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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신경건축학, 대안인가 보안인가
(특집) 신경건축학, 대안인가 보안인가
정 재 승 Jeong, Jae-Seung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부교수
Associate Professor, KAIST
jsjeong@kaist.ac.kr
에 침잠해 들어가 몰입할 수 있는 고독의 시간도 필요하 은 과연 행복할까?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생긴 교실에서
다. 따라서 기업은 구성원에게 밀실과 광장을 모두 제공 학생들이 대여섯 명씩 둘러앉아 공부하면 수업 효율은
해야 한다. 과연 어떻게 될까? 선생님이 교실 한가운데서 가르치고
칠판 색깔이 분홍색이라면 학생들이 집중을 더 잘 할 수
에리카 감스 박사는 자신의 강연 내용의 원칙과 사례를 있지 않을까?
중심으로 최근 <The Brain-Friendly Workplace: Five Big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머무는 요양원은 어떻게 지어져야
Ideas From Neuroscience That Address Organizational 할까? 그들의 기억력을 회복하고 인지기능을 향상시키기
Challenges (ASTD Press, 2014)>라는 책을 출간해 교육 위해서는 어떤 구조와 공간 디자인이 필요할까? 지금처
공학뿐만 아니라 미국심리학회로부터 크게 주목받은 바 럼 수용인원이 정해지고 부지가 결정되면, 기능성 공간
있다. 그의 원칙과 사례를 아직 모호하고 미흡한 부분이 이 관행대로 배치되는 이런 식의 작업 방식이 과연 적절
많지만, 그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학계가 긍정 할까?
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1980년대까지만 해도 건축가들은 이런 질문을 제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 하나 있다. 구성원이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건축 분야에서 이런 식의 질문
자신의 창의성과 실행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업 은 매우 중요한 이슈지만, 그 해답은 마음을 탐색하는 심
무환경을 기업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서 리학자들이나 마음의 기원을 뇌에서 찾는 신경과학자들
이견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교육공학 분야는 이 찾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사고과정에 대한 관
이제야 그런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제2차 산업혁명 이 찰이 불가능한 건축가들에게 이런 질문은 부질없는 짓이
후, 공장화되어가고 있는 기업은 지난 100년간 그저 효율 었고, 건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신경과학자들은 이런
을 높이고 혁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혈안을 되었을 뿐 구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 공간과 건축은 그 안에
성원이라는 인간의 뇌를 생각한 적은 없었다. 21세기에 서 생활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지만, 건축가들은 그저 자
들어와서야, 인간을 관리해야 할 자원(resource)으로만 신의 예술가적 직관과 영감으로, 그리고 오랜 경험과 관
보지 않고, 환경에 반응하는 하나의 생명체로 간주하게 행으로 지금까지 설계를 하고 디자인을 해왔다.
된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건축 분야에서도 그 양상은 크게 다 그러나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신경과
르지 않을 것 같다. 건축학 분야 안에서야 환경심리학 등 학자들과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건축을 위한 신경과학
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벌여왔지만, 아카데미’(Academy of Neuroscience for Architecture)라
세상에 축조되고 있는 건물들은 경제적인 제반 여건이나 는 학회가 생기면서 이 주제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게
공간의 효율적 사용 같은 기준들에 의해 세워져 왔다. 그 됐다. 이른바 ‘신경건축학(neuroarchitecture)’이란 분야
안에서 생활하게 될 인간이 이 공간을 어떻게 받아들이 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고 있는가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찾으려는 노력을 건 거의 모든 사람이 인공 건축물 안에서 생활하는 오늘날,
축 분야 안에서 소홀히 해왔다. 신경건축학 분야는 건축학에서 무지되어서는 안 될 매우
왜 한국에 있는 모든 학교 교실들은 다 똑같이 생겼을까? 중요한 분야다. 집에서 자고, 학교에서 공부하고, 직장에
사각형으로 생긴 교실의 맨 앞엔 커다란 칠판이 붙어 있 서 일하며,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인간들의 사고가 공
고, 그 뒤로 책상들과 의자들이 차례로 줄지어 늘어서 있 간으로부터 어떻게 지배받는가를 알아야 건축가들도 적
다. 뒷벽엔 영락없이 시간표와 학습 자료가 붙어 있고, 절한 건축물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입문이 앞뒤로 두 개씩 나 있다. 이렇게 생긴 교실에서 신경건축학은 크게 두 가지 가정에 기반을 둔다. 하나는
학생들이 공부하면 집중이 잘되고 학습 효율이 높아지는 ‘인간의 인지사고과정이 공간적 요소들에 의해 직간접적
걸까? 똑같이 생긴 교실에서 12년 동안 공부하는 학생들 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이 공
Abstract
신경건축학은 과연 건축학 분야에서 앞으로 대안제가 될
What is Neuroarchitecture? Why does this novel, challenging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보안제가 될 것인가? 이제 10년
field recently draw much attention from both the researchers
의 역사를 가진 신경건축학은 연구 결과가 많지 않다. 그
of architecture and neuroscience? This short review defines
래서 앞으로 갈 길이 먼, 할일이 많은 ‘도전적인 분야’이 what neuroarchitecture is and describes the basic assumptions
기도 하다. 건축가들이 지금까지 예술적인 직감으로, 오 underlying this field. In addition, we also introduce several
랜 경험으로, 그간의 관행으로 해온 작업들을 하나하나 research examples obtained from neuroarchitecture field for
다시 들춰보고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건축학이 더 the last decade. Finally, we suggest how neuroarchitecture
없이 정교한 과학기술분야가 되려면 인간에 대한 이해를 potentially contribute to the advancement and evolution of
위해 심리학과 신경과학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통해 architecture in a more constructive, humane way.
공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경제적 조건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설계를 하고, 경험이나 직관이 아닌 과
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벽돌을 올리는 건축학으로 나아가
는데 신경건축학을 기여할 것이다. 신경건축학은 건축학
의 대안이나 보안이 아니라 ‘기본’이 되어야 한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