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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 양명학 레포트

-양명 철학이 가진 악惡의 기원 문제-


2018211090 박예은

목차

1. 들어가는 말

2. 악의 기원
2-1. 주자의 악
2-2. 칸트의 악
2-3. 양명의 악

4. 악의 문제

5. 나가는 말
1. 들어가는 말

맹자의 영향을 받은 양명은 인간을 선한 존재로 여긴다. 그의 대표적인 이론으로는 심즉리


(心卽理)로, 인간의 심이 곧 리라는 주장을 펼친다. 리는 만물의 법칙이자 도덕법칙이며 완전
하고 선한 것이다. 이 리가 인간의 마음에 내재해 있으니 인간 또한 순선하다.
또 다른 이론으론 심외무리(心外無理)를 주장한다. 양명은 주자가 인간 밖에서 리를 찾는 모
습을 비판하였다. 만물의 원리와 도덕법칙이 인간에게 내재하여 있기에, 선한 것을 외부가 아
닌 인간 내면에서 도출하여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순선성의 강조는 악(惡)의 문제로 이어진다. 안타깝게도 현실 세계에서 악은
너무나 자명하게 관측된다. 악한 행태, 굳이 바깥을 바라보지 않아도 나 자신의 내면만 살펴
보더라도 늘 선한 것과 악한 것이 충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양명의 도덕성을 인간 내면에서 찾겠다는 시도는 악의 설명의 부재로 이어졌다. 필자는 다른
사상가들의 악 이론을 살펴보면서 양명 철학 내에서 악을 설명해 낼 수 있는지 탐구해 보고자
한다.

2. 악

악(惡)의 문제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탐구 대상이다. 자잘한 사욕부터


하루에도 수십 건씩 벌어지는 범죄들까지. 인간은 늘 악한 행동을 하고, 늘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 중에 무엇을 택할지 고민한다. 그런데도 꽤 많은 사상가는 인간이 선하다고 말한다. 리
학같은 경우 순선한 리가 인간에게도 있기에 인간이 선한 존재라고 설명한다. 그렇기에 리학
자에게 악은 그들의 이론에 있어서 설명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인간이 선함에도 불구하
고 왜 악한 행동을 하는지 말이다.

2-1 주자의 악
주자는 인간의 성(性)이 곧 리라는 성즉리(性卽理)를 주장한다.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것을 ‘명(命)’이라고 하고, 사물이 하늘에게서 품부받은 것을 ‘성(性)’


이라고 한다. 그러나 천명의 유행은 반드시 음양 이기와 오행이 교감하고 응취한 다음에야
사물을 낳을 수 있다. ‘성’과 ‘명’은 형이상자이고, 기는 형이하자이다. 형이상자는 하나의
리가 혼연하여 선하지 않음이 없다. 형이하자는 어지럽게 뒤섞여 선과 악의 나뉨이 있다.
그러므로 사람과 사물이 이미 생겼다면 곧 이 품부받아 태어난 기와 천명의 성이 존재한
다.1)

이 성은 하늘로부터 품수 받은 본연지성(本然之性)과 사람과 사물의 기질지성(氣質之性)으로


개념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리는 완전하고 순수한 것이기에 악의 근원이 될 수 없다. 그래서

1) 『朱子大全』 卷67 『明道論性說』. “天之付與萬物者謂之命, 物之禀受於天者謂之性. 然天命流行, 必


二氣五行交感凝聚, 然後能生物也. 性命, 形而上者也; 氣則形而下者也. 形而上者一理渾然, 無有不善;
形而下者則紛紜雜揉, 善惡有所分矣. 故人物旣生, 則卽此所禀以生之氣而天命之性存焉”. 재인용
악을 설명할 땐 기를 이용하여 설명한다.
성의 본체가 본연지성인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기가 없다면 리를 담을 수 없다. 사람과
사물엔 리만 있을 수 없고 기만 있을 수도 없다. 결국 리와 기를 둘 다 갖추고 있기에 현실
세계 존재들은 기질지성으로 설명해야 한다.

기품이 뒤섞여 선악이 이로 인해 나누어지니, 이 또한 이치상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성


의 근본을 근원해 보면 선일 뿐이고, 성 가운데 원래 선과 악 두 가지가 아울러 나오는
것은 아니다.2)

주자에게는 남자·여자, 음·양처럼 대립쌍들이 존재한다. 선과 악도 이런 대립쌍의 개념이다.


주자는 절대적 선과 선과 악으로 구분시킨다. 주자에게 있어서 근원은 선한 것이다. 맨 처음
에는 천리만 존재하고 인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발한 뒤에야 형이하의 영역에서 선과
악으로 분화된다.
결국 절대적 선은 존재하고 악은 근원으로부터 분리된, 대립쌍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념
적으로는 악은 근원이 없기에 언제든지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3) 결국 주자는 기로 악을 설명
을 시도했다.

2-2. 칸트의 악
악의 개념은 동·서양 불문하고 등장하는 개념이기에 조금 다르게 서양 철학자의 악도 끌고
와보고자 한다. 인간에게서 도덕법칙을 도출해내서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한 것은 응당 양명만
의 일이 아니라 서양 철학자인 임마누엘 칸트도 주장하고 있는 바이다. 그렇다면 칸트는 악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우선 칸트는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자연적 존재로서의 인간으로 구분한다. 도덕
법칙은 인간 이성을 근원으로 하는 것으로, 개인의 준칙이 이성적 존재자들에게 보편적이게끔
되면 그것이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자기 스스로 도덕법칙을 세우는 자율성과 그
것을 따라야 할 의무가 공존한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임과 동시에 자연 법칙 아래에 있는 존재이다. 자연스러운 경향성이 존
재하기 때문에 도덕법칙을 따르고자 하는 의무와 쾌와 같은 경향성이 충돌한다. 가령 거짓말
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정언명령과 쾌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자 함은 충돌한다. 그렇기에 의무를
따르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실천의 이성의 유일한 객관들은 그러므로 선·악의 객관들뿐이다. 왜냐하면 전자는 욕구능
력의 필연적 대상을 뜻하고, 후자는 혐오 능력의 필연적 대상을 뜻하되, 양자 모두 이성의
원리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4)

선악의 개념은 도덕법칙에 의해서 규정된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선을 지향하도록 창조되었다


고 본다. 악은 그 근본적인 소질을 위반하는 데서 발생한다. 즉, 악은 경향성이나 쾌락같은 우
연적인 것들로 인해 도덕법칙을 거역하여 받아들여서 생기는 것이다. 악은 인간에게 자연적

2) 『近思錄集解』 . “氣稟雜揉, 善惡由分, 此亦理之所有. 然原是性之本, 則善而已, 非性中, 元有善惡二


者竝生也.” 재인용
3) 서세영. "성리학(性理學)의 선악론(善惡論)에 관한 연구." 2021. 97p.
4) 『실천이성비판』 아카넷.
소질이 아니라 자연적 성향인 것이다. 악은 인간의 불완전성을 표현한 것이다.

2-3 양명의 악

양명은 주자의 마음 밖에서 리를 찾는 주장은 인간을 외재적 리에 종속시킨다고 비판하며 심


즉리(心卽理)를 주장한다. 양명에게 있어서 심은 본체의 마음, 순수 자아를 가리킨다. 양명이
말하는 심의 핵심은 심외무리(心外無理) 리가 마음 밖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사람은 모두 이 마음을 가지고 있고 마음이 곧 리인데 어찌하여 선한 일을


하는 이도 있고 악한 일을 하는 이도 있는 것입니까? 라고 물으니, 선생께서는 ”악한 사람
의 마음은 그 본체를 잃은 것이다“라고 하셨다.5)

인간의 본심이 선함에도 현실 세계엔 악이 존재한다. 양명도 악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다


만 불선(不善)은 선의 모자람과 치우침으로 본래 선함에서 벗어난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면 모
자람과 치우침은 왜 발생하는가가 또 문제이다.6) 양명은 마음에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천지의 생명의지는 꽃이나 풀이나 한가지이다. 어찌 선악의 구분이 있겠는가? 그대가 꽃


을 감상하려고 하기 때문에 꽃은 선으로 여기고 풀은 악으로 여긴다. 만약 풀을 쓰려고
한다면 다시 풀을 선으로 여기게 된다. 그러한 선악은 모두 네 마음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러므로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설간이 물었다. 그렇다면 선도
없고 악도 없는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선도 없고 악도 없는 것은 이치의 고요함이고, 선
도 있고 악도 있는 것은 기운의 움직임이다. 기운에 의해 움직여지지 않으면 곧 선도 없
고 악도 없다. 이것을 지선이라고 한다.7)

양명의 말을 따르면 기운이 움직여야 선도 있고 악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


는 사욕으로, 주자가 말하는 기질의 개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좋고 싫음은 사욕과 관련이
되어있다. 양명은 선악에 대해 “(선악은)단지 그대의 마음에 있을 뿐이다. 이치를 따르는 것이
바로 선이고, 객기에 움직이는 것이 곧 악이다.”라고 말한다.8) 하지만 결국 문제는 이 좋고
싫음의 사욕조차도 마음에 있는 것이다. 실제로 양명은 선과 악을 하나로 보고 이 둘의 구분
은 심체의 두 가지 상태라고 이야기 한다.

(황직이) 물었다. 선생께서는 일찍이 “선과 악은 하나일 따름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선과 악의 두 단서는 마치 얼음과 숯불처럼 서로 대립하는데, 어떻게 다만 하나라고 말씀
하십니까?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지극히 선한 것이 마음의 본체이다. 본체상에서 조금이라
도 마땅함을 지나치면 곧 악이 된다. 하나의 선이 있는데 다시 하나의 악이 다가와서 서

5) 『傳習錄』, 上; 『全書』. 권1, 42쪽, 或曰, 「人皆有是心. 心卽理. 何以有爲善有爲不善”?先生曰, 「惡人


之心矢其本體”. 재인용
6) 『양명철학』 진래서원 143p.
7) 『傳習錄(上)』 , <薛侃錄>, 101조목: 曰, 天地生意, 花草一般. 何曾有善惡之分? 子欲觀花, 則以花為
善, 以草為惡. 如欲用草時, 復以草為善矣. 此等善惡, 皆由汝心好惡所生, 故知是錯. 曰, 然則無善無惡
乎? 曰, 無善無惡者理之靜, 有善有惡者氣之動. 不動於氣, 即無善無惡, 是謂至善. 재인용
8) 『傳習錄(上)』 , <薛侃錄>, 101조목: 只在汝心. 循理便是善, 動氣便是惡. 재인용
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선과 악은 다만 하나의 따름이다.9)

양명은 악에 실체가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론에 따르면 모자람과 치우침 혹은 사욕조차도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事와 理를 내면으로 도출하고자 하는 시도는 결국 心에서 惡을 도출
하고자 함과 같고, 이는 결국 理에서 惡도 도출하게 되어버리는 난점에 빠져 버렸다.

4.악의 문제

위와 같이 악의 문제를 살펴 보았고 결론적으로 양명에선 악의 근원을 설명하는데 난관에 봉


착한다. 이분법적으로 보자면 주자는 선한 것을 리로 악한 것을 기로 설명하고자 했다. 칸트
는 선한 것을 이성 세계로 악한 것을 자연 세계로 악을 담당할 것을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다만 양명에게는 이런 구분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선악의 근원은 마음에 있게 되는 것이며
거칠게 말하자면 심즉리 명제의 순선성이 깨져 버린다.
사실 응당 양명만의 문제라고 할 순 없다. 양명의 심과 주희의 성을 유비해서 살펴보면 주희
도 성은 하나이고 본연지성과 기질지성은 성의 다른 측면이라고 얘기한다. 성의 본체는 본연
지성이라 하면서도 현실 세계의 성은 기질지성으로, 성의 순선은 일종의 이론적으로 이상적인
상태이다. 결국 악은 리학의 고질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하게, 완전함과 지선성의 속성을 가진 기독교의 신에게 있어서도 악의 문제는 난점이다.
논리적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고 해결하기란 어려워 보이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5. 나오는 말

주자는 악은 선의 대립쌍으로 근원으로부터 분리된 것으로 보았고 칸트는 인간의 자연적 성


향으로 설명하며 양명은 모자람과 치우침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결국 양명의 난점은 악의 기원을 심에서 찾으면 리의 순선성이 깨져 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심즉리에서 인간이 선하다는 것을 포기하거나 리가 순선하다는 것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둘 모두 양명의 철학 전개에 핵심과도 같은 전제이다. 심즉리를 주장한 양명의 의
도는 인간의 주체성 강조였겠지만, 리의 완전성을 인간의 완전성으로 이식한 것과 마찬가지
다.
일부분이긴 하지만 살펴보았던 주자와 칸트 철학에서도 악의 기원도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악의 기원, 본체를 부정하려는 시도들이 보였다. 세 철학자 모두 인간이 선하
다는 믿음 속에서 현실에 존재하는 악도 설명해야 했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이 악의 기원을 설명해내지 못했다고 해도 그들의 이론이 무용하다는 것은 아니
다. 악의 기원은 설명하지 못해도, 아니 오히려 악의 기원을 부정함으로써 우리가 지향해야

9) 『傳習錄(下)』 , <黃直錄>, 228조목: 問, 先生嘗謂善惡只是一物. 善惡兩端, 如冰炭相反, 如何謂只一


物? 先生曰, 至善者, 心之本體. 本體上才過當些子, 便是惡了. 不是有一個善, 却又有一個惡來相對也.
故善惡只是一物. 재인용
할 선의 본체의 지위를 굳건히 했다. 그뿐만 아니라 악이 선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설명
해내며 어떤 실천철학으로써의 모습을 강조했다고 생각한다.
양명의 철학에서 악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악의 근원이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형이상학적으로 악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보단, 형이하자의 인간이 선하다는 것에 집중하
였다. 그 선함을 회복하기 위해 어떤 실천, 수양을 해야 할지에 더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현실 세계에서의 인간은 완전히 선한 모습만 보이지도, 완전히 악한 모습만 보이지 않는 다
면적인 존재이다. 인간에 대한 본성을 정의하긴 힘들지만, 이들은 악이 자명하게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선할 수 있다는 일념하에, 어떻게든 인간을 선한
쪽으로 이끌려고 했던 그 시대 지성인들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진래 『양명철학』 예문서원
임마누엘 칸트 『실천이성비판』 아카넷

서세영 "성리학(性理學)의 선악론(善惡論)에 관한 연구." 2021.


박성호 왕양명의 無와 善惡의 개념에 대한 一考 『傳習錄』을 중심으로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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