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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기념일

등장인물
쉬푸친 – 홍준기 (은행 이사장)
따찌아나 – 김유빈(그의 아내)
히린 – 이주현(은행의 회계원)

히린 : (문을 향해 소리친다) 약국에 십오 꼬뻬이까를 가지고 가서 신경안정제를 사다가


물하고 해서 은행장님 방에 갖다드려! 백번이나 얘길 해야겠어! (책상으로 다가간다)
피곤해 죽겠군. 벌써 나흘 동안이나 잠을 못자고 서류 정돈을 하고 있잖아.
(기침을 한다, 앉는다) 잘난 체나 하고 치사하기 짝이 없는 이사장이
오늘 총이사회에서 보고를 한단 말이지, <당 은행의 현재와 미래>라.
자기가 쓴 것처럼 얘길 하겠지, 생각해봐.... (다시 숫자를 쓴다)
난 사람들을 속여 먹을 생각이라지만 난 여기 앉아서 유형수처럼 그놈을 위해 일을
한단 말야!( 숫자를 세다 ) 빌어먹을 놈 더 이상 못해! (다시 의자에 앉는다 주판으
로 계산한다) 열심히 일하면 상을 준다고 약속했어 만약 오늘 순조롭게 속여넘겨서
위원들을 속이기만 하는데 성공하면 보너스가 삼백이라 두고보자고

무대 뒤에서 떠들썩한 소리와 박수가 들려온다. 쉬뿌친의 목소리.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 정말 감동적입니다!> 쉬뿌친 들어온다. 그는 흰 넥타이에 연미복을 입었다.
손 그에게 증정된 감사패를 들고 있다.

쉬뿌친 : (문가에 서서 은행 사무실을 바라보며) 이건 여러분이 주신 선물입니다, 친애하는


사원 여러분, 내 생애의 가장 행복한 날들의 기억으로서 죽는 날까지 보관을 하겠습
니다! 그러구말구요, 여러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보시오, 나의 동지 꾸지마 니꼴라예비치!

히린 : (일어나며) 우리 은행의 십오주년을 맞아 당신을 축하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안드레이 안드레이치.....

쉬뿌친 : (손을 꽉 잡으며) 고맙소, 나의 동지, 고맙소! 자그마치 15주년 15주년입니다.


정말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만약에 내가 이 은행의 은행장으로 앉아있는
동안! 뭐든 좋은 일을 하게되면, 이건 모두가 아니 무엇보다도 우리 동지들을 위해
서 준비될 겁니다. (쾌활하게) 그래, 내 보고서는? 진전이 있어?

히린 : 예. 모두 오 페이지 남았습니다.

쉬뿌친 : 좋았어. 그럼 세시까진 준비가 되겠나?

히린 : 방해하는 사람이 없으면 끝낼 수 있습니다. 남은 건 별거 아니니까요.


쉬뿌친 : 근사하군. 아주 근사해, 만일 이 쉬뿌친이 아니었으면!
위원회가 네시에 시작될거야. 어서 앞부분을 주게, 연구해 볼 테니까.....
어서 주게.....(보고서를집는다) 이 보고서에 큰 희망을 걸고 있지....
이건 내 보고서니까.... 만일 이 쉬뿌친이 아니라면! (앉아서 낮은 소리로 보고서를
읽는다) 지독하게 피곤하군....지난 밤에 통풍이 있었던데다 아침 내내 걱정 속에
뛰어다니 느라고 시간이 다 갔어, 그리고 이! 흥분에, 박수 소리, 거기에 불안까지.....
정말 피곤해!

히린 : (쓴다) 이....공....공.....삼.....구.....이.... 공....(수판을 튕긴다)

쉬뿌친 : (조심스럽게) 오늘 아침에 자네 부인이 다녀갔거든, 또 자네를 걱정하더라구.


어젯밤에 남편한테 칼로 몰아세웠다던데. 무슨 꼴인지 아나?
어이구 생각만해도...

히린 : (험상궂게) 안드레이 안드레이치, 기념일도 되고 했으니 감히 한가지 부탁 드리겠습


다. 내 힘겨운 업무 때문에 걱정을 하시는 건 좋지만 제발 내 가정 생활에 대한 간섭
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쉬뿌친 : (큰 숨을 쉬며) 도대체 이해 못할 성격이오, 꾸지마 니꼴라이치! 당신은 훌륭하고


존경할 만한 사람인데 사람들 앞에선 거 무슨 깡패같이 구니 말이오. 맞아. 이해가
안 돼요, 어쩌자고 그렇게 사람들을 증오하시오?

히린 : 저도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어쩌자고 그렇게 사치스런 사람들을 좋아하는 거죠?

사--------------이

쉬뿌친 : 일꾼들은 조금 전에 사진첩을 증정했고, 사원들은, 내가 듣기로는 축사와


은제 보석함을 선물할거 라더군.....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좋은 일이지,
만약 이 쉬뿌친이 아니라면! 이건 할 만한 일이지..... 은행의 평판을 위해선 약간의
사치가 필수지, 빌어먹을! 당신은 한 가족같은 사람이고, 그러니 당신에겐 모든 얘길
할 수 있어서 얘기지만..... 축사는 내가 직접 쓴 거고, 보석함도 결국 내 손으로
산 거란 말야...... 축사 제본에 사십오루블이나 들지만 이게 없으면 안된단 말야.
스스로들 알아 줬으면 좋으련만. (응시하며)

히린 : 제발 부탁입니다만 쓸데 없는 소리 좀 하지 말아주세요.

쉬뿌친 : 누가 쓸데없는 소릴 했다고 그래! 도대체가 이해못할 성격이로군..... 내 그냥 이렇


게 얘기하는 거 아니야, 난 내 집을 속물들의 소굴로 만들 수도 있다구, 하지만 여기선
모든 게 호사스러워야지. 여긴 은행이란 말야! 여기 모든 부분부분이 경외심을 일으
키게 만들어져야 한다구, 말하자면 화려한 모습을 가져야 한단 말야지.
(바닥에서 종이 한 장을 주워 그것을 벽난로에 던져넣는다)
내 공적은 무엇보다도 우리 은행의 평판을 높이 올려놨다는 데 있지!...... 품위! -
이거 엄청난 일이야. 만일 이 쉬뿌친이 아니라면! (히린을 바라보며)
내 동지, 매번 사무원들을 보고 있으면 은행의 평판을 알 수 있다구, 헌데 당신은
펠트 장화에 이 잘난 모자에다..... 색깔도 촌스런 자켓을 입고 있지 않나.....
정장이나 하다못해 검은 코트라도 입으면 좋으련만

히린 : 저한테는 사무원자리보다 건강이 더 중요합니다. 지금 저는 온 몸이 말이 아니라구요.

쉬뿌친 : (흥분하며) 어쨌든 이게 질서문란이 아니란 얘기야? 당신은 분위기를 깨고 있는


거라구!

히린 : 대표들이 나타나면 전 바로 빠져드리겠습니다. 대단한 것도 아니니까......


( 숫자를 쓴다) 저도 무질서를 좋아하지 않아요.칠....이..... 구.....(주판알을 튕긴다)
지금은 정돈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구요 오늘 기념 오찬에 사치스러운 사람들을
불러오지 않았으면 얼마나 더 좋겠냐구요....

쉬뿌친 : 별것 아닌데 뭘......

히린 : 당신은 오늘 그 사람들을 회의실에 멋지게 밀어넣겠지만, 두고 보세요, 그들이


당신의 사업을 망쳐놀거에요. 그 사람들한테서 나오는 거라곤 해독과 무질서밖에
없을겁니다.

쉬뿌친 : 아니지, 그 사람들이 우리 모임을 더 고상하게 만들거요.

히린 : 그래요..... 당신의 아내는 교양이 있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지난 주 월요일엔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하더군요. 그래서 난 이틀 동안이나 두 손 들고 말았어요.
갑자기 거래처 사람이 있는 앞에서 묻지 않겠어요, (흉내낸다) 우리 그이가
드라스꼬 은행의 채권을 샀는데 그게 값이 하락되었다는 게 사실이예요?
그이가 몹시 걱정하고 있어요! 손님이 보고 있는데 말이죠! 어쩌자고 그런 걸 털어놓
는 거죠? 형사 소송에라도 걸리고 싶다는 얘기인가요?

쉬뿌친 : 됐으니 그만 두시오! 오늘같이 좋은 날에 그런 얘긴 너무 우울하지 않소. 덕분에


생각이 났군. (시계를 본다) 아내가 올 때가 됐는데. 역으로 마중을 나가야 당연하겠
지만,가엾게 됐군, 시간이 없고..... 피곤하니까. 자기어머니 곁에서 한 이틀만 더 있
다 왔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오늘 저녁에 꼭 자기와 같이 있어달라고 할테지만,
오늘 점심 후에는 간단한 관광이 있을 예정인데....(흠칫 떤다) 벌써 신경발작 이
시작되는군. 아냐, 기운을 내야지, 내가 쉬뿌친이 아닌가!

(따찌야나 알렉세예브나 들어온다, 그녀는 부인용 여름 외투를 입고 값비싼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있다.)
따찌야나 알렉세예브나 : 여보! (남편에게 달려가 오랫동안 안는다)

쉬뿌친 : 우린 당신얘기만 하고 있었어!... (시계를 본다)

따찌야나 알렉세예브나 : 날 보고 싶었지요? 건강은요? 난 아직 집에도 안 들르고


역에서 바로 여기로 왔어요. 할말이 너무 너무 많아요...... 참을 수가 없어서..... 외투는
벗지 않겠어요, 곧 나갈 거니까. (히린에게) 안녕하세요, 꾸지마 니꼴라이치! (남편에게)
집엔 별일 없지요?

쉬뿌친 : 그럼. 당신 일주일 동안에 살도 찌고 아주 좋아졌는데..... 그래, 잘 다녀왔어?

따찌야나 알렉세예브나 : 아주 좋았어요. 엄마하고 까쨔가 당신한테 안부 전해 달래요.


그리고 당신이 편지 한 장 안한다고 다들 섭섭해해요. 정말, 당신이 무슨 일이 있었
는지 알았더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예요! 말하기조차 무서워요! 정말 어떻게
그런 일이.....그런데 당신은 내가 돌아온 게 기쁘지 않은 모양이예요!

쉬뿌친 : 아냐..... 여보....... (어깨를 주무른다)

(히린 화가나서 기침을 한다.)

따찌야나 알렉세예브나 : (한숨쉬며) 오, 우리 가련한, 가엾은 까쨔! 정말 걔가 불쌍해요,


불쌍해 죽겠어요!

쉬뿌친 : 여보, 오늘 은행에서 창립기념일이라 어느 때고 은행회원 대표들이 들이닥칠텐데


당신은 아직 옷도 안 챙겼잖아.

따찌야나 알렉세예브나 : 그래요, 창립기념일! 축하해요. 당신이 은행 대표들에게 보이려고


그토록 오랫동안 쓴 그 멋진 축사, 기억해요? 그걸 오늘 읽는 단 말이지요?
난 뭐라고 하지?...

(히린 화가나서 기침을 한다.)

쉬뿌친 : (어색해서) 여보, 그런 걸 얘기하면 안돼...... 집에 들어가는 게 좋지 않겠어?

따찌아나 알렉세예브나 :한 가지만 얘기하고 바로 갈께요. 처음부터 다 얘기할께요. 그러니


까..... 당신이 역에서 나를 바래줄 때, 기억나요, 난 뚱뚱한 여자 옆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
어요. 세 역을 지나는 동안 누구와 아무말도 않고 내내 책만 읽었어요...근데 저녁이 돼가니
까, 뭐랄까, 무서워져서 건너편에 갈색 머리에 젊은 청년이과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옆에는 해
병이 있었어요. 난 그 사람들한테 미혼이라고 얘길했지 뭐예요... 얼마나 나한테 아첨을 떨든
지! 어쩌다보니 그 해병이 내 이름이 따찌야나란 걸 알고는, 무슨 노랠 했는지 알아요?
(웃음을 터뜨린다)
(히린은 큰 기침을 한다).

쉬뿌친 : 그런데, 따뉴샤, 우리가 꾸지마 니꼴라이치를 방해하고 있거든. 집에 들어가라구,


여보.... 나중에 얘기하지......

따찌야나 알렉세예브나 : 뭘 어때서요, 저분도 들으시라고 해요, 아주 재밌거든요.


다 끝나기요. 역에 세료자가 나를 마중나왔어요. 거기서 한 젊은이를 만났었는데,

(갑자기 밖이 시끌시끌 하다.)

쉬뿌친 : 무슨 일이죠?

따찌야나 알렉세예브나 : (히린에게) 처음부터...... 지난 주에 어머니한테서 갑자기 편지가


왔지 뭐예요. 그렌이란 사람이 우리 여동생 까쨔한테 청혼을 했더래요.

히린 : (주판을 멈추고) 죄송하지만, 당신은 나를 헛갈리게 하고있어요! 당신이 어머니니


까쨔니하는 통에 계산이 틀리고 아무것도 이해할 수가 없게 됐다구요.

따찌야나 알렉세예브나 :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구요! 부인이 얘기를 하고 있으면


들으시란 말예요! 도대체 왜 그렇게 오늘은 성질만 부리시죠? 혹시 사랑에 빠졌어요?
(웃는다)

- (쉬뿌친 당황해 하며 다시 들어온다.)

따찌야나 알렉세예브나 : 사랑에 빠졌어요? 어머! 얼굴이 빨개졌네!

히린 : 안드레이 안드레이치, 이러다간 도저히 보고서를 끝낼 수가 없어요!

(히린 쉬푸친 둘이 뒤를 돌고 작전회의를 하고 있다.)

따지야나 알렉세예브나 : 여보! 지금 뭐하는 거에요? 누구편을 들고 있는 거냐구요

쉬푸친 : 당연히 나는 당신 편이지

따찌야나 알렉세예브나 : 그래서 그래, 난 까쨔를 붙들고 얘기하고 울고 설득을 했더니 야회


석상에서 걔가 그렌에게 설명을 하고 청혼을 거절했어요. 다 잘 됐다고 생각을 했지
요. 그런데 까쨔하고 가로수길을 거닐었는데 갑자기..... (울며)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
어요...거기에 그렌이...(운다)

히린 : (의자에 일어나서) 제발 조용히 좀 하세요 (발을 구르며) 다 나가란 말야!


따찌야나 알렉세예브나 : 뭐라구요? 당신 미쳤어요?

히린 : (따찌야나 알렉세예브나에게) 나가! 병신으로 만들어 버리기 전에! 찌그러뜨려


버리겠어! 사고를 치겠다구!

따찌야나 알렉세예브나 : (도망을 치고 그는 그녀를 쫓는다) 어떻게 이렇게 무례한 짓을 할


수 있어요! 이 뻔뻔스런 인간! (소리친다) 안드레이! 살려줘요! 안드레이!

쉬뿌친 : (그들을 쫓는다) 그만 둬! 제발! 조용히! 날 좀 봐줘!

(그때 문 드리는 소리와 함께 위원장이 들어오려고 한다) - 대표님 위원장님 오셨습니다.

따찌야나 알렉세예브나 : 어머...눈앞이

쉬뿌친 : 대표..... 우리 평판...... 점거!!!!!!!!!

조명 쉬뿌친에 고함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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