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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18
이 책의 특징과 구성

이 책의 특징

01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하여 국어영역 ‘문학’ 과목을 충실히 공부할 수 있도록 한


수능 연계 교재입니다.
02 ‘교과서 개념 학습 → 적용 학습 → 실전 학습’의 단계를 통해 기초부터 심화까지 체계적인 학습이

가능하도록 구성하였습니다.
03 갈래별로 다양한 영역의 작품들을 고루 수록하였으며, 서답형과 수능형 문항을 통해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일러두기 ❶ 본 교재에 수록된 작품은 가급적 교과서 표기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

❷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출문제를 참고하여 고전 문학 작품을 현대어로 풀어서 수록한 경우가




있고, 현대 문학 작품도 오늘날의 표기로 고쳐서 수록한 경우가 있습니다.


❸ 문학 작품은 원문에 따라 표기함을 원칙으로 하였지만, 학습자의 수준을 고려하여 일부 현


대어로 윤문하였습니다.

이 책의 구성

1부–교과서 개념 학습
1
문학

시의 표현과 형식

1 시적 표현 [교과서 개념 익히기] ‘문학’ 교과서와 교육과정의 중요 내용을 정


(1) 시적 표현의 개념과 특성
형상화
형체로는 분명히 나타나 있지 않
은 것을 다양한 방법이나 매체를
•시의주제나화자의정서를형상화하는데기여하는일체의표현을가리킴.비유(의인화
포함),상징,역설,반어,대구,설의,영탄,도치,열거,점층등의표현기법이있음. 리하여 ‘문학’ 과목의 기본 개념을 익히도록 하였습니다.
통해 구체적이고 실감 나게 그려
•일상적인언어생활에서도쓰이나일상적언어에비해좀더정련되어있음.
내는 것을 뜻한다. 문학에서는
마음이나 윤리적 덕목과 같은 비
가시적인 대상도 구체적인 형상
(2) 시적 표현의 여러 가지 효과
•음악적인리듬이느껴지게함.
[작품으로 이해하기] 기본 개념의 이해를 바탕으로 갈래별로 다양
을 통해 드러난다.
•시어의함축성을높여의미를풍부하게함.
•어떤대상을감각적으로환기하게함.
•상식적인생각을뒤집거나깨뜨림으로써지적충격을줌.
한 영역의 작품들을 읽고 서답형과 수능형 문항을 해결하는 과정
•재미를느끼고웃게하거나반대로슬픈감정을환기하기도함.
•궁극적으로화자의정서나시의주제를효과적으로표현하는데기여함.
을 통해 ‘문학’ 과목의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2 시의 형식
(1) 시의 형식의 개념과 특성
표현과 형식의 관계 •율격,시행,연등의요소가시의주제나화자의정서를표현하면서이루는전체적인형
시적 표현이라는 말의 의미는 그
태나구조를가리킴.
폭이 매우 넓어서 형식의 의미를
포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시의형식은문화적으로형성된시고유의체계와관습에기반을두고있으며,크게고
표현과 형식을 별도의 개념으로 정된형식과자유로운형식으로구별됨.
인식하기보다는 형식을 표현의
한 부분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 (2) 시의 형식의 층위들
직하다.
•갈래 :민요,향가,시조,가사,자유시등

적용 학습
•담화 양식 :독백,대화,편지,연설,전화통화의형식등

고전 시가 01
•문학적 기법 :아이러니(반어),알레고리(우의)등
•구조 :수미상관,선경후정,대칭등
2부–적용 학습
•진술 형태 :정형시,자유시,산문시,극시등
•외형 :시행및연의배열등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화자 - 청자의 관계 :독백,대화등
거북아 거북아•시상 전개 :근경
-원경,외부풍경-내면세계,과거-현재-미래등
龜何龜何
교과서 기본 개념을 작품을 통해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지난 5년간 시행된 모의 평가와 수능을
머리를 내밀어라 首其現也
내밀지 않으면 若不現也
구워서 먹으리 燔灼而喫也

철저히 분석하여 대표적인 작품을 선별하고, 출제 가능성이 높은


- 작자 미상, 「구지가(龜旨歌)」

나 꽃 필 땐 미친바람도 많으니 花時多顚風


사람들은 꽃샘바람이라 하네
조물주가 모든 꽃을 만들 때
人導是妬花
天工放紅紫
문항으로 개념 적용 능력을 신장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08 마치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한없는
문학 비단을 가위질해 놓은 듯 如剪綺與羅
이미 그토록 공력을 허비했으니 旣自費功力
꽃 아끼는 마음 응당 적지 않으련만 愛惜固應多
어찌 그 고운 것을 시기하여 豈反妬其
도리어 미친바람 보냈겠는가 而遣顚風加
바람이 만일 하늘의 명을 어긴다면 風若矯天令
하늘이 어찌 죄주지 않으랴 天豈不罪耶
이런 법이야 반드시 없을 것이니 此理必不爾
나는 사람들 말이 잘못이라 한다네 我導人言訛
바람의 직책은 만물을 고무하는 것 鼓舞風所職
만물에 은택 입히니 사사로움 없으리라 被物無私阿
만일 꽃 아껴 바람 불지 않는다면 惜花若停簸
그 꽃 영원히 생장할 수 있으랴 其奈生長何
꽃 피는 것도 좋지만 花開雖可賞
꽃 지는 것 또한 슬퍼할 게 뭐랴 花落亦何嗟
피고 지는 것 모두가 자연인데 開落揔自然
열매가 있으면 또 꽃을 낳는 것이야 有實必代華
오묘한 우주의 이치 묻지 말고 莫問天機密
술잔 잡고 소리 높여 노래나 부르자 把杯且高歌
- 이규보, 「꽃샘바람[妬花風]」

4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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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ucture

실전 학습 1 회 3부–실전 학습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성덕왕 때에 순정공(純貞公)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다가, 바닷가에 이르러 점심을 먹었다. 곁에는 석벽


이 병풍처럼 바다를 둘렀는데, 높이가 천 길이나 되었다. 그 위에는 철쭉꽃이 활짝 피어 있었는데, 공의
교과서 개념 학습과 적용 학습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학
부인 ㉠수로(水路)가 그것을 보고 좌우에게 말했다.
“누가 저 꽃을 꺾어 바치겠느냐? ” 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갈래별로 다양한 작품과 실전
종자 *가 말했다. / “사람의 발자취가 이를 수 없는 곳입니다.”
㉡모두들 할 수 없다고 사양했다. 마침 그 곁에 ㉢한 늙은이가 암소를 몰고 지나가다 부인의 말을 듣
고는, 그 꽃을 꺾었다. 그러고는 가사도 지어 함께 바쳤다. 그 늙은이는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그 문제를 실었습니다. 총 3회 분량을 제시하여 실전 감각을 익히고
뒤 이틀 동안 길을 가다가 또 임해정(臨海亭)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갑자기 ㉣바다의 용이 부인을 납치
해 바다로 들어갔다. 공이 땅바닥에 허둥지둥 발을 굴렀지만 아무런 계책도 없었다. 그러자 또 ㉤한 늙
은이가 나타나 말했다.
‘문학’ 과목 학습을 마무리하도록 하였습니다.
“옛사람의 말에 ‘여러 사람의 입이 쇠를 녹인다’고 했습니다. 이제 바닷속의 짐승이 어찌 여러 사람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이 경내의 백성들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막대기로 언덕을 치면,
부인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공이 그 말대로 했더니, 용이 부인을 모시고 바다에서 나와 바쳤다. 공이 부인에게 바닷속의 일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칠보 궁전의 음식은 달고 부드러우며 향기롭고 조촐해서, 인간의 음식과는 달랐습니다.”
이 부인의 옷에도 이상한 향내가 스며 있었는데, 세상에서 맡아 보지 못한 것이었다. 수로는 자태와
용모가 뛰어났으므로, 깊은 산이나 큰 못을 지날 때마다 자주 신물(神物)에게 납치당했다. 여러 사람이
부른 「해가(海歌)」는 사(詞)가 이렇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 龜乎龜乎出水路


남의 부녀를 약탈했으니 그 죄가 얼마나 큰가. 掠人婦女罪何極
[A]
네 만약 거역하고 내어 바치지 않으면
그물을 넣어 사로잡아 구워서 먹으리라.
汝若悖逆不出獻
入網捕掠燔之喫 정답과 해설
정답정답 과 해설
과 해설
노인의 「헌화가(獻花歌)」는 이러했다.

1부자줏빛교과서
바위 가에개념 학습
이게 하는 소재이자 배경으로 활용되고 있다.
紫布岩乎过希 풀어 본 내용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자세하고 친절한 해설을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執音乎手母牛放敎遣
[B]
1 강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시의 표현과 형식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본문 08~10쪽
吾肹不喩慚肹伊賜等
花肹折叱可獻乎理音如
2강 시의 내용
수록하였습니다. 작품의 해제, 주제, 갈래별로 구성이나 전체 줄거
본문 11~13쪽
작품으로 이해하기 예시 답안 - 일연, 『삼국유사』, 「수로 부인」
01
02

* 종자: 남에게 종속되어 따라다니는 사람.
ⓐ 옹송그리고 살아온 지난겨울의 삶 01
작품으로 이해하기 예시 답안
ⓐ 구운 밤
리를 제시하고, ‘정답이 정답인 이유’와 ‘오답이 오답인 이유’까지
ⓑ 갑자기 살아나는 것 같은 생명들 ⓑ 꽃이 핀다면

276 03 ⓐ 방해자/훼방꾼/장애물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 생동감/생명력
ⓒ 다 헌다면
ⓓ 영원히 함께하겠다 모두 설명하여 깊이 있는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02 ⓐ 흩어져/깨져
정지용, 「춘설」
ⓑ 믿음/신뢰
이 작품은 춘설(봄눈)이 내린 우수절 초하루 아침을 배경으
03 ②
로 하여, 화자가 느낀 봄의 생동감을 담아내고 있다. 다양한 감각적
표현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을 그리고 있으며, ‘~ 선뜻!’, ‘~ 차라.’, 작자 미상, 「정석가」
‘~ 향기로워라.’ 등의 영탄적 표현을 사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효과 이 작품은 임과의 영원한 사랑에 대한 소망을 노래한 고려
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춘설을 봄의 생명력 가요로, 실현 불가능한 상황들을 역설적으로 표현하여 시상을 전
을 의미하는 소재로 활용한 시인의 참신한 발상이 돋보인다. 개하고 있다. 이 노래의 본사에 해당하는 2~5연은 각각 구운 밤,
춘설이 내린 자연에서 느끼는 봄의 생동감 옥 연꽃, 무쇠 옷, 무쇠 소를 소재로 하여, 임과 이별하지 않겠다는
화자의 강한 의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6연은 「서경별곡」
•1연: 문을 열자 보이는 먼 산 의 2연과 유사한데, 이는 6연이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구
•2연: 우수절 초하루의 아침 절로서 구전되는 과정에서 두 노래에 삽입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3연: 가깝게 느껴지는 눈 덮인 산 추측된다.
•4연: 봄이 오는 모습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5연: 봄기운을 느낀 화자
•6연: 생동감 있는 봄의 모습 •1연: 태평성대를 소망함.
•7연: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화자의 소회 •2~5연: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임과의 영원한 사랑을 소망함.
•6연: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과 믿음을 다짐함.

01 이 시는 아침이라는 시간을 배경으로 화자가 느끼는 소회를


표현한 작품이지만, 밤에서 아침으로 변화되는 시간의 흐름이 보
01 <제2연>~<제4연>은 각각 구운 밤, 옥 연꽃, 무쇠 옷을 소재
이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시간의 변화에 따른 화자의 정서 변화 로 하여 실현 불가능한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화자는 가
를 드러낸다고 할 수도 없다. 정한 상황이 실현되어야만 임과 이별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임과 이별하지 않고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화자의 강한 의지를 드
02 ‘설어라’는 ① ‘서러워라’와 ② ‘낯설어라’ 두 가지 뜻으로 해
러낸다.
석될 수 있다. ①과 같이 해석할 경우, 봄을 맞이한 화자가 옹송

EBS 스마트북 활용 안내
그리고 살아온 지난겨울을 회상하며 느낀 서러움을, ②와 같이
해석할 경우, 봄이 되어 살아나는 생명들에 대해 화자가 느낀 낯
선 감정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02 화자는 임과의 이별이라는 상황을 바위에 떨어진 구슬이 흩
어진 상황에 빗대어 임과의 신의가 영원할 것임을 표현하고 있다.

EBS 스마트북은 스마트폰으로03바로 찍어 해설 영상을 수강할 수 있고, 교재 문제를 파일(한글, 이미지)로 다운로드하여 쉽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03 일반적으로 ‘춘설’은 봄이 오는 것을 저지하는 ‘방해자’로 인 <제2연>의 ‘구운 밤’은 한때 지녔던 생명력을 잃어버린 존재
식된다. 그러나 이 시에서 ‘춘설’은 봄의 ‘생동감(생명력)’을 돋보 에 해당하지만, <제4연>의 ‘무쇠’로 재단한 ‘철릭’은 오래도록 지

학생
02
모르는 문제, 찍어서 해설 강의 수강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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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1-0001 ] [ 20001-0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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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문제 촬영 1
2 찰칵! # 인공지능 단추 푸리봇 연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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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 해설 강의 수강 3
3
4 4
4

※ EBSi 고교강의 앱 설치 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EBSi 홈페이지 및 앱 검색창에서 문항코드 입력으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 교사지원센터(http://teacher.ebsi.co.kr) 접속 후 ‘교사 인증’을 통해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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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차례

Ⅰ 교과서 개념 학습

1강 시의 표현과 형식 8

2강 시의 내용 11

3강 소설의 서술상 특성 14

4강 소설의 내용 18

5강 극의 특성과 구성 요소 22

6강 교술 문학의 특성과 구성 요소 26

7강 작품의 작가 및 독자 맥락 30

8강 작품의 문학사적, 상호 텍스트적 맥락 33

9강 작품의 사회·문화적, 역사적 맥락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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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Ⅱ 적용 학습

고전 시가 42

현대시 74

고전 산문 108

현대 소설 148

극·수필 190

갈래 복합 220

Ⅲ 실전 학습

1회 276

2회 289

3회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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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교과서
개념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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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학

시의 표현과 형식

1 시적 표현
(1) 시적 표현의 개념과 특성
형상화 •시의 주제나 화자의 정서를 형상화하는 데 기여하는 일체의 표현을 가리킴. 비유(의인화
형체로는 분명히 나타나 있지 않 포함), 상징, 역설, 반어, 대구, 설의, 영탄, 도치, 열거, 점층 등의 표현 기법이 있음.
은 것을 다양한 방법이나 매체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감 나게 그려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도 쓰이나 일상적 언어에 비해 좀 더 정제되어 있음.
내는 것을 뜻한다. 문학에서는
마음이나 윤리적 덕목과 같은 비 (2) 시적 표현의 여러 가지 효과
가시적인 대상도 구체적인 형상 •음악적인 리듬이 느껴지게 함.
을 통해 드러난다.
•시어의 함축성을 높여 의미를 풍부하게 함.
•어떤 대상을 감각적으로 환기하게 함.
•상식적인 생각을 뒤집거나 깨뜨림으로써 지적 충격을 줌.
•재미를 느끼고 웃게 하거나 반대로 슬픈 감정을 환기하기도 함.
•궁극적으로 화자의 정서나 시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기여함.

2 시의 형식
(1) 시의 형식의 개념과 특성
표현과 형식의 관계 •율격, 시행, 연 등의 요소가 시의 주제나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면서 이루는 전체적인 형
시적 표현이라는 말의 의미는 그
태나 구조를 가리킴.
폭이 매우 넓어서 형식의 의미를
포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시의 형식은 문화적으로 형성된 시 고유의 체계와 관습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크게 고
표현과 형식을 별도의 개념으로 정된 형식과 자유로운 형식으로 구별됨.
인식하기보다는 형식을 표현의
한 부분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 (2) 시의 형식의 층위들
직하다.
•갈래 : 민요, 향가, 시조, 가사, 자유시 등
•담화 양식 : 독백, 대화, 편지, 연설, 전화 통화의 형식 등
•문학적 기법 : 아이러니(반어), 알레고리(우의) 등
•구조 : 수미상관, 선경후정, 대칭 등
•진술 형태 : 정형시, 자유시, 산문시, 극시 등
•외형 : 시행 및 연의 배열 등
•화자 - 청자의 관계 : 독백, 대화 등
  
  
•시상 전개 : 근경-원경, 외부 풍경-내면세계, 과거-현재-미래 등

0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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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멧부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 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송그리고 * 살아난 양이
아아 ㉠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 기던 *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 정지용, 「춘설(春雪)」

* 우수절: 입춘과 경칩 사이의 절기인 우수로, ‘봄비로 물기운이 가득한 때’라는 뜻임. 양력 2월 18일경.
* 옹송그리고: 춥거나 두려워 몸을 궁상맞게 몹시 움츠려 작게 하고.
* 옴짓 아니 기던: 움직이지 않던.
* 핫옷: 안에 솜을 두어 지은 겨울옷.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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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학

시의 표현과 형식 정답과 해설 02쪽

20001-0001 개념 적용

01 윗글의 표현상 특성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외부의 정경에서 자신의 내면으로 시선을 이동하고 있다.
② 감탄형 서술어를 구사하여 풍경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③ 색채감이 나타난 시어를 통해 대상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④ 시각적인 형상의 이미지를 촉각적 감각으로 전이시켜 표현하고 있다.
⑤ 밤에서 아침으로 바뀌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화자의 정서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20001-0002

02 ㉠의 ‘설어라’가 다음의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할 때, 각각의 경우에 ㉠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추측하여 ⓐ,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설어라’의 해석 ㉠의 의미
서러워라 봄이 되니 ( ⓐ )이/가 서럽게 느껴지는구나.
낯설어라 봄이 되니 ( ⓑ )이/가 낯설기만 하구나.

20001-0003

03 윗글의 제목인 ‘춘설’의 기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자 한다. ⓐ,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춘설, 곧 봄눈은 흔히 ‘꽃샘추위’라는 말과 어울리면서 봄이 오는 것을 저지하는 ( ⓐ )
(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이 시에서 춘설은 오히려 봄의 ( ⓑ )을/를 더 돋보이게 하
는 소재이자 배경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1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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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학

시의 내용

1 시적 화자의 정서
(1) 정서의 개념
일반적으로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이나 기분을 가리킴. 흔히 말하는
희로애락(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이 대표적인 정서에 해당됨. 시적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화자의 태도가 반영됨.

(2) 정서의 종류
•긍정적인 정서 : 사랑, 존경, 예찬, 환희, 동경, 희망, 기대 등
•부정적인 정서 : 미움, 분노, 공포, 비애, 우수, 절망, 원망 등

(3) 정서의 특징
서정시(抒情詩) •서정시는 다른 갈래에 비해 화자의 정서가 핵심적인 내용이 되는 갈래이며, 정서는 시의
서정은 본래 정서를 풀어낸다는
주제가 되기도 함.
의미를 지니며, 서정시는 개인의
주관적 정서를 표현한 시를 가리 •한 작품 안에는 여러 가지 정서가 공존할 수 있으며, 그중에서 지배적인 정서가 있을 수
킨다. 서사시나 극시, 교술시도 있음.
있으나 대부분의 시는 서정시에
해당된다.

2 소재
(1) 소재의 개념
•시를 창작하는 데 바탕이 되는 모든 재료를 뜻함.
•다른 갈래에서와 마찬가지로 개인적 체험, 자연, 사회 현상, 인생 등 세상의 모든 것이
시의 소재가 됨.
•한 작품 안에 있는 다양한 소재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을 제재라고도 함.

(2) 소재의 함축적 의미


•시에서 쓰이는 주요 소재는 대체로 함축적 의미를 지님.
함축적 의미와 지시적 의미 •소재의 함축적 의미는 시 작품의 내·외적 맥락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에서 지시적 의미

함축적 의미는 지시적 의미와 동
와 구별됨.
떨어진 채 형성되지 않고 오히려
지시적 의미를 바탕으로 형성된 •소재의 함축적 의미는 집단적으로 전승되어 공유된 것도 있고, 시인이 개성적으로 창조
다. 따라서 함축적 의미를 이해 해 낸 것도 있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시어의
지시적 의미를 파악해야 하고,
다른 시어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3 어조와 태도
•어조는 제재나 청자,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보여 주는 목소리의 결을 가리
키고, 화자의 태도는 대상에 대한 감정이나 정서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말함.
•어조에는 딱딱한/부드러운, 거만한/겸손한, 냉정한/감정적인, 직설적/반어적, 명령/
부탁/간청/위로/격려 등의 구별이 있으며, 이는 곧 어떤 대상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반
영함.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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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학

시의 내용

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삭삭기 세모레 벼랑에 나난


삭삭기 세모레 벼랑에 나난
구운 밤 닷 되를 심고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 나거시아
그 밤이 움이 돋아 싹 나거시아
유덕(有德)하신 임을 여의아와지이다 <제2연>

옥(玉)으로 연꽃을 사교이다


옥(玉)으로 연꽃을 사교이다
바위 위에 접주(接柱)하요이다 *
그 꽃이 삼동(三同)이 피거시아
그 꽃이 삼동(三同)이 피거시아
유덕(有德)하신 임을 여의아와지이다 <제3연>

무쇠로 철릭 *을 말아 나난
무쇠로 철릭을 말아 나난
철사(鐵絲)로 주름 박오이다
그 옷이 다 헐어시아
그 옷이 다 헐어시아
유덕(有德)하신 임을 여의아와지이다 <제4연>

구슬이 바위에 지신들


구슬이 바위에 지신들
끈잇단 그츠리잇가
즈믄 해를 외오곰 여신들
즈믄 해를 외오곰 여신들
신(信)잇단 그츠리잇가 <제6연>
 - 작자 미상, 「정석가(鄭石歌)」

* 접주하요이다: 접붙입니다.
* 철릭: 옛날에 무관이 입던 관복.

1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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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02쪽

20001-0004 개념 적용

01 윗글의 <제2연>~<제4연>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이해하고자 한다.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고, <제2연>~<제4연> 전체의 함축적 의미를 나타낼 수 있도록 ⓓ에 들
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연 결심의 내용 조건
<제2연> ( ⓐ )을/를 모래 벼랑에 심어 싹이 튼다면
덕망 높으신

  
  
<제3연> 임과 이별하 옥으로 새긴 연꽃을 바위에 접붙여 ( ⓑ )

  
  
겠다.
<제4연> 무쇠로 마름질하여 철사로 주름을 박아 만든 철릭이 ( ⓒ )

  
  

함축적 의미: 덕망 높으신 임과 이별하지 않고 ( ⓓ ).

20001-0005 개념 적용

02 다음은 윗글의 <제6연>에 대한 설명이다. ⓐ,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제6연>은 유추적 발상에 의해 구성된 노래이다. 화자는 자신과 임이 이별한 상황과 끈에 꿰
여 있던 구슬들이 바위에 떨어진 결과 그 구슬들이 ( ⓐ ) 있는 상황을 나란히 제시한다.
이를 통해 구슬이 바위에 떨어져도 구슬을 꿴 끈이 끊어지지 않듯이 자신과 임이 헤어져 있다
하더라도 ( ⓑ )은/는 여전할 것이라는 소망을 노래한다.

20001-0006 개념 적용

03 윗글의 시어에 대한 이해로 적절한 것만을 <보기>에서 있는 대로 고른 것은?


ㄱ. <제2연>의 ‘세모레 벼랑’과 <제3연>의 ‘바위 위’는 생명이 존재할 수 없는 환경을 의미한다.
ㄴ. <제2연>의 ‘구운 밤’과 <제4연>의 ‘무쇠’로 재단한 ‘철릭’은 생명력을 잃어버린 존재를 표

상한다.
ㄷ. <제3연>의 ‘옥’과 <제6연>의 ‘구슬’은 매우 귀하고 값진 것을 표상한다.
ㄹ. <제4연>의 ‘철사’와 <제6연>의 ‘끈’은 오래도록 존속된다는 속성을 가진다.

① ㄱ, ㄷ ② ㄱ, ㄹ ③ ㄴ, ㄷ
④ ㄱ, ㄷ, ㄹ ⑤ ㄴ, ㄷ, ㄹ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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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학

소설의 서술상 특성

1 소설에서 서술이란
사건의 내용을 언어로 나타내는 행위와 그 결과를 뜻함. 서술은 크게 이야기의 구성과
이야기의 전달로 나뉨. 이야기의 구성은 사건과 사건의 선후 관계나 인과 관계를 짜는 것
이며, 이야기의 전달은 시점과 거리, 사건과 인물 제시 방식, 문체, 어조와 태도를 어떻게
취하느냐와 관련이 있음.

2 서술상의 특성을 구현하는 요소들


(1) 시점
초점화자 소설 속의 인물 및 사건을 바라보는 서술자의 위치와 이야기 전달 방법에 따라 다음과
전지적 시점의 서술자가 특정 인
같이 구별됨.
물의 시각에 의존해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그 특정
이야기 전달 방법
인물을 초점화자라고 한다. 인물 및 사건의 내면적 분석 인물 및 사건의 외부적 관찰
서술자의 위치
거리 주인공이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 주변 인물이 주인공의 이야기를
거리는 소설을 매개로 한 소통에 서술자가 작중 인물인 경우 경우 하는 경우
참여하는 작가, 독자, 서술자, 인 → 1인칭 주인공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물 사이의 가깝거나 먼 정도를 가
리킨다. 예를 들어 작가는 자신 전지적 존재가 다른 사람의 이야 서술자가 외부 관찰자로서 다른
과 가까운 서술자를 내세워 부정 서술자가 작중 인물이 아닌 경우 기를 하는 경우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
적인 인물을 비판할 수 있다. 이 → 전지적 서술자 시점 → 3인칭 관찰자 시점
때 작가는 서술자와 인물에 대해
독자 또한 자신과 동일한 거리를
(2) 사건과 인물 제시 방식
느끼도록 하기 위해 특정한 서술
방식을 취한다. 대체로 1인칭 주 사건이나 인물을 전달하는 서술자의 말하기 방식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별됨.
인공 시점의 소설에서는 서술자
의 주관이 생생하게 드러나기 때 말하기 서술자가 사건, 인물의 성격, 상황을 직접적으로 설명, 해설, 요약, 논평하는 방법. 서술
문에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가 가 (telling) 자의 목소리가 직접 드러남.
깝게 느껴지고, 3인칭 관찰자 시
보여 주기 서술자가 인물의 행동이나 심리, 사건을 묘사하여 인물의 성격이나 상황을 제시하는 방
점의 소설에서는 서술자의 객관
(showing) 법. 서술자의 목소리가 나타나지 않음.
적 태도로 인해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3) 문체
작가가 언어를 구사하는 개성적인 방식을 가리킴. 구어와 문어, 관념적인 단어와 구체
적인 단어, 긴 문장과 짧은 문장, 부드러운 표현과 딱딱한 표현, 직설적 표현과 함축적 표
현, 표준어와 방언 중 어떤 것이 어느 정도로 구사되는지 등에 의해 결정됨.

(4) 어조와 태도
특정 인물이나 작중 현실에 대한 서술자의 태도가 어조를 통해 나타남. 반어적·풍자
적·냉소적·비판적·동정적·호의적·낙천적·해학적 태도 등으로 나타남.

1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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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마을에서 젊은 축에 드는 마흔다섯 살의 황영석은 황만근이 벽돌을 찍고 구덩이를 파서 지은 마을 회


관 변소에서 분뇨를 퍼내면서 황만근의 부재를 알게 되었다.
“ 만그이 자석이 있었으마 내가 돈을 백만 원 준다 캐도 이런 일을 안 할 낀데. 아이구, 이 망할 놈의 똥
냄새, 여리가 싸 놔 그런지 독하기도 하네. 이기 곡석한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도 모르겠구마.”
황만근이 있었으면 군말 없이 했을 일이었다. 늘 그렇듯이 벙글벙글 웃으면서.
“만그이가 있었으모 저 거름이 우리 밭으로 올 낀데. 만그이가 도대체 어데 갔노.”
마을 회관 곁 조그만 밭에 채소를 심어 먹는 여 씨 노인도 황만근의 부재를 알게 되었다. 황만근은 마
을 공통의 분뇨를, 역시 자신이 판 마을 공통의 분뇨장으로 가져가서 충분히 익힌 뒤에, 공평하게 나누
어 주었다. 황영석처럼 제가 펐다고 바로 제 밭에 가져다가 뿌리지는 않았다. 특히 여 씨 노인처럼 일찍
남편을 잃고 혼잣몸이 된 노인들에게는,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지 더 자주 거름을 가져다주었다.
“만그이한테 물어보자.”
아이들은 소꿉장난을 하다가 황만근의 부재를 알게 되었다. 공평무사한 것이 황만근의 평생의 처사였
다. 그에게는 판단 능력이 없는 듯했지만 시비를 물으러 가면, 가노라면 언제나 공평무사한 자연의 이법
에 대해 깨우치게 되고 분쟁은 종식되었다.
또는 물어보나 마나 명약관화한 일을 두고도 황만근을 들먹였다.
“만그이도 알 끼다.”
또한 동네에 오래도록 내려오는 노래, 구태여 제목을 붙이자면 ‘황만근가’를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
게 되면서 사람들은 황만근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황만근가, 황만근의 노래, 아니 황만근에 관한 노래는 이렇게 부른다. 먼저 “황” 하고 단호하고 크
게 소리쳐서 주의를 끈 다음, 한 박자를 쉰 뒤에 “마안 ― 그은” 하고 두 박자로 느릿하게 부른다. 이어서
  
  
“백 분(번), 찝 원(십 원), 여 끈(열 근), 팔 푼, 두 바리(마리)” 하고 빠르게 센다. 마지막으로 “그래, 바안
― 그은” 하고 느긋하게 마친다. 이 노래에는 황만근의 일생이 들어 있고 모든 노래가 그렇다시피 노래
  
를 부르는 마을 사람들의 대체 경험과 정서가 녹아 있다.
황은 성을 말한다. 신대 1리는 황씨들이 오십여 호 모여 사는 집성촌이다. 2년 전에 귀농한 민 씨 같은
타성바지는 황씨 집안에 데릴사위로 들어온 노 씨를 포함 전체에서 두 가구밖에 되지 않는다. 신대(新
垈), 새터는 이름이 암시하듯 새로 생긴 마을이다. 황만근의 부친은 전쟁 중에 죽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
때 이미 그를 배고 있었는데 남편을 여의고 황만근을 낳은 까닭에 항렬을 따서 이름을 지어 줄 사람이
없어 집에서 우러러보이는 산, 만근산(萬根山)에서 이름을 받았다. 만근산은 신대 1리에서 3리까지가 띠
모양으로 둘러 있는 천곡지(千谷池)를 병풍처럼 에워싸서 물을 가두고 또한 사철 물을 대 주게 하는 역
할을 하고 있다. 만근산의 천곡이라는 이름의 계곡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고 계곡에서 흩어져 사는 사람
들을 모아 한곳에 살게 한 곳이 바로 신대리이다. 이쯤만 해도 황만근이라는 이름이 곧 동네의 뿌리를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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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학

소설의 서술상 특성

상징하는 이름임을 알 수 있다.


‘백 분’은 무엇을 이름인가. 황만근이 땅바닥에 넘어진 횟수가 백 번임을 말한다. 황만근은 어릴 때부
터 유난히 자주 넘어졌는데 동네 사람들 말대로 ‘골’, 곧 자주 아는 척하는 윗마을 황학수의 말마따나 평
형 감각을 관장하는 소뇌가 미발달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동네에서 툭, 소리가 나면 홍시 떨어
지는 소리, 아니면 황만근이 넘어지는 소리라고 여겼다. 누군가 황만근에게 도대체 하루에 몇 번 넘어지
는지 세어 보라고 했다. 기왕 넘어지는 거 셈 공부나 하라는 충고였겠다. 저녁때 어린 황만근에게 몇 번
넘어졌는가 물으면 황만근은 손가락을 꼽고 발가락을 꼬고 무릎과 허리까지 배배 꽈 가며 용을 썼다. 그
런데 황만근은 언제부터인가 그런 물음에 명쾌하게 ‘백 분’이라고 대답했다. 하루에 백 번, 한 달에 백
번, 일 년에 백 번, 평생 백 번. 백은 황만근이 셀 수 있는 가장 큰 단위였다.
‘찝 원’은 면사무소가 있는 봉대 장터의 국수 가게 주인이 보태 준 별명이다. 어느 날 열서너 살 난 더
벅머리 황만근이 국수를 사러 와서는 가게 문간에서 이렇게 말했다. “꾹찌 찝 원어찌만 쪼요.” 국수 장
수가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황만근은 신중하게 손가락을 헤아리더니 다시 ‘꾹찌’라고 하면서 가게 주변
이 온통 환하도록 널려 마르고 있는 국수 가닥을 가리켰다. 그러고는 ‘찝 원’이라고 했는데 주인은 그 말
을 그의 손에 들린 십 원짜리 지폐를 보고 겨우 알아들었다. 어린 시절 황만근은 혀가 짧았던 것이다.
 - 성석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20001-0007

01 다음의 장면별로 ‘황만근’의 성격을 평가하는 말을 ⓐ, ⓑ에 쓰시오.


장면 성격

여 씨 노인에게 거름을 더 자주 가져다줌. 본인이 약자이면서도 (    ⓐ


   ).

아이들의 분쟁을 종식시킴. 편파적이지 않고 공평무사함.

명약관화한 일을 두고 황만근이 거명됨. (   ⓑ   ).

1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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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03쪽

20001-0008 개념 적용

02 윗글의 서술상 특성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물들의 말과 행동에 대한 관찰 결과를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② 부차적인 인물들의 언행을 통해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보여 주고 있다.
③ 과거의 장면을 삽입하여 주인공의 성격이 변화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④ 주인공에 대해 대체로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⑤ 시간에 따른 연속적 사건 전개를 통해 현재 상황의 내력을 드러내고 있다.

20001-0009 개념 적용

03 ㉠의 서사적 기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비장한 장면을 해학적인 분위기로 반전시키는 장치이다.
② 주인공의 운명이 어떻게 귀결될지를 암시하는 복선이다.
③ 주인공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호의를 보여 주는 소재이다.
④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는 단서이다.
⑤ 주인공의 성격을 보여 주는 과거의 사건들을 소개하는 매개이다.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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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문학

소설의 내용

1 인물
(1) 인물이란
•인물은 흔히 성격(character)이라고도 함. 인물은 외부에서의 관찰 대상을, 성격은 그 인
물의 내적 속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둘을 구별하기도 함. 이때 성격은 작품에서 인
물이 수행하는 고유한 역할을 통해 드러나는 개성을 뜻함.
•인물의 성격은 어떤 사건 속에서 보이는 그의 말과 생각, 행동, 그리고 인물에 대한 서술
자의 서술을 통해 드러남.

(2) 인물의 말과 생각, 행동


•인물의 말과 생각에는 자연관, 인생관, 인간관, 처세관 등 그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담겨

있음. 인물의 말은 주로 직접 인용의 형식으로 제시되지만, 서술자의 간접 인용으로 제
시되기도 함.
•인물의 행동은 어떤 의도나 상황의 산물로서 이해되며, 주로 서술자의 목소리를 통해 드

러남.

서사(敍事) 2 사건
서사는 ‘일을 순서대로 행하다.’,
‘일을 차례대로 펼치다.’라는 의
(1) 사건이란
미를 가지며, 서사 문학은 두 가 작품 속에서 발생하고 진행되는 온갖 일들을 가리킴. 대개 한 사건은 다른 사건들과 결
지 이상의 사건이 선후 관계와
합되어 연속적으로 전개됨. 인물들의 행동을 유발하기도 하고, 인물들의 행동이 곧 사건
인과 관계를 맺고 있다. 소설은
서사 문학의 가장 대표적인 갈래 으로 제시되기도 함.
이다.
(2) 사건의 연쇄
•시간 순서대로 일어나는 사건들은 선후 관계만을 맺기도 하고 인과 관계를 맺기도 함.

스토리와 플롯 •사건의 인과 관계를 바탕으로 플롯이 만들어지고,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단

여러 사건을 일어난 시간 순서대
계를 거침.
로 나열한 것을 ‘스토리(story)’라
고 하고, 사건들이 인과 관계로 질
서를 형성하고 있는 상태를 ‘플롯
(plot, 구성)’이라고 한다. 뒤에 일 3 배경
어난 사건을 먼저 일어난 사건보 (1) 배경이란
다 더 앞에 배치할 수도 있으므
로, 하나의 스토리도 서로 다른
•사건이 일어나는 곳의 지리적 위치, 지형, 풍경, 사물이 놓여 있는 장소(공간적 배경), 인
플롯을 가질 수 있다. 물의 행동이 연출되고 사건이 벌어지는 시대, 시기, 계절, 밤/낮 등의 시간(시간적 배경)
을 말함.
•사회 현실이나 역사적인 상황을 나타내는 사회적 배경, 작중 인물의 심리 상태를 의미하
는 심리적 배경, 어떤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상징적 배경도 있음.

(2) 배경의 기능
인물의 행동과 사건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서, 작품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작
품의 주제 구현에 기여함. 또한 독자에게 작품의 생동감을 느끼게 하며, 배경 자체가 상징
적 의미를 지니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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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 줄거리] 평양 기생 추월에게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그 집에서 사환 * 노릇을 하고 있는 남편을 찾기 위해, 춘풍의
아내는 평양 감사로 부임하는 김 승지를 따라 비장 * 차림으로 남장을 한 채 평양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춘풍의 아내는 추
월을 잡아들여 매를 치고 추월에게 춘풍의 돈을 물어내게 한다.

비장이 사또 전에 여짜오되, 춘풍과 추월을 처치한 말씀을 낱낱이 다 고하고 조용히 여짜오되,
“ 내일 하직하고 경성으로 가려 하오니 사또님 덕택으로 추월에게 분부하여 자모지례 *로 오천 냥을 몰
수(沒數)이 수쇄하여 춘풍에게로 보내기를 천만 바라나이다.”
사또 허락하고, 이튿날 하직하고 상덕한 * 돈 수만 냥을 환전으로 부쳐 놓고, 인하여 발행(發行)할새
평양을 하직하고 경성으로 올라와서 환전 돈을 즉시 찾고 춘풍이 오기를 기다리더라.
평양 사또 본관이 분부하되, 추월을 잡아들여 돈 바치라 성화하되, 십 일 다 못 하여 오천 냥을 다 바
치니, 춘풍이 돈을 싣고 경성으로 올라갈 제, 이때 춘풍의 아내 문밖에 썩 나서서 춘풍의 손을 부여잡고,


“어이 그리 더디 온가? ㉠ 장사에 사망 * 많아 평안히 오시니잇가? ”
춘풍이 반기면서,
“그사이에 잘 있었는가? ”
하고, 열두 바리 실은 돈을 장사에서 남긴 듯이 여기저기 들여놓고 의기양양하는구나. 춘풍에게 차담상
을 별나게 차려 들이거늘, 춘풍이 온 교태(驕態)를 다할 적에 기구하고 볼 만하다. 콧살도 찡그리며 입맛
도 다셔 보고 젓가락도 휘저으며 하는 말이,
“㉡ 생치(生雉) 다리도 덜 구워졌으며, 자반에도 기름이 적고, 황육(黃肉)조차 맛이 적다. 평양으로 갈
까 보다. 호조 돈 아니었더라면 올라오지 아니했지. 내일은 호조 돈을 다 바치고 평양으로 내려갈 제,
너도 함께 따라가서 평양 감영 소가(小家) * 집의 그 음식 먹어 보소.”
온갖 교만 다할 적에, 춘풍 아내 춘풍을 속이려고 황혼을 기다려서 여자 의복 벗어 놓고, 비장 의복 다
시 입고 흐늘거리며 들어오니, 춘풍이 의아하여 방 안에서 주저주저하는지라. 비장이 호령하되,
“평양에 왔던 일을 생각하라. 네 집에 왔다 한들 그다지 거만하냐? ”
춘풍이 그제야 자세히 본즉, 과연 평양에서 돈 받아 주던 회계 비장이라. 깜짝 놀라면서 문밖에 뛰어
내려 문안을 여쭈오되, 회계 비장 하는 말이,
“평양에서 맞았던 매가 얼마나 아프더냐? ”
춘풍이 여쭈오되,
“어찌 감히 아프다 하오리까? 소인에게는 상(賞)이로소이다.”
회계 비장 하는 말이,
“ 평양에서 떠날 적에 너더러 이르기를, 돈을 싣고 서울로 올라오거든 댁에 문안하라 하였더니, 풍문
에 소식 들리기를 매일 기다리다가 아까 마침 남산 밑에 박 승지 댁에 가 술을 먹고 대취하여 종일 놀
다가 홀연히 네가 왔단 말을 듣고 네 집에 돌아왔으니 흰죽이나 쑤어 달라.”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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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문학

소설의 내용

한대, 춘풍이 제 지어미를 아무리 찾은들 있을쏜가. 제가 손수 죽을 쑤려 하고 죽 쌀을 내어 들고 부엌으


로 나가거늘, 비장이 호령하되,
“네 지어미는 어디 가고, 나에게 내외를 하느냐? ”
춘풍이 묵묵부답하고 혼잣말로 심중에 헤아리되, ‘그립던 차에 가솔을 만났으니 우리 둘이 잠이나 잘
자 볼까’ 하였더니 아내는 간데없고, 비장은 이처럼 호령하니 진실로 민망하나 무가내하 *라.
회계 비장이 내다보니, 춘풍의 죽 쑤는 모양이 우습고도 볼 만하다. 그제야 죽상을 들이거늘, 비장이
먹기 싫은 죽을 조금 먹는 체하다가 춘풍에게 상째로 주며 하는 말이,
“ 네가 평양 감영 추월의 집에 사환으로 있을 때에 다 깨진 헌 사발에 누룽지에 국을 부어서 숟가락 없


이 뜰아래 서서 되는대로 먹던 일을 생각하여 다 먹으라.”


하니, 그제야 춘풍이 아내가 어디서 죽 먹는 양을 볼까 하여 여기저기 살펴보며 얼른얼른 먹는지라. 그
제야 춘풍 아내 혼잣말로,
‘이런 거동 볼작시면 누가 아니 웃고 볼까? 하는 행실 저러하니 어디 가서 사람으로 보일런가? 아무튼
속이기를 더 하자니 차마 그리 우스워라. 이런 꼴을 볼작시면 나 혼자 보기 아깝도다.’
이런 거동 저런 거동 다 본 연후에, 회계 비장 의복 벗어 놓고 여자 의복 다시 입고 웃으면서,
“이 멍청아!”
춘풍의 등을 밀치면서 하는 말이,
“안목이 그다지 무도한가? ”
춘풍이 어이없어 하는 말이,
㉢“이왕에 자넨 줄 알았으나 의사(意思)를 보자 하고 그리하였노라.”
하고, 그날 밤에 부부 둘이 원앙금침 펼쳐 덮고 누웠으니 아주 그만 제법일세.
 - 작자 미상, 「이춘풍전」

* 사환: 관청이나 회사, 가게 따위에서 잔심부름을 시키기 위하여 고용한 사람.


* 비장: 지방 관리나 해외 사신을 따라다니던 관직.
* 자모지례: 1년간의 이자를 원금의 2할 이내로 정한 이율.
* 상덕한: 윗사람한테 덕을 받은.
* 사망: 장사에서 이익을 많이 얻는 운수.
* 소가: 작은집. 여기서는 평양의 추월을 가리킴.
* 무가내하: 도무지 융통성이 없고 고집이 세어 어찌할 수 없음.

2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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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03쪽

20001-0010 개념 적용

01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춘풍의 아내는 평양 사또의 도움을 받아 추월을 징치하였다.
② 춘풍은 서울로 귀가한 후 다시 교만해져서 아내를 박대하였다.
③ 춘풍은 추월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다시 평양으로 가고자 하였다.
④ 춘풍의 아내는 남편의 교만에 대응하기 위해 회계 비장으로 변장하였다.
⑤ 춘풍이 평양에서 있었던 아내의 활약을 깨달은 후 부부는 갈등을 해소하였다.

20001-0011

02 윗글에서는 인물들의 거짓말이 사건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윗글의 ㉠~㉢이 어떤 목적으로
하는 거짓말인지 다음의 단어를 활용하여 각각 쓰시오.

㉠ (시치미)
㉡ (허세)
㉢ (민망함)

20001-0012 개념 적용

03 다음은 당시의 사회·문화적 맥락에 비추어 윗글을 설명한 내용이다. 아내의 성격을 나타내는 단어
를 ⓐ에, 문제 해결 방식을 드러내는 구절을 ⓑ에 각각 쓰시오.

「이춘풍전」은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당시의 배금주의적(拜金主義的) 풍조와 허위에 가득 찬


가부장적 질서의 이면을 폭로하고 있다. 특히 무능하고도 방탕한 남성으로 인해 몰락한 한 가
정을 진취적이면서도 ( ⓐ ) 아내가 구해 낸다는 내용을 통해 여성의 능력을 부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내가 결국에는 ( ⓑ )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남성 중심의 지배적 질서를 완전히 넘어서는 전망을 제시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1

21 수특_문학(001-039 개념 학습).indd 21 20. 1. 6. 오후 10:18


5
문학

극의 특성과 구성 요소

1 극의 특성
•극은 희곡이나 시나리오를 대본으로 삼아 인간의 갈등을 배우의 대사와 행동으로 표현


하므로 ‘행동의 문학’ 또는 ‘현재화된 인생 표현’으로 불림.
•극은 배우와 무대, 촬영 기법, 관객 등의 요소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고 제작됨.


•극은 갈등의 예술이라 할 정도로 인물 간 갈등의 생성, 전개, 해결 또는 해소가 진행의

중요한 축이 됨.

2 극의 구성 요소
(1) 대사
•등장인물의 말을 가리키며, 인물 사이에 전개되는 대화, 상대역이 없는 가운데 등장인물
이 혼자 자신의 내면을 말하는 독백, 한 등장인물이 상대역이 듣지 않는 것으로 약속하
고 관객에게 직접 자기의 의도와 생각을 말해 주는 방백 등으로 구별됨.
•극 중 인물의 성격과 생활 환경, 신분 등을 드러내고, 플롯을 진전시킴과 동시에 인물 간
의 관계를 드러내는 수단이 됨. 무대에 직접 나타나지 않는 시간도 대사에 의해서 드러
날 수 있음.

(2) 행동
•극에서 등장인물은 대사를 구사함과 동시에 몸을 움직여 상황을 만들고 의사를 표현함.

대사가 없이 행동으로만 상황과 정서가 표현되는 경우도 있음.
지시문(지문) •대본이 되는 희곡이나 시나리오에서 행동은 지시문을 통해 확인됨.

희곡에서 지시문은 행동 지시와
무대 지시로 구분된다. 행동 지 (3) 갈등
시는 등장인물의 동작, 표정, 어
조, 위치 등에 관한 지시이고, 무 •극은 개성적 혹은 전형적 성격을 지니고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주동 인물과 반동 인물 사

대 지시는 무대 장치의 변화, 소 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진행됨.
도구의 처리, 음향, 조명 등에 관
한 지시이다. 시나리오에서는 지
•주동 인물과 반동 인물의 대사와 행동에서 갈등이 제시되어야 극적인 효과가 선명하게

시문이 촬영 현장의 여러 가지 드러남.
상황이나 촬영 기법, 편집 방식
을 드러낸다.

3 희곡과 시나리오의 비교

희곡 시나리오

•연극의 대본 •영화나 드라마의 대본


•무대라는 조건으로 인해 시간적·공간적으로 제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등


약이 크고, 등장인물의 수도 제한됨. 장인물의 수에서도 제약을 덜 받음.

2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001-039 개념 학습).indd 22 20. 1. 6. 오후 10:18


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 줄거리] 동학군으로 활약하다가 죽은 아버지를 둔 최원봉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도 죽고, 아버지의 친구 최 주사
부부에 의해 양육된다. 최 주사는 죽으면서 아내에게 딸 영순과 원봉을 혼인시키라는 유언을 남긴다. 원봉은 청년회 상무
간사로서 바자회의 수익금을 유용해 청년회로부터 불신임을 당한 상태에서 이를 덮어 주려는 친구 차혁과 말다툼을 하
게 되고, 애인 정숙을 떨쳐내는 과정에서 ‘산돼지’라는 별명을 얻고 몽환병을 앓는다. 그런데 최 주사댁은 영순에 대한 애
정 때문에 남편의 유언을 비밀에 부쳐 두고 영순을 차혁과 혼인시키려고 한다. 원봉은 영순이 친동생이 아님을 알고 있는
데 반해 영순은 원봉을 친오빠로 알고 있다. 원봉은 꿈속에서 병정에게 맞아 거꾸러지는 어머니를 본다.

최 주사댁 : (들어와 일으켜 주며) 아, 불쌍해! 가엾어라! 못 일어나겠니?


원봉 : 어머니! 왜 이 모양으로 나를 내놓았소? 산돼지 한 마리 내놓으면 무슨 극락세계로나 갈 줄 알았소?
최 주사댁 : 온몸이 아프니? 옆구리가 그리도 아프니? 그 무지막도한 병정 놈이 널 차 내부쳤구나! 염라
국으로 쫓아 보낼 녀석 같으니! 오, 불쌍한 원봉아!
원봉 : 당신한테서 불쌍하단 소리 듣기 싫어요! 무슨 심정으로 날 내놓았느냔 말이요! 대답 좀 해요!
최 주사댁 : 내가 어찌 아니? 내가 어찌 알 수가 있니? ㉠영순이 어머니인 내가!
원봉 : (놀라며) 그러면 우리 어머니는 어디 갔소? 우리 어머니 찾아 주오.
최 주사댁 : 내가 어떻게 아니. ㉡영순이 어머니인 내가!
원봉 : 우리 아버지는 어디 갔소? 그것이나마 찾아 주오.
최 주사댁 : 내가 어떻게 아니. ㉢영순의 어머니인 내가!
원봉 : 당신은 언제까지 날 그렇게 속일 작정이요?
최 주사댁 : (가슴을 쥐며) 그 말을 내 입에서 듣구 싶거든 이 가슴을 칼로 찍어 낸 뒤에 다시 물어보려무나!
원봉 : 그러면 영순이더러 물어보겠소. 걔는 날 사랑하니까. (영순이 나와서 어린애처럼 철모르는 얼굴을 해
가지고 쳐다본다.) 영순아, 너는 아니? 우리 어머니가 어디 있는지.
영순 : 오빠 어머니가 어디 있어요, 있긴. 여기 계시지 않아요.
최 주사댁 : (둘이 끌어안고 있는 것을 보고) 얘들아, 그게 무슨 짓이니?
원봉 : (영순을 입 맞춰 주며) 너 어머니가 저렇게 날 어린애로 대접하니까 어디 어머니 정이 들어오니? 너
는 내 동생이지, 내 동생. 아 변치 않는 내 동생! 내 동생!
영순 : 오빠! 정숙이란 년한테 긁힌 오빠 가슴은 내가 꼭 낫게 해 드릴 테예요. 이 몸이 녹아서 녹아서 백
번이라도 녹아서 옛날 임금님의 발에 발라 드리던 몰약이 되는 것도 사양치 않고! 불쌍한 오빠!
원봉 : 아, 영원을 잊어버렸던 산돼지 눈에도 눈물이 나오는구나.
최 주사댁 : 원봉아, 내 말 곧이듣고 참아라. 내 말 곧이듣고. 이 애 어미 되는 내 말을 곧이듣고.
영순 : 어머니 말도 곧이들어 줘야 해요. 네, 오빠!
원봉 : 당신한테 아무 관계없는 내게다 그게 무슨 염치없는 말솜씨요?
최 주사댁 : 영순아, 어서 나가 봐라. 너나 내 말 곧이들어 다오. 혁이가 와 기다리고 있다.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3

21 수특_문학(001-039 개념 학습).indd 23 20. 1. 6. 오후 10:18


5
문학

극의 특성과 구성 요소

원봉 : (영순을 안고 안 놓으며) 혁이? 그놈은 연한 살에 고름과 마찬가지예요. 이런 순결한 애를 당신 딸이


라면서 왜 중히 여기지 않소? 굶기지 않고, 옷 안 벗기고, 아들딸 많이 낳게만 만들면 그만 될 것 같
소? 이 애는 그렇게 되기에는 너무 순결하고도 깨끗해요. 여름밤 하늘에 별보다도 더 귀엽고 값이
있어요. 이런 귀한 보석을 더러운 집돼지 발밑에다가 내던지려고? 왜 자기 손안에 든 진주를 그렇
게 더럽히려고!
영순 : 나는 그래도 안 더러워져요. 오빠! 나는 결코 안 더러워질 테예요. 오빠만 안 잊어버리고 있는 동
안은 영원히 안 더러워질 테예요.
최 주사댁 : 얘야 어서 나가 보라니까! 안 나갈 테니? 그만 둬라, 내가 불러오겠다. (나간다.)
영순 : 어머니가 저렇게 말하는데! 오빠, 혁 씨 부르러 갔는데! 나 가 보고 올 테야!
원봉: (영순을 끌어안고) 네 눈은 곱구나. 저기 저 하늘 보이니? 네 눈같이 곱고 맑고 티끌 한 점 없이


밝은 저 하늘이 보이니? 저 하늘같이 곱고 맑고 티끌 한 점 없이 밝은 네 눈에 저 하늘이 보이니?


영순 : 네, 네, 네, 보여요. 잘 보여요. 어찌 그 하늘에 올라가 앉은 것처럼 이렇게 몸이 가벼워져요.
원봉: 몸이 마음이 다 편하지 않니? 하늘가까지 보이지? 넓고 넓다란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다


보이지? 그것이 하늘이다. 그리고 저기 저 밑에 누런 먼지가 가득히 쌓인 세계가 보이지 않니?


영순 : 네네, 보여요. 아이구, 갑갑하고 더러운 세계! (눈을 가리며) 아, 저런 속에서 어떻게 사나!
원봉 : 너도 그 속에서 살아 있다.
(중략)
[A] 영순: 아 참, 보이는군요. 저런! 저런! 비행기 모양으로 날다가 뚝뚝 떨어지네. 에그 불쌍해! 어머니


도 저 속에 있어요? 혁 씨도 저 속에 있어요?
원봉 : 아, 그런 사람들은 생각해서는 못 쓴다니까!
영순: 아, 오빠! 괴로워! 아, 오빠! 나하고 저리로 올라가요. 아, 괴로워! 여기는 다 올라가지 않고


중간이기 때문에 이렇게 괴로운 것 아니에요? 구만리장천 저 위에까지 같이 올라가요. 내 손


잡아 줘요! 내가 끌어올릴 테니!
원봉: 내 몸이 이렇게 무거운데 어떻게 연약한 네가 날 끄집어 올리니? 산돼지는 땅 위에서밖에 못 큰


단다!
영순 : 그래도 내 힘껏 끌어 볼 테야! 아, 날 놓지 말아요. 이 팔을 꼭 붙들어요. 이 팔을! 아, 오빠!
혁 : (들어와서 한참 동안 보고 섰다가 그만 달려들어 영순을 끄집어낸다.) 세상이 말세가 되니까 별별 고약한


짓이 다 생기는군! 영순 씨 저건 당신 오라버니가 아니오? 아, 그 눈을 해 가지고도 안 보이오?


원봉 : 흥, 왔구나. 너무 일찍 온 게 잘되었다.
영순 : (혁이 가슴에 안기며) 아! 선생님! (둘이 안고 나간다.)
원봉 : 흥, 데려가거라. 산돼지한테 맡겼다가는 산돼지 배 속밖에 못 채워 준다.
최 주사댁 : (들어오며) 내 말 곧이 안 듣더니 그것 봐라. ㉮그래도 너를 갓난애 때부터 기르던 에미가 아
니니?
원봉 : 어머니 흉계는 나도 인제 넉넉히 알았소. 그만두슈.

2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001-039 개념 학습).indd 24 20. 1. 6. 오후 10:18


정답과 해설 04쪽

최 주사댁 : 내 말을 곧이들어야 한다. 네 어머니는 너를 낳고 하룻밤을 못 새고 죽어 버렸다. 그때부터


영순이 아버지 인정에 끌려서 너를 길러 온 어미가 아니냐.
- 김우진, 「산돼지」

20001-0013 개념 적용

01 윗글의 인물들에 대한 이해로 적절한 것만을 <보기>에서 있는 대로 고르시오.


ㄱ. 원봉은 혁을 ‘집돼지’로 지칭하며 적개심을 보이고 있다.
ㄴ. 원봉은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소외된 데 대해 자책하고 있다.
ㄷ. 영순은 사랑에 실패한 원봉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다.
ㄹ. 영순은 원봉을 구박하는 어머니의 태도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ㅁ. 최 주사댁은 영순을 위해 원봉과 혁이 신뢰를 회복하기를 바라고 있다.

20001-0014 개념 적용

02 ㉮를 고려하여 ㉠~㉢의 반복을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원봉에게 깨우침을 주기 위해 하는 말이다.
② 영순에 대한 원봉의 집착이 맹목적이라는 점을 일깨워 주려고 하는 말이다.
③ 자신이 친모가 아니라는 비밀을 알아낸 원봉을 질책하기 위해 하는 말이다.
④ 기른 정을 무시하고 친부모를 찾는 원봉에 대해 배신감을 드러내는 말이다.
⑤ 자신의 은덕을 충분히 존중해 주지 않는 데 대한 서운함을 표현하는 말이다.

20001-0015 개념 적용

03 [A]의 극적 기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몽상적인 장면을 통해 세상에 대한 주인공의 환멸을 보여 준다.
② 초월적인 인물을 등장시켜 극적 현실에 대한 관객의 몰입을 차단한다.
③ 회고적인 사건 배치를 통해 과거사에 대한 주인공의 후회를 보여 준다.
④ 주인공의 상상을 장면화하여 미래에 대한 주인공의 낙관적 전망을 보여 준다.
⑤ 낭만적인 분위기 조성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이 해소될 것임을 암시한다.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5

21 수특_문학(001-039 개념 학습).indd 25 20. 1. 6. 오후 10:18


6
문학

교술 문학의 특성과 구성 요소

1 교술 문학의 특성
•자유로운 형식과 다양한 표현 방식을 가진 문학 갈래로서, 전문적인 작가가 아닌 사람들
수필(隨筆) 도 쉽게 쓸 수 있음. 흔히 ‘수필’로 통칭되기도 함.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쓴 글’이라
•글쓴이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자기 성찰과 사유의 성격이 짙고, 작품 속의 ‘나’는
는 뜻으로, 본래는 어떤 글의 갈
래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었다. 곧 글쓴이 자신임.
문학의 분류에 대한 이론이 발전 •교훈이나 가르침[교(敎)], 설명이나 알림[술(述)]을 목적으로 창작되며, 다른 갈래에 비해
하면서 서정, 서사, 극을 제외한
나머지 산문적인 글을 통칭하는 글쓴이의 가치관이 비교적 분명히 드러남.
갈래 명칭으로 굳어졌다. •사고, 표현, 문체 등의 측면에서 글쓴이의 개성이 중시되는 갈래임.

2 교술 문학의 구성 요소
(1) 형식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 교술 문학의 특징임.

•일반적인 서술 외에도 일기, 편지, 기행문, 이야기, 극 등의 형식이 차용되기도 함.

(2) 표현과 문체
•비유(의인화 포함), 상징, 역설, 반어 등의 시적인 표현은 물론이고 설명, 논증, 묘사 등

의 표현 기법도 동원하여 글쓴이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함.
•대화를 삽입하여 소설이나 극의 형식을 취하기도 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기도 함.

•다양한 표현 자질들은 어휘의 종류, 문장의 길이 등에 의해 형성되는 문체적 특성과 결

합하여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함.

(3) 주제
•교술 문학의 내용과 주제는 일상적 경험에 대한 주관적인 감상에서부터 인간의 삶에 대
한 깊이 있는 사유와 성찰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함.
•교술 문학의 내용은 일상적인 경험일 수 있지만, 그 주제에는 글쓴이의 개성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포착된 인간의 삶에 대한 진실이 함축되어 있음.
•교술 문학은 다른 갈래에 비해 주제가 비교적 명시적으로 제시된다는 특징이 있음.

2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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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오늘은 당신이 가르쳐 준 태백산맥 속의 소광리 소나무 숲에서 이 엽서를 띄웁니다. ㉠ 아침 햇살에
빛나는 소나무 숲에 들어서니 당신이 사람보다 나무를 더 사랑하는 까닭을 알 것 같습니다. 200년, 300
년, 더러는 500년의 풍상(風霜)을 겪은 소나무들이 골짜기에 가득합니다. 그 긴 세월을 온전히 바위 위
에서 버티어 온 것에 이르러서는 차라리 경이였습니다. 바쁘게 뛰어다니는 우리들과는 달리 오직 ‘신발
한 켤레의 토지’에 서서 이처럼 우람할 수 있다는 것이 충격이고 경이였습니다. 생각하면 소나무보다 훨
씬 더 많은 것을 소비하면서도 무엇 하나 변변히 이루어 내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소광리의 솔숲은 마치
회초리를 들고 기다리는 엄한 스승 같았습니다.
어젯밤 별 한 개 쳐다볼 때마다 100원씩 내라던 당신의 말이 생각납니다. 오늘은 소나무 한 그루 만져
볼 때마다 돈을 내야겠지요. 사실 서울에서는 그보다 못한 것을 그보다 비싼 값을 치르며 살아가고 있다
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경복궁 복원 공사 현장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 일제가 파괴하고 변형한 조선
정궁의 기본 궁제(宮制)를 되찾는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오늘 이곳 소광리 소나
무 숲에 와서는 그러한 생각을 반성하게 됩니다. 경복궁의 복원에 소요되는 나무가 원목으로 200만 재,
11톤 트럭으로 500대라는 엄청난 양이라고 합니다. 소나무가 없어져 가고 있는 지금에 와서도 기어이
소나무로 복원한다는 것이 무리한 고집이라고 생각됩니다. 수많은 소나무들이 베어져 눕혀진 광경이라
니 감히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이를테면 고난에 찬 몇 백만 년의 세월을 잘라 내는 것이나 마찬
가지입니다.
우리가 생각 없이 잘라 내고 있는 것이 어찌 소나무만이겠습니까. 없어도 되는 물건을 만들기 위하여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을 마구 잘라 내고 있는가 하면 아예 사람을 잘라 내는 일마저 서슴지 않는 것이 우
리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위의 유일한 생산자는 식물이라던 당신의 말이 생
각납니다. 동물은 완벽한 소비자입니다. 그중에서도 최대의 소비자가 바로 사람입니다. 사람들의 생산
이란 고작 식물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나 땅속에 묻힌 것을 파내어 소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쌀로
밥을 짓는 일을 두고 밥의 생산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생산의 주체가 아니라 소비의
주체이며 급기야는 소비의 객체로 전락되고 있는 것이 바로 사람입니다. 자연을 오로지 생산의 요소로
규정하는 경제학의 폭력성이 이 소광리에서만큼 분명하게 부각되는 곳이 달리 없을 듯합니다.
산판일을 하는 사람들은 큰 나무를 베어 낸 그루터기에 올라서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다고 합
니다. 잘린 부분에서 올라오는 나무의 노기가 사람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어찌 노하는 것이 소나무뿐이
겠습니까. 온 산천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당신의 말처럼 소나무는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운 자리
에서 우리와 함께 풍상을 겪어 온 혈육 같은 나무입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금줄에 솔가지를 꽂아 부정을
물리고 사람이 죽으면 소나무 관 속에 누워 솔밭에 묻히는 것이 우리의 일생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무덤 속의 한을 달래 주는 것이 바로 은은한 솔바람입니다. 솔바람뿐만이 아니라 솔빛·솔향 등 어느 것
하나 우리의 정서 깊숙이 들어와 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더구나 소나무는 고절(高節)의 상징으로 우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7

21 수특_문학(001-039 개념 학습).indd 27 20. 1. 6. 오후 10:18


6
문학

교술 문학의 특성과 구성 요소

리의 정신을 지탱하는 기둥이 되고 있습니다. 금강송의 곧은 둥치에서뿐만 아니라 암석지의 굽고 뒤틀


린 나무에서도 우리는 곧은 지조를 읽어 낼 줄 압니다. 오늘날의 상품 미학과는 전혀 다른 미학을 우리
는 일찍부터 가꾸어 놓고 있었습니다.
㉡ 나는 문득 당신이 진정 사랑하는 것이 소나무가 아니라 소나무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
다. 메마른 땅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지금쯤 서울 거리의 자동차 속
에 앉아 있을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외딴섬에 갇혀 목말라하는 남산의 소나무들을 생각했습니
다. 남산의 소나무가 이제는 더 이상 살아남기를 포기하고 자손들이나 기르겠다는 체념으로 무수한 솔방
울을 달고 있다는 당신의 이야기는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더구나 그 솔방울들이 싹을 키울 땅마저 황폐
해 버렸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암담하게 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아카시아와 활엽수의
침습(侵襲)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척박한 땅을 겨우겨우 가꾸어 놓으면 이내 다른 경쟁수들이 쳐
들어와 소나무를 몰아내고 만다는 것입니다. 무한 경쟁의 비정한 논리가 뻗어 오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나는 마치 꾸중 듣고 집 나오는 아이처럼 산을 나왔습니다. 솔방울 한 개를 주워 들고 내려오면서 생
각하였습니다. 거인에게 잡아먹힌 소년이 솔방울을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소생했다는 신화를
생각하였습니다. 당신이 나무를 사랑한다면 솔방울도 사랑해야 합니다. 무수한 솔방울들의 끈질긴 저
력을 신뢰해야 합니다.
 - 신영복, 「당신이 나무를 더 사랑하는 까닭」

20001-0016 개념 적용

01 표현과 글쓴이의 태도를 중심으로 각 문단의 내용을 요약할 때,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문단 표현과 글쓴이의 태도

좁은 면적만을 차지한 채 긴 세월을 버텨 온 소나무를 ( ⓐ )에 비유하여 소


1문단
비가 많은 자신의 삶을 반성함.

경복궁 복원 공사 현장을 보면서 가졌던 생각을 고쳐먹으면서, 소나무 그 자체를 소나


2문단
무가 살아온 ( ⓑ )로 치환하여 소나무를 잘라 내는 일의 폭력성을 강조함.

소나무를 잘라 내는 일을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 현상으로 일반화하여 적용하


3문단
면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횡포를 비판함.

소나무를 ( ⓒ )에 비유하면서 자연과의 공존을 도모하는 지혜와 거기에서


4문단
정신적 상징성을 읽어 내는 안목을 예찬함.

경쟁수들의 침습에 희생되고 있는 ( ⓓ )의 생태에 빗대어 인간사에서 일어


5문단
나고 있는 무한 경쟁의 비정함을 비판함.

소나무로부터 질책을 들은 듯한 느낌을 받은 자신의 모습을 ( ⓔ )에 빗대면


6문단
서 솔방울의 생명력을 예찬함.

2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001-039 개념 학습).indd 28 20. 1. 6. 오후 10:18


정답과 해설 05쪽

20001-0017 개념 적용

02 윗글의 ‘당신’과 관련한 표현 방식과 그 효과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만을 <보기>에서 있는 대


로 고른 것은?

ㄱ. ‘당신’의 견해에 대한 효과적인 반박을 위해 익숙한 사실로부터 새로운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ㄴ. 글의 독자들이 ‘당신’의 입장에서 글쓴이의 메시지를 전달받는 느낌을 가지도록 하는 효과

를 낳고 있다.
ㄷ. ‘당신’의 말을 군데군데 인용하면서 글쓴이 자신의 견해를 내세움으로써 서술의 입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ㄹ. 높임 표현의 종결 어미와 연합하여 글쓴이가 수신자인 ‘당신’의 견해에 대해 가지는 거리감

을 부각하고 있다.

① ㄱ, ㄴ ② ㄴ, ㄷ ③ ㄷ, ㄹ
④ ㄱ, ㄴ, ㄷ ⑤ ㄴ, ㄷ, ㄹ

20001-0018 개념 적용

03 다음은 ㉠에서 ㉡에 이르는 사유의 과정을 추적한 것이다. ⓐ,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 소나무 숲에 오니 당신이 사람보다 나무를 더 사랑하는 까닭을 알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마 소나무가 ( ⓐ )면서도 위엄과 품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


일 것이다.

그런데 남산 소나무는 척박한 환경에서 생태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생각해 보니, 척박한 환경에서 ( ⓑ )의 비정한 논리에 희


생당하는 소나무를 닮은 사람들이 있다.

㉡: 그렇다면 당신이 진정 사랑하는 것은 소나무를 닮은 사람들


이 아니겠는가.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9

21 수특_문학(001-039 개념 학습).indd 29 20. 1. 6. 오후 10:19


7
문학

작품의 작가 및 독자 맥락

표현론 1 작가 맥락
작가를 중심으로 문학 작품에 접
근하는 관점을 ‘표현론 ’이라고
(1) 자기표현으로서의 문학
한다. 일명 ‘생산론’이라고도 하 •작가는 불행한 일, 부끄러운 일, 자랑스러운 일, 감격적인 일 등 어떤 사건을 보거나 겪


며, 문학에 대한 외재적 관점 중
었을 때 소통의 욕구나 치유의 의지 등을 바탕으로 이런 경험들을 작품으로 형상화함.
의 하나이다.
따라서 문학 작품이란 작가의 체험, 사상, 감정의 표현물로 볼 수 있음.
•이때 작가의 창작 동기, 전기적 사실, 심리 상태 등이 작품 이해의 주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 독자는 ‘누가, 그 사람의 어떤 시기에, 어떤 상황에서, 왜 썼는가? ’ 하는 물음을 통
해 작품에 접근할 수 있음.

(2) 작가 맥락을 고려할 때의 유의점


•작가는 한 개인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특정한 계층, 시대, 성, 세대를 대표하는 존재로 간

주되기도 하므로 작가가 처한 사회·문화적 상황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함.
•작가의 전기적 사실이나 실제적인 체험이 항상 있는 그대로 작품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

니므로 작품과 작가 사이의 거리도 고려해야 함.
•작가의 의도를 객관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려움. 또한 작가 맥락에 기반한 작품 해석이 절

대적인 것은 아니며, 작품 감상의 여러 가지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함.

효용론 2 독자 맥락
작품과 독자의 관계를 중시하는
관점을 ‘효용론’이라고 한다. 일
(1) 문학의 미적, 인식적, 윤리적 효용
명 ‘수용론’이라고도 하며, 문학 •독자는 문학 작품을 감상함으로써 정서적인 감흥과 미적인 감동을 얻게 되고, 인간사에

에 대한 외재적 관점 중의 하나
대한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며 윤리적 교훈을 얻기도 함.
이다.
•독자는 때때로 과거의 어느 독자가 경험한 감동과 교훈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작품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도모할 수 있음. 이때 과거의 독자와 현재의 독자는 대화적 관계를
형성함.

(2) 독자 맥락을 고려할 때의 유의점


•작품이 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는다고 해서 그것이 곧 그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증명하

는 것이 아님을 고려해야 함.
•작품에 대한 특정 독자의 이해가 항상 그 작품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담고 있는 것은 아

닐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함.

3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001-039 개념 학습).indd 30 20. 1. 6. 오후 10:19


정답과 해설 05쪽

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 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 김현승, 「눈물」

20001-0019

01 다음은 윗글에 대한 설명이다. ⓐ,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윗글에서 찾아 쓰시오.


역설의 효과 중 하나는 관습적 인식을 낯설게 하는 데 있다. 역설에는 수식어와 피수식어
의 모순처럼 표현 수준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있지만, 시인 혹은 화자의 인식 수준에
서 함축되어 있는 역설도 있다. 「눈물」에는 ( ⓐ )보다 ( ⓑ )을/를 선호하는 우리
의 관습적 인식과는 달리 ( ⓑ )보다 ( ⓐ )의 가치를 더 숭상하는 역설적 인식이
나타난다.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31

21 수특_문학(001-039 개념 학습).indd 31 20. 1. 6. 오후 10:19


7
문학

작품의 작가 및 독자 맥락 정답과 해설 05쪽

20001-0020

02 윗글의 시어에 대한 이해를 다음과 같이 나타낼 때, ⓐ,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추측하여 쓰시오.


‘더러는’은 문맥상 ‘항상’ 혹은 ‘늘’이라는 말과 대립적인 의미를 가진
다. 따라서 1연에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 되고자 하는 소망을
‘더러는’
한결같이 지닌 채 일상을 영위하기는 어렵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1연 1행)
따라서 이 시어는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 ⓐ ) 고백이 담긴 표현
이라고 볼 수 있다.

‘지어 주시다’는 시제가 없는 표현으로, 그 행위가 과거, 현재, 미래의


‘지어 주시다’ 어떤 시점에 있는 일인지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이와 같은 행
(6연 2행) 위가 과거에는 물론 현재와 미래에도 ( ⓑ )적으로 존재하는 것
임을 드러낸다.

20001-0021 개념 적용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눈물」은 시인이 아들을 잃고 그 슬픔을 달래기 위해 쓴 시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하여 시
인은 “나는 내 가슴의 상처를 믿음으로 달래려고 그러한 심정으로 썼다. 인간이 신 앞에 드릴
것이 있다면 그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변하기 쉬운 웃음이 아니다. 이 지상에 오직 썩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 앞에서 흘리는 눈물뿐일 것이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이 시는 절대자
의 권능과 섭리에 대한 신심(信心)으로 아들을 잃은 고통을 승화하려는 의지가 함축되어 있는
작품인 셈이다.

①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으로 표상되는 눈물을 ‘열매’의 생명성으로 이어 간 데서, 생




명의 순환을 관장하는 절대자에 대한 시인의 신앙심을 엿볼 수 있군.


② 눈물을 ‘흠도 티도’ 없고 ‘금 가지 않은 / 나의 전체’라고 표현한 것은, 인간이 신 앞에서


신심을 가지고 흘리는 눈물의 완전무결함을 드러내고 있군.


③ 눈물을 ‘가장 나아종 지니인 것’이라고 한 것은, 절대자의 부름을 받아 죽는 순간까지 시


인이 고통을 안고 살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군.


④ 웃음을 ‘아름다운 나무의 꽃’에 빗댄 데서, 영원히 썩지 않는 눈물과 달리 웃음은 꽃처럼


시들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시인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군.


⑤ 절대자가 ‘꽃이 시듦을 보시고 / 열매를 맺게 하신’다고 하여 선후 관계를 명시한 것은,


시인이 웃음보다 눈물을 더 ‘값진 것’으로 인식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군.

3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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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문학

작품의 문학사적, 상호 텍스트적 맥락

1 문학사적 맥락
(1) 문학사적 맥락이란
•한 편의 문학 작품은 일정한 언어문화의 지평 안에서 여러 가지 문학적 관습을 매개로


하여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소통됨. 선행하는 작품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동시대의 수많
은 다른 작품들과 경쟁하고 공존함.
•작품의 문학사적 맥락이란 문학 작품의 존재 방식을 규정하는 문학의 갈래, 공동체의 정

신과 상상력, 풍속과 사회상 등의 문학사적 사실과 배경을 가리킴.
•독자는 문학사적 맥락을 고려하여 작품을 읽음으로써 작품을 역사적인 안목으로 조망할

수 있음.

(2) 문학사적 맥락의 요소


이론적 갈래와 역사적 갈래 •역사적 갈래의 전개 과정 : 문학 작품들은 특정한 갈래로 분류되는데, 그 갈래는 역사적으

서정, 서사, 극, 교술은 어떤 문화 로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겪게 됨. 각각의 갈래에는 내용, 형식, 표현의 측면에서 다른
권에나 보편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론적 갈래’라고 한다. 갈래와 구별되는 고유의 문학적 관습이 있음.
이에 비해 특정한 역사적 시기에 •문학사적 영향 관계 : 문학 작품은 앞선 시대의 문학 작품이 지닌 내용, 형식, 표현의 영향

특정한 문화권에 존속했던 문학
양식을 가리켜 ‘역사적 갈래’라고
을 받음. 그 영향은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잠재되어 있을 수도 있음. 특정한 요소
한다. 예를 들어 시조는 한국의 들은 긍정적으로 계승되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계승되기도 함.
문학사에 자리 잡고 있는 역사적
•사회·문화적 상황, 역사·시대적 상황 : 문학 작품은 그 작품이 창작되고 향유되는 시기의 사

갈래의 명칭이지만, 이론적 갈래
로는 주로 서정 갈래에 포함된다. 회·문화적 상황을 반영하게 되며, 역사적 사건과 시대적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산출됨.

2 상호 텍스트적 맥락
•모든 문학 작품은 잠재적으로나 현상적으로나 다른 작품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때 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상호 텍스트성이 성립함.
•패러디된 작품과 같이 작품 안에 다른 작품의 흔적이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는 경우가 상
호 텍스트성의 대표적인 사례임.
•상호 텍스트성은 독자가 스스로 발견하거나 구성할 수도 있음. 이 경우 각 작품에 담긴
모티프, 이미지, 소재, 주제 등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주목하여 읽음으로써 작품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거나 심화할 수 있음.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33

21 수특_문학(001-039 개념 학습).indd 33 20. 1. 6. 오후 10:19


8
문학

작품의 문학사적, 상호 텍스트적 맥락

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아니리]
이렇듯 탄식허다 예부 상서를 또다시 부르시더니,
“ 네 여봐라. 오늘도 거주성명을 명백히 기록하야 차차 호송허되, 만일 도화동 심 맹인 계시거든 별궁
으로 모셔 들여라.” / 봉사를 차례로 점고해 내려올 적에, 제일 말석에 앉은 봉사한테 당도허며,
“여보시오. 당신 성명이 무엇이오? ” / “예, 내 성명은 심학규요.” / “심 맹인 계신다!”
허더니만은, / “어서 별궁으로 들어갑시다.” / “아니, 어쩔라고 이러시오? ”
“ 우에서 상을 내리실지 벌을 내리실 줄은 모르나, 심 맹인을 모셔 오라 허셨으니 어서 별궁으로 들어
갑시다.”
“ 내가 공연한 잔치에 왔제. 내가 딸 팔아먹은 죄가 있는디, 이 잔치를 배설키는 나를 잡을 양으로 배
설을 헌 것이로구나. 아, 내가 살아서 무엇 하리. 내 지팽이나 좀 잡으시오.”
별궁에 들어가더니, / “심 맹인 대령하였소!”
심 황후 부친을 살펴보니 백수풍신 * 늙은 형용 슬픈 근심 가득한 게 부친 얼굴이 은은하나, 심 봉사가
딸을 보내 놓고 삼 년 동안 어찌 울었던지 눈갓이 희어지고, 또한 피골이 상접이라. 산호 주렴 *이 가리
어 자세히 보이지 아니허니, 심 황후 또다시 분부허시되,
“네 여봐라. 그 봉사 거주를 묻고, 처자가 있나 물어보아라.”
심 봉사 처자 말을 듣더니마는, 먼눈에서 눈물이 뚝뚝뚝뚝 떨어지더니마는,

[중모리]
“ 예, 소맹이 아뢰리다. 예, 소맹이 아뢰리라.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이 고토(故土)이옵고, 성명
은 심학규요, 을축년 삼월 달에 산후 탈로 상처(喪妻)허고, 어미 잃은 딸자식을 강보에다 싸서 안고, 이
집 저 집을 다니면서 동냥젖을 얻어먹여 겨우겨우 길러 낼 제, 효성이 출천하야 애비 눈을 띄운다고 십
오 세 때 남경 장사 선인들께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로 죽은 지가 삼 년이오. 눈도 뜨지를
못하고 자식만 팔아먹었으니, 자식 팔아먹은 놈을 살려 주어 쓸데 있소? 당장에 목숨을 끊어 주오.”

[아니리]
이때에 심 황후가 이 말을 다 듣고 있을 이치가 있으리오마는, 소리를 허니 일이 늦게 되었것다.

[자진모리]
심 황후 기가 막혀 산호 주렴을 걷어 버리고 버선발로 우루루루루루루루루. 부친의 목을 안고,
“아이고, 아부지!” / 심 봉사 깜짝 놀라,
“ 아니, 누가 날다려 아버지여? 에이? 나보고 아버지라니? 이 말이 웬 말이여! 무남독녀 외딸 하나 물
에 빠져 죽은 지가 우금 삼 년이 되얐는디, 누가 날다려 아버지여? ”
“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불효 여식 심청이가 살어서 여기 왔소. 아버지, 눈을 떠서 저

3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001-039 개념 학습).indd 34 20. 1. 6. 오후 10:19


를 급히 보옵소서. 아이고, 아버지.” / 심 봉사가 이 말을 듣더니 어쩔 줄을 모르는구나.
“ 에? 아니, 심청이라니, 청이라니? 이게 웬 말이여? 에이? 이게 웬 말이여? 내가 지금 죽어 수궁을 들
어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죽고 없는 내 딸 청이, 이곳이 어디라고 살어오다니 웬 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어디, 내 딸 좀 보자! 아이고,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지. 아이고, 답답허여라!
어디, 내 딸 좀 보자!” / 심 봉사가 두 눈을 끔쩍끔쩍허더니마는, 부처님의 도술로 눈을 번쩍 떴구나.
- 작자 미상, 「심청가」

* 백수풍신: 머리가 센 늙은이의 점잖고 위엄 있는 풍채.
* 산호 주렴: 산호를 꿰어 만든 발.

나 인당수에 빠질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 / 저는 살아서 시를 짓겠습니다.

공양미 삼백 석을 구하지 못하여


당신이 평생을 어둡더라도
결코 인당수에 빠지지는 않겠습니다.
어머니, / 저는 여기 남아 책을 보겠습니다.

나비여,
나비여,
애벌레가 나비로 날기 위하여
누에고치를 버리는 것이
죄입니까?
하나의 알이 새가 되기 위하여
껍질을 부수는 것이
죄일까요?

그 대신 점자책을 사 드리겠습니다.
어머니, / 점자 읽는 법도 가르쳐 드리지요.

우리의 삶은 모두 이와 같습니다.
우리들 각자가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외국어와 같은 것―
어디에도 인당수는 없습니다.
어머니, / 우리는 스스로 눈을 떠야 합니다.
- 김승희, 「배꼽을 위한 연가 5」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35

21 수특_문학(001-039 개념 학습).indd 35 20. 1. 6. 오후 10:19


8
문학

작품의 문학사적, 상호 텍스트적 맥락 정답과 해설 06쪽

20001-0022

01 다음은 (가)에 대한 설명이다. 빈칸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가)에서 찾아 간략하게 쓰시오.


판소리 서사와 그 후신인 판소리계 소설에서는 설화에서보다 더 다양한 서사적 장치가 활용
된다. 부녀가 삼 년 만에 상봉하는 위의 장면에서 심 황후가 아버지의 정체를 바로 확인하지는
않는다. 대신 심 황후의 요청에 따라 ( )는 대목을 삽입하여 쌍방
간의 정체 확인을 지연시킴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서사적 긴장감을 느끼도록 한다.

20001-0023

02 (나)의 제목에 포함되어 있는 ‘배꼽’의 상징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추론하고자 할 때, 빈칸에 들어


갈 적절한 말을 (나)에서 찾아 쓰시오.

시인은 「배꼽을 위한 연가 1」에서 “우리는 배꼽 위에서 평등하다.”라고 했다. 배꼽은 기본적


으로 어머니와 자식 간의 혈육 관계를 상징하지만, 시인의 이 말에서 ‘배꼽’은 모든 관계의 평등
성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삶’을 ‘( )’에 빗댄 (나)의 표현에서 어머
니와 자식도 결국에는 따로따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평등한 존재라는 인식이 엿보인다.

20001-0024 개념 적용

03 (가)와 <보기>를 바탕으로 (나)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시인 김승희는 어느 글에서 다음과 같이 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시가 반성적 관계를 맺
지 못한다면 시는 무엇이고 왜 나는 시를 쓸까? 나/우리의 삶 속에 이미 들어와 있는 다친 무릎
들이 고통스럽고 아파서 나는 시를 쓴다. 시의 언어는 …(중략)… 지배적 힘들과 반성적 관계를
맺고 있을 때 싱싱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러한 그의 문학관은 (가)의 심
청과 같이 지배 이데올로기에 충실히 복무하는 신화적 인물에 대한 비판적 거리와 새로운 삶의
질서에 대한 희구로 나타나곤 한다.

① 결코 인당수에 빠지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보상으로 황후가 된 심청의


내력에 대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한 결과이겠군.


② 누에고치를 버리고 껍질을 부수는 것이 죄냐고 묻는 것은, ‘동냥젖을 얻어먹여’ 기른 부


모에게 보은하기 위한 심청의 희생에 대해 반성적 관계를 추구한 결과이겠군.


③ 점자책을 사 드리고 이를 읽는 법을 가르쳐 주는 정도로 자식의 역할을 한정한 것은, 딸이


‘효성이 출천’하다고 말하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대해 반성적 관계를 추구한 결과이겠군.


④ 어디에도 인당수는 없다고 선언한 것은, 희생이 강요되지 않는 삶에 대한 희구를 바탕으


로 ‘인당수’로 표상되는 딸의 일방적 희생을 ‘다친 무릎’으로 인식한 결과이겠군.


⑤ 스스로 눈을 떠야 한다는 당위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도술로 눈을 번쩍’ 뜨게 해 주는


초월적인 인물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한 결과이겠군.

3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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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문학

작품의 사회·문화적, 역사적 맥락

반영론 1 사회·문화적 맥락
문학 작품을 현실 세계의 반영이
라 보고, 재현의 대상이 된 현실
(1) 사회·문화적 맥락이란
을 중심으로 작품 속 현실에 접 •한 사회에서 같은 문화를 누리며 살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싼 사회적 제도나 질서, 그들


근하는 관점을 ‘반영론 ’이라고
이 지닌 보편적인 정신 자세나 태도를 가리킴. 문학 작품에는 이러한 사회·문화적 맥락
한다. 사회·문화적 상황, 역사적
배경 등이 작품의 현실을 구성하 이 반영됨.
는 요소들이다. •독자들은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여 작품을 읽음으로써 작품의 주제 의식을 깊이 있게 이

해할 수 있고, 삶의 보편성과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음.

(2) 사회·문화적 맥락의 요소


•당대의 다양한 이념이나 사상 : 문학 작품은 작가가 살아가는 특정한 시기, 특정한 사회의

다양한 이념이나 사상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을 제기하기도 함.
•당대의 사회 제도, 문화적 관습 : 문학 작품은 특정한 시기, 특정한 사회의 사회 제도, 문화

적 관습을 반영하기도 하고, 이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을 제기하기도 함.
•사회 질서에 대응하는 화자나 인물의 삶의 방식 : 작품 속 화자나 인물들은 작품에 반영되어

있는 사회의 질서에 대항하기도 하고 순응하기도 하는 존재로 형상화됨.

사회·문화적 맥락과 역사 2 역사적 맥락



적 맥락의 관계
두 종류의 맥락이 분명한 차이를
(1) 역사적 맥락이란
가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추상 •한 작품을 창작하는 계기가 되거나 그 작품의 배경이 되는 특정한 시기의 역사적 사건을

적이고 포괄적인 사회·문화적
가리킴.
맥락에 비해 역사적 맥락은 구체
적이다. 예를 들어 일제 강점기 •독자는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면서 작품을 읽음으로써 작품에 담긴 주제 의식을 더 깊이

에 창작된 김유정의 「봄·봄」에는 있게 이해하고, 역사에 대응하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음.
전통적인 농촌의 사회·문화적
맥락은 나타나지만 일제 강점기
와 같은 특정한 역사적 맥락은
(2) 역사적 맥락의 요소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역사적 사건 : 왕조 교체, 식민 통치, 전쟁 등의 국가 및 민족 단위의 사건은 물론이고 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회적 사건이 작품의 배경이나 소재가 됨.
•특정한 역사적 시기의 물질적·정신적 환경 : 새로운 문물의 도입이나 생성, 기존 문물의 소

멸, 그리고 이에 따른 인간 생활의 변화와 물질적·정신적 환경의 변화가 작품에 반영됨.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37

21 수특_문학(001-039 개념 학습).indd 37 20. 1. 6. 오후 10:19


9
문학

작품의 사회·문화적, 역사적 맥락

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흥망(興亡)이 유수(有數)니 만월대(滿月臺) *도 추초(秋草)ㅣ로다


오백 년(五百年) 왕업(王業)이 목적(牧笛)에 부쳐시니
석양(夕陽)에 지나 객(客)이 눈물계워 노라
 - 원천석

* 만월대: 개성 송악산 남쪽 기슭에 있는 고려의 왕궁 터 이름.

나 오백 년(五百年) 도읍지(都邑地)를 필마(匹馬)로 도라드니


산천(山川)은 의구(依舊)되 인걸(人傑)은 간 듸 업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이런가 노라
 - 길재

다 선인교(仙人橋) * 나린 물이 자하동(紫霞洞) *에 흘너드러


반천 년(半千年) 왕업(王業)이 물소이로다
아희야 고국 흥망(故國興亡)을 물어 무 리오
 - 정도전

* 선인교: 개성의 자하동에 있는 다리 이름.


* 자하동: 개성 송악산 기슭에 있는 고을 이름.

20001-0025

01 다음은 (가)를 ‘추초’와 ‘목적’을 중심으로 구조화한 것이다. ⓐ,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시어 뜻 심상

가을철의
추초 시각적 심상
시든 풀 분위기 효과
|
퇴락한 옛 궁궐터의 ( ⓑ )을/를
병치 
( ⓐ ) 분위기를 구체적인 이미지로
|
강조함. 드러냄.
목동이
목적 부는 피리 청각적 심상
혹은 그 소리

3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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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07쪽

20001-0026

02 다음은 (나)의 ‘어즈버’와 (다)의 ‘아희야’에 대한 설명이다. ⓐ,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시조의 종장은 대체로 초장과 중장에서 전개된 시상을 전환하면서도 화자의 정서를 집중적
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는 특히 ‘어즈버’나 ‘아희야’로 시작되는 종장에서 더욱 두드러
진다. (나)에서 ‘어즈버’는 종장에 담긴 ( ⓐ )(이)라는 정서를 예고하는 감탄사로서, (다)
에서 ‘아희야’는 화자의 말을 듣는 가상의 ( ⓑ )을/를 드러내는 표지로서, 초장과 중장
에 제시된 경험적 사실이 지닌 의미와 함께 화자의 정서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001-0027 개념 적용

03 <보기>를 바탕으로 (가)~(다)를 비교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조선이 건국된 후 고려 왕조의 도읍지 개경(개성)을 배경으로 과거를 돌이켜 보고 현재의 감
회를 드러내는 일군의 회고가가 나타났다. 이들 작품은 주로 역사적 전환기를 맞은 지식인들이
고려 왕조의 흥망성쇠를 표상하는 도읍지의 어떤 장소나 사물을 보고 느끼는 여러 정서를 드러
낸다. (가)~(다)에는 이와 같은 회고가로서의 보편적 특징도 나타나지만, 조선 건국의 정당성
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 따라 정서의 차이가 드러난다. 고려의 유신임을 자처한 지식인의 작품
인 (가), (나)와는 달리, 조선의 개국 공신이기도 한 지식인의 작품인 (다)에는 왕조의 흥망도 일
종의 섭리라는 인식이 녹아 있다.

① (가)의 ‘만월대’는 (나)에서 포괄적으로 말한 ‘오백 년 도읍지’를 표상하는 구체적인 장소



로 선택된 것이겠군.
② (가)의 ‘눈물’이 고려의 몰락에 대한 한탄이라면, (다)의 ‘물어 무 하리오’는 고려의 몰

락이 섭리라는 인식을 함축하고 있군.
③ (나)의 ‘의구’한 ‘산천’에는 조선 건국에 대한 부정적 관점이, (다)의 ‘자하동에 흘’러든

‘물’에는 긍정적 관점이 투영되어 있군.
④ (가)와 (나)의 ‘오백 년’, (다)의 ‘반천 년’이라는 시간은 고려 왕조의 융성과 쇠망의 역사

를 뜻하는군.
⑤ (가)의 ‘석양’, (나)의 ‘ 이런가 노라’, (다)의 ‘물소이로다’에는 옛 도읍지에 대한

무상감이 집약되어 있군.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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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적용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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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시가 0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거북아 거북아 龜何龜何


머리를 내밀어라 首其現也
내밀지 않으면 若不現也
구워서 먹으리 燔灼而喫也
- 작자 미상, 「구지가(龜旨歌)」

나 꽃 필 땐 미친바람도 많으니 花時多顚風
사람들은 꽃샘바람이라 하네 人導是妬花
조물주가 모든 꽃을 만들 때 天工放紅紫
마치 한없는 비단을 가위질해 놓은 듯 如剪綺與羅
이미 그토록 공력을 허비했으니 旣自費功力
꽃 아끼는 마음 응당 적지 않으련만 愛惜固應多
어찌 그 고운 것을 시기하여 豈反妬其
도리어 미친바람 보냈겠는가 而遣顚風加
바람이 만일 하늘의 명을 어긴다면 風若矯天令
하늘이 어찌 죄주지 않으랴 天豈不罪耶
이런 법이야 반드시 없을 것이니 此理必不爾
나는 사람들 말이 잘못이라 한다네 我導人言訛
바람의 직책은 만물을 고무하는 것 鼓舞風所職
만물에 은택 입히니 사사로움 없으리라 被物無私阿
만일 꽃 아껴 바람 불지 않는다면 惜花若停簸
그 꽃 영원히 생장할 수 있으랴 其奈生長何
꽃 피는 것도 좋지만 花開雖可賞
꽃 지는 것 또한 슬퍼할 게 뭐랴 花落亦何嗟
피고 지는 것 모두가 자연인데 開落揔自然
열매가 있으면 또 꽃을 낳는 것이야 有實必代華
오묘한 우주의 이치 묻지 말고 莫問天機密
술잔 잡고 소리 높여 노래나 부르자 把杯且高歌
- 이규보, 「꽃샘바람[妬花風]」

4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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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08쪽

20001-0028

01 <보기>는 「구지가」 배경 설화의 일부이다. 이를 바탕으로 (가)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아홉 부족이 살고 있는 북쪽 구지봉에서 사람들을 부르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그래서 무
리 이삼백 명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사람의 소리 같았지만 그 형체는 보이지 않고 다만 소리만 들
렸다. / “여기에 사람이 있는가? ” / 구간[아홉 부족의 추장] 등이 말하였다.
“우리들이 있습니다.” / 또 소리가 들려왔다. /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가? ”
구간 등이 다시 대답하였다. / “구지봉입니다.” / 또 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이 나에게 이곳에 내려와 새로운 나라를 세워 임금이 되라고 명하셨기 때문에 내가 일부러

온 것이다. 너희가 모름지기 봉우리 꼭대기의 흙을 파내면서 ‘거북아 거북아 / 머리를 내밀어라
/ 내밀지 않으면 / 구워서 먹으리’라고 노래 부르며 춤을 추면, 대왕을 맞이하게 되어 기뻐 팔짝
팔짝 뛰게 될 것이다.”
구간 등은 그 말과 같이 하면서 모두 기쁘게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얼마 후 하늘을 우러러보니
자줏빛 새끼줄이 하늘에서 드리워져 땅에 닿았다. 줄 끝을 살펴보니 붉은색 보자기로 싼 금빛 상자
가 있었다. 그것을 열어 보니 해처럼 둥근 황금알 여섯 개가 들어 있었다.

① 노래는 일정한 신체적 행위와 병행되어서 제의적 성격을 지닌다.


② 짧은 분량과 단순한 내용은 집단 가창을 용이하게 했을 것이다.
③ 개인의 독자적 염원을 다수의 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노래이다.
④ 부족 연합 공동체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를 추대하기 위한 노래이다.
⑤ 부족의 무리들이 하늘의 명령을 거부하지 않고 기꺼이 따랐음을 보여 준다.

20001-0029

02 (나)의 ‘꽃샘바람’에 대한 화자의 견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꽃이 영원히 생장할 수 있게 한다.
② 꽃을 시기해서 꽃이 필 때쯤 분다.
③ 꽃을 위해 자신의 공력을 허비한다.
④ 하늘의 명을 어기고 꽃을 괴롭힌다.
⑤ 한없는 비단을 가위질해 놓은 듯 꽃을 꺾는다.

20001-0030

03 (가)의 ‘거북’과 (나)의 ‘조물주’를 대하는 화자의 태도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의 화자는 대상의 존재를 부정한다.
② (나)의 화자는 대상의 소망을 실현한다.
③ (가)의 화자는 대상을 호명하고, (나)의 화자는 대상과 대화한다.
④ (가)의 화자는 대상을 위협하고, (나)의 화자는 대상을 회유한다.
⑤ (가)의 화자는 대상에게 특정한 행동을 요구하고, (나)의 화자는 대상의 행위를 분석한다.

[2부] 적용 학습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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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시가 02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덕(德)일랑 곰배에 받잡고 / 복(福)일랑 님배에 받잡고


[A] 덕이여 복이라 호날 / 나아라 오소이다
아으 동동다리 <서사>

정월 나릿물은 / 아으 어저 녹저 하는데
누리 가운데 나곤 / 몸하, 호올로 녈셔
아으 동동다리 <정월 노래>

이월 보름에 / 아으 높이 현 * 등(燈)불 다호라


[B] 만인(萬人) 비취실 즛 *이샷다
아으 동동다리 <2월 노래>

삼월 나며 개(開)한 / 아으 만춘(滿春) 달래꽃이여


남이 부롤 * 즛을 지녀 나샷다
아으 동동다리 <3월 노래>

사월 아니 잊어 / 아으 오실셔, ㉠꾀꼬리 새여
무슴다 * 녹사(錄事)님은 / 옛 나를 잊고 계신가?
아으 동동다리 <4월 노래>

오월 오일에 / 아으 ㉡ 수릿날 아침 약(藥)은


  
즈믄 해를 장존(長存)하실 / 약이라 받잡노이다
아으 동동다리 <5월 노래>

유월 보름에 / 아으 ㉢별헤 버린 빗 다호라


돌아보실 님을 / 조금 좇니노이다
아으 동동다리 <6월 노래>

칠월 보름에 / 아으 ㉣백종(百種) * 배(排)하여 두고 *


님을 한데 녀고자 / 원(願)을 비옵나이다
아으 동동다리 <7월 노래>

팔월 보름은 / 아으 가배(嘉俳) 날이마란


님을 뫼셔 녀곤 / 오늘이 가배(嘉俳)샷다
아으 동동다리 <8월 노래>

4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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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09쪽

구월 구일에 / 아으 약(藥)이라 먹는
[C] 황화(黃花) 꽃이 안에 드니 / 새서 가만하여라 *
아으 동동다리 <9월 노래>

시월에 / 아으 저미연 바랏 * 다호라


[D] 꺾어 버리신 후에 / 지니실 한 분이 없으샷다
아으 동동다리 <10월 노래>

십일월 봉당 자리에 / 아으 한삼(汗衫) 덮어 누워


[E] 슬할 살아온저 * / 고운 님 스싀옴 * 녈셔
아으 동동다리 <11월 노래>

십이월 분디나무로 깎은 / 아으 나알 * ㉤반(盤)에 저 * 다호라


님의 앞에 들어 얼이노니 * / 손이 가져다 무르압노이다 *
아으 동동다리 <12월 노래>
- 작자 미상, 「동동(動動)」

* 현: 켠, 매달린.
* 즛: 모습.
* 부롤: 부러워할.
* 무슴다: 무엇 때문에, 무슨 일로.
* 백종: ‘백중날’을 달리 이르는 말. 여기서는 백중날 차리는 온갖 음식을 말함.
* 배하여 두고: 벌여 두고.
* 새서 가만하여라: 갈수록 아득하구나, 초가집이 조용하구나, 향기가 퍼져 은은하여라.
* 바랏: 보리수나무.
* 슬할 살아온저: 슬픔이 되살아나네, 슬픔을 사르고 있네.
* 스싀옴: 여의고.
* 나알: 진상할, 차려 올릴.
* 저: 젓가락.
* 얼이노니: 가지런히 놓으니, 올리노니.
* 무르압노이다: 무옵니다.

20001-0031

01 [A]~[E]의 표현상 특징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 대구적 표현을 사용하여 임에 대한 송축의 뜻을 드러내고 있다.
② [B]: 임의 모습을 사물에 빗대어 임을 우러르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③ [C]: 계절감이 나타나는 자연물을 통해 임에 대한 경외감을 드러내고 있다.
④ [D]: 감탄형의 문장을 통해 임에게 버림받은 상황에 대한 탄식을 드러내고 있다.
⑤ [E]: 애상적 어조로 임의 부재로 인한 비애감을 드러내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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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09쪽

20001-0032

02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은 화자가 머무는 곳에 때를 맞추어 오는 것으로,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임과 대조되는 존


재이다.
② ㉡은 화자가 임의 장수를 기원하며 준비한 것으로, 임에 대한 자신의 지극한 정성을 보여 주

는 소재이다.
③ ㉢은 화자가 자신을 임에게서 버림받은 쓸모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

로,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탄이 함축되어 있는 소재이다.
④ ㉣은 화자가 임과의 재회를 확신하며 마련한 것으로, 임에 대한 자신의 변치 않는 사랑을 강

조하는 소재이다.
⑤ ㉤은 화자가 자신의 마음을 임에게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것으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존

재이다.

20001-0033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동동」에서 지배적인 정서는 임과 함께하지 못하는 데 대한 한탄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월별로 세시 풍속을 시적 소재로 동원하고 특정 계절의 분위기나 인상을 시적 배경으로 배치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렇지만 같은 계절이라 할지라도 화자의 자기 인식과 임에 대한 태도는
서로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① <정월 노래>: 추위가 다소 풀리기도 하는 계절을 배경으로, 여전히 혼자 살아가는 화자 자신



의 처지에 대한 인식이 드러나고 있군.
② <3월 노래>~<4월 노래>: 꽃이 피고 새가 돌아오는 계절을 배경으로, 임에 대한 예찬과 원

망이 나란히 드러나고 있군.
③ <6월 노래>~<7월 노래>: 더위가 지속되는 계절을 배경으로, 임이 화자를 뜨겁게 사랑했던

과거의 기억과 냉정하게 대하는 현재의 상황이 대비되어 드러나고 있군.
④ <8월 노래>: 풍성하고 넉넉한 인상을 주는 계절을 배경으로, 임과 함께하지 못하는 화자의

삶이 계절적 배경과 대비되어 드러나고 있군.
⑤ <11월 노래>~<12월 노래>: 추위가 지속되는 계절을 배경으로, 임과의 관계가 단절된 상황

을 맞는 화자의 절망감이 드러나고 있군.

4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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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시가 03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이화(梨花)에 월백(月白)고 은한(銀漢) *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 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 *야 알냐마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여  못 드러 노라
- 이조년

* 은한: ‘은하’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은하수. * 자규: 두견과의 새. 두견.

나 시 흐르 골에 바회 지혀 초당(草堂) 삼고
달 아 밧츨 갈고 구룸 속에 누어시니
건곤(乾坤)이 날려 닐으기를 함긔 늙 더라
- 신희문

다 묏버들 갈 것거 보내노라 님의손
자시 창(窓)밧긔 심거 두고 보쇼셔

밤비예 새닙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
- 홍랑

20001-0034

01 <보기>를 참고하여 (가)~(다)를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시적 배경이란 화자의 정서를 유발하는 시간적·공간적 환경과 이를 구성하는 세부적인 소재들
까지 포함하여 이르는 말이다. 시조에서 시적 배경은 화자와 분리된 채 객관적 모습으로 존재하기
도 하며, 화자의 주관에 따라 변용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시적 배경은 화자가 친화감을 느끼는
대상으로 그려지거나 화자와 동일시되는 존재로 형상화되기도 하며, 때로는 화자와 상반된 성격을
지닌 채 화자의 심리적 상황을 강조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① (가)의 ‘이화’와 ‘은한’은 공간적 환경을 구성하는 동시에 시간적 환경을 나타내는 소재로서

화자의 정서를 유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② (가)의 ‘자규’는 화자의 ‘일지 춘심’을 완화하는 소재로서 시적 배경을 구성하며 화자가 친화

감을 느끼는 대상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③ (나)의 ‘시’와 ‘바회’는 화자의 주관에 따라 변용되어 화자와 동일시되는 존재로 형상화되

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④ (나)의 ‘구룸’과 ‘건곤’은 화자와 분리된 채 객관적 모습으로 존재하며 공간적 환경을 구성하

는 소재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⑤ (다)의 ‘밤비’는 시간적 환경을 구성하며 화자와 상반된 성격을 지닌 소재로서 화자의 심리

적 상황을 강조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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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1쪽

20001-0035

02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는 (나)와 달리 명령적 어조를 활용하여 화자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② (나)는 (가)와 달리 반어적 표현을 사용하여 대상을 예찬하고 있다.


③ (나)는 (가)와 달리 인용의 방식을 활용하여 화자의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④ (가)와 (나)는 모두 청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안타까움의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⑤ (가)와 (나)는 모두 밝음과 어둠의 대비를 활용하여 화자의 애상감을 부각하고 있다.

20001-0036

03 <보기>를 바탕으로 (다)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묏버들 갈 것거~」는 조선 시대 기생들이 지은 시조의 정조가 잘 나타나는 작품이다. 기생들
의 시조 대부분은 상대 남성을 그리워하는 ‘연모의 감정’을 노래한다. 그런데 기생들은 사대부 남
성들과 교유하면서 애정 관계를 맺었다고 해도 신분상의 이유로 혼인을 통해 일반적인 가정을 이
루지는 못하므로 이들의 사랑은 이별을 전제로 한다. 이렇게 사랑의 결실을 이룰 수 없는 제한된
사랑은 작품 속에서 임과 거리를 두고서라도 임이 자신을 바라봐 주며 애정 관계를 이어 가기를 바
라는 상황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그것조차 불가능하므로 화자의 처지는 더욱 처
절하기만 하다.

① ‘묏버들’을 골라 꺾어 임에게 보내려 하는 모습에서 상대 남성에 대한 화자의 그리움을 노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군.
② 임의 창 안이 아닌 ‘창밧긔’라는 설정에서 임과 거리를 둔 채 제한된 사랑을 하는 화자의 상

황이 형상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군.
③ ‘심거 두고 보쇼셔’에는 상대 남성이 화자 자신을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군.
④ ‘새닙곳 나’기를 기대하는 것에는 상대 남성과의 애정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화자의 마

음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군.
⑤ ‘날인가도 너기쇼셔’에는 사랑의 결실을 이룰 수 없어 임과의 이별을 다짐하는 화자의 처지

가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군.

4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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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시가 04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산슈 간(山水間) 바회 아래 뛰집을 짓노라 니


그 모론 들은 욷다 다마
어리고 햐암 *의 뜻의 ㉠내 분(分)인가 노라 <제1수>

보리밥 픗을 알마초 머근 후(後)에


바횟 긋 믉의 슬지 노니노라
그 나믄 녀나믄 일이야 부 줄이 이시랴 <제2수>

잔 들고 혼자 안자 먼 뫼흘 라보니
그리던 님이 오다 반가옴이 이리랴
말도 우움도 아녀도 몯내 됴하노라 <제3수>

누고셔 삼공(三公)도곤 낫다 더니 만승(萬乘)이 이만랴


이제로 헤어든 소부(巢父) 허유(許由)ㅣ 냑돗더라 *
아마도 님쳔 한흥(林泉閑興) *을 비길 곳이 업세라 <제4수>

내 셩이 게으르더니 하히 아실샤


인간 만(人間萬事)  일도 아니 맛뎌
다만당 토리 업슨 강산(江山)을 딕희라 시도다 <제5수>

강산(江山)이 됴타  ㉡내 분(分)으로 누얻냐


님군 은혜(恩惠) 이제 더옥 아노이다
아므리 갑고쟈 야도 올 일이 업세라 <제6수>
- 윤선도, 「만흥(漫興)」

* 햐암: 시골에 사는 견문이 좁고 어리석은 사람.
* 냑돗더라: 약았더라.
* 님쳔 한흥: 자연에서 한가롭게 살아가는 즐거움.

[2부] 적용 학습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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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시가 04

20001-0037

01 윗글의 표현상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의문형 문장을 사용하여 화자의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② 음성 상징어를 다양하게 사용하여 생동감을 살리고 있다.
③ 청유형 어미를 사용하여 화자의 의지와 다짐을 드러내고 있다.
④ 대상을 의인화하여 대상이 지닌 여러 속성을 점층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⑤ 동일한 시구를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공간이 지니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20001-0038

02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산슈 간 바회 아래 뛰집’을 짓고자 하는 것을 통해 ‘산슈’와 더불어 생활하고자 하는 화자의

바람을 알 수 있다.
② ‘보리밥 픗’을 알맞게 먹는다고 하는 것을 통해 ‘뛰집’에 거처하는 화자의 검소한 생활상

을 짐작할 수 있다.
③ ‘바횟 긋 믉’에서 실컷 노니는 것을 통해 ‘산슈 간’에서 생활하면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

는 화자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④ ‘잔 들고 혼자 안자’ ‘님’을 생각하는 것을 통해 자연 속에서 지내면서도 임을 그리워하는 화

자의 마음을 읽어 낼 수 있다.
⑤ ‘이제로 헤어든 소부 허유’가 약았다고 하는 것을 통해 ‘산슈 간’에서의 생활을 만족스럽게

여기는 화자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다.

20001-0039

03 ㉠과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에서 화자는 자연에서의 삶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고, ㉡에서 화자는 자연에서의

삶이 생각보다 만족스럽다고 여긴다.
② ㉠에서 화자는 자연에서의 삶이 자신의 처지에 맞는 일이라고 여기고, ㉡에서 화자는 자연

에서의 삶이 임금의 은혜 덕분에 주어진 것이라고 여긴다.
③ ㉠에서 화자는 자연에서의 삶이 자신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이라고 여기고, ㉡에서 화자는 자

연에서의 삶이 다른 사람들도 경험해 보아야 하는 삶이라고 여긴다.
④ ㉠에서 화자는 자연에서의 삶이 자신의 인격 수양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에

서 화자는 자연에서의 삶이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⑤ ㉠에서 화자는 자연에서의 삶이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에서 화자는 자연에서의 삶이 자신의 현명한 판단에 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5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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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1쪽

20001-0040

04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만흥」은 윤선도가 해남의 금쇄동(金鎖洞)에서 기거하며 지은 노래이다. 윤선도는 정치 현실에서
잇따른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면서 번잡한 현실에 대한 번뇌를 씻고자 자연 지향 의식을 가지게 되
었다. 그러나 그는 자연에서 은둔하는 삶에 대해 “경국제민(經國濟民)은 일찍부터 숭상한 바요, 세
상을 등지고 은둔함은 본래 기약한 뜻이 아니다.”라고 하였으며 “은거할 때에는 마땅히 세상 잊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만흥」에는 자연 지향 의식과 함께 정치 현실에 대한 관심을 버
리지 못하는 경세 지향 의식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① <제1수>에서 ‘그 모론 들’은 혼탁한 정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연을 지향하려 한 화



자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② <제2수>에서 ‘그 나믄 녀나믄 일’을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화자가 자연에서 은둔하며 지

내면서 경세 지향 의식을 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③ <제4수>에서 자연에서의 삶에 대해 ‘만승이 이만랴’라고 하는 것은 세속적 가치와 비교하

여 자연에서 지내는 삶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④ <제5수>에서 ‘토리 업슨 강산’을 지키고 있다고 하는 것은 정치적 갈등으로 번잡한 현실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연 지향 의식을 가지게 되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⑤ <제6수>에서 ‘님군 은혜 이제 더옥’ 알게 되어 이를 갚고자 하나 ‘올 일’이 없다고 토로

하는 것은 자연에서의 삶에 만족하면서도 정치 현실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2부] 적용 학습 51

21 수특_문학(040-073 고전시가).indd 51 20. 1. 6. 오후 10:19


적용 학습 고전 시가 05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님이 오마 거 져녁밥을 일 지어 먹고
중문 나셔 대문 나가 지방 우희 치라 안자 이수로 가액고 * 오가 가가 건넌산 라보니 거머
흿들 셔 잇거 져야 님이로다 보션 버서 품에 품고 신 버서 손에 쥐고 곰븨님븨 님븨곰븨 쳔방지방 지

방쳔방 즌 듸 른 듸 희지 말고 워렁충창 * 건너가셔 정(情)엣 말 려 고 겻눈을 흘긧 보니 상년
칠월 열사흔날 가 벅긴 주추리 삼대 * 드리도 날 소겨다
모쳐라 밤일싀만졍 여 낫이런들  우일 번괘라

- 작자 미상

* 이수로 가액고: 손을 이마에 대고.
* 워렁충창: 급히 달리는 발소리.
* 주추리 삼대: 씨를 받느라고 껍질을 벗겨 세워 둔 삼의 줄기.

나 나모도 바히 돌도 업슨 뫼헤 매게 친 ㉠가토리 안과
대천(大川) 바다 한가온대 일천 석 시른 에 노도 일코 닷도 일코 뇽총 *도 근코 돗대도 것고 치도 
지고 람 부러 물결 치고 안개 뒤섯계 자진 날에 갈 길은 천리만리 나믄듸 사면이 거머어득 져뭇 천

지 적막 가치노을 듸 수적(水賊) 만난 ㉡도사공(都沙工)의 안과
엇그제 님 여흰 ㉢내 안히야 엇다가 을리오
- 작자 미상

* 뇽총: 돛 줄.

20001-0041

01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가)는 (나)와 달리 초장과 중장의 대조를 통해 화자의 처지가 긍정적으로 전환됨을 나타내

고 있다.
② (가)는 (나)와 달리 초장에서 구체적인 상황의 가정을 통해 화자가 소망하는 이상적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③ (나)는 (가)와 달리 초장과 중장의 병렬 관계를 바탕으로 대상의 상실로부터 촉발된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④ (나)는 (가)와 달리 초장에서 자연물의 속성을 바탕으로 부정적 현실 상황에 대응하는 화자

의 태도를 암시하고 있다.
⑤ (가)와 (나)는 모두 종장의 첫 음보에 제시된 감탄사를 통해 특정 대상을 향하는 화자의 응축

된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5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040-073 고전시가).indd 52 20. 1. 6. 오후 10:19


정답과 해설 13쪽

20001-0042

02 <보기>를 참고하여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선생님 : 조선 시대에는 부녀자들이 지켜야 할 규범이 국가적 차원에서 제시되었으며, 규범을 어기
는 경우 사회적인 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규범의 준수가 중시되었습니다. 다음은 조선 시대에
부녀자들이 지켜야 하는 규범으로 통용되었던 내용입니다. (가)의 화자가 이 규범의 준수가
중시되던 현실 상황 속에서 생활했다고 할 때, 이 작품을 어떻게 감상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봅
시다.

ㄱ. 중문(中門)은 양반가에서 남성과 여성의 공간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문이었으며, 여성의



문밖출입은 실절(失節)을 의미한다고 하여 국가 차원에서 금지하였다.
ㄴ. 『소학』에서는 문 가운데 서 있거나 다닐 때 문지방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하였으며, 『사소


절』에서는 부인들이 구경하기를 좋아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ㄷ. 『소학』에는 용모를 단정하게 하고 옷차림을 엄숙하고 가지런하게 해야 한다는 규범이 제

시되어 있는데, 이 규범은 여성에게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었다.
ㄹ. 『사소절』에서는 신발 소리, 씹는 소리 등 거동과 관련하여 소리를 내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는 여인이 정숙하고 단정한 태도를 지녀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ㅁ. 『소학』 등에서는 상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예가 아니라고 금하였다. 특히 여

성의 경우는 남성을 똑바로 응시하는 것은 금지되고 곁눈으로 보는 것만 허용되었다.

① ‘님’이 온다는 소식에 ㄱ의 금지 행동을 하는 화자의 모습은 ‘님’을 만나고 싶어 하는 절실한



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② ㄴ에서 경계하는 행동을 하는 화자의 모습은 멀리서라도 ‘님’이 오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표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③ ㄷ의 규범이 엄격했음에도 화자가 그 규범을 어기는 여러 행동을 한 것은 ‘님’이 오고 있다고

판단하고 ‘님’을 급하게 만나고자 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④ ㄹ의 규범에 따르지 않고 화자가 소리를 내는 행동을 한 것은 ‘님’을 만나 속마음을 털어놓고

자 하는 욕망이 규범보다 우선시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⑤ ‘님’ 가까이 갔음에도 화자가 ‘님’ 앞에서 ㅁ의 규범에 따라 행동하지 않은 것은 ‘님’과의 만

남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001-0043

0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느끼는 절박함이 드러나고 있다.

② ㉡은 불운한 일이 잇따라 일어나는 상황에서 느끼는 절망감이 드러나고 있다.
③ ㉢은 임과의 이별을 숙명적인 것으로 수용하는 태도로 표출되고 있다.
④ ㉠과 ㉡은 모두 해결 방도를 찾기 어려운 난감한 상황에서 느끼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⑤ ㉠, ㉡과 ㉢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통해 화자의 참담한 심정이 부각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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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시가 06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이 몸 삼기실 제 * 님을 조차 삼기시니
 연분(緣分)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 노여 * 업다
평(平生)애 원(願)요  녜쟈 얏더니
늙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그리고
엇그제 님을 뫼셔 ⓐ광한뎐(廣寒殿)의 올낫더니
그 더 엇디야 ⓑ하계(下界)예 려오니
올 저긔 비슨 머리 헛틀언디 삼 년(三年)일쇠
연지분(臙脂粉) 잇마 눌 위야 고이 고
음의 친 실음 텹텹(疊疊)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인(人生)은 유(有限) 시도 그지업다
㉠무심(無心) 셰월(歲月)은 믈 흐 고야
염냥(炎凉) *이  아라 가 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 일도 하도 할샤
동풍(東風)이 건듯 부러 젹셜(積雪)을 헤텨 내니
창(窓)밧긔 심근 화(梅花)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담(冷淡) 암향(暗香)은 므 일고
황혼(黃昏)의 이 조차 벼마 * 빗최니
늣기  반기 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화(梅花) 것거 내여 님 겨신  보내오져
님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  디고 새닙 나니 녹음(綠陰)이 렷
나위(羅幃) 젹막(寂寞)고 슈막(繡幕)이 뷔여 잇다
  
부용(芙蓉)을 거더 노코 공쟉(孔雀)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
원앙금(鴛鴦錦) 버혀 노코 오션(五色線) 플텨 내여
㉢ 금자 견화이셔 * 님의 옷 지어 내니
슈품(手品)은니와 졔도(制度)도 시고
  
산호슈(珊瑚樹) 지게 우 옥함(白玉函)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 라보니
산(山)인가 구름인가 머흐도 머흘시고

5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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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4쪽

쳔리만리(千里萬里) 길 뉘라셔 자갈고


니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밤 서리 김의 기러기 우러 녈 제
위루(危樓)에 혼자 올나 슈졍념(水晶簾)을 거든마리
동산(東山)의 이 나고 북극(北極)의 별이 뵈니
님인가 반기니 눈믈이 절로 난다
쳥광(淸光)을 픠워 내여 봉황누(鳳凰樓)의 븟티고져
누(樓) 우 거러 두고 팔황(八荒) *의 다 비최여 / 심산궁곡(深山窮谷) 졈낫티 그쇼셔
건곤(乾坤)이 폐(閉塞)야 셜(白雪)이  비친 제 / 사은니와 새도 긋처 잇다
쇼샹(瀟湘) 남반(南畔) *도 치오미 이러커든 / ㉣ 옥누(玉樓) 고쳐(高處)야 더옥 닐너 므리
양츈(陽春)을 부처 내여 님 겨신  쏘이고져 / 모쳠(茅簷) 비쵠  옥누(玉樓)의 올리고져
  
홍샹(紅裳)을 니믜고 슈(翠袖)를 반(半)만 거더 / 일모(日暮) 슈듁(脩竹) *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댜 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 쳥등(靑燈) 거론 겻 뎐공후(鈿箜篌) 노하두고
의나 님을 보려  밧고 비겨시니 / 앙금(鴦衾)도 도 샤 이 밤은 언제 샐고
㉤도 열두   도 셜흔 날 / 져근덧 각 마라 이 시 닛쟈 니
의 쳐 이셔 골슈(骨髓)의 텨시니 / 편쟉(扁鵲) *이 열히 오다 이 병을 엇디리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 하리 싀어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  죡죡 안니다가 / 향 므틴 애로 님의 오 올므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셔도 내 님 조려 노라
- 정철, 「사미인곡(思美人曲)」

* 삼기실 제: 태어날 때, 생겨날 때. * 노여: 전혀.
* 염냥: 더위와 서늘함. 곧 계절의 순환. * 벼마: 베갯머리에.
* 견화이셔: 재어서. * 팔황: 온 세상.
* 쇼샹 남반: 소상강의 남쪽. 여기서는 작가가 있는 전라도 창평. * 일모 슈듁: 해 저물 무렵 긴 대나무에 의지함.
* 편쟉: 중국 전국 시대의 명의(名醫)로, 뛰어난 의사의 대명사.

20001-0044

01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시간의 흐름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화자가 처한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

② ㉡: 계절이 변화하는 모습을 제시하여 화자가 근심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③ ㉢: 값진 사물을 소재로 활용하여 임에 대한 화자의 정성을 드러내고 있다.
④ ㉣: 의문형의 문장을 활용하여 임의 상황에 대한 화자의 낙관적인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⑤ ㉤: 시간을 세분화하여 제시함으로써 화자가 깊은 상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부각하

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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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4쪽

20001-0045

02 ⓐ와 ⓑ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는 화자의 마음이 향해 있는 공간이고, ⓑ는 화자의 몸이 머무는 공간이다.


② ⓐ는 임과 함께했기에 행복했던 공간이고, ⓑ는 임이 없기에 불행한 공간이다.

③ ⓐ는 화자와 임의 쌍방향의 사랑이 존재했던 공간이고, ⓑ는 화자의 일방적 사랑이 존재하

는 공간이다.
④ ⓐ와 ⓑ의 거리감은 화자의 소망이 이루어지기 힘든 비극적 상황을 드러낸다.

⑤ ⓐ와 ⓑ 모두 화자가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현실을 초극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공간이다.

20001-0046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사미인곡」은 작가와 화자의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대표적인 연군 가사이다. 정철은 관직에서 물
러나 있는 동안 임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사미인곡」에서 여성 화자의 목소리를 내세워 말하고자
했다. 즉 임과의 재회에 대한 기다림, 임에 대한 염려와 그리움, 그리고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는 여
성 화자의 목소리를 빌려 임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작품 곳곳에서
여성 화자의 목소리가 일관되게 드러나지 않고 작가의 목소리가 드러나기도 한다. 이는 정철이 임금
과 관련된 특정 어휘를 선택하여 사용함으로써 충신으로서의 자신의 마음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① 여성이 사용하는 화장 도구인 ‘연지분’이 있지만 임이 없기에 꾸밀 이유가 없다는 부분에서,



작가는 여성 화자의 목소리를 통해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나타내려고 했군.
② 임금의 궁궐이 있는 북쪽과 관련된 ‘북극의 별’이 보인다는 부분에서, 작가는 임금 곁을 떠

나 있는 신하로서 임금의 안위를 염려하는 마음과 더불어 임금과의 재회를 확신하는 마음을
그려 내고자 했군.
③ 임금이 머무는 궁궐과 관련된 어휘인 ‘봉황누’에 맑은 정기를 부치고 싶다는 부분에서, 작가

는 신하로서 임금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 주고자 했군.
④ 여성의 치마를 나타내는 말인 ‘홍샹’을 여며 입고 생각에 빠진 부분에서, 작가는 여성 화자

의 목소리를 통해 임금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마음을 드러내고자 했군.
⑤ 부부의 이불을 묘사할 때 사용되는 ‘앙금’이 차다는 부분에서, 작가는 여성 화자의 목소리를

통해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군.

5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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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시가 07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아마도 할 일 없어 생애를 생각하고


고기 낚기 하자 하니 물머리를 어찌하고
나무 베기 하자 하니 힘 모자라 어찌하며
자리 치기 신 삼기는 모르거든 어찌하리
어와 할 일 없다 동냥이나 하여 보자
탈망건 갓 숙이고 홑중치막 띠 끄르고
총만 남은 헌 짚신에 세살부채 * 차면(遮面)하고
남초 없는 빈 담뱃대 소일(消日) 조로 가지고서
비슥비슥 걷는 걸음걸음마다 눈물 난다
세상 인사 꿈이로다 내 일 더욱 꿈이로다
㉠엊그제는 부귀자(富貴者)요 오늘 아침 빈천자(貧賤者)라
부귀자 꿈이런가 빈천자 꿈이런가
장주 호접 황홀하니 어느 것이 정 꿈인고
한단치보(邯鄲稚步) * 꿈인가 남양초려 * 큰 꿈인가
화서몽 * 칠원몽에 남가일몽 깨고 나서
㉡몽중 흉사(夢中凶事) 이러하니 새벽 대길(大吉) 하오리다
가난한 집 지내치고 넉넉한 집 몇 집인고
사립문을 드자 할가 마당에를 섰자 하랴
철없는 어린아해 소 같은 젊은 계집
손가락질 가라치며 귀양다리 온다 하니
어와 고이하다 다리 지칭 고이하다
구름다리 징검다리 돌다리 토다리라
춘정월 십오야(夜) 상원야 밝은 달에
장안시상 열두 다리 다리마다 바람 불어
옥호 금준 *은 다리다리 배반(杯盤)이요
적성 가곡은 다리다리 풍류로다
윗다리 아랫다리 석은 다리 헛다리
철물(鐵物)다리 판자(板子)다리 두 다리 돌아들어
[A]
중촌(中村)을 올라 광통다리 굽은 다리 수표(水標)다리
효경(孝經)다리 마전(馬廛)다리 아량 위 겻다리라
도로 올라 중학(中學)다리 다리 나려 향다리요
동대문(東大門) 안 첫 다리며 서대문 안 학다리
남대문 안 수각다리 모든 다리 밟은 다리

[2부] 적용 학습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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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시가 07

이 다리 저 다리 금시초문 귀양다리
수종다리 습다린가 천생이 병신인가
아마도 이 다리는 실족하여 병든 다리
두 손길 느려치면 다리에 가까오니
손과 다리 머다 한들 그 사이 얼마치리
한 층을 조곰 높여 손이라나 하여 주렴
부끄럼이 몬저 나니 동냥 말이 나오더냐
㉢장가락 입에 물고 아니 가는 헛기침에
허리를 굽힐 제는 공손한 인사로다
내 허리 가이없어 비부(婢夫)에게 절이로다
내 인사 차서(次序) 없이 종에게 존대로다
혼잣말로 중중하니 주린 중 들어온가
그 집사람 눈치 알고 보리 한 말 떠서 주며
가져가오 불상하고 적객(謫客) 동냥 예사오니
당면하여 받을 제는 마지못한 치사로다
㉣그렁저렁 얻은 보리 들고 가기 어려우리
어느 노비 수운(輸運)하리 아모려나 저 보리라
갓은 숙여 지려니와 홑중치막 어찌할고
주변이 으뜸이라 변통을 아니하랴
넓은 소매 구기질러 품속으로 넣고 보니
긴등 거리 제법이라 하 괴이치 아니하다
㉤아마도 꿈이로다 일마다 꿈이로다
동냥도 꿈이로다 등짐도 꿈이로다
뒤에서 당기는 듯 앞에서 미옴는 듯
아모리 굽흐려도 자빠지니 어찌하리
머지 아닌 주인집을 천신만고 겨우 오니
존전(尊前)의 출입(出入)인가 한출첨배 * 하는고야
저 주인 거동 보소 코웃음 비웃으며
양반도 할 일 없네 동냥도 하시었고
귀인도 속절없네 등짐도 지시었고
밥 싼 노릇 하오시니 저녁밥 많이 먹소
네 웃음도 듣기 싫고 많은 밥도 먹기 싫다
동냥도 한 번이지 빌긴들 매양 하랴
평생에 처음이요 다시 못할 일이로다
차라리 굶을진정 이 노릇은 못하리라

5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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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5쪽

무삼 일을 하잔 말고 신 삼기나 하자 하고
짚 한 단 추려다가 신날부터 꼬아 보니
조희 노 *도 모르거든 삿기 꼬기 어이하리
다만 한 발 다 못 꼬아 손바닥이 부르트니
할 리 없어 내어 놓고 긴 삼대를 베껴 내어
자리 노를 배와 꼬니 천수만한 * 이내 마음
부칠 데 전혀 없어 노 꼬기에 부치었다
- 안도환, 「만언사(萬言詞)」

* 세살부채: 살이 가느다란 부채.
* 한단치보: 한단지보(邯鄲之步). 함부로 자기 본분을 버리고 남의 행위를 따라 하면 두 가지 모두 잃는다는 것을 이르는 말.
* 남양초려: ‘남양’은 중국 형주의 지명이며 ‘초려’는 ‘짚이나 갈대 따위로 지붕을 인 집’을 의미함. 남양에서 제갈량은 초려를 짓고 자신의 능

력을 펼칠 기회를 잡기 위해 참을성 있게 기다렸음.
* 화서몽: 황제가 꾼 꿈으로, 좋은 꿈을 일컫는 말. * 옥호 금준: 옥으로 된 작은 병과 금으로 만든 항아리.
* 한출첨배: 몹시 부끄럽거나 무서워서 흐르는 땀이 등을 적심. * 조희 노: 종이로 꼰 노끈.
* 천수만한: 이것저것 슬퍼하고 원망함. 또는 그런 슬픔과 한.

20001-0047

01 <보기>를 참고하여 [A]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만언사」는 소설에 삽입될 정도로 당시 독자들에게 널리 읽혔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작품에 사
용된 확장적 서술과 희화화이다. ‘확장적 서술’이란 특정 상황이나 사건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묘사
함으로써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그려 내거나, 유사한 상황이나 구절 등을 반복적으로 나
열하여 제시함으로써 화자의 정서나 사건 등을 강조하여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작품의 경우 확
장적 서술을 통해 과거 행복했던 서울 생활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생활로의 복
귀를 염원하는 심리도 전달하는 한편 화자의 현재 모습을 희화화하여 제시함으로써 유배에 처한
화자의 처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① ‘어린아해’와 ‘젊은 계집’이 화자를 향해 ‘귀양다리’가 온다며 놀리는 말은 화자의 과거 서울



생활이 확장적으로 서술되는 계기가 되고 있군.
② ‘춘정월 십오야’에 ‘장안시상 열두 다리’를 밟았던 경험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화자가

행복을 느꼈던 과거 서울 생활의 일면을 강조하는 것에 해당하겠군.
③ ‘수표다리 / 효경다리 마전다리’ 등과 같이 서울에 있는 다리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은 서울

로의 복귀를 바라는 화자의 염원과 관련이 있겠군.
④ ‘동대문’과 ‘서대문’, ‘남대문’ 안의 다리에 대한 설명 이후 화자의 다리에 대해 언급하는 것

은 화자의 현재 상황을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전달하는 효과를 유발하는군.
⑤ 손과 다리의 거리가 멀지 않다며 자신을 ‘손’이라고 불러 달라는 화자의 부탁은 유배지로 귀

양을 온 화자의 처지를 희화화하여 제시한 것에 해당하겠군.

[2부] 적용 학습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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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6쪽

20001-0048

02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대비적인 시어를 사용하여 유배를 온 자신의 처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화자의 인식


을 드러내고 있다.
② ㉡: 비현실적 공간에서의 경험을 이유로 제시하며 자신이 유배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

라는 화자의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③ ㉢: 화자의 구체적 행위를 제시하며 동냥질에 나선 화자의 부끄러운 심리를 나타내고 있다.

④ ㉣: 의문의 방식을 활용하여 도와줄 사람이 없어 자신이 등짐을 져야만 하는 처지를 한탄하

는 화자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⑤ ㉤: 대구적 표현을 통해 유배지에서 동냥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20001-0049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조선 시대 전기의 유배 가사와 달리 후기에 창작된 유배 가사는 일상과 관련된 시어를 사용하여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조선 후기에 창작된 이 작품 역시 일상의 모습을
보여 주는 시어를 사용하여 화자를 박대하는 집주인의 모습과 이러한 집주인의 박대로 인해 자신
의 밥값을 해야만 하는 화자의 처지를 효과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의 화자는 집주인
과 마찰을 겪으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과정에서 집주인뿐만 아니라 주민들에 대
한 화자의 태도도 드러난다.

① 화자가 ‘고기 낚기’, ‘나무 베기’, ‘자리 치기’, ‘신 삼기’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은 일상과 관

련된 시어를 사용하여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에 해당하겠군.
② ‘탈망건’하고 ‘헌 짚신’을 신고 ‘동냥’에 나서는 화자의 모습은 자신의 밥값을 하려는 화자의

노력에 해당하겠군.
③ ‘보리 한 말’을 주는 주민에게 치사를 하는 화자의 모습은 유배지 주민들에 대한 우호적인 태

도에서 비롯된 것이겠군.
④ 동냥을 해 온 화자를 향해 ‘저녁밥 많이 먹’으라고 비웃는 집주인의 모습을 통해 화자를 박대

하는 집주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군.
⑤ 화자가 ‘신 삼기’를 위해 ‘짚 한 단’을 가져다가 ‘삿기’를 꼬는 것은 화자를 박대하는 집주인

과의 마찰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군.

6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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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시가 08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어져어져 저기 가는 저 사람아
네 행색 보아하니 군사 도망(軍士逃亡) 네로고나
허리 위로 볼작시면 베적삼이 깃만 남고
허리 아래 굽어보니 헌 잠방이 * 노닥노닥
곱장할미 앞에 가고 전태발이 * 뒤에 간다
십 리 길을 하루 가니 몇 리 가서 엎쳐지리
내 고을의 양반(兩班) 사람 타도타관(他道他官) 옮겨 살면
천(賤)히 되기 예사거든 본토(本土) * 군정(軍丁) 싫다 하고
자네 또한 도망하면 한 나라의 한 인심에
근본 숨겨 살려 한들 어데 간들 면할손가
차라리 네 살던 곳에 아무렇게 뿌리박아
칠팔월에 삼을 캐고 구시월에 돈피(獤皮) * 잡아
공채(公債) 신역(身役) * 갚은 후에 그 나머지 두었다가
함흥 북청 홍원 장사 돌아들어 몰래 팔 때
후한 값 받고 팔아 내어 살기 좋은 넓은 곳에
집과 논밭 다시 사고 살림 도구 장만하여
부모처자 보전하고 새 즐거움 누리려믄
어와 생원인지 초관(哨官) *인지
그대 말씀 그만두고 ㉠이내 말씀 들어 보소
이내 또한 갑민(甲民)이라 이 땅에서 생장하니 이때 일을 모를소냐
우리 조상 남중 양반(南中兩班) 진사 급제 계속하여
금장 옥패 빗기 차고 시종신(侍從臣) *을 다니다가
남의 시기 참소 입어 전가사변(全家徙邊) *한 후에
극변방(極邊方)인 이 땅에서 칠팔 대를 살아오니
조상 덕에 하는 일이 읍중(邑中) 구실 첫째로다
들어가면 좌수 별감 나가서는 풍헌 감관
유사(有司) 장의(掌儀) 채지 나면 체면 보아 사양터니
애슬프다 내 시절에 원수인(怨讐人)의 모해(謀害)로써
군사 강정(降定) 되단 말가 내 한 몸이 헐어나니
좌우 전후 많은 가족 차차 충군(充軍) * 되거고야
누대봉사(累代奉祀) * 이내 몸은 하릴없이 매어 있고
시름없는 친족들은 자취 없이 도망하고
여러 사람 모든 신역 내 한 몸에 모두 무니

[2부] 적용 학습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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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시가 08

한 몸 신역 삼 냥 오 전(三兩五錢) 돈피 두 장 의법(依法) *이라


열두 사람 없는 구실 합쳐 보면 사십육 냥(四十六兩)
해마다 맞춰 무니 석숭 *인들 당할소냐
약간 농사 전폐하고 삼을 캐러 입산(入山)하여
허항령(虛項嶺) 보태산(寶泰山)을 돌고 돌아 찾아보니
인삼 싹은 전혀 없고 오가 *잎이 날 속인다
하릴없이 헛되이 와서 팔구월 고추바람
안고 돌아 입산하여 돈피 산행(獤皮山行) 하려 하고
백두산 등에 지고 강 아래로 내려가서
싸리 꺾어 누대 치고 잎갈나무로 모닥불 놓고
하나님께 축수(祝手)하며 산신(山神)님께 발원(發願)하여
물채줄을 갖춰 꽂고 사망 * 일기 원하되
내 정성이 부족한지 사망 기회 아니 붙네
(중략)
나라님께 아뢰자니 구중천문(九重天門) 멀어 있고
요순(堯舜) 같은 우리 성주(聖主) 일월(日月)같이 밝으신들
불점성화(不沾聖化) 이 극변(極邊)에 복분하(覆盆下)라 비췰소냐
그대 또한 ㉡내 말 듣소 타관 소식(他官消息) 들어 보게
북청 부사(北靑府使) 뉘실런고 성명(姓名)은 잠깐 잊었네
많은 군정 안보(安保)하고 백골 도망(白骨逃亡) 원통함 풀고
각대 초관(各隊哨官) 여러 신역 대소민호(大小民戶) 나눠 걷으니
많으면 닷 돈 푼수 적으면 서 돈이라
인읍(隣邑) 백성 이 말 듣고 남부여대(男負女戴) 모여드니
군정 허오(軍丁虛伍) * 없어지고 민호(民戶) 점점 늘어 간다
나도 또한 이 말 듣고 우리 고을 군정 신역
북청 일례(北靑一例) 하여지라 영문(營門) 의송(議送) * 정(呈)탄 말가
본읍(本邑) 맡겨 제사(題辭) * 맡아 본 관아에 부치온즉
불문시비(不門是非) 올려 매고 형문(刑問) * 한 번 맞았단 말가
천신만고(千辛萬苦) 놓여나서 고향 생애 다 떨치고
이웃 친구 하직(下直) 없이 부로휴유(扶老携幼) * 한밤중에
후치령 길 비켜 두고 금창령(金昌嶺)을 허위 넘어
단천(端川) 땅을 바로 지나 성대산(聖大山)을 넘어서면
북청 땅이 긔 아닌가 거처호부(居處好否) 다 떨치고
모든 가속(家屬) 안보하고 신역 없는 군사 되세
내 곧 신역 이러하면 이친기묘(離親棄墓) * 하올소냐

6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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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7쪽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께 비나이다


충군애민(忠君愛民) 북청 원님 우리 고을 빌이시면 *
군정도탄(軍丁塗炭) 그려다가 임금님께 올리리라
그대 또한 내년 이때 처자 동생 거느리고
이 영로(嶺路)로 접어들 때 그때 내 말 깨치리라
내 심중에 있는 말씀 횡설수설하려 하면
내일 이때 다 지나도 반나마 모자라리
일모총총(日暮怱怱) 갈 길 머니 하직하고 가노매라
- 작자 미상, 「갑민가(甲民歌)」

* 잠방이: 가랑이가 무릎까지 내려오도록 짧게 만든 홑바지.
* 전태발이: 다리를 저는 사람.
* 본토: 본디의 고향.
* 돈피: 담비 모피.
* 신역: 나라에서 부과하는 군역과 부역.
* 초관: 조선 시대에, 한 초(哨)를 거느리던 종구품 무관 벼슬.
* 시종신: 임금 곁에서 문학으로 보필하던 벼슬아치.
* 전가사변: 조선 시대에, 죄인을 그 가족과 함께 평안북도, 함경북도와 같은 변방으로 옮겨 살게 하던 일.
* 충군: 조선 시대에, 죄를 범한 자를 벌로서 군역에 복무하게 하던 제도. 대개 수군이나 국경을 수비하는 군졸에 충당함.
* 누대봉사: 여러 대의 조상의 제사를 받듦.
* 의법: 정해진 법.
* 석숭: 중국 진나라 때의 부자 이름.
* 오가: 두릅나뭇과의 활엽 관목.
* 사망: 장사의 이(利)가 많이 남는 재수.
* 군정 허오: 군적에 등록만 되어 있고 실제로는 없던 지방의 장정.
* 의송: 조선 시대에, 백성이 고을 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관찰사에게 올리던 민원 서류.
* 제사: 관부에서 백성이 제출한 소장(訴狀)이나 원서(願書)에 쓰던 관부의 판결이나 지령.
* 형문: 죄인의 정강이를 때리던 형벌.
* 부로휴유: 노인은 부축하고 어린이는 보살핌.
* 이친기묘: 친족들과 이별하고 조상의 묘는 버림.
* 빌이시면: ‘빌려주시면’으로 추정됨.

20001-0050

01 ㉠과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에서 제시된 개인의 개별적 경험이 ㉡에서 일반화되어 제시되고 있다.
② ㉠에서 제시된 개인의 고난이 ㉡을 통해 사회 구조적 문제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③ ㉠은 자신의 과오에 대한 성찰을, ㉡은 상대방의 과오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④ ㉠은 상대방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을, ㉡은 상대방에 대해 위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⑤ ㉠은 직접적인 경험에 대한 비애감을, ㉡은 전해 들은 정보의 진위에 대한 의구심을 담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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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7쪽

20001-0051

02 다음은 윗글에 대한 어느 학생의 ‘수행 평가지’이다. ⓐ~ⓔ를 구체화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수행 평가지]
「갑민가」 는 갑산에 살았던 민중의 노래로, 나는 작가가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방법 중에서

  
대화 형식을 중심으로 이 작품의 내용을 감상하게 되었다. 그래서 생원과 갑민의 대화 속에 드러난 각
각의 입장 차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생원 갑민

주장 갑민은 갑산에 머물러야 한다. 나는 갑산을 떠나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노력해 본 경험상 갑산


•갑산을 떠나더라도 예상되는 문제점 에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


이 있다. ⓐ •다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였으나
근거


•갑산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쉽지 않았다. ⓓ


이 있다. ⓑ •북청 지역은 갑산과 다른 상황이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① ⓐ: 타관으로 옮겨 살면 천한 신세가 되기 쉽다.

② ⓑ: 인삼을 캐고 돈피를 잡아 신역을 갚고 살면 된다.
③ ⓒ: 친족들의 신역도 책임져야 해서 돈을 남길 수 없고 인삼은 찾기 어렵다.
④ ⓓ: 이웃에 알리지 않고 가족들과 단천 땅으로 떠나려고 했으나 불가능했다.
⑤ ⓔ: 부사님이 선정을 베풀고 있는 북청은 백성들이 살기에 좋다.

20001-0052

03 윗글의 소통 구조를 <보기>와 같이 도식화할 때, 이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


은 것은?

작가 화자 명시적 청자 함축적 청자
갑산의 = ‘나’  메시지  나라님(㉯), 갑산 원님(㉰)
생원(㉮)
한 민중 (갑민) 북청 부사(㉱), 당대 민중(㉲)
‌
‌

① 작가는 행위가 서로 다른 ㉰와 ㉱의 대조를 통해 ㉰의 한계를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② 작가는 화자가 ㉯에게 소원을 비는 방식을 통해 ㉱와 같은 존재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③ 작가는 미래에 ㉮가 갑산을 떠나려는 자신의 현재 생각에 동조하게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④ 작가는 ㉮가 ㉲에 속하는 인물임을 인식하며 이들의 삶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⑤ 작가는 ㉲ 중에 북청으로 옮겨 간 사람들을 바탕으로 ㉰에 대한 불만을 자신만 가진 것이 아

닐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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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시가 09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집장 군노(執杖軍奴) 거동(擧動)을 봐라
춘향을 동틀에다 쫑그라니 올려 매고
형장(刑杖)을 한 아름을 듸립다 덥석 안아다가
춘향의 앞에다가 좌르르 펄뜨리고 [A]
좌우 나졸들이 집장(執杖) 배립(排立)하여
분부 듣주어라 여쭈어라
바로바로 아뢸 말씀 없소 사또 안전(案前)에 죽여만 주오
집장 군노 거동을 봐라
형장 하나를 고르면서 이놈 집어 느긋느긋 저놈 집어 는청는청
춘향이를 곁눈을 주며 저 다리 들어라 [B]
골(骨) 부러질라 눈 감아라 보지를 마라
나 죽은들 너 매우 치랴느냐 걱정을 말고 근심을 마라
집장 군노 거동을 봐라
형장 하나를 골라 쥐고 선뜻 들고 내닫는 형상(形狀)
지옥문 지키었던 사자(使者)가 철퇴를 들어 메고 내닫는 형상
[C]
좁은 골에 벼락치듯 너른 들에 번개하듯
십 리만치 물러섰다가 오 리만치 달려 들어와서
하나를 드립다 딱 부치니 아이구 이 일이 웬일이란 말이오
허허 야 년아 말 듣거라
㉠꽃은 피었다가 저절로 지고 / 잎은 돋았다가 다 뚝뚝 떨어져서
㉡허허한치 광풍(狂風)의 낙엽이 되어 / 청버들을 좌르르 훑어
㉢맑고 맑은 구곡지수(九曲之水)에다가 풍기덩실 지두덩실
흐늘거려 떠나려 가는구나 / 말이 못된 네로구나
- 작자 미상, 「집장가(執杖歌)」

나 형장(刑杖) 태장(笞杖) 삼(三)모진 도리매로 / 하날 치고 짐작할까 둘을 치고 그만둘까
삼십도(三十度)에 맹장(猛杖)하니 일촌간장(一寸肝藏) 다 녹는다
걸렸구나 걸렸구나 일등 춘향(一等春香)이 걸렸구나
사또 분부 지엄하니 인정일랑 두지 마라
국곡 투식(國穀偸食)하였느냐 엄형 중치(嚴刑重治)는 무삼 일고
살인 도모(殺人圖謀)하였느냐 항쇄족쇄(項鎖足鎖)는 무삼 일고
관전 발악(官前發惡)하였느냐 옥골 최심(玉骨摧甚)은 무삼 일고
불쌍하고 가련하다 춘향 어미가 불쌍하다

[2부] 적용 학습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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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시가 09

먹을 것을 옆에다 끼고 옥 모퉁이로 돌아들며


몹쓸 년의 춘향이야 허락 한마디 하려무나
아이구 어머니 그 말씀 마오 허락이란 말이 웬 말이오
옥중에서 죽을망정 허락하기는 나는 싫소
새벽 서리 찬바람에 울고 가는 기러기야
한양성내 가거들랑 도련님께 전하여 주렴
날 죽이오 날 죽이오 신관 사또야 날 죽이오
날 살리오 날 살리오 한양 낭군님 날 살리오
옥 같은 정갱이에 유혈이 낭자하니 속절없이 나 죽겠네
[D]
옥 같은 얼굴에 진주 같은 눈물이 방울 방울 방울 떨어진다
석벽 강상(石壁江上) 찬바람은 살 쏘듯이 드리불고
㉣벼룩 빈대 바구미는 예도 물고 제도 뜯네
㉤석벽(石壁)에 섰는 매화 나를 보고 반기는 듯
도화 유수(桃花流水) 묘연(渺然)히 뚝 떨어져 굽이 굽이 굽이 솟아난다
- 작자 미상, 「형장가(刑杖歌)」

20001-0053

01 (가)의 [A]〜[C]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에는 춘향을 매질하기 위해 준비하는 집장 군노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② [B]에는 매질을 당할 춘향을 걱정하는 집장 군노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③ [C]에는 춘향을 매질하고 있는 집장 군노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④ [A]〜[C]는 형을 집행하는 장소에서의 일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 주고 있다.
⑤ [A]는 춘향의 내적 갈등을, [B], [C]는 집장 군노의 내적 갈등을 보여 주고 있다.

20001-0054

02 (나)의 [D]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날 죽이오’와 ‘날 살리오’라는 구절을 반복하여 춘향의 애끊는 심정을 부각하고 있다.

② ‘유혈이 낭자’한 춘향의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말을 삽입하여 춘향의 비극적 상황을 보

여 주고 있다.
③ ‘도련님’과 함께 ‘한양성내’로 가는 미래를 상상하는 춘향의 모습을 묘사하여 춘향의 낙관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④ ‘옥 같은 정갱이’, ‘옥 같은 얼굴’이라는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여 신관 사또의 춘향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고 있다.
⑤ ‘새벽 서리 찬바람’과 ‘석벽 강상 찬바람’이라는 감각적 표현을 사용하여 상황을 극복해 내

고자 하는 춘향의 결의를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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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8쪽

20001-0055

03 <보기>를 바탕으로 ㉠〜㉤의 의미를 파악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집장가」와 「형장가」는 판소리 「춘향가」에서 가장 비극적인 장면을 담고 있다. 「집장가」는 신관
사또의 수청을 들지 않는 춘향이 매질을 당하게 되는 대목을 엮은 것이고, 「형장가」는 춘향이 매를
맞고 옥에 갇혀 신세를 한탄하는 대목을 엮은 것으로, 신관 사또의 횡포와 이몽룡에 대한 춘향의
정절을 강조하여 보여 준다.

① ㉠: 신관 사또의 권력은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② ㉡: 춘향은 신관 사또의 횡포로 절망적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③ ㉢: 이몽룡에 대한 춘향의 정절은 가치 있는 것이다.
④ ㉣: 신관 사또의 무자비한 횡포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⑤ ㉤: 춘향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이몽룡과의 사랑을 이루게 될 것이다.

20001-0056

04 <보기>를 바탕으로 (가)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잡가’는 직업적인 가수에 의해 불린 노래이다. 잡가의 가수들은 전문적으로 노래를 하는 사람인
만큼 대중을 울게 하고 웃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을 연마하였다. 노래로서의 음악성을 부각함
과 동시에 생동감 있게 어구를 표현하였다. 특히 판소리에서 파생된 잡가를 부를 때는 등장인물에
맞게 어투를 달리하면서 서사적 장면을 극대화하고, 대조·대구·반복 등을 효과적으로 살리면서
비장미와 골계미 등 판소리의 미학적 요소를 담아내고자 하였다.

① (가): 가수는 ‘좌르르’, ‘느긋느긋’, ‘는청는청’과 같은 어구를 대중이 생동감을 느낄 수 있도



록 표현하였겠군.
② (가): 가수는 ‘좁은 골에 벼락치듯 너른 들에 번개하듯’이라는 구절을 음악적 효과를 살리면

서도 대중이 춘향의 상황에 대해 긴장감을 느끼도록 노래하였겠군.
③ (나): 가수는 ‘사또 분부 지엄하니 인정일랑 두지 마라’라는 구절을 춘향의 비장한 다짐에 대

해 공감하면서 슬퍼하는 마음이 드러나도록 표현하였겠군.
④ (나): 가수는 ‘불쌍하고 가련하다 춘향 어미가 불쌍하다’라는 구절을 춘향의 어머니를 안타

깝게 여기는 마음이 잘 느껴지도록 노래하였겠군.
⑤ (나): 가수는 ‘몹쓸 년의 춘향이야 허락 한마디 하려무나’와 ‘아이구 어머니 그 말씀 마오 허

락이란 말이 웬 말이오’라는 두 구절을 인물에 맞게 어투를 달리하여 불렀겠군.

[2부] 적용 학습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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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시가 10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명사십리가 아니라면은 해당화는 왜 피나


[A]
모춘 삼월 *이 아니라면은 두견새는 왜 우나

(중략)

일본에 동경이야 그 얼마나 좋드냐


[B]
꽃 같은 나를야 두고서 연락선을 탔나

서산에 지는 해는야 지구야 싶어 지나


[C]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야 가구야 싶어 가나

정선이 좋다고 하여도 딸 주지는 말어라


[D]
강낭밥 사절치기 *에 어금니 다 빠졌구나

정선에 구명 *은 무릉도원 아니냐


[E]
도원은 어디를 가시구 산만 충충하네
- 작자 미상, 「정선 아리랑」

* 모춘 삼월: 음력 3월.
* 강낭밥 사절치기: 옥수수알을 네 동강 내어 지은 밥.
* 구명: 옛 이름. 고려 충렬왕 때 정선을 도원(桃源)으로 칭한 일을 말함.

20001-0057

01 [A]〜[E]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 화자가 경험한 계절적 정황을 드러내고 있다.

② [B]: 임의 행동을 제시하여 임에 대한 원망을 드러내고 있다.
③ [C]: 자연 현상과 관련하여 임의 선택이 임의 의지가 아닐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④ [D]: 화자가 누리는 풍족한 생활을 해학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⑤ [E]: 화자가 사는 곳의 옛 이름의 유래와 현재의 환경이 서로 어긋남을 보여 주고 있다.

6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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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9쪽

20001-0058

02 <보기>의 설명을 참고하여 윗글과 <보기>의 ㉮를 비교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민요와 같은 구비 문학은 민중의 삶을 비교적 느슨한 틀 안에서 감정을 숨김없이 소박하게 보여
준다. 반면에 한시와 같은 기록 문학은 문화적 상층이 느끼는 소회나 감정을 양식적 요건에 따라 조
절하고 단순하지 않은 수사로 그려 낸다. 민요는 전문적이지 않은 창자에 의해 가창되지만, 한시는
가창이 아닌 음영의 방식으로 불린다. 구비 문학의 경우 채록 시기와 공간, 제보자, 채록자 등에 따
라 기록된 형태가 유동적인 데 반해 기록 문학은 이본에 따라 표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석별의 정에 거듭 손잡고 惜別重携手


회포 나누며 다시 술을 드네. 論懷更命樽

일생에 자주 모였다 흩어졌다 하니 一生頻聚散
온갖 일은 하늘에다 맡기고야. 萬事任乾坤
- 정철, 「증별(贈別)」

① 윗글과 ㉮는 모두 각각의 양식적 틀로 구현되고 있는데, 윗글은 느슨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반면 ㉮는 한시의 양식적 요건을 지키고 있다.
② 윗글과 ㉮는 모두 삶의 정서를 담아내고 있는데, 윗글은 이별과 가난의 고통을 그대로 드러

낸 반면 ㉮는 이별의 슬픔을 운명으로 전가하여 감정을 조절하고 있다.
③ 윗글과 ㉮는 모두 미각적 이미지를 활용해 수사적 효과를 주고 있는데, 윗글은 미각을 통해

긍정적인 소회를 보여 주고 있는 반면 ㉮는 미각을 통해 부정적 소회를 보여 주고 있다.
④ 윗글과 ㉮는 모두 기록된 형태가 달라진 작품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데, 윗글은 채록 환경

에 따라 기록이 달라진 작품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는 문헌에 따라 달라진 표기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⑤ 윗글과 ㉮는 모두 노래로 유통될 수 있는데, 윗글은 전문적이지 않은 창자의 소박한 창법으

로 가창될 수 있는 반면 ㉮는 읊조리는 방식으로 불린다.

[2부] 적용 학습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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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20쪽

20001-0059

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정선 아리랑」의 한 창은 두 행으로 구성되며, 각 행은 맥락에 따른 의미나 화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서로 병행하거나 연결되는 양상을 보인다. 병행하는 형태는 대등, 대립, 보완 등으로, 연결되
는 형태는 가정–명령, 금지–이유, 원인–결과 등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작시 구성은 작품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가사의 길이를 확장하는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① [A]: ‘왜 피나’와 ‘왜 우나’의 의미를 중심으로 두 행은 병행 양상이 드러나며, 대등을 보인다.



② [B]: ‘동경’이 좋아 ‘연락선’을 타고 떠난 상황과 ‘꽃 같은 나’가 남겨진 상황을 중심으로 두

행은 병행 양상이 드러나며, 대립을 보인다.
③ [C]: ‘지나’와 ‘가나’의 상황을 중심으로 두 행은 병행 양상이 드러나며, 대등을 보인다.
④ [D]: ‘말어라’와 ‘빠졌구나’의 의미를 중심으로 두 행은 연결 양상이 드러나며, 금지-이유를

보인다.
⑤ [E]: ‘무릉도원’과 ‘산만 충충’의 의미를 중심으로 두 행은 연결 양상이 드러나며, 원인-결과

를 보인다.

7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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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시가 1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첩첩한 돌 사이로 미친 듯 내뿜어 겹겹 봉우리에 울리니 狂奔疊石吼重巒


사람 말소리야 지척에서도 분간하기 어렵네 人語難分咫尺間
항상 시비하는 소리 귀에 들릴까 두려워하기에 常恐是非聲到耳
일부러 흐르는 물로 하여금 온 산을 둘러싸게 했네 故敎流水盡籠山
- 최치원,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

나 가을 하늘에 달 비치고 은하수 밝은데 霜天月照夜河明
나그네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각별히 정회가 생기네 客子思歸別有情
긴 밤 지루하게 앉아 죽을 듯이 시름겨운데 厭坐長宵愁欲死
문득 이웃 아낙네의 다듬이질 소리 들려오네 忽聞隣女擣衣聲
[A]
바람에 실려 오는 소리 끊어질 듯 이어지며 聲來斷續因風至
밤 깊어 별 기울도록 잠시도 멎지를 않네 夜久星低無暫止

고국을 떠나온 뒤로는 들어 보지 못했는데 自從別國不相聞
지금 타향에서 듣는 소리 서로 비슷하네 今在他鄕聽相似
고운 방망이 무거운지 가벼운지 알 수 없고 不知綵杵重將輕
다듬잇돌 평평한지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不悉靑砧平不平
[B]
불쌍해라, 몸 약해 향기로운 땀 많을 터이니 遙憐體弱多香汗
알겠노라, 옥 같은 팔 벌써 매우 지쳤음을 預識更深勞玉腕
마땅히 나그네 홑옷에 보태고자 함인가 爲當欲救客衣單
다시 먼저 규방의 추위를 시름겨워 함인가 爲復先愁閨閣寒
[C]
비록 얼굴 모습 단절되어 있어 물어보기 어렵지만 雖忘容儀難可問
아득한 그 마음이 까닭 없는 원망은 아니리라 不知遙意怨無端
이국땅에 머물면서 새로 사귄 이 없었는데 寄異土兮無新識
같은 마음이라 생각하니 긴 한숨 나오네 想同心兮長歎息
[D]
이 시간에 홀로 규중의 소리 듣고서 此時獨自閨中聞
그 누가 알랴, 이 밤에 밝은 눈동자 찡그림을 此夜誰知明眸縮
떠올리고 떠올려서 마음에 이미 걸려 있지만 憶憶兮心已懸
거듭 들어 봐도 꿰뚫어 알아차릴 수가 없네 重聞兮不可穿
[E]
곧 꿈에라도 소리 나는 곳을 찾아가 보려 하지만 卽將因夢尋聲去
다만 시름이 많아서 잠들 수가 없구나 只爲愁多不得眠
- 양태사, 「야청도의성(夜聽擣衣聲)」

[2부] 적용 학습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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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시가 11

20001-0060

01 (가)와 (나)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에서는 ‘미친 듯’과 ‘지척에서도 분간하기 어렵네’를 통해 화자가 듣는 물소리의 크기를


드러내고 있다.
② (가)에서는 ‘일부러’를 통해 속세와의 단절에 대한 화자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③ (나)에서는 ‘문득’을 통해 화자가 우연히 다듬이질 소리를 듣게 된 상황임을 나타내고 있다.
④ (나)의 ‘고국을 떠나온 뒤’는 화자의 처지를,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화자의 바람을 나타내

고 있다.
⑤ (가)의 ‘두려워하기에’와 (나)의 ‘긴 한숨 나오네’를 통해 현재 듣고 있는 소리에 대한 화자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20001-0061

02 (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에는 시적 배경을 제시하며 화자가 듣고 있는 다듬이질 소리가 고향에서 듣던 소리와 다

를 바 없다고 여기는 화자의 생각이 드러나 있다.
② [B]에는 다듬이질 소리가 잠시도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다듬이질을 하는 여인의 모

습에 대한 화자의 상상이 제시되어 있다.
③ [C]에는 ‘이웃 아낙네’가 다듬이질을 하는 이유에 대한 화자의 추측을 제시한 후, 그 추측을

‘이웃 아낙네’에게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화자의 아쉬움이 드러나 있다.
④ [D]에는 ‘이웃 아낙네’의 심정을 이해하는 화자의 공감과 고향을 떠난 후 외로움을 느끼는

화자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⑤ [E]에는 어휘의 반복을 통해 고향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심정을 강조한 후, 고향에 대한 그리

움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화자의 안타까운 마음이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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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21쪽

20001-0062

03 <보기>의 ‘학습 과제’의 수행을 통해 (가)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학습 과제]
아래의 ‘한국 문학에 대한 정의’와 작품과 관련된 정보를 활용하여 해당 작품이 한국 문학에 해
당하는지를 판단해 봅시다.

•한국 문학의 정의: 한국인이 한국어로 한국인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언어 예술


•최치원: 신라 시대의 문인 / 양태사: 발해 시대의 무인

① (가)는 ‘온 산을 둘러싸게 했네’를 통해 자연에 머물고 싶은 화자의 심정을 표현했는데, 이것



이 한국인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것인지는 한국 문학에 대한 현재의 정의로는 판단할 수
없겠군.
② (나)의 ‘지금 타향에서 듣는 소리’를 통해 작가가 타국에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작품이

창작된 지역은 (나)의 한국 문학 여부를 판단하는 데 고려되지 않겠군.
③ (나)의 ‘시름’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한국인

의 보편적인 감정이라면 (나)는 한국 문학의 내용적인 요소를 충족한다고 볼 수 있겠군.
④ (가)와 (나)는 모두 한시에 해당하는데, ‘한국어’를 판단하는 기준에 따라 (가)와 (나)의 한국

문학 포함 여부가 달라지겠군.
⑤ (가)는 ‘흐르는 물’ 소리를, (나)는 이웃 아낙네의 ‘다듬이질 소리’를 감각적으로 제시하고 있

는데, 한국 문학의 형식적인 요소를 고려한다면 (가)와 (나)는 모두 한국 문학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겠군.

[2부] 적용 학습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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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시 0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A] 해 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랫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워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 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말아요
- 김소월, 「님의 노래」

나 나는 당신의 옷을 다 지어 놓았습니다.
심의(深衣) *도 짓고, 도포도 짓고, 자리옷도 지었습니다.
짓지 아니한 것은 작은 주머니에 수놓는 것뿐입니다.

그 주머니는 나의 손때가 많이 묻었습니다.


짓다가 놓아두고 짓다가 놓아두고 한 까닭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바느질 솜씨가 없는 줄로 알지마는, 그러한 비밀은 나밖에는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는 마음이 아프고 쓰린 때에 주머니에 수를 놓으려면, 나의 마음은 수놓는 금실을 따라서 바늘구멍

으로 들어가고, 주머니 속에서 ㉡맑은 노래가 나와서 나의 마음이 됩니다.
그리고 아직 이 세상에는 그 주머니에 넣을 만한 무슨 보물이 없습니다.
[B] 이 작은 주머니는 짓기 싫어서 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짓고 싶어서 다 짓지 않는 것입니다.
  
- 한용운, 「수(繡)의 비밀」

* 심의: 신분이 높은 선비들이 입던 웃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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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22쪽

20001-0063

01 ㉠과 ㉡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화자에게 삶에 대한 허무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② 화자로 하여금 자신을 임과 동일시하도록 만들고 있다.
③ 화자가 임에게 기대하는 바를 전달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④ 화자가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를 지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⑤ 화자로 하여금 부정적인 현실을 견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001-0064

02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와 [B]는 모두 시간적 배경을 묘사하여 화자의 정서 변화를 형상화하고 있다.
② [A]와 [B]는 모두 회의적인 표현을 반복하여 화자의 냉소적 태도를 부각하고 있다.
③ [A]와 [B]는 모두 현실에 대한 화자의 비판적 대응을 통해 화자의 처지를 드러내고 있다.
④ [A]는 [B]와 달리 과거 상황과 현재 상황을 교차하며 화자의 내적 갈등의 원인을 부각하고 있다.

⑤ [B]는 [A]와 달리 모순된 태도를 통해 화자의 소망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20001-0065

03 <보기>를 바탕으로 (가)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김소월과 한용운은 전통적 시가 양식의 소재인 임의 부재나 상실에서 오는 설움과 아픔을 창조
적으로 계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시인 모두 떠난 임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전통적인 화자의
모습을 통해 1920년대를 살아가는 ‘시인 자신의 서정’을 드러내었다. 다만 김소월의 작품에서는
떠난 임을 그리워하며 아픔을 안으로 삭이며 감내하는 화자의 정조가 부각된다면, 한용운의 작품
에서는 재회의 당위성에 기대어 현재의 슬픔과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을 통해 임에 대한 사랑이 부
각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는 김소월이 허무주의를 바탕으로 임을 다시 만날 수 없는 대상으로 설
정한 반면, 한용운은 당위의 현실이 반드시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임을 언젠가 반드시
다시 만날 대상으로 설정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① (가)에서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눕는 것은 임이 부재하는 현실을 보여 주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군.
② (나)에서 ‘당신’을 위해 지은 ‘심의’, ‘도포’, ‘자리옷’은 임의 부재로 인한 슬픔 가운데서 만

든 것으로 임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군.
③ (가)에서 ‘긴 날을 문밖에서’ ‘님’의 노래를 듣는 것, (나)에서 ‘마음이 아프고 쓰린 때’에 ‘수

를 놓’는 것은 임의 부재 속에서도 현재의 아픔을 감내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군.
④ (가)에서 ‘님’의 노래가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다는 것, (나)에서 ‘당신’을 기다리며 ‘주

머니에 넣을 만한 무슨 보물’을 찾지 못한 것은 떠나간 임이 돌아오지 못할 슬픈 미래를 표
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군.
⑤ (가)에서 ‘님’의 노래를 ‘남김없이 잃어버’리는 것은 임의 부재와 그로 인한 화자의 허무감

을, (나)에서 ‘주머니’에 ‘나의 손때가 많이 묻’은 것은 임과의 재회를 바라는 화자의 기다림
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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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시 02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 박목월, 「윤사월」

나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



이가 있습니다.
- 윤동주,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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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23쪽

20001-0066

01 (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자연물의 매개를 통해 시의 정조(情調)를 드러내고 있다.
② 색채 대비를 통해 시적 화자의 정서 변화를 표현하고 있다.
③ 원경에서 근경으로 시선 이동을 통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④ 계절적 배경을 드러내는 시어를 통해 시적 분위기를 제시하고 있다.
⑤ 유사한 음절 수의 반복적 배열을 통해 시에 리듬감을 부여하고 있다.
20001-0067

02 ㉠과 ㉡을 비교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눈먼 처녀’가, ㉡은 시적 화자가 지향하는 이상적 공간이다.
② ㉠은 ‘눈먼 처녀’가, ㉡은 시적 화자가 자연 친화적 삶을 추구하는 공간이다.
③ ㉠은 ‘눈먼 처녀’가 세계와 분리된 공간이고, ㉡은 시적 화자가 세계와 합일된 공간이다.
④ ㉠은 ‘눈먼 처녀’가 타인과 소통하는 공간이고, ㉡은 시적 화자가 타인을 배척하는 공간이다.
⑤ ㉠은 ‘눈먼 처녀’가 외부 세계를 동경하는 공간이고, ㉡은 시적 화자가 내면의 세계를 응시

하는 공간이다.
20001-0068

03 <보기>를 바탕으로 (나)를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윤동주에게 시 쓰기는 ‘부끄러움’에 대한 고백이다. 부끄러움은 자신의 삶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서 오는 성찰이고, 시인이 살았던 시대는 그 부끄러움이 오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윤동주의 부끄러움은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 현실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
하는 나약한 지식인이라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조리한 시대 현실에 저항하고,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소명을 지닌 지식인이면서도, 소명에 따라 행동하지 못한 채 평온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인 것이다. 윤동주는 시를 통해 이를 고백하고, 부끄러움을 극
복하기 위해 자신과 대면하여 치열한 내적 갈등을 통해 삶에 대해 성찰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표현
하고 있는 것이다.

① ‘홀로’ 우물을 찾아가는 건 자신과 대면하여 삶을 성찰하려는 시인의 태도를 보여 주는 것이



겠군.
② ‘사나이’가 있는 ‘우물 속’은 부조리한 시대 현실과 대비되는 평온한 풍경을 담고 있는 것이

겠군.
③ ‘돌아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등의 행동을 통해 시인이 느꼈던 내적 갈등을 보여 주고

있군.
④ ‘가엾어’, ‘그리워’의 표현을 통해, 시인이 부조리한 시대 현실에 처한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

을 나타내고 있군.
⑤ ‘추억처럼’의 표현을 통해, 시인이 자신의 과거 모습을 긍정함으로써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소명을 다하고자 함을 알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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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시 03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오늘은 정월 보름이다
대보름 명절인데
나는 멀리 고향을 나서 남의 나라 쓸쓸한 객고에 있는 신세로다
옛날 두보(杜甫)나 이백(李白)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먼 타관에 나서 이날을 맞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오늘 고향의 내 집에 있는다면
새 옷을 입고 새 신도 신고 떡과 고기도 억병 * 먹고
일가친척들과 서로 모여 즐거이 웃음으로 지날 것이련만 [A]
나는 오늘 때 묻은 입든 옷에 마른 물고기 한 토막으로
혼자 외로이 앉어 이것저것 쓸쓸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옛날 그 두보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이날 이렇게 마른 물고기 한 토막으로 외로이 쓸쓸한 생각을 한 적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어느 먼 외진 거리에 한 고향 사람의 조그마한 가업집이 있는 것을 생각하고
이 집에 가서 그 맛스러운 떡국이라도 한 그릇 사 먹으리라 한다
우리네 조상들이 먼먼 옛날로부터 대대로 이날엔 으레히 그러하며 오듯이
먼 타관에 난 그 두보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이날은 그 어느 한 고향 사람의 주막이나 반관(飯館) *을 찾어가서
그 조상들이 대대로 하든 본대로 ㉠원소(元宵) *라는 떡을 입에 대며
스스로 마음을 느꾸어 * 위안하지 않었을 것인가
그러면서 이 마음이 맑은 옛 시인들은
먼 훗날 그들의 먼 훗자손들도
그들의 본을 따서 이날에는 원소를 먹을 것을
외로이 타관에 나서도 이 원소를 먹을 것을 생각하며
그들이 아득하니 슬펐을 듯이
나도 ㉡떡국을 놓고 아득하니 슬플 것이로다
아, 이 정월 대보름 명절인데
거리에는 ㉢오독독이 * 탕탕 터지고 호궁(胡弓) * 소리 삘뺄 높아서
내 쓸쓸한 마음엔 자꾸 이 나라의 옛 시인들이 그들의 쓸쓸한 마음들이 생각난다
내 쓸쓸한 마음은 아마 두보나 이백 같은 사람들의 마음인지도 모를 것이다
아무려나 이것은 옛 투의 쓸쓸한 마음이다
- 백석, 「두보(杜甫)나 이백(李白)같이」

* 억병: 매우 많이.
* 반관: 작은 중국 식당.

7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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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소: 중국에서 정월 대보름날 먹는 새알 모양의 전통 음식.
* 느꾸어: ‘긴장이나 흥분을 풀어’라는 뜻의 평북 방언.
* 오독독이: 오독도기. 불꽃놀이에 쓰는 딱총의 하나. 화약 심지에 불을 붙이면 터지는 소리를 내면서 불꽃이 떨어진다.
* 호궁: 중국의 전통 현악기의 하나. 우리나라의 해금과 비슷하다.

나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 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 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 온 온갖 잔소리들이
[B]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고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뒤에서
팽팽한 바람이 멧새의 발목을 툭, 치며
다시 더 큰 여백을 일으켜
막막궁산 오솔길로 사라진다

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 있는
둥근 여백이여 뒤안길이여
모든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여
여백이란 쓸쓸함이구나
쓸쓸함 또한 여백이구나
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

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
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
네 사립에 걸린 노을 같은, 아니면
네 발 아래로 쟁쟁쟁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
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
그 아래 네가 앉아 있는
-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2부] 적용 학습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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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시 03

20001-0069

01 [A]와 [B]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한 것을 <보기>에서 모두 고른 것은?


ㄱ. [A]는 고향에서의 명절을 새것의 이미지로, 타향에서의 명절을 낡은 것의 이미지로 연결하여,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대비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ㄴ. [A]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현재 화자가 처

한 상황이 과거로부터 반복되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ㄷ. [B]는 청각적 심상을 시각적으로 전이시키는 방식을 통해, 화자의 내면이 변화하는 과정을 드

러내고 있다.
ㄹ. [B]는 화자가 과거의 절망적이었던 순간을 회상하고 형상화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시적 여운을

드러내고 있다.
ㅁ. [B]는 동일한 시어를 반복하는 방식을 활용하여, 다시 찾아간 고향에서의 경험이 화자에게 상

처가 되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① ㄱ, ㄷ ② ㄱ, ㅁ ③ ㄴ, ㄷ ④ ㄴ, ㄹ ⑤ ㄹ, ㅁ

20001-0070

02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화자가 상상하는 장면 속의 소재로, 자신이 처한 현실과 동질적인 상황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② ㉡: 화자가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소재 중에 고향의 모습을 추억하게 하는 것으로, 화자

의 비애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③ ㉢: 현재 화자가 처한 상황과 상반된 이미지를 지닌 소재로, 외부 상황의 분위기와 화자의

정서가 대비를 이루도록 하고 있다.
④ ㉣: 화자가 그리워하는 대상이 부재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소재로, 화자가 깨달음을 얻는 과

정에서 시발점이 되고 있다.
⑤ ㉤: 화자가 처한 현실이 이상과 달리 초라한 것임을 드러내는 소재로, 시의 애상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8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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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24쪽

20001-0071

03 <보기>를 참고하여 (가)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가)와 (나)는 쓸쓸함에 대한 화자의 인식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들이다. (가)의 화자는 객지에
서 명절을 지내며, 고향을 떠나 방랑과 은거 속에서 숱한 명작들을 남긴 ‘두보나 이백’ 같은 옛 시
인들을 떠올린다. 화자는 그들이 느꼈을 삶의 고독을 떠올리고, 그 쓸쓸함의 정서를 시적 정신과
삶의 격조를 드높이는 데 관여하는 감정으로 인식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나)에서는 어머니
의 무덤가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은 화자가 죽음으로 인한 대상의 부재는 존재의 사라짐이 아니라
는 인식의 전환을 드러내고 있다. 화자는 존재가 사라진 후의 쓸쓸함이 여백이 되어 남겨진 사람에
게 추억과 위로를 건네고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인식하고, 앞으로 자신이 어떠한 삶의
태도를 지닐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① (가)의 ‘대보름 명절’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남의 나라’라는 공간적 배경은, ‘객고에 있는 신

세’인 화자의 처지를 더욱 쓸쓸하고 외롭게 만들고 있군.
② (가)의 ‘두보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스스로 마음을 느꾸어 위안하지 않었을 것인

가’라는 화자의 추측은, 자신의 외로운 처지를 스스로 위로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겠군.
③ (가)의 ‘내 쓸쓸한 마음’을 ‘옛 투의 쓸쓸한 마음’으로 연결한 것은, 삶의 격조와 예술적 경지

에 대한 화자의 지향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겠군.
④ (나)의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인 ‘여백’에서 느끼는 ‘쓸쓸함’에 대해 ‘여백이란 탄생이구

나’라는 화자의 깨달음은, ‘쓸쓸함’에 대한 화자의 긍정적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겠군.
⑤ (나)의 ‘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 ‘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는 화자의 소망은, 타자에

게 위로를 건네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가 무의미했음을 후회하는 것이겠군.

[2부] 적용 학습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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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시 04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나리잖는 그 땅에도
㉠오히려 꽃은 발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 성(城)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 이육사, 「꽃」

나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8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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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26쪽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 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20001-0072

01 <보기>는 ㉠~㉤의 사전적 의미이다. <보기>와 관련지어 (가)와 (나)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오히려: 「1」 일반적인 기준이나 예상, 짐작, 기대와는 전혀 반대가 되거나 다르게.
㉡ 마침내: 드디어 마지막에는.
㉢ 기꺼이: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쁘게.
㉣ 이윽고: 얼마 있다가. 또는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에.
㉤ 결코: (‘아니다’, ‘없다’, ‘못하다’ 따위의 부정어와 함께 쓰여)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① ㉠을 통해 앞뒤 상황을 대비하고 있으며, 색채 이미지를 사용하여 관련된 대상에 대한 화자



의 태도를 부각하고 있다.
② ㉡을 통해 어떠한 상황이 완료될 것을 드러내고 있으며, 앞으로 일어날 일의 당위성을 강조

하고 있다.
③ ㉢을 통해 화자의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태도를 강조하고 있으며, 주어진 상황에 대한 화자

의 인식을 표현하고 있다.
④ ㉣을 활용하여 시간의 경과를 제시하면서, 화자가 가정한 상황이 변화된 상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⑤ ㉤을 활용하여 화자가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음을 부각하면서, 이것이 타인을 도

의적 잣대로 판단한 결과임을 제시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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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26쪽

20001-0073

02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와 (나)는 모두 영탄적 표현을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부각하고 있다.
② (가)와 (나)는 모두 가상의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화자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③ (가)는 (나)와 달리 미완의 문장 종결 방식을 활용하여 시적 여운을 자아내고 있다.

④ (가)는 (나)와 달리 시간의 변화에 따른 화자의 태도 변화를 중심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⑤ (나)는 (가)와 달리 시대 상황을 상징하는 시어를 통해 현실에 대한 화자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20001-0074

03 <보기>를 참고하여 (가)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가)와 (나)는 한계 상황을 가정하는 방식을 통해 화자의 태도를 부각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한계
상황은 인간의 실존을 위협하고 나아가 자아의 분열을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 상황
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지속하기 위한 가능성을 찾아내려는 화자의 인식이 더욱 부각된다. (가)는
극한의 한계 상황을 시적 현실로 제시하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미래의 희망이 현재 안에 숨어 있음
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한계령에서 폭설을 만나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여, 사랑하는 이와 그곳
에서 발이 묶이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기쁨과 행복임을 역설적 인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① (가)에서 ‘하늘도 다 끝나고’ 나서 ‘비 한 방울’조차 내리지 않는 불모의 상황과 ‘북쪽 툰드



라’의 ‘찬 새벽’인 혹한의 상황을 병치한 것은, 극한 한계 상황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이겠군.
② (가)에서 ‘눈 속 깊이 꽃맹아리가 옴작거’리고 ‘꽃 성’을 이루고 ‘제비 떼’ 날아오는 희망적인

봄이 도래하리라는 기대는, 화자가 자신의 존재를 지속하기 위한 가능성을 찾아내려는 인식
으로 볼 수 있겠군.
③ (나)에서 ‘한겨울’, ‘한계령의 한계’로 가상의 상황을 설정한 것은, ‘못 잊을 사람’에 대한 화

자의 사랑을 부각하기 위한 배경이 되는 것이겠군.
④ (나)에서 조난의 상황을 ‘눈부신 고립’과 ‘동화의 나라’로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은, 상대방과

‘운명이 묶였으면’ 하는 화자의 바람을 암시하는 것이겠군.
⑤ (나)에서 ‘현실’이 ‘공포로 변하’더라도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라는 화자의 다짐은, 자아의

분열이 초래되는 한계 상황이 해소되리라는 기대감과 연결되는 것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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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시 05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높으디높은 산마루
㉠낡은 고목(古木)에 못 박힌 듯 기대어
내 홀로 긴 밤을
무엇을 간구하며 울어 왔는가.

아아 이 아침
시들은 핏줄의 구비구비로
㉡사늘한 가슴의 한복판까지
은은히 울려오는 종소리.

이제 눈감아도 오히려
꽃다운 하늘이거니
내 영혼의 촛불로
어둠 속에 나래 떨던 샛별아 숨으라.

환히 트이는 이마 우
떠오르는 햇살은
시월상달의 꿈과 같고나.

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아
오래 잊었던 피리의
가락을 더듬노니

㉢새들 즐거이 구름 끝에 노래 부르고


사슴과 토끼는
한 포기 향기로운 싸릿순을 사양 *하라.

여기 높으디높은 산마루
맑은 바람 속에 옷자락을 날리며
내 홀로 서서
무엇을 기다리며 노래하는가.
- 조지훈, 「산상(山上)의 노래」

* 사양: 겸손하여 받지 아니하거나 응하지 아니함. 또는 남에게 양보함.

[2부] 적용 학습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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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시 05

나 태양을 의논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달빛이 흡사 비 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터를 헤매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 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 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 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여섯 해가 지나갔다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오는 봄엔 분수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그 어늬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 보리라
- 신석정, 「꽃덤불」

20001-0075

01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와 (나)는 모두 화자와 대상 간의 문답을 통해 화자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② (가)와 (나)는 모두 계절감을 나타내는 소재들을 나열하며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③ (가)와 (나)는 모두 음성 상징어를 활용하여 자연에 동화된 화자의 내면을 그려 내고 있다.
④ (가)는 (나)와 달리 첫 연의 표현과 문장 형식을 끝 연에서 활용하여 시의 구조적 안정감을

높이고 있다.
⑤ (나)는 (가)와 달리 원경에서 근경으로 시선을 이동하는 화자의 관찰을 바탕으로 시적 대상

을 구체화하고 있다.

8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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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27쪽

20001-0076

02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못 박힌 듯’이라는 비유적인 표현을 통해 화자의 고뇌를 드러내며 화자의 간절함을 형

상화하고 있다.
② ㉡: ‘종소리’로 끝나는 명사 종결 시행을 통해 현실의 변화를 맞이하는 화자의 중압감을 드

러내고 있다.
③ ㉢: ‘노래 부르고’를 통해 청각적 이미지를, ‘향기로운’을 통해 후각적 이미지를 환기하며 화

자가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상황을 형상화하고 있다.
④ ㉣: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했던 과거를 의문형으로 진술하며 상대로 하여금 ‘우리’가

공유했던 간절한 심정을 상기하게 하고 있다.
⑤ ㉤: ‘그러는’이라는 시어를 통해 앞 연과의 연속성을 드러내며 부정적 역사의 경과를 ‘서른

여섯 해’라는 구체적 시간으로 특정하고 있다.

20001-0077

03 <보기>를 바탕으로 (가)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가)와 (나)는 어둡고 고통스러웠던 일제 강점기와 일제 치하에서 우리 민족이 겪었던 고난과 피
폐한 현실을 돌아보며 민족의 미래에 대해 고뇌하는 민족 구성원의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가)의 화자가 광복의 기쁨과 감격을 바탕으로 민족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부각하고 있다면, (나)의
화자는 광복을 맞이한 상황에서도 과거와 현재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민족의 현실에 대
한 우려 또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① (가)에서 ‘무엇을 간구’했던 ‘긴 밤’과 (나)에서 ‘태양을 의논’했던 ‘태양을 등진 곳’은 각각



시간과 공간의 측면에서 어둡고 고통스러웠던 일제 강점기 현실을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군.
② (가)에서 ‘시들은 핏줄’, ‘메마른 입술’과 같이 생명력을 상실한 상태와 (나)에서 ‘헐어진 성

터’와 같이 폐허가 된 상태는 일제 강점기로 인해 피폐해진 우리 민족의 현실을 형상화한 것
으로 볼 수 있군.
③ (가)에서 ‘높으디높은 산마루’에서 홀로 ‘무엇을 기다리’는 태도와 (나)에서 ‘이 하늘’을 ‘다

시 우러러보는’ 행위는 민족이 처한 상황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군.
④ (가)에서 ‘떠오르는 햇살’, ‘시월상달의 꿈’은 화자가 느끼는 광복의 기쁨을, (나)에서 ‘겨울

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는 민족이 처한 현실에 대한 우려를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군.
⑤ (가)에서 ‘나래 떨던 샛별’은 일제 강점기에 민족에게 가해지던 박해를, (나)에서 ‘그 어늬 언

덕 꽃덤불’은 민족의 화합을 이루기 위해 광복 전에 해결했어야 할 과업을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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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시 06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 활자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靈)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아라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아라
이 황혼도 저 돌벽 아래 잡초도
담장의 푸른 페인트 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도


행동이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아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 김수영, 「사령(死靈)」

나 나는 왜 아침 출근길에
구두에 질펀하게 오줌을 싸 놓은
㉡강아지도 한 마리 용서하지 못하는가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구두를 신는 순간
새로 갈아 신은 양말에 축축하게
강아지의 오줌이 스며들 때
나는 왜 강아지를 향해
이 개새끼라고 소리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8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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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28쪽

개나 사람이나 풀잎이나
생명의 무게는 다 똑같은 것이라고
산에 개를 데려왔다고 시비를 거는 사내와
멱살잡이까지 했던 내가
왜 강아지를 향해 구두를 내던지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데
나는 한 마리 강아지의 마음도 얻지 못하고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진실로 사랑하기를 원한다면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윤동주 시인은 늘 내게 말씀하시는데
나는 밥만 많이 먹고 강아지도 용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인생의 순례자가 될 수 있을까
강아지는 이미 의자 밑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강아지가 먼저 나를 용서할까 봐 두려워라
- 정호승,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20001-0078

01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와 (나)는 모두 과거의 경험을 제시하여 심리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② (가)와 (나)는 모두 의문형의 표현을 통해 성찰적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③ (가)와 (나)는 모두 화자가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며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④ (가)는 (나)와 달리 수미상관의 구조를 통해 화자의 정서를 강화하고 있다.

⑤ (나)는 (가)와 달리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며 화자의 바람을 표출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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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28쪽

20001-0079

02 ㉠과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화자가 자괴감을 느끼게 하고, ㉡은 화자가 스스로를 책망하게 한다.


② ㉠은 화자의 태도를 변화하게 하고, ㉡은 화자의 인생관을 전환하게 한다.
③ ㉠은 화자의 욕망을 드러나게 하고, ㉡은 화자의 소망을 구체화하도록 한다.
④ ㉠은 화자가 부러워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은 화자가 시기를 느끼게 한다.
⑤ ㉠은 화자가 겪는 고난을 이겨 내게 하고, ㉡은 화자가 겪는 시련의 원인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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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보기>를 바탕으로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사령」의 화자는 자유와 책임에 대한 자각 없이 편안히 살아가기만 하려는 일상적인 삶의 태도를
부정적으로 느끼면서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 보고 있다. 자유의 숭고한 이념을 관념 속에만 머물게
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지 않는 사람은 죽은 영혼과 다르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는데, 이러한 날
카로운 반성은 자유의 실현을 가져오는 힘이 된다. 비록 그 힘이 곧바로 자유의 실현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자유가 제한된 시대에는 이처럼 자기 자신의 안일한 태도를 준엄하게 추궁
하는 의식이 실천의 근본이 될 수 있다.

①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에서 실천이 없는 자신의 안일한 태도를 의식한다고 볼 수



있군.
②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모습에서 자유의 이념이 관념 속에 머물고만 있음을 엿볼 수

있군.
③ ‘마음에 들지 않아라’의 반복에서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며 부정적으로 느끼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군.
④ ‘황혼’, ‘잡초’, ‘푸른 페인트 빛’, ‘고요함’은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군.
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에서 언젠가는 자유의 실현을 이루겠다는 화자의 실천 의지를 느낄

수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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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시 07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一生)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永遠)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저녁
네 머리 위 쇠 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아모리며.

[2부] 적용 학습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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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시 07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나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보라, 이분은 당신들을 위해 청춘을 버렸다
당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분은 일어서서 흐느끼는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때 누군가 그분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사내들은 달려갔고 분노한 여인들은 날뛰었다
그분은 성난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분의 답변은 군중들의 아우성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 기형도, 「홀린 사람」

9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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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30쪽

20001-0081

01 (가)와 (나)의 표현상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는 의미상 이어지는 시구를 행으로 구분하여 대상을 향한 화자의 태도 변화를 단계적으

로 제시하고 있다.
② (나)는 과거와 대비되는 현재의 상황을 묘사하여 대상을 향한 화자의 심경 변화를 부각하고

있다.
③ (가)와 (나)는 모두 의문의 형식을 통해 상황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유도하는 목소리가 드러

나 있다.
④ (가)와 (나)는 모두 명령문의 청자에 화자 자신을 포함하여 특정 행동에 동참하고자 하는 의

지를 강조하고 있다.
⑤ (가)와 (나)는 모두 원경에서 근경으로의 시선 이동을 통해 화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대상에

초점을 맞추어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20001-0082

02 <보기>를 바탕으로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는 자유와 평화가 유린되었던 역사적 현실을 바탕으로 창작된 작품
이다. 작가는 상징적 소재와 반어적인 표현을 통해 구속받고 억압당하는 상황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
내고 있는 민중의 슬픈 현실을 지적하며, 민중으로 하여금 모순된 현실을 직시하여 비판적인 태도를
지니고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민중이 미래에는 진
정한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인간 본연의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예언자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① ‘사람들’에게 ‘아침저녁’으로 특정 행동을 반복하도록 촉구하는 것은, 구속받는 상황을 민중



스스로 인식하고 이에서 벗어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함을 역설하는 것이군.
② ‘쇠 항아릴 찢’음으로써 ‘구원의 하늘’을 마시도록 촉구하는 것은, 억압적 상황을 극복하려

는 노력을 통해 긍정적인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음을 예언자적인 태도로 드러내는 것이군.
③ ‘외경’과 ‘연민’은 역사적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자세로, 민중이 현실을 구속하는 대

상을 만나 그 대상에 의해 억압받는 인고의 시간 속에 체득하게 되는 태도를 의미하는군.
④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살아간다는 것은, 민중이 스스로가 처한 모순되고 부정적인 현실을 비

판적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해 안타까움을 지니며 살아가는 자세를 나타내는군.
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를 앞부분과 끝부분에 거듭 언급한 것은, 그동안 민중이 접해

온 세상이 인간 본연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군.

[2부] 적용 학습 93

21 수특_문학(074-107 현대시).indd 93 20. 1. 6. 오후 10:19


정답과 해설 30쪽

20001-0083

03 <보기>를 참고하여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홀린 사람」은 등장인물과 사건이 제시되는 서사적 전개 방식을 통해 현실에 대한 독자들의 성찰
을 우회적으로 촉구하는 작품이다. 이 시는 대중을 선동하여 권력층을 미화하는 인물, 이에 현혹되
어 권력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우매한 대중을 드러내면서, 이러한 현실에 타당한 문제를 제기하
는 인물을 용인하지 않는 상황을 보여 준다. 독자들은 사건 전개에 따라 가려져 있던 대상의 실체
가 점차 밝혀지는 과정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된다. 이 시는 이러한 거리 두기 방식을 통해 지배
층의 기만적 통치 방식과 우매한 대중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반어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독자들의
이성적 판단을 유도하고 있다.

① ‘사회자’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면서 ‘이분’에 대해 ‘당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고 소개



하는 말은, 인물의 이타심과 숭고한 삶의 자세를 강조하는 것으로 인물의 실체와는 어긋나
는 진술이군.
② ‘사회자’의 말을 듣고 ‘사내들’과 ‘여인들’이 ‘울먹’이고 ‘실신’하는 장면은, 미화된 정보에

현혹되어 맹목적인 태도를 보이는 대중에 대한 비판을 반어적으로 드러낸 것이군.
③ ‘그분’이 ‘사회자’가 소개하는 내용을 부정하지 않고 ‘군중들’의 ‘박수’를 받는 모습은, 기만

적인 통치술로 우매한 대중의 동조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지배층의 의도가 담긴 행동으로
볼 수 있군.
④ ‘목소리’가 ‘그분’을 보며 ‘신’이나 ‘유령’을 언급하다가 ‘사회자’와 ‘군중들’에게 오히려 공

격을 받는 것을 통해, 정당한 문제 제기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부각하고 있군.
⑤ ‘목소리’의 질문에 ‘미치광이를 끌어내’라고 분노하는 ‘사회자’와, 이와 달리 그를 제지하는

‘그분’의 모습을 보인 것은, 대상에 현혹되는 태도와 대상과 거리를 두는 태도를 대비함으로
써 독자의 이성적 판단을 유도하는 것이군.

9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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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시 08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나는 떠난다. 청동(靑銅)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종(忍從)은 끝이 나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흑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에 실리어
들에서는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雷聲)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音響)이 된다.
- 박남수, 「종소리」

나 이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굴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나는 툇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사기그릇의 우유도 핥지 않으리라.
가시덤풀 속을 누벼 누벼
㉠너른 벌판으로 나가리라.
거기서 들쥐와 뛰어놀리라.
배가 고프면 살금살금
참새 떼를 덮치리라.

[2부] 적용 학습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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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시 08

그들은 놀라 후닥닥 달아나겠지.


아하하하
폴짝폴짝 뒤따르리라.
꼬마 참새는 잡지 않으리라.
할딱거리는 고놈을 앞발로 툭 건드려
놀래 주기만 하리라.
그리고 곧장 내달아
제일 큰 참새를 잡으리라.

이윽고 해는 기울어
바람은 스산해지겠지.
들쥐도 참새도 가 버리고
㉡어두운 벌판에 홀로 남겠지.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어둠을 핥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그 속은 아늑하고 짚단 냄새 훈훈하겠지.
훌쩍 뛰어올라 깊이 웅크리리라.
내 잠자리는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겠지.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찬비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털끝 하나 적시지 않을걸.
나는 꿈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쫓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 황인숙,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20001-0084

01 (가)와 (나)의 표현상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계절감을 드러내는 시어를 사용하여 시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②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어조를 활용하여 화자의 정서 변화를 부각하고 있다.
③ 시간에 따른 대상의 변화를 통해 화자가 처한 시대적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④ 시적 대상을 반복적으로 호명하는 방식을 통해 화자의 깨달음을 강조하고 있다.
⑤ 동일한 시어나 종결 어미를 반복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화자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9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074-107 현대시).indd 96 20. 1. 6. 오후 10:19


정답과 해설 31쪽

20001-0085

02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은 ‘툇마루’와 대비를 이루는 공간으로 화자의 지향을 드러내고 있다.
② ㉡은 ‘들쥐도 참새도’ 없는 쓸쓸한 공간으로 화자가 추구하는 삶 속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

을 암시하고 있다.
③ ㉢은 ‘거센 바람’이나 ‘찬비’와 같은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굴하지 않겠다는 화자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공간이다.
④ ㉣은 ‘놓친 참새’를 따라가기 위해 화자가 꿈꾸는 공간으로 화자의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⑤ ㉠, ㉣은 ‘달빛을 받아’ 빛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화자가 바라는 안식과 위로를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20001-0086

03 <보기>를 참고하여 (가)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가)와 (나)는 자유에 대한 화자의 열망과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가)는 ‘종’과 ‘종소리’의 관계
를 억압적 현실과 이로부터 벗어나려는 자유 의지로 설정하여,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모습을 다양
하게 그려 내고 있는 작품이다. (나)의 ‘고양이’는 화자가 지향하는 삶을 반영하고 있는 대상이다.
화자는 일반적인 먹이사슬의 상식의 틀에 갇히지 않으려는 고양이를 통해,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고결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① (가)에서 ‘나는 떠난다.’라는 단정적인 전언으로 시상을 여는 것은, ‘종소리’를 의인화하여 자



유에 대한 화자의 의지를 강조하려는 것이겠군.
② (가)에서 ‘청동의 벽’과 ‘칠흑의 감방’에서 ‘인종은 끝이 나는가.’라는 화자의 물음은, 억압적

현실로부터 벗어나려는 ‘종소리’의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겠군.
③ (가)에서 ‘바람에 실리어’ 퍼지는 ‘종소리’를 ‘푸름’, ‘웃음’, ‘악기’로 나타낸 것은, 자유로움

에 대한 화자의 긍정적인 인식을 다양한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이겠군.
④ (나)에서 ‘들쥐와 뛰어놀리라.’라는 화자의 다짐은 일반적인 상식과 다른 고양이의 행동으로,

‘들쥐’를 포획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를 암시하는 것이겠군.
⑤ (나)의 ‘꼬마 참새는 잡지 않’고 ‘제일 큰 참새를 잡으리라.’라는 화자의 생각은, 먹이사슬의

틀을 바꾸려는 의도를 통해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태도를 비판한 것이겠군.

[2부] 적용 학습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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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시 09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 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몰래 시간을 떨어트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 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白金) 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 다오

바람 이불처럼 덮고
화장(化粧)도 해탈(解脫)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 다오.
- 황동규, 「풍장(風葬) 1」

9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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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32쪽

나 아침 티브이에 난데없는 표범 한 마리
물난리의 북새통을 틈타 서울 대공원을 탈출했단다
수재에 수재(獸災)가 겹쳤다고 했지만, 일순 마주친
우리 속 세 마리 표범의 우울한 눈빛이 서늘하게
내 가슴 깊이 박혀 버렸다 한순간 바람 같은 자유가
무엇이길래, 잡히고 또 잡혀도
파도의 아가리에 몸을 던진 빠삐용처럼
총알 빗발칠 폐허의 산속을 택했을까
평온한 동물원 우리 속 그냥 남은 세 명의 드가
그러나 난 그들을 욕하지 못한다
빠삐용, 난 여기서 감자나 심으며 살래
드가 같은 마음이 있는 곳은 어디든
동물원 같은 공간이 아닐까
친근감 넘치는 검은 뿔테 안경의 드가를 생각하는데
저녁 티브이 뉴스 화면에
사살당한 표범의 시체가 보였다
거봐, 결국 죽잖아!

티브이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내가 드가?
- 유하, 「빠삐용 - 영화 사회학」

20001-0087

01 (가)와 (나)의 화자를 비교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와 (나)의 화자는 모두 타인의 삶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있다.

② (가)와 (나)의 화자는 모두 삶의 세계와 죽음의 세계를 대비하여 삶의 가치를 깨닫고 있다.
③ (가)의 화자는 가정을 통해 자신의 바람을 드러내고, (나)의 화자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인식

을 통해 삶을 비판하고 있다.
④ (가)의 화자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삶을 성찰하고, (나)의 화자는 자신이 직면한 현실

을 바탕으로 삶을 성찰하고 있다.
⑤ (가)의 화자는 자신이 살아온 삶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지만, (나)의 화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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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32쪽

20001-0088

02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화자가 삶의 세계와 완전히 단절되지 않은 상태임을 보여 준다.


② ㉡: 삶의 세계를 떠나는 과정에 대해 화자가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음을 나타낸다.
③ ㉢: 연속적인 공간의 변화를 통해 화자가 인간 세계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④ ㉣: 화자가 고통을 감내하며 얻고자 하는 결과물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⑤ ㉤: 화자가 삶의 세계를 떠나 자연 속에서 완전하게 소멸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20001-0089

03 <보기>는 (나)의 모티프가 된 영화 ‘빠삐용’의 줄거리이다. 이를 바탕으로 (나)를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
지 않은 것은?

금고 털이범 빠삐용은 살인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받아 프랑스령 기아나 수용소로 보내진다. 빠


삐용은 기아나로 가는 수송선에서 위조범 드가를 만난다. 둘은 수용소에서 탈출을 시도하나 번번
이 실패를 하고 탈출이 불가능한 악마의 섬으로 보내진다. 드가는 탈출할 의지를 잃은 상태로 빠삐
용과 함께 그곳에서 여생을 보내고자 하지만, 빠삐용은 코코넛으로 만든 뗏목에 의지하여 파도가
거세게 치는 바다로 뛰어들어 결국 악마의 섬에서의 탈출에 성공하고 자유를 향해 넓은 수평선으
로 사라진다.

① <보기>에서 빠삐용이 자유를 찾아 악마의 섬을 탈출한 것은, (나)에서 표범이 동물원을 탈출



한 것으로 변주되고 있군.
② <보기>에서 ‘코코넛으로 만든 뗏목’은 희망의 미래에 대한 꿈을 보여 주지만, (나)에서 ‘표범

의 시체’는 현실의 좌절을 보여 주는군.
③ <보기>의 ‘탈출할 의지를 잃은’ 드가의 모습은 (나)의 우리 속 세 마리 표범이 ‘평온한 동물

원 우리 속’에 그냥 남은 모습과 겹쳐 보이는군.
④ <보기>의 ‘파도가 거세게 치는 바다’와 (나)의 ‘총알 빗발칠 폐허의 산속’은 각각 빠삐용과

동물원을 탈출한 표범이 자유를 얻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시련을 의미하는군.
⑤ <보기>의 ‘번번이 실패를’ 해도 끝끝내 탈출을 포기하지 않는 빠삐용의 의지적 모습은, (나)

에서 ‘잡히고 또 잡혀도’ 우리를 탈출하는 표범의 모습을 통해 나타나고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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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시 10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산비알 *에 돌밭에 저절로 나서


저희들끼리 자라면서
재재발거리고 떠들어 쌓고
밀고 당기고 간지럼질도 시키고
시새우고 토라지고 다투고
시든 잎 생기면 서로 떼어 주고
아픈 곳은 만져도 주고
끌어안기도 하고 기대기도 하고
이렇게 저희들끼리 자라서는
늙으면 동무나무 썩은 가질랑
슬쩍 잘라 주기도 하고
세월에 곪고 터진 상처는
긴 혀로 핥아 주기도 하다가
열매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머리와 어깨와 다리에
가지와 줄기에
주렁주렁 달았다가는
별 많은 밤을 골라 그것들을
하나하나 떼어 온 고을에 뿌리는
우리 동네 늙은 느티나무들
- 신경림, 「우리 동네 느티나무들」

* 산비알: ‘산비탈’의 방언.

나 해거름, 들길에 선다. 기엄기엄 ㉡산 그림자 내려오고 길섶의 망초꽃들 몰래 흔들린다. 눈물방울 같

은 점점들, 이제는 벼 끝으로 올라가 수정 방울로 맺힌다. 세상에 허투른 것은 하나 없다. 모두 새 몸으로 태
어나니, 오늘도 쏙독새는 저녁 들을 흔들고 그 울음으로 벼들은 쭉쭉쭉쭉 자란다. 이때쯤 또랑물에 삽을 씻
는 노인, 그 한 생애의 백발은 나의 꿈. 그가 문득 서천으로 고개를 든다. 거기 붉새가 북새질을 치니 내일도
쨍쨍하겠다. 쨍쨍할수록 더욱 치열한 벼들, 이윽고는 또랑물 소리 크게 들려 더욱더 푸르러진다. 이쯤에서
대숲 둘러친 마을 쪽을 안 돌아볼 수 없다. 아직도 몇몇 집에서 오르는 연기. 저 질긴 전통이, 저 오롯한 기
도가 거기 밤꽃보다 환하다. 그래도 밤꽃 사태 난 밤꽃 향기. 그 싱그러움에 이르러선 문득 들이 넓어진다.
그 넓어짐으로 난 아득히 안 보이는 지평선을 듣는다. 뿌듯하다. 이 뿌듯함은 또 어쩌려고 웬 쑥국새 울음까
지 불러내니 아직도 참 모르겠다, 앞 강물조차 시리게 우는 서러움이다. 하지만 이제 하루 여미며 저 노인과

[2부] 적용 학습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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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시 10

나누고 싶은 탁배기 한 잔. 그거야말로 금방 뜬 개밥바라기 별보다도 고즈넉하겠다. 길은 어디서나 열리고


사람은 또 스스로 길이다. 서늘하고 뜨겁고 교교하다. 난 아직도 들에서 마을로 내려서는 게 좋으나, 그 어
떤 길엔들 노래 없으랴. 그 노래가 세상을 푸르게 밝히리.
- 고재종, 「들길에서 마을로」

20001-0090

01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와 (나)는 모두 색채를 드러내는 시어를 활용하여 대상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② (가)와 (나)는 모두 계절의 순환에 따라 변화하는 대상의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③ (가)는 동일한 어미의 반복을, (나)는 말을 건네는 방식을 통해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④ (가)는 특정 대상의 여러 모습을, (나)는 다양한 대상을 열거하며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⑤ (가)는 낮과 밤의 대비를, (나)는 어둠과 밝음의 대조를 통해 시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20001-0091

02 ㉠과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결핍의 정서를 이끌어 내고, ㉡은 충만감을 느끼게 한다.

② ㉠은 역경과 고난을 의미하고, ㉡은 편안함과 즐거움을 뜻한다.
③ ㉠은 정적인 느낌을 강화하고, ㉡은 역동적인 느낌을 부각한다.
④ ㉠은 공간적 배경을 알게 하고, ㉡은 시간적 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⑤ ㉠은 하강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은 상승적 이미지를 조성한다.

10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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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33쪽

20001-0092

03 (가)에 대한 <보기>의 ‘학습 활동’을 수행한 결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학습 활동]
「우리 동네 느티나무들」은 자연물을 의인화하여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형상화한 시이다. 이 시를
읽고 떠오르는 삶의 모습을 시어나 시구를 근거로 정리해 보자.

① ‘저희들’, ‘느티나무들’이라는 시어를 통해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② ‘밀고 당기고 간지럼질도 시키’다가 ‘토라지고 다투’는 모습을 통해 타인을 괴롭히는 행동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③ ‘떼어 주고’, ‘만져도 주고’, ‘핥아 주기도 하’는 모습을 통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시련이나

아픔을 서로 위로하며 살아가는 삶을 엿볼 수 있다.
④ ‘끌어안기도 하고 기대기도 하’는 모습을 통해 서로 포용할 줄도 알고, 힘들 때 서로 의지하

며 살아갈 수도 있는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⑤ ‘늙은 느티나무들’이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온 고을에 뿌리는’ 것을 통해 오랜 세월 쌓은

경험과 지혜를 세상 사람들과 함께 나누려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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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보기>를 바탕으로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들길에서 마을로」는 저녁 무렵을 배경으로 농촌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행과 연을 나누지
않고 전체적으로 이어지는 산문시의 형식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문장 부호나 표현법 등을 통해 자
연스러운 운율감을 드러내고 있다. 들길에서 마을로 가고 있는 화자의 시선 이동을 통해 시상이 전
개되고 있으며, 단순히 배경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연의 생명력에 대한 예찬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화자의 농촌 마을에 대한 애정 어린 정서는 인생에 대한 성찰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① ‘들길’, ‘대숲 둘러친 마을 쪽’, ‘몇몇 집에서 오르는 연기’ 등에서 농촌의 풍경이 엿보이는군.

② 쉼표와 마침표를 통해 리듬을 조절하고, ‘쭉쭉쭉쭉’, ‘쨍쨍’과 같은 의태어를 활용하여 운율

감을 형성하고 있군.
③ 들길에서 ‘길섶의 망초꽃들’을 보던 화자가 마을로 이동하여 ‘삽을 씻는 노인’, ‘지평선’, ‘개

밥바라기 별’을 바라보며 시상이 전개되고 있군.
④ ‘쏙독새’의 ‘울음’, ‘붉새’의 ‘북새질’, ‘또랑물 소리’ 등은 ‘벼들’의 성장, ‘치열한’ 삶, ‘더욱

더 푸르러’지는 모습 등과 연결되어 생명력이 느껴지게 하는군.
⑤ ‘노인과’ ‘탁배기 한 잔’ ‘나누고 싶’어 하면서 ‘길은 어디서나 열리고’ ‘그 어떤 길엔들 노래

없으랴’라는 화자의 태도에서 인생에 대한 성찰을 엿볼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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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시 1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 꽃과 분홍 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 꽃과 분홍 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흩어진 꽃잎들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 나희덕,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 한껏 구름의 나들이가 보기 좋은 날
등나무 아래 기대어 서서 보면
가닥가닥 꼬여 넝쿨져 뻗는 것이
참 예사스러운 일이 아니다
철없이 주걱주걱 흐르던 눈물도 이제는
잘게 부서져서 ㉡구슬 같은 소리를 내고
슬픔에다 기쁨을 반반씩 버무린 색깔로
연등 날 지등(紙燈)의 불빛이 흔들리듯
내 가슴에 기쁨 같은 슬픔 같은 것의 물결이
반반씩 한꺼번에 녹아 흐르기 시작한 것은
평발 밑으로 처져 내린 등꽃 송이를 보고 난
그 후부터다

밑뿌리야 절제 없이 뻗어 있겠지만
아랫도리의 두어 가닥 튼튼한 줄기가 꼬여

10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074-107 현대시).indd 104 20. 1. 6. 오후 10:19


정답과 해설 35쪽

큰 둥치를 이루는 것을 보면
그렇다 너와 내가 자꾸 꼬여 가는 그 속에서
좋은 꽃들은 피어나지 않겠느냐?

또 구름이 내 머리 위 평발을 밟고 가나 보다
그러면 어느 문갑 속에서 파란 옥빛 구슬
꺼내 드는 ㉢은은한 소리가 들린다.
- 송수권, 「등꽃 아래서」

20001-0094

01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와 (나)는 모두 설의법과 단정적 어조를 활용하여 화자의 자기반성적 태도를 암시하고
‌
있다.
② (가)와 (나)는 모두 대상의 외양적 특징이 화자의 인식과 태도가 변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
있다.
③ (가)와 (나)는 모두 유사한 통사 구조의 반복을 활용하여 부정적인 현실 상황을 극복하려는
‌
화자의 의지를 부각하고 있다.
④ (가)는 대상의 변화 과정을 통해, (나)는 과거 회상의 매개체를 활용하여 시간 흐름에 따른
‌
세태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⑤ (가)는 원경에서 근경으로의 시선 이동을 통해, (나)는 근경에서 원경으로의 시선 이동을 통
‌
해 화자가 주목하는 대상의 의미를 부각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105

21 수특_문학(074-107 현대시).indd 105 20. 1. 6. 오후 10:19


적용 학습 현대시 11

20001-0095

02 <보기>를 참고하여 ㉠~㉢을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시에서는 두 종류의 감각이 결합하는 방식으로 시인의 주관적 감정이 구체화되는 경우가 있다.
그중에서 청각적 이미지를 시각적 이미지로 전이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와 같은 표현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반대로 시각적 이미지를 청각적 이미지로 전이시키
는 경우도 있다. 소리 없는 모양을 청각적 이미지로 바꾸는 과정은, 울림과 여운이 있는 시적 정서
로 환기되어 주제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다.

① ㉠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을 시각적 이미지로 전이시킨 것으로,


‌
시인의 주관적 감정이 구체화된다고 볼 수 있겠지.
② ㉡은 ‘주걱주걱 흐르던 눈물’을 청각적 이미지로 전이시킨 것으로, 화자의 비애감을 강조하
‌
여 주제를 형상화한다고 볼 수 있겠지.
③ ㉡이 ‘슬픔에다 기쁨을 반반씩 버무린 색깔’의 시각적 이미지로 전이되는 것은, 화자의 불안
‌
함을 부각하는 효과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겠지.
④ ㉢은 ‘좋은 꽃’의 ‘파란 옥빛’이 나타내는 시각적 이미지를 청각적 이미지로 전이시킨 것으
‌
로, 대상에 대한 화자의 긍정적 인식이 독자에게 감동과 여운을 주는 시적 정서로 환기된다
고 할 수 있겠지.
⑤ ㉢은 ‘평발을 밟고 가’는 ‘구름’의 시각적 움직임을 청각적 이미지로 전이시킨 것으로, 대상
‌
을 변화시키려는 화자의 주관적 의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된다고 할 수 있겠지.

10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074-107 현대시).indd 106 20. 1. 6. 오후 10:19


정답과 해설 35쪽

20001-0096

03 <보기>를 참고하여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는 화자가 대상을 이해해 가는 변화의 과정이 드러난 작품이다. 처음에
화자는 대상의 특징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갖고 대상에 거리감을 느끼며 그와의 본격적인 만남을 유
예하게 된다. 하지만 멀리서 대상을 바라본 화자는 그의 진실한 모습을 발견하여 대상에 다가가게
되고, 대상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화자는 자신의 편견으로 인해 상대의 마음을 읽는 데 오랜 시간
이 지나게 되었음을 고백하고 성찰하며, 비로소 대상과의 성숙한 만남을 이룬 후 교감하게 된다.

①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나무에게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는 화자의 회상은,


‌
화자가 대상에게 오해에서 비롯된 감정을 지녔음을 보여 주는군.
② ‘아마 /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것이라고 대상을 파악한 화자의 거리감은, 둘 사이
‌
의 본격적인 만남을 유예한 원인이 되었겠군.
③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이라는 대상에 대한 화자의 짐작은, 스스로를 성
‌
찰하는 태도가 부족했던 상대방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겠군.
④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다는 화자의 고백은, 화자가 자신의 편견으로 인해
‌
상대의 마음을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음에 대한 반성을 내포하는 것이겠군.
⑤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저녁이 오는 소리’를 듣는 화자의 행위는, 대상을 진정으로 이해하
‌
고 그 대상과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겠군.

[2부] 적용 학습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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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0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옛날, 지하국에는 마귀가 살고 있어서 가끔 이 세상에 나타나 어지럽히거나 예쁜 여자를 납치하는 것을


일삼았다. 어느 때는 마귀가 나타나 왕의 세 공주를 한 번에 납치해 간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왕은 모든 신
하에게 명해 마귀를 잡아오도록 묘책을 강구하게 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대책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얼
마간 지나서 한 무사가 “임금님, 저의 집안은 대대로 나라의 녹봉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몸을 바쳐
나라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저에게 마귀 퇴치를 위한 중임을 맡겨 주십시
오. 반드시 공주님을 구해 오겠습니다.”라고 말하므로 왕은 기뻐서 이를 허락했다. 그리고 왕은 “누구든지
공주를 구해 오는 자에게는 내가 지극히 귀여워하는 딸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무사는 몇 명의 부하를 데리고 당장 마귀의 소굴을 찾아 나섰다. 그는 수년간 천하의 구석구석을 찾아 헤
매었으나 마귀의 소굴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어느 날 그는 피곤하여 산기슭에 누워 바위를 베개
삼아 잠시 꿈을 꾸게 되었다. 꿈에서 한 ㉠백발노인이 나타나 “나는 산신령이다. 네가 찾고 있는 마귀의 소
굴은 이 산 저쪽 너머 산속에 있다. 그곳에서 너는 이상한 커다란 바위를 발견할 것이다. 그것을 치우면 바
위 밑에 겨우 한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이 있다. 그 구멍을 통해서 내려가면 점점 넓어져 드디어 별세
상이 나올 것이다. 그 세상이 말하자면 마귀의 세계인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는 가르침대
로 산을 넘어 마귀가 있는 산까지 왔다. 무사는 부하들에게 명해서 튼튼한 밧줄을 만들게 하고 바구니를 짜
도록 했다. 그리고 부하들에게 “누가 이 바구니에 타서 놈의 사정을 살피고 오겠는가.”라고 말했지만 한 사
람도 응하지 않았다. 그는 부하 중 한 사람에게 “네가 내려가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도중에 위험하면 줄
을 흔들어라. 그리하면 즉시 올려 주겠다.”라고 말했다. 그자는 지상에서 조금 내려가자 줄을 흔들었다. 무
서웠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시도한 부하는 거의 밑바닥까지 갔지만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줄을 흔들었
다. 무사는 할 수 없이 자기가 내려가기로 했다. 그가 밑에 가서 보니 그곳에는 신비한 세계가 펼쳐져 있었
다. 그중에 제일 큰 집이 마귀의 집이었다. 그는 바로 들어가지 않고 마귀의 집 우물곁에 있는 큰 나무에 올
라가 동정을 살피기로 했다.
잠시 후에 한 아름다운 여인이 머리에 물 항아리를 이고 우물에 물을 길으러 오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틀림없이 공주 중의 한 사람이었다. 공주가 항아리에 물을 길어 들어 올리려고 하는 순간에 무사는
나뭇잎을 한 주먹 따서 훌훌 떨어뜨렸다. 공주가 “얄궂은 바람.” 하면서 다시 새 물을 채워 이고 가려고 하
자 무사는 또 나뭇잎을 떨어뜨렸다. 공주가 “이상한 일이다. 오늘은 바람도 없는데.” 하면서 위를 바라보았
는데, 그곳에 한 사람이 있어 깜짝 놀라며 “당신은 이 세상 사람입니까? 어떻게 이런 마귀의 세상에 들어오
게 된 것입니까.” 하고 물었다. 무사는 나무에서 내려와 지금까지의 사정을 말했다. 그러자 공주는 “마귀의
집에는 사나운 문지기가 많이 있습니다. 어떻게 마귀의 집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하고 슬퍼했다. 무사
는 대답하기를 “제가 젊을 때 어느 무사로부터 약간의 술법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럼 제가 지금 수박으
로 변할 테니 재주껏 하십시오.”라고 말하고 열 발자국 정도 물러서 공중으로 날아 세 번 공중제비를 하니
수박이 되었다. 공주는 그것을 치마에 싸서 거침없이 집 안에까지 들어가 그것을 찬장에 얹어 놓았다. 문지
기는 공주의 치마를 조사했지만 수박이었기에 의심 없이 통과시켰던 것이다. 그런데 빈틈없는 마귀는 “어
쩐지 사람 냄새가 난다. 어찌 된 것이냐.” 하고 말하며 코를 실죽실죽 하더니 드디어 크게 노하며 공주들을
불러 세우더니 꾸짖었다. 그렇지만 공주들은 태연한 얼굴로 “그럴 리 없습니다. 병중이라 그러신 게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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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36쪽

고 시치미를 뗐다. 마귀는 그때 마침 몸이 좋지 않았다. 공주들은 독한 술을 몇 병이고 빚어 놓고 마귀의 병


이 낫기를 일각이 여삼추처럼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후 공주들은 독한 술과 세 마리 돼지를 가지고 연회를 베풀어 마귀를 초대하여 “주인님의 병이 나았
으므로 우리가 축복하기 위해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오늘은 우리와 함께 즐깁시다.”라고 하면서 전에 없이
애교를 부렸으므로 마귀는 그들 손에 놀아나며 즐겁게 술을 마셨다. 마귀가 세 병의 독한 술을 남김없이 마
신 다음에는, 공주들이 마귀를 자기들의 무릎에 눕게까지 하여 머리의 이까지 잡아 주었기 때문에 마귀는
‘이제는 나의 말을 고분고분 들어주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아주 기뻐했다. 그리고 “오늘은 너희가 나를 위
해 잔치를 베풀어 주었으니 그 대신 나는 그대들에게 소원을 들어주지.” 하고 말했다. 공주들은 이때 반가
워하며 “우리에게는 별다른 소원이 없습니다만 다만 하나 알고 싶은 게 있습니다. 주인님은 이 세상에서 제
일 강한 분이시니 죽는 일은 없겠지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마귀는 기분이 좋은 나머지 입을 열어 “나라고
죽지 않겠냐. 나의 겨드랑이 밑에 두 장씩 비늘이 있다. 그것을 떼 버리면 나의 목숨은 없다. 그러나 이것을
떼는 놈은 이 세상에는 없다. 하하하.” 하고는 크게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졌다. 공주들은 좋은 기회를 놓
칠세라 평소 지니고 있던 장도칼을 뽑았다. 그런데 순간 칼이 ‘징징’ 하고 울리기 시작했다. 공주들은 외발
로 칼을 밟으면서 꾸짖었다. 그러자 장도칼이 울리는 것이 멈췄다. 공주들은 마귀의 좌우 겨드랑이에서 넉
장의 비늘을 베어 냈다. 그러자 마귀의 목이 즉시 몸에서 떨어져 천장에 붙었는가 하면 다시 몸에 붙으려고
했다. 이때 한 공주가 준비해 둔 재를 재빨리 벤 자리에 뿌렸더니 머리가 끝내 몸에 붙을 수가 없게 되어 몸
과 머리가 서로 떨어져 나동그라졌다. 그러자 마귀는 죽었다. / 공주들은 무사와 함께 구멍 밑으로 며칠에
걸쳐 왔다. 바구니는 약속한 대로 그곳에 내려져 있었는데 ‘먼저 공주들을 구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생각해서 무사는 공주들을 한 사람 한 사람씩 그 바구니에 태우고 줄을 흔들었다. 위에서 기다리던 부하들
은 기뻐서 줄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세 공주를 모두 태워 올라간 바구니는 내려오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부
하들은 줄 대신에 큰 바위를 굴러 떨어뜨렸다. 그리고 부하들은 공주들을 데리고 고국으로 돌아가 왕의 앞
에 섰다. 왕은 대단히 기뻐 잔치를 열었다. 왕은 부하들이 공주들을 구해 온 것으로 믿은 것이다.
벼락 치듯 굴러 떨어지는 바위 소리에 놀라며 재빨리 몸을 피한 무사는 목숨만은 구할 수 있었지만 지상
으로 올라갈 방법을 찾지 못했다. 무사는 부하들의 농간에 속은 것을 후회했지만 소용이 없어 그저 슬퍼하
고 있었는데 그전의 노인이 재차 나타나서는 한 필의 말을 주면서 “이 말을 타면 지상으로 갈 수 있다.”라고
했다. 그가 그 말을 타고 한 번 채찍으로 치니 말은 단숨에 새와 같이 날아 그를 지상으로 보냈다.
- 작자 미상, 「지하국 대적 퇴치(地下國大賊退治)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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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주인공에게 모범이 되는 행동을 보여 주고 있다.
‌
② 문제 상황에 따라 주인공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③ 주인공이 비범한 능력을 길러 갖추도록 가르침을 주고 있다.
④ 상황의 반전을 위한 성찰의 계기를 주인공에게 마련해 주고 있다.
⑤ 주인공이 자신에게 닥칠 위기를 아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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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36쪽

20001-0098

02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공주들은 계획적으로 독한 술로 마귀를 취하게 만들어 마귀를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
했다.
② 마귀는 인간이 집에 들어왔다고 의심했으나, 무사는 공주들의 대응에 힘입어 변을 당하지
‌
않았다.
③ 한 공주가 미리 마련해 놓은 재는 마귀의 머리와 몸이 붙지 않도록 해 마귀가 죽는 데 영향을
‌
끼쳤다.
④ 마귀의 집 우물곁 큰 나무에 올라가 있던 무사는 나뭇잎을 떨어뜨려 공주들에게 위험을 알리
‌
고자 했다.
⑤ 공주들이 자신의 말을 잘 따른다고 여긴 마귀는 기분이 좋아 공주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알
‌
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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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는 다음의 ㉮, ㉯와 같이 대립적 성격을 지닌 두 공간을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에의 봉착, 인물 간의 대결 등의 요소를 통해 서사의 긴장
감을 높이거나 당면한 문제의 해결을 통해 긴장감을 이완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서사 전개는 공간
의 성격과 의미를 나타내는 데 기여하며, 독자가 흥미를 느껴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 지상국 → ㉯ 지하국

① ㉯의 마귀가 ㉮를 혼란시키거나 ㉮의 여자를 납치해 가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은 ㉮와


‌
㉯의 대립적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② ㉮의 무사와 부하들에게 마귀와 대립해야 하는 ㉯는 두려움의 공간이자 신분 상승의 기회를
‌
제공하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③ 무사가 술법으로 수박이 되어 집 안에 들어간 것은 ㉯의 마귀 집을 지키는 사나운 문지기가
‌
많아 생긴 긴장감을 이완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④ 세 공주가 모두 ㉯에서 ㉮로 탈출한 후 부하들이 무사를 ㉯에서 ㉮로 못 나오게 한 것은 이
‌
완되었던 서사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⑤ 무사가 수년간의 노력 끝에 ㉯로 들어가는 출입구를 찾게 된 것은 악을 위한 공간으로서 ㉯
‌
가 지닌 성격이 ㉮와의 교류를 통해 희석될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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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02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신라에서는 해마다 음력 2월이 되면 초여드렛날부터 보름날까지 서울의 남녀들이 흥륜사의 전탑을 돌며


복을 빌었다. 원성왕 시절에 화랑 김현이 밤이 깊도록 혼자 쉬지 않고 탑돌이를 하였다. 그때 한 처녀도 염
불을 외우면서 따라 돌았는데 서로 감정이 통하여 눈길을 주었다. 그들은 탑돌이를 마치고 조용한 곳으로
가, 정을 통하였다.
처녀가 막 돌아가려고 하니 김현이 따라가려 하였다. 처녀는 사양했으나 김현은 억지로 따라갔다. 서산
기슭에 이르러 한 초가집으로 들어갔는데 노파가 처녀에게 물었다.
“따라온 이는 누구냐? ”
처녀가 사실대로 대답하자 노파가 말했다.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없었던 것만 못하구나. 허나 이미 저지른 일이기에 어찌할 수 없다. 은밀한 곳에

숨겨 주어라. 네 오빠들이 나쁜 짓을 할까 두렵구나.”
처녀는 김현을 이끌어 구석진 곳에 숨겨 주었다. 얼마 뒤 호랑이 세 마리가 으르렁거리며 와서 사람의 말
로 이야기했다.
“집에서 비린내가 나니 요기하기 좋겠구나.”
노파는 그녀와 함께 꾸짖었다.
“너희들 코가 어떻게 되었구나. 어찌 미친 소리를 하느냐? ”
이때 하늘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너희가 남의 생명 해치는 것을 좋아하니 마땅히 한 놈을 죽여 악행을 징계하겠다.”
세 호랑이가 이 말을 듣고 모두 근심하는 기색을 보이자 처녀가 말했다.
“만일 세 오빠가 멀리 피해 가서 스스로 뉘우친다면 제가 대신 그 벌을 받을게요.”
이에 모두 기뻐하며 고개를 숙이고 꼬리를 치고 도망갔다. 처녀가 김현에게 말했다.
“처음에 저는 낭군께서 저희 집에 오는 것이 부끄러워 오지 못하게 하였는데, 이제는 감출 것이 없으니

감히 속마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비록 제가 낭군과는 다른 부류이지만 하룻밤의 즐거움을 함께했으니
그 의리는 부부의 인연만큼 소중한 것입니다. 세 오빠의 악행을 하늘이 이미 미워하기에, 집안의 재앙을
제가 감당하려고 합니다. 알지 못하는 사람의 손에 죽는 것이 어찌 낭군의 칼에 죽어 은덕을 갚는 것과 같
겠습니까? 제가 내일 거리로 들어가 사람들을 심하게 해치면 사람들은 저를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대왕께서는 반드시 높은 벼슬을 걸고 저를 잡을 사람을 찾을 것입니다. 낭군께서는 겁내지 말고
저를 따라 성 북쪽 숲속으로 오세요. 제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김현이 말했다.
“사람이 사람과 사귀는 것은 인륜의 도리이지만, 다른 부류와 사귀는 것은 정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

게 되었으니 진실로 하늘이 준 운명인데, 어찌 차마 배필의 죽음을 팔아서 요행으로 한 세상의 벼슬자리
를 바라겠습니까? ”
처녀가 말했다.
“낭군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지 마십시오. 지금 제가 일찍 죽는 것은 하늘의 명이며 또한 제가 바라는 바

[2부] 적용 학습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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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02

입니다. 낭군의 경사이고 저희 가족의 축복이며 나라 사람들의 기쁨입니다. 제 죽음으로 다섯 가지 이로


움이 생기니 어찌 꺼리겠습니까? 다만 저를 위해 절을 짓고 불경을 강론하여 좋은 업보를 얻도록 해 주시
면 더없이 큰 은혜일 것입니다.”
김현과 처녀는 서로 울면서 헤어졌다.
다음 날 과연 사나운 호랑이가 성안으로 들어와 사람들을 사납게 해치니 감당할 수가 없었다. 원성왕은
소식을 듣고 명령하였다.
“호랑이를 잡는 자에게는 2급의 벼슬을 주겠다.”
김현이 궁궐로 들어가 아뢰었다.
“제가 잡을 수 있습니다.”
이에 먼저 벼슬을 주어 그를 격려하였다. 김현이 단도를 지니고 숲속으로 들어가니 호랑이가 처녀로 변하
여 반갑게 웃으며 말하였다.
“간밤에 저와 낭군이 함께 나눈 말을 잊지 마십시오. 오늘 제 발톱에 다친 사람들은 모두 흥륜사의 간장

을 바르고 그 절의 나팔 소리를 들으면 곧 나을 것입니다.”
처녀가 말을 마치고 김현이 차고 있던 칼을 뽑아 스스로 찌르자 처녀는 바로 호랑이가 되었다. 김현이 숲
에서 나와 말하였다.
“지금 여기서 호랑이를 쉽게 잡았다.”
사정은 말하지 않고 단지 호랑이가 일러 준 대로 사람들을 치료하게 하니, 그 상처가 모두 나았다. 지금도
풍속에서는 호랑이에게 입은 상처에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김현은 등용된 후 서천 가에 절을 세우고 ‘호원사’라 하였다. 항상 『법망경』을 강론하여 호랑이의 명복을
빌고, 스스로를 희생하여 어짊을 이루어 준 은혜를 갚았다. 김현이 죽을 즈음에, 전에 있었던 이상한 일에
매우 감동하여 전기를 적었으므로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하여 그 기록을 「논호림」이라 불렀고, 지금
도 그렇게 부른다.
- 작자 미상, 「김현감호(金現感虎)」

20001-0100

01 ‘처녀’와 ‘김현’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처녀는 김현과의 의리를 부부의 인연만큼 소중한 것으로 여긴다.
② 처녀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견하고 김현이 할 일을 알려 준다.
③ 김현은 인륜의 도리를 지키고자 처녀와 만남을 지속하려 한다.
④ 처녀는 자신의 죽음으로 다섯 가지 이로움이 생긴다고 믿는다.
⑤ 김현이 사람들에게 알려 준 치료법은 처녀로부터 들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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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37쪽

20001-0101

02 윗글의 인물들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처녀는 돌아가는 자신을 김현이 따라오는 것을 꺼려 이를 사양한다.
② 노파는 처녀를 따라온 김현이 나쁜 일을 당하게 될까 염려한다.
③ 노파와 처녀는 사실을 은폐하려고 세 호랑이를 꾸짖는다.
④ 세 호랑이는 하늘의 징계가 자신에게 미칠까 근심한다.
⑤ 처녀는 사람들을 해친 죄로 하늘의 징계를 받게 된다.

20001-0102

03 <보기>는 윗글에 대한 논평의 일부이다. 이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일의 전말을 꼼꼼히 살펴보면 호랑이는 흥륜사의 전탑을 도는 중에 사람을 감동시켰고, 하늘이
호랑이의 악행을 징계하려 하자 자신이 대신하였으며, 신기한 방법을 전하여 사람을 구하였고 절
을 세워 불계를 강론하게 하였다. 이는 짐승의 성품이 어질기 때문만은 아니고 대개 부처가 사물에
감응하는 방법이 다양해서 김현이 정성껏 탑돌이를 하자 그에 감응하여 보답하고자 한 것이니 김
현이 복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

① 김현이 탑돌이를 하던 도중 처녀를 만난 것은 종교적 믿음에 대한 부처의 보답이라고 할 수


‌
있겠군.
② 처녀가 세 오빠 대신 자신이 희생하기로 결심한 것은 어진 성품 때문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
‌
겠군.
③ 처녀가 호랑이로 변하여 죽음을 택한 것은 김현의 정성에 대한 부처의 보답이라고 할 수 있
‌
겠군.
④ 김현이 호랑이를 잡고 얻은 ‘벼슬’은 그의 종교적 믿음에 대한 원성왕의 보상이라고 할 수 있
‌
겠군.
⑤ 김현이 ‘절’을 세운 것은 처녀의 희생에 대한 보답이며 부처의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고 할 수
‌
있겠군.

[2부] 적용 학습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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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03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공방(孔方)의 자(字)는 관지(貫之)이다. 공방이란 구멍이 모가 나게 뚫린 돈, 관지는 돈의 꿰미를 뜻한다.


그 조상은 일찍이 수양산(首陽山)에 숨어 살아서 세상에 쓰인 적이 없었다. 그는 처음 황제 시절에 조금 쓰
였으나, 성질이 굳세어 세상일에 그리 세련되지 못하였다. 어느 날 황제가 관상가를 불렀다. 그가 한참 동
안 관상을 보고 말했다.
“산야(山野)의 성질이라 쓸 만하지 못하오나, 만일 폐하가 만물을 조화하는 풀무와 망치로 때를 긁고 빛

을 갈면 그 자질이 마땅히 점점 드러날 것입니다. 본래 왕이란 존재는 그것이 무엇이든 쓸모가 있게 하는
분이오니, 원컨대 폐하는 저 단단한 구리와 함께 내버리지 마옵소서.”
이로 말미암아 세상에 그의 이름이 나타났다. 그 뒤에 난리를 피하여 강가의 숯 굽는 거리로 이사하여 거
기서 눌러살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 천(泉)은 주(周)나라의 재상으로 나라의 세금 매기는 일을 맡았다. 공방은 밖은 둥글고 안은
모나며, 때에 따라 그에 맞게 잘 변하더니 한(漢)나라에 벼슬하여 홍려경(鴻臚卿)이 되었다. 그때에 오(吳)
나라 왕 비(濞)가 교만하고 참람하여 권세를 도맡아 부렸는데, 공방이 그에게 붙어 많은 이득을 보았다.
무제(武帝) 때에 천하의 경제가 궁핍하여 나라의 창고가 텅 비었으므로, 위에서 걱정하여 공방에게 부민
후(富民侯)라는 벼슬을 주어 그의 무리 염철승(鹽鐵丞) 근(僅)과 함께 조정에 있었는데, 근이 매양 형님이라
하고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공방의 성질이 욕심 많고 더러워 염치가 없었는데, 이제 재물과 씀씀이를 도맡게 되니 본전과 이자의 경
중을 저울질하기 좋아하였다. 나라를 편하게 하는 것은 반드시 질그릇, 쇠그릇을 만드는 기술에만 있는 것
이 아니라 하여, 백성과 더불어 작은 이익이라도 다투었다. 물건값을 낮추어 곡식을 천하게 하고, 재화를
중하게 하여 백성으로 하여금 근본인 농업을 버리고 끝인 상(商)을 좇게 하여 농사에 방해를 끼치므로 관리
들이 많이 상소하여 논했으나 위에서 듣지 않았다.
공방은 또 재치 있게 권세가들을 잘 섬겨 그 문에 드나들며 권세를 부리고, 벼슬을 팔아 올리고 내침이 그
손바닥에 있으므로 벼슬아치들이 절개를 굽혀 그를 섬겼다. 이에 곡식을 쌓고 뇌물을 거둔 문서와 증서가
산 같아 이루 셀 수 없었다.
그는 사람을 접하고 인물을 대함에도 어질고 어리석음을 묻지 않고, 비록 저잣거리 사람이라도 재물만 많
이 가진 자면 다 함께 사귀고 통하였다. 때로는 혹 거리의 못된 젊은이들과 어울려 바둑 두기와 투전하기를
일삼고 뒤섞이기 좋아하므로 사람들이 말하였다.
“공방의 말 한마디는 그 무게가 황금 백 근만 하다.”
원제(元帝)가 자리에 오르자 공우(貢禹)가 글을 올려 아뢰었다.
“공방이 오랫동안 어려운 직책을 맡아보면서, 농사의 근본을 알지 못하고 한갓 장사치의 이익만을 일으

켜 나라를 좀먹고 백성을 해하여 공사가 다 곤궁하며, 더구나 뇌물이 낭자하고 청탁을 버젓이 행하오니,
대저 ‘짐을 지고 또 타게 되면 도둑이 이르게 된다.’ 한 것은 옛날의 분명한 경계이니 청컨대 그를 면직시
켜 욕심 많고 더러운 자를 징계하옵소서.”
이때에 정사를 맡은 자 중에 곡량(穀梁)의 학문으로 벼슬에 나아간 이가 있었는데, 군자(軍資)를 맡아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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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38쪽

차 변방을 막는 방책을 세우려 하니, 공방이 하는 일을 미워하였다. 그자가 공우의 말을 도우니, 임금이 그
아룀을 받아들여 공방은 마침내 쫓겨나게 되었다.
(중략)
진(晉)나라에 화교(和嶠)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공방에 대한 얘기를 듣고 기뻐하며 사귀어 큰 재산을 모
았다. 화교가 공방을 사랑하는 것이 큰 버릇이 되니, 노포(魯褒)가 논(論)을 지어 화교를 비난하고 그릇된
풍속을 바로잡았다. 화교의 무리 중에서 오직 완적(阮籍)만은 성품이 활달해서 속물(俗物)을 즐기지 않았는
데도 공방의 무리와 어울려 술집에 이르러 때로는 취하도록 마셨다. 왕이보(王夷甫)는 입에 일찍이 공방의
이름을 담지 않고 다만 ‘그것’이라 일컬었으니, 공방이 깨끗한 자에게 비천하게 여겨짐이 이와 같았다.
당(唐)나라가 일어났다. 유안(劉晏)이 나라의 재산을 관리하는 탁지판관(度支判官)이 되었는데, 당시 국
가의 재산이 넉넉하지 못했으므로, 임금께 청하여 다시 공방의 방법을 써서 나라의 씀씀이를 편하게 하자
하였으니, 그의 말이 식화지(食貨志) *에 있다. 그러나 그때 공방은 죽은 지가 이미 오래였고, 그 제자로서
사방에 흩어져 있는 자들이 다시 쓰이게 되었다. 그 방법이 개원(開元)·천보(天寶) *의 즈음에 크게 행하여
위에서 조서(詔書)를 내려 공방에게 조의대부소부승(朝議大夫少府丞)의 벼슬을 추증하기까지 하였다.
남송(南宋) 신종조(神宗朝) 때에 왕안석(王安石)이 나라 일을 맡아보면서 여혜경(呂惠卿)을 끌어 함께 정
사를 도왔는데, 청묘법(靑苗法) *을 세우니 천하가 떠들썩하여 아주 못살게 되었다. 소식(蘇軾)이 그 폐단을
극론하여 그들을 모조리 배척하려다가 도리어 모함에 빠져 귀양 가게 되매, 그로부터 조정의 인사들이 감
히 말하지 못하였다. 사마광(司馬光)이 정승으로 들어가 그 법을 폐하기를 아뢰고 소식(蘇軾)을 천거하여
쓰니, 공방의 무리가 조금 세력이 감쇠되어 다시 성하지 못하였다. 공방의 아들 윤(輪)은 경박하여 세상의
욕을 먹었고, 뒤에 수형령(水衡令)이 되었으나 장물죄(臟物罪)가 드러나 사형되었다고 한다.
- 임춘, 「공방전(孔方傳)」

* 식화지: 역대 정사(正史)에 포함되어 있는 재정 관련 기록편의 명칭.
* 개원·천보: 당나라 현종이 다스린 개원 연간 29년과 천보 연간 14년을 합친 43년간의 치세.
* 청묘법: 왕안석의 신법의 일환으로 실시된 농민에 대한 저리 금융 정책.

20001-0103

01 윗글의 ‘공방’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그의 조상은 세상에 나지 않고 산속에 숨어 살았다.
② 밖은 둥글고 안은 모난 이중적 면모를 지니고 있다.
③ 매관매직으로 권력을 얻고 개인적인 부를 축적하였다.
④ 그가 죽은 뒤에 그의 방법이 크게 쓰여 벼슬까지 받았다.
⑤ 그의 아들은 경박한 성격이었지만 재물은 공정하게 취득하였다.

[2부] 적용 학습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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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38쪽

20001-0104

02 윗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공우’는 부정 청탁에 연루된 공방을 징계해야 한다고 황제에게 아뢰었다.
② ‘화교’는 공방과 가깝게 지낸다는 이유로 ‘노포’에게 비난을 받아야 했다.
③ ‘왕이보’는 공방을 부르는 호칭으로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④ ‘유안’은 나라의 부를 늘리기 위해 공방의 방법을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⑤ ‘사마광’은 정승이 되어 공방의 세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20001-0105

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공방전」 은 ‘돈’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경계한다는 점에서 고전 소설인 「흥부전」과 유사하면서도
  
그 형상화 방식은 크게 다르다. 「흥부전」 은 허구적인 시·공간, 인물을 설정한다. 허구적인 인물인
  
흥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대립적 인물인 형 놀부를 등장시켜, 가난하지만 착한 인물이 부자가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 나간다. 반면 「공방전」은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한다. 동전을 의인화한
공방을 주인공으로 삼고, 동전의 변천사를 토대로 가계를 형성한다. 주인공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
을 가지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호의적인 모습도 보여 준다. 착한 주인공을 등장시켜 시종일관 동일
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흥부전」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① ‘위에서 걱정하여 공방에게 부민후라는 벼슬을 주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은
‌
「흥부전」과 달리 주인공을 의인화했음을 알 수 있군.
② 공방의 조상, 아버지, 아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은 「흥부전」과 달리 공방의 가계
‌
를 형상화하여 동전의 내력을 서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군.
③ ‘한’, ‘진’, ‘당’, ‘남송’ 등 옛 왕조가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은 「흥부전」과 달리 실제
‌
역사를 토대로 동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군.
④ ‘공방의 성질이 욕심 많고 더러워 염치가 없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은 「흥부전」과
‌
달리 주인공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군.
⑤ 사마광이 ‘모함에 빠져 귀양 가게’ 되었던 소식을 천거하는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은 「흥부
‌
전」과 달리 경우에 따라 주인공에게 긍정적인 평가도 언급함을 알 수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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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04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다음 날은 마침 삼월 스무나흘이었다. 이 고장에는 이날이면 만복사(萬福寺) *에 등불을 켜 달고 복을 비


는 풍속이 있었다. 그날도 많은 남녀가 만복사에 모여들어 제각기 소원을 빌었다.
날이 저물고 범패도 끝나자 인적이 드물어졌다. 양생은 법당으로 들어가 불상 앞에 섰다. 그러고는 소매
속에서 저포를 꺼내어 앞으로 던지며 말하였다.
“제가 오늘 부처님과 더불어 저포 놀이 *를 한판 하려고 합니다. 만약 제가 진다면 법연을 베풀어서 제사

를 올리겠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지시면 아름다운 여인을 얻어 제 소원을 이루어 주셔야 합니다.”
양생은 축원을 마치고 저포를 던졌다. ㉠결과는 양생의 승리였다. 그는 즉시 불상 앞에 꿇어앉아 아뢰었다.
“일이 이미 정해졌으니 절대로 속이시면 안 됩니다.”
양생은 말을 마치고 불상을 모셔 놓은 자리 아래 숨어서 약속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어떤 아
름다운 여인이 나타났다. 나이는 열대여섯쯤 되었을까, 양 갈래로 땋아 내린 머리와 수수한 옷차림이 얌전
한 아가씨였다. 하늘의 선녀나 바다의 여신처럼 아름다운 그녀는 바라볼수록 단정한 모습이었다.
여인이 기름병을 들어 등잔에 기름을 부은 후 향을 꽂았다. 그리고 부처 앞에 세 번 절을 올린 후 꿇어앉
아 슬픈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 “사람의 인생이 아무리 박명한들 어찌 이와 같을까? ”
그녀는 품속에서 축원문 을 꺼내어 불상 앞 탁자 위에 바쳤다. 그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아무 고을 아무 지역에 사는 아무개가 아룁니다. 전에 변방의 방어가 무너져 왜구가 쳐들어왔을 때 칼날


이 눈앞을 가득 채우고 봉화가 해마다 피어올랐습니다. 왜구들이 집들을 불살라 버리고 백성들을 노략질하
니 사람들은 동서로 달아나 숨고 사방으로 도망가기 바빴습니다. 이 와중에 친척과 하인들이 뿔뿔이 흩어
지고 말았습니다. 소녀는 냇버들처럼 연약한 몸으로 멀리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규방 깊숙이 숨어 끝
까지 정절을 지키고 깨끗한 행실을 보전하면서 난리의 화를 면하였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딸자식이 정절을
지켜 낸 것을 기특하게 여기시고 한적한 곳으로 피신시켜 임시로 초야에 묻혀 살게 하셨습니다. 그게 이미
삼 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을 달밤과 꽃 피는 봄날을 상심한 채 헛되이 보내면서 정처 없이 떠다니는 구
름, 흘러가는 강물처럼 무료하게 하루하루를 보낼 따름입니다. 인적 없는 빈 골짜기에서 쓸쓸히 지내면서
박명한 한평생을 한탄하였습니다. 또 맑게 갠 밤을 홀로 지새우면서 아름다운 난새의 독무를 슬퍼하였습니
다.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혼백이 상해 가고, 여름낮 겨울밤에는 간담이 찢어지고 창자마저 끊어질 듯합니
다. 부처님께서는 부디 연민의 정을 드리워 주시옵소서. 일생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고, 전생의 업보도
피할 수 없겠지만 저에게 부여된 운명에 인연이 있다면 어서 빨리 만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주시옵
소서. 간절히 비옵나이다.
(중략)
술을 다 마신 후 헤어질 때 여인이 은그릇 하나를 양생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내일 저의 부모님께서 저를 위하여 보련사에서 음식을 베푸실 것이옵니다. 만약 당신이 저를 버리지 않으

실 거라면 보련사 가는 길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저와 함께 절로 가서 제 부모님을 뵙는 것이 어떠신지요? ”
양생이 대답하였다. / “그러겠소.”

[2부] 적용 학습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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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04

이튿날 양생은 여인의 말대로 은그릇을 들고 보련사로 가는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과연 어떤 귀족 집안에서 딸자식의 대상(大祥) *을 치르려고 수레와 말을 길게 늘어세우고 보련사
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길가에서 한 서생이 은그릇을 들고 서 있는 것을 보고, 하인이 아뢰었다.
“아가씨의 무덤에 묻은 물건을 벌써 어떤 사람이 훔쳤습니다.” / 주인이 말하였다.
“그게 무슨 말이냐? ” / 하인이 대답하였다. / “이 서생이 들고 있는 은그릇 말씀입니다.”
주인이 마침내 양생 앞에 말을 멈추고 어찌된 것인지, 은그릇을 지니게 된 경위를 물었다. 양생은 전날 여
인과 약속한 그대로 대답하였다. 여인의 부모가 놀랍고도 의아하게 여기다가 한참 후에 말하였다.
“나에게는 오직 딸아이 하나만이 있었는데 왜구가 침입하여 난리가 났을 때 적에게 해를 입어 죽었다

네. 미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개령사 골짜기에 임시로 묻어 주었지. 이래저래 미루다가 오늘에 이르
[A]
게 되었다네. 오늘이 벌써 대상 날이라 재나 올려 저승길을 추도하려고 한다네. 자네는 약속대로 딸아
이를 기다렸다가 함께 오게. 부디 놀라지 말게나.”
그는 말을 마치고 먼저 보련사로 떠났다.
양생은 우두커니 서서 기다렸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과연 어떤 여인이 계집종을 거느리고 나긋나긋한 자
태로 걸어오는데 바로 그 여인이었다. 양생과 여인은 서로 기뻐하면서 손을 잡고 보련사로 향하였다.
여인은 절 문에 들어서자 부처님께 예를 올리더니 흰 휘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여인의 친척들과 절의
승려들은 모두 그것을 믿지 않았다. 오직 양생만이 혼자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여인이 양생에게 말하였다. / “함께 차와 음식이나 드시지요.”
양생은 그 말을 여인의 부모에게 고하였다. 여인의 부모는 시험해 보고자 양생에게 함께 식사를 하라고
시켰다. 그랬더니 오직 수저를 놀리는 소리만 들렸는데 마치 산 사람이 식사하는 소리와 같았다.
그제야 여인의 부모가 놀라 탄식하면서 양생에게 휘장 곁에서 같이 잠자기를 권하였다. 한밤중에 말소리
가 낭랑히 들렸는데 사람들이 자세히 엿들으려 하면 갑자기 그 말이 끊어졌다.
- 김시습,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

* 만복사: 만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뜻을 가진 절의 이름.
* 저포 놀이: 나무로 만든 주사위를 던져서 승부를 다투는 놀이.
* 대상: 죽은 뒤에 두 돌 만에 지내는 제사.

20001-0106

01 ㉠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양생이 자신이 소망한 바를 이룰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
② 양생이 욕망의 덧없음을 깨닫고 불도를 얻게 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③ 양생이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④ 양생이 성심껏 제사를 올려야만 외로운 처지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⑤ 양생이 부처님을 이긴 잘못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게 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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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39쪽

20001-0107

02 [A]를 통해 축원문 을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여인은 죽음을 피신으로 비유하여 표현하였다.
‌
② 여인은 양생과 만나게 될 것을 인지하고 미리 준비를 하였다.
③ 여인은 전생의 업보를 풀어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 왔다.
④ 여인은 비극적 삶의 원인이 부모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여겼다.
⑤ 여인은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현세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20001-0108

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만복사저포기」는 이승의 남자와 저승의 여자의 만남을 통해 생과 사를 초월한 진실한 사랑에 대
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양생은 비현실계 존재인 여인과 소통하고 만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현실계의 다른 인물에게 비현실계의 여인을 확인시켜 주는 역할을 한
다. 현실계의 인물들은 현실계와 비현실계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진위 판단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양생은 저승의 여인과의 만남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증명한다. 이는 서사의 재미를 더해 주는 요소이면서 사랑이라는 정감과 욕망은 생과 사
를 초월할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① 여인의 부모가 양생이 은그릇을 지니게 된 경위를 듣고 놀라는 것은 현실계와 비현실계는


‌
단절되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② 여인의 부모가 양생에게 과거의 사연을 고백한 것은 양생의 반응을 유도하여 양생이 진실한
‌
사랑을 추구하는 인물인지를 판단해 보려고 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③ 여인이 보련사에 왔으나 여인의 친척들, 절의 승려들이 이를 믿지 못한 것은 현실계와 비현
‌
실계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신뢰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④ 현실계의 다른 사람들은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없으나 양생만이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
것은 양생만이 비현실계 존재인 여인과 교류할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⑤ 여인의 부모가 수저 놀리는 소리를 들은 것은 양생과 죽은 딸이 소통하고 만날 수 있다는 점
‌
을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2부] 적용 학습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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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05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 줄거리] 화욱에게는 세 부인이 있었는데, 심 씨에게서 장자 화춘을, 정 씨에게서 차자 화진을, 요 씨에게서 딸 화빙선을
얻는다. 요 씨가 일찍 죽게 되어 화빙선은 정 씨에게 의탁하게 된다. 성 부인은 화욱의 누이로, 남편인 성염과 사별한 뒤 화욱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

화욱은 정색하며 화춘을 꾸짖었다.


“우리 가문은 대대로 충효와 법도로 전수하여 심성을 한결같이 정도로써 닦고 지켜 왔느니라. 비록 술

잔을 들고 즐겁게 노는 때라 하더라도 일찍이 음란하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말을 한 사람이 없었던 것
[A] 이야. 그런데 지금 네가 부형 앞에서 시를 지으면서 그 광탕함이 이와 같으니 참으로 해괴한 일이로구
나. 차후로는 모름지기 마음을 고치고 행실을 닦아 동정 일체를 반드시 네 동생에게 배우도록 하거라.
화씨 종사를 네 손으로 망하게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니라.”
화춘은 부끄러워하고 두려워하며 물러갔다. / 그날 밤 화춘이 심 씨에게 고했다.
“소자가 모친의 사랑을 과도하게 받은 나머지 멋대로 놀며 학업을 폐했으니, 불초하다는 책망은 본디

달게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오늘 대인께서 지나치게 노여워하시면서 심지어는 ‘화씨 종사가
네 손에서 망하리라.’라는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자식 된 자로서 어찌 원통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있
[B]
겠습니까? 또한 화진이 비록 타고난 재주가 특이하고 행동거지가 볼만하다고는 하나, 대인께서는 소
자로 하여금 화진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매사를 모두 배우게 하려고 하십니다. 하지만 천하에 어찌 형이
동생에게 배우는 도리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
심 씨는 그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내며 낯빛이 변했다.
“상공께서 정씨 가문의 요망한 계집과 간교한 아들 화진에게 빠져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일 뿐이니라. 지

금 이미 무서리가 내렸으니 장차 두꺼운 얼음이 얼고 말 것이다. 하지만 내 차라리 죽을지언정 네가 힘없
이 머리를 숙이는 꼴은 절대로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니라.”
그로부터 심 씨는 화춘과 함께 공연히 정 부인 모자를 원망하여 자나 깨나 이를 갈았다. 또한 화빙선이 정
부인의 손에서 자라났다 하여 소저도 또한 미워했다. 성 부인은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화진과 화
빙선의 앞날을 깊이 염려했다.
그렇게 한두 해가 흘러갔다. / 임 소저는 화춘의 행동거지가 패악하고 언어에 법도가 없음을 날마다 지켜
보다가 마침내 개연히 울면서 간했다.
“군자께서는 법도 있는 가문에서 생장했으니 마땅히 윤리를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근래 말씀이 간혹

윤상(倫常)에 어긋나고 마음 씀씀이가 아름답지 못하십니다. 첩은 비록 우매한 여자이지만 내심으로 한
심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사람은 어진 부형이 있음을 즐거워하는 법입니다. 지금 아버님의 높
은 덕망과 바른 조행(操行), 그리고 삼촌 성 씨(成氏)의 지극한 효성과 공손한 행실을 군자께서는 눈으
[C]
로 직접 보면서 가르침을 받으셨습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삼밭 속의 쑥대는 그대로 두어도 곧게 자
란다.’ 했습니다. 첩은 군자의 어긋난 행실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리라고는 실로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
습니다. 또한 정 씨 어머님의 큰 덕망과 작은 서방님의 곧은 절행을 두고 군자께서는 의심할 수 없는 일
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첩은 언뜻 그런 말씀을 들은 뒤로 귀를 씻어 낼 수 없음을 한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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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화춘은 여전히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다. / 그 뒤로 임 소저는 홀로 기박한 운명을 한탄하며 지아
비의 어질지 못함을 슬퍼하다가 마침내 화춘을 가까이하지 않은 채 자신의 일신만을 깨끗하게 지켜 나갔
다. 그 때문에 오랫동안 자식을 둘 수 없었으므로 화춘은 속에서 부아가 끓어올랐다.
(중략)
성 부인이 잠시 옛집으로 떠난 뒤 심 씨는 비로소 주먹을 휘두르고 아귀를 씰룩거리며 승냥이처럼 으르렁
거렸다. 시녀 계향과 난향 등도 그 뜻을 받들어 분주하게 날뛰었다.
어느 날 요 부인의 유모 취선이 소저를 보고 울면서 한탄했다.
“지극히 인자하시던 선노야와 선부인께서 소저와 공자를 생각하지 아니하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리하여

문득 두 외로운 골육에게 쓰라린 고통을 안긴 나머지, 주옥같은 목숨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처지로 떨
어지고 말았습니다. 진실로 바라거니와 노신이 먼저 죽어 그 참혹한 광경을 보지 않으렵니다.”
소저는 눈물만 삼킬 뿐 대꾸를 하지 않았다. 취선이 다시 울면서 말했다.
“성 부인께서 한 번 부중을 떠나신 뒤로 수선루 시녀들 중에는 혹독한 형벌을 받은 자가 무수히 많답니

다. 그 밖의 사람들도 또한 숨을 죽인 채 오금을 펴지 못하니, 그 운명이 마치 그물에 걸린 토끼와 같습니
다. 아아! 정 부인께서 언제 남에게 악한 일을 하신 적이 있었기에 지금 저희가 이러한 고통을 당하는 것
입니까? ”
그러나 소저는 이번에도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마침 난향이 창밖에서 몰래 그 말을 엿듣고는 재빨리 뛰어가 심 씨에게 고했다.
심 씨는 난향과 계향으로 하여금 소저를 끌어오게 한 뒤 발을 쾅쾅 구르며 꾸짖었다.
“천한 계집 빙선아! 흉악한 마음을 품고 천한 자식의 편에 서서 감히 적자(嫡子)의 지위를 빼앗고자 하여,

먼저 적모(嫡母)부터 없애 버리려고 천한 종년 취선이와 함께 은밀하게 일을 꾸미느냐? ”
소저는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구슬 같은 눈물만 줄줄 흘렸다.
심 씨는 화진을 불러 마당에 무릎을 꿇게 했다. 그리고 쇠몽둥이로 난간을 쳐부수며 큰 소리로 죄를 꾸짖
었다.
“천한 자식 화진아! 성 부인의 세도를 믿고 선군을 우롱해 적장자의 지위를 빼앗으려 했으나, 하늘이 악

인을 도울 리 없어 대사가 실패로 돌아가자, 이제는 도리어 요망한 누이, 흉악한 종년과 함께 짜고 흉측한
짓을 저지르려 하느냐? ”
화진은 통곡하면서 심 씨를 바라보고 대답했다.
“인생 천지에 오륜이 중하고 오륜 가운데서는 부자가 더욱 중합니다.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체이

십니다. 소자가 비록 무상하나 모친께서 어찌 차마 그런 말씀을 하실 수가 있습니까? 소자는 선군자의 혈
속으로서 모부인 슬하에 있는 자입니다. 그런 말씀을 어떻게 소자에게 하실 수가 있다는 말입니까? 빙선
이 비록 취선과 함께 수작한 바는 있었으나, 사사로운 정으로 주고받은 말은 본래 큰 죄가 될 수 없습니
다. 그리고 원망에 찬 말을 했다 하더라도 그 죄는 취선에게 있을 것입니다. 빙선이 언제 참견이나 한 적
이 있었습니까? 오명을 덮어씌우는 말씀은 더욱 삼가야 할 것입니다. 천만 바라건대 조금 측은하게 여겨
주시기 바랍니다.”
- 작자 미상, 「창선감의록(彰善感義錄)」

[2부] 적용 학습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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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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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A]와 [C]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주변 인물과 비교하여 상대방의 변화를 유도한다.

‌
② 옛사람의 말을 인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강화한다.
③ 명령형 어조를 사용하여 단호한 의지를 보여 준다.
④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을 언급한 후 이를 용서한다.
⑤ 자신을 낮추는 표현을 한 후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20001-0110

02 [B]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화춘은 자기가 모친으로부터 편애를 받아 멋대로 놀며 지냈음을 인정한다.
‌
② 화춘은 자신이 화씨 가문의 번영과는 상관없는 인물이라 생각한다.
③ 화춘은 화진이 능력이 뛰어나며 예의가 바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④ 화춘은 화진을 본받으라는 화욱의 명령을 굴욕적으로 느낀다.
⑤ 화춘은 화욱이 자신에게 심한 비난을 한 것을 원통해한다.

20001-0111

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가문 소설은 대체로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작품에 첫 번째 부인이나
장자(長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부인이나 차자(次子)가 주인공으로 등장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가부장이 늘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가부장이 죽거나 멀리 떠나고 이를 대
체하는 다른 존재가 등장하기도 한다. 작품은 가부장, 첫 번째 부인, 장자의 결함 혹은 부재를 통해
갈등을 야기하고 서사의 동력을 생성해 내게 되는 것이다.

① 심 씨와 화춘이 ‘정 부인 모자를 원망하여 자나 깨나 이를’ 가는 것으로 보아, 심 씨는 정 부


‌
인 모자 때문에 자신과 아들의 가문 내에서의 지위가 흔들린다고 생각함을 알 수 있군.
② ‘성 부인이 잠시 옛집으로 떠난 뒤’에 심 씨가 득세하는 것으로 보아, 화욱이 죽은 후 성 부인
‌
이 가부장의 역할을 하며 가문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 수 있군.
③ 요 부인의 유모 취선의 한탄에 화빙선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화빙선은 가문
‌
의 첫 번째 부인인 심 씨에게 불만을 느끼면서도 이를 표출하지 않으려 함을 알 수 있군.
④ 심 씨의 시녀 난향이 취선의 말을 엿듣고 ‘재빨리 뛰어가 심 씨에게 고’한 것으로 보아, 난향
‌
은 가부장이 죽은 뒤 가문 내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군.
⑤ 화진이 심 씨에게 ‘어찌 차마 그런 말씀을 하실 수가 있’냐고 따져 묻는 것으로 보아, 화진이
‌
심 씨의 가문 내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함을 알 수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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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06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홍낭이 저의 추레함이 점점 더함을 보고 추연히 답지 아니한대, 황 자사가 미친 흥을 걷잡지 못하여 좌우


를 호령하여 일척 소선을 준비하여 강중에 띄우고, 소주의 제기(諸妓)로 홍낭을 붙들어 선상에 올리니 선중
에 비단 장을 첩첩이 두르고 아무것도 없더라. 황 자사가 장중에 뛰어들어 홍낭의 손을 잡고 왈,
“홍낭아! 네 비록 철석간장(鐵石肝腸)이나 황여옥의 불같은 욕심에 어찌 녹지 않으리오. 오늘은 내 오호

편주에 서시를 싣고 범대부를 효칙하여 평생을 쾌활히 하리라.”
차시 홍낭이 이 거조(擧措)를 보니 강포지욕(强暴之辱)을 면치 못할지라, 안색을 불변하고 태연히 웃어 왈,
“상공의 체중하심으로 일개 천기를 이같이 겁박하시니 상공의 체면을 깎아내리심이라. 첩은 이미 청루의

천한 계집으로 어찌 열렬한 지조를 말씀하리잇고마는, 다만 평생의 지킨 뜻을 오늘 보전치 못하오니 원
컨대 벽상에 걸린 거문고를 주시면 두어 곡조를 아뢰어 심회를 풀어 화열한 기상으로 상공의 즐기심을 돕
사올까 하나이다.”
황 자사가 홍낭이 자신의 뜻을 따른다고 생각하고 자기 위풍을 두려 회심함인가 하여 바야흐로 손을 놓고
소 왈,
“낭자는 여중호걸이요, 수단 있는 명기라. 내 일찍 황성 청루를 편답하여 이름 있는 기녀와 재주 있는 여

자를 내 수중에 못 달랜 자가 없거늘, 낭자가 한결같이 고집하여 순종치 아니한즉 거의 위태한 거조를 당
할 뻔하였도다. 이제 이같이 회심하여 전화위복하니 이는 낭자의 복이라. 내 비록 부귀치 못하나 당시의
승상의 장자요, 일도 방백의 존귀함을 겸하였으니 마땅히 금옥(金玉)으로 집을 짓고 낭자로 더불어 평생
부귀를 누리게 하리라.”
설파에 친히 거문고를 들어 홍낭을 주며 왈,
“낭자는 재주를 다하여 화락하는 곡조를 타라.”
하니, 홍낭이 미소하고 거문고를 받아 ㉠한 곡조를 타니, 그 소리 화창 방탕하여 삼월 춘풍에 백화가 만발
한 듯, 오릉소년이 준마를 달리는 듯, 언덕의 버들은 비 기운을 띠었고 물가의 갈가마귀 분분하게 춤을 추
니, 황 자사가 호탕함을 이기지 못하여 장을 걷고 좌우를 돌아보아 다시 배반을 내와 홍낭을 의심치 아니하
거늘, 홍낭이 다시 옥수로 줄을 골라 ㉡한 곡조를 타니 그 소리 쓸쓸하나 강개 *하여 소상반죽(瀟湘斑竹)에
저녁 비 떨어지고 새외청총(塞外靑冢)에 찬바람이 일어나니, 강상의 나뭇잎이 풍운에 소슬하고, 천애의 기
러기 애원히 소리하니, 일좌가 추연한 빛이 있어 소·항 제기 무단이 눈물을 머금더라.
홍낭이 이에 곡조를 변하여 소현을 거두고 대현을 울려 ㉢우조를 아뢰니, 그 소리 비창 강개하여 불평한
심사와 오열한 흉금이 일좌를 경동하니, 주중제인이 일시에 읍하하더라. 홍낭이 거문고를 밀치고 열렬한
빛이 미우(眉宇)에 가득하여 왈,
“유유창천(悠悠蒼天) *아, 홍낭을 내실 제 그 근본은 천히 하시고 마음은 강렬히 하여 광활한 세계에 일신

을 용납할 땅이 없으니 청강(淸江) 어복(魚腹) 굴삼려 *를 좇을지라. 바라건대 첩이 죽은 후에 신체를 건지
지 말아 죽어도 조결한 땅에 놀게 하소서.”
말을 마치며 몸을 날려 강심에 뛰어드니, ⓐ오호(嗚呼) 석재(惜哉)라. 필경 생명이 어찌 된고?
(중략)

[2부] 적용 학습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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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06

차시 연옥이 홍낭의 죽음을 듣고 발을 구르며 통곡하고 관문(官門)을 두드려 고 왈,


“소녀는 강남홍의 차환이러니 이름은 연옥이라. 홍낭도 부모 친척이 없고 소녀도 부모 친척이 없어 고단

한 신세로 노주(奴主)가 상의하여 서로 친한 정이 형제 골육과 다름이 없더니, 홍낭이 이제 무죄히 강중 원
혼이 되어 남은 뼈를 거둘 수가 없사오니 원컨대 관력(官力)을 빌어 백골을 수습하여 묻을까 하나이다.”
자사가 그 뜻을 참혹히 여겨 관선 십여 척을 주니 옥이 십여 일을 강중에 배회하여 울며 찾으되 종적이 없
거늘, 하릴없어 집에 돌아와 주과(酒果)와 지전(紙錢)을 갖추어 강상에 초혼하고 홍낭이 입은 의상과 패물
을 강중에 던지고 우니, ⓑ행인 과객과 사공 어부 등이 눈물을 아니 흘릴 이 없더라.
옥이 초혼을 맞고 집에 돌아와 보니 적적한 누대에 티끌이 자욱하고 외롭고 쓸쓸한 문전에 거친 풀이 무성
하니, 전일 풍류의 자취를 물을 곳이 없어 다만 문을 닫고 주야로 호곡하며 황성 간 창두를 주야 기다리더라.
차설. 양 공자가 항주 창두를 보낸 후 객관의 적적한 심사가 날로 더하여 과일(科日)을 기다리더니, 마침
조정에 변이 있어 과거를 뒤로 미루니 오히려 몇 달이 격하였는지라. 공자가 고향을 생각하고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더니, 일일은 서안을 의지하여 한 곳에 이르니 십리강상에 홍련화가 성개하였거늘, 한 가지를
꺾고자 하다가 홀연 광풍이 대작하여 물결이 일어나며 꽃가지 꺾어져 강중에 빠지니 아깝고 놀라 소스라쳐
깨달으니 남가일몽이라. 마음에 상서롭지 아니하여 하더라.
수일이 못하여 홀연 항주 창두가 이르러 홍낭의 서간을 드리니, 공자가 반겨 떼어 보니, 하였으되,

천첩 강남홍은 일봉 서찰을 양 상공께 올리나이다. 첩의 명도(命途)가 기박하여 어려서 부모의 교훈을 모


르고 자라서 몸이 청루에 의지하여 창루의 천한 몸이요, 군자의 버린 배라. 오직 일편고신(一片孤身)이 한
번 지기를 만나 청산녹수에 품은 소회를 의논하고 영문백설 *에 감춘 바 시부를 화답하여 평생의 소원을 이
룰까 하였더니, 뜻밖에 공자를 만나 흉금이 상조(相照)하매 강비(江妃) *의 해패(解佩) *함을 효칙하고 건즐
을 소임함 *을 허하샤 첩으로 거두심을 기약하시니, 군자의 말씀이 금석(金石) 같으시매 천첩이 하해같이 바
라삽더니, 조물이 시기하고 천지 신령이 방해하여 소주 자사 황공이 망망음탕한 마음으로 창기를 천대하여
이해로 달래며 위세로 겁박고자 하여 압강정 남은 풍파가 전당호에 이르렀으니, 오월 오일 천중지절에 경
도회를 이름하며 첩을 겁박고자 하니 간신히 부지하는 목숨이 새장 속의 새요, 그물 속의 물고기라. 지척청
파에 몸을 던져 죽는 선비를 좇으려 하나 망부산(望夫山) 뒤에 오는 행인 *을 보지 못하니 어복고혼이 영욕
을 잊었으나 백마강의 찬 물결에 여한을 난설이라. 바라건대 공자는 천첩을 차마 떠나지 못하지 마시고 청
운(靑雲)의 뜻을 두샤, 금의(錦衣)로 고향에 돌아오시는 날 고정(故情)을 생각하샤 적은 돈으로 강산 고혼을
위로하여 주소서. 첩이 죽은 후 앎이 있은즉 상공의 영귀함을 흠앙할 것이요, 만일 정녕 민멸치 않은즉 명부
에 발원하여 차생의 미진한 인연을 후생에 기약할까 하나이다. 일백 냥 은자를 보내오니 객중 부비(浮費)를
도우샤, 죽는 사람으로 하여금 먼 저승에서 연연(戀戀)한 생각을 일분이나 덜게 하옵소서. 붓대를 잡으매
흉금이 막혀 생리사별(生離死別)의 회포를 다 고치 못하나이다.

하였더라.
- 남영로, 「옥루몽(玉樓夢)」

* 강개: 의롭지 못한 것을 보고 의기가 북받쳐 원통하고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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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41쪽

* 유유창천: 주로 원한을 표현할 때 쓰는 말로, 멀고 푸른 하늘이라는 뜻.


* 굴삼려: 초나라의 굴원으로 후대에 죽음으로써 충절을 지킨 인물로 추앙받음.
* 영문백설: 고아한 악곡이나 시문을 뜻함. ‘영’은 초나라 수도이고 ‘백설’은 노래 이름임.
* 강비: 전설 속의 신녀(神女).
* 해패: 여자가 남자를 향하여 애정을 표시함.
* 건즐을 소임함: 여자가 아내나 첩이 됨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
* 망부산 뒤에 오는 행인: ‘망부산두(望夫山頭)에 돌아오는 행인’의 잘못임. 여기서는 양 공자를 의미함.

20001-0112

01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강남홍은 황 자사가 자신을 소선에 태우자 욕된 일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② 강남홍은 황 자사의 횡포에 자신이 품어 온 뜻을 온전하게 지키기가 힘들다고 생각했다.
③ 황 자사는 자신이 의도한 대로 강남홍이 마음을 바꾸었다고 여겼다.
④ 황 자사는 연옥이 강남홍의 시신을 수습하여 묻어 주려 한다고 고하자 도움을 주었다.
⑤ 양 공자는 꿈을 통해 강남홍이 당면한 난관을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20001-0113

02 ㉠〜㉢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에는 황 자사를 안심시키기 위한 강남홍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
② ㉠은 선율이 자아내는 느낌이 ㉡, ㉢과 대비되고 있다.
③ ㉡, ㉢에는 의기가 북받쳐 원통한 강남홍의 마음이 이입되어 있다.
④ ㉡, ㉢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슬픈 마음을 지니도록 만들고 있다.
⑤ ㉠은 백화가 만발한 봄의 정경과 대조되는 반면, ㉡, ㉢은 조응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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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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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와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와 ⓑ는 모두 작중 상황의 비극성을 강조하고 있다.
② ⓐ와 ⓑ는 모두 사건의 원인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③ ⓐ와 ⓑ는 모두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비판적 의식을 보여 주고 있다.
④ ⓐ는 ⓑ와 달리 인물의 심리와 태도에 독자의 공감을 유도하고 있다.
‌
⑤ ⓑ는 ⓐ와 달리 인물에게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예고하고 있다.

20001-0115

04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옥루몽」의 주동 인물들은 성별, 신분, 처지를 떠나 당당한 태도로 뚜렷한 가치관에 입각해 주체
적이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행동한다. 부조리한 것에 미혹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생각, 말,
행동 등이 일치하는 군자로서의 특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반면에 반동 인물들은 소인의 부류에 해
당하는데, 자신의 이익을 기준으로 행동하여 용렬한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때로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부, 권세 등을 이용하여 목적을 이루려는 태도도 나타낸다. 이와 같은 ‘군자’와 ‘소인’의 인물
형 대립은 군자로서의 특성을 보이는 인물들을 부각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기생인 여성도 군자
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것은 이 작품이 신분이나 성별을 넘어서는 보편적
덕성을 앞세우고 있음을 시사한다.

① 황 자사가 강남홍을 이해로 달래기도 하고 위세로 협박하기도 한 것은, 용렬한 태도를 보인


‌
것으로 그가 소인의 부류에 해당하는 인물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② 황 자사가 천중절의 경도회를 방편으로 삼아 강남홍의 지조를 강제로 꺾고자 한 것은, 강남
‌
홍과의 대립을 초래해 강남홍이 지닌 군자의 특성을 부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③ 부와 권세를 이용하여 수단을 가리지 않는 황 자사의 태도는, 양 공자와의 사랑을 이루겠다
‌
는 강남홍의 의지를 촉발시킴으로써 군자와 소인의 인물형 대립을 강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④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태연히 웃으며 황 자사가 자신에게 행한 행동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
강남홍의 태도는, 부조리한 권세를 두려워하지 않는 군자의 특성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⑤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 준다는 황 자사의 말에 미혹되지 않고 굴삼려를 좇겠다는 강남홍의
‌
태도는, 군자의 특성이 신분이나 성별에 구애됨이 없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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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07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서기공은 음악에 조예가 깊고 손님을 좋아해서 손님이 오면 술을 내오고 거문고와 피리를 연주하게 해서
흥을 돋우었다.
나는 기공을 따라 놀며 즐기다가 한번은 해금을 하나 얻어 가지고 가서 손을 놀려 벌레 소리와 새소리를
내 보았다. 기공이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쌀이나 한 움큼 퍼 주어야겠군. 이건 거지 깡깡이 소리지 뭐야.” / “무슨 말씀이신지요? ”
“심하기도 하지, 자네가 이리도 음악을 모르다니! 우리나라 음악에는 ‘아악(雅樂)’과 ‘속악(俗樂)’의 두

가지가 있네. 아악이라는 건 옛날의 음악이요, 속악이라는 건 후대의 음악일세. 사직과 문묘에서는 아
악을 쓰네. 종묘에는 속악을 섞어 쓰는데, 이게 바로 장악원의 속악이지. 군대에서 쓰는 속악은 ‘세악’
이라고 하네. 사기를 고취하기도 하고 개선가로 연주되기도 하는데, 화평하거나 미묘한 소리까지 모두
갖추었기에 놀이며 잔치에서도 이 음악을 쓰지. 그리하여 철의 거문고며 안의 젓대며 동의 장구며 복
[A]
의 피리를 일컫게 되었고, 유우춘과 호궁기는 모두 해금으로 유명하네.
자네가 해금을 좋아한다면 저 사람들에게 가서 배울 일이지, 어쩌자고 이런 비렁뱅이 깡깡이 소리를

배웠는가? 지금 저 비렁뱅이들은 남의 집 문에 기대어 해금을 켜서 할아비며 할미며 갓난아기며 가축
이며 닭이나 오리며 온갖 벌레 소리를 내고 있다가 그 집에서 쌀을 준 뒤에야 떠나지. 자네의 해금 소
리가 바로 그렇군.”
나는 기공의 말을 듣고 몹시 부끄러워서 해금을 자루에 넣고는 몇 달 동안이나 그대로 내팽개쳐 두고 꺼
내 보지 않았다.
어느 날 일가 사람인 금대 거사가 찾아왔다. 거사는 작고한 현감 유운경의 아들이다. 유운경은 젊어서 협
객 기질이 있었고 말타기와 활쏘기를 좋아했으며, 영조 무신년(1728년)에 충청도에서 일어난 반란을 토벌
해 큰 공을 세웠다. 유운경은 이 장군 댁 여종을 좋아하여 아들 둘을 낳았다. 나는 그 일을 떠올리고 조용히
거사에게 물었다. / “두 아우는 지금 모두 어디 있습니까? ”
“어허! 모두 여기 있지. 내 친구 중에 변방 고을 수령이 된 자가 있거든. 내가 발을 싸매고 2천 리 길을 걸

어서 그 친구에게 돈 5백 냥을 얻어 왔지. 그 돈을 가지고 이 장군 댁에 가서 두 아우의 몸값을 치르고 데
려왔어. 지금 큰 아우는 남대문 밖에서 망건을 팔고 있지. 작은 아우는 용호영에 소속되어 있는데 해금을
잘 켜서 요사이 ‘유우춘의 해금’이라고들 하는 유우춘이 바로 그일세.”
나는 비로소 기공의 말을 기억해 내며 깜짝 놀랐다. 이름난 가문의 후예로서 군대의 병졸 노릇이나 하고
있다는 게 우선 서글펐지만, 한 가지 재주로 이름이 나서 생계를 꾸려 가고 있다는 게 반갑기도 했다.
(중략)
이때 나는 자루에 넣어 가지고 갔던 해금을 보여 주며 말했다.
“이 해금은 어떤가? 전에 나는 자네가 연주하는 해금에 뜻을 두어 벌레 소리며 새소리를 내 보려 한 적이

있었지. 그랬더니 남이 듣고는 거지 깡깡이 소리라고 해 몹시 창피했었네. 어떻게 하면 거지 깡깡이 소리
가 아니게 할 수 있나? ”
우춘은 손뼉을 치며 껄껄 웃더니 말했다.

[2부] 적용 학습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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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07

“물정 모르는 말씀이로군요! 모기가 앵앵거리는 소리며 파리가 잉잉거리는 소리며 온갖 기술자들이 뚝

딱거리는 소리며 선비가 개골개골 글 읽는 소리며 천하의 이 모든 소리는 먹을 것을 구하는 데 그 목적
이 있습니다. 그러니 저의 해금과 거지의 해금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또 제가 해금을 배운
건 노모가 계시기 때문이니, 재주가 묘하지 않다면 무슨 수로 노모를 모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긴 하지
만 저의 해금 재주는 거지의 해금 연주가 묘하지 않은 듯하면서도 묘한 것에 미치지 못합니다.
우선 제 해금과 비렁뱅이의 해금은 그 재료로 보자면 똑같습니다. 해금은 활대에 말총을 매고 말총

에 송진을 발라 꺼끌꺼끌하게 합니다. 현악기도 아니요 관악기도 아니며, 손으로 타는 현악기 소리인
[B] 듯도 하고, 입으로 부는 관악기 소리인 듯도 하지요.
저는 해금을 배우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재주를 이루었는데, 그러는 동안 다섯 손가락에 모두 굳은살
이 박였습니다. 그런데 기예는 더욱 높아졌으나 살림이 나아지지 않았으니, 사람들이 갈수록 내 음악
을 이해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 거지는 못 쓰는 해금 하나를 주워다가 몇 달을 다루고 나면 그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우르
르 모여듭니다. 연주를 마치고 돌아가면 그 뒤를 따라다니는 자가 수십 명은 되지요. 거지는 그렇게 해
서 하루에 쌀 한 말은 얻고 저금통에 돈까지 거둬 갑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 음악을 이해하
는 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 ‘유우춘의 해금’이라 하면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압니다. 그러나 그 이름을 듣고 알 뿐이지 그 해
금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자야 몇 사람이나 되겠습니까?
종실이나 대신들이 밤에 악공을 부르면 악공들은 저마다 자기 악기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마루에 오릅
니다. 불빛이 휘황한 가운데 시종은 이리 말하지요.
‘잘하면 상이 있을 것이다.’ / 그러면 악공들은 몸을 굽히며 말합니다. / ‘예이.’
이에 현악기가 관악기에 애써 맞추려 하지 않고, 관악기가 현악기에 애써 맞추려 하지 않아도, 소리의
장단과 빠르기가 은은하게 하나로 어우러지지요. 나직이 읊조리는 소리나 음식을 씹는 소리가 문밖에 들
리지 않아 흘낏 곁눈질해 보면 듣던 이는 망연히 책상에 기대 졸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기지개를 켜
며 말하지요. / ‘그만해라!’
악공들은 ‘예이.’ 하고 내려옵니다. 돌아와 생각해 보면 내가 연주하고 내가 듣다 온 것일 뿐입니다.
귀한 집 자제며 풍류 있는 유명한 선비들이 맑은 이야기를 나누는 고상한 모임에도 해금을 안고 가 자
리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글을 평론하고 어떤 이는 과거에 급제한 인물들을 비교합니다. 술에 흐드
러지게 취하고 등불이 다 타들어 갈 무렵 뜻은 높으나 글이 잘 지어지지 않아 괴로운 모습을 하다가 붓을
날려 종이에다 글을 써 댑니다. 그러다 누군가가 문득 저를 돌아보며 말합니다.
‘너는 네가 가진 해금의 시초를 아느냐? ’ / 그러면 저는 엎드려 대답합니다. / ‘모르옵니다.’
‘옛날에 혜강(嵇康)이 만들었느니라.’ / 그러면 또 엎드려 대답하지요.
‘예이, 알겠습니다.’ / 그러면 또 누군가가 웃으며 말합니다.
‘해(奚) 부족의 금(琴)이란 뜻이지, 혜강의 혜(嵇)가 아니야.’
그리하여 좌중의 사람들이 분분히 다투지만, 그게 내 해금과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12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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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42쪽

(중략)
우리 무리 중에 궁기라는 이가 있습니다. 한가로운 날 만나서 두 사람이 각자 자루에서 해금을 꺼내 켭
니다. 눈길은 푸른 하늘에 던져두고 마음은 손가락 끝에 두어, 연주에 한 치의 실수라도 있으면 껄껄 웃으
며 돈 한 푼을 상대방에게 줍니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이 돈을 주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했지요.
‘내 해금을 이해하는 사람은 궁기뿐이야.’
그러나 궁기가 제 해금을 이해하는 건 제 자신이 제 해금을 이해하는 것만큼 정밀하진 않습니다.
지금 그대는 공을 이루기 쉽고 남들이 알아주는 일을 버리고, 공을 이루기 어렵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
는 일을 배우려 하니,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
우춘은 모친이 세상을 뜬 뒤로 자기 일을 버렸고, 그 뒤로는 나를 찾아오지도 않았다. 우춘은 아마 효자로
서 악공의 무리 중에 숨어 지내던 사람일 것이다. 우춘이 말한 ‘기예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
다.’라는 말이 어찌 해금에만 해당되는 말이겠는가.
- 유득공, 「유우춘전(柳遇春傳)」

20001-0116

01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전(傳)’은 실존했던 인물과 그 인물과 관련된 실재한 사건을 내용으로, 작가가 교훈적 측면에서
후대에 남기려는 의도로 기록된 양식이다. 전은 일반적으로 앞부분에서 전하고자 하는 인물의 행
적 및 사건을 설명한 후 평결부에서는 그 인물에 대한 논평을 제시하는 구성을 취한다. 조선 시대
후기에는 전 양식을 차용하면서 인과적 사건 전개와 인물의 갈등과 개성에 초점을 맞춘 소설들이
활발하게 창작되었는데, 이러한 소설을 ‘전계 소설(傳係小說)’이라고 한다. 「유우춘전」에서는 이러
한 전계 소설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① 진정한 예술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는 유우춘의 말에서 작가의 교훈적 의도
‌
를 확인할 수 있다.
② 유우춘이 지닌 예술가로서의 면모와 고뇌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물의 개성에 초점을

맞추는 전계 소설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③ 유우춘에 대한 행적을 제시한 후 그의 삶에 대한 평가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

명과 논평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전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④ 실존 인물인 ‘유우춘’의 행적을 ‘서기공’ 및 ‘유운경’ 등의 인물과 관련지어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존 인물과 그 인물과 관련된 실재 사건을 전달하는 전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⑤ 유우춘과 관련된 여러 인물을 소개한 후 그들의 행적과 관련지어 유우춘의 갈등 해소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과적으로 사건을 전개하는 전계 소설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2부] 적용 학습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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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43쪽

20001-0117

02 [A]와 [B]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는 우리나라 음악을 분류하고 각각의 특징을 언급한 후 ‘나’의 음악이 본받아야 할 대상

‌
을 제시하고 있다.
② [A]는 비렁뱅이의 음악과 ‘나’의 음악이 차이가 없다고 말하며 ‘나’가 제대로 된 음악을 모르
‌
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③ [B]는 이 세상의 존재들이 소리를 내는 목적을 언급한 후 비렁뱅이의 음악을 폄하해서는 안
‌
된다는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④ [B]는 ‘우춘’ 자신의 해금과 비렁뱅이의 해금에 차이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나’의 음악이 비
‌
렁뱅이의 음악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⑤ [A]와 [B]는 모두 비렁뱅이들이 해금을 연주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비렁뱅이의 음악에 대한
‌
평가를 제시하고 있다.

20001-0118

03 <보기>의 ‘갑’, ‘을’의 입장에서 윗글의 음악에 대해 평가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갑 : 서화(書畫)는 심화(心畫), 즉 물(物)을 빌려 내 마음을 그리는 것인즉 높은 기예를 바탕으로 드

높은 정신을 표현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물(物)을 충실히 재현하여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는
그림을 그리는 거리의 화공을 높이 평가하지만, 그들의 그림이 나중에는 방바닥 뚫어진 것을
메우게 되는 것은 그림에 담긴 뜻이 얕고 천하기 때문이다. 비록 서화를 이해하는 이가 많더라
도, 드높은 정신의 경지가 곁들어 있지 않으면 다만 검은 것은 먹이요, 흰 것은 종이일 뿐이다.
을 : 정소남은 난의 노근(露根)을 드러내어 망송(亡宋)의 한을 그렸고, 조맹부는 훼절(毁節)하여 원

(元)에 출사(出仕)했지만, 정소남의 난초만 홀로 향기롭고 조맹부의 송설체(松雪體)가 비천하다
는 말은 듣지 못했다. 서화는 높은 기예를 바탕으로 물화(物畫), 즉 대상의 정(情)과 의(意)를 드
러내어 대상이 지닌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한다. 서화가 한낱 선비의 강개(慷慨)를 의탁하는 수
단으로 사람들이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얼마나 덧없는 일이겠는가?

① 갑: 화공이 그린 그림과 마찬가지로 비렁뱅이의 음악은 드높은 마음만 드러낼 뿐, 높은 기예


‌
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② 갑: 유우춘의 해금 연주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더라도 그 연주에 높은 기예를 바탕으
‌
로 한 드높은 정신의 경지가 담겨 있다면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③ 을: 유우춘의 해금 연주는 궁기에게 돈을 지불할 정도로 기예가 부족하여 그 연주를 궁기가
‌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④ 을: 종실과 대신들이 듣는 악공들의 연주는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음악에 담긴 악공의 마음
‌
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⑤ 을: 비렁뱅이의 음악은 정소남의 그림과 조맹부의 글씨처럼 높은 기예를 바탕으로 자신이
‌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표현했기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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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08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하루는 이선이 스스로 깨달아 생각하기를,


‘나는 꿈에 요지 *를 다녀왔지만, 이 수를 놓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기에 인간 세상에 있으면서 천상의 일

을 이렇듯 또렷이 그렸는가? 범상치 않은 사람임이 틀림없으니, 내 기어이 찾아보리라. 조장이 이 그림을
낙양 동촌 이화정에서 술 파는 할미에게 샀다고 했으니, 우선 거기 가서 물어보리라.’
하고 즉시 이화정으로 가니라.
이때 숙향은 이화정 누각 위에서 수를 놓고 있었더니, 파랑새 한 마리가 석류꽃을 입에 물고 숙향 앞에 앉
았다가 북쪽으로 날아가거늘, 숙향이 이상하게 생각하여 새가 날아가는 쪽을 보려고 북쪽 주렴을 들고 얼
핏 바라보니, 푸른 비단 적삼을 입고 머리에 두건을 쓴 한 소년이 흰 노새를 타고 이화정을 향해 오고 있는
지라. 숙향이 자세히 살펴보니, 요지에서 반도를 받던 선관과 흡사하거늘, 반갑고도 놀라운 마음에 주렴을
내리고 가만히 앉아 있었더라.
이윽고 그 소년이 이화정 문밖에 이르러 묻기를,
“주인 계시오? ”
하거늘 할미가 나가 보니 북촌 이 상서 댁 아들이더라. 할미가 반기며 이선을 사랑방으로 모신 후에 말하기를,
“낭군께서 이렇게 누추한 데를 오시니 매우 감사하나이다.”
하니 이생이 말하기를,
“마침 지나가다가 할미 집 술이 매우 좋다고 하기에 들렀으니, 한 잔 술을 아끼지 말라.”
하니 할미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저희 집 술이 바야흐로 잘 익었으되 늙은이가 벗이 없어 혼자 마시지 못하였더니, 오늘 천행으로 낭군께

서 오셨으니 종일토록 드사이다.”
하고 안으로 들어가더라.
잠시 후 할미가 자개소반에 오색 그릇을 얹어 놓고, 인간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온갖 음식을 내오니, 이
생은 이 그릇과 음식이 모두 기이하기에 할미가 술 취하기를 기다렸다가 물어보려 하더라.
이윽고 할미가 얼큰하게 술에 취하자 웃으면서 이생에게 말하기를,
“낭군은 이 상서 댁의 귀공자라, 고량진미에 파묻혀 계신 탓에 이런 촌가의 음식을 먹어 보지 못했을 것

이오니, 거친 음식이지만 맛이라도 보소서.”
이생이 말하기를,
“인간 세상에서 보지 못하던 음식을 먹기가 미안하니, 어떤 음식인지 알고나 먹세.”
(중략)
할미가 크게 웃으면서 말하기를,
“제가 비록 나이가 많아 기력은 없으나, 사해 팔방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나이다. 어찌 낭군처럼 남의 인

도를 받고 다니겠나이까? ”
“내게는 천 리를 가는 노새가 있어 가고자 하는 곳을 내 마음대로 다니며, 남의 인도를 받고 다니지 않노라.”

할미가 크게 웃으면서 말하기를,

[2부] 적용 학습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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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08

“낭군께서는 그런 노새를 두고도 요지에 가실 때는 어찌하여 대성사 부처를 따라가셨나이까? ”


이생이 그제야 비로소 할미가 보통 사람이 아닌 줄을 분명하게 알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절하
며 이르기를,
“할머니의 말씀이 지극히 옳소이다. 그런데 제가 꿈에서 요지에 간 것을 어떻게 아시나이까? ”
할미가 웃으면서 가로되,
“상제께서 주신 반도와 계수나무 꽃은 어찌했으며, 월궁 소아는 만나 보셨나이까? ”
“꿈은 허황된 것인지라, 아무것도 모르나이다.”
“그때의 일을 허황되다고 하시니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만, 조장에게 사신 수놓은 비단도 꿈이었나이까? ”

이생이 더욱 놀라 또 일어나 두 번 절하고 공손히 묻기를,
“인간 세상의 불미한 사람이 존귀한 분을 몰라보고 여러 번 잘못을 범했으니, 진심으로 사죄드리옵나이

다. 소아가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고 하여 소아를 찾고자 여기까지 왔사오니, 할머니께서는 저를 속이지
마시고 소아가 있는 곳을 가르쳐 주소서.”
이에 할미가 가만히 있다가 이마를 찡그리며 말하기를,
“소아가 있는 곳은 알고 있나이다. 그런데 낭군께서는 소아를 찾아 무엇 하려 하시나이까? ”
“소아는 하늘이 정해 주신 배필이옵니다. 부디 만나게 해 주소서.”
“낭군께서는 소아를 배필로 삼으시려거든 아예 찾지 마소서.”
“소아에게 무슨 허물이 있나이까? ”
“낭군은 상서 댁 귀공자로 가문과 부귀가 천하에 으뜸이니, 부마(駙馬)가 안 되시면 반드시 공후(公

侯)의 아름다운 사위가 되실 것이옵니다. 어찌 소아 같은 것을 배필로 삼으려 하시나이까? ”
이생이 더욱 궁금하여 묻기를,
“소아에게 무슨 허물이 있나이까? 말씀해 주소서.”
하니 할미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소아가 천상에서 죄를 짓고 인간 세상에 내려와 상민의 자식이 되었는데, 다섯 살 때 난리 중에 부

모를 잃고 빌어먹는 거지가 되어 정처 없이 돌아다녔나이다. 그러다가 도적의 칼을 맞아 한 팔을 잃
었으며, 포진 물에 빠졌다가 길 가는 행인에게 구제되었지만 두 눈이 먼 청맹과니가 되었고, 갈대밭
에서 화재를 만나 불에 데어 한 다리를 절게 되었나이다. 또 그 뒤에 후토부인이 덧내어 두 귀마저
먹었는데, 낭군께서는 어찌 구태여 그런 병자를 배필로 삼으려 하시나이까? 제게는 낭군의 말씀이
진실로 헛되게 들리나이다.”
이생이 묻기를,
[A] “소아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렇게 되었나이까? ”
하니 할미가 대답하되,
“소아는 전생에 월궁선녀로서 옥황상제를 가까이 모시고 있었는데, 태을선군에게 금단(金丹) 두 개

를 훔쳐다 준 죄로 인간 세상에 귀양 왔다고 하더이다.”
이생이 할미의 말을 듣고 길게 탄식하며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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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44쪽

“인연이 정해졌으면 어찌 빈부를 가리며, 설사 병자가 되었던들 어떻게 버릴 수 있겠나이까? ”


“낭군께서 비록 지성으로 찾으신다고 해도, 상서께서 절대로 그런 병자를 며느리로 삼지 않을 것이

옵니다. 그러니 수고롭게 찾지 마소서.”
이에 이생이 하늘을 우러르며 맹세하되,
“부모님께서 비록 부마를 삼으려고 하실지라도 저는 결코 소아가 아니면 장가가지 않을 것이니, 할

머니께서는 하해(河海) 같은 은혜를 베푸시어 소아 있는 곳만 가르쳐 주소서. 그러면 죽은 뒤에라도
반드시 그 은혜를 갚겠나이다.”
하니 할미가 말하기를,
“저도 소아와 이별한 지 오래되어 지금은 어디 있는지 자세히 모르옵니다. 먼저 남양 땅 김전의 집에 가

보고, 그곳에 없으면 남군 땅 장 승상 댁을 찾아가소서. 인간 세상에서 소아의 이름은 숙향이오니, 아무
튼 정성껏 찾아보소서.”
- 작자 미상, 「숙향전(淑香傳)」

* 요지: 중국 곤륜산에 있는 못으로 신선이 살았다고 함.

20001-0119

01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이선은 천상의 일을 수놓은 사람을 찾기 위해 다시 조장을 찾아갔다.
② 숙향은 이선과 이화정에서 만날 것을 미리 알고 이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③ 할미는 이선이 요지에 가서 상제를 만나고 왔다는 사실에 대해 의심하였다.
④ 이선은 자신이 경험한 일을 할미가 먼저 알고 말하자 할미를 찾아온 목적을 밝혔다.
⑤ 할미는 숙향이 머무르는 곳을 몰라서 있을 만한 곳을 짐작하여 이선에게 알려 주었다.

20001-0120

02 [A]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할미는 소아가 겪어 온 인생 역정을 요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
② 할미는 이선의 의지를 가늠해 보고자 소아의 결함을 나열하고 있다.
③ 할미는 이선의 부친이 보일 태도에 대한 예측을 설득의 근거로 삼고 있다.
④ 이선은 소아가 지은 죄를 인정하지 않고 소아의 결백함을 변호하고 있다.
⑤ 이선은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경우에 대한 보은을 약속하며 할미를 설득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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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08

20001-0121

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숙향전」에는 가부장제의 남녀 차별적인 인식이 여러 측면에서 나타난다. 천상의 월궁선녀였던
‘숙향’과 태을선군이었던 ‘이선’은 천상에서 지은 죄로 적강(謫降)한 처지라는 점에서 공통되지만,
그 죄의 근원은 여성에게 두고 있다. 또한 지상에서 두 주인공은 신분에서 여성 열세, 남성 우위의
구도에 놓이게 되며, 두 인물이 겪는 고난의 빈도와 정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여자 주인공 숙
향은 목숨을 위협받을 만큼 심한 고난을 당하면서도 단지 여성으로서 할 일을 감당하며 소극적으
로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에 반해 남자 주인공 이선이 겪는 고난은 환상적이고 유희적인
여행이나 모험에 가까우며 그 고난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남녀 차별
적인 위상은 당대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비현실적인 서사임에도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수
용될 수 있었던 한 요소가 되었던 것이다.

① 숙향과 이선 모두 천상의 죄인으로 그려지면서도 선녀가 선군에게 금단을 훔쳐다 준 죄로


‌
적강하게 되었다는 것에서 죄의 근원을 여성에게서 찾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② 숙향은 부모를 잃고 거지가 되며 빈천하게 그려지지만 이선은 상서 댁의 귀공자로 그려지는
‌
것에서 지상의 신분에서 나타나는 여성 열세, 남성 우위의 구도를 확인할 수 있군.
③ 숙향은 수놓기 같은 여성으로서 할 일을 감당하며 이선을 직접 찾아 나서지는 않는 반면 이
‌
선은 숙향을 직접 찾으러 다니는 등 능동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④ 숙향은 물에 빠지고 화재를 만나는 등 심한 고난을 당하는 반면 이선의 고난은 숙향과 만나
‌
지 못한 채 떠나야 하는 수준에 머문 것에서 고난의 정도에서 차이가 남을 확인할 수 있군.
⑤ 숙향과 이선이 천상계의 사람을 만나는 비현실적인 서사임에도 가부장제의 인식에 충실하
‌
여 숙향과의 혼인을 고집하는 이선의 모습에서 당대 독자들의 현실 인식이 나타남을 알 수
있군.

13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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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44쪽

20001-0122

04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숙향전」이 당시 대중에게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는 것은 역시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던 「춘
향전」의 이본들에 「숙향전」의 장면을 연상시키는 내용이 다양하게 삽입되어 나타난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춘향전」의 이본은 「숙향전」과 연관된 내용을 인물의 대화나 서술자의 말에 짤막한 어
구 형태로 적극 수용하였다. 이를 통해 「숙향전」의 인물이나 작중 상황에 빗대어 춘향과 이 도령의
연분을 강조하는 수사적 효과를 거두거나 「춘향전」의 인물이나 사건을 「숙향전」의 그것과 동일시하
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 “어서 가자 어서 가자 춘향 집에 가자스라. 이 도령 소세하고 퇴반 후에 방자 불러 분부하되 가



진 안장 지어 좋은 말 들여라. …(중략)… 남양 땅 이선이가 숙 낭자를 보려고 이화정 찾아가는
청노새 말을 들여라.”

ⓑ “나도 탐화 유객으로 할미 집 술이 좋다는 말을 듣고 술 먹자고 찾아왔네.” 춘향 어미 이 말 듣



고 대답하여 이르는 말이 “낙양동 술 파는 마고 선녀 나는 아니오. 이선의 고혼인가 숙 낭자 여
기 없으니 어서 바삐 가오.”

ⓒ “우리 둘의 사랑 연분 어느 곳에 비길쏘냐. 대순과 아황 여영 천상배필 만난 연분 이선 숙향 마



고가의 월노사로 맺는 연분 김생 여영 이생 상사동 만난 연분 우리 연분 당할쏘냐.”

① 이선이 숙향이 있는 ‘낙양 동촌 이화정’에 가는 것은 「춘향전」에 ⓐ와 같이 수용되어 이 도령


‌
이 춘향을 만나러 가는 상황을 빗대는 표현으로 나타나는군.
② 이선이 ‘천 리를 가는 노새’를 타고 다니는 것은 「춘향전」에 ⓐ와 같이 수용되어 청노새 말을
‌
타려고 하는 이 도령의 모습으로 나타나 두 인물을 동일시하는 효과를 얻고 있군.
③ 할미가 ‘저희 집 술이 바야흐로 잘 익었’다며 이선을 반기는 것은 「춘향전」에 ⓑ와 같이 수용
‌
되어 이 도령을 환영하는 춘향 어미의 모습과 동일시되어 나타나고 있군.
④ 할미가 이선에게 숙향이 ‘어디 있는지 자세히 모’른다고 하는 것은 「춘향전」에 ⓑ와 같이 수
‌
용되어 춘향 어미가 이 도령을 이선에 빗대어 돌려보내려 하는 장면으로 나타나고 있군.
⑤ 이선이 숙향을 ‘하늘이 정해 주신 배필’로 여기는 것은 「춘향전」에 ⓒ와 같이 수용되어 이 도
‌
령이 춘향과의 연분을 강조하는 수사적 효과를 거두고 있군.

[2부] 적용 학습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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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09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여자가 정신을 차리자 까닭을 물으니, 그 여자 왈,


“아까 지나가던 중은 남편이 살았을 때 친하게 지내던 자라. 첩이 일찍이 홀로된 후 수절하며 지냈더니,

㉠오늘은 남편이 돌아가신 날이라. 그 중놈이 와 달래면서 이르되, ‘우리 절에 가서 재를 올리자’며 같이
가기를 간청하니 믿어 의심치 않고 따라갔더라. 그런데 그놈이 엉큼한 마음으로 이곳에 와서 나를 겁탈
하여 절개를 깨뜨리니 살아서 쓸데없기로 자결하고자 한 것이라.”
우치는 그 여자를 위로하여 제집으로 보내고 다시 산 에 올라가니, 큰 암자가 있고 어제 보았던 중놈이
거기에 있는지라. 우치가 가만히 진언을 외우며 기운을 내 입김을 부니, 그 중이 변하여 전우치가 되거늘,
그 절에 그냥 머물며 동정을 살피더니, 마침 포도청에서 기찰(譏察)이 왔다가 그 중놈을 보고 전우치로 여기
고 급히 태수께 고하되, 태수가 크게 기뻐하며 병사를 보내 그 중놈을 잡아 결박하여 서울로 올려 보내니,
임금께서 즉시 몸소 심문하고자 준비를 갖추게 하시더니, 승정원에서 아뢰기를,
“각 도와 읍에서 전우치를 잡아들인 것이 삼백육십 명이오니, 이는 분명 전우치의 요술인가 하나이다.”
임금께서 크게 진노하사,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지 못하시니, 도승지 왕연희가 아뢰어 왈,
“전우치의 환술은 예측하기 어렵사옵니다. 이번에도 그럴 염려가 있사오니, 진짜 가짜를 가리지 말고 모

두 다 베어 버리는 것이 좋겠나이다.”
임금께서 이 말이 옳다고 여겨 십자각(十字閣)에 자리하신 후 모든 전우치를 잡아들여 차례로 베고 있는
데, 그중 한 사람이 나아가 아뢰되,
㉡ “신은 전우치가 아니라 도승지 왕연희로소이다.”
  
임금께서 보시니, 분명 왕연희라. 좌우 신하들에게 물으시니 신하들이 대답하여 왈,
“이는 전우치로소이다.”
이에 임금께서 탄식하사 왈,
“국운이 불행하여 요괴가 이처럼 장난하니, 종사(宗社)를 어찌 보전하겠는가? ㉢역적 하나를 죽이려고

죄 없는 신하와 억울한 백성만 수없이 죽이리로다.”
하시고 심문을 그치시니라.
우치는 구름 속에서 요술을 행하여 몸을 왕연희로 바꾸고 궐문을 나오니, 하인들이 마부와 말을 대령하였
다가 뫼시어 왕연희의 집으로 돌아가더라. 우치가 바로 내당으로 들어가 왕연희의 부인과 말을 주고받았으
되, 집안사람 누구도 전우치인 줄 전혀 알지 못하더라.
이때 진짜 왕연희가 궐 에서 나와 하인을 찾았으나 아무도 없는지라. 이상하게 여겨 동료의 말을 빌려 타
고 집에 돌아오니 하인들이 문 앞에 있으니, 왕연희가 크게 화를 내면서 집에 와 있는 까닭을 물은즉 하인들
이 왈,
㉣ “소인들이 아까 상공을 모셔왔삽거늘 어찌 또 상공이 계시리오? ”
  
하고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거늘, 왕연희가 괴이하게 여겨 내당 으로 들어가 보니 시비들이 손뼉을 치며
말하기를,
“이 어찌 된 일인가? 아까 우리 상공이 나와 계시거늘, 이 어찌 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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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지껄이는지라.
왕연희가 아무것도 모르고 침실로 들어가니, 과연 다른 왕연희가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거늘, 왕연
희가 크게 화를 내며 꾸짖어 왈,
“너는 어떤 놈이기에 감히 사대부 집에 들어와 내 부인과 말을 주고받고 있느냐? ”
하고 종들에게 호령하여,
“저놈을 빨리 결박하라!”
이에 우치 왈,
“웬 놈이 내 얼굴을 하고 내당에 들어와 부인을 겁탈하려 하니, 이런 변이 어디 있느냐? ”
하고 하인에게 호령하되,
“빨리 몰아 내쳐라.”
하니, 하인들이 이 거동을 보고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하겠는가? 어찌할 바를 모르거
늘, 우치가 도리어 호령하여 왈,
㉤ “내 전에 들으니 요물은 사람의 형상을 오래 쓰지 못한다 하더라.”
  
우치가 왕연희를 향해 물을 뿜고 주사(朱沙)를 내어 바르니, 왕연희가 변하여 구미호가 되니, 노복들이 그
제야 칼과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어 쳐 죽이려 하거늘, 우치가 이를 말려 왈,
“이 일은 큰 변고이니, 나라에 고하여 처치할 것이매, 그때까지 단단히 동여매 방 안에 가두고 잘 지키라.”

이에 노복들이 명령을 듣고 왕연희를 결박하여 가두니라. 왕연희는 뜻하지 않은 변고를 당했으나 말을 하
면 여우의 소리가 나고, 정신이 아득하여 그저 눈물만 흘리고 누워 있으니, 겉은 짐승의 모양이나 속은 사람
이라. 우치가 생각하되, ‘며칠 더 속이면 살지 못하리라.’ 하고 그날 밤 사경에 왕연희에게 가서 이르되,
“네 나와 원수진 일이 없거늘, 나를 죽여 나라에 공을 세우려 하니, 내가 먼저 너를 죽여 한을 씻으려 하되,

내 평생에 살생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기에 너를 용서하니, 너는 마땅히 다시는 이런 행실을 하지 말라.”
우치가 진언을 외우니 도로 왕연희가 된지라. 왕연희는 그제야 우치의 요술로 그리된 줄 알고 두려워하며
왈,
“전공의 높은 재주를 모르고 그릇 죄를 범하였노라.”
하고, 왕연희가 수없이 감사 인사를 하니, 우치가 다시 당부하되,
“너를 구하고 내가 돌아간 후에 집안이 시끄러울 것이니 여차여차하라.”
하고는 남서부로 가니라.
- 작자 미상, 「전우치전(田禹治傳)」

[2부] 적용 학습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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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09

20001-0123

01 산 , 궐 , 내당 을 중심으로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산’에서 우치가 중을 응징한 일로 인해 우치는 ‘궐’로 잡혀간다.

‌
② ‘산’에서 태수에게 잡힌 우치가 ‘궐’에서 한 행위로 임금은 난감해한다.
③ ‘궐’에서 왕연희가 임금에게 한 말은 우치가 원한을 품는 계기가 된다.
④ ‘궐’에서 달아난 우치를 사로잡기 위해 왕연희는 ‘내당’으로 가게 된다.
⑤ ‘내당’에서 우치는 왕연희의 계략에 휘말려 위험한 고비를 맞게 된다.

20001-0124

02 ㉠~㉤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자신이 겪은 지난 일을 언급하며 사건의 경위를 밝히고 있다.
‌
② ㉡: 자신의 정체를 노출하여 주위 사람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있다.
③ ㉢: 자신이 겪는 상황의 심각성과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④ ㉣: 자신들 앞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의아함을 드러내고 있다.
⑤ ㉤: 자신의 본모습이 탄로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방법을 강구해 내고 있다.

20001-0125

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전우치전」에서 전우치는 어려움에 빠진 백성들을 돕기 위해 악한 세력을 징치하고, 지배층에 맞
서는 체제 저항적 영웅이면서 동시에 충효의 이념을 지키는 체제 순응적 영웅이기도 하다. 전우치
는 영웅적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변신술, 분신술 등과 같은 다양한 도술을 사용한다. 이러한
도술은 다양한 인물들의 갈등과 맞물려 있고, 갈등이 첨예할수록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일상
의 평범한 존재는 할 수 없는 일을 주인공이 행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독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제
공한다.

① ‘중이 변하여 전우치가’ 된 장면에서 전우치가 사용한 도술은 악한 세력을 징치하는 영웅적
‌
과업을 수행하는 데 쓰인 것임을 확인할 수 있군.
② ‘각 도와 읍에서 전우치를 잡아들인 것이 삼백육십 명이’나 되어 지배층이 겪는 혼란과 곤경
‌
에서 도술이 체제 저항의 수단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군.
③ ‘요괴가 이처럼 장난하니, 종사를 어찌 보전하겠는가? ’라는 임금의 말에서 전우치가 임금과
‌
의 갈등 관계 속에서 도술을 사용하여 저항하고 있음을 알 수 있군.
④ ‘몸을 왕연희로 바꾸고 궐문을 나’온 전우치의 모습에서 일상의 평범한 존재는 할 수 없는 일
‌
을 도술로 해내는 것을 보고 독자들은 대리 만족을 느끼게 될 수 있군.
⑤ ‘왕연희가 변하여 구미호가 되’었을 때, 전우치가 나라에 고하여 변고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
‌
에서 도술로써 충의 이념을 지키려고 하는 전우치의 체제 순응적 영웅의 모습을 엿볼 수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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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45쪽

20001-0126

04 <보기>의 기록을 토대로 윗글이 만들어졌다고 할 때, 윗글의 전우치[A]와 <보기>의 전우치[B]를 비교


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전우치전」은 실존 인물의 행적이 여러 기록이나 입으로 전해 내려오다가 소설화된 작품이다.


『어우야담(於于野談)』의 다음 기록은 전우치의 행적을 간략히 보여 준다.

전우치는 송도의 술사(術士)로 기억하지 못하는 책이 없었다. 가업(家業)을 일삼지 않고 산수 간


에 마음껏 노닐며 둔갑술과 몰귀술(沒鬼術, 귀신이 되는 술법)을 얻었다. …(중략)… 이때 박광우가
재령 군수가 되었는데 전우치가 여러 책에 박식한 것을 사랑하여 아주 친하게 지냈다. 하루는 관아
동헌에 마주 앉아 있는데 박광우에게 편지와 공문이 전해졌다. 이것은 감사가 보낸 비밀한 일이었
다. 박광우는 그것을 뜯어 보고는 얼굴색이 변하여 급히 자리 밑으로 감추었다. 편지의 내용은 조
정에서 전우치의 요술을 무척 시기하여 기필코 우치를 잡아 죽이려 한다는 것이었다. 전우치가 무
슨 일인지 계속 묻자 박광우는 그 내용을 이야기하고 전우치에게 달아날 것을 청하였다. 전우치는
웃으며 “내 알아서 마땅히 처리하겠소.”라고 말한 후 그날 밤 목을 매어 자결하였다. 박광우는 전
우치의 장례를 후하게 치러 주었는데, 2년 후 전우치가 찾아와 자신의 지팡이를 찾아갔다. 지금도
재령군에는 전우치의 묘가 있다.

① [A]와 [B]는 모두 조정에서 적대시한다는 점에서 서로 일치하는군.


‌
② [A]와 [B]는 모두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서로 일치하는군.
③ [B]는 [A]와 달리 초현실적 존재의 보호를 받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군.
④ [B]는 [A]와 달리 여러 책에 박식한 면모를 보인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군.
⑤ [B]는 [A]와 달리 지방 관리와 친분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군.

[2부] 적용 학습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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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10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자진모리]
흥보가 들어간다. 흥보 치레 볼작시면, 편자 떨어진 헌 망건(網巾) 밥풀 관자(貫子) 노당줄 뒤로 잔

뜩 졸라매고, 철대 부러진 헌 파립(破笠) 벌이줄 총총 매어 조사갓끈 달아 쓰고, 떨어진 헌 베 도포 열
[A]
두 도막 이은 실띠 고픈 배 눌러 띠고, 한 손에다가 떨어진 부채 들고, 또 한 손에다 곱돌조대를 들고,
그래도 양반이라고 여덟팔자걸음으로 비스듬하게 들어간다.

[아니리]
흥보가 들어가며 별안간 걱정이 생겼지. ‘내가 아무리 궁핍을 걱정하는 남자가 되었을망정 반남(潘南) 박
(朴)가 양반인데 호방을 보고 하대를 하나 존대를 하나? 아서라, 말은 허되 끝은 짓지 말고 웃음으로 얼버무
릴 수밖에 없다.’ 질청을 들어가니, 호방이 문을 열고 나오다, “박 생원 어찌 오셨소? ” “참 양도가 절량(絶
糧) *되어서 환자 한 섬만 주시면 가을에 착실히 갚을 테니 호방 생각이 어떨는지. 하하하.” 호장(戶長)이 하
는 말이, “박 생원 들어오신 김에 품 하나 팔아 보오. 우리 골 좌수가 병영 영문에 잡혔는데 좌수 대신 가서
곤장 열 대만 맞으면 한 대 석 냥씩 서른 냥은 꼽아 놓은 돈이요, 마삯까지 닷 냥 지정해 두었으니 그 품 하
나 팔아 보오.” “돈 생길 품이니 팔고말고. 매 맞으러 가는 놈이 말 타고 갈 것 없고 정강이 말로 다녀올 테
니 그 돈 닷 냥을 날 내어 주지. 하하하.”

[중모리]
저 아전 거동을 보아라. 궤(櫃) 문을 절컥 열고 돈 닷 냥을 내어 주니 흥보가 받아들고, “다녀오리다.” “평
안히 다녀오오.” 박흥보가 좋아라고 질청문 밖에 썩 나서서, “돈 봐라 돈. 돈 봐라 돈 봐. 얼씨구나 돈 돈. 돈
봐라 돈. 이 돈을 눈에 옳게 보면 삼강오륜이 다 보이고, 만일 돈을 못 보면 삼강오륜이 끊어지니 보이는 게
돈밖에 또 있느냐.” 떡국집으로 들어가서 떡국 반 돈어치를 사서 먹고 막걸릿집으로 들어를 가서 막걸리 서
푼어치를 사서 마시고 어깨를 느리우고 입을 빼고, “대장부 한걸음에 엽전 서른닷 냥이 들어간다. 우리 집
을 어서 가자.” 제집으로 들어가며, “여보게 마누라 집안 어른이 어디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우루루루루
루 쫓아 나와 영접허는 게 도리가 옳지. 계집이. 이 사람아 당돌히 앉아 있으면서 일어나지 않는 것은 웬일
인가. 에라 이 사람 요망하다.”

[중중모리]
흥보 마누라 나온다. 흥보 마누라 나온다. “아이고 여보 영감. 영감 오신 줄 내 몰랐소. 어디 돈, 어디 돈
허고 돈 봅시다, 돈 봐.” “놓아두어라 이 사람아. 이 돈 근본(根本)을 자네 아나. 못난 사람도 잘난 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맹상군(孟嘗君) *의 수레바퀴처럼 둥글둥글이 생긴 돈, 생살지권(生殺之權)을 가진 돈,
부귀공명 붙은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느냐. 얼씨구나 돈 봐. 어 어 어 얼씨구 얼씨
구 돈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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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이 돈을 가지고 쌀팔고 고기 사고 고기 죽을 누그름하게 열한 통이 되게 쑤어 가지고 각기 한 통씩 먹여 놓
으니, 모두 식곤증이 나서 앉은 자리에서 고자빠기잠*을 자는데, 죽 국물이 코끝에서 쇠죽 후주국 내리듯 댕
강댕강 떨어지것다. 흥보 마누라가 하는 말이, “여보 영감 그런디 이 돈이 무슨 돈이오? 어떻게 해서 생겨난
돈인지 좀 압시다.” “이 돈이 다른 돈이 아닐세. 우리 고을 좌수가 병영 영문에 잡혔는데 대신 가서 곤장 열
대만 맞으면 한 대에 석 냥씩 서른 냥을 준다기에 대신 가기로 하고 삯으로 받아 온 돈이제.” 흥보 마누라 깜
짝 놀라며, “소중한 가장 매품 팔아 먹고산단 말은 고금천지에 어디서 보았소.”

[진양]
㉠“가지 마오 가지 마오, 불쌍한 영감, 가지를 마오. 천불생 무록지인이요 지부장 무명지초 *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는 법이니, 설마한들 죽사리까. 병영 영문 곤장 한 대를 맞고 보면 죽도록 골병
된답디다. 여보 영감 불쌍한 우리 영감, 가지를 마오.”

[아니리]
흥보 아들놈들이 저의 어머니 울음소리를 듣고 물소리 들은 거위 모양으로 고개를 들고, “아버지 병영 가
시오? ” “오냐 병영 간다.” “갔다 올 제 떡 한 보따리 사 가지고 오시오.”

[중모리]
아침밥을 끓여 먹고 병영 길을 나려간다. 허유허유 나려를 가며 신세자탄(身世自嘆) 울음을 운다.
“어떤 사람 팔자 좋아 화려한 집 짓고 잘사는데 내 팔자는 왜 그런고.” 병영골을 당도하여 치어다보니
[B]
대장기요, 나려 굽어보니 숙정패로구나. 깊은 산속에 있는 사나운 범의 용맹 같은 용(勇) 자 붙인 군로
사령들이 이리 가고 저리 간다. 그때 박흥보는 숫한 사람이라 벌벌 떨며 들어간다.

[아니리]
방울이 떨렁, 사령 “예이.” 야단났지. 흥보가 삼문 간에 들어서 가만히 굽어보니 죄인이 볼기를 맞거
늘, 흥보 마음에는 그 사람들도 돈 벌러 온 줄 알고, ‘저 사람들은 먼저 와서 돈 수백 냥 번다. 나도 볼
기 좀 까고 업저 볼까.’ 볼기를 까고 삼문 간에 가 엎드렸을 제 사령 한 쌍이 나오더니, “병영 생긴 후
볼기전 보는 놈이 생겼구나.” 사령 중에 뜻밖에 흥보 씨 아는 사령이 있던가, “아니 박 생원 아니시
[C] 오.” “알아맞혔구만그려.” “당신 곯았소.” “곯다니 계란이 곯지, 사람이 곯나. 그게 어떤 말인가? ” “박
생원 대신이라 하고 어떤 사람이 와서 곤장 열 대 맞고 돈 서른 냥 받아 가지고 벌써 떠나갔소.” 흥보
가 기가 막혀, “그놈이 어떻게 생겼던가? ” “키가 구 척이요 방울눈에 기운 좋습디다.” 흥보가 말을 듣
더니, “허허 그전 밤에 우리 마누라가 밤새도록 울더니마는 옆집 꾀수 애비란 놈이 알고 발등걸이 *를
허였구나.”

[2부] 적용 학습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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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10

[중모리]
“번수네들 그러한가. 나는 가네. 지키기나 잘들 하소. 매품 팔러 왔는데도 손재(損財)가 붙어 이 지
경이 웬일이냐. 우리 집을 돌아가면 밥 달라고 우는 자식은 떡 사 주마고 달래고, 떡 사 달라 우는 자
식 엿 사 주마고 달랬는데, 돈이 있어야 말을 허지.” 그렁저렁 울며불며 돌아온다. 그때에 흥보 마누라
[D] 는 영감이 떠난 그날부터 후원에 단(壇)을 세우고 정화수를 바치고, 병영 가신 우리 영감 매 한 대도
맞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시라고 밤낮 기도하면서, “병영 가신 우리 영감 하마 오실 제 되었는데 어찌
하여 못 오신가. 병영 영문 곤장을 맞고 허약한 체질 주린 몸에 병이 나서 못 오신가. 길에 오다 누웠
는가.”

[아니리]
문밖에를 가만히 내다보니 자기 영감이 분명하것다. 눈물 씻고 바라보니 흥보가 들어오거늘, “여보
영감 매 맞았소? 매 맞았거든 어디 곤장 맞은 자리 상처나 좀 봅시다.” “놔둬. 상처고 여편네 죽은 것
[E]
이고, 요망스럽게 여편네가 밤새도록 울더니 돈 한 푼 못 벌고 매 한 대를 맞았으면 인사불성 쇠아들
이다.” 흥보 마누라 좋아라고,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좋을시구. 영감이 엊그저께 병영 길을 떠나신

후 부디 매를 맞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시라고 하느님 전에 빌었더니 매 아니 맞고 돌아오시니 어찌 아니
즐거운가. 얼씨구나 절씨고. 옷을 헐벗어도 나는 좋고 굶어 죽어도 나는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 작자 미상, 「흥보가(興甫歌)」

* 절량: 양식이 떨어짐.
* 맹상군: 엄청난 재력과 권력을 소유했던 중국 전국 시대의 인물.
* 고자빠기잠: 나무를 베어 낸 뒤에 남은 밑동처럼 꼿꼿이 앉아서 자는 잠.
* 천불생 무록지인이요 지부장 무명지초: 하늘은 녹봉 없는 사람을 태어나게 하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 세상

에 쓸모없는 존재는 하나도 없다는 의미를 지님.
* 발등걸이: 남이 하려는 일을 앞질러 하는 행위.

20001-0127

01 윗글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호장은 환자를 내어 주는 대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흥보에게 알려 준다.
‌
② 흥보는 자신을 맞이하지 않는 아내를 가부장적 위계질서를 근거로 질책한다.
③ 흥보의 아내는 배고픔을 달랜 후에야 흥보가 마련해 온 돈의 출처를 궁금해한다.
④ 흥보의 아들들은 흥보와 흥보 아내의 대화를 듣고 흥보가 병영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⑤ 사령들은 볼기를 까고 삼문에 들어선 사람이 흥보 이외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흥보에게 알려
‌
준다.

14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108-147 고전산문).indd 142 20. 1. 6. 오후 10:20


정답과 해설 47쪽

20001-0128

02 ‘흥보 마누라’의 심정이 ㉠에서 ㉡으로 바뀐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제삼자의 개입으로 흥보의 계획이 실패했기 때문에
② 흥보 가족의 문제 상황을 야기한 원인을 알아냈기 때문에
‌
③ 제삼자의 도움으로 흥보의 문제 상황이 해결되었기 때문에
④ 흥보가 겪을 사건에 대한 ‘흥보 마누라’의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⑤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흥보의 의지가 약해졌기 때문에

20001-0129

03 <보기>를 참고하여 [A]~[E]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판소리 사설에서 창(唱)은 특정 대상이나 상황을 묘사 및 평가하거나 인물의 정서를 전해 주는
역할을 하며, 아니리는 인물 간의 대화를 제시하거나 장면과 장면의 연결, 사건 및 인물의 갈등 상
황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창자(唱者)는 창을 통해 청중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여
스스로 작중 인물이 되게 하여 그 정서를 직접적으로 파악하거나 체험하게 하는 한편, 아니리를 통
해 작품 속 세계로부터 거리를 유지하게 하여 작중 인물과 사건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
다. 이러한 이원적 서사 틀로 인해 청중은 극적 긴장과 이완을 체험하게 된다.

① [A]는 창을 통해 환자를 빌리러 가는 흥보의 모습과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주관적 평가를 제


‌
시하고 있군.
② [C]는 흥보와 사령 간의 대화를 아니리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청중은 흥보의 상황이
‌
변한 원인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겠군.
③ [B]는 흥보의 발언을, [D]는 흥보와 흥보 아내의 발언을 창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
청중은 각 인물의 정서를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겠군.
④ [C]는 흥보의 집에서 병영으로, [E]는 병영에서 흥보의 집으로 공간적 배경이 전환되는 장면
‌
을 아니리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청중은 인물들의 갈등 상황에 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겠군.
⑤ [B]와 [C], [D]와 [E]같이 창과 아니리가 이어서 배치되는 서사 틀은 청중과 작품 속 세계와
‌
의 거리를 조절함으로써 청중이 극적 긴장과 이완을 체험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겠군.

[2부] 적용 학습 143

21 수특_문학(108-147 고전산문).indd 143 20. 1. 6. 오후 10:20


정답과 해설 48쪽

20001-0130

04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조선 후기에는 상품 경제 체제가 확산되면서 화폐가 널리 유통되었고, 이에 따라 부를 축적하는
신흥 계층이 생겨났는데 이는 봉건적인 신분 질서의 해체가 가속화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또
한 화폐가 사회 전반에서 큰 위력을 행사하자 사회의 부조리가 심해졌고, 민중은 날로 악화되는 생
활 환경 때문에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흥보가」는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등장하였다.

① 병영 영문에 잡혀간 좌수를 대신하여 흥보에게 매품을 권하는 호장의 말을 통해 당시 사회


‌
의 부조리를 확인할 수 있다.
② 흥보가 환자를 빌리러 가면서 호방에게 사용할 말투를 고민하는 장면을 통해 신분 질서가
‌
해체되어 가는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다.
③ 돈이 생살지권을 가지고 있고 부귀공명을 좌우한다는 흥보의 말을 통해 돈이 당시 사회 전
‌
반에서 큰 위력을 행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④ 흥보의 매품팔이를 가로채는 꾀수 애비의 모습을 통해 매품팔이로 생계를 유지해야 할 정도
‌
로 당시 민중의 삶이 힘겨웠음을 확인할 수 있다.
⑤ 돈이 들어 있는 궤를 관리하는 아전과 매품 삯을 지불하는 사령들을 통해 상품 경제의 확산
‌
으로 부를 축적한 신흥 계층에 아전과 사령들이 포함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14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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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1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 줄거리] 서천국 * 천궁 대왕과 옥진 부인은 나이 사십이 가깝도록 혈육이 없어 부처 전에 기자 치성을 드리고, 태몽을
꾸게 된다.

어떠한 선관(仙官)이 황학(黃鶴)을 타고 / 채운(彩雲)에 싸여서



국문(國門)을 크게 열고 / 부인 곁에 앉으며 왈,
부인은 놀라지 마옵소서. / 나는 도솔천궁지왕(兜率天宮之王) *이라.
부인의 공덕과 정성이 지극한 고로 / 천황(天皇)이 감동하고
[A] 제불(諸佛)이 지시하사 / 자식 주러 왔나이다.
일월성신(日月星辰) 정기 받아 / 동자(童子)를 마련하여 / 부인을 주시며 왈,
이 아기 이름은 안심국(安心國)이라 지었으며 / 별호(別號) *는 성조씨(成造氏)라 하며
무척 즐거워할 때 / 무정한 바람 소리에 / 부인의 깊이 든 잠 / 홀연 꿈을 깨고 보니
선관은 간 곳 없고 / 촉화(燭火)만 돋았다.
부인이 몽사(夢事)를 / 국왕 앞에 설화(說話)하니 / 국왕도 즐거워하더라.
이튿날 평명(平明) *에 / 해몽자(解夢者)를 급(急)히 불러 / 몽사 를 설화하니,
초경(初更)에 검정새 두 마리 / 청충(靑虫)을 물고 보이는 것은
좌편은 대왕(大王)의 직성(直星)이요 / 우편은 부인의 혼령이라.
청충 두 마리는 / 원앙비취지락(鴛鴦翡翠之樂)일뿐더러
국화꽃 세 송이는 / 국가에 삼태육경(三台六卿) * 날 꿈이요.
이경(二更)에 얻은 꿈은 / 삼태육경 자미성(紫微星)은 / 삼신제불(三神諸佛)이 대왕을 모신 바요,
금 쟁반 붉은 구슬 셋은 / 국가에 득남(得男)할 꿈이옵고
삼경(三更)에 얻은 꿈은 / 선관이 부인의 침실에 좌정(坐定)한 것은 / 이는 곧 지양 *이라.
성신의 정기 받아 / 동자를 마련하여 / 부인을 주신 것은
국가에 득남하면 / 소년 공명(少年功名)할 것이니 / 번몽(煩夢) *을 생각 마옵소서.
과연 그 말과 같이 / 그달부터 잉태(孕胎) 있어 / 한두 달에 이슬 맺고
삼사삭(三四朔)에 인형(人形) 생겨, / 다섯 달 반짐 싣고 / 육삭(六朔)에 육부(六腑) 생겨,
칠삭(七朔)에 골육(骨肉) 맺고 / 팔구삭(八九朔)에 남녀 분별,
삼만팔천사혈공(三萬八天四血孔)과 / 사지 수족 골격이며 / 지혜 총명 마련하고,
십삭(十朔)을 다 채워 / 지양이 내려와서 / 부인의 품은 아이 / 세상에 인도할 때,
명덕왕(命德王)은 명을 주고 / 복덕왕(福德王)은 복을 주고,
분접왕(分接王)은 가래 들고 / 금탄왕은 열쇠 들고 / 부인을 침(侵)노하니
부인이 혼미한 중에 / 금광문(金光門) 고이 열어 / 아기를 탄생하니,
딸이라도 반가운데 / 옥 같은 귀동자라.
부인이 정신 차려 / 침금(枕衾)에 의지하고 / 아기 모양 살펴보니
얼굴은 관옥(冠玉) 같고 / 풍채는 두목지(杜牧之)라.

[2부] 적용 학습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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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고전 산문 11

(중략)
인간이 생겼으되 / 연명은 풍족(豐足)하나, / 집이 없어 수풀을 의지하고,
㉠유월염천(六月炎天) 더운 날과 / 백설한풍(白雪寒風) 추운 계절을 / 곤란하게 피하거늘,
성조님 생각하되 / 내 지하국 내려가서, / 공산(空山)에 나무 베어 / 인간에 집을 지어,
추위와 더위를 피하게 하고 / 존비(尊卑)를 가르치면
㉡성조의 빛난 이름 / 누만년(累萬年) 전하리라 생각하고,
부모양위전(父母兩位前)에 인간의 집 없음을 / 민망히 말하니,
부모양위 허락하시거늘, / 허락받아 지하국 내려가서
무주공산(無主空山) 다다르매, / 온갖 나무 다 있으되
어떤 나무 바라보니, / 산신(山神)이 좌정하야 / 그 나무도 못 쓰겠고,
또 한 나무를 바라보니 / 당산(堂山) 지킨 나무 되어 / 그 나무도 못 쓰겠고,
또 한 나무를 바라보니 / 오작(烏鵲) * 짐승 집을 지어 / 그 나무도 못 쓰겠고,
또 한 나무를 바라보니 / 국수 * 지킨 나무 되어 / 그 나무도 못 쓰겠고,
나무 한 그루도 쓸 나무가 없는 고로, / ㉢나무 없는 사정을 / 역력히 기록하여,
상소 지어 손에 들고 / 하은(荷恩)을 재배(再拜)하고 / 천은(天恩)을 사례(謝禮)하여,
천상옥경(天上玉京) 높이 솟아 / 옥황(玉皇)님 앞에 절하고 / 상소를 올리시니,
옥황님이 상소를 받아 관찰하시고 / 성조를 보아 기특히 여기시고, / 제석궁(帝釋宮)에 하교(下敎)하셔
㉣솔씨 서 말 닷 되 칠홉오작(七合五勺) *을 허급(許給)하시거늘,
성조님이 솔씨 받아 / ㉤지하궁 내려와서, / 무주공산 다다라서 / 여기저기에 심어 놓고,
환국(還國)할 때, 불원간(不遠間) 삼 년 중(三年中)에 / 성조 나이 십팔 세라.
- 작자 미상, 「성조(成造)풀이」

* 서천국: 인도의 옛 이름. * 도솔천궁지왕: 도솔천에 있는 궁궐의 왕.
* 별호: 별명. 달리 부르는 이름. * 평명: 해가 돋아 밝아질 때.
* 삼태육경: 조선 시대에, 삼정승과 육조 판서를 통틀어 이르던 말.
* 지양: 아이의 출산과 성장을 관장하는 산신(産神)을 경상도 지방에서 달리 일컫는 말.
* 번몽: 번거로운 꿈, 번잡한 꿈. * 오작: 까마귀와 까치.
* 국수: 국사에 해당하는 방언. 국사당. 성황당. * 칠홉오작: 일곱 홉 다섯 작.

20001-0131

01 [A]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실제 지명을 언급하여 서사에 사실성을 부여하고 있다.
‌
② 초월적 인물을 등장시켜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③ 유사한 문장 구조를 반복하여 인물의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④ 상징적 소재를 활용하여 등장인물들 사이의 갈등 관계를 보여 주고 있다.
⑤ 상황에 대한 판단을 제시하여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평가를 전달하고 있다.

14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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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48쪽

20001-0132

02 <보기>를 참고하여 몽사 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윗글에서 ‘중략’ 이전은 성조신의 일대기 중 출생 전후의 상황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성조신의
부모의 모습, 모친이 자식을 얻기 위해 치성을 드리는 모습, 태몽에 나타난 여러 가지 소재와 상황
은 주인공인 성조신이 영웅 소설의 주인공과 유사한, 비범한 인물임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① 몽사에 등장한 선관이 ‘천황이 감동’한 이유에 대해 말하는 부분에서 자식을 얻기 위해 성조


‌
의 모친이 치성을 드렸음을 엿볼 수 있군.
② 초경의 꿈에 나타난 ‘청충 두 마리’라는 소재에 대한 해몽 부분에서 성조가 부모로부터 고귀
‌
한 혈통을 이어받은 인물임을 확인할 수 있군.
③ 초경의 꿈에 나타난 ‘국화꽃 세 송이’라는 소재에 대한 해몽 부분에서 성조가 장차 나라의 높
‌
은 벼슬을 맡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군.
④ 이경의 꿈에 나타난 ‘붉은 구슬 셋’이라는 소재에 대한 해몽 부분에서 성조가 자라면 신들의
‌
조력으로 성공할 것임을 확인할 수 있군.
⑤ 삼경의 꿈에 나타난 선관이 ‘동자를 마련’한 상황에 대한 해몽 부분에서 성조가 어린 나이에
‌
입신양명할 것임을 파악할 수 있군.

20001-0133

03 <보기>를 참고하여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성조풀이」는 집을 짓는 중이나 집이 완성된 후에 성조신을 모시는 굿을 할 때 무당이 부르던 노
래이다. 즉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집의 주재신(主宰神)으로서의 성조신의 좌정 내력에
대해 풀이한 서사 무가인 것이다. 따라서 「성조풀이」는 천상계라는 신적 공간에 머물던 성조신이 인
간 세계인 지상계(지하국/지하궁)에 집짓기로 표상되는 문화의 도래를 가져온 과정, 그 속에 담긴
성조신의 의도와 신적인 모습, 집을 짓는 데 필요한 조건과 재료 등은 무엇인지에 대해 전달하고
있다.

① ㉠: 집은 ‘유월염천’과 ‘백설한풍’을 견딜 수 있게 해 주는 수단으로, 결국 집짓기가 인간의


‌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나타낸다.
② ㉡: ‘성조의 빛난 이름’은 성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지상계에 최초로 집을 지어 명
‌
성을 얻으려는 성조의 의도를 강조한다.
③ ㉢: ‘나무’는 집짓기에 사용되는 재료로, 지상계에서 이미 용도가 정해져 있는 것도 집짓기
‌
에 쓸 수 있다는 조건을 드러낸다.
④ ㉣: ‘솔씨’는 천상계 왕의 허락으로 얻게 된 대상으로, 지상계의 집짓기 문화가 천상계의 도
‌
움으로부터 도래된 것임을 의미한다.
⑤ ㉤: ‘지하궁’은 천상계와 구분되는 공간으로, 천상계와 지상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성조의 초
‌
월적인 모습을 부각한다.

[2부] 적용 학습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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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0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어두워 가는 황혼 속에 음침한 동묘는 여전히 우중충하였다.


좀 이르다고 생각하였으나 나오기를 기다리면 되지 하고 제멋대로 후둑후둑 뛰는 가슴을 가라앉히고 아
직도 열려 있는 대문을 서슴지 않고 들어섰다. / 중문을 들어서 정전 앞으로 몇 발짝 걸어갔을 때이다.
전날 밤에 나타났던 정전 옆 바로 그 자리에 헙수룩하게 산발한 두 개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벌
써 어리석은 전날 밤의 나는 아니었다. / ㉠ ‘원 요런 놈의 도깨비가…….’

  
몽둥이를 번쩍 들고 사실 장군다운 담을 가지고 나는 그 자리까지 달려갔다. / 하나!
나의 손에서는 만신의 힘이 맺혔던 몽둥이가 힘없이 굴러떨어졌다. 유령 장군이 금시에 미치광이 광대 새
끼로 변하여 버렸던 것이다. / ‘원 이런 놈의…….’
틀림없던 도깨비가 순식간에 두 모자의 거지로 변하다니! 이런 기막힌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다음 순간 그 무엇을 번쩍 돌려 생각한 나는 또다시 몽둥이를 번쩍 들었다.
“요게 정말 도깨비장난이란 거야.”
하나 도깨비란 소리에 영문을 모르는 두 모자는 손을 모으고 썩썩 빌었다.
㉡ “아이구, 왜 이럽니까? ” / 이건 틀림없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나가라면 그저 나가라든지 그래 이 병신을 죽이시렵니까. 감히 못 들어올 덴 줄은 알면서도 헐수할수없

이…….”
눈물겨운 목소리로 이렇게 사죄를 하면서 여인네는 일어나려고 무한히 애를 썼다. 어린애는 울면서 그를
붙들었다. / 역시 광대에 지나지 못한 나는 너무도 경솔한 나의 행동을 꾸짖고 겨우 입을 열었다.
㉢ “아니우, 앉아 계시우. 나는 고지기두 아무것두 아니니.”
  
“네? ” / 모자는 안심한 듯한 동시에 감사에 넘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젯밤에 여기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소? ” / 무어가 무언지 분간할 수 없는 나는 이렇게 물었다.
“네? 나오다니요? 아무것두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구 단지 우리 모자밖에는 여기 아무것두 없었습

니다.” / 여인네는 어사무사하여서 * 이렇게 대답하였다.
㉣ “그럼 대체 그 불은? ” / 나는 그래도 속으로 의심하면서 주위로 눈을 휘둘렀다.
  
“무슨 일이나 생겼습니까? 정말 저희들밖에는 아무것두 없었습니다. 그리구 저희는 저지른 것두 없습

[A] 니다. 밤중은 돼서 다리가 하두 아프길래 약을 바르려고 찾으니 생전 있어야지유. 그래 그것을 찾느라
구 성냥 한 갑을 다 그어 내버린 일밖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고 여인네는 한쪽 다리를 훌떡 걷었다. 그리고 눈물이 그 다리 위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나는 모든 것을 얼음장 풀리듯이 해득하기는 하였으나 여기서 또한 참혹한 그림을 보지 않으면 안 되었
다. 그의 훌떡 걷은 한편 다리! 그야말로 눈으로는 차마 보지 못할 것이었다. 발목은 끊어져 달아나고 장딴
지는 나뭇개비같이 마르고 채 아물지 않은 자리가 시퍼렇게 질려 있었다.
“그놈의 원수의 자동차…… 그나마 얻어먹지도 못하게 이렇게 병신을 맨들어 놓고…….”
여인네는 울음에 느끼기 시작하였다. / “자동차에요? ” / “네, 공원 앞에서 그놈의 자동차에…….”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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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50쪽

나는 거의 실망에 가까운 어조로 이렇게 중얼거리고 대수롭지 않은 듯이 발길을 돌이키려 할 때이다. 사


람들의 수물거리는 틈으로 나는 무서운 것을 보았다.
군중의 숲에 싸여서 안 보이는 한 채의 자동차와 그 밑에 깔린 여인네 하나를 보았다. 바퀴 밑에는 선혈이
임리하고 그 옆에는 거지 아이 하나가 목을 놓고 울면서 쓰러져 있었다.
‘자동차 안에는.’ / 하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불량배와 기생 년들이 그득하였다.
‘오라질 연놈들!’ / ‘자동찰 타니 신이 나서 사람까지 치니.’ / ‘원 끔찍두 해라.’
이런 말마디를 주우면서 나는 어느 결에 그 자리를 밀려져 나왔었다.
㉤ “그래 당신이 그…….” / 나는 되풀이하던 기억의 끝을 문뜩 돌려 이렇게 물었다.
  
“네, 그렇답니다. 달포 전에 그 원수의 자동차에 치여 가지구 병원엔지 무엔지를 끌구 가니 생전 저 어

린것이 보구 싶어 견딜 수 있어야지유. 그래 한 달두 채 못 돼 도루 나오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이놈의
[B]
다리가 또 아프기 시작해서 배길 수 있어야지유. 다리만 성하문야 그래두 돌아댕기면서 얻어먹을 수는
있지만…….”
여인네는 차마 더 볼 수 없는 다리를 두 손으로 만지면서 울음에 느꼈다.
나는 그의 과거를 더 캐물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니 묻지 않아도 그의 대답은 뻔한 것이었다.
‘집이 원래 가난했습니다. 그런 데다가 남편이 죽구 나니…….’
비록 이런 대답은 안 할지라도 그 운명이 그 운명이지 무슨 더 행복스런 과거를 찾아낼 수 있었으리요.
나의 눈에는 어느 결엔지 눈물이 그득히 고였었다. ‘동정은 우월감의 반쪽’일는지 아닐는지는 모른다. 하
나 나는 나도 모르는 동안에 주머니 속에 든 대로의 돈을 모두 움켜서 뚝 떨어지는 눈물과 같이 그의 손에
쥐여 주었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부리나케 그 자리를 뛰어나왔었다.
- 이효석, 「도시와 유령」

* 어사무사하여서: 생각이 날 듯 말 듯 하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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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와 [B]는 모두 상대의 질책에 대한 여인의 변명으로, 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의 삶이 생생

하게 드러나고 있다.
② [A]와 [B]는 모두 사회 현실에 대한 여인의 직설적인 평가로, 이를 통해 당대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가 드러나고 있다.
③ [A]와 [B]는 모두 자신의 행적이나 처지에 대한 여인의 소명으로, 이를 통해 여인을 둘러싼

사건의 내막이 드러나고 있다.
④ [A]와 [B]는 모두 동일한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여인의 이해로, 이를 통해 여인의 변

화되는 심리가 드러나고 있다.
⑤ [A]와 [B]는 모두 자신의 과오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여인의 요청으로, 이를 통해 ‘나’와 여

인 사이의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149

21 수특_문학(148-189 현대소설).indd 149 20. 1. 6. 오후 10:20


정답과 해설 50쪽

20001-0135

02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 작품은 식민지 조선인이 근대적 문물과 제도를 향유하기는커녕, 그에 의해 치명적인 위해만
입은 상징적인 상황을 통해 일제 강점기를 비판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서술자는 교통사고 현장
과 그 피해자의 비참한 상태를 충격적으로 묘사하고 자동차와 자동차 사용자에 대한 인물들의 부
정적 태도를 드러냄으로써, 일제에 의해 주도된 근대화에 대한 당대의 비판적 인식을 대변하고 있
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상황이 더는 성스러운 공간으로 인식되지 않는 장소에서 조선인 하층민
의 증언을 통해 드러나게 함으로써, 조선의 피식민 상태를 부각하고 조선인의 처지에 대한 연민을
나타내고 있다.

① ‘동묘’가 성스러운 공간이 아니라 ‘음침’하고 ‘우중충’한 장소로 표현된 것은 일제에 의해 강


‌
점되어 있는 조선의 현실을 보여 주는 것이겠군.
② 여인의 ‘한편 다리’가 ‘눈으로는 차마 보지 못할’ 상태라는 것은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
받은 위해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겠군.
③ 자동차 사고에서 ‘거지 아이 하나가 목을 놓고’ 우는 것은 일제에 의해 주도된 근대화의 산물
‌
을 향유하지 못하는 조선인의 회한을 드러낸 것이겠군.
④ 사고를 낸 자동차 사용자에 대해 ‘아니나 다를까’라고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일제가 주
‌
도한 근대화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겠군.
⑤ ‘나’가 자신의 ‘돈’을 여인에게 ‘눈물과 같이’ 주는 것은 식민지인으로 비참하게 살아가는 조
‌
선인의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을 보여 주는 것이겠군.

20001-0136

0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도깨비’라는 비현실적 대상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 믿는 ‘나’의 내면이 드러난다.

② ㉡: ‘나’의 탐색이 거지 모자에게는 물리적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③ ㉢: ‘나’가 자신의 행동이 경솔했음을 깨닫고 거지 모자에게 미안해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④ ㉣: ‘나’가 거지 모자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음이 드러난다.

⑤ ㉤: ‘나’가 과거를 상기하며 여인의 불행에 자신도 책임이 있다고 깨달았음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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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02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 줄거리] 일본 동경에서 유학 후 5년 만에 고향인 원터 마을에 돌아온 김희준은 마을에 철도가 놓이고 제사(製絲) 공장
이 들어섰으나 여전히 가난한 고향의 현실을 목격한다. 대부분 소작농으로 전락한 농민의 현실을 목도한 희준은 스스로 소작인
으로서 농사를 지으며 계몽 활동을 벌이고, 농민을 결집시킬 수 있는 두레를 만들고자 마름인 안승학을 찾아간다.

안승학은 희준이와 정면충돌하기가 싫어서 표면상으로는 선선히 승낙하는 체하였으나 내심으로는


두레를 내자는 데 그리 찬성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은 두레를 반대하거나 자기에게 손해가 돌아올까
해서 겁내는 것이 아니라 역시 희준이의 세력이 커질까 봐서 시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도 너
무 자겁함이나 아닌가 하고 은근히 자기를 꾸짖어 보기도 하였으나 어쩐지 마을 사람들이 희준이를 가
까이하는 것 같은 생각은 자기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처럼 불안이 없지 않았다.
안승학은 그 뒤로 한참 동안 수판알을 굴리며 생각을 해 보다가 갑성이를 시켜서 학삼이를 불러왔
다. 학삼이는 그가 민 판서 집 ‘사음’을 운동할 때부터 그에게는 다시없는 심복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지 긴한 일이면 으레 학삼이와 상의하는 터이다. / “아침 잡수셨어요? ”
㉠수염으로 한몫을 보는 학삼이는 주인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며 마루 끝에 걸터앉는다.
[A]
“아, 이리 좀 들어오게. 조용히 할 말이 있어.”
학삼이는 무슨 일인지 몰라서 눈을 둥그러니 뜨고 방으로 들어와 앉는다.
“자네도 들었나! 희준이한테.” / “무엇 말씀인가요? ”
“두레 말이야.” / “네, 젊은 애들이 지껄이는 말은 들었어요, 왜요? ”
㉡주인은 한 걸음 다가앉으며 교활한 웃음을 가재수염 밑으로 머금으면서
“그럼 잘되었네. 자네가 그것을 반대하게.” / “내가 반대해요? ”
“응 그래, 지금 곧 희준이가 왔다 갔는데 그런 말을 하기에 동중에 손해가 없거든 해 보라고 했네마

는 나중에 생각해 본즉 뒷일을 누가 아나. 두레를 냈다가 공연히 부비 *만 나게 되면 가난한 사람들에
게 힘에 넘치는 추렴새만 물리게 될 것 아닌가? ”
(중략)
백룡이네 논을 매러 와서 두레는 한바탕 들판에서 놀고 저녁때의 쉴 참이 되었다. 농군들은 논두렁에 앉
아서 담배를 피운다.
㉢ 술을 많이 먹으면 논을 거칠게 맨다고 그들은 누구에게나 한 번에는 한 사발 이상을 더 먹이지 않았다.
  
지금 그들은 담배 연기에 싸여서 이야기의 꽃이 피었을 때, 희준이도 그들의 틈에 끼여 앉아서 한 추렴을
들었다. / ㉣ “아니 희준이는 그러다가 농군이 되기 쉽겠네. 풍물 치는 것은 어디서 그렇게 배웠나.”
  
김 선달은 앞니 빠진 말상 같은 얼굴을 흔들며 허허 웃는다.
“글쎄 말이지, 논두 매면 곧잘 매겠는데.”
㉤ “왜 농군이 되면 못쓰나요? ” / 희준이는 그들을 쳐다보며 따라 웃는다.
  
“자네 같은 사람이야 농군이 안 되더래도 잘살 수가 있을 터인데. 참 저 사람은 별일이여! ……왜 월급 생

활을 않는다나? ” / 하고 조 첨지는 참으로 의심스러운 듯이 희준이를 노려본다.
“월급 생활보다도, 이런 일 하는 것이 제일 좋아요.”

[2부] 적용 학습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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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02

“그래도 무슨 주의가 다르기에 그렇지 않은가. 우리 같은 무지한 백성이야 여북해서 땅을 파먹느냐 싶은



데? 원 참.”
조 첨지는 다시 의심스러운 눈을 희준에게로 돌리는데 그러나 희준이는 잠자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 그들은 오히려 원시적인 우매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인간의 생산력이 유치하였을 때 자연에게 압
   
박을 당하고 사회 환경의 지배를 받을 때 그들은 이것을 불가항력으로 돌리는 동시에 인간을 무력하게 보고
따라서 ‘숙명적’ 인생관을 갖게 되지 않았던가? 지금 이들에게 노동은 신성하다, 사람은 누구나 병신이 아
닌 다음에는 노동을 해서 먹고사는 것이 가장 옳은 일이라고, 농사짓는 것과 석탄 캐는 것과 고기 잡는 것과
길쌈하는 것 같은 생산적 노동은 그것들이 우리 생활에 직접으로 필요한 것인 만큼 더욱 귀중한 일이라고
설명을 한댔자, 잘 알아듣지 못한다. 그들은 놀고서도 잘사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놀면서 잘사는 까닭이 웬
일인지는 몰라도 사실이 그런 것만은 거짓말이 아니다.
희준이는 올봄에 뒷산에 올라서 떡갈나무잎을 보고 느끼던 것이 생각난다. 지금 이들은 마치 떡갈나무의
묵은 잎새와 같이 낡은 생각이 붙어 있지 않은가. 햇잎새가 길게 싹터 나오는데도 묵은 잎새는 그대로 그 밑
에 붙어 있다. 그들은 새 시대를 맞으면서도 오히려 묵은 사상에 사로잡혀 있지 않으냐? 봄이 ― 인간의 봄
이 무르녹아야만 그들의 묵은 잎새도 떨어지려는가?
- 이기영, 「고향」

* 부비: 일을 하는 데 써서 없어지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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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보기>를 참고하여 [A]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두레는 재래의 풍속을 대표하는 농가의 조직으로,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집단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자주와 평등의 정신 위에서 이루어진 수평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공동 노동으로서의 진취성과 상부상조의 전통이 강하다. 이 작품에서 원터 농민들은 두레를 통하
여 의식을 하나로 결집시킬 뿐만 아니라 단결력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또한 이 점에서
지배 계급들은 그 힘을 두려워하여 두레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① 희준은 두레를 통해 원터 농민들의 의식을 하나로 결집시키고자 하는 구심적 역할을 하는


‌
인물이다.
② 학삼은 안승학의 충직한 아랫사람으로, 안승학으로부터 두레를 반대하는 여론을 일으킬 것
‌
을 종용받는 인물이다.
③ 안승학은 두레를 만들려는 희준의 세력이 커지게 되면, 자신이 그 세력의 우두머리가 될 방
‌
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
④ 안승학은 학삼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기 위해, 두레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로울 것이
‌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⑤ 안승학은 스스로 너무 소심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여기면서도, 두레를 내는 농민들의 집단
‌
적인 움직임이 자신의 입지에 위협이 될까 불안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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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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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려는 인물의 행동을 묘사한 것으로, 두 인물의 사회적 관계를 짐
‌
작하게 한다.
② ㉡: 인물의 외양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독자가 인물의 성격과 내면 심리를 짐작하게
‌
한다.
③ ㉢: 특정 소재에 대한 인물들의 반응과 행동을 제시하는 것으로, 인물들이 서로를 위해 노력
‌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④ ㉣: 예상치 못한 상대방의 행동을 칭찬하는 말로,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고 있다.
‌
⑤ ㉤: 일반 사람들의 편견이 잘못된 것이라는 의도를 내포하는 반문으로, 상대방에 대한 거부
‌
감을 내포하고 있다.

20001-0139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930년대 조선은 근대적 자본주의 사회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농촌의 사회 질서가 붕괴되었고 이
과정에서 농민들은 더욱 궁핍해졌다. 「고향」은 이 시기 조선의 농촌 현실을 원터 마을의 인물들을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우매했던 원터의 소작인들은 힘겨운 노동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부조리한 경제 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는
일본 유학을 하고 온 김희준이 마을의 소작인 신분으로 농촌 계몽 사업을 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
는 물질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농민과의 연대성을 확보하려 하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이는 이전의 농촌 계몽 소설이 도시 지식인의 하향적인 시혜 의식을 다룬 것과는 차별적이다.

① 농군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희준이 ‘그들의 틈에 끼여 앉아서 한 추렴을 들’으며 같이 쉬는



장면은, 그가 정신적인 측면에서 농민들과 연대 의식을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짐작하
게 하는군.
② 희준이 ‘월급 생활보다도’ 농민들과 어울리는 삶이 더 좋다고 말하는 것은, 물질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농민과 함께해야 한다는 그의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겠군.
③ 조 첨지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희준을 바라보는 것은, 당시 농촌 계몽을 하던 지식인들이 하

향적인 시혜 의식을 드러낸 것과 비교했을 때 희준은 ‘무슨 주의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겠군.
④ 희준이 ‘놀면서 잘사는 까닭’이 존재하는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가

농군들을 ‘ ‘숙명적’ 인생관’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하고자 하는 바탕이 되는 것이겠군.
  
⑤ 희준이 농군들을 보며 ‘떡갈나무의 묵은 잎새와 같이 낡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은,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우매한 농민들을 계몽해야 부조리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
다는 생각과 연결되겠군.

[2부] 적용 학습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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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03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화 비판회라니? ”
김만필은 시치미를 떼고 되물었다. 스즈끼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선생님이 그 회원으로 굉장하게 활동하신 것은 학생들이 모두들 압니다.”
“아뇨, 그런 일은 없소. 그건 무슨 잘못이겠죠.”
김만필은 당장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그 말을 부정했다. 가슴속에서는 그의 조그만 지위와 양심이 저울
에 걸려 있는 것을 느끼면서.
“그러셔요.”
스즈끼는 의아해하는 표정을 하면서
“그 회가 해산될 때 선생님이 굉장한 열변을 토하셨다는 말까지 있는데요? ”
“아니 그런 일은 없소.”
김만필은 그래도 부정했다. 그러나 그의 기억에는 그날의 감격에 찬 광경이 역력하게 나타났다. 문화 비
판회가 드디어 해산되기로 정해진 날 그는 분노에 불타서 말은 더듬거릴망정 그야말로 소리와 눈물을 한꺼
번에 내쏟는 열변을 토한 것이었다. 그 고운 기억은 그가 아무리 비열한 인간이 되어 버리는 날이 있을지라
도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것인 것이다. 김만필은 그것까지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자기의 현재의 지위
에 대해 잠깐 스스로 책망하는 생각에 잠겼었다. 그러나 곧 그는 공세로 옮겨 갔다. 이런 소리까지 냄새를
맡아 가지고 학생 새에 펼쳐 놓는 그 근원은 대체 어느 곳에 있는 것인가.
“그런 소문은 대체 어디서 들었소? ”
스즈끼는 김 강사의 심상치 않은 태도에 당황해서 얼굴을 붉히며
“요전에 다까하시 군에게 들었습니다.”
“다까하시는? ”
“T 선생이 그러시드래요.”
“T 선생? ”
“네. 김 선생님은 굉장한 수재시고 동경 제대서도 문화 비판회의 중요한 회원이시었다구요.”
“흠 .”
  —
김만필은 말없이 생각하였다. 이것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무슨 깊은 책략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
였다. 그러나 그렇기로 T 교수는 대체 어디서 또 그런 소리를 냄새 맡아 왔을까. 정말 셰퍼드 같은 작자다.
이놈 이번에는 제 본색을 나타냈구나 하고 분개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 그의 앞에 앉았는 스즈끼까지도 의
심스러워졌다. 스즈끼는 오늘 처음으로 찾아왔으면서 다른 선생한테 가서 철없이 떠들면 단번에 학교를 쫓
겨날 만한 소리를 지지하게 늘어놓았으니 그렇게까지 자기를 신용할 근거가 어디 있는가. 어쩌면 이 스즈
끼 놈도 T 교수와 한통이어서 일부러 김만필의 본심을 떠보러 온 것이나 아닐까. 이렇게 의심하기를 시작하
니까 다음다음 모든 것이 의심덩어리였다. 대체 취임식 다음 날 T 교수가 난데없이 스즈끼 욕을 자기에게
들려주던 것부터 이상스러웠다. 그것은 일부러 자기를 속일 전제가 아니었던가…… 스즈끼는 김 강사의 눈
치가 험해 가는 것을 보고 어쩔지를 몰라 멈칫거렸으나 스즈끼가 그러면 그럴수록 김 강사는 이놈 시치미를

15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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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는구나 하고 점점 더 스즈끼가 밉게 생각되는 것이었다.
(중략)
“긴상, 그날 밤 일 아즉 기억하고 계시죠. H 과장 댁 앞에서 우리가 맞닥뜨리던 날 밤 .”


김 강사가 의미 없는 웃음을 지었더니
“기억하고 계시죠. 내가 과자 상자를 들고 갔던 것 보셨죠.”
김 강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이란 다 그런 겝니다. 난들 그런 짓을 하기가 좋아서 하겠소. 어쨌든 지금 연말도 되구 했으니 교장

한테 무어 과자라도 한 상자 사 가지구 찾어가 두시란 말이오.”
말해 던지고 T 교수는 그대로 가 버렸다.
교실에 들어가 강의를 하면서도 김 강사는 T 교수의 말을 잊어버릴 수가 없었다. 씹어 생각해 보면 T 교
수의 말은 그럴 듯도 싶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지금 와서 과자 상자를 사 들고 주적주적 교장을 찾
아가도 소용이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업신여김을 받을 것 같았다. 뿐 아니라 T 교수의 성격이라든지 그의
모든 것을 생각해 보면 그가 진정으로 김 강사를 위해 무슨 말을 해 줄 이유는 하나도 없는 것이다. 만일 그
렇다면 T 교수의 말은 실상은 책상물림 주제에다 어딘가 만만치 않은 고장이 있는 김 강사를 조롱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또다시 돌려 생각하면 T 교수의 말은 좀 더 의미가 깊은 것으로 ‘교장은 너를
미워하고 있다. 너도 미리 생각을 돌리지 않으면 목이 잘라진다.’라는 협박같이도 생각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날 밤 김 강사는 명치옥에 가서 서양과자를 한 상자 샀다. 위 뚜껑에 ‘조품 *’이라 두 자를
쓰고 그 밑에 자기의 명함을 붙였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에도 그의 마음속에서는 종시 두 가지 의사가 싸우
고 있었다. 암만 무얼 해도 이 짓만은 하기 싫다. 자기가 이것을 가지고 가면 교장은 이놈 인제두 하고 빙그
레 웃고 T 교수는 등 뒤에서 그 능글능글한 웃음을 띠고 나의 어리석음을 조소할 것이다. 어차피 S 전문학
교에 다니는 것도 길지는 않을 것이니 이런 짓까지 하면 그만큼 나는 밑질 뿐 아닌가. 그러나 바로 그다음에
는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아니 T 교수의 말대로 세상이란 다 이런 것이다. 내가 지금 암만 뽐내 본댔
자 배 속을 짜개면 S 전문학교를 나가고 싶지 않은 것이 본심이 아닌가. 물에 빠지는 자는 지푸라기라도 잡
는다 한다. 이론이 다 무엇이냐. 내가 이런 짓을 하는 것이 더럽다 하면 나에게 이런 짓을 하게 하는 자들은
더 더러운 것이다. 이런 것으로 더럽히는 것은 내 양심이 아니라 놈들의 양심이다. 나는 요런 조그만 미끼를
물고 좋아하는 놈들의 그 천박한 꼴을 조소하면 그뿐인 것이다 .
  —
김 강사는 악마의 마음을 먹은 심 잡고 과자 상자를 들고 서대문행 전차를 탔다. 그러나 그의 결심은 오래
계속되지 못했다. 그는 광화문 정류장에서 전차를 내려 효자동 가는 전차를 타지 않고 천천히 종로로 갔다.
본정통의 번잡한 데 비해 이곳은 몹시 잠잠했다. 일루미네이션(설비등)만 헛되게 빛나고 세모 대매출의 붉
은 깃발이 쓸쓸한 섣달 대목 거리의 먼지에 퍼덕이고 있었다. 한참이나 거리를 어슬렁거리다가 욕심쟁이로
일가 간에 돌림뱅이가 된 아주머니를 생각한 그는 걸음을 빨리해 파고다 공원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 유진오, 「김 강사와 T 교수」

* 조품: 매우 간략하게 만들어 거칠고 변변하지 못한 물건.

[2부] 적용 학습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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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52쪽

20001-0140

01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심리 묘사를 통해 등장인물의 내면적 갈등을 보여 주고 있다.
② 서술자의 관찰자적 시선을 통해 사건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③ 장면에 따라 서술자를 달리하여 상황을 입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④ 등장인물의 과장된 말과 행동을 통해 희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⑤ 시·공간적 배경을 명시함으로써 사건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20001-0141

02 윗글의 ‘스즈끼’와 ‘T 교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스즈끼와 T 교수는 모두 김 강사의 속물적 근성을 비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② 스즈끼와 T 교수는 모두 김 강사로 하여금 현실을 자각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있다.

③ 스즈끼는 김 강사가 동료 교수를 험담하도록 하고, T 교수는 김 강사가 학생을 불신하게 하

고 있다.
④ 스즈끼는 김 강사로 하여금 위기의식을 환기하게 하고, T 교수는 김 강사의 내면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⑤ 스즈끼는 김 강사가 자신의 행적에 자부심을 갖게 하고, T 교수는 김 강사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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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920~1930년대에는 지식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소설이 많이 등장한다. 그들은 지식인으로
서 양심을 지키고, 그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지만, 한편으
로는 스스로 사회적·경제적 입지조차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그들은 이중의 고뇌
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지식인 소설은 그들의 이런 고뇌 양상을 잘 반영하고 있고, 유진오의
「김 강사와 T 교수」 역시 이와 같은 지식인 소설 중 하나이다.

① ‘문화 비판회’ 활동은 지식인으로서 김 강사의 사회적 소임과 관련된 것이겠군.



② 김 강사가 서양과자를 사서 교장을 찾아가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사회적·경제적 입지를 확

보하기 위한 것이겠군.
③ T 교수가 학생들에게 김 강사를 수재라 하는 것은 김 강사를 진정한 지식인으로 인정하고 있

음을 보여 주는 것이겠군.
④ T 교수가 김 강사에게 하는 충고를 보면 T 교수는 사회적·경제적 입지를 확보하는 일을 중

시하는 인물임을 알 수 있겠군.
⑤ 김 강사가 전차에서 내려 한참이나 어슬렁거린 것은 양심을 지키는 것과 사회적·경제적 입

지를 확보하는 것 사이의 이중의 고뇌를 보여 주는 것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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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04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 줄거리] 짚신 장수 아들인 방삼복은 삼십이 다 되도록 머슴살이를 하고, 일본과 상해 등지를 떠돌아다니다 조선으로
돌아와 헌신을 고쳐 주는 신기료장수를 하며 입에 풀칠을 하고 사는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조국이 해방을 맞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우랄질! 독립이 배부른가? ”


이렇게 그는 두런거리면서 반감이 솟았다.
이삼일 지나면서부터야 삼복에게도 삼복에게다운 해방의 혜택이 나누어졌다.
십 전이나 십오 전에 박아 주던 징을, 오십 전을 받아도 눈을 부라리는 순사를 볼 수가 없었다. 순사가 없
어졌다면야 활개를 쳐 가면서 무슨 짓을 하여도 상관이 없고 무서울 것이 없던 것이었다.
“옳아, 그렇다면 독립도 할 만한 건가 보다.”
삼복은 징 열 개를 박아 주고 오 원을 받아 넣으면서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며칠이 못 가서 삼복은 다시금 해방을 저주하여야 하였다. 삼복이 저 혼자만 돈을 더 받으며, 더
받아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첫째 도가(都家)들이 제 맘대로 재룟값을 올리던 것이었었다. 징, 가죽, 고
무, 실 모두가 오 곱 십 곱 비싸졌다. 그러니 신기료장수는 손님한테 아무리 비싸게 받는댔자 재료를 비싼
값으로 사야 하니, 결국 도가만 살찌울 뿐이지 소득은 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이런 옘병헐! 그눔에 경제곈 다 어디루 가 뒈졌어. 독립은 우라진다구 독립을 헌담.”
석양 때 신기료 궤짝 어깨에 멘 채 홧김에 막걸리 청으로 들어가, 서너 사발 들이켜고는 그는 이렇게 게걸
거렸다.
그럭저럭 구월도 열흘이 되고, 서울 거리에는 미국 병정이 꼬마 차와 함께 그득히 퍼졌다.
그 미국 병정들이, 거리를 구경하면서 혹은 물건을 사려면서 말이 서로 통하지를 못하여 답답해하는 양을
보고 삼복은 무릎을 탁 쳤다.
그러나 슬플진저, 땟국과 땀에 찌든 이 누더기를 걸치고는 가망이 없을 말이었다.
‘무슨 도리가 없을까? ’
반일을 궁리를 하다가 정오 때에야 한 줄기 서광을 얻었다.
총총히 집으로 돌아가, 마누라를 시켜 구두 고치는 연장 일습과 재료 남은 것에다 이불이며 헌 옷가지 해
서 한 짐을 동네 아는 가게에다 맡기고는 한 달 기한으로 돈 백 원을 서푼 변으로 취해 오게 하였다.
그 돈 백 원을 가지고 삼복은 흔한 넝마전으로 가서, 백 원 돈이 꼭 차는 한도까지에 양복이란 명색 한 벌
과 모자를 샀다. ㉠신발은 부득이 안방 사람의 병정 구두 사 신은 것을 이다음 창갈이를 거저 해 주겠다는
조건으로 닷새만 제 것과 바꾸어 신기로 하였다.
(중략)
노예도 노예 이전이면 상전을 선택할 자유를 가지는 수도 있다고.
삼복은 종로서 전차를 내려 동쪽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물색을 하였다. 생김새가 맘씨 좋아 보이고, 여느
병정이 아니라 장교쯤 가는 이라야 할 것이었다.

[2부] 적용 학습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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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04

청년 회관 앞에서 담뱃대를 사고 있는 하나가, 몸집이 부대하고 여느 병정은 아닌 듯하고, 얼굴이 자못 선


량하여 보이는 게 선뜻 마음에 들었다. 구경하는 체하고 넌지시 그 옆으로 가 섰다.
미국 장교는 담뱃대를 집어 들고 기물스러워하면서 연방 들여다보다가 값이 얼마냐고,
“하우 머취? 하우 머취?” / 하고 묻는다.
담뱃대 장수 영감은, 삼십 원이라고 소래기만 지른다.
㉡알아들을 턱이 없어 고개를 깨웃거리면서 다시금 하우 머취만 찾는 것을, 기회 좋을시고라고, 삼복이
가 나직이,
“더티 원.” / 하여 주었다.
홱 돌려다 보더니 / “오, 캔 유 스피크? ”
하면서 사뭇 그러안을 듯이 반가워하는 양이라니. 아스러지도록 손을 잡고 흔드는 데는 질색할 뻔하였다.
직업이 있느냐고 물었다. 방금 실직하였노라고 대답하였다.
그럼, 내 통역이 되어 주겠느냐고 물었다. 그러겠노라고 대답하였다.
이 자리에서 신기료장수 코삐뚤이 삼복이 미스터 방으로 승차를 하여, S라는 미국 주둔군 소위의 통역이
되었다. 주급 십오 불(이백사십 원)가량의.
거진 매일같이 미스터 방은 S 소위를, 낮에는 거리의 구경으로, 밤이면 계집 있는 술집으로 인도하였다.
한번은 탑골 공원의 사리탑을 구경하면서, 얼마나 오랜 것이냐고 S 소위가 물었다. 미스터 방은 언젠가,
수천 년 된 것이란 말을 들었기 때문에, 투 따우샌드 이얼스라고 대답하였다.
또 한번은, 경회루를 구경하면서 무엇 하던 건물이냐고 물었다. 미스터 방은 서슴지 않고,
㉢ “킹 듀링크 와인 앤드 딴스 앤드 씽, 위드 땐써.”
  
라고 대답하였다. 임금이 기생 데리고 술 마시고, 춤추고 노래 부르고 하던 집이란 뜻이었다.
내가 보기엔, 조선 여자의 옷이 퍽 아름답고 점잖스럽던데, 어째서 양장들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S 소위가
물었다. 미스터 방은 여자들이 서양 사람한테로 시집을 가고파서 그런다고 대답하였다.
서울역을 비롯하여 거리에 분뇨가 범람한 것을 보고, 혹시 조선 가옥에는 변소가 없느냐고 S 소위가 물었
다. 미스터 방은, 있기야 집집마다 다 있느니라고 대답하였다.
썩 좋은 조선 그림을 한 장 사고 싶다고 하여서, ㉣문지방 위에다 흔히들 붙이는 사슴이 불로초를 물고,
신선이 앉았고 한 것을 오 원에 한 장 사 주었다.
제일 재미있고 유명한 소설이 무엇이냐고 물어서, 『추월색』이라고 대답하였고, 그럼 그것을 한 권 사고 싶
다고 하여서, 여러 날 사러 다니다 못해 동네 노마네 집에 치를 이 원에 사 주었다. 이 밖에도 미스터 방은 S
소위에게 조선을 소개한 공로가 여러 가지로 많으나 대강은 그러하였다.
㉤그 공로에 정비례해서, 미스터 방은 나날이 훌륭하여져 갔다. 팔일오 이전에 어떤 은행의 중역의 사택
이라던 지금의 이 집으로, 현저동 그 집에서 옮아오기는 S 소위의 통역이 되는 사흘 후였다. 위아래층을 다
양식 절반 일본식 절반으로 꾸민 호화스러운 저택이었다. 정원엔 때마침 단풍과 가을 화초가 아름다웠고,
연못에선 잉어가 뛰놀고 하였다.
- 채만식, 「미스터 방」

15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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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53쪽

20001-0143

01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방식을 통해 인물의 부정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② 공간적 배경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하여 사건 전개의 실마리를 암시하고 있다.
③ 인물의 상상 장면과 현실 장면을 반복적으로 교차하여 긴박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④ 인물 간의 대화를 활용하여 공간에 따라 변하는 주인공의 분열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⑤ 내화와 외화의 서술자를 달리하는 액자식 구성을 사용하여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0001-0144

02 <보기>를 참고하여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풍자는 부정적인 대상이 지니고 있는 모순을 발견해 나가는 비판적인 기법이다. 풍자 기법은 대
상을 정면으로 공격하기보다는 에둘러 들추어냄으로써 그 의도가 강화된다. 채만식은 풍자를 가장
잘 사용한 작가인데, 그의 작품에서는 인물에 대한 희화화와 아이러니가 중요한 풍자 요소로 작용
하고 있다. 또한 그는 전지적 서술자를 전면에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등장인물을 일방적으로 해석
하고 소개한다. 이 경우 독자는 등장인물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인물의 말과 행동을 신
뢰하지 않게 된다.

① ㉠: 자신의 처지를 위장하여 남을 기만하려는 인물의 행동을 제시하여, 부정적 대상에 대한



비판적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② ㉡: 인물의 행동을 전달하는 전지적 서술자를 전면에 드러내어, 독자가 인물에 대해 비판적

인 시선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③ ㉢: 대화 상황을 통해 부정적 인물을 희화화하는 장면으로, 작가의 풍자적 의도가 강화된다

고 할 수 있다.
④ ㉣: 인물 간의 갈등의 실마리를 요약적으로 제시하여, 부정적 인물을 에둘러 들추어냄으로

써 희극적 요소를 부각하고 있다.
⑤ ㉤: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평가를 아이러니의 방식으로 드러내는 부분으로, 인물에 대한 작

가의 부정적 시선을 내포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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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54쪽

20001-0145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945년 종전 이후 미군은 일본군의 무장 해제와 남한의 치안 유지를 위해 진주하여, 일제를 대체
한 실질적인 지배자로서 민중과 만난다. 이 시기 작가들 중에는 우리 민족의 독립과 통일을 저해하
는 장애물이자 반대자로 미군을 인식하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던 지식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의 작가들은 그들을 직접 비판하기보다, 당대 혼란기 속에서 새로운 지배자로 군림한 이들에게 기
생하여 자신의 현실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교활한 기회주의자들을 비판하는 것에 머물렀다. 이 작
품은 몇 마디 배운 토막 영어를 밑천으로 미군 장교의 통역을 맡아 추태를 벌이는 미스터 방을 통
해 당대 현실을 그려 내고 있다.

① 해방 후에 ‘눈을 부라리는 순사’가 없으니 ‘무슨 짓을 하여도 상관이 없’다고 여기는 삼복의 행

동에서, 일본군이 철수한 후에 우리 민족이 당면했던 혼란기를 엿볼 수 있군.
② ‘소득은 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 되자 ‘독립은 우라진다구 독립을 헌담.’이라고 한 삼

복의 푸념에서, 민족의 독립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부정적인 인물상이 드러나고 있군.
③ ‘노예’도 ‘상전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며 미군을 ‘물색’하는 삼복의 태도에서, 새로운 지배자에

게 기생하려는 인물의 교활한 의도를 엿볼 수 있군.
④ 삼복을 ‘사뭇 그러안을 듯이 반가워하는’ 미군 장교의 모습에서, 치안 유지를 명분으로 남한에

등장한 실질적 군림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군.
⑤ ‘신기료장수 코삐뚤이 삼복이 미스터 방으로 승차’했다는 서술에서, 미군에게 기생하는 자들

이 득세하는 당대의 부조리한 현실을 보여 주고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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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05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의사가 없으면 약이라두 지어 올 일이지, 사람이 성의가 없어.”


침대 위에 간신히 부축을 하여 일어나 앉은 병인은, 만경에 빠진 사람 같지도 않게 의식이 분명하고, 숨결
은 차지마는 말소리도 또랑또랑하다. 병인은 어제부터 새판으로, 입원하기 전에 대었다가 맞지 않는다고
물린 한의를 병원 속으로 불러오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은 다 제쳐 놓고 자기의 병 증세를 잘 이해
하고, 의사와 수작이라도 할 만한 아우 명호더러 꼭 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제 오늘 두 번을 갔다 오면
서 의사가 시골에 출장을 가서 못 만났다고 약도 못 지어 가지고 오는 것을 보니, 톡 건드리기만 하여도 끊
어질 듯한 신경만 날카로운 병인은, 자기를 속이는 것만 같고 주위의 모든 사람이 의심스러운 판이라 화를
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어서 퇴원부터 하시고 의사는 이따 저녁때 불러오기로 하죠.”
오늘도 부쩍 더워진 날씨에 전차를 타기도 어중된 거리라, 걸어서 왕복을 하느라고 땀을 뻘뻘 흘리며 병실
에 들어선 명호는, 웃통을 벗어 놓고 땀을 들이며 찬찬히 병인을 달랬다. 오늘 해를 넘길지 모르는 병자에
게, 성의가 없다는 말을 들으니 몹시 섭섭하고 미안한 생각도 들었으나, 어쨌든 ㉠한약 첩쯤 급한 것이 아니
라, 예정대로 퇴원을 어서 시켜야 하겠는데, 또 딴소리가 나올까 보아 어린아이 달래듯 달래려는 것이었다.
“퇴원은 무슨 퇴원, 약이라도 지어 가지구 나가야지 이대루 나갔다간 당장 숨이 맥혀 죽어!……”
남의 고통은 조금도 몰라주고, 성한 사람들이 저의 대중만 치고 저의 형편 좋을 대로만 하겠다는 것이 화
가 나서 역정을 와락 내어 보았으나, 숨결이 또다시 되어지며 말은 입속에서 어룸하여져 버렸다. 병자는 성
한 사람들의 자기에게 대한 동정과 성의가 부족하다고 늘 불만으로 여기는 모양이었다. 그것은 동정이 한
편에서는 아름다운 것이나, 한편에 있어서는 비굴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여지도 없이, 육체의 고통이 극
도에 오를수록 모든 사람이 부족하게 구는 것만 같고, 자기를 돌려내고 민주를 대는 * 듯싶어 고까운 생각이
늘 떠나지를 않는 것이었다.
퇴원 놀래 *는, 급한 고비는 넘겼으나, 인제는 아마 길게 끌리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벌써부터 나온 문제
인데 병자의 반대로 미루미루하여 오던 것을, 어제 한약을 먹겠다는 말끝에 거기 따라 명호가 부쩍 우겨서,
당자도 찬성을 하게 된 것이었다. 정신이 말짱할 때는 옆의 사람이 송구스러울 만치 입원료가 더껍더껍 많
아지는 걱정도 하고 죽은 뒤의 장비 마련까지 하던 사람이, 병세가 차차 침중하여지고 육체적 고통이 시시
각각으로 볶아쳐 대니까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다 잊어버리고, 덮어놓고 병원에만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것이었다. 그것은 병원에 누웠댔자 별수가 없는 것은 자기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마는, 다만 하나 ㉡주사를
못 잊어서 그러는 것이었다. 하마터면 뇌일혈로 인사불성에 빠질 뻔한 것을 백지장 한 겹 지간에 요행히 붙
들어서 한약으로 머리의 피를 내려앉게 하여는 놓았었지마는, 한 달 전에 입원할 때 이백 얼마라는 혈압을
오륙십 그램씩 두 번이나 쥐어짜듯이 하여 피를 빼고, 무슨 주사인지 미국 치를 비밀 가격으로 사들여다가
연거푸 놓고 한 덕에 간신히 부지를 하여 온 머릿속이요 심장이다. 거기다가 신장염이 겹들어서 부증이 들
쭉날쭉하다가, 어쩐둥하여 부기가 내리고 구미가 붙기 시작을 하여 한동안 수미(愁眉)를 폈던 것이나, 지금
와서는 완전히 마취제와 강심제의 농락으로 꺼져 가는 등잔의 심을 돋우고 돋우고 하는 것밖에 아무것도 아
닌 것뿐이었다.

[2부] 적용 학습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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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05

(중략)
신체를 모셔 들인 방에는 불은 때어 놓았으나, 미리 세간을 말끔히 치우고 ㉢병풍만 한 채 남겨 있었다.
병원에서 떠나기 전에 벌써 빈소 방이 준비되었던 것이다. 발상 전의 과수댁은 옆방에서 부리나케 보따리
를 풀고 무엇을 찾았다. 명호가 오늘 반나절을 걸려서 땀을 뻘뻘 흘리며 지어 온 약봉지가 먼저 방바닥에 떨
어졌다. 병자가 이틀을 두고 성화를 대며 졸라서 먹으려던 것이다. 과수댁은 컵 속에 넣은 물 종지를 찾아내
서 빈소로 가지고 가더니 신체의 주위에 말끔히 뿌렸다. 세를 붙이고 받아 둔 성수였다.
발치께 서서 가만히 바라보던 명호가
“그럼, 장례를 어떻게 지내시렵니까? 제사는 일체 폐하시나요?”
하고 물으니까 과수댁은
“그렇게까지야 하겠습니까.”
하고 다만 좋은 일이니, 교회 사람이 하라는 대로 한다는 것이었다. 초상집에서는 우선 삼일장이냐 오일장이
냐 하는 의논이 벌어졌다.
“화장을 하라신 유언도 계셨으니 화장으로 모시면야 삼일장도 넉넉할 겁니다.”
명호는 첫째 장비(葬費) 걱정으로 화장을 앞세웠다.
“그야 우리 형세에 삼일장이죠마는 화장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그런 말씀이 계셨지만 나중에 다시 아무

래두 아버님 곁으루 들어가시겠댔는데요.”
여기에 가서는 아무도 이렇다 저러하다 말할 나위가 없었다. 혹은 이 과수댁도 뒤미처 들어갈 테고 보니
자기부터 화장이 싫어서 그럴지도 모르나, 돌아간 이도 아직 먼 앞일이거니 하고 가상적으로 여유를 두고
말할 때는 화장을 입 밖에 냈을는지 몰라도 당장 닥쳐온 실제 문제가 되고 보니, 역시 ㉣선산에 묻히고 싶
어 하였을 것도 넉넉히 짐작할 일이었다. 나 죽은 뒤에는 수의를 무슨 감으로 하여 달라느니, 관 속에는 이
것저것을 넣어 달라느니 하는 유언도 하거든, 자기 묻힐 자리를 초점까지 해 놓고서 거기에 못 묻힐까 보아
애를 쓰며 세상을 떠나는 것도 무리가 아닐지도 몰랐다.
“말이 삼 일이지, 오늘 해는 다 가구 내일 하루인데, 첫째 산역이 문제로군.”
호상차지 *의 걱정이었다.
“영구차에 버스 한 대는 따라야 할 테니, 자동차 삯만 해두 두 대에 사만 원은 예산을 쳐야 할걸.”
홍제원 화장장이면 고작해야 오륙천 원에 너끈할 것인데, 없는 돈에 찻삯이 사만 원 예산이라니 엄청나다
는 말눈치였다.
“화장이나 매장이나 돌아간 뒤에야…….”
젊은 축들은 저희끼리 이런 소리를 수군거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말이 옳다고 찬성하는 사람도
없고 그르다고 나무라는 사람도 없었다. 하여간 하룻밤 하룻낮을 안팎에서 복작대고 들볶아쳐서 제시간에
성복제도 지냈다. 성복제를 지내고 나니까, 앓아누웠다던 명호의 재종형이 지팡이를 짚고 지척지척 조상을
왔다.
“허! 내가 먼저 갈 줄 알았더니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하고 관을 붙들고 상제들보다도 더 섧게 울고 나더니, 염주를 꺼내 들고 염불을 시작하였다. 한 식경이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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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54쪽

사람들이 지루하도록 염불을 끝마치고는, 이 늙은이는 품에서 훔척훔척하여 백지에 기름히 싼 봉지를 꺼내
서 관상명정을 쳐들고 관 위에 끼워 놓은 것은 손수 베낀 ㉤경문인지 한 모양이었다. 장지에 나가서도 하관
할 때 폐백과 함께 이 종이 봉지도 횡대 밑에 넣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성수에 말끔히 씻긴 혼백이, 또다시
불타의 대자대비한 공덕에 안겨 안온히 잠들지 모르나, 그보다도 먼저 산 사람이 제각기의 소임이나 향의
를 기울인 데에 만족을 느낄 것이었다.
- 염상섭, 「임종」

* 민주를 대는: 몹시 귀찮아하는.
* 놀래: 논래. 여기서는 ‘논의’의 뜻으로 보임.
* 호상차지: 초상 치르는 데에 관한 온갖 일을 책임지고 맡아 보살피는 사람.

20001-0146

01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병인은 자신을 진료했던 한의사를 한결같이 신뢰했다.

② 병인은 입원료가 많아지는 것을 걱정하여 퇴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③ 명호는 병인에게 퇴원한 후에 한의사에게 치료를 받자고 제안했다.
④ 명호는 출장 간 한의사를 만나기 위해 이틀 동안 시골까지 찾아갔다.
⑤ 의사는 병인이 급한 고비는 넘겼으므로 완치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20001-0147

02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병인의 병세를 호전시키기 위해 명호가 애써 준비한 것이다.

② ㉡: 병인의 삶을 연장시키기 위해 병원에서 처방해 준 것이다.
③ ㉢: 병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준비한 방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④ ㉣: 병인이 묻히고 싶어 하였을 것이라고 유족들이 짐작하는 곳이다.
⑤ ㉤: 병인이 좋은 곳으로 가길 바라며 명호의 재종형이 직접 써서 준비한 것이다.

[2부] 적용 학습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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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55쪽

20001-0148

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임종」은 완치될 때까지 병원에 있으려고 하는 병자의 모습을 통해 삶에 집착하는 인간의 본능
과, 경제적 사정을 내세워 병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행동하는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인간
의 이기적인 면을 대비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장례 상황에서 진심으로 죽은 사람을 애도하기
보다는 산 사람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들의 소임을 다한 것에 자기 위안을 삼는 모습이
부각되어 있다.

① ‘예정대로 퇴원을 어서 시’키려고 병자를 ‘어린아이 달래듯 달래려는’ 명호의 행위를 통해



병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행동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군.
② 동정이 ‘비굴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할 여지도 없이’ ‘모든 사람이 부족하게 구는 것만 같’다

고 여기는 병자의 모습을 통해 삶에 집착하는 인간의 본능을 느낄 수 있군.
③ ‘컵 속에 넣은 물 종지를 찾아내서’ 성수를 ‘신체의 주위에 말끔히 뿌’리는 과수댁의 행동과

‘옆 사람들이 지루하도록 염불을’ 하는 재종형의 모습은 제각기의 소임이나 향의를 기울임
으로써 자기 위안을 삼고 있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군.
④ ‘화장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그런 말씀이 계셨지만 나중에 다시 아무래두 아버님 곁으루 들

어가시겠댔는데요.’라는 말을 통해 죽은 사람을 애도하기보다 산 사람들의 입장만을 먼저 생
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⑤ ‘홍제원 화장장이면 고작해야 오륙천 원’인데 찻삯만 사만 원이 드는 것을 엄청나다고 여기

는 호상차지의 생각을 통해 경제적 사정을 우선시하는 심리를 엿볼 수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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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06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 줄거리] 큰 키의 사내와 억구는 눈 덮인 산길을 가고 있다. 두 사람은 춘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와 서
로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큰 키의 사내는 중학생 때 토끼 잡던 이야기를 하고, 억구는 6·25 전쟁 때 득수를 죽
이고 득수의 동생 득칠에게 아버지가 죽임을 당한 이야기를 하며 고갯길을 오른다.

그의 말대로 그들은 이미 그 험한 구듬치 고개 눈길을 다 넘어 큰길에 다다라 있었던 것이다.


큰길에 이르고서부터 그들은 서로 나란히 서서 걸었다. 두 사내의 발이 터벌터벌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
위에 점을 찍어 나가고 있었다.
먼저보다 바람기가 스러지면서 눈발은 이제 조용한 흩날림으로 변하고 있었다.
옆 산 소나무 위에 얹혔던 눈 무더기가 쏴르르 쏟아져 내렸다. 마치 자기 무게를 그렇게 나약한 소나뭇가
지 위에선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듯이…… 그때 좀 먼 곳에서 뚝 우지끈 소나뭇가지 부러져 내리는 소리
가 들려왔다.
그러자 이때 억구가 느닷없이 키 큰 사내의 앞을 막아서며,
“선생, 난 득수 동생 놈을, 그 김득칠일 어제 죽였단 말이오. 이렇게 온통 눈이 내리는데 그까짓 걸 숨겨

뭘 하겠소. 선생은 아주 추악한, 사람을 몇씩이나 죽인 무서운 놈과 함께 서 있는 거유. 자, 날 어떻게 하
겠수? ”
그러면서 한 걸음 큰 키의 사내 앞으로 다가섰다.
큰 키의 사내는 후딱 몇 걸음 물러서며 오버 주머니에 오른손을 잽싸게 넣었다.
그의 시선은 억구가 양복 윗주머니의 불룩한 것을 움켜쥐고 있는 것에 머물러 있었다.
“아까두 말했지만, 그 술집에서 난 놈에게 이주걱댔죠. 그래 자넨 분명 우리 아버질 잡았것다? 그래 벌초

를 매년 해 왔다구? 아 고마워, 고마워…… 하고 말입네다. 헌데 그 득칠일 난 그날 밤 죽이고야 만 것입
니다. 글쎄, 나두 그걸 모르겠수다. 왜 내가 그 득칠일 죽였는지…….”
여직 들어 보지 못한 맥빠진, 그렇게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큰 키의 사내는 묵묵히 억구의 얼굴을 뜯어보고만 있었다.
이윽고 억구가 큰 키의 사내 앞에서 몸을 돌리며 저쪽 산등성이를 가리켜 보였다.
“바루 저 산에 가친 산소가 있답니다. 우리 조부님 산소 옆이라는군요. 난 지금 거길 가는 겁니다. 가서

우선 무덤의 눈을 쳐 드려야죠. 그리구 술을 한잔 올릴랍니다. 술을 올리면서 가친의 음성을 들을 겁니
다. 올해두 눈이 퍽 내렸구나, 눈 온 짐작으루 봐선 내년두 분명 풍년이겠다만…… 하실 겁니다. 그리고
푹 한숨을 몰아쉬시겠죠. 그 한숨 소릴 들으면서 가친 옆에 누워야죠. 이젠 가친을 혼자 버려두고 달아나
진 않을 겁니다.”
그는 산으로 향한 생눈길을 몇 걸음 걷다가 다시 이쪽을 향해,
“참, 바루 저기 보이는 저 모퉁일 돌아감 거기가 바루 와야립니다. 가셔서 우선 구장네 집을 찾아 몸을 녹

이시우.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푹 몸을 녹이셔. 자, 그럼 난…….”
산을 향해 생눈길을 걸어가는 그의 언 바짓가랑이가 서걱서걱 요란한 소리를 냈다.

[2부] 적용 학습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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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06

어깨를 잔뜩 구부리고 흡사 한 마리 흰 곰처럼 산을 향해 걷는 억구의 을씨년스럽고 초라한 뒷모습에 눈을


주고 선 큰 키의 사내는 한참이나 그렇게 묵묵히 섰다가 문득 큰길 아래로 내려서서 억구 쪽으로 따라가며,
“노—형, 잠깐!”
말소리 속에 강인한 무엇인가 깔려 있는 듯싶었다.
언 바짓가랑이를 데걱거리며 걸어가던 억구가 주춤 멈춰서 이쪽으로 몸을 돌렸다. 큰 키의 사내가 성큼성
큼 다가갔다. 오버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엇인가 움켜쥔 그런 자세였다.
억구가 짐짓 몸을 추스르며 자기에게로 다가서는 큰 키의 사내 거동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억구 앞에 멈춰 선 큰 키의 사내가 할 말을 잊은 듯 멍청하니 고개를 위로 향했다. 고개를 약간 젖히고 입
을헤 벌린 채. 그의 이러한 생각하는 표정 위에 눈이 내려앉고 있었다.
  —
그날 밤 난 생물 선생네 담을 빙빙 돌고만 있었지. 내 키보다두 낮은 담이었어. 난 거푸 담을 돌고만 있

었지. 만약 내가 담을 넘어 들어간다면…… 그러나 난 담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담이란 남이 들어
오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거니까. 들어오지 말라는 걸 들어가면 그건 나쁜 짓이니까, 그건 도둑놈이지. 난
나쁜 놈이 되는 건 싫었으니까. 무서웠던 거야. 나는 담만 돌며 생각했지. 오늘 갑자기 생물 선생넨 무서운
개를 얻어다 놓았을지도 모른다고. 또, 어쩌면 선생이 설사 나서 변소에 웅크려 앉았을지도 모른다는 지레
경계를…… 그리고 남의 담을 넘는다는 건 분명 나쁜 짓이라고…… 무서웠던 거야. 결국 난 새끼 토낄 구할
생각을 거두고 ㉠담만 돌다 돌아오고 말았지.
“아니 선생, 남을 불러 놓군 왜 그렇게 하늘만 쳐다보슈? ”
억구가 말했다.
나쁜 놈이 되기가 싫었던 거야. 담을 넘는다는 건…….

  
큰 키의 사내가 한 걸음 물러섰다. 생각하는 표정을 거두지 못한 채.
산속 소나무 위에서 다시 눈 무더기가 쏴르르 쏟아져 내렸다. 마치 그 연약한 나뭇가지 위에선, 그리고 거
푸 내려 쌓이고 있는 눈의 무게를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듯.
억구가 다시 다그쳤다.
“선생, 발이 시립니다. 내가 여기 얼어붙어야 좋겠소? 원 별 양반도…… 자, 그럼…….”
억구가 다시 몸을 돌려 산을 향했다. 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 그의 깡똥한 양복 윗주머니에 삐죽하니 2홉
들이 소주병 노란 덮개가 드러나 보였다.
순간 망설이던 큰 키의 사내 얼굴에 어떤 결의의 빛이 스쳤다.
“아, 노형, 잠깐!”
억구가 바짓가랑이를 데걱거리며 다시 몸을 돌렸다.
순간 큰 키의 사내는 오른쪽 오버 주머니에서 서서히 손을 뺐다. 그리고 무엇인가 불쑥 억구 앞으로 내밀
었다.
나는 담만 돌았지. 무서웠던 거야.
—  
“이걸 나한테 주시는 겁니까? ”
억구가 물었다.

16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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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56쪽

“예, 드리는 겁니다. 아까 두 개비를 피웠으니까 꼭 열여덟 개비가 남아 있을 겁니다. 눈이 이렇게 많이



왔으니 올핸 담배도 풍년이겠죠. 그러나 제가 지금 드린 담배는 하루에 꼭 한 개씩만 피우셔야 합니다.”
큰 키의 사내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담배 한 갑을 받아 든 채 멍청히 서 있는 억구에게서 몸을 돌려 마치 눈에 홀린 사람처럼
㉡비척비척 큰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잔기침을 몇 번 큿큿 하면서.
걸어가는 그의 등 뒤로 마치 울음 같은 억구의 외침이 따랐다.
“하루에 꼭 한 개씩 피우라구요? 꼭, 한 개씩, 피, 우, 라, 구요?”
그러면서 그는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ㅎ ㅎ ㅎ ㅎ ㅎ ㅎ ㅎ…….
눈 덮인 산속, 아직 눈 조용히 비껴 내리고 있는 밤이었다.
- 전상국, 「동행」

20001-0149

01 윗글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의문이 아닌 것은?


① 억구가 가려고 하는 목적지는 어디인가?

② 억구가 득수의 동생을 죽인 원인은 무엇인가?
③ 억구는 득칠을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가?
④ 억구 아버지의 묘를 매년 벌초한 사람은 누구인가?
⑤ 억구는 큰 키의 사내의 정체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20001-0150

02 ㉠과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불안감을 떨치고 이겨 낸 상황이고, ㉡은 두려움으로 인한 결과이다.

② ㉠은 도덕적 규범에서 벗어난 모습이고, ㉡은 법적 규범에 속박된 모습이다.
③ ㉠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자괴감이 깃들어 있고, ㉡에는 홀가분한 마음이 깔려 있다.
④ ㉠은 자기 합리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행위이고, ㉡은 목적을 이루고 난 기쁨의 행동이다.
⑤ ㉠에는 자신의 판단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고, ㉡에는 지난 삶에 대한 회한이 녹아 있다.

[2부] 적용 학습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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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56쪽

20001-0151

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동행」은 두 사내가 눈이 내리는 산길을 걸어가는 상황을 그리고 있는데, 특히 구듬치 고개를 오
르고, 내려가는 장면이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긴장의 고조 및 해소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이
작품의 주된 소재인 ‘눈’은 갈등을 해소하는 기능을 하고 있으며, 그 외의 여러 소재들도 인물의 심
리를 드러내거나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두 남자 사이에 무엇인가를 감추는
듯한 대화나 행동을 통해 관계를 추측하게 하는 추리 소설적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독자의 관심을
증폭시켜 작중 의도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① ‘구듬치 고개 눈길을 다 넘어’ ‘큰길에 이르’러서 억구가 ‘김득칠일 어제 죽였단 말이오.’라고



자백하는 상황을 통해 배경과 긴장의 해소가 맞물려 진행됨을 알 수 있군.
②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는 듯’ ‘눈 무더기가 쏴르르 쏟아져 내’리는 배경을 통해 억구가 지니

고 있던 마음속의 갈등을 어느 정도 털어 내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군.
③ ‘오버 주머니에 오른손을 잽싸게 넣’고, ‘오버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엇인가 움켜쥔 그런

자세’를 보이는 모습을 통해 큰 키의 사내의 정체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군.
④ “노 형, 잠깐!”, “아니 선생, 남을 불러 놓군 왜 그렇게 하늘만 쳐다보슈? ”, “아, 노형, 잠

  —  
깐!”으로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그동안 암시적으로 제시되었던 두 사람의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고 있군.
⑤ ‘큰 키의 사내 얼굴에 어떤 결의의 빛이 스’치도록 한 ‘2홉들이 소주병 노란 덮개’와 ‘하루에

꼭 한 개씩만 피우’라고 준 담배 같은 소재를 통해 이해와 위로라는 주제 의식을 담아내고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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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07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건우 할아버지와 윤춘삼 씨가 들려준 조마이섬 이야기는 언젠가 건우가 써 냈던 ‘섬 얘기’에 몇 가지 기


막히는 일화가 붙은 것이었다.
“우리 조마이섬 사람들은 지 땅이 없는 사람들이요. 와 처음부터 없기싸 없었겠소마는 죄다 뺏기고 말았

지요. 옛적부터 이 고장 사람들이 젖줄같이 믿어 오는 낙동강 물이 맨들어 준 우리 조마이섬은…….”
건우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개탄조로 나왔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땅, 자기들 것이라고 믿어 오던 땅이
자기들이 겨우 철 들락 말락 할 무렵에 별안간 왜놈의 동척 명의로 둔갑을 했더란 것이었다.
“이완용이란 놈이 ‘을사보호조약’이란 걸 맨들어 낸 뒤라 카더만!”
윤춘삼 씨의 퉁방울 같은 눈에도 증오의 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1905년 을사년 겨울, 일본 군대의 포위 속에서 맺어진 ‘을사보호조약’이란 매국 조약을 계기로, 소위
  —
‘조선 토지 사업’이란 것이 전국적으로 실시되던 일, 그리고 이태 후인 정미년에 가서는 ‘한국 정부는 시정
개선에 관하여 통감의 지도를 수할 사’란 치욕적인 조목으로 시작된 ‘한일 신협약’에 따라, 더욱 그 사업을
강행하고 역둔토(驛屯土)의 대부분과 삼림 원야(森林原野)들을 모조리 국유로 편입시키는 등 교묘한 구실
과 방법으로써 농민들로부터 빼앗은 뒤, 다시 불하하는 형식으로 동척과 일인 수중에 옮겨 놓던 그 해괴망
측한 처사들이 문득 내 머릿속에도 떠올랐다.
“쥑일 놈들.”
건우 할아버지는 그렇게 해서 다시 국회 의원, 다음은 하천 부지의 매립 허가를 얻은 유력자…… 이런 식
으로 소유자가 둔갑되어 간 사연들을 죽 들먹거리더니,
“이 꼴이 되고 보니 선조 때부터 둑을 맨들고 물과 싸워 가며 살아온 우리들은 대관절 우찌 되는기요? ”
그의 꺽꺽한 목소리에는, 건우가 지각을 하고 꾸중을 듣던 날 ‘나릿배 통학생임더.’ 하던 때의, 그 무엇인
가를 저주하듯 한 감정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그들의 땅에 대한 원한이 컸던가를 가히 짐작
할 수가 있었다.
(중략)
부슬비가 계속 광풍에 흩날리고 있었다. 얼핏 홍적기(洪積期)를 연상케 하는 몽롱한 안개비 속이라, 어디
가 어딘지 분별할 도리가 없었다.
‘건우네 집은 벌써 홍수에 잠기지나 않았을까? ’
불안한, 그리고 불길한 예감이 자꾸 들기 시작했다.
“물이 이 정도로 불어나면 건너편 조마이섬께는 어찌 되지요? ”
생면부지한 접낫패들에게 불쑥 묻기까지 하였다.
“조마이섬? ”
돼지 새끼를 안아 내겠다던 키다리가 나를 흘끗 쳐다보더니,
“맹지면에서는 땅이 조금 높은 편이라카지만, 물이 이래 불으면 마찬가지지요. 만약 어제 그런 소동이

안 일어났이문 밤새 무슨 탈이 났을지도 모를 끼요.”
“어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가요? ”

[2부] 적용 학습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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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07

나는 신경이 별안간 딴 곳으로 쏠렸다.


[A]
“있다 뿐이라요? 문딩이 쫓아낼 때보다는 덜했겠지만 매립(埋立)인강 먼강 한답시고 밀가리만 잔뜩 띠

이 처먹고 그저 눈가림으로 해 놓은 둘(둑)을 섬사람들이 우 대들어서 막 파헤쳐 버리고, 본대대로 물
길을 티놨다 카드만요. 글 안 했으문…….”
키다리는 혼자서 신을 내가며 떠들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게. 괜히 혼날라꼬.”
곁에 있던 약삭빠른 얼굴의 사내가 이렇게 불쑥 쏘아붙이듯 하더니, 마침 저만큼 떠내려 오는 널빤지를
향해 잽싸게 접낫을 던졌다. 그러나 걸리진 않았다. 그렇게 허탕을 친 게 마치 이쪽의 잘못이나 되는 듯,
“조마이섬에 누가 있소? ”
내뱉듯 한 소리가 짐짓 퉁명스러웠다.
“건우란 학생이 있어서…….”
나는 일부러 학생의 이름까지 대 보았다. 약삭빠른 눈초리가 다시 물굽이만 쏘아보고 말이 없으니까, 또
키다리가,
“그 아이 아배가 누군교? ”
하고 나를 새삼 쳐다보았다.
“아버진 없고, 즈 할아버지 별명이 갈밭새 영감이라더군요.”
나는 건우 할아버지의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았다.
“아, 그렁기요? 좋은 노인임더.”
키다리는 접낫대를 세워 들더니,
“조마이섬의 인물 아잉기요. 어지(어제) 아침 이곳을 지내갔는데, 그 뒤 대강 알아봤거든…… 가고 난 뒤

얼마 안 돼서 그 일이 났단 말이여.”
말머리가 어느덧 자기들끼리로 돌아갔다. 나는 굳이 파고 묻지 않았다.
그때 마침 판잣집 용마루 비슷한 길다란 나무가 잠겼다 떴다 하며 떠내려가자, 조금 떨어진 신신바위 짬
에서 별안간 쬐깐 쪽배 하나가 쏜살같이 나타나더니, 기어코 그놈에게 달라붙어서 한참 파도와 싸우며 흐
르다가 마침내 저 아래쪽 기슭에 용케 밀어다 붙였다. 박수를 치기보다는 모두 숨을 죽이고 바라보기만 했
다. 용감하다기보다 차라리 처참한 광경이었다.
나는 거기서 누구에게도 보장을 받아 오지 못한 절박한 생활을 읽었다. 한 표의 값어치로서가 아니
[B] 라, 다만 살기 위해서 스스로 죽을 모험을 무릅쓰는 그러한 행위는, 부질없이 그것을 경계하거나 방해
하는 힘을 물리침으로써만 오히려 목숨 그 자체를 이어 갈 수 있다는 산 증거 같기도 했다.
‘갈밭새 영감이나 송아지 뺄갱이도 그냥 있지는 않았으리라!’
나는 조마이섬의 일이 불현듯 더 궁금해져서 이내 구포 가는 버스를 잡아탔다. 다리만 건너면 조마이섬
가까이까지 갈 수 있으리라 믿었다.
구포 다릿목에서 차를 내렸으나 물은 이미 위험 수위를 훨씬 돌파해서, 다리는 통금이 돼 있었다. 비상경
계의 붉은 깃발이 찢어질 듯 폭풍우에 펄럭이고, 다릿목을 건너지른 인줄 곁에는 한국인 순경과 미군이 버티
고 있었다. 무거워 보이는 고무 비옷에 철모를 푹 눌러 쓰고 방망이를 해 든 폼이 여간 엄중해 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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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57쪽

그런데도 무슨 핑계들을 꾸며 대고 용케 건너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더러는 다리 위에서 유유히 물 구경


을 하는 사람들도. 나도 간신히 그들 틈에 끼었다. 우르르르 하는 강 울림은 다리 위에서 듣기가 한결 우람
스러웠다.
통행금지의 팻말이 서 있어도, 수해 시찰을 나온 듯한 새까만 관용차만은 사뭇 물을 튀기며 지나갔다. 바
람이 휘몰아칠 때는 거기에 날리기나 하듯이 더욱 빨리 지나갔다. 요컨대 일종의 모험이기도 했으리라. 안
에 타고 있는 얼굴들은 알 길이 없었지만 어련히 심각한 표정들을 했으랴 싶었다.
- 김정한, 「모래톱 이야기」

20001-0152

01 윗글의 서술상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특정 인물의 행동을 과장되게 묘사하여 인물을 희화화하고 있다.
②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병치하여 갈등 해결의 단서를 제시하고 있다.
③ 서술자를 다르게 하여 동일한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조망하고 있다.

④ 동시에 일어난 사건을 교차하여 사회 이념의 변화상을 강조하고 있다.
⑤ 시각적 묘사와 청각적 묘사를 병행하여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20001-0153

02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는 건우 할아버지 개인이 겪은 일을 역사적 사건과 연결하여 이해한다.

② 건우 할아버지는 섬사람들에 대한 권력의 처사에 억울해하는 태도를 보인다.
③ ‘나’는 홍수로 강물이 불어나자 건우네 집이 물에 잠기게 될 것 같아서 걱정한다.
④ 접낫패들 중 ‘키다리’는 건우 할아버지를 도와주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⑤ 구포 다리를 건너 조마이섬 근처에 가려고 한 ‘나’의 시도는 다리의 통금으로 좌절된다.

[2부] 적용 학습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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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57쪽

20001-0154

03 [A]와 [B]를 관련지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에서 ‘그런 소동’이 일어난 것은 [B]에서 ‘누구에게도 보장을 받아 오지 못한’ 절박함 때


문으로 볼 수 있다.
② [A]에서 ‘밤새 무슨 탈’이 나게 된다는 것은 [B]의 ‘죽을 모험을 무릅’써서 나타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③ [A]에서 섬사람들이 ‘둑’을 파헤친 것은 [B]의 ‘다만 살기 위해서 스스로’ 하게 된 행위로 볼

수 있다.
④ [A]에서 ‘매립’을 위해 ‘눈가림으로 해 놓은 둑’은 [B]에서 섬사람들을 ‘방해하는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⑤ [A]에서 ‘본대대로 물길을 티놨’던 것은 [B]의 ‘목숨 그 자체를 이어’ 나가기 위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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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보기>를 바탕으로 조마이섬 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소설을 비롯한 서사 문학에 형상화된 공간은 은유와 상징으로서 문화 사회적 관례와 밀접한 관
계를 맺는다. 「모래톱 이야기」에서 공간은 단순한 배경으로 설정된 데 그치지 않으며, 우리 근현대
사의 모순과 유기적으로 연관된 시간의 연속체로 형상화되었다. 또한 이 공간은 실제 낙동강의 파
수꾼임을 자처한 작가 김정한이 살아온 근현대사의 시간적 체험과 결부됨으로써 수난 속에서 펼쳐
지는 민중의 향토애와 삶의 의지라는 그의 세계관을 표출하는 통로가 되었다. 이로써 작가는 민족
외부의 식민주의의 모순과 함께, 민족 내부의 지배층이 가진 부조리함을 비판적으로 그려 냄으로
써 시·공간에 대한 작가 자신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① ‘낙동강 물이 맨들어 준’ 곳이라는 점에서 낙동강의 파수꾼으로 살아온 작가의 체험과 결부



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군.
② ‘왜놈의 동척 명의로 둔갑’하였다는 점에서 일제 식민주의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인식을 나

타내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군.
③ ‘국회 의원, 다음은 하천 부지의 매립 허가를 얻은 유력자’의 소유라는 점에서 민족 내부의

지배층이 가진 부조리함을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군.
④ ‘소유자가 둔갑되어 간 사연들’이 얽혀 있다는 점에서 민중이 겪어 온 근현대사의 수난과 유

기적으로 연관된 시간의 연속체로서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군.
⑤ ‘선조 때부터 둑을 맨들고 물과 싸워 가며 살아온’ 터전이라는 점에서 민중의 향토애와 삶의

의지에 대한 작가의 모순된 인식을 드러내는 시·공간이라고 할 수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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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08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의지와 책임감과 그 밖의 모든 것이 자꾸 그 통증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는 것 같았어. 이제 다 왔다, 조금


만 더 달리라고 자신을 북돋우기 위해 목이 터져라 외쳤지. 그러나 오른쪽 팔은 점점 마비되어 제대로 움직
여지지 않았어. 차를 멈추고 윗옷을 찢어 오른손과 핸들을 비끄러맸지. 그리고 다시 달렸어. 저만큼 앞에
나뭇가지 사이로 아군의 보초 막사가 보인다고 느낀 순간 나는 정신을 잃었어.
㉠당시의 긴장이 되살아나는 듯 내 몸은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때,
“아아, 훈장은 그래서 타게 된 거로구나!”
갑자기 플래시를 들이대는 듯한 나미의 낭랑한 음성이 나를 얼떨떨하게 했다.
“그럼, 자긴 베트콩을 한 사람도 못 죽여 봤어? ”
하얀 꽃무늬 드레스를 입고 마스카라를 칠한 눈으로 나를 말똥말똥 지켜보는 ㉡그녀가 그때처럼 낯설어
보인 적은 없었다. 결국 내가 들려준 얘기 속에 담겨 있는 의미는 그녀에게 하나도 전달되지 않았다. 피비린
내 나는 전투도, 죽어 넘어진 전우도, 작렬하는 포화 소리도 그녀에겐 모두 활자화된 이야기 정도로밖에 들
리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언짢고 불쾌해서 다탁 위에 놓인 담배와 성냥을 집어 들었다.
“극장엔 좀 더 있다 가도 되잖아? ”
대답 없이 내가 먼저 밖으로 나오자 나미도 곧 뒤따라 나와서 내 팔짱을 끼었다. 나는 와락 솟구치는 역겨
움을 참지 못해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마구 뛰었다. 이것이 그날 일어난 일이었다.

[중략 부분 줄거리] ‘나’는 창밖 공터를 내다보던 중, 공터에서 누런 개를 데리고 뽑기 과자를 파는 노인이 무엇인가를 진지하
게 열심히 찾고 있는 모습에 궁금증을 느낀다. ‘나’는 노인과의 대화를 통해 노인이 그의 아들이 기르던 개를 데리고 손녀딸과
살고 있으며, 월남전에서 전사한 아들이 받았던 훈장을 어떤 꼬마가 가지고 놀다가 이곳 웅덩이 근처에서 잃어버려 그것을 찾
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노인에게 삶의 허무를 일깨워 주고자 자신의 훈장을 공터 물웅덩이 속에 던져 버리고 노인이
그 훈장을 찾도록 한다. 그러나 노인이 여전히 훈장을 찾지 못하자 ‘나’는 초조해하며 노인을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나는 웅덩이 물속으로 성큼 발을 들여놓았다.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하게 하려고 웅덩이와 쓰레깃더미를


한참이나 뒤적거리는 체했다. 그러다 마침내 표시를 해 둔 풀 더미 앞에 와서 멈춰 섰다. 노인의 눈치를 슬
금슬금 살피며 꼬챙이로 흙탕물 속을 꾹꾹 눌러 본 끝에 쇠붙이 조각을 찾아냈다. 꼬챙이로 쇠붙이를 끌어
올려 손에 잡고 나는 노인을 소리쳐 불렀다.
“뭔가 비슷한 걸 찾은 것 같습니다. 이것 보세요!”
나는 손안의 것을 흔들어 보였다. 노인은 잠시 자기 눈을 의심하는 듯 바라보고 섰다가 천천히 내게로 다
가왔다. 그 걸음이 너무나 무겁게 보여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가까이 다가온 노인은 내 손바닥에 놓인 진흙
투성이의 조그만 쇠붙이를 지그시 들여다보았다.
나는 그 얼굴에 스쳐 가는 감정의 검부러기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뚫어지게 지켜봤다.
그때 어느새 달려왔는지 간장 파는 소년이 끼어들었다.
“찾았군요!”
손바닥의 것을 집으려는 녀석의 손을 재빨리 밀치고 나서,

[2부] 적용 학습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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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08

“찾으시던 게 바로 이거지요? 네? 맞습니까?”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척 다그치는 나를 노인은 찬찬히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그 얼굴엔 실망하는 빛
도 기뻐하는 기색도 없었다. 경멸하듯 차갑게 나를 노려보는 눈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
절할 수밖에 없었다.
“바보 같으니라구!”
씹어뱉듯 뇌까렸다. 노인은 나를 남겨 두고 홱 돌아서 포장 쪽으로 가 버렸다.
나는 맥이 풀려서 멍청히 서 있었다. 그때 소년이 내게서 훈장을 채뜨리며 말했다.
“이거 나 주세요. 할아버진 아무 소용도 없다고 하셨어요.”
이 말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훈장에 묻은 진흙을 옷에다 연방 닦아 가며 들여다보기에 여념이 없는
소년의 손목을 나는 아프게 낚아챘다.
“그래, 너 가져라. 그런데 뭐라구? 할아버지가 이걸 소용없다고 하셨다구?”
소년은 부릅뜬 내 눈을 보고 자기로부터 훈장을 빼앗으려는 속셈으로 알았는지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럼요. 틀림없이 그러셨어요. 그래서 이걸 여기다 버리신 게 아녜요.”
“버리다니? 웬 꼬마한테 줬다가 잃어버렸다는데.”
“아녜요. 할아버지가 버리셨어요.”
나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기분으로 여전히 소년의 손목을 잡아끌고 한적한 골목으로 갔다.
“자, 여기 좀 앉아라. 네게 몇 가지 물어볼 말이 있다.”
그제야 소년은 나를 이상한 눈길로 훑어보면서,
“그런데 아저씨는 누구시죠? 저 할아버지랑 무슨 관계가 있죠?”
“인마, 그건 오히려 내가 물어보려던 참이야. 너야말로 저 할아버지를 어떻게 아니? ”
“우리 옆방에 사는걸요.”
“그래? 그렇다면 너 정말 저 할아버지가 이 훈장을 소용없다 하시는 걸 네 귀로 똑똑히 들었다 이 말이지?”

내가 한 번 더 다짐을 두자 소년은 기분이 상해 볼멘소리를 했다.
“그렇다니까요. 맹세해도 좋아요. 이건 아들이 월남에서 받은 건데 할아버진 이걸 벽에다 걸어 놓고, 늘

이까짓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하면서 버릴까 부다 그랬거든요. 그러는 걸 내가 듣고 저나 달라고 그래
도 안 줬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게 안 보여서 어쨌냐고 했더니 저 웅덩이에 던져 버렸다고 하시잖아요.
내가 아까 웃기는 양반이라 하는 소리 들었죠? 바로 그 소리란 말예요. 글쎄, 소용없어 버렸으면서 뭣 때
문에 도루 찾느냔 말예요.”
“음…….”
뭣 때문에 도로 찾느냐? 이렇게 되면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노인의 얼굴에 나타난 집요함
과 훈장의 관계는 도무지 알 수 없어지는 것이다.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소년에게 다시 미심쩍은 눈
길을 던졌다.
“저 할아버진 지금 누구랑 사시냐? ”
“아무도 없어요. 혼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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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58쪽

“손녀가 있다던데……? ”
“아, 걘 벌써 일 년 전에 죽었어요. 교통사고로요.”
죽었다고? 일 년 전에? 그렇다면 뭣 때문에 그런 거짓말을…….
“저 다 늙은 개는 아들이 키우던 거라며? ”
“아저씬 어디서 그런 엉뚱한 소리만 들었어요? 그건 누군가 병들어 버린 것을 할아버지가 주워 온 거란

말예요.”
훈장, 소녀, 개에 대한 것들이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 순간 나의 뇌리에 내리박히듯 꽂히는 생각, ㉣노인
은 죄다 알고 있었다! 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섭고 냉혹하게 알고 있었다. 이 세계를 덮고 있
는 허망과 무의미와 그 밖의 모든 것을.
저만치에서 노인이 짐을 챙기고 있다. 공터를 떠나려는가 보다. 그는 다시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몇
날 며칠을 기도하고 기도한 끝에 불러모은 보이지 않는 혼으로 집을 짓고, 이제 겨우 문턱을 넘어서려는 순
간에 난데없이 나타나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린 나를 증오하고 있으리라. 그러나 어딘가에선 다시 시
작하겠지. 나는 정말 바보였었다.
- 서영은, 「사막을 건너는 법」

20001-0156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특정 인물이 경험한 사건과 그 사건에 대한 그 인물의 내면 심리를 함께 드러내고 있다.

② 특정한 소재를 둘러싸고 인물 간에 발생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각 인물들의 관점

에서 접근하고 있다.
③ 공간의 이동에 따라 초점화자를 달리하여 공간의 특징과 초점화자인 인물의 성격 사이의 관

련성을 드러내고 있다.
④ 특정 인물이 경험한 이야기의 내부에 작품 속 다른 인물이 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사건을 겪

은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다.
⑤ 작품 속 서술자가 다른 인물을 관찰하며 그 인물의 행동 양상이 변화하는 과정에 따라 각각

의 행동이 발생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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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08

20001-0157

02 <보기>를 참고할 때, ㉠~㉤의 의미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사막을 건너는 법」에는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는 베트남전에서 돌아온 후, 현실을 낯설고 무의미
하다고 느끼며, 자신의 경험에 대해 다른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거리감을 느끼며 살아
가는 ‘나’와,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전사한 아들과 그의 피붙이인 손녀까지 잃고 외롭게 살아가는
노인이 등장한다. ‘나’는 스스로 허무의 진리를 알고 있다고 믿으며, 노인이 힘겨운 현실을 진지하
게 살아가는 것은 자신과 달리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그 모습을 자신에 대한 도전처럼 여
긴다. 그러나 결국 ‘나’는 노인이 허무한 현실을 버티려고 거짓말을 하고, 그 말을 진실처럼 믿으며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의 실존 문제와 삶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고
있다.

① ㉠: ‘나’가 전쟁터의 긴박감 속에서 필사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고자 애썼던 기억을 떠올리며,

생사를 오가던 당시의 긴장감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음을 나타낸다.
② ㉡: ‘나’가 진지하게 떠올린 전쟁의 경험을 나미는 흥밋거리로 받아들일 뿐 ‘나’에게 공감하

지 못한다고 생각하자 나미에게 거리감을 느낀 것이다.
③ ㉢: ‘나’는 가족을 잃고 상실감에 빠진 노인이 자신의 도움으로 훈장을 되찾아 죽음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훈장의 가치를 되새김으로써 무지에서 벗어나 수용적인 태도로 삶을 살아갈
것을 기대한다.
④ ㉣: 노인이 인간의 삶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그 삶을 견디기 위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

을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나’의 인식을 드러낸다.
⑤ ㉤: 노인이 자신의 주변 상황과 가족에 대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 속에 자

신을 위치시키며 살았던 삶에서 벗어나 다시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인식하도록 한 것을 의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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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59쪽

20001-0158

03 <보기 1>에 따라 윗글과 <보기 2>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학습 활동]
윗글의 작가는 인간이 겪는 고뇌와 갈등을 상징적이고 우화적인 수법으로 드러내며 우리에게 삶
의 태도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 특히 윗글의 작가는 여러 작품에서 삶의 애환을 겪는 인생의
공간을 ‘사막’으로 설정하고 이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윗글에서도 황량한 사막에 서 있는 것과
같은 존재인 ‘나’와 노인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독자에게 인생에 대해 성찰해 보도록 이끌
고 있다. [학습 자료]는 윗글과 유사한 삶의 방식이 제시된 또 다른 이야기이다. 윗글과 [학습 자료]
를 ‘인생이라는 사막을 건너는 법’과 연결 지어 비교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해 보자.

[학습 자료]
유레크 베커의 「거짓말쟁이 야콥」은 나치 독일군이 유대인을 억압했던 때의 이야기이다. 당시 나
치 점령지 유대인들은 재산권, 신문, 책, 라디오, 심지어 시계마저 빼앗기고 제한된 거주 지역에서
노예처럼 일하다가 수용소로 끌려가 죽임을 당했다. 이때 야콥 하임이라는 유대인은 자신의 말을
신뢰하도록 하기 위해 자신이 라디오를 가지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그 말에 희망을 품는 동료
들의 반응을 보게 된다. 그 이후 야콥은 신뢰감을 유지하며 동료들에게도 희망을 주고자 매일매일
거짓 뉴스를 만들어 퍼뜨린다. 어느 날 야콥이 그 진실을 한 친구에게 털어놓자 그 친구는 다음 날
자살한다. 이를 통해 야콥은 자신의 거짓말이 상실감에 빠진 동료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① 윗글에서 노인이 ‘나’에게 한 ‘거짓말’과 <보기 2>의 야콥이 동료에게 한 ‘거짓말’은 모두 상



대방이 희망을 가지고 각자가 처한 ‘사막’ 같은 상황을 건널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 되는군요.
② 윗글의 노인이 가족을 잃고 느낀 감정과 <보기 2>의 유대인들이 많은 것을 빼앗기고 느낀 감

정은 모두 각자가 처한 삶에 대해 낯선 ‘사막’에 남겨진 것과 같은 상실감을 느낀 것과 관련
된다고 볼 수 있군요.
③ 윗글에서 ‘나는 정말 바보였었다.’라는 ‘나’의 깨달음에 내포된 노인이 거짓말을 한 의도와,

<보기 2>의 야콥이 동료들에게 거짓말을 했던 의도는 모두 ‘사막’과 같은 절망적인 상황을
견디기 위한 방법이 필요해서라고 볼 수 있군요.
④ 윗글의 노인이 ‘보이지 않는 혼으로 집’을 지으며 품었을 생각과 <보기 2>의 친구가 야콥에

게서 ‘거짓 뉴스’를 듣고 품었을 생각은 모두 ‘사막’에 처한 것 같은 애환 속에서 자신이 속
한 세상을 인식하는 나름의 방법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군요.
⑤ 윗글에서 노인이 훈장을 찾아 준 ‘나’를 보고 ‘경멸하듯’ 한 표정을 지은 것과 <보기 2>의 야

콥이 진실을 말하자 친구가 ‘자살’을 한 것을 통해, 삶의 고통이 극심할 때는 그 고통과 관련
된 진실을 직시하지 않는 것이 이들 각자가 직면한 ‘사막’을 건너온 방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군요.

[2부] 적용 학습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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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09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윤선철이네에서 사람이 다녀간 것은 리가 세수를 하고 들어와 담배랑 라이터를 막 챙겨 들 때였다.


리는 노인네 생일을 찾아 해마다 동네 사람들을 부르는 윤이 갸륵하여 미룩거리지 않고 나섰지만, 그렇다
고 마냥 기특하게만 쳐줄 일도 아니라는 느낌 또한 그전보다 덜하지 않았다. 부모 생일에 동네잔치는 남길
만한 풍속의 하나임이 분명하나 씀새를 따진다면 자못 낭비라 이르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겪어 보니 대개
술 닷 말, 떡 서 말에 두 말 밥은 지어야 고루 차례 갔으며, 더러 먹었다는 소리라도 들어 보려면 우습게 흥
정한대도 쌀 한 가마는 따로 돈 사야 구색을 찾겠던 것이다.
생각이 그에 미치자, 리는 재게 걷던 걸음까지 충그려 가며 갈 데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끙 아무리 연기 변허듯 허는 세상이기루…….”
  —
전에는 먹던 김치 짠지에 진닢국만 끓여 놓고도 부를 만한 이면 나이 없이 부를 수 있었고, 투가리에
우거지 지져 간장 곁에 놓고, 바라기에 시래기 무쳐 장아찌 앞에 올린 상을 받더라도 허물한 적이 없었
[A] 으나, 시절도 시절 같잖던 것이 어느새 옛말하게 바뀌어 버린 거였다.
사람들은 미역국에 고깃점만 드물어도 눈치 보며 수저를 넣었고, 동태찌개도 물태로 끓인 게 아니면
쳐다보기를 꺼렸으며, 반드시 울긋불긋한 과일 접시가 보여야만 남을 부르려고 차린 줄로 여겼다.
그중에서도 우스운 것은 술을 가리는 꼴이었다. 그들은 아무리 날탕이라 해도 맛이 흐린 막걸리는 맥주
무서워하듯 물어도 안 보다가, 영양제 탄 소주라면 횟국으로 쳤다. 환타, 콜라, 사이다, 박카스 따위를 영양
제로 믿는 탓이었다.
리는 그만하면 무던하거니 했던 여기 인심이 싱겁게 탈 난 내력을 그 나름으로 가늠하고 있었다. 그는 여
기 사람들의 잦은 나들이를 으레 첫째로 쳤다.
새마을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해방 전에 굵어진 늙은이들이 뒷짐을 지고 물러나자, 동네는 자연 삼사십
대의 장년층이 이끌어 나갔다. 그러나 대개 동네에 주저앉아 농사에 손이 잡혔다는 장년들도, 거의가 여기
를 떠나 너른 바닥에 붙어 보려고 몇 해씩 버둥댄 끝에 힘이 부쳐 제 발로 기어들어 온 이들이었다. 공장에
들어가 쌀 한 가마 값도 안 되는 헐값으로 혹사당하다 밀려나거나, 버는 대로 세금 내고 이자 물다 본전 날
린 뜨내기 장사치였다. 그러므로 그들은 도시 사람들의 풍속을 대강은 어림하고 있었으며 부럽다 못해 시
늉까지 하려 들었다.
(중략)
여기 사람들은 해마다 추수가 끝나면 소문난 유흥지만 골라 삼 박 사 일씩 후질러 오곤 하였다.
그에 곁들여 그들은 여러 가지를 묻어 들였다. 좋아졌다고 너스레 떠는 입심, 누가 있으나 없으나 목소리
갇힌 말투, 관광 온 유부녀 기분 풀어 주는 솜씨, 물건을 못 당하는 돈, 돈을 못 당하는 욕심…… 그들은 자
기들이 구경한 비정상적인 여러 가지 것들을 발전이라고 믿었으며 그런 견문을 유식으로 여겼다.
“못된 수캐 동네 댕기메 일만 저지른다고, 관광 다녀 읃은 게 인심 버릴 가마리뿐이니…….”
리는 탄식했지만 으레 돌아서서 혼자나 알게 중얼거렸을 뿐, 종주먹을 대가며 가물 콩 장마 콩 하고
[B]
간연(間然)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들 축에 빠져 외톨이로 겉돌 게 두려워 남이 하는 대로 덩달아 끌
려다닌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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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60쪽

리는 자기가 축에 빠질 때 당하게 될 일도 능히 알 수 있었다. 아무개가 아무 데서 세상일을 쳐들며 쓰네


못쓰네 하고 입바른 소리했다고, 걸핏하면 관청에 투서질하는 것이 애국이며 충효 사상이라고 믿는 동네이
므로, 애매하게 그 언걸에 치여 눈총받아 가며 살 일도 떠름했지만, 그런 못된 풍속에 말려들었다가 자칫 잘
못하여 이웃 간에 혐의를 지거나, 본의 아니게 양심까지 팔아 가며 남 좋은 일을 가리틀려 덤비게 될까 겁이
나서 시비하지 못하게 된 거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뭇사람들과 어겹되어 * 갯물 민물 없이 함께 후덩거리기
는 싫었다. 거탈은 타고난 대로 질그릇일 수밖에 없을망정 속으로는 정신을 차려 가며 살고자 했고, 자기의
그런 태도를 남 앞에 내비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배움이나 견문마저 남보다 좁아
색다름을 강조해 보려 해도 그럴 건더기가 없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틈틈이 연구를 거듭했으며 마침내 한 가지 방법을 짜내기에 이르렀다. ㉠자기의
이씨 성을 리씨로 고친 게 그것이었다. 그는 먼저 문패부터 한글로 바꿔 달았다. 동네 사람들이 까닭을 물었
다. 그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원래가 오얏 리 짜닝께, 나는 원래대루 부르겄다 이게라.”
그러나 아내와 어린것들에게까지 본심을 감출 수는 없었다.
“늬덜이나 늬 어매는 나를 넘덜허구 똑같이 치는 모양인디, 나는 원래가 그렇지 않다. 시방 구신이 옆에

있지만, 나는 내 양심 내 정신으루, 내 줏대, 내 나름으루 살자는 사람이다. 지금까장 이리 가두 흥, 전주
가두 흥, 허메 살어왔지만 두구 봐라, 아무리 농토백이루 살어두 헐 말은 허메 살 테니. 그렁께 늬덜두 오
늘버텀은 공책이나 시험지에 이름을 쓸 때두 꼭 리만순, 리만실 이렇게 쓰구, 명찰두 당장에 새루 써 달어
라.”
처음엔 영문을 몰라 입술 얇은 아내까지도 어리둥절하며 대꾸가 없었다.
- 이문구, 「우리 동네 이 씨」

* 간연: 지적하여 비난함.
* 어겹되어: 한데 뒤범벅이 되어.

20001-0159

01 [A]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물의 자기 고백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② 공간의 이동을 보여 주어 ‘사람들’이 살고 있는 시대적 현실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③ 과거 상황과 현재 상황을 대비하여 ‘사람들’의 변화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④ 현재형 진술을 통해 사건들을 서술하여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⑤ 인물들의 서로 다른 특성을 묘사하여 ‘사람들’이 만들어 낸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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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09

20001-0160

02 [B]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공동체가 극단적 대결로 치닫는 현실과 공동체에 대한 인물의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② 이성적 비판과 감정적 대응이 혼재된 상황과 자정 능력이 상실된 공동체의 쇠락을 보여 주

고 있다.
③ 공동체에 만연한 부조리에 대한 인물의 비판 의식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위선적 행위를 보여

주고 있다.
④ 비상식적 법 집행과 상식적 관습이 충돌하는 상황과 공동체 내에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⑤ 공동체의 문제 상황에 대한 인물의 비판적 태도와 소신에 따라 살지 못하는 인물의 소심함

을 보여 주고 있다.

20001-0161

03 ㉠에 담긴 ‘리’의 의도를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공동체의 문제에 대한 거리감을 드러내어 공동체 구성원과의 단절을 선언하고자 하는 태도

를 보여 주는군.
② 관습과의 구별을 드러내어 공동체 문제에 대한 비판 의식과 상대적인 우월감을 드러내려는

심리를 보여 주는군.
③ 가족 내 결속력 강화를 선언함으로써 자신의 가족부터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하겠다는 다짐을 보여 주는군.
④ 가족 구성원의 삶의 방식에 제약을 가함으로써 가부장의 권위를 세우고 나아가 공동체의 관

습적 질서를 회복하려는 시도를 보여 주는군.
⑤ 공동체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공동체에 대한 자신의 과오를 인정

하고 올바른 삶의 태도를 견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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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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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 작품은 산업화의 영향으로 농촌 공동체에 변화가 일어났던 1970년대 우리나라의 현실을 담고
있다. 이 시기 농촌 공동체에서는 공동체의 결속에 기여해 온 풍습조차도 속물적 판단에 의해 무력
화되기 시작했으며, 그러한 상황 속에서 농민들은 근대적 문물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 도시의 삶
에 대한 무비판적인 동경을 드러내었음이 형상화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현실의 변화에 대
해 성찰적 비판보다는 무비판적 추종이 우세했음도 드러나 있다. 작가는 이러한 일련의 변화를 통
해 농촌 공동체의 해체를 가져온 도시화에 대한 비판 의식과 당대 정치 현실과 관련된 민중의 대응
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① ‘부모 생일’에 ‘동네잔치’를 벌이던 풍속이 ‘낭비라 이르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은 공동체

의 풍습이 속물적 판단에 의해 힘을 잃어 가는 변화를 보여 주는군.
② ‘환타, 콜라, 사이다, 박카스 따위를 영양제로 믿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근대적 문물에 대

해 무조건적인 선호를 보이는 농민들의 경향을 보여 주는군.
③ ‘새마을 운동’으로 인해 ‘삼사십 대의 장년층’이 ‘동네’를 이끌어 가게 된 상황은 농촌 공동

체의 해체가 일어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보여 주는군.
④ ‘소문난 유흥지’에서 경험한 ‘비정상적인 여러 가지 것’을 ‘발전’으로 보는 동네 사람들의 믿

음은 도시의 삶에 대한 무비판적인 동경을 보여 주는군.
⑤ ‘세상일을 쳐들며 쓰네 못쓰네 하’는 말에 대해 ‘관청에 투서질하는’ 동네 사람들의 행태는

사회 현실에 대한 성찰적 비판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을 보여 주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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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10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 줄거리] 2002년, 통일된 한국의 남쪽 땅으로, 북쪽에 살고 있는 이복형인 태섭이 흰 상자를 메고 찾아온다. 북쪽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던 ‘나’의 아버지는 6·25 전쟁 중에 월남하여 남쪽에서 다시 가정을 이루고 산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의존하
여 생계를 이어 가던 무능력한 아버지는 병에 걸린 뒤 북쪽에 두고 온 아내의 이름을 부르다 죽고, ‘나’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
의 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태섭과 함께 아버지의 묘에 갔다 오면서 태섭이 차고 있는 시계가 생전 아버지가 차던 것과
동일한 것임을 확인한다. 그날 밤 술상을 놓고 둘은 이야기를 나눈다.

─ 아버지 집에 계시지?
그러면서 맥고모자는 청년을 시켜 가방에서 캐러멜하고 일제 과자가 든 봉지를 내밀었다. 나는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러나 덥석 받진 않았다. 오른발 검정 고무신 끝으로 내 주위의 땅을 파고 둥그런
원을 되풀이해서 그렸다.
─ 이거 받아라! 그리고 너희 집으로 우리를 안내하렴.
나는 체면을 지키려고 애를 썼지만 허사였다. 그러기에는 어린 나의 인내력은 너무도 취약했던 것이
다. 맥고모자가 봉지에서 캐러멜을 하나 꺼내 억지로 내 입에 넣어 주었다. 생전 처음 보는 맛이었다.
[A]
입안에선 금세 침이 홍수처럼 밀려들었고 혓바닥도 격하게 꿈틀댔다. 불가항력이었다. 내 의지와는 상
관없이 움직인 손은 그예 과자 봉지 쪽으로 스멀스멀 뻗어 갔고 앞장을 서서 두 사람을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아버지가 현기증이 나는지 문설주를 붙잡을 만큼 몹시 놀라는 표정으로 짐작건대 그들이 아
버지와 오랜만에 만나는 잘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호영아 어서 나가 놀아라!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어도 나는 그 일제 과자와 캐러멜들을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갔다.
“기래 맞아. 그 청년이 바로 나였지. 내레 작은아바이와 함께 공작원으로 뽑혔었어. 이런저런 공작을 성

공적으로 수행하고 마지막 남은 공작이 바로…….”
“아버지를…….”
태섭 형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북으로 돌아가는 거였디. 첫 대면이었지만 아바이래 한눈에 날 알아보시드만. 그거이…… 기래 바

로 혈육의 끌어당김이라는 거 아님둥? 기때 처음으로 아바이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내레 소리 죽여 실컷
울었디, 아암 원 없이. 여기서 병든 몸으로 생고생하지 말고 같이 가서 오마니랑 잘살자고 말씀드리면서
말이야.”
㉠“아버지가 그때 뭐라고 하시던가요……? ”
내 목소리는 떨려서 나왔다. 그 대목에서는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북쪽에 잔뼈가 굵은 고향에다 부모 처
자식을 모두 두고 남쪽으로 흘러나온 당신의 저주받은 운명을 끌어안고 사시던 아버지가 아니던가! 게다가
남쪽에서는 병고와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북에서 공작원으로 파견된 아우와 이름도 지어 주지 못
했던 핏덩이 아들이 찾아왔다. 그래서 같이 고향과 부모 및 본처와 자식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어쩔
것인가! 그 절체절명의 상황에 낀 나란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내민 다디단 캐러멜을 애들 앞에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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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스레 씹으며 혜정이네 골목을 신바람 나서 누비던 어린 나의 존재란 무엇이던가!
“……!”
“아버지가요……? ”
“이 시계가 말하고 있는 게 아니겠음둥? ”
그는 왼 손목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기때 아바이래 야속하게두 이렇게 말씀허셨지. 봇도랑 같은 눈물을 흘리시면서. 당신이래 북쪽을

발써 잊었다구 말이디. 저 어린것과 고생만 하는 에미를 보라면서 말이야. 그러니 함께 갈 수 없다고
하시며 가슴을 쥐어뜯었드랬디. 태섭아 부르시며, 엎드린 내 등을 쓰다듬으시면서리 이 아바이를 부
디 용서하라고……. 기러시면서 차고 계시던 시계를 풀어 주셨디. 혹, 아바이가 생각나면 ㉡시계라
도 보라고……. 그땐 그렇게 말씀허시는 아바이레 얼마나 섭했던지……. 허지만서두 나중에 지켜보
[B] 니 그거이 옳은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철조망 이쪽저쪽을 오간다고 해
서 문제가 해결될 일도 아니고 툉일에 일조를 하는 일도 아니겠고……. 내레도 만약 그런 처지라믄
기러케 했을 거이야, 아마도.”
나는 숙인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코가 맹맹해져 왔다. 눈이 여린 아내가 고개를 돌려 어깨로 눈시
울을 훔쳤다.
“작은아바이는 되돌아가는 길에 사단이 벌어져 돌아가셨고, 나도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가 간신

히 살았디. 희생은 컸지만 그 일로 해서 우리 집안이 비로소 동요 계층에서 기본 계층으로 바뀔 수
있었디…….”

아내가 운전하는 차는 경평로를 따라 이틀 전 태섭 형님을 모셔 왔던 임진강 변의 만남의 광장 쪽으


로 달리고 있었다. 차창 밖은 맑고 쾌청한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형님, 이거 면목이 없습니다. 큰어머님 모시는 문제도 잘 아퀴를 지어 드리지도 못하고 말입니다.”
나는 최옥분, 그분을 서슴없이 큰어머님이라고 불렀다. 뒷좌석에 나와 나란히 앉은 태섭 형님의 무
릎에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흰 천에 둘러싸인 상자가 놓여 있었다.
“미안하긴 무스거…… 사실 내레 좀 성급했디, 아 안 그래 아우? 이쪽저쪽 사정 잘 톺아서리 순서와

조리 있게 일을 추진해야지 되는 건데 말이야. 기래두 오마니한테 아바이 계신 곳에 나들이라도 시
[C]
킨 형용이니 기것도 괜찮은 거 아임둥? ”
태섭 형님은 짐짓 쾌활한 목소리를 내었다.
“제가 장담하는 건 좀 뭐하지만, 늦어도 내년 한식 이전에는 저희 어머니를 잘 설득해서 일이 수월하

게 풀리도록 할게요. 저희 어머니도 속이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니까요……. 다만 사람이 감정
이라는 게 있어서 응어리가 풀리려면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는 것이잖아요. 시간이 좀 흐르면 어머
니도 형님 사정을 이해하고 말고요.”
“기래……. 기러케 되믄 더할 나위 없는 거구……. 내 아우님만 턱 믿으니까니.”
(중략)
형님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서 갑자기 ㉢수많은 새 떼 무리가 일제히 솟구쳐 올랐다. 수백 마리, 아

[2부] 적용 학습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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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10

니 수천 마리는 족히 됨 직했다. 그 날갯짓 소리가 아련히 들려오는 듯했다.


“우리 인간이란 게 알구 보믄 저 하찮은 미물보다도 더 매욱할 때가 있는 것 아임둥? 저네들이 그토록 자

유롭게 넘나들던 철조망을 반세기가 넘도록 치우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하지만 봅세. 저 새들이
야 날개가 있으니까니 툉일 전에도 저 녹슨 철조망 위를 맘대로 넘나들었을 거 아임둥? 하지만서두 우리
인간들이 철조망을 걷어치우니깐 허공을 나는 그들의 날갯짓이 더 자유로워 보이지 않소? ”
나는 그의 말뜻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만했다.
“예……. 그러나저러나 형님이 단 며칠이라도 더 머무르셨다면 좋았을 텐데요.”
“허허, 나도 지금은 그러고 싶은 맴이야 굴뚝 같지만서두 누차 얘기했지 않음. 마흔야들 마리나 되는

내 도야지 새끼들이 얼마나 목이 빠지게 날 기대리겠소, 응? 물론 사촌이래 잘 돌보고 있겠지만서두
하루라도 시일을 단축해 가서리 내 손으로 돌봐야지 갸네들도 살이 토록토록 찌지 않갔음둥? ”
“그렇긴 하죠…….”
나는 고개를 숙여 다시 그의 왼 무릎을 쳐다보았다. 그런 나의 눈길을 감지했는지 그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형님, 그때 많이 다치셨죠? ”
“기거야 뭐……. 보고 싶네? ”
나는 대답 없이 그의 눈동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그는 바짓가랑이를 허벅지께까지 걷어 올렸다.
[D]
나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무릎에서 정강이까지 굵은 뱀처럼 꿈틀거리는 흉측한 상처가 드러났
다. 나는 침을 삼키려 했지만 목울대만 출렁거릴 뿐 입안에 침이 고이지 않았다.
“㉣파편이 아직 남아 있다고요? ”
“날이 궂으면 좀 욱신거릴까, 사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다우.”
나는 자신도 모르게 그 상처 위에 내 손바닥을 얹었다. 그러자 형님도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의 상처를 덮은 내 손등 위로 그의 손이 다시 포개졌다.
“형님! 우린 누가 뭐래도 한 뿌리입니다!”
“기거를 새삼 말하믄 무얼 하겠음? 타고난 핏줄인 것을……. 서로에게 가 닿지 못해서 그동안 얼마

나 애달프고 ㉤목마른 뿌리로 살아왔음둥? 이제는 그런 일 없어야 함둥!”
- 김소진, 「목마른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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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61쪽

20001-0163

01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특정 소재를 둘러싼 인물 간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② 특정 공간의 변화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묘사하여 서술자의 심리 변화 과정을 암시하

고 있다.
③ 이야기 밖의 서술자가 여러 인물의 내면 심리를 순차적으로 조명하며 각 인물들의 특성을

보여 주고 있다.
④ 현재와 과거를 교차해 가며 동일한 공간에서 발생한 각기 다른 사건에 대한 평가를 다각도

로 조망하고 있다.
⑤ 이야기 속 인물인 서술자가 과거와 현재에 직접 경험한 각각의 사건과 관련된 자신의 내면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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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보기>를 참고하여 ㉠~㉤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목마른 뿌리」는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로서,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향민인 아버지
를 중심으로 분단 이데올로기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윗글에서 ‘나’는 통일이 된 후 이복형 태
섭을 만나, 태섭도 자신처럼 아버지에 대해 이중적인 애증의 감정이 있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또
한 태섭과의 대화가 깊어질수록 시대의 상처와 남북한의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애정이라는 복합
적인 감정을 품고 살아온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을 떨쳐 버리게 된
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상징적인 소재와 자연물 등을 활용하여 ‘나’와 아버지의 내면적인 화해와
가족의 화합을 모색하며, 분단 상태를 극복하고자 노력해 온 우리 민족의 현실 인식과 소망, 미래
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① ㉠은 ‘나’가 아버지의 대답을 궁금해하면서 던진 질문으로, 아버지가 남쪽의 가족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을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나’의 반응이다.
② ㉡은 아버지가 태섭에게 준 것으로, 아들의 뜻에 반해 자신의 삶의 거취를 결정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아들에 대한 애정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이 담긴 소재이다.
③ ㉢은 태섭이 ‘나’와 대화를 이어 가는 중에 가리킨 것으로, 오랜 분단 상황에서 벗어난 진정

한 민족 화해에 대한 염원을 담은 자연물이다.
④ ㉣은 태섭의 다리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아버지를 향한 가족들의 아쉬움이 응어리진 상태로

남게 되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상징물이다.
⑤ ㉤은 두 형제가 처했던 삶의 모습을 나타내는 말로, 이를 통해 분단 상태에서 통일을 애타게

갈구해 온 우리 민족의 삶의 모습을 드러낸다.

[2부] 적용 학습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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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62쪽

20001-0165

03 윗글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제작하고자 연출 계획을 세웠다. [A]~[D]의 계획에 대한 평가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구분 시간적 배경 공간적 배경 연출 계획
•‘나’가 맥고모자와 청년을 바라보다가 시선이 캐러멜 봉지


에 옮겨진 후,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 시선이 주로 캐러
집 밖 골목,
‘나’의 어린 멜 봉지를 향하도록 합시다. ⓐ
[A] 집의 대문 안


시절, 낮 •허름한 옷을 입고 병자로 분장한 아버지가 방에서 나오면
마당과 마루


서 ‘나’의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문설주를 붙잡도록 합시다. ⓑ


•술상을 둘러싸고 앉은 자리에서, 손목에 찬 시계를 만지면
현재, ‘나’의 집


[B] 서 이야기하는 태섭의 말을 듣던 아내가 눈물을 훔치면서
저녁 ~ 밤 방안
고개를 돌리는 장면을 연출합시다. ⓒ
  
  

•‘나’가 태섭의 무릎 위에 놓인 ‘흰 천에 둘러싸인 상자’에 시

[C] 선을 두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고, 태섭은 밝은 표
임진강 변을 정을 지으며 대답하는 장면을 연출합시다. ⓓ
현재,


달리고 있는
가을 낮 •뒷좌석에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태섭이 바지를 걷어 상
차안

[D] 처를 보여 주고, 그 상처 위에 ‘나’가 손을 얹은 후 그 위로
다시 태섭의 손이 포개지는 장면을 클로즈업합시다. ⓔ


① ⓐ: ‘나’의 시선이 사람이 아닌 캐러멜 봉지에 집중되도록 함으로써, ‘나’의 관심의 대상이

사람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옮겨지는 것을 드러낼 수 있겠군.
② ⓑ: ‘나’의 뒤를 따라 들어온 두 사람이 아버지를 병고에 시달리게 할 정도로 아버지에게 강압

으로 인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겠군.
③ ⓒ: 아내가 태섭이 아버지의 유품인 시계를 가지게 된 연유를 듣고 아버지와 태섭이 겪었을

아픔에 대해 느낀 연민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겠군.
④ ⓓ: 태섭이 남쪽에 올 때 의도한 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게 된 것을 미안해하는 ‘나’의 심정

과, 이러한 ‘나’를 위로하는 태섭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겠군.
⑤ ⓔ: ‘나’가 태섭의 상처를 보면서 연민의 정을 느꼈고, 이들의 손이 포개지면서 ‘나’와 태섭

간의 정서적 교감이 이루어졌음을 부각할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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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1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 줄거리] 아파트 정기 소독 날, 특별한 생업이 없는 세 사람, ‘나’와 연출가 김 형, 배우 김 형은 아파트 옆 작은 공원에
모여 원숭이 얘기를 하게 되고, ‘나’는 문득 원숭이 구경을 가자고 제안한다.

“자, 어서 가자구요. 장에 가면 원숭이가 있다구. 틀림없이. 여기서 소독약 냄샐 맡고 있느니 바람 쐬러라



도 가자구요. 택시 타믄 얼마 안 걸려요.”
헤어날 활로를 찾은 사람처럼 나는 말했다. 어차피 얼마 동안 집구석에 들어가지 못할 바에야 어디론가
갈 곳을 찾기는 찾아야 하기도 했다.
“㉠원숭인 뭘…… 골이라두 깨먹을 거라믄 몰라두. 캬를캬를캬를.”
연출가 김 형은 망설이는 눈치였다.
“아니 원숭일 꼭 보자는 건 아니지. 그건 이를테면 건달 세계의 명분이랄까.”
나도 따라 빙긋이 웃어 보였다. 그러나 곧 나는 그가 왜 망설이는지 까닭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별 볼 일 없는 사나이들일수록 명분 하나만은 그럴듯해야지.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거, 왜, 원

숭인 우리나라엔 없는 동물 아뇨. 그걸 보러 간다는 건 굉장한 명분이지. 김 형, 그렇지요? ”
나는 농담 섞인 투로 배우 김 형 쪽을 향해 동조를 구했다.
“원숭이를 보러 간다…… 하, 그거 명분 하나 기막힙니다. 이 숨 막히는 시대에 말입니다. 뭔가 오는 게

있군요. 이놈의 일상을 한번 벗어나 봅시다. 마누라 등쌀에다 ㉡3김 씬지 뭔지 도통 답답한 시대에 말입
니다. 원숭이…….”
그는 웃지도 않고 눈을 껌벅이며 대답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어딘가 진지한
면모가 없지 않았다. 숨 막히는 시대라는 말은 마침 민주화를 외치며 최고조에 달한 데모의 열기와 그
에 맞서 엄청나게 터뜨리고 있는 최루탄의 독한 가스에 휩싸인 저 거리들을 연상시켰다. 그의 진지성
[A]
에 건성으로 그런 제안을 했던 나는 얼마쯤 주춤했다. 그는 나 같은 어중된 부류와는 달리 암울한 정치
와 시대를 걱정하고 있었다. 어느 때나 어중된 인간은 그와 같이 시대고를 짊어진 사람들에 의해서 삶
의 중추를 가누고 있다는, 큰 빚을 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난 못 가요. 마누라가 직장에서 곧 돌아오거들랑요. XX.”
연출가 김 형은 이번에는 ‘칠면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이웃 공단에 직장
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네 시면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빨라서 좋은 게 아니라 이상했다. 솔직한 편인
그가 아내의 직장에 대해서만은 어물거리는 것은 아마도 정상적인 취업 상태가 아니기 때문일 터였다.
“우리 마누란 새벽에 일을 끝냈으니깐 그런 걱정은 없네요. 허허허.”
배우 김 형의 아내가 새벽마다 우유를 배달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얼핏 들은 바에 따르면 그
는 경기도 어디의 면사무소 직원, 즉 ‘당당한 공무원’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릴 적에 단 한 번 무대에 섰
던 경험이 나이가 들수록 그를 아프게 쑤셔 대서 그만 때려치웠다는 것이었다. 연극을 해야만 살 것 같았다
는 것이었다.
(중략)

[2부] 적용 학습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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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현대 소설 11

“아니, 그 얼굴이 뭐야? 꼭 원숭이 아냐!”


나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그렇다면 나도 어느새 원숭이로 변했단 말인
가. 그가 그렇게 보았으니 어김없는 사실일 터였다. 어느 순간에 우리는 둘 다 원숭이로 변하고 만 것이었
다. 왜, 무엇 때문에 그런 사태가 일어났는지 따진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사실 아까부터 얘기하려고 했는데 우린 지금 무슨 마술에 걸렸나 봐요. 그래서 둘 다 원숭이가 됐나 봐

요. 킬킬킬.”
나는 그를 안심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서 짐짓 웃음소리를 곁들였다. 아니, 그만을 안심시키는 게 아니라
나 자신도 안심시키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웃음소리도 왠지 내 웃음소리같이 들
리지 않았다.
“둘 다 원숭이? 설마 그럴 리가?”
그는 곧이들리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그러고는 자기 자신은 아직 원숭이로 변했다고는 믿을 수 없다고 덧
붙였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나를 원숭이로 보았다고는 할지라도 나는 그렇게 여겨지지 않았
다. 단지 그가 원숭이 몰골을 하고 있다는 것만은 내 눈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 상대
방만을 원숭이로 보고 있는 셈이었다. 해가 중천에 있을 무렵부터 원숭이 타령을 하고 있었던 결과 눈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었다. 갑자기 어둠 속에 수하를 받고 옆구리에 들어온 총부리 때문
이었다. 그것도 아니었다. …… 하지만 그 전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따지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그것에 대
  
해서는 서로가 상대방을 원숭이로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다만 우리는 어쨌든 함께 그곳을 빠
져나가야 한다는 데는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었다.
“빨리 갑시다.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그래요. 서둘러야겠어. ㉣이러다간 꼼짝없이…….”
‘꼼짝없이’라는 말 다음에 할 말이 죽는다는 것인지 원숭이로 영영 남게 된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도
몰랐다.
그는 다시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앞서 나갔다. 다른 말은 더 없었다. 개펄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
고 있었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 부지런히 걷기 시작했다. 죽은 땅 위로 바람이 부딘 쇠붙이 소리를 내
[B]
며 불어왔다. 왔던 길이 맞는지 어떤지도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했지만
머릿속까지 어둠이 들어와 꽉 차 버린 느낌이었다.
만약에 우리가 원숭이가 되어야 했던 까닭을 알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저, 홰를 타고 앉아 광활한 우
주 공간을 응시하는 거대한 원숭이뿐일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토록 우리는 어떤 힘에 의해 봉쇄되고 무력하
게 되었으며 진실로부터 버림받았다 …… 는 생각에 내 원숭이 몰골은 더욱 볼썽사납게 보이리라 싶었다.
  
  
아무 말도 없이 우리는 앞을 향해 걸었다. ㉤그가 몸을 앞으로 구부린 것처럼 나도 덩달아 몸이 앞으로 구
부러졌다. 잘 보이지 않는 길을 더듬어 될수록 발걸음을 빨리하자니 자연 몸이 뒤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우
리 둘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여 쪼그라진 원숭이 얼굴들을 하고 컴컴한 어둠 속을 허둥거리며, 그토록 우리
가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던 일상을 향하여 거의 사력을 다해 발걸음을 옮겨 놓고 있었다.
- 윤후명, 「원숭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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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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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연출가 김 형이 ‘나’의 제안에 흔쾌하게 동의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② ㉡: 배우 김 형은 당대의 사회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③ ㉢: ‘나’는 ‘그’가 원숭이로 변한 것을 ‘나’의 변화보다 늦게 인지했음을 알 수 있다.
④ ㉣: 자신이 무심코 하고자 했던 말에 두려움을 느껴 망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⑤ ㉤: 두 사람이 외형뿐만 아니라 행동 역시 원숭이를 닮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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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A]와 [B]를 비교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와 [B]는 모두 등장인물의 외양을 묘사하여 등장인물의 성격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② [A]와 [B]는 모두 서술의 주체와 행동의 주체를 분리하여 사건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있다.
③ [A]에는 등장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주관적 평가가 드러나 있고, [B]에서는 사건에 대한 거리

두기를 통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④ [A]는 타인의 삶과의 비교를 통해 등장인물의 삶을 성찰하고 있고, [B]는 배경에 대한 묘사

를 통해 등장인물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⑤ [A]는 등장인물의 내면 묘사를 통해 등장인물의 갈등을 드러내고 있고, [B]는 등장인물의 행

동을 서술하여 사건의 원인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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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원숭이는 없다」에는 윤후명 소설에 자주 보이는 여로의 구조가 나타나 있다. 여로의 구조는 텍
스트 안에서 인물들이 머물던 곳을 떠나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구조를 말하는데, 이동 경로에 따라
다시 출발지로 회귀하는 구조와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는 구조가 있다. 여로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인물들이 바라는 무엇인가를 탐색하는 데 있다. 탐색은 기본적으로 결핍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그
렇기에 출발지에서 인물들은 자신의 삶에서 문제를 발견하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
는 것이다. 현대 소설에서 여로를 통한 탐색의 대상은 ‘자아’에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 작품의 여
로 역시 ‘자아 탐색’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① 원숭이 구경을 가자는 ‘나’의 제안은 여로를 시작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겠군.

② 등장인물들의 무기력한 일상은 등장인물들이 탐색을 시작하게 하는 결핍에 해당하겠군.

③ 등장인물들이 원숭이를 빌미로 길을 떠남은 근본적으로 자아 탐색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

겠군.
④ 등장인물들이 진짜 원숭이로 변했다는 것을 볼 때, 그들의 탐색은 결국 성공했다고 볼 수 있

겠군.
⑤ 마지막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여로는 출발지로 회귀하는 구조

로 볼 수 있겠군.

[2부] 적용 학습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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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극·수필 0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제 2 마당] 평안 감사 마당

[제 7 막] 평안 감사 재상(在喪) 거리

(평안 감사의 모친 상여가 나온다.)

평안 감사: 꼴곡 * 꼴곡 꼴곡 꼴곡. 아이고 좋아. 콩나물 안방 차지 내 차지.

(양산도 * 등 노래를 부른다.)

작은 박 첨지: (구경하다가) 이게 뉘 놈의 상여냐? 초상 상주 놈의 소리가 앓는 곳이냐?

(그때 향도꾼이 발병이 나서 못 가고 상여를 내려놓았다.)

평안 감사: ㉠여봐라, 박가야. (박 첨지가 나온다.) 말 들어라. 상여가 나가다가 향도꾼이 발병이 났으니, 인부
를 사 대라.
박 첨지: 인부가 졸지에 없사오니 소인의 조카 놈이 궂은일 잘 보고, 괴덜머리쩍고 *, 기운이 역사요, 이상야
릇한 놈이오니 ㉡그놈으로 천거하옵니다.
평안 감사: 이놈 더디다. 빨리 대령하여라.
박 첨지: 네 ─ (홍동지를 부른다.) 여봐라, 듼둥아! 이번에 감사또 * 연번시 * 향도꾼이 발탈이 났으니 하룻밤
  
삼시(三時)야 사시(四時)야 먹고, 돈 칠 푼 줄 것이니 상여꾼 품 팔러 안 가려느냐?
홍동지: 왜 그래쌌소?
박 첨지: 지금 한 말 못 들었느냐? 만일 지체하면 주릿대학춤, 고드래뼈 튕겨지면 * 호소할 곳 바이없으니 지
체 말고 빨리 나오너라.
홍동지: 아자씨 말씀이 정말이요?
박 첨지: 그짓말하겠느냐?
홍동지: 빨가벗어도 좋소?
박 첨지: 관계없다.
홍동지: 어디 가서 보기나 합시다. (홍동지가 가만히 가서 상제도 보고 또 상여를 냄새 맡더니) 카 ─ 이게 뭐요?
    
박 첨지: 왜 그러느냐?
홍동지: 아 ─ 오뉴월 강생이 * 썩는 냄새가 나는구려.
  
박 첨지: 이놈아! 그게 무슨 말이냐? 감사또 아시면 서운치 않으시겠느냐?
홍동지: ㉢사또가 섭섭하시면 큰 개 썩는 냄새가 난다 합시다.
평안 감사: 꼴곡 꼴곡 꼴곡. (왔다 갔다 한다.)
홍동지: 상제님 문안드리오.
평안 감사: 이놈! 상여도 대부인 * 상여인데, ㉣문안이고 문밖이고 웬 놈이 빨가벗고 덤벙거리느냐?
홍동지: 빨가벗었더라도 상여만 잘 메면 됐지. 무삼 잔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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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 감사: 네가 상여를 모시러 왔다니 듣기는 반갑다마는 빨가벗고 무슨 상여를 멘단 말이냐? 괘씸한 놈 잡
아내라.

(평안 감사가 화를 내어 박 첨지를 잡아들여서 태장을 한다.)

박 첨지: 늙은 박가가 인부까지 극력 주선하여 사 댔는데, 무슨 죄로 형장 태장이 웬일이요?


평안 감사: 이놈! 이 상여가 존중한 상여요, 또는 내행 *이어든 어디서 벌거벗은 놈을 인부라고 데려왔으니,
그런 향도꾼을 어디다 쓰느냐?
박 첨지: 그 향도꾼은 소인의 조카 놈으로 다른 향도꾼 없이도 잘 메고 갑니다.
평안 감사: 네 말이 분명 그렇다 하니 이번 행차에는 그대로 써 주마. 빨리 모셔라.
홍동지: 상제님 짊어진 것은 뭐요?
평안 감사: 나 말이냐?
홍동지: 그렇소.
평안 감사: 나 짊어진 것은 산에 올라가 분상제 * 지내려고 잔득 칠 푼 주고 강생이 한 마리 사 짊어졌다.
홍동지: ㉤자고로 방귀에 혹 달린 놈은 봤어도 강생이로 분상제 지낸다는 놈은 처음일세.
(중략)
평안 감사: 꼴각 꼴각 꼴각. 연번꾼 *은 북망산이 멀다더니 대문 밖이 북망산이라.
홍동지: 너화 넘차 *.
박 첨지: 너화 넘차.
홍동지: 너화 넘차.
- 작자 미상, 「꼭두각시놀음」

* 꼴곡: 앓는 소리.
* 양산도: 경기 민요 선소리의 하나. 세마치장단에 맞추어 부르는 삼박자의 흥겨운 노래.
* 괴덜머리쩍고: 수선스럽고 실없는 짓을 하고.
* 감사또: 감사(監司) 사또.
* 연번시: 장사(葬事) 지내러 가는 길에 등을 들고 가는 것. 저승길을 밝히는 것.
* 주릿대학춤, 고드래뼈 튕겨지면: 형벌을 받게 되면.
* 강생이: ‘강아지’의 방언.
* 대부인: 남의 어머니를 높여 이르는 말.
* 내행: 부녀자가 여행길에 오름. 또는 그 부녀자.
* 분상제: 장례식에서 무덤의 봉분을 만들고 지내는 제사.
* 연번꾼: 장사 지내러 가는 길에 등을 들고 가는 사람.
* 너화 넘차: 상엿소리의 후렴구.

[2부] 적용 학습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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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극·수필 01

20001-0169

01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 부름의 말을 통해 인물들의 퇴장 시간을 알리고 있다.
② ㉡: 한자어를 사용하여 신분 상승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
③ ㉢: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수정하여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있다.
④ ㉣: 동음이의어를 활용하여 언어유희를 보여 주고 있다.
⑤ ㉤: 인물이 대사를 통해 자신의 어리석음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20001-0170

02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의 인물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꼭두’는 예부터 인형을 가리키는 말로, 인형의 모양은 인물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등장인물 인형의 모양
안색이 창백하며 머리털, 수염이 모두 흰색이다. 고개가 왼쪽으로 기울었으며 왼쪽
박 첨지 눈을 치켜뜨고 입에 힘을 준 표정을 하고 있다. 아래턱은 움직일 수 있는 형태로 제작
하였다.
얼굴과 벌거벗은 온몸이 붉은색이다. 두발은 상투를 틀었고 입은 일자로 가볍게 벌린
홍동지
상태이다. 두 팔을 움직일 수 있는 형태로 제작하였다.
평안 감사 안색이 창백하며 수염은 검은색이다. 두 귀가 큰 형태이다.

① 박 첨지 인형의 머리털과 수염의 색깔은 박 첨지가 자신을 ‘늙은 박가’라고 표현했듯이 나이


‌
가 들어 보이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겠군.
② 박 첨지 인형의 입 모양은 ‘지체 말고 빨리 나오너라.’라고 홍동지를 재촉하는 부분에서 볼
‌
수 있듯이 조카에게 권위를 지니고 있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겠군.
③ 홍동지 인형의 팔의 형태는 ‘기운이 역사요’, 상여를 ‘다른 향도꾼 없이도 잘 메고’ 가는 인
‌
물의 특징을 보여 주기 위한 것과 관련이 있겠군.
④ 홍동지 인형의 몸의 모습은 박 첨지가 홍동지에 대해 ‘이상야릇한 놈’이라고 언급했듯이 인
‌
물의 별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겠군.
⑤ 평안 감사 인형의 귀의 크기는 평안 감사가 박 첨지에게 ‘네 말이 분명 그렇다 하니 이번 행
‌
차에는 그대로 써 주마.’라고 한 말에서 볼 수 있듯이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인물의 모습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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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64쪽

20001-0171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평안 감사 재상 거리’는 평안 감사가 모친의 상여를 운반하는 중, 발병이 난 향도꾼을 대신하여
박 첨지가 추천한 홍동지에게 상여 운반을 완수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권력을 지닌 지배층
에 복종하는 피지배층의 모습이 드러난다. 하지만 동시에 지배층에 도전하고 반항하는 피지배층의
모습 또한 담아내어 지배층의 횡포와 허위에 대한 비판과 풍자라는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① 평안 감사의 사적인 일과 관련된 명령에 따르는 박 첨지의 모습에서 지배층에 복종하는 피


‌
지배층의 모습이 드러난다.
② 평안 감사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형벌을 받을 수 있다는 박 첨지의 말에서 권력을
‌
지닌 지배층의 모습이 드러난다.
③ 벌거벗은 몸으로 평안 감사 모친의 상여를 메는 홍동지의 모습에서 지배층의 질서에 반항하
‌
려는 피지배층의 모습이 드러난다.
④ 평안 감사의 상엿소리에 맞춰 후렴구를 부르며 상여 운반을 하는 박 첨지와 홍동지의 모습
‌
에서 지배층의 허위를 풍자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 드러난다.
⑤ 상여 운반 도중에 발생한 위기를 벗어나게 도움을 준 박 첨지에게 태장을 가하는 평안 감사
‌
의 모습에서 피지배층에게 횡포를 부리는 지배층의 모습이 드러난다.

[2부] 적용 학습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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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극·수필 02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생원: 쉬이. (가락과 춤 멈춘다.) 이놈 말뚝아.
말뚝이: 예에. 아 이 제미를 붙을 양반인지 허리 꺾어 절반인지 개다리소반인지 꾸레미전에 백반인지 말뚝
아 꼴뚝아 밭 가운데 최뚝아, 오뉴월에 밀뚝아, 잔디뚝에 메뚝아, 부러진 다리 절뚝아, 호도엿장사 오
는데 할애비 찾듯 왜 이리 찾소?
생원: 네 이놈, 양반을 모시고 나왔으면 새처 *를 정하는 것이 아니고 어디로 이리 돌아다니느냐?
말뚝이: (㉠채찍을 가지고 원을 그으며 한 바퀴 돌면서) 예에, 이마만큼 터를 잡고 참나무 울장을 드문드문 꽂고
깃을 푸근푸근히 두고 문을 하늘로 낸 새처를 잡아 놨습니다.
생원: 이놈 뭐야!
말뚝이: 아, 이 양반 어찌 듣소. 자좌오향(子坐午向) *에 터를 잡고 난간 팔자(八字) *로 오련각 *과 입구

자로 집을 짓되, 호박 주초(琥珀柱礎)에 산호(珊瑚) 기둥에 비취 연목(翡翠椽木)에 금파(金波) 도
리를 걸고 입구자로 풀어 짓고, 쳐다보니 천판자(天板子)요 내려다보니 장판방(壯版房)이라. 화문
석(花紋席) 칫다 펴고 부벽서(付壁書) *를 바라보니 동편에 붙은 것이 담박녕정(澹泊寧靜) * 네 글
자가 분명하고 서편을 바라보니 백인당중유태화(百忍堂中有泰和) *가 완연히 붙어 있고 ㉡남편을 [A]
바라보니 인의예지(仁義禮智)가, 북편을 바라보니 효제충신(孝悌忠信)이 분명하니, 이는 가위 양
반의 새처 방이 될 만하고 문방제구(文房諸具) 볼작시면 용장 봉장(龍欌鳳欌) 궤(櫃) 두지, 자개
함롱(函籠), 반닫이, 샛별 같은 놋요강, 놋대야 받쳐 요기 놓고, 양칠간죽 자문죽을 이리저리 맞춰
놓고 삼털 같은 칼담배를 저 평양 동푸루 선창에 돼지 똥물에다 축축 축여 놨습니다.
생원: 이놈 뭐야!
말뚝이: 아, 이 양반 어찌 듣소. 쇠털 같은 담배를 꿀물에다 축여 놨다 그리하였소.
양반들: (합창) ㉢ 꿀물에다 축여 놨다네. (굿거리장단에 맞춰 일제히 춤춘다. 한참 추다가 춤과 음악이 끝나고 새처
  
방으로 들어간 양을 한다.)
양반들: (새처 안에 앉는다.)
말뚝이: 쉬이. (음악과 춤을 멈춘다.) 샌님 새처 방이 어떻습니까?
생원: 참 좋다.
말뚝이: 만복이 들어오라고 사방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생원: 야 이놈, 문을 열어야 복이 들어오느냐?
말뚝이: 예, 그렇습니다. ‘개문이 만복래’라 문을 열어야 복이 들어옵니다. 복이 들어오면 소인이 잡을라고
하니 샌님도 잡으시오.
양반들: (일어서려고 한다.)
말뚝이: 가만히 계시오. 소인이 복 들어왔다고 할 때 일어나 잡으시오.
말뚝이: 복 들어왔소!
양반들: (일어나서 복을 잡으려고 두 손을 벌려 들고 사방으로 돌아다닌다.)
말뚝이: (이때 “복이야 복이야.” 소리치며 채찍으로 양반들을 때린다.)

19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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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들: (쫓기며 퇴장한다.)
(중략)
생원: 아, 그놈 문장(文章)이로구나. 운자(韻字)를 내자마자 지어 내는구나. 자알 지었다. 그러면 이번엔

파자(破字)를 하여 보자. 주둥이는 하얗고 몸뚱이는 알락달락한 자가 무슨 자냐?
서방: (한참 생각하다가) 네에, 거 운고옥편(韻考玉篇)에도 없는 자인데 그것 참 어렵습니다. 그 피마자
(󰜋麻子) *라고 하는 자가 아닙니까?

생원: 아, 거 동생 참 용할세.
[B]
서방: 형님, 내가 그럼 한 자 부르라우?
생원: 부르게.
서방: 논두럭에 살피 짚고 섰는 자가 무슨 잡니까?
생원: (한참 생각하다가) 아, 그것 참 어려운 잘세. 그것은 논임자가 아닌가?
서방: 하하, 그것 형님 잘 맞췄습니다. (이러는 동안에 취발이 살짝 들어와 한편 구석에 서 있다.)
생원: 이놈 말뚝아.
말뚝이: 예에.
생원: ㉣나랏돈 노랑돈 칠푼 잘라먹은 놈 상통이 무르익은 대초 빛 같고 울룩줄룩 배미잔등 같은 놈을 잡아
들여라.
말뚝이: 그놈이 힘이 무량대각(無量大角)이요, 날램이 비호(飛虎) 같은데 샌님의 전령(傳令)이나 있으면 잡
아 올는지 거저는 잡아 올 수 없습니다.
생원: 오오, 그리하여라. 옛다, 여기 전령 가지고 가거라. (종이에 무엇을 써서 준다.)
말뚝이: (종이를 받아 들고 취발이한테로 가서) 당신 잡히었소.
취발이: 어데 전령 보자.
말뚝이: (종이를 취발이한테 보인다.)
취발이: (종이를 보더니 말뚝이에게 끌려 양반의 앞에 온다.)
말뚝이: (취발이 엉덩이를 양반 코앞에 내밀게 하며) 그놈 잡아들였소.
생원: 아 이놈 말뚝아, 이게 무슨 냄새냐?
말뚝이: 예 이놈이 피신(避身)을 하여 다니기 때문에 양치를 못 하여서 그렇게 냄새가 나는 모양이외다.
생원: 그러면 이놈의 모가지를 뽑아서 밑구녕에다 갖다 박아라.
말뚝이: 이놈의 목쟁이를 뽑아다 밑구녕에다 꽂는 수가 있으면 내 생원님의 입술을 떼어 드리겠습니다.
생원: (노하여 큰 소리로) 아 이놈, 뭐이 어째?
말뚝이: 샌님, 말씀 들으시오. 시대(時代)가 금전이면 그만인데, 하필 이놈을 잡아다 죽이면 뭣하오. ㉤돈이
나 몇백 냥 내라고 하야 우리끼리 노나 쓰도록 하면 샌님도 좋고 나도 돈냥이나 벌어 쓰지 않겠소. 그
러니 샌님은 못 본 체하고 가만히 계시면 내 다 잘 처리하고 갈 것이니 그리 알고 계시오. (굿거리장단
에 맞추어 일제히 어울려서 한바탕 춤추다가 전원 퇴장한다.)
- 작자 미상, 「봉산(鳳山) 탈춤」

[2부] 적용 학습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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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극·수필 02

* 새처: 웃어른의 숙소를 존대한 말.


* 자좌오향: 북쪽에서 남쪽을 향하는 좌향.
* 난간 팔자: 네 귀에 모두 추녀를 달아서 지은 집. ‘팔자’는 ‘팔작가(八作家)’의 잘못.
* 오련각: ‘오량각’의 잘못. 다섯 개의 도리로 짠 지붕틀로 지은 집.
* 부벽서: 벽에 붙이는 글.
* 담박녕정: 욕심이 없고 마음을 깨끗하고 고요하게 함.
* 백인당중유태화: 모든 어려움을 참고 견디어 내는 집에 편안과 화락이 있음.
* 피마자: 아주까리씨.

20001-0172

01 [A]와 [B]에 대한 이해로 적절한 것은?


① [A]에서는 말뚝이가 처한 난관을 드러내고 있고, [B]에서는 생원과 서방이 처한 난관을 드러
‌
내고 있다.
② [A]의 말뚝이의 말에서는 서민의 생활상을, [B]의 생원과 서방의 말에서는 양반의 생활상을
‌
제시하고 있다.
③ [A]에서는 어려운 한자어를 능란하게 말하는 말뚝이의 모습을, [B]에서는 무지한 생원과 서
‌
방의 모습을 제시함으로써 양반들의 교양이 저급함을 부각하고 있다.
④ [A]와 [B]를 통해 말뚝이가 양반에 대한 불만을 지닌 이유를 밝힘으로써 비판의 정당성을 강
‌
화하고 있다.
⑤ [A]와 [B]를 통해 말뚝이와 양반의 갈등을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혼란스러운 사회 현실을 보
‌
여 주고 있다.

20001-0173

02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무대 장치 없이 임의의 약속을 통해 가상으로 공간을 설정함을 나타내고 있다.
‌
② ㉡: 유교적 관념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드러나고 있다.
③ ㉢: 양반들이 지닌 권위가 훼손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④ ㉣: 부당한 횡포를 자행하는 양반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⑤ ㉤: 뇌물이 통용되던 당대 사회의 부조리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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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65쪽

20001-0174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의 ‘말뚝이’에 대해 설명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봉산 탈춤」의 ‘말뚝이’는 ‘트릭스터’에 해당한다. 트릭스터는 ‘속임수를 사용하는 자’이다. 트릭
스터는 속임수를 통해 다른 인물과는 구별되는 자신만의 특징을 드러내며, 어떠한 상황이든지 그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속이는 행동을
하지만 미워하거나 무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보는 이에게 통쾌함을 전해 준다. 트릭스
터는 공간, 시간, 사회, 언어 등의 여러 측면에서 경계성을 지니고 있어 어느 한 곳에 속하지 않고
경계에 존재하면서 속이고 장난하면서 사회 질서를 공격한다. 이때 자주 사용하는 것이 발음이 유
사하거나 동일한 말들을 이용하는, 언어를 통한 속임수이다. 트릭스터는 언어나 의미의 경계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언어나 의미의 영역으로 움직인다.

① ‘소리치며 채찍으로 양반들을 때린’ 것은 양반들을 우리 속 짐승처럼 다룬 것으로 양반 중심


‌
사회의 신분 질서 체제에 대해 공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② ‘이놈 뭐야!’라는 생원의 반응에 대해 ‘똥물’과 발음이 유사한 ‘꿀물’을 이용하여 생원을 위
‌
한 말을 한 척하는 것은 언어를 통한 속임수를 사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③ 생원의 의문에 대해 ‘개문이 만복래’를 인용한 말로 답하며 양반들이 자신의 말을 믿게 만드
‌
는 것은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④ 누추한 ‘새처’에 대한 설명을 통해 생원의 ‘참 좋다.’와 같은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은 말뚝이가
‌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능력을 갖춘 트릭스터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⑤ 취발이를 잡아 오는 데 ‘샌님의 전령’이 필요하다는 말은 양반의 허위의식을 지적한 것으로
‌
말뚝이가 양반과 상민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에 존재함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부] 적용 학습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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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극·수필 03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내가 일찍이 들으니 미수 허목 선생은 83세에 관악산 연주대(戀主臺)에 올라갔는데, 걸음이 나는 것
[A]
같아서 사람들이 신선처럼 우러러보았다고 한다.
관악산은 경기 지방의 신령한 산이다. 그리고 선현들이 일찍이 노닐던 곳이다. 한 번 그 위에 올라가서 마
음과 눈을 장쾌하게 하고, 선현을 태산처럼 사모하여 우러르는 마음을 기리고자 하였으나, 오래전부터 생
각은 있으면서도 일에 얽매여 이루지 못하였다.
정조 10년 봄에 노량의 강가에 거주하니 관악산의 푸르름이 거의 한눈에 들어오는 듯하여 마음이 춤추듯
움직여 막을 길이 없었다.
(중략)
승려가 인도하는 대로 대략 4, 5리를 가서 절에 닿았다. 절 이름은 불성사(佛性寺)였다. 절은 삼면이 산봉
우리로 둘러 있고 오직 앞면만이 훤하게 트여서 막힘이 없었다. 문을 열어 놓으면 앉으나 누우나 눈으로 천
리를 바라볼 수 있었다.
이튿날 아침, 해가 아직 뜨기 전에 아침밥을 재촉해 먹고 소위 연주대라고 하는 곳을 오르기로 했다. 건장
한 승려 약간 명을 골라 좌우에 서서 길 안내를 하게 하였다.
한 승려가 말하기를, “연주대는 여기서 10리 남짓 가야 하는데 길이 몹시 험하여 나무꾼이나 승려들도 쉽
게 올라가지 못합니다. 기력이 감당하시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일은 다 마음에서 비롯된다네. 마음은 장수이고 기운은 졸병과 같은 것일세. 장수가
가는데 졸병이 어찌 안 갈 수 있겠는가? ” 하고 웃어넘겼다.
드디어 절 뒤에 높은 산꼭대기를 넘는데, 더러는 길이 끊어지고 더러는 벼랑이 갈라져 그 아래가 천 길이
나 되는 곳을 만나면, 몸을 돌려 석벽에 착 붙이고 손으로 번갈아 고목나무 뿌리를 잡으면서 조심스럽게 걸
음을 옮겼다. 현기증이 일어날까 두려워 감히 밑을 보지 못하였다.
혹은 큰 바위가 완전히 길을 가로막을 때는 앞으로 갈 수가 없었다. 속이 파여 골이 진 곳 가운데 별로 날
카롭게 깎이지 않은 곳을 골라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두 손으로 그 곁을 버티면서 엉금엉금 미끄러져 내
려갔다. 바지가 걸려 찢어져도 돌볼 겨를이 없었다. 이와 같이 하기를 두어 번 겪으며 천신만고 끝에 비로소
연주대의 아래에 닿았다.
해는 이미 정오였다. 쳐다보니 나보다 먼저 연주대에 오른 다른 사람들이 만 길이나 되는 위에 서서 몸을
굽혀 아래를 굽어보는 것이 흔들흔들하여 마치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정신이 아찔하고 머리칼이
쭈뼛쭈뼛하여 똑바로 볼 수가 없어, 수행원을 시켜서 높은 소리로 “조심하시오. 위험합니다.”라고 외치게
하였다.
나는 힘을 다하여 곱사처럼 등을 구부리고 기어서 마침내 그 정상을 정복하였다. 정상에는 돌이 있는데
평평하여서 수십 명이 앉을 만했다. 그 바위의 이름을 차일암(遮日巖)이라고 한다.
옛날 양녕 대군이 왕위를 사양하여 관악산에 와서 머무를 때 간혹 여기에 올라와 대궐을 바라보았는데,
해가 뜨거워 오래 머무르기가 어려우므로 작은 장막을 치고 앉았다고 한다. 바위 구석에는 꽤 오목하게 파
놓은 구멍이 네 개가 있었다. 아마도 장막을 안정시키기 위해 기둥을 세웠던 곳일 것이다. 구멍이 지금도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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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66쪽

연한데, 대를 연주대라 하고 바위를 차일암이라고 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연주대가 구름과 하늘 사이에 높이 솟아 있어서 스스로 내 몸을 돌아보니 천하 만물이 감히 높음을 겨루
지 못할 것 같고, 사방에 보이는 뭇 산봉우리들이 시시하여 비교할 것이 못 된다.
오직 서쪽 끝에 싸인 기운만은 한없이 넓고 아득하여 하늘과 바다가 서로 맞닿은 듯하다. 그래서 하늘이
라고 보면 바다이고, 바다라고 보면 하늘이니, 뉘라서 하늘과 바다를 분별하겠는가.
그리고 한양의 성과 궁궐이 밥상을 대하는 것같이 분명히 보인다. 소나무와 전나무가 고리처럼 둘러서 빽
빽하게 들어찬 곳은 경복궁의 옛 대궐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양녕 대군이 오락가락 돌아보면서 마음
속으로 그리워하던 일은 비록 백대 후에라도 그 마음을 상상할 수가 있다.
나는 바위에 기대어 『시경(詩經)』의 시를 낭랑하게 외워 보았다.
“산에는 개암나무, 진펄에는 감초풀, 그 누구를 그리워하는가. 서방의 아름다운 사람. 저 아름다운 사람,

서방의 사람이여.”
이에 숙현이 말하였다.
“그 노랫소리에 그리움이 있습니다. 임금을 그리워하는 것은 옛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무엇이 다르겠습

니까? ”
나는 다시 말하였다.
“임금을 연모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떳떳한 도리이네. 본래부터 옛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다를 것이

없을 걸세. 다만 내 나이가 예순일곱이니 허미수의 그때 나이에 비하면 오히려 열여섯 살이나 모자라
네. 그런데도 그분은 걸음걸이가 나는 것 같았다는데 나는 힘이 다하고 숨이 차서 간신히 올랐으니, 도
[B]
학과 문장이 옛사람과 지금 사람이 같지 않은 것은 이상할 것이 없으나 근력이 옛사람과 같지 않음이
어찌 이렇게 다른가. 하늘의 신령한 도움을 힘입어 내가 만일 여든세 살까지 살면 비록 가마를 타고서
라도 반드시 다시 한번 이 연주대에 올라 고인의 발자취를 이을 것이니, 자네는 기억하여 두게나.”
이숙현이 말하기를, “그때 저도 또한 마땅히 따라올 것입니다.” 하였다. 숙현의 나이는 지금 바야흐로 예
순다섯으로 둘은 서로 크게 웃고 말았다. 이날은 불성암에 돌아와 자고, 이튿날 노량의 내 집으로 돌아왔다.
- 채제공, 「유관악산기(遊冠岳山記)」

20001-0175

01 윗글의 글쓴이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관악산을 오르고 싶은 마음을 품었으나 오랫동안 그 마음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
② 노량의 강가에서 거주하며 관악산을 접한 것으로 인해 관악산을 오르는 내적 동기가 강화되

었다.
③ 불성사 뒤 산꼭대기를 넘을 때 두려움도 느꼈으나 갖은 고생 끝에 연주대에 이르렀다.
④ 차일암의 구석에 있는 네 개의 구멍을 확인한 후 그 구멍의 쓰임새에 대해 추측하였다.
⑤ 『시경』의 시를 읊어 연주대에 올라 느낀 성취감과 자신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하였다.

[2부] 적용 학습 199

21 수특_문학(190-219 극수필).indd 199 20. 1. 6. 오후 10:21


정답과 해설 66쪽

20001-0176

02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설명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한문 문체 중의 하나인 ‘기(記)’는 대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여 영구히 잊지 않고 기념
하고자 하는 데 목적을 두는 글로, 사실의 기록을 위주로 서술이 이루어지지만 글쓴이의 견해가 드
러나기도 한다. ‘기’체 중의 하나인 ‘산수유기(山水遊記)’는 산수를 유람하며 체험한 것을 기록한
것인데, 여정에 따른 견문과 함께 글쓴이의 감상이 제시된다. 「유관악산기」는 산수유기로서의 특징
을 나타내고 있는데, 감상과 관련하여 글쓴이는 역사 속 인물의 일화를 떠올리고 그것을 자신과 연
결하여 사고하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① 불성사에서 연주대에 올랐다가 불성암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에 따라 글쓴이가 체험


‌
한 내용을 구성하여 제시하고 있다.
② 글쓴이는 연주대에 오르는 과정에서 승려와 나눈 대화를 인용하고 있는데, 그 말에서 마음
‌
을 중시하는 글쓴이의 견해가 드러나고 있다.
③ 글쓴이는 연주대에 오르면서 자신이 관찰한 내용과 함께 자신이 취한 행동을 묘사하여 관악
‌
산에서 체험한 것을 사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④ 연주대에서 글쓴이는 연주대와 관련 있는 양녕 대군의 일화를 떠올리고 양녕 대군이 궁궐을 바
‌
라보며 품었을 마음을 긍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⑤ 글쓴이는 연주대 정상에 올라 품게 된 넓고 큰 기개를 말하고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려 그와
‌
같은 마음을 지니지 못했던 지난 삶을 성찰하고 있다.

20001-0177

03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A]에서 관악산과 관련해 전해지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B]에서 그 이야기의 사실성에 대한
‌
글쓴이의 판단을 제시하고 있다.
② [A]에서 글쓴이가 관악산에 오르는 목적을 제시하고, [B]에서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
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③ [A]에서 글쓴이에게 귀감이 된 인물을 소개하고, [B]에서 그 인물을 본받으려는 태도를 제시
‌
하여 글쓴이의 가치관을 드러내고 있다.
④ [A]에서 글쓴이에게 관악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 인물을 소개하고, [B]에서 그 인물이
‌
제공한 정보와 관련해 관악산에서 글쓴이가 확인한 내용을 밝히고 있다.
⑤ [A]에서 과거에 관악산에 올랐던 인물을 소개하고, [B]에서 그 인물과 글쓴이가 공통적으로
‌
체험한 난관을 제시하여 관악산에 오르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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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극·수필 04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강물은 두 산 사이에서 쏟아져 나와, 바윗돌과 부딪치며 거세게 다툰다. 그 화들짝 놀란 듯한 파도, 분노
를 일으킨 듯한 물결, 슬피 원망하는 듯한 여울물은 내달아 부딪치고 휘말려 곤두박질치며 울부짖고 고함
치는 듯하여, 항상 만리장성을 쳐부술 듯한 기세를 지니고 있다. 전거(戰車) 만 채, 전기(戰騎) 만 대(隊), 전
포(戰砲) 만 문, 전고(戰鼓) 만 개로도, 무너져 내려앉고 터져 나오며 짓누르는 저 강물의 소리를 비유하기에
부족하다.
백사장에는 거대한 바윗돌이 우뚝하게 늘어서 있고, 강둑에는 버드나무들이 어두컴컴하여 형체를 분간
하기 힘들다. 흡사 물귀신들이 다투어 나와 잘난 체 뽐내는 듯하고, 좌우에서 이무기들이 사람을 낚아채려
고 애쓰는 듯하다.
㉠어떤 이가 “이곳은 옛 전쟁터이기 때문에 강물 소리가 그런 것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물 소리란 어떻게 듣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나는 산중에 살고 있는데, 대문 앞에 큰 계곡이 있다. 해마다 여름철이 되어 소나기가 한차례 지나갔다 하
면 계곡물이 갑자기 불어나, 노상 전거와 전기와 전포와 전고 소리를 듣게 되니, 마침내 귓병이 날 지경이
되었다.
㉡나는 예전에 방문을 닫고 누워서 그 소리를 다른 비슷한 소리들에 견주어 보며 들은 적이 있었다. 솔숲
에 바람이 불 때 나는 듯한 소리, 이는 계곡물 소리를 청아하게 들은 경우다. 산이 갈라지고 언덕이 무너지
는 듯한 소리, 이는 흥분해서 들은 경우다. 개구리 떼가 다투어 우는 듯한 소리, 이는 우쭐해서 들은 경우
다. 만 개의 축(筑)이 연거푸 울리는 듯한 소리, 이는 분노하면서 들은 경우다.
순식간에 천둥 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 이는 깜짝 놀라서 들은 경우다. 찻물이 때론 약하게 때론 세게 끓
는 듯한 소리, 이는 운치 있게 들은 경우다. 거문고의 낮고 높은 가락이 잘 어우러져 나는 듯한 소리, 이는
슬퍼하면서 들은 경우다. 한지를 바른 창문이 바람에 우는 듯한 소리, 이는 혹시 누가 왔나 하면서 들은 경
우다. 그런데 이는 모두 소리를 올바로 들은 것이 아니요, 다만 마음속으로 가상(假想)한 바에 따라 귀가 소
리를 지어낸 것일 뿐이다.
지금 나는 밤중에 한 줄기의 강을 아홉 번이나 건넜다. 이 강은 북쪽 국경 너머에서 흘러나와 만리장성을
돌파하고는, 유하(楡河)와 조하(潮河), 황화진천(黃花鎭川) 등 여러 강들과 합류하여, 밀운성(密雲城) 아래
를 지나면 백하(白河)가 된다. 나는 어제 배로 백하를 건넜는데, 백하가 바로 이 강의 하류였다.
내가 처음 요동(遼東)에 들어섰을 때 바야흐로 한여름이라 뙤약볕 속을 가는데, 갑자기 큰 강이 앞을 가로
막으면서 시뻘건 물결이 산더미같이 일어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아마 천 리 너머 먼 지역에 폭우가 내
린 때문일 터이다.
㉢강물을 건널 적에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보길래, 나는 그 사람들이 고개를 쳐들고 하늘
을 향해 속으로 기도를 드리나 보다 하였다. 그런데 한참 있다가 안 사실이지만, 강을 건너는 사람이 물을
살펴보면 물이 소용돌이치고 용솟음치니, 몸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하고 눈길은 물살을 따라 흘러가
는 듯하여, 곧 어지럼증이 나서 물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 저 사람들이 고개를 쳐든 것은 하늘에 기도를 드
리는 것이 아니요, 물을 외면하고 보지 않으려는 짓일 뿐이었다. 또한 잠깐 새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

[2부] 적용 학습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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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극·수필 04

인데 어느 겨를에 속으로 목숨을 빌었겠는가.


이와 같이 위태로운데도, 강물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요동 벌판이 평평하고 드넓기 때문에 강물이 거
세게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다.”라고 모두들 말하였다. 그러나 이는 강에 대해 잘 모르고 한 말이다. 요하
(遼河)가 소리를 내지 않은 적이 없건만, 단지 밤중에 건너지 않아서 그랬을 뿐이다. 낮에는 물을 살펴볼 수
있는 까닭에 눈이 오로지 위태로운 데로 쏠리어, 한창 벌벌 떨면서 두 눈이 있음을 도리어 우환으로 여기는
터에, 또 어디서 소리가 들렸겠는가? 그런데 지금 나는 밤중에 강을 건너기에 눈으로 위태로움을 살펴보지
못하니, 위태로움이 오로지 듣는 데로 쏠리어 귀로 인해 한창 벌벌 떨면서 걱정을 금할 수 없었다.
㉤나는 마침내 이제 도(道)를 깨달았도다! 마음을 차분히 다스린 사람에게는 귀와 눈이 누를 끼치지 못하
지만, 제 귀와 눈만 믿는 사람에게는 보고 듣는 것이 자세하면 할수록 병폐가 되는 법이다.
방금 내 마부가 말에게 발을 밟혔으므로, 뒤따라오는 수레에 그를 태웠다. 그러고 나서 말의 굴레를 풀어
주고 말을 강물에 둥둥 뜨게 한 채로, 두 무릎을 바짝 오그리고 발은 모두어 말안장 위에 앉았다. 한번 추락
했다 하면 바로 강이다. 나는 강을 대지처럼 여기고, 강을 내 옷처럼 여기고, 강을 내 몸처럼 여기고, 강을
내 성정(性情)처럼 여기었다. 그리하여 마음속으로 한번 추락할 것을 각오하자, 나의 귓속에서 마침내 강물
소리가 없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무려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너는 데도 아무런 걱정이 없어, 마침 안석 위에
앉거나 누워서 지내는 듯하였다.
옛적에 우(禹)임금이 강을 건너는데, 황룡이 배를 등에 업는 바람에 몹시 위험하였다. 그러나 죽고
[A] 사는 문제에 대한 판단이 먼저 마음속에 분명해지자, 용이든 도마뱀붙이든 그의 앞에서는 대소(大小)
를 논할 것이 못 되었다.
소리와 빛깔은 나의 외부에 있는 사물이다. 이러한 외부의 사물이 항상 귀와 눈에 누를 끼쳐서, 사람이 올
바르게 보고 듣는 것을 이와 같이 그르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강을 건너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할 뿐 아니라, 보고 듣는 것이 수시로 병폐가 됨에랴! 나는 장차 나의 산중
으로 돌아가 대문 앞 계곡의 물소리를 다시 들으며 이와 같은 깨달음을 검증하고, 아울러 처신에 능란하여
제 귀와 눈의 총명함만 믿는 사람들에게도 경고하련다.
- 박지원,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20001-0178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비유적 표현을 통해 대상으로부터 느낀 상념을 표현하고 있다.
‌
② 다른 인물과의 대화를 활용하여 역사적 사건의 의의를 제시하고 있다.
③ 자연의 변화를 제시하며 글쓴이가 처한 부정적인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
④ 설의적 표현을 통해 자연과 조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⑤ 글쓴이의 생각을 타인의 생각과 비교하며 타인의 생각이 지닌 장점을 부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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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수특_문학(190-219 극수필).indd 202 20. 1. 6. 오후 10:21


정답과 해설 67쪽

20001-0179

02 [A]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임금’과 같은 뛰어난 인물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
‌
고 있다.
② 자신이 보고 듣는 것은 ‘마음속’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
‌
고 있다.
③ 외부 사물에 대한 두려움은 ‘죽고 사는 문제에 대한 판단’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강
‌
조하고 있다.
④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황룡이 배를 등에 업는’ 것보다 더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
‌
음을 경고하고 있다.
⑤ 자신이 감각하는 것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자신을 위협하는 대상의 ‘대소’가 문제될 수 있다
‌
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20001-0180

03 윗글의 내용을 <보기>와 같이 정리할 때, 이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 ㉰ ㉱
중국의  조선에서  중국에서  강을 건넌 후의
강을 본 경험 물소리를 들은 경험 강을 건넌 경험 깨달음

① ㉮에서 글쓴이는 강물의 형세와 주변의 경관을 제시하며 자신이 바라보는 풍경의 위엄을 전
‌
달하고 있다.
② ㉯에서 글쓴이는 자신의 집 앞을 흐르는 물의 소리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들렸던 경험을 언
‌
급하며 그 원인을 밝히고 있다.
③ ㉰에서 글쓴이는 강을 건넜던 경험을 언급하며 강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두려움의 원인이
‌
강을 건너는 때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④ ㉮~㉰에서 글쓴이는 물소리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례대로 언급한
‌
후, ㉱에서 이러한 경험이 자신의 깨달음에 미친 영향을 제시하고 있다.
⑤ ㉱에서 글쓴이는 조선으로 돌아간 후 자신이 취할 행동을 언급하며 이 글을 기록하는 목적
‌
을 밝히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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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68쪽

20001-0181

04 <보기>의 관점에서 ㉠~㉤에 대해 평가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인간의 지성을 사로잡고 있는 편견과 그릇된 관념들은 인간의 정신을 혼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진리조차도 얻을 수 없게 만든다. 즉 인간은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여 이
러한 편견과 관념들로부터 자신을 지키지 않는 한, 학문을 공부한다 할지라도 곤경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세간의 속설과 자신의 주관에만 의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
은 공정한 지성으로 자연을 관찰해야 한다. 미신이나 기만, 오류나 혼란 없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정말로 고귀한 것이다.

① ㉠: 과거에 일어난 사건과 관련지어 강물 소리를 판단하는 ‘어떤 이’의 방법으로는 인간이
‌
얻을 수 있는 진리를 획득하기가 힘들겠군.
② ㉡: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소리들과 비교하며 계곡물의 소리를 들으려고 한 ‘나’의 태도는
‌
자연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지 못하는 태도에 해당하겠군.
③ ㉢: 강물을 건너는 사람들의 행위에 대해 하늘의 도움을 기원하는 것이라 여긴 ‘나’의 생각
‌
은 자신의 주관에 의지하여 대상을 판단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겠군.
④ ㉣: 강물의 소리를 주위의 지리적 환경과 관련지어 언급하는 ‘모두’의 태도는 공정한 지성으
‌
로 자연을 관찰하기 위해 지양해야 할 태도에 해당하겠군.
⑤ ㉤: ‘나’가 도를 깨달았다고 선언할 수 있는 이유는 주관에 의지하지 않는 공정한 지성으로
‌
자신을 둘러싼 사물을 관찰했기 때문에 가능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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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극·수필 05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정수: (앉으며) 아니 방 안이 왜 이렇게 휑하게 됐니? 아니 씨름판을 벌이니? 담요를 왜 깔아 놓고 야단

이냐.
상룡: 네 아버지. 오늘은 뭐 좀 배는 게 있어서요.
정수: 아니다. 늙게 배는 게 다 뭐야. 대관절 뭐냐.
경원: 에구 아버지두. 왜 접때두 아범이 배지를 않았습니까?
정수: 오— 그래그래, 툭탁툭탁 치고 쾅쾅 나가떨어지는 거 말이냐.
상룡: 네 바루 그것입니다.
정수: 아니 그까짓 것은 배서 뭐 하니? 씨름판을 나갈 테냐? 전장판을 나갈 테냐?
상룡: 허— 아버지는 좀 덜— 아셨습니다. 싸움판이나 전장판으로 나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오라 다만

제 몸을 보호하기 위한 호신술 연습입니다.
정수: 뭐? 호신술 그게 무슨 소용야. 너 같은 사람이 체면과 명예두 생각해야지.
상룡: 에구 아버지께서는 똑 옛날만 생각하십니다그려. 지금은 그전과 다르답니다. 노동자들이, 더군

다나 지금에는 직조 공장이 스트라이크 가운데에 있지 않습니까.
정수: 그렇지만 법이 있지 않으냐. ㉠밤중도 대낮 같은 세상에서 그까짓 게 뭐 무서우냐? 그리고 이번

에도 죄 잡아갔다지…….
경원: 에구 아버지께서도 딱하십니다. 아무리 앞잽이 연놈들은 잡아갔다고 하드래도 다 — 들 야단인

  
  
것을 어떡합니까. 더군다나 고것들은 죽을 때까지 싸운다고 하든데요.
상룡: 그리구요 아버지. 인제는 노동자들이 여간 지독한 것들이 아니에요. 전에는 몇만 잡아 두면 흐지

부지되든 것이 저, 아니 이번엔 당초에 쇳덩이같이 모여서 야단이거든요. 그리고 요새는 데모를
하느니 공장을 습격하느니 우리 집을 쳐 온다니 하는 별 소문이 다 나는데요.
경원: 그러니까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경우가 생길는지 누가 알아요.

정수: 글쎄 그렇지만 그것들이 설마 손이야 대겠니?

상룡: 설마가 뭡니까? 작년에 서쪽 어느 곳에서는 국숫집 노동자들이 동맹 파업을 했답니다. 그때도 온

[A] 밤중에 노동자들이 여러 패를 갈라 가지고 모두 들이부쉈답니다. 그때 통에 어느 집주인은 한 달
동안이나 치료를 받을 부상을 당했대요.
정수: 뭐? 그놈들을 그래 가만뒀어? 그런 망할 자식들 봤나? 왜 저희들은 돈이 없으랬나?

경원: 그리구요 아버지. 저 우리 공장에서두요.

정수: 그래.

경원: 저— 저기서두 이번에 여직공들이 조합이라나 공장 위원회라나 하는 것을 만들어 가지고 있대

요. 그래서 그전같이 잘 헤어지지도 않고 단합이 되어 있대요.
정수: 아니 그까짓 계집애들두.

경원: 그럼요—. 아주들 맹랑들 하답니다.

상룡: (좀 흥분이 되어서) 뭐? 맹랑해! 저희들이 쥐뿔이나 알구들 그러나? 그 주의자 녀석들 때문에 그렇지.

[2부] 적용 학습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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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극·수필 05

경원: 에구 인제는 전과는 다른가 봅디다 —. 전에는 주의자들이 삥삥 겉으로 돌아다니면서 선동을 하


  
드니만 인제는 아마 직공 속에 섞여 있나 봅디다.
상룡: 섞여 있으면 별수가 있나. (시계를 보며) 에구 이 윤 선생이 왜 입때 아니 오나.
정수: 그런데 대관절 나를 오라는 것은 이런 연설을 들려주려구 그랬니? (부부가 웃는다.)
상룡: 아냐요, 실상은 아버지께서도 오늘은 몇 가지만 배와 보시라구요—.
정수: (놀라 일어서며) 뭐? (손을 저으며) 싫다 싫다, 아니 날더러 하루바삐 죽으란 말이냐. 에구 글쎄 이

늙은 뼈가 한번 꽝 하고 나가자빠져만 봐라 —. 어떻게 되나. 에구 뼈두 성치 못한 귀신이 되게.

   
상룡: 아냐요. 그렇게 위험한 것이 아니랍니다. 정말이지요. ㉡아버지나 저는 공장을 여럿을 가지고 했
으니까 나중에 어떤 봉변을 당할 줄 압니까. 좀 어렵드래도 몇 가지만 배와 두면 아주 긴할 때가 많을
건데요.

[중략 부분 줄거리] 상룡은 체육가를 집으로 불러 호신술을 배우게 되는데, 자신뿐 아니라 아내인 경원과 부친 정수, 노동자 자
녀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고 귀가한 딸 혜숙, 하인 춘보까지 호신술을 배우게 하느라 집안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아내 경원
이 호신술을 배우다가 다쳐서 병원에 간 사이, 파업단은 점점 상룡의 집을 향해 돌진한다.

춘보: (창을 활짝 열어 놓는다.)


상룡: 아서 꼭 닫아 —. 이놈아 — 틈으로만 내다봐 —.
   
   
   
춘보: 네—. (무엇이 생각이 난 듯이) 네— 네— 네— 인제 알었습니다. 파업단이 쳐— 들어옵니까?

   
상룡: 가만있어 이놈아 —.
   
춘보: 네—. 그런데 무슨 걱정이세요. 이렇게 호신술만 쓰시면—.
상룡: (발을 구르며) 에구 이놈아 듣기 싫여, 자 — 전화 —. (전화를 한다.) 네 영감이슈 — 뭐요. 지금 온통

   
   
   
야단입니다. ㉢얼른 해산을 시켜 주슈. 네, 여러 군데 응원까지 청을 하겠어요. 네—. 고맙습니다.
춘보: 에구 영감. 저것 보세요—. 경관이 산더미같이 몰려옵니다.
상룡: 응, 정말. 그럼 살았다.
춘보: 에구 영감. 계집애들 사내들 한 500명이나 옵니다. 에구 쌈이 났습니다.

멀리 떠드는 소리. 악쓰고 노래하는 소리.

하인 A: (달음박질로 들어오며) 어느 틈엔지 와서 대문을 뚜들깁니다.


상룡: 어서 나가 지켜.

하인 A 퇴장. 돌 한 개 날아와서 창을 깬다.

[B] 춘보: 에엑크— 에구 — 영감 큰일 났습니다.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인 B: (급히 들어오며) 마님께서 병원에서 나오셨답니다. 그런데 오시다가 그만 길에서 여공에게 붙들



리셨답니다.

20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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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69쪽

상룡: ㉣뭐! 이놈아, 어서 나가 있어.


춘보: 아이구 영감, 대문을 깨뜨립니다.

깨지는 소리. 노랫소리.

하인 C: 영감, 잠깐 만나만 뵈옵자고 합니다.


상룡: 이놈아, 나가 다시는 들오지를 말어.
춘보: 영감. 이 이 이것 봅쇼. 이 돌……. (돌이 날아들어 온다. 집으며) 여기 종이가 있습니다. (끌러 준다.)
상룡: (보고) ㉤뭐! 어째, 최후까지 싸우겠다. 그 엥히 건방진 년들.

더 떠드는 소리. ××가 소리.

춘보: 에구 자동차로 막 실어 갑니다. 에구 저것 봅쇼. 똑 둑이 터진 것 같습니다그려. 저렇게 실어 가도



더들 야단들입니다그려.
상룡: 아 이놈아, 듣기 싫다.

더 떠드는 소리.
-막-
- 송영, 「호신술」

20001-0182

01 윗글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정수는 지위에 걸맞은 체면을 유지하는 것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
② 정수는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의사가 없다.
③ 경원은 정수와 상룡의 의견 대립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④ 상룡은 주변의 소문에 불안감을 느껴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⑤ 노동자들은 경관에게 연행되는 상황에서도 이들과 대치하며 상룡의 집을 공격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207

21 수특_문학(190-219 극수필).indd 207 20. 1. 6. 오후 10:21


적용 학습 극·수필 05

20001-0183

02 윗글에 대한 <보기>의 ‘학습 활동’을 수행한 결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학습 활동]
이 작품은 단막극의 희곡입니다. 여러분이 연출가가 되어 윗글을 무대에서 공연한다고 가정할
때, [A], [B]에서 중점을 두어 연출하고 싶은 부분과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 봅시다.

① 학생 1: 저는 무대의 공간 설정에 주목해 보았습니다. 벽에 큰 창문이 있는 실내를 연출한 상


‌
태로 [A]에서는 무대 한가운데에 담요를 깔아 놓고 [B]에서는 이를 걷어 내, 같은 공간을 배
경으로 사건들이 전개되도록 하겠습니다.
② 학생 2: 저는 대사와 음향에 주목해 보았습니다. [A]에서는 실내에서의 대사를 중심으로 극
‌
을 진행하고, [B]에서는 실내에서 대사를 하는 중에 음향을 차츰 키워 바깥의 함성이 점점
크게 들리도록 연출하여, 무대 밖의 사건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드러내도록 하겠습
니다.
③ 학생 3: 저는 소품의 준비와 활용에 주목해 보았습니다. 특히 [B]에서 상룡이 무대 위에 설
‌
치된 전화기를 들고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하는 장면과 춘보가 돌에 묶여 날아온 종이를 풀
어서 상룡에게 건네는 장면을 연출하여, 무대 밖의 상황에 따른 무대 내의 긴박감을 효과적
으로 제시하겠습니다.
④ 학생 4: 저는 배우들의 동선에 주목해 보았습니다. [A]에서는 실내에서 상룡을 중심으로 가
‌
족들이 모여서 논의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B]에서는 춘보와 하인들이 무대를 왔다 갔다 하
며 실내에 있는 상룡을 대신하여 외부와 소통하도록 함으로써, 인물의 동선이 길수록 외부
에 맞서는 대응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드러내도록 하겠습니다.
⑤ 학생 5: 저는 상황에 따른 인물의 표정, 어조 등에 주목해 보았습니다. [B]에서 상룡은 창에
‌
서 멀찍이 떨어져서 창을 내다보지 않는 상태로 춘보와 대화를 이어 나가고 대화가 이어질
수록 점점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다급한 어조로 말하도록 연출하여, 무엇인가 두려워하면서
긴장하고 있는 상룡의 태도와 심리를 드러내도록 하겠습니다.

20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190-219 극수필).indd 208 20. 1. 6. 오후 10:21


정답과 해설 69쪽

20001-0184

03 <보기>를 참고하여 ㉠~㉤을 중심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일제 강점하에는 주로 일본인 자본가들이 한반도에서 기업 활동을 주도했고, 한국인 자본가들
중 친일파들은 그에 동조하여 일본이 주도하는 법과 경찰의 세력에 기대어 한국인 노동자들을 착
취하며 갈등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사회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일제 강점하의
구조적 모순에 안주하여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반민족적 자본가의 이기적인 속성을 암시적으
로 드러내거나 생각과 태도가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자본가의 희화화된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무대
밖에서 일어날 사건에 대한 관객의 상상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당시 사회를 비판적으로 풍자하며
노동자의 단결된 힘에 의한 긍정적인 전망을 드러내고 있다.

① 정수가 ㉠과 같이 말하며 법의 보호를 확신하는 모습을 통해, 일제의 세력에 의존하여 당시


‌
구조적 모순에 안주하는 친일 자본가들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고 있다.
② 상룡이 정수에게 ㉡과 같이 말하며 호신술을 권하는 모습을 통해, 한국인 노동자들과 맞서
‌
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면서까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반민족적 인물의
이기적인 속성을 풍자하고 있다.
③ 상룡이 호신술을 배웠음에도 ㉢과 같이 외부에 도움을 청하는 모습을 통해, 호신술을 동원
‌
한 대결보다 외부 세력의 중재를 통한 협상으로 보다 안정적인 착취 구조를 유지하려는 친
일 자본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④ 위기 상황임을 알고도 직접 행동하지 않고 ㉣과 같이 지시만 하는 상룡의 행동을 통해, 현재
‌
상황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품고도 정면으로 맞서 문제를 개선하려 하지 않는 인물의 비
겁한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⑤ ㉤에 나타난 상룡의 반응을 통해, 목적을 이루기 위한 노동자들과 친일 자본가로 대표되는
‌
상룡과의 대결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209

21 수특_문학(190-219 극수필).indd 209 20. 1. 6. 오후 10:21


적용 학습 극·수필 06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국진: 순돌이 자네 벌써 소를 샀나?
소장수 B: 허지만 있으면 또 한 마리 살 테야요.
국진: 그러면 이 소 사 가게. 형님이 팔라구 겨우 승낙을 했어.
소장수 B: 가만 계셔요. 댁의 소는 한 마리뿐이죠?
국진: 그럼 요즘 작인으로 두 마리씩이나 소를 키우는 집이 어디 있담. 대관절 얼마에 살 텐가?
소장수 B: 참 이상스러운데요. 이 소는 다른 사람에게 판 소는 아니지요?
국서: (방에서 문을 차고 나오며) 원 정신없는 소리 작작허게! 이 사람이 우리를 무슨 소도적놈인 줄 아나? 무
슨 협잡꾼인 줄 아나? 이 소는 이래 봬도 도 장관 나으리께서 일등상 받은 김 참봉네 집 소의 조카뻘 되
는 소야! 정신 차려!
처: 그러게 당최, 원. 엉터리없는 소리지. 이 밝은 세상에 누가 한번 판 물건을 제곱 쳐 팔어먹는담!
소장수 B: 그렇게들 노할 게 아닙니다. 나두 들은 데가 있어서 허는 소리야요. 누가 그러는데 댁의 소는 벌
써 팔렸다구 그래요. 그래서 허는 소리야요.

일동 의아한 듯 서로 본다.

국서: …… 이게 무슨 소리야?
  
처: 당찮은 소리야! 주인을 여기다 두고 누가 남의 소를 팔어먹는담!
국진: 그건 순돌이 자네가 헛듣고 온 걸세. 애당초부터 우리 집 소가 두 마리 있는 것두 아니고 이 동리에 이
소 임자가 둘이 있는 바두 아닌데 팔어먹기는 누가 팔어먹는단 말야, 우리가 안 팔고는.
국서: 암 큰 벼락이 날 일이지!
처: 아닙니다. 가만 계셔요……. 혹 논임자가 우리 몰래 팔어 버렸는지 모르지 않겠수? 아까 마름이 그렇게
호령을 허구 갔으니까.
국서: 참! 그 도지 * 때문에!
국진: (소장수 B에게) 여보게 들은 대로 이야기해 주게! 누가 그런 말을 허든가? 응 순돌이?
소장수 B: 나는 자세한 말은 못 들었어요. 그저 소를 샀다는 사람만 알어요.
국진: 누군가? 대관절 그건? 대 주게! 샀다는 사람을 대 주게!
소장수 B: 우리 소전에 드나드는 쇠뭉치란 녀석이 샀다던가? 좌우간 내게 말해 준 사람두 어찌 된 일인지 자
세한 사정 이야기는 모릅디다.
국서 : 이거 원 눈이 있어두 코 떼먹힐 놈의 세상이로군! / 처 : 애걔,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로구료!
국진: 음, 알었어요. 적실히 이것은 논임자의 소위야요. 그밖엔 남의 소에다 손댈 사람은 없거든요.
국서: (말똥이더러 노하여) 이놈아 나가거라! 소는 그예 너놈 때문에 날려 버리고 말었다! 이 빌어먹을 놈! 왜
아까 마름헌테는 덤볐어?
처: 이놈아, 너는 허는 짓이 미련스럽더라. 이 일을 어떡하나? 이 일을.
말똥이: 아니야, 가만있어. 내 소 팔어먹은 놈은 알어요. 저…… 그 쇠뭉치란 소 장수가 어떻게 생겼수?

21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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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수 B: 젊은, 머리 깎은 녀석이지. 좀 뚱뚱허구.
말똥이: 뚱뚱허구 머리를 깎구……. 음! 그렇지! 이놈을 내가 죽여 버릴 테야.
국진: 네가 아니?
말똥이: 인제 알었어요. 아까 개똥이란 녀석이 웬 뚱뚱허구 젊은 사람을 데리고 왔겠지요. 그래 가지구 이
감나무 밑에다가 소를 몰아 내놓구 한참 동안이나 뭐라구 쑤근거렸어요. 그리고 나를 보고는 그만 도망
을 했어!
소장수 B: 그럼 그건가 봅네다. 아무러면 불 안 땐 굴뚝에서 연기 날려구요. (퇴장)
국서: 저런! 육실헐!
처: 이놈아. 똑똑이 못 본 일이거든 아예 입에 담지 말어라. 왜 그놈을 소도적놈으로 몰라구 그래?
국서: …… 아냐. 그놈일는지도 몰라. 그놈이 소 팔어서 만주 보내 달라구 좀 성화를 부렸어야지.
  
국진: 참, 그래요. 그놈은 여간 약지 않으니까요.
국서: 원, 이놈을 어떻게 처참을 헌담! 그예 그놈이 이 애비를 속이구.
말똥이: 가만있어요. 이놈을 내가 제깍 찾아올 테니까. 찾아서 그만 죽여 버릴 테야. 남의 장가가려는 소를!
장가 밑천을, 온! 망할 자식! (벽 틈에 꽂힌 낫을 빼어 들고 서슬이 시퍼렇게 말똥이 뛰어나간다.)
(중략)
사음 *: 개똥이가 만주 간다더니, 왜 이 지경이야? ……그런데 국서, 내가 지금 온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아까
말해 두고 간 그 도지 때문에 왔는데, 이런 판에 말하기는 안됐지마는 잘 듣게. 나는 집에 가서 이렇게
생각하고 왔네. 자네가 묵은 도지를 아직 못 해다 갚는 바에야 내가 저 소를 몰고 가두 무방한 일이라구.
어때? 그러는 게 피차에 말썽두 적구 앞일을 봐서두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국진 : 아니. / 사음 : 자, 쇠뭉치야!

“쇠뭉치? ”라고 부르는 소리에 일동 의아한 듯이 서로 얼굴을 본다.

사음: (소장수 C더러) 이놈아, 쇠뭉치야. 저 소를 몰고 나가거라.


국서: 니가 쇠뭉치로구나! 음! 뚱뚱하고 머리 깎은!
국진: 이게 무슨 짓이우? 남의 소를 두고 미리 소 장수하구 흥정까지 하구 와서.
사음: 일없네! 자네 작은아들이 이 소 흥정을 할려다가 못 했단 말을 내가 듣고 얼씨구나 허구 쫓아온 걸세.
국서: 남의 소를 임자 몰래 팔어먹는 법이 어디 있담!

구경하는 사람 중에서, “암 그런 법은 없지.”

사음: 돈을 내놓고 법을 찾게. 그것이 정당헌 일일세.


국진: (소장수 C가 소를 몰아내려는 것을 떼밀어 버리고) 비켜! 이런 악착스런 노릇이 어디 있어! 솔랑은 마구간
에 넣어 놓고 따져 봐! (소를 몰고 집 뒤로 간다.)
- 유치진, 「소」

* 도지: 풍년이나 흉년에 관계없이 해마다 일정한 금액으로 정하여진 소작료.
* 사음: 지주를 대리하여 소작권을 관리하는 사람. 마름.

[2부] 적용 학습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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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70쪽

20001-0185

01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국서네는 도지 문제로 마름과 다툼이 있었다.

‌
② 개똥이는 쇠뭉치에게 소를 팔아넘기려 하였다.
③ 순돌이는 소를 사기 위해 국서의 집에 들렀다.
④ 국서는 자신의 소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⑤ 국진은 논임자가 소를 팔아먹었다고 의심하였다.

20001-0186

02 ‘소장수 B’의 역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재산 처분을 해 줌으로써 등장인물이 어려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
② 등장인물들이 오인한 사실 관계를 조정하여 인물들 사이의 갈등이 해소될 계기를 제공한다.
③ 성실한 등장인물이 곤경에 처할 것을 예언함으로써 당대 현실의 모순된 사회 구조를 폭로한다.
‌
④ 등장인물들이 모르던 정보를 제공하여 잠재되어 있던 인물 간의 갈등을 표면에 드러나게 한다.
‌
⑤ 등장인물들의 사회적 역할을 환기하게 함으로써 개인 간의 갈등이 사회적 갈등으로 확장되
‌
게 한다.

20001-0187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일제는 동양 척식 주식회사를 중심으로 조선의 토지와 자원을 수탈하였는데, 농업을 근간으로
살아가던 우리 민족에게 있어 탈법적인 토지의 수탈은 삶의 기반을 빼앗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토
지의 수탈로 인해 많은 민중은 소작인으로 전락하여 가혹한 지주들의 횡포에 시달리며 점점 더 곤
궁한 처지가 되어 갔다. 어떤 이들은 이런 궁핍한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고자 고향
을 등지고 만주로 떠나기도 하였다. 유치진의 「소」는 이와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일제의 수탈과 횡
포, 그리고 우리 민중의 궁핍하고 고달픈 삶을 형상화하고 있다.

① 묵은 도지는 식민지 소작인들이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군.


‌
② 소는 농업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 민족에게 있어 삶의 기반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겠군.
③ 개똥이가 만주로 떠나 버린 건 궁핍한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한 것일 수
‌
있겠군.
④ 소를 팔 수밖에 없는 국서네의 모습은 더 곤궁한 처지로 떨어질 우리 민족의 삶을 예견하게
‌
하는군.
⑤ 사음이 남의 소를 마음대로 팔려고 하는 모습은 민중에 대한 일제의 탈법적인 토지 수탈을
‌
떠올리게 하는군.

21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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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극·수필 07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잠시나마 안정이 그립다. 하도 숨 가쁜 세상이니 흰 구름 뭉게뭉게 일어나는 깊은 산, 고요한 절에서 목탁
을 울리며 사는 승려의 생활도 이 세상에서는 벌써 신화가 되고 말았다. 강낭콩같이 푸르고 맑은 호숫가에
일간죽(一竿竹)을 드리우고 고기와 벗을 삼아 짙어 가는 저녁노을에 물들어 보는 것도 태고 적 꿈인 양 싶
다. 구태여 생생한 현실을 등지고 도피의 생활을 추구하랴마는 진실로 너무나 몸 둘 곳이 없이 숨 가쁘기 때
문이다. / 제집 대문간을 나설 때도 무슨 불안이 문밖에 기다리고 서 있는 것만 같고 제집 문간에 다 와서도
안에서 무슨 괴상스러운 일이 일어난 것만 같다. 이 초조한 심경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제집 방구석
이라고 그리 안락한 자유성(自由城)은 아니다. 소란과 추악과 야비의 속취(俗臭)는 구석구석 스미어들고 무
미와 건조와 침울과 공포는 염통에 쉬파리 떼처럼 들어붙는다.
‘이유 없는 반항’이란 10대 소년의 생태를 그린 영화의 제목이라거니와 ‘이유 없는 초조’는 노경에 가까워
가도 면할 수 없는 현대인의 생태라고나 할까. 백팔번뇌에 시달리는 어리석은 중생들이라고 초연히 비웃는
석가모니는 대체 이 세상에 누구냐? 그러나 나에게는 한 복지(福地)가 남아 있다. ㉠변소에 문을 닫고 용변
하는 시간만은 완전히 이 세상과 절연된 특권을 향유한다. 겨우 두 다리를 오그리고 앉을 수 있는 좁은 우
주. 그러나 자유가 확보되어 있는 우주요, 나에게만 주권이 부여되어 있는 왕국이다. 이 우주 안에 들어 있
는 동안만은 완전히 치외 법권에 속하는 지역으로 할애받고 있다. 그 시간만은 아무도 내 절대권을 침해하
려 들지 않는다. 영원히 연결되어 있는 시간 선상에서도 나에게만 완전히 포기해 준 은총의 시간이다. 큰기
침을 하건 가래침을 뱉건 바지춤을 끄르고 하반부의 둔육(臀肉)을 노출하건, 수륙 병진(水陸竝進)으로 배출
을 하건, 악취를 마음대로 분산시키건, 아무 시비도 체면도 없다. 법률이야 물론이지만 도덕도 예의도, 인
습도 전통도 아무것도—. 모든 사회적인 간섭, 인간적인 관련에서 오는 시비 훼예 *도 없다.
나는 굳이 내 결백을 수식할 필요도 내 단정한 품격을 조작할 필요도, 시간에 분망할 필요도 없다. 우선 조
여 매었던 혁대를 끄르고 켜켜로 입었던 바지며 내의, 속내의에서부터 하반부의 둔육을 해방시키고 두 발
을 고여, 전신을 편안히 내려앉히면 위로 충만했던 모든 들뜬 기운이 가라앉으며 평온한 희황 시대(羲皇時
代)로 돌아온다. 향기롭지 못한 냄새도 어느덧 잊어버리고 만다. 마치 이 세상에 오래 살아 이 세상 냄새를
모르고 배기듯이. 아무도 이 문을 열 사람은 없다. 아무 일도 내 스스로가 나가기 전에는 부를 리도 없다. 찾
을 리도 없다. 나에 대한 모든 것은 나의 이 작업으로 말미암아 권위 있게 스톱당하고 만다. 지구조차 이 속
에서는 돌지 않는다. 외계에서 수소탄이 터지든 태양이 물구나무를 서든 나는 결코 개의하지 아니해도 좋
다. 내가 이 작업을 하고 있는 한, 이런 무관심과 태만에 대해서도 아무도 문책하는 사람은 없다. 잠시 가쁜
숨을 그치고 유유자적한 세계에서 기상천외의 꿈속을 헤매며 오유(遨遊) *하는 것도 나의 자유일 것이다. 이
지상에서 자유 해탈의 시간은 이 시간뿐이고 소부 허유(巢父許由) *가 놀던 기산(箕山) 영수(潁水)는 남아 있
는 곳이 이곳뿐이다.
- 윤오영, 「측상락(廁上樂)」

* 훼예: 훼방과 칭찬을 아울러 이르는 말. * 오유: 재미있고 즐겁게 놂.


* 소부 허유: 중국 고대의 은자(隱者). 요임금이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려 허유를 찾아가 임금이 되어 줄 것을 요청하자 허유는 더러운 소리를

들었다 하여 기산의 영수에서 귀를 씻고, 소부는 그 물을 구정물이라 하여 소에게 먹이지 않았다고 함.

[2부] 적용 학습 213

21 수특_문학(190-219 극수필).indd 213 20. 1. 6. 오후 10:21


정답과 해설 71쪽

20001-0188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타인의 경험에 비추어 새로운 삶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있다.

‌
② 시대의 변화를 바탕으로 처세의 바람직한 태도를 모색하고 있다.
③ 유머와 위트를 통해 일상적 행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④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여 현실의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⑤ 사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통해 사물의 복합적 의미를 탐색하고 있다.

20001-0189

02 ㉠이 글쓴이에게 의미하는 바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세상과 단절되어 철저하게 혼자가 되는 공간이다.
‌
② 초조와 불안의 심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다.
③ 누구에게도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 공간이다.
④ 세상의 전통과 관습을 따르지 않아야 하는 공간이다.
⑤ 가식과 조작으로 자신을 꾸미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다.

20001-0190

03 윗글과 <보기>를 비교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자유는 근대인에게 독립과 합리성을 부여해 주었지만, 또한 근대인을 고립시킴으로써 마침내 그
를 불안에 싸인 무력한 존재로 만들었다. 이와 같은 고립은 참을 수 없는 것이므로 근대인은 자유
라는 무거운 짐으로부터 도피하여 새로운 의존과 복종을 찾느냐,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독자성과
개성에 기인된 적극적인 자유의 실현을 위하여 전진해 가느냐 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중에서

① 윗글은 <보기>와 달리 자유는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최우선적 가치라고 보고 있군.
‌
② 윗글은 <보기>와 달리 인간은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군.
‌
③ 윗글이 현대인들의 의지를 통해서 자유가 획득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 <보기>는 근대인들
‌
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유가 상실되어 있다고 보고 있군.
④ 윗글이 현실을 완전히 등짐으로써 자유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 <보기>는 의존과
‌
복종을 통해 적극적인 자유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고 있군.
⑤ 윗글이 온전한 자유를 누리지 못한 것이 현대인들의 불안 심리를 초래한다고 보고 있다면,
‌
<보기>는 근대인들의 불안 심리가 자유로 인한 고립에 있다고 보고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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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극·수필 08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 줄거리]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정원은 사진관을 운영한다. 어느 여름날 주차 단속원 다림이 정원에게 주차 단속 사
진을 맡기면서 두 사람은 서로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정원은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S# 94. 차 안 (낮)
다림의 시점으로 사진관을 스쳐 지나간다……. 굳게 닫힌 사진관. 출장 중이라는 팻말만 덩그러니 걸려 있다. 다림,
고개를 돌려 사진관을 바라본다. 다림, 철이에게 차를 세워 달라고 한다.

S# 95. 사진관 앞 도로 (낮)


㉠차에서 내려 사진관 쪽으로 뛰어가는 다림.

S# 96. 사진관 앞 (낮)


사진관은 여전히 문이 잠겨 있다. 다림은 편지를 꺼내어 문틈으로 집어넣는다. 그러나 좁아서 들어가질 않는다. 편
지 겉봉이 많이 구겨진다. 다림은 구겨진 편지 봉투를 가방에 넣고 새 봉투에 편지를 넣고 몸을 구부려 문 밑으로 집어
넣는다. 문안으로 들어가는 편지.

S# 97. 병원 입원실 (밤)


네 명의 환자들이 같이 쓰고 있는 병실에는 보안등만이 희미하게 켜 있고 나직하게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정원은
창가에 누워 있고, 보호자 간이침대에는 정숙이 앉아 정원을 바라보고 있다. ㉡잠을 자고 있는 정원의 얼굴. 좋은 꿈이
라도 꾼 듯이 정원은 살며시 미소 짓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는 정원.

정숙: 오빠 깼어? 아프진 않지?


정원: 응.

정원은 멀뚱히 천장을 바라본다.

정숙: 무슨 생각해.
정원: ㉢갑자기 아카시아 냄새가 맡고 싶어.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삼거리 동산이 있었잖아. 밤늦게 버스
가 지날 때는 아카시아 냄새가 바람을 타고 버스 안으로 들어왔었어.
정숙: 오빠. 어떤 아가씨하고 친하게 지낸다며? 연락해서 오라고 할까?
정원: 됐어……. 보고 싶은 사람 없어.

눈을 감는 정원. 정숙이 정원에게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본다.

S# 98. 도로 (낮)
열린 창문으로 고개를 내민 다림. 바람에 헝클어진 여자의 머리. 멍하니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다림. 스쳐 지나가는

[2부] 적용 학습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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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극·수필 08

거리의 풍경들. 거리를 달리는 주차 단속 차량 티코.

S# 99. 사진관 (낮)


잠긴 사진관 앞에서 서성거리는 다림. 다림은 닫힌 사진관 문의 손잡이를 잡고 흔들어 본다.
(중략)

S# 111. 사진관 (낮)


정원은 테이블 위에 편지지를 놓고 편지를 쓰고 있다. 다 쓴 편지를 곱게 접어 봉투에 넣는 정원.

S# 112. 슈퍼마켓 앞 (해 질 녘)
파라솔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철구와 정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철구: 그 주차 단속원 아가씨 너 입원하고 안 보이더라. 그만뒀대?


정원: ……야, 벌써 가을이 다 갔네.

정원은 길가의 앙상한 가지들을 바라다본다.

S# 113. 사진관 (밤)


정원은 선반 위에 있는 박스와 앨범을 꺼낸다. 자신이 학생 때 찍은 사진들 몇 장이 나온다. 몇 장을 보다가 박스를
밀어 넣고 앨범을 펼친다. 한 장 한 장 앨범을 넘기면서 미소를 짓는다. 앨범을 넘기면서 정원의 미소는 점점 사라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눈물을 글썽거리는 정원. 한 장의 사진이 앨범에 붙어 있다. 자신이 찍어 준 다림의 증명사진이
다. 정원, 앨범을 덮고 다림이 보낸 편지와 함께 다시 박스 속에 집어넣는다. 굳게 밀봉되는 박스.

S# 114. 촬영실 (밤)


정원, 벽에 걸린 손님용 양복을 입는다.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매는 정원. 카메라 앞에 놓인 의자 위에 앉는다. 정원
다시 일어나 카메라를 보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자리에 앉는다. 플래시가 터진다. 한 번, 두 번, 세 번, 활짝 웃는
정원의 얼굴이 화면에 가득 찬다. 그 사진은 그대로 정원의 영정 사진으로 디졸브된다. 활짝 웃고 있는 정원의 영정 앞
에는 향불이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다. 암전.

S# 115. 사진관 앞 (낮, 눈)


눈이 내리는 사진관 앞거리……. 어딘가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흐른다. 사진관 문이 열리고 정원의 아버지가 나온
다. 문을 잠그고 스쿠터를 타고 멀어져 가는 아버지. 겨울 코트를 입고 털모자와 목도리를 한 다림이 사진관 앞으로 걸
어간다. 그러다 문득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히 사진관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다림. ㉣ 유리창 안에서 밖을 보면 다
  
림이 다가와 사진관 앞에 선다. 사진관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시선이 한곳에 머무는 다림. 놀라움이 조금씩 얼굴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돌아서 양손에 입김을 불어 넣는 다림, 활짝 웃는다. 양손을 입에 댄 채 입김을 불어 넣으며 서서히

21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190-219 극수필).indd 216 20. 1. 6. 오후 10:21


정답과 해설 72쪽

멀어져 가는 다림의 뒷모습. 사진관 진열관에는 활짝 웃는 다림의 얼굴이 액자에 넣어져 걸려 있다. 멀어져 가는 다림
의 모습.

S# 116. 초등학교 운동장 (해 질 녘, 눈)


운동장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 위로 서서히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남긴 무수한
발자국들 위로 흰 눈이 쌓여 간다.

내레이션: ㉤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간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 오승욱 외, 「8월의 크리스마스」

20001-0191

01 <보기>의 선생님의 물음에 대한 학생의 답변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선생님 : 제목에는 작품의 주제나 내용을 압축해서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을 고려하면서
이 작품의 제목인 ‘8월의 크리스마스’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생각을 발표해 볼까요?

•8월은 한여름의 성장, 뜨거움, 열정 등과 같은 느낌을 떠올리게 한다.


•12월에 있는 크리스마스는 축복, 사랑, 기쁨, 희생, 부활 등을 떠올리게 한다.
•인물의 대화나 특정 장면의 변환을 통해 인물의 심리나 상황을 엿볼 수도 있다.

① 남자 주인공이 죽은 이후의 장면인 ‘S# 115’에 흐르는 크리스마스 캐럴 소리는 8월에 이루지
‌
못한 사랑에 대한 여자 주인공의 회한을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② 8월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한여름을 상징하는 남자 주인공과 12월을 상징하는
‌
여자 주인공의 관계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③ ‘……야, 벌써 가을이 다 갔네.’라는 남자 주인공의 말에는 8월이 훌쩍 지나는 것에 대한 아
‌
쉬운 마음과 크리스마스가 곧 다가오는 것에 대한 설렘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④ 8월이 지닌 뜨거움, 열정 등의 느낌과 크리스마스에서 떠올릴 수 있는 희생, 부활 등을 대비
‌
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남자 주인공의 삶에 대한 열정과 희생적인 죽음을 부각한 것 같습니다.
⑤ 8월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만나 사랑이 성장하는 때이고, 크리스마스는 사랑의 기
‌
쁨을 축복하는 때라고 볼 수 있으므로 8월에 이루어진 사랑의 기쁨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2부] 적용 학습 217

21 수특_문학(190-219 극수필).indd 217 20. 1. 6. 오후 10:21


적용 학습 극·수필 08

20001-0192

02 <보기>를 참고하여 ㉠~㉤에 대해 구상한 연출 계획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롱 숏: 카메라를 피사체로부터 멀리 하여 전경을 모두 찍을 수 있도록 하는 촬영 방법.
•컷백: 대립적 관계의 두 장면을 교차 편집하여 긴장감을 강조하는 장면 전환 기법.
•오버랩: 앞 화면에 뒤의 화면이 포개어지는 기법.
•클로즈업: 어떤 대상이나 인물이 두드러지게 화면에 확대되는 것.
•효과음: 주로 화면 밖에서 음향이나 대사에 의한 효과를 말함.
•내레이션: 장면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진행에 따라 그 내용이나 줄거리를 장면 밖에서 해설하는 것.

① ㉠: 뛰어가는 다림의 모습을 ‘롱 숏’으로 촬영하면, 차와 사진관의 전경을 함께 찍을 수 있겠군.
‌
② ㉡: 꿈을 꾸는 듯한 정원의 얼굴과 눈을 뜨는 정원의 모습을 ‘컷백’하면, 정원이 느끼는 긴장
‌
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겠군.
③ ㉢: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 버스를 타고 가던 정원의 모습을 ‘오버랩’하면, 과거를 추억하
‌
는 정원의 회상 장면을 좀 더 입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겠군.
④ ㉣: 사진관 안에서 밖으로 카메라를 배치한 후에 다림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면, 다림의 섬
‌
세한 표정 변화를 잘 잡아낼 수 있겠군.
⑤ ㉤: 정원의 목소리를 ‘효과음’으로 ‘내레이션’하면, 다림에게 직접 전하지 못했던 정원의 마
‌
음을 더욱 잘 전달할 수 있겠군.

21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190-219 극수필).indd 218 20. 1. 6. 오후 10:21


정답과 해설 72쪽

20001-0193

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8월의 크리스마스」의 내러티브는 죽음과 사랑이라는 큰 축이 서로 교차되며 전개되고 있다. 사
랑 이야기가 전개의 주가 되고 죽음이 간간이 끼어들어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점차 죽음이 주된 이
야기 축을 만들어 간다. 이 두 가지 이야기 축을 결합하면 ‘심각한 병에 걸린 남자가 이를 모르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됨으로써 이별하게 된다.’로 정리할 수 있다.

① 활짝 웃는 ‘정원의 영정 사진’과 사진관 진열관 앞에서 ‘활짝 웃는 다림의 얼굴’에서 죽음과


‌
사랑이라는 큰 축을 확인할 수 있군.
② 앨범을 넘기면서 점점 사라지는 ‘정원의 미소’와 ‘굳게 밀봉되는 박스’를 통해 남자가 자신
‌
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엿볼 수 있군.
③ 출장 중이라는 팻말만 덩그러니 걸려 있는 ‘굳게 닫힌 사진관’과 ‘여전히 문이 잠겨 있’는 사
‌
진관을 통해 남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 이야기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군.
④ ‘됐어……. 보고 싶은 사람 없어.’라는 정원의 말과 ‘닫힌 사진관 문의 손잡이를 잡고 흔들어’
‌
보는 다림의 행동을 통해 남자는 병에 걸린 것을 여자에게 알리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군.
⑤ 구겨진 편지 봉투 대신 ‘새 봉투에 편지를 넣’으려는 다림과 ‘다 쓴 편지를 곱게 접어 봉투에
‌
넣는 정원’의 모습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시작되는 과정을 볼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219

21 수특_문학(190-219 극수필).indd 219 20. 1. 6. 오후 10:21


적용 학습 갈래 복합 01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뿌옇고 新篘濁酒如湩白


큰 사발에 보리밥 높기가 한 자로세 大碗麥飯高一尺
밥 먹자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飯罷取耞登場立
검게 탄 두 어깨 햇볕 받아 번쩍이네 雙肩漆澤飜日赤
옹헤야 소리 내며 발맞추어 두드리니 呼邪作聲擧趾齊
삽시간에 보리 낟알 온 사방에 가득하네 須臾麥穗都狼藉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는데 雜歌互答聲轉高
보이느니 지붕까지 날으는 보리 티끌 但見屋角紛飛麥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어 觀其氣色樂莫樂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네 了不以心爲形役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닌데 樂園樂郊不遠有
무엇 하러 고향 떠나 벼슬길에 헤매리오 何苦去作風塵客
- 정약용, 「보리타작[打麥行]」

나 세상(世上)의 린 몸이 견무(畎畝) *의 늘거 가니
[A] 밧겻 일 내 모고  일 무 일고
이 중(中)의 우국성심(憂國誠心)은 연풍(年豊)을 원노라 <제1수>

농인(農人)이 와 이로 봄 왓 바틔 가새
[B] 압집의 쇼보 * 잡고 뒷집의 보 * 내
두어라 내 집부랴 니 더욱 됴타 <제2수>

여날 더운 적의 단히 부리로다


[C] 밧고랑 쟈니  흘너 희 듯네
어와 입립신고(粒粒辛苦) * 어늬 분이 알실고 <제3수>

을희 곡셕 보니 됴흠도 됴흘셰고


[D] 내 힘의 닐운 거시 머거도 마시로다
이 밧긔 천사만종(千駟萬鐘) *을 부러 무슴 리오 <제4수>

밤의란 츨 고 나죄란 를 부여
[E] 초가(草家)집 자바 고 농기(農器)졈 려스라
내년(來年)희 봄 온다 거든 결의 종사(從事)리라 <제5수>
- 이휘일, 「저곡전가팔곡(楮谷田家八曲)」

22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220-273 갈래 복합).indd 220 20. 1. 6. 오후 10:21


* 견무: 밭의 고랑과 이랑. 여기서는 시골을 의미함.
* 쇼보, 보: 농기구인 쟁기와 따비. 따비는 풀뿌리를 뽑거나 밭을 가는 데 쓰는 농기구임.
* 입립신고: 낟알 하나하나가 모두 농부의 피땀이 어린 결정체라는 뜻으로, 곡식의 소중함을 이르는 말.
* 천사만종: 많은 말이 끄는 수레와 많은 봉록.

다 잘하고 자로 하네 에히요 산이 *가 자로 하네

이봐라 농부야 내 말 듣소 이봐라 일꾼들 내 말 듣소


잘하고 자로 하네 에히요 산이가 자로 하네

하늘님이 주신 보배 편편옥토(片片沃土)가 이 아닌가


잘하고 자로 하네 에히요 산이가 자로 하네

물꼬 찰랑 돋아 놓고 쥔네 영감 어디 갔나
잘하고 자로 하네 에히요 산이가 자로 하네

잘한다 소리를 퍽 잘하면 질 가던 행인이 질 못 간다


잘하고 자로 하네 에히요 산이가 자로 하네

잘하고 자로 하네 우리야 일꾼들 자로 한다


잘하고 자로 하네 에히요 산이가 자로 하네

이 논배미를 얼른 매고 저 논배미로 건너가세


잘하고 자로 하네 에히요 산이가 자로 하네

담송담송 닷 마지기 반달만치만 남았구나


잘하고 자로 하네 에히요 산이가 자로 하네

일락서산(日落西山)에 해는 지고 월출동령(月出東嶺)에 달 돋는다


잘하고 자로 하네 에히요 산이가 자로 하네

잘하고 자로 하네 에히요 산이가 자로 한다


잘하고 자로 하네 에히요 산이가 자로 하네

잘하고 못하는 건 우리야 일꾼들 솜씨로다


- 작자 미상, 「논매기 노래」

* 산이: 원래는 광대나 재주꾼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이 노래에서는 선(先)소리꾼을 의미함.

[2부] 적용 학습 221

21 수특_문학(220-273 갈래 복합).indd 221 20. 1. 6. 오후 10:21


적용 학습 갈래 복합 01

20001-0194

01 (가)~(다)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의 ‘젖빛처럼 뿌옇고’, ‘검게 탄 두 어깨’, ‘햇볕 받아 번쩍이네’에서 시각적 이미지를 활

‌
용하여 대상의 모습을 묘사했음을 알 수 있다.
② (나)의 ‘봄’, ‘여날’, ‘을희’에서 계절의 순차적 변화에 따라 시상이 전개된 것을 알 수 있다.
‌
③ (다)의 ‘잘하고 자로 하네 에히요 산이가 자로 하네’를 보면 같은 구절을 반복하여 리듬감을
‌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④ (가)의 ‘벼슬길에 헤매리오’와 (나)의 ‘부러 무슴 리오’를 보면 물음의 방식을 활용하여 시
‌
적 주제를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⑤ (나)의 ‘압집’과 ‘뒷집’, (다)의 ‘이 논배미’와 ‘저 논배미’를 보면 대비적인 시어를 활용하여
‌
화자가 이동한 공간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01-0195

02 (가)와 (다)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에서는 화자가 농사일을 힘들게만 여겼던 과거 자신의 생각을 반성하는 태도를 드러내
‌
고 있다.
② (가)에서는 농민들이 노동의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
을 드러내고 있다.
③ (다)에서는 농사일이 벌어지는 노동의 공간을 제시하며 화자의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
④ (다)에서는 농사일에 참여하지 않는 제삼자의 관점을 제시하며 농사일할 때의 자세를 드러
‌
내고 있다.
⑤ (가)와 (다)에서는 모두 노동에 참여하는 화자의 모습을 제시하여 화자가 경험한 농사일의
‌
힘겨움을 드러내고 있다.

20001-0196

03 [A]〜[E]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 자신의 현재 처지를 언급하며 풍년을 원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② [B]: 인물의 발화와 구체적 사물을 언급하며 농사일에 참여하는 농민들의 모습을 나타내고
‌
있다.
③ [C]: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농사일의 어려움을 호소한 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
‌
하고 있다.
④ [D]: 추수의 기쁨과 농사일의 보람을 언급하며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
⑤ [E]: 농한기 농촌의 일상을 제시하며 내년 농사일을 준비하는 농민의 삶을 나타내고 있다.
‌
22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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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74쪽

20001-0197

04 <보기>를 참고하여 (가)~(다)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농사일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집단 노동으로 논매기와 같이 노동의 강도는 약하지만 같은 동작
이 장시간 지속되거나, 타작과 같이 노동 시간은 짧지만 노동의 강도가 강한 형태로 구분할 수 있
다. 노동 시간이 긴 경우 농민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는 지루함을 달래거나 일의 마무리를 재촉하는
역할을 하며, 노동 시간이 짧은 경우의 노래는 큰 힘을 얻기 위해 순간적으로 합일된 동작을 이끌
어 내는 역할을 한다. 또한 농민들은 농사일을 하면서 노동의 힘겨움을 잊기 위해 술이나 놀이를
곁들이기도 하는데, 농민들이 이웃들과 함께 노동하는 과정을 통해 노동은 힘겨움의 대상이 아닌,
즐거움의 대상으로 인식될 수 있다.

① (가)에서 농민들이 ‘새로 거른 막걸리’를 마시는 것은 노동의 힘겨움을 잊기 위한 목적으로


‌
볼 수도 있겠군.
② (가)에서 농민들이 발을 맞추며 부르는 ‘옹헤야 소리’는 순간적으로 합일된 동작을 이끌어
‌
내는 역할을 하고 있겠군.
③ (나)에서 ‘내 집’보다 ‘’의 일을 해서 더욱 좋다고 말하는 것을 통해 집단 노동을 힘겨움이
‌
아닌, 즐거움의 대상으로 여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겠군.
④ (다)에서 ‘농부’와 ‘일꾼들’에게 자신의 말을 들으라고 권유하는 것은 놀이를 통해 집단 노동
‌
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
⑤ (다)에서 ‘일락서산’과 ‘월출동령’을 언급하며 시간적 배경을 제시하는 것은 노래를 통해 하
‌
루 일의 마무리를 재촉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

[2부] 적용 학습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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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02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하루는 감사가 신기(身氣) 불평(不平)하여 일찍이 공사를 마치고 연못 앞으로 배회하노라니, 못 가운


데로부터 전에 없던 연꽃 한 줄기가 특별히 높게 솟은 것이 ㉠꽃도 기려(綺麗)함이 비길 데 없으므로 자연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그 꽃을 꺾어다가 연당 방문 위에 꽂아 놓고 무한히 사랑하기를 마지아니하는데, 팥
쥐는 일찍이 깨닫는 일이 있으므로 그런 꽃이 별안간 그다지 기려하게 솟은 일에 대하여도 심히 괴상하게
생각하는 중 더욱 괴상하기 심한 것은 영감만 그 방을 떠나면 팥쥐가 들어오고 나갈 적마다 그 꽃 속에서 무
슨 손 같은 것이 팥쥐의 머리를 바당바당 쥐어뜯는지라. 한 번 두 번만 그러함도 아니요 번번이 뜯기를 마지
아니하는 고로 팥쥐는 크게 놀랍고 아주 미워하여, ‘요것이 필연 콩쥐 년의 귀신이 붙은 것이라.’ 하고, 그
꽃을 빼어 불 아궁이에 넣었더라.
그런 후에는 과연 머리도 뜯는 것 없고 팥쥐의 마음은 무한히 상쾌하여 ‘콩쥐 년, 제아무리 죽은 귀신이
비록 영독 *할지라도 나의 알콩달콩 깨박이 쏟아지게 사는 것이 배만 아플 뿐이지, 다시는 별수 없으리라.’
하고 그제서는 콩쥐의 세간도 뒨장질하여 제 마음대로 채를 잡으려 하였다.
다시 이상한 일이 생기는 것은 이웃집 할미 하나가 있어 불씨를 얻으려고 감사 댁 내아에 들어와 이
왕 감사 부인과 친한 까닭으로 바로 연당 아궁이에 이르러 불을 떠 가려 하는데, 아궁이 속의 불은 씨
도 없이 꺼지고 난데없는 ㉡오색 구슬이 한 아궁이나 대글대글하므로 노파는 탐나는 마음에 허겁지겁
그 구슬을 모두 치마 앞에 쓸어 담아 가지고 급히 집으로 돌아가서 쉬쉬하며 반닫이 속에 감추어 두었
더니, 천만뜻밖에 반닫이 속으로부터 ‘할멈, 할멈’ 부르는 소리가 흡사한 감사 부인 목소린지라.
[A]
노파는 놀라 반닫이 문을 열고 본즉 완연한 감사 부인이 어찌한 까닭인지 그 속에 앉아 노파에게 반
색을 하며 가로되,
“내가 본대 콩쥐라 하는 사람인 것은 김 감사와 혼인할 때에 이 골 사람이 모르는 자가 없거니와, 우

리 서모의 데리고 들어온 딸 팥쥐라 하는 계집아이가 있어 항상 나를 모해코자 하다가 이번에 무슨
정으로 나를 찾아왔다가 여차여차하였다.”
그 연못에 빠져 죽은 사실까지 낱낱이 고하고, 다시 노파의 귀에 입을 대고 여차여차하여 달라는 묘계를
가르쳐 주는지라. / 노파는 이상도스럽고 무서운 생각에 머리를 조아리며 응낙하고 그 묘계를 시행할새, 남
에게 빚도 내고 여간 볏섬도 찧어 팔아 돈을 장만하여 가지고 진수성찬으로 잔치를 배설한 후 거짓 노파의
생일이라 하여 노파가 친히 김 감사를 찾아뵈옵고 친절히 여짜오되,
“오늘은 소인의 생일이온데 변변치 못하오나 음식을 조금 준비하였삽기에 감히 사또의 행차를 청하오니

누추한 천인의 집일지라도 백성의 솟는 정을 하렴하옵셔 잠시 행차하옵시면 한 잔 박주(薄酒)라도 관민
(官民)이 함께 즐기어 볼까 하옵나이다.”
하며 재삼 앙청(仰請)하거늘, 감사도 그 뜻을 가상히 여겨 초초히 * 노파의 집에 행차하니, 노파는 본대 아전
의 계집으로 처음 사또의 행차하는 영광을 얻었는지라 크게 좋아할 뿐 아니라, 동리 사람까지 아무네 집에
감사가 행차하신다 하여 구경 겸 모이는 사람이 노파의 집을 가득히 채웠더라.
감사가 노파의 집에 이르러 상을 받으니, 온갖 음식이 안목을 황홀할 만치 없는 것이 없이 고배*하였는지
라. 감사가 크게 칭찬하고 술을 부어 두어 잔 마신 후 이것저것 맛볼 생각으로 젓가락을 들어 한번 상에 굴

22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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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 한 짝은 길고 한 짝은 짧은 것이 손에 잡히지 아니하므로 심중에 노파의 소홀함을 괘씸히 생각하여 좋
지 못한 기색으로 참다못하여 젓가락의 짝 틀림을 말하니, 노파는 미처 대답하기 전에 홀연 병풍 뒤로부터
사람의 음성이 있어 그 말에 대답하되,
“㉢젓가락 짝 틀린 것은 어찌 저렇게 똑똑하게 아시는 양반이 사람 짝 틀리는 것은 어찌 그렇게 모르시노? ”
하는지라. / 감사가 대경하여 잠깐 말을 멈추고 가만히 앉아 생각하니 생각하여도 깨닫지 못할지라. ‘내외
의 짝이 틀리다니 이 어찌 된 말인가 하는 그자가 사람인가 귀신인가? ’ 하여 그윽히 생각하다가 그사이 자
기 아내의 행동이 종종 괴상한 일이 있음을 맹렬히 깨닫고 필연 콩쥐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라 하여 얼른
집에 돌아가 알아보리란 마음에 진수성찬도 입에 들어가지 아니하고 밑에는 바늘방석을 깐 것이나 다름없
이 일편 정신이 집에 돌아갈 마음뿐이라.
마지못해 노파에게 치사하며 상을 물리고 일어서려 할 즈음에 병풍 뒤로부터 한 미인이 녹의홍상(綠衣紅
裳)으로 천연히 나와 감사에게 예하며 가로되, / “영감이 첩을 몰라보시나이까? ”
하거늘 감사는 더욱 경의함을 마지아니하여 어찌할 줄 모르다가 이르는 말이,
“부인이 어찌 사람을 속이면 어찌 이같이 심할 수 있으리오? 내가 불민하든지 그대의 조롱이든지 이때껏

하는 일과 하는 말은 전연히 깨달아 알 수 없으니 그럴 것 없이 빨리 이야기하여 사람의 답답한 가슴을 헤
쳐 주기를 바라노라.”
물음에 대하여 콩쥐는 그 자리에 엎드려지며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못하는 목소리로 하는 말이,
“첩이 일찍이 팔자가 기구하다가 영감의 후의로 좋은 지위에 이르렀삽기 배우지 못한 이 몸으로도 마음

껏은 받들어 보리라 생각하였삽더니, 불의에 의붓동생 팥쥐라 하는 계집아이의 독해(毒害)를 입어 몸은
벌써 연못 귀신이 되었사오나, 본래 첩의 성질이 악함이 없으므로 상제께서 특별히 세상에 재생케 하였
삽기로 미진한 인연을 말씀할까 하고 주인 노파의 신세를 끼치었사오니, 영감께서는 이제 이렇게 된 이
상에 다른 생각을 두지 마시고 그 팥쥐와 함께 안향(安享)하심을 바라나이다.”
하고 느끼어 울기를 마지아니하므로, 감사는 듣기를 다하고 일변 자기의 불명(不明)함도 부끄럽고 팥쥐의
소행이 절통하여, 곧 선화당에 좌기하고 팥쥐를 잡아 문초하며 일변 연못을 치게 하니, 과연 콩쥐의 신체가
웃는 낯으로 누워 있는지라. / 급히 건져 내어 염습하려 할 즈음에 죽었던 콩쥐는 다시 숨을 통하며 완연히
회생하고 그때에 노파의 집에서 울기를 마지아니하던 콩쥐는 온데간데없이 없어졌으므로 모든 관속(官屬)
과 읍내 백성까지 그 신기한 일을 놀라지 아니하는 사람이 없더라.
- 작자 미상, 「콩쥐팥쥐전」

* 영독: 모질고 독살스러움. * 초초히: 바쁘고 급하게.
* 고배: 과일, 떡 등의 음식을 그릇에 높이 괴어 담음.

나 어이 못 오던다 무 일로 못 오던다
너 오 길 우희 무쇠로 성(城)을 고 성안헤 담 고 담 안헤란 집을 짓고 집 안헤란 두지 * 노코 두
지 안헤 궤(櫃)를 노코 ㉣궤 안헤 너를 결박(結縛)여 노코 쌍(雙)목 * 외걸새에 용(龍)거북 ㉤물쇠

로 수기수기 * 갓더냐 네 어이 그리 아니 오던다

[2부] 적용 학습 225

21 수특_문학(220-273 갈래 복합).indd 225 20. 1. 6. 오후 10:21


적용 학습 갈래 복합 02

 이 셜흔 이여니 날 보라 올 리 없스랴


- 작자 미상

* 두지: 뒤주. 쌀 같은 곡식을 담아 두는 세간. * 쌍목: 걸쇠를 거는 구멍 난 못.


* 수기수기: 깊이깊이.

20001-0198

01 (가)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팥쥐는 감사를 속이고 자신이 콩쥐인 것처럼 행세하였다.
‌
② 노파는 콩쥐가 죽기 전부터 콩쥐와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③ 노파는 콩쥐의 부탁을 수락하고 콩쥐가 알려 준 묘계를 수행하였다.
④ 감사는 팥쥐가 콩쥐에게 해를 입힌 사실을 노파에게 듣고 알게 되었다.
⑤ 감사는 팥쥐를 문초하고 난 후에 콩쥐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확인하였다.

20001-0199

02 [A]를 <보기>와 같이 고쳐 썼다고 할 때, 고려했을 사항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어느 날, 이웃집 할머니가 자기 집 불씨가 꺼져 감사네 집으로 불을 얻으러 왔습니다. 평소 감사
부인과 친하게 지내서 바로 부엌 아궁이로 가서 불을 담아 가려 했습니다. 부엌으로 들어가니 칠흑
같이 어두운데 소슬한 바람이 일며 야릇한 향기가 났고 아궁이 속을 들여다보니 불은 없고 오색 구
슬만이 반짝거렸습니다. 할머니는 그 구슬이 너무 예뻐 탐이 나 허겁지겁 구슬을 치마폭에 담아 가
지고 급히 자기 집으로 가져와서는 남몰래 장롱 속에 감추어 두었습니다.
그 후, 이상하게도 할머니가 어디 나갔다가 돌아오면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한 상이 늘 차려져 있
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할머니는 너무 궁금하여 하루는 밖에 나가는 척하다가 돌아와 가만히
숨어 지켜보았습니다. 갑자기 장롱 안에 있는 구슬이 움직이더니 고운 색시로 변하였고, 그 색시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상을 차리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색시를 붙잡아 누구냐고 물었습니
다. 색시는 자기는 콩쥐인데 팥쥐의 속임수에 꾀여 연못에 빠져 죽게 되었다가 꽃으로 피어났고, 팥
쥐가 그 꽃을 불에 태우자 구슬이 되었으며, 감사를 만나려고 다시 색시로 변신했다고 말했습니다.

① 감각적 표현을 통해 공간을 보다 상세히 묘사하여 생생한 느낌이 커지도록 해야겠어.


‌
② 사건에 대한 서술자의 주관적인 평가를 삽입하여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도록 해야겠어.
③ 인물들의 수와 인물 간 관계를 유지하여 갈등 구도가 원작에서와 유사하게 나타나도록 해야겠어.
‌
④ 사건의 비현실성을 그대로 살리되 새롭게 사건을 만들어서 이야기에 흥미가 더해지도록 해
‌
야겠어.
⑤ 인물의 대화에서 생략된 내용을 서술자의 구체적 설명으로 전환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도
‌
록 해야겠어.

22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220-273 갈래 복합).indd 226 20. 1. 6. 오후 10:21


정답과 해설 75쪽

20001-0200

0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징벌과 복수를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
② ㉡: 인물과 인물을 연결해 주어 새로운 사건을 유발하고 있다.
③ ㉢: 비유적으로 사용되어 인물이 처한 상황을 깨닫게 하고 있다.
④ ㉣: 공간의 폐쇄성을 통해 임을 구속하고 싶은 소망을 담고 있다.
⑤ ㉤: 임에 대한 화자의 단절감을 강조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20001-0201

04 <보기>를 바탕으로 (가)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남녀 사이의 이별을 소재로 하는 문학 작품에서 이별을 대하는 태도는 이별을 맞은 당사자들의
관계가 어떤 상태인가를 기준으로 ‘관계 단절의 지속’ 및 ‘관계 회복의 추구’와 ‘관계 연장의 희망’
으로 나누어 살필 수 있다. ‘관계 단절의 지속’은 관계가 깨어졌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가
아무런 노력도 보이지 않고 이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가리킨다. 반면에 ‘관계
회복의 추구’는 이별 후에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이별의 당사자가 어떤 행동을 보이거나 행
동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관계 연장의 희망’은 이별 후가 아닌 이별의 순간에
상대방과 계속 함께하기를 바라거나 상대가 떠남을 만류하는 것을 말한다.

① (가)에서 콩쥐가 병풍 뒤에서 나와 하소연하는 것은 이별의 순간 감사와의 관계를 연장하기


‌
위해서라고 할 수 있군.
② (가)에서 감사가 콩쥐를 염습하려 하는 것은 이별 후 관계 단절의 지속을 극복하기 위해 노
‌
력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군.
③ (나)의 화자는 이별한 후에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기를 바라며 임이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태
‌
도를 보인다고 할 수 있군.
④ (가)와 (나) 모두에서 이별한 후 단절된 연인 관계의 회복을 위해 변신하여 상대에게 접근하
‌
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군.
⑤ (가)와 달리 (나)에서는 이별을 맞은 당사자가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상대방이 가 있
‌
는 곳에 따라가려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군.

[2부] 적용 학습 227

21 수특_문학(220-273 갈래 복합).indd 227 20. 1. 6. 오후 10:21


적용 학습 갈래 복합 03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전강(前腔) 하 노피곰 도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됴리
소엽(小葉) 아으 다디리
후강(後腔) 전(全)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  드욜셰라
어긔야 어됴리
과편(過篇) 어느다 노코시라
금선조(金善調) 어긔야 내 가논  졈그셰라
어긔야 어됴리
소엽(小葉) 아으 다디리
- 어느 행상인의 아내, 「정읍사(井邑詞)」

나 월아는 문득 고개를 들어 멀리 야청빛으로 햇살 속에 굼적굼적 솟아오른 말고개 쪽을 보았다. 지난밤
에도 꿈속에서 남편은 전복 자락 휘날리며 말을 타고 날 듯이 들판을 가로질러 오고 있었다. 소금 지게 대신
투구에 삼지창을 든 당당하고도 다부진 남편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녀는 손을 휘저으며 아양 고개를 뛰어
내려갔다. 말을 탄 남편의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남편과 함께 빨리 집으로 달려가서 부모님께 자랑하고 싶
었다. 도림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숙덕거린 마을 사람들 앞에 당당한 모습의 남편을 보이고 싶었다. 월
아는 너무 반가워 아양 고개를 뛰어 내려가며 남편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방출이가 소스라치듯 울었다. 꿈이라는 것을 안 월아는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월아는 고개를 들어 밤마다 꿈속에서 남편이 말을 타고 내달아 오던 들판을 바라보았다. ㉠눈이 시리다
못해 어지러웠다.
말고개 위쪽 높은 하늘에 흘러가는 조각구름을 목이 아프도록 쳐다보던 월아는 갑자기 온몸이 허물어지
듯 산전의 땅바닥에 힘없이 퍼지르고 앉았다. 열흘 남짓 신열을 앓고 헛소리까지 내질렀던 월아는 가까스
로 몸을 추스르고 오랜만에 산전 잡초를 뽑는다는 핑계를 대고 집을 나온 것이었다. 이제 그녀는 남편을 기
다리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남편은 장삿길을 떠난 지 2년이 지나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살았
는지 죽었는지 소식조차 없다. 정말 남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비사벌과 황산, 그리고 금마에
서 전쟁 통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데 혹시 남편도 백제군으로 징발당해 신라군한테 죽임을 당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부모님 말대로 살아 있다면 소식이라도 전해 왔을 것이 아닌가. ㉡월아는 강하게 고개를 흔
들었다.
월아는 아직도 도림이 죽지 않고 꼭 살아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전쟁 통에 징발을 당해 싸우다 죽지
도, 포로가 되어 신라로 끌려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월아는 그가 돌아올 날만을 간절히 기다
렸다.

22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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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도 월아는 자정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고 있다가, 세상이 고즈넉이 잠든 사이 부모님 몰래 큰샘 거
리로 나갔다. 그녀는 물 항아리에 물을 채워 왕버드나무 밑에 놓고, 동편 하늘을 향해 합장하며 남편을 돌려
보내 달라고 절절한 마음으로 빌었다. 그녀는 남편이 집에 돌아오지 않은 두 해 동안 매달 보름달이 뜨기를
기다렸다가, 큰샘 거리에 나가 찬물로 몸을 칼칼하게 씻고, 천지신명께 남편의 무사 귀환을 빌어 왔다. 그
녀가 마지막까지 믿고 의지할 데라고는 달님과 산신령, 용왕님, 목신님, 지신님, 부처님, 미륵님뿐이었다.
자신의 간절한 소원이 달님께 전달된다면 남편을 무사히 돌려보낼 것으로 믿었다.
월아는 달님에게 남편의 무사 귀환을 빌고 나서는 버릇처럼 노래를 흥얼거렸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그녀는 혼자 있을 때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노상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자정이 넘고 첫닭이 홰를 칠 무


렵에야 큰샘 거리에서 돌아오면서 월아는 노래를 계속 흥얼거렸다.
(중략)
“나도 요번에는 참말로 잘 싸울 자신이 있다네.”
“살어서 집에 돌아갈 궁리나 허소. 기다리는 여편네 생각도 해야제.”
“언젠가는 떳떳하게 처자식 앞에 나타나고 말 거여.”
도림은 집에 있는 월아를 생각할 때마다 자신의 육신이 바람이 되어 천지간에 흔적조차 없이 산산이 흩어
져 버리는 듯한 고적감에 떨었다. 그 처절한 순간만은 자신이 이 땅에 발붙이고 살아 있는 것 같지가 않았
다. ㉣그리고 그는, 나는 죽은 사람이다, 나의 넋만이 이 세상을 홀로 쓸쓸하게 떠돌음하고 있을 뿐이다라
고 마음속으로 되뇌곤 하였다. 집에 있는 월아를 생각할라치면 가슴에 삼지창이 꽂히고 숨이 턱 끝에 차오
르면서 사지가 말갈기처럼 산산이 찢기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 아픔을 견뎌 내기 위해 술을 퍼마셔야만
했고 때로는 버들이를 품에 안아야만 했다. 그러고도 고통을 참을 수 없을 때는 목을 매고 싶었다.
도림은 샘바다를 떠나오던 때를 돌이켜 보았다. 검단 소금밭으로 떠나던 날 새벽, 달기와 함께 괴다리까
지 따라 나온 월아는 이번 장삿길은 며칠이나 걸리느냐고 거듭 물었었다. 열흘 남짓 걸릴 것이라는 말에 월
아는 탄식과도 같은 한숨을 내쏟았다. 그날 월아는 한사코 그만 들어가라고 했는데도 오래도록 괴다리에
서서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월아를 생각할 때마다 괴다리에서 마지막 보았던 그때의 모
습이 떠올랐다. ㉤월아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자 갑자기 목구멍이 후끈거리면서 콧등이 시큰해졌다.
“그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 각시 생각도 해야제. 대장부답게 싸워서 꼭 이겨야제. 그래사 집에 돌아

갈 수가 있으니께.”
도림은 달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는 둥근 달 속에서 홀로 처연하게 서 있는 월아의 모습을 발견하고 갑자
기 걸음을 멈추었다.
- 문순태, 「정읍사 - 그 천년의 기다림」

[2부] 적용 학습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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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03

20001-0202

01 (가)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노피곰’과 ‘머리곰’은 남편의 안전을 소망하는 아내의 심정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

‌
겠군.
② ‘져재’는 아내가 남편이 있을 만한 곳을 떠올리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③ ‘드욜셰라’는 남편이 무사히 귀환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아내의 마음을 보여 주는 것이
‌
‌
라고 할 수 있겠군.
④ ‘노코시라’는 아내가 남편을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남편에게 권유하는 바를 나타내는 것이
‌
라고 할 수 있겠군.
⑤ ‘졈그셰라’는 남편이 있는 곳을 파악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아내의 한탄을 드러낸 것이라
‌
고 할 수 있겠군.

20001-0203

02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물 간의 대결 의식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
② 한 인물에서 다른 인물로 시선을 옮겨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③ 액자 구조를 통해 상이한 이야기가 갖는 유사한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④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여 인물의 내적 욕망이 드러나는 사건을 보여 주고 있다.
⑤ 서술자가 주관적 시각에서 인물의 행위를 묘사하여 인물에 대한 비판을 이끌어 내고 있다.

20001-0204

03 ㉠〜㉤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월아가 도림을 떠올리며 극도의 그리움을 느끼고 있음을 나타낸다.
‌
② ㉡: 월아가 비극적 상황에 놓여 있는 도림의 모습을 상상하고 이를 부인하고자 함을 나타낸다.
‌
③ ㉢: 월아가 늘 도림을 걱정하며 도림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④ ㉣: 도림이 월아를 만날 수 없다는 절망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며 삶의 의지를 다지고
‌
있음을 나타낸다.
⑤ ㉤: 도림이 고적감 속에서 월아의 모습을 떠올리며 월아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
23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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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76쪽

20001-0205

04 <보기>를 참고하여 (가)와 (나)를 관련지어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문순태의 「정읍사 - 그 천년의 기다림」은 현전하는 유일한 백제 가요인 「정읍사」를 모티프로 한
소설로, 전라북도 정읍의 ‘샘바다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백제 의자
왕 때로, 백제와 신라의 전투 상황을 설정하여 남녀 주인공의 변치 않는 사랑과 기다림에 대해 다
루고 있다. 특히 여주인공인 월아의 남편에 대한 마음은 기다림이 곧 사랑이자 삶이라는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 준다.

① (가)에 드러난 화자의 정서는 (나)에 계승되어 월아가 남편을 기다리며 ‘신열을 앓’는 것으로
‌
나타나 있다고 볼 수 있겠군.
② (가)의 ‘즌 ’는 (나)에 ‘전쟁 통에 징발을 당해 싸우다 죽’는 것, ‘포로가 되어 신라로 끌려
‌
가’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군.
③ (가)의 ‘어느’는 (나)에서 월아가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찾아가는 ‘큰샘 거리’를 가리키는 것
‌
이라고 볼 수 있겠군.
④ (가)가 (나)의 월아가 버릇처럼 흥얼거리는 노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가)가 (나)의 모티프
‌
가 된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⑤ (나)에서 ‘사지가 말갈기처럼 산산이 찢기는 듯한 아픔’은 (가)의 화자가 기다리고 있는 대상
‌
의 정서를 드러낸 것으로, (가)와 (나)의 차이점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2부] 적용 학습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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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04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악장은 송도·송축을 주제로 국가 또는 궁중의 각종 의식에 사용될 목적으로 제작·재편된 음악[악]의


가사[장]로, 양식적 구속 요건이 매우 느슨한 갈래를 가리킨다. 이 갈래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며, 국가 건
국 초기에 제작이 집중되지만 국가 의식이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변화가 있으면 그때마다 제작되거나 새로
운 악장으로 교체되곤 한다. 한국 문학사에서 악장은 조선 건국 초기인 15세기에 다수가 창작되며 이 과정
에서 다소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조선 건국 이후 국가 경영자들은 예악 문물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제례 및 연향에 사용할 악곡의
가사에 관심을 두었다. 예악을 통한 국가 운영이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예악은 법, 예, 악으로 나뉘
며 이것들의 구체적인 형태인 법전, 오례의, 악보 등은 상호 횡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악장은 악보 정비 과
정에서 동반하여 제작되거나 재편되었던 것이다.
국가의 의식 가운데 제례와 연향은 비교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선왕 및 유교 성현에 대한 추모를 통
한 국가 기강 확립, 안정적인 생산력에 대한 염원 등이 제례의 목적이라면 군신 간의 화합을 통해 원활한 국
정 운영과 민생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연향을 베푸는 까닭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제사는 죽은 이들을 위해
마련한 엄숙한 공간에서, 잔치는 살아 있는 자들이 어울리는 흥겨운 공간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둘 사이의 거리는 가깝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목적에 맞는 악장을 각각 새롭게 제작하거나 기
존의 것들을 재편하여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몇몇 악장은 이러한 상식을 넘어 존재한다. 「용비어천가」와 「종묘 제례 악장」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 「용비어천가」는 애초 세종 때 종묘 제례에서 선왕의 덕과 공을 칭송하기 위해 제작한 악장이었으나 신
  
료들의 건의에 의해서 재편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연향에서도 사용하게 되었다. 「용비어천가」 가 제례 악장

  
에서 연향으로 사용된 시기는 성종 이후로 「용비어천가」 중 일부인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 등과 이외 전인자
와 후인자, 이 다섯 곡이 모여 속악 반주에 추는 궁중 무용인 속악 정재 * 중 봉래의를 이루게 된다. 봉래의
연행에서 여민락을 연주할 때 1〜4장과 125장의 한문 가사를, 치화평은 1〜16장과 125장의 국문 가사를, 취
풍형은 1〜8장과 125장의 국문 가사를 불렀다. 이처럼 「용비어천가」는 궁중 연향에서 정재의 창사(가사)로
까지 확장하였던 것이다. 『악학궤범』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종묘 제례악과 ㉡ 「종묘 제례 악장」은 보태평과 정대업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원래
  
문과 무의 내용을 담고 있는 춤곡으로 제작되었던 것이다. 세종 때 궁중 연향에서 속악 정재에 올리기 위해
문무(文舞) 11장인 보태평과 무무(武舞) 15장인 정대업을 제작하여 얼마 동안 궁중 연향에서 사용하다가 세
조 때에 이르러 보태평과 정대업을 각각 11장으로 재편하는 과정을 거쳐 종묘 제례에 사용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종묘 제례 악장」은 정재의 창사에서 제례의 가사로 전용되었던 것이다.

* 정재: 궁중 연향에서 음악 반주에 따라 추는 춤.

나 해동(海東) 육룡(六龍)이 샤 일마다 천복(天福)이시니 고성(古聖)이 동부(同符)시니

海東六龍飛 莫非天所扶 古聖同符 <제1장>

23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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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78쪽

불휘 기픈 남 매 아니 뮐 곶 됴코 여름 하니
미 기픈 므른 래 아니 그츨 내히 이러 바래 가니

根深之木 風亦不杌 有灼其華 有蕡其實


源遠之水 旱亦不竭 流斯爲川 于海必達 <제2장>

천세(千世) 우희 미리 정(定)샨 한수(漢水) 북(北)에 누인개국(累仁開國)샤 복년(卜年)이 업스시니*


성신(聖神)이 니샤도 경천근민(敬天勤民)샤 더욱 구드시리다

님금하 아쇼셔 낙수(洛水)예 산행(山行) 가 이셔 하나빌 미드니가 *

千世黙定 漢水陽 累仁開國 卜年無疆


子子孫孫 聖神雖繼 敬天勤民 迺益永世
嗚呼 嗣王監此 洛表游畋 皇祖其恃 <제125장>
- 정인지 외,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 복년이 업스시니: 왕조의 역년이 계속됨.
* 낙수예 ~ 미드니가: 하나라 태강왕이 국정을 돌보지 않았고 사냥을 간 사이 제후 예에 의해 축출당함.

20001-0206

01 (가)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악장은 형식과 내용에서 자유롭다.


‌
② 악장은 건국 초기에 집중 제작된다.
③ 악장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갈래이다.
④ 악장은 국가 의식에서 여러 용도로 사용되었다.
⑤ 악장은 법, 예, 음악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001-0207

02 ㉠과 ㉡의 공통점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세종 때 처음 제작되었다.
‌
② 속악 정재의 창사로 활용되었다.
③ 본래 제작 목적을 넘어 활용되었다.
④ 세조 때에 이르러 가사가 개편되었다.
⑤ 국가 의식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2부] 적용 학습 233

21 수특_문학(220-273 갈래 복합).indd 233 20. 1. 6. 오후 10:21


정답과 해설 78쪽

20001-0208

03 봉래의 연행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봉래의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에서는 「용비어천가」 전체가 아닌 일부 장을 창사로 사용하겠군.

‌
② 봉래의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 각각 연행에서 「용비어천가」 1〜4장, 125장의 한문 가사는 항
‌
상 불리겠군.
③ 봉래의 여민락, 취풍형 각각 연행에서 「용비어천가」 1장의 한문 가사는 각 곡을 시작하는 기
‌
능을 하겠군.
④ 봉래의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 각각 연행에서 「용비어천가」 125장의 한문 가사는 각 곡을 마
‌
치는 기능을 하겠군.
⑤ 봉래의 치화평, 취풍형 각각 연행에서 「용비어천가」 1〜8장의 국문과 한문 가사는 항상 불리
‌
겠군.

20001-0209

04 (나)의 <제1장>과 <제2장>을 이해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제1장>과 <제2장>은 모두 과장을 통해 해학성을 높이고 있다.
‌
② <제1장>과 <제2장>은 모두 비유적 표현을 통해 칭송의 자세를 보여 주고 있다.
③ <제1장>과 <제2장>은 모두 하강의 이미지를 통해 숭고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④ <제1장>은 대립적 상징물을, <제2장>은 비교를 통해 긴장감을 보여 주고 있다.
⑤ <제1장>은 점층적 표현을, <제2장>은 대구를 통해 대상의 변모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20001-0210

05 (나)의 <제125장>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한수 북’은 누적된 시간들이 긍정적으로 기여하여 조성된 공간이군.
‌
② ‘복년’은 예정된 공간을 긍정적으로 구현하게 하는 시간이군.
③ ‘성신’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군.
④ ‘낙수’는 더 나은 세계를 미리 보여 주는 공간이군.
⑤ ‘산행’은 바람직한 세계를 구현하는 데 장애가 되겠군.

23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220-273 갈래 복합).indd 234 20. 1. 6. 오후 10:21


적용 학습 갈래 복합 05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문학 작품에서 동물 상징을 활용하여 인간의 삶을 보여 주는 전통은 비교적 오래되었다. 운문과 산문, 시


대와 공간을 넘어 우의적 표현이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대개 작품의 소재로서
의 동물 상징은 관찰을 통해 얻어진 관습적 의미가 중심을 이룬다. 다만 이러한 의미는 고정되지 않고 상황
에 따라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인식되는 것에서부터 신비롭고 관념적으로 규정되는 것까지 폭넓은 양
상을 보인다.
동물 상징이 주로 익숙한 정보를 통해 형성되기는 하지만 작품의 주제가 곧바로 등장 소재의 속성을 그대
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물론 일부 작품에서는 등장하는 소재의 속성이 반복되거나 변주되어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으나 일부 작품에서는 관습적 속성의 허위, 이를 넘어 존재하는 본성을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주제를 보여 주기도 한다.
한국 고전 시가에서 까마귀는 비교적 자주 등장하는 동물 상징이다. 까마귀의 상징은 빛깔, 내면, 습성 등
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변주되어 나타난다.

가마귀 호 골에 백로(白鷺)ㅣ야 가지 마라


[A] 셩낸 가마귀 흰빗 새올셰라
청강(淸江)에 잇것 시슨 몸을 더러일가 노라
- 작자 미상

이 작품은 까마귀의 검은색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관습적으로 검은색은 악한 것이며
이에 반해 하얀색은 선한 것이라는 이분법에서 까마귀의 ‘골’은 싸움터이며, 백로의 ‘청강’은 순수한 공간임
을 드러낸다. 흑백의 정해진 틀 안에서 검은 까마귀는 판단이 불필요한 부정적 상징으로 단정된다.

가마귀 검다 고 백로(白鷺)ㅣ야 웃지 마라
[B] 것치 거믄들 속조차 거믈소냐
아마도 것 희고 속 검을슨 너인가 노라
- 작자 미상

이 작품은 검은 까마귀를 비웃는 하얀 백로에 초점을 둔다. 겉과 속, 외양과 심성, 가문과 개인 등이 일치
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백로의 비웃음을 통해 드러낸다. 이처럼 화자의 냉소적 관찰을 통해 겉만 보고 남을 성
급하게 평가하기보다는 자신을 먼저 성찰하라는 화자의 의도가 검은 까마귀와 하얀 백로를 통해 드러난 것
이다.

뉘라셔 가마귀를 검고 흉(凶)타 돗던고


[C] 반포보은(反哺報恩)이 긔 아니 아름다온가
이 져 만 못물 못 슬허노라
- 박효관

[2부] 적용 학습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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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05

이 작품은 까마귀의 습성을 관찰한 결과를 인간사에 적용한 경우이다. 새끼 까마귀가 자라서 늙은 어미
까마귀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을 보고 까마귀를 효의 상징으로 드높이고 인간이 본받아야 할 대상으로
삼고 있다. ‘검은’ 까마귀가 가지는 부정성을 극복하고 까마귀의 ‘속’에 대한 궁금증을 한꺼번에 해결한 것
이다.
이 외에도 까마귀는 또 다른 상징을 갖기도 하며(「가마귀 가마귀 좃 ~」), 이처럼 다양한 양상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나타난다(「백사장 홍료변에 ~」).

ⓐ가마귀 ⓑ가마귀 좃 들거고나 뒷동산(東山)에


[D] 느러진 고양남게 휘 드느니 * ⓒ가마귀로다
 날 뭇 ⓓ가마귀 듸 려 뒤덤벙 * 덤벙 두루 덥져겨 * 흐니 아모 그 ⓔ가마귄 줄 몰라
- 작자 미상

백사장(白沙場) 홍료변(紅蓼邊)에 구버기 * ㉠백로(白鷺)들아
구복(口腹)을 못 몌워 뎌다지 굽니다
일신(一身)이 한가(閑暇)션졍 져 무슴 리오
- 작자 미상

* 휘 드느니: 휘 날아드니.
* 뒤덤벙: 들뜬 행동으로 아무 데나 간섭을 하며 서두름.
* 덥져겨: 덥적여. 무슨 일이나 가리지 않고 자꾸 참견하여.
* 구버기: 꾸벅이는. 머리를 숙였다 들었다 반복하는.

20001-0211

01 [A]〜[C]를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에서 ‘가마귀’는 부정적인 관습적 의미 안에 있으며, ‘백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미를
‌
부여하고 있군.
② [B]에서 ‘백로’는 순결의 관습적 의미를 벗어나고 있으며, ‘가마귀’에 대해서는 새로운 의미
‌
를 부여하고 있군.
③ [C]에서 ‘가마귀’는 관찰을 통한 속성에 기대어 흉하다는 관습적 의미를 벗어나고 있군.
‌
④ [A]의 ‘가마귀’와 [B]의 ‘가마귀’의 빛깔은 모두 시각적 차원에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군.
⑤ [B]의 ‘가마귀’와 [C]의 ‘가마귀’에 대한 평가는 동일한 기준에서 이루어지고 있군.

23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220-273 갈래 복합).indd 236 20. 1. 6. 오후 10:21


정답과 해설 79쪽

20001-0212

02 <보기>를 바탕으로 [D]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사설시조는 계열적, 계기적 병렬을 통해 장형화를 형성하며, 이것은 화자의 시선 및 태도, 웃음
의 유발 등과 관계를 맺기도 한다. 병렬은 의미 지향이 동일한 둘 이상의 통사 형식이 나란히 놓인
것으로, 계열적 병렬은 비슷한 수준의 단어, 의미, 통사 구조가 반복되거나 나열되면서 시적 전개
에서 동일한 수준의 통사와 의미를 유지하는 것을, 계기적 병렬은 단어, 의미, 통사 구조가 반복되
거나 나열되어 연쇄성이나 단계성을 지닌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병렬 방식은 웃음의 미학을 완성
하는 데 기여한다.

① 계기적 병렬을 통해 대상과의 거리를 두어 풍자하고 있다.


‌
② 계기적 병렬을 통해 대상과의 거리를 좁혀 연민하고 있다.
③ 계열적 병렬을 통해 대상과의 거리를 두어 풍자하고 있다.
④ 계열적 병렬을 통해 대상과의 거리를 좁혀 연민하고 있다.
⑤ 계기적·계열적 병렬을 합쳐 대상과의 거리를 두어 풍자하고 있다.

20001-0213

03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는 ⓑ의 행동을 따라 하다 ⓒ를 발견하였다.
‌
② ⓓ를 통해 ⓐ와 ⓑ의 거리가 좁혀졌다.
③ ⓑ는 ⓒ와 함께 ⓓ에 속하였다.
④ ⓒ와 ⓓ는 행동을 같이하였다.
⑤ ⓔ는 ⓓ와 행동을 달리하였다.

20001-0214

04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행위 묘사를 통해 욕망하는 존재로 상징하여 비판하고 있다.
‌
② 외양 묘사를 통해 절제하는 존재로 상징하여 흠모하고 있다.
③ 내면 묘사를 통해 갈등하는 존재로 상징하여 연민하고 있다.
④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성장하는 존재로 그려 내어 선망하고 있다.
⑤ 공간의 이동에 따라 역동적인 존재로 그려 내어 경외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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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06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전기 소설(傳奇小說)은 고전 소설사의 맨 앞에 등장한다. 최초의 고전 소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15


세기 김시습의 『금오신화』라는 주장과 「최치원」, 「김현감호」를 비롯하여 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출현한 일군
의 작품들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그런데 어느 쪽이든 대표작은 모두 전기 소설의 모습을 지향한다. 초
기 고전 소설사는 전기 소설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전기(傳奇)’는 ‘기이한 것을 전한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전기 소설은 비현실적이고 환상적
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었던 사랑, 그것의 비극적 종결을 환상적 분위기를 통해 전개한
다. 주인공은 전란과 같은 사회적 재난이나 현실과의 불화로 매우 고독한 존재로 살아가며, 사랑은 그 고독
함을 일시적으로나마 해소해 주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전기 소설의 사랑은 대체로 영속 불가능하다는 특
징을 갖고 있다. 이승을 떠난 존재나 인간이 아닌 존재 등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 갈 수 없는 존재와 사랑
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은 그 사랑이 근본적으로 유한할 수밖에 없음을 전제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이야기의 전개가 남녀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 사랑과 이별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런데 전기 소설의 이러한 특징은 전기 소설이 후대로 계승되면서 변화한다. 임진왜란 이후에 등장한 권
필의 「주생전」, 조위한의 「최척전」 등은 전기 소설의 속성을 지니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로부터 이탈하려는 경
향을 보인다. 이들 작품에는 이승을 떠난 존재, 인간이 아닌 존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모두 현
실을 살아가는 인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주생전」에서는 이들 주인공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남성 주
인공은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다른 여성을 선택한다. 하나의 사랑에만 집중하려는 경향이 강한 종
래의 전기 소설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결국 이 사랑도 이별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 반면 「최척
전」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종국에는 다시 만나 사랑을 회복한다.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 모두가 재회하며 남
녀 주인공의 사랑은 물론 가족 공동체의 질서가 복원되는 행복한 결말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도 이야기에 적극 개입하여 보다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전기 소설은 본래 기이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모습을 지녔으나 후대로 계승되면서
그러한 속성이 작품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전기 소설이 통속적인 면모를 지
니게 되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나 [앞부분 줄거리] 뛰어난 능력을 지녔으나 과거를 포기하고 장사꾼으로 배를 타고 떠돌던 주생은 어느 날 어릴 때 살던
곳에 정박하게 되고, 그곳에서 어릴 때 함께 놀았던 배도라는 기생을 만나 사랑에 빠져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주생은 이웃 승
상 댁 딸 선화에게 한눈에 반하고, 선화의 동생 국영을 가르친다는 핑계로 승상 댁에 머물며 선화와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이
를 배도가 눈치챈다.

주생은 어쩔 수 없이 다른 핑계를 대고 다시 배도의 집으로 돌아갔다. 배도는 주생과 선화의 관계를 알게


된 뒤부터는 다시는 주생을 선랑이라고 부르지 않았는데, 이는 마음속으로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
생은 오로지 선화만을 생각하느라고 날로 여위고 수척해 갔으며, 20여 일 동안이나 병을 핑계 대고 자리에
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뒤 뜻하지 않게 국영이 병이 들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주생은 제물을
갖추고 가서 국영의 널 앞에서 제사를 올렸다. 선화 또한 주생 때문에 병이 들어 움직일 때마다 다른 사람의

23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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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받아야만 했는데, 갑자기 주생이 왔다는 말을 듣고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소복단장(素服丹粧)을
하고 홀로 주렴 안에 서 있었다. 주생은 제사를 마친 후 멀리 서 있는 선화에게 눈길로 마음을 보내고 나왔
으나, 고개를 숙이고 머뭇거리며 눈동자를 돌린 순간에 이미 선화의 모습은 아득하여 다시 볼 수가 없었다.
몇 개월이 지난 뒤 배도마저 병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배도는 죽어 가면서 주생의 무릎을 베
고 눈물을 머금은 채 말했다.
“저는 봉비의 뿌리로서 송백의 넉넉한 그늘에 의지하였는데, 어찌 꽃향기가 없어지기도 전에 소쩍새가

먼저 울 줄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 이제 곧 낭군과는 영영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비단옷이나 거문고
가락도 이제는 끝났으며, 낭군과 해로하고자 했던 오랜 소원마저도 이미 어그러지고 말았습니다. 다만
제가 죽은 뒤 낭군께서는 선화를 배필로 맞이하고, 제 유골을 낭군이 왕래하는 길가에 묻어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그러면 저는 비록 죽었을지라도 산 것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배도는 말을 마친 후 기절했다가 한참 후에 다시 깨어나 눈을 뜨고 주생을 보면서 말했다.
“주랑이여, 주랑이여! 부디 귀하신 몸을 소중히 하소서.”
배도는 연이어 이 말을 몇 차례 하더니 결국은 죽고 말았다. 주생은 크게 통곡하고, 배도의 소원대로 호수
와 산을 끼고 있는 큰길가에 장사 지냈다.
(중략)
주생은 새벽녘까지 깊은 시름에 잠겨 있었다. 떠나면 선화와 영영 이별할 것 같고, 머물고 싶어도 배도와
국영이 이미 죽었기 때문에 의탁할 곳이 없었다. 이리저리 백방으로 생각해 보아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날
이 밝음에 어쩔 수 없이 돛을 올리고 노를 저어 나아가니, 선화네 집과 배도의 무덤이 차례로 보이다가 점점
멀어져 갔다. 배가 강물을 따라 산을 돌아 나가는 순간 이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권필, 「주생전(周生傳)」

* 저는 봉비의 뿌리로서 ~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 ‘저는 버림받은 여자이지만 당신의 은덕에 의지하며 살았습니다. 이리 빨리 생을 마감할 줄

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라는 의미.

다 [앞부분 줄거리] 남원에 살던 최척과 옥영 가족은 여러 차례의 전란을 거치며 이별과 재회를 반복한다. 최척은 부인 옥
영과 생이별 후 극적으로 재회한 뒤 명나라에 정착하여 둘째 아들 몽선을 낳고, 몽선은 커서 홍도라는 여인과 혼인을 한다. 그
러나 후금이 전쟁을 일으키자 최척은 참전하며 가족들과 이별하는데, 전쟁 중에 포로가 된 최척은 그곳에서 우연히 조선의 원
병으로 징병되어 온 맏아들 몽석을 만나 몰래 도망쳐 고향으로 돌아온다.

몽석은 아버지를 살려 준 중국 사람의 은혜에 감격하여 장차 후하게 보답하려고 그를 데리고 왔었다. 최


척은 가족과의 감격스러운 해후를 마치고 나서 중국 사람에게 물었다.
“당신이 중국 사람이라면 집은 어디에 있으며 성명은 무엇입니까? ” / 중국 사람이 대답했다.
“내 성은 진(陣)이요, 이름은 위경(偉慶)이며, 집은 항주 용금문 밖에 있습니다. 만력 연간에 조선으로 원

정을 온 뒤 유 제독 휘하에 있었습니다. 유 제독은 전라도 순천에 진을 쳤는데, 하루는 제가 적세를 염탐
하다가 주장(主將)의 뜻을 어기게 되었습니다. 주장이 장차 군법으로 다스리려고 하기에 밤에 몰래 달아
나서 여기에 머물게 된 것입니다.”

[2부] 적용 학습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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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06

최척이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 “당신 집안에 부모와 처자가 있습니까? ”


중국 사람이 말했다.
“집안에 아내와 딸아이 하나만 있었는데, 딸아이는 내가 떠나올 때 낳은 지 채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았었

습니다.”
최척이 또 물었다. / “딸아이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 / 중국 사람이 말했다.
“아이를 낳는 날, 마침 이웃 사람이 복숭아를 보내왔기에 이름을 홍도(紅桃)라고 지었습니다.”
최척이 갑자기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괴이하도다! 괴이하도다! 내가 항주에서 당신의 집과 이웃해서 살았었습니다. 당신의 처는 신해년 9월

에 병으로 죽고 홍도만 혼자 남게 되었는데, 홍도는 이모부인 오봉림의 집에서 길러져 내가 둘째 며느리
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오늘 여기에서 당신을 만나게 되었으니, 참으로 기이한 일입니다.”
(중략)
순천에 이르자 배를 다리에 정박시켜 놓고 세 사람을 내려 주었다. 이때가 경신년 4월이었다. 옥영과 몽
선, 홍도는 5, 6일을 걸어서 남원에 도착하였다. 옥영은 마음속으로 집이 온통 난리 중에 함몰되었을 것이
기에 단지 옛 집터만을 찾아가려고 생각하였다. 감회에 젖어 두루 돌아보며 먼저 만복사를 향해 갔다. 금교
옆에 이르러 앉아서 바라보니, 성곽이 완연하였으며 시골의 집들도 예전과 다름이 없었다. 옥영은 몽선을
돌아보고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가 너의 아버지 집이었는데, 지금은 누구의 집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모두 가서 하룻밤 머물러 자

면서 옛날 일이나 돌이켜 보자꾸나.”
옥영 일행이 곧 일어나 그 집 문 앞으로 나아가 보니, 최척과 그의 아버지가 수양버들 아래 앉아 있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아들, 형제가 놀라서 서로 부둥켜안고 통곡을 하였다. 진위경도
와서 자기 딸과 상봉을 하였으며, 심 씨는 허둥지둥 달려 나와 딸 옥영을 끌어안고 통곡하다가 기절하고 말
았다. 모두들 꿈이요, 세상에 진짜로 벌어진 일이 아닌 듯이 슬픔과 기쁨을 억누르지 못하였다.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사방의 이웃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는데, 그들은 처음에는 기괴한 놀이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러다가 지금까지 겪었던 옥영와 홍도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는 모두들 놀라며 축하하고, 서로들 말을 전
해 이 소문이 사방으로 퍼졌다.
- 조위한, 「최척전(崔陟傳)」

20001-0215

01 (나)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선랑’이라는 호칭은 배도의 주생에 대한 믿음의 증거이다.
‌
② 주생은 다시 배도의 집으로 돌아온 것에 불만을 느낀다.
③ 선화는 아픈 가운데에서도 주생을 직접 보고 싶어 한다.
④ 배도는 주생과 혼인하여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 했다.
⑤ 배도는 평소 주생과 함께 자주 다니던 곳에 묻혔다.

24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220-273 갈래 복합).indd 240 20. 1. 6. 오후 10:21


정답과 해설 81쪽

20001-0216

02 (다)의 인물들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최척은 진위경의 이름도 알지 못한 채 도움을 받았다.
‌
② 진위경은 장수의 뜻에 따라 조선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③ 최척은 중국에서 진위경을 만났던 기억을 떠올렸다.
④ 진위경은 홍도가 혼인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
⑤ 옥영은 남원 옛집이 예전과 다름없을 것이라 기대했다.

20001-0217

03 (가)를 바탕으로 (나)를 감상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주생이 어쩔 수 없이 핑계를 대고 다시 배도의 집에 돌아오는 것은, 잠시 중단되었던 사랑을
‌
영원히 이어 가고자 하는 종래의 전기 소설과 유사한 점이라 할 수 있겠군.
② 국영이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나는 상황은, 이승을 떠난 주인공을 등장시켜 영원한 사랑을 불
‌
가능하게 하는 종래의 전기 소설과 유사한 점이라 할 수 있겠군.
③ 선화가 소복단장을 한 채 주생과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장면은,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
종래의 전기 소설과 유사한 점이라 할 수 있겠군.
④ 배도가 주생에게 선화를 배필로 맞이하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사랑에만 집중하려는 경향이
‌
강한 종래의 전기 소설과 유사한 점이라 할 수 있겠군.
⑤ 주생이 배도의 무덤과 선화의 집을 바라보는 광경은, 하나의 사랑에만 집중하려는 경향이
‌
강한 종래의 전기 소설과는 다른 모습이겠군.

20001-0218

04 (가)를 바탕으로 (다)를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몽석과 최척이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감격스러운 해후를 하는 것은, 가족들이 재회하는
‌
결말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후대에 변화된 전기 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군.
② 최척과 진위경의 기이한 인연이 상세히 전개되는 것은, 주변 인물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는
‌
점에서 후대에 변화된 전기 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군.
③ 옥영이 몽선과 홍도를 데리고 고향을 찾아가는 것은, 가족 공동체의 질서가 복원되는 행복
‌
한 결말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후대에 변화된 전기 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군.
④ 옥영과 최척이 고향에서 다시 만나는 것은, 남녀 주인공이 영영 이별하지 않고 재회하여 행
‌
복한 결말로 끝난다는 점에서 후대에 변화된 전기 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군.
⑤ ‘사방의 이웃들’이 최척 가족이 기괴한 놀이를 한다고 생각한 것은, 등장인물이 현실을 살아
‌
가는 인간임을 알려 준다는 점에서 후대에 변화된 전기 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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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07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맷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靑山)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엔 없다
목숨이 가다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午後)의 때가 오거든
내외(內外)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아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아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 구렁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玉)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도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 서정주, 「무등을 보며」

나 여자 : 왜 난폭한 하인을 그냥 두시죠? 당장 해고하세요.
남자: 하인은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여자: 그냥 두시니까 자꾸 빼앗기잖아요.
남자: 빼앗기는 건 아닙니다. 내가 되돌려 주는 겁니다.
여자: 당신은 너무 착하셔요.
남자: 글쎄요, 내가 착한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내 태도 하나만은 분명히 좋다구 봅니다. 이렇게
하나둘씩 되돌려 주면서도 당신에 대한 사랑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아니, 줄기는커녕 오히려 불어
나고 있습니다. 아, 나의 천사님, 아니 덤이여! 구두와 넥타이와 모자와 자질구레한 소지품과 그리고
옷에 대해서 내 사랑은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지 아십니까? 오로지 당신 하나에로
만 모아지고 있는 겁니다! 내 청혼을 받아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하인, 돌아와서 두 남녀에게 우뚝 선다.

여자: 어마, 또 왔어요!

24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220-273 갈래 복합).indd 242 20. 1. 6. 오후 10:21


남자: 염려 마십시오. 나도 이젠 그의 의무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여자: 그의 의무? 의무가 뭐죠?
남자: 내가 ㉠빌린 물건들을 이 하인은 주인에게 가져다주는 겁니다.

하인, 남자에게 봉투를 하나 내민다. 남자는 봉투에서 쪽지를 꺼내 읽더니 아무 말 없이 여자에게 건네준다.

여자: “나가라!” 나가라가 뭐예요?


남자: 네. 주인으로부터 온 경고문입니다. 시간이 다 지났으니 나가라는 거지요.
여자: 나가라…… 그럼 당신 것이 아니었어요?
남자: 내 것이라곤 없습니다.
여자: (충격을 받는다.)
남자: 모두 빌린 것들뿐이었지요. ㉡저기 두둥실 떠 있는 달님도, 저 은빛의 구름도, 이 하늬바람도, 그리고
어쩌면 여기 있는 나마저도, 또 당신마저도…… (미소를 짓고) 잠시 빌린 겁니다.
여자: 잠시 빌렸다구요?
남자: 네. 그렇습니다.

㉢하인, 엄청나게 큰 구두 한 짝을 가져오더니 주저앉아 자기 발에 신는다. 그 구둣발로 차낼 듯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남자: 결혼해 주십시오. 당신을 빌린 동안에 오직 사랑만을 하겠습니다.


여자: ……아, 어쩌면 좋아?

하인, 구두를 거의 다 신는다.

여자: 맹세는요, 맹세는 어떻게 하죠? 어머니께 오른손을 든…….


남자: 글쎄 그건……. (탁상 위의 사진들을 쓸어 모아 여자에게 주면서) 이것을 보여 드립시다. 시간이 가고 남자
에게 남는 건 사랑이라면, 여자에게 남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건 사진 석 장입니다. 젊을 때 한
장, 그다음에 한 장, 늙구 나서 한 장. 당신 어머니도 이해할 겁니다.
여자: 이해 못 하실 걸요, 어머닌. (천천히 슬프고 낙담해서 사진들을 핸드백 속에 담는다.) 오늘 즐거웠어요. 정
말이에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여자, 작별 인사를 하고 문 앞까지 걸어 나간다.

남자: 잠깐만요, 덤…….


여자: (멈칫 선다. 그러나 얼굴은 남자를 외면한다.)
남자: 가는 겁니까, 나를 두고서?
여자: (침묵)
남자: 덤으로 내 말을 조금 더 들어 봐요.

[2부] 적용 학습 243

21 수특_문학(220-273 갈래 복합).indd 243 20. 1. 6. 오후 10:21


적용 학습 갈래 복합 07

여자: (악의적인 느낌이 없이) 당신은 사기꾼이에요.


남자: 그래요, 난 사기꾼입니다. 이 세상 것을 잠시 빌렸었죠. 그리고 시간이 되니까 하나둘씩 되돌려 줘야
했습니다. 이제 난 본색이 드러나구 이렇게 빈털터리입니다. 그러나 덤,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
봐요. 누구 하나 자신 있게 이건 내 것이다, 말할 수 있는가를. 아무도 없을 겁니다. 없다니까요. 모두
들 덤으로 빌렸지요. 눈동자, 코, 입술, 그 어느 것 하나 자기 것이 아니구 잠시 빌려 가진 거예요. (누구
든 관객석의 사람을 붙들고 그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가리키며) ㉣ 이게 당신 겁니까? 정해진 시간이 얼마지

  
요? 잘 아꼈다가 그 시간이 되면 꼭 돌려주십시오. 덤, 이젠 알겠어요?

여자, 얼굴을 외면한 채 걸어 나간다. 하인, 서서히 그 무거운 구둣발을 이끌고 남자에게 다가온다. 남자는 뒷걸음질
을 친다. 그는 마지막으로 절규하듯이 여자에게 말한다.

남자: 덤, 난 가진 것 하나 없습니다. 모두 빌렸던 겁니다. 그런데 덤, 당신은 어떻습니까? 당신이 가진 건


뭡니까? 무엇이 정말 당신 겁니까? (넥타이를 빌렸었던 남성 관객에게) 내 말을 들어 보시오. 그럼 당신
은 나를 이해할 거요. 내가 당신에게서 넥타이를 빌렸을 때, 그때 내가 당신 물건을 어떻게 다뤘었소?
마구 험하게 했었소? 어딜 망가뜨렸소? 아니요, 그렇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빌렸던 것이니까 소중
하게 아꼈다간 되돌려 드렸지요. 덤, 당신은 내 말을 들었어요? 여기 증인이 있습니다. 이 증인 앞에
서 약속하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덤 당신을 빌리는 동안에, 아끼고, 사랑하고, 그랬다가 언젠가 그 시
간이 되면 공손하게 되돌려 줄 테요, 덤! 내 인생에서 당신은 나의 소중한 덤입니다. 덤! 덤! 덤!

남자, 하인의 구둣발에 걷어차인다. 여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다급하게 되돌아와서 남자를 부축해 일으키고
포옹한다.

여자: 그만해요!
남자: 이제야 날 사랑합니까?
여자: 그래요! 당신 아니구 또 누굴 사랑하겠어요!
남자: 어서 결혼하러 갑시다, 구둣발에 차이기 전에!
여자: 이래서요, 어머니도 말짱한 사기꾼과 결혼했다던데…….
남자: 자아, 빨리 갑시다!
여자: 네, 어서 가요!
- 이강백, 「결혼」

24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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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83쪽

20001-0219

01 (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색채 이미지를 대조하여 계절의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
‌
② 상황의 가정을 통해 현실에서 겪게 될 시련을 나타내고 있다.
③ 설의적 표현을 통해 일상에 대한 비관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④ 자연적인 현상에 빗대어 과거의 삶에 대한 동경을 형상화하고 있다.
⑤ 명령형의 어조를 통해 초월적 공간을 지향하는 화자의 염원을 표출하고 있다.

20001-0220

02 (나)의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여자는 남자의 물건을 가져가는 하인의 행위에 불만을 표한다.
‌
② 남자는 여성의 생애를 상징하는 사진으로 사랑을 맹세할 수 있다고 믿는다.
③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속인 사실을 알고도 남자의 청혼에 망설임을 보인다.
④ 남자는 여자의 작별 인사에 좌절하고 결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⑤ 여자는 남자를 동정하며 남자의 진심 어린 고백에 대해 신뢰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20001-0221

03 <보기>의 ㉮~㉲를 바탕으로, (나)의 ㉠~㉤을 연극으로 공연할 때 고려할 사항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
은?

㉮ 무대를 따로 만들 필요도 있지 않고 별다른 조명이나 효과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


  
나 ㉯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 그 장소에 모인 사람들이다. ㉰ 이 극 중의 하인은 그 사람들을 주인으
  
  
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 그들로부터 잠시 모자라든가 구두, 넥타이 등을 빌려야 한다. ㉲ 이 빌린
  
  
물건들을 단순히 소도구로 응용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 「결혼」 작가 노트 중에서

① ㉮를 고려하여, ㉡의 ‘떠 있는 달님’, ‘은빛의 구름’, ‘하늬바람’은 조명이나 효과 없이 배우
‌
의 대사와 연기를 통해 표현한다.
② ㉯를 고려하여, ㉣을 연기할 때 남자는 객석의 관객에게 다가가 대사를 하는 방법으로 관객
‌
이 연극에 반드시 참여할 수 있게 한다.
③ ㉰를 고려하여, 남자의 말 ㉠에 나타난 것처럼 하인이 ‘빌린 물건’들을 ‘가져다’줄 때 관객들
‌
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게 한다.
④ ㉱를 고려하여, 하인은 ㉢의 연기를 위해 공연이 진행되는 중에 관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신
‌
발을 빌리도록 한다.
⑤ ㉲를 고려하여, 빌린 물건의 상징적 의미와 기능이 ㉤의 대사를 통해 강조되어 전달될 수 있
‌
도록 한다.

[2부] 적용 학습 245

21 수특_문학(220-273 갈래 복합).indd 245 20. 1. 6. 오후 10:21


정답과 해설 83쪽

20001-0222

04 <보기>를 참고하여 (가)와 (나)를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서정주의 시 「무등을 보며」와 이강백의 희곡 「결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삶의 교훈
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두 작품 모두 구체적인 대상을 통해 보편적인 관념을 나타내고 있는데,
특히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대립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물질적인 가치나 화려함보다
는 인간 본연의 순수함과 정신적인 가치가 중요하다는 주제 의식을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다.

① (가)는 ‘옥돌’이 가지는 화려한 이미지를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는 교
‌
훈을 담아내고 있다.
② (나)는 ‘빌린 것들’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통해 소유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기존의 보편적
‌
인 관념을 대변하고 있다.
③ (가)의 ‘지란’과 (나)의 ‘구두와 넥타이와 모자와 자질구레한 소지품’은 모두 물질적인 가치
‌
를 나타내고 있다.
④ (가)의 ‘눈부신 햇빛’과 (나)의 ‘나의 소중한 덤’은 ‘보이는 것’으로서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
의미하고 있다.
⑤ (가)의 ‘타고난 마음씨’와 (나)의 ‘줄기는커녕 오히려 불어나고 있’는 것은 삶에서 지켜야 할
‌
정신적인 가치를 나타내고 있다.

24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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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08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인칭은 어떤 동작의 주체가 말하는 이, 듣는 이, 제삼자 중 누구인가의 구별을 이르는 말로, 그 종류에
는 1인칭, 2인칭, 3인칭이 있다. 인칭은 일상 언어에서뿐만 아니라 문학 언어에서도 사용된다. 문학에서 인
칭은 주로 작품 속 말하는 이인 소설의 서술자와 시의 화자가 작중 인물들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문학 작품
에서 주인공을 ‘나’라는 1인칭으로 지칭하거나 ‘그’라는 3인칭으로 지칭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주인공
이 2인칭인 ‘너’로 지칭되는 작품, 다시 말해 ‘너’에 대한 이야기를 ‘너’에게 말하는 작품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2인칭의 사용은 작품에 독특한 효과를 부여한다.
2인칭 대명사의 사용은 호명의 주체인 ‘나’가 전제되어 있다. 모든 ‘너’는 ‘나’에 의해 불리는 것이다. 이
런 점에서 2인칭을 사용하는 말하기는 소통 행위의 성격을 띤다. 말하는 이인 ‘나’가 듣는 이인 ‘너’를 호명
하면서 ‘너’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통의 양상은 다양하다. ‘너’를 호명하는 ‘나’가 작품 속 세계에
등장하는 인물일 경우에는 ‘너’를 관찰하면서 ‘너’의 심리를 추측하고 ‘나’의 내면을 고백하는 경우가 많다.
‘나’가 작품 속 세계에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경우에는 대체로 ‘너’의 내면을 보다 직접적으
로 드러내거나 ‘너’의 행동을 설득하는 데 집중한다. [A] ‘나’가 실제로 의미하려는 것과는 상반되게 ‘너’에
   
대해 말하는 것, 즉 ‘나’가 아이러니의 방식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나’의 실제 의도를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
2인칭의 사용은 독자가 자신을 수화자처럼 느끼게 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현재 시제로 쓰인 작품에서
‘너’의 사용은 독자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으로 느끼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독자는 ‘너’의 위치에 자신을 놓
으면서 ‘너’에 대한 설명을 자신의 삶에 적용한다. 한편 2인칭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너’의 상대방으로서
‘우리’라는 대명사를 사용할 수가 있다. 이러한 ‘우리’의 사용은 ‘너’에 대한 ‘나’의 생각과 감정을 독자와 공
유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나 가을 연기 자욱한 저녁 들판으로
상행 열차를 타고 평택을 지나갈 때
흔들리는 차창에서 너는
문득 낯선 얼굴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너의 모습이라고 생각지 말아 다오
오징어를 씹으며 화투판을 벌이는
낯익은 얼굴들이 네 곁에 있지 않느냐
황혼 속에 고함치는 원색의 지붕들과
잠자리처럼 파들거리는 TV 안테나들
흥미 있는 주간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여 다오
농약으로 질식한 풀벌레의 울음 같은
심야 방송이 잠든 뒤의 전파 소리 같은

[2부] 적용 학습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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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08

듣기 힘든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아 다오
확성기마다 울려 나오는 힘찬 노래와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는 얼마나 경쾌하냐
예부터 인생은 여행에 비유되었으니
맥주나 콜라를 마시며
즐거운 여행을 해 다오
되도록 생각을 하지 말아 다오
놀라울 때는 다만
<아!>라고 말해 다오
보다 긴 말을 하고 싶으면 침묵해 다오
침묵이 어색할 때는
오랫동안 가문 날씨에 관하여
아르헨티나의 축구 경기에 관하여
성장하는 GNP와 증권 시세에 관하여
이야기해 다오
너를 위하여
그리고 나를 위하여
- 김광규, 「상행」

다 [앞부분 줄거리] 일주일 전, ‘나’는 친구였으나 정치적 이유로 수배를 당해 소식이 끊겼던 ‘너’를 만난다. 그리고 ‘너’는
어젯밤에 ‘나’에게 전화를 걸어 전화박스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다.

넌 선선히 대답했다. 우리는 정문에 다다랐다. 경비실 안에서 경비원인 듯한 두 사내가 잡담을 나누고 있
었다. 너는 앞장서서 성큼성큼 걷고 있었다. 몇 가지 궁금한 것들이 있었으나 그냥 묻지 않기로 했다. 네 말
마따나 모르는 것이 피차 좋을지도 모르니까. ㉠어쨌든 넌 비밀투성이였다. 아직도 나는 네가 기거하고 있
는 집조차도 정확히 모르고 있는 형편이었다. 전화를 걸어오는 건 언제나 네 쪽이었고, ⓐ어제도 그건 마찬
가지였다. 밤 열 시가 막 지날 즈음이었다.
M시로 가는 열차 편 좀 알아봐 줘. 너랑 같이 동행하고 싶은데 그래 주겠니? 단도직입적으로 너는 그렇
게 말했다. 이날은 ⓑ강의가 있었다. 몇 과목은 이날 종강할 것이라고 했다. 아마 대학에서의 마지막 강의
가 될 터였다. 하지만 그까짓 강의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보다 나는 M시에로의 ⓒ위험한 나들이의 이유
에 대해서, 또 왜 하필 나와의 동행을 네가 요구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퍽 궁금했다. 그러나 그 문제 역시 입
을 다물어 두기로 하자. 어차피 동행할 거라면 차차 알게 되겠지.
정문 앞에서 택시를 탔다. 마흔 살쯤 되어 보이는 운전수는 S읍까지는 시외 요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오백 원을 깎은 액수로 합의를 보았다. 차는 종합운동장을 끼고 난 고가 도로의 오르막길을 기어오르
기 시작했다. 잠시 우리는 침묵했다. 멀리 무등산이 보였다. ⓓ산의 거대한 몸체가 언제나처럼 도시를 품에

24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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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 채 묵묵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우직한 선머슴 같은 산의 무릎에서 이 도시 사람들은 옹기종
기 모여들어 살고 있었고, 우리 둘 역시 거기서 나고 자라 온 것이었다. 하지만 산은 이젠 어느덧 짙은 남빛
슬픔의 빛깔로 음울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차창 너머 멀리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문득 너와 나를 떼어 놓았던 지난 일 년 반의 시간과 그 마디 끊긴
시간의 한쪽 끝을 저마다 손가락이 감아쥐고 다시 되돌아온 지금의 우리 둘을 생각했다. 그래. 우리는 어쨌
든 다시 만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예전의 우리가 아님을 서로가 깨닫고 있었다. 전장으로부터 돌아온 귀
환병들처럼 우리는 여전히 우리였으나, 또한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실로 까마득하게 오
랜 세월같이 여겨지는 일종의 진공 상태와도 같았다. ㉡너와 나 사이에는 거대한 협곡이 밑도 끝도 가늠하
기 어려운 깊은 아가리를 벌린 채 존재하고 있었고, 그 양쪽 벼랑 끝에 마주 서서 우리는 이 순간 아찔한 절
망감과 당혹감으로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곁에서 어깨를 바싹 붙이고 앉아 있는 네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좀체 지워지지 않고 있는 그 서먹한 느낌
이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온 것인지를 따져 보려 했다.
(중략)
대합실 건물의 외벽에 갖가지 벽보가 어지러이 붙어 있는 게 보였다. 불조심. 자연 보호. ‘속은 인생 어제
까지, 밝은 인생 오늘부터’라고 적힌 방첩 포스터, 그리고 그 옆으로 하사관 모집 광고와 지명 수배자들의
사진도 나란히 붙어 있었다. 이십칠 세. 신장 백칠십오 센티미터. 미남형에 호리호리한 체격. 그 아래에 고
등학교 교복 차림의 네 사진도 틀림없이 끼여 있을 것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지금 바로 내 곁에 앉아 있는
우스꽝스런 차림의, 얼핏 보면 사십 대쯤으로나 뵈는 더부룩한 구레나룻의 뚱뚱한 사내를 나는 새삼스레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사진 속의 앳된 소년의 모습을 떠올리며 혼자 쿡쿡 웃고 말았다. 너는 무심한 표정
을 내게 돌리고 있었다.
왜 그래.
아냐, 그냥. 흐흐흐. 네 사진 본 적이 있니?
어디……?
내가 턱 끝으로 벽보를 가리키며 웃었고, 잠시 그쪽으로 눈길을 주고 있던 너는 고개를 저었다.
인마, 너 그치들한테 고맙다고 해야겠더구나. 몸이 후리후리한 미남형이란다, 너더러. 으흐흐흐.
그래?
비로소 너는 조금 웃었다. ㉣그러더니 이내 낮게 한숨을 깔아 내쉬며 허공에 시선을 던지는 것이었다. 나
는 순간 다시금 속으로 후회를 씹으며 발끝에다가 시선을 박았다. 온몸이 모래 속에 묻힌 듯 꺼끌꺼끌한 느
낌에 커다랗게 고함이라도 내질렀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지난 일 년 반 동안 우리는 어디에서고 네 얼굴과 마주쳐야만 했었다. 극장이나 다방, 식당, 대합실, 술
집, 당구장…… 그 어디를 가나 너는 줄곧 우리를 따라다니며 끈질기게 괴롭히는 것이었다. 지난봄, 졸업
여행을 갔던 제주도 어느 여관의 방 안에까지 쫓아 들어온 교복 차림의 너 때문에 그날 밤 우리는 녹초가 되
도록 술을 퍼마셨고 엉망으로 추태를 떨어야 했다. 하지만 차라리 그때가 더 우리에겐 마음 편했던 것이 아
니었을까. 엄지손가락만큼 작은 현상 수배자의 사진 속에 너를 가두어 놓고 나서 이따금 낡은 앨범을 펼치

[2부] 적용 학습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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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08

듯 적당한 양의 감상과 자기 합리화를 취향껏 덧칠해 가면서 너를 들여다볼 수 있었을 동안만은 그래도 너
는 우리들에겐 여전히 기억 속의 이름으로서만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네가 다만 과거의 기억 속에
서 머물러 있어 주는 한, 그래도 우리는 술에 취하면 잠들 수가 있었고, 가끔은 아픈 생채기를 손톱으로 할
퀴어 대며 저주 섞인 넋두리를 퍼부어 대다가도 그것이 끝나면 사실은 더 많은 일상의 권태와 망각 속으로
쉽사리 몸을 던져 넣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들은 피곤했었다. 너무나 피곤하고 힘겨웠으므로 우리는
차라리 잠들어 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마비된 의식과 교살당한 영혼을 희뿌연 혼
돈의 나락을 향해 까마득히 침몰해 가도록 내버려 두고 싶었다. 그래. 모두들 가라앉고 있었다. 저마다 탈
색된 눈빛으로 심연의 저편으로 어느덧 차츰차츰 가라앉아 가고 있는 참이었다. 잠들어라. 깊이깊이 잠들
어라. 영영 깨어나지 않을 잠 속으로 투신하라. 깊이깊이. 오래오래……. 어디선가 감미로운 음악처럼 그렇
게 끊임없이 귓전에 불어오는 소리. 소리. 소리. 그 불경한 주문을 들으며 우리는 침하하고 있었다. 그러면
서 우리는 저마다 그 감미로운 속삭임을 이렇게 은밀히 서로서로 따라서 되뇐다. 잊어라. 잊어버려라. 옛날
은 옛날일 뿐. 기억은 기억일 뿐. 보다 새롭고 싱싱한 ⓔ내일을 위해 악몽은 흔적조차 남기지 말고 지워 버
려라. 깨끗이. 완벽하게…….
㉤아아. 그런데 하필 이 순간에 네가 나타난 것이다. 그 불쾌하고 섬뜩한 악몽의 흔적을 우리의 졸리운 뇌
리로부터 감히 곡괭이질해 내기 위한 하나의 음모로서, 그리고 그 악몽의 명백한 증거물로서 네가 나타난
것이다. 기억하라. 기억하라. 기억하라. 어거지를 쓰듯, 우리의 이 몽롱한 최면의 당밀분을 함부로 휘저어
희석시키려는 당돌하고 무모한 음모와 함께, 너는 어쩌면 우리들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공모하여 억지로
너를 가두어 놓기를 원했을지도 모르는 저 네모난 사진 속으로부터 돌연히 뛰쳐나와 지금 이 순간 우리 앞
에 분명한 실체로 서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너는 이제 다시금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통증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었다.
- 임철우, 「동행」

20001-0223

01 (가)를 바탕으로 (나)와 (다)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는 ‘너’를 호명하는 ‘나’가 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너’에 대해 말한다는 점에서 소
‌
통 행위의 성격을 띤다.
② (나)는 ‘다오’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너’에게 특정한 인식과 행동을 권하고 있다.
③ (다)는 작품 속 세계의 인물인 ‘나’가 또 다른 인물인 ‘너’를 관찰하며 ‘나’의 내면을 고백하고
‌
있다.
④ (다)는 서술자가 주로 현재 시제를 사용하면서 ‘너’의 위치에 독자를 참여시킨다.
⑤ (다)는 ‘너’의 상대방인 ‘우리’를 사용하면서 ‘나’의 심리를 독자가 함께 느끼게 한다.

25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220-273 갈래 복합).indd 250 20. 1. 6. 오후 10:21


정답과 해설 84쪽

20001-0224

02 (가)의 [A]를 바탕으로 <보기>의 ‘학습 활동’을 수행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학습 활동]
「상행」에서 ‘너’에 대해 말하는 방식과 다음의 해설을 참조하여 주요 시구를 감상해 봅시다.

김광규의 시에서 중요하게 형상화된 소재에는 소시민의 일상이 있다. 소시민은 공동체의 문
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공동의 해결을 모색하기보다는 개인의 경제적 성공을 지향하면서 소비
문화의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려는 현대인을 의미한다. 김광규는 도시화와 산업화가 가속화되
면서 발생하는 현대 사회의 문제와 우리 주변에 일상화되는 소시민적 태도를 예리하게 포착하
면서 이를 비판하고 잃어버리는 가치에 대해 성찰한다. 김광규 시의 이러한 특징은 독자가 일
상의 삶을 낯설게 인식하는 데 효과적이다.

① ‘낯선 얼굴’은 일상에서 접하는 소시민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으로, 거리를 두어야 하는 모습
‌
이군.
② ‘흥미 있는 주간지’는 사회적 문제보다 감각적 쾌락을 중시하는 소비문화에 대한 상징으로,
‌
이러한 문화에 매몰되지 않아야겠군.
③ ‘심야 방송이 잠든 뒤의 전파 소리’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를 의미하는
‌
것으로, 이러한 목소리에 적극 귀를 기울여야겠군.
④ ‘즐거운 여행’은 개인의 성공과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경계해야 할
‌
태도이군.
⑤ ‘생각’과 ‘보다 긴 말’은 일상의 삶에 대한 성찰과 현실의 문제에 대한 발언으로, 포기해서는
‌
안 될 행동이군.

20001-0225

03 (다)의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너’의 구체적인 생활을 ‘나’가 잘 알지 못한다는 인식이 표현된 것이다.
‌
② ㉡: 다시 만난 ‘너’에 대해 ‘나’가 느끼는 거리감이 드러난 것이다.
③ ㉢: 사진 속 ‘너’의 외모와 현재의 ‘너’의 외모 사이에서 느낀 감정이 표출된 것이다.
④ ㉣: ‘너’의 처지에 대해 한숨을 쉬는 ‘나’의 연민이 드러난 것이다.
⑤ ㉤: ‘너’의 갑작스러운 등장을 내심으로 반기지 못한 ‘나’의 내면이 표출된 것이다.

[2부] 적용 학습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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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85쪽

20001-0226

04 (다)의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너’가 도움을 요청하고자 ‘나’에게 연락한 날이다.

‌
② ⓑ: ‘너’를 만나고자 하는 ‘나’의 마음을 부각하는 소재이다.
③ ⓒ: ‘너’와의 동행이 지닌 성격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④ ⓓ: ‘나’의 회상에서 ‘너’와 ‘나’가 동향임이 드러나는 자연물이다.
⑤ ⓔ: 삶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일상의 권태와 망상’을 극복할 날이다.

20001-0227

05 (다)의 네모난 사진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너’가 수배자의 신분임을 암시하는 소재이다.
‌
② ‘너’의 얼굴을 수시로 보게 되는 매개체이다.
③ ‘너’를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돕는 수단이다.
④ 일상의 삶에서 ‘너’의 존재를 환기하는 계기이다.
⑤ ‘너’를 실체가 아닌 이름으로만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의 상징이다.

25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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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09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허울 좋은 독립, 조선 독립을 보장한다, 조선을 개화시킨다는 구실 아래 이권이란 이권은 저 오랑캐들이


다 차지해 버렸으니 피폐한 국가 재정을 무엇으로 메꿉니까? 오로지 헐벗고 주린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 국가
재정을 세우고 왕실 비용을 충당하니…….” / 이렇게 나기주가 한탄하는데 이번엔 최 주사가 끼어들었다.
“조정 것들은 외국에 이권을 넘겨주고 구전 챙기는 거간꾼에 불과하죠. 그중 폐하의 총애가 가장 두터운

내장경 이용익의 발호가 가히 좌충우돌입니다. 벌써 수백만 금 모아 천하 거부가 되었다는 소문 아닙니
까? 왕실 비용을 마련한다고 두만강, 압록강의 드넓은 삼림 채벌권을 노서아에 양도하질 않나, 법국 차관
을 들여올 궁리를 하지 않나, 봉세관을 팔도에 보내 세금을 더럭더럭 앵기고 있는 것도 그 작자의 사업입
죠. 그중 우리 제주섬은 제일 만만하게 보아, 선산을 지키는 구부러진 소나무 한 그루에도, 띠풀 같은 잡
초에도 세를 붙이니, 어찌 소요가 안 일어나겠습니까? 뭐니 뭐니 해도 세액이 많은 지세가 큰 시빗거리입
죠. 천지개벽 이래 수천 년 동안 우리 제주섬엔 지세라곤 없었습니다. 지세 대신 진상물을 꼬박꼬박 바치
고 있는데, 그 위에 또 지세까지 내라니, 이런 부당한 처사가 어디 있습니까, 대감.”
“자네 누가 들으면 큰일 날 소릴 하는구먼, 허허. 지세라면 별칭이 왕세(王稅)인데 제주섬도 조선 왕의 땅

이거늘, 왕세는 내야 함이 도리가 아닌가. 요 근래는 진상도 하지 않는 모양인데…… 귤 과수원도 봉세관
을 시켜 민간에 팔아 치워 폐지하지 않았는가.”
“대감, 잘못 알고 계십니다요. 진상이 없어진 게 아닙죠. 귤 진상은 폐지된 게 사실입니다만 전복 진상은

어망세에 갖다 붙이고, 말 진상은 공마대전(貢馬代錢)이라 하여 돈으로 납부하고 있습니다.”
나기주가 입을 열었다.
“흠, 그렇다면 말이 안 되지요. 그런데 진상이란 원래 속방(屬邦)이 종주국에 바치는 예물이 아니오? 예

로부터 이 섬에 왕세 대신 진상의 의무를 지운 것은 별다른 뜻이 있는 거지요. 왕화(王化)가 미치지 못
하는 수천 리 물 밖에 있음을 기화로 자주 토란(土亂)을 일으켜 조정에 거역하는 섬 백성들을 무마시켜 보
려는 고육지책이죠. 왕세가 없고 진상이 있음은 곧 제주섬이 아직도 탐라국의 전통을 보전하고 있다는
뜻이오.” / 이 말에 최 주사는 펄쩍 뛸 듯이 놀란 얼굴로,
“원, 형님도, 탐라국이라뇨? 우리 섬 백성들도 어엿한 폐하의 적자인데…… 다만 섬 땅이 척박하여 세곡

마련이 어렵기로 대신 진상물로 백성 된 도리를 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하하, 최 형, 꽤나 몸을 사리는군. 내가 최 형을 반역죄로 발고할까 봐 그러시오? 하하하.”
나기주가 이렇게 껄껄 호탕하게 웃고 최 주사는 고개를 숙인 채 난처한 듯 뒷머리를 긁었다.
“가까이 방성칠란만 봐도 알지 않소.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섬 백성들 마음 한구석엔 옛날 탐라국 시절의

태평성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은연중 있는 거요.”
이때 운양 대감의 꾸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이번 민회(民會)에 다른 세폐와 진상의 폐는 거론할지언정 왕세만은 시비 삼아서는 안 되는

[A]
거여. 왕세를 거역함은 국왕을 거역함이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 하고 최 주사가 머리를 조아렸다.
- 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2부] 적용 학습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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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09

나 S# 72. 제주성 안 교당 (낮)

  
채 군수: (벌컥 성을 내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주권을 가지고 있는 국가에서 관장의 허락도 없이 무기고
를 열다니요, 이곳 제주는 엄연히 대한 제국의 영토입니다.
구 신부: (못마땅한 얼굴로) 사또께선 무얼 하시는 분이오? 진작에 해산되었어야 할 폭도들이 다시 모여들고
있다는 소식도 못 들었소?
채 군수: 그거야 교당 측이 무장도 하지 않은 민당들을 습격한 것 때문 아니오? 화해를 하겠다고 약속까지
하고서 그런 법이 어디 있소?
최 선달: (발끈하여) 아니 사또 나으리, 난리를 진압할 책임이야 실은 사또께 있는 것이 아닙니까. 사또가 못
하시니까 우리가 대신 나선 것을 이제 와서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채 군수: (성을 내며) 이놈! 군마로 관부를 범한 자는 때를 기다리지 말고 목을 베라 하였다. 대정군 관아를 난
장 박살 낸 게 니놈이 한 짓인 줄 모를 줄 아느냐!
구 신부: (꾸짖는 태도로) 최 선달!
최 선달: 죄송합니다. 신부님.
구 신부: 사또 너무 괘념치 마시오. 어쨌거나 난리를 진압 못한 죄로 관직을 삭탈당할 뻔한 걸 우리가 구해
준 셈 아니오. 그러니 과거사는 묻지 말고 이제부터 우리가 협력해야 하오. 폭도들이 동서 양진으로
나눠 며칠 후면 이곳으로 들이닥칠 거라 하는데 그 무지한 것들을 설득해 보겠다고 떠난 김 군수마저
감감무소식입니다. 나는 나대로 법국 군함을 요청하는 편지를 써 놓았으니 사또께서도 뭔가 할 일을
찾아보셔야 하지 않겠소?
채 군수: (단호하게) 구 신부! 그것만은 안 됩니다. 법국 군대가 제주섬에 들어오는 날엔 피아간에 수많은 사
람들이 피를 흘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닙니까?
(중략)

S# 83. 군막 안
채 군수: 놈들이 명월진에서 한 짓을 생각하면 불이라도 삼키고 싶겠지만, 생각해 보시오. 신부들이 벌써 법
국 군함과 군대를 부르러 보냈는데, 그들이 이 섬에 들어오는 날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소? 작년 청
국에서 의화단 사람들이 성교 신부들과 신자들을 살해했다가 어떤 결말이 났는지를. 법국이며 서양
각국들이 제 나라 사람들을 보호한답시고, 군대를 보내 대량 살육을 하고 급기야는 땅과 이윤을 차지
한다고 청국을 갈라 먹고 있지 않소. 법국 함대가 지금 태고 *에 있는데 삼 일이면 제주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마찬삼: 사또, 우리가 싸우지 않고 물러간다고 이 섬이 온전할 성싶소? 저 폭도들을 그냥 두면 이 섬은 온통
법국 천지가 될 거외다. 우리가 안 싸워도 법국 세상이요, 싸워도 법국 세상이라면 우린 싸워서 원풀
이를 해야 하겠소이다. 제주성 동쪽에 진을 친 동진의 강우백 장두 * 어른도 우리와 같은 생각입니다.
오달문: 사또 어른, 왜 법국 군함이 무섭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그들을 이길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이미 피를 본 백성들은 눈이 뒤집혀 있습니다. 저 백성들을 통솔하자면 똑같이 눈알이 뒤집혀야 합
니다.

25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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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86쪽

채 군수는 한숨을 내쉬며 이재수를 바라본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재수. 채 군수는 답답한지 깊은 한숨을 내
쉰다. 고개를 들어 채 군수를 쳐다보는 이재수의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다. 이재수는 채 군수의 발치로 와 무릎을
꿇는다.

[B] 이재수: 채 군수 어른, 소인을 용서해 주십시오.


채 군수: 아니 왜 이러시오?
이재수: 미천한 소인이 군수 어른께 한마디 상의도 없이 감히 장두로 나섰습니다.
채 군수: (이재수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일어나시게, 자네는 이미 내 종복이 아닐세. 장두가 이러면 되겠나.
마찬삼: 이 장두 어서 일어나시게. 자네는 장두가 아닌가.

하지만 제자리에 꼼짝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재수.

이재수: 채 군수 어른. 관노(官奴)인 소인이 비천한 신분으로 장두에 나선 것은 젊은 객기가 영웅 소릴 듣고


픈 야욕 때문이 아니우다. 죽지 못해 사는 우리 백성들을 봅서게. 성을 공격하면 지금 당장은 피를 보
겠지만, 이대로 흩어진다면 자자손손 더욱 많은 피를 볼 것이우다. 소인은 불쌍한 제주민들이 이번 난
리로 조금이라도 나은 생활을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이 미천한 목숨을 바치기
로 결심한 거우다.

이재수의 목소리는 점점 울음 섞인 고통의 소리로 변해 가고, 내려다보는 채 군수의 눈도 붉게 충혈된다.


- 현기영 원작 / 박광수 외 각색, 「이재수의 난」

* 태고: 따구. 북경과 천진으로 가는 입구가 되는 항구. 의화단의 난 때 서양 군대가 집결한 지역.
* 장두: 예전에, 여러 사람이 서명한 소장(訴狀)이나 청원장(請願狀)의 맨 첫머리에 이름을 적는 사람.

20001-0228

01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와 [B]는 모두 인물의 관습적 행동을 통해 인물 간 사회적 지위의 우열을 드러내고 있다.
② [A]와 [B]는 모두 외양적 모습이 부각되도록 인물을 묘사하여 인물의 내적 심리를 암시하고
‌
있다.
③ [A]와 [B]는 모두 대화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요약적으로 전달하여 인물 간의 갈등 원인을
‌
제시하고 있다.
④ [A]는 [B]와 달리 특정 사안에 대한 인물 간의 이견을 부각하여 인물 간의 갈등을 표면화하
‌
고 있다.
⑤ [B]는 [A]와 달리 인물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서술하여 인물이 상대에 대해 숨겨 왔던 반감을
‌
드러내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255

21 수특_문학(220-273 갈래 복합).indd 255 20. 1. 6. 오후 10:21


적용 학습 갈래 복합 09

20001-0229

02 (가)의 인물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최 주사’는 진상물이 있음을 들어 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것의 부당성을 비판하고 있으며,

‌
‘대감’은 지세가 갖는 왕세로서의 성격을 들어 지세의 당위성을 옹호하고 있다.
② ‘나기주’는 국가의 이권이 외국으로 넘어감에 따라 국가 재정이 약화되는 것을 비판하고 있
‌
으며, ‘최 주사’는 국가의 이권을 넘기며 특정인이 자신의 사욕을 챙기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③ ‘대감’은 귤 과수원을 민간에 매각하였음을 들어 진상이 폐지되었다고 보고 있으며, ‘최 주
‌
사’는 진상이 폐지된 것처럼 보일 뿐 실질적으로는 세금 형식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지적하
고 있다.
④ ‘나기주’는 진상은 종주국에 바치는 예물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들어 지세 부과의 부당성
‌
을 지적하고 있으며, ‘최 주사’는 백성의 도리를 언급하며 세곡 대신 진상을 유지하는 것의
불가피성을 지적하고 있다.
⑤ ‘나기주’는 ‘최 주사’의 견해가 반역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주장의 철회를 요구
‌
하고 있으며, ‘최 주사’는 자연 환경의 척박함을 들어 제주 백성들의 소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20001-0230

03 (나)의 장면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S# 72와 S# 83은 구 신부로 인한 갈등의 심화를 드러냄으로써 외세에 의해 제주가 보호받는
‌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
② S# 72와 S# 83은 다른 대화 상황에서 채 군수의 우려를 드러냄으로써 ‘법국 군대’와의 대결이
‌
갖는 의미를 부각하고 있다.
③ S# 72와 S# 83은 이재수에 대한 인물들 간의 상이한 평가를 부각함으로써 이재수에 대한 채
‌
군수의 신망을 드러내고 있다.
④ S# 72와 S# 83은 동일한 사건에 대한 채 군수의 시각 차이를 보여 줌으로써 구 신부를 둘러
‌
싼 인물들의 의혹을 해소하고 있다.
⑤ S# 72와 S# 83은 ‘민당’의 성격에 대한 대조적인 평가를 드러냄으로써 전근대적 신분 제도
‌
가 완화되는 시대상을 부각하고 있다.

25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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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86쪽

20001-0231

04 <보기>를 바탕으로 (가)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사실(fact)’과 ‘허구(fiction)’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서사물을 ‘팩션 서사’라고 부르는데, 팩션 서


사 중에서도 ‘사실’ 부분을 ‘역사적 사실’로 제한하여 창작 내러티브를 만든 것을 ‘역사 팩션 서사’
라고 한다. 「변방에 우짖는 새」나 「이재수의 난」과 같은 역사 팩션 서사는 외세의 침탈이 본격화하
던 역사적 시기에 대한 사실적 정보를 바탕으로 서사를 구성함으로써 공적 역사에 대한 인식을 보
충한다. 하지만 역사의 한 시기를 살았던 인물들의 허구적 면모를 가미하여 서사 속 인물로 형상화
하고 그 인물들을 통해 가상의 상황을 창조하여 보여 줌으로써,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역사
에는 기록되지 않은 공백의 과거를 현재화한다. 이처럼 역사 팩션 서사는 민족사적 사건에 대해 인
물들이 갈등하고 대응하는 모습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역사를 역동적으로 살아갔던 인간의 삶에
대한 기록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① (가)에서 최 주사가 ‘외국에 이권을 넘겨’준 실제 역사적 사례를 언급하는 것은 독자로 하여


‌
금 외세의 침탈이 본격화하던 시기의 공적 역사에 대한 인식을 보충하게 한다고 볼 수 있군.
② (나)에서 ‘이재수의 눈이 붉게 충혈되’고 ‘채 군수의 눈도 붉게 충혈’되는 모습은 비극적 사
‌
건을 겪었던 민족 구성원의 갈등을 서사 속 인물을 통해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군.
③ (가)의 ‘지세’와 ‘진상물’에 대한 인물 간의 대화와 (나)의 ‘법국 군함과 군대’와 관련된 인물
‌
간의 대화는 가상의 공적 역사를 창조하여 현재적 관점에서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한다고 볼
수 있군.
④ (가)의 ‘소요’가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최 주사의 생각과 (나)의 ‘명월진에서 한 짓’에 대
‌
해 분개하는 채 군수의 태도는 민족사적 사건에 대해 인물이 대응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군.
⑤ (가)에서 나기주, 최 주사, 운양 대감, (나)에서 채 군수, 마찬삼, 오달문 등이 각각 당대의 상
‌
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쳐 내는 것은 역사의 한 시기를 살았던 개인들을 형상화한 것으
로 볼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257

21 수특_문학(220-273 갈래 복합).indd 257 20. 1. 6. 오후 10:21


적용 학습 갈래 복합 10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앞부분 줄거리] ‘나’는 친구의 부탁으로 친구의 며느리가 출산 후 입원해 있는 병원에 함께 간다. 친구의 며느리가 누워
있는 옆 침대에서는 아들을 낳은 산모를 시끌벅적하게 축하하고 있다. 이 모습을 본 친구는 둘째도 딸을 낳은 며느리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긴다.

“쟤가 시에미 대접을 어찌 이리할 수가 있습니까? 한 번쯤 쳐다봐도 제가 시에미 같은 건 안중에 없다는



걸 모를 내가 아닌데.”
친구가 착 가라앉은 그러나 떨리는 소리로 사돈 마님한테 이렇게 쓰고 드러누운 며느리를 나무랐다.
“저도 면목이 없어서 안 그럽니까. 잘 먹지도 않고 시시때때로 저렇게 울고 속을 끓이니 저 애 꼴이 말이

아닙니다.”
“아니죠. 쟤가 시에미 알기를 워낙 개떡같이 아는 앱니다. 벼르고 별러서 한마디 해도 어느 바람이 부나

하는 식이죠. 그러니 말해 뭘 하겠습니까. 그래도 이번 일만은 어른 된 입장에서 한마디 다짐을 받고 넘어
가야겠다 싶어 이렇게 왔더니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아까 그 사람들이 다 해 주지 뭡니까? 저도 귀
가 있으니까 들었겠죠. 더 보태지도 덜지도 않을 테니 그 사람들한테서 들은 소리를 고스란히 명심하고
있으라 이르세요. 나 절대로 심한 시에미 아닙니다. 이번에 또 딸 낳은 것 가지고 뭐라지 않아요. 이 친구
는 딸을 넷 낳고 기어이 아들을 낳았답니다. 딸 둘이 흉 될 것 하나 없어요. 그렇지만 남의 집 대를 끊어
놓겠다는 걸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습니까. 그건 안 될 말이죠. 부처님 가운데 토막도 눈을 부라릴 일입
니다. 알아들으셨죠? 사돈 마님. 더 긴 말은 안 하겠어요. 아까 그 사람들이 내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
럼 내 하고 싶은 말 다 해 줬으니까. 그 사람들처럼 젊고 교양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으니 이 시에미
생각을 덮어놓고 구닥다리 낡은 생각으로 치지도외하지는 못하겠죠. 이만 가 보겠습니다. 지가 시에미
꼴 안 보려고 흉물을 떨고 있는데 시에미라고 제 꼴 보고 싶겠습니까? 얘, 가자.”
친구가 서슬이 퍼렇게 말하고 나서 내 소매를 잡아끌었다.
“이대로 가면 어떡허니? 안 오니만도 못하게.”
나는 친구 눈치를 봐 가며 모포 위로 슬며시 산모의 어깨를 잡았다. 격렬한 떨림이 손아귀에 닿자마자 나
는 미리 준비한 축하와 위로를 겸한 인사말을 까먹고 말았다.
“가자니까, 시에미 우습게 아는 게 시에미 친군들 안중에 있을라구.”
친구는 내 등을 떠다밀다시피 해서 먼저 문밖으로 내쫓고 따라 나왔다. 뒤쫓아 나온 사돈 마님은 참회하
는 죄인보다 더 기운 없이 고개를 떨구고 파리한 입술을 간신히 들먹여 면목없다는 소리만 되풀이했다.
(중략)
내가 첫애를 뱄을 때 시어머님은 해산달을 짚어 보고 섣달이구나, 좋을 때다, 곧 해가 길어지면서 기저귀
가 잘 마를 테니, 하시더니 그해 가을 일부러 사람을 시켜 시골에 가서 ⓐ해산 바가지를 구해 오게 했다.
“잘생기고, 여물게 굳고, 정한 데서 자란 햇바가지여야 하네. 첫 손자 첫국밥 지을 미역 빨고 쌀 씻을 소

중한 바가지니까.”
이러면서 후한 값까지 미리 쳐주는 것이었다. 그럴 때의 그분은 너무 경건해 보여 나도 덩달아서 아기를
가졌다는 데 대한 경건한 기쁨을 느꼈었다. 이윽고 정말 잘 굳고 잘생기고 정갈한 두 짝의 바가지가 당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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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시어머니는 그걸 신령한 물건인 양 선반 위에 고이 모셔 놓았다. 또 손수 장에 나가 보얀 젖빛 사발도 한
쌍을 사다가 선반에 얹어 두었다. 그건 해산 사발이라고 했다.
나는 내가 낳은 첫아이가 딸이라는 걸 알자 속으로 약간 켕겼다. 외아들을 둔 시어머니가 흔히 그렇듯이
그분도 아들을 기다렸음 직하고 더구나 그분의 남다른 엄숙한 해산 준비는 대를 이을 손자를 위해서나 어울
림 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원한 나를 맞아들이는 그분에게서 섭섭한 티 따위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
다. 그 잘생긴 해산 바가지로 미역 빨고 쌀 씻어 두 개의 해산 사발에 밥 따로 국 따로 퍼다가 내 머리맡에
놓더니 정성껏 산모의 건강과 아기의 명과 복을 비는 것이었다. 그런 그분의 모습이 어찌나 진지하고 아름
답던지, 비로소 내가 엄마 됐음에 황홀한 기쁨을 느낄 수가 있었고, 내 아기가 장차 무엇이 될지는 몰라도
착하게 자라리라는 것 하나만은 믿어도 될 것 같은 확신이 생겼다. 대문에 인줄을 걸고 부정을 기(忌)하는
삼칠일 동안이 끝나자 해산 바가지는 정결하게 말려서 다시 선반 위로 올라갔다. 다음 해산 때 쓰기 위해서
였다. 다음에도 또 딸이었지만 그 희색이 만면하고도 경건한 의식은 조금도 생략되거나 소홀해지지 않았
다. 다음에도 딸이었고 그다음에도 딸이었다. 네 번째 딸을 낳고는 병원에서 밤새도록 울었다. 의사나 간호
사까지 나를 동정했고 나는 무엇보다도 시어머니의 그 경건한 의식을 받을 면목이 없어서 눈물이 났다. 그
러나 그분은 여전히 희색이 만면했고 경건했다. 다음에 아들을 낳았을 때도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똑같은
영접을 받았을 뿐이었다. 그분은 어디서 배운 바 없이, 또 스스로 노력한 바 없이도 저절로 인간의 생명을
어떻게 대접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분이었다. 그분이 아직 살아 있지 않은가. 그분의 여생도 거기 합당한
대우를 받아 마땅했다. 나는 하마터면 큰일을 저지를 뻔했다. 그분의 망가진 정신, 노추한 육체만 보았지
한때 얼마나 아름다운 정신이 깃들었었나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지금 빈 그릇이 되었다 해도 사이비
기도원 같은 데 맡겨 있지도 않은 마귀를 내쫓게 하는 수모와 학대를 당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남편이 막걸릿병을 다 비우기도 전에 길을 재촉해 오던 길을 되돌아섰다. 암자 쪽을 등진 남편은 더
이상 땀을 흘리지 않았다. 시어머님은 그 후에도 삼 년을 더 살고 돌아가셨지만 그동안 힘이 덜 들었단 얘기
는 아니다. 그분의 망령은 여전히 해괴하고 새록새록해서 감당하기 힘들었지만 나는 효부인 척 위선을 떨
지 않음으로써 조금은 숨구멍을 만들 수가 있었다. 너무 속상할 때는 아이들이나 이웃 사람의 눈치 볼 것 없
이 큰 소리로 분풀이도 했고 목욕시키거나 옷 갈아입힐 때는 아프지 않을 만큼 거칠게 다루기도 했다. 너무
했다 뉘우쳐지면 즉각 애정 표시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위선을 떨지 않고 마음껏 못된 며느리 노릇을 할 수 있고부터 신경 안정제가 필요 없게 됐다. 시어머니도
나를 잘 따랐다. 마치 갓난아기처럼 천진한 얼굴로 내 치마꼬리만 졸졸 따라다녔다. 외출했다 늦게 돌아오
면 그분은 저녁도 안 들고 어린애처럼 칭얼대며 골목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곤 했다. 임종 때의 그분은 주
름살까지 말끔히 가셔 평화롭고 순결하기가 마치 그분이 이 세상에 갓 태어날 때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마치 그분의 그런 고운 얼굴을 내가 만든 양 크나큰 성취감에 도취했었다.
- 박완서, 「해산 바가지」

나 [앞부분 줄거리] 천별산을 다스리는 오구 대왕은 부인을 맞기 위해 천하궁의 갈이 박사에게 길흉화복을 묻는다.

상궁에게 점괘를 일러 주었는데,

[2부] 적용 학습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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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10

㉠ “아뢰옵기 황송하나, 금년에 길례를 하면 칠 공주를 보실 것이요, 내년에 길례를 하면 삼 동궁을 보시



  
리이다.”
상궁은 돌아와 그대로 아뢰었다. 상궁의 말을 들은 대왕은 웃으면서 말했다.
㉡ “문복이 용하다고 한들 제 어찌 알쏘냐, 일각이 여삼추요, 하루가 열흘 같은데 어떻게 기다리겠느냐.”
  
오구 대왕은 예조에 택일을 명했다. 삼월 삼일에 초간택을 봉하시고 오월 오일 단오는 이간택을 봉하시
고, 칠월 칠일 견우직녀가 상봉하는 날을 길례로 정하고 길례도감을 설치한 후 준비하기 시작했다.
세월은 유수와 같아 몇 달이 지나가니 길대 부인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수라에서는 생쌀 내가 나고, 중전
마마가 드시는 물에서는 물속에 생기는 썩은 냄새나는 찌꺼기 내가 나고, 담배에 풋내가 나고 국에서는 생
장 냄새가 나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대왕마마에게 아뢰자 대왕마마가 묻는다.
“몽사가 어떠하더이까? ”
“예, 품안에 달이 돋아 뵈고 오른손에 푸른 봉숭아꽃 한 짝을 꺾어 들고 있더이다.”
대왕마마는 상궁에게 점을 보러 가라 명했다. 천하궁의 갈이 박사는 점을 쳐 상궁에게 일러 준다.
㉢ “길대 중전마마의 태기가 분명하구나. 자식을 보시는데 여 공주를 볼 것이오.”
  
그대로 상달하자,
“문복이 용하다고 한들 제 어찌 알쏘냐.”
고 웃어넘긴다. 열 달이 되어 낳으니 공주였다. 공주의 탄생을 대왕마마께 아뢰자,
“공주를 낳았으니 세자인들 아니 날쏘냐, 귀하게 길러라.”
하신다. 공주 애기가 태어난 지 석 달이 되자 청대 공주라 하고 별호로 달이장 아씨라 하였다.
세월이 흘러 길대 부인은 또 잉태했는데, 몽사를 말하기를,
“품안에 칠성별이 떨어져 보이고, 오른손에 붉은 봉숭아꽃 한 가지를 물고 있더이다.”
또 딸을 낳아 이름을 홍도 공주라 하고, 별호로 별이장 아씨라고 하였다. 그러고는 아들이 태어나기를 기
다렸는데, 계속 딸이 태어나 딸만 육 형제를 두게 되었다.
육 형제를 낳은 후 길대 부인은 다시 잉태하였다.
“이번 몽사는 어떠하더이까? ”
㉣ “이번 몽사는 연약한 몸이 부지하기 어려울까 하나이다. 대명전 대들보에 청룡 황룡이 엉켜져 보이고

  
오른손에 보라매, 왼손에 백마를 받아 보이고 왼 무릎에 흑 거북이 앉아 뵈고 양어깨에는 일월이 돋아 뵈
더이다.”
길대 부인의 말을 들은 대왕은 크게 기뻐했다.
“그대가 이번에는 세자 대군을 낳겠구려.”
그러고는 상궁에게 문복 갈 것을 명했다. 문복을 다녀온 상궁이 아뢰었다.
“이번에도 공주를 본다고 합니다.”
“점복이 용하다 한들 점복마다 맞출쏘냐. 이번 몽사는 세자 대군을 얻을 몽사로다.”
하며 사대문에 방을 붙여 옥문을 열어 중죄인을 용서하게 하였다. 드디어 열 달이 되어 해산을 하였는데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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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88쪽

딸이었다. 길대 중전마마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대왕은 길게 탄식하며 말하였다.
“내 전생의 죄가 남아 옥황상제가 일곱 딸을 점지하였구나. 서해 용왕에게 진상이나 보내리다.”
옥장이 불러서 ⓑ옥함을 짜게 하여 함 뚜껑에 ‘국왕 공주’라고 새기게 했다.
중전마마가 탄식하며 말했다.
“대왕마마는 모질기도 모지시다. 혈육을 버리려 하옵시니, 신하 중 자식 없는 신하에게 양녀로 주시지.”
대왕마마는 중전마마의 말을 듣지 않았다.
“버리는 자손 이름이나 지읍시다.”
㉤ “버려도 버릴 것이요 던져도 던질 것이니 ‘바리공주’라 지어라.”
  
양 마마의 생월 일시와 아기의 생월 생시를 옷고름에 맨 후에 옥병에 젖을 넣어 아기 입에 물린 후 함에
넣었다. 금 거북 금 자물쇠, 흑 거북 흑 자물쇠를 채운 후에 신하를 시켜 바다에 버릴 것을 명했다. 앞에는
황천강, 뒤에는 유사강이 흐르는 여울에 한 번 던지니 용솟음하여 뭍으로 다시 나오고, 두 번째 던져도 뭍으
로 다시 나온다. 세 번째 던지니 물속으로 들어가는데, 하늘이 아는 자손이라 깊이 가라앉지 않고 금 거북이
나타나 지고 간다.
- 작자 미상, 「바리데기」

20001-0232

01 (가)와 (나)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의 ‘나’의 시어머니와 달리 (나)의 오구 대왕은 딸보다는 아들을 낳기를 바랐다.
‌
② (가)의 ‘나’와 달리 (나)의 길대 부인은 딸을 낳은 것에 대해 편치 못한 마음을 지녔다.
③ (가)의 ‘나’의 친구와 (나)의 오구 대왕은 모두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아들을 원했다.
④ (가)의 ‘나’의 친구 며느리와 (나)의 길대 부인은 모두 딸만 낳은 것에 대해 울면서 속상해했다.
‌
⑤ (가)의 ‘나’의 시어머니와 (나)의 오구 대왕은 각각 ‘나’와 길대 부인이 낳은 첫딸을 귀하게
‌
여겼다.

20001-0233

02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앞으로 일곱 명의 딸이 태어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
② ㉡: 오구 대왕과 갈이 박사 간의 갈등이 심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③ ㉢: 갈이 박사의 점괘 풀이가 믿을 만한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④ ㉣: 이전과 달리 평범하지 않은 아이가 태어날 것임을 암시한다.
⑤ ㉤: ‘바리공주’라는 이름이 생기게 된 내막을 드러낸다.

[2부] 적용 학습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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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89쪽

20001-0234

03 ⓐ와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는 이야기를 긴박한 분위기로 몰고 가고, ⓑ는 이야기의 흐름을 지연시킨다.

‌
② ⓐ는 갈등이 해소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는 갈등이 약화되는 분기점을 제공한다.
③ ⓐ는 새로운 서사가 전개될 것임을 암시하고, ⓑ는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한다.
④ ⓐ는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을 전환하고, ⓑ는 비현실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되돌아오게 한다.
‌
⑤ ⓐ는 지난 일을 환기하는 계기로서 서사적 전환을 야기하고, ⓑ는 사건을 새로운 국면으로
‌
이끈다.

20001-0235

04 <보기>를 바탕으로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해산 바가지」는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고부간의 갈등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전반부는 아들을 낳
은 산모를 찾은 방문객들의 대화와 ‘나’의 친구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남아 선호 사상과 이로
인한 고부간의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후반부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부양하면서도 힘든 내색
을 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통해 여성에게 지워진 사회적 굴레를 보여 주고 있다. 결국 ‘나’는 시
어머니를 맡길 수용 기관을 찾아가던 중 과거를 떠올리고 자신의 태도를 성찰하면서, 시어머니를
통해 생명의 고귀함에 대해 되새긴다.

① ‘나는 하마터면 큰일을 저지를 뻔했다. 그분의 망가진 정신, 노추한 육체만 보았지 한때 얼
‌
마나 아름다운 정신이 깃들었었나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에서 ‘나’가 자신의 태도를 성찰하
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② ‘임종 때의 그분은 주름살까지 말끔히 가셔 평화롭고 순결하기가 마치 그분이 이 세상에 갓
‌
태어날 때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에서 ‘나’가 시어머니를 통해 생명의 고귀함에 대해 처
음으로 깨닫게 되었음을 알 수 있군.
③ ‘남의 집 대를 끊어 놓겠다는 걸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습니까.’, ‘지가 시에미 꼴 안 보려
‌
고 흉물을 떨고 있는데 시에미라고 제 꼴 보고 싶겠습니까? ’라는 친구의 말에서 남아 선호
사상이 고부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④ ‘나는 효부인 척 위선을 떨지 않음으로써 조금은 숨구멍을 만들 수가 있었다.’, ‘위선을 떨지
‌
않고 마음껏 못된 며느리 노릇을 할 수 있고부터 신경 안정제가 필요 없게 됐다.’에서 여성에
게 지워진 사회적 굴레로 인해 힘들게 살아왔음을 짐작할 수 있군.
⑤ ‘그 사람들한테서 들은 소리를 고스란히 명심하고 있으라 이르세요.’, ‘아까 그 사람들이 내
‌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내 하고 싶은 말 다 해 줬으니까.’에서 아들을 낳은 산모를 찾은
방문객들의 대화 내용이 남아 선호 사상과 관련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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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11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백관이 주 왈,
“만민이 다 물에 빠져 죽고 남은 백성이 마자 함몰케 되었사오니 원컨대 전하는 급히 처치하소서.”
왜왕이 서안(書案)을 치고 방성대곡 왈,
“방금 사세 여차(事勢如此)하니 경 등은 염려치 말라. 내 어찌 만민을 구치 아니하리요.”
하고 칼을 들어 자문(自刎) *코자 하거늘 신하 호걸산이 급히 들어와 읍주 왈,
“전하는 아직 옥체를 보중하소서.” / 하고 칼을 쥐고 문무백관이 한가지로 사명당 앞에 나아가 복지 왈,
“소국왕이 무도하여 부처님을 모르고 사죄(死罪)를 지었사오니 복걸 부처님은 덕택을 드리워 소국왕의

죄를 사(赦)하시고 억만창생을 살리소서.”
하고 일시에 머리를 조아려 통곡하며 일제히 손을 고쳐 축수하거늘 사명당이 대로하여 꾸짖어 가로되,
“빨리 왜왕의 머리를 버혀 들어 생령의 도탄을 면하라.”
백관이 고두 사죄 왈, / “소신 등이 원컨대 왕명을 대신하여 각각 머리를 베어지이다.”
하거늘 사명당이 그제야 노를 잠깐 그치고 이르되,
“너의 정성을 감동하여 아직 용서하나니 빨리 왜왕을 결박하여 대하에 꿇리라. 불연즉 왜왕의 머리를 버

혀 가지고 일본을 탕멸하리라.”
중관이 차언을 듣고 왜왕에게 돌아가 그 수말을 고하니 노산홍이 주 왈,
“사세 위급하오니 전하는 부처의 말대로 하시면 생령을 보전하려니와 만일 지완하면 대화(大禍) 당도하

리이다.”
왕이 노산홍의 손을 잡고 통곡 왈, / “과인이 일찍 경의 말을 들었던들 어찌 오늘날 환을 만나리요.”
하고 하릴없이 흰옷을 입고 스스로 결박하여 문무백관을 거느려 항표(降表)를 가지고 사명당 앞에 나아가
복지 청죄(伏地請罪)한대 사명당이 고성대매(高聲大罵) * 왈,
“왜왕은 들으라. 너희 나라가 근본 진시황(秦始皇)의 신하로 동남동녀 오백 인을 배에 싣고 방장(方丈) 봉

래(逢萊) 영주(瀛州) 삼신산(三神山)에 들어가 불사약(不死藥)을 얻으러 가노라 하고 천자를 속이고 이곳
에 도망하여 거짓 신선이라 칭하고 여러 대를 평안히 지내매 또한 조선 덕택이요, 너도 또한 천상 익성(天
上翼星)으로 반도회(蟠桃會)에 참예하여 월궁항아(月宮姮娥)를 희롱한 죄로 상제께 득죄하고 인간에 적
거(謫居)하여 대왕이 되었거늘 임자년에 외람한 의사를 내어 조선을 침노하여 생령을 많이 살해하매 상
천(上天)이 진노하사 극벌(極罰)을 내려 너희 장졸을 다 멸하였거늘 네 아무리 속객(俗客)이 되었은들 아
득히 알지 못하고 조선을 침범코자 뜻을 다시 내매 상제 노하사 사해용왕을 주시고 너희 죄상을 물으라
하시매 내 특별히 문죄하나니 어찌 감히 거역하느냐, 빨리 머리를 베어 들이라.”
왜왕이 돈수 청죄 왈, / “소왕이 밝지 못하여 천위(天威)를 범하였사오니 덕택을 드리워 죄를 용서하소서.”
사명당 왈, / “네 이제는 순종할쏘냐.”
왜왕이 사죄 왈, / “수화 중(水火中)이라도 어찌 사양하리이까.”
사명당 왈, / “네 그러면 예단(禮緞)을랑 말고 인피(人皮) 삼백 장씩 매년 진공(進貢)하라.”
왜왕이 이 말을 듣고 주저하여 진시 답지 못하거늘 백관이 주 왈, / “전하는 근심 말으시고 윤종 *하소서.”

[2부] 적용 학습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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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11

왕이 마지못하여, / “그대로 하리이다.”


하거늘 사명당이 또 이르되, / “그러면 문서를 써 올리라.”
왜왕이 이에 문서를 써 올리거늘, / 사명당 왈, / “차후는 생심도 외람한 뜻을 두지 말라.”
왕이 돈수 청명하거늘 이에 용왕을 불러 왈,
“이제 왜왕이 항복하매 죄를 사하였으니 용왕은 풍운뇌우(風雲雷雨)를 거두라.”
하니 즉시 천지 명랑하고 일색이 조요하니 일본 군신 백성이 저마다 놀라고 칭찬하며 과연 생불이라 하더라.
- 작자 미상, 「임진록(壬辰錄)」

* 자문: 스스로 자신의 목을 베거나 찌름. 또는 그렇게 하여 죽음. * 고성대매: 크고 높은 목소리로 호되게 꾸짖음.
* 윤종: 남의 말을 좇아 따름.

나 혼절과 혼절 사이에서 나는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 위관의 질문은 답변을 미리 예비하고 있었으
므로 나는 아무것도 답변할 수 없었다. 위관은 집요했으나, 아무것도 묻고 있지 않았다. 아마도 거기에 대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임금뿐이었다. 임금은 나를 죽여서 사직을 보존하고 싶었을 것이고 나를 살려서 사직
을 보존하고 싶었을 것이었다. / 히데요시가 전 일본의 군사력을 휘몰아 직접 군을 지휘하며 바다를 건너올
것이라는 풍문 앞에 조정은 무겁게 침묵하고 있었다. 나를 죽이면 나를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임금은 나를 풀
어 준 것 같았다. 그러므로 나를 살려 준 것은 결국은 적이었다. 살아서, 나는 다시 나를 살려 준 적 앞으로
나아갔다. ㉠세상은 뒤엉켜 있었다. 그 뒤엉킴은 말을 걸어 볼 수 없이 무내용했다.
의금부에서 풀려난 뒤부터, 추운 날에는 허리가 결렸고 왼쪽 무릎이 시리고 쑤셨다. 무릎이 시릴 때, 두
다리가 땅을 밟지 못하는 것처럼 얼얼했다. 뼛속의 구멍으로 찬 바닷바람이 드나드는 듯싶었다. 뼛속을 드
나드는 바람은 내 몸 안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임금의 숨결이며 기침 소리처럼 느껴졌다. ㉡내 어깨에는 적
이 들어와 살았고, 허리와 무릎에는 임금이 들어와 살았다. 활을 당겨 표적을 겨눌 때 나는 내 어깨에 들러
붙은 적을 느꼈고 칼의 세(勢)를 바꾸려고 몸을 돌릴 때 나는 내 허리와 무릎 속에서 살고 있는 임금을 느꼈
다. 시린 무릎으로 땅을 온전히 딛지 못할 때도 내 몸은 무거웠다. / 적과 임금이 동거하는 내 몸은 새벽이
면 자주 식은땀을 흘렸다. 구들에 불을 때지 않고 자는 밤에도 땀은 흘렀다.
(중략)
다시 날이 밝았다. 바다는 고요했다. 포위망을 조이면서 적에게 다가갔다. 대열의 계통을 버리고, 적들은
산개했다. 적들은 개별적 철수를 시도했다. 적들은 바다 가득히 뿔뿔이 흩어졌다. 적들의 깃발이 어지럽게
뒤엉켰다. 적들은 내 포위망 사이사이로 파고들었다. 내 포위망은 교란되었다. 교전하는 함대 사이로 적선
들은 한 척씩 빠져나갔다.
적들은 계통 없이 달려들었다. 멀리 떨어진 내 전선들이 깃발 신호를 받지 못했고, 신호는 전달되지 않았
다. 함대 전체를 통제할 수 없었다. 각 방면별 수령들에게 지휘권을 넘겼다. 나는 중군(中軍)만을 인솔하고
적의 진로 맨 앞으로 나아갔다. 전투는 난전(亂戰)으로 돌입했다. 진은 무너지고 대열은 흩어졌다.지휘 통
제는 작동되지 않았다. 한 척이 닥치는 대로 한 척씩을 붙잡아 들러붙었다. 모든 한 척이 전방위의 사선(射
線)에 노출되어 있었다. 수평선 쪽의 적들도 마찬가지였다. 기나긴 하루였다. 시간은 정지한 듯 더디었다.
바다는 쓰레기에 덮였다. 화약 연기와 볏짚이 타는 연기에 뒤덮여, 먼 싸움은 기억 속의 싸움처럼 희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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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적선들이 마지막 힘을 다해 노를 저어 와서 내 대장선의 고물을 들이받고 깨어졌다. 적병들의 시
체가 노와 노 사이에 끼어 으깨졌다. 물에 뜬 적병들의 시체를 헤치면서 또 다른 적선이 불길을 날리며 달려
와 대장선을 들이받고 깨어졌다. 적들은 사방에서 들이닥쳤다.
다시 날이 저물었다. 해 지는 쪽의 먼 섬들이 석양에 빛났다. 화약 연기 속으로 노을이 스몄다. 바람은 잠
들었다. 격군들은 기진맥진했다. 사흘 밤을 재우지 못했다. 적선 백여 척이 관음포 안 내항으로 달아났다.
거기는 퇴로가 없는 물목이었다. 적들은 항로를 오인했던 모양이다.
나는 중군을 몰아 관음포로 향했다. 거기서 포구의 어귀를 막고 안쪽을 찌를 판이었다. 적선 두 척이 내
대장선 앞뒤로 달려들었다. 뒤쪽에서 중군장이 달려 나와 앞에서 달려드는 적선을 막았다. 나는 대장선 장
대에서 소리쳤다.
─ 관음포가 급하다. 관음포로 가자.
난간에 도열한 적들이, 일제히, 무더기로 쏘아 댔다.

갑자기 왼쪽 가슴이 무거웠다. 나는 장대 바닥에 쓰러졌다. 군관 송희립이 방패로 내 앞을 가렸다. 송희립


은 나를 선실 안으로 옮겼다. 고통은 오래전부터 내 몸속에서 살아왔던 것처럼 전신에 퍼져 나갔다. 나는 졸
음처럼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다가오는 죽음을 느꼈다.
─ 지금 싸움이 한창이다. 너는 내 죽었다는 말을 내지 말라.
내 갑옷을 벗기면서 송희립은 울었다.
─ 나으리, 총알은 깊지 않사옵니다.
나는 안다. 총알은 깊다. 총알은 임진년의 총알보다 훨씬 더 깊이, 제자리를 찾아서 박혀 있었다. 오랜만
에 갑옷을 벗은 몸에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서늘함은 눈물겨웠다. 팔다리가 내 마음에서 멀어졌다. 몸은
희미했고 몸은 멀었고, 몸은 통제되지 않았다.
─ ㉢북을…… 계속…… 울려라. 관음포…… 멀었느냐?
송희립은 갑옷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북을 울렸다.
난전은 계속 중이었다. 싸움의 뒤쪽 아득한 바다 위에서 노을에 어둠이 스미고 있었다. 적선을 태우는 불
길이 바다 곳곳에서 일었다. 등판으로 배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격군들은 관음포를 향해 저어 가고 있었다.
싸움터를 빠져나가 먼바다로 달아나는 적선 몇 척이 선창 너머로 보였다. 밀물이 썰물로 바뀌는 와류 속
에서 적병들의 시체가 소용돌이쳤다. 부서진 적선의 파편들이 뱃전에 부딪혔다. 나는 심한 졸음을 느꼈다.
내 시체를 이 쓰레기의 바다에 던지라고 말하고 싶었다. 졸음이 입을 막아 입은 열리지 않았다. 나는 내
자연사에 안도했다. 바람결에 화약 연기 냄새가 끼쳐 왔다. ㉣이길 수 없는 졸음 속에서, 어린 면의 젖 냄새
와 내 젊은 날 함경도 백두산 밑의 새벽안개 냄새와 죽은 여진의 몸 냄새가 떠올랐다. 멀리서 임금의 해소
기침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냄새들은 화약 연기에 비벼지면서 멀어져 갔다. 함대가 관음포 내항으로 들어
선 모양이었다. 관음포는 보살의 포구인가. ㉤배는 격렬하게 흔들렸고, 마지막 고비를 넘기는 싸움이 시작
되고 있었다. 선창 너머로 싸움은 문득 고요해 보였다.
세상의 끝이…… 이처럼…… 가볍고…… 또…… 고요할 수 있다는 것이……, 칼로 베어지지 않는 적들
을…… 이 세상에 남겨 놓고…… 내가 먼저……, 관음포의 노을이…… 적들 쪽으로…….
- 김훈, 「칼의 노래」

[2부] 적용 학습 265

21 수특_문학(220-273 갈래 복합).indd 265 20. 1. 6. 오후 10:21


적용 학습 갈래 복합 11

20001-0236

01 (가),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는 특정 인물의 행위가 초래한 결과에 대한 편집자적 논평을 제시하고 있다.
② (가)는 초월적 존재가 개입하여 현실 세계에서 전개될 사건의 방향을 예언하고 있다.
‌
③ (나)는 인물들의 말이나 행위에 대한 특정 인물의 주관적 판단이 드러나 있다.
④ (나)는 현재와 과거의 사건을 교차하며 서술하여 현재 사건 발생의 직접적 원인을 밝히고 있다.
⑤ (가)와 (나)는 모두 공간의 묘사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암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0001-0237

02 (가)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사명당의 도술로 일본 백성들이 물과 관련된 수난을 겪어 그 피해가 심해지고 있었다.
‌
② 노산홍이 왜왕에게 조언한 것을 왜왕이 수용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③ 일본은 진시황의 신하들이 불사약을 구하다가 도망하여 세운 나라로 그려지고 있다.
④ 사명당은 천상에서 죄를 짓고 적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또 죄를 지었다고 왜왕을 꾸짖고 있다.
‌
⑤ 왜왕은 관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명당의 지시에 순종하고자 문서를 작성한다.

20001-0238

03 (나)의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한 것은?


① ㉠: 자신을 전선으로 내보낸 임금에 대한 원망의 감정을 표출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나’의
‌
심정을 엿볼 수 있다.
② ㉡: 적군과의 협상과 정치권력의 수호 사이에서 ‘나’가 내적 갈등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
③ ㉢: 자신의 안위보다 전투 상황에 집중하고자 하는 ‘나’의 책임 의식을 엿볼 수 있다.
④ ㉣: 죽음을 앞두고 수군통제사로서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는 ‘나’의 태도가 더욱 뚜렷해지

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⑤ ㉤: 자신의 죽음을 통한 승리를 예감할 정도로 ‘나’가 장군으로서의 지략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26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220-273 갈래 복합).indd 266 20. 1. 6. 오후 10:21


정답과 해설 90쪽

20001-0239

04 <보기>를 바탕으로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칼의 노래」에서 전쟁은 바다와 남도에서 이순신이 몸으로 겪는 현실적 전쟁과, 의주 혹은 서울
에 있는 임금이 전쟁에 대한 보고를 받으면서 구체성 없이 막연하게 상상을 통해 느낌으로 겪는 추
상적 담론에 의한 전쟁으로 그려진다. 이순신이 겪는 현실적 전쟁은 부상과 굶주림의 고통, 죽음의
공포 등과 관련된 생존의 위협, 즉 실존적 위기이지만 임금의 추상적 담론에 의한 전쟁은 어명대로
수행하지 못했거나 전투에서의 패배와 관련된 사직의 위기, 곧 정치적 권력의 위기이다. 이 작품은
이처럼 이순신이 겪었을 전쟁에 대한 현실 감각, 실존 감각을 형상화함으로써 왕권 수호와 대의명
분 실현이라는 관념적 측면보다는 생존과 일상이라는 의미망 속에서 전쟁과 충(忠)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고 있다.

① ‘나’가 ‘혼절과 혼절 사이’를 경험하며 임금이 ‘나를 죽여서 사직을 보존하고 싶었을 것’이라
‌
고 생각한 이유는, 조정에 있는 임금이 어명의 수행 여부나 전투의 패배 등과 관련된 보고를
통해 ‘나’로 인하여 정치적 권력의 위기를 느꼈을 것이라는 점과 관련지어 추측해 볼 수 있
겠군.
② 임금이 ‘나’를 의금부로 잡아들였다가 ‘살려 준’ 이유는, 남도에서 발생한 실제 전쟁으로 위
‌
기를 느낀 임금이 현실적 전쟁의 승리를 통해 사직을 보존하고자 하는 목적이 가장 컸기 때
문으로 볼 수 있겠군.
③ ‘나’가 전투 현장에서 ‘격군들은 기진맥진했’고 ‘사흘 밤을 재우지 못했다.’라고 하며 전쟁에
‌
참여한 이들이 겪은 신체적 고통에 대해 인식하는 것은, ‘나’가 인간의 생존의 위협과 관련
지어 전쟁을 바라보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겠군.
④ ‘나’가 ‘내 자연사에 안도했다.’라며 전쟁터에서 전사하는 것을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이는 것
‌
은, 어명에 따라 신하로서의 명분을 완수하기 위해 실존적 위기와 정치적 권력의 위기를 모
두 감수해 낸 자신에 대해 안도감을 느낀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
⑤ ‘모든 한 척이 전방위의 사선에 노출되어 있었’고 ‘와류 속에서 적병들의 시체가 소용돌이쳤
‌
다.’와 같이 아군과 적군이 겪고 있는 혼란스러운 전투 상황을 제시한 것은, 양측이 모두 고통
을 겪는 전투 현장에 대한 인식을 통해 전쟁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

[2부] 적용 학습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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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91쪽

20001-0240

05 <보기>를 바탕으로 (가), (나)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역사 소설은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실제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갈등을 형상화한 소설이며, 그중
에서 영웅적 능력을 지닌 인물이 활약을 펼치는 이야기를 역사 영웅 소설이라고 한다. 고전 소설에
서 역사 소설은 현실과 다른 방향의 사건 전개를 통해 외적에 대한 적개심, 지배층의 무능함에 대
한 비판 의식 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가)는 사명당을 비롯한 임진왜란 당시 실존 인물들의 활
약상을 연대기적 구조로 그려 낸 역사 영웅 소설로서 당대 민중의 울분을 구국 영웅을 통해 허구적
으로 형상화하여 심리적 보상을 얻고 있다. 현대에 창작된 새로운 역사 소설은 구국 영웅의 제시에
서 벗어나 역사적 사건 속에서 신체적 고통으로 시달리는 일상의 삶을 부각하거나 개인의 내면 심
리를 재구성하여 형상화한 작품이 많다. (나)는 일대기 형식을 취하지 않았고, 민족주의 서사를 대
표하는 영웅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어 인물을 탈영웅화했다는 점 등에서 차별성이 돋보이는 역사
영웅 소설이다.

① 실존 인물이었던 사명당이 왜왕에게 실제 역사적 사건인 ‘임자년에 외람한 의사를 내어 조


‌
선을 침노’했다고 꾸짖는 장면으로 미루어, (가)는 역사적 현실을 소재로 다른 방향으로 사
건을 전개하여 민중의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② 사명당이 일본의 탕멸을 면해 주면서 ‘인피 삼백 장씩 매년 진공하라.’라고 명한 것으로 미루
‌
어, (가)는 당시 우리 민족이 겪었던 고난에 대해 대가를 받는 장면을 허구적으로 형상화하
였다는 점에서 일종의 보상 심리가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③ 사명당의 능력으로 일본 백성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고 ‘왜왕이 항복하’는 장면으로 미루어,
‌
(가)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물의 활약을 통해 우리 민중의 울분을 해소하는 점에서 역사
영웅 소설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④ ‘나’가 ‘신호는 전달되지 않았’고, ‘각 방면별 수령들에게 지휘권을 넘겼다.’라고 내부 갈등으
‌
로 인한 통솔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점으로 미루어, (나)는 구국 영웅으로서의 면모와 달리
전쟁의 성패에 불안해하는 내면을 부각했다는 면에서 탈영웅화한 모습을 그린 현대 역사 소
설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⑤ 총알을 맞은 후 ‘서늘한 한기’를 느끼며 ‘팔다리가 내 마음에서 멀어졌다.’라고 당시 이순신
‌
이 떠올렸을 생각을 상상하여 표현한 것을 통해, (나)는 특정한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인물
의 경험을 형상화하며 당시 개인의 내면에 대해 재구성하여 나타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6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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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12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김 군! 수삼 차 편지는 반갑게 받았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화답지 못하였다. 물론 군의 충정에는 나


도 감사를 드리지만 그 충정을 나는 받을 수 없다.
— 박 군! 나는 군의 탈가(脫家)를 찬성할 수 없다. 음험한 이역에 늙은 어머니와 어린 처자를 버리고 나선
  
군의 행동을 나는 찬성할 수 없다. 박 군! 돌아가라.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 군의 부모와 처자가 이역 노두에
서 방황하는 것을 나는 눈앞에 보는 듯싶다. 그네들의 의지할 곳은 오직 군의 품밖에 없다. 군은 그네들을
구하여야 할 것이다.
군은 군의 가정에서 동량(棟樑)이다. 동량이 없는 집이 어디 있으랴? 조그마한 고통으로 집을 버리고 나
선다는 것이 의지가 굳다는 박 군으로서는 너무도 박약한 소위이다.
군은 ××단에 몸을 던져서 ×선에 섰다는 말을 일전 황 군에게서 듣기는 하였으나 그렇다 하여도 나는
그것을 시인할 수 없다. 가족을 못 살리는 힘으로 어찌 사회를 건지랴.
박 군! 나는 군이 돌아가기를 충정으로 바란다. ㉠군의 가족이 사람들 발 아래서 짓밟히는 것을 생각할 때
군의 가슴인들 어찌 편하랴.
김 군! 군은 이러한 말을 편지마다 썼지? 나는 군의 뜻을 잘 알았다. 내 사랑하는 나의 가족을 위하여 동
정하여 주는 군에게 내 어찌 감사치 않으랴? 정다운 벗의 충고에 나는 늘 울었다. 그러나 그 충고를 들을 수
없다. 듣지 않는 것이 군에게는 고통이 될는지 분노가 될는지? 나에게 있어서는 행복일는지도 알 수 없는
까닭이다.
김 군! 나도 사람이다. 정애(情愛)가 있는 사람이다. 나의 목숨 같은 내 가족이 유린받는 것을 내 어찌 생
각지 않으랴? 나의 고통을 제삼자로서는 만분의 일이라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나의 탈가한 이유를 군에게 말하고자 한다. 여기 대하여 동정(同情)과 비난(非難)은 군의 자유
이다. ㉡나는 다만 이러하다는 것을 군에게 알릴 뿐이다. 나는 이것을 군이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라도 알리
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충동을 받는 까닭이다.
그러나 나는 단언한다. 군도 사람이거니 나의 말하는 것을 부인치는 못하리라.
(중략)
부지런하다면 이때 우리처럼 부지런함이 어디 있으며 정직하다면 이때 우리 식구같이 정직함이 어디 있
으랴? 그러나 빈곤은 날로 심하였다. 이틀 사흘 굶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번은 이틀이나 굶고 일자
리를 찾다가 집으로 들어가니 부엌 앞에 앉았던 아내가(아내는 이때에 아이를 배서 배가 남산만 하였다.) 무
엇을 먹다가 깜짝 놀란다. 그리고 손에 쥐었던 것을 얼른 아궁이에 집어넣는다. 이때 불쾌한 감정이 내 가슴
에 떠올랐다.
“무얼 먹을까? 어디서 무엇을 얻었을까? 무엇이길래 어머니와 나 몰래 먹누? 아! 예편네란 그런 것이로

구나! 아니 그러나 설마…… 그래도 무엇을 먹던데…….”
나는 이렇게 아내를 의심도 하고 원망도 하고 밉게도 생각하였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어색하게 머리를
숙이고 앉아서 씩씩 하다가 밖으로 나간다. 그 얼굴은 좀 붉었다.
아내가 나간 뒤에 나는 아내가 먹다가 던진 것을 찾으려고 아궁이를 뒤졌다. 싸늘하게 식은 재를 막대기

[2부] 적용 학습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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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12

로 뒤져내니 벌건 것이 눈에 띄었다. 나는 그것을 집었다. 그것은 귤껍질[橘皮] 이다. 거기는 베 먹은 잇자


국이 났다. 귤껍질을 쥔 나의 손은 떨리고 잇자국을 보는 내 눈에는 눈물이 괴었다.
㉢김 군! 이때 나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면 적당할까?
‘오죽 먹고 싶었으면 오죽 배고팠으면, 길바닥에 내던진 귤껍질을 주워 먹을까! 더욱 몸 비잖은 그가! 아

아, 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한 아내를 나는 의심하였구나! 이놈이 어찌하여 그러한 아내에게 불평을 품
었는가? 나 같은 간악한 놈이 어디 있으랴. 내가 양심이 부끄러워서 무슨 면목으로 아내를 볼까?’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느껴 가며 눈물을 흘렸다. 귤껍질을 쥔 채로 이를 악물고 울었다.
“야, 어째 우느냐? 일어나거라. 우리도 살 때 있겠지, 늘 이렇겠느냐.”
하면서 누가 어깨를 친다. 나는 그것이 어머니인 것을 알았다. 나는,
“아이구 어머니, 나는 불효외다.”
하면서 어머니의 발을 안고 자꾸자꾸 울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 소리 없이 가슴을 부둥켜안고 밖으로
나왔다.
- 최서해, 「탈출기」

나 뭔가 네게 유익하고 힘이 될 말을 써 보내고 싶다.
네가 입대해 떠나간 이제 와서 우울한 고향 실정이나 우리의 지난 잘잘못을 들어 여기에 열거해 놓자는
건 아니야.
아무 얘기도 못 해 주고 묵묵히 너를 전송했던 형의 답답한 마음을 이해하여 주기 바란다. 나는 우리가 지
금쯤은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어떤 문제를 확실히 해 두고, 또한 장래를 굳게 믿기 위하여 내 연애 이야
기를 빌리기로 한다. 너는 십구 년 전에 내가 누구를 사랑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아마 놀랄 거다. 따져
봐, 내 열한 살 때가 아니냐. ㉣에이, 이건 오히려 형의 달착지근한 구라를 읽게 됐군, 하며 던져 버리지 말
구 읽어 주렴.
너 영등포의 먼지 나는 공장 뒷길들이 생각나니. 생각날 거야, 너두 그 학교를 다녔으니까. 아침마다 군복
이나 물 빠진 푸른 작업복 상의를 걸친 아저씨들이 한쪽 손에 반찬 국물의 얼룩이 밴 도시락 보자기를 들고
공장 담 아래를 줄이어 밀려가곤 했지. 우리 아버지두 그 틈에 있었을 거야. 참 그땔 생각하면 제일 먼저 까
마중 열매가 떠오른다.
(중략)
ⓐ애들이 앞에 나가서 코끼리 맴돌기를 하고 있을 때, 자치회를 위하여 자리를 피해 주었던 선생님이 눈
을 휘둥그레 뜨며 놀랐다. “뭘 하구 있는 거예요.” 아이들은 입을 꾹 다물었고 영래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벌을 주고 있습니다.” “무슨 벌을? ” “얘들이 단체 행동에서 빠지려구 합니다.” “단체 행동이라니……” “얘
들 때문에 우리가 졌어요. 우리 반의 명예를 위해서 전부 놀이에 참가할 작정이었습니다.” “네, 그런가요.
언제 그 놀이를 해 보자구 여럿이서 의논을 했었나요? ” 선생님의 한결같이 부드러운 질문에 영래가 대들
듯이 거칠게 대답했다. ⓑ“아뇨, 하나 마나죠. 우리 반을 위해서 나는 모두 참가해야 된다구 생각했습니
다.” “물론 여럿이 하는 일에 마음이 모두 맞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각자의 의견도 묻지 않고 혼자

27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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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생각만 주장해서는 절대로 무슨 일에서건 이길 수 없을 거예요. 급장은 책임이 중할수록 누구에게 불만
이 없는가를 살피고, 있다면 그 불만이 자기가 저지른 어떤 잘못 때문이 아닌가 스스로 반성해 보아야 합니
다. 마음을 모으겠다는 핑계로 제 잘못을 감추려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됩니다.”
그러나 자치회 때의 일로 영래와 종하, 은수 그 애들은 선생님을 점점 미워하게 되었고, 자기네와 별로 나
이 차이가 많지 않은 소녀라고 눌러 보려 했던 것이다. 그 애들은 병아리 선생님에 관한 음탕한 욕지거리를
지껄이거나 그이가 돌아서서 칠판에 글씨를 쓸 때 일어나 쑥떡을 먹이며 이상스런 몸짓을 하는 거였다. 나
는 이 공공연한 모독에 의한 아이들의 수치심이 점차로 깊이 만연되어 가고 있었던 상태를 전혀 느끼지도
못했었다. 어느 산수 시간에 뒷자리 아이로부터 내게까지 작게 접은 종잇조각 이 건네져 왔으며, 펴 보고
나서 나는 드디어 더 이상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다. 종잇조각에는 “본 다음에 앞으로 돌릴 것. 임
종하.”라고 씌어 있고 밑에다 그이에 관한 욕설에 곁들여 변소에서도 간혹 볼 수 있는 추잡한 그림이 그려
져 있었다. 나는 그림을 책갈피에 끼워 넣고 시간이 끝나기를 애가 달아 기다렸다. 그동안 나는 별의별 무서
운 공상에 시달렸다. ㉤나는 얻어터진다. 머리가 깨어져 다 죽게 된다. 그이가 나를 업고 간다. 몇 날 몇 달
을 끝없이 간다. 시간이 끝나고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뒤에서 종하가 대견한 짓이라도 해냈다는 듯이 “얘들
아, 그 쪽지 어디까지 갔는지 이쪽으루 다시 돌려라.” 하며 떠들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겁내지 않으려 애쓰
면서 말했다. “내가 가졌다 왜. 정말 너 이따위 장난만 하기냐? ” 종하와 은수가 얼굴을 마주 보더니 어이없
다는 듯 낄낄 웃어 댔다. “그게 니 깔치니? ” “구경했으면 고맙다구 그럴 게지, 이 새끼가 …….” 나도 지지

  
않고 말했다. “너희들 사과 안 하면 그냥 안 둔다.” 그에게로 가서 종잇조각을 내밀어 주었다. “사과해, 너
는 선생님을 욕보인 나쁜 놈이다.” “그래 병아리 선생님은 좋은 분이야.” 하고 석환이가 잇달아 말하는 소리
가 들렸다. “자, 이걸 네 손으로 찢어 버려.” ⓒ“이 새끼가 …… 맞아 볼래? ” 종하가 내 멱살을 잡아 앞뒤로
  
흔들다가 바닥에 쓰러뜨렸다. 은수와 영래가 “밟아 버려, 밟아.”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아이들이 뒤로
한꺼번에 몰려들어 제각기 떠들었다. “너희들이 잘못이다.” “우리는 병아리 선생님을 좋아한다.” “그분은
훌륭한 사람이야.” 기가 죽어 지내던 장판석이도 종하를 내게서 떼어 밀치면서 말했다. “애들 때리면 재미
적다.” 은수와 종하는 아직도 영래의 행동을 기다리며 씨근거렸다. 아이들이 사방에서 한마디씩 했다. “학
급비를 거둬다 우리한텐 알리지두 않구 맘대로 쓴 건 잘못이다.” “요전에 동열이를 때린 것두 잘못이라구
생각한다.” “한 번도 자치회에서 물어보지도 않구 혼자 맘대로 한 건 더욱 잘못이다.” 영래는 자기가 반 아
이들에게서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는 걸 알았는지 얼굴이 샛노랗게 질려 있었다. “너희들 반장에게…… 이
러기냐? ” “너는 반장 자격이 없어.” “그만둬라.” 나는 종하에게 종이쪽지를 내밀었다. 종하가 어떻게 했으
면 좋겠느냐는 듯이 영래를 바라보자 그 애는 의외로 나약해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찢어, 인마.” 종하가
그걸 찢었다.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내게 사과 안 할 테냐? ” 아이들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그래 사과하란 말야, 짜식들아.” “사과 안 하면 몰매를 놓아서 쫓아내라.” 종하가 아주 비굴하게
들릴까 말까 한 음성으로 말했다. “미안하다.” ⓔ우리는 모두가 그 애들이 너무나도 초라하게 풀이 죽은 걸
보고서 어리둥절해질 지경이었다. 나의 들끓던 수치감은 그때에 꽉 몰려 있던 오줌이 방광을 비집고 쏟아
져 나올 때처럼 외부로 터져 나갔고, 가벼운 몸서리를 흠칫 느꼈던 것이었다.
- 황석영, 「아우를 위하여」

[2부] 적용 학습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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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 학습 갈래 복합 12

20001-0241

01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가)는 ‘나’가 김 군과 박 군이라는 두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
② (가)에서 김 군이 편지를 쓴 이유는 박 군의 편지에서 제기한 ‘탈가’의 문제를 해명하기 위함
‌
이다.
③ (나)는 입대로 집을 떠난 ‘나’가 동생이 보낸 편지에 대해 답하는 답장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
④ (나)에서 ‘나’는 동생과 공유하는 기억을 언급하면서 편지의 사연을 전하고 있다.
⑤ (나)에서 ‘나’가 편지를 쓴 이유는 동생과 자신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회상하고 반성하기 위
‌
함이다.

20001-0242

02 (가)의 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김 군은 황 군을 통해 박 군의 소식을 알게 된다.
‌
② 박 군은 자신의 부지런함과 정직함을 의심한다.
③ 박 군은 집을 떠나고 가족과 헤어진다.
④ 아내는 임신한 상태이지만 배고픔에 시달린다.
⑤ 어머니는 박 군이 좌절하지 않도록 격려한다.

20001-0243

03 <보기>를 바탕으로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가)와 (나)는 편지의 형식으로 쓰인 소설이라는 점에서 서간체 소설로 불린다. 서간체 소설에서
는 편지의 문체가 중요한 특성으로 나타난다. 편지는 수신자와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 서간체 소설
의 서술자도 편지의 수신자가 전했던 말을 언급하거나 수신자의 예상되는 반응을 가정하며 말을
거는 등 대화체를 사용한다. 또한 편지의 수신자에게 친근감을 형성하고 자신의 내면을 효과적으
로 전하기 위해 수신자의 호명, 질문의 형식, 낮춤말 등의 문체를 사용한다. 한편 서간체 소설에서
서술자는 과거의 사건에 대해 말할 뿐만 아니라 편지를 쓰는 이유나 편지를 쓰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다. 이 경우 서술자의 문장은 현재 시제로 나타난다.

① ㉠: 수신자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수신자의 심정을 추측하며 묻고 있다.


‌
② ㉡: 수신자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를 현재 시제로 밝히고 있다.
③ ㉢: 수신자를 호명하고 질문의 형식을 취하면서 상황에 대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④ ㉣: 사연에 대한 수신자의 반응을 예상하면서 편지 읽기를 친근하게 권하고 있다.
⑤ ㉤: 편지를 쓰고 있는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현재 시제를 사용하고 있다.

27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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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92쪽

20001-0244

04 (가)의 귤껍질 과 (나)의 종잇조각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귤껍질’은 ‘나’가 처한 상황의 비참함을 강조하는 소재이다.
‌
② ‘귤껍질’이 ‘아내’가 먹은 ‘무엇’의 정체임을 확인하는 것은 ‘나’가 반성하는 계기가 된다.
‌
③ ‘귤껍질’과 ‘종잇조각’을 ‘나’가 획득하는 것은 현실의 문제가 더욱 악화하는 원인이 된다.
④ ‘종잇조각’은 ‘나’가 결단을 내리는 계기가 된다.
⑤ ‘종잇조각’은 선생님에 대한 ‘그 애들’의 부정적 태도가 구체화된 소재이다.

20001-0245

05 <보기>를 참고하여 ⓐ~ⓔ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아우를 위하여」 는 학교를 모티프로 한 소설이다. 학교는 교실, 운동장이라는 공간, 교사, 교생,
  
학생이라는 구성원, 사제 관계와 교우 관계 등의 관계, 가르침과 배움이라는 행위 등으로 구성되는
데, 이 작품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이 배경, 인물, 사건에 차용된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학교 모티프
가 교육의 현실을 그려 낼 뿐만 아니라 사회 및 정치 현실을 우의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부정
직한 정치권력이 시민의 의견에 기초하지 않고 자신의 견해를 강요하는 독단, 시민을 위협하고 통
제하는 정치술, 부당한 위협과 통제에 맞서 시민이 저항하고 대응하는 방식을 학교에 속한 공간과
인물, 관계를 통해 효과적으로 형상화한다.

① ⓐ는 부정한 정치 세력이 권력의 남용으로 시민을 통제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군.


‌
② ⓑ는 부정한 정치 세력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을 참된 것으로 인식
‌
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군.
③ ⓒ는 부정한 정치 세력이 시민의 저항을 폭력으로 진압하려고 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군.
④ ⓓ는 부정한 정치 세력에 맞서기 위해 시민들이 함께 저항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군.
⑤ ⓔ는 부정한 정치 세력의 위협에 대해 시민들이 낙담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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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실전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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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1 회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성덕왕 때에 순정공(純貞公)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다가, 바닷가에 이르러 점심을 먹었다. 곁에는 석벽


이 병풍처럼 바다를 둘렀는데, 높이가 천 길이나 되었다. 그 위에는 철쭉꽃이 활짝 피어 있었는데, 공의
부인 ㉠수로(水路)가 그것을 보고 좌우에게 말했다.
“누가 저 꽃을 꺾어 바치겠느냐? ”
종자 *가 말했다. / “사람의 발자취가 이를 수 없는 곳입니다.”
㉡모두들 할 수 없다고 사양했다. 마침 그 곁에 ㉢한 늙은이가 암소를 몰고 지나가다 부인의 말을 듣
고는, 그 꽃을 꺾었다. 그러고는 가사도 지어 함께 바쳤다. 그 늙은이는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그
뒤 이틀 동안 길을 가다가 또 임해정(臨海亭)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갑자기 ㉣바다의 용이 부인을 납치
해 바다로 들어갔다. 공이 땅바닥에 허둥지둥 발을 굴렀지만 아무런 계책도 없었다. 그러자 또 ㉤한 늙
은이가 나타나 말했다.
“옛사람의 말에 ‘여러 사람의 입이 쇠를 녹인다’고 했습니다. 이제 바닷속의 짐승이 어찌 여러 사람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이 경내의 백성들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막대기로 언덕을 치면,
부인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공이 그 말대로 했더니, 용이 부인을 모시고 바다에서 나와 바쳤다. 공이 부인에게 바닷속의 일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칠보 궁전의 음식은 달고 부드러우며 향기롭고 조촐해서, 인간의 음식과는 달랐습니다.”
이 부인의 옷에도 이상한 향내가 스며 있었는데, 세상에서 맡아 보지 못한 것이었다. 수로는 자태와
용모가 뛰어났으므로, 깊은 산이나 큰 못을 지날 때마다 자주 신물(神物)에게 납치당했다. 여러 사람이
부른 「해가(海歌)」 는 사(詞)가 이렇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 龜乎龜乎出水路
남의 부녀를 약탈했으니 그 죄가 얼마나 큰가. 掠人婦女罪何極
[A]
네 만약 거역하고 내어 바치지 않으면 汝若悖逆不出獻
그물을 넣어 사로잡아 구워서 먹으리라. 入網捕掠燔之喫

노인의 「헌화가(獻花歌)」 는 이러했다.


  
자줏빛 바위 가에 紫布岩乎过希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執音乎手母牛放敎遣
吾肹不喩慚肹伊賜等
[B]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花肹折叱可獻乎理音如
- 일연, 「수로 부인」

* 종자: 남에게 종속되어 따라다니는 사람.

27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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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94쪽

20001-0246

01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은 ㉢에 의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
‌
② ㉡의 반응은 ㉢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계기가 되었다.
③ ㉣이 거처하는 세계에 대해 ㉠은 감탄을 표현했다.
④ ㉤이 제시한 계책의 가능성에 대해 ㉥은 의구심을 드러냈다.
⑤ ㉥은 ㉣이 ㉠에게 취한 행위에 처음에는 애를 태웠다.

20001-0247

02 <보기>의 관점에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윗글은 미적 대상을 둘러싼 헌화담과 납치담이라는 두 개의 일화로 구성되어 있다. 헌화담에
서는 ‘수로’와 ‘꽃’, 납치담에서는 ‘수로’라는 미적 대상을 대하는 인물들의 행위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두 일화의 공통점이 있지만, 그 인물들의 행위에 반영된 심리에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이 점은 두 노래의 맥락을 고려할 때 더욱 선명해진다.

① 헌화담과 납치담의 ‘수로’는 주변의 존재들에 의해 미적 대상으로 인정되었다는 공통점


‌
이 있군.
② 헌화담에서 ‘수로’가 ‘좌우’에게 취한 행위에는 미적 대상을 자신의 소유로 제한하고자
‌
하는 의도가 반영되었군.
③ 납치담에서 ‘바다의 용’이 ‘수로’를 바다로 데리고 간 행위에는 미적 대상을 자신의 것으
‌
로 취하려는 의도가 반영되었군.
④ 헌화담에서 ‘수로’가 ‘꽃’을 취하는 과정과 납치담에서 ‘신물’이 ‘수로’를 취하는 과정은,
‌
모두 제삼자의 힘을 빌린다는 공통점이 있군.
⑤ 헌화담에서 ‘한 늙은이’가 ‘수로’에게 ‘꽃’을 바치는 행위에는, 자신이 획득한 미적 대상
‌
의 가치는 ‘수로’와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되었군.

20001-0248

03 맥락을 고려할 때, [A]와 [B]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정적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
② 청자를 의인화하여 부르고 있다.
③ 집단의 노동 행위를 수반하고 있다.
④ 화자가 청자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
⑤ 실제의 청자와 노래 속 청자의 호칭이 불일치하고 있다.

[3부] 실전 학습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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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1 회

20001-0249

04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윗글은 성덕왕 대에 일어난 민란을 굿으로 다스리기 위해 부른 굿 노래로 보기도 한다. 『삼국
사기』를 보면 신라 성덕왕 4년(705년)에 나라 동쪽 고을에 천재지변이 발생하고 기근이 심하여
민심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성덕왕이 사자(使者)와 무당을 파견하여 굶어 죽을 위기에 처
한 백성들에게 쌀과 오곡 종자를 나누어 주고, 굿을 벌여 민란을 해결하고자 했다는 기록이 있
다. 이에 따라 순정공은 왕명을 수행하기 위한 사자로, 수로는 권위 있는 무당으로, 바다의 용
과 신물은 불만을 지닌 세력으로, 수로가 바다로 납치당했을 때 나타난 한 늙은이는 신(神)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관점으로 윗글을 감상하면 신라 사회의 모습과, 현실 세계와 초월
적 세계에 대한 신라인의 인식을 파악할 수 있다.

① ‘바다의 용’이 ‘수로’를 앗아 갔다가 돌려주었다는 점에서, 윗글은 무속 신앙을 인정하지


‌

않은 당대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이야기에 해당하겠군.


② ‘순정공’이 ‘바닷속’의 일을 궁금해했다는 점에서, 윗글은 현실 세계보다 초월적 세계의
‌

삶에 관심을 가진 신라인의 인식을 반영한 이야기에 해당하겠군.


③ ‘순정공’이 ‘용’을 퇴치하는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윗글은 왕이 민란을 일으킨 불만 세력
‌

을 제거하지 않고 적절한 선에서 용서한 모습을 반영한 이야기에 해당하겠군.


④ ‘한 늙은이’가 ‘경내의 백성들’을 모아 노래 부를 것을 권했다는 점에서, 윗글은 왕으로부
‌

터 도움을 받은 백성들이 왕의 공덕을 찬양한 모습을 반영한 이야기에 해당하겠군.


⑤ ‘수로’가 자주 ‘신물’에게 납치당했다는 점에서, 윗글은 왕에 의해 파견된 무당이 왕명 수
‌

행 과정에서 민란으로 인해 굿을 벌이기 어려웠던 모습을 반영한 이야기에 해당하겠군.

27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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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95쪽

[05~0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소선이 비로소 자리에 나아가 정히 소매를 떨치고 단소를 불고자 할새, 홀연 공중에서 한 기러기 슬피
우는 것이 들리더니 점점 구름 밖에 떨어져 과봉루로 향하여 오거늘, 소선이 단소를 땅에 던지고 귀를
기울이고 듣더니 안색이 돌변하며 눈물이 비 오듯 하는지라. 이윽히 있다가 그 기러기가 소선의 곁으로
날아와 멈춰 고개를 들어 슬피 우니, 소선이 급히 두 손으로 기러기의 목을 안고 실성통곡하거늘, 공주와
궁녀들이 다 크게 놀라다가 괴이히 여기지 않음이 없어 그 기러기를 보니 순전히 붉은색인데 한 서간
이 있어 그 발에 매였더라.
공주가 크게 기이히 여겨 급히 열어 보니 그 글에 하였으되,
‘모년 모월 모일에 신라국 왕비 석 씨는 원통함을 머금고 피눈물을 뿌려 글을 태자 소선에게 부치노

라. 아아. 예전에 네가 부왕이 병으로 누워 계실 때에 도인의 말을 듣고 스스로 바다를 건너 남으로 향
해 해숙(解叔) *의 지극한 효성을 본받아 보타산으로 영약을 찾아 갔으니, 이것이 어찌 10세 어린이의
능히 행할 바이리오? 그러나 네가 결의하고 가기를 원하되 죽기로써 스스로 맹세하니, 만약 너의 감
을 허락지 아니하면 네가 반드시 죽을 뜻이 있는 고로 부왕이 허락하시고 나도 또한 허락하였더니, 대
개 너의 지성에 감격하고 상천이 돌보시고 신명(神明)이 붙들어 마침내 험난함에서도 탈 없을 것을 생
각함이라. 네가 간 후에 왕자 세징이 스스로 말하되, ‘특별히 배 한 척을 구하여 너의 뒤를 따라갔다가
너와 같이 돌아오리라.’ 하므로, 해상 만 리에 파도가 하늘을 치는데 네가 홀몸으로 가 보호할 사람이
없음을 염려하여 부왕이 허락하시고 나도 또한 허락하였더니, 어찌 반년 후에 세징은 약을 가지고 홀
로 돌아왔으되, 너는 한 번 가고 돌아오지 않음을 뜻하였으리오? 세징의 말은 가로되, ‘타인의 전하는
바를 들은즉, 혹은 네가 보타산에 이르렀다가 풍파에 표류하여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고, 혹은 네가 대
양에 이르러 빠졌으되 구하지 못하였다.’ 하니, 그 전하는 말이 너무 모호하므로 진실로 믿기 어렵고
이것이 내가 의혹이 여러 가지로 생겨 종시 마음에 풀리지 않는 까닭이로다. 아아. 너의 온후한 덕성
과 효우의 행실로써 상천의 도우심을 받지 못하고 어찌 재앙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부왕의 병든
몸은 그 영약으로 인하여 하루아침에 나으시니, 도인의 말이 과연 징험이 있도다. 이로써 보면 네가
살아서 고국에 돌아오는 것 또한 가히 날을 기약하여 기다릴지로다. 비록 그러하나 한 번 가고 돌아오
지 않음이 지금껏 4년이니, 어찌 너에게 큰 액운이 닥쳐 천수를 도망키 어려움이 그 도인이 나를 속여
그리함인가? 우주가 아득하나 질문할 곳이 없고 하늘 끝과 땅 모퉁이에 소식을 의거할 수 없으니, 나
로 하여금 어찌 슬프지 않으리오? 아아. 네가 동궁에 있을 때에 길들인 바 붉은 기러기가 네가 남해로
간 후부터 옛 보금자리를 떠나지 않고 홀로 배회하며 매양 나를 대하여 머뭇거리며 슬피 울되 하소연
하는 바가 있는 듯하니, 뜻하건대 네가 혹 죽지 아니하고 지금까지 이 세상에 살아 있어 나로 하여금
서간을 부치게 하고자 그러함인가? 생각이 이에 미치니 마음이 어지럽고 붓을 잡아 쓰고자 하니 창자
가 마디마디 끊어지도다. 기러기의 발에 매어 소식을 부쳐 멀리 묻노니, 너는 과연 보는가, 못 보는가?
고통이 가슴에 얽히고 일은 허탄하니 그 전하고 전하지 않음은 가히 알지 못할지라. 기러기가 당도하
는 날에 곧 답서를 보내어 노모로 하여금 주야로 멀리 바라보게 하지 말라. 천만 울며 축수하노라.’
공주가 보기를 다하더니 오열하며 눈물을 흘려 비로소 소선이 신라국 태자로서 타국에 표박함은 왕자

[3부] 실전 학습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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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1 회

세징으로 인하여 그리됨을 알았더라. 이에 옷깃을 정제하고 단정히 앉아 소선더러 가로되,


“이제 기러기의 발에 매인 글을 보니 곧 귀국 왕비의 수찰이라. 청컨대 태자를 위하여 한 번 외우리다.”


이윽고 등불을 밝힌 후 한 번 낭독하니, 음성이 청아하여 옥을 울림 같거늘, 글자마다 뼈에 사무치고


글귀마다 코에 시리니, 좌우의 궁녀가 듣고 또한 모두 말을 잃고 울며 소선은 머리를 숙이고 듣다가 피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니, 급히 두 손으로 모비의 수찰을 받들고 어루만지며 슬피 울다가 홀연 뜻밖에 두
눈이 활짝 열려 물건을 봄에 환하여 장애됨이 없더라. 공주를 보매 봉관 하피(鳳冠霞帔) *로 용모가 연꽃
같아 방금 자리 위에 단정히 앉았으니, 소선이 황망히 자리를 피하여 머리를 돌이키며 두 손을 모으고
섰더라.
 - 서유영, 「육미당기(六美堂記)」

* 해숙: 중국 남제(南齊) 사람으로 효성이 지극했던 해숙겸(解叔謙)을 말함.


* 봉관 하피: 중국에서 황후가 특별한 날에 착용하였던 복식.

20001-0250

05 서간 에 나타나 있는 ‘석 씨’의 태도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소선이 떠난 이후의 일들을 차례대로 서술하고 있다.




② 세징의 말을 인용하여 형제간의 신의를 강조하고 있다.


③ 부왕이 영약을 먹고 병에서 회복되었음을 언급하고 있다.
④ 소선이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⑤ 소선의 소식을 알지 못하는 답답함을 질문의 형식을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다.

20001-0251

06 ‘붉은 기러기’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소선은 울음소리만으로도 붉은 기러기가 자신이 기르던 것임을 알아챘다.
② 붉은 기러기는 소선이 남해로 간 뒤에 보금자리를 떠나 자취를 감추곤 했다.
‌

③ 왕비 석 씨는 붉은 기러기가 자신의 서간을 소선에게 전달해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④ 붉은 기러기는 왕비 석 씨 앞에서 머뭇거리는 행동으로 소선이 머무르는 곳을 알려 주었다.
‌

⑤ 붉은 기러기는 과봉루로 날아 들어와 궁녀가 서간을 열어 볼 수 있도록 그녀 곁으로 다가


‌

갔다.

28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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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95쪽

20001-0252

07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고전 소설 중에는 실명(失明)한 등장인물이 개안(開眼)을 하는 경우가 있다. 개안의 계기는 주
로 가족 간의 사랑이나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심이다. 즉 실명한 등장인물이 자신을 애타게 찾
는 가족과 상봉하거나 혹은 자신을 애타게 찾는 가족의 소식을 매개자로부터 전해 듣고 나서, 극
적으로 소식이 닿은 것에 감동하여 갑자기 눈을 뜨게 된다. 이로 볼 때 ‘실명-개안 모티프’는 고
전 소설에서 가족의 사랑이나 부모에 대한 효심을 강조하는 데 자주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① 가족을 사랑하는 왕비 석 씨의 마음이 소선의 눈을 뜨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이겠군.


‌
② 소선은 지극한 효심으로 인해 실명에 이르렀으며, 또한 그 효심으로 인해 개안을 할 수
‌
있었던 것이군.
③ 공주는 왕비 석 씨의 서간을 읽고, 동생의 안위를 걱정하며 소선을 뒤따라간 세징의 가족
‌
사랑에 감동을 받았겠군.
④ 공주는 소선을 애타게 찾는 왕비 석 씨의 심정을 대신 전달해 줌으로써 모자를 매개하는
‌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군.
⑤ 소선이 흘린 ‘피눈물’에는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심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그가 갑
‌
자기 눈을 뜨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었겠군.

[3부] 실전 학습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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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1 회

[08~1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한국 전쟁은 민족 공동체의 이상과 인간성에 대한 신뢰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한국 전쟁에서 남


과 북은 같은 겨레임에도 이념의 갈등으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다. 이러한 민족상잔의 비극은 해
방 이후 우리 민족이 남과 북으로 완전히 갈라설지도 모른다는 분단에 대한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분
단이 고착되면서 많은 사람이 고향을 잃은 실향민이 되고 혈육을 만날 수 없는 이산가족이 되었다. 한편
한국 전쟁 기간에 가해진 폭력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으며 그 상처는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에
도 깊었다. 이념의 갈등이 선악의 대립으로 치환되면서 개인이 지닌 삶의 의미와 고유성은 쉽게 무시되
고 인간성을 말살하는 폭력은 전쟁의 승리를 위한 수단으로 간주되었다.
전후시는 한국 전쟁 이후 십여 년에 걸쳐 발표된 시로, 전쟁의 현장에서 전투 의욕을 고취하고 적에
대한 증오감을 부각하기 위해 창작된 전쟁시와는 구분된다. 전후시의 관심은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전
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극복의 의지를 형상화하는 데 있다. 가령, 「나비와 철조망」은 상징적인 시어와 우
의적인 표현을 통해 전쟁으로 고착되는 민족과 국토의 분단에 대한 인식과 현실 극복의 어려움을 드러
낸다. 「초토의 시 8–적군 묘지 앞에서」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현실을 초토로 간주하면서 분단의 현실을
인식하고 전쟁의 상처를 인간성의 회복으로 치유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나  지금 저기 보이는 ㉠시푸런 강과 또 산을 넘어야 진종일을 별일 없이 보낸 것이 된다. 서녘 하늘은


장밋빛 무늬로 타는 큰 눈의 창을 열어…… 지친 날개를 바라보며 서로 가슴 타는 그러한 거리에 숨
이 흐르고.

 모진 바람이 분다. 그런 속에서 피비린내 나게 싸우는 나비 한 마리의 생채기. ㉡첫 고향의 꽃밭에


마즈막까지 의지하려는 강렬한 바라움의 향기였다.

 앞으로도 저 강을 건너 산을 넘으려면 몇 <마일>은 더 날아야 한다. 이미 ㉢날개는 피에 젖을 대로


젖고 시린 바람이 자꾸 불어 간다 목이 빠삭 말라 버리고 숨결이 가쁜 여기는 아직도 싸늘한 적지.

 벽, 벽…… 처음으로 나비는 벽이 무엇인가를 알며 피로 적신 날개를 가지고도 날아야만 했다.


㉣바람은 다시 분다 얼마쯤 날으면 아방(我方)의 따시하고 슬픈 철조망 속에 안길,

이런 마즈막 <꽃밭>을 그리며 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설픈 표시의 ㉤벽. 기(旗)여……


 - 박봉우, 「나비와 철조망」

다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겠구나.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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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97쪽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그래도 양지바른 두메를 골라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도 사랑보다도
더 너그러운 것이로다.

이곳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 땅은 삼십(三十) 리면
가로막히고

무인공산의 적막만이
천만근 나의 가슴을 억누르는데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미움으로 맺혔건만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램 속에 깃들어 있도다.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에
구름은 무심히도 / 북(北)으로 흘러가고

어디서 울려오는 포성 몇 발
나는 그만 이 은원(恩怨)의 무덤 앞에
목 놓아 버린다.
- 구상, 「초토의 시 8 - 적군 묘지 앞에서」

20001-0253

08 (나)와 (다)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나)와 (다)는 모두 청자를 호명하는 방식으로 화자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
② (나)와 (다)는 모두 금속성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현실의 문제를 환기하고 있다.
③ (나)와 (다)는 모두 수미상관의 구조를 통해 화자의 문제의식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④ (나)와 (다)는 모두 공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화자의 정서 변화를 감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
⑤ (나)와 (다)는 모두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모습을 통해 화자의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고
‌
있다.

[3부] 실전 학습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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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1 회

20001-0254

09 (가)를 바탕으로 (나), (다)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는 ‘나비’의 여정이라는 우의적 표현을 통해 민족 공동체의 문제에 대한 인식을 나타
‌

내고 있다.
② (나)는 ‘생채기’, ‘피’와 같은 시어를 통해 현실 극복의 어려움을 드러내고 있다.
③ (다)는 전사자의 묘지를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하여 전쟁의 참상을 환기하고 있다.
④ (다)는 ‘봄 하늘’과 ‘구름’의 대립 구도를 통해 전쟁의 상처를 부각하고 있다.
⑤ (나)와 (다)는 ‘몇 <마일>’이나 ‘삼십 리’ 등과 같은 시어를 통해 분단과 관련된 거리를 표
‌

현하고 있다.

20001-0255

10 (가)를 바탕으로 (나)의 ㉠~㉤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은 나비에게 넘어야 할 대상이라는 점에서 현실 극복의 장애물을 표현한 것이군.
‌

② ㉡은 나비에게 강렬한 바라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현실 극복의 염원이 담겨 있군.


③ ㉢이 젖을 대로 젖는다는 것은 현실 극복의 과정에서 겪는 고난을 암시하는군.
④ ㉣은 나비에게 재차 불어온다는 점에서 현실 극복이 어려운 과제임을 암시하는군.
⑤ ㉤은 나비가 지향해야 할 깃발과 같은 것이라는 점에서 현실 극복의 조력자를 상징하는군.
‌

20001-0256

11 (다)의 시상 전개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1연: ‘눈도 감지 못하였겠구나.’라는 탄식을 통해 ‘넋들’의 원통함을 이해하려는 화자의
‌

태도를 드러낸다.
② 2연: ‘방아쇠를 당기던’을 ‘떼마저 입혔거니’로 전환하면서 전쟁에 따른 죽음이 불가피한
‌

것이라는 화자의 냉철한 인식을 드러낸다.


③ 4연: ‘무인공산’의 분위기와 ‘천만근’의 무게감을 결합하여, 전쟁의 폭력으로 피폐해진
‌

분단 현실에 대한 화자의 답답함을 암시한다.


④ 5연: ‘미움’과 ‘바램’의 대조를 통해, ‘너희’에 대한 화자의 태도가 변화하였음을 강조한다.
‌

⑤ 7연: ‘은원의 무덤 앞에 / 목 놓아 버’리는 인간적 행위를 통해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

화자의 마음을 드러낸다.

28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1 수특_문학(274-320 실전학습).indd 284 20. 1. 6. 오후 10:21


정답과 해설 97쪽

[12~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 식구들을 보고 염병에 걸렸다고 저희들끼리 쑥덕거리기 시작한 것은 이해 늦


은 가을부터였다. 그 병 때문에 우리 식구들은 한 달가량 광주의 큰 병원에 입원을 했었다.
병원 사람들은 우리 식구가 앓고 있는 병이 결코 염병이 아니라고 했다. 세균의 감염으로 말미암아 생
긴 묘한 병이라고 얼뚱설뚱한 소리를 했다. 그 병을 우리 집에서 제일 먼저 앓기 시작한 것은 누님이었다.
처음에는 그게 병인 줄도 몰랐었다. 시집도 가지 않은 누님이 아기를 배었다는 소문이 퍼졌었다.
남이 전혀 배어 볼 엄두도 낼 수 없는 아기를 자기 혼자서만 배고 있기라도 하는 양, 누님의 입덧은
유별나다는 말이 소문의 꼬리에 붙어 다녔던 것이었다. 적어도 그 소문은 아침 안개가 앞 강의 물
바닥을 뱀같이 기어들어 와서 마을의 골목길을 가득 채우듯이 온 마을 안에 퍼졌었는데, 그것은 어
느 해던가 내 종아리에 생긴 습진 같았다. 미치도록 근질거리고, 그래서 이를 물고 껄끄러운 베 조
각 같은 것으로 비비거나 긁어 놓으면, 활활 타는 듯 아프면서 시원하고, 쓰린 듯 아리고 쑤시면서
콧물 같은 진물을 눈물처럼 뿜어내 놓던 습진같이, 그것은 우리 식구들을 괴롭혔다.
[A]
가장 못 견뎌 하는 것은 어머니였다. 틈만 있으면 이 집 저 집을 돌면서, 내가 이를 물고 가려운
습진을 비비거나 긁어 대듯이, 입에 거품을 물고 따지며 악다구니를 써 대곤 했다.
“자네 눈으로 봤는가, 봤어? 다리 나왔다고 하면 뭣 나왔다고 하는 세상인데, 뭣이 어쩌고 어쨌다

고? 도둑때는 벗어도 비늘 때는 못 벗는다는 말 모른가? 칼부림 날 소리 하지 말어.”
어머니가 이렇게 비비고 헤집어 놓은 곳에서는 뻣뻣한 베 조각으로 문지르고 긁어 놓은 습진에서
나오는 진물 같은 말들이 계속 새어 나오곤 했다. 진물이 말라붙어 뻣뻣해진 옷이 아픈 곳을 자꾸
스치면서 딱지를 벗겨 놓곤 하듯이 식구들의 속을 뒤집어 놓곤 했다.
“불 안 땐 굴뚝에서는 연기 안 나는 법이여. 무슨 요다구가 있든지 있었으니께 그런 말이 났을 것 아니

여? ”
“백 사람이 백 말을 해도 내 속만 칼칼하면 되는 법인데, 어쩐다고 굿을 치고 다녀? 원래 방구 뀐 놈이

구린내 난다고 외치고 다니는 법이라구만.”
처녀가 아기를 배면 다 그러는지 모를 일이지만, 누님은 머리가 자꾸 지끈거리며 아프다고 이마에 흰
수건을 질끈 동여매고 다니는가 하면 뒤란 우물에서 물을 길어 가지고 오다가 배를 움켜쥐고 쪼그려 앉
기도 하고, 변소에 가서는 여느 때와 달리 오래 앉아 있곤 했다. 누님이 나온 뒤에 가 보면 묽은 똥 위에
코피를 흘린 듯 검붉은 피가 쏟아져 있곤 했다. 나는 그런 누님이 불쌍했다.
(중략)
누님의 관을 뒷골 산밭의 허리 너머에 있는 우묵한 싸리 숲속에 묻은 날 밤의 하늘은 참 묘했다. 그것
은 꽃자주에 가지색을 진하게 섞어서 칠해 놓은 듯했고, 거기 달린 별들은 5월 들 논의 자운영꽃들이 마
파람에 흔들거리는 것처럼 송알거리고 있었다. 싸리 숲에 달린 녹두알 같은 꽃망울들이나 앞 강둑에 어
우러진 개망초꽃들같이 야들거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머리가 많이 아픈 듯 끙끙 앓으면서 벌겋게 된 눈을 감은 채 안방에 드러누워 있었다. 마찬
가지로 여느 때 머리가 많이 아픈 어머니는 흰 수건을 질끈 동인 채 부엌방에서 두 발을 뻗고 주저앉아

[3부] 실전 학습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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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1 회

방바닥을 때리며 울어 대고 있었다. 나는 멍해지면서 욱신거리는 머리를 낫게 하기 위해 병원에서 가져


온 약을 먹고, 누님의 관을 생각하면서 마당으로 나왔다. 누님을 담아 간 관은 하루 전에 내린 눈같이 흰
꽃으로 싸고 덮였었다. 아버지가 동네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서 그렇게 만들어 달라고 했던 것이었다. 내
귀로 직접 듣지 않았으므로,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나, 아버지의 말로는 누님이 죽어 가면서 그렇
게 해 달라고 말을 했다던 것이었다.
“아부지, 팔도 사방 돌아다녀 보시오. 나같이 천하게 산 처녀 있는가. 어머니 아버지는 나를 머슴같이


부리고 안 살았소? 두엄 여 나를 만큼 여 날랐고, 비료 푸대 이고 다니면서 뿌릴 만큼 뿌렸소. 가물 때


면 밤새워 가면서 물도 댔소. 멸구 일었다, 이화명충 생겼다, 희새병 한다, 도열병 한다, 목도열병 한
다, 배추밭에 벌거지 일었다, 깨밭에 뜨물 졌다, 도둑벌레가 고추나무 잘라 버린다……. 그래서 농약
뿌릴 만큼은 뿌렸소. 김매고, 풀 베고, 외양간의 두엄 끌어내고……. 나 시집갈 때, 뭣을 얼마나 잘해
주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디여? 다 버리고 흰 꽃으로만 싸다가 묻어 주시오. 뒷골, 우리 산밭 옆 당가지
에 우묵해 가지고 반반한 잔디밭이 있어요. 가장자리 싸릿대는 하나도 건드리지 말고 그 속에다가 묻
어 주시오.”
아버지는 마음이 변해 있었다. 여느 때 이마를 송곳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사람이라던
어른이었지만, 누님의 꽃 관 을 마련하는 데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듯했었다. 이웃집 큰년이네 아버지
를 시켜 꽃 관과 더불어 눈같이 흰 주검 옷까지도 사 오게 한 것이었다.
읍으로 나간 큰년이네 아버지가 바지게에 지고 오던 꽃 관을 생각하며, 나는 지붕 너머로 먹물을 풀어
놓은 듯한 정 씨네 문중 산 중턱을 쳐다보았다.
“독살스럽고 모진 에미 밑에서, 소 가는 데 말 가는 데 다 가고, 오빠 동생들 웃학교 보낸다고 못 입고


못 먹고, 아이고!”
어머니가 부엌방에서 울어 대는 소리가 가슴을 쥐어질렀다. 나는 북극성 주변에 있는 먼지 알같이 작
은 별 하나와 싸라기만큼 한 별 하나를 바라보았다. 어느 해의 여름날 밤이던가, 평상 위에 누워서 모깃
불 연기를 쐬며 누님이,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단다.” 하던 것이었다. 머리 큰 사람이 죽으면은 큰 별이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죽으면은 기껏 먼지나 싸라기만 한 별이 된다고 했었다. 그때 송알거리는 별
밭을 쳐다보면서 나는 장차 주먹만 한 별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호르흐 하는 늑대 울음소리가 정 씨네 문중 산 중턱에서 들려왔다. 이날 밤에 들려오는 늑대 울음소리
는 영악스런 짐승의 울음소리답지 않았다. 그것은 봄날 밤에 앞 강둑의 버드나무 숲에서 들려오곤 하던
소쩍새 울음처럼 가느다랗고 맑았다.
 - 한승원, 「누이와 늑대」

28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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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98쪽

20001-0257

12 ‘나’의 태도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삶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
‌
② 과거의 긍정적인 기억을 되살리며 자신의 현재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③ 과거에 겪었던 문제 상황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을 덧붙이고 있다.
④ 현재 상황과 과거 상황을 비교하며 현재 겪고 있는 문제 상황의 원인을 찾고 있다.
⑤ 자신의 미성숙했던 과거 행동을 되새기며 자신의 잘못에 대한 부끄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
20001-0258

13 [A]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악다구니를 써 대’며 소리쳤던 어머니의 말을 직접 보여 줌으로써 가족이 받은 고통을
‌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② 누님에 대한 소문을 ‘종아리에 생긴 습진’에 관한 ‘나’의 기억과 결부하여 드러냄으로써
‌
가족이 받았던 심리적 고통을 드러내고 있다.
③ 어머니의 행동에 대해 ‘비비고 헤집어 놓은 곳’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어머니의 행동이 적
‌
절하지 않았다는 서술자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④ 누님에 대한 소문이 퍼지는 것을 ‘아침 안개’와 같은 자연 현상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
소문의 확산을 막지 못하는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⑤ 마을 사람들의 반응을 ‘딱지를 벗겨 놓곤 하듯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마을 사람들의 말에
‌
의해서 가족들이 상처받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20001-0259

14 누님의 꽃 관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고생만 하다 결국 요절한 딸에 대한 아버지의 회한이 드러난다.


‌
② 병에 대해서 무감한 마을 사람들에 대한 누님의 경고가 드러난다.
③ 자식의 죽음으로 인해 절망할 부모에 대한 누님의 염려가 드러난다.
④ 자신이 죽은 뒤 혼자 남게 될 동생에 대한 누님의 배려가 드러난다.
⑤ 부모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한 자식으로서 느끼는 누님의 여한이 드러난다.

[3부] 실전 학습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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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1 회 정답과 해설 98쪽

20001-0260

15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 작품은 농촌 가정에 생긴 비극을 통해, 환경의 파괴에 대해 무지한 인간의 모습과 인간 삶
의 파괴를 보여 주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문제를 농약 중독으로 온 가족이 병을 얻게 되었고
결국에는 누님까지 잃게 되었지만, 그러한 비극을 사회적 차원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가족 내의
문제로만 받아들이는 아이를 통해 그려 냄으로써 비극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독자는 이를 통해
자연의 일원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과 근대적 물질문명의 무비
판적인 수용의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다.

① ‘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 식구들을 보고 염병에 걸렸다고’ 오해하는 것은 환경 파괴로 인


‌

한 인간의 피해를 감지하지 못하는 인간의 무지를 드러낸다.


② ‘검붉은 피가 쏟아져 있곤 했’던 누님의 상태에 대해 ‘불쌍했다’고만 회상하는 ‘나’의 모
‌

습을 통해 가족의 비극을 사회적 차원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서술자의 한계를 드러낸다.


③ 누님의 죽음에 대해 ‘주저앉아 방바닥을 때리며 울어 대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환경
‌

파괴로 인해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적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④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 뿌릴 만큼은 뿌렸소.’라는 누님의 말은 가족의 비극이 물질문
‌

명의 무비판적인 수용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⑤ 누님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자신은 ‘주먹만 한 별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나’의 모습
‌

은 자연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다.

28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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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2 회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이바 아희들아 내 말 드러 화라
[A] 어버이 효도(孝道)고 어룬을 공경(恭敬)야
일생(一生)의 효제(孝悌) 닷가 어딘 일홈 어더라 <제1장>

사이 되여 이셔 용 길로 녀라
언충신 행독경(言忠信行篤敬) *을 염려(念慮)의 닛디 마라
내 몸이 용티곳 * 아니면 동내(洞內)옌들 니랴 <제3장>

말을 삼가야 노(怒)호온 졔 더 아라


 번을 실언(失言)면 일생(一 生)의 뉘웃브뇨
이 중(中)의 조심 거시 말인가 노라 <제4장>

과 홈 마라 홈이 해(害) 만흐뇨


크면 관송(官訟) *이오 젹으면 수욕(羞辱)이라
무 일 내 몸을 그 녀 부모 수욕(父母羞辱) 먹이리 <제5장>

그 일 몰나 고 뉘우처 다시 마라
알고도  면 내죵내 그리라
진실(眞實)로 허믈곳 고티면 어딘 사 되리라 <제6장>

빈천(貧賤)을 슬허 말고 부귀(富貴)를 불워 마라
인작(人爵) *곳 닷그면 천작(天爵) *이 오니라
만사(萬事) 하만 밋고 어딘 일만 여라 <제7장>

일 니러 세수(洗手)고 부모(父母)긔 문안(問安)고


[B] 좌우(左右)의 뫼와 이셔 공경(恭敬)야 셤기오
여가(餘暇)의 글 화 닑어 못 미  여라 <제9장>
- 김상용, 「훈계자손가(訓戒子孫歌)」

* 언충신 행독경: 말은 미덥게 하고 행동은 공손하게 함.
* 용티곳: 착하지, 바르지.
* 관송: 관청의 송사나 시비.
* 인작: 사람이 주는 벼슬.
* 천작: 하늘이 주는 벼슬.

[3부] 실전 학습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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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2 회

20001-0261

01 [A]와 [B]를 관련지어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에서 ‘어버이’께 ‘효도’할 것을 강조하고 [B]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

제시하고 있다.
② [A]에서 ‘효도’와 ‘공경’이 ‘일홈’과 연결되는 것임을 말하고 [B]에서 이를 실천해야 하는
‌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③ [A]에서 ‘효제’를 실천하기 어려운 현실을 제시하고 [B]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

대해 가르쳐 주고 있다.
④ [A]에서 ‘아희들’에게 ‘어딘 일홈’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B]에서 이를 인간 전체에게 전하
‌

는 가르침으로 확장하고 있다.


⑤ [A]에서 ‘효제’와 같은 유교적 가치에 대한 지향을 드러내고 [B]에서 이를 실현하면 얻을
‌

수 있는 성과를 보여 주고 있다.

20001-0262

02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제3장>에서는 ‘동내옌들 니랴’라는 의문형 문장을 통해 바람직한 말과 행동의 중요성
‌

을 강조하고 있다.
② <제4장>에서는 ‘ 번을 실언면’이라는 가정적 표현을 통해 말을 삼가야 하는 이유에
‌

대해 부각하고 있다.
③ <제5장>에서는 ‘크면 관송이오 젹으면 수욕이라’라는 대구적 표현을 통해 잘못된 행동에
‌

서 비롯될 수 있는 문제 상황을 부각하고 있다.


④ <제6장>에서는 ‘뉘우처 다시 마라’라는 명령형 문장을 통해 바람직한 삶을 위해 요구되
‌

는 태도와 행동을 지시하고 있다.


⑤ <제7장>에서는 ‘인작’, ‘천작’이라는 대립적인 시어를 통해 자신의 분수에 맞게 사는 삶
‌

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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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99쪽

20001-0263

03 <보기>의 관점에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김상용은 선조 때부터 인조 때까지 활동했던 정치인으로, 조정의 신임을 얻어 판서를 지냈
다. 그는 생애 가운데 동인과 서인, 북인과 남인, 노론과 소론의 당쟁을 오래도록 지켜보았으며
갈등과 모함으로 점철된 혼탁한 정국을 목도한 바 있다. 또한 그는 병자호란 때 명과의 대의를
지키기 위해 청과 맞서 싸우자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으며, 강화도의 성이 함락되자 순
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오랜 정치 생활을 거치면서 몸소 얻은 삶에 관한 깨달음을 그의
시문에 담아냈는데, 「훈계자손가」에서도 이를 발견할 수 있다.

① 신임을 얻는 정치인으로서 여러 사람이 옳다고 하는 것을 좇아야 한다는 작가의 신념이


‘사이 되여 이셔 용 길로 녀라’라는 당부로 드러난 것이겠군.
‌
② 오래도록 당쟁을 지켜본 작가의 경험이 ‘언충신 행독경을 염려의 닛디 마라’라고 하는 가
‌
르침에 반영되었겠군.
③ 모함으로 점철된 혼탁한 정국을 목도한 작가는 ‘조심 거시 말’이라는 삶에 관한 깨달
‌
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겠군.
④ 정치적 갈등 속에서 당파 싸움의 폐해를 인식한 작가의 속마음이 ‘홈이 해 만흐뇨’와
‌
같은 표현으로 나타난 것이겠군.
⑤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작가의 태도는 ‘만사 하만 밋고
어딘 일만 여라’라는 표현으로 나타난 것이겠군.
‌
[3부] 실전 학습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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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2 회

[04~0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선귤자(蟬橘子)에게 예덕 선생이라 부르는 벗이 한 사람 있다. 그는 종본탑(宗本塔) 동쪽에 살면서


㉠날마다 마을 안의 똥을 치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지냈는데 마을 사람들은 모두들 그를 엄 행수(嚴行
首)라 불렀다. ‘행수’란 막일꾼 가운데 나이가 많은 사람에 대한 칭호요, ‘엄’은 그의 성(姓)이다.
자목(子牧)이 선귤자에게 따져 묻기를,
“예전에 제가 선생님께 벗의 도를 들었는데, ‘벗이란 함께 살지 않는 아내요, 핏줄을 같이하지 않은


형제와 같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벗이란 이같이 소중한 것인 줄 알았습니다. 세상의 이름난 사대부
들이 선생님을 따라 그 아랫자리에서 노닐기를 원하는 자가 많았지만 선생님께서는 아무도 받아들이
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 엄 행수라는 자는 마을에서 가장 비천한 막일꾼으로서 열악한 곳에 살면서
남들이 치욕으로 여기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 선생님께서는 자주 그의 덕(德)을 칭송하여 선생이
라 부르는 동시에 장차 그와 교분을 맺고 벗하기를 청할 것같이 하시니 제자로서 심히 부끄럽습니다.
그러하오니 문하(門下)에서 떠나기를 원하옵니다.” / 하니, 선귤자는 웃으면서,
“앉게. 내가 자네에게 벗을 사귀는 것에 대해 말해 주겠네. 속담에 ‘의원이 제 병 못 고치고 무당이 제


굿 못 한다.’라고 했지. 사람들은 저마다 스스로 잘한다고 여기는 것들이 있지. 그런데 남들이 그것을
몰라주면 답답하게 여기면서 도리어 자신의 허물에 대해 듣고 싶어 하게 된다네. 이때 마냥 그 사람을
칭찬하는 말만 늘어놓는다면 이는 아첨에 가까워지는 것이고, 또한 오로지 단점만 늘어놓는다면 잘못
을 파헤치고 흉보는 것과 같아 무정하게 보일 수 있을 것일세.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의 허물을 말
할 때는 그 핵심에서 벗어나 슬쩍 돌려 말하는 것이 좋다네. 그러면 설사 책망이 좀 과하더라도 그 사
람은 그리 화를 내지 않지. 왜냐하면 그 사람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부분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러고 나서 슬그머니 그 사람의 장점을 마치 숨겨 놓은 부분을 발견하듯이 은근히 말해 주는 거지.
그럼 마치 가려운 데를 긁어 준 것처럼 진심으로 감동하게 될 것일세. 가려운 데를 긁어 주는 데도 방
법이 있네. 등을 토닥일 때는 겨드랑이까지는 이르지 말고, 가슴을 어루만질 때는 목덜미까지는 이르
지 않는 거지. 뜬구름 같은 말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 속에 결국 그 사람에 대한 칭찬이 들어 있다면
그 사람은 기뻐하며 자신을 알아준다고 생각할 것일세. 이렇게 벗을 사귀면 좋지 않겠는가? ”
하였다. 자목은 귀를 막고 뒷걸음질 치며 말하기를,
“지금 선생님께서는 시정잡배(市井雜輩)나 하인들이 하는 행동을 가지고 저를 가르치려 하시는군요.”
하니, 선귤자가 말하기를,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자네가 부끄러워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닌 ⓐ이런 것이었군. 무릇 시장에


서는 이해관계로 사람을 사귀고 면전에서는 아첨으로 사람을 사귀지. 따라서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세 번 도움을 요청하면 누구나 멀어지게 되고, 아무리 묵은 원한이 있다 하더라도 세 번 도와주면 누
구나 친하게 되기 마련이지. 그러므로 이해관계로 사귀게 되면 지속되기 어렵고 아첨으로 사귀어도
오래갈 수 없다네. 훌륭한 사귐은 꼭 얼굴을 마주해야 할 필요가 없으며 훌륭한 벗은 꼭 가까이 두고
지낼 필요가 없지. 다만 마음으로 사귀어야 덕과 의리가 통하는 벗을 만나게 되는 것이니, 이것이 바
로 도의(道義)로 사귀는 것일세. 위로 천고(千古)의 옛사람과 벗해도 먼 것이 아니요, 만 리(萬里)나 떨

29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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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져 있는 사람과 사귀어도 먼 것이 아니라네.
저 엄 행수란 사람은 일찍이 나에게 알아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나는 항상 그를 예찬하고 싶
 
어 했지. 그는 밥을 먹을 때는 끼니마다 착실히 먹고, 길을 걸을 때는 조심스레 걷고, 졸음이 오면 쿨
쿨 자고, 웃을 때는 껄껄 웃고, 그냥 가만히 있을 때는 마치 바보처럼 보인다네. 흙벽을 쌓아 풀로 덮
은 움막에 조그마한 구멍을 내어 들어갈 때는 새우등을 하고 들어가고 잘 때는 개처럼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자지만, 아침이면 개운하게 일어나 삼태기를 지고 마을로 들어와 뒷간을 청소하지. 9월에 서리
가 내리고 10월에 엷은 얼음이 얼 때쯤이면 뒷간에 말라붙은 사람 똥, 마구간의 말똥, 외양간의 소똥,
홰 아래에 떨어진 닭똥이며 개똥과 거위 똥, 그리고 돼지 똥, 비둘기 똥, 토끼 똥, 참새 똥 따위를 주옥
인 양 긁어 가도 염치에 손상이 가지 않고, 그 이익을 다 가져도 정의에 어긋나지 않으며, 욕심을 부려
많은 것을 차지하려고 해도 남들이 양보심 없다고 비난하지 않는다네. 그는 손바닥에 침을 발라 삽을
잡고는 새가 모이를 쪼아 먹듯 꾸부정히 허리를 구부려 일에만 열중할 뿐, 아무리 화려한 미관이라도
마음에 끌리는 법이 없고 아무리 좋은 풍악이라도 관심을 두는 법이 없지. 부귀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것이지만 바란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부러워하지 않는 것이지. 따라서 그를 예
찬한다고 해서 그는 영광스럽게 여기지 않을 것이며, 헐뜯는다 해서 욕되게 여기지도 않을 것이네.
왕십리의 무와 살곶이의 순무, 석교(石郊)의 가지, 오이, 수박, 호박이며 연희궁(延禧宮)의 고추, 마
 
늘, 부추, 파, 염교며 청파(靑坡)의 미나리와 이태인(利泰仁)의 토란들은 상상전(上上田)에 심는데, 모
두 엄 씨의 똥을 가져다 써야 땅이 기름지게 되어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으며 그 수입이 1년에 6천 푼
이나 된다네. 하지만 그는 아침에 밥 한 사발이면 흡족해하고 저녁이 되어서야 다시 한 사발을 먹을 뿐
이지. 남들이 고기를 먹으라고 권하였더니, 목구멍에 넘어가면 푸성귀나 고기나 배를 채우기는 마찬가
지인데 맛을 따져 무엇 하겠느냐고 대꾸하고, 반반한 옷이나 좀 입으라고 권하였더니, 넓은 소매를 입
으면 몸에 익숙하지 않고 새 옷을 입으면 더러운 흙을 짊어질 수 없다고 하더군. 해마다 정월 초하루 아
침이나 되어야 비로소 의관을 갖추어 입고 이웃들을 두루 찾아다니며 세배를 하는데, 세배를 마치고 돌
아오면 곧바로 헌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삼태기를 메고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네. 엄 행수와 같은 이는
아마도 ‘자신의 덕을 더러움으로 감추고 세속에 숨어 사는 대은(大隱)’이라 할 수 있겠지.
(중략)
엄 행수는 지저분한 똥을 날라다 주고 먹고살고 있으니 지극히 불결하다 할 수 있겠지만 그가 먹고
 
사는 방법은 지극히 향기로우며, 그가 처한 곳은 지극히 지저분하지만 의리를 지키는 점에 있어서는
지극히 높다 할 것이니, 그 뜻을 미루어 보면 비록 만종의 녹을 준다 해도 그가 어떻게 처신할는지를
알 만하다네. / 이상을 통해 나는 깨끗한 가운데서도 깨끗하지 않은 것이 있고, 더러운 가운데서도 더
럽지 않은 것이 있음을 알게 되었네. 나는 먹고사는 일 때문에 아주 견디기 힘든 경우를 당하면 언제
나 나보다 못한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데, 엄 행수를 생각하면 견디지 못할 일이 없었지. 진실로 마음
속에 좀도둑질할 뜻이 없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엄 행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지. 이를 더 확대해
나간다면 성인(聖人)의 경지에도 이를 것일세.
선비로서 곤궁하게 산다고 하여 얼굴에까지 그 티를 나타내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요, 출세했다 하
 
여 몸짓에까지 그것을 나타내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니, 엄 행수와 비교하여 부끄러워하지 않을 자는

[3부] 실전 학습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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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2 회

거의 드물 걸세. 그래서 나는 엄 행수를 스승으로 모신다고 한 것이네. 어찌 감히 벗하겠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엄 행수의 이름을 감히 부르지 못하고 예덕 선생이라 부르는 것일
세.” / 하였다.
 - 박지원,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


눈먼 암탉이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데, ㉡바른편 눈은 완전히 덮였고 왼쪽 눈도 반 이상 실눈이
[A] 되어 있었다. 먹이가 그릇에 가득하지 않으면 쪼아 먹지를 못하고, 다니다가 담장에라도 부딪치면
헤매다가 돌아 나오곤 하니, 모두들 저래 가지고는 새끼를 기를 수 없다고 하였다.
마침내 날짜가 차서 그 눈먼 닭이 품고 있는 알에서 병아리가 깨어 나오니 이를 빼앗아서 다른 어
미에게 주려 하였으나, 한편으로 측은하기도 하여 차마 그러지 못하였다. 얼마 후 살펴보니, 별다른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뜰 주변을 떠나지 않는데 병아리들은 똘똘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다
른 어미의 병아리들은 병들고 상처받아 죽거나 어미를 잃어버려 절반도 안 남는데 유독 눈먼 닭의
둥지만은 온전하니 어쩐 일인가?
흔히들 새끼를 잘 길러 낸다고 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즉 먹이를 잘 구하는 것과 환란을
잘 막아 주는 것이다. 먹이를 잘 구하려면 건강하여야 하고 환란을 막으려면 사나워야 한다. 병아리
가 껍질을 깨고 나오면 어미 닭은 흙을 후비고 숨어 있는 벌레를 찾아내느라 부리와 발톱이 다 닳아
빠지며, 사방으로 흩어지는 새끼들을 불러 모으느라 잠시도 편히 쉴 틈이 없다. 또 위로는 까마귀와
솔개, 주위로는 고양이나 개들을 살피며 부리를 세우고 깃을 펄떡여 목숨을 내걸고 항거함이 마치
용사가 맹적을 만난 것같이 한다. 그러다가 숲속으로 달아나서는 때맞추어 불러서 몰고 오는데 병
[B]
아리들은 삐약거리며 간신히 뒤따라오긴 하지만 힘이 빠지고 병들기 십상이다. 때로는 엇갈리어 길
을 잃기라도 하면 물이나 불 속에 빠져 생사를 기약할 수 없으니, 이렇게 되면 먹이를 구해 준 것도
허사로 돌아간다. 또 조심조심 보호하고 타오르는 불길같이 맹렬히 싸워도 환란이 스쳐 가고 나면
병아리 6〜7할을 잃고 만다. 게다가 너무 멀리 나가 사람의 보호도 못 받으면 사나운 새매를 무슨
수로 당해 내겠는가. 이렇게 되면 환란을 방비하느라 애쓴 것도 허사가 된다.
그런데 저 눈먼 닭은 하나같이 모두 이와는 반대이다. 멀리 갈 수 없으므로 사람 가까이에서 맴돌
고, 눈으로 살필 수 없으니 항상 두려운 마음으로 행동을 조심조심하며 노상 끌어안고 감싸 준다.
그러므로 힘쓰는 흔적은 보이지 않아도 병아리들은 저들끼리 알아서 먹이를 쪼아 먹고 자라난다.
무릇 병아리를 기르는 것은 마치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아서 교란시키는 것이 가장 금기인데, 저
눈먼 닭은 지혜가 있어서 그리한 것은 아니겠으나 방법이 적중하여 마침내 양육에 만전을 이루게
된 것이다.
사물을 양성하는 방도는 한갓 젖 먹이는 은혜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님을 이제야 알겠다. 통솔하되
[C] 제각기 제 삶을 이루도록 해야 하니, 그 요령은 오직 잘 인솔하여 잃어버리지 않는 것뿐이다. 나는
이 병아리 기르는 것으로 인하여 사람을 양육하는 도리를 깨달았다.
 - 이익, 「할계전(瞎鷄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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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01쪽

20001-0264

04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주관을 배제하고 체험을 객관적으로 제시하여 사실성을 부각하고 있다.
‌
② 대조적 성격의 두 공간을 제시하여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드러내고 있다.
③ 통념과 다른 관점에서 대상의 가치를 제시하여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④ 현재와 상반된 과거의 상황을 제시하여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⑤ 특정 대상이 변모해 온 과정을 제시하여 대상의 다양한 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20001-0265

05 <보기>를 참고하여 (가)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예덕선생전」은 작가가 당대의 양반 계층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지은 작품으로 선귤자와 자목
이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진정한 사귐의 의미와 참다운 인간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선귤자와
자목의 대화는 작가 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는 자목의 말을 통해
서는 당대 양반들의 허위의식을 드러내고 있으며, 선귤자의 말을 통해서는 신분을 우선적으로
중시하는 태도에 경종을 울리며 작가가 바람직하게 여기는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바람
직한 인간상으로 제시된 엄 행수의 긍정적인 인물됨과 삶의 태도는 그와 상반된 모습을 보이던
양반들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① 남이 알아줌을 바라지 않고 소탈하고 검소하며 분수에 맞게 생활하는 엄 행수의 태도는


‌
작가가 바람직하게 여기는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② 선귤자가 엄 행수의 덕을 칭송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자목의 태도는 신분에 대한 우월
‌
의식을 갖고 체면을 중시하던 당대 양반의 허위의식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③ 뭇 양반들의 선망의 대상인 선귤자가 최하층인 엄 행수를 스승으로 모신다고 한 말에는
‌
신분을 우선적으로 중시했던 태도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④ 마음으로 사귀어야 덕과 의리가 통하는 벗을 만난다는 선귤자의 견해에는 무엇보다 외적
‌
인 조건을 중시해 벗을 사귀었던 양반들의 태도를 비판하는 의식이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⑤ 타인의 장단점을 말할 때 과함을 경계하고 은근함을 추구해야 한다는 선귤자의 말은 양
‌
반들의 사귐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것으로 바람직한 사귐의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고 할 수 있다.

[3부] 실전 학습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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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2 회

20001-0266

06 <보기>의 관점에서 (나)의 [A]~[C]에 대해 설명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할계전」은 특정 인물의 생애를 기록하는 ‘전(傳)’ 양식을 빌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의 구
성상의 특징을 활용하여 ‘눈먼 암탉(할계)’에 대한 이야기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 이야기를 인
간사로 확대하는 사고도 보여 주고 있다. 전은 일반적으로 다음의 구성에 따라 내용을 제시하
는데, 「할계전」은 이와 같은 구성을 따르되 일부 내용에 변화를 주어 주제를 전달하고 있다.

처음 부분 전에서 다루고자 하는 인물을 소개함.


중간 부분 인물의 사상, 행적 등을 제시하여 인물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냄.
끝부분 인물의 업적을 논하여 칭찬함.

① [A]에서 ‘눈먼 암탉’의 상태와 행동 특성을 제시하여 ‘눈먼 암탉’을 전의 대상 인물로 소


‌

개하고 있다.
② [B]에서 ‘눈먼 암탉’에 대한 글쓴이의 의문을 제시하여 ‘눈먼 암탉’의 행적에 대한 궁금증
‌

을 불러일으킨 후 행적에 대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③ [B]에서 ‘눈먼 암탉’이 병아리들로 하여금 스스로 먹이를 쪼아 먹고 자랄 수 있도록 만든
‌

방법을 제시하여 ‘눈먼 암탉’의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


④ [B]에서 병아리를 양육하며 어미 닭이 겪게 되는 어려움과 그것을 ‘눈먼 암탉’이 극복한
‌

방법을 과정에 따라 제시하여 ‘눈먼 암탉’의 비범함을 강조하고 있다.


⑤ [C]에서 ‘눈먼 암탉’의 업적을 직접적으로 논하여 칭찬하지 않고 ‘눈먼 암탉’을 통해 인간
‌

사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는 내용을 제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20001-0267

07 ㉠과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은 ‘엄 행수’의 내적 갈등 요인을, ㉡은 ‘눈먼 암탉’의 외적 갈등 대상을 밝히고 있다.
‌

② ㉠은 ‘엄 행수’의 신념과 배치되는 상황을, ㉡은 ‘눈먼 암탉’의 강인함을 보여 주고 있다.


③ ㉠은 ‘엄 행수’의 덕을, ㉡은 ‘눈먼 암탉’의 새끼 양육 능력을 부각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

④ ㉠은 ‘엄 행수’가 극복해야 할 부정적 현실을, ㉡은 ‘눈먼 암탉’이 처해 있는 난관을 강조


‌

하고 있다.
⑤ ㉠은 ‘엄 행수’가 비범한 능력을 갖게 된 이유를, ㉡은 ‘눈먼 암탉’이 세심한 배려심을 갖
‌

게 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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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01쪽

20001-0268

08 ⓐ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신분 질서를 중시해 관계를 지속하지 못하는 교우
‌
② 명분을 중시해 관계의 진정성을 도외시하는 교우
③ 아첨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상실한 사대부들의 교우
④ 상대가 지닌 덕을 칭송할 줄 모르는 사대부들의 교우
⑤ 시정잡배나 하인들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세속적인 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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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2 회

[09~1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움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오랑캐꽃’


이라 했
[A]
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채를 드리운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 —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 *도 띳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 갔단다
[B]
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C]
백 년이 몇백 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D] 너는 돌가마도 털메투리 *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 줄게
울어 보렴 목 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 이용악, 「오랑캐꽃」

* 도래샘: 빙 돌아서 흐르는 샘물.


* 메투리: ‘미투리’의 방언. 삼이나 노 따위로 짚신처럼 삼은 신.

나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 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 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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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02쪽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 김용택, 「섬진강 1」

20001-0269

09 ㉠과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화자가 대상을 위로하기 위한 상황을, ㉡은 대상이 처한 억압된 상황을 암시하고
‌
있다.
② ㉠은 대상이 대응해야 하는 환경으로, ㉡은 대상의 모습에 조응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
있다.
③ ㉠은 대상과 화자의 상호 작용의 매개체이고, ㉡은 대상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계기
‌
가 된다.
④ ㉠은 대상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은 대상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강
‌
조하고 있다.
⑤ ㉠은 대상의 변화를 이끌어 가는 단초로 작용하고, ㉡은 대상의 불변적인 속성을 드러내
‌
는 단서가 된다.

[3부] 실전 학습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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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2 회

20001-0270

10 <보기>를 참고하여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오랑캐꽃은 제비꽃의 다른 이름이다. 「오랑캐꽃」의 화자는 꽃의 생김새와 관련한 유래담을
소개하고 비애의 정서를 노래하고 있다. 여기 나오는 오랑캐는 여진족을 의미하는 것으로, 12
세기 고려 시대에 함경도 부근에서 살다가 윤관에게 토벌을 당했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
고 있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우리에게 오랑캐라는 말은 야만인과 같은 함의를 지니고 있었다.
이 시의 화자는 오랑캐꽃에 의탁해서 억울하게 핍박당하는 자의 설움과 소외 경험을 드러내면
서,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슬픔과 연결하여 공감과 위로를 건네고 있다.

① [A]는 대상의 명칭에 대한 유래담을 프롤로그의 형식으로 제시하여 ‘오랑캐꽃’과 관련한


‌

역사적 사실을 화자 자신의 과거 경험과 연결하여 비애감을 드러내고 있다.


② [B]는 고려군이 오랑캐를 정벌했던 사실에 기반하여 ‘가랑잎처럼 굴러’가듯 정착지에서
‌

쫓겨 갔던 오랑캐의 상황과 처지를 드러내고 있다.


③ [C]는 역사와 시간의 흐름을 ‘골짝’에 흐르는 ‘구름’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동일한 단어의
‌

의도적 반복을 통해 세월의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④ [D]는 시적 대상이 ‘돌가마도 털메투리도 모르는’ 존재라는 점을 부각하여, 억울하게 핍박
‌

당하는 자의 설움과 소외 경험을 우리 민족의 설움과 연결하고 있다.


⑤ [D]는 화자가 시적 대상에게 건네는 말인 ‘울어 보렴’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대상에 대
‌

한 화자의 공감과 위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0001-0271

11 <보기>를 참고하여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섬진강 1」은 섬진강 연작시의 하나로, 작가는 남도를 대표하는 산과 강의 모습을 의인화하
여 민중의 건강한 삶을 형상화하고 있다. 남도 민중의 소박하면서도 강인한 생명력과 긍정적인
삶의 태도는 가난한 현실과 부정적인 세력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① ‘실핏줄 같은 / 개울물들이’ 모여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는 ‘가문 섬진강’의 모습은, 부


‌

정적 세력에 대한 민중의 반발감을 상징하는 것이군.


② ‘토끼풀꽃’, ‘자운영꽃’,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은 민중의 모습을 비유한 것으로, 소박하
‌

고 보잘것없지만 의미 있는 존재로서의 민중을 암시하는 것이군.


③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 뼈 으스러지게’ ‘얼싸안고’ 남도를 휘돌아 나가는 섬진
‌

강의 모습에서,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민중의 삶을 연상할 수 있겠군.


④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는 반문은, 현실의 부정
‌

적인 상황에도 의연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민중의 속성과 연결되겠군.


⑤ ‘껄껄’ 웃는 ‘지리산’과 ‘끄덕이는’ ‘무등산’의 화답은, 남도의 자연을 대표하는 산의 모습
‌

을 의인화하여 민중이 스스로의 삶의 방식에 대해 긍정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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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03쪽

[12~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사람이 운수 불길혀서 잠시 잠깐 이런 촌구석에 처백혀 있다고 그렇게 호락호락 시삐 보들 마시오!



에이 여보쇼들, 저수지 감시가 뭐요, 감시가! 내가 게우 오만 원짜리 꼴머심 푼수배끼 안 되는 것 같
소? 나 임종술이, 이래 뵈야도 왕년에는 사장님 소리까장 들어 본 사람이요!”
그것은 공연한 허풍 아닌 사실이었다. 동대문의 시장 바닥에서 처음에는 목판부터 시작해서 나중에
포장마차를 할 때라든지, 마지막으로 양키 물건에 손을 대기까지 종술은 그를 상대하는 사람들로부터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좌우간 사장님 소리를 곧잘 듣곤 했었다. 딸 하나를 낳아 놓고는 호남 지
방의 야산 개발 사업이 한창일 무렵에 마을에 가끔 나타나던 측량 기사 보조원인지 뭔지 하고 눈이 맞아
서 달아나 버린 마누라까지도 처음에는 자기를 사장님이라고 불렀었다. 식도 안 올리고 살림부터 차린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그가 한때 단골로 드나들던 맥주홀이었다.
“무작정 화를 낼 일만은 아니네. 사람이 과거는 어쨌을망정 시방은 사세에 따를 줄도 알어야 장차 또

늘품수가 생기는 벱이지. 안 그런가? 한번 자알 생각혀 보소.”
지칠 줄 모르는 최 사장의 끈기에 힘입어 익삼 씨도 다시 설득에 나섰다.
“내가 자네라면은 나는 기왕 낚시질허는 짐에 비단잉어에다 월급봉투를 암냥혀서 한목에 같이 낚어

올리겄네. 삽자루 들고 땅띠기허는 배도 아니고 그냥 소일 삼어서 감시원 ㉠완장 차고 물 가상이로 왔
다리 갔다리 허면서…….”
“완장요!”
그렇다. 완장 바로 그것이었다. 그것이 순간적으로 종술의 흥분한 머리를 무섭게 때려서 갑자기 멍한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이었다.
“팔에다 차는 그 완장 말입니까? ”
종술의 천치스런 질문에 최 사장은 또다시 그 어울리지 않는 너털웃음을 호탕하게 터뜨렸다.
“이 사람아, 팔 완장 말고 기저구맨치로 사추리 *에다 차는 완장이라도 봤는가? ”
완장이란다! 왼쪽 팔에다 끼고 다니는 그 완장 말이다!
본래 잽싼 데가 있는 최 사장이었다. 그는 우연히 튀어나온 완장이란 말에 놀랍게도 민감한 반응을 보
이는 종술의 허점을 간파하고는 쥐란 놈이 곳간 벽에 구멍을 뚫듯 거기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기로 마음
먹었다.
“종술이 자네가 원헌다면 하얀 완장에다가 뻘건 글씨로 감시원이라고 크막허게 써서 멋들어지게 채

워 줄 작정이네.”
고단했던 생애를 통하여 직접으로 간접으로 인연을 맺어 온 숱한 완장들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종술의
뇌리를 스쳤다. 완장의 나라, 완장에 얽힌 무수한 사연들로 점철된 완장의 역사가 너울거리는 치맛자락
의 한끝을 슬쩍 벌려 바야흐로 흔들리기 시작하는 종술의 가슴을 유혹하고 있었다.
시장 경비나 방범들의 눈을 피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목판을 들고 이 골목 저 골목으로 끝없이 쫓겨
다니던 시절, 도로 교통법 위반이다 뭐다 해서 걸핏하면 포장마차에 걸려 오던 시비와 단속들, 암거래
조직에 끼어들어 미군 부대나 양색시들로부터 흘러나오는 물건을 상인들한테 중계하던 시절, 그리고 똑

[3부] 실전 학습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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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2 회

같이 전매법과 관세법의 위반을 전문으로 하는 다른 조직과의 피나는 세력 다툼 끝에 상대편의 밀고로 뒤


가 구린 미제 컬러텔레비전을 운반하다가 체포되어 특정 범죄의 가중 처벌을 몸으로 때우던 시절…….
어느 시기나 다 마찬가지로 돈을 벌어 보려고 몸부림치는 그의 노력 앞에는 언제나 완장들이 도사리
고 있었던 셈이다. 완장 앞에서는 선천적으로 약한 체질이었다. 완장 때문에 녹아나는 건 늘 제 쪽이었
다. 제각각 색깔 다르고 글씨도 다른 그 숱한 완장들에 그간 얼마나 많은 한을 품어 왔던가.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완장들을 얼마나 또 많이 선망해 왔던가.
완장이란 말 한마디에 허망하게 무너지는 자신을 종술은 속수무책으로 방관만 하고 있었다.
(중략)
“오매 시상에나, 니가 완장을 다 둘러야? ”
“그깟 놈의 것, 쇠고랑 채울 권한도 없고 그냥 명예뿐인디요, 뭐.”
너무도 놀란 나머지 운암댁은 눈앞이 다 캄캄해 왔다. 처음 맛본 기쁨이 마을 회관 옆 공동 수도 푼수
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면 나중에 느낀 놀라움은 널금 저수지하고도 맞먹을 정도로 그 규모가 대단한 것
이었다. 대체나 이 노릇을 어째야 옳단 말이냐.
“너 그것 안 둘르고 감시원 헐 수는 없겄냐? ”
당치도 않은 말씀이었다. 순전히 완장의 매력 한 가지에 이끌려 맡기로 한 감시원이었다. 그런데 그걸
두르지 말라는 이야기는 결과적으로 아들더러 언제까지고 개망나니 먹고 대학생으로 그냥 세월을 보내
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에이 참, 엄니도! 엄니는 동네서 사람대접 조깨 받고 살라고 그러는 아들이 그렇게도 여엉 못마땅허


요? ”
“돌아가신 냥반 생각이 나서 안 그러냐.”
아버지 말이 나오는 바람에 종술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어머니의 심정을 대강은 이해할 것 같았다.
하지만…….
“완장이라면 사죽을 못 쓰는 것도 다아 지 핏줄 탓인갑다.”
“그 완장허고 이 완장은 엄연히 승질부터가 달르단 말이요!”
홧김에 종술은 그예 또 몽니를 부리고 말았다. 새 출발이 약속된 날, 그 삼삼한 기분에 걸맞게 모처럼
어머니 앞에서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이자고 단단히 작정한 바 있었으나 케케묵은 생각으로 아들의 흥을
산산조각 내는 데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 윤흥길, 「완장」

* 사추리: 두 다리의 사이.

30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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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03쪽

20001-0272

12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방언을 사용하여 작품의 지역성을 드러내고 있다.
‌
② 우스꽝스러운 표현을 사용하여 해학성을 드러내고 있다.
③ 상세한 배경 묘사를 통해 사건 전개 방향을 암시하고 있다.
④ 서술자가 인물의 내면에 들어가서 인물의 속마음을 직접 드러내고 있다.
⑤ 구두점을 빈번하게 사용하여 인물의 과거 행적을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20001-0273

13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종술은 최 사장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
② 익삼 씨는 최 사장의 편에 서서 종술을 설득하고 있다.
③ 운암댁은 종술의 취직에 대해 양면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
④ 최 사장은 종술의 욕구를 자극하여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하고 있다.
⑤ 종술은 운암댁이 자신을 걱정하는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20001-0274

14 ㉠이 의미하는 바를 설명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종술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운암댁에게는 근심의 대상이다.
‌
② 종술에게는 원한의 대상이지만, 운암댁에게는 기쁨의 대상이다.
③ 종술에게는 자신의 권위를 세워 줄 대상이라면, 운암댁에게는 경제적 여유를 가져다줄
‌
대상이다.
④ 종술에게는 명예를 지키게 해 줄 대상이라면, 운암댁에게는 자신의 평판을 깎아내리게
‌
하는 대상이다.
⑤ 종술에게는 과거의 고통을 떠올리게 하는 대상이라면, 운암댁에게는 과거의 영광을 떠올
‌
리게 하는 대상이다.

[3부] 실전 학습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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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2 회 정답과 해설 104쪽

20001-0275

15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이해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971년 미국의 스탠퍼드대 짐바르도 교수는 ‘모의 교도소 실험’을 하였다. 짐바르도 교수는
대학의 건물 지하에 실제 교도소와 유사한 공간을 만든 후,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지원자
들을 모집하여 이들을 무작위로 교도관과 수감자 역할로 분류했다. 그런데 실험 참여자들은 자
신이 부여받은 역할에 따라 진짜 수감자와 교도관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교도관이 된
참여자들은 대부분이 자신들이 행사하고 있는 통제와 권력을 즐기며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경
향을 보였다.

① 종술이 저수지 감시원이 되지 않는다면 친절하고 유순한 성품을 유지하며 살게 되겠군.


‌

② 종술이 완장을 차게 된다면 그가 과거에 당했던 것처럼 누군가를 억압하는 존재가 되겠군.
‌

③ 최 사장이 종술에게 저수지 감시원을 시키고자 하는 이유는 그와 권력을 나누기 위한 것


‌

이겠군.
④ 종술이 과거 인연을 맺어 온 완장에 대한 기억은 자신이 통제와 권력을 행사했던 일과 관
‌

련된 것이겠군.
⑤ 종술이 처음에 저수지 감시원을 거부한 이유는 통제와 권력을 위해 필요한 공격적인 행
‌

동을 제한했기 때문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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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3 회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인간 세상 사람들아 이내 말씀 들어 보소
인간 만물 생긴 후에 금수 초목 짝이 있다
인간에 생긴 남자 부귀 자손 같건마는
이내 팔자 험궂을손 날 같은 이 또 있든가
백 년을 다 살아야 삼만 육천 날이로다
혼자 살면 천년 살며 정녀 되면 만년 살까
답답한 우리 부모 가난한 좀 양반이
양반인 체 도를 차려 처사가 불민하여
괴망 *을 일삼으며 다만 한 딸 늙어 간다
적막한 빈방 안에 적료하게 홀로 앉아
전전반측 * 잠 못 이뤄 혼자 사설 들어 보소
노망한 우리 부모 날 길러 무엇 하리
죽도록 날 길러서 잡아 쓸까 구워 쓸까
인황씨 * 적 생긴 남녀 복희씨 * 적 지은 가취
인간 배필 혼취함은 예로부터 있건마는
어떤 처녀 팔자 좋아 이십 전에 시집간다
남녀 자손 시집 장가 떳떳한 일이건만
이내 팔자 기험하야 사십까지 처녀로다
이럴 줄을 알았으면 처음 아니 나올 것을
월명 사창 * 긴긴 밤에 침불안석 * 잠 못 들어
적막한 빈방 안에 오락가락 다니면서
장래사 생각하니 더욱 답답 민망하다
㉠부친 하나 반편이요 모친 하나 숙맥불변
날이 새면 내일이요 세가 쇠면 내년이라
혼인 사설 전폐하고 가난 사설뿐이로다
어디서 손님 오면 행여나 중매신가
아이 불러 힐문한즉 풍헌 약정 * 환자 * 재촉
어디서 편지 왔네 행여나 청혼선가
아이더러 물어보니 외삼촌의 부음이라
애고애고 설운지고 이내 간장 어이할꼬
앞집에 아모 아기 벌써 자손 보단 말가
동편 집 용골녀는 금명간에 시집가네
그동안에 무정세월 시집가서 풀련마는

[3부] 실전 학습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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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3 회

친구 없고 혈족 없어 위로할 이 전혀 없고
우리 부모 무정하여 내 생각 전혀 없다
부귀빈천 생각 말고 인물 풍채 마땅커든
처녀 사십 나이 적소 혼인 거동 차려 주오
김동이도 상처하고 이동이도 가처로다
중매 할미 전혀 없네 날 찾을 이 어이 없노
감정 암소 살져 있고 봉사 전답 같건마는
사족 가문 가리면서 이대도록 늙히노니
연지분도 있건마는 성적 단장 전폐하고
감정 치마 흰 저고리 화경 거울 앞에 놓고
원산 같은 푸른 눈썹 세류 같은 가는 허리
아름답다 나의 자태 묘하도다 나의 거동
[A] 흐르는 이 세월에 아까울손 나의 거동
거울더러 하는 말이 어화 답답 내 팔자여
갈데없다 나도 너도 쓸데없다 너도 나도
우리 부친 병조 판서 할아버지 호조 판서
우리 문벌 이러하니 풍속 좇기 어려워라
아연듯 춘절 되니 초목 군생 다 즐기네
두견화 만발하고 잔디 잎 속잎 난다
[B]
삭은 바자 쟁쟁하고 종달새 도루 뜬다
춘풍 야월 세우 시에 독수공방 어이할꼬
원수의 아이들아 그런 말 하지 마라
앞집에는 신랑 오고 뒷집에는 신부 가네
내 귀에 듣는 바는 느낄 일도 하도 많다
녹양방초 저문 날에 해는 어이 수이 가노
초로 같은 우리 인생 표연히 늙어 가니
머리채는 옆에 끼고 다만 한숨뿐이로다
긴 밤에 짝이 없고 긴 날에 벗이 없다
앉았다가 누웠다가 다시금 생각하니
아마도 모진 목숨 죽지 못해 원수로다
 - 작자 미상, 「노처녀가(老處女歌)」

* 괴망: 말이나 행동이 괴상하고 망측함.


* 전전반측: 잠 못 드는 모양.
* 인황씨, 복희씨: 중국 고대 전설상의 제왕.
* 월명 사창: 달이 뜨는 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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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불안석: 불안이나 근심 등으로 편안히 자지 못함.
* 풍헌 약정: 풍헌과 약정. 향약 조직의 임원.
* 환자: 환곡. 곡식을 백성들에게 봄에 꾸어 주고 가을에 이자를 붙여 거두던 일.

나 어떤 ㉡재상의 딸이 출가했다가 한 해도 안 되어 남편이 죽고 친정에 와서 홀로 지내고 있었다.


하루는 재상이 안으로 들어오다가, ⓐ아랫방에서 딸이 곱게 몸단장을 하고 자신을 거울에 물끄러미
비춰 보다가는 거울을 내던지고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는 것을 보았다. 재상은 그 꼴을 보고 어찌나 측
은한 마음이 들던지 도로 ⓑ사랑으로 나와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때마침 문하에 출입하던 잘 아는 무관이 들어와 문안을 드리었다. 그는 집도 없고 아내도 없는데, 나
이 젊고 건장한 사람이었다.
재상은 사람을 물리치고 조용히 말을 꺼냈다.
“자네 신세가 곤궁한데, 내 사위가 안 돼 줄라나? ”
그는 황송하여,
“그 어인 분부이시온지? 소인이 무슨 뜻이온지 모르옵고, 감히 명령을 받을 수 없겠사옵니다.”
“내 농담이 아니다.”
하고 궤 속에서 한 봉의 은덩이를 꺼내 주면서 하는 말이,
“이걸 가지고 가서 튼튼한 말과 교자를 세내어 오늘 밤 통행금지 이후 우리 집 뒷문 밖에서 기다려라.

시간을 어겨선 안 된다.”
그는 반신반의하여 그것을 받아 가지고 가서, 그 말대로 교자와 말을 준비하여 ⓒ뒷문에서 대령하고
있었다.
이윽고 캄캄한데 재상이 한 여자를 데리고 나와 가마 속에 들게 한 뒤에 무관에게 경계하기를,
“곧장 ⓓ함경도 땅으로 가서 살아라.”
그는 영문도 모른 채 하직하고 교자를 뒤따라 성 밖으로 나갔다.
재상은 돌아와 아랫방으로 들어가 통곡을 하며 딸이 자결했다고 하니, 집안사람들이 모두 경황없이
애통하는 것이었다. 재상이 이내 하는 말이,
“이 애가 평소 누구에게도 자신을 보이려 하지 않았더니라. 내가 직접 염습하겠으니 남매간이라도 아

예 들여다보지 말아라.”
하고 자기 혼자 이불을 싸서 묶어 가지고 시체 모양을 꾸며서 홑이불로 덮어 둔 다음 비로소 사돈집에
통부하고 입관하여 그 시가의 ⓔ선산에 장사 지냈다.
- 작자 미상, 「상녀(孀女)」

[3부] 실전 학습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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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3 회

20001-0276

01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특정 상황을 제시하여 인간의 욕구를 다루고 있다.
‌

② 구체적인 사물의 변화를 통해 우주 자연의 섭리를 살피고 있다.


③ 관념적 사유와 통찰을 바탕으로 세상의 질서를 인식하고 있다.
④ 부조리한 사회 현상을 드러내어 인간의 이성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⑤ 과거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통해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이념에 대해 선언하고 있다.

20001-0277

02 ㉠과 ㉡을 비교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양반가의 규범보다 딸의 처지를 우선하나 딸의 공격을 받으며, ㉡은 양반가의 규범
‌

을 표면적으로 지키되 딸의 처지를 공감함으로써 변통의 조치를 취한다.


② ㉠은 양반가의 규범과 딸의 처지를 동등하게 여겨 딸의 호응을 받으며, ㉡은 양반가의
‌

규범을 표면적으로 지키되 딸의 처지를 공감함으로써 변통의 조치를 취한다.


③ ㉠은 양반가의 규범을 딸의 처지보다 우선시함으로써 딸의 공격을 받으며, ㉡은 양반가
‌

의 규범을 엄정하게 지키면서 딸의 처지를 공감함으로써 변통의 조치를 취한다.


④ ㉠은 양반가의 규범을 딸의 처지보다 우선시함으로써 딸의 공격을 받으며, ㉡은 양반가
‌

의 규범을 표면적으로 지키고 딸의 처지를 공감하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⑤ ㉠은 양반가의 규범을 딸의 처지보다 우선시함으로써 딸의 원망을 받으며, ㉡은 양반가
‌

의 규범을 표면적으로 지키되 딸의 처지를 공감함으로써 현실의 조치를 취한다.

20001-0278

03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는 도치를 활용하여 화자의 모습에 대한 자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

② [A]는 직유와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화자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③ [B]는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계절감을 드러내고 있다.
④ [B]는 경물 묘사를 통해 자연과 화자를 대비하여 화자의 고독감을 부각하고 있다.
⑤ [A]와 달리 [B]는 반복과 대구를 활용하여 대상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20001-0279

04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대상 인물의 행동을 발견하고 문제를 인식하게 된 공간이다.
‌

② ⓑ: 대상 인물이 처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모색하는 공간이다.


③ ⓒ: 대상 인물이 처한 문제 상황을 행동으로 해결하는 과정의 공간이다.
④ ⓓ: 대상 인물이 처한 문제 상황이 해결되리라 기대하는 공간이다.
⑤ ⓔ: 대상 인물이 처한 문제가 주변 인물들과의 화해로 극복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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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05쪽

[05~0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하루는 막 씨가 시름에 싸여 앉아 있는데, 갑자기 한 줄기 음산한 바람이 일어나고 초막 앞에 어떤 사


람이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바로 삼랑이었기에 막 씨가 놀라서 물었다.
“그대가 나를 버리고 집을 나간 지 거의 수십 년이나 되었소. 그간 어디에 있는지 몰라 걱정했는데,

며칠 전 꿈에 신령이 나타나 이르기를 ‘전란 중에 죽었다.’ 하더이다. 꿈에 나타난 일은 믿을 것이 아
니지만 내가 또렷이 들은 까닭에 영연 *을 차렸는데, 알 수가 없군요. 지금 살아서 오신 건가요? 어찌
이 깊은 밤에 오셨으며, 자취가 분명하지 못한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
삼랑이 목이 메어 말했다.
“내가 그대의 뜻을 모르고 방탕한 마음을 걷잡지 못해 그대의 큰 절개를 모르고 박대했소. 그 죄로 천

벌을 받아 과연 난중에 죽었으니, 먼 훗날에도 나는 죄인이라. 비롯 내 잘못을 깨닫기는 했지만 너무
늦었으며, 그간 귀신의 부류에도 끼이지 못하고 음산한 바람이 되어 이리 떠돌아야만 했소. 그런데 그
대가 나를 위해 지극정성으로 제사를 지내 주었으니, 어찌 부끄럽지 않겠소? 비록 죽고 산 것은 다르
지만 그대의 정성에 보답하기 위해 오늘 여기에 온 것이오.”
삼랑이 살아 있을 때와 다름없이 수작하고 돌아간 후 자주 왕래했다. 그 때문인지 어느 날 갑자기 태
아가 배 속에서 노는 것처럼 막 씨의 배가 아프고 점점 커졌다. 막 씨는 마음속으로 이상하게 생각하며
혹시 남이 알까 근심하고 있었는데, 과연 열 달이 되자 산기가 완연히 나타났다. 홀로 여막에 엎드려 출
산을 하고 돌아보니, 아이가 아니라 금방울처럼 생긴 것이 금빛을 찬란하게 발하고 있었다. 막 씨가 그
모양을 보고 크게 놀라며 괴이하고 신통하게 여겨 손으로 눌러 보았으나 터지지 않고 돌로 짓쳐도 깨지
지 않았다. 다시 집어다 멀리 버리고 돌아오니, 방울이 굴러서 막 씨를 따라왔다. 더욱 괴이해 다시 집어
다가 깊은 물속에 던지고 돌아오는데 역시 따라왔다. 또 그 방울을 집어다가 아주 단단히 물속에 넣고
보니 물 위에 동동 떠다니다가 여전히 막 씨를 보고 뒤따라왔다.
이에 막 씨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내 팔자가 기구해 이 같은 괴물을 만나게 되었으니, 뒷날 반드시 큰일이 생길 것이다.’
막 씨는 집으로 돌아와 불이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에 그 방울을 던져 넣었더니 조금도 기미가 없자 매
우 기쁘게 여겼다. 그런데 닷새 뒤 아궁이를 헤쳐 보니, 방울이 상하기는커녕 도리어 빛이 더욱 씩씩하
고 향취가 진동했다. 막 씨가 어쩔 수 없이 그 방울을 놓아 두었더니, 방울이 밤에는 막 씨의 품속에 들
어와 자고, 낮에는 굴러다니며 집 떠난 새를 잡거나 나무에 올라가 과일도 따다 막 씨 앞에 놓았다. 막
씨가 자세히 보니 방울 속에 있는 실 같은 것으로 온갖 것을 다 묻혀 왔는데, 그 털이 반반해 평소에는
볼 수가 없었다. 또한 막 씨가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방울이 품속으로 들어오면 조금도 춥지 않았다.
하루는 막 씨가 추운 곳에서 방아질을 해 주고 저녁에 돌아오니, 방울이 여막에서 굴러 나와 반기는
듯했다. 막 씨가 추위를 견디지 못해 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니, 그 안은 덥고 방울이 빛을 내 대낮같이
밝았다. 막 씨는 기이하게 여기는 한편, 남이 알까 두려워 낮에는 방울을 여막 속에 두고 밤에는 품고 잤
다. 방울이 점점 자라 산을 평지같이 오르내리고 마른 곳 진 곳을 가리지 않고 굴러다녀도 몸에 흙이 묻
지 않았다.

[3부] 실전 학습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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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3 회

(중략)
변 씨는 날이 갈수록 해룡을 더욱 박대했다. 해룡에게 옷과 음식도 제대로 주지 않고 낮에는 밭 갈기
와 논매기, 소 먹이기와 김매기, 나무 베어 오기 등을 시키고 밤에도 이러저러한 일들을 시키며 잠시도
편히 쉬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해룡은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변 씨가 시킨 일을 더욱 공손한 태
도로 부지런히 하니, 자연히 해룡의 용모가 초췌해져 굶주림과 추위를 이기지 못했다.
어느 추운 겨울날, 눈보라가 내리치는 밤에 변 씨는 소룡과 함께 따뜻한 방에서 자고 해룡에게는
방아질을 시켰다. 해룡은 어쩔 수 없이 밤새도록 방아를 찧었는데, 얇은 홑옷만 입은 아이가 어찌
추위를 견딜 수 있겠는가? 추위를 이기지 못해 잠깐 쉬려고 제 방에 들어가니, 눈보라가 방 안에까
지 들이치고 덮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해룡이 몸을 잔뜩 웅크리고 엎드려 있는데, 갑자기 방 안이
[A]
대낮처럼 밝아지고 여름처럼 더워져 온몸에 땀이 났다. 놀라고 또 이상해 바로 일어나 밖을 자세히
살펴보니, 아직 날이 밝지 않았는데 하얀 눈이 뜰에 가득했다. 방앗간에 나가 보니 밤에 못다 찧은
것이 다 찧어져 그릇에 담겨 있었다. 해룡이 더욱 놀라고 괴이하게 여겨 방으로 돌아오니 방 안은
여전히 밝고 더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방 안을 두루 살펴보니, 침상 위에 예전에 없었던 북만 한 방울 같은 것이 놓
여 있었다. 해룡이 잡으려 했으나, 방울이 이리 미끈 달아나고 저리 미끈 달아나며 요리 구르고 저리 굴
러 잡히지 않았다. 더욱 놀라고 신통해서 자세히 보니, 금빛이 방 안에 가득하고, 방울이 움직일 때마다
향취가 가득히 퍼져 코를 찔렀다. 이에 해룡은 생각했다.
‘이것은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어서 일어난 일일 테니, 좀 더 두고 지켜봐야겠다.’
해룡은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자리에 누웠다. 그동안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린 몸이 따뜻해지니,
마음이 절로 놓여 아침 늦도록 곤히 잠을 잤다. 이때 변 씨 모자는 추워 잠을 자지 못하고 떨며 앉아
있다가 날이 밝자마자 밖으로 나와 보니, 눈이 쌓여 온 집 안을 뒤덮었고 찬바람이 얼굴을 깎듯이
세차게 불어 몸을 움직이는 것마저 어려웠다. 이에 변 씨는 생각했다.
[B] ‘해룡이 틀림없이 얼어 죽었겠구나.’
해룡을 불러도 대답이 없자, 해룡이 얼어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눈을 헤치고 나와 문틈으로 방 안
을 엿보았다. 그랬더니 해룡이 벌거벗은 채 깊이 잠들어 있는데 놀라서 깨우려다가 자세히 살펴보
니 하얀 눈이 온 세상 가득 쌓여 있는데, 오직 해룡이 자고 있는 사랑채 위에는 눈이 한 점도 없고
더운 기운이 연기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이것이 어찌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변 씨가 놀라 소룡에게 이런 상황을 이야기했다.
“매우 이상한 일이니, 해룡의 거동을 두고 보자꾸나.”
문득 해룡이 놀라 잠에서 깨어 내당으로 들어가 변 씨에게 문안을 올린 뒤 비를 잡고 눈을 쓸려 하는
데, 갑자기 한 줄기 광풍이 일어나며 반 시간도 채 안 되어 눈을 다 쓸어 버리고는 그쳤다. 해룡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나, 변 씨는 그 까닭을 전혀 알지 못해 더욱 신통히 여기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분명 해룡이 요술을 부려 사람을 속인 것이로다. 만약 해룡을 집에 오래 두었다가는 큰 화를 당하리라.’


변 씨는 어떻게든 해룡을 죽여 없앨 생각으로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한 가지 계교를 생각해 내고는 해


룡을 불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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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06쪽

“가군 *이 돌아가신 뒤 우리 가산이 점점 줄어들게 된 것은 너 또한 잘 알 것이다. 구호동에 우리 집 논



밭이 있는데, 근래에는 호환(虎患)이 자주 일어나 사람을 다치게 해 농사를 짓지 못하고 묵혀 둔 지 벌
써 수십여 년이 되었구나. 이제 그 땅을 다 일구어 너를 장가보내고 우리도 네 덕에 잘살게 된다면, 어
찌 기쁘지 않겠느냐? 다만 너를 그 위험한 곳에 보내면, 혹시 후회할 일이 생길까 걱정이구나.”
해룡이 기꺼이 허락하고 농기구를 챙겨 구호동으로 가려 하니, 변 씨가 짐짓 말리는 체했다. 이에 해
룡이 웃으며 말했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으니, 어찌 짐승에게 해를 당하겠나이까? ”
- 작자 미상, 「금방울전」

* 영연: 죽은 사람의 영위를 모셔 놓고 그에 딸린 모든 것을 차려 놓는 곳.
* 가군: 다른 사람에게 자기 남편을 이르는 말.

20001-0280

05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막 씨는 삼랑이 죽었다고 여기고 영연을 차려 주었으나 삼랑은 수십 년 만에 살아 돌아왔다.
‌
② 삼랑은 막 씨를 박대한 것을 죄스럽게 여기고 막 씨에게 사죄하였으나 막 씨는 삼랑을 받
‌
아 주지 않았다.
③ 막 씨는 자신의 팔자가 기구한 까닭에 금방울을 낳았다고 생각하고 금방울과 함께 죽으
‌
려고 하였다.
④ 변 씨는 해룡이 자신을 무례하게 대하는 것에 분노하면서 해룡의 재산을 빼앗을 궁리를
‌
하였다.
⑤ 변 씨는 해룡이 요술을 부려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해룡을 죽여 없앨 묘책을 고
‌
심하였다.

20001-0281

06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에는 해룡이 변 씨에게 박대를 당하게 된 이유가 드러나고, [B]에는 변 씨의 박대에 저
‌
항하는 해룡의 모습이 드러난다.
② [A]에는 해룡이 금방울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드러나고, [B]에는 변 씨가
‌
해룡을 의심하게 된 이유가 드러난다.
③ [A]에는 해룡이 자신의 비범함을 알게 되는 계기가 드러나고, [B]에는 변 씨가 해룡의 능
‌
력을 인정하게 되는 사건이 드러난다.
④ [A]에는 해룡이 변 씨의 박대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한 계책이 드러나고, [B]에는 변 씨가
‌
해룡을 해치기 위해 마련한 계교가 드러난다.
⑤ [A]에는 해룡이 금방울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꾸며 낸 사건이 드러나고, [B]에는 변 씨
‌
가 해룡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꾸며 낸 사건이 드러난다.

[3부] 실전 학습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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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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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금방울전」은 해룡의 일생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이 작품을 「해룡전」이라고 일컫지
않고 「금방울전」이라고 하는 것은 해룡과 금방울의 행동 양상과 연관된다. 해룡의 일생은 반복
되는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해룡의 고난 극복은 밖으로부터 주어
지는 행운에 의해 이루어지고, 이는 남다른 태생의 금방울과 관계된다. 금방울 역시 해룡과 마
찬가지로 여러 고난을 경험하는데, 금방울은 이 고난을 타고난 비범한 능력과 주체적 노력으로
이겨 낸다. 이 작품이 해룡의 일생을 중심으로 서사가 펼쳐진다고 하더라도 작품에서 주목하고
있는 인물은 주체적으로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금방울인 것이다.

① 삼랑과 막 씨 사이에서 금방울이 태어났다는 것은 금방울의 비범한 능력이 남다른 태생


‌

과 관련되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고 할 수 있겠군.


② 막 씨가 금방울을 괴이하게 여겨 손으로 누르고 짓치고 멀리 버리는 것은 금방울이 태어
‌

날 때부터 겪는 고난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③ 금방울이 막 씨에게 도움을 준 이후 막 씨가 금방울을 품속에서 재우는 것은 금방울이 막
‌

씨의 박대를 타고난 능력으로 극복해 내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④ 변 씨의 괴롭힘으로 고통받던 해룡이 금방울의 등장으로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

된 것은 외부로부터 주어진 행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라고 할 수 있겠군.
⑤ 금방울의 도움으로 해룡이 무사하게 된 이후에 해룡이 구호동에 들어가기로 한 것은 타
‌

인에게 의존하여 주체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을 때 발생하는 문제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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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07쪽

[08~1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산 밑까지 내려온 어두운 숲에


몰이꾼의 날카로운 소리는 들려오고,
쫓기는 사슴이
눈 위에 흘린 따뜻한 핏방울.

골짜기와 비탈을 따라 내리며


넓은 언덕에
밤 이슥히 횃불은 꺼지지 않는다.

뭇짐승들의 등 뒤를 쫓아
며칠씩 산속에 잠자는 포수와 사냥개,
나어린 사슴은 보았다
오늘도 몰이꾼이 메고 오는
㉡표범과 늑대.

어미의 상처를 입에 대고 핥으며


어린 사슴이 생각하는 것
그는
어두운 골짝에 밤에도 잠들 줄 모르며 솟는 샘과
깊은 골을 넘어 눈 속에 하얀 꽃 피는 약초.

아슬한 참으로 아슬한 곳에서 쇠북 소리 울린다.


죽은 이로 하여금
죽는 이를 묻게 하라.

길이 돌아가는 사슴의
㉢두 뺨에는
맑은 이슬이 내리고
눈 위엔 아직도 따뜻한 핏방울……
- 오장환, 「성탄제」

[3부] 실전 학습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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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3 회

나  어떤 이는 눈망울 있는 것들 차마 먹을 수 없어 채식주의자가 되었다는데 ㉣내 접시 위의 풀들 깊


고 말간 천 개의 눈망울로 빤히 나를 쳐다보기 일쑤, 이 고요한 사냥감들에도 핏물 자박거리고 꿈틀
거리며 욕망하던 뒤안 있으니 내 앉은 접시나 그들 앉은 접시나 매일반. 천년 전이나 만년 전이나 생
식을 할 때나 화식을 할 때나 육식이나 채식이나 매일반.

 문제는 내가 떨림을 잃어 간다는 것인데, 일테면 만년 전의 내 할아버지가 알락꼬리암사슴의 목을


돌도끼로 내려치기 전, 두렵고 고마운 마음으로 올리던 기도가 지금 내게 없고 (시장에도 없고) 내
할머니들이 돌칼로 어린 죽순 밑둥을 끊어 내는 순간, 고맙고 미안해하던 마음의 떨림이 없고 (상품
과 화폐만 있고) ㉤사뭇 괴로운 포즈만 남았다는 것.

 내 몸에 무언가 공급하기 위해 나 아닌 것의 숨을 끊을 때 머리 가죽부터 한 터럭 뿌리까지 남김없


이 고맙게, 두렵게 잡숫는 법을 잃었으니 이제 참으로 두려운 것은 내 올라앉은 육중한 접시가 언제
쯤 깨끗하게 비워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 도대체 이 무거운, 토막 난 몸을 끌고 어디까지!
 - 김선우, 「깨끗한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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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냉온 감각의 대비를 통해 삶과 죽음의 간극을 부각하고 있다.


② 근경에서 원경으로 조망 범위를 넓히며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③ 색채의 대비가 되는 시어를 병치하여 대상의 속성을 부각하고 있다.
④ 완결되지 않은 문장을 사용하여 시상 종결에서 여운을 드러내고 있다.
⑤ 유사한 구절의 점층적 확장을 통해 대상에 대한 화자의 애상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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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 생명 살상이 일어나는 현장의 비정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② ㉡: 위험에 처한 대상에게 위협과 폭력을 가하고 있는 존재들을 나타낸다.
③ ㉢: 힘겨운 상황으로 인해 오히려 생명을 소생시킬 수단을 발견했음을 상징한다.
④ ㉣: 생명을 지닌 식물들도 자신을 해친 대상에게 희생에 따른 대가를 요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⑤ ㉤: 주체와 타자의 구분을 넘어서서 연대를 이루어 공존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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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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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보기>의 자료를 참고하여 (가)에 대해 탐구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성탄제」의 창작 시기 및 주요 시어와 관련된 자료]
•창작 시기 : 1930년대. 일제 강점으로 군국주의가 지배적이던 시기임.

•성탄제 : 종교적으로 사랑과 용서를 전하는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
•골짜기(골짝, 골) : 산과 산 사이에 움푹 패어 들어간 곳으로, 구렁지고 경사진 곳.

•횃불 : 어둠을 밝히기 위해 홰에 붙인 불.
•아슬하다 : ‘일 따위가 잘 안될까 봐 두려워서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마음이 약간 위태롭다.’ 또

는 ‘아찔아찔할 정도로 높거나 낮다.’라는 의미의 동음이의어임.
•쇠북 소리 : 종소리. 성탄절의 종소리는 용서와 화해, 구원을 상징하며, 사냥할 때 내는 종소

리로 볼 수도 있음.

[학생들의 탐구 내용]

모둠별 탐구 질문 탐구한 내용
‘성탄제’가 사랑과 용서를 전하는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인 데 반
해 이 시에서는 ‘상처’ 입은 ‘어미’와 ‘어린 사슴’의 생명이 위협받는
이 시의 제목을 ‘성탄제’라고
상황임을 고려할 때, 생명에 대한 억압이 이루어지는 내용을 통해 생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명의 고귀함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고자 역설적 상황을 부각하는 제목
을 붙인 것으로 볼 수 있다. ⓐ

‘아슬한 곳에서 쇠북 소리’가 ‘아슬한’을 ‘위태롭다’의 의미로, ‘쇠북 소리’를 사냥과 관련된 소리로
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본다면, 상처 입은 어미 사슴과 어린 사슴의 주변에 여전히 생명을 위
볼 수 있을까? 협하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골짜기’와 ‘비탈’과 같은 막다른 곳을 공간적 배경으로 제시한 것으로
미루어, 당시 일제 강점하 우리 민족이 고비에 내몰린 것과 같은 암담
이 시에 사용된 시어들을 이 한 상황에 처해 있었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

시가 창작된 시대 상황과 관
련지어 본다면 어떤 의미로 ‘몰이꾼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오며 어둠을 밝히는 ‘횃불’이 꺼지지
볼 수 있을까? 않는다는 것은 당시 시대와 연관 지어 볼 때, 군국주의의 폭압적 상황
속에서도 불빛과 같은 희망이 남아 있는 것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시의 내용을 통해 볼 때, ‘어미의 상처를 핥’는 어린 사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핏방울’
‘어린 사슴’은 어떻게 되었을 만 남겨진 장면으로 미루어, 상처 입고 죽어 가는 어미 사슴을 두고 어
까? 린 사슴이 홀로 길을 떠나야 했다고 볼 수 있다. ⓔ

①ⓐ ②ⓑ ③ⓒ ④ⓓ ⑤ⓔ

[3부] 실전 학습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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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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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보기>를 참고하여 (가)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생명에 대한 고찰은 문학의 주된 연구 과제이다. 특히 인간과 동물, 식물 등 세상의 자연 존재
들이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는 생각은 생태적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문학 작품은
생태적 상상력을 통해 개체들의 존재 의미에 대해 물음을 던지거나 각 개체들이 고정된 것이 아
니라 순환 과정을 겪는다는 인식을 유도하기도 하고, 세계의 폭력성과 생명체의 연약성을 대비
하며 약자에 대한 연민을 표출하기도 한다. 나아가 생태적 상상력은 문명 발달로 생명이 훼손되
는 실상, 인간의 이기를 우위에 둔 자본주의의 교환 논리 등에 대해 반성적 사유의 계기를 제공
하며 인간을 비롯한 다른 생명체의 상처에 대한 치유와 상생의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① (가): ‘며칠씩 산속에 잠자는 포수와 사냥개’와 대비되는 ‘나어린 사슴’의 모습은, 폭력적


인 존재에 의해 위협받는 연약한 생명체의 모습을 환기하여 약자에 대한 연민을 유도한


다고 볼 수 있다.
② (가): 어린 사슴이 ‘밤에도 잠들 줄 모르며 솟는 샘’을 떠올린 것은, 긴장감이 감도는 어


두운 분위기 속에서 상처 입은 생명을 소생시켜 줄 샘과 같은 치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③ (나): ‘핏물 자박거리고 꿈틀거리’듯이 생존 욕구를 지니고 ‘욕망하던 뒤안’이 있었던 존


재가 ‘이 고요한 사냥감들’로 접시 위에 올라오게 된 것은, 자연 존재들이 고정불변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체와 순환 과정에서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④ (나): ‘내가 떨림을 잃어 간다는’ 문제의식을 느끼면서 ‘상품과 화폐만 있’다고 인식한 것


은, 생명이 훼손되는 실상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교환 논리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현


실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⑤ (나): ‘내 올라앉은 육중한 접시가 언제쯤 깨끗하게 비워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이


유는, 주체인 자신도 생명 순환 과정에서 언제 희생될지 모른다는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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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09쪽

[12~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 줄거리] 응칠은 성실하게 농사를 했지만 쌓여 가는 빚을 이기지 못해 아내와 헤어지고 유랑민이 된다. 응칠은 그리
운 마음에 성실한 농부인 아우 응오를 찾아오게 되고 응고개 논의 벼가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것은 작년 응오와 같이 지주 문전에서 타작을 하던 친구라면 묻지는 않으리라. 한 해 동안 애를 졸


이며 홑자식 모양으로 알뜰히 가꾸던 그 벼를 거둬들임은 기쁨에 틀림없었다. 꼭두새벽부터 엣, 엣, 하
며 괴로움을 모른다. 그러나 캄캄하도록 털고 나서 지주에게 도지 *를 제하고, 장리쌀을 제하고, 색조 *
를 제하고 보니 남은 것은 등줄기를 흐르는 식은땀이 있을 따름. 그것은 슬프다 하기보다 끝없이 부끄러
웠다. 같이 털어 주던 동무들이 뻔히 보고 섰는데 빈 지게로 덜렁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건 진정 열없
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참다 참다 응오는 눈에 ⓐ눈물이 흘렀던 것이다.
가뜩한데 엎치고 덮치더라고 올해는 고나마 흉작이었다. 샛바람과 비에 벼는 깨깨 배틀렸다. 이놈을
가을하다 *간 먹을 게 남지 않음은 물론이요 빚도 다 못 가릴 모양. 에라 빌어먹을 거. 너들끼리 캐다 먹
든 말든 멋대로 하여라, 하고 내던져 두지 않을 수 없다. 벼를 거뒀다고 말만 나면 빚쟁이들은 우 몰려들
거니깐 —
  
응칠이의 죄목은 여기에서도 또렷이 드러난다. 국으로 가만만 있었으면 좋은 걸 이 사품에 뛰어들어
지주의 뺨을 제법 갈긴 것이 응칠이였다.
처음에야 그럴 작정이 아니었다. 그는 여러 곳 물을 마신 만치 어지간히 속이 트인 건달이었다. 지주
를 만나 까놓고 썩 좋은 소리로 의논하였다. 올 농사는 반실이니 도지도 좀 감해 주는 게 어떠냐고. 그러
나 지주는 암말 없이 고개를 모로 흔들었다. 정 이러면 하여튼 일 년 품은 빼야 할 테니 나는 그놈에다
불을 지르겠수, 하여도 잠자코 응치 않는다. 지주로 보면 자기로도 그 벼는 넉넉히 거둬들일 수는 있다.
마는 한번 버릇을 잘못해 놓으면 여느 작인까지 행실을 버릴까 염려하여 겉으로 독촉만 하고 있는 터였
다. 실상이야 고까짓 벼쯤 있어도 고만 없어도 고만 — 그 심보를 눈치채고 응칠이는 화를 벌컥 낸 것만
  
은 좋으나, 저도 모르게 대뜸 주먹뺨이 들어갔던 것이다.
이렇게 문제 중에 있는 벼인데 귀신의 놀음 같은 변괴가 생겼다. 다시 말하면 ㉠벼가 없어졌다. 그것
도 병들어 쓰러진 쭉정이는 젖혀 놓고 무얼로 그랬는지 말짱 이삭만 따 갔다. 그 면적으로 어림하면 아
마 못 돼도 한 댓 말가량은 될는지 —
  
㉡응칠이가 아침 일찍이 그 논께로 노닐자 이걸 발견하고 기가 막혔다. 누굴 성가시게 하려고 그러는
지. 산속에 파묻힌 논이라 아직은 본 사람이 없는 모양 같다. 하나 동리에 이 소문이 퍼지기만 하면 저는
어느 모로 보든 혐의를 받아 폐는 좋이 입어야 될 것이다.
응칠이는 송이도 송이려니와 실상은 궁리에 바빴다. 속중으로 지목 갈 만한 놈을 여럿 들어 보았으나
이렇다 짚을 만한 증거가 없다. 어쩌면 ㉢재성이나 성팔이 이 둘 중의 짓이리라, 하고 결국 이렇게 생각
든 것도 응칠이가 아니면 안 될 것이다. /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응칠이는 저의 짐작이 들어맞음을 알고 당장에 일을 낼 듯이 성팔이의 눈을 드리 노렸다.
성팔이는 신이 나서 떠들다가 그 눈총에 어이가 질리어 고만 벙벙하였다. 그리고 얼굴이 해쓱하여 마
주 대고 쳐다보더니,

[3부] 실전 학습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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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3 회

“그래, 자네 왜 그케 노하나. 지내다 보니깐 그렇길래 일테면 자네 보구 얘기지 뭐…….”


하고 뒷갈망을 못 하여 우물쭈물한다. / “노하긴 누가 노해 —”   

응칠이는 뻐팅겼던 몸에 좀 더 힘을 올리며, / “응고개를 어째 갔더냐 말이지? ”


“놀러 갔다 오는 길인데 우연히…….” / “놀러 갔다. 거기가 노는 덴가? ”
“글쎄, 그렇게까지 물을 게 뭔가. 난 응고개 아니라 서울은 못 갈 사람인가.”
하다가 성팔이는 속이 타는지 코로 흐응, 하고 날숨을 길게 뽑는다.
이렇게 나오는 데는 더 물을 필요가 없었다. 성팔이란 놈도 여간내기가 아니요 구장네 솥인가 뭔가 떼
다 먹고 한 번 다녀온 놈이었다. 많이 사귀지는 못했으나 동리 평판이 그놈과 같이 다니다가는 엉뚱한
일 만난다 한다. 이번에 응칠이 저 역시 그 섭수 *에 걸렸음을 알고,
㉣ “그야 응고개라구 못 갈 리 없을 테 —”
     

하고 한번 엇먹다 *, 그러나 자네두 아다시피 거 어디야, 거기 바로 길이 있다든지, 사람 사는 동리라면


혹 모른다 하지마는 성한 사람이야 응고개엘 뭘 먹으러 가나, 그렇지 자네야 심심하니까, 하고 앞을 꽉
눌러 등을 떠본다.
(중략)
응칠이는 논께로 바특이 내려서서 소나무에 몸을 착 붙였다. 섣불리 서둘다간 낫의 횡액을 입을지도
모른다. 다 훔쳐 가지고 나올 때만 기다린다.
몽둥이는 잔뜩 힘을 올린다.
한 식경쯤 지났을까, 도적은 다시 나타난다. 논둑에 머리만 내놓고 사면을 두리번거리더니 그제서 기
어 나온다. 얼굴에는 눈만 내놓고 수건인지 뭔지 헝겊이 가렸다. 봇짐을 등에 짊어 메고는 허리를 구붓
이 뺑손을 놓는다. 그러나 응칠이가 날쌔게 달려들며, / “이 자식, 남의 벼를 훔쳐 가니—!”
하고 대포처럼 고함을 지르니 논둑으로 고대로 데굴데굴 굴러서 떨어진다. 얼결에 호되게 놀란 모양이
었다.
응칠이는 덤벼들어 우선 허리께를 내려 조졌다. 어이쿠쿠, 쿠, — 하고 처참한 비명이다. 이 소리에
  

귀가 번쩍 띄어 그 고개를 들고 팔부터 벗겨 보았다. 그러나 너무나 어이가 없었음인지 시선을 치걷으며


그 자리에 우두망찰한다.
그것은 무서운 침묵이었다. 살뚱맞은 바람만 공중에서 북새 *를 논다.
한참을 신음하다 도적은 일어나더니,
㉤ “성님까지 이렇게 못살게 굴기유? ”
  

제법 눈을 부라리며 몸을 홱 돌린다. 그리고 느끼며 울음이 복받친다. 봇짐도 내버린 채,


“내 것 내가 먹는데 누가 뭐래? ” / 하고 되퉁스러이 내뱉고는 비틀비틀 논 저쪽으로 없어진다.
형은 너무 꿈속 같아서 멍하니 섰을 뿐이다. 그러다 얼마 지나서 한 손으로 그 봇짐을 들어 본다. 가뿐
하니 끽 말가웃이나 될는지. 이까짓 걸 요렇게까지 해 가려는 그 심정은 실로 알 수 없다. 벼를 논에다
도로 털어 버렸다. 그리고 아내의 치마이겠지, 검은 보자기를 척척 개서 들었다. 내 걸 내가 먹는다 —   

그야 이를 말이랴. 허나 내 걸 내가 훔쳐야 할 그 운명도 얄궂거니와 형을 배반하고 이 짓을 벌인 아우도

31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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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과 해설 109쪽

아우이렷다. 에— 이 고연 놈, 할 제 볼을 적시는 것은 ⓑ눈물이다.


- 김유정, 「만무방」

* 도지: 남의 논밭을 빌려서 부치고 논밭을 빌린 대가로 해마다 내는 벼.
* 색조: 세곡이나 환곡을 받을 때나 타작할 때에 정부나 지주가 더 받던 곡식.
* 가을하다: 농작물 따위를 거두어들이다. * 섭수: ‘수단’의 방언. ‘수단’은 일을 처리하여 나가는 솜씨와 꾀.
* 엇먹다: 사리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으로 비꼬다. * 북새: 많은 사람이 야단스럽게 부산을 떨며 법석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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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다양한 인물을 서술자로 설정하면서 사건의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
② 이야기 밖에 있는 서술자가 오직 한 인물의 시각에서 사건의 전개를 평가하고 있다.
③ 이야기 밖에 있는 서술자가 사건과 관련된 여러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며 이야기하고 있다.
‌
④ 이야기 속 인물이 서술자가 되어 인물의 행동과 사건의 전개를 묘사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
⑤ 이야기 속 인물이 서술자가 되어 사건에 대한 자신의 인식과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
‌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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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보기>를 바탕으로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김유정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추리 소설의 기법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탐정, 범인,
희생자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추리 소설은 대체로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을 탐정이 조사하며
목격자의 도움을 받아 범인을 추적하는 흐름으로 구성된다. 독자는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며 탐
정이 사건의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주목할 점은 탐정이 너무 이른 시기에 범인을 밝히
면 소설의 재미는 반감된다는 점이다. 탐정은 잘못된 증거를 수집하거나 용의자를 범인으로 오
해하는 등 수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며 이에 따라 사건의 해결은 지연된다. 추리 소설은
대체로 탐정이 범인을 밝히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때 밝혀진 범인이 의외의 인물일수록 독자
의 놀라움은 커진다.

① ㉠은 탐정이 해결하고자 하는 범죄 사건으로 볼 수 있다.


‌
② ㉡은 사건을 조사하고 범인을 밝히는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탐정으로 볼 수 있다.
③ ㉢은 탐정이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하는 용의자로 볼 수 있다.
④ ㉣은 탐정이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면서 자신의 추리가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는 말로 볼
‌
수 있다.
⑤ ㉤은 범인이 누구인지 독자에게 밝혀지는 순간으로 의외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독자에게
‌
놀라움을 선사한다.

[3부] 실전 학습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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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학습 3 회 정답과 해설 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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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와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한 것은?


① ⓐ는 수확을 했지만 남은 것 없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응오의 부끄러움을 대변한다.
‌

② ⓑ는 형을 돕고자 가진 것을 나누는 동생의 배려를 향한 응칠의 감동을 대변한다.


③ ⓐ와 ⓑ는 ‘벼가 없어진 변괴’에 대해 서로 다른 인물이 느낀 감정을 대변한다.
④ ⓐ와 ⓑ는 모두 상대방의 불행에 대해 느끼는 감정으로 발생한다.
⑤ ⓐ와 ⓑ는 모두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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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윗글이 발표된 1930년대에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촌에 살면서 농사에 종사하였
다. 하지만 이들 농민의 열 명 중 여덟 명 정도는 자기의 토지가 없거나 토지가 있어도 경제적
문제로 다른 사람의 토지까지 빌려 농사를 지어야 하는 소작농이었다. 소작농은 토지를 빌리는
대가로 수확의 70~80%를 소작료로 내야 했다. 지주는 소작 제도를 이용해 소작농을 지배하고
통제하였다. 지주는 언제든지 소작농과의 소작 계약을 해지하고 소작농을 소작지에서 쫓아낼
수 있었다. 이에 대항하여 소작농들은 서로 연대하거나 소작인 단체를 결성하여 일제와 지주에
대항해 소작 쟁의를 벌였다.

① 응오의 ‘등줄기를 흐르는 식은땀’에서 소작 제도의 약자인 소작농의 비애가 엿보이는군.


‌

② 응오가 벼를 추수하지 않고 두는 이유는 지주에게 납부하는 소작료 등을 빼면 소작농인


‌

자신에게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군.
③ 지주가 도지 감면 요청을 거절한 이유에서 소작농들을 통제하려는 지주의 인식을 확인할
‌

수 있군.
④ 응칠이 응오의 일에 개입하여 지주의 뺨을 때리는 것은 소작농들이 소작인 단체를 결성
‌

하여 소작 쟁의를 벌이는 것이군.


⑤ ‘내 걸 내가 먹는다’라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응오의 상황에서 지주에게 수탈당하는 소작
‌

농의 참담함이 드러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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