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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삽화와 원본
삭제된 삽화와 원본
2020.12.30. DOIhttps://doi.org/10.37736/KJLR.2020.12.11.6.23
삭제된 삽화와 원본
- 1930년대 삽화 검열을 중심으로1)
공성수2)
< 목 차 >
1. 서론
2. 이론적 배경 및 연구 방법
3. 삭제 삽화와 원본의 재구성
4. 결론을 대신하여
1. 서론
이연구는1930년대일간신문의연재소설삽화중누락되거나삭제된흔
적이있는삽화들을수집하고,그처럼훼손된이유를살펴보고자하는소박
한목표에서시작된다.따라서본논문은새로운가설을설계하고그것을확
인하는논증적글이라기보다는,과거의유실된자료를발굴하고그것을체계
1) 이
논문은2017년대한민국교육부와한국연구재단의지원을받아수행된연구임
(NRF-2017S1A5A8022240).
2) 경
기대학교,국어국문학과조교수,kongwriter@kyonggi.ac.kr
한전수조사를목표로진행되었다.무엇보다누락되거나삭제된흔적이있
는삽화들을가능한빠뜨리지않고찾아내는데1차적인목표를두었으며,이
처럼발견한삽화들에대해복수(複數)의데이터베이스를활용해추가적인교
차검토를시도했다.이러한교차검토는,삭제된삽화가운데원본이존재하
는삽화들을함께발굴하기위한데그목적이있었다.
한편,원본을도저히발견할수없는삽화에대해서는,소설의내용을통해
서소설삽화의원형을재구성하고자시도했다.누락된삽화의원본을재구
성하는작업은,소설과삽화가필연적으로상호소통적인관계에있다는전
제,즉겉으로보이는두텍스트의수많은이질적차이에도불구하고소설과
삽화는늘동일한사건에대한서로다른판본의이야기로존재한다는전제
로부터시작된다.소설삽화는,이야기의특별한국면을미술의언어로재현
한다.소설서사로부터발생하는다양한효과들을시각적으로형상화하는것
이다.소설을읽은삽화(가)는이야기의내용은물론,이야기를구성하는다양
2. 이론적 배경 및 연구 방법
미술사학계의몇몇연구자들이근대미술의특수한사례로서신문삽화에
대하여괄목할만한논의를이뤄왔고,또한국어국문학계에서생산된소수의
논문들이소설과삽화의특별한미적원리를추적하고있지만,그럼에도불
구하고연구주제의다양성이라는측면에서보자면소설삽화에대한연구는
여전히미흡한것이사실이다.
이런상황을감안한다면,비슷한시기의인접장르에관한연구를참조하
는일은,부족한기존논의를채울수있는좋은대안이될것으로보인다.신
문연재소설삽화를,미술과사진을포괄하는이미지예술의일부로간주하
고,식민지검열이라는보다큰맥락에서살핌으로써,기존에축적된연구성
과들을충분히활용하는것이다.삭제된소설삽화와원본에관한기존의논
의가거의없는상황에서,가장관련깊은기존의논의들을통해연구의방법
과이론을강화할수있기때문이다.
이런점에서,한만수외(2010),검열연구회(2011),한만수(2015),한기형(2019)
과같은저작들은식민지검열과제도,그와관련된삭제본의문제를다층적
으로보여준다는점에서분명의미있는자료라할수있다.가령2000년대
초중반부터본격적으로이뤄지기시작한,조선총독부의식민지조선에대한
검열연구를묶어낸한만수외(2010)와검열연구회(2011)는이시기검열제
통해일제검열의원리를재확인한다는점에서,이연구가본고의연구방법
론을마련하는데시사점은크다.
이경민(2008)의경우,본격적인논문의형태는아니지만‘풍속의괴란’이라
는차원에서에로티시즘의문제가어떻게다뤄졌는지살핀다는점에서흥미
롭다.그는논의의대상을신문사진과광고로전환하고,여기에서외설잡지
가어떤식으로검열의대상이되어가는지를살핀다.여기에서무엇보다흥
미로운지점은,외설의이미지가조선과일본에서다르게읽힐수있는가능
성을포착한다는점이다.즉,식민지와제국사이의상이한검열의원리가존
재했을가능성을밝힘으로써,결국검열이식민지와제국을구분하는다분히
정치적인의도의산물임을암시하고있는것이다.
같은맥락에서보다더구체적인논증의사례로배홍철(2013)을들수있다.
그는누드화라는장르가서양화도입초부터이후로조선미술계에서어떤
방식으로검열의대상이되고,혹은어떻게검열로부터빗겨나가는지를보여
준다.물론그가언급하고있는것처럼,사실이시기검열의기준과법적해
석의근거가분명하지않았다는점에도주목할필요가있다.결국검열이라
는제도자체가고정불변의원칙이라기보다는실은특별한의도에의해서
얼마든지변화할수있는것임을그의논의가증명하고있기때문이다.
무엇보다이민주(2013)의경우,소설삽화에대한검열을누구보다먼저언
급했다는점에서주목할필요가있다.그는심훈의미완성장편,「동방의애
인」마지막회에나타난삽화란의삭제흔적에대해지적한다.섬세하고체계
적인문헌조사를통해검열기록을분석하고,삭제의실재를규명하고있는
1) 분석의 실제
연구조사결과,소설삽화에대한문헌조사를통해1930년1월1일부터
총10년간,『동아일보』에서4점,『조선일보』에서5점의누락혹은삭제된것
으로보이는‘소설삽화란의공백’이발견되었다.또한기존논의를검토하는
중,추가적으로『조선중앙일보』에서1점을발견,결과적으로총10점의누락
혹은삭제된소설삽화를발견할수있었다.3)
한편,소설삽화D/B를교차·추적하는과정에서,삭제된삽화중4점에서
삭제이전의원본삽화를찾아낼수있었으며,추가로3점에대해서는중요한
연관관계에있는삽화를발견할수있었다.그러나나머지4점의삽화에서는
원래삽화를발견할수없었다.
이와같은분석의결과를<표1>로정리하고,다음절에서각각의사례에
대하여보다더자세한분석을계속하기로하겠다.
3) 『 조선중앙일보』에실린「황진이」은,검열연구회(2011)에서정형민이새롭게정리한,
부록의‘<표1>『조선출판경찰월보』제1호~제123호,미술관련삭제·차압출판물
목록’을참조했음을밝힌다.
2) 단순 누락 및 교정 목적의 삽화 삭제
소설삽화의중요한특징중하나는신문매체를통해출판되는인쇄미술
이라는사실이다.작가가그린그림을관객이직접만나게되는보통의미술
작품과는다르게,독자들은삽화가의작업을인쇄된신문을통해서만만날
수있다.이것은,소설삽화가신문구독자에게전달되기위해서는더많은추
가적인과정이필요하다는것을의미한다.이를테면,삽화가는소설가가쓴
원고를전달받고읽은뒤에,그내용을바탕으로삽화를그린다.그러나물론
삽화가가그린삽화가곧장독자들에게전달되지는않는다.삽화가의원화(原
畫)는신문사의편집과조판,인쇄의과정을거치고난이후에야비로소완성
된신문삽화의형태로완성된다.
문제는이처럼삽화의제작과정이여러단계로나눠지다보면,필연적으
로오류가생길확률도높아진다는사실이다.더구나이시기신문사가보유
한인쇄기술이나인력의수준이월등하게좋다고보기도어려웠다.인쇄기
○그
리고삽화제작가에게특히인쇄효과(印刷効果)에대(對)한연구적행
위(硏究的行爲)에무조건으로편의(便宜)와후원(後援)을아끼지말지니,
삽화가인쇄화여야하는이상,인쇄효과없는삽화는가치가없는까
닭이다.따라서현신문계는먼저우수한인쇄구(印刷具)와인쇄기술가
(印刷技術家)를초빙(招聘)할필요가있는것이다 .
─윤희순,「삽화취급태도(揷畫取扱態度)」,『매일신보』(1933.10.20.)
○그
러나씨의원화는물론그렇지아니하리라믿으나인쇄화한삽화들
을볼때에는항상병적으로불건강(不健康)하게섬세한선(線)에불만
을느끼게된다.금속성(金屬性)의경직(硬直)한선조(線條)는권태(倦怠)
와불안(不安)을느끼게한다.이것은인쇄기술의졸렬(拙劣)이씨의좋
은선을오전(誤傳)하야놓는것일것이다 .씨는동양화가이니선과선
조의구별특히선에대한좋은기능이없을리가없는것이다.
─윤희순,「현재삽화계일별(一瞥)」,『매일신보』(1933.10.21.)
렇지요...아직도조선은인쇄술이뒤떨어져서그림은잘그리더라
○그
도정작지면에나타나는삽화를보면아주선명하지가못하더군요 .
─이상범,「삽화가‘미인’을말함」,『삼천리』(1936.8.1.)
인쇄기술의문제때문에,삽화가의그림을충분히전달할수없다는이런
진술들은이시기소설삽화가가진물리적한계를그대로보여준다.소설삽
화가대중들에게인기있는독서물로간주되고,신문사가삽화발전에여러
가지로노력을기울이고있는상황에서도“우수한인쇄구와인쇄전문가를초
일삽화가로서기막히는때는그림이잘되었을때공교로히
盧壽鉉-제
도인쇄직공의잘못으로빠져버린다든가편집관계로지면이
모자라서부득이빼어버릴때는참으로기막힙디다 .
뿐인가요.마음대로화면을옆으로짤러버린다든가거꾸로
李象範-그
뒤집어놓는경우도중중하지요 .
安夕影-이
치로는그림을마음대로빼여버리고마음대로짤러버릴테면
소설도마음대로뚝뚝짤러버려야하겠지요.(일동一笑)
─「삽화가‘미인’을말함」,『삼천리』(1936.8.1.)
이런맥락에서본다면,다음의삽화들은조판과인쇄과정에서의일상적인
실수때문에삭제된사례들일가능성이높다.1934년3월14일,『조선일보』
조간4면에수록된소설「폭풍전야」(110회)에서는삽화란이공백으로존재한
다.더구나삽화가있어야할공간에보이는하얗고검은길쭉한흔적들로부
터,이것이단순한누락에의한것이아니라,원래그자리에있었던그림을
긁어낸결과임을짐작할수있다.실제로이와같이생긴흔적은,이시기의
신문사진이나삽화,혹은기사문을지울때나타나는공통적인모양이기도
했다.
소설의내용을살펴보아도,그안에특별히문제가될만한소지는별로없
어보인다.이부분에서특별히검열에걸릴만한문제적인소재나내용은존
<그림 1>「폭풍전야」
(110) 연재분의 내용 및 삭제된 삽화
“책상위에두팔을집고양손으로턱을괴이고서혜숙이가나간문편
을멍하니바라보고있었다.주인도없는텅비인밖안!아담하게꾸며놓
은이양실남편창으로는따스한봄빛이소리도없이스며들어와들창바
로옆테이블위에놓인한창『싸이네리아꽃』화분을푸근이비취어주고
있다.(중략)그러나방속에핀그꽃위에는봄하늘을떠도는나비한마리
벌한마리그림자도보이지않는다.”
-함대훈작,김규택화,「폭풍전야」(110)
<그림 2>「폭풍전야」
(110)의 원본 삽화
보아도,이삽화들이자연스럽게잘연
결된다는것을알수있었다.그러므로
여러가지정황을고려할때,「폭풍전
야」의110회삽화는전날의조간조판 <그림 3>「폭풍전야」
(109)의 삽화
에서잘못수록된삽화를수정한뒤,이튿날석간조판에제대로된삽화를넣
은것일가능성이높다는결론에도달하게되었다.4)
물론삭제되어있었던삽화가어떤모습이었는지에대해서는알기어려웠
다.소설의내용상,삽화의내용이검열의대상이되었을가능성이낮았을뿐
만아니라,삭제된삽화의지워진흔적을되살려볼만한단서도없었기때문
이다.5)
4) 목
록에포함시키지는않았지만,일간신문조간면에는실렸던삽화가어떤이유에선
지석간면에서빠진경우도있었다.1939년7월29일『동아일보』에게재된노수현
화,한설야작의「마음의향촌」11회는같은날조간면에실렸던삽화가석간면에
서누락되어있다.기생초향과그녀의애완앵무를그리고있는이삽화는그림의
내용이나소설의내용만으로석간면의누락이유를정확하게단언하기어렵다.다
만,이연재회에서보이는내용이검열에문제가될만한부분이별로없다는점,그
리고고의적인수정과훼손의흔적이없다는점을감안하면,단순한착오의문제였
을가능성이조금은더높아보인다.
5) 조
금더고민이필요한부분은,사실함세훈의소설「폭풍전야」자체는총독부검열
의대상목록에있다는점이다.다만,신문연재란에나타난소설의내용상,이연재
분110회에관한한,삭제된삽화가검열의대상에함께포함되었던것인지에대해
이를테면,<그림4>는1932년1월30일『동아일보』에연재중인윤백남
의소설「해조곡(海鳥曲)」의68회연재분으로,여기에서보이는하얗고검은
면들은기존의조판에서고의로벗겨낸흔적들이다.잘못들어간삽화를아
예빼버리거나글로메꾸는대신,이미지의세부와윤곽을파내는이런방식
은원본사진을훼손하는일반적인방법이라고할수있다.다만여기에서주
목할부분은,다행히도원본삽화의이미지를추론할수있을만큼삭제된삽
화의윤곽이살아있었다는점이다.
따라서이경우,삽화D/B의조사반경을조금더넓게확대함으로써,삭제
된삽화의외형과가장비슷한삽화를찾아낼수있을것으로보았다.<그림
4>에서삭제된원본의윤곽선을꼭닮은그림이,신문의다른면에존재하고
있을가능성도있다고예상했기때문이다.
그리고실제조사결과,놀랍게도삭제된<그림4>가게재된바로같은날,
서는확신하기어렵다.
명해보였다.<그림4>에서삭제된윤곽선과<그림5>는인물의외형은거의
일치했다.공교롭게도두삽화모두,청전이상범이그린삽화였다는사실도
간과할수없었다.삽화가의원화가편집이나조판의어느과정에서우연히
중복게재되었을가능성이훨씬더높아졌기때문이다.
이와유사한상황을<그림7>과<그림8>사이에서도발견할수있었다.
1933년2월7일『조선일보』7면에연재중이었던홍명희의소설「임거정전
(林巨正傳)」과8면에연재중인영화소설(씨나리오)「도화선(導火線)」의삽화이
미지는거의유사했다.
물론이처럼윤곽선을그대로살려놓는방식은,이시기신문사진이나삽
화의삭제경향에서보아도상당히이례적인경우에속한다고할수있다.보
통은<그림1>이나<그림8>의사례처럼소설삽화를삭제할때면,형태를전
혀알아볼수없도록이미지의윤곽자체를아예지워놓는경우가훨씬더많
기때문이다.그러나그이유가무엇이었건,앞의<그림4>,<그림5>의관계
와마찬가지로여기에서삭제된<그림7>역시같은날,다른면에실려야할
삽화가중복되어실렸던삽화라고추정하는것은타당해보인다.이시기삽
<그림 7>「임거정전」
(53)의 삭제 흔적 <그림 8> 시나리오「도화선」
(19)의 스틸
앞서언급한바처럼,심훈의소설「동방의애인」은검열로인해연재중도
에게재가취소된미완성작이다.인용문에서볼수있듯,1930년12월10일
「동방의애인」39회연재면에는삽화와소설모두에서검열의흔적이생생하
게남아있다.앞에서살펴본삭제삽화들의경우처럼,검은바탕에하얀음
각이되어있는이런그림은조판에서이미지를파낼때나타나는전형적인
모양이다.
<그림 9>
그이튿날맨먼저안내를받은곳은『레-닌』의무덤이었다.(중략)장방형유리관속에
조금뚱뚱하고동이짧은『레-닌』의몸이생시와같은모양으로누워있었다.유명한
생물학자의손으로방부제를써서살은조금도썩지않은채로있으나얼굴빛은흰랍
(白蠟)과같이창백하였다.
소설의원문에분명하게나타난검열로삭제된부분,그리고확실하게내
용을삭제한삽화란의공백,39회가「동양의애인」연재가중단된마지막회
였다는점등,여러가지정황으로미뤄볼때<그림9>가검열로인해삭제된
삽화일가능성은매우높다.
그렇다면궁금한것은,검열로삭제된이삽화의원본이과연어떤그림이
었을까에관한것일수있다.식민지의검열장안에서허락될수없었던시각
적표상은과연무엇이었을까?삽화가는도대체어떤것을보여주고자했고,
그렇지만그것은왜끝내그려질수없었을까?
이를위해서는우선소설의내용을참고할필요가있다.소설은지금,혁명
의무대였던러시아의광장에서,역사의중심에있던인물‘레닌’을이야기한
다.소설속의주인공은‘……[伏字]대회’를위해러시아를방문중이며,바
로직전에그유명한레닌의묘,“유명한생물학자의손으로방부제를써서,
살은조금도썩지않은채로,흰랍과같이창백한”레닌의미이라그것을관
람하고있는중이다.그리고마침내소설속의인물은레닌생전의혁명의역
사,그뜨거운시간을상상한다.결국전후의맥락을고려하면,소설에서삭제
된부분은레닌의시체를묘사하고있는부분임에틀림없지않은가.
물론이것을확인하기위해서는,원본이필요하다.그러므로여기에서<그
림9>의원본삽화인<그림10>은소설과삽화의관계를이해하는데중요한
역할을하는삽화라할수있다.
1920년대중반부터본격화된프롤레타리아문예운동에대한일제의탄압
은필연적으로미술과출판에대한강력한검열을수반하게된다.요컨대치
안(治安)의안정과보호라는이름으로이루어진수많은정치적검열들은이와
사실,이시기일간신문에가끔등장하는사회면기사들을통해알수있듯,
1930년대레닌의이미지는그자체로불온한것이었다.레닌의사상자체는
물론그의사진이나책들도실은얼마든단속과검열,압수의대상이될수있
었던것이다.그런시대에수많은대중이즐겨찾는일간지소설연재면에,레
닌의역사와그의초상이게재되었다는사실은대단히놀라운일이아닐수
없다.6)사진을가지고있는것조차불온한것으로간주되었던시대에,사회주
6) 실
제로이시기레닌의이미지는요주의대상이었다.다음의기사들은레닌의사진
이나책을소유하거나,그에관한말을옮기는일들이모두검열의대상이될수있
었음을알려준다.이는,1920~30년대한국의검열장안에서‘레닌’의의미가어떠
한것이었는지를짐작하게해준다.
( 1) 『레닌』 사진 압수, 『조선일보』(1924.12.15.)
“ 리선우라는사람이해삼위방면으로부터건너올적에『레닌』씨의사진한장을가
지고와서자기침방벽위에걸어두었더니,지난십일경에청진경찰서순사가마침
약품조사를왔다가그사진을보고리선우를불러당신이이사진을걸어두었을때
에는이사람을숭배하는것이아니냐고질문한후에사진을압수하여갔다더라.”
( 2) 응접실, 『동아일보』(1930. 1. 23)
독 자 간 디나레닌을尊稱優待하면치유(治維)나보안법(保安法)에抵觸(저촉)이아
니될까요?法網이하도넓으니까요.(義眼生)
때,실험정신가득한그의삽화속에숨어있는체제에대한비판적정신을간
과할수없기때문이다.요컨대파스큘라의핵심멤버이면서카프의구성에
서도중요한역할을차지하고있었던석영안석주의사상적배경을고려할
때,결국여기에서삭제된레닌의얼굴은세계의대한그의평소인식이투영
된결과로볼수있는셈이다.
더구나이대목에서,소설삽화란단순한소설서사의반영이거나반복적
재현이상의것이라는사실은보다더중요해진다.소설의어느부분을어떻
게선택하는가에따라,그림으로나타날수있는대상은얼마든달라질수있
다.그런점에서,삽화가가하필이면‘레닌의얼굴’을선택했다는사실은그
자체로의미심장하다.삭제된삽화에범벅되어있는그와같은불온한상상
기 자 출판물에그런것이있으면적어도압수(押收)는불면(不免)입니다.
( 3) 團體文簿押收, 『동아일보』(1931.12.2.)
“ 지난27일신고산경찰관주재소에서는안변청년동맹가산지부문부일체와“맑
쓰”,“레닌”기타기념사진등을그동리구장입회하에압수하여갔다는데시기가
시기인만큼일반은주목하고있다.”
되어있었던이연재란에서소설삽화하나가삭제되어있는것이다.주목할
지점은,여기에서삭제된「황진이」의삽화는『조선출판경찰월보』에남겨진
아주드문‘소설삽화삭제기록물’에해당한다는점이다.
그러나명월은그말대답은없이
구석에섰는거문고를당기어다앉
는다.안족(雁足)을두어번어루만지
는듯하더니잔기침을한번기치고
나서옛노래한장을타며부르며
한다.
『얼음위에댓잎자리보아/님과
나와얼어죽을망정/얼음위에댓잎
자리 보아/ 님과 나와 얼어죽을망 <그림 12>
정/정둔오늘밤/더디새오시라/더디새오시라』
달은이내넘어갔으나,밤은기러기소리가세차례네차례지나가도
록밝지않았다.그러나이들에게는장장추야란거짓말같았다.정은긴
데밤은모자라니어서다시하루낮이지나버리고새로밤되기만기다
는수밖에없었다.
―이태준소설,강호삽화,「黃眞伊」65,『조선중앙일보』,(1936.8.22.)
그러므로이경우,소설과삽화를견주어읽는작업은,삭제된삽화의구체
적인내용을추론하는데도움이될수있다.소설에서는지금‘황진이’와‘소
제학’이밤을새워깊은정을나누고있다.황진이는연인에대한마음을한
곡조의노래「만전춘별사」에담아가야금곡조에싣는다.고려시대의가요
들중에서도가장에로틱하다고알려진애정의노래,「만전춘별사」와함께
밤의분위기는더욱깊어간다.그렇다면,소설의내용으로미뤄보건대,삭제
기록으로남았을만큼위험했던이삽화는어쩌면이처럼깊어가는두여인
의정사(情事)에관한것은아니었을까.그수위가어느정도나되었는지는명
확하게알수없지만,적어도이삽화에대한검열의이유가‘풍속의괴란’이
라는풍기유지와단속의문제였을개연성은농후한것이다.
게다가,풍속괴란의검열문제가「황진이」에서만발견되는것도아니다.
1940년3월2일,『동아일보』의연재소설「화상보(華想譜)」에서볼수있는
다음의흔적들역시남녀사이의상열지사가검열의주된내용이될수있음
을보여주기때문이다.7)삭제된판본과그렇지않은판본이동시에존재하는
이연재분에서,삭제된소설과삽화의내용은다분히많은점에서남녀상열
의이야기를담고있다.
“불길같은사내의정열,기적같은순간...지금까지의모든이지를순간
에잃어버린듯,앵도같이홍조된입술을반쯤벌리고눈을스르르감아버
리는”여주인공의묘사,“호화로운꽃무늬진벽지위에비치는‘로랑’의걸작
7) 다
만문제는조간과석간의차이라는점이다.조간에서삭제된삽화가석간에나올
수있었을까?약간의시차가늘존재했기때문에,조간이검열되고,석간은어쩔수
없이나타난것일까.어쩌면여러가지요인이복합적으로영향을미쳤을수도있
다.아마도더깊은연구가필요할것이다.
‘포옹’같은‘실루엣’”.삭제된부분에서소설이묘사하는내용은독자의에로
틱한상상력을자극하기충분하다.그리고물론노수현의삽화는바로그와
같은소설의내용을꽃무늬장막뒤의두남녀의실루엣으로형상화해낸다.
결국,이와같은정황은풍속의문제가여전히소설삽화검열에서도중요한
문제였음을보여준다.소설삽화의공간이분명한검열의대상이었다는점을
확실하게증명하고있는것이다.
다만,1930년대중반이후부터나타나는이처럼검열된풍속의삽화들이
과연,삭제될수준만큼의위험한것이었는지에대해서는좀더고민해볼필
요가있다.사실풍속의괴란이라는측면에서보자면,훨씬더자극적인삽화
들이이전에는별다른여과없이등장하고있었기때문이다(공성수,2019) .이
전같으면훨씬더노골적으로,그야말로춘화를떠올릴수있을만큼육감적
인삽화들이그대로실렸었다는점을감안하면,여기에서「황진이」나「화상
보」의삽화들에대한검열은사실조금은의외의결과로보이기도한다.그렇
다면아마도이것은1930년대중반이후,군국주의로치닫는일제의강경한
문화정책이검열의공간에더큰영향을미치고있었던반증인지도모른다.
억압적인시대의분위기가전보다훨씬더많은것들을검열의대상으로만
들고있었을가능성을,여기삭제된삽화들이예증하고있는것이다.
조사대상기간신문연재란에존재하는삭제된삽화10점중,앞에서살펴
본6점의삽화를제외하고남은4점의삽화는원본을찾을수없었다.공식적
인기록물에는이삽화들의삭제기록도존재하지않았으며,삽화가삭제된
모양도원본의이미지를분간하기어려운형태였다.
이런상황에서소설삽화가삭제된이유와원본의내용을단언하기는곤란
하다.따라서원본을내용을재구성하기위해서는,소설의내용을꼼꼼하게
읽으면서삽화이미지로형상화될수있는소재나사건을추릴필요가있다.
물론그럼에도불구하고그와같은작업을통해얻어낸결과가반드시원본
삽화라고확신할수는없다.게다가앞에서논의했던것처럼,소설삽화가삭
제되는이유가반드시검열때문만은아니라는점도감안해야한다.
이러한조건을감안한다면,<그림14~17>의삭제흔적중에서단순한오
류나교정이아니라검열의결과일확률이가장높은것은<그림16>이나<그
림17>정도라고생각해볼수있다.가령,<그림16>이수록된소설「아카시
아」의8회에서중심이야기는주로아름다운여인의육체에대한야릇한상
4. 결론을 대신하여
소설삽화에관한연구가여전히초입에머물러있는현실에서,연구의외
연을다양하게확장하는일은시급하다.소설삽화연구가문학과미술의융
합예술사를지향한다고할때,텍스트의미적원리를탐구하는내재적연구
뿐만아니라,소설삽화의제작과정전반을다루는보다광범위한연구가요
구되는것도사실이다.삽화의생산,유통,소비와관련된물리적상황을연구
하거나,식민자본과권력이이시기삽화예술과맺고있는관련성,혹은신
문매체의일부로서삽화가가진특징을연구하는작업처럼,보다심화된삽
화연구를위해필요한기본적인논의들은여전히부족하다.그러므로이연
구는바로그와같은소설삽화연구의다양한맥락을열어보기위한작은시
도라할수있다.
본고의관점에서보자면,삭제된소설삽화의목록을만들고그와같은삭
제의이유를밝히는작업은궁극적으로삽화의제작에영향을주는여러요
인들을살필수있게한다는점에서그의미를가지고있다.이를테면,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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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삽화와 원본
- 1930년대 삽화 검열을 중심으로
공성수(경기대학교)
본연구는1930년대일간신문의연재소설삽화중누락되거나삭제된흔적이있는
삽화들을수집하고,그처럼훼손된이유를살펴보고자하는소박한목표에서시작된
다.따라서본논문은새로운가설을설계하고그것을확인하는논증적글이라기보다
는,과거의유실된자료를발굴하고그것을체계적으로분류조사한다는점에서,원
전연구에대한일종의결과보고(報告)에가깝다.
그러나다른한편이연구는이시기소설삽화의생산과관련한외재적맥락을살
펴보려는또다른목표도함께가지고있다.즉,의도적으로훼손되거나삭제된삽화
들,그러므로어떤의미에서비정상적인상태로존재하는이삽화들을연구함으로써,
이시기소설삽화제작과관련된다층적맥락을재구할수있다고믿는것이다.
그가운데,검열의영향은본고에서집중하고있는특히중요한지점이다.때때로
소설삽화는놀라운미학적실험과파격적인이미지들을보여주지만,그럼에도불구
하고삽화는검열의개입에서결코자유롭지못했던것이사실이다.그리고물론그
와같은예술적검열은소설삽화의표현과내용을결정하는실존적조건을제한한
다.그러므로이처럼식민지조선의소설삽화가실은분명한검열의대상이었으며,
그와같은권력의시선앞에서결코자유로울수없었다는사실은,이시기소설삽화
의성격을보다규명하는데중요한조건이라할수있다.
이 논문은 2020년 12월 3일에 투고 완료되어 2020년 12월 4일 편집위원회에서 심사위원을 선정한 뒤
2020년 12월 13일까지 심사를 완료하여 2020년 12월 23일 편집위원회에서 게재가 결정된 논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