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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속 성심(成心)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홍상수의 영화 제작 방식 속 즉흥성
: <옥희의 영화>를 중심으로

고태영

국문초록
I. 들어가며

이 글은 오늘날 첨단 이미지 사회를 구축한 기술이미지(


II. 성심(成心)의 한계와 대안

『장자』 내편 중 제물론(齊物論)에 등장하는 성심(成心)이라는 단어는 장자 전편에


걸쳐 단 한 차례 언급된다. 그럼에도 성심은 장자의 글 속에서 다른 논의들과 적잖이
연결되어 해석됨으로써, 장자 철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우화의 형식을 취하는 장자의 글에서 성심을 어떻게 해석하는 지에 따라, 그것과
연결되는 다른 논의들의 해석 방향 또한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성심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있어, 단어 혹은 성심이 언급되는 문장 자체에 집중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심과 연관되어 해석될 수 있는 다른 논의들과 연결하여 해석되어야 할 필요가
대두된다.
성심에 대한 해석은 주석가에 따라 차이를 보여왔다. 이때 해석은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뉘어지는데, 하나는 성심을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참된 마음
혹은 자연스러운 마음으로 해석하는 입장이며, 다른 하나는 성심을 굳어진 마음으로
보면서 그것으로 시비를 따지는 기준과 선악과 같이 이분법적인 가치 평가를
발생하게 하는 근거로 여기는 입장이다.1 여기서 전자의 입장을 취하면, 성심을
하늘의 이치에 따라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본연한 마음으로 보기
때문에, 하늘의 역할은 없는 것이 된다. 그렇게 되면 제물론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언급되는 ‘참된 주재자(眞宰)’ 혹은 ‘참된 군주(眞君)’와 같은 세계의 궁극적 근원자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며, 더 나아가면 궁극적인 진리와 가치의 근원에
위치하는 도(道)의 존재론적 근거마저 잃게 된다.2 반면 후자의 입장을 취한다면,
개인의 감정적 경험과 모순되는 생각들에 의해 구성되어 굳어진 성심을 따르는
방식이 아닌, 세계에 대한 대안적인 인식 방법으로서 참된 스승의 필요가 대두된다.
이러한 인식 방법은 제물론에서 밝음으로써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의미를
가지는 ‘이명(以明)’과 연결되어 해석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는 세계의 사태와 대상의 다양성과 무궁함에 반응하는 방식인 ‘도추(道樞)’와
연결되어, 삶을 살아가는 태도로 이어진다. 이러한 방식들의 가치를 파악하고자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도(道)’를 마주하게 되는데, 이는 참된 주재자 혹은
참된 군주와 연결되어 도의 존재론적 근거를 마련한다. 이와 같이 성심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제물론 내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개념들과 유기적으로 해석되며, 이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순을 최소화한다. 또한 성심에 고착된 상태를 자각하는
1
정민영 (2017), 「장자(莊子) 성심(成心)과 성심고착(成心固着) 연구(硏究)」, 『한국사상과 문화』, 86 권,
pp. 487-488.
2
동양미학특강 참고
것으로부터 세계에 대한 인식만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행동 양식의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성심의 의미를 올바르게 파악하는 것은 장자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좁게는 제물론 내에서, 넓게는 장자 내편의 범위 내에서 성심은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성심은 장자 내편 중 인간세(人間世)의 ‘심재(心齋) 그리고 대종사(大宗師)의 ‘
좌망(坐忘)’과 연결하여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와 같은 해석을 취하면,
성심과 같은 불완전한 인식에 대한 한계를 바탕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내면의‘수양’
에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수양을 통해 장자에 드러나는
이상적 경지로 향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논하는 수양론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제물론의 논의를 바탕으로 기존의 통념적인 지식과 인식의 한계에 대해
논의하는 인식론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는 후에 논의될 홍상수의 영화 제작 방식을
수양론의 관점이 아닌, 기존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인식 방법과 행동 양식으로
바라보기 위함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제물론의 범위 안에서 성심의 의미를
해석하고자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심재와 좌망이 아닌, 제물론에 언급되는 이명(以明)과 도추(道樞)의 방식으로 확장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장자가 성심과 함께 언급하는 참된 스승으로서 도(道)가
가지는 함의에 대해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 「제물론」 속 성심의 의미

자신의 성심(成心)을 따라서 그것을 [옳고 그름을 바르게 판정해 주는 참된]


스승(師)으로 섬긴다면, 누군들 홀로 스승이 없겠는가? 어찌 반드시 [성심이란
서로 상반된 감정과 모순된 생각들이] 교대(代) 하는 것임을 알고 [그] 마음이
스스로 취하는 자(心自取者) 이어야만이 그것(즉, 스승)이 있겠는가? 어리석은
자도 그것이 있다고 할 것이다!3

다음과 같이 제물론에서 성심(成心)은 단 한 번 등장한다. 위 글에서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성심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취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라는
것이다. 곽상(郭象)과 임희일(林希逸)을 비롯해 성심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주석가들은 현인(賢人)만이 아니라 어리석은 자 또한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보편성에 주목하고, 이러한 보편성의 근원을 혼연한 하늘의 이치에서 찾음으로써

3
동양미학특강 참고
천연성에 주목한다.4 결과적으로 그들은 성심은 하늘의 오묘한 도리에 따라 인간
모두에게 갖추어진 마음으로 보고, 이것을 스승으로 삼는다면 누구나 기준으로 삼고
의거할만한 진리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성심의 보편성과 천연성이 곧장 긍정적인 의미로 연결되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바로 이어지는 다음의 구절들과
연결되었을 때, 모순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음에 구성됨이 없이 [옳고 그름의] 시비 [구분]이 있다는 것은 오늘


월나라로 출발해서 어제 도착했다는 것[처럼 말도 안 된다]. 이것은 있을 수
없음을 있다고 하는 것이다. 있을 수 없음을 있다고 하는 것은 신묘한
우임금이라 한들 알 수 없는 것이니, 내(吾)가 홀로 어찌하겠는가!5

이 구절에서 ‘마음에 구성됨’을 바로 앞서 등장한 성심의 변용으로 생각해보면,


성심은 시비(是非)가 존재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성심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제물론에서 시비가 어떠한 맥락에서 언급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자는 제물론에서 시비를 가릴 때 마음의 모질기를 활을 당겼다가 쏘는 것에
비유하고, 승리를 끝까지 지키려 할 때의 끈덕진 고집은 맹세를 지키는 것(詛盟)과
같다고 말한다. 이렇게 시비를 가르며 승리를 고집하려는 태도의 결과를 장자는 ‘날로
기운이 쇠약해 가는 것은 가을과 겨울에 초목이 말라 시듦과 같다.’고 표현한다.6 이는
즉 생명의 에너지를 소실해가는 과정이며 장자는 그 상태로서는 회복이 불가하다(不
可使復之也)고 말하며, 시비를 가리는 태도의 결과를 승리를 고집하는 태도와 함께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시비를 가리는 태도에 대한 장자의 부정적인 판단의 근거는 시비의 필요조건이
성심이라는 데 있다. ‘시비(是非)’라는 단어 자체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는 옳고
그름을 전제로 하고,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해서는 일종의 기준을 필요로 한다.
장자는 어리석은 사람도 성심을 스승으로 삼으며 이를 따른다고 보았고, 그 결과 시비
판단이 생긴다고 보았다. 즉 성심은 따라야 할 참된 스승이 아닌 시비 판단의
기준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4
이종성 (2003), 「장자 철학에서의 ‘성심’에 대한 성찰」, 『대동철학』, 23 권, pp. 11-12.
5
동양미학특강 참고
6
장자 (안동림 역, 2022), 『莊子』, 현암사, pp.51
그렇다면 성심은 왜 참된 스승이 아니라, 생명력의 소진을 일으키는 부정적인 판단의
기준인 것인가?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구성된(成) 마음(心)으로서 성심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즉 성심의 근원을 살펴봐야 한다.

새벽과 저녁으로 그 [서로 상반된 감정과 모순된 생각들의 교대]7를 얻게 되는데,


[이것은] 무엇인가 [다른 것으로부터] 비롯(由)하여 발생되는 것인가? 저것(彼)이
아니면 내(我)가 없고, 내(我)가 아니면 [그것들을] 취取할 바가 없다. 이것 또한
[진리나 진실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렇게 되게끔 시키는 것(其所爲使)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8

성심의 근원과 관련하여 이 구절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저것이 아니면 내가 없고,


내가 아니면 그것들을 취할 바가 없다(非彼無我,非我無所取)’는 부분이다. 서로
모감정의 근원에

7
여기서 서로 상반된 감정과 모순된 생각들의 교대는 다음의 것들을 가리킨다. 喜怒哀樂,慮
嘆(歎)變慹,姚佚啟態;樂出虛,蒸成菌。日夜相代乎前,而莫知其所萌
8
동양미학특강 참고
2. 대안으로서 이명(以明)과 도추(道樞)
3. 참된 스승으로서 도(道)
III. 홍상수의 영화 제작 방식 속 즉흥성 : <옥희의 영화>

1. <옥희의 영화>의 제작 및 연출
(1) 배우를 중심으로
(2) 촬영 현장을 중심으로
(3) 이야기를 중심으로
(4) 편집을 중심으로

2. 제작 방식 속 즉흥성과 결정의 기준
IV. 성심(成心)과 즉흥성, 도(道)와 결정의 기준
V.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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