당 / 밤

밥을 먹고 있던 인아와 옆 테이블의 여경이 뉴스 속보를 보다가 TV에 시선이 고정된다.

앵커 오늘 낮 정산동의 한 다세대 빌라에서 50대 김 모씨가 살해된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서진우로

특정하고 공개 수배했습니다.

진우의 사진을 보고 멍한 상태가 되는 인아. 여경도 놀란다.

인아, 정신 차리고 진우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멘트만 들리고-

여경은 복잡한 얼굴인데. 그때, 인아가 급히 밖으로 뛰어 나간다.

78. 옥탑사무실 / 밤

사무실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밖에 곽 형사와 형사들이 있다.

곽 형사 (문 밖에서 버럭 소리치는) 문 열어! 당신들 이거 공무집행 방해야.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송 변. 연 사무장은 계속 핸드폰을 어딘가로 걸고 있다.


송변 연락 안 돼요?

연 사무장 (낙심한 얼굴로 핸드폰 내려놓는) 안 돼...

그때, 우지끈 문을 부수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곽 형사와 형사들.

곽 형사 (형사들에게) 이 사람들 싹 다 연행해서 서진우 행적 알아내.

송변 연행? 이 사람들이 정신 나갔나? 임의동행하려면 참고인한테

승낙 받아야 하는 것도 몰라? 어디 변호사 앞에서 법을 들먹거려?

곽 형사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한)

송변 (쐐기 박듯) 형사 양반. 내 말이 틀립니까?

연 사무장, 어쭈 하는 얼굴로 송변을 보는데- 그때, 형사 하나가 비밀의 방으로 통하는

책장 하나를 쓱 민다. 책장 하나만 더 밀면, 바로 비밀의 방이 공개되는 상황!

이를 본 연 사무장, 조마조마한 마음에-

연 사무장 승낙할게요. 당장 경찰서로 가죠.

송변 (뜨악한 얼굴로) 사무장님...?

연 사무장 (형사들에게) 가자니까요? 뭐해 송 변, 빨리 나와.

연 사무장이 송 변을 잡아끌며 나가면, 곽 형사와 형사들 모두 따라 나간다.

79. 옥탑사무실 밖 / 밤

연 사무장과 송 변이 곽 형사 일행과 함께 나온다.

그 모습, 멀리서 보고 있는 진우, 모자를 푹 눌러썼다.

80. 옥탑사무실 / 밤

진우, 문이 부서진 옥탑사무실 안으로 들어온다.

책장을 밀어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 USB를 넣어둔 서랍 쪽으로 간다.

잠시 후, 문 입구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인다. 인아다! 인아, 주변을 둘러보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데- 사무실 안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다가간다.

그 순간, 오픈된 비밀의 방 안에 있는 진우를 보게 되는 인아. 진우, 인아를 보고 놀란다.

인아 ... 진우야. 너...

당황하고 있는 진우 뒤로 보이는 비밀의 방 모습이 보인다.

벽을 한가득 뒤덮고 있는 각종 자료들. 인아, 커진 두 눈으로 자료들을 보는데-

인서트>

옥탑 사무실 계단. 박동호가 계단을 타고 올라오고 있다.

서로를 보며 놀라고 있는 진우와 인아, 그리고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박동호의 얼굴을 걸고 분할되는 화면에서 엔딩!

-7부 끝
Remember 08

1. 옥탑사무실 / 밤

진우, 문이 부서진 옥탑사무실 안으로 들어온다. 책장을 밀고 비밀의 방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문 입구에 인아가 들어선다. 주변을 둘러보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데-

안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다가간다. 그 순간, 활짝 열려있는 책장을 발견한다.

안으로 조심스레 다가가는 인아.

2.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밤

비밀의 방에 들어서는 인아, 비밀의 방 안에 있던 진우를 보고 놀란다.

진우도 인아를 보고 놀라는데-

인아 ...진우야. 너...

당황하고 있는 진우 뒤로 벽을 한가득 뒤덮고 있는 각종 자료들.

인아, 커진 두 눈으로 비밀의 방을 보는데-

인서트>

옥탑 사무실 계단. 박동호가 계단을 타고 올라오고 있다.

/ 다시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앞에 서 있는 진우와 인아.

인아 (비밀의 방 가리키며) 이게 다 뭐야? 너 지금까지...

진우 (말없이 인아를 보는)

인아 그 뉴스는 또 뭐구?

진우 나... 남규만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것 같아.

그때 사무실 쪽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직감한 인아!

잽싸게 비밀의 방 밖으로 나온다.


3. 옥탑사무실 / 밤

옥탑사무실로 나온 인아. 책장을 탁탁 닫아버린다.

그와 동시에 옥탑사무실에 들어서는 박동호.

박동호 (인아 발견하고) 여기서 검사님을 다 보네예.

인아 (표정 굳는)

박동호 검사님도 진우, 이리 된 거 알고 바로 달려왔나 봅니더.

근데... 진우 어딨습니꺼?

그 말에 내색 안하려 박동호 노려보는 인아의 얼굴에서-

4.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밤

비밀의 방에 들어간 진우. 바닥에 있던 백팩을 집어 서랍에 있던 5만원 다발을

넣는다. 다른 서랍에 숨겨둔 부사장 USB도 챙긴다. 문 밖에서 둘의 대화가 들린다.

박동호 (E) 진우 애끼는 맴, 다 압니다마는...

5. 옥탑사무실 / 밤

박동호 아가씨 직업이 뭔지는 잊지 말아야지요. 범죄자 붙잡는 검사 아입니꺼?

인아 (맞서서) 그래서 내가 지금 당신 앞에 서 있는 거야.

박동호 (보면)

인아 진우한테 살인누명 뒤집어씌운 놈들, 내가 다 잡아넣을 거니까.

인서트>

인아의 그 말 듣고 있는 진우의 얼굴.

/ 다시 옥탑사무실. 미소 띤 얼굴로 인아를 보던 박동호.

박동호 검사님만 진우 걱정하는 거 아입니다.


인아 뭐라고?

박동호 진우랑 내는 예전에 맺은 계약이 있습니더. 진우는 이자뿐지 몰라도

내는 아직 유효합니더.

인아 웃기는 소리 그만 해. 당신한테 더는 안 속아.

인아를 보는 박동호의 굳은 얼굴 위로 남규만의 목소리가 깔린다.

남규만 (E) 서진우가 도망친 건, 계획에 없지 않았나요? 곽 형사님?

6. 남규만의 집무실 / 밤

굳은 얼굴의 곽 형사가 남규만 앞에 서 있다.

남규만 일처리 참 맘에 안 들게 하시네.

곽 형사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 없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겠습니

다.

남규만 당장 잡아요. 그 놈 죽었으면 시체라도 가져와. 그래야 내 계획에 맞아.

곽 형사 (고개 숙이며) 네. 알겠습니다.

그때, 박동호가 집무실에 들어선다. 곽 형사를 발견하고 표정 굳는데-

남규만 그럼 가 봐요.

곽 형사, 박동호를 힐끗 본 뒤 나간다. 자리에 앉는 박동호.

박동호 서진우... 저리 되뿐 거, 남 사장님 작품입니꺼?

남규만 (태연하게) 글쎄. 나하곤 상관없는 일인데...

박동호 방금 나간 저 양반은 뭡니꺼? 사실대로 말 하이소.

남규만 (말 없이 보는)

박동호 그래야 담당 변호사인 지가 나중에 일 터져도 대비 할 거 아입니꺼?

잠시 박동호를 들여다보던 남규만, 결국 입을 연다.


남규만 뭐 잘못 됐어요? 이상하게 오버하시네.

박동호 지가 신신당부하지 않았십니꺼?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모 회장님이...

남규만 (말 끊고) 그건 걱정 안 해도 돼요. 만에 하나 문제 생겨도

석주일 사장 선에서 커트 될 거니까.

박동호 (상황을 직감하고) 지 행님, 이번 일도 연관 돼가 있습니꺼?

남규만 거절하면 박 변한테 간다니까 알아서 하더라고. 박 변 정말 아끼나봐.

실실 웃고 있는 남규만. 한편, 박동호의 표정은 일그러지는데-

7. 일호그룹 주차장 / 밤

자신의 차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석주일. 차 앞에서 박동호가 기다리고 있다.

박동호, 석주일과 눈이 마주치는데- 불길한 느낌이 드는 석주일.

8. 달리는 차 안 / 밤

석주일과 박동호가 뒷좌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석주일 밑그림은 남규만이 그린 기다. 내는 칼 쓰는 놈만 구해줬고.

박동호 그래서 재심재판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거였습니꺼?

석주일 지 목에 칼이 들어오고 있는데 남규만 글마가 눈에 뵈는 게 있겠드나?

박동호 아무리 그래도 행님, 이렇게 점점 깊숙이 들어가면 우짜실라 그럽니꺼?

석주일 (보는)

박동호 우리가 양아치처럼 살았을 때도 이마이로 바닥은 아니었다 아입니꺼?

석주일 (깊게 한숨 쉬며) 바닥이라... 동호야. 남규만이 일마한텐 바닥이 읎다.

바닥 밑에 지하실, 지하실 밑에 땅굴까지 파고 들어갈 놈이다.

박동호 ....

석주일 그니까 하루 빨리 진우 글마, 잡히는 게 니나 내한테 좋은 기다.

박동호의 어두운 얼굴에서-

9. 거리 / 밤
모자를 눌러쓴 진우가 거리를 걷고 있다. 거리 일각에서 뉴스가 뜬다.

앵커 오늘 오후, 정산동에 사는 50대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한 용의자

서진우가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경찰은 키 175에

마른 체격의 서씨를 신고포상금 천만 원에 공개수배 했습니다.

자신의 수배뉴스를 보는 진우의 얼굴 위로-

인서트>

2부 29씬. 버스 안. 버스 안의 진우. 빌딩전광판에 뜬 서재혁 법원 출두 장면 뉴스를 본다.

처참한 진우의 얼굴.

/ 다시 현재. 거리. 과거, 아버지처럼 억울한 상황에 처한 진우. 순간적으로 서글픈 표정이

스치고 지나간다. 모자를 더 깊게 눌러 쓰고 고개를 숙이며 걸어가는 진우의 모습에서-

10. 구둣가게 앞 거리 / 밤

모자를 푹 눌러쓴 진우가 구둣가게를 지나쳐간다. 그때, 가게 진열대에 놓인 검정 구두가

진우의 시선에 들어온다. 발걸음을 멈추는 진우. 그 위로,

진우 (E) 아빠. 그렇게 좋아?

인서트>

(과거) 진우의 집-현관 앞.

서재혁, 행복한 얼굴로 진우가 사준 검정 구두를 정성스레 닦고 있다.

그런 서재혁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진우.

서재혁 그럼 우리 아들이 힘들게 알바해서 사준 건데 평생 닳고 닳을 때까지

아껴서 신어야지~ 이 구두 신고 우리 진우 졸업식도 가고

군대도 보내고, 장가가는 것도 보고~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그러면서 신발장 안에서 진우의 새 운동화를 꺼낸다)


자! 이건 우리 아들 꺼!

진우 (생각지도 못한) 야 ~ 이거 신상인데 ~ 아빠 이건 또 언제 샀어?

서재혁 아빠도 어제 월급 받았거든~

진우, 환하게 웃으며 새 운동화를 신고, 서재혁도 새 구두를 신어본다.

잠시 후, 서로 발장단을 맞추며 환히 웃고 있는 진우와 서재혁의 모습에서-

/ 다시 현재. 아버지와의 추억에 잠겨있던 진우의 슬픈 눈동자.

그때 주위에서 검문 중인 경찰, 수상쩍은 표정으로 진우에게로 다가온다.

경찰, 손에 들린 몽타주와 진우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보는데 모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진우, 경찰이 지근거리로 다가오자 경찰을 밀치고 전속력으로 내달린다.

멀찌감치 있던 경찰들, 일제히 도주하는 진우 쪽으로 시선 쏠린다!

11. 골목 추격전 / 밤

쫓고 쫓기는 진우와 경찰들. 진우의 뒷모습을 쫓으며 소리치는 경찰 1.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진우, 전신주 보수중인 인부들이 보이고 그 앞으로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다. 진우, 재빨리 바리케이드를 잡아끌어 장애물을 만들고 내달린다.

뒤쫓던 경찰들 바리케이드에 걸려 자빠지고 난리다.

경찰들과의 간격을 조금 더 벌리는 진우. 그때, 좁은 골목을 가로 막고 선 폐지 리어카!

진우, 순식간에 점프해서 폐지들이 쌓여있는 리어카를 밟고 넘는다.

리어카 속 폐지들이 쏟아지며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난장판이 된 리어카 앞에 도착한 경찰들. 리어카를 지나치자 이번에는 갈림길이 나온다.

경찰들, 약속이나 한 듯 반으로 쫙 갈라지며 뒤쫓는다.

가까스로 추격을 따돌린 진우, 고시원이 빽빽하게 몰려 있는 골목 안으로 사라지면..

경찰 1과 경찰 2가 골목 앞에서 탁 만난다. 진우를 놓치고 허탈해하는 표정에서-

12. 고시원 카운터 / 밤


고시원 카운터에 지폐를 탁 놓는 진우.

진우 213호로 주세요. 제일 구석 창문 없는 방.

카운터에 비치된 작은 TV에 ‘정산동 살인사건 뉴스’가 나오고 있다. 진우의 사진까지

화면에 떠 있고- 뉴스 보며 긴장하는 진우. 열쇠를 받아 성급히 고시원 안으로 들어간다.

13. 고시원 213호 / 밤

213호에 들어오는 진우. (일반적인 고시원보다는 좀 넒은 느낌, 2인실 정도)

문을 잠그고 짐을 푼다. 창문이 없는 감옥 같은 방이다.

비어있던 책상에 4년 전 진우 모습이 채워지면서-

인서트>

책상에 앉아 고시공부를 하고 있는 진우. 법전 서너 개가 한꺼번에 펼쳐져 있고,

동시에 페이지를 펼쳐가면서 읽어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한쪽 벽엔 비밀의 방에

채워져 있던 남규만과 일호그룹에 대한 기사들이 일부 붙어있다.

14. 남일호 저택-서재 앞 응접실 뒤 / 밤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는 여경. 가사도우미가 찻잔을 놓고 물러난다. 뒤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남규만. 리모콘을 눌러 오디오를 꺼버린다. 정적이 감도는 응접실.

남규만 (여경의 앞에 천천히 앉으며) 왜, 서진우가 공개 수배됐다니까

맘이 싱숭생숭해?

여경 나 지금 너랑 말하고 싶지 않거든?

남규만 지 아버지한테 불리하게 증언했다고 죽인 거라며? 그니까 내가 뭐랬냐?

그 새끼 만나지 말랬잖아.

여경 (감정 없게) 내가 누굴 만났다는 거야? 술 한 잔 마신 게 만난 거야

남규만 오호... 그래 살인자 새끼라니깐 관심이 딱 끊어졌구나~

여경 (냉랭하게 바라보는)
남규만 (여경의 머리 쓰다듬으며) 여경아, 앞으론 이 오빠 말 좀 뭐~든

새겨들어라. (여경 앞의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음~ 향이 좋네. 좋

아.

휘파람 불며 여유롭게 나가는 남규만. 여경, 머리를 쓸어 올리며 리모콘 켜서 음악 듣는다.

15. 고시원 건물 옥상 / 밤

옥상에 서서 굳은 얼굴로 야경을 보고 있는 진우. 그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연 사무장 서 변.

진우, 놀라서 돌아본다. 문 앞에 씨익 웃고 서 있는 연 사무장. 진우에게 다가온다.

진우 (반가운 얼굴로)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연 사무장 그것뿐인 줄 알아? 창문 없는 방, 213호 거기 잡았지?

진우 (엷게 웃으며) 다 아시네요.

연 사무장 다들 창문 있는 방 찾는데 서 변은 감옥 같은 그 방만 유독 고집했잖아.

진우 ....

연 사무장 나중에 아버지 때문에 일부러 그랬다는 거 알고 나 마음 많이 아팠어.

진우 (서글프게 웃는)

연 사무장 여기 오니까 총무로 있을 때 생각나네. 그때 기억나?

연 사무장을 바라보는 진우의 얼굴 위로 과거가 회상된다.

16. (과거) 고시원 카운터 / 낮

연 사무장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고, 만취한 연 사무장 남편이 금고와 책상 서랍을

비틀거리며 뒤지고 있다.

연 사무장 남편(취한 목소리로) 야! 너 돈 다 어디다 빼돌렸어?

(주먹 들어올리며) 니가 아직 덜 맞았지? 어?


연 사무장 (두 손으로 빌며) 살려줘.. 제발...

연 사무장 남편, 다시 연 사무장에게 주먹을 휘두르려 하는데-

이때 진우가 들어와 연 사무장 남편의 팔을 강하게 붙잡고는 카운터 밖으로 밀어버린다.

놀란 연 사무장. 진우, 남편이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자, 문을 잠가 버린다.

밖에서는 남편이 계속 욕하며 문을 쾅쾅 두드리고 있는데-

진우 (티슈건네며) 주먹이 가볍고, 입이 험한 남자는 같이 사는 게 아니에요.

연 사무장 (눈물 닦으며 말없이 진우를 보면)

진우 당장 진단서부터 떼세요. 주변인 진술 필요하면 제가 할게요.

연 사무장 (눈물 고이며) 진짜 도와줄 거야? (울컥하며) 나, 너무 무서워..

진우 (잠시) 내가 날 포기하면, 세상도 날 포기해 버리는 거예요.

마지막 말에 뭔가 깨달은 듯 진우를 보는 연 사무장의 얼굴에서-

17. 고시원 건물 옥상 / 밤

다시 현재. 고시원 옥상에 있는 진우와 연 사무장.

연 사무장 그때, 서 변 충고 아니었으면.. 남편한테서 벗어날 생각 못했을 거야.

미소로 화답하는 진우의 얼굴에서-

18. 서울중앙지검 / 낮

날이 밝는다.

19. 인아의 검사실 / 낮

인아, 검사실에 들어오면, 수사관이 일어서며 목례를 하는데-

인아 정산동 살인사건 수사 자료 최대한 확보해 주세요. 살해 현장,


당시 출동한 형사들, 주변 CCTV기록까지 최대한.

수사관 네. (전화를 돌리기 시작하는)

인아, 테이블에 가득 놓여 있는 미제 사건 파일 중 하나를 열어보는데-

이때 탁영진이 안으로 들어선다. 인아와 수사관이 일어서서 탁영진에게 목례하고-

탁영진 (책상 위의 파일 보더니) 장기 미제 사건들 살피고 있었네?

(미소띤 채) 이제 니가 맘 좀 잡았구나.

인아 (진우에 대한 심란함 숨긴 채 덤덤히) 네.

탁영진 너, 부장 검사가 계속 주시하고 있는 거 알지?

(인아 어깨 두드리며) 검사 생활 길게 봐야 해. 좀만 수그리자. 응?

탁영진에게 희미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는 인아의 얼굴에서-

20. 석규의 집무실 / 낮

석규가 살인용의자가 된 진우의 뉴스를 보고 있다. 화면에 서진우의 사진이 보인다.

앵커 서진우는 스물 세살의 변호사이며 4년전 ‘서촌여대생살인사건’

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서재혁의 아들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습

니다.

최근 서씨는 재심재판을 청구했고, 현재 법원에서 심사 중이며....

굳은 얼굴로 뉴스를 보던 석규, TV를 끈다. 책상에는 ‘서촌여대생살인사건’ 재심 청구서가

놓여 있다. 한참동안 고심하는 얼굴로 서류를 바라보던 석규. 잠시 후, 재심 청구서에

‘재심청구기각’ 도장을 쾅 찍는다. 그 위로 홍무석의 목소리가 선행된다.

홍무석 (E) 서재혁 재심재판, 엎어졌습니다.

21. (교차) 서울중앙지검 복도+남규만의 차 안 / 낮

복도를 걷고 있는 홍무석. 누군가와 통화 중인데, 얼굴 가득 만족스러움이 느껴진다.


홍무석 재심재판 청구한 장본인이 살인자가 돼 버렸는데... 그거 무시하고

강행할 판사가 어딨겠습니까?

남규만의 차 안. 뒷좌석의 남규만, 핸드폰 통화 중이다. 운전은 안 실장이 하고 있다.

남규만 (입가에 미소 스며들며) 그렇겠죠.

홍무석 모든 일이 남 사장님 그림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남규만 이제 도망친 서진우만 잡으면 만사가 오케이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홍무석 네. (끊는)

남규만도 핸드폰 끊는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그러다 뭔가 생각이 난 듯-

남규만 차 돌려. 갑자기 보고 싶은 얼굴이 생겼어.

안 실장 누구?

남규만 재심 재판 나가리 났다잖아. 이 소식 애타게 기다렸을 사람 봐야지.

안 실장,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위악적인 미소로 가득한 남규만의 얼굴에서-

22. 법원 휴게실 / 낮

자판기 커피를 인아에게 건네는 석규.

인아 서촌 여대생 재심 청구, 기각된 거 맞나요?

석규 네. 그렇게 됐네요.

인아 (잠시) 지금 진우 공개수배된 거랑 서촌여대생 사건은

별개 사안이에요. 진우가 새로운 목격자 확보해서 재심 사유도

확실히 있구요.

석규 저도 사실조사 꼼꼼히 하면서 심사중이였어요. 하지만 청구대리인이

살해용의자로 수배된 지금, 재심을 인정하는 건 무리에요.

인아 (덤덤히) 진우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

석규 (잠시) 서진우 변호사 하고는... 어떤 사이에요?

인아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결심한 듯) 저... 서 변 아버지 재판 때문에


검사됐어요. 4년 전,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석규 (살짝 놀라는)

인아 그때 저는 서 변 아버지가 결백하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재판에선

분명 진실이 밝혀질 거라 믿었었는데 (하는데)

석규 이미 재심청구는 기각됐습니다.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석규. 그런 석규를 어두운 얼굴로 보는 인아의 모습에서-

23. 교도소 복도 / 낮

초췌한 걸음으로 걸어 나가고 있는 서재혁의 뒷모습.

24. 변호사 접견실 / 낮

서재혁이 면회실에 들어선다. 보면, 남규만이 접견실 의자에 앉아있다.

서재혁,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얼굴 된다.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 있는데-

남규만 앉아요. 겁먹지 말고. 나, 나쁜 사람 아냐.

서재혁,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은 얼굴로 자리에 앉는다.

남규만 많이 아프시다면서?

서재혁 ...네.

남규만 그래도 아픈 건 아픈 거고... 죗값은 다 치루셔야지. 사람이 죄를 졌으면

벌을 받는 게 세상 이치잖아요.

서재혁 ...여기서 항상 회개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남규만 누군 목숨을 잃었는데... 회개, 반성? 참 편한 단어네. (비릿하게 웃으며)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보기엔 셈이 안 맞는 거 같은

데...

서재혁 (얼굴이 괴로움으로 굳어져간다)

남규만 니체 알아요? 니체가 그랬데요. 신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망각이라고.

서재혁 (점점 처참함이 차오른다) ...그.. 그만. 그만하세요.


남규만 스무 살 갓 넘은 여자애 죽여 놓고... 싹 다 잊어버릴 수 있는 거.

그거 분명 축복이야.

서재혁 제가..제가 잘못했습니다.

서재혁, 괴로워한다. 입 꼬리 올리며 웃던 남규만.

남규만 서진우가 지금 어떻게 됐는지 알아요?

서재혁 서... 진우... (머릿속을 뒤지더니) 제 변호사님 말하는 건가요?

남규만 변호사? (흥미롭다는 듯 웃는) 그래. 당신 변호사가 지금 살인자가

됐더라구. 당신처럼.

서재혁 그럴 리가요. 절대 그럴 분이 아닙니다.

남규만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서진우가 진짜 누군지도 모르면서?

서재혁 네?

남규만의 악마적인 모습에서-

25. 변호사 접견실 복도 / 낮

복도를 걸어 나오는 남규만과 안 실장. 앞에 제복을 입은 교도소장과 의무과장이 배웅을

위해 각을 잡고 있다. 남규만을 향해 오버하며 경례까지 때리는 교도소장과 의무과장.

대충 손짓으로 답하며 지나가는 남규만. 교도소장과 몇 마디 귓속말을 주고받는 안 실장.

안 실장 (걸어가는 남규만 앞으로 뛰어와서) 여기 왔다간 거, 아무도 모를

거야.

남규만 확실한 거지? (만족스러운) 잠깐인데도... 이런 데서 하루도 못 있겠다.

사람이 살 곳이 못 되네.

안 실장 그치. 그니까 죄 짓고 살면 안 돼.

남규만 (기분 나빠져서 쳐다보며) 뭐?

안 실장 (안절부절못하며) 아. 아냐. 내 말은...

한 대 때릴 듯 안 실장을 보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26. 인아네 집-거실 / 밤

인아 부와 인아 모가 밥을 먹고 있는데, 인아가 지친 모습으로 집 안으로 들어선다.

인아 부 (인아 곁으로 다가가며) 큰 딸, 오늘 좀 늦었네?

아빠가 오늘 간만에 제육볶음 만들어 놨다.

인아 부, 인아를 식탁 쪽으로 데리고 간다.

인아 모 (인아 향해 다짜고짜) 너, 앞으로 진우는 그냥 모른 척 해.

인아 (어이없어서) 내가 왜?

인아 모 너, 고생고생해서 검사됐는데 질 안 좋은 애랑 알고 있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

인아 (말문이 막히는)

인아 부 (수저 들며) 인아야, 얼른 한 입 들어.

인아, 인아 부의 정성에 그래도 수저를 들어 보는데, 인아 모는 막무가내다.

인아 모 그리고 검사들은 또 얼마나 수군댈까? 너, 신입 때 이미지가 직장

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인아 (폭발하며) 제발 그만 좀 해! 다른 사람들 수군대는 게 뭐가 중요해?

그리고 진우가 그런 거 아냐.

인아 모 (어이없어 하며) 지 아버지 때도 누명이네 뭐네 하더니, 지도 그렇

대?

인아 (답답해서) 엄만 왜 엄마 멋대로 생각해? 그게 남한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건 왜 몰라?

인아, 화를 내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인아 부는 인아 모를 책망하듯 보는데-

인아 모는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이어간다.

27. 인아네 피자 가게 / 밤
인아와 인아 부가 캔맥주를 따고, 안주로는 피자가 놓여있다. 다정한 아빠와 딸의 건배.

인아 부 (피자 한 조각 건네며) 배고팠지?

인아 (씨익 웃으며 피자를 한 입 먹는다.)

인아 부 (미소 지으며) 나도 25년 넘게 니 엄마랑 살고 있지만, 아직도 가

끔은 적응이 안 돼.

인아 나 걱정해서 그러는 건 알겠는데.. 늘 오버해서 문제지.

인아 부 (웃음 짓더니 잠시) 인아야... 아빠가 그동안 세상 겪어보니까..

결국 때가 되면 모든 게 분명해지더라.

인아 (보면)

인아 부 세상 사람들이 함부로 말하고 지레 짐작하는 거.. 그런 건 시간이

지나면 다 밝혀지기 마련이다.

인아 아빠...

인아 부 항상 세상의 말들보다 네 마음의 말을 듣고 행동하면 돼. 겁먹지

말고.

인아 (미소 지으며 인아 부를 보는)

이때, 인아의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공중전화 번호다. 인아, 조심스레 버튼을 누르는데-

진우 (E) ... 나야... 서진우.

28. 동네 골목 / 밤

어두운 골목. 인아가 주변을 둘러보며 걸어오는데 누군가가 인아를 확 낚아챈다.

진우다! 진우가 인아를 골목 구석으로 데려가는데-

인아 (다급한) 남규만이 판 함정이라는 게 무슨 말이야? 자세히 좀 설명해봐.

진우 아줌마가 보낸 문자를 받고 갔는데 이미 죽어 있었어.

내가 아버지 재심 청구한 걸 알고, 남규만이 먼저 움직인 거야.

인아 ....

진우 살인 누명 벗지 못하면, 아버지 구할 수 없어.

인아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 진우야...


진우 아버지 이대로 감옥에 있으면 더 위험해져.

나, 하루라도 빨리 누명 벗고 재심 들어가야 돼.

인아, 진우를 안타깝게 보더니-

인아 내 사건은 아니지만... 수사자료 받아서 진범 찾고 있어.

그러니까 너는 경찰서 가서 사실대로 말하고 협조(하는데)

진우 (말끊고) 아니. 내가 잡히면.. 없는 사실, 그럴듯하게 조작해서

살인범으로 만들 거야. 아버지가 당한 것처럼.

인아 ....

진우 나, 이번에는 안 당해. 내 손으로 진범 잡을 거야.

인아 (안쓰럽게 진우를 바라보면)

진우 (모자 푹 눌러쓰며) 연락할게.

어둠 속으로 급히 사라지는 진우. 인아 걱정스레 진우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는데-

29. 국과수 건물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30. 국과수 건물 앞 / 낮

인아, 서류를 들고 국과수에서 나온다. 주차된 차량 안에 곽 형사를 발견했다!

빠른 걸음으로 곽 형사 차량으로 다가가는 인아.

인아 (유리창 탕탕 두드리며) 어이~ 나와요. 나와.

곽 형사 (문 열고 나오는) 형사가 국과수 온 게 무슨 문젭니까? 검사님?

인아 나, 지검 나올 때부터 꽁무니 붙었죠? 나 참, 어이가 없네.

곽 형사 (표정 굳는)

인아 잡으라는 범인은 안 잡고 검사를 대놓고 미행하신다?

곽 형사 제가 잡으려는 범인, 혹시나 검사님이 감춰두고 있지 않나 해서 말

이죠.
인아 그 말, 다시 지껄여 봐요. 형사 뱃지 걸고.

서슬퍼런 인아의 모습에 곽 형사가 밀리는 기색이다.

인아 나, 서진우 누명 씌운 놈들, 모조리 다 찾아내서 지위고하 막론하고

싹 다 처벌할 거야. 당신도 포함해서.

곽 형사 (가만히 인아를 노려보는)

인아, 냉랭함 남기며 가버린다. 곽 형사, 열 받는 얼굴로 휴대폰 꺼내든다.

곽 형사 검사님. 접니다.

31. 홍무석 검사실 / 낮

홍무석이 검사실 안으로 들어서며 곽 형사와 통화중이다.

곽 형사 (E) 이인아 검사가 정산동 살인사건 파헤치고 있습니다.

홍무석 초임 주제에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아주 지 멋대로 날뛰는구만.

(잠시) 이인아 설치다가, 우리 꼬리라도 밟는 날엔 어떻게 되는지

잘 알죠?

곽 형사 (E) 남 사장님 계획에 차질 생기는 거,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홍무석 계속 따라 붙으면서, 특이사항 생기면 즉시 보고하세요.

전화를 끊고는 책상 위의 ‘정산동 살해사건’ 자료 및 공개수배된 서진우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는 홍무석의 얼굴에서-

32. 옥탑사무실 / 낮

송 변과 연 사무장이 사무실 안에 들어온다. 연 사무장 옆에 찰싹 붙어 조잘대는 송 변.

송변 사무장님. 우리 서 변 안 찾아요? 서 변 찾으러 가야죠!


연 사무장, 송 변 무시하고 2층에 올라가 가방에 진우의 짐을 담기 시작하는데-

송변 거긴 왜 올라가요? 서 변 찾으러 가자니까!

연 사무장 서 변한테 당장 필요한 짐들 갖다 줄 거야.

송변 (놀라며) 서 변 어딨는지 아세요?! 서 변 지금 어딨어요?

연 사무장 (잠시 생각하다가 결심한 듯) 먼저 송 변이 봐야할 게 있어.

33.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낮

연 사무장이 책장을 밀어 비밀의 방 입구를 열자, 놀라 입이 벌어지는 송 변.

연 사무장, 비밀의 방 안으로 들어가자, 송 변도 천천히 안으로 따라 들어가는데-

송 변이 놀란 얼굴로 비밀의 방을 둘러보고 있다. 옆에서 이를 보는 연 사무장.

송변 이게 다 뭐에요? (하나씩 보며) 서촌여대생... 오정아... 일호그룹...?

연 사무장 서 변의 숨겨진 4년. 그게 다 여깄어.

송변 오정아는 그렇다 쳐도, 왜 일호그룹이 적인데요?

연 사무장 남규만이 오정아를 죽였으니까.

송변 예?!

연 사무장 지금 서 변한테 살인 누명 씌운 것도 남규만이야.

송변 (손사래 치며) 에이~ 사무장님 농담도 참. (하고 나가려는데)

연 사무장 (진지한) 이제 송 변, 어떡할래?

송 변의 대답을 기다리는 연 사무장. 농담이 아님을 느낀 송 변의 굳은 얼굴에서-

34. 인아의 검사실 / 낮

인아, 책상에서 국과수에서 받아온 서류를 읽고 있다.

인아 사인은 낚싯줄로 인한 질식사?

인아, 눈을 옆으로 돌리면 책상 위에 장기미제사건 서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앞에서 맞은편 책상에 있던 수사관을 부른다.

인아 수사관들 모두 호출하세요.

시간경과>

인아와 수사관들 서넛이 서류를 하나하나 들춰보며 열심히 체크하고 있다.

인아 질식사로 살해된 사건들 찾는 겁니다. 살인도구가 낚싯줄이면

무조건 저한테 주세요.

열정적인 인아의 모습에서-

35. 고시원 옥상 / 낮

옥상에 있던 진우. 뒤로 문이 열리며 연 사무장이 들어온다. 짐가방을 들고 있다.

진우 (다가가) 미행은 없었죠?

연 사무장 (짐가방 건네며) 그게... 한 명 있긴 한데...

그러자, 송 변이 모습을 드러낸다.

송변 (방긋) 서 변, 나야!

진우 (놀라며 연 사무장을 보고) 사무장님!

송 변, 다짜고짜 진우를 덥석 끌어안는다. 진우, 영문을 모르겠고-

송변 지금까지 그 무거운 짐을 어떻게 짊어지고 살았냐? 그 엄청난 걸.

(눈물까지 글썽이는) 진작에 말하지 그랬어.

진우, 송 변의 마음이 느껴져서 엶은 미소 짓는다. 그 위로-

진우 (E) 핸드폰이랑 차가 필요해요.


36. 고시원 213호 / 낮

좁디좁은 방에 들어차있는 진우, 연 사무장, 송변.

진우, 연 사무장이 가져온 짐가방 지퍼를 확 연다. 가방 안에는 각종 변장물품들이

가득하다. 캐주얼한 옷가지와 운동화, 가위, 뿔테 안경...

진우 (거울을 보며 머리에 왁스를 바르며 송 변에게) 구할 수 있어요?

송변 (자신 만만하게) 그건 일도 아니지.

진우 (연 사무장에게) 알고 있는 기자들 중에 특종에 목숨 거는

기자 있죠?

연 사무장 무슨 특종?

진우 일호생명 부사장한테 받은 자료, 방송에서 공개할 거예요.

진우, 백팩에서 USB를 꺼내 둘에게 보여준다. 놀라는 송 변과 연 사무장의 얼굴.

37. 고시원 앞 / 낮

고시원에서 나오는 진우. 그동안 수트 위주로 입었던 진우는 이제 뿔테 안경에 캐주얼한

옷차림, 머리스타일까지 완전히 변신했다. 백팩을 메고 나오는 진우.

그때, 주변 의경들이 사람들을 검문검색하고 있다. 들고 있는 핸드폰엔 진우 사진이 있다.

여순경(20대), 진우를 발견하고는 진우에게 다가온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긴장하는 진우. 구식 승용차 앞으로 걸어가는데-

여순경 거기 잠깐.

그 말에 진우, 차에 타려다 멈춘다. 여순경이 진우 가까이 다가온다.

긴장된 순간이 이어지고-

여순경 저기요. 여기 불법주차인 거 몰라요? 과태료 내셔..(하는데)

진우 (싱긋 웃으며) 죄송합니다. 금방 차 빼겠습니다.

여순경 (진우에게 반해 넋나간 얼굴로 보며) 어유! 금방 안 빼셔도 돼요.


천천히~ 천천히 빼세요.

진우를 보는 여자순경의 눈에는 하트가 보인다. 차에 탄 진우, 시동 걸고 출발한다.

38. 달리는 차 안 / 낮

구식 승용차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진우. 이어셋 통화 버튼을 누른다.

진우 장연수 기자님이시죠? 제가 일호그룹의 비자금 내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방송으로 공개하고 싶은데요. 내일 3시에.

결연한 표정의 진우 모습에서-

39. 고급 일식집 / 밤

남규만 옆에는 안 실장이, 맞은편에는 석규가 앉아 있다.

남규만 (기분 들떠서) 야야! 내가 오늘 풀로 쏜다!

석규 (남규만 보며) 너, 요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남규만 (웃으며 석규 향해) 티 많이 나냐? (혼잣말투로) 어제 반가운 사람을

좀 만나서 그런가?

석규는 그저 웃음 짓고, 안 실장은 남규만을 몰래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아무렇지 않은 듯, 물 한 모금 마시더니 화제를 돌리는 남규만.

남규만 (석규에게) 근데 너 지난번에 자꾸 맘 간다던 여자랑은 진도 좀 뺐냐?

안 실장 (석규의 대답을 기다리며 회를 입에 넣는데)

석규 (씁쓸히) 이미 다른 사람한테 맘 있는 거 같아.

안 실장 (석규의 술잔 채우며) 야, 판사인 너가 뭐가 아쉬워서 여자한테

휘둘리고 있냐?

석규, 희미한 미소로 안 실장의 잔을 받는데, 이때 남규만의 핸드폰이 울린다.


남규만이 여유롭게 핸드폰 들면-

진우 (E) 나한테 누명 씌운 기분 어때?

남규만 (순식간에 굳어진 얼굴로) ...너 이 새끼 지금 어디야?

그 말에 석규와 안 실장이 놀란 얼굴로 보는데- 남규만, 굳은 얼굴로 밖으로 나간다.

40. 고급 일식집 복도 / 밤

남규만이 복도로 걸어 나오며 진우와 통화중이다.

진우 (E) 나도 어딘지 알려주고 싶어. 니 반응이 궁금하니까.

이때, 먼발치로 진우 모습이 드러난다. 멀리서 남규만 모습 보며 통화하고 있는 진우.

남규만 너, 그러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다.

진우 니가 우리 아버지, 사형수로 만들었을 때... 난 이미 한 번 죽었어.

위축없는 진우의 말투에 어이없는 남규만. 진우는 남규만을 보며 통화를 이어간다.

진우 내일까지 진범 자수시켜. 안 그러면 니네 회사 비자금 내역,

세상에 공개할 거야.

남규만 (어이없어 웃는) 비자금 내역?

진우 내가 왜 부사장 재판을 맡았겠어? 잘 한 번 생각해봐.

남규만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

진우 거기까진 생각 못했나 보네? 일호그룹 비자금 내역 공개되면...

꽤 재밌어질 거야. 니 아버지부터 니가... 여기저기 뿌려댄

더러운 돈들이 만천하에 드러날 거니까.

진우, 멀리서 남규만의 표정을 확인한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남규만.

남규만 어디 한 번 해봐. 그거 공개하면.. 너도, 감옥에 있는 니 애비도


싹 다 갈아 마셔버릴 거니까.

진우 (차분히) 내 처지를 잠깐 잊었나본데... 억울하게 살인 누명쓴 아버

지에

이번엔 나까지... 내가 이제 눈에 뵈는 게 있겠어?

남규만 (점점 조여 들며 수세에 몰린 얼굴 되는)

진우 기억해. 내일 3시까지 진범 자수시켜. 그럼 비자금 내역은 깨끗이

없애줄게.

전화를 끊어 버리는 진우. 황당한 듯 끊긴 핸드폰을 들고 있는 남규만.

분을 참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다른 방 미닫이문을 발로 마구 걷어차기 시작하는데-

산산조각 나는 문. 이를 먼발치에서 지켜보다 쓰윽 사라지는 진우.

41.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남규만. 그 뒤로는 안 실장도 보인다. 소파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고 있던 편 사무장이 화들짝 놀란다. 눈치껏 안 실장과 편 사무장은 밖으로 나간다.

책상에서 서류들을 살피고 있던 박동호는 남규만을 보자 금세 표정이 굳는데-

남규만 (버럭) 박 변, 내가 서진우 잘 주시하라고 했지?

근데 비자금 내역은 또 뭔 개소리야!

박동호 (표정 숨기며 금시초문인 듯) 비자금 내역이요?

남규만 우리 회사 비자금 내역!! 부사장 재판 이긴 댓가로 받았다잖아!

박동호 (가만히 남규만을 바라보는)

남규만 그거 세상에 공개되면 아버지랑 나, 한 순간에 골로 가는 거야. 알아?

박동호 (차분한 얼굴로) 진정하이소. 그 놈아 대포폰 썼을 깁니더.

사장님 통화내역 뽑게 해주시믄.. 그놈 위치 찾아보겠십니더.

남규만 (분을 삭이며) 쥐새끼도 구석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더니....

서진우 이 놈이 죽기 살기로 덤비겠다는 건데.

박동호 (표정 없이 보는)

남규만 박 변이 책임지고 서진우 그 새끼 잡아와.

박동호의 굳은 얼굴에서-
42. 남일호 저택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43. 남일호 서재 / 낮

TV가 켜있다. 남규만과 남일호가 차를 마시고 있다. 남일호 뒤에는

수행비서(이하, 차비서)가 무표정하게 서 있다.

남규만 지난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서 시장선도 사업자와 유기적인 업무협조

체계를 갖추게 됐습니다.

남일호 (보는)

남규만 예탁결제원과도 퇴직연금 플랫폼 구축에 협력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구요.

남일호 (만족스러운) 부사장 재판 때문에 대외적으로 영향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니가 잘 해냈다.

남규만 부끄럽습니다. 아버지.

그때, TV에서 뉴스가 나온다.

앵커 (E) SBC 단독 보도입니다. 한 익명의 제보자가 오늘 오후 3시,

일호그룹의 비자금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남규만의 얼굴이 굳는다. 한편 남일호의 얼굴은 담담해 보이는데-

앵커 제보자는 확실한 증거를 통해 일호그룹의 비자금 실체를 낱낱이

밝히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호그룹의 관계자는

제보자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잔뜩 굳은 얼굴의 남규만. 남일호가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는다.


남일호 (찻잔 내려놓으며) 규만아.

남규만 ...네. 아버지.

남일호 (TV에 시선을 두며) 감당할 수 있겠냐?

남규만 (비장하게) 저, 아버지 아들 남규만입니다. 꼭 해결하겠습니다.

남일호 (여유롭게) 차 식는다.

남규만, 찻잔을 드는데 손이 떨리고 있다. 반면, 속을 알 수 없는 남일호의 얼굴.

남규만, 남일호의 눈치를 살피며 두 손으로 차를 공손히 마시는 모습에서-

44. (교차) 인아의 검사실+고시원 앞 / 낮

인아의 검사실. ‘일호그룹 비자금’ 뉴스를 보던 인아. 바로 핸드폰 들어 진우에게 건다.

인아 지금 뉴스에 나오는 제보자, 너지?

고시원 앞. 고시원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는 진우. 인아와 통화중이다.

진우 내 번호 어떻게 알았어?

인아 연 사무장님이 알려줬어. 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야?

진우 나한텐 이 방법밖에 없어.

인아 그래서 너 지금 어디 (하는데)

인아가 말 끝내기도 전에 핸드폰을 끊는 진우. 차에 타는데-

인아 여보세요? 야. 서진우!! 얘가 진짜...

인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휴대폰을 내려놓는 모습에서-

45. 대포폰 가게 / 낮

박동호와 편 사무장이 대포폰 가게에 들어선다. 은밀한 느낌의 가게 분위기.


업자 형님. 그동안 무탈하셨습니까?

박동호 (통화 내역서 던지며) 그기 행광펜 끌차진 번호 위치 찾아봐라.

앞으로 딱 1시간 준다.

업자 아니... 이걸 어떻게 1시간 만에 찾습니까?

박동호 그럼 30분 안에 찾아보든가.

표정 울상 되는 업자. 박동호와 편 사무장, 소파에 크게 팔 벌려 기대어 앉는데-

46. 홍무석 검사실 / 낮

홍무석이 누군가와 통화중이다.

홍무석 보도국장님, 저 홍무석입니다. 오늘 거기에서 단독 보도한다는 뉴스,

그거 제보 받은 기자가 누구죠?

보도국장 (E) 사장님께서 일체비공개로 진행하라고 지시하셔서 좀 곤란합니다.

홍무석 (비릿하게 웃으며) 국장님, 기억력이 많이 안 좋으신가 보네요.

(잠시) 작년에 국장님 외아들, 미국에서 귀국하고 뺑소니사고 쳤

던 거,

제가 내사 종결로 조용히 처리해 드린 거 잊으셨습니까?

보도국장 (E) 이봐요... 홍 검사..

홍무석 이제야 기억이 돌아오셨나 보군요. 지금이라도 상관없으시다면..

아드님 뺑소니 사고, 당장 재수사 들어가면 저는 그만입니다.

얼굴에 미소가 스치는 홍무석. 통화를 마치는데, 그때 곽 형사가 들어온다.

홍무석 오늘 3시까지 서진우 못 잡으면 당신과 내 목, 한 순간에

날아갑니다. 당장 SBC 장연수 기자, 위치추적하세요.

꾸벅 인사하고 황급히 나가는 곽 형사.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치며 생각에 잠기는 홍무석

47. 모텔 1-방 / 낮
기자와 카메라맨이 분주히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카메라를 세팅하고, 수첩에 멘트를 쓰고 있는 기자의 모습 등이 보인다.

48. 모텔 2-건물 외경 / 낮

모텔 앞에 구식 승용차가 도착한다. 백팩을 메고 있는 진우가 차에서 내린다.

49. 달리는 승합차 안 / 낮

운전대 잡고 있는 편 사무장. 휴대폰으로 시간을 보는 박동호. 2시 51분이다.

박동호 더 씨게 밞아라. 상호야.

편 사무장 진우가 남규만 사장을 이리 대놓고 받아 버릴 줄 몰랐습니더.

나이도 어린 놈이 겁도 없네예.

박동호 상호야. 싸움은 말이다. 모두 가진 놈이 이기는 게 아이다.

잃을 게 없는 놈이 이긴다.

편 사무장 (보면)

박동호 진우 가는 끝까지 갈 기다.

50. 달리는 곽 형사 차 안 / 낮

도로를 질주하는 곽 형사의 차. 곽 형사를 포함한 형사들 4명 정도 타 있는 차 안.

곽 형사, 핸드폰 통화하고 있다.

곽 형사 네 검사님. 지금 거의 다 왔습니다.

51. 모텔 2-복도 앞 / 낮

모텔 복도를 걸어가던 진우. 시계를 확인하는데 예정된 시간 3시가 막 지났다.

진우,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든다.


진우 (핸드폰에 대고) 남규만, 내가 어떻게 하는지 똑똑히 봐.

52. 모텔 1-방 / 낮

촬영을 위한 모든 세팅이 끝나있다. 기자와 카메라맨도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진우가 앉아 있을 쪽은 화면에 보이지 않는다)

53. 모텔 1-복도 / 낮

곽 형사 일행이 복도에 뛰어 들어온다.

54. 모텔 1-방 / 낮

카메라맨이 큐 사인을 보낸다. 옆에 기자는 긴장한 얼굴인데-

진우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진우 (E) 저는 서진우라고 합니다.

그때, 모텔 문이 벌컥 열리며 곽 형사와 형사들이 들이 닥친다. 순간 황망한 표정이 되는

곽형사! 곽 형사의 시선으로 보면, 기자 앞에는 진우가 없고, TV만 설치돼 있다.

실제 진우 대신, TV에서 생중계로 진우의 얼굴과 목소리가 영사되고 있는데-

55. 모텔 2-방 / 낮

같은 시각. 방에는 진우 혼자 있고, 앞에 설치된 카메라가 진우를 찍고 있다.

진우 저는 오늘 일호그룹이 그동안 숨겨 왔던 실상을 밝히려 합니다.

최근 몇 년 간 일호그룹은 기업 간 합병을 통한 확장형 사업을 꾸


준히

펼쳐왔습니다. 그 결과 수십 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국내 굴지의 기

업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비리의 연속이었습니다. 오늘 제가 보여드릴 이

자료

가 지금의 일호그룹을 있게 한 비리의 기록, 비자금 장부입니다.

바로 여기서 일호그룹의 추악한 맨 얼굴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인서트>

남규만의 집무실. 남규만이 TV를 보고 있다. 옆에 안 실장도 불안한 얼굴인데-

인서트>

옥탑사무실. 송 변과 연 사무장도 TV를 보고 있다.

인서트>

인아의 검사실. 인아도 초조한 얼굴로 TV를 보고 있다.

/ 다시 모텔 2.

진우, 일호그룹 비자금 내역의 서류 뭉치를 백팩에서 꺼내 들어 화면에 보이려는데-

그때, 편 사무장과 덩치들이 방에 들이닥친다. 순간, 편 사무장이 카메라를 집어 들어

꺼버린다. 그 뒤로 나타난 굳은 얼굴의 박동호, 진우의 손에 있는 서류 뭉치들을 빼앗는다!

진우가 박동호를 무섭게 노려보는데-

56. 인아의 검사실 / 낮

TV를 보고 있는 인아. 화면에 진우가 나오다가, 갑자기 삐이이 소리와 함께 지지직거린다.

놀라는 인아.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급히 진우에게 전화를 하는데-

57. 승합차 안 / 낮

뒷좌석에 진우가 덩치들에게 잡혀있다. 진우의 입은 테이프로 막혀 있다.

이때, 진우의 대포폰 진동음이 울린다. 덩치가 진우 대포폰 꺼내서 박동호에게 건넨다.

액정에 찍힌 ‘이인아’. 박동호, 진우의 대포폰을 부숴버린다. 노려보는 진우의 얼굴 위로-

곽 형사 (E) 남 사장님. 누군가 서진우 먼저 채갔습니다.


58. 모텔 복도 / 낮

복도를 걸어 나오며 누군가와 통화 중인 곽 형사.

곽 형사 혹시.. 지금 박동호 변호사 어딨는지 아십니까?

59. (교차) 승합차 안+남규만의 집무실 / 낮

승합차 안. 테이프에 입이 막힌 진우가 박동호를 분노로 노려보고 있다.

박동호 니, 도대체 어디까지 갈라카노? 남규만이한테 갈 필요 없이

내 선에서 시마이하자. 안 그라믄 니 진짜 뒈진다.

진우 (부릅뜬 눈으로 노려보는)

박동호 내, 지금 잘 아는 행님네 농장으로 가는 중이다.

니 잠잠해질 때까지 거기서 잠수타고 있어라. 알았나?

진우 (계속 박동호 노려보며 발버둥 치는데)

그때, 박동호의 핸드폰이 울린다. 액정에 찍힌 ‘남규만 사장’ 박동호의 얼굴에

주저함이 묻어난다. 그러다가, 핸드폰을 받는데-

남규만의 집무실. 여유로운 표정의 남규만. 핸드폰 통화 중이다.

남규만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서진우 데리고.

박동호 (표정 굳는)

남규만 박 변, 그렇게 가버리면... 안 되는 거 알죠?

박동호 (심하게 갈등하는 얼굴)

남규만 알아들었으면, 그 새끼, 당장 거기로 데려와요. (끊는)

박동호, 굳은 얼굴로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진우를 한동안 복잡한 얼굴로 바라보는데-

박동호 진우야. 단디 들으라. 비자금 파일이 니 목숨 값이다.

진우 (강하게 노려보는)
박동호 이번 한 번만은 지발 남 사장한테 숙여야 한다. 알았나?

테이프로 입 막힌 진우가 박동호를 아랑곳하지 않고 노려보는데-

60. 폐창고 외경 / 낮

남규만의 차량이 도착한다. 차에서 내리는 남규만과 안 실장.

61. 페창고 / 낮

의자에 밧줄과 수갑으로 묶여있는 진우 모습. 입은 테이프로 막혀있다.

박동호와 곽 형사도 보인다. 창고 안으로 들어서는 남규만와 안 실장.

박동호, 안 실장에게 부사장 USB와 서류뭉치를 건넨다.

안 실장 (USB를 태블릿피씨에 꽂더니) 복사 횟수 제로야. 문제없어.

남규만 확실해?

안 실장 이 USB에 복사방지 프로그램 깔려있거든.

남규만 (그 말에 입꼬리 올리며, 박동호에게) 수고했어요. 박 변.

일이 많이 꼬일 뻔했는데 이번에도 박 변이 큰 일 해줬어.

안 실장, 남규만에게 USB와 서류뭉치를 건넨다.

남규만, 서류뭉치를 모닥불이 피워진 드럼통에 던져 넣는다.

그러더니, USB는 미친 듯이 밞아 부수는데-

잠시 후, 진우에게 다가가더니 다짜고짜 주먹을 강하게 먹이는 남규만.

남규만 아우,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의자에 묶인 채 정신을 잃어버리는 진우의 모습.

62. 교도소 수용실 / 낮

수용실 이곳저곳에 붙어있는 ‘휴지’, ‘수건’, ‘티비’, ‘이름-서재혁’ 등의 포스트잇이 보인다


.

좌식책상 앞엔 교복입고 해맑게 웃고 있는 진우의 사진이 붙여져 있다.

초췌한 서재혁, 멍한 얼굴로 가만히 앉아있다. 그러다, 문득 지난 기억이 돌아왔는지

정신을 번쩍 차린다. 조금 전보다는 또렷한 눈빛이다. 급하게 편지지와 볼펜을 찾아

좌식책상에 앉는다. 삐뚤빼뚤하게 적어내려가기 시작하는데-

‘아들에게’

볼펜 쥔 손이 병세 때문에 덜덜 떨린다. 고통을 참으며 떨리는 손을 붙잡고 계속 써나가는

서재혁. 일말의 기억을 부여잡으려는 절실함, 눈시울까지 붉어진다. 그렇게 힘겹게 쓰여

진 나머지 글귀.

‘나는 죽이지 않았다.’

63. 인아의 검사실 / 낮

전화 걸고 있는 인아. 전원이 꺼져있다는 멘트만 들린다. 이때 노크하고 들어오는 수사관.

수사관 검사님. 용의자 서진우,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아 (걱정스러운 표정) 알겠어요. 계속 확인해주세요.

수사관, 가볍게 인사하고는 제자리에 앉는다. 인아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감도는데-

그때, 벌컥 문 열리면서 들어오는 홍무석.

홍무석 내가 경거망동 말라고 하지 않았나요? 정산동 살인사건 조사하는 거

당장 그만둬요.

인아 (굳은 얼굴로 보면)

홍무석 이 검이 이 사건 담당 검사라도 됩니까? 내가 분명히 장기미제사건들

살피라고 했을텐데요.

인아 (잠시) 부장검사님께서 뭔가 착각 하신 거 같습니다.

홍무석 (안경테를 살짝 올리며 인아를 보는)

인아 저는 명령대로 미제 사건들을 계속 검토하며 조사 중에 있습니다.


인아가 옆으로 물러서며 보고 있던 서류들을 홍무석에게 보인다.

인아 조만간 큰 미제 사건 해결해서 부장검사님 방에 가겠습니다.

홍무석 ....

인아 혹시 운 좋으면... 정산동 살인사건까지 해결할지 모르구요.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홍무석을 보는 인아의 얼굴에서-

64. 페창고 / 낮

조폭 1이 진우의 뺨을 툭툭 때리고 있다. 정신 차리는 진우. 눈 앞에 남규만이 있다.

그 뒤로, 박동호, 곽 형사도 보인다.

남규만 서진우 변호사님. 다음엔... 법정에서 보게 될 거라면서?

여기가 법정인가?

진우 ....

남규만 여기 어딘지는 알아? 아~ 넌 모르려나? 그래도 니 아버지는 알 거야.

곽 형사랑 여기 왔었으니까.

그 말에 진우의 표정이 굳는다. 곽 형사도 썩은 미소 짓는데-

인서트>

3부 17씬. 폐창고 장면. 서재혁이 곽 형사에게 협박당하는 장면 이어진다.

/ 다시 현재. 진우, 밧줄과 수갑에 묶인 몸을 필사적으로 움직이며 분노를 드러낸다.

남규만이 진우 입을 막고 있는 테이프를 확 떼어 낸다.

남규만 뭐, 이 정도로 흥분하고 그래? 내가 어제 병든 니 애비 얼굴

보고 왔다는 소리 정도는 들어야 흥분할 만하지.

진우 (죽일듯 남규만을 노려보는)

남규만 자식 기억 못하는 아버지가... 아버지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으려나?

진우 (분노하며) 개자식.
대화를 듣던 박동호의 표정도 굳는다.

남규만 내가 어드바이스 하나 줄게. 살인범으로 재판장에 서면 말야...

그 아줌마 죽인 기억 없다고 잡아떼. 감옥에 있는 니 애비처럼.

진우 (눈빛이 파르르 떨린다)

남규만 그렇게 잡아떼면.. 판사도 니 정성에 감복해 사형 때릴 거,

무기징역으로 낮춰줄 지 모르잖아. 아! 사형수가 돼야 니 애비 옆

방에

입주하려나?

진우, 악 소리 내면서 분노한다. 그 모습,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는 박동호.

박동호 (남규만에게) 경찰에 넘기실 겁니꺼?

남규만 ...그걸로 되겠어요?

박동호 (표정 굳는)

남규만 (곽 형사에게 다가가) 마침표는 곽 형사님이 찍어줘야겠어요.

곽 형사 그렇게 하죠.

대답 확인한 남규만이 안 실장과 나간다. 둘이 사라진 거 확인한 곽 형사.

진우에게 다가가 밧줄과 수갑을 주섬주섬 풀더니-

곽 형사 가라.

그 말에 의아해하는 진우와 뒤편의 박동호. 진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더니 돌아서는데-

곽 형사, 권총을 꺼내 진우를 향해 겨눈다. 당장이라도 쏠 것처럼 방아쇠울에 손가락 건다.

이를 지켜보며 놀라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65. 폐창고 밖 / 낮

차에 올라타는 남규만과 안 실장.

남규만 정리할 건 정리하고... 묻을 건 빨리 묻고... 뒤처리 잘해라. 수범아.


안 실장 (의아한 얼굴로) 무슨 뒤처리? 서진우, 경찰에 넘기는 거 아니었어

남규만 (개의치 않은 얼굴로 옷매무새 정리하는)

안 실장 규만아... 너, 설마?

그때, 뒤편 폐창고 쪽에서 ‘탕’ 하는 총성이 들린다. 소리 난 쪽으로 뒤 돌아보는 안 실장

충격에 빠진 얼굴인데-

남규만 야. 출발해.

멀어지는 남규만의 차량.

66. 폐창고 / 낮

박동호가 곽 형사의 손을 붙잡고 있다! 진우는 얼어붙어 움직일 생각을 못하고 있고-

박동호 (버럭) 이게 뭐하는 짓입니꺼?

곽 형사 (맞서서) 입 닫으시죠. 남규만 사장 지시니까.

박동호 (힘 겨루며) 당장 총 내리소!!

곽 형사, 박동호를 뿌리치고 다시 진우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다시 곽 형사의 손을 치는 박동호. 탕- 총알이 진우 근처 벽을 때린다.

박동호 (곽 형사를 힘으로 제압하며) 진우야. 뛰어라! 퍼뜩!

곽 형사 (박동호에게) 당신, 지금 뭐하자는 거야?

진우 (박동호의 말과 행동이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인데)

박동호 니, 여서 죽고 싶나? 퍼뜩 가라니까!

진우, 그 말에 정신 차리고 페창고 밖으로 도망친다.

진우가 사리진 걸 확인한 박동호, 곽 형사를 놓는다.

박동호 형사뱃지 달고 손에 피 묻히면... 뒷감당은 우째 할라고 이럽니꺼?


곽 형사 (노려보며) 당신이야말로 서진우 도망치게 한 거, 남 사장이 알면,

(비웃듯이)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이래?

박동호 (잠시) 암만 남규만한테 용돈 받아쓰는 신세라캐도...

당신, 형사라는 사실만은 절대 잊지 마소.

일그러진 얼굴로 박동호를 노려보고 있는 곽 형사.

곽 형사를 외면하고는 허탈한 듯 천천히 밖으로 나가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67. 길가 / 낮

비틀거리며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진우의 모습.

68. 인아의 검사실 / 밤

통화하고 있는 인아의 모습.

인아 연 사무장님. 혹시 진우한테서 연락 없었나요?

연 사무장 (E) 우리도 지금 계속 서 변 찾고 있어요. 연락 되면 바로 알려줄게요.

인아 네,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는 인아. 심란한 얼굴인데- 마음을 다잡고 서류들을 집어 든다.

전주댁 부검자료와 사고 현장 사진들, 미제사건 용의자서류 8개를 화이트보드에 붙인다.

보드마카로 써가면서 열심히 분석하는 인아. 그때, 탁영진이 들어온다.

탁영진 이 검, 너 퇴근 안 해?

인아 확인할 것들이 남아서요. 먼저 들어가세요.

탁영진 인아야. 잠은 집에서 자자, 좀. (그래도 인아 꿈쩍 안 하자) 야!!

이에 탁영진의 눈치를 보며 서류들을 가방에 챙겨 넣는 인아의 모습에서-

69. 인아네 피자가게 앞 / 밤


인적이 드문 늦은 밤. 인아가 택시에서 내리고 있다. 그런데 문 닫은 가게 앞에

누군가가 웅크리고 있다. 인아가 조심스레 다가가 보면, 진우다!

인아 (진우를 확인하고는 놀라) 진우야!

진우 (반쯤 넋이 나가있는) ....

인아 너, 괜찮아?

진우 (인아 올려다보며) ... 여기 밖에 숨을 데가 없어서...

천천히 일어서는 진우. 비틀거리는 진우를 인아가 힘껏 부축한다.

70. 인아네 피자가게 / 밤

문 닫은 가게. 가운데 불만 켜지고 진우와 인아만 보인다.

테이블 여러 개를 붙여놓고, 그 위에 어지럽게 놓여있는 서류들.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브리핑하듯 진우에게 보고하기 시작하는 인아.

피곤한 기색의 진우도 서류를 살피면서 인아 말에 집중하는데-

인아 정산동 살인사건은 사인이 특이해서 맨 먼저 동종수법 전과자를

조회했어. 그런데 걸리는 게 없더라구. 그래서 미제사건들 위주로

찾아봤어.

진우 (감동한 얼굴로 보는)

인아 사인은 낚싯줄을 이용한 질식사고, 피해자의 손톱에서 미세증거로

빨간색 섬유조직이 나왔어.

방금 인아의 말에 두 눈을 필사적으로 집중하며 기억의 방으로 들어가는 진우.

인서트>

7부 70씬. 동네 골목. 전주댁 딸의 집으로 가고 있는 진우. 몇몇 사람들이 지나쳐가고-

그러다 진갈색 가죽자켓,회색 터틀넥, 검은색면바지를 입고 있던 30대 중반의 남자에서

스톱! 남자(해결사), 핸드폰 통화를 하고 있어 손목 부분에 새겨진 전갈문신이 보인다.

해결사 (조선족 말투로) 오늘 저녁, 내가 소고기 쏠게.


/ 다시 현재. 진우, 그 남자의 외양을 말하기 시작한다.

진우 키는 180정도, 체격은 좋고, 손목에 전갈 문신이 있는 나이 30대 정도

조선족 남자야.

뭔가 실마리를 잡은 듯한 진우의 얼굴. 그 모습 바라보는 인아.

진우, 인아가 가져온 서류들을 빠르게 체크하더니, 서류 세 개를 집는다.

진우 이 사람들 다 동일 인물이야.

서류에 있는 3명 사진이 화면에 잡힌다. 이름은 모두 다르지만, 자세히 보면 얼굴은

비슷한 용의자들. 진우가 서류 속 거주지 항목을 짚어 보인다.

모두가 새림동으로 시작되는 주소다.

진우 범인은 새림동에 있어.

확신에 찬 진우의 얼굴에서-

71. 남일호 저택-다이닝룸 / 밤

남규만, 남일호가 식사를 하고 있다. 가사 도우미는 옆에서 음식을 나르고 있다.

남일호, 물 한 모금 마시고는 남규만을 본다.

남일호 비자금 관련 일은 잘 처리했다고 들었다. 계속 그렇게만 해.

남규만 (뿌듯한) 네. 아버지.

그때, 다이닝룸에 들어서는 박동호. 박동호, 남일호 보자 90도로 인사한다.

어느 때보다 심각해 보이는 얼굴이다.

박동호 회장님, 식사 중에 결례를 보였습니더.

(남규만 보며) 사장님, 쪼매 시간 좀 내주이소.


남규만, 저돌적인 모습의 박동호를 의아한 얼굴로 본다.

한편, 남일호는 의구심 섞인 눈으로 박동호를 보는데-

72. 남일호 저택-남규만의 방 / 밤

남규만, 의자에 앉아있다. 박동호, 물러섬 없는 표정과 얼굴로 서 있는데-

박동호 사장님 맘에 안 드는 놈들은 죄다 죽일 작정입니꺼?

계산기 제대로 뚜들기 보고 그러는 거냐 이 말입니더.

남규만 (여유롭게) 설마 내가 계산기 한 번만 두드렸겠어? 두 번, 세 번

검산까지 다 했지.

박동호와 남규만 팽팽한 분위기다.

박동호 사장님, 제가 몇 번을 말씀 드렸습니꺼?

귀한 분께서 막나가는 행동을 하면 절대로 안 된다꼬.

남규만 (비웃듯이) 누가 보면, 박 변이 내 친형이라도 되는 줄 알겠어.

박동호 (물러서지 않고) 서진우가 도망간 걸 다행으로 여기셔야 합니더.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 박동호 앞에 다가가는 남규만. 흔들림 없이 서있는 박동호.

남규만 (나지막하게) 맞는 계산인지, 틀린 계산인지는 언제나 내가

정하는 거야. (비릿하게 웃는) 알아들었으면 그만 가 봐요.

박동호의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는 박동호.

남규만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돌아서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73. 인아네 피자가게 / 밤

인아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용의자 서류 세 개를 비교해 보며 말을 잇는다.

인아 그동안 지속적으로 변장하고, 주소도 계속 바꾸면서 법망을 피해


왔다는 거지? (용의자 얼굴을 자세히 다시 보며) 근데 정말 눈여겨

보지 않으면, 이건 그냥 다른 사람 (하는데)

인아, 진우의 대답이 없자, 진우 쪽으로 고개 돌려 보면, 진우가 의자에 앉아 졸고 있다.

인아, 진우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예전 생각에 빠져 드는데-

인서트>

4부 17씬. 진우네 집앞 상황.

인아 (대문을 두드리며 소리치는) 야! 서진우! 진우야!

진우 (대문을 열고 나오면)

인아 (다짜고짜 수세미를 던지며) 받아.

진우 (엉겁결에 수세미 받아들면)

인아 아버지 오시기 전엔 지워놔야 할 거 아냐.

인아, 두 팔을 걷고 수세미로 담벼락에 적힌 욕들을 지우기 시작한다.

/ 다시 현재. 어느새 인아는 그때 생각에 미소짓고 있다.

인아, 자고 있는 진우가 깰까 봐 흩어져 있던 서류들을 조심히 옮기기 시작한다.

잠시 후, 잠든 진우의 모습이 안쓰러운 인아, 조심스레 담요를 진우의 어깨까지 덮어준다.

진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인아의 모습에서-

시간경과>

날이 밝았다. 인아 부와 인아 모가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데,

출입구 문에 달린 풍경 소리가 울린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들며 깨어나는 인아.

인아 모 (인아를 발견하고) 너, 밤새고 온다고 하지 않았어?

인아, 주변을 둘러보는데 진우가 보이지 않는다! 직감적으로 진우가 새림동으로 갔다고

생각한 인아. 급히 핸드폰을 찾는데 없다. 그때, 테이블에 메모지 한 장이 붙어 있다.

진우 (E) 미안해. 핸드폰, 하루만 빌릴게.


인아 부 (놀라며) 인아야, 너 여기서 잔거야?

인아 (다급히) 아빠, 핸드폰 좀.

인아 부 (엉겁결에 인아에게 핸드폰 건네는)

인아 (급히 전화 걸더니) 수사관들 데리고 새림동으로 와 주세요! 급해요!

인아, 인아 부의 핸드폰을 들고 서둘러 가게 밖으로 나간다.

그 모습을 어리둥절한 눈으로 보고 있는 인아 부와 인아 모의 모습에서-

74.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앞 복도 / 낮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오며 누군가와 통화 중인 박동호. 뒤로 편 사무장도 따라 나온다.

박동호 우리 행님한테 해결사 소개시켜 준 적 있재? 글마 어딨나?

75. 승합차 안 / 낮

인아와 수사관 서 너명이 타고 있다. 인아, 계속 진우에게 전화를 거는데 받지 않는다.

76. 새림동 / 낮

낡은 저층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동네. 그곳에 들어서는 진우.

인아에게 전화가 계속 오지만 받지 않는다. 해결사를 찾아 나서기 시작하는 모습에서-

77. 새림동 동네 초입 / 낮

동네 초입에 승합차가 멈춰 선다. 인아와 수사관들이 한꺼번에 내린다.

인아가 용의자 프로필을(해결사 사진이 있음)을 수사관들에게 나누어 준다.

인아 용의자는 살인청부업자에요. 손목에 전갈문신, 잊지 마세요.

수사관들 서너명이 대답과 함께 흩어진다. 인아도 해결사를 찾아 동네 안으로 들어간다.


78. 새림동 몽타주 / 낮

/ 진우, 새림동 곳곳을 뒤지며 해결사를 찾고 있다.

/ 인아와 수사관들도 사람들 붙잡고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가게에 들어가는 모습들 등등 해결사를 찾으러 다니는 모습들이 짧게 짧게 지나간다.

79. 박동호의 차 안 / 낮

운전하고 있는 편 사무장과 뒷좌석에 앉아 있는 박동호.

편 사무장 행님, 근데 해결사는 와 만나러 가는 깁니꺼?

박동호 진우 글마, 큰 일 또 치기 전에 내가 커트해야 하지 않겠나.

편 사무장 (환하게 웃으며) 이야... 행님, 억수로 남잡니더!

박동호를 자랑스럽게 보는 편 사무장. 덤덤한 얼굴로 창밖을 보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80. 새림동 편의점 / 낮

편의점에 들어가 카운터에 있는 주인에게 해결사 사진을 들이미는 인아.

인아 이 사람 혹시 아세요?

카운터 (갸우뚱하며) 글쎄요... 모르겠는데...

실망하는 표정의 인아. 그때, 뒤에서 물건을 고르던 한 남자, 카운터 앞에 물건을 놓는다.

해결사 (조선족 어투로) 계산 좀 먼저 하겠습니다.

돈을 내미는 남자. 손목에 전갈 문신이 있다! 이를 본 인아, 두 눈이 커다래진다.

남자, 계산을 하고 편의점 밖으로 나간다. 인아도 조심스럽게 뒤따라 나가고-

81. 새림동 다른 골목 / 낮
해결사의 뒤를 밟고 있는 인아. 급히 핸드폰을 꺼내 진우에게 건다.

진우가 전화를 받는데-

인아 범인 찾았어. 여기가 어디냐면...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다 다시 해결사 쪽을 보면, 사라져있다!

당황하는 인아. 그때, 인아의 뒤에 나타나 뒷목을 후려치는 해결사.

82. 새림동 또 다른 골목 / 낮

갑자기 끊긴 핸드폰을 들고 소리치는 진우.

진우 여보세요! 왜 그래! 인아야!!

하지만 응답하지 않는 핸드폰. 진우, 얼굴이 사색이 되는데-

이때, 먼발치 차에서 내리는 박동호의 모습이 보인다.

패닉에 빠진 진우, 선글라스 벗으며 동네를 살피는 박동호, 위기에 빠진 인아의 얼굴.

-8부 끝
Remember 09

1. 새림동 다른 골목 / 낮

해결사의 뒤를 밟고 있는 인아. 급히 휴대폰을 꺼내 진우에게 건다. 진우, 전화를 받는데-

인아 범인 찾았어. 여기가 어디냐면...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다 다시 해결사 쪽을 보면, 사라졌다!

당황하는 인아. 그때, 인아의 뒤에 나타나 뒷목을 후려치는 해결사.

2. 새림동 또 다른 골목 / 낮

갑자기 끊긴 휴대폰을 들고 소리치는 진우.

진우 여보세요! 왜 그래! 인아야!!

하지만 응답하지 않는 휴대폰. 진우, 얼굴이 사색이 되는데- 이때, 먼발치 차에서 내리는

박동호의 모습이 보인다. 패닉에 빠진 진우, 선글라스 벗으며 동네를 살피는 박동호.

진우, 기억의 방을 뒤지기 시작한다.

인서트>

7부 70씬 상황. 동네 골목. 통화하며 진우의 옆을 지나가는 해결사.

해결사 (조선족 말투로) 오늘 저녁, 내가 소고기 쏠게.

뒤이어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

해결사 (E) 이따 가게 건너편 고깃집으로 모이라구.

8부 70씬 서류에 적힌 세 곳의 주소들이 재빠르게 복기되고,


부감으로 언젠가 본 적이 있던 서울시 지도가 잡힌다.

새림동에 위치한 세 지점을 빠르게 훑는 비주얼, 세 지점을 이은 가상의 삼각형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근방의 주택, 상가들을 재빨리 스캔한다. 이내 고깃집에서 탁 멈추는

비주얼. 고깃집에서 맞은편 건물로 화면이 180도 뒤집히면, 낡은 건물 그리고,

정확히 보이는 OO시계수리점 간판!

3. 시계방-지하창고 / 낮

의자에 기대어 기절해 있는 인아. 해결사가 손목시계의 용두를 돌려 뽑으면, 낚싯줄이

천천히 빨려 나온다. 그때, 의자 맞은 편 시계 진열장 위에 올려진 인아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인아가 들고 간 인아 부의 휴대폰이다. 액정 화면에 ‘큰 딸 인아’라

고 뜬다.

그 소리에 인아의 손가락 끝이 꿈틀대더니, 의식을 차리는 인아!

인아의 시야에 낚싯줄을 뽑고 있는 해결사가 보이고, 울리던 휴대폰 진동도 꺼져버린다.

인아, 두려움이 엄습하지만 애써 티내지 않으며-

인아 (노려보는) 영원히 붙잡히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해결사, 대꾸없이 태연하게 낚싯줄을 뽑아 든다. 인아, 일어나 뒷걸음질 치려고 하지만-

인아 (매섭게) 누가 사주했어? 서진우에게 누명 씌우라고 한 사람, 누구냐고!

해결사, 아랑곳 않고 성큼 인아에게 다가와 인아의 목에 낚싯줄을 감는데. 목을 조여 오는

낚싯줄. 안간힘 쓰며 벗어나려는 인아. 의식이 희미해져 간다. 절체절명의 순간!

4. 다른 골목 / 낮

시계방으로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는 진우 모습. 그 위로, 와장창-

5. 시계방 앞 / 낮
유리문을 발로 차 깨부수는 박동호. 요란한 소리를 내며 시계방 유리문이 산산조각 난다.

6. 시계방-지하창고 / 낮

해결사, 유리 깨지는 소리에 당황해 목을 조인 손을 풀고 창고 문 쪽을 바라본다.

창고문을 열고 들어오는 박동호. 의식이 희미해져가는 인아가 박동호의 눈에 들어온다.

인아, 눈꺼풀 서서히 풀리며 이내 옆으로 쓰러지는데-

해결사 (경계하며) 뭬이야?

박동호, 기절해 있는 인아를 보더니 해결사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다.

박동호 (인아를 한번 보고) 석주일 사장이 시키드나?

해결사 (석주일이라는 말에 수상한 눈빛을 날리는)

박동호 그 여자 놔 줘라. 아무 상관없는 여자다.

해결사 뭐하는 놈이네? ...니도 황천길 가고 싶네?

해결사, 순간 박동호에게 몸을 날려 주먹을 내뻗는다.

박동호, 가볍게 주먹을 피하고- 몸싸움 벌이는 두 사람.

이내 박동호가 해결사의 팔을 뒤로 꺾는다.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는 해결사.

그때, 진우가 헐레벌떡 들이닥친다. 정신을 잃은 인아가 진우의 눈에 들어오는데-

진우 (달려가 인아를 흔들어 깨우며) 정신차려봐! 인아야! 인아야!

인아 (눈을 서서히 뜨는)

진우, 의식이 돌아온 인아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인아, 목을 만지며 고통스러워하지만 이내 표정을 되찾는다.

인아 (힘겹게) 지.. 진우야...

진우 (안도하는)

해결사를 단단히 붙잡은 채, 진우를 바라보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7.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낮

석주일이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선다. 박동호, 천천히 일어서는데-

석주일 (흥분해서) 동호 니, 와 일을 크게 벌리노?

내가 와 이 일 맡았는지 모르냐 이 말이다!

박동호 (차분히) 더는 행님이 그덜 대신해서 피까지 묻히는 건 원치 않습니더.

석주일 동호야!

박동호 (버럭) 와 행님은 평생 늠을 위해 더러운 일만 도맡아 하십니꺼?

이제라도 겉만큼이나 속도 참말로 뽀대나게 살 수는 없는 겁니꺼?

석주일 (잠시) 니 단디 들으라. 내는 지금까지 후회할 결정은 단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갈 길이 정해지면... 내 손에 피를 묻히는 한이 있

어도

그게 옳은 결정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 말이다.

박동호 행님!

석주일 니, 내 밑에 딸린 식구만 백오십이 넘는 거 잘 알고 있재?

박동호 (더는 말을 잇지 못하는)

석주일 (단호하게) 인자 결정해라. 진우 그 놈 발목 잡혀 살 건지,

아니믄 내랑 남씨 일가 밑에서 폼나게 살 건지.

박동호, 대답하지 않고 무겁게 바라본다. 석주일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데-

석주일 (멈춰 뒤돌더니) 그래도 내가 가야할 길... 앞으로도 니랑 같이

걸어갔으면 싶다.

무거운 여운 남기며 나가버리는 석주일. 씁쓸한 표정의 박동호에서-

8. 경찰서 / 밤

석주일, 유치장 속 해결사(전갈남)에게 다가온다.

석주일 입단속 단디하세요.


전갈남 (무표정으로 서늘하게 쳐다본다)

석주일 뒷처리는 내가 할테니까 쪼매만 기다리소.

전갈남 (조소하듯 본다)

이 때 들어오는 곽형사.

곽형사 (귀찮다는 듯) 빨리 빨리 처리들 하세요.

(혼잣말로) 깡패새끼들...

석주일 (쳐다보며 열받는 모습에서)

9. 경찰서 앞 / 낮

인아와 송 변, 연 사무장이 경찰서 입구에서 초조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다.

그때, 입구로 진우가 나온다. 진우 발견하자 달려가는 송 변, 그리고 연 사무장.

송변 (진우를 얼싸 안으며) 내가 정말 서 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그 모습을 연 사무장과 뒤에 있는 인아가 보며 미소짓고 있다. 진우, 인아에게 다가간다.

진우 (인아 살피며) 몸은 좀 괜찮아?

인아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이 정도가지고.... (밝게) 진우 넌?

진우 괜찮아.

연 사무장 이번에 서 변이 액션 영화 제대로 찍었지.

그 말에 모두들 웃음 지으며, 나란히 걸어간다.

한편 주차장 뒤에 숨어 몰래 진우와 그 일행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안 실장.

걸어 나가는 진우와 일행들을 보며, 휴대폰을 꺼내 든다.

안 실장 (통화하며) 서진우가 풀려났어.

10. 남규만의 차 안 / 낮
달리고 있는 남규만의 차. 남규만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이어셋으로 통화 중인데-

남규만 (눈빛 차갑게 굳으며) 그게 무슨 소리야?

안 실장 (E) 이인아 검사가 진범을 잡아왔어.

남규만 (버럭) 또 그 검사년이야?

그때, 남규만의 차 앞으로 급하게 끼어드는 경차. 남규만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앞차가 미안하다는 의미로 깜빡이를 켠다. 뒤 유리창에 붙어있는 ‘초보라서 죄송합니다.’

안 실장 (E) 당연히 서진우한테 내려졌던 수배령도 해제되고 (하는데)

남규만, 화를 참지 못해 이어셋을 내동댕이친다. 경차를 보며 분노의 악셀을 밟는 남규만.

폭발 직전의 남규만의 모습에서-

11. 도로 위 / 낮

남규만의 차가 앞 차를 추월하더니 진로를 막는다. 갓길에 동시에 멈추는 두 대의 차량.

남규만, 앞문을 거칠게 열면서 나온다. 뒷 트렁크로 가서 골프채를 빼든다.

섬뜩한 눈빛으로 경차를 향해 걸어가는 남규만. 경차의 여자 운전자는 겁을 집어 먹는다.

남규만 (경차 앞 유리창을 골프채로 내려치며) 대체! 왜! 일들을 그따위로

하는 거야!! 왜! 왜!

광기에 찬 남규만. 운전석에 앉아있는 여자 운전자가 하얗게 질린다.

남규만, 골프채 던지더니 옷매무새를 다듬는다. 휴대폰 들고-

남규만 (휴대폰에 대고) 박 변, 여기 와서 당장 처리해요.

12. 옥탑사무실 건물 앞 / 낮

옥탑사무실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는 진우와 인아.


진우 무슨 여자가 겁도 없이 혼자서 살인청부업자를 쫓아가?

인아 그럼 어떡해. 그 놈 잡아야 니가 누명 벗는데.

진우 (피식 웃고는) 다음부턴 그러지마.

진우와 인아, 사무실로 들어가기 위해 옆의 계단을 올라가는데-

13. 옥탑사무실 앞 계단 / 낮

진우와 인아, 계단을 올라오는데, 사무실 문 앞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

진우, 유심히 보면 전주댁 딸이다!

14. 옥탑사무실 / 낮

진우와 인아, 전주댁 딸이 소파에 마주보고 앉아 있다.

전주댁 딸의 머리에는 상장이 꽂혀 있다.

진우 늦은 시간에 여긴 무슨 일이죠?

전주댁 딸 ...진범 잡혔다는 말, 듣고 왔어요.

전주댁 딸, 테이블 위에 천천히 구형 휴대폰을 올려놓는다.

전주댁 딸 엄마가 무슨 일이 생기면.. 여기 휴대폰에 있는 동영상...

세상에 공개하라고 했는데...

진우와 인아, 침착하게 전주댁 딸을 본다.

전주댁 딸 아무래도... 변호사님께 드리는 게 맞는 거 같아서요.

진우, 테이블 위에 놓인 전주댁 휴대폰을 본다.

전주댁 딸 늦은 거 알지만... 지금이라도 아버님의 무죄가 밝혀졌으면 좋겠어요.

진우 (말없이 보는)
전주댁 딸 ...엄마 대신 제가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흐느끼는 전주댁 딸. 그런 전주댁 딸을 가엾게 바라보는 진우와 인아의 얼굴에서-

15. 도로-갓길 / 낮

경차는 앞 유리가 다 부서져 있고, 이미 남규만은 떠나고 없다.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

한 여자 운전자 곁으로 다가서는 박동호. 봉투를 슬그머니 건넨다.

여자 운전자 (돈 봉투 안 확인하고 놀라는)

박동호 사모님. 오늘 일, SNS나 매스컴에 나오지 않도록만 해주시면

참말로 고맙겠습니더.

망가진 경차와 주변을 다시 둘러 보며, 한숨짓는 박동호.

박동호 (혼잣말로) 내가 지금 여서 뭐하는 기고...

덩그러니 도로 위에 홀로 서있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16. 옥탑사무실 / 밤

조명이 어두운 사무실에 진우와 인아, 단 둘만 남아 있다.

테이블에 놓인 전주댁의 휴대폰을 드는 진우. 안에 있는 동영상을 재생한다.

화면 속에 전주댁이 나오자 진우, 인아 모두 긴장하는데-

전주댁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저는 김현옥이라고 합니다. 저는 4년 전,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재판에서 위증했습니다.

진우의 눈빛이 강하게 흔들리고 있다. 옆의 인아도 놀라움과 기대감이 차오르는 얼굴인데

17. 옥탑사무실-2층 / 밤
책상 앞에 앉아있는 진우. 서재혁과 함께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을 본다.

아련한 얼굴로 사진액자를 보는 진우의 모습에서-

18. 서울중앙지법 / 낮

날이 밝는다.

19. 석규의 집무실 / 낮

석규가 다시 올라온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재심 신청서류를 살피고 있다.

모니터 속, 첨부된 동영상에서 전주댁의 양심고백이 이어지고 있다.

전주댁 저는 4년 전,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재판에서 위증했습니다.

...서재혁씨가 11월 2일 아침, 별장 휴게실에서 뭔가 숨기는 걸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날, 서재혁씨는 별장에 출근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한 말은 모두 진실입니다.

(흐느낌 속에 연신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석규, 정지버튼을 누른 뒤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잠시 후, 신청 서류에 ‘재심개시’ 도장을 찍는다. 그 위로 앵커의 멘트가 이어지고-

앵커 (E) 2011년 11월 서촌에서 발생했던 여대생 강간 살인사건의 재심 개

시가

오늘 최종 결정됐습니다.

20. 남일호 저택-복도 / 낮

남규만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빠르게 걸어가고 있다. 그 위로 흐르는 앵커의 목소리.

앵커 (E) 법원은 현재 사형수로 복역 중인 서재혁의 사건 당시 알리바이를

밝혀줄 새로운 목격자가 확보된 점, 원심때 핵심 증인이 위증을 고

백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며 재심 개시의 이유를 들었습니다.


21. 남일호의 저택-서재 / 낮

뉴스를 보고 있는 남일호. 뒤에는 차 비서가 무표정하게 서있는데-

이때, 남규만이 들어온다.

앵커 한편 오늘 법정을 찾은 서진우 변호사는 이번 법원의

의미있는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화면에 진우가 나오고 있다. 남규만, 화면 속 진우를 굳은 얼굴로 노려보고 있는데-

남일호의 눈짓에 차 비서가 리모콘으로 TV를 꺼버린다. 초조해지는 남규만의 얼굴.

남규만 (급히 무릎 꿇더니) 아버지, 재심 제가 막을 게요.

(정신없이) 아니, 재심 제가 이길게요.

이때, 대답 대신 투구를 남규만 앞에 툭! 던지는 남일호.

남규만, 투구를 보고는 정신없이 남일호에게 달려들어 바지를 붙잡으며 애원한다.

남규만 (간절히) 한 번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아버지..

남일호 (남규만 무섭게 내려다보며) 규만이 니 뒤치다꺼리를 내가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냐? 대체 언제까지!!

남규만 ...더 노력하겠습니다. (머리 조아리며) 아버지 마음에 드실 때까지...

남일호 (의미심장하게) 너도 니 에미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이번 재심

제대로 끝내. 이번 일로 우리 그룹 이름이 한 자라도 매스컴에

나오는 날엔 너도 예외 없다.

남규만 명심하겠습니다. 꼭 이기겠습니다.

계속 불안에 떨고 있는 남규만. 그런 남규만을 한심한 듯 보고 있는 남일호의 얼굴에서-

22. 인아의 검사실 / 낮

인아가 정산동 살인사건 파일들을 살피고 있다. 이때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홍무석.

인아, 놀라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며 일어서는데-


홍무석 (강하게 노려보며) 이 검사, 내 말이 장난으로 들립니까?

인아 ....

홍무석 장기 미제 사건들 살피고 있어야 할 사람이 왜 새림동에는

수사관들 급파하고, 현장까지 나간 겁니까?

인아 (고개 숙이며) 장기 미제 사건 일부와 정산동 살인 사건의

연관성이 있어서 꼭 확인해야 했습니다.

홍무석 (냉소하며) 이 검사는 ‘검사동일체의 원칙’도 모릅니까?

인아 하지만 검사로서 감춰진 진실을 묵과할 수는 없었습(하는데)

홍무석 (말 끊으며) 검찰총장님을 필두로 철저히 상명하복을 지켜야 하는 것,

그게 이 조직의 생리에요.

인아 ....

홍무석 이 검사, 단단히 새겨 두세요. 이번에는 시말서 쓰는 선에서 끝나지만,

앞으로 또다시 경거망동한다면, 더 이상의 아량은 없습니다.

홍무석, 냉랭하게 나가버린다. 남겨진 인아의 어두운 얼굴.

이때, 수사관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인아, 전화를 받는데-

수사관 (E) 이 검사님, 정산동 살인사건 세부조사가 급히 덮어지려는 거 같습니다.

인아 (놀라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수사관 (E) 지금 담당 형사 선에서 조서 써서 마무리 중이라는데요?

인아 (휴대폰을 끊고는 혼잣말로) 곽 형사... 이 인간이...

어이없고 분노가 차오르는 인아의 얼굴에서-

23. 옥탑사무실 / 낮

진우가 겉옷을 챙겨 입으며 밖에 나갈 준비를 하는데, 송 변이 다가온다.

송변 서 변, 어디 가!!

진우 아버지 보러 가려구요.

송변 (허겁지겁 겉옷 챙겨입으며) 안 돼. 같이 가.

진우 네?
송변 연 사무장님이 서 변 혼자 다니면 또 뭔 일 난다고,

나보고 붙어 다니래.

진우 (피식 웃으며) 괜찮아요.

송변 아니, 내가 안 괜찮아. 그 아줌마 말 안 들으면 내가 죽어. 자! 가자!

진우의 등 떠밀며 가는 송 변. 웃으며 송 변과 함께 나가는 진우의 모습에서-

24. 남일호 저택-서재 / 낮

서재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남일호. 굳은 얼굴로 전화기를 든다.

남일호 홍 부장인가?

홍무석 (E) 안 그래도 전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남일호 그래.. 선수 하나 준비시켜주게.

홍무석 (E) 일호그룹 장학생 중에 한 명 골라놨습니다. 회장님 마음에 드실 겁니다.

전화 끊는 남일호의 무거운 표정에서-

25. 교도소 앞 / 낮

진우와 송 변이 교도소 앞으로 걸어간다. 이때 검정 세단 서너 대와 수행원들이 길게

도열해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 앞으로 기자들과 카메라맨들도 여럿 보이는데-

잠시 후, 철문열리면 휠체어 타고 나오는 강 회장 (70대,남)

송변 (그 모습을 씁쓸히 보며) 으이구. 아주 쇼를 해라. 쇼를.

진우 (멈춰 서서 보면)

송변 저 영감탱이, 호산그룹 강 회장이잖아. 회삿돈을 300억이나 횡령했는데

판사 구워삶아서 10년 받을 거 5년 때리게 하고...것도 못살겠다

5개월 만에 형집행정지 받아서 냉큼 나오는 거야.

진우의 시선에 휠체어에서 내려 차량 안으로 타고 있는 강 회장 모습이 보인다.


송변 (혀를 차며) 에휴... 파킨슨병 환자 흉내내느라 고생이 많다.

아주 배우를 해도 되겠다, 되겠어. 에잇!

아무 말이 없는 진우, 무거운 얼굴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26. 변호사 접견실 / 낮

밝은 얼굴의 진우가 접견실 의자에 앉아 서재혁을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서재혁이 들어서고... 한결 병세가 짙어졌다.

진우 (슬프지만 기쁜 얼굴) 서재혁씨... 재심이 확정됐습니다.

서재혁 (진우와 눈을 맞추려 하지 않는) ...

진우 다시 재판이 열릴 겁니다. 이번엔 꼭 (하는데)

서재혁 (잠시) 재판...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진우 (서재혁을 본다) 서재혁씨!

서재혁 (두려움에 덜덜 떠는) 그 사람이 ....내가 ...내가 죽였다고 했어요.

그 말에 화가 나지만 애써 참는 진우. 그러더니-

진우 그 사람이 죽인 겁니다. 서재혁씨한테 그 말을 한 사람이요.

서재혁 (놀라서 믿기기 않는 눈으로) 그... 그.. 사람이요?

진우 서재혁씨는 죄가 없어요. 아무 걱정 마시고 재판만 하시면 됩니다.

서재혁 (매우 조심스럽게) 제가 죽인 게 아니라구요?

진우 네.

그때 진우, 병세로 떨리는 서재혁의 거친 손을 보자 가슴이 울컥한다.

두 손으로 아버지의 손을 꼬옥 잡는다. 그런 진우를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는 서재혁.

진우 (붉어진 눈으로) 지난 4년 동안 오늘만 기다렸습니다.

저만 믿으세요.

서재혁 (눈물 글썽거리는)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내 교도관들이 서재혁을 데리고 들어간다. 서재혁을 보며 눈물 흘리는 진우.

27. 교도소-의무과장실 / 낮

진우가 의무과장 앞에 무거운 얼굴로 서 있다. 그 뒤의 송 변의 얼굴도 어둡다.

반면 집무의자에 앉아 있는 의무과장의 얼굴은 태평하기만 한데-

진우 서재혁씨는 아들도 몰라볼 만큼 알츠하이머 상태가 심각합니다.

의무과장 (태연히 진우를 올려다보며) 그래서요?

진우 (의무기록부 보이며) 여기 보면, 최근 인지 상태 저하뿐만 아니라

복통을 호소한 횟수도 상당히 많습니다. 형 집행정지가 어렵다면,

외부의사 진찰이라도 제대로 받게 해주세요.

의무과장 (가소로운 듯) 고작 기억력이 좀 떨어지고 배가 아프다는 이유로

당신 아버지한테 그런 특혜를 달라는 겁니까? 살인자인 사형수한테?

진우 (마음을 억누르며) 저는 지금 서재혁씨의 아들이 아니라 변호사로서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겁니다.

의무과장 (탐탁치 않은 표정)

진우 그리고 이건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수용자의 처우에 대한 시행령

106조에도 명시하고 있는 거라구요.

이때, 뒤에서 보다 못한 송 변이 끼어든다.

송변 아니 그럼, 아까 형집행정지 받고 나간 사람은 뭔데?

의무과장 (표정 굳는)

송변 누군 환자 코스프레하면서 나가고, 누군 진짜 죽을 병 걸렸는데

최소한의 치료도 못 받고! 어?

의무과장 (당황함에 벌떡 일어나) 당신이 의사야? 그쪽은 정말 위중한 상태

여서 집행정지가 떨어진 거라고! 그리고 그건 내 소관이 아니라 검사가 결정

한다는 거 몰라?

송 변이 욱해서 의무과장 앞으로 튀어 나가려는데, 진우가 애써 막는다.

의무과장을 강하게 노려보는 진우. 주먹 쥔 진우의 손이 강하게 떨리고 있다.


28. 경찰서 / 낮

경찰서 내부로 유유히 걸어 들어오는 인아.

인아, 곽 형사 책상 앞에 탁 멈춰 서면- 형사들 일제히 쳐다본다.

인아 정산동 살인사건 이렇게 급히 마무리하는 이유가 뭐죠?

곽 형사 어차피 범인도 잡혔고, 증거도 명확해서 제 일을 하는 것뿐인데...

그게 뭐 잘못 됐습니까? 이인아 검사님?

인아 이 사건 용의자는 살인청부업자고, 단독으로 죽였을 리 없어요.

곽 형사 그건 여기 와서 이럴 게 아니라 당신 상관한테 가서 따져야죠.

인아 (굳은 얼굴로) 홍무석 부장검사?

곽 형사 (여유롭게) 수사지휘권은 경찰이 아닌 검사님들께 있지 않습니까?

저는 부장검사님 지시를 따르는 거고.

인아, 곽 형사의 마지막 말에 더는 응수하지 못한다. 인아의 눈에 힘이 들어가는데-

인아 당신, 이번에는 경고로 끝나지만 앞으로 내가 계속 주시할 거야.

곽 형사 (기가 찬)

인아 정산동 살인사건 함정수사, 현직 검사 미행... 더 나열해 볼까요?

곽 형사 (빈정거리는) 증거 있어?

인아 (무시하고 더 세게) 살인 미수, 강요 및 협박. 비리 청탁. 증거 인멸!!

곽 형사 (인아를 노려보는)

인아 당신한텐 이런 게 일상이죠? (여유롭게) 조심해요. 꼬리가 길면

언젠가 밟히는 법이니까.

팽팽한 인아와 곽 형사의 모습에서-

29. 법원 휴게실 / 낮

석규와 여경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때 채진경(40)이 그 앞을 지나가는데, 여성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묻어난다.


여경, 채진경을 보더니 환히 웃으며 금세 다가가 인사한다.

여경 선배님, 오늘 재판 있으세요?

채진경 (살짝 도도한) 남 검사? (잠시) 오늘 오전 오후 풀이야.

(석규 보더니) 강 판사님, 오랜만이네요?

석규 (엷은 미소로 인사를 대신하는)

여경 지난 번 여 검사 신년 모임 때는 왜 안 오셨어요?

채진경 내가 그런 모임에 꼭 가야되나?

여경 (살짝 민망해하며) 아... 네...

채진경 조만간 따로 한 번 보자. (석규 향해) 재판 때 봐요.

석규, 가볍게 채진경을 향해 미소 짓는다.

채진경은 여경을 보고는 살짝 웃음 지으며 바삐 걸어간다.

여경 (테이블로 와서는) 오빠도 저 선배 알아?

석규 여기서도 독사로 통해.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는데

재판만 맡으면, 어떡해서든 물고 늘어져서 승소해 버리니까.

석규와 여경이 가볍게 웃으며 커피를 마시는 모습에서-

30. 옥탑사무실 / 낮

소파에 마주 앉아 있는 진우와 인아.

인아 도움이 필요하면 말만 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할게.

진우 이번 재심... 다음은 없다고 생각해. 아버지 누명, 꼭 벗겨낼 거야.

인아 그래.. 이번 재심재판은 지난 번과는 다를 거야. 분명히.

진우가 인아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데-

인아 근데 진우야, 그동안 홍무석 관련된 자료들도 (비밀의 방 가리키며)

저 방에 다 모아뒀지?
진우 ...갑자기 그건 왜?

인아 부사장 재판 때도 그렇고, 일호와 조금이라도 연관된 걸 수사하려고

하면, 홍무석이 일방적으로 막아버리고 있거든. 정산동 살인사건

졸속 처리도 홍무석 입김에 의한 거고.

진우 (가만히 인아를 보면)

인아 니가 말했던 더러운 음모의 연결고리, 그게 홍무석인 거 같아.

내겐 이제 심증 말고 진짜 증거가 필요하구.

진우 너무 신경 쓰지 마. 어떻게든 내가 해결할 거니까.

인아 이건 더 이상 너만의 일이 아냐.내 일이기도 해.

그 말에 엷게 미소 짓는 진우. 인아도 따라 미소 짓는데-

31.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낮

진우가 인아에게 서류 뭉치들을 넘긴다.

진우 홍무석과 일호그룹 사이에 오고 간 비리를 기록한 자료야.

인아, 서류들을 하나씩 넘기며 보는데- ‘제약 리베이트 사건’, ‘자살 보험금 미지급’ 등의

일호그룹과 직접적, 간접적으로 관련된 사건 내사 종결 자료들이다.

인아 이게 다... 홍무석이 한 짓들이라고?

진우 응, 모두 일호그룹을 위해 홍무석이 내사 종결한 사건들이야.

자료들을 검토하는 인아의 의미심장한 얼굴에서-

32. 교도소-의무실 / 밤

서재혁이 배를 움켜쥔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앞에는 의무과장이 있는데-

서재혁 (간절히 신음하며) 선생님, 저 좀 살려 주세요.

(배를 가리키며) 여기가... 찢어질 듯 (하는데)


의무과장 (말 끊으며 냉정히) 3729번. 꾀병 좀 그만 부려.

서재혁 (의무과장의 팔을 붙잡으며) 선생님... 정말 너무 아파요.

주사든 약이든.. 뭐라도 제발...

의무과장 (팔 뿌리치며 간호사에게) 진통제 두 알 줘서 내보내.

서재혁이 애원하는 눈빛으로 의무과장을 보는데, 간호사는 건조하게 진통제 두 알을

서재혁의 손에 쥐어줄 뿐이다.

서재혁 (다시 의무과장 앞으로 가서) 선생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이때, 의무과장이 눈짓하자 옆에 있던 교도관 둘이 서재혁을 강하게 끌고 나간다.

끝까지 간절한 눈빛의 서재혁. 이내 문이 닫히자, 의무 과장이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데-

33. 남규만의 차 안 / 밤

일호로펌으로 가고 있던 남규만. 안 실장, 의무과장과 통화중이다.

안실장 네. 알겠습니다. (휴대폰 끊는)

남규만 뭐래?

안 실장 약을 먹어야 알츠하이머 진행속도를 지연시키는데...

그걸 차단하고 있대.

남규만 (비릿하게 웃으며) 그 아저씨, 약 챙겨 먹을 기억력도 없잖아.

안 실장 ...그... 그렇겠지.

남규만 (입꼬리 올리며) 그래도 기억 못하는 병이라 다행이야.

아들놈처럼 뭐든 다 기억했으면 어쩔 뻔 했냐? 안 그래?

안 실장 ....

남규만 가진 거 없는 게 죄지... 어쩌겠어.... (키득거린다)

안 실장, 백미러로 보이는 남규만을 몰래 노려본다.

34.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밤


책상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빠져있는 박동호.

그때, 남규만과 안 실장이 사무실로 들어온다.

박동호, 어두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남규만을 맞이한다.

남규만 여어~ 박 변. 교통사고 뒤처리 깔끔하게 하셨던데.

박동호 (떫은) 밸 일 아입니더.

남규만 근데 정산동 살인사건은 왜 그 따위로 일 처리를 해서 사람 피곤하


하는지 몰라. 서진우 잡으려고 내가 사냥개를 몇 마리나 풀었는데.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남규만을 보는 박동호. 남규만, 박동호에게 바짝 다가가는데-

남규만 요즘 서진우 그 새끼가 벌인 재심재판 때문에 내가 아주 예민하거든.

박동호 (똑바로 남규만을 보는)

남규만 박동호 변호사님. 사냥개면 사냥개답게 먹잇감만 물어 옵시다.

난 사냥 못하는 개는 죽여 버리니까. 그 말 하고 싶어서 왔어요.

남규만, 박동호의 어깨를 토닥여주고는 여유롭게 나간다.

나가는 남규만과 안 실장을 보며 두 주먹을 꽉 쥐는 박동호.

35. 국밥집 / 밤

어두운 얼굴로 혼자 쓸쓸히 국밥에 소주를 마시고 있던 박동호.

그때, 탁영진과 배 형사(40대 후반)가 들어온다.

탁영진 (박동호 발견하고) 어! 이게 누구야! 우리 박 변 아냐?

박동호 탁 검사님...

웃으며 박동호에게 다가가 테이블에 앉는 탁영진과 배 형사.

시간 경과>

배 형사의 소주잔을 채워주는 박동호.


박동호 (소주잔 채워주며) 그간 말씀 마이 들었습니더. 탁 검사님이랑

친한 고향 형님이시라꼬.

배 형사 (이미 많이 취한) 에이, 내가 왜 영진이 고향 형님이야? 나 아냐!

탁영진 아이고. 저 소리 또 시작한다.

배 형사 나 배종식이, 서울서 진짜 잘 나가던 형사였는데... 어쩌다 좌천을

당해 그 촌구석에 가 요놈을 만났다 이거 아냐.

탁영진 (박동호 잔 채우며) 저 양반 술만 마셨다 하면 저 소리야.

그냥 넘겨들어.

박동호 (웃으며) 억수로 맺히셨나 봅니더.

배 형사 그럼! 내 평생 한이지. 그 교통사고만 안 팠어도 이렇게 안 살거든.

요 어깨에 무궁화 두 개는 더 달고도 남았지. 에라이!

배 형사, 술을 병째로 마시려는데, 탁영진이 붙잡아 말린다.

박동호 뭔 교통사고를 파셨길래 좌천까지 당하셨습니꺼?

탁영진 그냥 음주운전 사곤데, 이 양반이 그걸 시시콜콜 파고 들어갔거든.

근데 그게 물먹은 이유겠어? 딴 게 있겠지.

배 형사 아! 음주운전 아니라니까! 너, 술 마시고 지 아들 태우는 사람 봤어

국밥을 먹다 멈칫하는 박동호. 흥분해 소리치는 배 형사를 보는데-

그 위로 어린 박동호(24)의 목소리가 들린다.

박동호 (E) 울 아부지 술 안 마셨다 말입니더!!!

36. (과거) 경찰서 / 낮

어린 박동호(24)가 형사를 붙잡고 소리치고 있다.

형사 안 마시긴 뭘 안 마셔? 술 마셨으니까 단속 피할라 했고,

그러다 신호 위반으로 사고 난 거 아냐!

박동호 형사님은 옆에 아들 태우고 술 마시는 아부지 봤습니꺼?


와 술 한 입도 안 댄 우리 아부지가 음주운전입니꺼? 예?

형사, 짜증내며 붙잡고 있는 박동호의 손을 뿌리치고 가버린다.

그런 형사를 보는 울분에 찬 어린 박동호의 얼굴에서-

37. 국밥집 / 밤

다시 현재. 병나발 부는 배 형사의 병을 뺏으려는 탁영진의 모습이 보인다.

박동호, 쓰린 얼굴로 소주잔을 비우는데-

38. 서울중앙지검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남일호와 남규만의 차량이 도착한다.

39. 서울중앙지검 로비 / 낮

남일호를 필두로 남규만, 그 뒤로 안 실장, 차 비서 이하 수행원들이 뒤따른다.

로비로 나오던 검사들이 남일호를 발견하자 고개를 꾸벅 숙여 예를 갖춘다.

절제된 동작으로 답하며 게이트로 향하는 남일호. 범접할 수 없는 압도감이 느껴진다.

남일호 일행이 다가오자 경비원은 게이트를 일제히 오픈하는데-

그 앞에 홍무석과 채진경이 서서 남일호와 남규만에게 예를 갖춰 인사하고 있다.

홍무석 (남씨 부자를 향해 환히 웃으며) 여기까지 몸소 와주시고. 영광입니다.

그 모습을 밖으로 나가던 도중 보게 되는 인아. 얼굴이 금세 굳어지는데-

40. 홍무석의 검사실 / 낮

테이블에는 찻잔들이 놓여 있고 남일호와 남규만이 홍무석, 채진경과 마주보고 앉아 있다.

홍무석 이번 재심재판을 맡게 된 채진경 검사입니다.

남일호 홍 검사한테 얘기 들었어요.


채진경 (고개 숙이며) 그동안 회장님께 많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남일호 은혜는 무슨... 돈에 휘둘리지 말고 나랏일 열심히 하라고

책값, 술값 대신 내준 거뿐이야.

채진경 이제야 조금이라도 돌려 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남일호 최초의 여자 검찰총장이 되고 싶으시다?

채진경 (웃으며) 제 첫 번째 목표만 들으셨군요.

남일호 (맘에 드는 웃음) 음... 채 검사의 최종 목적지가 어딘지 궁금하네.

내 힘껏 밀어드리겠소. 재판 잘 하리라 믿겠습니다.

그 말에 남일호와 채진경 번갈아 보며 말하는 남규만.

남규만 에이. 아버지. 설마 스물세 살짜리 변호사한테 지기야 하겠어요?

여 검사라 걱정은 되지만...

채진경 (여유롭게) 이번 재판엔 남규만 사장님 이름 나오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안심하세요.

남일호 물론 내 아들이라도 법을 어겼다면, 당연히 감옥에 가야지.

홍무석은 비릿한 웃음을 짓고, 남규만은 찔리지만 내색 안 하려고 애쓰는데-

홍무석 (잠시) 이번 재심에서도 반드시 진실이 이길 겁니다.

남규만 (그 말에 만족스럽게 웃는)

채진경 (남일호 보며 쐐기 박듯) 서재혁은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거구요.

남일호, 남규만, 홍무석. 세 사람이 눈으로 서로의 만족을 표시하는데-

41. 서울중앙지검 복도 / 낮

홍무석 검사실에서 나오는 채진경. 곧이어 남규만도 나온다.

남규만 아버지랑 홍 검사님은 술 한 잔 하러 가실 거 같고...

채진경 (남규만을 보면)

남규만 이렇게 채 검사님이 몸과 마음을 바쳐 날 지켜주신다니,


내가 감사의 뜻으로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어서 말야.

채진경 (여유롭게) 그럼 제가 괜찮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남규만 (만족해하며 웃는) 가시죠? 서포트 해줄 사람도 만날 겸.

앞장서서 가는 남규만. 그런 남규만을 따라 나가는 채진경의 모습에서-

42.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낮

박동호, 의자에 기대어 앉아 책상 위 트로피(아버지 복싱)를 보고 있다.

트로피 옆엔 웃고 있는 어린 박동호(24)와 아버지의 사진액자가 보인다.

인서트>

4부 33씬. 트럭이 진우네 차를 들이박은 후의 상황. 정신 차리는 박동호.

운전석의 아버지는 죽었다.

박동호 (울먹이며) 아부지. 아부지 일어나이소. 퍼뜩 일어나란 말입니더.

아버지를 흔들어보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박동호 무너지듯 통곡한다.

박동호 이리 혼자 가믄 지 혼자 어찌살란 말입니꺼!! 일어 나이소! 제발!!!

/ 다시 현재. 사진액자를 보고 있는 박동호의 눈이 흔들린다.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액정엔 ‘남규만 사장’이라고 떠있다. 어두운 얼굴로 이를 보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43. 고급 중식집 / 낮

남규만과 채진경이 마주 보고 앉아 식사중이다. 이때 안으로 들어서는 박동호.

박동호, 채진경의 얼굴을 보더니 얼굴이 굳는데-

남규만 박 변, 늦었네요? 채 검사님, 여긴 4년 전 원심 재판 맡았던

박동호 변호삽니다.

박동호 (탐탁지 않은 얼굴로 고개 살짝 숙이는)


채진경도 살짝 목례하며 박동호를 차분히 바라보는데-

남규만 (둘을 살피더니) 어, 뭐야? 혹시 둘이 아는 사인가?

채진경 (여유롭게 요리 먹으며) 연수원 동기입니다.

남규만 (환히) 아, 그럼 더 잘 됐네. 안 그래도 재심까지 시간도

얼마 없는데. 박 변이 채 검사님 좀 많이 도와줘요.

박동호 (자리 앉으며) 지가 뭔 도움이 되겠습니꺼.

남규만 아냐. 원심 때 박 변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데.

(비릿하게 웃으며) 시작과 끝이 다른 게 아주 다이나믹했지. 안 그

래요?

박동호 (자조적인) 사람 운명이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거지요.

채진경 (차가운 미소로 박동호 보는)

남규만 박 변, 다른 건들은 좀 미루고 채 검사님 최대한

서포트해요. 당시 사건 자료들도 빠짐없이 넘기고...

차분히 식사를 이어가는 채진경. 그녀를 어두운 얼굴로 바라보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44. 고급 중식집 앞 / 낮

남규만의 차가 출발한다. 박동호와 채진경이 차를 향해 꾸벅 인사한 뒤 고개를 드는데-

박동호 참 얄궂제? 연수원 때만 해도, 니는 늘 수석이고 내는 만년 꼴찌...

니 별명이 정의의 여신 디케 아니었나... 대한민국 최고의 정의로

여검사가 니 꿈이었고.

채진경 (박동호 바라보는)

박동호 세상이 사람을 참 많이 바꿔놨네. 니도 내도.

채진경 (잠시) 이렇게 만났다고 해서 날 같은 삼류로 취급하지는 마.

박동호 (기가 차서 웃는) 삼류?

채진경, 자신만만한 얼굴로 박동호 앞으로 한걸음 다가선다.


채진경 너는 정의를 돈을 주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잖아. 아닌가?

돈을 받고 팔았던가? 그게 그거지만... (여유로운 얼굴로)

난 아직 그 정도는 아냐.

박동호 (기분 언짢다) 남씨 집안 거들고 있는 니도 매한가지 아이가?

채진경 최소한 법정에선 당신처럼 얼굴을 바꾸진 않을 거야. 난.

그럼 또 봐 ~

채진경, 미소를 남긴 채 차에 올라탄다. 박동호, 채진경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45. 폐지노인의 집 앞 / 밤

녹슨 대문 앞에 진우가 서있다. 진우가 굳게 닫힌 대문을 두드리며-

진우 박대수씨! 박대수씨!

그때, 장을 보고 오는 한 이웃집 아줌마. 진우를 흘깃 보고는-

아줌마 그 집 어제 급히 이사 가던데.

진우 ...이사요?

아줌마 야반도주라도 하는 사람마냥 급하게 짐싸서 가더라고.

진우의 불안한 얼굴 위로-

안 실장 (E) 사례금입니다.

46. 차안/밤

운전석에 앉아있는 안 실장과 조수석에 앉아있는 폐지 노인.

안 실장 앞으로 조용히 살아요. 영원히 입 닫고.

안 실장, 노인에게 두툼한 돈봉투를 건넨다. 받아들고는 냉큼 돈을 확인하는 노인의 모습.


47. 경찰서 밖 / 밤

경찰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동호. 배 형사가 경찰에서 나온다.

박동호 배 형사님, 여깁니더.

배 형사 (앞에 와서) 박동호 변호사님.. 무슨 용무로 여기까지?

박동호 어제 말씀하셨던 교통사고 말입니더. (잠시) 그기 혹시...

용인 쪽에서 난 사고입니꺼?

배 형사의 대답을 기다리는 박동호의 흔들리는 눈빛.

배 형사 (생각을 뒤지더니) 맞아. 용인에서 벌어진 교통사고였어.

박동호 !!

배 형사 16년 전이던가... 생수트럭이 경차를 들이 박아서 3명이나 죽었어

트럭 운전수랑 경차에 타고 있던 가족 2명 까지.

박동호 ...혹시 그 사고 관련 자료 좀 볼 수 있겠습니꺼?

배 형사 그건 왜?

심각한 얼굴의 박동호의 모습에서-

48. 옥탑 사무실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49. 옥탑 사무실-회의실 / 낮

회의실에 모여 앉아 서류, 자료 등을 보며 일하는 모습의 진우, 연 사무장, 송 변.

송변 이거 원...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유일한 목격자가 사라졌으니...

연 사무장 뭔가 구린내가 나. 구린내가.


진우, 보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으며 연 사무장과 송 변을 본다.

진우 송 변호사님은 박대수씨 행방 계속 추적해주시구요.

송변 오케이!

진우 연 사무장님은 검사 측과 관련된 조사에 주력해주세요.

연 사무장 서 변은 어디 가게?

진우 새로 확보해야할 증인이 있어서요. 다녀올게요.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겨 입는 진우의 모습에서-

50. 홍무석의 검사실 / 낮

인아가 안으로 들어선다. 소파에는 홍무석과 채진경이 앉아 있다.

인아, 둘을 향해 목례하고 다가가 앉는데-

홍무석 이 검사, 채 검사를 도와 재판 하나 맡으세요.

인아 (보면)

홍무석이 테이블에 재판서류를 탁! 내려놓는다. 인아가 보면,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재심자료’다. 인아의 표정이 굳는다. 홍무석, 그런 인아를 비릿한 웃음 지으며 바라보는데-

인서트>

남규만의 차 안. 남규만과 홍무석이 뒷좌석에 앉아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규만 부장 검사님 능력이면.. 이인아 검사 그만 두게 할 수 있죠?

홍무석 제가 아직은.. 지검장도 아니고, 능력이 그 정도는 못 됩니다.

남규만 (무슨 말인가 의아한 얼굴로 보는)

홍무석 (잠시) 하지만 이 검사 스스로가 못 견뎌 검사복을 벗게 할 방책

정도는 갖고 있습니다.

만족스러운 표정의 남규만. 엷은 미소를 띠는 홍무석의 얼굴에서-


/ 다시 현재. 인아의 굳은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홍무석.

홍무석 (비릿하게 보며) 이 사건, 원심 검사가 나였던 건 알죠?

인아 (주저하다가) 네.

홍무석 이번 재심도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무조건.

인아 (대답할 수 없는)

채진경 채진경입니다. (손 내밀며) 잘 부탁해요.

인아 (할 수 없이 손을 내미는) 이인아라고 합니다.

홍무석 서재혁처럼 죄질이 나쁜 사형수가 재심제도를 악용해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홍무석은 인아를 비릿한 얼굴로 보고 채진경은 차가운 표정으로 인아를 보고 있다.

한편 혼란스러움에 휩싸이는 인아의 얼굴에서-

51.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낮

수임된 사건 자료를 보고 있는 박동호. 곧이어 편 사무장이 들어와 서류봉투를 건넨다.

편 사무장 행님, 그 형사분께 받아온 용인 교통사고건 자료입니더.

박동호 수고했다.

인사하고 나가는 편 사무장. 박동호는 서류봉투에서 자료들을 꺼내서 한 장씩 넘겨본다.

이내 한 서류를 보고는 더 넘기질 못하는 박동호. 눈빛이 크게 떨리기 시작한다!

서류엔 피해자 ‘중상-서재혁, 서진우/ 사망-이혜선, 서영우’의 이름이 보이는데-

52. 채진경의 검사실 / 낮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앉은 채진경과 인아.

채진경 이인아 검사.

인아 (들리지만 대답하지 않는) ....

채진경 기분 이해해. 하지만 검사라도 위에서 까라면 까는 거야.


네 생각, 네 판단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인아 검사조직에서 상명하복이 중요한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개의 검사는 독립관청으로서 고유의 검찰권도 갖고 있

는게 아닌가요?

채진경 (살짝 웃으며) 자기, 꼭 말하는 게 나 어릴 때 보는 거 같네?

인아 (무슨 말인가 싶고)

채진경 (찬찬히 보며) 이 검사, 지나친 자기 확신은 언젠가 자신한테

독이 돼 돌아오는 법이야.

인아 (표정 굳는)

채진경 자기한테 많은 걸 바랄 생각은 없어. 이번 재심 겪으면, 이 검사도

자연스레 배우는 바가 많을 거고.

인아 (혼란스러운 얼굴로) 아직은... 제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채진경 (여유롭게 미소띠며) 이 검사, 많이 어리구나?

인아는 굴욕감을 느끼는데, 채진경이 천천히 일어서며 말을 잇는다.

채진경 부장검사님, 이번 결과에 따라 지검장 여부가 정해지는 건 알고 있지?

(잠시) 우리가 잘 보필해 드리자구. 오케이?

인아 (더는 말할 수 없는)

채진경 (여유롭게) 나가봐.

인아, 채진경과 눈이 마주치자 할 수 없이 목례를 하며 돌아선다. 굳은 인아의 얼굴에서-

53. 변호사 접견실 / 낮

서재혁이 힘겨운 걸음걸이로 접견실에 들어선다. 박동호가 앉아있다.

누군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자리에 앉는 서재혁.

서재혁 ...기억에 관해 제 자신을 믿지 못하니.. 쉽사리 말을 꺼내기가 힘드네요.

...우리가 전에 만난 적이 있습...니까?

4년 만에 비로소 서재혁과 대면하는 박동호. 흔들리는 눈빛으로 서재혁을 본다.


박동호 ...4년 전에 지가 변호했습니더. 서재혁씨를.

서재혁 아!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박동호 아입니더. 그런 말씀 마이소.

서재혁 ...변호했던 사람이 이렇게 사형수가 돼버려서....

변호사님도 그동안 힘드셨겠네요.

박동호의 눈빛이 흔들린다. 서재혁, 자리에서 일어난다.

서재혁 (힘겹게 고개를 숙이며) 그때, 고마웠습니다. 절 위해 싸워주셔서.

...그리고 죄송합니다.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지 못해서.

그 말에 내내 참아왔던 가슴 속 무언가가 쿵 내려앉는 얼굴의 박동호. 눈시울이 붉어져

눈물이 흘러내리려한다. 그 모습 보여줄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데-

54. 변호사 접견실 복도 / 낮

교도소 변호사 접견실 복도로 나오는 박동호. 그 옆으로 의무과장이 따라가고 있다.

의무과장 알츠하이머에 걸리면 대개 본인에게 가장 가까운 기억부터 잃어갑

니다.

3729번은 지금 상당히 먼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구요.

굳은 얼굴로 들으며 걸어가는 박동호.

의무과장 남규만 사장님께 안부 좀 부탁드립니다. 3729번 관리는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그 말에 갑자기 걸음 멈추는 박동호. 분노로 가득한 얼굴이다.

박동호, 의무과장의 멱살을 잡아챈다.

박동호 (분노로 노려보며) 다신 내 앞에서...

의무과장 (숨 막혀서 컥컥 거리는)


박동호 사람 이름... 숫자로 부르지 마소. 다시는!

그렇게 말하고 의무과장 내팽개쳐 버리는 박동호.

무거운 걸음을 걸어 나가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55. 일호의료원-부원장실 / 낮

삼각명패를 정성껏 닦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진우.

남자, 문소리에 삼각명패를 내려놓으면, ‘부원장 이정훈’이 선명하게 보인다.

남자(과거 서재혁 담당의, 이하 이정훈), 문 쪽을 향해 뒤돌아서는데-

진우 축하드립니다. 얼마 전 부원장으로 취임하신 거.

이정훈 다 지난 일 들추러 왔나?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마.

진우 다 지난 일이라.. 그럼 이것도 다 지난 일들인 건가?

이정훈 ...?

진우 정상적인 사람들을 비정상으로 만들어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는 거.

다 알고 왔어. 그 댓가로 가족들에게 돈 꽤나 받았겠지.

이정훈 (버럭 화내며) 아니 그게 무슨 헛소린가?

진우, 절대기억으로 거침없이.

진우 2012년 9월 20일, 김동석, 망상장애, 신경증장애, 적응장애,

2013년 5월 26일, 최영순, 종교적 망상에 따른 우울증 장애,

2014년 3월 7일, 오철민, 조울증 장애,

2014년 9월 3일, 고민수, 알콜 중독 장애,

각각 86일, 132일, 205일, 307일. 당신이 빼앗은 644일, 15456

시간!

이정훈 !!

진우 당신 때문에 갇힌 사람들 중에.. 탈출하려다 죽은 사람도 있는 거 알아?

이정훈 (궁지에 몰린) 원.. 원하는 게 뭔가?

진우 ...4년 전에... 위증했다는 사실을 재심에서 밝히면 깨끗이 묻어줄게.


진우의 결의에 찬 표정에서-

56. 일호생명 건물 계단 / 낮

편 사무장과 안 실장이 과자 한 봉지를 안주삼아 캔 맥주를 마시고 있다.

두 사람, 캔을 부딪치고는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킨다.

안 실장 크으... 형, 이제 털어놔 봐요. 요즘 왜 이렇게 힘이 없어?

편 사무장 아이다... 괘안타...

안 실장 뭐든 말해 봐요. 나도 맨날 남규만 그 파파보이 욕하잖아.

편 사무장 그기 말이다... 내가... (망설이다가) 아홉수거든...

안 실장 아홉수였어요? 와, 어쩐지~ 얼굴 봤을 때 딱 삼재가 낀 상이더만.

편 사무장, 안 실장의 말에 시무룩하게 과자를 집어먹는다.

안 실장, 아차 싶었는지 편 사무장 옆에 바짝 다가가 앉으며-

안 실장 그래서요? 요즘 뭐가 힘든데요?

편 사무장 요즘 우리 동호 행님한테 힘든 일 연타로 생기는 게... 내 삼재 때문에

행님까지 고로코롬 일 꼬이는 거 아인가 싶다.

안 실장 에이, 그럼 남규만 그 자식은 걸어 다니는 아홉수게? 난 규만이 만

나서

하루하루가 삼재구만. (기가 찬 듯) 글쎄, 이번엔 그 자식이 서진우

직접 보러 가겠대요. 어휴...

편 사무장 (놀라며) 그러다 진짜 남 사장이 진우 죽이는 거 아이가?

안 실장 나 그래서 오늘부터 기도하려고. 제발 규만이가 사람 죽이지 않게

해주세요. 간절히 비나이다.

편 사무장 (걱정하며) 니를 보니 내는 삼재 축에도 못 끼는 거 같데이.

안 실장 그니까 형도 생긴 거랑 안 어울리게 그런 거 믿지 마요.

편 사무장 (찌릿 안 실장 보면)

안 실장 자자, 우리 형 (입 벌리는 시늉하며) 아~

안 실장, 편 사무장 토닥여주며 편 사무장 입에 과자를 넣어준다.


편 사무장도 안 실장 입에 과자를 넣어주려고 하면, 안 실장이 아~ 입 벌리는데,

얄밉게 자기 입에 과자넣는 편 사무장. 이에 안 실장, 쩝하고 스스로 집어먹는 모습에서-

57. 인아의 검사실 / 낮

인아와 탁영진이 소파에 앉아 믹스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탁영진 홍 부장이 이번 재심, 너한테 맡겼다고? 채진경이랑 붙여서?

인아 이번 기회에 저를 완전히 길들이려는 거 같아요.

...아니면 완전히 아웃시켜 버리든가.

탁영진 (심각한 얼굴 되는)

인아 (어두운 얼굴로) 선배님, 저 정말 명령대로 무조건 따라야 하는 거예요?

검사가 원하는 단 하나는 조직이 아닌 진실이라고 하셨잖아요.

탁영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다가-

탁영진 (인아 손 잡으며 간절히) 인아야, 니 맘 모른 거 아닌데...

이번만은 수위 좀 조절해야겠다.

인아 네?

탁영진 이번에도 니가 설치면 여러 사람 괴로워진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치고 빠질 때도 있는 거야.

인아 (당황스럽고) 선배님...

탁영진 당분간은 좀 수그리고 있자.

더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어두운 얼굴로 있는 인아의 모습에서-

58. 서울중앙지검 앞 / 밤

건물 앞에서 인아를 기다리고 있는 진우.

그때, 홍무석의 차가 빠져나오며 진우 앞에 멈춰선다. 홍무석, 운전석의 창문을 슥 내리며-

홍무석 아이구. 그 유명한 서 변호사님을 여기서 다 만나네요.


진우 (맞받아치며) 유명하기로 따지면.. 제가 검사님 상대가 될까요?

홍무석 (능글맞게) 이번 재심 재판, 이인아 검사랑 싸워야 하는 건 알고 있죠?

그 말에 진우의 표정이 굳는다. 그때, 홍무석 등 뒤로 인아가 나타난다.

인아와 진우, 서로를 발견하고 복잡한 얼굴 된다. 홍무석, 인아를 보더니-

홍무석 우리 이인아 검사, 지난 부사장 재판보다는 살살 좀 해 주세요.

아직 배움이 많이 필요하니까요. 그럼 이만.

홍무석, 비릿한 표정을 짓고는 떠난다. 남겨진 진우와 인아의 모습에서-

59. 카페 / 밤

진우와 인아가 마주 보고 앉아 있다. 둘 사이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인아, 불편한 기색으로 커피잔만 매만지고 있는데-

인아 (쉽게 말 꺼내지 못하며) 이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진우 홍무석이 시킨 거 다 알아.

인아 (주저하다) ...처음으로 검사된 거 후회 돼.

진우 재심 개시되더라도 뭐든 수월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어...

그렇게 4년을 준비해왔고.

인아 그래도 아닌 걸 알면서 어떻게 너희 아버지를 내가...

인아, 마음이 무거워 고개 숙인다. 그때, 들리는 진우의 말.

진우 나한테... 미안해하지 마.

인아 (고개 들어 보면)

진우 (따뜻한 얼굴로) 난 이 재판 반드시 이길 거야.

진우, 따뜻한 미소를 보낸다. 하지만 인아는 여전히 마음이 쓰인다.

60. 인아네 피자가게 / 밤


인아 부와 연지가 올인원 박스 상자에 제품들을 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인아 모는 홀에서 아줌마 2명과 함께 피자를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는데-

그때, 피자가게 안에 들어오는 인아.

인아 모 아유! 우리 이 검사님 오셨네! 이 검사님~

인아 모가 호들갑 떨며 인아를 반긴다. 인아 모를 보며 고개를 젓는 인아 부와 연지.

인아 모 엄마랑 같이 수영 다니는 아줌마들이야. 인사 드려.

아줌마 1 (웃으며) 이거, 검사 딸 없는 사람은 서러워 살겠어?

인아 모, 웃으며 인아를 끌어당기고는 아줌마들에게 간다.

인아 (불편한 얼굴로) 안녕하세요...

아줌마 2 큰 딸이 검사라고 얼마나 자랑하던지. 얼굴 한 번 보고 싶어서 왔

어~

아줌마 1 검사님이면 우리집 전세 문제도 해결해줄 수 있나?

인아 모 아유~ 말만 해. (인아 보며) 인아야. 도와 줄 수 있지?

인아 (불쾌한 얼굴 되지만 꾹 참으며) 못 들은 걸로 할게.

인아, 가려는데 인아 모가 다시 잡아 끈다.

인아 모 그러지말구 좀 도와줘. 니 말 한마디면, 경찰이고 공무원이고 죄다

벌벌 떨잖아. 엄마도 검사 딸 생색 좀 (하는데)

인아 (결국 참지 못하고 버럭) 엄마!! 검사한테 사건 청탁하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몰라?

인아의 말에 눈치 보는 아줌마들. 인아 모가 당황하며-

인아 모 인아야... 엄마가 (하는데)

인아 내가 이러려고 검사 된 줄 알아!
그렇게 말하고 감정이 끌어 오른 인아. 쌩하니 밖으로 나가버린다.

61. 피자 가게 밖 / 밤

가게 밖으로 급하게 나온 인아. 심란한 마음, 복잡한 얼굴로 걸어 나간다.

62. (교차) 박동호의 차 안+남규만의 차 안 / 밤

어두운 얼굴로 운전 중인 박동호.

인서트>

54씬. 변호사 접견실 상황. 자리에서 일어나 박동호에게 감사 인사하는 서재혁.

서재혁 그때, 고마웠습니다. 절 위해 싸워주셔서.그리고 죄송합니다.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지 못해서.

/ 다시 현재. 진동 소리가 들린다. 박동호, 이어셋을 귀에 꽂는데-

남규만 (E) 박 변~

/ 남규만의 차 안. 운전 중인 안 실장과 뒷좌석에 앉아있는 남규만의 모습.

남규만 요즘 뭐하고 다녀요? 통 얼굴을 못 보네?

박동호 ...뭔 일 있습니꺼?

남규만 박 변 입이 좀 필요한 일이니까 빨리 와요.

불안한 얼굴로 휴대폰을 내려놓는 박동호. 남규만, 핸드폰 끊더니 옆에 있는 안 실장에게-

남규만 박 변이 요즘 따라 자꾸 내 신경을 거슬리게 하네.

안 실장 ...그럼 어떡할 건데?

남규만 그래도 박 변 아직 쓸모 있잖아. 서진우 그 새끼 앞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한 번 봐야지.


비릿한 표정의 남규만 얼굴에서-

63. 옥탑 사무실 / 밤

옥탑 사무실에 들어서는 남규만. 자리에 앉아 서류를 보던 진우, 남규만을 보고 일어난다.

남규만 (둘러보며) 그때, 말한 로펌이 이거야? (창 밖에 일호생명이 보이고)

여기서 딱 내 회사가 보이네. 이거 우연인가?

진우 (싸늘한 얼굴로 보는) 여긴 왜 왔어? 당신이 발 들여놓을 곳이 아닌데?

남규만, 비릿하게 웃으며 말한다.

남규만 내 경험에 따르면, 우연을 우연으로 해석하지 않는 게 현명한 거더라구.

진우 (여유롭게) 이깟 우연도 넘기지 못하고 여기까지 찾아온걸 보니

꽤 불안한가 보네... 아무튼 언제든 환영이야.

진우, 굳은 얼굴로 남규만을 쳐다본다.

남규만 (천천히 다가오며) 내가 뭐를 어떻게 해줘야 우리 서진우 변호사님

마음 속 응어리가 풀릴까? 돈을 바라면 돈을 주고, 자리를 원하면

자리를 주고... 아님 둘 다 줘?

진우 (여유롭게) 더 불러봐. 더.

남규만 !!!

진우 재밌네. 니 죗값 흥정하는 거.

강하게 응수하는 진우.

이에 남규만,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데- 그때, 사무실로 급하게 들어서는 박동호.

남규만 (박동호 보고) 박 변, 좀 늦었네.

진우, 박동호를 노려본다. 이 상황을 즐기는 남규만.


남규만 (진우에게) 서진우 변호사님. 충고 하나만 할게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과거를 반복하기 마련이야. 박동호 변호사가 그때 재판

왜 포기했겠어? (박동호 쪽으로 고개 돌리며) 박 변 입으로 말해

봐요.

선뜻 답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박동호. 그런 박동호를 조용히 주시하는 남규만.

박동호 (주저하다가 진우 보며)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재판이었다.

4년이 흘렀지만...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질 기다. 진우야.

진우 (핏발 선 눈으로) 입 다물어.

남규만 (여유롭게) 난, 너처럼 지킬 게 없는 놈들이 덤비는 게 제일 귀찮아.

인생 걸고 덤벼도, 잃어버리는 건 고작 몸뚱이 하나잖아. 근데...

(잠시) 난 아니거든.

여전히 흔들림 없이 서 있는 진우의 모습.

남규만 안 되겠네. 박 변이 설득 좀 더 해봐요. 난 갑니다.

남규만이 박동호의 어깨를 토닥여주고는 나간다. 단둘이 남은 박동호와 진우.

박동호 ...진우야.

진우 (단호하게) 당신 사장한테 충분히 들었어!

박동호 ...그때 내가 못 끝낸 거... 니가 끝냈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진우 이젠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야. 당장 여기서 나가!

굳은 얼굴로 나가는 박동호의 뒷모습.

그런 박동호를 차가운 눈빛으로 보는 진우의 얼굴에서-

64. 비밀의 방 / 밤

비밀의 방의 자료들을 보며 우두커니 서 있는 진우 모습.

굳은 얼굴로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다.


65. 서울중앙지검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66. 인아의 검사실 / 낮

인아가 옷걸이에 걸린 검사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다.

이때, 문이 열리며 검사복을 입은 채진경이 들어선다. 곧바로 일어나 목례하는 인아.

채진경 재판이 코앞인데 설마 아직도 괜한 고민하고 있는 건 아니지?

인아 (가만히 보면)

채진경 이 검사, 이미 세상과 이 조직의 틀은 견고하게 짜여져 있어.

그거 바꾸겠다고 애쓰면 언제나 본인만 다칠 뿐이야.

인아 전 회사원처럼 그저 조직에나 충실하려고 검사가 된 건 아닙니다.

채진경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그런 소신 있는 말은 여기 필드에서는 안 통해.

인아 (굳은 얼굴로 채진경을 보는)

채진경 이 검사, 더는 시간 끌지 말고, 내 밑으로 와 줄 서. 이건 니가

이뻐서 주는 팁이야. 외모도 경쟁력이거든. (잠시) 빨리 준비하고

나와.

여유로운 미소 남기며 나가버리는 채진경.

홀로 남겨진 인아, 검사복을 다시 보며 깊은 생각에 빠져 드는데-

67. 법원 복도 / 낮

진우, 법원 복도를 걸어 재판정으로 가고 있다.

반대편에서 검사복을 입은 채진경이 오고 있는데- 채진경, 진우에게 다가간다.

채진경 재심 변호인이시죠? 채진경 검삽니다.

진우 (채진경 유심히 보면서 자신있게) 서진웁니다.

채진경 매스컴에서 최연소 변호사라고 하도 떠들어 대서 어떤 분인가 했더니

진짜 대학생 느낌이시네. 후레쉬하네요.


진우 이번 재심 제겐 특별한 재판인 만큼 절대 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채진경 그래요. 각오도 신선하시고... 좋으시네.

(여유만만) 아버지가 몸도 편치 않으신데 ...꼭 이겼으면 좋겠어요.

채진경, 진우를 한번 흘깃 보더니 가버린다. 진우, 채진경 돌아보며 결연한 표정에서-

68. 재판정 / 낮

진우, 변호인석에 앉는다. 반대편 검사석엔 채진경만 앉아있다.

비어있는 인아 자리를 복잡한 얼굴로 바라보는 진우.

그때, 방청석으로 박동호가 걸어 들어온다.

진우와 박동호, 서로 굳은 얼굴로 눈 마주친다.

잠시 후, 문 열리며 서재혁이 들어선다. 진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힘든 걸음으로 걸어오는 서재혁을 부축해 자리에 앉히는 진우.

69. 법원 복도 / 낮

법원 복도를 걷고 있는 인아. 검사복을 입은 모습인데-

인서트>

빠르게 지나가는 인아의 기억들.

51씬 홍무석의 검사실.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재심을 맡으라고 하는 홍무석의 모습.

58씬 인아의 검사실. 인아에게 탁영진이 하소연하는 모습.

59씬 인아네 피자가게 집. 아줌마들에게 검사 딸을 자랑하는 인아 모의 모습.

/ 다시 현재. 생각이 복잡한 얼굴로 걸어가는 인아의 모습에서-

70. 재판정 / 낮

판사 석규가 들어온다. 자연스레 검사석의 비어있는 인아 자리에 시선이 간다.

이때, 재판정 문 열리면서 들어오는 인아. 결심이 선 얼굴로 거침없이 검사석을 향한다.
진우 (법복 입은 인아를 보고, 복잡한 얼굴 되는)

채진경 (법복 입은 인아를 보고, 만족스러운 얼굴 되는)

이밖에 굳은 얼굴의 박동호, 담담한 얼굴의 석규.

검사석으로 향할 것 같았던 인아. 그러나 방청석 맨 앞자리에 앉는다.

그리고선 보란 듯이 채진경을 쳐다보는 인아. 한 방 맞았지만, 차가운 얼굴의 채진경.

채진경 (휴대폰 들더니) 장 검사, 지금 내려와요. (끊는)

변호인석의 진우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짓는 인아. 진우도 엷게 미소 짓는다.

서재혁 향해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인아의 모습 위로 뜨는 자막.

자막 - 서촌 여대생 강간 · 살인사건 재심 제1차 공판기일

시간경과>

재판정에 설치된 스크린에 전주댁 동영상이 나오고 있다.

진우 살인에 쓰인 흉기를 피고인이 숨겼다고 증언했던 김현옥씨는

당시 위증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사건 당일 피고인 서재혁을

별장에서 보지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상입니다.

석규 검사 측, 반대 의견 진술하세요.

채진경 (엄숙한 얼굴로 일어나더니) 먼저, 화면에 등장하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채진경의 의도적인 모습 지켜보는 방청석의 인아. 그리고 진우.

채진경 하지만 고인의 증언은 증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재판장님.

석규 이유가 뭡니까?

채진경 압박과 강요에 의한 진술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증인을 신청합니다.

채진경, 얼굴 가득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한 남자, 조심스럽게 통화하면서 나가고-

71. 남규만의 집무실 / 낮

책상 위에 다리를 쭉 뻗어 올리고 있는 남규만.

통화하던 안 실장이 조심스럽게 남규만에게 다가가 말하는데, 비릿한 미소 짓는 남규만.

72. 재판정 / 낮

증인석에 마트직원(20대 남)이 앉아있고, 채진경이 앞으로 걸어 나온다.

채진경 증인은 대형마트에서 주차장 직원으로 일하고 있죠? 그렇다면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고인을 마트에서 본 적이 있습니까?

마트 직원 네.

채진경 그때 고인은 누구와 함께 있었습니까?

마트 직원 저 사람이요.

마트 직원, 변호인석에 앉아있는 진우를 똑바로 가리킨다. 진우의 얼굴이 굳는다.

술렁이는 방청석. 불안한 얼굴의 인아.

채진경 그렇다면 고인은 어떤 상황이었나요?

마트 직원 저 남자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었어요.

인서트>

7부 39씬. 마트 주차장. 앞에 전주댁이 있고, 진우가 굳은 얼굴로 말하고 있다.

진우 당신, 흔들리는 눈빛이 그 증거야. (잠시)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해요.

전주댁 (오리발 내밀며) 얘가, 지금 뭔 소릴 하는 거야? 난 할 말 없어.

(휴대폰 꺼내며) 자꾸 이러면 경찰 부를 거야.

/ 다시 현재. 진우의 굳은 얼굴. 박동호와 인아, 숨죽이고 재판을 지켜보는데-


채진경 왜죠?

마트 직원 자꾸 이러면 경찰을 부를 거라고 남자에게 말하는 걸

똑똑히 들었거든요.

엷은 미소를 띤 얼굴로 여유롭게 말하는 채진경.

채진경 증인의 증언처럼 고인을 협박해 몰아세운 남자는 바로 본 재판의

변호인입니다. (쐐기 박듯) 피고인 서재혁의 아들이기도 하죠.

진우 (굳은 얼굴로 보는)

채진경 따라서 이 재판을 이기기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게

너무나 쉽게 예상됩니다. (강조하며) 변호사가 아닌, 아들로서 말

입니다!

진우 (일어나) 이의 있습니다. 지금 검사의 발언은 추측에 불과합니다.

석규 인정합니다. 검사 측, 추측성 발언은 주의해주세요. 계속하세요.

채진경 (여유로운 얼굴로) 동영상에 녹화된 고인의 음성분석 자료를 증거로

제출합니다.

채진경, 자료를 꺼내 서기에게 제출한다.

채진경 그래프를 보시면... 고인은 정신적인 압박을 평균 이상으로 받았다고

나옵니다. 따라서 변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허위진술을 했을 가

능성이

큽니다. 강압을 통해 취득된 진술은 증거력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석규 변호인, 반론 있습니까?

진우 강압 여부의 확인을 위해 고인의 딸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시간경과>

증인석에 전주댁 딸이 앉아있고, 진우가 그 앞에 서 있다.

전주댁 딸 저희 엄마가 서진우씨를 만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서진우씨의

강압으로 동영상을 찍은 것은 아닙니다.

채진경 (일어나서) 방금 발언은 증인의 개인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진우 증인, 그 근거는 뭐죠?

전주댁 딸 (잠시) 제가 저 동영상을 찍었으니까요.

그 말에 방청석이 웅성거린다.

전주댁 딸 (잠시) 서진우씨를 만난 그 날 밤, 엄마가 저를 불러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엄마께선 4년 전에 위증을 한 적이 있다며 기록

으로

남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눈빛 흔들리며) 그게 저 동영상이구요.

진우 ....

전주댁 딸 서진우씨는 동영상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제가 엄마의 유언에 따라

자발적으로 서진우씨를 찾아가 드린 거예요.

그 말에 채진경의 표정이 굳어진다. 방청석의 인아는 엷은 미소를 짓는다.

박동호도 유심히 진우를 바라보는데, 진우의 얼굴에 희망이 묻어난다.

석규 잠시 휴정하겠습니다.

73. 법원 복도 / 낮

진우와 인아가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인아는 평상복 차림으로 바뀌어 있다.

인아 (미소 지으며) 검사복 입고 방청석에 앉은 검사는 아마 내가 최초겠지?

앞으로도 없을 거 같고. (씁쓸한 미소)

진우 ... 왜... 그런 선택 한 거야?

인아 그 얘긴 나중에 차차 하자. 내 일은 신경 쓰지 말고 재판에 집중해야지.

진우 (안쓰러운 얼굴로 보는)

인아 재판에 세울 증인, 누구야?

그 위로 깔리는 진우의 목소리.

진우 (E) 원심에서 피고인 서재혁을 담당했던 의사를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74. 재판정 / 낮

이정훈이 걸어 나와 증인석에 앉는다. 방청석의 인아, 박동호 모두 긴장하는 얼굴이다.

진우, 변호인석에서 일어나 증인석으로 다가간다. 잠시 정적이 이어지고-

진우, 발언을 위해 입을 연다.

진우 증인은 지금 일호의료원에서 부원장으로 있는 이 (하는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부원장으로 있는 이...

진우, 급격히 당황하는 얼굴 되더니-

진우 죄송합니다.

진우, 기억의 방으로 들어간다.

75. 기억의 방 / 낮

54씬 상황. 일호의료원. 진우가 부원장실에 들어선다.

명패를 닦고 있던 남자, 문소리에 삼각명패를 내려놓는데-

명패에 새겨진 이름이 흐릿하다. 남자의 의사가운의 명찰을 보려는데 기억의 방에 보이는

모든 영상들이 마치 화면에 블러처리를 한 것처럼 흐릿하다.

그 위로 석규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명이 섞여 나오는 느낌.

석규 (E) 변호인, 내 말 들리지 않습니까? 변호인!

76. 재판정 / 낮

기억의 방에서 나온 진우. 새하얗게 질려있는 얼굴이다.

진우의 이상한 모습, 방청석에서 불안한 얼굴로 보는 인아. 그 뒤로 박동호까지.

인서트>
진우에게 고통스럽게 각인된 과거 기억들이 재빠르게 뒤섞이며 떠오른다.

-1부 61씬 장례식장. 서재혁이 오정아의 장례식장에서 형사들에게 끌려가는 장면.

-1부 70씬 법원 앞. 진우가 사람들에게 계란세례 맞는 장면.

-4부 67씬 장례식장. 진우가 오정아부 장례식장에서 절하며 죄송하다고 울먹이는 장면.

-8부 66씬 폐창고. 곽 형사가 진우에게 총을 쏘는 장면.

-4부 54씬 형사합의부 법정. 최후판결에서 서재혁에게 사형이 떨어지고, 진우가 끌려가는

서재혁과 손을 붙잡으려다 떨어지는 장면.

/ 다시 현재. 갑자기 들이닥친 패닉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진우.

석규 (다급한) 정리! 의료진 부르세요! 지금 당장!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는 재판정. 서재혁과 박동호도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채진경도 살짝 놀란다. 방청석에 있던 인아, 놀라 진우에게 달려가고-

쓰러진 채 눈을 뜨지 못하는 진우의 모습에서 엔딩.

- 9부 끝
Remember 10

1. 재판정 / 낮

진우, 새하얗게 질려있는 얼굴이다.

진우의 이상한 모습, 방청석에서 불안한 얼굴로 보는 인아. 그 뒤로 박동호까지.

인서트>

진우에게 고통스럽게 각인된 과거 기억들이 재빠르게 뒤섞이며 떠오른다.

-1부 61씬 장례식장. 서재혁이 오정아의 장례식장에서 형사들에게 끌려가는 장면.

-1부 70씬 법원 앞. 진우가 사람들에게 계란세례 맞는 장면.

-4부 67씬 장례식장. 진우가 오정아부 장례식장에서 절하며 죄송하다고 울먹이는 장면.

-8부 66씬 폐창고. 곽 형사가 진우에게 총을 쏘는 장면.

-4부 54씬 형사합의부 법정. 최후판결에서 서재혁에게 사형이 떨어지고, 진우가 끌려가는

서재혁과 손을 붙잡으려다 떨어지는 장면.

/ 다시 현재. 갑자기 들이닥친 패닉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진우.

석규 (다급한) 정리! 의료진 부르세요! 지금 당장!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는 재판정. 서재혁과 박동호도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채진경도 살짝 놀란다. 방청석에 있던 인아, 놀라 진우에게 달려가고-

쓰러진 채 눈을 뜨지 못하는 진우 모습.

2. 법원 복도 / 낮

방청객들이 몰려나온다. 무리에 섞여 나오는 박동호. 거리 두고, 채진경이 보인다.

채진경 (가까이 와서)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겠는데?

박동호 아버지 재판이라 긴장을 많이 한 거 같다. 그래도.... 저 놈아

4년동안 칼을 갈았다. 마냥 쉽진 않을 기다.

채진경 (흥미롭다는 얼굴로) 칼이라... 오히려 칼은 박변 말 속에


숨어있는 거 같네. 설마 이 재판, 서진우가 이기길 바라는 거야?

박동호 (표정 굳는)

채진경 혼자서 뭘 그리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쪽인지 저쪽인지..

줄을 서려면 확실히 서.

박동호 ....

채진경 이거 하나만 알아둬. 독사한테 독이 빠지면... 덩치 큰 지렁이랑

다를 게 없어. 그럼 쓸모없어지는 거야.

조롱하듯 박동호를 보고 유유히 사라지는 채진경.

3. 병원 응급실 / 낮

침대에 누워있는 진우.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곁에서 걱정가득한 눈으로 보고 있는

인아와 송 변. 그때, 연 사무장이 들어온다.

연 사무장 피로가 누적돼서 어지럼증이 왔대. 아버지 재심 준비한다고

잠도 통 못 잤거든.

안도하는 얼굴의 인아. 그때, 진우가 눈을 뜬다.

인아 괜찮아?

진우 ...재판은?

인아 휴정 됐어. 지금은 아무 걱정 말고 네 몸부터(하는데)

진우 (연 사무장에게) 재판 바로 들어갈 수 있다고 전해주세요.

인아 괜찮겠어?

진우 지금 나한테 재판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

급하게 일어나는 진우. 그런 진우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는 인아.

4. 법원 복도 / 낮

법원 복도에 들어서는 진우와 연 사무장. 반대편에서 박동호가 진우를 보고 다가온다.


박동호 진우야! 니 괜찮나?

진우, 박동호를 무시하고 연 사무장과 가려는데-

박동호 재판도 중요하지만도 네 몸도 챙겨가믄서 해라.

진우 (멈춰 서서 냉랭하게) 도대체 뭘 또 바라고 이러시나?

박동호 내 바라는 건 딱 하나다. 느그 아부지 무죄 되는 거.

그 대답에 옆에 있던 연 사무장도 멈칫한다.

진우 (여유롭게) 그 대답, 남규만한테 들려주면... 어떤 표정일까 궁금하네.

박동호 진우야.

진우 당신은 얼굴이 두 개지? 입은 한 열 개쯤 되고...

박동호 (속은 쓰리지만) 괘안은 거 확인했으니.. 됐다. 재판... 끝까지 잘 해라.

뒤돌아서 가는 박동호. 그런 박동호를 약간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진우.

그 위로 판사 석규의 목소리가 깔린다.

석규 (E) 증인, 대답하세요! 정말 4년 전 했던 증언을 번복하실 겁니까?

5. 재판정 / 낮

자막 - 서촌 여대생 강간 · 살인사건 재심 제2차 공판기일

증인석에 이정훈이 앉아있다. 석규가 질문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다.

변호인석의 진우도, 서재혁도, 채진경도, 인아도, 박동호도 이정훈을 보고 있다.

이정훈 (극심한 갈등에 휩싸이는 얼굴로) 그게.. 그러니까...

이정훈, 진우와 서재혁의 얼굴 한 번 보더니-

이정훈 ...네. 맞습니다. 저는 4년 전 재판에서 위증을 했습니다.


그 당시, 서재혁씨는 확실하게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습니다.

그 말에 서재혁이 안도하는 얼굴이 된다. 방청석 웅성거리고-

진우와, 방청석의 인아, 송 변, 연 사무장도 기뻐하는 모습이다.

채진경 (일어서며) 증인! 위증죄가 얼마나 큰 죄인지 압니까?

이정훈 잘 알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처벌 받겠습니다.

채진경 (표정 굳는)

진우, 이정훈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더니-

진우 그 당시 증인은 피고인의 아들, 그러니까 제가 증인을 매수하려했다고

증언 했습니다. 맞습니까?

인서트>

4부 28씬. 재판정. 의사가 법정에서 증언을 하고 있다.

이정훈 피고 아들이 찾아와 병명을 알츠하이머로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방청석의 진우, 충격에 표정이 굳는 모습에서-

/ 다시 현재. 이정훈이 진우와 눈이 마주치더니-

이정훈 네. 그 대답도 번복하겠습니다. 피고인 아들은 그런 적이 없습니다.

다시 웅성거리는 방청석. 진우의 의도대로 재판이 흘러가고 있다.

인아와 서재혁의 얼굴에 기쁨이 흐른다. 반면, 채진경은 똥 씹은 얼굴이다.

진우, 침착하게 변론을 이어간다.

진우 그렇다면, 누가 증인에게 위증을 하라고 시킨 겁니까?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이정훈.


진우 알츠하이머로 고통을 받고 있는 피고인을 멀쩡한 사람으로

만들라고 지시한 사람이 대체 누굽니까?

채진경 이의 있습니다. 지금 변호인은 강압에 의해 증인을 (하는데)

진우 (말 끊고) 4년 전 재판에서 거짓 증언 하도록 지시한 사람을

밝히는 것은 이 재판의 중요한 쟁점입니다.

채진경과 진우가 팽팽하게 맞선다. 그 팽팽함에 두 눈을 감는 서재혁.

인아, 석규의 대답을 기다린다. 고심하던 석규, 결국-

석규 증인, 대답하세요. 위증을 지시한 사람이 누굽니까?

채진경의 얼굴 일그러진다. 기대감 가득 차는 진우와 인아의 얼굴. 하지만-

이정훈 ...그런 사람 없습니다.

진우 거짓말하지 마세요. 증인. 그럼, 자의로 그랬단 말인가요?

이정훈 그렇습니다.

진우 증인!

채진경 (자리에서 일어나며) 지금 변호인은 원하는 대답을 얻기 위해

증인을 겁박하고 있습니다.

석규 변호인, 주의해 주세요.

진우 증인에게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위증을 지시한 사람이 누굽니까?

이정훈 ...없습니다.

고개를 떨구는 이정훈. 그런 이정훈을 보는 진우의 굳은 얼굴에서-

6. 일호의료원-복도 / 낮

남규만, 안 실장과 함께 복도를 걸어간다. 화가 난 얼굴이다.

병원장과 과장의사들이 달려 나와 인사하는데, 눈길조차 주지 않고 가버린다.

7. 일호의료원-부원장실 / 낮
부원장실 문을 확 열고 들어오는 남규만. 자리에 앉아있던 이정훈이 놀라 벌떡 일어난다.

남규만 (실실 웃으며) 잠깐 시간되시죠?

남규만, ‘달칵’ 소리와 함께 문을 잠그고는, 겁에 질린 이정훈을 보는데-

인서트>

일호의료원 복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부원장실 문 앞을 지키고 서있는 안 실장.

/ 다시 부원장실. 남규만, 실실 웃으며 이정훈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이정훈이 바로 무릎 꿇고는 고개 숙여 싹싹 빌기 시작한다.

이정훈 사장님, 이게 다 서진우가 절 협박해서 한 짓입니다. 그래도 저는

누가 절 매수 했는지 끝까지 말하지(하는데)

남규만 (말 끊고) 매수? 누가 들으면 정말 오해하겠네. 응?

이정훈 제..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남규만, 이정훈의 고개를 들어 올려 똑바로 자기를 보게 한다.

차분하게 이정훈의 안경을 벗겨, 이정훈의 의사가운 앞주머니에 넣는 남규만.

그러고는 이정훈의 따귀를 천천히 한 대씩 툭툭 때리기 시작한다.

남규만 사람 말이 왜 (때리고) 무서운지 알아요? 말 한 마디로 (때리고)

사람을 죽일 수도, (때리고) 살릴 수도 있거든. 근데 우리 부원장님

은...

자기 말로 자기를 죽이는 케이스네?

이정훈 살... 살려주세요...! 사장님..!

남규만, 책상 위에 놓여있는 이정훈의 삼각명패를 집어 든다.

겁에 질린 얼굴로 남규만을 보는 이정훈. 남규만이 삼각명패를 이정훈 앞에 던진다.

남규만 그거 물고, 기어서 나가.

이정훈 사... 사장님!!


남규만 뭐해? 살려줄 테니까 니 명패 물고 나가라고. 개처럼 기어서.

치욕감과 함께 바들바들 떨며 눈앞의 명패를 보는 이정훈의 모습.

이를 살벌하게 번뜩이는 눈으로 보는 남규만에서-

8. 인아의 검사실 / 낮

인아가 안으로 들어서자 수사관이 일어나 인사한다. 인아가 진우로부터 확보한

홍무석 내사 종결 자료들을 수사관에게 건네며-

인아 홍무석 부장검사가 여기 부임 전, 동부지검에서 내사종결로 처리한

일호그룹 관련 문건들이에요.

수사관 (살짝 당황하는)

인아 사건들, 실체 파악하시고 홍무석 부장검사와 일호그룹 사이 연결고리

은밀히 알아봐 주세요.

수사관 네. 검사님.

이때, 홍무석이 문을 박차고 들어선다. 인아, 살짝 눈이 커진다.

수사관은 급히 서류들을 뒤로 숨기는데-

홍무석 (버럭) 이 검사, 지금 나한테 선전포고 하는 겁니까?

법정이 무슨 쇼하는 덴 줄 알아요?

인아 (차분히) 잘못한 게 있다면 벌을 받겠습니다. 하지만.

홍무석 (가만히 인아를 보면)

인아 그건 저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검사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안경테를 살짝 올리며 인아를 비릿하게 바라보는 홍무석.

물러섬 없이 홍무석을 바라보고 있는 인아의 얼굴에서-

9. 일호의료원 복도 / 낮

복도로 걸어 나오는 남규만. 안 실장이 서둘러 따라 붙는다. 남규만, 휴대폰을 꺼내


급히 전화를 거는데-

남규만 (통화하며) 채 검사님. 오늘 스코어 1대 0으로 지고 계신 건 아시죠?

서재혁, 유죄로 확실하게 굳힐 방법 찾으세요. 당장!

남규만의 의미심장한 얼굴에서-

10. 국밥집 / 밤

탁영진과 인아가 국밥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시며 마주 앉아 있다.

소주를 원샷하고는 탁! 내려놓으며 말을 잇는 인아.

인아 (자기 잔 채우며) 홍무석... 있는 자들 앞에서는 땅처럼 기고,

없는 자들 앞에서는 하늘처럼 군림하는 사람이에요.

다시 소주를 쓰리게 들이키는 인아. 탁영진, 인아를 안쓰럽게 바라보는데-

인아 선배님... 전 이러려고 검사 된 거 진짜 아니거든요...

탁영진 그래서?

인아 (살짝 당황) 네?

탁영진, 살짝 취기가 올라있다.

탁영진 그래서 뭐 어쩌려고? 너, 요즘 홍 부장 캐고 다니지?

그거 지검에 소문 쫙 퍼졌어. 내 귀에 들어올 정도면.

인아 (표정 굳는)

탁영진 그 인간 비리 찾아서 칼 꽂았다 치자. 검사옷 벗겼다고 치자!

그 다음은?

인아 선배님...

탁영진 어차피 위에서 그 인간이랑 똑같은 놈 다시 내려 보내.

계속 그렇게 그 자리가 채워져 왔어. 지금까지.

인아 (어두운 얼굴이 되는)


탁영진 인아야. 달라지는 거 없다. 그건 검찰이라서가 아니라, 조직이라서

그런 거야. 내 말 새겨들어.

탁영진의 말에 복잡한 얼굴이 되는 인아의 모습에서-

11. 룸살롱 / 밤

남규만, 석주일, 박동호가 아가씨를 옆에 끼고 앉아 있다. 술기운이 잔뜩 오른 남규만,

기분 좋게 스트레이트를 단 번에 들이키더니 글라스에 양주를 가득 채우며-

남규만 (박동호를 가리키며) 이 분, 무슨 일 할 거 같냐? 틀리면 원샷!

아가씨 1 (망설이다) 우.. 운동선수?

남규만 (글라스를 건네며) 야, 마셔.

글라스를 원샷 하고는 쿨럭, 쿨럭 기침을 하는 아가씨 1.

남규만 이분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일호로펌 간판 변호사라 이거지.

변호사라는 말에 놀라는 아가씨들. 박동호, 미간에 주름이 강하게 인다.

남규만, 능글맞은 표정으로 다시 글라스를 가득 채우며-

남규만 (다른 아가씨에게) 자, 다음은 너 차례. (석주일을 가리키며) 이분은?

아가씨 2 (자신 있게) 건달! 깡패 맞죠?

남규만 어... 뭐 틀린 답은 아니네. 넌 패스~

석주일 (기분 상하지만 내색 않고) 하하하, 남 사장님. 한 잔 하입시더.

석주일, 남규만의 잔을 급히 채우는데-

남규만 아~ 원래 노는 물이 다르니 영 술자리가 재미없네.

이래서 끼리끼리 놀아야 하나봐요?

박동호, 굳은 얼굴로 남규만을 본다. 석주일은 애써 웃으며 남규만에게 잔을 건네는데-


남규만, 그런 석주일을 무시하고는 그대로 아가씨를 끼고 일어난다.

남규만 저는 먼저 갑니다. 두 분끼리 잘 놀다 와요.

시간경과>

박동호와 석주일 둘이 앉아 술잔을 주고받는다.

박동호 (쓰리게 술잔 넘기며) 우리 아부지.. 사고로 돌아가신 날...

같이 사고 난 차량에 진우 그놈아 가족이 타고 있었다 아입니꺼?

석주일 (술잔 넘기다 멈칫하는) !!

박동호 그날 아부지가 갑자기 와 그랬을까예...? 왠지 쫓기는 거 같기도 했고...

(잠시) 혹시 행님, 아부지 사고에 대해 아는 거 없습니꺼?

석주일 알면 니한테 와 말 안했겠노? 내도 모른다.

박동호가 말없이 술잔을 넘긴다. 그 모습 보던 석주일이 술잔을 채워주며-

석주일 근데.. 니, 지난 번 내 말 기억하나? 맴은 정한 기가?

박동호 (생각에 잠기다) 행님 때문에 지가 일호 사냥개 된 거 아입니꺼?

행님도 더는 지때문에 희생하지 마이소. 저도 제 갈 길 갈랍니더.

석주일 동호야. 내가 살아야 니가 살고, 니가 살아야 내가 산다.

이기 우리가 사는 길이란 걸 니 증말 모르나?

박동호 사냥개는 사냥거리가 떨어지믄 더 이상 쓸모가 없습니더.

석주일 동호야!

박동호 행님이 지 보고 노선 정하라고 했지예. 저, 진우한테 진 빚...

꼭 갚을랍니더. (쐐기 박듯) 이번 재판에서.

그 말에 동요하는 듯한 석주일. 표정이 강하게 굳는다.

12. 옥탑 사무실-비밀의 방 / 밤

비밀의 방에 서 있는 진우. 박동호 섹션을 보고 있다. 그 위로-


인서트> (카페 대본방에 올라와 있는 최종대본을 기준으로 한 씬 넘버)

-6부 56씬 인천 선착장. 떠나는 배를 막으려고 하는 진우와 그런 진우를 붙잡는 박동호.

박동호 (E) 진우야. 내가 분명히 경고했데이.

무시하고 가려는 진우. 다시 한 번 꽉 붙잡는 박동호의 모습.

-8부 66씬 폐창고. 곽 형사, 박동호를 뿌리치고 다시 진우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다시 곽 형사의 손을 치는 박동호. 탕- 총알이 진우 근처 벽을 때린다.

박동호 (곽 형사를 힘으로 제압하며) 진우야. 뛰어라! 퍼뜩!

-9부 6씬 시계방-지하창고. 진우가 헐레벌떡 들이닥친다. 정신을 잃은 인아가

진우의 눈에 들어오는데- 해결사를 단단히 붙잡은 채, 진우를 바라보는 박동호의 모습.

/ 다시 현재. 박동호 사진을 바라보는 진우의 눈빛은 복잡해 보인다.

그 뒤로 연 사무장이 다가온다.

연 사무장 서 변, 혹시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는 거 아니야?

진우 (무거운 얼굴로 대답 없는)

연 사무장 이러다 정말 (하는데)

진우 (단호하게) 아직은... 아직은 아무도 알아선 안 돼요.

연 사무장 (걱정스러운 얼굴)

진우 (잠시) 아까 박동호, 진심일까요? 아버지 무죄되길 바란다는 말.

연 사무장 ...글쎄. 두고 봐야겠지.

13. 교도소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14. 변호사 접견실 / 낮


진우가 면회실 의자에 앉아 있다. 곧이어 서재혁이 접견실 안에 들어선다.

진우 보자, 얼굴이 환해지며 급히 다가오는 서재혁.

서재혁 (밝은 얼굴) 진우야!

진우 (놀란 얼굴로) ...나 기억해?

서재혁 뭔 소리야... 우리 아들을 내가 몰라보기라도 했다는 거야?

진우 아빠...! (믿어지지 않는 기쁜 얼굴)

서재혁 진우야. 근데 요즘 내가 이상할 정도로 옛날 일까지 다 기억이 난다?

너 5살 때 처음 아빠랑 목욕탕 갔는데, 네가 하도 많이 울어서

고생했던 거랑... 진우 네가 중 3때 교복 마이 세탁기에 돌려서 급

하게 아빠 양복 입고 학교 간 거랑...

진우 (추억에 잠겨 듣고 있는)

서재혁 내 생일 때, 우리 같이 춤도 췄었지? 그 노래가... <무조건>!

진우 (씨익 미소짓는)

서재혁 (옛날 생각에 웃으며) 그때 너 참...

진우 아빠랑 나, 진짜 행복한 기억이 많네.

환하게 웃는 진우와 서재혁의 모습에서-

15. 진우의 차 안 / 낮

운전대 잡고 있는 진우. 아버지와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인서트>

진우네집 거실. 앉은뱅이 상에 작은 케이크가 하나 놓여 있다.

화면 빠지면, 서재혁이 고깔모자를 쓴 채 진우를 올려다보며 박수치고 있는데-

<무조건> 노래가 흘러나오고, 노래에 맞춰 막춤을 추고 있는 진우.

서재혁은 진우의 우스꽝스러운 동작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때, 서재혁의 손을 잡아끄는 진우. 서재혁, 손사래를 쳐보다가 진우의 기운에

할 수 없이 일어선다.
♬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특급 사랑이야~~ ♬

서로 막춤을 추며 행복해하는 진우와 서재혁. 서재혁의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에서-

/ 다시 현재. 입가에 미소가 머무는 진우의 얼굴에서-

16. 인아의 검사실 / 낮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홍무석. 자리에 앉아있던 인아가 일어나는데-

홍무석 이 검사, 내 뒷조사는 잘 돼가요?

인아 (물러서지 않고) 남규만사장 뺑소니사고, 일호제약 리베이트 문제까지...

일호그룹 일들이라면 정말 꼼꼼히도 봐주고 계시더군요.

홍무석 (여유롭게) 그게 뭐 어쨌다는 거죠? 이미 다 원칙대로 내사 종결된

사건들인데.

인아 검사의 수사권과 공소권, 그 무거운 권한들을 부장검사님은

일호 뒤치다꺼리나 하는 데 써왔다는 겁니다.

홍무석, 비릿하게 웃더니-

홍무석 근데... 이 검사, 오늘부로 창원지검 발령 났습니다.

인아 (얼굴이 굳는) !

홍무석 다음 주 월요일부터 정식 출근하려면, 며칠 좀 정신없겠네요.

비아냥거리는 홍무석을 가만히 보는 인아, 주먹 쥔 손이 거세게 떨리고 있다.

17. 카페 / 낮

사이에 커피를 두고 마주앉아 있는 인아와 석규.

석규 지난 번 재판 때, 인아씨가 방청석에 앉는 거 보고 많이 놀랐어요.


인아 얼마나 기다려온 재판인데.. 제가 어떻게 검사석에 앉을 수 있겠어요.

석규 여전히 서재혁씨가 무죄라고 확신하는군요.

인아 (생각에 잠기더니) 아직 재심 판결이 나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제 주장일 뿐이라는 거 잘 알아요. 강 판사님께도 그럴 거구요.

석규 제가 남은 공판도 증거물과 증인들 최대한 공정히 잘 살필게요.

인아 네, 판사님이라면 끝까지 잘 마무리하실 거라 믿어요.

이에 엷게 미소 짓는 석규의 모습에서-

18. (교차) 남일호 저택-서재+채진경 집무실 / 낮

남일호가 통화중이다. 옆에 앉아있는 남규만. 뒤에는 차 비서가 서 있는데-

남일호 채 검사 부탁대로... 손 써뒀네. 채 검사는 무대에서 편하게

실력발휘할 생각만 하시게.

채진경 네. 물심양면으로 서포트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휴대폰을 끊는 채진경.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다. 남일호도 휴대폰을 끊는다.

남일호 재판은 채진경 검사가 알아서 잘 하고 있다. 넌 회사 일이나

신경 써. 이 애비 얼굴에 자꾸 주름가게 만들지 말고.

남규만 합병관련해 말씀하시는 거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남일호, 살짝 누그러진 얼굴로-

남일호 사업 물려줄 자식이라고는 너 하나다. 딸은 어차피 대상이 아니고.

남규만 (기쁜 표정 애써 숨기는) 아버지, 그럼 여경이는...

남일호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남자여자 할 일은 따로 있는 거야.

남규만 (고개 팍 숙이며) 예! 아버지.

19. 남규만의 방 / 낮
남규만과 안 실장이 방에 들어온다.

남규만 (만족스러운 얼굴로 의자에 앉으며) 이젠 마무리만 하면 되겠다.

안 실장 마무리?

남규만 의사 놈 증언하는 거 못 봤어? 곽 형사도 서진우한테 넘어가기 전

미리 미리 처리해야할 거 아냐. 응?

안 실장을 비릿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남규만. 뭔가 은밀한 얘기를 꺼내려는 표정인데-

20. 옥탑사무실-회의실 / 낮

진우와 송 변, 연 사무장이 서류와 자료들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연 사무장 채 검사는 우리가 찾은 증거 효력들 없애려고 할 거야.

송변 그렇다고 계속 방어만 할 수는 없고...

진우 공격이 최선의 방어죠

진우, 곽 형사의 정보가 써 있는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는다.

진우 곽한수. 아버지를 유죄로 만드는 데 크게 공헌한 인물인 만큼...

무죄로 뒤집기도 제일 좋은 인물이에요. 남규만 쪽도 움직이고

있을 겁니다. 특히 안 실장, 주시해 주세요.

송변 오케이!

21. 사거리 / 낮

경광봉을 흔들며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경찰, 신경질적으로 호루라기를 불어대고 있다.

갓길에 정차된 차 안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진우와 송 변. 교통경찰, 보면 곽 형사다.

송변 곽 형사 저 자식! 꼴 좋다!
근무교대 하던 곽 형사, 곧 경찰차 타고 떠나자, 진우의 차가 출발한다.

22. 도로 / 낮

경찰차를 추월하는 진우의 차, 깜박이를 넣고 경찰차를 갓길에 세운다.

진우, 차에서 내리면 곽 형사가 경찰차에서 내린다.

곽 형사 (다가와서) 지금까지 내 뒤 캐고 있었냐?

진우 잘나가던 강력계 형사가 교통정리나 하고, 보기 좋네.

곽 형사 (노려보며) 진작에 쏴 죽였어야 하는 건데.

진우 당신도 잘 알잖아. 남규만이 지금 당신 꼬리 자르기 들어간 거.

곽 형사 (표정 굳는)

진우 (곽 형사 앞으로 슥 다가가서) 진실을 말할 기회를 줄게.

곽 형사를 응시하는 진우의 얼굴에서-

23. 은행 외경 / 밤

박동호의 차량이 은행에 진입한다.

24. 은행 개인금고실 / 밤

개인금고로 가득한 내부. 박동호와 편 사무장이 들어온다. 자신의 금고실 앞에

서는 박동호, 그 뒤로 편 사무장. 박동호, 비밀번호를 누르면 금고 문이 열린다.

미니 금고를 테이블에 올려놓는 박동호.

편 사무장 행님, 여기 보관된 거... 설마 그깁니까?

박동호, 대답하지 않는다. 미니 금고를 오픈하면-

금고 안에 CD가 놓여있다. ‘증거물 1호’라는 라벨이 찍힌 CD가!

인서트>
3부 71씬. 룸살롱. 남규만과 배철주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규만 지 주제도 모르고... 나 뚜껑 열리면 어떻게 되는 지 모르냐?

배철주 그래서 죽였어?

남규만 걔가 먼저 내 얼굴 확 그었거든?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을지 내가

알았겠냐?

/ 다시 현재. 굳은 얼굴로 CD를 서류가방에 넣는 박동호의 모습.

그 뒤로 박동호가 편 사무장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고 있는데.

25. 서울중앙지검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26. 홍무석의 검사실 / 낮

홍무석은 집무의자에 앉아 있고, 인아가 그 앞에 서있다.

사표를 꺼내 책상 위에 올리는 인아. 홍무석, 말없이 인아를 보는데-

인아 저, 검사 그만 두겠습니다.

홍무석 이 검사 눈엔 세상이 꽤나 만만해 보이나 보군요.

인아 각자 이해관계로 촘촘히 짜여져 있는 이 조직에서, 더는

제 소신대로 검사 일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을 뿐입니다.

홍무석 (비웃음 띤 채) 이 조직을 떠난다고 해서, 이 검사 맘대로 세상을

굴리며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인아 세상을 제 맘대로 해보겠다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홍무석 (기가 차서)

인아 제가 검사복은 벗지만 부장검사님 죗값 물을 겁니다. 반드시.

인아가 꾸벅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 나간다.

홍무석, 사표를 들어 쳐다보다가 책상에 툭 던지며 가소롭다는 듯 웃는 얼굴에서-


27. 서울중앙지검-로비 / 낮

박스를 든 채 밖으로 향하는 인아. 곁을 지나가던 검사들이 인아를 보고는 수군거리며

지나간다. 이때 채진경이 로비 안으로 들어서다 인아와 마주친다.

채진경 (살짝 웃음 띤 채) 결국 이렇게 그만두고 말았네?

인아 (물러섬 없이) 썩어 빠진 검사 조직에 더는 있고 싶지 않습니다.

채진경 뭐, 어쩌겠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인아 (가만히 보면)

채진경 어딜 가든 만만한 조직이나 세상, 그런 건 애초에 없다는 거나 알아 둬.

(가볍게 미소 지으며) 행운을 빌게.

앞으로 걸어가는 채진경. 그런 채진경을 굳은 얼굴로 바라보는 인아.

다시 마음 다잡고, 로비 밖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한다.

28. 옥탑 사무실 / 밤

옥탑 사무실 안에 들어오는 진우. 연 사무장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다가온다.

연 사무장 이인아 검사 말이야. 사표 냈대.

진우 (놀란 얼굴로) ...사표요?

연 사무장 응, 아무래도 저번 재심재판 일때문 (하는데)

진우, 연 사무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급히 밖으로 뛰쳐나가는 모습에서-

29.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밤

석주일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박동호 자리에서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

석주일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일어나는 편 사무장.

석주일 동호는 어데갔노?

편 사무장 (석주일 앞에 서서) 뭐 좀 알아본다꼬 나갔습니더.


석주일,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소파에 앉는다.

석주일 니, 여 앉아봐라.

편 사무장 (살짝 긴장한 채 소파 끝에 앉는) 네. 행님.

석주일 동호, 요즘도 진우 글마 만나고 다니나?

편 사무장 (숨기며 강하게) 아입니더. 절대 안 만납니더.

석주일 (의중을 떠보듯 가만히 보다가) 동호가 이번 재판 때 진우 빚

갚는다카던데.... 이라믄 클난다. 남규만이 캐릭터, 니도 잘 알제?

편 사무장 (동요하며) 지가 와 모르겠습니꺼?

석주일 상호 니, 동호가 뻘짓 몬하게 단디 지켜봐라. 알았나?

편 사무장 걱정마이소. 지도 행님이 다치는 꼴은 죽어도 못 봅니더.

편 사무장의 진지한 얼굴에서-

30. 인아네 집-거실 / 밤

인아 모와 인아 부가 마주보고 앉아 빨래를 개고 있다.

이때, 박스를 든 채 인아가 집 안으로 들어서자, 둘 다 무슨 일인가 싶어 쳐다보는데-

인아 다녀왔습니다!

인아 부 (상자를 급히 가서 받으며) 뭔 짐을 이렇게나 가져 왔어?

인아 모 (빨래 개며) 아휴.. 아무리 나랏돈 주는 일이라지만, 좀 쉬게 하면

일 좀 시키지.

인아 나, 검사 관뒀어.

인아 모 여보, 방금 쟤가 뭐라고 한 거야?

인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 내가 꿈꿨던 검사, 그런 건 없는 (하는데)

인아 모가 벌떡 일어나 인아 곁으로 다가오며-

인아 모 아니, 일이면 그냥 일인 거지 무슨 꿈 타령을 해? 니가 무슨 애야?

인아 (가만히 인아 모를 보는)
인아 모 세상 사람들이 다~ 자기 꿈대로 살고 자기 맘 내키는 대로

사표 찍찍 쓰면서 그렇게들 사는 줄 알아?

인아 부 (인아 모를 말리며) 여보...

인아 나, 쉽게 결정한 거 아냐. 나도 실력 있는 검사돼서 엄마 아빠한테

자랑스러운 딸 되고 싶었어.

인아 부는 안쓰럽게 인아를 보는데-

인아 모 (속상함에) 그럼, 당장이라도 가서 잘못했다고 빌어! 사표는 제발

없던

일로 해달라고 싹싹 빌라고!

마음이 상한 인아, 그대로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쾅! 하고 닫히는 문.

인아 부 인아야!!

31. 인아의 방 / 밤

책상에 앉아 속상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는 인아.

밖에서 들으라는 듯 소리치는 인아 모의 목소리.

인아 모 (E) 세상이 어디 니 맘대로만 돌아가는 줄 알아!

그걸 왜! 그만 둬! 왜!!!

인아, 속상함에 귀를 틀어막는다. 그때, 인아의 핸드폰 진동음이 울린다. ‘서진우’가 뜬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인아 모가 들이닥친다. 인아 부는 인아 모를 막으려 하는데-

인아 모 (인아 부 뿌리치며) 그렇게 니 멋대로 살 거면, 당장 짐 싸서 나가!

당장!!!

인아, 더는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가는데-


32. 인아네 집 앞 / 밤

인아가 급히 밖으로 나오는데, 앞에 진우가 서 있다.

진우 검사 그만 둔 거... 사실이야?

인아 (태연한 척) 어. 오늘 홍무석한테 사표 냈어. 아휴.. 속이 다 시원하다.

애써 웃음 짓는 인아, 진우는 그런 인아를 보며 미안함에 씁쓸한 표정 짓는데-

진우 ...괜히 나 때문에 (하는데)

인아 너 땜에 그런 거 아냐. (씩씩하게) 걱정 마. 뭐든 또 시작하면 되지.

진우 (희미하게 웃는)

인아 니네 로펌에 남는 방 하나 있지?

인아, 먼저 앞장서서 가고 그 뒤를 쫓아가는 진우의 모습에서-

33. 옥탑사무실-1층 / 밤

소파 양 끝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고 있는 진우와 인아.

두 사람 사이에 살짝 어색함이 감돈다. 인아가 맥주 캔을 하나 더 진우에게 건네는데-

진우 난 괜찮아. 많이 마셨어.

인아 야, 고작 맥주 한 캔이 뭐냐. 난 이제 시작이구만. (맥주 마시고)

진우 (피식 웃는) 지난번처럼 또 실수하는 거 아니지?

인아 뭔 실수?

진우 저번 크리스마스 때, 나 불러서 우리가 왜 싸워야 하냐고 (하는데)

인아 (급히 진우에게 달려들어 입 막으며) 야!!!

인아와 진우, 서로 바짝 붙어있는 상태에서 눈이 마주친다.

당황하는 진우. 순간 인아도 놀라 뒤로 살짝 물러나서는 다시 소파 끝에 앉는다.

인아 (머쓱함에 맥주 마시며) 카~ 때려 치고 마시는 맥주가 이런 맛이구나!


진우 그래도 고생해서 검사된 건데... 아깝다... 미안하고...

인아 (진우보고) 뭐... 아저씨 재판 보면서 억울한 사람들 내가 수사하려고...

정말 악바리 소리 들어가면서 공부해 시험 붙고 검사 되서도

현장 나간다고 욕먹고... 그랬는데...

진우 (보는)

인아 열심히 하면 나를 알아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

(씁쓸하게 웃는)

그런 인아를 안쓰럽게 보는 진우의 모습에서-

34. 옥탑사무실-2층 / 밤

진우가 침대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있다. 그때 2층으로 올라오는 인아.

진우 오늘은 아무 생각 말고 편히 자.

진우가 1층으로 내려가려고 하는데-

인아 야! 서진우!

진우 (돌아보면)

인아 고맙다! 잘 자라!

미소 지으며 내려가는 진우의 모습에서-

35. 교도소 수용실 / 밤

서재혁이 바닥에 쓰러져 몸을 웅크린 채 고통의 신음을 내고 있다. 배를 움켜쥐고

바들바들 떠는 서재혁.

서재혁 교도관님...!! 제발...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교도관님...!!

36. 교도소 수용실 앞 복도 / 밤


복도를 지나가는 교도관들. 복도에 고통에 찬 서재혁의 절규가 울려 퍼진다.

교도관 1 아씨.. 진짜. 저 인간 또 저런다.

교도관 2 그냥 냅둬. 요즘 따라 더 난리야.

지나쳐가는 교도관들. 누구 하나 서재혁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어두운 복도를 채우는 서재혁의 절규 소리에서-

37. 옥탑사무실 / 낮

날이 밝는다.

38. 옥탑사무실 / 낮

투닥거리며 옥탑사무실로 들어오는 송 변과 연 사무장.

소파에 웅크려 자고 있던 진우, 고개를 들어 송 변과 연 사무장을 본다.

진우 ...왔어요?

송변 어? 서 변. 왜 거기서 일어나?

연 사무장 또 밤새 일하다 잤구나? 불편하게 왜 (하는데)

부스스한 머리로 2층에서 내려와 송 변과 연 사무장을 보는 인아.

인아 (잠 덜 깬) 어... 안녕하세요..

송변 (놀라며) 뭐야? 왜 이인아 검사가 여깄어? 설마... 둘이... 어유, 야~

부끄러워하는 송 변. 그런 송변의 등짝을 연 사무장이 때린다.

이를 보고는 피식 웃는 진우와 인아의 모습에서-

39. 옥탑사무실-회의실 / 낮
진우와 송 변, 연 사무장이 서류를 살피며 회의를 하고 있다.

인아는 머쓱해하며 테이블 끝 쪽에 앉아 있다. 세 사람을 보다 조심스럽게-

인아 저도 이 재판, 참여하고 싶어요.

일제히 인아를 보는 시선들.

인아 이젠... 검사가 아닌 변호사로서.

송변 (능글맞게) 그럼 이제 이 검사님이 아니라 이 변호사님인가?

송 변의 말에 미소짓는 진우, 인아, 연 사무장.

송변 우리 새 식구 생긴 기념으로 사진 한 방 찍죠?

인아 (웃으며) 제가 찍을 게요!

인아가 휴대폰을 꺼내든다.

네 사람이 모여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화면에 다 들어오지 않는 네 사람.

인아가 광각 셀카 카메라로 설정을 바꿔주자 네 사람이 모두 화면에 들어온다.

인아 그럼 이제 찍습니다. 하나, 둘, 셋!

모두들, 사진 찍으며 활짝 웃는다. 찍은 사진들을 확인하는 네 사람.

이때, 휴대폰이 울린다. 진우, 받아드는데-

진우 (표정 굳어져서) 네, 금방 갈게요.

통화 끊는 진우의 심상치 않은 얼굴에서-

40. 병원 복도 / 낮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진우. 교도관들이 진우를 붙잡아 세운다.

그러자 진우, 변호사 신분증을 보여주고는 바로 서재혁에게 달려가는데-


41. 병원-병실 / 낮

침대 위의 서재혁이 눈을 감고 있다. 희미하게 흐르는 바이탈사인.

쉭쉭 튜브를 올리는 서재혁의 가쁜 숨소리만 들린다.

그 모습을 본 진우, 충격에 빠져 망연자실한 얼굴이다.

야위어 위태로워 보이는 서재혁의 몸. 그런 서재혁을 보며 떨리는 진우의 눈에서-

42. 사우나 / 낮

석주일과 안 실장이 사우나실에 앉아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석주일 곽 형사 껀은.. 지대로 상 차려 놓았습니더.

안 실장 은밀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석 사장님.

화면 넓어지면, 수건으로 얼굴을 거의 다 덮은 남자가 이들 대화를 엿듣고 있다.

석주일 오늘 밤, 9시. 선착장에서 마무리 할 낍니더.

의미심장한 석주일과 안 실장의 얼굴에서-

43. 사우나 탈의실 / 낮

수건을 뒤집어 쓰고 있던 남자가 급히 수건을 벗어던진다.

송 변이다! 헉- 헉- 탈진 직전의 송 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는 모습에서-

44. 옥탑사무실 건물 앞 / 낮

인아 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잠시 후, 옥탑사무실 계단을 발견하고 천천히 올라가는데-

45. 옥탑사무실 / 낮
인아가 재심 자료들을 살피고 있는데, 이때 인아 부가 안으로 들어선다.

인아 부 인아야.

인아 아빠...!

자리에서 일어나 인아 부를 맞이하는 인아.

시간경과>

인아, 커피잔만 내려다보고 있다.

인아 (살짝 망설이다가) 아빠... 엄마는 좀 어때?

인아 부 계속 일만 해. 왜 안 그렇겠어? 아빠 속이 이렇게 아픈데 엄마야

더 그렇겠지.

말없이 커피잔을 내려놓는 인아의 얼굴이 어둡다.

인아 ...죄송해요, 아빠...

인아 부 (사무실 둘러보는) 여기선 지낼 만 해?

인아 (고개 끄덕이며) 다 잘해줘. 이제 여기서 할 일 찾아야지. (배시시 웃는)

인아 부 (측은하게 인아 보며) 그래... 니가 오죽 고민을 했겠어? 엄마 아빠

걱정 하는 거에 몇 배는 더 했겠지. 아빠는 네 눈만 봐도 알 수 있어

인아 (고마운) 아빠.

인아 부 섭섭하지만 어쩌겠어? 우리 딸이 내린 결정인데 믿어야지.

인아 (활짝 웃는) 아빠 딸 하기 잘했다!

인아 부 하루하루는 열심히! 인생은 되는 대로! 이게 아빠 모토야!

어렵게 내린 결정이니 후회 없게 과감히 한 번 가 봐!

눈시울이 불거진 인아. 인아 부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얼굴에서-


46. 저수지 낚시터 / 밤

양 손이 뒤로 결박되고 입에 테이핑이 되어있는 곽 형사.

덩치들이 곽 형사를 낚시터 앞으로 끌고 간다. 배 앞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앉은 덩치들.

석주일이 대기하고 있던 차에서 내려 덩치들에게 다가간다.

석주일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해라. 알았나?

덩치들 예. 행님.

곽 형사, 석주일을 매섭게 노려보는데-

석주일 (비릿한 표정으로) 니는 황천길 갈 준비나 해라.

석주일, 대기하던 차에 다시 올라타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잠시 후, 덩치들이 드럼통에 곽 형사를 넣고 뚜껑을 닫는다.

드럼통을 굴려 저수지에 빠트리려 하는데, 그때 저만치 나타나는 진우!

덩치 1 저 새끼, 뭐야?

진우, 드럼통 속 불붙은 각목을 집어 들고 거침없이 다가온다. 진우에게 달려드는 덩치들.

진우, 각목을 휘두르며 다가오는 덩치들과 대적한다.

진우가 휘두르는 각목에서 불똥이 튀면서 덩치들, 불꽃을 피하느라 정신없다.

진우, 곽 형사가 들어있는 드럼통으로 가까이 가 뚜껑을 잡아 뜯는다.

결박된 곽 형사, 허겁지겁 밖으로 기어 나온다.

덩치들도 각목을 빼들어 진우와 곽 형사를 향해 위협해 들어오는데-

그때, 차량 한 대가 덩치들을 뚫고 쏜살같이 진우 앞으로 돌진해온다.

송변 서 변!!!!!!

운전석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소리치는 송 변.


차를 피해 놀라 피하는 덩치들. 진우 앞에 멈추어 서는 차량.

진우와 곽 형사, 급히 차안에 올라탄다. 급히 저수지를 빠져나가는 차량.

47. 차안/밤

달리고 있는 차량. 뒷좌석엔 곽 형사와 진우가 앉아 있다.

곽 형사 (분노가 치밀어) 니 말이 맞았다. 남규만, 이 쓰레기 같은 놈이 날

...!!

이런 곽 형사를 기대에 찬 얼굴로 보는 진우.

48. 병실 / 밤

침대 위의 서재혁. 눈을 감고 있다. 그 모습을 슬픈 눈으로 보고 있는 박동호.

옆에 담당의가 있다.

박동호 환자 상태가 우째 이리 된 겁니꺼?

의사 감옥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는커녕 약 처방 받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죠.

박동호 ...

의사 그런 상태로 장기간 방치된 겁니다. 오랜 수감생활로 합병증까지

왔구요. 듣자하니... 환자가 고통을 자주 호소했다는데...

박동호, 지갑에서 수표를 뭉텅이로 꺼내더니 의사에게 억지로 쥐어준다.

그 행동에 당황하는 의사. 하지만, 박동호는 매우 진지하다.

박동호 선생님. 이 환자 목숨, 선생님 목숨이라 생각하고... 꼭 살려 주이소.

의사 (당황하는)

박동호 살려만 주시면... 그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더.

의사 ..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의사, 목례를 하더니 나간다. 남겨진 박동호, 서재혁에게 좀 더 다가간다.


박동호 서재혁씨. 진우가 무죄 밝히는 거 봐야지요. 절대 포기하지 마이소.

박동호의 슬픔에 잠긴 얼굴에서-

49. 병원 복도 / 밤

복도로 나오는 박동호. 앞에서 진우가 걸어온다. 박동호 발견한 진우, 멈칫한다.

두 사람, 멈춘다.

진우 당신이 여긴 어쩐 일이야?

박동호 진우야!

진우 ....

박동호 내는 여기 찾아올 자격도... 슬퍼할 자격도 없단 거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진우 (보는)

박동호 내가 느그 아부지한테 지은 죗값, 내일 법정에서 값을끼다.

그렇게만 알고 있어라.

그렇게만 말하고 진우를 지나쳐 무거운 걸음을 걸어 나가는 박동호.

그런 박동호의 뒷모습을 의구심 가득한 얼굴로 보는 진우.

50. (교차) 병원+옥탑사무실+박동호의 사무실 / 밤

마지막 재판을 앞둔 인아, 박동호, 진우의 모습들.

-옥탑사무실, 재심 재판 자료들을 열심히 살펴보고 있는 인아.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동영상 CD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박동호.

-병원, 침대 곁에서 서재혁의 손을 잡은 채 바라보고 있는 진우.

51. 병원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52. 병실 / 낮

진우가 아버지를 보고 있다. 그 모습, 연사무장도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아버지의 거친 손을 잡는다.

진우 재판에서 꼭 이길게. 아빠, 나한테 힘을 줘...

눈 감고 있는 서재혁.

진우 (연 사무장에게) 아버지 잘 부탁드려요.

연 사무장 그래. 진우야.

아버지의 손을 놓고 결연한 얼굴로 병실을 나가는 진우.

53. 일호로펌-복도 / 낮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오는 박동호. 서류가방을 들고 있다. 결심이 완전히 선 얼굴이다.

그때, 박동호 앞을 막아서는 편 사무장.

박동호 (살짝 당황하며) 니 지금 뭐하노?

편 사무장 행님. 이대로 가시면 안 됩니더.

박동호 뭐라꼬?

편 사무장 지금 그거 재판에서 틀어뿌믄 남규만 사장이 절대 가만 안 둘 낍니더.

박동호 상호야. 비키라.

편 사무장 (박동호를 꽉 붙잡으며) 행님!!

박동호 (거세게 편 사무장을 뿌리치며) 비키라 안 하나!!

편 사무장을 남겨둔 채 가버리는 박동호. 편 사무장, 휴대폰을 꺼내드는 모습에서-

54. 법원 복도-자판기 앞 / 낮

법원 자판기 앞 복도에 곽 형사와 진우가 있다. 곽 형사, 부드러운 얼굴로 악수를 청한다.
곽 형사 내가 서진우 변호사님한테 여러 가지로 미안한 일이 많았네요.

지금이라도 사과드리죠.

진우 (응하지 않는)

곽 형사 (손 도로 집어넣으며) 뭐, 이해합니다. 재판 끝나고 다시 청하죠.

그땐, 분명히 마음이 풀려있을 거니까.

진우 (경계 섞인 말투로) 그랬으면 좋겠네요. 저도.

법원 복도에 나오는 진우 모습에서-

55. 법원 복도 / 낮

석규가 잔뜩 화난 얼굴로 급히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56. 재판정 / 낮

자막 - 서촌 여대생 강간 · 살인사건 재심 제3차 공판기일

진우와 인아가 동시에 재판정에 들어온다. 그 모습, 검사석에서 지켜보는 채진경.

진우와 인아, 변호인석에 앉는다. 서재혁 자리는 비어있다.

정리 재판장님 들어오십니다. 모두 일어나주세요.

진우와 인아,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때, 둘의 표정이 굳는다. 입장하는 판사는

석규가 아니라, 다른 판사(남, 40대 후)다. 그 위로-

57. 부장판사 집무실 / 낮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서는 석규. 안에 있던 수석부장판사의 얼굴이 금세 굳는다.

석규, 일그러진 얼굴로 성큼성큼 수석부장판사 앞으로 다가가더니-

석규 수석부장님, 재심 판사가 바뀐 정당한 이유, 알고 싶습니다.

수석부장 자네, 지금 너무 무례한 거 아닌가?


석규 제가 재심 담당 판사로서 부적절한 사유가 뭔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유도 모르면서 이 재판에서 그냥 내려올 수는 없습니다.

수석부장 재심인만큼 자네처럼 젊은 판사보다 경험 많은 판사가 적절하다고

판단했어. 그것뿐이네.

석규 저도 정당한 판결 내릴 수 있습니다!

수석부장 (차갑게) 이미 판사는 교체됐어. 자넨 다른 재판들에나 신경 쓰게.

나가 봐.

단호한 수석부장판사, 석규를 외면한 채 조용히 차를 마실 뿐이다.

더는 말을 잇지 못하는 석규. 눈빛이 강하게 떨리고 있는 석규의 얼굴에서-

58. 재판정 / 낮

마지막 3차 공판이 시작된다. 변호인석에 앉아있는 진우와 인아.

인아 (자리에서 일어나며) 변호인 측 증인 신청 (하는데)

판사 (말 끊고) 그 전에 재판 진행과 관련해 고지할 사항이 있습니다.

인아 (불길한 얼굴로 자리에 앉는)

판사 1차 공판에서 제출되었던 김현옥씨의 녹음은 진술의 일관성이 떨어져서

신빙성이 없는 걸로 판단됩니다.

그 말에 표정 굳는 진우와 인아.

판사 좀 더 설득력 있는 다른 증거나 증인을 신청하세요.

인아 (일어나서) 그 증거는 이미 재판부에 의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채택 되었습니다. 지금 와서 (하는데)

판사 (말 끊고) 그건 이전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의

이례적인 관계 때문에 증거로 채택할 수 없습니다.

인아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니요?

판사 변호인, 경고합니다.

인아 재판장님!

판사 더 이상의 이의제기는 재판진행을 방해하는 걸로 간주하고,


퇴정 조치하겠습니다.

술렁이는 방청석. 모든 사람의 시선이 서 있는 인아에게 집중된다.

인아,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는다. 채진경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스며든다.

59. 법원 지하주차장 / 낮

박동호의 차량이 도착한다. 서류가방을 든 채 차에서 내리는 박동호.

그때, 차량 서너대가 연이어 도착하더니 박동호 앞에 멈춰선다.

순간적으로 위기를 직감하고 표정 살벌해지는 박동호. 차량에서 덩치들이 쏟아져 나온다.

박동호를 향해 위협해 들어가는 덩치들. 박동호, 덩치들을 강하게 노려보는데-

이어 시작되는 박동호를 향한 덩치들의 공격.

박동호, 덩치들의 공격을 몇 번 막아내지만 숫적인 열세를 당해내지 못한다.

결국, 벽에 처박혀 쓰러지고 마는데-

상황 종료되자, 남아있던 차량 한 대에서 누군가 내린다. 석주일이다!

덩치 하나가 서류가방을 집어 석주일에게 건넨다. 가방에서 CD 빼는 석주일.

석주일 (CD를 박동호에게 보이며) 이기 니 죽이는 기다.

박동호 (울부짖으며) 행님!!!

석주일 내는 니 무덤파는 꼴, 더는 못 본다.

차에 올라타 떠나버리는 석주일. 그 뒤로 차량들이 뒤따라 사라진다.

홀로 남겨진 박동호의 절망적인 표정 위로곽 형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곽 형사 (E) 4년 전, 서재혁을 취조했던 곽한수 형사라고 합니다.

60. 재판정 / 낮

증인석에 앉아있는 곽 형사. 진우, 앞으로 걸어 나온다.


진우 증인, 피고인 서재혁이 초동 수사 당시, 용의선상에 있었습니까?

곽 형사 아니요, 없었습니다.

진우 그런데 왜, 피고인이 갑자기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되었죠?

곽 형사 피고인은 확실한 알리바이가 없었고, 증언의 일관성이 부족해서

용의선상에 올렸습니다.

진우 그렇다면 증인은 피고인 서재혁에게 직접 자술서를 받았죠?

곽 형사 네. 제가 받았습니다.

인아, 계속 곽 형사의 말에 집중하는데- 확신에 찬 진우의 얼굴.

진우 그 자술서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증인은 피고인을 불법 구금하여

강제로 자백을 받아낸 사실이 있습니까?

곽 형사 (갑자기 비릿하게 웃더니) 아니요.

진우 ...네?

곽 형사 그런 적 없다고 했습니다.

곽 형사의 말에 술렁이는 방청석. 한 대 얻어맞은 얼굴의 진우.

인아도 크게 놀라는데- 이때, 비릿하게 웃는 채진경. 그 위로 곽 형사의 목소리가 깔린다.

곽 형사 (E) 그러니까.. 나보고 서재혁을 유죄로 굳힐 미끼가 되란 말입니까?

인서트>

남규만 집무실. 남규만과 곽 형사가 있다.

남규만 방금 들은 그대로에요. 서진우가 곽 형사님을 주시하고 있을 겁니다.

곽 형사 (듣는)

남규만 법정 세팅은 끝났으니까... 곽 형사님은 증인석에 서기만 하면 됩니다.

/ 다시 현재. 곽 형사가 느물거리게 웃으며, 진우를 올려다본다. 진우의 굳은 얼굴에서-

61. 법원 복도 / 낮
상처투성이 얼굴로 법원 복도를 절뚝거리며 걸어가고 있는 박동호.

그의 처참한 얼굴.

62. 재판정 / 낮

재판이 재개된다.

판사 검사측 최후진술 하세요.

채진경 4년 만에 열린 이번 재심에서우리는 한 변호인이 아버지를 구한다는

미명아래 거짓 증언과 증거, 무고한 사람에 대한 모략을 일삼는 모

습을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진실은 바뀌지 않는

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열변을 토하듯 진술을 이어가는 채진경.

채진경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인 서재혁에게 엄벌을 내려주십시오.

(강조하며) 법의 힘으로 최대한 고통스럽게 처벌하는 것만이

이 땅의 법치를 세우고, 아무 죄 없이 죽은 오정아양의 영혼을

위로하는 길입니다. 이상입니다.

최후진술을 마친 채진경.

판사 변호인 최후변론 하세요.

진우, 결연한 얼굴로 일어선다. 그때, 재판정 문이 열리면서 박동호가 들어선다.

진우 피고인은 자신의 알츠하이머 발병 사실도 모른 채, 누명을 쓰고 감옥에

수감되어 4년여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접견실에서는 자신이 기억

하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늘 두려워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면서 꼭 진실을 밝혀주겠다 약속했습니다.

변론하는 진우를 보는 인아의 슬픈 얼굴.진우, 비어있는 피고인석을 처연히 바라본다.

진우 그러나 피고인은 알츠하이머와 그 합병증으로 인해 오늘 이 재판에조차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 때, 진우에게 걸려오는 전화. 진우, 휴대폰 확인하면 ‘연 사무장님’이다.

진우, 불길한 느낌이 엄습한다. 휴대폰 통화 버튼을 누른다. 수화기 너머로

연 사무장의 목소리가 흐른다.

연 사무장 (E) 서 변.... 조금 전에... 아버지...

진우, 순간 눈을 감는다. 휴대폰 쥔 손이 덜덜 떨리고 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인아 (진우의 반응에 상황을 직감하고 처참한 얼굴되는) !!

진우, 두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방청석의 사람들 웅성댄다.

박동호도 상황을 직감하고 절망적인 얼굴된다.

판사 변호인. 최후변론을 중단합니까?

진우 (뭐라 말할 수 없는)

판사 변호인!

인아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제가 대신 변론하겠습니다.

판사 알겠습니다. 공동변호인, 최후변론 이어서 계속하세요.

그 말에 진우,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며 인아에게 다가간다.

진우 내가 할게.

인아 진우야!

진우 내가.. 해야 돼.
인아, 마음을 담아 고개를 끄덕이면 진우가 최후변론을 시작한다.

진우 조금 전... 이 재판의 피고인이자... 제 아버지이기도 한

서재혁씨가 병원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그 말에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채진경도 놀라지만 다시 태연함을 찾는다.

방청석의 송 변도 처참한 얼굴이 된다.

진우 (붉어진 눈시울로)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은 쉽게 밖으로 나오고,

힘없는 사람들은 아프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거나 인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 피고인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습니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진우. 그런 진우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인아.

진우 (힘겹게 말을 이으며) 이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내려져도....

이제 피고인은 영원히 돌아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직 진실만이

...

(강조하며) 진실만이 피고인의 죽음을 위로할 수 있습니다.

눈물을 꾹 참는 진우의 모습에서-

시간경과>

방청석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재판정 안의 모두가 판사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판사 최후 판결을 하겠습니다. (잠시) 심사숙고를 했으나 원심에 내린

사실판단이 이번 재심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

유죄를 확정한다.

‘유죄확정’이라는 말이 진우의 귓가에 이명처럼 맴돈다. 망연자실한 진우와 인아의 얼굴.

박동호도 절망적인 얼굴이다.


판사 범행당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사유는 재심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심에서 피고에게 내린 사형을 확정한다.

방청석이 웅성거린다. 판결을 내린 판사들, 급히 재판정 밖으로 빠져나간다.

진우와 인아, 절망적인 표정이다. 이때, 채진경이 표정관리하며 둘 곁으로 다가온다.

채진경 (형식적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인아, 채진경을 굳은 얼굴로 노려본다. 진우는 급히 재판정 밖으로 나가는데-

63. 병원 복도 / 낮

진우가 미친듯이 병원 복도를 달린다. 눈시울이 붉어져 있다.

서재혁의 병실 앞에 서 있는 연 사무장이 보인다.

64. 병실 / 낮

병실에 뛰어 들어오는 진우. 떨리는 발걸음으로 한 발짝씩 뗀다.

부들거리는 손으로 침대 위 흰 시트를 걷어내자 평안한 얼굴로 잠든 것처럼

눈을 감은 서재혁이 보인다.

진우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감는) 아.... 아빠....

진우, 침대 시트를 부여잡고 무너져 내린다. 송 변, 연 사무장 함께 눈물 흘린다.

그때 들어와 그 모습 지켜보는 인아. 눈빛이 흔들린다.

진우 (미친 듯이) 이렇게 가는 게 어딨어 ? 응? 나만 두고 가버리면 어떡해?

이런 게 어딨어? 눈 좀 떠봐....눈 뜨고 날 봐... 아빠... 가면 안 돼...

고인이 된 아버지의 몸을 붙잡은 채 오열하는 진우. 인아도 진우의 뒤에서 눈물을 흘린다.
진우 우리 아빠 억울해서 어떡해... 이대로는 못 보내...

아직 끝나지 않았단 말이야. 아무 것도.

연 사무장, 송 변도 슬픔에 젖는다.

진우 안 돼....안 돼... 이대로는 못 가.

진우의 오열이 계속된다. 인아는 눈을 감는다. 감긴 눈가에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린다.

65. 남규만의 차 안 / 낮

달리는 남규만의 차 안. 차 안에서 태블릿PC로 재심재판 뉴스를 보고 있는 남규만.

앵커 (E) 오늘 4년 만에 열린 서촌여대생 살인사건의 재심공판에서 재판부

원심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한편, 피고인 서재혁은 재판도중 갑작

스레

사망한 것으로 알졌습니다. 경찰은 사망이유에 대해 조사를...

뉴스를 보던 남규만. 운전석에 있는 안 실장을 향해-

남규만 타이밍 참. 오늘 이렇게 될 건 또 뭐냐.

이겼는데 대놓고 기뻐할 수가 없네.

라고 말은 하지만 남규만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다. 그 모습 룸미러로 보는 안 실장.

남규만 수범아 빨리 좀 가자. 채 검사님 기다리겠다.

안 실장 ....어.

66. 법원 지하 주차장 / 낮

재판을 마친 채진경이 주차장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그 앞으로 진입하는 남규만의 차.


차 멈추고, 안 실장이 뛰어나와 문을 열어주면 남규만이 내린다.

남규만 (환한 얼굴로 다가가며) 채진경 검사님. 오늘 같은 날은...

웃어야 하는 건가요? 아님.. 울어줘야 하는 건가요?

채진경 ...그래도 이긴 거니까 제 할 일은 다 했습니다. 남규만 사장님.

남규만 뭐, 사형 당하는 것보다는 병실에서 가는 게 모양새도 더 낫긴 하겠네.

내가 참 이럴 때 보면 인간적이야. 안 그러냐? 수범아?

안실장 응? 으응.... (억지로 수긍하는)

채진경 이제 이 재판은 영원히 끝났습니다.

남규만 (직접 차문 열며) 타요. (안 실장에게) 넌, 검사님 차 끌고 따라 오고.

채진경이 미소 지으며 차에 탄다.

67. 장례식장 / 밤

정적에 휩싸인 초라한 장례식장. 밝고 환하게 웃고 있는 서재혁의 영정사진이 보인다.

넋나간 사람처럼 초점 잃은 눈으로 아버지 영정사진을 보고 있는 진우.

인서트>

4부 54씬. ‘사형’ 선고 후 끌려가는 진우와 서재혁.

서로의 손을 잡으려고 하지만 잡지 못하는 장면.

/ 다시 현재. 인아가 들어와 재배를 올린다. 바닥에 떨어지는 인아의 눈물.

문상객이 연 사무장과 송 변이 전부인 초라한 장례식장의 모습 위로-

남일호의 우렁찬 목소리가 깔린다.

남일호 (E) 우리 일호그룹이 세상을 바꿀 순 없지만, 일호그룹이 있음으로 해서..

68. 일호그룹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69. 일호그룹 대연회장 / 낮

‘경 일호생명-라이모스 생명 합병 축’이라는 현수막 아래,

연회장에 가득한 일호그룹 관계자들(거래처 VIP들, 기자들, 일호생명 직원들).

남일호는 연단에 서서 연설을 하고 있다.

남일호 좀 더 나은 세상이 올 거라는 믿음 하나로 경영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번 라이모스 생명과의 합병 또한 앞으로 더 좋은 세상과 인간중


경영을 꿈꾸는 우리 일호가 일궈낸 쾌거입니다. 이번 합병의 일등

공신

남규만 사장, 앞으로 나오세요.

연단 뒤에 서 있던 남규만이 남일호 옆으로 나온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플래시세례가 남규만에게 쏟아진다.

남일호 오늘 예정에 없던 중대 발표를 하겠습니다. 일호생명 남규만 사장을

오늘부로 일호그룹 사장으로 임명합니다.

남규만 본인도 몰랐던지, 놀라움과 기쁨이 얼굴 가득하다.

흡족한 미소를 짓는 남일호. 박수소리와 플래시세례가 남규만에게 더 집중된다.

한편, 이를 지켜보던 석주일, 불안한 얼굴로 전화를 거는데-

석주일 (차갑게) 동호, 지금 어데 있노?

편 사무장 (E) ...지도 잘 모르겠습니더.

석주일 (버럭) 이 자식아, 니가 모르면 누가 알아!

70. 장례식장 복도 / 낮

장례식장 복도를 걷고 있는 편 사무장. 얼굴 가득 쩔쩔매는 표정이다.

석주일 (E) (역성 내며) 이게 을매나 중한 행산지 모르나? 애들 다 풀어서


당장 잡아오란 말이다. 당장!!

편 사무장 분부대로 하겠습니더.

편 사무장, 주눅 든 얼굴로 휴대폰 끊는다. 그런데, 앞에서 박동호가 걸어가고 있다.

박동호 또, 행님이가?

편 사무장 (눈치 보며) 예.

박동호 더는 걱정마라. 내 앞가림은 내가 한다.

박동호, 무겁고 침울한 얼굴이다.

71. 일호그룹 대연회장 / 낮

박동호가 오지 않아 초초해하는 석주일. 남규만이 석주일 발견하고 다가온다.

남규만 석 사장님. 박 변이 안 보이네? 내가 오늘 그룹 사장 된 날인데

뭐가 그리 바쁘셔서 이런 자리에 빠지셨나?

석주일 지금 오는 중입니더. 처리할 일이 원체 많지 않습니꺼?

남규만 일이라... 이번 재심재판에서 박 변 한 게 뭐 있다고? 안 그래요?

석주일 (표정 굳는)

남규만 박 변보고 말하려고 했는데 석 사장님이 대신 전해주는 게 낫겠네.

석주일 무슨 말 말입니꺼?

남규만 아무리 사자새끼라도... 무리에서 버림받는 순간, 들개의 먹이가

될 뿐이라고 좀 전해줘요.

석주일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남규만, 묘한 미소 남기고 간다.

72. 장례식장 / 낮

박동호가 장례식장에 들어온다. 절망과 죄책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서재혁의 영정사진 앞으로 가는데- 진우, 박동호에게 달려든다.


진우 (박동호의 멱살 붙잡고) 당신이 죽인 거야... 당신이...

박동호 미안하다. 참말로 미안하다.

진우 (증오 가득하게 보며) 그때 당신이 배신만 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어. 두고 봐. 당신들이 어떻게 되는지...

내가 어떻게 하는지...

진우, 박동호의 멱살을 잡고서는 울부짖는다. 두 사람의 슬픈 모습을 보는 인아.

73. 일호그룹 대연회장-VIP룸 / 낮

남일호를 필두로 이번 재심재판과 관련된 인물들이 한데 모여 식사와 술을 마시고 있다.

남규만, 채진경, 홍무석, 곽 형사, 그리고 안 실장,석주일까지.

남일호의 옆에는 남규만이 앉아있고, 반대 쪽에는 홍무석과 채진경이 앉아있다.

홍무석 (남규만에게) 이제 남규만 사장님의 시대가 열렸군요.

채진경 지성과 외모를 겸비한 사장님, 이제 악셀 밞으실 일만 남았네요.

그 말에 술잔을 넘기며 만족스럽게 웃는 남규만.

남일호 홍 부장, 채 검사 둘 다 수고 많았네. 이제야 제대로 가시가

빠진 느낌이 드는구만.

홍무석 (여유 있게) 밥상 다 물리고 설거지까지 끝낸 일이 다시 불거져서

저도 좀 당황했습니다.

채진경 그래도 이젠 다 끝났으니 마음 푹 놓으세요. 회장님.

남일호 홍 부장, 채 검사 둘의 은혜를 어찌 갚을지 내 고민 좀 해보리다.

홍무석 과찬이십니다.

남일호, 남규만을 향해 슬며시 고개를 돌린다. 옆에 있는 남규만의 잔도 채워주는 남일호.

남규만이 두 손으로 아버지의 잔을 받는다.

이하, 남규만과 남일호가 나지막하게 둘만 대화하는 느낌.

남일호 규만아.
남규만 네, 아버지.

남일호 사람은 큰 돌에 걸려 넘어지는 법이 없다. 무심코 봤던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거야.

남규만 (가만히 듣는)

남일호 이런 조그만 일일수록... 말끔히 처리하고 가야 뒷탈이 안 생겨.

남규만 네, 명심하겠습니다.

남일호 (만족해하며 일동을 향해) 자, 건배들 하지.

모두들 잔을 남일호 중심으로 모은다.

남규만 아버지, 제가 건배 제의해도 될까요?

남일호 (끄덕이는)

남규만 대 일호그룹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일동 위하여!

모두들 잔을 부딪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74. 납골당 / 낮

엄마와 형의 납골당 옆에 놓이는 서재혁의 유골함.

진우가 웃고 있는 서재혁 사진을 유골함과 같이 놓는다.

진우 아빠... 이제 아프지 않아도 돼... 나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내가 어떻게든 아빠의 무죄를 밝힐게. 지켜봐줘.

결연한 눈빛의 진우.

75. 진우의 집 앞 / 낮

가방을 맨 진우가 대문 앞에 선다. 수북이 쌓인 우편물들.

76. 진우의 집 / 낮
진우, 집에 들어선다. 현관 앞에 서재혁의 까만 구두 한 짝이 놓여있다.

가슴 속에 슬픔이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참아내려고 노력하는 진우 얼굴.

진우, 4년 만에 돌아온 집을 한 번 돌아본다. 아빠와 찍은 사진 액자도 보이고-

시간경과>

진우, 백팩에서 박스를 꺼낸다. 서재혁이 교도소에서 생활하던 물건들이 담겨있다.

그 중에 편지를 집어 펼쳐드는 진우. 편지를 쓰던 서재혁의 목소리가 들린다.

서재혁 (E) 사랑하는 우리 아들.

77. (과거) 교도소 수용실 / 낮

초췌한 몰골의 서재혁, 정신없이 빠르게 편지를 쓰고 있다.

서재혁 (E) 보고 싶은 진우야. 밥 잘 챙겨먹겠다는 약속은 지키는지,

아빠 구두는 현관 앞에 잘 놔두었는지, 묻고 싶은 게 너무나 많구

나.

서재혁, 덜덜 떨리는 손을 붙잡고 계속 써내려간다.

서재혁 (E) 항상 아빠 옆에서 웃는 얼굴만 보여준 착한 우리 아들.

이 말만은 너에게 꼭 남기고 싶다.

서재혁, 갑자기 고통스러워하며 배를 움켜쥔다. 겨우 다시 편지를 쓰는데-

서재혁 (E) 진우야. 아빠가 다시 기억을 잃게 되더라도... 내 가슴 속에는 네가

영원히 남아있을 거다.

서재혁, 좌식 책상 앞에 붙여놓은 진우 사진을 향해 떨리는 손을 뻗는다.

서재혁 (E) 우리 아들... 슬픈 기억보단 행복한 기억을 더 많이 담는 사람이


되거라...

진우의 사진을 어루만지는 서재혁의 모습에서-

78. 진우의 집 / 낮

다시 현재다. 눈시울이 붉어진 진우. 아버지의 편지를 조심스럽게 접는다.

올라오는 슬픔을 꾹 참으며, 편지를 소중히 주머니에 넣는 진우. 결연한 얼굴이다.

79. 일호생명 외경 / 낮

자막이 뜬다.

1개월 후

80. 일호그룹 로비 / 낮

일호그룹 로비에 들어서는 누군가의 뒷모습. 진우와 인아다!

로비에 있던 직원들이 갑자기 도열대형으로 자리에 선다. 1층에 도착하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정면에 남규만이 보인다. 그 뒤로는 박동호가 보이고-

진우, 로비를 걸어가다 걸음을 멈춘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박동호도 진우를 보고 멈춘다

자신감 넘치는 진우와 인아. 그들 앞에는 남규만과 박동호가 서 있다.

진우와 남규만, 서로를 팽팽히 바라보는데서-

- 10부 끝
Remember 11

1. 교도소 면회실 / 낮

진우, 굳은 얼굴로 앉아있다. 앞에 보이는 면회창.

철문이 열리면서 재소복 입은 이정훈이 들어온다.

진우 보고 잠시 주저하는 이정훈, 그러다 면회창 안쪽 의자에 앉는다.

진우 (찬찬히 노려보는)

이정훈 ...아버지 일은.... 유감이네.

진우 (피식 엷게 웃으며) 유감이라...

이정훈 ....

진우 당신한테 위증시킨 그 놈도 얼마 남지 않았어. 당신처럼 될 거야.

이정훈 복수라도 하려고?

이정훈을 쳐다보는 진우. 이정훈도 지지 않고 진우를 쳐다본다.

이정훈 (비웃는) 행여나 그런 생각하고 있으면 단념해.

너 같은 변호사 백 명이 달려들어도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할 사람이

니까.

진우 (여유 있게 웃으며) 위증죄로 2년 받았지? 가중 처벌까지 들어가면

최소한 30년은 그 안에 있어야 할 거야.

이정훈 (멈칫)

진우 당신이 저지른 불법들, 지금 수사 들어갔어.

이정훈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진우 재심 재판까지는 당신 증언이 필요했어.

이젠 쓸모없어 졌으니 처벌을 받아야지.

이정훈 (분노로 보는)

진우 당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천천히 생각해봐.

그 안에서 손가락질 당하면서.. 인생 썩어가면서...

진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정훈이 달려들어 면회실 유리창을 탕탕 치며 소리친다.


교도관들이 이정훈을 끌고 나간다.

2. 교도소 복도 / 낮

진우, 교도소 복도로 나온다. 의무과장이 형사들에게 붙잡혀 수갑을 찬 채로

연행되고 있다. 걸어가다 진우와 마주치고 걸음 멈추는 의무과장.

의무과장 (소리 지르는) 니가 제보했지? 너지? 야 이 새끼야!

의무과장이 진우에게 달려들려고 한다. 형사들에게 제지당한다.

눈 하나 끔쩍하지 않는 진우, 차가운 눈빛으로 외면한다.

3. 몽타주 / 낮 (의무과장 비리 몽타주)

/ 의무과장실.

김 변호사가 재소자 특별면회 서류를 건네면, 의사가운을 입고 있는 의무과장 받아든다.

김 변호사 저희 회장님, 특별면회 부탁드립니다.

의무과장 (입가에 미소 지으며) 아무렴요. 가족들과 편히 쉬다가 들어오시

죠.

/ 별장 앞.

교도소 차량에서 내리는 재소복 입은 회장과 김 변호사.

의무과장이 굽신거리며 회장에게 인사를 한다. 회장, 의무과장의 어깨를 토닥여준다.

별장으로 들어가는 회장과 김 변호사.

/ 골프장.

김 변호사와 골프가방을 교환하는 의무과장.

멀리 골프장 언덕에 엎드려 이를 지켜보는 망원렌즈. 진우와 송 변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의무과장, 골프가방 지퍼를 열면, 수북이 보이는 5만 원 권.

의무과장의 돈 거래 현장을 대포카메라로 촬영하는 송 변과 진우.


4. (과거) 법원 휴게실 / 낮

진우가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 서류를 보고 있는 모습 석규다.

진우 교도소 의무과장의 탈을 쓰고 독방 알선, 형집행정지 및 가석방을 받게

해주는 조건으로 많은 돈을 받아 온 사회 암적인 존재입니다.

석규 (서류 보다가) 그런데 이걸 왜 나한테?

진우 강석규 판사님. 인권변호사의 아들로 공명심이 강하고, 정의감이

강한 판사. 더 이유가 필요한가요? (일어나며)

석규 (보면)

진우 비록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저희 아버지 재심개시. 쉽지 않은

결정해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목례하고 가는)

석규 (다시 서류 보는)

5. 교도소 복도 / 낮

다시 현재. 진우, 의무과장의 분노에 찬 소리 들으며 묵묵히 복도를 걸어 나간다.

6. 재판정 / 낮

잔뜩 화가 난 얼굴의 박동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박동호와 홍무석, 둘 다 오버하며 들이받는 느낌.

박동호 (험악하게) 불법적으로 취득한 증거 아입니꺼?

그런 증거는 내다 버려야지 와 법정에 가져오고 난립니꺼?

홍무석 재판장님. 지금 변호인 측은 법정을 모독하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기록에서 당장 삭제해 주십시오.

박동호 모독이요? 법정모독은 오히려 검사측이 하고 있지 않습니꺼?

홍무석 (노려보는)

박동호 저희 피고인들은 2015년 입찰에서 담합을 한 사실 자체가 없고!

건설산업기본법도 위반하지 않았습니더! 이게 팩틉니더!

홍무석 (물러섬없이) 변호인, 지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합니까?


판사 검사, 변호인 둘 다 경고합니다. 자중하지 않으면 퇴정조치 할 겁니다!

박동호와 홍무석, 서로 버럭하며 과열된 분위기다. 둘의 팽팽하게 오가는 시선에서-

7. 법원 주차장 / 낮

전 씬과 대비되는 활짝 웃고 있는 홍무석. 박동호와 악수를 하고 있다.

뒤로 편 사무장 보이고. 박동호와 홍무석, 서로 어깨를 토닥여주기까지 한다.

홍무석 우리, 의외로 손발이 잘 맞네요.

박동호 한 배를 탔으면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저어야지요.

홍무석 손발만 맞으면 재판도 게임이나 다를 게 없죠. 박변과 한 팀이 되니

천군만마가 따로 없네요.

박동호 지가 예전에 승률 100프로였다가 승소율 떨어진 거 아시지요?

다시 복구하려면 마이 도와주셔야 합니더.

홍무석 앞으로 잘해봅시다.

기쁜 얼굴로 각자의 차에 타는 두 사람과 편 사무장.

8. 탁영진 검사실 / 낮

인아와 탁영진이 소파에 마주보고 앉아 있다. 인아가 탁영진에게 명함을 내민다.

탁영진이 명함을 보면, ‘변두리로펌 이인아 변호사’라고 쓰여 있다.

탁영진 검사 그만 두니까 그렇게 좋아? 이젠 얼굴에서 광채가 돈다 돌아.

인아 (엷게 웃으며) 그런 거 아니에요. 요즘 변호사들, 얼마나 경쟁 심한지

잘 아시잖아요. 완전 빡세요.

탁영진 인아 너, 소신껏 빡세게 살고 싶어서 니 손으로 검사복 벗은 거 아냐?

인아, 말없이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고는 서류 파일 하나를 탁영진 앞에 내놓는다.

탁영진이 서류를 보면 ‘홍무석 일호그룹 X파일’이라고 쓰여 있다. 얼굴 굳는 탁영진.


탁영진 야, 인마 왜 자꾸 사서 문제를 만들어?

인아 홍무석, 차기 지검장 소문도 돌던데 이것만 봐도 자격미달이예요.

선배가 홍무석 관련 자료들 좀 더 살펴주세요.

탁영진 (벌떡 일어서며) 그런 얘기라면 그만 하자.

인아 (일어서며) 선배님..

탁영진 넌 이제 여기 사람 아닐지 몰라도, 난 아냐.

여긴 내 직장이고, 그 사람은 내 상관이다. 못하는 건 못하는 거야.

인아의 시선을 외면하는 탁영진. 그런 탁영진을 아쉽게 바라보는 인아의 얼굴에서-

9. 남규만 집 거실 / 낮

탁자를 사이에 두고, 거실에서남규만이 진행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진행자 일호그룹이 남규만 사장으로 바뀌면서 문화유통사업까지

확장하신다고 들었는데요.. 하루하루 승승장구 하시는 비밀 전략

있으신가요?

남규만 (웃으며) 글쎄요... 이거 원... 쑥스럽네요. 비밀은 따로 없고...

그냥 직감인데... 뭐랄까 사업통찰력이라고 할까요?

그냥 딱 느껴지는 건데... 이것 참 잘난 척하는 걸루 들으시겠네...

진행자 고객 클레임도 직접 보고를 받고 지시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굉장히 세심하신가 봐요?

남규만 저희 회장님께서 늘 말씀하셨습니다. 모두가 가족이라고.

저희 상품을 구매해주시는 소비자분들 뿐 아니라,

저희와 손잡고 일하는 하청업체 모두 일호의 가족이시죠.

그분들이 없다면 일호그룹도 없습니다.

남규만의 가식적인 모습,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인상 찡그리는 안 실장.

10. 남규만 집 거실 / 낮
촬영이 끝나고 돌아가는 기자들. 그들을 배웅하고 거실로 돌아오는 남규만. 뒤 따르는 안

실장.

안 실장 개인 SNS 계정 오픈해서 운영 중이야.

대기업 사장들도 트위터나 페북 같은 거 하면서 사람들하고

거리감 좁히는 게 유행이니까.

남규만 내가 지들하고 같다는 거야? 서민코스프레는 무슨...

니가 적당히 알아서 해라.

안 실장 그래. 내가 니 이미지는 알아서 만들어 볼게.

남규만 박 변하고 홍 부장이 같이 붙은 재판은?

안 실장 (흐흐 웃으며) 이제 우리 회사 재판은 백전백승이야...

둘이 완전찰떡궁합이거든.

남규만 (만족하며) 조만간 석규한테 술이나 한 잔 땡기자고 해.

안 실장 (기분 좋아 오버하며) 오케바리~

남규만, 안 실장 한번 째려보는데-

11. 일호그룹 앞 / 낮

박동호. 일호그룹 앞에 다다르자, 머리에 띠를 두르고 침묵 시위하는

미소전구 근로복장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 가운데 설 사장(설재원, 설민수의 부)이 들고 있는 피켓 내용 보면-

‘미소전구는 아무 잘못 없다!’

‘일호그룹은 전자렌지 폭발사고 책임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라!’

‘대기업은 문제만 생기면, 모두 하청업체 탓이냐’

박동호, 설 사장(50대)과 옆에 서 있는 설민수(20대 초반)를 보는 모습에서-

12. 남규만 집무실 / 낮

남규만과 안 실장이 들어오면, 박동호와 편 사무장이 기다리고 있다.

남규만 어라? 부르지도 않았는데 웬일이래요?


(안 실장에게) 니가 불렀어?

안 실장 (고개 젓는)

박동호 남 사장님, 재판 끝나서 보고 드리러 왔십니더.

과징금으로 새어나갈 돈 굳었습니더.

남규만 들었어요. 박 변이 잘해줬다고. 그놈의 재판... 골이 지끈거렸거든.

근데... 요즘은 서진우 안 만나나?

그 말에 살짝 멈칫하는 박동호. 바로 여유있는 표정으로 돌변하며-

박동호 아이고... 남규만 사장님이 그룹 안으로 들어오시면서

회사법무팀에 일거리가 얼매나 늘었는데요?

한 달 사이 지가 법정에서 자빠트린 검사 변호사만 스무 명이 넘습

니더.

남규만 (떠보듯 보는)

박동호 앞으로 지가 있는 한... 사장님은 큰 일만 신경 쓰이소.

남규만 알았어요.

박동호 그럼 물러가겠습니더.

박동호와 편 사무장, 공손히 인사를 하고 나간다.

안 실장 (고개 갸우뚱) 박변이 달라졌네. 달라졌어.

남규만 (비릿하게 웃으며) 계산기 확실히 두들긴 거지.

그래도 한 번 배신한 인간이 두 번 못하겠어? 잘 지켜 봐.

안 실장 회사를 위해서 그런 건데 그걸 마음에 담고 있어?

남규만 너 모르냐? 난 나도 안 믿어. 인간은 원래 믿을 수 없는 거야.

안 실장, 참 알 수 없다는 얼굴로 남규만 보는데서-

13. 법원 로비 / 낮

진우와 인아가 대화하며 법원 밖으로 향하는데, 안으로 들어서던 홍무석과 마주친다.

금세 얼굴이 굳는 진우와 인아.


홍무석 재판들 있었나 보네요. 변두리 로펌이라고 했나?

이 변이 일하는 데가?

인아 (여유롭게) 사무실 여기서 멀지 않아요. 궁금하시면 언제든 오세

요.

홍무석 뭐, 이젠 재판정에서 검사 대 변호사로 만나면 되는데

그런 수고까지 할 필요는 없을 거 같네요. (진우 보더니)

아버님 일은 저도 유감입니다.

진우 (차분히 홍무석을 보며)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사람 일이죠.

우리 아버지도, 다른 사람들한테도.

홍무석 서 변이든, 이 변이든 법정에서 만나면 꽤나 재밌을 거 같군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비릿하게 웃으며, 뒤돌아 걸어가는 홍무석.

남겨진 진우와 인아, 홍무석의 뒷모습을 굳은 얼굴로 바라보는데-

14. 인아네 피자가게 / 낮

피자도우에 온도 체크중인 인아 부. 홀 정리 중인 인아 모.

인아 부 당신, 언제까지 이렇게 인아 안 보고 살래?

인아 모 (째려보며) 지 멋대로 검사 때려치고, 집 나간 애를 내가 왜 봐?

인아 부 인아도 고민 충분히 하고 선택한 건데 이젠 좀 봐줘라.

인아 모 나도 다 인아가 잘 되길 바라는 맘에 이러는 거야.

내 자식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데, 그럼 그냥 보고만 있어?

인아 부 인아도 이제 스스로 인생 꾸려 나갈 나이잖아.

계속 부모 품에만 안으려고 하지 말고...

인아 모 맨날 나만 문제지. 나만.

인아 부, 인아 모에게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간다.

인아 부 여보, 인아 집 나간 지 벌써 한 달째야. 당신 진짜 걱정도 안 돼?

인아 모 아유, 오히려 속 썩이던 애가 나가버리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 시


원해!

인아 모를 보며 고개를 젓는 인아 부. 콧방귀 뀌며 홀 정리하는 인아 모에서-

15. 옥탑사무실 앞 / 낮

옥탑사무실 앞을 서성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한 사람.

‘변두리 로펌’ 간판 아래 얼굴이 보이면, 인아 모다. 조심스럽게 창문에 다가가

안을 보려는 인아 모. 그때, 계단을 올라오는 진우. 인아 모를 발견한다.

진우 ...아줌마?

인아 모 (당황하며) 어어, 그래.

진우 (엷게 미소 지으며) 들어오세요. 곧 있음 올 거예요.

인아 모 (진우 밉다) 아냐. 인아한테 나 왔단 소리하지 말구. (머뭇거리다)

이거 받아. (가려면)

진우 죄송해요. 제가 빨리 집으로 돌려보낼께요.

인아 모, 속상해서 한마디 하고 싶지만 돌아보지 않고 황급히 가버린다.

그런 인아 모의 뒷모습을 보는 진우에서-

16. 일호그룹 밖 / 낮

억울하다며 침묵시위를 하고 있는 미소전구의 설 부자와 공장 사람들의 모습.

건물 안으로 들어가다 이를 보게 되는 남규만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스친다.

설 사장, 울분에 찬 시선으로 남규만 노려보는데-

남규만 (혼잣말로) 한심한 새끼들.

이때, 남일호의 차가 건물 앞에 멈춰 선다.

남규만, 차에서 내리는 남일호를 확인하고는 다가가 정중히 인사를 한다.

나란히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남일호와 남규만.

직원들 인사가 이어지고-


이때 설 사장이 안으로 달려들며 들고 있던 상자를 남 부자 앞에 와르르 쏟아 버린다.

상자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전자렌지용 작은 전구들. 남규만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보안 직원들이 달려들어 설 사장을 제압하는데- 남일호의 얼굴이 굳어진다.

설사장 (남규만 향해 억울함 터지며) 우리 전구 때문에 렌지가 폭발했다구요?

사장님 소송 때문에 우리 회사, 문까지 닫았습니다!!

남규만 (차분히) 잘잘못은 재판에서 가려질 겁니다.

설사장 (남규만 붙잡고) 사장님, 저희 정말 억울해요. 전 이 전구들... 허투루

만들지 않았습니다! 소송 취하해 주세요. 제발...

설 사장을 외면해 버리는 남규만. 보안 직원들에게 남규만이 눈짓을 하자,

강제로 설 사장이 끌려 나가고, 경비직원들이 다가와 바닥의 전구들을 치우기 시작한다.

문을 향해 걸어나가며 남규만, 남일호의 눈치를 살피는데-

남일호 거래처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

남규만 별 일 아니에요. 저흰 그냥 법대로 잘 수습하겠다는 건데

쟤네가 저렇게 오버하네요.

남일호 말 안 듣는 하청업체는 초장에 싹을 잘라 벌려야 돼.

남규만 그럼요. 우리한테 줄 대고 싶어하는 데가 어디 한두 군덴가요?

남일호 (차를 마시더니) 넌 이제 일개 회사 사장이 아니라,

우리 그룹의 얼굴이다.

남규만 (엷은 미소) 네. 잘 알고 있습니다.

17. 일호로펌-자료실 / 낮

안 실장과 편 사무장이 구석에 쪼그려 앉아 여자 연예인 잡지를 보고 있다.

편 사무장 내 같이 여린 남자들은 확 리드해줄 연상녀가 딱이재.

안 실장 연상녀? 에이, 형은 이제 연상 만나려면 아줌마 만나야 하잖아.

편 사무장 니는 송혜교, 김태희, 문채원이 다 아줌마가?

안 실장 뭔 소리야. 송혜교, 김태희면 형한테 한참 연하지.

편 사무장 (새초롬하게) 아닌데? 혜교누나는 내보다 6살 많고, 태희 누나는...


안 실장 (벌떡 일어나며) 뭐? 방금 뭐라고 했어요?

혜교누나? 누나아?

편 사무장 와? 누나 맞재. 내 뭐 잘못했나?

안 실장 (확 얼굴 바뀌며) ...너 몇 살이야. 민증까봐.

편 사무장, 살짝 겁먹은 얼굴로 주섬주섬 주민등록증을 꺼내는데- 88년생이다.

안 실장 (민증을 보는 손 떨리더니) 야, 니가 무슨 88이야? 스물아홉? 야

!!!!

난 84다, 이 자식아!!!!

편 사무장, 놀란 얼굴로 안 실장을 보다가, 냅다 민증을 빼앗아 도망가는데-

소리 지르며 쫓아 뛰어가는 안 실장의 모습에서-

18. 옥탑사무실 / 밤

추리닝 차림의 인아가 재판서류들을 살피고 있다.

그 모습을 복층에서 내려오다가 보게 되는 진우.

진우 저녁은 먹었어?

인아 (서류에 집중하며) 분명 먹었는데 또 출출하네? (웃음)

진우 (미소 나눈 뒤 주방으로 가는)

시간경과>

진우가 끓여 온 라면과 인아 모가 해다 준 반찬 맛있게 먹고 있는 인아.

인아 (라면 한 수저하며) 오~ 서진우. 라면 잘 끓이는데?

진우 (피식)

인아 (김치를 먹더니) 어? 이건 완전 우리 엄마 김치 맛이다.

(잠시) 혹시 우리 엄마 왔다갔었어?

진우 (망설이다가) ...지금 너 많이 걱정하고 계시더라.


그 말에 인아가 먹던 걸 멈추고 진우를 가만히 바라본다.

진우 (조심스레) 이제 그만 집으로 들어가는 건 어때?

인아 (덤덤하게) 들어가야지... 근데 나 엄마한테 떳떳하게 내 명함,

건네고 싶어서 그래.

진우 (말없이 보면)

인아 (미소 지으며) 나 아직은 초보 변호사잖아.

진우 엷게 웃으며 그런 인아를 보는데-

19. 일호그룹 앞 / 밤

건물 나가려는 박동호와 가방 들고 뒤따라가는 편 사무장.

박동호 지난번에 봤던 1인 시위하고 있는 설민수를 보고 잠시 멈춰 선다.

박동호 오늘도 저라고 있네.

편 사무장 (박동호 옆에 붙으며) 지금 민사소송 붙은 미소전구 설 사장 아들...

박동호 (잠시 설민보다수가 걸어가면)

편 사무장 (쫓으며) 행님요..

박동호와 편사무장 설민수 앞에 서며-

박동호 3대째 내려오는 전구공장이 하루아침에 문 닫았으니

느그 아부지 속이 마이 탈 끼다.

설민수 (보고)

박동호, 명함 꺼내주고 설민수 받고. 그 모습 보는 편사무장.

박동호 분명 큰 도움 줄 끼다. 지금 이 재판 맡을 사람은 이 변호사 밖에

없을 끼다.

설민수 (명함 보면 ‘변두리, 로펌 서진우’라고 적혀 있다)

박동호 (걸어가며 손 척 올리며) 아부지 잘 챙겨드리라.


편 사무장 (쫓으며) 행님 억수로 멋집니데이~

설민수, 박동호와 편사무장 가는 모습 지켜본다.

20. 비밀의 방 / 밤

비밀의 방에 들어서는 진우

벽면에 붙은 의무과장, 이정훈 사진에 X표가 그어져 있다. 그리고 곽 형사 사진 옆, 곽 형

사의 동선 자료들. 그 동선 자료 중에 반복된 동선이 눈에 띄는데, ‘일식집’. 자료를 바라보

는 진우의 모습에서

21. 일식집 밖 / 밤

차에 내리는 곽 형사와 양복남. 일식집 안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차 안에서 지켜보고 있는 진우 모습에서

22.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 밤

박동호와 편 사무장이 들어온다. 사무실을 둘러보는 박동호.

편 사무장, 소파에 몸을 기댄다.

편 사무장 아! 행님. 좋습니다. 좋아요.

박동호 그리 좋나?

편 사무장 하모예. 고대광실보다도 내 몸 하나 눌, 내 자리가 편타꼬...

참 맴이 편하네예. 진짜 내 집 같습니더.

박동호, 자신의 의자에 앉으며 눈을 감고 추억에 젖는다.

박동호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진우 그 눔도 여서 만났고.

박동호, 진우와의 과거를 회상한다.


인서트>

4부 7씬 상황. 박동호 옛날 사무실.

인아와 진우가 박동호를 기대에 찬 눈으로 보고 있다.

박동호 내도 잘 안다. 아부지가 하지도 않은 일로 피고석에 앉고...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티비에서 떠드는 말만 믿고 욕하고,

짐승 취급까지 한다 아이가. 재판이 원래 그렇다.

인생을 걸고 싸우는 기다.

진우 (마음이 저리는)

인아 (박동호의 진지한 모습을 눈에 담아두는)

박동호 내만 믿어라. (진우 어깨 토닥이며) 느그 아부지... 곧 집에 갈 수 있다.

기쁨에 미소 짓는 진우를 바라보는 박동호의 모습.

/ 다시 현재.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하는 박동호.

편 사무장 행님.. 은제까지 발톱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실 겁니꺼?

박동호 쪼매만 기다려봐라. 오래 숨긴 발톱이 사냥에는 더 유리한 법이다.

편 사무장 ....

박동호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의지를 다지는 듯한 박동호의 얼굴과 이를 바라보는 편 사무장.

그때, 박동호의 휴대폰이 울린다.

23. 포장마차 / 밤

박동호가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오면 먼저 와 있던 배 형사가 소주를 입에 털어 넣고 있다.

박동호 (옆에 앉으며) 배 형사님. 갑자기 무슨 일입니꺼?

배 형사 (박동호의 잔을 채우며) 박 변한테 해줄 얘기가 있어.

박동호 (한 잔 털어 넣으며) 뭔데예?


배 형사 용인 생수트럭사고.. 그거 가해자가 박 변 아버지라고 했지?

박동호 예... 맞습니더.

배 형사 (주저하는)

박동호 와.. 그라십니꺼?

배 형사 사실... 박 변 아버지란 얘기 듣고.. 계속 주저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개운치 않아서 말이야.

박동호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꺼?

배 형사 그게 박 변이 여기 일호로펌 있다는 게 걸려서.

박 변 아버지가 죽은 당일 날.. 나한테 남일호 얘길 했거든.

박동호 (놀라는) 예?

배 형사 (잠시) 그때, 남일호가 사건을 급하게 덮으려고 했어.

배 형사를 바라보는 박동호의 떨리는 눈빛에서-

24.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밤

편사무장 박동호 자리에 다리 올리고 앉아 있고

박동호, 사무실로 들어오며.

편 사무장 (급하게 일어나서 자리 피하며) 행님. 오셨습니꺼?

박동호 상호야. 니 1999년 이전까지 남일호 관련자료들 낱낱이 좀 찾아봐라.

편 사무장 네? 갑자기 와예?

박동호 남일호랑 울 아부지 사이에.... 뭔가 있지 싶다.

편 사무장을 바라보는 박동호의 비장한 표정에서-

25. 옥탑사무실 / 낮

미소전구 근로 점퍼를 입은 설민수가 조심스레 옥탑사무실에 들어선다.

꽤나 초췌해 보이는 차림인데- 서류를 뒤적이다 설민수를 보게 되는 연 사무장.

설민수 저... 서진우 변호사님 계십니까?


연 사무장 (설민수 위아래로 살피며) 지금 없는데.. 사건 의뢰하시게요?

설민수 ...네.

연 사무장 (곰곰이 생각하다) 서진우 변호사... 좀 힘든데...

(방긋 웃으며) 여기 능력있는 다른 변호사님들도 많으니까 (하는

데)

설민수 (말 끊고, 단호히) 꼭 서진우 변호사여야 합니다.

절박한 얼굴의 설민수. 난처한 듯 바라보는 연 사무장의 얼굴에서-

26. 홍무석 검사실 / 낮

홍무석은 집무 의자에 앉아 있고, 탁영진이 그 앞에 정자세로 서 있다.

홍무석 진영 상사 김 상무 폭행 사건, 그거 탁 검사가 진행하고 있죠?

탁영진 네.

홍무석 그거 기소유예 처분으로 마무리 하시죠.

탁영진 부장검사님, 이미 물증이랑 목격자 모두 확보했습니다.

김 상무 기소사유, 분명합니다.

홍무석 (잠시) 그보다 더 분명한 건, 탁 검사가 제 밑이라는 겁니다.

탁영진 (얼굴이 굳는)

홍무석 고작 이 정도 스캔들로,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큰 일 하시는 분

손발을 묶어버리면... 그건 국가적 손실 아니겠습니까?

탁영진 (맞서서) 이번에도 일호그룹 방패막이 노릇이십니까?

홍무석 (엷게 웃으며) 탁 검사의 허무맹랑한 상상까지 제가 막을 권리는 없죠.

탁영진 (어두운 얼굴로 보는)

홍무석 단순하게 생각하세요. 이인아 검사처럼 괜한 오지랖 부려서

자기 무덤 파지 마시고. (잠시) 나가 보세요.

끝까지 여유로운 홍무석. 형식적으로 목례하고 돌아서는 탁영진의 복잡한 얼굴에서-

27. 일식집 외경 / 낮
28. 일식집 복도 / 낮

진우 일식집 복도를 걸어간다.

그때, 반대편 복도에서 곽 형사와 양복남이 다가오고 있다.

곽 형사 여기서 다 보네. 이거 우연인가?

진우 (양복남 보며) 곽 형사님 또 새로 영업하시나?

그 말에 불편한 표정 짓는 양복남. 곽 형사, 양복남에게 먼저 방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한다.

의아한 얼굴로 보며 방으로 향하는 양복남.

곽 형사 사회초년생이 변호사 한다고 고생이 많네.

내가 큼직한 사건 몇 개 물어다 줄까?

진우 당신한테 경고 좀 해주려고. 아니, 팁이라고 해야 하나?

곽 형사 (썩은 미소로 보면)

진우 당신이 친 뒤통수.. 언제든 당신한테 돌아간다는 거.

곽 형사 (비릿하게 웃으며) 재판을 두 번이나 해놓고 아직 감을 못 잡았어?

진우 (곽 형사를 노려본다.)

곽 형사 니가 남규만 사장 그림자라도 밟을 수 있을까?

니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곽 형사, 진우를 지나쳐 걸어간다. 진우가 곽 형사 뒤통수에 대고 말한다.

진우 곧 좋은 소식 있을 거야.

그 말에 뒤를 돌아보는 곽 형사. 진우, 얼굴에 여유가 가득한데-

29. 일식집 / 낮

곽 형사가 양복남이 자리에 앉는다.

양복남 아까... 누구야? 변호사라고?


곽 형사 변호사는 무슨... 지들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놈들인데...

사장님은 신경 끄셔도 됩니다. 그보다도...

양복남 ...

곽 형사 내일 서장님한테 수사 종료 브리핑 들어갑니다.

그러면 앞으로는 이 일로 신경 쓸 일 없을 겁니다.

그 말에 입가에 미소 돋는 양복남.

한편,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 고양이인형의 시선.

30. 옥탑 사무실 / 낮

사무실에는 인아만 있다. 서류들을 살피고 있는 인아.

이때, 탁영진이 안으로 들어서며-

탁영진 (주변 둘러보며) 사무실이 아기자기 하네?

고개를 드는 인아. 탁영진을 발견하고는 반가움에 벌떡 일어나는데-

인아 (마주보고 앉으며) 선배님...

탁영진 으이구~ 니 쇠고집에 내가 넘어갔다. 갔어.

소파에 마주보고 앉는 두 사람. 인아는 기대감에 찬 얼굴인데-

탁영진 너 다녀간 다음, 나도 홍무석 관련 사건들 좀 뒤져봤는데.

인아 (보면)

탁영진 (가방에서 서류 파일 꺼내며) 예전에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재조사하고

싶어 했지?

인아 (살짝 놀란 얼굴로 서류 살피면서) 네.

탁영진 거기 보니까, 홍무석이 오정아 부친 자살사건도 담당했더라구.

눈이 커다래진 인아. 서류에는 오정아 부의 사진이 화면에 가득 잡히는데-


31. 경찰서-휴게실 / 낮

인아가 탁영진에게서 받은 서류를 보이며 형사와 대화중이다.

인아 탁영진 검사님께 연락 받으셨죠?

형사 네.

인아 여기 사건 관련해 당시 수사 기록들, 증거자료 열람하고 싶어서요.

형사 (의아해 하며) 이거 그냥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됐었는데요?

유서도 있구요.

인아 (뭔가 생각난 듯) 그럼 혹시 그 유서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뭔가 실마리를 찾은 듯한 인아의 얼굴에서-

32. 경찰서 복도 / 낮

‘무등록 렌터카 사기사건 보고’ 서류를 들고 복도를 걷고 있는 곽 형사와 형사 1.

곽 형사, 양복을 쫙 빼입었다.

형사 1 과장님, 회의 준비 끝났습니다.

곽 형사 서장님은?

형사 1 10분 뒤 도착 예정입니다.

곽 형사 그래?

형사 1 (살짝 웃으며) 과장님 오늘 스타일이 끝내주십니다.

곽 형사 특별한 날인데 이 정도는 입어 줘야지.

33. 경찰서 회의실 / 낮

‘무등록 렌터카 사기사건 보고’라고 적힌 PPT 화면. 곽 형사가 수사 보고를 하고 있다.

앞에 경찰서장을 포함한 간부들 몇 명이 곽 형사의 보고를 지켜보고 있다.

곽 형사 수사결과, 피의자 함지석의 혐의점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

뇌물수수 혐의 역시 근거가 없는 것으로....

곽 형사의 발표를 보고 있는 경찰서장. 그때, 뒤로 문이 열리면서 진우가 들어선다.

곽 형사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들어서는 진우를 막아서는 형사들.

진우, 형사들을 뚫고 들어가려하자 형사들이 붙들어 잡는다.

실랑이 속에 형사들을 뿌리치는 진우, USB를 높이 들어 보이면서-

진우 여기, 확실한 제보 자료가 들어 있습니다.

(경찰서장을 보며) 아마 서장님도 보고 싶으실 겁니다.

곽 형사 (형사들에게) 뭐해? 빨리 안 끌어내?

형사들이 다시 진우에게 달려드는데. 경찰서장, 손짓으로 형사들을 뒤로 물린다.

표정 굳어지는 곽 형사.

경찰서장 (의심스런 눈초리로) 당신, 누군데 이 난리야?

진우 서진우 변호사라고 합니다.

경찰서장 변호사? (잠시) 그래. 어디 한 번 까봐. 영양가 있는 제본지 보자고

진우 (여유있는 표정으로 웃으며) 보시죠.

진우, 노트북에 USB를 꼽는다. 화면에 동영상이 재생되는데-

인서트>

30씬에서 이어지는 상황이다. 곽 형사와 양복남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곽 형사 액수가 다른데요?

양복남 수사 다 끝나면 마저 채워드릴게. 한두 번 궁댕이 맞춰본 사이도

아니고... 왜 이래.

곽 형사 무슨 말씀을 그리 섭하게 하셔. 궁댕이도 셈에 맞게 제대로 맞춰야

지.

양복남 아니 곽 형사. 내가 꼬박꼬박 잘 챙겨주잖아. 요새 왜 그리 까칠해.


든든한 스폰이라도 잡으셨어?

곽 형사 (깐죽거리며) 일호그룹 남규만 사장 알지?

내가 그 인간 줄 좀 잡았어.

양복남 남규만 사장이라면... 그 성격 화끈하다던...

곽 형사 화끈은 무슨? 그냥 돈 많은 분노조절장애 찌질이지.

양복남 무슨 은혜를 주셨길래, 그런 사람 줄을 다 잡으셨나?

곽 형사 (허풍떠는) 남규만 그 인간, 겉만 번지르르하지 순 샌님이야.

샌님한테는 나처럼 든든한 손발이 필요한 법이지.

양복남 (술 따르며) 곽 형사. 내일까지 잔금 채워 넣을게.

/ 다시 현재. 동영상 재생이 끝났다.

경찰서장 (옆에 앉아있는 간부에게) 사실관계 확인해서 보고 올려. 당장!

간부 1 네. 알겠습니다.

경찰서장, 화난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간부들도 곽 형사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내며 따라 나간다. 곽 형사, 똥 씹은 얼굴 되는데-

진우가 그런 곽 형사를 향해 다가온다.

진우 (다가와 앞에 멈춰서며) 성경에 이런 말이 있어.

너의 죄가... 너를 찾아낼 것이다.

곽 형사 (분노로) 서진우... 이 새끼!

그때, 곽 형사의 휴대폰 진동음이 울린다.

진우, 뭔가를 예상했는지 엷은 미소로 말한다.

진우 내 앞에서 예의 차릴 거 없어. 전화 받아.

곽 형사 ....

진우 당신 방에 불청객들 떼거지로 몰려왔다는 내용일 거야.

곽 형사 뭐?

진우 방금 보여준 영상만으로는 부족할 거 같아서..

떡밥 몇 개 던져줬더니 덥석 물어버리던데?
곽 형사, 얼굴에 불길함이 번진다.

휴대폰 통화 버튼 누르자 부하형사의 목소리가 터진다.

부하형사 1 (E)과장님. 큰일 났어요. 지금 내사과에서 들이닥쳤습니다.

피식 입 꼬리 엷게 올리는 진우. 곽 형사, 성급히 회의실 밖으로 달려 나가는데-

34. 경찰서 복도 / 낮

복도로 나온 곽 형사. 휴대폰 꺼내든다.

곽 형사 남 사장님. 접니다.

35. 납골당 / 낮

작은 꽃다발 2개를 품에 안고 있는 인아. ‘오정아’의 납골함 앞에 서 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오정아의 사진.

그 옆 오정아 부(오수환) 납골함엔 오정아와 함께 웃고 있는 오정아 부의 사진이 보인다.

두 납골함에 꽃다발을 내려놓는 인아, 잠시 묵념하고는 고개를 든다.

인아, 오정아 납골함에 붙여져 있는 오정아 부가 쓴 작은 편지를 들어 유심히 보는데-

36. 남규만 집무실 / 낮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는 남규만. 이어 곽 형사가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온다.

안 실장, 잽싸게 따라 들어와 곽 형사를 끄집어내려는데-

안 실장 이 사람이.. 지금 사장님 못 뵌다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남규만 내가 불렀어. 오라고.

그 말에 얼떨떨한 안 실장. 곽 형사, 자길 붙잡은 안 실장의 손을 대번에 뿌리친다.

곽 형사 남 사장님. 이번 일만 잘 처리해주시면 그 은혜, 꼭 갚겠습니다.


남규만 내가 왜요?

곽 형사 (당황해서) 예?

남규만 내가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찌질이라서 말이야.

왜 도와줘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곽 형사 (놀란 얼굴로 남규만을 보는데) !

남규만, 노트북 화면을 곽 형사 쪽을 향해 돌려 보여준다. 진우가 공개한 동영상이다.

눈빛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하는 곽 형사. 바로 무릎을 꿇는다.

곽 형사 죄송합니다. 그땐 제가 술에 취해 제 정신이 아니었 (하는데)

남규만 곽 형사님.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에요.

남규만, 무릎 꿇고 있는 곽 형사에게 다가간다. 곽 형사, 남규만을 올려다보려는데-

남규만이 그런 곽 형사의 머리를 꾹 눌러 바닥에 닿게 한다.

남규만 이렇게 당신처럼 바짝 기어야 겨우 사는 사람이 있고,

나처럼 평생 긴다는 게 뭔지 모르고 사는 사람이 있는 건데...

형사님은 그걸 모르셨나봐?

치욕감에 바들바들 떨던 곽 형사. 다시 고개를 들려는데-

남규만 아! 혹시 내 비밀 알고 있다고, 협박할 생각이면 영원히 넣어둬요.

남규만이 곽 형사에게 바짝 다가가 귓가에 대고 말한다.

남규만 너, 죽여 버릴지도 모르니까. (웃으며) 알았죠?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곽 형사와 겁먹은 얼굴로 남규만을 보는 안 실장.

머릴 조아리고 있는 곽 형사를 비웃으며 보는 남규만의 모습에서-

37. 문서감정원 / 낮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인아의 모습. 곧이어 한 남자가 문서 한 장을 들고 온다.

남자 필적감정 결과 나왔습니다.

인아 (일어나 받으며) 감사합니다.

필적감정 소견서를 확인하는 인아.

‘문증(유서) 필적과 지증(편지) 필적이 일치하지 않는다.’라는 결과가 나와 있다.

결과를 보고는 강하게 떨리는 인아의 눈빛에서-

38.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밤

책상에 앉아 자료를 보고 있는 박동호.

자료에는 1999년 그룹 가스폭발사고 기사가 보인다.

“배달원의 실수로 인한 가스폭발 사고로 서광그룹 사장이 사망”

“홍무석 담당검사, 용의자 업무상 과실치사로 징역 5년 구형.”

그때, 편 사무장이 들어오면서-

편 사무장 행님, 서진우한테 총 들이댄 곽 형사있다 아입니꺼.

오늘 지대로 한 방 먹었습니더.

박동호 (의아해 하며) 그기 뭔 말이고?

편 사무장 서진우가 서에서 곽 형사 비리 동영상을 그냥 쏴뿌따 카데예

남규만한테 용돈 받은 내용까지 싹 다 까발랐다 캅니더.

그래 가 남규만 사장한테도 완전 물먹었고예.

박동호 맞나. 진우 글마가 보통 깡다구가 아니라 안캤나.

진우가 기특하다는 듯 웃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39.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밤

진우 (곽 형사 사진보며) 경찰들에게 버림받는 게 충격이었을까,

남규만에게 버림받는 게 더 충격이었을까?

인아 그 인간이 다 자초한 일이야.


진우 (인아를 바라보며) 홍무석 관련 조사는 어떻게 돼 가?

인아 오늘 확인해 봤는데, 정아 아버지 유서.. 가짜였어.

진우 그렇게 허망하게 가실 분은 절대 아니었어.

인아 감정원 세 군데 다 가봤는데, 필체가 확연히 다르대.

진우, 굳은 얼굴로 오정아와 오정아 부의 사진을 본다. 인아, 홍무석 사진 보며-

인아 너랑 탁 검사님께 받은 자료들까지 더하면 홍무석...

꼬리정도는 잡을 수 있을 거 같아.

결연한 얼굴로 벽을 보는 진우와 인아. 화면 가득 홍무석의 사진이 잡히고-

40. 고급 중식집 / 밤

홍무석이 석규와 마주보고 앉아있다. 석규, 홍무석의 찻잔을 채워준다.

홍무석 우리 강 판사가 밥 먹자고 그냥 연락했을 리는 없고...

석규 (미소 띤) 사실... 제가 저번에 내려놓게 된 재판말입니다.

홍무석,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으려다 순간 날카로운 눈빛으로 석규를 본다.

석규 그 사건 용의자가 일호그룹 남규만 사장의 별장 관리인이었고,

살인사건도 그 별장 근처에서 발생했는데...

왜 별장에 대한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습니까?

홍무석 (차 한 모금 마시고는) 진행했지. 그래서 용의자가 숨겨뒀던 흉기도

찾았고. 서류 보면 다 나와 있지 않나?

석규 아뇨, 초동수사엔 별장이 빠져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장소를

먼저 조사하지 않았다는 건 (하는데)

홍무석 강 판사.

홍무석, 찻잔을 소리나게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홍무석 자네가 재심재판, 중간에 손 떼게 되서 계속 미련이 남는 건

잘 알겠는데, 그 사건 이젠 정말 다 끝났어. 죄를 물을 사람도 죽었

고.

석규 죄를 물을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의심스러운 부분도 많구요.

홍무석, 석규를 냉랭한 눈빛으로 본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는 석규의 눈빛에서-

41. 옥탑사무실 / 낮

진우,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며 나온다.

연 사무장, 서류를 진우에게 건네며-

진우 이게 뭐예요?

연 사무장 며칠 전에 미소전구 쪽에서 수임의뢰가 들어왔어. 한번 살펴볼 수

(하는데)

진우 (말 끊고) 저, 지금 아무런 여유도, 시간도 없는 거 아시잖아요.

연 사무장 ....의뢰인이 꼭 서 변한테 받고 싶대.

진우 (단호한 표정으로 보는)

연 사무장 그래.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 알았어.

진우, 나가려는데 사무실 문 열리면서 설민수가 작업복 차림으로 들어온다.

설민수, 진우 발견하자 다가간다.

설민수 서진우 변호사님이시죠?

진우, 설민수를 누구냐는 눈으로 보면, 연 사무장이 끼어든다.

연 사무장 방금 말했던 미소전구 의뢰인이야.

진우 (설민수에게) 제가 당분간 변호사 업무를 쉬고 있습니다.

설민수 도와주세요.

진우 (단호한) 죄송합니다.
진우, 설민수 뿌리치고 나가려는데-

설민수 (간절하게) 우리 아버지 좀 살려주세요.

진우 (그 말에 나가던 걸음 멈추는)

설민수 (눈시울 붉어져서) 우리 아버지는 죄 없어요.

아버지 구해줄 사람은... 서진우 변호사님 밖에 없어요.

뒤에서 듣던 연 사무장, 진우를 본다.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서 있는 진우.

눈빛이 흔들리는 모습에서-

42. 옥탑사무실-옥상 / 낮

일호그룹을 바라보며 진우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다.

인서트>

2부 50씬 상황.

박동호가 탄 차가 출발한다. 진우가 앞을 막아서자, 급브레이크 밟는 박동호.

두 팔 벌려 박동호의 차를 막아서는 진우.

진우 (절박하게) 우리 아버진 죄 없어요. 감옥 가게 둘 수 없어요.

박동호 (건조하게, 감정 없는 눈빛) 원래 죄 없는 사람도 감옥 간다.

진우 아저씨가 해주세요.

박동호 딴 변호사 찾아라. 다치기 싫으면 나와라.

진우 부탁드려요.

/ 다시 현재. 눈을 뜬 진우. 송 변에게-

진우 미소전구 사건 좀 알아봐주세요.

송변 어? 또? (혼자 투덜거리며) 아주 일에 치여 죽겠구만 죽겠어.

결심을 내린 듯한 진우의 얼굴에서-


43. 남규만 집무실 / 낮

남규만과 홍무석, 석주일이 소파에 앉아 있다.

남규만 홍 검사님. 회사 앞에서 똥물 빨아먹겠다고 웬 파리들이 윙윙거리는지.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미소전구 강제 차압 당장 진행하세요.

홍무석 돈 냄새 맡았다하면 어딜 가나 똥파리들이 꼬이기 마련이죠.

바로 아는 집행관들 동원하겠습니다.

남규만 (석주일 보며) 석사장님은 애들 풀어서 겁 좀 주세요.

석주일 (끄덕이며) 바로 아들 풀겠습니더.

홍무석 손에 때 묻는 일이라면 곽 형사 선에서 깔끔하게 처리할 텐데요.

남규만 아. 곽 형사요? 노는 물이 애초에 다르잖아요.

수질관리 차 나가리 시켰어요.

홍무석 (그 말에 만족스러운 미소 지으며) 이 물에서 놀기엔 좀 격이

떨어지긴 했죠.

남규만 아 그래서 말인데, 석 사장님. 곽 형사 대신, 깔끔하게 일처리 잘 하는

사람 하나 보내주세요.

석주일 그라겠습니더. 남 사장님.

44. 남규만 집무실 복도 / 낮

홍무석, 남규만 집무실 나와서 마주보며

홍무석 남사장님이 뉴 페이스를 등장시키셨네요.

조폭 생활하시다가 일호물산 사장이라니.

석주일 (편치 않지만) 지야. 밑 바닥 인생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만,

검사님은 일호그룹의 충신 노릇하시느라 고생이 많십니더.

홍무석 그래도 박변은 먹물을 좀 먹어서 그런지 손발이 맞는데.

석 사장하고는 손 발 맞출라면 시간 좀 걸리겠어요.

(비릿하게 웃고 가는)

석주일 (감자주먹 날리며) 너구리 같이 생겨가지고.


45. 옥탑사무실-1층 / 낮

안으로 헐레벌떡 들어오는 송 변.

서류를 살피던 진우, 송 변을 발견하고는-

진우 알아봤어요?

송변 어. 최근에 일호전자 렌지 6개가 폭발했는데, 그걸로 10명 중경상,

1명은 사망인가봐. 이 일로 일호가 미소전구에 손해배상 요구하면

민사 소송 넣은 거고.

연 사무장 근데 왜 미소전구에만 그런대? 전자렌지 부품이 어디 전구 하난가?

송변 전구가 폭발원인이라는데 영 미심쩍은 게, 일호가 재빨리 피해자들

구워삶고, 매스컴에도 폭발사고 한 자도 못 나오게 싹 막았더라구

요.

연 사무장 참나.. 완전 LTE급이구만.

진우 자기네 회사 이미지에 조금이라도 흠집 나는 건 견딜 수 없는 거죠.

작은 회사, 평범한 사람들 쓰러지는 건 안중에도 없구요.

송 변과 연 사무장이 진우를 빤히 보는데-

46. 일호그룹 앞 / 낮

목에 판넬을 걸고 있는 설 사장, 침묵 시위 중이다.

설민수는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

전단지를 받은 행인들 전단지를 보지도 않고 바닥에 던져 버린다.

설민수, 좌절하는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떨어진 전단지를 다시 주우려고 하는데-

대신 전단지를 줍는 누군가의 손, 진우다!

진우 (전단지를 돌려주며) 이 재판, 제가 수임하겠습니다.

환해지는 설민수의 얼굴에서-


47. 카페 / 낮

테이블을 마주하고 있는 설 부자와 진우.

설민수 아버지, 이번에 재판 맡아주실 변호사님이야.

진우 (설 사장에게 명함 건네며) 서진우라고 합니다.

설 사장 (목례하며) 변호사님이 정말 젊으시네요.

진우 (여유있게) 젊어서 불안하신가요?

설 사장 (손사래) 아니요. 무슨 말씀을요. 저희 상대방이 일호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관심 보이던 변호사들도 다 거절하더군요.

진우 아무래도 일호 같은 대기업과 붙는다고 하니까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그 말에 설 부자의 표정이 어두워지는데-

진우 하지만 저는 이기는 진실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48.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낮

남규만과 안 실장이 들어온다.

남규만 이번 재판, 상대 변호사가 서진우라면서요?

박동호 그래됐다 카네예.

남규만 재밌게 됐네. 말로만 나한테 충성하는 건지 어떤 건지 궁금했는데

박 변이 이번에 제대로 한번 보여줘 봐요.

박동호 걱정 마이소. 진우랑 붙는다고 해서 지 실력이 달라지진 않지예.

남규만 박 변 실력이야 잘 알죠. 가끔 다른 맘을 먹어서 그렇지.

박동호 (여유 있게 농담조로) 매번 이기니까 쉽게 이기는 줄 아시나 봅니더.

함 져드릴까예?

남규만 아우... 내가 그냥 변호사하고 말지.

이건 원 적성에 안 맞게 부탁을 해야 하니 원.

박동호 재판이란 게 인생 걸고 하는 싸움이라 안캤습니꺼?


남규만 (보는)

박동호 (여유 있게) 지 인생이 앞으로 어찌 바뀔지 지도 모릅니더.

박동호의 부드러운 표정. 그 얼굴을 주의 깊게 쳐다보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49. 일호그룹 주차장 / 낮

주차장으로 걸어 나오는 남규만과 안 실장. 남규만의 차 앞에 누군가 서서 기다리고 있다.

남규만을 발견하자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금 실장.

금 실장 (석주일에게 하듯 고개 90도로 숙이며) 석주일 사장님한테

소개로 온 금 실장입니다.

안 실장 에헤이. 남규만 사장님 앞에선 그런 행동 넣어둬요.

금 실장 (고개 끄덕이는)

강렬한 인상 풍기는 금 실장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남규만.

남규만 앞으로 일처리 잘 부탁해요. 아! 그리고 일호로펌 박동호 변호사 알죠?

금 실장 (남규만 쳐다보는)

남규만 좀 지켜봐줘요. 뭐 하면서 돌아다니는지.

금 실장 (고개를 숙이며) 알겠습니다.

고개 숙이는 금 실장을 보는 남규만의 비릿한 얼굴에서-

50. 미소전구 공장 / 낮

텅 비어 있는 공장 내부.

설민수가 불을 켜면, 일제히 조명이 켜지며 공장 내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진우와 설민수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얘기를 나눈다.

그 뒤로는 송 변도 둘의 얘기를 들으며 뒤따르는데-

설민수 공장은 작고 낡았지만, 여기서 할아버지때부터 32년동안


계속 저희들만의 노하우로 전구를 만들어 왔어요.

진우 (전구 하나를 들어 살펴보며) 일호전자에는 12년 전부터 계속 전구를

납품해 온 거구요?

설민수 네. 그동안 일호와는 아무 문제없이 거래해 왔어요.

근데 갑자기 이번 렌지 폭발 사고가 우리 때문이라고 하니까..

송변 그럼 여기 직원들은 한 순간에 직장 잃은 거예요?

설민수 네... 저희가 이번에 일호와 소송에 걸린 돈만 10억이 넘는데,

직원들 월급까지 어떻게 감당하겠어요.

진우 (낡고 오래된 기계를 바라보며 표정 어두워지는)

설민수 변호사님, 이건 정말 억울합니다. 그동안 저희 아버지가 어떻게

지켜온 회산데...

설민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송 변. 한편 진우는 강하게 각오를 다지는 얼굴인데-

51. 옥탑사무실 동네거리 / 낮

천천히 걷고 있는 진우의 모습.

그 뒤로 걸어오던 인아가 진우를 발견한다.

인아 어? 서 변! (달려오며) 같이 가!!

진우 (인아 보고 엷은 미소로) 오늘 좀 늦었네.

인아 오늘 재판 두 탕이나 뛰었거든. 아~ 검사 출신 변호사라 그런가.

의뢰가 많아서 좀 빡세네?

장난스레 말하는 인아와 그 말에 피식 웃는 진우.

그때 진우가 한 골목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인아가 당황하며-

인아 야, 너 어디가?

진우 사무실 가는 거잖아.

인아 (반대방향 가리키며) 사무실은 이 쪽이잖아. (진우 유심히 보며)

너 요즘 이상해.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진우 잠깐 딴 생각 좀 했어. 괜찮아.

진우, 당황한 기색 숨기고는 인아가 가리킨 방향으로 서둘러 가기 시작한다.

이를 의아한 얼굴로 보던 인아, 얼른 진우 쫓아가는 모습에서-

52. 일호로펌-박동호사무실 / 밤

편사무장, 박동호 미소전구 자료 보고 준비하는 모습.

박동호, 책상에 미소전구관련 파일들이 잔뜩 놓여 있다.

편 사무장 미소전구는 억수로 괘안은 회사 같은데 말입니더.

박동호 서류상으로 보면 맞네.

편 사무장 전구 하나 잘못 맹글어가 회사 다 망해뿌렸습니더.

박동호 니도 그래 생각하나?

편 사무장 예?

박동호 전자렌지에 폭발성 부품이 와 이거 밖에 없다고 생각하노?

(서류보며) 고압콘덴서, 마그네트론, 트랜스 이 부품들이 핵심 아

이가.

편 사무장 맞네요.

박동호 (메모지 건네며) 일호전자 말고 다른 전자 회사에 자문 넣어봐라.

53.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밤

진우, 물과 알약을 먹는다.

미소전구 관련 자료들 보고 있고, 일호그룹 관련 유사 사건파일 보고 있다.

일호그룹 하청 업체 줄줄이 도산 신문기사 스크랩 등 등, 내용을 검토한다.

일호그룹 가계도 보며 일호그룹 악행에 심난한 진우의 모습에서-

54. 미소전구 공장 / 낮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공장 설비에 차압딱지를 붙이고 있다.

공장 설비에 차압딱지가 덕지덕지 붙여지는데 설 사장과 설민수 공장 안으로 들어온다.


설 민수, 딱지를 붙이지 못하게 정신없이 양복 입은 남자들을 제지하려 애쓰는데-

설 사장 망연자실한 모습이고-

설 민수 (소리치며) 아직 재판도 안했는데 무슨 짓입니까? 예?

집행관 (건조하게) 저희는 공무 집행을 하는 겁니다.

계속 이러시면 공무 집행 방해죄로 처벌 받습니다.

설민수, 아랑곳 않고 집행관을 제지하기 위해 붙들어 잡는다.

설민수를 밀치는 집행관. 설 민수, 바닥에 처박힌다.

그 모습 보고도 넋을 놓고 있는 설사장.

55. 주차장 / 낮

버스 세워져 있고, 같은 옷을 입은 용역 직원들 대기 중이다.

석주일, 금 실장에게 지시하고 있다.

석주일 어차피 법원에서 강제집행 했고, 우리는 겁만 주면 된다.

금실장 (목례) 네. 단도리 하겠습니다.

석주일 그리고 박동호 변호사는 계속 주시하고 있는기재?

금실장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석주일 (어깨 툭 치며)그래. 동호 글마 이상타 싶은 행동하면 내한테 먼저

얘기하는기다. 알았나?

금실장 (목례) 네. 형님 (돌아서며) 출발하자.

용역직원들 네. 형님!

용역직원들 차에 올라타는 모습에서-

56. 식당 / 낮

식사가 나와 있고 먹지 않고 설사장, 설민수, 진우 앉아 이야기 중이다.

설민수 변호사님 저희 공장은 어떻게 되는 거죠?


진우 현재 법원에서 밀린 세금에 대한 강제 집행 절차를 밟는 것이니

막을 수는 없습니다. 곧 재판이 열릴 테니 미소전기의 무고함을

밝혀 일호그룹에서 보상을 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설 사장 (넋을 놓고 지켜만 보고 있는)

진우 (설 사장 걱정되고) 일단 식사 좀 하시죠. 건강하셔야 이 싸움에서

이길수 있습니다.

설민수 (그 마음 알겠고, 애써 씩씩하게) 그래 아빠.

(수저 챙겨주며) 변호사님이 우리가 죄 없다는거 밣혀주실꺼야.

어서 밥 먹자.

진우 (안타깝게 두 사람 보는)

57. 레스토랑 / 낮

남규만과 석규와 안 실장이 스테이크를 먹고 있다.

남규만 이건 뭐... 개나 소나 회사에 와서 억울하다고 진을 치질 않나

아주 지들 안방인줄 안다니까...

안 실장 (스테이크 썰며) 소송이 줄을 잇는다 줄을...

석규 그거 잘못하면 공동 소송으로 갈 수도 있어. 대기업이 여러

하청업체들과 거래하는 방식은 비슷하니까.

남규만 (석규보며 가볍게) 그래.. 친구가 골치 아픈 거 보니까 아주 재밌지?

석규 영세 사업자들, 대기업이랑 민사소송 가면 태반이 도산하게 돼.

규만이 너라도 상생할 수 있는 대책 확실히 세워서 (하는데)

남규만 (살짝 예민하게) 야, 다 내 잘못이냐? 판사라는 놈이 그렇게 편파적이면

어떡해?

안 실장 에헤이.... 니들 이러다 싸우겠다. 오늘은 일 얘기 좀 안하면 안 돼?

남규만 (얼굴 굳으며) 넌 빠져... 어딜 끼어들어?

안 실장 (시선 거두며 엉겁결에 와인 마시는)

석규 (둘을 보더니) 규만아, 남들 앞에선 그러지 마라. 보기 안 좋다.

친구끼리.

대답 대신 석규를 향해 떫은 미소를 짓고 있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58. 미소전구 공장 앞 / 낮

버스가 세워지고, 금실장 지휘아래 용역 직원들 내리고 있다.

잠시 후 인간 바리케이트가 처지는 모습 보인다.

59. 국과수 / 밤

전자렌지 전구 폭발에 대해 연구원에게 자문 받고 있는 인아와 송변.

송변 전자렌지가 폭발할 경우, 어디에 문제가 생긴 겁니까?

연구원 퓨즈가 나갈 경우 폭발할 수도 있죠. 하지만 정상적인 제품에서

퓨즈가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인아 그럼 다른 부품에 의해 폭발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연구원 네, 트랜스, 고압정류다이오드, 고압콘덴서 등 이 중 하나가

파손될 경우 폭발이 가능합니다.

인아 그 말은 ‘전구가 아닌 다른 부품도 폭발원인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연구원 네. 사용자의 실수가 아닌 이상, 전기적 결함에 의한 폭발 원인은

다양할 수 있죠. (웃으며) 이건 공대생들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인아, 송 변 (눈 마주치며, 웃고) 네,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60. 미소전구 공장 앞 / 낮

설 사장과 설민수 공장으로 걸어오면, 인간 바리케이트 처진 모습보고 놀란.

설민수 당신들 뭐하는 거야?

금 실장 (설 사장 보며) 당신이 우리한테 돈 빌리면서 공장, 담보로 잡았잖

아.

그래서 접수했어. 들어가고 싶으면 돈을 갚으시던가.

설 사장 (그냥 밀고 들어가려면)
용역들 막아서고, 설사장 흥분하며 멱살을 잡고 실랑이를 벌인다.

설민수 아빠!

몸싸움이 되고 보다 못한 민수가 설사장에 가려고 몸부림치다가 주먹을 휘둘러

용역1을 때리게 되고, 용역 1에게 설사장과 설민수 구타를 당한다.

그 처절한 모습에서.

61. 진우의 차 안 / 낮

운전대 잡고 있는 진우. 그때, 진우의 휴대폰이 울린다. 받아드는-

설민수 (다급한) 변호사님.

진우 네.

설민수 저희 아버지가.. 아버지가...

진우 말씀하세요.

진우, 불안한 얼굴에서-

62. 미소전구 공장 앞 / 낮

차가 도착하고 진우 내린다. 공장 주변에 용역 직원들 보여지고,

모두가 공장 위를 쳐다보고 있다. 설 사장 위태로운 모습으로 옥상에 서 있다.

진우 공장 안으로 들어서려면 금실장과 용역들 제지한다.

금 실장 여긴 유치권 행사 중이라 못 들어갑니다.

진우 전 미소전구의 법적 대리인입니다. 비키세요.

금 실장 그럼 무단 침입인 것도 아실 텐데.

진우 무단침입은 당신이 하고 있어.

금 실장 뭐?
진우, 금 실장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진우 주거침입죄, 업무방해죄, 퇴거불응죄, 무엇보다... 당신들한텐

유치권을 행사할 권리 자체가 없어.

금 실장 (표정 굳는)

진우 10초 내로 당장 꺼져. 지금 경찰들 오고 있으니까.

서슬 퍼런 진우의 모습에 주춤거리는 금 실장.

63. 미소전구 공장 옥상 / 낮

설 사장, 옥상에 위태롭게 서 있고, 설민수 그런 아버지를 계속 설득 중에 있다.

진우 옥상으로 달려 들어오며-

설민수 아빠. 나 좀 봐. 제발...내 말 좀 들어요.

설 사장 (눈물흘리며) 민수야. 애비가 감당하질 못하겠다.

못난 애비 모습 보여서 미안하다.

진우 (민수에게 다가서며) 경찰엔 신고하셨어요?

설민수 (불안해하며) 네. 변호사님. 어떻게 하죠?

진우, 잠시 고민하더니 설 사장쪽으로 다가서며-

경찰차 사이렌 소리들리면 밑을 내려다보는 설사장. 경찰이 도착해 있다.

진우 사장님. 아드님 앞에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설 사장 변호사님. 세상에서 유일하게 저희 편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우 아드님이 절 찾아와서 아버지는 죄가 없다며 아버지를 살려달라고

했습니다.

설 사장, 설민수 눈 마주치고 눈물 흘리고-

진우 아드님은 아버지를 살리려고 하는데.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고

하다니요. 아드님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설 사장 (소리 내어 울며)

진우 저는 한 달 전 아버지를 지켜드리지 못하고 천국으로 보내드렸습니다.

(감정 오르며) 가족 한명 없이 혼자 살아갈 아드님을 생각해 보셨

나요?

설 사장 (아들 보며 울고)

진우 사셔야죠. 어떻게 해서든 살아내셔야죠. 그래서 세상에 당당히

알리셔야죠. 나는 죄가 없다. 미소전구는 장인정신을 이어온

바른 기업이다. 제가 꼭 증명해보이겠습니다.

설 사장, 위태롭게 서 있다가 휘청하고-

설민수 안돼!!!!!

일촉즉발의 위기. 진우, 달려가 설사장을 부축하면, 민수 달려와 아버지를 안는다.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흘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진우에서-

64. 병원 응급실 / 밤

설 사장이 안정을 취하고 있다.

아버지 손을 잡고 있는 설민수. 진우 그 모습 안타깝게 보는 얼굴에서.

인서트>

10회 64씬 상황이다.

부들거리는 손으로 침대 위 흰 시트를 걷어내자 평안한 얼굴로 잠든 것처럼

눈을 감은 서재혁이 보인다.

진우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감는) 아.... 아빠....

진우, 침대 시트를 부여잡고 무너져 내린다.

진우 (미친 듯이) 이렇게 가는 게 어딨어 ? 응? 나만 두고 가버리면 어떡해?

이런 게 어딨어? 눈 좀 떠봐....눈 뜨고 날 봐... 아빠... 가면 안 돼...


/ 다시 현재.

진우 (어깨에 손 얹으며) 아버지 괜찮으실 겁니다.

설민수 (진우 보며)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버지 목숨 구했네요.

진우 (희미하게 웃어주면)

설민수 변호사님. 그냥 소송 포기할까봐요.

진우 (보면)

설민수 제는 법을 잘 모르지만 힘없는 약자들에게 이렇게 가혹할 줄은

몰랐어요.

진우 저는 그 가혹한 법 때문에 죄 없는 아버지를 잃었어요.

설민수 (안타깝게 보면)

진우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면 민수씨가 강해져야 합니다.

재판은 차질 없이 준비 할게요. 아버지 꼭 지켜드리세요.

설민수 ...

안타깝게 설사장을 지켜보는 진우 모습에서-

65. 병원 복도 / 밤

진우, 복도로 나오는데 앞에서 박동호가 걸어오고 있다. 멈칫하는 진우.

박동호, 진우 앞으로 다가오더니-

박동호 어르신은 괜찮으시나?

진우 이게 다 당신들이 꾸민 짓이잖아.

박동호를 노려보는 진우. 그런 진우를 씁쓸한 얼굴로 보는 박동호.

박동호 언제고... 니랑 이래 법정에서 변호사 대 변호사로 만날 줄은

알고 있었다.

진우 그래. 당신은 남규만을 지키는 변호사고, 나는 남규만을 무너뜨리려는

변호사니까.

박동호, 진우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박동호 내일 법정에선... 변호사대 변호사로 법대로 하자.

고마. 봐주기 없기다.

진우 당신 입에서 ‘법대로’라는 말을 들이니까 우습네.

법이라는 게 얼마나 맛이 갔는지 잘 알잖아.

박동호 ...

진우 (비릿한 미소로) 내 의뢰인이나 나처럼

힘없는 사람한테는 잔인하고...

당신 주인, 남규만한테는 참 우스운 게 법이지.

진우, 가려고 하면-

박동호 진우야.

진우 (보면)

박동호 니가 법을 믿지 몬하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그래도 니가 기댈 곳은 거기 밖에 없데이.

마저 걸어가는 박동호. 그런 박동호의 뒷모습을 보는 진우에서-

66. 법원 외경 / 낮

날이 밝는다.

67. 법원복도 / 낮

법원 로비에 들어서는 누군가의 뒷모습. 진우와 인아다!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남규만과 박동호.

진우, 로비를 걸어가다 걸음을 멈춘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남규만도 진우를 보고 멈춘다

자신감 넘치는 진우와 인아. 그들 앞에는 남규만과 박동호가 서 있다.

진우와 남규만, 서로를 팽팽히 노려보는데서 엔딩.


- 11부 끝
Remember 12

1. 법원로비 / 낮

법원 로비에 들어서는 누군가의 뒷모습. 진우와 인아다!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남규만과 박동호.

진우, 남규만을 보고 걸음을 멈춘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남규만도 진우를 보고 멈춘다.

자신감 넘치는 진우와 인아의 얼굴. 그들 앞에는 남규만과 박동호가 서 있다.

서로를 팽팽하게 바라보며-

남규만 어유, 서진우 변호사님. 누구 말대로 진짜 법정에서 보게 됐네?

진우 (여유롭게) 남규만 사장님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날이 진짜겠죠.

남규만 (비릿하게 웃고는) 그쪽은 이인아 변호사? 거 편하게 검사님 하시지...

인생 참 고달프게 사네?

인아 (가벼운 미소로) 남 인생에 훈수는 그만두시고, 본인 인생이나

똑바로 사는 건 어때요?

인아의 응수에 표정 일그러지는 남규만. 이에 분위기 돌리려는 박동호.

박동호 서진우 변호사, 우리 함 지대로 붙어봅시다.

진우 제가 하고 싶은 말이네요. 박동호 변호사님.

불법, 편법, 나한테는 이제 그런 거 안 통해.

진우와 인아, 여유 있게 걸어가는 모습에서-

2. 재판정 / 낮

진우와 인아, 피고 변호인석에 나란히 앉는다. 박동호는 원고 변호인석에 앉는다.

남규만, 여유로운 표정으로 걸어 들어와 방청석 맨 앞자리에 앉는다.

안 실장과 편 사무장도 뒤따라 들어와 앉는데-


설 사장과 설민수가 들어와 진우와 인아에게 고개를 인사를 한다. 그 모습 본 남규만.

남규만 없는 것들끼리 잘들 논다. (안 실장 힐끗 보고) 안 그러냐?

안 실장 그... 그치.

판사가 들어와 앉는다.

시간경과>

증인석에 40대 후반의 남자가 앉아있다.

조사원 이번 일호전자 전자레인지 폭발사고 조사를 맡은 김영식이라고 합니다.

박동호가 ‘일호전자 전자레인지 사고조사보고서’를 가지고 증인 앞으로 나온다.

박동호 사고조사 보고서를 읽겠습니다. (읽는) 이번 일호전자 전자레인지가

폭발한 이유는 전자레인지내 전구의 품질불량 때문이다.

(증인 보며) 증인이 직접 조사해서 작성한 보고서가 맞습니꺼?

조사원 네.

박동호 폭파된 다른 전자레인지 모두 전구가 원인이었습니꺼?

조사원 네.

박동호 (판사를 보며) 증인의 사고조사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합니더.

이상입니더.

판사 피고 측 소송대리인 반대 신문하세요.

그 말에 인아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인아 이번 사고는 전자레인지가 작동하던 중 폭발되었습니다.

(강조하며) 작동중이라면... 전구 말고도 수많은 요인이 폭발이유

될 수 있지 않습니까?

조사원 그렇겠죠.

인아 트랜스, 고압콘덴서, 전자기판 같은 폭발성 부품들이나 전선접촉불량


같은 경우들은요? 콘센트에 먼지가 끼어 발화가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조사원 모두 가능합니다만... 조사결과 전구의 품질불량이 확실했습니다.

진우, 변호인석에서 인아의 변론을 지켜본다.

박동호와 남규만도 그런 인아에 주의를 집중한다.

인아 증인은 오랫동안 수리기사로 일했죠? (강조하듯) 일호전자에서

20년 동안!

조사원 (살짝 머뭇거리며) ...네.

인아 그렇다면 지금, 증인의 사고조사업체가 입주해있는 건물은 어딥니까?

조사원 (대답 못하는)

인아 주소지가 마포구 공덕동 맞죠? (쐐기 박듯) 일호전자 건물 3층!

조사원 (표정 굳는)

인아 (더 몰아붙이며) 증인의 회사도 일호전자의 하청업체가 맞지요?

조사원 (머뭇거리는)

인아 대답하세요! 증인.

박동호 (일어나서) 지금 피고 측 소송대리인은 재판과 하등 상관없는 질문으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인아 아닙니다. 지금 증인이 이 재판의 원고인 일호전자에 종속되어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중요한 쟁점입니다.

인아, 방청석 쪽을 보며-

인아 현재 우리나라는 전자제품이 사고 났을 때, 사건원인조사를 제조업체가

맡는 것이 관행입니다.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입니다.

따라서 증인의 증언은 신빙성이 없습니다.

판사 (고심하더니) 인정합니다. 계속하세요.

인아 대답하세요. 증인은 일호전자의 하청업체가 맞습니까?

조사원 (굳은 얼굴로) 네.

그 말에 방청석이 웅성거린다. 설 부자도 좋아한다.


박동호의 표정을 굳고, 남규만은 똥 씹은 얼굴이다.

박동호 (자리에서 일어나) 관행이 문제라믄... 우리나라 가전제품 사고조사는

싸그리 다 잘못됐네요. 나라에서 법으로 허가한 걸

문제 삼으면 (하는데)

진우 (말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바로 그 점이 문제인 겁니다!

박동호 (멈칫)

진우 증인은 전적으로 일호라는 대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제조사의 하청업체니까요!

남규만의 얼굴이 훨씬 더 굳어있다. 진우, 그런 남규만의 기색을 눈치챘다!

보란듯이 남규만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더니- 남규만을 똑바로 보고 발언하기 시작한다.

진우 일호전자는 사고원인에 대한 납득할만한 이유도 내놓지 않고

일방적으로 하청업체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습니다. 그로인해,

3대에 걸쳐 30년 동안 가업을 이어오던 전구공장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되었고,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도 직장을 잃었습니

다.

표정이 점점 굳어져가는 남규만. 진우, 남규만을 강하게 쳐다보며 말을 잇는다.

진우 일호전자의 모기업인 일호그룹 남규만 사장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들과 손잡고 일하는 하청업체는 모두 가족이라고.

남규만 (방청석에서 진우를 노려보며 표정 심각하게 구겨진)

진우 앞으로 이 재판을 지켜보면... 알게 될 겁니다. 그들에게 진짜 가족은

오로지 핏줄로 이어진 자신들 밖에 없다는 걸.

진우, 팽팽한 시선으로 남규만을 본다.

그런 진우를 일그러진 얼굴로 보고 있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3. 법원복도 / 낮
복도로 나오는 남규만과 안 실장. 박동호와 편 사무장이 뒤따라 나온다.

복도에는 사람이 없다. 남규만, 갑자기 걸음 멈춘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표정 짓더니

그대로 박동호의 뺨을 올려붙인다. 복도로 나오던 진우와 인아가 그 모습을 보게 되는데-

남규만 (바로 표정 돌아와서) 아, 쏘리.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버렸네.

(박동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맘에 담아 두진 말구.

박동호 (치욕을 참는 얼굴로) ...

남규만 왜? 기분 나빠요?

둘의 모습 뒤에서 지켜보는 진우와 인아. 남규만의 행동에 말문이 막힌 표정인데-

남규만 우리 잘 좀 합시다. 예에? 잘 좀 하자구. 다음재판에서도

이러면... 그땐 손바닥 정도론 끝나지 않을 거야.

박동호 (표정 굳는)

박동호 남겨 두고 가버리는 남규만. 안 실장, 편 사무장과 난감해하는 눈빛 주고받고는

급히 남규만을 뒤따라간다. 남겨진 편 사무장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인데-

이때 박동호, 등 뒤에 있던 진우와 인아를 보게 되고 시선이 마주친다.

박동호, 잠시 진우를 보더니 뒤돌아서 가는데-

4. 일호로펌-박동호사무실 / 낮

책상 앞에 앉은 박동호, 아버지 사진이 담긴 액자를 보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편 사무장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박동호에게 다가오며-

편 사무장 행님. 괘한습니꺼?

편 사무장을 보더니, 씨익 미소짓는 박동호.

그러자 오히려 편 사무장, 갑자기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며-

편 사무장 남규만이! 지가 사장이면 사장이지 감히 우리 행님한테 손찌검을!

아오!! 옛날 행님 같았으면 아주 기냥 아작을 내줬을 낀데 말입니


더!

박동호 괘한타 상호야.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안 카드나.

편 사무장 행님! 남규만이 저리 날뛰다 결국 지 발등을 지가 찍을 낍니더!

박동호 (표정 진지해지며)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세상만사가 다

결국엔 자기 업보로 그리돼 있는 거 아니겠나.

5. 법원 근처식당 / 낮

진우와 설사장과 설민수, 허름한 식당에 앉아있다. 소박한 음식들이 풍성하게 차려져있다

설 사장 변호사님한테 대체 뭐라고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지...

설민수 (진우에게 넙죽) 정말 고맙습니다. 변호사님.

진우 아닙니다. 저는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설사장 이 눔 두고 내가 진짜 저 세상으로 가버렸으면 어쩔 뻔 했는지...

끔찍한 짓을 하려고 했던 제 자신이 정말이지... 너무 부끄럽습니

다.

설민수, 그런 아버지를 지긋이 쳐다보더니-

설민수 매일 아침 눈뜨면, 힘들지만 그래도 아버지랑 다시 새롭게 살아갈

하루가 내 앞에 있다는 거.. 그 자체로 감사하면서 살고 있어요.

진우 민수씨가 마음 깊이 지키고 싶은 아버지가 곁에 있다는 게..

부럽습니다.

쓸쓸함 스치는 진우의 얼굴 위로-

인서트>

7부 66씬 상황. 변호사 접견실.

접견실 테이블에 놓인 음식을 급하게 이것저것 집어먹고 있던 서재혁.

진우의 눈시울이 붉어져있다.


진우 이거 하나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잠시) 서재혁씨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버지였습니다.

서재혁 (놀라며) 저한테 아들이 있습니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럼...

제 아들에게 이 말 좀 전해주세요. 매일매일... 정말 보고 싶다구요

그런 서재혁의 말에 눈물 한줄기 흐르는 진우.

/ 다시 현재.

반찬을 아들의 밥 위에 올려주는 설 사장 모습을 보는 진우.

밥을 먹던 설민수가 진우를 보더니-

설민수 근데.. 변호사님.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진우 (밥을 먹으며) 네.

설민수 왜 상대편 변호사가 서진우 변호사님을 추천했을까요?

진우 (살짝 놀라며) 박동호 변호사가요?

설민수 일호그룹 앞에서 시위할 때, 그 변호사가 변호사님 명함을 줬었거든요.

분명 큰 도움을 줄 거라면서.

설민수, 주머니에서 진우 명함을 꺼내더니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진우, 의아한 얼굴로 자신의 명함을 본다.

‘이기는 진실이 되어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화면 가득 보이는데-

6.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낮

책상 앞에 앉아 소송관련 문서를 보고 있는 박동호. 그때 편 사무장이 들어오면서-

편 사무장 행님이 요청하신 남일호 회장과 전자렌지 폭발사고 피해자 명단입니더.

편 사무장, 자료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1999년 그룹 가스폭발사고 기사’와 ‘전자렌지 폭발사고 피해자 명단’이 보인다.

자료를 보는 박동호. ‘가스 배달원의 실수로 가스폭발, 서광그룹 사장 사망’


편 사무장 행님요 전자렌지 폭발사고는 이상한 게 많습니더.

박동호 언제, 멀쩡한 사건이 있었나?

편 사무장 근데 남일호 회장 자료는 와 알아보라 하신겁니꺼?

박동호 다 이유가 있다.

기사를 읽어 내려가던 박동호, 휴대폰을 든다.

박동호 배 형사님. 접니더.

7. 경찰서-휴게실 / 낮

박동호와 배 형사가 휴게실 테이블에 앉아있다. 테이블 위에는 묵직한 파일첩이 있다.

박동호, 파일첩 열면 신문기사 스크랩과 메모자료를 엮은 서류들이 있다.

사건자료를 차근차근 살펴보는 박동호. 17년 전 ‘서광그룹폭발사고’ 자료다.

그 중에 보이는 ‘담당검사 홍무석’

배 형사 아마 그 사건, 홍무석 검사가 맡았던 거 같은데.

박동호 악연 한 번 얄구지네요.

배 형사 그 사건,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야.

서광그룹이 큰 프로젝트 수주를 앞둔 시점에 사장이 사망했어.

박동호 라이벌 업체가 일호였고 말이지요.

배 형사 맞아. 그때 남일호가 프로젝트를 수주받아

지금의 일호그룹이 탄생한 거지.

박동호 남일호가 서광그룹 사장을 살인교사 (하는데)

배 형사 정확한 물증은 없어. 공장화재로 재만 남았으니까. 다만,

자네 아버지는 누군가의 지시를 거부하고 달아나려다가 사고를 냈

지.

박동호 그 누군가가 남일호...

배 형사 남일호가 지시를 내렸겠지. 그래서 나도 이 사건 조사하려다가,

물 먹은 거고...
배 형사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박동호.

한편, 휴게실 한편에서 금 실장이 둘을 몰래 지켜보고 있는데-

8. 옥탑사무실 / 밤

진우와 인아, 송 변, 연 사무장이 소파에 모여 앉아, 맥주캔을 부딪친 뒤 마시고 있다.

송 변은 이미 꽤나 마신 상탠데-

연 사무장 (진우, 인아 보며) 오늘 재판 둘 다 수고 많았어.

박동호랑 남규만, 얼빠진 모습을 내 눈으로 봤어야 하는데~

송변 (살짝 혀가 풀린 채) 남은변론도 우리 이대로만 쭉 가자구요~

연 사무장 으이구.. 누가 보면 송 변이 오늘 재판한 줄 알겠어.

송 변이 시원하게 맥주를 원샷한다. 그 모습을 보며, 진우와 인아 미소를 짓는데-

연 사무장은 진우와 인아가 나란히 앉아 있는 걸 보고는 씨익 웃으며 일어나려 하는데-

연 사무장 (송 변 캔 뺏으며) 송 변, 그만 일어나. 차 끊기겠다.

송변 네? 그럼 사무장님 먼저 가세요. 나는 오늘 더 달릴 거(하는데)

연 사무장 (송 변 등짝 때리며) 으이구. 내일은 일 안 할 거야? 아, 얼른~

송 변, 할 수 없이 연 사무장에게 이끌려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그 모습을 보며, 진우와 인아는 서로 미소짓는데-

시간경과>

진우와 인아 단둘이 앉아 있다. 테이블 위에는 마신 맥주캔들이 가득하고,

인아는 이미 술을 많이 마신 상탠데-

진우 인아 너, 술 좀 그만 마셔.

인아 (발끈하며 눈 크게 뜨더니) 인아 너? 방금 나보고 너라고 했지? 맞지?

진우 (당연하다는 듯) 어.

인아 너 고삐리때 나 대딩이었어. 지금 너 스물 두 살이고 나는 스물... 여섯

진우 (웃는) 그놈의 나이 타령은...


취한 인아가 갑자기 진우 얼굴에 가까이 다가간다.

본능적으로 뒤로 약간 피하는 진우. 그러나 시선은 고정한 채-

인아 (살짝 풀린 눈으로 진우 보며) 누나라고 해.

진우 (가까이 오자 약간 민망한데 싫지는 않은) 왜 이래...

인아 (술 취한) 인아 누나~~ 해봐~~ (갑자기 헤드락을 확 걸며)

진우는 인아를 피하려는데- 취한 인아, 계속 진우에게 헤드락을 걸려는 모습에서-

9. 일호그룹 주차장 / 밤

석주일이 주차장으로 걸어들어 오면, 금 실장이 기다리고 있다.

금 실장, 석주일을 보고 꾸벅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석주일 동호, 요새 뭐하고 돌아댕기드나?

금 실장 형사 하나 만나면서 아버지 사건 캐는 것 같습니다.

석주일 (놀라는) 아버지 사건이라꼬?

금 실장 예. 박동호 변호사 아버지 죽음이... 남일호 회장과 연관된 것 같습

니다.

형사 만나서, 확인하는 걸 직접 봤습니다.

그 말에 석주일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버린다. 천천히 금 실장을 바라보며-

석주일 단디 들으라. 방금 들은 사실은... 남규만 사장 귀에 절대

들어가지 몬하게 해라. 알았나?

금 실장 명심하겠습니다. 형님.

금 실장을 단도리하는 석주일의 진지한 모습에서-

10. 남일호 저택-응접실 / 밤

남일호와 박동호, 석주일이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석주일은 박동호가 신경 쓰이는 눈친데, 박동호는 평소처럼 여유로워 보인다.

박동호 (고개 숙이며) 면목없습니더.

남일호 (박동호에게) 그 상대측 변호사가 서진우라고 했지?

박동호 네. (흔들림 없이) 우쨌든 회장님, 남은변론은 이번처럼 허무하게

지는 일은 절대 없을 깁니더.

석주일 (박동호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는)

박동호 그게 회장님께서 저와 행님을 거둬주신 것에 대한 제 작은 수고라고

생각합니더.

남일호, 차분히 차를 마시고, 박동호도 예의를 갖춰 차를 한 모금 마신다.

남일호에게 과잉충성하는 듯한 박동호를 의미심장한 얼굴로 보는 석주일에서-

11. 남일호 저택 밖 / 밤

박동호와 석주일이 저택 밖으로 나온다.

석주일 동호야, 니 잠깐 시간 좀 내라.

박동호 (냉랭한) 지가 오늘 바쁜 일이 있네예. 다음에 보입시더.

박동호, 그냥 지나쳐가려하자 석주일이 박동호의 팔을 거세게 탁 잡는다.

박동호 (날카롭게) 이거 놓으소.

그럼에도 석주일, 놓지 않는다. 박동호가 완력으로 석주일의 손을 뿌리친다.

둘 사이, 한 대 칠 것 같은 분위기 이어지는데-

석주일 (예전에 없던 험악한 눈빛으로) 내 두 번 말 안한다. 시간 좀 내라.

그런 석주일을 보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12. 포장마차 / 밤
박동호 잔에 소주를 가득 따르는 석주일. 박동호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런 박동호 굳은 얼굴로 한번 보더니-

석주일 니 요즘.. 남일호 회장 뒤 캐고 다니나?

박동호 (멈칫)

석주일 대답해라.

박동호 제 귀엔 행님이 제 뒤를 캐고 다닌다는 말로 들리는데 말입니더.

와 꼬리 밟고 다니십니꺼?

석주일 (말문이 막히는)

박동호와 석주일, 전에 없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석주일, 분위기 돌리듯 소주잔 입 안에 털어 넣는다.

박동호 하나만 묻지예. 지 아버지 죽음에 남일호가 관련된 거...

행님은 언제부터 알고 있었습니꺼?

석주일 (모르는 척) ...난 모르는 일이었다.

박동호 (의심하듯 쳐다보는)

석주일 (그 시선 느끼고) 니 아버지 죽게 만든 원수한테 동호 니를

갖다 바칠 만큼... 그맨치로 바닥은 아이다. 하지만 잘 들어라. 동

호야.

박동호 ....

석주일 이제 남일호 회장은 내가 모시는 분이다.

박동호 (굳은 얼굴로 보는)

석주일 회장님을 건드릴 거면... 내를 먼저 밟아야 할 기다.

할 말 다 끝났다. 가라!

박동호, 석주일을 잠시 노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다가-

박동호 지한테 행님은 아버지 같은 분이었습니더.

석주일 (쐐기 박듯) 아버지 같다는 거지... 내가 니 아버지는 아이다.

박동호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네예. 앞으로 우리! 각자 갈 길 가입시더.


박동호, 나가려다 멈추더니-

박동호 지 꼬리 밟고 다니는 놈한테 전하이소. 눈에 띄면 죽여 버린다꼬!

석주일에게 경고하듯 선언하는 박동호. 냉랭함 풍기며 나가버린다.

남겨진 석주일, 들고 있던 소주잔을 바닥에 깨질 듯 내려놓는다.

13. 미소전구 공장 안 / 낮

설 사장과 설민수, 공장 앞에 있다. 체납 경고문과 독촉장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착잡한 얼굴의 설 사장.

설 사장 (마음 다잡으려는 얼굴로) 민수야. 재판 이기면, 공장에 전기도

다시 들어오고... 떠났던 직원들도 돌아올 거다.

설민수 (미소 머금고) 그럼.

설 사장 청소라도 먼저 해놔야겠다.

설 사장, 옆에 있던 빗자루를 들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면-

그때 뒤에서 진우가 오고 있다.

설민수 (진우 발견하고) 어? 변호사님?

진우 (엷은 미소로) 민수씨.

설민수 아버지가 예전처럼 다시 활기를 찾으셨어요.

진우 민수 씨가 아버지 잘 챙겨드리세요.

설민수 이게 다 변호사님께서 저희 아버지 구해 주시고 변호해주신

덕분이에요. (말을 잇지 못하다가) 그게 결국 저까지 살린 거구요.

진우와 설민수, 서로 따뜻하게 웃는다.

설민수 (뒤늦게 깨달아) 아차, 저희 공장 직원명부가 필요하다고 하셨죠?

그 위로 인아의 목소리가 깔린다.


인아 (E) 직원 명부는 왜?

14.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낮

진우 앞에는 미소전구 직원들 명부가 펼쳐져 있다. 인아, 의아한 얼굴로 보고 있다.

진우 (명부 살피며) 아주 사소한 것들... 그게 가장 중요한 거잖아.

인아 (미소 지으며) 그 말, 오랜만에 듣는다.

진우 (가만히 보면)

인아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니가 했던 말이잖아.

인서트>

1부 21씬. 경찰서 상황.

진우 (인아에게) 다 기억한다면서? 옆 사람도 몰라요?

인아 그런 사소한 것까지 무슨 수로 기억해?

진우 아주 사소한 것들... 그게 가장 중요한 거예요.

/ 다시현재.

인아, 그때 생각이 나서 입가에 미소가 스며든다.

하지만, 진우는 그때 기억이 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그 기색 눈치 챈 인아.

인아 (걱정스레) 너, 요즘 무리하는 거 아냐?

내가 도와줄 거 있으면 뭐든 말만 해.

진우 (애써 미소지으며 화제 돌리듯) 어. 근데 홍무석은 어떻게 돼가?

인아 탁 검사님이랑 증거 모으면서 잘 준비하고 있어.

그런 인아를 지그시 바라보는 진우의 얼굴에서-

15. 홍무석의 검사실 / 낮

홍무석이 집무의자에 앉아 서류들을 살피고 있다.


이때 벌컥 문이 열리며, 곽 형사가 황급히 홍무석 앞으로 걸어온다.

흥분상태의 곽 형사와 달리, 홍무석은 평상심을 유지하며 서류만 다시 보고 있는데-

곽 형사 (애원조로) 검사님, 제발 남규만 사장님 오해 좀 풀어주십시오.

제가 술 먹고 말실수 좀 한 거 가지고 (하는데)

홍무석 (말 끊고 차분히)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는 겁니까?

곽 형사 (어이가 없고) 홍 검사님...

홍무석 혹시 저와 겸상 한 번 했다고, 본인과 같은 레벨로 생각했습니까?

곽 형사 (모욕감에 이글거리는 눈빛) ...

홍무석 (다시 서류에 시선 두며) 당신 자리에 채워 넣을 형사들은

차고 넘칩니다.

곽 형사, 대꾸도 못한 채 홍무석을 노려 보고 있는데-

홍무석 (다시 곽 형사 보며) 아까 말실수라고 했나요?

곽 형사 (가만히 노려보는)

홍무석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의 변명일 뿐입니다.

남규만 사장의 은혜를 계속 받고 싶었다면, 24시간 365일 항상

대기 상태여야 한다는 것 정도는 숙지했어야죠.

곽 형사 검사님... 제가 그동안 검사님과 남 사장님을 위해서 얼마나

헌신했는지는.. 검사님이 누구보다 잘 알지 않습니까?

그 말에 홍무석, 여유롭게 웃으며 곽 형사를 보더니-

홍무석 제가 언제 저와 남 사장님을 위해 헌신하라고 한 적 있습니까?

곽 형사 (한 대 맞은 것 같은) !

홍무석 좀 솔직해져 보세요. 그 모든 건 다 당신, 본인을 위한 자발적

선택이지 않았습니까?

곽 형사 (배신감에 이글거리는 눈빛)

홍무석 (다시 서류에 시선 두며) 앞으로는 볼 일 없을 겁니다.

그만 나가 보세요.
주먹 쥔 곽 형사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분노가 차오르는 곽 형사의 얼굴에서-

16. 석규의 집무실 / 낮

집무실 책상에서 앉아 서촌여대생 관련 서류들을 보고 있는 석규.

그러다 생각에 잠긴다.

인서트>

8부 22씬 상황. 법원휴게실.

인아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결심한 듯) 저... 서 변 아버지 재판 때문에

검사됐어요. 4년 전,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석규 (살짝 놀라는)

인아 그때 저는 서 변 아버지가 결백하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재판에선

분명 진실이 밝혀질 거라 믿었었는데...

/ 다시 현재.

뭔가 결심을 한듯 자리에서 일어나는 석규의 모습에서-

17. 법원 로비 / 낮

석규, 걸어가는데 법복을 입고 지나가던 여경을 보게 된다.

석규 여경아.

여경 어, 오빠.

석규 오늘 재판 있었어?

여경 (살짝 미소 지으며) 그럼. 오늘 변호사만 몇 명을 상대했는데?

석규 (잠시 생각하더니) 여경이 너... 4년전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재판...

배심원이었다고 했지?

여경 응, 근데 갑자기 그건 왜?

석규 얼마 전에 내가 재심 맡았잖아. 마지막 판결은 내리지 못했지만...

여경 (안쓰럽게 보며) 나도 그 얘긴 들었어.


석규 넌... 그 재판 어떻게 생각하는데.. 지금은?

여경 당연히 유죄지. (잠시) 오빠는 다르게 생각해?

석규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아니야. 됐다.

여경의 어깨 툭 두드려주며 가는 석규.

그런 석규가 이상하기만한 여경의 얼굴에서-

18. 남규만 집무실 / 낮

소파에 남규만과 홍무석이 마주 보고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안 실장은 없고, 단 둘이 대화를 이어가는데-

홍무석 곽 형사가 찾아 왔었습니다. 남 사장님의 오해를 풀어달라면서요.

남규만 (어이없어하며) 지 분수도 모르고, 지 입으로 지껄인 게 문제지,

오해는 무슨 오해.

홍무석 일개 형사 나부랭이가 천지 분간 못하고 날뛴 거죠.

(비릿하게 웃으며) 차라리 잘 됐습니다.

오버하는 홍무석을 살짝 의아하게 바라보는 남규만.

남규만 근데, 공사다망한 홍 검사님께서 여기까지 그 얘기만 하러

오신 건 아닐테고.

홍무석 (차 마시더니) 강석규 판사, 잘 아시죠?

남규만 (살짝 미소) 뜬금없이 석규는 왜요?

홍무석 그 판사가 서재혁 판결에 대해 꽤나 의심하고 있더군요.

남규만 (살짝 놀라며) 석규가요?

차분히 끄덕이는 홍무석. 금세 차갑게 굳어지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19. 옥탑사무실 앞 / 낮

석규가 사무실 앞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때 진우와 인아가 얘기를 나누며 계단 위로 올라온다.

석규, 둘과 눈이 마주친다.

인아 강 판사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석규 서 변호사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엷은 미소로) 이젠 인아씨를 여기서 보게 되네요.

인아,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는데-

20. 옥탑사무실-1층 / 낮

진우와 인아, 석규가 소파에 마주보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진우 지난 번 의무과장 일 감사합니다.

인아 (살짝 놀라는)

석규 감춰져 있던 죄들, 원칙대로 살피고 법대로 처리했을 뿐이에요.

진우 (잠시) 그런데 저한테 물어보고 싶으신 게..

석규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에 대해서요.

진우와 인아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치고-

석규 재심이 끝나긴 했지만, 아무래도 뭔가 더 남아있는 거 같아서요.

진우 (조심스레)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석규 그때 김현옥씨 위증 고백 영상도 그렇고, 당시 사건 수사 기록을

봐도

허술한 점이 많았습니다. 갑자기 판사가 교체된 것도 이례적이구

요.

진우,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데 인아가 결심한 듯 대신 말을 잇는다.

인아 저는 4년 전에도, 서 변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금도 그 분은

결백하다고 믿고 있어요... 제가, 진범이 자백하는 동영상을 봤으


니까.

석규 (크게 놀라며) 진범.. 이요? 혹시...서 변호사님도 그 동영상을 보셨나요?

진우 네. 제 눈으로 똑똑히 진범이 오정아씨를 살해했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봤습니다.

석규 ...그 진범이 누군지도 알고 있습니까?

진우, 잠시 석규를 가늠하듯 보던 진우.

진우 ...남규만이에요. 일호그룹 사장.

석규, ‘남규만’이라는 이름에 한 대 맞은 듯 큰 충격에 빠진 얼굴에서-

21. 일호로펌-박동호 사무실 / 낮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박동호. 아버지 사진 액자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겨있다.

복잡한 얼굴의 박동호. 그때, 편 사무장이 집무실로 들어온다.

편 사무장 역시나 금 실장이 행님 뒤를 밟고 있었습니더.

남 사장이 큰 행님한테 사주한 거 아이겠습니꺼?

박동호 (말없이 액자만 만지작거리는)

편 사무장 인자... 우짜실 겁니꺼?

박동호 (액자 내려놓으며) 남규만이 내를 단디 의심하고 있다. 상호야.

이번 재판... 진우를 꼭 이겨야겠다.

편 사무장 행님 옆에는 지가 있습니더. 무슨 일이든 분부만 내려 주이소.

편 사무장을 바라보는 박동호의 결의에 찬 표정에서-

22. 옥탑사무실-1층 / 낮

진우와 인아, 연 사무장, 송 변이 각자 자리에서 서류 등을 살피며 업무를 보고 있다.

그 때, 인아 부가 피자 박스를 두 손 가득 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선다.


인아 (벌떡 일어나며) 아빠!

인아 부 (환히 웃으며) 인아야.

진우 (미소) 안녕하세요?

인아 부 응, 진우야. 잘 있었어?

이때, 뒤에서 빼꼼이 나타나는 한 사람, 인아 모다.

인아 (살짝 당황하며) 엄마...

연 사무장과 송 변도 인아 부모의 등장에 서로 눈이 마주치며 무슨 일인가 싶은데-

시간 경과>

소파 테이블에는 피자 두 판이 놓여 있고, 송 변과 연 사무장이 피자를 먹고 있다.

그 앞으로는 인아 부와 진우가 앉아 있고, 인아 모는 사무실 곳곳을 둘러보고 있다.

인아는 난감해 하며 인아 모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데-

송변 (피자 맛나게 먹으며) 아버님, 여기도 쿠폰 열 개 찍으면 한 판

서비스로 주시나요?

연 사무장 으이구... 하여간 공짜라면 그냥..

인아 부 (송 변에게 웃으며) 언제든 전화만 주세요. 여기 분들은

제가 평생 공짜로 갖다 드릴게요. 진우도 많이 먹어.

진우, 미소 띤 채 피자를 먹기 시작하는데-

인아 모가 인아 책상 주변을 살피다 서류와 휴지들이 널부러져 있는 걸 보고는

참지 못하고 치우면서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인아 모 (계속 휴지통에 치우며)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거지

뭐..

인아 (말리려 들며) 엄마.. 그냥 놔둬. 내가 다 치울게.

아랑곳 않고 책상 밑도 유심히 살피더니, 뭉쳐있는 츄리닝도 꺼내 올리며-


인아 모 으이구.. 무슨 두더지도 아니고... (인아 노려보며) 여기가 옷장이

야?

인아 (후다닥 옷가지들을 뺐으며) 오늘만 그런 거야. 오늘만..

인아 모 속일 사람을 속여라. 아니, 그냥 그때마다 개서 넣어두면

될 걸.. 그게 그렇게 어려워? 얼굴만 곱게 화장하고 다니면 뭐해?

인아, 입만 삐죽 나오고, 인아 부와 진우, 송 변과 연 사무장은 그 모습에 피식 웃는데-

23. 옥탑사무실 앞 / 낮

인아와 인아 모, 단둘이 흔들의자에 앉아 있다. 살짝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데-

인아 모 (시선 안 맞추는) 아빠가 오자고 해서 온 거야.

인아 (따뜻하게 웃으며) 치.

인아 모 일은 할 만 해?

인아 (미안함에 고개 숙인채) 아직은 서툴고 어렵고 그러지 뭐..

이때, 인아 모가 슬며시 인아의 두 손을 감싼다.

인아, 살짝 놀라고는 인아 모를 바라보는데-

인아 모 ... 진짜 변호사 될 거지?

인아 엄마...

인아 모 무늬만 말고, 진짜 따뜻하고 실력있는 변호사..

인아 (뭉클해지는)

인아 모 (째리며) 나 그때까지 너 용서한 거 아니다?

인아 (피식 웃으며) 알았어.

인아, 인아 모의 팔짱을 끼며 어깨에 기댄다. 인아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인아 모.

미소 띤 채 동네를 보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24. 일호로펌-박동호의 사무실 / 낮


편 사무장이 공장장 심병훈의 사진을 박동호에게 건넨다.

편 사무장 행님이 알아보라고 한 공장장입니더.

박동호 (사진 받으며) 뭐 건질 거 있드나?

편 사무장 예, 딸래미가 아파가 돈을 여기저기 구하러 다니고 있나 봅니더.

박동호, 사진을 보면 아픈 딸의 휠체어를 끌고 있는 심병훈의 모습이다.

미소전구 점퍼 입은 심병훈의 사진들. 박동호, 사진 한 장 한 장 유심히 보는 모습에서-

25. 전기 실험 사설업체 / 낮

실험용 강화유리에 소켓 전구가 담겨 있고 전선들이 밖으로 연결되어 있다.

진우, 휴대폰으로 촬영을 시작하면-

전원 스위치를 누르는 연구원. 전구에 불이 들어온다.

연구원, 기계의 레버를 점점 올리자 전구가 천천히 밝아진다.

레버를 끝까지 올리는 연구원, 이내 전구가 팍- 하고 폭발한다.

진우, 연구원의 말을 휴대폰을 녹화한다. 화면의 지향성볼륨을 올리면

연구원의 목소리가 올라간다.

연구원 (진우 보며) 전자렌지에 흔히 쓰이는 10와트 전구인 경우

필라멘트 저항값이 약 1.5킬로와트 이상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정격보다 높은 전압이 흐르면 발열이 높아져 필라멘트가 타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진우 문제라면... 폭발도 가능하다는 말인가요?

연구원 우리나라 정격 전압에서 사용 시 폭발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진우 그럼 전자렌지의 폭발 원인이 전구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거네요.

연구원 네. 전구 자체 불량이 아닌 이상은요.

휴대폰 촬영 종료버튼을 누르는 진우의 표정에서-


26. 카페 / 낮

미소전구 작업복을 입고 있는 심병훈, 카페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때,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박동호, 심병훈을 발견하고는 다가가 앉는다.

박동호 아이고, 먼저 와계셨네예. (악수 청하며) 박동호라고 합니더.

심병훈 (악수하며) ...심병훈입니다.

박동호 지가 말씀드린 거, 함 생각해 보셨습니꺼?

심병훈 정말... 그렇게만 하면 일호의료원에서 무상으로 진료 받을 수 있게

해주실 겁니까?

박동호 진술만 해주신다면... 따님에게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더.

떨리는 심병훈의 눈빛. 그런 심병훈을 의미심장한 얼굴로 보는 박동호에서-

27. 고급 레스토랑 / 낮

남규만과 민머리의 남자(양 사장, 50대 후)과 석주일이 마주보고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남규만, 음식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살포시 입에 넣으며-

남규만 양 사장님. 저희 일호물산의 석주일 사장님이십니다.

석주일 (환하게) 처음 뵙겠습니더.

양 사장 (정중히) 양현수라고 합니다.

남규만 이번에 일호물산에 영원전기가 계열사로 합류했으니 회사를 좀 더

키워보세요.

석주일과 양 사장이 서로를 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남규만 석주일 사장님. 이번 기회에 양 사장님과 잘 상의하셔서 전구사업까지

확장해보시죠?

석주일 (허리를 굽실거리며) 감사합니더.


남규만, 술 마시며 비릿하게 웃는다. 양 사장과 석주일은 화기애애하게 술잔을 부딪히고-

그때, 곽 형사가 갑자기 들어선다. 살짝 놀라는 남규만과 석주일.

남규만 (귀찮은 듯) 또 뭐야?

곽 형사 남규만 사장.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당신 개 노릇을 얼마나 했는데 날 내쳐!

석주일 (표정 일그러지는) 이봐요. 곽 형사. 지금 어데라꼬?

곽 형사 내가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것 같아?

니가 돈 바른 놈들 다 불어버리면, 당신 끝장이야!

남규만 (표정 살벌해지는)

그때, 석주일의 부하들이 들이닥친다. 겁에 질린 양 사장.

곽 형사, 석주일의 부하들에게 끌려나간다.

곽 형사 (몸부림치며) 이거 안 놔?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경찰이야! 강력계 형사라고!

니들 다 빵에 처넣어 버릴 거야! 이 새끼들아! 이거 놔!!

곽 형사가 소리치거나 말거나 끌고 나가는 석주일의 부하들.

끌려나가는 곽 형사를 보며 같잖다는 표정 짓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28. 폐창고 / 낮

고개 푹 숙인 채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곽 형사.

석주일과 그 부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규만이 어슬렁어슬렁 곽 형사에게 다가온다.

남규만 이봐요. 곽 형사님. 여기 기억나죠?

곽 형사, 고개 들어 남규만을 본다. 많이 상한 곽 형사의 얼굴.

남규만 (느글거리는) 그때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지만...

이번엔 리얼인 거 알고 있죠?


곽 형사 (버럭) 이거 안 풀어? (발악하며) 으아아아~~

남규만 (개 짖는 소리 흉내내며) 워우 워우. 개가 하도 짖어대니까

너무 시끄럽잖아.

비릿한 표정 짓는 남규만. 이를 내려다보는 CCTV 시점.

천정에서 빨간 불빛이 빛나고 있는데-

29. 오정아의 집 앞 / 낮

인아가 오정아네 집 대문 앞에 서 있다.

안에서 한 여자 (4부 67씬 오정아 부 장례식장에서의 여동생)가 대문을 열고 나온다.

오정아의 고모다.

고모 (조심스레 인아를 보며) 누구... 세요?

인아 (명함 건네며) 정아 친구, 이인아라고 합니다.

30.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밤

인아가 커다란 박스를 열고 있다. 안에는 생전의 오정아 사진과 다이어리 몇 권,

오정아가 오정아 부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이 들어있다.

인서트>

12부 29씬 이후의 상황. 오정아의 집 앞.

오정아 고모가 박스 하나를 들고 와 인아에게 건네고 있다.

고모 정아가 생전에 아끼고, 직전까지 사용했던 물건들...

그냥 버리기엔 너무 맘 아파서...

인아 감사합니다. 잘 살펴본 뒤에 갖다 드릴게요.

/ 다시 현재.

인아가 하나씩 물건들을 살펴보다가 정아가 생전에 사용했던 다이어리를 집는다.

(4부 45씬에서 오정아부가 살펴봤던 오정아의 다이어리다.)


인아가 천천히 다이어리를 넘기다가 2011년 11월 1일(서촌여대생 살인사건 전날)에

‘010‑XXXX‑XXXX' 노래 알바' 라고 적혀 있다.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인아.

잠시 후 다이어리를 다시 살펴보는 인아. 맨 앞장에 꽂혀 있는 명함 하나를 발견한다.

명함에는 ‘일호생명 안수범 비서실장’이라고 쓰여 있고, 앞서 보았던 전화번호와

안수범의 전화번호가 동일한 것을 확인하게 된다.

뭔가 실마리를 잡은 듯한 인아의 얼굴, 벽에 붙어 있는 안 실장의 사진을

유심히 살펴본다. 화면 가득 안 실장의 사진이 잡히는데-

31. 일호그룹 로비 / 밤

안 실장이 로비 안으로 들어서는데, 이때 안 실장 앞으로 나타나는 인아.

안 실장, 인아인 것을 확인하고는 뿌리치고 그냥 지나가려 하는데-

인아 (다시 안 실장 막아서며) 4년 전에 당신이 오정아, 서촌 별장으로

불렀지?

안 실장 (크게 당황하고는) 지.. 금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사람 잘못 봤어

요.

인아 (과거 안 실장 명함 보이며) 당신이 노래 알바로 오정아 불렀잖아.

명함을 보고는 급격히 얼굴이 어두워지며,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는 안 실장.

하지만, 인아가 안 실장의 팔을 강하게 붙잡는다.

안 실장 (팔 뿌리치며) 아니, 이 사람이 지금. 알바는 무슨 알바!

이때, 멀리서 경호원 둘을 옆에 끼고 로비 중앙으로 걸어가던 남규만.

안 실장이 인아와 다투 듯 얘기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살짝 표정이 일그러지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32. 남규만의 차 / 밤

뒷좌석에는 남규만이 앉아 있고, 앞에는 운전기사, 조수석에는 안 실장이 있다.


남규만이 룸미러로 안 실장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남규만 너, 아까 로비에서 얘기하던 여자.. 서진우네 로펌, 이인아 맞지?

안 실장 (화들짝 놀라며) 어... 봤..구나?

남규만 그 여자가 무슨 말을 하든?

안 실장 (식은 땀 흘리며) 벼.... 별 거 아냐. (머리 막 굴리더니)

미소 전구 재판 있잖아.. 그때 뭐 뒤집을 건 없나.. 떠보러 온 거였

어.

남규만 (룸미러로 안 실장 차분히 보며) 그게 다야?

안 실장 (남규만 눈과 마주치자) 그... 그럼.

태연한 척 애쓰는 안 실장. 그런 안 실장이 수상쩍은 남규만의 얼굴에서-

33. 옥탑사무실 앞 / 밤

쾅- 쾅-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진우, 나가면 곽 형사가 서 있다. 여기저기 얻어터진 곽 형사의 얼굴.

곽 형사의 방문에 살짝 굳는 진우의 얼굴. 곽 형사도 굳은 얼굴로 진우를 바라보는데-

34. 탁영진 검사실 / 낮

탁영진이 서류(필적감정서)를 보고 있다. 마주 앉아있는 인아.

인아 유서가 조작됐어요. 오정아 부친, 자살이 아니라 타살인 게 분명해요.

탁영진, 인아의 말에도 대답하지 않고 서류를 집중해서 읽고 있다.

그러다 서류를 내려놓는 탁영진. 그런 탁영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인아.

탁영진 홍무석이 일호그룹 커버쳐가며 뻔뻔하게 검사짓 하고 있었다, 이거지?

인아 (끄덕이면)

탁영진 나도 그 인간, 형사 사건까지 은폐시키려고 했던 걸 안 이상,

더는 참지 못하겠다.
인아 선배님.. 괜찮으시겠어요?

탁영진 (잠시) 너, 임관때 검사선서 아직 기억하지?

인아 (끄덕이면)

탁영진 그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어.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있는 검사”

인아, 그 말에 씨익 웃는다. 탁영진도 인아와 웃음짓더니 뭔가 각오를 다지는 얼굴인데-

35. 서울중앙지검 복도 / 낮

복도를 걸어오고 있는 인아. 반대편에서 오던 홍무석과 마주친다.

인아, 홍무석을 외면하고 가려는데-

홍무석 누가 보면 아직도 검사인 줄 알겠어요.

이렇게 지검에 자주 들락날락거리니.

인아 (돌아서서 보면)

홍무석 탁 검사랑 뭐라도 해보려고 수작부리는 거 같은데...

(잠시) 이젠 탁 검사까지 검사복 벗게 만들 작정입니까?

인아 저 다음으로 누가 옷을 벗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그게 부장검사님이 되실 수도 있구요.

홍무석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건 여전하군요. 이 변호사.

인아 (냉랭하게) 사람은 누구든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요.

인아, 홍무석을 차갑게 보고는 다시 걸어간다. 그런 인아를 비릿하게 보는 홍무석.

36. 진우의 차 안 / 낮

운전 중인 송 변과 조수석에 앉아, 미소전구 사건과 관련된 서류를 보고 있는 진우.

송변 (걱정스레) 근데 서 변, 우리 피해자들 만날 수나 있을까?

일단 전구 때문에 전자렌지가 폭발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진우 부딪혀 봐야죠. 폭발 사고가 일어난 당시 상황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은 피해자들 증언뿐이니까.

송 변, 진우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는데-

37. 일호의료원-복도 / 낮

남자(40대)에게 멱살을 붙잡혀 병실에서 끌려 나오는 진우의 모습.

송 변은 안절부절 못하며 남자를 떼어내려고 하고 있다.

남자 이것들이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여길 무슨 낯짝으로 와?

왜, 얼마나 다쳤나 보러 왔냐? 합의 보려고 왔어?

송변 저, 아버님. 일단 진정하시고...

이때 복도에 들어서는 박동호, 진우를 발견하는데-

남자, 거칠게 진우의 멱살을 놓는다.

남자 니들 때문에 우리 애가 다쳤어! 아무 잘못도 없는 애가 다쳤다고!

진우 ...저희도 따님의 사고에 대해 (하는데)

남자 그 입 다물어! 이 새끼들이... 다시 한 번만 오기만 해.

그땐 니들 죽고 나 죽는 거야.

남자, 진우와 송 변을 노려보고는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간다.

송 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남자를 따라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간다.

진우, 씁쓸한 얼굴로 병실 쪽을 보다가 고개를 돌리는데- 박동호와 눈이 마주친다.

진우, 박동호를 무시하고 가려다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진우 (돌아서서 박동호 보며) 내 의뢰인한테.. 명함은 왜 줬어?

박동호 그래야 재판에서 함 붙을 거 아이가? 우리가?

‘우리’라는 말에 피식 웃는 진우. 박동호, 그런 진우를 바라보더니-

박동호 진우야.... (잠시) 남규만을 이기려면 나부터 이겨라.


진우 (그 말에 멈칫하는) 뭐?

박동호 난 이번 재판에서 니를 반드시 이길 기다. 그러니.. 니도 나를 이겨봐라.

진우 걱정 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길 테니까.

이내 돌아서서 병실로 들어가는 박동호. 진우, 그런 박동호를 보는 모습에서-

38. 일호의료원 앞 / 낮

건물 밖으로 나오는 송 변과 진우.

송변이 진우의 옷을 바로 잡아주며 안쓰러워한다.

송변 아니 사고 난 게 꼭 미소전구 때문이라는 보장도 없는데

사람들 진짜 너무 하네. 누구든 따지고 미워하면 만고땡인가?

이때 진우와 송 변 앞으로 딸의 휠체어를 끌고 지나가는 심병훈이 보인다.

심병훈과 진우, 서로 눈이 마주친다. 진우, 차분히 심병훈을 바라본다.

그 시선에 휠체어를 멈추며 굳은 얼굴로 서는 심병훈의 모습에서-

39. 카페 / 낮

카페에 진우와 심병훈이 마주보고 앉아 있다.

진우 박동호 변호사 만난 적 있으시죠?

심병훈 (표정 급격히 굳는)

진우 그 사람이 위증을 요구했죠? 따님 수술 시켜주겠다면서?

심병훈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겁니까? 당신들 아니어도 지금 나,

충분히 사는 게 지옥같다구요!

진우 따님 수술비는 제가 먼저 해결해드릴게요.

나중에 천천히 갚으시면 됩니다.

심병훈 (눈빛 흔들리며 멈춰서는)

진우 설 사장님과는 가족 이상으로 지내셨잖아요. 지금까지 두 분이 청춘을

고스란히 바쳐서 지금의 미소전구를 일군 거구요.


심병훈 (괴로워하는 얼굴로) 제발.. 그만 하시죠.

진우 심병훈씨는 지금 위증으로 미소전구와 함께 한 시간들을

모두 부정하려 하고 있어요. 그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러섬 없이 간절한 진우의 모습. 심하게 눈빛이 떨리고 있는 심병훈의 얼굴에서-

40. 남규만의 집무실 / 낮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는 배철주와 남규만. 배철주가 남규만의 집무실을 둘러보며-

배철주 이제야 진짜 일호그룹 후계자 느낌난다.

남규만 (굳은) 야. 언젠 후계자 아니었다는 것처럼 들린다?

배철주 (살짝 당황하며) 내 말은, 니가 이제 곧 일호그룹 먹을 거 같다 이거지.

남규만 (피식) 하긴, 거들먹거리던 이사진 놈들도 이젠 나한테 암말 못해.

남규만과 배철주, 기분 좋게 차를 마시는데- 그때, 노크하고 들어오는 안 실장.

배철주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서류파일을 남규만에게 건넨다.

배철주 근데 안 실장이 요즘 인사를 똑바로 안 하네?

안 실장 예?

배철주 목례만 하면 다야? 규만이랑 고교동창이라고, 나까지 친구로 보여?

남규만 야, 수범아. 뭐하냐. 똑바로 안 해?

안 실장 ...죄송합니다.

안 실장, 다시 인사하려는데, 남규만이 안 실장의 고개를 꾹 눌러 90도 인사하게 만든다.

남규만 앞으로 이렇게 인사해. 철주랑 친구 먹을 생각하지 말고.

안 실장 (90도로 숙인 상태에서) ...알겠습니다.

배철주 야, 규만아. 이러니까 레벨이 다른 애들이랑 놀면 안 돼.

남규만 (히쭉 웃으며) 그래도 수범이 정도면 지 분수 아는 애지.

(안 실장 기분 나쁘게 보며) 자존심이라는 게 없거든.


웃는 배철주와 남규만. 안 실장, 모멸감을 느낀다. 주먹을 꽉 쥐고 참는 안 실장 모습에서-

41. 선술집 / 밤

안 실장과 석규가 앉아 있다.

안 실장, 소주를 털어 넣으려고 하자 석규가 뺏어 든다.

석규 수범아, 많이 취했다.

안 실장 오늘은 좀 취할란다. 남규만 뒤치다꺼리나 하는 인생이라고..

난.. 내 맘대로 술 한잔도 못 마시냐?

잔을 다시 뺏어 입에 털어 넣는 안 실장.

석규도 자기 소주잔을 채워 한 입 털어 넣는다.

안 실장 내.. 내가 입만 뻥긋하면 규만이 걔 끝나.

내가 지 명 줄 잡고 있는 것도 모르면서 까불어, 까불긴.

석규, 그 말을 듣자 옥탑사무실에서 진우와 인아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인서트>

12부 20씬 상황. 크게 놀라는 얼굴의 석규.

진우 네. 제 눈으로 똑똑히 진범이 오정아씨를 살해했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봤습니다.

석규 ...그 진범이 누군지도 알고 있습니까?

진우, 잠시 석규를 가늠하듯 보던 진우.

진우 ...남규만이에요. 일호그룹 사장.

/ 다시 현재. 석규, 자리에서 일어나 안 실장을 일으켜 세운다.


석규 많이 마셨어. 그만 가자. 수범아.

술 취한 안 실장을 부축해 나가는 석규의 흔들리는 눈빛에서-

42. 옥탑사무실 / 밤

인아, 송 변, 연 사무장이 소파에 둘러 앉아 있다.

난로 위에는 군고구마들이 놓여 있는데-

송변 (고구가 정성스레 까며) 겨울에 군고구마는 이렇게

오순도순 모여 먹을 때가 진짜 맛나지. (연 사무장에게)

하나 드릴까?

연 사무장, 환히 웃으며 고구마를 받으려는데, 송 변이 냉큼 인아에게 건넨다.

인아 (씨익 웃으며) 고맙습니다.

연 사무장을 향해 메롱~ 하고는 다시 고구마를 까기 시작하는 송 변.

연 사무장 (송 변을 흘기며) 어우~ 얄미워. 이 정도 밉상인 건,

노력한다고 되는 건 아닌데~

송변 참나. 나보고 밉상이라고 하는 사람은 연 사무장님밖에 없어요.

다들 나만 보면 귀염상이라고들 하는데. 그치~ 이 변?

이에 피식 웃는 인아와 연 사무장.

그때, 옥탑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진우.

송변 어! 서 변! 왔어? 알아본 거는?

진우 이번 미소전구와 비슷한 일로, 일호전자 때문에 도산당한

하청업체가 있어요.

인아 같은 피해자가 또 있다구?

진우 응, 냉장고에 냉각기를 납품하던 업체인데, 한 번 알아봐줘.


‘팽중석 010‑XXXX‑XXXX’가 적힌 메모지를 인아에게 건네는 진우.

진우 그때 도산당한 하청업체 대표야.

인아 응, 알았어.

송변 오케이! 이 변, 나도 같이 가자구! 레이디를 혼자 보낼 순 없지!

송 변의 말에 웃는 진우, 인아, 연 사무장의 모습에서-

43. 달동네 거리 / 낮

달동네 거리 ‘일호그룹 독거노인 돕기’ 행사 현수막 걸려 있고

남규만과 안 실장, 일호그룹 직원들 줄지어서 노인 집으로 연탄 나르고 있다.

남규만 짜증나지만 간간히 웃으며 지나가는 달동네 사람들과 눈인사 한다.

그 모습 일호그룹 직원이 연신 촬영하고 있다.

노인 한 명이 다가와 남규만을 반기며-

노인 아이고. 이런 고마울 때가 있나. 아버지도 그렇게 좋은 일을 많이

하시더니... 부전자전이구만. (손을 덥석 잡는)

남규만 (불편하지만 애써 웃으며) 예. 감사합니다.

노인 매년 고마워.

남규만 네. 따뜻한 겨울 되세요~

그때, 남규만에게 문자 메시지가 온다. 뒤돌아서 화면을 터치하자 영상이 뜬다.

인서트>

12부 28씬 이후 상황.

폐창고에서 곽 형사가 남규만을 향해 악을 쓰고 있다.

곽 형사 내가 혼자 죽을 줄 알아?

남규만 왜... 내가 당신한테 총 쏴서 사람 죽이라는 거 떠들고 다니게?

곽 형사 니가 사람 죽이라고 시킨 게 그때 한 번 뿐이야?

남규만 그게 뭐 어쨌다고!
/ 다시 달동네.

남규만, 열 받는다. 그때, 걸려오는 휴대폰. 받아들면, 진우다!

진우 (E) 동영상은 잘 감상하셨나?

남규만 너 이 새끼, 지금 어디야!!!!

진우 (E) 이거는 예고편에 불과해. 앞으로 기대해. (끊는)

남규만 (열받아 소리치며) 야. 이 새끼야.

남규만,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연탄을 집어던진다.

안 실장과 주변 사람들 놀라서 남규만 쳐다보는데서-

44. 옥탑사무실 옥상 / 낮

옥탑사무실 옥상 위의 진우. 건너편의 일호그룹 광고 전광판을 보는데.

그 위로-

인서트>

33씬이후의 상황. 옥탑 사무실.

곽 형사가 테이블 위에 USB를 탁 올려놓는다.

진우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거지? 주인한테 버림받아서 나한테

용서라도 빌고 싶나?

곽 형사 뭐, 마음대로 생각해라. 쓰레기 같은 놈들 믿고 개처럼 충성한

내가 바보였다.

진우 (보는)

곽 형사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나만 당할 수는 없어!

진우 그러니까, 같이 죽겠다?

곽 형사 뭐 그럴 수도 있고. 더 중요한 건 너하고 나... 타겟이 같잖아!

/ 다시 옥탑 사무실 옥상.

건너편 일호그룹 전광판을 바라보는 비장한 얼굴의 진우 모습에서-


45. 카페 / 낮

카페에 앉아있는 인아와 송 변. 그 앞에 초라한 행색의 팽씨(50대 남)가 앉아있다.

인아 (깜짝 놀라며) 일호전자 냉장고사고가 실제로는 영원전기때문이라구요?

팽씨 제가 공장들 돌아다니면서 직접 조사를 해봤습니다.

송변 에휴, 얼마나 억울하셨으면 그러셨을까?

인아 그래서 영원전기 전선에 결함이 있는 걸 알아내신 거예요?

팽씨 알아내면 뭐합니까? 아무리 언론에 제보해봤자 한 군데도

들은 척도 안하더군요.

그때 생각에 한숨을 푹푹 쉬는 팽씨. 인아와 송 변, 안쓰럽게 보는데-

인아 그럼 그 당시에 일어난 냉장고 대량 리콜사태를 사장님께서

모두 책임지셨다는 건가요?

팽씨 ...그렇습니다. 일호전자 측은 조사를 한 결과, 우리 회사 냉각기

문제라며 소송 했고, 모든 책임을 저희 회사로 돌렸습니다.

송변 사장님 회사 냉각기엔 아무 문제가 없었구요?

팽씨 예, 여러 조사업체에 의뢰한 결과, 모두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인아와 송 변, 단서를 잡았다는 얼굴이 된다.

46. 홍무석의 검사실 / 낮

검찰 박스를 든 검찰 직원들 서넛이 들이닥친다.

책상과 책장 등을 샅샅이 뒤져 파일들을 쓸어 담는데-

뒤이어 나타나는 매서운 눈초리의 탁영진.

탁영진 (위압적으로 지시하는) 먼지 하나도 남기지 말고, 싹 다 쓸어 담으세요.

이때, 홍무석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선다.

두 사람, 서로의 팽팽한 시선이 오고 가는데-


홍무석 탁 검사, 지금 이게 대체 뭐하자는 겁니까?

탁영진 (물러섬 없이) 지금 대검찰청 감찰부에서 부장검사님 비리 건으로

압수수색 중입니다. 협조해 주십시오.

홍무석 (비릿한 미소) 이거... 하극상 인가요? 무슨 증거로 이러는 겁니까?

탁 검사, 괜한 오지랖은 부리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했을 텐데요.

탁영진 지검장님께서 허가하신 사항입니다.

홍무석 (표정 굳는)

탁영진 제가 괜한 오지랖을 부리는 건지, 정당한 행동을 하는 건지는

감찰부에서 밝혀줄 겁니다.

홍무석 탁 검사.... 뒷감당 할 수 있겠어요?

탁영진 (여유 있는) 뒷감당은 부장님이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꾸벅 목례한 뒤, 보란 듯이 나가버리는 탁영진.

난장판이 된 사무실을 냉랭한 얼굴로 보고 있는 홍무석에서-

47. 옥탑사무실-1층 / 낮

‘영원전기’에 대해서 검색하고 있는 인아. 사장인 ‘양현수’에 대한 정보를 보고 있다.

중소기업이지만. 일호전자 하청업체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이어지는데

48. 영원전기 / 낮

영원전기에 찾아간 인아와 송 변. 안내데스크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송변 아니, 사장님 좀 잠깐만 보면 된다니까요?

데스크 죄송합니다. 사장님께선 지금 안 계십니다.

인아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언제쯤 오시나요?

데스크 저희도 모릅니다. 다음에 선약을 하고 오시죠.

단호한 데스크 직원. 인아와 송 변, 곤란한 얼굴인데-

이때, 엘리베이터에서 경호원과 함께 내려 밖으로 향하는 남자. 양 사장이다!


인아, 양 사장이 있는 쪽으로 재빨리 달려간다.

인아 양 사장님!

다가오는 인아를 보게 되는 양 사장. 가드들이 인아를 막는다.

인아 일호전자 전자레인지 폭파 사건에 대해 질문할게 있습니다.

잠시 시간 좀 내주시죠!

양 사장 얜 뭐야?

인아 미소전구 법률대리인입니다.

양 사장 (차갑게) 할 말 없습니다.

양 사장 가버리면, 가드에 막혀 더 이상 가지 못하는 인아와 송 변.

49. 남규만 차 안 / 낮

남규만, 홍무석과 통화 중이다. 앞자리에는 안 실장이 타고 있다.

홍무석 (E) 저한테... 내사가 들어왔습니다.

남규만 어떤 놈이 홍 부장님 등에 칼을 꽂았나요?

홍무석 (E) 치고 들어온 건 제 밑에 있던 탁영진 검사지만...

소스는 이인아 변호사가 줬을 겁니다.

남규만 (짜증 팍 나며) 이인아?

홍무석 (E) 네.

남규만 홍 부장님 때문에 제가 또 바빠지겠네요.

안 그래도 지금 바쁜 일 하나 처리하러 가는 길인데...

홍무석 (E) 심려 끼쳐드려 죄송합니니.

남규만 알았어요. 연락 기다리세요. (끊는)

휴대폰 끊는 남규만.

남규만 (화가 치밀어 올라) 이것들이 쌍으로 연타를 멕이네.


쾅쾅 차안을 주먹을 쳐댄다. 그 모습에 눈치 보는 안 실장.

50. 주차장 / 낮

박동호,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시선.

차에 올라타는 박동호.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그 뒤를 바짝 따라 출발하는 금 실장의 차.

앞서가던 박동호의 차가 급정거한다. 금 실장의 차도 같이 멈추는데-

금 실장의 차 바로 뒤에 바짝 붙어 멈추는 차량 한 대. 운전석 보면 편 사무장이다!

금 실장의 차가 박동호 차와 편 사무장 차 사이에 갇혀 꼼짝 못한다.

그때 동시에 차에서 내리는 박동호와 편 사무장.

박동호가 금 실장의 차로 다가가 노크를 한다. 똑똑똑-

박동호 내리라.

금 실장 (머뭇거리는)

박동호 (험악하게) 내리라 안카나!

금 실장, 할 수 없이 차 문을 열고 내리면-

박동호 (멱살 잡으며) 행님한테 몬 들었나?

내 따라댕기믄 죽이삔다꼬!

금 실장 나 건드리면 (하는데)

금 실장의 얼굴에 박히는 박동호의 주먹.

두 사람 주먹이 오가지만 박동호가 연타를 날려 금 실장을 바닥에 쓰러뜨린다.

박동호 이번이 마지막이다. (뒤돌아가는)

편사무장 (때릴 듯이 손을 치켜들며) 이 짜슥이. 뒤질라꼬.

박동호 (차로 걸어가며) 상호야. 가자.

신음하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금 실장.

박동호와 편 사무장, 그런 금 실장을 남겨두고 떠나는데서-


51. 병원 / 낮

신경정신과 유 의사(40대 초, 남)가 모니터로 뇌사진을 찍은 차트를 보고 있다.

화면, 뒤로 빠지면 진우가 유 의사 앞에 앉아 있다.

유 의사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했잖습니까?

진우 제가 요즘 재판으로 바빠서...

유 의사 지금 서진우씨는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뭐든 과하면... 과부하가 걸리기 마련이죠.

진우 (어두운 얼굴로 듣고 있는)

유 의사 남들은 재능이라고 할 지 몰라도, 진우씨가 가진 기억능력은...

사실은 장애입니다.

진우 ....선생님, 제 상태가 현재 어디까지 와 있나요?

유 의사, 주저하며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진우 괜찮습니다. 저한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요?

유 의사 ...기억을 쓰면 쓸수록 진행은 더 빨라질 거예요.

(잠시) 길면 1년, 짧으면 6개월입니다.

진우 (크게 충격 받는)

유 의사 그 시간 안에 진우씨의 기억은 점점 사라져 갈 겁니다.

진우, 뭐라 말할 수 없는 얼굴에서-

52. 한강 둔치 / 밤

진우가 한강변을 힘없이 걷고 있다. 그러다 멈춰 선다.

흘러가는 강물을 가만히 바라보며-

인서트>

6부 27씬 상황. 변호사 접견실.


진우 (서재혁의 손을 잡으며) 제발... 아버지... 내 얼굴 잘 봐봐... 응?

서재혁 변호사님께서 잘못 찾아 오셨나 보네요.

진우에게 조용히 반지목걸이를 건네는 서재혁. 입술을 깨무는 진우, 눈시울이 붉어진다.

서재혁 저는... 아들이 없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진우의 눈빛. 결국, 진우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 다시 현재. 한강을 보며 소리를 지르는 진우.

응어리와 분노, 슬픔이 뒤섞인 진우의 외침이 이어진다.

53. 옥탑 사무실 / 밤

인아, 커피 들고 비밀의 방으로 들어간다.

54. 옥탑 사무실 계단 / 밤

계단을 오르는 두 사람의 다리가 보여진다.

55. 옥탑 사무실 / 밤

남규만, 옥탑 사무실 들어서는데 아무도 없다. 그 뒤로 안 실장도 따라 들어온다.

주변을 둘러보는 남규만. 책장 문틈사이로 비밀의 방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비밀의 방쪽으로 다가가는 남규만과 안 실장.

56. 옥탑 사무실-비밀의 방 / 밤

인아, 영원전기 관련 서류를 집중해서 보고 있다.

그때, 비밀의 방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남규만.

인아, 인기척을 느낀다!


인아 진우야, 왔어? (돌아보면)

남규만이 비밀의 방 앞에 서 있다. 인아를 보고 씨익 입꼬리까지 올린다.

남규만 이인아 변호사?

인아 (심장이 쿵 내려앉는)

남규만, 비밀의 방의 사진들을 쓰윽 살펴보더니-

남규만 잘 꾸며놓으셨네. 내가 누군지... 나보다 더 잘 알겠어. 당신들.

인아를 향해 섬뜩한 얼굴로 다가오는 남규만의 모습.

두려움 느끼고 뒷걸음질 치는 인아의 모습에서 엔딩!

-12부 끝
Remember 13

1. 한강 둔치 / 밤

한강을 보며 소리를 지르는 진우.

응어리와 분노, 슬픔이 뒤섞인 진우의 외침이 이어진다.

2. 옥탑사무실-1층 / 밤

인아, 커피 들고 비밀의 방으로 들어간다.

3. 옥탑 사무실 계단 / 밤

계단을 오르는 두 사람의 다리가 보인다.

4. 옥탑사무실-1층 / 밤

남규만, 옥탑 사무실 들어서는데 아무도 없다. 그 뒤로 안 실장도 따라 들어온다.

주변을 둘러보는 남규만. 책장 문틈사이로 비밀의 방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비밀의 방 쪽으로 다가가는 남규만과 안 실장.

5. 옥탑 사무실-비밀의 방 / 밤

인아, 영원전기 관련 서류를 집중해서 보고 있다.

그때, 비밀의 방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남규만. 인아, 인기척을 느낀다!

인아 진우야, 왔어? (돌아보면)

남규만이 비밀의 방 앞에 서 있다. 인아를 보고 씨익 입꼬리까지 올린다.

남규만 이인아 변호사?

인아 (심장이 쿵 내려앉는)
남규만, 비밀의 방의 사진들을 쓰윽 살펴보더니-

남규만 잘 꾸며놓으셨네. 내가 누군지... 나보다 더 잘 알겠어. 당신들.

인아를 향해 섬뜩한 얼굴로 다가오는 남규만의 모습. 두려움 느끼는 인아.

남규만, 서촌여대생살인사건 관련 섹션을(오정아 사진, 신문기사 등등) 보게 된다.

무섭게 굳은 얼굴로 인아를 향해 다가가는 남규만. 인아, 한발씩 뒷걸음질 치는데-

인아 (벽 끝까지 밀려 멈출 수밖에 없는) !!

남규만 (위협적으로 가까이 다가와서 멈추더니) 내 회사 건물이 훤히

보이는 옥탑에서 이딴 걸 하고 있었네.

인아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보는)

남규만 (닿을 듯 더 다가와) 그딴 동영상으로 협박하면 내가 겁이라도

먹을 줄 알았나?

인아 (맞서서) 그럼 넌 여기까지 와서 왜 이러는데?

남규만 (그 말에 열 받지만 참으며) 근데 서진우 변호사는 어디 가셨나?

인아, 남규만을 노려보며 두려움 애써 감추고 말한다.

인아 어디 갔겠어? 너 무너뜨릴 준비하고 있겠지. 진우, 돕는 사람들이

니 생각보다 많아.

남규만 아이구, 그러세요? 그건 나도 마찬가진데. 이거, 뭐 게임이 되려나?

인아 똑똑히 들어 둬. 니 죄가 널 무너뜨릴 거야. 우린 정당하게 법으로

널 이길 거고.

남규만 (비웃으며) 이야, 말 안 통하는 건 서진우하고 똑같네.

인아 (팽팽하게 노려보며) 여기서 당장 나가!

남규만, 섬뜩한 눈빛으로 인아 한 번 노려본다.

6. 남규만의 차 안 / 밤

남규만, 차 안에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옆자리에 안 실장이 있다.


남규만 (안 실장에게) 야, 저것들 진심이냐? 쥐뿔도 없는 것들이.

돕고 말고가 어딨어? (진짜 궁금한 얼굴)

안 실장 응? 응... 마음이지... 마음... 그거라도 돕는다는 거겠지.

남규만 기브앤테이크다? 세상을 움직이는 진리는 주면 받는다. 주면 받고...

받으면... 음... (잠시 생각) 내키면 주고 아니면 안주고... 안 그러

냐?

안 실장 응? 그치... 그게 현명한 거지.

남규만 근데 너 아까 밖에서 뭐했냐?

안 실장 (살짝 놀라서) 규만이 너 얘기할 때, 방해될까봐 밖에 있었지.

그렇게 말하는 안 실장을 뚫어져라 보는 남규만. 이에 안 실장, 애써 웃는다.

남규만 뭐하냐? 빨리 박 변하고 석 사장 불러.

안 실장 ...응. 알았어.

7. 옥탑 사무실 앞 / 밤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진우의 모습. 그 위로-

유 의사 (E) 기억을 쓰면 쓸수록 진행은 더 빨라질 거예요. 길면 1년, 짧으면

6개월입니다. 그 시간 안에 진우씨의 기억은 점점 사라져 갈 겁니

다.

8. 옥탑사무실-1층 / 밤

진우가 들어온다. 소파에 앉아있는 인아가 보인다.

굳어지는 진우의 얼굴. 인기척 느낀 인아가 들어오는 진우를 보더니-

인아 왔어? 늦었네?

진우 (태연한 척) 오늘 좀 피곤하다. 들어가서 좀 쉴게.

진우, 비밀의 방에 들어가려 책장을 밀면-


인아 아까 남규만이 왔었어.

진우 (놀라는) 여길?

인아 여기 와서.. 저 방을 보고 갔어.

진우 (얼굴이 급격히 굳는)

인아 별 일 없었어. 그냥 동영상 보고 잔뜩 쫄아서 왔더라고.

진우 (걱정스럽게 쳐다보면) ....

인아 (애써 여유롭게) 걱정하지 마. 내가 남규만한테 한 방 먹였어.

진우 인아야. 남규만,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놈이야. 조심해야 돼.

인아 나 검사 출신이야. (피식 웃는)

그 모습 걱정스레 바라보는 진우의 얼굴에서-

9. 남규만 집무실 / 낮

남규만, 안 실장이 서류 한 장 한 장 넘겨주면, 서류에 사인하고 있는데-


문자 메시지 온다. ‘폐창고로 와라’ 메시지 확인하는 남규만.

남규만 이건 뭐야?

그때, 또 다시 동영상 메시지 들어온다.

남규만 (기분 좋지 않은) 또 그 새끼 아냐? (재생 버튼 누르면)


안실장 (궁금한)

핸드폰 화면으로 보여지는 동영상.

곽형사 저는 4년 전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의 담당 형사였습니다. 당시 저는


홍무석 검사와 일호그룹 사장인 남규만에게 매수 당해 용의자였던
서재혁에게 강압적으로 자술서를 받아내고 범인으로 만들었습니
다.
폐공장에서 3일 동안 불법으로 구금하였고, (자술서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총구를 서재혁 이마에 대고 협박했습니다. 서재혁을
사형수로 만든 이후에는 변호사가 된 서진우를 납치, 협박하였고
살인 용의자로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홍무석
검사와 남규만 사장의 원조와 승인 아래 이루어졌습니다.)

남규만, 핸드폰 던지려다가 동영상 생각해서 던지지 못하고

책상 위의 물건들을 다 쓸어버린다. 안 실장은 차분히 떨어진 물건들 정리하는데-

남규만 이 거지같은 새끼들이... 석 사장한테 애들 좀 데리고 오라 그래.


10. 교도소 면회실 / 낮

진우가 곽 형사를 면회하고 있다.

곽 형사 (입 꼬리 올리며) 남규만 그 새끼 똥 씹은 얼굴, 내가 봤어야 하는

데...

진우 나한테 동영상 줬다고 당신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야.

곽 형사 아무리 원수라도.. 목적이 같으면 서로 돕는 거 아닌가?

진우 (보는)

곽 형사 남규만 잡을 계획은 잘 세우고 있어?

진우 그건 니가 걱정할 필요 없어. 확실히 준비하고 있으니까.

곽 형사 (비릿하게 웃는)

진우 앞으로는... 당신 때문에 고통 받은 사람들 위해 회개하면서 살아.

곽 형사에게 부드럽지만 힘주어 말하는 진우의 얼굴에서-

11. 서울중앙지검-소강당 / 낮

홍무석이 연단 앞에 서 있고, 동료들 수십 명이 서서 홍무석의 퇴임사를 경청중이다.

연단 뒤로는 <홍무석 부장검사 퇴임식>이라는 플래카드도 걸려 있다.

그들 가운데 앞 쪽으로는 여경도 보인다.

(언론들은 부르지 않고, 동료들만 모인 상태로 열린 퇴임식. 탁영진은 보이지 않는다.)

홍무석 저는 오늘 여러분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하여 책임을 통감하고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년간 저는, 검찰의 역할

대해 무한한 자긍심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쉼없이 달려왔습니

다.

(잠시) 오늘 저는 여러분 곁을 떠나지만 제 여정은 끝나지 않았습

니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홍무석이 퇴임사를 마치자, 동료들의 박수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12. 서울중앙지검-로비 / 낮

로비 앞, 검찰청 동료들이 양쪽으로 줄지어 서 있다.

그 가운데로 홍무석이 천천히 로비 밖을 향해 걸어 나간다.

동료들의 박수가 계속 이어지고, 홍무석은 여유롭게 웃으며 동료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대열의 맨 끝에 탁영진이 서 있다. 걸어가다 그 앞에 탁 멈추는 홍무석.

탁영진 (인사 정중하게 하더니) 퇴임소감 잘 들었습니다. 악어의 눈물을

보는 듯 하네요.

홍무석 (여유롭게) 탁 검사한테 신세 많이 지고 갑니다.

홍무석을 굳은 얼굴로 보는 탁영진.웃으며 여유롭게 로비를 빠져 나가는 홍무석에서-

13. 옥탑사무실-1층 / 낮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진우, 인아, 연 사무장, 송 변.

송변 (인아에게) 오늘 내 커피 어때?

인아 날씨가 추워서 더 맛있어요. (씽긋 웃으며 커피 한 모금)

진우 (인아에게) 근데.. 홍무석이 요즘은 너, 안 괴롭혀?

인아 (살짝 당황하며) 어?

진우 너희 부서 부장검사로 왔다며. 그 인간.. 네 스타일대로 일 하도록

가만히 놔둘 위인은 아니잖아.

연 사무장 (얼굴이 금세 굳어지는)

송 변과 인아 모두, 진우의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바뀐다.

송변 뭔 소리야~ 이 변, 검사 관둔 지가 한 달이 넘었구만.
진우, 송 변의 말에 순간 의아한 표정으로 바뀐다. 연 사무장은 당황한다.

진우, 그제야 기억이 다시 돌아오며 금세 당황한다.

연 사무장 (애써 웃으며) 서 변이 이 변, 홍무석땜에 검사 관뒀다고

지금 놀리는 거야. (진우에게 눈치주며) 그치?

진우 (얼굴 굳어지는)

연 사무장 아이고, 서 변. 오늘도 잠 못 잤어? 정신이 없나보네. 가서 좀 쉬어.

연 사무장, 진우를 비밀의 방 앞으로 떠민다.

진우, 연 사무장에게 떠밀려 비밀의 방으로 들어간다. 연 사무장, 한 숨 돌리는데-

인아 (잠시 생각하더니) 사무장님. 진우, 요즘 이상하지 않아요?

송 변, 의아한 얼굴이 되고, 연 사무장은 당황하는 표정된다.

인아 그 기억력 좋은 애가 깜빡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의아함을 느끼는 인아의 얼굴 위로-

인서트>

7부 34씬, 교도소-일반 면회실 상황. 인아가 서재혁을 면회하고 있다.

서재혁 아가씨.. 난 아들이 없어요. 진우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봐요.

아가씨가 찾아온 사람이 나, 맞아요?

서재혁을 바라보는 인아. 큰 충격에 빠진 얼굴.

/ 다시 현재.

인아 설마... 아니겠죠?

연 사무장 요즘 일이 많잖아. 쉬지도 않고 일하는 거 보면 나도 좀

안쓰러워. 아휴 서 변, 커피나 한 잔 갖다 줘야겠다.


인아,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 짓는데-

14.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낮

진우가 혼자 생각에 잠겨있다. 연사무장이 커피를 가지고 들어온다.

연 사무장 (커피를 내려놓으며) 오늘 병원 갖다 왔지?

진우 (대답 못하는)

연 사무장 서 변 상태... 점점 안 좋아지고 있는 거 맞지?

연 사무장, 진우의 눈빛을 본다. 진우, 대답없이 연 사무장을 바라보기만 한다.

잠시 주저하며 망설이던 연 사무장이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연 사무장 진우야. 이젠 그만하자. 그만큼 했으면 됐어. 몸 생각해서 (하는데)

진우 (말 끊고) 아니요. 그럴 수 없어요.

연 사무장 아버지 말씀처럼... 난 진우 네가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 남은 시간들은.

진우, 일어서며 벽에 붙은 남씨 일가 가계도를 다시 본다.

진우 내가 반드시... 법정에 앉힐 거예요. 남규만을...

연 사무장 (안타깝게 보는)

진우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남규만이 누구인지 잊어버리기 전에...

비장하고 결연한 진우의 얼굴에서-

15. (교차) 남일호 저택-응접실+응접실 앞 / 밤

홍무석이 남일호와 차를 마시고 있다. 뒤로는 차 비서가 서 있고-

홍무석 내사가 꽤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더군요.

남일호 (차분히 차를 마시는) ...


홍무석 하지만 회장님까지 올라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남일호 홍 부장이 검사복을 몇 년 입었지?

홍무석 올해로 20년 됐습니다.

그때, 응접실을 스쳐지나 가던 퇴근차림의 여경이 둘의 대화를 듣게 된다.

홍무석 목소리가 들리자, 여경이 조심스레 귀를 기울이는데-

남일호 내사 받은 것 중에 서촌여대생살인사건 관련된 것도 있었나?

홍무석 그 부분은 염려마십시오. 남규만 사장님 역시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경의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남일호 그동안 수고 많았네. 이젠 내 곁으로 좀 더 가까이 와서

회사 일 좀 도와주게나.

홍무석 고맙습니다. 회장님.

여유롭게 웃음짓는 홍무석. 한편 응접실 앞, 여경의 얼굴에는 의구심이 가득 번지는데-

16. 여경의 검사실 / 낮

여경이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다. 과거, 4부에서 인아가 했던 말이 떠오르고-

인서트>

4부 37씬. 법원 앞 상황.

인아 당장 니 오빠한테 전해. 자수하라고.

여경 뱉으면 그게 다 말인 줄 알아?

인아 니 오빠 나오는 동영상 봤어! 정아 죽였다고 말하는 거 내가 봤다고!

여경, 인아의 손을 거세게 쳐내며 차에 탄다.


/ 다시 현재. 수사관이 들어온다.

여경 검사님, 부탁하신 서촌 여대생 사건 자료입니다.

수사관 놓고 가세요.

서류를 펼쳐보기 시작하는 여경의 모습에서-

17. 전구공장 / 낮

공장 안을 둘러보고 있는 진우와 설 사장, 설민수.

진우 (설 사장에게) 그 사이에 공장이 많이 말끔해졌네요?

설 사장 며칠 청소한다고 민수랑 애 좀 먹었습니다. 허허.

진우 (미소 지으며 설민수에게) 민수씨는 여기에서 처음 일할 때 생각나요?

설민수 그럼요. 처음에 1년 동안은 여기에서 먹고 자면서 생산라인 전체를

익혔어요. (설 사장 슬쩍 보며) 아들이라고 대충 봐주고 그런 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설 사장 (엷게 웃으며) 사장아들이라고 건성으로 하면 안 되지.

설민수 (장난스레) 네.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사장님.

진우 (화기애애한 설 부자를 바라보며) 사장님, 민수씨, 두 분 이 공장

곧 돌릴 수 있게 해드릴게요.

설 사장 (뭉클해지며) 변호사님...

진우 두 분이 묵묵히 열심히 살아온 걸 한 순간에 우습게 만들어버린

사람들, 제가 막을 겁니다.

진우의 말에 끄덕이며 진우의 손을 따뜻하게 잡는 설 사장과 설민수.

이를 보고 미소 짓는 진우의 모습에서-

18. 옥탑사무실 / 밤

모여 앉아 2차 변론을 준비하는 변두리로펌 멤버들.


인아 이번에 폭발한 전자레인지에도 영원전기의 전선이 납품되었어요.

연 사무장 A/S나 반품이 많은 일호전자 제품들에도 모두 영원전기가 들어가 있어.

송변 근데 다 전자제품이니까 전선 회사가 엮여 있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인아 서류들을 보면, 영원전기는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청소기에만

전선을 납품하고 있어요. 근데 유독 이 제품들만 문제가 많아요.

연 사무장 우연이라고 보기엔 확실히 이상하지.

인아 영원전기 관련해서 과거에도 이번 미소전구 사태와

판박이 같은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전선에 문제가 있었어요.

송변 이번에도 전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거네?

인아 (고개 끄덕이는)

진우 그래서 폭발한 전자레인지와 같은 모델을 꼭 확보해야 돼요.

이미 리콜해서 시중에선 구하기 힘들겠지만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

찾아야 합니다.

인아 그리고 영원전기 양현수 사장, 매번 갈 때마다 계속 우릴 피하고

있어요. 분명 뭔가 있다는 얘기예요.

그러자 진우의 눈빛으로 다가가는 화면, 기억의 방으로 들어간다.

인서트>

7부 10씬, 진우의 차 안 상황.

앞좌석에 진우와 부사장이 있다. 부사장, 가방에서 USB 메모리를 꺼낸다.

부사장 (건네며) 수임료 대신 약속했던 거네. 일호생명에서 오고갔던 비자금

내역이 다 담겨있어.

인서트>

비밀의 방. 진우가 노트북으로 부사장 USB에 저장된 비자금 내역을 보고 있다.

진우의 절대기억 속에서 내역이 빠르게 넘어가다가 ‘영원전기 양현수’라는 이름에서

멈춘다.

/ 다시 현재.
진우 뭔가 있는 게 확실해요. 일호생명 부사장 재판 때 받은 USB에서

양현수 사장 비자금 내역을 봤거든요.

인아 (고개 끄덕이는)

진우 그럼, 저랑 이 변은 양 사장의 비자금을 추적할게요.

송 변과 연 사무장님은 폭발사고가 난 해당 제품 출고조사를 통해

서,

가능한 한 많은 전자레인지 확보에 주력해 주세요.

진우를 바라보는 비장한 표정의 변두리로펌 멤버들.

19. 일호그룹-로비 / 낮

로비를 걸어가고 있는 박동호와 편 사무장.

편 사무장 행님, 홍무석이 검사 그만뒀다는 소식 들었습니꺼?

엘리베이터 앞에서 걸음 멈추는 박동호와 편 사무장.

박동호 그 너구리같은 양반, 그 자리에 있는 동안 누릴 거 다 누리고

나왔다.

편 사무장 예, 퇴임식에서도 지대로 쇼했답니더. 그래도 이제

검사복 벗었다니 행님이랑 더는 엮일 일 없지 않겠습니꺼?

박동호 17년 전부터 엮인 악연 아이가.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박동호와 편 사무장이 올라타려는데-

안에 홍무석이 있다! 놀라는 편 사무장.

비릿한 웃음 짓는 홍무석. 이를 본 박동호의 얼굴이 굳는데-

20. 엘리베이터 안 / 낮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 박동호와 홍무석, 편 사무장만이 타고 있다.

편 사무장은 두 사람 가운데 껴서 눈치를 살피고 있는데-


홍무석 내가 살다보니 박 변이랑 같은 곳에서 일을 하네요? 감회가 새롭네.

박동호 거 변호사 일 하실 수나 있겠습니꺼? 아랫사람들 부리면서 하던

검사질과는 많이 다를 낀데.

홍무석 다를 거 뭐 있나요. 박 변도 여전히 내 밑인데.

그 말에, 박동호가 홍무석을 보면-

홍무석 몰랐어요? 내가 박 변 위로 온 겁니다. 남규만 사장의 특별 지시로.

박동호 (여유있게) 아이고, 남 사장님이 지를 억수로 생각하긴 하나 봅니더.

홍 (강조하는) 변호사님을 다 보내주시고.

팽팽한 두 사람. 편 사무장은 그저 눈치만 보고 있는 모습에서-

21. 일호로펌-복도 / 낮

복도를 걸어 인포메이션 앞을 지나가는 박동호와 홍무석. 그 뒤로 따라오는 편 사무장.

앞에 서로 마주보고 있는 박동호와 홍무석의 사무실이 보인다.

박동호와 홍무석,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박동호 홍 변호사님.

홍무석 (뒤돌아보면)

박동호 밤길 조심 하이소. 검사질 할 때, 죄 많이 짓지 않았습니꺼?

이제 검사복 벗었으니 몸 단디 챙기셔야 할 겁니더.

홍무석 박 변은 나보다 밥그릇 걱정해야 할 때 아닌가요?

나한테 밥그릇 다 뺏기면, 먹고 살기 힘들잖아.

박동호와 홍무석, 서로를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22. (교차) 박동호 사무실+홍무석 사무실 / 낮

각자의 방에 들어간 박동호와 홍무석.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서로의 눈이 마주친다.

서로를 팽팽히 바라보는데- 이내 홍무석이 손을 탁 들어 인사하고는 비릿하게 웃는다.


박동호, 그런 홍무석을 떨떠름하게 보고는 블라인드를 확 치는 모습에서-

23. 펜션 / 낮

펜션을 걷고 있는 송 변과 연 사무장.

송변 그 펜션에 폭발사고 난 제품이 지금까지 남아 있을까요?

연 사무장 그걸 다 버리진 않았을 거야. 우리가 꼭 찾아야 해.

송변 (주위를 둘러보며) 아유~ 그럼요. 그래야죠. 그나저나 머리도

식힐 겸 간만에 나오니깐 좋네~ 옆에 예쁜 아가씨만 있으면 (하는

데)

송변, 연 사무장에게 등짝을 얻어맞는다. 그때, 펜션 관리인이 건물에서 나온다.

관리인 전화하셨던 분이죠?

송변 네, 맞습니다.

24. 펜션-창고 / 낮

창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 연 사무장과 송 변. 문이 열리자 어둠이 걷히는데-

먼지 쌓인 채 덕지덕지 쌓인 물건들이 송 변과 연 사무장의 눈에 들어온다.

관리인 그게 아직 있을까 모르겠네. 창고 구석에 뒀나?

송변 (애타게) 선생님의 도움이 수십 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관리인, 송 변의 말을 듣고 찾으러 들어가는데-

파란색 천막 덮인 곳으로 가 천막을 걷어 내는 관리인.

방치된 전자레인지 서너 대가 눈에 들어온다. 그 중에 한 대는 불에 그을린 흔적이 보인다.

관리인 (갑자기 생각난 듯) 그거... 얼마 써보지도 못했는데 그냥 망가지더라구.


송 변과 연 사무장, 서로를 바라보며 기뻐하는 모습에서-

25. 탁영진 검사실 / 낮

인아와 탁영진이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탁영진 니가 홍무석 그 인간, 퇴임식때 봤어야 하는데..

끝까지 똥폼 잡으며 떠나는 게, 아우. (차를 마시는)

인아 (씁쓸해 하며) 일호로펌 갔다면서요. 이젠 아주 대놓고

일호그룹을 모시겠다는 거죠 뭐.

그 말을 하며, 가방에서 파일 하나를 꺼내 탁 올려놓는 인아.

탁영진, 파일을 보면 <1999~2016 영원전기 매출 및 납세자료>라고 쓰여 있다.

탁영진 (성가신 투로) 홍무석 탈탈 턴 게 언젠데 또야?

인아 이 회사, 일호그룹 자회사인 건 선배도 알고 계실 거고.

여기에서 일호그룹 비자금이 조성되는 거 같아요.

탁영진 너 이럴 거면 그냥 검사하지, 왜 나가서 자꾸 나만 힘들게 만들어? 응?

인아 (여유롭게) 듣자하니 홍 부장 나가서, 선배가 차기 부장검사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요?

탁영진 (살짝 표정 풀리며 헛기침) ...

인아 싫으시면, 다른 선배한테 토스할게요.

파일을 집어넣으며 나가려고 일어서는 인아. 그러자, 탁영진이 인아를 붙잡는다.

탁영진 야야. 있어봐. 좀~

탁영진을 보며 씨익 웃는 인아의 얼굴에서-

26. 옥탑 사무실-1층 / 밤

진우와 인아가 들어온다. 그러다 1층 한가운데서 변론 연습을 하고 있는 송 변이 보인다.


12부에서 진우가 남규만을 똑바로 보면서 했던 대사다!

송변 3대에 걸쳐 30년 동안 가업을 이어오던 전구공장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되었고,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도 직장을 잃었습니

다.

일호그룹 남규만 사장이 말했습니다. 자기와 손잡고 일하는 하청

업체는

모두 가족이라고. 앞으로 이 재판을 지켜보면 알게 될 겁니다.

그들에게 진짜 가족은 오로지 핏줄로 이어진 자신들 밖에 없다는

걸.

말더듬이 송 변은 온데간데없고 상당히 능숙한데다 감정을 건드리기까지 한다.

송 변, 주먹을 불끈 쥐며 희열을 느끼고 있는데-

인아 (다가와서) 정말 잘 하시는데요?

송변 (놀라서) 어, 언제 왔어? (잠시) 봤어? 다?

인아 (씨익 웃으며) 제가 볼 땐 당장 법정에서 변론해도 되겠어요.

송변 그게 잘 안 돼... 법정에만 서면...

인아 안 되면 계속 연습해야죠. 저도 도와드릴게요.

송변 (울컥하며) 고마워. 이 변.

그 모습 지켜보며 흐뭇해 하는 진우.

27.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밤

인아와 진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아 근데 어쩌다가 송 변호사님이랑 함께 하게 된 거야?

옛날 생각을 떠올리는 진우의 얼굴 위로-

28. (과거) 법원 복도 / 낮
송변, 복도에서 한 남자에게 멱살 잡혀 봉변을 당하고 있다.

의뢰인 니가 그러고도 변호사야? 국선이면 최소한 양심이라도 있어야지.

이 더듬이 새끼야!

송변 (고개 못 드는) 죄... 죄송합니다. 제가 변론을 더 잘 했어야 하는 건데...

의뢰인, 송 변을 못마땅한 얼굴로 보다가, 이내 씩씩거리며 가버린다.

그때, 정장차림의 진우가 복도를 나오다가 그 모습을 본다. 진우, 송 변에게 다가가더니-

진우 (공격적으로) 나 기억하죠?

송변 (옷매무새 정리하며) 누구....? 아! (기억난다)

진우 지난달에 우리 아버지 면회 갔었죠?

송변 (말끝 흐리며) ...어.

진우 (경계하며) 대체 무슨 속셈이야? 아버지 재판 그렇게 망쳐 놓고.

송변 (잠시) 미안하다. 아버지한테도.... 너한테도.... (잠시) 니 아버지가

내 첫 의뢰인이었는데... 그렇게 사형수되고 많이 괴로웠어.

진우, 송 변의 말에 점점 귀 기울이는데-

송변 변호사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거... 그때, 처음 알았다.

진우 ...

송변 (급히 명함 꺼내 건네며) 언제든 내가 필요하면 연락해줘. 진심이야.

진심어린 송 변의 얼굴을 보는 진우.

29.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밤

다시 비밀의 방.

인아 (빙그레 미소 짓는) 그랬구나...

진우 송 변이나 연사무장님이나 나한텐 가족 같은 분들이니까...

인아 그럼 이 누나는?
진우 (말 돌리는) 탁 검사님한테 줄 자료는 준비 다 됐어?

인아 왜 말을 돌려?

대답 못하는 진우에서-

30. 재판정 / 낮

재판정 스크린에 12부 25씬에서 진우가 찍은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피고 대리인석엔 진우와 송 변이 있고, 원고 대리인석엔 박동호만 있다.

방청석에 보이는 설 부자.

진우 가정용 전자레인지를 우리나라 정격 전압에서 사용시

전구가 자연폭발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원의 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합니다.

진우, 서기에게 증거서류를 제출한다. 박동호, 자리에서 일어난다.

박동호 영상 잘 봤습니더. 정상적인 전구라면 피고 대리인의 말이 맞겠지요.

하지만, 전구 자체가 불량제품이면 얼마든지 폭발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더.

진우 ....

박동호 재판장님. 전구의 품질불량과 관련해 미소전구의 공장장으로 일하는

심병훈씨를 증인으로 신청합니더.

판사 네, 원고 대리인측 증인 나오세요.

그 말에 진우와 송 변의 표정이 확 굳는다. 재판정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심병훈.

방청석의 설 부자, 심병훈이 등장하자 충격에 빠진다.

심병훈, 설 부자를 외면하고 증인석에 앉는다.

박동호 먼저, 미소전구 공장장으로서 증인석에 앉는 게 쉽지 않았을 낍니더.

용기 있는 선택에 감사드립니더.

심병훈 ..네.
박동호 지금 피고측은 미소전구가 30년 넘은 기술력으로 품질에 하등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더. 증인 생각은 어떻습니꺼?

심병훈 (잠시) 사실과 다릅니다.

그 말에 방청석이 작게 웅성거린다. 놀라는 설 부자 모습.

박동호 말이 좋아 장인정신이지... 막상 껍데기를 까보믄 생산설비는

노후 되었죠?

심병훈 네.

박동호 평소 자금이 부족해서 사장이 기술개발도 신경을 못 썼죠?

심병훈 네.

박동호 결국 불량전구가 많이 나왔다, 그 말 아입니꺼?

심병훈, 잠시 주저하다가 힘겨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심병훈 그렇습니다.

설 사장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분통을 터트리며) 병훈이 니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판사 피고, 경고합니다. 한 번 더 소란을 일으키면 퇴정 조치시킵니다.

박동호 (심병훈에게) 예를 든다면요?

심병훈 적은 전류에도 전구가 까맣게 탄다거나... 전구를 조명기에 달았을 때,

불이 붙은 적도 자주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전구가 폐기되었고

요.

박동호 헌데, 그 사실이 왜 외부에 밝혀지지 않았습니꺼?

심병훈 사장님이 저를 비롯해.. 직원들 입단속을 시켰습니다.

설 사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짓말! 거짓말입니다. 재판장님.

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재판장님.

판사 피고 퇴정조치합니다. 법원 경위, 내보내세요.

뒤돌아보지 못하는 심병훈. 설 사장이 법원 경위에게 끌려 나간다.

그 모습 안타깝게 보는 설민수. 진우의 표정이 굳는다.


박동호 이상입니더. 재판장님. (자리에 앉는)

굳은 얼굴의 진우. 옆의 송 변이 서류철에서 뭔가를 꺼낸다.

보면, 12부 26씬에서 박동호와 심병훈이 만날 때 찍은 사진들이다.

송변 (진우에게) 서 변, 이걸로 방어해야지.

판사 원고 대리인, 증인 신문있습니까?

고심하는 진우 모습, 그 위로-

인서트>

12부 39씬. 카페. 진우와 심병훈이 대화중이다.

진우 그 사람이 위증을 요구했죠? 따님 수술 시켜주겠다면서?

심병훈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겁니까? 당신들 아니어도 지금 나,

충분히 사는 게 지옥같다구요!

/ 다시 현재.

진우, 증인석의 심병훈을 본다. 심병훈은 증언에 대한 죄책감으로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들썩이고 있다. 그 모습을 보던 진우. 송 변이 말한 사진을 탁 덮으며-

진우 (일어나서) 증인 신문 없습니다.

의아해하는 송 변의 얼굴. 박동호도 당황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31. 남규만 집무실 / 낮

남규만 책상에 앉아있다. 안 실장이 들어온다.

안 실장 재판 잘 풀리고 있대.

남규만 (만족스러운) 그래? 간만에 밥값 하네. 박 변.


만족스러워하는 남규만의 모습에서-

32. 재판정 / 낮

재판장 앞으로 걸어 나오는 진우.

진우 3년 전 일호전자 냉장고가 대량 리콜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냉각기를 납품하던 작은 하청업체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

모든 책임을 지고 도산했습니다.

박동호 (일어나서) 지금 피고 대리인은 본 사건과 관련 없는 일을 언급하고

있습니더.

판사 피고 대리인, 어떤 연관점이 있나요?

진우, 서기에게 자료를 제출한다.

진우 그때 진짜 사고 원인이 냉장고의 냉각기가 아닌... 전선에 있다는

국과수의 조사 보고서입니다. 그때 하청업체가 진실을 밝혀냈지만

회사는 이미 문을 닫은 뒤였습니다.

박동호 (일어나서) 여전히 엄한 발언을 하고 있네예. 재판장님.

피고 대리인의 발언은 본 사건과 전혀 관련 없습니더.

진우 그때 문제를 일으킨 전선이 이번 전자레인지 폭발사고에서도

원인이라면요?

박동호 (표정 굳는)

진우 폭발사고가 난 전자레인지는 2014년 생산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모델을 저희가 직접 찾아서 국과수에 의뢰했습니다.

진우, 서기에게 자료를 제출한다.

진우 사고 난 모델에 쓰인 전선이 모두 품질불량이라는 소견입니다.

작동 중 전선과열로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소견도 덧붙였습니다.
그 말에 웅성거리는 방청석. 설민수도 동요한다.

판사는 자료를 읽어 내려가고 있는데-

박동호 (팽팽하게) 저희 원고측은 신뢰할 수 없습니더.

진우 (맞서서) 사고조사를 국과수에서 하지 않고, 일호전자 산하업체가

조사했습니다. 그래서 진실이 덮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팽팽하게 대립하는 진우와 박동호의 얼굴에서-

33. 기자회견장 / 낮

기자들 사이에 보이는 인아 모습. 휴대폰을 꺼내드는데-

34. 재판정 / 낮

진우의 휴대폰에 문자가 온다. 문자를 확인하는데-

인아 (E) 조금 있음 시작할 거야. 시원하게 날려줘.

메시지 확인하고 입가에 엷게 미소 짓는 진우.

진우 (쐐기를 박듯) 과거 문제를 일으켰던 냉장고의 전선이

이번에 폭발사고가 난 전자레인지 전선과 같은 회삽니다.

박동호 같은 회사라는 게 무슨 문젭니꺼?

판사 (진우에게) 그게 이번 재판과 무슨 연관이라도 있습니까?

진우 물론입니다.

박동호 (보면)

진우 불량전선이 나오게 된 원인이! 일호그룹의 비자금 조성 때문입니다.

방청석이 웅성거린다.

진우 영원전기는 일호그룹의 비자금 조성에 쓰인 회사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전선의 품질개발은 커녕, 단가 후려치기를 해 불량전선을

만들어 왔습니다.

박동호 지금 피고 대리인은 증거도 없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더.

진우 지금 이 재판의 증거가 전국에 방송되고 있습니다.

그 말에 더욱 크게 웅성거리는 방청석. 박동호의 표정이 심하게 굳는다.

진우 재판장님. 지금 검찰의 수사발표를 스크린으로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판사 (고심하더니) 그렇게 하세요.

진우가 여유있는 표정으로 자신의 휴대폰과 스크린을 연결한다.

(지금 수사발표가 속보 생방송으로 나오는 상황.)

진우 (여유 있게) 보시죠.

스크린에 탁영진의 기자회견발표가 나온다.

35. 기자회견장 / 낮

탁영진이 기자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탁영진 영원전기는 단가절감을 위해 구리를 덧씌운 CCA재료로 만든

불량전선을 유통하였습니다. 불량전선을 제조해 단가후려치기를

한 영원전기의 실제 설립목적은 일호그룹의 자금세탁을 위한 것입

니다.

일호그룹은 영원전기를 통해 조세회피의 고전적 수법을 이용해

200억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하였습니다. 임직원 명의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는 인아, 미소 짓는다.

36. 남규만 집무실 / 낮


TV에서 탁영진의 기자회견 모습이 나오고 있다.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진 남규만.

안 실장은 그저 뒤에서 눈치만 살피고 있는데-

‘영원전기, 일호물산의 비자금 세탁지로 밝혀져’

‘비자금의 행방은 정치권 로비자금으로 파악 중’이라는 타이틀이 보인다.

안 실장 규... 규만.. 아니 사.. 사장님...

남규만, TV를 끄고는 리모컨을 집어던진다. 부서지는 리모컨.

벌떡 일어나 금방이라도 책상을 뒤집어엎을 기센데-

겁먹어 움찔하는 안 실장. 남규만, 책상을 잡은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남규만 (화누르려 애쓰며) ...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아버지다. 받기 싫어 표정이 찡그러지는 남규만,

하지만 이내 전화를 받는데-

남규만 (휴대폰에 대고) 네, 지금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37. 재판정 / 낮

재판정 스크린에 탁영진의 기자회견이 나오고 있고-

진우, 여유로운 표정이다. 방청석의 설 부자도 기쁜 얼굴이다.

송 변도 환하게 웃는다. 반면, 박동호는 굳은 얼굴이다.

시간경과>

판사가 판결을 내린다.

판사 판결을 내립니다. 원고측의 불법행위로 인해 피고측은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 따라서 원고 패소 판결을 결정한다.

기뻐하는 설 부자와 진우, 송 변 모습. 굳은 얼굴의 박동호.


38. 법원 지하주차장 / 낮

기분 좋게 걸어가는 박동호와 그 뒤를 따르는 편 사무장.

편 사무장 행님, 진우가 영원전기 비자금 이야기 꺼낼 줄 모르셨습니꺼?

박동호 내는 몰랐다. 진우 자슥 날이 갈수록 단단해지고 있다.

미소 띤 얼굴의 박동호. 그 모습 보며, 편 사무장도 씨익 웃는다.

39. 법원 로비 / 낮

로비로 나오는 진우와 설 부자.

설 사장 변호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진우 네.

설 사장 (착잡한 얼굴로) 재판에서 이겨서 좋긴 한데... 재판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었습니다.

그때, 로비로 빠져나가는 심병훈이 보이는데-

40. 남일호 저택-서재 / 낮

남규만이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앉은 남일호 앞에 무릎을 꿇는다.

남일호 어린 놈의 변호사한테 놀아난 게 벌써 몇 번째야?

남규만 죄송합니다. 아버지.

남일호 자꾸 걸리적거리면 처리해버리던가.

남규만 근데 아버지... 걔가 너무 유명해져서요...

남일호, 얼굴 싸늘하게 변하며-

남일호 발목 잡힐 것 같으면, 발목을 잘라버려야 한다.


두려움에 휩싸이는 남규만의 모습에서-

41. 인아네 피자가게 / 낮

인아와 인아 모, 인아 부, 연지가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다.

인아 부가 커다란 피자를 들고 와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면 다들 환한 얼굴이 되고-

인아 부 (자리에 앉으며) 오늘 첫 재판에서 승소했다고?

인아 일호그룹, 제대로 한 방 먹였지. 대기업 횡포 막은 게, 나는 더 좋아.

인아가 웃으며 피자를 집으면, 인아 부가 콜라도 인아 곁에 놔두며 살뜰히 챙긴다.

인아 모 (걱정스레) 그런 대기업 문제 건드렸다가, 괜히 너만 해코지

당하는 거 아냐?

인아 없는 걸 지어낸 것도 아닌데, 왜? 너무 걱정하지 마.

연지 언니, 그럼 앞으로도 쭉 사무실에서 지낼 거야?

인아 그건 왜?

연지 그럼 내가 언니방 쓰게.

인아 모 (연지 보고) 으이구. 집나간 언니, 들어오라고는 못할망정.

인아는 연지 보며 웃고, 연지는 인아 모를 슬쩍 흘긴다.

인아 모 (인아에게) 기지배가 집나가서 그렇게 있는 거 아냐. 빨리 들어와.

인아 부 그래. 인아야, 이젠 출퇴근하면서 편히 좀 일해.

인아 (미소 지으며) 걱정 마세요. 곧 들어올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피자를 먹고 있는 인아네 가족 모습에서-

42. 남일호 저택-응접실 / 낮

남일호, 남규만, 홍무석이 모여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남일호 뒤로는 차 비서가 보이고-


남일호 (홍무석에게) 호미로 막으면 될 일을, 가래로 막아내야 할 지경이 됐네.

남규만 (남일호 눈치를 보며 시선 내리는)

홍무석 (여유롭게) 회장님께서 그동안 일호그룹을 키우시면서 넘긴

파도가 어디 이번 뿐이었습니까?

남일호 (조용히 차를 마시는) ...

남규만 (조심스레 끼어들며) 아버지, 저희가 이런 때를 대비해서 진작에

보험을 (하는데)

남일호가 남규만을 조용하라는 듯 무섭게 쳐다보면,

남규만 더는 말 못하고 시선을 다시 내린다.

홍무석 회장님, 걱정마십시오. 남 사장님 말씀대로 말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솔루션이 있습니다.

홍무석을 차분히 바라보는 남일호와 어색하게 웃음짓는 남규만.

한편 자신감에 차있는 홍무석의 얼굴에서-

43. 남일호 저택 일각 / 낮

대기 중인 안 실장. 그때 전화가 온다. 석규다.

안 실장 응, 석규야. 지금 규만이 바쁜데... 뭐? 나만? (망설이다가) 알았어.

전화를 끊는 안 실장. 불안한 얼굴인데-

인서트>

12부 41씬 선술집 상황.

석규 규만이 하고 무슨 일 있었어?

안 실장 내.. 내가 입만 뻥긋하면 규만이 걔 끝나.

내가 지 명 줄 잡고 있는 것도 모르면서 까불어, 까불긴.


/ 다시 현재. ‘아이씨...’하면서 어두운 안 실장의 얼굴에서-

44. 바/낮

석규와 안 실장, 단 둘이 있다. 술잔을 한 번에 입에 털고는 안 실장을 보는 석규.

석규 수범아. 니가 말한 규만이 생명줄.

안 실장 (놀라서 석규 보면)

석규 그거 서촌여대생 살인사건이지?

이에 당황한 안 실장의 얼굴. 석규가 이를 놓치지 않고-

석규 솔직하게 말해. 규만이... 사람 죽였어?

안 실장 (애써 넘기려는) 야야, 너 어디서 이상한 소릴 듣고 와서 이래?

규만이 걔가 막 나가긴 해도 사람까지 죽였겠냐.

석규 만약에 규만이가 진짜 그랬으면... 너까지 나한테 숨기진 마라.

안 실장 ...인마. 이상한 소리 할 거면 술이나 마셔. 오늘 내가 쏜다.

안 실장, 석규의 술잔을 채워준다. 그런 안 실장을 어두운 얼굴로 보는 석규에서-

45. 남일호 저택-바 / 밤

남규만, 양주를 마시고 있다. 그 앞에 박동호가 굳은 얼굴로 서 있다.

박동호 재판 져서 죄송합니더. 지는 비자금 터진 거, 수습 들어가겠습니더.

남규만 그건 다 준비해놨어요. 내 곁엔 새로운 일호로펌 에이스가 있잖아.

박동호 (보면)

남규만 근데 박 변, 그 재판 일부러 진 거 아니에요? 나 엿 먹이려고?

박동호 지는 돈 주고 증인까지 샀습니더. 근데 재판에서 비자금 문제가

나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꺼?

남규만 언제부터 박 변, 변명이 늘었어? 아무튼.. 내가 준비해놓은 거

구경이나 잘 해요.
그 말에 불길함 엄습하는 박동호의 얼굴. 비릿한 미소의 남규만의 얼굴에서-

46. 전구공장 / 밤

불이 꺼져 있던 공장에 하나 둘씩 불이 켜진다. 서로 얼굴 마주보며 기뻐하는 설 부자.

설 부자 주변의 직원들도 서로 껴안고, 악수도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설 사장 (직원1의 어깨 토닥이며) 이제 열심히 잘 해보자.

(직원2 토닥이며) 그동안 수고 많았어. 고마워.

진우와 설 부자, 화기애애한 분위긴데- 이때, 그들 앞으로 나타나는 한 사람, 심병훈이다.

설 부자와 직원들 일제히 얼굴이 굳는다. 일순 조용해진 공장 안.

설민수가 심병훈에게 달려가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인데, 설 사장이 설민수를 붙잡는다.

잠시 후, 초췌한 몰골의 심병훈이 설 사장 앞으로 다가가더니 무릎을 꿇는다.

심병훈 사장님. 잘못했습니다. (울먹거리며) 제가 어떻게 사장님께.. 그런 짓을...

말없이 심병훈을 내려다보고 있던 설 사장, 천천히 심병훈을 일으켜 세운다.

설 사장 병훈아.. 말 안해도, 네 맘 다 안다....

딸 때문에 그랬다는 거.. 왜 내가 모르겠냐...

심병훈 (울컥하며) 사장님...

설 사장 나라도 우리 민수가 아팠으면, 너처럼 했을 거다..

그 말에 설 사장 품에 안겨, 엉엉 우는 심병훈.

그 모습, 입구에서 지켜보고 있는 진우.

설 사장 (심병훈을 토닥이며) 우리 예전처럼 다시, 좋은 전구 만들어 보자.

눈물을 참으며, 엷은 미소로 설 사장을 바라보는 심병훈.

그제야 설민수와 직원들도 심병훈 곁으로 다가와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하는데-

이때, 설민수와 눈이 마주치는 진우. 미소 띤 얼굴로 보고 있는 진우의 얼굴에서-


47. 전구공장 밖 / 밤

설민수가 가죽 장갑 두 켤레를 바라보고 있다. 그 옆에는 진우가 미소짓고 있는데-

설민수 변호사님...

진우 공장이 꽤 춥더라구요. 아버님이랑 민수씨, 필요할 거 같아서요.

설민수 ...수임료도 제대로 못 드렸는데...

진우 그 사이 피해보신 거 많잖아요. 직원분들 체불된 임금도 그렇고..

설민수 감사합니다.

진우 살다보면 민수씨도 누군가를 돕고 싶을 때가 있을 거예요.

따뜻한 미소로 서로를 바라보는 설민수와 진우의 얼굴에서-

48. 국밥집 / 밤

국밥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고 있는 박동호와 탁영진.

탁영진이 박동호의 잔에 소주를 채워주고 있다.

탁영진 미안하게 됐어. 의도치않게 박 변 물 제대로 먹였네.

박동호 (웃는) 지는 괘안습니더. 스크린으로 탁 검사님 보니 화면빨

좀 받으시데예?

허허 웃고는 술잔을 비우는 탁영진과 박동호. 탁영진, 국밥 한 숟갈 떠먹으며-

탁영진 박 변도 이인아 알지? 일호생명 부사장 재판 때 만났잖아.

박동호 알지요.

탁영진 검사 때려친 애가 계속 괴롭혀 아주 죽겠어. 홍 부장 나가서

직무대행하기도 버겁구만.

박동호 그래도 외로운 늑대 탁 검사님이 덜 외로워보여 좋네예.

탁영진 (손사래 치며) 에라이, 외로운 늑대는 무슨! 낯 간지러운 소리 하지 마.

박동호 (웃으며) 탁 검사님, 조만간 지도 좀 도와주실 일, 있지 않을까 싶네예.


박동호, 탁영진의 잔을 채우는 모습에서-

49. 옥탑사무실 / 밤

인아, 자신의 책상에서 서류들을 보고 있다. 진우, 다가오더니-

진우 요즘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인아 좀만 더 보다 자려구.

이때, 진우가 인아 책상에 뭔가를 탁 올려놓는다. 인아가 뭔가 싶어 보면-

‘진실은 사실을 이깁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 새로운 명함묶음이다.

인아 이거 내 새 명함이야?

진우 어.

인아 (명함 문구 읽으며) 진실은 사실을 이긴다. 좋다!

진우 (엷게 웃으며) 내일 시간 좀 내. 갈 데가 있어.

그 말에 인아가 진우를 궁금한 얼굴로 보는데-

50. 일호그룹 앞 / 낮

일호그룹 앞에 도착하는 석주일의 차. 운전기사가 차문을 열어주면, 석주일이 내린다.

이때, 형사들이 석주일의 양 어깨를 붙잡는다. 수행원들이 형사를 제지한다.

석주일 니들 뭐꼬?

이때 석주일 앞으로 다가가서는 탁영진.

탁영진 서울중앙지검 탁영진 검삽니다.

석주일 (표정 굳는)

탁영진 일호물산 석주일 사장님, 당신이 영원전기 실소유주지?

석주일 (황당하고) 뭐라꼬예?


탁영진 (체포영장 석주일 앞에 펴 보이며) 당신을 탈세 및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그 모습을 출근하다가 보게 되는 홍무석,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순간, 탁영진과 홍무석의 눈이 잠시 마주치고, 기가 찬 탁영진의 모습에서-

51. 옥탑 사무실-비밀의 방 / 낮

진우가 벽에 붙어 있는 석주일의 사진에 빨간 펜으로 X자를 긋는다.

그 옆에 서있던 인아, 신문을 탁 내려놓으면 ‘일호물산 석주일 사장, 영원전기 실소유주로

밝혀져’ 헤드라인과 함께 석주일 체포당시 사진이 보인다.

인아 남규만.. 진짜 꼼꼼히도 빠져나갈 구멍, 다 만들어 놨었네.

진우 그게 남씨 일가가 지금까지 생존해온 방식이잖아.

인아 필요할 땐 써먹다가, 헌신짝처럼 버려버리는 거.

진우 ...

인아 이제 천천히 남규만 측근들, 하나씩 조여가야지.

진우 여유부릴 시간은 없어. 당장 해결해야 돼.

진우의 급한 모습에 살짝 놀란 얼굴로 보는 인아.

진우, 의미심장한 얼굴로 박동호의 사진을 본다. 화면 가득 박동호의 사진이 잡힌다.

52. LPG 가스 대리점 / 낮

박동호,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근무 중인 직원들이 보인다.

가장 안쪽에 있는 사장실로 다가가는 박동호.

‘사장 하영훈’ 명찰이 걸려있다. 박동호, 사장실 문을 여는데-

53. LPG 가스 대리점-사장실 / 낮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박동호.

하씨가 소파에 앉아 바둑채널을 보며 홀로 바둑을 두고 있다.


박동호 하영훈씨 되십니꺼?

하씨 (올려보는)

박동호 17년 전, 서광그룹폭발사고 아시지예?

하씨 (놀라 쳐다보며) 무슨 일로...

박동호 저희 아부지가 박자 경자 수자 되십니더.

하씨 (놀라는 얼굴)

박동호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더. 그 사고 이야기, 지한테 좀 들려주이소.

하씨 (경계하며) 제가 그 이야기를 왜 당신한테 해야하죠?

박동호 죗값 치르느라 고생하신 거 다 압니더. 지는 다만, 진실이

알고 싶을 뿐입니더.

하씨 (보면)

박동호 아부지 죽음에 대한 진실을 말입니더.

절실한 얼굴의 박동호에서-

54. 박동호의 차 안 / 낮

운전을 하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박동호. 그 위로-

인서트>

53씬 이후의 상황이다.

하씨 그 쪽 부친과 저는 서광그룹에 들락거리면서 안면 트고 지냈어요.

근데 어느 날, 남일호 사장의 비서가 찾아왔습니다.

박동호 ...

하씨 가스폭발은 남일호 사장의 지시였습니다.

그쪽이 거액을 제시해서 거절하기 힘들었어요.

박동호 저희 아부지는...

하씨 제안을 거절했죠. 그래서 도망가다 사고가 난겁니다.

남일호가 사주한 조폭들에게 쫓기고 있었거든요.


/ 다시 현재. 복잡한 얼굴로 운전 중인 박동호. 그때, 편 사무장에게 전화가 오는데-

편 사무장 (E) 행님! 클났습니더!

불길한 느낌에 얼굴이 굳는 박동호에서-

55. 구치소 면회실 / 낮

박동호가 석주일을 면회하고 있다.

석주일 왔나?

박동호 행님. 행님이 원하는 게 이런 겁니꺼?

석주일 (웃으며) 괘안타. 쪼매만 여서 몸 만들고 있음 된다.

박동호 ...사람 마음대로 죽이고, 가져다 쓰고... 이 암적인 새끼들.

제가 다 처단할 낍니더.

석주일 (타이르는) 동호야. 내는 회장님이 금방 빼주실 끼다.

박동호 (석주일이 답답한) 행님!

박동호를 말없이 보는 석주일, 생각에 잠기는데-

인서트>

남일호의 서재다. 소파에 앉아 있는 남일호와 석주일.

남일호 조금만 견디고 있으면, 금방 빼내주겠네.

그리고 자넨 앞으로 우리 일호에서 할 일이 더 많을 걸세.

석주일 (생각에 잠기더니) 분부대로 하겠습니더. 회장님.

남일호를 보는 석주일의 진지한 눈빛에서-

/ 다시 현재.

박동호 지가... 남일호 무너뜨릴 낍니더.


석주일 (쐐기 박는) 그라믄... 니는 니 갈 길 가라, 내는 내 갈 길 갈란다.

그 말에 박동호의 얼굴이 굳어지는데-

56. 법원 복도 / 낮

검사복을 입은 여경, 복도를 걸어 나오다가 진우와 마주치는데-

진우 ...오랜만이네요. 요즘도 그림 그리나요?

여경 (경계하며) 아니요. 좀 바빠서요.

진우 이번, 영원전기 비자금 뉴스 보셨죠? 이번에도 남규만 사장이

주인공인데, 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네요. 4년 전처럼.

그 말에 여경의 표정이 굳는다. 하지만 이내 여유로운 얼굴로 바뀌더니-

여경 왜 그렇게 우리 회사에 관심이 많은 거죠?

진우 당신 가족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거든.

여경, 진우의 말을 듣고는 기분 나빠져 무시하고 가려는데-

진우 못 믿겠음 알아봐요. 당신은 검사니까 쉽게 알아낼 수 있겠네.

여경 ...지금 현직 검사 협박하는 거예요?

진우 조언정도라고 해두죠.

여경 나한테 접근했던 것도 우리 오빠 때문이에요?

진우 편한 대로 생각하세요. 그럼 이만.

진우, 여경을 지나쳐 가버린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여경의 의심스러운 표정에서-

57. 남규만 집무실 / 낮

집무 책상에 앉아있는 남규만과 그 옆에 서서 보고하는 안 실장.


안 실장 비자금 문제는 정리 됐어.

남규만 회사 피해 상황은?

그 말에 안 실장이 잠시 주저한다.

남규만 (짜증 팍 내며) 야. 빨리 대답 안 하냐?

안 실장 (속사포처럼) 조만간 일호물산이랑 영원전기 세무 조사 들어올 거

고,

일호전자는 집단 리콜 사태 벌어질 같애.

남규만 (화 꾹 참고) ...다른 쪽은?

안 실장 영원전기 전선이 들어간 제품이 한 둘이 아니라 회사에 타격이 커

...

그리고 이미지 추락은 훨씬 더 커. 또... 불매운동까지 벌어질 예정

이고.

안 실장의 말을 굳은 얼굴로 말없이 듣던 남규만. 안 실장을 올려다보고는-

남규만 야, 숙여.

이에 안 실장이 몸을 숙여 남규만과 눈높이를 맞추는데-

남규만이 안 실장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기분 나쁘게 툭툭 밀기 시작한다.

남규만 수범아. 아깐 정리 다 됐다며.

안 실장 (꾹 참는)

남규만 이게 정리가 된 거야? 응?

안 실장 죄송... 하다.

안 실장이 남규만의 눈치를 보는데- 그때, 노크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금 실장이 들어온다. 이에 내심 안도하는 안 실장.

금 실장 안녕하십니까.

남규만 어~ 그래. 박 변한테 뭐 재밌는 거라도 생겼어요?


금 실장 네, 박동호 변호사와 서진우 사이에 아주 재밌는 일이 있는 거

같습니다.

금 실장이 남규만에게 서류파일을 건네는데- ‘1999년 용인 생수트럭 교통사고’ 파일이다.

흥미로운 눈빛으로 파일을 보는 남규만의 모습에서-

58. 가방매장 / 낮

매장을 둘러보며 가방들을 구경하는 인아. 그 옆으로 진우도 보인다.

인아 여기 오려는 거였어?

진우 어. 내가 선물할게. 첫 변론 멋지게 이긴 기념으로.

인아 에이... 가자. 나 필요 없어.

진우 우리, 버스에서 처음 만났을 때 가방 때문에 경찰서까지 갔었잖아.

인서트>

1부 20씬. 뒷자리에 있던 진우.

정차 벨을 누르고 내리려는데 인아와 부딪혀 핸드백이 바닥에 떨어진다.

핸드백을 주워주는 진우.

/ 다시 현재. 그때 생각에 미소 짓는 인아.

진우 그때 생각나서 사주고 싶었어.

인아, 엷게 미소 짓고는 가방들을 둘러보기 시작하는데-

59. 거리 / 낮

거리를 걷고 있는 진우와 인아.

인아, 진우에게 선물 받은 가방이 든 쇼핑백을 들고 기분 좋아 있다.

진우 (인아 보며) 좋아?


인아 (해맑은) 응.

진우 남자한테 선물 처음 받아 봤지?

인아 (무의식적으로 대답하며) 어, 처음이야. (대답하고는 민망한)

진우 연애는 제대로 해봤어?

인아 (변명하듯) 아니, 내가 로스쿨 다니느라... (말하고 더욱 민망한)

진우 (놀리듯 웃고)

인아 아~ 몰라!

부끄러워하며 먼저 걸어가는 인아.

진우 인아야!

인아 (멈춰서고)

진우 저녁 같이 먹을까?

인아 (잠시 피식 웃고는 뒤돌아) 저녁은 이 누나가 산다. (하며 돌아서 가는)

진우, 웃으며 인아를 따라 가는 모습에서-

60. 옥탑 사무실 / 낮

행거에 옷이 몇 벌 걸려 있고, 인아가 옷들을 보고 있다.

인아 옷 좀 더 갖다 놓을 걸 그랬나.

시간경과>

인아, 밝은 모습으로 거울 앞에서 옷 몇 벌 입어보고, 머리도 만져보고 있다.

61. 일호그룹 로비 / 낮

진우가 일호그룹 로비에 들어선다.

62. 남규만 집무실 / 낮


남규만과 안 실장이 있다. 남규만은 집무 책상 앞에 앉아있다.

여 비서 (E)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때, 진우가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선다. 여 비서가 쫓아 들어오는데-

소파에 자연스럽게 앉는 진우. 그런 진우를 반가운 표정으로 보는 남규만.

남규만 (여 비서에게) 나가봐요.

여 비서, 인사하고 나간다. 남규만, 일어서서 진우 쪽으로 다가가며-

남규만 아~ 진작 연락했으면 마중이라도 나갈 건데...

남규만, 진우의 앞에 앉는다. 마주보고 앉아있는 진우와 남규만의 모습에서-

63. 옥탑 사무실 / 낮

인아, 진우가 사준 가방 메고 급하게 나가려고 하는데-

들어오던 연 사무장과 송 변을 마주친다.

송변 오~ 이 변! 이렇게 예쁘게 하고 어딜 가나?

인아 (머쓱하게 웃으며) 아~ 볼 일이 좀 있어서요.

송변 데이트 가는 구나? 누구? 누군데~

인아 (쑥스러워하며) 아니에요.

연 사무장 (눈치 채고) 어서 가봐.

송변 이 변! 나도 친구 좀 소개시켜줘~

연 사무장 (등짝 때리며) 이 인간이. 나이 차이가 몇 살인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송변 아~ 왜요!

인아 (웃고 나가며) 다녀오겠습니다.

64. 남규만 집무실 / 낮


팽팽한 긴장감의 진우와 남규만. 그 사이, 불안해하는 안 실장의 모습.

진우 남의 사무실에 허락도 없이 왜 왔었어? 그것도 나 없을 때?

남규만 (능글거리며 웃는) 그 방... 잘 꾸며놨던데?

진우 (보면)

남규만 4년이 넘게 나를 그렇게 밤낮으로 생각하는지 몰랐어. 나 포함해서

우리 회사...우리 가족... 내 주변 사람들까지...

진우 (표정 여유롭게) 너에 대한 건 숨 쉬는 것처럼 매순간

다 기억하고 있지.

남규만 (되받아치듯) 그래? 그럼 이것도 기억하려나? 듣자하니 6살 때

가족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며?

진우 (표정 굳는)

남규만 너하고 박 변... 인연이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더라고.

남규만, 안 실장을 본다. 그러자 안 실장이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9부 50씬에서 박동호가 보던 교통사고 서류다.

남규만 그 교통사고, 박 변 아버지가 낸 거 아나?

진우 (놀라면서 ) 뭐?

남규만 내 말 못 믿겠으면 그거 읽어봐. (감탄하는) 인연, 참 질기다... 질겨.

진우,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들어서 확인한다.

망치에 맞은 듯 멍해지는 진우의 눈빛. 그 위로-

인서트>

2부 44씬 상황. 진우네 차 안.

행복해하는 진우 가족 모습. 그러다 창문 밖으로 달려드는 생수트럭. 쾅!

인서트>

2부 47씬. 납골당 장면.

진우와 박동호가 납골당에 서 있다.


박동호 니도 혼자 왔는 갑네? 느그 가족도 오늘이가?

진우 아저씨, 변호사 맞죠?

박동호 내 얼굴이 벌써 그렇게 팔렸드나?

인서트>

5부 44씬. 납골당 장면. 진우와 박동호가 납골당에 서 있다.

박동호 하필이면 부모님 기일도 같고.... 우리 인연 참 드럽제?

/ 다시 현재.

충격에 빠져 멍한 얼굴의 진우. 그런 진우를 보며 입꼬리 올리는 남규만.

남규만 (비아냥) 인연이란 건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에 안다고 하는데...

두 사람은 처음부터 악연이었던 거지.

진우, 극도의 충격으로 눈빛이 흔들린다.

수많은 기억들이 뒤죽박죽 엉키며, 각종 소리들이 이명으로 들려온다.

아래, 남규만이 하는 말이 이명처럼 들리는데-

남규만 (비아냥) 우리 박 변이 한 가족을 몰살 시켜버렸네. 이거 어쩌나.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는 진우. 그 모습 보며 만족스럽게 입꼬리 올리는 남규만.

65. 레스토랑 안 / 밤

인아, 손거울에 자기 모습 비춰보며 얼굴 살피고 있다.

자기 모습에 만족해하며 진우를 기다리고 있다. 시계를 보는데, 7시 40분이다.

66. 거리 / 밤

진우, 충격 받은 얼굴로 멍하니 걷고 있는 모습.


인서트>

시간이 되돌아간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이 빠르게 역순으로 지나간다.

-10부 64씬 병실, 서재혁의 시신을 부여잡고 오열하는 진우.

-8부 61씬 폐창고, 폐창고에서 남규만에게 주먹을 맞는 진우.

-7부 73씬 전주댁 딸의 집 외부, 곽 형사를 피해 유리창을 깨고 뛰어 내리는 진우.

-6부 17씬 거리, 술 취한 인아를 업고 걸어가는 진우.

-6부 73씬 바, 남규만과 만나는 진우.

-4부 63씬 교도소 면회실, 사형판결 이후 아버지 면회하면서 울먹이는 진우.

-3부 71씬 박동호 사무실, 인아와 함께 남규만 자백 동영상을 보는 진우.

-2부 59씬 박동호 사무실, 박동호 찾아가서 돈을 뿌리는 진우.

그러다 멈추어 서는 장면. 1부 44씬 진우의 집-거실 상황이다!

작은 상 위 김치찜이 보이고, 진우는 김치찜을 보며 미소 짓고 있는 모습.

잠시 후, TV 탁상 위 시계를 보니 이미 8시가 넘어가고 있다.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는 진우, 아빠에게 전화를 건다.

/ 다시 현재. 진우,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뛰어가기 시작하는데-

67. 레스토랑 안 / 밤

인아, 시계를 보면 8시 20분이다. 휴대폰 꺼내어 진우에게 전화하는데-

음성(E)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 됩니다.

인아 뭐야... 어떻게 된 거지?

인아, 다시 진우에게 전화하는 모습에서-

68. (교차) 진우의 집 앞+레스토랑 안 / 밤

진우, 집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때, 전화 벨소리 울리고-

진우,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고 급하게 전화 받는다.


진우 아빠? 지금 어디야?

인아 (그 말에 당황스러운) 진우야...

진우 인아 누나?

인아 (그 말에 놀라고) 너 지금 어디야?

진우 난 우리 집 앞이지. 아빠가 아직 안 들어오셨어.

인아, 그런 진우의 말에 충격 받는 모습에서-

69. 레스토랑 앞 거리 / 밤

인아, 거리에서 택시를 잡고 있다. 곧 인아 앞에 멈추어 서는 택시.

인아, 급히 택시에 올라타고-

70. 택시 안 / 밤

인아, 최근 진우의 이상했던 모습들 떠오른다.

인서트>

- 7부 15씬. 옥탑사무실. 진우가 ‘오정아’를 기억 못하는 장면

- 11부 50씬. 옥탑사무실 동네거리. 진우가 사무실을 못 찾아가는 장면.

- 9부 75씬. 재판정. 진우가 갑자기 쓰러지는 장면.

/ 다시 현재. 진우가 걱정되는 인아의 모습에서-

71. 진우의 집 앞 / 밤

진우 대문 앞에서 쪼그려 앉아 있고, 그 모습 안타깝게 보며 한발씩 다가가는 인아.

진우 누군가의 신발 소리에 고개를 들면-

진우 인아 누나?

진우, 인아를 보고 일어나는데, 그런 진우를 마음 아프게 쳐다보는 인아.


진우 여긴 웬일이야?

인아 (마음 아프고, 속상한) 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진우 아니, 아빠가 아직 안 들어오셔서...

인아 (눈물 흐르고)

진우 어디서 뭘 하고 있는 (하는데)

인아 (진우에게 다가가 안고) 진우야.

진우 (놀라며) 누나. 왜 그래?

진우를 안고 있는 인아, 하염없이 눈물만 흐른다.

그런 인아를 안고 ‘왜 이러지?’하는 의아한 표정의 진우에서 엔딩.

-13부 끝
Remember 14

1. 진우의 집 앞 / 밤

진우 대문 앞에서 쪼그려 앉아 있고, 그 모습 안타깝게 보며 한발씩 다가가는 인아.

진우 누군가의 신발 소리에 고개를 들면-

진우 인아 누나?

진우, 인아를 보고 일어나는데, 그런 진우를 마음 아프게 쳐다보는 인아.

진우 여긴 웬일이야?

인아 (마음 아프고, 속상한) 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진우 아니, 아빠가 아직 안 들어오셔서...

인아 (눈물 흐르고)

진우 어디서 뭘 하고 있는 (하는데)

인아 (진우에게 다가가 안고) 진우야.

진우 (놀라며) 누나. 왜 그래?

진우를 안고 있는 인아, 하염없이 눈물만 흐른다.

그런 인아를 안고 ‘왜 이러지?’하는 의아한 표정의 진우.

2. 진우의 집-거실 / 밤

진우는 어리둥절한 채로 벽에 붙어 웅크리고 앉아있다.

곧이어 인아가 진우의 방에서 나온다. 진우가 안쓰러운 인아, 곁으로 다가가는데-

인아 진우야, 방에 가서 편히 자.

(슬픔 참으며, 달래듯) 아버지.. 곧 집에 오신대.

진우 (환히) 아빠한테서 연락 왔어?

인아 (마음 아픈) 어.. 곧 도착하신대. 그러니까 걱정말고 먼저 자.

진우 알았어. 누나도 집에 얼른 가구.


인아, 눈물 참으며 끄덕인 뒤, 현관 쪽으로 향한다. 진우는 엷은 미소 지으며 눈을 감는데-

나가려다 다시 뒤돌아 진우를 바라보는 인아. 슬픔이 밀려오는 얼굴에서-

3. 옥탑사무실 / 밤

연 사무장 혼자 소파에서 서류들을 살피고 있다. 이때 어두운 얼굴로 들어서는 인아.

연 사무장 (살짝 놀라며) 어, 오늘 서 변이랑 데이트 있는 거 아녔어?

(인아 혼자인 것을 확인하더니) 서 변은?

인아 진우는 집에 있어요.

연 사무장 (당황하며) 서 변이 집에 있다구?

인아 진우... 아버지하고 같은 병이죠?

연 사무장 (머뭇거리는) ...

인아 다 알고 있으니까 말씀해주세요. 더는 숨기지 말고.

연 사무장 (잠시) 그래, 맞아. 이 변이 생각하는 그런 거.

인아 (얼굴에 좌절과 슬픔이 밀려오는) ...

연 사무장 많이.. 놀랐지? 서 변이 이 변도 절대 알아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해서..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인아 (생각에 잠기더니) 사무장님은 진우 주치의 알고 계시죠?

연 사무장 (주저하며) 어... 근데 그건..

인아 (간절히) 저, 진우 상태 정확히 알고 싶어요.

이렇게 그냥 있을 수는 없잖아요.

연 사무장 (당황하는데)

슬픔이 차오르는 인아의 얼굴. 연 사무장, 인아의 손을 잡으며 가엾게 바라보는데-

4. 진우의 집-방 / 낮

진우가 눈을 뜬다. 영문을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이내 거실로 나와

아버지와 함께 찍었던 사진들과 거실의 모습들이 진우의 시야로 보이는데, 아무도 없고 고

요하기만 하다. 진우, 순간 어제의 일들을 기억하기 위해 집중하는데-


인서트>

13부 66씬. 남규만 집무실 상황. 진우 가족의 교통사고 서류가 보인다.

남규만 그 교통사고, 박 변 아버지가 낸 거 아나?

진우 (놀라면서) 뭐?

남규만 내 말 못 믿겠으면 그거 읽어봐. (감탄하는) 인연, 참 질기다... 질겨.

진우,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들어서 확인한다. 망치에 맞은 듯 멍해지는 진우의 눈빛.

/ 다시 현재. 분노에 차는 진우의 얼굴에서-

5. 박동호 사무실 / 낮

겉옷을 챙겨 입으며 밖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박동호.

그때, 진우가 문을 팍 열며 들어선다. 박동호, 진우를 보고는 표정이 금세 어두워진다.

진우, 박동호에게 다가가 주먹으로 박동호의 얼굴을 한 대 치는데-

진우 17년 전 용인에서 난 교통사고..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박동호 (힘겹게) 진우야...

진우 당신이 사람이야? 그걸 알고도... 어떻게 지금까지...

진우의 눈에 분노가 차오른다. 이때, 박동호가 진우 앞에 천천히 무릎을 꿇는다.

박동호 그건 사고였다. 참말로 우연한 사고... 내도 그 사고로 하나뿐인

아부지를 잃었다. 결코 고의가 아니었다.

진우 (분노에 차서) 그딴 헛소리 다 집어치워!

박동호 (어두운 얼굴로 있는)

진우 ... 당신과 난, 처음부터 만나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었어.

(자조 섞인) 아니, 4년 전, 내가 우리 아버지 변호해 달라고 당신한

매달리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내 자신이 불쌍하고 증오스럽


않을 거야.

박동호 ....

진우 (강하게 노려보며) 이제 난 당신을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진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한다. 그러자, 박동호가 일어나는데-

박동호 그 사고... 니가 모르는 사실이 더 있다.

진우 (멈추면)

박동호 그 날 교통사고는... 모두 남일호 때문에 벌어진 기다.

진우 (큰 충격 받으며 박동호 앞으로 가더니) ...뭐?

박동호 (차분하게) 남일호 때문에 내는 아부지를 잃었고, 니는 형과 어머니를

하루아침에 잃은 기다.

진우 (믿겨지지 않는) ...

박동호 진우야, 지금은 내가 니 앞에 무릎 꿇었지만, 조만간 남일호와 남규만...

니랑 내 앞에 무릎 꿇릴 기다. 반드시.

각오를 다지는 박동호의 얼굴과 여전히 충격에 빠져있는 진우의 얼굴에서-

6. 남일호 저택-응접실 / 낮

남일호, 남규만, 홍무석이 차를 마시고 있다. 남일호 뒤에는 차 비서가 서 있고-

홍무석 매스컴에 300억대로 나갔던 기사를 10억대로 틀어막았습니다.

남일호 (듣는)

홍무석 하청업체와의 상생 협력 기사, 4대 일간지 1면에 깔았습니다.

이미지 재고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남일호 이 정도면 잠깐 내린 소나기 정도로 여겨도 되겠군.

남규만 홍 변은 애초에 노는 물이 달랐던 박 변하고는 비교 자체가 안 되죠.

홍무석 (입꼬리 올리며 조용히 차를 마시는)

남규만 우리 그룹이랑 동고동락하며 함께 한 세월이 얼만데요..

안 그래요, 홍무석 변호사님?

홍무석 그동안 두 분께서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셨기에


제가 실력발휘를 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남규만 진작 홍 변을 우리 로펌으로 데려올 걸 그랬어요.

남일호 (무겁게 확 쳐다보는)

남규만 (움츠러들며 시선 내리는)

홍무석 앞으로도 두 분 곁에서 초심 잃지 않고 성심껏 모시겠습니다.

비릿한 웃음 짓고 있는 홍무석의 얼굴에서-

7. 병원 진료실 / 낮

책상 앞에 앉아있는 유 의사가 보인다. 그 앞에 앉아있는 연 사무장과 인아.

유 의사 이 병의 특징은 과거 기억보다 최근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

다.

기억은 시간, 장소, 사람의 순으로 잊혀지기 시작하구요.

인아 (가만히 듣고 있는)

유 의사 서진우씨의 경우는...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특이사항 때문에

진행속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빠른 편입니다.

유 의사의 말에 얼굴빛이 어두워지는 인아와 연 사무장.

인아 ...치료 방법은 없나요?

유 의사 완치시키거나 기억력을 다시 좋게 하는 약은 아직 없습니다.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약물치료를 하는 방법밖에는...

인아 (그래도 희망적으로) 그래도 갑자기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진 않겠죠?

유 의사 ...짧으면 6개월 안에 서진우 씨의 기억은 모두 사라질 수 있습니

다.

8. 병원 복도 / 낮

터덜터덜 긴 복도를 걸어가는 인아의 모습. 연사무장 뒤에서 조용히 인아를 따르고 있다.

인아, 망연자실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인서트>

11씬, 병원 진료실에 이어지는 상황이다.

유 의사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일을 하기도 힘들어지고, 남의 말을 이해

할 수도 없게 됩니다. 주위에 사람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

죠.

/ 다시 현재. 슬프게 인아를 바라보는 연사무장과

눈물을 흘리며 복도를 걸어가는 인아의 모습에서-

9. 박동호 사무실 / 밤

책상에 혼자 앉아있는 박동호. 그의 복잡한 얼굴 위로-

인서트>

10부 72씬. 장례식장. 진우, 박동호의 멱살을 붙잡고 울먹인다.

진우 당신이 죽인 거야... 당신이...

박동호 미안하다. 참말로 미안하다.

진우 (증오 가득하게 보며) 그때 당신이 배신만 하지 않았어도...

/ 다시 현재. 복잡한 얼굴의 박동호. 그때 편 사무장이 사무실에 들어온다.

편 사무장 행님. 어젯밤에 남규만 사장이 진우를 불렀다고 합니더.

박동호 (멈칫)

편 사무장 그래서 진우가 교통사고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습니더.

그 말에 얼굴이 차갑게 굳는 박동호에서-

10. 남규만 집무실 / 밤


남규만과 안 실장이 앉아 있다. 그때, 안으로 들이닥치는 박동호.

박동호, 화가 잔뜩 나 있다.

박동호 지 뒤 캐고 다니셨습니꺼?

남규만 박 변도 우리 아버지 캤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박동호 (표정 굳는)

남규만 (일어나 다가오며) 난, 당신 아버지가 서진우 가족 죽였다는 거

알아냈는데, 박 변은 우리 아버지의 어떤 비밀을 알아내셨나? 궁

금하네.

빅동호 (섬뜩한 눈빛으로) 지 감시하는 거 당장 그만 두이소.

안 그럼 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더.

남규만 (날카롭게) 어우... 한 대 치겠는데?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박동호 (맞서서) 경곱니더.

남규만 (멈칫) 뭐?

박동호 하지만! 경고로 그칠 지... 협박이 될 지는... 전적으로 남 사장님 행동에

달려 있습니더.

남규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 일으켜봤자...손으로 한 번 휘져어주면 끝나.

박 변이 뭘 하려고 하든... 나하고 아버지한테는 (하는데)

박동호 (말 끊고) 두고 보시면 되겠네요. 지가 어디까지 흙탕물을 튀길지!

그렇게 말하고 나가는 박동호. 멈칫 당황하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11. 인아네 집-거실 / 밤

인아 모와 인아 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온다.

인아, 소파에 앉아 인아 모와 인아 부를 맞이하는데-

인아 모 왔어? (방으로 가며) 밥 해줄 테니까 저녁 먹고 가.

인아 어~

인아 부 우리 딸, 어쩐 일이야?

인아 어... 아빠, 잠깐 할 이야기가 있어서.


11-1 인아의 방 / 밤

인아와 인아 부, 방에 앉아 이야기 중이다.

인아 (주저하다가) ...아빠, 내 친구가 많이 아프대.

인아 부 (조용히 인아를 보면)

인아 얼마 전에야 알았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인아 부 인아야, 그 친구가 아프다고 해서 그 전이랑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어.

인아 (무슨 말인가 싶어 보면)

인아 부 네가 많이 속상하겠지만 의연하게 대해줘라. 친구는 얼마나 힘들

겠니?

인아 (살짝 울컥하며) 자꾸 그 친구한테만 안 좋은 일들이 생기는 거 같아

너무 속상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인아 부 그 사람한테 생기는 병도, 그 사람의 일부다.

인아 (고개 들어 인아 부를 보면)

인아 부 그냥 예전처럼 평범하게 대해주면 돼.

인아 부의 말을 곰곰이 곱씹는 인아의 모습에서-

12. 옥탑 사무실 / 밤

인아가 사무실로 들어와 앉는다.

연 사무장이 그런 인아를 바라보더니, 조심스레 인아 곁으로 다가가 앉는다.

연 사무장 (망설이더니) 서 변 지금 상태, 그냥 모른 척 해주면 안 될까?

인아 (연 사무장 바라보며) 기억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면서요?

연 사무장 그래도 이 변이 알고 있다는 걸, 서 변이 알게 되면 지금보다

더 힘들 거야.

인아 (심란한 얼굴)

연 사무장 이젠 남은 기간동안, 서 변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어.


인아, 연 사무장의 말에 더 어두워진 얼굴. 이때, 진우가 들어온다.

연 사무장은 둘의 눈치를 살피며 긴장한다. 한편 인아는 진우를 가만히 바라보다

마음을 정한 눈치다. 진우, 인아를 보자 약간 당황하는데-

진우 (인아에게) 그게... 어제 저녁은...

인아 (모른 척 밝게) 어, 어제 저녁은 잘 먹었어. 가방도 고맙구.

진우 아.. 그렇지? 다음엔 내가 맛있는 거 살게.

진우, 희미하게 웃으며 비밀의 방으로 향한다.

그 모습을 보는 연 사무장과 인아의 걱정 가득한 얼굴에서-

13.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밤

비밀의 방의 진우. 책상에 혼자 앉아서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려 집중하는데-

인서트>

13부 51씬 거리 상황. 인아가 진우를 앞서서 걸어가고 있는데-

진우 (인아 보다가) 내일 저녁 같이 먹을까?

진우 갑자기 왠 데이트 신청? 서진우 너 다른 여자들한테도 막 이렇게 작업

걸고 그러는 거 아냐?

진우 너니깐. 너랑 있는 시간들.. 기억하고 싶어서..

인아 .....(말 돌리듯) 선물 받았으니깐 저녁은 이 누나가 쏜다.

뒤돌아서 걸어가는 인아. 진우, 웃으며 인아를 따라 가는 모습.

/ 다시 현재.

진우가 인아 생각에 복잡한 얼굴이 된다. 그때, 연 사무장이 비밀의 방에 들어온다.

연 사무장 (걱정스레)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진우 남규만을 만났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뒤로는 내가 어디 있었는지,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연 사무장 (깜짝 놀라며) 어제 남규만, 그 놈을 만났다고?

진우 별 일은 없었어요. (생각에 잠기더니)

연 사무장 그나저나 병이 더 빨리 진행되고 있는 거 아냐?

진우 남규만 법정에 세울 때까지는... 아파도 아플 수 없어요.

진우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연 사무장.

14. 국과수 복도 / 낮

석규, ‘서촌여대생 강간ㆍ살인사건 법의학 소견’ 서류를 보고 있다.

석규 곁에는 의사가운을 입은 법의학자 서 있는데-

석규 (서류를 보더니 고개를 들고) 흉기에서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네요?

법의학자 와인 따는 오프너나이프가 흉기였는데... 서재혁의 지문은 없었습

니다.

석규 그 사건... 온통 정황증거만 가득하고 확실한 증거는 부족했단 말이군요.

다시, 심각한 얼굴로 서류를 보는 석규의 모습에서-

15. 구치소 접견실 / 낮

홍무석이 석주일과 마주보고 앉아 있다.

홍무석 내가 살다보니 깡패 두목 변호를 다하네요.

석주일 (화를 꾹 참는)

홍무석 (서류에만 시선 둔 채 건성으로) 이미 매스컴을 통해 비자금 규모는

10억대로 줄인 상태입니다. 정치자금법은 천 만원 이하의 벌금으

로,

조세회피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은닉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주장할

거고..

횡령 혐의는 (하는데)

석주일 (답답함에 말 끊으며) 지 형량은 우째 되는 겁니꺼?


홍무석 (서류 탁 덮으며) 솔직히 지금 제가 하는 말, 무슨 뜻인지 잘 모르죠?

석주일 (굴욕감 느끼지만) ...

홍무석 (건조하게) 형량은 밝혀지는 죄목만큼 받게 되겠죠.

석 사장, 재판 받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 않습니까?

석주일 (굳은 얼굴로) 그라도 내나 홍 변, 회장님 모시며 사는 건 똑같다

아입니꺼?

홍무석 석 사장 진흙탕에서 수십 년 굴러먹던 걸, 단 몇 년 회장님 모신 걸로

퉁치려 합니까?

석주일 (화를 꾹 참는)

홍무석 잘 들으세요. 전 어디까지나 회장님 지시로 여기 온 것뿐입니다.

남는 시간, 감방 동지들이랑 몸이나 만들며 있으세요.

석주일을 보며 비아냥거리는 홍무석. 모욕감에 치를 떠는 석주일의 얼굴에서-

16. 고급 레스토랑 / 낮

와인을 음미하며 마시고 있는 남규만과 말없이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석규.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조마조마해 하며 눈치를 살피고 있는 안 실장이 보인다.

남규만, 와인을 마시며 석규를 가만히 응시하는데, 그 위로-

인서트>

12부 18씬 남규만 집무실 상황.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남규만과 홍무석.

홍무석 (차 마시더니) 강석규 판사, 잘 아시죠?

남규만 (살짝 미소) 뜬금없이 석규는 왜요?

홍무석 그 판사가 서재혁 판결에 대해 꽤나 의심하고 있더군요.

/ 다시 현재. 남규만,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비릿하게 웃고는-

남규만 석규, 너 요즘 좀 한가한가 봐?

석규 (남규만 보면)

남규만 아, 오해는 말고. 이렇게 자주 만나서 좋다는 말이지.


석규 나도 니네 자주 보니까 좋다. 와인이나 하나 더 마실까?

안 실장 (분위기 띄우려 노력하는) 그래! 하나 더 마시자!

안 실장이 손을 살짝 들자 웨이터가 와인병을 가지고 온다.

웨이터가 오프너 나이프로 와인을 따기 시작한다. 석규, 그 모습을 보며-

석규 (와인 한 모금 마시고는) 규만아. 오프너나이프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안 실장 (그 말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남규만 (오히려 여유롭게) 글쎄, 난 안 죽여 봐서 모르겠는데?

석규 (남규만의 얼굴을 유심히 보는)

남규만 그럼 나도 하나만 묻자.

석규와 남규만, 둘 다 묘한 긴장감이 있다. 안 실장, 둘 사이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남규만 넌 친구가 사람을 죽였으면... 판사로 재판할래? 아니면,

친구로 숨겨줄래?

석규 판사라면 죄를 정확하게 물어야 하고, 친구라면 더더욱 숨겨서는

안 되겠지. 그게 결국 친구된 도리야.

남규만, 와인을 마시며 석규를 날카롭게 쳐다보는데-

17. 레스토랑 화장실 / 낮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는 안 실장. 그때, 석규가 들어온다.

석규, 천천히 안 실장에게 다가와 옆에 선다. 안 실장, 불편해하며 급히 손을 씻는데-

안 실장 (손 다 씻고 애써 여유롭게) 먼저 들어갈게. (가려는데)

석규 수범아.

안 실장 (뒤돌아보면) 응?

석규 나 규만이가 서촌여대생 살인사건의 진범이라는 말 들었어.

안 실장 (떨리는 눈빛으로 보는데)


석규 지금 이 사건 찾아보는 것도, 규만이가 진범이라는 말,

믿고 싶지 않아서 하는 이유도 있다. 그러니까...

안 실장 (말없이 석규를 보고)

석규 진실을 알았을 때, 너희들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석규, 살짝 미소 띤 얼굴로 안 실장의 어깨를 다독여주고는 나간다.

그런 석규를 떨리는 눈빛으로 보는 안 실장의 모습에서-

18. 옥탑 사무실-비밀의 방 / 낮

진우, 벽에 붙어있는 배철주 사진과 자료들을 본다.

배철주의 사진 옆에는 마약과 관련된 배철주 자료들도 붙어져 있다.

‘마약파티에서 체포된 세현그룹 재벌 3세, 배 모씨 무죄 판결 받아!’ (5부 14씬 기사)

진우, 배철주 자료를 보다가 곽 형사의 사진 쪽으로 시선을 옮기는데-

곽 형사의 사진을 유심히 보는 진우의 모습에서-

19. 구치소 면회실 / 낮

진우, 곽 형사와 마주보고 앉아 있다.

곽 형사 얼굴 자주 보네. 내가 회개했는지 확인이라도 하러 왔어?

진우 지금까지 당신이 저지른 짓들이 얼만데 하루아침에

깨닫고 달라지겠어?

곽 형사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용건이나 말해.

진우 니가 관리하던 마약 브로커들 중에, 믿을 만한 사람 하나 소개시켜줘.

곽 형사 (피식 웃으며) 내가 필요한 순간이 있을 거라고 했었지.. 아마?

진우 (엷은 미소로) 협조해. 분명 너한테도 돌아가는 게 있으니까.

곽 형사 (유심히 진우를 보면)

진우 니 옆방에 남규만 넣어줄게.

곽 형사, 진우의 말에 비릿한 미소를 짓는데-


20. 진우 차 안 / 낮

으슥한 뒷골목에 세워진 진우의 차.

차 안 보면, 진우가 한 사내(마약 브로커)와 만나고 있다.

브로커 형님이 이런 거 잘 안 시키는데.. 곽 형사님이랑은.. 무슨 사이요?

진우 좀 아는 사이라고 해 두죠.

브로커 흠... 배철주가 한 달에 한 번 씩 VIP들 불러놓고 파티를 여는데,

그때 디저트로 쓰일 마약을 내가 공급해요.

진우 장소가 어딥니까?

브로커 (뜸 들이는) ... 형님 믿고 까는 거요..

진우 (고개 끄덕이는)

브로커 다음 파티가... 내일이요. 임페리얼 클라스, 밤 9시.

근데 들어가긴 쉽지 않을 거요.

브로커, 차에서 내린다. 의미심장한 진우의 얼굴에서-

21. 탁영진 검사실 / 낮

인아가 탁영진과 마주보고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인아 선배님, 오정아 아버지 사망사건은 진척이 좀 있어요?

탁영진 홍 부장이 깔끔히 꼬리 자르고 나갔잖아. 수사가 꽉 막혔다. 막혔어.

인아 그래도 계속 신경 써 주세요. 저도 새로운 증거 확보하면 말씀드릴게요.

탁영진 그래, 걱정마라. (차 한 모금 마시고) 그나저나 홍 부장 그 인간,

일호로펌 가서는 제대로 총애 받나 보더라.

인아 비자금건도 매스컴 만져서 다 줄여놓고, 회사 이미지 쇄신도

발 빠르게 하고 있던데, 그게 다 누구 솜씨겠어요?

탁영진 어쩔 때는 그 양반 세상 참 단순하게 살아서 속편할 거 같애.

인아 (보면)

탁영진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자기한테 돌아올 떡고물만 생각하며

열심히 살면 되니까.
인아 꼭 홍 부장이 부럽다는 것처럼 들리네요?

탁영진 (피식 웃는)

이때, 탁영진의 휴대폰이 울린다. 무심코 받아드는 탁영진.

남일호 (E) (묵직한 음성으로) 탁영진 검사, 남일호라고 합니다.

탁영진, 표정이 굳는다. 인아, 누군가 싶은 표정이고-

22. 일호로펌-회의실 / 낮

남규만이 홍무석과 회의 중이다. 남규만 뒤로는 안 실장이 서 있다.

남규만은 서진우에 대한 서류들을 살피고 있는데-

홍무석 서진우의 재산내역과 세금납부내역 모두 확인해 봤습니다.

동산, 부동산 모두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은 없고, 이제 막

변호사 수입이 좀 생기고 있는 정도입니다.

남규만 (서류에 시선 둔 채) 형이랑 엄마는 진작에 박동호 애비 때문에

사고로 갔고, 달랑 하나 남아있던 지 애비도 저 세상으로 갔고..

안 실장 (너무 한다는 표정으로 남규만을 흘긋 보는)

남규만 (홍무석에게) 아, 그 뭐야. 변두리 로펌인가, 그거 좀 손보면 되지 않나?

홍무석 거기도 말이 로펌이지 조사해보니, 구멍가게 수준이었습니다.

남규만 참나. 이 남규만이 그런 쥐뿔도 없는 것들이나 상대하고 있어야 돼?

안 실장 (몰래 입 비죽거리는)

남규만 (애써 흥분 가라앉히며) 그럼, 서진우를 괴롭힐 방법은 아예 없다는

거예요?

그러자 홍무석이 이인아의 사진을 보여주며 말을 잇는다.

홍무석 이인아 변호사. 얼마 전까지 제 밑에 있었기에 누구보다 잘 압니다.

남규만 (가만히 듣는)

홍무석 과거 서촌여대생 살인사건때부터 서진우를 도왔더군요. 서진우 때문에


검사가 됐고, 서진우 때문에 검사복을 벗었고, 지금은 서진우와 함께

변두리 로펌에 있습니다.

남규만 (비웃으며) 애인도 그리 지극정성으로는 못하겠네. 둘이 뭐 있나?

홍무석 서진우의 아킬레스건은 이인아가 아닌가 싶습니다.

비릿한 웃음을 주고받는 남규만과 홍무석의 모습에서-

23. 옥탑사무실 / 밤

각자의 자리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진우, 인아, 연 사무장.

그때, 송 변이 헐레벌떡 사무실로 들어오더니-

송변 자자, 모두 주목! 모이세요!

변두리로펌 멤버들, ‘뭐야?’하는 얼굴로 소파 앞에 모인다.

송변 깜짝발표를 하겠습니다! (잠시) 나... 처음으로 혼자 재판 맡았어!

연 사무장 (일어서며) 세상에... 송 변이 단독수임이라니? 송 변, 축하해!

연 사무장이 송 변, 안아주려고 하는데-

송변 (피하며) 아, 이 아줌마 왜 이러세요!

인아 (웃으며) 와, 축하드려요!

진우 도울 일 있으면 뭐든 말씀하세요.

송변 고마워, 서 변. (환하게 웃는) 이게 다 변두리 식구들 덕분이에요~

모두 송 변을 축하하며 환호성을 지른다. 화기애애한 변두리로펌의 모습에서-

24. 고급일식집 / 밤

탁영진이 룸에 앉아 있다. 맞은편에는 남일호와 홍무석이 앉아 있는데-


남일호 홍 변호사한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탁 검사께서 차기 부장검사로

가장 유력하다구요.

탁영진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남일호 홍 변 밑에 있었다니까 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잠시) 앞으로 날 돕는 게 어떻겠습니까?

탁영진 (웃는 얼굴로) 화끈하시네요. 듣던 대로..

남일호 대답 한 번에 탁 검사 인생이 바뀔 겁니다. 여기 홍 변처럼.

홍무석 (그 말에 비릿하게 웃는) 변호사나 검사나 어차피 법 가지고 노는 직업

아닙니까?

홍무석, 탁영진의 잔을 가득 채워주며 말을 이어간다.

홍무석 출근을 어디로 하건 무슨 상관이겠어요? 내 능력, 인정해 주는 곳이

최곱니다. 탁영진 검사.

탁영진, 그 말에 술잔을 단번에 비운다. 안주까지 집어 먹으려다-

탁영진 (표정 일그러지며) 에이~ (젓가락을 테이블에 소리나게 탁 내려놓더니)

안주는 못 먹겠네요. 비위 상해서. (둘 보며) 예의는 여기까지만 차

리죠.

남일호 (표정 굳는)

탁영진 남일호 회장님. 지금까지 늘 이런 식으로 해오셨습니까?

홍무석 (화를 못 참고 벌떡 일어나 탁영진 노려보며) 탁검! 지금 이게

무슨 무례한 태돕니까?

표정 굳는 남일호, 탁영진을 빤히 쳐다보면서 홍무석에게 놔두라는 손짓을 한다.

홍무석은 분을 참지 못하고 계속 탁영진을 강하게 노려보고 있는데-

탁영진 (빈정거리며) 일호의 개 노릇이 훨씬 잘 어울리시네요.

당신과 같은 법밥을 먹는다는 게 구역질이 나네...

홍무석 (화를 억누르며) 방금 그 말... 앞으로 후회할 겁니다. 탁 검사.

탁영진 (자리에서 일어나며) 지금 마신 이 한 잔 값!


이건 내 돈으로 내고 갑니다.

탁영진, 지갑 꺼내 만원 한 장 테이블에 탁 올려놓고 나가 버린다.

홍무석과 남일호 굳은 얼굴에서-

25. 고급일식집 복도 / 밤

복도로 나온 탁영진. 핸드폰이 울린다. 박동호다.

박동호 (E) 탁 검사님. 어디십니꺼?

26. 국밥집 / 밤

오늘따라 탁영진이 국밥을 매우 게걸스럽게 먹고 있다. 그 모습 흥미롭게 보던 박동호가-

박동호 아이고 그릇까지 씹어드시겠네요. 재판 또 말아 먹었습니꺼?

탁영진 재판은 무슨. (숟가락 놓으며) 근데... 거 참 묘하네.

폼나게 거절은 했는데... 이 씁쓸한 기분은 뭐지?

박동호 뭐 때문에 그러십니꺼?

탁영진 오늘 남일호 만났거든. 내가 지금 얼마짜리 인생을 포기하고

이 국밥 먹는지 박 변은 모를 거야.

박동호 (엷게 웃으며) 그러면 더 맛나게 드셔야겠네예.

탁영진 (다시 국밥 먹기 시작하는)

박동호 그 인생... 선택해봤자 다시 부메랑처럼 되돌아옵니더.

탁영진 (먹으며) 아이구! 맛있다! 그 말 들으니까 진짜 맛있다!

박동호 (소주 한 잔 마시고) 카~ 탁 검사님하고도 참 오랜 시간이 흘렀네예.

지 얼매나 믿습니꺼?

탁영진 (웃으며) 일호 밥 먹는 인간들... 아무도 안 믿어.

박동호 그때 말한 서광그룹 가스폭발사고 피의자 있다 아입니꺼.

지가 곧 남 회장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물증을 얻을 것 같습니더.

탁영진 (놀라 보는)

박동호 지랑 같이 일호그룹을 밟아보지 않겠습니꺼?


그 말에 탁영진, 박동호를 잠시 바라보더니-

탁영진 대한민국 검사 우습게 아는 남일호라면 내가 빠질 수야 없지. (웃는)

결심이 선 듯한 탁영진과 박동호의 모습에서-

27. 진우의 차 안 / 낮

운전대 잡고 있는 진우. 이어셋으로 전화를 건다.

진우 재판 시작했어요?

연사무장 (E) 지금 송변, 재판 못 하겠다고 버티고 있어.

진우 알았어요. 금방 도착해요.

진우, 속도를 높이는 모습에서-

28. 재판정 / 낮

재판이 시작되려는 재판정. 방청객들이 가득하다.

29. 재판정 복도 / 낮

송 변이 복도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 옆에 인아와 연 사무장,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그때, 진우가 다가온다.

연 사무장 아니, 그렇게 연습해 놓고 대체 왜 못 들어간다는 거야?

송변 (주눅들어) 내가 또 말 더듬고 그러면.. 한 사람의 인생이 또..(하는데)

인아 여기에서 피고인 편인 사람은 송 변호사님 뿐이에요.

송 변, 복잡한 얼굴로 인아를 본다. 그러자, 진우가 말한다.


진우 송 변은 의뢰인이 죄가 없다고 믿는 거죠?

송변 어... 믿어.

진우 그러면 4년 전... 우리 아버지 재판에서 못했던 걸 이 자리에서

해주세요. 저 분은 송 변이 싸워주지 않으면 10년 넘게 감옥에서

살게 될 거예요.

송변 (떨리는 눈빛으로 진우를 보고)

진우 송 변이 법의 보호를 받게 해주세요. 변호사로서.

그때, 양 옆에 교도관들을 끼고 복도를 걸어오는 피고인 여성(50대 초)이 보인다.

피고여성, 송 변과 눈이 마주친다. 송 변, 떨리는 눈빛으로 피고인을 보는데-

송 변을 향해 간절한 눈빛 보내는 피고인, 살짝 목례하고는 재판정에 들어간다.

송 변, 결심한 얼굴로 재판정에 들어간다. 그 위로-

판사 (E) 변호인, 최후 변론 해주세요.

30. 재판정 / 낮

송 변이 변호인석에 있다. 옆에는 피고인이 앉아 있다.

송 변, 자리에서 일어난다. 판사를 보자 송 변, 긴장감에 눈을 질끈 감았다 뜬다.

송변 (조금 말을 더듬는) 평범한 엄마이자.. 아내였던... 한 여성이 남편을

죽인.. 죄로 살인자가 됐습니다.

진우, 송 변과 눈이 마주치자 끄덕이며 용기를 준다. 한결 편해지는 송 변.

송변 남편은 발달장애를 앓는 아들이 창피하다며 무자비하게 때렸습니다.

장애아들에겐 태어났다고 때리고... 그 엄마는 낳았다고 때렸습니

다.

무려 20년의 세월동안... 피고와 아들은 맞고 산 겁니다.

그 말에 피고여성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송 변의 말투도 점점 고조된다.


송변 남편은 술 먹고 와서 갑자기 아들의 목을 졸랐습니다. 그 순간, 피고는

엄마가 아니라 어미가 된 겁니다. 어미로서 죽음에서 새끼를 지키

려는

본능... 그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본능입니다.

송 변을 보는 진우, 인아, 연 사무장 컷컷.

송변 자식을 죽이려 했던 아버지와 자식을 살리려 했던 어머니...

과연 누가 더 죄인입니까? 존경하는 재판장님.

변론이 끝나자 정적에 빠지는 재판정. 뒤에 서서 송 변을 뿌듯하게 바라보는

진우, 인아, 연 사무장의 얼굴에서-

시간경과>

판사 피고인에게 정당방위를 참작해 징역 3년을 선고합니다.

모두가 기뻐한다. 송 변과 피고인 서로 눈이 마주치는데-

피고인 (송 변에게 울컥하며) 변호사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송 변,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있다.

31. 바/밤

바에서 옆에 여자를 끼고 술 마시고 있는 배철주.

이때, 양아치스러운 차림의 브로커가 배철주에게 다가온다.

그러자 배철주, 여자를 보내고 브로커와 대화를 하는데-

브로커 친구 분들과 마음껏 즐기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배철주 (만족해하며) 질 좋은 걸로 세팅해.

그리고 이를 배철주와 브로커 뒤에서 몰래 듣고 있는 진우의 모습에서-


32. 옥탑사무실-회의실 / 낮

화면 가득 인아의 얼굴이 보인다. 진우, 송 변, 연 사무장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아가 화이트보드에 붙여져 있는 ‘배철주’ 사진을 가리킨다.

인아 이름 배철주, 나이 33세, 세현그룹 상무, 4년 전 서촌별장 파티 때

참석. 남규만의 살인 고백 동영상에 등장.

인서트>

3부 71씬. 박동호 사무실 상황. 남규만과 룸살롱 안에 같이 있는 배철주 모습.

진우와 인아가 동영상을 보고 있다.

배철주 하여간... 미친 놈. 니 대신 감방 가게 생긴 사람은 또 뭔 죄냐?

남규만 쥐뿔도 없는 게 그 인간 죄야. 누가 대신 감방 가달랬냐?

뭣도 없으니까 그 모양이지.

/ 다시 현재.

진우 3개월 전, 마약투약 혐의로 기소됐지만 박동호 변호사에 의해

무죄로 풀려놨어요.

인서트>

5부 13씬. 법원 로비 장면.

박동호가 기자들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로비에 배철주가 나온다.

취재진이 몰려들자 박동호와 편사무장이 배철주를 가드하며 앞으로 로비를 빠져나간다.

/ 다시 현재.

진우가 브리핑을 이어간다.

진우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고 있어요. 내일 파티가

예정돼 있고, 그곳에 마약 공급하는 브로커까지 확보했어요.

송변 돈 많은 분노조절 찌질이에... 마약쟁이까지. 아주 잘들 어울리네.


연 사무장 그럼.. 배철주를 통해 남규만으로 타고 올라가겠다는 거지?

진우 (고개 끄덕이는)

배철주의 사진을 주의 깊게 보는 진우의 얼굴에서-

33. 남규만 집무실 / 낮

화면 가득 배철주의 얼굴이 보인다. 배철주 집무실에 들어오면, 남규만과 안 실장이 있다.

안 실장, 배철주를 향해 더 깍듯하게 90도로 허리를 숙인다.

배철주, 만족스럽게 웃으며 소파에 앉는다.

배철주 무슨 일로 불렀냐? 바쁘신 일호그룹 사장님께서.

남규만 맛이 간 계열사가 하나 있어서 버릴 생각이거든. 버릴 때 버리더라도

단물은 쪽 빼야지. 니네도 정리할 계열사 있잖아.

배철주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간만에 주식가지고 장난 좀 쳐보자?

(잠시) 용돈 버는 일인데 당연히 콜!

남규만 개미들 곡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네. (잠시) 근데 뭐 어쩌겠어.

개미로 태어났으면, 그냥 개미로 살다가 뒤지는 거지.

그 말에 뒤에 있던 안 실장, 살짝 어이없는 표정 짓는다.

배철주 그나저나, 너 그룹 사장됐다고 이미지 관리 하냐?

남규만 (무슨 말인가 싶어 보는)

배철주 파티말야. 사장 승진하고 한동안 안 왔잖아. 이번엔 출석 꼭 찍어라.

남규만 (생각에 잠기더니) 어떤 거지같은 새끼 하나 때문에 내가 요즘

뜸하기는 했지. (표정 굳으며) 그 새끼 생각하니까 또 열이 확

올라오네.

배철주 (피식 웃는)

안 실장, 둘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는데-

34. 일호그룹-주차장 / 낮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가는 배철주. 그런데 배철주 차 앞에 진우가 서 있다.

진우 남규만 사장님 친구 분 맞죠?

배철주 (진우 위아래 훑어보고) ...누구?

진우 지난 번, 바에서 잠깐 봤는데 기억 못하시는구나.

인서트>

6부 73씬 바 상황. 남규만이 진우와 대면하고 있는데, 이를 바라보고 있는 배철주.

배철주 (그제서야) 기억날 것도 같고 ... 아닌 것도 같은데 무슨 일?

진우 친구를 두려면 잘 두셔야 하는데... 하필 동영상에 같이 계셔 가지고..

배철주 (금세 당황하며) 뭔 동영상? 너, 우리 몰래 몰카 찍었어?

진우 (어이없고) 요즘도 죄를 많이 짓고 사나 봐? 이 정도 말에

그렇게까지 놀라는 걸 보니.

배철주 (가만히 진우 노려보면)

진우 4년 전, 별장 파티때 남규만이 죽였다고 고백했잖아?

그 때 그 옆에 당신도 있었구...

배철주 (이제 알겠다는 듯) 아, 니가 규만이가 말한 그 거지새끼구나?

(비열한 얼굴로) 이게 돌았나.. 내가 누군줄 알고 감히 협박질이야!

진우 역시 끼리끼리라더니... 남규만 친구맞네.

배철주 너, 이딴 협박에 내가 순순히 협조할 거라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야.

진우 (여유롭게) 내가 언제 협박을 했다구? 찔리는 게 많나 보네?

배철주 (버럭) 또 내 앞에 알짱대면 그땐 가만 안 둬!

여유롭게 웃으며 가버리는 진우.

35. 남규만 집무실 / 낮

집무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는 남규만. 그때, 안 실장이 노크를 하며 들어온다.

안 실장, 서류파일을 남규만 앞에 내려놓으며-

안 실장 회장님께서 살펴보라고 하신 프로젝트 계획서입니다.


남규만 (대충 훑어보고는) 알았어. 나가 봐.

안 실장, 돌아서서 나가려고 하는데-

남규만 (서류를 보다가 고개 들며) 아, 수범아.

안 실장 네? 아니, 응...?

남규만 철주한테 여자 문제가 생겼다는데, 니가 좀 처리해줘라.

안 실장 여자 문제라니...?

남규만 엉겨 붙어서 돈 좀 뜯어보려고 하는 거 같던데... 유유상종이라잖냐.

없는 것들 마음 잘 알지? 그 마음 잘 공략해서 깨끗하게 처리해 봐.

안 실장 ...규만아. 나 못 하겠다.

남규만 (기가 막힌) 뭐?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안 실장 내가 니 비서지, 니 친구 비서도 아니고 (하는데)

남규만, 섬뜩한 눈빛으로 다가가서는 안 실장의 멱살을 잡아 올린다.

남규만 안 그래도 요즘 손이 근질근질했는데, 니가 맞을 때가 됐구나? 어?

목이 졸려 숨이 막히는 안 실장. 그러다가 규만의 손을 강하게 확! 뿌리친다.

안 실장 (버럭) 규만아! 나, 니, 친구다!

남규만 (생각지 못한 반응에 말문 막혀 보는)

안 실장 (버럭) 내가 자존심이 없는 게 아니다! 참는 거다! 그것만 알아둬라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나가버리는 안 실장. 남규만의 어이없는 표정에서-

36. 일호로펌-자료실 / 낮

자료실 한 쪽 구석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안 실장.

곧이어 편 사무장이 뛰어 들어온다. 편 사무장, 90도 인사한 뒤 열중쉬어자세로 있다.


편 사무장 수범 행.. 행님, 부르셨습니꺼.

안 실장 (앉으라는 손짓하고)

편 사무장 예, 행님! (안 실장과 마주 앉으려는데)

안 실장 야야, 너 얼굴 보면 동생 소리 안 나오니까 옆에 와서 앉아.

편 사무장 (시무룩하게) 예... 행님...

편 사무장, 안 실장 옆으로 다가가 앉는다. 그러자 안 실장,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캔 커피를 꺼내 편 사무장에게 건넨다. 안 실장, 캔 커피를 소주 마시듯 쓰리게 마시고는-

안 실장 상호야. 내가 남규만을 버리면 어떻게 될 거 같냐?

편 사무장 (캔 커피 마시다가 놀란 얼굴로 보면)

안 실장 (머리 쥐어뜯으며) 아... 진짜 내가 언제까지 남규만 밑에서

더러운 꼴 다보며 살아야 하냐?

편 사무장 뭔 일인지는 자세히 몰라도, 남규만 일이라믄 우리 동호행님한테

말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꺼?

안 실장 박 변한테?

편 사무장 예, 남규만 돕는 일만 아니라믄 동호행님도 쌍수 들고 도와줄 깁니더.

안 실장 (혹하는 얼굴로) 박동호 변호사?

37. 남일호 저택-서재 / 낮

남일호는 소파에 앉아 있고, 그 앞으로 박동호가 걸어오고 있다.

남일호 뒤로는 차 비서가 서 있는데-

박동호 (목례를 하고는 앉더니) 부르셨습니꺼?

남일호 내 요즘 자네 얼굴보기가 영 쉽지 않아서, 불렀네.

(떠보듯) 박 변, 요즘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박동호 (진심 숨기고) 요즘은 뭐든 소송으로 해결하려 드는 시대 아입니꺼.

저희 일호에도 여러 소송들이 들어와가, 그것들 좀 살피느라

쪼매 바빴습니더.

남일호 (차 한 모금 마시더니) 석 사장 구속된 일로 자네 마음이 누구보다

편치 않을 거라는 건 내, 잘 아네.
박동호 아입니더. 회장님께서 저희 행님, 곧 나오게 해주실 거라 믿고

있습니더.

남일호 (의미심장하게) 그건 자네가 하기에 달린 것 같은데

박동호 (그 말에 얼굴 굳어지는)

남일호 박 변. (강하게 박동호 보며) 사람은 언제나 과거에 묶여

살면 안 되네.

박동호 (말없이 남일호를 보면)

남일호 과거에 발목잡혀서 내 현재를 팽개쳐 버린다면, 그거야말로

소탐대실이지 않겠나... 안 그런가, 박 변?

남일호의 말에, 얼굴이 금세 굳어지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38. 옛날 박동호 사무실 / 낮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그 위로-

남일호 (E) 서광그룹 사장을 깔끔하게 처리해 줘요... 뒤는 확실히 봐 줄테니.

잠깐 들어갔다 나오면 당신 인생이 바뀔 겁니다.

그땐, 지금의 일호가 아닐거요.

하씨(E) 확실한 거죠? 남일호 사장님.

테이프를 끄는 손. 화면 넓어지면 이를 듣고 있는 박동호와 하씨가 보인다.

하씨 박 변호사. 증거자료를 넘기겠습니다. 이게 내 목숨줄입니다.

박동호 이제부터 하 사장님은 지만 믿으면 됩니더.

박동호의 의미심장한 표정에서-

38-1. 남일호 저택-서재 / 낮

남일호와 홍무석, 마주보고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남일호 서광그룹 가스폭발 사고에 허점은 없겠나?

홍무석 17년 전에 제가 잘 손봐놔서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겁니다. 남일호

그렇다면 박동호는 헛물을 켜게 되겠구만.

홍무석 회장님께서 하사장만 잘 단도리해주신다면, 서광그룹 가스 폭발 사고는

완전히 사라질 겁니다.

남일호 (불편해하며) 하사장은 지금 찾고 있네. 홍 변은 다른 빈 구석이 있으면

공사 잘 해주게.

홍무석 네, 잘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박 변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말없이 비릿하게 웃으며 차를 마시는 남일호의 모습에서-

39. 서울지검복도 / 낮

여경이 수사관이 자료들을 검토하며 걸어오고 있다. 이때 수사관에게 걸려오는 전화 한 통

수사관, 전화를 받는다.

진우 (E) 오늘 밤에 있을 마약파티에 대한 제보입니다.

수사관, 수화기 든 상태로 여경에게 말한다.

수사관 (긴박하게) 검사님. 제보 들어왔습니다.

여경 (서류 보며) 네. 내용 정리해서 이따가 알려주세요.

수사관 근데, 그게...

여경, 의아한 눈으로 수사관을 보면-

39-1. 남규만 집무실 / 낮

불 꺼진 집무실에 누군가 혼자 들어와 문을 걸어 잠근다. 스탠드 불 켜면, 안 실장이다!

안 실장, 집무실 한 가운데 의자를 가져다 놓는다.


의자 밟고 올라서는 안 실장. 천장을 뜯어 뭔가를 꺼낸다. 오프너 나이프다!

(현장 상황에 따라 변경 가능)

그때, 안 실장에게로 전화가 오는데- 남규만이다.

39-2.. 바 / 낮

남규만,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다. 그때, 안 실장이 남규만 앞으로 다가오는데-

남규만 어~ 수범아, 왔어?

안 실장 (뻘쭘해하며)

남규만 화 많이 났냐? 일로 와서 앉아.

안 실장 (눈치 보다 앉고)

남규만 한 잔 받아라. (술 한 잔 따라 건네주며) 내가 좀 심했지?

안 실장 (술잔 받으며) 뭐, 한두 번도 아닌 일인데.

남규만 내가 요즘 서진우 그 거지새끼 때문에 날카로워져서 그래.

안 실장 (남규만 보며)

남규만 수범아, 그래도 믿을 만한 친구는 너밖에 없는 거 알지?

내가 곧 한 자리 챙겨줄게. 좀만 더 고생해. (지갑에서 3천만원 수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어머니 용돈 챙겨드리고.

안 실장, 테이블 위 수표를 보며 흔들리는 눈빛에서-

40. 구치소 면회실 / 낮

박동호가 석주일을 면회하고 있다.

박동호 행님. 거기는 지낼 만 하십니꺼?

석주일 홍무석 그 인간이 변호사랍시고 야지 주는 것만 빼면, 지낼 만하다.

(잠시 박동호를 들여다보더니) 동호야, 니 아직도 남일호 회장한

나쁜 맴 (하는데)
박동호 (말 끊고) 행님이 여서 나올 때쯤이면... 남일호나 지, 둘 중 하나만

보게 될 깁니더.

석주일 (얼굴 굳으며) 니, 지금 그게 무슨 말이고?

박동호 지가 말을 하지 않아도 행님은 저절로 알게 될 깁니더.

... 세상이 떠들썩해질 테니까.

석주일 (벌떡 일어나며) 동호야. 와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들려고 하노!

니, 내 맘을 이리도 모르나?

박동호 행님이 암만 뭐라캐도, 지 화살은 이미 남일호 회장을 향해

날아가고 있습니더.

석주일 (더는 말하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는)

박동호 행님, 지 이제는 마지막 승부를 볼 깁니더.

그동안 감사했습니더.

꾸벅 석주일에게 인사하는 박동호. 급히 밖으로 나가버린다.

남아있는 석주일의 불안 가득한 얼굴에서-

41. 옥탑사무실 / 밤

변두리 로펌 멤버들이 모두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진우 오늘 밤이 마약 파티장에 남규만이 출몰하는 디데이에요.

남규만을 현행범으로 붙잡을 기회이자, 만일에 대비해 증거물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날입니다.

인아, 송 변, 연 사무장이 진우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

진우 이번에 남규만을 붙잡을 수만 있다면, 이걸 시작으로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오정아 아버지 죽음의 진실도 제대로

세상에 드러낼 수 있을 거에요.

인아, 송 변, 연 사무장 모두 살짝 긴장하면서 기대감도 지닌 표정들인데-


진우 파티에 마약을 공급하는 브로커를 통해, 내부로 잠입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뿐입니다.

송변 (손 번쩍 들며) 내가 갈게. 내가 얼굴이 덜 팔렸잖아.

송 변 보고 씨익 웃으며, 송 변에게 만년필을 건네는 진우.

진우 남규만, 근거리에 붙어서 촬영해 주세요.

송변 (받아 살펴보며) 와. 이게 카메라야? 첩보영화에서나 보던 건데.

인아 들키지 않게 각별히 조심해요. 송 변호사님.

송 변 끄덕이면, 진우가 건축 설계도면을 펴는데-

진우 만일의 경우, 남규만이 달아날 수 있는 예상 도주로는

클럽 후문과 후문 차량출입구 뿐이에요.

진우, 설계도면의 위치를 가리킨다.

진우 저랑 이 변이 후문과 차량출입구를 맡을게요.

인아 (진우 보며 고개 끄덕이면서) 오케이.

진우 (연 사무장 보며) 연 사무장님은 연락책을 맡아주세요.

무슨 일 생기면 곧바로 경찰에 연락하시구요.

연 사무장 알았어!

진우 자, 그럼 모두 수고해주세요.

변두리로펌 멤버들, 비장한 표정이다. 이를 바라보는 진우의 진지한 얼굴에서-

42. 탁영진 검사실 / 밤

여경이 탁영진 검사실에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뭐냐는 듯 여경을 보는 탁영진.

여경 부부장 검사님, 저한테 들어 온 제보입니다. 왜 제가 못한 다는 거죠?

탁영진 남 검사, 마약은 특수부 담당인 거 몰라? 특수부한테 넘겨.


여경 이걸 왜 특수부에게 넘깁니까? 우리 부서 실적 올릴 수 있는데.

탁영진 너 벌써부터 밥그릇 싸움하자는 거냐? 안 돼.

강경한 탁영진. 이에 실망하는 여경의 모습에서-

43. 서울중앙지검 복도 / 밤

여경,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복잡한 얼굴이다.

갑자기 휴대폰 꺼내들고는 여경, 빠르게 걸어가며 전화하는데-

여경 지금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사관들 연락하세요.

43-1. 구치소-변호사 접견실 / 밤

홍무석과 석주일이 면회를 하고 있다.

석주일 이 한밤중에 면회를 다 오시고.

홍무석 세상에 안 되는 일이 어딨겠습니까?

석주일,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으로 가만히 홍무석을 살피는데-

홍무석 회장님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곧 거기서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석주일 (보는)

홍무석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석주일 그게 뭡니꺼?

홍무석 (의미심장하게) 박동호를 처리하세요.

석주일 (표정 굳어서) 그게 지금 지한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꺼?

홍무석 (여유롭게) 곽 형사처럼 버림받고 거기서 수 년동안 썩고 싶어요?

석주일 (복잡한 얼굴)

홍무석 당신하고 박동호 사이,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거 알고 제안하는

겁니다.

석주일 ....
홍무석 해묵은 의리 지킬 생각 말고, 앞으로 당신 살길이나 찾아요.

그게 현명한 겁니다.

심란한 얼굴의 석주일. 그 모습을 비릿하게 바라보는 홍무석.

44. 마약 파티장 앞 / 밤

보안요원들이 파티장 입구에서 신분 검사를 하고 있다. 그때, 외제차 한 대가 도착하고 남

규만이 차에서 내린다. 발렛이 남규만의 차를 몰고 다시 사라진다. 보안요원들, 남규만에

게 인사를 건넨다.

45. 마약 파티장 앞-차 안 / 밤

파티장에서 거리 두고 정차된 차량. 연 사무장에 운전대 잡고 있고 진우, 인아가 타고 있다

. 진우가 대포 카메라로 파티장 입구를 살핀다. 차량 조수석엔 인아, 뒷좌석엔 연 사무장이

타고 있다. 진우, 남규만이 클럽에 들어가는 모습을 뷰파인더로 확인한다. 찰칵- 그 모습을

찍는 진우.

인아 어? 평소에 타던 차가 아닌데? 이런 데 올 땐 차까지 바꿔 타고 오네?

진우 (뷰파인더 보면서) 송 변은?

연 사무장 근처에서 대기중이야.

진우, 입구로 향하는 송 변의 위치를 대포카메라로 확인한다.

46. 마약 파티장 앞 / 밤

세미정장 차림의 송 변과 브로커가 입구로 들어서자,

보안요원이 송 변과 브로커를 막아 선다.

보안요원 1 여기 멤버 맞습니까?

송변 (대답 하지 않고 들고 있던 가방을 툭툭 두드리는)

보안요원 2 (감지하고) 들여보내.


무사히 입구로 들어가는 송 변과 브로커.

47.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 밤

박동호, 홀로 사무실에 들어온다. 책상에 앉더니 열쇠로 잠긴 서랍을 열면,

서류들로 가득하다. 서류를 통째로 착착 꺼내 펼쳐 놓는다.

일호생명 부사장 관련 정보들, 남일호 회장 X파일까지 보인다.

그 서류들 안에 ‘서광그룹 가스 폭발사고’ 파일을 올려놓는 박동호.

그리고 마지막에 하씨에게 받은 카세트 테이프를 올려 놓는다.

박동호 (의미심장한) 이제.. 고마 정리하자!

시간경과>

전신 거울에 비치는 박동호의 모습. 검은색 맞춤정장 상의를 막 입었다.

사무실로 들어오던 편 사무장이 검은 양복 빼입은 박동호를 보더니-

편 사무장 행님. 까만색 정장 입은 건 처음 봅니더...

박동호 글나? 상호야.

편 사무장 (보면)

박동호 앞으로 피를 봐야할 낀데, 흰색은 못 입는다 아이가?

편 사무장 행님...!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는 박동호의 비장한 눈빛에서-

48. 마약 파티장 앞-차 안 / 밤

진우, 인아, 연 사무장이 탄 차 안.

진우 전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갈게요.

(연 사무장 보며) 수사관들 도착하면 바로 연락주세요.

연 사무장 (진우 보며 고개 끄덕이는) 알았어.


진우, 차에서 내린다.

49. 마약 파티장-홀 / 밤

음악소리 요란한 파티장 홀. 송변, 포켓 치프 자리에 꽂은 만년필 카메라를 확인한다.

만년필 카메라 시점으로 홀 내부가 촬영된다. 마약에 절은 재벌 3세들.

고급 양주를 마시며 삼삼오오 즐기고 있다.

송변 (휴대폰에다) 진입 성공! (끊고)

근데, 남규만 이 자식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송 변, 남규만을 찾는다.

50. 마약 파티장-지하 주차장 / 밤

진우가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다.

진우 (휴대폰에다) 도착했어요. 연 사무장님.

연 사무장 (E) 조심해. 난 계속 입구 살피고 있을게.

그때, 남규만이 타고 왔던 차가 지하 주차장 한 켠에 주차된다.

발렛이 차 키를 들고 사라진다. 차량 확인하는 진우.

51. 마약 파티장 홀 / 밤

북적이는 파티장 한 켠에서 남규만과 배철주가 양주를 마시고 있다.

송 변, 남규만을 발견한다. 양주잔에 마약을 섞는 남규만.

송 변의 만년필 카메라에 이 광경이 찍힌다. 동공 살짝 풀린 남규만과 배철주 모습.

꽤 취한 배철주가 갑자기 남규만에게 입을 연다.

배철주 참, 규만아. 며칠 전에 서진우 그 자식이 날 찾아왔더라고.

남규만 뭐?
배철주 자꾸 너 사람 죽인 거 갖고 뭐라 그러더라.

남규만 (점점 표정 굳어지는)

배철주 (눈치없이 계속 말하는) 그 자식, 아버지도 죽었다면서?

그럼 다 끝난 일 아냐?

남규만, 급격히 얼굴 일그러지더니 디제잉 박스를 향해 양주잔을 집어 던진다.

남규만 음악 꺼! 당장!

음악소리 꺼지고-

배철주 (버럭) 야! 이 파티, 내가 초대했잖아. 왜 또 지랄이야?

남규만 왜, 다시 그 얘길 꺼내?

배철주 뭐?

남규만 멍청한 놈. 첩 자식이 다 그렇지.

배철주 (눈이 확 돌아) 이 자식이!

배철주, 남규만의 멱살을 잡기 위해 달려드는데-

52. 마약 파티장 앞 / 밤

파티장 앞에 경찰차 여러 대 멈춰서면, 경찰들이 우르르 내린다. 연이어 멈춰서는 승합차.

한 승합차에서 여경이 내린다. 차량에서 지켜보고 있는 연 사무장, 진우와 통화한다.

인아와 연 사무장, 승합차에서 내리는 여경이를 본다.

인아 (휴대폰에다) 방금 검찰이 들이닥쳤어!

53. 마약 파티장-지하 주차장 / 밤

전화 끊는 진우. 남규만이 타고 온 차량 근처에 잠복한다.

54. 마약 파티장 홀 / 밤
남규만의 멱살을 잡는 배철주. 그러자 도리어 주먹을 먹이는 남규만.

배철주, 바닥에 쓰러진다. 파티장에 있던 재벌들, 남규만과 배철주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남규만 금수저라고 다 같은 금수전줄 알아?

남규만은 쓰러진 배철주를 남겨두고 태연하게 술을 마시려는데-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경찰과 수사관들이 들이닥친다. 마지막으로 들어서는 여경!

여경 (수사관들에게 지시내리는) 모두 현행범으로 체포하세요!

파티장 안에 있던 재벌들, 놀라서 사방으로 흩어진다. 수사관들이 홀에 있던 사람들을

체포하면서 아비규환에 빠지는 홀 내부. 남규만, 사태를 파악하고 달아나려는데-

배철주 (남규만 뒤에다) 야! 같이 가야지 인마!

남규만 (아랑곳 않고 달아나는)

수사관들에게 검거되는 배철주.

몰래 숨어서 이를 지켜보던 송 변이 도망가는 남규만을 뒤쫓는다.

55. 마약 파티장 복도 / 밤

복도로 몸을 옮긴 남규만. 술과 약에 취해 몽롱한 얼굴이다.

송 변, 남규만을 주시하며 뒤를 밟는다. 그때, 복도 맞은편에서 여경이 나타난다.

여경을 발견하고 재빨리 몸을 숨기는 송 변. 여경은 남규만을 발견하는데-

여경 (할 말 잃은) 니가 여기 왜 있어?!

남규만 너는 여기 웬일이야?

여경 너.. 미쳤어?

남규만 아 참, 너 검사지.. 그래. 잘됐다. 나 좀 빼 줘. 여기서 잡히면 끝장이야.

여경 (어이없고 황당한) 뭐?

남규만 니 손으로 이 오빠 감옥에 처넣을 거야? 아니잖아.

여경 (대답 못하는)
남규만, 돌아서서 가려고 하자 여경이 남규만을 붙잡는다.

남규만 (뿌리치며) 간다. 나, 잡지 마라!

여경 (갈등하는)

남규만 (바이바이, 손을 흔드는)

남규만, 여경을 남겨두고 간다. 여경, 남규만을 붙잡지 않고 그냥 보내는데-

이 광경이 송 변의 만년필 카메라에 찍히고 있다!

56. 마약 파티장 일각 / 밤

달아나는 남규만을 뒤쫓는 송 변. 남규만, 저만치 수사관을 발견하고 다른 쪽으로 재빨리

몸을 피한다. 그러자 송 변의 사야에서 남규만이 사라진다. 송 변, 낭패감을 느낀다.

한 편, 몸을 피한 남규만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다.

남규만 차 가지고 와!

57. 남일호 저택-복도 / 밤

무거운 걸음으로 복도를 걷고 있는 박동호의 뒷모습.

58. 남일호 저택-서재 / 밤

박동호가 남일호 저택으로 들어선다. 서재에 남일호가 기다리고 있다.

박동호가 남일호 앞에 선다.

남일호 어쩐 일인가? 이 시간에.

박동호, 품에서 뭔가를 꺼내 남일호 앞에 탁 내려놓는다. 사직서다.

박동호 지 이제 남규만 사장 혓바닥 노릇 그만두겠습니더.

남일호 (심중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박동호를 보는) 이유가 뭔가?


박동호, 남일호를 지긋이 바라본다.

박동호 서광그룹 아시지예? 가스 폭발로 한순간에 도산해버린.

남일호 (계속 표정 변화 없이 보는)

박동호 설마 모르신다고 하시진 않겠지예? 마 상관없습니더.

남일호 ....

박동호 회장님의 그 더러운 탐욕 때문에 ...돌아가신... (북받쳐 오르는)

박경수씨는 아십니까? 제 아버집니더.

남일호 (천연덕스럽게) 아버지 일은... 안됐네만... 자네는 자네의 인생이

있지 않은가?

박동호 (속에서 끓어오르는) 아버지를 죽게 만든 원수에게 더 이상...

고개를 숙일 수는 없지예. 왜냐믄... 지는 아들이기 때문입니더.

그 말을 차가운 눈빛으로 듣고 있는 남일호. 물러섬 없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59. 마약 파티장-지하 주차장 / 밤

남규만 차 근처에 숨어 있던 진우. 남규만 차로 향하는 남자를 발견한다.

기둥에 가려 남자의 모습 살짝 보이고,

진우 (휴대폰에다) 남규만이 차에 올랐어요. 지금이에요!

남규만 차에 남자가 올라탄다. 시동 걸고 차가 출발해 출구로 나가려는데,

경찰 봉고차가 들어와 막아서고 연 사무장이 운전하는 차가 뒤를 막아선다.

남규만의 차 순간 멈춘다. 남규만 차를 향해 걸어가는 진우. 송 변도 주차장으로

튀어나와 진우 곁으로 다가온다. 남규만 차에서 내리는 남자. 보면, 안 실장이다!!

놀라는 진우, 인아, 연 사무장, 송 변.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 같은데-

남규만이 아닌 안 실장의 모습에 놀라는 진우, 인아의 얼굴에서 엔딩.

-14부 끝
Remember 15

1. 마약 파티장 일각 / 밤

달아나는 남규만을 뒤쫓는 송 변. 남규만, 저만치 수사관을 발견하고 다른 쪽으로 재빨리

몸을 피한다. 그러자 송 변의 시야에서 남규만이 사라진다. 송 변, 낭패감을 느낀다.

한 편, 몸을 피한 남규만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다.

남규만 차 가지고 와!

2. 마약 파티장-지하 주차장 / 밤

남규만 차 근처에 숨어 있던 진우. 남규만이 빠져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3. 마약 파티장 일각 / 밤

파티장 홀 일각에 몸을 피한 남규만. 안 실장이 다가온다. 차 키를 건네는 안 실장.

안 실장 차, 거기 세워뒀어.

남규만 제때 왔네. 뒤처리는 알아서 해.

남규만이 가려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안 실장과 자켓을 바꿔입고 다시 사라진다.

4. 마약 파티장-지하 주차장 / 밤

남규만 차 근처에 숨어 있던 진우. 남규만 차로 향하는 남자를 발견한다.

기둥에 가려 남자의 모습 살짝 보이고,

진우 (휴대폰에다) 남규만이 차에 올랐어요. 지금이에요!

남규만 차에 남자가 올라탄다. 시동 걸고 차가 출발해 출구로 나가려는데,

경찰 봉고차가 들어와 막아서고 연 사무장이 운전하는 차가 뒤를 막아선다.


남규만의 차 순간 멈춘다. 남규만 차를 향해 걸어가는 진우. 송 변도 주차장으로 튀어나와

진우 곁으로 다가온다. 남규만 차에서 내리는 남자. 보면, 안 실장이다!!

놀라는 진우, 인아, 연 사무장, 송 변.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 같은데-

진우 (당황하는) 당신이 왜 여기.

안 실장 (능청스럽게) 술 한 잔 마시러 왔는데.

남규만이 아닌 안 실장의 모습에 놀라는 진우, 인아의 얼굴에서-

5. 마약 파티장 쪽문 / 밤

한적한 쪽문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안 실장이 세워둔 차량에 올라타는 남규만.

유유히 출발하는 남규만, 사이드 미러로 줄줄이 경찰에 체포되는 사람들을 본다.

씨익 웃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6. 남일호의 저택-서재 / 밤

표정 변화 없는 남일호. 박동호의 목소리에 감정이 실린다.

박동호 회장님의 그 더러운 탐욕 때문에 ...돌아가신... (북받쳐 오르는)

박경수씨는 아십니까? 제 아버집니더.

남일호 (천연덕스럽게) 아버지 일은... 안됐네만... 자네는 자네의 인생이

있지 않은가?

박동호 (속에서 끓어오르는) 아버지를 죽게 만든 원수에게 더 이상...

고개를 숙일 수는 없지예. 왜냐믄... 지는 아들이기 때문입니더.

그 말을 차가운 눈빛으로 듣고 있는 남일호. 물러섬 없는 박동호의 얼굴.

남일호 아들이라... 내 변호사이기 전에 아들이라... 그리 말하니

더는 잡을 수가 없구만.

박동호 이제 지는 회장님을 칠깁니더.

남일호 적에게 그리 전략을 노출시키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네.


박변이 뭘 하든 쉽진 않을 거야.

박동호 회장님, 몸조심 하이소.

남일호, 표정 없는 얼굴로 박동호 바라보는데서-

7. 남일호 저택-응접실 / 밤

서재에서 응접실로 나오던 박동호, 집으로 들어오는 남규만과 마주친다.

아직 약기운이 남아 눈이 풀린 채로 박동호를 보는 남규만.

박동호 (남규만 지긋이 보면서) 오늘 좋은 파티가 있었나보네예?

남규만 (급하게) 박변... 마침 잘 왔어. 안 실장이 지금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거든. 나한테 불똥 튀기는지 확인 해봐요.

박동호 (움직이지 않고 굳은 얼굴로 보는)

남규만 (혀 꼬부라진) 뭐하고 있어? 안 움직여? 빨리!

박동호 (버럭) 규만아. 니 똑바로 살아라.

남규만 (약기운에 이게 지금 무슨 소린지) 뭐?

박동호, 남규만을 향해 위협적으로 한발 더 다가가더니-

박동호 니가 지금까지 저지른 죗값, 모두 받게 될 기다! 알았나?

박동호, 남규만에게 확실히 경고하고 나가버린다. 황당한 남규만의 얼굴에서-

8. 경찰서 밖 / 밤

안 실장이 경찰서 밖으로 나온다. 얼굴 가득 허탈함이 느껴지는데-

9. 포장마차 / 밤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안 실장. 많이 지쳐있고 씁쓸함이 깃든 얼굴이다.

옆자리에 진우가 쓰윽 앉는다.


진우 아줌마. 여기 잔 하나 더 주세요.

안 실장 (진우 보고 당황해서 살짝 뒤로 물러나는)

진우, 안 실장의 빈잔 채우더니 자신의 잔도 채운다.

진우 (술잔 넘기며) 남규만이 오정아 죽였을 때도 오늘과 똑같았겠지?

안 실장 뭐?

진우 안 실장 당신한테 연락 했을 거고, 당신이 모든 뒤처리를 했겠지.

그 덕에 남규만은 편하게 살았고.

안 실장 (표정 굳는) 뭔가 잘못 알고 있나본데... 나 일호그룹 비서실장이야

내가 누구 말에 따라서 이러고 저러고 하는 사람이 아니(하는데)...

진우 (말 끊고) 당신, 남규만의 악행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 사람이잖아.

안 실장, 굳은 얼굴로 술잔을 넘긴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

진우 앞으로 당신한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말해줄까?

안 실장 (두려움 섞인 눈으로 보는)

진우 죄는 남규만이 짓고, 십자가는 당신이 짊어지게 될 거야.

진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다. 혼자 남겨진 안 실장의 고민에 빠진 얼굴에서-

10. 옥탑사무실-회의실 / 밤

진우, 인아, 송 변, 연 사무장이 모여 있다. 송 변, 테이블 위에 만년필을 탁! 하고

내려놓는다. 테이블 위엔 진우가 찍은 ‘남규만이 마약파티에 들어가는 사진’도 놓여있다.

진우, 노트북에 메모리칩을 꽂는다.

송변 (기세등등하게) 남규만은 놓쳤지만, 이 몸이 확실한 증거를

잡았다 이거지.

인아, 씨익 웃고- 진우, 노트북으로 녹화된 영상을 재생한다.


남규만이 파티장에서 배철주와 어떤 가루약을 술잔에 넣어서 먹는 장면,

그리고 여경이 남규만을 그냥 보내주는 장면이 담겨있다.

송변 크, 기가 막히게 찍었네! 서 변, 이제 이거 인터넷에 확 까버리자고!

연 사무장 이 사람아,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인 줄 알아? 인터넷에 까면, 잽싸게

영상 내릴 거고, 조작된 영상이라면서 어떻게든 덮을 걸?

진우 그래서 일단은 이 동영상을 탁영진 검사에게 넘길 생각이에요.

송변 탁영진 검사?

인아 네, 저희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진우 남규만, 반드시 벌 받게 해야죠.

정지된 동영상 화면을 보며 의지를 다지는 진우, 인아의 모습에서-

11. 남규만의 방 / 밤

방에 들어오는 여경, 약에 취해 소파에 널브러져있는 남규만을 본다.

여경, 남규만을 한심하게 보며 문을 쾅! 소리나게 닫는다.

그 소리에 깬 남규만, 눈을 뜨며 고개를 든다.

남규만 (아직 약이 덜 깬) 어, 여경아! 아깐 땡큐. 역시 검사 동생이

좋긴 하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여경 (기분 나빠하며) 내가 니 죄 어디까지 덮어줘야 하는데?

남규만 (히쭉 웃는) 진짜 덮어주게? 뭐부터 덮어줄래?

여경 (주저하며) 설마... 서촌여대생 오정아, 니가 죽인 거야?

그 말에 남규만, 표정이 싹 굳는다. 물러서지 않고 남규만을 똑바로 보는 여경.

여경 그래서 서진우가 계속 널 노리고 있는 거지?

남규만 야. 넌 진짜 오빠가 (하는데)

여경 대답 해. 진짜 니가 죽인 거야?

남규만 (벌떡 일어나 미친 사람처럼) 그래! 내가 죽였다! 내가 오정아,

그 년 죽였다고!
여경 (놀라 말 못하는)

남규만 넌 아버지 말씀 잊었냐? 사람은 도구로 쓰는 거라고. 그런 사람

하나 죽였을 뿐인데, 왜 다들 나한테 난린데!!!

남규만, 화를 삭히며 여경을 보는데- 여경, 충격에 빠진 얼굴이다.

남규만 (아직도 몽롱한) 뭐야? 너 설마 충격 받았냐?

여경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는) ...

남규만 (히쭉거리는) 니가 원한 대답, 이거 아냐?

여경, 충격에 빠진 얼굴로 남규만을 노려보다가 방을 확 나가버린다.

그런 여경을 멍한 얼굴로 보다가 히쭉 웃으며 다시 소파에 널브러지는 남규만에서-

12. 박동호 사무실 / 낮

박동호가 복도로 나온다. 옆에는 짐박스를 든 편 사무장이 있다.

출근하던 홍무석이 박동호와 마주친다.

홍무석 (빙긋이) 회장님한테 들었습니다. 아쉽네요. 그래도 일호로펌

에이스였는데 말입니다.

박동호 더 일찍 보따리를 쌌어야 하는 긴데, 지가 좀 굼떴습니더.

홍무석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이 몸만 남아 있다가는 항상 뒤탈이 나는 법이죠.

(잠시) 이거 박 변 얘기를 들어보니 축하라도 드려야 할 거 같군요.

박동호 당연히 축하 받아야지요. 이제야 원래 내 스타일로, 내를 위해 살게

됐는데요.

홍무석 (비웃는 듯한 미소지으며 가만히 박동호를 보면)

박동호 앞으로 홍 변호사님, 일호그룹 골치 아픈 소송들 쉴 틈없이 막아야 할

기고, 무엇보다 남규만 사장 밤낮없이 뒤치다꺼리 하느라 24시간도

모자랄 깁니더.

홍무석 (여유롭게) 그 정도도 감당 못하겠다면 박 변처럼 저도 당장 보따리

싸야죠.

박동호 (미소지으며) 역시 남일호의 오래된 충견답네예.


홍무석 (살짝 표정이 굳는)

박동호 지는 나가지만, 앞으로도 자주 볼 일 생길 깁니더. 기대하이소.

박동호, 유유자적하며 걸어 나간다. 그 뒤를 총총 걸음으로 따르는 편 사무장.

그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는 홍무석의 얼굴에서-

13. 남규만 집무실 / 낮

집무책상 앞에 앉아있는 남규만. 노크소리가 들리고, 안 실장이 들어온다.

남규만 어? 수범아. 빨리 나왔네?

안 실장 난 죄진 게 없잖아. 파티에서 약을 먹은 것도 아니고...

남규만 (날카롭게) 난 죄진 게 없다? 꼭 누구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다?

대답없는 안 실장. 이에 남규만이 ‘어쭈?’하는 얼굴로 지갑을 꺼낸다.

남규만 수범아. 경찰서도 다녀왔는데, 돈 좀 더 줄까?

안 실장 (표정 굳어져서) 규만아, 나 돈 때문에 한 거 아니다.

남규만 야, 수범아 좀 솔직해져라. 그렇게 말하면 니 자존심이 지켜지냐?

(지갑에서 수표 6장 꺼내며) 너 돈 필요하잖아? 갖고 싶지, 어?

굴욕감에 표정이 굳는 안 실장. 오프너나이프를 숨겨둔 쪽을 쳐다보는데-

남규만 (수표 6장을 안 실장의 자켓 주머니에 넣어주며) 돈 싫어?

너 돈 좋아해서, 나한테 개 취급당해도 붙어 있는 거 아냐?

안 실장 (주머니 속 수표를 보고 흔들리는 눈빛)

남규만 괜히 있지도 않은 자존심 세우지 말고. 주는 돈이나 받아먹어.

그게 니가 개처럼 살아야 할 이유니까.

안 실장 ...

남규만 (미소 짓는) 앞으로도 내 밑 닦는 거 잘 부탁한다, 친구야.

안 실장, 두 주먹을 꽉 쥔다. 부들부들 떨리는 안 실장의 손.


남규만 (겉옷 챙겨 입으며) 철주나 보러 가자. 그 자식 입단속 좀 시키게.

차 대기시켜.

안 실장 (그 말에 대답없이 굳은 채로 서 있는)

남규만 야, 뭐해?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안 실장. 그런 안 실장을 유심히 보는 남규만의 모습에서-

14. 법원 복도 / 낮

진우와 송 변이 법원 복도를 걸어가며 대화하고 있다.

송변 박동호 변호사가 일호로펌 그만뒀대.

진우 (살짝 놀라서 송 변을 보면)

송변 혹시 박 변, 일호 쪽에 칼을 들이밀려고 나온 게 아닐까?

그럼 우리 편일 수도 있다는 말인데...

그 말에 걸음을 멈추는 진우. 그 위로-

인서트>

14부 5씬, 박동호 사무실 상황이다.

박동호 그 날 교통사고는... 모두 남일호 때문에 벌어진 기다.

진우 (큰 충격 받으며 박동호 앞으로 가더니) ...뭐?

박동호 (차분하게) 남일호 때문에 내는 아부지를 잃었고, 니는 형과 어머니를

하루아침에 잃은 기다.

진우 (믿겨지지 않는) ...

박동호 진우야, 지금은 내가 니 앞에 무릎 꿇었지만, 조만간 남일호와 남규만...

니랑 내 앞에 무릎 꿇릴 기다. 반드시.

/ 다시 현재. 복잡한 얼굴의 진우인데-

15. 법원 일각 / 낮
법원 복도에서 석규와 박동호가 마주친다. 간단히 목례만 하고 지나치려는 석규.

박동호 강석규 판사님.

석규 (걸음 멈추는)

석규가 박동호 앞까지 걸어오더니-

박동호 얼굴빛이 별로네예. 요즘 신경 쓰는 일이라도 있습니꺼?

석규 제가 최근에 비밀 하나를 좀 알게 돼서요.

박동호 (의중을 살피듯 석규를 보며) 혹시 그 비밀이 친구 문젭니꺼?

석규 (가만히 보더니) 박 변호사님은 참 많은 걸 알고 계신 모양이네요.

(잠시) 일호로펌, 나오셨다구요?

박동호 그리됐습니더.

석규 앞으로 얼굴 볼 일이 더 많아 질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박동호 지야말로 강 판사님 앞으로 행보가 마이 궁금합니더.

그 말에 박동호를 바라보는 석규의 의미심장한 얼굴에서-

16. 박동호의 옛날사무실 / 낮

박동호와 탁영진, 배 형사가 소파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탁영진 박변하고 배 형사가 수사한 자료만으로는 남일호 회장 기소는 무리야.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해.

박동호 (미소 번지며) 그건 걱정 마이소.

탁영진과 배 형사가 박동호를 쳐다보자, 박동호가 주머니에서 카세트플레이어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박동호 이게 결정적인 증겁니다.

탁영진 이것만으로 될까? 증인이 있어야지. 증인이.

박동호 물론 증인도 있지요.


배 형사 (관심 보이며) 정말? 지금 어디 있어?

박동호 지가 안전 곳에 잘 보호하고 있습니더.

박동호의 여유로운 얼굴에서-

17. 안전 가옥 / 낮

모처 하숙집 분위기 나는 방에 편 사무장과 하씨가 앉아 있다.

편 사무장 누추하지만 아무 걱정 마시고 내 집이다 편하게 계시소.

하씨 (주위 둘러보며 불안해하는) 여기 정말 안전한 거 맞죠?

편 사무장 그라믄요. 저희 행님만 믿으시면 됩니더.

편 사무장, 하씨를 안심시키지만 시종일관 불안해하는 하씨.

18. 안전 가옥 근방 / 낮

안전가옥 담벼락 너머에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편 사무장과

하씨를 훔쳐보고 있다.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배 형사’입니다. 얼굴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19. 변호사 접견실 / 낮

교도관이 남규만을 데리고 접견실에 들어선다. 접견실 책상에 배철주가 이미 앉아있다.

남규만에게 꾸벅 인사를 올리고 나가는 교도관.

배철주 (굳은 얼굴로) 나 팽개치고 혼자 빠져나가니까 좋냐?

남규만 난들 좋기만 하겠냐? 너 이러고 있는 거 보니깐 마음이 참 그렇다.

배철주 여경이 빽으로 나도 좀 어떻게 안 되냐? 응?

남규만 쫌만 있어봐...자식이... 급해가지고... 니네 아버지 손쓰고 계실거야.

배철주 검사 동생이 좋긴 좋네...

남규만 (말없이 배철주를 노려보는)


배철주 왜? 너까지 걸려 들어갈 것 같아 못하겠냐? 안 그래도 형사가 그러더라.

같이 있던 놈 중에 하나만 불어보래.

남규만 (아니 이 새끼가 하는 얼굴) 그래서?

배철주 그 놈 값어치가 높을수록 내 형량이 가벼워진대... 그 말 들었을 때,

누구 얼굴 떠올랐을 거 같냐?

남규만, 배철주를 향해 비릿하게 웃는다.

남규만 (쓰윽 다가가서 배철주 얼굴에 대고) 불고 싶으면 불어.

뒷감당할 자신 있으면.

배철주 (표정 굳어서) 뭐?

남규만 니 입에서 내 이름 한 글자라도 나불대는 순간, 너희 아버지 회사는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될 거니까.

배철주 (순간 욱하는) 이 새끼가...진짜...

남규만 감옥 나와서 빚더미 회사 물려받고 싶으면 불어라.

말했잖아. 금수저라도 같은 금수저가 아니라고?

배철주,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는 모습에서-

20. 여경의 검사실 / 낮

집무 책상에 앉아 <재벌가 3세들 마약투여 중 현장에서 체포> 신문 기사를 보고 있는

여경. 신문 밑에는 형사들에게 붙잡혀 가는 배철주의 모자이크 사진이 보인다.

여경, 어두운 얼굴로 신문을 책상에 내려놓는데, 이때 진우가 검사실 안으로 들어온다.

얼굴이 굳는 여경. 수사관이 일어나 진우를 제지하려고 한다.

여경 (수사관에게) 괜찮아요. 나가 있으세요.

수사관, 밖으로 나간다. 진우가 천천히 여경 앞에 선다.

진우가 여경의 책상 앞, 신문의 헤드기사를 쓰윽 보며-

진우 (여유롭게) 내가 직접 세팅한 건데... 마음에 들었어요?


여경 (크게 놀라며) 이번에도 당신 짓이야?

진우 마약 현장제보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여경 (노려보는)

진우 그런데 현장에 출두한 검사가 자기 본분을 잊어버리면 어떡해요?

현행범이 오빠라고 빼돌리다니.

여경 (점점 두려움이 몰리며) 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진우가 자켓 안에서 만년필을 꺼내 보인다. 여경은 그게 뭔가 싶은데-

진우 이 안에 뭐가 찍혔을까요? 1번, 당신 오빠가 거기서 노는 장면.

2번, 당신 오빠가 당신덕분에 무사히 빠져 나가는 장면. 3번, 둘 다

여경 (얼굴이 차갑게 굳어지는)

진우 당신은 검사로서의 자질이 많이 부족한 거 같으니까, 이건 당신

상관한테 넘길게.

여유롭게 밖으로 나가 버리는 진우. 남겨진 여경의 멍한 얼굴에서-

21. 서울중앙지검-복도 / 낮

진우가 여경의 검사실에서 나온다. 그때 전화가 온다.

인아 (E) 어디야?

진우 거의 다 왔어.

복도를 쓸쓸히 걸어가는 진우의 모습에서-

22. 탁영진의 검사실 / 낮

소파에는 진우와 인아, 탁영진이 마주보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만년필 카메라가 놓여 있다. 영상이 재생되다가 끝난다.


탁영진 (표정 굳으며) 특수부에 넘기라고 그렇게 일렀는데, 끝내 이 자식이...

진우 남규만은 빠져 나갔지만, 친구 한 명은 지금 체포됐습니다.

탁영진 그게 누구지?

진우 세현 그룹 배철주 상무에요. 남규만과는 오랜 친구 사이구요.

탁영진 재벌 3세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구만.

진우 저는 배철주를 파고 들어서 남규만의 약점을 잡겠습니다.

인아 저희가 판은 다 깔 테니까 선배님은 기소만 확실히 해주세요.

애써 웃는 탁영진. 하지만, 만년필을 바라보는 탁영진의 얼굴이 꽤 복잡해 보이는데-

23. 구치소 면회실 / 낮

진우가 면회실에 앉아있다.

곧이어 면회실로 들어와 어이없다는 듯 의자에 앉는 배철주.

배철주 니가 제보했지? 주차장에서 나 만났을 때...

(짜증 일어나는) 아.. 그때 눈치 깠어야 했는데...

진우 억울하지 않아? 남규만은 빠져 나갔는데 너 혼자 죄 다 뒤집어쓰고...

배철주 (화내는) 누가 혼자 죄를 뒤집어쓴다고 그래?

진우 지금도 안 늦었어. 남규만 이름 불어. 니 형량은 낮아질 거야.

배철주 내가 그거 몰라서 그래? 이 자식이 누구더러 이래라 저래라야?

진우 하긴 니가 남규만 이름 불기엔 잃어버리는 게 너무 많겠지.

배철주 (대답 못하고 꾹 참는)

진우 그럼 내가 대신 도와줄까?

배철주 (못 미더운) 너 따위가 뭘 하겠다는 건데?

진우 남규만 사건을 내가 크게 키우면... 니 이름은 덮일 거야.

배철주 (의심 어린 눈으로 진우 얼굴 보는) 난 지금 아무도 못 믿어.

진우 그래? 좀 아쉽네. 하지만 남규만이 진짜 친구인지는 생각해 봐.

진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하는데-

배철주 (다급한) 내가 다 얘기할 수는 없고....


진우 (배철주 쪽으로 가까이 가는)

배철주 아마 배우지망생이었을 거야. 규만이한테 당하고 나서

인생 완전히 망가졌어.

진우 (표정 굳는)

배철주 그 정도 사건이면 내가 약 빤 건 아무 것도 아니지.

너도 흥미가 생길 거야. 오정아 사건이랑 많이 비슷하거든.

진우 (쳐다보면)

배철주 그럼 이번 일, 남규만 모르게 잘 처리 되는 거지?

진우, 배철주에게 집중하는데-

24. 옥탑 사무실 / 밤

인아, 송하영 사건과 관련된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다. 연 사무장, 커피를 인아에게 건넨다.

연 사무장 서 변 오늘 일찍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나?

인아 (시계 보고) 그러게요. 돌아올 시간이 지났는데...

연 사무장 (걱정스러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 아냐?

걱정 가득한 인아, 보던 자료들을 내려놓는다.

인아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급히 겉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는 인아의 모습에서-

25. 옥탑사무실 동네 거리 / 밤

(11부 50씬에서 진우가 사무실 가는 방향을 잊었던 곳이다.)

인아, 골목 사거리 여기저기 둘러보며, 자연스럽게 진우를 마중하려고 노심초사 중이다.

인아, 추운지 손도 비비고, 발도 동동 구르며 진우를 기다리는 모습.

진우, 골목을 올라오다가 그런 인아의 모습을 본다. 인아도 진우를 발견하고-


인아 (손 흔들며) 진우야!!

진우 (다가오며) 추운데 여기서 뭐해?

인아 어... 잠깐 바람 쐬러 나왔어! 이제 들어가야지!

진우 (미소 띤)

진우, 자연스럽게 옥탑사무실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몸을 트는데-

인아, 그런 진우를 덥썩 잡으며 팔짱을 낀다.

인아 춥다. 빨리 들어가자.

진우 어? 사무실 ...저 쪽...

인아, 웃으며 사무실 쪽으로 진우를 이끄는 인아. 진우는 얼떨결에 인아에게 끌려가는데,

그 위로-

인서트>

11부 50씬, 옥탑사무실 동네거리 상황.

진우, 사무실 방향이 아닌 다른 골목 쪽으로 가려고 한다. 이에 당황하는 인아.

인아 야, 너 어디가?

진우 사무실 가는 거잖아.

인아 (반대방향 가리키며) 사무실은 이 쪽이잖아.

/ 다시 현재. 진우, 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인아를 본다.

진우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인아 어? (모른 척) 뭘?

진우 나 아픈 거. 나 기억 잃어가는 거.

인아 (당황하지만 애써 밝게) 그럼 내가 계속 모를 줄 알았어?

나한테까지 숨길 필요 없어. (하는데)

진우, 그런 인아의 마음 고맙다. 인아 애써 씩씩해보이려는 모습에서-


26. 옥탑 사무실 / 밤

진우와 인아가 함께 있다.

인아 알게 된 지는 좀 됐어. 진우야. 우리 (하는데)

진우 어릴 때부터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기억이 너무 많이 나서...

슬펐던 일도 생생히 잊혀지지 않아 참 괴로웠어.

인아 (슬픈 눈으로 보는)

진우 나는 잊고 싶은데 내 머리가 기억을 하니까... 그런데... 이제는..

(고개 숙이며 울음 참는)

인아 너는 특별한 사람이어서 남들하고 조금 다른 것뿐이야.

병도 그 사람의 일부인거고... 진우,,, 너는 그냥 너인 거야.

진우 ...

인아 내가 도와줄게... 진우 니가 기억하지 못하는 게 있다면 내가 해줄게.

진우 (눈 감고 인아의 말 듣는)

인아 내가 니 곁에 있을게... 진우야. 괜찮아... 나을 수 있어.. 너,,,

진우 고마워... 인아야..

진우와 인아, 오랫동안 서로의 마음을 느낀다.

27. 여경의 검사실 / 밤

어두운 사무실에 우두커니 앉아 고민에 빠져있는 여경. 그 위로-

진우 (E) 당신은 검사로서의 자질이 많이 부족한 거 같으니까, 이건 당신

상관한테 넘길게.

잔뜩 심란한 여경의 얼굴에서-

28. 탁영진의 검사실 / 밤

전 씬의 만년필이 박동호가 준 ‘남일호 X파일’ 서류 위에 놓여있다.


탁영진, 잔뜩 고민에 빠진 얼굴이다. 남일호의 목소리가 깔린다.

남일호 (E) 앞으로 날 돕는 게 어떻겠습니까? 대답 한 번에 탁 검사 인생이

바뀔 겁니다.

고민을 끝낸 탁영진, 만년필과 일호그룹 X파일 서류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데-

29. 남일호 저택-서재 / 밤

남일호와 홍무석이 소파에 앉아있다. 뒤로 차 비서가 무표정으로 서 있다.

남일호,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남일호 박 변이 나를 겨냥하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일이네.

화면, 남일호 앞에 앉은 사람에게 돌아가면 뜻밖에도 탁영진이다!

테이블에 '남일호 X파일‘이 놓여있다.

탁영진 박변이 의외로 좀 순박한 구석이 있죠. 저 같았으면 그걸 노출시키

않았을 텐데...

남일호 박 변이 인간적이긴 했지.

홍무석, 남일호를 보면서 적당히 웃어준다. 탁영진을 향해서는 살짝 경계하는 시선이다.

남일호 이걸 들고 내 집에 들어온 이유가 뭔가?

탁영진, 빙그레 웃으며 만년필을 꺼내 탁자에 놓는다.

탁영진 이건 두 번째 선물입니다.

남일호 (만년필과 탁영진 번갈아 보는)

탁영진 남여경 검사와 남규만 사장의 보여서는 안 될 모습이 담겨져 있죠.


남일호, 조용히 탁자로 가서 백지수표를 꺼내 온다.

남일호 자네가 원하는 게 이런 거 아닌가?

탁영진 (여유있게) 오해가 있으시네요. 저는 겨우 돈 때문에 여기 온 게

아닙니다.

남일호 돈보다 더 큰 걸 원한다?

탁영진 전, 회장님의 동아줄을 잡고 싶습니다.

남일호 (만족스러운 얼굴로) 탁 검사. 후회 없을 걸세.

탁영진 석주일 사장도 다시 회장님께 보내드리겠습니다.

남일호, 탁영진을 흡족하게 보며 웃는다.

하지만 홍무석은 탁영진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지켜보는데-

30. 남일호 저택-복도 / 밤

서재에서 걸어나오며 대화하는 탁영진과 홍무석.

홍무석 (날카롭게) 무슨 속셈이죠? 탁 검사.

탁영진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거 아니겠습니까? 홍 변호사님처럼?

홍무석 (멈춰 서서 보면)

탁영진 (같이 멈추며) 긴장 좀 하셔야할 겁니다.

홍무석 (표정 살짝 굳는)

탁영진 남일호 회장 날개 달고 제가 어디까지 올라가나 한번 지켜보시죠?

휙 가버리는 탁영진을 비릿한 미소로 쳐다보는 홍무석의 얼굴에서-

31. 옥탑사무실 / 낮

진우, 인아, 연 사무장이 소파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이때 어두운 얼굴로 들어서는 송 변.

연 사무장 송 변, 표정이 왜 그래?

송변 마약파티 사건 발표가 났는데, 남규만이 체포되지 않았더라고요.


연 사무장 그럼 우리가 탁 검사한테 준 만년필 동영상은?

진우 (생각에 잠기는) ...

송변 (잠시) 탁 검사가 혹시 우리 배신한 거 아냐?

인아 (송 변, 연 사무장에게) 일호 비자금때도 선배가 많이 도와주신 거

잘 아시잖아요.

연 사무장 그럼 이런 확실한 증거를 왜 바로 안 꺼낸대?

송변 (머리 움켜잡고) 으아! 내가 어떻게 따온 영상인데!

에잇! 더러운 세상! 맘 편히 믿을 사람 하나 없고..

곰곰이 생각을 하던 진우. 그러더니-

진우 (굳은 얼굴로) 탁영진 검사가 일호 쪽으로 넘어간 게 사실이라면...

우릴 도와줄 검사가 필요해요.

결연한 얼굴의 진우와 인아의 모습에서-

32. 탁영진의 검사실 / 낮

탁영진이 들어오자 박동호가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탁영진, 수사관에게 고개짓을 하면 수사관이 밖으로 나간다.

박동호 다른 사람도 아이고, 탁 검사님께서 우째 이럴 수 있습니꺼?

탁영진 어디 일개 변호사가 허락도 없이 검사실에 있어?

박동호 (표정 차갑게 굳으며) 적반하장이 따로 없네예.

탁영진 (팽팽하게 보는)

박동호 지가 준 정보로 남일호 동아줄을 덥석 잡았습니꺼?

탁영진 (비릿하게) 그런 말을 당신한테 들으니 참 재밌네.

박동호 지가 나름 산전수전 겪으면서 사람은 쪼매 안다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더.

탁영진 당신하고 잡담할 시간 더는 없으니까 당장 여기서 나가.

무거운 얼굴로 탁영진을 보고는 돌아서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33. 박동호의 차 / 낮

침울한 얼굴로 운전대를 잡고 있는 박동호.

그러다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데-

박동호 (이어셋에 대고) 내다, 박동호.

34. 안전가옥 / 낮

박동호와 하씨가 앉아 있다.

박동호 어째, 묵을 만 합니꺼?

하씨 (씁쓸하게) 지낼 만은 합니다.

박동호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몸조심 하셔야 됩니더. 하 사장님.

하씨 남일호 쪽 움직임은 어떤가요? 계속 날 찾고 있을 텐데.

박동호 남일호, 기소되면 어찌 못합니더. 그때까지 버텨야 합니더.

저만 믿으이소. 지금 차근차근 준비중입니더.

하씨를 바라보는 박동호의 비장한 표정에서-

35. 남일호 저택-서재 / 낮

남일호 앞에 남규만과 여경이 서 있다. 불편한 정적이 흐르고 있는데-

남일호 (여경에게) 오라비를 보호하려고 한 건 잘했다.

여경 (고개 숙여 듣고 있는)

남규만 (눈치없이) 검사 동생을 두니까 이럴 때 큰 도움이 (하는데)

남일호 (말 끊고) 그 입 다물어!!

남규만의 얼굴이 굳고, 여경도 눈이 커다래진다. 남일호는 분을 삭이기 위해 애쓰는데-

여경 (고개 숙이고 묵묵히 듣고 있는)


남일호 (여경에게) 여경아, 우리 집안에 문제가 생기면, 앞으로 더

신경 써야 한다.

여경 제가 어떻게 (하는데)

남일호 (말 끊으며) 그만 나가봐라.

여경,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남규만을 슬쩍 쳐다본 뒤 밖으로 나간다.

이제 남일호와 남규만만 서재에 남아 있다. 남규만이 남일호의 눈치를 본다.

남일호가 남규만에게 다가가더니 순간, 뺨을 후려친다. 멍해지는 남규만.

남일호 내 청춘 다 바쳐서 키워 온 그룹을, 니 정신나간 짓거리로 단번에

망쳐놓을 작정이냐?

남규만 (두려움에 떨며 변명조로) 이번에 진짜 갈 생각 없었는데,

철주가 꼭 오라고 하는 바람에.

남일호 그런 족보도 없는 놈하고 어울리니까, 이런 일에 말리는 거 아니냐

남규만 잘못했습니다. 아버지..

남일호 그 놈 입은 확실히 틀어막은 거냐?

남규만 그럼요. 문제 생길 거 더는 없어요.

굳은 얼굴로 남규만을 바라보는 남일호. 시선을 내린 채 어두운 얼굴로 있는 남규만.

36. 남규만의 방 / 낮

남규만이 방에 들어온다. 여경이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남규만, 피곤에 지친 얼굴로 소파에 앉는데-

여경 마약 사건 제보, 서진우가 한 거야.

남규만 (표정 굳어져서) 뭐?

여경 이 모든 일들, 서진우가 뒤에서 꾸민 거라고.

그 말에 표정이 차갑게 굳는 남규만의 모습에서-


37. 옥탑사무실 / 낮

진우와 인아가 소파에 앉아 자료를 살피고 있다.

진우 강간치상 사건은 피해자 진술이나 피의자 진술 양쪽 모두

100% 믿기는 어려워. 시나리오 쓰기 나름이지.

인아 증거불충분으로 기소유예. 담당검사 홍무석, 변호사 박동호...!

진우 (뭔가 촉을 느끼는) 박동호?

인아 남규만이 피의자로 기소된, 송하영 강간치상사건!

함께 음주 후, 합의 하에 관계를 가진 다음 강간죄로 고소, 선처를

호소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내려고 했다.

진우 전형적인 꽃뱀 만들기 수법이야. 잘 짜인 각본같은 냄새가 나.

유심히 생각에 잠기는 진우의 모습에서-

38. 구치소 복도 / 낮

사복차림의 석주일이 복도를 나선다.

39. 남일호 저택-서재 / 낮

석주일이 서재에 들어선다. 남일호, 홍무석, 탁영진이 있다.

석주일 회장님, 약속 이래 지켜주시서 감사합니더.

남일호를 향해 90도로 감사 인사를 하려는 석주일. 그러자-

남일호 고맙다는 말은 나 말고 탁영진 검사한테 하게나.

탁 검사 아니었으면 지금처럼 빨리 나오지는 못 했을 거야.

석주일, 탁영진에게 90도 인사한다.


석주일 병 주고 약 주셨지만 기분 그리 나쁘진 않네예.

앞으로 잘 좀 부탁드립니더.

탁영진 그렇게 하도록 하죠.

홍무석 (탁영진에게 경계조로) 검사자리까지 걸어가며 회장님에게 의지를

보여줄 줄 몰랐네요.

탁영진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탁영진이 홍무석을 여유롭게 본다. 한편 의심섞인 눈으로 탁영진을 보는 홍무석.

40. 옥탑사무실 / 밤

소파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는 진우, 인아, 송 변, 연 사무장.

송변 누구보다 송하영 사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박동호 변호사잖아.

지금 일호로펌도 나왔고.

진우 (생각이 복잡한)

인아 (송 변에게) 그래도 서 변이 박동호 만나는 건 힘든 일이잖아요.

연 사무장 맞아. 그 인간하고는 앞으로 엮이지 않는 게 답이야.

송변 송하영 사건마저 묻혀 버리면, 남규만을 법정에 세우는 건

더 힘들어진다구요.

진우 (고민이 가득한 얼굴)

송변 암만 생각해 봐도 박동호밖에 없는 거 같은데?

그 말에 진우가 굳은 얼굴로 비밀의 방으로 들어간다. 인아, 걱정스레 보는데-

41.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밤

벽에 붙어있는 박동호 사진을 보고 있는 진우, 고민이 가득한 얼굴이다.

이때 인아가 들어와 진우 옆으로 다가간다.

인아 (조심스레) 송 변호사님 말 너무 신경쓰지마.

진우 ...
인아 박동호가 아니어도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깊이 생각에 잠기는 진우의 얼굴에서-

42. 카페 / 밤

박동호가 누군가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 이때 채진경이 안으로 들어선다.

박동호 앞에 와서 앉는 채진경.

채진경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박동호 내가 남일호를 칠 건데, 도와줘라. 검사로서.

채진경 (피식 웃으며) 뭐?

박동호 니가 일호그룹 장학생이었고, 재심때도 남일호 회장한테 얼룩 하나

안 묻게 한 건 내도 잘 안다.

채진경 그렇게 잘 알면서 왜 그런 제안을 하는 건데?

박동호 (잠시 보다가) 니 내한테 빚진 거 갚을 기획 주는기다.

채진경 그게 언제적 일인데.

박동호 그라고 내 도와주면, 니한테 떨어지는 것도 만만치는 않을 거니까.

채진경 (궁금해 보고)

박동호 아무도 못 건드린 남일호를 니가 건드리면, 단숨에 대기업

비리를 파헤친 여검사로 유명세를 타겠지.

채진경 (흥미롭게 듣는)

박동호 그렇게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정의의 여검사 이미지를 갖게 되면,

검찰청 꼭대기에 올라가는 발판이 될 기다.

채진경 (잠시) 자신 있는 거 보니까 어디 믿는 구석이라도 있나 보네?

박동호 내한테 확실한 증거가 있다.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채진경. 그런 채진경을 보며 기대에 차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43.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 밤

석주일의 부하들이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을 때려 부수고 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석주일. 이때 사무실로 뛰어 들어오는 박동호.

이 광경을 보고 아연실색하는데-

박동호 고마해라. 이 새끼들아!

석주일, 부하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작업을 멈추는 석주일의 부하들.

박동호 (석주일 향해) 이기 무슨 짓입니꺼!

석주일 불구덩이에 뛰어든 건 니다.

박동호 남일호 밑에서 얼매나 있을 끼라 생각합니꺼?

석주일 동호야, 니 이러다 진짜 죽는다. 그냥 불어라. 하 사장 어딨나?

박동호 내 입 열라카믄 꽤나 고생하실 낀데예.

박동호와 석주일이 서로 마주보는 눈빛에서 붗꽃이 튄다.

복도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차 비서,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데-

44. 안전 가옥 / 밤

하씨, 방에 누워있다. 편 사무장, 싱크대 수납장을 여는데-

편 사무장 (텅 비어있는 수납장 보는) 아. 라면이 다 떨어졌네예.

하씨 입맛도 없고, 괜찮아요.

편 사무장. 이런 때일수록 잘 챙겨묵어야 합니더. 사장님.

지 잠깐 슈퍼 좀 댕기 올게예. 쉬고 계시소.

편 사무장, 밖으로 나간다. 그때,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남자가 들어온다.

놀라 벌떡 일어나는 하씨 얼굴에서-

45. 살롱 부르주아 입구 / 밤

인아가 룸살롱 ‘살롱 부르주아’ 앞에 다다른다. 인아, 간판을 확인한다.


인아 (E) (조심스럽게) 송하영씨. 남규만.. 아시죠?

46. 살롱 브루주아-룸 안 / 밤

인아가 룸에서 하영(송하영, 24세)을 만나고 있다. 짙은 메이크업으로 가렸지만

앳되어 보이는 하영.

하영 그때, 아무도 제 얘길 들어주지 않았어요.

오히려 절 꽃뱀이라 몰아세우고...

인아 지난 일은 법조인으로서 유감이에요.

하지만 그냥 넘어가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나요?

하영 그만 괴롭히세요. 또... 시달리고 싶지 않아요.

인아 아픈 일 들춰내서 죄송합니다. 하영씨. 근데, 이 사건, 무혐의 처분으로

하기엔 문제가 많았어요.

하영 (외면하며) 돌아가세요. 이제 와서, 다 소용없는 짓이에요.

인아 남규만이 송하영씨와 비슷한 사건으로 사람을 죽였어요.

하영 (인아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하지만)

인아, 명함을 건네지만 하영이 받지 않는다. 인아, 명함을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진실은 사실을 이긴다’라고 적힌 인아의 명함이다.

애써 외면하는 하영을 바라보는 인아의 간절한 얼굴에서-

47. 안전 가옥 / 밤

라면 봉지 들고 들어오는 편 사무장. 하씨가 보이지 않는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엄습하는 편사무장. 급히 휴대폰을 꺼내 박동호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박동호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편 사무장 (다급한) 행님, 왜 전화를 안 받으십니꺼. 큰일 났네!

마음이 급한 편 사무장의 모습에서-


48. 살롱 부르주아-룸 / 밤

하영이 룸에서 넥타이남에게 술시중을 들고 있다. 넥타이남의 손이 하영의 몸을 더듬으려

는데- 하영, 순간 움찔해 넥타이남의 몸을 밀쳐낸다. 넥타이남, 빈정 상한 얼굴로

하영의 따귀를 때리자 하영, 남자 손님을 노려보는데-

넥타이남 이 년이! 내가 누군 줄이나 알아!

하영, 순간적으로 과거 남규만과의 기억이 떠오른다.

인서트>

남규만 집무실(다른 장소도 가능). 하영의 따귀를 때리는 남규만.

마약에 취해 눈이 살짝 풀린 느낌이다.

남규만 어디서 반항이야!

남규만이 하영에게 몹쓸 짓을 하려고 한다. 몸서리치며 괴로워하는 하영.

/ 다시 현재.

하영, 따르던 술을 팍 테이블에 올려놓더니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넥타이남 (씩씩거리며) 아니, 뭐 저런 게 다 있어!

49. 남규만 집무실 / 밤

집무실 소파에 앉아있는 남규만과 홍무석, 대화를 나누고 있다.

뒤에 안 실장도 보인다.

남규만 배철주 알죠? 지금 감옥 들어가 있는 놈.

홍무석 네. 세현그룹 아드님.

남규만 걔네 계열사 하나랑 작전 짜고 있던 거접어버리세요.

홍무석 (의아하게 보고)


남규만 앞으로는 배철주네 회사랑은 절대 엮일 일 만들지 말구요.

홍무석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때, 문을 열고 석주일이 들어선다.

석주일 (남규만 향해 목례하며) 쪼매 늦었습니더.

석주일, 홍무석과는 본 척도 하지 않고 소파에 앉는다. 홍무석, 살짝 어이없어하고-

남규만 안에서 고생 많았어요.

석주일 금방 나왔습니더. 모두 회장님 덕분이지예.

홍무석 석주일 사장, 또 말로만 떼울 생각인가요? 회장님께 은혜를 받았으면

보답을 해야죠.

석주일 (쓰린 표정 참으며) 그라믄요.

남규만 석 사장, 나가있는 동안 서진우가 감히 날 함정에 빠트렸어요.

석주일 (듣는)

남규만 이번엔 서진우 확실히 처리해요. 지난번처럼 실수하지 말고.

석주일 (잠시 고민하더니) 네. 그리 하겠습니다. 그럼.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

데)

남규만 그리고, 처리해야 할 사람이 하나 더 있어요.

석주일 (걸음 멈추는)

석주일을 빤히 쳐다보는 남규만. 석주일, 굳은 얼굴로 남규만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데-

50. 옥팁시무실 밖 / 밤

박동호가 진우 사무실 앞에 복잡한 얼굴로 서 있다.

51. 옥탑 사무실 / 밤

박동호, 안으로 들어서는데, 책상에 앉아있던 진우와 눈이 마주친다. 살짝 놀라는 진우.


진우 당신이 여긴 웬일이야?

박동호 진우야. 니랑 거래 하나 하러 왔다.

진우 거래?

박동호 이제 내는 일호를 나와서 일호를 치려고 한다.

진우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박동호, 하씨에게 받은 녹음테이프와 X파일 서류들을 건네며-

박동호 이걸로 남일호를 기소할 계획이다. 살인교사 혐의로.

진우 (파일 살펴보며) 이거 가지고 가능하다고 생각해?

박동호 그래서 내가 니를 찾아온 거 아이가. 진우야. 내랑 한 배 탈 생각 없나?

진우 (피식 웃는) 같이 남씨 일가를 무너뜨리자?

박동호 내가 일호로펌에서 4년동안 있지 않았나. 니한테도 분명 도움이

많이 될 끼다.

진우 마침 잘 됐네. 나도 당신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송하영이라고 기억하나? 5개월 전 남규만이 강간상해를 입혔던

여자.

박동호 연예인 지망생 송하영이?

진우 교묘하게 꽃뱀으로 몰아서 잘 덮었더군. 나는 그 사건을 통해서

남규만을 법정에 세울 거야.

박동호 내가 도울 일이 있겠네. 이제 철저히 내를 이용해라. 그래야 니가

제대로 남씨 일가를 주저앉힐 수 있지 않겠나.

진우 그러다 또 뒤통수 맞으면?

박동호 이젠 내를 믿지 마라. 대신.. 내 행동을 믿어라.

진우 (말없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데) ....

박동호 송하영 정보는 내가 갖고 있는 거 다 넘길 기다. 그라고 남규만 법정에

세우려면 영장 쳐 줄 검사가 필요하제?

그 말에 진우가 박동호를 가만히 바라보는데-

52.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밤
화면 가득 채진경의 기사와 사진이 보인다. 그 사진을 보며 대화중인 진우와 인아.

진우 채진경,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

인아 검찰 조직을 개인보다 우선시하고, 정확히 계산해 본 다음 움직이

스타일.

진우 그럼 박동호랑 나와 함께 하겠다는 것도, 다 계산기 두드려본 결과다?

인아 (끄덕이더니) 사람 자체를 믿을 만하다고는 못 하겠어.

그치만, 그 사람 능력만큼은 믿을 만하다고 생각해.

진우 (가만히 보면)

인아 남규만을 피고석에 앉히는데.. 박동호와 채진경은 큰 힘이 될 거야.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진우의 얼굴에서-

53. 나이트클럽 / 밤

과거 석주일의 아지트였던 나이트클럽. 석주일이 부하들을 데리고 회식을 하고 있다.

그때, 박동호와 편 사무장이 들어온다.

박동호 (신경 긁는) 뒷주머니라도 제대로 찼나 보네예. 여서 회식을 다하고!

석주일 (버럭 화내며) 그기 말이라꼬!

석주일의 부하들, 일어나려하자 석주일, 부하들에게 괜찮다는 몸짓을 한다.

박동호 (힘주어) 하 사장, 어디다 빼 돌맀습니꺼?

석주일 이번엔 번짓 수 잘 못 짚었다!

박동호 그새 잊었습니꺼? 행님은 구라칠 때 티 마이 난다꼬!

석주일 (비꼬는) 그라믄, 니 눈썰미 마이 죽었네. 볼 일 없으니 돌아가라!

박동호 (석주일을 쏘아보는) 정말 이럴 깁니꺼?

석주일 (같이 쏘아보는) 건널 수 없는 다리는 니가 건넜다.

박동호 인자 더 이상은 지한테 행님 소리 듣기 힘들 낍니더!


주먹 불끈 쥐는 박동호. 휙 나가 버린다.

석주일, 쓰리게 술잔을 들이키는 모습 위로 남규만의 목소리가 들린다.

남규만 (E) 박동호가 요즘 아버지 뒷조사 하고 다니는 거 알죠?

인서트>

50씬 다음 상황. 남규만 집무실.

집무실 밖으로 나가려던 석주일. 그 자리에서 서있다.

석주일 (굳은 얼굴로 대답 하지 않는)

남규만 우리 아버지 목, 조르겠다고 달려드는 놈을 두고 볼 순 없잖아.

아들인데.

석주일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 겁니꺼?

남규만 박동호, 죽여 버려. 석 사장 손으로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석주일의 얼굴에서-

/ 다시 현재. 석주일, 테이블에 있던 술잔을 벽에 던져버리는데-

54. 남일호 저택-서재 앞 응접실 / 밤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책을 보고 있는 남일호. 그때, 소란스런 소리 들린다. 경호원들

달라붙어 박동호를 제지하지만 뿌리치는 박동호. 박동호,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차 비서가 박동호를 막을 틈도 없이 남일호 앞에 가는 박동호.

남일호, 계속 책을 향해 시선을 떼지 않으며-

남일호 그래, 박 변. 진행하고 있는 일은 잘 되나?

박동호 하 사장, 지금 어디 있습니꺼?

남일호 (책 덮으며 박동호 보는)

박동호 사람... 또 죽이셨습니꺼?

남일호 자넨 사람 죽이는 게 쉬운 일인 줄 아나?

박동호 사람 목숨값, 흥정하는 물건쯤으로 여기는 분이라는 거 잘 압니더.


남일호 흥정 안 되는 물건은 값어치가 없다는 것도 잘 알겠군.

박동호 말장난 그만 하이소. 하 사장, 어딨습니꺼?

남일호 (박동호 뒤쪽으로 시선을 옮기는)

박동호, 남일호의 시선방향을 바라보면 배형사가 턱 서 있다.

박동호와 눈이 딱 마주치는 배형사.

두 눈이 커지는 박동호와 이를 여유롭게 보고 있는 남일호.

55. 남일호 저택-응접실 앞 복도 / 밤

박동호, 배 형사의 멱살을 잡아 올린다. 죽일 듯이 노려보는 박동호.

박동호 하 사장, 배 형사님이 빼돌맀습니꺼?

배 형사 해치진 않았으니까 걱정 마.

박동호 어딨습니꺼? 말 하이소.

배 형사 외국으로 보냈어. 내가 형산데 죽일 순 없잖아.

박동호 (뒤통수 맞은) 언제부터였습니꺼? 대체 언제부터! 남일호의

개가 됐냐 말입니더!

배 형사 (박동호의 손 쳐내며) 박 변. 내가 자네 아버지 사건 파다가

좌천당했다고 한 거 기억나지?

박동호 (죽일 듯이 노려보고)

배 형사 자넨 내가 그 일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를 거야.

젊은 날의 객기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으니까.

박동호 배 형사님도... 진실을 알고 싶으셨던 거 아입니꺼!!

배 형사 (헛웃음지으며) 진실이 밥이라도 줘? 누구든 돈이 최고 아냐?

박동호 (죽일 듯이 노려보는)

배 형사 니가 내 돈 해줄 것도 아니잖아?

박동호 배 형사!!

박동호, 금방이라도 배 형사를 주먹으로 때릴 기세다. 여유로운 배 형사.

배 형사 자네도 후회하기 전에 정신 차려. (다시 응접실에 들어가는)


배 형사를 노려보며 꽉 쥔 주먹이 떨리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56. 채진경의 검사실 / 낮

박동호와 채진경이 단 둘이 소파에 마주보고 앉아 있다.

박동호 남일호가 하 사장을 처리해 버렸다.

채진경 (얼굴이 굳는) 17년 전 사건이고, 거기다 대기업 회장인데, 녹음 테이프

만으로 기소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박동호 (잠시) 남일호의 손발을 묶을 수 없다면, 남규만의 손발을 묶어버리는

것도 괘안은 작전이 될 기다.

채진경 남규만 사장?

박동호 그룹 사장인 남규만의 손발만 묶어 버리면, 남일호도 결국은 휘청일 수

밖에 없다.

채진경 그런데 뭘 재료로 남규만을 묶을 건데?

박동호 재료는 진우가 다 마련해 놨을 끼다.

채진경 (생각에 잠기더니) 서진우 변호사? 그 재료, 제대로 써먹을 수 있겠어?

박동호 채 검사가 놀랄 만큼 남규만 재료들은 확실할 기다.

진우 생각에 미소짓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57. 옥탑사무실 / 낮

인아 혼자 집무 책상에서 서류를 보며 일하고 있다. 이때 사무실 안으로 조심스레

하영이 들어선다. 지난 번과 달리 수수한 차림의 하영. 인아, 하영을 보고는 놀라며

일어선다.

인아 하영씨..

시간경과>

소파에 앉아 있는 하영. 많이 지치고 불안한 얼굴이다. 이때 인아가 커피를 들고 와


하영 앞에 놓아준다. 인아, 하영 앞에 마주보고 앉은 채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데-

인아 (하영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며) 와줘서 고마워요.

하영 (잠시) 그런데 왜 변호사님은 제 일에 관심이 있는 거예요?

인아 (살짝 당황하며) 네?

하영 그때 남규만이 저를 폭행했을 때는 아무도 제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어요.

인아 고소건도, 매스컴도 남규만쪽이 미리 손쓴 거예요.

하영 (커피잔만 매만지며 가만히 인아의 얘기를 듣는)

인아 안에서는 그쪽 검사와 변호사가 입을 맞춰 고소취하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밖에서는 하영씨를 꽃뱀으로 만들어 찌라시를 뿌리며

마녀사냥했을 거구요.

하영 (울음이 터질 듯 고개를 떨구고 마는)

인아 전 남규만 사장의 은폐된 진실에 대해 그 죄를 물으려고 해요.

하영 (걱정스레) 정말, 그럴 수 있는 거예요?

인아 남규만에게 죄를 묻지 않으면, 남규만은 앞으로도 계속 똑같은 짓들을

되풀이할 거예요. 하영씨처럼 피해자들은 계속 생길 거고요.

하영, 인아의 얘기를 곰곰이 듣더니 마음을 정한 듯 천천히 얘기를 시작한다.

하영 그러니까 5개월 전이었어요...

58. (과거) 남규만 집무실 (다른 장소도 가능) / 밤

5개월 전. 소파에 누워있는 하영. 인상쓰며 괴로워하는 모습에서-

시간경과>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는 남규만.

남규만 (지갑에서 수표 꺼내며) 이거면 됐지? 우리 서로 원해서 한 거야.

하영 (베게에 머리 박고 눈물 흘리는)
남규만, 수표 던지고 나간다. 울고 있는 하영의 얼굴에서-

59. 옥탑사무실 / 낮

얘기를 다 마친 하영이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인아도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 있다.

조심스레 하영의 손을 잡는 인아. 하영, 천천히 인아를 바라보며 명함 하나를 건넨다.

하영 전 매니저예요. 이 사람 때문에 남규만을 만나게 됐거든요.

인아 (명함 받는)

‘매니저 김찬’이라고 적힌 명함이다.

인아 제가 남규만 꼭 벌 받게 할게요.

하영씨의 억울함, 꼭 풀어주겠습니다. 약속해요.

말없이 끄덕이며 눈물흘리는 하영. 그런 하영을 바라보며 결의를 다지는 인아의 얼굴에서

60. 카페 / 낮

진우와 인아가 김찬(송하영 전 매니저, 30대 남)과 소파에 앉아 있다.

진우 (명함 건네며) 서진우라고 합니다. 송하영씨 매니저셨죠?

김찬 (받아들며) 네. 그랬었죠.

진우 몇 가지 여쭙겠습니다. 송하영씨는 데뷔준비중인 신인배우였는데,

고급 룸살롱에 출입한 경위가 궁금합니다.

김찬 궁금할 게 뭐가 있나요? 얼굴 반반한 어린여자애가 스폰서 잘 물어서

한방 하겠다는 거죠. 이 바닥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잖아요?

진우 (불쾌한 얼굴로) 송하영씨 강간치상 사건 때 증언을 하셨더라구요?

김찬 (경계하며) 송하영 걔가 돈을 많이 밝혔어요. 암코양이처럼 돈냄새만

맡았다하면 달려들었죠. (휴대폰 울리는) 그럼 바빠서 이만.


김찬, 전화통화하며 자리를 뜬다. 뭔가 수상쩍은 표정 짓는 진우와 인아의 얼굴에서-

61. 교도소 면회실 / 낮

진우가 곽 형사를 면회하고 있다.

진우 남규만을 옆방에 넣어주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됐어.

곽 형사 실망스럽네. 그래도 니가 여기 그냥 왔을 리는 없겠지.

그 찌질이 새끼한테서 또 뭐라도 잡았나?

진우 김찬이라고 혹시 알아?

곽 형사 김찬? (잠시 생각하더니) 혹시.. 그 양아치 매니저?

진우 (고개 끄덕이면)

곽 형사 주로 신인배우들 관리하던 매니저다. 지금은 기획사 대표로 있고.

돈 많은 자들에게 아가씨 알선하는 놈이지.

곽 형사를 보는 진우의 진지한 표정에서-

62. 남규만의 집무실 / 밤

텅빈 남규만의 집무실에 앉아있는 안 실장. 생각이 복잡한 얼굴이다. 그 위로-

인서트>

안 실장이 남규만에게 굴욕당한 씬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12부 40씬. 남규만 집무실 상황. 안 실장, 배철주에게 다시 인사하려는데,

남규만이 안 실장의 고개를 꾹 눌러 90도 인사하게 만든다.

/7부 47씬. 남일호저택-서재 상황. 남규만, 죽도를 휘두른다. 자리에 주저앉는 안 실장.

죽도로 안 실장의 몸을 내치더니- 안 실장, 남규만에게 얻어터지는 모습.

/15부 13씬. 남규만 집무실 상황.

남규만, 지갑에서 수표 6장 꺼내 안 실장의 자켓 주머니에 넣어주며-


남규만 (E) 앞으로도 내 밑 닦는 거 잘 부탁한다, 친구야.

/다시 현재. 안 실장, 오프너나이프를 숨겨둔 곳으로 다가간다.

헝겊에 쌓인 오프너나이프를 꺼내더니 뭔가 결심한 표정이 되는데-

63. 석규의 판사실 / 밤

서류를 살펴보던 석규. 안 실장이 들어온다. 가방을 들고 있다.

석규 (살짝 놀라서) 수범아, 밤중에 웬일이야?

안 실장, 대답도 안하고 소파에 털썩 앉는다. 이상한 기운 느낀 석규.

안 실장의 정면에 가서 앉는다.

안 실장 (굳은 얼굴로 석규를 쳐다보다가) 석규야. 그때 니가 그랬지.

오정아 사건에 나하고 규만이 이름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잠시) 미안하다.

석규 ....

안 실장 너한테 줄 게 있다.

안 실장, 가방에서 헝겊에 쌓인 ‘오프너 나이프’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놀라는 얼굴의 석규.

석규 그게 어떻게 너한테 있어? 재판에 나왔던 건?

안 실장 서재혁씨 사형 때린 그 흉기는 가짜였어.

석규 (멍하게 놀라며) 뭐?

석규를 보는 안 실장의 복잡한 얼굴 위로 남규만의 목소리가 깔린다.

남규만 (E) 너, 나 대신 이거 뒤집어쓸래?

64. (과거) 숲길 / 낮
이하, 4부 14씬 상황 이어진다. 안 실장이 덜덜 떨리는 눈빛으로 오정아 시체를 보고 있다

남규만 아니잖아.... (안 실장 얼굴 기분 나쁘게 툭툭 치며) 넌 오지랖 떨지

말고 나나 신경 써.

안 실장, 그 말에 모멸감을 느끼지만 꾹 참는다.

남규만 (시신 옆의 오프너 나이프를 발로 툭 차며) 이것도 잘 처리하고.

안 실장, 멀어지는 남규만의 뒷모습을 죽일 듯이 노려본다.

잠시 후,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오프너 나이프’ 끝 부분을 집는 안 실장.

65. (과거) 서촌별장 주방 / 낮

텅 빈 주방에 들어서는 안 실장. 주방 집기류를 모아놓은 서랍들을 정신없이 연다.

포크, 나이프, 스푼, 냅킨 등등이 보인다. 그러다 마지막 서랍에 대 여섯 개의

다양한 ‘오프너 나이프’가 있다. 그 중 한 개를 냅킨으로 감싸 집어 드는 안 실장.

오정아를 죽인 ‘오프너 나이프’와 똑같다. 테이블에 놓인 똑같은 ‘두 개의 오프너 나이프’

를 보며 음모를 꾸미는 듯한 안 실장의 얼굴에서-

66. 석규의 판사실 / 밤

/ 다시현재다.

안 실장 이게 진짜야. 규만이가 이걸로 오정아를 죽였어.

석규 (심각한 얼굴 되는)

안 실장 누가 너 같은 판사를 건드리겠냐? 그래서 가져온 거다.

석규, 잠시 아무 말도 못하다가 이내-

석규 잘 생각했어. 수범아. 그때, 강압적인 상황이었잖아.


죄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정상참작은 될 거야.

안 실장 너만 믿는다.

믿음을 주는 석규의 얼굴에서-

67. 옥탑사무실 / 밤

옥탑 사무실 안에 박동호와 채진경, 진우와 인아가 소파에 앉아있다.

채진경 (진우에게) 서진우 변호사... 사무실이 아담하고 좋네요.

진우 (불편하게 시선 맞추는)

박동호 (인아보고) 이인아 변호사, 오랜만입니더.

인아 (건조하게)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박동호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입니꺼?

인아 남규만을 피고석에 세우는 재판인데 변호사한테 기소권이 없어서

아쉽네요.

채진경 (인아에게) 검사라도 증거가 없으면 기소권은 쓸 수가 없지.

진우 증거는 여기 있어요.

진우, 서류 뭉치를 채진경에게 건넨다.

진우 송하영 강간치상사건 자룝니다.

채진경 (서류 받아드는)

박동호 내가 당시 조사했던 자료도 이 안에 다 넣었다.

진우 송하영 사건과 마약파티 사건으로 기소해서, 남규만이 지은 죄

하나하나 다 법정에 쏟아낼 겁니다.

박동호 잘 생각했다. 일단 누구든 남규만을 피고석에 세우는 기 가장

중요한 거 아이가.

채진경 (자료를 넘겨보며 미소 짓는) 역시 재료들은 충분하네요.

인아 남규만 쪽에서는 당연히 홍무석 변호사가 나올 거고...

진우 오정아처럼 송하영도 억울하게 만들 수는 없어요.


결연에 찬 진우의 얼굴. 그런 진우를 보는 인아와 박동호, 채진경의 모습에서-

68. 일호그룹 앞 / 낮

승용차 한 대와 그 뒤로 경찰 승합차 한 대가 일호그룹 앞에 멈춰 선다.

승용차 안에서 내리는 채진경. 경찰 둘과 수사관 대여섯을 이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그들 뒤로 먼발치에 진우의 차도 멈춰 서는데-

69. 남규만 집무실 / 낮

남규만이 홍무석과 앉아 대화하며 차를 마시고 있다. 뒤에는 안 실장이 서 있고.

이때, 안으로 들이닥치는 채진경과 수사관들. 남규만은 얼굴이 굳고, 홍무석은 의아한

얼굴이다. 안 실장도 크게 놀라며 뒤로 물러서는데, 채진경이 남규만 앞에 바짝 다가선다.

홍무석 (채진경 올려다보며) 채 검사,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채진경 (구속영장 보이며) 송하영 강간치상 및 마약투약혐의로

남규만 사장님에게 구속 영장이 발부됐습니다.

남규만 (피식 웃으며) 뭐? 나한테 구속영장이 떨어졌다고?

채 검사, 이거 아침부터 조크가 너무 심하잖아.

채진경 회사에 보는 눈들이 많습니다. 조용히 사장님 모시고 갈 수 있게

협조해 주십시오.

남규만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이 나오며) 협조? 니가 지금 나한테 협조라고

했어? 나, 남규만이야. 알아 들어?

채진경이 물러섬없이 뒤에 있던 수사관들에게 신호를 보내자, 수사관들이 남규만에게

다가가 단번에 수갑을 채운다.

남규만 (당황하며) 야, 니네 이거 안 풀어? 어?

채진경 (무표정으로 그 모습을 보고만 있는)

홍무석 (채진경을 강하게 노려보며) 채 검사, 앞으로 벌어질 일들 단단히

각오하세요.
홍무석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나가는 채진경. 그 뒤로 남규만, 수갑을 찬 채 수사관들에게

끌려간다. 그 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안 실장과 굳은 얼굴로 지켜보는 홍무석.

70. 일호그룹 로비 / 낮

채진경이 로비를 나온다. 그 뒤로는 수갑을 차고 있는 남규만이 수사관들에게

양쪽으로 붙잡힌 채 끌려 나오고 있다.

남규만 (발악하고 몸부림치며 수사관들에게) 야, 니네 이거 안 놔?

내가 니들 얼굴 똑똑히 다 기억해 뒀어. 어?

로비 곳곳의 일호그룹 직원들, 남규만이 수갑찬 모습과 고함치는 소리에 놀라며

여기저기 몰려나오고 수군거리기 시작하는데-

이때, 남규만 앞으로 유유히 걸어 오는 진우와 인아가 남규만 앞에 선다!

남규만 둘을 보더니, 섬뜩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물러섬없이 남규만을 똑바로 보고 있는 진우와 인아.

셋이 팽팽하게 마주보는 모습에서 엔딩!

-15부 끝
Remember 16

1. 일호그룹 로비 / 낮

채진경이 로비를 나온다. 그 뒤로는 수갑을 차고 있는 남규만이 수사관들에게

양쪽으로 붙잡힌 채 끌려 나오고 있다.

남규만 (발악하고 몸부림치며 수사관들에게) 야, 니네 이거 안 놔?

내가 니들 얼굴 똑똑히 다 기억해 뒀어. 어?

로비 곳곳의 일호그룹 직원들, 남규만이 수갑찬 모습과 고함치는 소리에 놀라며

여기저기 몰려나오고 수군거리기 시작하는데-

이때, 남규만 앞으로 유유히 걸어오는 진우와 인아가 남규만 앞에 선다!

남규만 둘을 보더니, 섬뜩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물러섬없이 남규만을 똑바로 보고 있는 진우와 인아.

남규만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야, 서진우!

진우 (맞서서 보는)

인아 (같이 보는)

남규만 (가소로운 듯) 니들이 나를 털끝 하나라도 건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진우 니가 지은 죄들이 이제... (잠시) 하나하나 너를 찾아갈 거야.

그 말에 고함을 지르며 발악하는 남규만. 수사관들에게 압박을 당해 끌려 나가고-

채진경, 진우에게 엷은 미소 보내더니 수사관들을 따라간다.

사라지는 남규만을 보는 진우와 인아의 모습에서-

2. 남일호 저택-서재 / 낮

박동호가 서재에 들어선다. 책상에 앉아있는 남일호 앞에 멈춰 서고-

가방에서 카세트 플레이어를 꺼내더니 재생 버튼을 누르는데-

남일호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박동호 이거, 회장님 목소리 맞지요?

남일호 (표정 굳는)

박동호 내 증인 잘도 빼돌렸으니 이 테이프까지 가져 가이소.

내도 더 이상 필요 없으니까!

박동호, 카세트 플레이어를 책상에 탁 놓는다.

남일호 박 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그때, 서재에 급하게 홍무석이 들어오다 박동호 보고 놀라는데-

박동호 아이고~ 홍 변호사님 마이 바쁘시네예?

홍무석 (박동호 보는) 여긴 또 무슨 일입니까?

박동호 (남일호를 향해) 지가 예전에 운동화 속에 작은 조약돌이 달리기를

망친다 했지예? 아들 잘 둔 덕 톡톡히 보이소.

그렇게 말하고 나가는 박동호. 남일호, 홍무석을 본다.

홍무석 남규만 사장님께서 지금 검찰에 체포됐습니다.

남일호의 표정이 차갑게 굳는다.

3. 남일호의 차 안 / 낮

뒷좌석에 앉은 남일호의 얼굴이 굳어있다.

조수석에 앉은 홍무석은 남일호의 눈치를 살피는데-

홍무석 일단 남 사장님 재판관련 언론보도는 일호그룹 전 계열사 광고를

끊는다고 해서 설득했습니다.

남일호 (듣는)

홍무석 하지만 틀어막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남 사장님 재판이 어떤 국면에

접어드냐에 따라 (하는데)
남일호 (말 끊고) 그래서, 대책이 뭐야?

홍무석 일단 남 사장님을 빼내겠습니다.

남일호, 탐탁지 않은 얼굴로 창밖을 보는데서-

4. 옥탑사무실 / 낮

진우, 인아, 송 변, 연 사무장이 회의를 하고 있다.

진우 일호 쪽에선 구속적부심으로 남규만을 꺼내려고 할 거예요.

연 사무장 그럼 남규만이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거야?

진우 네.

송변 (분통을 터트리며) 그거 뿐만이 아니에요. 망나니 재벌 3세가

강간치상이랑 마약투약으로 체포당했는데 기사 한줄 없네.

정말 엄청난 놈들이야.

진우 오정아 사건 때도 남규만은 커녕 별장이름도 거론되지 않았죠.

인아 언론사들의 입을 돈으로 막고 있으니... 검사 시절에도 숱하게

봐 온 거긴 해요.

진우 우리가 그 입을 열게 해야지. 사건이 커지면 더는 입 닫고 있을 수

없을 거야.

연사무장 남규만이 저지른 일들이 세상에 알려지면, 아, 생각만 해도

통쾌하다.

변두리 로펌사람들, 결연한 얼굴들인데-

5. 남규만 접견실 / 낮

남규만을 위해 특별히 꾸며진 접견실이다.

그럼에도 규만은 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인데- 그때, 남일호와 홍무석이 들어온다.

교도소장까지 따라 들어왔다. 홍무석이 눈짓을 하자, 교도소장이 인사를 올리고 나간다.

남규만 (급히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아버지.


남일호 지금 너 하나 때문에 우리 그룹이 쑥대밭이 될 지경이다.

어디까지 일파만파가 될지... 대체 이걸 어쩔 셈이야?

남규만 (생각할수록 어이없는) 저도 지금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아버지...

남일호 넌 일거수일투족이 사람들 눈에 노출되는 사람이다. 그걸 아직도 몰라?

왜 일을 이렇게까지 크게 만들어?

남규만 (남일호 눈치를 보는) 옛날 일인데... 지금 와서 이럴 줄은 저도...

남일호 (무겁게) 이번에 일 수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네 운명도

결정될 거다. 아들이라도 마냥 봐줄 수는 없어.

남규만 (목소리 줄어드는) 네... 아버지...

남규만, 진우를 생각하니 이가 갈리는데-

6. 교도소 복도 / 낮

복도를 걷는 남 회장과 홍무석. 그 뒤로 교도소장이 따라오고 있다.

남일호 이런 곳은 사람이 있을 곳이 못 돼. 당장 규만이를 빼내.

홍무석 네.

남일호 검사가 누구라고?

홍무석 ...채진경 검삽니다.

남일호 채진경이라면 지난 번 재심 때 우리 쪽 검사가 아닌가?

홍무석 네, 일호장학생입니다.

남일호,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랬다고...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쳐?

홍 변이 알아듣게 정리해.

홍무석 네, 회장님.

7. 남규만 접견실 / 낮

편하게 다리를 뻗고 앉아 서류들을 보고 있는 남규만. 그 옆엔 안 실장이 서 있다.

남규만 그래서 송하영이 누구라고?


안 실장 IG엔터 배우지망생인데 여기 사진 보면 (하는데)

남규만 됐고, 김찬 대표한테 전해. 기집애 하나 때문에 망하고 싶지

않으면 관리 똑바로 하라고.

안 실장 알았어...

남규만 그리고 서진우가 분명히 들쑤시고 다닐 거야. 김찬 입단속 시켜.

안 실장 (눈치 보며) 용돈을 좀 챙겨주면 어떨까?

남규만 (귀찮다는 듯) 하... 거지 새끼들 진짜.

8.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 낮

테이블 위에 송하영 관련 자료들이 펼쳐져있다. 의료기록, 진술서 등 등.

이야기 나누는 진우와 박동호.

진우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남규만 돈이

흘러들어 갔던데?

박동호 (듣는) 잘도 알아냈구마.

진우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이 무마되니까 남규만이 회사 투자금 명목으로

포상금을 준 거지?

박동호 김찬을 더 파봐라. 증거가 많이 나올끼다.

진우 ....

박동호 니는 호랑이새끼를 맡아라. 내는 호랑이를 맡을 테니까.

진우 내가 당신을 믿기 시작했다고 착각하지는 마.

당신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얼굴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

박동호 (웃으며 진우 보는) 그래라.

진우 (보면)

박동호 그래야 썜쌤 아이가.

진우 (바라보면)

박동호 혹시라도 니가 용서를 해주면... 남은 인생은 속죄하며 살아갈 끼다.

박동호, 지갑에서 5만원계약서를 꺼내더니-

박동호 이 계약서 이번에 확실히 써묵어라. 써놓기만 하고 몇 년 동안이나


묵혔다 아이가

진우 (처음 보듯) 그건 뭐야? 그게 계약서라고?

그런 진우의 기색 이상하게 느끼는 박동호.

박동호 진우 니, 기억 안나나?

진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자료 챙기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진우. 밖으로 나간다.

그런 진우를 이상하게 느끼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9. IG엔터 사무실 / 낮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아있는 안 실장과 김찬.

안 실장 남규만 사장님께서... 처신 잘 하고 있으랍니다.

김찬 처신이요?

안 실장 재판 때문에 서진우가 치고 들어올 지도 모르니까.

김찬 걱정 마십쇼. 입에 딱 자꾸 채우고 있겠습니다.

안 실장 (못 미더운) 잘할 수 있는 거죠?

김찬 그럼요. 남규만 사장님이 회사도 키워주고, 용돈도 많이

챙겨주셨잖아요.

능글거리는 김찬의 모습. 여전히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는 안 실장의 얼굴에서-

10. 채진경 검사실 / 밤

채진경이 송하영 사건 자료를 보며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누군가 들어오는데, 홍무석이다

홍무석을 보는 채진경.

채진경 어떡하죠? 보시다시피 제가 지금 좀 바쁜데...


홍무석 (웃는) 연락 없이 온 거니까... 용건만 말하고 가봐야겠네요.

채진경 일호로펌 변호사 되시구 스타일 많이 구기시네요. 먼저 방문도 오시고.

홍무석 (무시하는) 이번 송하영 사건, 전에 내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한

사건인 거 아시죠?

채진경 (여유롭게) 그럼요. 어디 이번 사건뿐입니까?

홍무석 그때그때 충분히 꼼꼼히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니, 채 검사 선에서

다시 한 번 잘 처리해주기 바랍니다.

채진경 (여유롭게) 그 말이 제 귀에는 꼭 이렇게 들리네요.

홍무석 (보는)

채진경 선배가 덮은 사건이니까 너도 입 닥치고 덮어라.

홍무석 (웃는) 채 검사가 그래도 위아래는 아는 사람이니... 믿겠습니다.

채진경 그렇게 막을 거면 터뜨리지도 않았겠죠? 전 이제 누구 라인도 아닙니다.

오직 제 소신 대로만 할 겁니다.

홍무석 (표정 굳는)

채진경 그럼... 또 뵙죠.

홍무석, 굳은 얼굴로 채진경 바라보는 모습에서-

11. 구치소-의무과장실 / 밤

누군가 노크도 없이 문을 쾅 열고 들어온다.

안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의무과장이 황당한 얼굴로 돌아본다.

남규만이다. 마음대로 침대에 벌렁 눕는다.

남규만 (눈 감으며) 영양제 하나 찔러.

의무과장, 뭐 이런 게 다 있나 하는 얼굴로 남규만에게 다가간다.

의무과장 (소리 버럭 지르는) 야! 1013! 너 미쳤어? 당장 안 일어나?

남규만 (감았던 눈 뜨면서) 뭐? 1013?

의무과장 너 여기 깜빵에 쉬러 왔어? 여기가 요양원이야?


남규만, 황당한 표정으로 일어난다.

남규만 너 여기 온지 얼마나 됐어? 내가 누군지 몰라?

의무과장 니가 누군데? 니가 누구면 어쩌라고 ? 이 새끼가 근데 여기 들어와

서도

정신을 못 차리네.

어라, 하는 표정의 남규만의 얼굴에서-

12. 남일호 저택-서재 / 낮

남일호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서재 밖까지 들린다.

남일호 뭐!! (여경을 무섭게 보고 있는)

여경 아빠, 저 검사예요.. 그냥 오빠 죗값 받게 하시죠. 저도 받을께요.

남일호 검사가 돼서 오라비를 어떻게든 도울 궁리는 못할망정,

이 판국에 그런 말이 나와?

여경 (섭섭함 가득) 아빤, 언제나 회사하고 오빠 생각밖에 없죠?

남일호 (냉랭하게) 여경이 너, 애처럼 투정부릴 나이는 지났어.

잔말 말고 규만이 일 조용해질 때까지 가만히 있어. 나가 봐.

남일호, 다시 신문을 읽기 시작한다. 그런 남일호를 섭섭한 눈으로 바라보는 여경의 얼굴

에서-

13. 옥탑 사무실 / 낮

책상에 앉아 서류를 보는 인아. 그때, 박동호가 사무실에 들어와 인아에게 다가가는데-

박동호 (단도직입적으로) 진우 기억에 문제 있습니꺼?

인아 (멈칫하며) 기억이라뇨?

박동호 내가 눈치만으로 변호사밥 먹어온 사람인데, 숨기지 마이소.

진우, 혹시 아버지 병 유전받 (하는데)


인아 요즘 진우가 무리해서 힘든 거지, 기억엔 아무 문제없어요.

단호하게 말하는 인아. 그런 인아를 의심스러운 얼굴로 보는 박동호.

14. 박동호의 차 안 / 낮

운전 중인 편 사무장과 뒷좌석에 앉아있는 박동호. 그 위로-

인서트>

3부 20씬.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장면이다.

박동호, 백팩에서 지폐 5만원 한 장만 쏙 뽑아 볼펜으로 뭔가를 적는다.

그 행동, 의문스럽게 바라보는 진우.

박동호 (5만원권 확 들이밀며) 자. 계약서다. 싸인 해라.

진우 절 5만원에 사려구요?

박동호 나도 5만원 받고 법정에 서잖아. 얼마나 공평하노?

진우, 박동호를 잠시 보더니 결심한 듯 5만원권 계약서에 슥슥 서명을 한다.

인서트>

16부 7씬.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장면이다. 박동호, 지갑에서 5만원계약서를 꺼내더니-

박동호 이 계약서 이번에 확실히 써묵어라. 써놓기만 하고 몇 년 동안이나

묵혔다 아이가

진우 (처음 보듯) 그건 뭐야? 그게 계약서라고?

/ 다시 현재. 박동호,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박동호 상호야. 진우 글마 어디 다니는 병원은 없나 찾아봐라.

편 사무장 (걱정스레) 진우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꺼?

박동호 아직은 확실치 않다. 문제가 없길 바랄 뿐이재.


씁쓸한 얼굴로 창밖을 보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15.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낮

비밀의 방에 인아가 앉아있다. 진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진우 남규만이 재판하기 전에 풀려날지도 모르니까 빨리 추가 증거를 더 확보해

야 돼.

인아 그래야지. (잠시) 근데.. 아까 박 변이 진우 너 기억에 문제 있는지

물어봤어.

진우 (굳은 얼굴로) 그래서 말해줬어?

인아 아니.

진우 절대 말하지 마.

인아 (보는)

진우 모든 게 끝날 때까지...

진우, 벽에 붙은 박동호의 사진을 본다. 그런 진우를 안타깝게 보는 인아의 모습에서-

16. 국과수 복도 / 낮

석규가 복도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때 흰색 가운을 입은 국과수 직원이 다가온다.

석규 결과 나왔습니까?

국과수 네. 문의하신 분의 지문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오정아 양의 혈흔도 발견됐고요.

인서트>

15부 63씬 석규의 판사실 상황.

안 실장 이게 진짜야. 규만이가 이걸로 오정아를 죽였어.

석규 (심각한 얼굴 되는)
안 실장 누가 너 같은 판사를 건드리겠냐? 그래서 가져온 거다.

/ 다시 현재. 오프너 나이프에 대한 감식 서류를 보고 있는 석규.

석규의 눈빛이 강하게 떨리고 있다. 그때, 멀리서 걸어오는 여경.

여경 오빠, 여긴 무슨 일이야?

다가오는 여경을 보는 석규의 얼굴이 살짝 굳어있다.

17. 국과수 휴게실 / 낮

여경이 석규와 커피를 마시고 있다.

석규 규만이 그렇게 돼서 마음이 안 좋겠구나.

여경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석규 (안쓰럽게 보는)

여경 (힘겹게) 사실... 얼마 전 마약파티 현장에서 내가 오빠, 풀어줬어.

그 말에 놀라서 표정 굳는 석규. 여경, 죄책감에 어두운 얼굴이다.

석규 그건 니가 잘못 판단한 거야.

여경 알고 있어. 그래서 내가 계속 검사로서 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

석규 (잠시) 여경아, 규만이 이 사건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여경 무슨 말이야?

석규 ...규만이한테 다른 죄가 더 있는 거 같아서.

여경 (조심스럽게) 혹시 5년 전, 오정아 사건 얘기하는 거야?

석규 아직은 뭐라 말 못하겠다. 우선, 규만이 이야기를 좀 듣고 싶어.

의미심장한 석규의 얼굴. 그런 석규를 다소 긴장된 얼굴로 바라보는 여경의 모습에

서-
18. 남일호 저택-응접실 / 낮

남일호가 홍무석과 차를 마시고 있다. 뒤에는 차 비서가 묵묵히 서 있고-

홍무석 지검장님을 만나 뵀지만, 이번에 남 사장님을 빼내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고 하십니다.

남일호 (굳은 얼굴)

홍무석 송하영 사건 외에 최근 재벌 3세들 마약투여 사건과도 연루돼 있는

정황이 포착돼 무리가 따른다고 하십니다.

남일호 (못 마땅한 듯) 차 비서, 차 대기시켜.

그 말에 의아한 얼굴로 남일호를 살피는 홍무석에서-

19. 구치소-면회실 / 낮

진우가 배철주를 면회하고 있다.

배철주 남규만 털면 내 사건 덮인다면서 신문에 기사 한 줄 안 나오잖아.

궁시렁거리는 배철주에게 진우가 말한다.

진우 걱정 마. 이 사건, 점점 커질 거야. 남규만이 절대 감당하지 못할 만큼.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해.

배철주 남규만이 약을 먹이고 일을 치뤘어.

진우 그 약을 공급한 놈이 누구야?

배철주 지난 번 파티 때... 그놈이 김찬한테 약을 공급해.

약이 없으면 김찬의 사업은 아예 돌아갈 수가 없어. 보험이니까.

20. IG엔터 사무실 맞은 편 / 낮

브로커와 IG 엔터테인먼트를 바라보고 있는 진우.


브로커 말이 연예기획사지 놀이터 같은 곳이지.

진우 남규만의 개인 놀이터?

브로커 재벌 2세들만의 특별한 공간인 거지. 약도 하고 성욕도 채우는.

진우 여자들은 본인이 원해서 하는 일 아닌가?

보로커 그렇게 보긴 어려워. 회사와 계약 할 때 고액의 계약금을 받긴 하지만,

그게 바로 족쇄거든. 계약을 파기하려면 몇 배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니까. 웬만해서는 감당이 안 될 거야. (IG엔터 쪽 보면)

건물 앞에 카니발 정차하고, 뒷좌석에서 20대 초반의 연예인 같은 여자 내려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카니발 출발한다. 이 모습 대포 카메라에 담는 진우.

브로커 (E) 재미있는 건 소속사 연예인 지망생 20명이 모두 여자라는 거야.

연예인 하고 싶다고 회사 들어와서 저런 일을 하고 동영상까지

찍히니... 불쌍하지.

잠시 후 외제차 한 대 멈춰선다. 운전기사가 내려 뒷좌석 차문 열어주면 재벌2세 남자가

내린다. 주변을 의식하며 건물로 빠르게 들어가고, 그 모습 대포카메라로 촬영하는 진우.

진우 동영상? (진우 굳은 얼굴에서)

21. 남규만의 면회실 / 낮

석규가 남규만과 마주보고 앉아 있다. 남규만은 편안히 다리 꼬고 앉아 있다.

한편 석규의 얼굴은 꽤나 무거워 보이는데-

남규만 (석규의 표정 살피며) 야, 친구가 감방에 있다고 그렇게까지 심각할

필요 없어. (히죽 웃으며) 내가 이런 데 있으니까 품위가 좀 떨어져

서 그렇지.

석규 (어렵게 말을 떼는) ... 규만아.

남규만 어.

석규 나, 이제 다 안다. 4년 전,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남규만 (살짝 놀라며 떠보듯) 뭘 다 안다는 건데?


석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잠시) 자수해.

너도 그동안 마음이 편치는 않았을 거고 자수하면 (하는데)

남규만 야, 넌 친구가 지금 억울하게 성폭행범으로 몰렸는데 그딴 말이 나와?

석규 (안타깝고) 규만아.

남규만 (따지듯이) 이미 다 끝난 일인데, 내가 뭘 더 어떻게 해?

석규 (말문이 막히는) ...

남규만 (석규 얼굴 가까이 다가가며) 내가 자수하면, 죽었던 그 년이 다시

살아나기라도 한대?

석규 (크게 실망스러운) 너..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남규만 나도 설마설마 했는데, 니가 또 범생이 멘트 날리니까 속이 막 뒤틀려.

안 그래도 여기 있으려니까 비위 상해 죽겠는데..

석규 오늘 온 건, 친구로서 너한테 마지막 내 진심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근데 내가 너무 순진했네.

남규만 다 끝난 일을 다시 들추는 니가 문제야. 니가.

석규 (잠시) 진실을 알아버린 이상, 그냥 있지는 못할 거 같다.

석규, 무거운 얼굴로 남규만을 보고는 돌아선다.

그런 석규를 향해 냉소를 짓다가 표정이 확 굳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22.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 낮

편 사무장이 자료(일호식품 협력업체 분식회계)를 내민다. 받아드는 박동호.

자료 속 한 남자의 사진을 본다.

편 사무장 행님, 진우 말이 맞았습니더. 알아보니까 이 업체, 건강음료

납품한답시고 일호식품과 분식회계하고 있었습니더.

박동호 구린내 안 풍기는 데가 없네. 담당자는?

편 사무장 만날 준비해놨습니더.

23. 카페 / 낮

자료 속 남자와 박동호가 카페에서 만나고 있다.


박동호 박동호 변호사라고 합니더. 보라음료 재무담당자이시지예?

시간경과>

박동호 일호식품 실적 부풀리기 하지 않았다는 겁니꺼?

남자 (얼굴 화끈거리는) 저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박동호 시키는 대로 했다구예? 그라믄 시킨 사람이 있나 봅니더?

남자 (당황하고)

박동호 곧 법정에 서게 될 일이 생길 겁니더. 살고 싶으면 연락 주이소.

박동호, 테이블 위에 명함을 탁 놓고 간다.

두 사람, 만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차 비서가 어디론가로 전화를 건다.

24. 고급 한식집 / 밤

남일호, 홍무석과 탁영진, 전직 대법원장, 판사 1, 판사 2가 모여서 식사를 하며

대화중이다. 홍무석과 탁영진은 남일호의 양 옆으로 앉아 있는데-

남일호 대법원장님께서는 그간 무탈하셨습니까?

전직 대법원장 (허허 웃으며) 퇴임한 지가 언젠데... 회장님께서 늘 염려해주신 덕분에

평안합니다.

홍무석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저희 남규만 사장님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곤욕을 치루고 계십니다.

판사 1 그 얘기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홍무석 과거에 제 사건이기도 했는데 그때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이

내려졌었죠. 그런데, 또다시 이 사건이 문제가 되어 저희 측에서는

난감할 뿐입니다.

남일호 아무래도 고소인 측에서 저희 아들의 사회적 위신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흠집을 내고, 거액의 보상을 받아내려는 거 같습니다.

전직 대법원장 아,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

하면서, 양쪽 판사들을 쓰윽 살펴보는 전직 대법원장.


홍무석 죄가 있다면 재판은 받겠습니다. 대신 남 사장님께서 밖에서

재판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전직 대법원장과 판사 1, 판사 2는 홍무석의 말에 생각에 잠기는 얼굴들인데-

탁영진 남 사장님께서 구속되신 바람에 회사 경영에 어려움이 적잖습니다.

구속적부심에서 관용을 베풀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남일호, 탁영진의 말에 흡족한 얼굴이다. 홍무석은 탁영진의 얼굴을 보며,

얼마 전의 일을 떠올리는데-

25. (과거) 서울중앙지검-지검장실 / 낮

홍무석이 지검장과 소파에 마주보고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홍무석 지검장님, 요즘 탁 검사 신변에 무슨 변화라도 있습니까?

지검장 탁 검사야 차기 형사부 부장검사로 일순위가 됐지.

그런데 그건 홍 변이 왜?

홍무석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탁 검사가 좀 유연해진 거 같아서요.

지검장 (가만히 홍무석을 보면)

홍무석 뭐 두고 보면 알겠죠. 겉만 흉내내는 거면, 곧 티가 나게 될 테니까.

조용히 차를 마시는 홍무석.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표정에서-

26. 고급 한식집 / 밤

/ 다시 현재.

남일호 아무쪼록 저희 아들래미가 이번 일로 위축되지 않고 더 큰 일을

해나갈 수 있도록 조금만 신경 써 주시길 바랍니다.

탁영진이 남일호의 말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경청하고 있다.


그런 탁영진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는 홍무석의 얼굴에서-

27.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밤

IG 엔터테인먼트의 회계자료와 대포카메라 사진 자료를 보고 있는 진우와 인아.

매출 10억, 손실 90억이다. (회계자료)

인아 (사진 보며) TV에서나 볼 수 있는 얘기네.

진우 (서류 보며) 서류상으로는 말도 안 되는 회사야.

남규만의 개인 비자금을 만드는 회사가 분명해.

인아 그런데 회계 장부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회사야.

이것만으로는 잡아넣기에는 부족해.

진우 여기까지 파고 들었는데 퍼즐을 잘 맞춰봐야지.

28. 법원-판사실 / 낮

영장담당 판사실에 석규와 판사 1, 판사 2가 앉아 있다.

(판사 1, 판사 2는 27씬에 나왔던 인물들이다.) 그 앞쪽에는 홍무석도 보이는데-

석규 지금부터 송하영 강간치상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남규만의

구속적부심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홍무석을 보며) 청구대리

인,

소명하시겠습니까?

홍무석 본 사건은 이미 증거불충분으로 남규만씨의 무혐의가 밝혀진

사안입니다. 그런데 다시 청구인을 구속해 사회와 격리시키는 것

과도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석규 하지만 검사측에서 제출한 서류를 살펴보면, 5개월 전에는 누락됐던

유의미한 증거들이 다수 보입니다.

홍무석 (석규를 보며 얼굴이 굳는)

석규 이는 청구자가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있다고 판단해 구속적부심을

기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판사 1 남규만은 현재 도주의 우려가 없고, 범죄 경력이 없어서 석방 후

재판을 진행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홍무석 (판사 1을 보며 비릿하게 웃는)

석규, 판사 1의 발언에 얼굴이 어두워진다. 홍무석과 석규의 시선이 마주친다.

둘 사이 팽팽함이 오가는 시선에서-

29. 법원 복도 / 낮

판사실 밖으로 나오는 석규의 얼굴이 어둡다.

그 뒤로 홍무석이 판사 1, 판사 2에게 정중히 인사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며 씁쓸함이 스치는 석규의 얼굴.

휴대폰을 꺼내들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는 모습에서-

30. 옥탑사무실 / 낮

인아, 휴대폰이 울려 받아든다. 석규다.

석규 (E) 규만이가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됐어요. 죄송합니다.

인아 (살짝 놀라더니)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어요.

너무 걱정마세요.

휴대폰을 끊는 인아 사무실 밖으로 향하는데-

31. 카페 / 낮

마주보고 앉아 있는 인아와 송하영.

송하영 변호사님이랑 이러고 있으니까 오랜만에 친구 만난 기분이에요.

인아 (보면)

송하영 일 나가면서부터 이럴 시간이 없었거든요. 연기 연습할 시간도 없었고...


인아 (그런 하영 안쓰럽게 보다가) 하영씨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송하영 (부끄러워하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요. 할머니가 늘

그런 배우가 되라고 하셨거든요.

인아 할머님은 어디 계세요?

송하영 (미소 띤) 네, 고향에서 제가 TV에 나올 날만 기다리고 계세요.

녹화해서 가보로 남기는 게 소원이시거든요.

인아 (웃는) 할머님 소원 꼭 이루어 드리세요.

송하영 (인아를 보면)

인아 하영씨가 잃어버렸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게 꼭 도울게요.

인아, 송하영을 보며 살짝 미소 짓는다. 두 사람,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모습에서-

32. 교도소 복도 / 낮

사복을 입은 남규만이 복도로 걸어 나온다. 그 뒤를 교도소장이 졸졸 따라오고 있다.

그때, 의무과장이 교도소장을 보고 살짝 목례하고 지나친다.

남규만 (의무과장을 알아보고) 어어 너 일루와봐.

의무과장 (다가와 서면)

남규만 미쳤어요? 상관한테 인사를 그따위로 하면 안 되지.

남규만, 의무과장의 목을 강제로 눌러 내린다. 굴욕감 가득한 의무과장의 얼굴.

남규만, 복도를 걸어 나가는데-

교도소장 재판 승소 응원드립니다. (손 올리며) 화이팅!!

남규만 아버지한테 잘 말할게요.

교도소장이 자리에 멈춰서 고개를 넙죽 숙이면 대충 손짓으로 답하고

걸어 나가는 남규만의 모습에서-

33. 남규만의 차 안 / 낮
조수석에 안 실장이 있다. 뒷좌석에서 창문을 착 연다.

밀려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는 남규만.

남규만 (만족스러운 얼굴로 공기 맡는) 흠~ 이제 좀 살겠다.

근데, 수범아, 너 왜 이렇게 자주 안 왔냐?

안 실장 (눈치 살피며) 니가 들어가 있으니까 내가 너무 바빴어.

(화제 돌리듯) 회장님이 너, 빼내려고 여기저기 고개 많이 숙이셨

어.

남규만 (진지하게 한숨 내쉬며) 내가 아버지한테 폐만 끼치는 구나.

안 실장 (한심한 눈으로 슬쩍 보더니) 이제 자유인인데 술부터 한 잔 해야

지?

남규만 수범아, 너는 이 지금 상황에서 술이 넘어가냐? 김찬 그 새낀 송하영

하나 관리 못해서 이 사단을 만들어? 처리해버려. 빨리.

안 실장 (주눅 들어) 알았다...

남규만 (표정 확 변하면서) 그리고 당장 서진우한테 가.

안 실장, 놀라면서 남규만 보는데서-

34. 옥탑사무실 / 낮

남규만이 옥탑사무실에 들어온다. 사무실에 혼자만 있던 진우, 자리에서 일어난다.

진우를 향해 다가가는 남규만. 진우도 남규만에게 다가간다.

남규만 (능글거리는) 왜? 예상보다 일찍 나와서 놀랬냐?

진우 (여유있게) 천만에~ 더러운 수를 써서 나올 거라 예상했었지.

남규만 (웃으며) 나를 감옥에 넣은 것만도 서진우 너는 할 일 다 한 거다.

진우 재판... 기대해. 바깥 공기 실컷 맡고. 앞으로 넌, 모든 걸 잃게 될 거야.

남규만 (여유롭게) 그럼 나도 올인 한번 해보지 뭐. 우리 둘 목숨 걸고

재판 한 번 해봐?

진우 (웃으며) 그래. 난 잃을 게 없는 사람인 건 잘 알지?

남규만 알지. 너, 거지새낀 거.


진우, 남규만에게 한 발 다가간다. 두 사람, 팽팽하게 맞서는데-

진우 (분노와 회한이 겹치는) 이제... 너는 끝이야. 넌 이번에 내 손에 죽는다.

남규만 그래. 무슨 짓이든 다 해봐. 나도 너한테 꽂혔으니까 끝까지 가보자.

이글거리는 진우의 얼굴. 그 시선 여유롭게 받는 남규만의 모습에서-

35. 살롱 부르주아 / 밤

술집에서 나오는 송하영. 어딘가를 빠르게 걸어간다. 뒤를 쫓는 한 남자의 모습.

(송 변이지만 드러나지 않습니다.)

36. 하영의 원룸 앞 / 밤

송하영이 집으로 오고 있다. 집 앞에 누군가 서있다. 송하영을 발견하자 다가오는데-

순간, 송하영의 눈빛에 두려움이 찬다.

김찬 (하영이 앞에 서더니) 너... 조용히 살라고 했지?

송하영 가세요. 안 그럼 소리 지를 거예요.

김찬 니가 재판 한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아? 변호사 새끼들 말 다 구란거

몰라? 또 바보같이 당하려고 그러냐? 이 머저리 같은 년아.

송하영 이번엔 안 당해. 내가 당한 거 다 돌려줄 거야.

김찬 니 과거 일이 세상에 알려져 봐. 넌 배우고 뭐고 끝이야.

송하영,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려는데- 송하영의 팔목을 잡아채는 김찬.

송하영 이거 안 놔?

김찬 내가 너 키우느라 들인 돈이 얼만데? 그것도 못 갚았으면서 뭐? 재판?

송하영 (울음 터지는) 놔... 놓으라고... 갚으면 될 거 아냐?

김찬 (음흉하게) 내가 너 동영상 가지고 있는 거 알지?

송하영, 순간 숨을 멈추는데-
김찬 재판에서 증언 하면 그거 인터넷에 확 뿌려 버릴 거니까 잘 생각해.

니가 간이 어디까지 나오나 두고 보겠어.

김찬, 송하영의 팔을 놓고 가버린다. 송하영,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않아버리는데-

그 상황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송 변이지만 드러나지 않습니다.)

37. 남일호 저택-서재 / 밤

남일호, 소파에 앉아 있다. 석주일이 조심스럽게 서재로 들어온다.

남일호 왔는가.. 앉게나.

석주일 (목례하며 자리에 앉는)

남일호, 테이블 위에 고급스럽게 포장된 최고급 양주를 올려놓는다.

남일호 나왔을 때 진작에 줬어야 하는데, 인사가 좀 늦었네.

석주일 뭐 이런 걸 다.. 회장님.

남일호 석 사장. 밑에 식구가 몇이라고 했지?

석주일 한.. 백 오십 명 됩니더.

남일호 앞으로 큰 일하려면 세를 더 늘여야하지 않겠나?

내 각별히 신경 쓰겠네.

석주일 감사합니더.

남일호 (종이백을 보며) 내가 가장 아끼는 술이네. 한 번 열어보게나.

석주일, 종이백에서 양주를 꺼내면 두툼한 봉투가 들어 있다.

봉투를 꺼내는 석주일, 남일호를 본다.

남일호 자네, 험한데 있다가 나왔지 않나? 이발비라 생각하게.

머리도 좀 만지고, 옷도 한 벌 맞추게나.

석주일 (남일호를 보는)

남일호의 환대에 불길한 기운 느끼는 석주일의 얼굴에서-


38. 공사현장 옥상 / 밤

공사현장 옥상에 혼자 서 있는 석주일. 야경을 보며 고민에 빠져 있는 얼굴이다.

그 위로-

인서트>

16부 36씬 이어지는 상황. 남일호 저택 서재, 남일호가 석주일에게 말한다.

남일호 석 사장 애들이 시원치가 않아. 이번 규만이 재판 관련된 놈들은

석주일 사장이 직접 처리해줬으면 좋겠네.

석주일 ....

남일호 박동호도 포함해서!

/ 다시 현재. 석주일의 착잡한 얼굴에서-

39. 하영의 원룸 앞 / 밤

큰 짐가방을 들고 급히 나오는 송하영. 택시를 잡는다. 차에 올라타며-

송하영 고속터미널로 가주세요.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송하영의 얼굴. 한편, 누군가가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송하영의 뒤를 쫓는다. (송 변이지만 드러나지 않습니다.)

40. 검찰총장실 / 낮

채진경이 검찰총장과 차를 마시며 대화중이다.

검찰총장 대기업 일가라고 특별히 솜방망이식 처벌을 하는 건 더는

통하지 않습니다.

채진경 일호그룹 남규만 사장이 불구속으로 풀려난 것 때문에 우려가

크신가 봅니다.
검찰총장 최근에 대통령님이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밝히셨고, 국민

들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지 않습니까, 채 검사.

채진경 남 사장이 불구속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여전히 피고인의 신분입니다.

(잠시) 죄가 있다면 재판 철저히 준비해서 검사로서 누가 되지 않

도록

하겠습니다.

만족스러운 듯 끄덕이는 검찰총장. 결의에 찬 채진경의 모습에서-

41. 대검찰청 복도 / 낮

채진경이 검찰총장과의 면담 후,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이때 탁영진이 검찰총장실로 향하다가 채진경과 마주치게 된다.

탁영진 채 검사, 남규만 사장 재판 준비는 잘 되갑니까?

채진경 제 능력껏 준비할 뿐이죠. (잠시) 여긴 어쩐 일이세요?

탁영진 총장님께서 바둑 한 판 두자고 하셔서 오는 길입니다.

(엷은 미소 띤 채) 그럼.

검찰총장실로 향하는 탁영진. 채진경, 그런 탁영진의 모습이 의아하기만한데-

42. 비밀의 방 / 낮

인아, 비밀의 방에서 자료들을 보고 있는데 사무실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 들린다. 본능적

으로 위험을 감지한 인아. 출입구로 조용히 다가가는데.

41-1 옥탑사무실 / 낮

석주일이 부하들을 데리고 사무실을 덮친다.

광산 형님! 아무도 없습니다.

석주일 일호그룹과 남규만 사장에 관련된 자료들은 모두 챙기라.


조폭들 네.

분주히 변두리 로펌을 뒤지고 엎어버리는 조폭들.

43. 옥탑사무실-비밀의 방+진우 차 안 / 낮

조폭들 사무실 엎는 소리 들리고,

인아, 무서워서 비밀의 방문을 잡고 서 있다가 숨죽여 진우에게 전화한다.

인아 (조용히 다급하게) 진우야. 지금 사무실에 이상한 사람들이

들이 닥쳤어.

진우 넌 지금 어디야?

인아 니 방에 숨어있어.

진우 (다급한) 내가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속도를 올려 달리는 진우-

44. 옥탑사무실+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낮

석주일, 비밀의 방 책장 쪽에서 둘러보고 있는데, 비밀의 방을 알아차리지는 못한다.

조폭들 별 게 없다는 듯 석주일 주변으로 모이고-

광산 건질만한 게 없습니다.

/ 비밀의 방. 숨죽여 밖에 상황을 듣고 있는 인아.

석주일 (E) 적당히들 마무리하고 김찬이 잡으러 퍼뜩 가자.

조폭들 (E) 네. 형님.

45. 안 실장의 차 안 / 낮

주차된 차 안에 나란히 앉아있는 안 실장과 석규. 대화중이다.


안 실장 규만이도 나왔는데 오프너 나이프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석규 수범아, 이 일은 신중히 처리해야 할 것 같다.

안 실장 (놀라며) 그럼, 규만이를 놔주자는 얘기야?

석규 남일호 회장 영향력이 커서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증거로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어.

안 실장 (불안한 눈빛으로 보는)

석규 확실한 증거인만큼 가장 필요한 사람한테 줘야지.

결심을 한 듯한 석규의 얼굴. 그런 석규를 유심히 바라보는 안 실장의 얼굴에서-

46. 옥탑사무실-1층 / 낮

옥탑 사무실 안에 뛰어 들어오는 진우. 난장판이 된 사무실을 보고 놀라는 진우.

급히 비밀의 방 쪽으로 달려가며-

진우 인아야!

47.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낮

방 한 쪽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인아. 진우가 급히 뛰어 들어온다.

진우 인아야!!

진우를 본 인아, 자리에서 일어나고, 진우가 인아를 걱정스레 붙잡고 살핀다.

진우 괜찮아? 다친 데는?

인아 난 괜찮아. 다행히 여기는 안 들켰어.

진우 (안도하는)

인아 그 사람들 김찬한테 간다고 했어.

진우, 좋은 생각이 난 듯 바로 휴대폰을 꺼내드는데-


48. (교차) IG엔터 건물 일각+옥탑 사무실-비밀의 방 / 낮

IG엔터 사옥 일각에서의 김찬. 통화 중이다.

김찬 또, 무슨 일입니까?

/ 비밀의 방. 진우가 벽에 붙어있는 남규만 사진을 보며 통화 중이다.

진우 지금 남규만쪽에서 당신을 제거하기 위해 사람들을 보냈습니다.

김찬 (여유 있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하는데)

진우 시간이 없습니다. 못 믿겠으면 앉아서 당하시던가. (끊는)

/ IG엔터 사무실. 김찬, 귀에 대고 있던 휴대폰을 내리며 복잡한 얼굴인데-

49. IG엔터 사무실 건물 입구 / 낮

검은 색 차들이 줄지어 들어오더니 입구에 멈추어 선다.

차에서 내리는 석주일 패거리들. 석주일도 내려 쑥 훑어보고는 안으로 들어가라는 손짓한

다.

안으로 들어가는 덩치들. 이 상황을 맞은편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김찬의 모습.

김찬 (급히 전화를 거는) 김찬입니다. 남규만 집무실 / 밤

편안한 옷을 입은 남규만, 매트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명상 중이다.

편안한 음악과 새소리 들린다.눈을 감고 숨을 길게 편히 내쉬는 남규만.

안 실장이 뒤에서 이를 어이없는 얼굴로 지켜보고 있고-탁영진, 노크를 하고 들어와 남규

만 앞에 선다.

탁영진 남규만 사장님.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탁영진입니다.

남규만 (눈을 뜨고) 아버지한테 얘기 들었어요. 채진경 검사 어떻게 체인지

좀 안되나요?

탁영진 제가 아직 그럴 권한까지는 없습니다. 홍무석 변호사님도 쉽게 재판


내줄 분은 아니구요.

남규만 내가 원래 성격이 좀 급해서.

탁영진 재판이란 게 원래 흐름을 타는 거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죠.

남규만 (잠시 보다가) 박 변처럼 뒷통수 치시는 거 아니죠? 누군가 꼭

뒷감당을 하게 되더라구.

탁영진 저도 제 인생 걸고 내린 결정입니다. 믿어보세요.

남규만 (빙그레 웃는) 나가봐요.

탁영진. 남규만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나간다. 남규만, 명상 끝내고 일어서며-

남규만 뭐야. 부부장검사라드니. 능력 없는 거 아냐?

안 실장 아냐. 성격도 화끈하고 일처리 확실하대.

남규만 그래? 재판... 법이 좋다. 법이 좋아. 법이고 뭐고 그냥 확 쓸어버리면 좋을

텐데.

50. 진우의 차 안 / 밤

조수석에 앉아있는 김찬과 운전석에 앉아있는 진우.

김찬이 USB를 진우에게 건넨다.

김찬 이게 전붑니다.

진우 (USB 받고) 당신도 죗값은 치러야 할 겁니다.

김찬 ...알고 있습니다.

진우 그리고... 송하영씨 이젠 풀어줘.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운전대 잡은 진우의 굳은 얼굴에서-

51. 옥탑사무실-비밀의 방+남규만의 방 / 밤

진우, 김찬에게 받은 USB 들어 보며 통화 중이다.

진우 남규만. 너의 더러운 욕정을 채우기 위해 회사를 만들고,


개인 비자금 조성까지.

/ 남규만의 방. 와인을 마시다 통화를 하고 있는 남규만.

남규만 (어이없는) 뭐? 이 새끼가.

진우 니가 나온 동영상이 꽤 많네. 컬렉션 하나 만들어도 되겠어.

/ 비밀의 방. 진우, 차갑게 빛나는 눈빛으로-

진우 기대해. 이 영상들, 개봉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 남규만의 방. 남규만이 어이없어 웃기 시작한다.

남규만 와... 이 거지 새끼가! 야 서진우! 근데 너 나한테 (하는데)

진우, 전화 끊어 버리는-

남규만 왜 그러는 거냐? 어? 이 새끼. 내 말 안 끝났는데. 야!!

열 받아 광분하는 남규만. 이를 겁먹은 얼굴로 옆에서 지켜보는 안 실장.

남규만, 테이블을 다 뒤집어엎으며 분노 폭발하는 모습에서-

52. 옥탑 사무실 / 낮

초초한 얼굴로 전화를 걸고 있는 인아. 인아의 휴대폰 액정에 ‘송하영’이 뜬다.

송하영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인아. 하지만, 신호만 갈 뿐 전화를 받지 않는다.

송 변, 들어오며-

송변 (걱정스레) 무슨 일이야?

인아 하영씨가 전화를 안 받아요.

송변 아~ 대단해. 역시 서 변이야.

인아 (의아한 얼굴로 보면)


인서트>

옥탑사무실. 진우가 송 변과 대화중이다.

진우 하영씨가 협박을 받을 거예요.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

송 변이 하영씨를 계속 주시해주세요.

송변 콜!

/ 다시 현재. 송 변, 방긋 웃으며-

인아 그럼 하영씨 지금 어딨는지 아세요?

53. 송 변의 차 안 / 낮

송 변이 운전 중이고, 인아가 진우와 통화 중이다.

인아 진우야. 나, 송 변호사님하고 지금 하영씨 찾으러 가고 있어.

꼭 데리고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송 변, 속도를 올리는 모습에서-

54. 법원 복도 / 낮

복도에 들어서는 진우와 박동호. 그때,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홍무석과 남규만.

뒤엔 안 실장도 있다. 서로 전의를 불태우며 마주선다.

남규만 니 원대로 날 법정에 세웠네? 이제 만족하시나?

진우 (여유롭게 웃으며) 기다렸다. 남규만. 기분이 어떠신가?

남규만 나야 우리 홍 변이 계시니 그냥 구경하러 온 거야.

박동호 두 분 오랜만입니더.

홍무석 확실히 박 변하고는 적으로 만나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네요.

박동호 그런가예? 악연도 운명인갑네예.

남규만 박 변. 옛정 생각해서 내가 좀 참고 있는데 조만간 재밌는 일


있을 거야.

남규만, 홍무석 법정으로 들어가고- 진우, 박동호 서로 얼굴 보며 그들을 바라보는데-

55. 단독주택 마당 / 낮

경기도 인근에 있는 허름한 단독주택이다. 송하영 할머니의 집이다.

인아가 주변을 유심히 살피며 안으로 들어선다.

인아, 구석을 보면 송하영이 강아지에게 밥을 주며 쓰다듬고 있다.

인아 하영씨.

송하영 (깜짝 놀라며 눈이 커다래지는)

56. 단독주택 거실 / 낮

인아와 송하영이 마주보고 앉아 있다. 송하영은 고개 숙인 채 말이 없는데-

인아 (조심스레) 하영씨, 많이 걱정했어요. 지금 같이 가면 오늘 재판(하는데)

송하영 (말 끊으며) 변호사님, 저 이 재판 그만 둘게요.

인아 (놀라며) 하영씨..

송하영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었어요. 제 생각이 너무 짧았어요.

인아 아니에요. 하영씨가 용기 내줘서 남규만을 법정에 세울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오늘 재판에서 하영씨가 그 날의 진실만 얘기해주면 (하

는데)

송하영 (눈물 터지며) 저, 재판에 설 수 없다구요! 김찬이 그랬어요.

재판에 서는 순간, 그날 찍어놓은 동영상 세상에 풀어 버리겠다고!

인아 (말문이 막히는) !

송하영 (울먹이며 두려움 가득) 제가 재판에 서는 건 한 번이지만, 그 사람이

동영상 공개해버리면, 그건 평생 저를 쫓아다닐 거예요. 그러면 배우가

되려던 제 꿈은... (흐느끼는)

마음이 아픈 인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잠시 후, 인아가 가만히 하영의 손을 잡는데-


인아 하영씨, 미안해요. 어느 순간, 제가 재판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었네요.

송하영 (눈물을 멈추며 가만히 인아를 보는)

인아 (잠시) 처음에 저를 찾아와 줬던 것처럼, 한 번만 더 저를 믿어줄래요?

송하영 변호사님..

인아 그 동영상, 확보했어요. 절대 유포되지 않게 우리가 막을 게요.

남규만도, 김찬도 꼭 처벌받게 할게요.

흔들리는 눈빛의 송하영. 인아, 그런 송하영을 따뜻함과 간절함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57. 재판정 / 낮

진우와 박동호, 방청석에 앉는다. 남규만도 피고인석에 앉으며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한다

진우, 그런 남규만을 보는데서-

진우 (E) 이 재판을 시작으로 아빠 무죄 꼭 밝혀낼게.

인서트>

1부 2씬. 교도소 면회실. 면회창 너머로 고등학생 진우가 울먹이고 있다.

진우 (흐느끼는) 나 변호사 될 거야.

서재혁 (그 말에 걸음 멈추는)

진우 아빠 사형되기 전에 무죄 밝혀낼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서재혁, 교도관들에게 강제로 끌려 들어간다.

진우 약속해!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절대!!!

끌려 들어가는 서재혁과 면회창 너머의 진우, 서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다시 현재. 결연한 표정의 진우. 검사석엔 채진경이, 변호인석에 홍무석이 앉아있다.

방청석에 안 실장도 보인다. 판사가 들어오면서-

시간경과>

채진경, 자리에서 일어난다.

채진경 피고인 남규만은 피해자 송하영을 강간하고 상해를 입혔습니다.

이에 공소 제기합니다.

판사 변호인, 공소사실을 인정합니까?

홍무석 (일어나며)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때, 재판정 문이 열리고 인아와 송하영이 들어온다. 남규만과 눈이 마주치자 얼어붙는

송하영. 그런 송하영을 인아가 잘 다독여 재판정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진우, 인아 모두

안도하고-

채진경 피해사실 확인을 위해 증인을 신청합니다.

판사 검사측 증인 나오세요.

송하영이 증인석으로 나오며 남규만 쪽을 애써 외면한다.

송하영 (힘겹게) 매니저 김찬의 소개로 광고주인 남규만을 만났습니다. 1차로

일식집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술은 두 잔만 마셨을 뿐인데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처음 보는 장소였습니

다.

채진경 지금 그 장소가 어딘지 기억합니까?

송하영 네. 김찬 회사에 숨겨진 밀실이었습니다.

남규만,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 말에 방청객들이 웅성거리고-

채진경 증인이 말한 것처럼 매니저 김찬과 피고인 남규만에 의해 피해자는

회사의 밀실로 강제로 옮겨졌습니다. 이에 증거 제출합니다.


채진경, 서기에게 CCTV 증거를 제출한다.

인서트>

CCTV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진우, 송 변의 몽타주가 펼쳐진다.

-IG 엔터테인먼트 입구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CCTV파일을 입수하는 진우와 송 변.

-옥탑사무실에서 입수한 CCTV파일을 재생해서 살핀다. 진우와 송 변이 번갈아 가며 영상

을 살핀다.

송 변, 드디어 5개월 전 사건 당일 날 남규만이 회사에 들어가는 영상을 찾아낸다!

영상을 찾아내고 좋아하는 진우와 송 변의 모습에서-

/ 다시 현재. 채진경이 제출한 CCTV영상이 스크린에 재생된다.

인서트>

남규만의 차가 도착한다. 송하영을 업고 회사 입구로 들어가는 김찬.

그 뒤를 따르는 남규만이 보인다. 그 위로 채진경의 목소리가 깔린다.

채진경 보시는 것처럼 피해자 송하영은 정신을 잃은 사이 김찬에 의해 회사에

들어가 남규만에게 강간을 당한 것입니다.

고개 떨군 채 우는 송하영. 방청객들도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채진경이 진단서를 서기에게 제출한다. 스크린에 성폭행 진단서가 뜬다.

채진경 폭행에 의한 강간임을 입증하는 증거입니다.

홍무석 (자리에서 일어나) 양측합의에 의한 관계였습니다. 피고인과 송하영은

지속적인 만남을 가진 사이였습니다. 그날 밤, 피해자를 업었던 이

유는

송하영이 만취했기 때문입니다.

채진경 (여유 있게) 만취한 피해자를 왜 회사로 데려간 거죠?

홍무석 취했으니까 안전한 곳으로 데려간 거 아닙니까?

채진경 그 늦은 시간에, 남자 둘이 만취한 여성을 업고 갔다는 겁니까?


아무도 없는 회사로?

팽팽하게 공방을 벌이는 채진경과 홍무석. 그 위로, 인아의 목소리가 깔린다.

인아 (E) 김찬 회사의 실체를 밝힐 자료를 드릴게요.

58. (과거) 옥탑사무실 / 낮

채진경을 중심으로 진우와 인아가 소파에 앉아 재판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인아 송하영 사건이후, 김찬 회사에 일호그룹의 투자금이 들어갔어요.

진우 김찬 회사의 재무 상태를 조사해봤어요. 김찬 회사는 연매출 10억에

손실만 90억이 잡혀있는 부실한 기획사였습니다. 여기 김찬 회사

이중장부를 드릴 테니까 재판에서 쓰시면 될 거예요.

진우가 채진경에게 서류를 건넨다. 그 위로 홍무석의 목소리가 깔린다.

홍무석 (E) 이의 있습니다!

59. 재판정 / 낮

홍무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론을 하고 있다.

홍무석 피고인은 평소 한류문화를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관심이

높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투

자를
한 것인데 이를 대가성으로 매도하는 것은 검사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채진경 반론을 위해 증거를 제출합니다.

채진경, 서기에게 (진우가 제공한) 서류를 건넨다.


채진경 IG 엔터테인먼트는 실질적으로 대중문화 사업을 추진했던 곳이

아니라 밀실까지 만들어 재벌의 개인 비자금 조성과 향락을 제공


하는

창구였습니다!

홍무석 (일어나서 강하게) 검사측의 말도 안 되는 억측에 불과합니다.

판사 검사측, 증거 있습니까?

채진경의 자신만만한 얼굴 위로, 진우의 목소리가 깔린다.

진우 (E) 압수수색이 필요해요. 그런데 타이밍이 중요해요.

60. (과거) 옥탑사무실 / 낮

채진경, 진우와 인아가 회의를 하고 있다.

진우 재판 열리는 당일, 회사를 급습해야 저쪽에서 반격할 기회가

없을 거예요.

채진경 그래. 그럼 내가 수색영장 받아놓을게.

인아 그리고 재판을 완전히 가져올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어요.

채진경 (잔뜩 궁금해 하는 얼굴)

인아 대신, 이 증거는 하영씨와 약속했기 때문에 신중히 해주세요.

61. 재판정 / 낮

채진경 저희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한 결과, 실제 회사에서 10평 규모의

밀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에 증거 자료 제출합니다.

밀실사진 자료를 제출하는 채진경. 송하영은 고개를 떨군다. 한편 홍무석은 증거 자료제출

에 당황하는 표정된다. 남규만도 얼굴이 굳는데- 진우와 인아는 엷은 미소를 짓는다.

채진경 이와 함께 결정적인 증거를 재판장님께 직접 제출하겠습니다.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남규만 (불안함에 얼굴이 일그러지는)

판사 (눈치 채고) 검사측, 변호인측 앞으로 나오세요.

채진경과 홍무석이 판사 앞으로 온다. 셋만 조용히 대화하는 느낌.

채진경 사건당시, 범죄 현장이 이 영상에 고스란히 찍혀있습니다.

홍무석 (격앙된 어조로) 재판장님. 출처조차 불분명하므로 증거로

채택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 위로-

62. (과거) 옥탑사무실 / 낮

진우와 인아가 채진경에게 말한다.

인아 홍무석은 분명히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거예요.

채진경 당연히 그럴 테지.

진우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해요. 오전에 압수수색 과정에서 얻은 증거라

사전에 고지하지 못했다고 말하면 됩니다.

채진경 판사가 인정해줄까?

진우 분명, 받아들여질 겁니다. 이건 가장 강력한 증거니까!

확신에 찬 진우의 얼굴. 그런 진우를 보는 인아와 채진경.

63. 재판정 / 낮

판사 앞에 채진경과 홍무석이 있다. 고심하고 있는 판사의 얼굴. 잠시 후-

판사 증거로 채택합니다.

그 말에 똥 씹은 얼굴 되는 홍무석. 채진경, 방청석의 진우와 인아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송하영은 울먹이고 있다. 한편, 남규만의 얼굴은 급격히 일그러지는데-


판사 오늘 공판은 여기서 마칩니다. 검사측이 제출한 증거는

비공개로 확인한 후, 진위여부를 따져 2차 공판을 하겠습니다.

진우, 남규만을 보란 듯이 쳐다본다. 남규만, 송하영을 강하게 노려보는데-

힘겹게 남규만의 시선을 받아내는 송하영의 얼굴에서-

64. 법원 복도 / 낮

복도로 나온 송하영이 흐느끼고 있다. 그런 하영에게 다가가 인아가 따뜻하게 안아준다.

송 변도 기뻐서 하영을 안으려고 다가가면, 연 사무장이 송 변의 등짝을 때린다.

진우,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는 모습에서-

65.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 밤

석주일이 사무실에 있는 박동호와 박동호 부의 사진을 보고 서 있다.

인서트>

16부 36씬 상황. 남일호가 석주일에게 말한다.

남일호 석주일 사장이 직접 처리해줬으면 좋겠네. 박동호도 포함해서!

/ 다시 현재.

석주일 (사진보며) 미안하다, 경수야. 너무 멀리 왔다.

내가 아니더라도 남씨 일가는 동호를 죽일라고 들 기다.

이왕이면... 내 손으로 거두는 게 낫지 않겠나?

그때, 박동호가 들어온다.

석주일 동호야. 지금 서진우와 재판 준비하는 거 모두 그만 둬라.

박동호 (비웃으며) 활시위는 이미 당겨졌다 안켔습니꺼?

석주일 내말 들으라. 동호야. 마지막 부탁이다.


박동호 자꾸 이름 부르지 마이소! 당신과는 이미 연을 끊었습니더!

석주일 당신이라... (잠시) 늦었지마는... 내 고백하나 할꾸마..

박동호 (석주일을 보는)

석주일 느그 아버지는.. 내 친구기도 하다. 4년 전에 니를 일호로 끌어 들인 건,

니도 내 친구 경수맨치로.. 잃기 싫어서였다.

박동호 (석주일의 멱살을 확 잡아 올리며) 헛소리 집어 치우이소!!

석주일 이건 진심이다. 동호야.

박동호 (멱살 뿌리치며) 빨리 나가이소!!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지란 말입니더!!!

원망과 분노 가득한 박동호의 눈빛에서-

66. 옥탑사무실-1층 / 밤

텅 빈 옥탑 사무실. 인아가 피곤했는지 소파에 누워서 잠들어 있다.

그 모습을 보던 진우. 담요를 가져다 인아에게 덮어주고 가만히 바라보는 진우.

진우 (인아의 머리 쓰다듬으며) 수고했다.

67.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밤

노트북 앞에 앉아 진우가 동영상 녹화를 하고 있다.

진우 인아야...

진우가 영상을 남기는 데서-

68. 공사현장 일각 / 밤

주차된 석주일의 차 옆에 서 있는 석주일이 멀찌감치 걸어오는 박동호를 보고 있다.

석주일, 등 허리춤에 칼을 조심스럽게 꽂아 넣는다.

박동호가 석주일을 향해 천천히 걸어온다. 마주보고 선 박동호와 석주일.


석주일 (푸근한 미소지으며) 왔나?

박동호 (냉랭한) 와 불렀습니꺼?

석주일 내한테... 다시 행님이라 함 불러봐라.

박동호 싫습니더.

석주일 함 불러봐라...

박동호 (말없이 보는)

석주일 (웃으며) 짜슥. 마이 컸네.

(한참 망설이더니) 동호야... 내가 아무래도 덫에 걸린 것 같다.

니는 더 이상 피 묻히지 마라. 이 덫은 내가 치울 기다.

박동호 (의아하지만 내색 않는)

석주일 (미소짓는) 이제 됐다. 날도 추운데, 먼저 들가그라.

박동호, 석주일의 말에 미련없이 뒤돌아 서 걷는다.

석주일, 천천히 멀어져가는 박동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석주일, 자신의 차에 올라탄다.

그때, 돌연 금 실장이 나타나 차 문을 연다.

순식간에 석주일의 허리춤에 찬 칼을 재빨리 뽑아 석주일의 복부를 찌른다.

운전석에 널브러지는 석주일, 차창 밖으로 멀어져가는 박동호의 뒷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눈을 감는다.

69. 병원 복도 / 밤

병원 복도를 다급히 지나가는 박동호와 편사무장. 동호, 떨리는 얼굴로-

70. 병원 / 밤

희미하게 흐르는 바이탈사인. 쉭쉭 튜브를 올리는 석주일의 가쁜 숨소리만 들린다.

그 모습을 본 박동호, 충격에 빠져 망연자실한 얼굴이다. 떨리는 박동호의 얼굴 위로-

인서트>

2부 41씬. 장례식장 밖.
석주일 세상이고 사람이고 맨바닥에 때리 눕히는 센 주먹은 법을 주물럭거리는

주먹이다.

박동호 법 말입니꺼?

석주일 내 같은 건달들은 법 주물럭거리는 넘들한텐 죽었다 깨나도

절대 못 이긴다. 생각 있나? 있으면 타고?

박동호 (전혀 생각지 못한 제안에 갈등하는) 지보고 법을 배우란 말입니꺼?

/ 다시 현재.

편 사무장 (슬픔에 오열하는) 행님...

박동호 죄송합니더. 행님. 죄송합니더.

편 사무장 (박동호 부축하는) 행님... 진정하이소... (계속 우는)

박동호 상호야... 이제 내가 피를 봐야겠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 물러설 수가 없다.

박동호의 비장한 얼굴에서-

71.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 낮

박동호가 사무실에 들어온다. 진우가 기다리고 있다.

박동호 (기분 가라앉은 채) 어쩐 일이고? 재판 준비는 잘 되가나?

진우 석 사장... 남일호 짓이지?

박동호 피는 내가 묻힐 테니 진우 니는 재판에서 이기기만 해라.

그 때,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형사 한 무리가 들어서는데- 배 형사다.

배 형사 (구속영장 들이밀며) 박동호. 당신을 석주일씨 살인미수혐의로

체포합니다.

박동호 뭐라꼬?

배형사, 박동호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


박동호 (태산 같은 소리 지르는) 당장 이거 안 푸나?

편사무장, 들어오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박동호와 진우 서로 마주보는 데서 엔딩.

-16부 끝
Remember 17

1. 박동호 옛날 사무실 / 밤

박동호, 홀로 집무 책상에 앉아있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액정 보면, 편 사무장이다.

편 사무장 (E) 행님 큰 일 났습니더!

박동호 !!

박동호, 놀란 얼굴로 사무실 밖으로 뛰어 나간다. 잠시 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사무실로 들어온다.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살피는 남자,

소파 밑에 뭔가를 숨기는 모습에서-

2. 시내도로-차 안 / 밤

운전대 잡고 있는 박동호. 이어셋으로 편 사무장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편 사무장 (E) 행님이 지금 칼에 찔려서 혼수상태라고 합니더.

박동호 지금 날아가니까 단디 실피고 있어라.

심하게 떨리는 박동호의 눈빛. 박동호, 가속페달을 힘껏 밟는다.

3. 병원 / 밤

희미하게 흐르는 바이탈사인. 쉭쉭 튜브를 올리는 석주일의 가쁜 숨소리만 들린다.

그 모습을 본 박동호, 충격에 빠져 망연자실한 얼굴이다.

편 사무장 (슬픔에 오열하는) 행님...

박동호 죄송합니더. 행님. 죄송합니더.

편 사무장 (박동호 부축하는) 행님... 진정하이소. (계속 우는)

박동호 상호야, 이제 내가 피를 봐야겠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

물러설 수가 없다.
박동호의 비장한 얼굴에서-

4. 옥탑사무실 / 낮

책상에 앉아 서류를 보던 진우. 송변이 뛰어 들어온다.

송변 서 변, 석주일 사장이...!

그 말에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는 진우의 모습에서-

5.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 낮

박동호가 사무실에 들어온다. 진우가 기다리고 있다.

박동호 (기분 가라앉은 채) 어쩐 일이고? 재판 준비는 잘 되가나?

진우 석 사장... 남일호 짓이지?

박동호 피는 내가 묻힐 테니 진우 니는 재판에서 이기기만 해라.

그 때,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형사 한 무리가 들어서는데- 배 형사다.

배 형사 (구속영장 들이밀며) 박동호. 당신을 석주일씨 살인미수혐의로

체포합니다.

박동호 뭐라꼬?

배형사, 박동호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

박동호 (태산같은 소리 지르는) 당장 이거 안 푸나?

편사무장, 들어오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박동호와 진우, 서로 마주본다.

충격에 빠진 편 사무장과 놀란 진우의 모습.

형사들, 사무실을 뒤지기 시작한다. 형사1, 소파 밑에서 칼을 발견한다!


형사 1 흉기 찾았습니다!

형사 1이 장갑을 끼고는 피 묻은 칼을 꺼낸다. 칼을 배 형사에게 건네는 형사 1.

박동호, 당황한 얼굴로 서 있다. 배 형사, 칼을 박동호 눈앞에 들이밀며-

배 형사 이래도 부인할 건가? 흉기까지 나왔는데.

박동호 (배 형사를 강하게 노려보는)

배 형사 (형사들에게) 연행해!

편 사무장 행님!!

박동호, 형사들에게 끌려 나간다. 이를 놀란 얼굴로 보는 진우의 모습에서-

6. 남규만 집무실 / 낮

소파에 앉아 홍무석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남규만. 홍무석, 시선을 내리고 있다.

남규만 내가 왜 화가 나는 줄 알아요? 당신을 이긴 사람이 채진경이 아니라

서진우라서야.

남규만, 눈빛이 더욱 매서워진다. 그 기색 느끼고 더 표정 굳는 홍무석.

남규만 (다소 흥분해서) 이 판 벌린 것도 서진우고, 뒤에서 조종하는 것도

서진우라는 거 잘 알잖아요?

홍무석 (굴욕감 느끼는) 면목이 없습니다... 서진우를 더 주시하겠습니다.

남규만 능력을 증명해야 여기에 계속 붙어 있을 수 있다는 거, 잊지 마요.

서진우 못 꺾으면 홍 변이 나한테 꺾이는 거야.

그때, 안 실장이 급하게 들어오며-

안 실장 사장님, 박동호 변호사가...

의아한 얼굴로 안 실장을 보는 남규만. 그 위로 인아의 목소리가 깔린다.


인아 (E) 살인미수로 체포됐다고?

7. 옥탑사무실-회의실 / 낮

회의실에 둘러앉아 있는 변두리로펌 멤버들. 인터넷에 있는 ‘박동호 변호사, 일호 물산 석

주일 사장 살인 미수 혐의로 붙잡혀’ 기사를 보고 있다. 인터넷 뉴스를 보며 놀란 얼굴의

인아, 송 변, 연 사무장. 진우는 심각한 얼굴로 기사를 보고 있는데-

송변 에이~ 박동호가 아무리 조폭 같아도 그렇지, 사람을 찔렀을 리가 없지.

연 사무장 석주일은 박동호가 아버지처럼 생각하던 사람 아냐? 이상한데.

진우 박동호가... 함정에 빠진 것 같아요.

인아 (놀란 눈으로 진우를 보는데)

진우, 굳은 얼굴로 인터넷 기사 속 체포당하는 박동호의 사진을 보는 모습에서-

8. 남규만 집무실 / 낮

남규만, 엉킨 생각을 정리하려는 얼굴이다. 그 모습 살피는 홍무석.

남규만 일이 뭔가 좀 꼬였네. 석주일사장이 박동호한테 당한 건가?

안 실장 (듣는)

남규만 평소엔 아버지 아들처럼 굴더니 결정적인 순간에 칼을 꽂아 버리네.

깡패들 의리도 별 거 없어. 안 그래요?

홍무석 (맞장구치며) 원래 조폭들 의리라는 게 종잇장 같은 거라서 자기가

살기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죠.

남규만 (조롱하듯) 암튼 박 변 무섭네. 조심해야겠어. 이거 원.

홍무석 이번 재판, 박 변이 사이드에서 서진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살인미수로 법정에 서게 되었으니 저쪽은 날개 하나가 꺾인 셈이

죠.

남규만 재판에는 희소식이라는 거네.

홍무석 다음 재판에선 서진우의 날개까지 뽑아버리겠습니다.


결연한 홍무석, 남규만도 흡족해하는데-

9. 구치소 면회실 / 낮

박동호가 편 사무장과 면회 중이다.

박동호 행님, 상태는 어떻드나?

편 사무장 큰 행님, 혼수상태 그대롭니더.

박동호 아들은 행님 잘 지키고 있나?

편 사무장 행님 얼라들도 다 떠났으예. 식구라곤 이제 10명도 안 남았습니더.

박동호 상호야. 행님이 아무래도 남일호한테 당한 것 같다.

편 사무장 (보는)

박동호 행님이 그리 되기 전에 내한테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이 남 회장 일에

너무 깊게 들어갔다고. 내보고는 더 이상 피 묻히지 마라고.

남 회장 개 노릇하는 배 형사가 내를 체포하러 온 것만 봐도

그렇다.

편 사무장 큰 행님이 행님 지킬라고 했던 것 같습니더.

분통이 터지는 박동호. 면회실 창문을 쾅 친다.

박동호 니가 행님을 돌봐야 한다. 알았나?

편 사무장 알겠습니더, 행님. 근데...

박동호 (보면)

편 사무장 변호사는 우얍니꺼?

박동호 ...신경쓰지 마라. 일단은 행님부터 챙기라.

10. 옥탑 사무실 / 낮

채진경과 인아가 소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아 박동호 변호사 소식은 들으셨죠?


채진경 응. 연수원 동기들도 소식듣고 많이들 놀랐지.

인아 ...검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채진경 글쎄. 아직은 뭐라 단정은 못하겠어. 동기들은 박 변이 자주 조폭들과

어울리기도 했다면서, 몇몇은 믿는 눈치야.

인아 (가만히 보면)

채진경 그치만 난 박 변이 누구를 죽일 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주먹보다 법정에서 말로 이기는 걸 업으로 삼은 사람이니까.

커피를 마시는 채진경. 그런 채진경의 말을 곱씹으며 고민에 잠긴 인아의 얼굴에서-

11. 병실 복도 / 낮

무거운 얼굴로 복도를 걷고 있는 편 사무장. 석주일의 병실이 보인다.

덩치들이 병실 앞을 삼엄하게 지키고 있다. 편 사무장을 보자 다가오는 광산.

편 사무장, 광산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병실 안으로 들어간다.

12. 병실 / 낮

희미하게 흐르는 바이탈사인. 석 사장은 의식을 완전히 잃은 상태다.

편 사무장, 석주일을 무거운 얼굴로 보는데-

13. 남일호 저택-서재 / 밤

탁영진이 남일호에게 보고를 하고 있다.

탁영진 이번에 국세청장이 바뀌어서 조만간 국내 10대 기업 대상으로

대규모 세무조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남일호 매번 자리 바뀔 때마다 호들갑들은.

탁영진 시선을 돌리기 위해 다른 이슈를 건드려서 시선몰이를 하려고 합니다. 회

장님.

남일호 (흡족한 미소로) 역시 탁 검사. 덕분에 미리 대비를 할 수 있게 됐구만.


그때, 홍무석이 들어온다. 탁영진, 홍무석에게 목례한 뒤 서 있는데-

남일호 (탁영진에게) 그만 가보게.

탁영진, 남일호에게 목례하고 나가다 홍무석과 눈이 마주친다. 미소지으며 나가는 탁영진

남일호 (홍무석에게) 보고하게나.

홍무석 이번 일로 보스가 다쳐서 석주일 부하들이 들고 일어났었습니다.

남일호 그래서?

홍무석 일개 양아치들이잖습니까. 돈 좀 먹였더니 줏대없이 와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남일호 뒤탈은 없겠지?

홍무석 그럼요 회장님, 칼 쓴 놈도 잘 숨겨뒀습니다.

남일호 규만이는 내가 손 쓴 거 모르는 눈치고?

홍무석 그렇습니다.

남일호 담당검사는 누군가?

홍무석 제 후뱁니다. 크게 우려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비릿한 미소짓는 홍무석의 얼굴에서-

14. 옥탑사무실 / 밤

진우가 책상에 앉아있고 편 사무장이 급히 들어온다. 송 변과 연 사무장, 누군지

유심히 살피는데-

편 사무장 진우야.

진우 (자리에서 일어나 편사무장 보는)

편 사무장 (다짜고짜) 울 행님 변호 좀 맡아도.

진우 (표정 엷게 굳는)

편 사무장 행님이 누명을 썼다. 진우 니도 알잖아? 울 행님이 큰 행님을

죽이지 않았다는 거.
진우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에요.

그때, 인아가 들어와서 부탁하는 편 사무장의 모습을 본다.

편 사무장 (울상 되서) 진우야. 제발 부탁이다. 니밖에는 없다.

진우 (냉랭한) 박 변이 우리 아버지한테 한 일을 알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편 사무장 (절박한) 진우야.

인아 (진우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고 있는)

연 사무장 (다가오더니) 참 뻔뻔하네요. 박동호가 시켰어요? 서 변이 맡아주길

바란다고?

편 사무장 (연 사무장에게) 오해하지 마이소. 시킨 적 없습니더. 지발로 온 겁

니더.

송변 (편 사무장에게 가까이 가서) 에헤! 서 변이 그 사람 변호 맡을 일, 절대

없다니까~

편 사무장 (진우에게 더욱 절박하게) 진우야. 우리 행님 누명 벗겨줄 변호사는

진우 니 밖에 읎다.

진우 (굳은 얼굴로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서류만 쳐다보는)

인아 (진우 살피더니 차분히) 그냥 돌아가세요. 어렵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여전히 절박한 얼굴의 편 사무장과 여전히 냉정한 진우의 모습.

그런 진우를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는 인아의 얼굴에서-

15.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밤

진우가 박동호 사진을 보고 있다. 인아가 비밀의 방에 차를 들고 들어온다.

안쓰러운 얼굴로 진우를 잠시 보던 인아.

인아 채진경 검사도 박동호가 그랬다고 믿진 않더라.

진우 ... 아무래도 박동호가 누명을 쓴 거 같아.

인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는 마.

진우 (계속 여러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인아, 말없이 진우 어깨를 살짝 토닥이고는 밖으로 향한다.

박동호의 사진을 복잡한 얼굴로 계속 쳐다보고 있는 진우의 얼굴에서-

16. 구치소 수감실 / 밤

재소복을 입고 수감되어 있는 박동호. 그 위로 석주일의 목소리가 들린다.

석주일 (E) 남규만 딱가리는 할 만 하드나?

인서트>

5부 33씬. 박동호 사무실 상황이다. 소파에 앉아 캔 맥주를 마시는 박동호와 석주일.

박동호 (되받아치듯) 남일호 회장 시다바리는 괘안습니꺼?

석주일 (쓰게 웃으며) 맞다, 우리 둘 다 꼬봉이다. 그래두 내는 사장 명패

달았고, 니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비싼 변호사 아이가?

/ 다시 현재. 박동호, 벽을 주먹으로 쾅쾅 치며 괴로워한다.

17. 홍무석 사무실 / 밤

배 형사와 홍무석이 소파에 앉아 있다. 배 형사는 계속 굽신거리는 느낌인데-

홍무석 아버님 건강은 좀 어떠십니까?

배 형사 (조아리며) 남일호 회장님께서 많이 신경써주신 덕분에 점점

좋아지고 계십니다.

홍무석 부탁했던 일은요?

배 형사 지시하신 대로 깔끔히 처리했습니다.

홍무석 하 사장 때도 배 형사가 회장님의 손발이 돼줬는데, 이번 일까지

제대로 마무리해 준다면..

배 형사 (똘망거리는 눈으로 홍무석을 보는)

홍무석 그동안 꽉 막혀있던 배 형사의 인생길이 시원하게 뚫릴 겁니다.

배 형사 (기대감에 부풀며) 이 한 몸 다 바쳐서 회장님과 홍 변호사님께


충성하겠습니다.

머리 조아리는 배 형사. 그런 배 형사를 비릿한 표정으로 보는 홍무석의 얼굴에서-

18. 남일호 저택-서재 / 밤

여경,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관련 자료를 집무책상 위에 탁 내려놓는다.

책상 앞에 앉아있던 남일호, 고개를 들어 여경을 보는데-

여경 마약은 어떻게든 눈 감아보려고 했어요. 근데 살인까진 안 되겠어요.

남일호 (굳은 얼굴로)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여경 저, 오빠가 이 사건 진범이라는 거 알아요.

남일호 여경아.

여경 오빠, 죄 그만 감추세요. 이건 오빠를 위하는 게 아니에요.

저 당장 오빠 (하는데)

남일호, 여경의 뺨을 때린다. 맞은 여경, 충격에 빠진 얼굴인데-

남일호 규만인 일호그룹 후계자다. 오빠가 더 잘 되게 지켜주지는 못할 망정,

무슨 잘못을 했나 파던 중이냐?

여경 아빠...

남일호 꼴도 보기 싫다. 당장 나가!!

무섭게 굳은 얼굴의 남일호. 여경, 충격에 빠진 얼굴로 그런 남일호를 보는 모습에서-

19. 남일호 저택-식당 / 밤

남일호와 남규만이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남일호 역시 여자라서 사리분별력이 떨어져.

남규만 (살짝 놀라며)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남일호 여경이말이다.
남규만 (남일호 가만히 보면)

남일호 자기 마음 불편한 것만 생각하고, 집안일에 희생할 줄은 몰라.

남규만 (살짝 미소짓는)

남일호 검사 그딴 거 다 소용없어. 치마 두르고 자기 마음대로 처신할 거면.

남규만 (조심스레) 그럼, 여경이는 어떻게...

남일호 더는 남자들 하는 일에 왈가왈부하지 못하게 할 거다.

다시 차분히 식사를 하는 남일호. 그런 남일호를 유심히 바라보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20. 남일호 저택-남규만의 방 / 밤

방으로 들어오는 남규만. 안 실장이 따라 들어온다. 남규만, 테이블 위에 있는 양주를 집으

며-

남규만 안타깝네. 한 번 아버지 눈 밖에 나면 되돌리기 힘든데...

검사 동생 덕 좀 보려고 했더니 글러 먹었다.

남규만, 양주를 잔에 따라 시원하게 마신다. 이를 지켜보는 안 실장.

남규만 그나저나... 너 말이야.

안 실장 (살짝 놀라 보면)

남규만 송하영, 그 년 감시 잘해. 그 년이 자꾸 입을 여니까 피곤한 일들이

생기잖아. 어?

안 실장 알았어... 당장 사람 붙여 놓을게.

21. 판사실 / 낮

판사 앞에 홍무석과 채진경이 있다.

판사 1차 공판에서 제출된 동영상의 진위여부를 확인한 결과,

판결에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그 말에 채진경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지고, 홍무석 얼굴이 굳는다.

채진경 저희 쪽에서도 확인해 본 결과, 송하영 씨외에 남규만에게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판사 (잠시 고민하더니) 동영상에 나오는 여성들 중, 추가진술 가능한 사람이

있으면 중요하게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두운 얼굴의 홍무석과 자신감이 느껴지는 채진경의 얼굴에서-

22. 법원 복도 / 낮

법원 복도로 나오는 채진경과 홍무석. 채진경이 홍무석을 경계하며 빠르게 앞서 걸어간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데-

채진경 이인아 변호사, 지금 바로 송하영씨한테 증언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알아봐주세요.

채진경의 멀어지는 모습을 뒤에서 보던 홍무석도 서둘러 전화를 건다.

홍무석 남규만 사장님, 지금 집무실에 계십니까?

23. 남규만 집무실 / 낮

홍무석과 남규만이 대화 중이다.

홍무석 혹시, 송하영같은 경우가 또 있었습니까?

남규만 (어이없는 듯) 내가 그런 걸 다 어떻게 기억해?

홍무석 2차 재판 때 우리가 확실히 뒤집으려면, 유사한 피해를 입은 여성을

찾아 미리 손을 써야 합니다.

남규만 (보는)

홍무석 (강하게) 사장님, 정확히 말씀해주십시오.

남규만 (빤히 보며) 홍 변, 지금 나 취조하는 거야?


홍무석 (다소 강하게) 재판을 이기기 위해 증인을 우리 쪽으로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남규만, 홍무석을 살짝 노려보더니 애써 화를 억누르며

남규만 송하영과 같은 경우라...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24. 옥탑사무실 / 낮

인아와 송하영이 대화 중이다.

인아 하영씨처럼 남규만에 대해 증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판사가

재판에 중요하게 참고한다고 했어요.

(조심스레) 혹시 생각나는 사람있어요?

송하영 연습생 시절에 만난 친구 민희라는 애가 있긴 한데...

그 일이후로 연락이 끊겼어요. 지금은 어디사는지도 모르구요.

25. 구치소 면회실 / 낮

남규만이 면회실에 앉아있다. 문이 열리고 박동호가 들어선다.

남규만, 박동호를 보자 빙그레 웃는다.

남규만 오~ 박 변, 옷이 잘 어울리는데?

박동호, 자리에 앉더니 남규만을 바라본다.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가 흐른다.

박동호 내 옷발 좋은 거 이제 알았드나? 규만아.

남규만 (반말 듣자 인상 팍! 애써 참으며) 거 좋게 좋게 말로 하지

왜 아버지 같은 사람을 찌르고 그래? 박 변, 사람 다시 봐야겠어.

박동호 정말 몰라서 그런 말 하는 기가? 아님, 모른 척 하는 기가?


이게 다... 니 놈 아버지가 꾸민 일이라는 거 모르나?

남규만 (멈칫) 뭐?

박동호 니는 니 아버지를 잘 모르재? 니 아버지라는 사람은 그런 인간이다.

쓰임을 다한 사람은 무조건 버린다. 그건, 아들인 니도 마찬가질

기다.

남규만 (표정 심하게 굳는)

박동호 아부지한테 전해라. 곧 내 화살이 등에 꽂힐 기라고.

그 말에, 남규만이 열이 오르기 시작하는데-

남규만 여기서 팍팍 썩으면서 우리 배신한 거 후회하면서 살아.

박동호 (웃으며) 글쎄. 오히려 규만이 니가 이 자리에 앉아있게 될 기다.

남규만 (어이없어 하며) 야, 니들은 대체 자신감이 어디서 그렇게 생기는 거냐?

박동호 (힘주어) 니가 뿌린 씨들 지금 하나 하나 거두고 있데이.

앞으로 니한테 벌어질 일이니까 단디 들어둬라.

남규만 (노려보는)

박동호 (면회창 앞으로 얼굴 가까이 대더니) 진우가, 니를, 죽일 기다.

남규만, 더는 못 참겠다는 얼굴이 되더니 분노를 폭발한다.

남규만 (면회창 주먹으로 쾅쾅 두드리며) 너 이 새끼! 당장 나와!

이 새끼 당장 꺼내! 당장!

남규만의 분노에도 흔들림없이 엷은 미소띤 채 남규만을 보고 있는 박동호 얼굴에서-

26. 구치소 복도 / 낮

구치소 복도로 남규만이 나온다. 분을 참지 못해 폭발할 것 같은 얼굴이다.

급히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건다.

남규만 홍 변, 박동호 이 새끼 재판, 담당 검사가 누굽니까?

당장 약속 잡아요.
27. 옥탑사무실 앞 / 밤

온몸이 꽁꽁 얼어서 손을 불며 진우를 기다리는 편 사무장의 모습. 그러다 사무실 앞으로

오고 있는 진우를 발견했다. 진우, 편 사무장 보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

편 사무장 (한 걸음에 다가가며) 진우야...

진우 가세요. 어차피 제 대답은 하나에요.

편 사무장 (진우 팔을 붙잡으며) 내를 봐서라도... 제발 부탁한데이.

진우 (팔 뿌리치며) 소용없어요. 그만 가보세요. (돌아서는)

편 사무장 우리 행님을 오해하는 거다. 진우 니도 알잖아. 남일호 짓이라는 거.

진우, 편 사무장 외면하고 사무실로 들어가려 한다.

이때, 편 사무장이 진우의 등에 대고 크게 소리친다.

편 사무장 5년 전, 남규만 동영상!

진우 (걸음 멈추는)

편 사무장 행님이 재심 재판 때 깔려고 했었다!

진우 (멈춘 채 듣는)

편 사무장 하지만, 석주일 행님이 끝까지 방해해서 못 깐 기다.

진우 (고개 돌려 우두커니 편 사무장 보는)

편 사무장 그때 행님은 널 위해 모든 걸 버릴 생각이었다. 참말이다.

진우 (생각이 복잡해지는) ...

편 사무장 우리 행님이 니한테 죽을 죄를 진 건 내도 잘 안다. 하지만 진우야...

이번 한 번만, 우리 행님 살려도...

진우, 잠시 생각에 잠긴 채 서있다가, 편 사무장을 무시하고 사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그 자리에 애타는 표정으로 서있는 편 사무장의 얼굴에서-

28. 옥탑 사무실-비밀의 방 / 밤

진우가 박동호의 사진을 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인서트>

14부 5씬 상황. 박동호의 사무실.

박동호 (차분하게) 남일호 때문에 내는 아부지를 잃었고, 니는 형과 어머니를

하루아침에 잃은 기다.

진우 (믿겨지지 않는) ...

인서트>

10부 4씬 상황. 병원 복도.

박동호 내 바라는 건 딱 하나다. 느그 아부지 무죄 되는 거.

뒤돌아서 가는 박동호. 그런 박동호를 약간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진우.

인서트>

16부 69씬 상황.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진우 석 사장... 남일호 짓이지?

박동호 피는 내가 묻힐 테니 진우 니는 재판에서 이기기만 해라.

/ 다시 현재. 깊이 고민에 빠져있는 진우의 얼굴에서-

29. 고급 중식당 / 밤

남규만과 홍무석이 누군가를 기다리며 대화중이다.

남규만 곽 형사도 언제 저쪽에 붙어서 나불댈지 모르는 거 잘 알죠?

홍무석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남규만 말만 그럴 듯하게 하지 말고, 이번엔 제대로 움직이며 작전 짜요.

이번 재판에 홍 변하고 내 목숨이 달려 있으니까.

남규만, 조용히 홍무석을 바라본다. 홍무석은 남규만 시선 느끼며 금세 물잔을 비우는데-


남규만 그나저나.. 박동호쪽 변호사는 누구죠?

홍무석 아직 공석입니다. 앞으로도 변호사 찾기 쉽지 않을 겁니다.

남규만 (비릿하게 웃으며) 하긴, 그런 양아치를 누가 선뜻 변호한다 하겠어?

이러다가 박 변이 자기 변호해야 되는 거 아냐? (비웃는) 박 변도

변호사잖아.

이때,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선다. 남규만과 홍무석을 향해 꾸벅 인사하며 들어서는데-

홍무석 중앙지검 형사부 고광일 검사라고 합니다.

남규만 (손 내밀며) 처음 뵙겠습니다. 남규만입니다.

고 검사 (악수하며) 고광일입니다.

남규만 홍 변이 실력있는 후배님이라고 워낙 칭찬하더라구요.

고 검사 과찬이십니다.

홍무석 (엷게 웃는)

남규만 (금세 얼굴 진지해지며) 고 검사님.. 박동호 재판, 피해자가 죽으면

죄목이 어떻게 되죠?

고 검사 살인죄가 됩니다.

남규만 석주일 사장, 오늘 내일 한다던데 맘 편히 가시면 되겠네.

비릿하게 웃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30. 송하영의 원룸 앞 / 밤

송하영이 원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런데 원룸 입구 주변에 건달들 서넛이

두리번거리며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두려움이 엄습하는 송하영, 급히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에서-

31. 카페 / 밤

인아, 송하영이 커피를 마시며 대화중이다.

인아 남규만이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계속 하영씨에게 접근하려고 할 거예요.


송하영 (말없이 커피 잔 만지면)

인아 하영씨, 재판 끝날 때까지 우리 집에서 지내는 건 어때요?

송하영 (인아를 쳐다보면)

인아 저희 식구들은 괜찮대요. 미안해 할 필요 없어요.

송하영, 미안한 마음에 조심스레 인아를 본다. 인아, 따뜻하게 미소 짓는데-

인아 하영씨뿐만이 아니라 서촌여대생 사건처럼 남규만과 관련된 사건들을

한 번에 처벌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송하영 (걱정스레) 남규만이 쉽게 당할까요?

인아 쉽진 않겠지만, 하영씨 도움으로 거의 다 왔어요.

미소 띤 얼굴로 하영을 보는 인아와 그런 인아를 보며 따라 미소 짓는 송하영.

32. 인아네 피자가게 / 밤

인아 모가 테이블들을 정리하고 있고, 인아 부는 홀을 청소하고 있다.

이때 안으로 들어서는 인아와 송하영.

인아 (안으로 들어서며 밝게) 저희 왔어요

인아 부, 인아 모가 서둘러 인아와 송하영 곁으로 온다.

둘다 편한 미소로 반기며 송하영을 보는데-

송하영 (조금 위축된 채 꾸벅 인사하며) 송하영이라고 합니다.

인아 부 인아한테 얘기 들었어요. 혼자 지내고 있었다고?

송하영 네...

인아 모 아휴.. 그런 큰 일을 겪고,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걸 용케 혼자 견뎌왔다는 게 너무 대견하다.

송하영 (머쓱해 하며 엷은 미소로) 아니에요...

인아 당분간 여기에서 지내면 돼요. 하영씨 집처럼 편하게

송하영 (미안함에) 근데, 정말 제가 여기 있어도...


인아 하영씨가 날 믿어주니까 그게 저도 고마워서 그래요.

인아, 미소로 송하영을 보면. 송하영도 인아를 보며 따뜻하게 웃는데-

33. 교도소 면회실 / 낮

홍무석, 면회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내 곽 형사가 성경책을 들고 나타나는데-

홍무석 (성경책 한 번 보는) 김찬 얘기 당신이 흘렸나요?

곽 형사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

여 주옵시고.

홍무석 (어이없는 눈으로) 이봐요. 곽 형사. 신도 코스프레라도 하는 겁니까?

곽 형사 (눈 똘망똘망 뜬 채) 열심히 회개하고 있는 사람 앞에 나타나서

지금 뭐하는 겁니까?

홍무석 당신 그 안에서도 남규만 사장이 손 쓸 수 있다는 거 명심하세요.

똑바로 안 하면 당신 형기, 가중처벌 될 수 있습니다.

곽 형사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홍무석 거기 갇혀있다고 안전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 당장 버리는 게 좋을

거예요.

곽 형사 (비웃는) 아멘~

홍무석의 협박을 비웃고 넘기는 곽 형사. 그런 곽 형사를 황당한 얼굴로 보는 홍무석.

34. 석규의 집무실 / 낮

집무책상 앞에 앉아있는 석규. 집무책상 위 ‘서하동 공사장 살인미수’ 파일이 보인다.

석규, 파일을 들어 살펴보는데, ‘피고인 박동호’가 보인다.

복잡한 얼굴로 파일을 보는 석규의 모습에서-

35. 남규만 집무실 / 낮

안 실장이 소파에 여유롭게 앉아있는 남규만에게 다가온다.


안 실장 (조심스레) 저기, 규만아.. 박동호 재판 담당판사가 석규래.

남규만 (어이없어 하며) 박동호에, 강석규까지... 손 보고 싶은 놈들만

모이네. 모여.

안 실장 석규야 원래 판결 공정하게 잘 내리잖아.

남규만 (순간 노려보며) 야, 넌 내 앞에서 그런 말이 지금 나오냐?

안 실장, 주눅 든 얼굴된다. 남규만, 한심하다는 듯 안 실장을 바라보는 얼굴에서-

36. 옥탑 사무실-비밀의 방 / 밤

진우가 벽에 붙어있는 박동호의 사진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

이때 인아가 비밀의 방 안으로 들어서는데-

인아 박동호 재판, 강석규 판사가 맡았대.

진우 (그 말에 인아를 바라보는데, 살짝 놀란 얼굴이다)

인아 분명 강 판사님이라면, 신중하게 판단 내릴 거야.

진우 (여러 생각들이 겹치는)

인아 (안쓰러운 듯 보다가) 진우야, 나랑 지금 갈 데가 있어.

진우의 손을 잡고는 급히 끌고 가는 인아. 진우,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함께 가는데-

37. 프로방스 / 밤

진우와 인아가 프로방스를 나란히 걷고 있다. 진우는 말없이 생각에 잠겨 걷고 있는데-

인아 (진우 곁으로 다가가서는 밝게) 내가 생각이 정리 안 될 때마다

오는 곳이야.

진우 (엷게 미소 지으면)

인아 진우야, 남규만 재판은 내가 채 검사랑 잘 준비해 볼게.

너무 신경 쓰지 마. (고민하다가) 그리고 박동호 재판은..

진우 (O.L) 어쩌다가 박동호 아버지 교통사고에, 우리 아버지 재판, 이번에는


박동호 재판까지... 그 사람이랑 계속 엮이게 되는지 모르겠다.

인아 (진우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진우 (생각에 잠기더니) 내가 박동호 변호, 안 하는 게 정말 맞는 걸까?

인아 (멈춰서더니 진우보며) 네가 하루 종일 그 사람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거, 그게 무슨 의미 같아?

진우 (멈추고는 가만히 인아를 보는)

인아 박동호가 무죄라고 생각해서 그래. 그래서 종일 신경이 쓰이는 거구.

진우 인아야...

인아 넌 더는 네 아버지처럼 억울하게 누명쓰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잖

아.

진우 (인아의 말에 곰곰이 생각이 많아지는)

인아 (따뜻하게 바라보며) 난 네가 잘 판단할 거라고 믿어.

진우, 인아의 말에 엷게 미소짓는다. 인아도 진우를 바라보며 미소짓는데-

38.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 밤

캔 맥주를 앞에 두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있는 안 실장과 편 사무장.

편 사무장의 얼굴이 많이 어둡다.

편 사무장 우리 동호행님 잘못되면 지는 앞으로 우째 삽니꺼?

그리되면 지는 콱 죽어뿔랍니더.

안 실장 (캔 맥주 쥐어주며) 인마, 죽긴 왜 죽어. 어떻게 되든 살 생각을 해

야지.

편 사무장 인생이란 게 참말로 앞길을 내다 볼 수 없는 것이... 살기가 힘드네예.

안 실장 인생이 힘든 게 아니라, 갑이 설치는 이 나라에서 살기가 힘든 거

지.

난 이번 생에 갑이 되기엔 틀렸으니, 조만간 이 나라 뜰 거다.

편 사무장 와요? 남 사장이 또 뭔 짓 했습니꺼?

안 실장 아니, 곧 규만이가 사람 하나 죽일지도 모르거든.

편 사무장 (놀라며) 누굴 말입니꺼?

안 실장 (캔 맥주 들이키며) 나.
편 사무장 예?

안 실장 (의미심장하게) 내가 한 짓이 규만이 귀에 들어가면 가만있지는

않을 테니까.

쓰리게 맥주 마시는 안 실장과 의아한 얼굴로 안 실장을 보는 편 사무장의 모습에서-

39. 구치소 수감실 / 밤

어두운 수감실. 벽에 기대어 앉은 채 생각에 잠겨 있는 박동호의 얼굴 위로-

인서트>

16부 67씬 공사현장 석주일의 차 안 상황.

석주일 동호야. (잠시 보고) 내한테 다시 행님이라 함 불러봐라.

박동호 싫습니더.

석주일 함 불러봐라...

박동호 (말없이 보는)

석주일 (미소 띤) 짜슥, 다 컸네. 됐다. 날도 추운데, 먼저 들으가라.

/ 다시 현재. 회한에 잠겨 있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40. 꽃집 앞 / 낮

남규만의 차가 선다. 안 실장이 문을 열어주면 남규만이 내린다.

꽃집 안으로 들어가는 남규만과 안 실장.

41. 꽃집 / 낮

남규만과 안 실장이 꽃집 안으로 들어선다. 꽃들에 물을 주고 있던 박민희를

발견하는 남규만.

남규만 너, 오랜만이다.
남규만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민희. 남규만 보고 크게 놀라며 비틀거리는데-

남규만 (다가가며) 이 오빠 보고 싶지 않았어?

박민희 (두려워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는)

남규만 대답을 안 하네.

박민희, 뒤로 물러서다 벽에 등이 부딪힌다. 무섭게 노려보며 다가오는 남규만.

박민희, 남규만의 시선에 압도당해 고개를 피한다.

남규만, 박민희 앞으로 바짝 다가서더니 박민희의 턱을 한 손으로 움켜잡는다.

박민희 (두려워서 덜덜) ..제발, 그냥 가세요.

남규만 (잡은 박민희의 턱을 살며시 매만지는)

박민희 (두려움에 떨려 고개를 더 돌린다.)

남규만 사람이 얘길 하면 눈을 똑바로 봐야지. (박민희의 고개를 확 틀어

자기와 눈이 마주치게 하는) 그게 에티켓이잖아. 어?

왜, 내가 사람 같지 않아?

박민희 (두려워) 아.. 아니에요. (힘겹게 남규만과 시선 맞추는)

남규만 (잠시) 검사쪽에서도 왔었지?

박민희 (두려움에 떨며) 저.. 안 나갈게요. 약속해요.

남규만 아니, 나가야지. (얼굴 가까이 다가가 나직히) 나가서, 진실을 말해야지.

남규만, 손가락으로 ‘딱’소리를 내면, 뒤에 있던 안 실장이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낸다.

남규만, 봉투를 받아 안을 살펴보고는-

남규만 너 그때 얼마 받았지? 아~ 왜, 니 몸으로 나 즐겁게 해줬을 때 말이야.

박민희 (떨리는 눈빛으로 남규만을 보면)

남규만 (웃는) 여기서 하루살이처럼 살지 말고, 법정 나가서 말 한 번만

잘 하고 와. 그때 보다 더 챙겨 넣었을 거야.

남규만, 박민희 손에 봉투를 쥐어준다. 바들바들 떨며 손 위에 놓인 봉투를 보는 박민희.

남규만이 그런 박민희의 얼굴을 한 손가락으로 쓸어 만지며-


남규만 못 본 사이 얼굴이 많이 상했네. 이 돈으로 관리도 좀 하고, 예쁜 옷도

사 입어. 알았지?

새파랗게 질려있는 박민희. 그런 박민희를 섬뜩한 미소로 바라보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42. 송 변의차 안 / 낮

송 변이 운전중이고, 조수석에는 인아가 타고 있다.

인아는 사진이 포함된 누군가의 신상명세서(박민희)를 유심히 보고 있는데-

인아 (서류에 시선 두며) 하영씨가 말한 친구 분이라는 거죠?

송변 주소, 겨우 찾아냈어요.

인아 이 분 설득해서 법정에 증인으로 세울 수만 있으면,

우리가 2차 재판도 가져올 수 있어요.

송변 (의구심 가득히) 근데.. 정말 증인석에 서줄까?

인아 제가 가서 잘 설득해볼게요.

송 변, 속도를 더 낸다. 화면 가득, 서류 속 박민희의 얼굴이 잡히고-

43. 꽃집 / 낮

박민희의 얼굴이 화면 가득 보인다. 이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인아와 송 변.

바닥에 꽃병이 깨져있고, 꽃들이 어지럽게 흩어져있다.

박민희는 아직 남규만이 다녀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얼굴이다.

인아 (박민희에게 다가가서) 박민희씨 맞으시죠?

박민희 (두려움 가득) 누구.. 세요?

인아 (명함 건네며) 이인아 변호사라고 합니다.

박민희 (의아한 얼굴로 인아를 보는데)

인아 ...송하영씨 아시죠?

박민희 가세요!

인아 (놀라는)
박민희 저는 법정에서 하고 싶은 말도, 할 말도 없어요.

박민희, 인아를 외면해 버린다. 인아의 난감한 얼굴에서-

44. 구치소 면회실 / 낮

면회창 너머로 진우가 앉아있다. 잠시 후 박동호가 들어선다.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친다.

진우 앞에 앉는 박동호.

진우 먼저 물어볼 말이 있어.

박동호 (보는)

진우 석주일, 당신이 죽이려고 했지?

박동호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 진우야...

진우 당신이 우리 아버지한테 물었던 거, 기억 나?

인서트>

3부 15씬. 진우와 서재혁이 박동호와 접견실에서 면담하는 씬.

박동호 (갑자기 눈빛 매서워지더니) 서재혁씨가 오정아 죽인 거 맞지요?

서재혁 (표정 굳는)

박동호 오정아 죽여 놓고 기억 안 난다는 작전으로 나갈 거라면 변호사하고

손발을 맞춰야지요. 제가 그런 거는 억수로 마이 해봐서 장단 맞춰

드릴 수 있습니더.

서재혁 (격양된) 변호사님!

/ 다시 현재.

박동호 그 때, 아버지가 한 말도 기억하나? 내를 못 믿으면 변호 안 맡아줘도

된다꼬 하셨다.

진우 난 아직도... 당신 못 믿어.

박동호 (생각에 잠겨있다 덤덤히) 괘안타. 진우야. 내 변호해주지 않아도 된다.

진우 (잠시) 언젠가 당신이 물었지? 살인범이 칼에 찔려 병원에 실려 왔는데


내가 의사라면 치료할 거냐고?

박동호 (말없이 진우를 보면)

진우 변호사도 마찬가지라고. 진실을 물어본 적 없다고. 그건 판사가 한

다고..

박동호 그랬다.

진우 (결연한 얼굴로) 난 아냐. 어서 진실을 말 해.

박동호 (잠시) 내는 아이다. 행님 죽이려하지 않았다.

진우 (박동호를 빤히 보다가) 난 당신을 위해 변호하는 게 아니야.

남규만과 남일호... 그 둘의 더러운 입에서 죄를 토하게 만들기 위

해서야.

박동호 진우야...

진우 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으니까... 내가 하게 만들 거야.

두 사람의 마주 앉은 모습에서 천천히 멀어지며-

45. 옥탑사무실 / 낮

진우와 인아, 연 사무장, 송변이 소파에 모여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송변 (황당해하며) 서 변, 지금 제 정신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박동호라고,

박동호!

진우 저는 사건만 보고 하는 거예요. 이상한 정황이 많아 보이니까.

연 사무장 이미 결정했다니까 어쩔 수는 없지만.. (진우 보며) 정말 괜찮겠어?

진우 (엷은 미소로 연 사무장 보며) 변호사로 새 의뢰인 맡은 것뿐이에요.

너무 걱정마세요.

인아 (미소짓고 진우를 바라보고)

인아에게 미소로 화답하는 진우.

46. 경찰서 / 낮

경찰서 사무실, 진우, 배형사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 형사 제보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을 때, 피해자는 이미 혼수상태

였어요.

곧장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했더니 박동호가 찍혔더라고.

진우 (듣는)

배 형사 그래서 용의자로 지목하고 곧장 사무실로 갔지요. 거기서 흉기 나

온거

보지 않았나?

진우 박동호와는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고 알고 있는데...

배 형사 과거사건 캐고 다닐 때 도움을 좀 줬지. 근데 이런 짓을 벌일 줄이

누가 알았겠어?

배 형사가 태연히 커피를 마신다. 그런 배 형사의 모습이 진우는 계속 수상하기만 한데-

진우 담당형사로서.. 초동수사에 미흡한 점이나 이상한 점은 없었나요?

배 형사 뭐 별다른 건 없었어요. 살인이나 살인미수 사건은 피해자

주변인물이 용의자일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진우 그렇군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우, 배 형사와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떠난다. 배 형사,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데-

47. 남규만 집무실 / 낮

남규만과 홍무석이 차를 마시고 있다.

홍무석 박동호 변호를 서진우가 한다고 합니다.

남규만 (차 마시다가 옷에 쏟을 뻔하는) 뭐요?

홍무석 (비릿하게)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남규만 (조롱조로) 서진우 그 새끼, 도저히 속을 모르겠어. 지 애비를

죽게 만든 놈을 지가 살리려고 한다고?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판에.
홍무석 (썩은 미소로) 그러게나 말입니다.

남규만 뭔가 둘이 꿍꿍이가 있는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말이 돼?

홍무석 서진우가 어찌 나오는지 보면 알겠죠..

남규만 그 거지새끼...

남규만, 뭔가 생각에 잠기는 얼굴에서-

48. 법원 복도 / 밤

홍무석과 탁영진이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홍무석 10대 그룹 세무조사와 관련해, 우리 일호그룹이 성가시게 되는 일은 없겠

죠?

탁영진 역외 탈세나 홍콩의 유령회사 자금 유출, 캘리포니아 저택 구입 등

모두 꼼꼼하게 처리하셨더군요. 사실 조금 놀라긴 했습니다.

홍무석 (뿌듯해하며) 20년간 노하우가 하루 아침에 생기는 건 아니죠.

이때 채진경이 지나가다가 둘과 마주치게 된다.

채진경 (탁영진에게) 정말 재밌네요. 두 분이 이렇게 같이 어울리며

다니게 될 줄은 몰랐는데. (잠시) 같은 분을 모시게 돼서 그런가?

탁영진 (채진경에게) 이 세상에 영원한 게 어딨겠어?

채진경 (어이없는 듯 탁영진을 보며) 제가 그동안 딴 사람을 탁 선배로

착각했었나 보네요.

홍무석 (채진경에게) 남일호 회장님이 그렇게 채 검사를 아꼈는데, 한 순

간에 변심해서 회장님을 우습게 만들어 버렸군요.

채진경 저는 검사답게 부당한 일을 기소하고 재판에 임할 뿐이에요.

홍무석 변호사님.

홍무석 (얼굴 살짝 굳으며) 지금 2차 공판은 절대 만만치 않을 겁니다.

각오하세요.

채진경, 가볍게 목례한 뒤 웃으며 사라진다. 그런 채진경을 유심히 바라보는


홍무석과 탁영진의 모습에서-

49. 남일호 저택-남규만의 방 / 밤

침대에 누워 두 눈을 감고 있는 남규만. 안 실장은 그 옆에 서 있다.

남규만 읊어봐.

안 실장 응, 내일 아침 9시에 이사진 회의가 있고, 12시엔 정호민 의원님과

점심 식사 스케줄이, 2시엔 (하는데)

남규만 점심 스케줄 빼. (눈 뜨고) 내가 지금 국회의원이랑 밥 먹을 판국이냐?

안 실장 이게 3달 전부터 잡혀있던 건데... (눈치 살피고는) 그래도 빼야지.

뺄게.

남규만 (안 실장이 보고 있던 스케줄 수첩 확 뺏어 보고는) 야, 무슨 쓸데없는

스케줄이 이렇게 많아? 이젠 내가 스케줄까지 직접 관리해야겠냐?

남규만, 스케줄 하나하나 보기 시작하는데- 그때, 띠링-하고 문자 오는 소리 들린다.

안 실장, 스케줄 보는 남규만을 힐끗 보고는, 살짝 휴대폰을 꺼내보는데-

석규의 ‘오프너 나이프,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줄게.’라는 문자다.

안 실장, 문자를 보고 있는데- 그때, 확 다가오는 남규만.

남규만 야, 너 뭐하냐? 내 말 안 듣고?

안 실장 (기겁하며 휴대폰 넣는) 어?! 어어, 아냐!!

남규만 (의심스럽게 보다가) 당분간 사람 만나서 밥 먹는 스케줄 잡지 마.

밥맛도 없으니까.

안 실장 응... 알겠습니다.

남규만, 안 실장을 이상하게 보며 스케줄 수첩을 건넨다.

수첩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는 안 실장. 겨우 숨 돌리는 모습에서-

50. 석규의 집무실 / 밤

석규와 마주보고 앉아있는 진우와 인아.


석규, 오프너 나이프를 감싼 헝겊뭉치를 진우에게 건넨다.

진우가 의아한 얼굴로 헝겊뭉치를 받아 펼쳐보고는 놀라는데-

석규 서촌여대생 살인 사건의 진짜 흉기입니다.

진우 (놀라는) 진짜 흉기라구요?

석규 네, 5년 전 재판에 쓰인 건 가짜였어요. 그래서 아버님 지문이

없었던 거구요.

진우 (떨리는 눈빛으로 나이프를 보는데)

석규 여기에... 규만이의 지문도, 피해자인 오정아양의 혈흔도 남아있어요.

(서류 건네는) 국과수 검사결과입니다.

인아 (서류를 보다가 석규를 보는) 이걸 강 판사님이 어떻게...

석규 수범이가 제게 줬습니다. 저는 변호사님께 가장 필요한 증거라

생각해 드리는 거구요.

진우 힘든 결정이셨을 텐데... 감사합니다.

석규 아닙니다. 규만이가 제 친구이긴 하지만... 판사로서 진실을 위해

당연히 해야 되는 결정입니다.

진우 이 증거, 헛되이 쓰지 않겠습니다.

인아 이제야 진실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네요.

석규 그럼 이제 다시 재심을 신청하실 건가요?

진우 네, 재심과 함께 지금부터 남규만의 모든 죄를 밝힐 생각입니다.

남규만을 법정에 세운 순간부터, 시작과 끝은 정해졌으니까.

오프너 나이프를 결연한 얼굴로 보는 진우. 착잡한 얼굴의 석규 모습에서-

51. 재판정 / 낮

피고인석에 앉아있는 남규만. 검사석에 채진경이, 변호인석엔 홍무석이 앉아있다.

방청석엔 인아와 송하영이 나란히 앉아있다. 안실장과 연사무장, 송변도 보인다.

홍무석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홍무석 (자신에 찬 얼굴로) 증인 신청합니다.

판사 변호인측 증인 나오세요.
박민희가 걸어 나온다. 피고인석의 남규만이 박민희를 비릿하게 쳐다본다.

송하영, 놀란다. 한편, 박민희는 송하영과 시선을 맞추지 않고 증인석에 앉는다.

홍무석 증인은 3개월 전까지 IG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이었죠?

박민희 네.

홍무석 증인과 송하영씨의 관계는 어떻게 됩니까?

박민희 친구였습니다.

홍무석 증인은 평소, 송하영씨와 피고인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까?

박민희 네.

홍무석 평소 송하영씨는 남규만씨를 좋아했다는 말을 증인에게 자주 했죠?

채진경 (일어나서) 이의있습니다. 지금 변호인은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 위해

유도신문을 하고 있습니다.

홍무석 이는 합의에 의한 관계인지, 강간치상인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판사 (고심하더니) 변호인측 계속하세요.

홍무석 송하영씨는 증인에게 남규만씨와 사귀고 싶다는 말까지 했던 게

사실입니까?

그 말에 고개를 돌려 남규만과 시선을 맞추는 박민희. 남규만, 여유로운 얼굴이다.

인아, 초조한 얼굴로 박민희의 대답을 기다린다.

홍무석 증인, 대답하세요.

박민희 (잠시) 하영이는 ... 그런 말 한적 없습니다!

홍무석, 예상외의 대답에 얼굴이 급격히 굳는다. 한편, 물러섬 없는 박민희의 얼굴 위로-

52. (과거) 꽃집 / 낮

인아가 꽃집에 들어선다. 인아를 발견한 박민희가 화를 낸다.

박민희 도대체 몇 번을 오시는 거예요?


그때, 꽃집에 송하영이 들어선다.

송하영 민희야

박민희 (놀라는) 하영아...

인아 남규만, 왔었죠?

박민희 (그 말에 표정 굳으며) 아니요. 그만 가세요.

인아 (조심스레) 법정에 나가서 위증하라고 협박했죠?

박민희 (인아 보며 대답 못하는)

인아 민희씨 지금 상황, 힘들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이번에도 남규만에게

고개를 숙여서는 안 돼요.

박민희 (울분에 차서 ) 제가 어떻게 남규만 같은 사람과 싸울 수 있겠어요?

저 편하게 살고 싶어요. 힘들게 살고 싶지 않아요.

인아 하영씨, 민희씨 같은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게 하려면 두 분의 용기가

필요해요. 두 사람 전에 어느 누구라도 먼저 나섰더라면 두 사람

같은

피해자는 없었을 수도 있어요.

박민희 (보는)

송하영 민희야... 나도 처음에 무서웠는데... 재판하면서 지금은 힘이 생겼어.

우리 같이 해보자. 우리 연습생일 때 뭐든 같이 한다고 했잖아.

박민희 (눈빛 흔들리는)

인아 민희씨. 저도 변호사지만 같은 여자예요. 우리 한번 믿어줘요.

떨리는 눈빛으로 인아를 보는 박민희의 얼굴에서-

53. 재판정 / 낮

증인석의 박민희를 보는 인아,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남규만의 얼굴은 굳어있는데-

박민희 저도, 남규만에게 하영이와 같은 일을 당했습니다.

그 말에 방청석이 웅성거린다. 홍무석, 크게 당황하는 얼굴 되는데-


박민희 저는 강하게 거부했지만, 남규만은 강제로 저를 제압했습니다.

홍무석 재판장님, 이는 증인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합니다.

판사 증인, 계속하세요.

홍무석 (얼굴 심하게 굳어지는)

박민희 그리고, 남규만은 저를 돈으로 매수하려고 했습니다.

홍무석 (크게 당황하며) 이봐요, 증인!

민희가 남규만 똑바로 노려보며, 테이블에 수표더미를 탁! 내려놓는다.

박민희 나, 이 돈 필요 없어. 넌 뭐든 돈이면 다 되는 줄 알아!

방청석이 술렁거린다. 남규만, 애써 태연한 척 하려하지만 얼굴 일그러진다.

인아, 입가에 엷은 미소 지어지고-

판사 증인, 자중하세요!

박민희 (마음을 진정시키려 눈을 감았다 뜨는)

채진경 (일어나서) 피고인 남규만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하겠습니다.

그 말에 방청석이 더욱 크게 웅성거린다. 인아, 채진경을 보며 미소 짓는다.

박민희, 방청석의 송하영과 눈이 마주치며 엷게 미소짓는다.

홍무석과 남규만은 크게 당황하는 얼굴이다.

54. 법원 복도 / 낮

재판정 밖으로 사람들이 우루루 나오고 있다.

그들 사이로 인아와 송하영, 박민희가 보인다. 송하영과 박민희는 눈시울이 붉어져있다.

송하영 (박민희의 손을 잡으며) 용기내줘서 고마워.

박민희 사실 나도 마음이 계속 쓰였어. 많이 힘들었지?

송하영 (울컥하는)

박민희 앞으로도 내가 조금이라도 도울게.

송하영 (끄덕이는)
인아, 둘의 모습을 뭉클하게 바라본다.

55. (교차) 공사현장+차 안 / 낮

/ 공사 현장

석주일의 차, 폴리스라인 둘러쳐져 있다. 몇 명의 경찰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진우, 형사

한명을 대동한 채 차량 주변으로 다가간다.

/차안

차 안 곳곳을 카메라로 촬영하는 진우. 피가 튄 흔적, 블랙박스가 설치된 위치 등을 찍는다

/ 공사 현장

진우, 박동호가 걸어왔다가 나간 발자국을 확인한다. 차량 뒤쪽에서 걸어들어 온

또 다른 발자국(금 실장의 발자국)을 발견한 진우. 발자국의 이동방향으로

당시 살인사건 현장을 머릿속으로 재생하는 진우.

박동호가 떠나고 모자와 마스큰 쓴 남자가 다가와 석주일에게 칼을 꽂는 장면이

진우의 머릿속에 재생된다.

56. 국과수 일각 / 낮

진우가 법의학자를 만나고 있다.

법의학자 (석주일의 자상 흔적이 찍힌 사진을 보이며) 자상을 확인한 결과,

칼 쓴 사람의 위치와 동선까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진우 자상을 입힌 사람의 위치가 어디라고 볼 수 있죠?

법의학자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자상을 입힌 걸로 보입니다.

진우 그밖에 특이점은요?

법의학자 피해자가 칼에 찔리는 과정에서 강한 방어흔이 남아있었습니다.

진우 그럼 용의자에게도 피해자가 저항한 흔적이 남아있겠네요?

법의학자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그 말에 눈빛을 번쩍이는 진우.법의학자가 사진과 자료를 건네면 진우가 받아든다.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발신자 석규다.

57. 옥탑 사무실 / 밤

진우, 책상에 앉아 박동호가 나오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있다.

이를 유심히 반복해서 앞뒤로 보고 있는 진우.

인서트>

블랙박스 영상이다.

석주일 차로 걸어오는 박동호의 모습-박동호가 차에 올라타면 영상에서 보이지 않는다.

석주일 차 앞으로 다시 걸어가는 박동호의 모습-박동호가 차에서 내리면 영상에 나타난다

이후 빈 공사현장을 비추고 있던 블랙박스 화면이 살짝 흔들린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는 진우의 진지한 얼굴에서-

58. 남일호 저택-서재 / 밤

남일호가 TV로 뉴스를 보고 있고 홍무석이 옆에 서 있다.

앵커 검찰은 현재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I그룹 재벌 2세 마약 강간치상

사건에 대해 수사 중입니다. I그룹 남 모 사장은...

단번에 TV 꺼버리는 남일호, 심기 불편한 표정이다.

이때, 남규만이 쑥 들어온다. 남일호, 남규만을 보더니 얼굴이 더 급격히 굳어진다.

남일호 (남규만 향해) 대체 재판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이게 뭐냐?

남규만 (주눅 들어서) 저야, 홍 변만 철석같이 믿었죠. 근데 홍 변 실력이

예전 같지 않은 (하는데)

남일호 (말 끊으며) 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남탓이야?

홍 변이 니 인생을 다 책임져 주기라도 한다는 거야, 뭐야?


홍무석 (괜히 둘 사이에서 움찔하는)

남규만 아버지.. 아직 재판 끝나지 않았어요. 그때는 매스컴도 더 틀어막고

재판도 확실히 이기겠습니다.

남일호 (작정한 듯) 더는 너한테 우리 그룹 맡길 수 없다.

남규만 (크게 당황하며) 아버지..

홍무석 (눈 커다래지는)

남일호 (단호히) 재판 제대로 마무리될 때까지 자중하고 있어.

남규만 (힘없이) 네.. 알겠습니다.

남일호 (한심한 듯) 그만 나가봐.

힘없이 꾸벅 인사한 뒤 돌아서는 남규만. 그런 남규만을 못마땅한 듯 바라보는

남일호의 얼굴에서-

59.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밤

진우가 노트북 녹화 버튼을 누른다. 빨간 불 들어오면서 녹화가 시작된다.

진우 아빠, 박동호를 변호하게 됐어. 미안해.

60. 재판정 / 낮

재판 시작 전의 텅빈 법정이다. 진우 혼자 변호인석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문득 재판정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 돌려 문 쪽을 바라보는 진우.

그 위로-

인서트>

정문을 벌컥 열고 재판정에 등장하는 박동호. 방청석의 진우와 눈빛이 마주친다.

박동호 (앞으로 걸어 들어가며 진우 향해) 내 왔다. 많이 기다렸제?

진우 (금세 밝아지는 얼굴) ...

박동호 (판사에게) 서재혁 피고인의 변호인입니더. 오늘부터.


/ 다시 현재. 진우, 문 쪽을 보면 법원관리원이다.

61. 법원 복도 / 낮

재소복을 입은 박동호가 양 옆에 교도관들을 끼고 복도를 걸어오고 있다.

62. 재판정 / 낮

박동호, 재판정에 들어서면 변호인석의 진우가 보인다. 방청석엔 인아도 보이고,

편 사무장도 보인다. 편 사무장은 박동호를 보자 눈물을 글썽인다.

박동호, 진우 옆에 나란히 앉는다.

진우 (잠시) 당신은 아버지 재판에서 변호사의 의무를 저버렸지만...

박동호 (고개 숙이는)

진우 난 끝까지 당신을 위해 싸울 거야.

박동호 (고개 들어 진우 보는)

진우 난 변호인이니까. 피고인 박동호의.

그 말에 박동호의 눈빛이 흔들린다. 결연한 진우의 얼굴.

그런 두 사람, 방청석에서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인아의 모습.

그때, 판사복을 입은 석규가 재판정에 들어선다.

석규 (나란히 앉아있는 진우와 박동호를 보고 마음이 복잡한)

석규가 자리에 앉는다.

석규 지금부터 서울 중앙 지방법원 형사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검찰 측 의견 진술해주세요.

고 검사 (일어나며) 서하동 공사장 살인미수사건에 대해 피고인 박동호를

살인미수죄로 공소 제기합니다.

석규 변호인, 공소사실을 인정합니까?

진우 (일어나며) 인정하지 않습니다.


시간경과>

법정 스크린에 블랙박스 영상이 빠른 속도로 재생되고 있다.

박동호가 현장에 등장하는 모습과 나가는 모습이다. 거기서 스톱!

고 검사 경찰의 수사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합니다. (서기에게 건네는)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블랙박스에 박동호가 찍힌 시간과 피해자가


당한

범행시간이 일치한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수사보고서의 범행시간이 스크린에 뜬다. 블랙박스 시간도 클로즈업된다.

고 검사 이상입니다.

석규 변호인 측 반대 의견 있습니까?

진우 (일어나며) 지금 검사측은 피고인이 단지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범인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고 검사 수사보고서에는 피고인 말고는 사건 당시 현장에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담겨있습니다.

진우 정말 아무도 없었을까요? 검사님은 현장에 직접 나가보셨습니까?

고 검사 수사보고서에 다 있는 내용입니다. 검사는 일선형사에게

수사를 지휘하고, 판단을 내립니다.

진우 만약 일선 형사의 초동수사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요?

고 검사 (표정 굳는)

진우, 서기에 자료를 제출한다.

진우 범행이후, 현장에서 본 변호인이 직접 가서 찍은 족적 자료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사건당시 현장에 들어온 제3의 인물이

있습니다.

스크린에 족적사진이 뜬다.

진우 현장에는 분명 피고인 말고 제3의 인물이 있었습니다. 검사측은


그 가능성을 전혀 염두해 두고 있지 않습니다.

고 검사 변호인의 추측에 불과합니다. 설령 제3의 인물이 있다고 해도

살인으로 (하는데)

진우 (말 끊고) 또 다른 증거 제출합니다. 재판장님.

진우, 서기에서 다시 사진 자료를 제출한다.

진우 족적의 방향이 살해 장소인 조수석 앞까지 이어져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고 검사 피고인이 남긴 족적일 가능성은요?

진우 피고인이 있던 조수석 쪽엔 총 2명의 족적이 남아있었습니다.

한 족적의 크기는 290, 다른 족적의 크기는 275입니다.

고 검사 (표정 굳는)

진우 (쐐기 박듯) 피고인의 족적은 290으로, 이는 살해현장에 피고인 말고

제3의 인물이 있었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그 말에 웅성거리는 방청객들. 인아와 편 사무장도 기뻐한다.

변호하는 진우를 바라보는 박동호의 얼굴.

석규 검사 측 추가 진술하세요.

고 검사 (자리에서 일어나) 범행에 쓰인 칼에서 피해자의 혈흔과 살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스크린에 흉기 사진이 뜬다.

고 검사 범행에 쓰인 칼은 다름 아닌, (방점 찍듯) 피고인 박동호의 사무실

소파 밑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 말에 또 다시 웅성거리는 방청객들. 편 사무장, 조마조마한 표정이 된다.

진우 (자리에서 일어나) 그 칼에 피고인의 지문이 발견되었습니까?

고 검사 아니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건 피고인이 장갑을 착용했기


때문이겠죠. 추가 증거 제출합니다.

고 검사, 서기에게 국과수 자료를 제출한다. 스크린에 자료가 뜬다.

고 검사 칼 손잡이에서 가죽소재의 장갑흔이 검출됐다는 국과수의

조사결과입니다.

진우 흉기에 지문이 없었다면... 그건 모두 정황증거일 뿐입니다.

피고인의 지문은 (하는데)

말을 더 이상 하지 못하고 갑자기 멈추는 진우. 진우의 혼란에 빠진 얼굴 위로-

인서트>

50씬 상황. 석규의 집무실.

석규 서촌여대생 살인 사건의 진짜 흉기입니다.

진우 (놀라는) 진짜 흉기라구요?

석규 네, 5년 전 재판에 쓰인 건 가짜였어요. 그래서 아버님 지문이

없었던 거구요.

/ 다시 현재. 잠시 멍했던 진우가 발언을 이어간다.

진우 범행에 쓰인 흉기는 가짜입니다. 피해자의 지문이 묻어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 검사 (거세게 반발하며) 변호인, 가짜 흉기라뇨? 아까 국과수 보고서를

보여줬지 않습니까?

석규 변호인, 검사측은 국과수 보고를 제출했습니다. 가짜라는 근거가

있습니까?

진우 (혼란스러운 얼굴로) 지문이.. 지문이...

고 검사 자꾸 같은 말 반복할 겁니까? 방금 한 말도 기억을 못해요? 변호인

고 검사의 말이 진우의 귀에는 이명으로 들린다. 진우, 자기도 모르게-


진우 지금 피고인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습니다.

그 말에 웅성거리는 방청석. 박동호와 인아, 놀란 얼굴이 된다.

석규 (의아한 얼굴로) 변호인, 뭐라고 했습니까?

귓가에 계속되는 이명. 진우의 아득해지는 표정 위로 홍무석의 목소리가 들린다.

홍무석 (E) 기억상실이라... 참 편리하군요. 결정적인 순간은 기억 안 난다하고.

인서트>

2부 22씬 상황이다. 재판정. 홍무석이 서재혁을 몰아붙이고 있다.

홍무석 이번 재판... 계속 기억상실로 밀어 붙일 생각인가본데...

살해한 사실 자체를 기억 못하는 건 아닙니까?

서재혁 아닙니다. 제가 죽이지 않았습니다.

홍무석 기억 못하는데 죽이지 않았다는 건 어떻게 확신하죠?

서재혁 ....

홍무석 대답을 못하는 군요.

/ 다시 현재. 진우, 다시 발언한다.

진우 피고인은... 오정아양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진우를 박동호와 인아가 놀란 얼굴로 보고 있다.

석규도 충격에 빠진 얼굴이다. 기억이 뒤섞여 극도의 혼란에 빠진 진우의 모습에서 엔딩!

-17부 끝
Remember 18

1. 재판정 / 낮

재판정에 서 있는 진우. 귓가에 이명이 들린다. 진우, 자기도 모르게-

진우 지금 피고인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습니다.

석규 (의아한 얼굴로) 변호인, 뭐라고 했습니까?

귓가에 계속되는 이명. 진우의 아득해지는 표정 위로 홍무석의 목소리가 들린다.

홍무석 (E) 기억상실이라... 참 편리하군요. 결정적인 순간은 기억 안 난다하고.

인서트>

2부 22씬 상황이다. 재판정. 홍무석이 서재혁을 몰아붙이고 있다.

홍무석 이번 재판... 계속 기억상실로 밀어 붙일 생각인가본데...

살해한 사실 자체를 기억 못하는 건 아닙니까?

서재혁 아닙니다. 제가 죽이지 않았습니다.

홍무석 기억 못하는데 죽이지 않았다는 건 어떻게 확신하죠?

/ 다시 현재. 진우, 다시 발언한다.

진우 피고인은... 오정아양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진우를 박동호와 인아가 놀란 얼굴로 보고 있다.

석규도 충격에 빠진 얼굴이다. 기억이 뒤섞여 극도의 혼란에 빠진 진우.

석규 (재판봉을 치며) 잠시 휴정하겠습니다.

2. 법원 복도 / 낮
자판기 앞에 진우와 인아가 있다. 인아가 진우에게 차를 건네며-

인아 (걱정스레) 계속 할 수 있겠어?

진우 잠깐 증상이 왔을 뿐이야. 이젠 괜찮아졌어. (잠시) 하지만 박동호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

인아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니 몸이야. (조심스레) 힘들면, 내가 변호할게.

진우 일시적인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엷게 미소 지으며)

나, 박동호 만나고 들어갈게.

진우, 복도를 걸어 나간다. 남겨진, 인아가 진우의 뒷모습을 걱정스레 바라보는데-

3. 법원대기실 / 낮

박동호가 구치소 교도관과 함께 대기실에 앉아있다. 뭔가 곰곰이 생각한 박동호의 얼굴 위

로-

인서트>

박동호, 지갑에서 5만원계약서를 꺼내더니-

박동호 이 계약서 이번에 확실히 써묵어라. 써놓기만 하고 몇 년 동안이나

묵혔다 아이가

진우 (처음 보듯) 그건 뭐야? 그게 계약서라고?

박동호 진우 니, 기억 안나나?

진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 다시 현재. 의구심 가득한 박동호의 얼굴. 그때, 진우가 들어온다.

박동호 괜찮나? 진우야.

진우 (미안한 얼굴로) 내가 알렸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어.

박동호 (슬프게 바라보는) 진우야.

진우 변호사 바꿔도 돼.

박동호 난, 괘안타. 내는 믿을 놈이 니 밖에 없다 아이가.


진우 (보면)

박동호 진우야, 재판 싸워줘라, 끝까지.

신뢰를 보내는 박동호의 모습을 보는 진우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하다.

4. 남규만 집무실 / 낮

홍무석이 남규만에게 보고 한다, 뒤에 서 있는 안 실장.

홍무석 서진우가 법정에서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더군요.

남규만 (흥미로운 얼굴) 무슨? 춤이라도 췄나?

홍무석 예전에 서재혁처럼 횡설수설하는 게 마치 기억을 잃은 사람 같았다고

합니다.

남규만 박 변 변호한다고 할 때부터 제 정신이 아닌 것 같긴 했는데...

(안 실장에게) 서진우, 의료기록을 뒤져봐. 아버지하고 같은 병일

모르니까.

안 실장 네.

홍무석 (뭔가 예감) 근데 아직 나이가 젊은데 유전이 빨리 오기도 하나 보군요.

기대가 되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5. 재판정 / 낮

판사석의 석규, 변호인석의 진우를 한 번 본다. 크게 이상이 없어 보이자 안심하는 얼굴.

석규 검사측 증인 나오세요.

증인남이 (15부 53씬 나이트클럽에 있던 덩치들 중에 광산 캐릭터만 빼고 누구든 가능)

걸어 나와 증인석에 앉는다. 고 검사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고 검사 살인 혹은 살인미수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피고인에게


살해동기가 있었느냐 하는 점입니다.

진우 (듣는)

고 검사 증인에게 묻겠습니다. 피고인 박동호가 사건이 벌어지기 며칠 전

피해자 석주일과 언성을 높이며 싸웠다고 했지요?

증인남 네.

대답을 하는 증인남의 얼굴 위로 박동호의 냉랭한 목소리가 깔린다.

박동호 (E) 정말 이럴 깁니꺼?

인서트>

15부 53씬. 나이트클럽 상황.

석주일 (같이 쏘아보는) 건널 수 없는 다리는 니가 건넜다.

박동호 인자 더 이상은 지한테 행님 소리 듣기 힘들 낍니더!

박동호, 냉랭히 석주일 남겨두고 나가버린다. 석주일은 술잔을 벽에 던져 깨버리는데-

/ 다시 현재.

고 검사 증인 혼자 본 겁니까?

증인남 아니요. 저 말고도 여러 명이 싸우는 모습을 봤습니다.

고 검사 (만족스러운) 이상입니다.

웅성거리는 방청석. 편 사무장과 인아 긴장하는 얼굴이 된다.

피고인석의 박동호는 굳은 얼굴이다.

진우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장님, 증인 신청하겠습니다.

석규 변호인 측 증인 나오세요.

박동호를 체포했던 배 형사가 걸어 나와 증인석에 앉는다. 방청석에 인아가 보인다.


진우 (걸어 나오며) 증인은 피고인을 체포하고, 현장에서 흉기를 발견했지요.

배 형사 (여유롭게) 네. 변호사님이 보는 앞에서.

진우, 서기에게 자료를 제출한다. 스크린에 국과수 자료가 뜬다.

진우 보시는 것처럼 피해자가 칼에 찔리고 막는 과정에서 강한 방어흔이

남았습니다. (배 형사를 보며) 그렇다면 칼을 찔렀던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저항하며 남긴 흔적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배 형사 그렇겠죠.

진우 그런데 왜 피고인에게는 그런 흔적이 아예 없는 겁니까?

배 형사 (말문 막히는)

진우 대답을 못하시는 군요. 좋습니다. 피고인을 체포하게 된 경위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배 형사 사고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피해자 차량의 블랙박스를

즉시 입수했고, 영상에서 피고인 박동호를 발견해 체포했구요.

진우 블랙박스 영상에 피고인이 살해하려는 모습이 찍혔나요?

배 형사 아닙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예상 가능합니다.

진우 상식적이라... 일단,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서 다시 질문 드리죠.

스크린에 블랙박스 영상이 재생된다. 박동호가 멀리 사라지고 잠시 후, 영상 자체가 크게

흔들린다.

진우 거기서 스톱! 방금 보신 것처럼 화면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스크린에 앞뒤 재생으로 화면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

진우, 침착한 표정과 말투로 배 형사를 압박해 들어간다.

진우 (배 형사에게) 왜 블랙박스 화면이 흔들렸을까요? 저 순간, 석주일 씨는

칼에 찔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는데 말이죠.

배 형사 (말없이 쳐다보는)

진우 (몰아붙이는) 다시 묻죠. 피해자 석주일은 97킬로, 피고인 박동호는


85킬로입니다. 칼로 찌르고 막으려는 과정에서 도합 182킬로의

무게가 차체에서 격렬하게 움직이는데, 왜 정작 피고인이

차 안에 있을 때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을까요?

배 형사 (대답 못하는)

진우 (더 몰아붙이는) 화면이 크게 움직인 순간, 다시 말해 피고인이 화면

밖으로 완전히 사라진 저 순간이 바로 정확한 살해 시간 아닙니까

고 검사 (일어나서) 변호인의 일방적이 추측에 불과합니다.

석규 (고심하더니) 기각합니다. 본 사건의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변호인 계속하세요.

진우 (엷은 미소로 석규 보며) 네. (배 형사 더 강하게 몰아붙이는)

블랙박스 화면이 크게 움직인 순간이 정확한 살해시간일 가능성,

있습니까? 없습니까?

배 형사 (어쩔 수 없다는 듯) 있습니다.

그 말에 진우의 입가에 엷게 미소가 지어진다. 박동호도, 편 사무장도 인아도 환해진다.

낭패감에 일그러진 고 검사의 얼굴.

진우 (석규를 보며) 재판장님. 담당 형사의 진술처럼 검사측이 제시한 증거는

온통 정황 증거 뿐입니다. 블랙박스영상엔 같이 있는 장면은 찍혔

지만

살해하려는 장면은 찍히지 않았습니다. 발견된 흉기엔 피해자의

혈흔은

있었지만, 정작 피고인의 지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진우의 변론을 유심히 듣는 석규. 방청석의 인아도 긴장된 얼굴로 듣는다.

박동호도 진우를 엷게 굳은 얼굴로 본다.

진우 (쐐기 박듯) 박동호의 범행을 입증할 만한 직접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정확한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면

(힘주어) 피고인과 그 가족들은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변론을 마치고 방청석의 인아와 눈이 마주치는 진우. 인아는 입가에 미소를 지어준다.

석규, 잠시 고민한다. 진우와 고 검사를 향해서-

석규 정황증거만으로는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번 공판에선

좀 더 확실한 증거로 심의를 하겠습니다.

6. 남일호 저택-응접실 / 낮

남일호와 홍무석이 소파에 앉아 대화중이다.

남일호 대체 일을 어떻게 하길래, 석 사장이 살아있다는 소리가 들려?

홍무석 오늘 내일하는 상태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일호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석주일 숨통이 아직 붙어있는데,

그런 말이 나오나?

홍무석 죄송합니다. 회장님.

남일호 더 이상 일 불거지기 전에 깔끔하게 정리해.

홍무석 방법을 찾겠습니다.

홍무석, 비릿한 표정지으며-

7. 옥탑사무실 / 밤

진우와 편사무장이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진우 양측이 제출한 증거는 모두 정황증거뿐이에요.

즉, 무죄판결을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죠.

편 사무장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이 말이제?

진우 네. 박동호 변호사를 확실히 빼내려면 진범을 잡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 검사가 공소를 취소할 겁니다.

편 사무장 (보는)
진우 혹시 의심 가는 사람 있어요?

편 사무장 이런 일 벌일 만한 사람.. 한 사람 있다.

진우 (뭔가 생각난 듯) 그러면... 저한테 좋은 계획이 있어요.

편 사무장 그기 뭔데?

대답을 기다리는 편 사무장의 궁금한 얼굴에서-

8. 남규만 집무실 / 밤

집무실 책상에 앉아있는 남규만. 안 실장이 들어온다. 들고 있던 서류를 내민다.

안 실장 (다소 어두운 얼굴) 서진우, 의료기록이야.

남규만 (받아들며) 뭐, 재밌는 거라도 나왔어?

안 실장 (조금 침울한 목소리로) 알츠하이머래.

남규만 (서류 넘기서 병명 확인하더니) 정말 그러네. 지 애비하고 같은 병이네.

안 실장 (몰래 노려보는)

남규만 (입 꼬리 올리더니) 뭐하나 손에 쥔 것도 없는 놈이 가족도 잃고...

기억도 잃고... 그럼 걔한테 남은 게 뭐야?

(잠시) 그럼 이제 게임 끝났네.

남규만, 만족스럽게 웃다가 다소 어두운 얼굴의 안 실장의 기색 알아차렸다.

남규만 넌, 표정이 왜 그러냐?

안 실장 (당황해서) 어?

남규만 서진우, 불쌍하냐?

안 실장 아.. 아니야. 딱하긴... 오히려 잘 됐지. 하늘이 돕네. 하늘이 도와.

다소 오버하는 안 실장을 거슬리는 얼굴로 보던 남규만.

9. 구치소 면회실 / 낮

편 사무장이 박동호 면회를 와있다.


편 사무장 진우가 인자 행님 꺼낼끼라고 진범 잡는다 캅니더.

박동호 (여러 감정 드는) 남규만이 재판으로도 바쁠 텐데 내가 짐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진우, 몸도 안 좋은데....

편 사무장 행님이 나오셔야 진우한테도 힘이 될 거 아입니꺼?

박동호 진범 잡는 거 만만치 않을 기다. 니가 도와줘라.

편 사무장 하모요. 지도 진우 일이믄 뭐든 할낍니더.

진우, 걱정에 얼굴이 무거운 박동호 얼굴에서-

10. 몽타주 / 낮

/ 병원 일각. 광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진우.

진우 범인이 다시 현장에 오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광산 (고개 끄덕이는)

/ 석주일 병실. 광산이 병실에서 나와 지키던 부하에게 말을 건넨다.

광산 형님, 차도가 좋아져서 의식이 돌아왔다.

부하들 (기뻐하는)

숨어서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는 남자, 재빨리 어디론가로 사라진다.

/ 조금 전의 남자가 배 형사에게 병원에서의 상황을 휴대폰으로 보고한다.

11. 남일호 서재 / 낮

의자에 앉아 통화 중인 남일호의 모습.

남일호 석 사장.. 차도가 좋아졌다는 소식이야. 의식이 돌아오면 일이 복잡해져.

(잠시) 석 사장, 지금 당장 처리하게나.


전화 끊는 남일호. 화면 옆으로 이동하면 홍무석이 서있다.

비릿한 표정짓는 홍무석의 얼굴에서-

12. 병실 앞 / 낮

석주일의 병실 앞을 금 실장(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누군지 알 수 없습니다)이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 그때 부하1의 휴대폰이 울린다.

부하1 예, 형님. 지금 내려가겠습니다.

부하1이 다른 부하들을 데리고 사라진다. 그 틈을 타 병실 안으로 잠입하는 금 실장.

13. 병실 / 낮

바이탈 사인이 일정한 간격으로 병실 안에 울리고 있다.

침대에 누워있는 석주일(담요와 산소마스크에 가려 누군지 알 수 없습니다).

주위를 살피는 금 실장, 조심스럽게 석주일이 누운 침대로 다가간다.

석주일 앞에 선 금 실장, 산소마스크를 벗기는데- 침대에 누운 사람은 석주일이 아니라 편

사무장이다!

편 사무장 (감았던 눈을 뜨며) 니 왔나?

순간 당황하는 금 실장, 뒷걸음질 친다. 몇 걸음 뒤로 물러나다가 툭 부딪히는 금 실장. 보

면, 진우가 떡 버티고 서 있다. 금 실장, 편 사무장과 진우 사이에 서 있는 상황이다. 금 실

장, 안주머니에서 칼을 꺼낸다. 진우에게 다가가는 금 실장.

14. 재판정 / 낮

방청객들이 들어오고, 인아도 들어온다. 하지만 변호인석은 비어있다.

인아, 초조한 얼굴인데-

15. 병실 / 낮
재빨리 몸을 날려 금 실장을 피하는 진우. 금 실장, 진우를 제압하려는데-

그 순간 경찰들이 들이닥친다. 경찰 1, 금 실장을 빠르게 제압하고 수갑을 채운다.

마스크가 벗겨져 드러나는 금 실장의 얼굴. 진우의 얼굴 위로-

인서트>

7씬에 이어지는 상황. 옥탑사무실에서 진우와 편 사무장이 대화하는 상황이다.

진우 범인은 범행현장에 다시 오는 법이죠. 석주일 사장의 차도가 좋아져서

의식을 차리고 있다는 정보를 일부러 흘리는 거예요.

편 사무장 (고개 끄덕이는)

진우 분명 진범은 석주일 사장을 다시 해치러 올 겁니다.

/ 다시 현재. 경찰들에게 체포된 금 실장, 최후의 발악을 한다.

16. 병원 복도/ 낮

수갑 채워져 끌려 나가는 금 실장. 진우와 편 사무장이 이 광경을 지켜본다.

시계를 보는 진우, 서둘러 병원 밖으로 달려 나가는데서-

17. 재판정 / 낮

방청객들 모두 들어와 있고, 박동호도 교도관들에게 이끌려 피고인석에 앉는다.

진우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 잠시 후, 석규가 들어와 판사석에 앉는다.

석규 (비어있는 변호인석 보고) 피고인, 변호인은 아직 자리하지

않았습니까?

박동호 반드시 옵니더. 쪼매만 기다려 주이소.

그때, 재판정 문이 열리면서 진우가 들어선다. 진우 발견하고 얼굴 밝아지는 인아. 그리고

담담한 얼굴로 진우를 보는 박동호까지.

진우, 변호인석까지 걸어 들어가며 석규에게-


진우 늦어서 죄송합니다.

석규 특별한 사유라도 있는 겁니까? 변호인?

진우 (여유있게) 그 대답은 제가 아니라 검사측이 대신 해주실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얼굴에 물음표 뜨는 석규. 인아와 편 사무장도 마찬가지다.

박동호도 의아한 얼굴. 고 검사의 얼굴에 당황하는 표정 스치고-

그때, 재판정 문 열리면서 법원 경위가 들어와 고 검사에게 쪽지를 전달한다.

고 검사 (쪽지 읽자 얼굴이 차갑게 굳는)

진우 (그 기색 보고 엷게 미소 짓는)

고 검사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 지금 이 사건과 관련된 유력한 용의자

체포되었으므로 공소취소합니다. 재판장님.

그 말에 방청석이 크게 웅성거린다. 박동호, 진우를 믿음직스러운 얼굴로 바라본다.

방청석의 인아 기뻐하고- 진우도 엷은 미소를 짓는다.

시간경과>

진우와 박동호 만이 남은 법정. 둘은 양 방청석에 각자 조금 떨어져 앉아 있다.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두 사람.

박동호 고맙다, 진우야.

진우 당신이 죽이지 않아서 무죄 받은 거야.

박동호 (엷은 미소로) 이런 기분을 뭐라캐야 하노 참 얄궂다.

진우 (담담하게) 그러게.

박동호 니한테 진 빚을 다 뭘로 갚노?

진우 당신은 그거 못 갚아. 나도 청산해 줄 생각 없고.

잠시, 서로 말이 없는 두 사람.

진우 당신이... 좋은 변호사는 의뢰인을 법정에 세우지 않는 변호사라고

말했던 거 기억해?
박동호 (약하게 웃으며) 그랬었지.

진우 지금 느낌은 어때?

박동호 인자 생각이 바낏다. 막상피고인석에 앉아보니, 니가 내 옆에 있는 게

참말로 안심이 됐다.

진우 ...

박동호 유일하게 내를 믿어주는 사람. 이 싸늘한 법정에서 내 대신

인생 걸고 싸워주는 사람.그기 진짜 좋은 변호사였던 것 같다.

진우, 약간은 마음을 여는 얼굴로 박동호를 본다.

박동호 이제는 내가 니한테 계약 지키는 일만 남았다. 니가 내를 믿어줬듯이

내도 니를 위해 끝까지 도울끼다.

진우 남규만 쓰러뜨리려면 시간이 별로 없어. 아버지 재심도 다시 신청할거야.

박동호 그래. 그래야지.

진우와 박동호의 담담한 모습.

18. 취조실 / 낮

홍무석과 금 실장이 마주보고 앉아 있다.

홍무석 약속했던 대로만 하세요. 혼자 원한을 갖고 한 짓으로 자수해요.

금 실장 (홍무석을 보는)

홍무석 그렇게 한다면 여동생 앞길은 잘 챙겨주겠습니다.

금 실장은 삼일절 특사로 나오도록 힘써줄게요.

그때, 채진경이 안으로 들어온다.

채진경 (홍무석 보고) 홍무석 변호사님께서 여긴 어쩐 일이세요?

홍무석 어쩐 일이라뇨. 담당변호사와 의뢰인이 만나는 건 당연한 거 아닌

가요?
채진경, 홍무석을 바라보며 자리에 앉고 금 실장에게 질문을 던진다.

채진경 (금 실장 보며) 살인 청부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금 실장 (묵묵부답이다)

채진경 남일호 회장에게 살인 청부를 받았죠?

금 실장 (잠시) 내가 혼자 한 짓이요.

비릿한 미소 짓는 홍무석, 이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채진경의 모습에서-

19. 경찰서 일각 / 낮

진우와 배 형사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다.

배 형사, 테이블 위에 올려진 자료에서 자신과 남일호와의 거래내역을 보는데-

진우 남일호와 돈이 오간 사실, 알고 있어요.

배 형사 여기가 어디라고. 지금 날 협박하는 건가?

진우 박동호와도 잘 아는 사이던데, 제대로 뒷통수를 치셨더군.

석주일 사장을 살해 교사한 자가 남일호 맞죠?

배 형사 난 모르는 일이야!

배 형사를 바라보는 진우의 힘 있는 눈빛에서-

20. 병실 / 낮

병실로 들어선 박동호와 편사무장. 박동호, 석주일에게 달려간다. 석주일, 의식이 희미하

다.

박동호, 석주일의 손을 꼭 잡는다.

박동호 행님...

박동호, 석주일을 보자 가슴이 저미어온다. 그때, 석주일의 입술이 움직인다.


박동호 !!

석주일 (의식이 희미한) 동호야...

박동호 행님!

석주일 내가 니 보고 갈라꼬 버티고 있었다 아이가.

박동호 가긴 어딜 갑니꺼.. 지 장가갈 때, 아버지 빈자리 대신 한다

안캤습니꺼? 좋은 여자 만나서 아도 낳고 오순도순 사는 거 봐야

지예.

인서트>

16부 67씬 상황.

석주일 (말 돌리며) 니, 요새 만나는 여자 없나?

박동호 갑자기 실없는 소리는 와 하고 그럽니꺼?

석주일 인자 좋은 여자 만나 장가도 가고 아도 낳고 오순도순 살아야지.

니 결혼할 때 느그 아버지 빈자리, 내가 채우는 게 소원이다.

/ 다시 현재.

석주일 (미소가 흐른다)

박동호 (눈가 젖어드는) 행님...

석주일,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박동호 (소리치며) 의사 불러라. 빨리!

다급히 병실 밖으로 나가는 편사무장.

박동호, 석주일의 손을 꼭 붙잡는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석주일 도.. 동호..야...

박동호 (울먹이며) 행.. 님...

석주일 미.. 안.. 허.. 데이...


삐- 소리나며 바이탈 곡선이 일직선이 된다. 숨을 거둔 석주일.

울음 참으며 석주일을 떠나보내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21. 석주일의 장례식장 / 밤

문상객들이 별로 없는 장례식 풍경이다. 상주 옷을 입은 박동호, 석주일이 남긴 CD를 보

며 녹음 파일 듣고 있다.

22. (과거) 박동호 옛날 사무실 / 밤

석주일이 박동호의 집무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책상 위에는 레코더가 켜져 있는데-

석주일 동호야. 니 변호사 자격증 땄을 때 내가 니 아부지처럼 기뻤다 아이가.

근데 이제는 니 변호사 만든 게 후회스럽기만 허다.

내는 주먹 위에 법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기 아인갑다. 법보다도

강한

힘이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바로 악만기라. 동호야 내 니를

떠나면서 선물 하나 준비했다.

23. 석주일의 장례식장 / 밤

녹음파일 듣고 있는 박동호.

석주일 (E) 법보다도 강한 힘이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바로 악만기라.

동호야 내 니를 떠나면서 선물 하나 준비했다.

이후 남일호와 석주일의 대화 내용들이 나온다.

인서트>

16부 37씬. 남일호 저택 서재, 남일호가 석주일에게 말한다.

남일호 석 사장 애들이 시원치가 않아. 이번 규만이 재판 관련된 놈들은


석주일 사장이 직접 처리해줬으면 좋겠네.

석주일 ....

남일호 박동호도 포함해서!

/ 다시 현재. 편 사무장이 박동호 곁으로 다가온다.

편 사무장 큰 행님 가시자마자 다른 행님들 다 떠나고. 참 인생무상입니더.

박동호 (석주일과 찍은 사진 보는) 잘 가이소. 좋은 데로.

편 사무장 진우 덕에 행님 누명 벗은 거는 다행입니더만. 큰 행님 불쌍해서

우얍니꺼...

박동호 내는 아버지가 둘이다. 이제 내도 이판사판인기라.

변호사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예전처럼 주먹으로 때려눕히고 싶다

편 사무장 행님...

그때, 진우가 들어온다.

시간경과>

장례상 앞에 마주앉은 진우와 박동호.

진우 배 형사와 남일호 사이에 오간 거래내역이야. 이거면 배 형사도 엮을 수 있

어.

진우, 박동호에게 자료를 내민다.

박동호 이런 거 필요없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 안캤나.

진우 당신, 변호사잖아. 주먹이 아니라 법으로 해결해야지.

인서트>

2부 41씬. 장례식장 밖.

석주일 세상이고 사람이고 맨바닥에 때리 눕히는 센 주먹은 법을 주물럭거리는


주먹이다.

/ 다시 현재. 박동호, 진우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24. 옥탑 사무실 / 낮

진우가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재심 신청서를 서류봉투 안에 넣는다.

진우, 서류봉투 표지에 주소를 작성한다. 기대감에 차 있는 진우의 표정에서-

25. 남규만 집무실 / 낮

임원들과 업무회의 중인 남규만. 안 실장이 들어와 남규만에게 귓속말을 하려 한다.

남규만 야. 나 지금 회의하는 거 안보여?

안 실장 (남규만만 듣도록 작게) 박동호가 무죄로 풀려났어.

남규만 (표정 굳는)

안 실장 그리고... 서진우가 서촌 여대생 사건 재심도 신청했어.

그 말에 넥타이를 풀어 제끼는 남규만. 분에 못 이겨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집어든다.

의자를 들어 책상에 마구 찍어댄다. 광기에 찬 모습이다. 임원들, 어쩔 줄을 몰라 하는데-

남규만 (분노조절 안 되는) 다 꺼져. 내 눈 앞에서 다 꺼지라고 이 새끼들아!

눈치 보다가 우르르 나가는 임원들. 분을 참지 못하는 남규만의 모습에서-

26. 남일호 저택-응접실 / 낮

박동호가 경호원들과 차 비서를 뚫고 남일호 앞으로 가 선다. 남일호는 태연한 얼굴로

혼자 차를 마시고 있다. 남일호 앞에는 빈 찻잔이 하나 더 놓여 있는데-

남일호 기다리고 있었네. 차 한 잔 들지.

박동호 (노려보며) 도대체 이딴 식으로 우리 아버지에 행님까지


몇 명이나 보냈습니꺼?

남일호 (박동호의 잔에 조용히 차를 따르는) ...

박동호 고작 이런 식으로 날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꺼?

남일호 자네가 기업에 대해 아나? 더 큰 걸 위해서는 작은 희생들은

감수해야 하는 걸세. 그게 결국엔 모두에게 좋아.

박동호 (어이없어 하며) 방금 모두에게 좋다고 했습니꺼? (화를 억누르며)

사람을 도구처럼 써먹고 한 순간에 내다 버리는 거, 그게 좋은 겁

니꺼?

남일호 (냉랭하게 보며) 나와 조용히 차 한 잔 하러 온 게 아니면 그만

돌아가게.

박동호 당신이 판단했던 최선이 최악으로 돌아올 겁니더. 단디 준비하소.

박동호, 강하게 남일호를 쳐다본 뒤 사라진다. 남겨진 남일호,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건다.

남일호 (휴대폰에 대고) 장 차관인가?

의미심장한 눈빛의 남일호 모습에서-

27. 옥탑 사무실 / 낮

진우, 책상에 앉아있는데 남규만이 들어온다. 진우, 일어나서 여유롭게 다가가는데-

남규만 서진우, 너 어디 아프다며?

진우 (그 말에 가슴이 쿵 내려앉는)

남규만 (빙글거리며 웃는 ) 너 내가 누군지는 아냐?

진우 (노려보는)

남규만 니가 그동안 기억을 너무 많이 해서 좀 쉬라고 하는 거네. 조물주가.

이제 곧 나도 못 알아 볼 텐데... 어떡하냐?

진우 너 같은 분노조절장애는 아니니까 걱정 마.

남규만 (씹어 먹을 듯) 이 새끼가.

진우 너, 참 불쌍하다. 니가 인생을 그리 사니까 주위에 믿을 만한 사람이

한 명도 없잖아.
남규만 (날카롭게) 이 새끼가 감히 누구보고 불쌍하대?

진우 (여유있게) 니 주변을 한 번 둘러봐. 진정한 니편이 있을까?

남규만, 비릿하게 진우를 본다. 진우, 물러섬 없이 남규만을 보더니-

진우 내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니가 먼저 사라질 거야.

두고봐. 곧 세상 사람들 모두 니 죄를 알게 될테니깐.

그 말에 표정이 굳는 남규만의 모습에서-

28. 홍무석 사무실 / 낮

소파에 앉아서 대화하는 남규만과 홍무석. 안실장 곁에 서있다.

홍무석 서진우가 곽 형사의 자백 동영상으로 재심을 신청해, 사실상...

재심이 열릴 가능성이 큽니다.

남규만 아, 곽 형사 그 새끼는 진짜 감방 가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화 억누르며) 방법 전혀 없나? 곽 형사 좀 구슬려 보라니까.

홍무석 최대한 애써보겠습니다.

남규만, 홍무석을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모습에서-

29.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 밤

소파에 앉아있는 박동호와 편 사무장. 테이블에는 라면과 소주가 세팅되어 있다.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는 박동호, 쓰린 표정을 짓는데- 그때, 문이 열리며 배 형사가 들

어온다.

박동호 (배형사에게 다가가 멱살잡으며) 남일호, 그 더러운 돈 받아가

내를 살인자로 만들고도 무사할 줄 알았소!

배 형사 서진우 변호사가 날 찾아왔었네.

박동호 (멈칫)
배 형사 내가 남일호한테 아버지 병원비 받은 사실까지 알고 있더군.

박동호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애써 억누르는)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지소!

배 형사 미안해.. 박 변.. 아버지 때문에... 나도 어쩔 수 없었어...

그 말에 박동호, 더 화내지 못하는데-

배 형사, 나가려다가 멈춘다. 뒤돌아서는 배 형사.

배 형사 서광그룹 폭발 사건 하 사장... 외국으로 보내지 않았어.

배 형사의 말에 놀라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30. 남일호 저택-서재 / 밤

남일호와 홍무석, 탁영진이 소파에 모여 앉아 회의 중이다.

남일호 (탁영진에게) 채진경 검사 계속 지켜만 볼 건가?

홍무석 이제 재판, 한 번밖에 안 남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곤란한 일이 생길 겁니다.

탁영진 하긴 홍 변호사님께서 채진경 검사 상대하시기 버겁다면,

무조건 바꿔야겠지요.

홍무석 (얼굴에 짜증이 일며 탁영진을 흘겨보는)

남일호 (탁영진에게) 그럼 지금 검사 교체 준비중이라는 건가?

탁영진 회장님 입맛에 딱 맞는 새 검사, 찾고 있습니다.

흡족해 하는 남일호. 그런 남일호를 엷은 미소 지으며 유심히 보는 탁영진에서-

31. 남규만 집무실 / 낮

의사가운을 입은 지긋한 의사(일호의료원 원장, 60대 후), 남규만의 혈압을 재고 있다.

뒤에는 안 실장이 서 있다.

원장 명상은 잘 하고 계십니까?
남규만 아, 좀 해보고는 있는데 요즘 내 상태가 심해지는 거 같아.

원장 보통은 ‘충동적인 분노 폭발형’과 ‘습관적 분노 폭발형' 둘 중 한 가지만

나타나는데, 남규만 사장님은 두 개가 동시에 오는 특이한 유형이

할 수 있습니다.

남규만 그럼 뭘 어떻게 하라고?

원장 자리를 이동해 화를 가라앉히거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남규만 (또 화가 치밀어 오르며) 나보고 서진우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그 말에 안 실장 멈칫한다. 남규만, 혈압패드를 거칠게 잡아떼며,

원장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간다.

남규만 당신 미쳤어?

원장, 눈이 켜져 뒤로 물러난다. 남규만, 원장의 목을 조르려고 한다.

안 실장이 다가와 남규만을 말리는데서-

32. 남일호 저택-서재 / 낮

법무부 차관(장 차관), 전대법원장, 국회의원을 만나고 있는 남일호. 옆에 홍무석과

탁영진도 있다. 차 비서는 남일호 뒤에 서 있고, 가사도우미는 차를 내고 있는데-

장 차관 (남일호에게) 아드님 재판 때문에 신경 많이 쓰이시겠습니다.

남일호 그래서 내가 장 차관을 부른 거 아니겠나. 재판에 영향력 좀

발휘해주게.

홍무석 우리 회장님, 나라경제를 살리는 것에 보다 집중하실 수 있도록

신경 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장 차관 (남일호에게) 누가 말씀인데요. 당연히 그래야죠.

홍무석, 차 세트 박스 세 개를 세 명의 손님들 앞에 내놓는다.


홍무석 우리 회장님께서 영국에서 특별히 주문한 차 세트입니다.

남일호 향이 아주 좋을 걸세.

장 차관이 조심스레 차 세트를 열면 그 위에 흰 봉투가 보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탁영진.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는데-

33. 남일호 저택-복도 / 낮

서재에서 나오는 탁영진과 홍무석. 탁영진이 홍무석에게 살짝 목례하고는 가려는데-

홍무석 탁 검사. 내일은 국세청 차장과 미팅 잡았는데, 그 때도 함께 가죠.

탁영진 (부드럽게) 제가 내일은 일정이 좀 빠듯합니다. 혼자 가시죠.

홍무석 내일 미팅, 세무조사 관련해 중요한 자리인 거 모릅니까?

탁영진 그런 건 우리 홍 변호사님 전담인 거 같은데...

홍무석 (보면)

탁영진 설마, 아직도 제 상관이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죠?

홍무석 (표정 굳는)

탁영진 (여유있게) 홍! 변호사님, 그럼 전 갑니다.

탁영진, 홍무석을 지나쳐 가버린다. 홍무석, 그런 탁영진을 노려보는 모습에서-

34. 시골 주택 / 낮

한적한 시골 마을 주택에 다다르는 박동호. 마당에서 하 씨와 마주친다.

시간경과>

마루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박동호와 하 씨.

박동호 욕 봤지예?

하씨 다 내가 지은 죄가 많아서지...

박동호 곧 올라오실 수 있을 낍니더.

하씨 아니예요. 여기서 죽을 때까지 죗값 치르면서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변호사님은.. 아버지와 닮은 구석이 많네요.

박동호 ...저희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습니꺼?

하씨 아들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하는 사람이었어요. 허지만, 사람 죽이는

것만은 절대 못하겠다고 했죠.

박동호 (하 씨를 보는)

35. 시외도로-차 안 / 낮

운전대 앉은 박동호, 시외도로를 달리고 있다.

인서트>

34씬 시골 주택의 상황이다. 마루에 마주보고 앉아있는 하씨와 박동호.

하씨 그때 내게 이런 말을 했어요. 아들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라도 사람을 죽일 수 없다고.

박동호 (회환에 젖는)

하씨 (결연한 얼굴로) 내가, 다시 증언할게요!

그때 울리는 휴대폰 소리.

/ 다시 현재. ‘편 사무장’의 전화다. 이어셋 귀에 끼는 박동호.

박동호 그래, 상호야. 지금 가고 있다.

악셀 밟는 박동호. 박동호의 결의에 찬 얼굴에서-

36. 옥탑 사무실 / 낮

인아가 어플로 명함들을 찍고 있다. 그러다 고개를 돌리면, 진우가 서류들을 보고 있다.

그 위로-

유 의사 (E)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일을 하기도 힘들어지고, 남의 말을 이해


할 수도 없게 됩니다. 주위에 사람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

죠.

인아, 진우에게 살며시 다가간다. 책상 위 진우 휴대폰을 집어 드는데-

진우, 의아한 얼굴로 인아를 본다. 인아가 진우의 휴대폰으로 어플에 들어가 자기 명함을

등록한다.

진우 뭐하는 거야?

인아 나... 잊어버리지 말라고.

진우 (말없이 인아 보고)

인아 (미소 띤 얼굴로) 그래서 특별히 첫 번째로 내 명함 넣어줬다! 자!

인아, 진우에게 휴대폰 건넨다. 진우, 인아를 미소 띤 얼굴로 보는데-

인아 아! 그리고 오늘 우리 가게에서 저녁 어때?

진우 (인아를 보면)

인아 하영씨가 피자 만드는 거 배웠다고, 우리 로펌 사람들한테 직접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거든.

진우 (미소 띤 얼굴로 인아 보는)

37. 인아네 피자가게 / 밤

진우와 인아, 송 변, 연 사무장, 인아 모가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있다.

이때 송하영과 인아 부가 커다란 피자 두 판을 각자 들고 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송하영 사장님이 말씀해 주신 대로 한 번 흉내 내봤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송변 (덥석 피자 조각 집어 맛보더니) 와~ 훌륭한데?

인아 부 하영이가 워낙 눈썰미가 좋아요.

진우 (미소 지으며) 하영씨 밝은 모습 보니까, 저도 기분 좋네요.

인아 모 다들 일하느라 고생들 많은데 맛나게 드세요. 진우야, 너도 많이

먹어.

진우 (엷은 미소로) 네.
인아, 사람들 사이에서 밝은 진우의 모습에 조금은 안심이 되는 표정인데-

진우 (인아 부 보며) 아저씨, 이 피자 우리 아빠도 많이 좋아하겠어요.

인아 부 (무슨 말인가 싶으며) ...진우야.. 지금 뭐라고 했니?

인아와 연 사무장의 얼굴, 금세 굳고 송 변과 인아 모는 무슨 말인가 싶으며 의아한데-

진우 (인아 부에게) 우리 아빠, 아저씨네 피자 좋아해요. (시계 보더니)

이제 퇴근하시면 출출하실 텐데 같은 걸로 하나 더 포장해 주세요.

인아 (인아 부에게 급히 무마하려는) 그냥 이따 야근하면서 먹는다는 말이야.

연 사무장 그래.. 서 변. 하영씨한테 이거 하나 더 포장해 달라고 할게.

인아 모 (말 끊으며) 아니, 진우야. 방금 너 뭐라고 했어? 아빠가 퇴근한다

고?

니네 아빠가 지금 살아있기라도 하다는 거야 뭐야?

진우, 순간 급격히 얼굴이 굳어지며 사람들의 얼굴을 살핀다. 인아와 연 사무장은

당황하며 안타까워하는 얼굴이고, 인아 부, 인아 모, 송 변, 송하영은 모두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우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순간,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진우.

진우 (당황하며 벌떡 일어나) 저 먼저 가볼게요.

인아 (일어서며) 진우야!

서둘러 밖으로 나가버리는 진우. 진우를 붙잡지 못한 채 눈빛이 크게 흔들리는

인아의 얼굴에서-

38. 진우의 차 안 / 밤

진우가 혼자 운전하며 이동 중이다. 정면만 응시하고 있는 진우의 어두운 얼굴 위로-

인아 모 (E) 아니, 진우야. 방금 너 뭐라고 했어? 아빠가 퇴근한다고?

니네 아빠가 지금 살아있기라도 하다는 거야 뭐야?


이때, 휴대폰 액정에 계속 인아의 이름이 뜬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 진우.

굳은 얼굴로 속도를 더 올리고 있는 진우의 모습에서-

39. 인아네 피자가게 / 밤

인아와 인아 부, 인아 모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인아 모 너, 잔말말고 당장 들어와.

인아 부 정말 하늘도 무심하지. 아직 진우, 제대로 날개도 못 펴봤는데,

이런 일이...

인아 내가 진우 옆에서 도와주면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인아 모 (어이없고) 너, 그거 동정이고 연민이야.

인아 (표정 굳으며) 엄마...

인아 모 니가 그 병이 얼마나 주변 사람들 고통스럽게 만드는지 몰라서 그

래. 인아 엄마... 진우 곁에는 내가 있어야 돼.

인아, 울음이 금세라도 터질 것만 같은 얼굴이다. 서둘러 나가버리는 인아. 그런 인아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인아 부. 인아 모는 걱정과 답답함이 가득한 얼굴인데-

40. 남규만의 집무실 / 밤

집무 책상 앞에 앉아있는 남규만. 안 실장이 그 옆에 서 있다.

남규만 너도 서진우 그 새끼가 신청한 재심, 막을 방법 계속 알아 봐.

재심 열리면 골치 아파진다.

안 실장 (대답 없고)

남규만 야, 내 말 안 들려? 죽이든 살리든 돈을 먹이든 다 좋으니까

서진우 좀 막아 보라고!

안 실장 (잠시) 이제 그만하자, 규만아.

남규만 (그 말에 어이없는 얼굴로 보며) 뭐라고?

안 실장 나도 벌 받을 거 각오했으니까, 너도 죗값 제대로 받자.

언제까지 세상이 모르겠냐? 그게 영원히 감춰질 거라 생각


해?

남규만 (섬뜩하게) 너 요즘 막 나가는 게 뭐 믿는 구석이라도 있나봐?

아~ 강석규? 너 석규 믿고 이러는 구나? 근데 그건 알아야지.

남규만, 집무실 뒤편에 있는 골프채를 뽑아든다. 그런 남규만을 지켜보는 안 실장.

남규만 석규는 너 못 지켜줘, 새끼야. (골프채 가져오며) 버릇 좀 고치자. 뻗쳐.

안 실장 (가만히 서서 남규만 보는데)

남규만 어쭈? 뻗치라고!!

남규만, 때릴 기세로 골프채를 쳐들어 올리는데- 그런 남규만의 손을 붙잡는 안 실장.

안 실장 나 너한테 맞을 이유 없다. 그리고 니 뒤처리 하는 거 오늘부로

때려 칠란다. 이제 니가 치워. 이 파파보이 새끼야.

안 실장, 확 나가버린다. 그런 안 실장을 얼빠진 얼굴로 보는 남규만의 모습에서-

41. 옥탑 사무실 / 밤

연 사무장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내 휴대폰을 내려놓는 연 사무장

인아 안 받아요?

연 사무장 아예 전화를 꺼버렸네.

이때 송 변이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선다.

송변 서 변, 옛날 집에도 없어요.

인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살피며) 대체 어딜 간 거야...

송변 (안타까움에) 아니, 이게 말이 돼요? 서 변처럼 기억력 좋은 애가

알츠하이머라는 게..

연 사무장 송 변 마음 잘 알아. 우리도 그래서 더 힘들었고..


송변 날도 추운데.. 어디서 길 잃어버리고 헤매고 있는 건 아니겠죠?

(울컥하며) 서진우.. 이 자식 정말..

인아 (송 변의 말에 더 생각이 복잡해지는데)

그때, 사무실에 석규가 들어온다. 석규를 발견하고 바라보는 인아의 모습에서-

42. 남규만 집무실 / 밤

어두운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는 남규만.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다.

인서트>

17부 49씬 상황. 남규만, 스케줄 하나하나 보기 시작하는데-

그때, 띠링-하고 문자 오는 소리 들린다. 안 실장, 스케줄 보는 남규만을 힐끗 보고는,

살짝 휴대폰을 꺼내보는데- 남규만, 안 실장에게 다가가 문자 얼핏 본다.

휴대폰 액정 화면의 ‘그 증거,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줄게.’가 보인다.

인서트>

30씬 상황이다. 옥탑사무실.

진우 내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니가 먼저 사라질 거야. 두고봐. 곧 세상 사람

들 모두 니 죄를 알게 될테니깐.

인서트>

14부 16씬 레스토랑 상황이다. 웨이터가 오프너 나이프로 와인을 따기 시작한다.

석규, 그 모습을 보며-

석규 (와인 한 모금 마시고는) 규만아. 오프너나이프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 다시 현재. 섬뜩한 눈빛의 남규만. 노크소리 들리면 차 비서가 들어온다.

차 비서 부르셨습니까?
남규만 아버지 일, 지금까지 잘 처리해왔다고 들었어요.

차 비서 그렇습니다.

남규만 내 일도 하나 해결 줄 수 있죠?

입꼬리 올리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43. 지하주차장 / 밤

차를 주차시키고 나오는 안 실장. 차문 열고 나오는데-

뒤에 있던 누군가가 안 실장의 머리를 둔기로 후려친다.

정신 잃고 바닥에 쓰러지는 안 실장. 화면 넓어지면, 그 누군가가 차 비서다!

44. 컨테이너 박스 / 밤

안 실장, 눈을 뜨면 컨테이너 박스 안이다. 그때 안 실장의 어깨를 잡는 한 손, 남규만이다.

놀라 기겁하는 안 실장. 도망가려고 몸을 움직이지만, 이미 의자에 단단히 묶여있다.

차 비서는 남규만의 근처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안 실장 !!!!

남규만 수범아. 날 보고 왜 그렇게 놀라? 나한테 죄 지은 거라도 있어?

차 비서가 남규만에게 미국행 티켓을 건네준다.

남규만, 티켓을 안 실장 눈앞에 흔들어 보이며-

남규만 아~ 너 죄 지은 거 있지? 그러니까 도망가려고 했을 거 아냐.

안 실장 (애써 침착하게) 규.. 규만아... 난 니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 (하는

데)

남규만 (안 실장의 휴대폰 문자 보여주며) 그 증거,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줬다.

안 실장 (떨리는 눈빛으로 보는데)

남규만 한참을 고민했잖아. 그 증거가 뭘까?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굴까?

안 실장 일단 내 말 좀 듣고 (하는데)

남규만 (섬뜩하게 확 얼굴 들이밀며) 말해. 너 그때 내가 쓴 오프너 나이프,


바꿔치기 했냐? 그걸 서진우한테 넘겼고? 와, 이딴 식으로 뒤통수

를 쳐?

안 실장 (떨리는) 막말로... (감정 올라오며) 니가 날 정말 믿은 적이 있긴

하냐?

남규만 뭐라고?

안 실장 나도 너 못 믿어. 그래서 보험이 필요했다! 살고 싶어서 그랬어!

남규만, 안 실장의 목덜미를 콱 잡아 조른다. 안 실장, 괴로워하고-

남규만 똑바로 들어. 니가 살 수 있는 방법은 하나야. 당장 서진우 그 새끼

손에 들어간 오프너 나이프 찾아오는 거.

안 실장 (목 졸려 괴로워하며) 나 이제... 더는 그런 짓 못... 한다...

남규만 못하면 니가 뒤지는 거야, 새끼야. (목 조르기를 풀어주며) 목숨 하나다.

시간줄 때 잘 생각해 봐. (섬뜩하게 웃는) 그럼 내일 또 보자, 수범

아.

안 실장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보고)

남규만, 뒤돌아 차 비서와 함께 컨테이너 박스에서 나간다. 컨테이너 두꺼운 철문이

쾅 닫히며 어둠 속에 갇히는 안 실장의 모습에서-

45. 옥탑사무실-회의실 / 밤

회의실에서 인아와 석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석규 서진우 변호사, 몸은 괜찮은가요?

인아 (진우 걱정에 집중 못하다가) 네? 아... 네.

석규 재심 다시 신청했다고 들었어요. 이번엔 세상에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도울게요.

인아 이미 큰 도움 주셨잖아요. 진우도 저도... 판사님이 주신 증거로 잘

싸울게요.

그때, 연 사무장이 회의실에 들어온다.


연 사무장 서 변, 어딨는지 찾은 것 같아.

연 사무장, 사진 액자를 인아에게 보인다. 사진에는 진우와 서재혁이 밝게 웃으며 찍은

모습이 보이는데-

연 사무장 서 변이 종종 여기, 다시 한 번 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

인아 (급히 일어나) 강 판사님, 제가 지금 좀 나가봐야겠어요.

죄송합니다.

인아, 급히 뛰어 나간다. 그런 인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석규의 모습에서-

46. 에델바이스-메시지 나무 / 밤

진우가 혼자 생각에 잠긴 채 걸어가다가 메시지 나무 앞에 선다.

어두운 얼굴로 다가가 메시지들을 살피던 진우, 그 중 하나를 보자 멈춰 서는데-

아련히 생각에 잠기는 진우의 얼굴 위로-

인서트>

과거. 에델바이스-메시지 나무 앞.

진우와 서재혁이 에델바이스 주변을 둘러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서재혁 진우야, 여기 좋지?

진우 어. 나, 다음에는 여기 여자친구랑 오려구.

서재혁 어쭈? 여자친구?

진우 (주변 둘러보며) 봐봐. 여기 다들 커플이잖아.

남자들 둘이 여기 온 게 특이한 거라구.

서재혁 (장난치듯) 아들내미 키워봤자 소용없네. 소용없어.

진우 (피식 웃는)

이때, 진우와 서재혁 앞에 커다란 메시지 나무가 보인다.

서재혁, 아이처럼 호기심에 메시지 나무쪽으로 다가간다. 잠시 후, 주변 사람들이

메시지를 적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서재혁도 뭔가 쓰기 시작하는데-


진우 (가까이 다가가 보며) 아빠, 뭐라고 써?

서재혁 (손으로 가리며) 가만 있어봐. 쑥스러워.

진우, 메시지를 쓰고 있는 서재혁 뒤에서 미소짓고 있는 얼굴에서-

/ 다시 현재.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는 진우. 메시지에는 ‘진우야, 항상 밝게 커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우리 둘이 행복한 기억 많이 만들며 살아가자 - 아빠가. (2010. 02.03) 라고

적혀 있다. 메시지를 보고 있는 진우의 눈시울이 어느새 붉어져 있다.

이때 진우의 곁으로 천천히 다가와 서는 한 사람. 진우 눈앞에 인아가 엷게 미소지으며

서 있다. 한편 진우는 인아를 보자 얼굴이 굳어지는데-

47. 에델바이스 일각 / 밤

진우와 인아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다. 한참동안 서로 말이 없는 둘.

잠시 후, 진우가 힘겹게 먼저 말을 꺼낸다.

진우 더 이상 너에게 피해주고 싶지 않아.

인아 (얼굴 어두워지며) 야.. 서진우.

진우 남규만도, 기억이 사라져 가는 것도 둘 다 내 싸움이야.

나 때문에 더는 희생하지 말고, 넌 원래 자리로 돌아가.

인아 너, 정말 그렇게 밖에 말 못하니?

진우 나 때문에 검사 그만 둔 게 항상 마음에 걸렸어.

너희 부모님 뵐 때마다 죄송했고.

인아 (답답함에) 넌 왜 네 맘대로 생각하고, 네 맘대로 결정해?

그게 네 진심이야?

진우, 말없이 일어나 가려고 한다. 이때 인아가 진우의 뒷모습을 향해 힙겹게-

인아 ...서진우, 너... 내 마음 몰라?

진우 (순간 멈춰서는)

인아 내가 너 동정해서 네 옆에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

진우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는)


인아가 천천히 진우의 곁으로 다가간다.

인아 (진우를 가만히 보며) 너, 많이 힘든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늘 마음이 아팠어.

진우 (인아의 진심이 느껴지며) ...인아야...

인아 너.. 많이 두려운 거 알아. 그치만 (떨리는 목소리로) ...

그 두려움을 나와 같이 이겨내자.

진우 (마음 아프고) 네 이름, 네 얼굴을 기억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안 남았어.

인아 진우야, 걱정 하지마. 내가 너의 기억이 되어 줄게.

진우, 인아의 말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밀려들며 인아를 끌어안는다.

눈물이 흐르는 진우. 인아도 진우의 품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48. 고급 레스토랑 / 밤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고급 레스토랑. 수많은 테이블 사이로, 홀 가운데

남규만이 혼자 앉아 스테이크를 썰고 있다.

혼자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남규만이 주변을 쓰윽 둘러본다.

아무도 곁에 없고, 황량히 자신만 있는 것을 확인하는 남규만.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데-

인서트>

30씬 옥탑사무실 상황.

진우 너, 참 불쌍하다. 니가 인생을 그리 사니까 주위에 믿을 만한 사람이

한 명도 없잖아.

남규만 (날카롭게) 이 새끼가 감히 누구보고 불쌍하대?

진우 (여유있게) 니 주변을 한 번 둘러봐. 진정한 니편이 있을까?

/ 다시 현재. 남규만, 안 실장의 일 때문에 외롭고 쓸쓸한 얼굴이다.


49. 구치소 면회실 / 낮

박동호, 선 채로 맞은편에 앉아있는 금 실장에게 말한다.

박동호 니 매수 당한 거 다 안다.

내, 남일호에게 버림받는 거 봤다 아이가? 그냥 자백해라.

금 실장 (박동호를 올려만 보는)

박동호, 금 실장의 묵묵부답에 분노를 억누르며-

박동호 니.. 잘 들으라. 남씨 일가 사주받았나 본데. 니는 감방에서

평생 썩든가, 나와서 내 손에 죽든가, 둘 중 하날 기다!

금 실장 (굳은 얼굴로 보는)

뒤돌아 나가버리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50. 남일호 저택-다이닝 룸 / 낮

여경이 혼자 밥을 먹고 있다. 뒤에서는 가사 도우미가 음식들을 서빙하고 있다.

이때 남규만이 안으로 들어선다. 여경은 남규만에게 시선을 두지 않고, 식사만 하는데-

남규만 (여경 앞에 비행기 티켓을 탁! 내려놓는다)

여경 (놀란 눈으로 남규만을 올려다보는) ...

남규만 너 예전부터 제대로 미술 공부 하고 싶어했지?

여경 갑자기 그 얘긴 왜 꺼내?

남규만 더는 여기서 골치 아프게 검사하지 말고, 프랑스 가서

너, 하고 싶었던 그림이나 원 없이 그리라구.

여경 (황당함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일어서더니) 니까짓게 뭔데.

아빠가 너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남규만 (태연히) 아버지 결정이야.

여경 (눈 커다래지는) 뭐?

남규만 (여경 가까이 다가가며 놀리는 투로) 그러게 조심 좀 하지 그랬어.


아버지한테 한 번 찍히면 그 다음은 국물도 없는 거 몰랐냐?

비릿하게 웃으며 가버리는 남규만. 한편 울음이 터질 것만 같은 여경의 얼굴에서-

51. 옥탑사무실 / 낮

진우와 인아가 각자의 자리에서 서류를 보고 있는데, 여경이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선다.

인아 (여경을 확인하고는 놀라 일어서며) 남여경...?

진우 (여유롭게 다가가며) 남 검사님께서 여긴 무슨 일이죠?

여경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며 어두운 얼굴인데)

시간경과>

소파에 마주보고 앉아 있는 진우와 인아, 여경. 여경이 힘겹게 입을 연다.

여경 (진우 보며)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걸로 풀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당신이 왜 그랬는지 이젠 알 거 같다는 말.. 하러 왔어.

진우 (엷게 미소지으며) 왜, 몰랐던 진실이라도 그 사이 알게 됐나?

여경 (힘겹게) ...오빠한테 들었어. 5년 전 그 사건에 대해서..

인아 (놀라며) 그게.. 사실이야?

여경 응.. (인아 보며) 네가 5년 전에 했던 말 기억해?

인아 (가만히 여경을 보면)

여경 니가 게임으로 생각하는 재판으로 누군가의 인생 전체가 주저앉아

버렸다고. 그 아들까지도..

진우와 인아의 얼굴이 더 어두워진다.

여경 늦었지만, 오빠를 대신해 둘에게 용서를 빌고 싶어.

인아 오빠한테 지금이라도 자수하라고 해. 그게 살 길이라고.

여경을 복잡한 얼굴로 바라보는 진우.


52. 일호로펌 복도 / 밤

일호로펌 복도를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남규만 홍무석.

남규만 아버지한테 들었어요. 채진경 검사 교체할 거라면서요?

홍무석 그렇습니다. 우리 쪽에 맞는 검사 세우려고, 탁영진 검사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남규만 (만족스러워서) 탁 검사, 상 좀 줘야겠네.

53. 대검찰청 복도 / 밤

복도를 걷고 있는 탁영진, 검찰총장실로 들어간다.

54. 검찰총장실 / 밤

탁영진, 검찰총장실에 들어온다. 혼자서 바둑을 두고 있는 검찰총장.

검찰총장 마침 잘 왔네. 탁 검사.

탁영진 (앞에 가서 자연스레 앉으며)

검찰총장 남일호 회장이 채진경 검사를 교체해 달라고 했다면서요?

탁영진 그렇습니다.

검찰총장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정신나간 영감탱이.

탁영진 그러게나 말입니다. (잠시) 일호그룹 출장도 거의 다 끝나갑니다.

그 말에 검찰총장과 함께 미소 나누는 탁영진. 그의 얼굴 위로-

55. (과거) 탁영진 검사실 / 낮

15부 22씬에 이어지는 상황이다. 만년필 동영상을 탁영진에게 건네는 진우와 인아.

탁영진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것만으로 남씨 놈들을 잡는 건 어려워.

진우 (예견했다는 듯) 그래서 저희들도 계획이 있습니다.


인아 선배, 이건 우리 셋만의 아주 은밀한 작전이에요.

탁영진 (그 말에 진우와 인아를 보더니) 은밀한 작전?

진우 일호그룹으로 들어가세요.

흥미를 갖고 진우와 인아에게 집중하는 탁영진의 모습에서-

56. (과거) 검찰총장실 / 밤

탁영진, 검찰총장의 책상에 박동호에게 받은 ‘일호그룹 X파일’ 진우로부터 받은

‘만년필’을 탁 내려놓는다. 뭔가 싶어 보는 검찰총장.

탁영진 총장님. 저, 일호그룹으로 출장 보내주십시오.

검찰총장 (놀란 눈으로) 지금 일호그룹이라고 했습니까?

탁영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검찰총장 (X파일 서류 몇장 넘기더니) 안 그래도 VIP께서 주시하고 있었습

니다.

탁영진 검찰조직에 누가 되지 않도록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신뢰 가득한 얼굴로 탁영진을 보는 검찰총장. 결의에 차 있는 탁영진의 얼굴에서-

57. 검찰총장실 / 밤

/ 다시 현재. 바둑판을 마주하고 있는 탁영진과 검찰총장.

탁영진 그럼, 남일호 회장이 원하는 대로 검사 교체 들어가겠습니다.

(강조하며) 아주 강단 있고, 소신 있는 검사로.

검찰총장 추천할 만한 검사가 있습니까?

그 말에 씨익 웃음 짓는 탁영진의 얼굴에서-

58. 옥탑사무실 / 밤
진우가 사무실에 혼자 있다. 박동호가 들어온다.

박동호 진우야. 우째 되어 가노? 이번 재판도 확실한 물증이 없는 이상

남규만은 요리조리 피해나갈 기다.

진우 있어. 확실한 증거.

진우, 비닐에 싸인 피 묻은 오프너 나이프를 꺼내 보이는데-

박동호 (놀란다) 그기 뭐꼬?

진우 오정아 죽인 진짜 흉기. 재판에 쓰인 건 가짜였어.

박동호 어디서 났노? 확실한 기가?

진우 국과수 검증 끝냈어. 오정아 혈흔. 남규만 DNA 모두 일치해.

박동호 일호그룹 놈들 무너뜨릴 날이 멀지 않았데이.

진우 우리 아빠 무죄판결 날 때까지는.. 계속 달려 나가야 해.

박동호 옆에서.. 내도 같이 달려줄 기다. 진우야.

진우 (박동호를 보는)

박동호, 진우에게 미소지어 준다. 진우, 박동호의 미소를 받는데서-

59.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 낮

테이블에 올려놓은 노트북에서 뉴스가 나온다.

앵커 (E) 지난해 재심재판에서 원심 확정 유죄판결을 받았던 서촌여대생

강간살인사건의 재심이 다시 열리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사건

담당 형사가 받아낸 자술서가 압박에 의한 거짓자술서였다는

양심고백을 들어 재심 개시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소파에는 박동호와 진우, 마주 보고 앉아 뉴스를 보고 있다. 옆에는 편 사무장도 있다.

진우 재심재판 개시됐으니까 이제 다음 단계야.


진우, 테이블에 ‘증거물 1호’라고 적힌 CD를 올려놓는다.

CD를 의미심장한 얼굴로 보는 박동호.

진우 이 동영상은 증거로 사용하기엔 불법으로 촬영돼서 판사에게

거부될 수 있어. 하지만.... 법정 밖에선 위력이 클 거야. 재판은

꼭 법정 안에서만 싸우는 게 아니니까.

박동호 그래 진우야. 센세이션이 일어날 기다. 대한민국 방방곡곡... 두메산골

영감탱이까지 동영상을 보게 만들 거니까. (편 사무장에게)

스팸 뿌리는 아들한테는 연락해뒀나?

편 사무장 스팸문자, 인터넷 다 준비 중입니더. 행님, 명령만 기다리고 있습니더.

진우와 박동호, 서로 시선을 나눈다. 진우, 결심한 얼굴로 증거물 1호 CD를 노트북에

넣는 모습에서-

60. 몽타주

-지하철 / 증거물 1호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 옆 사람과도 얘기를

나누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도심 전광판 / ‘일호그룹 남규만 사장, 5년 전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자백하는 동영상

공개돼 국민들 충격에 빠져’ 뉴스가 지나간다. 거리에 있던 사람들 멈춰서고는

뉴스를 보며 모두 놀란 얼굴들이다.

61. 고급 일식집 / 낮

탁영진과 남일호, 그리고 홍무석이 상을 마주하고 있다.

탁영진 새로운 검사, 회장님 마음에 쏙 드실 겁니다.

남일호 (환하게) 탁 검사가 추천했는데 어련하겠나?

홍무석 누가 저하고 재판에서 손발을 맞추게 될지 참 궁금합니다.

남일호 (만족스럽게 웃는)

홍무석 탁 검사 덕분에 남규만 사장님 마지막 재판, 쉽게 이기겠네요.


세 사람 술잔을 기울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이다. 그때, 홍무석의 휴대폰이 울린다.

홍무석, 휴대폰을 받아드는데-

62. 남규만 집무실 / 낮

남규만, 노트북으로 ‘증거물 1호 동영상’을 보고 있다. 화면으로는 증거물 1호 동영상이

흐르고 있고, 밑에 자막으로는 ‘5년전 서촌여대생 살인사건 남규만 사장 동영상 공개돼’

뜬다. 분노가 차올라 노트북을 벽에 집어 던지는데- 그때, 문 열고 들어오는 진우!

남규만, 진우를 보고 표정, 차갑게 일그러진다.

진우 (여유롭게) 내가 보낸 선물은 잘 받았어?

남규만 (씹어먹을 듯 한 얼굴로) 너, 오늘 내가 죽여 버린다.

진우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 잘 받은 거 맞네.

여유가 넘치는 진우와 폭발 직전의 남규만의 모습에서-

63. 고급 일식집 복도 / 낮

일식집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 인아의 모습.

64. 고급 일식집 / 낮

홍무석, 휴대폰을 끊는다. 얼굴이 차갑게 굳어있다.

홍무석 (남일호에게) 회장님, 남규만 사장의 자백 동영상이 터졌습니다!

그 말에 표정이 급격하게 굳는 남일호. 그때, 문이 열린다.

룸 안에 들어서는 누군가. 보면, 인아다!

인아, 여유로운 얼굴로 룸 안에 있는 남일호와 홍무석을 한번 쳐다본다. 그러더니-

인아 이인아 검사라고 합니다.


그 말에 남일호, 홍무석의 얼굴이 차갑게 굳는다. 탁영진은 입가에 미소가 스며든다.

인아, 탁영진과 눈이 마주치면 미소 짓는데-

/ 남규만과 마주선 진우, 그리고 남일호와 마주한 인아의 얼굴에서 엔딩!

● 18부 끝
Remember 19

1. 고급 일식집 복도 / 낮

일식집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 인아의 모습.

2. 고급 일식집 / 낮

홍무석, 휴대폰을 끊는다. 얼굴이 차갑게 굳어있다.

홍무석 (남일호에게) 회장님, 남규만 사장의 자백 동영상이 터졌습니다!

그 말에 표정이 급격하게 굳는 남일호. 그때, 문이 열린다.

룸 안에 들어서는 누군가. 보면, 인아다!

인아, 여유로운 얼굴로 룸 안에 있는 남일호와 홍무석을 한번 쳐다본다. 그러더니-

인아 이인아 검사라고 합니다.

그 말에 남일호, 홍무석의 얼굴이 차갑게 굳는다. 탁영진은 입가에 미소가 스며든다.

인아, 탁영진과 눈이 마주치면 미소 짓는다. 자신만만한 얼굴로 자리에 앉는데-

탁영진 회장님. 이번 남규만 사장님 재판을 맡을 이인아 검삽니다.

남일호, 굳은 얼굴로 이인아를 본다. 홍무석, 얼굴 급격히 굳으면서 탁영진을 노려본다.

홍무석 탁 검사. 이인아 변호사가 여길 왜 (하는데)

탁영진 (여유있게 미소 지으며) 3차 공판 검사, 바꿔달라면서요?

인아 제가 바로 남규만 사장님 담당 검삽니다. 제대로 심판해드리죠.

남일호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탁영진 보며) 탁 검사.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인아 (탁영진 보며) 탁 검사님의 일호그룹 출장이 다 끝났다는 거죠.

탁영진 (싱긋 웃는) 그동안 근질근질 해서 혼났는데 오늘에야 속이 시원하네.

홍무석 (열받는) 탁 검사! 이래도 되는 겁니까?


남일호와 홍무석, 여유롭게 미소 짓고 있는 탁영진과 인아를 굳은 얼굴로 보는데-

3. 남규만 집무실 / 낮

남규만, 분노가 차올라 노트북을 벽에 집어 던지는데- 그때, 문 열고 들어오는 진우!

남규만, 진우를 보고 표정, 차갑게 일그러진다.

진우 (여유롭게) 내가 보낸 선물은 잘 받았어?

남규만 (씹어먹을 듯한 얼굴로) 너, 오늘 내가 죽여 버린다.

진우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 잘 받은 거 맞네.

남규만 (분노로 노려보며) 그런다고 무슨 소용이나 있을 줄 알아?

법적 효력도 없는 걸 뿌려서 감히 날 모욕해?

진우 그건 동영상을 본 국민들이 답해줄 거야. 너는 이제 얌전히 법의

처분만 기다리면 되고.

남규만 내가 법 가지고 노는 거 못 봤어? 그동안 봐 온 걸로 부족한가?

진우 아니. 충분히 봤어. 법보다 위에 있는 건 니가 아니라... 진실이야.

남규만 (맞서서) 니가 진실이 뭔지나 기억할 수 있겠어? 니 병 때문에

자신이 누군지나 잊지 않으면 다행 아닌가?

진우 내가 누군지 잊더라도, 아버지에 대한 진실만큼은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여유롭게) 법정에서 보자. 남규만.

진우, 남규만에게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나간다.

남규만 (광기에 사로잡혀서 소리치는) 으아아아아!!!

분노하는 남규만의 얼굴 위로 남일호의 목소리가 깔린다.

남일호 (E) 그러니까... 탁 검사의 속임수에 내가 놀아난 거다?

4. 고급 일식집 / 낮

남일호 이제야 대략의 사태를 파악하고, 섬뜩할 정도로 굳어 있는 얼굴이다.


남일호 (어이없어 웃는) 거 참, 탁 검사 재밌는 친구구만.

탁영진 그런 소리 많이 듣습니다. 괜히 족보 없는 검사가 아니죠.

남일호 이런 짓 한다고 내가 무너지기라도 할 줄 아나? 대체 목적이 뭔가?

인아 돈으로 법을 피하던 당신들의 진짜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는 게

저희의 목적입니다.

남일호 (비꼬는) 나도 그 진짜 모습이 뭔지 궁금하군.

탁영진 곧 법정에서 낱낱이 그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인아 당신들, 이제 끝났어.

자리에서 일어나 여유로운 얼굴로 방을 나가는 인아와 탁영진.

홍무석은 계속 울리는 휴대폰을 보며 눈치를 보고 있다. 남일호의 무섭게 굳은 얼굴에서-

5. 국밥집 / 낮

박동호와 탁영진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박동호 귀띔이라도 해줬어야지요. 서운하네예.

탁영진 미안해, 박 변.

박동호 탁 검사님 얼굴에 주먹 박으려는 거 억수로 참았다 아입니꺼.

탁영진 박 변이 날 쓰레기처럼 생각해야, 남일호 그 능구랭이가 의심을

안 할 거 아니야.

박동호 (기분 좋게 웃는)

탁영진, 박동호의 잔을 채워준다. 박동호, 술잔 단번에 넘기더니-

박동호 이인아 검사 눈앞에 딱 나타났을 때, 남 회장 표정을 못 본 게

아쉽네요.

탁영진 남일호 그 놈 똥 씹은 면상을 봐서 뭐해? 그 인간 비위 맞추느라

내가 얼마나 속이 느글거렸는지 박 변은 모른다.

박동호 지가 와 모르겠습니꺼?

허허 웃으며 술잔을 마주치는 두 사람.


6. 카페 / 낮

카페에 앉아 이야기하는 진우와 인아. 달콤한 음료(딸기 파르페)를 마시며 대화중

이다.

진우 다시 검사복 입게 된 소감이 어때?

씨익 웃는 인아의 얼굴 위로-

7. (과거) 검찰총장실 / 낮

탁영진이 검찰총장과 소파에 앉아 있다. 이때 노크소리가 들리며 인아가 안으로

들어선다. 인아가 탁영진과 검찰총장 앞에 와서, 정중히 인사를 한다.

인아 이인아라고 합니다.

탁영진 경력 재임용으로 제가 추천 드리는 검사입니다. 아주 열의가 넘

치고

소신 있는 후배입니다.

검찰총장 (흐뭇한 미소지으며 인아에게) 탁 검사를 일호그룹에 들

어가게 한

장본인이라 들었습니다.

탁영진 그 전에도 홍무석 부장검사 비리를 파헤친다고 나서서 저를

골치 아프게 했던 녀석입니다.

인아 (살짝 민망해하며) 제가 마음만 앞서고 경험이 부족해서

탁 선배님을 늘 힘들게 했었습니다.

검찰총장 아니에요. 저는 상관눈치나 보면서 무사안일에 빠져 있는

검사들이

제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인아 (미소 띤 얼굴로 검찰총장을 보면)

검찰총장 앞으로 일호그룹의 비리들을 낱낱이 파헤치는 데 이 검사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주세요. (인아에게 악수를 건네는)


인아 (검찰총장과 악수한 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8. 카페 / 낮

/ 다시 현재. 인아, 엷은 미소를 짓고 있다.

인아 아직은 잘 모르겠어. (은근 자신감)

진우 검찰총장님도 우리를 지원해주시는데 뭐가 걱정이야.

인아 ...다시 검사조직에 회의가 들고, 내 소신과 부딪치는 일이 생기면

(하는데)

진우 (말 끊고) 검사 조직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였잖아.

인아 아까 홍무석이 날 보고 놀라던 얼굴을 너도 봤어야 하는데. (웃음)

인아, 딸기 파르페 마시는데. 입가에 생크림 살짝 묻는다. 그 모습 보며 미소 짓는

진우.

인아 왜 웃어?

진우, 엄지손가락 인아 입술에 대서 생크림 닦아주면, 인아 놀라고-

진우 어느 누구보다 잘 할 거야. (미소 지으며) 기대된다. 벌써부터.

인아 (쑥스럽지만) 뭐가?

진우 네가 얼마나 뜨겁게... 오지랖 발휘하며 일을 해 나갈지.

인아 (피식 웃는)

진우 이제부턴 마음껏 소신을 펼쳐봐.

다짐하듯 끄덕이며 미소 짓는 인아. 그 위로-

9. 남일호 저택 서재 / 밤

남일호, 뭔가를 고심하는 듯 평소와 다르게 서재를 천천히 왔다 갔다 한다.

홍무석, 급히 들어온다.
홍무석 회장님. 생각보다 이번 여파가 상당히 큽니다.

남일호 뭐해? 손발 한두 번 맞추나? 당장 이인아도 바꾸고, 판사도 바꿔.

홍무석 남규만 사장님 5년전 동영상이 순식간에 터지는 바람에 모두가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남일호 (표정 굳으며) 판을 바꿀 수가 없다는 소린가?

홍무석 네. 아무래도 지금 세팅된 검사와 판사로 재판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

다.

남일호 (차갑게 굳은 표정) 자네. 이 정도밖에 안 되나?

남일호, 다시 책상에 앉는다.

홍무석 회장님, 일단 무엇보다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일단 민심을 회복할 만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남일호 (고민하는) 음.

홍무석 여론부터 좀 돌리고 그 다음 스텝을 밟는 게 어떻겠습니까?

남일호 내가 직접 나서라?

홍무석 이럴 때 아버지가 나선다면 동정표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남일호, 일리있다는 듯 고개 끄덕이는 얼굴에서-

10. 옥탑 사무실 / 밤

진우와 인아, 송 변, 연 사무장이 소파에 모여 캔맥주를 마시고 있다.

송 변과 연 사무장은 살짝 뚱한 표정인데-

송변 어떻게 나랑 연 사무장님만 쏘옥 빼고, 탁검사 하고만 작전을 짰대?

인아 죄송해요. 일호그룹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라 숨길 수밖에 없었어요.

연 사무장 다음부턴 우리 빼놓고 작전 짜면 안 돼.

진우 (연사무장 보며 살짝 미소짓고)

송변 (오징어 씹으며) 이야, 그때 만년필 동영상, 탁 검사가 안 깠을 때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나 싶었는데...
인아 탁 선배, 고생이 많았을 거예요.

연 사무장 (피식) 이젠 진짜 일호그룹에 한 방 날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네.

연 사무장이 웃으며, 맥주를 들어 넷이 부딪치려고 하는데-

진우 아, 또 하나 말씀드릴 게 있어요.

송 변과 연 사무장이 무슨 일인가 싶어 진우를 보면, 진우가 인아에게 눈짓을 보낸다.

인아 저, 검사로 재임용 됐어요.

송 변과 연 사무장, 동시에 놀란다.

송변 정말이야? 이 변?

인아 (애써 웃음 지으며) 네.

연 사무장 섭섭하네. 이제 여기 떠나면 이 변 책상 볼 때마다 휑하겠다.

진우 (미소 짓는)

인아 저, 송 변호사님 커피 먹으러 자주 올 거예요.

송변 (귀엽게 씨익 웃으며) 이 변은 평생 커피 무료 쿠폰 증정.

연 사무장, 다시 맥주를 들면 넷이 같이 부딪친다.

환하게 웃으며 맥주를 마시는 변두리 로펌 멤버들의 모습에서-

11. 일호그룹 로비 / 낮

출근하고 있는 남규만의 모습. 직원들이 남규만을 보고는 피하며 수군거린다.

남규만, 점점 표정이 굳는데- 애써 분노 참으며 엘리베이터 앞으로 간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남규만보다 먼저 와 서있는 남자 직원과 여자 직원이 있다.

뒤에 남규만이 온 걸 모르고 계속 남규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남자 솔직히 양심 있음 사장직 물러나야지. 살인마가 사장인 게 말이 되냐?


여자 아직 사실 확인 안 됐잖아요. 조작 가능성도 있고.

남자 딱 보면 몰라? 남규만이 죽인 거야. 확실해.

그 자식 인성 더럽다고 사내에서도 유명했잖아.

남규만, 둘의 대화를 듣고는 살벌한 눈빛으로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박수 소리에 남자직원, 여자직원이 뒤돌아 남규만을 본다. 기겁하는 두 사람.

남규만 와, 축하해요. 정답이야. 내가 죽인 거 맞거든.

남자 (뒷걸음질 치며) 사... 사장님...

남규만 (웃으며) 어딜 가려고. 엘리베이터 기다렸음 타야지.

남규만, 남자의 머리채를 잡아 끌고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데-

12. 일호그룹-복도 / 낮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남규만의 발길질과 함께 복도에 내동댕이쳐지는 남자직원.

복도에 있던 사람들이 이를 보고는 놀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남규만, 소매를 걷는다

남규만 야, 따라와.

남자 (바들바들 떨며)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남규만 내 방 가서 면담하자니까? 나한테 불만 있는 거 아녔어?

남자 (무릎 꿇고 싹싹 빌며) 아닙니다. 전혀 없어요!

남규만 그래? 근데 이제 어떡하냐? 내가 너한테 불만이 생겼어요.

남자 (남규만을 붙잡고) 죄송합니다. 사장님... 살려주세요...

남규만 왜? 니 말대로 나 살인마잖아. 사람 하나 더 죽여도 괜찮지 않아?

남자 !!!

남규만 (씨익 웃는) 오늘 한 번 맞아 죽어 봐.

남규만, 남자를 향해 미친 듯이 발길질을 한다. 속수무책으로 맞는 남자.

복도에 있던 직원들이 놀라 휴대폰으로 이를 찍는 모습에서-


13.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 낮

탁영진과 박동호가 대화 중이다. 박동호가 탁영진에게 자료를 넘긴다.

박동호 남일호 회장이 해외로 빼돌린 재산 목록입니더. 미국, 영국, 필리핀에

각각 집과 토지, 골프장들을 차명으로 장만해 놓았습니더.

탁영진 이게 다 홍무석 솜씨잖아. (서류 살피며) 진짜 꼼꼼하다. 꼼꼼해.

박동호 자기네 밥그릇 지키겠다고 한 짓들, 구린내가 사방에 진동합니더.

탁영진 해외로 빼돌린 재산들은 해당 국가들과 사법공조 요청해 놓을게.

박동호 하씨 신변도 다시 확보했습니더. 남일호 회장만 소환되면 법정에서

증언해줄 깁니더.

탁영진 그거 좋지.

박동호 지도 그 안에서 참 못 볼 꼴 많이 봤습니더. 이제, 탁 검사님 자료까지

합치면, 일호그룹 문 닫아야 할 겁니더.

그 말에 씨익 웃음짓는 탁영진과 의미심장한 박동호의 얼굴에서-

14. 남규만 집무실 / 낮

남규만이 노트북으로 인터넷의 폭행 동영상을 보고 있으며 옆에 서있는 홍무석.

홍무석 폭행 동영상이 퍼지는 건 막지 못 했습니다. 하지만, 고소는

취하시켰습니다. 이 건으로 법정에 서는 일은 없으실 겁니다.

남규만 (버럭) 홍 변, 지금 나하고 장난해? 내가 당신한테 퍼주는 돈이 얼만데

밥값 그렇게밖에 못해?

홍무석 그러니까 자중하셨어야지요.

남규만 (세게 나오는 홍무석의 반응이 의외다) 뭐?

홍무석 오정아 살인고백 동영상 때문에 모든 이목이 사장님에게 쏠려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쪽에 빌미를 더 제공하면 어떡합니까?

남규만 (표정 일그러지는)

홍무석 사장님께서 아직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못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남규만 그래서 지금 상황이 어떤데요?


홍무석 3차 공판을 앞둔 지금, 최선을 희망하되 최악에 대비해야 합니다.

남규만의 굳은 얼굴에서-

15. 옥탑사무실-회의실 / 낮

회의실에 모여 앉아있는 진우, 인아, 송 변, 연 사무장.

송 변이 보고 있는 노트북 화면엔 남규만의 자백 동영상의 정지화면이 보인다.

송변 살인고백 동영상까지 세상에 나오고, 재심까지 열릴 예정이니

그 쪽은 난리도 아니겠네. 아유~ 꼬시다.

연 사무장 이번 재심 땐 확실히 우리가 유리할 거야.

인아 네, 아무리 남일호 남규만이라 해도 이 판을 뒤집긴 힘들 거예요.

진우 남규만 목 조르기는 다 됐어요. 이젠 매듭을 지어줄 증인들이 필요해요.

연 사무장 곽 형사 정도면 확실한 증인이지 않겠어?

진우 추가로 이 사람이 필요해요. 안수범 실장.

진우가 안 실장의 사진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진우 누구보다 이 사건의 전말을 잘 알고 있는 남규만의 최측근.

연 사무장 안 실장은 증인으로 세우기 어려울 거 같은데...

인아 아니에요. 강 판사님을 통해서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에요.

송변 오~ 강석규 판사면 믿음직스럽지! 충분히 가능성 있어 보여!

인아 (진우에게) 내가 강 판사님 만나서 잘 말씀드려볼게.

진우 응, 부탁해.

싱긋 미소 짓는 인아. 그런 인아를 보고 따라 미소 짓는 진우의 모습에서-

16. 교도소 면회실 / 낮

곽 형사 앞에 성경책이 놓여있다. 홍무석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는 곽 형사.


곽 형사 회개하면서 살고 있는데, 왜 자꾸 찾아옵니까?

홍무석 곽 형사, 언제까지 여기 있을 생각입니까?

곽 형사 내 죄가 다 씻길 때까지는 있어야겠지요.

홍무석 회장님이 당장 꺼내 줄 수도 있습니다.

곽 형사 꺼내주는 조건으로 원하는 게 뭡니까?

홍무석 서진우에게 줬던 자백 동영상. 매수당해서 찍은 거라고 말하세요.

그리고 재심 재판 때, 아무 증언도 하지 않고 입만 닫고 있으면 됩

니다.

그 말에 곽 형사의 눈빛이 흔들리는데-

17. 법원 휴게실 / 낮

커피를 마시며 마주보고 앉아있는 인아와 석규.

석규 채 검사님 대신 3차 공판 맡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인아 이번 공판에선 남규만의 모든 죄를 추가 기소할 생각이에요.

확실히 끝을 봐야죠. 그래서 말인데...

석규 편하게 얘기하세요.

인아 (조심스레) 서촌여대생 재심 증인으로 안수범 실장이 설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석규 (잠시 말없이 고민하다가) 쉽진 않겠지만... 수범이와 한 번 얘기해

보겠습니다.

엷은 미소로 서로를 보는 인아와 석규의 모습에서-

18. 석규의 집무실 / 낮

‘안수범’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석규. 그러나 이내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이 들린다.

휴대폰을 불안한 얼굴로 보고 있는 석규의 모습에서-

19. 컨테이너 박스 안 / 낮
의자에 결박된 채 감금되어 있는 안 실장. 서서히 눈을 뜨며 정신을 차린다.

어두컴컴한 내부. 안 실장이 겁에 질린 얼굴로 힘겹게 입을 뗀다.

안 실장 저기요...! 밖에 누구 없어요? 여기 사람이 있어요! 살려주세요!!

안 실장, 힘겹게 소리를 질러보지만 반응이 없다. 두려움을 느끼는 안 실장의 얼굴에서-

20. 기자회견장 / 낮

남일호가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선다. 여기저기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남일호, 연단에 서서 정중히 인사를 한 뒤, 준비해 온 문서를 꺼내 읽기 시작한다.

남일호 옆으로는 홍무석이 서 있는 모습도 보이는데-

남일호 제 아들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일호그룹 회장으로, 또한 남규만의 애비로서

국민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바랍니다. 저를 나무라 주십시오.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정신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들. 그 모습을 기자들 뒤에서 박동호가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박동호는 어이없다는 표정인데-

남일호 법원의 판결과는 상관없이 남규만을 일호그룹 사장직은 물론 계열사


등기이사와 계열사대표 등 그룹 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문제가 있었던 일호물산을 사회에 환원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 여러분의 용서를 구합니다

꾸벅 인사하고는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는 남일호. 홍무석이 남일호를 에스코트하고 있

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동호도 밖으로 향하는데-


21. 기자회견장 일각 / 낮

회견을 끝내고 나오는 남일호와 홍무석. 그 모습을 본 박동호가 다가온다.

서로 팽팽한 시선으로 마주본다.

박동호 역시 두 분의 경험과 연륜이 대단하십니더. 위기대처에도 발빠르시네예.

홍무석 박 변,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 합니까?

박동호 급한 불은 바로 껐을지 몰라도 이미 다 타고 있는 집을 구하긴

늦었지예.

남일호 내 아들과 내가 그리 쉽게 무너질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네. 박 변.

박동호 아들과 아버지는 한 몸이나 다름없지예.

남일호 (표정 굳는)

박동호 서진우 변호사하고 두 분, 나란히 감옥에 넣어 드릴 테니

늘그막이 인생 공부 다시 한다 생각하이소.

홍무석 그만 비키세요. 박 변. 혼자 착각 속에 사는 건 여전하네요.

박동호 여전한 건 홍 변호사님이지요. 일호의 개 노릇하느라. 왈왈~~

화가 나지만 꾹 참는 홍무석. 박동호, 남일호를 노려보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박동호 홍 변호사, 너무 믿지 마이소. 세상 믿을 놈이 어딨습니꺼?

안 그렇습니꺼?

기분 좋게 한 방 날리고 돌아서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22. 남규만 집무실 / 낮

남규만, 책상에 앉아있는데 노트북 모니터에서 뉴스가 나온다.

인서트>

기자회견장. 남일호의 기자회견 뉴스가 나오고 있다.

남일호 법원의 판결과는 상관없이 남규만을 일호그룹 사장직은 물론 계열사


등기이사와 계열사대표 등 그룹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 다시 현재. 눈이 커다래지는 남규만의 모습에서-

23. 인아네 피자가게 / 낮 or 밤

인아가 가게 안으로 들어선다. 송하영이 테이블 닦고 있다가 인아를 보고 꾸벅 인사한다.

송하영 변호사님 오셨어요?

인아, 살짝 눈인사한다. 피자 포장을 하고 있던 인아 모, 인아를 보지만 시큰둥하게

보고는 외면한다. 안에서 피자 도우를 만들고 있던 인아 부가 천천히 인아에게 오는데-

인아 부 짐은 다 집으로 옮겼고?

인아 네. (망설이다가 인아 모 향해) 엄마, 나 오늘부터 지검으로

출근한 거 알지?

인아 모 (인아 시선 계속 외면한 채) 직장도, 사람 만나는 것도 죄다

니 맘대로 하면서, 왜 나한테 통보해? 내 말 들을 것도 아니면서..

인아 (인아 모에게 다가가 팔짱끼며) 엄마 자꾸 걱정만 시켜서 미안해.

인아 모 검사를 하든 변호사를 하든, 그건 네 맘대로 해. 그치만, 진우는 안

돼.

인아 모, 신경질적으로 피자박스를 바닥에 탁 내려놓는다.

하영이, 인아와 인아 모 사이에서 불편한 기색이다.

인아 엄마...

인아 모 앞으로, 진우 더 나빠질 일만 남았잖아. 니가 어떻게 그걸 감당할

거야.

인아 (더는 말하지 못하고 어두운 얼굴로)

인아 부 (인아 문 쪽으로 데려가며 나직히) 인아야, 먼저 집에 들어가.


인아, 인아 모 쪽을 보는데, 인아 모는 인아 시선은 여전히 외면한 채 피자 포장만

하고 있다. 굳은 얼굴로 밖으로 향하는 인아의 모습에서-

24. 인아네 집-거실 / 밤

인아와 인아 부가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아 있다. 테이블 위에는 맥주 캔이 놓여 있다.

인아 부 (맥주 한 모금 하더니) 난 지금껏 너하고 연지한테 속물적이지 않

부모가 되려고 늘 다짐해 왔다.

인아 (가만히 인아 부를 보면)

인아 부 근데 막상 네가 그런 힘든 병을 가진 친구 곁에 있겠다고 하니까

나도 이번만큼은 네가 많이 섭섭하고 걱정되는 걸.. 어쩔 수 없구

나.

인아 (덤덤히) 아빠가 나한테 그랬잖아. 병도 그 사람의 일부라고.

인아 부 (보면)

인아 (애써 밝게) 진우, 지금은 가끔씩 기억 못하지만, 더 자주 기억을

잃어가게 될 거야. 그래도 진우 곁에서 도와주고 싶어.

인아 부 인아야. 너 정말 괜찮겠니?

인아 엄마 아빠한테는 미안하지만... 진우한테는 내가 꼭 필요해.

인아 부 그래, 언제든 늘 아빠가 네 뒤에 서 있다는 거 알지?

엷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는 인아. 인아 부, 인아를 따스하게 바라보는 모습에서-

25. 남일호 저택- 서재 / 밤

남일호, 홍무석이 소파에서 대화중이다.

남일호 여론은 좀 잠잠해 질 거 같나?

홍무석 두고 봐야 알겠지만, 회장님께서 직접 움직이셨고 일호물산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신 만큼 여론은 점점 수그러들 것으로 보입니다

.
남일호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규만이 재심때 진범으로 밝혀지면

형량은 어떻게 될 거 같나?

홍무석 아무리 크게 맞아봐야 20년일 겁니다. 그러다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지면 특사로 나오게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남규만이 굳은 얼굴로 들어와 남일호 앞에 서더니-

남규만 아버지.. 어떻게 저를 회사에서 전부 다 빼버릴 수 (하는데)

남일호 (말 끊더니) 그룹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남규만 아직 재판도 다 안 끝났고, 재심 결과도 모르잖아요.

남일호 (버럭) 니 동영상까지 전국에 퍼진 마당에 지금도 그런 소리가 나와!

남규만 (더는 대꾸를 못하고 겁먹는) ...

홍무석 (남규만에게) 회장님께서는 현 사태를 수습하시기 위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계십니다.

남일호 (남규만을 책망하듯 보며) 재심 후 너에게 벌어질 최악의 경우도

다 염두에 두고, 홍 변과 상의중이다.

남규만 (살짝 감동하고는) 아버지..

남일호 모든 직함에서 널 사퇴시킨 것도 여론 잠재우기용이었으니까,

넌 차분히 마음이나 다스리고 있어.

살짝 안심하며 표정이 풀리는 남규만. 그런 남규만을 걱정스레 보는 남일호의 얼굴에서-

26. 인아의 집무실 / 낮

차 한 잔 두고 마주 앉아있는 인아와 탁영진.

인아 석주일 사장 살해범, 결국엔 자기 혼자 다 뒤집어썼더라구요.

탁영진 일호 쪽에서 확실하게 손을 써 놨겠지.

인아 채 검사님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실 거예요.

탁영진 그래. 넌 남규만 재판에 집중해라.

인아 네, 알겠습니다.

탁영진 너한테 바톤터치하는 거라서 채 검사가 마음 편히 맡길 수 있었을 거다.


인아 (미소 지으며) 끝까지 잘 달려볼게요.

탁영진과 인아, 서로 미소 띤 얼굴로 차를 마신다.

탁영진 너 보면 옛날의 날 보는 거 같아.

인아 (의아한 얼굴로 탁영진 보면)

탁영진 족보 없이 지검 들어와서 소신 하나 믿고 덤비다 이리저리

깨지고 좌절하고...

인아 그래도 지금까지 버텨내서 존경받는 검사가 되셨잖아요.

탁영진 (웃는) 짜식...

인아 (당차게) 저도 선배님처럼 묵묵히 혼자서 가는 검사가 되겠습니다.

탁영진, 인아를 대견하게 바라본다. 엷게 미소 짓는 인아의 모습에서-

27. 남규만 집무실 / 낮

집무책상에 앉아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는 남규만. 뒤에 운전기사가 서 있다.

그때 석규, 문을 확 열고 들어온다. 여전히 눈을 감고 음악 감상 중인 남규만.

석규 수범이 어딨어?

남규만 (화제 돌리듯) 우리 아버지 기자회견 봤지? 나 사장자리 짤렸다.

니가 원하는 게 이거였냐?

석규 (버럭) 수범이 어딨냐고!

남규만 (눈 감고 여유롭게) 걔 얘기를 왜 나한테 해.

석규 수범이 연락 안 되는 이유, 너때문이지?

남규만 나 마음 다스리는 중이다. 건드리지 마라.

석규 나한테 더는 숨길 생각 말고 어딨는지 말해!

남규만 (눈 뜨는) 걔 내 뒤처리 그만 한다고 사표 냈어. 지금쯤이면 미국 땅

밟았겠네.

석규 그래, 차라리 미국 갔단 말이 사실이길 바란다. 니 밑바닥이 어딘지

이젠 그만 보고 싶으니까.
석규, 휙 돌아서서 나간다. 그런 석규의 뒷모습을 비릿하게 웃으며 보는 남규만의 모습에

서-

28. 법원 복도 / 낮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석규의 모습.

석규 안수범씨가 뉴욕으로 오전 6시 20분 경에 출국했다는 거죠?

확실한 겁니까? (잠시) 네, 알겠습니다. (전화 끊고)

석규, 안 실장에게 전화를 해보는데, ‘전원이 꺼져 있어’라는 음성만 들린다.

불안해하는 석규의 얼굴 위로-

안 실장 (E) 누가 너 같은 판사를 건드리겠냐?

인서트>

15부 66씬. 석규의 집무실 상황이다.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는 석규와 안 실장.

안 실장 그래서 가져온 거다.

석규 (잠시 아무 말 못하다가) 잘 생각했어. 수범아. 그때, 강압적인

상황이었잖아. 죄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정상참작은 될 거야.

안 실장 너만 믿는다.

/ 다시 현재. 심각한 얼굴의 석규, 황급히 걸음을 옮기는 모습에서-

29. 인아의 검사실 / 낮

책상 앞에 앉아 서류들을 보고 있는 인아. 그때 석규가 들어온다.

석규 이 검사님, 수범이가 사라졌습니다.

인아 (놀란 얼굴로 일어나면)

석규 규만이 말로는 수범이가 미국으로 떠났다고 합니다. 출입국 기록도


확인해 본 결과, 오늘 새벽에 떠났다고 하구요.

인아 강 판사님껜 아무런 연락이 없었나요?

석규 네,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규만이가 걸립니다.

인아 (잠시 생각하다가) 저도 한 번 찾아볼게요.

30. 옥탑 사무실 / 낮

옥탑 사무실에 혼자 있는 진우. 인아와 통화 중이다.

진우 (휴대폰에 대고) 그래, 인아야. 나도 빨리 알아볼게. (끊는)

(앞에 있는 송 변에게) 아무래도 남규만이 안 실장에게 무슨 짓을

한 거 같아요.

송변 이야, 걘 재판 중인데도 계속 사고치네.

진우 일단 저는 안 실장 휴대폰의 마지막 위치를 알아볼 테니 송 변은

남규만 주시하면서 별장이나 안 실장을 숨겨둘만한 곳 좀 체크해

주세요.

송변 콜!

31.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 낮

책상 앞에 앉아 X파일을 보고 있는 박동호. 소파에 앉아 계속 전화를 걸던 편 사무장,

편 사무장 (혼잣말) 와 연락을 안 받노.

박동호 무슨 일 있나?

편 사무장 행님! 수범이 행님이 어제부터 연락이 되지를 않습니더.

박동호 (파일 덮으며) 연락이 안된다꼬? 무슨 일 생긴 거 아이가?

편 사무장 남규만이가 수범 행님을 죽일 기라고 농담처럼 얘기는 했습니더.

박동호 그래. 무슨 일이 벌어진 게 틀림없는 거 같다.

편 사무장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박동호 (자리에서 일어나며) 안 실장, 진우한테 꼭 필요한 사람이다.

내가 이번에 빚 갚아야겠다.

편 사무장 (보면)
박동호 상호 니는 아들 좀 불러 모아라. 내는 내 방식대로 해결 봐야겠다.

편 사무장 예. 행님.

박동호 가자!

박동호, 겉옷을 챙기고 편 사무장과 사무실을 나서는 모습에서-

32. 대포폰 가게 / 낮

박동호가 대포폰 가게에 들어선다. (8부 45씬의 대포폰 가게와 업자)

박동호 잘 지냈나?

업자 (반기며) 오랜만입니다. 형님~ 이번엔 또 어쩐 일이십니까?

박동호 (번호 적힌 쪽지 내밀며) 지난 번 맨키로 이 번호 최근 위치

한 번 찾아봐라.

업자 (씨익 웃으며) 커피 한잔 하면서 30분만 기다리세요.

박동호도 씨익 웃으며 소파에 크게 팔 벌려 기대어 앉는데-

33. 나이트클럽 / 낮 or 밤

덩치들이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 편 사무장이 헐레벌떡 들어와 광산 앞에 선다.

편 사무장 행님. 동호 행님이 남 사장 만나러 갔습니더. 도와 주이소.

광산 글마라면...

편 사무장 예, 큰 행님 그렇게 가시게 만든 놈 아들입니더!

광산 (굳은 얼굴로 옆에 있던 덩치에게) 아들 불러 모아라.

편 사무장, 휴대폰으로 급하게 전화를 건다.

편 사무장 행님, 지금 출동합니더! 쪼매만 기다려 주이소!

34. 컨테이너 박스 안 / 밤
남규만이 차 비서와 함께 들어온다. 안 실장, 고개 푹 숙인 채 앉아 있다.

차 비서가 남규만에게 생수병을 건넨다. 남규만, 생수를 안 실장의 머리 위에 붓는다.

이에 번뜩 고개 쳐드는 안 실장, 남규만을 보고 기겁하는데-

남규만 수범아, 이런 데서 자면 안 되지. 니가 잘 때야?

안 실장 규.. 규만아... 나 좀 살려.. 주라..

남규만 마지막 기회야. 서진우 그 새끼한테서 오프너 나이프 당장 찾아와.

안 실장 규만아... 제발... 그것만은...

남규만 이야, 너 보기보다 고집있다? 그동안 나한테 숨기고 사느라 힘들었겠네.

안 실장 정말 조용히 살게... 살려만 줘... 제발...

남규만 잘못을 했으면,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지. 응? 니가 오프너 나이프를

찾아올 마음이 없는데, 내가 왜 널 놓아줘? 셈이 맞지 않잖아.

안 실장 (떨리는 눈빛으로 남규만 보고)

남규만 좋아. 니가 찾아오기 싫다면 서진우, 그 새끼가 직접 오게 만들면 돼.

(섬뜩한 미소로) 니가 누구보다 필요할 테니까.

남규만과 차 비서가 안 실장을 남겨두고 나간다.

철문이 쾅 닫히자 다시 암흑 속에 갇히는 안 실장, 울부짖는 모습에서-

35. 컨테이너 박스 밖 / 밤

헤드라이트 밝히며 차 한 대가 컨테이너 박스 앞에 멈춰 선다.

남규만, 차에서 내리는 박동호를 본다. 예상치 못한 박동호의 등장에 당황하는 남규만.

남규만 어라? 서진우가 아니네?

박동호, 주위를 살피면 장정 10명 정도가 남규만 주위에 서 있다.

박동호 남규만이, 니가 갈 데까지 갔구나.

남규만 박 변! 여긴 웬일이야? 아~ 먼저 간 형님이 보고 싶어서 왔구나?

그럼 내가 기꺼이 석주일 사장 곁으로 보내줘야지.

박동호 그 입, 어데까지 놀리나 함 보자.


차 비서, 박동호 앞으로 다가선다. 박동호와 한 판 붙을 기세다.

그때 박동호를 에워싸는 장정들. 박동호, 완전히 포위된다.

남규만 (차 비서에게) 처리해요.

차 비서가 신호를 보내자 장정들이 박동호에게 한 명씩 달려든다.

주먹 섞으며 한 명씩 제압하는 박동호. 이번에는 장정들이 떼로 덤벼든다.

박동호,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고 한 명, 두 명 제압하지만, 곧 장정들에게 뒤를 잡힌다.

박동호, 장정들에게 붙들려 몸싸움이 잠시 소강상태가 된다.

박동호 앞으로 다가오는 남규만. 주먹을 한 대 날린다.

퍽- 박동호, 침을 탁 뱉으면 피 묻은 이 하나가 바닥에 떨어진다.

박동호 (웃으며) 아이고... 규만아. 내 전치 4주는 넘기겄다. 니 안 그래도

받아놓은 형량 억수로 많은데, 더 불려서 우짤라 그러노?

남규만 (열 받아 팔 걷어붙이며) 어쩌긴. 내가 박 변한테 쌓인 게 좀 많거든?

그냥 내가 합의금 두둑히 챙겨 줄게. 오늘 나한테 좀 맞자.

박동호 내는 절대로 합의 안 해준다! 규만아, 법대로 하자!

남규만 법같은 소리하고 있네. 법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고.

장정 하나가 남규만에게 각목을 건넨다. 남규만, 각목을 잡고 박동호에게 다가가는데-

그때, 자동차 여러 대가 헤드라이트 불빛 비추며 다가와 급정거한다.

박동호, 돌아보면, 차에 내리는 편 사무장과 광산을 위시한 석주일의 부하들.

남규만 뭐야? 뭔 깡패 새끼들이 또 와?

박동호 (편 사무장 보고 씨익 웃으며) 상호야. 쪼매 늦었네.

편 사무장 행님! 괘한습니꺼?

박동호 함 봐라. 내 마이 맞았다 아이가? 이제 니들이 갚아줄 때다!

박동호의 말에 석주일 부하들이 장정들에게 달려든다. 장정들과의 몸싸움이 시작된다.

광산, 줄줄이 달려드는 장정들을 업어 매친다. 석주일의 부하들, 장정들을 신나게 제압하

기 시작한다. 편 사무장은 컨테이너 쪽으로 향한다.

전세가 박동호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남규만 쪽 장정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데-


이를 지켜보는 남규만. 당황한 얼굴에서 분노 폭발 직전이다.

남규만 똑같은 깡패 새끼들인데 왜 내 깡패 새끼들이 밀리는 건데! 왜!!

그때, 남규만 앞에 멈추어 서는 차 한 대. 차 비서가 급히 남규만을 태운다.

남규만, 어쩔 수 없이 차를 타고 빠져나간다.

그때 편 사무장, 컨테이너 박스에서 안 실장을 들쳐 매고 나오면-

박동호가 마지막으로 버티고 있는 남규만 쪽 장정에게 주먹을 먹이며 쓰러뜨린다.

남규만 쪽 장정들, 모두 석주일 부하에게 당해 쓰러져 있다. 놀란 안 실장의 얼굴.

한편 흡족해하며 서로를 보는 박동호, 편 사무장, 광산의 모습에서-

36. 박동호의 차 안 / 밤

운전대 잡고 있는 편 사무장. 조수석에 안 실장이 있고, 박동호는 뒷좌석에 있다.

편 사무장 행님, 참말로 살아 있어줘서 고맙습니더!

안 실장 상호야, 살려줘서 고맙다!

박동호 하이고, 남사시러워서 못 보겄다. 그냥 둘이 살림 차리지 그러나.

편 사무장 아! 수범이 행님, 진짜로 우리 사무실에서 같이 살면 어떻겠습니꺼?

이제 집은 위험합니더.

안 실장 정말 그래도 될까?

편 사무장 하모요! (박동호에게) 그렇게 해도 되지예?

박동호 (웃는) 상호 니 마음대로 해라.

안 실장 (박동호 보며) 고마워요, 박 변. (편 사무장 보고) 정말 너밖에 없다

그런 둘을 보며 싱긋 웃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37. 남일호 저택-바 / 밤

홍무석이 급하게 들어온다. 남규만이 굳은 얼굴로 양주잔을 넘기고 있다.


홍무석 안 실장이 저쪽으로 넘어간 게 사실입니까?

남규만 그 놈이 법정에 서면 어떻게 되는 거지?

홍무석 (잠시) 안 실장이 증언하는 순간, 재심재판은 끝납니다. 그러면

이인아 검사의 칼끝은 사장님을 향하게 될 겁니다.

남규만 (불안한 얼굴로 양주잔을 넘기는)

홍무석 (쐐기 박듯) 결국 사장님은 오정아 살인범으로 처벌받게 될 거구요.

남규만 (간절히) 홍 변. 나 좀 살려줘.

홍무석 (남규만을 천천히 보더니) 제게 솔루션이 하나 있긴 합니다.

그때, 바에 여경이 들어오다가 남규만과 홍무석의 대화를 몰래 듣게 되는데-

홍무석 저한테도 리스크가 큰 일입니다. 회장님 모르게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남규만 (보는) 아버지 몰래?

홍무석 네.

남규만 원하는 게 뭐야?

홍무석 (잠시 고민하더니) 사장님 이름으로 돼있는 캘리포니아 골프리조트,

제 앞으로 등기 쳐 주시죠.

남규만 (썩은 미소 짓더니) 알았으니까 빨리 얘기해 봐.

홍무석 남규만 사장님이 법정에서 죽기 전에, 먼저 죽는 겁니다!

그 말에 눈이 커다래지는 남규만. 뒤에서 몰래 듣고 있던 여경도 놀란다.

음모를 꾸미는 듯한 홍무석의 얼굴에서-

38. 옥탑 사무실 / 밤

팩스를 받는 진우. 문서를 보고는 급히 송 변에게 전화를 거는데-

진우 송 변, 지금 안 실장의 휴대폰 전원이 꺼지기 전 마지막 위치

받았어요. 주소가 (하는데)

박동호 진우 있나! 진우야!

박동호, 상처난 얼굴로 옥탑 사무실에 들어선다. 진우가 박동호를 보면-


박동호 (웃으며) 내가 재심 때 세울 확실한 증인 확보했다 아이가.

진우 (통화하며) ...다시 전화할게요. (끊고) 무슨 말이야?

박동호 니 지금 안 실장 찾는 거 아니었나? 진우야. 때로는 불법이

합법보다 직빵이다. 내 봐라. 얼매나 빠르노.

진우 안 실장 지금 어디 있는데?

박동호 내 사무실에 상호랑 오순도순 살게 냅뒀다. 징그러운 자슥들.

진우 ...이번 일도 남규만이 한 짓이지?

박동호 맞다. 남규만이 이 자슥은 지 친구도 컨테이너에 가두삤더라. 의리도

뭣도 없는 천하의 나쁜 쉐키. (아파하는) 아야, 니 근데 빨간 약 없

나?

진우, 의료상자에서 빨간약을 꺼내 박동호에게 던진다. 딱! 잡는 박동호.

박동호 (웃는) 고맙데이.

진우 여기서 이러지 말고, 병원이나 가.

진우, 다시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다. 그런 진우를 흐뭇하게 보는 박동호.

39.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 밤

안 실장, 혼자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누군가 노크를 한다. 경계하는 안 실장.

진우 접니다. 서진우.

안 실장, 잠시 고민하다가 문을 연다. 진우, 사무실에 들어선다.

진우와 안 실장, 소파에 앉는다.

진우 덕분에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안 실장 5년 만에 꺼낸 건데요, 뭘... 저도 죗값 치를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진우 근데 그 죗값, 남규만은 받을 생각이 없어 보이던데요.

안 실장 5년동안 겨우 숨겨 왔는데, 그걸 쉽게 받을 리가요.

진우 그래서 서촌여대생 재심 재판, 증인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안 실장 (표정 굳는)

진우 남규만, 이번엔 확실히 법의 심판을 받게할 겁니다.

안 실장 증거도 확실하고... 제가 딱히 필요한 건 아닐 텐데요.

진우 (잠시)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건 당신뿐이에요.

안 실장 (망설이는) 증언까지는... 힘들 거 같습니다... 제가 몇십 년을 규만

옆에서 보내며 알게 된 사실이 뭔지 압니까?

진우 (말없이 보면)

안 실장 남규만한테 잘못 걸리면 죽는다. 규만이가 지금 궁지에 몰렸다 하

지만...

전 그런 규만이도 무섭습니다. 두렵다구요.

진우 제가 남규만으로부터 지켜드리 (하는데)

안 실장 아니요. 남규만이 살아있는 동안은... 제가 그 앞에 설 일 없어요.

안타깝게 안 실장을 보는 진우의 얼굴에서-

40. 남규만의 방 / 밤

방에 혼자 있는 남규만. 생각에 잠긴 남규만의 얼굴 위로-

홍무석 (E) 남규만 사장님이 법정에서 죽기 전에 먼저 죽는 겁니다!

인서트>

37씬 이후, 남일호 저택-바 상황이다.

남규만 (버럭)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보고 죽으라는 거야!

홍무석 남 사장님, 진정하세요. 신분세탁을 말하는 겁니다. 일단 중국으로

나가세요.

남규만 중국? 밀항을 하란 말이야?

홍무석 (비릿하게 웃으며) 거기서 남사장님은 사망자가 되는 겁니다.

깨끗이 신분 세탁하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거죠.

남규만 (뭔가 흥미가 당기는) 다른 사람이 된다고?


홍무석 얼마동안 시간이 흐른 후에 다른 신분으로 국내에 들어와 후일을

도모하시면 됩니다.

남규만 오래 걸리진 않겠지? 나 정말 객지 생활체질은 아니라서.

홍무석 잘 아시지 않습니까? 사람들 기억, 그리 오래가지 않다는 거.

남규만 (입꼬리 올리는)

홍무석 남규만 사장님도.. 오정아도... 금방 잊혀집니다.

/ 다시 현재. 남규만, 결심한 듯한 얼굴에서-

41.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 낮

재심 재판 당일이다. 소파에 앉아 고민에 빠져 있는 안 실장. 편 사무장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 뒤로, 석규가 보인다. 안 실장, 석규와 눈이 마주치는데-

시간경과>

소파에 앉아있는 안 실장과 석규.

안 실장 설득하러 온 거면 단념해라. 나, 증언할 생각 없어.

석규 (안타까워) 수범아.

안 실장 (자조적으로) 나, 규만이 두려워하는 거, 내 성격이 돼버린 거 같다

석규 (잠시 안 실장을 바라보다가) 수범아, 이건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안 실장 (보면)

석규 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규만이를 벗어날 수도,

평생 묶여있을 수도 있어,

안 실장 (떨리는 눈빛으로 보는)

석규 난 이 말만 하고 간다. 판단은 니가 해라.

석규, 안 실장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밖으로 나간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는

안 실장의 모습에서-

42. 옥탑사무실 / 낮
사무실에는 진우밖에 없다.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매고 있는 진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보는 진우의 얼굴 위로 서재혁과의 과거가 펼쳐진다.

43. (과거) 교도소 면회실 / 낮

진우(변호사 되기 전)와 서재혁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진우 난 아빠가 여기서 고생한다고 생각하니까 따뜻한 이불에서 못 자겠어.

서재혁 안 돼. 너라도 잘 지내야 내가 맘이 편하지.

진우 마음은 급한데 일은 잘 안되고 ... 미안해.

서재혁 여기 있으면서 내가 제일 힘든 게 뭔지 알아?

진우 (보는)

서재혁 진우 니가 커가는 모습을 못 보는 거야. 그래서 슬퍼.

상상만 해야 하니까.

진우 (슬픔에 젖는)

서재혁 우리 아들하고 좋은 기억을 더 쌓지 못하는 게 너무 괴롭다. 진우야.

진우 (젖은 눈으로 보는)

서재혁 같이 있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진우 아냐. 난 아빠하고 좋은 기억이 너무 많아. 그걸로도 충분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얼마나 많은데?

그 말에 슬픈 눈으로 진우를 보던 서재혁. 떨리는 목소리로-

서재혁 (눈시울 붉어져서) 아빠가... 우리 진우 기억이 다 사라져버리면

어떡하지?

진우 (밀려오는 슬픔 꾹 참고) 내가 영원히 기억해. 아빠 기억은 모두

나한테 남아있어.

눈가가 젖어있지만, 애써 웃음 짓는 진우의 얼굴에서-

44. 옥탑 사무실 / 낮
/ 다시 현재. 넥타이를 다 맨 진우. 양복상의를 걸친다. 결심한 듯한 얼굴로

거울을 본다.

진우 아빠, 나 잘하고 올게.

테이블에 올려져있던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는 진우의 모습에서-

45. 법원 복도 / 낮

법원 복도를 걷고 있는 수트차림의 진우. 저 앞에서 검사복 차림의 인아가 마주 걸어온다.

‘디케의 상’ 앞에서 걸음 멈추는 진우와 인아.

진우 (미소 지으며) 변호인석에는 다시 나 혼자네.

인아 (으스대는) 나, 없어도 잘 할 수 있지?

진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니가 없었다면 나 정말 힘들었을 거야.

인아가 다가가 진우를 살며시 안아준다. 그때, 두 사람의 뒤로 박동호가 나타난다.

두 사람 보며 엷은 미소 지어지는 박동호. 진우, 법정으로 들어가려는데-

인아 서진우 변호사!

진우 (걸음 멈추는)

인아 (진우를 똑바로 보며) 아버지가 지켜보고 계실 거야.

사람들한테 들려줘. 세상에 하고 싶었던 말들을.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46. 재판정 / 낮

재판정으로 걸어 들어오는 진우. 변호인석에 앉는다. 서재혁이 앉아 있어야 하는

피고인석은 빈 자리다. 그때, 진우의 시선에 방청석에 앉는 박동호가 보인다.

박동호 (혼잣말로) 잘해라. 진우야.


박동호를 바라보는 진우의 얼굴 위로 자막이 뜬다.

자막 - 서촌 여대생 강간 · 살인사건 재심 공판기일

시간경과>

판사 변호인측 증인 나오세요.

재판정 문이 열리면서 곽 형사가 등장한다. 재소복 차림으로 교도관들이 팔짱을

끼고 있다. 곽 형사, 증인석에 가서 앉는다.

진우 증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곽 형사 5년 전, 서촌여대생 사건을 수사하고, 서재혁씨에게 자술서를 받

아낸

곽한수 형사라고 합니다.

진우 자술서의 내용이 무엇이었습니까?

곽 형사 피고인 서재혁이 오정아를 죽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진우 자술서를 쓰는 과정에서 증인은 피고인에게 강압과 협박을 했습니까?

방청객들, 곽 형사의 대답을 기다린다. 고요하다. 박동호도 집중한다.

곽 형사 (잠시 눈을 감았다 뜨는) 네. 서재혁씨는 범행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협박해서 허위 자백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방청석이 술렁거린다. 진우,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었지만 표정은 차분하다.

한 검사 (자리에서 일어나 강하게) 이의있습니다. 증인은 지난 재심 재판

에서

했던 증언과 완전히 반대되는 증언을 하고 있습니다.

판사 인정합니다.

진우 증인은 신성한 법정에서 위증이 얼마나 무거운 죄인지 아십니까?

곽 형사 네, 잘 압니다. (고개 돌려, 검사를 똑바로 쳐다보며) 제가 검사님


묻지요. 제가 이 자리에 왜 나왔겠습니까?

한 검사 (생각지 못한 질문에 당황하는)

곽 형사 벌 받겠다고 나온 겁니다. 돌아가신 서재혁씨와 서진우 변호사에

용서 빌려고 나온 겁니다.

그 말에 웅성거리는 방청석. 박동호도 입가에 미소가 스며든다.

판사 증인, 질문에 대한 답만 하세요.

곽 형사 네. 재판장님.

진우 당시 재판에서 서재혁씨를 범인으로 특정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있었습니까?

곽 형사 없었습니다. 범행 도구로 쓰인 오프너 나이프가 있었지만 서재혁

씨의

지문은 묻어있지 않았습니다.

한 검사 (일어나며) 지금 증인의 발언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합니

다.

판사 증인, 방금 발언에 대한 근거가 있습니까?

진우 (강하게) 있습니다!

한 검사도, 판사도 진우의 말에 눈이 커다래진다. 곽 형사도 의아한 얼굴이다.

진우 5년 전 재판에 나온 오프너 나이프는 가짜였습니다. 진짜 흉기로 쓰인

오프너 나이프를 증거로 제출합니다.

진우, 비닐에 쌓인 오프너 나이프를 서기에게 제출한다. 판사, 오프너나이프를 받아드는

데-

한 검사 이의 있습니다. 변호인의 증거제출은 터무니없는 조작으로 (하는

데)

진우 (말끊고) 국과수의 조사결과를 제출합니다.


시간경과>

스크린에 국과수 보고서가 뜬다. 곽 형사는 증인석에 없다.

진우 조사결과, 죽은 오정아양의 혈흔과 살점이 흉기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한 검사 (할 말 없는)

진우 서재혁씨를 범인으로 몰았던 흉기에선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지금 보시는 오프너나이프에선 범인의 지문이 발견되었습니다.

한 검사 (눈이 커다래지며) 범인이라고요?

진우 범인은 바로 일호그룹 남규만 사장입니다!

웅성거리는 방청석. 박동호도 집중한다. 판사, 고심하는 얼굴을 하더니-

판사 변호인, 어떻게 얻은 증거물입니까?

진우 제보를 받았습니다.

한 검사 재판장님, 출처가 불분명합니다. 재판에 증거로 채택 되서는 안 됩

니다.

판사 제보자가 누굽니까? 변호인.

진우 제보자가 처한 상황 때문에 밝힐 수 없습니다.

판사 출처를 밝히지 못하면 증거로 채택할 수 없습니다.

진우, 갈등하는 얼굴인데. 이때, 안 실장이 재판정 문을 열고 들어온다.

방청석의 시선이 모두 안 실장에게 쏠린다. 걸어 들어오는 안 실장과 눈이 마주치는 진우.

안 실장, 뭔가 결심한 얼굴이다.

진우 증인 신청합니다!

한 검사 이의있습니다.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증인입니다.

진우 오프너나이프를 제보한 당사자입니다.

판사 (안 실장에게 묻는) 지금 변호인의 말이 사실입니까?

안 실장 (그 자리에 서서) 네. 그 증거, 제가 준 겁니다!

판사 (잠시) 변호인측 증인 인정하겠습니다.

박동호의 얼굴이 환해진다. 한 검사의 얼굴은 굳어진다. 안 실장, 증인석에 앉는다.


진우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 실장 일호그룹 남규만 사장의 비서실장 안수범입니다.

진우 이 증거물을 획득하게 된 경위를 말해주시겠습니까?

인서트>

1부 40씬, 별장 파티장. 오정아의 동선을 따라 화려한 내부 모습이 보인다.

안 실장 2011년 11월, 2일, 서촌별장에서 남규만 사장의 귀국 환영파티가

있었습니다.

인서트>

1부 46씬, 별장 파티장. 오정아가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

안 실장 파티에는 죽은 오정아가 노래를 부르러 왔었습니다.

인서트>

4부 14씬 숲길. 현장에 뛰어오는 안 실장. 죽은 오정아를 보고 놀란다.

안 실장 파티가 끝난 새벽, 남규만 사장의 호출을 받아 숲으로 급히

달려갔습니다. 도착해보니, 오정아는 이미 죽어 있었고,남규만은

약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습니다.

진우 (집중하는 얼굴)

안 실장 남규만은 살인흉기를 저에게 넘기며 뒤처리를 지시하고 현장에서

도망쳤습니다. 그래서 제가 진짜 흉기를 숨겼습니다.

진우 그럼 5년 전 재판에 나왔던 건, 가짜라는 말인가요?

안 실장 네.

진우 증인은 왜 진짜 흉기를 보관하고 있었습니까?

안 실장 (잠시) 두려워서 그랬습니다.

진우 두려웠다구요?

안 실장 자신이 불리해지면, 저를 오정아 살해범으로 뒤집어씌울 사람이

남규만이니까요.

진우 그래서, 만약을 대비해 진짜 흉기를 숨겨왔던 건가요?


안 실장 (고개 떨구며) 네.

그 말에 방청석이 웅성거린다. 박동호,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한 검사, 똥 씹은 얼굴이 된다. 담담한 얼굴로 안 실장을 보는 진우의 얼굴 위로-

47. 남규만의 차 안 / 낮

뒷좌석에 남규만과 홍무석이 앉아있다. 홍무석이 휴대폰 통화를 하다 끊더니-

홍무석 안 실장의 증언으로 재판, 기울어졌습니다.

남규만 (분노로) 안수범 이 개자식이 진짜!

홍무석 조만간 경찰이 들이닥칠 겁니다.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될 것 같습니다.

남규만 (분노 삭히며) 홍 변, 솔루션 차질없이 진행시켜요.

남규만, 불안함에 떨리는 눈빛에서-

48. 재판정 / 낮

재판이 재개된다.

판사 변호인 최후변론하세요.

진우, 약간 떨리는 얼굴로 일어난다. 고개를 돌려 옆 자리 비어있는 피고석을 보더니

마음을 다잡고 최후변론을 시작한다.

진우 본 재판의 변호인인 저는 피고인 서재혁씨의 아들입니다. 평범한

아버지였던 피고인은 5년 전, 짓지도 않은 죄를 한 순간에 뒤집어

쓰고

본인의 무고함조차 밝히지 못한 채 얼마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서트>
10부 63씬 병실 상황. 진우, 부들거리는 손으로 침대 위 흰 시트를 걷어내자

평안한 얼굴로 잠든 것처럼 눈을 감은 서재혁이 보인다.

진우 (차마 볼 수 없어 눈을 감는) 아.... 아빠....

/ 다시 현재.

진우 오늘 이 재심이 다시 열리기까지 저는 피고인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매순간을 버텨왔습니다. 그 시간동안 저는 피고인 서재혁의

인생을 철저히 짓밟은 일호그룹과 남규만의 거대한 악행 속에서

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됐습니다.

인서트>

10부 69씬, 일호그룹 대연회장 상황.

남일호 일호생명 남규만 사장을 오늘부로 일호그룹 사장으로 임명합니다.

흡족한 미소를 짓는 남일호. 박수소리와 플래시 세례가 남규만에게 더 집중된다.

/ 다시 현재. 진우.

진우 지난 5년간 저는 아버지가 잃었던 기억을 한 순간도 잃지 않도록

애쓰며 달려왔습니다. 그것만이 선량하고 평범했던 아버지의 누명

벗겨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박동호가 진우를 격려의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진우와 눈이 마주친다.

진우, 힘주어 재판장 향해 보며-

진우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인 서재혁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십시오.

이제 피고인은 이 자리에 없지만, 피고인이 무고하다는 진실만은

결코 사라지지 않음을 정의로운 법의 힘으로 밝혀 주십시오.


이상으로 최후 변론을 마칩니다.

최후변론을 마치고 자리에 앉는 진우.

시간경과>

방청석 쥐죽은 듯 고요하다. 재판정 안의 모두가 판사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진우와 박동호도 떨리는 얼굴이다.

판사 최후 판결을 하겠습니다. 피고인 서재혁씨의 살인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 이에 피고인 서재혁씨에게 원심 사형을 깨고,

무죄를 선고한다. 그리고... 사법부를 대신해 본 판사가 고인이 된

서재혁씨에게 진심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판사, 법봉을 놓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피고인석과 진우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진우. 방청석도 그 모습에 숙연하다.

박동호, 뒤늦게 밀려온 죄스러움에 고개를 숙인다.

시간경과>

방청객이 모두 빠져나간 텅 빈 재판정. 진우와 박동호만이 남아있다.

박동호 진우가 수고했다. 이제 느그 아버지 무죄, 세상사람 모두가

알았다 아이가.

진우 ...

박동호 사람끼리의 인연은 맨 마지막에 안다고 안하나.

진우 (회한에 잠기는) 당신하고는 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박동호 (웃는) 쪼매 더 있어봐야 알긋나?

진우 (엷은 미소)

박동호 내가 니한테 용서를 바라는 건 아이다. 그래도... 느그 아부지 무죄

밝혀져서 내는 이제 마음이 놓인다.

진우, 천천히 일어난다. 약간 따뜻한 눈으로 박동호를 본다.


진우 당신도 이젠 당신 인생 살아.

박동호 (진우 잠시 보더니) 진우야. 이게 내 인생이다. 내가 저지른 죗값,

속죄하면서 살아가는 거.

진우, 엷은 미소로 박동호를 보더니 재판정 밖으로 걸어 나간다.

박동호, 진우의 뒷모습을 보는데서-

49. 진우의 집-마루 / 밤

집 안으로 들어서는 진우. 현관에는 아버지의 검정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아버지 구두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는 진우.

진우 (집을 주욱 둘러보며 혼잣말로) 그동안 잘 있었지?

잠시 후 진우가 서랍에서 서재혁의 마지막 편지를 꺼내 읽어본다.

서재혁 (E) 진우야. 내 가슴 속에는 네가 영원히 남아 있을 거다.

편지를 다시 보며 눈물 흘리는 진우. 테이블 위에 서재혁과 함께 찍었던 액자를 들어

찬찬히 바라본다.

진우 너무 오래 걸렸지? 미안해.

진우, 젖은 눈으로 서재혁 사진을 보며 마지막 말을 꺼낸다.

진우 아빤.. 무죄야.

진우의 젖은 눈가에 미소가 조금 머문다. 한동안 액자를 꼬옥 품에 안고 있는

진우의 모습에서-

50. 남일호 저택-남규만의 방 / 낮


여경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선다.

서둘러 테이블과 곳곳을 살펴보는 여경. 잠시 후, 테이블 서랍 안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눈이 커다래지는 여경. 보면, 남규만의 위조된 중국 여권과 중국 신분증이다.

이때, 남규만이 안으로 들어서다 자신의 중국여권을 들고 있는 여경과 마주친다!

남규만 (섬뜩하게 여경 앞으로 다가가며) 나한테 무슨 볼 일 있어?

여경 (얼어붙는) 너.. 대체 무슨 일을 벌이는 거야?

아빠가 알면 넌 (하는데)

남규만 (말 끊으며) 우선은 내가 살아야 뭐든 그 다음도 있는 거 아니겠어?

여경 (벌벌 떨고 있는) ...

남규만 난 억울하게 교도소에서 썩을 생각 털끝만큼도 없어.

다시 거기 들어갈 생각만 해도 아주 치가 떨린다구..

남규만, 여경의 손에 들려있는 중국여권을 쓰윽 빼내더니-

남규만 넌 지금 나를 못 본 거야. (중국여권 흔들어 보이며) 이 물건도.

(여경 가까이 다가가 나직히) 알았지? 여경아.

실실 웃으며 뒤돌아 나가는 남규만. 여경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이내 사라진다.

여경, 남규만의 섬뜩함에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서있는데-

51. 남규만 집무실 / 낮

문을 벌컥 열며 인아가 남규만의 집무실에 들이닥친다.

인아의 뒤로는 수사관들 여럿도 보이는데, 집무실은 텅 비어 있다.

주변을 둘러보는 인아, 수사관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인아 남규만, 지명수배 내리고, 차량 위치추적하세요!

수사관 네. 검사님!

급하게 전화거는 인아의 긴박한 얼굴에서-


52. 옥탑사무실 / 낮

진우가 통화를 하고 있다.

인아 (E) 남규만이 사라졌어!

진우 (전화 끊는)

진우의 차가 급하게 나간다.

53. 도로 / 낮

도로를 달리는 두 대의 차. 남규만의 차량이 앞서가고 있다.

남규만은 뒤따르는 차의 뒷좌석에 앉아 있다.

54. 남일호 저택-응접실 / 낮

여경이 혼자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여경의 얼굴 위로-

인서트>

49씬 남규만의 방 상황.

남규만 난 억울하게 교도소에서 썩을 생각 털끝만큼도 없어.

다시 거기 들어갈 생각만 해도 아주 치가 떨린다구..

남규만, 여경의 손에 들려있는 중국여권을 쓰윽 빼내더니-

남규만 넌 지금 나를 못 본 거야. (중국여권 흔들어 보이며) 이 물건도.

(여경 가까이 다가가 나직히) 알았지? 여경아.

/ 다시 현재. 여경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데, 이때 남일호의 저택에도 수사관들이

들이닥친다. 수사관들이 저택 곳곳을 둘러보다가 응접실의 여경을 발견한다.

여경이 어두운 얼굴로 일어나 수사관 앞에 선다.


수사관 (체포영장 보이며) 남규만씨를 체포하라는 영장이 떨어졌습니다.

협조해 주십시오.

여경 (결심한 듯) 이인아 검사, 지금 어디 있죠?

55. (교차) 진우의 차+수사관의 차 / 낮

/ 수사관의 차 안. 인아, 진우와 통화하고 있다.

인아 진우야. 남규만 차량 위치 확인 했어!

지금 부두로 향하고 있어.

/ 운전대 잡고 있는 진우. 이어셋으로 통화 중이다.

진우 알았어. 내가 따라 붙을게.

전화 끊는 긴박한 표정의 진우 얼굴에서-

56. 도로 / 낮

도로에 검문소가 신속하게 설치되고 경찰들이 배치된다.

57. 남일호 저택-서재 / 낮

남일호, 누군가와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중이다. 그 옆의 홍무석 얼굴도 굳어있는데-

남일호 그래. 나도 한 번 알아보지. (전화 끊더니) 규만이한테 수배령이

떨어졌다는군.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는 모양이야.

홍무석 (표정을 감추는)

남일호 (홍무석 매섭게 보며) 자네는 알고 있었나?

홍무석 (태연히) 금시초문입니다. 남 사장님께도 조금만 고생하시면

특사로 풀릴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남일호 (책상을 세게 탁 치며 분노하는) 망할 놈의 자식이, 자기만 살겠다고


뒤로 도망쳐!! 내가 누구 때문에 그 모욕을 당하면서 고개까지 숙였는데!

남일호, 분노에 못 이겨 일어서다 충격으로 휘청인다.

홍무석 (남일호 부축해 앉히며) 고정하십시오. 회장님.

남일호 (겨우 화를 누르려 애쓰며) 내... 이 천하의 겁쟁이 자식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홍무석의 얼굴이 살짝 겁에 질려 있다. 한편 분노에 휩싸여 있는 남일호의 얼굴에서-

58. 검문소 / 낮

차비서가 운전하는 남규만 차량이 검문소에 다다른다. 차 비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바리

케이트를 그대로 치고 질주한다. 경찰차들이 남규만 차량을 추격한다.

이를 바라보며 유유히 지나가는 남규만.

59. 남일호 저택-응접실 / 낮

응접실에 앉아 인아를 기다리고 있는 여경. 곧이어 인아가 들어온다.

인아 (여경과 마주 앉으며) 무슨 일이야?

여경 우리 오빠... 중국으로 밀항할 계획인 거 같아.

인아 (놀라며) 뭐?

여경 중국 여권하고 신분증 준비해둔 걸 봤어. 확실해.

인아 (잠시 생각하다가) 이걸 말해주는 이유가 뭐야?

여경 (진심어린 눈빛으로) 검사였던 내 마지막 자존심.

그리고... 5년 동안 우리 가족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사죄의 의미

야.

인아, 여경을 안쓰럽게 한 번 보고는-

인아 고맙다. 남여경.
인아, 밖으로 달려 나간다. 바쁘게 나가는 인아를 보는 여경의 얼굴에서-

60. 수사관의 차+진우의 차 / 낮

/ 인아, 진우와 통화 중이다.

인아 남규만이 중국으로 밀항하려는 거 같아. 해경 쪽에 연락해서

모든 밀항선 수배령 내렸어!

/ 진우의 차 안. 이어셋으로 통화하고 있는 진우.

진우, 순간 뭔가 떠오른다.

인서트>

6부 56씬 상황. 인천 선착장. 작은 고깃배가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블랙박스 차주와 대역남이 고깃배에 올라선다.

/ 다시 현재. 진우, 속도를 올리는데.

61. 달리는 박동호 차 / 낮

달리는 차 안의 편사무장과 동호.

박동호 상호야. 쌔리 밟아라!

속도를 높이는 편 사무장.

62. 도로-인아가 탄 승합차 안 / 낮

빠르게 달리는 승합차. 인아가 전화를 받는다.

인아 네? 알겠습니다. (전화 끊는) 더 서둘러 주세요!


수사관1 네. 검사님.

더 속력 높이는 승합차.

63. 도로-진우의 차 안 / 낮

진우의 차가 급하게 달리고 있다.

진우 (E) 남규만. 넌 내 손으로 꼭 잡는다!

진우의 비장한 얼굴에서-

64. 선착장 일각 / 낮

남규만 차량이 선착장으로 들어와 멈춘다. 박동호의 차가 곧이어 멈춰선다.

박동호, 차에서 내려 남규만 차량으로 다가간다. 박동호, 운전석 문을 확 열어 재끼며-

박동호 남규만이! 어딜 도망갈라꼬!

박동호, 운전석 보면 남규만이 아니라 남규만의 운전기사다! 때마침 도착하는 경찰차들.

어리둥절한 박동호의 얼굴에서-

65. 공터 일각 / 낮

남규만이 운전하는 차가 이률 준비하는 헬기 앞으로 가 멈춘다. 남규만, 차에서 내린다.

트렁크에서 가방을 꺼내고 헬기 쪽으로 걸어간다. 그때 끼이익- 타이어 긁히는 소리가 들

린다. 남규만, 뒤돌아본다. 진우가 차에서 내린다! 남규만, 똥 씹은 표정되는데-

인서트>

62씬 이후 상황.

/ 수사관의 차 안. 인아가 진우와 통화를 하고 있다.


인아 진우야! 일호그룹 전용헬기가 비행신청한 기록이 있어!

/ 진우의 차 안. 이어셋으로 통화중인 진우.

진우 알았어!

진우, 핸들을 꺾어 빠르게 유턴한다.

/ 다시 공터 일각.

진우 남규만 사장님, 해외 출장 가시나?

남규만 이 거지새끼가. 겁도 없이 여기까지 쫓아오셨어.

진우 넌 오늘 여기서 끝이야.

남규만 니가 날 잡을 수 있을까?

남규만, 헬기에 탑승하려고 하는데- 헬기가 남규만을 태우지 않고 그냥 이륙해버린다.

당황하는 남규만, 헬기를 향해 고함지른다.

남규만 어디가!? 야 이 새끼들아!!

발악하는 남규만을 두고 그냥 떠나버리는 헬기. 그때, 수사관들 차량이 도착하고

수사관들이 쏟아져 내린다. 마지막으로 인아가 내린다. 인아, 진우보고 미소날린다. 수사

관들, 남규만을 극적으로 체포하는데서 엔딩!

-19부 끝
Remember 20

1. (교차) 수사관의 차 안+진우의 차 안 / 낮

/ 수사관의 차 안. 인아가 진우와 통화를 하고 있다.

인아 진우야! 일호그룹 전용헬기가 비행신청한 기록이 있어!

/ 진우의 차 안. 이어셋으로 통화중인 진우.

진우 알았어!

진우, 핸들을 꺾어 빠르게 유턴한다.

2. 공터 일각 / 낮

남규만이 운전하는 차가 이륙 준비하는 헬기 앞으로 가 멈춘다. 남규만, 차에서 내린다.

트렁크에서 가방을 꺼내고 헬기 쪽으로 걸어간다. 그때 끼이익- 타이어 긁히는 소리가

들린다. 남규만, 뒤돌아본다. 진우가 차에서 내린다! 남규만, 똥 씹은 표정되는데-

진우 남규만 사장님, 해외 출장 가시나?

남규만 이 거지새끼가. 겁도 없이 여기까지 쫓아오셨어.

진우 넌 오늘 여기서 끝이야.

남규만 니가 날 잡을 수 있을까?

남규만, 헬기에 탑승하려고 하는데- 헬기가 남규만을 태우지 않고 그냥 이륙해버린다.

당황하는 남규만, 헬기를 향해 고함지른다.

남규만 어디가!? 야 이 새끼들아!!

발악하는 남규만을 두고 그냥 떠나버리는 헬기. 그때, 수사관들 차량이 도착하고,

수사관들이 쏟아져 내린다. 마지막으로 인아가 내린다. 인아, 진우보고 미소 날린다.


수사관들, 남규만을 극적으로 체포하는 모습에서-

3. 취조실 / 낮

남규만은 앉아 있고, 인아는 서서 남규만을 바라보고 있다.

남규만 (인아를 조용히 올려다보는) 변호사했다 검사했다 아주 바쁘시네?

(비릿하게 웃는)

인아 (잠시)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 재심 때 진짜 흉기가 나왔어.

(재심 재판 증거물 자료를 내미는)

남규만 (귀 만지며) 그래서?

인아 그 오프너 나이프에는 당신 지문이 남아 있었고.

남규만 진짜 다 지난 일 갖고, 니네 너무 날 귀찮게 하는 거 아냐?

무슨 찐드기들도 아니고.

인아 남규만 씨, 대한민국 검사하고 장난하자는 겁니까?

남규만 마음대로 해봐. 나 홍 변 올 때까지 너랑 말 섞고 싶지 않거든.

인아 지금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안 되시죠?

남규만 아, 시끄러우니까 그만 쫑알대고 나가 봐.

인아, 팽팽하게 남규만을 노려보는데서-

4. 박동호의 옛날사무실 / 낮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붙잡고 있는 안 실장. 그때, 박동호와 편 사무장이 들어선다.

안 실장, 벌떡 일어나 박동호와 편 사무장을 반긴다.

안 실장 어떻게 됐어요?

편 사무장 (어두운 얼굴로) 남규만이... (확 밝아지는) 잡았습니더!

안도하는 안 실장. 박동호와 편 사무장이 소파에 앉고, 안 실장도 따라 앉는다.

박동호 남규만이도 잡혔는데 수범이 니는 우짤 끼가?


안 실장 (망설이다) 자수...할 생각입니다.

박동호 그래, 아무리 남규만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래도 죄는 죄다.

안 실장 재판정에 서서 증언 한 순간부터... 제 죗값 받을 준비 했어요.

편 사무장 그라고 행님, 우리 동호행님이 변호사 아입니꺼?

박동호 자수하믄 선처도 호소할 수 있을 기다.

안 실장 마지막으로 규만이 한 번 보고 자수하겠습니다.

결연한 안 실장의 얼굴. 그런 안 실장을 보는 박동호와 편 사무장에서-

5. 구치소-변호사 접견실 / 낮

남일호와 홍무석이 남규만을 마주보고 앉아 있다.

남일호 이미 검찰 쪽에 밀항 정보가 넘어간 뒤였어. 도주자가

되면 모든 죄를 인정하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 그래서 내가 헬기를

보내버린 거다.

남규만 (남일호를 보면)

홍무석 밀항에 성공하셨더라도 인터폴 요청으로 소환됐을 겁니다.

그 말에 남규만, 차갑게 홍무석을 노려본다. 홍무석, 애써 표정 감춘다.

남규만 아버지, 그럼 전 이제 어떡해요?

남일호 3차 공판, 아직 남았다. 나한테 그동안 돈 받아먹은 놈들..

모른 척 그냥 넘어가진 못할 거야.

홍무석 저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사장님을 빼낼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시간경과>

남규만과 홍무석만이 자리에 마주하고 있다.

남규만 (노려보며) 홍 변, 일처리 이딴 식으로 할 거야?

홍무석 (굳은 얼굴) 아무래도 밀항정보가 내부에서 새어 나갔던 거 같습니다.


남규만 요즘 재판도 그렇고 홍 변, 아마추어야? 왜 이래?

홍무석 (꾸벅) 죄송합니다.

남규만 우선 수감시설부터 당장 바꿔요. 이건 뭐 돼지우리도 아니고..

홍무석 사장님, 지금 여론이 너무 악화돼 있습니다.

남규만 뭐?

홍무석 매스컴에 네티즌들, 국회까지. 지금 사장님을 주시하는

눈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남규만 (얼굴 굳는)

홍무석 힘드시겠지만 당분간은 여기에서 버티셔야 합니다.

이 시련을 견뎌내셔야 합니다.

남규만 (못마땅한 시선으로) 그저 입만 살아가지고..

홍무석, 남규만의 시선에 살짝 긴장한 표정된다. 한편 짜증이 가득한 남규만의 얼굴에서-

6. 인아 집무실 / 낮

탁영진, 진우, 인아, 박동호가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다.

탁영진 (피식) 재벌집 도련님 모양새가 많이 떨어지네.

박동호 그라도 문제가 생기면 늘 뒷구멍으로 몰래 도망쳐온 게 남씨 일가의

특기 아니겠습니꺼?

진우 만만치는 않을 거예요. 아직까지 법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놈들이니까.

탁영진 그럴 거 대비해서 나도 윗분들하고 준비 많이 했지.

인아 저랑 서 변은 마지막 공판에서 추가기소를 통해 남규만의 모든 죄들을

밝혀낼 거예요.

박동호 (인아 보며) 그럼 지하고 탁 검사님은 남일호 압수수색을 준비하면

되는 거지예?

인아 네. 저쪽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예요. 아마 지금쯤 남 회장,

바삐 움직이고 있을 겁니더.

7. 남일호 저택-서재 / 낮
남일호가 통화중이다.

남일호 장 차관인가? (잠시) 이따 우리 집으로 좀 오게.

남일호, 전화기를 내려놓는데 이때 여경이 캐리어를 끌고 와 남일호 앞에 선다.

남일호 (무슨 일인가 싶어 보면)

여경 (당당히) 오빠 밀항하려는 거, 제가 말했어요.

남일호 (고개 들어 매섭게 보며) 지금 뭐라고 했냐.

여경 사람을 죽였으면 벌을 받아야죠.

남일호 (벌떡 일어서며) 그걸 왜 니가 판단해!

여경 (떨리는 눈빛으로) 저도 검사였으니까요.

떠나기 전에 이거 하나만은 말씀드리고 갈게요.

남일호 (굳은 얼굴로 보면)

여경 ...오빠가 이렇게 된 건, 모두 아빠 탓이라는 거.

남일호 (떨리는 목소리로) 니가 감히 나한테.

여경 그리고 하나 더. (잠시) 저, 사람 죽이는 것도 맘대로 할 수 있다고 믿

는, 아빠하고 오빠가 끔찍해서 스스로 떠나는 거예요.

(꾸벅 인사하고) 안녕히 계세요.

여경, 당차게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캐리어를 끌며 밖으로 나가 버린다.

남겨진 남일호, 책상을 탁! 치며 분노에 차 있는 얼굴에서-

8. 인아의 검사실 / 낮

진우와 인아가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테이블에는 서류들이 놓여있다.

진우 3차 공판 때, 안 실장이 증언해 주기로 했어.

인아 안 실장, 재심 때도 그렇고 이번에 남규만 앞에서 증언까지 하는 거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인데.. 다행이다.

진우 (서류 보이며) 이건 남규만의 계좌내역들, 차명 계좌리스트, 필리핀에


있는 남규만 페이퍼 컴퍼니로 돈이 흘러들어간 내역서야.

인아 (서류 살피더니) 그래도 이번 공판, 추가 기소해서 판결까지

제대로 받아내려면 안 실장 말고도 추가증인이 필요해.

이에 의미심장한 표정의 진우 얼굴에서-

9. 교도소 면회실 / 낮

진우가 배철주를 면회하고 있다.

진우 내가 약속은 지킨다고 했지?

배철주 (고소해 하며) 그래. 남규만, 꼴좋더라. 니가 터트린 동영상 덕분에

내 사건은 완전히 묻혔어.

진우 아직 부족해. 거기서 나오면 남규만 얼굴 볼 자신 있어?

배철주 (진우 보는)

진우 남규만이라면 모든 걸 총동원해서라도 빠져나오려고 할 거야.

배철주 그게 무슨 뜻이지?

진우 빠져나와서 아마 당신 죽이려고 하겠지.

배철주 (표정 굳는)

진우 남규만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벼랑 끝까지 몰아야해.

배철주 내가 뭘 어떡하면 되는데?

진우 법정에서 남규만의 모든 죄를 묻는 수밖에 없어.

그러기 위해선 니 증언이 필요하고.

배철주 나보고 증언을 하라는 말이야?

진우 그래. 그러면 남규만을 감옥에 계속 가둬둘 수 있을 거야.

고민하는 배철주. 이를 지켜보는 진우의 진지한 얼굴에서-

10. 남일호 저택-응접실 / 밤

장 차관과 남일호가 차를 마시고 있다. 홍무석도 옆에 있다.


남일호 장 차관, 이번 재판 신경이 많이 쓰이네. 확실하게 손을 써줘야겠어.

장 차관 ...이번에는 힘들 것 같습니다. 회장님. 국민들 이목이 집중된 사안

이라 (하는데)

남일호 (버럭 화내며) 그동안 자네에게 왜 꼬박꼬박 용돈 챙겨줬을 것 같나?

다 이럴 때를 대비한 거 아닌가!

장 차관 (당황하며) 회장님!

남일호 (홍무석 보며) 장 차관 주머니에 들어간 돈, 장부에 다 기록돼 있지

않은가? 홍 변호사?

홍무석 네. 회장님.

장 차관 (불쾌한 얼굴로) 즉시 대법원장과 식사자리 갖겠습니다.

남일호 (위압적인)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는 일 없도록 하게나.

곤란한 표정의 장 차관을 위압적인 눈으로 보는 남일호의 모습에서-

11. 교도소 면회실 / 밤

안 실장이 면회실 의자에 앉아있다. 면회창 너머로 남규만이 보인다.

남규만,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꾹 참으며-

남규만 수범아, 마침 잘 왔다. 곧 내 재판 열리는 거 알지?

안 실장 (담담하게) 그래.

남규만 그 재판 증인으로 나와라. 니가 서재혁 재판에서 했던 얘기는

모두 다 위증이라고 밝혀.

안 실장 규만아...

남규만 서진우가 협박했다고 그래. 돈으로 매수당했다고 그러든지.

그렇게만 해주면 내가 10억 쏴줄게.

안 실장 (안타깝게 보는)

남규만 부족해? 그럼 20억 아니, 50억 줄게. 지금 당장.

안 실장 나, 자수할 거다.

남규만 (표정 차가워져서) 뭐?

안 실장 니 얼굴 보고, 경찰서 가려구 여기 온 거다.

남규만 (본색 드러나서) 자수를 한다고? 그동안 받은 은혜도 모르고


날 배신한다구?

안 실장 (참다가 소리 지르는) 규만아!

남규만 (분노 쏟아내는) 내가 너 구박은 했지만 그래도 난 너 믿었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내가 믿었다고!!

남규만, 면회창 쾅쾅 두드리며 분노한다. 그런 남규만, 잠시 바라보던 안 실장.

안 실장 규만아, 너 그거 아냐? 새가 살아있을 때는 개미를 잡아먹어.

그런데 새가 죽으면 개미가 새를 먹는다는 거.

남규만 뭐?

안 실장 사람 인생 모르는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거기서라도 착하게 살

아.

친구로서 하는 마지막 충고다.

남규만 (버럭) 입 안 닥쳐! 너 따위가 감히 나한테 충고질을 해!

안 실장 (자리에서 일어나며)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건 적이 아니라 친구더

라. 나 너 때문에 그동안 많이 외로웠다. 잘 지내라.

안 실장, 나가고 남규만, 차가운 얼굴로 안 실장 보는 모습에서-

12. 남일호의 저택-응접실 / 낮

남일호와 홍무석이 소파에 앉아 있다. 누군가와 전화 통화 중인 홍무석.

엷은 미소로 전화를 끊는데-

홍무석 회장님. 오늘 재판에 새로운 판사가 들어갈 겁니다.

남일호 이번엔 뒤통수 맞는 일 없겠지?

홍무석 확실합니다. 장 차관이 확실하게 압력행사를 한 것 같습니다.

남일호 다 버러지 같은 놈들이야. 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줄을 통째로 바꿔버려.

홍무석 알겠습니다. 회장님.

비릿한 미소를 짓는 홍무석의 얼굴에서-


13. 법원 앞 / 낮

법원 앞. 시위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남규만은 사람의 탈을 쓴 악마다!’,

‘남규만에게 사형을!’, ‘일호그룹, 당신들에게 죄를 묻는다’, ‘일호그룹을 처단하라!’ 등의

문구들이 보인다.

남규만, 양 쪽에 교도관을 끼고 걸어오다가 이 모습을 보게 되는데-

남규만 (교도관에게) 저 새끼들. 할 일 없이 잘 들 하는 짓이다.

저러면 내가 뭐 사형이라도 될 줄 아나 봐?

교도관들, 무시하고 남규만을 법원으로 끌고 간다. 시위하는 사람들, 남규만을 보게 되고-

사람 1 남규만이다! 여러분! 뻔뻔한 살인마 남규만입니다!

사람 2 더러운 새끼! 사형이나 받아라!

시위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남규만을 향하고, 손가락질 하며 욕한다.

남규만 (혼잣말로) 그래, 마음껏 지껄여.

남규만, 비웃고는 교도관들과 함께 법원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그때, 남규만의 등에 날아오는 계란 하나. 순간 남규만의 눈빛이 살벌해진다.

남규만 (뒤돌아보며) 이 새끼들이 진짜 뒤질라고! 어떤 새끼야? 누구야! 야!!

남규만, 시위대에게 달려들려고 한다. 남규만을 제지하며 끌고 들어가는 교도관들.

시위대들도 흥분한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는 법원 앞.

14. 법원 복도 / 낮

진우가 재판정 복도에 있다. 검사복을 입은 인아가 당당히 걸어오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진우, 반갑게 환히 웃는다. 디케의 상 앞에서 멈추는 진우와 인아.


진우 인아야, 그동안 함께 싸워줘서 고마워.

인아 (보는)

진우 너한테 너무 무거운 짐을 준다.

인아 그렇게 생각하지 마. 검사로서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야.

그리고 너를 위해 내가 해야 되는 일이기도 하구.

진우 (따뜻하게 바라보면)

인아 (심호흡하더니) 오늘은 긴장이 좀 되네. 그래도 널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엷게 웃는 인아. 인아의 어깨를 살며시 잡아주는 진우의 모습에서-

15. 재판정 / 낮

인아가 재판정에 들어온다. 그 모습, 변호인석에서 지켜보는 남규만과 홍무석.

진우도 방청석 맨 앞에 앉는다. 그 옆에는 송하영이 있다.

법원경위 재판장님 들어오십니다. 모두 일어나주세요.

인아, 검사석에서 일어나는데- 표정이 차갑게 굳는다. 입장하는 판사는 2차까지의

판사가 아니다!

공 판사 2차 공판까지 진행하셨던 이필호 판사는 건강에 문제가 생겨

부득이하게 재판부를 교체하게 되었습니다.

방청석의 진우, 표정이 굳는다. 남규만과 홍무석의 얼굴엔 살짝 미소가 머문다.

인아의 당황하지만, 침착하려 애쓰는 모습에서-

16. 남일호 저택-서재 / 낮

집무실 책상에 앉아있는 남일호. 차 비서가 다가와 보고한다.

차 비서 재판 시작했다고 합니다.
남일호의 무거운 얼굴에서-

17. 재판정 / 낮

인아, 자리에서 일어난다.

인아 증인 신청합니다. 증인은 남규만의 비서실장으로 흉기를 제보했으며

당시, 남규만의 살해현장에 연락을 받고 갔습니다.

홍무석 (벌떡 일어나서) 이의있습니다. 증인은 피고인과 최근 큰 다툼이 있었고

퇴사를 한 상태입니다. 이에 피고인에게 원한을 품고 위증할 가능

성이 매우 높습니다.

인아 (일어나서) 증인은 이미 지난 서재혁 재심에서 증인으로 채택되어

주요한 진술을 한 바 있습니다.

공 판사 (단호히) 검사측 증인은 채택하지 않겠습니다.

인아 재판장님! 증인은 이미 결정적인 (하는데)

공 판사 (말 끊고, 단호하게) 검사, 재판진행에 방해를 하면 퇴정조치 하겠

습니다.

그 말에 표정이 심하게 굳는 인아. 방청석의 진우와 송하영도 얼굴이 어두워진다.

남규만과 홍무석, 서로 보며 살짝 미소 짓는다. 판사의 말에 방청객들이 크게 웅성거린다.

감정을 참지 못한 방청객이(14씬의 사람 1)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사람 1 판사, 재판 똑바로 진행 안 해! 이따위로 할 거야?

공 판사 (얼굴 살짝 굳으며) 법원경위, 즉시 퇴정 시키세요.

경위가 달려와 사람 1을 끌어낸다. 그 모습에 방청객들이 더 크게 웅성거리는데-

공 판사 (판결봉 두드리며) 잠시 휴정하겠습니다.

18. 법원 판사 대기실 / 낮

화면 바뀌면, 공 판사의 얼굴이 보인다. 그 앞에 인아와 홍무석이 서 있다.


인아 재판장님, 안수범씨를 증인으로 다시 채택해주십시오.

홍무석 이 검사, 이미 재판장님께서 인정하지 않은 거 모릅니까?

(여유있게) 재판이 떼 쓴다고 될 일인가요?

인아 (차갑게 홍무석 노려보는)

공 판사 (완고하게) 검사측은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마세요.

더 이상의 번복은 없습니다.

분을 참지 못한 얼굴로 돌아서서 나가버리는 인아.

남은 홍무석과 공 판사, 서로 은밀하게 눈빛을 주고받는다.

홍무석 다른 증인들도 부탁드립니다.

비릿하게 웃는 홍무석의 얼굴에서-

19. 법원 복도 / 낮

공 판사, 재판에 들어가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이때, 진우가 다가와 공 판사 앞에 서면서-

진우 (여유 있는 얼굴로 다가가며) 저랑 얘기 좀 하시죠.

진우의 자신만만한 얼굴에서-

20. 재판정 / 낮

판사가 잔뜩 굳은 얼굴로 앉아있다.

인아 (일어나) 남규만의 살인교사 혐의를 입증할 두 번째 증인 신청합니다.

판사 (방청석의 진우를 보더니) ...인정합니다. 증인 나오세요.

놀라서 눈이 커다래지는 홍무석. 남규만도 표정이 굳는다.

인아, 알았다는듯 방청석의 진우 바라본다. 진우, 씨익 웃는다. 그 위로-


인서트>

22씬 법원 판사 대기실 이후 상황이다.

진우 어제 저녁 7시에 월화관에서 홍무석 변호사와 장현수 차관

만난 일 있죠?

공 판사 (표정 굳는)

진우 지금 검찰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장 차관 조사 중입니다.

공 판사 (믿기지 않는 눈으로 보면)

진우 왜, 못 믿겠어요? (휴대폰을 터치해서 화면을 보이면)

휴대폰 액정에 ‘장현수 법무부차관,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체포돼’라는

기사가 보인다. 흔들리는 눈빛의 공 판사.

진우 판사님, 내일 뉴스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으시면

남은 재판 공정하게 진행하셔야 할 겁니다.

/ 다시 현재. 진우, 인아를 향해 씨익 미소 지어 보인다. 인아도 미소로 답해준다.

재소복 입은 곽 형사 증인석에 앉는다.

인아 남규만이 증인에게 살인 교사를 명령한 것이 사실입니까?

곽 형사 네. 제게 지시했습니다.

인아 그때 상황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곽 형사 남규만은 서진우 변호사에게 정산동 살인사건의 누명을 씌운 뒤에

...

인서트>

8부 64씬 폐창고 상황이다.

남규만 (곽 형사에게 다가가) 마침표는 곽 형사님이 찍어줘야겠어요.

곽 형사 그렇게 하죠.

/ 다시 현재.
인아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습니까?

곽 형사 저는 지금 남규만의 범죄행위에 가담했던 사실을 크게

반성하고 회개하고 있습니다.

남규만, 어이없어 하며 곽 형사를 본다. 그 시선 느낀 곽 형사가 맑은 눈으로

남규만을 바라본다. 법원 경위가 다가와 곽 형사를 데리고 나간다.

인아 또한, 남규만의 추가 범죄를 입증할 증거 자료들을 제출합니다.

인서트>

/ 교도소장실. 진우가 보고 있는 가운데 배철주가 남규만과의 주가조작 사실을 인정하는

자술서를 쓰고 있다. 그 뒤로는 교도소장이 지켜보고 있다.

인아 남규만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음을

입증하는 자료입니다.

홍무석 (표정 굳으며 일어서서) 이의 있습니다.

공 판사 (단호한) 검사 측 계속하세요.

홍무석 (똥씹은 표정 되는)

인아 또한, 5년 전 재판에서 남규만이 위증을 교사했음을 인정하는 당시 서

재혁씨의 담당의사 이정훈씨의 자술서도 제출합니다.

방청석 술렁인다. 진우, 얼굴에 엷은 미소가 돋는다. 송하영도 환한 얼굴이다.

남규만, 인아를 강하게 노려보는데-

인아 이 재판과 관련된 마지막 증인을 신청합니다.

서촌여대생사건 재심을 맡았던 서진우 변호사입니다.

홍무석 (일어서서) 이의있습니다. 서진우 변호사는 현재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습니다. 증언의 신빙성에 큰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인아 (맞서서) 증인의 증상은 일시적인 것일 뿐, 현재 증언을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판사 (고심하더니) 증인 채택하겠습니다.

홍무석 (표정 크게 일그러지는)


그 말에 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증인석으로 걸어간다. 남규만을 강하게 쳐다본다.

남규만도 진우의 시선에 밀리지 않고 강하게 노려보는데- 진우, 자리에 앉는다.

인아 증인은 지난 5년 동안 서촌여대생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남규만을 추적하며 조사해왔죠?

진우 그렇습니다. 남규만은 오정아를 살해한 진범입니다.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무고한 서재혁씨를 진범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남

규만은

이후에도 반성을 하거나 자수하기는커녕, 커져가는 죄를 덮으려

더 큰 죄들을 저질러왔습니다.

웅성거리는 방청석. 남규만, 분노를 애써 참는 얼굴이다.

인아 남규만이 그동안 어떤 죄들을 저질렀죠?

진우 폭행, 살인교사, 강간치상, 불법비자금조성, 검사 판사 증인매수 및

뇌물수수, 증거인멸교사,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남규만 (죽일 듯이 진우를 노려보는)

진우 (물러섬 없이 남규만을 보며) 남규만이 살인까지 서슴지 않았던 이유는

자신이 곧 법이라 생각하고, 약자들은 당연히 짓밟아도 된다고

믿어왔기 때문입니다.

남규만, 그 말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튀어 나가려는데,

홍무석이 겨우 제지하며 남규만을 진정시키려 애쓴다.

인아 방금 증인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제출합니다.

인아, 두툼한 서류더미를 서기에게 제출한다. 진우, 남규만을 노려본다.

남규만, 분노를 꾹꾹 참는 얼굴이다.

21. 남일호 저택-서재 / 낮

남일호, 근심어린 얼굴로 책상에 앉아있다. 차 비서, 전화를 끊더니-


차 비서 판사가 검사측 증인들과 증거들을 모두 채택했다고 합니다.

남일호 (분노에 차서 책상을 확 쓸어버리더니) 홍 변은 대체 뭐하는 거야!

분노로 이글거리는 남일호의 눈빛에서-

판사 (E) 변호인 최후 변론해주세요.

22. 재판정 / 낮

홍무석, 굳은 얼굴로 일어난다. 남규만도 잔뜩 긴장한 얼굴이다.

홍무석 나라경제 발전에 커다란 공을 세운 일호그룹 남규만 사장을 위해

법이 가진 관용을 베풀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시간경과>

방청석 쥐죽은 듯 고요하다. 재판정 안의 모두가 공 판사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공 판사 판결하겠습니다. (잠시) 피고인 남규만은 송하영을 강간치상한 점

인정된다. 또한 5년 전, 오정아를 살해한 사실도 입증되었다. 이

외에도
피고인은 개전의 정이 전혀 없이 수많은 범죄들을 계속 저질러온

또한 인정된다. 따라서 사형이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반인륜적

처벌일지라도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본 법정은

피고인 남규만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그 말에 진우와 인아는 비로소 긴장이 풀리며 서로 미소를 나눈다.

방청석 군데군데 ‘사형 선고’에 환호를 하거나 껴안으며 기뻐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홍무석은 침통한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는데, 이때 분노를 애써 누르고 있던 남규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남규만 (악 쓰는) 내가 사형이라고? 뭐 이 따위 재판이 다 있어?

홍무석, 어쩔 줄 몰라하는데- 남규만, 홍무석에게 주먹을 날린다. 얼굴 부여잡는 홍무석.

판사 (판결봉 내리치며) 피고인 그만하세요! 경위!

남규만, 피고인석에서 튀어 나와 진우 앞으로 맹수처럼 달려 나가려는데,

법원 경위들이 달려와 남규만을 끌어낸다. 안간힘 쓰며 저항하는 남규만.

남규만 (폭발하며) 서진우!!! 이 개새끼!! 니가 감히 날!!

진우 (위축 없이 남규만을 똑바로 보는)

남규만 (판사를 향해) 놔!! 이 새끼들아!! 니네가 뭔데 나를 가둬!!

내가 법이야!! 내 말이 법이라고!! 나, 남규만이야 이 거지새끼들아

!!

판사 (판결봉 세게 치며) 즉시 퇴정시키세요!

법원 경위들이 달려들어 남규만을 붙잡아 끌고 간다.

남규만 (서진우를 끝까지 보며) 가만 안 둘 거야! 서진우! 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

법원 경위들에게 질질 끌려 나가는 남규만을 묵묵히 바라보는 진우의 얼굴에서-

23. 옥탑 사무실 / 낮

진우와 인아가 소파에 앉아있다. 이때, 안으로 송하영이 들어선다.

송하영 (인아 보며) 검사님!

인아 (밝게 미소 지으며) 하영씨 왔어요?

진우 (송하영을 보며 몰라보는 눈빛) ...

송하영 (진우의 행동에 살짝 당황하는데)

인아 (아무렇지 않은 듯) 하영씨야. 남규만 재판...


진우 (그제야 누군지 생각나 송하영에게) 아, 하영씨 앉으세요.

송하영 (밝게 끄덕이고 앉는)

시간경과>

진우와 인아, 송하영이 커피를 마시며 소파에 앉아 있다.

송하영이 뭔가 커다란 선물을 둘에게 건네는데-

인아 (선물 보더니) 어? 원숭이 인형이네요?

송하영 (미소 지으며) 기쁜 일을 맞이한다는 뜻이 있대요. 두 분 모두

기쁜 일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아 (엷은 미소) 고마워요.

송하영 (미소 짓더니) 아, 그리고 저, 극단 막내로 들어갔어요.

인아 (환한 미소로) 정말요? 축하해요.

송하영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보려구요. (잠시) 단역이겠지만, 공연 날짜

잡히면 연락드릴게요. 그때 두 분이 꼭 보러오세요.

진우 (미소 지으며) 네.

인아 (인형보이며 웃으며) 고마워요 하영씨.

인형 팔 흔드는 인아를 미소 띤 얼굴로 보는 진우.

24. 교도소 면회실 / 낮

면회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는 석규와 안 실장.

석규 규만이 사형 선고, 번복되는 일은 없을 거 같다.

안 실장 그 자식... 교도소에 한 순간이라도 있기 싫어했는데, 평생 살게 생

겼네.

(잠시) 근데 석규야, 그거 아냐?

석규 (안 실장 보면)

안 실장 난 남규만 그 자식, 사형 받음 속 시원할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더

라고.

막 속이 답답하고 쓰려. 웃기지? 그렇게 당해놓고...


석규 (씁쓸히) 비록 이렇게 됐어도... 친구잖아. 규만이랑 니가 결국 이렇게

된 걸 보니까 내 마음도 편치는 않다.

안 실장 석규야, 나 괜찮아.

석규 진실을 말하고 자수하는 거 힘든 선택이었을 텐데 옳은 결정 한 거다.

안 실장 (피식 웃고) 석규야. 난 돈이 있건 없건 아무 생각 없던 그때가

제일 좋았다.

석규 수범아...

안 실장 이렇게 되니까 그때가 더 그립네.

씁쓸히 웃는 안 실장. 그런 안 실장을 안쓰럽게 보는 석규의 모습에서-

25. 교도소 복도 / 낮

남규만, 교도관과 함께 복도를 걷는데 모범수 완장을 찬 곽 형사가 성경책을 들고

맞은 편에서 걸어온다. 복도에서 마주친 남규만과 곽 형사.

곽 형사 (온화한 얼굴로 남규만 보는) 죄의 삯은 사망이요.

하나님의 은사는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 있는 영생이니라.

남규만 곽 형사, 너 이 새끼. 내 뒤통수를 치고도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아?

곽 형사 예수님은 오직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선대하라고 하셨습니다.

남규만 (어이없는) 뭐래는 거야?

곽 형사 남규만 형제님, 당신을 위해 기도하죠.

남규만, 열이 받쳐 곽 형사에게 달려들려고 하면서-

남규만 너, 이 새끼! 죽여 버릴 거야!

발악하는 남규만, 교도관들에게 제지당하며 끌려간다.

이를 온화한 미소로 지켜보는 곽 형사.

곽 형사 (남규만 보며) 아멘~


발악하며 끌려가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26. 교도소 면회실 / 낮

진우, 면회실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문이 열리자 남규만이 들어온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는 두 사람. 그 어느 때보다도 팽팽한 긴장감.

남규만 (얼굴보자 분노 느껴지는) 너 이 새끼. 니가 여길 왜 와?

진우 내가 너를 보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야.

남규만 마지막? (피식 웃으며) 그래. 넌 이제 곧 날 못 알아보겠네.

기억 잃고 니 애비처럼 비참하게 죽어갈 거니까.

진우 너로 인해서 평화롭던 아버지와 내 인생이 송두리째 날아갔어.

남규만 (노려보는) 그게 나 때문이냐? 거지같은 니 운명이지.

진우 (서늘하게) 운명? 그래, 그 운명 이젠 니 차례야. 평생 거기서 썩어야

될 테니까.

남규만 (비웃는) 내가 니 애비처럼 여기서 죽을 것 같냐? 내가? 나 남규만이야.

진우 늦었어. 너도 이젠 어쩔 수 없을 거야. (자리에서 일어나는)

남규만 너 이 새끼, 어디가? 나 여기서 어떡해서든 나갈 거야.

그때까지 나 잊지 마.

진우 ....

남규만 (면회창에 얼굴 가까이 대더니 소리치는) 서진우, 넌 다른 기억은

다 잃어도 난 영원히 기억해야 돼.

진우, 나가려다 다시 돌아보고-

진우 남규만. 너도 참 불쌍한 인생인 거 같다.

분노로 일그러지는 남규만의 얼굴에서-

27. 교도소 의무실 / 낮

남규만이 몸을 배배 꼬며 다급하게 들어온다.


남규만 이봐. 의무과장. 신경안정제, 좀 갖고 와.

의무과장 (어이없는) 니가 일호그룹 남규만이지?

남규만 어, 그러니까 빨리 약 좀 줘.

의무과장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남규만 아아~ 약 좀 달라구. 나 미치기 일보 직전이야.

의무과장 (기가 찬) 이 새끼가 뭘 믿고 이래? 당장 못나가?

교도관, 당장 끌고 나가!

남규만 나 진짜 아프다고. 약 줘! 약 달라고!

남규만, 교도관들에게 질질 끌려 나가는 모습에서-

28. 박동호 옛날 사무실 / 밤

소파에 앉아있던 박동호. 진우가 들어온다.

박동호 진우야~ 왔나?

진우, 엷은 미소로 답해주더니 소파에 앉는다.

마주 앉아있는 두 사람, 오랜만에 편안해 보인다.

박동호 기분은 어떻노?

진우 시원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아. 그냥 담담해.

박동호 (씁쓸한) 그럴기다. 내도 그렇다. (잠시) 남일호랑 일호그룹도

오래 못 갈기다. 지금 탁 검사랑 진행 잘 하고 있으니까.

진우 (잠시) 당신이랑 나, 닮은 듯 다른 인생이지만 그래도 동지애라는 건

조금 있었지.

박동호 (씨익 웃으며) 그래. 이젠 진우 니, 건강 챙기는 일만 남았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제일로다가 실력 있는 의사 찾아서 (하는데)

진우 (말 끊고) 내가 당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박동호 (그 말에 말 멈추고 보는)

진우 날 그냥 모른 척 해줘.

박동호 (안타깝게) 진우야. 와 그런 말을 하노?


진우 당신은 나한테.... 잊고 싶은 기억이 더 많은 사람이니까.

박동호 (씁쓸한 미소 짓고)

박동호, 그렇게 밖에 대답할 수 없어 고개를 숙인다. 그런 박동호를 보던 진우.

진우 내 기억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부탁할 게 있어.

박동호 (고개 들더니) 니 부탁이라면 뭐든 다 할기다.

진우 당신하고 내가 맺은 5만원 계약, 아직 끝나지 않았지?

박동호 그래.

진우 그 계약, 지켜줘.

진우를 바라보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29. 교도소 면회실 / 밤

남일호가 면회실 의자에 앉아있다. 남규만이 들어온다.

남규만 (눈물 그렁해지며) 아버지!

남일호 (말없이 규만 보는)

남규만 (유리창에 대고) 아버지. 저 좀 꺼내주세요. 저, 너무 힘들어요.

남일호 (차가운) 너 하나 때문에 우리 그룹이 다 무너지게 생겼다.

남규만, 면회실 유리창에 대고 애절하게 애원한다.

남규만 아버지. 저 여기서 나가게만 해주세요? 네? 그럼 제가 다시 회사

일으켜 세울게요. 저 자신 있어요. 아버지.

남일호 능력도 안 되는 놈을 후계자로 삼은 내 잘못이야. 내가 너를 잘못

키웠어.

남규만 (다급하게) 아버지! 저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 아버지가 도와주시면

가능해요.

남일호 세울 땐 백 년 걸려도,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게 기업이야.

니가 나온다고 해도 뭘 할 수 있겠냐?
남규만 저 아버지 아들이에요. 아버지는 아들보다 돈이 더 중요하세요?

남일호 난 일호그룹의 수장이다. 내 평생을 일호에 바쳤어. 넌 그걸 한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만든 거야.

남규만 아버지!

남일호 이제 너를 더 이상 거기서 빼낼 마음도 없다.

(쐐기 박듯) 이제 너는 내 자식이 아니다.

남규만, 충격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런 남규만을 차가운 얼굴로 쳐다보는 남일호.

남규만 (눈물 흘리며) 아버지... 아버지가 어떻게 저한테이러실 수가 있어요?

남일호 (냉정한 표정으로 일어서는) 내 평생 이것만은 변함이 없다.

사람은 쓰임을 다하면 버려야 한다.

남일호가 나간다. 남규만, 텅 빈 면회실에서 아무런 표정이 없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가만히 앉아있는 남규만.

교도관, 남규만의 팔을 잡고 일어서는데-

남규만 (절규하며 소리 지르는) 아냐... 아냐... 아냐... 아버지! 아버지!

남규만의 울부짖는 얼굴에서-

30. 남일호 저택-서재 / 밤

무거운 얼굴의 남일호, 그 옆으로는 홍무석이 서 있다.

홍무석 ‘일호그룹 피해현황보고서’라고 적힌 서류를 남일호 앞에 내려놓는다.

홍무석 지금 불매운동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주가도 크게 떨어졌습니다.

남일호 (생각에 잠긴)

홍무석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남일호, 서류를 들어 홍무석에게 집어 던진다. 서류를 맞아 당황하는 홍무석.


남일호 (버럭)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거야!

홍무석 (놀라서) 회장님

남일호 나는 내 자식까지 다 잃어버렸는데, 너는 지금 이따위 보고서나

올리고 있는 거야!

홍무석, 잠시 남일호를 쳐다본다. 그러더니-

홍무석 회장님 진정하십시오. 제게 솔루션이 하나 있습니다.

남일호 (보면)

홍무석 지금 사태를 말끔히 해결해 줄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무거운 시선으로 홍무석을 보는 남일호.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홍무석의 얼굴에서

31. 국밥집 / 밤

박동호와 탁영진이 소주를 마시고 있다. 화면, 넓어지면 그들 앞에 홍무석이 앉아있다.

홍무석 남일호 일가는 이제 끝났습니다.

박동호 그래서 살기 위해 남일호를 버린다는 겁니꺼?

홍무석 박 변이 그러지 않았나요? 세상 믿을 사람 없다고. 제가 지은 죄라면,

변호사로서 직분에 충실했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박동호와 탁영진, 어이없는 얼굴로 홍무석을 본다.

홍무석 (탁영진에게) 탁 검사. 남일호 회장과 일호그룹을 완전히 무너뜨릴

정보를 주겠습니다. (박동호 보며) 그게 당신들이 바라는 거 아니

었습니까?

탁영진 (비웃으며) 당신 도움 없어도 충분히 남일호 기소 할 수 있어.

홍무석 기소라.... 그걸로 되겠습니까? 뿌리채 뽑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제게는... 사회공헌이 되는 거니까요.

탁영진 공헌? (짜증나서 소리나게 잔 탁 놓으며) 에이. 술 맛 떨어져.


박동호 남일호 회장을 위해 일했지만... 일호를 위해 죽을 수는 없다

이 말이지요?

홍무석, 비릿하게 웃는다.

시간경과>

홍무석이 자리에 없다. 탁영진은 분이 풀리지 않는 얼굴이다. 박동호, 다시 잔 채워준다.

박동호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우로 호랑이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싶네예. 탁 검사님. 함 생각해 보이소.

탁영진 (박동호 보며 술잔 넘기는)

박동호 홍무석이 주는 정보로 일호그룹 제사상 함 차려보입시더.

탁영진 그렇다고 홍무석 내빼는 걸 그냥 보라고? 난, 못해!

박동호 (술잔 단 번에 넘기더니) 걱정 마이소.

탁영진 (보면)

박동호 여우는 사냥이 끝난 뒤에 가죽을 벗겨버릴 겁니더.

예리한 눈빛의 박동호에서-

32. 남일호 저택-로비 / 낮

검찰 수사관들이 저택 안으로 우루루 몰려든다. 탁영진, 남일호 앞으로 다가오면-

남일호 (크게 당황하는)

탁영진 남일호 회장님, 당신을 살인교사, 뇌물 수수 및 특경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합니다.

남일호 탁 검사.. 네 이놈!!

탁영진 (여유있고 당당함 넘치는)지금부터 진행하겠으니 모두 협조해 주십시오.

수사관들이 신속히 검찰 박스들을 들고 내부를 수색하며 중요 물건들을 넣기 시작한다.

수사관이 비밀금고를 열자, 하 씨의 테이프와 만년필도 들어있다.

그 모습을 미소 띤 채 보는 탁영진. 그때, 박동호가 저택 안으로 들어온다.


박동호를 보자 미간 찌푸리는 남일호.

박동호 내가 두 분 나란히 감옥에 넣어 드린다고 했지예.

곧 아들 따라 들어가실 겁니더.

남일호 내가 그냥 앉아서 이 자리까지 온 줄 아나? 박 변.

그리 호락호락 당하진 않을 걸세.

박동호 이번에는 쉽지 않을 깁니더.

남일호에게 여유있게 응수하는 박동호의 얼굴에서-

33. 교도소 복도 / 밤

허망한 표정으로 복도를 처벅처벅 걷는 남규만.

인서트>

/ 10부 69씬 상황. 남일호가 중대발표를 한다.

남일호 오늘 예정에 없던 중대 발표를 하겠습니다. 일호생명 남규만 사장을

오늘부로 일호그룹 사장으로 임명합니다.

남규만 본인도 몰랐던지, 놀라움과 기쁨이 얼굴 가득하다. 흡족한 미소를 짓는 남일호.

/ 17부 25씬 상항. 박동호가 남규만을 면회하고 있다.

박동호 니는 니 아버지를 잘 모르재? 니 아버지라는 사람은 그런 인간이다.

쓰임을 다한 사람은 무조건 버린다. 그건, 아들인 니도 마찬가질

기다.

/ 4부 8씬 상황. 남규만, 무릎 꿇은 채 머리 떨군다. 둘 사이, 무섭도록 냉랭한 분위기

이어지고- 남일호, 벽에 걸려있던 검도 투구와 죽도를 바닥에 던진다.


남규만 (올 것이 왔다는 두려운 얼굴) ...아버지.

남일호 써.

남규만 (애처럼 두 손으로 싹싹 빌며) 아버지.. 잘못했어요...

남일호 (서슬 퍼런) 써!!

남규만, 벌벌 떨며 투구를 쓴다. 죽도를 들어 올리는 남일호의 광기어린 얼굴에서-

/ 다시 현재. 넋이 나간 듯 초점 잃은 남규만의 얼굴에서-

34. 교도소 수용실 / 밤

창틈에서 새어 들어온 빛이 어두운 감방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다.

남규만, 상의를 주섬주섬 벗는다. 창살을 한번 올려다보는 남규만.

의자를 밟고 올라가 창살에 상의를 걸어 동그랗게 만든다.

남규만, 허공을 길게 응시하면서 목을 매려는 모습에서-

35. 남일호 저택-서재 / 낮

집무책상 앞에 앉아 통화 중인 어두운 얼굴의 남일호. 통화를 끝내고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남일호의 손이 떨리고 있다. 그때, 차 비서가 서재 안으로 황급히 뛰어 들어온다.

차 비서 회장님! 지금 남규만 (하는데)

말없이 손을 들어 제지하는 남일호. 차 비서가 남일호를 살피다 조용히 나간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는 남일호의 모습에서-

36. 몽타주 / 낮

앵커 (E) 전 일호그룹 사장이었던 남규만씨가 어제 밤 복역 중이던 교도소

에서

목을 매 자살을 했습니다. 남규만씨는 마약투약 및 강간치상혐의


기소돼, 서촌여대생살인사건 및 다수 추가범죄사실이 드러나

사형판결을 받았습니다. 한편, 인간중심의 기업경영을 추구했던

일호그룹 남일호 회장역시 거액의 비자금조성과 탈세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고 있어,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 빌딩 전광판. ‘전 일호그룹 사장 남모씨, 복역 중 자살’이라는 타이틀이 보인다.

/ 버스 정류장 앞.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남규만 자살 관련 인터넷 뉴스를 보고 있다.

/ 박동호의 옛날 사무실. 편 사무장이 휴대폰을 들고 뛰어 들어온다. 박동호에게

휴대폰으로 남규만 자살 관련 인터넷 뉴스를 보여주는 편 사무장. 굳은 박동호의 얼굴.

37. 옥탑사무실-1층 / 낮

남규만 자살 관련 뉴스 영상을 보는 변두리 로펌 멤버들.

송 변과 연 사무장 놀라고 진우와 인아는 얼굴이 굳어 있다.

송변 나쁜 놈이긴 해도... 막상 이런 소식 들으니까 마음이 편하진 않네.

연 사무장 남규만은 끝까지 자기 죄에 대한 책임도 안 지고 쉬운 방법을 택한 거

야.

인아 (굳은 얼굴로 말없이 듣고 있고)

송변 천하의 남규만도 결국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건가...?

송 변과 연 사무장의 말을 듣다가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는 진우. 인아도 뒤따라 들어간다.

38. 옥탑사무실-비밀의 방 / 낮

비밀의 방의 남규만 사진에 엑스표시가 되어 있다. 그 사진을 보고 있는 진우와 인아.

39. 남일호 저택-서재 / 낮

남일호가 다급하게 전화를 걸고 있다.

연결이 되지 않는지 계속 전화를 끊었다 걸었다 반복하는 남일호.


인서트>

홍무석의 새로운 로펌 사무실. 회장(60대 후반)과 만나고 있는 홍무석.

연신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휴대폰 꺼내 확인하는 홍무석.

보면, 발신자 ‘남일호 회장’이다. 수신 거부 눌러 버리는 홍무석.

다시 표정을 바꿔 환히 웃는데-

회장 남일호의 오른팔이던 홍 변호사가 나와 함께 해준다니 고맙군.

일호에서도 했던 것처럼 우리 회사에서도 잘 부탁하네.

홍무석 저를 선택하신 거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홍무석을 보는 회장. 비릿하게 웃는 홍무석의 모습에서-

/ 다시 남일호 저택. 수사관들이 들이닥친다.

별다른 저항 없이 황망하게 체포되는 남일호. 그때, 탁영진이 다가와 선다.

탁영진 남규만 사장 일은 유감입니다.

남일호 (탁영진 무시하고 가려는데)

탁영진 이게 다 회장님의 과도한 욕망 때문에 빚어진 일입니다.

먼저 간 아들을 위해서라도 죗값 달게 받으시길 바랍니다.

허탈한 미소 짓는 남일호. 수사관들에게 연행된다.

40. 검찰총장실 / 낮

인아가 검찰총장과 소파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검찰총장 이인아 검사, 이번에 정말 큰일을 해줬어요.

인아 과찬이십니다. 이게 다 총장님과 탁영진 검사님께서 믿고

지원해주신 덕분입니다.

검찰총장 이인아 검사, 앞으로도 초심 잃지 말고 권력이나 돈의 유무에

상관없이 엄중하게 임해주세요.

인아 (각오를 다지듯) 네.
환하게 웃는 검찰총장. 인아의 환한 얼굴에서-

41. 국밥집 / 밤

박동호와 탁영진이 국밥을 먹고 있는데, 남일호와 관련된 뉴스가 나오고 있다.

화면에는 남일호가 법원 복도에서 포승줄에 묶인 채 정리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고개를 숙인 채 초췌한 모습의 남일호를 향해 플래시가 연신 터진다.

기자 (E) 남일호 일호그룹 회장이 1심 선고공판을 위해 오늘 오전 11시경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했습니다. 남 회장은 "일호 임직원들에

한마디 해 달라",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 없이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최근 남 회장은 남일호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수백 억대의 정치 비자금을 조성해온 혐의 및 1999년

서광그룹 김서광 사장을 가스폭발로 위장해 살인교사를 지시한 혐


등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검사측은 당시의 살인교사를 하는 녹취

테이프와 실제 증인을 확보한 점 등을 들어 혐의입증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탁영진 (환하게 웃으며) 이제야 10년 묵은 체증이 싹 가시는 기분이네.

박동호 지도 오늘따라 술이 입에 착착 붙습니더.

탁영진 (소주 따라주며) 박 변, 그동안 정말 애썼어.

박동호 (소주잔 받으며) 저 영감탱이 그렇게 떵떵거리더니, 결국 아들 잃고

딸래미는 떠나불고. 남는 게 하나도 없네예.

탁영진 다 자업자득이지 뭐.

박동호 이제 딱 하나 남았네요.

탁영진 (보면)

박동호 (소주잔 넘기더니) 여우 사냥하러 가셔야지요.

허허 웃는 탁영진. 박동호, 미소 짓는 모습에서-


42. 프로방스 / 밤

진우와 인아가 편한 얼굴로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진우 나, 이제 변호사 그만 두려고.

인아 (놀라 바라보는)

진우 (인아 보며 애써 웃는) 내가 변호가 된 건, 아빠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서였잖아.

인아 (보는)

진우 변호사로서 할 일 다 했고, 더는 미련 없어. 이제는 나도 쉬어야

될 것 같아.

인아 어, 서진우. 철 들었네. (웃는)

진우와 인아, 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본다.

진우 나도 철 들었으니까, 너도 이제 오지랖 좀 그만부려.

인아 내 오지랖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렇게 만나고 있겠어?

인아와 진우의 얼굴 위로-

인서트>

- 2부 18씬 재판정 상황. 방청석에 있는 진우에게 목걸이를 건네주는 인아.

- 2부 66씬 사설 도박장 상황. 수세에 몰린 진우와 인아. 인아가 조폭들에게 콜라를 뿌린

다.

- 3부 61씬 서촌별장 상황. 진우와 인아가 남규만과 안 실장을 피해 숨어있다.

- 4부 17씬 진우의 집 앞. 인아가 담벼락에 있는 낙서들과 욕을 수세미로 지우고 있다.

/ 다시 현재.

진우 (엷게 미소 짓는) 우리도 생각보다 좋은 기억이 많네.

인아 (진우의 팔짱을 끼는) 우리, 이제 그동안 못했던 거 다 해보자.

여행도 가고,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데이트도 제대로 못해봤


잖아.

진우, 그런 인아를 향해 미소짓는다.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둘의 모습에서-

43. 인아네 집-주방 / 밤

인아가 집 안으로 들어선다. 이때, 설거지를 하고 있는 인아 모.

인아 엄마, 나 왔어.

인아 모 (보지도 않고)

인아 (대답 없는 인아 모를 속상하게 보고는 방에 들어가려는데)

인아 모 (속상하고) ...늦었으니까 이걸로 요기해. (주먹밥을 툭 내려놓는)

밥솥에 밥 좀 남아 있길래 그냥 만든 거야.

인아, 배고팠는지 맛있게 주먹밥을 먹는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인아 모.

인아 모 너, 진우 정말 감당할 수 있겠어?

인아 많이 힘들겠지... 그래도 나, 진우 곁에 있고 싶어.

인아 모 (아무 말 못하고)

인아 (밝게) 내가 진우 편이 돼줘야 할 것 같아. 그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잘 해낼게.

인아 모 넌 누구 닮아서 그렇게 고집이 세니.

인아 누굴 닮긴. 엄마 닮았지. (인아 모 안으려고 하면)

그때, 안방에서 인아 부가 슬그머니 나와 둘의 모습을 본다.

인아 부 (흐뭇해하며) 오랜만에 모녀가 다정하니 보기 좋네.

인아 모 (인아 떼어내며) 다정은 무슨... 그래, 누굴 탓하겠니.

(인아 보며) 내 속에서 나왔는데. 에휴...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인아 부 (인아 모 보고는 인아에게) 네 엄마가 겉은 저래도 속정이

무지 깊은 거 알지? (웃는) 그게 네 엄마 매력이잖아.


그 말에 인아와 인아 부, 서로를 보며 미소 짓는 모습에서-

44. 홍무석의 새로운 로펌 사무실 / 낮

홍무석 맞은편에는 나이가 지긋한 대기업 회장(60대 후반)이 앉아 있는데-

홍무석 회장님, 금하지구 토지 유치권 소송은 제가 깔끔히 마무리하겠습니다.

회장 홍 변이 이제 우리 회사에 들어왔으니, 앞으로 성가신 소송들,

잘 좀 처리해 주게.

홍무석 (비릿하게 웃으며) 앞으로 소송 때문에 잡음 생기는 일은 더는

없을 겁니다. 회장님께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홍무석과 회장.

이때, 문이 열리며 인아가 수사관들을 대동해 홍무석 앞에 나타난다. 놀란 홍무석의 얼굴.

인아 (회장 향해) 서울중앙지검 이인아 검삽니다. (체포영장 홍무석 앞에

보이며) 홍무석, 당신을 일호그룹 내사 수사 무마 청탁 및 10억원

뇌물수수, 서촌여대생 살인사건과 일호물산 석주일 사장 살해

범죄은닉 혐의로 체포합니다.

새파랗게 질린 홍무석의 얼굴. 그런 홍무석을 씨익 웃으며 보는 인아.

회장, 얼굴 급격히 굳으며 홍무석을 노려보고는 밖으로 나가버린다.

홍무석 (난감해 하며 벌떡 일어서더니) 이 검사! 지금 제 정신입니까?

인아 설마, 영원히 당신 죄만 덮일 거라 생각한 건 아니죠?

홍무석 (인아를 분노에 차서 노려보는)

인아 일호그룹에 빌붙어서 온갖 부정을 저지르게끔 만든 당신이

남일호 남규만보다 더 나쁜 놈이야. 당신은..법조인의 수치야!

홍무석 (흥분해서는 반말로) 이 검사... 말 다했어?

인아 다시는 당신 같은 검사가 활보하지 못하게 나랑 탁 선배가

두 눈 부릅뜨고 있을 거야. (수사관들 향해) 체포하세요.


인아의 얼굴 위로-

인서트>

인아 검사실. 탁영진과 인아가 앉아있다.

탁영진 홍무석을 체포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

인아 선배님..

탁영진 (서류 건네며) 내가 홍무석 관련해 수집한 자료들이야.

네 것까지 합쳐서 빠짐없이 죄목 넣어 기소해.

/ 다시 현재. 수사관들, 신속히 홍무석을 양쪽으로 붙잡은 채 끌고 간다.

홍무석, 끝까지 고개 돌려 인아를 노려보며 비참하게 끌려가는 모습에서-

45. 납골당 / 낮

진우가 납골함 앞에 서 있다.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엄마와 형. 그리고 아버지 사진.

(남골함 안에 있던 반지 목걸이는 없다. 진우가 가져갔음)

진우 잘 있었어? 오랜만에 왔지? (서글픈) 남들처럼 우리도 아무 일없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진우, 남골함의 가족들 사진 보더니-

진우 보고 싶다. 아빠, 엄마, 형.

46. 납골당 복도 / 낮

박동호가 납골당 복도에 들어선다.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가 난다.

47. 납골당 / 낮

박동호, 남골당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그러다 남골함 앞에 서 있는 진우를 발견했다.


아버지와 석주일의 납골함 앞에 서는 박동호. 반가운 얼굴로 진우를 향해-

박동호 진우야...

진우 (그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누군가 하고 보는)

박동호 (진우의 반응이 이상해서 더는 말 붙이지 못하는)

진우 저를... 아세요?

박동호 (뭐라 말할 수 없는 얼굴로 보는)

진우 (잠시 생각하다 뒤늦게 떠올라) 아, 그때 그 촌스러운 양복에..

진우, 박동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려 하는데-

인서트>

2부 48씬 납골당 상황이다. 납골함 앞에 선 박동호가 변호사 자격증을 들고 서 있

다.

박동호 아부지, 이름 박혀있는 거 보입니꺼? 변호사 박동호라꼬.

하지만, 이전과 달리 기억속의 화면은 다소 흐릿하다.

/ 다시 현재. 진우, 박동호를 보고 말한다.

진우 박동호 변호사님이죠? 여기서 몇 번 마주친 적도 있고.

박동호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진우 그래서 절 알고 있는 건가요?

박동호 (힘겹게) 그래. 맞다. 느그 가족이랑 우리 아부지 기일이 같아서

여기서 몇 번 본기다. 진우야.

진우 기일이 같다니 우연치고는 참 특별하네요. 그리고 저도 변호사거든요.

박동호 (슬픈) 니랑 내는 정말 묘한 인연이재.

진우 (엷게 웃더니) 그럼. (인사하고 가는)

복도로 나가다 걸음 멈추는 진우, 박동호를 향해 뒤돌아보는데-


진우 변호사가... 변호사한테 해주는 최고의 칭찬이 뭔지 알아요?

박동호 (잠시 생각하다가) ... 내를 변호해 도. 이거 아이가?

진우 (미소지은 채 끄덕이며) 박동호 변호사님 보니까...

왠지 그 말이 생각났어요.

돌아서서 가는 진우. 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박동호의 얼굴에 슬픔이 찬다.

48. 옥탑 사무실-비밀의 방 / 밤

진우가 책상 앞에 놓여있는 노트 두 권을 보고 있다. 오래전부터 썼던 듯

많이 낡고 페이지가 두툼하다. 하나는 ‘간직하고 싶은 기억’, 다른 하나는

‘잊고 싶은 기억’이라고 적혀있다.

진우,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노트 두 개를 들고 일어난다. 밖으로 나가는데-

49. 옥탑 사무실-1층 / 밤

난로 앞으로 걸어 나오는 진우. 난로 뚜껑을 열자 장작이 활활 타고 있다.

두 개의 노트를 잠시 보던 진우, 그 중 노트 하나를 난로 속에 집어넣는다.

불이 붙으며 타오르는 노트. ‘잊고 싶은 기억’ 이라고 적힌 노트다.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진우의 얼굴에서-

50. 법원 일각 / 낮

차를 마시며 마주보고 앉아있는 진우와 석규.

석규 서 변호사님 덕분에 많은 게 바뀌었습니다.

진우 (말없이 석규를 보면)

석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진실들을 세상이 볼 수 있게 됐고,

감춰져 있던 비리, 악행들을 꺼내 죗값을 물을 수 있었어요.

대한민국의 판사로서 다시 한 번, 서 변호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

립니다.

진우 (엷게 미소 짓는) 저야말로 판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저희 아버지의


결백함을 밝힐 수 있게 해주셨어요.

석규 더 빨리 밝히지 못해 죄송할 뿐입니다.

진우 (찻잔 만지며) 세상엔 저희 아버지처럼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있을 거고...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 생길 겁니다.

석규 (진우 말없이 보고)

진우 판사님은 끝까지 그런 사람들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석규 네, 약속드리겠습니다.

서로를 보며 엷게 미소 짓는 진우와 석규의 모습에서-

51. 옥탑사무실-1층 / 낮

인아, 옥탑사무실에 들어온다.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다.

인아 다들 어디 갔지?

여기 저기 둘러보다 책꽂이를 열며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는데-

52. 옥탑 사무실-비밀의 방 / 낮

인아, 비밀의 방에 들어온다.

인아 진우야, 여기 있 (하는데)

벽에 붙어있던 사진들이 모두 떼어져있다. 다른 물건들도 모두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책상 위에는 태블릿PC(진우가 동영상을 녹화했던)와 원숭이 인형만 있을 뿐이다.

원숭이 인형에 걸려있는 반지 목걸이.

인아, 반지목걸이를 만지면서 불길한 예감에 눈빛이 흔들린다.

태블릿PC에 붙여져 있는 메모지. ‘인아에게’

시간경과>

노트북 화면에 진우의 영상이 나온다.


진우 인아야.

놀라는 인아의 얼굴.

진우 언젠가 니가 이걸 보는 날엔 아마 내 기억이 많이 사라졌을 거야.

나 많이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야.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고

힘들어 하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인아 (눈에 눈물 맺힌다.)

진우 내 옆에 있겠다는 마음... 가슴으로 보여줬고, 눈으로 증명해 줬잖아.

하지만 이제 너를 더 힘들게 할 순 없어. 너만큼은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인아 (눈물 흘리는)

진우 내 모든 기억이 모두 사라져도 영원히 너를 기억할 거야.

인아 (흐느끼며) 진우야!

인아,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화면, 천천히 어두워진다.

53. 법원 외경 / 낮

화면 밝아지면 법원 건물이 보인다.

자막- 1년 후

54. 재판정 / 낮

변호인석에 앉아있는 박동호의 얼굴이 보인다. (박동호는 무채색양복을 입고 헤어스타일

약간 변했다) 석규가 판사석에 앉아있고, 피고석에 앉아있는 남루한 할머니.

석규 피고 변호인. 최후변론 하세요.

박동호, 일어난다.
박동호 지방의 3일장에서 근근이 행상을 하며 혼자 생계를 이어가는 피고에게

삼천만원은 전 재산입니더. 원고 000은 피고에게 접근해 먼 친척

이라며

이 돈을 갈취했고 적반하장으로 무고죄로 피고를 고소했십니더.

방청석에 박동호의 변론을 듣고 있는 편 사무장. 그 옆으로 안 실장도 보인다.

박동호 피고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돈을 빼앗기고 거기다 지신이 억울한


누명 을 쓴 사실조차 모르는 그야말로 법의 사각지대에 조차 가려진 가

취약한 계층입니다.

판사다운 무표정함으로 박동호를 보는 석규.

박동호 본 변호인은 자신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법을 교묘히 이용하여 죄 없는


사람을 괴롭히고 법을 조롱한 원고에게 엄벌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촉구합니다.

변론을 마치고 자리에 앉는 박동호의 모습에서-

55. 법원 복도 / 낮

박동호와 석규가 재판이 끝난 뒤 복도에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석규 (환히 웃으며) 박 변호사님, 오늘 재판 인상적이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박동호 무엇보다 할매가 웃는 모습, 판결났을 때 처음 봤습니더.

지는 그 걸로 됐고예.

석규 그런데 재판 끝나고 할머님께서 계속 박 변호사님 붙잡고 계시던데.

박동호 아따. 말도 마이소. 할매가 지가 맘에 쏙 든다꼬 당신 손녀 소개시켜

주겠다고 난리 아입니꺼.
환하게 웃는 석규와 박동호. 이때, 복도를 지나가던 인아가 박동호와 석규를 보게 된다.

인아 (둘을 향해 인사하며) 재판 끝나셨나 보네요?

박동호 억수로 비싼 수임료 받고 재판 하나 끝냈심더.

석규 (미소 짓다가 인아를 보고는) 이 검사님, 아직도 서진우 변호사는

연락이 없나요?

인아 (얼굴에 살짝 슬픔이 스치고) 네. 아직은요.

박동호 (안쓰럽고) 진우, 그 놈아.. 주변 사람들이 지 때문에 고생할까봐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 게 벌써 1년입니더.

인아 (애써 밝게) 분명 어딘가에서 건강히 잘 지내고 있을 거예요.

인아, 여전히 그리움이 묻어나는 얼굴에서-

56. 옥탑 사무실-1층 / 낮

소파에 둘러 앉아 있는 박동호와 편 사무장과 송 변, 연 사무장.

박동호 고구마 갖고 퍼뜩 온나, 안 사무장! (대답 없자) 안 사무장!!

안 실장 예, 예! 갑니다! (군고구마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아우~ 뜨거워~

연 사무장 (고구마 보며) 그래서 수임료를 고구마로 받으셨다?

박동호 에헤이, 그냥 고구마가 아입니더. 우리 의뢰인 할매가 금이야 옥이야

키운 명품 고구마 (하는데)

연 사무장이 박동호의 등짝을 때린다. 아파하며 등짝 어루만지는 박동호.

연 사무장 우리 월세는 어떻게 낼 거야? 어? 자꾸 수임료 대신 이런 거 받아올래?

편 사무장 맞습니더! 이래갖고 우리는 뭐 먹고 삽니꺼?

박동호 치아라. 마. 변두리 로펌의 정신을 잊었나?

박동호의 얼굴 위로 진우의 목소리 들린다.

진우 (E) 당신하고 내가 맺은 5만원 계약, 아직 끝나지 않았지?


인서트>

20부 29씬 이후 상황. 박동호 옛날 사무실

진우 그 계약, 지켜줘.

박동호 (진우를 바라보는)

진우 나 이제 더 이상은 법정에 서지 못할 것 같아.

박동호 ...진우야, 그래도 끝까지 (하는데)

진우 변두리 로펌, 당신이 맡아줘.

박동호 (뜻밖의 제안에 어리둥절한)

진우 당신이 맡아서 끌고 가줘.

박동호 진우야.

진우 정말로 법이 필요한 사람들, 법이 지켜줘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변호해줘. 싸늘한 법정에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 대신 싸워주는

변호사가 되어 줘.

박동호,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감정이다. 슬픔이 차오른다.

그런 박동호를 지그시 바라보던 진우가-

진우 내가 못하는 일, 당신이 해줘. 당신이면... 마음이 놓일 거 같아.

박동호 (슬픈) 알았다. 진우야.

진우 (미소 지으며) 고마워. (잠시 보더니) 박동호 변호사님.

따뜻한 미소로 박동호 보는 진우. 그런 진우를 슬픈 얼굴로 보는 박동호.

/ 다시현재. 진우 생각에 박동호의 얼굴에 그리움이 묻어난다.

박동호 내는 돈을 쫓는 변호사가 될 수는 없다.

안 실장 에이, 박동호 변호사님 아니더라도 변호사가 두 명이나 더 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송변 맞아. 안 사무장. 나랑 연 변이 있잖아~ (놀리듯이) 연 변~

연 사무장이 송 변을 째려보면 입 닫는 송 변. 송 변이 깐 고구마를 연 사무장에게 건넨다.


연 사무장 (송 변, 등짝 때리며) 아, 목 막혀. 난 안 먹어.

송변 챙겨줘도 뭐라고 그래.

편 사무장 (고구마 먹으며) 기냥 넘어갈 문제가 아입니더! 일은 일대로 하는데

돈은 쥐꼬리맨큼만 벌고! 수임료 받은 거 보믄 목이 턱턱 막힙니더

박동호 (사이다 따며) 상호야. 그럴 땐 사이다로 뚫어야 하는 기다.

화기애애한 변두리 로펌의 모습에서-

57. 인아의 검사실 / 낮

인아는 집무 책상에서 서류들을 살피다가 덮고 있는데-

수사관 이 검사님, 오늘 형사부 회식 있는데요.

인아 저는 오늘 일이 있어서 못 갈 거 같아요. 잘 말씀해주세요..

가방을 들고 급히 밖으로 나가는 인아의 모습에서-

58. 에델바이스-메시지 나무 앞 / 낮

메시지 나무 앞에서 누군가 메모지에 적고 있다. 화면, 넓어지면 다름 아닌 진우다.

진우, 다 쓴 메모지를 나무에 단다.

이때 인아가 메시지 나무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그러다 문득 걸음을 멈추는데-

멀리에서 진우가 메시지 나무에 메모지를 다는 것을 인아가 본다.

인아 (진우 보고 눈빛이 흔들리는)

인아, 마음을 진정시키며 진우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진우, 걸어가다 인아를 다가오는

인아를 발견했다. 인아를 보는 진우의 눈동자에 많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간다.

찰나의 순간, 어떤 결정을 내린 눈빛이 된다.


인아, 다가오는 진우를 향해 환하게 웃어준다. 하지만, 진우는 인아를 그냥 지나쳐 간다.

인아, 걸음 멈춘다. 등 뒤로 진우가 멀어져 가는 게 느껴진다.

인아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고)

진우 (걸어 나가는)

인아 (뒤돌아 진우를 향해) 저기...

그 말에 진우 걸음을 멈춘다. 인아, 눈물을 닦고 진우 앞으로 다가가서 선다.

진우 ...누구시죠?

인아 (애써 슬픔 참으며 진우 보는)

진우 초면이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제가 병을 앓고 있어서요.

인아, 눈물 흘리며 애써 웃는 얼굴로 진우를 본다.

인아 (힘겹게 이어가는) 아니에요. 잘못 봤네요.

제가 잘 아는 사람하고 너무 닮아서요.

진우 ...그렇군요. 그럼.

진우, 인아에게 고개를 숙이더니 가던 길을 다시 걸어간다.

59. (교차) 에델바이스 일각+메시지 나무 앞 / 낮

/ 진우가 에델바이스 길을 혼자 걷고 있다.

/ 인아, 에델바이스에 남겨진 진우의 메모를 펼쳐본다.

진우 (E) 내가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은 너에게 있겠지.

그 기억들 영원히 간직해 줘. 언제 어디서든 너의 행복을 빌어.

눈시울이 붉어지는 인아. 순간, 뒤돌아 뛰어나간다.


60. 에델바이스 일각 / 낮

진우, 에델바이스 길을 걷고 있다. 인아, 걸어가고 있는 진우에게 달려간다.

인아 (젖은 눈으로) 저기요!

진우 (걸음 멈추고)

인아 물어볼 게 있어요.

진우 (뒤돌아보면)

인아 (눈물 흘리며 목걸이 꺼내 보여주는) 이 목걸이 기억해요?

진우 (목걸이를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고는) 아니요. 기억에 없습니다.

진우, 인아를 외면하고는 다시 돌아서서 걸어간다.

인아, 그런 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결심한 듯 진우의 뒤를 천천히 따라간다.

진우 (E)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변호사였다. 절대기억은 능력이자

장애라고 했고, 나는 그 기억 때문에 행복하기도, 불행하기도 했다

61. 옥탑사무실-1층 / 낮

박동호, 연 사무장, 송 변, 편사무장이 진우의 동영상을 보고 있다.

진우 그동안 함께 했던 시간들 ...정말 잊지 못할 거예요.

행복한 기억을 가질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애틋한 얼굴로 영상을 말없이 보는 박동호, 연 사무장, 송 변, 편 사무장.

62. 에델바이스 일각 / 낮

진우가 계속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그 뒤를 천천히 따라 걷고 있는 인아의 모습.

진우 (E) 기억은 사라져도 내가 존재했던 진실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조금 떨어져 거리를 걷고 있는 진우와 인아의 모습에서 엔딩!

-20부 끝

그동안 수고해주신 스탭, 배우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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