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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객관적 시선에서 생존을 위한 주관적 시선으로

201500208 경영학전공 권상호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타인의 행동을 본인이 똑같이 하고 있음을 발견할 때. 사람이 살면서
가장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내 경우, 타인이 나를 단순히 어떤 ‘범주의 집합’으로 보는 것을
싫어한다. 나라는 사람으로부터 어떤 범주는 비롯되는 것인데, 범주의 집합이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싫다. 나는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IT 나 스타트업에
열광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한국외대 경영학과 학생인 동시에 카페를 다니는 취미가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나를 잘 설명해주는 특성들이기는 하지만, 나의 전부를 품지는 못한다. 누군가가 사소한 나의
일부를 보고 그것이 나의 전체라고 판단하는 것이 싫다. 이렇게 싫어하는 행동을 나 또한 누군가에게
한 적 있다는 점이 참 부끄럽고 슬프다. 심지어 그 사람이 내가 참 좋아하는 누군가였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을 많이 느낀다.

성인이 되고 나서 가장 좋아했던 사람을 ‘사람’이 아닌 ‘범주의 집합’으로 본 경험이 있다.


나는 항상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찾는 습성이 있다. 나와 비슷하다 함은, 예술과 문화 등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관심이 많으면서도
동시에 IT 나 스타트업 등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과 지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러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타인을 객관화/주관화 된 시선으로 보는 지와
상관이 없다. 그러나 타인이 이러한 습성을 갖고 있는지 구분해가면서 바라보는 것은 객관화된
시선을 통해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 사람과 좋은 결말을 맺지는 못했다.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도


있겠다. 그 사람이 나에 대해 호감을 갖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서로 타이밍이 전혀 안 맞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가 상황을 그르친 부분이 있었는데, 첫 번째로는 그 사람에 대해 내가 가진 객관적 시선
때문에 자꾸 위축되었고, 두 번째로는 어느 순간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감정이 객관적 시선, 그 사람
자체가 아닌, 그 사람에 대해 그 사람이 가졌다고 생각한 범주로부터 내 연애 감정이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 부끄러움이 느껴져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타인을 좋아하는 감정에서 객관적 시선이 완전히 배제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연애조차 스펙으로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금전적인 관점에서
생존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생존을 하기 위해 금전적인 관점에서 자신이 함께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잠재적으로 어떤 경제적 경쟁력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자본주의적, 금전적
생존을 배제하더라도 ‘상대와 성격적으로 잘 맞는지 확인하려고 한다’는 기준 또한 ‘지속가능한 생존’
을 위해 ‘더 성격적으로 잘 맞고 협력이 지속가능한 지’ 확인하려는 과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타인을 연모하는 감정에서 생존이라는 기준을 중심으로 누군가를 평가하는 행위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객관적 시선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행위는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올바르다는 것의 기준은 결국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사는데 더 재미있고 행복한가’인 것 같다.
생존을 위해 객관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자기 개발을 하고 주변 인간 관계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더욱 추앙하는 시대이다. 스스로가 가진 재능을 더 잘 자본화 할수록 더 나은
인간으로 평가받는 시대이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재능을 잘 자본화 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반대로 재능을 잘 자본화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꼭 더 불행한 삶을 살고 있을까?
생존을 위해 더 경쟁력 있는 사람과 함께 하면 더 행복할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인생은
예측 불가능한 것들로 점철되어 있다. 객관적 시선만을 바탕으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인생
자체를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어리석은 관점일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단순히 타인에 대한 시선뿐만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보는 시선조차 객관화


되어있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결국 내가 좋아했던 그 사람에게서 보았던 범주는 내가 나 자신에게
원했던 범주이자, 일부 나 자신에게서 발견한 범주였다. 타인과의 관계를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보고
객관화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내 삶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할
지 또한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부분이라 마찬가지로 객관화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던 것 같다.
현대 사회에서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써 살기 위해 객관적 시선만 갖고 누군가를 바라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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