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on page 1of 19

특집.

매체 변화와 의사소통

영어 통신어는 우리말 통신어와 어떻게


다를까?
이진성 인천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

1. 들어가는 말

텔레비전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쓸모없는


나무 상자는 6개월 후면 모두 폐기 처분될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한다.
라디오가 처음 선을 보였을 때 그 소리 상자 앞에 모여 신기해하던 것과
는 사뭇 대조적인 반응이었다. 라디오와 같은 소리 상자 정도라면 모를
까 텔레비전은 그 당시 사람들이 현대 문명 발달의 연장선에서 발전적
인 것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미처 준비가 안된, 아마도 너무 앞선 기술이
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최신 기술의 빠른 발달이 우리의
생활과 사고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더 이상 부연할 필요가
없겠지만, 기술의 발달 속도가 실로 우리의 상상력이 무색할 정도로 앞
질러 가고 있음에 두려움마저 드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
람들이 가지는 공통된 생각이 아닐까?
“640킬로바이트 정도면 누구에게라도 충분한 컴퓨터 메모리 용량

70 새국어생활 제23권 제1호(2013년 봄)


이다.” 이는 1980년대 초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시저가 브루투스에게
한 “아니, 너마저도?”라는 유명한 말이 있지만, 작금의 컴퓨터의 일상적
활용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어마어마한’ 용량을 보면 “빌, 아니, ‘너’조
차도?”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정보기술계의 최고 전문가조차 전혀
예측하지 못한 막대한 컴퓨터 용량의 일상적 사용은 컴퓨터와 통신 기
기의 발달로 야기된 최근의 언어 쓰임새에 일어난 지각 변동에 비하면
사실 애교에 가깝다.
면대면(face to face)의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가 의사소통의 주된
수단이었던 종래의 방식에서 전화기의 발명은 의사소통에 커다란 변화
를 가져왔다. 화자와 청자가 꼭 물리적으로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또
하나의 의사소통 방식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이다. 그러나 언어를 입말
[spoken language, primary language(제일 언어)]과 글말[written
language, secondary language(제이 언어)]로 구분하는 관점에서 볼
때, 전화 대화는 음성으로 전하는 의사소통임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입
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부연하자면 실시간 음
성 언어라는 관점에서 면대면 소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본고
에서 다루고자 하는 통신어는 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문
자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글말의 성격을 갖고 있으나 종종 실시간 소통
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화 대화와 같은 입말의 성격 또한 갖고 있다.
통신 기기의 발달로 초래된 새로운 양상의 언어를 입말과 글말의 혼성
어, 또는 변종어(a hybrid of spoken and written language)라고 하는
이유이다.
그 매개 언어가 무엇이 되었건 통신어의 공통된 성격으로 들 수 있
는 것은 자판 사용에서 타수를 줄이려는 경제성,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
려는 현장성, 화자끼리의 유대감 구축이다. 여기에 오락적 기능, 심리

특집. 매체 변화와 의사소통 71


적 해방 기능을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통신어의 실제 사용을 보면 타
수를 줄이는 경제적 기능이 가장 두드러진다. 그러나 경제성을 앞세워
숫자, 기호, 문장 부호 등을 철자와 함께 사용한 창의적 표기의 경우, 오
락성이나 유대감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둘의 경계를 분리
하기가 항상 쉽지는 않다.
본고는 영어 통신어의 쓰임새를 살펴보는 데 그 주된 목적을 둔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영어 통신어에 흔히 사용되는 다양한 표기 방식을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3장의 내용은 영어 통신어와 우리말
통신어의 비교 및 쟁점이다. 통신어라는 공통 요소로 인해 유사하게 나
타나는 특징이 무엇인지, 또 성격과 구조가 다른 별개의 두 언어가 통신
어 사용에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적응하고,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을 수
용하는지를 조명해 봄으로써 영어 통신어와 우리말 통신어의 성격이
보다 선명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통신어의 대중
화로 인한 영어와 우리말의 쟁점이 무엇인지를 진단하며 끝을 맺도록
하겠다.

2. 영어 통신어

문자 메시지는 영어로 ‘text message’라고 하며 문자 메시지 특유의


방식으로 글을 쓰는 행위를 ‘textese’, 이러한 방식을 ‘textism’이라고 한
다. 통신어에는 좁게는 컴퓨터를 통한 다양한 의사소통이, 넓게는 문자
메시지, 즉석 메시지(IMing: instant message), 짧은 메시지(SMSing:
short message service) 등 현대 기기를 통한 글쓰기가 모두 포함될 수
있다. 문자 메시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인터넷 채팅과 유사한 양상의

72 새국어생활 제23권 제1호(2013년 봄)


입말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휴대 전화나 스마트폰의 자판
을 사용하는 문자 메시지는 보다 편안하게 컴퓨터 자판을 사용하는 채
팅과 비교할 때 타수의 경제성에 훨씬 더 민감하다. 또한 문자 메시지
는 친밀한 관계 사이의 소통에 채팅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쓰인다.
문자 메시지의 이 두 가지 여건은 ‘끼리 문화’를 주도하는 오락적 기
능을 앞세운 극단적인 단축 표기를 인터넷 채팅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
용하는 현상으로 나타나며,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사전 지식이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끼리’들만이 공유하는 단축 표현
으로 유대감 강화, 오락적 기능이 보다 두드러지는데, 이를 암호문
(cryptic looking code)이라고까지 일컫는 이유이기도 하다. 암호문을
연상시키는 단축 표기는 자판을 사용하는 시간을 고려할 때 결코 경제
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는데, 그 이유는 글자, 숫자, 기호, 문장 부호 등
을 넘나들며 컴퓨터나 휴대 전화 자판을 사용하는 시간이 글자만을 사
용하는 시간보다 항상 절약된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
한 단축 표기는 정상적으로 쓰인 문장보다 읽는 사람에게 오히려 부담
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영어 통신어에서 경제
적 기능과 오락적 기능을 별개의 것으로 구별하는 것에는 큰 의미가 없
어 보인다. 보다 쉽게 읽히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여 이해가 용
이한 단축 표기는 경제적 기능이 상대적으로 강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오락적, 유대감의 기능이 더 강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통신어의 사용에서 타수를 줄이려는 의도를 가장 충실하게 반영한
것으로는 종래의 약자나 약어와 유사한 단축 표기 기능을 극대화한 속
기 단축형(shorthand)의 활용을 가장 먼저 들 수 있다. 또 표기 규범을
무시한 표기나 음차 표기는 타수를 줄이는 등 경제성을 추구하기는 하
지만 종종 오락성이 더 두드러진다. 그 밖에 기호나 부호를 사용하여

특집. 매체 변화와 의사소통 73


그 내용을 반영한다든가 철자의 수를 세는 등 다양한 사례의 영어 통신
어를 차례대로 살펴보도록 한다.

2.1. 속기 단축형
영어에서 약자(abbreviation)와 약어(acronym)는 모두 단어나 구
의 머리글자를 취하여 만들지만, 약자는 알파벳이 그대로 읽히는 데 반
해 약어는 머리글자의 조합이 강세를 받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어를 만
든다. 약자와 약어는 유에프오(UFO, unidentified flying object: 약자)
나 레이더(RADAR, radio amplified detection and ranging: 약어)와 같
이 통신어가 사용되기 이전에도 영어에서 우호적으로 사용되어 온 단
어 형성 방법 중 하나이다. 최근에 만들어진 수많은 약자와 약어가 경
제성을 앞세운 통신어의 대중적 사용에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짐작을
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인지, 어떤 약자나 약어가 그러한지를 가려내기
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약자와 약어의 양산으로 용어에 대한 혼동도 가중되고 있다. 영어 통
신어 관련 사이트인 넷링고(netlingo.com) 초기 화면에는 용어에 대한 간
단한 설명이 있는데, 네티즌들이 약어(acronym)라고 흔히 일컫는 표현은
실제로는 약자(abbreviation), 속기 단축형(shorthand), 또는 첫 글자 취
하기(initialisms)라고 밝히며 이 세 가지에 대한 특별한 구별을 두지 않고
있다. 본고에서는 통신어 특유의 약자를 종전의 약자와 구별하여 속기 단
축형이라는 큰 범주 안에 두고, 속기 단축형에 속하는 유형으로 첫 글자
취하기, 모음 생략, 어두 또는 어말 자르기를 포함시키도록 한다.

2.1.1. 첫 글자 취하기
종래의 약자와 약어 형성 과정에 비추어 볼 때 통신어에서 통용되

74 새국어생활 제23권 제1호(2013년 봄)


는 첫 글자 취하기(initialism)는 이전의 것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문장이나 구 단위의 ‘일상어’를 대상으로 첫 글자를 취한
다는 점이다. 물론 OBO(or best offer)나 FYI(for your information) 등
과 같이 일상어가 약자로 쓰이는 경우가 종전에도 있었으며, NIMBY
(not in my back yard)나 ASAP(as soon as possible)과 같이 약자의 대
중화에 힘입어 단어로 읽히는 약어도 드물지는 않다. 그러나 통신어에
서 일상어를 대상으로 첫 글자를 취하는 사례를 보면 제한이 거의 없다
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활용도가 매우 광범위한 특징을 보인다.

(1) a. BAK back at keyboard


b. LJB let’s just be friends
c. WCA who cares anyway
d. FAQL frequently asked questions list
e. ITIAGTBS I think I am going to be sick.
f. IWBNI It would be nice if…
ISTM it seems to me…
g. IWBYAPTAKYAIYSTA I will buy a plane ticket and kick
your ass if you say that again.

통신어의 경우 전송된 글을 보이는 철자 그대로 읽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며, 눈으로 철자를 읽었을 때 입말을 귀로 들었을 때와 같이 그 내
용이 인지된다. 그러므로 (1a)와 같이 단축형이 모음과 자음이 결합된
단어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해도 강세를 두어 읽는 약어로 접근하는 것
은 무리가 따를 것이다. 위의 (1f)에서 볼 수 있듯이 완전한 문장이 아닌
경우도 첫 글자가 취해지고 있음은 매우 흥미롭다. (1g)의 경우는 첫 글

특집. 매체 변화와 의사소통 75


자 취하기의 알파벳 수가 무려 16개에 달해 상식적인 단축 표기의 철자
수를 매우 상회한다. 이러한 표기는 상대편이 그 내용을 이미 알고 있
음을 인지할 때 비로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해독할
수 없음을 기대하고 골탕을 먹이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볼 수 있으
므로 유대감과 오락적 기능이 두드러진다. 첫 글자 취하기는 인터넷 통
신에서보다는 문자 메시지에서 더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2.1.2. 모음 생략
모음 생략은 하나의 단어를 단축할 때 주로 사용되며 구를 이러한
방식으로 단축하는 경우는 드물다. 모음 생략은 사용 빈도수가 높은 단
어에 특히 많이 사용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자음만으로 원래
단어의 복원이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이며, 단축형이 문맥에서 사용될
때에는 특히 복원이 쉽다. 그러므로 모음 생략은 통신어의 오락성보다
는 경제성을 최대한 앞세운 대표적인 사례이다.

(2) a. SRY sorry


b. PRT party
c. PLS/PLZ please
d. WK week
e. KBD keyboard
f. CMNG coming

위에서 본 (2e)의 경우 keyboard 가 KBRD가 아닌 KBD로 단축된 것은


언뜻 의아해 보이는데, 아마도 ‘r’의 발음이 앞의 모음과 함께 약하게 발
음되어 자음성이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빈도수가 높은 단

76 새국어생활 제23권 제1호(2013년 봄)


어의 모음 생략은 단어 복원의 용이성 때문에 단축 표기에 특별히 익숙
하지 않은 화자라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며 문자메시지
는 물론 인터넷 채팅에서도 가장 흔히 쓰인다.

2.1.3. 어말, 어두 자르기


어말과 어두 자르기는 복원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모음 생략의 연
속선상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영어에서 어말과 어두 자르기는 많
은 경우 강세에 민감한 것을 볼 수 있다.

(3) a. COS because


puter computer
b. SUP what's up
c. ADD/ADR address
d. ALCON all concerned
e. no praw no problem

(3a)는 두 번째 음절이 강세를 받기 때문에 강세를 안 받는 첫 번째 음절


을 자른 것이다. (3b)는 what’s up의 억양을 볼 때 뒷부분이 상승 음조
이므로 앞을 자른 경우에 해당된다. what’s up은 WU로 표기되기도 한
다. (3c)에서 ADD는 뒷부분을 자르고 있는데 강세를 반영한다면 DRS
로 쓰는 것이 예측되므로 다른 사례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 경
우는 통신어의 일반화 이전에 이미 고착된 address의 약식 표기가 그대
로 사용되는 것으로 짐작된다. (3d)는 어구에서 머리글자 취하기와 자
르기를 혼합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3e)는 격식을 차리지 않는 대화
에서 뒷부분을 약하게 발음하는 것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특집. 매체 변화와 의사소통 77


2.2. 표기 규범의 경시
표기 규범을 경시함으로써 속도의 경제성을 꾀하는 경우는 매우
다양하다. 문장 부호의 생략, 대문자 생략 등을 우선 들 수 있으며, 정자
법(orthography)에 준하지 않고 철자를 소리 나는 대로 간략히 사용하
는 경우이다.

2.2.1. 문장 부호, 대문자 경시


문장 부호인 쉼표, 마침표, 느낌표, 물음표 등은 문장을 쓸 때 의사
소통의 정확성을 기하는 데 각각의 역할이 있는 중요한 부호들이다. 이
러한 문장 부호는 통신어에서 화자의 의도에 따라 쉽게 경시됨으로써
경제성을 기한다.
문장 부호의 생략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띄어쓰기인데, 모아
쓰기 방식을 취하는 우리말과는 달리 영어는 풀어쓰기 방식을 취하므
로 띄어쓰기를 경시할 경우 의사소통에 결정적인 지장을 받는다. 그러
나 첫 글자 취하기와 같은 경우 문장 전체가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띄어쓰기는 자연스럽게 생략되므로 첫 글자 취하기의 경제성은 띄어쓰
기의 생략 또한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영어에서는 문장의 첫 글자를 대문자로 표기함으로
써 한 문장의 시작을 신호한다. 또한 일인칭 주어 ‘I’는 언제 어느 경우에
서나 대문자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대문자의 기본적인 규칙
이 통신어에서는 꼭 지켜지지 않는다. 한편 약자, 약어, 속기 단축형 등
은 주로 대문자로 쓰이지만, 글을 대문자만 사용하여 표기하는 것은 소
리를 크게 지르는 것(shouting)을 나타낸다. 이러한 표기는 감정적인 부
담을 주는 것은 물론 읽는 이의 눈에 피로를 주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는
것은 통신어 예절(netiquette)에 어긋나는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78 새국어생활 제23권 제1호(2013년 봄)


2.2.2. 정자법의 경시
정자법(orthography)을 무시하고 발음에 준하여 간단히 표기하는
방식도 경제성을 앞세운 표기로서 흔히 사용되는데, 이때는 실제 발음
을 최대한 반영하거나 영어 스펠링의 복잡성을 단순화하는 점이 두드
러진다.

(4) a. aight all right


coo cool
b. skul school
BCOS because
c. da there
dese these
d. dunno I don't know

(4a)는 발음을 최대한 반영한 것으로 ‘aight’는 ‘l’과 ‘r’ 같은 유음의 발음


이 약화된 것을, ‘coo’는 영어의 ‘l’ 발음이 초성에서 정확히 발음되는 것
과는 달리 종성 위치에서 약화되어 발음되는 것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
다. (4b)와 (4c)는 소리와 철자가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는 영어 정자법
의 특징적인 결함을 단순한 철자로 바꾼 것이다. ‘ch’의 실제 발음인 ‘k’
를, ‘au’와 ‘th’의 약식 표기로 ‘o’와 ‘d’를 각각 차용하고 있다. (4d)는 대
명사에 강세를 두지 않는 일반적인 억양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제까지 속기 단축형과 표기 규범의 경시를 통해 표기를 간략화
하는 사례를 살펴보았다. 다음에서 다루는 사례들은 단축 표기를 지향
하는 방식이 보다 극단적이며, 이로 인해 오락성이 오히려 강조되는 경
우들로 이러한 표기는 인터넷 채팅에서보다는 문자 메시지에서 주로

특집. 매체 변화와 의사소통 79


선호된다. 이러한 유형들을 본고에서는 문자 메시지형 단축 표기(text
shorthand)로 칭하여 앞의 사례들과 구별하도록 하겠다.

2.3. 문자 메시지형 단축 표기
문자 메시지형 단축 표기(text shorthand)에서는 알파벳은 물론 기
호, 숫자, 문장 부호 등이 음차 표기로 활용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 밖에 기호나 부호의 내용을 반영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채택되며, 이
들이 첫 글자 취하기와 결합하여 매우 창의적인 표기 방식을 보여 준다.
이러한 표기의 독창성은 오락성과 유대감 강화의 기능이 훨씬 강조되
어 ‘끼리 문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암호문에 가까운 난해함은 배타적인
성격 또한 갖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2.3.1. 음차 표기
음차 표기는 숫자나 알파벳을 이용하여 소리 나는 대로 읽음으로
써 철자 수를 상당수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알파벳에서 음차 표
기의 활용도가 높은 철자는 C(see), E(ee), I(eye), N(an), R(are),
U(you)가 있으며, 숫자를 통한 음차 표기는 1(one의 발음), 2(too, to),
4(four, for), 8(eight의 발음)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5) a. 2G2BT too good to be true


b. NE(any), NE1(any one)
N1(nice one), SUM1(someone)
c. BIBI bye bye
d. CUL8R(see you later), DV8(deviate), EF4T(effort)
e. f9(fine), cr10(certain), k10(kitten), 4NR(foreigner)

80 새국어생활 제23권 제1호(2013년 봄)


위에서 예로 든 음차 표기는 언뜻 낯설어 보이는 측면이 있는데,
RUOK?(are you OK?), 4ever(forever)와 같은 음차 표기의 간단한 조합
은 인터넷 채팅에서도 선호되어 흔히 쓰이고 있다.

2.3.2. 숫자, 기호 및 문장 부호의 활용


앞의 사례는 숫자를 이용해 음차 표기를 한 경우이다. 숫자는 음차
표기 외에 철자의 수를 세거나 어구의 수를 세는 등 숫자 자체의 의미로
단축표기에 이용되기도 하는데, 흔히 쓰이는 상용구의 경우 이러한 방
식이 쓰인다.

(6) a. 143 I love you(ILY, ILU로도 쓰임): 철자의 수


b. 1432 I love you too
c. A3 anytime, anywhere, anyplace: 어구의 수
d. 9 parent is watching(참고: code 9은 parent is around
를 말함)
99 parent is no longer watching(9의 확장 의미)
e. YY4U too wise for you(two Y’s의 음차 표기)

기호와 문장 부호 역시 음차 표기가 되기도 하고 그 의미가 차용되


기도 한다.

(7) a. NW) no way out(괄호 표시로 막아 ‘출구 없음’이라는 의


미 반영)
b. T+ think posotive(+란 긍정의 의미 반영)
c. Pl& planned(&의 음차 표기)

특집. 매체 변화와 의사소통 81


d. Po$bl possible(철자의 모양 표시)
e. *$ starbucks(*와 $ 부호의 의미를 음차 표기)
f. 2b@ to be at(@의 의미 반영 및 음차 표기)
@TEOTD at the end of the day(@의 의미 반영 및 음차 표기)
g. ?^ hooked up?(기호의 의미 반영)
h. 2be/-2be=? to be or not to be that is a question

말의 내용을 숫자, 철자, 부호 등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단축 표기


를 한 다음과 같은 사례도 있다.

(8) a. PU that stinks!


b. ZZZZ sleeping or bored
c. 411 information(참고: 411은 우리나라의 114 번호에
해당)
d. 511 too much information(411의 확장)
e. ? I have a question

지금까지 살펴본 숫자, 기호, 문장 부호를 통한 다양한 음차 표기,


기호의 내용을 담은 표기 등은 그 일탈의 정도가 문자 규범과는 무관하
여 가히 암호문과 같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러한 표기는 모두 유대
강화와 오락적 동기가 두드러지지만 말소리로 바뀌었을 때 일상어를 그
대로 반영하고 있으므로 그 일탈이 표기에만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82 새국어생활 제23권 제1호(2013년 봄)


3. 영어 통신어와 우리말 통신어의 비교 및 쟁점

지금까지 영어 통신어의 특징으로 속기 단축형, 표기 규범의 경시,


문자 메시지형 단축 표기 등 크게 세 가지를 다루었다. 속기 단축형으
로는 첫 글자 취하기, 모음 생략, 어말 ‧ 어두 자르기를 살펴보았고, 표기
규범의 경시로는 문장 부호, 정자법, 대문자 경시를 예로 들었다. 문자
메시지형 단축 표기로 음차 표기, 숫자 ‧ 기호 ‧ 문장 부호를 활용한 다양
한 표기 방식을 소개하였다. 영어 통신어를 우리말 통신어와 비교하여
살펴보면, 우선 통신어라는 공통적 요인으로 인해 기능적으로 매우 유
사한 특징이 관찰되는 한편, 언어의 구조와 성격, 표기 방식이 다른 별
개의 언어이기에 통신어를 각각의 언어에 수용하는 색다른 양상이 매
우 흥미롭게 나타난다.
먼저 통신어라는 공통적 성격으로 인해 나타나는 경제성을 반영한
쓰기 방식으로 표기의 간략화를 살펴보겠다. 우리말 통신어에서 채택
하는 표기 간략화에는 약자, 약어, 말줄임이 있다. 그러나 우리말 통신
어의 약자는 주로 ‘즐감(즐거운 감상)’, ‘행쇼(행복하십쇼)’ 등 단어나 어
구를 줄이므로 문장 전체까지 광범위하게 대상으로 삼는 영어의 첫 글
자 취하기와 다르다. 영어 통신어의 모음 생략과 유사한 우리말 통신어
의 간략화는 ‘ㅋㄷ(키득)’, ‘ㅎㄷㄷ(후덜덜)’과 같은 첫 자음 취하기가
있는데 영어의 모음 생략이 단어의 복원 가능성이 높은 관계로 그 활용
도가 매우 높은 데 반해 우리말 첫 자음 취하기의 활용은 비교적 제한적
이다. 어두 ‧ 어말 자르기 역시 ‘알바(아르바이트)’, ‘부끄(부끄러워)’, ‘꼽
다(아니꼽다)’, ‘컴(컴퓨터)’ 등 우리말 통신어에서도 자주 사용되는데,
두 언어에서 모두 단어의 사용 빈도수가 높아 복원성이 높은 단어에서
주로 사용된다.

특집. 매체 변화와 의사소통 83


영어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표기 간략화의 일환으로, 우리말에는 ‘맘
(마음)’, ‘멜(메일)’, ‘넘(너무)’ 등의 말줄임 현상이 있다. 말줄임은 우리말
통신어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활용도가 높다는 측면에서 영어 통신어
의 모음 생략에 견줄 수 있는 방식으로 보인다. 어떠한 방식이 보다 편하게
받아들여져 일반적으로 사용되는지는 영어와 우리말이 다르지만 의미나
단어의 복원 가능성이 공통적으로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표기 규범의 경시 역시 경제성을 앞세운 방식인데 우리말의 경우
먼저 띄어쓰기 경시를 들 수 있다. 이는 이어쓰기 방식의 영어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다. 맞춤법 경시는 ‘모해요(뭐해요)’, ‘안대(안돼)’,
‘바요(봐요)’와 같이 이중 모음을 단모음화하거나, ‘잇어요(있어요)’, ‘업
어요(없어요)’ 등과 같이 이중 자음의 받침을 단자음화하는 방식인데,
이러한 표기는 통신어상의 맞춤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일반
적으로 쓰이고 있다. 정자법 경시는 영어 통신어에도 나타나지만 우리
말 통신어의 경우와 같이 폭넓게 쓰이지는 않는다.
연음을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거나, 여기에 말줄임을 덧붙이는 이
중 간략화도 우리말 통신어에 자리 잡은 방식이다. 예를 들어 ‘추카(축
하)’, ‘재섭서(재수없어)’, ‘글쵸(그렇죠)’, ‘어케(어떻게)’ 등인데, 연음을
소리 나는 대로 반영한 표기 규범의 경시는 영어 통신어에서 관찰되는
표기 규범의 경시와 비교했을 때, 그 파장이 글말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는 여지를 훨씬 더 크게 남긴다.
경제성보다는 오락성이 더 두드러진 문자 메시지형 단축 표기 역
시 우리말 통신어에서도 활용되는데, ‘1004(천사)’, ‘20000(이만)’, ‘드러
50쇼(들어오십쇼)’, ‘10C미(열심히)’, ‘R겠G(알겠지)’ 등을 예로 들 수 있
다. 이렇게 한글, 숫자, 알파벳의 조화로 만들어지는 음차 표기를 활용
한 통신어는 수학 공식처럼 보이는 표기는 물론 ‘아햏햏’, ‘뷁’과 같은 특

84 새국어생활 제23권 제1호(2013년 봄)


이한 글자 조합까지 불사하며 한때 젊은 층에서 경쟁적, 창의적으로 만
들어져 외계어라고까지 불리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그 위세가 한풀 꺾
인 감이 있다. 영어 통신어에서도 ‘lɛɛt(leet로 읽힘) 문자’라고 일컫는
극단적인 단축 표기가 있지만 우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에
서 한정적으로 사용될 뿐이다.
이제 통신어의 또 하나의 기능인 현장성을 영어와 우리말 통신어
에서 살펴보겠다. 현장성은 화자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를 면 대 면 대
화와 유사하게 전달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여기에는 세계 공통어
인 이모티콘이 있다. 표기 방식은 조금씩 달리하지만 웃음( :-), ^^), 슬
픔( :-(, T.T, ㅠ.ㅠ), 화남( :-<, >-<), 혀가 꼬임(:-&) 등 다양한 조합이
현장의 감정을 나타낸다. 통신어 특유의 감정 전달은 영어에서는 이모
티콘의 사용 외에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화가 났을 때 대문자를 사용하
여 표현하는 정도이다.
우리말 통신어의 경우 감정 표현 방식이 영어에 비해 매우 다양하
게 나타난다. 의도적이며 적극적인 언어유희가 가능하여 ‘자야게떠여
(자야겠어요)’, ‘안아줄꼬얍(안아줄꺼야)’, ‘알겠씀다(알겠습니다)’, ‘만
나자요(만나자)’, ‘기쁘져?(기쁘지요?)’, ‘어디갔쥐?(어디갔지?)’, ‘조하
용(좋아요)’ 등과 같은 어미 변형, ‘완죤(완전)’, ‘언능(얼른)’과 같은 모
음 또는 자음 변형, ‘여러부운(여러분)’과 같은 음절 늘리기, ‘옵빠(오
빠)’, ‘쵝오(최고)’, ‘뉴구(누구)’와 같은 자음 ‧ 모음 더하기 등을 통해 오
락적 기능이나 심리 해방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화자의 미묘한 감
정을 전달하는 다양한 말놀이가 세대를 아우르며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갔는디유(갔는데요)’, ‘그라지 마소(그러지 마세
요)’ 등 사투리의 사용이 친근감을 유도하는 장치로 활발히 채택되고 있
다. 영어 통신어의 경우 음절 늘리기나 자음 더하기와 같이 경제성을

특집. 매체 변화와 의사소통 85


희생시키며 오락성이나 유대감을 앞세운 표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통신어 특유의 이러한 말의 유희는 우리말의 어미 활용이 풍부하
고 자유로우며, 한글이 소리 표기와 모아쓰기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며, 문자를 이용한 의사소통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
장성과 감정 전달의 한계를 최대한 극복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또한 여타 언어가 쉽게 활용하거나 흉내 낼 수 없는, 통신어 시대에 부
각된 한국어의 우수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본고를 마무리하기 전에 영어와 우리말 통신어의 쟁점을 표준 입말
과 글말에 대한 영향력을 중심으로 짚어 보기로 한다. 먼저 입말에 대한
영향력으로 단축 표기가 어떻게 읽히는가의 문제이다. 영어 통신어의
경우, 단축 표기가 아무리 타수를 줄인 것이라고 해도 이를 읽을 때는 정
상적인 입말로 읽힌다. 즉, 표기 방식만 달리할 뿐 입말을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하여 입말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는 영어 통신
어의 ‘안정적’인 장점이지만, 동시에 새 시대에 새롭게 대두된 통신어가
입말의 지평을 넓혀 줄 여지를 크게 남겨 놓지는 않는다. 한편 단축 표기
라고는 하지만,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일반적인 표기로 쓰인 글
을 읽을 때에 비해서 그 속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문자 메시
지형 단축 표기를 많이 사용하는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도 해당되는 사실
로, 영어 통신어에 관련된 많은 연구 결과에서 이미 보고된 바 있다. 다
시 말해서 단축 표기가 ‘화자’에게는 경제적일 수 있지만, ‘청자’에게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영어 통신어의 한계점이라는 측면이다. 소리
글인 우리말 통신어의 경우 약자, 말줄임 등과 같은 단축 표기를 읽는 데
시간이 더 걸리지 않으므로 ‘화자’와 ‘청자’에게 모두 경제성의 혜택을 주
는 반면, 단축 표기가 쓰인 그대로 읽히기 때문에 입말과의 관계가 유기
적이다. 이는 언어생활을 보다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지만 동

86 새국어생활 제23권 제1호(2013년 봄)


시에 보다 혼란스럽게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하는 대목이다.
둘째로 통신어가 대두된 이래 중심적인 화두로 부상한 글말에 대
한 영향력 문제이다. 다양하고 미묘한 감정 표기로 현장성을 강화할 수
있는 우리말 통신어는 양날의 검과 같아서 큰 득이 될 수 있는 한편 독
이 될 여지 또한 남긴다. 이는 우리말의 표기 일탈이 말소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 표준 어법을 지키지 않고 있으므로 글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학생들의 맞춤법 오용
실태를 보면 통신어의 영향이 다분히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고, 그 정도의 심각성이 바른 언어생활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되고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반해서 영
어 통신어의 경우는 극단적인 음차 표기라 할지라도 표기만이 새로울
뿐, 표준 글말에 주는 영향은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연구 보고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행해진 10세에서 12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통신어에 활발히 노출된 어린이들이 그렇지 않은 어린
이들에 비해 읽기 능력이 오히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통신어 사용과
읽기 능력의 상관관계를 긍정적인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
를 정확한 스펠링 습득과 연결하고 있지는 않지만, 문자 메시지에서 사
용되는 여러 가지 기제가 음운론적인 자각(phonological awareness)
을 증진시켜 읽기 능력의 향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맞춤법 또는 정자법은 언어의 보수성과 그 변화를 적절히 수용할
때 과거와 현재가 함께 숨 쉬는 가교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그 말을 사용
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스런 족쇄가 되지 않을 것이다. 통신어가 입말과
글말에 모두 영향력을 행사하는 우리말의 경우, 어느 정도가 ‘적절한 수
용’이 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얻고자 고찰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남겨
진 숙제일 것이다.

특집. 매체 변화와 의사소통 87


참고 사이트

영어 관련 사이트
www.espn.com
www.cnn.com
www.bbc.co.uk
www.netlingo.com
www.webopedia.com
www.txtdrop.com/abbreviations.php

한국어 관련 사이트
www.daum.net
www.idoo.net
www.hanguel.pe.kr
www.imbc.com

88 새국어생활 제23권 제1호(2013년 봄)

You might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