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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교리(doctrina fidei)”:

칼빈이 개진한 믿음의 인식론적-구원론적 지평

문병호(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1. 들어가는 말

믿음은 삼위일체론과 기독론과 더불어 정통교회가 견지하는 3대 교리로 칭해


지는, 종교개혁기에 비로소 신학적 체계를 갖추고 주창된, 이신칭의론과 관련하여 주
로 논의된다. 믿음으로 구원에 이르는 것은 아니나 믿음이 없이는 구원에 이를 수 없
다는 원칙이(“sola fide”) 중세 로마 가톨릭 교회의 사제중보주의에 공언을 고하는 새
로운 시대적 기치(旗幟)가 되었다. 구원은 오직 유일하신 중보자 그리스도의 대리적
속죄로 말미암은(“solo Christo”) 오직 은혜로 주어진 선물이므로(“sola gratia”), 믿
음이 없이는 구원에 이를 수 없으나 믿음은 공로가 아닐 뿐만 아니라 거기에 어떤 공
로도 없다는 사실이 종교개혁자들에 의해서 뚜렷이 천명되었다.
다만 종교개혁자들 가운데서도 믿음에 대한 이해의 폭은 다양했으니, 루터가
이신칭의론을 다루면서 믿음의 구원론적 의의와 가치를 칭의의 법정성에 제한시키는
경향을 보인 반면에,1) 칼빈은 말씀이 육신으로 오신 그리스도가 참 하나님이시자 참
사람으로서 이루신 당하신 순종(obedientia passiva)과 행하신 순종(obedientia
activa)의 모든 의가 칭의의 단계에서 법정적으로 전가되는 것은 단회적이나 그 역사
(役事)는 성화의 단계에서도 계속적이며 점진적으로 일어난다는 입장을 분명히 개진
하였다. 이는 개혁신학자들에 의해서 기초한 결정적 성화론으로 회자되는 바,2) 칼빈
이 『기독교 강요』에서 한 다음 말에 그 요체가 함의되어 있다. “오직 믿음에 의해서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의 행위도 의롭게 된다(sola fide non tantum nos, sed
opera etiam nostra iustificari).”3)

1) Cf. Walter von Loewenich, Luther’s Theology of the Cross, tr. Herbert J. A. Bouman
(Minneapolis, Augsburg Publishing House, 1976), 50-111. 루터는 칭의 단계까지는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말미암은 십자가의 의의 전가에 주안점을 두나 성화 단계에서는 그와는 달리 성령의
내적 역사에 따른 삶의 변화에 치중한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믿음의 역동성(the
dynamic of faith)”을 논한다. Robert Kolb and Charles P. Arand, The Genius of Luther’s
Theology (Grand Rapids: Baker Academic, 2008), 101-128.
2) Cf. Anthony A. Hoekema, Saved by Grace (Grand Rapids: Eerdmans, 1989), 202-209; John
Murray, “Definitive Sanctification,” 그리고 “The Agency in Definitive Sanctification,” in
Collected Writings of John Murray, vol. 2, Select Lectures in Systematic Theology
(Edinburgh: Banner of Truth, 1977), 277-293.
3) Institutio christianae religionis, in libros quatuor nunc primum digesta, certisque distincta
capitibus, ad aptissimam methodum: aucta etiam tam magna accessione ut propemodum
opus novum haberi possit, 1559, 3.17.10, in Ioannis Calvini opera quae supersunt omnia,
ed. G. Baum, E. Cunitz, E. Reuss, vol. 2 (Brunswick: C. A. Schwetschke, 1864), 598. 이하
본서는 Institutio로, 칼빈의 작품집 Ioannis Calvini opera quae supersunt omnia는 CO로 표기
한다. 본서에 대한 영어 번역은 다음 참조. Institutes of the Christian Religion, ed. John T.
McNeill, tr. Ford Lewis Battles, Library of Christian Classics, vols. 20-21 (Philadelphia:
Westminster Press, 1960). 이 말은 다음 판에 처음 나타난다. 『1543 기독교 강요』, 10.70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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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렇듯 칭의와 성화의 이중적 은총(gratia duplex)에 모두 미치는
믿음의 구원론적 지평은 “구원적 믿음(fides salvifica, fides salutarius)”이라고 불리
는 “특별한 믿음(fides specialis)”에 고유한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의 백성이 성령의
조명과 감화를 받아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일반적 믿음(fides
generalis)”이 여상(如常)히 구원서정(救援序程, ordo salutis)의 영역에도 적용되어
나타나는 고유한 양상일 따름인가? 본고에서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추구하면서, 칼
빈은, 전자의 입장에 서서 구원의 믿음을 칭의에 국한시키고 이를 일반적 믿음과 차
별화시키는 경향을 보인 루터와는 달리, 후자의 입장에 서서 구원의 전 과정에서 작
용하는 도구적 원인이 되는 믿음이 일반적 믿음과 본질상 다를 바 없다고 여기고 있
음을 논증함으로써, “믿음의 교리(doctrina fidei)”로써 신학의 인식론적-구원론적 지
평을 역동적으로 개진하고자 한 칼빈신학의 주요한 특성을 간파하고자 한다.
이를 전개함에 있어서, 이어지는 제2장에서는 칼빈의 신학에 터 잡아 서 있는
개혁신학자들의 입장을 본 사안과 관련하여 전반적으로 고찰함으로써 본고에서 우리
가 일반적 믿음과 구원적 믿음의 관계에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를 일차적으로 조명한
다. 그리고 제3장에서는 칼빈이 “믿음의 교리”를 다룸에 있어서, 믿음이 “지식,” “승
인,” “확신”의 세 가지 본질적 요소와 더불어 “평정”이라는 파생적 요소를 지니고 있
다는 사실과 오직 그 “믿음의 의”로써 그리스도의 의가 대리적 속죄의 질료로서 작용
하여 칭의와 성화의 이중적 은총에 미친다는 사실을 함께 조명함으로써 그리스도가
믿음의 인식론적 지평과 구원론적 지평을 연결시키는—일반적 믿음과 구원적 믿음을
연결시키는—고리가 되심을 논증한다. 그리고 마지막 제4장은 결론에 할애된다.

2. “믿음의 교리”의 주요 논제들: “일반적 믿음”과 “특별한 믿음”의 관계에


대한 개혁신학자들의 입장에 비추어

일반적 믿음(fides generalis)은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무오(無誤)한 진


리를 담고 있다는 감화와 확신을 의미한다. 이는 성경의 신적 권위를, 그것이 하나님
의 말씀이라는 사실에서 찾는 마음의 신뢰를 지칭한다.4) 이와 관련하여 무엇보다 “성
경의 신성성(the divinity of Scripture)”이 부각되는 바,5) 그 핵심으로서 성령의 내
적 증거와 권위, 그리고 성경의 계시성이 논의된다.6) 한편, 특별한 믿음(fides
specialis)은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는 믿음으로서 선택과 구원의 복음을 그 영역으로
삼는 바,7) 이와 관련하여 지식(notitia), 승인(assensus), 신뢰(fiducia)가8) “믿음의

1.787).
4) Charles Hodge, Systematic Theology, 3 vols. (Grand Rapids: Eerdmans, 1995, rep.),
3.95-96; John Murray, “Faith,” in Collected Writings of John Murray, vol. 2, Select
Lectures in Systematic Theology (Edinburgh: Banner of Truth, 1977), 241.
5) Murray, “Faith,” 2.242.
6) Hodge, Systematic Theology, 3.64-67; Murray, “Faith,” 2.247-248.
7) Hodge, Systematic Theology, 3.96; Murray, “Faith,” 2.254-257.
8) Hodge, Systematic Theology, 3.91-92. Murray, “Faith,” 257-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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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essence)”을 이루는 세 가지 요소로 여겨진다.9)
이러한 일반적 믿음과 특별한 믿음은 “성경의 진리들을(the truths of the
Bible)”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를 철학적 기반 위에 세워 이성주의에 빠지거나
감정의 기반 위에 세워 신비주의에 빠지거나, 하는 세속적인 믿음과는 구별된다.10)
그러므로 일반적 믿음의 대상을 일반계시로, 특별한 믿음의 대상을 특별계시로 여겨
양자를 서로 분리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 믿음은, 그 내용이 창조의 영
역에 속하든 구속의 영역에 속하든, 하나님이 원래의 저자(autor)이신 성경의 권위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성에 의지해서 알고 권위에 의지해서 안다”라는11)
어거스틴의 말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러므로 일반적 믿음과 특별한 믿음은,
그 주체가 믿음을 선물로 받은 성도라는 점에 있어서, 모두 “구원적 믿음(fides
salvifica)”이라고 칭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 두 가지 믿음은 성령의 역사로 말미암아
성도 안에서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이를 사제의 중보를 통하여 사효(事效)적
으로(ex opere orerato) 일어난다고 보는 로마 가톨릭은 그릇되다.12)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바빙크는 성경을 믿는 믿음은 모두 특별한 믿음으로서
“성경으로써 그리스도께 나아가느냐 그리스도로써 성경으로 나아가느냐”라는 양상의
차이가 있어 전자는 역사적 믿음, 후자는 구원적 믿음이라고 굳이 구별할 수는 있으
나, 실체에 있어서는 하나라고 보고,13) 믿음의 세 가지 요소를 이 두 가지 형태에 모
두 적용하고 양자를 공히 성경의 믿음—성경적 믿음—이라고 여긴다.14) 이러한 점에
있어서 바빙크는 본고에서 필자가 다루고자 하는 논제인 믿음의 인식론적-구원론적
지평을 적절하게 시사하고 있는 바, 이와 관련하여 개혁신학이 루터란 신학과 상이함
을 부각시킨다. 바빙크에 따르면, 전체 루터란 신학자들은 믿음의 세 가지 요소를 다
음과 같이 다루고 있다.

첫째, 지식(notitia)은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 것(credere Deum)으로서 아직


구원적 믿음은 아님. 둘째, 지성적 승인(assensus in intellectu)은 하나님을
믿되 그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으로서 구원적 믿음은 아님. 셋째, 의지적 확
신(fiducia in voluntate)은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신뢰하고 사랑
하는 것으로서 구원적 믿음임.15)

이렇게 본다면, 믿음에 있어서의 지식과 승인의 요소는 모두 은혜 이전의 자


연적 혹은 일반적인 것으로 치부되며, 그것은 공로의 영역에 속하게 된다.16) 이러한

9) Murray, “Faith,” 2.266


10) Hodge, Systematic Theology, 3.67.
11) Hodge, Systematic Theology, 3.60.
12) Hodge, Systematic Theology, 3.93.
13) Herman Bavinck, Reformed Dogmatics, 4 vols., ed. John Bolt, tr. John Vriend (Grand
Rapids: Baker, 2003-2008), 1.561-562, 568-571. 인용, 569.
14) Bavinck, Reformed Dogmatics, 1.571-574; 4.110 ff.
15) Bavinck, Reformed Dogmatics, 4.110.
16) 레이몽드는 일반적 믿음에 대한 별도의 논의 없이 구원적 믿음만 다루는데, 이러한 경향을 어느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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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점을 간파한 칼빈은 믿음의 요소로서 주관적 확신을 중요시하기는 하되 성경의 지
식 자체와 그것에 대한 객관적 승인 모두 구원의 영이신 성령의 감화로 말미암은 것
이라는 사실을, 즉 성경적인 믿음이 모두 구원적 믿음이 됨을 분명히 천명하고 있
다.17) 칼빈에 따르면, 구원적 믿음과 무관한 순수한 역사적 믿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에 이르는 특별한 믿음은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일반
적 믿음을 전제하기 때문이다.18)
바빙크는 이러한 칼빈의 입장에 서서 “믿는 것은 승인을 동반한 지식이다”라
고 한 어거스틴의 말이 단지 “신빙성(credulitas)”의 차원에서 선악과 정사의 시비를
가리는 이해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구원의 전인적 변화를 초래하는 의지의 영역에 미
침을 환기시킨다.19) 이러한 입장에 설 때, 믿음의 요소를 다루면서, 지식과 승인을 인
식론적 지평으로, 확신을 구원론적 지평으로 획일적으로 치부하는 것은 분명히 거부
되며, 세 가지 모두 인식론적이며 구원론적으로, 곧 인식론적-구원론적으로 다루어지
게 된다.20) 믿음을 “진리에 대한 승인 혹은 어떤 것이 참되다는 사실에 대한 마음의
감화”라거나 “[성경의] 증언에 기초한 진리의 수납”이라고 정의하는 핫지의 입장도 이
를 지지한다.21) 최근에 개진되는 믿음을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총화라고 보는
견해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22) 정통적인 개혁신학자들은 이러한 입장에 서서, ‘오직
은혜’를 왜곡해서 믿음의 심리적이며 정서적인 요소를 전혀 배제하는 신정통주의자들
의 입장과 역으로 믿음의 지식적 요소를 단지 파생적인 것으로만 여기는 신비주의자
들의 입장을 모두 거부한다.23)
칼빈의 입장이 이러한 개혁신학자들에 의해서 계승된 것은 그것을 체계화하
고 정치하게 기술한 뚤레틴이 가교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사료된다. 뚤레틴은 기본
적으로 우리가 언급한 믿음의 세 가지 요소를 전제하면서도 이를 단지 현상적으로 다
루지 않고 그 작용의 측면에서 치밀하게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믿음에는 “직접적 작
용(actus directus)”과 “반사적 작용(actus reflexus)”이 있다.24)
직접적 작용은 복음을 믿게 하는 믿음의 작용으로서, 다섯 가지로 나누어진

도 띠고 있다. Robert L. Reymond, A New Systematic Theology of the Christian Faith


(Nashville: Thomas Nelson Publishers, 1998, revised and updated ed.), 726-729.
17) Bavinck, Reformed Dogmatics, 4.111.
18) Bavinck, Reformed Dogmatics, 4.128.
19) Bavinck, Reformed Dogmatics, 1.574.
20) Bavinck, Reformed Dogmatics, 1.571-574; 4.126-136.
21) Hodge, Systematic Theology, 3.42, 66.
22) J. van Genderen and W. H. Velema, Concise Reformed Dogmatics (Phillipsburg, NJ: P&R
Publishing Company, 2008), 589-600.
23) Benjamin B. Warfield, “On Faith in Its Psychological Aspects” in The Works of Benjamin
B. Warfield, vol. 9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32), 402-403; Reymond, A New
Systematic Theology of the Christian Faith, 729-730. 이와 관련해서 다음 책 참조. Gordon H.
Clark, Faith and Saving Faith (Jefferson: Presbyterian and Reformed, 1961).
24) Francis Turretin, Institutes of Elenctic Theology, 3 vols., tr. George Musgrave Giger, ed.
James T. Dennison, Jr. (Presbyterian and Reformed Publishing, 1994). 15.8.4. 이에 대한 라
틴어 원본 인용은 다음에 의한다. Institutio Theologiae Elencticae (New York: University Press,
1847), 1.494. 이하 주제·질문·절을 표기하고 괄호 안에 라틴어판의 권과 페이지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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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첫째, 믿음의 대상으로서 계시된 진리를 함의하는 “지식(notitia)”; 둘째, 이러한
지식이 함의하는 역사적 의미를 파악하는 “이론적인 승인(assensus theoreticus)”;
셋째, 우리를 의롭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에 감화되고 그의 약속 가
운데 소망하게 되는 “확신적이고 실제적인 승인(assensus fiducialis et practicus)”;
넷째, 우리가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고자 그를 찾고 갈망하게 되는 “피난의 작용
(actus refugii)”; 다섯째, 우리가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그에 부착하고, 그와 하나
가 되는 작용(actus receptionis Christi, sive adhaesionis, et unionis).”25)
한편, 반사적 작용은 직접적 작용을 통하여 복음을 믿게 된 것을 신자가 믿게
되는 작용으로서, 두 가지로 논의된다. 첫째, “믿음의 의식(意識)으로부터 배태되는
반사적 작용(actus reflexus ex sensu fidei ortus)” 그 자체; 둘째, 이로부터 마음
의 평온과 즐거움과 쉼을 갖게 하는 “위로와 신뢰의 작용(actus consolationis et
confidentiae).”26)
뚤레틴은 믿음의 작용을 이렇게 세분하면서도 그것이 하나라는 사실과27) 이
성과 의지의 영역에 동일하게 미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28) 우리가 주목할 것은, 뚤
레틴이 이와 같이 일곱 가지로 그 작용을 세분해서 고찰하고 있는 대상은 “의롭다 칭
하는 믿음(fides iustificans)”으로서 구원적 믿음에 해당하고, 이는 구원서정에 있어
서의 믿음의 세 가지 작용인 “준비적 작용(actus dispositorius), 칭의적 작용(actus
iustificatorius), 위로적 작용(actus consolatorius)”에 부합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일반적 믿음을 배제하고 논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29) 이러한 점은 믿음
을 “도구인(causa instrumentalis)”로 보는 그의 입장에서 뚜렷이 간파된다.30)
지금까지 우리는 개혁신학자들이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일반적 믿
음과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는 특별한 믿음을 양분해서 보지 않고 비록 작용은 다르
나 본질은 하나라고 여기고 있음을 살펴본 바, 그들에 의해서 믿음의 인식론적 지평
과 구원론적 지평은 인식론적-구원론적 지평으로 동시에 역동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음
을 상기하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두 지평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고리는 무엇인가? 칼
빈은 이를 그리스도로 여긴다. 그에게는 은혜와 진리가 함께 충만하시다는 사실에(요
1:14, 17) 착안해서이다. 뚤레틴의 어법에 따르면, 그리스도가 믿음의 직접적 작용과
반사적 작용을 연결시키는 고리가 되신다고 보는 것이다. 이하에서 우리는 이러한 칼
빈의 관점을 먼저 고찰한 후, 우리는 그것이 그가 믿음의 세 가지 요소를 이해하는데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논의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우리는 칼빈이 믿음의
지식, 승인, 확신의 요소 외에 “평정”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음에 주목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칼빈이 즐겨 사용하는 “믿음의 의”라는 개념에 집중해서
그가 믿음을 구원의 도구적 원인으로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파악할 것이다.

25) Turretin, Institutio Theologiae Elencticae, 15.8.5-9 (2.494-496).


26) Turretin, Institutio Theologiae Elencticae, 15.8.10-11 (2.496).
27) Turretin, Institutio Theologiae Elencticae, 15.8.12 (2.496).
28) Turretin, Institutio Theologiae Elencticae, 15.8.13-14 (2.496-497).
29) Turretin, Institutio Theologiae Elencticae, 15.12.4 (2.507).
30) Turretin, Institutio Theologiae Elencticae, 15.12.6 (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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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칼빈의 “믿음의 교리(doctrina fidei)”

3.1. 말씀에 대한 성령의 감화(persuasio): 믿음에 대한 삼위일체론적 이해

저명한 칼빈신학자 파커는 칼빈이 개진한 믿음의 본질을 논하면서, 믿음은 성


령의 감화에 따른 은혜의 선물로서 그것으로 말미암아 중생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중
생으로부터 그것이 주어진다는 점을 지적한 후,31) “믿음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본성
은 그것의 저자와 그것의 대상에 달려있는 바, 그것은 하나님 자신의 창조물이고 그
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을 그 대상으로 한다”라고 말함으로써, 믿음의 삼위일체론적 의
의를 드러내고 있다.32) 이는 널리 인구에 회자되는 믿음에 대한 칼빈의 정의에도 다
음과 같이 나타난다.

믿음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선하심에 대한 굳고 확실한 지식이다. 이 지식


은 그리스도 안에서 거저 주신 약속의 진리에 기초하는 것으로 성령을 통해
서 우리의 마음에 계시되고 우리의 심장에 새겨진다.33)

이렇듯, 믿음은 성령의 역사로 ‘우리를 향하여(erga nos)’ 혹은 ‘우리를 위하


여(pro nobis)’ 말씀 가운데 자신을 알리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의 경륜
과 관련하여 다루어진다.34) 하나님은 우리 가운데 일하시되 우리에게 자신의 어떠하
심과 자신이 행하시는 사역을 알리심으로써 영광을 받고자 원하신다. 하나님의 일은,
그것이 창조든 구속이든, 그 자신의 말씀과 성령의 역사를 통한 계시가 없이는 일어
나지 않는다. 칼빈에게 있어서 “믿음은 지식이다”라는 명제가 적실성을 갖는 것은 이
러한 이유에서이다. 도웨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 대한 칼빈의 이해를 다루면서 매우
많은 분량을 믿음에 할애하는데,35) 그 요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믿음은 성령의
조명에 따른 감화로 그리스도와 신비한 연합을 한 성도에게 내적으로 수납되는 말씀
을 통하여 계시되는 하나님의 지식이다.”36)
칼빈은 그의 초창기 작품으로서 “칼빈의 가르침의 문을 여는 열쇠”이자37)

31) 이러한 입장에 대해서, W. Stanford Reid, “Justification by Faith According to John Calvin,”
Westminster Theological Journal 42 (1980), 210-211.
32) T. H. L. Parker, “Calvin’s Doctrine of Justification,” Evangelical Quarterly 24 (1952), 104.
33) Inst. 3.2.7 (CO 2.403): “[Fides] esse divina erga nos benevolentiae firmam certamque
cognitionem, quae gratuitae in Christo promissionis veritate fundata, per spiritum
sanctum et revelatur mentibus nostris et cordibus obsignatur.”
34) Cf. Victor A. Shepherd, The Nature and Function of Faith in the Theology of John
Calvin (Macon, GA: Mercer University Press, 1994), 7.
35) Edward A. Dowey, Jr., The Knowledge of God in Calvin’s Theology (Grand Rapids:
Eerdmans, 1994, expanded edition), 153-204.
36) 이와 관련하여 다음 글 참조. A. N. S. Lane, “Calvin’s Doctrine of Assurance,” Vox
Evangelica 11 (1979), 32-54.
37) John T. McNeill, The History and Character of Calvinism (New York: Oxford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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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강요』의 정수(精髓)”라고 불리는38) 제1차 『신앙교육서』에서 믿음에 대한 삼
위일체론적 이해를 주목할 만하게 개진하고 있다. 그 전형적인 논법은 이러하다. 믿음
은 “경이롭고 고유한, 하나님의 선물(Dei donum eximium ac singulare)이다”39);
“그리스도 자신이 믿음의 영원한 대상(perpetuum fidei obiectum)이시다”40); “믿음
은 성령의 깨우침(illustratio)이다.”41) 이 가운데 개혁신학의 두 축이 되는 말씀과 성
령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이 상론된다.

우리의 자비로우신 아버지가 복음의 말씀으로써 우리에게 자기의 아들을 주


신 것과 같이, 믿음으로써 우리는 그 아들을 안고 주신 바대로 인식하게 된
다.42)

믿음은 성령의 깨우침이다. 우리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마음이 조명되


고 우리의 심장이 확실한 감화를 받게 된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진리가 확실
하므로 그는 자신의 거룩한 말씀으로 행하실 것을 약속하신 것 외에 어떤 것
도 공급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분명한 사실로 수립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에
기초해서, 성령은 하나님의 진리의 확실성을 우리 마음에 견고하게 하는 보증
이자, 우리의 심장이 주님의 날에 인침을 받는 도장이라고 불리신다. 왜냐하
면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시며 우리는 그의 자녀들임을 우리의 영에 증언하
시는 분이 성령이시기 때문이다.43)

하나님은 성자로서 스스로 말씀이시고,44) 성령으로서 스스로 말씀하신다.45)


이러한 성자와 성령의 위격적 특성에 대한 이해에 기초하여 칼빈은 성경이 오직 “성
령의 내적이며 은밀한 증거에 의해서만(ab arcano et interiore testimonio
spiritus)” 우리에게 진리로서 확증됨을 강조한다.

Press, 1954), 140.


38) John Calvin, Instruction in Faith (1537), tr. & ed. Paul T. Fuhrmann (Philadelphia:
Westminster, 1949), “Historical Forward,” 8-10.
39) John Hesselink, Calvin’s First Catechism, A Commentary: Featuring Ford Lewis Battles’
Translation of the 1538 Catechism (Louisville: Westminster/John Knox, 1997), 15 (CO
5.334). 이하 본서는 Calvin’s First Catechism으로 표기.
40) Calvin’s First Catechism, 14, 16 (CO 5.334).
41) Calvin’s First Catechism, 15 (CO 5.334).
42) Calvin’s First Catechism, 12 (CO 5.332).
43) Calvin’s First Catechism, 15 (CO 5.334): “......fides sit sancti spiritus, qua et mentes
nostrae illuminantur, et confirmantur corda in certam animi persuasionem, quae statuat
tam certam esse Dei veritatem, ut non possit non praestare, quod se facturum sancto
suo verbo recepit. Ob eam rem et arrha vocatur, quae divinae veritatis certitudinem
animis nostris stabilit: et sigillum, quo in diem Domini corda nostra obsignantur: quia ille
est qui spiritui nostro testificatur, Deum esse nobis patrem, nosque vicissim eius filios.”
44) Inst. 1.13.7 (CO 2.94-95).
45) Inst. 1.13.15 (CO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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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성경에 대한 최고의 증거는 그것 안에서 친히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인
격으로부터 유래된다......왜냐하면 하나님 자신께서 자신의 말씀에 대한 합당
한 증인이 되시는 것처럼 그분의 말씀도 성령의 내적인 증거에 의해서 각인
되기 전에는 사람의 마음에 받아들여 질 수 없기 때문이다.46)

믿음은 단지 “차갑고 벌거벗은 지식(frigida nudaque notitia)”이 아니라 “그


자체가 성령의 역사”로서, “중생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하늘의 선물”이다.47) “믿는
것(credere)”은 성령의 역사로 말미암아, 말씀을 “듣는 것(audire)”이다. 그러나 그
들음은 귀에 있지 않고 마음에 있다.48) 광선이 태양을 원천으로 하되 태양 주위에서
비추듯이 믿음도 말씀으로부터 나오고 말씀에 머문다.

믿음을 떠받쳐서 지탱하는 기초는 말씀이다. 말씀이 빗나가면 믿음은 쓰러진


다. 그러므로 말씀을 제거한다면 결단코 아무 믿음도 남지 않는다.49)

빛이 태양의 소산이듯이 믿음은 말씀으로부터 나오는 “거역될 수 없는 진리”


를 실어 나른다. 이는 오직 말씀을 통한 성령의 효과적인 작용으로 말미암는다. 이런
측면에서, 칼빈은 믿음을 “하나님의 진리에 대한 감화(de veritate Dei persuasio)”
라고 정의한다.

믿음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선하심을 아는 지식과 그 선하심이 실재함에


대한 확실한 감화이다.50)

성경은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신적인 그 무엇을 호흡하고 있다


(divinum quiddam spirare).” 성경은 오직 믿음으로만 수납된다. 성령의 나타나심과
능력과 감동이 없이는 아무도 성경을 통하여 친히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는 바, 믿음은 그러한 불가항력적인 은혜에 사로잡힌 성도의 내적 정서를 지시
한다.51) 그러므로 말씀을 통하여 얻는 믿음의 지식은 탐구하면서 획득하는 것이 아니
라 잠잠한 가운데 거저 받아서 누리는 것이다. 믿음은 불가항력적인 은혜로 부여되는

46) Inst. 1.7.4 (CO 2.59): “Itaque summa scripturae probatio passim a Dei loquentis persona
sumitur......Nam sicuti Deus solus de se idoneus est testis in suo sermone, ita etiam non
ante fidem reperiet sermo in nominum cordibus quam interiore spiritus testimonio
obsignetur.”
47) 『칼빈주석』, 요 1:13 (CO 47.12). 이하 칼빈의 신약 주석은 John Calvin, New Testament
Commentaries, ed. D. W. Torrance, T. F. Torrance (Grand Rapids: Eerdmans, 1960-1972)
을 사용. 이하 본 작품은 『칼빈주석』으로 CO의 출처를 성경 장·절과 함께 표기.
48) 『칼빈주석』, 요 5:24 (CO 47.115-116).
49) Inst. 3.2.6 (CO 2.402).
50) Inst. 3.2.12 (CO 2.407): "fides divinae erga nos benevolentiae notitia est, et certa de eius
veritate persuasio."
51) Inst. 1.8.1 (CO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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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믿음의 지식에는 어떤 공로도 없다. “하나님을
아는 모든 지식은 순종으로부터 태어난다(omnis recta Dei cognitio ab obedientia
nascitur)”라는52) 칼빈의 말은 이를 함의하고 있다.
이러한 “믿음의 역사(opus fidei)”는(살후 1:11) “하나님의 역사(opus Dei)”이
다.53) 믿음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경륜에 따른 말씀과 성령의 감화로서 이를 선물로서
누리는 편에서의 수동성—“믿게 되는 신앙(fides qua creditur)”—이54) 이에 기인한
다.55) 그러므로 이를 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원의 계시의 경륜에 따라 성도에게 주어지
는 믿음의 지식과 확신이라는 차원에서 보지 않고,56) 칼빈이 추구하는 “중립(via
media)”의 경향이 성경해석의 영역에 드러난 것일 뿐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지나친
형식논리이다.57)

3.2. 그리스도의 고리로 연결되는 믿음의 세 가지 요소와 그 정서(affectus)로


서의 평정(securitas)

지금까지 고찰한 바, 칼빈에게 있어서, 믿음은 성령이 행하시는 “주요한 역사


(praecipuum opus)”로서, “성령으로부터 생겨난다.”58) 성령이 믿음의 “저자(autor)”
이자 “원인(causa)”이시다. 성령의 “조명(illuminatio)”이 없으면 믿음으로 말미암은
하나님의 말씀의 감화가 우리 안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믿음은 성령 이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과 함께, “하나님의 고유한 선물(singulare Dei donum)”
로서 우리에게 수여된다.59) 이러한 논의에 있어서 보혜사 성령이 말씀의 영, 즉 “그
리스도의 영(spiritus Christi)”이시라는 사실이 특히 부각된다.60) 이러한 배경 하에
칼빈은 우리가 위에서 논한 개혁신학자들이 말하는 믿음의 세 가지 요소를 다룬다.
믿음의 첫 번째 요소는 “지식(notitia)”이다. “아는 것이 없이” “믿는 것”은
맹목적 추종이지 참 신앙이 아니므로, “무지(ignoratio)”를 전제하는 로마 가톨릭의
“맹목적 신앙(fides implicita)”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없다. 믿음은 생명의 주가 되
시는 그리스도에 대한 “분명한 인식(agnotio explicita)”을 뜻한다.61) 믿음으로써 우

52) Inst. 1.6.2 (CO 2.54-55).


53) Inst. 3.2.35 (CO 2.427).
54) Heinrich Heppe, Reformed Dogmatics: Set out and Illustrated from the Sources, tr. G. T.
Thomson (London: George Allen & Unwin, 1950), 527.
55) 믿음은 사람의 일이지만 그것을 선물로 받아서 누리는 것이다. Cf. Hoekema, Saved by Grace,
143-146.
56) 이렇게 보는 다음 입장 참조. Joel R. Beeke, Assurance of Faith: Calvin, English Puritanism,
and the Dutch Second Reformation (New York: Peter Lang, 1991), 64-72.
57) Cf. Richard C. Gamble, “Calvin’s Theological Method: Word and Spirit, A Case Study,” in
Calviniana: Ideas and Influence of Jean Calvin, ed, Robert V. Schnucker (Kirksville, MO:
Sixteenth Century Essay and Studies, 1988), 66-75.
58) Inst. 3.1.4 (CO 2.396).
59) Inst. 3.2.33 (CO 2.426).
60) Cf. Hodge, Systematic Theology, 3.90-91; Bavinck, Reformed Dogmatics, 1.574-575,
4.129-133; Shepherd, The Nature and Function of Faith in the Theology of John Calvin,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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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는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독생자께 충만한 진리를 받아들임과 동시에 그의 은혜를
충만히 누리게 된다. “믿음의 분량대로(ad analogiam fidei)”(롬 12:3) 믿기만 하면,
연약한 믿음도 “참 믿음(vera fides)”이다. 왜냐하면 믿음에는 항상,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신 그리스도를(요 1:14, 17) 받아들이는 “경건한 정서(情緖, pius affectus)”가
수반되기 때문이다.62) 믿음으로써 우리는 “그 안에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화가 감추
어져” 있는 그리스도를 소유하게 되며(골 2:3), 성령으로 내주하시는 그에게서 “경건
에 관한 건전한 가르침(sana pietatis doctrina)”을 받게 된다.63)
이러한 “확실한 경건의 경험(certa experientia pietatis)”을 통하여 얻게 되
는 믿음의 지식은 오직 “그리스도의 영”의 역사로 말미암아 생겨난다.64) 그리스도가
우리의 “선생(magister)”이자65) “내적 교사(internus doctor)”로서66) “하나님의 음
성”을 뚜렷하게 들려주심으로써 자신이 우리 안에 계심을 확증시키신다. “왜냐하면
주님이 어떠한 고리를 사용하셔서 자신 안에서 말씀의 확실성과 성령의 확실성을 연
결시키시기 때문이다.”67) 칼빈이 말하는 이러한 “확실성(certitudo)”은 개혁신학자들
이 믿음의 두 번째 요소로 칭하는 승인(assensus)과 다를 바 없다.68) 칼빈은 “성경의
확실성”을 다루면서, 믿음은 하나님의 말씀의 기록인 성경이 “하나님의 입 그 자체로
부터(ab ipsissimo Dei ore)” 흘러나온 것이라는 사실과 그 각각의 말씀이 진리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이는 오직 성령의 감동으로
말미암아 “겸손하여져서 가르칠만하게 된 독자”만이 받아들이게 된다.69) “믿음의 지
식(notitia fidei)”은 우리의 지각에 따른 주관적 “이해(apprehensio)”가 아니라 말씀
에 대한 성령의 “감화의 확실성(persuasionis certitudo)”으로부터 비롯된다.70) 성령
으로 “감화된(persuasus)” 성도는 말씀이 모든 사람에게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진리
가 됨을 믿는다. 이러한 믿음의 속성은 그 주체인 성도 자신이 아니라 그 대상이 “그
리스도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ex ore ipsius Christi)” 말씀이라는 사실에 기인한
다.71)
믿음의 세 번째 요소는 확신(fiducia)이다. 믿음은 성령의 은밀한 역사를 통한
“확실하고 확고한(certa et firma)” 감화로서, 이로써 말씀의 객관적 “확실성”에 대한
주관적—혹은 내적—“확신”에 이르게 된다. 그 “확신(πληροφορίας)” 가운데 성도는

61) Inst. 3.2.2 (CO 2.398-399).


62) Inst. 3.2.4-5 (CO 2.399-401).
63) Inst. 3.2.13 (CO 2.408). Cf. Arvin Vos, Aquinas, Calvin, and Contemporary Protestant
Thought: A Critique of Protestant Views on the Thought of Thomas Aquinas (Grand
Rapids: Eerdmans, 1986), 4-9.
64) Inst. 1.13.14 (CO 2.102).
65) Inst. 1.10.2 (CO 2.73).
66) Inst. 3.1.4 (CO 2.396).
67) Inst. 1.9.3 (CO 2.71): "Mutuo enim quodam nexu Dominus verbi spiritusque sui
certitudinem inter se copulavit."
68) Cf. Vos, Aquinas, Calvin, and Contemporary Protestant Thought: A Critique of Protestant
Views on the Thought of Thomas Aquinas, 10-17.
69) Inst. 1.7.5 (CO 2.60).
70) Inst. 3.2.14 (CO 2.409).
71) 『칼빈주석』, 요 16:25 (CO 47.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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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 이삭, 야곱, 모세의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으로 받아들이게 된다.72) “확신”
은 하나님의 말씀을 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심중의 상태로서, “하나님의 교리(Dei
doctrina)”를 새기는 것으로서,73) 보혜사 성령의 임재로, 그리스도가 우리 안에 사시
며, 그의 진리가 계시될 뿐만 아니라, 그 진리의 감화로 말미암아 구원의 역사가 일
어남을 내적으로 “인치는 것(obsignare)”을 의미한다.74) 보혜사 성령은 우리가 믿음
으로써 “그리스도를 아는 참 지식”을 누리게 하실 뿐만 아니라,75) 그 임재로 말미암
아 그리스도가 우리 안에 사시게 된다. 이러한 “은밀한 작용(arcana efficacia)”으로
말미암아 “우리 밖에(extra nos)” 계신 그리스도가 “우리 안에(in nobis)” 계셔서 우
리와 “하나가(in unum)” 되신다(갈 3:27). 그리하여 우리는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하
여 이루신 모든 대속의 의를 누리게 된다. 그것은 지식(일반적 믿음)과 능력(특별한
믿음)에 모두 미치는 바, 믿음으로써 우리는 그리스도의 충만한 “은혜와 진리”를 함께
누리게 된다. 믿음이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 있어서, 그 지식
은 이미 성령의 감동으로 말미암은 확신을 포함한다. 칼빈의 믿음의 교리에 있어서
이 점이 특히 주목된다.76)

그리스도가 우리를 자신에게 효과적으로 연결시키시는 고리는 성령이시다.77)

그리스도가, 자신의 영의 능력으로 우리를 조명하여 믿음에 이르게 할 때, 동


시에 우리를 그의 몸에 접붙여서 모든 선에 참여하는 자가 되게 하신다.78)

칼빈은 이와 같이 그리스도의 고리로 믿음의 세 가지 요소를 연결시키는 가


운데,79) 그 “견고한 감화로(solida persuasione)” 주어주는 “평정(securitas)”에 대해
서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다.80) 평정은 성령의 역사로 말미암아 성도가 말씀을 수납하
고 그 약속과 성취를 누리를 화평을 뜻하는 것으로서, “믿음의 주요한 축
(praecipuus fidei cardo)”이라고 일컫는다.81) 믿음의 천거를 받아 성도는 말씀 가운

72) Inst. 3.2.15 (CO 2.410). 이런 점에서 “확신”은 성령의 감동에 따라서 주어지는 “권면(peismonh,)”이
라는(갈 5:8) 의미가 있다. Cf. Heppe, Reformed Dogmatics: Set out and Illustrated from the
Sources, 527.
73) 『칼빈주석』, 롬 10:17 (CO 49.206).
74) Inst. 1.9.1 (CO 2.70).
75) Inst. 3.2.6 (CO 2.401).
76) Cf. Heppe, Reformed Dogmatics: Set out and Illustrated from the Sources, 537; Beeke,
Assurance of Faith: Calvin, English Puritanism, and the Dutch Second Reformation,
47-54.
77) Inst. 3.1.1 (CO 2.394): "spiritum sanctum vinculum esse, quo nos sibi efficaciter devincit
Christus."
78) Inst. 3.2.35 (CO 2.427): "Christum, ubi nos in fidem illuminat spiritus sui virtute, simul
inserere in corpus suum, ut fiamus bonorum omnium participes."
79) Cf. Hoekema, Saved by Grace, 140-143.
80) 다음 글에서 보듯이 대체로 믿음에 대한 칼빈의 이해를 다룸에 있어서 “평정”은 도외시되거나 “확
신”에 포함시켜 다룬다. Shepherd, The Nature and Function of Faith in the Theology of
John Calvin, 24-28; Beeke, Assurance of Faith: Calvin, English Puritanism, and the Dutch
Second Reformation, 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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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고요한 쉼을 누리게 된다.82) 믿음은 선물로 부여되는 것으로서 한번 주어지면 식
어가는 재 아래에서도 꺼지지 않는다.83) 비록 하나님 앞에서의 “두려움”과 “떨림”이
없지 않지만 성도의 마음에는 “믿음의 평정(securitas fidei)”이 아주 소실되지는 않
는다. 왜냐하면 하나님에 대한 “경배”에는 잠잠히 그를 믿고 바라며 평안 중에 기다
리는 “감미로움(dulcedo)”과 “달콤함(suavitas)”이 언제나 함의되어 있기 때문이다.84)
믿음이 주는 평정은 뚤레틴이 말한 “반사적 작용”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이로부터
“담대함(audacia)”이 생기며,85) “소망” 가운데,86) “사랑”에 이르게 된다.87) 그리하여
칼빈은 평정을 “양심의 평온을(conscientae serenitatem)” 주는 “믿음의 의의 특별
한 열매”라고 부른다.88) 이러한 평정 역시 믿음의 세 가지 요소와 다를 바 없이 성도
가 그리스도와 “연합체(societas)”가 되어 그 자신과 그에게 속한 모든 선한 것들에
참여함으로 말미암아 얻게 된다.89) 믿음 가운데 성도가 어떤 동요나 의심도 없이 그
리스도가 구주가 되심을 확신하고 신뢰하는 것 가체가 그의 공로로 말미암는다.90) 그
리스도가 우리 믿음이 지향하는 목적지로서 오직 그 안에서 우리는 쉼을 누리게 된
다.91) 이 점에서, 칼빈은 믿음을 “오직 하나님을 의지하는 양심의 고요한 확실성
(traquilla conscientiae certitudo, quae solo Deo nititur)”이라고 정의한다.92)

3.3. 구원의 도구적 원인으로서의 믿음의 의(iustitia fidei)

성도의 구원은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로 말미암는다. 그가 모든 구원의 의를


다 이루셨다. 그리스도의 의를 자신의 것으로 삼아 성도는 그리스도와 하나가 된다.
의의 전가로 말미암아 성도의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일어난다. 왜냐하면 성도에게 전
가된 그리스도의 의는 그의 소유가 아니라 그 자신을 주신 의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도의 의는 당하신 순종과 행하신 순종에 미치는, “우리에게 없는 것(quod nobis
deest)”으로서,93) 칭의와 성화의 이중적 은혜에 부합한다.94) 이러한 측면에서, 칼빈은
“오직 믿음으로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행위도 의롭다고 칭함을 받는다”라고 칭한
다.

81) Inst. 3.2.16 (CO 2.411).


82) 『칼빈주석』, 요 20:29 (CO 47.445).
83) Inst. 3.2.17-21 (CO 2.411-416).
84) Inst. 3.2.22-23, 26-28 (CO 2.416-417, 419-421).
85) Inst. 3.2.15 (CO 2.411).
86) Inst. 3.2.41-43 (CO 2.431-434).
87) Inst. 3.2.9-12 (CO 2.404-408).
88) 『칼빈주석』, 롬 5:1 (CO 49.88).
89) Inst. 3.2.24 (CO 2.418).
90) 『칼빈주석』, 요 3:18 (CO 47.67).
91) 『칼빈주석』, 요 14:1 (CO 47.321-322).
92) 『칼빈주석』, 갈 3:11 (CO 50.209); Inst. 3.14.20 (CO 2.578).
93) Inst. 3.13.5 (CO 2.564).
94) Cf. Shepherd, The Nature and Function of Faith in the Theology of John Calvin, 3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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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자신이 주신 어떤 선행이라도 또한 자신이 받으실 가치가 있는 것으
로 여기셔서 자신의 후함을 더하신다.95)

“그리스도는 복음을 통하여 자신을 우리에게 주시고 우리는 믿음으로써 그를


받아들인다.”96)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롬 10:6), 즉 “믿음의 의”(롬 4:13)는 믿음의
공로로 말미암아 나오는 것이 아니다.97) 아브라함이 믿어서 의롭게 됨은 그 인격과
행위에 모두 미치는 바, 이는 오직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는 언약의 은혜로 말미암는
다.98) “의는 복음에 의해서 부여되고 믿음에 의해서 받아들여진다.”99) 우리의 의가
믿음에 달려있는 것은 사실이나, 구원서정(救援序程) 전체에 있어서 믿음이 가치를 갖
는 것은 그 자체의 공로가 아니라 그것에 부여되는 은혜 때문이다.100) 이러한 측면에
서 성도의 구원의 전체 과정에 작용하는 그리스도의 의가 “믿음의 전가된 의
(imputativa fidei iustitia)”라고 칭해진다.101)
믿음은 구원의 질료(materia)가 되는 그리스도의 은혜를 누리는 도구
(instrumentum)로서 그 자체로는 어떤 값(pretium)도 지닐 수 없다.102) “믿음의 의”
는 믿는 행위 혹은 믿음의 행위에 기인하지 않는, “값없는 의(iustitia gratuita)”이
다.103) 그것은 “율법의 의”가 아니라 율법의 요구를 다 이루신 “그리스도의 의”이
다.104) “믿음의 의”는 “그리스도를 믿음(fides Christi)”과 다를 바 없으며, “그리스도
를 떠나서(remoto Christo)” 존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105) 그리스도 외의 무엇과
함께 존재할 수도 없다.106) 그리스도가 “우리의 믿음의 고유한 대상(proprium
obiectum)”이시다.107) 믿음은 “그리스도의 의로 옷 입혀지는(induimur)” 것이다.108)
믿음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의에 교통할 수 있는 도구로써, 이를 통하여 하나님의 말
씀이 우리 안에 머물러 우리가 그를 의지하고 신뢰하게 된다.109) 엄밀히 말해서, “믿
음과 함께 하는 말씀(verbum cum fide)”110)—“말씀으로부터 품게 되는 믿음(fides e

95) Inst. 3.17.5 (CO 2.593): "quidquid bonorum operum contulit, liberalitatem suam augendo,
sua quoque acceptione dignatur."
96) 『칼빈주석』, 요 1:12 (CO 47.12).
97) Inst. 3.11.17-18 (CO 2.547-548).
98) Cf. John Calvin, Sermons on Melchizedek and Abraham: Justification, Faith and
Obedience (Willow Street, PA: Old Paths Publications, 2000, original ed., 1592), 90(창
15:4-6), 159-161(창 15:6), 174(창 15:6-7).
99) 『칼빈주석』, 롬 1:17 (CO 49.21).
100) Inst. 3.17.11-15 (CO 2.598-603)
101) 『칼빈주석』, 롬 4:3 (CO 49.69).
102) Inst. 3.18.8 (CO 2.610); 『칼빈주석』, 갈 3:6 (CO 50.205). Cf. Wilhelm Niesel, The Theology
of Calvin, tr. Harold Knight (Grand Rapids: Baker, 1980, rep.), 124-125.
103) 『칼빈주석』, 롬 3:21 (CO 49.59).
104) 『칼빈주석』, 롬 3:22; 10:4-5 (CO 49.60, 196-198).
105) 『칼빈주석』, 갈 2:17-18 (CO 50.197). 『칼빈주석』, 갈 (CO 50.).
106) 『칼빈주석』, 갈 3:12 (CO 50.209).
107) Calvin’s First Catechism, 20.2 (CO 5.338).
108) Calvin’s First Catechism, 16 (CO 5.335).
109) 『칼빈주석』, 갈 3:6 (CO 50.205).
110) 『칼빈주석』, 롬 3:22 (CO 4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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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bo concepta)”—이 구원의 도구인(causa instrumentalis) 혹은 형상인(causa
instrumentalis)이 된다.111) 이렇듯 행위의 공로가 없이 부여되는 믿음의 의가 성도
의 생명뿐만 아니라 생활도 의롭게 한다. “행위의 의조차 믿음의 의의 효과이다.”112)
“믿음은 우리가 그리스도를 모셔 들임으로 그와 교통할 수 있게끔 하는 도구
이다.”113) 믿음은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동참하게 한
다.114) “믿음으로써 우리가 그리스도의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이 결코 이상하지 않음은,
그것이 그의 죽음의 효력과 그의 부활의 열매를 통하여 그를 포용하기 때문이다.”115)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양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는 것은 “믿음 자체가 아니라 믿음의
효과와 열매(effectus et fructus)”이다. 믿음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어 그의
생명을 누리게 하는 도구가 될 뿐, 그 생명 자체는 아니다.116) 믿음의 “일”은 그 자
체로는 공로가 없으므로, “믿음의 법”과 “행위의 법”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117) 믿
음에 따르는 사랑—“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fides cum caritate)”(갈 5:6)—을 다
룰 때에도 마찬가지이다.118)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으므로, 로마 가톨릭과 같이 믿음 자체를 선행
여하에 따라서 “갖추어진 것(formata)”이라거나 “갖추어지지 않은(informis)” 것이라
고 나누어서는 안 된다.119) 그리스도의 의는 우리가 믿어 의롭다 함을 받는 유일한
의로서, 다른 것으로 더 채워져야 할 “첫 번째 은혜(prima gratia)”에 그치지 않는
것이 아니다.120) “구원의 절반(dimidium salutis)”을 행위에 돌리는 교황주의자들에
게 있어서는,121) 그리스도의 의가 “절반의 의(dimidia iustitia)”밖에 되지 않는다.122)
성도의 생명과 생활—살아남과 살아감—이 모두 그리스도의 완전한 의로 말미암는다.
그리스도의 의는 “우리의 행위를 헤아림 없이, 값없이 전가된다(gratis imputetur,
sine ulla operum nostrorum ratione).”123) 믿음의 의는 성도의 구원 전체에 미치
며 그 대상은 “순수한 은혜(mera gratia)”이다.124) 성도가 율법을 준행하는 것도 그

111) Inst. 3.14.17 (CO 2.575-576); 『칼빈주석』, 롬 3:24 (CO 49.61).


112) 『칼빈주석』, 롬 4:6-8 (CO 49.73).
113) 『칼빈주석』, 롬 3:22 (CO 49.60).
114) 『칼빈주석』, 갈 2:20 (CO 50.199).
115) 『칼빈주석』, 요 3:16 (CO 47.65).
116) 『칼빈주석』, 요 6:35 (CO 47.145).
117) 『칼빈주석』, 요 6:29 (CO 47.141).
118) Inst. 3.11.20 (CO 2.550). Cf. Helmut Feld, “Um die reinere Lehre des Evangeliums:
Calvins Kontroverse mit Sadoleto 1539,” Catholica 36 (1982), 168-180.
119) 『칼빈주석』, 갈 5:6 (CO 50.246-247). Cf. Hoekema, Saved by Grace, 138-139. 특히 이에 관
한 칼빈과 아퀴나스의 입장의 차에 대해서, Vos, Aquinas, Calvin, and Contemporary Protestant
Thought: A Critique of Protestant Views on the Thought of Thomas Aquinas, 28-37.
120) John Calvin, Acts of the Council of Trent with the Antidote, in John Calvin’s Tracts and
Treatises, 3 vols, tr. Henry Beveridge (Grand Rapids: Eerdmans, 1958), 118-121 (CO
7.450-453). 하나님이 베푸시는 보상으로서 “첫 번째 은총” 가운데 수행되는 선행에 대하여 주어지는
것이 “meritum de congruo(합력적 공로)”이며 이에 후속하는 것으로서 초자연적인 은총 가운데 수
행되는 선행에 대하여 주어지는 것이 “meritum de condigno(합당한 공로)”이다. 주, 롬 3:27, 각주
1) 참조.
121) 『칼빈주석』, 갈 2:21 (CO 50.201).
122) 『칼빈주석』, 갈 2:16 (CO 50.196).
123) Calvin’s First Catechism, 19 (CO 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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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부터 솟아난다.125)
믿음의 의는 그리스도의 의를 대체하는 우리 자신의 의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의를 우리 자신의 것으로 삼도록, 하나님이 말씀과 성령의 역사로 우리 속에 부여하
신 은혜의 선물이다.126) 믿음은 “[그리스도의] 의의 열매”이다. 우리는 “생명의 원인
(causa vitae)”으로서 그리스도를 믿고 그의 은혜에 동참하게 된다.127) 이런 측면에
서, 믿음은 “영혼의 영적인 부활”이다. “진정 믿음의 빛나는 천거가(praeclarum
fidei elogium) 있으니, 이로써 그리스도의 생명이 우리 안에 부어져 우리가 죽음으
로부터 해방된다.”128) 성도는 “믿음에서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몸과 한 몸이 되고
하나님의 수양(收養)과 하늘의 상속권에 동참하게 된다.”129) 믿음으로써 성도는 은혜
와 진리가 충만하신 그리스도를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진리를 알고, 아는 바대로 은혜
를 누린다. 그러므로 믿음으로써 누리는 구원의 은혜뿐만 아니라 그 지식조차도 그리
스도로 말미암아 취하게 된다. 엄밀히 말해서, 앎으로써 믿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를 아는 지식으로부터 믿음이 흘러나온다(fidem ex Christi notitia fluere).”130) 이
러한 지식은 구원의 은혜로 인하여 거저 부여된다. 칼빈은 이렇듯 믿음의 차원이 구
원론적이며 동시에 인식론적이라는 점을 일관성 있게 강조한다.

4. 결론적 고찰: 믿음의 인식론적-구원론적 지평

지금까지의 고찰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바, 개혁신학자들이 말하는 “일반적 믿


음”과 “특별한 믿음”은 칼빈의 신학에 터 잡아 나타나는 개념들로서, 성도가 성령의
조명과 감화로 하나님의 말씀을 수납하여 구원에 이르고 그 계시를 누리는 은혜를 표
현하는 한 가지 과정에 나타나는 두 가지 측면 혹은 양상을 뜻할 뿐, 서로 다른 두
가지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이는 성경을 해석함에 있어서 “일반적 해석학(general
hermeneutics)” 외에 “특별한 해석학(special hermeneutics)”이 필요하다고 보아,
성경적 개념과 비성경적 개념의 호환성 혹은 대체성을 문제 삼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131)
칼빈은 사도렛을 반박하는 글에서, “우리가 믿음으로써 그리스도를 영접하
고, 말하자면, 그와 교제하게 될 때, 우리는 이를 성경의 용례를 좇아 믿음의 의라고
칭한다”라고 말한 후,132) 이러한 믿음의 의는 그리스도 자신과 그가 행하신 일을 바

124) 『칼빈주석』, 롬 4:16 (CO 49.80).


125) 『칼빈주석』, 롬 10:6 (CO 49.198-199 ).
126) 특히, Inst. 3.11.14, 16 (CO 2.545-546, 547).
127) 『칼빈주석』, 요 3:36 (CO 47.75).
128) 『칼빈주석』, 요 11:25 (CO 47.261).
129) 『칼빈주석』, 요 17:3 (CO 47.376).
130) 『칼빈주석』, 요 6:40 (CO 47.148).
131) 이런 논의에 관해서, Kevin J. Vanhoozer, First Theology: God, Scripture & Hermeneutics
(Downers Grove, IL: IVP, 2002), 230-234.
132) John Calvin, “Calvin’s Reply to Sadoleto,” in A Reformation Debate: John Calvin and
Jacopo Sadoleto (Grand Rapids: Baker, 1966), 67 (CO 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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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는 것으로서 성도의 신분—혹은 인격—과 행위 모두에 미치며 그 은혜가 칭의와
성화로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133) 구원의 믿음이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
음”이 됨을 부각시킨다. 칼빈이 트렌트 회의를 반박하면서 변증한 바, 칭의는 하나님
이 우리의 믿음만을 보시고 그리스도의 공로를 우리의 것으로 삼아주시는 “의의 전가
(iustitiae imputatio)”를 통한 “값없이 받아들임(gratuita acceptio)”을 뜻하며,134)
성화는 이러한 의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더욱 부착하는 것이다.135) 이러한
“의의 실재(iustitiae veritas)”는 다음과 같이 기술된다.

요약컨대, 우리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 우리의 인격과 행위가


모두 의롭게 된다고 나는 주장한다. 행위에 대한 칭의는 인격에 대한 칭의에
의존한다. 전자가 효과라면 후자는 원인이다. 그러므로 필히 오직 믿음의 의
만이 그 순서상 앞서고 그 정도에 있어서 탁월하므로 그 어떤 것도 그것보다
앞설 수 없고 그것을 모호하게 할 수도 없다.136)

그런데 우리가 칼빈의 로마서 주석을 통하여 알 수 있듯이, 이러한 구원적 믿


음은 성령의 역사로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게 되는 일반적 믿음과 함께 작용하며,
이와 다를 바 없이, 일반적 믿음도 단지 “역사적 믿음(historica fides)”에 그치는 것
이 아니라 “구원의 믿음(salutis fides)”을 전제한다.137) 칼빈은 구원의 은혜가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오직 믿음의 의”로 말미암음을 다음과 같이 논거에서 분명하게 개진
한다.

따라서 믿음은 단지 하나님과 그의 지식에 대한 승인에 불과한 것이 아니며


한 분 하나님이 계신다는 사실과 그의 말씀이 진리라는 사실에 대한 단순한
감화도 아니며, 복음으로부터 품게 되며 하나님 면전에서 양심의 평화를 가져
와 쉼을 누리게 하는 그의 자비에 대한 확실한 지식이다.138)

여기에 나타나듯이, 지식, 승인, 확신의 본질적 요소와 평정의 반사적 요소가
구원의 믿음의 의를 이룬다는 사실을 들어 칼빈은 전체 구원 과정이 오직 은혜에 따

133) Calvin, “Calvin’s Reply to Sadoleto,” 68 (CO 5.398).


134) Calvin, Acts of the Council of Trent with the Antidote, 115 (CO 7.447-448).
135) Calvin, Acts of the Council of Trent with the Antidote, 130-135 (CO 7.459-463).
136) Calvin, Acts of the Council of Trent with the Antidote, (CO 7.458): “Denique, non
proprio merito, sed fide sola, tam personam, quam opera iustificari affirmo: et ex
personae iustificatione hanc operum, tanquam ex causa effectum, pendere. Ergo et
ordine ita praededat, et gradu ita superemineat necesse est unica fidei iustitia, ne quid
eam vel praevertat, vel obscuret.”
137) 『칼빈주석』, 롬 10:9 (CO 49.201).
138) 『칼빈주석』, 롬 4:14 (CO 49.78): “......non est ergo fides aut Dei aut veritatis eius nuda
agnitio: ac ne simplex quidem persuasio quod Deus sit, quod verbum eius sit veritas: sed
divinae misericordiae certa notitia ex evangelio concepta, quae pacem conscientiae apud
Deum ac requiem concil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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른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는 사실을 강조하는 바, 이로부터 믿음의 인식론적-구원론적
지평이 수립되며 담보된다. 이렇듯 전가된 믿음의 의로 말미암은 구원의 은혜가 믿음
의 인식론적 차원 혹은 계시론적 차원에 있어서도 전제된다.139) 그러므로 과학적 지
식(scientia)울 대상으로 하는 믿음의 일반은총적 성격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으로 여
겨지지 않는다.140) 왜냐하면 구원의 은총에 함의된 평정을 도외시한 것으로서 성경적
인 의미를 갖는 믿음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141) 이러한 사실에 기초하여 우리는,
“우리가 하나님께 돌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는 믿음으로써 그의 진리에 대한 인침을
받는 것이다”라는 칼빈의 말에142) 믿음을 “종교의 첫째 공리들(prima religionis
axiomata)”이라고 부르고 이에 기초하지 않은 교리는 모두 거짓되다고 주장하는 그
의 논거가 있음을 합당히 추론할 수 있다.143) 이 점에 있어서, “믿음의 교리”와 관련
하여, 칼빈은 개혁신학자들에게 단지 단초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첫 번째
효시가 된다.

영원히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올립니다(Soli Deo gloria in aeternum)!

[국문초록]

개혁신학자들이 개진해 온 바와 같이, 구원적 믿음(fides salvifica)은 지식(notitia), 승인


(assensus), 확신(fiducia)의 세 요소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뚤레틴이 간파한 바와 같이, 믿음
에는 이러한 본질적 요소들 외에 그것들로부터 파생되는 반사적 요소들이 있다. 칼빈은 이를
평정(securitas)이라는 말로 그 모든 것들을 함의한다. 칼빈에게 있어서, ‘지식’은 성경 기록에
있어서의 인간 저자(autor humanus) 각각에 역사하는 성령의 영감(inspiratio)과, ‘승인’은
성경 독자(lector)가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 그 객관적인 확실성(certitudo)을 지니게
되는 성령의 조명(illuminatio)과, ‘확신’은 말씀이 비췬 그 독자가 그것을 자기 속에 주관적으
로 들이는 성령의 감화(persuasio)와 관련된다. 칼빈은 이러한 요소들을 갖춘 믿음은 필히 성
도의 심령의 평강과 담대함과 잠잠함을 낳고 궁극적으로 사랑에 이르게 된다는 점에 주목하면
서 ‘평정’에 대해서 논한다. 이러한 이해에 있어서 칼빈은 믿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게 되
는 인식론적 차원과 그리하여 그의 의를 전가 받아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의 행위도 의롭
다 하는 칭의와 성화의 이중적 은총을 누리게 되는 구원론적 차원을 역동적으로 연결시킨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말씀과 성령이 그리스도의 고리로 연결되는 기독론적 지평을 확보하게 된
다. 여기에 칼빈이 개진한 언약신학의 고유한 특징이 있다. 본고는 이러한 점에 비추어 칼빈

139) 이 점에 있어서, 칼빈은, 비록 루터와 다를 바 없이 그리스도를 믿음의 대상으로 여기고 그의 의가


믿음의 의가 된다는 사실을 견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루터와 차별화된다. Cf. François Wendel,
Calvin: The Origins and Development of His Religious Thought, tr. Philip Mairet (New
York: Harper and Row, 1973), 240-242.
140) 이와 같이 믿음을 일반은총의 영역에서 다루고자 하는 시도로서 다음을 참조. Paul Helm, Faith
and Understanding (Grand Rapids: Eerdmans, 1997), 특히, 53-76.
141) 루터는 믿음의 “확신(fiducia)와는 달리 “평정(securitas)”은 은총과 무관하게 주어질 수 있다고 보
는 경향이 있었다. Cf. Beeke, Assurance of Faith: Calvin, English Puritanism, and the Dutch
Second Reformation, 24.
142) 『칼빈주석』, 롬 4:20 (CO 49.84).
143) 『칼빈주석』, 롬 12:6-7 (CO 49.238-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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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그를 잇는 개혁신학자들이 루터와 루터란 신학자들과 구별된다는 점을 일고하였다.

[주제어]
칼빈, 믿음, 감화, 평정, 개혁신학

[영어 제목]
“doctrina fidei”: An Epistemological-Soteriological Dimension of Faith
Deployed by Calvin.

[영문초록]
As Reformed theologians have deployed, the salvific faith(fides salvifica) is
composed of three elements of knowledge(notitia), assent(assensus), and
assurance(fiducia). Besides these, then, as Francis Turretin asserts, there are other
reflexive elements, which are derived from them. Calvin uses a very significant
notion called security(securitas) in order to express its aspects, phenomena, and
impacts comprehensively. For Calvin, ‘knowledge’ is referred to the inspiratio of
the Holy Spirit working within the heart of each of human author(autor humanus),
‘assent’ to the illuminatio of the Holy Spirit by which each reader(lector) is led to
the objective certainty(certitudo) about the Bible, and ‘assurance’ to the persuasion
of the Holy Spirit by which each believer makes each biblical verse his or her
own. Calvin has a firm belief that the salvific faith equipped with these three
elements gives necessarily birth to the inner peace, audacity, and serenity, and
ultimately works as faith working with love(fides cum caricate). This points to the
‘security’ of faith. In this understanding, Calvin dynamically connects the
epistemological dimension of faith, by which we hear the words of Christ, and its
soteriological dimension, by which His righteousness is imputed to us and not only
we ourselves but also our works are justified. This shows most characteristically
what Calvin and his successors’ Reformed covenant theology is.

[key words]
Calvin, faith, persuasion, security, Reformed the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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