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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러시연구제11권6호(통권38호) TheKoreanJournalofLiteracyResearch

2020.12.30. DOIhttps://doi.org/10.37736/KJLR.2020.12.11.6.23

삭제된 삽화와 원본
- 1930년대 삽화 검열을 중심으로1)

공성수2)

< 목  차 >
1. 서론
2. 이론적 배경 및 연구 방법
3. 삭제 삽화와 원본의 재구성
4. 결론을 대신하여

1. 서론

이연구는1930년대일간신문의연재소설삽화중누락되거나삭제된흔
적이있는삽화들을수집하고,그처럼훼손된이유를살펴보고자하는소박
한목표에서시작된다.따라서본논문은새로운가설을설계하고그것을확
인하는논증적글이라기보다는,과거의유실된자료를발굴하고그것을체계

1) 이
 논문은2017년대한민국교육부와한국연구재단의지원을받아수행된연구임
(NRF-2017S1A5A8022240).

2) 경
 기대학교,국어국문학과조교수,kongwriter@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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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분류조사한다는점에서,원전연구에대한결과보고(報告)에가깝다.
그러나다른한편이연구는이시기소설삽화의생산과관련한외재적맥
락을살펴보려는또다른목표도함께가지고있다.즉,의도적으로훼손되거
나삭제된삽화들,그러므로어떤의미에서비정상적인상태로존재하는이
삽화들을연구함으로써,이시기소설삽화제작과관련된다층적맥락을재
구할수있다고믿는것이다.
가령,어떤소설삽화는단순히편집이나인쇄과정상의실수로인해누락
되거나삭제되었을수있다.여전히숙련된인력이부족했던당대신문과출
판계의현실적인여건을고려하면,삽화조판과정에서벌어질수있는이러
저러한실수를예상하기란어렵지않기때문이다.하지만어떤삽화들은단
순한오류가아니라,어떤특정한의도에의해적극적으로삭제되었을가능
성도있다.조판의실수때문만이아니라,그와같은실수를바로잡기위한이
유로,혹은그밖의다른어떤외부의위력에의해서삽화가삭제되었을가능
성도배제할수는없는것이다.
게다가본고의관점에서본다면,사실이문제에서보다더주목해야할부
분은,결과적으로이렇게삭제된상태의삽화를통해서이시기신문연재소
설삽화의제작환경전반을살펴볼수있다는데놓여있다.언뜻보기에는단
순히삭제되고누락된것처럼보이는삽화들속에,1930년대소설삽화의생
산,조판,인쇄그리고유통의실제과정을엿볼수있는크고작은단서들이
포함되어있을가능성이농후하기때문이다.
더구나소설안에서검열로인한복자(伏字)를함께발견할수있는삽화라
거나,검열기록이명백하게존재하는소설과함께실린삽화들이라면,삽화
삭제의원인을단순한편집과조판의오류정도로생각하기는어렵다.오히
려이경우에1930년대식민지조선의언론과문학,출판에가해졌던광범위
한검열의문제를고려해보는일은보다더중요해질수있다.그와같은연구
를통해,식민지조선에서이뤄진문학과미술,소설과삽화에대한검열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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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재구성할수있기때문이다.요컨대식민지의문학이“쓸수있었던것”과
“쓸수없었던것”사이의필연적간극속에서산출될수밖에없었던것이라
면,동일한논리에서이시기의소설삽화가결코그려서는안되며,끝내그
릴수없었던것은무엇이었는지를확인하는일은예술사적으로도중요한문
제가되는셈이다(한만수,2015).
따라서본연구의궁극적인목표는,(특히의도적으로)삭제된삽화들이어떤
이유에서그처럼삭제될수밖에없었는가에관한다양한맥락을재구성하는
데초점을맞추고있다.그리고이를위하여본연구는한국신문연재소설삽
화가가장많이출판되었던1930년대를구체적인연구의대상시기로설정
하고,이시기의대표적인민간신문이었던『동아일보』와『조선일보』등에
수록된소설삽화들에대한원전탐구를실시하고자했다.
보다구체적으로,이연구는1930년1월1일부터1940년대초반까지약
10년간『동아일보』와『조선일보』에연재된소설삽화를중심으로,이에대

한전수조사를목표로진행되었다.무엇보다누락되거나삭제된흔적이있
는삽화들을가능한빠뜨리지않고찾아내는데1차적인목표를두었으며,이
처럼발견한삽화들에대해복수(複數)의데이터베이스를활용해추가적인교
차검토를시도했다.이러한교차검토는,삭제된삽화가운데원본이존재하
는삽화들을함께발굴하기위한데그목적이있었다.
한편,원본을도저히발견할수없는삽화에대해서는,소설의내용을통해
서소설삽화의원형을재구성하고자시도했다.누락된삽화의원본을재구
성하는작업은,소설과삽화가필연적으로상호소통적인관계에있다는전
제,즉겉으로보이는두텍스트의수많은이질적차이에도불구하고소설과
삽화는늘동일한사건에대한서로다른판본의이야기로존재한다는전제
로부터시작된다.소설삽화는,이야기의특별한국면을미술의언어로재현
한다.소설서사로부터발생하는다양한효과들을시각적으로형상화하는것
이다.소설을읽은삽화(가)는이야기의내용은물론,이야기를구성하는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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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요소들과그효과들을그림을통해전달하게된다(공성수,2020:10) .그리고
이처럼소설삽화가기본적으로소설서사에대한재현물로서존재한다는점
을고려하면,소설을꼼꼼히읽는과정에서그림이될만한내용을미리가늠
해볼수도있다.소설과삽화의상호소통적인맥락속에서,삭제된삽화의원
형이어떠한모습이었을지그대강의모습을추적하는일도얼마든가능한
셈이다.
물론앞에서언급한바와같이,이와같은연구는크게두차원의보다큰
주제,즉이시기소설삽화의제작환경에관한문제와식민지검열에대한
문제를해결하기위해진행되었다.
이를테면,본고의3장에서는우선신문연재소설삽화가제작되었던일반
적인상황을재구하는데집중하고자한다.소설삽화중,단순히실수로누락
된삽화혹은오류를교정하기위해삭제된삽화를찾고이를다른삽화와비
교하려는것이다.분명,이런작업은이시기소설삽화의제작현실을보다
구체적으로살피는데기여할수있다.다음으로검열의문제는,실은본고에
서주목하고있는가장중요한연구주제라고할수있다.삭제된삽화들을추
리고,그와같은삭제의이유를확인하는일,더나아가그것의원본삽화를
발굴하고추론해보는일은문헌조사로서본연구의핵심적인부분이기도하
다.물론궁극적으로는,이와같은작업을통하여1930년대식민지조선의
예술장을지배했던검열의본질이무엇이었는지를더듬어보는일도중요할
것이다.
다만본격적인논의에앞서고백하지않으면안되는내용은,사실이연구
에서활용하는자료의대부분이이미완벽하게데이터베이스화된디지털고
신문(古新聞)자료를바탕으로이뤄진다는점이다.이연구가대단히많은소
설삽화들을보고읽고분류하는일을수반하기는하지만,이런작업들은모
두잘정리된D/B없이는불가능하다.본논문에서논의하고있는수많은삽
화들,심지어삭제된삽화와그원본역시그처럼이미있는신문D/B를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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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과정에서얻어낸것일뿐이다.그러므로본연구에도어떤의의가있다
면,그처럼잘만들어진D/B를성실하게읽어나가면서,미처발견하지못했
던가려진텍스트들사이의관계를발견하는데있는정도라할수있다.그런
점에서,이연구를시도할수있게해준,원전을수집하고충실하게자료화해
준연구자들에게,그들의그고단한노력에깊은존경과감사를전한다.

2. 이론적 배경 및 연구 방법

미술사학계의몇몇연구자들이근대미술의특수한사례로서신문삽화에
대하여괄목할만한논의를이뤄왔고,또한국어국문학계에서생산된소수의
논문들이소설과삽화의특별한미적원리를추적하고있지만,그럼에도불
구하고연구주제의다양성이라는측면에서보자면소설삽화에대한연구는
여전히미흡한것이사실이다.
이런상황을감안한다면,비슷한시기의인접장르에관한연구를참조하
는일은,부족한기존논의를채울수있는좋은대안이될것으로보인다.신
문연재소설삽화를,미술과사진을포괄하는이미지예술의일부로간주하
고,식민지검열이라는보다큰맥락에서살핌으로써,기존에축적된연구성
과들을충분히활용하는것이다.삭제된소설삽화와원본에관한기존의논
의가거의없는상황에서,가장관련깊은기존의논의들을통해연구의방법
과이론을강화할수있기때문이다.
이런점에서,한만수외(2010),검열연구회(2011),한만수(2015),한기형(2019)
과같은저작들은식민지검열과제도,그와관련된삭제본의문제를다층적
으로보여준다는점에서분명의미있는자료라할수있다.가령2000년대
초중반부터본격적으로이뤄지기시작한,조선총독부의식민지조선에대한
검열연구를묶어낸한만수외(2010)와검열연구회(2011)는이시기검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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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전반적인모습을살펴볼수있는중요한자료라할수있다.여기에실
린논문들은조선총독부의검열정책과그제도적원리,그리고그것들이실
제적용된사례들을꼼꼼하게수집함으로써,1930년대식민지조선의예술
이처했던억압적현실을구체적으로보여준다.특히일제하,식민지검열의
구체적인기록물들을사료로삼아조선총독부문화검열의실제를면밀하게
재구성해놓았다는점에서,이책의논문들은대단히중요한연구사적의의를
지닌다.
물론‘문학’검열의문제로집중한다면,한만수(2015)와한기형(2019)역시
눈여겨보지않으면안된다.기본적으로이논의들은한국문학의탄생과전
개과정에미친검열의영향을살핀다는점에서문제의식을공유하는것처럼
보인다.사소한개인의문장(文章)에서부터크게는조선의문단에이르기까
지,혹은개별문학장르로부터식민지배하의조선인이가졌던자기정체성에
이르는광범위한영역에이르기까지,그것들이구성되는데있어서검열이라
는것이얼마나강력한동인(動因)이될수있는지살피고있기때문이다.소
설삽화가기본적으로소설문학과의깊은상호관련성속에서그의미를획
득하게된다는본고의관점에서,문학의영역에서벌어지는검열에대한이
들의탁견(卓見)은이시기소설삽화가처한외재적현실을설명하는데에도
큰도움이된다.
다만이연구들가운데에서도,이미지예술의한장르로서소설삽화가가
진특징에좀더집중할때라면,보다주목해야할연구로정형민(2007) ,이경
민(2008),배홍철(2013),이민주(2013)를거론해야만한다.이들의논의가,정통
적인순수미술은물론신문이나잡지의삽화와사진,영화영상과같은이미
지매체와관련된검열의문제에천착하면서,나름대로의미있는성과들을
만들어내고있기때문이다.
우선정형민(2007)은일제시기총독부의미술검열에대한포괄적인논의
를전개하고있다는점에서주목할필요가있다.그에따르면,미술계에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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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의검열기조는기본적으로‘치안방해’와‘풍속괴란’에중심을두
고있었다.그는,이와같은검열의두원리를바탕으로신문잡지와인쇄물에
관한검열의현황을하나하나살핀다.무엇보다도『조선에있어서의출판물
개요』,『조선출판경찰개요』와같은이시기의검열기록물들을통해알려진,
1920~1930년대미술의삭제흔적과그원본을찾아내고,이와같은작업을

통해일제검열의원리를재확인한다는점에서,이연구가본고의연구방법
론을마련하는데시사점은크다.
이경민(2008)의경우,본격적인논문의형태는아니지만‘풍속의괴란’이라
는차원에서에로티시즘의문제가어떻게다뤄졌는지살핀다는점에서흥미
롭다.그는논의의대상을신문사진과광고로전환하고,여기에서외설잡지
가어떤식으로검열의대상이되어가는지를살핀다.여기에서무엇보다흥
미로운지점은,외설의이미지가조선과일본에서다르게읽힐수있는가능
성을포착한다는점이다.즉,식민지와제국사이의상이한검열의원리가존
재했을가능성을밝힘으로써,결국검열이식민지와제국을구분하는다분히
정치적인의도의산물임을암시하고있는것이다.
같은맥락에서보다더구체적인논증의사례로배홍철(2013)을들수있다.
그는누드화라는장르가서양화도입초부터이후로조선미술계에서어떤
방식으로검열의대상이되고,혹은어떻게검열로부터빗겨나가는지를보여
준다.물론그가언급하고있는것처럼,사실이시기검열의기준과법적해
석의근거가분명하지않았다는점에도주목할필요가있다.결국검열이라
는제도자체가고정불변의원칙이라기보다는실은특별한의도에의해서
얼마든지변화할수있는것임을그의논의가증명하고있기때문이다.
무엇보다이민주(2013)의경우,소설삽화에대한검열을누구보다먼저언
급했다는점에서주목할필요가있다.그는심훈의미완성장편,「동방의애
인」마지막회에나타난삽화란의삭제흔적에대해지적한다.섬세하고체계
적인문헌조사를통해검열기록을분석하고,삭제의실재를규명하고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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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일련의논의들은소설삽화가얼마든검열의대상이될수있으며,비록
『월보』와같은기록물에서는나타나지않지만,검열삭제된삽화가충분히
더존재할수있음을밝혔다는점에서의미가있다.
따라서본연구는이러한논의들의연장선에서,삭제된소설삽화의구체
적인내용과그원본을찾는것을주요한목표로삼고있다.본고는지금까지
축적된검열일반의논의들,특히이미지매체에적용되고있는검열에대한
실증적논의들을바탕으로,1930년대일간신문의연재소설란에서발견되는
삭제되거나누락된삽화의목록을만들고자했다.한국현대소설삽화의볼
륨이양적으로질적으로가장크게성장한1930년대,소설삽화의생산과관
련된외재적맥락의다층적인차원을규명하고자한것이다.
한편,본고는구체적인문헌연구의대상으로『동아일보』사와『조선일보』
사에서제공하는데이터베이스를활용했다.또한이와함께한국역사정보통
합시스템에서접근할수있는데이터베이스,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에서제
공하는데이터베이스를추가로활용해,누락되거나빠진부분을채워넣었
다.1930년1월1일부터1940년대초반이라는장기간의연재소설을대상
으로하는문헌조사를위해서,신문사데이터베이스에서취득한자료를기준
으로삼아,이를다시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과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의
정보를교차취합해보정하면서,내용의결손을최소화하기위해노력한것
이다.
따라서이작업의1차적인목표는삭제된상태로존재하는삽화를찾아목
록을만드는일이었으며,2차적인목표는그처럼삭제,누락된삽화의원본을
구하는일이었다.만약원본이존재한다면,그것이왜삭제된것인지를보다
정확하게추론할수있을것으로기대했기때문이다.다만원본을찾을수없
는경우,그삽화가실린소설의앞뒤연재분을감안하여이야기전체가어떤
내용으로흘러가고있는지,혹은그연재분에어떤이야기가실려있는지를
살펴가며삽화의내용을추론했다.소설삽화란소설의내용을재현하고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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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상호텍스트라는점에착안,소설원문에서삽화로그려질수있는소재와
주제를갈무리한것이다(공성수,2020) .아울러해당삽화가의작업경향을감
안하는일도소홀하지않았다.한작가의삽화에나타나는특별한성격이삽
화의내용과형식에큰영향을미칠수도있다고보았기때문이다.

3. 삭제 삽화와 원본의 재구성

1) 분석의 실제

연구조사결과,소설삽화에대한문헌조사를통해1930년1월1일부터
총10년간,『동아일보』에서4점,『조선일보』에서5점의누락혹은삭제된것
으로보이는‘소설삽화란의공백’이발견되었다.또한기존논의를검토하는
중,추가적으로『조선중앙일보』에서1점을발견,결과적으로총10점의누락
혹은삭제된소설삽화를발견할수있었다.3)
한편,소설삽화D/B를교차·추적하는과정에서,삭제된삽화중4점에서
삭제이전의원본삽화를찾아낼수있었으며,추가로3점에대해서는중요한
연관관계에있는삽화를발견할수있었다.그러나나머지4점의삽화에서는
원래삽화를발견할수없었다.
이와같은분석의결과를<표1>로정리하고,다음절에서각각의사례에
대하여보다더자세한분석을계속하기로하겠다.

3) 『 조선중앙일보』에실린「황진이」은,검열연구회(2011)에서정형민이새롭게정리한,
부록의‘<표1>『조선출판경찰월보』제1호~제123호,미술관련삭제·차압출판물
목록’을참조했음을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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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1930년대 신문연재 소설 삽화 중 누락, 삭제 목록
원본
연번 소설명 (회차) 신문 소설가 삽화가 날짜 비고
유무

1 東方의愛人(39) 조선일보 심훈 안석주 1930.12.10 ○ 치안방해

2 海鳥曲(68) 동아일보 윤백남 이상범 1932.1.30 △ 중복오류


3 林巨正傳(53) 조선일보 홍명희 안석주 1933.2.7 △ 중복오류
4 구름을잡으려고(17) 동아일보 주요섭 이마동 1935.3.6
5 暴風前夜(110) 조선일보 함대훈 김규택 1935.3.14.(朝) ○ 1935.3.15.(夕)
6 아카시아(8) 조선일보 안석주 김규택 1936.6.7 검열가능성(?)
조선중앙
7 黃眞伊(65) 이태준 강호 1936.8.22 삭제기록존재
일보
8 明日의鋪道(10) 동아일보 이무영 안석주 1937.6.12
9 찔레꼿(69) 조선일보 김말봉 김규택 1937.6.30 검열가능성(?)
10 華想譜(84) 동아일보 유진오 노수현 1940.3.2 ○ 풍속괴란

2) 단순 누락 및 교정 목적의 삽화 삭제

소설삽화의중요한특징중하나는신문매체를통해출판되는인쇄미술
이라는사실이다.작가가그린그림을관객이직접만나게되는보통의미술
작품과는다르게,독자들은삽화가의작업을인쇄된신문을통해서만만날
수있다.이것은,소설삽화가신문구독자에게전달되기위해서는더많은추
가적인과정이필요하다는것을의미한다.이를테면,삽화가는소설가가쓴
원고를전달받고읽은뒤에,그내용을바탕으로삽화를그린다.그러나물론
삽화가가그린삽화가곧장독자들에게전달되지는않는다.삽화가의원화(原
畫)는신문사의편집과조판,인쇄의과정을거치고난이후에야비로소완성

된신문삽화의형태로완성된다.
문제는이처럼삽화의제작과정이여러단계로나눠지다보면,필연적으
로오류가생길확률도높아진다는사실이다.더구나이시기신문사가보유
한인쇄기술이나인력의수준이월등하게좋다고보기도어려웠다.인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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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황뿐만아니라직공의실력에따라,결과의질이확연히달라질수도있
었던것이다.다음에서삽화가이면서미술비평가였던윤희순의비평문이나
청전이상범의개인적인진술은이시기소설삽화의제작과관련된현실을
잘보여준다.

○그
 리고삽화제작가에게특히인쇄효과(印刷効果)에대(對)한연구적행
위(硏究的行爲)에무조건으로편의(便宜)와후원(後援)을아끼지말지니,
삽화가인쇄화여야하는이상,인쇄효과없는삽화는가치가없는까
닭이다.따라서현신문계는먼저우수한인쇄구(印刷具)와인쇄기술가
(印刷技術家)를초빙(招聘)할필요가있는것이다 .

─윤희순,「삽화취급태도(揷畫取扱態度)」,『매일신보』(1933.10.20.)

○그
 러나씨의원화는물론그렇지아니하리라믿으나인쇄화한삽화들
을볼때에는항상병적으로불건강(不健康)하게섬세한선(線)에불만
을느끼게된다.금속성(金屬性)의경직(硬直)한선조(線條)는권태(倦怠)
와불안(不安)을느끼게한다.이것은인쇄기술의졸렬(拙劣)이씨의좋
은선을오전(誤傳)하야놓는것일것이다 .씨는동양화가이니선과선
조의구별특히선에대한좋은기능이없을리가없는것이다.
─윤희순,「현재삽화계일별(一瞥)」,『매일신보』(1933.10.21.)

 렇지요...아직도조선은인쇄술이뒤떨어져서그림은잘그리더라
○그
도정작지면에나타나는삽화를보면아주선명하지가못하더군요 .
─이상범,「삽화가‘미인’을말함」,『삼천리』(1936.8.1.)

인쇄기술의문제때문에,삽화가의그림을충분히전달할수없다는이런
진술들은이시기소설삽화가가진물리적한계를그대로보여준다.소설삽
화가대중들에게인기있는독서물로간주되고,신문사가삽화발전에여러
가지로노력을기울이고있는상황에서도“우수한인쇄구와인쇄전문가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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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는일은쉽지않았던것이현실이었다.
실제로원본삽화가뒤바뀌거나,직공들의실수로소설삽화가빠지는일
도종종일어났던것으로보인다.1936년『삼천리』에서있었던소설삽화가
들의다음과같은대담은조판과인쇄과정에서의이와같은실수가실은공
공연한것이었음을짐작케만든다.당시에삽화제작에서겪게되는크고작
은어려움들은여기에서소설삽화가들의깊은탄식과자조적인농담으로표
출된다.

 일삽화가로서기막히는때는그림이잘되었을때공교로히
盧壽鉉-제
도인쇄직공의잘못으로빠져버린다든가편집관계로지면이
모자라서부득이빼어버릴때는참으로기막힙디다 .
 뿐인가요.마음대로화면을옆으로짤러버린다든가거꾸로
李象範-그
뒤집어놓는경우도중중하지요 .
安夕影-이
 치로는그림을마음대로빼여버리고마음대로짤러버릴테면
소설도마음대로뚝뚝짤러버려야하겠지요.(일동一笑)
─「삽화가‘미인’을말함」,『삼천리』(1936.8.1.)

이런맥락에서본다면,다음의삽화들은조판과인쇄과정에서의일상적인
실수때문에삭제된사례들일가능성이높다.1934년3월14일,『조선일보』
조간4면에수록된소설「폭풍전야」(110회)에서는삽화란이공백으로존재한
다.더구나삽화가있어야할공간에보이는하얗고검은길쭉한흔적들로부
터,이것이단순한누락에의한것이아니라,원래그자리에있었던그림을
긁어낸결과임을짐작할수있다.실제로이와같이생긴흔적은,이시기의
신문사진이나삽화,혹은기사문을지울때나타나는공통적인모양이기도
했다.
소설의내용을살펴보아도,그안에특별히문제가될만한소지는별로없
어보인다.이부분에서특별히검열에걸릴만한문제적인소재나내용은존

684 ― 리터러시연구 제11권 6호(통권 38호)


재하지않으며,물론이부분에서소설의내용이검열되거나삭제된흔적도
따로존재하지않았다.
몇개의삽화D/B를함께조사한결과,이튿날인1935년3월15일,『조선
일보』석간4면에서<그림1>의원본으로추정되는삽화를발견하게되었다.
동일한소설판본과동일한연재내용,그리고전날과똑같은조판구성하에,
<그림2>의삽화가추가되어있었던것이다.

<그림 1>「폭풍전야」
(110) 연재분의 내용 및 삭제된 삽화

“책상위에두팔을집고양손으로턱을괴이고서혜숙이가나간문편
을멍하니바라보고있었다.주인도없는텅비인밖안!아담하게꾸며놓
은이양실남편창으로는따스한봄빛이소리도없이스며들어와들창바
로옆테이블위에놓인한창『싸이네리아꽃』화분을푸근이비취어주고
있다.(중략)그러나방속에핀그꽃위에는봄하늘을떠도는나비한마리
벌한마리그림자도보이지않는다.”
-함대훈작,김규택화,「폭풍전야」(110)

<그림 2>「폭풍전야」
(110)의 원본 삽화

삭제된 삽화와 원본 ― 685


더구나삽화와소설의내용을비교하면,<그림2>가소설삽화<그림1>의
원본이었을가능성은더욱높았다.‘화창한봄날창가옆,텅빈거실에서혼
자앉아상념에빠지는여주인공의모습’은소설에서서술되고있는바로그
내용그대로였기때문이다.그런점에서,<그림2>는소설속의주요인물과
배경을시각적으로형상화한것이라고보기에도틀림이없었다.
뿐만아니라,이전연재분(109회)의삽
화와3월15일석간에다시실린삽화
(110회) ,이후의삽화(111회)를함께살펴

보아도,이삽화들이자연스럽게잘연
결된다는것을알수있었다.그러므로
여러가지정황을고려할때,「폭풍전
야」의110회삽화는전날의조간조판 <그림 3>「폭풍전야」
(109)의 삽화

에서잘못수록된삽화를수정한뒤,이튿날석간조판에제대로된삽화를넣
은것일가능성이높다는결론에도달하게되었다.4)
물론삭제되어있었던삽화가어떤모습이었는지에대해서는알기어려웠
다.소설의내용상,삽화의내용이검열의대상이되었을가능성이낮았을뿐
만아니라,삭제된삽화의지워진흔적을되살려볼만한단서도없었기때문
이다.5)

4) 목
 록에포함시키지는않았지만,일간신문조간면에는실렸던삽화가어떤이유에선
지석간면에서빠진경우도있었다.1939년7월29일『동아일보』에게재된노수현
화,한설야작의「마음의향촌」11회는같은날조간면에실렸던삽화가석간면에
서누락되어있다.기생초향과그녀의애완앵무를그리고있는이삽화는그림의
내용이나소설의내용만으로석간면의누락이유를정확하게단언하기어렵다.다
만,이연재회에서보이는내용이검열에문제가될만한부분이별로없다는점,그
리고고의적인수정과훼손의흔적이없다는점을감안하면,단순한착오의문제였
을가능성이조금은더높아보인다.
5) 조
 금더고민이필요한부분은,사실함세훈의소설「폭풍전야」자체는총독부검열
의대상목록에있다는점이다.다만,신문연재란에나타난소설의내용상,이연재
분110회에관한한,삭제된삽화가검열의대상에함께포함되었던것인지에대해

686 ― 리터러시연구 제11권 6호(통권 38호)


그러나「폭풍전야」110회의삭제된삽화가완전히흔적을지웠기에,그자
체만으로는원본을재구할수없었던데반하여,다음의삽화들은조금다른
차이를보여주었다.즉,다음의삽화<그림4>와<그림7>에서는원본삽화를
완벽하게삭제하는대신,기존그림의윤곽선을따라파내는형식으로대상
이미지를지워놓았던것이다.

<그림 4> <그림 5> <그림 6> <그림4>와 <그림5>를


「해조곡」(68)의 삭제 흔적 「이순신」(130)의 삽화 겹친 이미지

이를테면,<그림4>는1932년1월30일『동아일보』에연재중인윤백남
의소설「해조곡(海鳥曲)」의68회연재분으로,여기에서보이는하얗고검은
면들은기존의조판에서고의로벗겨낸흔적들이다.잘못들어간삽화를아
예빼버리거나글로메꾸는대신,이미지의세부와윤곽을파내는이런방식
은원본사진을훼손하는일반적인방법이라고할수있다.다만여기에서주
목할부분은,다행히도원본삽화의이미지를추론할수있을만큼삭제된삽
화의윤곽이살아있었다는점이다.
따라서이경우,삽화D/B의조사반경을조금더넓게확대함으로써,삭제
된삽화의외형과가장비슷한삽화를찾아낼수있을것으로보았다.<그림
4>에서삭제된원본의윤곽선을꼭닮은그림이,신문의다른면에존재하고

있을가능성도있다고예상했기때문이다.
그리고실제조사결과,놀랍게도삭제된<그림4>가게재된바로같은날,

서는확신하기어렵다.

삭제된 삽화와 원본 ― 687


다른면에서거의유사한이미지를발견할수있었다.<그림5>는『동아일보』
의7면에서연재중이었던춘원이광수의소설「이순신」에서발견된소설삽
화로이삽화속인물의윤곽이<그림4>와대단히유사한것을알수있다.
<그림6>에서처럼두이미지를서로겹쳐볼경우,두삽화의관계는더욱분

명해보였다.<그림4>에서삭제된윤곽선과<그림5>는인물의외형은거의
일치했다.공교롭게도두삽화모두,청전이상범이그린삽화였다는사실도
간과할수없었다.삽화가의원화가편집이나조판의어느과정에서우연히
중복게재되었을가능성이훨씬더높아졌기때문이다.
이와유사한상황을<그림7>과<그림8>사이에서도발견할수있었다.
1933년2월7일『조선일보』7면에연재중이었던홍명희의소설「임거정전
(林巨正傳)」과8면에연재중인영화소설(씨나리오)「도화선(導火線)」의삽화이

미지는거의유사했다.
물론이처럼윤곽선을그대로살려놓는방식은,이시기신문사진이나삽
화의삭제경향에서보아도상당히이례적인경우에속한다고할수있다.보
통은<그림1>이나<그림8>의사례처럼소설삽화를삭제할때면,형태를전
혀알아볼수없도록이미지의윤곽자체를아예지워놓는경우가훨씬더많
기때문이다.그러나그이유가무엇이었건,앞의<그림4>,<그림5>의관계
와마찬가지로여기에서삭제된<그림7>역시같은날,다른면에실려야할
삽화가중복되어실렸던삽화라고추정하는것은타당해보인다.이시기삽

<그림 7>「임거정전」
(53)의 삭제 흔적 <그림 8> 시나리오「도화선」
(19)의 스틸

688 ― 리터러시연구 제11권 6호(통권 38호)


화들에종종나타났던오류를수정하기위하여소설삽화에대한후보정이
개입되었다고보는것이타당한추론일수있는것이다.
그러므로본고의관점에서본다면,이지점에서중요한또다른문제는바
로그와같은‘의도적개입의가능성’이존재한다는바로그사실이라고할
수있다.일간매체로서신문이가진신속성이삽화에대한외부의개입을완
벽하게막을수는없다는사실,어떤특정한필요에의해소설삽화를얼마든
수정할수있다는점,사실이러한가능성들은소설삽화에대한외부검열의
가능성이얼마든존재할수있음을반증한다.

3) 치안안정과 풍속괴란 검열 목적의 삽화 삭제

앞서언급한바처럼,심훈의소설「동방의애인」은검열로인해연재중도
에게재가취소된미완성작이다.인용문에서볼수있듯,1930년12월10일
「동방의애인」39회연재면에는삽화와소설모두에서검열의흔적이생생하
게남아있다.앞에서살펴본삭제삽화들의경우처럼,검은바탕에하얀음
각이되어있는이런그림은조판에서이미지를파낼때나타나는전형적인
모양이다.

<그림 9>

그이튿날맨먼저안내를받은곳은『레-닌』의무덤이었다.(중략)장방형유리관속에
조금뚱뚱하고동이짧은『레-닌』의몸이생시와같은모양으로누워있었다.유명한
생물학자의손으로방부제를써서살은조금도썩지않은채로있으나얼굴빛은흰랍
(白蠟)과같이창백하였다.

삭제된 삽화와 원본 ― 689


온세계를뒤흔들던이십세기가낳은  (검열로삭제된부분:인용자)  시체앞에
그들은모자를벗고이분간묵도를올렸다.(중략)『레―닌』의무덤을에워싸고그좌
우에화단이있는데거기에는혁명당시에시가전을하다간희생당한사백여명용사들
의무덤이묻혀있다.(중략)그리하여일주일후에대회는끝났다.
―심훈작,안석주화,「동방의애인」39,『조선일보』,(1930.12.10.)

소설의원문에분명하게나타난검열로삭제된부분,그리고확실하게내
용을삭제한삽화란의공백,39회가「동양의애인」연재가중단된마지막회
였다는점등,여러가지정황으로미뤄볼때<그림9>가검열로인해삭제된
삽화일가능성은매우높다.
그렇다면궁금한것은,검열로삭제된이삽화의원본이과연어떤그림이
었을까에관한것일수있다.식민지의검열장안에서허락될수없었던시각
적표상은과연무엇이었을까?삽화가는도대체어떤것을보여주고자했고,
그렇지만그것은왜끝내그려질수없었을까?
이를위해서는우선소설의내용을참고할필요가있다.소설은지금,혁명
의무대였던러시아의광장에서,역사의중심에있던인물‘레닌’을이야기한
다.소설속의주인공은‘……[伏字]대회’를위해러시아를방문중이며,바
로직전에그유명한레닌의묘,“유명한생물학자의손으로방부제를써서,
살은조금도썩지않은채로,흰랍과같이창백한”레닌의미이라그것을관
람하고있는중이다.그리고마침내소설속의인물은레닌생전의혁명의역
사,그뜨거운시간을상상한다.결국전후의맥락을고려하면,소설에서삭제
된부분은레닌의시체를묘사하고있는부분임에틀림없지않은가.
물론이것을확인하기위해서는,원본이필요하다.그러므로여기에서<그
림9>의원본삽화인<그림10>은소설과삽화의관계를이해하는데중요한
역할을하는삽화라할수있다.
1920년대중반부터본격화된프롤레타리아문예운동에대한일제의탄압

은필연적으로미술과출판에대한강력한검열을수반하게된다.요컨대치
안(治安)의안정과보호라는이름으로이루어진수많은정치적검열들은이와

690 ― 리터러시연구 제11권 6호(통권 38호)


같은사회주의사상과운동을겨냥한것이기도했다.그리고바로그와같은
시대의정황을생각하면,<그림10>에서삽화가보여주는‘죽은레닌의얼굴’
은대단히충격적이다.

<그림 10>「동방의 애인」


(39)의 삭제되기 전 원본, 곧‘레닌의 미이라’

사실,이시기일간신문에가끔등장하는사회면기사들을통해알수있듯,
1930년대레닌의이미지는그자체로불온한것이었다.레닌의사상자체는

물론그의사진이나책들도실은얼마든단속과검열,압수의대상이될수있
었던것이다.그런시대에수많은대중이즐겨찾는일간지소설연재면에,레
닌의역사와그의초상이게재되었다는사실은대단히놀라운일이아닐수
없다.6)사진을가지고있는것조차불온한것으로간주되었던시대에,사회주

6) 실
 제로이시기레닌의이미지는요주의대상이었다.다음의기사들은레닌의사진
이나책을소유하거나,그에관한말을옮기는일들이모두검열의대상이될수있
었음을알려준다.이는,1920~30년대한국의검열장안에서‘레닌’의의미가어떠
한것이었는지를짐작하게해준다.
   (‌ 1) 『레닌』 사진 압수, 『조선일보』(1924.12.15.)
   “ 리선우라는사람이해삼위방면으로부터건너올적에『레닌』씨의사진한장을가
지고와서자기침방벽위에걸어두었더니,지난십일경에청진경찰서순사가마침
약품조사를왔다가그사진을보고리선우를불러당신이이사진을걸어두었을때
에는이사람을숭배하는것이아니냐고질문한후에사진을압수하여갔다더라.”
   (‌ 2) 응접실, 『동아일보』(1930. 1. 23)
   독  자 간  디나레닌을尊稱優待하면치유(治維)나보안법(保安法)에抵觸(저촉)이아
니될까요?法網이하도넓으니까요.(義眼生)

삭제된 삽화와 원본 ― 691


의의이상과혁명의기억을직접적으로표현하는소설과삽화를총독부가용
인할수없었던것은어쩌면너무도당연한일이었는지모른다.
「동방의애인」의삽화가였던석영안석주의예술에대한태도도예사롭게
볼수만은없다.이를테면,평소그의미술에자주등장하는실험정신강한
회화들도그냥넘기기는어렵다.석영이즐겨그렸던아방가르드풍의회화(繪
畫)가본래권위와자본에대한비판적인식에바탕하고있다는점을고려할

때,실험정신가득한그의삽화속에숨어있는체제에대한비판적정신을간
과할수없기때문이다.요컨대파스큘라의핵심멤버이면서카프의구성에
서도중요한역할을차지하고있었던석영안석주의사상적배경을고려할
때,결국여기에서삭제된레닌의얼굴은세계의대한그의평소인식이투영
된결과로볼수있는셈이다.
더구나이대목에서,소설삽화란단순한소설서사의반영이거나반복적
재현이상의것이라는사실은보다더중요해진다.소설의어느부분을어떻
게선택하는가에따라,그림으로나타날수있는대상은얼마든달라질수있
다.그런점에서,삽화가가하필이면‘레닌의얼굴’을선택했다는사실은그
자체로의미심장하다.삭제된삽화에범벅되어있는그와같은불온한상상

<그림 11> 석영 안석주의 삽화들에서


반자본, 반계급의 세계 인식은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다.

   기  자 출판물에그런것이있으면적어도압수(押收)는불면(不免)입니다.
   (‌ 3) 團體文簿押收, 『동아일보』(1931.12.2.)
   “ 지난27일신고산경찰관주재소에서는안변청년동맹가산지부문부일체와“맑
쓰”,“레닌”기타기념사진등을그동리구장입회하에압수하여갔다는데시기가
시기인만큼일반은주목하고있다.”

692 ― 리터러시연구 제11권 6호(통권 38호)


이,궁극적으로는당국의검열제도에대한노골적인거부이면서,동시에그
처럼자신을억압하는부조리한권력에대한비판을의미했을가능성도얼마
든존재할수있기때문이다.
한편,「동방의애인」의삭제된삽화가‘치안의안정’이라는정치적의도에
의한것이라한다면,다음에서살펴볼삽화들은‘풍속의괴란’이라는이시기
또다른검열의원칙을보여주는사례들이라고할수있다.
1936년8월22일,『조선중앙일보』에수록된이태준의연재소설「황진이」
65회에는삭제된삽화의흔적이존재한다.한회당2점의소설삽화가포함

되어있었던이연재란에서소설삽화하나가삭제되어있는것이다.주목할
지점은,여기에서삭제된「황진이」의삽화는『조선출판경찰월보』에남겨진
아주드문‘소설삽화삭제기록물’에해당한다는점이다.

그러나명월은그말대답은없이
구석에섰는거문고를당기어다앉
는다.안족(雁足)을두어번어루만지
는듯하더니잔기침을한번기치고
나서옛노래한장을타며부르며
한다.

『얼음위에댓잎자리보아/님과
나와얼어죽을망정/얼음위에댓잎
자리 보아/ 님과 나와 얼어죽을망 <그림 12>

정/정둔오늘밤/더디새오시라/더디새오시라』

달은이내넘어갔으나,밤은기러기소리가세차례네차례지나가도
록밝지않았다.그러나이들에게는장장추야란거짓말같았다.정은긴
데밤은모자라니어서다시하루낮이지나버리고새로밤되기만기다
는수밖에없었다.
―이태준소설,강호삽화,「黃眞伊」65,『조선중앙일보』,(1936.8.22.)

삭제된 삽화와 원본 ― 693


따라서이소설이과연어떠한이유로삭제된것인가를추론하는작업은
조금더특별한의미를가지게된다.소설삽화로는거의유일하게기록으로
남은이삽화의삭제이유를밝힘으로써,이시기삽화검열의분명한기준을
(재)확인할수있기때문이다.

그러므로이경우,소설과삽화를견주어읽는작업은,삭제된삽화의구체
적인내용을추론하는데도움이될수있다.소설에서는지금‘황진이’와‘소
제학’이밤을새워깊은정을나누고있다.황진이는연인에대한마음을한
곡조의노래「만전춘별사」에담아가야금곡조에싣는다.고려시대의가요
들중에서도가장에로틱하다고알려진애정의노래,「만전춘별사」와함께
밤의분위기는더욱깊어간다.그렇다면,소설의내용으로미뤄보건대,삭제
기록으로남았을만큼위험했던이삽화는어쩌면이처럼깊어가는두여인
의정사(情事)에관한것은아니었을까.그수위가어느정도나되었는지는명
확하게알수없지만,적어도이삽화에대한검열의이유가‘풍속의괴란’이
라는풍기유지와단속의문제였을개연성은농후한것이다.
게다가,풍속괴란의검열문제가「황진이」에서만발견되는것도아니다.
1940년3월2일,『동아일보』의연재소설「화상보(華想譜)」에서볼수있는

다음의흔적들역시남녀사이의상열지사가검열의주된내용이될수있음
을보여주기때문이다.7)삭제된판본과그렇지않은판본이동시에존재하는
이연재분에서,삭제된소설과삽화의내용은다분히많은점에서남녀상열
의이야기를담고있다.
“불길같은사내의정열,기적같은순간...지금까지의모든이지를순간
에잃어버린듯,앵도같이홍조된입술을반쯤벌리고눈을스르르감아버
리는”여주인공의묘사,“호화로운꽃무늬진벽지위에비치는‘로랑’의걸작

7) 다
 만문제는조간과석간의차이라는점이다.조간에서삭제된삽화가석간에나올
수있었을까?약간의시차가늘존재했기때문에,조간이검열되고,석간은어쩔수
없이나타난것일까.어쩌면여러가지요인이복합적으로영향을미쳤을수도있
다.아마도더깊은연구가필요할것이다.

694 ― 리터러시연구 제11권 6호(통권 38호)


<그림 13> 소설「화상보」 의 서로 다른 판본
(上) 검열 후 / (下) 검열 전 원본

‘포옹’같은‘실루엣’”.삭제된부분에서소설이묘사하는내용은독자의에로
틱한상상력을자극하기충분하다.그리고물론노수현의삽화는바로그와
같은소설의내용을꽃무늬장막뒤의두남녀의실루엣으로형상화해낸다.
결국,이와같은정황은풍속의문제가여전히소설삽화검열에서도중요한
문제였음을보여준다.소설삽화의공간이분명한검열의대상이었다는점을
확실하게증명하고있는것이다.
다만,1930년대중반이후부터나타나는이처럼검열된풍속의삽화들이
과연,삭제될수준만큼의위험한것이었는지에대해서는좀더고민해볼필
요가있다.사실풍속의괴란이라는측면에서보자면,훨씬더자극적인삽화
들이이전에는별다른여과없이등장하고있었기때문이다(공성수,2019) .이
전같으면훨씬더노골적으로,그야말로춘화를떠올릴수있을만큼육감적
인삽화들이그대로실렸었다는점을감안하면,여기에서「황진이」나「화상
보」의삽화들에대한검열은사실조금은의외의결과로보이기도한다.그렇
다면아마도이것은1930년대중반이후,군국주의로치닫는일제의강경한
문화정책이검열의공간에더큰영향을미치고있었던반증인지도모른다.
억압적인시대의분위기가전보다훨씬더많은것들을검열의대상으로만
들고있었을가능성을,여기삭제된삽화들이예증하고있는것이다.

삭제된 삽화와 원본 ― 695


4) 원본을 찾을 수 없는 삭제된 삽화

조사대상기간신문연재란에존재하는삭제된삽화10점중,앞에서살펴
본6점의삽화를제외하고남은4점의삽화는원본을찾을수없었다.공식적
인기록물에는이삽화들의삭제기록도존재하지않았으며,삽화가삭제된
모양도원본의이미지를분간하기어려운형태였다.

<그림 14> <그림 15>

<그림 16> <그림 17>

이런상황에서소설삽화가삭제된이유와원본의내용을단언하기는곤란
하다.따라서원본을내용을재구성하기위해서는,소설의내용을꼼꼼하게
읽으면서삽화이미지로형상화될수있는소재나사건을추릴필요가있다.
물론그럼에도불구하고그와같은작업을통해얻어낸결과가반드시원본
삽화라고확신할수는없다.게다가앞에서논의했던것처럼,소설삽화가삭
제되는이유가반드시검열때문만은아니라는점도감안해야한다.
이러한조건을감안한다면,<그림14~17>의삭제흔적중에서단순한오
류나교정이아니라검열의결과일확률이가장높은것은<그림16>이나<그
림17>정도라고생각해볼수있다.가령,<그림16>이수록된소설「아카시
아」의8회에서중심이야기는주로아름다운여인의육체에대한야릇한상

696 ― 리터러시연구 제11권 6호(통권 38호)


상이었으며,따라서이것은자칫‘풍속괴란’의이미지와연결될가능성이존
재한다.죽은아내에대한기억으로정신쇠약을앓고있는‘영섭’이어느날
우연히만난,술집마담‘샬리’에게서느끼는야릇한감정은검열관의시선에
서본다면분명예사롭게넘기기어렵다.
과거비밀조직에몸담았던아버지와기생이었던어머니의과거고백이담
겨있는「명일의포도」10회의삽화<그림17>이검열의대상이었을가능성
도,낮기는하지만아예없는것은아니다.다만앞에서언급했던것처럼,원
본의내용을확신하기어려운여러가지이유들을감안한다면,이러한결론
은어디까지나임시적인추측일수밖에없다.

4. 결론을 대신하여

소설삽화에관한연구가여전히초입에머물러있는현실에서,연구의외
연을다양하게확장하는일은시급하다.소설삽화연구가문학과미술의융
합예술사를지향한다고할때,텍스트의미적원리를탐구하는내재적연구
뿐만아니라,소설삽화의제작과정전반을다루는보다광범위한연구가요
구되는것도사실이다.삽화의생산,유통,소비와관련된물리적상황을연구
하거나,식민자본과권력이이시기삽화예술과맺고있는관련성,혹은신
문매체의일부로서삽화가가진특징을연구하는작업처럼,보다심화된삽
화연구를위해필요한기본적인논의들은여전히부족하다.그러므로이연
구는바로그와같은소설삽화연구의다양한맥락을열어보기위한작은시
도라할수있다.
본고의관점에서보자면,삭제된소설삽화의목록을만들고그와같은삭
제의이유를밝히는작업은궁극적으로삽화의제작에영향을주는여러요
인들을살필수있게한다는점에서그의미를가지고있다.이를테면,소설

삭제된 삽화와 원본 ― 697


삽화제작의물리적여건은텍스트외적인문제이며,텍스트의미학그자체
와는별상관이없어보일수도있다.그러나인쇄미술이라는소설삽화의특
징을고려하면,인쇄기술과전문성이라는문제는소설삽화의내용과질을
결정짓는중요한요소일수있다.인쇄종류와특성에따라서삽화로구현할
수있는미적효과가크게달라질수도있기때문이다.
검열의문제역시간과하기어렵다.본연구는식민지조선의삽화가분명
한검열의대상이었다는사실을증명한다.때때로소설삽화는놀라운미학
적실험과파격적인이미지들을보여주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삽화는검열
의개입에서결코자유롭지못했던것이사실이다.물론그와같은검열은소
설삽화의표현과내용을결정하는실존적조건을제한하게된다.그러므로
분명한실재로존재하는검열권력의안에서,소설삽화가어떻게예술로서
자기의미학을스스로규정해나갔는지살피는일은소설삽화의미학적원리
를이해하는데에도의미를지니게된다.왜냐하면때때로소설삽화는그와
같은검열의테두리를교묘하게벗어나,때로는위장된이미지로또때로는
노골적인반항의모습으로,예술적일탈을시도하기때문이다.따라서본고
의후속연구는바로그처럼,검열의한계를넘나드는소설삽화의예술적일
탈을탐구하는데집중될것이다.
본고의많은부분이‘지금이자리’에서는명확하게확인할수없는,일종
의가설에기대고있다는점을부정하기는어렵다.100년이라는시간의간극
앞에서,삭제된삽화와그원본을찾는이연구가가진한계는분명하다.하지
만그럼에도불구하고,이연구를통해서다시금확인할수있는것은,소설과
삽화를함께읽을때훨씬더많은것을알게된다는사실이다.요컨대본고는
소설과삽화의상호텍스트적맥락을읽는일이어떤점에서중요한지를예증
하는하나의실례로,삭제된소설삽화의원본을구성해본것이라할수있다.
텅빈삽화의공백을상상할수있는능력이란,결국소설을읽고삽화(가)가
이미지를구체화하는바로그러한상상력과다르지않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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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삽화와 원본 ― 699


국문초록

삭제된 삽화와 원본
- 1930년대 삽화 검열을 중심으로

공성수(경기대학교)

본연구는1930년대일간신문의연재소설삽화중누락되거나삭제된흔적이있는
삽화들을수집하고,그처럼훼손된이유를살펴보고자하는소박한목표에서시작된
다.따라서본논문은새로운가설을설계하고그것을확인하는논증적글이라기보다
는,과거의유실된자료를발굴하고그것을체계적으로분류조사한다는점에서,원
전연구에대한일종의결과보고(報告)에가깝다.
그러나다른한편이연구는이시기소설삽화의생산과관련한외재적맥락을살
펴보려는또다른목표도함께가지고있다.즉,의도적으로훼손되거나삭제된삽화
들,그러므로어떤의미에서비정상적인상태로존재하는이삽화들을연구함으로써,
이시기소설삽화제작과관련된다층적맥락을재구할수있다고믿는것이다.
그가운데,검열의영향은본고에서집중하고있는특히중요한지점이다.때때로
소설삽화는놀라운미학적실험과파격적인이미지들을보여주지만,그럼에도불구
하고삽화는검열의개입에서결코자유롭지못했던것이사실이다.그리고물론그
와같은예술적검열은소설삽화의표현과내용을결정하는실존적조건을제한한
다.그러므로이처럼식민지조선의소설삽화가실은분명한검열의대상이었으며,
그와같은권력의시선앞에서결코자유로울수없었다는사실은,이시기소설삽화
의성격을보다규명하는데중요한조건이라할수있다.

주제어 : ‌소설 삽화, 1930년대, 검열, 삭제, 원전연구, 인쇄 미술

700 ― 리터러시연구 제11권 6호(통권 38호)


Abstract

The analysis of Censored illustrations in 1930s’ newspaper novels

Kong Soungsu (Kyonggi University)

This research will reveal how Japanese censorship affected newspaper


illustrations of the 1930s in Korea. For this purpose, I will collect and analyze some
special illustrations that were deleted due to censorship. Through this research, I
will investigate how many censored newspaper novel illustrations there are and
why they were deleted. Thus, this study will show that Japanese censorship was a
routine phenomenon in Korean art and literature at this time.
Novel illustrations often show amazing esthetic experiments and unconventional
images. However, they always have to be conscious of the power of censorship
and the limits of imagination afforded to them, because censorship at this time may
be subject to the existential limitations of illustrations. Therefore, this study can
contribute to an understanding of the artistic esthetics of novel illustrations in the
1930s.

Keywords : ‌novel illustration, 1930s’newspapers, censorship, research of the


original text, printed art

이 논문은 2020년 12월 3일에 투고 완료되어 2020년 12월 4일 편집위원회에서 심사위원을 선정한 뒤
2020년 12월 13일까지 심사를 완료하여 2020년 12월 23일 편집위원회에서 게재가 결정된 논문임.

삭제된 삽화와 원본 ―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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