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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와 주관적 안녕감

2023123307

경영학과 서가은

더 나은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누군가는 ‘용기’라고


답하고, 누군가는 ‘정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을 언급하기에 앞서 먼저 되돌아볼
사항이 하나 있다. 우리는 과연 타인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는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나 『정의란 무엇인가』 등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도서만 봐도 세계가 얼마나
잔인한 불평등 구조에 처해있는지 우리는 충분히 알 수 있다. 별생각 없이 남기는 음식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하루를 꼬박 일해도 구하지 못할 식량이 되고, 명품 가방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미납된 병원비를 충당할 금액이 된다.

전 인류가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해결하려 나서는 이는 극히


드물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시간과 돈으로 직접 누릴 수
있는 행복이 다른 이들을 도와줌으로써 줄어든다고 생각하기에 우리는 쉽사리 나서지
않는다. 따라서 성숙한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를 고민하기에 앞서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즉,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없이 이타적인 인간을 상정하는 것은 환상에 가까워서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하는 불평등 현상과 괴리를 낳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기적인 인류에게 미래는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인간의 이기심을
인지하는 것은 보다 뚜렷한 시야와 목표를 가지고 더 나은 시민사회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나는 이를 ‘주관적 안녕감’과 연관 지어 설명하고자 한다. 주관적 안녕감과 시민사회의
관계를 통해 배려와 봉사로부터 오는 주관적 안녕감을 통해 우리는 이기적 인간이 어떻게
올바른 시민사회를 만들어 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주관적 안녕감의 정의

주관적 안녕감과 시민사회의 관계를 파악하기에 앞서, 주관적 안녕감의 개념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주관적 안녕감이란 정서적 요인과 인지적 요인을 포함하여 안녕감에 대한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나타내는 개념이다.1 종종 행복과 같은 개념으로 표현되는 주관적
안녕감은 긍정 정서를 많이 경험할수록,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높게
측정된다.

‘이기적 이타주의자’와 시민사회

만일 부와 명예를 쌓는 것만이 주관적 안녕감을 높이는 방법이라면 사회적 약자를


1
최태선, 중년의 물질주의와 자기결정성, 삶의 의미, 주관적 안녕감의 구조적 관계, 대구대학교
대학원 철학박사 학위논문, 2021, 9 쪽.
배려하는 시민사회 자체가 존재하기 어려울뿐더러, 그러한 배려를 강요하는 것이 개인에게
크나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봉사와 같은 이타적 행위가
개인의 주관적 안녕감을 높여줌을 보여준다. 개인의 이기심과 타인을 위한 이타심이 결코
양자택일의 관계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단적인 예로, 앨런 패닝턴은 자신의 저서 『이기적 이타주의자』에서 개인적 이익을 원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어떻게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오는지 잘 보여준다. 저서에서
언급하는 이기적 이타주의자는 개인적 욕구에 따라 소비하지만 궁극적으로 지구 환경을
보존하고 노동자들의 이윤을 보장한다.2 해당 개념은 비록 소비 행위에만 국한되었지만,
주관적 안녕감을 구성하는 요소에 공동체 전체를 위한 이타심이 포함됨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 시간과 주관적 안녕감의 관계를 직접 분석하여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낸 연구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노인의 적절한 자원봉사활동 참여는 (연평균 약 100
시간) 봉사활동을 하지 않을 때에 비해 우울감을 낮추고, 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3 그러나 봉사 참여 시간이 700 시간 이상으로 과도하게 많아지면 우울감이 높아지고
생활 만족도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즉, 자원봉사 시간과 주관적 안녕감 사이에는 U 자형의
관계가 성립했다. 이러한 비선형적 관계는 봉사가 결코 타인만을 위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이기적 이타주의자’인 인간은 자원봉사를 통해 주관적 안녕감을 높일 수 있지만,
봉사가 타인을 위한 의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삶의 균형을 깨는 무리한 수준이
되어버린다면 결코 건강한 봉사 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시민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자원봉사 활동의 빈도와 주관적 안녕감 사이에서 보이는 비선형적 관계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미래의 교육 방향을 뚜렷하게 제시한다. ‘이기적 이타주의자’
인 우리의 특성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봉사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주관적 안녕감을
구체적으로 인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전까지 시민들이 받던 도덕교육, 봉사 교육은 모두 ‘타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영향력 있는 기부단체의 모금 홍보 영상을 보면 어려운 이들이 힘들어하는
모습, 눈물짓는 모습만 담을 뿐 나눔을 주는 이들의 감정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이러한
형태의 교육은 타인이 가진 고통에 공감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고, 그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우리가 ‘희생’해야 한다는 인식을 형성하기 쉽다. ‘의무’가 되어버린
봉사활동은 시혜적 복지와 다를 바가 없어 ‘연대’로 나아가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 더 많은 봉사가 오가고 소외되는 사람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봉사가 일방적인


희생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식의 변화는 봉사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주관적
안녕감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원봉사로 더 따뜻한
시민사회가 형성되기를 소망한다.
2
앨런 패닝턴, 이기적 이타주의자, 사람의무늬, 2011.
3
정진경. (2011). 노년기 자원봉사 시간과 심리사회적 안녕감의 관계. 한국사회복지학, 63(1), 137-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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