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on page 1of 39

10.46264/toegye.2021.150.

05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57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 주돈이·주희 이론 중심의 기하학적 고찰 -

김학용*

1. 들어가는 말
2. 음양과 오행의 관계 명확히 말하지 않은 주돈이와 주희
3. 음양과 오행의 內在的 상관성 논증
4. 오행에서 만물로 퍼지는 원리
5. 오행에서 나오는 調和의 구체적 의미
6. 나가는 말

<요약문>

이 글은 음양과 오행의 相關性을 기하학적으로 究明해 보고, 오행


속에 내재된 ‘調和의 구체적 의미’를 살펴본 것이다. 음양과 오행은
‘음양오행’이란 말로 자주 쓰일 만큼 서로 밀접해 보이지만 양쪽이 어
떤 관계에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周敦頤와 朱熹는 음양에서 오행이

이 논문의 투고일자 심사기간 수정 보완 기간 게재확정일자


2021.10.01. 2021.10.08.~11.14 2021.11.18.~12.06 2021.11.16

* 김학용(金學用): 공주대학교 한문교육학과 박사과정.


158 퇴계학보 第150輯

나온다면서도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주돈이는 “오행은 하나의 음


양이다[五行一陰陽也]” 라고 했으나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주희 역시
음양과 오행의 차이를 묻는 제자들의 질문에 “이치는 같다”면서도 자
세한 답을 하지 않았다.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은 數와 관련된 문제여서 오늘날 수학 전공자
들은 집합 행렬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엄밀하게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수학적 방법을 알 수 없던 과거에는 이 문제를 추상적으로 이해하는
수밖에 없었고 면밀한 설명이 어려웠을지 모른다. 본고는 일반적 이해
가 가능한 수준에서 수와 기하의 방법으로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규명
을 시도하였다.
음양오행은 數에만 그치는 개념은 아니다. 2000년 이상 동양사회를
지배한 사상이며, 宋代 이후 수백 년간 동양철학의 주류였던 성리학이
학문적 기초로 삼았던 이론이었다. 20세기 초 현대물리학자 닐스 보
어가 兩立不可의 모순적인 물리현상을 이해하는 데 동원된 이론은 음
양론이다.
본고는 3가지를 밝히고자 했다. 첫째,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규명을
통해 음양은 ‘[사물] 構成의 음양원리’이고 오행은 ‘關係의 음양원리’
임을 알 수 있다. 둘째, 오행에서 만물로 퍼진다는 주희의 주장은 바둑
판 원리로 검증할 수 있다. 셋째, 조직[집단]에서 調和란 ‘개체별 균형
과 전체적 균형을 동시에 이룬 상태’ 라고 定義할 수 있다.

<주제어>

음양오행, 태극도설, 균형과 조화, 내재적 상관성.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59

1. 들어가는 말

‘陰陽五行’은 음양과 오행을 한데 묶어 일컫는 말이다. ‘음양’은 우


주 만물의 현상을 음과 양의 관계로 설명하는 음양론을 말하며, ‘오행’
은 서로 生[상생] 克[상극] 관계에 있는 木ㆍ火ㆍ土ㆍ金ㆍ水 5가지
원소로 만물의 생성과 변화를 설명하는 통상의 오행론을 이른다. 두
개념이 ‘음양오행’이란 말로 자주 붙여 쓰이는 것은 음양과 오행 사이
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뜻일 텐데, 양쪽이 어떠한 상관성을 갖는지
는 밝혀지지 않았다.
음양은 음양대로 오행은 오행대로 이해할 수 있으나 음양과 오행을
조합하려면 쉽지 않다. 陰陽[혹은 兩儀]→四象→八卦 등 倍數로 확대
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1) 음양을 오행과 연결하려면 配合이 잘 안 된
다. 음양과 오행의 결합은 5각형 방 안에 4각형 모양의 책상을 들여놓
는 것처럼 아귀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주돈이와 주희의 언급을 보더
라도 음양과 오행은 서로 상관성을 갖는 게 분명해 보인다.
濂溪 周敦頤는 그의 太極圖說에서 “오행은 하나의 음양이다”2)라
고 하였고, 朱熹[朱子]는 “음과 양 두 氣가 나뉘어 이 다섯 가지가 된
것이지 음양의 밖에 별도로 오행이 있는 것은 아니다”3)라고 하였다.
모두 음양과 오행의 밀접한 상관성을 뜻하는 말이다. 주돈이와 주희의
이런 주장, 특히 “오행은 하나의 음양이다”라는 주돈이의 말에 주목하

1) 주희는 “하나가 매번 둘을 낳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라고 하였다. 朱熹, 周易


本義, 「繫辭上」, “一每生二, 自然之理也.”
2) 太極圖說, “五行一陰陽也, 陰陽一太極也, 太極本無極也.”
3) 朱子語類, 1권, 48조목, “是陰陽二氣截做這五箇, 不是陰陽外別有五行.”
160 퇴계학보 第150輯

면서 음양과 오행의 관계를 기하학적으로 고찰해보려 한다. 본고가 밝


히고자 하는 것은 3가지다.
1)수와 기하의 방법으로 음양과 오행의 ‘내재적 상관성’4)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陰陽은 ‘[사물5)] 구성의 음양원리’이고 五行은
‘관계의 음양원리’6)임을 알 수 있다. [이로써 “오행은 하나의 음양”이
라는 주돈이의 말은 “오행은 관계의 음양 원리”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
2)오행에서 만물로 퍼진다는 주희의 주장7)은 바둑판 원리로 검증

4) ‘內在的 相關性’이란 음양과 오행이 각자 독자적으로 존재하면서 갖는 상관성


이 아니라, 오행 내부에 상생-상극이라는 ‘음양의 규칙’이 존재하면서 갖게 되
는 상관성을 말한다.
5) 본고에서 ‘사물’ ‘개체’ ‘개인’ ‘원소’ 등은 오행의 목ㆍ화ㆍ토ㆍ금ㆍ수에 해당
하는 것으로, ‘조직’ ‘전체’ ‘체제’ 등과 상대되는 개념이다.
6) ‘구성의 음양원리①’와 ‘관계의 음양원리②’ : ①은 어떤 사물[또는 현상]도 음
과 양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며, ②는 사물 간의 ‘관계’에도 陽[生]과 陰[克]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한 쌍의 부부에는 ‘구성의 음양원리’가, 여러
부부들의 모임인 夫婦契에는 ‘관계의 음양원리’가 각각 적용된다. 5쌍의 부부
가 모이면 10개의 관계가 생기는데 반드시 그 중 절반은 상대적으로 친한 관
계[相生], 나머지 절반은 상대적으로 소원한 관계[相克]가 된다. 이것이 ‘관계
의 음양원리’ 라고 할 수 있다. 부부가 4쌍이면 관계의 음양원리를 이룰 수 없
다.
7) 朱子語類, 3권, 24조목, “太極只是一箇氣, 迤邐分做兩箇, 氣裏面動底是陽,
靜底是陰, 又

  [太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61

할 수 있다. [1개의 바둑알과 인접한 4개의 바둑알이 오행을 이루고,


이 오행은 이웃한 다른 오행들과 사슬처럼 연결되면서 바둑판 전체(우
주)로 퍼지는 원리다. 이는 太極圖說에서, 음양과 만물 사이에서 ‘중
간자 역할’을 하는 오행 존재의 필연성을 기하학적으로 뒷받침한다.]
3)음양이 ‘對立的 均衡의 원리’8) 라면 오행은 ‘調和의 均衡 원리’9)
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때 ‘오행의 조화’란 개체별 균형과 전체적
균형10)을 동시에 이룬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오행의 조화는 음
악에 대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도 (각 音이)분명하다”11)고
한 ‘孔子의 음악론’과 상통한다. 또 ‘균형’에 비하면 ‘조화’에 대한 판단
은 모호한 편인데 오행은 조화의 의미를 명확하게 규정해준다.12)]

極圖說解,五性之殊,散为万事]”고 하고, 朱子語類에서 “음양은 氣이고 오


행은 바탕인데 이 바탕이 있어서 사물이 만들어져 나온다[朱子語類, 1권48
조목, 陰陽是氣, 五行是質, 有這質所以做得事物出來]고 한 말도 분명 ‘오행에
서 만물로 퍼진다’는 의미다[각주 26, 각주 34 참고].
8) 彭华는 고대 문헌에 나오는 陰과 陽의 의미를 분석한 뒤, “陰陽은 처음부터
한 쌍의 對立 개념이었음을 알 수 있고, 二元的 대립 사상이 음양 관념의 본래
의미라고 할 수 있다”고 하였다[彭华, 「阴阳五行研究(先秦篇)」(上海: 华东师范
大学 2004年度 博士学位论文), p.36]. 대립에는 기본적으로 ‘균형’의 의미가
들어 있다. 힘의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대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9) 오행 즉 五는 河圖洛書에서 中이 되며[易本義圖, “河圖洛書之數, 所以皆以
五爲中也”], 中에는 和의 의미가 있어서[中庸, 1장, “喜怒哀樂之未發謂之中,
發而皆中節謂之和”], 五와 和는 中을 매개로 연결된다. 주돈이는 “오직 中이라
는 것은 和이고 중절이다[性理大全, 권3[通書二], 師第七, 惟中也者, 和也中
節也]” 라고 하여 中과 和를 연결 지었다.
10) 개체별 균형①과 전체적 균형② : 오행을 예로 들면, ①은 각 개체[원소]를
기준으로 생과 극의 비율이 같은 것이고, ②는 오행 전체에서 생과 극의 비율
이 같음을 의미한다. [그림 6] 참고할 것.
11) 論語, 「八佾」, 23章, “純如也, 皦如也.”
12) 대체로, 균형 여부에 대해선 객관적 판단이 가능하지만, 조화의 여부에 대한
162 퇴계학보 第150輯

필자는 이러한 문제들을 살피는 데 있어 數와 幾何의 방법에만 기


대고자 한다.13) 본고에서 오행의 목ㆍ화ㆍ토ㆍ금ㆍ수는 ‘성질이 서로
다른 5가지 원소’라는 것 외엔 어떤 의미도 없다. 통상의 오행에서 相
生-相克의 개념만 취하여 수와 기하의 논리에 적용하게 된다.

2. 음양과 오행의 관계 명확히 말하지 않은 주돈이와 주희

음양과 오행이 탄생부터 짝 개념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서로 상관성


이 없었다. 이 때문에 최초의 출현 문헌도 서로 다르다. 음양은 國語;
周語에, 오행은 尙書의 「甘誓」와 「洪範」 편에 처음 나온다.14) 음양

판단은 다분히 주관적이어서 기준이 모호하다. 오행에 내포된 조화는 ‘개체별


균형과 전체적 균형을 동시에 이룬 상태’로 정의할 수 있어서 이런 모호성이
없어진다.
13) 음양과 오행은, 고대 동양사회가 우주 만물 현상의 원리를 이해하는 수단이
며, 그 본질은 數 라고 볼 수 있다. ‘음양’이란 개념은 음과 양이란 말 대신 남
녀 밤낮처럼 서로 反對 또는 待對의 관계에 있는 한 쌍의 다른 용어로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음양에 내포된 ‘2’는 다른 數로 바꿀 수 없다. 오행도 ‘5’를 다
른 수로 바꾸면 오행의 개념은 없어지고 만다. 음양도 오행도 數와 관련된 개
념이기 때문이다. 주희는 “무릇 數의 시작은 하나의 음과 하나의 양일뿐이다
[易本義圖, 凡數之始, 一陰一陽而已矣]” 라고 하였고, 許愼은 “五는 五行이
다[說文解字, 五, 五行也]” 라고 하였다. 모두 음양과 오행을 數로 보는 표
현이다. 리쩌허우[李澤厚]는 “숫자를 이용한 組織과 整理로 우주를 해석하는
것은 사상 발전이 일정한 단계에 이르렀을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리쩌허우, 정병석 역, 중국고대사상사론(파주: 한길사, 2005), p.332)” 라
고 하였다.
14) 馮友蘭, 정인재 역, (한글판)중국철학사(서울: 형설출판사, 1986), p.176,
p.183~4. 馮友蘭은 國語의 편집 시기를 BC 3~4세기로 보는데 음양 개념이
그때 처음 나온 것으로 보긴 어렵다. 음양과 오행 개념의 출현 시기는 모두 문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63

과 오행은 서로 다른 문화 체계 속에서 발전해오다 하나로 합쳐진 것


으로 보인다.15) 음양과 오행을 함께 쓰기 시작한 것은 陰陽家[음양오
행가라고도 한다]들이다.16) 그러나 그들도 초기에는 오행보다 음양을
더 많이 썼고17), 오행은 五德終始를 주장한 騶衍에 의해 그 지위가 크
게 높아졌다. “추연은 음양의 消息[사라짐과 생겨남]을 깊이 관찰하여
…… 십 여 만 자를 지었다”18)는 내용이 史記에 있다. 徐復觀은 이
점을 들어 추연의 오행 관념이 음양과의 결합에서 나온 것으로 보면서
도 추연의 저술이 남아있지 않아 그 결합 방법이 무엇이었는지는 자세
히 알 수 없다고 하였다.19) 음양과 오행의 결합 흔적이 뚜렷한 최초의
문헌은 管子다.20) 이 책에선 四時[사계절]를 五行에 맞추려는 모습
이 엿보인다. 오행 사상이 유행하면서 사시를 오행에 分屬시키는 게
당시의 과제였던 듯하다. 四時는 陰陽에서 나왔기 때문에21) 사시와

서상의 등장보다 훨씬 이전으로 보는 게 통설이다.


15) 白奚, 「中国古代阴阳与五行说的合流」, 中国社会科学(北京: 中国社会科学
院, 1997), 1997年 第5期, p.24.
16) 리쩌허우, 앞의 글(2005), p.333.
17) 葛志毅는 “史記[太史公自序]에 陰陽家의 요지를 보면 陰陽 四時 八位 十
二度 二十四節로써 학설의 요지로 삼았을 뿐 오행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
것은 적어도 초기의 음양가 사상에서 오행이 매우 중요한 지위를 갖지는 않았
음을 말한다”고 주장한다. 葛志毅, 「重论阴阳五行之学的形成」, 中华文化论坛
(四川: 四川省社会科学院, 2003), 2003-1, p.62.
18) 史記, 「孟子荀卿列傳」, “騶衍~~乃深觀陰陽消息而作怪迂之變, 終始大聖之
篇十餘萬言.”
19) 梁啓超 외[徐復觀], 김홍경 편역, 「음양오행설과 관련 문헌의 연구」, 음양오
행설의 연구(서울: 신지서원, 1993), p.141.
20) 김필수 외[장승구] 역, 관자(서울, 소나무, 2006), p21.
21) “四時는 陰陽의 기본법칙[管子 「四時」, 四時者 陰陽之大經也]”이므로 四
時는 음양을 대신할 수 있다.
164 퇴계학보 第150輯

오행의 연결은 곧 음양과 오행의 결합을 뜻한다. 그러나 사시와 오행


은 조합할 방법이 없다. 결국 管子 「오행」에선 1년을 72일씩 5등분
하고 있다. 오행에 맞추려고 멀쩡한 4계절을 5등분하는 것은, 바이시
[白奚]의 표현을 빌리면,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추는 꼴[削足適履]’이
다.22) 그 뒤 前漢의 董仲舒는 “하늘과 땅의 氣는 합해지면 하나[一]
가 되고, 나눠지면 陰陽이 되며, (다시) 나누면 四時가 되고, (이것이)
나열되면 五行이 된다”23)고 하였는데 왜 그런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음양과 오행의 결합은 양쪽의 상관성부터 밝혀야 할 문제다. 그러나
둘의 관계가 구체적으로 설명된 적은 없다. 주돈이ㆍ주희 때까지도 마
찬가지였다.

음양에서 어떻게 오행이 생겨날 수 있는지에 대해 주돈이의 설명은 ‘陽變陰


合[陽이 변하고 陰이 합함]’ 네 글자만 있을 뿐 확실하고도 적절한 해석은 없
다. 주희는 주역 「계사」의 ‘天一, 地二 ……’ 한 단락을 가지고 이를 해석하였
는데, 이는 사실 ‘河圖’의 數일 뿐이다.24)

주돈이도 주희도 음양과 오행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않았


다는 것이 勞思光의 지적이다. 전국시대 추연(BC 300전후)이 음양오
행설을 주창하고, 이어 동중서(BC 170~120)가 儒家에 음양오행을 끌
어들여 크게 유행시킨 시점은 주돈이(1017~1073)ㆍ주희(1130~1200)
의 시대보다 1000년 이상 앞선다. 오랜 세월이 흐르도록 음양과 오행
의 상관성에 대한 이해는 별 진전이 없었다는 뜻이 된다. 그 뒤 다시

22) 白奚, 앞의 글(1997), p.31.


23) 春秋繁露, 「五行相生」, “天地之氣, 合而爲一, 分爲陰陽, 判爲四時, 列爲五
行.”
24) 勞思光, 정인재 역, 中國哲學史(宋明篇)(서울, 탐구당, 1997). p.116.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65

1000년 가까이 흐른 현대에 와선 수학적 접근을 통해, 왜 4행이나 6


행 등이 아니라 반드시 5행이어야 하는지는 증명했으나25), 상관성의
근원과 오행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는 드물다.
주돈이는 성리학의 기초를 닦은 학자로, 주희는 성리학을 집대성한
학자로 평가된다. 이들에게 태극 음양오행은 우주 만물과 사람의 마음
을 탐구하는 이론의 초석이었다. 주돈이는 그의 태극도설을 통해 태
극에서 음양이 나오고 음양에서 오행이 나와 만물이 된다는 이론을 제
시하였고26), 주희는 249 자의 비교적 짧은 이 태극도설을 발전시켜
性理學 이론의 기초로 삼았다.27) 성리학의 종합적 叢書라 할 수 있는
性理大全에선 儒學 최고의 도덕 개념인 仁義를 음양론으로 설명한
다.28) 성리학의 주요 주제인 理氣論도 그 바탕은 음양론이다.29) 退溪

25) 1995년 중국과학기술대교수 후화카이[胡化凯]는 집합과 행렬 등을 이용해


이를 증명할 수 있음을 밝혔다.
26) 태극도설에서 만물의 생성 과정은 ‘무극→태극→음양→오행→건도성남·곤
도성녀→만물’로 요약된다. 주자가 이를 이어받아 ‘五氣[즉 오행]는 다시 만물
로 갈라진다’고 정리하면서 ‘태극→음양→오행→만물’은 일반적 인식이 되었다.
栗谷 李珥가 “만물은 하나의 오행이고, 오행은 하나의 음양이며, 음양은 하나
의 태극이다[栗谷全書, 권14,雜著[易數策], ‘萬物一五行也, 五行一陰陽也,
陰陽一太極也’]” 라고 한 말은 이를 역순으로 표현한 셈이다.
27) 성리학의 교과서격인 性理大全은, 첫 문장이 “태극도는 濂溪[주돈이] 선생
이 지은 것이다[太極圖者, 濂溪先生之所作也]”는 주희의 말로 시작되고, 70권
가운데 제1권[太極圖]에서 주돈이의 태극도설과 음양 오행에 대해 논한다.
‘주자학 입문서’로 불리는 近思錄의 첫머리도 태극과 음양오행으로 道의 본
체를 설명하는 내용이며, 주희의 어록인 朱子語類 또한 태극에 대한 제자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朱子學 程朱學 등으로도 불리는 성리학은 서양에선 ‘新儒
學[Neo-Confucianism]’으로 불릴 만큼 儒學의 학문의 체계를 크게 바꾼, 그
야말로 ‘새로운 유학’이었다. 그런데 도리어 1천 년도 더 된 고대 사상을 새
학문의 기초로 삼았으니 아이러니다. 음양 오행은, 그 이치와 이론이 時·空을
초월하는 數의 개념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8) 주희는 “仁과 義는 음양처럼 하나의 氣일 뿐이다”라고 하였다. 性理大全,
166 퇴계학보 第150輯

李滉이 宣祖에게 올린 聖學十圖30)가운데 제1圖인 「태극도」는 태


극도설의‘태극과 음양오행’이 담긴 그림이다[그림 1].31) 음양오행론
이 허탄한 이론에 불과하였다면 이치와 격물치지를 강조하던 당대 최
고의 학자들이 음양오행을 이렇게까지 중시한 까닭을 이해하기 어렵
다.
태극도설에는 음양에서 어떻게 오행이 나오는지에 대해선 자세한
언급이 없지만, 태극에서 음양이 나오는 과정은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
고 있다.

태극이 움직여 陽을 낳고, 움직임이 극에 이르면 고요해지고, 고요해지면 陰


을 낳는다. 고요함이 극에 이르면 움직임으로 되돌아간다. 한번 고요하고 한번
움직임이 서로 뿌리가 되어 陰으로 나뉘고 陽으로 나뉘니 이에 兩儀가 성립된
다.32)

태극에서 음양이 나오는 과정을 數로 표현하면 하나[1]가 둘[2]로


나뉘는 것인데, 이는 주자의 말대로 자연스런 방식인 만큼 상식적 이
해가 가능하다. 문제는 음양에서 오행으로 확대되는 과정이다. 이는 2

권36,1-4, “朱子曰, 仁義如陰陽, 只是一氣.”


29) “주희는 처음으로 태극 음양을 우주본체론의 근본 개념으로 확립하였으며,
이것과 理氣를 결합시켜 설명하기 시작했다.” 홍원식 외3인, 성리학의 개념
들(서울: 예문서원, 2008), p.134.
30) 퇴계가 68세 때 선조에게 바친 聖學十圖는 10개의 圖와 圖說로 구성된 저
술로 퇴계의 철학정신이 응집된 대표작이다. 금장태, 퇴계의 삶과 철학(서
울: 서울대학교출판부, 1998), p.8.
31) [그림 1]은 退溪先生文集 (목판본, 刊寫者 등 未詳)의 ‘태극도’로 性理大全
태극도와 같다.
32) 太極圖說, “太極動而生陽, 動極而靜, 靜而生陰, 靜極復動. 一動一靜, 互爲其
根, 分陽分陽, 兩儀立焉.”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67

와 5의 상관성 문제다. 태극에서 음양이 나오


는, 즉 하나에서 둘이 나오는 이른바 ‘一生二
法’의 원리로는 2에서 4가 나와야 맞는데, 왜
5가 나오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태극도설에서 주돈이는 음양에서 오행이
나오는 과정에 대해 “陽이 변하고 陰이 합하여
수·화·목·금·토가 생긴다[陽變陰合 而生水火木
金土]”면서, “오행은 하나의 음양이고 음양은
하나의 태극이다[五行一陰陽也, 陰陽一太極
也]”라고 하였다. 전자는 ‘오행이 음양에서 나
온다’는 뜻이고, 후자는 ‘(이 때문에) 오행은 음
양에 속한다’는 의미로 이해되지만, 이것만 가
지고는 음양에서 오행이 나오는 이치나 원인을
알기 어렵다. 주희 역시 “음과 양 두 氣가 나뉘
어 이 다섯 가지가 된 것이지, 음양의 밖에 따
로 오행이 있는 것은 아니다”[각주 3]거나,
“오행은 하나의 음양이니, 오행을 버리고 달리 음양을 찾을 곳이 없
다”33)며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을 언급했지만 그 원리나 이유에 대해
선 명확한 설명이 없다. 주자는 음양에서 오행이 나온다는 점만 다음
과 같이 설명하였다.

“한 조각이 나뉘어 두 조각이 되고 두 조각이 나뉘어 다섯 조각이 된다. 萬


物·四時·五行은 저 太極으로부터 나올 뿐이다. 태극은 하나의 氣일 뿐인데, [태
극무늬처럼] 구불구불 나뉘어 두 개가 되고, 氣 안에 움직이는 것은 陽이고, 고

33) 性理大全, 권1[太極圖], 64조목, “五行一陰陽也, 舍五行無別討陰陽處.”


168 퇴계학보 第150輯

요한 것은 陰이다. [음과 양은] 다시 五氣[즉 五行]로 나뉘고, [五氣는] 다시


흩어져 만물이 된다.”34)

주역과 태극도설을 數의 확장으로 표현하면, 주역은 ‘1→2→4


→……’로, 태극도설은 ‘1→2→5→……’로 바뀌는 체제라고 할 수 있
다. 그 이유를 주희의 제자들이 스승에게 물었으나 자세한 답은 얻지
못했다.

[제자가] 물었다. “「태극도」는 1에서 2가 되고, 2에서 5가 되고는 곧바로 만


물에 이릅니다. 주역은 1에서 2가 되고, 2에서 4가 되며, 4에서 8이 되고, 8
에서 16이 되며, 16에서 32가 되고, 32에서 64가 된 다음에 만물의 이치가 갖
추어집니다. 「西銘」은 그저 음양만을 말했고, 「洪範」은 그저 오행을 말했을 뿐
입니다. 어떤 것은 간략하고 어떤 것은 상세하여 모두 같지 않으니 왜 그렇습니
까?” [주자가] 답했다. “이치는 하나다. 사람들이 보는 것에 상세함과 간략함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道理는 또한 서로 일치하지 않은 적이 없다.”35)

제자는 음양과 오행의 차이점을 묻고 있다. 태극해의에는 똑같은


질문이 또 나오지만36), 주희의 답은 똑같았다. 자세함과 간략함의 차
이가 있으나 “이치는 같다”는 말인데 그 이치가 무엇이며 왜 같은지에
대해선 설명이 없었다. ‘[주돈이와 주희가] 음양에서 오행이 어떻게

34) 朱子語類, 3권, 24조목, “一片底便是分做兩片底, 兩片底便是分作五片底.


做這萬物四時五行, 只是從那太極中來. 太極只是一箇氣, 迤邐分做兩箇, 氣裏面
動底是陽, 靜底是陰. 又分做五氣, 又散爲萬物.”
35) 주희, 곽신환 외2인 역주, 太極解義(서울: 소명출판, 2009), p.358, “問,
太極圖自一而二, 自二而五, 卽至於萬物. 易則自一而二, 自二而四, 自四而八,
自八而十六, 自十六而三十二, 自三十二而六十四, 然後萬物之理備. 西銘則止言
陰陽, 洪範則止言五行, 或略或詳皆不同, 何也. 曰, 理一也, 人所見有詳略耳. 然
道理亦未始不相值也.”
36) 위의 책, p.534.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69

나오는지에 대해 확실하고 적절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는 勞思光의 지


적은 이런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주돈이가 ‘태극-음양-오행-만물’의 발생론적 계통을 확립한 이후
성리학자들에게서 음양과 오행은 분리하기 어려운 짝 개념이 되었으
나”[김문용]37) 왜 짝이 되는지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旅軒 張
顯光(1554~1637)은 “二氣[음과 양]에 각각 二行이 있어서 四行이 만
들어지니 이른바 木ㆍ火ㆍ金ㆍ水다. 그리고 四行은 土가 없으면 이루
어지지 않으므로 土를 아울러서 오행이 된다”38)고 하였다. 그러나 土
가 없으면 四行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제시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여기에 대해선 설명이 없다. 이런 식의 설명으로는 오행의 필연성39)
을 인정받기 어렵다. 조선후기 실학자들이 오행설을 인정하지 않은 것
은 어쩌면 당연하다. 湛軒 洪大容은 “오행의 數는 원래 확정된 원칙이
아닌데, 術家들은 이를 숭상하여 하도 낙서로 견강부회하고 주역의 象
으로써 오행의 數에 천착한다”40)며 오행을 부정하였다. 茶山 丁若鏞

37) 윤사순 외[김문용], 「조선유학자들의 음양오행론」, 조선 유학의 자연철학


(서울: 예문서원, 1998), p.345.
38) 張顯光, 旅軒先生全書[下], 「晚學要會分合篇」(서울: 仁同張氏南山波宗親會,
1983), p.150. “二氣各有二行, 於是乎爲四行, 卽所謂木火土金水也, 而四行不得
土不成, 故並土爲五行焉.”

朱子도 장현광과 비슷한 말을 했다. 혹자가 仁義禮智는 性의 4가지 덕인데 여기


에 信을 첨가해 ‘仁義禮智信’으로 말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주자는 “오
행에 土가 있는 것은 土가 아니면 4행[木火金水]을 실을 수 없는 것과 같다[
朱子語類, 6권, 46조목, ‘如五行之有土, 非土不足以載四者’]”고 하였다.
39) 우주 만물의 현상에서 오행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치나 이
론적 증거, 그리고 그것이 4행이나 6행 등이 아니라 반드시 5행이어야 한다는
의미의 필연성이다.
40) 洪大容, 湛軒書[上], 「湛軒書內集卷四[毉山問答]」 (서울: 景仁文化社,
170 퇴계학보 第150輯

은 “오행은 만물 가운데 5가지 사물에 불과한 똑같은 사물인데 다섯


으로 萬을 낳는 게 어렵지 않은가?”41) 라고 하였다.
그러나 오행이 아무 이치도 없는, 견강부회의 산물이라면 음양과 짝
을 이뤄 2000년 넘게 동양사회를 지배하는 사상이 되었을지 의문이
다. 오행은 음양과 연관시키지 않고는 그 정체를 알기 어렵다. 그것이
5대 생활물질인지[五材說] 5개의 행성인지[五星說], 또는 五行에서
五가 중요한지 行이 더 중요한지 등을 논란하여도 답을 얻기 힘들다.
오행이 무엇인지는 ‘오행의 부모’로 보이는 음양과의 관계에서 찾아야
하며, 음양과 오행 모두 數와 관련된 개념인 만큼 수와 기하의 방법으
로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19--), p.350. “五行之數, 原非定論, 術家祖之, 河洛以傅會之, 易象以穿鑿之.”


41) 丁若鏞, 與猶堂全書, 卷一, 「中庸講義補」, “五行不過萬物中五物, 則同是物
也, 而以五生萬, 不亦難乎?”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71

3. 음양과 오행의 內在的 상관성 논증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을 數와 幾何의 방법을 통해 살펴본다. 필자


는 먼저 1)이앤량[鄢良]의 ‘相生相胜图[相生相克圖]’를 이용해42) 음
양[즉 生과 克]과 오행이 내재적 상관성을 갖는다는 점을 확인하고,
2)5각형과 순열조합을 활용하여 이를 재검증할 것이다. 3)그리고 집합
과 행렬을 이용한 수학자의 논증 방법도 대략 소개하겠다. 논증의 수
준은 다르지만 모두 수와 기하를 이용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따
라서 어느 한 가지라도 완전하게 논증되면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은 확
인된 것이다.43)
1)상생-상극의 조건을 충족하는 오행에서 2와 5는 ‘內在的 상관성’
을 갖는다. 내재적 상관성이란 어떤 현상이나 결과가 되는 원인이 외
부가 아니라 그 자신 안에 있다는 뜻이다. 오행이 음양과 무슨 관계인
지 살피려면 오행 안에서 음양을 찾아내야 한다는 얘기다. 음양과 오
행의 조합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2[음양]’와 ‘5[오행]’를 떼어놓고
연결을 시도하는 데 있다. 따라서 오행 밖의 음양은 머리 속에서 지우
고 일단 오행만 바라보면서 그 안에서 음양을 찾아내야 한다.
오행의 그림을 보면, 5개의 원소[개체]가 참여하여 모두 10개의
‘生-克 관계’를 만들어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 3]. 생과 극이 5

42) 鄢良의 相生相胜图는 [그림 2]에서 보듯, ‘5개의 원소’와 ‘4종류의 관계’가
잘 드러나 있어, 4와 5의 관계를 살피고 나아가 2와 5 즉 음양과 오행의 내재
적 상관성을 추정해볼 수 있게 해준다.
43) 數의 문제여서 논증의 차원으로 증명 여부가 갈리는 것은 아니다. 3가지 방
식 중 어느 하나라도 논증에 논리적 허점이 없다면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은
증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72 퇴계학보 第150輯

개씩 전체적으로 生의 개수와 克의 개수가 동일하고, 각 원소[목ㆍ화


ㆍ토ㆍ금ㆍ수]별로도 生과 克이 균형을 이룬다. 나[我]를 포함해 5명
인 모임에서 내가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으려면 내 입장에서 ‘生의
개수’와 ‘克의 개수’가 같아야 한다. 만약 내가 유리하면[生이 많으면]
나머지 4명 중 누군가는 불리해진다. 5명 모두 유ㆍ불리가 동일해야
상생-상극의 오행이다. 이앤량은 이를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生我’
‘我生’ ‘胜我’ ‘我胜’ 4가지로 5행의 生克을 설명한다. ‘相克’ 대신 ‘相
胜[相勝]’을 쓰고 있지만 같은 의미다.

어느 한 行을 나[我]라고 하
면 다른 4行과의 관계는 生我
[나를 生함], 我生[내가 生해
줌], 胜我[나를 克함], 我胜[내
가 克함]이 된다. 木을 예로 들
면 나를 生하는 것은 水가 되고,
내가 生해주는 것은 火가 되며,
나를 克하는 것은 金이 되며, 내
가 克하는 것은 土가 된다.44)
[그림 2]

위의 설명에서 生我 我生
胜我 我胜 4가지를 生과 克
두 가지로 줄여 목ㆍ화ㆍ토ㆍ
금ㆍ수 즉 5개의 원소에 대응시킨 것이 음양과 오행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관계의 종류’를 (生과 克 외에) 더 추가하거나, 참여

44) 鄢良, 三才大觀(北京: 華藝出版社, 1993), p.120. [그림 2] : 삼재대관의


相生相勝圖.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73

원소의 수를 5개 대신 4개이나 6개 등으로 바꾸면 ‘균형’45)을 맞출


수 없다. 관계의 종류는 2가지[예, 生과 克], 참여 원소 수는 5개[예,
목 화 토 금 수]일 때만 이런 균형이 가능하다. 이것이 生克과 5개 원
소, 즉 음양과 오행의 내재적 상관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은, 생극과 오행 사이의 관계라기보다 數 2와 數 5 사이에 발생
하는 관계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46)
2)음양론에 따르면, 모든 ‘개체[오행의 목ㆍ화ㆍ토ㆍ금ㆍ수나 다각
형의 각 꼭지점]’는 음과 양으로 구성된다. 개체 간의 生-克 관계도
이 陰과 陽에서 나오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모든 개체는 음양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내가 남을 生하기도 하고 克하기도 하는 성질을 지닌
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자기 자신도 남에 의해 生과 克을 당하기 때
문에 조직 전체로도 생극 균형이 맞는다. 다각형으로 예를 들면, 각 꼭
지점들이 서로 생극 균형을 이루면서 동시에 도형 전체로도 생극 균형
을 이루는 경우는 5각형뿐이다. 4각형이나 6각형 등은 이런 생극 균
형이 어렵고 오직 오각형에서만 가능하다.
수와 기하의 방법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오행이란 ‘生-克의 오
행’이다. 정확히 말하면, ‘전체적으로 生과 克의 개수가 동일하고 개체
별로도 생과 극의 개수가 같은’ 오행[즉 통상의 오행]을 말한다. 생-
극 균형을 갖춘 5각형[즉 오행]은 전체 線分[생-극의 화살표는 생
략47)]의 개수가 10개이고, 각 꼭지점 별로는 4개씩 연결되어있다.[그

45) 여기서 ‘균형’은 나[我]를 포함한 목ㆍ화ㆍ토ㆍ금ㆍ수 5행 각자의 개별적 균


형과, 오행 전체의 균형이 동시에 이뤄지는 상태를 말한다.
46) 여기서 2와 5는 모두 같은 數이지만 차원이나 성질이 다르다. 2가 氣라면 5
는 質일 수 있다. 따라서 2와 5를 무조건 더하거나 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음
양과 오행을 그냥 더하는 것은 2시간과 5km를 더하는 꼴이다.
174 퇴계학보 第150輯

47) ‘관계의 방향성’ 즉 ‘선분의 화살표’를 생략하면 오행의 개념을 제대로 반영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어서 검토한다. [그림 4]처럼 A가 B를
生하는 경우를 ‘A→B’[실선 화살표]로 표시하고, A가 B를 克하는 경우를 ‘A
⇢B’[⤏점선 화살표]로 표시한다. 기본적으로 ‘→’는 방향이 어느 쪽이든 양쪽
이 서로 긍정적 관계이고, ‘⇢’는 방향과 상관없이 서로 부정적 관계다. 따라서
(A)에서 a가 b를 生하는 ‘a→b’의 관계는 화살표의 방향이 뒤바뀌어도 (C)처
럼 生이 克으로 바뀌지 않고 (B)처럼 生의 성분을 유지한다. 왜냐하면 한쪽이
상대를 生하면 그 상대 또한 生으로 되받고, 한쪽이 상대를 克하면 그 상대 역
시 克으로 되받는 게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자기를 生하는 데 克으로 되
받거나, 반대로 자신을 克하는 데 生으로 되받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 아니다.
오행의 화살표는 양쪽 힘의 크기만 말해주는 셈이고[(A)의 화살표는 a가 b보
다 세다는 의미], 양쪽 관계의 성질[즉 생이냐 극이냐의 성질]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생-극의 조건을 따질 때 화살표는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 부분에
대한 墨子의 생각은 필자의 논리와 부합한다. “오행[의 체계는 뒤의 것이 앞
의 것을] 항상 이기는 [관계가] 아니다[墨子, 「經下」, 五行毋常勝].” 박동
인, 「鄒衍의 五行相勝說과 相生說의 구조와 함의」, 철학연구(서울: 철학연구
회, 2009), 84집, p,85.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75

림 3].48) 생과 극의 개수는 ‘[오각형] 전체’와 ‘개체[꼭지점]’ 모두 짝


수여서, 전체적으로도 개별적으로도 모두 생과 극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 5행[5각형] 외 2, 3, 4, 6행 등 다른 행은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5행의 필연성이 인정된다. 이를 위해 5행
을 임의의 다각형[선분이 1개뿐이면 ‘2각형’으로 친다]으로 바꿔 생-
극의 충족 여부를 살펴보자.
임의의 다각형인 N각형의 생-극 균형 조건은 다음과 같다. N각형
전체적으로 ‘生의 선분 수’와 ‘克의 선분 수’가 동일하고[따라서 모든
선분 수의 합계가 반드시 짝수여야 함49)], 임의의 한 꼭지점과 연결
된 선분의 생-극 개수 또한 서로 동일해야 한다[따라서 이것도 짝수
여야 함]. 다시 말해 N각형에서 각 꼭짓점들을 연결하는 모든 선분의
수, 즉 ‘N×(N-1)÷2’[①]50)가 짝수여야 하며, 임의의 한 꼭짓점과 연
결되는 생과 극의 수, 즉 ‘N-1’[②]51)도 짝수여야 한다. 조건 ①과 ②

48) 생극의 균형을 이루는 오각형은 [그림 3]처럼 (A)와 (B) 두 가지 유형뿐이
다. [필자의 판단이다. 정확한 것은 수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을 것이다.] (B)
는 통상의 오행과 같은 유형으로, 오행이 만물로 확장될 경우 이웃한 오행과
의 관계에서 생과 극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다[그림 5를 확
대하여 생극 관계를 표시해 보면 이웃한 오행 사이에서 생과 극이 동시에 나
타나는 모순 현상을 볼 수 있다]. (A)는 이웃 오행과의 관계에서 그런 모순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오행의 본래 모습이 (B)가 아니라 (A)일지 모른다는 의
미이며, 각주 47)의 墨子 의견과 부합한다. 이 부분은 연구가 더 필요하다.
49) 어떤 수가 홀수든 짝수든 같은 수를 두 번 더하면 반드시 짝수가 된다. 오행
의 ‘생-극’은 생의 수와 극의 수가 같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생과 극의
합은 언제나 짝수다.
50) ‘N×(N-1)÷2’는 색깔이 서로 다른 N개의 구슬에서 2개를 뽑을 때 ‘경우의
수’를 구하는 공식이다. N각형의 각 꼭지점을 잇는 선분의 개수를 구하는 방
법도 이와 같다. 홍성대, 기본수학의 정석(서울: 성지출판, 2012), p.331, 조
합공식[nCr] 참고.
51) N각형에서 한 꼭짓점과 연결되는 선분의 수는 N에서 자신을 제외한 수, 즉
176 퇴계학보 第150輯

를 동시에 만족시켜야만 ‘생극의 조건’을 충족하는 다각형이다. 2, 3,


4각형을 대입해 보면 모두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
다. 5각형은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꼭지점 수가 가장 적은 다각형’이
다. 6, 7, 8각형은 모두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9각형은 5각형
처럼 두 조건을 충족시킨다. 그 뒤로 13, 17, 21, 25각형…… 등 등차
수열을 이루는 수의 다각형들이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만, 이들은 만물
과 연결에서 오행과 같은 역할[그림 5 참고]이 어렵다. 오직 오각형
즉 오행만이 개체와 전체의 생극 균형을 동시에 이루면서 만물들을 연
결할 수 있다.
3)오늘날 오행 연구가 옛날보다 크게 유리한 부분이 있다면 현대수
학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상생 상극의 조건을 충족하는 行
은 [3행 4행 6행 등이 아니라] 오직 5행이라는 사실을 1995년 중국
과학기술대 교수 후화카이[胡化凯]가 집합과 행렬을 이용하여 수학적
으로 증명하였다. 그는 “현대수학을 이용하면 목 화 토 금 수로 구성
된 오행 체계는 생극 순환 조건 하에서 元素 수가 가장 적은 유일한
체계[最少的唯一体系]임을 증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행 사이에 포
함된 상호관계도 수학적 연산으로 표시할 수 있다”52)고 하였다. 그는
생과 극의 순환 조건을 갖는 다각형을 집합과 행렬식으로 표시하고 이
조건을 충족하는 최소의 수를 찾는 방법으로 그 수가 5라는 것을 논증
하였다.53) 치앤한[钱翰]은 후화카이의 논증이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N-1’이 된다.
52) 胡化凯, 「五行说的数学论证」, 科学技术与辩证法(山西: 山西省自然辩证法研
究会, 1995), 1995年 第5期, pp.38~40. 후화카이는 오행에 대해 원소 수가
‘가장 적은 유일체계[最少的唯一体系]’라는 非文形의 표현을 썼다. 5행 외에 9
행 13행 …… 등도 생극 순환 조건을 충족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
이는데 2와 4는 같은 짝수지만 그 의미와 지위가 크게 다르듯 5와 나머지 수
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77

완전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후화카이의 관점에 따르면, 5행이


6행보다 나은 것은 오직 오행설이 더 경제적이고 간결하다는 데 있으
나, 실제로 6행설이 불가능한 이유는 경제적이지 않고 간결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5행설이 나타내는 만물이 보편적으로 연계된다는 사상
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54)라고 했다. 5는 상생과 상극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최소의 수’가 아니라 ‘유일한 수’라는 것이 치앤한의 주장

53) 胡化凯의 증명 방법은 대략 다음과 같다. 앞의 논문(1995), pp.38~40.

배열순서가 있는 부호 ‘a,b,c,d,e, ……’를 사용하여, 상생과 상극의 순환 조


건을 충족하는 집합 G를 다음과 같이 표시한다.

G = {a,b,c,d,e, ……}

원소의 수가 3개면 ‘G3 = {a,b,c}’로 표시되고, 오행처럼 원소가 5개면 ‘G5 =


{a,b,c,d,e}’로 표시된다. 상생 상극의 순환 조건을 충족하는 집합은 무
수히 많다. 그 가운데 원소 수가 최소인 집합은 하나뿐이다.

상생[S]과 상극[K]은 각각 아래와 같이 ‘순서쌍 집합[有序偶]’으로 표시하여 원


소 수 별로 모순 여부를 파악한다.

S = {(a,b) (b,c) (c,d) (d,e) (e,f)……(x,a)}

K = {(a,c) (c,e) (e,g) (g,i) (i,k)……(y,a)}

바로 이웃한 원소의 순서쌍 (a,b)는 “a生b”를, 한 칸 건너 관계의 순서쌍 (a,c)


는 “a克c”를 나타낸다.

생-극 조건을 충족하면서 원소수가 가장 적은 집합은 다음 4가지 조건을 만족해


야 한다. ⓵正방향의 이웃과 상생 ⓶정방향의 한 칸 건너 상대와 상극 ⓷생과
극은 각자 순환 ⓸원소의 수는 적을수록 좋음.

조건 ⓶에 따라 원소 수는 2보다 크면 되는데, 3은 상생 상극이 서로 충돌하면서


조건②와 모순을 일으키고, 짝수인 4는 조건 ⓵은 만족하지만 조건 ⓶와 ⓷을
만족할 수 없다. 4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수는 5다. 논문은 원소 수 3, 4
의 부적격과 5의 적합성을 집합 외에 도형과 행렬 등을 이용해 증명한다.
54) 钱翰, 「略说五行之五」, 北京师范大学学报(社会科学版)(北京: 北京师范大学,
2007), 2007年 第4期, p.74.
178 퇴계학보 第150輯

이다. 필자는 치앤한이 맞다고 생각한다. 상생-상극의 조건을 충족시


키는 점만을 따지면 5는 ‘최소의 수’가 되지만, ‘만물과의 연결 능
력’55)까지 고려하면 ‘유일한 수’로 보는 것이 옳다.
오직 5행이라야 상생-상극의 균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1→2→4’
방식의 한계56)가 드러난다. ‘관계의 음양론’에선 4가 아닌 5가 필요하
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주역 [계사전]에서처럼 ‘태극이 兩儀을
낳고 양의가 四象을 낳고 사상이 八卦를 낳는 방식’만으로는 다룰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하나가 둘을 낳아 서로 음양이 되는 ‘一生
二法’은 사물의 생성법칙일 뿐, 일단 생성된 사물 간의 ‘관계’에는 적
용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관계의 차원을 지배하는 또 다른 음양 규
칙’, 즉 오행이 생겨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木ㆍ火ㆍ金ㆍ水 4행[원
소]은 土가 없어서 이뤄지지 못하는 게 아니라 4가지만으로는 관계의
음양규칙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土라는 특정 원소가 필요한 게 아
니라 전체 원소를 5개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土가 調和의 기능을 하
는 것이 아니고 5개 원소가 모여야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생
극의 조건에선 4명이나 6명 등으로 모이면 조화를 이룰 방법이 없다.
河圖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5 역시 생-극의 원리, 즉 관계의 음
양원리에서 나왔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5라는 수는, 엄밀히 말하면,
4[4방ㆍ4행]와 1[중앙ㆍ土]을 더해 나온 것57)이 아니고, 3과 2를 더

55) 주희에 따르면 오행은 음양과 만물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한다. 5행 외에


9, 13, 17행 …… 등도 전체적 균형과 개체별 균형을 이룰 수 있지만, 5행과
같은 ‘중간자 역할’은 어려워 보인다[그림 5 참고].
56) 陰陽[2]→四象[4]→八卦[8]···…의 변화는 자연스럽지만, 이것이 ‘상생 상극
법칙’ 즉 ‘관계의 음양규칙’에까지 적용되진 않는다.
57) 河圖는 가운데에 5[五]가 위치하고 있는데, 4[四象 혹은 四方]에서 그치지
않고 5를 들여와야 하는 이유를 하도 안에서는 찾을 수 없다. 주역, 「계사상」,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79

해 나온 것58)도 아니다. 5의 궁극적 根源은 음과 양일 뿐이다.59) 생-


극 균형이라는 ‘관계의 음양법칙’에서 나온 5라는 수가 바로 오행이다.
따라서 “오행은 하나의 음양이다” 라는 주돈이의 말은 ‘오행에 속에
담겨 있는 관계의 음양의 법칙’을 의미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4. 오행에서 만물로 퍼지는 원리

주희에 따르면, 오행은 태극에서 음양을 거쳐 만물로 퍼지는 마지막


과정이다. 주돈이는 오행과 만물 사이에 乾道成男ㆍ坤道成女[건도는
남자가 되고 곤도는 여자가 된다]의 과정을 두었지만 주희는 오행에
서 만물로 퍼지는 것으로 말하면서[각주 7, 각주 26], ‘태극→음양→
오행→만물’은 태극과 음양오행론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 되었다. 이

9장[天數五 地數五]에도 5라는 수가 나오는데 여기에서도 5가 나오는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가령, ‘天數가 넷 地數가 넷’이라고 하거나 혹은 ‘天數 여섯, 地
數 여섯’이라고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앞에서 勞思光이, 주희가 ‘天
一, 地二 ……’ 단락을 가지고 음양-오행 관계를 해석한 것은 사실 河圖의 數
일 뿐이라고 한 것은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58) 주희는 5를 양의 수 3과 음의 수 2의 합으로 설명하였다. “陽의 象은 둥그니
둥근 것은 지름이 1에 둘레가 3이며, 陰은 네모나니 네모난 것은 지름이 1에
둘레가 4이다. 둘레가 1인 것은 1을 1로 삼기 때문에 한 陽을 세 번하면 3이
되고, 둘레가 4인 것은 2를 1로 삼기 때문에 한 陰을 두 번 하여 2가 되니, 이
른바 ‘하늘에서 3을 취하고 땅에서 2를 취한다’는 것이다. 3과 2를 합하면 5
가 되니, 하도 낙서 모두 5를 중앙으로 삼은 이유다.” 易本義圖, “陽之象圓,
圓者徑一而圍三, 陰之象方, 方者徑一而圍四, 圍三者以一爲一, 故參其一陽而爲
三, 圍四者以二爲一, 故兩其一陰而爲二, 是所謂參天兩地者也, 三二之合, 則爲
五矣. 此河圖洛書之數, 所以皆以五爲中也.”
59) “음과 양 두 氣가 나뉘어 이 다섯 가지가 된 것[각주 3]”이라는 주자의 말과
부합한다.
180 퇴계학보 第150輯

장에선 ‘오행→만물’의 기하학적 근거를 바둑판 원리로 추정해보고자


한다.
주희의 언급이 옳다면 과연 오행의 어떤 성질이, 혹은 5라는 數의
어떤 특성이 만물로 확산하게 만드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음양에서
오행이 나오는 과정이 불명확하다고 했던 勞思光은 이 문제에 대해서
도 “오행이 어떻게 만물을 구성할 수 있는지는 定說이 없다”60)며 의
구심을 보였다. 필자는 오행의 특별한 속성을 표현한 게 아닌가 하는
정도로만 여겨왔다. 그런데 이앤량의 오행 그림을 격자무늬에 옮겨보
다가 오행이 만물로 퍼지는 방식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것이 ‘오행
→만물’의 확산 원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기하학적으론 문제
가 없어 보인다.

60) 勞思光, 앞의 글(1997), p.337.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81

[그림 5]에서 13개의 바둑돌은 5개의 오행을 만들고 있다. 가운데


에 1개, 사방에 4개가 자리하고 있다. 이 그림에는 가운데 A를 중심으
로 한 ‘A오행[A-B-C-D-E]’61)과 그 아래에 ㄱ을 중심으로 한 ‘ㄱ오
행[ㄱ-ㄴ-ㄷ-ㄹ-ㅁ]’, 2개의 오행만 표시돼 있다. ‘A오행’과 ‘ㄱ오행’
에 속한 모든 개체[원소]들 즉 8개의 바둑돌은, A와 ㄱ 2개의 바둑돌
[A와 ㄱ은 각자 오행에서 주인공 역할을 함]에 의해 연결되고 있다.
‘A오행’은 주변의 다른 오행들과도 이런 식으로 연결되고, 주변의 오
행들도 같은 방식으로 또 다른 오행과 결합되면서 바둑판 전체로 연결
된다. 마치 친구의 친구로 연결되어 끊임없이 퍼지는 것과 같다.
오행에서 만물로 퍼지는 방법이 이와 같다면, 5라는 수는 서로 생-
극 관계에 있는 우주만물을 이어주는 ‘연결 세포’ 같은 역할을 하고 있
는 것이다. 5 이외에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數는 없는 것 같다. 언뜻
3[3각형]이나 4[4각형]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나 이
들은 ‘이웃과 결합하는 방법’을 갖고 있지 않다. 5는 2[음양]와 [내재
적 상관성으로] 짝을 이루면서, 동시에 만물 확장의 연결고리 역할까
지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다. 5라는 數가 갖는 특이성이다. 그러나 신비
한 현상은 아니다. 왜냐하면 ‘음양과의 상관성’과, ‘만물의 연결세포
같은 역할’은 모두 기하의 원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수학자들은 음
양의 원리를 조건으로 지정해주면 5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음양과 내재적 상관성을 가질 수 있는 行의 수는 오직 5행뿐이라는
점을 앞에서 논증하였다. 오행은 여기에다 만물을 연결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오행 존재의 필연성’은 더 분명해졌다. 바둑판

61) 가운데 A를 밖으로 끌어내서 A-B-C-D-E로 펼쳐 5각형을 만들면 오행이


된다. 마찬가지로 B, C, D, E[ㄱ]를 중심으로 한 오행도 만들 수 있다.
182 퇴계학보 第150輯

원리는 오행에서 만물로 퍼진다는 주희의 주장을 기하학적으로 뒷받


침하고 있다.

5. 오행에서 나오는 調和의 구체적 의미

가장 작은 물질인 原子까지도, 나눌 수 없는 음양으로 구성되어 있


다는 사실은 현대 과학이 밝혀낸 것이지만, 삶과 죽음, 낮과 밤, 더위
와 추위 등의 현상에 음과 양의 측면이 있다는 점은 고대부터 인식하
였다. 모든 ‘사물[또는 현상]’은 음과 양이라는, 서로 반대되는 두 성
질로 구성된다는 것이 음양론의 기본개념이다. 한번은 陰, 한번은 陽
이 되는 현상을 道로 보는 것62)이 동양의 眞理觀이다. 따라서 음과 양
은 분리하여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 막대자석처럼 반으로 계속 나누
더라도 N극 S극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과 같다. 음양론으로 보면 夫婦
도 자석과 닮았다. 헤어지면 더 이상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부부라면
떨어질 수 없지만 각자 陰과 陽의 성질을 유지한다.
그렇다면 오행은 왜 필요할까? 음양이 ‘각 사물[개체]의 구성’에 관
한 원리라면, 오행은 ‘개체들 사이의 관계’에 적용되는 규칙이다. 음양
(의 규칙)만으로는 개체들의 관계를 규율할 수 없어서63) 오행을 내세

62) 周易, 「繫辭上」, 5장, “一陰一陽之謂道”.


63) 자석처럼 음극 양극이 분리될 수 없는 게 음양 규칙이다. 그러나 ‘개체끼리’
는 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음양론이 적용되지 않는다(부부간의 규칙을 다른
부부에게까지 적용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따라서 ‘개체들 사이의 관계’를 규율
하는 별도의 법칙이 필요하다. 그게 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행법칙
또한 생과 극이라는 또 다른 음양 규칙일 뿐이다.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83

운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오행 또한 상극과 상생을 음과 양으


로 하는 또 하나의 음양 규칙이다. 오행은 ‘관계의 음양론’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개체[원소, 개인]들이 모인 조직은 ‘균형과 조화’가 과제
다. 균형을 위해선 편중되지 않아야 하며, 조화를 위해선 분열되지 않
아야 한다.64) 균형이 개인[개체]의 ‘최소한의 목표’라면 조화는 조직
전체의 ‘궁극적 목표’다. 균형만 강조하고 조화를 소홀히하면 분열되
기 쉽고, 조화를 위해 단합만 강조하면 불균형의 희생자가 나오기 쉽
다. 형평을 요구하는 개인과 조화를 추구해야 하는 조직 사이에는 늘
이런 과제가 놓여 있다.
孔子가 魯나라 大師[태사]에게 음악의 合奏 과정을 설명하면서
“[音樂이] 조화로우면서도[純如也①] 분명하다[皦如也②]”65)고 한
표현은 ‘균형과 조화’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다[①은 音樂의 전체를 보
는 것이고, ②는 각각의 音들이 살아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論語集
註에서 純은 和[조화]의 의미로, 曒는 明[분명함]의 뜻으로 풀었
다.66) 謝良佐는 이를 五味의 調和에 비유하며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
다. “五音[宮ㆍ商ㆍ角ㆍ徵ㆍ羽]이 합할 때, 맑고 탁하고 높고 낮은 음
이 五味가 서로 도와서 조화를 이루는 것 같기 때문에 純如라 하였고,
서로 차례를 빼앗음이 없기 때문에 曒如라 하였다.”67) 음악 전체가

64) 균형과 조화는 모두 이질적인[혹은 배타적인] 원소 사이에 나타나는 ‘관계의


質’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양쪽 세력이 동등하면 균형은 이룰 있으나 대치
국면이 계속되면서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균형이 각 구성원의 최소한의 목표
라면, 조화는 조직 전체의 궁극적 목표다.
65) 論語, 「八佾」, 23章, “子語魯大師曰, …… 純如也, 曒如也, …….”
66) 論語集註, 「八佾」, 23章, “純, 和也, 曒, 明也.”
67) 앞의 책 같은 곳, “謝氏曰, …… 五音合矣, 淸濁高下, 如五味之相濟而後和, 故
184 퇴계학보 第150輯

조화를 이루면서도 각각의 음들이 분명하게 살아 있어야 한다는 의미


다.
공자가 음악에 대해 말한 것은 당시의 음악에 결함이 있어서 가르
쳐 준 것이지만68), 어찌 음악만을 말한 것이겠는가? 樂은 禮와 더불
어 백성 교화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樂은 바꿀 수 없는 조화의 수단
이고, 禮는 바꿀 수 없는 이치”69) 라는 것이 공자 後學[荀子]의 생각
이었다. 孔子의 음악론은 어쩌면 그가 바라던 인간 사회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김충렬이 말한 바 있는 ‘동양철학에서의 平和’에도 균형과 조
화가 잘 표현되어 있다.

平과 和를 합한 ‘平和’는 모든 단위 功能을 가진 개체와 개체 사이, 그리고


전체 大用을 가진 전체 사이의 교류가 아무런 막힘없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모
든 관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활발한 영위가 지속될 수 있는 생동적 상태,
진취적 기능을 말한다고 하겠다.70)

오행은 균형과 조화의 문제를 기하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각 꼭지점 즉 개체별로 균형을 이루고 전체적으로도 균형을 이루면 조
화가 된다. 이를 위해선 참여 개체의 수가 반드시 5개여야 한다. 그래
야 상생과 상극의 균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표를 통해 그 이유를
확인해볼 수 있다. [그림 6]에서 數 1은 혼자이므로 타자와의 생-극
관계가 있을 수 없고, 2는 관계가 오직 하나뿐이어서 개체도 전체도

曰純如, 合而和矣, 欲其無相奪倫, 故曰曒如.”


68) 위의 책 같은 곳, “時, 音樂 廢缺故, 孔子敎之”
69) 荀子, 「樂論」, “樂也者, 和之不可變者也, 禮也者 理之不可易者也.”
70) 金忠烈, 김충열 교수의 노장철학 강의(서울: 예문서원, 1999), p.213.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85

생-극의 균형을 갖출 수 없다.71) 3은 개별적 균형은 가능하나 전체적


균형이 어렵고, 4는 전체적 균형은 가능하지만 개별적 균형이 어렵다.
개별적 균형과 전체적 균형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수는 5뿐이다.72)

71) ‘개체의 1대 1 균형’은 가능하지만 ‘관계의 1대 1 균형’은 불가능하다. 관계


가 하나뿐이기 때문에 ‘생의 관계’나 ‘극의 관계’ 중 하나만 가능하다.
72) [그림 6]에 대한 敷衍을 위해 예를 들어 본다. 회원이 여럿인 모임에는 친소
관계가 없을 수 없다. 같은 형제끼리도 더 가까운 사이가 있고 덜 가까운 사이
가 있다. 각 개인을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친한 사람’과 ‘상대적으로 소원한
사람’의 수가 1대 1로 같고, 모임 전체로도 이런 親-疏 비율이 1대 1이라는
것이 음양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친한 사이는 흰줄로 소원한 사이는 검은
줄로 연결할 경우, 각자에게 연결된 선의 흑백 비율이 동일하며, 그 모임 전체
로도 흑백 비율이 동일하다. 이런 상태라야 모든 개인이 그 모임에서 최소한
의 균형[즉 평등권] 보장받고 그 조직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이런 상태가 되
려면 줄의 색깔을 반드시 2가지 종류로 하고 회원수는 반드시 5명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음양[흑백 2가지]과 오행[5명]의 내재적 상관성’이다. 만약 줄의
186 퇴계학보 第150輯

음양이 ‘대립적 균형’이라면 오행은 ‘조화의 균형’이다. 음양만으로


조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서 조화를 위해 도입된 게 오행이다. 2
개가 아니라 5개가 이루는 균형이 조화다.73) 균형에 생과 극이 없다
면 고정된 균형이며 맹목적 균형일 뿐이지만 생극의 오행은 역동적 균
형이며 조화의 균형이다. 조셉 니담이 음양오행을 동양인의 상관적 사
고로 보면서 ‘명령자 없이 질서 지어진 여러 意志들의 조화[an ordered
harmony of wills without an ordainer]’74)라고 한 말과 통한다.

색깔을 3가지로 하거나 회원수를 4명이나 6명 등으로 하면, 개인이든 모임이


든 최소한 어느 한쪽은 균형이 깨지면서 조직 전체의 조화도 어렵게 된다. 오
로지 ‘2줄과 5명의 조합’만이 개인별 균형과 전체적 균형을 동시에 이루면서
조화를 달성할 수 있게 한다. [그림 6]은 ‘5’만 그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退溪가 그의 啓蒙傳疑[河圖行合]에서, 節齋 蔡淵(1156~1236ㆍ蔡沈의 맏형)의


글을 인용하고 있는 “2는 5가 아니면 능히 변화하지 못하고, 5는 2가 아니면
스스로 행하지 못한다[二非五, 不能變化, 五非二, 不能自行]”는 말은 [하도에
서] 음양과 오행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표현이다. ‘2는 5가 아니면 변화할 수
없다’는 말은 河圖 내에서 生數[1,2,3,4,5]가 가운데의 5를 취해[더하여],
[1,3,5의]陽數는 陰數로, [2,4의]陰數는 陽數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한번은
陰, 한번은 陽으로 변화하는 것이 道[각주 62]’이므로 음양은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河圖에서는 5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또 ‘5는 2가 아니면 스스로
행하지 못한다’는 말은, 오행이 어떤 작용을 하려면 [陽氣든 陰氣든] 氣가 필
요한데, 필요한 氣의 종류가 오직 2가지여야 한다는 뜻이다. 2가지는 물론 음
과 양이다. 여기에는, 예를 들어 氣의 종류가 陰과 陽 외에 하나가 더 있어서
3가지라면 오행은 움직일 수 없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지금처럼 암컷 수컷만
있는 게 아니라 제3의 性이 있어서 3가지 性이 서로 결합하는 체제는 가능하
지 않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姜天奉, 啓蒙傳疑硏究(서울: 蓋馬書院, 1980),
pp.55~56. 참고
73) ‘통상의 오행론’에선 ‘土’가 이 ‘조화’를 주도하는 역할로 설명되지만, 오행의
기하학적 의미로 보면, 다섯 번째 원소인 ‘5’나 ‘土’가 아니라 ‘원소 수가 5개
인 체제’가 조화를 가능하게 한다. 조화의 주인공이 반드시 5나 土일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74) 조셉 니담, 이석호 외2인 역, 중국의 과학과 문명[2](서울: 을유문화사,
1995), p.397.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87

오행은 ‘調和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해준다. 調和는 ‘서로 잘 어울린


다’는 뜻이지만 균형이나 형평에 비하면 그 의미가 모호하다. 균형 여
부는 객관적 판단이 가능하지만 조화에 대한 판단은 다분히 주관적이
다. 생극 균형의 오행은 이런 모호성을 해결해준다. ‘개체별 균형과 전
체적 균형을 동시에 이루는 것이 조화’라고 정의내릴 수 있기 때문이
다. 개체와 전체 두 가지 균형에서 어느 하나라도 놓치면 조화가 아니
다.
陰-陽이나 生-克 자체에도 균형과 형평의 개념이 들어있다. 일방적
인 生이나 克이 아니라 서로 경쟁도 하고 돕기도 하는 것이 우주 만물
의 이치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생물학계에선 찰스 다윈의 ‘자연
선택이론’과 찰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이론’75)처럼 경쟁의 불가피
성이 강조되면서 약육강식 즉, ‘克의 논리’가 지배해왔다. 그러나 생물
학자 최재천은 “이기적 유전자냐 협력적 유전자냐의 문제에서 지난
20년 간 생물학계는 ‘협력’에 눈을 뜨게 되었다”76)고 말한다. ‘生’에
대한 강조다. 물론 협력[生]과 경쟁[克]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지 협
력만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자연의 생존경쟁은 치열합니다. 자원은 유한한데 그것을 원하는 존재들은 많


으니까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 하지만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그저 남을
짓밟고 제거하는 것일까요? …… 자연계의 모든 동식물을 다 뒤져보면 손을 잡

75)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성공한 유전자에 대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성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이러한 유전자의 이
기주의는 보통 개체 행동에서도 이기성이 나타나는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도킨스, 홍영남·이상임 역, 이기적 유전자 (서울: 을유문화사, 2006),
p.40.
76) 최재천,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https://www.youtube.com
/watch?v=SyGKk2a6OWs(2020.7.25.).
188 퇴계학보 第150輯

지 않고 살아남은 동물은 없습니다.77)

음양오행이 동양에서 인기를 끈 이유에 대해선 동서양의 차이를 비


교한 조셉 니담의 언급이 답이 될 수 있다. “서양인이 ‘그것은 본질적
으로 무엇인가’라고 물어 보았던 바, 중국인은 ‘그것은 다른 것과 어떻
게 관계가 되는가? 그리고 또 우리들은 그것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 것
인가?’라고 물었다.”78) 음양과 오행이 동양의 대표적인 사상이 된 데
는 문제를 기본적으로 ‘관계의 문제’로 보는 동양인의 사고방식79)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서양에 비하면 동양에서 禮가 더 중시되고, 유교
를 포함한 동양의 학문들이 대체로 ‘關係之學’으로 흐른 것도 그런 이
유일 것이다.

77) 최재천,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서울: 샘터, 2015), pp.57~59.


발췌
78) 조셉 니담, 앞의 책(1995), p.284.
79) “儒家에서 보면 사람은 자연의 一物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총체이다.” 庞
朴, 「原道」, 传统文化与现代化(北京: 国务院古籍整理出版规划小组, 1994),
1994年 第5期, p.35.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89

6. 나가는 말

음양오행은 고대부터 세계를 바라보는 동양인의 우주관이었다. 철


학ㆍ정치ㆍ의학ㆍ점술 등 여러 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음양오
행을 빼놓고는 동양사상을 논하기 어렵다. 주돈이의 태극도설을 주
희가 받아들이고 이를 이황 등 성리학자들이 뒤따른 것은 음양오행에
대한 학문적 인정과 수용이었다. 이들이 성리학의 토대로 삼았던 음양
과 오행의 문제를 수와 기하의 방법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그 결과 3가지를 확인하였다. 1)음양에서 오행이 나오는 이유는 양
쪽이 ‘내재적 상관성’을 갖기 때문이며, 그 상관성의 원인은 오행의 근
원이 ‘생극의 원리’ 즉 ‘음양의 원리’에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확인하
였다. 이로써 주돈이가 “오행은 하나의 음양이다”라고 한 말은, “오행
은 ‘관계의 음양 원리’이다”라는 의미로 추론할 수 있게 되었다. 2)오
행에서 만물로 확장되는 원리를, 바둑판을 활용하여 검증함으로써 주
희의 ‘오행→만물’주장은 근거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것은 오행 존
재의 필연성을 기하학적으로 뒷받침한다. 음양의 규칙을 우주 만물로
확장할 때 오행이라는 ‘중간자’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
다. 3)음양이 대립적 균형의 원리라면 오행은 조화의 균형 원리라는
사실과, 이 때 조화는 ‘조직의 전체적 균형과 그 구성원의 개체적 균형
을 동시에 이룬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로써
균형에 비하면 판단 기준이 모호한 것으로 여겨지는 조화의 의미가 구
체적으로 정의될 수 있게 되었다. 오행은 음양 규칙만으로는 관여할
수 없는 ‘여러 개체들 사이의 관계’에 조화의 질서를 위해 도입된 또
다른 음양 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190 퇴계학보 第150輯

오행은 ‘음양오행’으로 묶여 다니면서도 학문적으론 음양만큼 대접


받지 못한다. 음양론의 경우 이를 바탕으로 삼고 있는 周易이 하나의
학문으로서 자리 잡고 있는데 비해, 오행론은 書經 「洪範」 등에서
일부 다루지만 학문적 연구는 활발하지 않다. 이것은, 앞에서 살펴보
았듯, 음양 안에 이미 오행의 개념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오행에 대해
독자적인 이론을 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오행에 대한
객관적·학문적 이해’가 음양만큼 충분하지 않은 때문일 수 있다. 음양
오행에 대한 理解는 대체로 음양에만 국한되고 오행까지는 나아가지
않는 것 같다. 학문적으로 오행은 음양에 비하면 여전히 ‘미지의 세계’
처럼 여겨진다.80) 음양론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오행설에 대해선
미신이나 신비주의로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음양오행에 대한 비
판적 시각도 음양보다는 오행에 대한 이런 인식 때문일지 모른다. 梁
啓超(1873~1929)는 “음양오행설은 2000년 동안 온갖 미신을 낳은
본거지”81)라고 비판한 바 있고, 유럽인들도 음양오행은 순수한 미신
이며 그것이 중국인들의 과학적 사고에 장애물이 되었던 것으로 보아
왔다.82)
그러나 현대물리학[양자역학]은 서양에서조차 동양 고대 음양론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1920년대 물리학계는 고전 물리학이론으로는 설
명이 어려운 현상이 발견되면서 혼란에 빠졌다. 波動인 줄로만 알았던
빛이 粒子의 성질도 띤다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이었다. 兩立不可의

80) 동양의 대표 사상이며 한때 주류 철학 이론의 근거였던 음양 오행의 문제가


2천 년 넘게 내려오면서도 이론 발전이 더뎠던 것은, 수와 기하의 문제를 직
관과 주관적 이해에만 의존하면서 불확실한 추상적 사고에 머물렀기 때문일
수 있다.
81) 양계초 외, 김홍경 편역, 음양오행설의 연구(서울: 신지서원, 1993), p.29.
82) 조셉 니담, 앞의 책(1995), p.387.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91

현상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83) 이 모순적인, 빛의 이중성 문제는 덴


마크 물리학자 닐스 보어(1885~1962)가 原子 세계에 음양론의 相補
性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탈출구를 찾았다.84)
모든 사물[또는 현상]은 서로 대립적이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보성의 원리 때문에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음양론의 기본원리에서,
고대 음양론과 현대 과학이론이 만나고 있다. 1960년 버트런드 러셀
은 철학과 과학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과학은 우리가 아는 것이고 철
학은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다. 지식이 발달함에 따라 철학적 문제
들은 철학에서 과학으로 이행해 간다”85)고 답했다. 동양의 고대 음양
론은 이제 철학에서 내려와 과학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인가? 철학은
이 문제를 과학에 넘겨주고 손을 떼도 될 만큼 음양오행에 대해 충분
히 알고 있는 것일까?

83) 프리초프 카프라, 김용정ㆍ이성범 역,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고양: 범양


사, 2015), p.72, p.93, p.96, 참고
84) 위의 책, pp.211~213 참고. [카프라에 따르면, 보어는 자신의 상보성 개념
과 중국 음양사상 사이의 유사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양자역학과
음양론의 상관성이 단순한 상징이나 비유의 차원이 아니라는 의미다.]

양자역학에서의 상보성에 대한 물리학자 김상욱의 설명이다. “20세기 초 현대물


리학, 특히 양자역학이 발견한 것은 어쩌면 동양의 오래된 지혜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개념이 혼재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물리학에
서는 이것을 처음에는 ‘이중성[duality]’, 나중에는 ‘상보성[complementarity]’
이라는 용어로 공식화시켰다.” 김상욱, 「전문가의 세계 - 김상욱의 물리공부
[11]」(서울: 경향신문, 2017년 8월 11일자), 14면.
85) 버트런드 러셀, 「철학이란 무엇인가」, https://youtu.be/q7rn6L_LR8I
(2019.7.12.)
192 퇴계학보 第150輯

Correlations between Yin-Yang


and the Five Elements
- A Geometric Study focused on
Zhou Dunyi and Zhu Xi’s theory -

Kim, Hakyong*

<Abstract>

This study set out to investigate the correlations of Yin-Yang and the
Five Elements geometrically and examine the "meanings of harmony"
inherent in the Five Elements. Although Yin-Yang and the Five Elements
are often combined together in "Yin-Yang · Five Elements," there are no
clear relations demonstrated between them. Zhou Dunyi and Zhu Xi
maintained that the Five Elements should come from Yin-Yang without
offering any grounds for their argument. In his Taiji Tu Shuo, Zhou Dunyi
stated that "The Five Elements are part of Yin-Yang," but he provided no
grounds for his remark.
Today relations between Yin-Yang and the Five Elements can be
explained in a strict and specific way with modern mathematics including
geometry and matrix. In the past when there was no knowledge of such

* Kim Hakyong: Ph.D. Student, Department of Sino-Korean Classics


Education, Kongju National University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93

mathematical methods, the only way to understand relations between


Yin-Yang and the Five Elements was abstract, which raises the
possibilities of understanding the Five Elements insufficiently. Yin-Yang ·
Five Elements is one of the essential concepts to explain Oriental ideas,
and there are big differences in academic treatments and perceptions
between Yin-Yang and the Five Elements. One of the causes might be a
lack of understanding of the Five Elements. The present study was
intended to broaden the understanding of Yin-Yang · Five Elements and
especially the Five Elements even a little bit in a geometric approach.
The present study had three main findings: [1] "Correlations between
Yin-Yang and the Five Elements" do not represent their relations as they
exist independently from each other. They refer to "intrinsic correlations"
derived from the Yin-Yang rule of win-win conflicts inside the Five
Elements; [2] Zhu Xi's argument that the Five Elements should spread to
all things in the universe can be tested with the go board principle; and
[3] "Harmony" of an organization[group] can be defined as the
"simultaneous achievement of balance at each individual[member] level
and the balance of the entire organization." The Five Elements make the
only system capable of achieving this state.

<Key Words>

Yin & Yang and Five Elements, Taiji tu shuo, balance and harmony,
intrinsic correlation.
194 퇴계학보 第150輯

<參考書目>

周易, 論語, 中庸, 管子, 荀子, 春秋繁露, 史記, 說文解


字, 太極圖說, 朱子語類,太極圖說解, 周易本義, 論語集註, 
性理大全, 退溪先生文集,栗谷全書, 與猶堂全書.
張顯光, 旅軒先生全書[下](서울: 仁同張氏南山波宗親會, 1983).
洪大容, 湛軒書[上], 「湛軒書內集卷四(毉山問答)(서울: 景仁文化社,
19--).
강천봉, 啓蒙傳疑硏究(서울: 개마서원, 1980).
금장태, 퇴계의 삶과 철학(서울: 서울대학교출판부, 1998).
김상욱, 「전문가의 세계 - 김상욱의 물리공부[11]」(서울: 경향신문,
2017년 8월11일).
김충열, 김충열 교수의 노장철학 강의(서울: 예문서원, 1999).
김필수 외 3인 역, 관자(서울, 소나무, 2006)
勞思光, 정인재 역, 中國哲學史(宋明篇)(서울, 탐구당, 1997)
리쩌허우, 정병석 역, 중국고대사상사론(파주: 한길사, 2005).
리처드 도킨스, 홍영남ㆍ이상임 역, 이기적 유전자(서울: 을유문화
사, 2006).
박동인, 「鄒衍의 五行相勝說과 相生說의 구조와 함의」, 철학연구
(서울: 철학연구회, 2009), Vol.84.
버트런드 러셀, 「철학이란 무엇인가」, https://youtu.be/q7rn6L_LR8I
(2019. 7. 12).
梁啓超 외, 김홍경 편역, 음양오행설의 연구(서울: 신지서원, 1993)
윤사순 외, 「조선유학자들의 음양오행론」, 조선유학의 자연철학(서
음양과 오행의 상관성 195

울: 한국사상연구회, 1998).
조셉 니담, 이석호 외 2인 역, 중국의 과학과 문명[2](서울: 을유문
화사, 1995).
朱熹, 곽신환 외 2인 역주, 太極解義(서울: 소명출판, 2009).
최재천,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서울: 샘터, 2015)
최재천,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https://www.youtube
.com/watch?v=SyGKk2a6OWs(2020.7.25.).
馮友蘭, 정인재 역, (한글판)중국철학사(서울: 형설출판사, 1996).
프리초프 카프라, 김용정ㆍ이성범 역,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경기:
범양사, 2015).
홍성대, 기본수학의 정석(서울: 성지출판, 2012).
홍원식 외 3인, 성리학의 개념들(서울 : 예문서원, 2008).
葛志毅, 「重论阴阳五行之学的形成」, 中华文化论坛(四川: 四川省社会
科学院, 2003), 2003-1.
白奚, 「中国古代阴阳与五行说的合流」, 中国社会科学(北京: 中国社会
科学院, 1997), 1997年 第5期.
鄢良, 三才大觀(北京: 華藝出版社, 1993).
钱翰, 「略说五行之五」, 北京师范大学学报(社会科学版)(北京: 北京师
范大学, 2007), 2007年 第4期.
庞朴, 「原道」, 传统文化与现代化(北京: 国务院古籍整理出版规划小
组, 1994), 1994年 第5期.
彭华, 「阴阳五行研究(先秦篇)」(上海: 华东师范大学 2004年度 博士学
位论文).
胡化凯, 「五行说的数学论证」, 科学技术与辩证法(山西: 山西省自然辩
证法研究会, 1995), 1995年 第5期.

You might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