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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촬 영 고

S#1. 들 판 (밤 )
인적 끊긴 들판에 끝없이 펼쳐진 메밀꽃밭. 찬 달빛 받은 흰 메밀꽃 처연하다.
흔들리는 메밀꽃밭 한 가운데 장검 한 자루 적막하게 꽂혀 있다.
녹슬고 무뎌진 칼날과 이끼 낀 손잡이가 세월의 흔적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 위로,

삼신E 사 람 의 손 때 나 피 가 묻 은 물 건 에 염 원 이 깃 들 면 .. 도 깨 비 가 된 단 다 ..
숱 한 전 장 에 서 수 천 의 피 를 묻 힌 검 이 제 주 인 의 피 까 지 묻 혔 으 니 오 죽 했 을 까 ..

그때 어딘가에서 날아온 흰나비 한 마리, 검 손잡이 위를 맴돌다 사뿐히 앉는다.


그 순간, 웅- 웅- 검이 울기 시작하더니 점점 이글거리는 푸른 불꽃으로 화하는 검!

신E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


검을 뽑으면 무로 돌아가 평안하리라.

카메라, 천상의 존재 비추듯 보름달 휘영청 뜬 하늘로 향하면,

S#2. 시 장 통 (다 른 날 낮 )
12월 . 재 래 시 장 한 구 석 . 시 금 치 며 시 래 기 등 깔 아 놓 고 푸 성 귀 다 듬 고 있 는 백 발 의 노 파 (삼 신 )
다. 푸성귀와 함께 팔고 있는 싸구려 머리핀, 앤틱한 척 하는 조악한 탁상거울 몇 개, 빗 등등
사이에, 반짝 빛나는 옥가락지 하나.

삼신 고 약 한 신 탁 이 아 닐 수 없 었 지 .. (시 선 들 어 누 군 가 보 며 ) 그 렇 게 불 멸 로 다 시
깨어난 도깨비는 이 세상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으며 지금도 어딘가,
(빡 !) 왜 웃 고 지 랄 이 야 썩 을 것 이 .

보 면 , 좌 판 앞 에 쭈 그 리 고 앉 아 노 파 의 이 야 기 재 밌 게 듣 고 있 는 여 자 (은 탁 모 ),
은탁모 빨간 목도리 하고 있다. 은탁모, 삼신 놀리듯 웃으며,

은탁모 지금도 어딘가에서 신부를 찾고 있는데 그 신부가 바로 나다, 그럴라고?


삼신 내가 이래봬도 소싯적에 남자 여럿 울렸다.
괜히 담에 왔다 이 할망구 어디 갔나 놀라지나 말어.
은탁모 부 럽 다 . (싸 구 려 머 리 핀 들 어 머 리 에 대 보 고 )

-1-
삼신 내가 노망이다. 미혼모 앞에서 할 자랑이 아닌데.
은탁모 (눈 흘 기 고 ) 치 못 됐 어 (머 리 핀 내 려 놓 고 )
삼신 시금치 값 깎아줘 배추 값 깎아줘 내가 뭐가 못됐어. 너 버린 그 새끼가 못됐지.
은탁모 그 건 또 그 러 네 . (배 시 시 웃 고 ) 근 데 그 얘 기 너 무 슬 프 다 .
삼신 슬플 것도 쌨다.
은탁모 지독히 낭만적인 저주잖아요. 죽기 위해 신부를 찾아야 한다는 게. 신 못됐다.
(좌 판 일 각 의 옥 반 지 집 어 들 고 구 경 )
삼신 신은 원래 못 됐어. 질투 많고 이기적이고 지만 알아 지만.
은탁모 ..어 떤 놈 이 랑 똑 같 네 . (옥 반 지 원 래 자 리 에 내 려 놓 으 며 ) 그 만 갈 게 요 . 많 이 파 세
요.
담 에 왔 을 때 도 꼭 계 시 고 . (웃 으 며 일 어 서 려 는 데 손 목 확 잡 힌 다 ! 놀 라 보 면 )
삼신 (좀 전 과 는 다 른 묘 한 눈 빛 으 로 ) 생 사 가 오 가 는 순 간 이 오 면 염 원 을 담 아
간절히 빌어. 혹여 마음 약한 어느 신이 듣고 있을지도 모르니.
은탁모 ?!!

S#3. 외 국 / 거 리 노 점 (다 른 날 낮 )
거리 노점에서 샌드위치 집어 드는 한 남자,
테일러드 수트에 행커치프, 고급 가죽구두, 완벽한 모습의 김신이다.
옆의 한 금발남, 복권 몇 장씩 사는 중이다.

김신 (샌 드 위 치 값 계 산 하 며 , 금 발 남 쪽 은 보 지 도 않 고 )
바보짓이다 노란머리 김서방. 그대의 인생엔 일확천금의 운 따위 없다.
금발남 ? (선 명 한 외 국 어 에 도 깨 비 보 면 )
김신 (가 판 대 훑 으 며 ) 이 럴 시 간 도 없 고 . 이 거 . (마 지 막 하 나 남 은 스 타 킹 집 어 건 네
며)
왼 쪽 . (하 고 가 는 )
금발남 ?? (얼 결 에 받 고 , 멀 어 지 는 김 신 뒷 모 습 보 다 , 왼 쪽 으 로 돌 면 !)

급 히 뛰 어 오 던 한 여 자 , 휙 - 보 드 타 고 지 나 가 는 10대 소 년 피 하 려 다 높 은 힐 탓 에 넘 어 진 다 .

스타킹 엉망 된 여자와 눈 마주치는 금발남,

금발남 !! (손 에 든 스 타 킹 보 고 , 다 시 김 신 간 쪽 보 면 )

이 미 사 라 지 고 없 는 데 ..!

-2-
S#3-1. 외 국 / 이 국 적 인 거 리 (낮 )
쨍 한 이 국 의 햇 살 이 옛 정 취 (1960년 대 )가 그 대 로 남 아 있 는 블 록 에 부 서 진 다 .
선글라스 쓴 채 샌드위치 들고 뚜벅뚜벅 화보처럼 걸어가는 김신.

S#4. 외 국 / 고 급 주 택 가 (낮 )
샌드위치 든 채 어느 고급 주택 계단 아래 서 있는 김신.
닫 힌 문 뚫 어 져 라 보 는 데 문 벌 컥 열 리 더 니 야 구 모 자 푹 눌 러 쓴 한 소 년 (한 국 인 ),
큰 가방 둘러멘 채 도망치듯 계단 내려오다 김신과 쿵 부딪힌다.
그 반동으로 드러난 소년의 얼굴. 방금 터진 입가와 오래된 멍, 구타의 흔적 역력하다.

도깨비 나라면 추천하지 않겠어. 지금 집을 나가면 지금보다 더 못한 삶을 살게 돼.


다신 엄마를 못 볼 거고.
소년 (!!!) 당 신 뭐 야 ..!! 한 국 사 람 이 야 ?
김신 보 다 복 잡 한 사 람 이 야 . (하 며 테 라 스 의 화 분 하 나 문 바 로 앞 계 단 가 운 데 로 옮

놓더니) 이제 니 차례야. 또박또박 얘기해. 입양했으면 당신은 내 아빠라고.
그러니 널 잘 키우라고. 엄마에게도 얘기해. 도와달라고. 아프다고.
소년 무 슨 개 소 리 야 ..! 비 켜 !
김신 그렇게 그어서는 죽진 않고 손만 못쓰게 되니까 참고하고.
소년 !! (반 사 적 으 로 왼 손 가 리 고 , 긴 팔 인 데 어 떻 게 알 았 지 ? 싶 은 눈 으 로 ) 당 신 누 구
야 ..!
도깨비 눈 피하지 말고 또박또박. 할 수 있어?
소년 그러다 맞아 죽으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도깨비 그래서 갈비뼈 부러뜨려 줬잖아.
소년 ?!!

그 때 , 문 벌 컥 열 리 고 험 악 한 얼 굴 의 백 인 남 자 소 년 향 해 “너 이 새 끼 !” 고 함 치 며 나 오 다 화 분
에 걸려 계단 아래로 우당탕 구른다. 윽- 갈비뼈 부러져 가슴께 잡고 고통스러워하는 백인남
자.

소년 !!! (그 모 습 보 고 놀 라 도 깨 비 보 면 )
도깨비 이 건 도 시 락 . (들 고 있 던 샌 드 위 치 주 고 ) 얘 기 끝 나 면 학 교 가 .
수 학 17번 문 제 답 은 2가 아 니 고 4야 . 오 늘 시 험 에 서 그 거 하 나 틀 리 길 래 .
소년 당 신 대 체 , 누 구 야 ..!

맑은 하늘에 검은 먹구름 가득 몰려온다.

-3-
가만히 소년을 바라보는 김신의 얼굴 위로,

김 신 NA 그 는 .. 물 이 고 불 이 고 바 람 이 며 빛 이 자 어 둠 이 다 .
그 리 고 한 때 , 인 간 이 었 다 ..

그 순간, 우르르 쾅! 거대한 번개 하늘을 가르면서,

S#5. 전 쟁 터 <900년 전 , 고 려 > (새 벽 )


빛도 어둠도 아닌 불길하게 시커먼 새벽하늘 보이더니,
다시 한 번 우르르 쾅! 하늘을 가르는 번개의 섬광에 전장의 모습 보인다.
불타는 수레, 피 묻고 찢긴 채 휘날리는 거란과 고려의 깃발들,
주인 잃은 창과 칼에서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 버둥버둥 안간힘 쓰며 죽어가는 말과,
찢겨진 사지들, 울부짖는 부상자들, 아무렇게나 처박힌 화살 박힌 주검들,
주검의 살점 파먹는 까마귀 떼, 까마귀 떼 향해 컹컹 사납게 짖는 개들 등등,
밤부터 새벽까지 이어진 전투인 듯, 양쪽 다 지칠 대로 지친 전장의 풍경이 참혹하다.
적도 아군도 피와 흙 범벅된 갑옷과 찢긴 살점들이 너덜하다.
그 중, 마지막 적들을 베며 죽을힘을 다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한 장군, 김신이다.
적도 김신도 헉, 헉, 거친 숨 토해내며, 서로 부딪히는 칼날이 무겁고 거칠다.
김신 손에 들린 검은 수많은 죽음의 피로 뒤덮여 날카롭고 검붉다.

김 신 NA 백 성 들 은 그 를 신 神이 라 불 렀 다 . 시 뻘 건 피 를 뒤 집 어 쓴 채
적 을 베 고 나 아 가 는 그 는 문 자 그 대 로 의 무 신 武神이 었 다 .
E (와 ~!! 백 성 들 의 환 호 소 리 )

S#6. 저 잣 거 리 (다 른 날 낮 )
따각 따각 경쾌한 말발굽 소리. 개선하는 김신과 부하들이다.
궁으로 향하는 저잣거리를 가득 메운 백성들 기뻐하며 환호한다.
눈 물 흘 리 는 아 낙 , 엎 드 려 절 하 는 노 인 , 군 대 뒤 를 따 르 는 아 이 들 ..
부하들, 찢긴 손으로 부러진 팔로 화답하고, 김신은 부하들의 웃음에 전장의 힘겨움도 잊는
데 ..

S#7. 궁 궐 앞 (낮 )
궁 앞까지 온 김신의 행렬. 그 뒤로 여기까지 함께 걸어온 백성들과,
궁 앞 에 모 인 백 성 들 온 마 음 으 로 “김 신 장 군 만 세 !” “김 신 장 군 만 세 !” 김 신 을 환 영 한 다 .
궁궐 문 앞엔, 궁궐 수비하는 수비군들 죽 서 있다.
/저 높 은 곳 에 서 나 른 하 게 김 신 내 려 다 보 는 어 린 왕 (17)과 왕 에 게 잔 뜩 조 아 린 간 신 (환 관 ) 보

-4-
인다.
김신, 왕 올려다보며, 깊이 숙여 인사하고 말에서 내린다.
부하들도 말에서 내려 궁궐 문 열리기 기다리는 듯 수비군 본다.

부하1 (기 분 좋 아 ) 문 을 열 어 라 ! 개 선 장 군 김 신 장 군 이 시 다 아 ! (하 는 데 )
수비군 김신은 군장을 풀고 어명을 받들라.
김신 ??!! (왕 올 려 다 보 면 !)
왕 (그 저 무 심 한 눈 길 로 내 려 다 보 는 )
부하들 (이 게 무 슨 상 황 이 지 ? 당 황 한 얼 굴 로 김 신 보 면 )
수비군 김신은 군장을 풀고,
김신 들 었 다 . 기 다 려 라 . (덤 덤 히 투 구 벗 고 갑 옷 을 벗 고 군 장 을 푼 다 )
부하들 ! (따 라 서 서 둘 러 군 장 을 푼 다 )
김신 (검 한 자 루 만 챙 겨 들 고 ) 되 었 느 냐 . (하 면 )
수비군 대 역 죄 인 김 신 은 검 을 물 리 고 무 릎 을 꿇 고 어 명 을 받 들 라 !!
김신 ...!!!
부하1 네 이노옴! 대역죄인이라니! 미쳤느냐! 돌았느냐!

하는데, 그와 동시에 성벽 위로 궁수들 나타나 활시위 팽팽히 겨눈다.


백 성 들 , 흐 허 .. 비 명 삼 키 며 일 제 히 바 닥 에 납 작 엎 드 린 다 . 오 직 김 신 일 행 만 서 있 다 .

부하들 !!!
부하1 장 군 ..!!
김신 .... (차 마 , 이 건 아 니 어 야 합 니 다 , 하 는 눈 빛 으 로 고 개 들 어 왕 올 려 다 보 면 )
왕 (그 런 김 신 의 표 정 즐 기 는 듯 하 고 , 그 런 그 의 귓 가 에 )
간신 (뱀 의 눈 빛 으 로 김 신 내 려 다 보 며 , 뱀 의 혀 로 왕 의 귓 가 에 속 삭 인 다 )
백 성 위 에 왕 王, 왕 위 에 신 神, 그 신 이 김 신 을 일 컫 는 다 합 니 다 .
왕 (그 저 김 신 만 보 는 데 ..)
간신 저자의 끝없는 승전보가 백성을 현혹하고 저자의 권세가 거듭 왕실을
조롱하니, 국법으로 엄히 다스리시옵소서.
왕 (그 저 김 신 만 물 끄 러 미 ..)
수비군 대역죄인 김신은 검을 물리고, 무릎을 꿇고,
김신 (분 노 로 목 소 리 낮 아 지 는 ) 길 을 터 라 . 폐 하 를 뵙 겠 다 .
수비군 (그 기 세 에 눌 려 , 조 금 움 츠 러 들 어 ) 대 역 죄 인 김 신 은 ,
김신 (검 뺄 듯 잡 으 며 ) 막 아 서 면 반 드 시 죽 을 것 이 다 . 길 을 터 라 !

김신, 궁 향해 한걸음 떼는 순간, 비 오듯 쏟아지는 화살들!

-5-
김 신 뒤 의 무 장 해 제 한 부 하 들 에 게 파 바 박 - 꽂 힌 다 . 속 절 없 이 죽 어 나 가 는 김 신 의 부 하 들 ..

김신 !!! (부 하 들 의 죽 어 가 는 모 습 에 눈 에 핏 발 서 는 데 ..!)
부하1 (눈 돌 아 칼 빼 들 고 ) 네 이 놈 드 을 ! 전 장 에 서 오 는 길 이 다 .
오직 주군의 이름으로 사흘 밤낮을 싸웠다! 그 생지옥에서 살아 돌아오는
길 이 란 말 이 다 !! 헌 데 네 놈 들 이 !! 감 히 네 놈 들 이 !!
(분 해 눈 에 서 불 꽃 튀 고 눈 물 툭 툭 떨 어 지 는 데 )

김신의 신발이 부하들 몸에서 나온 피로 온통 붉게 적셔진다.

김신 (분 노 에 , 눈 빛 붉 고 ) ..이 들 곁 을 지 켜 라 . 금 방 다 녀 오 마 .

김신, 돌아서 저벅, 저벅, 수비군들 향해 가는데, 어쩐 일인지 수비군들, 길을 튼다.


김신, 멈칫 멈춰서면, 수비군들에 가려졌던, 한 여인 보인다. 왕비다.

김신 ?!!

화면 넓어지면, 왕비의 뒤로 양반 차림이거나 문관 정복한 김신의 친척들이,


그 뒤론 남루한 김신의 노비들이, 부들부들 떨며 서 있다. 남녀노소 다 끌려 나왔다.

김신 !!!
김 신 NA 그는 적의 칼날은 정확하게 보았지만 자신을 향한 어린 왕의 질투와 두려움은
보지 못했다. 그것이, 자신에게 겨눠진 가장 날카로운 칼날이었음을 그는 알지
못했다.

김신, 정녕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핏발 선 눈으로 왕 올려다보면,

왕 더는 오지 마라. 멈추어라. 그게 뭐든, 멈추어라.


김신 !!!...
왕 그 자리에 멈춰 역적으로 죽어라. 그럼 너를 뺀 모두를 살릴 것이다.
허나 단 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온다면, 네 놈의 걸음 하나, 시선 한 번에,
모두를 죽여 네 놈 발치에 깔아 줄 것이다.

왕비를 향해, 일가친척을 향해, 노비들을 향해, 다시 한 번 궁수들의 활시위 팽팽히 당겨진
다!

-6-
김신 하 .. (울 음 같 은 숨 토 해 내 며 , 왕 비 보 면 !)
왕비 ..가 세 요 장 군 . 저 는 , (울 음 삼 키 고 ) 괜 찮 습 니 다 ..
김신 !!!
왕 (지 금 까 지 표 정 없 던 얼 굴 이 , 분 노 로 일 그 러 지 는 데 !)
김신 저 는 .. 마 마 저 는 , (굵 은 눈 물 툭 툭 떨 어 지 는 데 )
왕비 압 니 다 . 진 정 다 압 니 다 .. 혹 여 이 게 마 지 막 이 면 , 이 또 한 제 운 명 인 겁 니 다 .
그 러 니 가 세 요 .. 멈 추 지 말 고 폐 하 께 가 세 요 장 군 ..

마지막 순간까지 기품을 잃지 않는 왕비다.


김신, 왕비의 눈물 맺힌 얼굴 마주보며, 왕을 향해 한 걸음 옮기는데,

왕 (질 투 에 미 쳐 돌 아 ) 역 모 다 . 저 집 안 의 그 누 구 의 숨 도 , 붙 여 두 지 말 라 . 어 명 이 다 .

그 순 간 , 비 처 럼 쏟 아 지 는 화 살 ! 푹 쓰 러 지 는 왕 비 ..

김신 !!!.. (눈 물 후 두 둑 , 떨 어 지 고 , 피 눈 물 삼 키 며 한 걸 음 더 떼 면 )

이 번 엔 일 가 친 척 들 의 몸 에 날 아 와 박 히 는 화 살 !!
일가친척들 쓰러지자, 벌벌 떨며 서 있는 노비들 보인다. 그 옆에 떨고 있는 어린 아이들 보
이고,
시 종 (40대 ), 맨 앞 에 서 있 다 .
그 들 을 향 해 다 시 팽 팽 히 겨 눠 지 는 활 시 위 ..!
하 .. 차 마 더 는 못 가 고 , 결 국 , 걸 음 멈 추 는 김 신 .
텅 빈 눈으로 뒤돌아보면, 디뎌 온 걸음마다 핏빛 발자국뿐이다.

간신 뭣들 하느냐! 죄인을 꿇려라!


수비군 (칼 빼 들 어 , 장 군 의 왼 쪽 다 리 를 베 어 꿇 린 다 )
김신 (한 쪽 다 리 휘 청 , 겨 우 검 에 의 지 에 버 티 며 왕 을 원 망 스 럽 게 보 는 데 ..!!)
부하1 (달 려 오 며 ) 장 군 ..!!
간신 죄 인 의 눈 빛 이 형 형 하 니 어 심 이 어 지 럽 다 . 반 드 시 참 하 라 !!
김신 (짚 고 의 지 하 고 있 던 검 의 손 잡 이 내 어 주 며 ) 마 지 막 은 자 네 에 게 부 탁 하 고 싶 은
데 ..
부하1 흐 흑 .. (울 며 ) 용 서 하 십 시 오 .. 곧 , 따 라 가 뵙 겠 습 니 다 .
김신 (아 프 게 , 끄 덕 하 면 )

부 하 1, 흐 흑 , 눈 물 삼 키 며 김 신 의 검 잡 아 그 대 로 김 신 의 가 슴 에 깊 게 찔 러 넣 는 다 !

-7-
울 컥 뜨 거 운 피 토 하 는 김 신 .. 그 런 김 신 을 꼭 끌 어 안 고 오 열 하 는 부 하 1이 고 ..

간신 그 누구도 반역죄인의 시신을 수습하지 말라.


들판에 버려두어 들짐승과 날짐승의 먹이로 두라.
금수의 허기를 달래는, 딱 그 정도가 저자의 가치다. 어명이다.

흐 흑 , 백 성 들 의 숨 죽 인 통 곡 소 리 .. 참 담 하 다 .
김 신 , 흐 릿 한 의 식 사 이 로 왕 비 의 모 습 찾 는 데 , 왕 비 의 마 지 막 시 선 은 왕 을 향 해 있 다 ..
허 나 , 뒤 도 안 돌 아 보 고 화 려 한 용 포 의 뒷 모 습 으 로 자 리 를 떠 나 는 왕 이 고 ..
왕 비 의 눈 서 서 히 감 기 고 .. 왕 비 의 비 단 옷 과 손 가 락 의 옥 반 지 가 피 로 물 들 어 가 는 데 ..
피 토 하 며 그 모 습 지 켜 보 는 김 신 이 고 ..

S#8. 들 판 (낮 )
들 판 에 버 려 진 채 눈 도 못 감 고 핏 빛 눈 동 자 로 찢 어 질 듯 화 창 한 하 늘 만 올 려 다 보 는 김 신 ..
김 신 의 몸 에 서 흘 러 나 온 붉 은 피 가 흰 들 꽃 잎 을 적 시 고 ..
김 신 의 시 종 (40대 )도 , 백 성 들 도 멀 찍 이 떨 어 져 그 저 ,
“천 지 신 명 님 옥 황 상 제 님 제 발 우 리 장 군 님 을 살 려 주 세 요 .”

“성 황 님 산 신 님 우 리 장 군 님 좀 살 려 주 세 요 .”

“칠 성 님 지 신 님 제 발 우 리 장 군 님 좀 살 려 주 세 요 .”
온갖 신에게 빌며 울뿐 아무도 돕지 못한다.
허나, 모든 것이 허망하기만 한 김신이다.

김신 그 누 구 에 게 도 빌 지 마 라 . ..신 은 듣 고 있 지 않 으 니 .

웅 - 웅 - 가 슴 의 검 이 사 납 게 울 더 니 , 천 천 히 눈 을 감 는 김 신 인 데 ..

김 신 NA 하 루 중 가 장 화 창 한 오 시 午時. 그 는 자 신 이 지 키 던 주 군 의 칼 날 에 죽 었 다 .

/-1. 여 러 해 시 간 경 과 (밤 과 낮 )
김신의 시신 위로 바람이 지나가고 비가 오고 눈이 내린다.
흰 눈 위에 검 하나만 덩그러니 꽂혀 있다. 그때, 흰 나비 한 마리 팔랑 팔랑 검 주변 맴돈다.

나비를 빌어 말을 걸어오는 천상의 존재, 신이다.

신E 그대는 목숨을 다해 백성을 구했으나 백성은 널 잊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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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끝 도 없 이 펼 쳐 진 눈 밭 (낮 )
몽환적인 공간이다. 온통 희고 차갑다.
흰 눈 밭에 핏빛 발자국. 보면, 어딘가를 향해 끊임없이 걷고 있는 김신이다.
김신 옆에 흰 나비 팔랑 팔랑 날아다닌다. 작은 나비의 그림자가 때때로 거대하다.

신E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기대할 것이 못 되지. 때문에 너는 잊혀진 것이다.


김신 저도 백성도 그저 빌고 기댈 뿐, 저는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기대할 게 못 되는 건 듣지 않는 신입니다.
신E 인간은 쉽게 변한다. 욕심은 끝이 없고 희생은 당연하고 은혜는 바로 잊고
신의는 깨트리지. 그런 자들의 염원 따위, 들을 가치 없다.
김신 저도 백성도 그저 신에게 조롱당할 뿐, 저는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내기 할까요?

/-3. 다 시 들 판 . (낮 )
팔랑 들판에 꽂혀있는 검 손잡이에 내려앉는 나비.
녹슬고 무뎌진 칼날과 이끼 낀 손잡이가 세월의 흔적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신E 신 과 내 기 라 ..!

보 면 , 세 월 많 이 흐 른 듯 들 판 은 어 느 새 눈 밭 처 럼 흰 메 밀 꽃 밭 으 로 변 해 있 는 데 ...

S#9. 서 울 / 빌 딩 숲 (다 른 날 아 침 )
버드아이 시점으로 서울의 고층 빌딩 숲 보인다.
2월 의 찬 공 기 느 껴 지 며 , 구 름 같 은 안 개 에 잠 식 당 해 신 비 롭 다 ..

S#10. 도 심 횡 단 보 도 (아 침 )
안개가 예사롭지 않다고 느끼는 한 남자,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자욱한 안개에 신호등 불빛 탁하게 보이고, 인도며 도로, 실루엣만 겨우 보일 정도다.
파란불 켜지자, 남자, 횡단보도 건너는데, 남자의 발자국마다 빠지직, 얼음 언다.
그때, 달려오던 차 한 대 끼익- 쾅! 남자를 들이 받는다!
하지만 남자는 미동도 없고, 마치 기둥에 부딪힌 듯 차만 뒷바퀴 덜렁 들려 멈춘다.

차주 (차 멎 자 마 자 튀 어 내 리 더 니 바 로 남 자 멱 살 잡 으 며 ) 이 런 미 친 새 끼 가 !
눈 까 리 는 장 식 이 냐 ? 뒈 지 고 싶 어 환 장 을 , (!!!)

-9-
보면, 차 앞머리 남자의 몸 크기만큼 움푹 패여 있다. 남자, 바로 검은 수트에 페도라 든 저승
이다.

차주 (?!) 너 이 새 끼 .. 너 뭐 야 ..!
저승 멧돼지.
차주 뭐?
저승 너는 멧돼지를 받은 것이다.
차주 (우 뚝 굳 더 니 눈 자 위 묘 해 진 다 )

뒤차 빵- 크락션 울리고 지나가던 사람들 무슨 일이야? 싶은 눈으로 차와 차주 보는데.

행인1 괜찮으세요? 신고해드려요?


차주 (횡 설 수 설 ) 제 가 멧 돼 지 를 .. 쳐 가 지 고 .. 그 니 까 멧 돼 지 가 튀 어 나 와 서 갑 자 기 ..
행인2 멧 돼 지 요 ? 강 남 한 복 판 에 요 ? (하 는 데 )
사람들E 끼 야 악 !!!!!!!!

찢어지는 비명 소리에 보면, 사고로 반쯤 열린 트렁크 사이로 반지 낀 흰 손 나와 있다.


싸 움 구 경 에 몰 려 있 던 사 람 들 웅 성 대 고 , 누 군 가 는 “112죠 , 여 기 역 삼 사 거 린 데 요 .” 신 고 한 다 .
그때 저승 옆에 서서 구경하던 한 구경꾼 여자 훅 주저앉는다. 저승, 페도라 쓴다.

여자 (덜 덜 ) ..말 도 안 돼 .. 왜 저 기 .. 내 가 왜 저 기 ..

여 자 의 덜 덜 떨 리 는 손 .. 트 렁 크 에 서 삐 져 나 온 손 과 같 은 반 지 끼 고 있 다 .
저승, 청첩장 크기의 봉투에서 엽서 하나 꺼내면,
[黃美英 25세 . 戊寅년 乙卯월 己卯일 08시 32분 窒息死] (1998년 2월 1일 08시 32분 )
흰 바탕에 붉은 글씨로 한 줄 쓰여 있는 심플한 명부다.

저승 황 미 영 . 25세 . 계 축 년 정 사 월 을 사 일 신 사 시 출 생 .
무 인 년 을 묘 월 기 묘 일 08시 32분 . 사 인 질 식 사 . (읊 고 , 망 자 보 며 ) 본 인 맞 으 시
죠?
여자 !!!...

S#11. 저 승 의 찻 집 (낮 )
손잡이 없는 중국식 찻잔에 쪼르륵 엽차 따르는 손, 저승이다.
찻집 한쪽 벽 커다란 창문 나 있고, 밖엔 사람들 지나다니고 있다.
그런데 아무도 창문을 바라보거나 아예 창이 있다는 걸 모르는 듯 어딘지 묘하다.

-10-
저승, 모락 김 피어오르는 차 한 잔 테이블에 내려놓으면, 여자망자 앉아 있다.

저승 마셔요. 이승의 기억을 잊게 해줍니다.


여자망자 ..안 마 시 면 어 떻 게 되 는 데 요 ?
저승 안 마신 걸 후회하게 되겠죠. 어떤 후회든 부디 이승에서만 하시길.
여자망자 !...

Cut to.
다 닦은 찻잔 넣으려고 찬장 여는 저승인데, 위로도 옆으로도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무늬며
색깔 가지각색인 찻잔들. 이 세상의 차원이 아닌 듯 기묘하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느낌에
창밖 보면,
/보 스 턴 백 든 한 남 자 창 밖 지 나 간 다 . 바 로 도 깨 비 다 !

저승 ?!!
/도 깨 비 !! (문 득 이 상 한 느 낌 으 로 멈 춰 서 더 니 , 찻 집 향 해 시 선 돌 리 면 !!)
저승 !!! (창 밖 의 사 내 와 눈 이 딱 마 주 친 것 이 다 !! 혹 시 ..) 도 깨 비 ?

/-1. 저 승 의 찻 집 창 밖 (사 실 은 벽 )
도깨비, 어느 벽 앞에 서 있다. 사실은 그 벽이 저승 찻집의 창문이다.
인간들에겐 벽으로 보이는 곳이지만 도깨비의 눈엔 창 안의 저승사자가 보인다.
길가는 이 아무도 없이 적막하다.

도깨비 저승사자?

/-2. 저 승 의 찻 집 안
도깨비 (저 승 의 모 습 발 끝 부 터 머 리 끝 까 지 훑 더 니 ) 매 우 상 스 러 운 갓 을 썼 군 .
저승 (빡 !)

/-3. 저 승 의 찻 집 창 밖 (사 실 은 벽 )
도깨비, 무심한 얼굴로 가던 길 간다.
창 안 의 저 승 사 자 , 빡 친 얼 굴 로 가 는 도 깨 비 보 는 데 ..

S#12. 도 깨 비 집 / 마 당 (낮 ) → 삭 제 .
S#13. 도 깨 비 집 / 거 실 (낮 )
툭, 툭, 저절로 켜지는 촛불들! 실내 밝아지면, 보스턴 백 들고 서 있는 도깨비다.
아치형 창문, 높은 천장, 천장에 빼곡한 크리스털 샹들리에, 오래된 괘종시계,

-11-
손 때 묻 은 등 잔 , 제 각 각 키 다 른 양 초 들 과 의 자 , 테 이 블 , 장 식 장 등 100년 은 족 히 넘 은
가구들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인상을 준다.
20년 만 에 돌 아 온 집 둘 러 보 던 도 깨 비 , 일 각 에 보 스 턴 백 내 려 놓 고 뚜 벅 뚜 벅 창 가 로 가 더 니 ,

육중한 커튼 손으로 열어젖히면,

/-1. 도 깨 비 집 전 경 (낮 )
울창한 나무들 숲처럼 우거진 속에, 클래식한 저택의 모습 보이고,
저 택 창 가 에 서 서 그 리 웠 던 듯 창 밖 풍 경 보 는 도 깨 비 보 이 는 데 .. 그 때 ,

유회장E 나 으 리 ..!

/-2. 도 깨 비 집 / 거 실 (낮 )
도 깨 비 , 돌 아 보 면 , 60대 의 유 회 장 (시 종 11)과 덕 화 (대 여 섯 살 어 린 아 이 ) 서 있 다 .

유회장 이 십 년 만 에 , (반 가 움 에 목 메 이 고 ) 뵙 습 니 다 . 그 간 무 고 하 셨 습 니 까 나 으 리 .
도깨비 (끄 덕 , 표 정 편 해 지 며 ) 그 대 도 무 탈 하 였 는 가 .
유회장 전 많이 늙었지요. 나으리는 여전히 멋지십니다.
덕화 (도 깨 비 아 래 위 쭉 매 의 눈 으 로 훑 더 니 , 한 껏 올 려 다 보 며 ) 별 로 안 멋 진 데 ?
도깨비 (띵 ! 내 려 다 보 면 )

노 란 유 치 원 복 에 모 자 쓰 고 있 고 , 명 찰 에 ‘유 덕 화 ’ 쓰 여 있 다 .

유회장 이 놈 ! (하 고 ) 서 신 으 로 아 뢰 었 던 그 손 주 놈 입 니 다 . (덕 화 에 게 ) 인 사 올 리 거 라 .

덕화 이 아저씨 누군데?
도깨비 니가 덕화구나. 나는 그대의 삼촌이었다가 형제였다가 아들이었다가
손 자 가 될 사 람 이 다 . (무 릎 굽 혀 눈 높 이 맞 춰 앉 으 며 ) 잘 부 탁 한 다 .
덕화 그 게 뭐 야 . (팔 짱 끼 며 ) 점 점 수 상 해 .
유회장 이 노 옴 ! 송 구 합 니 다 . 4대 독 자 라 오 냐 오 냐 했 더 니 ..
도깨비 !! (덕 화 얼 굴 그 제 야 제 대 로 본 듯 ) 헌 데 넌 ..
덕화 나 왜?
도깨비 (눈 빛 아 련 해 져 ) 고 려 에 서 태 어 나 이 국 땅 에 잠 든 이 가 있 었 다 .
그 대 의 먼 조 상 이 다 . 그 아 이 와 꼭 닮 았 구 나 ..
덕화 어디가? 그 조상 잘생겼어?
유회장 이노오옴! 어디서 이런 놈이 났는지 면목 없습니다 나으리.

-12-
도깨비 괘념치 말아라. 그대 가문의 그 누구도 실망스러웠던 적 없으니.
덕화 근데 삼촌 왜 자꾸 우리 할아버지한테 반말해? 죽을래?
도깨비 (띵 !)
유회장 (헉 !) 주 , 죽 여 주 시 옵 소 서 나 으 리 ..

도깨비, 귀엽게 덕화 보고 있고, 도깨비 꼬나보는 덕화의 얼굴 위로,

시종E ..나 으 리 ..

S#14. 고 층 빌 딩 옥 상 (밤 ) → 삭 제 .
S#15. (과 거 회 상 ) 벌 판 (밤 )
덕 화 와 꼭 닮 은 한 소 년 . 초 로 의 한 노 인 (70대 )의 손 꼭 잡 고 녹 슨 검 앞 에 서 있 다 .
바로, 최조의 시종과 그의 손자다.
녹 슬 고 무 뎌 진 칼 날 , 이 끼 낀 손 잡 이 , 칼 날 을 타 고 오 른 나 팔 꽃 넝 쿨 이 30년 세 월 을 말 해 준 다 .

시종, 주름져 잘 떠지지도 않는 눈에 눈물 핑 돌아, 아픈 몸으로 절 올린다. 시종의 병색 완연


하다.

시종 너 무 늦 게 와 송 구 합 니 다 나 으 리 . 소 인 .. 몇 해 앓 았 습 니 다 .

나비는 어느 샌가 그 주변을 팔랑 팔랑 날아다니고 있다.

시종 (눈 물 고 이 고 , 마 지 막 숨 처 럼 ) 전 이 제 갈 모 양 입 니 다 .
이 제 부 턴 이 아 이 가 나 으 리 를 모 실 것 입 니 다 .. 손 주 놈 입 니 다 . (머 리 쓰 담 하 면 )
손자 (말 똥 한 눈 으 로 할 아 버 지 의 얼 굴 과 녹 슨 검 보 며 ) 이 칼 이 .. 나 으 리 예 요 할 아 버
지?

하는데, 녹슨 검 웅- 웅- 울기 시작한다. 손자 헉! 놀라 움찔하는데,

신E 너의 백성의 염원이 널 살리는구나. 그대가 이겼다.

흰 나비 웅- 웅- 우는 검 손잡이에 사뿐 내려앉는다. 손자 흰 나비 신비하게 보는데,


다음 순간, 웅웅 검이 울고 이글거리는 불덩이로 화하자, 놀란 손자의 눈 커지는데,

신E 허나 너의 검엔 수천의 피가 묻었다. 너에겐 적이었으나 그 또한 신의 피조물.

-13-
/전 장 의 수 많 은 시 체 들 ..

신E 홀로 불멸을 살며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아라.


그 어떤 죽음도 잊히지 않으리라. 내가 내리는 상이자 그대가 받는 벌이다.

불덩이,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이내 날카로운 검의 모습으로 다시 날아와 있던 자리에 박히자,

검은 흙, 점점 사람의 형태로, 마침내 검 꽂힌 피투성이 김신의 모습으로!


김 신 , 검 꽂 은 채 이 글 거 리 는 푸 른 불 덩 이 의 모 습 으 로 딱 서 있 다 ..!! 도 깨 비 다 ..!!
죽 을 당 시 의 얼 굴 이 며 목 이 며 다 리 며 , 찢 겨 진 상 처 들 , 스 르 륵 아 무 는 데 ..

신E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


검을 뽑으면 무로 돌아가 평안하리라.
시종 나 으 리 ..!!
손자 (무 서 워 시 종 뒤 로 숨 고 )
도깨비 다녀 올 곳이 있다.

S#16. 궁 궐 / 침 전 (밤 )
누 군 가 (대 군 )의 귓 가 에 여 전 히 뱀 의 혀 놀 리 고 있 는 간 신 의 입 술 보 인 다 .
바삐 움직이던 입, 갑자기 뚝 멈춘다. 거대한 그림자 지며 화면 넓어지면,
침전 한바닥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도깨비의 그림자가 두 사람 덮치고 있다.

대군 무엄하다! 대관절 뭐 하는 자인데,


간신 (!!) 너 , 너 는 ..

도깨비, 손짓으로 훅- 대군 날려 버리고 허공에 손 뻗어 그대로 염력으로 간신 훅-


당겨 손아귀에 간신의 목 턱 잡는다! 컥컥! 버둥거리는 간신에겐 시선도 안 주고,
무언가 뚫어져라 보는 도깨비의 눈빛, 흔들린다. 보면, 이미 죽어 보료 위에 염습된 선왕이다.

도깨비 내 가 .. 늦 었 구 나 ..

대 군 , “여 , 여 봐 라 ! 게 아 무 도 없 느 냐 !” 뒷 걸 음 으 로 , 네 발 로 버 둥 버 둥 도 망 치 고 ,
간신은 컥컥! 버둥버둥 난린데, 도깨비, 왕에게서 시선 떼지도 않고,
으드득, 손에 힘주어 간신 목을 부러뜨리고 휙- 집어 던진다.

-14-
도깨비 ..왕 이 .. 죽 었 구 나 ..

허 망 한 복 수 가 끝 난 침 전 , 고 요 하 다 . 염 습 된 선 왕 의 모 습 만 바 라 보 고 선 도 깨 빈 데 ..

S#17. 들 판 (다 음 날 새 벽 )
도깨비, 핏빛 여명을 뒤로한 채 다시 들판으로 돌아와 보면, 작은 돌탑 하나 생겨있다. 시종
이 죽은 것이다. 어린 손자 흑흑 울며 작은 손으로 돌탑 쌓아올리고 있다. 손에 피멍 다 들어
있 다 ..

도깨비 !!!

도깨비 발견한 손자, 두려움에 손 멈추고 움츠러져 도깨비 보는데,


도깨비,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 주먹 꼭 쥐었다, 무릎 낮춰 앉아 돌탑 마저 쌓는다.

도깨비 자 네 가 내 가 받 는 .. 첫 번 째 벌 인 모 양 이 다 .. (눈 가 시 뻘 게 지 는 데 )
손자 절 .. 받 으 십 시 오 . (피 멍 든 손 으 로 도 깨 비 에 게 절 올 린 다 )
도깨비 (천 천 히 일 어 나 그 런 손 자 내 려 다 보 면 )
손자 (두 려 운 목 소 리 로 ) 이 제 부 터 제 가 모 시 겠 습 니 다 . 할 아 버 지 유 언 이 셨 습 니 다 ..
도깨비 (가 만 히 보 다 가 ) 복 수 에 눈 멀 어 .. 어 찌 지 냈 는 지 안 부 한 마 디 건 네 지 못 하 였 다 ..

그 래 도 , ..그 리 해 주 겠 느 냐 .

구 척 의 도 깨 비 와 키 작 은 손 자 는 그 렇 게 서 로 를 바 라 보 는 데 ..

S#18. 바 다 위 (다 른 날 밤 )
망망대해. 거센 파도를 밀치고 나가는 범선 한 척 보이고

S#19. 배 안 (밤 )
새까만 하늘에 보석을 뿌려놓은 듯 쏟아질 듯 떠 있는 별들.
손자, 넋을 놓고 별들 보고 있다가,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도깨비와 눈 마주치자,

손자 (무 안 한 듯 ) ..속 도 없 이 이 런 풍 경 을 보 니 좋 습 니 다 .
도깨비 (마 음 아 프 고 ) 나 는 니 가 속 도 없 이 이 런 풍 경 을 보 는 것 이 좋 다 . (쓸 쓸 히 웃 으
면)

외국 상인들 틈에서 동양인인 도깨비와 손자의 모습, 평범한 차림에도 눈에 띈다.

-15-
상인들은 끼리끼리 모여 저녁 먹는 중이다. 손자, 그 모습 보며 꿀꺽 침 삼킨다.
도깨비, 그 모습 발견하고 보따리에서 주먹밥 꺼내 내밀면,

손자 전 아직 배가 부르니 나으리 드십시오.


도깨비 먹은 게 없는데 어찌 배가 부를까.
손자 저는 작아서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나으리는 크시니 나으리 드세요.
도깨비 (그 런 손 자 마 음 알 아 채 고 주 먹 밥 나 눠 건 네 며 ) 그 럼 이 러 면 되 겠 구 나 .
손자 육지까지 멀었습니다. 나눠 먹어서는 누구도 배부르지 않습니다.
도깨비 (그 마 음 너 무 예 쁘 고 ) 그 래 서 네 가 굶 겠 단 말 이 냐 .
손자 정 배고프면 저는 뱃일을 하고 조금 얻어먹으면 됩니다.
도깨비 널 얻어먹게 하려고 데려왔는줄 아느냐. 날 믿어라.
난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사람일지도 모르니.

도깨비, 손자의 손에 주먹밥 들려주면, 아이는 아이다. 잠깐 망설이다 허겁지겁 먹는다.


도깨비, 그 모습 보다가 주변 맴도는 반딧불들 모아 손자의 옆에 등불 모양으로 놓아주자,

손자 와 .. (박 수 친 다 )

그 모습에 잠시나마 시름겨움 잊는 도깨빈데, 그 순간!


손자의 목덜미 낚아채는 거친 손. 고려인 상인과 외국상인들이다.

고려상인 그 보따리를 좀 봐도 될까? 배 무게를 좀 줄여야 해서 말이야.


외국상인 (손 쭉 뻗 어 , 배 난 간 밖 으 로 손 자 를 대 롱 거 린 다 )
손자 컥 , 컥 .. 나 으 리 ..

일각의 다른 상인들 그저 손으로 게걸스럽게 음식 먹으며 바라볼 뿐 말리는 이가 없다.

도깨비 (눈 빛 사 나 와 지 며 ) 아 이 를 내 려 놓 아 라 . 그 럼 목 숨 만 은 살 려 주 마 .
고려상인 파도가 수상한 게 암만 봐도 이 배에 부정한 놈이 탄 것 같거든. 바로 네 놈.
(동 료 에 게 , 아 랍 어 ) 이 놈 은 노 예 로 팔 거 니 까 팔 다 리 는 성 하 게 두 고 ,
(손 자 턱 짓 ) 애 는 던 져 버 려 .
외국상인 (1초 의 망 설 임 도 없 이 손 자 를 휙 - 바 다 로 던 져 버 린 다 !!)
도깨비 !!! (분 노 한 얼 굴 로 일 어 서 면 !)

상 인 1,2,3,4, 칼 꺼 내 들 고 , “(아 랍 어 )묶 어 ” 하 며 다 가 오 는 데 ,

-16-
도깨비 (분 노 에 , 눈 에 핏 발 서 며 ) 인 간 이 짐 승 만 도 못 하 면 어 찌 되 는 줄 아 느 냐 .

그 순간, 파도 거칠어지더니, 검은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는다.


상인들 파도 보며, 하늘 보며 당황하는데,

도깨비 (차 갑 고 서 늘 하 게 ) 분 노 한 신 을 만 나 게 되 는 것 이 다 .

이 내 도 깨 비 의 몸 푸 른 불 꽃 으 로 이 글 거 린 다 ! 누 군 가 , “도 .. 도 깨 비 다 !” 비 명 지 른 다 .
상인들 혼비백산해, 비명 질러대는데, 도깨비, 비바람 휘몰아쳐 돛대 우지끈 부러져나간다.
순식간에 수직으로 기우는 배. 주륵 미끄러져 물속으로 날아가 처박히는 상인들.
반 이 상 처 박 히 고 반 은 겨 우 배 여 기 저 기 매 달 려 살 려 달 라 며 울 부 짖 는 데 ..
도깨비, 수직으로 기울어가는 배를 저벅 저벅 걸어 내려가며 바다 향해 손 뻗으면,
거대한 물기둥 생겨나 도깨비의 손으로 날아오는데,
칼날이며 손잡이며 도깨비의 가슴에 꽂힌 검 모양이다!

상인들 살 려 주 세 요 ..!! 제 발 ..!! 목 숨 만 은 제 발 ..!!


도깨비 늦었다.

도 깨 비 , 물 로 만 든 검 확 내 리 쳐 배 를 두 동 강 내 버 리 는 데 !!

S#20. 바 다 속 (밤 )
꽃잎처럼 나폴 나폴 가라앉고 있는 손자.
저 위 물 수면 보이는데, 슝- 하고 들어오는 누군가, 도깨비다.
가 라 앉 는 손 자 에 게 빛 으 로 다 가 와 손 자 안 고 또 다 시 빛 으 로 수 면 향 해 , 이 내 하 늘 로 ..
동 강 난 배 의 파 편 들 둥 둥 떠 다 니 는 수 면 보 이 고 ..
수 면 위 , 비 현 실 적 인 붉 고 커 다 란 달 보 이 고 ..

S#21. 다 시 현 재 , 고 층 빌 딩 옥 상 (밤 )
비 현 실 적 으 로 커 다 랗 게 뜬 붉 은 달 아 래 , 쓸 쓸 한 모 습 으 로 앉 아 있 는 도 깨 비 ..

도깨비 속 도 없 이 , (사 이 ) 돌 아 오 니 좋 구 나 .. (씁 쓸 한 얼 굴 로 맥 주 마 시 는 데 )
E (급 브 레 이 크 ) 끼 익 --!!!
도깨비 (흘 끗 내 려 다 보 면 )

S#22. 대 로 변 (밤 )
인적 드문 거리, 신호 무시하고 달려오던 차 한 대, 속력을 줄이지 못해 눈길에 미끄러지며

-17-
그 대 로 쾅 !!! 한 여 자 를 들 이 받 는 다 ! 붕 떠 선 바 닥 에 쿵 떨 어 지 는 단 발 머 리 여 자 (은 탁 모 ). 뺑 소
니 차, 이내 후진해 요란하게 사라지고. 굉음 멀어지면서 점차 도로 위로 물드는 여자의 붉은
피 ..
생 과 사 의 기 로 에 서 점 점 가 빠 지 는 여 자 의 숨 소 리 ..

은탁모E 살 려 주 세 요 .. 제 발 살 려 주 세 요 ..

S#23. 고 층 빌 딩 옥 상 (밤 )
도깨비에겐 여자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와 괴로운 숨소리 생생히 보이고 들리지만
그저 눈도 깜짝 않고 한갓지게 맥주나 넘길 뿐이다.
그 때 다 시 들 리 는 여 자 의 간 절 한 기 도 소 리 ..

은탁모E 신 이 있 다 면 제 발 .. 저 좀 살 려 주 세 요 ..
도깨비 (시 선 돌 려 괜 히 멀 리 야 경 보 며 맥 주 만 )
은탁모E 살 려 주 세 요 .. 아 무 나 라 도 제 발 요 ..

순 간 , 끙 .. 도 깨 비 이 내 고 층 빌 딩 아 래 로 날 개 를 접 은 새 처 럼 몸 을 날 린 다 !
다음 순간, 도깨비의 몸 어느새 거대한 푸른색 불덩이로 변하며 쏜살같이 아래로 날아가더니,

S#24. 대 로 변 (밤 )
죽 어 가 는 여 자 의 앞 에 가 볍 게 내 려 앉 는 다 . 온 몸 을 감 싼 푸 른 불 꽃 서 서 히 사 라 지 고 ..
나 른 한 도 깨 비 의 눈 빛 에 비 친 여 자 , 노 파 와 이 야 기 하 던 그 여 자 (은 탁 모 )다 .
2월 이 라 은 탁 모 의 임 신 한 배 는 티 가 나 지 않 는 다 .

은탁모 (?!) 누 구 세 요 ..?


도깨비 (일 어 나 내 려 다 보 며 ) 아 무 나 다 .
은탁모 제 발 저 좀 ..
도깨비 글쎄. 인간의 생사에 관여하지 않는 게 내 원칙이라.
은탁모 저 이 렇 게 죽 으 면 안 돼 요 ..
도깨비 (흘 끗 여 자 보 더 니 ) 네 가 살 려 달 라 는 것 이 네 가 아 니 구 나 .
은탁모 (배 감 싸 쥔 채 ) 제 발 .. 아 이 만 이 라 도 .. (툭 - 정 신 잃 는 데 )
도깨비 (복 잡 한 눈 빛 으 로 보 다 가 ) 그 대 는 운 이 좋 았 다 . 마 음 약 한 신 을 만 났 으 니 .
오늘 밤은 누가 죽는 것을 보는 것이, 싫어서 말이다.

도깨비, 손에 불덩이 만들어 은탁모의 몸 위로 둥- 띄워 보내면,


은탁모의 몸 주변으로 신묘한 기운들 어지럽게 움직이고, 멈췄던 숨 턱 트인다.

-18-
그 순간, 두 사람 주변의 수많은 벚꽃나무들 생기 얻으며 만개한다.
흰 눈 으 로 덮 인 거 리 위 에 생 생 한 꽃 나 무 들 .. 신 비 하 고 아 름 답 다 .
그 때 바 람 훅 불 자 후 두 둑 비 처 럼 쏟 아 지 는 벚 꽃 잎 들 .. 은 탁 모 몸 위 로 쏟 아 져 내 린 다 .
도깨비, 이미 사라지고 없다.

/-1. (시 간 경 과 ) 밤
뚜벅 뚜벅, 흩뿌려진 꽃잎들 밟으며 걸어오는 구둣발.
흰 눈 위 에 뿌 려 진 여 자 (은 탁 모 )의 새 빨 간 핏 자 국 과 벚 꽃 잎 들 위 로 긴 그 림 자 하 나 생 긴 다 .
보면, 페도라 쓴 저승이다. 손엔 뜯긴 봉투 두 개 들려 있다.
저승, 의아한 얼굴로 핏자국 보다가, 손에 든 봉투에서 반쯤 꺼내진 엽서 다시 살펴본다.
[池蓮 熙. 27세 . 戊寅년 甲寅월 壬辰일 21시 05분 事故死]
[無名. 0세 . 戊寅년 庚辰월 壬辰일 21시 05분 事故死] (1998년 2월 14일 21시 5분 사 고 사 )
시계 보면 딱 정확한 시간이다.

저승 (의 미 심 장 ) 눈 과 피 와 , (돌 아 보 며 ) 꽃 이 라 ..

만 개 한 벚 꽃 나 무 들 . 바 람 결 에 흔 들 리 며 잎 들 눈 처 럼 떨 어 지 고 있 고 ..

은탁모E 악 ! (비 명 소 리 )

S#25. 병 원 / 산 부 인 과 병 실 (다 른 날 밤 )
악몽에서 깨는 듯 비명 지르며 눈뜨는 은탁모. 단발이던 머리 어깨 넘게 자랐다.
그때, 포대기에 감싸인 갓난아이 안은 간호사 들어온다.

간호사 정신이 드셨어요?


은탁모 (애 기 받 아 안 으 며 ) 애 기 어 때 요 ? 뭐 이 상 한 거 없 어 요 ? 다 건 강 해 요 ?
간호사 네 . 건 강 한 따 님 이 세 요 . 식 사 곧 오 니 까 식 사 하 시 구 요 . (나 가 면 )
은탁모 (감 격 스 럽 고 도 얼 떨 떨 한 얼 굴 로 아 기 얼 굴 보 는 데 )

그때, 음산한 목소리로 수런수런 저들끼리 떠드는 누군가.


보면, 병실 창밖 가득 죽은 자들 다닥다닥 달라붙어 은탁과 은탁모 보고 있다.
“도 깨 비 신 부 야 ” “도 깨 비 신 부 가 태 어 났 어 .” “저 애 가 도 깨 비 낙 인 을 가 졌 어 .”
애기 은탁, 무언가 느낀 듯 응애! 울음 터뜨리자, 그 순간, 목에 무언가 반짝 빛난다. 낙인이
다.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벚꽃바람에 귀신들 소스라치게 놀라 흩어진다.
그 대 로 어 디 론 가 다 시 날 아 가 는 벚 꽃 바 람 이 고 ...

-19-
S#26. 바 닷 가 (다 른 날 낮 )
꽃 잎 나 폴 나 폴 초 가 을 의 햇 살 쨍 한 바 닷 가 를 지 나 ..

S#27. 바 다 마 을 / 어 린 은 탁 집 (낮 )
바 다 보 이 는 언 덕 의 작 은 집 마 당 . <8년 후 > 자 막 찍 힌 다 .
여자, 등 보인 채 건조대에 미역 다시마 등 널고 있고,
그 옆에 등 보인 채 앉아 농협 부채 들고 생선에 꼬이는 파리 쫓는 여자아이.
바 람 결 에 아 이 의 뒷 머 리 살 풋 들 리 며 낙 인 드 러 난 다 . 보 면 , 9살 된 은 탁 이 다 .
그 바람에 함께 나폴 나폴 은탁의 눈앞으로 날아오는 벚꽃 잎 한 장.

은탁 ?!! (가 만 히 손 바 닥 내 밀 어 벚 꽃 잎 손 에 받 는 다 )
은탁모 (고 개 도 안 들 고 건 조 대 에 미 역 널 며 ) 우 리 은 탁 이 이 번 생 일 엔 떡 뭐 해 줄 까 ?
은탁 (가 만 히 손 바 닥 위 의 꽃 잎 만 )
은탁모 꿀떡? 무지개떡?
은탁 (꽃 잎 꼭 쥐 고 ) 엄 마 . 나 이 제 잔 치 말 고 파 티 하 면 안 돼 요 ?
은탁모 (그 제 야 보 며 ) 뭐 가 다 른 데 ?
은탁 떡이 케이크로 달라지죠. 나도 촛불 불고 소원 빌고 싶어요.
떡에다가 소원 비니까 아무래도 안 듣는 거 같아요.
은탁모 (빵 터 져 서 ) 푸 하 하 . 엄 마 가 생 각 을 못 했 어 . 엄 만 너 떡 좋 아 하 니 까 떡 했 지 .
그래. 올해부턴 파티하자 케이크 놓고.
은탁 (신 나 서 ) 우 와 !!! 엄 마 최 고 !!! (하 다 ) 어 ? 강 아 지 다 .
은탁모 (?) 강 아 지 ?
은탁 (쪼 르 르 달 려 가 더 니 강 아 지 쓰 다 듬 는 데 )
은탁모 (허 공 쓰 다 듬 는 모 습 이 고 )
은탁 (은 탁 에 겐 보 이 고 . 손 펴 서 꽃 잎 보 이 며 ) 이 거 봐 라 ? 봄 이 다 시 왔 다 ? 신 기 하 지 .

은탁모 (표 정 어 둡 다 ...)

S#28. 어 린 은 탁 집 (밤 )
문 드르륵 열고 속셈학원 이름 프린팅 된 가방 메고 들어와 부엌 댓돌에 신발 벗으며,

은탁 에 고 힘 들 다 . 엄 마 나 오 늘 영 어 백 점 받 았 어 요 . 머 리 너 -무 써 서 완 전 피 곤 해 요 .

은탁모 하하. 그랬어?


은탁 (방 으 로 들 어 오 다 ) 우 와 ! 케 이 크 다 ! 우 리 지 금 파 티 할 거 예 요 ?

-20-
방 가운데 작은 상에 케이크 놓여 있다.

은탁모 (슬 픈 눈 빛 으 로 끄 덕 ) 응 .. 얼 른 와 서 앉 아 . 촛 불 켜 구 .
은탁 (??) 내 가 켜 도 돼 요 ?
은탁모 우리 은탁이 이제 다 커서 할 수 있어.
은탁 맞 다 . (으 쓱 ) 나 이 제 아 홉 살 이 지 ? 영 어 도 백 점 맞 는 데 이 런 건 식 은 죽 먹 기 지 .

(신 나 서 성 냥 그 어 촛 불 켜 초 에 불 붙 인 다 )
은탁모 하하.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어?
은탁 엄만 몰라도 돼요. 저 그냥 이 사람 저 사람 말 되게 잘 배워요. 저 아무래도 천
재,
(하 다 , ??? 하 다 ...!!! 엄 마 얼 굴 뚫 어 져 라 보 는 )

일 렁 이 는 촛 불 너 머 로 보 이 는 은 탁 모 의 얼 굴 왠 지 모 르 게 흐 릿 한 데 ...

은탁모 왜? 소원 빌어야지. 생일 축하한다 우리 강아지.


은탁 ..아 니 구 나 ..
은탁모 !!!
은탁 (삐 죽 삐 죽 울 음 새 어 나 오 며 ) 정 말 엄 마 아 니 구 .. 엄 마 영 혼 이 구 나 ..
은탁모 너 정 말 다 보 이 는 구 나 .. 안 그 러 길 바 랬 는 데 엄 마 는 ..
은탁 (훅 참 았 던 울 음 터 지 고 ) 엄 마 .. 죽 었 어 요 ?...
은탁모 (슬 프 게 끄 덕 ..)
은탁 진 짜 루 요 ?...
은탁모 (슬 프 게 끄 덕 ..)
은탁 엄 마 .. 어 딨 어 요 ?.. 엄 마 지 금 어 딨 는 데 요 ?..
은탁모 사 거 리 병 원 에 ..

/-1. 병 원 복 도 (밤 )
길에서 쓰러진 듯 베드에 누여 응급실 실려 가는 은탁모.

/-2. 다 시 , 어 린 은 탁 집 (밤 )
눈 물 콧 물 범 벅 에 히 끅 울 고 있 는 은 탁 과 하 릴 없 이 슬 프 고 아 픈 은 탁 모 ..

은탁모 병원에서 연락 올 거야. 가면 이모도 곧 도착할 거구.


은탁 (끄 덕 )

-21-
은탁모 밤엔 추워. 목도리 하구. 슈퍼 할머니한테 같이 가달라고 하고.
슈퍼 할머니네 찾아갈 수 있지?
은탁 (끄 덕 , 울 음 섞 여 ) 세 탁 소 골 목 .. 흑 .. 내 려 가 서 바 로 오 른 쪽 ..
은탁모 아 유 똑 똑 해 라 우 리 강 아 지 .. 앞 으 론 절 대 영 혼 들 이 랑 눈 마 주 치 지 말 고 . 알 았
지?

은탁모 점점 흐릿해 진다.

은탁 (꺽 꺽 울 며 ) 미 안 해 요 엄 마 . 그 런 거 봐 서 요 .
근데 내가 그런 거 봐서 이렇게 엄마도 볼 수 있는 거니깐 난 그냥 괜찮아요.
은탁모 (흐 흑 울 음 터 지 고 ..) 그 래 . 이 렇 게 엄 마 봐 줘 서 .. 고 마 워 .
엄 마 이 제 가 야 할 것 같 아 .. 사 랑 한 다 우 리 강 아 지 ..
은탁 (철 철 울 며 ) 나 도 요 . 나 도 사 랑 해 요 엄 마 . 엄 마 안 녕 .. 엄 마 잘 가 요 .
엄 마 꼭 천 국 가 요 .. 네 ? 엄 마 꼭 , 꼭 ..

하 는 데 , 흐 릿 해 져 서 완 전 히 사 라 지 는 은 탁 모 고 ..
“엄 마 -!!”하 며 , 바 닥 에 엎 어 져 더 서 럽 게 엉 엉 우 는 은 탁 인 데 . 울 음 위 로 전 화 벨 울 린 다 .
겨 우 기 어 가 울 면 서 수 화 기 들 고 말 을 못 잇 고 그 저 엉 엉 우 는 은 탁 인 데 ..

간호사F 여보세요? 지연희씨 댁인가요? 여기 사거리 제일 병원인데요,


은탁 엉 엉 .. 알 아 요 .. 갈 거 예 요 . (전 화 끊 고 )

계속 끅끅거리며 울면서도 야무지게 목도리 두르고, 방문 열다 뒤돌아 케이크 본다.


촛불 거의 녹아 꺼지기 일보직전이다.

은탁 소원, 흐흑 안 빌 거야. 하나도 안 빌 거야.


아무도 안 들어주는데 흑흑 누구한테 빌어.

은 탁 방 문 열 고 나 가 면 , 순 간 촛 불 다 녹 아 훅 꺼 져 버 리 는 데 ..

S#29. 시 장 통 (밤 )
9년 전 처 럼 같 은 자 리 에 서 푸 성 귀 다 듬 는 삼 신 과 그 앞 에 앉 아 도 와 주 는 여 자 , 은 탁 모 다 .

은탁모 할머닌 어쩜 늙지를 않네.


삼신 더 늙을 게 어딨어 여기서.
은탁모 그 건 또 그 렇 네 . (픽 웃 다 ..) 오 다 가 다 우 리 은 탁 이 좀 .. 들 여 다 봐 주 면 안 되 나 ?

-22-
삼신 (쳐 다 보 지 도 않 고 푸 성 귀 다 듬 으 며 ) 지 랄 한 다 . 니 딸 년 을 내 가 왜 .
은탁모 치 .. 그 냥 오 다 가 다 요 . 배 추 남 으 면 좀 주 구 . 시 금 치 도 좀 주 구 ..
삼신 그러게 그때 같이 죽지 뭐 하러 더 살아가지고.
은탁모 못됐어. 할머니가 알려줬잖아요. 간절히 빌라고.
삼신 그 말을 믿는 년이 다 있네.
은탁모 그 말 믿은 덕에 좀 더 살다 가요. 고마웠어요 할머니.
삼신 (묵 묵 히 푸 성 귀 만 )
은탁모 인사할라고 왔지. 저 가요.

은 탁 모 , 다 시 흐 릿 해 져 서 사 라 진 다 . 그 저 푸 성 귀 만 다 듬 는 삼 신 이 고 ..

S#30. 어 린 은 탁 집 (밤 )
은탁, 눈물 못 그쳐 꺽꺽 흐느끼며 댓돌에 신발 신는데
불투명한 부엌 유리창 너머로 검은 사람 그림자 하나 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문 여는 은탁
인데,

/-1. 집 앞 (밤 )
그 앞에 페도라 쓴 저승 딱 서 있다! 은탁, 울음에 어깨 들썩이며 저승과 눈 딱 마주치는데!

저승 ??? (지 금 얘 나 랑 눈 마 주 친 거 야 ?)
은탁 아저씨 누구세요?
저승 (!!!) 너 , 내 가 보 여 ?
은탁 !! (그 순 간 아 차 싶 다 . 사 람 이 아 니 구 나 ..) 아 목 도 리 . 목 도 리 안 했 다 .
엄 마 한 테 혼 나 겠 다 . (다 시 들 어 가 려 는 데 )
저승 했는데 목도리.
은탁 (반 사 적 으 로 목 도 리 에 손 가 져 갔 다 가 악 ! 눈 질 끈 감 고 )
저승 여 기 가 지 연 희 씨 댁 이 지 ? 병 원 에 안 계 셔 서 왔 거 든 . (갸 웃 )
근 데 넌 어 째 서 태 어 나 지 못 했 을 애 가 .. (하 다 퍼 뜩 )

>>인 서 트 플 래 시 백 .
8년 전 피 로 물 든 눈 길 위 . ‘지 연 희 ’ 밑 에 있 던 ‘무 명 0세 ’ 떠 올 리 는 저 승 .

저승 (그 무 명 이 이 아 이 구 나 ) 혹 시 너 올 해 아 홉 살 됐 니 ?
은탁 (고 개 푹 숙 인 채 눈 물 만 툭 툭 , 아 이 는 아 이 고 ) 나 아 저 씨 하 나 도 안 보 이 는 데 ..?

저승 (그 런 은 탁 가 만 히 보 다 가 미 간 좁 히 며 ) 그 런 데 .. 여 긴 어 쩐 일 이 세 요 ?

-23-
은탁 ?.. (같 이 시 선 따 라 가 보 면 ) !

저승 뒤로 삼신, 배추 한 포기 든 채 딱 서 있다.

삼신 가 ! 이 아 인 놔 두 고 ! (저 승 혼 내 면 )
은탁 할 머 니 .. (달 려 가 삼 신 뒤 로 숨 는 )
저승 이거 업무방해예요.
삼신 업무방해 같은 소리 하고 있다. 언제 적 일을 지금에 와서 하고 있어?
저승 지금이라도 하게 됐으니 다행이죠. 저 지금 시간 없어요.
삼신 거야 니 사정이고. 얘가 명부에 있어? 그때 그 아인 무명이지만 얘는 이름이 있
어.
가서 이 아이 이름 적힌 명부 있음 가져와 봐. 그럼 내줄 테니까.
저승 (짜 증 !) 명 부 계 협 조 받 으 려 면 9년 치 증 빙 다 올 려 야 해 요 .
아 실 만 한 분 이 , 후 .. 또 보 자 꼬 마 야 .

뚜벅 뚜벅 걷다,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저승.


그 제 야 은 탁 , 후 ... 참 았 던 숨 내 쉬 는 데 ,

은탁 할 머 니 엄 마 가 요 ..,
삼신 알아. 그건 헐 수 없어. 너나 살어. 얼른 이사 가. 삼일 안에. 그래야 널 못 찾아.

저승사자랑 눈 마주쳐서 여긴 더 살면 안 돼.
은탁 이 사 가 면 못 찾 아 요 ..?
삼신 못 찾아. 그래서 집터가 중요한 거야. 오늘 자정 지나면 장례식장에 남자 하나

여자 둘이 찾아올 거야. 그것들 따라가. 고생은 하겠지만 다른 선택이 없다 넌.

은탁 (끄 덕 ) 근 데 이 런 거 왜 알 려 주 세 요 ?
삼신 (보 다 가 ) 이 뻐 서 . 너 점 지 할 때 행 복 했 거 든 .
은탁 ?? (말 똥 하 게 눈 뜨 고 보 는 데 )
삼신 이 건 생 일 선 물 . (배 추 주 고 가 는 )
은탁 (배 추 한 포 기 든 채 삼 신 의 뒷 모 습 보 는 데 ...)

S#31. 시 장 통 (다 른 날 낮 )
주름진 삼신, 구부정한 허리고 시장통 지나가고 있다.
그 때 반 대 편 에 서 걸 어 오 는 중 학 교 교 복 에 운 동 화 신 은 소 년 , 가 슴 에 ‘유 덕 화 ’ 명 찰 달 고 있 다 .

-24-
덕화와 삼신, 서로 점차 가까워지며 묘한 눈빛 마주친다. 그렇게 서로 스쳐가는 순간,
삼 신 은 빨 간 립 스 틱 , 새 까 만 머 리 , 잘 록 한 허 리 , 빨 간 하 이 힐 의 S라 인 섹 시 녀 로 !
덕 화 는 명 품 수 제 화 , 명 품 셔 츠 , 롤 렉 스 시 계 , 담 뱃 갑 든 20대 중 반 청 년 으 로 !
그렇게 서로 반대편으로 멀어지나 했는데,

덕화 저기요.
삼신 (섹 시 하 게 돌 아 보 면 )
덕화 우리 술 한잔 할래요?
삼신 좋죠.

또 한 번 묘 한 눈 빛 오 가 는 두 사 람 인 데 .. 그 런 두 사 람 위 로 , 후 둑 후 둑 빗 방 울 떨 어 지 고 ..

S#32. 은 탁 학 교 전 경 (다 른 날 낮 )
비 내리는 전경 위로,

E (점 심 시 간 알 리 는 종 소 리 )

S#33. 은 탁 학 교 / 식 당 (낮 )
학생들, 어딘가 흘끗흘끗 보며 지들끼리 수군거린다.
바로 열아홉 살 여고생이 된 은탁이다. 은탁, 혼자 밥 먹고 있다.

고딩1 쟤는 고삼 다 끝나 가는데 아직까지 혼자 먹네.


수진 (아 유 ) 불 쌍 하 면 같 이 먹 어 주 지 왜 .
고딩1 (발 끈 ) 미 쳤 냐 . 내 가 왜 . 쟤 귀 신 본 다 고 .
수진 난 귀신보다 쟤가 더 무서워. 귀신은 눈에 안 보이기라도 하지.
(E) 저 봐 . 다 들 리 면 서 안 들 리 는 척 하 는 거 .

애들이 나누는 얘기 다 들리지만 꿋꿋하게 밥 퍼먹는 은탁. 쓸쓸해 보인다.

S#34. 거 리 (낮 )
우 산 도 없 이 후 드 뒤 집 어 쓰 고 빨 간 목 도 리 (엄 마 가 준 ) 둘 둘 만 채 한 앞 만 보 고 걷 고 있 는 은
탁.
귀에는 이어폰. 좋아하는 라디오 듣는 중이다. 그때 들리는 기괴한 목소리.

처녀귀신E 얘.

-25-
은탁 (늘 있 는 일 인 듯 대 꾸 도 않 고 계 속 앞 만 보 고 걷 는 다 .)

보면, 은탁 옆으로 바짝 붙어 걷고 있는 여자, 처녀귀신이다.


은 탁 , 이 어 폰 음 량 최 대 치 로 올 린 다 . 이 어 폰 밖 으 로 소 리 삐 져 나 오 고 ..

아나운서F 오 늘 끝 곡 이 네 요 . ‘위 너 ’가 부 릅 니 다 . ‘사 랑 가 시 ’
처녀귀신 얘. 너 도깨비 신부라며?
은탁 (안 보 이 는 척 , 노 래 따 라 부 르 는 , ♬) 그 대 내 게 서 떠 나 가 줘 요 . 아 무 런 말 없 이 .
처녀귀신 얘. 너 나 보이잖아.
은탁 (애 써 무 시 , 노 래 만 , ♬) 그 예 쁜 입 술 꾹 닫 아 줘 요 . 괴 롭 히 지 말 아 줘 .
처녀귀신 얘. 너 나랑 같이 가자. 너무 쓸쓸하고 외로워서 그래. 음?
은탁 (계 속 앞 만 보 며 , ♬) 어 둠 을 삼 킬 만 큼 아 름 다 웠 던 그 흔 적 들 없 이 ,
처녀귀신 얘 . 너 왜 자 꾸 안 보 이 는 척 해 ? (하 면 서 확 - 은 탁 코 앞 까 지 와 본 모 습 -무 섭 고
괴 기 스 러 운 - 보 이 며 찢 어 지 는 목 소 리 로 ) 이 나 쁜 년 아 !!!
은탁 (눈 질 끈 감 으 며 ) 아 , 비 주 얼 진 짜 .. (확 눈 뜨 고 째 려 보 면 )
처녀귀신 봐 . 다 보 이 면 서 . (비 웃 다 가 , 은 탁 너 머 무 언 가 발 견 하 고 사 색 !)
너 정 말 이 구 나 .. 미 안 해 ..! 미 안 했 어 미 안 해 ! (검 은 연 기 로 확 사 라 진 다 !)
은탁 (?!) 아 뭔 사 과 를 앞 도 뒤 도 없 이 ,

암튼 다행이다 싶어 가던 길 가려고 돌아서는 순간,


부 딪 힐 듯 옆 으 로 휙 - 지 나 가 는 우 산 든 한 남 자 , 김 신 이 다 !! 통 화 중 인 듯 귀 에 핸 드 폰 .

덕화F 삼촌 어디야? 아까 근처라며. 아니 어제까진 카드가 잘 됐는데,

은탁, 김신의 우산 속으로 뛰어 든 꼴이고, 둘은 눈이 마주치고,


둘은, 그렇게 서로를 스쳐 지나는데, 그 순간이 마치 영원 같다. 점점 멀어지는 두 사람.
그 러 다 무 언 가 이 상 한 느 낌 에 딱 멈 춰 서 는 은 탁 과 도 깨 비 !!
그 렇 게 등 돌 려 멈 춰 서 있 는 두 사 람 사 이 로 사 람 들 오 고 가 고 ..

도깨비 ??!! (뭐 지 ? 왜 지 ? 왜 하 나 도 안 보 이 지 저 애 는 ? 은 탁 돌 아 보 는 데 )

은탁, 멈췄던 걸음 천천히 옮긴다. 뒤도 안 돌아보고 또박 또박.


도 깨 비 , 멀 어 지 는 그 런 은 탁 의 뒷 모 습 바 라 보 고 섰 는 데 ..!

-26-
/-1 다 른 거 리 (낮 )
은 탁 , 커 피 숍 을 지 나 고 .. 은 행 을 지 나 고 .. 편 의 점 을 지 나 고 ..
은 탁 은 알 지 못 한 다 .. 그 모 든 곳 에 서 김 신 이 지 켜 보 고 있 다 는 걸 ..
/도 깨 비 , 커 피 숍 창 가 에 앉 아 , 은 행 창 가 에 서 서 , 편 의 점 창 쪽 바 에 서 은 탁 을 지 켜 보 는 데 ..

S#35. 거 리 2 (낮 )
터 덜 터 덜 걷 던 은 탁 , 무 언 가 발 견 하 고 숨 멎 을 듯 한 얼 굴 로 멈 춰 선 다 !!
보 면 , 저 만 치 앞 에 딱 서 있 는 남 자 , 도 깨 비 다 !!!

은탁 ??!!! (분 명 아 까 저 쪽 으 로 .. 자 신 이 돌 아 왔 던 길 되 돌 아 보 고 다 시 남 자 보 면 !)

두 사 람 사 이 지 나 는 우 산 들 , 빗 방 울 들 빠 르 게 흘 러 가 고 .. 두 사 람 의 시 간 만 느 리 게 흐 른 다 .
도깨비, 건조하게 그런 은탁 보고 서 있을 뿐이다.
은탁, 바로 눈 내리깔고, 도깨비 안 보이는 척 도깨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다.
두 사 람 의 거 리 점 점 가 까 워 지 고 .. 은 탁 은 또 다 시 도 깨 비 를 스 쳐 지 나 는 데 ..
험 하 게 죽 은 귀 신 이 구 나 .. 최 대 한 눈 안 마 주 친 척 , 안 보 이 는 척 지 나 가 는 은 탁 이 고 ..
도 깨 비 , 그 런 은 탁 의 태 도 느 꼈 지 만 , 돌 아 보 지 않 고 ..
허 나 그 자 리 쉽 게 떠 나 지 도 못 하 는 데 ..

S#36. 도 깨 비 집 / 거 실 (밤 )
어 둠 속 에 가 만 히 앉 아 있 는 도 깨 비 . 은 탁 생 각 . 뭐 였 을 까 그 아 이 는 ..
그 때 , 칙 -하 고 등 잔 에 밝 혀 지 는 불 빛 , 불 밝 히 고 돌 아 서 는 유 회 장 , 어 느 새 80대 의 노 인 이 다 .

유회장 불도 안 켜시고.
도깨비 ..생 각 이 깊 었 었 네 . (유 회 장 의 주 름 진 얼 굴 가 만 히 보 는 데 )
유회장 (여 권 과 파 일 에 든 저 택 사 진 건 네 며 ) 니 스 에 서 거 처 하 실 곳 입 니 다 .
도깨비 (끄 덕 하 고 ..) ..그 새 ..
유회장 예 .. 그 리 되 었 지 요 . 덕 화 가 벌 써 스 물 다 섯 인 데 요 .
여기저기 손 좀 보라 일렀으니 이 달 말쯤 가시지요.
도깨비 (끄 덕 하 면 )
유회장 (같 이 끄 덕 하 는 데 , 눈 가 에 눈 물 )
도깨비 ....!! (그 마 음 다 알 아 , 가 만 히 건 너 다 보 면 )
유회장 (가 만 히 웃 으 며 ) 이 제 떠 나 시 면 .. 제 생 전 에 다 시 는 , 못 뵙 겠 지 요 ?
도깨비 (눈 물 참 으 며 ) 모 든 순 간 .. 고 마 웠 네 ..

유 회 장 의 죽 음 이 가 까 워 졌 음 을 알 고 있 는 도 깨 빈 데 ..

-27-
유회장 다 시 돌 아 오 셨 을 땐 .. 덕 화 가 있 을 것 입 니 다 .

도깨비, 아프게 끄덕 하는데, 그때 띠띠띠 번호키 누르는 소리.

유회장 자 꾸 열 쇠 를 깜 빡 깜 빡 해 서 신 식 으 로 바 꿨 습 니 다 . (하 는 데 )
덕화E (문 벌 컥 열 리 는 소 리 와 함 께 ) 할 아 버 지 . 삼 촌 !

두 사람 보면, 스물다섯의 덕화다.

덕화 (저 벅 저 벅 두 사 람 향 해 오 며 ) 아 삼 촌 여 깄 네 . 내 가 그 렇 게 데 리 러 좀
와달라고 부탁했는데 걍 여깄었네.
유회장 어른들 말씀 중엔 끼어들지 말라고,
덕화 할 아 버 지 내 카 드 끊 었 어 ?! 할 아 버 지 가 끊 은 거 맞 지 !
유회장 내 비서가 끊었다 이놈아!
덕화 아 나 지금 아주 개쪽 당하고 왔단 말이야. 내가 어떻게 꼬셨는데.
이 럴 거 면 나 재 벌 3세 왜 만 들 었 , 삼 촌 어 디 가 ?! 어 디 가 는 데 ?

여권과 거처할 집 사진 등등 본 것이다.

유회장 아이고 이놈아. 말버릇 고치라지 않았어!


덕화 할아버지는 가만 계셔봐. 혹시 그거야? 삼촌 신부 찾는 그거?
아니 이 사람아. 국제 결혼하러 가면 간다고 왜 말을 못해! 왜 말을 못하냐고!
도깨비 (....) 돌 아 오 면 이 아 이 가 있 단 말 이 지 ..
덕화E 삼촌 정확히 몇 날 몇 시 언제 가는데에!
E (알 람 소 리 ) 때 르 르 르 릉 -

S#37. 은 탁 집 (다 른 날 아 침 )
/방 - 알 람 소 리 에 기 계 적 으 로 시 계 버 튼 탁 치 고 벌 떡 일 어 나 착 착 이 불 개 는 은 탁 .
/부 엌 - 교 복 차 림 으 로 익 숙 하 게 밥 솥 에 밥 안 치 고 국 끓 이 고 오 이 무 치 고 바 쁘 다 .
/거 실 - 손 바 쁘 게 오 가 며 상 위 에 따 끈 한 밥 과 미 역 국 , 달 걀 프 라 이 , 소 시 지 , 오 이 무 침 등 갓
만든 반찬들 차려놓는 은탁.

은탁 아침 드세요. 남자 하나에 여자 두 분.

정작 아침 차린 은탁은 부엌 한편에 서서 미역국에 만 밥 대충 먹고 있는데, 아무도 안 나온

-28-
다 . “밥 드 시 라 구 요 !” 소 리 치 면 , 이 모 의 딸 (경 미 )와 아 들 (경 식 ) 밍 기 적 거 리 며 나 와 상 앞 에 앉
는다.

경미 (숙 취 가 득 ) 야 좀 닥 쳐 골 울 려 . 이 깟 밥 상 차 리 면 서 유 세 는 하 여 간 .
경식 웬 미역국? 오늘 누구 생일이야?
경미 대박. 쟤 지금 지 생일이라고 미역국 끓인 거야?
은탁 (묵 묵 히 가 방 마 저 싸 고 등 교 준 비 하 는 데 )
이모 (방 에 서 나 오 며 달 력 보 더 니 ) 맞 네 . 지 엄 마 잡 아 먹 고 태 어 난 날 이 뭐
그렇게 자랑스러워서 그걸 챙기고 자빠졌어. 배운 게 없으니 창피한 줄도 모르
지.
경미 엄 마 한 테 배 웠 네 . 얘 가 엄 마 한 테 서 큰 게 10년 인 데 ?
이모 밥이나 처먹어.
은탁 (늘 있 는 일 인 듯 ) 생 일 축 하 감 사 합 니 다 . 이 모 .
이모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랬는데 다정도 병이지 내가.
어휴 죽은 년만 불쌍하지. 미혼모로 기껏 키워놨더니.
은탁 그건 좀 너무 말이 심하시구요.
이모 심하긴 뭐가 심해. 너한텐 엄마지만 나한텐 언니거든?
은탁 (가 방 메 고 신 발 꿰 어 신 으 며 ) 그 니 까 요 . 마 음 으 로 도 촌 수 로 도 제 가 더 가 깝 거 든
요.
경미 엄만 엄마가 무슨 말 하는지 알고나 하는 거야?
이모 넌 밥이나 처먹으랬지. 너 어딜 도망 가!
은탁 도망가는 게 아니라 학교 가는 건데요.
(현 관 문 열 면 비 온 다 . 우 산 꽂 이 보 면 우 산 두 개 밖 에 없 는 데 )
경식 (밥 그 릇 만 보 고 밥 먹 으 며 ) 우 산 갖 고 가 면 디 진 다 .
이모 학교 끝나면 통장 갖고 은행으로 와. 오늘도 안 갖고 오면 어떻게 될지 알지?
은탁 나 한 테 통 장 없 다 니 까 요 . 도 대 체 몇 번 을 , 아 ! (뒤 통 수 잡 는 다 )

보면, 이모가 밥그릇 던졌다. 은탁 뒤통수에 밥알 묻어 있고 바닥에 나뒹구는 밥그릇.


은 탁 , 하 ... 눈 물 꾹 참 는 다 휙 뒤 돌 아 이 모 보 면 ,

이모 그럼 그 통장이 어딨는데! 니 엄마 보험금 어딨냐고.


은탁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이모가 다 뺏어갔잖아요! 전세금까지 다 빼갔잖아요!
이모 뭐 이렇게 말이 많아 아침부터. 잔말 말고 갖고 와 얻어터지기 싫으면.
가방에 잘 있던 통장이 은행만 가면 없는데 니가 아님 누구야!
경미 저년 귀신 들린 거 맞다니까.
은탁 (엿 먹 어 봐 라 ) 그 래 . 니 등 뒤 에 귀 신 붙 었 다 !

-29-
경미 뭐 ? 미 친 ? 야 !!!

은탁, 눈물 들키기 싫어 후드 탁 뒤집어쓰고 비 추적추적 내리는 밖으로 뛰어나간다.

S#38. 골 목 (아 침 )
은 탁 , 비 다 맞 으 며 머 리 밥 풀 떼 며 걷 는 다 . 눈 물 툭 툭 떨 어 진 다 ..
골목 일각에서 그 모습 지켜보는 누군가, 도깨비다.
수 진 (여 고 생 1), 그 런 은 탁 뒤 따 라 걸 으 며 카 톡 중 이 다 .
-대 박 . 지 은 탁 머 리 에 밥 풀 도 배 됨 . 도 시 락 저 렇 게 싸 가 는 듯 ㅋㅋㅋ
-ㅋㅋㅋ 밥 풀 아 니 고 이 아 니 야 ? 인 증 샷 찍 어 서 단 톡 방 에 올 려 ㅋㅋ
수진, 핸드폰으로 은탁 몰래 사진 찍으려는데, 어디선가 휙- 수진한테만 바람 불어
우 산 휙 - 핸 드 폰 진 창 에 풍 덩 - “아 ! 뭐 야 ! 아 짱 나 ”
그 옆 유유히 지나가는 도깨비고. 은탁 놀라 돌아보면, 도깨빈 어느 새 없고,

은탁 괜 찮 아 ? (다 가 가 며 ) 안 다 쳤 어 ? (하 는 데 )
수진 아 꺼져 재수 없으니까! 말 걸지 마 너는! 꺼지라고!
은탁 ... (다 시 , 발 길 돌 리 는 데 ,)

그 순 간 , 수 진 의 머 리 위 로 가 게 천 막 에 고 여 있 던 물 쏴 - “아 악 !”
은 탁 , 돌 아 보 지 않 고 간 다 . 그 런 은 탁 의 모 습 , 어 딘 가 옥 상 에 서 내 려 다 보 는 도 깨 빈 데 ..

S#39. 바 닷 가 (낮 )
오 후 의 흐 린 하 늘 에 흐 린 바 다 .. 비 는 다 행 히 멈 췄 다 .
작 은 케 이 크 무 릎 에 올 려 놓 고 가 방 에 서 목 도 리 꺼 내 두 르 며 바 다 바 라 보 고 앉 은 은 탁 인 데 ..

S#40. 메 밀 밭 (낮 )
흰 메밀꽃 끝도 없이 피어있다. 도깨비, 메밀꽃밭 가운데 놓여있는 벤치에 물끄러미 앉아 있
다.
마 치 바 닷 가 의 은 탁 과 서 로 등 지 고 앉 은 듯 한 데 ..

>>인 서 트 플 래 시 백 .
36씬 의 연 결 이 다 . 유 회 장 과 술 잔 기 울 이 는 도 깨 비 고 ..

유회장 헌데요 나으리. 이번에도 혼자 떠나시는지요.


도깨비 (웃 으 며 ) 그 리 되 었 네 . 내 가 만 난 그 어 떤 여 인 도 .. 검 을 발 견 하 지 못 하 니 .

-30-
유회장 ..전 다 행 인 데 요 나 으 리 .
도깨비 (보 면 )
유회장 검 때문에 고통을 받으실 땐 빨리 신부가 나타났으면 싶다가도 이리 뵐 땐 또
아 무 도 발 견 못 했 음 싶 고 .. 그 저 인 간 의 욕 심 이 지 요 .
도깨비 나도 다행일세.
유회장 (보 면 )
도깨비 자 네 가 아 직 곁 에 있 고 , 술 도 넉 넉 하 고 , 오 늘 밤 은 일 단 은 .. 살 아 보 고 싶 네 . (웃
으면)
유회장 (술 잔 들 고 ) 짠 , 할 까 요 ?
도깨비 (유 회 장 의 잔 에 짠 !)

/다 시 , 현 재 .
마 음 심 란 한 듯 메 밀 꽃 밭 걷 고 있 는 도 깨 비 . 뒷 짐 진 손 엔 , 메 밀 꽃 몇 가 닥 들 려 있 고 ..

S#41. 바 닷 가 (낮 )
은 탁 , 바 람 에 자 꾸 꺼 지 는 케 이 크 의 촛 불 어 렵 게 어 렵 게 붙 이 며 ..

은탁 제 가 아 홉 살 때 이 런 거 절 대 안 하 겠 다 고 마 음 먹 었 는 데 요 ..
진짜 너무 급해서 그러는 거니까 이해 부탁드려요.

불 다 붙인 은탁 바람에 촛불 꺼질 새라 두 손 꼭 모으고 엄청 빠르게 소원 빈다.

은탁 알바 꼭 구하게 해주시고 이모네 식구 좀 어떻게 해주시고 남자친구도 꼭


생기게 해주세요. 제발요.

S#42. 메 밀 밭 (낮 )
꽃밭 걷던 도깨비, 멈칫 멈춰 선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도소리.

은탁E 알 바 꼭 구 하 게 해 주 시 고 이 모 네 식 구 좀 어 떻 게 해 주 시 고 ..
도깨비 ?! (갸 웃 ? 하 는 데 )

S#43. 바 닷 가 (낮 )
은탁 (계 속 기 도 중 이 다 ) 이 그 지 같 은 상 황 에 서 저 좀 제 발 , 십 원 어 치 라 도 어 떻 게
좀,
(하 는 데 눈 물 툭 ..) 나 뭐 하 냐 .. 누 구 한 테 비 냐 .. 신 이 어 딨 다 고 ..

-31-
하늘 꾸룽꾸룽하더니, 곧 비올 것처럼 무거워진다.

은탁 이 씨 . (신 경 질 나 후 - 후 - 촛 불 끄 고 , 하 늘 보 며 고 래 고 래 ) 여 기 서 설 마 비 까 지
오는 건가요? 이건 소나기인가요 장마인가요. 그치긴 하는 건가요?

S#43-1. 메 밀 밭 (낮 )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도깨비의 눈 앞으로 흰 연기 한 줄기 휙- 날아온다.

도깨비 ?!!!

S#43-2. 바 닷 가 (낮 )
은탁 우산도 두 개밖에 없는데 비는 왜 자꾸 오구 난리신데요!
도깨비E 너야?
은탁 엄 마 깜 짝 이 야 . (놀 랐 다 , 뒤 돌 아 보 고 ) ..어 ? (더 놀 라 일 어 선 다 !)

보면, 도깨비, 손에 메밀꽃다발 든 채 굳은 얼굴로 딱 서 있다!

은탁 저 요 ..? (둘 러 보 고 , 자 기 밖 에 없 고 , 경 계 하 며 ) 저 한 테 말 거 신 거 예 요 ?
도깨비 어. 너. 너야?
은탁 뭐가요?
도깨비 날 불러낸 게 너냐고.
은탁 제가요? 저 안 불렀는데요.
도깨비 니가 불렀어. 대체 날 어떻게 불러낸 거야.
은탁 제가 어떻게요? 저 진짜 안 불렀다니까요?
도깨비 니가 불렀어 분명. 생각해. 어떻게 불렀는지.
은탁 절실하게?
도깨비 (못 마 땅 한 얼 굴 로 보 면 )
은탁 제가 부른 게 아니라 그냥 아저씨가 제 눈에 보이는 거예요.
지난번 거리에서 실수로 눈 마주쳐가지고. 그 아저씨 맞죠?
도깨비 무슨 말이야 보인다는 게.
은탁 아저씨 귀신이잖아요. 제가 귀신을 보거든요.
도깨비 귀신 아니야.
은탁 첨엔 다들 그래요.
도깨비 너 뭐야. 너 대체 뭔데 보통은 보여야 할 게 아무것도 안 보여.
은탁 (?) 뭐 가 , 보 여 야 하 는 데 요 ?
도깨비 스무 살, 서른 살, 너의 미래.

-32-
은탁 아. 없나 보죠. 미래가.
도깨비 !!
은탁 아저씬 뭐 죽기 전에 무당이었어요? 아님 사기꾼? 미래 같은 소리 한다.
도깨비 (충 격 ) 무 슨 ..꾼 ?!
은탁 좋은 곳으로 가세요. 오래 떠돌면 안 좋아요. 근데 그 꽃은 뭐예요?
도깨비 가라면서 왜 말 걸어.
은탁 알았어요 가세요.
도깨비 메밀꽃.
은탁 (픽 ) 그 거 물 은 게 아 니 잖 아 요 . 왜 들 고 있 냐 구 요 .
(손 내 밀 며 ) 줘 봐 요 . 아 저 씨 랑 안 어 울 려 요 .
도깨비 처음 듣는 소리야. 진짜 처음이야 진짜.
은탁 줘도 돼요. 나 오늘 생일이거든요. 아주 우울한 생일.
도깨비 ! (잠 깐 망 설 이 다 , 주 면 )
은탁 (꽃 받 고 ) 난 주 로 생 일 날 풀 을 받 는 구 나 . 아 홉 살 땐 배 추 받 았 거 든 요 .
(꽃 보 며 ) 근 데 메 밀 꽃 은 꽃 말 이 뭘 까 요 ?
도깨비 연인.
은탁 !

그 때 , 도 깨 비 와 은 탁 사 이 날 아 다 니 던 반 딧 불 들 , 은 탁 의 머 리 에 예 쁜 화 관 이 되 어 머 물 고 ..
목 을 다 꺾 어 야 올 려 다 보 이 는 남 자 , 까 마 득 히 내 려 다 보 이 는 여 자 아 이 ...
그 렇 게 935살 의 도 깨 비 와 19살 의 은 탁 은 서 로 를 바 라 보 는 데 ..

도깨비 왜 울고 있었는데. 알바 이모네 식구 남자친구 셋 중에 뭐 땜에.


은탁 (!!!) 그 거 어 떻 게 알 아 요 ?
도깨비 들렸어.
은탁 들렸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도깨비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기도 하거든 내가.
은탁 (!) 누 군 가 의 소 원 을 들 어 준 다 구 요 ? 걔 지 니 처 럼 ? 수 호 신 뭐 그 런 거 ?
도깨비 (보 면 )
은탁 (!!) 진 짜 요 ? (태 도 돌 변 ) 아 어 쩐 지 . 처 음 봤 을 때 다 른 귀 신 들 이 랑 은 느 낌 이 좀
다 르 다 했 어 요 . (눈 반 짝 ) 진 짜 내 수 호 신 이 에 요 ?
도깨비 니 수호신이라곤 안 했어.
은탁 (아 랑 곳 없 이 ) 울 엄 마 가 그 랬 어 요 . 사 람 은 자 기 만 의 사 전 을 갖 고 태 어 난 다 고 .
내 사전은 아무리 뒤져도 행복, 행운 이런 단어는 코빼기도 안 보이거든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죠.
도깨비 모르겠는데.

-33-
은탁 한 오백 정도 융통 안 되겠냔 뜻이죠.
현금 융통이 좀 그럼 이번 주 로또 번호라도 줘라 그런 뜻도 포함이고.
도깨비 (끙 ..) 이 모 네 식 구 랑 작 별 인 사 해 . 한 동 안 못 볼 거 야 .
닭 집 알 바 열 심 히 하 고 . 붙 을 거 야 . (하 더 니 푸 른 불 꽃 으 로 변 해 훅 - 사 라 진 다 )
은탁 어 ?! 저 기 요 . 남 친 은 요 ?! 여 보 세 요 ! 이 보 세 요 !! 와 치 사 하 게 진 짜 ..

은 탁 , 꽃 다 발 든 채 혼 자 남 아 오 래 오 래 서 있 는 데 ..

S#44. 도 깨 비 집 / 거 실 (낮 )
도깨비 집 들어서는데, 거실에 남자 뒷모습 보인다. 긴장하고 보면,
인기척에 뒤돌아보는 남자, 한 손엔 페도라, 한 손엔 계약서 든 저승이다.

저승 ?!! (도 깨 비 ..) 구 면 이 네 ?
도깨비 ?!! (저 승 사 자 ..) 그 런 면 이 있 네 ?
저승 소문은 많이 들었어.
도깨비 내 소문엔 거품이 많아서. 내 집엔 어쩐 일로?
저승 (!) 여 기 살 아 ?

묘 한 눈 빛 오 가 는 데 .. 그 때 덕 화 , 쟁 반 에 커 피 두 잔 담 아 들 고 나 오 며 ,

덕화 가 구 가 다 옵 션 이 라 딱 몸 만 들 어 오 시 면 , (허 거 억 !!) 언 제 들 어 왔 어 삼 촌 ..?
도깨비 설 명 해 . (쟁 반 의 커 피 들 어 마 시 는 )
덕화 아 니 삼 촌 그 게 어 차 피 20년 은 비 잖 아 여 기 가 . 그 래 서 20년 이 면 세 가 얼 만 가
그 런 되 게 순 수 한 궁 금 증 에 서 출 발 한 거 거 든 나 는 . (횡 설 수 설 인 데 )
도깨비 (저 승 향 해 눈 짓 하 며 ) 넌 저 게 뭔 진 알 고 들 인 거 야 ? 저 거 와 의 계 약 이 ,
덕화 세입자님께 저거라니이! 찻집 하신댔어! 죄송해요 우리 삼촌이
사 회 생 활 을 안 해 봐 서 . 커 피 드 세 요 . (커 피 건 네 고 , 도 깨 비 에 게 , 소 곤 )
아 직 돈 안 받 았 어 . (시 침 인 데 )
도깨비 마당에 새 차 있던데.
덕화 (또 소 곤 ) 세 입 자 님 차 야 .
저승 내 차 아닌데. 이미 돈도 다
덕화 (이 미 저 만 치 도 망 치 고 있 고 !)
저승 줬고.
도깨비 그렇게 된 사연이므로 돈 돌려 줄 테니 그만 나가주지?
저승 그렇게 된 사연은 알겠으나 이미 도장을 다 찍어서.

-34-
도깨비, 저승 손에 들린 계약서 도깨비불로 화륵 태운다.

도깨비 중요한 서륜 아니었길 바래.


저승 방금 건 복사본. 원본은 부동산에. 짐은 내일 들어올 거야. 손 없는 날이거든.
도깨비 다 마셨으면 가. 내가 온정을 베푸는 건 커피까지야.
저승 들 어 가 서 짐 이 나 싸 . 20년 치 짐 이 면 지 금 부 터 싸 도 늦 어 .
도깨비 도깨비와 얼굴 붉히는 우를 범해보시겠다.
저승 사자와의 계약이 어떤 건지 알 텐데? 이 집 대신 방금 나간 그 친구 데려가도,
도깨비 할 수 없네. 빈 방 많으니까 써. 내 집이다 생각하고.
저승 내 집이야.
도깨비 내 집이야. 도깨비 터에서 도깨비를 쫓아낼 수 있음 어디 한번 파이팅.

서로 노려보는 도깨비와 저승사잔데!

S#45. 도 깨 비 집 / 식 당 (밤 )
긴 서양식 식탁 양 끝에 앉아서 식사하는 도깨비와 저승.
도깨비는 육식, 저승은 채식 식단이다.

저승 (도 깨 비 의 스 테 이 크 보 며 ) 야 만 적 이 기 이 를 데 없 군 .
도깨비 (저 승 의 풀 떼 기 보 며 ) 소 문 으 로 만 듣 던 상 스 러 운 식 단 이 네 .
저승 (손 짓 으 로 후 추 통 휙 날 려 도 깨 비 물 컵 에 뿌 리 고 )
아, 실수. 내 거에 뿌린다는 게.
도깨비 (손 짓 으 로 고 추 가 루 통 휙 날 려 저 승 스 프 위 에 뿌 리 고 )
아, 나도 실수. 너한테 뿌린다는 게.
저승 (빡 !) 너 ?
도깨비 아까 호칭 정리 된 거 아니었나? 이거, 저거, 야, 너.
저승 (빡 친 얼 굴 로 보 는 데 !)

S#46. 은 탁 집 / 은 탁 방 (밤 )
사촌 잠들어 있고, 은탁 라디오 들으며 공부하고 있다.
그러다 시선 들면, 책상 일각의 메밀꽃 싱싱하니 예쁘다.
물 끄 러 미 메 밀 꽃 보 던 은 탁 , “연 인 ?” 큭 큭 .. 괜 히 부 끄 러 워 죽 고 ..

S#47-0. 우 체 국 (다 음 날 낮 )
하교한 은탁, 우체국 대기번호표와 대입 수시 추가서류봉투 세 개 들고 순서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주소 제대로 썼나 확인하듯 봉투 상단에 적힌 주소 체크하는데, 수기로 주소 적혀 있

-35-
다.
‘받 는 사 람 : 서 울 특 별 시 서 대 문 구 연 희 로 50 연 희 대 학 교 입 학 처 , 보 내 는 사 람 : 서 울 특 별 시 성

북 구 석 관 동 340-191 지 은 탁 (언 론 홍 보 영 상 학 부 수 험 번 호 90493)’,

‘받 는 사 람 : 서 울 특 별 시 관 악 구 관 악 로 2 서 운 대 학 교 입 학 처 보 내 는 사 람 : 서 울 특 별 시 성 북 구

석 관 동 340-191 지 은 탁 (언 론 정 보 학 과 수 험 번 호 10923)’,

‘받 는 사 람 : 서 울 특 별 시 동 대 문 구 명 인 로 1 명 인 대 학 교 입 학 처 , 보 내 는 사 람 : 서 울 특 별 시 성

북 구 석 관 동 340-191 지 은 탁 (미 디 어 커 뮤 니 케 이 션 학 부 수 험 번 호 87223)’

E 띵동-

등기우편 창구에 번호 뜨고, 간절한 얼굴로 서류들 안고 창구 가는 은탁.

S#47. 은 탁 알 바 구 하 는 몽 타 주 (다 른 날 낮 )
/닭 갈 비 집
/닭 발 집
/삼 계 탕 집 “알 바 구 함 ” 보 고 들 어 갔 다 가 , 시 무 룩 하 게 가 게 문 나 오 는 모 습 컷 컷 컷 으 로 .

S#48. 편 의 점 앞 (낮 )
은탁 (생 수 통 마 시 고 ) 알 바 를 붙 긴 개 뿔 . 수 호 신 ? 아 놔 이 냥 반 이 .
아 전 화 번 호 라 도 딸 걸 . (생 각 할 수 록 분 한 , 우 걱 우 걱 과 자 주 워 먹 는 데 )

행인, 편의점 앞 쓰레기통에 담배꽁초 휙 버리고 간다. 연기 올라오더니, 이내 종이에 맞붙어


불 길 올 라 오 자 , “어 !” 놀 란 은 탁 , 생 수 붓 고 그 래 도 안 꺼 진 작 은 불 씨 입 으 로 후 - 후 - 불 어
끄는데,

도깨비E 거봐. 너야.


은탁 아 깜 짝 아 !! (돌 아 보 면 , 역 시 나 도 깨 비 딱 서 있 다 ) 아 왜 자 꾸 쫓 아 다 녀 요 .
도깨비 쫓아다닌 게 아니라 니가 또 부른 거야.
은탁 아니라니까요? 그런 재주라도 있으면 내가 이 고생을 안 하죠.
내가 무슨 수로. 뭐 방울 흔들어 불러요?
도깨비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은탁 아저씨가 자꾸 우기니까 그렇죠. 내가 안 불렀는데. 그나저나 아저씨 진짜 수호

-36-
맞아요? 종류가 뭔데요. 망신? 근신? 내신? 당신?
도깨비 (끙 보 면 )
은탁 아저씨가 말한 닭집이 혹시 양계장인가요? 양계장 알바?
도깨비 아니야.
은탁 그럼 어딘데요! 괜히 이뤄질 것처럼 사람 기대하게 하고!
도깨비 너 진짜 니가 나한테 무슨 짓을,
은탁 (자 동 ) 아 니 에 요 . 내 가 안 불 렀 어 요 .
도깨비 너 야 . 너 라 고 . 너 맞 어 ! 한 번 도 이 런 적 없 었 어 .!
은탁 (진 짠 가 ?) 진 짜 나 예 요 ? 정 말 ? 진 짜 그 런 거 면 나 대 체 뭐 지 ? 아 ! 뭔 지 알 았 다 .
도깨비 뭔데.
은탁 나한테 보이는 거 다 말해 봐요.
도깨비 (?) 교 복 입 었 네 .
은탁 또.
도깨비 머리가 짧네.
은탁 그게 다예요? 날개 이런 거 안 보여요? 나 아무래도 요정인가 봐요. 팅커벨.
도깨비 (화 르 륵 ! 불 꽃 으 로 사 라 지 고 )
은탁 농 담 좀 했 구 만 . 아 , 전 번 ..

S#49. 성 당 (다 른 날 낮 )
미 사 드 리 는 은 탁 . 진 짜 내 가 불 렀 나 ? 어 떻 게 ..? 골 똘 하 다 퍼 뜩 !
/생 일 케 이 크 의 촛 불 후 -
/쓰 레 기 통 의 불 씨 후 - 후 -

Cut to.
미사 마치고 다들 나간 성당. 은탁, 성모님 앞에 촛불 켜고 성냥 불 후- 불어 끄고 대기 타는
데,
등 뒤에서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 들리자, 확 돌아보며,

은탁 나 알았어요! 어떻게 부르는지 알았어요!


도깨비 그래도 여기서 부르는 건 좀 아니지 않니?

보 면 , 십 자 가 의 예 수 님 과 성 모 님 김 신 내 려 다 보 고 있 고 ..

은탁 무서워요? 되게 좋으신 분들이라던데.


도깨비 아부하지 마. 신이 어딨냐며.
은탁 어디 계신가 해서 한번 와 봤죠.

-37-
도깨비 (그 대 로 돌 아 서 나 가 는 )
은탁 왜 불꽃으로 화르륵 안 가고 걸어가요?
도깨비 여기선 안 돼. 비무장 지대 뭐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돼. 따라오지 말고.
은탁 (보 내 기 싫 어 서 괜 히 , 쫑 쫑 따 라 걸 으 며 ) 내 소 원 어 떻 게 할 건 데 요 .
세 개 중에 세 개가 아직 해결이 안됐잖아요.
도깨비 이모네는 곧 해결할 거야. 알바도 곧,
은탁 말구요 남자친구.
도깨비 그 건 너 도 노 력 을 좀 해 !!
은탁 (거 만 하 게 ) 와 나 이 렇 게 대 하 면 안 될 텐 데 ?

S#50. 도 서 관 일 각 (다 른 날 밤 )
빨 간 목 도 리 하 고 있 는 은 탁 , 핸 드 폰 들 어 촛 불 어 플 킨 다 . 설 마 이 것 도 ..?
훅- 불면 화면 속 촛불 꺼지고,

은탁 이제 안다고 방법을. 전번 딱 딴 거지 내가.

은탁, 눈 동그랗게 뜨고 주위 두리번거리는데, 빡친 얼굴로 소환된 도깨비다.

은탁 (핸 드 폰 보 며 ) 오 ~ 이 건 안 될 줄 알 았 는 데 .
도깨비 안 될 줄 알 았 는 데 왜 해 ! (휘 리 릭 불 꽃 으 로 사 라 지 려 하 면 )
은탁 아 잠 깐 만 요 ! (도 깨 비 잡 는 데 )
도깨비 ..날 잡 은 거 야 지 금 ? (가 려 고 힘 주 는 데 안 되 고 ) 니 가 잡 으 니 까 못 가 는 거 야 나
는?
너 대체 뭐지?
은탁 아 더 는 안 되 겠 다 . (놓 고 ) 아 뜨 거 . 파 랗 길 래 차 가 울 줄 알 았 더 니 .
도깨비 본디 파란불 온도가 제일 높다 문과생. 이럴 시간에 공부 좀 해!
은탁 (기 막 혀 ) 허 . 와 . 나 . 내 가 조 실 부 모 하 고 사 고 무 탁 하 면 서 도 1등 을 안 놓 친 , 됐 구
요,
저기 수호신 뭐 그런 거 말고 그냥 저 오백 해주시고 치워주심 안돼요?
도깨비 (후 - 꾹 참 으 며 ) 오 늘 은 내 가 일 이 있 어 서 가 야 하 거 든 ? 그 럼 . (가 려 는 데 )
은탁 무 슨 일 이 요 ? (하 고 보 니 , 검 은 슈 트 입 었 다 ) 아 옷 이 좀 .. 경 건 하 네 요 .
도깨비 내일이 아는 이의 기일이야.
은탁 근데 왜 오늘부터 가요? 지방이에요?
도깨비 그 곳 은 오 늘 이 내 일 이 야 . (근 처 의 어 떤 문 향 해 가 는 데 )
은탁 언제 오는데요? 내일? 모레? 나 꼭 물어보고 싶은 거 있단 말이에요.
도깨비 (문 잡 았 다 놓 고 , 돌 아 보 며 ) 빨 리 해 .

-38-
은탁 음 .. 이 런 질 문 이 상 하 게 들 릴 거 아 는 데 요 . 오 해 마 시 고 들 어 주 셨 음 해 요 .
도깨비 알았으니까 해. 뭐.
은탁 처음엔 아저씨가 저승사잔가 했어요, 근데 저승사자면 절 보자마자 데려갔을 거
예요.
그 다음엔 귀신이구나 했어요. 근데 아저씬 그림자가 있었어요.

마 주 선 은 탁 과 도 깨 비 . 그 리 고 둘 의 희 미 한 그 림 자 ..

은탁 그래서 생각해봤죠. 대체 저 아저씬 뭘까.


도깨비 그래서 내가 뭔데.
은탁 도깨비요.
도깨비 !!!
은탁 아저씨 혹시 도깨비 아니에요?
도깨비 !!!
은탁 (말 갛 게 보 면 )
도깨비 너 .. 뭐 야 . 너 대 체 뭐 야 ..!
은탁 그게, 제 입으로 말하긴 좀 뭐한데, 전 도깨비 신부거든요.
도깨비 !!!...
은탁 제 가 귀 신 보 는 건 아 시 죠 . (목 도 리 풀 며 ) 제 가 태 어 날 때 부 터 이 런 걸 갖 고
있었는데, 아마 이것 때문에 귀신들이 그러는 거 같아요. 나한테 도깨비 신부라
고.

하며, 머리카락 들어 목 뒤의 낙인 보여주는 은탁.


도 깨 비 , 낙 인 확 인 하 고 , 혹 시 그 때 그 ..!! 혼 란 스 런 얼 굴 로 무 언 가 떠 올 린 다 !

>>인 서 트 플 래 시 백 . 18년 전 , 눈 길 위 .
죽 어 가 던 한 여 자 의 몸 에 목 숨 불 어 넣 어 주 었 던 ..

도깨비, 혼란스런 얼굴로 은탁 본다. 은탁도 가만히 도깨비 보고 있다.

도깨비 증명해봐.
은탁 제가 도깨비 신부인 걸 증명하라고요?
도깨비 어.
은탁 어떻게요? 뭐 훨훨 날아요? 아님 빗자루로 변해요?
도깨비 (픽 ) 해 봐 .
은탁 (빡 !) 저 지 금 되 게 진 지 하 거 든 요 ?

-39-
도깨비 나도. 나한테 보이는 거 말해봐.
은탁 (픽 ) 복 수 하 시 는 거 예 요 ?
도깨비 말 해 봐 . 보 이 는 거 다 . (깊 이 보 면 )
은탁 (보 다 가 ) 키 가 크 시 네 요 ?
도깨비 또.
은탁 옷이 비싸 보여요.
도깨비 또.
은탁 한 삼십대 중반?
도깨비 또.
은탁 설마 원하는 답이 잘생겼다, 뭐 그런 건 아니죠.
도깨비 내가 원하는 답은 니가 갖고 있었어야지.
은탁 !!!
도깨비 나한테 보이는 게 그게 다면, 넌 도깨비 신부가 아니야.
도깨비에게 넌 효용가치가 없거든.
은탁 !!!
도깨비 귀신을 보는 건 안됐지만 어차피 덤으로 사는 목숨이니 감수하며 살아.
넌 그저 원칙을 어기고 인간의 생사에 관여해서 생긴 부작용 같은 거니까.
은탁 (존 재 를 부 정 당 하 자 , 괜 히 눈 물 그 렁 해 지 고 ) 내 가 감 수 하 기 싫 다 면 요 ?
도깨비 그냥 원래 명대로 죽는 방법도 있어.
은탁 (!!!) 와 . 말 을 참 , 알 았 구 요 , 아 까 한 질 문 다 시 할 게 요 . 아 저 씨 혹 시 , 도 깨 비 세
요?
도깨비 아니야.
은탁 (!!) 아 니 에 요 ?
도깨비 아니야.
은탁 (!!!) 그 럼 뭔 데 요 ? 대 체 뭔 데 내 가 가 치 있 고 없 고 를 아 저 씨 가 판 단 하 는 데 요 ?
도깨비 십 원 어치 나아지고 싶다며. 니 그지 같은 상황을 십 원 어치 정도 걱정하는 사
람.
은탁 !!!
도깨비 현실에 살라고. 소문에 살지 말고. 넌 도깨비 신부가 아니니까.
은탁 !!!

도깨비, 다시 문 잡고 문 안으로 들어가는데,


은 탁 , “잠 깐 만 요 .” 하 며 따 라 들 어 가 면 ,

S#51. 캐 나 다 / 쁘 띠 샹 플 랑 거 리 , 어 느 문 앞 (낮 )
문틈으로 환한 빛 보이고, 이내 문 열고 나오던 도깨비,

-40-
도깨비 !!! (돌 아 보 면 )
은탁 저 아 직 얘 기 안 끝 났 , (???) 는 데 , (???)
도깨비 너 지 금 .. 저 문 으 로 들 어 온 거 야 ? 나 따 라 서 ? 너 어 떻 게 들 어 왔 어 !
은탁 (???) 손 잡 이 를 잡 는 다 . 당 긴 다 . 아 저 씨 를 바 짝 따 라 , 근 데 여 기 왜 이 래 요 ..?
도깨비 그러니까 묻잖아. 너 저 문 어떻게 통과한 거야 대체!
은탁 아. 파준가? 영어마을 거기? 아니 거기래도 이상하지. 어떻게 된 거예요 이게?
여 기 어 디 예 요 진 짜 ???
도깨비 캐나다.
은탁 캐 나 ..다 요 ?!! 캐 나 다 면 , 그 단 풍 국 ..?! 오 로 라 막 거 기 ..? 진 짜 여 기 외 국 이 라 구
요 ?!

은탁, 놀라 휘휘 돌아 본다. 은탁이 눈 돌리는 곳 마다,

/-1. 캐 나 다 인 서 트 (낮 )
/청 명 한 하 늘 아 래 이 국 적 인 거 리 ,
/미 친 듯 이 붉 은 단 풍 숲 ,
/성 처 럼 웅 장 하 고 아 름 다 운 호 텔 등 캐 나 다 퀘 백 의 가 을 풍 경 컷 컷 컷 펼 쳐 지 더 니 ,

/-2. 캐 나 다 / 쁘 띠 샹 플 랑 거 리 , 어 느 문 앞 (낮 )
은탁 대박. 아저씨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도깨비 너도 있네. 너 진짜 뭐지?
은탁 여기가 캐나다고 아저씨 능력이 이 정도면, 저 결심했어요.
도깨비 뭘.
은탁 맘 먹었어요 제가.
도깨비 뭘!
은탁 저 시집갈게요 아저씨한테.
도깨비 (빡 !)
은탁 난 암만 생각해도 아저씨가 도깨비 맞는 거 같거든요.
도깨비 !!!
은탁 (방 긋 ) 사 랑 해 요 .
도깨비 !!!

뭔가 화난 듯도 하고, 슬픈 듯도 한 도깨비의 눈빛과,


그런 도깨비 보며 생긋 은탁의 얼굴에서,
1부 엔 딩 !!!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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