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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의 인생은 유사과학에 눈을 뜨기 전,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이라는 헛소리’라는 책을 읽고 유사과학에


관심을 두기 전까지, 나는 꼬박 6개월 동안 매일 아침 30분을 할애하여 무려 조회 수 900만 회에 육박하는 “딱 7일! 허
벅지 돌려 깎기”라는 동영상을 따라 몸을 움직여왔다. 그리고, 아침 식사의 마무리로는 무조건 사과를 섭취했으며, 아버지
는 내가 사드린 게르마늄 팔찌를 매일 같이 착용하셨다. 그러나 유사과학에 관해 관심을 두고 난 후, 나는 30분간 여유롭
게 아침독서를 즐길 시간이 생겼고, 사과만을 고수하지 않고 보다 다양한 과일을 섭취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께 게르
마늄 팔찌 대신 여러모로 실용적인 스마트워치를 사드렸다. 그 이유는 ‘특정 부위의 살을 빼주는 운동’, ‘아침 사과는 금,
저녁 사과는 독’, ‘게르마늄 팔찌는 혈액순환을 돕는다’라는 이야기들은 과학으로 둔갑한 허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과학
이라는 헛소리’ 책에서는 이를 유사과학이라고 정의한다. 과학과 유사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다.
나는 일상생활에서 만연하게 퍼져있는 유사과학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또한, 이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함
으로써 유사과학이라는 사회적 문제 현상에 대해 비평하도록 하겠다.

중간
1. 유사과학이 생겨난 원인
거짓말과 유사과학은 비슷하지만, 명백한 차이가 있다. 거짓말은 주장에 대한 근거를 요하지 않으나, 유사과학은 어딘가
그럴싸한 근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사과학이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모종의 사익 창출과 지배력
행사를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오직 거짓말로 상품을 팔고 사람들을 통제하기에는 순순히 응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없으므
로, 유사과학을 통한 눈속임을 행하려는 것이다. 유사과학은 부가적인 설명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과학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 그것은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사실로 수용되어, 해당 주장에 신뢰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한다.

2. 유사과학을 경제적, 지배적 목적으로 이용한 사람들


허구로 창조된 유사과학은 불특정 다수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이해의 차원과 통제력을 행사하기 위한 지배적 목적으로
악용되기도 하였다.
경제적 목적으로 악용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서두에서 언급한 특정 부위의 살을 빼주는 운동이다. 신체 일부분만을 집
중적으로 움직여 운동하면, 정말 해당 부위에서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소모되어 국소적으로 지방분해를 촉진할 것 같지만,
인간의 신체는 절대 그렇게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 몸이 지방을 축적하고, 분해하는 과정은 철저히 효소의 지배
를 받기 때문이다. 간단히 설명해보자면, 지방분해와 축적은 특정 수용체와 LPL 효소와 결합하여 일어난다. 이때 지방분해
를 일으키는 베타 수용체는 대부분 얼굴과 상체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지방축적을 일으키는 알파 2 수용체는 대부분
하체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허벅지살을 빼고 싶어 허벅지살을 빼준다는 영상을 보고 정말 효과가 있는 사람은 알파 2,
베타 수용체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게 분배된, 그야말로 굉장히 독특한 사람들이다. 과연 이런 사람들이 그 동영상 댓글
에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만큼 많을까? 사실 다이어트 사례 외에도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 저녁에 먹는 사과
는 독” “게르마늄 팔찌가 음이온으로 혈액순환을 높여준다.” 등 많은 거짓말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만연히 퍼져있는 거짓
명제이다.
지배적 목적으로 악용된 대표적인 사례는 ‘우생학’이 있다. 우생학이란, 인간을 유전학적으로 개량하기 위해 우월한 인종
을 걸러내는 학문을 의미한다. 우생학에서 정해놓은 열등한 형질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을 집단에서 제거하면, 그 집단은
곧 월등하게 되리라 생각하는 학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 센터에 탑재된 자료에 의하면, 인간의 몸 안에는 대략 4
만 개 정도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우생학이 정말 과학적으로 사실이라면 현대과학이 개수도 정확하게 밝히지
못한 약 4만여 개의 유전자 우열 관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했고, 우수하고 열등한 집단을 구분하는 객관적 기준에 대한 사
회적 합의가 선행되었어야 한다. 건성 피부를 갖는 유전자와 진성 피부를 갖는 유전자 중 어떤 것이 우월한 유전자이며,
고혈압 유전자와 저혈압 유전자 중 어떤 것이 열등할지 그들은 모두 합의해 놓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우생학의
결과는 나치 독일의 600만 명 유대인 학살이었고, 북한 난쟁이 수용소에서 이루어진 키 작은 사람들의 강제 불임이었다.
우생학을 맹신하고 열등하다고 생각한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 독일은 현재 우수한 집단인가? 키가 작은 집단을 불임 수술
시킨 북한의 평균 키는 왜 아직 전 세계 77위 (2021년, 출처 world population review)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3. 유사과학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언급한 유사과학의 사례 말고도,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에 녹아들어 있는 유사과학은 온종일 나열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존재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특정 부위의 살을 빼주는 운동에 대해 검색하면, 수없이 많은 영상이 올라와 있고, 여전
히 하루가 다르게 많은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게르마늄 팔찌도 마찬가지로, 만 원대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정도로 여
전히 성황리에 판매 중이다. 유사과학으로 형성된 지식이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에 아직도
그들은 이용자의 눈을 가린 채 이익 창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유사과학은 일반적인 거짓말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교묘한 근거를 수반하고 있기도 하다. 내가 이
‘과학이라는 헛소리’ 책을 읽기 전까지 단 한 번도 특정 부위의 살을 빼주는 운동의 신빙성에 관해 의심하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유사과학은 강요나 협박 없이도 남용하는 이들에게 수익 창출과 통제력을 가져다주는 매우 탁월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사과학을 악용하는 그들은 지속해서 유사과학을 남발하게 될 것이고, 우리 사회에는 유사과학이 더
욱 확산될 것이다. 이처럼 유사과학은 개인적,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므로 우리는 유사과학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사과학을 악용하는 사람들에게 선동되지 않기 위해서는 의식적 차원에서 유사과학을 경계해야 하고, 유사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과학의 발달이 유사과학의 참 거짓을 판별하는 데에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처럼 우리가 유사과학에 대해 잘 알아야 거짓이 만연한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고,
손해 보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나의 경우에서와 같이 소중한 시간도 절약할 수도 있다. 세상이 진실해지는 것만큼 거짓
이 사라지는 것은 매우 값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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