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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 <글쓰기> 수업 자료

3. 자기표현 글쓰기

“내가 나를 그리는 이유는 너무 자주 외롭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

*자기표현 글쓰기의 의미와 태도


모든 글은 글쓴이의 감각과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표현에 목적을 둔 글이든 논증에 목적을 둔 글이든, 글쓴이의
시선과 사유가 글 속에 녹아 있다. 자기표현 글쓰기는 표현의 대상이나 문제의 대상이 자기 자신인 글쓰기이다.
‘나’를 대상으로 바라보고 표현하는 글쓰기인 자기표현 글쓰기는 ‘나를 바라보는 나’의 성찰적 관계 속에서 구성된
다. 자기표현 글쓰기는 대상으로서의 자기와 바라보는 자기 사이의 거리를 횡단하며, 자기를 표현하거나 분석하고
성찰하면서 자기를 텍스트화한다.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를 바라보는 깊은 응
시가 없다면 독자의 공감을 얻기가 어렵다.
자기를 대상으로 삼아 글을 쓰는 행위는 근대의 산물이다. 근대 들어 평범한 개인의 초상화나 자서전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근대 이전의 초상화는 종교적 의미를 담은 인물이나 특수한 신분인 왕이나 영웅을 형상화하였지만, 근
대 개인주의가 정착하면서 비로소 평범한 개인의 초상화가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마찬가지로, 영웅의 이야기가 아
니라 개인의 일대기를 담은 자서전도 근대에 접어들어 출간되기 시작한다. 독립된 주체로서 개인이 탄생하는 과정
에서 자기표현 글쓰기가 등장한 것이다.
자기표현 글쓰기는 ‘나’의 안에 있는 타자를 바라보고, 세계와 이어진 관계에서 나를 성찰한다는 점에서 편협한
자아주의와 다르다. 자기 성찰 글쓰기는 “나는 나다”라는 진술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타자와
의 관계 속에서 성찰하게 한다. 이러한 글쓰기를 통해 ‘나’는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자기표현 글쓰기는 글쓰기의 관습이나 규칙 같은 형식적 제약과 자신의 글에 대한 의심은 일단 유보한다. 그 대
신에 자기만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함으로써 스스로를 글쓴이로서 신뢰한다. 자신의 언어와 사유에 충실히 몰두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글쓴이의 고유한 견해와 자연스러운 언어가 살아 있어야 독자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 자기표
현 글쓰기를 할 때에는 무엇보다 ‘나’를 객관적으로 응시하는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타자와 소통하고 대화하
고자 하는 의지와 대상을 분석하고 성찰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1. 객관적인 자기 응시
자기표현 글쓰기에서 자기의 고유한 목소리는 자기 응시의 힘에서 나온다. 자기 응시에는 바라보는 ‘나’와 바라보
이는 대상인 ‘나’가 분리된다. 이 분리의 거리에서 자기 연민의 감정이 생기기도 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기도
하지만, 종합적인 성찰을 통해 한 단계 더 높은 자기 이해에 이르게 된다. 자기 이해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받아
들이는 행위로부터 출발한다. 부정하고 싶은 자기의 행동과 경험을 회피하거나 자기 합리화에 빠지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고 관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에게 침잠하며 가장 좋았던 기억이나 잊히지 않는 기억, 무의식적으로 숨
겨 놓았던 기억이나 ‘나’를 표현하는 키워드 등을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올려 응시하고 성찰하면 ‘나’를 더욱 잘 이
해하게 된다. 자기 이해가 부족하면 자기방어적 태도를 취하기 쉽다. 타인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거나,
타인의 의견에 비판 없이 동조해 버리게 된다. 자기 이해가 선행되어야 타인과의 관계도 객관화할 수 있고 세계의
전체상을 조망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기를 응시하는 용기는 자기를 표현하기 위한 기본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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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자와의 관계 성찰
자기표현 글쓰기는 ‘나’라는 존재가 타자와 이어져 있다는 관점을 중요시한다. ‘나’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
한다. 타자가 ‘나’의 존재에 차지하고 있는 자리와 그 관계성을 성찰할 때 ‘나’와 타자 사이의 질적 다양성이 드러
난다. 관계라는 개념 자체가 어느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두 항의 분리를 전제로 하므로,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나
를 성찰한다고 해서 자기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고유성의 성립 없이는 타인에 대해 책임지는 윤리적 관계
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타자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기와 사회, 자기와 세계와의 관계를 보는 시선도 중요하다. ‘나’라는 존재는 세계 내
적 존재이다. ‘나’는 상황과 사회, 세계 속에서 삶을 영위하기 때문에 ‘나’의 감정과 경험, 그리고 사유 역시 그 안
에서 형성된다. 그러므로 ‘나’의 문제는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자기와 세계에 대한 관계를 성찰하는 것은 자기의
책임과 윤리성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3. 깊이 있는 이해와 분석
자기표현 글쓰기는 성찰과 분석을 필요로 한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경험이 다양해지고 사유의 힘이 향상되지
만, 세계에 대한 안목이 저절로 깊어지지는 않는다. 또한 기억의 구성 과정에서 감정, 의도, 회피 등의 기제가 틈입
하기도 한다. 따라서 ‘나’와의 객관적 거리를 형성해야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심리, 철학, 사회
학, 문학, 과학 등의 학문을 통해 성찰의 힘을 심화할 수 있다. 자기만의 혼란스러운 경험과 기억을 구체적이고 질
감 있게 반추하는 데에도 인간과 사회, 세계에 대한 심화된 인식이 필요하다. 자기표현 글쓰기를 수행할 때에 ‘나’
와 연관되는 경험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학술성과를 참조하면 ‘나’의 경험 양상을 구체적으로 의미
화하고 나와 타자, 세계와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자기표현 글쓰기의 전략
자기표현 글쓰기에는 다양한 텍스트 구성 전략이 있다. 일어난 일을 시간적 질서에 따라 맥락을 만들어 이야기하
는 방법, 어떤 사건이나 체험이 준 변화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방법, 자기의 고유성을 표현할 수 있는 사물과 활동
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방법, 자기의 심경이나 상황을 철학적이거나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 자기와 타자의 관
계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방법 등 다양하다. 자기표현 글쓰기에 도움이 될 다양한 방법을 살펴보자.

1. 경험 활용하기
어떤 경험이나 사건이 의미 있는 변화를 줄 때가 있다. 작은 경험이 평생을 두고 자기를 지지하는 힘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잊히지 않고 괴롭힘을 주기도 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
다. 어떤 요소나 사건이 변곡점이 되어, 이전과 다른 새로운 질서로 사회를 변화시킨다.
체험 전과 체험 후를 비교하며 구성하는 전략은 어떤 체험이 ‘나’에게 준 변화에 집중하게 한다. 변화는 연쇄적
과정으로 서서히 오거나, 단절적으로 급격하게 올 수도 있다. 경험이나 사건이 ‘나’의 경험 구조, 인식, 태도, 세계
관 등의 변동을 초래한 과정에 대해 성찰하는 힘을 보여 주어야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어떤 체험에 의해
‘나’는 이러한 성취를 얻었다는 결과론적인 글쓰기는 독자에게는 ‘나’와 상관없는, 평범하고 흥미를 떨어뜨리는 이
야기로 들리기 쉽다. 독자도 함께 추체험하여 공감과 인식,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변화 과정을 성찰적으로 사유하
고 표현하는 글쓰기 전략이 필요하다.

☞ 좋았던 ‘나’의 경험들을 떠올려 본다.

☞ 기억하는 경험을 시간적 질서에 따라 배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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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었던 순간을 회상하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생각해 본다

☞ 어떤 사물이나 대상이 ‘나’에게 준 변화를 분석해 본다.


☞ 1년 전, 3년 전, 5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본다.

☞ 새로 생긴 취미, 습관, 행동 패턴과 지금은 멀어진 취미, 습관, 행동 패턴 등을 대조해 보고 그것이 준 변화를 떠올려 본

다.

2. 비유 사용하기
자기표현 글쓰기를 사물이나 활동에 대한 비유를 통해 구성할 수도 있다. 자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물이나 활
동을 선택하고, 사물이나 활동의 특징과 자기와의 연관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시간의 추이에 따른 변화보다는 사물이나 활동이 지닌 고유한 성질, 특징, 가치, 의미 등을 한 축에 놓고, 자기를
한축에 놓아 이 두 관계항을 연결하여 자기를 표현한다. 사물과 자기라는 두 관계항에 대한 깊은 이해에 바탕을
두고 이 두 항을 자유롭게 연결 짓는 연습이 필요하다.

☞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사물이나 활동을 10개 적어 본다.

☞ 내가 좋아하는 취미, 행동, 대상을 떠올려 본다.

☞ 내가 싫어하는 사물이나 활동을 10개 적어 본다.

☞ 사물이나 활동의 좋고 싫음을 대조하여 자기의 특성을 규정해 본다.

☞ 현재 내가 좋아하는 사물과 행동을 과거와 대조해 본다. 만약 변화한 것이 있다면 그 이유와 의미를 찾아본다.

☞ 취미, 행동, 대상 중에 자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을 선정하고 그것이 나에게 준 변화를 분석해 본다.

☞ 자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대상에 얽힌 일화를 이야기해 본다.

3. 관계 탐색하기
‘나’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따라서 ‘나’를 돌아보는 일은 타자와의 관계를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가족은 ‘나’에게 다양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준다. 자아주의는 개인을 독립된 주체로 인정하여 개성의 해방을
보장하기도 하지만, 개인을 고립시키기도 한다.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나를 응시할 때, 개성을 분명하게 성찰할 수 있고 세계와의 관계성도 회복할 수
있다. 자아주의는 자기의 능력과 성취에 따라 욕망들이 실현되는 능력주의 사회를 정당화한다. 능력주의 사회는 사
회 구조에서 파생된 문제를 개인 간의 책임으로 환원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폐쇄적 순환 관계에서 개인은 자기 규
율을 강화하고 자기 지배의 테크놀로지를 더욱 연마하는 억압 속에 갇히게 된다. 타자와의 관계, 더 넓혀 세계와의
관계에서 ‘나’를 바라보는 일은 편협한 자아주의에서 벗어나 다수의 ‘자기’를 만나게 한다.

☞ 나에게 깊은 영향을 준 사람이나 사건을 생각해 본다.

☞ 자기가 닮고 싶지 않은 인물이나 사건을 이야기해 본다.

☞ 나의 성격, 습관, 태도, 가치 지향은 누구로부터 영향 받았나를 생각해 본다.

☞ 자기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어떤 존재이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 떠올려 본다.

☞ 가끔 생각나는 사람이나 사건을 떠올려 보고 왜 생각나는지 그 이유를 말해 본다.


☞ 나를 억압하거나 강제한 사회 현상이나 상황을 생각해 보고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분석해 본다.

☞ 자기가 상상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사회 현상이나 상황을 이야기해 보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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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내면 분석하기
자기표현 글쓰기에는 내면 심리나 욕망을 성찰하여 텍스트를 구성하는 방법도 있다. 혼란스러운 감정, 무의식 저
편으로 은폐해 놓았던 기억, 갈등적인 심리나 상황, 복잡하게 전이되고 모방된 욕망들 등을 응시하고 분석한다.
내면 분석에서는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감정 기억인가’, ‘분석의 가치가 있는가’, ‘의미화가 가능한가’를 판단하
는 작업이 중요하다. 또한, 내면의 상태는 어떤 대상이나 사건과의 인과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어떤
대상이나 사건을 통찰하는 눈이 뒷받침되어야 내면을 제대로 성찰할 수 있다. 즉, 내면 분석을 통한 자기표현 글쓰
기는 삶의 가치와 목적, 그리고 관계성을 명징하게 하는 일과 분리될 수 없다.

☞ 자기가 이룬 성취나 이루지 못한 욕망을 이야기해 본다.

☞ 선택의 갈림길에서 하나의 길을 선택하고 다른 길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말해 본다.

☞ 지금 자기의 내면의 고민을 심리적·철학적으로 명제화하여 본다.

☞ 자기의 꿈을 말해보고 그것을 욕망하게 된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계기를 떠올려 본다.

☞ 자기의 고민이나 갈등에 미친 사회적 압력을 반추해 본다.

☞ 지금 자기가 사회적 환경이나 인식과 부딪치는 지점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본다.

☞ 자기가 욕망하는 것이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 아닌지 성찰해 본다.

☞ 행복한 삶을 욕망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본다.

본 강의자료는 연세대학교 학생들을 위해 수업목적으로 제작ㆍ게시된 것이므로 수업목적 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으며,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없습니다.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은 행위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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