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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수특 - 문학 (001-039 개념 학습) .indd 1 20. 1. 6. 오후 10:18
21 수특 - 문학 (001-039 개념 학습) .indd 1 20. 1. 6. 오후 10:18
오후 10:18
이 책의 특징과 구성
이 책의 특징
가능하도록 구성하였습니다.
03 갈래별로 다양한 영역의 작품들을 고루 수록하였으며, 서답형과 수능형 문항을 통해 2021학년도
▶
대어로 윤문하였습니다.
이 책의 구성
1부–교과서 개념 학습
1
문학
강
시의 표현과 형식
적용 학습
•담화 양식 :독백,대화,편지,연설,전화통화의형식등
고전 시가 01
•문학적 기법 :아이러니(반어),알레고리(우의)등
•구조 :수미상관,선경후정,대칭등
2부–적용 학습
•진술 형태 :정형시,자유시,산문시,극시등
•외형 :시행및연의배열등
[01~03]
가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화자 - 청자의 관계 :독백,대화등
거북아 거북아•시상 전개 :근경
-원경,외부풍경-내면세계,과거-현재-미래등
龜何龜何
교과서 기본 개념을 작품을 통해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지난 5년간 시행된 모의 평가와 수능을
머리를 내밀어라 首其現也
내밀지 않으면 若不現也
구워서 먹으리 燔灼而喫也
실전 학습 1 회 3부–실전 학습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부자줏빛교과서
바위 가에개념 학습
이게 하는 소재이자 배경으로 활용되고 있다.
紫布岩乎过希 풀어 본 내용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자세하고 친절한 해설을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執音乎手母牛放敎遣
[B]
1 강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시의 표현과 형식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본문 08~10쪽
吾肹不喩慚肹伊賜等
花肹折叱可獻乎理音如
2강 시의 내용
수록하였습니다. 작품의 해제, 주제, 갈래별로 구성이나 전체 줄거
본문 11~13쪽
작품으로 이해하기 예시 답안 - 일연, 『삼국유사』, 「수로 부인」
01
02
⑤
* 종자: 남에게 종속되어 따라다니는 사람.
ⓐ 옹송그리고 살아온 지난겨울의 삶 01
작품으로 이해하기 예시 답안
ⓐ 구운 밤
리를 제시하고, ‘정답이 정답인 이유’와 ‘오답이 오답인 이유’까지
ⓑ 갑자기 살아나는 것 같은 생명들 ⓑ 꽃이 핀다면
276 03 ⓐ 방해자/훼방꾼/장애물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 생동감/생명력
ⓒ 다 헌다면
ⓓ 영원히 함께하겠다 모두 설명하여 깊이 있는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02 ⓐ 흩어져/깨져
정지용, 「춘설」
ⓑ 믿음/신뢰
이 작품은 춘설(봄눈)이 내린 우수절 초하루 아침을 배경으
03 ②
로 하여, 화자가 느낀 봄의 생동감을 담아내고 있다. 다양한 감각적
표현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을 그리고 있으며, ‘~ 선뜻!’, ‘~ 차라.’, 작자 미상, 「정석가」
‘~ 향기로워라.’ 등의 영탄적 표현을 사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효과 이 작품은 임과의 영원한 사랑에 대한 소망을 노래한 고려
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춘설을 봄의 생명력 가요로, 실현 불가능한 상황들을 역설적으로 표현하여 시상을 전
을 의미하는 소재로 활용한 시인의 참신한 발상이 돋보인다. 개하고 있다. 이 노래의 본사에 해당하는 2~5연은 각각 구운 밤,
춘설이 내린 자연에서 느끼는 봄의 생동감 옥 연꽃, 무쇠 옷, 무쇠 소를 소재로 하여, 임과 이별하지 않겠다는
화자의 강한 의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6연은 「서경별곡」
•1연: 문을 열자 보이는 먼 산 의 2연과 유사한데, 이는 6연이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구
•2연: 우수절 초하루의 아침 절로서 구전되는 과정에서 두 노래에 삽입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3연: 가깝게 느껴지는 눈 덮인 산 추측된다.
•4연: 봄이 오는 모습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5연: 봄기운을 느낀 화자
•6연: 생동감 있는 봄의 모습 •1연: 태평성대를 소망함.
•7연: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화자의 소회 •2~5연: 불가능한 상황 설정을 통해 임과의 영원한 사랑을 소망함.
•6연: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과 믿음을 다짐함.
EBS 스마트북 활용 안내
그리고 살아온 지난겨울을 회상하며 느낀 서러움을, ②와 같이
해석할 경우, 봄이 되어 살아나는 생명들에 대해 화자가 느낀 낯
선 감정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02 화자는 임과의 이별이라는 상황을 바위에 떨어진 구슬이 흩
어진 상황에 빗대어 임과의 신의가 영원할 것임을 표현하고 있다.
EBS 스마트북은 스마트폰으로03바로 찍어 해설 영상을 수강할 수 있고, 교재 문제를 파일(한글, 이미지)로 다운로드하여 쉽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03 일반적으로 ‘춘설’은 봄이 오는 것을 저지하는 ‘방해자’로 인 <제2연>의 ‘구운 밤’은 한때 지녔던 생명력을 잃어버린 존재
식된다. 그러나 이 시에서 ‘춘설’은 봄의 ‘생동감(생명력)’을 돋보 에 해당하지만, <제4연>의 ‘무쇠’로 재단한 ‘철릭’은 오래도록 지
학생
02
모르는 문제, 찍어서 해설 강의 수강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교사 교재 문항을 한글(HWP)문서로 저장
[ 20001-0001 ] [ 20001-0001 ]
1. 윗글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 윗글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EBS 교재 문항을 한글(HWP)파일로
다운로드하여 이용할 수 있습니다
100 100
80 80
[ 20001-0001 ]
60 60
1. 윗글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40 40
20 100 20 수학 영역
0 80 0
60
40
1 20
0
# 스마트폰 문제 촬영 1
2 찰칵! # 인공지능 단추 푸리봇 연결 2
1
다운로드
3 2 # 해설 강의 수강 3
3
4 4
4
Ⅰ 교과서 개념 학습
1강 시의 표현과 형식 8
2강 시의 내용 11
3강 소설의 서술상 특성 14
4강 소설의 내용 18
5강 극의 특성과 구성 요소 22
6강 교술 문학의 특성과 구성 요소 26
7강 작품의 작가 및 독자 맥락 30
Ⅱ 적용 학습
고전 시가 42
현대시 74
고전 산문 108
현대 소설 148
극·수필 190
갈래 복합 220
Ⅲ 실전 학습
1회 276
2회 289
3회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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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Ⅰ
교과서
개념 학습
1 시적 표현
(1) 시적 표현의 개념과 특성
형상화 •시의 주제나 화자의 정서를 형상화하는 데 기여하는 일체의 표현을 가리킴. 비유(의인화
형체로는 분명히 나타나 있지 않 포함), 상징, 역설, 반어, 대구, 설의, 영탄, 도치, 열거, 점층 등의 표현 기법이 있음.
은 것을 다양한 방법이나 매체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감 나게 그려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도 쓰이나 일상적 언어에 비해 좀 더 정제되어 있음.
내는 것을 뜻한다. 문학에서는
마음이나 윤리적 덕목과 같은 비 (2) 시적 표현의 여러 가지 효과
가시적인 대상도 구체적인 형상 •음악적인 리듬이 느껴지게 함.
을 통해 드러난다.
•시어의 함축성을 높여 의미를 풍부하게 함.
•어떤 대상을 감각적으로 환기하게 함.
•상식적인 생각을 뒤집거나 깨뜨림으로써 지적 충격을 줌.
•재미를 느끼고 웃게 하거나 반대로 슬픈 감정을 환기하기도 함.
•궁극적으로 화자의 정서나 시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기여함.
2 시의 형식
(1) 시의 형식의 개념과 특성
표현과 형식의 관계 •율격, 시행, 연 등의 요소가 시의 주제나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면서 이루는 전체적인 형
시적 표현이라는 말의 의미는 그
태나 구조를 가리킴.
폭이 매우 넓어서 형식의 의미를
포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시의 형식은 문화적으로 형성된 시 고유의 체계와 관습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크게 고
표현과 형식을 별도의 개념으로 정된 형식과 자유로운 형식으로 구별됨.
인식하기보다는 형식을 표현의
한 부분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 (2) 시의 형식의 층위들
직하다.
•갈래 : 민요, 향가, 시조, 가사, 자유시 등
•담화 양식 : 독백, 대화, 편지, 연설, 전화 통화의 형식 등
•문학적 기법 : 아이러니(반어), 알레고리(우의) 등
•구조 : 수미상관, 선경후정, 대칭 등
•진술 형태 : 정형시, 자유시, 산문시, 극시 등
•외형 : 시행 및 연의 배열 등
•화자 - 청자의 관계 : 독백, 대화 등
•시상 전개 : 근경-원경, 외부 풍경-내면세계, 과거-현재-미래 등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멧부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 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송그리고 * 살아난 양이
아아 ㉠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 기던 *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 정지용, 「춘설(春雪)」
* 우수절: 입춘과 경칩 사이의 절기인 우수로, ‘봄비로 물기운이 가득한 때’라는 뜻임. 양력 2월 18일경.
* 옹송그리고: 춥거나 두려워 몸을 궁상맞게 몹시 움츠려 작게 하고.
* 옴짓 아니 기던: 움직이지 않던.
* 핫옷: 안에 솜을 두어 지은 겨울옷.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09
20001-0001 개념 적용
20001-0002
‘설어라’의 해석 ㉠의 의미
서러워라 봄이 되니 ( ⓐ )이/가 서럽게 느껴지는구나.
낯설어라 봄이 되니 ( ⓑ )이/가 낯설기만 하구나.
20001-0003
03 윗글의 제목인 ‘춘설’의 기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자 한다. ⓐ,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춘설, 곧 봄눈은 흔히 ‘꽃샘추위’라는 말과 어울리면서 봄이 오는 것을 저지하는 ( ⓐ )
(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이 시에서 춘설은 오히려 봄의 ( ⓑ )을/를 더 돋보이게 하
는 소재이자 배경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1 시적 화자의 정서
(1) 정서의 개념
일반적으로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이나 기분을 가리킴. 흔히 말하는
희로애락(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이 대표적인 정서에 해당됨. 시적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화자의 태도가 반영됨.
(2) 정서의 종류
•긍정적인 정서 : 사랑, 존경, 예찬, 환희, 동경, 희망, 기대 등
•부정적인 정서 : 미움, 분노, 공포, 비애, 우수, 절망, 원망 등
(3) 정서의 특징
서정시(抒情詩) •서정시는 다른 갈래에 비해 화자의 정서가 핵심적인 내용이 되는 갈래이며, 정서는 시의
서정은 본래 정서를 풀어낸다는
주제가 되기도 함.
의미를 지니며, 서정시는 개인의
주관적 정서를 표현한 시를 가리 •한 작품 안에는 여러 가지 정서가 공존할 수 있으며, 그중에서 지배적인 정서가 있을 수
킨다. 서사시나 극시, 교술시도 있음.
있으나 대부분의 시는 서정시에
해당된다.
2 소재
(1) 소재의 개념
•시를 창작하는 데 바탕이 되는 모든 재료를 뜻함.
•다른 갈래에서와 마찬가지로 개인적 체험, 자연, 사회 현상, 인생 등 세상의 모든 것이
시의 소재가 됨.
•한 작품 안에 있는 다양한 소재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을 제재라고도 함.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11
작품으로 이해하기
무쇠로 철릭 *을 말아 나난
무쇠로 철릭을 말아 나난
철사(鐵絲)로 주름 박오이다
그 옷이 다 헐어시아
그 옷이 다 헐어시아
유덕(有德)하신 임을 여의아와지이다 <제4연>
* 접주하요이다: 접붙입니다.
* 철릭: 옛날에 무관이 입던 관복.
20001-0004 개념 적용
연 결심의 내용 조건
<제2연> ( ⓐ )을/를 모래 벼랑에 심어 싹이 튼다면
덕망 높으신
<제3연> 임과 이별하 옥으로 새긴 연꽃을 바위에 접붙여 ( ⓑ )
겠다.
<제4연> 무쇠로 마름질하여 철사로 주름을 박아 만든 철릭이 ( ⓒ )
함축적 의미: 덕망 높으신 임과 이별하지 않고 ( ⓓ ).
20001-0005 개념 적용
20001-0006 개념 적용
① ㄱ, ㄷ ② ㄱ, ㄹ ③ ㄴ, ㄷ
④ ㄱ, ㄷ, ㄹ ⑤ ㄴ, ㄷ, ㄹ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13
1 소설에서 서술이란
사건의 내용을 언어로 나타내는 행위와 그 결과를 뜻함. 서술은 크게 이야기의 구성과
이야기의 전달로 나뉨. 이야기의 구성은 사건과 사건의 선후 관계나 인과 관계를 짜는 것
이며, 이야기의 전달은 시점과 거리, 사건과 인물 제시 방식, 문체, 어조와 태도를 어떻게
취하느냐와 관련이 있음.
(4) 어조와 태도
특정 인물이나 작중 현실에 대한 서술자의 태도가 어조를 통해 나타남. 반어적·풍자
적·냉소적·비판적·동정적·호의적·낙천적·해학적 태도 등으로 나타남.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15
20001-0007
20001-0008 개념 적용
20001-0009 개념 적용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17
1 인물
(1) 인물이란
•인물은 흔히 성격(character)이라고도 함. 인물은 외부에서의 관찰 대상을, 성격은 그 인
물의 내적 속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둘을 구별하기도 함. 이때 성격은 작품에서 인
물이 수행하는 고유한 역할을 통해 드러나는 개성을 뜻함.
•인물의 성격은 어떤 사건 속에서 보이는 그의 말과 생각, 행동, 그리고 인물에 대한 서술
자의 서술을 통해 드러남.
서사(敍事) 2 사건
서사는 ‘일을 순서대로 행하다.’,
‘일을 차례대로 펼치다.’라는 의
(1) 사건이란
미를 가지며, 서사 문학은 두 가 작품 속에서 발생하고 진행되는 온갖 일들을 가리킴. 대개 한 사건은 다른 사건들과 결
지 이상의 사건이 선후 관계와
합되어 연속적으로 전개됨. 인물들의 행동을 유발하기도 하고, 인물들의 행동이 곧 사건
인과 관계를 맺고 있다. 소설은
서사 문학의 가장 대표적인 갈래 으로 제시되기도 함.
이다.
(2) 사건의 연쇄
•시간 순서대로 일어나는 사건들은 선후 관계만을 맺기도 하고 인과 관계를 맺기도 함.
스토리와 플롯 •사건의 인과 관계를 바탕으로 플롯이 만들어지고,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단
여러 사건을 일어난 시간 순서대
계를 거침.
로 나열한 것을 ‘스토리(story)’라
고 하고, 사건들이 인과 관계로 질
서를 형성하고 있는 상태를 ‘플롯
(plot, 구성)’이라고 한다. 뒤에 일 3 배경
어난 사건을 먼저 일어난 사건보 (1) 배경이란
다 더 앞에 배치할 수도 있으므
로, 하나의 스토리도 서로 다른
•사건이 일어나는 곳의 지리적 위치, 지형, 풍경, 사물이 놓여 있는 장소(공간적 배경), 인
플롯을 가질 수 있다. 물의 행동이 연출되고 사건이 벌어지는 시대, 시기, 계절, 밤/낮 등의 시간(시간적 배경)
을 말함.
•사회 현실이나 역사적인 상황을 나타내는 사회적 배경, 작중 인물의 심리 상태를 의미하
는 심리적 배경, 어떤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상징적 배경도 있음.
(2) 배경의 기능
인물의 행동과 사건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서, 작품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작
품의 주제 구현에 기여함. 또한 독자에게 작품의 생동감을 느끼게 하며, 배경 자체가 상징
적 의미를 지니기도 함.
[앞부분 줄거리] 평양 기생 추월에게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그 집에서 사환 * 노릇을 하고 있는 남편을 찾기 위해, 춘풍의
아내는 평양 감사로 부임하는 김 승지를 따라 비장 * 차림으로 남장을 한 채 평양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춘풍의 아내는 추
월을 잡아들여 매를 치고 추월에게 춘풍의 돈을 물어내게 한다.
비장이 사또 전에 여짜오되, 춘풍과 추월을 처치한 말씀을 낱낱이 다 고하고 조용히 여짜오되,
“ 내일 하직하고 경성으로 가려 하오니 사또님 덕택으로 추월에게 분부하여 자모지례 *로 오천 냥을 몰
수(沒數)이 수쇄하여 춘풍에게로 보내기를 천만 바라나이다.”
사또 허락하고, 이튿날 하직하고 상덕한 * 돈 수만 냥을 환전으로 부쳐 놓고, 인하여 발행(發行)할새
평양을 하직하고 경성으로 올라와서 환전 돈을 즉시 찾고 춘풍이 오기를 기다리더라.
평양 사또 본관이 분부하되, 추월을 잡아들여 돈 바치라 성화하되, 십 일 다 못 하여 오천 냥을 다 바
치니, 춘풍이 돈을 싣고 경성으로 올라갈 제, 이때 춘풍의 아내 문밖에 썩 나서서 춘풍의 손을 부여잡고,
“어이 그리 더디 온가? ㉠ 장사에 사망 * 많아 평안히 오시니잇가? ”
춘풍이 반기면서,
“그사이에 잘 있었는가? ”
하고, 열두 바리 실은 돈을 장사에서 남긴 듯이 여기저기 들여놓고 의기양양하는구나. 춘풍에게 차담상
을 별나게 차려 들이거늘, 춘풍이 온 교태(驕態)를 다할 적에 기구하고 볼 만하다. 콧살도 찡그리며 입맛
도 다셔 보고 젓가락도 휘저으며 하는 말이,
“㉡ 생치(生雉) 다리도 덜 구워졌으며, 자반에도 기름이 적고, 황육(黃肉)조차 맛이 적다. 평양으로 갈
까 보다. 호조 돈 아니었더라면 올라오지 아니했지. 내일은 호조 돈을 다 바치고 평양으로 내려갈 제,
너도 함께 따라가서 평양 감영 소가(小家) * 집의 그 음식 먹어 보소.”
온갖 교만 다할 적에, 춘풍 아내 춘풍을 속이려고 황혼을 기다려서 여자 의복 벗어 놓고, 비장 의복 다
시 입고 흐늘거리며 들어오니, 춘풍이 의아하여 방 안에서 주저주저하는지라. 비장이 호령하되,
“평양에 왔던 일을 생각하라. 네 집에 왔다 한들 그다지 거만하냐? ”
춘풍이 그제야 자세히 본즉, 과연 평양에서 돈 받아 주던 회계 비장이라. 깜짝 놀라면서 문밖에 뛰어
내려 문안을 여쭈오되, 회계 비장 하는 말이,
“평양에서 맞았던 매가 얼마나 아프더냐? ”
춘풍이 여쭈오되,
“어찌 감히 아프다 하오리까? 소인에게는 상(賞)이로소이다.”
회계 비장 하는 말이,
“ 평양에서 떠날 적에 너더러 이르기를, 돈을 싣고 서울로 올라오거든 댁에 문안하라 하였더니, 풍문
에 소식 들리기를 매일 기다리다가 아까 마침 남산 밑에 박 승지 댁에 가 술을 먹고 대취하여 종일 놀
다가 홀연히 네가 왔단 말을 듣고 네 집에 돌아왔으니 흰죽이나 쑤어 달라.”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19
20001-0010 개념 적용
20001-0011
02 윗글에서는 인물들의 거짓말이 사건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윗글의 ㉠~㉢이 어떤 목적으로
하는 거짓말인지 다음의 단어를 활용하여 각각 쓰시오.
㉠ (시치미)
㉡ (허세)
㉢ (민망함)
20001-0012 개념 적용
03 다음은 당시의 사회·문화적 맥락에 비추어 윗글을 설명한 내용이다. 아내의 성격을 나타내는 단어
를 ⓐ에, 문제 해결 방식을 드러내는 구절을 ⓑ에 각각 쓰시오.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1
1 극의 특성
•극은 희곡이나 시나리오를 대본으로 삼아 인간의 갈등을 배우의 대사와 행동으로 표현
하므로 ‘행동의 문학’ 또는 ‘현재화된 인생 표현’으로 불림.
•극은 배우와 무대, 촬영 기법, 관객 등의 요소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고 제작됨.
•극은 갈등의 예술이라 할 정도로 인물 간 갈등의 생성, 전개, 해결 또는 해소가 진행의
중요한 축이 됨.
2 극의 구성 요소
(1) 대사
•등장인물의 말을 가리키며, 인물 사이에 전개되는 대화, 상대역이 없는 가운데 등장인물
이 혼자 자신의 내면을 말하는 독백, 한 등장인물이 상대역이 듣지 않는 것으로 약속하
고 관객에게 직접 자기의 의도와 생각을 말해 주는 방백 등으로 구별됨.
•극 중 인물의 성격과 생활 환경, 신분 등을 드러내고, 플롯을 진전시킴과 동시에 인물 간
의 관계를 드러내는 수단이 됨. 무대에 직접 나타나지 않는 시간도 대사에 의해서 드러
날 수 있음.
(2) 행동
•극에서 등장인물은 대사를 구사함과 동시에 몸을 움직여 상황을 만들고 의사를 표현함.
대사가 없이 행동으로만 상황과 정서가 표현되는 경우도 있음.
지시문(지문) •대본이 되는 희곡이나 시나리오에서 행동은 지시문을 통해 확인됨.
희곡에서 지시문은 행동 지시와
무대 지시로 구분된다. 행동 지 (3) 갈등
시는 등장인물의 동작, 표정, 어
조, 위치 등에 관한 지시이고, 무 •극은 개성적 혹은 전형적 성격을 지니고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주동 인물과 반동 인물 사
대 지시는 무대 장치의 변화, 소 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진행됨.
도구의 처리, 음향, 조명 등에 관
한 지시이다. 시나리오에서는 지
•주동 인물과 반동 인물의 대사와 행동에서 갈등이 제시되어야 극적인 효과가 선명하게
시문이 촬영 현장의 여러 가지 드러남.
상황이나 촬영 기법, 편집 방식
을 드러낸다.
3 희곡과 시나리오의 비교
희곡 시나리오
[앞부분 줄거리] 동학군으로 활약하다가 죽은 아버지를 둔 최원봉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도 죽고, 아버지의 친구 최 주사
부부에 의해 양육된다. 최 주사는 죽으면서 아내에게 딸 영순과 원봉을 혼인시키라는 유언을 남긴다. 원봉은 청년회 상무
간사로서 바자회의 수익금을 유용해 청년회로부터 불신임을 당한 상태에서 이를 덮어 주려는 친구 차혁과 말다툼을 하
게 되고, 애인 정숙을 떨쳐내는 과정에서 ‘산돼지’라는 별명을 얻고 몽환병을 앓는다. 그런데 최 주사댁은 영순에 대한 애
정 때문에 남편의 유언을 비밀에 부쳐 두고 영순을 차혁과 혼인시키려고 한다. 원봉은 영순이 친동생이 아님을 알고 있는
데 반해 영순은 원봉을 친오빠로 알고 있다. 원봉은 꿈속에서 병정에게 맞아 거꾸러지는 어머니를 본다.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3
도 저 속에 있어요? 혁 씨도 저 속에 있어요?
원봉 : 아, 그런 사람들은 생각해서는 못 쓴다니까!
영순: 아, 오빠! 괴로워! 아, 오빠! 나하고 저리로 올라가요. 아, 괴로워! 여기는 다 올라가지 않고
단다!
영순 : 그래도 내 힘껏 끌어 볼 테야! 아, 날 놓지 말아요. 이 팔을 꼭 붙들어요. 이 팔을! 아, 오빠!
혁 : (들어와서 한참 동안 보고 섰다가 그만 달려들어 영순을 끄집어낸다.) 세상이 말세가 되니까 별별 고약한
20001-0014 개념 적용
20001-0015 개념 적용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5
1 교술 문학의 특성
•자유로운 형식과 다양한 표현 방식을 가진 문학 갈래로서, 전문적인 작가가 아닌 사람들
수필(隨筆) 도 쉽게 쓸 수 있음. 흔히 ‘수필’로 통칭되기도 함.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쓴 글’이라
•글쓴이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자기 성찰과 사유의 성격이 짙고, 작품 속의 ‘나’는
는 뜻으로, 본래는 어떤 글의 갈
래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었다. 곧 글쓴이 자신임.
문학의 분류에 대한 이론이 발전 •교훈이나 가르침[교(敎)], 설명이나 알림[술(述)]을 목적으로 창작되며, 다른 갈래에 비해
하면서 서정, 서사, 극을 제외한
나머지 산문적인 글을 통칭하는 글쓴이의 가치관이 비교적 분명히 드러남.
갈래 명칭으로 굳어졌다. •사고, 표현, 문체 등의 측면에서 글쓴이의 개성이 중시되는 갈래임.
2 교술 문학의 구성 요소
(1) 형식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 교술 문학의 특징임.
•일반적인 서술 외에도 일기, 편지, 기행문, 이야기, 극 등의 형식이 차용되기도 함.
(2) 표현과 문체
•비유(의인화 포함), 상징, 역설, 반어 등의 시적인 표현은 물론이고 설명, 논증, 묘사 등
의 표현 기법도 동원하여 글쓴이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함.
•대화를 삽입하여 소설이나 극의 형식을 취하기도 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기도 함.
•다양한 표현 자질들은 어휘의 종류, 문장의 길이 등에 의해 형성되는 문체적 특성과 결
합하여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함.
(3) 주제
•교술 문학의 내용과 주제는 일상적 경험에 대한 주관적인 감상에서부터 인간의 삶에 대
한 깊이 있는 사유와 성찰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함.
•교술 문학의 내용은 일상적인 경험일 수 있지만, 그 주제에는 글쓴이의 개성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포착된 인간의 삶에 대한 진실이 함축되어 있음.
•교술 문학은 다른 갈래에 비해 주제가 비교적 명시적으로 제시된다는 특징이 있음.
오늘은 당신이 가르쳐 준 태백산맥 속의 소광리 소나무 숲에서 이 엽서를 띄웁니다. ㉠ 아침 햇살에
빛나는 소나무 숲에 들어서니 당신이 사람보다 나무를 더 사랑하는 까닭을 알 것 같습니다. 200년, 300
년, 더러는 500년의 풍상(風霜)을 겪은 소나무들이 골짜기에 가득합니다. 그 긴 세월을 온전히 바위 위
에서 버티어 온 것에 이르러서는 차라리 경이였습니다. 바쁘게 뛰어다니는 우리들과는 달리 오직 ‘신발
한 켤레의 토지’에 서서 이처럼 우람할 수 있다는 것이 충격이고 경이였습니다. 생각하면 소나무보다 훨
씬 더 많은 것을 소비하면서도 무엇 하나 변변히 이루어 내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소광리의 솔숲은 마치
회초리를 들고 기다리는 엄한 스승 같았습니다.
어젯밤 별 한 개 쳐다볼 때마다 100원씩 내라던 당신의 말이 생각납니다. 오늘은 소나무 한 그루 만져
볼 때마다 돈을 내야겠지요. 사실 서울에서는 그보다 못한 것을 그보다 비싼 값을 치르며 살아가고 있다
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경복궁 복원 공사 현장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 일제가 파괴하고 변형한 조선
정궁의 기본 궁제(宮制)를 되찾는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오늘 이곳 소광리 소나
무 숲에 와서는 그러한 생각을 반성하게 됩니다. 경복궁의 복원에 소요되는 나무가 원목으로 200만 재,
11톤 트럭으로 500대라는 엄청난 양이라고 합니다. 소나무가 없어져 가고 있는 지금에 와서도 기어이
소나무로 복원한다는 것이 무리한 고집이라고 생각됩니다. 수많은 소나무들이 베어져 눕혀진 광경이라
니 감히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이를테면 고난에 찬 몇 백만 년의 세월을 잘라 내는 것이나 마찬
가지입니다.
우리가 생각 없이 잘라 내고 있는 것이 어찌 소나무만이겠습니까. 없어도 되는 물건을 만들기 위하여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을 마구 잘라 내고 있는가 하면 아예 사람을 잘라 내는 일마저 서슴지 않는 것이 우
리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위의 유일한 생산자는 식물이라던 당신의 말이 생
각납니다. 동물은 완벽한 소비자입니다. 그중에서도 최대의 소비자가 바로 사람입니다. 사람들의 생산
이란 고작 식물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나 땅속에 묻힌 것을 파내어 소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쌀로
밥을 짓는 일을 두고 밥의 생산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생산의 주체가 아니라 소비의
주체이며 급기야는 소비의 객체로 전락되고 있는 것이 바로 사람입니다. 자연을 오로지 생산의 요소로
규정하는 경제학의 폭력성이 이 소광리에서만큼 분명하게 부각되는 곳이 달리 없을 듯합니다.
산판일을 하는 사람들은 큰 나무를 베어 낸 그루터기에 올라서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다고 합
니다. 잘린 부분에서 올라오는 나무의 노기가 사람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어찌 노하는 것이 소나무뿐이
겠습니까. 온 산천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당신의 말처럼 소나무는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운 자리
에서 우리와 함께 풍상을 겪어 온 혈육 같은 나무입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금줄에 솔가지를 꽂아 부정을
물리고 사람이 죽으면 소나무 관 속에 누워 솔밭에 묻히는 것이 우리의 일생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무덤 속의 한을 달래 주는 것이 바로 은은한 솔바람입니다. 솔바람뿐만이 아니라 솔빛·솔향 등 어느 것
하나 우리의 정서 깊숙이 들어와 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더구나 소나무는 고절(高節)의 상징으로 우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7
20001-0016 개념 적용
01 표현과 글쓴이의 태도를 중심으로 각 문단의 내용을 요약할 때,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문단 표현과 글쓴이의 태도
20001-0017 개념 적용
① ㄱ, ㄴ ② ㄴ, ㄷ ③ ㄷ, ㄹ
④ ㄱ, ㄴ, ㄷ ⑤ ㄴ, ㄷ, ㄹ
20001-0018 개념 적용
03 다음은 ㉠에서 ㉡에 이르는 사유의 과정을 추적한 것이다. ⓐ,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 소나무 숲에 오니 당신이 사람보다 나무를 더 사랑하는 까닭을 알 것 같다.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9
표현론 1 작가 맥락
작가를 중심으로 문학 작품에 접
근하는 관점을 ‘표현론 ’이라고
(1) 자기표현으로서의 문학
한다. 일명 ‘생산론’이라고도 하 •작가는 불행한 일, 부끄러운 일, 자랑스러운 일, 감격적인 일 등 어떤 사건을 보거나 겪
며, 문학에 대한 외재적 관점 중
었을 때 소통의 욕구나 치유의 의지 등을 바탕으로 이런 경험들을 작품으로 형상화함.
의 하나이다.
따라서 문학 작품이란 작가의 체험, 사상, 감정의 표현물로 볼 수 있음.
•이때 작가의 창작 동기, 전기적 사실, 심리 상태 등이 작품 이해의 주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 독자는 ‘누가, 그 사람의 어떤 시기에, 어떤 상황에서, 왜 썼는가? ’ 하는 물음을 통
해 작품에 접근할 수 있음.
효용론 2 독자 맥락
작품과 독자의 관계를 중시하는
관점을 ‘효용론’이라고 한다. 일
(1) 문학의 미적, 인식적, 윤리적 효용
명 ‘수용론’이라고도 하며, 문학 •독자는 문학 작품을 감상함으로써 정서적인 감흥과 미적인 감동을 얻게 되고, 인간사에
에 대한 외재적 관점 중의 하나
대한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며 윤리적 교훈을 얻기도 함.
이다.
•독자는 때때로 과거의 어느 독자가 경험한 감동과 교훈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작품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도모할 수 있음. 이때 과거의 독자와 현재의 독자는 대화적 관계를
형성함.
작품으로 이해하기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 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 김현승, 「눈물」
20001-0019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31
20001-0020
20001-0021 개념 적용
1 문학사적 맥락
(1) 문학사적 맥락이란
•한 편의 문학 작품은 일정한 언어문화의 지평 안에서 여러 가지 문학적 관습을 매개로
하여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소통됨. 선행하는 작품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동시대의 수많
은 다른 작품들과 경쟁하고 공존함.
•작품의 문학사적 맥락이란 문학 작품의 존재 방식을 규정하는 문학의 갈래, 공동체의 정
신과 상상력, 풍속과 사회상 등의 문학사적 사실과 배경을 가리킴.
•독자는 문학사적 맥락을 고려하여 작품을 읽음으로써 작품을 역사적인 안목으로 조망할
수 있음.
2 상호 텍스트적 맥락
•모든 문학 작품은 잠재적으로나 현상적으로나 다른 작품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때 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상호 텍스트성이 성립함.
•패러디된 작품과 같이 작품 안에 다른 작품의 흔적이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는 경우가 상
호 텍스트성의 대표적인 사례임.
•상호 텍스트성은 독자가 스스로 발견하거나 구성할 수도 있음. 이 경우 각 작품에 담긴
모티프, 이미지, 소재, 주제 등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주목하여 읽음으로써 작품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거나 심화할 수 있음.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33
작품으로 이해하기
가 [아니리]
이렇듯 탄식허다 예부 상서를 또다시 부르시더니,
“ 네 여봐라. 오늘도 거주성명을 명백히 기록하야 차차 호송허되, 만일 도화동 심 맹인 계시거든 별궁
으로 모셔 들여라.” / 봉사를 차례로 점고해 내려올 적에, 제일 말석에 앉은 봉사한테 당도허며,
“여보시오. 당신 성명이 무엇이오? ” / “예, 내 성명은 심학규요.” / “심 맹인 계신다!”
허더니만은, / “어서 별궁으로 들어갑시다.” / “아니, 어쩔라고 이러시오? ”
“ 우에서 상을 내리실지 벌을 내리실 줄은 모르나, 심 맹인을 모셔 오라 허셨으니 어서 별궁으로 들어
갑시다.”
“ 내가 공연한 잔치에 왔제. 내가 딸 팔아먹은 죄가 있는디, 이 잔치를 배설키는 나를 잡을 양으로 배
설을 헌 것이로구나. 아, 내가 살아서 무엇 하리. 내 지팽이나 좀 잡으시오.”
별궁에 들어가더니, / “심 맹인 대령하였소!”
심 황후 부친을 살펴보니 백수풍신 * 늙은 형용 슬픈 근심 가득한 게 부친 얼굴이 은은하나, 심 봉사가
딸을 보내 놓고 삼 년 동안 어찌 울었던지 눈갓이 희어지고, 또한 피골이 상접이라. 산호 주렴 *이 가리
어 자세히 보이지 아니허니, 심 황후 또다시 분부허시되,
“네 여봐라. 그 봉사 거주를 묻고, 처자가 있나 물어보아라.”
심 봉사 처자 말을 듣더니마는, 먼눈에서 눈물이 뚝뚝뚝뚝 떨어지더니마는,
[중모리]
“ 예, 소맹이 아뢰리다. 예, 소맹이 아뢰리라.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이 고토(故土)이옵고, 성명
은 심학규요, 을축년 삼월 달에 산후 탈로 상처(喪妻)허고, 어미 잃은 딸자식을 강보에다 싸서 안고, 이
집 저 집을 다니면서 동냥젖을 얻어먹여 겨우겨우 길러 낼 제, 효성이 출천하야 애비 눈을 띄운다고 십
오 세 때 남경 장사 선인들께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로 죽은 지가 삼 년이오. 눈도 뜨지를
못하고 자식만 팔아먹었으니, 자식 팔아먹은 놈을 살려 주어 쓸데 있소? 당장에 목숨을 끊어 주오.”
[아니리]
이때에 심 황후가 이 말을 다 듣고 있을 이치가 있으리오마는, 소리를 허니 일이 늦게 되었것다.
[자진모리]
심 황후 기가 막혀 산호 주렴을 걷어 버리고 버선발로 우루루루루루루루루. 부친의 목을 안고,
“아이고, 아부지!” / 심 봉사 깜짝 놀라,
“ 아니, 누가 날다려 아버지여? 에이? 나보고 아버지라니? 이 말이 웬 말이여! 무남독녀 외딸 하나 물
에 빠져 죽은 지가 우금 삼 년이 되얐는디, 누가 날다려 아버지여? ”
“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불효 여식 심청이가 살어서 여기 왔소. 아버지, 눈을 떠서 저
나 인당수에 빠질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 / 저는 살아서 시를 짓겠습니다.
나비여,
나비여,
애벌레가 나비로 날기 위하여
누에고치를 버리는 것이
죄입니까?
하나의 알이 새가 되기 위하여
껍질을 부수는 것이
죄일까요?
그 대신 점자책을 사 드리겠습니다.
어머니, / 점자 읽는 법도 가르쳐 드리지요.
우리의 삶은 모두 이와 같습니다.
우리들 각자가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외국어와 같은 것―
어디에도 인당수는 없습니다.
어머니, / 우리는 스스로 눈을 떠야 합니다.
- 김승희, 「배꼽을 위한 연가 5」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35
20001-0022
20001-0023
20001-0024 개념 적용
① 결코 인당수에 빠지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보상으로 황후가 된 심청의
반영론 1 사회·문화적 맥락
문학 작품을 현실 세계의 반영이
라 보고, 재현의 대상이 된 현실
(1) 사회·문화적 맥락이란
을 중심으로 작품 속 현실에 접 •한 사회에서 같은 문화를 누리며 살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싼 사회적 제도나 질서, 그들
근하는 관점을 ‘반영론 ’이라고
이 지닌 보편적인 정신 자세나 태도를 가리킴. 문학 작품에는 이러한 사회·문화적 맥락
한다. 사회·문화적 상황, 역사적
배경 등이 작품의 현실을 구성하 이 반영됨.
는 요소들이다. •독자들은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여 작품을 읽음으로써 작품의 주제 의식을 깊이 있게 이
해할 수 있고, 삶의 보편성과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음.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37
작품으로 이해하기
20001-0025
01 다음은 (가)를 ‘추초’와 ‘목적’을 중심으로 구조화한 것이다. ⓐ,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시어 뜻 심상
가을철의
추초 시각적 심상
시든 풀 분위기 효과
|
퇴락한 옛 궁궐터의 ( ⓑ )을/를
병치
( ⓐ ) 분위기를 구체적인 이미지로
|
강조함. 드러냄.
목동이
목적 부는 피리 청각적 심상
혹은 그 소리
20001-0026
20001-0027 개념 적용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39
문학
Ⅱ
적용
학습
20001-0028
01 <보기>는 「구지가」 배경 설화의 일부이다. 이를 바탕으로 (가)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아홉 부족이 살고 있는 북쪽 구지봉에서 사람들을 부르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그래서 무
리 이삼백 명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사람의 소리 같았지만 그 형체는 보이지 않고 다만 소리만 들
렸다. / “여기에 사람이 있는가? ” / 구간[아홉 부족의 추장] 등이 말하였다.
“우리들이 있습니다.” / 또 소리가 들려왔다. /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가? ”
구간 등이 다시 대답하였다. / “구지봉입니다.” / 또 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이 나에게 이곳에 내려와 새로운 나라를 세워 임금이 되라고 명하셨기 때문에 내가 일부러
온 것이다. 너희가 모름지기 봉우리 꼭대기의 흙을 파내면서 ‘거북아 거북아 / 머리를 내밀어라
/ 내밀지 않으면 / 구워서 먹으리’라고 노래 부르며 춤을 추면, 대왕을 맞이하게 되어 기뻐 팔짝
팔짝 뛰게 될 것이다.”
구간 등은 그 말과 같이 하면서 모두 기쁘게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얼마 후 하늘을 우러러보니
자줏빛 새끼줄이 하늘에서 드리워져 땅에 닿았다. 줄 끝을 살펴보니 붉은색 보자기로 싼 금빛 상자
가 있었다. 그것을 열어 보니 해처럼 둥근 황금알 여섯 개가 들어 있었다.
20001-0029
20001-0030
[2부] 적용 학습 43
정월 나릿물은 / 아으 어저 녹저 하는데
누리 가운데 나곤 / 몸하, 호올로 녈셔
아으 동동다리 <정월 노래>
사월 아니 잊어 / 아으 오실셔, ㉠꾀꼬리 새여
무슴다 * 녹사(錄事)님은 / 옛 나를 잊고 계신가?
아으 동동다리 <4월 노래>
구월 구일에 / 아으 약(藥)이라 먹는
[C] 황화(黃花) 꽃이 안에 드니 / 새서 가만하여라 *
아으 동동다리 <9월 노래>
20001-0031
[2부] 적용 학습 45
20001-0032
재이다.
② ㉡은 화자가 임의 장수를 기원하며 준비한 것으로, 임에 대한 자신의 지극한 정성을 보여 주
는 소재이다.
③ ㉢은 화자가 자신을 임에게서 버림받은 쓸모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
로,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탄이 함축되어 있는 소재이다.
④ ㉣은 화자가 임과의 재회를 확신하며 마련한 것으로, 임에 대한 자신의 변치 않는 사랑을 강
조하는 소재이다.
⑤ ㉤은 화자가 자신의 마음을 임에게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것으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존
재이다.
20001-0033
나 시 흐르 골에 바회 지혀 초당(草堂) 삼고
달 아 밧츨 갈고 구룸 속에 누어시니
건곤(乾坤)이 날려 닐으기를 함긔 늙 더라
- 신희문
다 묏버들 갈 것거 보내노라 님의손
자시 창(窓)밧긔 심거 두고 보쇼셔
밤비예 새닙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
- 홍랑
20001-0034
① (가)의 ‘이화’와 ‘은한’은 공간적 환경을 구성하는 동시에 시간적 환경을 나타내는 소재로서
화자의 정서를 유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② (가)의 ‘자규’는 화자의 ‘일지 춘심’을 완화하는 소재로서 시적 배경을 구성하며 화자가 친화
감을 느끼는 대상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③ (나)의 ‘시’와 ‘바회’는 화자의 주관에 따라 변용되어 화자와 동일시되는 존재로 형상화되
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④ (나)의 ‘구룸’과 ‘건곤’은 화자와 분리된 채 객관적 모습으로 존재하며 공간적 환경을 구성하
는 소재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⑤ (다)의 ‘밤비’는 시간적 환경을 구성하며 화자와 상반된 성격을 지닌 소재로서 화자의 심리
적 상황을 강조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47
20001-0035
③ (나)는 (가)와 달리 인용의 방식을 활용하여 화자의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④ (가)와 (나)는 모두 청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안타까움의 정서를 나타내고 있다.
⑤ (가)와 (나)는 모두 밝음과 어둠의 대비를 활용하여 화자의 애상감을 부각하고 있다.
20001-0036
잔 들고 혼자 안자 먼 뫼흘 라보니
그리던 님이 오다 반가옴이 이리랴
말도 우움도 아녀도 몯내 됴하노라 <제3수>
[2부] 적용 학습 49
20001-0037
② 음성 상징어를 다양하게 사용하여 생동감을 살리고 있다.
③ 청유형 어미를 사용하여 화자의 의지와 다짐을 드러내고 있다.
④ 대상을 의인화하여 대상이 지닌 여러 속성을 점층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⑤ 동일한 시구를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공간이 지니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20001-0038
20001-0039
20001-0040
[2부] 적용 학습 51
가 님이 오마 거 져녁밥을 일 지어 먹고
중문 나셔 대문 나가 지방 우희 치라 안자 이수로 가액고 * 오가 가가 건넌산 라보니 거머
흿들 셔 잇거 져야 님이로다 보션 버서 품에 품고 신 버서 손에 쥐고 곰븨님븨 님븨곰븨 쳔방지방 지
방쳔방 즌 듸 른 듸 희지 말고 워렁충창 * 건너가셔 정(情)엣 말 려 고 겻눈을 흘긧 보니 상년
칠월 열사흔날 가 벅긴 주추리 삼대 * 드리도 날 소겨다
모쳐라 밤일싀만졍 여 낫이런들 우일 번괘라
- 작자 미상
* 이수로 가액고: 손을 이마에 대고.
* 워렁충창: 급히 달리는 발소리.
* 주추리 삼대: 씨를 받느라고 껍질을 벗겨 세워 둔 삼의 줄기.
나 나모도 바히 돌도 업슨 뫼헤 매게 친 ㉠가토리 안과
대천(大川) 바다 한가온대 일천 석 시른 에 노도 일코 닷도 일코 뇽총 *도 근코 돗대도 것고 치도
지고 람 부러 물결 치고 안개 뒤섯계 자진 날에 갈 길은 천리만리 나믄듸 사면이 거머어득 져뭇 천
지 적막 가치노을 듸 수적(水賊) 만난 ㉡도사공(都沙工)의 안과
엇그제 님 여흰 ㉢내 안히야 엇다가 을리오
- 작자 미상
* 뇽총: 돛 줄.
20001-0041
20001-0042
20001-0043
[2부] 적용 학습 53
이 몸 삼기실 제 * 님을 조차 삼기시니
연분(緣分)이며 하 모 일이런가
나 나 졈어 잇고 님 나 날 괴시니
이 음 이 랑 견졸 노여 * 업다
평(平生)애 원(願)요 녜쟈 얏더니
늙거야 므 일로 외오 두고 그리고
엇그제 님을 뫼셔 ⓐ광한뎐(廣寒殿)의 올낫더니
그 더 엇디야 ⓑ하계(下界)예 려오니
올 저긔 비슨 머리 헛틀언디 삼 년(三年)일쇠
연지분(臙脂粉) 잇마 눌 위야 고이 고
음의 친 실음 텹텹(疊疊)이 혀 이셔
짓니 한숨이오 디니 눈믈이라
인(人生)은 유(有限) 시도 그지업다
㉠무심(無心) 셰월(歲月)은 믈 흐 고야
염냥(炎凉) *이 아라 가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 일도 하도 할샤
동풍(東風)이 건듯 부러 젹셜(積雪)을 헤텨 내니
창(窓)밧긔 심근 화(梅花) 두세 가지 픠여셰라
득 담(冷淡) 암향(暗香)은 므 일고
황혼(黃昏)의 이 조차 벼마 * 빗최니
늣기 반기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화(梅花) 것거 내여 님 겨신 보내오져
님이 너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 디고 새닙 나니 녹음(綠陰)이 렷
나위(羅幃) 젹막(寂寞)고 슈막(繡幕)이 뷔여 잇다
부용(芙蓉)을 거더 노코 공쟉(孔雀)을 둘러 두니
득 시 한 날은 엇디 기돗던고
원앙금(鴛鴦錦) 버혀 노코 오션(五色線) 플텨 내여
㉢ 금자 견화이셔 * 님의 옷 지어 내니
슈품(手品)은니와 졔도(制度)도 시고
산호슈(珊瑚樹) 지게 우 옥함(白玉函)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라보니
산(山)인가 구름인가 머흐도 머흘시고
20001-0044
[2부] 적용 학습 55
20001-0045
② ⓐ는 임과 함께했기에 행복했던 공간이고, ⓑ는 임이 없기에 불행한 공간이다.
③ ⓐ는 화자와 임의 쌍방향의 사랑이 존재했던 공간이고, ⓑ는 화자의 일방적 사랑이 존재하
는 공간이다.
④ ⓐ와 ⓑ의 거리감은 화자의 소망이 이루어지기 힘든 비극적 상황을 드러낸다.
⑤ ⓐ와 ⓑ 모두 화자가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현실을 초극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공간이다.
20001-0046
[2부] 적용 학습 57
이 다리 저 다리 금시초문 귀양다리
수종다리 습다린가 천생이 병신인가
아마도 이 다리는 실족하여 병든 다리
두 손길 느려치면 다리에 가까오니
손과 다리 머다 한들 그 사이 얼마치리
한 층을 조곰 높여 손이라나 하여 주렴
부끄럼이 몬저 나니 동냥 말이 나오더냐
㉢장가락 입에 물고 아니 가는 헛기침에
허리를 굽힐 제는 공손한 인사로다
내 허리 가이없어 비부(婢夫)에게 절이로다
내 인사 차서(次序) 없이 종에게 존대로다
혼잣말로 중중하니 주린 중 들어온가
그 집사람 눈치 알고 보리 한 말 떠서 주며
가져가오 불상하고 적객(謫客) 동냥 예사오니
당면하여 받을 제는 마지못한 치사로다
㉣그렁저렁 얻은 보리 들고 가기 어려우리
어느 노비 수운(輸運)하리 아모려나 저 보리라
갓은 숙여 지려니와 홑중치막 어찌할고
주변이 으뜸이라 변통을 아니하랴
넓은 소매 구기질러 품속으로 넣고 보니
긴등 거리 제법이라 하 괴이치 아니하다
㉤아마도 꿈이로다 일마다 꿈이로다
동냥도 꿈이로다 등짐도 꿈이로다
뒤에서 당기는 듯 앞에서 미옴는 듯
아모리 굽흐려도 자빠지니 어찌하리
머지 아닌 주인집을 천신만고 겨우 오니
존전(尊前)의 출입(出入)인가 한출첨배 * 하는고야
저 주인 거동 보소 코웃음 비웃으며
양반도 할 일 없네 동냥도 하시었고
귀인도 속절없네 등짐도 지시었고
밥 싼 노릇 하오시니 저녁밥 많이 먹소
네 웃음도 듣기 싫고 많은 밥도 먹기 싫다
동냥도 한 번이지 빌긴들 매양 하랴
평생에 처음이요 다시 못할 일이로다
차라리 굶을진정 이 노릇은 못하리라
무삼 일을 하잔 말고 신 삼기나 하자 하고
짚 한 단 추려다가 신날부터 꼬아 보니
조희 노 *도 모르거든 삿기 꼬기 어이하리
다만 한 발 다 못 꼬아 손바닥이 부르트니
할 리 없어 내어 놓고 긴 삼대를 베껴 내어
자리 노를 배와 꼬니 천수만한 * 이내 마음
부칠 데 전혀 없어 노 꼬기에 부치었다
- 안도환, 「만언사(萬言詞)」
* 세살부채: 살이 가느다란 부채.
* 한단치보: 한단지보(邯鄲之步). 함부로 자기 본분을 버리고 남의 행위를 따라 하면 두 가지 모두 잃는다는 것을 이르는 말.
* 남양초려: ‘남양’은 중국 형주의 지명이며 ‘초려’는 ‘짚이나 갈대 따위로 지붕을 인 집’을 의미함. 남양에서 제갈량은 초려를 짓고 자신의 능
력을 펼칠 기회를 잡기 위해 참을성 있게 기다렸음.
* 화서몽: 황제가 꾼 꿈으로, 좋은 꿈을 일컫는 말. * 옥호 금준: 옥으로 된 작은 병과 금으로 만든 항아리.
* 한출첨배: 몹시 부끄럽거나 무서워서 흐르는 땀이 등을 적심. * 조희 노: 종이로 꼰 노끈.
* 천수만한: 이것저것 슬퍼하고 원망함. 또는 그런 슬픔과 한.
20001-0047
[2부] 적용 학습 59
20001-0048
을 드러내고 있다.
② ㉡: 비현실적 공간에서의 경험을 이유로 제시하며 자신이 유배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
라는 화자의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③ ㉢: 화자의 구체적 행위를 제시하며 동냥질에 나선 화자의 부끄러운 심리를 나타내고 있다.
④ ㉣: 의문의 방식을 활용하여 도와줄 사람이 없어 자신이 등짐을 져야만 하는 처지를 한탄하
는 화자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⑤ ㉤: 대구적 표현을 통해 유배지에서 동냥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20001-0049
① 화자가 ‘고기 낚기’, ‘나무 베기’, ‘자리 치기’, ‘신 삼기’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은 일상과 관
련된 시어를 사용하여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에 해당하겠군.
② ‘탈망건’하고 ‘헌 짚신’을 신고 ‘동냥’에 나서는 화자의 모습은 자신의 밥값을 하려는 화자의
노력에 해당하겠군.
③ ‘보리 한 말’을 주는 주민에게 치사를 하는 화자의 모습은 유배지 주민들에 대한 우호적인 태
도에서 비롯된 것이겠군.
④ 동냥을 해 온 화자를 향해 ‘저녁밥 많이 먹’으라고 비웃는 집주인의 모습을 통해 화자를 박대
하는 집주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군.
⑤ 화자가 ‘신 삼기’를 위해 ‘짚 한 단’을 가져다가 ‘삿기’를 꼬는 것은 화자를 박대하는 집주인
과의 마찰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군.
어져어져 저기 가는 저 사람아
네 행색 보아하니 군사 도망(軍士逃亡) 네로고나
허리 위로 볼작시면 베적삼이 깃만 남고
허리 아래 굽어보니 헌 잠방이 * 노닥노닥
곱장할미 앞에 가고 전태발이 * 뒤에 간다
십 리 길을 하루 가니 몇 리 가서 엎쳐지리
내 고을의 양반(兩班) 사람 타도타관(他道他官) 옮겨 살면
천(賤)히 되기 예사거든 본토(本土) * 군정(軍丁) 싫다 하고
자네 또한 도망하면 한 나라의 한 인심에
근본 숨겨 살려 한들 어데 간들 면할손가
차라리 네 살던 곳에 아무렇게 뿌리박아
칠팔월에 삼을 캐고 구시월에 돈피(獤皮) * 잡아
공채(公債) 신역(身役) * 갚은 후에 그 나머지 두었다가
함흥 북청 홍원 장사 돌아들어 몰래 팔 때
후한 값 받고 팔아 내어 살기 좋은 넓은 곳에
집과 논밭 다시 사고 살림 도구 장만하여
부모처자 보전하고 새 즐거움 누리려믄
어와 생원인지 초관(哨官) *인지
그대 말씀 그만두고 ㉠이내 말씀 들어 보소
이내 또한 갑민(甲民)이라 이 땅에서 생장하니 이때 일을 모를소냐
우리 조상 남중 양반(南中兩班) 진사 급제 계속하여
금장 옥패 빗기 차고 시종신(侍從臣) *을 다니다가
남의 시기 참소 입어 전가사변(全家徙邊) *한 후에
극변방(極邊方)인 이 땅에서 칠팔 대를 살아오니
조상 덕에 하는 일이 읍중(邑中) 구실 첫째로다
들어가면 좌수 별감 나가서는 풍헌 감관
유사(有司) 장의(掌儀) 채지 나면 체면 보아 사양터니
애슬프다 내 시절에 원수인(怨讐人)의 모해(謀害)로써
군사 강정(降定) 되단 말가 내 한 몸이 헐어나니
좌우 전후 많은 가족 차차 충군(充軍) * 되거고야
누대봉사(累代奉祀) * 이내 몸은 하릴없이 매어 있고
시름없는 친족들은 자취 없이 도망하고
여러 사람 모든 신역 내 한 몸에 모두 무니
[2부] 적용 학습 61
20001-0050
[2부] 적용 학습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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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다음은 윗글에 대한 어느 학생의 ‘수행 평가지’이다. ⓐ~ⓔ를 구체화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수행 평가지]
「갑민가」 는 갑산에 살았던 민중의 노래로, 나는 작가가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방법 중에서
대화 형식을 중심으로 이 작품의 내용을 감상하게 되었다. 그래서 생원과 갑민의 대화 속에 드러난 각
각의 입장 차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생원 갑민
•갑산을 떠나더라도 예상되는 문제점 에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
이 있다. ⓐ •다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였으나
근거
•갑산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쉽지 않았다. ⓓ
이 있다. ⓑ •북청 지역은 갑산과 다른 상황이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① ⓐ: 타관으로 옮겨 살면 천한 신세가 되기 쉽다.
② ⓑ: 인삼을 캐고 돈피를 잡아 신역을 갚고 살면 된다.
③ ⓒ: 친족들의 신역도 책임져야 해서 돈을 남길 수 없고 인삼은 찾기 어렵다.
④ ⓓ: 이웃에 알리지 않고 가족들과 단천 땅으로 떠나려고 했으나 불가능했다.
⑤ ⓔ: 부사님이 선정을 베풀고 있는 북청은 백성들이 살기에 좋다.
20001-0052
작가 화자 명시적 청자 함축적 청자
갑산의 = ‘나’ 메시지 나라님(㉯), 갑산 원님(㉰)
생원(㉮)
한 민중 (갑민) 북청 부사(㉱), 당대 민중(㉲)
① 작가는 행위가 서로 다른 ㉰와 ㉱의 대조를 통해 ㉰의 한계를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② 작가는 화자가 ㉯에게 소원을 비는 방식을 통해 ㉱와 같은 존재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③ 작가는 미래에 ㉮가 갑산을 떠나려는 자신의 현재 생각에 동조하게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④ 작가는 ㉮가 ㉲에 속하는 인물임을 인식하며 이들의 삶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⑤ 작가는 ㉲ 중에 북청으로 옮겨 간 사람들을 바탕으로 ㉰에 대한 불만을 자신만 가진 것이 아
닐 것으로 보고 있다.
가 집장 군노(執杖軍奴) 거동(擧動)을 봐라
춘향을 동틀에다 쫑그라니 올려 매고
형장(刑杖)을 한 아름을 듸립다 덥석 안아다가
춘향의 앞에다가 좌르르 펄뜨리고 [A]
좌우 나졸들이 집장(執杖) 배립(排立)하여
분부 듣주어라 여쭈어라
바로바로 아뢸 말씀 없소 사또 안전(案前)에 죽여만 주오
집장 군노 거동을 봐라
형장 하나를 고르면서 이놈 집어 느긋느긋 저놈 집어 는청는청
춘향이를 곁눈을 주며 저 다리 들어라 [B]
골(骨) 부러질라 눈 감아라 보지를 마라
나 죽은들 너 매우 치랴느냐 걱정을 말고 근심을 마라
집장 군노 거동을 봐라
형장 하나를 골라 쥐고 선뜻 들고 내닫는 형상(形狀)
지옥문 지키었던 사자(使者)가 철퇴를 들어 메고 내닫는 형상
[C]
좁은 골에 벼락치듯 너른 들에 번개하듯
십 리만치 물러섰다가 오 리만치 달려 들어와서
하나를 드립다 딱 부치니 아이구 이 일이 웬일이란 말이오
허허 야 년아 말 듣거라
㉠꽃은 피었다가 저절로 지고 / 잎은 돋았다가 다 뚝뚝 떨어져서
㉡허허한치 광풍(狂風)의 낙엽이 되어 / 청버들을 좌르르 훑어
㉢맑고 맑은 구곡지수(九曲之水)에다가 풍기덩실 지두덩실
흐늘거려 떠나려 가는구나 / 말이 못된 네로구나
- 작자 미상, 「집장가(執杖歌)」
나 형장(刑杖) 태장(笞杖) 삼(三)모진 도리매로 / 하날 치고 짐작할까 둘을 치고 그만둘까
삼십도(三十度)에 맹장(猛杖)하니 일촌간장(一寸肝藏) 다 녹는다
걸렸구나 걸렸구나 일등 춘향(一等春香)이 걸렸구나
사또 분부 지엄하니 인정일랑 두지 마라
국곡 투식(國穀偸食)하였느냐 엄형 중치(嚴刑重治)는 무삼 일고
살인 도모(殺人圖謀)하였느냐 항쇄족쇄(項鎖足鎖)는 무삼 일고
관전 발악(官前發惡)하였느냐 옥골 최심(玉骨摧甚)은 무삼 일고
불쌍하고 가련하다 춘향 어미가 불쌍하다
[2부] 적용 학습 65
20001-0054
20001-0055
20001-0056
[2부] 적용 학습 67
(중략)
20001-0057
20001-0058
[2부] 적용 학습 69
20001-0059
20001-0060
드러내고 있다.
② (가)에서는 ‘일부러’를 통해 속세와의 단절에 대한 화자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③ (나)에서는 ‘문득’을 통해 화자가 우연히 다듬이질 소리를 듣게 된 상황임을 나타내고 있다.
④ (나)의 ‘고국을 떠나온 뒤’는 화자의 처지를,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화자의 바람을 나타내
고 있다.
⑤ (가)의 ‘두려워하기에’와 (나)의 ‘긴 한숨 나오네’를 통해 현재 듣고 있는 소리에 대한 화자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20001-0061
20001-0062
03 <보기>의 ‘학습 과제’의 수행을 통해 (가)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학습 과제]
아래의 ‘한국 문학에 대한 정의’와 작품과 관련된 정보를 활용하여 해당 작품이 한국 문학에 해
당하는지를 판단해 봅시다.
[2부] 적용 학습 73
긴 날을 문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A] 해 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 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말아요
- 김소월, 「님의 노래」
나 나는 당신의 옷을 다 지어 놓았습니다.
심의(深衣) *도 짓고, 도포도 짓고, 자리옷도 지었습니다.
짓지 아니한 것은 작은 주머니에 수놓는 것뿐입니다.
20001-0063
20001-0064
[2부] 적용 학습 75
가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 박목월, 「윤사월」
나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20001-0066
[2부] 적용 학습 77
가 오늘은 정월 보름이다
대보름 명절인데
나는 멀리 고향을 나서 남의 나라 쓸쓸한 객고에 있는 신세로다
옛날 두보(杜甫)나 이백(李白)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먼 타관에 나서 이날을 맞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오늘 고향의 내 집에 있는다면
새 옷을 입고 새 신도 신고 떡과 고기도 억병 * 먹고
일가친척들과 서로 모여 즐거이 웃음으로 지날 것이련만 [A]
나는 오늘 때 묻은 입든 옷에 마른 물고기 한 토막으로
혼자 외로이 앉어 이것저것 쓸쓸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옛날 그 두보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이날 이렇게 마른 물고기 한 토막으로 외로이 쓸쓸한 생각을 한 적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어느 먼 외진 거리에 한 고향 사람의 조그마한 가업집이 있는 것을 생각하고
이 집에 가서 그 맛스러운 떡국이라도 한 그릇 사 먹으리라 한다
우리네 조상들이 먼먼 옛날로부터 대대로 이날엔 으레히 그러하며 오듯이
먼 타관에 난 그 두보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이날은 그 어느 한 고향 사람의 주막이나 반관(飯館) *을 찾어가서
그 조상들이 대대로 하든 본대로 ㉠원소(元宵) *라는 떡을 입에 대며
스스로 마음을 느꾸어 * 위안하지 않었을 것인가
그러면서 이 마음이 맑은 옛 시인들은
먼 훗날 그들의 먼 훗자손들도
그들의 본을 따서 이날에는 원소를 먹을 것을
외로이 타관에 나서도 이 원소를 먹을 것을 생각하며
그들이 아득하니 슬펐을 듯이
나도 ㉡떡국을 놓고 아득하니 슬플 것이로다
아, 이 정월 대보름 명절인데
거리에는 ㉢오독독이 * 탕탕 터지고 호궁(胡弓) * 소리 삘뺄 높아서
내 쓸쓸한 마음엔 자꾸 이 나라의 옛 시인들이 그들의 쓸쓸한 마음들이 생각난다
내 쓸쓸한 마음은 아마 두보나 이백 같은 사람들의 마음인지도 모를 것이다
아무려나 이것은 옛 투의 쓸쓸한 마음이다
- 백석, 「두보(杜甫)나 이백(李白)같이」
* 억병: 매우 많이.
* 반관: 작은 중국 식당.
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 있는
둥근 여백이여 뒤안길이여
모든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여
여백이란 쓸쓸함이구나
쓸쓸함 또한 여백이구나
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
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
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
네 사립에 걸린 노을 같은, 아니면
네 발 아래로 쟁쟁쟁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
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
그 아래 네가 앉아 있는
-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2부] 적용 학습 79
20001-0069
① ㄱ, ㄷ ② ㄱ, ㅁ ③ ㄴ, ㄷ ④ ㄴ, ㄹ ⑤ ㄹ, ㅁ
20001-0070
20001-0071
① (가)의 ‘대보름 명절’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남의 나라’라는 공간적 배경은, ‘객고에 있는 신
세’인 화자의 처지를 더욱 쓸쓸하고 외롭게 만들고 있군.
② (가)의 ‘두보나 이백 같은 이 나라의 시인’도 ‘스스로 마음을 느꾸어 위안하지 않었을 것인
가’라는 화자의 추측은, 자신의 외로운 처지를 스스로 위로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겠군.
③ (가)의 ‘내 쓸쓸한 마음’을 ‘옛 투의 쓸쓸한 마음’으로 연결한 것은, 삶의 격조와 예술적 경지
에 대한 화자의 지향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겠군.
④ (나)의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인 ‘여백’에서 느끼는 ‘쓸쓸함’에 대해 ‘여백이란 탄생이구
나’라는 화자의 깨달음은, ‘쓸쓸함’에 대한 화자의 긍정적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겠군.
⑤ (나)의 ‘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 ‘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는 화자의 소망은, 타자에
게 위로를 건네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가 무의미했음을 후회하는 것이겠군.
[2부] 적용 학습 81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 성(城)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 이육사, 「꽃」
나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01 <보기>는 ㉠~㉤의 사전적 의미이다. <보기>와 관련지어 (가)와 (나)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오히려: 「1」 일반적인 기준이나 예상, 짐작, 기대와는 전혀 반대가 되거나 다르게.
㉡ 마침내: 드디어 마지막에는.
㉢ 기꺼이: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쁘게.
㉣ 이윽고: 얼마 있다가. 또는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에.
㉤ 결코: (‘아니다’, ‘없다’, ‘못하다’ 따위의 부정어와 함께 쓰여)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2부] 적용 학습 83
20001-0073
20001-0074
가 높으디높은 산마루
㉠낡은 고목(古木)에 못 박힌 듯 기대어
내 홀로 긴 밤을
무엇을 간구하며 울어 왔는가.
아아 이 아침
시들은 핏줄의 구비구비로
㉡사늘한 가슴의 한복판까지
은은히 울려오는 종소리.
이제 눈감아도 오히려
꽃다운 하늘이거니
내 영혼의 촛불로
어둠 속에 나래 떨던 샛별아 숨으라.
환히 트이는 이마 우
떠오르는 햇살은
시월상달의 꿈과 같고나.
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아
오래 잊었던 피리의
가락을 더듬노니
여기 높으디높은 산마루
맑은 바람 속에 옷자락을 날리며
내 홀로 서서
무엇을 기다리며 노래하는가.
- 조지훈, 「산상(山上)의 노래」
* 사양: 겸손하여 받지 아니하거나 응하지 아니함. 또는 남에게 양보함.
[2부] 적용 학습 85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오는 봄엔 분수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그 어늬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 보리라
- 신석정, 「꽃덤불」
20001-0075
20001-0076
20001-0077
[2부] 적용 학습 87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靈)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아라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아라
이 황혼도 저 돌벽 아래 잡초도
담장의 푸른 페인트 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개나 사람이나 풀잎이나
생명의 무게는 다 똑같은 것이라고
산에 개를 데려왔다고 시비를 거는 사내와
멱살잡이까지 했던 내가
왜 강아지를 향해 구두를 내던지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데
나는 한 마리 강아지의 마음도 얻지 못하고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진실로 사랑하기를 원한다면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윤동주 시인은 늘 내게 말씀하시는데
나는 밥만 많이 먹고 강아지도 용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인생의 순례자가 될 수 있을까
강아지는 이미 의자 밑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강아지가 먼저 나를 용서할까 봐 두려워라
- 정호승,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20001-0078
[2부] 적용 학습 89
20001-0079
② ㉠은 화자의 태도를 변화하게 하고, ㉡은 화자의 인생관을 전환하게 한다.
③ ㉠은 화자의 욕망을 드러나게 하고, ㉡은 화자의 소망을 구체화하도록 한다.
④ ㉠은 화자가 부러워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은 화자가 시기를 느끼게 한다.
⑤ ㉠은 화자가 겪는 고난을 이겨 내게 하고, ㉡은 화자가 겪는 시련의 원인을 제공한다.
20001-0080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一生)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永遠)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저녁
네 머리 위 쇠 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아모리며.
[2부] 적용 학습 91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나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보라, 이분은 당신들을 위해 청춘을 버렸다
당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분은 일어서서 흐느끼는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때 누군가 그분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사내들은 달려갔고 분노한 여인들은 날뛰었다
그분은 성난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분의 답변은 군중들의 아우성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 기형도, 「홀린 사람」
9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0001-0081
20001-0082
[2부] 적용 학습 93
20001-0083
인종(忍從)은 끝이 나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흑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에 실리어
들에서는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雷聲)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音響)이 된다.
- 박남수, 「종소리」
나 이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굴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나는 툇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사기그릇의 우유도 핥지 않으리라.
가시덤풀 속을 누벼 누벼
㉠너른 벌판으로 나가리라.
거기서 들쥐와 뛰어놀리라.
배가 고프면 살금살금
참새 떼를 덮치리라.
[2부] 적용 학습 95
이윽고 해는 기울어
바람은 스산해지겠지.
들쥐도 참새도 가 버리고
㉡어두운 벌판에 홀로 남겠지.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어둠을 핥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그 속은 아늑하고 짚단 냄새 훈훈하겠지.
훌쩍 뛰어올라 깊이 웅크리리라.
내 잠자리는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겠지.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찬비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털끝 하나 적시지 않을걸.
나는 꿈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쫓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 황인숙,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20001-0084
20001-0085
20001-0086
[2부] 적용 학습 97
가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 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몰래 시간을 떨어트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 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白金) 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 다오
바람 이불처럼 덮고
화장(化粧)도 해탈(解脫)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 다오.
- 황동규, 「풍장(風葬) 1」
9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나 아침 티브이에 난데없는 표범 한 마리
물난리의 북새통을 틈타 서울 대공원을 탈출했단다
수재에 수재(獸災)가 겹쳤다고 했지만, 일순 마주친
우리 속 세 마리 표범의 우울한 눈빛이 서늘하게
내 가슴 깊이 박혀 버렸다 한순간 바람 같은 자유가
무엇이길래, 잡히고 또 잡혀도
파도의 아가리에 몸을 던진 빠삐용처럼
총알 빗발칠 폐허의 산속을 택했을까
평온한 동물원 우리 속 그냥 남은 세 명의 드가
그러나 난 그들을 욕하지 못한다
빠삐용, 난 여기서 감자나 심으며 살래
드가 같은 마음이 있는 곳은 어디든
동물원 같은 공간이 아닐까
친근감 넘치는 검은 뿔테 안경의 드가를 생각하는데
저녁 티브이 뉴스 화면에
사살당한 표범의 시체가 보였다
거봐, 결국 죽잖아!
티브이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내가 드가?
- 유하, 「빠삐용 - 영화 사회학」
20001-0087
[2부] 적용 학습 99
20001-0088
② ㉡: 삶의 세계를 떠나는 과정에 대해 화자가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음을 나타낸다.
③ ㉢: 연속적인 공간의 변화를 통해 화자가 인간 세계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④ ㉣: 화자가 고통을 감내하며 얻고자 하는 결과물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⑤ ㉤: 화자가 삶의 세계를 떠나 자연 속에서 완전하게 소멸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20001-0089
03 <보기>는 (나)의 모티프가 된 영화 ‘빠삐용’의 줄거리이다. 이를 바탕으로 (나)를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
지 않은 것은?
나 해거름, 들길에 선다. 기엄기엄 ㉡산 그림자 내려오고 길섶의 망초꽃들 몰래 흔들린다. 눈물방울 같
은 점점들, 이제는 벼 끝으로 올라가 수정 방울로 맺힌다. 세상에 허투른 것은 하나 없다. 모두 새 몸으로 태
어나니, 오늘도 쏙독새는 저녁 들을 흔들고 그 울음으로 벼들은 쭉쭉쭉쭉 자란다. 이때쯤 또랑물에 삽을 씻
는 노인, 그 한 생애의 백발은 나의 꿈. 그가 문득 서천으로 고개를 든다. 거기 붉새가 북새질을 치니 내일도
쨍쨍하겠다. 쨍쨍할수록 더욱 치열한 벼들, 이윽고는 또랑물 소리 크게 들려 더욱더 푸르러진다. 이쯤에서
대숲 둘러친 마을 쪽을 안 돌아볼 수 없다. 아직도 몇몇 집에서 오르는 연기. 저 질긴 전통이, 저 오롯한 기
도가 거기 밤꽃보다 환하다. 그래도 밤꽃 사태 난 밤꽃 향기. 그 싱그러움에 이르러선 문득 들이 넓어진다.
그 넓어짐으로 난 아득히 안 보이는 지평선을 듣는다. 뿌듯하다. 이 뿌듯함은 또 어쩌려고 웬 쑥국새 울음까
지 불러내니 아직도 참 모르겠다, 앞 강물조차 시리게 우는 서러움이다. 하지만 이제 하루 여미며 저 노인과
[2부] 적용 학습 101
20001-0091
20001-0092
20001-0093
① ‘들길’, ‘대숲 둘러친 마을 쪽’, ‘몇몇 집에서 오르는 연기’ 등에서 농촌의 풍경이 엿보이는군.
② 쉼표와 마침표를 통해 리듬을 조절하고, ‘쭉쭉쭉쭉’, ‘쨍쨍’과 같은 의태어를 활용하여 운율
감을 형성하고 있군.
③ 들길에서 ‘길섶의 망초꽃들’을 보던 화자가 마을로 이동하여 ‘삽을 씻는 노인’, ‘지평선’, ‘개
밥바라기 별’을 바라보며 시상이 전개되고 있군.
④ ‘쏙독새’의 ‘울음’, ‘붉새’의 ‘북새질’, ‘또랑물 소리’ 등은 ‘벼들’의 성장, ‘치열한’ 삶, ‘더욱
더 푸르러’지는 모습 등과 연결되어 생명력이 느껴지게 하는군.
⑤ ‘노인과’ ‘탁배기 한 잔’ ‘나누고 싶’어 하면서 ‘길은 어디서나 열리고’ ‘그 어떤 길엔들 노래
없으랴’라는 화자의 태도에서 인생에 대한 성찰을 엿볼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103
가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 꽃과 분홍 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 꽃과 분홍 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밑뿌리야 절제 없이 뻗어 있겠지만
아랫도리의 두어 가닥 튼튼한 줄기가 꼬여
큰 둥치를 이루는 것을 보면
그렇다 너와 내가 자꾸 꼬여 가는 그 속에서
좋은 꽃들은 피어나지 않겠느냐?
또 구름이 내 머리 위 평발을 밟고 가나 보다
그러면 어느 문갑 속에서 파란 옥빛 구슬
꺼내 드는 ㉢은은한 소리가 들린다.
- 송수권, 「등꽃 아래서」
20001-0094
[2부] 적용 학습 105
20001-0095
20001-0096
[2부] 적용 학습 107
[2부] 적용 학습 109
20001-0098
했다.
② 마귀는 인간이 집에 들어왔다고 의심했으나, 무사는 공주들의 대응에 힘입어 변을 당하지
않았다.
③ 한 공주가 미리 마련해 놓은 재는 마귀의 머리와 몸이 붙지 않도록 해 마귀가 죽는 데 영향을
끼쳤다.
④ 마귀의 집 우물곁 큰 나무에 올라가 있던 무사는 나뭇잎을 떨어뜨려 공주들에게 위험을 알리
고자 했다.
⑤ 공주들이 자신의 말을 잘 따른다고 여긴 마귀는 기분이 좋아 공주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알
려 주었다.
20001-0099
㉮ 지상국 → ㉯ 지하국
←
20001-0101
20001-0102
03 <보기>는 윗글에 대한 논평의 일부이다. 이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일의 전말을 꼼꼼히 살펴보면 호랑이는 흥륜사의 전탑을 도는 중에 사람을 감동시켰고, 하늘이
호랑이의 악행을 징계하려 하자 자신이 대신하였으며, 신기한 방법을 전하여 사람을 구하였고 절
을 세워 불계를 강론하게 하였다. 이는 짐승의 성품이 어질기 때문만은 아니고 대개 부처가 사물에
감응하는 방법이 다양해서 김현이 정성껏 탑돌이를 하자 그에 감응하여 보답하고자 한 것이니 김
현이 복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
[2부] 적용 학습 113
차 변방을 막는 방책을 세우려 하니, 공방이 하는 일을 미워하였다. 그자가 공우의 말을 도우니, 임금이 그
아룀을 받아들여 공방은 마침내 쫓겨나게 되었다.
(중략)
진(晉)나라에 화교(和嶠)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공방에 대한 얘기를 듣고 기뻐하며 사귀어 큰 재산을 모
았다. 화교가 공방을 사랑하는 것이 큰 버릇이 되니, 노포(魯褒)가 논(論)을 지어 화교를 비난하고 그릇된
풍속을 바로잡았다. 화교의 무리 중에서 오직 완적(阮籍)만은 성품이 활달해서 속물(俗物)을 즐기지 않았는
데도 공방의 무리와 어울려 술집에 이르러 때로는 취하도록 마셨다. 왕이보(王夷甫)는 입에 일찍이 공방의
이름을 담지 않고 다만 ‘그것’이라 일컬었으니, 공방이 깨끗한 자에게 비천하게 여겨짐이 이와 같았다.
당(唐)나라가 일어났다. 유안(劉晏)이 나라의 재산을 관리하는 탁지판관(度支判官)이 되었는데, 당시 국
가의 재산이 넉넉하지 못했으므로, 임금께 청하여 다시 공방의 방법을 써서 나라의 씀씀이를 편하게 하자
하였으니, 그의 말이 식화지(食貨志) *에 있다. 그러나 그때 공방은 죽은 지가 이미 오래였고, 그 제자로서
사방에 흩어져 있는 자들이 다시 쓰이게 되었다. 그 방법이 개원(開元)·천보(天寶) *의 즈음에 크게 행하여
위에서 조서(詔書)를 내려 공방에게 조의대부소부승(朝議大夫少府丞)의 벼슬을 추증하기까지 하였다.
남송(南宋) 신종조(神宗朝) 때에 왕안석(王安石)이 나라 일을 맡아보면서 여혜경(呂惠卿)을 끌어 함께 정
사를 도왔는데, 청묘법(靑苗法) *을 세우니 천하가 떠들썩하여 아주 못살게 되었다. 소식(蘇軾)이 그 폐단을
극론하여 그들을 모조리 배척하려다가 도리어 모함에 빠져 귀양 가게 되매, 그로부터 조정의 인사들이 감
히 말하지 못하였다. 사마광(司馬光)이 정승으로 들어가 그 법을 폐하기를 아뢰고 소식(蘇軾)을 천거하여
쓰니, 공방의 무리가 조금 세력이 감쇠되어 다시 성하지 못하였다. 공방의 아들 윤(輪)은 경박하여 세상의
욕을 먹었고, 뒤에 수형령(水衡令)이 되었으나 장물죄(臟物罪)가 드러나 사형되었다고 한다.
- 임춘, 「공방전(孔方傳)」
* 식화지: 역대 정사(正史)에 포함되어 있는 재정 관련 기록편의 명칭.
* 개원·천보: 당나라 현종이 다스린 개원 연간 29년과 천보 연간 14년을 합친 43년간의 치세.
* 청묘법: 왕안석의 신법의 일환으로 실시된 농민에 대한 저리 금융 정책.
20001-0103
[2부] 적용 학습 115
20001-0104
20001-0105
① ‘위에서 걱정하여 공방에게 부민후라는 벼슬을 주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은
「흥부전」과 달리 주인공을 의인화했음을 알 수 있군.
② 공방의 조상, 아버지, 아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은 「흥부전」과 달리 공방의 가계
를 형상화하여 동전의 내력을 서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군.
③ ‘한’, ‘진’, ‘당’, ‘남송’ 등 옛 왕조가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은 「흥부전」과 달리 실제
역사를 토대로 동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군.
④ ‘공방의 성질이 욕심 많고 더러워 염치가 없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은 「흥부전」과
달리 주인공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군.
⑤ 사마광이 ‘모함에 빠져 귀양 가게’ 되었던 소식을 천거하는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은 「흥부
전」과 달리 경우에 따라 주인공에게 긍정적인 평가도 언급함을 알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117
20001-0106
20001-0107
20001-0108
[2부] 적용 학습 119
[앞부분 줄거리] 화욱에게는 세 부인이 있었는데, 심 씨에게서 장자 화춘을, 정 씨에게서 차자 화진을, 요 씨에게서 딸 화빙선을
얻는다. 요 씨가 일찍 죽게 되어 화빙선은 정 씨에게 의탁하게 된다. 성 부인은 화욱의 누이로, 남편인 성염과 사별한 뒤 화욱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
20001-0109
② 옛사람의 말을 인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강화한다.
③ 명령형 어조를 사용하여 단호한 의지를 보여 준다.
④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을 언급한 후 이를 용서한다.
⑤ 자신을 낮추는 표현을 한 후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20001-0110
20001-0111
[2부] 적용 학습 123
하였더라.
- 남영로, 「옥루몽(玉樓夢)」
* 강개: 의롭지 못한 것을 보고 의기가 북받쳐 원통하고 슬픔.
20001-0112
20001-0113
[2부] 적용 학습 125
20001-0114
20001-0115
서기공은 음악에 조예가 깊고 손님을 좋아해서 손님이 오면 술을 내오고 거문고와 피리를 연주하게 해서
흥을 돋우었다.
나는 기공을 따라 놀며 즐기다가 한번은 해금을 하나 얻어 가지고 가서 손을 놀려 벌레 소리와 새소리를
내 보았다. 기공이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쌀이나 한 움큼 퍼 주어야겠군. 이건 거지 깡깡이 소리지 뭐야.” / “무슨 말씀이신지요? ”
“심하기도 하지, 자네가 이리도 음악을 모르다니! 우리나라 음악에는 ‘아악(雅樂)’과 ‘속악(俗樂)’의 두
가지가 있네. 아악이라는 건 옛날의 음악이요, 속악이라는 건 후대의 음악일세. 사직과 문묘에서는 아
악을 쓰네. 종묘에는 속악을 섞어 쓰는데, 이게 바로 장악원의 속악이지. 군대에서 쓰는 속악은 ‘세악’
이라고 하네. 사기를 고취하기도 하고 개선가로 연주되기도 하는데, 화평하거나 미묘한 소리까지 모두
갖추었기에 놀이며 잔치에서도 이 음악을 쓰지. 그리하여 철의 거문고며 안의 젓대며 동의 장구며 복
[A]
의 피리를 일컫게 되었고, 유우춘과 호궁기는 모두 해금으로 유명하네.
자네가 해금을 좋아한다면 저 사람들에게 가서 배울 일이지, 어쩌자고 이런 비렁뱅이 깡깡이 소리를
배웠는가? 지금 저 비렁뱅이들은 남의 집 문에 기대어 해금을 켜서 할아비며 할미며 갓난아기며 가축
이며 닭이나 오리며 온갖 벌레 소리를 내고 있다가 그 집에서 쌀을 준 뒤에야 떠나지. 자네의 해금 소
리가 바로 그렇군.”
나는 기공의 말을 듣고 몹시 부끄러워서 해금을 자루에 넣고는 몇 달 동안이나 그대로 내팽개쳐 두고 꺼
내 보지 않았다.
어느 날 일가 사람인 금대 거사가 찾아왔다. 거사는 작고한 현감 유운경의 아들이다. 유운경은 젊어서 협
객 기질이 있었고 말타기와 활쏘기를 좋아했으며, 영조 무신년(1728년)에 충청도에서 일어난 반란을 토벌
해 큰 공을 세웠다. 유운경은 이 장군 댁 여종을 좋아하여 아들 둘을 낳았다. 나는 그 일을 떠올리고 조용히
거사에게 물었다. / “두 아우는 지금 모두 어디 있습니까? ”
“어허! 모두 여기 있지. 내 친구 중에 변방 고을 수령이 된 자가 있거든. 내가 발을 싸매고 2천 리 길을 걸
어서 그 친구에게 돈 5백 냥을 얻어 왔지. 그 돈을 가지고 이 장군 댁에 가서 두 아우의 몸값을 치르고 데
려왔어. 지금 큰 아우는 남대문 밖에서 망건을 팔고 있지. 작은 아우는 용호영에 소속되어 있는데 해금을
잘 켜서 요사이 ‘유우춘의 해금’이라고들 하는 유우춘이 바로 그일세.”
나는 비로소 기공의 말을 기억해 내며 깜짝 놀랐다. 이름난 가문의 후예로서 군대의 병졸 노릇이나 하고
있다는 게 우선 서글펐지만, 한 가지 재주로 이름이 나서 생계를 꾸려 가고 있다는 게 반갑기도 했다.
(중략)
이때 나는 자루에 넣어 가지고 갔던 해금을 보여 주며 말했다.
“이 해금은 어떤가? 전에 나는 자네가 연주하는 해금에 뜻을 두어 벌레 소리며 새소리를 내 보려 한 적이
있었지. 그랬더니 남이 듣고는 거지 깡깡이 소리라고 해 몹시 창피했었네. 어떻게 하면 거지 깡깡이 소리
가 아니게 할 수 있나? ”
우춘은 손뼉을 치며 껄껄 웃더니 말했다.
[2부] 적용 학습 127
“물정 모르는 말씀이로군요! 모기가 앵앵거리는 소리며 파리가 잉잉거리는 소리며 온갖 기술자들이 뚝
딱거리는 소리며 선비가 개골개골 글 읽는 소리며 천하의 이 모든 소리는 먹을 것을 구하는 데 그 목적
이 있습니다. 그러니 저의 해금과 거지의 해금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또 제가 해금을 배운
건 노모가 계시기 때문이니, 재주가 묘하지 않다면 무슨 수로 노모를 모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긴 하지
만 저의 해금 재주는 거지의 해금 연주가 묘하지 않은 듯하면서도 묘한 것에 미치지 못합니다.
우선 제 해금과 비렁뱅이의 해금은 그 재료로 보자면 똑같습니다. 해금은 활대에 말총을 매고 말총
에 송진을 발라 꺼끌꺼끌하게 합니다. 현악기도 아니요 관악기도 아니며, 손으로 타는 현악기 소리인
[B] 듯도 하고, 입으로 부는 관악기 소리인 듯도 하지요.
저는 해금을 배우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재주를 이루었는데, 그러는 동안 다섯 손가락에 모두 굳은살
이 박였습니다. 그런데 기예는 더욱 높아졌으나 살림이 나아지지 않았으니, 사람들이 갈수록 내 음악
을 이해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 거지는 못 쓰는 해금 하나를 주워다가 몇 달을 다루고 나면 그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우르
르 모여듭니다. 연주를 마치고 돌아가면 그 뒤를 따라다니는 자가 수십 명은 되지요. 거지는 그렇게 해
서 하루에 쌀 한 말은 얻고 저금통에 돈까지 거둬 갑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 음악을 이해하
는 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 ‘유우춘의 해금’이라 하면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압니다. 그러나 그 이름을 듣고 알 뿐이지 그 해
금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자야 몇 사람이나 되겠습니까?
종실이나 대신들이 밤에 악공을 부르면 악공들은 저마다 자기 악기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마루에 오릅
니다. 불빛이 휘황한 가운데 시종은 이리 말하지요.
‘잘하면 상이 있을 것이다.’ / 그러면 악공들은 몸을 굽히며 말합니다. / ‘예이.’
이에 현악기가 관악기에 애써 맞추려 하지 않고, 관악기가 현악기에 애써 맞추려 하지 않아도, 소리의
장단과 빠르기가 은은하게 하나로 어우러지지요. 나직이 읊조리는 소리나 음식을 씹는 소리가 문밖에 들
리지 않아 흘낏 곁눈질해 보면 듣던 이는 망연히 책상에 기대 졸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기지개를 켜
며 말하지요. / ‘그만해라!’
악공들은 ‘예이.’ 하고 내려옵니다. 돌아와 생각해 보면 내가 연주하고 내가 듣다 온 것일 뿐입니다.
귀한 집 자제며 풍류 있는 유명한 선비들이 맑은 이야기를 나누는 고상한 모임에도 해금을 안고 가 자
리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글을 평론하고 어떤 이는 과거에 급제한 인물들을 비교합니다. 술에 흐드
러지게 취하고 등불이 다 타들어 갈 무렵 뜻은 높으나 글이 잘 지어지지 않아 괴로운 모습을 하다가 붓을
날려 종이에다 글을 써 댑니다. 그러다 누군가가 문득 저를 돌아보며 말합니다.
‘너는 네가 가진 해금의 시초를 아느냐? ’ / 그러면 저는 엎드려 대답합니다. / ‘모르옵니다.’
‘옛날에 혜강(嵇康)이 만들었느니라.’ / 그러면 또 엎드려 대답하지요.
‘예이, 알겠습니다.’ / 그러면 또 누군가가 웃으며 말합니다.
‘해(奚) 부족의 금(琴)이란 뜻이지, 혜강의 혜(嵇)가 아니야.’
그리하여 좌중의 사람들이 분분히 다투지만, 그게 내 해금과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중략)
우리 무리 중에 궁기라는 이가 있습니다. 한가로운 날 만나서 두 사람이 각자 자루에서 해금을 꺼내 켭
니다. 눈길은 푸른 하늘에 던져두고 마음은 손가락 끝에 두어, 연주에 한 치의 실수라도 있으면 껄껄 웃으
며 돈 한 푼을 상대방에게 줍니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이 돈을 주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했지요.
‘내 해금을 이해하는 사람은 궁기뿐이야.’
그러나 궁기가 제 해금을 이해하는 건 제 자신이 제 해금을 이해하는 것만큼 정밀하진 않습니다.
지금 그대는 공을 이루기 쉽고 남들이 알아주는 일을 버리고, 공을 이루기 어렵고 남들이 알아주지 않
는 일을 배우려 하니,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
우춘은 모친이 세상을 뜬 뒤로 자기 일을 버렸고, 그 뒤로는 나를 찾아오지도 않았다. 우춘은 아마 효자로
서 악공의 무리 중에 숨어 지내던 사람일 것이다. 우춘이 말한 ‘기예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
다.’라는 말이 어찌 해금에만 해당되는 말이겠는가.
- 유득공, 「유우춘전(柳遇春傳)」
20001-0116
① 진정한 예술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는 유우춘의 말에서 작가의 교훈적 의도
를 확인할 수 있다.
② 유우춘이 지닌 예술가로서의 면모와 고뇌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물의 개성에 초점을
맞추는 전계 소설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③ 유우춘에 대한 행적을 제시한 후 그의 삶에 대한 평가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
명과 논평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전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④ 실존 인물인 ‘유우춘’의 행적을 ‘서기공’ 및 ‘유운경’ 등의 인물과 관련지어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존 인물과 그 인물과 관련된 실재 사건을 전달하는 전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⑤ 유우춘과 관련된 여러 인물을 소개한 후 그들의 행적과 관련지어 유우춘의 갈등 해소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과적으로 사건을 전개하는 전계 소설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2부] 적용 학습 129
20001-0117
을 제시하고 있다.
② [A]는 비렁뱅이의 음악과 ‘나’의 음악이 차이가 없다고 말하며 ‘나’가 제대로 된 음악을 모르
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③ [B]는 이 세상의 존재들이 소리를 내는 목적을 언급한 후 비렁뱅이의 음악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④ [B]는 ‘우춘’ 자신의 해금과 비렁뱅이의 해금에 차이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나’의 음악이 비
렁뱅이의 음악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⑤ [A]와 [B]는 모두 비렁뱅이들이 해금을 연주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비렁뱅이의 음악에 대한
평가를 제시하고 있다.
20001-0118
03 <보기>의 ‘갑’, ‘을’의 입장에서 윗글의 음악에 대해 평가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갑 : 서화(書畫)는 심화(心畫), 즉 물(物)을 빌려 내 마음을 그리는 것인즉 높은 기예를 바탕으로 드
높은 정신을 표현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물(物)을 충실히 재현하여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는
그림을 그리는 거리의 화공을 높이 평가하지만, 그들의 그림이 나중에는 방바닥 뚫어진 것을
메우게 되는 것은 그림에 담긴 뜻이 얕고 천하기 때문이다. 비록 서화를 이해하는 이가 많더라
도, 드높은 정신의 경지가 곁들어 있지 않으면 다만 검은 것은 먹이요, 흰 것은 종이일 뿐이다.
을 : 정소남은 난의 노근(露根)을 드러내어 망송(亡宋)의 한을 그렸고, 조맹부는 훼절(毁節)하여 원
(元)에 출사(出仕)했지만, 정소남의 난초만 홀로 향기롭고 조맹부의 송설체(松雪體)가 비천하다
는 말은 듣지 못했다. 서화는 높은 기예를 바탕으로 물화(物畫), 즉 대상의 정(情)과 의(意)를 드
러내어 대상이 지닌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한다. 서화가 한낱 선비의 강개(慷慨)를 의탁하는 수
단으로 사람들이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얼마나 덧없는 일이겠는가?
[2부] 적용 학습 131
20001-0119
20001-0120
[2부] 적용 학습 133
20001-0121
20001-0122
[2부] 적용 학습 135
20001-0123
② ‘산’에서 태수에게 잡힌 우치가 ‘궐’에서 한 행위로 임금은 난감해한다.
③ ‘궐’에서 왕연희가 임금에게 한 말은 우치가 원한을 품는 계기가 된다.
④ ‘궐’에서 달아난 우치를 사로잡기 위해 왕연희는 ‘내당’으로 가게 된다.
⑤ ‘내당’에서 우치는 왕연희의 계략에 휘말려 위험한 고비를 맞게 된다.
20001-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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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중이 변하여 전우치가’ 된 장면에서 전우치가 사용한 도술은 악한 세력을 징치하는 영웅적
과업을 수행하는 데 쓰인 것임을 확인할 수 있군.
② ‘각 도와 읍에서 전우치를 잡아들인 것이 삼백육십 명이’나 되어 지배층이 겪는 혼란과 곤경
에서 도술이 체제 저항의 수단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군.
③ ‘요괴가 이처럼 장난하니, 종사를 어찌 보전하겠는가? ’라는 임금의 말에서 전우치가 임금과
의 갈등 관계 속에서 도술을 사용하여 저항하고 있음을 알 수 있군.
④ ‘몸을 왕연희로 바꾸고 궐문을 나’온 전우치의 모습에서 일상의 평범한 존재는 할 수 없는 일
을 도술로 해내는 것을 보고 독자들은 대리 만족을 느끼게 될 수 있군.
⑤ ‘왕연희가 변하여 구미호가 되’었을 때, 전우치가 나라에 고하여 변고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
에서 도술로써 충의 이념을 지키려고 하는 전우치의 체제 순응적 영웅의 모습을 엿볼 수 있군.
20001-0126
[2부] 적용 학습 139
[자진모리]
흥보가 들어간다. 흥보 치레 볼작시면, 편자 떨어진 헌 망건(網巾) 밥풀 관자(貫子) 노당줄 뒤로 잔
뜩 졸라매고, 철대 부러진 헌 파립(破笠) 벌이줄 총총 매어 조사갓끈 달아 쓰고, 떨어진 헌 베 도포 열
[A]
두 도막 이은 실띠 고픈 배 눌러 띠고, 한 손에다가 떨어진 부채 들고, 또 한 손에다 곱돌조대를 들고,
그래도 양반이라고 여덟팔자걸음으로 비스듬하게 들어간다.
[아니리]
흥보가 들어가며 별안간 걱정이 생겼지. ‘내가 아무리 궁핍을 걱정하는 남자가 되었을망정 반남(潘南) 박
(朴)가 양반인데 호방을 보고 하대를 하나 존대를 하나? 아서라, 말은 허되 끝은 짓지 말고 웃음으로 얼버무
릴 수밖에 없다.’ 질청을 들어가니, 호방이 문을 열고 나오다, “박 생원 어찌 오셨소? ” “참 양도가 절량(絶
糧) *되어서 환자 한 섬만 주시면 가을에 착실히 갚을 테니 호방 생각이 어떨는지. 하하하.” 호장(戶長)이 하
는 말이, “박 생원 들어오신 김에 품 하나 팔아 보오. 우리 골 좌수가 병영 영문에 잡혔는데 좌수 대신 가서
곤장 열 대만 맞으면 한 대 석 냥씩 서른 냥은 꼽아 놓은 돈이요, 마삯까지 닷 냥 지정해 두었으니 그 품 하
나 팔아 보오.” “돈 생길 품이니 팔고말고. 매 맞으러 가는 놈이 말 타고 갈 것 없고 정강이 말로 다녀올 테
니 그 돈 닷 냥을 날 내어 주지. 하하하.”
[중모리]
저 아전 거동을 보아라. 궤(櫃) 문을 절컥 열고 돈 닷 냥을 내어 주니 흥보가 받아들고, “다녀오리다.” “평
안히 다녀오오.” 박흥보가 좋아라고 질청문 밖에 썩 나서서, “돈 봐라 돈. 돈 봐라 돈 봐. 얼씨구나 돈 돈. 돈
봐라 돈. 이 돈을 눈에 옳게 보면 삼강오륜이 다 보이고, 만일 돈을 못 보면 삼강오륜이 끊어지니 보이는 게
돈밖에 또 있느냐.” 떡국집으로 들어가서 떡국 반 돈어치를 사서 먹고 막걸릿집으로 들어를 가서 막걸리 서
푼어치를 사서 마시고 어깨를 느리우고 입을 빼고, “대장부 한걸음에 엽전 서른닷 냥이 들어간다. 우리 집
을 어서 가자.” 제집으로 들어가며, “여보게 마누라 집안 어른이 어디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우루루루루
루 쫓아 나와 영접허는 게 도리가 옳지. 계집이. 이 사람아 당돌히 앉아 있으면서 일어나지 않는 것은 웬일
인가. 에라 이 사람 요망하다.”
[중중모리]
흥보 마누라 나온다. 흥보 마누라 나온다. “아이고 여보 영감. 영감 오신 줄 내 몰랐소. 어디 돈, 어디 돈
허고 돈 봅시다, 돈 봐.” “놓아두어라 이 사람아. 이 돈 근본(根本)을 자네 아나. 못난 사람도 잘난 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맹상군(孟嘗君) *의 수레바퀴처럼 둥글둥글이 생긴 돈, 생살지권(生殺之權)을 가진 돈,
부귀공명 붙은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느냐. 얼씨구나 돈 봐. 어 어 어 얼씨구 얼씨
구 돈 봐.”
[진양]
㉠“가지 마오 가지 마오, 불쌍한 영감, 가지를 마오. 천불생 무록지인이요 지부장 무명지초 *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는 법이니, 설마한들 죽사리까. 병영 영문 곤장 한 대를 맞고 보면 죽도록 골병
된답디다. 여보 영감 불쌍한 우리 영감, 가지를 마오.”
[아니리]
흥보 아들놈들이 저의 어머니 울음소리를 듣고 물소리 들은 거위 모양으로 고개를 들고, “아버지 병영 가
시오? ” “오냐 병영 간다.” “갔다 올 제 떡 한 보따리 사 가지고 오시오.”
[중모리]
아침밥을 끓여 먹고 병영 길을 나려간다. 허유허유 나려를 가며 신세자탄(身世自嘆) 울음을 운다.
“어떤 사람 팔자 좋아 화려한 집 짓고 잘사는데 내 팔자는 왜 그런고.” 병영골을 당도하여 치어다보니
[B]
대장기요, 나려 굽어보니 숙정패로구나. 깊은 산속에 있는 사나운 범의 용맹 같은 용(勇) 자 붙인 군로
사령들이 이리 가고 저리 간다. 그때 박흥보는 숫한 사람이라 벌벌 떨며 들어간다.
[아니리]
방울이 떨렁, 사령 “예이.” 야단났지. 흥보가 삼문 간에 들어서 가만히 굽어보니 죄인이 볼기를 맞거
늘, 흥보 마음에는 그 사람들도 돈 벌러 온 줄 알고, ‘저 사람들은 먼저 와서 돈 수백 냥 번다. 나도 볼
기 좀 까고 업저 볼까.’ 볼기를 까고 삼문 간에 가 엎드렸을 제 사령 한 쌍이 나오더니, “병영 생긴 후
볼기전 보는 놈이 생겼구나.” 사령 중에 뜻밖에 흥보 씨 아는 사령이 있던가, “아니 박 생원 아니시
[C] 오.” “알아맞혔구만그려.” “당신 곯았소.” “곯다니 계란이 곯지, 사람이 곯나. 그게 어떤 말인가? ” “박
생원 대신이라 하고 어떤 사람이 와서 곤장 열 대 맞고 돈 서른 냥 받아 가지고 벌써 떠나갔소.” 흥보
가 기가 막혀, “그놈이 어떻게 생겼던가? ” “키가 구 척이요 방울눈에 기운 좋습디다.” 흥보가 말을 듣
더니, “허허 그전 밤에 우리 마누라가 밤새도록 울더니마는 옆집 꾀수 애비란 놈이 알고 발등걸이 *를
허였구나.”
[2부] 적용 학습 141
[중모리]
“번수네들 그러한가. 나는 가네. 지키기나 잘들 하소. 매품 팔러 왔는데도 손재(損財)가 붙어 이 지
경이 웬일이냐. 우리 집을 돌아가면 밥 달라고 우는 자식은 떡 사 주마고 달래고, 떡 사 달라 우는 자
식 엿 사 주마고 달랬는데, 돈이 있어야 말을 허지.” 그렁저렁 울며불며 돌아온다. 그때에 흥보 마누라
[D] 는 영감이 떠난 그날부터 후원에 단(壇)을 세우고 정화수를 바치고, 병영 가신 우리 영감 매 한 대도
맞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시라고 밤낮 기도하면서, “병영 가신 우리 영감 하마 오실 제 되었는데 어찌
하여 못 오신가. 병영 영문 곤장을 맞고 허약한 체질 주린 몸에 병이 나서 못 오신가. 길에 오다 누웠
는가.”
[아니리]
문밖에를 가만히 내다보니 자기 영감이 분명하것다. 눈물 씻고 바라보니 흥보가 들어오거늘, “여보
영감 매 맞았소? 매 맞았거든 어디 곤장 맞은 자리 상처나 좀 봅시다.” “놔둬. 상처고 여편네 죽은 것
[E]
이고, 요망스럽게 여편네가 밤새도록 울더니 돈 한 푼 못 벌고 매 한 대를 맞았으면 인사불성 쇠아들
이다.” 흥보 마누라 좋아라고,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좋을시구. 영감이 엊그저께 병영 길을 떠나신
후 부디 매를 맞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시라고 하느님 전에 빌었더니 매 아니 맞고 돌아오시니 어찌 아니
즐거운가. 얼씨구나 절씨고. 옷을 헐벗어도 나는 좋고 굶어 죽어도 나는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 작자 미상, 「흥보가(興甫歌)」
* 절량: 양식이 떨어짐.
* 맹상군: 엄청난 재력과 권력을 소유했던 중국 전국 시대의 인물.
* 고자빠기잠: 나무를 베어 낸 뒤에 남은 밑동처럼 꼿꼿이 앉아서 자는 잠.
* 천불생 무록지인이요 지부장 무명지초: 하늘은 녹봉 없는 사람을 태어나게 하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 세상
에 쓸모없는 존재는 하나도 없다는 의미를 지님.
* 발등걸이: 남이 하려는 일을 앞질러 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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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적용 학습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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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 줄거리] 서천국 * 천궁 대왕과 옥진 부인은 나이 사십이 가깝도록 혈육이 없어 부처 전에 기자 치성을 드리고, 태몽을
꾸게 된다.
[2부] 적용 학습 145
(중략)
인간이 생겼으되 / 연명은 풍족(豐足)하나, / 집이 없어 수풀을 의지하고,
㉠유월염천(六月炎天) 더운 날과 / 백설한풍(白雪寒風) 추운 계절을 / 곤란하게 피하거늘,
성조님 생각하되 / 내 지하국 내려가서, / 공산(空山)에 나무 베어 / 인간에 집을 지어,
추위와 더위를 피하게 하고 / 존비(尊卑)를 가르치면
㉡성조의 빛난 이름 / 누만년(累萬年) 전하리라 생각하고,
부모양위전(父母兩位前)에 인간의 집 없음을 / 민망히 말하니,
부모양위 허락하시거늘, / 허락받아 지하국 내려가서
무주공산(無主空山) 다다르매, / 온갖 나무 다 있으되
어떤 나무 바라보니, / 산신(山神)이 좌정하야 / 그 나무도 못 쓰겠고,
또 한 나무를 바라보니 / 당산(堂山) 지킨 나무 되어 / 그 나무도 못 쓰겠고,
또 한 나무를 바라보니 / 오작(烏鵲) * 짐승 집을 지어 / 그 나무도 못 쓰겠고,
또 한 나무를 바라보니 / 국수 * 지킨 나무 되어 / 그 나무도 못 쓰겠고,
나무 한 그루도 쓸 나무가 없는 고로, / ㉢나무 없는 사정을 / 역력히 기록하여,
상소 지어 손에 들고 / 하은(荷恩)을 재배(再拜)하고 / 천은(天恩)을 사례(謝禮)하여,
천상옥경(天上玉京) 높이 솟아 / 옥황(玉皇)님 앞에 절하고 / 상소를 올리시니,
옥황님이 상소를 받아 관찰하시고 / 성조를 보아 기특히 여기시고, / 제석궁(帝釋宮)에 하교(下敎)하셔
㉣솔씨 서 말 닷 되 칠홉오작(七合五勺) *을 허급(許給)하시거늘,
성조님이 솔씨 받아 / ㉤지하궁 내려와서, / 무주공산 다다라서 / 여기저기에 심어 놓고,
환국(還國)할 때, 불원간(不遠間) 삼 년 중(三年中)에 / 성조 나이 십팔 세라.
- 작자 미상, 「성조(成造)풀이」
* 서천국: 인도의 옛 이름. * 도솔천궁지왕: 도솔천에 있는 궁궐의 왕.
* 별호: 별명. 달리 부르는 이름. * 평명: 해가 돋아 밝아질 때.
* 삼태육경: 조선 시대에, 삼정승과 육조 판서를 통틀어 이르던 말.
* 지양: 아이의 출산과 성장을 관장하는 산신(産神)을 경상도 지방에서 달리 일컫는 말.
* 번몽: 번거로운 꿈, 번잡한 꿈. * 오작: 까마귀와 까치.
* 국수: 국사에 해당하는 방언. 국사당. 성황당. * 칠홉오작: 일곱 홉 다섯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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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적용 학습 147
몽둥이를 번쩍 들고 사실 장군다운 담을 가지고 나는 그 자리까지 달려갔다. / 하나!
나의 손에서는 만신의 힘이 맺혔던 몽둥이가 힘없이 굴러떨어졌다. 유령 장군이 금시에 미치광이 광대 새
끼로 변하여 버렸던 것이다. / ‘원 이런 놈의…….’
틀림없던 도깨비가 순식간에 두 모자의 거지로 변하다니! 이런 기막힌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다음 순간 그 무엇을 번쩍 돌려 생각한 나는 또다시 몽둥이를 번쩍 들었다.
“요게 정말 도깨비장난이란 거야.”
하나 도깨비란 소리에 영문을 모르는 두 모자는 손을 모으고 썩썩 빌었다.
㉡ “아이구, 왜 이럽니까? ” / 이건 틀림없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나가라면 그저 나가라든지 그래 이 병신을 죽이시렵니까. 감히 못 들어올 덴 줄은 알면서도 헐수할수없
이…….”
눈물겨운 목소리로 이렇게 사죄를 하면서 여인네는 일어나려고 무한히 애를 썼다. 어린애는 울면서 그를
붙들었다. / 역시 광대에 지나지 못한 나는 너무도 경솔한 나의 행동을 꾸짖고 겨우 입을 열었다.
㉢ “아니우, 앉아 계시우. 나는 고지기두 아무것두 아니니.”
“네? ” / 모자는 안심한 듯한 동시에 감사에 넘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젯밤에 여기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소? ” / 무어가 무언지 분간할 수 없는 나는 이렇게 물었다.
“네? 나오다니요? 아무것두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구 단지 우리 모자밖에는 여기 아무것두 없었습
니다.” / 여인네는 어사무사하여서 * 이렇게 대답하였다.
㉣ “그럼 대체 그 불은? ” / 나는 그래도 속으로 의심하면서 주위로 눈을 휘둘렀다.
“무슨 일이나 생겼습니까? 정말 저희들밖에는 아무것두 없었습니다. 그리구 저희는 저지른 것두 없습
[A] 니다. 밤중은 돼서 다리가 하두 아프길래 약을 바르려고 찾으니 생전 있어야지유. 그래 그것을 찾느라
구 성냥 한 갑을 다 그어 내버린 일밖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고 여인네는 한쪽 다리를 훌떡 걷었다. 그리고 눈물이 그 다리 위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나는 모든 것을 얼음장 풀리듯이 해득하기는 하였으나 여기서 또한 참혹한 그림을 보지 않으면 안 되었
다. 그의 훌떡 걷은 한편 다리! 그야말로 눈으로는 차마 보지 못할 것이었다. 발목은 끊어져 달아나고 장딴
지는 나뭇개비같이 마르고 채 아물지 않은 자리가 시퍼렇게 질려 있었다.
“그놈의 원수의 자동차…… 그나마 얻어먹지도 못하게 이렇게 병신을 맨들어 놓고…….”
여인네는 울음에 느끼기 시작하였다. / “자동차에요? ” / “네, 공원 앞에서 그놈의 자동차에…….”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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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적용 학습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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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 줄거리] 일본 동경에서 유학 후 5년 만에 고향인 원터 마을에 돌아온 김희준은 마을에 철도가 놓이고 제사(製絲) 공장
이 들어섰으나 여전히 가난한 고향의 현실을 목격한다. 대부분 소작농으로 전락한 농민의 현실을 목도한 희준은 스스로 소작인
으로서 농사를 지으며 계몽 활동을 벌이고, 농민을 결집시킬 수 있는 두레를 만들고자 마름인 안승학을 찾아간다.
[2부] 적용 학습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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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적용 학습 153
“문화 비판회라니? ”
김만필은 시치미를 떼고 되물었다. 스즈끼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선생님이 그 회원으로 굉장하게 활동하신 것은 학생들이 모두들 압니다.”
“아뇨, 그런 일은 없소. 그건 무슨 잘못이겠죠.”
김만필은 당장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그 말을 부정했다. 가슴속에서는 그의 조그만 지위와 양심이 저울
에 걸려 있는 것을 느끼면서.
“그러셔요.”
스즈끼는 의아해하는 표정을 하면서
“그 회가 해산될 때 선생님이 굉장한 열변을 토하셨다는 말까지 있는데요? ”
“아니 그런 일은 없소.”
김만필은 그래도 부정했다. 그러나 그의 기억에는 그날의 감격에 찬 광경이 역력하게 나타났다. 문화 비
판회가 드디어 해산되기로 정해진 날 그는 분노에 불타서 말은 더듬거릴망정 그야말로 소리와 눈물을 한꺼
번에 내쏟는 열변을 토한 것이었다. 그 고운 기억은 그가 아무리 비열한 인간이 되어 버리는 날이 있을지라
도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것인 것이다. 김만필은 그것까지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자기의 현재의 지위
에 대해 잠깐 스스로 책망하는 생각에 잠겼었다. 그러나 곧 그는 공세로 옮겨 갔다. 이런 소리까지 냄새를
맡아 가지고 학생 새에 펼쳐 놓는 그 근원은 대체 어느 곳에 있는 것인가.
“그런 소문은 대체 어디서 들었소? ”
스즈끼는 김 강사의 심상치 않은 태도에 당황해서 얼굴을 붉히며
“요전에 다까하시 군에게 들었습니다.”
“다까하시는? ”
“T 선생이 그러시드래요.”
“T 선생? ”
“네. 김 선생님은 굉장한 수재시고 동경 제대서도 문화 비판회의 중요한 회원이시었다구요.”
“흠 .”
—
김만필은 말없이 생각하였다. 이것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무슨 깊은 책략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
였다. 그러나 그렇기로 T 교수는 대체 어디서 또 그런 소리를 냄새 맡아 왔을까. 정말 셰퍼드 같은 작자다.
이놈 이번에는 제 본색을 나타냈구나 하고 분개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 그의 앞에 앉았는 스즈끼까지도 의
심스러워졌다. 스즈끼는 오늘 처음으로 찾아왔으면서 다른 선생한테 가서 철없이 떠들면 단번에 학교를 쫓
겨날 만한 소리를 지지하게 늘어놓았으니 그렇게까지 자기를 신용할 근거가 어디 있는가. 어쩌면 이 스즈
끼 놈도 T 교수와 한통이어서 일부러 김만필의 본심을 떠보러 온 것이나 아닐까. 이렇게 의심하기를 시작하
니까 다음다음 모든 것이 의심덩어리였다. 대체 취임식 다음 날 T 교수가 난데없이 스즈끼 욕을 자기에게
들려주던 것부터 이상스러웠다. 그것은 일부러 자기를 속일 전제가 아니었던가…… 스즈끼는 김 강사의 눈
치가 험해 가는 것을 보고 어쩔지를 몰라 멈칫거렸으나 스즈끼가 그러면 그럴수록 김 강사는 이놈 시치미를
—
김 강사가 의미 없는 웃음을 지었더니
“기억하고 계시죠. 내가 과자 상자를 들고 갔던 것 보셨죠.”
김 강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이란 다 그런 겝니다. 난들 그런 짓을 하기가 좋아서 하겠소. 어쨌든 지금 연말도 되구 했으니 교장
한테 무어 과자라도 한 상자 사 가지구 찾어가 두시란 말이오.”
말해 던지고 T 교수는 그대로 가 버렸다.
교실에 들어가 강의를 하면서도 김 강사는 T 교수의 말을 잊어버릴 수가 없었다. 씹어 생각해 보면 T 교
수의 말은 그럴 듯도 싶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지금 와서 과자 상자를 사 들고 주적주적 교장을 찾
아가도 소용이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업신여김을 받을 것 같았다. 뿐 아니라 T 교수의 성격이라든지 그의
모든 것을 생각해 보면 그가 진정으로 김 강사를 위해 무슨 말을 해 줄 이유는 하나도 없는 것이다. 만일 그
렇다면 T 교수의 말은 실상은 책상물림 주제에다 어딘가 만만치 않은 고장이 있는 김 강사를 조롱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또다시 돌려 생각하면 T 교수의 말은 좀 더 의미가 깊은 것으로 ‘교장은 너를
미워하고 있다. 너도 미리 생각을 돌리지 않으면 목이 잘라진다.’라는 협박같이도 생각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날 밤 김 강사는 명치옥에 가서 서양과자를 한 상자 샀다. 위 뚜껑에 ‘조품 *’이라 두 자를
쓰고 그 밑에 자기의 명함을 붙였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에도 그의 마음속에서는 종시 두 가지 의사가 싸우
고 있었다. 암만 무얼 해도 이 짓만은 하기 싫다. 자기가 이것을 가지고 가면 교장은 이놈 인제두 하고 빙그
레 웃고 T 교수는 등 뒤에서 그 능글능글한 웃음을 띠고 나의 어리석음을 조소할 것이다. 어차피 S 전문학
교에 다니는 것도 길지는 않을 것이니 이런 짓까지 하면 그만큼 나는 밑질 뿐 아닌가. 그러나 바로 그다음에
는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아니 T 교수의 말대로 세상이란 다 이런 것이다. 내가 지금 암만 뽐내 본댔
자 배 속을 짜개면 S 전문학교를 나가고 싶지 않은 것이 본심이 아닌가. 물에 빠지는 자는 지푸라기라도 잡
는다 한다. 이론이 다 무엇이냐. 내가 이런 짓을 하는 것이 더럽다 하면 나에게 이런 짓을 하게 하는 자들은
더 더러운 것이다. 이런 것으로 더럽히는 것은 내 양심이 아니라 놈들의 양심이다. 나는 요런 조그만 미끼를
물고 좋아하는 놈들의 그 천박한 꼴을 조소하면 그뿐인 것이다 .
—
김 강사는 악마의 마음을 먹은 심 잡고 과자 상자를 들고 서대문행 전차를 탔다. 그러나 그의 결심은 오래
계속되지 못했다. 그는 광화문 정류장에서 전차를 내려 효자동 가는 전차를 타지 않고 천천히 종로로 갔다.
본정통의 번잡한 데 비해 이곳은 몹시 잠잠했다. 일루미네이션(설비등)만 헛되게 빛나고 세모 대매출의 붉
은 깃발이 쓸쓸한 섣달 대목 거리의 먼지에 퍼덕이고 있었다. 한참이나 거리를 어슬렁거리다가 욕심쟁이로
일가 간에 돌림뱅이가 된 아주머니를 생각한 그는 걸음을 빨리해 파고다 공원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 유진오, 「김 강사와 T 교수」
* 조품: 매우 간략하게 만들어 거칠고 변변하지 못한 물건.
[2부] 적용 학습 155
20001-0140
20001-0141
20001-0142
[앞부분 줄거리] 짚신 장수 아들인 방삼복은 삼십이 다 되도록 머슴살이를 하고, 일본과 상해 등지를 떠돌아다니다 조선으로
돌아와 헌신을 고쳐 주는 신기료장수를 하며 입에 풀칠을 하고 사는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조국이 해방을 맞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2부] 적용 학습 157
20001-0143
20001-0144
[2부] 적용 학습 159
20001-0145
① 해방 후에 ‘눈을 부라리는 순사’가 없으니 ‘무슨 짓을 하여도 상관이 없’다고 여기는 삼복의 행
동에서, 일본군이 철수한 후에 우리 민족이 당면했던 혼란기를 엿볼 수 있군.
② ‘소득은 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 되자 ‘독립은 우라진다구 독립을 헌담.’이라고 한 삼
복의 푸념에서, 민족의 독립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부정적인 인물상이 드러나고 있군.
③ ‘노예’도 ‘상전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며 미군을 ‘물색’하는 삼복의 태도에서, 새로운 지배자에
게 기생하려는 인물의 교활한 의도를 엿볼 수 있군.
④ 삼복을 ‘사뭇 그러안을 듯이 반가워하는’ 미군 장교의 모습에서, 치안 유지를 명분으로 남한에
등장한 실질적 군림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군.
⑤ ‘신기료장수 코삐뚤이 삼복이 미스터 방으로 승차’했다는 서술에서, 미군에게 기생하는 자들
이 득세하는 당대의 부조리한 현실을 보여 주고 있군.
[2부] 적용 학습 161
(중략)
신체를 모셔 들인 방에는 불은 때어 놓았으나, 미리 세간을 말끔히 치우고 ㉢병풍만 한 채 남겨 있었다.
병원에서 떠나기 전에 벌써 빈소 방이 준비되었던 것이다. 발상 전의 과수댁은 옆방에서 부리나케 보따리
를 풀고 무엇을 찾았다. 명호가 오늘 반나절을 걸려서 땀을 뻘뻘 흘리며 지어 온 약봉지가 먼저 방바닥에 떨
어졌다. 병자가 이틀을 두고 성화를 대며 졸라서 먹으려던 것이다. 과수댁은 컵 속에 넣은 물 종지를 찾아내
서 빈소로 가지고 가더니 신체의 주위에 말끔히 뿌렸다. 세를 붙이고 받아 둔 성수였다.
발치께 서서 가만히 바라보던 명호가
“그럼, 장례를 어떻게 지내시렵니까? 제사는 일체 폐하시나요?”
하고 물으니까 과수댁은
“그렇게까지야 하겠습니까.”
하고 다만 좋은 일이니, 교회 사람이 하라는 대로 한다는 것이었다. 초상집에서는 우선 삼일장이냐 오일장이
냐 하는 의논이 벌어졌다.
“화장을 하라신 유언도 계셨으니 화장으로 모시면야 삼일장도 넉넉할 겁니다.”
명호는 첫째 장비(葬費) 걱정으로 화장을 앞세웠다.
“그야 우리 형세에 삼일장이죠마는 화장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그런 말씀이 계셨지만 나중에 다시 아무
래두 아버님 곁으루 들어가시겠댔는데요.”
여기에 가서는 아무도 이렇다 저러하다 말할 나위가 없었다. 혹은 이 과수댁도 뒤미처 들어갈 테고 보니
자기부터 화장이 싫어서 그럴지도 모르나, 돌아간 이도 아직 먼 앞일이거니 하고 가상적으로 여유를 두고
말할 때는 화장을 입 밖에 냈을는지 몰라도 당장 닥쳐온 실제 문제가 되고 보니, 역시 ㉣선산에 묻히고 싶
어 하였을 것도 넉넉히 짐작할 일이었다. 나 죽은 뒤에는 수의를 무슨 감으로 하여 달라느니, 관 속에는 이
것저것을 넣어 달라느니 하는 유언도 하거든, 자기 묻힐 자리를 초점까지 해 놓고서 거기에 못 묻힐까 보아
애를 쓰며 세상을 떠나는 것도 무리가 아닐지도 몰랐다.
“말이 삼 일이지, 오늘 해는 다 가구 내일 하루인데, 첫째 산역이 문제로군.”
호상차지 *의 걱정이었다.
“영구차에 버스 한 대는 따라야 할 테니, 자동차 삯만 해두 두 대에 사만 원은 예산을 쳐야 할걸.”
홍제원 화장장이면 고작해야 오륙천 원에 너끈할 것인데, 없는 돈에 찻삯이 사만 원 예산이라니 엄청나다
는 말눈치였다.
“화장이나 매장이나 돌아간 뒤에야…….”
젊은 축들은 저희끼리 이런 소리를 수군거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말이 옳다고 찬성하는 사람도
없고 그르다고 나무라는 사람도 없었다. 하여간 하룻밤 하룻낮을 안팎에서 복작대고 들볶아쳐서 제시간에
성복제도 지냈다. 성복제를 지내고 나니까, 앓아누웠다던 명호의 재종형이 지팡이를 짚고 지척지척 조상을
왔다.
“허! 내가 먼저 갈 줄 알았더니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하고 관을 붙들고 상제들보다도 더 섧게 울고 나더니, 염주를 꺼내 들고 염불을 시작하였다. 한 식경이나 옆
사람들이 지루하도록 염불을 끝마치고는, 이 늙은이는 품에서 훔척훔척하여 백지에 기름히 싼 봉지를 꺼내
서 관상명정을 쳐들고 관 위에 끼워 놓은 것은 손수 베낀 ㉤경문인지 한 모양이었다. 장지에 나가서도 하관
할 때 폐백과 함께 이 종이 봉지도 횡대 밑에 넣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성수에 말끔히 씻긴 혼백이, 또다시
불타의 대자대비한 공덕에 안겨 안온히 잠들지 모르나, 그보다도 먼저 산 사람이 제각기의 소임이나 향의
를 기울인 데에 만족을 느낄 것이었다.
- 염상섭, 「임종」
* 민주를 대는: 몹시 귀찮아하는.
* 놀래: 논래. 여기서는 ‘논의’의 뜻으로 보임.
* 호상차지: 초상 치르는 데에 관한 온갖 일을 책임지고 맡아 보살피는 사람.
20001-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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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적용 학습 163
20001-0148
[앞부분 줄거리] 큰 키의 사내와 억구는 눈 덮인 산길을 가고 있다. 두 사람은 춘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와 서
로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큰 키의 사내는 중학생 때 토끼 잡던 이야기를 하고, 억구는 6·25 전쟁 때 득수를 죽
이고 득수의 동생 득칠에게 아버지가 죽임을 당한 이야기를 하며 고갯길을 오른다.
[2부] 적용 학습 165
20001-0150
20001-0151
[2부] 적용 학습 169
20001-0153
[2부] 적용 학습 171
20001-0154
문으로 볼 수 있다.
② [A]에서 ‘밤새 무슨 탈’이 나게 된다는 것은 [B]의 ‘죽을 모험을 무릅’써서 나타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③ [A]에서 섬사람들이 ‘둑’을 파헤친 것은 [B]의 ‘다만 살기 위해서 스스로’ 하게 된 행위로 볼
수 있다.
④ [A]에서 ‘매립’을 위해 ‘눈가림으로 해 놓은 둑’은 [B]에서 섬사람들을 ‘방해하는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⑤ [A]에서 ‘본대대로 물길을 티놨’던 것은 [B]의 ‘목숨 그 자체를 이어’ 나가기 위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20001-0155
[중략 부분 줄거리] ‘나’는 창밖 공터를 내다보던 중, 공터에서 누런 개를 데리고 뽑기 과자를 파는 노인이 무엇인가를 진지하
게 열심히 찾고 있는 모습에 궁금증을 느낀다. ‘나’는 노인과의 대화를 통해 노인이 그의 아들이 기르던 개를 데리고 손녀딸과
살고 있으며, 월남전에서 전사한 아들이 받았던 훈장을 어떤 꼬마가 가지고 놀다가 이곳 웅덩이 근처에서 잃어버려 그것을 찾
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노인에게 삶의 허무를 일깨워 주고자 자신의 훈장을 공터 물웅덩이 속에 던져 버리고 노인이
그 훈장을 찾도록 한다. 그러나 노인이 여전히 훈장을 찾지 못하자 ‘나’는 초조해하며 노인을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2부] 적용 학습 173
“손녀가 있다던데……? ”
“아, 걘 벌써 일 년 전에 죽었어요. 교통사고로요.”
죽었다고? 일 년 전에? 그렇다면 뭣 때문에 그런 거짓말을…….
“저 다 늙은 개는 아들이 키우던 거라며? ”
“아저씬 어디서 그런 엉뚱한 소리만 들었어요? 그건 누군가 병들어 버린 것을 할아버지가 주워 온 거란
말예요.”
훈장, 소녀, 개에 대한 것들이 모두 거짓말이었다? 그 순간 나의 뇌리에 내리박히듯 꽂히는 생각, ㉣노인
은 죄다 알고 있었다! 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섭고 냉혹하게 알고 있었다. 이 세계를 덮고 있
는 허망과 무의미와 그 밖의 모든 것을.
저만치에서 노인이 짐을 챙기고 있다. 공터를 떠나려는가 보다. 그는 다시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몇
날 며칠을 기도하고 기도한 끝에 불러모은 보이지 않는 혼으로 집을 짓고, 이제 겨우 문턱을 넘어서려는 순
간에 난데없이 나타나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린 나를 증오하고 있으리라. 그러나 어딘가에선 다시 시
작하겠지. 나는 정말 바보였었다.
- 서영은, 「사막을 건너는 법」
20001-0156
[2부] 적용 학습 175
20001-0157
① ㉠: ‘나’가 전쟁터의 긴박감 속에서 필사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고자 애썼던 기억을 떠올리며,
생사를 오가던 당시의 긴장감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음을 나타낸다.
② ㉡: ‘나’가 진지하게 떠올린 전쟁의 경험을 나미는 흥밋거리로 받아들일 뿐 ‘나’에게 공감하
지 못한다고 생각하자 나미에게 거리감을 느낀 것이다.
③ ㉢: ‘나’는 가족을 잃고 상실감에 빠진 노인이 자신의 도움으로 훈장을 되찾아 죽음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훈장의 가치를 되새김으로써 무지에서 벗어나 수용적인 태도로 삶을 살아갈
것을 기대한다.
④ ㉣: 노인이 인간의 삶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그 삶을 견디기 위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
을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나’의 인식을 드러낸다.
⑤ ㉤: 노인이 자신의 주변 상황과 가족에 대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 속에 자
신을 위치시키며 살았던 삶에서 벗어나 다시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인식하도록 한 것을 의미
한다.
20001-0158
[학습 자료]
유레크 베커의 「거짓말쟁이 야콥」은 나치 독일군이 유대인을 억압했던 때의 이야기이다. 당시 나
치 점령지 유대인들은 재산권, 신문, 책, 라디오, 심지어 시계마저 빼앗기고 제한된 거주 지역에서
노예처럼 일하다가 수용소로 끌려가 죽임을 당했다. 이때 야콥 하임이라는 유대인은 자신의 말을
신뢰하도록 하기 위해 자신이 라디오를 가지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그 말에 희망을 품는 동료
들의 반응을 보게 된다. 그 이후 야콥은 신뢰감을 유지하며 동료들에게도 희망을 주고자 매일매일
거짓 뉴스를 만들어 퍼뜨린다. 어느 날 야콥이 그 진실을 한 친구에게 털어놓자 그 친구는 다음 날
자살한다. 이를 통해 야콥은 자신의 거짓말이 상실감에 빠진 동료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2부] 적용 학습 177
20001-0159
[2부] 적용 학습 179
20001-0160
있다.
② 이성적 비판과 감정적 대응이 혼재된 상황과 자정 능력이 상실된 공동체의 쇠락을 보여 주
고 있다.
③ 공동체에 만연한 부조리에 대한 인물의 비판 의식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위선적 행위를 보여
주고 있다.
④ 비상식적 법 집행과 상식적 관습이 충돌하는 상황과 공동체 내에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⑤ 공동체의 문제 상황에 대한 인물의 비판적 태도와 소신에 따라 살지 못하는 인물의 소심함
을 보여 주고 있다.
20001-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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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부모 생일’에 ‘동네잔치’를 벌이던 풍속이 ‘낭비라 이르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은 공동체
의 풍습이 속물적 판단에 의해 힘을 잃어 가는 변화를 보여 주는군.
② ‘환타, 콜라, 사이다, 박카스 따위를 영양제로 믿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근대적 문물에 대
해 무조건적인 선호를 보이는 농민들의 경향을 보여 주는군.
③ ‘새마을 운동’으로 인해 ‘삼사십 대의 장년층’이 ‘동네’를 이끌어 가게 된 상황은 농촌 공동
체의 해체가 일어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보여 주는군.
④ ‘소문난 유흥지’에서 경험한 ‘비정상적인 여러 가지 것’을 ‘발전’으로 보는 동네 사람들의 믿
음은 도시의 삶에 대한 무비판적인 동경을 보여 주는군.
⑤ ‘세상일을 쳐들며 쓰네 못쓰네 하’는 말에 대해 ‘관청에 투서질하는’ 동네 사람들의 행태는
사회 현실에 대한 성찰적 비판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을 보여 주는군.
[2부] 적용 학습 181
[앞부분 줄거리] 2002년, 통일된 한국의 남쪽 땅으로, 북쪽에 살고 있는 이복형인 태섭이 흰 상자를 메고 찾아온다. 북쪽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던 ‘나’의 아버지는 6·25 전쟁 중에 월남하여 남쪽에서 다시 가정을 이루고 산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의존하
여 생계를 이어 가던 무능력한 아버지는 병에 걸린 뒤 북쪽에 두고 온 아내의 이름을 부르다 죽고, ‘나’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
의 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태섭과 함께 아버지의 묘에 갔다 오면서 태섭이 차고 있는 시계가 생전 아버지가 차던 것과
동일한 것임을 확인한다. 그날 밤 술상을 놓고 둘은 이야기를 나눈다.
─ 아버지 집에 계시지?
그러면서 맥고모자는 청년을 시켜 가방에서 캐러멜하고 일제 과자가 든 봉지를 내밀었다. 나는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러나 덥석 받진 않았다. 오른발 검정 고무신 끝으로 내 주위의 땅을 파고 둥그런
원을 되풀이해서 그렸다.
─ 이거 받아라! 그리고 너희 집으로 우리를 안내하렴.
나는 체면을 지키려고 애를 썼지만 허사였다. 그러기에는 어린 나의 인내력은 너무도 취약했던 것이
다. 맥고모자가 봉지에서 캐러멜을 하나 꺼내 억지로 내 입에 넣어 주었다. 생전 처음 보는 맛이었다.
[A]
입안에선 금세 침이 홍수처럼 밀려들었고 혓바닥도 격하게 꿈틀댔다. 불가항력이었다. 내 의지와는 상
관없이 움직인 손은 그예 과자 봉지 쪽으로 스멀스멀 뻗어 갔고 앞장을 서서 두 사람을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아버지가 현기증이 나는지 문설주를 붙잡을 만큼 몹시 놀라는 표정으로 짐작건대 그들이 아
버지와 오랜만에 만나는 잘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호영아 어서 나가 놀아라!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어도 나는 그 일제 과자와 캐러멜들을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갔다.
“기래 맞아. 그 청년이 바로 나였지. 내레 작은아바이와 함께 공작원으로 뽑혔었어. 이런저런 공작을 성
공적으로 수행하고 마지막 남은 공작이 바로…….”
“아버지를…….”
태섭 형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북으로 돌아가는 거였디. 첫 대면이었지만 아바이래 한눈에 날 알아보시드만. 그거이…… 기래 바
로 혈육의 끌어당김이라는 거 아님둥? 기때 처음으로 아바이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내레 소리 죽여 실컷
울었디, 아암 원 없이. 여기서 병든 몸으로 생고생하지 말고 같이 가서 오마니랑 잘살자고 말씀드리면서
말이야.”
㉠“아버지가 그때 뭐라고 하시던가요……? ”
내 목소리는 떨려서 나왔다. 그 대목에서는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북쪽에 잔뼈가 굵은 고향에다 부모 처
자식을 모두 두고 남쪽으로 흘러나온 당신의 저주받은 운명을 끌어안고 사시던 아버지가 아니던가! 게다가
남쪽에서는 병고와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북에서 공작원으로 파견된 아우와 이름도 지어 주지 못
했던 핏덩이 아들이 찾아왔다. 그래서 같이 고향과 부모 및 본처와 자식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어쩔
것인가! 그 절체절명의 상황에 낀 나란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내민 다디단 캐러멜을 애들 앞에서 자
[2부] 적용 학습 183
20001-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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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적용 학습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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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윗글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제작하고자 연출 계획을 세웠다. [A]~[D]의 계획에 대한 평가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구분 시간적 배경 공간적 배경 연출 계획
•‘나’가 맥고모자와 청년을 바라보다가 시선이 캐러멜 봉지
에 옮겨진 후,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 시선이 주로 캐러
집 밖 골목,
‘나’의 어린 멜 봉지를 향하도록 합시다. ⓐ
[A] 집의 대문 안
시절, 낮 •허름한 옷을 입고 병자로 분장한 아버지가 방에서 나오면
마당과 마루
서 ‘나’의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문설주를 붙잡도록 합시다. ⓑ
•술상을 둘러싸고 앉은 자리에서, 손목에 찬 시계를 만지면
현재, ‘나’의 집
[B] 서 이야기하는 태섭의 말을 듣던 아내가 눈물을 훔치면서
저녁 ~ 밤 방안
고개를 돌리는 장면을 연출합시다. ⓒ
•‘나’가 태섭의 무릎 위에 놓인 ‘흰 천에 둘러싸인 상자’에 시
[C] 선을 두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고, 태섭은 밝은 표
임진강 변을 정을 지으며 대답하는 장면을 연출합시다. ⓓ
현재,
달리고 있는
가을 낮 •뒷좌석에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태섭이 바지를 걷어 상
차안
[D] 처를 보여 주고, 그 상처 위에 ‘나’가 손을 얹은 후 그 위로
다시 태섭의 손이 포개지는 장면을 클로즈업합시다. ⓔ
① ⓐ: ‘나’의 시선이 사람이 아닌 캐러멜 봉지에 집중되도록 함으로써, ‘나’의 관심의 대상이
사람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옮겨지는 것을 드러낼 수 있겠군.
② ⓑ: ‘나’의 뒤를 따라 들어온 두 사람이 아버지를 병고에 시달리게 할 정도로 아버지에게 강압
으로 인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겠군.
③ ⓒ: 아내가 태섭이 아버지의 유품인 시계를 가지게 된 연유를 듣고 아버지와 태섭이 겪었을
아픔에 대해 느낀 연민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겠군.
④ ⓓ: 태섭이 남쪽에 올 때 의도한 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게 된 것을 미안해하는 ‘나’의 심정
과, 이러한 ‘나’를 위로하는 태섭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겠군.
⑤ ⓔ: ‘나’가 태섭의 상처를 보면서 연민의 정을 느꼈고, 이들의 손이 포개지면서 ‘나’와 태섭
간의 정서적 교감이 이루어졌음을 부각할 수 있겠군.
[앞부분 줄거리] 아파트 정기 소독 날, 특별한 생업이 없는 세 사람, ‘나’와 연출가 김 형, 배우 김 형은 아파트 옆 작은 공원에
모여 원숭이 얘기를 하게 되고, ‘나’는 문득 원숭이 구경을 가자고 제안한다.
[2부] 적용 학습 187
20001-0166
① 원숭이 구경을 가자는 ‘나’의 제안은 여로를 시작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겠군.
② 등장인물들의 무기력한 일상은 등장인물들이 탐색을 시작하게 하는 결핍에 해당하겠군.
③ 등장인물들이 원숭이를 빌미로 길을 떠남은 근본적으로 자아 탐색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
겠군.
④ 등장인물들이 진짜 원숭이로 변했다는 것을 볼 때, 그들의 탐색은 결국 성공했다고 볼 수 있
겠군.
⑤ 마지막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여로는 출발지로 회귀하는 구조
로 볼 수 있겠군.
[2부] 적용 학습 189
[제 2 마당] 평안 감사 마당
[제 7 막] 평안 감사 재상(在喪) 거리
평안 감사: ㉠여봐라, 박가야. (박 첨지가 나온다.) 말 들어라. 상여가 나가다가 향도꾼이 발병이 났으니, 인부
를 사 대라.
박 첨지: 인부가 졸지에 없사오니 소인의 조카 놈이 궂은일 잘 보고, 괴덜머리쩍고 *, 기운이 역사요, 이상야
릇한 놈이오니 ㉡그놈으로 천거하옵니다.
평안 감사: 이놈 더디다. 빨리 대령하여라.
박 첨지: 네 ─ (홍동지를 부른다.) 여봐라, 듼둥아! 이번에 감사또 * 연번시 * 향도꾼이 발탈이 났으니 하룻밤
삼시(三時)야 사시(四時)야 먹고, 돈 칠 푼 줄 것이니 상여꾼 품 팔러 안 가려느냐?
홍동지: 왜 그래쌌소?
박 첨지: 지금 한 말 못 들었느냐? 만일 지체하면 주릿대학춤, 고드래뼈 튕겨지면 * 호소할 곳 바이없으니 지
체 말고 빨리 나오너라.
홍동지: 아자씨 말씀이 정말이요?
박 첨지: 그짓말하겠느냐?
홍동지: 빨가벗어도 좋소?
박 첨지: 관계없다.
홍동지: 어디 가서 보기나 합시다. (홍동지가 가만히 가서 상제도 보고 또 상여를 냄새 맡더니) 카 ─ 이게 뭐요?
박 첨지: 왜 그러느냐?
홍동지: 아 ─ 오뉴월 강생이 * 썩는 냄새가 나는구려.
박 첨지: 이놈아! 그게 무슨 말이냐? 감사또 아시면 서운치 않으시겠느냐?
홍동지: ㉢사또가 섭섭하시면 큰 개 썩는 냄새가 난다 합시다.
평안 감사: 꼴곡 꼴곡 꼴곡. (왔다 갔다 한다.)
홍동지: 상제님 문안드리오.
평안 감사: 이놈! 상여도 대부인 * 상여인데, ㉣문안이고 문밖이고 웬 놈이 빨가벗고 덤벙거리느냐?
홍동지: 빨가벗었더라도 상여만 잘 메면 됐지. 무삼 잔말.
[2부] 적용 학습 191
20001-0169
20001-0170
등장인물 인형의 모양
안색이 창백하며 머리털, 수염이 모두 흰색이다. 고개가 왼쪽으로 기울었으며 왼쪽
박 첨지 눈을 치켜뜨고 입에 힘을 준 표정을 하고 있다. 아래턱은 움직일 수 있는 형태로 제작
하였다.
얼굴과 벌거벗은 온몸이 붉은색이다. 두발은 상투를 틀었고 입은 일자로 가볍게 벌린
홍동지
상태이다. 두 팔을 움직일 수 있는 형태로 제작하였다.
평안 감사 안색이 창백하며 수염은 검은색이다. 두 귀가 큰 형태이다.
20001-0171
[2부] 적용 학습 193
생원: 쉬이. (가락과 춤 멈춘다.) 이놈 말뚝아.
말뚝이: 예에. 아 이 제미를 붙을 양반인지 허리 꺾어 절반인지 개다리소반인지 꾸레미전에 백반인지 말뚝
아 꼴뚝아 밭 가운데 최뚝아, 오뉴월에 밀뚝아, 잔디뚝에 메뚝아, 부러진 다리 절뚝아, 호도엿장사 오
는데 할애비 찾듯 왜 이리 찾소?
생원: 네 이놈, 양반을 모시고 나왔으면 새처 *를 정하는 것이 아니고 어디로 이리 돌아다니느냐?
말뚝이: (㉠채찍을 가지고 원을 그으며 한 바퀴 돌면서) 예에, 이마만큼 터를 잡고 참나무 울장을 드문드문 꽂고
깃을 푸근푸근히 두고 문을 하늘로 낸 새처를 잡아 놨습니다.
생원: 이놈 뭐야!
말뚝이: 아, 이 양반 어찌 듣소. 자좌오향(子坐午向) *에 터를 잡고 난간 팔자(八字) *로 오련각 *과 입구
자로 집을 짓되, 호박 주초(琥珀柱礎)에 산호(珊瑚) 기둥에 비취 연목(翡翠椽木)에 금파(金波) 도
리를 걸고 입구자로 풀어 짓고, 쳐다보니 천판자(天板子)요 내려다보니 장판방(壯版房)이라. 화문
석(花紋席) 칫다 펴고 부벽서(付壁書) *를 바라보니 동편에 붙은 것이 담박녕정(澹泊寧靜) * 네 글
자가 분명하고 서편을 바라보니 백인당중유태화(百忍堂中有泰和) *가 완연히 붙어 있고 ㉡남편을 [A]
바라보니 인의예지(仁義禮智)가, 북편을 바라보니 효제충신(孝悌忠信)이 분명하니, 이는 가위 양
반의 새처 방이 될 만하고 문방제구(文房諸具) 볼작시면 용장 봉장(龍欌鳳欌) 궤(櫃) 두지, 자개
함롱(函籠), 반닫이, 샛별 같은 놋요강, 놋대야 받쳐 요기 놓고, 양칠간죽 자문죽을 이리저리 맞춰
놓고 삼털 같은 칼담배를 저 평양 동푸루 선창에 돼지 똥물에다 축축 축여 놨습니다.
생원: 이놈 뭐야!
말뚝이: 아, 이 양반 어찌 듣소. 쇠털 같은 담배를 꿀물에다 축여 놨다 그리하였소.
양반들: (합창) ㉢ 꿀물에다 축여 놨다네. (굿거리장단에 맞춰 일제히 춤춘다. 한참 추다가 춤과 음악이 끝나고 새처
방으로 들어간 양을 한다.)
양반들: (새처 안에 앉는다.)
말뚝이: 쉬이. (음악과 춤을 멈춘다.) 샌님 새처 방이 어떻습니까?
생원: 참 좋다.
말뚝이: 만복이 들어오라고 사방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생원: 야 이놈, 문을 열어야 복이 들어오느냐?
말뚝이: 예, 그렇습니다. ‘개문이 만복래’라 문을 열어야 복이 들어옵니다. 복이 들어오면 소인이 잡을라고
하니 샌님도 잡으시오.
양반들: (일어서려고 한다.)
말뚝이: 가만히 계시오. 소인이 복 들어왔다고 할 때 일어나 잡으시오.
말뚝이: 복 들어왔소!
양반들: (일어나서 복을 잡으려고 두 손을 벌려 들고 사방으로 돌아다닌다.)
말뚝이: (이때 “복이야 복이야.” 소리치며 채찍으로 양반들을 때린다.)
20001-0172
20001-0173
20001-0174
[2부] 적용 학습 197
내가 일찍이 들으니 미수 허목 선생은 83세에 관악산 연주대(戀主臺)에 올라갔는데, 걸음이 나는 것
[A]
같아서 사람들이 신선처럼 우러러보았다고 한다.
관악산은 경기 지방의 신령한 산이다. 그리고 선현들이 일찍이 노닐던 곳이다. 한 번 그 위에 올라가서 마
음과 눈을 장쾌하게 하고, 선현을 태산처럼 사모하여 우러르는 마음을 기리고자 하였으나, 오래전부터 생
각은 있으면서도 일에 얽매여 이루지 못하였다.
정조 10년 봄에 노량의 강가에 거주하니 관악산의 푸르름이 거의 한눈에 들어오는 듯하여 마음이 춤추듯
움직여 막을 길이 없었다.
(중략)
승려가 인도하는 대로 대략 4, 5리를 가서 절에 닿았다. 절 이름은 불성사(佛性寺)였다. 절은 삼면이 산봉
우리로 둘러 있고 오직 앞면만이 훤하게 트여서 막힘이 없었다. 문을 열어 놓으면 앉으나 누우나 눈으로 천
리를 바라볼 수 있었다.
이튿날 아침, 해가 아직 뜨기 전에 아침밥을 재촉해 먹고 소위 연주대라고 하는 곳을 오르기로 했다. 건장
한 승려 약간 명을 골라 좌우에 서서 길 안내를 하게 하였다.
한 승려가 말하기를, “연주대는 여기서 10리 남짓 가야 하는데 길이 몹시 험하여 나무꾼이나 승려들도 쉽
게 올라가지 못합니다. 기력이 감당하시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일은 다 마음에서 비롯된다네. 마음은 장수이고 기운은 졸병과 같은 것일세. 장수가
가는데 졸병이 어찌 안 갈 수 있겠는가? ” 하고 웃어넘겼다.
드디어 절 뒤에 높은 산꼭대기를 넘는데, 더러는 길이 끊어지고 더러는 벼랑이 갈라져 그 아래가 천 길이
나 되는 곳을 만나면, 몸을 돌려 석벽에 착 붙이고 손으로 번갈아 고목나무 뿌리를 잡으면서 조심스럽게 걸
음을 옮겼다. 현기증이 일어날까 두려워 감히 밑을 보지 못하였다.
혹은 큰 바위가 완전히 길을 가로막을 때는 앞으로 갈 수가 없었다. 속이 파여 골이 진 곳 가운데 별로 날
카롭게 깎이지 않은 곳을 골라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두 손으로 그 곁을 버티면서 엉금엉금 미끄러져 내
려갔다. 바지가 걸려 찢어져도 돌볼 겨를이 없었다. 이와 같이 하기를 두어 번 겪으며 천신만고 끝에 비로소
연주대의 아래에 닿았다.
해는 이미 정오였다. 쳐다보니 나보다 먼저 연주대에 오른 다른 사람들이 만 길이나 되는 위에 서서 몸을
굽혀 아래를 굽어보는 것이 흔들흔들하여 마치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정신이 아찔하고 머리칼이
쭈뼛쭈뼛하여 똑바로 볼 수가 없어, 수행원을 시켜서 높은 소리로 “조심하시오. 위험합니다.”라고 외치게
하였다.
나는 힘을 다하여 곱사처럼 등을 구부리고 기어서 마침내 그 정상을 정복하였다. 정상에는 돌이 있는데
평평하여서 수십 명이 앉을 만했다. 그 바위의 이름을 차일암(遮日巖)이라고 한다.
옛날 양녕 대군이 왕위를 사양하여 관악산에 와서 머무를 때 간혹 여기에 올라와 대궐을 바라보았는데,
해가 뜨거워 오래 머무르기가 어려우므로 작은 장막을 치고 앉았다고 한다. 바위 구석에는 꽤 오목하게 파
놓은 구멍이 네 개가 있었다. 아마도 장막을 안정시키기 위해 기둥을 세웠던 곳일 것이다. 구멍이 지금도 완
[2부] 적용 학습 199
20001-0176
20001-0177
[2부] 적용 학습 201
20001-0179
20001-0180
① ㉮에서 글쓴이는 강물의 형세와 주변의 경관을 제시하며 자신이 바라보는 풍경의 위엄을 전
달하고 있다.
② ㉯에서 글쓴이는 자신의 집 앞을 흐르는 물의 소리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들렸던 경험을 언
급하며 그 원인을 밝히고 있다.
③ ㉰에서 글쓴이는 강을 건넜던 경험을 언급하며 강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두려움의 원인이
강을 건너는 때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④ ㉮~㉰에서 글쓴이는 물소리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례대로 언급한
후, ㉱에서 이러한 경험이 자신의 깨달음에 미친 영향을 제시하고 있다.
⑤ ㉱에서 글쓴이는 조선으로 돌아간 후 자신이 취할 행동을 언급하며 이 글을 기록하는 목적
을 밝히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203
20001-0181
① ㉠: 과거에 일어난 사건과 관련지어 강물 소리를 판단하는 ‘어떤 이’의 방법으로는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진리를 획득하기가 힘들겠군.
② ㉡: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소리들과 비교하며 계곡물의 소리를 들으려고 한 ‘나’의 태도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지 못하는 태도에 해당하겠군.
③ ㉢: 강물을 건너는 사람들의 행위에 대해 하늘의 도움을 기원하는 것이라 여긴 ‘나’의 생각
은 자신의 주관에 의지하여 대상을 판단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겠군.
④ ㉣: 강물의 소리를 주위의 지리적 환경과 관련지어 언급하는 ‘모두’의 태도는 공정한 지성으
로 자연을 관찰하기 위해 지양해야 할 태도에 해당하겠군.
⑤ ㉤: ‘나’가 도를 깨달았다고 선언할 수 있는 이유는 주관에 의지하지 않는 공정한 지성으로
자신을 둘러싼 사물을 관찰했기 때문에 가능했겠군.
경원: 에구 인제는 전과는 다른가 봅디다 —. 전에는 주의자들이 삥삥 겉으로 돌아다니면서 선동을 하
드니만 인제는 아마 직공 속에 섞여 있나 봅디다.
상룡: 섞여 있으면 별수가 있나. (시계를 보며) 에구 이 윤 선생이 왜 입때 아니 오나.
정수: 그런데 대관절 나를 오라는 것은 이런 연설을 들려주려구 그랬니? (부부가 웃는다.)
상룡: 아냐요, 실상은 아버지께서도 오늘은 몇 가지만 배와 보시라구요—.
정수: (놀라 일어서며) 뭐? (손을 저으며) 싫다 싫다, 아니 날더러 하루바삐 죽으란 말이냐. 에구 글쎄 이
늙은 뼈가 한번 꽝 하고 나가자빠져만 봐라 —. 어떻게 되나. 에구 뼈두 성치 못한 귀신이 되게.
상룡: 아냐요. 그렇게 위험한 것이 아니랍니다. 정말이지요. ㉡아버지나 저는 공장을 여럿을 가지고 했
으니까 나중에 어떤 봉변을 당할 줄 압니까. 좀 어렵드래도 몇 가지만 배와 두면 아주 긴할 때가 많을
건데요.
[중략 부분 줄거리] 상룡은 체육가를 집으로 불러 호신술을 배우게 되는데, 자신뿐 아니라 아내인 경원과 부친 정수, 노동자 자
녀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고 귀가한 딸 혜숙, 하인 춘보까지 호신술을 배우게 하느라 집안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아내 경원
이 호신술을 배우다가 다쳐서 병원에 간 사이, 파업단은 점점 상룡의 집을 향해 돌진한다.
상룡: 가만있어 이놈아 —.
춘보: 네—. 그런데 무슨 걱정이세요. 이렇게 호신술만 쓰시면—.
상룡: (발을 구르며) 에구 이놈아 듣기 싫여, 자 — 전화 —. (전화를 한다.) 네 영감이슈 — 뭐요. 지금 온통
야단입니다. ㉢얼른 해산을 시켜 주슈. 네, 여러 군데 응원까지 청을 하겠어요. 네—. 고맙습니다.
춘보: 에구 영감. 저것 보세요—. 경관이 산더미같이 몰려옵니다.
상룡: 응, 정말. 그럼 살았다.
춘보: 에구 영감. 계집애들 사내들 한 500명이나 옵니다. 에구 쌈이 났습니다.
더 떠드는 소리.
-막-
- 송영, 「호신술」
20001-0182
[2부] 적용 학습 207
20001-0183
20001-0184
[2부] 적용 학습 209
국진: 순돌이 자네 벌써 소를 샀나?
소장수 B: 허지만 있으면 또 한 마리 살 테야요.
국진: 그러면 이 소 사 가게. 형님이 팔라구 겨우 승낙을 했어.
소장수 B: 가만 계셔요. 댁의 소는 한 마리뿐이죠?
국진: 그럼 요즘 작인으로 두 마리씩이나 소를 키우는 집이 어디 있담. 대관절 얼마에 살 텐가?
소장수 B: 참 이상스러운데요. 이 소는 다른 사람에게 판 소는 아니지요?
국서: (방에서 문을 차고 나오며) 원 정신없는 소리 작작허게! 이 사람이 우리를 무슨 소도적놈인 줄 아나? 무
슨 협잡꾼인 줄 아나? 이 소는 이래 봬도 도 장관 나으리께서 일등상 받은 김 참봉네 집 소의 조카뻘 되
는 소야! 정신 차려!
처: 그러게 당최, 원. 엉터리없는 소리지. 이 밝은 세상에 누가 한번 판 물건을 제곱 쳐 팔어먹는담!
소장수 B: 그렇게들 노할 게 아닙니다. 나두 들은 데가 있어서 허는 소리야요. 누가 그러는데 댁의 소는 벌
써 팔렸다구 그래요. 그래서 허는 소리야요.
일동 의아한 듯 서로 본다.
국서: …… 이게 무슨 소리야?
처: 당찮은 소리야! 주인을 여기다 두고 누가 남의 소를 팔어먹는담!
국진: 그건 순돌이 자네가 헛듣고 온 걸세. 애당초부터 우리 집 소가 두 마리 있는 것두 아니고 이 동리에 이
소 임자가 둘이 있는 바두 아닌데 팔어먹기는 누가 팔어먹는단 말야, 우리가 안 팔고는.
국서: 암 큰 벼락이 날 일이지!
처: 아닙니다. 가만 계셔요……. 혹 논임자가 우리 몰래 팔어 버렸는지 모르지 않겠수? 아까 마름이 그렇게
호령을 허구 갔으니까.
국서: 참! 그 도지 * 때문에!
국진: (소장수 B에게) 여보게 들은 대로 이야기해 주게! 누가 그런 말을 허든가? 응 순돌이?
소장수 B: 나는 자세한 말은 못 들었어요. 그저 소를 샀다는 사람만 알어요.
국진: 누군가? 대관절 그건? 대 주게! 샀다는 사람을 대 주게!
소장수 B: 우리 소전에 드나드는 쇠뭉치란 녀석이 샀다던가? 좌우간 내게 말해 준 사람두 어찌 된 일인지 자
세한 사정 이야기는 모릅디다.
국서 : 이거 원 눈이 있어두 코 떼먹힐 놈의 세상이로군! / 처 : 애걔,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로구료!
국진: 음, 알었어요. 적실히 이것은 논임자의 소위야요. 그밖엔 남의 소에다 손댈 사람은 없거든요.
국서: (말똥이더러 노하여) 이놈아 나가거라! 소는 그예 너놈 때문에 날려 버리고 말었다! 이 빌어먹을 놈! 왜
아까 마름헌테는 덤볐어?
처: 이놈아, 너는 허는 짓이 미련스럽더라. 이 일을 어떡하나? 이 일을.
말똥이: 아니야, 가만있어. 내 소 팔어먹은 놈은 알어요. 저…… 그 쇠뭉치란 소 장수가 어떻게 생겼수?
[2부] 적용 학습 211
20001-0185
② 개똥이는 쇠뭉치에게 소를 팔아넘기려 하였다.
③ 순돌이는 소를 사기 위해 국서의 집에 들렀다.
④ 국서는 자신의 소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⑤ 국진은 논임자가 소를 팔아먹었다고 의심하였다.
20001-0186
20001-0187
[2부] 적용 학습 213
20001-0188
② 시대의 변화를 바탕으로 처세의 바람직한 태도를 모색하고 있다.
③ 유머와 위트를 통해 일상적 행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④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여 현실의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⑤ 사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통해 사물의 복합적 의미를 탐색하고 있다.
20001-0189
20001-0190
S# 94. 차 안 (낮)
다림의 시점으로 사진관을 스쳐 지나간다……. 굳게 닫힌 사진관. 출장 중이라는 팻말만 덩그러니 걸려 있다. 다림,
고개를 돌려 사진관을 바라본다. 다림, 철이에게 차를 세워 달라고 한다.
정숙: 무슨 생각해.
정원: ㉢갑자기 아카시아 냄새가 맡고 싶어.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삼거리 동산이 있었잖아. 밤늦게 버스
가 지날 때는 아카시아 냄새가 바람을 타고 버스 안으로 들어왔었어.
정숙: 오빠. 어떤 아가씨하고 친하게 지낸다며? 연락해서 오라고 할까?
정원: 됐어……. 보고 싶은 사람 없어.
S# 98. 도로 (낮)
열린 창문으로 고개를 내민 다림. 바람에 헝클어진 여자의 머리. 멍하니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다림. 스쳐 지나가는
[2부] 적용 학습 215
S# 112. 슈퍼마켓 앞 (해 질 녘)
파라솔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철구와 정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
멀어져 가는 다림의 뒷모습. 사진관 진열관에는 활짝 웃는 다림의 얼굴이 액자에 넣어져 걸려 있다. 멀어져 가는 다림
의 모습.
① 남자 주인공이 죽은 이후의 장면인 ‘S# 115’에 흐르는 크리스마스 캐럴 소리는 8월에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여자 주인공의 회한을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② 8월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한여름을 상징하는 남자 주인공과 12월을 상징하는
여자 주인공의 관계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③ ‘……야, 벌써 가을이 다 갔네.’라는 남자 주인공의 말에는 8월이 훌쩍 지나는 것에 대한 아
쉬운 마음과 크리스마스가 곧 다가오는 것에 대한 설렘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④ 8월이 지닌 뜨거움, 열정 등의 느낌과 크리스마스에서 떠올릴 수 있는 희생, 부활 등을 대비
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남자 주인공의 삶에 대한 열정과 희생적인 죽음을 부각한 것 같습니다.
⑤ 8월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만나 사랑이 성장하는 때이고, 크리스마스는 사랑의 기
쁨을 축복하는 때라고 볼 수 있으므로 8월에 이루어진 사랑의 기쁨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2부] 적용 학습 217
20001-0192
20001-0193
[2부] 적용 학습 219
농인(農人)이 와 이로 봄 왓 바틔 가새
[B] 압집의 쇼보 * 잡고 뒷집의 보 * 내
두어라 내 집부랴 니 더욱 됴타 <제2수>
밤의란 츨 고 나죄란 를 부여
[E] 초가(草家)집 자바 고 농기(農器)졈 려스라
내년(來年)희 봄 온다 거든 결의 종사(從事)리라 <제5수>
- 이휘일, 「저곡전가팔곡(楮谷田家八曲)」
22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다 잘하고 자로 하네 에히요 산이 *가 자로 하네
물꼬 찰랑 돋아 놓고 쥔네 영감 어디 갔나
잘하고 자로 하네 에히요 산이가 자로 하네
[2부] 적용 학습 221
20001-0194
용하여 대상의 모습을 묘사했음을 알 수 있다.
② (나)의 ‘봄’, ‘여날’, ‘을희’에서 계절의 순차적 변화에 따라 시상이 전개된 것을 알 수 있다.
③ (다)의 ‘잘하고 자로 하네 에히요 산이가 자로 하네’를 보면 같은 구절을 반복하여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④ (가)의 ‘벼슬길에 헤매리오’와 (나)의 ‘부러 무슴 리오’를 보면 물음의 방식을 활용하여 시
적 주제를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⑤ (나)의 ‘압집’과 ‘뒷집’, (다)의 ‘이 논배미’와 ‘저 논배미’를 보면 대비적인 시어를 활용하여
화자가 이동한 공간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01-0195
20001-0196
20001-0197
[2부] 적용 학습 223
나 어이 못 오던다 무 일로 못 오던다
너 오 길 우희 무쇠로 성(城)을 고 성안헤 담 고 담 안헤란 집을 짓고 집 안헤란 두지 * 노코 두
지 안헤 궤(櫃)를 노코 ㉣궤 안헤 너를 결박(結縛)여 노코 쌍(雙)목 * 외걸새에 용(龍)거북 ㉤물쇠
로 수기수기 * 갓더냐 네 어이 그리 아니 오던다
[2부] 적용 학습 225
이 셜흔 이여니 날 보라 올 리 없스랴
- 작자 미상
20001-0198
20001-0199
20001-0200
20001-0201
[2부] 적용 학습 227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20001-0202
겠군.
② ‘져재’는 아내가 남편이 있을 만한 곳을 떠올리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③ ‘드욜셰라’는 남편이 무사히 귀환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아내의 마음을 보여 주는 것이
라고 할 수 있겠군.
④ ‘노코시라’는 아내가 남편을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남편에게 권유하는 바를 나타내는 것이
라고 할 수 있겠군.
⑤ ‘졈그셰라’는 남편이 있는 곳을 파악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아내의 한탄을 드러낸 것이라
고 할 수 있겠군.
20001-0203
20001-0204
20001-0205
① (가)에 드러난 화자의 정서는 (나)에 계승되어 월아가 남편을 기다리며 ‘신열을 앓’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고 볼 수 있겠군.
② (가)의 ‘즌 ’는 (나)에 ‘전쟁 통에 징발을 당해 싸우다 죽’는 것, ‘포로가 되어 신라로 끌려
가’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군.
③ (가)의 ‘어느’는 (나)에서 월아가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찾아가는 ‘큰샘 거리’를 가리키는 것
이라고 볼 수 있겠군.
④ (가)가 (나)의 월아가 버릇처럼 흥얼거리는 노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가)가 (나)의 모티프
가 된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⑤ (나)에서 ‘사지가 말갈기처럼 산산이 찢기는 듯한 아픔’은 (가)의 화자가 기다리고 있는 대상
의 정서를 드러낸 것으로, (가)와 (나)의 차이점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
[2부] 적용 학습 231
에서 연향으로 사용된 시기는 성종 이후로 「용비어천가」 중 일부인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 등과 이외 전인자
와 후인자, 이 다섯 곡이 모여 속악 반주에 추는 궁중 무용인 속악 정재 * 중 봉래의를 이루게 된다. 봉래의
연행에서 여민락을 연주할 때 1〜4장과 125장의 한문 가사를, 치화평은 1〜16장과 125장의 국문 가사를, 취
풍형은 1〜8장과 125장의 국문 가사를 불렀다. 이처럼 「용비어천가」는 궁중 연향에서 정재의 창사(가사)로
까지 확장하였던 것이다. 『악학궤범』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종묘 제례악과 ㉡ 「종묘 제례 악장」은 보태평과 정대업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원래
문과 무의 내용을 담고 있는 춤곡으로 제작되었던 것이다. 세종 때 궁중 연향에서 속악 정재에 올리기 위해
문무(文舞) 11장인 보태평과 무무(武舞) 15장인 정대업을 제작하여 얼마 동안 궁중 연향에서 사용하다가 세
조 때에 이르러 보태평과 정대업을 각각 11장으로 재편하는 과정을 거쳐 종묘 제례에 사용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종묘 제례 악장」은 정재의 창사에서 제례의 가사로 전용되었던 것이다.
불휘 기픈 남 매 아니 뮐 곶 됴코 여름 하니
미 기픈 므른 래 아니 그츨 내히 이러 바래 가니
20001-0206
20001-0207
[2부] 적용 학습 233
20001-0208
② 봉래의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 각각 연행에서 「용비어천가」 1〜4장, 125장의 한문 가사는 항
상 불리겠군.
③ 봉래의 여민락, 취풍형 각각 연행에서 「용비어천가」 1장의 한문 가사는 각 곡을 시작하는 기
능을 하겠군.
④ 봉래의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 각각 연행에서 「용비어천가」 125장의 한문 가사는 각 곡을 마
치는 기능을 하겠군.
⑤ 봉래의 치화평, 취풍형 각각 연행에서 「용비어천가」 1〜8장의 국문과 한문 가사는 항상 불리
겠군.
20001-0209
20001-0210
가마귀 검다 고 백로(白鷺)ㅣ야 웃지 마라
[B] 것치 거믄들 속조차 거믈소냐
아마도 것 희고 속 검을슨 너인가 노라
- 작자 미상
이 작품은 검은 까마귀를 비웃는 하얀 백로에 초점을 둔다. 겉과 속, 외양과 심성, 가문과 개인 등이 일치
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백로의 비웃음을 통해 드러낸다. 이처럼 화자의 냉소적 관찰을 통해 겉만 보고 남을 성
급하게 평가하기보다는 자신을 먼저 성찰하라는 화자의 의도가 검은 까마귀와 하얀 백로를 통해 드러난 것
이다.
이 작품은 까마귀의 습성을 관찰한 결과를 인간사에 적용한 경우이다. 새끼 까마귀가 자라서 늙은 어미
까마귀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을 보고 까마귀를 효의 상징으로 드높이고 인간이 본받아야 할 대상으로
삼고 있다. ‘검은’ 까마귀가 가지는 부정성을 극복하고 까마귀의 ‘속’에 대한 궁금증을 한꺼번에 해결한 것
이다.
이 외에도 까마귀는 또 다른 상징을 갖기도 하며(「가마귀 가마귀 좃 ~」), 이처럼 다양한 양상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나타난다(「백사장 홍료변에 ~」).
20001-0211
20001-0212
20001-0213
20001-0214
[2부] 적용 학습 237
나 [앞부분 줄거리] 뛰어난 능력을 지녔으나 과거를 포기하고 장사꾼으로 배를 타고 떠돌던 주생은 어느 날 어릴 때 살던
곳에 정박하게 되고, 그곳에서 어릴 때 함께 놀았던 배도라는 기생을 만나 사랑에 빠져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주생은 이웃 승
상 댁 딸 선화에게 한눈에 반하고, 선화의 동생 국영을 가르친다는 핑계로 승상 댁에 머물며 선화와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이
를 배도가 눈치챈다.
다 [앞부분 줄거리] 남원에 살던 최척과 옥영 가족은 여러 차례의 전란을 거치며 이별과 재회를 반복한다. 최척은 부인 옥
영과 생이별 후 극적으로 재회한 뒤 명나라에 정착하여 둘째 아들 몽선을 낳고, 몽선은 커서 홍도라는 여인과 혼인을 한다. 그
러나 후금이 전쟁을 일으키자 최척은 참전하며 가족들과 이별하는데, 전쟁 중에 포로가 된 최척은 그곳에서 우연히 조선의 원
병으로 징병되어 온 맏아들 몽석을 만나 몰래 도망쳐 고향으로 돌아온다.
[2부] 적용 학습 239
20001-0216
20001-0217
20001-0218
[2부] 적용 학습 241
하인, 남자에게 봉투를 하나 내민다. 남자는 봉투에서 쪽지를 꺼내 읽더니 아무 말 없이 여자에게 건네준다.
[2부] 적용 학습 243
요? 잘 아꼈다가 그 시간이 되면 꼭 돌려주십시오. 덤, 이젠 알겠어요?
여자, 얼굴을 외면한 채 걸어 나간다. 하인, 서서히 그 무거운 구둣발을 이끌고 남자에게 다가온다. 남자는 뒷걸음질
을 친다. 그는 마지막으로 절규하듯이 여자에게 말한다.
남자, 하인의 구둣발에 걷어차인다. 여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다급하게 되돌아와서 남자를 부축해 일으키고
포옹한다.
여자: 그만해요!
남자: 이제야 날 사랑합니까?
여자: 그래요! 당신 아니구 또 누굴 사랑하겠어요!
남자: 어서 결혼하러 갑시다, 구둣발에 차이기 전에!
여자: 이래서요, 어머니도 말짱한 사기꾼과 결혼했다던데…….
남자: 자아, 빨리 갑시다!
여자: 네, 어서 가요!
- 이강백, 「결혼」
24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0001-0219
20001-0220
20001-0221
03 <보기>의 ㉮~㉲를 바탕으로, (나)의 ㉠~㉤을 연극으로 공연할 때 고려할 사항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
은?
[2부] 적용 학습 245
20001-0222
① (가)는 ‘옥돌’이 가지는 화려한 이미지를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는 교
훈을 담아내고 있다.
② (나)는 ‘빌린 것들’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통해 소유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기존의 보편적
인 관념을 대변하고 있다.
③ (가)의 ‘지란’과 (나)의 ‘구두와 넥타이와 모자와 자질구레한 소지품’은 모두 물질적인 가치
를 나타내고 있다.
④ (가)의 ‘눈부신 햇빛’과 (나)의 ‘나의 소중한 덤’은 ‘보이는 것’으로서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의미하고 있다.
⑤ (가)의 ‘타고난 마음씨’와 (나)의 ‘줄기는커녕 오히려 불어나고 있’는 것은 삶에서 지켜야 할
정신적인 가치를 나타내고 있다.
가 인칭은 어떤 동작의 주체가 말하는 이, 듣는 이, 제삼자 중 누구인가의 구별을 이르는 말로, 그 종류에
는 1인칭, 2인칭, 3인칭이 있다. 인칭은 일상 언어에서뿐만 아니라 문학 언어에서도 사용된다. 문학에서 인
칭은 주로 작품 속 말하는 이인 소설의 서술자와 시의 화자가 작중 인물들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문학 작품
에서 주인공을 ‘나’라는 1인칭으로 지칭하거나 ‘그’라는 3인칭으로 지칭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주인공
이 2인칭인 ‘너’로 지칭되는 작품, 다시 말해 ‘너’에 대한 이야기를 ‘너’에게 말하는 작품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2인칭의 사용은 작품에 독특한 효과를 부여한다.
2인칭 대명사의 사용은 호명의 주체인 ‘나’가 전제되어 있다. 모든 ‘너’는 ‘나’에 의해 불리는 것이다. 이
런 점에서 2인칭을 사용하는 말하기는 소통 행위의 성격을 띤다. 말하는 이인 ‘나’가 듣는 이인 ‘너’를 호명
하면서 ‘너’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통의 양상은 다양하다. ‘너’를 호명하는 ‘나’가 작품 속 세계에
등장하는 인물일 경우에는 ‘너’를 관찰하면서 ‘너’의 심리를 추측하고 ‘나’의 내면을 고백하는 경우가 많다.
‘나’가 작품 속 세계에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경우에는 대체로 ‘너’의 내면을 보다 직접적으
로 드러내거나 ‘너’의 행동을 설득하는 데 집중한다. [A] ‘나’가 실제로 의미하려는 것과는 상반되게 ‘너’에
대해 말하는 것, 즉 ‘나’가 아이러니의 방식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나’의 실제 의도를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
2인칭의 사용은 독자가 자신을 수화자처럼 느끼게 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현재 시제로 쓰인 작품에서
‘너’의 사용은 독자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으로 느끼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독자는 ‘너’의 위치에 자신을 놓
으면서 ‘너’에 대한 설명을 자신의 삶에 적용한다. 한편 2인칭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너’의 상대방으로서
‘우리’라는 대명사를 사용할 수가 있다. 이러한 ‘우리’의 사용은 ‘너’에 대한 ‘나’의 생각과 감정을 독자와 공
유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나 가을 연기 자욱한 저녁 들판으로
상행 열차를 타고 평택을 지나갈 때
흔들리는 차창에서 너는
문득 낯선 얼굴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너의 모습이라고 생각지 말아 다오
오징어를 씹으며 화투판을 벌이는
낯익은 얼굴들이 네 곁에 있지 않느냐
황혼 속에 고함치는 원색의 지붕들과
잠자리처럼 파들거리는 TV 안테나들
흥미 있는 주간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여 다오
농약으로 질식한 풀벌레의 울음 같은
심야 방송이 잠든 뒤의 전파 소리 같은
[2부] 적용 학습 247
듣기 힘든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아 다오
확성기마다 울려 나오는 힘찬 노래와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는 얼마나 경쾌하냐
예부터 인생은 여행에 비유되었으니
맥주나 콜라를 마시며
즐거운 여행을 해 다오
되도록 생각을 하지 말아 다오
놀라울 때는 다만
<아!>라고 말해 다오
보다 긴 말을 하고 싶으면 침묵해 다오
침묵이 어색할 때는
오랫동안 가문 날씨에 관하여
아르헨티나의 축구 경기에 관하여
성장하는 GNP와 증권 시세에 관하여
이야기해 다오
너를 위하여
그리고 나를 위하여
- 김광규, 「상행」
다 [앞부분 줄거리] 일주일 전, ‘나’는 친구였으나 정치적 이유로 수배를 당해 소식이 끊겼던 ‘너’를 만난다. 그리고 ‘너’는
어젯밤에 ‘나’에게 전화를 걸어 전화박스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다.
넌 선선히 대답했다. 우리는 정문에 다다랐다. 경비실 안에서 경비원인 듯한 두 사내가 잡담을 나누고 있
었다. 너는 앞장서서 성큼성큼 걷고 있었다. 몇 가지 궁금한 것들이 있었으나 그냥 묻지 않기로 했다. 네 말
마따나 모르는 것이 피차 좋을지도 모르니까. ㉠어쨌든 넌 비밀투성이였다. 아직도 나는 네가 기거하고 있
는 집조차도 정확히 모르고 있는 형편이었다. 전화를 걸어오는 건 언제나 네 쪽이었고, ⓐ어제도 그건 마찬
가지였다. 밤 열 시가 막 지날 즈음이었다.
M시로 가는 열차 편 좀 알아봐 줘. 너랑 같이 동행하고 싶은데 그래 주겠니? 단도직입적으로 너는 그렇
게 말했다. 이날은 ⓑ강의가 있었다. 몇 과목은 이날 종강할 것이라고 했다. 아마 대학에서의 마지막 강의
가 될 터였다. 하지만 그까짓 강의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보다 나는 M시에로의 ⓒ위험한 나들이의 이유
에 대해서, 또 왜 하필 나와의 동행을 네가 요구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퍽 궁금했다. 그러나 그 문제 역시 입
을 다물어 두기로 하자. 어차피 동행할 거라면 차차 알게 되겠지.
정문 앞에서 택시를 탔다. 마흔 살쯤 되어 보이는 운전수는 S읍까지는 시외 요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오백 원을 깎은 액수로 합의를 보았다. 차는 종합운동장을 끼고 난 고가 도로의 오르막길을 기어오르
기 시작했다. 잠시 우리는 침묵했다. 멀리 무등산이 보였다. ⓓ산의 거대한 몸체가 언제나처럼 도시를 품에
[2부] 적용 학습 249
듯 적당한 양의 감상과 자기 합리화를 취향껏 덧칠해 가면서 너를 들여다볼 수 있었을 동안만은 그래도 너
는 우리들에겐 여전히 기억 속의 이름으로서만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네가 다만 과거의 기억 속에
서 머물러 있어 주는 한, 그래도 우리는 술에 취하면 잠들 수가 있었고, 가끔은 아픈 생채기를 손톱으로 할
퀴어 대며 저주 섞인 넋두리를 퍼부어 대다가도 그것이 끝나면 사실은 더 많은 일상의 권태와 망각 속으로
쉽사리 몸을 던져 넣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들은 피곤했었다. 너무나 피곤하고 힘겨웠으므로 우리는
차라리 잠들어 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마비된 의식과 교살당한 영혼을 희뿌연 혼
돈의 나락을 향해 까마득히 침몰해 가도록 내버려 두고 싶었다. 그래. 모두들 가라앉고 있었다. 저마다 탈
색된 눈빛으로 심연의 저편으로 어느덧 차츰차츰 가라앉아 가고 있는 참이었다. 잠들어라. 깊이깊이 잠들
어라. 영영 깨어나지 않을 잠 속으로 투신하라. 깊이깊이. 오래오래……. 어디선가 감미로운 음악처럼 그렇
게 끊임없이 귓전에 불어오는 소리. 소리. 소리. 그 불경한 주문을 들으며 우리는 침하하고 있었다. 그러면
서 우리는 저마다 그 감미로운 속삭임을 이렇게 은밀히 서로서로 따라서 되뇐다. 잊어라. 잊어버려라. 옛날
은 옛날일 뿐. 기억은 기억일 뿐. 보다 새롭고 싱싱한 ⓔ내일을 위해 악몽은 흔적조차 남기지 말고 지워 버
려라. 깨끗이. 완벽하게…….
㉤아아. 그런데 하필 이 순간에 네가 나타난 것이다. 그 불쾌하고 섬뜩한 악몽의 흔적을 우리의 졸리운 뇌
리로부터 감히 곡괭이질해 내기 위한 하나의 음모로서, 그리고 그 악몽의 명백한 증거물로서 네가 나타난
것이다. 기억하라. 기억하라. 기억하라. 어거지를 쓰듯, 우리의 이 몽롱한 최면의 당밀분을 함부로 휘저어
희석시키려는 당돌하고 무모한 음모와 함께, 너는 어쩌면 우리들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공모하여 억지로
너를 가두어 놓기를 원했을지도 모르는 저 네모난 사진 속으로부터 돌연히 뛰쳐나와 지금 이 순간 우리 앞
에 분명한 실체로 서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너는 이제 다시금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통증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었다.
- 임철우, 「동행」
20001-0223
20001-0224
02 (가)의 [A]를 바탕으로 <보기>의 ‘학습 활동’을 수행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학습 활동]
「상행」에서 ‘너’에 대해 말하는 방식과 다음의 해설을 참조하여 주요 시구를 감상해 봅시다.
김광규의 시에서 중요하게 형상화된 소재에는 소시민의 일상이 있다. 소시민은 공동체의 문
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공동의 해결을 모색하기보다는 개인의 경제적 성공을 지향하면서 소비
문화의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려는 현대인을 의미한다. 김광규는 도시화와 산업화가 가속화되
면서 발생하는 현대 사회의 문제와 우리 주변에 일상화되는 소시민적 태도를 예리하게 포착하
면서 이를 비판하고 잃어버리는 가치에 대해 성찰한다. 김광규 시의 이러한 특징은 독자가 일
상의 삶을 낯설게 인식하는 데 효과적이다.
① ‘낯선 얼굴’은 일상에서 접하는 소시민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으로, 거리를 두어야 하는 모습
이군.
② ‘흥미 있는 주간지’는 사회적 문제보다 감각적 쾌락을 중시하는 소비문화에 대한 상징으로,
이러한 문화에 매몰되지 않아야겠군.
③ ‘심야 방송이 잠든 뒤의 전파 소리’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목소리에 적극 귀를 기울여야겠군.
④ ‘즐거운 여행’은 개인의 성공과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경계해야 할
태도이군.
⑤ ‘생각’과 ‘보다 긴 말’은 일상의 삶에 대한 성찰과 현실의 문제에 대한 발언으로, 포기해서는
안 될 행동이군.
20001-0225
[2부] 적용 학습 251
20001-0226
② ⓑ: ‘너’를 만나고자 하는 ‘나’의 마음을 부각하는 소재이다.
③ ⓒ: ‘너’와의 동행이 지닌 성격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④ ⓓ: ‘나’의 회상에서 ‘너’와 ‘나’가 동향임이 드러나는 자연물이다.
⑤ ⓔ: 삶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일상의 권태와 망상’을 극복할 날이다.
20001-0227
채 군수: (벌컥 성을 내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주권을 가지고 있는 국가에서 관장의 허락도 없이 무기고
를 열다니요, 이곳 제주는 엄연히 대한 제국의 영토입니다.
구 신부: (못마땅한 얼굴로) 사또께선 무얼 하시는 분이오? 진작에 해산되었어야 할 폭도들이 다시 모여들고
있다는 소식도 못 들었소?
채 군수: 그거야 교당 측이 무장도 하지 않은 민당들을 습격한 것 때문 아니오? 화해를 하겠다고 약속까지
하고서 그런 법이 어디 있소?
최 선달: (발끈하여) 아니 사또 나으리, 난리를 진압할 책임이야 실은 사또께 있는 것이 아닙니까. 사또가 못
하시니까 우리가 대신 나선 것을 이제 와서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채 군수: (성을 내며) 이놈! 군마로 관부를 범한 자는 때를 기다리지 말고 목을 베라 하였다. 대정군 관아를 난
장 박살 낸 게 니놈이 한 짓인 줄 모를 줄 아느냐!
구 신부: (꾸짖는 태도로) 최 선달!
최 선달: 죄송합니다. 신부님.
구 신부: 사또 너무 괘념치 마시오. 어쨌거나 난리를 진압 못한 죄로 관직을 삭탈당할 뻔한 걸 우리가 구해
준 셈 아니오. 그러니 과거사는 묻지 말고 이제부터 우리가 협력해야 하오. 폭도들이 동서 양진으로
나눠 며칠 후면 이곳으로 들이닥칠 거라 하는데 그 무지한 것들을 설득해 보겠다고 떠난 김 군수마저
감감무소식입니다. 나는 나대로 법국 군함을 요청하는 편지를 써 놓았으니 사또께서도 뭔가 할 일을
찾아보셔야 하지 않겠소?
채 군수: (단호하게) 구 신부! 그것만은 안 됩니다. 법국 군대가 제주섬에 들어오는 날엔 피아간에 수많은 사
람들이 피를 흘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닙니까?
(중략)
S# 83. 군막 안
채 군수: 놈들이 명월진에서 한 짓을 생각하면 불이라도 삼키고 싶겠지만, 생각해 보시오. 신부들이 벌써 법
국 군함과 군대를 부르러 보냈는데, 그들이 이 섬에 들어오는 날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소? 작년 청
국에서 의화단 사람들이 성교 신부들과 신자들을 살해했다가 어떤 결말이 났는지를. 법국이며 서양
각국들이 제 나라 사람들을 보호한답시고, 군대를 보내 대량 살육을 하고 급기야는 땅과 이윤을 차지
한다고 청국을 갈라 먹고 있지 않소. 법국 함대가 지금 태고 *에 있는데 삼 일이면 제주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마찬삼: 사또, 우리가 싸우지 않고 물러간다고 이 섬이 온전할 성싶소? 저 폭도들을 그냥 두면 이 섬은 온통
법국 천지가 될 거외다. 우리가 안 싸워도 법국 세상이요, 싸워도 법국 세상이라면 우린 싸워서 원풀
이를 해야 하겠소이다. 제주성 동쪽에 진을 친 동진의 강우백 장두 * 어른도 우리와 같은 생각입니다.
오달문: 사또 어른, 왜 법국 군함이 무섭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그들을 이길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이미 피를 본 백성들은 눈이 뒤집혀 있습니다. 저 백성들을 통솔하자면 똑같이 눈알이 뒤집혀야 합
니다.
채 군수는 한숨을 내쉬며 이재수를 바라본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재수. 채 군수는 답답한지 깊은 한숨을 내
쉰다. 고개를 들어 채 군수를 쳐다보는 이재수의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다. 이재수는 채 군수의 발치로 와 무릎을
꿇는다.
20001-0228
[2부] 적용 학습 255
20001-0229
‘대감’은 지세가 갖는 왕세로서의 성격을 들어 지세의 당위성을 옹호하고 있다.
② ‘나기주’는 국가의 이권이 외국으로 넘어감에 따라 국가 재정이 약화되는 것을 비판하고 있
으며, ‘최 주사’는 국가의 이권을 넘기며 특정인이 자신의 사욕을 챙기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③ ‘대감’은 귤 과수원을 민간에 매각하였음을 들어 진상이 폐지되었다고 보고 있으며, ‘최 주
사’는 진상이 폐지된 것처럼 보일 뿐 실질적으로는 세금 형식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지적하
고 있다.
④ ‘나기주’는 진상은 종주국에 바치는 예물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들어 지세 부과의 부당성
을 지적하고 있으며, ‘최 주사’는 백성의 도리를 언급하며 세곡 대신 진상을 유지하는 것의
불가피성을 지적하고 있다.
⑤ ‘나기주’는 ‘최 주사’의 견해가 반역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주장의 철회를 요구
하고 있으며, ‘최 주사’는 자연 환경의 척박함을 들어 제주 백성들의 소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20001-0230
20001-0231
[2부] 적용 학습 257
가 [앞부분 줄거리] ‘나’는 친구의 부탁으로 친구의 며느리가 출산 후 입원해 있는 병원에 함께 간다. 친구의 며느리가 누워
있는 옆 침대에서는 아들을 낳은 산모를 시끌벅적하게 축하하고 있다. 이 모습을 본 친구는 둘째도 딸을 낳은 며느리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긴다.
[2부] 적용 학습 259
20001-0233
[2부] 적용 학습 261
20001-0234
② ⓐ는 갈등이 해소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는 갈등이 약화되는 분기점을 제공한다.
③ ⓐ는 새로운 서사가 전개될 것임을 암시하고, ⓑ는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한다.
④ ⓐ는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을 전환하고, ⓑ는 비현실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되돌아오게 한다.
⑤ ⓐ는 지난 일을 환기하는 계기로서 서사적 전환을 야기하고, ⓑ는 사건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끈다.
20001-0235
① ‘나는 하마터면 큰일을 저지를 뻔했다. 그분의 망가진 정신, 노추한 육체만 보았지 한때 얼
마나 아름다운 정신이 깃들었었나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에서 ‘나’가 자신의 태도를 성찰하
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② ‘임종 때의 그분은 주름살까지 말끔히 가셔 평화롭고 순결하기가 마치 그분이 이 세상에 갓
태어날 때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에서 ‘나’가 시어머니를 통해 생명의 고귀함에 대해 처
음으로 깨닫게 되었음을 알 수 있군.
③ ‘남의 집 대를 끊어 놓겠다는 걸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습니까.’, ‘지가 시에미 꼴 안 보려
고 흉물을 떨고 있는데 시에미라고 제 꼴 보고 싶겠습니까? ’라는 친구의 말에서 남아 선호
사상이 고부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④ ‘나는 효부인 척 위선을 떨지 않음으로써 조금은 숨구멍을 만들 수가 있었다.’, ‘위선을 떨지
않고 마음껏 못된 며느리 노릇을 할 수 있고부터 신경 안정제가 필요 없게 됐다.’에서 여성에
게 지워진 사회적 굴레로 인해 힘들게 살아왔음을 짐작할 수 있군.
⑤ ‘그 사람들한테서 들은 소리를 고스란히 명심하고 있으라 이르세요.’, ‘아까 그 사람들이 내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내 하고 싶은 말 다 해 줬으니까.’에서 아들을 낳은 산모를 찾은
방문객들의 대화 내용이 남아 선호 사상과 관련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군.
가 백관이 주 왈,
“만민이 다 물에 빠져 죽고 남은 백성이 마자 함몰케 되었사오니 원컨대 전하는 급히 처치하소서.”
왜왕이 서안(書案)을 치고 방성대곡 왈,
“방금 사세 여차(事勢如此)하니 경 등은 염려치 말라. 내 어찌 만민을 구치 아니하리요.”
하고 칼을 들어 자문(自刎) *코자 하거늘 신하 호걸산이 급히 들어와 읍주 왈,
“전하는 아직 옥체를 보중하소서.” / 하고 칼을 쥐고 문무백관이 한가지로 사명당 앞에 나아가 복지 왈,
“소국왕이 무도하여 부처님을 모르고 사죄(死罪)를 지었사오니 복걸 부처님은 덕택을 드리워 소국왕의
죄를 사(赦)하시고 억만창생을 살리소서.”
하고 일시에 머리를 조아려 통곡하며 일제히 손을 고쳐 축수하거늘 사명당이 대로하여 꾸짖어 가로되,
“빨리 왜왕의 머리를 버혀 들어 생령의 도탄을 면하라.”
백관이 고두 사죄 왈, / “소신 등이 원컨대 왕명을 대신하여 각각 머리를 베어지이다.”
하거늘 사명당이 그제야 노를 잠깐 그치고 이르되,
“너의 정성을 감동하여 아직 용서하나니 빨리 왜왕을 결박하여 대하에 꿇리라. 불연즉 왜왕의 머리를 버
혀 가지고 일본을 탕멸하리라.”
중관이 차언을 듣고 왜왕에게 돌아가 그 수말을 고하니 노산홍이 주 왈,
“사세 위급하오니 전하는 부처의 말대로 하시면 생령을 보전하려니와 만일 지완하면 대화(大禍) 당도하
리이다.”
왕이 노산홍의 손을 잡고 통곡 왈, / “과인이 일찍 경의 말을 들었던들 어찌 오늘날 환을 만나리요.”
하고 하릴없이 흰옷을 입고 스스로 결박하여 문무백관을 거느려 항표(降表)를 가지고 사명당 앞에 나아가
복지 청죄(伏地請罪)한대 사명당이 고성대매(高聲大罵) * 왈,
“왜왕은 들으라. 너희 나라가 근본 진시황(秦始皇)의 신하로 동남동녀 오백 인을 배에 싣고 방장(方丈) 봉
래(逢萊) 영주(瀛州) 삼신산(三神山)에 들어가 불사약(不死藥)을 얻으러 가노라 하고 천자를 속이고 이곳
에 도망하여 거짓 신선이라 칭하고 여러 대를 평안히 지내매 또한 조선 덕택이요, 너도 또한 천상 익성(天
上翼星)으로 반도회(蟠桃會)에 참예하여 월궁항아(月宮姮娥)를 희롱한 죄로 상제께 득죄하고 인간에 적
거(謫居)하여 대왕이 되었거늘 임자년에 외람한 의사를 내어 조선을 침노하여 생령을 많이 살해하매 상
천(上天)이 진노하사 극벌(極罰)을 내려 너희 장졸을 다 멸하였거늘 네 아무리 속객(俗客)이 되었은들 아
득히 알지 못하고 조선을 침범코자 뜻을 다시 내매 상제 노하사 사해용왕을 주시고 너희 죄상을 물으라
하시매 내 특별히 문죄하나니 어찌 감히 거역하느냐, 빨리 머리를 베어 들이라.”
왜왕이 돈수 청죄 왈, / “소왕이 밝지 못하여 천위(天威)를 범하였사오니 덕택을 드리워 죄를 용서하소서.”
사명당 왈, / “네 이제는 순종할쏘냐.”
왜왕이 사죄 왈, / “수화 중(水火中)이라도 어찌 사양하리이까.”
사명당 왈, / “네 그러면 예단(禮緞)을랑 말고 인피(人皮) 삼백 장씩 매년 진공(進貢)하라.”
왜왕이 이 말을 듣고 주저하여 진시 답지 못하거늘 백관이 주 왈, / “전하는 근심 말으시고 윤종 *하소서.”
[2부] 적용 학습 263
나 혼절과 혼절 사이에서 나는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 위관의 질문은 답변을 미리 예비하고 있었으
므로 나는 아무것도 답변할 수 없었다. 위관은 집요했으나, 아무것도 묻고 있지 않았다. 아마도 거기에 대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임금뿐이었다. 임금은 나를 죽여서 사직을 보존하고 싶었을 것이고 나를 살려서 사직
을 보존하고 싶었을 것이었다. / 히데요시가 전 일본의 군사력을 휘몰아 직접 군을 지휘하며 바다를 건너올
것이라는 풍문 앞에 조정은 무겁게 침묵하고 있었다. 나를 죽이면 나를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임금은 나를 풀
어 준 것 같았다. 그러므로 나를 살려 준 것은 결국은 적이었다. 살아서, 나는 다시 나를 살려 준 적 앞으로
나아갔다. ㉠세상은 뒤엉켜 있었다. 그 뒤엉킴은 말을 걸어 볼 수 없이 무내용했다.
의금부에서 풀려난 뒤부터, 추운 날에는 허리가 결렸고 왼쪽 무릎이 시리고 쑤셨다. 무릎이 시릴 때, 두
다리가 땅을 밟지 못하는 것처럼 얼얼했다. 뼛속의 구멍으로 찬 바닷바람이 드나드는 듯싶었다. 뼛속을 드
나드는 바람은 내 몸 안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임금의 숨결이며 기침 소리처럼 느껴졌다. ㉡내 어깨에는 적
이 들어와 살았고, 허리와 무릎에는 임금이 들어와 살았다. 활을 당겨 표적을 겨눌 때 나는 내 어깨에 들러
붙은 적을 느꼈고 칼의 세(勢)를 바꾸려고 몸을 돌릴 때 나는 내 허리와 무릎 속에서 살고 있는 임금을 느꼈
다. 시린 무릎으로 땅을 온전히 딛지 못할 때도 내 몸은 무거웠다. / 적과 임금이 동거하는 내 몸은 새벽이
면 자주 식은땀을 흘렸다. 구들에 불을 때지 않고 자는 밤에도 땀은 흘렀다.
(중략)
다시 날이 밝았다. 바다는 고요했다. 포위망을 조이면서 적에게 다가갔다. 대열의 계통을 버리고, 적들은
산개했다. 적들은 개별적 철수를 시도했다. 적들은 바다 가득히 뿔뿔이 흩어졌다. 적들의 깃발이 어지럽게
뒤엉켰다. 적들은 내 포위망 사이사이로 파고들었다. 내 포위망은 교란되었다. 교전하는 함대 사이로 적선
들은 한 척씩 빠져나갔다.
적들은 계통 없이 달려들었다. 멀리 떨어진 내 전선들이 깃발 신호를 받지 못했고, 신호는 전달되지 않았
다. 함대 전체를 통제할 수 없었다. 각 방면별 수령들에게 지휘권을 넘겼다. 나는 중군(中軍)만을 인솔하고
적의 진로 맨 앞으로 나아갔다. 전투는 난전(亂戰)으로 돌입했다. 진은 무너지고 대열은 흩어졌다.지휘 통
제는 작동되지 않았다. 한 척이 닥치는 대로 한 척씩을 붙잡아 들러붙었다. 모든 한 척이 전방위의 사선(射
線)에 노출되어 있었다. 수평선 쪽의 적들도 마찬가지였다. 기나긴 하루였다. 시간은 정지한 듯 더디었다.
바다는 쓰레기에 덮였다. 화약 연기와 볏짚이 타는 연기에 뒤덮여, 먼 싸움은 기억 속의 싸움처럼 희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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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나’가 ‘혼절과 혼절 사이’를 경험하며 임금이 ‘나를 죽여서 사직을 보존하고 싶었을 것’이라
고 생각한 이유는, 조정에 있는 임금이 어명의 수행 여부나 전투의 패배 등과 관련된 보고를
통해 ‘나’로 인하여 정치적 권력의 위기를 느꼈을 것이라는 점과 관련지어 추측해 볼 수 있
겠군.
② 임금이 ‘나’를 의금부로 잡아들였다가 ‘살려 준’ 이유는, 남도에서 발생한 실제 전쟁으로 위
기를 느낀 임금이 현실적 전쟁의 승리를 통해 사직을 보존하고자 하는 목적이 가장 컸기 때
문으로 볼 수 있겠군.
③ ‘나’가 전투 현장에서 ‘격군들은 기진맥진했’고 ‘사흘 밤을 재우지 못했다.’라고 하며 전쟁에
참여한 이들이 겪은 신체적 고통에 대해 인식하는 것은, ‘나’가 인간의 생존의 위협과 관련
지어 전쟁을 바라보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겠군.
④ ‘나’가 ‘내 자연사에 안도했다.’라며 전쟁터에서 전사하는 것을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이는 것
은, 어명에 따라 신하로서의 명분을 완수하기 위해 실존적 위기와 정치적 권력의 위기를 모
두 감수해 낸 자신에 대해 안도감을 느낀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
⑤ ‘모든 한 척이 전방위의 사선에 노출되어 있었’고 ‘와류 속에서 적병들의 시체가 소용돌이쳤
다.’와 같이 아군과 적군이 겪고 있는 혼란스러운 전투 상황을 제시한 것은, 양측이 모두 고통
을 겪는 전투 현장에 대한 인식을 통해 전쟁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
[2부] 적용 학습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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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적용 학습 269
않고 말했다. “너희들 사과 안 하면 그냥 안 둔다.” 그에게로 가서 종잇조각을 내밀어 주었다. “사과해, 너
는 선생님을 욕보인 나쁜 놈이다.” “그래 병아리 선생님은 좋은 분이야.” 하고 석환이가 잇달아 말하는 소리
가 들렸다. “자, 이걸 네 손으로 찢어 버려.” ⓒ“이 새끼가 …… 맞아 볼래? ” 종하가 내 멱살을 잡아 앞뒤로
흔들다가 바닥에 쓰러뜨렸다. 은수와 영래가 “밟아 버려, 밟아.”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아이들이 뒤로
한꺼번에 몰려들어 제각기 떠들었다. “너희들이 잘못이다.” “우리는 병아리 선생님을 좋아한다.” “그분은
훌륭한 사람이야.” 기가 죽어 지내던 장판석이도 종하를 내게서 떼어 밀치면서 말했다. “애들 때리면 재미
적다.” 은수와 종하는 아직도 영래의 행동을 기다리며 씨근거렸다. 아이들이 사방에서 한마디씩 했다. “학
급비를 거둬다 우리한텐 알리지두 않구 맘대로 쓴 건 잘못이다.” “요전에 동열이를 때린 것두 잘못이라구
생각한다.” “한 번도 자치회에서 물어보지도 않구 혼자 맘대로 한 건 더욱 잘못이다.” 영래는 자기가 반 아
이들에게서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는 걸 알았는지 얼굴이 샛노랗게 질려 있었다. “너희들 반장에게…… 이
러기냐? ” “너는 반장 자격이 없어.” “그만둬라.” 나는 종하에게 종이쪽지를 내밀었다. 종하가 어떻게 했으
면 좋겠느냐는 듯이 영래를 바라보자 그 애는 의외로 나약해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찢어, 인마.” 종하가
그걸 찢었다.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내게 사과 안 할 테냐? ” 아이들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그래 사과하란 말야, 짜식들아.” “사과 안 하면 몰매를 놓아서 쫓아내라.” 종하가 아주 비굴하게
들릴까 말까 한 음성으로 말했다. “미안하다.” ⓔ우리는 모두가 그 애들이 너무나도 초라하게 풀이 죽은 걸
보고서 어리둥절해질 지경이었다. 나의 들끓던 수치감은 그때에 꽉 몰려 있던 오줌이 방광을 비집고 쏟아
져 나올 때처럼 외부로 터져 나갔고, 가벼운 몸서리를 흠칫 느꼈던 것이었다.
- 황석영, 「아우를 위하여」
[2부] 적용 학습 271
20001-0241
② (가)에서 김 군이 편지를 쓴 이유는 박 군의 편지에서 제기한 ‘탈가’의 문제를 해명하기 위함
이다.
③ (나)는 입대로 집을 떠난 ‘나’가 동생이 보낸 편지에 대해 답하는 답장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④ (나)에서 ‘나’는 동생과 공유하는 기억을 언급하면서 편지의 사연을 전하고 있다.
⑤ (나)에서 ‘나’가 편지를 쓴 이유는 동생과 자신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회상하고 반성하기 위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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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적용 학습 273
문학
Ⅲ
실전
학습
20001-0246
20001-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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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실전 학습 277
20001-0249
소선이 비로소 자리에 나아가 정히 소매를 떨치고 단소를 불고자 할새, 홀연 공중에서 한 기러기 슬피
우는 것이 들리더니 점점 구름 밖에 떨어져 과봉루로 향하여 오거늘, 소선이 단소를 땅에 던지고 귀를
기울이고 듣더니 안색이 돌변하며 눈물이 비 오듯 하는지라. 이윽히 있다가 그 기러기가 소선의 곁으로
날아와 멈춰 고개를 들어 슬피 우니, 소선이 급히 두 손으로 기러기의 목을 안고 실성통곡하거늘, 공주와
궁녀들이 다 크게 놀라다가 괴이히 여기지 않음이 없어 그 기러기를 보니 순전히 붉은색인데 한 서간
이 있어 그 발에 매였더라.
공주가 크게 기이히 여겨 급히 열어 보니 그 글에 하였으되,
‘모년 모월 모일에 신라국 왕비 석 씨는 원통함을 머금고 피눈물을 뿌려 글을 태자 소선에게 부치노
라. 아아. 예전에 네가 부왕이 병으로 누워 계실 때에 도인의 말을 듣고 스스로 바다를 건너 남으로 향
해 해숙(解叔) *의 지극한 효성을 본받아 보타산으로 영약을 찾아 갔으니, 이것이 어찌 10세 어린이의
능히 행할 바이리오? 그러나 네가 결의하고 가기를 원하되 죽기로써 스스로 맹세하니, 만약 너의 감
을 허락지 아니하면 네가 반드시 죽을 뜻이 있는 고로 부왕이 허락하시고 나도 또한 허락하였더니, 대
개 너의 지성에 감격하고 상천이 돌보시고 신명(神明)이 붙들어 마침내 험난함에서도 탈 없을 것을 생
각함이라. 네가 간 후에 왕자 세징이 스스로 말하되, ‘특별히 배 한 척을 구하여 너의 뒤를 따라갔다가
너와 같이 돌아오리라.’ 하므로, 해상 만 리에 파도가 하늘을 치는데 네가 홀몸으로 가 보호할 사람이
없음을 염려하여 부왕이 허락하시고 나도 또한 허락하였더니, 어찌 반년 후에 세징은 약을 가지고 홀
로 돌아왔으되, 너는 한 번 가고 돌아오지 않음을 뜻하였으리오? 세징의 말은 가로되, ‘타인의 전하는
바를 들은즉, 혹은 네가 보타산에 이르렀다가 풍파에 표류하여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고, 혹은 네가 대
양에 이르러 빠졌으되 구하지 못하였다.’ 하니, 그 전하는 말이 너무 모호하므로 진실로 믿기 어렵고
이것이 내가 의혹이 여러 가지로 생겨 종시 마음에 풀리지 않는 까닭이로다. 아아. 너의 온후한 덕성
과 효우의 행실로써 상천의 도우심을 받지 못하고 어찌 재앙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부왕의 병든
몸은 그 영약으로 인하여 하루아침에 나으시니, 도인의 말이 과연 징험이 있도다. 이로써 보면 네가
살아서 고국에 돌아오는 것 또한 가히 날을 기약하여 기다릴지로다. 비록 그러하나 한 번 가고 돌아오
지 않음이 지금껏 4년이니, 어찌 너에게 큰 액운이 닥쳐 천수를 도망키 어려움이 그 도인이 나를 속여
그리함인가? 우주가 아득하나 질문할 곳이 없고 하늘 끝과 땅 모퉁이에 소식을 의거할 수 없으니, 나
로 하여금 어찌 슬프지 않으리오? 아아. 네가 동궁에 있을 때에 길들인 바 붉은 기러기가 네가 남해로
간 후부터 옛 보금자리를 떠나지 않고 홀로 배회하며 매양 나를 대하여 머뭇거리며 슬피 울되 하소연
하는 바가 있는 듯하니, 뜻하건대 네가 혹 죽지 아니하고 지금까지 이 세상에 살아 있어 나로 하여금
서간을 부치게 하고자 그러함인가? 생각이 이에 미치니 마음이 어지럽고 붓을 잡아 쓰고자 하니 창자
가 마디마디 끊어지도다. 기러기의 발에 매어 소식을 부쳐 멀리 묻노니, 너는 과연 보는가, 못 보는가?
고통이 가슴에 얽히고 일은 허탄하니 그 전하고 전하지 않음은 가히 알지 못할지라. 기러기가 당도하
는 날에 곧 답서를 보내어 노모로 하여금 주야로 멀리 바라보게 하지 말라. 천만 울며 축수하노라.’
공주가 보기를 다하더니 오열하며 눈물을 흘려 비로소 소선이 신라국 태자로서 타국에 표박함은 왕자
[3부] 실전 학습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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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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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실전 학습 281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그래도 양지바른 두메를 골라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도 사랑보다도
더 너그러운 것이로다.
무인공산의 적막만이
천만근 나의 가슴을 억누르는데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미움으로 맺혔건만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램 속에 깃들어 있도다.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에
구름은 무심히도 / 북(北)으로 흘러가고
어디서 울려오는 포성 몇 발
나는 그만 이 은원(恩怨)의 무덤 앞에
목 놓아 버린다.
- 구상, 「초토의 시 8 - 적군 묘지 앞에서」
20001-0253
[3부] 실전 학습 283
20001-0254
내고 있다.
② (나)는 ‘생채기’, ‘피’와 같은 시어를 통해 현실 극복의 어려움을 드러내고 있다.
③ (다)는 전사자의 묘지를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하여 전쟁의 참상을 환기하고 있다.
④ (다)는 ‘봄 하늘’과 ‘구름’의 대립 구도를 통해 전쟁의 상처를 부각하고 있다.
⑤ (나)와 (다)는 ‘몇 <마일>’이나 ‘삼십 리’ 등과 같은 시어를 통해 분단과 관련된 거리를 표
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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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256
태도를 드러낸다.
② 2연: ‘방아쇠를 당기던’을 ‘떼마저 입혔거니’로 전환하면서 전쟁에 따른 죽음이 불가피한
[3부] 실전 학습 285
못 먹고, 아이고!”
어머니가 부엌방에서 울어 대는 소리가 가슴을 쥐어질렀다. 나는 북극성 주변에 있는 먼지 알같이 작
은 별 하나와 싸라기만큼 한 별 하나를 바라보았다. 어느 해의 여름날 밤이던가, 평상 위에 누워서 모깃
불 연기를 쐬며 누님이,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단다.” 하던 것이었다. 머리 큰 사람이 죽으면은 큰 별이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죽으면은 기껏 먼지나 싸라기만 한 별이 된다고 했었다. 그때 송알거리는 별
밭을 쳐다보면서 나는 장차 주먹만 한 별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호르흐 하는 늑대 울음소리가 정 씨네 문중 산 중턱에서 들려왔다. 이날 밤에 들려오는 늑대 울음소리
는 영악스런 짐승의 울음소리답지 않았다. 그것은 봄날 밤에 앞 강둑의 버드나무 숲에서 들려오곤 하던
소쩍새 울음처럼 가느다랗고 맑았다.
- 한승원, 「누이와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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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실전 학습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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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 아희들아 내 말 드러 화라
[A] 어버이 효도(孝道)고 어룬을 공경(恭敬)야
일생(一生)의 효제(孝悌) 닷가 어딘 일홈 어더라 <제1장>
사이 되여 이셔 용 길로 녀라
언충신 행독경(言忠信行篤敬) *을 염려(念慮)의 닛디 마라
내 몸이 용티곳 * 아니면 동내(洞內)옌들 니랴 <제3장>
그 일 몰나 고 뉘우처 다시 마라
알고도 면 내죵내 그리라
진실(眞實)로 허믈곳 고티면 어딘 사 되리라 <제6장>
빈천(貧賤)을 슬허 말고 부귀(富貴)를 불워 마라
인작(人爵) *곳 닷그면 천작(天爵) *이 오니라
만사(萬事) 하만 밋고 어딘 일만 여라 <제7장>
[3부] 실전 학습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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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하고 있다.
② [A]에서 ‘효도’와 ‘공경’이 ‘일홈’과 연결되는 것임을 말하고 [B]에서 이를 실천해야 하는
대해 가르쳐 주고 있다.
④ [A]에서 ‘아희들’에게 ‘어딘 일홈’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B]에서 이를 인간 전체에게 전하
수 있는 성과를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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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강조하고 있다.
② <제4장>에서는 ‘ 번을 실언면’이라는 가정적 표현을 통해 말을 삼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부각하고 있다.
③ <제5장>에서는 ‘크면 관송이오 젹으면 수욕이라’라는 대구적 표현을 통해 잘못된 행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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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와 같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벗이란 이같이 소중한 것인 줄 알았습니다. 세상의 이름난 사대부
들이 선생님을 따라 그 아랫자리에서 노닐기를 원하는 자가 많았지만 선생님께서는 아무도 받아들이
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 엄 행수라는 자는 마을에서 가장 비천한 막일꾼으로서 열악한 곳에 살면서
남들이 치욕으로 여기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 선생님께서는 자주 그의 덕(德)을 칭송하여 선생이
라 부르는 동시에 장차 그와 교분을 맺고 벗하기를 청할 것같이 하시니 제자로서 심히 부끄럽습니다.
그러하오니 문하(門下)에서 떠나기를 원하옵니다.” / 하니, 선귤자는 웃으면서,
“앉게. 내가 자네에게 벗을 사귀는 것에 대해 말해 주겠네. 속담에 ‘의원이 제 병 못 고치고 무당이 제
굿 못 한다.’라고 했지. 사람들은 저마다 스스로 잘한다고 여기는 것들이 있지. 그런데 남들이 그것을
몰라주면 답답하게 여기면서 도리어 자신의 허물에 대해 듣고 싶어 하게 된다네. 이때 마냥 그 사람을
칭찬하는 말만 늘어놓는다면 이는 아첨에 가까워지는 것이고, 또한 오로지 단점만 늘어놓는다면 잘못
을 파헤치고 흉보는 것과 같아 무정하게 보일 수 있을 것일세.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의 허물을 말
할 때는 그 핵심에서 벗어나 슬쩍 돌려 말하는 것이 좋다네. 그러면 설사 책망이 좀 과하더라도 그 사
람은 그리 화를 내지 않지. 왜냐하면 그 사람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부분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러고 나서 슬그머니 그 사람의 장점을 마치 숨겨 놓은 부분을 발견하듯이 은근히 말해 주는 거지.
그럼 마치 가려운 데를 긁어 준 것처럼 진심으로 감동하게 될 것일세. 가려운 데를 긁어 주는 데도 방
법이 있네. 등을 토닥일 때는 겨드랑이까지는 이르지 말고, 가슴을 어루만질 때는 목덜미까지는 이르
지 않는 거지. 뜬구름 같은 말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 속에 결국 그 사람에 대한 칭찬이 들어 있다면
그 사람은 기뻐하며 자신을 알아준다고 생각할 것일세. 이렇게 벗을 사귀면 좋지 않겠는가? ”
하였다. 자목은 귀를 막고 뒷걸음질 치며 말하기를,
“지금 선생님께서는 시정잡배(市井雜輩)나 하인들이 하는 행동을 가지고 저를 가르치려 하시는군요.”
하니, 선귤자가 말하기를,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자네가 부끄러워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닌 ⓐ이런 것이었군. 무릇 시장에
서는 이해관계로 사람을 사귀고 면전에서는 아첨으로 사람을 사귀지. 따라서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세 번 도움을 요청하면 누구나 멀어지게 되고, 아무리 묵은 원한이 있다 하더라도 세 번 도와주면 누
구나 친하게 되기 마련이지. 그러므로 이해관계로 사귀게 되면 지속되기 어렵고 아첨으로 사귀어도
오래갈 수 없다네. 훌륭한 사귐은 꼭 얼굴을 마주해야 할 필요가 없으며 훌륭한 벗은 꼭 가까이 두고
지낼 필요가 없지. 다만 마음으로 사귀어야 덕과 의리가 통하는 벗을 만나게 되는 것이니, 이것이 바
로 도의(道義)로 사귀는 것일세. 위로 천고(千古)의 옛사람과 벗해도 먼 것이 아니요, 만 리(萬里)나 떨
[3부] 실전 학습 293
나
눈먼 암탉이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데, ㉡바른편 눈은 완전히 덮였고 왼쪽 눈도 반 이상 실눈이
[A] 되어 있었다. 먹이가 그릇에 가득하지 않으면 쪼아 먹지를 못하고, 다니다가 담장에라도 부딪치면
헤매다가 돌아 나오곤 하니, 모두들 저래 가지고는 새끼를 기를 수 없다고 하였다.
마침내 날짜가 차서 그 눈먼 닭이 품고 있는 알에서 병아리가 깨어 나오니 이를 빼앗아서 다른 어
미에게 주려 하였으나, 한편으로 측은하기도 하여 차마 그러지 못하였다. 얼마 후 살펴보니, 별다른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뜰 주변을 떠나지 않는데 병아리들은 똘똘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다
른 어미의 병아리들은 병들고 상처받아 죽거나 어미를 잃어버려 절반도 안 남는데 유독 눈먼 닭의
둥지만은 온전하니 어쩐 일인가?
흔히들 새끼를 잘 길러 낸다고 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즉 먹이를 잘 구하는 것과 환란을
잘 막아 주는 것이다. 먹이를 잘 구하려면 건강하여야 하고 환란을 막으려면 사나워야 한다. 병아리
가 껍질을 깨고 나오면 어미 닭은 흙을 후비고 숨어 있는 벌레를 찾아내느라 부리와 발톱이 다 닳아
빠지며, 사방으로 흩어지는 새끼들을 불러 모으느라 잠시도 편히 쉴 틈이 없다. 또 위로는 까마귀와
솔개, 주위로는 고양이나 개들을 살피며 부리를 세우고 깃을 펄떡여 목숨을 내걸고 항거함이 마치
용사가 맹적을 만난 것같이 한다. 그러다가 숲속으로 달아나서는 때맞추어 불러서 몰고 오는데 병
[B]
아리들은 삐약거리며 간신히 뒤따라오긴 하지만 힘이 빠지고 병들기 십상이다. 때로는 엇갈리어 길
을 잃기라도 하면 물이나 불 속에 빠져 생사를 기약할 수 없으니, 이렇게 되면 먹이를 구해 준 것도
허사로 돌아간다. 또 조심조심 보호하고 타오르는 불길같이 맹렬히 싸워도 환란이 스쳐 가고 나면
병아리 6〜7할을 잃고 만다. 게다가 너무 멀리 나가 사람의 보호도 못 받으면 사나운 새매를 무슨
수로 당해 내겠는가. 이렇게 되면 환란을 방비하느라 애쓴 것도 허사가 된다.
그런데 저 눈먼 닭은 하나같이 모두 이와는 반대이다. 멀리 갈 수 없으므로 사람 가까이에서 맴돌
고, 눈으로 살필 수 없으니 항상 두려운 마음으로 행동을 조심조심하며 노상 끌어안고 감싸 준다.
그러므로 힘쓰는 흔적은 보이지 않아도 병아리들은 저들끼리 알아서 먹이를 쪼아 먹고 자라난다.
무릇 병아리를 기르는 것은 마치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아서 교란시키는 것이 가장 금기인데, 저
눈먼 닭은 지혜가 있어서 그리한 것은 아니겠으나 방법이 적중하여 마침내 양육에 만전을 이루게
된 것이다.
사물을 양성하는 방도는 한갓 젖 먹이는 은혜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님을 이제야 알겠다. 통솔하되
[C] 제각기 제 삶을 이루도록 해야 하니, 그 요령은 오직 잘 인솔하여 잃어버리지 않는 것뿐이다. 나는
이 병아리 기르는 것으로 인하여 사람을 양육하는 도리를 깨달았다.
- 이익, 「할계전(瞎鷄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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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실전 학습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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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하고 있다.
② [B]에서 ‘눈먼 암탉’에 대한 글쓴이의 의문을 제시하여 ‘눈먼 암탉’의 행적에 대한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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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다.
⑤ ㉠은 ‘엄 행수’가 비범한 능력을 갖게 된 이유를, ㉡은 ‘눈먼 암탉’이 세심한 배려심을 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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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실전 학습 297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D] 너는 돌가마도 털메투리 *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 줄게
울어 보렴 목 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 이용악, 「오랑캐꽃」
나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 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 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3부] 실전 학습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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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실전 학습 301
요? ”
“돌아가신 냥반 생각이 나서 안 그러냐.”
아버지 말이 나오는 바람에 종술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어머니의 심정을 대강은 이해할 것 같았다.
하지만…….
“완장이라면 사죽을 못 쓰는 것도 다아 지 핏줄 탓인갑다.”
“그 완장허고 이 완장은 엄연히 승질부터가 달르단 말이요!”
홧김에 종술은 그예 또 몽니를 부리고 말았다. 새 출발이 약속된 날, 그 삼삼한 기분에 걸맞게 모처럼
어머니 앞에서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이자고 단단히 작정한 바 있었으나 케케묵은 생각으로 아들의 흥을
산산조각 내는 데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 윤흥길, 「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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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실전 학습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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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미국의 스탠퍼드대 짐바르도 교수는 ‘모의 교도소 실험’을 하였다. 짐바르도 교수는
대학의 건물 지하에 실제 교도소와 유사한 공간을 만든 후,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지원자
들을 모집하여 이들을 무작위로 교도관과 수감자 역할로 분류했다. 그런데 실험 참여자들은 자
신이 부여받은 역할에 따라 진짜 수감자와 교도관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교도관이 된
참여자들은 대부분이 자신들이 행사하고 있는 통제와 권력을 즐기며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경
향을 보였다.
② 종술이 완장을 차게 된다면 그가 과거에 당했던 것처럼 누군가를 억압하는 존재가 되겠군.
이겠군.
④ 종술이 과거 인연을 맺어 온 완장에 대한 기억은 자신이 통제와 권력을 행사했던 일과 관
련된 것이겠군.
⑤ 종술이 처음에 저수지 감시원을 거부한 이유는 통제와 권력을 위해 필요한 공격적인 행
동을 제한했기 때문이겠군.
가 인간 세상 사람들아 이내 말씀 들어 보소
인간 만물 생긴 후에 금수 초목 짝이 있다
인간에 생긴 남자 부귀 자손 같건마는
이내 팔자 험궂을손 날 같은 이 또 있든가
백 년을 다 살아야 삼만 육천 날이로다
혼자 살면 천년 살며 정녀 되면 만년 살까
답답한 우리 부모 가난한 좀 양반이
양반인 체 도를 차려 처사가 불민하여
괴망 *을 일삼으며 다만 한 딸 늙어 간다
적막한 빈방 안에 적료하게 홀로 앉아
전전반측 * 잠 못 이뤄 혼자 사설 들어 보소
노망한 우리 부모 날 길러 무엇 하리
죽도록 날 길러서 잡아 쓸까 구워 쓸까
인황씨 * 적 생긴 남녀 복희씨 * 적 지은 가취
인간 배필 혼취함은 예로부터 있건마는
어떤 처녀 팔자 좋아 이십 전에 시집간다
남녀 자손 시집 장가 떳떳한 일이건만
이내 팔자 기험하야 사십까지 처녀로다
이럴 줄을 알았으면 처음 아니 나올 것을
월명 사창 * 긴긴 밤에 침불안석 * 잠 못 들어
적막한 빈방 안에 오락가락 다니면서
장래사 생각하니 더욱 답답 민망하다
㉠부친 하나 반편이요 모친 하나 숙맥불변
날이 새면 내일이요 세가 쇠면 내년이라
혼인 사설 전폐하고 가난 사설뿐이로다
어디서 손님 오면 행여나 중매신가
아이 불러 힐문한즉 풍헌 약정 * 환자 * 재촉
어디서 편지 왔네 행여나 청혼선가
아이더러 물어보니 외삼촌의 부음이라
애고애고 설운지고 이내 간장 어이할꼬
앞집에 아모 아기 벌써 자손 보단 말가
동편 집 용골녀는 금명간에 시집가네
그동안에 무정세월 시집가서 풀련마는
[3부] 실전 학습 305
친구 없고 혈족 없어 위로할 이 전혀 없고
우리 부모 무정하여 내 생각 전혀 없다
부귀빈천 생각 말고 인물 풍채 마땅커든
처녀 사십 나이 적소 혼인 거동 차려 주오
김동이도 상처하고 이동이도 가처로다
중매 할미 전혀 없네 날 찾을 이 어이 없노
감정 암소 살져 있고 봉사 전답 같건마는
사족 가문 가리면서 이대도록 늙히노니
연지분도 있건마는 성적 단장 전폐하고
감정 치마 흰 저고리 화경 거울 앞에 놓고
원산 같은 푸른 눈썹 세류 같은 가는 허리
아름답다 나의 자태 묘하도다 나의 거동
[A] 흐르는 이 세월에 아까울손 나의 거동
거울더러 하는 말이 어화 답답 내 팔자여
갈데없다 나도 너도 쓸데없다 너도 나도
우리 부친 병조 판서 할아버지 호조 판서
우리 문벌 이러하니 풍속 좇기 어려워라
아연듯 춘절 되니 초목 군생 다 즐기네
두견화 만발하고 잔디 잎 속잎 난다
[B]
삭은 바자 쟁쟁하고 종달새 도루 뜬다
춘풍 야월 세우 시에 독수공방 어이할꼬
원수의 아이들아 그런 말 하지 마라
앞집에는 신랑 오고 뒷집에는 신부 가네
내 귀에 듣는 바는 느낄 일도 하도 많다
녹양방초 저문 날에 해는 어이 수이 가노
초로 같은 우리 인생 표연히 늙어 가니
머리채는 옆에 끼고 다만 한숨뿐이로다
긴 밤에 짝이 없고 긴 날에 벗이 없다
앉았다가 누웠다가 다시금 생각하니
아마도 모진 목숨 죽지 못해 원수로다
- 작자 미상, 「노처녀가(老處女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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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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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실전 학습 309
(중략)
변 씨는 날이 갈수록 해룡을 더욱 박대했다. 해룡에게 옷과 음식도 제대로 주지 않고 낮에는 밭 갈기
와 논매기, 소 먹이기와 김매기, 나무 베어 오기 등을 시키고 밤에도 이러저러한 일들을 시키며 잠시도
편히 쉬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해룡은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변 씨가 시킨 일을 더욱 공손한 태
도로 부지런히 하니, 자연히 해룡의 용모가 초췌해져 굶주림과 추위를 이기지 못했다.
어느 추운 겨울날, 눈보라가 내리치는 밤에 변 씨는 소룡과 함께 따뜻한 방에서 자고 해룡에게는
방아질을 시켰다. 해룡은 어쩔 수 없이 밤새도록 방아를 찧었는데, 얇은 홑옷만 입은 아이가 어찌
추위를 견딜 수 있겠는가? 추위를 이기지 못해 잠깐 쉬려고 제 방에 들어가니, 눈보라가 방 안에까
지 들이치고 덮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해룡이 몸을 잔뜩 웅크리고 엎드려 있는데, 갑자기 방 안이
[A]
대낮처럼 밝아지고 여름처럼 더워져 온몸에 땀이 났다. 놀라고 또 이상해 바로 일어나 밖을 자세히
살펴보니, 아직 날이 밝지 않았는데 하얀 눈이 뜰에 가득했다. 방앗간에 나가 보니 밤에 못다 찧은
것이 다 찧어져 그릇에 담겨 있었다. 해룡이 더욱 놀라고 괴이하게 여겨 방으로 돌아오니 방 안은
여전히 밝고 더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방 안을 두루 살펴보니, 침상 위에 예전에 없었던 북만 한 방울 같은 것이 놓
여 있었다. 해룡이 잡으려 했으나, 방울이 이리 미끈 달아나고 저리 미끈 달아나며 요리 구르고 저리 굴
러 잡히지 않았다. 더욱 놀라고 신통해서 자세히 보니, 금빛이 방 안에 가득하고, 방울이 움직일 때마다
향취가 가득히 퍼져 코를 찔렀다. 이에 해룡은 생각했다.
‘이것은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어서 일어난 일일 테니, 좀 더 두고 지켜봐야겠다.’
해룡은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자리에 누웠다. 그동안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린 몸이 따뜻해지니,
마음이 절로 놓여 아침 늦도록 곤히 잠을 잤다. 이때 변 씨 모자는 추워 잠을 자지 못하고 떨며 앉아
있다가 날이 밝자마자 밖으로 나와 보니, 눈이 쌓여 온 집 안을 뒤덮었고 찬바람이 얼굴을 깎듯이
세차게 불어 몸을 움직이는 것마저 어려웠다. 이에 변 씨는 생각했다.
[B] ‘해룡이 틀림없이 얼어 죽었겠구나.’
해룡을 불러도 대답이 없자, 해룡이 얼어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눈을 헤치고 나와 문틈으로 방 안
을 엿보았다. 그랬더니 해룡이 벌거벗은 채 깊이 잠들어 있는데 놀라서 깨우려다가 자세히 살펴보
니 하얀 눈이 온 세상 가득 쌓여 있는데, 오직 해룡이 자고 있는 사랑채 위에는 눈이 한 점도 없고
더운 기운이 연기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이것이 어찌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변 씨가 놀라 소룡에게 이런 상황을 이야기했다.
“매우 이상한 일이니, 해룡의 거동을 두고 보자꾸나.”
문득 해룡이 놀라 잠에서 깨어 내당으로 들어가 변 씨에게 문안을 올린 뒤 비를 잡고 눈을 쓸려 하는
데, 갑자기 한 줄기 광풍이 일어나며 반 시간도 채 안 되어 눈을 다 쓸어 버리고는 그쳤다. 해룡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나, 변 씨는 그 까닭을 전혀 알지 못해 더욱 신통히 여기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분명 해룡이 요술을 부려 사람을 속인 것이로다. 만약 해룡을 집에 오래 두었다가는 큰 화를 당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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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281
[3부] 실전 학습 311
20001-0282
뭇짐승들의 등 뒤를 쫓아
며칠씩 산속에 잠자는 포수와 사냥개,
나어린 사슴은 보았다
오늘도 몰이꾼이 메고 오는
㉡표범과 늑대.
길이 돌아가는 사슴의
㉢두 뺨에는
맑은 이슬이 내리고
눈 위엔 아직도 따뜻한 핏방울……
- 오장환, 「성탄제」
[3부] 실전 학습 313
20001-0283
20001-0284
나타낸다.
⑤ ㉤: 주체와 타자의 구분을 넘어서서 연대를 이루어 공존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20001-0285
[학생들의 탐구 내용]
모둠별 탐구 질문 탐구한 내용
‘성탄제’가 사랑과 용서를 전하는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인 데 반
해 이 시에서는 ‘상처’ 입은 ‘어미’와 ‘어린 사슴’의 생명이 위협받는
이 시의 제목을 ‘성탄제’라고
상황임을 고려할 때, 생명에 대한 억압이 이루어지는 내용을 통해 생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명의 고귀함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고자 역설적 상황을 부각하는 제목
을 붙인 것으로 볼 수 있다. ⓐ
‘아슬한 곳에서 쇠북 소리’가 ‘아슬한’을 ‘위태롭다’의 의미로, ‘쇠북 소리’를 사냥과 관련된 소리로
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본다면, 상처 입은 어미 사슴과 어린 사슴의 주변에 여전히 생명을 위
볼 수 있을까? 협하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골짜기’와 ‘비탈’과 같은 막다른 곳을 공간적 배경으로 제시한 것으로
미루어, 당시 일제 강점하 우리 민족이 고비에 내몰린 것과 같은 암담
이 시에 사용된 시어들을 이 한 상황에 처해 있었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
시가 창작된 시대 상황과 관
련지어 본다면 어떤 의미로 ‘몰이꾼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오며 어둠을 밝히는 ‘횃불’이 꺼지지
볼 수 있을까? 않는다는 것은 당시 시대와 연관 지어 볼 때, 군국주의의 폭압적 상황
속에서도 불빛과 같은 희망이 남아 있는 것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
이 시의 내용을 통해 볼 때, ‘어미의 상처를 핥’는 어린 사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핏방울’
‘어린 사슴’은 어떻게 되었을 만 남겨진 장면으로 미루어, 상처 입고 죽어 가는 어미 사슴을 두고 어
까? 린 사슴이 홀로 길을 떠나야 했다고 볼 수 있다. ⓔ
①ⓐ ②ⓑ ③ⓒ ④ⓓ ⑤ⓔ
[3부] 실전 학습 315
20001-0286
① (가): ‘며칠씩 산속에 잠자는 포수와 사냥개’와 대비되는 ‘나어린 사슴’의 모습은, 폭력적
[앞부분 줄거리] 응칠은 성실하게 농사를 했지만 쌓여 가는 빚을 이기지 못해 아내와 헤어지고 유랑민이 된다. 응칠은 그리
운 마음에 성실한 농부인 아우 응오를 찾아오게 되고 응고개 논의 벼가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3부] 실전 학습 317
20001-0287
20001-0288
[3부] 실전 학습 319
20001-0289
20001-0290
자신에게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군.
③ 지주가 도지 감면 요청을 거절한 이유에서 소작농들을 통제하려는 지주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군.
④ 응칠이 응오의 일에 개입하여 지주의 뺨을 때리는 것은 소작농들이 소작인 단체를 결성
농의 참담함이 드러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