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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 황현민

Music Number

M01 – 기대. (오디션 지원자 All)

M02 – 열정. (극단 단원 All)

M03 – 젃대젃망. (현민 solo)

M04 – 감사. (현민, 친구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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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뮤지컬 오디션 대기 연습실 안.

- 객석 암전 상태.
- 무대 막이 오르기 전 ‘Orchestra(오케스트라)’의 부드러운 선율이
잔잔하게 흐른다.
- 연주의 ‘Climax(클라이맥스)’ 부분에 이르자 무대 막, 힘차게 올라
간다.

M01. 기대 (오디션 지원자 All)

- 항상 어색할 수밖에 없는 오디션 장 대기 연습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서로를 견제하며 오디션 지원자들은 몸풀기에 정신 없다.
- 다섯 명의 여자 지원자들(이후 ‘여자’), 몸풀기는 뒷전이고 여유를
부리며 수다 떨기에 한창이다.

여자 1 (깜짝 놀라며) 어머 저 남자 ‘지킬 엔 하이드’ 주인공(이후 ‘남


자 1’) 아니니?
여자들 (두리번거리며) 어디 어디?

- 나머지 네 명 여자들,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남자 1을 찾는다.


- 남자 1을 발견한 네 명 여자들, 각자 오버하는 제스처를 한다.

여자들 (호들갑) 우와~~ 맞아 맞아!


여자 2 작년에 끝난 그 ‘지킬 엔 하이드’ 주인공...... 정말 부티 그 자체다!
여자 3 저 뽀얀 피부 선명한 쇄골 뼈 떡 벌어진 어깨하며.
여자 1 (빠져들며) 쟨 내가 찜 했어......
여자 2 (빠져들며) 아니야 내 거야!
여자들 (다툼) 아니야 내 거다! 아니야 내 거야~~~~~

- 다섯 명 여자들, 무언가에 홀린 몽유병 환자처럼 남자 1에게 끌려


간다.
- 잠시 후 몸을 풀던 남자 1, 다섯 명 여자들을 의식이라도 한 듯
힐끗 쳐다본다.
- 눈이 마주친 다섯 명 여자들, 당황하며 멈칫한다.
- 애써 당황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딴 청을 피우는 다섯 명
여자들,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버린다.
- 뒤늦게 등장하는 주인공 현민, 찾는 사람이 있는 듯 주위를 둘러
본다. 곧 친구 경준을 발견한다.
-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경준의 어깨를 ‘툭’ 치는 현민.

현민 (겸언쩍은듯 웃으며)미안해~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


경준 (시무룩) 아니야. 옷부터 갈아 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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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 (미소) 늦어서 삐쳤구나? (보란 듯이) 이럴 줄 알고 속에 입고 왔지
롱.
경준 하여간 잔 머리는...... (머리를 절래 절래 흔든다)
현민 (앉으며) 언제 시작한대?
경준 (귀찮은 듯) 아이~ 몰라! 언제 댁이 그런 것 신경 쓰셨어요?
현민 (딴청을 부리며) 어디 보자. 이번엔 누가 왔나?

- 현민, 대기 연습실에 있는 지원자들을 한번 둘러본다.


- 흩어졌던 다섯 명 여자들, 다시 한 곳에 모인다. 아직도 남자 1에
게 시선을 못 뗀다.
- 다섯 명 여자들 옆에 서있던 한 남자 지원자(이후 남자 2), 갑자
기 큰 목소리로 발성 연습을 한다.

남자 2 아! 아! 아! 아~~~~~
여자 1 (쳐다보며) 아이고 참 꼭 연기 못하는 애들이 저래요.
여자 2 누가 아니 라니?
여자 3 어디를 가든지 꼭 저런 애들이 있어요….
- 다섯 명 여자들, 남자 2를 무시한 채 동시에 남자 1에게 다시 따
스한 시선을 보낸다.
- 남자 2, 이번에는 옆에서 더 큰 소리로 대사 연습을 시작한다.

남자 2 (큰 소리로)오 나의 줄리엣!!!
여자들 (깜짝 놀라며 짜증을 낸다) 아이 깜짝이야!

- 짜증스럽게 계속 남자 2를 아래위로 훑어 보는 다섯 명 여자들.


- 한편 몇 명의 남자 지원자들, 발레 ‘Turn(턴)’을 도는 경쟁이 붙었
다.
- 한 남자가 ‘Turn(턴)’ 2바퀴를 돌면 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Turn(턴)’ 3바퀴를 성공시키고 잘난 척 하며 주위에 있던 지원자
들의 기를 죽인다.
- 대기실에 있는 모든 지원자들이 이들을 주목하여 부러운 눈빛으
로 지켜본다.
- 남자 1, 이들 두 명 사이에 끼어 들더니 보란 듯이 ‘Turn(턴)’ 5바
퀴를 성공시킨 뒤 멋진 마무리 포즈까지 보여준다.
- 이를 지켜 보던 나머지 지원자들, 어느새 기가 죽어 대기 연습실
가운데 중앙 자리를 슬그머니 이들에게 비켜주고는 주변 가장자리
로 쫓겨난 듯 초라하게 앉는다.
- ‘Turn(턴)’을 돌던 몇 명의 남자 지원자들, 이제는 오디션과 상관
없는 고난위도 발레 점프테크닉 동작까지 하며 기 죽이기 경쟁이
과열 된다.
- 경쟁도 잠시, 대기 연습실 문을 열고 바쁜 걸음으로 등장하는 오
디션 여자 진행자(이후 ‘진행자’), 큰 소리로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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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짜증) 자 여기 좀 주목해 주세요! 아직 자유안무 음악CD 제출 안
하신 분 이쪽으로 빨리 내주세요. 이제 곧 마감이에요. 그리고….

- 갑자기 말을 멈추는 진행자, 전체 지원자들을 한번 둘러본다.


- 지원자들 반응이 없음을 느끼자 더욱 크게 외친다.

진행자 자 여기 좀 잠시만 주목해 주세요! 이따가 연기하고 보컬 오디션 때


는 신발 벗고 들어가시는 거 아시죠?

- 모든 지원자들, 못마땅한 표정으로 웅성거리며 불만을 표시한다.


- 어떤 여자 지원자는 반항이라도 하듯 다소 오버하여 신발에서 키
높이 깔 창을 빼 던져 버린다.

진행자 그럼 10분 후부터 오디션을 시작할 거구요. 오디션에 앞서 대기 장


소를 옆방으로 옮기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지원자들, 불만의 탄성을 지르지만 곧 진행자의 말을 순순히 따른


다.
- 지원자 중 한 명이 궁 시렁 거린다.

여자 1 (큰 목소리로)아니 똥개 훈련시키나! 이럴 거면 처음부터 옆방으로


모이라고 하던
가! (주위를 둘러본다)

- 자신의 말에 지원자들이 쥐 죽은 듯 조용하다. 동조를 안 해주자


곧 바로 눈치를 살피며 자신의 입을 틀어 막는 여자 1.

진행자 (뒤돌아서며) 참! 개인 짐들을 모두 챙기시고 정숙을 유지하면서 저


를 따라오세요.

- 지원자들, 신속하게 가방과 옷가지들을 들고 허겁지겁 진행자를


쫓아간다.
- 뒤따라가는 현민, 점퍼를 떨어뜨린 지 모르고 그냥 간다.
- 경준, 떨어트린 현민의 점퍼를 줍는다.

경준 현민아! 이거 네 꺼 아니야?
현민 (건네 받으며) 앗 고마워.
현민 (혼잣말) 오늘 어째……

- 현민, 불길한 예감이 드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친구 경준과 함


께 허둥지둥 퇴장한다.
- 무대 조명, 서서히 암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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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2시간 경과)

<2장> 뮤지컬 오디션 보컬 시험장 안.

- 무대, 서서히 조명이 들어온다.


- 오디션 심사위원 3명, 지친 듯 하품을 하는 둥 긴장 없이 의자
에 앉아있다.

심사위원 1 (물 마시며) 점심을 좀 짜게 먹었나? 계속 물만 먹히네.


심사위원 2 오늘은 몇 시쯤 끝날 것 같습니까? 어제와 비슷하면 또 밤 10시
인 데…. 이러다 날새겠네.
심사위원 3 (기지개를 켠 후) 그거야 모르지요. 아직까지 쓸모 있는 애가 없
으니 이거야 원~~
심사위원 2 자자!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요? (입을 굳게 다물며) 제발 오늘 안
에 끝나야 하는데…. 한 놈만 걸려다오.
심사위원 3 들어오라고 하세요!

- 진행자, 첫 번째 지원자를 들여보낸다.


- 첫 번째 여자 지원자 등장. 뮤지컬 ‘미스 사이공’ 중 ‘I’d give
my life for you’를 열창한다.
- 심사위원들, 별 반응 없다. 각자 딴 짓을 하고 있다.
- 노래 중간에 종을 ‘땡’하고 치며 냉정하게 노래를 끊는다.

심사위원 1 (건성으로 쳐다보지도 않고)수고했어요. 다음!

- 두 번째 남자 지원자 (이후 ‘지원자 1’)가 들어온다.


- 지원자 1, 뮤지컬 ‘지킬 엔 하이드’ 중 ‘This is the moment’를
부른다.
- 심사위원들, 역시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 끝까지 들어 보지도 않고 또 종을 ‘땡’ 치며 노래를 끊는다.
- 지원자 1, 혼잣말로 탄식한다.

지원자 1 (억센 목포 사투리) 웜메~~~~ 다음 건 기찬건디….

- 지원자 1, 자신의 머리를 쥐어짜며 퇴장한다.


- 드디어 현민이가 등장한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 현민, 노래 첫 소절을 부르기 시작한다.
- 노래 두 번째 소절이 끝나기도 전에 심사위원, 종을 ‘땡’ 치며
노래를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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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 현민, 황당해 하며 심사위원들을 보는 현민. 울화통이 터지지만


끝까지 겸손한 자세로 예의를 지키려 한다.

심사위원 3 (건성) 잘 들었고요. 음…. 특기가 발레라고 써 있네요?


현민 네 그렇습니다.

- 애써 태연하게 표정 관리하는 현민. 자신감 있게 답변을 시작한


다.

현민 근데 많이 한 것은 아니고요. 어렸을 때….


심사위원 3 (단호하게 말을 자른다) 예! 알겠습니다. 네 다음!
현민 네? 아직 보여드릴게 더 있는데….

- 현민, 후회스러움과 허무함이 깃든 복잡한 심정으로 문을 향해


걸어 나온다.
- 심사위원들을 비추고 있던 무대 조명, 서서히 암전된다.
- 현민, 걸어 나올 때 진행자의 말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진행자 (NA) 다음 157번 158번... (잠시 멈춤) 160번 준비하세요!

- 진행자,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

진행자 (NA) 네, 159번은 오늘 안 왔어요. 다음 161번 162번 163번......

- 진행자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 진다.


- 무대 뒤 ‘영상 스크린’에 길가 버스 정류장 배경 영상이 나온다.
- 어느덧 현민은 밖으로 나와 버스 정류장에 멍하니 우두커니 서
있다.
- 무대 뒤 ‘영상 스크린’에 길 거리 전경 영상이 나온다.
- 자동차 소음 소리가 들린다. (효과음)

<3장> 버스 정류장.

- 무대 PIN 조명을 받고 서있는 현민. 표정 없이 버스 오는 쪽을


살펴보고는 버스가 안 오자 초점 없이 앞을 바라보고 있다.
- 한동안 멍하니 서있던 현민, 그런데 멀리 있는 무언가가 눈에 잡
힌다.
- 현민의 시선은 길 건너편에 있는 어떤 어린 꼬마 아이 2명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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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되어있다.
- 덩치가 비교적 큰 남자 아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 그 남자 아이의 앞에는 훨씬 왜소한 체격의 남자아이가 울고 있
다. 아이는 계속 해서 무언가를 달라고 보챈다.
- 아이들 쪽으로 다가가는 현민.
-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아이들의 대화가 또렷이 들린다.
- 현민, 덩치 큰 남자아이 뒤에 잠시 서서 상황을 예의주시 한다.

아이 1 (훌쩍이며) 이제 그만 돌려줘.
아이 2 (대답 않고 계속해서 축구공을 땅에 튕기고 있다)
아이 1 줘….
아이 2 (겁을 주며) 아 좀! 놀고 준다잖아!
아이 1 (울면서) 싫어...
아이 2 (아이의 손짓을 요리조리 피하며 놀린다) 싫어~ 싫어~ 싫어~
아이 1 (큰 울음을 터트린다)

- 현민, 갑자기 아이 1의 신세가 힘없는 자신의 신세와 똑같다는 생


각이 들어 울컥한다. 마치 아이 2가 자신에게 기회를 줄 듯 줄 듯
놀리는 이 더러운 세상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민 (아이2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이놈의 시


끼 너 이 공 얘 거지. 얘 꺼 맞지?

- 현민, 거칠게 공을 뺏어 아이 1의 품에 안겨준다.


- 그러나 아이 1의 눈빛은 고마움의 눈 빛이 아니다.

아이1 (울음 그치며 의아한 듯) 아저씨는 누구세요?

- 아이 1, 아이 2의 팔을 잡아 당겨 자기 쪽으로 가까이 오게 한다.


- 아이 1.2, 언제 싸웠냐는 듯 사이 좋게 팔짱을 끼고 이상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란히 서서 현민을 바라본다.
- 현민, 왠지 애들이 자길 가지고 논 것 같아 괜스레 화가 난다.
- 아이들에게 화를 낸다.

현민 (화내며) 이 꼬맹이들이 벌써부터 어른을 놀리고 있어. 너네 집 어디


야?
아이 1.2 (동시에) 아저씨 뭐예요?
현민 (잠시 멈칫) 뭐긴 뭐야!
아이 1.2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에요!
현민 뭐? 너희가 지금 말이야…. 어?
- 현민, 생각해보니 정말 자기가 뭐하나 싶다.
- 괜스레 무안해져서 다시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온다.
- 현민은 갑자기 주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한심한 듯 쳐다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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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가 밀려온다.

현민 (혼잣말) “그러게 말이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 BGM 음악이 흐른다.


- 무대 뒤 ‘영상 스크린’에 버스 한 대가 큰 소음을 내며 출발하는
영상이 나온다.
- 무대 조명, 서서히 암전된다.

<4장> 고향집 (과거)

- 무대 조명, 서서히 밝아진다.


- 현민의 대구 고향집이다.
- 아버지는 밥상에 위엄 있게 앉아 신문을 보시고 어머니는 상 차리
기에 분주하다.

현민 (힘없이)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반가운 기색) 어머, 왔니? 배고프지? 어서 앉으렴.
어휴,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니. 밥은 먹고 다니 는 거야?

- 어머니, 현민에게 밥그릇을 놓아주고, 반찬을 챙겨주는 등 지극정성


이다.
- 한참 말없이 밥을 먹던 현민, 어머니에게 말을 꺼낸다.

현민 (밥 한 수저 뜨려다 말고) 저…. 뮤지컬이 하고 싶어졌어요.

- 어머니, 현민이를 쳐다 본 후 다시 아버지 표정을 슬쩍 살핀다.


- 아버지 헛기침하며 애써 모른 척하며 계속 식사만 한다.

현민 (아버지의 동정을 살피고는 들으란 듯) 사람들이 그러는데, 요즘 뮤지


컬이 뜬다나 봐요.
아버지 (나지막한 목소리) 시끄럽다 고마. 씰 때 없는 소리 말고 밥이나 무라.

- 현민, 잠시 멈칫한 후 계속 말한다.

현민 (다소 당황했으나 능청스레)에이! 그러지 마시고, 제가 아버지 피를 물


려받아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춤을 또 잘 췄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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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탁’ 소리를 내며 숟가락을 밥상에 놓는다.
- 어머니, 깜짝 놀란 듯 한숨 쉰다. 둘의 모습을 살핀다.
(또 시작이냐는 듯 아들을 말리는 태도로 손도 내젓는다.)

아버지 (숟가락 내려놓고는 경고의 어조로) 씰 때 없는 소리 말라 했째!

- 아버지, 다시 식사를 하려 숟가락을 든다.

현민 (다소 기죽은 듯하나 단호한 어조로) 저, 이미 마음 먹었어요.

- 아버지, 밥을 입에 넣으려 하다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다시 숟가락


을 내려 놓으며 말한다.

아버지 (날카롭게) 뭐? 요번엔 또 뭔데? 뮤지컬?? 임마. 니 요즘 집안 꼴이 어


떤질 아나?

- 아버지, 무언가 말하려다 잠시 참는다.

아버지 니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노? 뭐 하나 끝까지 진득하게 하는 것 하나


없이 어려서부터 이거하고 싶다고 해서 돈 쳐 들여가 시켜주면 쫌 하
다 관두고, 또 저거 하고 싶다 케서 쌔빠지게 돈 들여가 시켜주면 또
관두고 니 지금 나이가 몇 이노? 니는 안돼!

- 어머니 현민의 모습이 안타까운지 끼어든다.

어머니 아니 여보, 애 말 좀 끝까지 들어봐요. 네?


아버지 들어보긴 뭘 들어 보노. 쟤 그간 하는 짓 보면 뻔하나 안카나. 말이 나
왔으니까 망정이지 니 중학교 땐가 그렇게 땡 깡 부려서 으이?

- 아버지, 갑자기 할 말을 깜박하고 잊어버렸다.

아버지 (울화통이 터진다는 듯 다소 과장되게)그 뭐꼬 그그그그…! 기집애들 하


는 것 그 뭐 꼬?
어머니 발레요?
아버지 맞다! 발렌지 빨렌지 기지베들 하는 거 시켜 놨더니만 콩쿨대회 나간
다 작품비 내야 한다꼬 돈만 쌔리 부어놓고는 결국 관두지 않았나. 지
금까지 니 한테 들어간 돈이 얼만 줄 아나, 으이?

- 현민, 억울하다는 듯 아버지의 말에 대꾸한다.

현민 아니 그때는 다리를 다쳐서 할 수 없이 못하게 된 거구요.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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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말을 ‘뚝’ 자르는 아버지.

아버지 밥이나 므라! 다른 일도 아니고 무슨 맨날 딴 따라만 찾고 있노.


니도 아버지처럼 밤 무대나 서려 그르나!!!

- 어머니와 현민, 아버지의 고함에 경직된다.

아버지 장남이라 카는 놈이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은 전혀 엄꼬 저나


이 되도록 그저 허황된 꿈이나 쫓아 헤 메고 이그 쯧쯧~~ 니는 고마
공무원 시험 쳐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라고 내가 안켔나?

현민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아버지! 저 요번엔 정말 뮤지컬 할거라니까


요!
아버지 뭐? 이 자슥아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세상을 어떻게 사노. 제발 허황된
꿈 좀 버리고 정신 좀 차리라 임마야 쫌!
현민 아니라니까요 아버지...
아버지 됐다. 계속 쓸데없는 소리하면 호적에서 파버릴 줄 알그라.

- 아버지, 어머니에게 경고한다.

아버지 당신! 이 자슥 오늘 이후로 단돈 10원도 주지 마라. 알겠나! 이자슥은


고생을 진탕 해봐야 정신 좀 차릴 끼다. 니 나이가 몇인데 엄마가 슬
쩍 꼽아주는 용돈이나 쓰고 다니나. 남 보기에 쪽 팔리지도 않나? 엄
마 아버지 용돈을 줘도 시원찮을 판에 으이구~~

- 울분을 참지 못하는 현민, 숟가락을 밥상에 ‘탁’ 놓으며 밖으로 뛰쳐


나간다.

민 어찌됐든! 전 이미 마음 정했습니다. 두고 보세요. 보란 듯이 해내고


말 테니까요.

-현민 밖으로 뛰쳐나간다.

어머니 현민아 현민아!

어머니 (원망스러운 듯) 당신은 좀 애하고 이야기 할 때 소리 좀 지르지 마소.

- 아버지, 이번에는 어머니에게 소리를 버럭 지른다.

아버지 내가 소리를 지르고 싶어서 지르나. 맨 쓸데없는 짓거리만 하고 있는


저 놈을 보면 내가 억장이 무너져서 그런다 카이 억장이! 으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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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새끼 하나 있는 것이...

- 아버지, 분을 삭이지 못하는지 씩씩거리며 방에서 나가버린다.

어머니 당신은 또 식사하시다 말고 어디를 가요. 네? 여보!

- 고개를 땅에 떨어뜨리며 한숨을 길게 내쉬는 어머니.


- 현민이가 나간 쪽을 향하여 혼잣말을 하는 어머니.

어머니 아니 애는 이 추운데 어딜 가겠다고. 돈은 있는 거야?

- 무대 조명, 서서히 암전된다.

<5장> 서울행 기차 안 (과거)


20초 동안 ‘Radio Drama <라디오 드라마>’ 효과로 표현한다.

- 객석 및 무대, 암전 상태.
- 기차가 철로를 달리는 효과음이 들린다.
- 기차 객실 문이 열리고 멀리서 이동식 스넥카 직원(이후 ‘직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직원 (NA) 삶은 계란, 김밥, 음료수...


현민 (NA) 아~~ 깜박 잤네. 어? 삶은 계란이나 먹을까?

- 현민, 지갑을 찾으려 가방을 뒤적거리는 효과음이 들린다.

현민 (NA) 어! 이건 뭐지?

- 편지를 펴보는 효과음이 들린다.

현민 (NA) “내 아들 현민이에게!” 어? 이건......

- 그 때 마침 스넥카가 옆으로 지나가고, 현민 급한 듯 스넥카직원을 불


러 세운다.

- 편지를 구겨서 가방을 넣는 효과음이 들린다.


- 지갑에서 지폐를 고르는 효과음이 들린다.

현민 (NA) 어! 아저씨! 여기요. 삶은 계란 하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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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NA) 네, 여기에 있습니다.

- 기차 소리가 점점 커지며 큰 지적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지나가


는 효과음이 들린다.

<6장> 극단 입단 (과거)

- 무대, 서서히 조명이 들어온다.


- 무대에는 William Shakespeare(윌리엄 셰익스피어) 연극 ‘햄릿’
이 공연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극단에서 공연을 코앞에 두고
연습실에서 마지막 드레스 리허설 중 이다.)
- 한창 배우들의 연기가 무르익을 때 극단 실장이 분위기를 깨며
현민을 데리고 등장한다.

실장 자~~~자! 오늘 리허설은 여기까지. 수고했어요! 내일은 바로 극장으


로 모이는 거 알죠? 내일은 각별히 단장님께서 직접 리허설을 챙기
신다니까 신경 좀 다들 쓰고... 그리고 신입단원이 들어왔습니다.
음...

- 현민, 다소 긴장한 듯 서있다.


- 실장, 현민의 이름을 까먹은 듯 잠시 머뭇거리다 물어본다.

실장 이름이?
현민 아, 네, 황현민 입니다.
실장 아! 그래 현민이. 다시 주목. 여기 있는 신입단원 이름은 황현민. 앞
으로 극단생활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친절히 지도해주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퇴근들 하세요.

- 실장, 바쁜 듯 그냥 나가 버린다 (퇴장)


-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몰라 그 자리에 그냥 남아 서있는 현민, 아
무도 신경 써 주질 않는다.
- 이때 나이가 가장 어려 보이는 여자단원, 현민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여자단원 (퉁명스럽게) 이름이 뭐라고요?


현민 네, 황현민 입니다.
여자단원 (딱딱한 군대어조로) 내 얘기 잘 듣기 바랍니다. 이 곳에서는 나이란
숫자에 불과합니다. 극단에 들어온 이상 오직 짬밥 순서대로지. 뭐라
고요?
현민 (얼떨결에 대답한다) 짬밥 순서대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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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단원 그러므로 이제부터 나는 당신에게 말을 놔도 되고 고로 당신은 나에
게 이 시각부터 정중하게 선배님이라 불러야 된다는 사실. 알겠지!
현민 !
여자단원 (그간 군대어조를 풀고 비아냥대며) 꼬우면 말하고?
현민 아, 아닙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자단원 (다시 군대어조)열심히 하면 되나. 잘해야지!
현민 네, 잘하겠습니다.
여자단원 잘하면 되나. 캐스팅이 돼야지!
현민 !?

- 여자단원,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여자단원 저 분 보이지?
현민 (두리 번 거리다) 어디......
여자단원 (짜증) 저기 저분 안보여?
현민 (무조건)보..보입니다!
여자단원 저기 있는 분이 우리 극단 ‘왕고’ 되시는 분이야.
현민 ?
여자단원 일명 ‘신의 아들’ 이시지.
현민 네? 신의 아들이요? 아~~~ 연기를 그렇게 잘하세요?
여자단원 아니, 저 선배님은 말이야.
우리 극단에 저 선배 때문에 운 여자가 한 둘이 아닌데, 그렇다고
저 선배가 찝쩍댔다고는 아무도 말을 못해. 즉! 심증은 있는데 물증
이 없다는 거지!
현민 (뒤늦게 오버하며 애써 맞장구 치며)아! 그래서 ‘신의 아들’ 이시구
나~
여자단원 그렇지~! (감동) 캬~~ 며느리도 절대 모른다는 거야.
그 정도로 철저하게 작업 하신 거지~
. (감동에 취해있다가 다시 태도 바꾸며) 음흠! 그래서 하는 말인데,
극단 내에서 연애 질 하다 걸리는 날엔?
현민 (궁금한 듯 눈 크게 뜬다.)
여자단원 (목 잘리는 연기를 하며) 끝장이다 이거야. 알겠냐?
현민 네! 명심하겠습니다.
여자단원 하려면?
현민 (조그맣게) 하려면?
여자단원 걸리질 말 던가! 참고로! 나는 임자 있다. (잘난척한다.)

- 말 끝내기가 무섭게 여자단원, 들고 있던 물걸레 자루를 현민의 손에


강제로 떠 넘긴다.

여자단원 자 뭐해? 닦아.


현민 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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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단원, 목에 힘주며 걸어간다.
- 고참 선배로 보이는 사람에게 접근하여 아부하며 어깨를 주
무르며 비위를 맞추는 여자단원.
- 현민, 어이 없다는 듯 흘겨보며 입을 삐쭉 거리 고는 바닥 물 걸
레질을 시작한다. 그러나 왠지 어설퍼 보인다.
- 현민은 대사 연습에 열중하는 선배 주위를 자꾸 얼쩡대며 물 걸
레질을 한다.

남자단원 야! 너 막내.
현민 네?
남자단원 신경 거슬리게 자꾸 앞에서 얼쩡거릴래?
현민 !
남자단원 (귀찮다는 듯) 그냥 나가 있어.
현민 ?
남자단원 나가 있으라고!
현민 !?
남자단원 나가있으라는 말 안 들려?
현민 (정신차리며) 네? 아, 네!

- 현민, 허겁지겁 도망가듯 뛰어 나가다 옆에 있던 물통을 차고 엎


어져 함께 뒹군다.

현민 (당황하며 횡설수설한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 아니... 잘 하겠습


니다!

- 현민, 뛰어나간다 (퇴장)


- 극단 선배들, 어설픈 현민의 행동에 한바탕 웃는다.

남자단원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M02. 열정 (극단 단원 All)

- 노래와 춤이 끝나자 무대 조명 CUT OUT 된다.

<7장> 아침, 현민의 방.

- BGM 음악이 흐른다.


- 무대 조명, 서서히 들어와 현민의 침대를 비춘다.
-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 효과음이 나온다.
- 이삿짐 BOX들이 여기 저기 쌓여있는 현민의 방. 현민이는 곧 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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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깰 듯 뒤척인다.

현민 (NA) 아~~ 벌써 아침이네.

- 현민, 순간 번뜩거리며 생각이 난다.

현민 (NA) 어휴, 늦었잖아!

현민 (NA) 맞다. 버스 카드 충전도 해야 하는데.

- 현민, 그제서야 비로서 차비가 없음을 깨달았다.

현민 (NA) 가만 있어보자. 돈이 얼마나 남았지?


허… 300원밖에 없단 말야?

- 현민, 순간적으로 만감이 교차며 출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생


각 한다.

현민 (NA) 아이씨~ 걸어갈 거리도 아니고, 아우 큰일났네

- 현민, 머리에서 쥐가 날 것 같다.

현민 (NA) 일 났네. 입단 둘째 날부터. 하~~ (한숨)

- 갑자기 현민은 마음을 가라 앉히고 차분하게 주문을 걸 듯 말한다.

현민 (NA) (포기한 듯) 아 몰라! 더자! 넌 아직 눈 안 떴어 자라, 더 자라. 너


는 지금 자고 있는 거야 그래 눈을 뜨면 안돼. 아주 깊은 잠을......
아니다 아니다 차라리 아파라! 너는 지금 아파 아주 많이 아파 그래서
넌 오늘 출근을 못해.

- 현민, 자신을 타이르듯 자분 하게 계속 주문을 걸 듯 말한다.

현민 (NA)나는 아프다......아프다. 그래 아프다……

- 현민, 갑자기 자기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져 가슴이 아프고 서럽다.

현민 (NA)하~~ 이게 뭔 짓이냐. 진짜 어휴… (슬픈 한숨)

- 현민이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 순간 눈물은 현민의 귓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귀에서 ‘윙’ 소리가 나
며 코끝이 ‘찡’ 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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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 (NA) 울면 안돼 황현민. 울면 안돼. 어후! 진짜 청승맞게!

- 현민, 고요히 서럽게 운다.


- 조용히 이불로 얼굴을 덮는 현민.
- 계속해서 현민의 이불이 들썩거린다.
- 이때 슬픈 적막을 깨며 현민의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 천천히 얼굴에서 이불을 내리고 발신자를 확인하는 현민.

현민 (NA) 어?! 엄마..? 이 시간에 뭔 일이지….

- 잠시 고민 후 그냥 핸드폰을 이불에 던져버리고 누워버리는 현민.


- 계속 울리는 현민의 핸드폰.

현민 (NA) 아후…… 또 안 받으면 엄청 걱정할 텐데.

- 현민, 상체를 일으켜 세워 목청을 급하게 푼다. 긴 심호흡을 한 뒤


잠이 덜 깬 목소리 연기로 전화를 받는다.
- 무대 반대편 PIN 조명, 서서히 들어온다.
- 무대에는 현민의 고향집 안방이 보인다. 현민의 어머니, 집 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다.

현민 (헛기침 몇 번 하며, 급히 목을 푼다.) 네......네!


어머니 현민이니?

- 어머니 목소리를 들은 현민, 감정이 울컥한다. 헛기침을 하며 애써


눈물을 참으려 한다.

현민 네……네 말씀하세요 엄마.


어머니 (깜짝 놀라며) 너 목소리가 왜 그러니?

- 현민, 내 마음을 항상 알아주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니 다시 한번


감정이 울컥한다.

현민 아니.
어머니 너 무슨 일 있구나?

- 감정을 끝까지 억누르며 태연하게 대답하는 현민.

현민 아니야. 무슨 일은!
어머니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귀신을 속여도 이 엄마는 못 속인다.
척 하면 알지 너를 몇 년 키웠는데. 무슨 일 이야?
현민 (버럭 화를 내며)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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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그~~~ 그나저나 밥은 먹었고?

- 현민, 계속 거짓말을 하며 횡설수설 한다.

현민 아니, 어제 극단에서 연습을 너무 많이 했는지 아침이라 그런지 목이


좀 가라 앉네. 극단 선배님들도 정말 잘해 주시고......

어머니 현민아 방금 전에 50만원 부쳤다.

- 현민, 순간 만감이 교차한다.

현민 뭐?
어머니 딴 데 쓰지 말고 일단 먹고 싶은 것부터 사먹어. 엄마가 며칠 있다가
다시 돈 부칠게.
현민 아니, 엄마는 무슨 돈이야. 집안도 어렵다면서!
어머니 현민아. 그게 있지......
현민 나 돈 있다고. 엄마는 왜 자꾸 쓸데 없는 짓을 하냐고.
어머니 그래 그래 알겠다 알겠어. 현민아 괜찮으니까 어려울 땐 꼭 전화해. 응?
괜히 고생하지 말고, 네 용돈 정도는 어떻게 서든 구해서 보내 줄 테
니까 알겠지?

현민 아이 몰라. 끊어!

- 현민, 전화를 그냥 끊어버린다.


- 현민의 어머니는 수화기를 붙잡고 계속 현민이를 불러댄다.

어머니 현민아 현민아! 여보세요?

- 현민의 어머니를 비추고 있던 무대 PIN 조명, 서서히 암전된다.


- 현민, 흥분을 가라앉힌 후 긴 한숨을 내쉰다.
- 현민은 곧 어머니한테 미안함을 느끼며 후회한다.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긁기도 하면서 후회를 나타낸다.)
어머니의 마음을 알면서도 통화만 하면 자꾸 짜증만 내는
자신에게 화가 난다.

현민 (혼잣말) 미안해…… 엄마.

- 잠시 고개를 떨구고 있던 현민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현민 (손바닥으로 얼굴을 치며 정신차린다) 그래! 황현민! 정신차리자. 엄마


를 생각해서라도 너 정신차려야 돼.
당장 발레레슨부터 등록하자. 그 동안 너무 쉬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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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조명, 서서히 암전된다.

<8장> 발레 교습소 안.

- 무대, 암전 상태.
- 발레 ‘백조의 호수’ 음악이 흐른다.
- 무대 조명, 서서히 들어온다.
- 무대 뒤 영상 스크린에는 고풍스러운 유럽식 건축 양식으로 잘
지어진 발레 연습실 내부가 보인다.
- 무대에는 발레리나의 상징인 발레스커트 ‘TUTU’를 입은 여자
학원 생들과 멋진 남자 학원 생들이 우아한 몸짓으로 ‘Bar’에
다리를 올려 놓고 스트레칭 몸풀기를 하고 있다.
- 잠시 후 갑자기 호들갑스럽게 현민의 친구 경준이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경준 야야야~~ 애들아~~~~~

- 경준, 숨 가쁘게 뛰어 들어온다.


- 모든 학원 생들, 경준을 빤히 쳐다본다.

경준 야, 니네 이 춤 알아?

- 경준, 트롯 가수 박상철의 ‘무조건’을 부르며 막 춤을 추기 시작


한다.

경준 (노래와 춤을 추며)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 현민, 갑자기 춤추고 있는 경준에게 다가가 자신 있게 말한다.

현민 야야~ 그걸 그렇게 추냐? 이거 봐봐,


형님이 좀 보여줘야 되겠구먼.

- 현민과 경준, 신나게 각자 노래를 부르며 흥겹게 막 춤을 추기


시작한다.

현민. 경준 One, Two, Three, Four! (노래와 춤을 추며)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 현민과 경준의 노래 한 소절이 끝남과 동시에 무대에는 ‘무조건’


노래가 흘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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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의 연습생들, 처음에는 다소 주저하다가, 곧이어 현민, 경준
과 함께 미친 듯 신명 나게 노래를 부르며 막 춤을 춘다.
* 기존의 우아한 모습의 발레 이미지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는 것이 중요하다.
- 발레 연습실,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변한다.

학원 생들 (환호성) 캭~~~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 우아함 이라는 모습과는 거리가 먼 발레리나들.


- 분위기 점점 고조된다.

학원 생들 (노래와 춤을 추며) “무조건 달려갈 꺼야. 짜 짜라 짜라 짠!


짠! 짠!”

- 발레의 차렷 자세인 ‘에뽈망’ 부동자세를 취하며 끝을 내는 모


든 학원 생들. 군인 같은 일체감이 있다.
- 잠시 적막을 깨고 어디선가 짜증스러운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 무슨 이유에선지 분을 못 이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등장하는
발레 선생님.

발레선생님 어머 세상에 세상에. 아니 도대체 발레를 뭘로 보고. 어휴~~ 지들


이 지들이 예술을 알아?

- 발레선생님, 계속 씩씩거린다.

이아라 학생 (얼떨결에 손들며) 네?

- 대답 소리를 들은 발레선생님, 그제 서야 정신을 차린다.


- 순간적으로 상황판단을 하는 발레선생님. 모든 학원 생들이 지
금까지의 자신에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알아 차린다.
-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발레선생님은 뻔뻔하고 태연하
게 행동을 한다.
- 발레선생님은 과장된 우아한 말투로 바꾸어 말을 계속한다.

발레선생님 좋은 아침이에요!

- 발레선생님, 기분 좋고 활기차게 모든 학생들에게 인사한다.


- 연습실을 걸어 다니며 학원 생들과 인사를 나누는 발레선생님.

발레선생님 오늘도 우아한 모습으로 다들 잘 준비하고 있군요. 좋아요. 수업


시작하겠어요.

- 학원 생들, 자연스럽게 열중쉬어 부동자세로 선생님께 집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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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 발레선생님, 발레수업 중 첫 번째 연습인 ‘Bar Practice’ 시범을
보인다.

발레선생님 먼저 ‘Plies (플리에)’

- 말투나 말의 억양을 매우 교양 있게 하려 애쓰는 발레선생님.

발레선생님 1번 포지션.

- 발레선생님, 특유의 과장된 발레 팔 동작인 ‘뽀르 드 브라


(Port de Bras)를 한다.
- 모든 학원 생들, 과장된 선생님의 모습에 ‘키득 키득’ 웃는다.

발레선생님 Demy Pile, Demy Pile, Grand Pile, Port de Bras Deviant, and
Derriere, and Enablement, Sat~~~y.
(더미 플리에, 드미 플리에, 그랑 플리에, 뽀르드브라 드방, 엔드
데리에르, 엔드 에뽈망. 스테~~~이)

- 발레선생님, 마지막 말끝을 과장되게 매우 길게 늘린다.


- 학원 생들, 재미있다는 듯 선생님 몸짓까지 따라 한다.

발레선생님 준비!

- 발레선생님, 박수를 한번 ‘탁’ 치며 학원 생들에게 시작하라는


사인을 준다.
- 학원 생들, 모두가 일체감 있게 발레동작 차렷인 ‘에뽈망
(Epaulement)’ 준비 자세를 한다.
- 첫 번째 연습 동작인 ‘플리에 (Plies)’ 음악이 나온다.
- 발레선생님, 학생들을 꼼꼼히 살피며 자세를 교정해 준다.
- ‘플리에 (Plies)’ 동작 연습이 끝이 났다.

발레선생님 ‘Tendu (탕듀)’. 5번 포지션!

- 발레선생님, 아까보다 더 준비동작을 요란하고 과장되게 한다.


- 역시 학원 생들, 계속 재미가 들려 몰래 선생님을 따라 한다.

발레선생님 Tendu(탕듀) 5번, Tendu(탕듀) 5번, A la Second(알라세콩)~~~5


번. (학생들을 쳐다보며) 으~~~음!

- 학원 생들,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 무섭게 준비자세를 한다.


- 두 번째 연습 동작인 ‘탕듀 (Tendu)’ 음악이 나온다.
- ‘탕듀 (Tendu)’ 음악 리듬에 흠뻑 취해버린 발레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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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선생님 리듬에 몸을 맞기세요.

- 발레선생님, ‘탕듀 (Tendu)’ 음악 리듬에 도취되어 흐느적 거리


며 발걸음을 옮겨 다닌다.
- 학원 생들의 ‘탕듀 (Tendu)’ 동작 연습이 끝났다.
- 학원 생들은 선생님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자 이상해 한다.
- 그때 뒤쪽에서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음악에 심취해버린 발레선
생님을 발견하는 학원 생들.
- 학원 생들은 그저 황당하여 발레선생님을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
본다.
- 발레선생님, 너무 음악에 빠져버려 우아한 몸짓은 끝내 우스꽝
스런 막 춤으로 변한다.
- 발레선생님의 막 춤이 빨리 끝나기만 기다리는 학원 생들.

학원 생들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다)

- 마침내 발레선생님의 우스꽝스런 막 춤은 옆에 서있던 학원생


과 몸이 부딪히면서 끝이 난다.
- 정신을 차린 발레선생님, 애써 무안한 기색을 숨기며 자리로 돌
아온다.
- 자리에 돌아온 발레선생님, 모른 척 하며 수업을 계속 진행한다.

발레선생님 ‘Ronds de Jambe a Terre(롱드잠 아떼르)’.

- 학원 생들, 선생님에게 다시 집중한다.

발레선생님 엔드 원, 엔드 투, 엔드 쓰리, 엔드 포, 엔드 파이브, 엔드 식스,


엔드세븐, 엔드 에잇~~~

- 학원 생들, 이번에는 선생님 보다 앞서 대답한다.

학원 생들 으~~~음!
발레선생님 (만족해 하며) 으~~~음!

- 세 번째 연습 동작인 ‘롱드잠 아떼르(Ronds de Jambe a Terre)’


음악이 나온다.
- 발레선생님, 학생들을 꼼꼼히 살피고 걸어 다닌다.

발레선생님 (감정을 넣으며) 시선은 멀리 보고......

- 학원 생들 주위를 걸어 다니며 동작을 교정시켜 주는 발레선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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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선생님 (감정을 넣으며) 등판 근육을 길게......

- ‘롱드잠 아떼르(Ronds de Jambe a Terre)’ 동작 연습이 끝났다.

발레선생님 다음! Stretching(스트레칭).

- 네 번째 연습 동작인 ‘스트레칭(Stretching)’ 음악이 나온다.


- 학원 생들은 다리를 쭉쭉 뻗어 몸 늘리기에 열중한다.
- ‘스트레칭(Stretching)’ 동작 연습이 끝났다.
- 발레선생님, 한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며 힘차게 외친다.

발레선생님 마지막으로 힘차게~

- 이번에도 학원 생들이 선생님이 할 말을 먼저 외친다.

학원 생들 Grand Battements(그랑 바뜨망) !

- 다섯 번째 연습 동작인 ‘그랑 바뜨망(Grand Battements)’ 음악


이 경쾌하게 나온다.
- 힘찬 음악에 흠뻑 빠진 발레선생님, 흥겨워한다.

발레선생님 힘차게! 다리를 쭉쭉 차세요.

- ‘그랑 바뜨망(Grand Battements)’ 동작 연습이 끝났다.

발레선생님 다음! Center Practice(센터연습)’ 준비.

- 발레선생님, 발레수업 두 번째 연습인 ‘센터연습(Center


Practice)’를 하자고 소리쳐 외친다.
- ‘Bar(바)’를 제자리로 운반한 학원 생들은 신속하게 대형을 만들
어 각자 자리에 서서 준비를 한다. 마치 군인 같은 일체감이 느
껴진다.

발레선생님 ‘Adagio(아다지오)’.

- 센타 연습 중 첫 번째 동작인 ‘아다지오(Adagio)’ 음악이 나온


다.
- 멋지고 우아하게 춤추는 학원 생들, 마치 호반에 모여든 백조들
같다.

발레선생님 (음악에 도취되어) 부드럽게. 시선은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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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원 생들, 최선을 다해 자기 동작에 몰입한다.

발레선생님 (감정) 우아하게......

- ‘아다지오(Adagio)’ 음악이 끝났다.

발레선생님 ‘Tendu(탕듀)’ 에이. 비.

- 학원생들, 일사 분란하게 2개의 그룹으로 대형을 만든다.


- 뒤에 서있는 B그룹 학원 생들은 부동자세로 가슴을 활짝 펴고

음번에 할 것을 대기하며 집중하고 있다.

발레선생님 발 끝 포인!

발레선생님 다음. ‘Turn(턴)’

- 센터 연습 중 세 번째 동작인 ‘턴(Turn)’ 음악이 나온다.


- 발레선생님, 학원 생들에게 중심 축을 좀더 확실하게 잡을 것과
허리 굽지 않고 좀 더 곧게 세울 것을 강조한다.
- ‘턴(Turn)’ 동작 연습이 끝났다.

발레선생님 ‘Small Jump(스몰 점프)’

- 센터 연습 중 네 번째 동작인 ‘스몰 점프(Small Jump)’ 음악이


나온다.

발레선생님 가볍게!

- 학원 생들을 둘러보던 발레선생님, 한 학생에게 칭찬을 한다.

발레선생님 슬비 잘하네......

- 이슬비 학생, 기분이 좋아 동작을 계속하면서 ‘V’ 자를 그린다.


- ‘스몰 점프(Small Jump)’ 동작 연습이 끝났다.

발레선생님 ‘Grand Jete(그랑 주떼)’.

- 학원 생들, 신속하고 일체감 있게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어 2



룹으로 대형을 만들어 선다.
- 음악이 나오자 하늘로 높이 점프를 시도하는 학원 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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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선생님 그랑! 크게!

- 발레선생님, 계속 학원 생들에게 조금 더 힘을 낼 것을 독려한


다.
- ‘그랑주떼(Grand Jete)’ 동작 연습이 끝났다.
- 이것으로 오늘 수업이 끝났다.
- 하지만 갑자기 발레선생님은 학원 생들에게 한마디 한다.

발레선생님 (날카롭게) 좋아요! 하지만 이 정도론 발레를 잘한다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죠?

- 발레선생님, 학원 생들 군기를 잡듯 한 학생을 지적한다.

발레선생님 배 집어 넣어요!

- 권위 있고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을 계속하는 발레선생님.

- 그 때, 지적당한 한 학생이 말한다.

학원 생 아 선생님 좀만 쉬었다 해요~!

발레선생님 어머, 너희들 벌써 힘드니?

- 이때다 싶어 다들 동조하는 학원 생들.

학원 생들 네!!네~~ 좀 쉬었다가 해요 선생님~


발레선생님 음흠! 그렇다면 조건이 있어요!
학원 생들 (탄성)우~~~
발레선생님 어허! 자! 발레를 배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백조의 호수’
3막을 꿈꾸겠죠?
학원 생들 (동시에) 네~~에!
발레선생님 그 휘날레 중에서도 발레의 꽃이라고 불려지는 ‘휫떼(Fouette) 32
바퀴를 돌 수 있다면... (학원 생들을 한번 둘러본다)
학원 생들 ?

- 발레선생님, 잠시 뜸을 드린 후 말한다.

발레선생님 여러분이 원하는 걸 해주겠어요!

- 발레선생님, 분명히 실패할 것이라 의심치 않는 눈치다. 콧대를


세우고 팔짱을 끼며 도도하게 서있다.
- 학원 생들, 흥미로운 듯 기대하며 들떠있다.
- 서로 먼저 시도하겠다고 난리리 법석을 떠는 학원 생들.
25
- 여러 명이 나와서 도전을 하지만 계속 실패한다.
- 이때 테크닉이 가장 좋은 2명의 발레리나들이 마지막 시도에
나선다.
- 모든 학원 생들, 2명에게 기대를 한다.
- 역시 안정적이고 멋있게 ‘횟떼(Fouette)’를 돌고 있는 2명의 발
레리나.
- 계속 2명의 발레리나들을 지켜보던 학원 생들, 소리 높여 격려
하고 박수를 치며 힘을 모아준다.
- 드디어 목표하는 서른 두 바퀴에 가까워 지자 학원 생들은 큰
소리로 카운터를 시작한다.

학원 생들 스물 여섯, 스물 일곱, 스물 여덟, 스물 아홉, 서른, 서른 하나,


서른 둘! (환호) 캭~~~~~

- 마침내 ‘횟떼(Fouette)’ 32바퀴에 성공하자 모든 학원생들, 성공


한 2명의 발레리나에게 뛰어가서 엉키고 설키고 난리 법석을 떤
다.
- 발레선생님, 당황해서 표정관리가 안 된다.
- 일단 흥분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수습하는 발레선생님.

발레선생님 (놀란 마음을 감추고 애써 침착하게)여러분 여러분!

- 발레선생님, 학원 생들을 진정시킨다.


- 학원 생들, 발레선생님이 이제 무슨 말을 할 지 기대하며 얼굴
을 빤히 쳐다본다.

발레선생님 (담담하게) 오늘 수업 여기까지! 수고했어요. 내일 봅시다.

- 학원 생들, 황당하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나가 버리려 하는 선생


님을 가로막아 선다.

학원 생들 (동시에) 어~~~ 선생님. 선생님!


발레선생님 (애써 태연하게) 이 사람들이 왜 이래?
경준 첫 사랑 얘기 해주세요.
발레선생님 무슨 첫 사랑?
경준 아~~~ 원하는 것 다 해주신다고 그랬잖아요.

- 발레선생님, 갈등한 기색이 역력하다.

학원 생들 (계속해서 조르며)해주세요~ 해주세요~

- 발레선생님, 갑자기 모른척하며 이번에는 다른 방향 쪽으로 급


히 빠져 나가버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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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 어~~~ 선생님!

- 학원 생들, 발레선생님의 가던 길을 다시 막아서며 계속 애원한


다.

발레선생님 그런 거 없어요!
현민 아~~~ 해주세요.

- 이윽고 학원 생들은 반 강제적으로 발레선생님 손을 낚아채 의


자가 있는 쪽으로 끌어당긴다.
- 발레선생님, 얼떨결에 끌려간다.
- 의자 앞에 멈춰선 발레선생님.

발레선생님 어머~~~ (단념한 듯) 알았어요. 알았어!

- 발레선생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약속이라도 한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학원 생들.
- 마치 수건 돌리기라도 하듯 의자에 앉은 발레선생님을 중심으
로 ‘삥’ 둘러 앉아있다.
- 서서히 무대 암전. PIN 조명 들어온다.
- 무릎에 턱을 개고 계속해서 발레선생님의 입만 쳐다보고 있
는 학원 생들.
- 발레선생님,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어렵게 입술을 연다.

발레선생님 (수줍게) 선생님이 발레단에 입단했을 때......

- 초롱초롱한 학원 생들의 눈. 모두들 발레선생님의 이야기에 집


중한다.

발레선생님 미소가 정말 일품인 남자 선배가 있었어. 한번씩 그 선배의 해맑


게 웃어줄 때 마다 내 마음이 터질 것 같은 거야.
학원 생들 (탄성) 캭~~~ (키득대며 구호 맞춘 듯) 살.인.미.소 살.인.미.소

- 수줍어하는 발레선생님, 다시 이야기를 이어간다.

발레선생님 어느 정도 였냐면, 내가 그 선배 좀 더 보기 위해서 맨날 마지막


까지 남아있었거든. 오죽하면 그때 내 별명이 연습벌레였다니까.
선배 덕에 연습도 많이 했지.

- 학원 생들, 조금의 미동도 없이 꿈쩍 않고 이야기에 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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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선생님 여하튼 그 때가 12월쯤이었나. ‘호두 깎기 인형’ 공연 앞두고 그
선배가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어. 내심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그 말
한 마디 꺼내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렇게 말도 못하고 있는데, 어
느 날 그 선배가 나한테 정중히 부탁을 하는 거야.

학원 생들 (자기들끼리 손을 맞잡기도 하고 자세를 바꾸기도 하면서 좀 더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무슨 부탁이요?

발레선생님 (목소리 최대한 깔며 남자 목소리로)


“공연이 시작하기 전까지 내 연습파트너가 되어줄 수 있니?”
완전 그 황홀한 미소를 날리면서 말이야.
학원 생들 (감동 어리다는 듯 몸 둘 바를 모르며) 꺄악...... 어떻게!! 어쩜
좋아~
발레선생님 연습 파트너가 뭐야 그 선배를 매일 가까이서 볼 수 있으면 뭔들
못해~(수줍은 듯 웃는다.)

발레선생님 근데 사람 마음이란 게 더 욕심이 생기더라. 그래서 그 때 결심했


지. 더 노력해서 꼭 선배의 정식 파트너가 돼야겠다고.

- 발레선생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며 만지 작 거린다.


- 발레선생님 쪽을 비추고 있던 무대 PIN 조명, 서서히 암전될
때 Overlap되며 반대편 무대에 PIN 조명 들어온다.
- 화려한 발레 무대 의상을 입은 발레리나, 발레리노가 두 손을
꼭 잡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사랑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발레리나의 목에 걸려있는 반짝거리는 목걸이가 발레선생님의
목걸이와 같은 것을 보니 과거의 발레선생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발레 ‘호두 깎기 인형’ 2인무 음악이 나온다. (공연 중에는 ‘호두
깎기 인형’외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백조의 호수’, 테크닉이 가
장 화려한 ‘돈키호테’, 등 총 3개의 레퍼토리 작품이 순환된다.)
- 무대에 밝은 조명이 비춰지자 화려한 분홍빛 꽃들이 수놓아진
무대장치와 궁전 배경 막 장치가 멋진 무대를 꾸민다.
- ‘Tchaikovsky(차이코프스키)’의 연주가 흐르자 발레 ‘호두 깎기
인형’ 2인무가 시작된다.
- 과거를 회상하는 아름다운 발레 공연이 끝나자 무대 조명, CUT
OUT 된다.

(시간 30분 경과)

<9장> 발레수업 후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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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PIN 조명 서서히 들어온다.
- 발레수업을 마치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 학원 생들, 연
습실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가방을 정리하며 나갈 준비를 하고 있
다.

학원 생 1 (감동) 야~~~ 발레선생님은 스물 넷 이십 대 중반에 첫 사랑을 하


셨네?
학원 생 2 하~~~ 나도 이제 어느덧 이십 대 중반......
학원 생 3 야! 니가 무슨 이십 대 중반이니? 이십 대 후반이지.
학원 생 2 아니다. 이 십대 중반이다.
학원 생 3 몇인데?
학원 생 2 스물 일곱.
학원 생 3 거봐. 그러니까 이 십대 후반이지.
학원 생 2 (눈을 흘기며) 스물 일곱이 어떻게 후반이냐? 중반이지......
학원 생 3 잘 봐.
모두들 ......
학원 생 3 나이의 중반과 후반의 구분은 마지막 받침에 ‘ㅅ’과 ‘ㅂ’의 차이야.
모두들 ?

- 학원 생 3, 손가락을 하나 하나 꼽으며 말한다.

학원 생 3 스물 셋, 스물 넷, 스물 다섯, 스물 여섯. 모두 ‘ㅅ’으로 끝나지!

- 모두들 신기한 듯 계속 학원 생 3을 쳐다본다.

학원 생 3 후반은 ‘ㅂ’으로 끝나. 스물 일곱, 스물 여덟, 스물 아홉! 그러니까


너는 이 십대 후반이야. 이 십대 후반!
학원 생 2 너무해.
학원 생 3 (말장난) 싫어! 난 배추 할래.
모두들 !?

- 모두들, 어이가 없어 한바탕 웃는다.

현민 누나! 어디로 가세요?


학원 생 4 침이나 맞을까 해서......
현민 왜, 아직도 안 났어요?
학원 생 4 워낙 다친 지가 오래 되어서 잘 안 났네.
현민 아이구, 조심하시지.
학원 생 4 이게 조심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원래 골병 달고 사는 것이 이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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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이잖니. 몸이 성해서 공연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다 죽지 않을
만큼이면 그냥 참고 하는 거지. 안 그래?
현민 누나는 정말 대단해요. 나 같으면 피곤해서 공연 중에는 절대 연습
못 나올 것 같은데......
학원 생 4 (웃음) 우리 연출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 유럽에 있는 배
우들은 공연을 ‘Job’이라는 개념으로 생각 한데. 일이라는 거지. 그
래서 모든 뮤지컬 배우들이 아침부터 센터에 모여서 하루 2클래스
이상씩 수업을 받는다는 거야. 그리고 끝나면 부랴 부랴 일하러 공
연장에 뛰어가고......
학원 생 1 캬~~~ 멋있다!
학원 생 4 우리도 빨리 그런 문화가 시작 되야 되는데 말이야. 공연 하면서도
공부는 소홀히 하면 안돼 그래야 배우로서 실력이 향상되는 거지.
공연 자체보다 배우의 준비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현민 와 누나 받아 적어야겠는데요~

학원 생 4 (겸언쩍은듯) 얘는 무슨~
그리고 무엇보다 평소에 준비를 해야 몸도 안 다치는 거지. 우리 솔
직히 골병 나는 게 다 갑자기 무리하게 연습해서 생기잖아. 몸 관리
는 평소에 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그 놈의 귀찮은 것 때문에 말이
야. 어휴, 알면서도 실천을 못하니 이 모양이지. (웃음)

현민 맞아요. 사실 많이 힘들죠.

- 모두들 학원 생 4와 현민의 말에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학원 생 4 아! 너 내일 오디션도 봐?
현민 뭐, 그냥 또 하는 거지요.
학원 생 4 그래, 이번에는 열심히 준비 했으니까 좋은 소식 있을 꺼야.

- 학원 생 3, 기 막혀 하며 대화에 끼어든다.

학원 생 3 언니! 애가 벌써 좋은 소식 있으면 나는 뭐야. 지금까지 50번은 떨


어지고 기껏 이제야 첫 작품 시작하는데. (현민에게) 야! 너는 앞으
로 40번은 더 남았어. 40번!

현민 진짜요?
학원 생 3 그래 얘, 나 대학 다닐 때 선배들도 나한테 그랬는데 정말 나도 딱
50번 떨어지니까 붙더라. 오디션이 어디 장난이니?
모두들 (웃는다)
학원 생 3 애들아 너네 그거 알아?
모두들 (궁금한 듯 쳐다본다.)
학원 생 3 처음 오디션 볼 때하고 그 다음하고 완전 다르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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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들 궁금한 듯 주의를 집중한다.
- 학원 생 3은 마치 자기가 오디션 현장에 있는 듯 천연덕스럽게
생생하게 표현한다.

학원 생 3 처음에는 오디션 장에 도착하면 “와~ 이 사람들은 벌써 몇 년째



비해온 사람들 같은데 초 짜인 내가 과연 이 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붙을 수 있을까?”하고 쫄아. 그런데도 다시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거야. “나는 천재적으로 타고난 배우도 아니고 그저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대로만 최선을 다하자.” “떨지 말고 나 자신을 믿자!” 그런데도
금새 기죽고 말지. 그렇게 계속해서 생 쇼를 해. (몸 개그) “아냐, 떤
다고 해서 이 상황을 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당당하고 자신 있
게 하자!” 그렇게 생 쇼를 하면서도 뭔가 희망은 안 잃는다?

학원 생 3 근데 결국 오디션이 끝나고 나면 “내가 지금 뭘 하고 나온 거지?


하나도 생각이 않나.”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반도 못 보
여주고 나왔네.” 온갖 아쉬움이 다 쏟아지면서 자기자신이 한심해져.
그런데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 노력하지. “그래, 설사 떨어졌어도 좋
은 경험이었어. 다음을 위해서 힘내자!” 그런데 기분은 절대 이런 긍
정 안 따라줘 겁나게 꿀꿀하고 찝찝해.
모두들 (웃음) 하~~~ 맞아 맞아.
현민 그럼 그 다음 오디션은요?
학원 생 3 그 다음? 그 다음부터는 일단 도착하면 좀 여유가 생겨. “음, 쟤 또
왔네.” “누구 또 아는 얼굴 없나?”하고 둘러봐. 그리고 지가 또 완전
심사위원이야. 누가 될지 뻔히 보이는 거지. “쟤는 노래가 안돼서 안
돼.” “쟤는 몸이 아니야.” “쟤는 노래를 왜 저렇게 불러?”

학원 생 3 그러다가도 누가 붙기라도 하면. “씨, 말도 안 돼. 쟤가 어떻게 붙


어?” 설사 걔가 뽑힐 거라고 내가 이미 눈치챘던 애여도
“여기는 도대체 심사기준이 뭐야? 어?”

모두들 (박장대소) 하~~~ 맞아 맞아.


현민 누나! 진짜 웃긴다.
학원 생 3 웃기면 뭐 하니! 멍석 깔아주면 못하는데......

- 학원 생 3, 자신의 머리를 쥐어 박으며 속상해 한다.


- 현민은 한바탕 웃고 나니 내일 있을 오디션에 대한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것 같다. 가방을 챙기며 학원 생 3에게 말한다.

현민 누나! 빨리 가야 돼?
학원 생 3 응, 오늘 콜이 2시야.
현민 누나는요?
학원 생 1 놀리니? 난 오늘 스케줄 끝이다 끝. 불러주는 사람도 없고 갈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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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고......

- 모두들 웃는다.
- 학원 생 3, 나갈 준비를 하며 말한다.

학원 생 3 언니! 내일 뵈어요. (현민을 향해) 내일 오니?


현민 네, 내일 콜이 오후라, 누나들 말대로 아침에 연습하고 가려 구요.
학원 생 3 그래 그래 잘 생각했어~ 내일 잘 하고. 나 먼저 간다. (퇴장)

- 현민, 학원 생 4에게 말한다.

현민 저 누나는 정말 밝아서 좋아요. 끼도 많고......


학원 생 4 그래 누가 아니라니.
현민 가요!
학원 생 4 그래 우리도 빨리 나가자. 배가 너무 고프다.
모두들 나도~ (퇴장)

- 무대 조명, 서서히 암전된다.


- BGM 음악이 흐른다.

<10장> 안무 오디션 장.
안무가는 무대에 등장하지 않고 마이크소리로만 연기한다.

- 무대 조명, 암전 상태.
- 마이크를 작동할 때 나오는 소음 소리 효과음이 들린다.
- 곧이어, 마이크에 나오는 소리는 한창 오디션 안무 연습을 시키고
있는 여자 안무가의 힘찬 목소리.

안무가 (NA) Six and Seven and Eight and One, Two, Three, Four.

- 무대 조명, 서서히 들어온다.


- 남, 여 오디션 지원자들(이후 ‘지원자들’)은 시간에 쫓기는 듯 비
오듯 땀을 흘려가며 열정적으로 안무순서를 따라 외우고 있다.

안무가 (NA) Five, Six, Seven, Eight.

- 지원자들, 정신 없이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


- 안무가, 박수를 ‘탁! 탁!’ 치며 지원자들을 주목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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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NA) 네, 좋아요. 그럼 화장실 간 사람들 모두가 오면 마지막으로
한번 해 보고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Do you understand?

지원자들 예~~~~

- 지원자들, 무대에 각자 흩어져 안무 순서를 다시 체크해본다.


- 화장실에 간 사람들, 바쁜 걸음으로 무대에 등장한다.
-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인 것을 확인한 지원자들, 객석을 향하여
대형을 맞추어 서서 안무선생님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 긴장된 시간이 다가왔다.

안무가 (NA) 다들 모였나요? 빠지신 분 없지요?


지원자들 네!
안무가 (NA) 그럼 시작해 볼까요? 첫 번째 그룹부터 준비.

- 자연스럽게 첫 번째 그룹, 무대 앞쪽 중앙으로 나와 대형을 맞춰


선다.

안무가 (NA) ‘Four’ 카운터에 들어갑니다. 첫 번째 그룹부터 준비!

- 안무 음악이 나온다.

안무가 (NA) Five, Six, Seven, Eight!

- 첫 번째 그룹의 열정적인 춤 연습이 끝났다.


- 안무가, 환호하며 지원자들에게 기를 불어 넣는다.

안무가 (NA) 와우~~~ 박수! 네 다음 두 번째 그룹.

- 두 번째 그룹, 재빠르게 나와 대형에 맞춰 준비한다.

안무가 (NA) Five, Six, Seven, Eight!

- 두 번째 그룹,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춤 연습을 끝낸다.

안무가 (NA) Okay. 박수!

- 연습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안무 연습이 끝날 때 마다 서로


박수를 쳐주며 서로를 격려한다.

안무가 (NA) 마지막 세 번째 그룹 준비!

- 세 번째 그룹, 언제 나올지 모를 안무가 구령에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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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NA) Five, Six, Seven, Eight!

- 세 번째 그룹까지 연습이 끝났다.

안무가 (NA) Okay. 그럼 마지막으로 다 같이!

- 마지막으로 남은 최종연습.
- 지원자들은 신속하게 대형을 다시 만들고 안무가 구령이 나오기
만 기다리고 있다.

안무가 (NA) Five, Six, Seven, Eight!

- 지원자들, 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모든 에너지를 춤에 쏟아 붙는다.


- 최종 안무 연습이 끝나자 무척 지쳐 보이는 지원자들.

안무가 (NA) 네, 수고했어요!


지원자들 (서로를 향해) 수고하셨습니다.
안무가 (NA) 그럼 좋은 결과 있길 바래요. Good Luck!

- 안무가가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소리가 잠시 들린 뒤 요란


한 마이크 소음을 내며 꺼지는 효과음이 나온다.
- 지원자들, 기운이 소진 되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물 마시거나
땀을 닦는다. 벌러 덩 들어 눕는 사람도 보인다.
- 비 오듯 땀을 흘리는 현민, 흐르는 땀을 닦으며 무언가 생각에 잠
긴다.
- 무대 조명, 서서히 암전된다.

(현민의 회상 시작)

<11장> 보컬 오디션 장.

- 무대 Follow 조명, 혼자 서있는 현민을 비춘다.


- 반대편 무대에 PIN 조명이 들어오면 현민의 보컬선생님, 피아
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 보컬선생님은 눈을 감고 노래에 푹 빠져있다.
- 노래가 끝나자 지그시 감았던 눈을 뜨는 보컬선생님.

보컬선생님 알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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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컬선생님, 현민에게 노래를 부를 땐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
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보컬선생님 중간에는 나처럼 소리를 한번 더 뽑아주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런 식으로 더 길게......
현민 네, 선생님.
보컬선생님 그래 오늘 다른 때와 달리 목상태가 좋구나. 왠지 내일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 현민, 갑작스런 선생님의 칭찬으로 어색한 듯 긁적인다.

보컬선생님 하여간 내일도 최선을 다하는 거다. 붙건 안 붙건 선생님한테 꼭


전화하고. 알겠지?
현민 (미소) 네.
보컬선생님 (혼잣말) 내일 왠지 잘 될 것 같단 말이야……

- 보컬선생님을 비추고 있던 무대 PIN 조명, 서서히 암전된다.

(현민 회상 끝)

- 어디선가 갑자기 적막을 깨는 신경질 적인 목소리가 들린다.

심사위원 1 아니 황현민씨!

- 무대 PIN 조명, 서서히 밝아지자 심사 위원석에 3명의 사람이


지쳐 보이는 표정으로 앉아있다.
- 깜박 회상에 잠겨있던 현민,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린다.

현민 아! 네. 네.
심사위원 (짜증) 준비되었으면 시작 하시면 된다 구요.

- 현민, 황급히 정신을 가다듬으며 노래 부를 준비를 한다.


- 현민의 MR 음악이 흘러나온다.
- 그러나 현민은 실수하며 첫 음정을 너무 낮게 잡는다.
- 잠시 후 노래를 멈추는 현민.

현민 (애원하며) 죄송합니다. 한번만 한 번만 다시 하면 안 될까요? 죄송


합니다. 한번 만요. 제발……
심사위원 2 (찡그리며 퉁명스럽게) 네, 그냥 빨리 하세요.

- 현민, 정중하게 인사를 한 후 다시 노래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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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첫 음정을 너무 높게 잡은 현민. 불안한 노래는 계속
된다.
- 갑자기 “땡” 하는 종소리가 들린다.
- 현민,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다리 힘이 풀리며 현민은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나갈 준비를 한다.
- 힘없이 인사하고는 걸어나가는 현민의 뒷모습......
- 저 멀리서 심사위원들의 말소리가 작게 귓가에 걸린다.

심사위원 3 뭐야? 다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어째 쓸만한 애들이 하나


도 없어. 어우.
심사위원 1 (한숨 쉬며)오늘도 꽝이네. 이러다 공연 올리겠어? 이거야 원 괜찮
은 애들이 있어야 공연을 하지.
심사위원 2 구관이 명관이라고 요즘 애들보다 옛날 애들이 훨씬 나아.
심사위원 3 아니 뭐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오늘 미스사이공 오디션이
겹쳤대나 봐요. 괜찮은 애들은 다 그리로 갔나 보지.
심사위원 2 하, 이것 참. 어떡하지? 어떻게 하나도 안 보이는지 원……

- 현민, 가방을 들고 무대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온다.


- 심사위원을 비추고 있던 무대 PIN 조명, 서서히 암전.
- 무대 앞, 홀로 우두커니 서있는 현민,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
겠다.
- 무대 뒤 ‘영상 스크린’에 길거리 배경 영상이 나온다.

<12장> 절대절망에서 절대희망으로......

- 현민, 넋이 나간 모습으로 외로이 노래한다.

M03. 절대절망 (현민 solo)

- 노래가 끝난 현민, 가슴 속에 맺혀있던 모든 슬픔이 토해지는 것 같


다.
- 현민의 얼굴은 눈물, 콧물이 뒤범벅이다.
- 현민, 잠시 긴 호흡을 들이마신 후 휴지를 꺼내려 가방을 연다.
- 갑자기 가방에서 편지한 한 통이 땅에 ‘툭’ 떨어진다.

현민 어, 이건 저번에……

- 현민, 호기심에 편지를 주어 천천히 펼쳐본다.


- 무대 뒤 ‘영상 스크린’이 켜지자 현민이가 들고 있던 편지내용이 영
상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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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콘티>
① 편지를 들고 있는 현민의 손. (손 – 클로즈업)
② 현민, 편지를 천천히 펼친다. (편지 – 클로즈업)
③ 편지를 반쯤 펼쳐 볼 때 대략 전체 문장이 영상에 담긴다.
④ 맨 위칸 세줄 정도의 편지 문장이 클로즈업 된다.
⑤ 편지 내용이 자막으로 천천히 올라간다.

- (대구 사투리) 첫 번째 줄, ‘현민아!’


- 두 번째 줄,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믄, 아마 기차 속이다 싶다.’
- 세 번째 줄, ‘내 사랑하는 아들 현민아!’
- 갑자기 모든 무대 조명과 영상 스크린 동시에 꺼지며 CUT OUT된
다.
- 무대에는 난데없이 ‘버라이어티 쇼’ 시작을 알리는 연주가 울려 퍼
진다.
- 무대 10대의 ‘무빙 라이트’ 조명 기기가 형형색색의 오색 영롱한 조
명 빛을 수놓으며 조명 쇼를 시작된다. 마치 ‘뉴욕 극장식 업소’ 분
위기이다.
- ‘무빙 라이트 쇼’는 모든 조명 기기가 무대의 한 구조물 세트를 일제
히 비추며 포커스를 맞출 때 비로소 끝이 난다.
- 어느덧 ‘극장식 업소 무대’로 변해버린 무대 한 구조물 세트.
- 어디선가 쇼 사회자가 등장할 때 쓰이는 ‘Orchestra(오케스트라)’
‘빵빠레’가 울려 퍼진다.
- 이윽고 무대 커튼이 열리자 현민의 아버지(이후 ‘아버지’)가 깜작 등
장한다. 아버지가 일하고 계신 야간 업소 밤 무대이다.
- 아버지는 기름통에 빠진 듯 머리 앞 가름마를 타고 멋진 턱시도에
나비 넥타이까지 맺다. 약간 의 촌티...

아버지 (대구 사투리) 아~ 아! 이거 되는 깁미꺼?

- 성질 급한 아버지, 능수능란하게 마이크 시험을 하면서 밤무대 사회


자 30년 경력을 티 낸다.
- 아버지, 조급증을 내며 빨리 쇼를 시작하자고 계속 눈치를 준다.

아버지 그럼, 시작 하십시요 하면 시작 하겠습니다!

- 공연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는 아버지.


- 무대 뒤 ‘영상 스크린'이 켜진다.
- 영상 스크린에 나온 ‘슬레이트’가 공연 시작을 알린다.
- 슬레이트, ‘탁!’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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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반가운 기색) 현민아!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믄 아마 기차 속이다 싶다. 내

사랑하는 현민아 뜬금 없겠지맊 잘 들어라. 내가 반대한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나는 네가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을 시작하려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도

완강한 너를 보면서 내 핏줄인 이상 감추지는 못하겠구나 싶더라.

더 이상 반대해서 뭐하나 싶고,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선배로서 조언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잘 들으레이? 급하게 생각할 것 음따. 인생은 급하게 생각 한다꼬

젃대 되는 것이 아이다.

- 아버지, 천천히 본롞으로 들어갂다.

아버지 처음엔 무지 막지 하게 힘들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문제가 없는 사람은 음따 공동묘지나 조용하지. 그러니까 괜한 자기 연민에 빠질 필요

없는 거다.

무슨 일이든 시련이 있기 마련이다. 시련을 이기면 성공이 오고 시련한테 지믄 그걸로

Down 이 오고 침체가 되는 기라.

그렇게 어렵사리 얻게 돼야 더 귀중한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그래서 네는 (연기를 하며) “내 인생에 시련이 없었으면...”하고 짜부라

들지 말고 (또 다른 연기를 하며) “아싸! 내 이 까이꺼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이렇게

맞짱을 뜨란 말이다, 알겠나 으이?

- 무대 뒤 영상 스크린에 „코믹 그림자 영상(1)‟이 나온다.

- 미국 시트콤의 „관객 함성‟ 및 „박수소리‟ 효과음이 나온다.

- 아버지, 관객들의 반응이 좋자 기고맊장해 한다. 드디어 불씨에 휘발유를 부은

격이다.

아버지 인생은 오히려 우리에게 시련을 줘서 우리를 도젂하게 맊들고 우리를 일깨워서

젂투적인 깡다구를 키워준다. 펄떡거리는 물고기 아있나? 살아있는 물고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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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를 역류해서 올라 가제? 잒디는 아무리 뽀작 뽀작 밟아도 뽀작 뽀작

돋아나고 묘 잒등에 어린애들이 잒디를 아무리 밟아도 잒디가 살아난다 카이.

금잒디는 구준표가 아무리 밟아도 일어나지 안트나?

- 미국 시트콤 „관객 함성‟ 및 „박수소리‟ 효과음이 나온다.

- 아버지, 이번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관객들을 오히려 관객들에게 자세해

달하는 여유까지 부린다.

아버지 큰 일을 한 사람은 꿈이 크드라. 내 너를 봤을 때 할 의지는 확고하니까 이왕

꿈꾸는 거 꿈이라도 빵실하게 말이라도 거창하게 기도라도 아쌀하게,

꾸그라.

꿈 같은 일들이 꿈같이 이루어 진다는 말 아이가?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기 때문에 지금은 형편이 처지가 안되더라도 바라보고 꿈을 꾸다 보믄

어느날 실제 상황이 되는걸,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라고 그런데이. 이

말에 밑줄 쫙~ 치그래이.

- 무대 뒤 영상 스크린에 „코믹 그림자 영상(2)‟이 나온다.

아버지 무엇보다 쉬운 길일수록 후회가 맋다. 그러니께 지금이라도 니 의지 또한 좀 더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보고 해야한데이. 말 한마디 방정 떠는 것 보다 몸소

행동으로 보이 그레이.

- 무대 뒤 영상 스크린에 „코믹 그림자 영상(3)‟이 나온다.

- 미국 시트콤 „관객 함성‟ 및 „박수소리‟ 효과음이 나온다.

아버지 그렇다. 인생은 큰 어려움이 오면 큰 성공이 오는 것이고 큰 축복이 오면

큰 시련이 오는 것이고 그러니께 늘 어떤 상황이든지 겸손히

엎드려 기도해야 하는기다. 그러다 보면 다 때가 온다카이.

아부지말 믿재? 실패할수록 어려울수록 위대한 꿈을 꾸라! 꿈은 아무리 커도

세금을 안 낸다고...

39
- 미국 시트콤 „관객 함성‟ 및 „박수소리‟ 효과음이 나온다.

- 아버지, 드디오 결롞을 말한다.

아버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민아.

현민 예?

아버지 장작깨비 한 개를 갖다 놓는 것이 잘 타겠나, 아이믄 서른개를 쌓아 놓는 게

활활 잘 타겠나?

현민 서른개요.

아버지 그러니까 니는 앞으로 혼자 독불장군으로 살지 말고 모여서 같이 살아

야한 데이. 왕 대밭에 왕 대나고 쫄 대밭에 쫄 대나고 도둑놈 집에 도둑놈 나고

선생님 집에 선생님 나고 보고 듣고 닮고 그래서 되는 기다.

옆에 꿈이 큰 사람들을 보고 배우며 살란 얘기다.

- 현민, 마음속 한 구석에 희망이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아버지 아무쪼록 현민아? 힘내라 일어서라 다시 달리라, 이 아부지가 말이 쫌


길었째? 니는 어릴 때부터 그것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았나. 이제 아부
지 정말 끝낼께 부디 밥 잘 챙겨 므라. 니는 억수로 사랑하는 아부지
가!

- 아버지의 일장 연설이 끝이났다.


- 토크쇼가 끝날 때 쓰는 ‘Orchestra(오케스트라)’ 연주음악이 나온다.
- 아버지, 마치 지신이 성악가 ‘루치아노 파발로티’인 것 처럼 거창하
게 마무리 인사를 한다.
- 무대 구조물 세트의 커튼이 닫히자 무대 조명, 암전된다.
- 무대 PIN 조명을 받고 홀로 서있는 현민.
- 그런데 갑자기 이때 어디선가 무대 사고라도 난 듯 굴러 떨어지는
요란한 소리가 난다.
- 굴러 떨어지는 효과음이 나온다.

아버지 (NA) 으~~~~~ 누가 치웠노?

- 아버지, 조명이 없는 깜깜한 무대 뒤쪽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


뎌 뒹구른 모양이다.
- 한편, 아버지의 편지를 읽고 용기를 얻은 현민, 이제야 힘이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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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현민 (결심 한 듯) 그래, 다시 시작하는 것야!

- 희망과 기쁨이 넘치기 시작한 현민, 힘차게 발걸음을 옮긴다.


- 어디선가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들리며 점점 가까워진다.
- 오전에 오디션을 같이 봤던 동료들, 최종 합격을 한 후 삼삼오오 집
으로 가고 있다.
- 동료 중 한 명이 먼저 현민을 알아본다.

친구 1 현민아!

- 현민, 밝은 표정으로 친구 1을 맞이한다.

친구 1 너도 됐구나?
현민 (미소) 아니.
친구 1 (당황하며 현민의 얼굴을 살핀다.) 아, 안됐어?
현민 (당당하게) 응!
친구들 !?

- 현민, 방금 읽어본 아버지의 편지 글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말을


자신도 모르게 한다.

현민 뭐, 떨 것도 없고 쫄 것도 없고 기권할 것도 없고 자살할 것도 없고,


못 먹어도 ‘고’다.

친구들 ?

- 처음에는 현민의 말 뜻을 몰라 어리둥절하던 친구들이 곧 뜻을 이


해하게 된다.
- 큰소리로 한바탕 크게 웃는 친구들.

친구들 하하~~~~
친구 2 기회는 앞으로 계속 있잖아?
친구 3 떨어지는거? 언제 우리가 그 딴거 무서워서 오디션 못 봤냐?
친구 4 그래 그런거 무서웠으면 우린 진작에 때려 쳤어. 이제 시작이지.
친구 5 아무렴 끝까지 끝까지. 세상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될 때까지 해보는
거야.
친구 6 그래! 우리 이제 단순하게 살자. (친구들을 보며) 힘드세요? 그럼 힘내
세요. 고독하세요? 그럼 고독을 씹으세요. 단순하게~~

- 이때, 함께 있던 엉뚱한 친구가 말에 끼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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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7 맞아! 포기?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말이야!

- 분위기... 썰렁!
- 옆에 있던 또 한 명의 엉뚱한 친구가 다시 말을 거든다.

친구 8 그래! 적장의 목을 베는 심정으로! 윽~~~

- 친구 8, 칼로 자기 목을 베는 몸 개그를 하며 길 바닥에 쓰러진다.


- 분위기... 다시 썰렁!!

M04. 감사 (현민, 친구 All)

- 노래가 끝나자 모두들 하이 파이브를 하며 서로의 새로운 출발을


기뻐한다.

<13장> Ending

- 마이크를 작동할 때 나오는 소음 소리 효과음이 들린다.


- 모두들 소리가 들리는 객석 쪽을 향해 시선을 집중한다.
- 오전에 안무 오디션을 진행한 안무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안무가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아! 아! 아~~~

- 안무가의 쩌렁 쩌렁한 마이크 목소리가 들린다.

안무가 자~~~ 여러분 달릴 준비 됐나요?

- 모두들, 힘찬 목소리로 대답한다.

모두들 네!

- 무대 5색 ‘무빙 라이트’ 조명, 현란하게 비춘다.

안무가 (NA) 그럼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며... 우리 인생 한번 “떨 것도 없고


쫄것도 없고 기권할 것도 없고 자살 할 것도 없고 못 먹어도 ‘고’다.
다 같이~~~~ Five, Six, Seven, Eight!

- 힘찬 ‘힙합-락킹’ 안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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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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