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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세상을 바라보는 예리한 눈

(2) 마지막 땅-①

[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빨갛기가 딸기코 버금가는 빛깔이었다. 씩씩한 걸음걸
이하며 노상 걷어붙인 채인 팔뚝의 꿈틀거리는 힘줄 따
㉠근 열흘간이나 바람이 억세게 불어 댔다. 지독한
위를 보노라면 노인의 나이가 이제 칠순을 코앞에 둔
꽃샘바람 때문에 동네 길목마다 비닐봉지며 과자 껍질
것이라고 어림잡기는 좀체 어려웠다. 목소리도 우렁차
들이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어서 오가는 행인들의 눈살
서, 그가 밭에서 일하다 말고 “용문아!” 하고 소리쳐
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때때로 청소부들이 쓰레기를 주
부르면 도로를 하나 건너서 백 미터쯤 떨어져 있는, 게
워 모아 공터에서 불을 사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불
다가 딱 뒤로 돌아앉은 그의 이층집에 있던 막내아들
어오는 바람에 실려 검은 연기가 이리저리 휩쓸려 올라
용문이가 금세 튀어나오곤 했다.
가고 미농지보다 얇은 그을음들이 나방 떼처럼 떠돌아
다녔다.
청소부가 불만 피워 놓고 떠나 버리면 그다음은 아이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들 차지였다. 지물포 집 큰아이인 상수, 쓰레기차를 끄 ① 공간적 배경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는 김 씨의 막내딸 경옥이, 말썽꾸러기 진만이 들이 우 ②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다루고 있다.
르르 몰려나와 불더미 속에 돌을 던지기도 하고 말라붙 ③ 1980년대의 구체적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은 풀 더미에 불씨를 옮겨 붙이기도 한다. 원미동 아이 ④ 여러 인물들의 행위를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들은 집 안에서 틀어박혀 지내는 법은 애당초 배운 적 ⑤ 특정 인물이 자신의 상황을 소개하며 사건이 제시되
이 없다. 아침 눈뜨면서부터 집 앞으로 뛰쳐나와 어두 고 있다.
워질 때까지 거리에서 놀았다. 하루 온종일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울음소리가 거리에 가득한데 그런 꼬마들
이 불장난의 짜릿한 재미를 앞에 두고 온전할 리 없다.
2. 이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아이들의 얼굴은 금세 검댕투성이가 되고 때로 손을 덴
① 원미동 아이들은 집 안보다 집 밖에서 놀았다.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어 젖힐 무렵이면 으레 원미 지물
② 청소부들은 어수선한 쓰레기들을 모아 태우곤 했다.
포 주 씨가 등장했다. 원래는 부산에서 미장이 기술로
③ 사진관 엄 씨는 딸을 셋 둔 것을 행복한 일로 여겼다.
벌어먹었으나 어찌어찌 부천시 원미동까지 오게 된 주
④ 사진관 엄 씨의 딸들의 이름은 그가 직접 붙인 이름
씨네 지물포가 바로 공터 옆의 첫 집이었다. 맞바람에
이다.
불씨라도 옮겨붙으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을 물건들을
⑤ 지물포 주 씨는 어렸을 때부터 원미동에 쭉 거주해
보존하기 위해 그가 우락부락한 몸짓으로 뛰어나와 호
온 원미동 토박이다.
통을 치면, 아이들은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 버린다. 행
복 사진관의 셋째 딸인 세 살배기 미야 같은 꼬마는 도
망치다 신발이 벗겨져 넘어지는 통에 숨넘어가는 울음
을 토해 내기도 한다. 사진관 엄 씨는 딸만 셋을 두어 3.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서 자칭 행복한 사나이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첫째는 ① ‘꽃샘바람’과 같은 소재를 통해 작품의 계절적 배경
엄지, 둘째는 엄선, 셋째는 엄미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을 드러내고 있다.
행복한 사나이의 발상이었다. ② ‘검은 연기’와 같은 상징적 소재를 통해 공업화로
㉡지물포 주 씨가 구둣발로 대충대충 불더미를 다독 인한 폐해를 비판하고 있다.
거려 놓고 들어가 버리면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사람이 ③ ‘얇은 그을음’과 같은 소재를 통해 당시 심각했던
하나 있다. 그가 바로 강만성(姜萬成) 노인이다. 원미동 환경 파괴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23통 일대에서는 강 노인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아니 ④ ‘비닐봉지, 과자 껍질’ 등과 같은 소재를 통해 당시
강 노인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지주(地主)라고 칭해야 더 사람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드러내고 있다.
잘 알았고, 그 지주네 밭에서 일어나는 여름과 겨울의 ⑤ ‘나방 떼’와 같은 소재를 통해 정착하지 못하고 살
난리판을 속속들이 겪지 않고서는 이 동네 사람이라고 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말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일 미터 팔십을 넘는 큰
키에 거대한 몸집을 가진 강 노인은 언제 보아도 막일
꾼 차림새였다. 유난히 큰 코는 얼굴의 절반 이상을 차 4. ㉡과 같은 행동을 하는 이유를 본문에서 직접 찾아
지하는 듯싶고, 검붉은 얼굴과 어울리게끔 주먹코 또한 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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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인물의 성격으로 가장 적 들어선 이 층 상가가 벌써 네 채나 되지만 도로 편의


절한 것은? 공터는 아직 새 임자가 땅을 묵혀 두고 있는 판이었다.
① 줏대 없이 흔들리는 인물일 것이다. 몇 달 안으로 새 건물이 들어설 자리이기는 했다. 이것
②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일 것이다. 을 빼고도 소방 도로 왼쪽에는 팔아 버리지 않은 땅이
③ 거짓으로 행동을 꾸미며 진솔하지 않을 것이다. 백 평 남짓한 덩어리로 셋이나 되었다. 그중 하나는 건
④ 주관이 뚜렷하고 당당한 성격의 소유자일 것이다. 재상에게 빌려주어 시멘트나 모래 따위가 그득 들어차
⑤ 심약하여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할 것이다. 있고, 나머지 땅은 강 노인이 해마다 아들과 함께 밭을
일구어서 채소들을 가꾸었다. 큰돈이야 못 되어도 그럭
저럭 가용은 쓸 만큼 되는 알뜰한 밭이었다.
강 노인이 이제 ⓐ재밖에는 안 남은 쓰레기 태운 자
리를 찾아오는 것도 바로 그 밭 때문이었다. 밭에 ⓑ거
름이 될 만하다 싶으면 그는 어떤 것이라도 낡고 더러
운 망태기에 쓸어 담는 사람이었다. 결혼해서 따로 사
[6~1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는 아들이 둘이나 되지만 어느 놈 하나 생활비 보태 줄
지물포 주 씨가 구둣발로 대충대충 불더미를 다독거 자식은 없어서, 건재상과 이 층에 세 사는 이가 다달이
려 놓고 들어가 버리면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사람이 하 내미는 월세만 가지고 사는 형편이니만큼 강 노인 땅이
나 있다. 그가 바로 강만성(姜萬成) 노인이다. 원미동 시가 몇 억짜리 덩치라 한들 그 땅에 ⓒ고추 농사나 지
23통 일대에서는 강 노인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아니 어서는 수지가 안 맞는 지주였다. 문제는 그 비싼 땅에
강 노인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지주(地主)라고 칭해야 더 다가 강 노인은 한사코 ⓓ푸성귀 따위나 가꾸겠다고 고
잘 알았고, 그 지주네 밭에서 일어나는 여름과 겨울의 집을 부리는 데 있었다. 지난 몇 년간 여러 차례 임자
난리판을 속속들이 겪지 않고서는 이 동네 사람이라고 가 나섰건만 이제는 절대 땅을 팔지 않겠다는 강 노인
말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일 미터 팔십을 넘는 큰 키 고집에 막혀, 시청으로 통하는 2차선 도로의 양편으로
에 거대한 몸집을 가진 강 노인은 언제 보아도 막일꾼 는 여전히 ⓔ밭농사가 계속되는 중이었다. 올해도 봄은
차림새였다. 유난히 큰 코는 얼굴의 절반 이상을 차지 왔고 그래서 강 노인은 어김없이 허름한 옷차림으로,
하는 듯싶고, 검붉은 얼굴과 어울리게끔 주먹코 또한 맨발 위에 신은 검정 고무신을 끌고 자신의 밭에 모습
빨갛기가 딸기코 버금가는 빛깔이었다. 씩씩한 걸음걸 을 나타내었다.
이하며 노상 걷어붙인 채인 팔뚝의 꿈틀거리는 힘줄 따
위를 보노라면 노인의 나이가 이제 칠순을 코앞에 둔 6.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것이라고 어림잡기는 좀체 어려웠다. 목소리도 우렁차 ① 장면의 빈번한 전환을 통해 사건 전개 속도를 높이
서, 그가 밭에서 일하다 말고 “용문아!” 하고 소리쳐 고 있다.
부르면 도로를 하나 건너서 백 미터쯤 떨어져 있는, 게 ② 구어체와 문어체를 함께 사용하여 예스러운 분위기
다가 딱 뒤로 돌아앉은 그의 이층집에 있던 막내아들 를 형성하고 있다.
용문이가 금세 튀어나오곤 했다. ③ 인물 간의 대화보다는 서술자의 직접적 서술로 내용
강남 부동산 박 씨의 동업자이자 마누라이기도 한 고 을 드러내고 있다.
흥댁 말에 의하면 그가 막내아들 용문이를 어찌나 깐깐 ④ 역순행적 구성을 통해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독자가
하게 다루는지 이날 이때껏 아들하고 다정히 말을 주고 탐색하도록 구성하였다.
받는 것을 본 적이 없노라고 했다. 고흥댁이 ‘이날 이 ⑤ 특정 사건을 제시한 뒤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평가
때껏’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곧 원미동 23통 일대의 역 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사를 통틀어 말하는 게 되는 셈이다. 강 노인 말고는
가장 오래 이 동네에 터를 잡고 있는 가게가 강남 부동
산이었으니까. 헐값의 원미동 땅들이 요 근래 들어 황
7. 이 글의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금값이 되기까지 박 씨와 고흥댁의 활약상은 눈부실 정
않은 것은?
도였다. 그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한때는 서울 개포
① 박 씨 : 한때 큰 사업을 운영했던 인물이었다.
동 이쪽의 강남땅을 떡 주무르듯 했던 큰손이었다가 밝
② 박 씨 :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현재 가산을 탕진한
힐 수 없는 모종의 사건으로 한재산 다 날리고 달랑 맨
인물이다.
손으로 부천에 내려와 별 볼 일 없는 거간꾼이 돼 버렸
③ 고흥댁 : 강남 부동산을 운영하는 박 씨의 아내이다.
다는 박 씨였다. 별 볼 일 없다고는 하지만 ㉠박 씨가
④ 강 노인 : 나이에 비해 강인해 보이는 외모를 지니
원미동에서 한재산 단단히 붙잡았다는 사실에 대해 이
고 있다.
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⑤ 강 노인 : 원미동 23통 거주민으로, 지주라고 불리
청소부가 쓰레기를 모아 태운 ㉡공터도 강남 부동산
는 인물이다.
에서 계약서 쓰고 강 노인이 팔아넘긴 땅이었다.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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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과 같은 결과를 낳게 한 사회적 원인을 본문에서 나섰다고 숫제 집까지 찾아와서 온갖 ( ㉡ )을/를
찾아 쓰시오. 다 늘어놓는 박 씨였다. 그것도 강 노인의 나머지 땅을
한꺼번에 사들여서 길 이쪽저쪽으로 쌍둥이 빌딩을 지
어 부천의 명물로 만들 것이고, 거기에 초호화판 위락
시설이 들어서서 동네가 삽시간에 환해질 것이라고 했
다. 일 층에는 상가, 이 층은 사우나, 삼 층은 헬스클
럽, 사오 층은 사무실 임대하는 식의 건물 용도부터가
강 노인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어차피 팔지 않을 땅
9. ㉡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반응을 추측한 내용으로 적 이므로 어느 작자가 어떤 김칫국을 마시든 크게 나무랄
절하지 않은 것은? 일은 못 되었다.
① 청소부 : 쓰레기들을 모아서 이곳에서 태우면 좋겠군. “영감님, 유 사장이 저 심곡동 쪽으로 땅을 보러 다
② 강 노인 : 땅값이 더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팔아야 니나 봅디다. 영감님은 물론이고 우리 동네의 발전을
겠군. 위해서 그렇게 애를 썼는데…….”
③ 강 노인 : 아들과 함께 밭을 일구어서 채소들을 가 박 씨가 짐짓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고 있는데
꾸어야겠군. 뒤따라 나온 동업자 고흥댁이 뒷말을 거든다.
④ 박 씨 :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므로 땅을 개발할 사 “참말로 이 양반이 지난겨울부터 무진 애를 썼구만
람에게 파는 것이 좋겠군. 요. 우리사 셋방이나 얻어 주고 소개료 받는 것으로
⑤ 박 씨 : 이 땅에서 농사를 짓기보다는 건물을 지어 도 얼마든지 살 수 있지라우. 그람시도 그리 애를 쓴
개발하는 것이 더 이윤이 남겠군. 것이야 다 한동네 사는 정리로다가 그런 것이지요.”
강 노인은 가타부타 말이 없고 이번엔 박 씨가 나섰
다.
“아직도 늦은 것은 아니고,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여름마다 똥 냄새 풍겨 주는 밭으로 두고 있느니 평
당 백만 원 이상으로 팔아넘기기가 그리 쉬운 일입니
까. 이제는 참말이지 더 이상 땅값이 오를 수가 없게
10. ⓐ~ⓔ 중, 나머지와 그 성격이 가장 다른 것은? 돼 있다 이 말씀입니다. 아, 모르십니까. 팔팔 올림픽
① ⓐ ② ⓑ ③ ⓒ 전에 북에서 쳐들어올 확률이 높다고 신문 방송에서
④ ⓔ ⑤ ⓔ 떠들어 쌓으니 이삼천짜리 집들도 매기가 뚝 끊겼다
이 말입니다.”
“영감님도 ㉢욕심 그만 부리고 이만한 가격으로 임자
나섰을 때 후딱 팔아 치우시요. 영감님이 아무리 기
다리셔도 인자 더 이상 오르기는 어렵다는디 왜 못
알아들으실까잉. 경국이 할머니도 팔아 치우자고 저
야단인디…….”
고흥댁은 이제 강 노인 마누라까지 쳐들고 나선다.
강 노인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일하던 자리로 돌아가
[11~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버린다. 그 등에 대고 박 씨가 마지막으로 또 한마디
던졌다.
겨우내 굳어 있던 땅은 괭이 날 들어가기가 썩 힘이
“아직도 유 사장 마음은 이 땅에 있는 모양이니께 금
들었고 게다가 돌덩이처럼 틀어박힌 연탄재 부스러기들
을 일일이 골라내다 보면 한 두둑을 갈아엎는 데도 꽤 액이야 영감님 마음에 맞게 잘 조정해 보기로 하고,
일단 결정해 뿌리시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용문이가 지난달 내내 연탄재들을
거두어 내고 겨우 맨땅을 내놓았다고 한 꼴이 요 모양
이었다. ㉠서울 것들이란. 강 노인은 끙끙거리다 토막 11. 이 글에 드러난 갈등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난 욕설을 내뱉어 놓았다. 강 노인이 괭이를 내던지고 것은?
밭 끄트머리로 걸어가는 사이 언제 나왔는지 부동산의 ① 인물의 내적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박 씨가 알은체를 하였다. 자그마한 체구에 검은 테 안 ② 인물과 사회의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경을 쓰고, 머리는 기름 발라 착 달라붙게 빗어넘긴 박 ③ 인물과 인물 간의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씨의 면상을 보는 일이 강 노인으로서는 괴롭기 짝이 ④ 인물과 그 인물의 운명 간의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없었다. 얼굴만 마주쳤다 하면 땅을 팔아 보지 않겠느 ⑤ 갈등이 선명하게 제시되지 않은 채 인물의 내면 심
냐고 은근히 회유를 거듭하더니 지난겨울부터는 임자가 리를 묘사하고 있다.

[3/6]

12. 이 글에서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는 소재 두 가지 [16~2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를 찾아 쓰시오. (가) 땅값 따위에는 관계없이 땅을 팔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을 누차 했건만 박 씨의 말본새는 언제나 저 모양
이다. 서울 것들이란. 박 씨 내외가 복덕방 안으로 들
어가 버린 뒤에야 그는 한마디 내뱉는다. 저들 내외가
원래 전라도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으나 강 노인
에게 있어 원미동 사람들은 어쨌거나 모두 서울 끄나풀
들이었다.
13. ‘강 노인’이 ㉠과 같이 말한 이유로 가장 적절한 도대체가 서울 것들은 밭에서 풍겨 나오는 두엄 냄새
것은? 라면 질색 자망을 하고 손을 내젓는, 천하에 본데없는
① 연탄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오염 문제를 주민들 막된 것들이라니까. 강 노인은 팽개쳐 두었던 괭이자루
이 간과했기 때문이다. 에 묻은 흙을 대충대충 털어 내고는 다시 밭을 일구기
② 땅의 소중함을 모른 채, 몰상식한 행동을 한 주민들 시작했다. 겨울 동안 좀 쉬고 있는 밭에다가 망할 놈의
을 원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탄재나 산같이 내다 버리는 못된 습성까지 떠올리
③ 공동체의 이익을 고려하기보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 면 더욱 괘씸하기 짝이 없는데, 그가 아는 서울 것들의
구하는 마을 사람들이 원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내력은 모조리 그런 것투성이였다. 고추밭에 뿌리는 ⓑ
④ 전통적인 가치관은 무시한 채, 서구적 가치관만을 오줌에서부터 여름이 되어 김장 배추 갈기 전에 얹어
지향하고 있는 주민들을 원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는 푹 삭힌 ⓒ인분에 이르기까지, 서울 끄나풀들의
⑤ 마을 사람들이 앞으로 벌어질 일은 예상하지 못한 극성 때문에 실컷 장만해 둔 ⓓ밑거름조차 제대로 쓰지
채, 당장에 위기를 모면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 못하고 부석부석한 땅에 서 수확을 거두던 것이 요 몇
기 때문이다. 해 농사 실정이었다.
거기에다 매년 겨울이면 밭은 ⓔ쓰레기장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겨울 동안 용문이 녀석을 시켜 밭을 지
키고 때로는 직접 나서서 밤사이 몰래 연탄재를 내다
버리는 동네 사람을 지키고는 했지만 허사였다. 올봄에
도 역시 트럭 한 대분 이상의 연탄재를 생돈 들여서 치
워야 하는 손해를 입었다. 이 층 상가 주택이 아니면
단독 연립이니 하는 다세대 주택들이 즐비한 이 동네는
14. ㉡에 들어갈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한 집에 적어도 네 가구 이상은 오밀조밀 모여 사는 게
① 가렴주구(苛斂誅求) ② 감언이설(甘言利說) 보통이었다. 청소차가 하루는 쓰레기, 다음 날은 연탄
③ 어불성설(語不成說) ④ 명재경각(命在頃刻) 재 하는 식으로 꼬박꼬박 다니고는 있지만 그게 말 그
⑤ 지리멸렬(支離滅裂) 대로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바람에 연탄재쯤은 아무
래도 손쉬운 쪽으로 처치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여름내 더러운 인분 냄새 풍겨 주는 밭 꼬
라지가 밉다고 부러 이곳에다 ㉠연탄재를 내던지는 동
네 사람들의 속셈쯤은 강 노인도 짐작하고 있었다.

(나) 너무 일찍이 모종을 내었나. 강 노인은 아직 어리


디어린 고추 모종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거
15. ㉢에 대한 ‘고흥댁’의 인식을 추론한 것으로 가장
렸다. 음력 오월이 되어야 모종을 밭에 내었던 것은 옛
적절한 것은?
날 일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비닐 씌워 겨울에라도 풋
① 강 노인은 땅값이 지금보다 더 오르기를 기다리고
고추 맛을 볼 수도 있지만 그럴 것까지는 없고 봄볕이
있군.
살가워지자마자 온상에서 키운 모종을 내었던 것이다.
② 강 노인은 자신의 땅에 소박하게 농사짓고 싶어 하
볕살이야 그만한데 비가 부족한 탓이었다. 가뭄이라,
는군.
강 노인이 시들시들한 잎사귀를 펼쳐 보다가는 우두망
③ 강 노인은 자신의 땅을 아들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찰 서 있는데 용민이네 밑에 세 든 미용실 여주인이 그
하는군.
를 불렀다.
④ 강 노인은 마을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땅을 팔기를
“경국이 할아버지, 오늘 저희 집에서 반상회 있어요.
거부하고 있군.
아무래도 오늘 저녁에는 정미 엄마가 가만있을 것 같
⑤ 강 노인이 유 사장과의 갈등 때문에 유 사장에게 땅
지 않네요. 아까도 무궁화 연립에 사는 이들꺼정 몰
을 팔기를 꺼리는군.

[4/6]
려와서 한바탕 쏟아 놓고 갔어요. 경국이 할머님이라 17. (나)에 제시된 사건들을 <보기>와 같이 정리했을
도 꼭 참석하셔야 해요. 아셨죠?” 때, 시간 순서대로 바르게 나열한 것은?
그녀는 23통 6반의 반장이다. 길 건너 5반장은 형제 <보기>
슈퍼의 김 씨지만 우리 정육점의 임 씨가 똥 냄새 문제 ㄱ. 강 노인의 밭 문제로 인해 반상회를 개최하게 됨.
에는 노상 앞장을 서고 있는 중이었다. 임 씨에 비하면 ㄴ. 임 씨가 미용실 자리를 욕심냈다가 강 노인에게 퇴
6반장의 경우 강 노인한테만은 훨씬 우호적이다. 용민 박을 당함.
네 가게에 세 든 탓도 있지만 임 씨가 애초 미용실 자 ㄷ. 임 씨와 정미 엄마가 합세하여 집주인들을 부추김.
리를 욕심냈다가 강 노인에게 퇴박을 당했던 까닭에 임 ㄹ. 강 노인의 농사 문제를 손댈 수는 없다고 시청에서
씨 스스로 강 노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못하였다. 어디 답변을 함.
를 쇠백정이. 단 한마디로 잘라 낸 이태 전 일을 두고
임 씨는 여태도 강 노인을 바로 보지 않는다. 6반에 비 ① ㄱ - ㄴ - ㄷ - ㄹ ② ㄱ – ㄷ – ㄴ - ㄹ
하면 5반에서야 인분 냄새나 물것 극성이 그저 그만할 ③ ㄴ – ㄷ – ㄹ - ㄱ ④ ㄴ – ㄹ – ㄷ - ㄱ
정도인데도 작년에 시청에다 ㉡진정서를 낸 것은 5반 ⑤ ㄹ – ㄴ – ㄱ - ㄷ
이었다. 그게 다 임 씨 술책이라는 것쯤은 강 노인도
알지만 무궁화 연립이라면 5반인데 현대 연립의 정미
엄마와 합세한 것을 보면 임 씨가 올해 또한 집주인들
을 부추기는 것이 틀림없었다. 돼지나 닭을 집단으로
사육하는 것도 아니고 노는 땅에 푸성귀를 갈아먹고 있
는 심심풀이 농사까지야 손댈 수는 없다고 시청의 답변
이 내려온 것을 온 동네가 다 아는데 내년에는 연판장
이라도 돌리겠다며 큰소리치던 작자였다.
“올해일랑은 농사 시작하기 전에 아예 막아야 한다고
18. 다음 등장인물 중 ‘강 노인’이 ㉠과 같이 평가할
들 그러든데요. 시청에서도 이제는 보고만 있지 않을
인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거래요.”
① 지물포 주 씨 ② 사진관 엄 씨
여자가 피아노 교습소와 나란히 붙은 미용실 안으로
③ 청소원 김 씨 ④ 진만이 아버지
들어가 버린 뒤 강 노인은 쯧쯧 혀를 차는 것으로 자신
⑤ 우리 정육점의 임 씨
의 울화를 삭여 버리고는 이내 말라붙은 밭 꼬락서니를
내려다본다. 그러고 보면 정미 엄마나 동네 사람들이
날뛰는 이유가 꼭 똥 냄새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5
반이나 6반이나 정육점 임 씨를 빼고 나면 집주인들을
주축으로 시비가 있어 왔었다. 가게에 세 들어 있는 지
물포 주 씨와 사진관 엄 씨도 코앞에 밭을 두고 있는
처지이지만 강 노인과 마주치면 깍듯이 어른 대접을 갖
추었다. 셋방 신세인 진만이 아버지도 그렇고 청소원
김 씨도 하루에 몇 번씩 마주쳐도 공손히 알은체를 해
왔지 팩팩거리며 못되게 구는 법이라곤 없었다. 19. ㉡에 담겨 있을 내용 두 가지를 (나)에서 직접 찾
아 각각 2어절로 쓰시오.

16.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특정 인물의 시선을 중심으로 사건을 드러내고 있
다.
② 서술자를 교체하여 사건의 복잡한 양상을 구체화하
고 있다.
③ 인물들 간의 대화 양상을 통해 사건의 전말이 드러
나고 있다.
20. 다음 중 ⓐ~ⓔ를 소재의 의미에 따라 바르게 나눈
④ 인물의 심리보다 배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작품
것은?
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① ⓐ, ⓑ / ⓒ, ⓓ, ⓔ ② ⓐ, ⓔ / ⓑ, ⓒ, ⓓ
⑤ 다양한 인물들의 생각을 병렬적으로 배치하여 한 사
③ ⓐ, ⓑ, ⓔ / ⓒ, ⓓ ④ ⓐ, ⓓ, ⓔ / ⓑ, ⓒ
건에 대한 여러 인물들의 시선을 복합적으로 드러내
⑤ ⓐ, ⓑ, ⓒ / ⓓ, ⓔ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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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내는 나머지 넷과 성격을 달리하는 소재이다.

6. 세상을 바라보는 예리한 눈


11. 이 글에서는 땅의 매매를 두고 강 노인과 박 씨 부
(2) 마지막 땅
부가 갈등하고 있다.

형성 평가 ① 12. 이 글의 시대적 배경은 1980년대이다. ‘연탄재’,


‘팔팔 올림픽’ 등의 단어를 통해 글의 시대적 배경을
1. ⑤ 2. ⑤ 3. ① 4. 맞바람에 불씨라도 옮겨붙
추측할 수 있다.
으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을 물건들을 보존하기 위
해 5. ④ 6. ③ 7. ② 8. 헐값의 원미동 땅들이
13. ‘서울 것들’이라는 표현은 실제 출신 지역을 반영
요 근래 들어 황금값이 되었기 때문이다. 9. ②
하여 부르는 말이 아니라 그들의 태도나 행동 특성을
10. ① 11. ③ 12. 연탄재, 팔팔 올림픽 13. ②
반영하여 부르는 말이다. 강 노인이 마을 사람들을 ‘서
14. ② 15. ① 16. ① 17. ④ 18. ⑤ 19. 인분
울 것들’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들이 땅의 소중함을 모
냄새(똥 냄새), 물것 극성 20. ②
른 채 몰상식한 행동을 해 왔기 때문이다.

1. 이 글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다. 따라 14. ‘감언이설’이란 ‘귀가 솔깃하도록 남의 비위를 맞추


서 특정 인물이 자신의 상황을 소개하는 서술적 특징은 거나 이로운 조건을 내세워 꾀는 말’이라는 뜻으로, ㉡
찾을 수 없다. 에 들어가기에 적절한 말이다.

2. ‘원래는 부산에서 미장이 기술로 벌어먹었으나 어찌 15. 고흥댁은 땅에 대한 강 노인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어찌 부천시 원미동까지 오게 된 주 씨네’를 통해 지물 못하는 인물로, 그가 자신이 원하는 만큼 땅값이 오르지
포 주 씨는 원미동 토박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않았기 때문에 땅을 팔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3. ‘꽃샘바람’은 ‘이른 봄, 꽃이 필 무렵에 부는 쌀쌀한 16. 이 글은 주인공 강 노인의 시선에 초점을 맞춰 내용


바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글의 계절적 배경을 알려 을 전개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주는 소재라고 할 수 있다.
17. (나)에 제시된 사건들은 먼저 임 씨가 미용실 자리
4. 지물포 주 씨는 ‘맞바람에 불씨라도 옮겨붙으면 제 를 욕심냈다가 강 노인에게 퇴박을 당하고, 이 때문에
대로 남아 있지 않을 물건들을 보존하기 위해’ 구둣발 강 노인에 대해 악감정을 품고 있다가 시청에 민원을
로 불더미를 다독거려 놓는 것이다. 제기하며 시작된다. 그러나 시청에서 강 노인의 농사
문제에 손댈 수는 없다고 답변을 하자, 임 씨는 정미
5. 나이에 비해 강인해 보이는 외모와 씩씩한 걸음걸이 엄마와 합세하여 집주인들을 부추긴다. 그리하여 결국
등을 통해 강 노인이 주관이 뚜렷하고 당당한 성격임을 강 노인의 밭 문제로 반상회가 열리게 된다.
짐작할 수 있다.
18. 강 노인은 인분 냄새가 난다고 밭에 연탄재를 내던
6. 해당 부분에서는 대화가 거의 드러나지 않은 채 서 지는 동네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따라
술자의 직접적인 설명으로 내용이 제시되어 있다. 서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하려는 우리 정육점 임 씨의 행
태에 대해 강 노인은 마찬가지의 태도를 보일 것이다.
7. 박 씨는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과거에 어려움을 겪
었으나 현재는 부동산 중개업을 통해 재산을 일궈 놓은 19. ㉡ 앞의 내용을 통해 5반은 인분 냄새(똥 냄새),
인물로 볼 수 있다. 물 것 극성이 그저 그만할 정도인데도 시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8. 이 글의 전체적 내용을 고려할 때 박 씨가 많은 돈을
벌게 된 것은 원미동 일대의 땅값이 올랐고, 이로 인해 20. ‘연탄재’와 ‘쓰레기장’은 농작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박 씨의 일들이 많아졌기 때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요소이나 ‘오줌, 인분, 밑거름’ 등은 농작물의 생장을
도와주는 비료이다.
9. 강 노인은 땅의 가치를 중시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강 노인이 땅값이 더 오를 때까지 기다린다고 추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10. ‘재’는 농사를 망치는 소재로, 농사와 관련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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