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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농부]

죄송스럽게도 제가 그러한 식물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하지만 식물에 비유하여 말씀하셨으니, 식물에
비유하여 나름의 응원을 드리자면..
식물은 그 어떤 모습과 독특한 방법의 생존방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변함없이 식물입니다.
어떤 식물은 처녀수정을 하기도 하고, 어떤 식물은 스스로의 암수로 자가수정을 하기도 하며, 또 어떤 식물은
동종이나 이종의 도움 없이는 수정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요. 어떤 식물은 효율적인 방법을 택해 뿌리로
번식하기도 하며, 줄기 마디마다 뿌리를 내리는 식물도 있고, 씨앗을 하늘에 날리거나 로켓처럼 쏘아 올리는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곰팡이를 불러 모아 발아에 필요한 영양분을 얻는 식물도 있습니다. 땅 빈대와 질경이처럼
사람 발에 밟히는 삶을 택해 살아가는 녀석도 있고 아예 흙에 뿌리 내리지 않고 평생을 물 위에 떠서 떠도는 삶을
살아가는 부평초 같은 녀석도 있습니다.
꽃 없는 씨앗은 없다고 하지만 세상엔 무화과가 존재하고, 명약에 쓰이는 약재라 불리는 식물들은 거의 대부분
농부에겐 골칫거리라 불리는 드센 잡초이기도 하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을 수 없는 식물들에게, 혹은 예쁘지
않은 식물에게 ‘잡’이란 이름을 붙여 잡초라 부르고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자면 저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삶의
방식을 지닌 그 많은 식물들에 잡초라 이름 붙이는 우리들의 그 다양한 삶 역시 ‘잡’이라 불려야, 이른바
잡놈들이라 불려져야 맞는 말이 아닐까.. 하는 잡스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수가 정해놓은 정답의 테두리에 들지 못한 소수에게 다수는 곧잘 비난과 꾸짖음을 전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니지요. 다수가 반드시 소수에 우선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우리가 잡초라 부르는 그
생명들이야말로 압도적인 다수이고 절대적으로 옳음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식용과 관상용에 사용하는 식물은
전체 식물의 5%도 채 되지 않으니까 말이지요. 그럼에도 우리의 어리석음은 95%에게 ‘잡스럽다’는 이름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필요 없는 삶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식물에게도 인간에게도 말이지요.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뿌리줄기 잎이 있어 식물이고, 따듯하게 안아줄 몸과 마음이 있어 인간이지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세상에 불필요한 삶이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길
기다린다면 괴로움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먼저 그것을 진정으로 깨닫는다면, 그래서 자신의 삶을
더욱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면 아마도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낼 소중한 뿌리를 흙에 뻗어 놓은 듯 그렇게..
더러는 힘들고 안타까운 일이 있겠지만 그래도 삶의 매서운 비바람을 이겨내고 행복을 찾아가는.. 그런 삶을 살
수 있으니라 생각합니다.

클로버의 네 번째 잎은 시련이 선물하는 행복입니다. 클로버는 본래 잎이 세 개인데, 생장점이나 잎에 상처를


입으면, 살고자 하는 클로버의 의지가 네 번째 잎을 틔우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을 보며 우리는 네 잎
클로버에게 행복을 찾고 바람합니다.
저는 당신이 시련과 괴로움을 이겨내 당신만의 네 번째 잎을 틔울 수 있기를 바람합니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으니 지금의 흔들림이 당신이라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과정 중 하나임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행복을
꽃 피우시길 바람합니다. 진심으로요.
작은 도움이 되고 싶어 시작했지만, 별 도움을 드리지 못하고 마무리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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