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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 191

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1)


The Correlation of Science-Technology and Ethics

홍 용 희
충주대학교

◈ 목 차 ◈

Ⅰ. 들어가는 말
Ⅱ. 인간의 삶과 과학기술
Ⅲ. 과학기술과 윤리의 연관성
Ⅳ. 과학기술과 환경윤리의 접목
Ⅴ. 맺는 말

<요약>

인류의 역사에서는 과학기술의 점진적인 발전이 항상 존재해 왔으며, 이에 따


른 인간의 사회적, 문화적 대응 및 조정이 때로는 비교적 순조롭게 때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루어져 왔다. 과학적 혁신이 대두될 때마다 필연적으로 이에
따른 새로운 사회적 제도와 가치관이 생겨났고, 사람들의 사회적 행동 규범과 윤
리 의식에도 큰 변화가 생겨났다.
우리는 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두 가지 차원으로 나
누어 접근해 볼 필요가 있는데, 그 하나는 과학기술계 내부에서 요구되는 윤리이
고, 다른 하나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윤리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학기

* 이 논문은 2008년도 충주대학교 교내학술연구비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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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윤리가 과학 내의 담론에 머물지 않고, 과학 외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된 것은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그 영향력이 매우 커졌고, 또한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심각한 부작용과 폐해를 낳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윤리는 과학기술에 대한 인간의 도덕적인 가치 판단을 탐구하는 학
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과학기술과 관련된 윤리는 종래의 개인적인 인
간 관계의 윤리가 아니라, 인류 공동체의 생존을 책임지는 문제에 초점을 두는 보
다 거시적인 윤리이다. 이처럼, 인류 공동체의 생존과 관련된 과학기술의 윤리는
개인의 양식과도 관련되지만, 자연 생태계의 파괴, 인류의 자멸을 초래할 수 있는
이기주의, 그리고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문제와 관련된 사회정의의 문제 등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해결하느냐 하는 기능적 윤리의 성격도 내포하고 있다.
한편, 과학기술의 발전과 급격한 정보화는 인간의 지식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
꾸어 놓았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단편적인 지식이나
과학기술이 아니라, 현실 세계를 선입견 없이 파악해서 윤리적인 시각으로 접근하
는 것이다. 과학기술과 제반 사회 문제의 상관 관계를 올바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과학기술에 대해 갖고 있는 태도를 규정해 준 여러 가지 문화적인 전제,
즉 기본적인 신념이나 윤리 규범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과학기술에 종속된 노예가 아니라, 그것을 창조적으로 이용
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우리는 인류의 복지를 위해 과학기술을 인간적이고 윤리적
으로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인간과 자연에 대한 과학기술의 영향을
평가하는 문제와 함께, 우리는 과학기술의 미래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인간적이고
윤리적인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만일 현대의 과학기술이 윤리적인 토대 위에서 인류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새
로운 통일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지금
까지 그러했듯이, 만약 세계 각국과 지역이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집하면서, 자라나
는 세대에게 이기적인 과학기술관을 심어준다면, 오늘날 세계사적인 위기의 해결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 사회의 주도적인 가치관은 물질주의와 소비 지향적인 생각을 행복과
동일시한다. 그러나 보다 인간적인 자기 성취와 자아실현은 이러한 잘못된 가치
지향을 바로 잡고, 진정한 자기 성취가 무엇인가를 묻는 가치와 태도의 근본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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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는 과학기술이 윤리적이고 인간


적인 가치를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과학기술과 환경윤리의 접목에서는 생태계가 지니고 있는 호혜, 평등, 공
존, 개방성, 다원성이 풍부해야 한다. 왜냐하면 과학기술과 윤리의 지속 가능성이
없이는 지구적 공평성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구 공동체
적 삶은 궁극적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자존심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주제어 : 기능적 윤리, 기술적 행위능력, 과학기술의 인간화, 과학기술의 윤리,


진보의 개념, 책임윤리, 환경윤리

Ⅰ. 들어가는 말

우리는 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윤리가 과학기술의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작용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
냐하면 오늘날 우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물질문명의 위기에 올바로 대처하기 위
해서는 과학기술의 부분적인 개선과 같은 미봉책만으로는 안되며, 과학기술에 대
한 사람들의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생활 양식
과 개발 행태의 윤리적인 전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윤리적
인 것이 인류의 모태이며, 생활의 원천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과학기술은 인간 활동의 산물이기 때문에 그것은 몰가치적일 수가 없다. 이러
한 차원에서 윤리는 과학기술에 대하여 인간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이고, 그것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이며, 과학기술에 대한 인간의 책임이 무엇인가를 분
명히 밝혀 주어야 한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윤리는 오늘날 인류 사회의 위기는 단순히 과학기술적 접근
이나 정치, 경제, 사회체제의 개선만으로는 그 극복이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출발
한다. 따라서 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은 인류의 위기가 인간의 과학기술에 대한
잘못된 관점과 발상에서 비롯되었다는 전제에서 출발된다. 다시 말하면,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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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무분별한 발달로 인한 지구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윤리학


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윤리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패러다임의 변화
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윤리는 지속 가능한 과학기술을 만드는 관점과 방법의
현실적인 토대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자본주의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배
려를 앞세우는 새로운 형태로 다시 진화하고 있는 것처럼, 과학기술도 윤리적 토
대 위에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그러므로 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은 어느 한 국가나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세계 공동체 차원의 담론이 절실히 요청되는 현대 사회의 현안 문제로 등
장하였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먼저 인간의 삶과 과학기
술의 실태를 살펴 본 다음, 과학기술과 윤리의 구조적 연관성을 구명하고 적용하
고자 하였는데, 여기에서는 논의의 초점을 좁히기 위해 과학기술 시대의 환경윤리
를 주로 논의하고자 하였다.

Ⅱ. 인간의 삶과 과학기술

현대인은 과학기술의 무분별한 발전으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어렵고


심각한 문제들에 당면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경이로운 생활환경을 제공해 주었고, 각종 질병과 재해로부터 인간을 보호하
는 데에도 커다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각종 물질적인 개발과 과학기술
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해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자체가 인
간의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1. 과학기술의 양면성

오늘날 과학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기술 의존이 심화되면서 인


간에 대한 기술의 지배가 점차 강화되고 있으며, 그와 더불어 인격적 품위와 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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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가능케 해주는 인간의 주체적, 자발적 이성 능력이 약화되고, 자유에 대한 열망


이나 인간적 감정에의 진정성, 책임 의식 등이 둔화되고 있다.1)
또한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도덕적 판단
이나 윤리적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에 수시로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복잡한 도덕적 추론을 하고, 윤리적 행위를 선택하거나 실행하는 과정에서 윤리학
적 접근은 필수적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2)
우리는 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두 가지 차원으로 나
누어 접근해 볼 필요가 있는데, 그 하나는 과학기술계 내부에서 요구되는 윤리이
고, 다른 하나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윤리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학기
술의 윤리가 과학 내의 담론에 머물지 않고, 과학 외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된 것은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그 영향력이 매우 커졌고, 또한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심각한 부작용과 폐해를 낳았기 때문이다. 3)
현대 과학기술의 특성을 한마디로 규정하면, 아마 ‘역설적’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과학은 관찰에 바탕을 둔 방법에 의해서 얻어진 지식
의 총체이고, 기술은 인간의 생존과 평안을 위한 수단을 총칭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과학은 지식이고, 기술은 우리가 물리적인 환경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나가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4)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달은 산업화와 도시화 등을 초래하여, 우리 인류에게 문
명의 이기와 편리성을 제공해 주었지만, 동시에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고 파괴하여
마침내는 생태학적 위기를 초래하였다. 특히 1960년대 이후 산업화에 따른 자연자
원의 무절제한 개발 및 고갈과 환경오염은 개발과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환상이었음을 입증한다고 하겠다.
다시 말하면, 과학기술의 발달은 자연자원을 급격하게 소모시켰고, 산업화로 인
한 자연자원의 파괴와 오염은 마침내 환경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하여 생
태계의 파괴는 인류의 미래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또한 과학과 기술이 인간을
위해 통제되지 못할 때, 인간은 반성적인 사고 능력을 상실하게 되어, 인간이 거꾸

1) 조태훈, “기술산업시대의 인간과 윤리”, 권혁길 외, 공학윤리(인간사랑, 2007), p. 12.


2) 최문기, “공학윤리 접근의 이론적 토대”, 윤리연구 제68호(한국윤리학회, 2008), p. 29.
3) 한국윤리학회 편, 과학기술과 윤리(형설출판사, 2008), pp. 16-17.
4) 김용준, “과학의 역사성”, 김용준 외, 현대과학과 윤리(서울: 민음사, 1988), pp.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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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과학기술의 지배를 받게되는 인간소외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우리에게 과학


기술에 대한 윤리적 성찰을 요구한다고 하겠다.
인간은 생존을 위하여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왔지만, 인간의 생존 기술은 다른
동물들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에서 발전되어왔다. 현대 과학의 급격한 발
달은 과학기술 만능의 풍조를 불러일으켰고, 인류의 생활양식, 사고방식, 가치관
등에 극심한 변혁을 초래하여 생태계의 평형을 파괴하기에 이르렀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생존의 여건들을 자신의 손으로 파괴함으로써 스스로 생존
가능성을 위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지구상의 환경을 훼손해 온 핵심적
인 주체는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현대의 과학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인
류의 복지 수준을 증진시키려고 노력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5) 현대 문화가 지
니고 있는 역설적 성격, 즉 인간이 선의의 목적을 갖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할수록 오히려 더욱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기묘한 특성은 현대인들로
하여금 매우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이러한 현상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인간의 이성과 지혜로는 풀 수 없는 숙명
적인 문제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현재의 위기 상황
은 역사적으로 누적되어 온 인간 활동의 한 부정적 결과이기 때문에, 그 해결책도
다름 아닌 인간에 의해서 모색되어져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적인 가치의 연구는
주체적, 실천 윤리적인 선택 내지는 결단의 과정, 즉 우리는 무엇을 가치 있는 것
으로 여길 것인가라는 주체적 실천의 지침에 대한 반성과 관련된다.

2. 과학기술의 인간화

우리는 현대 사회가 지니고 있는 과학기술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여, 과학


기술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가 지녀 온 가치 관념이 보다 고차적이고 윤리적인 새
로운 가치 관념으로 조속히 전환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이러
한 새로운 가치 이념의 탐색을 위한 윤리적인 노력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러한 윤리적인 노력을 시도할 경우, 가장 어려운 문제는 어떤 가치 이념
이 정말로 바람직한지를 판정할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6)

5) 장회익, “과학과 윤리의 구조적 연관성과 현대 사회”, Ibid., pp. 8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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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가치 이념은 행위의 방향을 제시해 줄 당위의 개념뿐만 아니라, 보다


넓은 의미로도 사용될 수 있는 개념이므로, 당위나 윤리 규범, 또는 인간화의 추구
라는 것으로 국한시켜 생각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윤리 규범은 어느 특정한
시기에 특정인이 만들었다기보다는, 사회의 문화적 전통과 맥락 속에서 깊이 뿌리
내리고, 또한 오랜 진화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윤리 규범은 대부분의 다른 가치 관념들과는 달리 당위 의식을 매우 강하게 내
포하고 있는 관념이다. 이는 윤리 규범이 단순히 행동에 부여된 가치 관념이기 때
문만은 아니며, 더욱 중요한 것은 나와 남 사이에, 그리고 우리편과 상대편 사이에
막혀 있는 생리적, 심리적 장벽을 어떻게든 뛰어넘어야 한다는 요청이 있기 때문
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윤리 규범 자체를 성역에서 끌어내려 의식적으로 비판
하고, 적극적으로 수정해야 할 특별한 경우도 발생한다. 본원적인 당위가 주어졌다
고 할 때, 이로부터 현실적인 윤리 규범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쉬운 일
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현실 상황의 파악 및 합리적인 행위 결과의
예상을 위한 믿을 만한 지식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며, 또한 이를 활용하여 엄격히
결과를 도출해 내려는 냉철한 자세를 지녀야 한다.
다시 말하면, 과학기술의 인간화를 위한 윤리 이념의 추구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것은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본원적인 당위의 내용을 설정
하고, 이를 실천 의지 속으로 수용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는 장엄한
우주의 질서와 그 안에서 주어진 삶의 기회를 경건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하며, 모
든 삶의 모체가 되는 생태계의 보존과 그 안에서 태어난 모든 의식 주체들의 인간
적인 삶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것을 본원적인 당위로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한다. 7)
우리가 생태계를 잘 보전해야 하는 근본 이유는, 인간이 자연환경을 파괴하면
그것은 인간 자신까지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은 인간 활
동의 산물이기 때문에, 그것은 몰가치적일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의 참담
한 생태학적 위기를 초래한 과학기술의 윤리적 기초를 묻지 않을 수 없으며, ‘지식
의 생태학’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6) Ibid., p. 107.
7) Ibid., pp. 129-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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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특징은 자연환경을 지배하는 유효한 수단이라는 논리 속에서 인간


의 경험을 도구적으로 정리해 주는 과학기술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사회문화
를 변화, 발전시켜왔다는 점과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달은 문명발달의 척도가 되어
왔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과학기술의 창조성과 인간의 사회적, 윤리적,
환경적 가치는 서로 갈등 관계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당면한 어려운 문제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에 대
한 우리의 태도와도 관계된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과학기술의 영향을 평가하는
문제와 함께, 우리는 과학기술의 미래를 평가하는데 있어 인간적, 환경적 가치가
어떻게 관련되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간적, 환경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이용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을 인간화하는
문제는 생태학적으로 건전하고, 사회적으로 정의로우며, 인간의 성취에 이바지할
수 있는 창조적인 과학기술의 개발과 연계되어야 한다. 인간적, 환경적 가치를 윤
리적인 원칙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 정치적 고려, 개인의 삶의 양식에 어떻게 반
영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매우 현실적인 지혜를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을 주축으로 형성된 현대 문명의 근본적인 문제는 물질적인 차원의 문
제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가치 체계, 동기, 태도의 문제와 관련된다. 여기에서
본질적인 문제는 기계적인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인류가 영원히 물질
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룩해 갈 수 있다고 믿는 진보의 개념과 관계된다.
우리는 지금 점점 더 고갈되어가고 있는 자연자원 때문에 더 이상 우리가 그
동안 믿어왔던 진보와 성장의 개념을 유지할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8) 따라서 우
리는 유한한 자원을 보존하고 지구의 파멸을 방지하며,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이제까지 우리가 믿어왔던 진보의 개념을 대체할 새로운 신념을 찾아야만
하는 실정에 처해 있다.
진보의 개념은 특히 과학기술의 발전과 관련하여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동
시에 과학기술자의 윤리적 책임 문제를 낳는다. 진보의 개념은 흔히 진화와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진보가 어떤 윤리적인 질서의 실현을 뜻한다면, 진화는
가치 중립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9)

8) 정재식, “과학과 가치와 인간화”, 김용준 외, op. cit., p. 147.


9) E. R. Dodds, "Progress in Classical Antiquity", Philip P. Wiener, ed., Dictionary of the
History of Ideas, 3(New York: Scribner's, 1978), pp. 64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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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태계를 유지하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우리의 가치관과 과학기술의


방향을 재정립하고 인간 사회에 대한 비전을 추구해야 한다. 즉, 과학기술은 물질
적인 생산보다 인간 조건의 개선을 위해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10)
인간화된 과학기술은 환경윤리적인 가치와 인간적인 가치를 함께 유지하면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효율성이 있는 과학기술을 말한다.
슈마허(E. F. Schumacher)는 인간화된 과학기술을 ‘적절한 기술’, 또는 ‘인간의 얼
굴을 가진 기술’이라고 불렀다. 11) ‘인간의 얼굴을 가진 기술’이라는 말은 비인간적
인 거대한 기술과 이와 관련된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지향적인 경제와 엘리트 중
심의 정치와는 다른 대안적인 기술을 말한다.
인간화된 과학기술은 고도로 발달된 자본집약적이고 에너지 의존적이며 대량
생산적인 과학기술이 아니다. 대량 생산적인 과학기술은 값비싼 기계와 대도시에
집중된 고도로 훈련된 노동자들을 필요로 하고 자원의 낭비가 심하여 인간을 기계
화한다. 이에 비해 인간화된 과학기술은 생태학적으로 건전하고 대중의 참여를 권
장하며, 많은 실업자들에게 직장을 제공하고, 노동자들로 하여금 창의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인간적인 과학기술이다.
인간화된 과학기술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에게 ‘상상력과 공포감을 떨쳐 버리려
는 노력’을 요구한다. 12) 또한 우리에게 필요한 과학기술은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
산업기술에 대한 환멸, 대체적인 삶의 양식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는 중간적인 과
학기술이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은 그 동안 유행되어 온 ‘전
지구 목록’과 관련된 생태학적 운동, 유기적인 농업, 재생산적인 에너지와 여러 가
지 공동체적인 자활(自活), 자조(自助) 운동에 잘 반영되고 있다.
중간적인 과학기술은 크고 작은 기술들을 인간적인 요구와 생태학적인 필요 및
인간 중심의 삶에 맞도록 재조정하는 것인데, 이와 관련하여, 슈마허는 “과학기술
의 선택은 모든 선택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13) 우리는
과학기술 시대의 가치와 신념을 논의할 때, 과학기술 사회의 주도적인 사회적 패

10) Erich Fromm, The Revolution of Hope : Toward a Humanized Technology(New York:
Bantam, 1968), pp. 56-58.
11) E. F. Schumacher, Small is Beautiful(New York: Harper & Row, 1980), pp. 142-175.
12) Ibid., p. 155.
13) Ibid., p.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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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다임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는 사회적 실재에 대한 해석을 제공해 주며, 우리의


행동과 기대감의 지침이 된다.
20세기의 전반부까지를 ‘물질과학’의 시대라고 한다면, 20세기의 후반부부터는
‘생명과학’ 내지는 ‘환경과학’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미래의 과학기술은
인간의 얼굴을 가진 인간 척도의 과학기술이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물체의 과학
(science of thing)으로부터 인간성의 과학(science of humanity)으로 그 방향을 전
환시켜야만 생태학적 균형을 회복할 수 있고, 인류의 생존윤리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14)
과학기술 사회의 주도적인 가치관은 물질주의와 소비 지향적인 생각을 행복과
동일시한다. 그러나 보다 인간적인 자기 성취와 자아실현은 이러한 잘못된 가치
지향을 바로 잡고, 진정한 자기 성취가 무엇인가를 묻는 가치와 태도의 근본적인
변화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진정한 자기 성취와 자아실현을 위해서는
평생교육, 예술적인 자기 표현, 따뜻한 인간 관계, 자연에 대한 사랑 등과 같은 인
간적인 경험을 중요시하는 가치관과 태도가 재정립되어야 한다.

Ⅲ. 과학기술과 윤리의 연관성

과학기술과 윤리는 공생공사(共生共死)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과학이


윤리적인 토대 위에서 인류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새로운 통일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과학기술에 종속
된 노예가 아니라, 그것을 창조적으로 이용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우리는 인류의
복지를 위해 과학기술을 인간적이고 윤리적으로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1. 과학과 윤리의 구조적 상관성

인류의 역사에서는 과학기술의 점진적인 발전이 항상 존재해 왔으며, 이에 따

14) 정재식, op. cit., pp. 191-196.


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 201

른 사회적, 문화적 대응 및 조정이 때로는 비교적 순조롭게 때로는 상당한 어려움


을 겪으면서 이루어져 왔다. 과학적 혁신이 대두될 때마다 필연적으로 이에 따른
새로운 사회적 제도와 가치관이 생겨났고, 사람들의 사회적 행동 규범에도 큰 변
화가 생겨났다. 따라서 인간의 기술적 행위 능력과 윤리 규범 사이의 이러한 역동
적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과학과 윤리의 구조적 상관성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여기에서는 인간의 기술적 행위 능력을 종래의 경
험기술적 행위 능력과 현대의 과학기술적 행위 능력이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대별
하고, 이들 각각에 상응하는 윤리 규범을 논의하고자 하였다.

1) 경험기술적 행위 능력
인간의 경험기술적 행위 능력에 상응하는 윤리 규범은 전통 문화적 가치 이념
이라고 할 수 있다. 종래의 경험기술적 행위 능력은 그 행위 대상의 범위가 대체
로 소수의 개인에 영향을 미치는 소규모의 환경 여건 조성에 국한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종래의 경험기술적 행위 능력은 개별 인간, 또는 소수 집단의 생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 범위에 속하는 것이었다.
전통 문화적 가치 이념 속에서는 개별 인간으로서의 인간의 존엄성이 강조되었
으며, 따라서 대인 관계의 행위 규범이 중요시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집합으로서의
가정과 종족, 제도화된 사회조직으로서의 국가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집
합적 존재 단위로서의 전체 인류와 생태계의 개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전통 문화적 행위 규범 속에서는 행위 결과의 중요성보다는 행위 동기의 중요
성이 우선적으로 강조되었다. 실질적인 삶의 현장에서 반영되는 것은 행위의 동기
가 아니라 행위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행위의 동기만이 강조되고 있는 것
은 행위의 동기가 좋으면 행위의 결과도 대체로 좋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입력과 출력의 관계가 매우 단순했던 종래의 경험기술적 행위 능력의
범위 내에서는 동기와 결과가 거의 상응하도록 행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전제는 어떤 의미에서는 유효한 것이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을 인간의 행위에 도입
할 경우, 그 행위의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복합적이므로, 행위의 결과에 대하여 충
분한 책임을 묻지 않는 동기 위주의 행위 규범은 큰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다.
전통 문화적 행위 규범은 대체로 행위 자체를 선한 행위와 악한 행위로 구분하
202 윤리연구 제72호

여, 사회적인 상황 여건과 무관하게 그 옳고 그름을 판정하려는 경향성을 지닌다.


이는 비교적 고정적인 사회적 상황 여건 하에서만 행위를 하게 되는 전통 사회에
서는 별 무리 없는 실용적인 행위 규범일 수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적 행위 능력
의 출현에 의해 행위자가 처한 사회적 상황 여건이 수시로 변화되고 있는 현대 사
회에서는 대단히 위험한 행위 규범일 수밖에 없다. 15)

2) 과학기술적 행위 능력
과학기술적인 행위 능력이 종래의 경험기술적인 행위 능력과 구분되는 성격적
특성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생각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점은 행위의 대상이 지니는 성격의 차이인
데, 현대의 과학기술적 행위 능력은 전체 인류 및 생태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 범위에 속한다. 이러한 점에서 과학기술적 행위 능력은 경험기술적 행위
능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차원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과학기술적 행위 능력이 지니고 있는 성격적 특성은 그 효과의 복합적인
연관성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종래의 경험기술적 행위 능력의 범위 내에서는 입
력과 출력 사이의 관계가 단일 변수의 선형함수적이지만, 과학기술적 행위 능력은
그것이 초래하는 변화의 폭과 정도가 매우 크기 때문에, 입력과 출력의 관계가 매
우 복잡한 복합적 비선형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셋째, 과학기술적 행위 능력에 의해 야기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특성은 행위자
가 처하게 될 사회적 상황 자체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급격하
게 변화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과학기술적 행위의 결과가 행위자가 처한 사회
적 상황과 여건에 지속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결과적으로
행위자는 항상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사회적 상황이나 환경에서 행동하도록 요청
된다.
이처럼, 과학기술적 행위 능력과 경험기술적 행위 능력 사이에 존재하는 성격
적인 차이점을 규정하면, 전통 문화적 가치 이념은 오직 경험기술적 행위 능력의
범위 내에서만 행동 지침으로서 기능할 수 있으며, 과학기술적 행위 능력이 미치
는 영역에서는 거의 아무런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

15) 장회익, op. cit., pp. 95-98.


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 203

구하고 아직까지 현대 사회는 과학기술적 행위 능력에 상응하는 어떤 확고한 새로


운 윤리 규범도 확립하지 못했다.16)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오늘날 새로운 과제와
도전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과학기술과 책임윤리

과학기술과 제반 사회 문제의 상관 관계를 올바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자연에 대해 갖고 있는 태도를 규정해 준 여러 가지 문화적인 전제, 즉 기본적인
신념이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연과 인간에 대한 과학기술
의 영향을 평가하는 문제와 함께, 우리는 과학기술의 미래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인간적이고 윤리적인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1) 기능적 윤리
현대의 과학기술적 행위 능력에 상응하는 새로운 윤리 규범을 정립하는데 있어
서, 우리는 어떠한 가치를 더 중요한 것으로 여기고 선호해야 하느냐 하는 어려운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선택의 문제는 우리가 인간답게 살기 위
하여 마땅히 해야만 하는 책임이 무엇이며, 또 사회적, 문화적으로 우리가 결정해
야 할 정책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와 관련된 윤리적 사색을 요구한다.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윤리는 기존의 개인적인 인간 관계의 윤리가 아니라, 인
류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을 책임지는 문제에 초점을 두는 보다 거시적인 윤리이
다. 이와 같이 인류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에 관련된 윤리는 개인의 양식과도 관계
되지만, 자연 생태계의 파괴, 인류의 파멸을 초래할 수 있는 대량 살상 무기, 생명
경시 풍조, 인간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키려는데 관심을 갖는 정의의 문제 등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해결하느냐 하는 기능적 윤리의 성격을 띤다. 이는 종래의 존
재론적인 윤리로부터 인간이 살아남기 위하여 우리가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하느냐 하는 규범적인 평가와 관련된 책임윤리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인간의 지식이 그 기술적 응용을 거친 산업화, 기계화, 정보화 등을 통하여 인
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기존의 사회 구조나 규범

16) Ibid., p. 98.


204 윤리연구 제72호

적 기준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을 탐구하려는 과제는 과학기술과 윤리의


연관성에 관한 매우 어려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므로 과학기술과 관련된
윤리는 단지 도덕적인 원리나 규범 체계라는 좁은 의미보다는, 과학기술에 대하여
인간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이고, 과학기술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떠하며, 과
학기술에 대한 인간의 책임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밝혀 주어야 한다.
이처럼 과학기술과 관련된 기능적 윤리는 순수한 지적인 직관이나 계시, 형이
상학적인 존재론적 규범과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 과학이나 핵 과학, 의료 기
술 등의 놀라운 발전으로 조성된 구체적인 현실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인간답게
살아남느냐 하는 문제에 우선적인 관심을 갖는다. 다시 말해, 과학기술과 관련된
윤리는 인간의 생명에 대한 외경이나 인간 존중, 자유, 평등, 정의 등과 같은 미래
지향적이고 보편적인 가치 체계의 관점에서 재평가되어야 한다. 17)

2) 인간과 진보의 개념
진보의 개념, 즉 인간의 역사는 바람직한 미래를 향하여 어느 정도 지속적으로
진행된다는 생각은 17세기말에 형성되기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 바람직한 것이냐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우
리는 진보나 진화를 논의할 때, 인간의 본성은 상황과 제도 및 교육에 따라 바뀔
수 있거나 윤리적으로 성숙해 질 수 있느냐 하는 점들을 묻게 된다. 인간이 윤리
적으로 성숙해 질 수 있다는 낙관적인 신념은, 인간의 본성도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화될 수 있다는 이론과 인간의 지식이 증가하면 인간의 행위도 개선될 수 있다
는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18)
진보의 개념은 흔히 진화와 같은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진보가 어떤 윤리
적인 질서의 실현을 의미한다면, 진화는 가치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어떤 사물의 복잡성과 분화가 진행되는 것을 반드시 진보적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진보의 개념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관련하여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과학자의 윤리적인 책임 문제를 낳는다. 또한 인류 역사상 진보의 개념은

17) 정재식, op. cit., pp. 140-141.


18) Ibid., 149-150.
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 205

이데올로기의 도덕적인 요소와도 연관되어 왔다.


이와 같이 진보의 개념은 양(洋)의 동서를 막론하고 역사적인 추세의 윤리적
성격을 규명하는 일, 즉 인간에게 좋은 것이 무엇이냐를 규정하는 도덕적인 개념
과 연관된다. 또한 진보의 개념은 우리가 지구상에서 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공동의 과제로 삼아야 할 일이 무엇이며, 극복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를 비판적
으로 생각해야 하는 원칙들을 모색하도록 촉구한다. 19)
지금까지 진보의 개념은 기계적 세계관을 내포하는 뜻으로 사용되어 왔다. 즉,
진보의 개념은 무질서한 자연계가 질서 있는 물질적 환경으로 변화되고, 그것을
인간이 이용하게 된다는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이는 원초적인 자연을 인간의 조
작을 통해 인간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 방법, 다시 말하면 과학의 발전을
진보의 개념과 동일시했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우리는 과학은 방법론이며, 이를 통
해 얻은 자연에 관한 지식을 응용하는 기술은 과학과 더불어 기계적인 세계관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기계적 세계관은 진보의 개념과 연관되면서, 무질서한 자연계를 과학,
즉 질서 있는 물질적 환경으로 만들고 그것을 인간이 이용하게 된다는 낙관주의적
인 견해를 낳았는데, 이러한 현대의 세계관은 그 동안 현대 사회를 지탱해 온 에
너지 환경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변화되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놓여 있
다고 할 수 있다. 20) 인간의 진보 개념은 무엇보다도 환경 보전의 가치에 연관되어
있는데, 다음 장에서는 과학기술과 환경윤리의 상관성을 논의하고자 하였다.

Ⅳ. 과학기술과 환경윤리의 접목

최근 우리 정부는 “저 탄소 녹색 성장은 녹색 기술과 청정 에너지로 신 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 국가발전 패러다임”이라며, “이를 우리 나라의 새로
운 비전 축으로 제시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21) 환경문제의 근저에는 자연을 정복

19) E. R. Dodds, op. cit., pp. 647-649.


20) Jeremy Rifkin, Entropy: A New World View(New York: Scribner's, 1978), pp. 647-649.
21) 조선일보, 2008. 8. 15.
206 윤리연구 제72호

의 대상으로만 본 인간의 잘못된 자연관과 진보관이 놓여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과학기술에 대한 인간의 인식 체계를 근본
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동양의 조화로운 자연관 및 윤리적인 진보의 개념
은 오늘날의 환경위기를 극복하는데 귀중한 교훈이 될 수 있다.

1. 인간과 자연의 관계

우리는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가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다


른 생명체를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즉, 인간은 그
모태인 자연과 환경 앞에서 겸허해야 하고, 또한 환경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 인
간과 자연환경은 동반자 관계라고 인식하는 것이 절실하다.

1) 인간과 자연의 분리
환경문제의 근원은 우선 인간과 자연의 관계 설정에서 찾아질 수 있다. 인간은
과학기술을 토대로 자연을 정복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자연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
으며, 이에 과학기술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인간 자신이 너무나 나약한 존재임을 절
감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생태학적 위기의 근원은 인간의 오
만과 과학기술 만능주의에 있다고 하겠다.
오늘날 화학 물질의 범람에 따른 환경 호르몬 문제와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감
소 등 전 지구적 환경 문제가 세계인의 인식과 행동 양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에드
워드 윌슨은 최근 그의 저서 ‘생명의 미래’에서 인간을 자연의 연쇄 살인범으로 단
정하면서, 인간이 어떻게 지구의 생태 환경을 병목 현상으로 몰아가고 있는가에 대
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자연의 도살 현장에서는 언제나 경제주의자, 즉
인간중심주의자와 환경주의자, 즉 생물중심주의자 간의 각축이 벌어진다. 조금 살만
하다 싶을 때에는 환경주의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듯 하다가 경제 지표
가 조금만 나빠지기 시작하면 황급히 인간중심주의 논리로 복귀한다. 급기야 우리는
열대 다우림 15곳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종(種)이 절멸 위험에 처해 있는 ‘중요 지점
(hot spots)’ 25곳을 지정하여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22)

22) 에드워드 윌슨 지음, 전방욱 옮김, 생명의 미래(사이언스북스, 2006) 참조.


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 207

또한 보우헤이(A. S. Boughey)도 생태학적 위기에 관해서 “지난 20년이래 우


리는 너무나 많은 공해 요소와 소비, 너무나 많은 독소와 긴장을 만들어 냈다. 동
시에 식량, 에너지, 주거, 교육, 건강 등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너무나도 부족한 상
태에 있다. 우리는 화석연료, 광석, 농경지, 녹지, 야생 동식물, 공기, 물, 황야 등과
같은 자연자원을 낭비했다. 재난은 이미 닥쳐왔고, 이는 우리 자신과 생태계의 모
든 지평에 걸쳐 있다.”고 말했다. 23)
한편, 카슨(R. Carson)은 생태학적 위기의 근원을 공해라고 보면서, “지구환경
에 대한 인간의 침해 중에서 대기, 토양, 강과 바다가 가장 위험스럽고 치명적인
물질로 오염되고 있다. 공해는 자연의 원상 회복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제 악
마의 사슬, 즉 공해는 생물 속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물계 내에
서조차도 대부분의 경우 이를 물리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24)
그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생태학적 위기에 관해서 경고를 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자연에 대한 침탈과 파괴를 일삼았던 개발 중심의 사고방식과 정
복 지향적인 자연관은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키고, 자연의 훼손과 자원의 남용을
정당화함으로써 자연 생태계의 위기를 초래하였다. 다시 말해서, 생태계의 평형과
순환과정에 대한 인간의 무지와 몰이해는 환경오염을 가속화시켰고, 이에 따른 생
태계의 불균형과 자정능력(自淨能力)의 상실은 자연환경의 위기를 가져왔다.
이러한 자연환경의 위기는 지구촌의 붕괴 위기, 즉 인류의 위기를 가져왔고, 인
류의 평화공존에도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 지구촌 붕괴의 원인은 다름 아닌 인
간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할 줄 모르고, 자연을 착취와 수탈의 대상으로 여겼기 때
문이다.
다시 말하면, 생태학적 위기는 근본적으로 환경에 대한 인간의 잘못된 인식에
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환경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
는 이유는 그 원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해결 방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
가 환경문제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혹은 인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환경문제가 실제로 우리에게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
하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고 그 해결 방안을 알고 있

23) A. S. Boughey, Man and the Environment(New York: Mcmillan, 1986), p. 2.


24) R. Carson, Silent Spring(Boston: Houghton Mifflin, 1962), p. 6.
208 윤리연구 제72호

는 경우에도, 그것을 시행하기 위해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거나 개인적 희생을 하


는 것이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
도 적지 않다.
환경문제의 특징은 그 발생 원인이 복잡하고 다양하여,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를 구체적으로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점과 한번 오염이 되면 재생 능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원상 복구가 대단히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환경문제는 사전 예방적인
대책이 최선이라고 하겠다.

2) 인간과 자연의 관계 교정(矯正)


오늘날 환경문제는 사회문제 가운데에서도 인류의 생활 터전을 근본적으로 위
협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자연환경의 오염은 생태
계의 파괴와 더불어 인간의 삶마저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문제는 생태학적 위기라는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이러한 생태
학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태학적 법칙과 현상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는 과학적인 작업도 필요하지만,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도덕적인 관심을 촉
구하는 윤리학적 작업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하겠다.
잘못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교정하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윤리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철학과 정치경제 및 종교의 문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해결을 위해
서는 여러 가지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생태학적 위기를 극복
하기 위해 물질적 이익 추구에 매몰된 경제적 공간 밖으로 삶의 테두리를 넓혀 거
대한 우주적 생명활동에 스스로 참여해야 한다. 25)
우리 조상들은 인간은 자연의 일부분이므로 그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을 파괴하거나 오염시키는 것은 죄악이라고 여기고,
그런 행위에 대해서는 엄하게 다스려왔다. 동양 사상에서도 자연과 우주는 서로
의존하고 끊임없이 보완하면서 조화와 형평을 이룬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도가사상(道家思想)은 인간이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자연의 섭리에 순응
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도가에서 말하는 ‘자연’은 자발적
이고 근원적인 무위(無爲)이며, 또한 ‘스스로 그러함’을 의미한다. 즉, 자연의 섭리

25) 김종철, “생태학적 상상력”, 녹색평론, 2003, 참조.


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 209

에 인간의 욕망이 무리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부터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지구환경의 위기는 바로 인간 자신의 위기이기 때문에,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내면적인 의식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한 환경은 임기응변적이고 단기적인 대응으로는 보전이 어렵기 때문에, 더 이상
환경이 오염되지 않도록 우리의 생활태도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먼저 생태계의 평형과 보전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을 가져
야 하고, 인간은 자연환경의 지배자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이나 행동은 우리의 생태학적 양식을 키워나가는 기초가 될 것
이다.
한편,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
회, 문화, 교육 등 인간의 모든 생활영역이 총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인구 증가의 억제, 자연에 대한 경외심의 함양, 환경 친화적인 개발 정책, 환경영
향 평가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 지금 우리에게는 환경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와 지역의 행동지침이 되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인 공
조체제가 필요함을 알리며, 국가와 지역의 특성에 따라 실천이 가능한 방법을 찾도
록 지원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세계인들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환경의 질
을 개선해야 한다는 동일한 과제를 안고 있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절차
와 방법에서는 아직도 서로 다른 의도와 의사결정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 지속 가능한 생태공동체

지속 가능성은 결국 잘 사는 사람들의 자원에 대한 갈망을 억제하는 것과 관련


된다. 즉, 지속 가능성은 깨끗함뿐만 아니라, 동시에 경제적으로 자원 흐름의 양과
전체 자원 소비의 양을 감소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원에 덜 의존
하면서 부를 창조하는 사회 체제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현대적 의미
의 유토피아는 깨끗한 사회가 아니라, 오히려 가벼운 사회, 자원 저소비 경제 체제
라고 할 수 있다.
210 윤리연구 제72호

1) 생태공동체의 의미
환경이란 일반적으로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을 총칭하는
말이다. 자연환경은 해양을 포함한 지하, 지표 및 지상의 모든 생물과 이들을 둘러
싸고 있는 비생물적인 것을 포함한 자연의 상태를 말하며, 생활환경이란 공기, 물,
폐기물, 소음, 진동, 악취 등 인간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환경을 말한다. 생태 공동
체는 이와 같은 자연환경과 생활환경을 모두 포괄하는 하나의 체계적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생태 공동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있는 다양한 맥락을 보면,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이념의 의미로 사
용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장소적 개념으로, 또 어떤 사람은 사회 형태의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생태 공동체의 의미가 다양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개념
정의가 불명확한 공동체라는 말 때문이다.
공동체는 흔히 공동의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단의 의미로 사용되
고 있지만, 쓰는 사람의 편리에 따라 수많은 용례가 있어온 것이 사실이다. 한편,
생태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세계적으로 자본주의
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197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생태는 살아 있는 것
들과 환경 사이의 관계, 또는 그 상호 작용에 대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태 공동체라는 말은 순수 생태학적 의미와 생태사회론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실제로는 사람들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주로 구미에서는 생태 공동체라는 용어가 순수한 생태학적 의미로 사용되어 왔고,
또 생태사회론적 의미로도 사용되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대체로 에코 빌리지
(eco-village)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생태 공동체라는
말은 이념의 의미와 생태적 지역 공동체의 의미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생태 공동체는 생태, 공동체, 영성의 세 가지 구성
요소가 하나로 되어 그 내용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세 가지 구성 요소는 각자 고
유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느 하나가 다른 둘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
문에, 일즉다(一則多), 다즉일(多則一)의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생태 공동체의 성공 여부는 결국 영성적 요소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
에서 말하는 영성은 기존의 종교에서 추구하는 믿음과는 차원을 달리 한다. 기존
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 211

의 종교에서는 믿음을 위하여 다른 세속적인 가치의 희생을 요구하지만, 생태 공


동체에서는 세속적 일상 속에서 영성을 추구한다.26)

2) 지구적 공평성과 생태공동체


과거 오래 동안 사람들은 환경이란 더러움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환경 보호는
오염되지 않도록 공기와 물, 그리고 땅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해 왔는
데, 이러한 생각이 지향하는 유토피아는 깨끗한 사회의 창조였다. 그러나 깨끗함만
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은 보다 더 중요한 많은 것을 의미한다
고 할 수 있다.
자원을 저소비 해야 하는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생태적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공평성의 이유이다. 만약 자원 고소비자들이 그들의 자원 소비를 줄
이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동등한 권리와 기회는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오
늘날의 생태적 한계 앞에서 우리가 더 많은 정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사
람들뿐만 아니라, 부자들에게도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은 부의 형식은 더 많은 공평성을 획득하는데 주요한 장애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부의 형식은 민주화될 수 없고, 세계로 확산될 수도 없
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부를 재창조하는 것인데, 특히 정의를 실
현할 수 있는 부,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도입할 수 있는 부, 쉽게 말하면 자원을
저소비 하는 부를 창조하는 것이다.
자원을 저소비 하는 부를 창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27) 그 하
나는 더 큰 효율성의 길인데, 이는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좀 더 현명하고
올바르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만족의 길인데, 흔히 좋은 삶으로 표현되기
도 한다. 이는 좀 더 적은 재화로 행복해지는 기술과 관련이 있으며, 우리의 가치
관과 행위에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셋째는 더 큰 조화의 길인데, 이는 자원의 흐름
을 자연의 흐름과 양립 가능하도록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면, 생태주의는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을
의미한다. 생태주의는 단지 동식물을 보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시

26) 황대권, “생태 공동체와 한국 사회운동”, 비평(생각의 나무, 2004), pp. 111-113.
27) 볼프강 작스, “세계화 시대의 에콜로지와 정의”, 녹색평론 제74호(녹색평론사, 2004), p. 17.
212 윤리연구 제72호

민권을 보장할 수 있는 조건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생태계에 기반을 두지 않고는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에콜로지(ecology) 없이는 공평성도 시민권도 보장될 수 없는 시대가 도
래하였다. 다시 말하면, 오늘날의 정의는 더 많은 것을 제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이 아니라, 더 적은 것을 취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 사이에서 소박한 삶은 환경윤리의 핵심적 덕목으로 인식되
어야 한다.
생태주의는 자연환경 내의 무생물적 요소들도 생명체만큼 가치 있는 것으로 인
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존의 이론적 분석의 틀 안에서 환경윤리를 정립하
려는 시도를 거부한다. 다시 말하면, 생태중심주의는 인간중심주의와는 근본적으로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데, 우리의 윤리적 의무와 책임이 인간에게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비인간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도덕적 의무를 강
조하는 입장은 우리에게 생태 공동체적 삶을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3) 지속 가능한 생태공동체 모형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스스로 규정한 사회규범에 의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
하려고 하지만, 그것이 다른 생물 종의 생태적 지위(niche)를 침해하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지 생태계의 보복이 뒤따를 수 있다.
환경운동은 산업사회가 만들어낸 반환경적인 요소들을 반대하고 추방하는 것에
서 출발했고, 지금도 그러한 활동이 주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산업사회를 넘어서는 그 어떤 가치를 성취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반대보다
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창조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그러한 노력은 지속 가
능한 생태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생태 공동체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범위에서 구현되는 지역 공동
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지속 가능한 생태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경문제에 관한 세계윤리를 정립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생
태학적 위기는 국경을 초월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문제에 관한 세계윤리가 보다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과 문명권들이 함께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생태 공동체의 윤리적 기준과 원
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 213

칙을 만들어 나가는 조직이나 기구가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생태중심주의적인 삶과
사고를 확산시켜 나가는 일이다. 이는 유엔(UN)이라는 세계 최고, 최대의 다자간
틀 안에서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논의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지속 가능한 생태 공동체 모형은 20세기 말 이후 새롭게 분출된 다양한
사회운동들의 특성을 하나로 묶어주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우리는 대
안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대안을 말하지 못했던 것이다.
생태 공동체는 공동체의 상호 의존성에 주목한다. 그리고 생태 공동체는 가능
한 한 규모가 작은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환경적인 부담을 덜어준다. 예를 들면, 화
학비료 공장을 폐쇄하고 유기비료를 사용하면 대규모 비료 공장 플랜트는 필요가
없게 되고, 화학비료 공장의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결국 생태 공동체는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상호 의존과 직접적인 교환 관계를 복
원시킴으로써, 거래의 익명성과 이기적인 시장경제를 최종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생태 공동체 속의 개인은 타인은 물론이고, 자연계의 다른 피조물에 대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책임을 실천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28)
경제주의자들의 방식대로 국내총생산과 개인의 소비 수준을 측정하면, 세계의
부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미래의 세대도 사용해야 하는
생물권의 건강 상태로 다시 측정해 보면, 세계의 부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시장경제와 달리 자연 자원의 대부분은 한 번 고갈되면 재
생산되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환경문제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나라들이
개발과 환경보전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인류가 환경위기에서 벗
어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세계인들의 많은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자연환경의 오염이 초래한 삶의 해체와 그 결과를 주목하는 생태학적 성찰과
실천의 과정에서 등장한 생태사회주의, 사회생태주의, 심층생태주의, 에코아나키즘,
래디컬 에콜로지 등은 대개 서구의 근대적 경험에 대한 비판과 대안 모색을 그려
보는 상상력을 내포하고 있다. 29)

28) 구승회, “지속 가능한 생태 공동체의 이론 모델”, 비평(생각의 나무, 2004), pp. 95-97.
29) 조명래, “값진 자생적 생태담론”, 생각의 나무, 오늘의 우리이론 어디로 가는가, 현대 한국의 자
생이론 20, 2004, p. 273.
214 윤리연구 제72호

생태중심주의는 생태계 구성 요소간의 유기적인 상호 의존 관계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생태 공동체 담론과 인식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비인간
세계에 대한 인간의 윤리적 의무를 강조하는 입장은 우리에게 생태 공동체적 삶을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생태계와 인간의 본질적인 관계를 아는 생태학적 인
간의 공동체적 삶만이 진정으로 생태학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다고 할 수 있다.

4) 생태공동체적 삶
생태공동체적 삶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고려되
어야 한다. 왜냐하면 자연과 인간의 본질적 관계를 아는 생태학적 인간의 공동체
적 삶만이 환경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 이처럼 생태적 삶과 환경윤리
의 접목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이러한 생태공동체적 삶의 양식을 구현하는
문제와 관련된다.
환경윤리는 환경과 환경문제에 대한 가치 탐구와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므로 환경윤리의 정립은 자연환경과 생활환경 자체의 독자적
인 가치를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또한 환경윤리의 정립을 위해서
는 환경실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환경공학적인 접근 노력 및 그 가능성과 한계
에 대한 평가, 그리고 경제발전 단계에 따른 지역적인 차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
등이 요구된다.
환경 위기에 대응하려는 윤리학적 노력으로서의 환경윤리는 환경을 보는 인식의
전환, 또는 환경과 인간의 관계 재정립이라는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자연환경
이 인간에게 무엇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는 생물 중심적인 사고를 할 필요
성이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연환경 보전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
기에서 우리는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31)
첫째는 자연환경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자연은 단순히 인간을 위

30) Robert Disch, ed., The Ecological Conscience: Values for Survival(Englewood Cliffs, N. J.:
Prentice Hall, 1970), R. Cahn, Footprints on the Planet, A Search for an Environmental
Ethics(New York: Universe Books, 1978).
31) 진교훈, “환경윤리학과 그리스도교 윤리학의 만남 - 자연보전과 그리스도교인의 책임”, 그리스
도교 철학연구소 편, 현대사회와 종교(서울: 서광사, 1987), pp. 222-225.
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 215

해 봉사하는 것으로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며, 그 나름대로의 독자성을 갖고 있다.


이는 문명 비판적인 배경에서 자연과 인간이 하나라는 생각을 기초로 하여 환경윤
리를 확립하려는 시도라고 말할 수 있다.
둘째는 인간의 윤리적 의무의 범위를 시간적 · 공간적으로 확대해서 자연을 인
간의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인간과 자연의 올바른 관계를 규명
해 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인간 이
외의 것은 인간이 정해 놓은 목적에 따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인간의 책임과 윤리는 단지 인간 관계에서만 형성
되는 것이 아니며, 그 범위가 자연환경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인간적인 가치는 바람직한 삶이 무엇이냐 하는 비전과 관계되며, 이러한 차원
에서 우리의 선택은 환경보전의 가치에 연관된다. 환경보전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
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자연자원이 얼마나 오래 고갈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
느냐 하는 점이다. 유한한 자연자원이 유지되려면 인구가 적정선을 유지하고 자연
자원이 계속해서 재생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자원을 절약 · 보호하고
윤리적인 소비생활을 해야만 한다.
최근에 우리는 생태학을 통해서 모든 생물은 상호의존 관계에 있고, 서로 영향
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이 생태학적인 평형을 깨뜨리고 생태
계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가해 온 점을 우리는 뒤늦게나마 깨닫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간이 인간 이외의 다른 존재와 함께 구성하고 있는 생태계의 존속
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자연환경 보전의 윤리에 눈을 떠야 한다. 32) 공기와 물과
토양의 오염을 방지하는 일은 우리의 건강뿐만 아니라 심미적인 이유 때문에도 중
요하다.
그러나 환경보전, 경제 성장, 사회정의와 개인의 자유 등은 서로 상충되는 가치
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 가운데 무엇을 더 중시하고 우선적인 가치로 선택하느
냐 하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 흔히 기업의 이해관계 때문에 공해 방지를 위
한 법률과 규정이 후퇴되고, 댐, 고속도로, 발전소 등의 건설은 환경보존 문제를
도외시한 채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32) Van Rensselaer Potter, Bioethics: Bridge to the Future(Englewood Cliffs, N. J.: Prentice-
Hall, 1971), pp. 97-104.
216 윤리연구 제72호

이러한 환경파괴는 결국에는 농업의 생산력을 저하시키고 사람들의 건강과 생


명을 위협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해방과 환경보전은 서로 직결된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33)
환경윤리학은 좁은 의미의 자연환경 보전만이 아니라, 인간의 환경에 대한 인
식과 태도 및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삶의 자세의 확립까지도 포함하
는 개념이다. 흔히 인간과 환경 사이의 윤리적 관계라고 표현되는 환경윤리는 응
용윤리학의 한 분야일 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차원에서 윤리적 문
제의 발생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사회윤리학의 중요한 주제이다. 34)
우리는 환경윤리학의 과제를 어떠한 방향에서 정립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
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항에 유의할 필요가 있는데, 그 첫째는 문제의식의
제공이고, 둘째는 해결방향의 제시이다. 왜냐하면 명확한 문제의식이 없다면 진정
한 문제해결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환경문제를 분명히 인식하고 현재
우리가 지니고 있는 가치관이나 태도가 새로운 것으로 조속히 대치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새로운 가치이념(당위 또는 윤리)의 탐색을
위한 의식적인 노력에 시급히 착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35)
생태학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가치이념의 추구 과정에 있어서 가장 본질적이
고 우선적인 작업은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본원적인 당위의 내용을 설정하고 이를
실천의지 속에 수용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는 장엄한 우주의 질서와
그 안에서 주어진 삶의 기회를 경건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하며, 모든 삶의 모체가
되는 생태계의 보전과 그 안에서 태어난 모든 의식 주체들의 삶의 존엄성을 보장
하는 것을 본원적인 당위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36)
또한 현대 과학기술에 의한 인간의 행위능력 향상과 현대적 가치이념의 결여
사이에서 생기는 심각한 불균형을 부각시켜야 하며, 생태계에 대한 비가역적인 변
화 조작을 최대한 억제하고, 그것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그로 인한 결과에 세심한

33) Gabriel Fackre, "Ecology and Technology", Ian G. Barbour, ed., Western Man and Environmental
Ethics: Attitudes Toward Nature and Technology(Reading Mass: Addison-Wesley, 1973),
pp. 121-122.
34) E. P. Odum, "Environmental Ethics and the Attitude Revolution", W. T. Blackstone, ed.,
Philosophy and Environmental Crisis(Athens: University of Georigia Press, 1973), p. 10.
35) 장회익, op. cit., pp. 105-109.
36) Ibid., pp. 129-131.
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 217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생태계의 보전에 최선의 노력을 하여야 하며, 특히 새로운


과학기술의 개발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긴 안목으로 검토해야 한다.37)
우리는 지구의 자연환경을 평화적으로 보존하고 인간과 환경의 균형을 유지하
며, 개인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인류가 살아남고 번영을 이룩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산업기능에 가려져 있던 가치관을 재검토해서 탈산업화 사회의 새로운 가치관을
다시 세워 과학기술을 어떻게 이용할 것이냐 하는 윤리적 가치판단을 내려야 한다.
자연 생태계와 환경윤리에 관한 입장으로는 인간중심주의, 생물중심주의, 생태
중심주의 등을 들 수 있는데, 인간중심주의는 자연환경이나 다른 종(種)의 이익과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인간의 이익이나 복지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입장이고, 생
물중심주의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에 대한 인간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는 입장이
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중심주의는 오직 인간만이 이성적 존재이고, 인간만이 윤리적인 성
찰과 반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며, 인간의 행동 성향과 동기만이 도덕적인 판단
의 대상이 된다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윤리론자들에 의해 거센 비
난을 받아왔다. 또한 생물중심주의 역시 인간의 윤리적 의무의 범위를 생명체에만
국한시키고, 생태계의 상호 의존성이나 무생물에 대한 고려를 도외시했다는 점에
서 환경윤리론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생태중심주의는 생태계 구성 요소간의 유기적인 상호 의존 관계를 강조
한다는 점에서 생태 공동체 담론과 인식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생태중심주의
는 유기체간의 상호 의존성을 중요시하며,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초월하여 무생
물도 생물처럼 자기 조직화의 과정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생태중심주의는 자연환경 내의 무생물적 요소들도 생명체만큼 가치 있
는 것으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존의 이론적 분석의 틀 안에서 환경
윤리를 정립하려는 시도를 거부한다. 다시 말하면, 생태중심주의는 인간중심주의와
는 근본적으로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데, 우리의 윤리적 의무와 책임이 인간에게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비인간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도덕
적 의무를 강조하는 입장은 우리에게 생태 공동체적 삶을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자연환경의 위기는 단순히 환경오염이나 환경파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37) Ibid., pp. 136-137.


218 윤리연구 제72호

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특히 자연환경의 위기를 극복


하기 위해서는 윤리학과 생태학적 인식에 기초한 생태공동체적 삶의 방향이 모색
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과학기술과 환경윤리의 만남은 자연과 더
불어 사는 인간의 생태 공동체적 삶의 양식을 구현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생태적 인간은 인간과 자연이 일체화되는 정체성을 특징으로 하지만, 그 내면
에서는 인간보다 자연을 더 닮아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과학기술과 환경윤리의
접목에서는 생태계가 지니고 있는 호혜, 평등, 공존, 개방성, 다원성이 풍부해야 한
다. 지속 가능성이 없이는 지구적 공평성도 보장할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생태
공동체적 삶은 궁극적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자존심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Ⅴ. 맺는 말

오늘날 우리는 과학기술의 인간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우


리는 과학기술적인 개발과 물질적인 성장 및 인간적, 윤리적인 가치를 어떻게 균
형 있게 추구해야 하느냐 하는 어려운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한편, 21세기
는 인간성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청하고 있다. 이미 도덕성을 바탕으로 한
정신문화가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윤리는 과학기술에 대한 인간의 도덕적인 가치판단을 탐구하는 학
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과학기술과 관련된 윤리는 종래의 개인적인 인
간관계의 윤리가 아니라, 인류 공동체의 생존을 책임지는 문제에 초점을 두는 보
다 거시적인 윤리이다. 이처럼, 인류 공동체의 생존과 관련된 과학기술의 윤리는
개인의 양식과도 관련되지만, 자연 생태계의 파괴, 인류의 자멸을 초래할 수 있는
이기주의, 그리고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문제와 관련된 사회정의의 문제 등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해결하느냐 하는 기능적 윤리의 성격도 내포하고 있다.
이는 종래의 존재론적인 윤리로부터 인간이 살아남기 위하여 우리가 어떻게 행
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 219

동해야 하느냐 하는 규범윤리학적인 평가와 관련된 책임윤리로의 전환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과학기술의 윤리는 개념적으로 단지 도덕적인 원리나 도덕적 규범체
계라는 좁은 의미보다는 사회의 존속에 대한 책임의 문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
다. 따라서 윤리는 과학기술에 대하여 인간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이고 그것이 인
류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이며, 과학기술에 대한 인간의 책임이 무엇인가를 밝혀
주어야 한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윤리는 인간이 미래의 세대에 대한 의무를 다하며, 인간 이
외의 존재들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것과 관계된다. 또한 과학기술의 윤리는 인간의
생존윤리와도 관계되는데,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의 생존과 자유, 평등,
정의, 물질적 복지 등과 같은 가치들의 우선 순위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어떻게 윤리와 과학기술의 가치를 이론적 · 실천적으로 종합하느냐 하는 과제이다.
오늘날 사회의 변화는 가치와 제도의 변혁과 관련되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
는 문제와도 관계된다. 이제 우리는 과학기술을 지속적으로 보전할 수 있는 사회
를 이룩하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는 우리에게 과
학기술의 윤리적 재정립, 새로운 삶의 양식의 개발,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의 정
립 등을 요구한다.
한편, 무분별한 개발과 성장 만능주의로 인한 물질 문명의 위기에 대한 윤리적
가치 판단은 과학기술에 대한 올바른 지식에 근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늘날
과학기술과 관련된 윤리교육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과학기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윤리교육을 통해 습득되는 지식과 기능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과 관련된 윤리교육에서는 과학기술에 대한 새
로운 인식, 가치관, 태도, 사회적 참여 등은 물론 지식과 기능을 균형 있게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 논문 접수 : 2009년 2월 9일 / 수정본 접수 2월 17일 / 게재 승인 3월 12일


220 윤리연구 제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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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윤리연구 제72호

<Abstract>

The Correlation of Science-Technology and Ethics

Hong, Yong-Hee

Indeed, science and technology without ethic may lead to a form of


self-destruction, indicative of immorality at the expense of harmonious social
relationships. The moral strength toward science-technology lies in its
generalized appeal to ethics.
Advances in science and technology have so significantly broadened our
horizons and deepened our awareness of the world around us that many feel
that the virtues of ethics is irrelevant to our modern education. Surely, science
and technology has greatly expanded the data, information and knowledge
available for our use and consumption, but it has also substantially undermined
the time-honored ways of learning, especially the traditional means of acquiring
morality.
We cannot confuse data with information, information with knowledge and
knowledge with ethic. We need to learn how to become ethical, not merely
informed and knowledgeable. This can be taught through example, story
sharing and, most of all, ethical instruction.
In relation to the environmental problems, science is the body of knowledge
obtained by methods which are based upon observation. And technology is the
totality of the means employed by peoples to provide material objects for
human sustenance and comfort. However, science and technology has been
beneficial but harmful. It unintentionally has induced man to defy both nature
and environment.
The consequences for non-human animals and for bio-diversity will also be
severe. Recent science and technology has shown that the desire, reckless and
과학기술과 윤리의 상관성 223

blind, to develop everything possible has made the amazing progress in


materialistic civilization, but this erroneous notion now faces its limitations. In
other words, excessive efforts in one direction bring, ironically enough, results
quite contrary to expectations.
Although most people, if not all, enjoy material affluence, as a result of the
phenomenal development of science and technology, the world suffers from a
host of undesirable, unexpected byproducts such as pollutants. Polluted water,
air, foods, drugs, together with many waste materials have already blighted the
natural environment. At this point, the ecological crisis could become real. And,
if this situation is allowed to develop, the very existence of man will be
gravely imperiled.
Therefore, the development of science and technology must be directly
related to the promotion of human happiness. Needless to say, the urgent tasks
demanding our serious attention are the restoration of morality and the efforts
in the interests of global ethic.
For the realization of these tasks, all the nations of the world must cooperate
in the name of mankind. If we are not fully prepared, the global crises will
become uncontrollable within the foreseeable future. All of this forces us to
think differently about our global ethic. Now, therefore, is the time for us to
concern ourselves about the correlation of science-technology and ethics.
To this end, I wish to note that the most fundamental and pervasive value
underlying the modern science and technology is ethic. To understand the
eventually rich meaning of the modern science and technology, we must begin
with an exploration of ethics. In this paper, I have studied on the correlation of
science-technology and ethics.

Key words : functional ethics, appropriate technology, humanization of


science-technology, ethics of science-technology, ethics of
responsibility, environmental eth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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