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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소설 상수리나무 아래 상수리 나무 아래-4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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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리나무 아래 상수리 나무 아래-4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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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202화.

리프탄은 이미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었다. 거기에 아스칼론의


무게까지 더할 필요가 있을까.

이기적인 바람일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그가 로비덴 대륙의 운


명을 짊어진 영웅이 아닌 자신의 남편으로 남아 주길 바랐다.

“리, 리프탄도 루스와 같은 생각인 거겠죠? 그러니까... 성검을


그대로 교황에게 반납하겠다는 거 말이에요.”

“칼립스 경께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분이십니다. 진짜인지도 알


수 없는 전설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진 않으실 겁니다.”

모호한 어조에 맥은 눈썹을 찌푸렸다.

“루스도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건가요?”

“그분이 어디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사람이던가요?”

루스가 시니컬하게 내뱉었다.

“저도 칼립스 경과 얼굴을 마주한 지 꽤 되었습니다. 듣자 하니


각국의 고위 귀족들을 만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신 것 같더
군요.”

“그, 그래도... 결정을 내리기 전에... 아니, 내린 후에라도 우리


와 상의 할 수 있잖아요.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그분께 그런 세심함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루스가 후, 하고 앞머리를 불어 넘기며 말했다.

“칼립스 경께서는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데 익숙하신 분


입니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떠들고 다니는 분도 아니시
고요.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겠습
니까. 너무 섭섭해 마시고 칼립스 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세
요.”

맥은 뺨을 붉혔다. 루스의 말에 순간 속 좁은 어린애가 된 것 같


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리프탄
은 그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
울였다. 한데 자신은 그에게 더 많은 변화를 요구하기만 하고 있
지 않은가. 그녀는 낙담으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칼립스 경께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실 수


있도록 응원이나 해 주세요. 부인께서 격려해 주신다면 그 사람도
힘이 날 겁니다.”

루스가 기운 내라는 듯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맥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리프탄은 마법사로서의 자신을 받
아들여 주었다. 이젠 그녀가 기사로서의 그를 받아들여야 할 차례
였다.

***

고위 기사는 예선을 치르지 않고서도 바로 본선 진출권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리프탄의 첫 출전은 대회가 시작되고 한참 뒤에
이루어졌다. 긴장된 눈빛으로 대기실 안을 둘러보던 맥은 벽에 기
대앉아 검을 손질 중인 리프탄을 발견하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무장을 완전히 끝낸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중갑을 걸친 기


사들보다 훨씬 위협적으로 보였다. 기다란 팔이 규칙적으로 움직
일 때마다 강철 같은 근육이 얇은 튜닉 위로 팽팽하게 불거졌고,
한쪽 어깨에만 착용한 견갑이 역광에 따라 번뜩이며 빛을 발했다.

가면을 쓴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은 큰 대회를 앞둔 사람답지 않


게 다소 권태로워 보였는데, 흥분한 기색이나 긴장한 기색은 눈곱
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는 그 서늘한 얼굴을 멀거니 바라보는데,


어린 하인 두 명이 판금 갑옷을 들고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칼립스 경, 갑옷 손질이 다 끝났습니다.”

허리춤에 검을 꽂아 넣은 리프탄이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났


다. 소년들이 즉시 그의 앞뒤로 이동해 넓은 가슴팍에 흉갑을 채
웠다. 그동안에 리프탄은 팔뚝에 뱀브레이스를 채우고 가죽 장갑
위에 건틀렛을 씌웠다. 마치 경건한 의식처럼 느껴지는 광경이었
다.

“가서 말을 걸지 않으실 겁니까?”

그녀가 입구에 선 채로 꼼짝 않자 가로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


었다. 잠시 망설이던 맥은 천천히 대기실을 가로질렀다. 그제야
그녀를 발견해 낸 리프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런 곳엔 무슨 일이야.”

그가 종기사들을 물리고는 성큼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


가 경기장에 온 게 탐탁지 않은 기색이었다.

맥은 한숨을 삼켰다. 납치를 당할 뻔한 뒤로 그는 그녀가 사람


이 많은 곳에 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무라는 듯
한 시선을 짐짓 모른 체하며 외투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출전하기 전에 건네줄 게 있어서요.”

그러고는 곱게 접은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원래는 오늘 아침에 주려고 했는데... 당신이 해가 뜨기도 전에


나가 버리는 바람에 이렇게 찾아온 거라고요. 어찌나 얼굴 보기가
힘들던지.”

비꼬듯 내뱉은 말에 그가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제가 원해서


별거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게 된 게 아닌 만큼 그녀의 비난에 억
울한 마음이 드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난 며칠 동안 비몽사몽
간에 잠깐 남편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던 맥으로서는 정당
한 불평이었다. 그녀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억누르며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팔 이리 내지 않고 뭐해요.”

리프탄이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밀었다. 맥은 창백하게 빛나는


건틀렛 위에 하얀 손수건을 단단히 묶었다.

“승리를 기원하는 선물이에요. 다들 하고 있는데... 리프탄만 없


으면 안 되잖아요.”

제 팔목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리프탄이 대기실 안을 빙 둘러


보았다. 그제야 다른 기사들의 손목에 매인 손수건이 눈에 들어온
듯했다. 그가 다시 자신의 손목으로 시선을 내렸다. 이윽고 그의
입술 사이에서 무뚝뚝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챙겨 줘서 고맙군.”

실망스러울 정도로 싱거운 반응에 맥은 눈살을 찌푸렸다.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거예요?”

“아니.”

즉각 부정의 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의 미간에 잡힌 주름은


펴지지 않았다. 손수건을 매만지던 리프탄이 중얼거리듯 덧붙였
다.

“얼룩이라도 지면 잘 지워지지 않을 것 같군.”

“더러워지면 깨끗한 새 손수건을 다시 준비해 줄게요. 그러니


까 그런 건 신경 쓰지....”

그때 경기장 바깥쪽에서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수도복을 입은 젊은 사제가 대기실 안으로 들어
와 큰 소리로 외쳤다.

“칼립스 경과 바렛 경께서는 서둘러 준비를 마쳐 주십시오! 첫


번째 대결은 두 분께서 장식해 주셔야 합니다.”

맥은 마른침을 삼켰다. 마치 자신이 출전을 앞둔 것처럼 아랫배


가 꼬여 왔다. 반면에 리프탄은 태연한 얼굴이었다. 그가 의자 위
에 벗어둔 투구를 집어 들며 말했다.

“엉뚱한 곳으로 샐 생각 말고 곧장 로엠 궁전으로 돌아가.”

맥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여, 여기까지 왔는데... 경기도 보지 않고 그냥 가라고요?”

“볼 것도 없어. 사람들이 많은 곳은 위험하니까 궁전으로 돌아


가.”

“시, 싫어요. 나도 응원 정도는....”

“칼립스 경! 이제 그만 입장해 주십시오!”

사제의 재촉에 그가 경기장 입구를 향해 몸을 돌렸다. 못마땅한


표정을 짓던 맥은 그의 대전 상대를 보고 낯빛을 흐렸다. 사내는
무려 리프탄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던 것이다. 척 보기에도 북부
인인듯싶었다. 맥은 그를 다급하게 뒤쫓아갔다.

“제발, 조심해요.”

“걱정 마. 피가 묻지 않도록 신경 쓸 테니까.”

그가 머리 위에 투구를 쓰며 말했다. 무슨 엉뚱한 대꾸인가 싶


어 인상을 쓰던 맥은 그가 손수건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버럭 성을 냈다.

“누가 그, 그딴 걸 신경 쓰래요? 본인 몸이나...!”

그가 갑자기 허리를 끌어당기는 바람에 맥은 뒷말을 삼켜야 했


다. 리프탄이 고개를 기울여 그녀의 입술 위에 짧고 강렬한 키스
를 남겼다. 그리고 무어라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훌쩍 경기장 안
으로 들어가 버렸다.

말문이 막힌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맥은 자신을 힐끗


거리는 눈길에 얼굴을 붉히며 허둥지둥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기
가 막혔다. 남은 걱정으로 속이 타들어 갈 지경인데, 정작 본인은
태평스럽게 여유나 부리고 있다니...!

그녀는 손으로 화끈거리는 얼굴을 부채질하며 성큼성큼 관중


석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조용히 뒤따라 오던 가로우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칼립스 경의 지시에 따라 궁전으로 가지 않아도 될까요?”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남편이 대회에 출전했는데


얼굴도 내비치지 않으면 다들 절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그녀는 코웃음을 날리며 긴 복도를 빠져나왔다. 이미 시합이 시


작된 듯 떠들썩한 환성이 들려왔다. 마음이 다급해진 맥은 단숨에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아치형의 통로를 빠져나오자 리프탄의 이
름을 열광적으로 외치는 수천 명의 관중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맥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원형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잠깐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바렛이라는 이름의 거구의 남자
만이 바닥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녀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가로
우를 돌아보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죠? 리프탄은 어디에....”

“맥! 왔구나!”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맥은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시디나와 아넷 그리고 고드릭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녀는 빽빽하게 붙어 앉은 관중들 사이를 비집고 나아갔다. 그러
자 열띤 함성 사이로 딘 고드릭의 흥분한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
왔다.

“네 남편 엄청나더라!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끝나 버렸다고. 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어!”

“시, 시합이 벌써 끝났다고요?”

그녀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이번에는 시디나의 열렬한 목소리


가 들려왔다.

“정말 대단했어요! 칼립스 경이 검을 뽑아 들자마자 저 거구의


남자가 하늘을 붕 하고 날았다고요! 무슨 마법을 쓴 것처럼요!”

맥은 할 말을 잃은 채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몸조
심하라는 말에 리프탄이 진지하게 반응하지 않은 것도 당연했다.
그날 리프탄은 총 세 번의 경기를 치렀고, 세 번의 대결 모두 일
분도 채 넘기지 않고 끝난 것이다.

“아까 옆 사람에게 들은 건데 칼립스 경은 과거에도 순식간에


시합을 끝내기로 유명하셨대요.”

6

 로맨스, 판타지,

 3 Comments  4.6 /  17

북엇국내놔 신고

ㅋㅋㅋㅋㅋㅋㅋ이정도면 리프탄이 드래곤 취급받아야되는거 아니냐


고ㅋㅋㅋ

 2022.12.21 12:52 2

숙아 신고
 ㅎ ㅎㅎㅎㅎㅎ

 2022.12.23 16:20 0

행복한연보라 신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아 ㅋㅋㅋㅋㅋ

 2023.02.01 18:5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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