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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연구

제 122집 , 2018년 가을 http://dx.doi.org/10.23908/JSPS.2018.9.122.287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형이상학적 분쇄도:


남성 시선-주체의 인식좌표계 분석*,** 81)

윤 지 선(가톨릭대)

【주제분류】현대유럽철학, 사회철학, 여성철학


【주 요 어】디지털 성범죄 시스템, 불법 도촬카메라, 데카르트, 카메라 옵스큐라,
좌표
【요 약 문】첨예하고 중대한 사안으로 떠오른 디지털 성범죄 사진⋅영상파일의
불법적 생산과 유포⋅무한공유 시스템은 현실세계의 여성들의 일상 속 시공간
을 얽어매고 재구축하는 조건으로 강력히 작동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을 남성 시선-주체의 특권적 인식 좌표계의 창출로 분석해내고자
하며 이 시스템의 메커니즘을 떠받히고 있는 형이상학적 기반들을 분쇄하고자
한다. 필자는 여성의 위치와 이동반경, 일거수일투족을 파악, 포착해내는 이러한
인식지표 틀의 초월성을 다음과 같은 두가지 측면에서 분석해내고자 한다. 첫
째, 수직적 초월성(transcendent)의 측면에서 여성의 몸이 구획되고 차등적으로
배치되는 기원을 데카르트의 󰡔성찰󰡕을 통해 고찰할 것이다. 둘째, 칸트적 의미
에서의 초월론적(transcendental) 측면에 입각하여 여기저기 파인 남근 다발체들
의 시선-구멍이 일으키는 시공간의 왜곡과 변형에 대해 논의하겠다. 더 나아가
필자는 환상의 일상화된 무대로서 기능하게 된 현실에 대한 분석으로서 판타지
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지젝의 논의를 분석할 것이다. 판타지의 재현물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위계적으로 욕망의 대상들을 배치하고 있으며 현실 속으로 난
입하고 있는지를 고찰할 것이다.

* 형이상학적 분쇄도에서 ‘분쇄도’는 불어의 cartographie déconstructrice의 의미


를 드러낸 것으로 디지털 성범죄가 구성, 배치되는 형이상학적 지형도를 분석
하는 것을 넘어서 그것의 메커니즘을 분쇄하고 비판하고자 제목을 설정하였다.
** 본 논문은 2018년 한국여성학회 춘계학술대회 발표문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1. 서 론

시간적⋅공간적 제약성을 넘어선 디지털 시공간의 새로운 좌표축이 어


떠한 방식으로 현실세계의 일상 속 시공간을 얽어매고 재구축하는 조건으
로 작동하고 있는가? 여기서 ‘디지털 시공간의 새로운 좌표축’이란 개념
은 데카르트적 사고에 그 수맥을 드리운다. 르네 데카르트(R. Descartes)는
‘좌표(coordonnée)’ 개념을 창안하였는데, 이는 벽면에 붙어있는 파리의 위
치와 그것의 이동경로까지 파악하기 위한 정밀한 인식지표라 할 수 있다.
좌표란 파리의 위치성과 유동 반경을 포착해내는 촘촘한 인식그물인 반
면, 이것은 정작 포획대상인 파리에게는 인지하기 불가능한 초월적 세계
로 존립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여성들은 자신이 어디로부터 포획되는지조
차 알지 못한 채, 자신의 위치성과 유동 반경, 일거수일투족이 불법 도촬
카메라라는 좌표축에 의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본 논문은 디지털 성범죄 메커니즘에 대한 철학적 고찰의 장이자 그
메커니즘을 지지하고 있는 형이상학적 기반을 분쇄할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남근 다발체들이 건립한 인식 좌표계의 초월성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 고찰될 수 있다. 첫째, 수직적 초월성(Transcendent)의 차원
에서 분석해보았을 때, 데카르트가 이분법적으로 구분한, 사유하는 존재,
Res cogitansa와 물질적으로 연장성1)을 가진 것, Res extansa들 간의 위계
적 질서가 어떠한 방식으로 남성-코기토(사유) 주체를 최상위의 초월적 존
재로 특권화하는 반면 여성을 사물화하는데 기여하는지를 고찰함으로써
디지털 성범죄의 수직적 메커니즘에 대해 논의하도록 하겠다.
둘째, 이 인식좌표계는 칸트의 인식론적 차원에서 초월론적
(transcendental)2)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성범죄 사진⋅동영상 파일의 유
포와 유통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시⋅공간성이라는 우리의 인식론적 틀
에 일종의 홈⋅굴곡과 같은 왜곡과 변형을 일으키는가를 들여다보겠다.

1) 높이, 넓이, 부피 등을 물질(사물)의 연장성이라고 한다.


2) 초월적(Transcendent)과 초월론적(transcendental)의 의미 차이를 본론에서
밝히고자 한다. 칸트에 따르면 초월론적(transcendental) 인식의 구조란 경험
적 감각자료와 선험적 인식 형식틀의 총합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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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전해야할 집, 병원 진료실, 회사 집무실, 학교 교실 등이 언제든지
여성을 가장 취약한 육체와 물질성으로 포박⋅환원시키는 위계적 공간 좌
표임을 드러낼 것이다. 즉 그것이 어떠한 방식으로 일상적 공간성에 촘촘
히 홈을 파내며 이 모든 시공간을 남근 다발체3)들의 인식 구조틀의 반영
체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지를 면밀히 고찰할 것이다. 셋째, 이러한 인
식 좌표축을 구성하는 또다른 구성요소로서의 판타지-근친상간, 로리타
콤플렉스, 성추행, 관음증 등-는 인간의 욕망을 조율⋅조정하는 주요틀로
볼 수 있다. 우리는 남근 다발체들이 디지털 성범죄 파일⋅컨텐츠의 유희
적 생산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남근 중심적 판타지가 파놓은 욕망과 흥분
의 고정화된 경로에 최단거리로 접속하고 이를 현실세계 안에서 구현⋅증
식⋅유포시키고 있는지를 분석하도록 할 것이다.

2.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


남성 코기토의 초월적(Transcendent) 인식 좌표계 창안

2.1. 인식-시선 주체로서의 코기토 그리고 페니스-홀롭티시즘의


발명
촘촘하고 정밀하게 짜여진 남성 시선의 좌표는 여성들이 처한 일상의
모든 시공간을 새로이 개편하고 있다. 이는 여성들의 인지⋅감각 가능성
을 넘어서는 불법 촬영카메라의 정교성과 디지털 시공간의 특수성을 통해

3) ‘남근 다발체들’이란 용어는 윤지선의 소논문, “포식자로서의 남성성(2017)”


에서 나온 용어로 남근들이 다발로 집결하고 모임으로서 파시즘적 폭력을
수행하는 존재로 거듭남을 의미한다. 2016년 넥슨 여자 성우의 메갈리아 티
셔츠 인증 사진을 보고 수많은 남성들이 넥슨 보이코트 의사를 비췄고 이로
인해 그 성우는 즉각적으로 해고를 당하는 넥슨사태가 일어났다. 이 사태를
두고 진중권은 매일 신문 칼럼(2016.7.27.)을 통해 한국 여성들에 대한 한국
남성들의 전체주의적 폭력의 행태들을 분석하며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실
도 여러가닥 묶으면 밧줄이 되듯이 그 초라한 남근들이 다발로 묶여 큰 승
리를 거둔 모양이다.”라고 말이죠.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형이상학적 분쇄도 / 윤지선 ║ 289


가동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온라인 공유 플랫폼 사이트의 남성
회원들이 디지털 성범죄 불법 촬영파일들의 ‘영상 좌표’를 요구하고 이것
의 ‘품번 번호’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성들은 특정 불법 영상파일
이 게시된 사이트의 링크를 공유하는 행위를 소위 ‘영상 좌표를 찍는다’
라고 표현한다. 이는 해당 영상파일의 업로드 위치점을 인터넷 공간 내에
서 명확히 찾아내는 방식이자 남성 시선주체들의 인식 좌표에 의해 해당
영상의 여성피해자가 철저히 포박되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품번’이란 제품이나 저작물에 부여되어 있는 고유의 식별번호로서, ‘품번
을 제시한다’는 것은 유사한 주제나 제목의 불법 촬영물들 중 특정 영상
물만을 포착해내어 빠른 검색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해당 영상물에 대
한 보다 용이한 접근권-영상좌표나 품번-을 둘러싼 남성회원들 간의 요청
과 친목, 상호정보 공유 등은 불법으로 채굴한 여성의 신체 이미지가 일
종의 ‘남근 다발체들의 연대와 상호원조를 위한 교환수단4)’으로 이용됨을
알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 생산⋅공유 시스템은 여성 신체의 위치점, 활동반경, 욕
망의 방사(emission)5) 지점을 추정⋅관통⋅포박하기 위한 남근 다발체들의
초월적 인식 좌표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남근 다발체들의 인식 좌표계
의 ‘초월성’, 그것의 메커니즘은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가능하다. 첫번째로
이것은 여성의 일거수일투족(everything)을 언제(anytime) 어디서나(anywhere)
모두(everyone)가 관망, 포착해내되 이것이 여성-대상에게는 감지⋅인지 불
가능한 수직적 초월성(Transcendent)의 차원으로서 존재하도록 한다. 여기
서 Transcendent는 라틴어 trans-cendere에서 기인하며, 이는 육체의 감각과
인지의 차원을 넘어선, 초감각적 차원을 뜻한다. 3차원의 물리적 시공간
속에서 활동하는 여성 육체를 보이지 않는 상위의 초월적 차원에서 관망
하고 즐기는 세계는 과연 어떻게 구동되는가? 불법 카메라를 통해 찍는
자는 인식-시선주체로서 여성객체의 육체성과 물질성을 끊임없이 평가하
고 포박하여 그것을 남성의 욕망 아래 온전히 종속시킬 수 있는 권능을
지닌 존재, 즉 인식좌표의 기준점으로 기능하게 된다.6) 여성의 육체는 남

4) 윤지선(2018), 64.
5) 방사, 방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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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코기토라는 인식-시선 주체에 의해 물질적 사물의 질서를 따르는 것으
로 간주되기에 그것을 인식좌표계 속 연장성(res extansa)의 특성-부피(볼륨
감), 길이, 무게, 기능성⋅심미성-과 같은 객관적 수치들로 규정7)한다. 나
아가 그들의 위치성과 활동반경⋅범위마저 계산, 추정, 포착이 가능하게

6) 필자는 이를 데카르트의 󰡔성찰(2016)󰡕을 통해 존재의 형이상학적 위상의 구


분-남성주체와 물질로서의 여성-에 입각해 분석하고자 한다. 데카르트는 󰡔성
찰(Méditations métaphisiques)󰡕중 제 2성찰에서 “이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확실해 보이는 지식들과 미리 전제된 진리들조차 그 근저에서부터 끊임없이
의구함으로써 가장 확실한 지식에 이르고자 하는 사유주체, 코기토(cogito)
(윤지선(2018), 72)”야말로 의심할 수 없는, 가장 확고부동한 진리판별의 기
반이자 준거점임을 주장한다. 또한 더 나아가 제 6성찰을 통해 이 세계가 사
유하는 것(res cogitansa)으로서의 사유주체인 나와 연장성을 가진 것들(res
extansa)로서의 물질이라는 이분법적 질서로 위계적이며 명료히 구분되어있
으며, 물질 없이도 단독적으로 존립 가능한 정신으로서의 나(코기토)의 존재
의 우월성에 대해 피력하고 있다. “[...] ‘나는 존재한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 더욱이 나는 ‘생각하는 것(res cogitansa)’이라는 이 하나밖에 나
의 본질에 속하지 않음을 깨닫는 것, 즉 이것만으로써 나의 본질이 오직 ‘내
가 생각하는 것’이라는 이 하나에 있음을 정당하게 결론지을 수 있다. 그리
고 아마도 (나-코기토는) 확실히 나와 매우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는 신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내가 연장성을 지닌 것이 아니라 오직 생각하는 것뿐인
한, 나는 나 자신의 명석 판명한 관념을 가질 수 있다. 또 물체란 것은 생각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공간적) 연장성을 갖는 것뿐인 한, 나는 물체에 대
한 판명한 관념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즉 내가 있는 까닭인 나의 영
혼은) 내 신체와는 정말로 다른 것이고, 신체 없이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데카르트(2016), 155-156)” 여기서 정신으로서의 나, 즉 사유주체
코기토는 공간 속 높이, 넓이, 부피를 지닌 물질세계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부정하고 의욕하고 그것의 진리가치를 판단하는 초월적 상위심급으로서 상
정되며, 그것은 감각적 육체성이나 물질성의 한계(limit)를 넘어서서 존재한
다. 사실상 인류의 정신사 속 사유주체는 특권적 이성의 소유자인 남성으로
한정되어왔으며, 사유하는 존재(res cogitansa) 질서 바깥에 위치한 물질적
존재들(res extensa)의 항에는 여성과 자연, 동물들이 위계적이며 차등적인
방식으로 소환되어 왔다. 남성-코기토 주체가 연장성을 지닌 물질과 육체들-
여성, 자연, 동물-을 조절하고 포착하기 위해서는 남성 자신(Man)의 육체성
을 주인정신의 연장활동으로 체현시켜야하며 다른 물질성들은 자신의 그것
과는 온전히 대별되는 것으로 종속화시켜야 할 필요에 놓이게 된다.
7) 중앙대학교 대학원 신문, 2018.5.1. 343호, 윤지선, 「‘여성의 타자화’의 메커
니즘 해부도」, http://gspres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21611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형이상학적 분쇄도 / 윤지선 ║ 291


된 것이다. “사유하는 코기토의 시각은 탈신체화된 절대적 눈으로, 수학적
이고 규칙적인 공간의 질서를 전제하는 원근적 응시를 통해8)” 대상을 포
착하고 인식한다는 점에서 물질세계의 상위차원인 초월적 심급으로 존립
한다. 또한 이러한 인식-시선 주체는 자신의 육체가 부재하는 곳에서도
여전히 남성 코기토의 우월성과 특권성, 전능성이 보증될 수 있는 시스템-
디지털 성범죄 파일 유포, 공유 시스템-을 건립하기에 이른다.
3차원의 일상적 시공간 속 사물과 물질적 존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우리의 육체가 놓인 방향과 시선의 관점에 의해 부분적이고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한 사물에 대한 전체적이며 즉각적⋅동시적인 관찰과 관망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우리는 다만 각 부분들을 시간적 차이를 두고 차
례차례 파악할 뿐이다. 이에 반해 점차 고도로 정밀해지며 감지 불가능해
지는 디지털 성범죄 카메라는 언제 어디서나 편재(遍在, omnipresent,
ubiquitous)하는 동시에 3차원의 물리적 시공간 속에 움직이는 여성의 모든
활동을 상위의 차원에서 전방위적, 즉각적으로 관망, 포착할 수 있게 되었
다. 이는 남근 다발체들이 그들 자신의 육체적 시야의 한계를 극복한 초
월적 인식좌표계의 창출-디지털 성범죄 파일의 생산, 유포, 공유 시스템-
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이를 통해, 여성의 육체라는 3차원 물질을 지속
적이며 즉각적⋅전방위적으로 투시⋅파악⋅관통이 가능해졌고 이는 인식-
시선 주체의 수직적 초월성을 보증한다. 필자가 분석하는 바로는 언제 어
디서나 존재하며 고도로 정밀해진, 무수한 불법 디지털 카메라들은 “곤충
의 눈처럼 수백 개의 홑눈이 겹쳐진 복안 구조를 띈 홀롭티시즘”
(holopticism)9)의 변주라 할 수 있다. “미미한 개인들이 정보통신기술의 발
달을 통해 수천, 수만 개의 겹눈을 장착, 공유하게 되어 전체 상황을 한꺼
번에 관망하고 즉각적으로 훑어볼 수 있게 되는 능력”10)이 홀롭티시즘이
라면, 불법촬영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 역시 이러한 복안구조의 재생산이
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불법촬영 기기의 상용화와 온라인 파일 공유 플
랫폼,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이제 누구나가 수 만개의 겹눈들을 보유⋅공

8) 김은주(2016), 141.
9) 김규회(2015), 42.
10) 김규회(2015),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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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게 된 셈이며 이를 통해 여성의 모든 활동들을 관망할 수 있게 되었
기 때문이다.
이는 미쉘 푸코의 󰡔감시와 처벌󰡕에서 논의된 중앙집권적 감시규율체제
의 모델인 이중원형감옥, ‘판옵티콘(Pan-opticon)’11)이나 ‘슈퍼 판옵티콘’12)
과는 대별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홀롭티시즘은 강력하고 단일한 상부체제
의 심급이 부재한 반면 산발적, 자생적 정보기술의 이용⋅흡수를 통해 점
차 그 규모가 무한히 방만해지는 남근 다발체들의 메커니즘이기 때문이
다. 필자는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을 건립한 남근 다발체들을 파시즘(전체
주의)과 남근과의 연관성 분석을 통해 그 속성을 분쇄해내고자 한다. 파
시즘의 이탈리아 어원은 fasio, 불어로는 faiseaux로 ‘다발’이란 뜻을 지닌
다. 이는 파시즘이라는 전체주의적 폭력은 사실상 낱낱이 흩어져 있던 남
성 개개인들을 다발로 묶어 통일된 전체로서의 국가나 거대한 이념적 실
체, 팔루스 권력으로 동일시함으로서 발생하는, 폭압적 힘의 분출의 양태
라고 볼 수 있다. 실낱같이 흩어져 있던 유약한 곤충복안의 페니스 개체
들이 온라인 공유 사이트로 다발로 결집하고 모임으로써 스스로를 사회문
화적 권력의 담지자인 팔루스-홀롭티시즘의 권능-와 동일시하는 일련의
행위가 바로 남근 다발체들이 벌이는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메커니즘인
것이다. 그리하여 판옵티콘이 그리스 로마 신화 속 100개의 눈이 달린 태
생적으로 무시무시하고 초인적 역량을 지닌, 거인 아르고스(파놉테스)로부
터 유래하는 것이라면, 남근 다발체들에 의한 홀롭티시즘은 미미한 곤충
개체들의 여러 개의 복안이 정보기술의 전략적 이용을 통해 수없이 많은
다른 곤충개체들의 복안과 접속함13)으로써 거대화된다는 차이가 있다.

11) 일망감시장치라고도 불리며 제레미 벤담에 의해 고안된 중앙 원형감옥으로,


중앙감시탑의 내부는 들여다볼 수 없지만 감시탑 안에서는 외부의 간수들을
볼 수 있기에 감시탑 안에 몇 명이, 어떤 방식으로 그들을 지켜보는지 알지
못한 채 죄수들이 스스로의 행동을 규율하도록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중앙집
권적 감시규율체제를 의미한다.
12) 미국의 사회학자 마크 포스터(Mark Poster)가 The mode of information
(1995, 78)에서 제창한 신조어로, 기존의 일망감시 장치인 중앙 감시규율권
력체제가 정보통신기술-cctv, 스마트카드, 인터넷, 스마트폰-발전에 힘입어
시민들에 대한 다망감시체제로 진화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3) 곤충 복안체의 남근 다발체들이란 분석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부터 추동하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형이상학적 분쇄도 / 윤지선 ║ 293


불법촬영 디지털 카메라를 소지⋅촬영⋅소비⋅공유하는 곤충 복안의
남성개체는 자신의 미미한 생물학적 페니스의 권위를 여성 신체에 대한
시선권력을 통해 확보하고자 한다. 그의 이러한 활동은 “모든 생물학적
페니스의 소유자가 팔루스라는 사회문화적 권력의 담지자가 될 수 없다는
페니스와 팔루스의 근원적 간극14)”을 효과적으로 은폐⋅상쇄시키고자 하
는 행위이다. 디지털 성범죄 파일 공유 플랫폼을 통해 비로소 다수의 남
성개체들의 곤충 복안 네트워크가 구축해놓은 여성에 대한 전방위적 시선
권력-페니스 홀롭티시즘의 권능-은 이룩된다.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되
(omnipresent) 감각 불가능한(invisible), 초월적 신적 권능의 팔루스와 페니
스 다발체의 집단적 시선권력의 등장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디지털 성
범죄 파일 공유 플랫폼이 어떠한 기술적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가를 살펴
보자.

2.2.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기술적 메커니즘과 디지털 성범


죄 유형의 변이과정 분석
곤충 복안의 페니스 개체들이 생산한 디지털 성범죄 파일들은 개인 온
라인 저장 서버 네트워크인 클라우드15)에 저장된 후 각종 커뮤니티 사이

였다. 이때껏 불법도촬 카메라와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을 통해 여성의 몸이


얼마나 사물화되고 삽입구로 환원되며 비인간화된 방식으로 다뤄졌는가에
대한 질문은 그것을 가능케 했던 남성성에 대한 근원적 속성에 대한 질문으
로 이어지게 하였다. 남성들간의 단체 카톡방에서 불법 도촬물들을 올리고
상호 공유, 소비, 이를 묵인하는 행태들을 소위 사나이답고 남성들에게 일반
적이고 ‘일상적인’ 놀이문화의 일환이라 여기는 남성연대의 인간성의 속성이
사실상 여성의 신체를 탐닉하고 포식하는 곤충 복안체로 이루어진 페니스-홀
롭티시즘임을 폭로하고자 하는 것이다.
14) 윤지선(2018), 78.: 윤지영의 「증오의 프리즘으로서의 일간 베스트 현상 읽
기(2015, 180-182)」에서의 페니스와 팔루스의 간극에 대한 주요 논의를 참
고하였다. ‘생물학적 페니스가 결코 사회문화적 권력인 팔루스의 보증소로서
기능할 수 없다’라는 이 비극적 간극을 메우고, 스스로를 일체의 모든 결핍
을 메우는 강력한 팔루스로 각인시키고자, 페니스 다발체들이 벌이는 전체주
의적이고 잔악한 폭압의 정치가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에서 드러난다.
15) 자신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을 넘어 온라인 서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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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 P2P 토렌트, 웹하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텀블러, 불법 포르
노 사이트 등을 통해 유포, 공유되게 된다. P2P(peer to peer) 토렌트와 같
은 온라인 공유 플랫폼 사이트들은 디지털 성범죄 파일을 일정한 단위의
조각(piece)으로 분할하고 개별 클라이언트(peer to peer, 또래, 동료)들 간
에 서로 필요한 조각을 주고 받게 함으로써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데
이터가 공유될 수 있도록 한다.16) “중심서버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트래커(tracker)는 공유되는 파일들의 이름과 크기, 해시 값 등과 같은 파
일들에 대한 메타정보와 더불어 해당 파일을 공유하는 클라이언트들에 대
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그들에게 파일 공유 네트워크를 제공한다.17)” 이
를 기반으로 Peer, 즉 동료, 동지로 불리우는 개별 남성 고객들은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 조각들을 서로 교환, 전송하는 방식으로 연대하며,
곤충 복안의 개체적 허약성과 결핍을 보충하는 상호원조의 드라마를 이루
어내고 있다. 또한 여기서 “씨더(seeder)는 디지털 성범죄 파일의 전체본을
보유한, 파일의 최초 유포자나 해당 파일의 100퍼센트 다운로드에 성공한
자18)”들을 뜻하며 공유파일의 일부분만 갖고 있는 자들은 리처(leecher)라
고 한다. 필자는 ‘씨앗을 뿌리는 자’라는 씨더의 명명을 다음과 같이 심층
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디지털 성범죄 데이터 파일은 전능한 남근 시선
권력의 보증물이기에 그것의 완전한 판본을 소유한 자는 팔루스 권력의
기본단위인 종자, 정자, 씨앗(sperm)을 소유하고 유포하는 강자와 동일시
되는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 파일들이 조각조각 나뉘어진 채 클라이언트
들의 PC에 잠복 저장되어 있다가도 언제든 새로운 파일명으로 재명명되

음 클라우드, 네이버 클라우드, 구글 클라우드 등)에 데이터를 방대하게 저


장 가능하고 언제든지 접속 가능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의미한다.
16) Ahnlab 웹사이트, 2014.08.01., [Tech Report]P2P 기술의 그림자, 불법 파일
공유를 막아라, http://www.ahnlab.com/kr/site/securityinfo/secunews/secu
NewsView.do?menu_dist=2&cmd=print&seq=22701 검색일 2018.04.06.
17) Ahnlab 웹사이트, 2014.08.01., [Tech Report]P2P 기술의 그림자, 불법 파일
공유를 막아라, http://www.ahnlab.com/kr/site/securityinfo/secunews/secu
NewsView.do?menu_dist=2&cmd=print&seq=22701 검색일 2018.04.06.
18) Ahnlab 웹사이트, 2014.08.01., [Tech Report]P2P 기술의 그림자, 불법 파일
공유를 막아라, http://www.ahnlab.com/kr/site/securityinfo/secunews/secu
NewsView.do?menu_dist=2&cmd=print&seq=22701 검색일 2018.04.06.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형이상학적 분쇄도 / 윤지선 ║ 295


는 순간, 다시 불리어져 나와 재조합되어 무한대로 공유⋅유통⋅소비됨으
로써 해당 파일의 발본색원이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온라인 파
일 공유 플랫폼은 수만 수억 개의 페니스-홀롭티시즘(곤충복안체)을 접속⋅
가동⋅융합시키는 시스템으로 여성 신체를 분절, 교환, 공유, 관망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여성의 몸을 거래하는 ‘디지털 성
범죄의 흐름과 수익구조’에 대해 분석하도록 하자.
경향신문의 <디지털 성범죄 흐름 및 수익구조>에 관한 거시적 통찰이
돋보이는 도표 1-119)을 중심으로 본고의 논의와 분석을 진행하도록 하겠
다. 남성 인터넷 이용자의 불법촬영물 접속-공유-생산-유통의 과정은 ‘여
성의 몸’을 거래하는 다각적 온⋅오프라인 플랫폼들의 촘촘한 네트워크화
와 정보 공유를 위한 상호참조와 상호연대, 그리고 수익창출을 위한 직⋅
간접적 협업을 기반으로 가동된다. 이에 대한 면밀한 이해는 디지털 성범
죄 시스템의 메커니즘 분석과 일맥상통하기에 매우 핵심적이라 할 수 있
다. 웹하드와 토렌트와 같은 불법촬영물 공유 플랫폼 사이트와 이와 협업
하는 소라넷, 꿀밤과 같은 음란사이트들은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이 사용
하는 페이스북, 텀블러,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들에 불법촬영물의 사진⋅영
상 일부를 미끼처럼 올리고 영상원본의 출처좌표를 제시하여 자신들의 사
이트로의 고객 유입을 도모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기존의 웹하드, 토렌
트 업체들이 자신의 웹사이트나 일부 음란 수익사이트들을 기반으로 한
광고배너나 직접적 홍보가 아니라, 페이스북, 텀블러와 같은 소셜 네트워
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와 특정 성별그룹이 많은 인터넷 커뮤니
티들-일베, 디시인사이드 등-에 불법촬영물들의 사진⋅영상 일부를 일반회
원들의 게시물처럼 콘텐츠화하여 영상좌표를 뿌리는 방식으로 진화하였다
는 것이다. 그들의 수평적이고 유연하며 비가시화된 홍보방식은 불법 촬
영물에 대한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보다 증폭시키고 일상화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일반 커뮤니티 속 유사 일반회원의 불법 촬영영상물 콘텐츠를 접
근한 남성 이용자들은 그들 역시 다운로드한 불법 촬영영상물 콘텐츠를 2

19) 경향신문(2017.10.5.)의 「디지털 성범죄, 돈줄을 끊어라」, http://news.khan.co.kr/


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0050955001, 의 기사의 도표. (검
색일 2017.10.18.)

296 ║ 철학연구 제122집


표 1-1 디지털 성범죄 흐름 및 수익구조(경향신문)

차 재가공하여 커뮤니티에 유포함으로써 유사 생산자의 이득(조회수 상승,


인기, 친목 등)을 얻게 되면서 디지털 성범죄 파일의 공유시스템에 더욱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된다. 다시말해 더 많은 불법 촬영영상물들에 접근
하기를 욕망하는 남성 이용자들은 이미 다운로드한 불법 촬영영상물을 2
차 재가공하여 그 편집본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텀블러, 페이스북, 일베,
네이버 카페 등-에 재유포한다. 해당 영상좌표에 대한 다른 남성이용자들
의 수많은 요청을 통해 그들은 친목과 명성, 인기, 수익을 누리게 되거
나20) 다른 불법영상물과의 맞교환에 성공하게 되면서 ‘유사 생산형 유포
자’로 거듭난다고 분석된다. 필자는 디지털 성범죄 유형을 크게 생산형-유
포형-소비형21)으로 나누고 있는데 이러한 각각의 유형은 단절적이거나 확

20) 실제로 2017년 텀블러에서 근친상간형 불법촬영 사진들을 올리고 자신의 미


성년자 누이를 함께 강간할 남성들을 모집한 사건도 있었다. 경찰의 수사 결
과 다운로드한 불법 촬영물을 캡쳐본으로 편집하여 올리면서 마치 자신이
생산자인 냥 촬영원본 공유 가능성을 운운하고 집단강간을 제안하며 조회수
를 폭발적으로 증폭시킨 뒤 해당 텀블러를 제 3자에게 비싸게 주고 팔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21) 디지털 성범죄 유형의 분류는 김한균(2017)의 “사이버성범죄⋅디지털성범죄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형이상학적 분쇄도 / 윤지선 ║ 297


정적인 방식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생산자-유포자-소비자22) 유형의 축
을 한꺼번에 유유히 횡단하거나 각각의 구분점 사이에 모호하게 걸쳐져
있으면서 탄력적으로 가변 가능한 유형의 속성을 드러내고자 ‘생산자-유
포자-소비자’라는 방식으로 표기하고자 한다.
다운로드한 불법 촬영영상물의 2차 가공을 통해 일정정도의 이익-조회
수와 팔로워가 폭발적으로 증폭된 해당 SNS 계정을 제 3자에게 파는 것
과 같은 수익-을 취한 남성 이용자는 이번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불법 촬
영영상물 직접생산에 나서게 된다. 대중교통 수단이나 공공시설(화장실,
도서관)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의 신체 일부를 찍기도 한다.
그리고 접근성이 용이한 집, 학교, 회사의 특정 여성들의 신체를 찍은 불
법 촬영물들을 소라넷, 꿀밤과 같은 음란사이트에 팔거나 자신들의 유투
브 채널이나 아프리카 tv 채널 콘텐츠로 상업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
들은 웹하드 서비스 사이트에서 자신이 생산한 불법영상판매 기회를 얻게
되면서 점차 생산자(producer), 즉 팔루스-시선권력의 보유자이자 분유자,23)

실태와 형사정책”에서는 제작형, 유포형, 참여형, 소비형으로 구분되고 있다,


20.: “디지털성폭력은 그 가해 형태에 따라 제작형, 유포형, 참여형, 소비형
으로 구분된다. 제작형 가해는 현실공간에서 실제 도촬, 강간, 강제추행 등으
로 불법촬영 이미지나 영상을 제작하는 행위다. 유포형 가해는 본인 동의 없
이 이미지, 영상, 개인정보 등을 특정 개인 간, 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유포하는 행위다. 유포형 가해는 접속한 다수 인터넷사용자를
거쳐 피해 내용과 규모가 커진다. 이는 참여형 가해를 낳는다. 즉 유포된 이
미지, 영상, 개인정보 등을 악용해 성폭력을 자행하는 경우다. 성적 수치심을
가하는 댓글을 달거나 추가범행을 부추기는 경우, 속칭 신상털기를 통해 피
해자에게 접근하여 모욕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가하는 경우 역시 참여형 가
해다. 소비형 가해는 디지털성폭력 범죄결과물을 소비하는 행위다. 소비형
가해자는 가해인식마저도 없이 디지털 성폭력을 집단 성폭력화하는 일종의
공범이 된다.”
22) 디지털 성범죄 유형의 세밀한 분류에는 DSO의 분류가 괄목할 만하다. 박수
연 외 3인(2017), 「닮아있는 ‘일본,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여/성이론󰡕,
198. : “Digital Sexual Crime Out(이하 ‘DSO’)”의 정의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를 범죄에 이용하는 가해자의 행동 분류를 기준으로 공급형 범죄인’제작
성폭력 ‘과 ‘유포 성폭력’, 수요형 범죄인 ‘참여 성폭력’, ‘시청 성폭력시청강
간’ 등으로 디지털 성폭력을 나눌 수 있다.”
23) 나눠주는 이

298 ║ 철학연구 제122집


씨더(seeder)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된다. 대량의 불법촬영물들을 제공하
는 헤비업로더들은 웹하드 업체들의 주요한 수익공급원으로 자리잡게 되
고 그들에 의한 불법촬영물의 유포를 수익성의 명목 아래 방조하거나 경
찰 수사로부터 개인정보를 보호해주는 방식으로 일련의 파트너쉽의 관계
를 형성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더 나아가 웹하드 업체들의 불법촬영물
들을 사전에 필터링하여 제거하고 막는 기술을 보유한 필터링업체들과 디
지털 장의사 업체들까지 국내 거대 웹하드 업체들에 의해 인수되어 있는
실정으로, 불법촬영물 산업구조를 둘러싼 거대한 웹하드 카르텔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24)
도표에서 볼 수 있듯이 불법촬영물의 게시와 공유문화는 여성혐오 성
범죄를 유희거리로 일상화하고 강도를 증폭시키는 기폭제로 기능하고 있
다. 소라넷, 꿀밤을 비롯하여 텀블러,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직접
생산한 불법 촬영영상 일부를 게시하며 특정 여성 피해자를 타겟팅하여
집단 강간을 모의하고 참가인원을 모집⋅선발한다거나 성매매 여성을 불
법 촬영하여 해당 여성에 대한 후기와 욕설, 조롱 등을 남근 다발체들과
의 정보 공유 목적으로 올리기도 한다. 그들은 여성신체에 대한 직접적이
며 강제적인 탈취와 폭력, 조롱, 모욕을 선두에서 시전해 보이며 남근 연
대의 끈끈함을 다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신종 디지털 성범죄 산업은 ‘여
성의 신체’를 교환물로 거래하며 오랫동안 수익을 취해왔었던 기존의 성
매매산업, 유흥⋅도박 산업의 홍보와 광고, 지원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
이를 통해 남성 클라이언트 확보라는 상호협업을 이루어내는 동시에 성매
매⋅유흥 산업 여성 종사자들을 타겟팅한 불법 촬영물을 생산하면서, 여
성의 신체를 이용한 ‘남성 약탈경제’25)를 존속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카메

24) Sbs news(2018.07.29), 「‘웹하드 불법 동영상, 반복 재생산되는 이유’... 그것이


알고 싶다 추적」,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867529
(검색일 2018.08.01.)
25) 마리아 미즈(2014), 152. : 윤지선(2017), 6. : “그에 따르면 남성-도구제작자
모델의 원형은 남성-사냥꾼이며 그들의 첫 번째 도구이자 생산수단은 다름
아닌 타자에 대한 살상 무기라는 것이다. “무기를 통해 사냥꾼은 동물을 사
냥할 뿐만 아니라 다른 자급적 생산자의 공동체도 정복하고, 무장하지 않은
어린이나 여성 노동자를 납치하여 그들을 전유할 수도 있었다. 그리하여 첫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형이상학적 분쇄도 / 윤지선 ║ 299


라를 이용하여 여성의 신체와 그 이미지들을 갈취하고 능욕하며 일상 속
모든 여성에게 공포감과 성적인 굴복감을 주입하여 남근연대의 강자성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들은 ‘남성-도구 제작자 유형’26)으
로서 약자의 존엄한 신체권을 전유해버리는 21세기의 남성-사냥꾼들이라
할 수 있다.

3. 카메라 옵스큐라와 페니스-코기토의


초월론적(transcendental) 인식 좌표계 분석

3.1. ‘카메라 옵스큐라’가 구축한 새로운 시공간성(space-time) 고찰


앞서 논의한 남성 인식-시선
표 1-2 카메라 옵스큐라
주체들이 창안한 디지털 성범
죄 시스템이 어떠한 의미에서
‘초월론적(transcendental)’ 인식
좌표계로 작동하는지 논증해보
기로 하겠다. 우리는 우선 초
월적(Transcendent)과 초월론적
(transcendental)의 의미 차이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
다. ‘초월적(Trans- cendent)’이
란 감각적 현상세계 너머에 존
립하는 수직적, 절대적 상위
심급(신, 이데아 등)을 의미한
다. 이에 반해, ‘초월론적(transcendental)’이란 용어는 앞서 거론된 초월적,
초경험적 형이상학의 병폐를 보완하고자 한 독일 철학자 칸트에 의해 정

번째 형태의 사유재산은 (목축)가축이나 (농업)식량이 아니라 납치된 여성


노예라고 추정할 수 있다.”
26) 마리아 미즈(2014), 152.

300 ║ 철학연구 제122집


립된 용어이다. 이것은 주체 내부의 선험적 인식 형식과 외부로부터 들어
오는 경험적 감각자료가 합쳐진 인간의 정합적 인식 가능조건27)을 의미
한다. 다시 말해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감각적 질료라는 대상(object)이 주
체의 선험적 인식능력의 틀에 의해 정리되고 인지 가능한 것으로 재구조
화되는 것을 뜻한다. 필자는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구동장치인 ‘카메라
의 메커니즘’에 대한 철학적 분석을 통해 초월론적 인식좌표계 논증을 이
어나가고자 한다.
최초의 카메라의 원리를 구현한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표
1-2)28)’는 라틴어로 어두운 방이란 뜻이다. 어두운 상자 안쪽의 한 면에
구멍을 뚫거나 거기에 렌즈를 달아 그 곳을 통해 들어온 빛으로 어두운
상자 맞은 편 안쪽 면에 상을 거꾸로 맺히도록 하는, 광학적 설계 장치가
카메라 옵스큐라이다. 데카르트에 있어, 카메라 옵스큐라는 인식-시선 주
체의 위상을 공간적으로 시각화한 도구29)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주체는
‘시선-구멍’, 즉 특정 관점을 장착한 눈을 통해서 자신의 외부에 존재하는
세계를 감각하고 지각하며 그 피사체로서의 대상을 자신의 정신 안에서
파악 가능하고 재현(re-presentation) 가능한 것으로 재정립해나가기 때문이
다. 바로 이러한 인지과정을 카메라 옵스큐라 장치가 탁월하게 드러내고
있다.30) 따라서 위의 논의를 그대로 확장시켜 적용해본다면, 디지털 성범

27) 이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정립된 인간 인식론으로 기존의 감각적 경


험론과 초월적 형이상학의 맹점을 각각 극복⋅보완하고자 외부 감각 경험자
료와 주체의 선험적 인식 틀의 통합인 인간의 인식 가능 조건이라는 정합적
이고 정당한 인식모델을 제안하였다.
28) 표 1-2 카메라 옵스규라 그림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http://petitgomang.
tistory.com/157
29) 김은주(2016), 142.
30) 다시 말해 “카메라 옵스큐라는 (외부) 세계 인식의 (가능) 조건과 (그것을)
관찰하는 주체의 (인식) 형식(틀)을 제시하는 것이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주
체의 (선험적 인식) 형식에 조응하면서도 주체가 (외부) 세계를 파악하는 인
식의 (전체적) 조건을 마련한다.(김은주(2017), 144)” 이를 칸트적 의미의 인
식론과 연관해서 좀 더 정치하게 풀어보자면, ‘카메라 옵스큐라’라는 최초의
카메라의 원리의 구현체는 주체가 세계를 파악하는 인식구조를 그대로 투영
한 장치로, 외부세계라는 경험적 감각자료를 시선-구멍과 어두운 상자의 내
부로 표상되는, 주체의 선험적 인식 형식틀-감성, 오성, 이성-을 통해 받아들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형이상학적 분쇄도 / 윤지선 ║ 301


죄 시스템을 구동시키는 핵심 장치인 불법 촬영 카메라는 3차원의 일상적⋅
물리적 공간의 여기저기에 ‘시선-구멍’이라는 홈을 파내고 있다. 이러한
시선-구멍을 통해, 여성 신체라는 외부세계를 ‘페니스-코기토’31)의 인식
틀32)에 맞춰 파악 용이한 방식으로 재정립, 재주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가장 안전해야할 집, 병원 진료실, 회사 집무실, 학교 교실, 화
장실, 탈의실 등은 언제든지 여성들을 가장 취약한 육체성과 물질성으로
포박⋅환원시킬 수 있는 위계적 공간 좌표로서 기능하고 있다. 이는 현실
세계의 모든 일상 공간이 페니스-코기토들의 전방위적 카메라 옵스큐라들
의 침투의 장으로 변형되는 것을 허용⋅묵인한 남성 중심적 세계의 일
면33)을 드러낸다. 필자는 불법 촬영 카메라가 지닌 이중의 복합적 위상에

임으로써 그 외부 대상을 자신의 정신 안에서 지각⋅인지⋅이해 가능한 방


식으로 재현(re-present)해내고 그 상(image)를 재정립한다는 점에서, 주체
내부의 초월론적(transcendental)(선험적 인식형식+감각자료) 인식조건을 드
러낸다고 볼 수 있다.
31) 윤지선(2017), 10-12. 윤지선은 데카르트의 의구하는 코기토(cogito) 주체 분
석을 통해 남근이성중심주의가 만들어낸 남성-주체성의 모순을 폭로하고자
‘페니스-코기토’라는 개념이 창안하였다. : “페니스-코기토들은 그들의 사유
양태-의심⋅이해⋅긍정⋅부정⋅의욕⋅상상⋅욕망⋅의지-를 전방위적이며 철
저하게 전개해나감으로써 의심의 여지가 있는 것들에서 이미 알고 있거나
믿을 만해 보이는 것, 그리고 이 세계 전체를 감각적 현상(apperance)들과
편견들로 인한 거짓과 허상의 것으로 간주하여 의심의 법정에 회부시키는
반면, 그들은 페니스-코기토의 정신이 확증하고 건립한 명증하고 판명한 진
실의 세계(Real) 쪽에 편입되어 있음을 주장한다. 페니스-코기토들은 자신들
내부의 불확실성, 불안, 부인(denial)의 감정들을 외부의 타자들의 세계로 투
사하여 그것의 진실성이 한낱 환영에 불과함을 되뇌이며 무기한의 판단유보-
여성-태아에 대한 방기-를 외치고, 무엇이 가상으로서의 현상의 세계이며 무
엇이 진짜 실재의 세계인지를 오로지 그들의 사유를 통해 판정하고 위계적
으로 구분하는 권위자-남근 로고스-임을 자처하며 스스로를 특권화한다.”
32) 페니스-코기토들의 인식틀에 맞춰 지각⋅인지⋅이해⋅의욕⋅의심⋅부정하며
그 대상의 상(image)을 그들의 정신 안에서 파악 용이하게 재주조한다. 따라
서 카메라는 외부 세계를 포착하고 해석하는 페니스-코기토 내부의 초월론적
인식 좌표계(인식 장치계)로 작동한다고 분석할 수 있다.
33) 한국 사이버성폭력 대응센터에 의하면 경찰서에 대량의 불법 촬영물들을 상
습적으로 재유포하는 헤비 업로더를 신고하러 가면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과 대량의 신고물이라는 점을 들어 신고처리를 거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302 ║ 철학연구 제122집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카메라는 표상 불가능한 여성을 ‘표상 가능
한 것’으로 변환시키는 페니스-코기토 내부의 인식구조와 그 메커니즘을
공간적으로 시각화한 초월론적(transcendental) 도구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육체성의 한계로 인해 가닿지 않는 시공간 구석구석을 투시하는 초월적인
(transcendent) 정신의 눈34)의 전방위적 장착의 가능성을 함축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카메라-렌즈는 외부세계를 인식하는 페니스-코기토의 내면적
측면에 있어서 초월론적(transcendental)으로 존립하며 그들에 의해 관찰,
포착당하는 외부 대상들에게 있어서는 초월적(transcendent)으로 존립한다.
그렇다면 불법 촬영카메라와 디지털 성범죄 파일의 유포와 유통 시스템이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시⋅공간성35)이라는 우리의 인식론적 형식 틀에
일종의 홈과 굴곡과 같은 왜곡과 변형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불
법 촬영카메라들은 페니스-코기토들의 인식장치인 카메라 옵스큐라들의
연장물로서, 여성들의 물리적이며 일상적 시공간에 보이지 않는 시선-구
멍의 홈을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뚫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일상적 시공간
성에 촘촘히 ‘홈’이 파여지기 시작한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인가?
프랑스의 현대 사상가, 들뢰즈와 가따리에 의하면 ‘홈 패인 공간(espace
strié)’이란 단일하고 중심적인 체계들에 의해 재구조화되어 경계가 확정적
으로 구획되며 수직적으로 위계화된 공간36)을 뜻한다. 필자가 보기에 ‘홈’37)

고 한다.
34) 김은주(2016), 146.: “이성의 눈과 카메라의 렌즈와의 동일시로 인해 시각은
다른 감각과 분리된 인식의 눈으로 정립되면서, 정신과 신체는 완전히 구분
된다. 카메라를 통해, 신체와 정신의 이원론은 더욱 공고해지는 것이다. 이제
신체는 이성의 관찰 대상이며, 오직 정신의 눈인 이성에 의해서만 표상된다.
이에 따라 살아 있는 신체는 시각에 의해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인식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분해⋅조립 가능한 기계적인 것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신체는 신체를 감각한 실재 그 자체가 아니며, 이성의 눈에 의해 분석되고
이성의 설명을 통과하여 표상으로 나타나는 신체 이미지이다. 이는 다음을
의미하는데, 신체가 지각되고 재현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성의 통제와 지배
를 거쳐야만 하며, 승인을 거쳐야 볼 수 있는 신체 이미지가 된다.”
35) 칸트의 초월론적 인식론에 있어 ‘시간과 공간’은 우리의 직관에 들어온 잡다
한 감각 자료들을 시간적 선후, 공간적 상하좌우 관계에 따라 재조직화하고
정렬하는 기능을 한다. 이로써 그것들을 정신 안에서 재현 가능한 것으로 질
서정연하게 재구성하는 인식론적 순수표상 틀이 시간, 공간 개념이다.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형이상학적 분쇄도 / 윤지선 ║ 303


이란 문화적 코드와 관행, 사회규범, 법령, 규칙, 법칙이라는 상위원리의
인장이 깊이 새겨진 장38)이자 특정한 양식의 사회문화적, 인식론적 틀이
각인된 장이라 할 수 있다. 여성들에게 있어 화장실이란 공간은 더 이상
안전하고 내밀한 사적 공간이 아닌, 감지 불가능하지만 초월적으로 항시
존립하고 있을, 페니스-코기토들이 설치한 카메라의 최대 매복지로 변모
하였다. 동시에 페니스 코기토들에게 있어 화장실이란 공간 속 여성 신체
는 상하좌우의 다양한 각도39)에 의해 포착⋅분절⋅환원 가능한 대상이며
그들 자신의 상상⋅기억⋅감각⋅이해⋅의욕40)의 양태(mode)와 정도
(degree)에 따라 재해석⋅재구성시킬 수 있는 것이 된다. 즉 카메라 옵스큐
라의 내적이며 초월론적인 구도의 최적의 반영소로 화장실 속 여성신체는
최적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선-홈의 각인방식은 여성들의 활동반경을
제한하고 그들의 동선이 항시 추적⋅포착 가능해진다는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여성의 행위 주체성-여유로운 공간⋅시간의 자유로운 점유와 소비,
놀이⋅유희, 자기 발산과 욕망의 방사-의 가능성마저 위축시킨다. 이처럼
공간성은 젠더에 따라 위계적으로 상이하게 인지되고 비대칭적인 효과를
일으키는, 기울어지고 휘어진 장으로 기능하는 것이다.41)

36) Deleuze et Guattari(1980), 592-602. 이에 반해 매끄러운 공간은 홈이 패여


있지 않고 공간에 대한 규정성이 끊임없이 변이하며 수평적이고 열린 공간
이다.
37) ‘물체에 오목하고 길게 팬 줄’(홈의 뜻, 표준국어대사전- 네이버 사전에서 게
시) 검색일 2018.5.16.
38) 홈 패인 공간은 이러한 코드화된 틀이 주조한 공간역학으로, 정착민의 도시
계획 설계도에서, 주체의 특권적 위상이 드러난 초월론적 인식론의 구조에서,
원근법과 카메라 옵스큐라의 구도를 그대로 재현한 시각예술에서 드러난다.
39) 머니투데이, 2018.5.27. “문 잠갔는데 뚫렸다.. 여자 화장실 ‘구멍’의 진실”:
“수요자인 남성의 다양한 취향에 따라 화장실 곳곳 다양한 몰카가 설치된다.
천장 환풍구에 몰카를 설치해 가슴골을 찍고, 변기통 위에 테이크 아웃 컵을
올려 얼굴과 옷 내리는 걸 찍는다.” http://news.mt.co.kr/mtview.php?no=
2018052308303973371 검색일 2018. 5. 27.
40) 데카르트(2016), 108-109.
41) 페니스-코기토들의 시선-홈이 파여진 일상적 공간은 남성 주체의 특권적 인
식 좌표에 따라 여성의 위치성과 동선, 물질성이 위계적으로 구획⋅포획⋅추
정되고 왜곡⋅변형되어진 장(場, field)이라 할 수 있다.

304 ║ 철학연구 제122집


그렇다면 이제 디지털 시공간에서 페니스-코기토 다발체들에 의한 불법
촬영물들의 무한공유와 무한상연이 일으키는 일상적 시공간(space-time)의
교란과 변형에 대해 탐색해보자. 디지털 성범죄 파일의 무한유포와 반복
재생, 무한 재접합의 메커니즘은 피해자의 시간성에 엄청난 균열을 일으
킨다. 과거-현재-미래에 걸쳐 무한히 상연되는 디지털 성범죄 파일은 피해
자를 무한히 소환해냄으로써 삶의 흐름이라는 순차적 계열성을 붕괴시킨
다. 피해여성에게 있어 과거, 현재, 미래란 시간성은 불법 촬영물이 일으
킨 파장과 진폭 속으로 무한히 빨려 들어가는 것이자 피해자를 지속적으
로 얽어매고 포박하는 무한지옥의 연장물로 기능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들은 화장실이나 탈의실, 에스컬레이터, 학교, 회사 등지에서 자신들
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 촬영카메라에 찍히게 되고 그것이 행여 디지털 성
범죄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오르내리진 않을까하는 공포에 시달리는데,
이는 젠더에 따라 위계적이며 불균등하게 구성된 시공간성의 폭압정치가
일으킨 효과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극단주의 이슬람 국가의 여성 운
전 금지법이나 특정 시간대 이후의 여성 외출 금지, 남성 보호자를 동반
하지 않고 단독 외출한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테러 사건들은 끊임없이 여
성들의 신체를 엄격하게 제한된 시공간성 안으로 밀어넣고 종속시키는 남
근 다발체들의 지배역학 정치의 사례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사회
의 모든 시공간을 장악한 불법 촬영카메라에 의한 여성신체 테러 행위는
위의 사례들과 “강도의 차이(différence de degré)”42)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동일한 선상의 여성 혐오정치의 판본임을 알 수 있다.

3.2. 불법 촬영물의 리얼리티(reality)의 요구 분석론:


팔루스(Phallus)의 실체 분쇄론
불법 촬영물의 리얼리티(reality)에 대한 남근 다발체들의 강박적 요구와
천착이 함축하는 바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찰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필
자는 라캉의 Séminaire XXIII: sinthome에서의 ‘팔루스(Phallus)’ 개념을 파악

42) 들뢰즈는 󰡔베르그송주의(1966)󰡕를 통해 강도의 차이와 본성의 차이에 대해


논의하였다.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형이상학적 분쇄도 / 윤지선 ║ 305


한 뒤, 윤지영(2015)의 “전복적 반사경으로서의 메갈리안 논쟁” 속 라캉의
‘팔루스’ 개념에 대한 비판적 분석의 틀을 불법 촬영물의 리얼리티 요구
와 연관지어 면밀히 통찰하고자 한다.

“조이스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데 우리가 남자라고 느끼는 것은 작은 꼬


리, 즉 페니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도-이 단어를 용
서해 주십시오- 아직도 무언가가 더 필요합니다. 그(남성)는 약간 축 늘어진
페니스를 가졌고 페니스의 기술은 팔루스적 외양을 보완하는 데에 있습니다.
이것은 언제나 그러한 것입니다. 팔루스는 작은 기생충이라 불리우는 이 작
은 꼬리(페니스)와의 접합입니다. (팔루스는) 작은 꼬리(페니스)와 음성(말)의
기능과의 접합인 셈입니다. 페니스의 기술은 팔루스의 제대로된 보증인이라
는 점으로 구성됩니다.43)”

‘팔루스’라는 남근권력의 전복적 위상에 관한 Séminaire XXIII 속 라깡의


설명에 대해 윤지영은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라깡은 󰡔세미나 23󰡕에서 “팔루스는 말(음성)의 기능과 더불어 기생충이라


불리우는 작은 꼬리-페니스와의 연접44)”이라고 정의내리며 나아가 “페니스의
기술은 팔루스의 제대로 된 보증인이라는 점으로 구성된다”고 분석함으로써
페니스와 팔루스의 내밀한 관계성을 명시적으로 제시한다. [...] 음성이라는
로고스(logos)의 직접적, 무매개적 발현과 (더불어) 생물학적⋅해부학적 생식
기관으로서의 페니스와의 결합체가 바로 팔루스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말
(parole)이란 로고스, 즉 이성적 목소리의 직접적 현전성을 나타내며 이러한
음성은 바로 팔루스의 목소리임을 뜻한다. 또한 페니스는 팔루스의 보증인으
로서 팔루스의 현존을 페니스가 지지하고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팔루스가 이
미 탈중심화되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왜냐하면 팔루스가 페니스를 산출
하는 원인자이거나 승인의 날인을 발행하는 상부 심급이 아니라 작은 꼬리의

43) Lacan(2005), 15. : “quand il(Joyce) se trouve qu’on se croit male parce
que on a un petit bout de queue. Naturellement - pardonnez-moi ce mot -
il en faut plus. Mais comme il avait la queue un peu lâche, si je puis
dire, c’est son art qui a suppléé à sa tenue phallique. Et c’est toujours
ainsi. Le phallus, c’est la conjonction de ce que j’ai appelce parasite…qui
est le petit bout de queue en question…c’est la conjonction de ceci avec
la fonction de la parole. Et c’est en quoi son art est le vrai répondant de
son phallus.”
44) Lacan(2005), 15.

306 ║ 철학연구 제122집


페니스의 유약함에 기대여 있는 효과물이기 때문이다.45)”

텍스트에서 살펴본 바대로 라깡이 분석한 팔루스의 실체가 음성 로고


스에 기생충 꼬리-페니스의 혼합물이라면, 이 두가지 이질적 요소들의 연
접이 가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이를 남근 다발체들의 인식
주체로서의 특권적 위상과 연관지어 더 정치하게 논증하고자 한다. 데리
다(Derrida)의 음성 중심주의(phono-centrisme)로부터 파생된 개념인 ‘음성
로고스’는 명증한 자기의식의 정신적 반향물인 음성(phonè)을 의미46)한다.
이것은 곧 정신의 목소리이자 사유의 청각적 버전(version)이기에 늘 직접
적이고 명증하며 확실한 진리의 현전소라고 여겨졌다. 페니스-코기토 주
체에게 있어 자기 정신의 눈 앞에 놓인 대상에 대한 명증한 사유 활동에
는 이해, 의심, 기억, 상상, 감각, 의욕, 부정 등이 있다. 정신의 목소리인
말(음성)을 통해 이러한 다각적 사유활동은 직접적으로 현시될 수 있게
된다. 이는 사유의 복합적 양태를 기반으로 한 로고스가 단순히 정신의
이성적 담화의 목소리로만 한정되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남근 로고
스주의(phal-logocentrism)가 함축하고 있는 중층적이고 상호 모순적 측면-
향락, 매춘, 포르노그래피 산업의 중추적 유지와 존속이 남성 중심적 법률
과 정치⋅문화에 의해 가능했던 이유-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필자가 분석하기에 카메라 옵스큐라가 인식 주체의 사유과정의 시각화
버전이라면, 음성 로고스는 인식 주체의 사유과정의 청각화 버전인 것이

45) 윤지영(2015), 49-50.; 46. : “라깡에 의해 기생충으로 묘사되는 페니스라는


국지적 기관, 그것에 의존해 있는 팔루스는 이미 공백에 의해 관통당하고 있
음이 드러나며 나아가 실체적 완전성의 극점으로서의 (절대적) 대타자는 존
재하지 않음이 [...] 드러나고 있다고 필자는 해석한다.” : “라깡에 의해 기생
충으로 묘사되는 페니스라는 국지적 기관, 그것에 의존해 있는 팔루스는 이
미 공백에 의해 관통당하고 있음이 드러나며 나아가 실체적 완전성의 극점
으로서의 대타자는 존재하지 않음이, 즉 “대타자는 없다.”라는 선언이 󰡔에크
리󰡕에 이어 󰡔세미나 23󰡕에서도 연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필자는 해석한
다. 이때에 대타자는 완전하고 완결적이며 총체적인 것, 영구불변의 초월적
심급을 말하는데, 바로 이러한 전체로서의 질서, 완전무결한 토대로서의 대
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46) Pierre(2005), 2004-2017.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형이상학적 분쇄도 / 윤지선 ║ 307


다. 이리하여 페니스-코기토들은 그들의 특권적이며 강권적 사유를 시각
화, 청각화할 도구를 모두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하기에 음성 로고스
와 꼬리-페니스들의 연합체인 그들은 자신의 정신 안에 현전하는, 여성이
란 대상에 대한 의심과 의욕, 부정과 기억, 상상들을 그 어떠한 여과장치
없이 곧바로 내뱉을 수 있는 음성적 특권-욕설, 음담패설, 협박, 비하, 칭
찬, 조롱, 평가의 권리-을 가지는 것이다. 또한 남성들은 그들의 인식-시선
구도인 카메라를 통해 여성 신체를 성적 대상화의 산물로 전환한 후, 성
적 흥분에너지를 공격적으로 방출하는 것이다. 나아가 페니스-코기토의
정신은 외재화(exteriorization)를 통해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현실성을 갖추
길 요구받는다. 이는 음성을 통한 정신의 목소리의 방출, 시선을 통한 인
식-시선 주체의 권력의 방출, 페니스를 통한 성적 흥분에너지의 방출의
방식을 통해 일관되게 구현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필자는 자기-방출과 자
기-외재화 기제로서의 팔루스를 몸통(핵)에 해당하는 남성 음성 로고스와
기생충 꼬리로서의 페니스, 즉 그것의 방출물로서의 정자 꼬리의 연합체
라고 분석하는 바이다. 다시 말해 페니스-코기토의 실체란 성적 대상화된
여성 신체를 향해 방출하는 여성혐오 발언과 욕설, 조롱의 특권을 가진
남근-음성 로고스와 여성 신체를 표적으로 한 남성자위에 의해 방출된 무
수한 정자꼬리들과의 연합물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남성 자위와 불법 도
촬47) 영상의 필연적 의존성에 대한 남근 다발체들의 열띤 논의48)에 대한
분석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남근 다발체들에 따르면, 불법 촬영 영상이나 비동의 유포⋅유출 영상
들은 소위 리얼리티(reality), 실재성과 현장감이라는 두 가지 층위에서 기
존의 작위적으로 연출된 AV(Adult Video) 영상물의 비진실성과는 확연히
대별되며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불법 촬영영상물들은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양질, 리얼, 유출, 액기스’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나
오는데 이는 불법적이며 음성적, 악의적으로 채취된 그 영상물들에 일련

47) 도둑촬영의 줄임말


48) 작가 장주원은 자신의 페이스북(2015.12.27.)에 본인의 성인물 취향이 몰카
와 유출 영상임을 당당히 밝히며 그 이유를 연출된 AV 영상에는 없는 ‘사
랑’이 (몰카, 유출영상에는) ‘실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308 ║ 철학연구 제122집


의 질적 우수성과 차별성-실재성과 현장성, essence, 정수의 담지-이라는
과대화된 의미 부여 의지가 드러나 있다. 여기서 거론되는 불법 촬영물의
리얼리티에 대한 남근 다발체들의 집착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작위
적으로 연출된 AV 영상이 지니는 구조적 허위성, 비진실성에 대한 남근
다발체들의 근원적 불안감의 원천은 다음과 같다. 이는 첫째, 여성배우의
페이크(fake) 오르가즘의 가능성, 두 번째, 카메라의 위치와 존재를 적확히
꿰뚫고 있지만 모르는 척할 뿐인 여성배우의 가짜 무지로부터 비롯된다.
그렇다면 남근 다발체들의 자기-방출의 강력한 대리물로서 취급되는 불법
촬영물에는 과연 무엇이 현전한다고 여겨지며 어떠한 위상으로 다뤄지고
있는가? 그들에게 있어 불법 촬영영상물 속에는 현전(présence)하는 사랑
의 실질적 징표로서 여성의 진짜 오르가즘이 있다고 굳건하게 믿는다. 왜
냐하면 페이크 오르가즘(fake orgasm)은 여성을 만족시키는데 실패하고만
페니스-코기토의 허약한 실체를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
은 그것을 단지 가상으로 연출된 AV 영상이라는 시뮬라크르(simulacre)49)
의 허위적 속성으로 치부해버린다. 나아가 이러한 가짜 오르가즘은 실질
적 성관계 안으로는 난입 불가능한, 가짜의 세계에만 속하는 것이라고 위
계적으로 분리⋅구분해낸다. 플라톤주의적 의미에서 불법 촬영물 속 관계
는 가상이 아닌 실제의 상황과 관계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에 거기에는 진
짜 사랑과 쾌락이라는 본질적(essential) 요소들이 보다 더 많이 분유되어
있기에, 작위적으로 연출된 AV 영상보다 더 실재적이라고 간주된다. 그러
나 엄밀히 말해 ‘여성의 진짜 오르가즘’이라는 벡터는 궁극적으로 그 여
성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강력한 페니스의 존재 가능성의 재확인 수단’
으로만 유효하게 작용할 뿐, 실질적 성관계에서 여성 오르가즘의 실현 여
부는 남성들에 의해 백안시되기 일쑤이다.50)

49) 플라톤은 󰡔국가󰡕에서 시뮬라크르를 이데아라는 원본(Original)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최하위 단계의 허상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이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의 존재론적⋅가치론적 위계 구분에 따른 것으로, 이데아(원본)-▷
개념(1차 복제)-▷물질(2차 복제)/-▷시뮬라크르(3차 복제)로 구별된다. 시뮬
라크르는 이데아의 속성을 분유받고 있지 않고 단절되어 있다는 점에서 가
장 하위의 심급의 존재라 할 수 있다.
50) 남성과의 실질적인 성관계에서도 오르가즘에 이르지 못하는 수많은 여성들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형이상학적 분쇄도 / 윤지선 ║ 309


불법 촬영물 속 여성들은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의 존재에 대해 전
적으로 무지하기에 페니스-코기토들이 설계해 놓은 권능의 인식 장치 안
에서 움직이고 반응하는 수동적 피사체이자 그들의 집단적 욕망의 제단에
바쳐진 제물로 환원된다. AV 영상 속 카메라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척할
뿐인 여성 배우들의 가짜 무지가 그들에게 무의식적으로나마 불편한 것으
로 남아있는 이유는 그들이 ‘응시’라는 시선의 화살을 되돌려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자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남
성 중심사회 속 여성에게 ‘무지(ignorance)’-성적 무지, 정치에 대한 무지,
과학기술(technology)에 대한 무지-라는 것은 성적 가치와 매력을 돋우는
요소이자 남성과 여성 간의 불평등한 관계의 위계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해왔지 않은가? 신과 인간의 경계와 구분을 확정시키는 핵심요소로서 기
능하던, 지식의 불평등한 배분과 금기들은 특정한 지식-불의 소유, 무화과
열매, 문자의 소유 등-의 영역은 신과 권력자의 특권적 영역이라 간주해
왔고 이를 넘어서서 너무 많은 것들을 알게 된 자들-불을 소유한 인간, 무
화과 열매를 따먹은 인간, 글자를 알게 된 노예-은 처단하고 추방하는 행
태를 취해왔다.51) AV 영상물 속 여배우들은 초월적인 페니스-코기토들의
인식장치 구조물-카메라의 위치와 존재, 동선 여부, 시나리오의 존재-이라
는 원리마저 알고 있는 자들이란 점에서 그들의 신적 절대성의 조건을 완
벽히 충족시킬 수는 없다.52) 따라서 그들은 이 특권적⋅독점적 인식장치

의 페이크 오르가즘에 대한 에세이와 성전문가(sexologues)들의 조언이 꽤


널리 퍼져 있지만 남성들은 그것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거론하거나 숙고하
고 싶어하지 않는다.
51) 이러한 행태는 역사 속 권력가나 위정자들이 특정지식을 독점, 금지하는 방
식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하층민⋅여성들에게는 고급문자와 교육을 금지
시켰고 중세시대에는 종교교의를 넘어서는 책이나 사상, 과학⋅예술작품들을
불태우거나 금지하는 반면 교황이나 주교들만이 이 지정된 금서를 몰래 읽
는 특권을 지녔었다. 또한 지식을 독점하거나 특정 방식으로 생산하려고 하
며 지식의 불평등성을 배분하였다. 이는 국정교과서와 같이 국가에 의해 특
정하고 단일한 관점의 역사 서술과 해석을 통해 대한민국 역사를 독점, 왜
곡, 통제하려는 행위로 드러나기도 하였다.
52) ‘비공개 촬영회’라는 이름을 달고 여성모델의 신체를 추행, 강압적⋅암묵적
노출을 요구했던 사건에 대한 논쟁의 핵심 쟁점이 여성 모델의 ‘무지’ 여부
와 정도라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해당 여성이 노출의 수위에 대해 미리

310 ║ 철학연구 제122집


의 원리에 대해 온전히 무지한 자들을 창출해내는 시스템을 고안하였고
이를 통해 절대적 세상의 원리를 운용하는 자들과 절대적으로 무지한 자
들라는 위계적 이중 구도를 확립한 것이다. 이로써 그들은 불법 촬영카메
라와 불법 파일 공유 플랫폼에서 ‘찍히는 지도 모르고 행동하는’ 여성들
의 무지와 열등성을 맘껏 조롱⋅비하⋅모욕하며 남근 다발체들의 절대적
이며 신적인 위상의 집단적 상승감에 젖어있는 것이다.

4. 욕망의 주요경로(frayage)로서의 판타지 분석 :


환상의 무대가 된 일상

우리는 페니스-코기토들의 인식 좌표축을 구성하는 또다른 요소로서의 판


타지(fantasy)-로리타 콤플렉스, 관음증 등-가 어떻게 그들의 욕망을 조율⋅조
정하는 주요 틀53)로 작용하는지 고찰하고자 한다. “이미 판타지(fantasy,
성적 환상)는 그 자체로 ‘우리가 무엇을 욕망 가능한 대상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를 결정짓고”54) 조건화한다는 점에서 욕망의 틀을 주조하는 주요
인자(factor)로서 작동한다. 사실상 신경 소통로로서의 ‘frayage’(불어)는 심
리생리학적 의학용어로서, (신경세포) 뉴런과 뉴런 사이를 통과하는 흥분
의 경로는 이미 생겨난 길을 반복적으로 따르는 경향을 의미한다.55) 필자
는 판타지가 욕망이 흘러가는 주요 경로(frayage)이자 수송관으로서 기능

알고 있었는가의 여부와 그러한 노출촬영에 대한 인지 이후에 참여한 촬영


횟수와 빈도에 관한 논쟁은 무지하지 않는 여성이란 곧 남성 폭압적 시나리
오에 동의한 적극적 행위자(agent)라는 낙인과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남성
중심적 사회구조 내 해당 여성에게 주어진 앎의 정도-불공정 계약서, 촬영에
대한 대략적 수위 인지, 카메라의 개수 등-란 지극히 미미하거나 언제든지
기만될 여지가 있으며, 이는 늘 남성 폭력의 전체적⋅특권적 조망에서 열외
된 방식으로 주어질 뿐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인지 여부가 피해 유무의 절대
적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
53) 지젝(2013), 196.
54) Žižek(1997), 7. : 지젝(2013), 196. : “우리 욕망의 좌표를 제시하는 것 또한
환상이다. 환상은 우리로 하여금 무언가를 욕망할 수 있도록 틀을 짜준다. [...]”
55) http://www.cnrtl.fr/definition/frayage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형이상학적 분쇄도 / 윤지선 ║ 311


한다고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자 한다. 페니스-코기토들은 성적 호기심과
흥분에 대한 입문서로서 그들 간에 공유되는 남성 판타지의 주요 재현물
인 포르노그래피, 불법 촬영카메라 영상, 로리타 콤플렉스 영상 등을 통해
성적 쾌락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그들에게 성적 흥분과 방출의 최초의
가능경로로 강렬하게 각인되게 된다. 그리하여 성적 흥분과 방출의 충동
에 사로잡힐 때마다 그들은 남근 중심적 판타지가 파놓은 욕망과 흥분의
고정화된 경로-포르노그래피, 불법 촬영물 등-에 반복적으로 접속하여 자
기 방출에 성공함으로써 이것이 (그들에게) 성적 쾌락 실현의 유일한 가
능 조건으로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다.
지젝은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2003)󰡕에서 환상의 메커니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주어진 경험적 대상이 어떻게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이 어떻게 ‘그것 속에 있는 그것 이상의 것’을, 말하자면 그것이 우리가
욕망할 만한 것으로 나타날 수 있게 하는 미지의 특질인 X를 함유하게 될
까? 이는 바로 그러한 대상이 주체의 욕망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환상의 무대
속에 포함되고 그 틀 속으로 들어감을 통해서이다. [...] 히치콕의 <이창>을
예로 들어보자. [...] 결국 그녀는 어떻게 그의 욕망을 부추기는데 성공하게
되는가? 말 그대로 그녀가 그의 환상의 틀 속으로 들어감을 통해서이다. 그
녀가 안뜰을 건너 그가 창문을 통해 그녀를 바라볼 수 있는 ‘저 건너편’에
모습을 보임으로써이다. 살인자의 아파트에 있는 그녀를 보자마자 스튜어트
(남자 주인공)의 응시는 그녀를 욕망하고 갈구하며 그녀에게 빠지게 된다. 그
녀는 그의 환상 공간 속에 자리를 얻게 된 것이다. [...] 남자는 여자가 그의
환상의 틀로 들어가는 한에서만 여자와 관계를 맺는다.56)”

페니스-코기토는 특정 욕망의 반복적 흐름을 강화하고 증폭시키는 판타


지(환상)를 통해 비로소 자신들이 남성으로서 욕망하는 법57)과 그것을 실
현하는 법을 배운다. 엄밀하게 말해 이 특정 욕망들의 수송관은 철저히
남성 중심적으로 주조되고 개편되어 있으며 판타지의 재현물들은 욕망의
대상들을 위계적으로 배치58)하고 있다. 불법 촬영 카메라의 설치는 판타

56) 지젝(2003), 198


57) 지젝(2013), 196. : “즉 우리는 환상을 통해 욕망하는 법을 배운다.”
58) 들뢰즈와 가따리는 󰡔천개의 고원(Mille Plateaux, 1980)󰡕에서 조직화의 판

312 ║ 철학연구 제122집


지가 현실 속으로 서서히 침습하고 융기하는 것을 넘어 현실의 막 자체를
찢어버리며 난입한 사태로, 현실을 남성 판타지의 실현무대로 폭압적으로
개조⋅침탈해나가는 행위라 볼 수 있다. 판타지는 우리로 하여금 감각세
계인 일상 속에서 욕망할만한 것들, 자극적인 것들(stimulus)이라는 성적
욕망의 대상59)들과의 연동을 끊임없이 추구하게 하는데, 불법 촬영영상물
에서 화장실 속 배변하고 있는 여성, 지하철에 앉아있는 여성의 치마 속
은 일상적 세계에 포진되어 있고 언제든지 포획 가능한 남성 욕망의 아이
템들로서 연동⋅배치되어 있다.
현실은 환상의 액자틀(프레임)을 통해서만 비로소 욕망의 실현소로 기
능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남근 다발체들은 그들의 욕망과 흥분의 고정화
된 경로에 최단거리로 접속 가능한 방식으로 현실을 변환시키고자, 일상
을 환상의 무대로 시연해나간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들은 불법 촬영
카메라들을 일상의 모든 시공간에 전방위적으로 배치한다. 카메라가 켜지
고 그들이 주조한 환상의 액자틀 안으로 여성들이 쉬러 먹으러 배변하러
들어오게 되고, 이것은 남근 중심적 판타지를 공유하는 페니스-홀롭티시
즘(남근-곤충복안체)들의 유희거리와 스포츠로 소비된다. 이처럼 욕망이
흘러가는 주요경로(frayage)들의 반복적이고 고정화된 경향성을 각인⋅날
인하는 남근 중심적 판타지가 디지털 불법 촬영 파일들의 생산과 공유를
통해 실질적으로 현실세계에서 실행되고 구현되는 방식이 ‘남성놀이문화’
이며 이는 우리의 일상을 가장 강력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재구획하고 있
다. 여성 신체이미지 기호의 탈취와 공유는 남성들 간의 “정치⋅경제⋅문
화적, 감성적 결속과 연대, 상호 원조와 확장뿐만 아니라 남성 중심적 이
데올로기 의미경제의 전수와 강화를 가능케 하는 열쇠로 작용60)”하고 있
기 때문이다.

(plan d’organisation)이란 다각적이며 이질적 요소들을 위계적이며 단일한


방식으로 배치한 것으로 설명한다.
59) 페터 비트머에 따르면 리비도라는 성욕동 에너지는 그 자체로 파악될 수 없는
것이기에 자신을 표현해줄 객체로서의 ‘대상(Objet)’이 반드시 필요하다(비트
머(1998). 117).
60) 윤지선(2018), 64.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형이상학적 분쇄도 / 윤지선 ║ 313


5. 결 론

우리는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메커니즘을 떠받히고 있는 형이상학적


기반들을 분쇄하고자 이 논의들을 진행하였다. 디지털 성범죄 생산⋅공유
시스템은 여성 신체의 위치점과 활동반경, 욕망의 방사(emission) 지점을
추정⋅포박하기 위한 남성 시선 주체들의 초월적 인식 좌표계라 할 수 있
다. 남근 다발체들은 불법촬영 기기의 상용화와 온라인 파일 공유 플랫폼
을 통해 여성 육체란 물질성을 일상의 모든 시공간과 각도에서 초월적으
로 관통하고 파악 가능해졌다. 이 무수한 불법 디지털 카메라들은 수 만
개의 홑눈들을 공유하는 남근-홀롭티시즘(곤충 복안체) 문화로 해석 가능
하다.
디지털 성범죄 파일 공유 시스템은 ‘여성의 몸’을 거래하는 각종 온라
인 커뮤니티와 P2P 토렌트 사이트, SNS 사이트를 통해 다각적으로 구동
되며 이는 남근 다발체들 간의 상호참조와 상호연대, 수익창출을 위한 직
간접적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특징이 있다. 디지털 성범죄 유형은 생산자-
유포자-소비자로 나뉘는데 그들은 각각의 구분점 사이에 모호하게 걸쳐져
있거난 탄력적으로 가변 가능한 유형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을 구동시키는 핵심 장치인 불법 촬영 카메라는
일상적 공간의 여기저기에 ‘시선-구멍’이라는 홈을 파내고 이를 통해 여성
신체라는 외부세계를 ‘페니스-코기토’의 인식 프레임에 맞춰 재정립, 재구
성하고 있다. 시선-홈에 의해 패인 일상적 시공간들은 젠더에 따라 위계
적이며 상이한 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기울어지고 휘어진 장으로 기
능한다.
엄밀히 말해 페니스-코기토의 실체란 여성 신체를 향해 방출하는 여성
혐오 발언과 욕설, 조롱의 특권을 가진 남근-음성 로고스와 여성 신체를
표적으로 한 남성자위에 의해 방출된 무수한 정자꼬리들과의 연합물에 불
과하다. 그들은 이 특권적⋅독점적 인식장치의 원리에 대해 온전히 무지
한 자들을 창출해내는 시스템인 불법 촬영카메라와 파일 공유시스템을 고
안하였고 이를 통해 절대적 세상의 원리를 운용하는 자들과 절대적으로
무지한 자들라는 위계적 이중 구도를 확립하며 신적 위상의 상승감에 취

314 ║ 철학연구 제122집


해 있다.
페니스-코기토들은 특정 욕망의 반복적 흐름을 강화하고 증폭시키는 판
타지를 통해 자신들이 남성으로서 욕망하는 법과 그것을 실현하는 법을
배운다. 판타지의 재현물들은 욕망의 대상들을 위계적으로 배치하고 있는
데, 불법 촬영 카메라의 설치는 판타지가 현실을 침탈한 사태로, 현실을
남성 판타지의 실현무대로 폭압적으로 개편하고 구획해나가는 약탈행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모든 시공간을 장악한 불법 촬영카메라
에 의한 여성신체 테러 행위는 여성 혐오정치의 판본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유통의 원천적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여
성의 몸을 거래하는 디지털 성범죄 산업구조 전반-불법영상물 유통 플랫
폼, 웹하드 업체, 필터링 업체, 디지털 장의사 업체, 불법촬영카메라 제조,
판매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면밀한 대책61)과 강력한 처벌법안 신설 및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한 성 인식구조를 바꿀 수 있는 페미니즘 교육과 성
교육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본다.

61) 한국성폭력상담소,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 성범죄 산업에 대해 특별 수사를


요구한다”의 국민청원의 네가지 요구사항 중 하나.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형이상학적 분쇄도 / 윤지선 ║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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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do?news_id=N1004867529 (검색일 2018.08.01.)

디지털 성범죄 시스템의 형이상학적 분쇄도 / 윤지선 ║ 317


<Abstract>

Destructive Mapping of the Digital Sex Crime System:


Analysis of Coordinate of Subject- Male Gaze

YUN JI SUN
(Catholic University)

The digital sex crime system producing illegally taken photos, videos
works as the condition of reconstruction of the space-time of women
in the real world. I will analyze this system as the creation of the
co-ordinated subject- male gaze, and destroy the metaphysical supports
based on the mechanism of the system. I analyze the transcendental
nature of coordination, which consists in perceiving the location of
women, in two following ways. From the side of transcendent
coordination, from the <metaphysical meditations> of Descartes, we
will reflect on the origin of women’s bodies to leave in a
discriminatory way. And in the transcendental dimension of the Kantian
sense, we will speak of the transformation of space-time caused by the
penis faiseaux. We will analyze Zizek’s arguments to understand reality
working as the platform of fantasy.

Main Scope: European contemporary philosophy, social philosophy,


feminism philosophy
Keyword: Digital sex crime system, illegal camera, Descartes, Camera-
obscura, Coordinator

접수일: 2018년 08월 20일/ 심사일: 2018년 08월 20일~09월 11일/ 게재확정일: 2018년 0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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